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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시사정보2

구봉88 2011. 12. 9. 16:16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1-321. 2011. 12. 7)

 

 

 

 

 

 

 

 

 

 

 

 

 

1.내수 부진에 수출 증가도 ‘내리막’… 박재완 “국내경제 성장 둔화 우려”

2.`美 빅3 IB' 2012년 한국 수출전망 장밋빛

3.통화동맹 → 재정통합 ‘메르코지 합의’…유로존 출범 13년 만에 업그레이드

4.유로존 신용 강등 경고 … 메르켈·사르코지 물먹인 비어스

5.고부가 플랜트 수출에 ‘무역 2조 달러’ 해답 있다

6.실직자에 소득의 30%…2년차땐 0.6%로 ‘뚝’‘제구실 못하는’ 실업수당, OECD 최하위

7. 온실효과 36%, 태양이 만든 수증기 탓

8.EU·중국, 교토 의정서 연장 놓고 힘겨루기

 

 

9. 기업경영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공유가치 만들어 대-중소기업 함께 가야”

  -해외로 뻗는 일본 내수산업…아시아 시장에서 승부수 띄운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전성시대…스마트폰 시대 맞아 인텔 아성 흔들까

  -박병엽 ‘辭則生’ 승부수로 팬택 구하기?

  -서로 배우다 서로 닮은… 세대 넘은 벗

  -유통업계, SNS시대에 ‘온라인 커뮤니티’ 회귀 왜?

  -싼 삼각김밥-비싼 명품백 함께 웃다

  -무역협회, 일반인 대상 ‘무역 1조 달러 시대’ 기여한 기업인 설문

  -저가 상품 대신 고품질로 승부 'PB(Private Brand·유통업체 자체 상품) 2.0시대' 열린다

  -대우조선해양,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시장 공략

  -일본 우동 명인 찾아가 3년간 ‘면발 수업’… 맛으로 불황 녹였다

  -[비즈 칼럼] 혁신적 가격경쟁이 시장 무너뜨린다고?

  -이헌재, 이제 박정희 흉내로는 나라경제 일굴 수 없다

  -김우중 "해외서 빡세게 5년만 굴러라"

  -디도스 공격, 수십만원 주면 OK … 청부업체 국내에만 100곳 넘어

   

 

10.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존 크래프칙 현대차 美법인 사장, 포드 CEO 후보 거론

   -'제2의 지구' 찾았다

   - 中휴양지 하이난섬, 의료관광허브 육성

   -부자 러시아와 가난한 이웃들… 푸틴 '소비에트 연방 2.0(유라시아연합·옛연방 재결합)' 추진

   -[뉴스 클립] 뉴스인뉴스 <182> 미국 의회 미·중 경제안보위 정책제안 43가지

   -은퇴자들이 알아야 할 ‘7대 키워드’

   -“유럽위기 본질은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정체”

   -"기업은 진정한 독재자, 민중이여 자기방어하라"

 

 

          G경영연구소(GMRI)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41-18 중앙빌딩 401호 (전화 02-3452-9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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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에 수출 증가도 ‘내리막’… 박재완 “국내경제 성장 둔화 우려”



유럽 재정위기 등 여파로 세계경기가 둔화되면서 국내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올 3·4분기 설비투자는 감소했고, 민간소비는 둔화돼 내수가 쪼그라들었다. 내년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세계경제 침체와 교역 축소 조짐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성장했다. 2·4분기(3.4%)에 이어 2분기 연속 3%대에 그쳤다. 가계소득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8% 느는 데 그쳤다. 지난 1·4분기 1.8%에 이어 완연한 하향세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휴대용 전화기 등 내구재를 제외한 식료품과 의류, 오락문화 지출 등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9년 3·4분기 0.4%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설비투자 위축은 더 심각하다. 설비투자는 선박과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에 대한 투자감소로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4분기에는 3.9%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0.8% 감소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불거지자 수출감소 우려로 국내 기업들이 투자시기를 늦추는 등 관망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면서 4.6% 감소했다.

내수 위축에 따른 실물경기 불안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소득이 제자리인데 반해 가계부채는 매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 때문이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내수의 성장속도가 둔화돼 3분기 전체 성장이 정체됐다”면서 “가계부채 문제와 낮은 소득 증가율 등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도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출증가율은 1·4분기 18.7%, 2·4분기 11.5%였다가 이번에는 10.5%로 하향세가 뚜렷하다. 수입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13.7%, 10.1%, 7.9%로 줄고 있다.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총저축률은 최종 소비지출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보다 더 크게 늘면서 전분기보다 0.3%포인트 하락해 31.0%였고, 국내총투자율도 전분기 29.5%에서 28.8%로 떨어졌다.

정부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박재완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고비용·저효율, 저성장·저고용 위험에 봉착했으며 유럽 재정위기도 특정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신뢰 위기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업 선진화, 신성장 동력 확충 등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적극적인 경제영토 확장을 통해 장기화될 수 있는 성장둔화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도 “대외 불확실성으로 일부 실물지표가 다소 둔화하고 물가 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와 영향을 점검하면서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재현·이호준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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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3 IB' 2012년 한국 수출전망 장밋빛


무역 1조弗 시대 (서울=연합뉴스) 5일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들어 이날 오후 현재까지 통관 기준 수출입 누적 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수출 5천150억 달러, 수입 4천85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무역 1조 달러 돌파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이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2011.12.5 << 연합뉴스 DB >> photo@yna.co.kr

"수출 증가세 지속…환율경쟁력ㆍ신흥국시장 덕분"

올해 對아세안 수출 36% 급등…對EU는 고작 7%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연간 무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한 한국은 내년에도 `무역입국'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장밋빛 전망은 국제금융센터와 외국계투자은행(IB)에서 나왔다. 이들이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3.8%로 시장 예상치인 10.4%를 3%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지난달 포르투갈, 헝가리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부각됐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 선전이다.

지난 5일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통관 기준으로 연간 수출 5천150억달러, 수입 4천850억달러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 탄탄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대한민국 무역 역사에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한국의 교역 선방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신흥국 수출이 활발했기 때문이라는 게 IB들의 분석이다.

노무라증권의 집계치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1월20일까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대한 한국 수출은 전년보다 35.6% 급등했다. 중동(17.0%)과 중국(16.5%), 남미(12.2%)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재정위기의 진앙인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4.8%의 절반에도 못 미친 6.6%였다. 대미 수출 증가율은 11.3%를 기록했다.

11월 중(1~20일)에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가 더욱 컸다.

이 기간 남미 수출은 68.4%, 중동은 23.3%, 아세안은 16.5% 증가했지만 EU와 미국에서는 각각 13.8%, 8.5% 떨어졌다.

IB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해 수출 모멘텀이 약해지겠지만 플러스(+) 증가세는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 실질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당분간 달러 약세가 예상돼 한국의 환율경쟁력이 수출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수출은 대외 불확실성 심화에도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 수출은 경기둔화에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 기록이 글로벌 금융불안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로 작용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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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동맹 → 재정통합 ‘메르코지 합의’…유로존 출범 13년 만에 업그레이드

'적자국 제재' 통합 행보

[중앙일보 허귀식] 유럽연합(EU)은 평화의 여정이었다. 지긋지긋한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유럽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 5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독·불 정상회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전후 60년 넘는 통합과 평화의 장정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유럽 채무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EU의 새 조약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협약 개정안은 재정 균형을 이루지 못하거나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정한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라에는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황금률'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방안이다. 같은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곳간 관리는 각 나라에 맡기는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지난 1999년 공식 출범한 유로존이 경제위기를 계기로 약 13년 만에 통화동맹에서 재정통합으로 한 단계 진전을 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EU 27개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재정·금융위기 속에 '연환계(連環計)'의 위험에 처해 있다. 모든 배를 하나로 묶고 있다가 대수롭지 않은 화공(火攻)에 불길이 번져 우왕좌왕하다 자멸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다른 배와 사슬을 끊고 싶은 반(反)통합의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화 대신 옛 자국 통화를 다시 쓰자는 여론이 각국에서 일고 있다. 프랑스 국민 36%는 프랑스가 유로존에서 떠나 옛 통화인 프랑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르몽드가 5일 보도했다. 그리스에서는 유로존 이탈과 자국 통화 복귀 주장이 시위 구호다. 네덜란드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옛 통화인 길드화로 복귀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두 정상은 이러한 분열 대신 통합의 길로 간다는 걸 명확히 했다. 하지만 통합의 항로 곳곳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장 EU와 유로존 일부 회원국이 반발하고 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기존 협약 안에서도 유럽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총리로서 영국의 어떠한 권한도 EU에 양도하지 않을 생각이며,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통합의 관건은 리더십에 있다. '메르코지(메르켈과 사르코지의 합성어)'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최초의 동독·여성·과학자 출신 메르켈 총리는 '동베를린의 대처'로 불린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가난한 헝가리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의 꿈'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당장 두 정상의 리더십은 합의안이 헤르만 반롬푀위 EU 정상회의 의장에게 제출되는 8일부터 본격 시험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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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신용 강등 경고 … 메르켈·사르코지 물먹인 비어스

S&P, 15개국 '부정적 관찰대상'에 … 공포 질린 유럽

[중앙일보 강남규] 데이비드 비어스(58)는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책임자다. 최고 서열은 아니다. S&P 국가신용평가 부문의 '넘버3'다. 대표와 국가신용평가위원장 다음이다.

 비어스는 가끔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마다 글로벌 시장이 요동했다. 올해 미국 신용전망(4월)과 등급(8월) 강등 때도 그랬다. 이런 그가 6일 새벽(한국시간) 다시 모습을 내비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15개 나라를 '부정적 관찰대상(CreditWatch negative)'에 올려놓았다. 사실상 파산 상태인 그리스와 이미 부정적 관찰대상인 키프로스만 제외했다. 이처럼 무더기로 유럽 국가를 '물먹이기'는 신용평가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비어스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유로존 정책담당자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고 정부·가계의 빚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정적 관찰대상은 등급이 석 달 이내에 강등될 확률이 50%란 얘기다. 그런데 이날 비어스는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우리는 이번 주 금요일(9일) 유럽 정상회의 이후 가능한 한 빨리 평가작업을 마치겠다”고 못 박았다.

 비어스는 말과 행동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인물이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테이블 위에 총을 올려놓으면 이는 곧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복선이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하반기 “트리플A(AAA) 등급을 쉽게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곧바로 평가 기준 강화에 나섰다. 올 4월엔 행동에 나섰다. 미국 신용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넉 달 뒤인 8월엔 미 등급을 AAA에서 AA+로 깎아버렸다.

 이런 그의 경고는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56)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대책을 무력화했다. 이날 둘은 회원국 재정을 통합하고 적자 한도를 초과한 회원국을 제재할 수 있도록 유로존 협약을 개정하기로 약속했다. '유로합중국'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을 놓은 셈이었다.

 그러나 독일·프랑스 정상회담과 미국 증시가 끝난 직후 나온 비어스 경고는 두려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 여파로 한·중·일 주가가 일제히 1% 남짓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 리더들은 9일 유럽 정상회의 폐막까지 시장 아닌 비어스가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선출된 리더들이 비어스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 최고 등급(AAA) 국가들은 한 등급씩 강등된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9개국은 두 등급씩 낮춰진다. 독일·프랑스 강등은 위기진화 모델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두 나라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최대 보증국이다. 두 나라가 강등되면 EFSF도 AAA 등급을 받기 어렵다.

 S&P는 6일 성명을 통해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따라 EFSF의 장기등급을 (AAA에서) 한두 단계 내릴 수 있다”며 “9일 EU 정상회의에서 신뢰를 다시 줄 수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남규 기자

◆데이비드 비어스(David Beers)=일반 대중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 재무장관들 사이에선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줄담배꾼이다. 미국 버니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으며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월가 투자은행에서 각국 국채 평가와 분석을 담당하다 1990년대 초 S&P에 영입됐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신용평가의 위기”라며 S&P의 평가기준 강화를 주도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밀어붙인 S&P의 전 사장 데번 샤르마의 최고 심복으로 꼽힌다. 샤르마가 물러난 뒤에도 S&P의 평가가 강성으로 흐르는 것도 그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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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플랜트 수출에 ‘무역 2조 달러’ 해답 있다

무역 1조 달러 시대 이후

[중앙일보 한은화] 지난달 1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하얏트 호텔.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부 항구도시 안토파가스타에 지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준공식이 열렸다.

 “세계 유수기업을 제치고 칠레에서 잇따라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할 수 있었던 건 포스코건설이 그간 쌓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정동화(60) 포스코건설 사장의 인사말이다. 포스코는 이 발전소를 수주하기에 앞서 2010년 1월 준공한 벤타나스 석탄·화력발전소의 공사기간을 한 달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이번 발전소의 공기도 정확히 지켰다. 그간 칠레의 발전소 공사를 주로 맡아 온 유럽 기업의 경우 정해 놓은 기간보다 늦게 공사를 끝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포스코는 두 발전소에 최고 수준의 내진설계를 적용했다. 덕분에 지난해 2월 발생한 8.8 규모의 강진도 버틸 수 있었다. 이날 준공식을 한 안토파가스타 발전소에서 연간 생산하는 전기는 520㎿다. 40만 가구(4인 가구 기준)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맞아 국내 플랜트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남미·아시아와 같은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플랜트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벌이를 위한 효자종목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 관계자는 “플랜트 산업은 공장을 지어주기만 했던 이전과 달리 설계부터 기자재 조달, 시공까지 아우르는 수주 방식으로 변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15년이 되면 세계 플랜트 시장이 1조1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4년 11월 수출 1억 달러를 처음 돌파한 후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1000억 달러(88년)로 성장하기까지의 일등 공신은 '의류'였다. 섬유산업 수출이 절정에 달하면서 86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무역 흑자(31억 달러)를 기록했다. 90년대 들어 산업 고도화로 반도체·컴퓨터·자동차·선박·석유제품이 5대 주요 수출 품목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의 최대 이슈는 정보통신(IT) 산업이었다. 반도체·휴대전화 등이 주요 품목으로 부상했고, IT 관련 핵심부품의 국산화 덕에 무역 5000억 달러 시대가 열렸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연 것도 이들의 공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 무역 구조가 10년 넘게 자동차·반도체·선박 등 소수 품종에 집중돼 2조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새 주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플랜트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수출품종의 다양화를 위한 시도 중 하나다.

 해외 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도 많다. 플랜트 공사 규모가 워낙 커 공사 발주처와 공사를 수주하는 기업 모두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공적수출신용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 플랜트 사업을 손쉽게 수주할 수 있게 무역보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달 준공한 안토파가스타 발전소도 그 예 중 하나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 발전소의 발주처인 미국 전력회사 칠레 법인 'AES 제너'에 7억1000만 달러의 공사비를 17년 상환조건으로 대출해 줬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기술을 수출한 우리 기업이 수출대금을 원활히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공적수출의 취지”라며 “최근 들어 플랜트 산업 쪽에 공적수출 서비스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플랜트 산업=전력·석유·가스 등의 생산시설을 지어주는 산업이다. 해외에서 플랜트를 수주하면 설비·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해 수출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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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에 소득의 30%…2년차땐 0.6%로 ‘뚝’‘제구실 못하는’ 실업수당, OECD 최하위



[한겨레] 경제위기땐 ‘안전판’ 못돼

선진국은 절반 이상 보전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으면 받는 실업수당의 소득보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간값의 절반가량에 그쳐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보전율은 노동자들이 실직 전 받던 임금 대비 실업수당의 비율을 말한다.

