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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 558

구봉88 2014. 10. 15. 10:23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자본유출 리스크 커지나] 최악상황 오면 세이프가드 발동… 국채물량 조절 카드 동원 시사도

  2."신흥국 저성장 최소 5년 간다"

  3."독일, 긴축 풀어라" 유로존 압박 거세진다

  4.[위기의 한국경제] IT·조선·車.. 흔들리는 트로이카

  5.朴대통령, 5·24 대화해법 제시…대북기조 큰틀 정리

  6.유가하락·셰일혁명…두번 죽는 중동경제

 

기업경영

  1.삼성전자, SW·B2B·IoT에 공격적 M&A

  2.뜨거워지는 '모바일 결제시장'

  3.잡스도 놀랄 '더 큰 전쟁'이 시작됐다

  4."유럽 경제 둔화"...미국으로 눈 돌리는 獨기업들

  5.이케아, 롯데쇼핑과 손잡고 종합쇼핑타운 조성 의혹

  6.롯데·NS 이어 또… ‘끊임없는 비리’ 홈쇼핑

  7.글로벌 IT 업계 거물들 대거 방한한다

  8.日 신문, `디지털` 앞에 자존심 꺾다

  9.삼성 '페북 전용폰' 만든다

  10.전자책,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출판시장 돌파구

  11.LG, 전기車사업 `가속`…CNS, 충전기 공급 확대

  12.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 철학은?…‘네트워크’

  13.[새 연재 | 지속가능경영 뉴 트렌드 ①] “지속가능경영이 비용? 주가수익률 3.68% 앞섭니다”

  14.'탈세 온상' 온라인 지하경제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네덜란드 국왕 "한국인 미래지향적 관점 늘 존경"

  2.지리산 최고의 전망대, 바로 여깁니다

  3.에볼라 세계 감염자 年內 10만명 예상…IMF "경제충격 우려"

  4.[특집 | 산 넘어 산,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했지만 합심은 없었다

  5.[커버스토리 | 연정, 어느 정치 로맨스 01] 밀고 당기고 ‘적과의 동침’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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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대비책은

"한국 여전히 투자 매력… 아직 대책 세울 때 아냐"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흔히 현금인출기로 통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악재가 있을 때 한국만큼 자금을 빼가기 쉬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사실상 개방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외국인이 자금을 빼나가는 것을 막을 뾰족한 방책은 없다. 다만 외국인의 이탈로 발생하는 금융시장의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들은 여럿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의 영향이다. 정부는 유출 방지보다는 현실적으로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른바 외국인 채권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장치가 대표적이다.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이런 장치들은 빛을 발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최악의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에 힘을 쏟아왔다. 충분한 보유외환과 낮은 단기외채 비중, 안정된 국가채무 등 대외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게 그러한 노력의 결과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유출에 대비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완화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한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은 겪지 않겠지만 '만사불여(萬事不如) 튼튼' 차원에서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대외 건전성 지표는 정부가 내년쯤 미국이 출구전략을 가동(금리인상)해도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이머징마켓 가운데 한국만큼 투자안정성이 보장된 국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 사실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정국장은 "달러가 강세라고 하지만 다른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도 강세"라며 "환율 차이, 대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금이탈 가능성 높지 않아 아직은 대책을 세울 시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일에 대비한 비상대책은 마련해놓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등에 근거한 '컨틴전시 플랜'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 제6조, 일명 '세이프가드' 조항에 따라 기재부 장관은 천재지변, 전시, 사변, 국내외 경제 사정의 중대하고도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직접 외국환 거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 또 국제수지 및 국제금융상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거나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자본이동으로 통화·환율 및 그 밖의 거시경제정책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외화를 한국은행과 정부기관 등에 보관·예치 또는 강제 매각하도록 할 수도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는 외환위기 때도 발동되지 않은 상징적인 조치"라며 "이런 일이 실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돼 자본유출이 본격화하면 동원할 현실적 카드들도 더러 있다.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이뤄진다면 월별 발행물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단기물을 늘리고 장기물을 줄이는 등의 방안도 언제든 동원 가능한 수단이다. 좀 더 심각해지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규제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예컨대 선물환 포지션을 더 축소하면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2012년 외환당국이 유력하게 검토했던 '토빈세(외환거래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본격화할 수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완화 방침을 밝힌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본 유출입 환경도 제도를 도입한 4년 전과 달라진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자본 유출입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향후 외국인 자금이탈 등을 고려해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관리 강도나 방향을 재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경제부총리가 자본유입의 역방향 교란 가능성을 지목하면서 보완할 점이 있는지 보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3종 세트의 완화를 넘어 해외자본의 관리 방향 자체를 유입에서 유출에 방점을 찍는 새로운 대책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서울경제

