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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 4

구봉88 2012. 3. 21. 17:17

GMRI BI ( 朴 斗圭)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2-115호, 2012. 3. 19.)

 

 

 

 

 

 

 

 

 

 

 

 

1.한국 신용부도위험, 美 등급 강등 이전수준 회복

2.리커창 차기 총리 "中 시장경제 장애물 제거하겠다"

3.글로벌 싱크탱크와 미래전략 짠다

4.중동 르네상스 ④

5.[차이나 리포트] 빗장 풀린 中 의료시장… 민간 자본 병원 건립 등 줄이어

6.홍석우 지경부 장관 "대기업 감정적 압박땐, 초가삼간 태울수 있다"

 

 

7. 기업경영

  -삼성 TV '프리미엄 드라이브' … "中·인도서도 저가경쟁 않겠다"

  -BMW처럼 … K9 앞유리에도 내비게이션이

  -이건표 디자인경영센터장, LG디자인 화두는 `미래`

  -채선당 이어 소주'처음처럼'도 곤욕…SNS 루머에 기업 멍든다

  - 이재용 사장, 삼성의 롤모델 스웨덴 발렌베리家 만나다

  -폭스바겐 "플랫폼 대신 레고방식으로 車 생산"

  -현대차·폭스바겐·닛산 '글로벌 질주' 비결은…

  -이석채 '올레 2기' 스타트…"콘텐츠·IT솔루션 유통社 변신"

  -제 2의 삼성전자, 인터넷서 나온다

  -"아시아족벌기업 가족간 분쟁, 아시아 경제마저 위협"

  -올 유통가는 ‘슬럼프(slump)’ ?

  -경영평가 스타트…공공기관 '초긴장'

  -"바이오 산업의 돌아온 탕아" FT, 서정진 회장 집중조명

  -애플 쌓아둔 현금 100조원…어디에 쓸까

  -엉엉 울 일만 생기는 씨티…웃음 끊이지 않는 JP모건

  - 대한민국 100대 상권

  -적벽대전 참패는 조조의 리스크 경영 실패

  -‘트로이 목마’ 같은 속임수, 노르망디 상륙작전

  -지휘자의 독선적 리더십인가 단원들의 모럴 해저드인가

 

 

8.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너도나도 좌클릭 … 대한민국號, 왼쪽으로 전복될 판

   -‘베이비붐 세대 잡아라’, 700만명 은퇴 비즈니스 큰 장

   - “2025년까지 중국에 상하이급 메가시티 7개 더 생긴다”

   -콜린 파월 "북한은 내가 만난 최고의 협상가"

   -IMF 총재 "고유가·이머징 성장둔화가 걸림돌"

   -장하준 교수 "한미FTA 폐지 안될 말…복지는 공동구매式 개념"

   -“담 허물고 병원 발칵 뒤집어 1500일간 조직 수술 스캔들의 연속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시스템 위기가 오고 있다”

   -고도성장 이끈 재벌 … 이젠 경제민주화에 동참할 때

 

          G경영연구소(GMRI)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주소 ; 대전광역시 동구 자양동 17-2

        우송대학교 교양관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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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용부도위험, 美 등급 강등 이전수준 회복

- 한국 CDS, 일주일새 21bp 하락..7개월래 최저
- 그리스 위기 진정..유럽자금 유입시 추가하락 가능

[이데일리 이재헌 기자] 한국의 신용부도위험(CDS)이 그리스 위기가 대폭 진정된 영향을 받으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6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발행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110bp를 기록해 전일보다 6bp가 하락했다. 한 주동안 21bp나 급락하며 한국의 신용위험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신용위험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을 받기 전인 8월4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자료: 국제금융센터(단위: bp)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불안이 대거 사라진 점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며 "위험자산이 선호되는 점도 CDS 하락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클레이즈 캐피탈이 한국의 외화표시채권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는 등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한국의 신용위험이 더 낮아지기 위해서는 유럽자금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재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한국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는데는 유럽자금의 유출이 주요 원인이었는데 아시아계 자금이 들어오면서 신용위험을 회복시켰다"며 "이보다 더 CDS가 낮아지기 위해서는 유럽자금이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이 계속 될지에 대한 의문이 많아지면서 유럽의 유동성 지표들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 부분이 먼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한국 CDS의 추가하락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한주간 중국의 CDS는 15b, 태국은 17bp가 떨어졌다. 우리나라와 아시아 주요국을 포함한 아시아 10개국의 CDS는 114bp를 기록 중이다.

이재헌 (hone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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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차기 총리 "中 시장경제 장애물 제거하겠다"



분배 중시 '충칭모델' 수용불가

"개혁·개방 속도 내겠다" 천명


중국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비롯한 좌파들의 지지를 받아온 국유기업과 분배 중심의 소위 ‘충칭 모델’은 중국의 성장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개발포럼 연설에서 “지금 중국의 개혁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어려운 시기’에 진입해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개혁·개방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최측근으로 내년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그는 “중국은 경제 모델을 바꿔야 하는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며 “재정 세무 금융 가격 기업 소득분배 등 여러 분야에서 개혁을 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내수 확대, 혁신기술 개발, 구조조정 등은 모두 ‘개방 확대’라는 조건 아래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에 대해 “리 부총리의 발언은 국가가 아닌 시장경제에 기초한 경제개혁을 강조해온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고성장을 구가해왔지만 소득불평등과 환경오염 등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보 전 서기는 2007년 충칭에 부임한 이후 국유기업 육성, 분배 중심제도 도입, 사회주의 사상 고취 등 소위 ‘충칭 방식’ 경제 모델로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기존의 시장 중심 개혁·개방 모델에 큰 위협이 됐다. 리 부총리가 “중국 개혁이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홍콩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날 보시라이 후임으로 충칭시 서기로 취임한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도 후 주석의 이념인 과학적 발전관에 기초해 충칭을 이끌겠다고 밝히며 보시라이 지우기에 나섰다. 그는 △당 중앙의 영도(지도)를 견지하고 △과학적 발전관에 따라 민생을 개선하고 △개혁·개방을 확대하며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후 주석이 제창해온 균형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의미하는 ‘과학적 발전관’을 천명, 후 주석의 노선을 따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장 부총리는 올가을 열리는 18차 공산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차이쉰(財訊)닷컴은 “보시라이는 분배제도를 개선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렸으며 이 밖에 호적제도 개혁, 폭력조직 소탕 등으로 충칭의 민심을 사로잡았다”며 “장 부총리가 이들 정책을 모두 포기할 경우 어리석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충칭인들은 보시라이의 낙마가 왕리쥔(王立軍) 전 부시장 때문이지 충칭 방식의 문제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충칭 방식의 발전을 어떻게 수정할지가 장 부총리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충칭은 충칭 모델이 한창 적용되던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17.1%와 16.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중국 지역별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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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싱크탱크와 미래전략 짠다



재정부, 佛 전략분석센터와 공동연구… 英·美와도 추진

우리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선진국의 싱크탱크들과 손잡고 미래발전전략을 모색한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형환 차관보는 최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총리 직할의 전략분석센터(Centre d'analyse stratégique)와 미래전략을 함께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전략분석센터는 관계법령에 근거해 지난 2006년 설립된 후 2008년 민간과 관료 출신의 엘리트 연구원들을 포함해 상근직원이 175명에 달할 정도로 체계화됐다. 이 센터는 경제ㆍ사회ㆍ환경ㆍ문화 등의 분야에서 국가의 중ㆍ장기 청사진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재정부는 프랑스의 주력산업이 원자력발전, 우주ㆍ항공, 철도, 자동차와 같은 첨단사업이나 문화 및 사치품과 같은 지식ㆍ고부가가치사업에 포진해 있어 향후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혁신에 큰 영감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부는 프랑스 이외의 다른 선진국 미래전략기관들과도 공동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 산하에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기구를 두고 있는 주요 선진국은 영국ㆍ스웨덴과 유럽연합(EU) 등인데 이들과도 국제적 공동 연구를 통해 발전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며 "우리나라가 국가미래전략기관들과의 다국적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정부ㆍ의회 국가미래전략기관들은 ▦영국 내각실 산하 전략국(SU) ▦미국 국가정보처장실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스웨덴 미래전략기구(SFS) ▦핀란드 의회 산하 미래상임위원회 ▦캐나다의 정책전략청(PRI) 등이 꼽힌다. 특히 영국의 SU는 프랑스에 버금가는 100명에 육박하는 조직을 갖추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미래전략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부의 이번 공동 연구 추진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장기전략국을 신설한 데 따른 후속 프로젝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학계는 정부의 국가미래전략 연구가 보다 탄력을 얻으려면 이원화돼 있는 현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실 산하 미래기획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하 장기전략국으로 이원화돼 있고 국회와의 연계가 약하다. 따라서 이를 일원화하고 국회와의 논의 채널도 활성화해 정부가 일관된 장기전략을 수립하면 이를 의회가 효율적으로 입법화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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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경쟁은 `밥상 엎는 격`…상생전략 펼쳐야

정부, 음해·가격 후려치기땐 관련기업 수출보증 제한 등 제재

◆ 중동 르네상스 ④ ◆

# 1. 완공을 앞두고 시험가동에 들어간 사우디아라비아 카란가스처리시설공사.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3년 전 13억달러에 수주했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나 국내 A사가 비슷한 규모인 가스처리시설을 수주한 가격은 5억달러 안팎. 국내 건설사 간 치열한 가격 경쟁 끝에 가격이 절반 수준 이하로 '뚝' 떨어진 셈이다.

# 2.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공사 입찰에서 H기업이 쇼트리스트 1위에 올랐다. 자격 심사, 입찰가 심사를 통한 우선협상대상자 리스트를 말한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2ㆍ3위를 차지한 국내 AㆍB사가 H사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기사를 오려 발주처를 찾아갔다. A사는 "총수가 구속될 수도 있는 회사를 믿고 공사를 주겠느냐"며 "H사보다 가격을 수억 달러 더 싸게 공사할 수 있다"며 발주처를 설득했다.

플랜트 분야에 이어 철도 등 인프라스트럭처 시설까지 한국 기업이 '싹쓸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업체 간

사우디아라비아 카란 가스플랜트 공사현장에서 한 외국인 노동자가 밸브 연결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3년 전 13억달러에 이 사업을 수주한 이후 국내사 간 과당경쟁으로 가스플랜트 낙찰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카란/이충우 기자>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명'과 '암'이 교차하고 있다. 수주를 아무리 많이 해도 저가 수주는 '남는 게 없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남는 돈이 없으니 재투자 여력도 부족해진다. 무엇보다 저가 낙찰로 수주한 대기업들이 타국에 비해 비용이 비싼 한국 중소기업 하도급과 기자재 납품을 외면하게 돼 국외 건설을 통한 동반성장 취지도 흐려진다.

정부도 이 같은 국내 업체들 간 과당경쟁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앞으로 예비입찰 후 공사 빼앗기를 목적으로 경쟁사를 음해하거나 가격 후려치기를 일삼는 건설사에 대해 수출보증서 발급을 제한하는 등 금융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 저가 '싹쓸이'에 중소기업은 수주 가뭄

수년 전 사우디에 진출한 C사는 현지 하도급 업체로 인한 공기 지연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가(발주사가 책정한 사업예산) 대비 60~70% 수준에서 사업을 수주한 후 저렴한 현지 업체를 고용했는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인력 동원이나 자재 구매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업체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한국 도급사를 재고용했다. 시간과 비용 낭비가 엄청났다.

김형욱 코트라 리야드지사 관장은 "플랜트 사업은 2~3년 전 예가 대비 80~90%에 달하던 낙찰가격이 국내 업체 간 수주 경쟁으로 최근에는 60~70%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렇게 사업을 수주하다 보니 품질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국산 하도급과 기자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저가 낙찰로 싹쓸이 수주를 하다 보니 '중동붐'이란 말 자체가 중소기업에는 남의 나라 일 같다.

실제 국외 건설에서 중소기업 수주는 2008년 이후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2007년 우리나라 전체 국외 수주액 397억8800만달러 중 66억9900만달러를 중소기업이 거둔 것이다.

중소기업 수주 비중은 16.8%에 이르렀다. 지난해 국외 수주액은 591억3100만달러로, 수주액 자체는 급증했지만 중소기업은 이 중 48억1200만달러만을 수주해 비중은 8.1%로 되레 줄어들었다. 국외 수주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진출은 오히려 뒷걸음질친 셈이다.

◆ 중국 쫓아오는데 재투자 여력 없어

국외 건설에서 얻는 이윤이 작아지면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도 줄어든다. 박용 GS건설 아부다비 지사장은 "중국ㆍ인도 업체들과 한국 기업 간 기술력 차이가 5~7년 미만으로 확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해상유전 같은 고부가가치 플랜트로 가지 않으면 결국 중국과 인도가 우리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3년 전 지금 한국 업체처럼 플랜트 사업을 싹쓸이했던 일본ㆍ유럽 업체는 해상유전 개발사업으로 완전히 옮겨간 상황이다. 일본 재팬가스코퍼레이션(JGC), 이탈리아 사이펨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일부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전체 공사가 아닌 LNG(액화천연가스) 탱크터미널 등 일부 공사에 한정되고 있다. 김범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우디법인 상무는 "이런 유전 공사는 '트랙레코드(현지 실적)'를 발주처가 요구하는 데다 공사에 필요한 값비싼 장비들을 갖춘 기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양희창 현대건설 카란현장 상무는 "최근 사우디에서는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지분 투자를 해야 하는 IPP(민자발전), PPP(민관협력) 방식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사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도 건설사들이 지금 이익을 쌓아 재투자해야 하는데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이런 재투자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등 중동 지역 발주처들은 이 같은 국내 업체들 간 과당경쟁을 즐기고 있다. 발주 후 사전자격심사(PQ) 후 쇼트리스트가 나오게 되면 은근히 타사 입찰가격 정보를 흘린 후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사들 사이에 한국 업체들이 플랜트를 건설하면 한 개 값에 두 개를 건설하는 '1+1' 효과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공사 뺏기' 시도에 금융 제재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국외 공사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나 계약 이후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가격 후려치기 등을 통해 공사 빼앗기에 나서는 업체들에는 국외 건설 수출보증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보증요율을 올리는 등 금융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김규철 국토해양부 해외건설지원팀장은 16일 "플랜트 공사 입찰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끼리 비도덕적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며 "우선협상자 대상 결정 후나 입찰 결과 발표 후 이 같은 행위를 하는 회사에 대해 금융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수출 보증서가 발급되지 않으면 공사를 수주해도 발주처와 본계약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상도의 위반 행위가 심각하지 않을 때는 보증요율을 높이는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전에도 과당경쟁이 있을 때 해외건설협회 등을 통해 자정을 유도했지만 특별한 효과가 없어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UAE서 만난 SK신입사원 3인

우리는 99만원세대 해외로 눈돌렸더니 취업문이 열렸죠

◆ 중동 르네상스 ④ ◆

UAE 르와이스 정유공장 SK현장에서 근무 중인 신입사원들. 왼쪽부터 전병은, 이상규, 장정수 씨. <르와이스/이충우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황량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실라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을 달리면 세계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UAE 르와이스 정유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SK건설 이상규(26) 전병은(27) 장정수 씨(27)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신입사원으로 채용된 후 바로 이곳에 투입됐다. 이들 중 소위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출신은 없다. 99만원 세대로 졸업을 앞두고 취업난에 직면했던 이들은 "해외근무를 결심한 순간 취업 기회가 열리더라"고 입을 모았다.

충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상규 씨는 "플랜트가 호황이고 다른 나라 현장에 가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좁은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눈을 돌리니 취업은 가능과 불가능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0년 해외플랜트협회에서 실시하는 해외인턴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리 해외근무를 준비한 덕에 지방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해외근무의 장점으로 근무의 자율성과 어학능력 배가를 꼽았다. 정수 씨는 "본사에 있으면 윗사람 눈치보고 그러는데 여기서는 내가 수십 명의 제3국 인력 리더로 모든 일을 책임지고 지휘해야 한다"며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하다 보니 어학능력도 쑥쑥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단점은 아무래도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술과 돼지고기를 먹기 힘들고 현장 보안이 워낙 철두철미해 카메라가 달린 전화기나 노트북 등 IT기기 사용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휴일에는 현장 내 캠프에서 당구장, 탁구장, 헬스장, 축구장, 실내 스크린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해외근무를 준비하는 취업생들에게 "무엇보다 글로벌 노마드(지구촌 유목민)로서 '저질러보겠다'는 결심이 중요하고 결심하고 나면 해외근무에 필요한 기본 어학능력과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수력원자력(1090명), 한전기술(240명), 한전원자력연료(139명), 한전KPS(172명), 두산중공업(177명), 현대건설(2630명), GS건설(434명) 등 주요 원전 기업의 원전 관련 채용 규모는 5036명에 이른다. 정부는 대졸 청년층 3500명을 포함한 4800명의 해외 건설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르와이스(아부다비)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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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빗장 풀린 中 의료시장… 민간 자본 병원 건립 등 줄이어


중국 정부가 의료산업을 대규모 민간 자본에 본격 개방하기 시작함에 따라 중국 의료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중신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징 소재 통런의원(왼쪽)과 차오양 의원 전경.

"의료 서비스 확대·선진화" 정부, 민간에게 본격 개방

"소득 늘며 의료 욕구 커져 블루오션으로 부상 가능성"

대형 의료·부동산 그룹들 종합병원·실버타운 대거 투자

중국의 민간 자본들이 앞다투어 의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의료 서비스 공급 확대와 선진화를 위해 굳게 닫혔던 의료시장을 본격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 당국은 의료의 사회복지 기능을 강조하며 공공 의료기관 중심의 정책을 펴왔고 세금, 행정규제 등을 통해 민간 자본의 의료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2월 국무원이 내외자 기업을 불문하고 의료시장의 적극적인 진출을 유도하는 '민영 의료시장 활성화 방안에 관한 통지'를 발표한 데 이어 올 들어 각급 지방정부가 이에 맞추어 관련 세칙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대형 민간 자본들의 의료 시장 이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 시정부는 지난 2월 9일 '민간자본의 의료기구 집행 및 경영을 격려 및 인도하는 것에 관한 정책 의견'을 통해 수도, 전기, 세금, 인재, 토지 등 18개 방면에서 민영 의료기구에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민영 병원을 설립하려면 허가도 받기 힘들뿐더러 관련 세금이 워낙 과중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반면 공립병원은 세금이 미미할뿐더러 수도, 전기료 등 각종 인프라에서 우대 정책을 받아왔다.

하지만 베이징시의 민영자본 우대 조치가 나오면서 민영 의료자본은 물론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 등 시중 민간 투자자금도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부의 민영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팡정(方正) 등 대형 의료 그룹들은 대학교와 손잡고 대규모 종합 병원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팡정은 베이징대학교와 합작으로 베이징 창핑취에 위치한 IT단지인 중관촌 생명과학원 부지에 40억위안을 투자해 3,000명의 의료진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 단지를 건설 중에 있다.

이들 민간 자본들이 이처럼 의료 시장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개인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선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공급이 이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민영 의료시장 활성화 방안과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거대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개발회사인 연달그룹은 베이징과 접해 있는 허베이성에 3,000병상을 수용하는 대형 종합 병원은 물론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1만 병상이 들어선 대형 실버타운 건설을 이미 완료했다.

베이징 소재 뇌과병원인 삼보의 장양 원장은 "베이징 등 지방정부의 민영 의료시장 활성화 조치들이 올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10년은 민영 병원의 블루 오션 시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형 의료그룹인 화룬(華潤)도 올해 신규 병원 설립 및 기존 병원 인수를 통해 5,000개 이상의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국에 1급 이상의 병원이 2만2,000개에 달하고 그 중 민간 병원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 환자 수나 자본금 규모에서 볼 때 민간 병원의 비중은 10% 남짓이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 여파로 대형 민간 자본이 의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탓에 대부분 영세한 민간 병원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경우 9,000여개의 병원 중 3,000여개가 민간 병원이지만 진료 회수 및 진료인수는 총 진료의 12% 남짓에 불과하다.

베이징=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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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지경부 장관 "대기업 감정적 압박땐, 초가삼간 태울수 있다"

전경련이 제역할 못해…대기업 오너 직접 만나 성과공유제 요청하겠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들이 성과공유제에 적극 참여하도록 최고경영자와 오너들을 직접 만나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사회 변화를 반영해 대기업들을 잘 대변하고 선도해야 하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리 원전사고로 원전 정책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절차 위반이다. 원자력안전위 전문가 20여 명이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원전 관련 기록은 컴퓨터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장 당시 자료가 상세하게 남아 있다.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 에너지 수급 구조상 원전을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제한적이다.

-원전의 잦은 고장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데.

▶고리 1호기는 수리 중이라 정지상태였고 방사능 누출 염려도 없었다. 원자로 온도는 평소 400도 이상이고 1000도가 넘으면 노심 용해가 진행되는데 정전 사고 당시 원자로는 37도 정도였다. 언론이 경각심을 주는 것은 좋지만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한수원 사장은 사의를 표명한 것인가.

▶(김종신 한수원 사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는데 사임 의사라기보다는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들었다. 한수원 사장의 거취 문제는 지경부 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청와대와 협의할 문제다.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중소기업에 대해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행태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 주고 있어 안타깝다. 다만 대기업 정책은 감정적으로 접근하거나 획일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도 있지 않나. 고용 창출과 중소기업 활로 개척 등을 위해 대기업이 지닌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4월부터 성과공유확인제도를 도입할 계획인데.