6일 오이시디의 ‘고용전망 2011’ 보고서를 보면, 세계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실직 1년차에 받을 수 있는 실업수당이 평소 급여의 30.4%로 집계됐다. 실직 1년차 때 실업수당의 소득보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로, 임금의 85.1%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80.7%), 포르투갈(79.3%), 노르웨이(72.9%), 덴마크(72.6%), 네덜란드(72.6%), 벨기에(71.2%) 등도 70% 이상의 소득보전율을 기록했다. 오스트레일리아(49.1%), 이탈리아(46.7%), 헝가리(45.9%), 일본(45.5%), 터키(45.3%), 미국(44.9%), 폴란드(44.1%), 영국(33.0%) 등은 50%를 밑돌았고,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1개 나라 가운데 체코(29.7%)에 이어 가장 낮았다. 오이시디 회원국들의 실직 1년차 소득보전율 중간값(소득보전율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은 58.6%였다. 오이시디는 40살 노동자를 기준으로 독신, 홑벌이, 자녀 유무 등을 고려한 4가지 유형별로 실업수당을 평균해 세후 소득보전율을 구했다.

특히 실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소득보전율은 선진국과 견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 2년차 때 오이시디 회원국의 소득보전율 중간값은 40.4%였지만 우리나라는 0.6%에 머물렀다. 벨기에(64.6%), 아일랜드(58.8%), 오스트리아(58.7%) 등은 실직 5년차에도 평소 급여의 절반 이상을 보전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이시디는 “각국의 실업보험 및 기타 공적 소득보조 프로그램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직자들의 생활수준 저하를 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실업자에 대한 소득보조는 다른 오이시디 국가와 비교할 때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 6.4% 등) 고용보험료율이 우리보다 높고 정부 예산도 투입되는 반면, 우리는 보험료율이 1.1%에 그치는 등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실업수당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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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온실효과 36%, 태양이 만든 수증기 탓



지구온난화의 비밀 그 실체는…9일 폐막 기후변화총회, 온실가스 새 감축안 불투명

[중앙일보 강찬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는 지난달 28일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시작됐다. 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내년 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후속 대책을 집중 논의 중이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거나, 새 감축방안을 내놓아야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어서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한다면 인류에게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상청은 날마다 백령도 등 전국 다섯 곳에서 2~4차례 커다란 풍선을 띄운다. 하늘로 올라가면서 기압·기온·습도·풍향·풍속 등을 자동 측정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보내오는 '라디오존데(radiosonde)'라는 장비다.

최근 기상청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라디오존데를 띄우고 있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의 29년간(1981~2009) 기온 측정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1.5㎞ 상공의 대류권(지표면에서 약 10㎞ 상공까지)에서는 영상 4.2도에서 영상 5.4도로 1.2도 상승했다. 반면 20㎞ 상공의 성층권(대류권 위에서부터 50㎞까지)에서는 영하 57도에서 영하 58.6도로 1.6도나 떨어졌다. 지구를 덥히는 이산화탄소(CO2)나 메탄(CH4) 등 온실가스 작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온실가스의 작용 원리는 이렇다.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한 양만큼의 에너지가 다시 우주로 빠져나가야 지구의 기온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자외선(UV)이나 가시광선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길고 에너지가 약한 적외선(IR)이다.

 대류권에 존재하는 온실가스는 이 적외선을 흡수한다. 대류권의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열이 쌓이고 지구가 더워진다. 반면 성층권에서는 적외선 에너지가 줄면서 기온이 떨어진다.

고층 기상을 측정하는 라디오존데. 국립기상연구소 조천호 기후연구과장은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열균형이 달라지고 있다”며 “80년대 이후 선진국의 공장 매연(검댕)은 줄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지구 기온변화가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가시광선이 빨강·노랑·보라 등 여러 빛이 섞여 있듯이 적외선도 3~2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의 다양한 파장이 섞여 있다. 적외선을 구성하는 광자(光子·photon)는 다양한 에너지 값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온실가스는 자신에게 적당한 에너지 값을 가진 광자만을 흡수한다. CO2가 흡수하는 광자와 CH4가 흡수하는 광자는 에너지 값이 서로 다르다.

 ◆최대 온실가스는 수증기=지난해 세계 CO2 배출량은 2009년보다 5.9% 늘어난 334억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최근 지난해 CO2와 CH4 농도가 각각 389ppm과 1.81ppm이었다고 발표했다. 산업혁명 전인 1750년의 CO2와 CH4 농도는 각각 280ppm과 0.7ppm이었다. 이 작은 변화가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켰고, 인류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 전문가들은 “온실효과에 기여하는 정도로 본다면 단연 수증기(H2O)가 최대의 온실가스”라고 말한다. 대기 중 CO2 농도는 389ppm, 즉 100만분의 389 정도인 데 비해 수증기는 보통 1만ppm에 이른다. 전체 온실효과의 36%를 발휘하지만 대부분 바다에서 증발하기 때문에 인간이 수증기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대신 수증기 다음으로 온실효과가 큰 CO2나 CH4의 배출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적외선 광자와 반응하려면 보통 세 개 이상의 원소로 이뤄진 물질이어야 한다. 질소(N2)와 산소(O2)는 온실가스가 아니지만 CO2나 CH4·H2O·오존(O3)·아산화질소(N2O)가 온실가스인 이유다. 같은 온실가스라도 적외선 에너지 흡수능력과 대기 중 존속기간 등을 감안한 온난화잠재력(GWP)은 큰 차이가 있다. CO2의 온난화잠재력을 1이라고 했을 때 CH4는 21, N2O는 310이다. 같은 양이 있을 때 CH4의 온실효과는 CO2의 21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gnang.co.kr

◆광자(光子, photon)=빛은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다. 빛을 입자로 간주할 때 수많은 광자가 모여 빛을 이루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광자 수가 많을수록 빛의 세기가 커지게 된다. 광자 하나 하나의 에너지는 진동수가 높을수록, 즉 파장이 짧을수록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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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중국, 교토 의정서 연장 놓고 힘겨루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재정 위기 맞은 EU, 中 압박 - "중국 등 온실가스 의무감축해야 교토 의정서 연장할 수 있어"

중국은 반발 - "역사적 총배출량이 더 중요… 선진국 의무감축 계속해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한창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 도시 더반. 바닷가를 따라 전 세계에서 몰려든 환경단체들의 시위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개막해 오는 9일 폐막하는 이번 총회는 교토의정서 이행 종료를 앞두고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회의지만, '포스트 교토' 체제는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시위자들은 물론 각국 대표들은 "이번에도 '포스트 교토(Post -Kyoto)' 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지구 온난화의 마지막 방어선인 교토의정서는 아프리카 검은 땅에 영원히 묻혀버리게 될 것"이라면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이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한 교토 의정서의 1차 이행기간은 내년에 끝난다.

◇EU, 중국을 향한 초강수

이번 총회의 최대 쟁점은 교토 의정서의 연장 여부다. 총회에서 조안나 판데라(Pandera) EU 대표단장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그는 "EU가 기후변화에 기울인 노력이 당연하게만 여겨져 왔다"면서 중국·인도 등 주요 배출국들이 교토 의정서 체제로 들어올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유로존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경제가 위기를 맞은 EU는 유럽 국가만 의무 감축에 나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2020년 이후에는 모든 주요 배출국이 감축에 참여하는 새로운 협상 계획을 도출해야 교토 의정서를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대표단의 쑤웨이(蘇偉) 부단장은 "연간 배출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총 배출량(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이 더 중요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선진국이 계속해서 의무 감축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과 인도 등도 EU 안에 반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중국이 아닌 유럽을 지지

그동안 기후변화회의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인 선진국과 의무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의 대립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번 총회 양상은 다르다. 아프리카의 주요 개도국들은 이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보다 EU를 지지한다. 동아프리카에 가뭄이 계속되는 등 지구촌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로 아프리카의 피해 수준은 이미 심각하다"면서 "이번 더반 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합의한 녹색기후기금도 서둘러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총회에서 개도국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간 1000만달러의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키로 했지만, 유럽·일본 등이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기금 조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에 열린 회의에서 시대에 남을 의정서를 이끌어냈다는 상징성에 불구하고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내년까지 약속한 감축 목표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중고 맞은 '그린 경제'

이번 총회에선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한국도 포함돼야 한다는 압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전망치(BAU)보다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선제적으로 제안해 국제 여론을 달래왔다. 또 경제성장과 환경을 모두 확보하는 '녹색 성장'이라는 모델을 제시해 유럽과 개도국의 지지도 받았다. 문제는 녹색성장 모델이 작동하기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녹색 투자 버블 논란, 교토 협약 종료 등 삼중고를 넘어야 한다. 특히 교토 협약이 종료되면 2005년부터 매년 2배씩 성장해 온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도 일시에 축소될 수 있다. 최근 태양광 산업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도 경제 위기를 맞은 유럽 각국이 태양광 관련 보조금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승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은 "그래도 각국의 대립각을 풀 수 있는 해법이 환경과 성장을 모두 담보하는 녹색 성장 모델"이라면서 "GGGI는 녹색 성장 모델을 '포스트 교토 체제'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석대표로 총회에 참가 중인 유영숙 환경부 장관도 7일 열리는 고위급 회의에서 각국이 '지금 당장'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유 장관은 "각국이 서로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를 하는 데 한국이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토 의정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돼 2005년 2월 발효됐다. 이 협약에 따라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이상 감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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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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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1]“공유가치 만들어 대-중소기업 함께 가야”

동아비즈니스포럼 어제 개최… 포터 하버드大교수 해법 제시

[동아일보]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과 갈등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주목할 만하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공동 주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이 6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국내외 비즈니스 리더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참석자들은 마이크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가 제시한 CSV 개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세계 최고의 경영전략 대가로 평가받는 포터 교수는 기업 상생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대안으로 그가 창안한 CSV를 설명했다. CSV는 사회적 이익과 기업 이익이 공유하는 영역에서 기업이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는 “한국 기업에도 CSV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은 개회사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초경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와 솔루션 제시가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사명”이라며 “CSV 개념을 경영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비즈니스 리더들의 경험과 식견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한국 기업 동반성장 갈길 멀어…”



■ 마이클 포터 교수 기조연설

“CSR서 CSV로 진화해야”

[동아일보]

“대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기업들이 경영 활동에 CSV 개념을 도입하고 실제로 적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터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 모델로 CSV 개념을 주창해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6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해 “최근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널리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 “기업과 사회 이익 창출하는 구체적 CSV 도입해야”

포터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기조연설과 패널토론, 청중과 질의응답 등을 통해 5시간에 걸쳐 CSV 개념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 기업의 CSV 도입 방안에 대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한국 기업은 (사회 공헌의) 주제를 결정할 때 ‘사회적 융합’이나 ‘정의’처럼 포괄적이고 피상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형태의 공유가치를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접근 전략을 마련해야 공유가치 창출 개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은 커지는데,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 “CSV는 자본주의 그 자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기부에서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 더 나아가 CSV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기부 활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정된 재화를 재분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SR에 대해서는 “기업이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CSV는 ‘효율적으로 돈을 번다’는 자본주의의 개념과 충돌하지 않고 기업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CSR와 CSV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느냐”고 묻자, 포터 교수는 “CSR는 나름의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CSV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고 설명했다.

○ “과거의 시각 버려야 새로운 기회 보인다”

포터 교수는 CSV를 구축하는 첫 단계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법과 범위에 대한 시각을 바꿔 그동안 간과해 왔던 고객과 시장을 다시 발견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보 노르디스크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선진시장에 적용했던 유통방식을 바꿔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는 중국 지방정부, 비정부기구(NGO) 등과 함께 당뇨병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환자들과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의료 체계가 잘 구축되지 않은 중국의 지방 소도시에서 판매액을 늘렸다는 게 포터 교수의 설명이다.

두 번째 전략으로는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협력업체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관행이나 방식만 바꿔도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며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고 가치사슬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들을 파트너로 삼아 광범위한 클러스터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 내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고 다른 주체들의 역량을 종합해 생산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프란시스코 로만 아시아경영대학원(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 교수는 “CSV가 3년, 5년 후에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물었다. 포터 교수는 이에 대해 “CSV를 직접 행동에 옮기고 그 결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를 고민한 뒤에 다음 단계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김태영 교수, 로만 교수 외에 피터 존슨 DWM(Developing World Markets) 미국 대표와 로랭 로티발 GE헬스케어 코리아 사장이 참석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 “CSV 실천하려면 CEO의지-NGO협력 절실” ▼

“공유가치 창출(CSV)은 기업의 핵심 자원과 역량으로 이익 극대화의 기회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개념이다. 선진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신흥국이나 개도국에 분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경영컨설팅회사 FSG의 마크 크레이머 공동대표(사진)는 6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CSV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했다. 크레이머 대표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CSV 개념을 제안한 경영 전문가이며 4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CSV 전략 수립과 실행에 대한 컨설팅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날 ‘비즈니스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CSV 개념을 실제 경영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제너럴일렉트릭(GE), 시스코, 네슬레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GE는 저가의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해 1억 명 이상에게 값싸고 질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신사업은 기존 사업 대비 2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시스코는 원격 교육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400만 명 이상의 네트워크장비 판매 관리자를 교육했다. 회사는 부족한 판매 관리자 문제를 해결하고 수강생에게 취업 기회를 줄 수 있었다. 네슬레는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영농기술 교육, 수로 건설, 금융 지원 등 63개의 영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동시에 이곳에서 원료를 구매해 회사의 원가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크레이머 대표는 “GE는 새로운 헬스케어 장비 생산 프로젝트를 위해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이는 정부나 비정부기구(NGO)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주도하는 CSV의 의미와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어 “CSV를 기업 내 핵심 전략으로 안착시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최고경영진의 확신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성과측정 지표를 마련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보상 체계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른 기업, 정부, NGO 등 외부 전문가들과의 적극적 협업으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라며 “특히 해외사업을 추진할 때 현지 NGO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현지 은행들과 대출 기금을 마련하고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발전을 유도한 다국적 석유기업 셸의 사례를 소개했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 비즈니스 리더 600여명 참석… “참신하고 유익했다” ▼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6일 공동 주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은 최근 경영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공유가치 창출(CSV)을 집중적으로 다뤄 참가자들로부터 “참신하면서도 유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생생한 강연을 직접 듣기 위한 열기도 뜨거웠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참가자가 몰려 포터 교수의 기조연설 때는 미리 준비했던 600여 개의 좌석이 꽉 찼다.

국제회의 전문기획사인 인세션(대표 김승미)이 진행을 맡은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쌍방향 열린 토론’을 시도해 호평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포터 교수가 즉석에서 답변하는 형식이다. 패널들의 질문 시간을 1분으로, 연사의 답변도 5분 내외로 제한한 점도 특징이었다. 포터 교수는 “아주 효율적으로 패널 토론이 진행돼 신선했다”며 “나도 토론회를 할 때 이 모델을 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재계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금융계 최고경영자들도 참석해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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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해외로 뻗는 일본 내수산업…아시아 시장에서 승부수 띄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중국(홍콩, 대만 포함)에서 약 1조엔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매장 전경.
지난 10월 12일 일본 도쿄 시내 한 기자회견장.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2010년(2010년 9월~2011년 8월) 실적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 패스트리테일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0.64%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2%와 11.9%씩 감소했다.

세계 패션 심장부 미국 뉴욕 5번가에 초대형 점포를 개설하는 등 승승장구해온 유니클로로서는 예상외의 성적이지만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자들 질문에 응했다. 야나이 회장은 내년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 영업이익은 16%, 순이익은 31%나 급증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의 성장전략에 일본 내수시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중국, 홍콩, 대만에서 매출 1조엔, 기타 아시아에서 1조엔을 거두고 영업이익률은 15% 이상 유지하겠다. 2015년에는 해외 매출이 전체의 50%를 웃돌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 내수산업의 해외시장 공략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그중 한 사례일 뿐이다. 식품, 소매, 의류 등 내수산업 핵심 기업들은 계속 일본 내수시장에만 머물렀다가는 성장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소매시장은 지난해 약 135조엔으로 최전성기였던 1996년에 비해 7% 감소했다. 같은 해 외식시장 규모는 1997년보다 20%나 감소했다.