서울경제


코스닥지수가 3.89% 떨어지는 등 주가가 하락하고 장 초반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떨어지자 1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욱기자

채권 순매입 증가세 둔화

9월이후 주식 대량매도 등 이탈 징후 곳곳서 나타나

지난해 5월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특히 인도·인도네시아 등의 일부 신흥국은 구제금융 직전까지 몰렸다. 전 세계가 테이퍼링 발작(taper tantrum) 공포를 경험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달랐다. 단기적으로 환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외환건전성 덕분에 오히려 자금이 들어왔다. 소시에테제네랄이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세이프 헤븐(safe heaven)'"이라고 칭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1년반이 흐른 현재,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눈앞에 두면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조금씩 커지는 모습이다. 세 가지 악재의 조합이 겹쳤다. 미국의 시장금리는 올라가는 반면 국내 금리는 하향 추세여서 '내외 금리차'가 금융위기 때보다도 좁혀졌다. 여기에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겹쳤고 일본은 물론 독일 등까지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점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세이프 헤븐'에서 제외한 뒤 자금을 안전지대로 빼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와 미국의 금리차, 금융위기 때보다 작아=미국과 한국의 내외 금리차가 급속히 줄고 있다. 한국 국고채 3년물과 미국채 3년물 간 금리차는 지난 10일 현재 1.38%포인트다. 지난해 5월 2%대 초반이었던 것이 1년여 만에 약 1%포인트나 축소된 것이다. 3년물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며 이달 초 1.25%포인트까지 좁혀져 2007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내외 금리차 축소의 경우 외국 투자가들이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 포트폴리오(주식+채권+기타 외국인 투자)를 조정한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투자비중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KDB대우증권에 의뢰해 2010년 이후 한미 간 금리(국채 3년물 기준) 격차와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투자 포트폴리오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미 간 금리차가 줄어들면 시차를 두고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순유입 금액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7월31일 한미 금리차가 3.3%포인트에서 2013년 4월30일 2.17%포인트로 줄자 외국인 투자금액은 1,528억8,880만달러(2012년 2월)에서 1,201억1,340만달러(2013년 6월 말)로 14.90%나 급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악재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이 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줄었고 현대자동차 역시 실적부진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유가증권 상장사의 경상이익률은 4.62%로 전년 동기의 5.1%에서 하락했다. 매출액 역시 1,176조원으로 전년의 1,182조원에 못 미친다.


◇일부 외국인, 이탈 움직임 감지…본격 이탈 가능성 놓고 이견=외국인 자금의 이탈 우려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최대 채권투자국인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은 올 들어 9월까지 8,690억원의 상장채권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서 전체 외국인 자금의 유입량도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은 우리나라 채권을 3,555억원 순매입했다. 비록 순매입했지만 증가세는 둔화됐다. 외국인은 9월 셋째 주 1조8,800억원 매입을 기점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도의 썰물은 없지만 매수세가 둔화되는 등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서는 매도 움직임이 강하다. 8월까지 8조2,578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9월 추석 연휴 이후 순매도로 전환해 13일까지 2조5,959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요인은 대내외 금리차와 환율"이라며 "1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시장의 예상대로 0.25% 인하되면 국내 증시에서 추가적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외국인 투자가 환차손 우려→국내 증시 매력도 저하'의 경로를 타고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했다.

박상규 BS투자증권 연구원도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보다는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버냉키 전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후 우리나라로는 오히려 자금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한은이 기준금리도 내리고 미국의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매도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규모 등은 아직 크지 않아 일부 자금은 '관망세' 모습을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규모 외환보유액, 경상흑자 지속 등으로 외환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면 "하지만 내외 금리차가 좁혀졌기 때문에 지난해 5월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우·이태규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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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19개국 산업생산·소비 2009년 이후 최저 수준