▶2006년 성과공유제도를 도입했는데 포스코를 제외하면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4월부터는 기업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대기업 간에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면 중소기업과의 협력체제는 더 활성화될 것이다. 취임 이후 업종별로 기업 대표들을 만났지만 앞으로는 대기업 오너와 대표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성과공유제 참여를 직접 설득하겠다.

-성과공유제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대ㆍ중소기업이 사전 협약을 통해 상생 발전을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납품원가를 낮춘 만큼 성과를 공유해 대ㆍ중소기업이 신제품 개발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하도급 중소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3년간 납품을 보장한다든지, 신제품을 개발해서 제품 효율을 높여 10개 납품할 것을 7개 납품해도 당분간 10개 납품한 값을 준다는 방식이다.

-중견기업 지원대책도 추진 중인데.

▶중견기업은 현재 1300개 정도다.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중견기업이 되면 160개 정도의 각종 혜택이 줄어든다고 한다. 중견기업은 수출증가율, 고용증가율이 대기업보다 더 높다. 그만큼 역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다음달 지경부에 중견기업국을 설치해 집중 지원하겠다. 기업 정책은 중견기업을 육성해 전문성을 키우고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두 가지 트랙이 주축이다.

-지경부가 대기업만 대변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산업 정책은 파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소기업부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산업의 기능 없이 중소기업 목소리만 대변한다면 당장은 중소기업의 파이가 커질 수 있지만 결국은 중소기업 성장판이 줄어들고 그 효율도 떨어뜨리게 된다. 중기 정책은 산업 부처로 편입하고 선임 차관을 두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외교통상부ㆍ통상교섭본부와 같은 구조다. 지경부가 대기업만 대변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다.

-정통부, 과기부 부활론이 힘을 받고 있는데.

▶IT(정보기술) 산업 초기에는 규제 위주 정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IT 융합의 시대다. 단일부처의 컨트롤 기능보다는 IT가 산업 곳곳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융합을 활성화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더 중요해졌다. 과학기술 R&D(연구ㆍ개발)나 에너지 정책도 기계적인 수급차원을 넘어서 산업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반시장 정책이 아닌가.

▶시행 초기여서 소비자들이 불편해 한다고 들었다. 유통산업 종사자의 휴식권과 전통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작년에 법 개정이 이뤄졌다. 모두가 만족하는 규제는 어려운 만큼 집행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 나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적절한 접점이 찾아질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 스스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류세 인하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는 여론은 잘 알고 있다. 국제유가 추이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원유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설하고 알뜰주유소를 확대하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의혹 이후 자원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높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자주개발률 상승,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확보 등 성과들이 많았다. 카메룬 사건으로 자원개발에 대한 국민 인식이 악화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해외 자원개발은 그 속성상 실패 위험이 작지 않다. 또 개발 결과를 얻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린다. 성공률 제고를 위해 기술력을 확충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공무원들이 직무상 취득한 자원개발 정보를 활용해 주식거래를 하지 않도록 윤리 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회 = 서양원 경제부장 / 정리 = 채수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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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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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TV '프리미엄 드라이브' … "中·인도서도 저가경쟁 않겠다"


18일부터 19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서남아포럼에 참석한 방문자들이 삼성 모바일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CEO 투데이]

'TV 사령탑' 김현석 부사장 스마트·LED TV가 '선봉장'

당장 몇대 더 파는 것보다 브랜드 파워 키우는 게 중요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사진). 그는 글로벌 시장 1등인 삼성의 TV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7일 아침부터 태국 방콕의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지역 법인장과 주재원 등 100여명을 모아놓고 10시간 동안 전략회의를 가졌다. 점심은 현장에서 샌드위치로 때웠다. 그는 이 회의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더 강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방콕 컨벤션센터의 삼성포럼(신제품 발표회) 행사장에서 만난 김 부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경쟁사와 초격차를 만들겠다”며 “중국과 인도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LED(발광다이오드) TV만 팔겠다”고 말했다. “(저가 경쟁으로) 지금 당장 몇 대 더 파는 것보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6년째 세계 TV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북미과 유럽에선 일찌감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약간 다르다. 인도 등에선 1960년대부터 시장에 진출한 소니 등 일본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 중국에선 하이센스, TCL 등 현지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는 2위와의 격차가 매출 기준으로 10%포인트가 넘지만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선 5% 남짓에 불과하다. ‘초격차’라 부르기 힘들다. 중국 점유율은 3.5%로 9위에 그친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LCD TV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다.

김 부사장은 “중국에서도 저가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LED TV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임으로서 차차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운관 TV를 내년 초까지 과감히 정리하고 LED에 집중한다. LED TV로 시장을 선도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을 이끌 대표주자는 스마트TV ‘ES8000’이다. 김 부사장은 “누가 품질이 조금 더 나은가 보다는 ‘누구는 있고 누구는 없을 때’ 차이가 크게 난다”며 “올해 경쟁사가 갖지 못한 스마트 인터랙션(동작과 음성으로 조종하는 기능), 에볼루션 키트(키트를 바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기능) 등을 갖춘 스마트 TV로 격차를 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삼성이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린 것은 2009년 LED TV, 2010년 3D TV 등의 제품을 선도적으로 내놨을 때라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1분기 TV 판매가 예상보다 좋다”며 “올해 목표인 5000만대를 판매하려면 지난해보다 14% 성장해야 하는데 속도를 충분히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축구 국가대항전인 5월 유로컵과 8월 런던올림픽 등을 앞두고 TV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해 김 부사장은 “올해 출시가 목표지만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아직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가 TV나 구글 TV 출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LG가 ‘3D로 한판 붙자’는 슬로건 아래 삼성에 3D(3차원) 안경 표준에 대해 대대적 공세를 펼치자 강한 반격에 나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전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인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총괄 사장의 한양대 전자공학과 후배로 2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며 LED TV, 3D TV, 스마트 TV 등을 내놔 삼성 TV를 세계 1위로 이끈 주역이다.

방콕=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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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처럼 … K9 앞유리에도 내비게이션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첫 장착

간이 내비·주행정보 표시

핸들 움직임·차 기울기 따라

헤드램프 빔 방향도 조절


BMW, 아우디에서 볼 수 있었던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국산차 중 최초로 K9에 도입된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5월 출시하는 K9의 첨단 신기술과 제원을 18일 공개했다. HUD는 차량 전면 유리에 속도, 내비게이션 등 주행 시 필요한 정보를 표시해주는 최첨단 사양이다. 2003년 BMW가 유럽차 중 최초로 5시리즈에 이 장치를 선보이면서 고급 차종에 확산됐다. 아우디는 지난해 국내 출시한 A7, A6에 HUD를 도입했고 BMW는 5시리즈에 이어 지난 2월 출시한 3시리즈에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졌다.

K9의 HUD는 화살표로 방향으로 나타내는 간이형 내비게이션과 도로표지판 등 주행 시 경고 사항을 표시한다. 후측면에 장애물이 접근할 때 경고하는 알림 표시, 차선이탈 경보장치(LDWS),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도 나타낸다. 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센터페시아로 눈을 돌려야 했지만 이제 눈앞 화면을 통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주행 조건과 환경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전조등인 발광다이오드(LED) 풀어댑티브헤드램프도 장착했다. 주행 시 핸들 움직임, 차량 속도, 차량 기울기 등에 따라 헤드램프 내 빔의 조사각과 범위가 일정한 패턴으로 자동 조절돼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 준다.

K9는 최고출력 300마력의 3.3ℓ GDI 엔진, 최고출력 334마력의 3.8ℓ GDI 엔진 등 두 종류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외관은 전장 5090㎜, 전폭 1900㎜, 전고 1490㎜이며 3045㎜의 휠베이스(축거)를 확보했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중간 크기다.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전장은 105㎜, 휠베이스는 110㎜ 길다. 전폭은 10㎜ 넓고 전고는 10㎜ 높다. 에쿠스보다는 전장만 70㎜ 짧다. 2979㏄의 BMW 740i에 비해 전장은 약 20㎜ 길고, 전고는 10㎜ 높다. 휠베이스는 25㎜ 짧고 마력은 26마력 뒤진다.

기아차 관계자는 “K9은 최첨단 사양을 적용해 기존 대형세단과 차별한 최첨단 럭셔리 대형세단”이라며 “대담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여유롭고 안락한 실내공간 제공해 운전자뿐만 아니라 탑승자의 품격과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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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표 디자인경영센터장, LG디자인 화두는 `미래`

5년후 내다보고 제품 개발할것, 기술만 아는 엔지니어는 빵점
교수출신 이건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이건표 LG전자 부사장이 "프라다폰"으로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의 선명함을 자랑하고 있다.
'소비자를 무서워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디자인 정신.'

이건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부사장)이 말하는 제품 디자인의 지향점이다.

디자인경영센터는 650여 명의 전문인력이 모인 LG전자 디자인 컨트롤타워다. 해외인력은 50여 명에 달한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서초R&D센터 외에도 뉴욕 도쿄 델리 베이징 런던 등 5곳에 해외분소를 두고 있다.

이 부사장은 LG전자 디자인에 대해 "모든 디자인은 사용자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디자인에는 사회 패러다임이 반영되기 때문이란다.

"1950~1960년대에는 소비자들이 인구통계학적 기준에 맞게 행동했어요. 남자는 블루를, 여자는 핑크를 좋아하는 단순한 구조였죠. 1970년대 들면서 소비자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이 사용자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요즘엔 파트너로까지 생각합니다. 집단지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동적 소비가 아닌 능동적 소비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디자인계의 거장 레이먼드 로위가 말한 'MAYA(Most Advanced Yet Accepted)'처럼 디자인은 사회구성원에게 수용 가능해야 한다. MAYA는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받아들여지는 디자인'이란 뜻을 담고 있다.

LG전자 디자인은 이 같은 소비자 중심 철학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출발한 디자인은 휴머니즘을 향해 달려간다.

이건표 부사장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등 개발자가 아닌 고객의 필요로부터 나오는 혁신을 강조한다.

그는 "이용자 경험(UXㆍUser experience)과 인간 감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LG는 창업주 때부터 '휴먼과 신뢰'를 강조했고, 디자인 방향 역시 '인간 본성 중심의 융합시대 리더'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디자인경영센터에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과 반응(시선, 뇌파측정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UX혁신디자인연구소가 운영 중이다. 해외 디자인 거점도 철저하게 고객과 인간 위주로 바뀌고 있다.

런던 디자인센터는 2~3년 후 시장을 선도할 선행디자인 개발기지로, 베이징과 뉴욕은 현지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디자인을 창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도쿄는 소재, 컬러 등을 통해 표면처리 디자인 기술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TV 베젤(화면 테두리) 두께를 1㎜까지 줄인 시네마 스크린과 매직 리모컨,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인 L-스타일에는 이 같은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

이 부사장이 바라보는 디자인은 현재가 아닌 미래다. "디자인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매년 나오는 신제품은 5년 이상 먼 미래를 보고 내놓습니다.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디자인은 '미래는 이럴 거야'를 현실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디자인에 있어서 협력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기술을 알고, 마케터와 엔지니어는 디자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지론이다.

이 부사장은 "기술을 모르고 디자인만 하면 단순한 작품만 나온다. 엔지니어도 디자인적 사고 없이 제품만 만들면 평범한 것만 나온다"고 강조한다. 디자이너들이 기획 단계부터 마케터, 엔지니어와 함께 제품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네마 스크린은 디자인경영센터와 HE사업본부가 협업을 통해 탄생시킨 디자인이다.

인간 중심 디자인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14개 제품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레드닷'에서 디자인상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5개가 늘어났다. 시네마 스크린을 적용한 시네마 3D TV 2종을 비롯해 매직 리모컨과 펜터치 TV, 울트라북 Z330, 3D 노트북 2종이 제품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 부사장은 중앙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제품디자인 석사를, 일본 쓰쿠바대에서 산업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5년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0년 8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영입된 교수 출신 경영자다.

상아탑에서 쌓은 지식과 네트워크를 살아 숨쉬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쓰기 위해 LG전자행을 택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LG 고위층의 강력한 추천과 권유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승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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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당 이어 소주'처음처럼'도 곤욕…SNS 루머에 기업 멍든다

제조과정 악의적 비방 인터넷 타고 일파만파

업주 동요·브랜드 치명상 결국 큰 비용 들여 해명


‘처음처럼에 대한 악의적 비방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타고 떠도는 악성 루머를 차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 ‘충격! 처음처럼 불법 제조 독인가? 물인가?’란 자극적 제목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것. 동영상은 케이블·인터넷 방송 소비자TV가 제작해 5일 낮 12시에 방송한 프로그램으로, 소주 ‘처음처럼’에 사용하는 알칼리 환원수는 ‘먹는 물’이 아니며 많이 마시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롯데칠성은 초기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처럼 유해성 논란은 출시 당시부터 수차례 제기된 것으로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안전성과 적법성에 대해 검증이 끝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2006년부터 처음처럼에 대한 악의적 비방을 유포해 대법원으로부터 2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김모씨가 있었다”며 “정면 대응으로 개인과 대기업이 싸우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도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롯데가 결국 지난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강력 대응’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19일 신문 광고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인터넷을 통한 음해 행위에 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을 천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매출엔 아직까지 큰 영향이 없지만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SNS과 인터넷을 통한 악의적 루머가 확산되는 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판매금액 일부를 국가안보 저해 단체와 인물에게 지원한다’는 악의적인 유언비어까지 나돌았고, 영업 현장에선 “업주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보고도 올라왔다.

SNS와 인터넷을 통한 미확인 정보와 악성 루머 유포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에는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이 거짓으로 판명난 ‘종업원의 임신부 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고, 올초에는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죠스푸드가 ‘CJ그룹 계열사’라는 뜬소문으로 엉뚱하게도 소비자들로부터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 사례”로 오인되기도 했다.

일부 악성 소비자(블랙 컨슈머)들이 SNS를 악용하면서 속앓이를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거나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일수록 사실 여부를 떠나 SNS를 통해 유포되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사실로 직격탄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SNS 정보는 빠른 시간에 빨리 공유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은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즉시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송태형/조미현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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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사장, 삼성의 롤모델 스웨덴 발렌베리家 만나다



삼성, 발렌베리 지배구조 배우고...발렌베리는 '한국 비즈니스' 탐구

'SEB 연차 콘퍼런스' 기업인 60여명 방한

李사장과 친분…中·日 이어 아시아 3번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최고운영책임자·COO)이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을 이끄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실다은행(SEB) 회장 및 발렌베리그룹 계열사 경영진 일행과 19일 저녁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렌베리그룹은 삼성이 한때 지배구조 등을 벤치 마킹하려던 기업이다. 재계에선 한국 사회에서 오너경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이 발렌베리 회장에게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조언을 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포괄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발렌베리 회장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SEB 연차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키스 매클로플린 일렉트로룩스 최고경영자(CEO),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CEO 등 60여명의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방한했다.

○이재용과 발렌베리 회동, 왜

1856년 엔실다은행으로 출발한 발렌베리그룹은 150여년간 5대에 걸친 가족승계에도 불구, 국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존경받는 가족경영기업의 표본이자 스웨덴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은 발렌베리가(家) 경영을 한때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려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3년 직접 이 사장(당시 전무)과 함께 발렌베리 가문을 찾기도 했고 이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을 현지에 파견해 지배구조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이자 가족경영의 모범 모델인 발렌베리그룹은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난데없이 불거진 상속재산소송 등으로 안팎으로 복잡한 이 사장이 조언을 구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B 연차 콘퍼런스를 한국 신라호텔에 처음 유치하는 데 이 사장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발렌베리 가문과 친분이 두터운 이 사장이 발렌베리 회장 일행이 한국을 찾자 저녁을 함께하는 것일 뿐”이라며 “회사 차원의 공식 행사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발렌베리 경영진이 한국 찾은 이유

올해 12회째를 맞는 ‘SEB 콘퍼런스’는 발렌베리그룹 경영진이 매년 주요 국가를 돌며 시장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여는 행사로 아시아에선 일본, 중국 등에서 열렸다.

콘퍼런스 일정을 조율한 관계자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궁금해하는 발렌베리가 경영진이 많아 한국에서 처음 포럼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경제·교육은 물론 산업 현황, 북한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주소를 제대로 소개할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오석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과 서남표 KAIST 총장, 이홍구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EAI·전 총리), 사공일 전 무역협회장, 류진 풍산 회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최고 전문가들을 연사로 초청한 이유다.

촘촘히 짜여진 시간표대로 진행된 콘퍼런스에서 발렌베리가 기업인들은 한국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기업 규제 동향과 글로벌 인재 수급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어떻게 단기간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는지도 궁금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사장단 가운데선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유일하게 연사로 나섰다. 한 관계자는 “GE 사장을 지낸 데다 삼성이라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금융,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점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라며 “삼성과의 협력을 모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날 저녁 이재용 사장과 발렌베리 회장 일행과의 만찬에도 참석했다.

김수언/이유정 기자 sookim@hankyung.com

 

발렌베리 어떤 기업인가…스웨덴 '존경받는 가족기업' 에릭슨 등 100여곳 경영참여

5대 걸쳐 150년간 이어져 스웨덴 GDP의 30% 차지

후계자 직접 주식 갖지 않고 지주회사 인베스터가 보유


발렌베리는 스웨덴 최대의 재벌 가문이다.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 세계적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산업공구 리더인 아트라스콥코, 전투기를 생산하는 사브, 엔지니어링의 강자 ABB, 스웨덴 왕가의 은행 스톡홀름엔실다은행(SEB),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등 스웨덴·유럽지역 주요 기업 13곳을 지배한다. 투자회사, 손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00여개 기업 경영에 참여한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스웨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발렌베리에서 나온다. 종업원은 40만명으로 스웨덴 인구의 4.5%에 이른다. 삼성그룹 매출이 한국 GDP의 22%(2010년 기준)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웨덴 경제의 ‘발렌베리 의존도’가 더 높다.

1856년 오스카 발렌베리가 스톡홀름에서 엔실다 은행(현 SEB)을 창업하며 시작해 지금까지 5대에 걸쳐 150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등 발렌베리의 후계자들은 직접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기업 주식은 1916년 SEB에서 분리된 투자회사 인베스터가 보유한다. 지주회사인 이 회사를 발렌베리가의 공익 재단들이 소유하는 형식으로 발렌베리가는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크누트 앤 앨리스 발렌베리 재단, 마리앤느 앤 마르쿠스 발렌베리 재단, 마르쿠스 앤 아말리아 발렌베리 재단 등이 인베스터 의결권의 52.9%를 갖고 있다.

각 기업은 이익을 인베스터에 배당하며 이 돈은 최종적으로 4개 공익재단으로 귀속돼 교육 연구개발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인다. 발렌베리가 사람들은 계열 기업, 재단에 재직하면서 급여를 받을 뿐이다.

발렌베리의 경영권 대물림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스웨덴의 법이 큰 몫을 한다. 스웨덴은 1주에 1표 의결권을 갖는 A주식과 1주에 10분의 1~1000분의 1의 의결권만 인정하는 B주식을 두고 있다.

발렌베리가의 인베스터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A주식을 소유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만 봐도 1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26.6%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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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플랫폼 대신 레고방식으로 車 생산"



엔진 등 부품 덩어리째 가져와 특성 맞춰 조립

최신기술 모든 신차가 공유…생산비 20% 절감


독일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의 대외 홍보물에는 최근 들어 ‘모듈 아키텍처’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엔진 등 주요 부품을 덩어리째 가져와 조립한 것을 말한다. 용도와 사용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부품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속하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난감 블록처럼 부품을 규격화해 필요에 따라 뗐다 붙였다 하는 방식이라는 뜻에서 ‘레고식 생산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레고 방식으로 신흥국 시장 공략

이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모터쇼.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그룹의 장기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신 기술을 모든 신차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차 브랜드인 ‘아우디’부터 신흥국 저가 차량인 ‘스코다’까지 모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차량을 개발한다는 것은 곧 신형 ‘플랫폼’을 만든다는 얘기와 동일했다. ‘차대’라고 번역되는 플랫폼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브레이크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의 기본 골격이다. 아우디에는 아우디만의 플랫폼이 존재했고, 소형 차량은 거기에 맞는 플랫폼이 따로 있었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이 팽창하면서 기존 시스템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신흥국은 선진국 시장과 달리 나라마다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이 제각각이다.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도 들쭉날쭉이다. 매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신흥국 시장에 맞는, 좀 더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고민하던 독일 자동차메이커들이 꺼내든 카드가 ‘레고식 생산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마력이 높은 자동차를 선호하는 시장을 공략할 경우 예전처럼 신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차량에 ‘터보차저(turbo charger)’라는 고출력 장치를 덧대는 식으로 대응한다. 폭스바겐은 레고식 생산방식이 정착될 경우 신차 개발비용이 종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일본 자동차회사

일본 자동차메이커들도 벤치마킹에 나섰다. 도요타는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부품 규격을 통일하는 설계 개혁에 착수했다. 닛산자동차도 엔진 등 주요 부품의 디자인을 가능한 한 단일화해 개발비용을 27%까지 줄일 계획이다.