일본 내수시장 갈수록 축소

반면 아시아 시장은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확대일로다. 일본 음식 문화와 패션에 대한 인기도 높다. 일본 내수기업들이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일본 편의점의 중국 시장 공세는 무서울 정도다. 11월 11일 상하이에서 100번째 점포를 개설한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361억위안이었던 중국 매출을 2015년까지 2배 가까운 636억위안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본 2위 편의점 로손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 내 점포 수를 1만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마츠야마 로손 해외사업담당 이사는 “중국에는 상하이 외에도 500개 정도를 개설할 수 있는 대도시가 20개는 있다. 이 정도면 1만개 목표가 허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편의점 시장에서 외국계 시장점유율이 14%에 불과하다는 것도 일본 편의점 업계에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워 세련된 편의점 문화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이자카야 와타미는 지난 8월 해외 첫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말레이시아에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해외에 200개 이상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음식점 체인 요시노야홀딩스도 2016년 2분기까지 국내에서는 800개 점포를 증설하지만 해외에서는 1000개 이상 신규 출점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테이크아웃 도시락 점포를 운영하는 플레너스는 한국에서 동원수산과 합작으로 와이케이(YK)푸드서비스를 설립했다.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한 이 점포는 연어도시락, 김도시락 등 전형적인 일본풍 도시락을 판매할 계획. 내년에 1호점을 개설한 후 3년 내 30개 점포로 확대하고, 이어 중국 시장까지 겨냥한다는 청사진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철도도 해외 진출을 추진할 정도다. 국철인 JR와 민간 철도회사 7개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일본컨설턴트는 해외 국가가 철도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기초조사부터 계획, 설계, 시공감리, 운영유지 등의 각 단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의 내수산업은 노다 정부 들어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광역 자유무역지대가 조성됨에 따라 무역과 투자가 자유화한다면 그만큼 해외 투자도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임상균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sky22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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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전성시대…스마트폰 시대 맞아 인텔 아성 흔들까

#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1조5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분기(1조7000억원)에 비해서는 감소했지만,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시스템LSI(잠깐용어 참조)를 필두로 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선전이 한몫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하나인 D램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모바일기기용 비메모리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실적 기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 “4, 5년 뒤 비메모리 분야에 뛰어들 것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내놓은 일성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매출의 98%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200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미국 매그나칩사로 매각한 때문이다. 업계에선 종합 모바일 기업을 꿈꾸는 SK그룹에서 향후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살려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를 키워야 한다.”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이 평소에 달고 사는 말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분야가 비메모리 반도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연 350조원 수준. 이 가운데 우리나라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에서도 시스템LSI를 중심으로 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놓았지만 한때 라인 가동률이 50%로 떨어졌을 만큼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이닉스는 2004년 관련 부문을 매각하고, 2007년 들어서야 청주 사업장에서 이미지센서(CIS) 등 일부 비메모리 품목을 만드는 정도다. 일부 중견그룹과 기업들이 파운드리(잠깐용어 참조) 사업에 나섰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파운드리 전문업체를 표방했던 동부아남(현 동부하이텍)은 최근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해주는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IT 시장 주류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품목이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다. 삼성의 모바일AP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밖에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CIS, 스마트폰용 심(SIM)카드 등도 관련 제품들이다.

AP와 CIS 등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삼성, 하이닉스 등이 앞서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 AP 세계 선두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P나 CIS 등은 D램 기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낮은 전력사용량과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앞서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에 대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빠른 시일에 많은 양을 생산하고 납품한다는 점도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들에는 유리한 점”이라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삼성전자 3분기 반도체 매출은 9조5000억원. 이 중 메모리가 5조5000억원, 시스템LSI가 3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3조3000억원의 시스템LSI 중 절반이 AP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AP 시장점유율은 62.6%로 세계 1위다. 전통적인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과의 격차도 좁아지고 있다. 2008년 인텔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4%, 삼성전자는 6.9%였다. 지난해 인텔 점유율은 13.2%, 삼성전자는 9.3%였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연평균 20~30% 정도 성장하는 추세다”라면서 “지난해 비메모리 분야 매출은 7조원이었지만 올해는 10조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월 이후 수출 물량도 비메모리 반도체가 더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의 큰 축도 비메모리 분야로 옮겨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내년 R&D 투자금액은 최대 40조원. 반도체 투자는 14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 중 7조원 이상이 시스템LSI 분야에 들어간다. 예상대로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이뤄지면 사상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 투자금액을 넘어서게 된다.

채용도 늘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시스템LSI 부문에서 370~500명의 인력(대졸 이상)을 충원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230여명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매출 증가와 더불어 영업이익률이 10% 중·후반대로 다른 사업 못지않게 좋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이전만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무게중심이 점차 비메모리로 옮겨지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면서 “적자사업이란 꼬리표도 완전히 뗐다”고 설명했다.

M&A 가능성도 제기돼

하이닉스의 경우에도 3~4년 이후 모바일용 시스템LSI 진출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이미 시스템IC 등에 대한 기초기술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면서 “반도체가 장치 산업이란 측면에서도 SK가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와 화학, 통신 등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에 SK그룹이 그동안 장점을 발휘해 왔다는 설명이다.

하이닉스 쪽 입장도 유사하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만큼, 투자만 이뤄지면 통신용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을 높여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수요가 컴퓨터에서 모바일이나 스마트기기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가 반도체 시장의 수요와 트렌드를 가장 잘 알 수 있다. 통신과 반도체 융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지닐 것”이라 강조했다.

관련해서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가능성과 하이닉스의 투자 여력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3~4위권 AP 제조업체 하나만 인수해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어설 수 있다. 기술력을 갖춘 중견업체 인수 요인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내년에 삼성전자가 미국 업체 한 곳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과 동시에 미국 내 생산공장을 대대적으로 늘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비메모리의 성공이 이재용 사장의 성공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시스템LSI 분야에 대한 투자와 고객 개발 등을 이재용 사장이 꾸준히 추진해 온 만큼, 비메모리 부문의 성공은 곧 이 사장의 경영성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이재용 사장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더욱 힘을 실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AP 시장이 급성장했다. 더구나 스마트폰에서도 삼성전자가 3분기에 애플을 누른 만큼 이 분야에 박차를 가할 기회다”라고 내다봤다.

SK의 하이닉스 비메모리 투자 여력에 관해선 설왕설래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감가상각 전)은 4조2200억원. SK텔레콤은 자체 설비투자로 매년 2조원 이상을 쓴다. 여기에 하이닉스 인수대금 약 3조3000억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대대적인 투자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SK텔레콤이 당장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정도의 투자를 집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다만 중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해 충분한 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중 핵심인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매출 비중은 시스템LSI 사업 전체에서 10∼20%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파운드리 분야만 놓고 보면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여서 생산도 까다롭다는 점 등의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우리의 약점인 소프트웨어 등 종합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단기간 내 기술개발을 통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잠깐용어 시스템LSI
데이터를 연산ㆍ처리하는 기능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뜻하며 시스템 반도체 혹은 시스템온칩(SoC) 등으로도 불린다. PC와 모바일기기 등의 CPU와 휴대전화용 이미지센서, 기타 주문형 반도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구별된다.

잠깐용어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제조하는 사업 방식. 보통 공장 없이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품의 위탁 생산을 담당한다. 파운드리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원판(웨이퍼) 단계의 전공정 제조를 의미하며, 전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절단ㆍ조립ㆍ검사하는 등 후공정을 담당하는 사업은 패키징(packaging)이라고 한다. 대만 TSMCㆍUMC, 매그나칩 등이 대형 업체들이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34호(1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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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辭則生’ 승부수로 팬택 구하기?



팬택 CEO, 5년 만의 워크아웃 졸업 앞두고 돌연 “연말 회사 떠나겠다”

[동아일보]

“5년 반 동안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개인적으로 너무 피로하고, 체력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상태여서 올해 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려 한다.”

6일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5년 반 동안 쉴 틈 없이 뛰어 겨우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12월 31일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나선 박 부회장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며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약속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버텼지만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월까지 일하면 박 부회장은 987억 원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전체 지분의 10%)을 받을 수 있다. 12월 말에 그만두면 한 푼도 못 받는다. ‘손해 아니냐’는 질문에 박 부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진 뒤에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제 성격을 이해한다면 (그 돈) 거머쥐겠다고 석 달 더 일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 박 부회장의 마지막 승부수

박 부회장은 팬택의 창업자이자 아이콘이다. 1991년 자본금 4000만 원으로 직원 6명과 무선호출기(삐삐) 회사로 시작해 3조 원 규모의 휴대전화 회사로 키워냈다.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의 표상이자 신화였다.

하지만 2005년 3000억 원에 SK텔레텍을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한순간에 유동성 문제로 부도 위기에 놓였다. 결국 2007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박 부회장은 모든 지분을 내놓고 ‘백의종군’에 나섰다. 창업자이지만 오너는 아닌, 경영인으로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제 손으로 세운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승부수였다.

박 부회장은 이날 스톡옵션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채권단들은) 고마운 분들이지만 이자를 받았고, 저는 온 책임을 다하고 권한 없이 일해 왔지만 지난 5년 반 동안 이득이 없었다. 단지 회사에 대한 무한 책임의식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전 임직원이 노력해온 만큼 채권단에 금전적 보상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해선 4500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팬택계열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대부분 채권단인 주주들이 돈을 더 내놓는 것을 거부한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팬택 내부에서 회사 전 직원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며 연구개발(R&D)까지 자체 조달해 왔는데, 대부분 채권단으로 이뤄진 주주들은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부회장은 ‘사의 표명’이라는 초강수로 채권단이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희생을 같이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골리앗과 이 악물고 싸우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졸면 죽는다’로 표현된다. 팬택은 2007년부터 바짝 긴장한 상태로 버텼고, 2009년 애플 아이폰으로 업계가 휘청할 때에도 ‘베가’ 시리즈로 가까스로 틈새시장을 찾았다. 막강한 글로벌 회사인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도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팬택은 올해 4분기(10∼12월)에도 흑자가 예상되고 있어, 18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워크아웃 상황에서 삼성이나 LG, 애플에 비해 R&D에 쓸 돈도 많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이를 악물었다. 박 부회장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끝에 “일요일에도 오전 5시 30분에는 차를 타고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일상의 고단함에 지친다”고도 했다. 무박 3일 출장은 기본이었다. 전 직원의 위기의식으로 어려운 고비를 가까스로 견뎌냈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날 “대주주가 책임 있는 경영을 하는 게 (우리 기업 환경에서) 적절할 것”이라며 사실상 ‘오너십’을 경영자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의 표명 후 휴식을 취하는 동안 투자 파트너 등과 조인해 오너십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한편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표 내겠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아직 없다”며 “다른 경영자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팬택 되살리고…박병엽 떠난다

 

"5년半 질주 너무 힘들다" 전격 퇴진

채권단 매각 작업에 파장 불가피


“너무 피곤하고 힘듭니다. 바보같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돌연 경영 일선 퇴진을 발표했다. 그는 6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재무구조가 나빠진 이후 5년6개월 동안 쉼없이 달려왔지만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다만 책임져야 하고 약속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버텨왔지만 이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은 올해 말 예정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과 채권단의 매각 작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주도로 매각이 이뤄지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이후 박 부회장에게 회사 인수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특정 회사가 팬택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에 동일한 조건으로 박 부회장에게 인수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박 부회장은 이와 관련, “10%에 가까운 스톡옵션은 내년 3월 말까지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조건이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회사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팬택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은 2007년 무리한 해외 사업으로 경영 부진을 겪다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의 사재 출연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앞세워 워크아웃 신청 이후 17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를 꺾고 국내 2위에 오르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도 지난주 방한 당시 “팬택은 안드로이드폰 업체 중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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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우다 서로 닮은… 세대 넘은 벗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부부동반 유럽여행’ 돈독한 교분

[동아일보]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학구열과 실행력을 지닌 김 회장님을 존경합니다.”(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

“금융계에 디자인경영의 중요성을 도입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리더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 회장과 정 사장이 나이와 경력을 초월한 돈독한 교분을 나눠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68세의 김 회장과 고려고,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51세의 정 사장은 지연이나 학연과는 관계가 없다.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은행 입행 후 46년간 줄곧 금융인의 길만 걸어왔고 정 사장은 현대카드 사장이 되기 전 16년간 현대종합상사 현대정공 현대기아차 같은 제조업체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듯한 두 사람은 5년 전 현대카드의 성공 비결을 궁금해 하는 김 회장의 연락으로 친분을 쌓기 시작해 부부동반 유럽여행을 다닐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됐다. 김 회장이 LG유통 삼성테스코를 거친 유통전문가 출신의 이강태 씨를 2009년 하나SK카드 사장으로 영입한 이유도 ‘비(非)금융인이 베테랑 금융인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정 사장으로부터 얻었기 때문이다.

○ 나이 차 떠나 서로의 장점 배워

정 사장은 5일 기자와 만나 “김 회장께서 지지부진한 외환은행 인수 계약으로 마음고생하는 것을 지난 1년간 옆에서 지켜봤다”며 “마침내 계약이 성사돼 내가 더 뿌듯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대형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금융인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하나금융을 지금보다 더 확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고 떠나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힘든 일을 자청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정 사장은 김 회장의 ‘늘 배우려는 자세’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김 회장께서는 내가 아들뻘인데도 먼저 연락해 카드업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며 “나도 과연 20년 후에 저 정도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학구열, 실행능력을 지닌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 자문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사장은 기존 금융인과는 다른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점을 파악한다”며 “새로운 트렌드를 빨리 포착하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어서 같이 있으면 즐겁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회사 경험이 전무한 이강태 사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이 많은 영감을 줬다”며 “사석에서 늘 정 사장을 ‘금융계의 이단아’라고 부르는데 한국 금융계에 더 많은 이단아가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공식석상에서도 종종 ‘금융계에서 디자인경영의 개념과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정 사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경영자로서 공통분모는 많아

경영자로서 두 사람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후발주자를 선두권으로 끌어올렸다.

한일은행 출신인 김 회장은 1971년 한국투자금융을 설립해 투금업계 선두 기업으로 키운 뒤 20년 만인 1991년 하나은행을

창립하면서 은행업에 진출한다. 이후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을 잇따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이번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 하나금융지주는 명실상부한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정 사장도 이에 못지않다. 그가 카드대란이 한창이던 2003년 10월 현대카드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현대카드는 시장점유율

1.8%에 적자 규모만 8000억 원(현대캐피탈 포함)에 이르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 사장은 카드에 A부터 Z까지 알파벳 이름을

붙이는 독특한 마케팅과 세계적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디자인 등을 선보이며 올해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16%,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순이익 7000억 원(현대캐피탈 포함)의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해당 업계 최장수 CEO로 남아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2월부터 15년째, 정 사장도 2003년부터 9년째 CEO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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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SNS시대에 ‘온라인 커뮤니티’ 회귀 왜?

단문형 메시지, 마케팅에 한계… ‘긴 글’ 포털 재조명

현대백 ‘아이클럽’ 등 소비자 정보교환 공간으로 인기

[동아일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업계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140자 이내의 짧은 글에는 담을 수 없는 ‘긴 글’의 매력이 재조명을 받으면서다.

