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으로 해석되는 컨버전스는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기존의 장점들을 활용해 더 강력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컨버전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앞선 이질적인 만남, 즉 크로스오버와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통섭을 알 필요가 있다.
장르의 넘나듬을 의미하는 크로스오버나 협업을 의미하는 콜라보레이션은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통섭과 컨버전스보다 전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네 가지 개념 중 가장 변화의 징후가 두드러진 단계를 설명하면 크로스오버 <콜라보레이션 < 통섭 < 컨버전스 순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중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창조적 시도 컨버전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산업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거론되다가 박근혜 정부가 내건 슬로건 ‘창조경제’의 시대에 들어와 극단적인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컨버전스의 홍수라고 불려도 좋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컨버전스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각종 포럼이나 학술대회, 세미나의 주 테마에 컨버전스 혹은 융복합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신제품 발표회나 국제 컨퍼런스에도 단골로 거론된다. 새로운 마케팅 방안이나 신기술을 내놓을 때도 컨버전스라는 단어가 빠지면 섭섭할 지경이다. 실제로 산업계에서 컨버전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IT 분야다. 실제로 첨단 신기술을 결합시켜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도 하고 변화의 속도도 가장 빠르다.
지난 6월 18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M 테크 쇼 2013’ 전시회는 IT업계의 컨버전스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각종 첨단 스마트 정보통신기술(ICT)이 전시된 이 행사에서 실제로 각 기업이 내놓은 컨버전스 기술을 업계 종사자들과 일반인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라이프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선보였고 LCD 터치스크린이 있는 T9000 냉장고 등 스마트 가전을 비롯해 갤럭시 노트 등을 활용한 스마트 스쿨 솔루션이 등장해 신기술의 진화단계를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비디오·게임·러닝·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인 삼성허브, 글로벌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챗온’ 등도 신기술의 컨버전스로 나온 결과물이 얼마나 실용적인지 증명하고 있다.
LG전자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특허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 스마트폰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옵티머스G 프로는 기존 HD급보다 2배 더 선명한 풀HD 화면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여기에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입체적 사용자경험(UX)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대표 통신사업자 간 로봇 대결도 펼쳐졌다. SK텔레콤이 스마트폰 기반 유아용 교육 로봇인 ’알버트’를 공개하고, KT는 유아·초등학생용 학습 로봇 ‘키봇2’를 선보인 것이다. 알버트는 스마트폰을 두뇌(CPU)로 활용한 교육용 로봇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면 단말기종이나 통신사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콜린스 유아백과사전 등 콘텐츠업체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연말까지 300개 이상의 로봇 전용 콘텐츠가 확보될 전망이다.
키봇2는 KT와 아이리버가 함께 만든 학습 로봇. 안드로이드 OS에 1㎓ 중앙처리장치(CPU), 7인치 와이드스크린, 빔 프로젝터, 500만화소 카메라, 음성인식 기능 등을 갖췄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4분할 IPTV 서비스 ‘U+ tv G’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고화질 4개 방송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이제 하나의 채널로 만족못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니즈를 확인시켰다. 컨버전스를 최대한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업계다. 기존의 게임을 약간만 변형시켜 새로운 게임으로 현혹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게임을 출시할 때 젊은 유저들에게 컨버전스라는 그럴듯한 마케팅 표현으로 어필하는 경우 효과가 만점이다. 지난 2009년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제노니아’ 시리즈를 콘솔 게임으로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컨버전스 사례다. 모바일 게임 ‘에어펭귄’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오픈마켓에서 ‘앵그리버드’를 누르고 인기 1위를 차지해 캐릭터 인형과 티셔츠로 인기몰이 했다. 국내에서는 전문 캐릭터 업체와 함께 아동용 서적, 식음료, 의류, 그릇, 인형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가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게임(SNG) ‘그레이프밸리’도 성공 사례다. 이 게임은 과거에 웹 기반 서비스로 출시됐지만 최근 게임빌의 퍼블리싱을 통해 모바일게임으로 인기를 얻었다.
피처폰 시절 국내외에서 큰 흥행을 거둔 모바일게임 ‘물가에 돌튕기기’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사례다. 스마트폰117 시대에 맞춰 3D 물리 엔진과 그래픽, 음향 효과를 새롭게 더해 ‘스키핑스톤’이라는 타이틀로 시장에서 과거 인기를 재현했다. 게임빌은 아예 올해 컨버전스를 핵심 전략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축적된 아이디어와 기술에 빠르게 변하는 시스템 환경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인데, 시장에서는 과거 히트작들의 장점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결합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IT업계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도 컨버전스 사례 혹은 컨버전스 마케팅 사례는 넘쳐난다. 호텔 속에 백화점을 만드는가 하면, 주상복합아파트 내에도 백화점이 들어서는 양상이다. 부산 지역 백화점들이 새로운 형태의 쇼핑 공간을 창출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생존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부산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역 내 최초 ‘호텔 속 백화점’이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호텔의 지하 공간을 해외 패션관으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리뉴얼 이후 닷새간의 매출은 무려 290%나 뛰어올라 컨버전스 활용 성공사례에 속한다. 부산의 중심가 서면에 위치한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서면 더샵 센트럴스타’ 단지 내에 조성된 복합 쇼핑몰도 유통업계 컨버전스 사례로 꼽힌다. 대우백화점이 이곳에 지하 2층~지상 2층 총 4개층 3만4800m² 규모로 소규모 백화점을 오픈한 것이다. 번화가인 서면의 상권과 최근 발 빠르게 조성 중인 문현금융단지의 유동인구를 겨냥하고,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입주민들도 단골고객으로 삼는 전략으로 시도됐다. 총 67개 매장을 동시에 입점해 영업에 들어갔고 공간의 절반가량을 문화·휴게·놀이시설로 채워, 복잡한 도심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유럽형 노천 카페인 선큰가든과 분수·공원·조경·카페들로 내부를 꾸며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야자수·제주 팽나무·회양목 등 주변 조경이 잘 갖춰져 있어 쇼핑·문화·휴식을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놀이와 체험·교육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어린이 문화 공간도 조성됐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실내 체험놀이시설 테마랜드 ‘깜부의 미스터리 아일랜드’는 캐릭터 테마파크로 키즈랜드와 체험 아카데미, 키즈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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