친환경 차량 시장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레고식 생산시스템’에 주목하는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레고식 생산방식은 일본 자동차메이커가 사활을 걸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했기 때문에 생산구조가 복잡하다. 반면 레고식 시스템은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환경오염 물질 제거 장치를 탈착하는 방식이어서 생산비용이 적게 든다. 미즈호은행은 “2020년이 되면 중국 시장의 3분의 1가량이 친환경 차량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래 친환경 차량의 대중적인 모델이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자동차가 아닌 레고식 차량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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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폭스바겐·닛산 '글로벌 질주' 비결은…



닛케이 '3사 경쟁력' 분석

“정몽구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현대자동차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현대차, 폭스바겐, 닛산이 잘나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현대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신문은 “현대차는 동급 다른 차량에 비해 최대 20% 저렴하다”며 “한때 일본차를 철저히 베끼며 품질 개선을 해온 현대차가 이젠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밖에 창의적인 사고와 스피드 경영으로 회사를 성공시킨 인물로 페르디난트 피에히 폭스바겐 회장과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현대차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일 스위스 2012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한 정 회장은 유럽 판매 확대를 위해 회사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24시간 남짓 머물면서 그는 유럽 현지 직원들과 두 차례나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유럽 시장의 판매·마케팅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재정 위기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유럽 시장에서 사업 축소가 아니라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정 회장의 ‘가쿠바리(逆張り·역발상)’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정 회장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며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축소하려는 일본 업체들은 그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후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사업 축소에 나섰다. 하지만 현대차는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시장 확대 전략을 구사했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과 함께 주목해야 할 인물로 지목된 피에히 회장은 차량의 ‘다운사이징’을 처음으로 실현한 인물이다. 다운사이징이란 차량의 엔진 크기를 작게 해 차체 무게를 가볍게 하는 기술이다. 엔진은 작지만 출력 및 연비 효율은 일반 차량과 같거나 더 좋아 개발에 어려움이 따른다. 1970년대 초 피에히 회장은 폭스바겐 소형 차량의 다운사이징을 지시했다. 사내 반발은 거셌다. 실패 확률은 높았고 만만치 않은 연구 비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에히 회장은 이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현재 폭스바겐은 다운사이징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인정받는 이유는 다운사이징이라는 강력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도요타, 혼다는 지금도 다운사이징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 CEO는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엔고 등의 영향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자 국내 생산을 과감히 줄였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만큼 지시도 단순 명료하다.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서류를 파기하면서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부하직원에게 맡긴다. 니혼게이자이는 “닛산이 지난해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판매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시장 변화에 잘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결정이 느린 일본 업체들은 곤 CEO의 스피드 경영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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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올레 2기' 스타트…"콘텐츠·IT솔루션 유통社 변신"


KT는 19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올레경영 2기’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김진식 유스트림코리아 사장(왼쪽부터), 변진석 KT이노츠 사장, 이석채 KT 회장, 한재선 넥스알 사장, 이한대 싸이더스 FNH 사장, 김길연 엔써즈 사장 등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 비전을 이끌어갈 주역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KT제공

CEO 투데이 - KT 신사업 전략 발표

'가상 재화' 플랫폼 선점

올해 투자 20% 이상 확대

"통신비 비싼건 단말기 탓"

휴대폰 제조사에 직격탄


“통신망 위에서 다양한 ‘가상 재화(virtual goods)’를 유통하는 신사업을 육성해 KT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

이석채 회장은 19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올레경영 2기’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간의 경영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장에 연임된 뒤 처음 공개석상에 나선 이 회장은 ‘글로벌 미디어 유통업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가상 재화’라는 화두를 언급했다. 가상 재화란 음악 동영상 전자책 정보기술(IT)솔루션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그는 “디지털 기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실체가 있는 재화(physical goods)’에서 ‘가상 재화’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규 투자 20% 이상 늘린다”

이 회장의 올레경영 2기 전략은 미디어 유통사로의 체질 변화, 글로벌 진출, 이를 위한 공격적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가상재화 유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장은 “통신 분야는 여전히 KT가 최고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의 IT를 리드할 수 없다”며 클라우드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 IT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 등 7개 영역을 신성장 사업군으로 제시했다. KT의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7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신사업 관련 인력을 전체의 15% 선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계획도 공격적으로 잡았다. 그는 “올해 신규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적어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최근 사내에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은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 투자 재원을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 너무 비싸다”

KT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서비스가 시작된 차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해 “4월 말 정도면 전국망 구축이 완료될 것”이라며 “이후에 벌어질 네트워크 속도 경쟁에서 충분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는 LTE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LTE 신규 가입자 숫자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훨씬 뒤처져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 스마트 TV 접속 제한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해 만든 네트워크를 일부 이용자들이 독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누구나 골고루 돈을 내면서 공평하게 이용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요금 인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휴대폰 제조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통신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단말기 가격 때문”이라며 “국내 제조사들이 휴대폰 가격을 해외보다 국내에서 훨씬 비싸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회장은 “요금 통지서를 보면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돼 있는데 이 비중이 계속 올라가는 바람에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조귀동 기자 wonkis@hankyung.com

'KT 플랫폼' 올라탄 벤처 5인방

클라우드 컴퓨팅·동영상 검색…

"구글 한번 이겨보자" 의기투합


“구글 이기는 회사를 만들자는 얘기에 KT에 합류했습니다.”

지난해 말 KT에 인수된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의 김길연 사장은 19일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KT 신성장동력 5인방 중 한 사람으로 간담회에 참가했다.

김 사장은 자신이 힘들여 키운 엔써즈를 KT에 팔게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작년 봄 어느 날,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와 김일영 KT 부사장이 갑자기 찾아와 ‘구글을 이길 수 있는 회사를 같이 만들어 봅시다’고 제안해 왔어요. 뜻밖이었지만 그 큰 뜻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KT와 소프트뱅크가 김 사장을 찾아왔을 당시 그는 서비스와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동영상 검색 기술과 세계 최대 한류 커뮤니티 숨피를 운영하면서 네트워크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했지만 벤처기업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김 사장은 “내심 동영상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어 잘하면 유튜브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KT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 무척 놀랐다”고 전했다.

김 사장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신성장동력 5인방은 모두 글로벌 진출의 꿈을 안고 KT와 손을 맞잡은 벤처 기업인들이었다. 김진식 유스트림코리아 사장은 한류를 통한 동영상 플랫폼의 세계화라는 꿈을 갖고 있고, 한재선 넥스알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 기술로 세계 무대 진출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이한대 싸이더스 FNH 사장은 콘텐츠 유통 분야에서, 변진석 KT이노츠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각각 특화돼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특히 이한대 사장을 소개하며 “사실 KT는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 FNH를 인수해놓고도 영화 사업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지난해 이 사장이 나를 불쑥 찾아왔다”며 “미래 콘텐츠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의 통찰력에 반해 이 사업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회장과 대면했던 이 사장의 직책은 KT 미래전략실 과장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3년간 스마트폰을 도입하고 IPTV 사업에 진출하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크린 숫자를 늘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콘텐츠와 솔루션,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5인방이 있기에 2015년 그룹의 비전을 ‘글로벌 미디어 유통업체’로 설정할 수 있었다”며 이들을 치켜세웠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이석채 `통신 KT` 30년역사 흔든다

"국내 통신사업 미래없다"…동영상콘텐츠ㆍ글로벌 중심으로 재도약

이석채 KT 회장의 '글로벌 미디어 유통 그룹' 비전 발표는 지난 30년간의 KT 역사를 뒤흔드는 변화를 의미한다.

KT의 경영 2기 비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동안 KT를 성장시킨 '통신ㆍ내수'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콘텐츠ㆍ글로벌'을 중심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간담회에서 언급된 'PCWW, B스카이B, 싱텔' 등 해외 기업들을 통해 KT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이들은 통신사업으로 시작해 미디어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신사였던 홍콩의 PCWW는 이제 IPTV 등 미디어사업에 주력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고 영국의 B스카이B는 방송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인프라와 콘텐츠가 융합한 미디어 회사가 됐다는 설명이다. 전체 매출 중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싱텔도 롤모델 중 하나라는 게 KT의 설명이다.

KT는 그동안에도 통신이 아닌 융합사업에서 수익을 거두겠다는 '탈통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존 탈통신 산업의 경우 클라우드컴퓨팅, 광대역통합망, U시티 등 KT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사업에 그쳤다.

여전히 통신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만큼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고, 수익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번 선언은 무게중심을 아예 네트워크에서 콘텐츠로 옮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동영상과 애플리케이션(앱) 등 콘텐츠의 경우 유튜브나 앱스토어 등 플랫폼 하나만 잘 만들어놓으면 자연스럽게 해외로 수출되고 마진도 실물보다 훨씬 크다.

한번 투자해 놓으면 계속 응용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만화 하나가 영화, 게임 등으로 무한히 확장해나갈 수 있다. KT는 이런 비전 실현을 위해 인수, 투자 등을 지속해왔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공동 투자해 동영상유통업체 유스트림 코리아를 설립해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있고, 한류 콘텐츠 검색엔진 숨피를 개발한 엔써즈도 인수했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KT의 IPTV와 결합해 경쟁력 결합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지니, FNH싸이더스 등을 키웠고 이를 전 세계에 전달할 IT솔루션 확보를 위해 넥스알 등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도 KT그룹으로 맞아들였다.

이 회장은 "가상상품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했고 여기서 KT가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했다"며 "이 모든 준비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KT가 가상상품 시장을 빨리 만들고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가에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KT가 콘텐츠와 글로벌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 통신사업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통신시장은 고착된 경쟁구도, 통신비 인하 요구 등으로 인해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식 아래 이석채 회장의 경영 2기 비전에 '통신'이라는 키워드는 아예 전면에서 사라졌다.

실제 KT의 2011년 4분기 총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7%, 전분기보다 44.3% 줄었다. 지난해 KT 무선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유선ㆍ인터넷전화로 구성된 전화 매출은 같은 기간 12.1%나 떨어졌다.

이 회장 역시 간담회에서 "지속적으로 요금을 내렸지만 비싸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단말기 값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해외에서 400~500달러에 파는 단말을 국내에서는 900달러에 출고하는 식의 정책을 버려야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유통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황지혜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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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삼성전자, 인터넷서 나온다

"인터넷 세상에선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거의 공짜로 열려 있다. 제2의 삼성전자는 바로 인터넷경제에서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 사업, 특히 인터넷 사이트에선 대기업 계열이 거의 없다. 인터넷경제의 특징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온라인 사업에서 대기업이 맥을 못 추는 이유를 중소기업의 변화 대응속도가 대기업보다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과 달리 '과장-부장-임원' 라인 결재가 필요 없는 중소기업의 강점이 인터넷상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얘기다.

제2의 삼성전자는 바로 이런 인터넷경제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메신저 기능으로 출시 1년 만에 42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들여 아성을 구축한 카카오톡 같은 업체가 제2의 삼성전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짙다.

인터넷경제는 이제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신흥시장이 됐다. 희망적인 것은 인터넷경제가 모두에게 기회가 열린 '평평한 세계'란 점이다.

BCG가 전 세계 5600개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마케팅ㆍ영업ㆍ고객ㆍ납품업체와의 소통에서 인터넷 활용도가 높은 기업 수익은 지난 3년간 6% 성장했다. 반면 인터넷 활용도가 저조하거나 전무한 기업은 수익이 오히려 5% 줄었다.

인터넷 활용도가 높은 기업 가운데 94%는 지난 3년간 일자리가 계속 늘었지만 그렇지 않은 78%만 일자리가 늘어났다.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중소기업들의 국제적인 판매는 다른 기업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 인터넷경제 비중 세계 2위

웹세상이 브릭스보다 기회많아

세상이 인터넷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2016년이면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3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주요 20개국(G20)만 따져도 22억명에 달해 2010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중국 인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인구가 '인터넷경제' 내에 존재하는 셈이다.

BCG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인터넷경제 규모(e-GDP)는 750억달러로 1위인 미국, 2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인터넷경제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 영국과 한국은 10년 내에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분의 1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 영국 중국 등과 함께 인터넷경제 선진국(Native)이다. 호주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이 개도국(Player),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등은 후진국(Laggards)으로 분류된다. 인터넷경제에선 한국이 G20를 뛰어넘어 G2(주요 2개국)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경제는 미래 성장률도 8%를 넘어 어떤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5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인터넷을 쓰는 비율이 22%에 달한다. 이들이 5년만 지나면 소비계층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최인혁 BCG 서울사무소 파트너는 "인터넷경제를 '브릭스' 같은 하나의 시장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단순히 인터넷으로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거나 구매를 유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구조를 당장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경제에는 예측이 쉽지 않은 변수가 숨겨져 있다. 바로 온라인 검색 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ROPOㆍResearch online Purchase Offline)다. ROPO 가치는 현재 1조3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구분 없이 생활해 온 10대나 20대 초중반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소비에 나서면 오프라인 규모는 줄면서 지금까지 유통업ㆍ서비스업 지표로 잡히던 상당 부분이 인터넷경제로 편입이 가속될 게 분명하다.

존 도나호 이베이 최고경영자(CEO)는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에서 "모바일 기기가 전자상거래와 일반 소매시장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며 "경계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BCG가 한국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인터넷과 평소 생활습관 가치를 조사한 결과도 흥미롭다. 10명 가운데 7명(69%)이 '인터넷을 끊는 대신 1년간 술을 끊겠다'고 답했다. 중독성이 강한 술을 1년간 안 마셔도 될 만큼 인터넷 가치가 크다고 느낀다는 것. 1년간 섹스와 샤워를 하지 않겠다는 답도 각각 41%, 25%나 나왔다.

개인이 1년간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얻은 가치가 824달러(약 92만9000원)라고 봤다. 여기서 인터넷 이용을 위해 투자하는 이용료ㆍ콘텐츠 구입료 등 관련 비용을 빼면 453달러(약 51만원)다. 쉽게 말해 1년간 인터넷을 쓰지 않는 대가로 51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한국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 가치를 연 96달러, 이메일은 87달러, 온라인뱅킹ㆍ투자는 74달러로 평가했다. 또 일주일에 4.5시간을 인터넷 검색에, 2.8시간을 새로운 사이트에 할애하는 등 인터넷 이용 시간은 총 29.2시간에 달했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어릴 때부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이용했던 '모바일 네이티브'들은 모든 게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경제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터넷경제 급성장은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에도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온다. BCG는 이를 '3E'로 요약했다. '거대한(Enormous), 어느 곳에서나(Everywhere), 기회가 열려 있는(Enable) 환경'이란 의미다. 어떤 산업도 인터넷의 영향을 피할 수 없고 개발도상국도 선진국 못지않게 성장 주역이 될 수 있다.

기업 대응 전략도 종전과는 다르다. 대기업은 체계화된 시스템보다 '적응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온라인ㆍ디지털 환경을 이해하는 의사결정자들을 발탁해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고객과 양방향 소통'도 필수다. 홈페이지에 상품 소개만 나열하는 현행 전략으론 도태되기 십상이다.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와 항상적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장종회 기자 / 황지혜 기자 /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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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족벌기업 가족간 분쟁, 아시아 경제마저 위협"

[ 뉴스1 제공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삼성을 비롯한 아시아의 족벌기업들이 가족간 분쟁으로 기업의 주가는 물론 아시아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삼성,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대만의 포모사 등 아시아의 거대 족벌기업들이 집안싸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BBC방송이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아시아의 상장기업 가운데 족벌기업은 절반을 차지하고 현지 주식시장의 1/3을 책임지며 수백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아시아 족벌기업들은 일본, 유럽,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의 주요 기업들이 금융위기에 잔뜩 움츠리는 동안 신흥시장을 주도한 핵심 성장엔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세계2차대전 이후 기업을 창립했던 아시아 재벌 1세대들이2,3세대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아시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족벌기업들이 상속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시아의 많은 족벌기업들이 후세대로 권력이양을 위한 계획을 이행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불확실성이 짙어진 것은 물론 재벌가 불화로 인해 기업가치 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출처 크레딧스위스 News1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족벌기업의 권력승계에 대해 연구하는 조세프 펑 홍콩중문대 재정회계학 교수는 BBC방송에 "아시아 창업가는 뛰어난 사업감각을 자랑한다. 그러나 승계라는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이건희 삼성 회장은 형 이맹철과 누나 이숙희의 유산상속 소송건에 휘말렸고 대만 최대 석유화합업체 포모사도 창립자 왕융칭의 사망으로 자식들간 상속재산을 놓고 끊임없는 분쟁이 일고 있다.

대만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왕 회장이 4명의 부인 사이에 낳은 자녀 12명이 유산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 최대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 회장도 동생 아닐과 5년간 재산분할을 놓고 '형제의 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홍콩에서 발생한마카오 '카지노의 왕' 스탠리 호의 재산을 둘러싼 가족분쟁도 연일 현지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아시아 기업갑부들이 현재 대부분 80~9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족벌기업들의 가족 구성원간 분쟁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펑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족벌기업들이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심각한 (경제저하)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족벌기업의 주가에도 변동을 줄 수 있다고 펑 교수는 전망했다.

펑 교수는 "최근 권력승계를 시작한 아시아의 250여개 족벌기업의 주가를 추적해 본 결과 권력 승계를 시작한 처음 3년간 주가는 이전에 비해 60%까지 떨어졌다"며 "족벌기업의 후세대는 창립자의 카리스마나 기술 등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족벌기업의 최대 과제는 다음 세대에 (창립자의) 무형 자산을 넘겨 주는 일"이라며 "모두가 홍콩최대 재벌 리카싱처럼 집을 지을 수 있겠지만 리카싱과 똑같은 명성이나 정치적 인맥을 보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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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유통가는 ‘슬럼프(slump)’ ?

올해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슬럼프(slump)’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번가는 19일 ▷1인가구 증가(solo economy) ▷런던 올림픽(London) ▷독특함(Unique) ▷다양한 유통 채널 활용(multi-channel) ▷고급화(premium) 등의 앞글자를 모은 단어 ‘슬럼프(slump)’를 올해 유통가 트렌드를 설명할 키워드로 제시했다. ‘슬럼프’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경기 불황이 유통가에 미칠 영향도 함축하고 있다.

11번가는 우선 1인가구의 증가가 올해 유통가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11번가의 소형 가전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5%나 증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태환 선수가 착용한 ‘닥터드레’ 헤드폰이 불티나게 팔린 점 등을 감안할 때 오는 7월 열릴 런던 올림픽이 스포츠용품이나 식품 등 관련 상품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별화된 상품(unique)과 관련해선 저가 가전경쟁이 예상됐으며, 업태 간 뚜렷한 구분 없이 다양한 유통 채널을 넘나드는 소비자들에 맞춰 유통업체의 다채널 확보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불황일수록 고가(premium)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유통가의 법칙은 올해도 유효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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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 스타트…공공기관 '초긴장'



공공요금 못올린 에너지기업 실적 '전전긍긍'

'자리' 걸린 기관장 대상 '사설 컨설팅' 제안도


한 대형 공기업의 성과관리팀에 근무하는 A씨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앞두고 걱정거리가 생겼다. 지난해 경영 성과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대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주로 사다 쓴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된 ‘사회공헌’ 지표와 평가 비중이 커진 ‘정부 권장정책 평가’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작년에 중소기업 제품을 더 많이 써야 했다.

○에너지 공기업 전전긍긍

공공기관 평가단은 109개 공공기관에 대한 방문 실사를 19일 착수했다. 다음달 27일까지 개별 기관에 대한 평가를 마친 뒤 5월 중순까지 보고서 초안을 만든다.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 평가 실사에 대비해온 공공기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6월 발표가 나오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연임 여부는 물론 임·직원의 성과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영실적 부문에선 작년 경기 둔화와 공공요금 인상 억제 여파로 전년보다 실적이 나빠진 곳이 많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했는데도 판매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전긍긍이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작년에 전기요금이 매우 낮게 책정돼 팔면 팔수록 밑지는 구조였다”며 “리더십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이 있긴 하지만 물가안정 정책 때문에 경영실적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영평가 컨설팅 장사마저…

경영실적 보고서를 만들고 평가단 실사 준비에 ‘올인’하는 관행은 올해도 여전하다. 한 농업 관련 공공기관은 지난 1월 실적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아예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성과관리팀은 물론 재무팀 등에서 13~14명을 차출했다.

이 공공기관 관계자는 “TF팀에서 두 달간 작성한 실적보고서를 토대로 평가단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기 위해 내용을 모두 숙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기관장들을 상대로 한 ‘컨설팅 장사’마저 등장하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사장은 “사설 학원에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한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홍보 이메일이 여러 차례 날아왔다”며 “(경영실적 평가의) 취지와 달리 일부에서는 사업처럼 인식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소명 기회 부족하다” 불평도

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벌어지는 ‘과열’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개선 조치를 마련했다. 예컨대 실적보고서 분량을 작년 500페이지에서 올해 300페이지로 줄이도록 했다. 평가단이 기관을 방문했을 때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프레젠테이션(PT)도 없애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올해 실적보고서를 200페이지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와 보고서 작성 시간은 작년에 비해 줄었다”며 “PT도 하지 않으니까 실사에 대비하는 서류 작업이 줄어든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실적 등이 부진한 일부 공공기관은 “충분히 소명할 기회와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공기업 담당자는 “평가지표 수가 줄어든 데다 보고서 분량마저 줄여야 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며 “실적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500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했는데 갑자기 300페이지로 줄이라고 해서 요약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서보미/이정호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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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의 돌아온 탕아" FT, 서정진 회장 집중조명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서정진(55∙사진) 셀트리온 회장을 한국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소개했다.