SNS의 등장과 스마트폰 대중화로 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렸던 이 업체들은 최근 단문형 메시지가 주를 이루는 SNS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긴 글 매체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 현대백화점, ‘긴 글’ 마케팅 실험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육아 카페인 ‘아이클럽’과 오디션 관련 커뮤니티 ‘U카페’를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아이클럽 문을 열고 이어 지난달에는 U카페를 만들어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4년부터 각종 취미 활동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했던 현대백화점이 SNS 등장 이후 관심에서 멀어졌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다시 연 것은 SNS를 통한 마케팅 활동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SNS가 갖는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한 자율적인 의견 교환이라는 장점은 살리고 정보가 부족한 단문형 메시지의 한계를 보완하면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백화점은 노골적인 자사 홍보를 피하고 소비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바꿨다. 일방적인 백화점 홍보 대신에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백화점 운영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육아 카페에서 임산부 주차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임산부 발레파킹 서비스를 도입하는 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홍보 목적을 빼자 고객들도 단편적인 SNS나 영리 목적으로 활용해 문제가 된 파워블로그보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더욱 깊이 있게 문제점을 말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육아카페는 개설 1년 만에 회원 수가 1만1000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약 7000명은 일주일에 최소 1번 이상 커뮤니티를 방문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 잇따라

현대백화점을 시작으로 다른 유통업체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최초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5일 공식 블로그 ‘쇼퍼홀릭 스토리’를 선보였다. 블로그를 통해 SNS의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뷰티와 패션 정보를 자유롭게 올리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며 “블로그를 열어 고객들과의 소통 창구를 다양화하고 유익하고 깊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점포별로 점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역 행사 및 점포별 이벤트를 연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평소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회원들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행사도 하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매출상승 효과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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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삼각김밥-비싼 명품백 함께 웃다



인터넷쇼핑몰-편의점의 올해 베스트셀러 소비패턴은?

[동아일보]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가 올해 12월 5일까지 판매한 e쿠폰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상승했다. 영화관람권, 네일아트 등 뷰티숍 이용권, 치킨 등 배달음식 이용권들을 원래 가격보다 50%까지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알뜰족’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의 패션·잡화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배 더 팔렸다. 같은 사이트 내에서 불황형 상품과 고급형 상품이 함께 잘 팔린 셈이다. 편의점 브랜드인 ‘GS25’에서는 가을철인 9∼11월 따뜻한 찐빵보다 아이스크림의 판매율이 더 크게 올랐다. 올해 유난히 추위가 늦게 시작된 탓이다.

국내 주요 인터넷쇼핑몰과 편의점 업체는 6일 일제히 올해 베스트셀러 및 판매 동향을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 소비 패턴의 ‘핫이슈’는 소비의 양극화와 이상기후로 종합할 수 있다.

○ 소비의 양극화…‘스몰 럭셔리’

편의점 업계에서는 음식점이나 전문점 대비 절반 이하로 가격이 저렴한 도시락, 원두커피, 저가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량이 두드러졌다.

‘세븐일레븐’이 올 들어 12월 5일까지 2000여 개의 취급품목을 대상으로 올해의 판매 동향을 조사한 결과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3.8% 성장했다. 삼각김밥과 말이김밥, 샌드위치 매출도 각각 40.0%, 41.5%, 36.7% 성장했다. GS25의 원두커피와 아이스커피는 판매량이 각각 118.9%, 81.4% 증가했다. 대표 불황 상품인 소주 역시 베스트 10에 2종류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이어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상품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돋보인다. GS25의 PB 상품인 ‘함박웃음 맑은 샘물’ 2L 상품은 맥주를 밀어내며 처음으로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렸다.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고객들이 용량당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PB 생수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상품의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GS25의 건강보조식품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39.8% 증가했다. 샐러드와 식사 대용 간편식 두부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37.4%, 32.8% 늘었다.

11번가는 올해 온라인 쇼핑업계 키워드를 ‘모바일(MOBILE)’로 정했다. 60개 카테고리의 3200만여 개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모바일쇼핑(Mobility) △올드(Old) △혜택(Benefit) △물가상승(Inflation of Prices) △명품(Luxury item) △e식품(e-food)을 올해 메가 트렌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대비 월평균 매출이 150%가량 성장한 ‘명품’과 200% 이상 성장한 ‘e식품’이 나란히 주요 키워드로 이름을 올린 점이 돋보인다. 온라인으로 팔린 식품을 뜻하는 ‘e식품’은 대형마트보다 더 싼 가격으로 주목받았다.

명품과 프리미엄 식품의 매출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불황이라도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나 몸에 도움이 되는 상품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작은 사치’로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 패턴이다.

○ 날씨가 매출 좌우

GS25가 올해 9∼11월 여름철 대표 상품인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커피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각각 52.8%, 42.2% 늘었다. 반면 9월부터 판매가 증가하는 찐빵과 온장고 음료의 판매 증가율은 각각 8.7%, 7.6%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또 6∼8월 아이스크림의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에 잘 팔리는 ‘쭈쭈바’ 등 튜브류의 판매가 8.5%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겨울철 판매가 많은 모나카류(29%)와 콘류(17.6%)의 판매 증가율이 더 높았다.

11번가에서도 이상기후와 물가 상승 여파로 설, 추석 등 명절을 겨냥한 이색상품이 대거 등장했다. 국산 자반고등어 선물세트를 대신해 5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 노르웨이 간고등어 상품은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등극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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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일반인 대상 ‘무역 1조 달러 시대’ 기여한 기업인 설문



“이건희-정주철-이병철, 수출 신세계 연 트로이카”

[동아일보]

《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기여한 대표적 기업인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꼽혔다. 한국무역협회는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 회장(34.0%)과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32.7%),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16.0%)이 우리 무역을 일군 기업인 1∼3위를 차지했다고 6일 밝혔다. 》

○ 수출 효자품목 키운 이건희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45세의 나이에 삼성그룹을 이끌게 된 이 회장은 삼성을 한국의 간판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1등 기업이 됐고, 올 3분기(7∼9월)에는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세계 휴대전화 매출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도체, 휴대전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으로 키워낸 것이다.

이 회장의 취임 첫 해인 1987년 17조 원 수준이던 그룹의 연매출액은 지난해 254조 원으로 뛰었다. 삼성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신(新)경영’ ‘샌드위치론’ ‘창조경영’ 같은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지기도 했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신경영은 당시 국내 최고라는 명성에 안주하던 삼성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줬다. 2001년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는 “네덜란드와 핀란드 등 유럽 국가는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인 대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서 강국의 위치를 확보했다”며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경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맨손으로 산업 일군 정주영

전쟁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맨주먹으로 산업을 일궈야 했던 시절, 정 전 명예회장은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조선, 건설 부문에 뛰어들어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인 선박과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정 전 명예회장이 과감하게 한국 기업 최초로 해외건설 시장 개척에 나서던 1965년만 해도 한국의 산업기반은 열악했다. 하지만 정 전 명예회장은 태국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따냈고, 베트남에서는 항만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의 최대 선박건조 능력이 10만 t에 불과하던 1960년대 말, 그는 수십만 t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뛰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를 기공한 지 8년 만인 1980년 초 조선 분야에서 세계 10위에 올랐다.

1970년대 후반에는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 자동차의 역사는 1976년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인 포니 승용차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에는 현대차 엑셀이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를 누르고 미국시장의 수입소형차 판매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선견지명의 이병철

1938년 3월, 이병철 전 회장이 28세의 나이로 대구에 826.4m²(약 250평) 남짓한 점포를 사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내건 것이 삼성그룹의 시작이었다. 이 전 회장은 삼성물산공사의 무역, 제일제당의 설탕, 제일모직의 의류, 삼성전자의 텔레비전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이뤘다. 특히 1980년 일본 경단련(經團連)의 이나바 히데조 박사로부터 “앞으로는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보다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산업에 살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오랜 고민을 거쳐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삼성전자의 기틀을 닦았다.

이들에 이어 무역 1조 달러에 기여한 기업인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8%)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2.3%)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1.4%)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0.9%) △구본무 LG그룹 회장(0.3%) 등이 꼽혔다.

무역 1조 달러에 기여한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기초를 닦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46.4%로 1위였고 △이명박 대통령(13.5%) △김대중 전 대통령(10.2%) △노무현 전 대통령(8.7%) △전두환 전 대통령(2.1%) 순으로 조사됐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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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상품 대신 고품질로 승부 'PB(Private Brand·유통업체 자체 상품) 2.0시대' 열린다

[감속시대 생존전략] [9] 유통업체 브랜드 개발

PB 1.0 시대엔 싼 가격으로 어필, 저성장 시기엔 싸다고 소비 안해… 합리적 가격·고품질 상품 선택적 구매

건강정보 잡지 제공하며 이미지 쌓고 상품 개발에 소비자 참여하는 마케팅까지…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전략도 효과적


미국의 대형 수퍼마켓인 세이프웨이는 2005년 자체 브랜드인 유기농 프리미엄(고가) 상품 '제로(O)'를 만들고, 300여종의 유기농 제품을 출시했다.

과일·야채·계란·유제품·고기 등 신선 식품뿐만 아니라 각종 음료·빵·과자·냉동 식품 등 가공식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일반 제품보다 30% 비싸지만 건강에 좋은 유기농 식품이란 점을 집중 홍보했다.

또 분유·기저귀·영양식품 등 유아용 고가(高價) 브랜드인 '맘 투 맘(Mom to Mom)'을 내놓으며 '어머니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상품' '아기들에게 최고를 주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을 위한 상품'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어 마케팅을 펼쳤다. 미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세이프웨이의 프리미엄급 자체 브랜드는 해마다 연평균 30% 이상씩 매출이 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수퍼마켓인 퍼블릭스도 그린와이스(GreenWise)라는 '건강, 자연, 유기농' 콘셉트의 브랜드를 도입해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그린와이스 매거진'이란 건강 정보 잡지를 고객들에게 건넨다. 건강 상품을 파는 수퍼마켓이란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영국의 대형마트 업체인 세인스베리(Sainsbury's)는 자사의 식료품 브랜드 홍보를 위해 유명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를 모델로 기용했다. 자사 제품이 직접 주방에서 만든 따뜻한 음식 같다는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주기 위해서다.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흔히 'PB(Private Brand) 상품'이라 불리는 자체 기획 상품으로 돌파구를 찾는 유통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PB 상품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PB 1.0' 시대라고 할 수 있는 과거엔 저(低)가격대 위주의 자체 상품을 내놓아 싼 가격만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다가섰다. 그러나 요즘 같은 '감속(減速)시대'엔 고(高)품질에 적정 가격의 자체 상품으로 승부하는 'PB 2.0'이 대세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싼 제품이라고 마구잡이로 구입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업체 브랜드 파워 약한 상품을 집중 공략

미국 최대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 자체 브랜드의 전자제품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베스트바이는 처음에는 다이넥스(Dynex)라는 자체 브랜드를 도입해 컴퓨터, 전원 케이블 등 일부 전자제품만 싼값에 내놨다. 이런 PB 제품이 잘 팔리자 이 회사는 TV, 모니터와 홈시어터, 카스테레오, 각종 액세서리 등으로 상품 영역을 확대하고 가격대도 종전보다 높여 나갔다.

베스트바이는 PB 상품을 내놓는 원칙도 나름대로 정했다. ①매출에 비해 이익이 덜 나면서 ②기술 혁신이 잘되지 않고 ③기존 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예를 들어 기존 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이익률이 낮은 컴퓨터 가방, TV스탠드와 같은 제품군은 '인잇(Init)'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또 기술 혁신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중저가의 노트북 컴퓨터와 TV, 모니터, 홈시어터를 묶어서 '인시그니아(Insignia)'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이런 상품일수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고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이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베스트바이의 전략은 적중했고, 자체 상품 판매 비중이 2004년부터 4년간 5배로 급증했다. 경쟁사인 서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한 데 비해 베스트바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베스트바이·트레이드 조 성공사례

미국 전역에 350여개 매장을 보유한 수퍼마켓 체인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전체 취급 상품 2000여 개 가운데 80%가 자체 브랜드 상품이다. 미국 수퍼마켓의 자체 브랜드 상품이 평균 1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 회사는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에 주력했다. 우수한 자체 상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엔 업계 최고 수준의 거래조건을 내걸었다. 물품 대금을 제때 지급해주고, 업계 관행처럼 돼 있는 광고비나 매장관리비 부담도 주지 않았다.

대신 판촉 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장 내 시설 투자비용을 줄여나갔다. 트레이더 조가 직접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포장과 라벨링을 한 후 매장에 공급해 비용을 절감했다. 비용을 줄인 만큼 질 좋은 자체 상품을 낮은 가격에 매장에 내놨다.

트레이더 조는 또 매장을 열대풍으로 꾸며 고객들이 휴가를 나와 쇼핑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직원들은 하와이풍의 셔츠를 입고 입구에서 밝은 표정으로 고객을 맞았고, 카트에서 상품을 계산대로 옮기는 일도 직원들이 직접 도왔다. 고객들이 실속 있는 소비와 함께 쇼핑 경험도 중시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자발적으로 온라인 팬 클럽까지 만들며 트레이더 조 상품을 스스로 홍보했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했다. 트레이더 조는 미국 유통업계가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20개 이상씩 점포를 오픈하며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프라이빗 브랜드(private brand) 상품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위탁해 제품을 생산한 뒤 유통업체 브랜드로 내놓는 상품을 말한다. 종전에는 값싼 제품만으로 승부하는 유통업체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품질도 좋으면서 가격도 적정한 제품을 출시해 성공하는 유통업체가 늘고 있다.

☞ 감속시대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발전 속도가 둔화된 현상을 말한다. 감속시대를 초래한 원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급격한 노령화, 산업구조의 재편 등 세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김영진 기자 hellojin@chosun.com]

[곽승웅 베인앤컴퍼니 이사]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성공하려면 기존 브랜드 약한 상품 공략을

곽승웅 베인앤컴퍼니 이사
제조와 유통의 통합 트렌드는 이제 대세(大勢)다. 유통업계가 이를 기회로 살리기 위해서는 명확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기존 제조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상품을 자체 브랜드 상품(PB 상품)으로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존 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약할수록 브랜드 구축을 위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유통업체 고유의 강력한 브랜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는 돈을 들여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보다 상품 개발에만 치중하기 쉽다. 그러나 자체 상품이 경쟁 유통업체나 기존 제조업체보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규모가 작은 후발 유통업체일수록 자체 상품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규모가 작을수록 제품 구입 단가가 비싸고,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체 상품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기존 유통업체와 차별화해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곽승웅 베인앤컴퍼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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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시장 공략

올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이 걱정”이라고 얘기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시황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현 강점을 강화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로 시황의 파고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시장 공략=대우조선해양의 가장 큰 강점은 현지 맞춤형 마케팅이다. 발주한 선주의 요구나 발주 국가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맞춤형 선박을 제조하는데 탁월하다.