신흥국들이 앞으로 최소한 5년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시장조사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9개 주요 신흥국들의 경제지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의 연율로 환산한 7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4.3%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들 국가의 8월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평균 2%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2·4분기 소비지출과 8월 수출 증가율 역시 크게 둔화되며 8월 GDP 성장률도 하향세를 이어가 2009년 10월 이후 최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들의 저성장이 뉴노멀이 됐다"며 "2010년대 내내 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신흥시장의 모습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브라질·러시아 등은 경기둔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GDP 성장률 목표로 설정한 7.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4분기 GDP 성장률이 7.2%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의 올해와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3%, 1.4%로 제시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제재의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3%로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들은 5% 안팎의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을 보이며 선방했지만 역시 중국 수요감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분석을 소개하며 "세계 경제권 중 가장 역동적이었던 신흥시장에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FT는 "유로존 경기회복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신흥시장마저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고 평가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신흥국도 뉴노멀…中성장전망 6%대 `뚝`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신흥시장이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저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도 저성장이라는 '뉴노멀'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가 19개 신흥국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이들 국가의 8월 산업생산과 2분기 소비자 지출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IMF에 따르면 브라질은 올해 성장률이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2.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러시아도 경제 제재 충격을 받으면서 올해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흥국의 한 축인 동유럽은 독일 경제 둔화 여파로 올해 성장률이 0.8%로 떨어졌다. 중국도 3분기 성장률이 6.8%에 그치면서 올해 성장률이 6%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릭스(BRICS) 중에서는 인도만이 지난해 5%보다 높은 5.6%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 신흥국 평균 성장률은 4.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2011년 이후 여섯 차례나 신흥국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닐 시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신흥국 성장률은 새로운 기준"이라며 "향후 10년간 이보다 더 나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준의 양적 완화가 종료되면 신흥국 경제가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연차총회에서 "신흥국 경제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경제가 뉴노멀 단계에 접어든 것을 인정해 당분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IMF 연차총회에서 "중국 경제는 꾸준한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인플레이션도 온건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당국은 적절한 신용 공급을 포함해 실용적인 거시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마쥔 인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경제 경착륙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중국도 뉴노멀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성장이 위축될 때마다 대대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중국 교역은 시장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수출은 2136억87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 예상치 12.0%를 넘어선 것으로 8월 증가율 9.4%에 비해서도 개선됐다. 수입은 1827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하면서 8월 증가율 -2.4%와 시장 예상치 -2.0%를 상회했다.

무역흑자는 310억달러로 예상치 411억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원빈 민생은행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 덕분에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매일경제

◆ 세계지식포럼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

 "중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강한 회복세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카드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전략의 추를 미국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고프 교수는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중국"이라며 "중국 경제의 하락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성장률은 7%에 훨씬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중국에 자원을 수출하는 신흥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 부진은 세계적인 자원 수요 감소로 이어져 자원 부국들이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캐나다, 호주 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만일 중국이 7% 성장률을 발표해도 의문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통계에 의문을 가진 시각이 많다. 중국이 성장률 1%포인트 감소를 발표한다면 그것은 미국식으로 했을 때 훨씬 큰 폭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중국 경기 하강 외에 불안한 국제 정세도 걱정거리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러시아ㆍ우크라이나의 대치 등이 세계 경제에 위협을 주고 있다. 하지만 " '차이나 리스크'보다 더 강력한 파급 효과를 지닌 것은 아니다"고 로고프 교수는 단언했다.

미국 경제는 기대보다 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용시장이 탄력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고프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2%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미국 성장률은 3%에 근접하고 내년에는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발표했다. 지난 7월 전망치에 비해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7월보다 0.5%포인트 높은 2.2%로 제시했다. 로고프 교수는 여기에 0.8%포인트를 더한 3%까지 미국 경제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고용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회복세 덕분에 미국 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내년 9월로 예상하고 있지만 내년 여름께로 2~3개월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그동안 신흥시장의 고금리를 좇았던 국제 자금들이 단기적으로 미국으로 역류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현상은 아니다"며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신흥국들을 위한 수요도 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더 길게 보면 신흥국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 자본 유출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한국은 자원 수출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악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미국 경기 회복세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분간 '엔화 약세' 부담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최근 잠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한국 경제에는 '배드뉴스(Bad news)' "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이익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장기 경쟁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가 회복되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미래는 제조업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과학 등 서비스 분야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은 '인재'가 첫 번째 자산이다. 이들을 격려해 창조력을 이끌어내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 시험에 수십만 명이 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창조 정신을 가로막는 규제, 정치 환경을 개선해 인재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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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유럽 트리플딥 가시화에 독일도 입장변화 불가피

재정적자 감축 시한 못맞춘 佛 정부 예산안이 가늠자

조건부 벌금 면제 가능성 부각

유럽내 공공투자 확대도 시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에 재정완화 및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을 고수해온 독일은 유럽 경제침체로 자국도 리세션(경기후퇴) 위기에 처하자 입장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유로존 및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13~14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어 유럽 지역 경기침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유럽 각국의 내년 재정긴축과 공공투자 확대 등이 핵심 이슈로 다뤄진다.

그동안 EU 내 최대 지분을 가진 독일의 긴축 주장과 정부재정을 풀어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는 프랑스·이탈리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 유럽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독일의 입지가 축소되는 모양새다.