FT는 19일 '한국 바이오산업의 돌아온 탕아(Korea's biotech comeback ki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의 실업자 신세에서 부과 10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의 회장으로 우뚝 선 그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FT는 재벌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기업인이 맨주먹으로 창업과 수성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의 성공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외환위기 당시 대우자동차에서 명예퇴직을 당한 서 회장이 사업 구상을 위해 하루 숙박료 70달러인 미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 묶으면서 우연히 바이오 복제 의약품(바이오시밀러)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된 것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독학으로 수백 권의 의학 관련 책을 탐독하고 전세계 의약산업 전문가들을 만나고 다녔으며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바이오시밀러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서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통 4년이 걸려야 이룰 수 있는 것들을 1년 안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의 주식가치는 4조3,80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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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쌓아둔 현금 100조원…어디에 쓸까

사상 첫 배당금 지급관심…트위터 인수 등 M&A 나설수도

애플 현금유동성이 1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애플이 가지고 있는 현금과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유동성은 총 976억달러(약 109조원)에 달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ㆍ9862억달러) 10분의 1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일각에서는 애플 현금유동성이 미국 정부 현금유동성보다 더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패드 아이폰 등 글로벌 히트 상품이 캐시카우 노릇을 하면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현금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더 많은 돈이 애플 곳간에 쌓일 것이라는 얘기다. 애플은 2012회계연도(2011년 9월~2012년 3월)를 시작하자마자 1분기에만 매출 463억달러와 131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주부터 아이패드3 판매에 들어가면서 올해 전체적으로 75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추가 창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그동안 시장에서는 애플이 천문학적인 현금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가 지대한 관심사였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사내에 쌓아놓은 현금을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배당금 형태로 주주들에게 돌려준다. 애플 현금유동성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당연히 애플 주주와 투자자들은 경영진에 대해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주주들 배당 요구를 외면했다.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넘는 미국 상장기업 중 배당금을 주지 않는 회사는 애플과 구글뿐이다. 잡스가 배당금 지급을 끈질기게 거부한 것은 현금 부족에 시달렸던 1990년대 긴축 경영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경쟁력인 IT기업은 배당보다는 여유분 자금을 연구개발 쪽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신념도 작용했다.

또 잡스는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 덩달아 주가가 상승하고 결국 주주들이 주가 차액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배당을 반대했다. 실제로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5% 급등해 585.57달러까지 올라 주주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잡스 사망 이후 애플 내에 변화가 생겼다. 잡스 사후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연례 주주총회 때 배당금 지급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당시 쿡 CEO는 "솔직히 말하면 현금유동성 규모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수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8일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ㆍJP모건체이스ㆍ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 전망을 인용해 19일 애플이 현금 활용 방안을 발표할 때 배당금 지급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배당금 수준은 다른 대형 IT기업이 지불하는 수준을 감안해 주당 2달러 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배당주가 되면 주가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다수 가치펀드는 배당금을 주지 않는 기업 주식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배당주에만 투자하는 배당주 뮤추얼펀드는 원천적으로 애플과 같은 비배당 주식 투자가 금지된다. 하지만 애플이 배당금 지급을 개시하면 가치 펀드와 배당주 펀드가 새롭게 애플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수요 기반이 확대되면 그만큼 주가가 힘을 받게 된다.

자사주 매입도 거론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 주식 수가 줄면 그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커질 수 있다. 넘쳐나는 현금유동성을 대규모 인수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연구개발 자금으로 돌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 모바일 운영체체 iOS를 사용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를 애플이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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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울 일만 생기는 씨티…웃음 끊이지 않는 JP모건



배당 확대 욕심 낸 씨티

스트레스 테스트 불합격 굴욕

무리한 투자로 실적 부진

주주들 항의 전화 빗발 상업은행 1위 된 JP모건

작년 190억달러 순익

탄탄한 실적 덕에 배당 확대

CEO 당당히 보너스 챙겨


미국의 대표적 상업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JP모건체이스는 가볍게 통과했지만 씨티그룹은 4대 대형 상업은행(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중 유일하게 불합격하는 굴욕을 당하면서다. 이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고 있는 반면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CEO는 빗발치는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배당금이 가른 운명

씨티그룹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건 배당금 확대 계획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배당을 거의 하지 못했던 미국 대형 은행들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Fed로부터 배당 확대 승인을 받는 기회로 생각해왔다. 문제는 씨티그룹이 너무 많은 배당금 확대 계획을 제출한 것. 시장에서는 씨티그룹이 배당금 지급이나 주식 환매 등 자본 환원에 최대 100억달러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서를 Fed에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핵심 자기자본비율은 5.9%로 Fed의 통과 기준 5%를 넘는다. 하지만 배당금 확대 등 자본지출 계획으로 이 비율이 4.9%로 낮아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판디트 CEO는 말만 앞서는 ‘허풍쟁이’로 전락했다. 테스트 불합격으로 올해 배당금 확대는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씨티는 2009년부터 배당금을 주당 16센트에서 1센트로 대폭 삭감했다. 판디트 CEO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에는 주주들을 위한 자본 환원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가장 실망한 건 배당금 확대를 기대하던 주주들이다. 대주주인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최근 “판디트 CEO로부터 올해는 배당금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알왈리드 왕자를 비롯한 주주들로부터 판디트 CEO에게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당당한 제이미 다이먼

반면 지난해 자산 기준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치고 미국 1위 상업은행에 등극한 JP모건체이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했을 뿐 아니라 배당금 확대 및 주식 환매 계획도 당당히 발표했다.

자신감 뒤에는 탄탄한 실적이 있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190억달러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에 비해 9%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규모 수익 감소나 적자를 경험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은 줄었지만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등 소비자 금융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경쟁 은행의 CEO들은 수익 감소와 여론 악화로 지난해 보너스가 크게 줄었지만 다이먼 CEO만큼은 2010년과 똑같은 1700만달러어치의 주식 보너스를 받기도 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1억7000만달러(주당 38센트)로 전년 동기의 13억1000만달러는 물론 주당 50센트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판디트 CEO가 과도하게 투자를 늘린 탓으로 보고 있다. 매년 비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판디트 CEO는 지난해 36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보너스로 받아 다이먼 CEO에게 크게 못 미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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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압구정…지방에선 부산 서면만 톱10 진입

10대 상권중 8곳이 강남구 전체 매출의 23%에 달해
강남-선릉-삼성 2호선 라인年매출 10조…최고 상권축

◆ 대한민국 100대 상권 ① ◆

강남역, 압구정역, 신사ㆍ논현역, 학동사거리….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10대 상권에 포함되는 서울 강남구 상권들이다. 매일경제신문과 SK텔레콤 ICT사업팀 지오비전 상권분석 서비스가 조사한 한국 100대 상권 분석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강남 상권의 힘이다. 초거대상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지역 대부분이 강남구에 위치했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강남구 상권은 모두 8개. 특히 1~4위가 모두 강남구에 있는 상권이었다. 강남역 북부 상권(강남역 사거리에서 한남대교 방향)과 강남역 남부 상권(양재역 방향)이 각각 1ㆍ3위를 기록했다. 2위인 압구정역 상권의 연매출은 3조7116억원으로 추정됐고 4위는 신사ㆍ논현역 상권(2조6152억원)이었다.

10위 안에 든 강남구 상권의 연매출을 합치면 20조6241억원에 달한다. 100대 상권 전체 매출의 23%에 달하는 수치다.

북적이는 명동 18일 주말을 맞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서울 명동역 주변이 북적거리고 있다. <이충우 기자>
10위권에 든 상권 중 서울 강북에 위치한 곳은 5위에 이름을 올린 종각역 상권(2조4386억원)이 유일했고 지방에서는 부산 서면역 상권(1조6242억원)이 가장 높은 순위인 8위를 기록했다. 각종 점포가 풍부한 강남권에서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 지역의 구매력이 높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 강북에 비해 강남 상권 팽창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구매력이나 유동인구, 업소 집중도 등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이 아무래도 강남에서 지갑을 열기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남상권 중심에는 강남역이 있다. 주변 여러 상권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10대 상권에 강남역ㆍ선릉역ㆍ삼성역이 포함됐다. 2호선 강남역~선릉역~삼성역으로 이어지는 상권이 한국에서 강력한 소비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상권의 연매출 합계는 10조4387억원에 이른다. 한국의 최고 수준 상권축으로 분류될 만하다. 강남역 인근에 있는 교대역까지 연결할 경우 상권 규모는 더 커진다. 이 지역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 사무실이 밀집해 있어 구매력이 높은 유동인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엑스몰 등 소비시설이 풍부하고 지하철 2호선을 끼고 있고 분당 등에서 진입하는 교통편도 풍부한 편이다.

강남역 상권 인근에는 논현ㆍ신사역과 학동역 등도 있다. 신사ㆍ논현역이 100대 상권 중 4위, 학동역이 7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한국 최고 수준의 광역상권으로 불릴 만하다. 신사ㆍ논현역과 학동역은 또 전체 2위에 오른 압구정역과 연결돼 메가상권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세 상권의 매출을 합치면 8조741억원에 달한다.

100대 상권 조사에서는 서울ㆍ수도권 상권으로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00대 상권 중 서울ㆍ경기ㆍ인천에 있는 곳이 73개에 달한다. 특히 이들의 연매출을 모두 더하면 71조4684억원의 100대 상권 전체 매출의 79%에 달했다.

신도시 상권들의 부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15위에 오른 경기 분당 서현역이나 야탑역, 경기 고양 주엽역, 경기 부천 중동사거리 등이 그것이다.

서현역은 분당의 소비중심으로 불리고 있으며 쇼핑시설 등이 풍부해서 젊은층 발걸음이 잦다. 야탑역에는 터미널을 중심으로 여러 소비시설을 갖춘 상권이 형성돼 있다.

지방에서는 부산ㆍ대구 상권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8위로 지방상권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부산 서면이 눈길을 끈다. 서면은 전통적으로 '부산 상권의 1번지'로 불리던 곳이다. 서면의 가장 큰 특징은 부산 중심부에 있고 부산지하철 1ㆍ2호선이 지나기 때문에 여러 방향에서 접근이 쉽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쇼핑ㆍ여가시설과 음식점ㆍ유흥주점 등이 몰려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서면은 여러 연령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서면은 또 성형외과 등이 많아 부산 의료관광의 핵심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일본ㆍ중국 관광객 등이 서면에서 의료시술을 받고 쇼핑 등도 즐기기 때문이다. 부산시도 서면을 의료 관광지로 키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중에는 전북ㆍ제주 등에서 100대 상권에 포함되는 곳이 나오지 않았다.

100대 상권은 전반적으로 사무실이 밀집해 있거나 교통의 요지에 위치했다. 매출면에서는 계절 분포가 고른 특성도 보인다. 예를 들어 강남상권 북부의 경우 봄, 여름, 가을, 겨울 매출 비율이 각각 24.3%, 24.3%, 23.1%, 28.2% 등으로 나타났다.

100대 상권에서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연령대는 30ㆍ40대로 분석됐다. 100대 상권 중 30대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49개에 달했다. 학동역, 압구정역, 신사ㆍ논현역 등 강남의 젊은 상권이 여기에 속한다.

[김규식 기자 / 손동우 기자 / 채종원 기자]  

강남·압구정·종각역등 年매출 높은곳

30대 청년층 많이 왔다갔다
20대는 신촌등 대학가 10대는 야탑ㆍ안양역등 수도권 중심지로 몰려
유동인구 연령별 구성

◆ 특별 기획 대한민국 100대 상권① ◆

한국 100대 상권의 유동인구는 연령별로 어떤 특징을 보일까.

전반적으로 100대 상권의 유동인구는 40대 비율이 높은 게 특징이지만 30대 비율이 많은 곳이 매출 면에서는 강점을 보였다.

또 30ㆍ40대 유동인구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이동ㆍ활동지역이 비슷한 특징도 있다.

연간 매출액이 높은 지역은 30대 유동인구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매출액 순위 10위권 중에 부산 서면역만 20대의 비중이 28.6%로 30대 비율보다 높았다. 강남역, 압구정역, 종각역 등 나머지 10대 상권은 30대의 유동인구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이인호 세종창업연구소 소장은 "30대는 경제활동인구 중에 주력으로 활동하는 계층"이라며 "이들이 모이는 지역이 아무래도 매출액이 높은 핵심상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 묶으면 30ㆍ40대들의 이동ㆍ활동 궤적이 가장 비슷하게 나타났다.

김기남 SK텔레콤 ICT팀 과장은 "30ㆍ40대 유동인구의 상관관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며 "이에 비해 40대와 50대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30ㆍ40대 남성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변 지역에서 식사ㆍ음주 등을 하기 때문에 유동인구 분석에서도 상관관계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10ㆍ20대들의 선호 상권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10대 유동인구는 중동사거리(부천), 야탑역(분당), 안양역(안양) 등 수도권 신도시 중심부에서 많았다. 주거지 주변에서 활동하는 특성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10대 유동인구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화곡역, 천호역, 노원역, 신림역 등이 꼽혔다.

김기남 과장은 "10대 유동인구와 다른 연령대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게 나왔다"며 "거주 지역 주변에서 또래집단 중심으로 움직이는 10대의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대 유동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신촌역(28.4%), 혜화역(31.7%), 이대역(34.6%) 등 대학가가 주로 차지했다.

[김규식 기자 / 손동우 기자 / 채종원 기자] 

한국 최고상권 강남역 하루 매출 199억

◆ 대한민국 100대 상권 ① / 매경ㆍSK텔 공동조사 ◆

서울 강남역 주변의 평일 오후. 도로변 의류매장과 커피전문점, 어학원 등에는 20ㆍ30대 젊은이가 수두룩하다. 저녁이 되면 강남역은 젊은 직장인들이 유흥을 즐기는 장소로 변한다. 골목 안쪽으로 식당ㆍ호프집ㆍ노래방 등이 불야성을 이룬다. 주말 오후면 강남역 출구는 역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매일경제신문과 SK텔레콤의 지오비전 상권분석 서비스가 매출액 등을 추정해 '한국 100대 상권'을 선정한 결과, 최고 상권은 '강남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상권은 북부(강남역에서 한남대교 방향)와 남부(양재역 방향)로 나누어 분석됐지만 둘을 합칠 경우 연간 매출액이 7조2785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루 평균 매출만 199억원이 넘는 셈이다.

이 매출액 추정은 카드 사용액과 현금 사용 비율 등을 기초로 했으며 개인사업자ㆍ프랜차이즈 점포 등을 대상으로 했고, 대형 백화점 등은 제외됐다.

강남역 1일 유동인구 15만명
대한민국 상권 1번지 서울 강남역 주변. 휴일인 18일 서울 강남역 근처 상권을 찾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김호영 기자>
강남역은 유동인구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통화량 등을 활용해 추정한 강남역의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15만4580여 명에 달했다.

강남역 북부 상권은 20ㆍ30대를 겨냥한 매장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에 비해 강남역 남부 상권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오피스 등이 몰려 있어 북부 상권에 비해 연령대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남역 상권의 도로변으로는 자라ㆍ유니클로를 비롯한 대형 의류 매장과 커피전문점, 극장 등이 많이 분포돼 있고 골목 안쪽으로는 술집ㆍ식당 등이 주류를 이룬다. 쇼핑ㆍ오락 수요뿐만 아니라 모임ㆍ회식 등도 흡수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강남역 상권은 또 넓게는 인근 역삼역 등까지도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 추정액을 기초로 할 때 강남역 뒤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신사ㆍ논현역, 종로구 종각역 등이 자리했다.

10위권에 든 지방 상권은 부산 서면이 유일했다.

100대 상권 중 서울에 있는 곳은 52개나 됐고 경기가 18개로 그 뒤를 이었다. 부산은 9개였으며 대구 5개, 인천 3개, 대전 3개, 광주 2개 순이었다.

특히 100대 상권 중 서울ㆍ경기ㆍ인천에 위치한 비율이 73%에 달했다. 100대 상권 4개 중 3개꼴로 서울ㆍ수도권 상권인 셈이다.

한국 100대 상권 전체의 연 매출액은 91조380억 여원으로 추산됐다. 2010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인 1042조원의 8.7%에 달하는 금액이다.

100대 상권의 상권당 평균 연 매출액은 9100억원 수준이었다. 웬만한 중견기업의 매출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또 1개 상권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4만4675명. 100대 상권 전체로는 하루 평균 446만여 명이 다녀가는 셈이다.

KT 전화번호 등록을 기준으로 100대 상권에는 총 20만3800여 개의 업소가 있었다. 100대 상권을 지역별로 나눈 후 점포 구성 특징을 살펴보면 서울ㆍ울산은 음식점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규식 기자 / 손동우 기자 / 채종원 기자]

 

강남 테헤란로 일대 하루 유동인구 39만명

광화문ㆍ종로ㆍ명동 1일 28만여명 다녀가
영등포ㆍ잠실 유동인구 많지만 매출은 적어

◆ 특별 기획 대한민국 100대 상권① ◆

"인산인해" 강남역 16일 저녁 퇴근시간 무렵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은 퇴근하는 사람들과 저녁 만남을 위해 강남역을 찾은 사람들로 혼잡하다. <김호영 기자>
지난 16일 저녁 7시.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주변에 회사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역 정거장은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한번에 지하철을 탈 수 없어 열차 2~3대를 보낸 후에야 타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회사원 김세영 씨(29)는 "통근 시간에 선릉역은 지옥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선정한 '전국 100대 상권'은 유동인구도 엄청났다. 1개 상권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4만4675명으로 소도시(인구 2만~15만명가량의 도시) 하나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했다.

100대 상권 전체를 합치면 자그마치 유동인구가 446만명에 달한다. 하루에 부산광역시 인구(346만명ㆍ2011년 기준)를 뛰어넘는 규모의 사람들이 이 지역들을 오가고 있는 셈이다.

전국 100대 상권 중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역 주변 상권이었다. 특히 유동인구 1위를 기록한 강남역(15만4580명)을 비롯해 선릉역(10만6872명), 삼성역(7만6026명), 교대역(5만5439명) 등 테헤란로를 따라 형성된 상권은 개별적으로도 거대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었다. 네 곳 상권을 모두 합치면 하루 유동인구가 39만2917명에 이르렀다.

압구정역, 학동역, 신사-논현역 등 테헤란로에 인접한 상권의 유동인구를 합칠 경우 '서울 강남 지역의 힘'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들 세 상권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18만2950명. 결국 테헤란로를 따라 형성된 상권의 유동인구와 인근 유동인구를 모두 합치면 57만5867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한국 100대 상권 전체 유동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서울시청(6만6205명)-광화문(7만6656명)-종각(6만3603명)-명동역(7만9501명)으로 이어지는 '서울 도심권'의 유동인구가 28만5965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서울 강남권이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인구이동 측면에서도 도심지역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상권의 유동인구와 연간 매출액의 관계는 대개 정비례했다. 서울 강남역과 도심 외에도 신사ㆍ논현역(6만5541명), 압구정역(5만9201명), 학동역(5만7948명), 학동사거리(5만5924명) 등 매출액 상위권에 오른 지역이 유동인구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과 수도권 교통을 잇는 중심축들도 높은 유동인구를 기록했다. 서울 영등포구청-영등포시장(16만6959명), 서울 신촌-홍대-이대(16만2937명), 서울 잠실역(10만1646명), 서울 성수역-건대입구(10만366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야탑역(분당), 중동사거리(부천), 안양역(안양), 철산역(광명) 등 수도권 신도시의 중심지도 하루 평균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연간 매출액은 유동인구 규모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영등포구청은 연간 매출액 기준 41위, 잠실역은 38위, 성수역은 62위였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유동인구가 흘러나가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긴 하지만 빠른 시간에 흩어져 버리는 특징도 지닌다는 것.

이인호 세종창업연구소 소장은 "영등포는 서울 남서부, 신촌은 북서부, 잠실은 남동부, 성수는 북동부를 잇는 지역"이라며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개 출퇴근 중이라 머무르기를 꺼려 유동인구가 매출액보다 우위에 있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서울 잠실에 제2롯데월드가 세워지는 등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이기 때문에 앞으로 강남-종로 못지않은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광역시 이상의 지방 교통 중심지도 핵심상권 역할을 했다. 부산 자갈치ㆍ국제시장 인근(11만8893명)을 비롯해 울산시청(8만2089명), 인천 부평시장 인근(6만3882명), 대구 범어동(4만7950명) 등이 이런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5000억~1조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지방 교통요지는 유동인구가 서울 핵심상권 못지않다"면서도 "수도권보다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매출액은 적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 인구구성을 보면 40대가 자주 드나드는 지역이 유동인구가 많은 경향이 있었다. 40대의 인구구성비가 높은 데다 이들이 직장 출퇴근 등을 위해 이동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100대 상권 가운데 40대 유동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무려 58개에 달했다. 30대의 인구비중이 높은 곳이 33개로 뒤를 이었다.

이어 20대 인구구성이 가장 높은 곳이 7개, 50대가 가장 많은 곳이 2개를 기록했다.

이경희 소장은 "30ㆍ40대가 거대 상권을 구성하는 주요 소비층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시장 근처는 50대, 대학가 근처는 20대가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분석에 오차가 있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전국 100대 상권'의 유동인구는 SK텔레콤의 해당지역 휴대전화 사용인구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다.