특히 러시아, 오만 등 신흥시장에서 자국의 조선소에서의 선박 건조를 의무화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강화되면서 부쩍 현지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현재 해외에서 진행 중인 관련 사업은 러시아의 조선업 현대화 사업과 오만 수리조선소 위탁 운영 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루마이나, 중국, 오만, 캐나다 등에서 조선업과 풍력사업, 수리조선사업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도쿄, 상해, 휴스턴 등 세계 주요 대도시 12곳에 지사망을 갖추고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조선 강국은 인재(人材)에서 시작”=
대우조선해양은 한국 조선업의 강점은 배를 짓는 ‘사람’에게 있다고 판단, 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중공업 전문가를 자체 양성하기 위해 고졸 학생을 대상으로 공채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된 후 사내외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관련 분야에서 3~4년간 일하는 등 총 7년을 근무하면 대졸 신입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 조선업계가 필드 생산직으로 고졸 직원을 채용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수년 간 체계적인 교육을 하거나 대졸과 동등한 대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 때문인지 이번 공채에는 일반고 외에도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 등에서 우수한 인재가 다수 몰렸다는 후문이다.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선 사업이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최근 조선업체들의 최대 숙원이 바로 사업 다각화가 됐다. 어떤 경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진출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풍력 발전’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고 있다. 발전 단가가 저렴하면서도 오염 물질 배출이 없어 가장 이상적인 대체 에너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풍력발전에 들어가는 블레이드 등 관련 부품이 선박과 유사해 이미 확보한 기술과의 연관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위해 최근 미국 풍력업체 드윈드사를 인수하고 캐나다에 풍력발전기 제조 공장을 신축하는 등 관련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자사의 제조 능력과 드윈드사의 풍력기술을 결합해 2015년에는 세계 10위, 2020년에는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3위권 풍력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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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동 명인 찾아가 3년간 ‘면발 수업’… 맛으로 불황 녹였다



영세 자영업 벼랑 끝에 몰리다 <하> 희망은 불황보다 강하다
고객우선·아이디어·정성 … 불황 이긴 사장님들

[중앙일보 권혁주.김기환.심서현.채승기]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는 요즘이다. 경기가 가라앉아서다. 회복 신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음식점·소매·부동산중개업소엔 손님들 발길이 끊기고 전화벨 소리마저 잠잠해졌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자들이 그런 건 아니다. 불황을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기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손님이 줄기는커녕 나날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음식점과 서비스 자영업자, 그리고 프랜차이즈 점주를 만나봤다. 그들이 각각 내세운 비결은 이런 것이었다. '정성이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라' '지금 잘 되는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잘 될 사업을 골라라'.

고객 불만 콜 3번 넘은 거래처 삼진 아웃

배달음식 콜센터 운영 조민제씨


'배달음식점 콜센터'란 이색 사업을 하는 조민제(43)씨가 부산시 거제동의 한 식당 업주에게 안내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과연 자신이 고객에게 남다른 뭔가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인터넷 설치 대리점을 운영하던 조민제(43)씨는 지난해 초 부산·경남 지역에서 '다모아플러스'라는 배달음식 콜센터를 차렸다. 스스로 생각한 아이디어 사업이다. 동네 음식점 광고를 실은 책자를 만들어 집집마다 돌린 뒤, 고객이 광고를 보고 주문을 하면 그 내용을 콜센터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해놨다.

그러곤 주문 금액에 따라 음식점으로부터 건당 600~2500원을 받는다. 광고 효과가 직접 나타날 때마다 음식점들이 광고비를 조금씩 내는 셈이다.

 조씨는 동네 음식점들이 생활정보지 같은 데 광고를 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는 데 착안해 이런 사업을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해 낸 '남다른' 서비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한동안 괜찮은 듯했으나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비자들이 외식 주문을 잘 하지 않게 되자 사업이 어려워졌다. 처음엔 콜센터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주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했다. 그래서 시스템을 바꾸는 데 돈을 들이기까지 했다.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음식점 말고 또 다른 고객인 소비자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저 자신이 문제였습니다.”

 조씨는 또 다른 서비스를 궁리했다. 다모아플러스를 통해 주문을 하면 나중에 음식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 줬다. 고객 불만 관리센터도 따로 뒀다.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전화가 세 번 걸려온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 '삼진 아웃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다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엔 월 3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씨는 “호황이라고까지 할 수야 없겠지만, 남들보다 불황을 훨씬 덜 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음식점은 레드 오션

실내 공기 관리사업 개척 이기현씨

이기현(54)씨는 11년 전인 2001년 미래 수요를 내다보고 실내 공기·냄새 관리 체인을 차렸다. 지금은 가맹점만 120개에 이른다. [변선구 기자]이기현(54)씨는 애초 건설회사에 다니며 음식점 창업을 꿈꿨다. 종종 식당 주인들과 술을 마시며 어려움은 무엇인지 물었다. 일을 배우려고 휴가 때 유명 식당에서 돈을 받지 않고 일주일 동안 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들'의 얘기는 한결같았다. “수입은 들쭉날쭉하고, 신경 쓸 것은 많고, 식당을 왜 하려고 합니까.”

 그러던 차에 미국 출장을 가게 됐다. 우연히 들른 GE 매장에서 상쾌한 향기가 났다. 직원에게 무슨 향기냐고 물었다. “실내 공기를 전문으로 관리해 주는 업체에서 서비스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음식점이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퍼뜩 들더라”며 “한국이 더 잘살게 되면 이런 웰빙 아이템이 뜨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미래'를 보고 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길로 한국에 돌아와 비슷한 업체가 있는지 찾아봤다. 몇 년 전 한 업체가 뉴질랜드의 실내 공기 관리 업체에서 관련 용품을 수입하다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길로 뉴질랜드에 달려가 독점 수입 계약을 했다.

 2000년 10월 그렇게 시작한 게 '에코미스트'다. 사무실·매장·가정을 방문해 세균을 소독하고, 향수를 뿌리는 등 실내 공기를 관리해 주는 업체다. 자본금 5000만원, 직원 두 명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국내엔 생소한 것이어서 누구도 선뜻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씨는 직접 낮에 미용실·병원·사무실을, 밤엔 노래방을 돌아다니며 영업했다.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는 업소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무료 제공을 뚝 끊었다. 그러자 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주문을 내는 업소들은 “향기가 없어졌다고 고객들이 불평한다”고 했다. 서비스에 젖어 없으면 불편을 느끼도록 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었다.

 에코미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30억원. 이젠 가맹점 120곳을 거느린 중소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이씨는 “남들 다 하는 아이템은 창업하기 쉽다는 얘기지만, 그만큼 쓰러지기도 쉽다는 것”이라며 “불황일수록 미래를 내다본 '블루 오션' 아이템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곱창집 차렸다 날린 1억은 '성공 수업료'

'우동 대박' 성공 신화 쓴 민현택씨

부산의 사누키 우동 전문점 '다케다야'에서 주인 민현택(43)씨가 직접 만든 면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3년간 면발 만드는 기술을 익힌 뒤 가게를 냈다. 그는 “음식점은 정성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부산=송봉근 기자]“음식점,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나도 정성, 둘도 정성. 창업 준비를 할 때부터 지극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부산시 남천동에서 우동집 '다케다야'를 운영하는 민현택(43)씨.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던 그는 2006년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도 분당에 곱창구이집을 차렸다. 500만원을 주고 한 달간 부산의 양곱창집에서 조리기술을 배우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창업. 자신은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맛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퇴직금과 모아놓은 돈 1억5000만원을 1년 만에 날리고 문을 닫았다.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이 나더군요. 영업사원 시절 접대 식사차 종종 가던 한 호텔의 기막힌 우동맛이요. 수프나 간장 없이 밀가루·소금·물만 갖고 반죽해 면 자체의 쫄깃함을 살린 사누키 우동이었습니다. 그걸 해보자고 마음먹었지요.”

 호텔을 찾아갔더니 우동을 만들던 일본인 요리사는 은퇴해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우동에 반했던 민씨는 일본인 요리사와 친하게 지내면서 일본 내 연락처까지 알아뒀던 터. 국내 학원에서 한 달 배운 일본어 실력만 믿고 2007년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인 요리사는 “나는 은퇴했다”며 다른 우동집 주인을 소개해 줬다.

 처음엔 물을 끓이고 청소하는 허드렛일만 했다. 6개월이 지나자 우동 스승이 주방일을 허락했다. 스승은 “6개월간 궂은일만 시킨 건 우동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려던 것”이라고 했다. 그 뒤 2년6개월간 쫄깃한 우동 면발 만드는 법을 익히고 또 익혔다. 3년이 되자 스승이 말했다. “그 정도면 한국에서 사업을 해도 된다.” 그리고 명심하라며 일러준 한마디. “잔기술은 정성을 이기지 못한다.”

 지난해 7월 차린 우동집은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달 월 매출 9000만원을 기록했다. 민씨는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음식점을 만들려면 준비 과정부터 '독기'에 가까운 정성이 필요하다”며 “외식업 창업 후 3년 안에 50%가 문을 닫는 것은 정성 들여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권혁주·김기환·심서현·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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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혁신적 가격경쟁이 시장 무너뜨린다고?

[중앙일보 현대원] 현대원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을 타고 들어온 수백 개의 채널을 넘나들다 보면 낯설게만 여겨지던 '방송통신의 융합'이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늘 새로운 비용에 대한 부담이 따른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묶어 파는 결합상품이 고가(高價)가 아닌 저가(低價) 논쟁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전화·인터넷·위성방송에 새로운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논쟁의 중심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기술혁신과 소비자 혜택을 내세운다. 경쟁사들은 '약탈적 가격'에 따른 시장의 붕괴를 경고한다.

 약탈적 가격의 대표적인 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넷스케이프 간의 웹브라우저 전쟁이다. 당시 브라우저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넷스케이프가 MS의 인수 제의를 거부하자 MS는 익스플로러를 개발했다. 이를 윈도에 포함시켜 무료로 배포하자 결국 넷스케이프는 도산했다. 미 법무부는 MS의 전략을 약탈적 가격이라 정의하고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 시장 경쟁체제를 무너뜨려 독점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는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 시장에는 단체계약을 통한 초저가 상품 등 다양한 가격 선택권이 존재한다. 또 세계적 '방통 융합' 추세에서 스마트TV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와 결합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잠재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결합상품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다. 따라서 결합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약탈적 가격이 아니라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가격의 혁신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판단의 기준은 소비자들이 돼야 한다.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과거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 디자인에서부터 가격까지 결정력을 가지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경제적 부담까지 줄여줄 수 있는 혁신적 가격의 결합상품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원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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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이제 박정희 흉내로는 나라경제 일굴 수 없다


이헌재 “묵언 기간 끝나” … 외환위기 후 14년 만에 입 열다
최근 2년간 한국금융 10년 후퇴
재정적자 해법 안 보이고 … 외환위기 넘긴 경험 공유할 때

[중앙일보 이정재] 14년 만에 입을 연 '위기 해결사(Crisis Shooter)'.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이끈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당시를 돌아보고 있다. 그는 외환위기 때 DJ 정권의 금감위원장·재경부 장관으로 최전선에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노무현 정권 땐 카드 사태 진화를 위해 다시 재경부 장관직을 맡기도 했다. [최승식 기자]

'구조조정의 전도사' '용병 소방대장' '야생마(재벌) 조련사'….

 이헌재(67)란 이름에 붙는 수식어다. 경제 관료로선 아주 많은 편이다. 그만큼 유명세를 치렀다는 얘기다. 그는 스스로를 “약간 개혁 성향이 있지만 전반적 보수”라고 말한다. 시장주의자요, 성장을 중시하는 친기업 성향이다. 그러나 막상 그가 경제 정책 총수로 활약한 건 DJ·노무현 정권 때다. 운명은 그를 취향과는 전혀 다른 길로 이끈 셈이다. 그만큼 갈등과 사연도 깊고 많았을 터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까지 굳게 입을 다물어왔다. 그는 평소 공직자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일정기간 침묵하는 '묵언(默言)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기간은 한 정권이 지날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다. 그런 그가 비로소 중앙일보를 통해 입을 열었다. 외환위기 후 14년 만이다. “이제야 묵언 기간이 끝났다”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14년 전 외환위기 때 금융·기업 체질을 확 바꿨습니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위기가 재연됩니다. 왜 그렇습니까.

 “당시 개혁은 잘됐어요. 그러나 위기 극복 이후 프로그램이 없었지. 이 나라의 경제 모델 중 성공한 거라곤 박정희 모델 하나밖에 없어. 역대 정권이 죄다 그걸 따라 했지. 그러나 60년대 체제, 박정희 흉내론 나라 경제를 제대로 일굴 수 없어. 세계는 복잡해졌고 금융·기업·외환은 동시다발적이 됐지. 달라진 세상, 새로운 경제에 맞는 새 모델이 나와야 해요.”

 -군사정권은 몰라도 DJ·노무현 정권까지 '박정희 흉내'를 냈단 말인가요.

 “박정희 흉내 내기의 원조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야. 노태우 정권도 똑같이 하다가 북방 외교 하나 더했지. 김영삼 정권도 마찬가지. 개방이란 개념을 추가하긴 했지만 관리는 못했어요. DJ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합리적·이념적 어젠다로 세팅하는 데 성공했지. 이념은 진보했지만, 방식은 박정희식 60년대 체제를 답습했어. 노무현은 서두르고 미숙했지. 그 바람에 주저앉은 거야. MB는 콘텐트와 방식까지 '박정희 따라하기'야.”

 -박정희 모델이 뭐가 나쁩니까.

 “개발 독재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야. 삼성·현대 밀어줘 대표선수로 키웠지. 그것도 밀실에서. 에너지·자원·시간 낭비는 줄였지만 부작용이 왔어. 닫힌 사회가 된 거야. 사회는 닫히면 썩지. 요즘 젊은이들 불만도 그런 것 아닌가. 닫힌 취업, 닫힌 공부, 닫힌 인생…. 빨리 열린 사회로 바뀌어야 해요.”

-'준비된 대통령' DJ도 박정희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얘깁니까.

 “DJ는 가장 준비를 많이 한 대통령임이 틀림없어. 집권 초·중반까지는 아주 잘했지. 효율적·대승적·통합적 정치를 했어. 그러나 집권 후반기엔 치열함이 떨어졌지. 특히 용인(用人)에 힘들어했어. 워낙 청탁이 많고 봐줘야 할 사람이 많았다고 해. 설송 스님의 전언에 따르면 2000년 청와대에서 독대한 DJ가 '딴 정책은 어떻게든 되는데 사람 (써달라는) 요청은 물리치기 정말 어렵더라'고 털어놓았다고 해. 그 말을 할 때의 DJ 표정이 어찌나 처연하고 애틋하던지 듣던 설송 스님은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더군.”

 -설송 스님이 누굽니까.

 “경북 봉화 현불사의 큰스님이야. DJ의 대통령 당선을 예언했지. DJ는 물론 측근들과 두루 친했어. 재작년 입적했지. 나와도 야인 시절부터 오랜 인연이 있었어요.”

 그는 정책 구상이 취미인 사람이다. 경제나 위기를 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현 정부에 대한 고언(苦言)도 직설화법으로 던졌다. 그는 “최근 2년 새 한국 금융은 10년 후퇴했어. 신한금융·저축은행 사태에서부터 우리금융·산은지주 문제까지, 다시 따라잡기 불가능할 정도야”라고 말했다.

 -MB 경제·금융 정책이 그렇게 잘못 처방됐나요.

 “4대 강이 대표적이지. 올해부터 당장 수질관리 비용이 문제될 거요. 재정 적자도 해법이 없어 보이고. MB는 균형 재정 이루고 싶어하지만 대안이 잘 없어. 재정 잘 모르는 장관, 잘못된 인사를 바꾸지 못하고 그대로 가고 있거든. 이 정부의 전반적 무력함이 다 여기서 비롯됐어요.”

 그가 '묵언'의 금제를 깨기로 한 건 올 3월 초. 막 유럽 재정위기가 커져갈 때였다. 그는 “만사유전이라더니, 또 심상찮은 조짐이 느껴졌다”며 “외환위기 극복의 기록을 하루빨리 남겨야겠다”고 말했다.

 -기록을 왜 합니까. 혹 다음 정권에 한 자리 노리시기라도 하는 겁니까.