독일의 태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는 올해 재정적자 감축시한을 맞추지 못한 프랑스 정부의 예산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협약에 따라 올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재정적자규모를 축소해야 하지만 목표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 및 경기활성화를 위한 감세 등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올해 4.4%에 달하고 오는 2017년이 돼서야 3%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셸 샤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내년 210억유로의 공공지출을 줄이는 등 2017년까지 500억유로를 감축할 계획"이라며 "현재 경제상황을 반영해 감축시한은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각국은 15일 예산안을 공식 제출하고 EU집행위원회는 2주간 논의한 후 이에 대해 유예판정 또는 GDP의 0.2%에 해당하는 벌금부과 등 제재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대해 독일을 비롯한 EU 내 긴축론자들은 프랑스의 사회복지 지출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며 공식적으로 예산안 승인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나타났듯이 긴축을 고수하는 독일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이 국제적으로 거세지면서 그동안 완강히 버텨온 독일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이 공식적으로는 적자예산 감축시한 변경 불가론을 고집하고 있지만 프랑스에 개혁조건 등을 달아 벌금은 면제해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WSJ는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공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독일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와 로이터가 입수한 EU 재무장관 회의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EU는 "일자리 확대와 성장 촉진을 위해 유럽 내 공공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12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일자리가 있는 곳에 제대로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해 투자확대를 시사했다.

그러나 투자재원 마련 및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놓고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이견이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2~3위 경제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 결국 독일의 호주머니에서 투자비용이 상당 부분 조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규모를 놓고서도 프랑스는 3,000억유로 규모의 '통 큰'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이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유럽은 뉴딜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로존의 추가 성장은 수표를 남발한다고 달성되지 않는다"고 밝혀 독일에 집중되고 있는 지출확대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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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10월 4일 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점유율 5개월 만에 8% 밑으로 하락,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 유럽법인 임원 이탈 가속

#. 10월 7일 삼성전자 3.4분기 영업이익 4조1000억원으로 59.7% 감소, 대대적인 구조조정 착수

#. 10월 12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3사 전 임원 사직서 제출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들이 '실적 쇼크'에 빠졌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줄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업의 '혁신'이 속도를 내고 제대로 추진된다면 실적 쇼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무대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와 자동차·중공업 등이 한꺼번에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휴대폰과 반도체 쌍두마차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던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영업이익 규모가 반토막이 났고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힘을 잃고 있다. 일본을 제치고 조선업계에서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리던 현대중공업은 실적악화를 이유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이들 업종이 건설과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등의 전후방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대외 환경은 물론 국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등 어떤 것 하나 도움이 되는 게 없는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기는 여전히 회복세를 보일 조짐이 없고 한때 세계 경제를 끌어올리는 신흥국 경제는 반대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졌다. 기업 측면에서는 혁신을 소홀히 한 영향으로 급추격하는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기 힘든 상황이고 노조는 실적과는 상관 없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여기다 국회는 정쟁에 집중하고 있어 정책적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중고가 아닌 삼중고에 빠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이른 시간 안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외적으로는 세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내적으로는 혁신을 멀리한 기업들이 추격자들을 따돌릴 여력이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회복 시점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업 측면에서 강도높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의 가장 큰 이유는 성장 한계"라면서 "기업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가 어떤 의지를 갖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최근 상황은 각종 요구와 규제들로 인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칼날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
전기·전자와 자동차, 조선 등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기·전자업종은 효자노릇을 하던 스마트폰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동차 업체들은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서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 조선업종은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지만 최근에는 심심찮게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수주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스마트폰 부진 계열사 실적도 하락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3·4분기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978억원, 12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0.40%, 92.67% 줄어든 수치다. 맏형격인 삼성전자가 이미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불안감이 부품 계열사에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가는 기판과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각종 조직개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9월 한 달만해도 삼성SDI가 한계사업 정리에 따른 희망퇴직을 마무리했고 삼성테크윈은 비용절감을 위해 경남 창원 폐쇄회로TV(CCTV)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PC의 유럽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무선(IM)사업부 소프트웨어 인력 500명을 생활가전.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로 이동시키는 등 파격적 인력조정을 감행했다.

대한상의 경제연구소 이경상 실장은 "국내 대표 기업들이 현재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혁신, 한 단계 높은 기업가 정신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공세에 환율 변동 겹쳐