김기남 SK텔레콤 ICT사업팀 과장은 "휴대폰 사용인구는 전화 사용시간과 패턴,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며 "일부 지역의 경우 추정된 양보다 더 많은 유동인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사용자료를 바탕으로 유동인구를 추정할 때 해당지역 거주 인구는 제외했다.

[김규식 기자 / 손동우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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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참패는 조조의 리스크 경영 실패

딜로이트와 함께하는 위기관리 비법 ⑩ 리스크 인텔리전스 경영 (끝)

김영삼 딜로이트 기업리스크자문본부장·전무 | 제262호 | 20120318 입력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 중에서도 적벽대전은 다양한 전략이 망라된 역동적인 스토리 구조와 일세를 풍미한 영웅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스케일로 단연 백미로 꼽힌다. 전투에 동원된 군사력의 규모나 시기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지리적 배경이 적벽이 아니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지만 설혹 픽션이라 하더라도 음미해볼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특히 압도적 전력을 뽐낸 조조군이 열세의 동오에 대패한 것은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정보 원천 검증
삼국지에서 수전(水戰)이 등장하는 대목은 많지 않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세를 넓혀가던 조조군 역시 육전(陸戰)에는 강했지만 수전 경험은 적었다. 반면 강남이 근거지인 동오군은 수전에 능했다. 동오의 최고지도자 손권이 군사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조군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사결정을 한 배경이다.

적벽대전 직전, 수전에 능한 형주(荊州)의 군사를 흡수한 것은 조조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는 형주 출신의 장수들을 수군 대장으로 삼아 군사를 훈련시키게 하다가, 이들이 동오군과 내통했다는 허위 정보를 믿고 결국 이들을 참수하고 만다. 이른바 반간계(反奸計)다. 적벽 일대의 지형과 기후에 밝고 수전에 능한 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전쟁의 향배가 어땠을지 모를 일이다.

실수를 깨달은 조조는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이려 든다. 억울하게 참수 당한 장수들의 동생들을 적군에 거짓 투항케 해 첩자 노릇을 하게 한다. 하지만 동오군의 주유는 이들의 투항이 계략임을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해 심복인 황개가 조조군에 투항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 조조가 황개의 고육계(苦肉計)를 믿게 된 것은, 동오군 진영에서 주유가 황개를 엄벌하는 생생한 ‘연기’를 첩자들이 지켜보고 잘못된 보고를 올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입수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그릇된 정보를 판별해 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축적된 내부 데이터(고객 판매 원가 정보 등)와 외부 데이터(경제지표, 상품가격의 변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비계량적 정보 등)를 분석해 경영에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새로운 지역에서의 풍토병, 뱃멀미에 시달린 조조군의 전투 수행능력은 갈수록 떨어져 갔다. 악재가 겹친 가운데 조조군은 쇠사슬과 밧줄로 수십 척의 배를 하나로 묶어 육지와 흡사한 전투환경을 만들자는 방통의 제안, 즉 연환계(連環計)를 받아들인다. 식량을 싣고 투항하겠다는 황개의 배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비로소 의심을 품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억새와 장작에 유황을 가득 싣고 기름 먹인 풀을 덮은 동오의 선단이 돌진해 오면서 조조 진영은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연환계는 진퇴양난에 처한 조조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고육계는 당사자인 주유와 황개만이 알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던 데다 조조군에서 거짓 투항한 장수들의 잘못된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믿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건물 내 방화벽이나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선처럼 일부 구간에서 배와 배 사이의 연결고리를 쉽게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해둘 수 있었다. 강 위의 수군과 육지의 영채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두거나 다가오는 황개의 선단을 서둘러 멈추게 하고 수색이라도 했다면 그처럼 큰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경영 현실에서 위험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비용과 희생을 수반한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을 것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원재료나 제품의 재고보유량을 늘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처럼 만일에 대비해 안전마진을 확보하면 자산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부실채권 발생을 막으려고 고객 신용 매출한도를 줄이면 매출이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장치 마련을 소홀히 하는 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안전마진을 유지하는 것은 언제 닥칠지 모를 리스크를 극복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최단 기간에 경영정상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의 조화다. 비용과 편익, 리스크와 보상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경영환경에서 안전마진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마진의 수준이 적정한지 계속 검토하고 조정해야 한다.

기본 가정 재점검
순식간에 펼쳐진 황개의 기습 화공(火攻)에 거센 동남풍이 때마침 가세하면서 조조의 선단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 불은 곧바로 뭍에 있는 진채에까지 옮겨갔고 조조군은 거의 궤멸 지경에 이르렀다. 수많은 군사가 지리멸렬한 가운데 조조 자신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반간계와 고육계·연환계 등 동오군이 구사한 전략들이 모두 멋지게 맞아떨어졌지만 승리의 결정타가 된 화공은 동남풍 없이 성공할 수 없었다. 당초 전투 전에 조조군 안에서도 배를 묶어놓으면 화공에 속수무책이라는 간언이 있었으나 조조는 이를 무시했다. 한겨울이니 동남풍이 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등장한 겨울 동남풍은 거대한 ‘블랙 스완(black swan)’이 돼 조조군을 궤멸시켰다.(블랙 스완=검은 백조처럼 도저히 일어날 듯싶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뜻한다.)

천하의 지략가였던 조조는 명운을 건 전투를 앞두고 ‘겨울에는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왜 재검토해 보지 않았을까.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지 모르는 위험 징후를 무시하고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화북 일대를 평정하고 손쉽게 형주 지방을 차지한 연이은 성공에 도취된 탓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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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목마’ 같은 속임수, 노르망디 상륙작전

손자병법으로 푸는 세상만사 <18> 전쟁과 거짓말

노병천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장 1919roh@hanmail.net | 제262호 | 20120318 입력
1944년 6월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작전은 복잡한 준비 과정과 치밀한 전략적 판단을 말해 주는 사례다. [중앙포토]
“참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자세한 거짓말은 편지로 보내겠습니다.” 케니스 필즈의 『거짓말의 즐거움』에 나오는 얘기다. 영국의 사회학자 라크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분간 대화하는 동안 피실험자의 60% 이상이 최소한 한 번씩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연인이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도 3분의 1이나 2분의 1이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여자가 화장을 하는 것은 속임수일까? 대체로 남자들은 키를, 여자들은 몸무게를 속인다고 한다. 보이스피싱이 횡행하고 스포츠에서도 승부조작을 하는 세상이다. 카멜레온이 보호색을 바꾸는 것도 생존을 위한 속임수라 할 수 있다. 동물이나 곤충의 세계에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온갖 기이한 행동도 종족 번식을 위한 속임수로 볼 수 있다. 거짓말과 속임수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속임수에 대해 연구한 샌타페이 연구소에서는 ‘고의성’ 여부를 두고 둘을 구분한다. 거짓말을 위해선 허위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고의성이 필요하지만 속임수는 의도적인 거짓 행위가 없는 상태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과 관점에 따라 구분과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거짓말과 속임수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기로 하자.

속임수도 개인 차원에 머물면 그 영향도 개인에서 끝나지만 범위가 확장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전쟁에서의 속임수는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속임수다. 그리스 신화 속의 ‘트로이 목마’는 군사작전에서 속임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예다. 수년에 걸친 전쟁이 단 한 번의 속임수로 끝난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군사적 속임수에 대해 말했다. “어떤 행동이든 속임수를 사용하는 건 혐오스러운 일이지만, 전쟁 수행 과정에서 책략을 사용하는 행위는 칭찬할 만하고 멋진 일이다. 또 책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은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 못지않게 훌륭하다.”

가짜 건물 세우고 허위 라디오 메시지 송신
역사적으로 가장 거대한 규모의 군사적 속임수가 있었다.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속임수였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프랑스의 노르망디 반도로 미국·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1944년 6월 6일 벌인 상륙작전이다. 작전명은 오버로드 작전(Operation Overlord)이다. 유럽 진공의 시작이었으며 소련 입장에서는 그들이 요구한 이른바 제2전선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철저하게 독일군 사령부를 속이는 것이었다. 개인을 속이거나 소규모 부대의 움직임을 속이는 것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6000여 척의 각종 선박, 28만7000명의 병력과 각종 전투장비, 1만2000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이동해야 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거대한 기만작전은 암호명으로 보디가드 작전(Operation Bodyguard)으로 명명되었는데 군사적 속임수가 얼마나 복잡한 과정과 치밀한 전략적 판단으로 이뤄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전쟁에서의 기만술』을 저술한 마이클 듀어는 “처음에는 미군조차도 우세한 기동력과 화력,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속임수를 불필요한 간교함 정도로 여겼지만 결국에는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보디가드 작전은 다섯 개로 이루어졌다. 첫째, 포티튜드 노스(Fortitude North)작전이다. 노르웨이 상륙작전을 실행함으로써 연합군이 북쪽에서 덴마크를 경유해 독일을 공격할 것처럼 속이는 작전이다. 속아넘어간 독일군은 중앙유럽에서 20만 명이나 빼내 노르웨이에 주둔시켰다.

둘째, 포티튜드 사우스(Fortitude South) 작전이다. 프랑스의 파드칼레 지역으로 상륙할 것처럼 속이는 작전이다. 이 작전에 연합군은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 미군은 가짜 건물들을 만들고 영국군도 허위 라디오 메시지를 송신했다. 상륙작전을 수행할 주력부대로 알려진 가짜 부대의 사령관에 당시 독일군에게도 잘 알려진 패튼 장군을 내세웠다. 속임수를 더하기 위해 칼레에 집중 공습을 가해 독일군으로 하여금 상륙 목표가 칼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포티튜드 작전을 위해 스카이 작전이라는 또 다른 기만작전이 실시되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무선교신을 사용해 상륙지역은 노르망디 혹은 덴마크가 될 것이라고 독일로 송신했다. 이 속임수로 독일군 사령부는 혼란에 빠졌고 어디가 정확한 상륙 목표인지 고심했다. 결국 스카이 작전의 무선송신을 들은 독일군은 이를 칼레 상륙을 속이기 위한 연합군의 기만작전이라 생각해 노르망디보다는 칼레 방면의 수비를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이들 부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까지도 그 자리를 굳게 지켰다.

셋째, 체펠린(Zeppelin)작전이다. 이 작전은 지중해의 동부와 중부에 배치된 연합군의 규모를 과장함으로써 독일군을 그 지역에 묶어두어 실제로 상륙작전이 이루어지는 중앙유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속임수다. 이 작전도 성공해 당시 지중해의 연합군은 38개 사단이었는데 독일군은 끝까지 71개 사단으로 믿었다.

넷째, 벤데타(Vendetta)작전이다. 프랑스 남부에 가짜 상륙작전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 있는 독일군으로 하여금 북쪽의 노르망디로 병력이 증원되는 것을 막았다.

다섯째, 아이언사이드(Ironside)작전이다. 프랑스 비스케이만(灣) 지역에 대한 가짜 상륙작전이다. 이 작전은 연합군의 제한된 능력과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더구나 비스케이만은 상륙지역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독일군 사령부가 판단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에는 이렇게 많은 속임수가 있었다. 적도 바보가 아닌 이상 결국에는 누가 교묘하게 속이며 누가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속임수 작전은 쌍방의 치열한 두뇌싸움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 흔들어 허를 찌르는 14가지 속임수
손자병법 시계(始計) 제1편에 ‘전쟁은 속임수다’(兵者詭道也)라는 말이 있다. 전쟁 자체가 속임수(詭道)라는 뜻보다는 전쟁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속임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어서 14가지의 각종 속임수가 열거되어 있다. 이 내용을 깊이 이해하면 세상의 어떤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①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能而示之不能). ②사용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用而示之不用). ③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近而示之遠). ④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遠而示之近). ⑤이로움을 탐하면 이로움을 보여주어 꾀어낸다(利而誘之). ⑥혼란하면 그 틈을 타서 취한다(亂而取之). ⑦상대가 역량이 충실하면 대비한다(實而備之). ⑧상대가 강하면 피한다(强而避之). ⑨상대가 기세등등하면 격분시켜 흔든다(怒而撓之). ⑩상대가 낮추면 교만해지도록 한다(卑而驕之). ⑪상대가 편안하게 있으면 피곤하게 만든다(佚而勞之). ⑫상대가 서로 친하면 이간시킨다(親而離之). ⑬준비되지 않은 곳을 공격한다(攻其無備). ⑭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나간다(出其不意).

여기에 열거된 14가지 속임수를 잘 보면 전부가 속임수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직접적인 속임수도 있지만(①∼④), 상대방을 교란시켜 약화시키는 방법(⑤⑥⑨⑩⑪⑫), 그리고 상대방의 강점을 대비하거나 회피하는 방법(⑦⑧)도 동시에 제시된 것이다. 결국 최종 지향점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상대방의 판단을 흔들어 놓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곳(⑬攻其無備)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⑭出其不意)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손자는 속임수를 합법적인 전쟁의 수단으로 보고 비중을 많이 두었다. 반면에 클라우제비츠는 속임수가 투자 대 효과 측면에서 실용적인 가치가 없다고 폄하하면서 “지휘관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자질은 잔꾀를 부리는 재주보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이해력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속임수는 단지 ‘잔꾀’에 불과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미군 역시 군사적 속임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마오쩌둥이나 북베트남의 보 구엔 지압은 손자의 가르침에 충실해 교묘한 속임수로 그들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점에서 손자의 통찰력이 클라우제비츠를 능가하고 있다.

전시 군사작전에서의 속임수와 평시 생활 가운데 사용되는 속임수는 동기와 목적부터 다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거짓말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거짓말로 ‘Black Lie’라고 한다. 중상모략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이타적(利他的)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거짓말이다. 포로가 되어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동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셋째는 선의적인 거짓말이다. ‘White Lie’로 불리는 거짓말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나,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거짓말이다. 이웃의 아기를 보고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참 예쁘군요”라고 하는 것이나,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어 병이 낫는 현상인 플라시보 효과의 경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은 어떤 유형의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세르반테스가 말한 ‘정직이 최선의 방책’임을 굳게 믿거나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이 주는 효용은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땀 흘리는 수���도 없이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확천금(一攫千金)의 모든 유혹은 대체로 속임수, 거짓말, 꼼수일 경우가 많다. 손자가 말한다. 세상의 리더들이여, 속임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속지 않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한 가지를 명심하라.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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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의 독선적 리더십인가 단원들의 모럴 해저드인가

56년 만에 정기연주회 첫 취소 KBS교향악단에 무슨 일이…

최상연 | 제262호 | 20120318 입력
KBS 교향악단(상임지휘자 함신익). 56년의 역사에다 91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한때 국내 최정상이었던 교향악단이다. 구성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2010년 취임한 상임지휘자 함씨는 건국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 음대 교수가 됐다. 1995년부터 학교 오케스트라인 ‘예일 필하모니’를 이끌어온 자수성가형 음악인이다.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실제 모델로 ‘함토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단원들도 서울대 40%, 연세대 21% 등 국내 명문 음대 출신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연주자들 연봉은 국내 최고 수준(평균 5300만원)이다. 원래는 계약직이었지만 2009년부터는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 자격을 획득해 모든 단원들이 61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 단원들은 97년 KBS노조에 가입해 노조원이 됐다.

하지만 요즘 KBS 교향악단은 최악이다. 이 악단의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가량이다. 그러나 티켓 판매와 협찬금 수입은 16억원에 불과하다. 정기 회원 수가 한때 200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적자는 국민이 세금으로 낸 시청료로 메우고 있다. 서울시향이 2006년 정명훈씨를 지휘자로 영입한 뒤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연주의 질을 높이며 매진 사태를 빚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8일과 9일로 예정됐던 제666회 정기 연주회는 취소됐다. 창단 이후 최초의 사태다. 상임지휘자인 함씨가 “단원들이 연습이 안 돼 있어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없다”며 취소를 결정했다. 이미 팔았던 표는 환불조치 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실력 없는 함씨로부터 지휘를 받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서로를 향해 “실력이 없다”고 공격하는 형국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KBS가 감사를 통해 회사 규정을 어긴 단원들을 징계하면서부터 다. KBS 측은 “감사를 해 보니 교향악단 단원들이 사규를 많이 어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부 출강은 주당 8시간까지만 허용되는데 심지어 20시간 이상 출강하는 단원들도 있더라는 것이다. KBS는 수석 1명을 직위 해제해 일반 단원으로 강등하는 등 모두 11명을 징계했다. 또 “오디션을 실시해 단원들의 실력을 검증해야겠다”며 함 지휘자에게 오디션을 실시토록 했다. 그러나 단원들은 “사실은 함씨가 단원들을 장악하려고 회사 측에 오디션을 요구했다”며 ‘비상대책 위원회’를 꾸렸다.

올 1월 말 치러진 오디션에는 평가 대상자 77명 중 8명만 응했다. 이때부턴 지휘자 함씨와 단원들 갈등에다 오디션 참가자와 불참자 사이의 반목까지 겹쳤다. 불참 단원들은 가슴에 ‘함(신익) 아웃’이란 리본을 달고 연습실로 나왔다. 연습실엔 ‘낙하산 지휘자 사퇴’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지휘자와 단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그런 식으로 신년 음악회를 했다.

3월 정기 연주회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KBS 본관 5층 연습실 부근 휴게실에서 오디션 참가 단원과 불참 단원들이 충돌했다. 한 여성 단원은 오디션을 받은 남성 단원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그렇게 사니까 좋으냐. 이 ××야”라고 했다. 연습실 앞 사무실에선 한 현악단원(50)이 악단 행정총무에게 “너 죽여버린다. 너 ‘순간 살인’이라는 거 있지. 지금 확 ××버린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날의 충돌로 단원 4명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첫 리허설이 있었던 5일에도 충돌이 있었다. 회사로부터 출연정지 징계를 받은 악장이 자리를 차지해 함 지휘자가 대타로 불러왔던 연주자는 자리에 앉지도 못했다. 어떤 단원은 함씨를 향해 “개새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 다음 날에도 충돌은 계속돼 단원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외부의 객원 연주자 8명은 연주를 못하겠다며 돌아갔다. 한 여성 객원 연주자는 “먹은 것 다 토하고 온몸이 저려서 앉아 있지도 못하겠다”며 “더 이상 못하겠다”고 호소했다. KBS는 14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사상 처음으로 연주회 취소 사태를 빚은 KBS 교향악단의 문제를 논의했다. 

 

“오디션은 입사 때 한 번이면 충분해… 정명훈 이상 가는 지휘자 와야”

KBS 교향악단 최봉락 비상대책위원장

최상연 | 제262호 | 20120318 입력
-노조는 함 지휘자의 학·경력 문제를 제기했는데 KBS는 조사해 보니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지휘자가 되는 데 학력이 중요하진 않다. 세계적 지휘자 중에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말을 바꿔서 문제 삼는 거다. 몇 년 전까지 연주회 팸플릿 등을 보면 이스트먼 음대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온 게 많다. 본인이 한 게 아니라는데 팸플릿 학·경력을 누가 내느냐. 본인 책임이 있다.”

-함씨가 실력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템포가 들쑥날쑥 한 게 문제가 엄청 많다. 멜로디와 화음 문제도 있다. 지휘자라면 화음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야 한다. 많이 부족하다. 과대 포장됐다고 본다.”

-예일대 교수인데 검증된 게 아닌가.
“대학교수와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다르다. 세계적 지휘자 중에 교수가 있나. 게다가 명확한 게 하나도 없다. 교수는 맞는데 전임강사인지 교수인지 부교수인지, 정교수인지 명예교수인지 확인이 안 된다.”

-함 지휘자가 지난 연말 지휘한 말러 교향곡 8번은 호평을 받았는데.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이라는 건데 특정 연주가 좋았다고 얘기하기 힘들고 함씨는 우리를 칭찬할 리 없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장수가 졸을 탓하면 안 된다. 장수면 장수답게 하는 게 좋겠다.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고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그러나. 오디션 때문인가.
“지난 20개월간 늘 불만이 있었다. 지휘자 선정 때부터 우리가 반대했다. 단원 투표에서 안 된다는 게 93%였다. 가장 큰 이유가 함량 미달이란 것이었다.”

-오디션은 왜 거부하나.
“입사할 때 한 번이면 족하다. 어느 회사든 시험은 입사할 때 한 번 본다. 평가는 지휘자가 연습하면서 하면 된다. 외국이 그렇다. 지휘자가 단원 개개인의 능력을 모르면 지휘하지 말아야 한다. KBS가 과거엔 한국 최고이고 지금은 아니라는데 그럼 오디션이 없었을 때 왜 최고였나. 베를린 필이 해마다 오디션해서 잘 하는 게 아니다. 서울시향은 계약직이다.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니 오디션할 게 아니라 새로운 지휘자가 와서 상시 평가하면 된다. 오디션 평가는 후진국의 전근대적 노예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고, 음악계에만 있다. 해마다 시험으로 평가하는 직장이 어디 있나.”

-노사가 합의한 게 아닌가.
“회사가 지난해 12월 23일 일방적으로 공고했다. 우리는 노조에 오디션을 취소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가 걱정 말라더니 나중에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회사와 지휘자(함신익)가 함정을 파놓고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과연 들어가야 하나. 우린 처음부터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막판에 노조가 회사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줬다. 이미 하기로 공고됐으니 방식만 합의를 한 것이다. 악기별로 하고 최소한은 4명까지 할 수 있다는 거다. 처음부터 합의한 게 아니다.”