 “우선 개인적 정리가 필요할 때가 됐어요. 국가 경제로 봐도 타이밍이 맞는 것 같고. 이제는 위기가 일상화하는 '뉴노멀'의 시대야. 경험이 있으면서도 공유하지 않아 (국가가) 실수를 되풀이해선 곤란하잖아”

 -외환위기 후 14년이 지났습니다. 그때를 돌아보는 게 지금 적절합니까

 “요즘 유럽이 많이 어려워. 어디서 본 듯한 장면도 많이 나오지. 그런데 우리가 겪었던 것과 좀 달라. 예컨대 그리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물어요.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했나' '그리스가 우리랑 다른 게 뭔가'. 그리스는 우선 수출 산업이 별게 없어요. '배째라'로 나오면 돈 빌려준 이들만 괴로워. 돌이켜보면 우리도 모라토리엄을 각오했어야 했어. 당시 그런 주장도 하고, 계산도 해봤지. 우리도 견딜 만했어. 그러나 DJ 정부는 '금리 불문, 어떻게든 갚는다' 쪽으로 외채협상 가닥을 잡았지. 복기해보면 아쉬운 부분이야.”

 -누구한테 들려주고 싶은 겁니까.

 “경제 관료, 국정 책임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경제는 생물이자 역사야. 돌고 돌지. 경제정책도 그래. 다 생장의 과정을 겪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정책은 없어. '과거에서 배워 미래를 살찌운다'가 정답이야. 이런 걸 얘기하고, 알려주고 싶어요.”

 -갑자기 든 생각입니까.

이정재 경제부장 “나와 우리 세대는 복 받은 세대야. 단군 이래 최대 수혜자들이지. 하루가 지날수록 더 부유해졌어. 최악의 빈곤에서 시작해 기적의 '코리안 드림'까지 맛본 거야. (뭐 물론 약간의 반론은 있겠지만)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는 세대였어. 아메리칸 드림 저리 가라지. 그런데 우리 다음 세대는 아니야. 우리보다 불행해. 일할 기회조차 잡기 어려워요. 고용 없는 성장 때문이지. 대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글로벌 인재를 쓰다 보니 되레 국내 고용은 줄어든 거야. 국제 경쟁력 높이자고 한 구조조정이 우리 다음 세대 일자리를 없앤 셈이지. 어쩌면 우리 누린 세대 모두가 빚쟁이인 셈이지. 그 빚을 갚고 싶어요.”

 -어떻게 갚나요.

 “해법을 제공해야겠지. 지금 세대, 다음 세대가 잘살고 나라가 부유·부강해질 해법.”

 - 그런 게 있나요.

 “찾아야지, 지금부터. 없으면 만들어 나가야지. 우리 국민은 물꼬만 터주면 알아서 잘 헤쳐나가요. 미래를 위한 물꼬가 필요한 시점이야. 내 경험이 그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

이정재 경제부장

[남기고] 이헌재 위기를 쓰다 ① 병상에서 쓴 이임사



구조조정은 냉엄한 진검승부, 실수 용납 안 된다

[중앙일보 이정재.임미진]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임명장은 “구조조정 업무를 진두지휘하라”는 위임장이나 마찬지였다. 1998년 4월,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오른쪽). 가운데는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서리. [중앙포토]

영 기분이 안 좋다. 배가 쥐어짜듯이 아프다. 어지러울 정도다. 진땀이 난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공교롭게 이런 자리에서…. 2000년 8월 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중식당. 이규성 전 장관과 진념을 앞에 두고 낯을 펴기가 어려웠다. 진념은 재경부 장관이 되기 직전이었다.

 “오늘 저는 술 안 마시겠습니다.”

 이 전 장관의 표정이 '왜'냐고 묻는 듯했다. 두주불사 이헌재가 술을 다 사양하다니. 놀랐을 것이다. 나도 평생 이런 말은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소?”

 “아닙니다. 별일 아닙니다.”

 “아니, 그러지 말고, 2차 가서 얘기 좀 합시다.”

 공교롭다는 게 이런 것일까. 나는 이미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였다. 곧 개각이 있을 거란 소문이 파다했다. 재정경제부 장관 이헌재가 교체 1순위라는 소문이었다. 진념은 강력한 후임 후보였다. 그 자리에서 낯을 찌푸리고 술을 사양했으니 오해를 살 만했다. 밤새 아픈 배를 끌어안고 끙끙대다 다음 날 아침 영동세브란스를 찾았다. 고등학교 친구 김현승이 부원장으로 있는 병원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급성맹장인 것 같은데…. ”

 수술을 할 의사가 없었다 마침 의약 분업에 반대해 의사들이 죄다 파업 중이었다. 김현승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의사를 찾으러 다녔던 모양이다. 김현승은 “사람이 죽어가는 일이니 수술부터 하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간신히 의사를 구해 수술에 들어간 시각이 정오. 나는 12시간 넘게 통증을 참느라 탈진 상태였다.

 하필 개각 직전에, 의약 분업으로 의료계가 마비된 이때에, 교체 대상 재경부 장관이 수술실에 들어가다니. 참 공교로운 일이다. '하긴 이 뿐이랴. 발버둥쳤던 지난 2년 반이 다 공교로운 것을….' 마취로 정신이 아득해질 때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랬다. 야인으로 살다가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물결을 만났고, 그 한복판에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DJ정권과는 인연 한 줌, 지분 한 조각 없었다. 그리고 2년여가 흘렀다. 정권이 내게 맡겼던 권한들이 조금씩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 이젠 한 톨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표를 낸 것도 그래서였다.

 하기야 청와대로선 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당시 내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위기' 아니면 '구조조정'이었다. DJ 정부는 더 이상 내 이름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했다. 내가 사라져야 '위기'도 '구조조정'도 끝날 터였다. 이미 DJ는 'IMF(국제통화기금) 조기 졸업'을 선언해 놓은 상태였다.

 수술 이틀 뒤, 병상에서 개각 소식을 들었다. 예상대로 후임은 진념이었다. 직원을 시켜 이임사를 전했다. 이임사는 병상에서 구술했다.

 ' 구조조정은 일과성이나 일회성에 그칠 수 있는 것이 아닌, 연습이 용납되지 않는 냉엄한 진검승부다.'

 진검승부. 나는 이 말을 자주 썼다. 이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마음을 벼렸다. 구조조정이 아니어도 정책에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이 나라의 명운과 회사의 존립, 서민의 일자리가 걸린 구조조정임에야. 이임사는 직원들에게 전하는 말로 마무리했다.

 '외형 성장의 화려함이나 안락하고 평탄해 보이는 길에 유혹받지 말고 안정 기반을 구축하는 빛 안 나고 인기 없는 일에 전념해 달라. 외로운 마음이나 서운한 심정이 없을 수 없겠지만 긍지를 가지고 시장경제의 뿌리를 내리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 달라.'

 외로운 마음. 서운한 심정. 내가 아는 한, 이것이 관료의 숙명이다. 미친 듯이 일한다. 밤을 꼬박 새울 때도 많다.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긍지 하나다. 그렇지만 문득문득 찾아드는 허허로움, 관료의 삶은 이 허허로움과의 싸움이다.

 이임 절차는 간단했다. 인수인계랄 것도 없었다. 과천에서 가져온 '인수인계서'에 사인 한 줄. 그게 전부였다. 조세연구원에서 같이 일했던 최흥식이 문병을 와선 괜히 눈물을 비쳤다. 나도 공연히 울적해졌다. DJ정권의 '구조조정 전도사' 이헌재의 2년 반은 이렇게 끝났다.

만난 사람=이정재 경제부장, 정리=임미진 기자

행시 수석, 대우 임원, 증권관리위원 … 경제 정책· 실물 꿰뚫어



이헌재 누구인가

[중앙일보 임미진] “인생 전체가 위기와 난제를 풀기 위해 디자인된 것 같은 사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측근인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이렇게 평한다. 그럴만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갑자기 등장한 '무명의 구원 투수'가 이헌재다. 그가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기획단장으로 일하며 김용환 비대위원장과 입안한 기업 구조조정 원칙은 지금도 '교과서'로 불린다. 이후 2년여간 기업·은행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남들 100년 걸릴 개혁을 1년에 해치웠다”는 평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도 카드 사태 진화를 위해 2004년 그를 경제부총리로 부른다. 그는 어떻게 '한국 경제 위기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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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정처 없는 인생'이라 칭하는 그의 풍상(風霜)에 답이 있다. 68년 행정고시 수석 합격 후 승승장구하던 재무부 관료였던 그는 율산 사태에 휘말려 10년 만에 공직에서 물러난다. 이후 '대우' 임원, 신용평가사 사장, 증권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치면서 시장을 배우고 익힌다. 외환위기 때 함께 일했던 최범수 신한지주 부사장은 “정책과 경영은 물론 기업 평가와 금융까지 경제 정책 관련 모든 업무를 꿰고 있었다”며 “국난(國難)의 시절 일사천리, 쾌도난마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해치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독특한 경력과 경험이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 퇴장은 그러나 등장과 달리 초라한 편이었다. DJ 땐 위기 진화 후 '팽' 당하듯 물러났다. 정치적 우군이 없었던 탓도 컸다. 386 참모들과 갈등이 컸던 노무현 정부에선 부동산 편법 투자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다.

 ▶44년 중국 상하이 출생 ▶62년 경기고 졸업 ▶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68년 행정고시 합격 ▶74년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82년 대우 상무 ▶85년 한국신용평가 사장 ▶91년 증권관리위원회 상임위원 ▶97년 12월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 ▶98년 금융감독위원장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 ▶2004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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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해외서 빡세게 5년만 굴러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6일 오후 수원 아주대에서 비공개 강연을 가졌다. 한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강의 모습을 담았다.
인사이드 Story - 잠시 귀국한 '대우신화' 아주대 강연

"베트남은 기회의 땅…15년 후엔 홍콩 앞지를 것"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세요.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없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75)이 대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6일 수원 아주대 팔달관 108호 강의실에서 ‘글로벌 영 비즈니스 포 베트남’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다. 9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극장식 강의실 좌석(60석)과 중앙 통로까지 꽉 채웠고, 일부는 강의실 뒤쪽에 서 있어야 했다.

오후 4시30분. 짙은 네이비 색(남색) 양복에 넥타이를 맨 김 전 회장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맞았다. 김 전 회장은 “1~2분 먼저 와서 기다리려고 했는 데 미안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고령인 탓에 목소리에 다소 힘이 없었지만 강의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직장인으로서 첫 출장국이 베트남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자신이 주로 머물고 있는 베트남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김 전 회장은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말고 해외에 나가서 멀리 보고 성공하는 사람이 돼라”고 조언했다.

그는 “홍콩 싱가포르는 인구가 500만명 정도밖에 안되는 데다 중국의 영향권에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비해 베트남은 9000만명의 인구에 땅이 크고 자원이 풍부해 포텐셜(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인맥이 많고 ‘대우’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15년가량 지나면 베트남이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회장은 “자신감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고 실패하면서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 “여기서 대기업에 취직해봤자 힘들고 취직하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도전의식을 갖고 한 5년 정도 (베트남에서) 빡세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처음에 취직을 했다가 7년 만에 회사를 나왔다”며 “대기업에 안 가더라도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얼마든지 클 수 있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한 학생이 ‘베트남 정부에 부정부패가 많다’고 지적하자, 김 전 회장은 “정치자금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거기에서 번 돈은 거기에 투자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베트남 총서기가 나를 찾아와 영국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을 개최할 장소가 없다며 힐튼호텔과 똑같은 호텔을 지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10년 적자를 각오하고 갔는데 결국 베트남 정부로부터 세금면제도 받고 (현지 사업에)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베트남 현지 기업의 임금과 생활여건에 대한 질문을 연달아 던지자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자신의 자서전을 언급하며 “학창시절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고 일했다. 지금껏 휴가도 없이 일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김 전 회장은 7일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건호/정태웅/김재후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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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공격, 수십만원 주면 OK … 청부업체 국내에만 100곳 넘어

[중앙일보 허진1.정원엽]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저렴하게 해드립니다.'

 중국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국내 도박사이트 게시판 등에선 디도스 공격을 대행해준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이버 흥신소'로 불리는 사이버테러 청부 업체가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6일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접촉한 디도스 공격 대행업자는 “해킹 툴을 이용해 중국·필리핀 등지의 좀비PC를 경유하기 때문에 단속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는 “펜션부터 게임업체까지 온라인 상거래가 이뤄지는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업체를 공격해 달라고 요청해온다” 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이러한 청부업체가 100여 곳에 이르고,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5명 안팎의 해커가 팀을 이뤄 활동하며 공격 대행료는 사이트 규모에 따라 3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불법적인 일이다 보니 위험 프리미엄이 붙어 보수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해커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는 신고는 194건이었고, 올 들어 디도스 공격을 피해 '사이버대피소'를 이용한 업체는 93곳이었다.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사표=10·26 재보선 전날 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27)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진 국회의장실 의전비서(6급) 김모(30)씨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공씨가 디도스 공격을 고향 후배 강모(25)씨에게 요청했던 10월 25일 밤 서울 강남역 근처 룸살롱에서 공씨와 병원장·중소기업 사장 등 지인 5명과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공씨의 고향 선배인 김씨는 최 의원에게 공씨를 연결해 준 당사자다.

 경찰은 김씨를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모임의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씨는 경찰 출석에 앞서 “당시 병원장인 선배가 새로 병원을 여는 것과 관련한 투자 유치 문제에 대해 얘기했을 뿐 선거나 디도스 공격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허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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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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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래프칙 현대차 美법인 사장, 포드 CEO 후보 거론

존 크래프칙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사장
존 크래프칙(Krafcik·50)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 사장이 차기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크래프칙 사장은 현대자동차를 미국 내 '빅5' 반열에 올려놓는 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자동차 업계 '스타 경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앨런 멀랠리 현 포드 대표가 2년 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포드가 차기 대표 후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크래프칙 대표가 4명의 내·외부 인사 후보 중 한 명"이라고 포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크래프칙은 포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직 포드맨'이다.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포드 제품개발 엔지니어 등을 지낸 그는 2004년 현대차에 스카우트됐다. 2008년부터 법인장으로 HMA를 이끈 그는 미국 금융위기 때 현대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내 실직이나 파산을 당해 할부금을 내기 힘들 경우,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2008년 점유율이 3.0%였으나 지난해에는 53만8000대를 팔아 4.6%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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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 찾았다

나사, 600광년 떨어진 ‘케플러-22b’ 발견
지구 2.4배…표면온도 22도, “물 존재… 생명체 거주 가능”


[세계일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구와 비슷한 ‘쌍둥이 지구’ 행성이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5일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진 곳에 지구와 닮은꼴 행성인 ‘케플러-22b’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행성은 지름이 지구의 2.4배 정도며 온도는 약 22도, 공전주기가 290일이다. 생명 탄생에 필요한 액체 상태의 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성의 중심별은 우리 태양보다 약간 작고 빛의 양도 25%가량 적지만 분광학적으로 같은 형태(G형)의 항성이다.

나사의 빌 버러키 연구원은 “이 행성에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사 케플러 계획 연구팀은 2009년 5월부터 2010년 9월까지 1094개의 새 행성 후보를 발견했으며 이 중 54개의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을 보고한 바 있다. 케플러-22b는 이 가운데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된 행성이다. 케플러 계획은 태양 외의 다른 항성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을 찾는 계획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15만개의 별을 대상으로 그 앞을 지나가는 행성 때문에 생기는 빛의 감소를 관찰해 행성의 존재를 추적한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인 골디락 영역에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 존재한다는 조짐은 이전 연구에서도 발견됐지만 실제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골디락 영역은 항성과의 거리가 적당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대를 가리킨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제프 마시 UC버클리 교수는 “우리는 지구와 비슷한 별을 찾는 여정의 거의 막바지에 와 있다”며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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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휴양지 하이난섬, 의료관광허브 육성



장쩌민 치료 軍최고병원 유치… 한국 등 외국병원과 경쟁 나서

[동아일보]

중국이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海南) 섬을 의료관광 허브로 집중 육성한다. ‘의료 한류’를 추진 중인 한국과의 경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을 방문 중인 뤄바오밍(羅保銘) 하이난 성 당서기는 5일 “다음 달 말 하이난에 ‘인민해방군 301병원’이 문을 열 것”이라며 “2015년까지 하이난을 국제 의료관광리조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이난 섬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해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 20도 이상 유지되는 관광지다. 올 들어 10월까지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2370만 명에 이른다.