완성차 업계는 계속되는 수입차 공세와 환율 변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수 부문에서는 수입차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반면 수출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9월 자동차 산업 동향 자료'를 보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37.2%, 기아차 30.1%로 총 67.3%에 그친다. 이는 올 들어 최저 수준이며 지난해 12월 66.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수입차들은 매월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668대보다 34.4% 늘어난 1만7028대다. 이는 올 들어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8월에 이어 연속 2개월 국내 승용 시장 점유율 15%를 돌파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월별 자동차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출액은 306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3.9% 늘어났지만 환율 변동폭을 적용하면 수출로 번 돈은 7026억원이 오히려 줄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일본차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엔저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확대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또 가격이 낮아진 만큼 그동안 구매력이 부족했던 신흥 시장까지 적극 진출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미국에서는 쏘나타가 2만3175달러로 도요타의 캠리 가격 2만3870달러보다 높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준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산업은 시장 성장둔화, 환율 하락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품질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와 각 시장 상황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重 초고강도 조직개편 나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최근 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260명에 달하는 임원 사직서를 받는 등 초고강도 조직개편에 나섰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 조선사들은 올해 3개월도 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9월까지 133억원을 수주해 수주목표에 절반을 넘겼지만 다른 2개사는 5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일본은 엔저를 무기삼아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가뜩이나 줄어든 수주시장에서 한국은 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 국면은 한국 조선소에 유리한 것은 없고 불리하게만 돌아가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개발은 물론 연비개선 효과가 뛰어난 선박을 개발하고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기만을 바라는 것밖에는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천수답식의 수주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 중 선박금융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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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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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삼성전자 기획팀이 수행하는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전 세계 크고 작은 기업 중에서 인수ㆍ합병(M&A)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다. 기획팀이 M&A 대상을 선정하면 재무팀에서 기업가치를 분석해 적정 가격을 산정한 후 협상팀을 보낸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연말까지 한두 개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기 위해 기획팀에서 '서치' 중이다. 대상은 독보적인 소프트웨어(SW)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M&A 스타일이 달라졌다. 올해 성사시킨 3건의 M&A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기업 간 거래(B2B) 관련 기업이다.

지난 5월 M&A한 미국 셀비사는 앱 서비스 개발업체로 셀비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인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고 8월 인수한 스마트싱스는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업체로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인수에 공을 들였던 기업이다. 거의 동시에 인수가 성사된 콰이어트사이드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 시스템 에어컨 유통회사다. 북미 지역 시스템 에어컨 B2B에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9월에는 캐나다 클라우드 프린팅업체 프린터온과 인수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가 M&A 대상으로 하는 기업 성격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 과거 반도체 분야 1등을 노리던 시절에는 2007년 트랜스칩, 2011년 그란디스 등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 반도체 설계와 개발전문 업체를 인수하는 데 집중했다.

또 5대 신수종사업으로 의료기기를 선택한 2011년을 전후해서는 2010년 치과용 CT업체인 레이, 2011년 의료기기 회사인 메디슨, 같은 해 미국 심장질환 진단 솔루션 업체인 넥서스 등을 인수했다. 2012년 이후에는 스마트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모바일 서비스와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주력했다. 2012년 미국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엠스팟을 시작으로 2012년 6월 스웨덴 무선랜 칩셋 개발업체인 나노라디오, 7월 모바일 무선 커텍티비티 기술을 보유한 영국 CSR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2013년에도 터치펜 솔루션 업체인 와콤, 멀티스크린 플랫폼 개발회사인 모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박시 등을 인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인수한 기업들 특징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에는 소프트웨어와 사물인터넷 그리고 B2B 분야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한 기업을 다루는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인수한 스마트싱스에 대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앨릭스 호킨슨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인사권 예산권도 호킨슨이 갖는다. 호킨슨 CEO는 서울 삼성전자 본사와는 완전히 독립해서 일하며 특별한 사안에 대해서 미국에 있는 부사장에게만 통보하면 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기업을 인수한 후 무리한 통합 노력으로 인해 인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는 반성이 배어 있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미국 기업 임직원 상당수는 삼성전자의 독특한 상명하복 문화와 근태관리 시스템 등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떠난 후에도 글로벌 IT 거물로 떠오른 삼성전자에 대해 해당 업계에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그 기업이 보유한 기술, 정확히 말하면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삼성이 인수하고 나면 핵심 인력들이 기업을 떠나버리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면서 "핵심 인재가 떠나고 난 피인수 기업은 사실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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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페북·트위터도 송금시장 진출

애플 18일부터 '애플페이' 서비스

중국 알리페이와 미국 페이팔의 양강구도였던 글로벌 모바일결제 시장에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연이어 모바일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오는 18일에는 애플도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위터는 고객 수 기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금융그룹인 BPCE와 손잡고 모바일송금 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방안을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는 송금받는 사람의 트위터 계정만 알면 이용 은행에 관계없이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트위터는 이를 위해 BPCE의 모바일결제 시스템인 'S-머니'를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는 지난달에도 온라인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트위터바이' 서비스를 개설했다. 이 서비스는 상품 판매자의 트위터 게시물에 '구매' 항목을 넣는 방식으로 운영 중인데 버버리와 홈데포 등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트위터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다만 이번 신규 사업은 단순 중개 역할을 떠나 이용자의 구매자금 결제까지 직접 처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도 일본 라쿠텐은행과 손잡고 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페이스북으로 송금하기' 서비스를 통해 라쿠텐은행 모바일앱에서 페이스북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은 데이비드 마커스 전 페이팔 사장을 페이스북 메신저총괄부 사장으로 영입해 모바일 결제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18일부터 시작하며 모바일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애플페이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부터 적용되는 서비스로 근거리무선통신(NFC)·터치ID 기능을 통해 결제가 가능해진다.