-객원 연주자를 겁을 줘 돌려보냈나.
“함씨가 자기가 쓰고 싶은 사람, 아는 애들만 데려왔다. 지난해 10월 연주회 때 오신 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왔더라. 나와 보니 수석 했던 사람이 평단원 자리에 있고, 분위기가 초상집이었다. 스스로 갔다. 서울대 윤혜리 교수는 하루 연습하더니 ‘수석이 있는 자리에서 도저히 못하겠다’며 스스로 나갔다. 다음엔 수습 단원에게 연습하라고 했더니 당황했다.”

-객원 연주가가 (단원들을) 고소하겠다는 문자도 보냈다는데.
“음악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단원들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자꾸만 나와야 될(연주를 시작 할) 때에 안 나왔던 모양이다. 앙상블이 잘 안 되면 표정이 나빠질 수 있다. ‘음정 좀 맞춰 주세요. 늦게 들어왔잖아요’란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걸 집단 이지메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욕설은 왜 했나.
“잘했다는 게 아니라 여러 상황이 있다. 지난주 KBS 교향악단은 전쟁터고 아비규환이었다. 서로 흥분했다. 녹음도 미리 준비해 한 거다. 폭언을 정당화시키는 게 아니라 이것 때문에 못했다고 회사와 지휘자가 몰고 가고 있다.”

-현악기 자리 배치는 지휘자의 고유 권한 아닌가.
“바이올린 위치를 여럿으로 나눈 것은 일종의 분업이다.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지휘자 권한이고 음악을 위해서라며 퍼스트 5명을 세컨드로 세컨드 5명을 퍼스트로 보내는 것은 권한 남용이다. 투표하니 못하겠다는 단원이 많았다. 8개월 전 일인데 당시엔 유야무야 되다가 갑자기 문제 삼아 악장, 총무와 함께 (내가) 징계받았다.”

-누가 상임지휘자가 돼야 하나.
“우리나라엔 없다. 정명훈 이상 가는 지휘자가 와야 한다. 단원들이 꼼짝 못할 사람이 와서 단원들을 검증해야 한다. KBS 단원을 기득권이니 철밥통이니 하는데 어디나 있는 게 기득권이다. 철밥통은 웃기는 얘기다. 개도 밥그릇을 뺏으면 운다는 말이 있다. 자기 밥그릇 못 지키면 죽는 거다. 지는 거다. 어떻게 밥그릇을 무조건 철밥통으로 매도할 수 있나. 옛날에 걸인들이 갖고 있는 게 진짜 철밥통이다. 일도 안 하고 무위도식하고 깡통 들고 다녔다. 우리가 일하는데 뭐가 문제인가.”

“오디션 제대로 하면 단원 중 20명도 못 살아남을 것”

함신익 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인터뷰

최상연 | 제262호 | 20120318 입력
KBS 교향악단은 정기 연주회가 중단되고, 지휘자와 단원들이 극단적인 대립을 벌이고, 같은 단원끼리 심각한 폭언이 빚어지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중앙SUNDAY는 상임지휘자 함신익씨와 최봉락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언론에 입장을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KBS 교향악단 단원들은 함신익(사진) 지휘자가 음악적 깊이는 없고 외형과 포장에 치중한다고 주장한다. 학·경력 위조 논란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KBS는 “조사 결과 학력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14일 함씨의 주장을 들어봤다.

-왜 공연을 취소했나.
“3월 연주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와 버르토크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앞의 두 개는 사이즈가 크다. 우리 단원만으로 소화할 수 없어 객원 단원을 써야 했다. 그런데 회사 지시에 따라 오디션을 받았던 단원들에게 다른 단원들이 욕설을 퍼붓고 물을 끼얹었다. 객원 연주자들은 왕따를 당했다. 연주를 못하겠다고 돌아가 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연주는 불가능했고 차라리 중단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고 봤다.”

-단원들이 왜 객원 연주자를 왕따시키나.
“객원 연주자는 원래 악단에서 책임졌는데 데려올 때 프로필도 모르고 오디션도 안 보더라. 내가 책임자니 누굴 데려왔는지는 알아야 했다. 당신들이 데려오는 건 좋지만 내가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했더니 단원들이 ‘그럼 니네(회사와 지휘자)가 다해라’고 하더라. 내가 객원을 불러오면 왕따시켜 돌려 보냈다.”

-어쩌다 감정이 그렇게까지 악화됐나.
“KBS가 외부 출강에 대한 감사를 했는데 10명 이상이 규정을 위반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에 플루트 수석이 징계를 먹고 단원으로 강등됐다. 10월 연주회 때 그 자리를 메우려고 내가 연주자를 데려왔는데 하루 반나절 있다가 울며 돌아갔다. 다음날 플루트 연주자 서울대 윤혜리 교수를 모셔 왔더니 ‘못하겠다’고 가더라. 2월에 데려왔던 연주자는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그 사람 부모가 KBS 국장에게 ‘우리 딸이 음악을 접고 싶다는데 당신들 고소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런 집단이 어디 있나. 플루트 수석은 아직
도 공석이다.”

-오디션을 받으라고 요구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KBS의 감사는 나와 상관없다. 나는 인사위원회 멤버 6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단원들은 내가 조종한다고 본다. KBS는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나에게 오디션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KBS와 악단 노조가 오디션 방법을 정했는데 그게 기막히다. 조별로 한꺼번에 하고, 특수악기를 제외한 최소 단위는 4명이고, 점수의 적용은 추후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한다는 것이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 실력 없다고 해고할 수도 없다. 미흡이 세 번이면 인사위에 회부하는 게 전부다. 심사위원도 나 외에 외부에서 2명 모셔왔다. 상황이 이런 데도 단원들은 KBS를 상대로 싸우기 힘드니 나를 공격하고 있다.”

-오디션을 왜 굳이 하려 하나.
“경쟁력이 필요하다. 우리 단원들 중 정상적인 오디션을 하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일부 솔로 악기를 제외하면 상당히 회의적이다.”

-단원들이 실력이 없어서 오디션을 거부한다는 뜻인가.
“그런 점도 있다. 없던 걸 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도 있을 게다. 오디션 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단원들이 부끄러워 해야 한다. 누가 이걸 하고 싶나. 노사가 합의해 특별한 후속 조치도 할 수 없는데. 외국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순간 프로가 된다. 우리는 별로 아니다. KBS 교향악단 단원들은 꽤 오래 계신 분들이 많다. 솔로로 모실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지휘자를 비난하기 전에 본인들의 개인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당신 기준으로 평가하면 오디션에 합격할 사람은 몇이나 된다고 보나.
“기준이 문제지만 KBS의 100억원 예산을 고려하고, 미국·유럽의 B 플러스급이 기준이라면 어림잡아 15명 정도다. 20명은 안 넘을 것 같다.”

-KBS 교향악단은 경쟁력이 없다는 건가.
“운영 자체가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 어떤 연주에 3명이 필요하면 외국 오케스트라는 3명으로 한다. KBS는 4명을 쓰고 그것도 전·후반부 돌아가며 한다. 가령 타악기 파트라면 선진국에서 한 사람이 큰 북을 쳤다가 마림바를 쳤다가 하는데 우리는 임시직을 써서 4명, 5명으로 늘린다. 운영부서인 행정에서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 객원들도 자기들이 데려왔다. 전반부가 베토벤 교향곡이고 후반부가 멘델스존이면 플루트, 오보, 바순에 2명씩이 필요하다. 우리 단원이 2명이면 2명을 밖에서 데려와 돌린다. KBS만의 사운드가 나오려면 목·금관에 수석, 부수석이 함께 앉아 만들어야 하는데 전반부와 후반부 인원이 교체돼 다르게 나오니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른다. 외국엔 없는 일이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오케스트라고 한 푼이라도 아껴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데 KBS 교향악단은 누가 주인인지 모르는 오케스트라다.”

-단원들은 국내에서 공연 수가 가장 많다고 하던데.
“미국의 100억원 규모 오케스트라라면 꼭 필요한 때만 객원을 쓴다. 그러면서도 단원 수는 60~70명 수준이다. 연주 횟수가 한 달에 10회를 넘는다. 뉴욕필이 2월에 유럽 갔는데 19일간 17회 연주했다. 우린 그러면 큰일 난다. 일주일 투어에 이틀 연주하고 나머진 쉬어야 한다. 1월에 사실상 신년음악회를 한 번 했다. 2월에 소규모 앙상블을 했다. 지금쯤이면 2014년 연주 일정이 나와야 한다. 외국은 모두 토요일 연주다. 우리는 주말 연주가 없다. 내가 한동안 얼굴 못 본 단원도 많다. 지난해에 25명이 388시간의 병가를 냈다더라. 중장기 계획, 전문 연주홀과 연습실, 전문 매니지먼트도 없다. 인센티브도 없다. 이해하기 어렵고, 미안하고 죄스럽다. 지금 놀자고 돈 주고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한국에는 오케스트라가 20개가 넘는다. 유럽 수준이다. 대전에도 교향악단이 있고 바로 옆 공주에도 있다. 조그만 도시에 창극단, 국악단, 무용단, 오케스트라, 합창당, 어린이 합창단 별개 다 있다. 아예 하나만 키우는 게 어떠냐. 1년에 두 번 연주하는 단체를 풀타임으로 쓰고 있다.”

-대전 시향에서도 갈등이 있었는데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정명훈씨도 시장이 바뀌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리더십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내겐 인사권이 전혀 없다. 잘하는 단원도 데려올 수 없다. 전 세계에서 KBS만 그런 게 안 된다. 그러니 통제가 안 된다. 단원들은 집단으로 소통한다. 해달라고 하고 안 되면 바로 머리띠를 두른다. 내가 현악기 자리를 재배치했는데 단원들이 일방적으로 거부해 8개월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 내가 살아있는 게 다행이다.”

-단원들은 교향악단을 이끌 실력이 ��다고 하던데.
“예일대가 어떤 곳인데 실력 없으면 어떻게 버티나. 예일대 지휘과 정교수는 나 하나다. 외국 오케스트라를 끊임없이 지휘하고 있고, 재초청받고 음악감독으로 오케스트라에 10년간 계속 있다. 또 나는 20년간 KBS 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했다. 실력이 없으면 그게 가능한가. 내가 오보에 음정을 잡아 주려고 온 게 아니다. 그건 고등학교 밴드에 가면 잡아준다. 프로들에게 ‘도, 레, 미를 이렇게 내’라고 말하는 것은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다. 나는 세계적인 뮤직 매니지먼트 회사인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소속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내 사진이 발레리 게르기예프, 제임스 레바인 옆에 있다. 아래에 세이지 오자와가 있다. 내가 잘 생겨서 거기 놨겠나.”

-KBS 상임 지휘자가 된 건 소망교회와 연결돼 청와대가 지원했다는데.
“나는 소망교회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

-왜 KBS에 발탁됐나.
“대전 시향을 6년 만에 최상급으로 올린 게 평가받았다고 본다. 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내가 92년부터 KBS 객원 지휘자를 20년간 했다. 단원들이 내가 실력이 없다는데 그럼 내가 객원 지휘자 땐 왜 가만있었나. 내가 상임지휘자가 된 지 20개월 지나서 갑자기 실력이 없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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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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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좌클릭 … 대한민국號, 왼쪽으로 전복될 판

정계 은퇴와 민주통합당 탈당 선언한 강봉균 의원

이양수·하선영 기자 yaslee@joongang.co.kr | 제262호 | 20120318 입력
 
4·11 총선의 여야 공천에서 떨어지고도 주목받는 두 사람이 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친박근혜)을 자처하는 김무성 의원, 민주통합당에선 경제관료 출신의 강봉균(69·사진) 의원이다. 두 사람이 공천 탈락한 데 대해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 강봉균 의원의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호남이 배출한 경제관료 3인방(전윤철·진념·강봉균) 중 한 명이다. 관료시절 ‘꾀 주머니’라는 별명도 있지만 경제정책과 국가비전에 대해선 한 치의 양보 없이 격정적인 토론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대중(DJ)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생존했다면 강 의원에게 과연 공천 탈락의 수모를 안겨 줬을까. 16일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동안 강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민주통합당 공천 탈락 뒤 곧바로 정계 은퇴와 탈당을 선언했다. 굳이 탈당까지 한 이유는 뭔가.
“정치에서 손을 털 계기라고 생각했다. 정계 은퇴를 하려면 정당활동을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 탈당하지 않고 정계 은퇴를 한다는 건 앞뒤 안 맞는 얘기다.”

-낙천에 대한 섭섭함 때문인가.
“그렇다. 이번 19대 국회까진 국회의원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국민 생활이 힘들어지고, 서민경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커지면서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처럼 경제위기 극복의 경험을 가진 경제관료 출신이 해야 할 역할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필요 없다’고 하니까 당에 더 남을 이유도, 정치를 더 할 목적도 사라졌다. 만약 무소속 출마를 한다면 결국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하겠다는 욕심밖에 더 되겠나.”

-관료 출신 중 유능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가 별로 없다. 왜 그런가.
“경제관료 출신들은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만큼은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패거리 능력’도, 투쟁성도 없다. 반면 기성 정치인들은 자기 정당, 자기가 미는 후보가 정권을 잡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나는 한국 정치가 투쟁·대결이 아니라 정책 경쟁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관료·경영인·학자 같은 전문가 그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작금의 이슈는 분배와 양극화, 복지 문제인 것 같다.
“한국은 1990년대까지 상대적으로 분배 격차가 작았던 나라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98년 IMF 외환위기가 전환점이었다. 유례 없는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에 직면했다.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들이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요즘엔 아무리 학교 성적이 좋은 젊은이도 비정규직이거나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대우를 받지 못한다. 기업경쟁도 그렇다. 자금이 풍부한 재벌 대기업은 뭘 하든 중소기업을 이길 수 있다. 공정하지 않다. 대기업은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첨단사업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 유통·서비스시장은 국내 중소기업끼리 경쟁해도 충분하다. 왜 이런 분야에까지 재벌 기업이 잠식하는가. 기업가든 노동자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양극
화의 근본 해결책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의 과제는.
“대외적으로 개방을 추진하되 내부적으로 경쟁 질서, 분배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기를 펴고 살려면 일본 기술에 뒤처지지 않고 중국 대륙을 누빌 실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한·중 FTA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FTA, 나아가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럴 경우 북한도 참여시켜야 한다. 경제공동체에서 더 나아가 집단안보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북한도 개혁·개방을 하지 않겠나.”

-정치권이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포퓰리즘은 조금만 지나면 독약이 된다. 이걸 견제할 세력은 지식인과 전문가, 언론이다. 여야 정당도 선심성 공약을 더 내려 다투지 말고 상대방의 포퓰리즘을 과학적으로 비판하는 정책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도에 서야 할 민주통합당이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통합진보당 쪽으로 좌클릭하고, 보수 우익 쪽에 있을 새누리당까지 왼쪽으로 달려 간다. 그러면 결국 대한민국 호(號)는 왼쪽으로 기울어져 배가 전복된다. 어느 나라든 좌우 균형 속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야 건강한 나라다. 우리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심성 정책 남발의 문제점은 뭔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복지 프로그램들을 발표하면서 ‘어디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히거나 ‘당신들이 세금을 더 부담하겠느냐’고 묻지 않는다. 공수표를 만들거나 나랏빚을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시대흐름상 복지 확대는 하나의 대세인 것 같다. 세수 확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초·중등 학생의 무상급식엔 큰돈이 안 들어간다. 출산 장려나 보육·교육 같은 보편적 복지는 길게 보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돈은 결국 국민의 증세 동의가 있어야 해 굉장히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연 4~5%의 적정 성장을 하는 게 긴요하다.”

-강 의원은 증세와 함께 ‘예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재정이 상당히 왜곡되고 문란해졌다. 4대 강 사업을 한다며 지방정부, 수자원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기업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험수준이 됐다. 경제각료의 경험으로 볼 때 전체 예산의 5%쯤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400조원 예산이라면 20조원쯤 만들어낼 수 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한·미 FTA 반대에 소극적인 관료출신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는데.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정체성이란 편향적 잣대로 나아가선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한·미 FTA를 송두리째 반대하고 있는데 국내외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나. ‘주요 정책에 대해 언제든지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을 받으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겠나.”

-정계 은퇴 선언문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쓴 것 같다. ‘민주주의적 국가경영의 문제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편 가르기가 있었다. 국내 언론 매체를 두고도 당내에선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따진다. 사회 각계각층에 대해서도 그런다. 이러면 집권당이 될 수 있겠는가. 좌우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 편 가르기를 하면 적이 많아지는데 어떻게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

-관료 출신 정치인 가운데 이용섭 정책위의장 같은 이는 반값 등록금, 무상복지, 한·미 FTA에 대해 공세적인 주장을 펼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 양반한테 어떤 해를 끼칠지 모르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고 싶다. 민주당 분위기가 하도 살벌해서….”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야당 지도자들이 말 바꾸기를 하는데.
“미국에서 정치인의 가장 큰 결점은 거짓말 혹은 말 바꾸기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했던 거짓말까지 문제가 된다. 말로 하는 게 정치고 거기서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정치인이 발언을 할 땐 5~10년 뒤까지 내다보고 그걸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말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당장 인기를 얻으려 해선 안 된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거론했는데 향후 한·중·일 FTA는 어떤 수순으로 추진하는 게 좋은가
“우리가 중심이 돼 3개국 FTA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농업 부문을, 중국은 공산품 부문을 가장 두려워한다. 우리는 두 분야 모두 중간이다. 농업 분야만 본다면 한·일 FTA를 먼저 추진하는 게 얻을 게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 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중·일과 가까운 지역에 싼 값에 활용할 1억 평 규모의 국유지가 있다. 새만금에 물류중심기지를 만들면 경제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벌 개혁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가.
“두 가지다. 첫째, 재벌이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영역을 침범해선 안 된다. 둘째, 노동시장을 왜곡해선 안 된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밥 먹는데 사내 하청이어서 임금 격차가 크다면 그건 정당화되기 어렵다. 요즘 ‘고용 없는 성장’ 시대라고 말하는데 맞지 않는 얘기다. 사실은 고용이 늘어났지만 대기업 소속이 아닌 ��칙적인 비정규직 고용 형태로 늘어난 거다. 재벌 기업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만들어선 안 된다. 재벌 개혁을 추진할 때 출자총액 제한, 순환출자 금지 같은 게 아니라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정치시장과 경제시장의 논리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한국 정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고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것, 거기에 줄을 서는 것, 이게 한국 정당정치의 기본원리가 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당이 돼도 어떤 대선 주자에게 줄을 서느냐에 따라 정치인생이 달라진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MB정부의 경우 자기 편이 아니면 공직 진출 기회를 완전히 박탈했다. 미운 놈은 검찰·국세청에서 얼마든지 손을 봐줄 수 있다. 이래선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걸 막으려면 대통령에겐 외교·안보·국방 혹은 교육까지 관장하게 하고, 국무총리에겐 이념적 차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경제·환경·노동 같은 분야를 맡겨야 한다.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뽑도록 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를 임명하며 ‘책임총리제’를 표방하지 않았나.
“그건 두 사람의 개인적 신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걸 헌법으로 제도화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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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잡아라’, 700만명 은퇴 비즈니스 큰 장

‘은퇴 연구소’ 전성시대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 제262호 | 20120318 입력
KB금융지주는 경영연구소를 주축으로 가칭 ‘은퇴연구소’ 설립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반기에 문을 열게 되면 은퇴·퇴직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기획·개발하고 각종 세미나·행사 등을 통해 은퇴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양원근 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해온 베이비부머·은퇴 연구와 프라이빗뱅킹(PB) 노하우를 묶어 은행·증권·보험 계열사들의 비즈니스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55세 직장 퇴직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금융권에 은퇴자들을 둘러싼 비즈니스의 큰 장이 서면서 이른바 ‘은퇴연구소’ 설립 붐이 일고 있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를 맞아 ‘5070 세대’를 둘러싼 은퇴시장은 금융사들이 외면할 수 없는 비즈니스 기회로 떠올랐다. ‘연구소’ 간판을 단 곳이 많지만 삼성경제연구소나 LG경제연구원 같은 종합 싱크탱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은퇴시장의 추이를 분석하고 이들 상대의 비즈니스 전략기획을 짜는 본부 성격이 강하다.

산하에 ‘100세 시대 연구소’라는 은퇴연구소를 둔 우리투자증권의 황성호 사장은 14일 임직원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을 찾았다. 근력과 운동 기능을 억제하는 장비를 착용한 채 계단을 오르내리고 식사를 하면서 노령의 불편함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노년 세대에게 제대로 된 은퇴·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려면 역지사지가 우선이다. 고령 고객에 대한 이해는 향후 관련 사업 성공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KB금융지주에 앞서 올 1월 신한은행이 은퇴연구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우투자증권이 미래설계연구소를, 우리투자증권이 ‘100세 시대 연구소’를 열었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가 지난달 ‘58년 개띠’ 베이비부머 탤런트 조형기(54)씨를 앞세워 은퇴자 상대의 대규모 강연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것을 비롯해 기존 연구소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는 일찍이 2005년 문을 연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를 비롯해 은퇴·퇴직 이름을 단 연구소가 10여 곳에 달한다. ‘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지 않았지만 대부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사업부나 PB센터·금융연구소 등을 통해 은퇴 연구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서울대와 손잡고 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금융사의 은퇴시장 진출이 활발한 것은 은퇴·노후 설계 상품이 향후 금융시장의 주요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크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친 국내 은퇴시장 규모를 200조원으로 본다. 2020년에는 개인연금 500조, 퇴직연금 180조 등 68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취미·가족관계 등 비재무적인 활동까지 포함하면 은퇴시장은 더욱 넓고 크다.