301병원은 마오쩌둥(毛澤東), 장쩌민(江澤民) 등 최고지도부를 치료한 베이징(北京)의 군 병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의료 수준을 자랑한다. 지원(支院)을 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관광명소에 의료서비스 기능을 더해 의료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이난 섬 내 싼야(三亞) 시에 18만6000m² 규모의 ‘하이난 메디컬센터’를 조성하고 이곳에 301병원 지원을 들일 예정이다. 또 이달 공항면세점을 새로 개장하고 내년에는 섬 내 관광을 위한 철도도 착공할 예정이다. 장후이(張輝) 베이징자오퉁대 교수는 “301병원 지원 설립은 의료관광허브 계획의 시작일 뿐이며 결국에는 건강관리센터와 실버타운 등이 포함된 토털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난 섬이 의료관광 허브로 육성되면 중국인 고객을 놓고 한국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뤄 서기는 “우리는 (중국인) 13억 명이라는 배후시장을 갖고 있다. 이는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외국으로 의료관광을 가는 부유층만 하이난으로 돌려도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관광 목적으로 출국한 중국인은 6만 명에 육박했다. 최근엔 60만 위안(약 1억 원·7일 패키지여행 기준)이 드는 해외 의료관광상품도 잘 팔리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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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러시아와 가난한 이웃들… 푸틴 '소비에트 연방 2.0(유라시아연합·옛연방 재결합)' 추진



[소련 해체 20년] [4] 15개국으로 쪼개진 뒤 4개 블록 형성

러시아·벨라루스 - 같은 슬라브족… 재통합 모색

우크라이나·그루지야 - 거대 러시아에 불안 느껴 EU·NATO 가입하려다 불발

발트 3국 - 옛 소련에 강제 합병된 아픔, 2004년 EU 회원국으로

중앙아시아 이슬람국들 - 장기 독재와 빈곤의 늪에 러시아 경제 의존도 심해져


"우리나라는 20년 전 소련(소비에트연방)시절만 해도 15개 국가로 구성된 대국(大國)이었다.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모스크바 동부 코신스카야 거리에 있는 '402번 중고등학교' 9학년(중학교 3년)의 지난달 말 역사 수업 시간. 교사 레오니트 피르소프씨가 소련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학생 알렉세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이젠 남의 나라인데 우리가 굳이 알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알렉세이 등 많은 학생들은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적이나 다름없고 러시아를 뺀 나머지 14개국 모두 제 갈 길을 가는데 우리가 굳이 그 나라들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련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후 레닌이 같은 슬라브족인 우크라이나·벨라루스를 통합해 1922년에 만든 나라다. 레닌에 이어 스탈린은 서구에 맞선 공산주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1924년부터 주변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을 연방 내로 편입시켰고, 2차대전을 앞둔 1940년에는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무력으로 압박해 연방에 포함시켰다.

◇4개 블록으로 나뉜 15개국

하지만 강제적으로 결합된 이질적인 나라들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소련이란 '지붕' 아래 살던 15개국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계기로 독립을 모색하다가 1991년 12월 소련 해체와 함께 모두 독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영토가 넓은 러시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고난의 20년을 보냈다. 이들에겐 서구나 러시아, 둘 중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는 달리 생존방법이 없었다.

역사학자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하원 국방위 부위원장은 "희망 속에 독립한 15개국이 지난 20년 동안 추구해온 생존방식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슬라브족 국가들인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재통합을 모색 중이다. 거대한 러시아의 존재에 불안감을 느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EU와 NATO 가입을 성급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서방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가입협상을 중단하는 바람에 현재 어정쩡한 상황에 처했다. 발트 3국은 2004년 EU 회원국이 됐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장기 독재와 자원 부족에 따른 빈곤의 늪에 빠진 채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에 기대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이고리 야코벤코 박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을 막기 위해 각국에 특정산업만을 육성한 스탈린 정책의 유산 때문에 이들은 독립 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약했다"고 말했다.

◇중앙아는 러시아 의존도 심화

모스크바 남부 초플르이스탄의 노브이 체료무시키 시장. 이곳 200여 점포의 종업원들은 대부분 중앙아시아 출신들이다. 타지키스탄 출신 근로자 파르핫(19)은 "모스크바 시민의 월평균 수입 3만루블(약 110만원)은 우리나라에선 1년을 벌어야 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파르핫처럼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유입되는 인구는 연간 7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교역에서 러시아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15개국이 정치적 독립을 이루기는 했으나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그루지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러시아의 '경제적 위성국'이 돼 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소련의 재통합을 뜻하는 '소비에트 연방 2.0'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푸틴은 10월 4일자 이즈베스티야 기고문에서 "2012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의 단일경제공동체가 출범하고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도 동참시켜 '유라시아연합'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모스크바에 사는 키르기스 출신 불법근로자 굴나즈씨는 "지금처럼 궁핍하게 살 바에는 러시아에 편입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 박사는 "옛 소련 국가들을 규합하려는 푸틴의 구상은 서방에는 공포로, 중앙아시아에는 당근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권경복 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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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서 폴란드까지 … 푸틴, 신러시아 제국 건설 야심

소련 붕괴 20년
유라시아 연합으로 '소련 부활' 노린다

[중앙일보 한경환]

“소련 붕괴는 20세기 최대 비극이다.”

 내년 3월 4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블라디미르 푸틴(59) 총리의 말이다. 21세기판 차르(황제)를 꿈꾸는 푸틴은 기회 있을 때마다 소련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하면서 신러시아 제국 건설의 야욕을 드러내왔다. 8일로 소비에트 연방 해체가 결정된 지 20년을 맞는다. 붕괴 20주년을 맞은 지금 러시아에선 '소련 부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0년부터 8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했던 푸틴이 내년에 다시 '대관식'을 치르게 되면 폴란드 국경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새로운 대제국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푸틴은 당선되면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있다.

 ◆소련 부활 꿈꾸나=푸틴은 지난 10월 초 유력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옛 소련 국가들의 유라시아 연합' 결성을 촉구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들을 다시 통합해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소장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20세기 제국을 상실한 지 20년 만에 러시아가 다시 새로운 형태의 통합을 향해 움직일 준비가 돼있다”고 지적했다.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정상들은 지난달 1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유라시아 경제통합에 관한 선언서'에 서명했다. 이들 세 나라는 내년 1월 1일 관세 장벽을 없애고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단일경제공동체(CES)를 출범시킨다. 이를 주축으로 나머지 소련권 국가들의 가입을 늘려 2015년까지 유럽연합(EU)과 비슷한 성격의 '유라시아 연합'을 창설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화려한 부상=이런 야심 찬 구상은 소련 붕괴 후 한때 휘청거렸던 러시아가 다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초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1990~99년) 시대의 혼란을 수습하고 러시아를 다시 글로벌 강국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은 푸틴이다. 고유가에 힘입어 러시아는 2000년부터 9년 연속 평균 7%대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지난 4년간 자신이 선택한 후계자인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을 일시 물려주기는 했지만 푸틴은 그동안에도 사실상 러시아 최고지도자로서 군림해왔다. 미국과 유럽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동유럽이나 옛 소련권에서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안정에 따른 자신감 회복으로 국제무대에서의 러시아 발언권은 날로 커지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는 거대한 스케일로 행동하는 데 익숙한 나라”라 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미국과는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고 있다. 푸틴은 미국을 세계 경제의 '기생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하는 계획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새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다. 이를 두고 이즈베스티야지는 “메드베데프가 (미국과의) '리셋(재설정)' 정책을 포기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이란 등 중동 문제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20년 전 탱크와 군인들을 철수시켰던 동유럽에서는 루블화를 앞세워 다시 진군하고 있다. 2008년까지 소련 붕괴 후 17년 동안 러시아가 동유럽에 투자한 금액은 24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3년 투자액은 이보다 많은 28억 달러에 이른다.

 ◆아직도 산 넘어 산=러시아의 재부상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걸림돌이 널려있다.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엉터리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푸틴을 겨냥해 러시아 지도자들이 계속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은 과반에 턱걸이했다. 집권당이 선거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돼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수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혁명을 이루자” “푸틴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 등의 구호가 난무했다.

 소수 정당인 야블로코의 대선 후보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러시아인들은 푸틴의 통치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으며, 부패한 엘리트들이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인 부를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등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로이터통신).

 부패는 러시아의 가장 큰 고질병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1일 발표한 201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러시아는 183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143위를 차지했다.

 석유·가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도 불안 요인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러시아 경제는 언제든지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과 러시아의 미래는 결국 경제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평론가 키릴 로고프는 “전체적으로 지지율은 견고하지만 언제 먼지가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이코노미스트). 소련 붕괴라는 지각 변동은 20년 전에 일어났지만 그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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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인뉴스 <182> 미국 의회 미·중 경제안보위 정책제안 43가지

[중앙일보 신경진] 미국의 '중국 옥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복귀'를 선언하자 중국도 '정중동(靜中動)' 전략으로 맞서는 분위기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계를 검토하고 정책제안을 내놓기 위해 2000년 의회에 설치된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연례보고서를 내놓았다. <본지 11월 18일자 10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중국의 굴기(?起)에 대비하기 위해 위원회가 제시한 43개 정책을 소개한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고딕체는 10대 핵심 제언

G2가 거칠게 충돌하고 있다. 43개 정책제안에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속내가 엿보인다. [중앙포토]

1의회는 입법을 통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로 하여금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안보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국제·국내적인 이익에 중국이 제기하는 점증하고 복잡하며 심각한 도전들을 다루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 검토는 의회 위원회가 적절히 조사하고 토의해야 한다.

2중국정부가 중국 현지와 해외에서 운영되는 중국 기업들에 제공하는 과도한 보조금이 반(反)경쟁 및 무역 왜곡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의회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이 부여하는 모든 필요한 해결책들을 미 행정부가 사용하도록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

3미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국유기업이나 국가 투자기업들의 반(反)경쟁 행위에 대해 효과적인 구제책을 제공하는 기존 법규들을 의회가 광범위하게 평가해야 한다. 만약 그 법규들을 쉽게 사용할 수 없다면 적절한 구제책을 고려해야 한다.

4중국의 국유기업, 여타 국가 투자기업, 혹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구, 민영 기업 등과 맺은 모든 쌍무 투자 협정에 비차별 원칙과 경쟁 중립성을 포함시키도록 의회는 행정부에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

5중국이 새롭게 국가안보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검토하는 절차가 무역장벽으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의회가 확인해야 한다.

406페이지 분량의 2011년 연례보고서.6의회는 미 상무부에 미국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투자를 매년 보고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중국 국유기업들과 여타 중국 정부 관련 기구들이 미국에 투자한 현황 데이터를 포함해야 한다.

7 미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희망하는 외국 기업들의 신청 절차들을 수정하도록 의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지시해야 한다. 미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얻는 데 특정 국가가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국가별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증권거래위원회는 특히 국유기업 및 국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보조금과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통해 투자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8 2009년 제정된 미국의 '복구 및 재투자 관련 법'에 따라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계약들을 미 행정부가 검토하고, 이 펀드로부터 지원을 받는 중국산 재화와 서비스의 규모를 보고하도록 의회가 행정부에 강력 권고해야 한다.

9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WTO 보조금 협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사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WTO에 제소하게끔 행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10중국이 WTO 의무 사항을 준수하는지 미 무역대표부가 매년 검토를 강화하도록 의회는 행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 보고서에는 결론과 권고사항을 첨부해야 한다.


11WTO 의무에 입각해 중국 정부의 조달 목록들이 기소가 가능한지 보고하도록 의회가 행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12 중국 정부의 모든 레벨에서 모든 조달 목록의 리콜을 명시할 것을 행정부가 주장하도록 의회가 지도해야 한다. 중국의 정부 조달을 목록들과 분리시킨다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

13미·중 전략경제대화와 미·중 통상무역공동위원회, 여타 적절한 양자·다자 회담에서 정부조달협정 체결 문제를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정부조달협정은 중국의 중앙·성급·현급 정부와 국가 기관이 통제하는 추산액 1조 달러 규모의 조달시장에 접근할 상호 간의 기회 제공을 주 내용으로 한다. 만일 중국과의 진지한 협상에 실패한다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공급자들이 미국의 정부 조달 기회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중국과의 조달 계약을 제한하는 정책을 각 주와 조율해야 한다.

14 미·중 통상무역공동위원회와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협상장에서 상업,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침해와 복제 행위에 대한 형사고발의 문턱을 낮추는 협정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 놓도록 의회가 행정부에 지시해야 한다.

15지적재산권 보호와 같이 중요한 분야에서 상호 무역 관계를 맺도록 의회가 행정부에 권고해야 한다. 미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 같은 수준의 조약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이 재화와 서비스 무역 개방에 실패하고, 경제적 이익을 기대한 미국의 생산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관행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분야들을 미 행정부가 파악해야 한다. 미 행정부는 그러한 관행이 시의적절하게 제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일 충분한 시장 접근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적절한 상응 조치를 찾아 평가해야 한다.

16중국의 소프트웨어 조달용 예산을 감사하는 것보다 정부의 컴퓨터에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 중국이 직접 감사하도록 행정부가 요구해야 한다. 이 회계감사는 세계은행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2011년도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의장인 윌리엄 라인시 전 미대외무역위원회(NFTC)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17미국시장에서 미국 생산자와 노동자들에게 부당하게 피해를 주는 중요한 정책과 관습을 만들고, 미국 수출품의 중국 시장 진입에 커다란 장애물을 만들려는 중국의 정책과 관습들을 파악하기 위해 의회는 수퍼 301조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 무역위원회에 그러한 중국의 관습을 설명할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18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해 위반 사례들을 WTO에 적극적으로 고소하도록 대통령은 미 무역위원회에 지시해야 한다.

19의회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미·중 통상무역공동위원회의 성과를 평가하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청문회는 WTO 규범을 이행하는 중국의 행동들과 기술 이전 이슈를 다뤄야 한다. 청문회를 준비하는데 의회는 미국 연방회계감사원이 이러한 양자 대화 가운데 이에 부합되는 수단과 중국의 실행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상세한 조사를 준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20중국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투자와 경영에 대한 평가에 착수하도록 의회는 미국 연방회계감사원에게 지시해야 한다. 또한 중국시장의 미국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연방정부가 지원한 어떤 연구개발(R&D)을 이용했는지와 중국과 공유된 R&D의 범위와 기간을 파악해야 한다.

21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미·중 통상무역공동위원회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중국의 수요에 맞춰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특정한 상품과 제품들을 파악하도록 협의해야 한다. 미국산 재화를 개방하면 중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산 재화와 제품들의 중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중국의 무역장벽과 농업 제품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2 중국 정부가 인터넷상의 콘텐트를 검열하는 노력에 대해 미 연방회계감사원이 검토를 진행하도록 의회가 지시해야 한다. 어떤 외국의 기술 제공 업체가 중국 정부의 검열 노력을 지원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23 관련 있는 국회의 위원회들은 국방부의 군수 데이터 시스템, 시차별 부대 전개 제원 시스템상의 데이터들이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했는지 보안상의 타당성을 조사해야 한다.