글로벌 모바일결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결제액은 2,354억달러(약 251조원)를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3배 이상 성장한 7,210억달러(약 76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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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애플 아이폰6플러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구글 넥서스6(왼쪽부터).

아이폰6+ㆍ갤노트4ㆍ넥서스6, 5.5인치 이상 대화면폰 시장 놓고 3파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화면폰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지배하던 대화면폰 시장에 애플이 뛰어들어 파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구글까지 곧 대화면폰을 출시함으로써 대화면폰 전쟁은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패블릿(5인치 이상 스마트폰)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11년 패블릿 점유율은 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4%로 급증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한 패블릿이 인기를 끌면서 태블릿 시장의 성장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IDC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 ‘2014년 태블릿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태블릿 시장은 당초 전망치 2억6,090만대보다 다소 하락한 2억4,5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IDC는 값비싼 태블릿을 이용하는 이들이 기존 기기를 교체하지 않는 데다 패블릿이 급부상하며 태블릿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화면폰 인기에 편승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5인치 스마트폰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자 5인치짜리도 더 이상 크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 다퉈 5.5인치 이상 대화면폰을 출시하는 까닭이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화면폰 전쟁이 이처럼 치열하게 벌어지는 걸 보고 크게 놀랄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은 한 손에 들어와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저버린 회사가 자신이 만들고 키운 애플이라는 점, 자기 철학을 어기면서까지 내놓은 제품이 이토록 크게 히트할 것이라는 점을 잡스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5.5인치짜리 아이폰6플러스는 어마어마한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출시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폭발적인 화제와 판매고를 기록하며 대화면폰 시장을 재편했다. 사실상 5.5인치 이상 대화면폰의 절대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만 언론 디지타임스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일부 협력사에 2억~2억5,000만개에 이르는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애플워치용 칩셋 수요에 대비하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IT 매체 폰아레나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초기 판매 비율이 4.25:1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폰6플러스 판매 비율이 다소 낮은 이유는 재고 부족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두 보도를 종합하면 아이폰6플러스의 판매량은 4,000만대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5.5인치 이상 스마트폰이 유행하는 만큼 더 많은 판매고를 기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애플은 새 아이패드 출시를 늦춰가면서까지 아이폰6플러스의 생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5인치 이상 스마트폰의 강자였던 삼성전자는 아이폰6플러스로 인해 대화면폰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기는 자’에서 ‘쫓는 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5.7인치짜리 대화면폰인 갤럭시노트4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올 하반기 실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갤럭시노트4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모든 상황이 삼성전자에 불리하다. 과거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탄 소비자 중 35%는 아이폰의 작은 화면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애플이 ‘잡스 사이즈’까지 버려가며 파격적으로 대화면폰을 출시하는 만큼 대화면 안드로이드폰을 이용하는 이 중 상당수가 아이폰6플러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폰6플러스는 특히 갤럭시노트4 판매량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둘 다 고가폰이기 때문에 중저가 중국 스마트폰과 달리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갤럭시S5라는 야심작을 출시했음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낮았다. 반면 신제품이 없었던 애플은 점유율만 소폭 하락했을 뿐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삼성전자는 기존 아이폰5S에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까지 추가로 내놓은 애플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정을 의식한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의 가격을 역대 노트 시리즈 중 가장 낮은 95만 7,000원으로 매겼다.

구글이 빠르면 이달 중 출시하는 넥서스6(혹은 넥서스 X)는 대화면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이 모토로라와 손 잡고 만드는 5.9인치짜리 넥서스6는 2,560×1,440 QHD 해상도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용 센서, 3,200mAh 배터리, 3GB 메모리, 1,300만 화소 카메라 등의 최고급 사양과 60만원대라는 최저급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최초로 64비트 AP(응용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구글의 차세대 운영체제(안드로이드L)가 적용되는 점, 레퍼런스(개발자 참조용) 폰이어서 사후 업데이트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점 등이 매력적이다. 일각에서는 넥서스6가 중저가와 고가 시장을 모두 잠식할 만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인터넷뉴스본부 채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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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둔화"...미국으로 눈 돌리는 獨기업들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2000년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던 독일 제조업체들 발걸음이 이번에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값싼 에너지 때문이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비용이 하락하면서 독일처럼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제조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독일 최대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이번달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 새로운 포름산 제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바스프는 2009년 이후 북미 지역에 57억달러(약 6조870억원) 이상 투자해 공장 확장 등을 추진 중이다. 바스프는 현재 더욱 값싼 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도록 미국내 설비 투자 등에 10억달러의 신규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커트 복 바스프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지역 경제 성장이 더딘데다 에너지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투자 여건과 수익성 측면에서 미국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를 이끄는 수출과 산업생산은 지난 8월 약 5년만에 최저로 떨어졌으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5개월만에 가장 낮다.

