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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반의 소박함과 한지의 그윽함이 전통 개성 음식의 맛깔스러운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곳, 용수산. 전시형은 우리 소반에 담긴 정성스러운 어머니의 손맛과 한지에 스며든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빛을 살려 이곳을 정감 어린 공간으로 완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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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입구에 자리한 소반을 벽면에 붙여 만든 특별한 이미지월. 그 안쪽으로는 화장실이 감쪽같이 숨겨져 있다. (우) 은은한 빛을 머금은 한지로 마감한 천장과 벽면이 정갈한 용수산 아크로비스타점.
의자에 걸터앉아 식탁에서 밥을 먹는 풍경이 익숙한 요즘, 이제는 주변에서 정겨운 우리의 소반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시형이 디자인한 고급 한정식 식당 ‘용수산 아크로비스타점’에선 사라진 우리 소반의 놀라운 변신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음식 중에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개성 음식을 코스로 서비스하는 용수산은 25년간 2대에 걸쳐 가업을 이으며 우리 음식을 체계적으로 보급하는 데 애쓰고 있다. 음식 자체는 전통 방식을 따르되, 차려내는 방식은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맞게 변형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점을 늘려가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전시형 소장은 테이블을 전통 소반을 응용한 디자인으로 직접 제작하고, 들어서는 입구에는 소반을 벽면에 붙여 만든 특별한 이미지월을 선보였다. 한국 음식의 상차림은 원래 독상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테이블 위를 한 사람 분량씩 칸을 나누고, 각자 한 상씩 코스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했다.
“우리네 상차림은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죠. 아무리 큰 잔치를 벌이더라도 새로운 손님이 도착할 때마다 주방에서 금방 조리한 음식을 1인분씩 독상에 차려내 오는 것이 개성 음식의 전통이었다고 합니다. 손님에게 식지 않은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훈훈한 우리네 인심을 이곳에도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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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반과 더불어 한지는 이곳을 단아하고도 겸손한 공간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쓰였다.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모두 한지로 마감한 덕분에 이곳은 따뜻하고도 아늑한 빛을 발한다. 마치 옛 한옥의 창호지 뒤로 퍼지던 호롱불의 은은함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닥껍질을 불리고 말려 여러 번의 손길을 거쳐 만든 한지에는, 그저 하얗기만 한 요즘 종이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따뜻함이 스며 있어요. 특히 빛을 머금은 한지는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죠. 이곳은 으리으리하거나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여유롭고 따뜻한 분위기로 여겨지길 원했습니다. 한지는 공간의 단아한 멋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는 좋은 소재가 되었지요.”
◀여자 화장실. 전통 떡살을 이용한 문고리, 창호에 거울을 덧붙여 만든 거울, 고가구를 리폼해 만든 세면대 등 재미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한지 외에도 공간 곳곳에는 전통 소품을 이용한 디자이너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 많다. 한옥의 전통 창호를 천장에 눕혀 달고, 그 아래로 여러 개의 숯 덩어리를 매달아 모빌처럼 만들기도 하고, 떡의 문양을 찍어내는 떡살을 문고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전통 창호 틀에 덧붙여 만든 화장실의 전면 거울과 고가구를 새롭게 리폼해 만든 세면대는 집에서도 한 번쯤 응용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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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독상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전통 상차림 방식을 따라 테이블 위를 한 사람 분량씩 칸을 나누고 각자 한 상씩 코스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우) 전통 창호를 눕혀 달고 그 아래에 숯 덩어리를 매달아 모빌처럼 만들었다.
이곳에 숨겨진 또 다른 재미는 바로 화장실을 찾는 일이다. 보통의 카페나 레스토랑을 생각하고 제일 구석진 자리에서 화장실을 찾는다면 오랫동안 헤맬 것이다. 전시형 소장은 화장실 앞자리를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배려, 모든 테이블과 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공간에 해당하는 들어서는 입구에 공평하게 화장실을 마련해 놓았다.
소반을 세워 붙인 이미지월이 있는 중앙 홀의 실체는 바로 화장실이었던 셈. 이는 우리 한옥의 ‘마당’과 ‘ㄷ’자형 구조를 공간 구성에도 적극 활용한 결과로, 화장실이 있는 중앙 홀을 중심으로 공간은 오른쪽의 테이블 홀과 왼쪽의 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구별된다. 공간 구조에서부터 가구와 소품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부분까지 우리 고유의 정서가 곳곳에 살아 있는 이곳은 그래서 더욱 소박하고 겸손하게 다가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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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형 씨는
건국대학교 건축대학원 겸임 교수와 ‘전앤어쏘시에이트’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제9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과 제4회 명가명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설치미술 작품으로 국내 평론가가 선정한 ‘21세기 차세대 미술가’로 꼽히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궁, 툴 펍, 드 빌 禾水木 125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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