은퇴연구소는 ‘미래설계’ ‘100세 시대’ 등 이름이 다양하고 규모·활동 분야도 제각각이지만 베이비부머 중심의 은퇴자·노년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사령부’ ‘전초 기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령부’에서 은퇴시장 흐름을 연구하고 관련 금융상품이나 서비스·행사를 기획·개발한 후 영업망·지점망을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은퇴설계 서비스의 특징은 그 대상이 고액 자산가를 넘어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액 자산가에게는 기존에도 PB·자산관리(WM)센터 등을 통해 은퇴 서비스를 해온 만큼 일반인으로 시장을 넓힌 것이다. 올 초 은퇴연구팀을 만든 신한은행은 일반 고객뿐 아니라 여성·자영업자 등 은퇴 준비 소외계층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금융업계가 은퇴 서비스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단순 재무설계, 금융자산 판매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활방식·자산 재분배·수익률 등을 고려하는 본격적인 종합 은퇴 서비스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 관련 연구소의 활동도 크게 ▶기업의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지원 ▶은퇴 생활 전반에 관한 연구와 관련 금융 상품·서비스 개발로 나눌 수 있다. ‘퇴직연금연구소’ 간판이 붙은 곳은 상당수가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에 따른 기업의 퇴직연금 유치나 연금 가입자 지원이 중심이다. 가령 IBK연금보험의 퇴직연금연구소, 우리은행의 퇴직연금연구소,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연구소, 산업은행의 퇴직연금연구소 등이다. 하지만 이들도 일반 고객 대상의 은퇴 연구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소속 금융사의 PB센터 등을 통해 은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된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는 은퇴 설계와 함께 미래의 경제·사회적 변화 연구에 힘쓸 계획이다.

퇴직연금뿐 아니라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은퇴설계,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는 연구소도 중점 분야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재무적 은퇴 전략뿐 아니라 사회활동·가족·취미·여가 등 은퇴 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연구에 힘쓰려 한다. 은퇴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삼성생명 은퇴준비지수’(가칭)도 개발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의 ‘100세 시대 연구소’는 다음 달 은퇴자산 관리를 주제로 대규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재무적·비재무적 은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연 1회 퇴직연금 국제세미나를 열고 고객 상대의 노후설계 강좌를 정기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베이비부머에 초점을 맞춘다. 보험·연금·적립식 펀드 등 단일 상품에서 벗어나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자산의 재조정을 통해 은퇴에 대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 폭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은퇴학교’를 세워 관련 강의와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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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중국에 상하이급 메가시티 7개 더 생긴다”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시장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

이태경 | 제262호 | 20120318 입력
‘2020년엔 신(新)브릭스(BRICs) 시대가 열린다. 신흥시장의 소비재·헬스케어(건강관리)·인프라 산업에 투자하라’.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유망 업종을 찍어줬다. 최근 관계사에 배포한 ‘자산시장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서다. 이 회사는 30개국에서 7274억 달러(약 819조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효율적 투자를 위해 2010년부터 3년째 세계 경제 변화와 투자 방향의 맥을 짚는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연초 작성·배포해 왔다. 올해는 얼마 남지 않은 2020~2025년의 시장 흐름을 예측해 봤다. 보고서가 제시한 핵심 투자 포인트는 무엇일까.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대표가 보고서의 내용을 해설해 줬다. 이 회사는 프랭클린템플턴의 한국 법인이다.

우선 ‘2020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이 국제통화기금(IMF)·유엔의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0년의 글로벌 경제 판도는 이렇다. 환율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PPP) 기준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33%로 커진다. 2010년 현재 브릭스의 전 세계 GDP 비중(17.4%)의 두 배가량이 된다. 국가별로는 2010년 조사에서 GDP 2위였던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정상에 오른다. 인도는 3위, 러시아는 5위로 지금보다 한 계단씩 올라선다. 브라질 역시 9위에서 7위로 상승한다. 반면에 미국(1위→2위), 일본(3위→4위), 독일(5위→6위) 등 대표적 선진국은 한 계단씩 밀린다. 12위였던 한국도 한 계단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전용배 대표는 “이런 지각변동 속에서 신흥시장의 중산층 증가, 인구 고령화, 도시화라는 3대 트렌드를 읽으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특히 “중산층의 성장으로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자동차·명품 등 고가 소비재의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용배 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인구(80억 명) 중 51억 명이 중산층이 된다. 이 중 아시아의 중산층은 36억 명으로 세계 중산층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에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의 중산층은 2025년 5억5800만 명으로 2006년의 6억5700만 명보다 15% 줄어든다.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1800만 대에서 2020년 3450만 대로, 인도는 290만 대에서 1130만 대로 급증한다. 중국의 명품시장은 지난해 126억 달러에서 2015년 270억 달러로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신흥시장의 고령인구 증가는 헬스케어 산업의 부흥을 촉진할 전망이다. 헬스케어는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 의약품, 원격진료시스템 등 건강관리와 관련된 제품·서비스를 말한다. 신흥시장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3억3500만 명에서 2020년 4억8400만 명으로 45% 증가한다. 이후 2030년 7억200만 명, 2050년 12억1800만 명으로 급속히 늘어난다. 2010년 말 현재 의료비를 포함한 연간 건강관리 비용은 미국의 경우 7410달러나 된다. 전 대표는 “중국(177달러)·베트남(80달러)·인도(45달러)의 건강 지출 규모는 보잘것없지만 앞으로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속한 도시화도 중요한 관심사다. 전 대표는 “도로·교통시설·부동산 서비스·에너지 등 인프라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0년까지 50년간 도시인구 증가율을 보면 아시아(138%), 중동·북아프리카(76%), 남미(62%)가 북미(17%), 유럽(19%)을 압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중국의 항저우·둥관·선전·광저우·우한·톈진·청두 7개 도시가 상하이 같은 메가시티(Megacity)가 된다. 보고서는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주변 도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광역경제권을 뜻한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현재 베이징·상하이·충칭 등이 있다. 또 2025년까지 중국 전체에 5만 개의 고층빌딩이 신축된다. 현재 미국 뉴욕의 10배 규모 도시가 새로 탄생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신흥국의 전기 사용량 증가로 2020년까지 석유 등 천연자원 수요가 지금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또 ‘인도와 베트남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10년까지 10년간 100배 넘게 증가했다. 휴대전화·인터넷·모바일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신흥시장은 재무적으로도 투자 매력이 크다. GDP 대비 평균 부채비율은 32.8%로, 100%가 넘는 선진시장에 비해 훨씬 낮다.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도 28.4%로 선진시장(7.4%)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흐름은 신흥시장 투자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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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북한은 내가 만난 최고의 협상가"

"北 목적은 생존…위협 심각하지 않아"
"中은 전쟁상대 아닌 선의의 경쟁자"

◆ 특별 기획 조지워싱턴 포럼 ◆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조지워싱턴대학교 글로벌 포럼에서 300여 명의 이 대학교 동문들이 모인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콜린 파월 전 장관을 비롯해 페리드 머래드 노벨의학상 수상자,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장 등 유명 연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충우 기자>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겠다고 하지만 누구나 이번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인 줄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경험해 봤듯이 말입니다(We've seen that before). 저는 북한과 협상도 해봤습니다만, 그들은 제가 만나본 세계 최고의 협상가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협상의 이유가 생존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의 위협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I do not lose sleep for them)."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조지워싱턴대 주최, 매일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 언제나 위험은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옛 소련, 이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의 안보 리스크를 잘 헤치며 나아갔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민주주의에 자신감을 가져라' '중국을 전쟁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하라' 등 명연설을 펼치며 이날 참석한 300여 명의 조지워싱턴대 동문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리더십을 상기시키며 청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1980년대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백악관으로 보좌관들이 달려왔습니다(콜린 파월은 당시 합참의장이었다), '큰일났습니다. 일본이 모든 것을 사고 있어요. 록펠러센터 등 미국의 상징들을 일본이 죄다 사들이고 있어요.' 이 말을 들은 레이건 대통령은 한참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쎄(Well), 일본 같은 돈이 많은 나라가 미국의 자산들을 사고 있다면 미국이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높은 나라라는 이야기잖소.'"

파월 전 장관은 "지금 중국이 항공모함을 한 척 보유하면서 난리가 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생각해 보면 1980년대 당시와 상황이 똑같다"며 "우리에게는 11대의 항공모함이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는 중국을 무시하지는 말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의 상대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는 대신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경제성장, 에너지관리, 환경보호, 교육개혁 등이 그것이다. 그는 "지금 미국 학생들의 3분의 2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나머지는 중퇴한다"며 "이는 커다란 인적자본의 낭비"라고 했다. 고등교육이 아니라면 직업훈련이라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은 사실 열등했던 학생이었다"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군대에서 조지워싱턴대에 입학하도록 보내줬는데, 처음에는 학력이 좋지 않아 입학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기회를 줘서 파월 전 장관은 18개월짜리 MBA 코스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러나 학교에서도 내가 18개월 안에 과정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예상했다"며 "결국 두 번의 여름학기에다 6개월을 더 공부해서 졸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보가 빠르게 소통되면서 새로운 세대들의 두뇌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파월 전 장관은 최근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나도 손자들과 대화를 하려면 휴대폰 통화가 아닌, 문자가 아닌, 트위터를 통해서 대화해야 합니다. 트위터가 뭐냐고 물어보니 트윗을 쓰는 것이 트위터라 하더군요. 트윗은 무엇이냐 물었더니 그런 게 있다고 합디다. 그러면서 나를 등록시켜 준다고 하길래 나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내 이름으로 누군가가 트위터를 등록해서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장 변호사를 고용해서 내 정보를 침해한 사항에 대해 항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친구가 3만명이 넘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놀랐습니다. 그 친구가 실제의 저보다 영향력이 더 있는 것 아닌가요!"

이날 행사에는 프랭크 세스노 전 CNN 백악관 출입기자, 스티븐 냅 조지워싱턴대 총장,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장, 페리드 머래드 노벨의학상 수상자 등이 연사로 나섰으며, 300여 명의 국내외 동문들이 참석했다.

[신현규 기자 / 문지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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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총재 "고유가·이머징 성장둔화가 걸림돌"

- 막연한 낙관론, 경계심 잃게 할 수도
- 회복 최대 장애물은 `고유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전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섣불리 안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가 상승과 이머징국가들의 성장 둔화 등을 경제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18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개발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막연한 낙관론은 경계심을 잃게 할 수 있다"며 "지금의 상황에서 평소처럼 행동하면 과거의 호황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책 입안자들은 유가와 부채 수준, 이머징시장의 성장 둔화가 글로벌 경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 세계 경기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고유가를 지목했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중국에 대해선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뛰어난 지도력과 정책적 수완들을 보여줬지만 수출과 투자에 의존하기보다는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MF는 지난 16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2차 구제금융을 받게 된 그리스가 긴축 조치 이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추가적인 부채 감축이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그리스 문제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기훈 (core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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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한미FTA 폐지 안될 말…복지는 공동구매式 개념"

장하준 교수 '무엇을 …' 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반대했지만 국회 비준까지 한 상태에서 폐지는 말이 안 됩니다. 이제는 FTA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49·사진)는 19일 신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농업, 제약, 소매업 등 FTA로 인해 예상되는 희생자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장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 장 교수는 “복지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복지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며 ‘공동구매’ 개념을 제시했다.

“복지는 돈 많은 사람에게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누구나 필요한 탁아, 의료, 노후 대비 등을 지금처럼 개개인이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온 국민이 돈을 내 공동구매해서 가격을 낮추고, 질은 끌어올리자는 겁니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와 관련해 “세금의 개념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은 걷지 않는 게 좋은데 할 수 없이 내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해 기꺼이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광범위하게 복지국가를 운영하려면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부자 몇몇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세금은 정부에서 빼앗는 게 아니죠. 부담이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을 얻는 겁니다. 정부가 일괄 공동구매해 되돌려주는 것이니까요. 당장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할 겁니다.”

장 교수는 정치권의 대기업 개혁 논의와 관련, “그냥 대기업은 나쁘다, 재벌은 더 나쁘다고만 하면 안 된다”며 “장점은 키우고 문제점은 고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대기업의 해악을 막는 방법을 논의해야 합니다. 재벌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재벌이 다각화 혹은 문어발 경영을 한다고 욕하는데, 사실 아파트 짓던 현대가 자동차로, 양복지 만들던 삼성이 전자로 문어발을 뻗었기 때문에 지금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있는 겁니다. 현대자동차가 너무 커서 문제를 일으키니 10개 기업으로 조각낸다고 하면 한국의 경제 문제가 해결될까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종합]장하준 "산은 민영화 절대 반대…금융규제 강화해야"


"인천공항 왜 팔려는지 정말 모르겠다"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9일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 "영국 등 다른 나라는 산업은행을 벤치마킹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이를 쪼개서 팔겠다고 한다"며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정승일 이종태 공저, 도서출판 부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장 교수는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서도 "인천공항을 왜 판다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그것도 사모펀드에…"라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문제점들이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제대로 규제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 때문에 주주자본주의 개념이 생기고 이로 인해 짧은 시간내에 최대한 이윤을 내고 배당을 나누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인력을 최소한으로 뽑기 때문에 장기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주주는 배당을 받은 후에 주식을 팔고 떠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네럴모터스(GM)이 망한 것도 결국 주주자본주의 때문"이라며 "이런 식의 경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신문·방송 등으로 몇 번 반대 의사를 밝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라며 "한·미 FTA든 한·유럽연합(EU) FTA든 해서는 안 되는 조약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 한·EU FTA는 우리가 1등 국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조약"이라며 "5, 10년 후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제약업계 종사자들이 줄줄이 길에 나앉을텐데 그 희생자들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민이 대표인 국회에서 비준을 해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미 국회 비준까지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으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국가를 하려면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부자들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보다 세금을 덜 내고 있기 때문에 부자가 더 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금을 정부가 빼앗아 가는 돈이 아닌 '공동구매'로 봐야 한다"며 "국민의 80%가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려면 인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영리병원 등 복지 국가에 방해되는 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무모하게 잘 달리는 재벌이라는 말이 '복지국가'라는 마차를 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영입 제안 여부와 관련, "여야를 막론하고 그런 전화를 한 통도 받은 적이 없다"며 "정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쓰고 기고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도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정당 중 가장 제대로 가고 있는 당이 어디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는 "마음에 드는 정당이 있다면 당원이 됐겠지만 없으니까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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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허물고 병원 발칵 뒤집어 1500일간 조직 수술 스캔들의 연속이었다”

민병국 前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장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있던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이하 용산병원)은 지난해 3월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병원으로 통폐합됐다. 병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직원들은 용산병원을 ‘작소병원’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작지만 소중한 병원’이란 뜻으로, 병원에 대한 직원들의 애착이 담긴 이름이다. 이름을 지은 사람은 전 용산병원장 민병국(58) 중앙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다. 그는 지난 2005년 용산병원장에 취임해 지난해 중대병원으로 통폐합될 때까지 병원을 경영했다. 그가 6년간 용산병원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모아 최근 책을 냈다. 책 제목은 ‘1500일의 스캔들’(황금부엉이)이다.

민 교수는 병원업계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CEO(최고경영자)’였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은 사실 시설이 낙후했었다. 민 교수는 병원장이 된 지 2년 만인 2007년 용산병원이 의료기관평가 환자만족도 부문 최우수 병원에 선정되는 놀라운 실적을 냈다. 같은 해 응급의료센터 우수 병원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통상 2년 임기인 병원장을 두 번이나 연임했다. 재단으로부터 이런 업적들을 인정받아서다.

자리만 지키는 병원장은 싫었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 학생 지도와 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있는 민 교수를 지난 2월 6일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 6층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100여권의 경영서적이 연구실 한편에 쌓여 있었다. 경제경영서가 난무하는 시대에 민 교수의 책이 기존 경영서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부터 물었다.

“100%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죠. 책을 쓰려고 수많은 경제경영서를 읽어봤는데 대부분 이론 중심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6년간 종합병원을 운영하며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통해 느낀 점들을 옮겨 적었죠. 종합병원과 같은 큰 조직을 운영하면서 얻은 생생한 경험들이 담긴 것은 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민 교수가 병원장이 됐을 때 용산병원에는 일종의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했다. 용산병원은 코레일 소유 부지와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었다. 조만간 중앙대병원에 통폐합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그래서 오는 환자들 진료에만 급급할 뿐, 병원 시설 유지·보수나 서비스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었다. 재단 측에서 민 교수를 병원장에 앉힌 것도 어떤 대단한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고 한다.

“2005년 1월인가 재단의 한 이사가 부르더니 ‘민 교수도 이제 병원장 한번 해봐야지. 어차피 없어질 거니까 자리만 지키면 되지 않겠어’ 그러는 겁니다. 사실 의사가 대학병원 병원장 하는 것은 대단한 명예거든요. 저를 챙겨주기 위한 말이었지만 제 소신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

그는 취임하자마자 지난 몇 년 동안 조용했던 병원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병원 건물을 둘러싸고 있던 담벼락을 허물고, 입구의 경비실을 철거하려 했다. 위화감이 조성되고 동네 주민과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장 직원들은 건물주인 코레일 측이 불허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대했다. 민 교수는 즉시 코레일에 공문을 띄웠다. 코레일은 건물 반환 시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그는 곧바로 철거업체를 불러 담을 허물고, 경비실을 철거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변화를 규율로

“사실 의사 출신이 병원장을 하지만 경영은 업무직의 고유 영역이니까 반발이 심했죠.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직원들은 규정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화를 ‘규율’로 삼기로 하고 나부터 변화하려고 노력했죠.”

용산병원이 2007년 환자만족도 최우수 병원에 선정된 것을 보면 환자들이 병원에 대해 가지는 만족도는 반드시 시설의 좋고 나쁨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환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곳이 병원이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병원이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객 중심 서비스의 한 사례로 주차 시스템을 개선한 것을 꼽았다.

“병원 주차장이 협소해서 무료 주차 시간이 15분이었는데 환자든 보호자든 15분 동안 병원에서 무슨 일을 볼 수가 있겠어요? 일단 주차 시간을 30분으로 늘리고 ‘발레파킹’을 도입했죠. 주차장이 부족하면 도로변에 주차하라고 지시했죠. 주차 위반으로 딱지를 떼면 그 비용도 병원에서 부담했습니다. 병원 내 공사를 할 경우 환자들에게 사과를 돌리며 양해를 구했고, 입원 환자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대신맨 서비스’ 등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니까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그것이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아닐까요.”

민 교수는 남직원 복장도 일반 넥타이가 아닌 샛노란색 보타이(나비넥타이)를 착용하게 했다. “목에 보타이를 맨 남자는 여성을 위해 겉옷을 벗어줄 수 있는 친절한 남자를 상징한다”는 한 신문 칼럼에서 착안했다. 병원에서 풍기는 권위주의를 탈피해보자는 의도였다. 건강검진센터 과장이 먼저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이 동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환자들이 훨씬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주삿바늘이 예전보다 안 아픈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도 생겼다. 보타이 하나가 병원과 환자 간 소통의 통로가 된 것이다.

“엄숙한 표정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고객에게 살갑게 다가가기 위해 시도한 보타이 서비스가 여러모로 효과를 발휘했죠. 그 이후 보타이는 이 병원의 ‘친절함’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주변 보면 바꿔보고 싶은 것 투성이

환자의 사소한 필요를 채워주다 보니 직원의 업무량이 많아졌다. 변기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변기 내에 얼음을 계속 채우는 일, 병원장 관용차로 환자를 역까지 데려다주는 일, 주말 아침에 나와 청소하기.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직원의 불만도 쌓여갈 것이라고 생각됐다. 민 교수는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 이벤트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갔다.

그의 얘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용산병원 인근 용산CGV에서 가장 큰 상영관인 ‘IMAX’를 통째로 빌려 700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영화를 함께 봤던 일이다. 가장 관람하기 편한 자리는 미화원이나 경비 등에게 내줬고, 가장 불편한 자리는 민 교수를 비롯해 병원 부서장들이 앉았다. 영화 상영 전 20분 동안에는 직원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만들어 보여줬다.

“극장 화면에 자기들 모습이 나오니까 그렇게 재밌어 할 수 없더라고요. 얼마 전에 제일기획에서 극장을 통째로 빌려 직원들이 관람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그거 내가 먼저 한 거야. 허허.”

전 직원의 생일도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령 책에 저자 사인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커피 쿠폰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처럼 말이다. 민 교수는 “이런 것들이 병원장을 하면서 몸에 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의대 교수로 복귀했지만 이제는 경영에 더 재미가 붙은 듯했다. 주변에 보면 바꿔보고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집에서도 병원 경영하는 것처럼 하시냐”고 물었다.

“아이고 큰일 나지. 집에서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책 제목도 아내가 말해준 걸로 한 거야.”

/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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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시스템 위기가 오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위기가 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종의 쇼크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발 밑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시스템의 위기입니다.”