국가 보조금 등을 등에 업은 외국 에너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독일 에너지 기업들도 국내 설비 투자를 계속 줄이는 추세다. 독일 전기·천연가스 공급회사 RWE는 지난해 순투자를 50억달러 줄였으며 2016년까지 매년 20억달러씩 줄일 계획이다. 또다른 에너지업체 이온도 독일내 투자를 줄이고 브라질이나 터키 등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 제조업체 가운데 특히 화학, 철강 등 에너지 소비가 큰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유럽의 강력한 친환경정책으로 생산공장 운영이 쉽지 않은 점도 에너지 비용 절감과 더불어 기업들의 미국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美 IT 기업 인수 박차.. 기술 혁신에 올인

세계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IT·서비스업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독일기업의 외국 IT 기업 인수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 독일은 IT분야에서 뒤쳐져 필요한 기술들을 주로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독일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는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여행 및 비용(T&E)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컨커 테크놀로지스를 83억 달러에 인수했다. 독일 자동차 변속기 전문업체 ZF는 미국 부품업체 TRW를 11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독일 보쉬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업체로 등극할 전망이다.

세계 11위 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온은 컴퓨터, 에너지 효율 제고 기기, 전등, 자동차, 인공위성 등에 들어가는 파워반도체 생산업체인 미국 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를 3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업체 독일 지멘스는 미국 종합 에너지 생산장비업체 드레서-랜드그룹을 76억달러에 인수한다.

◇생산기지 이전.. 獨 실업률 등 장기 경제 전망에 부정적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 거점을 옮기면서 독일의 장기적인 경제전략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셰일가스를 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유럽의 25% 수준으로 낮춰 제조원가 절감을 누릴 수 있는 독일 기업들로서는 호재다. 그러나 유럽이 경제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독일 또한 경제 둔화 우려가 커기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은 독일 실업률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앵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주 발표된 9월 수출과 공장 수주 데이터가 지난 2009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 내각이 양적완화(QE) 정책을 반대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기업들 투자가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가장 큰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

독일의 해외투자는 지난 몇년간 늘어 GDP의 2%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커지고 있지만 생산비용 증가 등 투자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독일기업들이 수익성 향상 등으로 독일 은행에 저축한 돈은 2014년 1월까지 4180억달러로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독일 기업들이 경제 침체 전망 등으로 독일과 유럽내 내 투자를 꺼리면서 자금을 묵혀놓고 새로운 해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랄프 와이셔 VDMA 기술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기업들이 생산설비 현대화 등 필요한 투자는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능력을 확장한다거나 하는 대규모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독일 경제가 성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며 “일단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는지 지켜본 다음 투자를 하겠다는 심리가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이민정 (benoi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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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안

공사가 진행 중인 이케아(IKEA) 광명점과 롯데아웃렛이 구름다리로 연결돼있다. ⓒ홍익표 의원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광명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이케아가 롯데쇼핑과 손을 잡고 가구전문점을 넘어 종합쇼핑타운을 조성한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이케아가 가구전문점으로 인정받아 의무휴업 등 각종 제재를 면제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며 "또 롯데가 이케아 소유의 건물을 임차하는 과정에서 조세회피를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케아의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은 12월 개장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 중이다.

홍 의원이 광명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이케아는 작년 1월 대지면적 78450.2m² 규모의 건물 2개동에 대해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8월에 승인절차를 완료했다. 문제는 같은 해 12월 이중 한 개 건물을 롯데쇼핑에 임차로 내줬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홍 의원은 "가구전문업체인 이케아 명의로 허가받은 건축물에 롯데아웃렛이 함께 들어서는 것은 이케아의 꼼수가 작용한 결과"라며 "구름다리로 연결된 이케아와 롯데아웃렛이 개장하면 지역 상권 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점포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그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홍 의원은 "그러나 이케아는 자신들이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에 담긴 상생방안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광명시에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에서 매장 내에 소상공인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주민 300명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개장 두 달여를 앞둔 현재 광명시 가구협회 측에 의하면 매장 내 공동 전시공간은 접근성이 낮은 주차장 출입구에 위치했고 이케아가 약속한 300명 채용도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파트타임에 가깝다.

