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경영

전시형교수의 디자인 경영

구봉88 2010. 12. 16. 11:39
인테리어·조경 등 '전문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


아파트가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

멀리서 보면 성냥갑을 일렬로 세워놓은 듯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는 이제 옛말.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주거공간에 대한 개념이 다양해지면서 아파트도 개성을 입는 시대가 됐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부터 단지 설계, 조경까지 전문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문화적 삶의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고품격 명품 아파트 구현을 위해 최근 미국의 명문 건축 디자인 업체인 KDM, 그루젠샘튼, 퍼킨스이스트만 등과 잇따라 제휴를 맺고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분양한 '용인 상현 힐스테이트'의 경우 홍콩 건축디자인회사인 LWK가 선보인 유럽 전통 디자인이 도입됐는데, 단지 조경은 동물과 곤충 등 자연을 테마로 한 호주 어스펙트(ASPECT)사의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장안동 '장안 힐스테이트'의 단지 조경과 야간 조명에도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의 마시모 벤투리 페리올로 교수팀의 독창적인 유럽풍 디자인이 반영돼 주변 단지와 차별화가 이뤄졌다.

현대건설는 조만간 분양에 들어갈 서울 불광3구역 '북한산 힐스테이트'에도 페리올로 교수팀과 손 잡고 유럽 스타일의 아파트 디자인을 도입, 고풍적이면서도 세련된 단지 이미지를 부여할 계획이다.

앙드레 김의 디자인을 아파트 인테리어에 도입하며 디자인 경영에 앞서나간 삼성물산은 최근 용인 동천동에서 분양한 '동천 래미안'에서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인 장 미셸 빌모트와 조경 전문가인 프랑소와 누브, 전시형 한서대 교수, 임옥상 화백 등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빌었다.

이 단지는 전체 48개 동의 모양과 배치가 다양하게 구성돼 기존 아파트의 고질적 단점인 획일성을 탈피했다는 설계 평가를 얻고 있는데, 이는 기존 건설사 내 설계팀 수준을 뛰어 넘은 설계 전문 디자이너들의 예술적 감각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가장 차별화된 부분은 아파트 내부 구조가 공동주택이 아닌 전원주택이나 고급 단독주택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


설계에 참여한 전시형 교수는 "실내가 삼각형 구조로 돼, 거실에서부터 현관 방향으로 좌우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지는 이색적인 설계가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며 "아파트지만 아파트답지 않게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주택업계 최초로 디자인실을 발족시킨 데 이어 최근 디자인마스터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인사인 탠저린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회사 공동대표인 이돈태 사장을 디자인 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국내 정상급 인테리어 전문가인 마영범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업계 최초로 입면 디자인에서 미술 저작권을 획득했다. 대림은 거실과 안방 사이의 복도 천장을 긴 박공 모양(경사가 있는 지붕 형태)으로 제작해 품격 있는 전통 한옥의 이미지를 조성하는 등 한국적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진흥기업은 지난해부터 아티스트 한젬마씨와 디자인 협력 계약을 맺고 회사가 짓는 아파트 설계에 한씨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도입했다.

진흥기업이 공급한 '용인 구성 진흥더블파크'는 단지내 자연테마공원을 미술갤러리와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연출한 한씨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단지로 꼽힌다.

진흥기업 주택영업팀 유병남 팀장은 "이제 아파트도 전문디자이너의 설계로 디자인 차별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주택이 단순 주거 공간을 넘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