24 장기간 동안 퇴보된 명령·지휘·통신·컴퓨터·정보·감시 및 정찰 환경 아래에서 주요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국방부의 역량 타당성을 의회가 평가해야 한다.

25 분쟁 발생 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격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경고할 수 있는지 보장하는 국방부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평가하도록 의회가 미국 연방 회계감사원에게 지시해야 한다.

26 동아시아 해역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해 미국의 책무를 보여주는 평화적인 해군과 공군의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의회는 국방부에 요구해야 한다.

27 중국의 지역 거부 전략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보장하는 국방부 프로그램에 대해 재정적 지원의 타당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최소한의 강력한 전역(戰域) 미사일 방어, 대잠수함 작전, 공대공 전투, 명령과 지휘, 전자전 역량을 포함시켜야 한다.

28 동맹국과 우방들이 중국의 지역 통제 전략을 저지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게끔 미 행정부가 그들 국가와 외교적·군사적으로 협력하도록 의회가 행정부를 격려해야 한다.

29 의회는 국방부(와 적절한 여타 정부의 우주 관련 주체들)가 잠재적인 중국의 반(反) 우주활동에 대해 그들의 준비상태를 평가하고 보고하도록 명령해야 한다.

30 미국의 우주 자산에 대한 파괴·부정·저하·조작을 상정한 미국의 군사 연습과 훈련 활동의 타당성과 정례성을 의회가 평가해야 한다. 또한 의회는 국방부가 내비게이션·통신·정보·감시·정찰과 같이 전통적으로 우주 지향의 역량을 다각화시키는 데 충분한 조치를 취하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31 이란의 원유 산업에 투자하거나 이란에 정유 상품 혹은 고급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무역제재 법률을 위반한 모든 중국 기업에 미국의 무역제재가 부과됐는지 여부를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

32 의회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 투자에 초점을 맞춰 외국 기업들이 북한의 천연 자원 산업에 대해 투자하지 못하도록 대북한 제재를 확대하는 것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33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에서 인민해방군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커지고 있는지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

34 의회 의원들은 중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관리와 민간인을 더욱 잘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 여행 동안 그들과 사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35 대만의 노후한 전투 대대 재편을 위해 대만에 추가적으로 최신 전투기를 판매하도록 의회는 행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36 2001년 미국 정부가 판매를 승인한 대만 잠수함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를 행정부는 의회에 요청해야 한다.

37 중국과 대만의 관계 강화가 미국과 해당 지역에 끼치는 함의에 대해 의회는 청문회를 열어 탐구해야 한다.

38 미국과 관련된 홍콩의 정치·사회·경제적 발전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 법'의 301항을 의회가 재승인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홍콩을 인민폐(위안화)의 국제화 플랫폼으로 이용하려는 중국의 조치를 다룬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39 의회 의원들이 중국 본토를 방문할 때 홍콩 또한 방문하고, 의회는 국무부 장관을 포함해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중국 방문 일정의 일부로 홍콩까지 방문하도록 권유해야 한다.

40 의회는 의원들에게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들과 만날 때 홍콩이 특수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슈를 제기하도록 권유해야 한다.

41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정부의 공공외교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42 중국의 '핵심이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국 정부의 시각을 분명히 파악하도록 의회는 행정부에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핵심이익' 공식화가 미·중 관계에 끼치는 의미와,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에 끼칠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43 의회 의원들은 미 정부의 공무원이 포함된 교류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중국의 기구들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신경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xiao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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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이 알아야 할 ‘7대 키워드’

올해는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해이다. 또 ‘100세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에서 손을 놓은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가 6일 올해 대한민국 은퇴시장을 분석, 이를 ‘7대 키워드’로 정리했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은 “2011년은 한국사회에서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이 질적으로 전환된 해”라고 말했다.

■ 100세 시대

2005년 961명이던 100세 이상 국내 인구는 지난해 1836명으로 5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 100세 시대가 그만큼 가까워오고 있는 것이다. 서른에 취직해 예순에 퇴직한다고 가정해도 30년 일하고 40년을 놀아야 한다.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100세 시대에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과 같은 순환형 패턴으로 바꿔야 한다.

■ 반값 등록금

연간 1000만원 정도 들어가는 대학 등록금은 50대의 노후 준비를 막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보면, 대학생 및 대학원생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가장이 55~70세인 은퇴자 가계비율은 20%에 육박한다. 한창 일할 50대에 직장에서 떠밀려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남은 퇴직금마저 자녀의 대학 등록금으로 상당 부분 소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분노와 상실감을 낳고 있다. 따라서 등록금과 사교육비를 위해 자녀가 어릴 때부터 계획을 세워야 한다.

■ 전세대란

전세가격 급등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노후준비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다. 전세가격 상승은 결혼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만혼과 늦은 출산 탓에 자녀의 결혼시기는 대개 부모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있다. 부모로서는 노후 생활비로 준비해둔 자금 대부분을 자녀 결혼비용으로 지출해야 할 형편이다. 자산과 소득 수준에 맞게 거주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자신뿐 아니라 부모의 노후까지 망칠 수 있다.

■ 연금열풍

연금복권, 월지급식 펀드, 퇴직연금 등 올해 연금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2006년 2만7000명 수준에서 지난 9월 15만명까지 늘었다. 살던 집을 활용해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주택연금 가입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은퇴를 맞이하는 50대가 되면 노후를 위한 저축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공백기에 쓸 수 있는 개인연금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 양극화

여유자금이 충분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은퇴 준비 전략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에겐 먼 미래를 위해 수입의 일정 부분을 따로 떼는 일이 쉽지 않다. 은퇴 준비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노후 준비 수단인 국민연금, 회사에 다니는 동안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쌓는 퇴직연금, 소득공제 혜택이 많은 개인연금 등 ‘3층 연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부채의 습격

가계부채 900조원 시대다. 부채의 총량도 문제지만 자녀교육, 퇴직, 부모부양이라는 삼중고에 허덕이는 50대가 가장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국 50대 가구주의 평균부채는 9682만원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퇴직을 앞두고 부채 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연금으로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 복고열풍

영화 <써니>, ‘세시봉 열풍’ ‘청춘합창단’ 등 어느 해보다 복고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팝송과 통기타 가요를 들으며 감수성을 키웠던 세대다. 부모 세대와 달리 이들은 문화 소비자로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노년기에 접어들더라도 여전히 강력한 문화 소비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는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게 아니라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여가가 생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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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기 본질은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정체”

[한겨레] 인터뷰/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사피르 교수

삶 수준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기 시작…

모기지 위기에서 출발해

은행위기…유동성 위기로…

결국 국가 채무 증가시켜


유로화는 현재 형태로는

지속될 수 없을 것…

국가 재정위기는

복지 때문이 아니다

세금 감소에서 비롯


 자크 사피르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요즘 유럽에서 가장 바쁜 경제학자 가운데 하나다. 경제 위기에 빠진 유럽 각국의 정부와 의회가 그의 의견을 들으려 연락을 해온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놓고 그리스 총리와 3자담판을 벌인 날에는 결과를 기다리느라 다음날 새벽 2시30분에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그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통령 경제자문가 수장 자비에 무스카의 전화가 이어졌다. 그리스 의회에서도 그에게 자문을 구해왔다. 지난달 3일 파리13구에 있는 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프랑스 의회와 언론의 전화가 빗발쳤다.

-세계 경제 위기가 어떤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보나?

“위기는 ‘변종 바이러스’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위기에서 출발해 은행 위기로, 다시 유동성 위기로 변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총체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와 국가의 채무를 증가시켰다. 지금 우리는 국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요컨대 위기가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위기가 계속해 형태를 바꿔나갈 것으로 보나?

“그렇다. 이번 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 혹은 불황의 조짐까지 보인다. 유럽이 1930년대 독일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당시 은행을 구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폈지만 실업률이 13%에서 40%로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이 이런 긴축적인 재정정책과 수축적인 화폐·신용정책을 다시 쓸지도 모른다는 점이 두렵다. 이런 결합은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 위기가 해소되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는 건가?

“위기의 근원을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이 아니라 증상만을 치료해온 것이다. 위기의 본질은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 정체다. 그들이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철폐가 금융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 따라서 실물과 금융 부문의 이런 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위기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

-유로존의 위기가 심각하다.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

“유럽이 미국처럼 진정한 연방체제를 구축할 수 없다면, 유로화를 지금과 같은 단일화폐에서 ‘공동화폐’(유로화를 대외결제 수단으로서만 보유하고 국내에선 자국 화폐 부활)로 전환시켜야 한다. 각 국가에 화폐 주권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제도가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단일한 화폐정책을 시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로지역 국가 간의 경쟁력 차이도 위기의 한 요인이라고 보나?

“많은 유럽의 정치인들은 유로화 도입 이후 역내 국가들 사이의 경쟁력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간극이 더 커졌다. 예를 들어 실질임금 비용(임금비용/생산성) 지수를 보면, 독일과 그리스 혹은 스페인의 경쟁력 격차는 지금 40% 수준이다. 그 격차는 유로 출범 전인 1990년대 중반엔 32~35%였다.”

-국가 재정 위기가 과도한 복지비 지출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복지는 경제성장에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에선 2007년 이후 재정적자의 3분의 2 이상이 세금 감면 때문에 발생했다. 2007년에 통과된 감세만 없었더라면,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물론 복지국가의 경영상 비효율성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복지비가 재정적자의 주된 요소는 아니다. 재정적자는 세금 감소에서 비롯했다고 보는 게 훨씬 정확하다.”

-위기가 지속되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격차가 커져만 간다.

“부자와 빈자가 아니라 부자와 나머지 계층(중산층을 포함한)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 격차는 위기와 함께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첫째 이유는 가계소득과 노동소득이 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연간 단위 생산성 증가율이 2.5~3%인 데 반해, 가계 및 노동소득 증가율은 1%에 그쳤다. 그 불균형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둘째 원인은 조세 구조에서 기인한다. 점점 더 조세 감면 규모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여름 대통령이 자본세와 소득세를 포함한 모든 직접세가 소득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는 결국 과세자들 중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세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부자들을 위한 조처다.”

-유로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유로존 체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유로존이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몇몇 나라들이 유로지역에서 탈퇴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가능한 또 하나의 해결책은 독일이, 유대관계가 돈독한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등과 함께 유로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들 나라의 탈퇴는 유로화의 붕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한 다른 형태로의 변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셋째 방안은, 앞서 얘기한 유로화 자체가 단일통화에서 공동통화로 변화하는 것이다.”

파리/글·사진 류이근 기자

과도한 복지탓? 부동산 거품·감세·무능한 정부 얽혀


[한겨레] 스페인·아일랜드 경제 파탄

부동산 거품 붕괴가 주범

공공부문 비대한 그리스

탈세·감세로 지탱 어려워져

포르투갈 등 5개국 만성적자

단일통화탓 환율 조정 못해


낮은 산업 경쟁력 ‘구조적 한계’

“과도한 복지가 원인이라고요? 그렇다면 훨씬 이전에 위기가 닥쳤어야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에두아르도 카탈란(32)은 과도한 복지 때문에 스페인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뜸 손사래를 쳤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복지를 위기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후안 라몬 콰드라도 알칼라대 교수도 복지를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겉만 본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비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보조와 공공부문 인원 증대, 지방 공기업 설립 등 불필요한 곳에 지출이 많았던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을 뒤덮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된 사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인지 유럽의 전문가들은 각국의 위기를 관통하는 ‘공통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었다. 필리프 다르비즈네 비엔피(BNP)파리바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남유럽 부채위기는 근본적으론 중심국가가 없는 유로존의 한계에서 비롯했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17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대주주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구심점이 되지 못해 해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국가간 상호연관성을 높이면서 부채와 거품을 확산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인의 호세루이스 페이드로 폼페우파브라대 교수는 “유로존 출범 이후 역내 금융통합지수가 40% 이상 증가했다”며 “금융통합의 정도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면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의 부동산 거품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얽힌 금융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위기가 전염되는 속도를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파생상품이란 망을 타고 전세계 경제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이런 공통의 문제 위에 부동산 거품,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정치 리더십의 부재 등 다양한 요인이 포진해 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 경제가 파탄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 때문이다. 집값이 오를 때 주택을 담보로 공격적으로 대출에 나섰던 스페인 저축은행들은 세계경제 침체로 집값이 빠지자 급속도로 늘어나는 연체율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바르셀로나 주정부가 운영하는 일자리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헤레스(56)는 1996년에 산 방 4개짜리 주택이 3배나 뛴 90만유로(14억)나 한다고 자랑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정부가 은행을 살리려 구제금융을 쏟아붓고, 경기에 불씨를 지피려 재정을 투입하면서 민간의 빚이 정부로 순식간에 옮아붙었다. 이전까지 아일랜드의 재정은 튼튼했다. 2007년 아일랜드의 국가부채는 우리나라보다 건전한 24.9%에 불과했고, 정부의 수입도 지출보다 많았다. 하지만 불과 2~3년 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일랜드는 빚더미에 올랐다.


그리스는 공공부문이 비대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아테네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는 크리스(35)는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표와 공공부문 일자리를 주고받는 거래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의 22.3%를 차지했고, 이에 따른 인건비 지출은 예산의 25%를 갉아먹었다. 탈세와 감세 등으로 세입 기반이 허약한 그리스로선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더 많은 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위기의 원인이다. 위기를 겪고 있는 피그스(PIIGS: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다섯 나라 모두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포르투갈이 가장 심각했다. 이 나라는 지난 16년 동안 계속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난 부분을 계속해서 외국에서 꾸어온 빚으로 메웠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미국 다음으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나라들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이들 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 그리스나 스페인에서 학자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관광을 빼면 딱히 경쟁력 있는 산업이 없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는 유로존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환율 조정을 통해 제품가격이라도 낮춰서 수출해야 하는데 단일 통화 시스템 안에선 그게 불가능했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와 적자국인 피그스의 불균형은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정부의 무능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장에르베 로렌지 프랑스경제학자연합회 회장은 “유럽 부채위기는 복지 때문이 아니라 성장의 침체와 정치적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았다. 그와 인터뷰한 지 10일도 채 안 돼 두 사람 모두 차례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파리 바르셀로나 아테네/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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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진정한 독재자, 민중이여 자기방어하라"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자본주의와 그 적들'은 데이비드 하비, 노엄 촘스키, 마이크 데이비스 등 대표적인 좌파 사상가 17인이 말하는 오늘의 자본주의다.

진보사상을 비판적으로 소개하며 지지하는 미국의 라디오 방송 '어겐스트 더 그레인'의 진행자인 사샤 릴리가 비판적 지성들과 함께 현재의 위기와 대안을 주제로 진행한 대담을 엮었다.

하비는 "신자유주의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 줌의 정치 경제 엘리트층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것, 이것 하나밖에 없다"며 "자본주의는 역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사회조직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낡았다"고 주장한다.

촘스키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독재자다. 이 사적 부문의 독재자가 사회를 지배하는 상황, 다시 말해서 최악의 억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일반 민중은 자기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좌파의 청사진을 의욕적으로 담은 것은 아니다. 좌파운동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분석하고 좌파의 과거 실패와 한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 관점을 모아놓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부터 아나키즘, 자유주의적 사회주의까지 넓은 범위의 사상을 다루면서도 일관되게 자본주의의 상품화에 주목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기층민중은 시장의 힘에 짓눌려 토지와 생계수단을 빼앗긴 채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사적인 부 대신에 공적인 부를 늘려가는 것만이 유일한 처방이라고 강조한다.

좌파의 고질적 병폐로 늘 거론돼온 분파주의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에 불을 지피면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한상연 옮김, 484쪽, 2만원,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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