최근 ‘위기를 지배하라’(위즈덤하우스)를 펴낸 김경준(49)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우리가 다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경제 체제의 중요한 축이 붕괴된 상황에서 조직이나 개인의 문제가 구조와 프레임 속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시스템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위기는 잘 알다시피 국제금융질서, 즉 달러 체제의 와해를 의미합니다. 이게 달러 체제의 대체제 가능성을 갖고 있던 유로 체제의 붕괴로까지 연결된 것입니다. 또 금융질서의 와해가 정치질서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과거 수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변화가 지금은 수십 년, 또는 더 짧은 기간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가속화는 기업경영의 위험성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단기간에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의 일상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진단에 따르면 우리는 대외적 위기 상황 속에서 더 큰 위기의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김정은 북한 체제가 드리운 위기, 거기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내부의 리더십 위기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계에 있는 사람들은 작년 말부터 위기에 대한 감을 갖고 있었다”며 “불확성이 커지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의사결정 준비는 하되 의사결정 자체는 유보하며 액션은 서두르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위기에 대한 대응체제가 더 문제

김 대표는 특히 우리 내부의 리더십 위기를 심각하게 꼽는다. “결국 경제는 정치의 틀 속에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서울시장 한 사람만 바뀌어도 재건축 시장 전체가 흔들리지 않습니까. 경제라는 게 제도 속에서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정치 권력이 바뀌면 미래가 알 수 없어집니다. 우리 사회를 이만큼 성장시킨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근본가치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27살의 리더를 맞은 북한의 리더십이 안정적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김정은이 리더로서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그 정도도 안되는 천방지축이라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김 대표가 낸 이번 책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리더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느냐를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숱한 역사적 사례를 인용해 가며 리더의 위기 극복법에 대해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위기가 몰고오는 ‘두려움’을 마주하는 자세다. “제가 이번에 쓴 내용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고르라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남긴 ‘리더가 두려워할 것은 위기가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라는 말입니다. 리더도 보통 사람이고 두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리더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남다름이 있어야 합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두려움에 짓눌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리더가 두려움에 휩싸이면 그 조직은 끝입니다.”

조직 운영의 패러다임 달라져야

김 대표 스스로도 한 조직의 수장인 CEO로서 위기를 헤쳐나간 경험이 있다고 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첫 뉴스를 듣고 출근하자마자 1시간가량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했습니다. 증권맨을 거친 입장에서 이 사태가 던질 파장이 얼마나 무서울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죠. 저는 증시는 자본주의의 성감대이고 컨설팅업은 기업경영의 성감대라고 표현합니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컨설팅업은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리먼 사태가 터지니까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부담이 생기더군요. 개인들한테는 가슴 아프고 미안한 얘기지만 결국 조직을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결심했고 직원들 절반 가까이를 내보냈습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강조했지만 군주, 즉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공동체 유지입니다. 여기에는 선도 악도 없습니다.”

김 대표가 책에서 제시한 위기 극복의 과정은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위기 때는 평화 시와는 조직운영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합니다. 위기 때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을 택해야 하죠. 리더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의사결정을 빨리 가져가야 합니다. 자신감과 투지를 조직에 전파하면서 합리적 낙관주의로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은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 가치를 재정립해 이를 전파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려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함께 돌파할 건지, 아니면 배를 떠날 건지 조직원들에게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이 탄탄해집니다. 위기일수록 내부 분열 요소를 초기에 제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김 대표에 따르면 위기는 훌륭한 변화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판을 바꿔서 새로운 변화와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오직 위기만이 진짜 변화를 만들어낸다. 위기가 발생하면 과거에 정치적으로 불가능했던 일들이 불가피해진다’고 갈파했습니다.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닥치면 사람들이 긴장하고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평상시에 지지부진하던 개혁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죠.”

이런 사례는 역사에서도 숱하게 찾을 수 있다. 조선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제도개혁으로 꼽히는 대동법이 지주계층과 고위관료 등의 반대를 뚫고 성사될 수 있었던 것도 임진왜란이라는 위기를 만나 기존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 애널리스트가 1997년 외환위기를 ‘가장된 축복’이라고 비유했듯이 우리 대기업들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현재의 위치에 오른 것은 외환위기 때 진짜 위기의식을 느끼고 죽기살기의 각오로 판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브라운관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디지털 평판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현대차도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비즈니스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성공하는 조직과 실패하는 조직은 위기에 맞서고 극복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성공하는 조직은 위기를 맞아 더욱 강해지고 도약의 계기로 삼는 반면 실패하는 조직은 지리멸렬한 리더십이 드러나고 조직은 사분오열되면서 방향을 상실합니다.”

17만명의 인력을 거느린 세계 굴지 컨설팅업체의 한국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증권맨 출신. 쌍용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업무를 담당했고 쌍용경제연구소에서 미래산업 분석과 신규사업 진출 전략 업무를 맡으며 컨설팅업과 연을 맺었다. 현재 기업의 장기전략 수립과 사업 재구축을 통한 기업경쟁력 회복 등의 분야를 주로 컨설팅하고 있다.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등 역사에 대한 이해를 경영과 접목시킨 저술도 많이 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컨설팅을 해올수록 결국 리더와 리더십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사람을 다룬다는 본질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사는 기업 경영에 필요한 엄청난 사례와 교훈이 담긴 보고”라고 말했다.

/ 정장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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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 이끈 재벌 … 이젠 경제민주화에 동참할 때

연중 기획 한국사회 대논쟁 ⑤재벌 개혁

| 제262호 | 20120318 입력
자본주의에 대한 위기의식,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재벌 개혁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양대 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물론 여당까지 ‘복지 확대’와 함께 ‘재벌 개혁’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삼성·현대 등 재계는 큰 선거나 정권 교체기마다 일방적인 ‘대기업 배싱(bashing)’이 되풀이된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우리 사회의 재벌은 ‘한국 경제의 견인차’ ‘경제 민주화의 걸림돌’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아 왔다. 재벌은 과연 개혁 대상인가,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와 중앙SUNDAY의 연중 공동기획 ‘한국사회 대논쟁’의 다섯 번째 주제는 ‘재벌 개혁’이다. 김기원(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 교수,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 교수, 신현한(연세대 경영학) 교수와 황인학(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기업정책연구실장이 지난 14일 중앙일보 사옥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는 정용덕(서울대 행정학)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과 홍승일 중앙SUNDAY 경제에디터가 함께 진행했다.
재벌 개혁에 관한 ‘한국사회 대논쟁’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학(한국경제연구원) 박사, 김기원(방송통신대)·정용덕(서울대) 교수, 홍승일 경제에디터, 박상인(서울대)·신현한(연세대) 교수. 조용철 기자
홍승일 경제에디터=흔히 재벌이란 표현은 족벌이나 경제력 집중 같은 부정적 뉘앙스를 띤다. 효율적 논의를 위해 재벌의 기본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그 다음 재벌의 공과와 기업집단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정치권의 개혁 논의 순으로 풀어가자.

정용덕(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너무 학문적인 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각자의 시각을 토대로 재벌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잡아주면 좋겠다.

박상인(서울대) 교수=재벌 개념을 혼동해 개혁 논의가 겉도는 경우가 많다. 재벌은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 집단 혹은 그런 대기업 집단의 지배주주라고 정의할 수 있다. 흔히 재벌 문제를 대기업 문제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별 대기업 문제 하고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집단의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재벌 개혁은 동반성장 같은 대기업·중소기업 현안과 다르다.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 집단 또는 그런 지배주주 때문에 발생하는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와 경제력 집중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다룬다.

신현한(연세대) 교수=비슷한 생각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특징은 금융회사나 정부가 아닌 개인·가족이 지배주주라는 점이다.
김기원(방송통신대) 교수=재벌이란 말은 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에서 나왔다. 기업집단과 가족경영이라는 두 요소가 결합돼 있다. 그런데 재벌 총수와 재벌 기업, 재벌 체제 세 가지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재벌 개혁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세우려면, 그리고 재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없애려면 그래야 한다.

황인학(한국경제연구원) 박사=재벌보다 한국형 기업집단이라는 이름이 어떨까. 기업집단이란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한 다수 회사를 중층적이고 불안정한 지분구조·출자구조로 지배주주나 가족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조직 형태다. 한국형 기업집단에 대한 개념보다 그에 대한 인식이 문제다. 재벌과 같은 기업집단 형태는 선진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 한국형 기업집단을 마치 우리 역사적 배경에서 나타난 기형적 조직 형태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김기원=재벌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가족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후진 사회가 압축적인 공업화를 추진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재벌이다. 일본에서 그랬고 태국·인도네시아에도 재벌이 있다. 다만 선진국에도 재벌이 있다는 이야기에는 다소 이견이 있다. 선진국에도 가족경영하의 기업집단이 있지만 그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그룹은 드물다.

홍승일=재벌이 과연 개혁 대상인지, 시장원리로, 또는 자구 노력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갈 수는 없는지. 수십 년 동안 재벌 개혁 논의가 지속됐지만 여전히 해결이 나지 않는 까닭은.

김기원=재벌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긍정·부정적 측면이 다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뭐냐, 1960, 70년대 고도성장기의 견인차 역할이다. 재벌을 무턱대고 나쁘다고 몰아붙이는 건 반대다. 우리나라에 가용 자원이 부족할 때 유능한 경영자에게 희소한 자원을 집중시켜 고도성장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재벌 체제인데, 덩치가 커지면서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70년대 말 이후 경영권이 2세로 세습되는 동안 지배주주의 지분은 점점 줄면서 ‘지배 소액주주’가 됐다. 그러니까 회사 돈을 자꾸 빼돌리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또 초창기에는 재벌의 성장이 중소기업에 낙수효과를 주면서 국민경제의 이익 하고 얼추 부합했는데 글로벌화와 불공정 경쟁 문제가 심화하면서 이것이 서로 일치하지 않게 됐다. 재벌 총수, 재벌 그룹, 국민경제 세 가지의 이해관계가 겉돌기 시작한 것이다. 재벌은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국제 경제 전쟁에서 한국을 승리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런 큰 역할을 살리면서 동시에 일부 총수의 부패와 무능의 문제, 그리고 국민경제 발전과의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자는 것이 재벌 개혁이다. 재벌 죽이기, 재벌 혼내기가 아니라 선진 대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신현한=공감한다. 하지만 재벌의 그런 문제를 고치는 데 반드시 개혁이라는 용어까지 써야 할까. 부의 세습이나 총수의 황제경영, 불균형 문제 다 해결 과제지만 재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해야 할까. 대부분 법 집행을 제대로 하면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불법적인 부의 세습은 당연히 못하게 하고, 불법적인 중소기업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법으로 하면 됐지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치권이 ‘이것이 너희가 따라야 할 지배구조다’라고 강제할 수 있나.

김기원=맞는 말씀이긴 하지만 법 집행이 제대로 안 되고 법 앞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재벌의 범법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 그러니 재벌 개혁은 검찰·사법 개혁과 두루 관련이 있다.

박상인=재벌이 우리 사회에서 무슨 문제를 일으키고, 문제가 무엇이며, 어떤 해결방법이 바람직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합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신 교수 말씀처럼 법 집행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 재벌 총수 사건에서 온정적인 판결을 한 판사에게 물었더니 “재벌 그룹의 지배권이 크게 변하면 국민경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보수적인 판결을 했다”고 하더라. 국민경제에 대한 재벌의 영향력이 실제로 큰 때문인지, 아니면 재벌의 경제 권력이 정치·사법적 영향력을 과도하게 키운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는 방증임에는 틀림없다. 재벌 총수의 처벌이 약해진 것은 시장경제의 법과 제도가 무너지는 일이다. 재벌 개혁의 기본 방향은 시장 경제체제와 경제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철학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는 기본적으로 소액주주의 사유재산권이 보장되고 주식회사 제도가 작동하며 분쟁을 법치주의에 따라서 해결하는 것이다. 재벌이 도마에 자주 오르는 건 김 교수 말씀처럼 그룹 지배권을 무리하게 승계하려 하기 때문이다. 편법 지분 이전이나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곤 한다. 이 역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과도해 그런지 적절하게 제재받지 않는다.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 중에서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사람 거의 없다. 행정고시를 보거나 변호사·공인회계사 같은 전문직을 하려고 한다. 대기업 가봤자 최고경영자는 언감생심이고 40대에 상무 정도까지 올라가는 것이 한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기원=재벌체제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에 왔다는 것에 공감한다. 고도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재벌이 이제 반체제 노릇을 하는 셈이다. 경제력 집중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권 등 사회 각계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강화해서 형량을 높이면 배임 횡령을 쉽사리 하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쪽으로 법이 개정되길 기대한다.

홍승일=재벌에 대한 규제와 개혁 조치가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개혁의 내용이 미흡했던 것인지, 아니면 법과 제도를 잘 갖춰놓고도 실천 의지가 부족했던 것인지. 또 재벌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해보자.

정용덕=재벌이 새로운 권력으로 떠올랐다는 점, 재벌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이 안 되는 점 등 정치경제학 쪽 이야기는 많이 나왔다. 재벌의 정당성이나 공정성 측면뿐 아니라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 재벌을 어떻게 평가해볼 수 있을까.

박상인=여기서도 대기업 집단인 재벌과 대기업을 혼동하면 안 된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은 엄연히 다르다. 대기업 집단 역시 대기업이 갖는 규모의 경제나 국제경쟁력, 의사결정의 신속성 같은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이것을 재벌 고유의 이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벌의 비효율성은 이미 말씀한대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다. 이것이 우리 시장경제 체제의 기본인 법치주의 작동을 저해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 집단인 재벌의 부작용이라고 꼭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재벌 문제로 치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흔히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 해체를 해야 한다는 정치구호가 그것이다. 물론 재벌이 경제 양극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겠지만 재벌 개혁을 하면 양극��가 해소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양극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세계화라든지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이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고 기업집단이 아닌 대기업들의 성장도 양극화의 원인이다. 따라서 재벌 개혁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면 착각일 수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문제도 본질적으로 대기업 문제지 대기업 집단인 재벌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에서 재벌 개혁을 만병통치약처럼 외쳐대는 것은 위험하다.

황인학=기업집단의 효율성 논의를 듣다 보니 재벌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효율성이란 면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2010년 5월 미국 GE의 최고경영진이 세계경제 벤치마킹 순회 출장 도중에 나한테 와서 한국 재벌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해서 한 시간가량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일류기업들마저 고전했는데 한국의 우량기업들은 어떻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잘 버틸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들이었다. 한국의 기업집단이 어떻게 생성됐고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으며, 경쟁력의 원천이 뭐냐고 설명해 달라고 했다. GE는 역사가 100년 넘은 세계 최고 우량기업인데 정작 우리를 배우려 한다. 한국 재벌은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가 장기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엄청나게 했다. 경제력 집중이 일단 시작되면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좌파 경제학자들의 ‘기업패권론’이다. 이들의 가설을 검증해 봤더니 단기적으로 집중도가 오르락내리락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증가 추세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판명 났다. 우리나라와 미국 다 해봤는데 그렇다.

김기원=황 박사가 미국 GE 얘기를 하셨는데 외국 사람 얘기를 존중하긴 해야 하지만 금과옥조는 아니다. 10여 년 전에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가 대우그룹 성공사례를 칭송했는데 대우는 얼마 있다가 파산했다. 오바마가 한국 공교육 시스템 최고라고 치켜세운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또 총수 의사결정의 신속함도 신중함과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총수라면 몰라도 검증되지 않은 2, 3세 총수가 경솔하게 신속한 결정을 내리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외환위기 때 30대 기업집단의 절반이 망하는 쓰라린 경험을 겪지 않았는가. 기업집단은 ‘규모의 경제’ 이외에 ‘범위의 경제’라는 이점을 누린다. 사업 다각화라는 것이 다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총수 판단이 잘못되거나 아니면 총수가 자기 돈 빼돌리려고 다각화하는 경우가 근래 늘고 있다. 이런 경우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지, 기업집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재벌의 공정성과 효율성 문제를 보자. 공정성은 예나 지금이나 문제가 있었다. 효율성은 황 박사 말씀대로 과거에 꽤 괜찮았다. 하지만 재벌이 오늘날처럼 커지면서 재벌 총수와 재벌 그룹, 국민경제 사이에 이해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신현한=대기업 집단의 효율성 문제를 직접 연구해 본 적이 있다. 외국의 경우 사업 다각화 기업과 비(非)다각화 기업 간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연구한 게 많다. 우리나라에 똑같은 연구 방법론을 적용해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그중에서도 중견기업이라는 걸 빼고 비교해 보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기업 집단의 기업가치나 경영성과가 비(非)대기업 집단보다 낮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비효율적이다, 덩치만 컸지 우리나라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에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또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많이 한 덕분에 재벌의 경영 효율성이 높아졌다. 2000년대 이후 대기업 집단의 기업가치나 성과를 비(非)대기업 집단과 비교해 보니 확연하게 좋아졌다.
근데 대기업 집단이 효율성과 소액주주 자본주의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착취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까지 중소 협력업체를 쥐어짜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선가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대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가 심하고, 효율성을 강조하고, 외국 기업이 간섭하고, 국민연금조차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고 하니, 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전문경영인이나 임원들에게 책임이 돌아가니 성과를 어디서 뽑을 거냐, 결국은 협력업체 쥐어짜기를 하게 된 것이다. 일본·미국의 가족기업들은 실제로 투자 많이 안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엄청난 R&D를 하는 건 오너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각화된 여러 계열사를 갖고 있으면서 한두 회사가 잘못돼도 전체가 망하지 않는다는 계산이 서니까 가능한 거다. 그런데 우리가 다각화 기업을 비판하면 한 가지만 하라는 건데 그러면 위험 부담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기업집단은 순기능이 많다.

박상인=재벌 내지는 대기업 집단의 과거 순기능에 공감한다.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정부가 외자를 도입해 나누어 주던 시절에 가장 효율적으로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기존 기업들이 사랑받았다. 이것이 대기업 집단 형성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작동해야 할 시점인데 시장이 잘 안 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0년대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 인센티브나 이사회 기능 강화 같은 조치들을 내놨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처방들이 먹혀 들지 않은 건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

김기원=외환위기 이후 경영 효율성을 중시하게 됐지만 주주자본주의로 바뀐 게 아니라 여전히 총수자본주의다. 재벌 총수가 과거에는 기업 규모를 키우고 계열사를 늘리는 데 골몰하다가 이제 단기적인 수익을 중시하다 보니 쥐어 짜기가 과거보다 심해졌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하기도 한다. 이 역시 총수 체제의 영향이 크다. 경영 잘못하면 망하게 놔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중소기업의 경우는 맞다. 그러나 대기업이 망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외환위기 때 생생히 보지 않았는가. 재벌 계열사들이 줄초상을 맞으니깐 국민경제가 파탄 나고 경제신탁통치를 받게 됐다. 그걸 시장과 정글 법칙에 맡겨두라는 건 무책임한 소리다. 정부가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게임룰을 만들어 지키자는 거다.

정용덕=순환출자 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보완 등 최근 정치권에서 오가는 재벌 개혁 논의로 옮겨가 보자. 외과수술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정치권의 입장을 선명하게 대비시키고 판단을 내려 달라.

김기원=재벌 내부적으로 경영의 투명성·책임성·전문성을 키우면 된다. 전문성이라는 건 능력 있는 전문가가 나서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내부적으로 갖추고 외부적으로는 국민경제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수단은 기업인의 부패를 바로잡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강화다. 그리고 앞으로 재벌 견제를 정부 대신 금융이 해야 한다.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정거래법을 강화해야 한다. 한시적으로는 중소기업에 단체교섭권을 주는 방법이 있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당연히 금지하고 출총제 역시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영국에서 하는 의무공개 매수제도, 즉 30% 이상 지분을 소유하면 다 공개 매수에 응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인학=오늘 토의의 문제의식들이 온당한 것인지 따져보려면 세 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첫째,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하는가. 둘째, 개혁 목표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 셋째, 거론되는 정책들이 추진되면 소기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다. 여·야의 개혁 정책에 문제가 많다. 전반적으로는 어느 한 면만 보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 경제력 집중은 분명 문제이지만 정책적 접근을 해서 해결될 것이 별로 없다고 본다. 한 시장 내에서 소비자 복지를 희생시키거나 해당 시장 내에서 경쟁기업을 부당하게 배제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작은 것은 아름답지 않다(Small is not beautiful)’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과거 금과옥조였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명제를 뒤집는 내용이다. 대기업은 줄고 소기업이 과도하게 늘어난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기업 집단을 규제해서 그 규모를 쪼갤까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클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 이쪽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분모를 늘려야지, 분자를 줄이면 안 된다.

신현한=기업 지배구조는 진화론적으로 봐야 한다. 이론적으로 좋은 제도를 도입했는데 잘 되는 기업도 있고 잘 안 되는 기업도 있다. 자기 몸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해도 성과가 나쁜 기업이 많다. 사외이사를 두지 않아도 잘나가는 기업도 많다. 지배주주의 빠른 의사결정 때문에 두산은 90년대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 중공업 그룹으로 거듭났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충격을 외국보다 덜 받은 것도 지배주주가 뚜렷한 대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외국학자들은 평하기도 한다. 자본시장과 헤지펀드·기업사냥꾼 활성화를 통해 재벌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배주주가 경영을 잘못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경우 경영권을 도전받도록 시장의 힘을 키우는 것이 순리다. 정작 중요한 건 중소기업 개혁이다. 중소기업 졸업을 꺼리는 풍토를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졸업제’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정부 지원에 안주하려는 기업들이 몸집을 불릴 유인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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