홍 의원은 "이케아가 제시한 상생 협력 방안은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며 "지역 중소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롯데쇼핑의 조세회피 의혹 논란도 일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이 자리 잡은 광명시 일직동 500번지에 대한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살펴보면 이케아는 건축허가를 취득하고 5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2일 돌연 매매가 약 880억원으로 토지 지분 35.7%(전체 78450.2 중 28000 상당)를 국민은행에 팔았다.

하루가 지난 12월 3일 국민은행은 이 부지를 롯데쇼핑과 20년 장기임차 계약을 맺었다. 이케아의 손을 떠난 약 880억원 부지가 국민은행을 거쳐 단 하루만에 롯데의 품으로 간 것이다.

홍 의원은 "롯데가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장기 임대한 이유로 130억(추정치)에 달하는 취득세, 등록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국민은행이 롯데와 이케아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각종 의혹이 무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이케아는 해외에 진출하면서 자사 매장 바로 옆에 대형 복합쇼핑몰을 두고 둘을 연결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처음부터 건물 두 개 중에 하나는 쇼핑몰로 채우려는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이케아는 광명점에 이어 고양시에 2호점을 내기 위해 부지를 매입한 상태로 알려졌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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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NS 이어 또… ‘끊임없는 비리’ 홈쇼핑

GS홈쇼핑의 전·현직 임원들의 횡령 혐의와 배임수·증재 의혹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홈쇼핑 업체가 또다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에는 판로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홈쇼핑이 비리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독점납품 대가 금품수수 의혹 = 검찰은 GS홈쇼핑 S 상무 등이 대기업 가전제품 납품 대행업체들로부터 독점 납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전·현직 임원들의 계좌와 납품업체 법인계좌를 추적 중인 검찰은 이들 임원들이 받아 챙긴 돈이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이들 중 Y 상무가 지난 2011년 중소기업에 제품 개발 및 판매 노하우 등을 전수한다는 명목하에 설립한 ‘GS 샵 T&M’의 회사돈 4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포착했다.

GS 샵 T&M은 지난 2011년 6월 29일 홈쇼핑에서 4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홈쇼핑의 납품회사로서 지난해 10월 14일 해산됐다. 검찰이 GS 샵 T&M의 세금 납부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연간 51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음에도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Y 상무가 회사 자금을 횡령해 손실을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 업계 비리 만연 = 굴지의 홈쇼핑 업체들이 연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며 홈쇼핑 업계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카드깡’ 일당과 짜고 180억 원대 카드회사에서 대금을 받은 뒤 그 돈으로 불법대출 영업을 한 NS홈쇼핑 직원 최모 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했다.

앞서 4월에는 롯데홈쇼핑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갑을 관계를 이용해 20억 원대 뒷돈을 챙겨온 구조적 비리가 드러났다.

검찰은 홈쇼핑 방송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거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롯데홈쇼핑 신헌 전 대표 등 임직원 7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현직 상품 기획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벤더(중간유통업체) 대표 김모(42) 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같이 홈쇼핑 업체들과 납품업체 사이에 뒷돈이 오가면 가격이 높아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리를 저지른 홈쇼핑 업체는 아예 승인을 취소하는 제재에 나서야 납품 비리가 근절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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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이부연기자] 글로벌 IT 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이번 주 대거 방한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레드햇, 다쏘시스템 CEO 등이 한국을 찾아 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어서 그 결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13일 글로벌 최대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전문기업 레드햇의 짐 화이트허스트 CEO 겸 회장과 3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다쏘시스템의 버나드 샬레 CEO가 아날 새벽 방한했다.

2008년 레드햇 합류하고 2012년 레드햇을 매출 10억달러 기업으로 올려놓은 주인공인 짐 화이트허스트는 방한 첫날 서울 양재동에서 열리는 레드햇 세미나에 참석한다. 그는 국내 리눅스 및 오픈소스 개발자간 질의응답 세션에 직접 나설 예정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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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샬레 CEO는 다쏘시스템이 국내에서 매년 여는 연중 최대 행사인 '다쏘시스템 3D 익스피리언스포럼(EXPERIENCE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 세계 항공기의 90%, 자동차의 80%의 설계에 사용되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의 성능과 발전 방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버나드 샬레 CEO는 1983년 다쏘시스템에 입사했으며, 1998년 연구 개발부서 회장에, 이후 2002년 CEO 자리에 올라선 다쏘시스템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오는 14일에는 마크 주커버그 CEO가 한국을 찾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함께 방한하는 주커버그 CEO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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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개발 언어 자바(java)의 아버지인 브렌단 아이크와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캐스케이딩스타일시트(CSS)를 창시한 '호콘 비움 리'도 오는 17일 한국을 찾아 '한국 웹 2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강연한다.

브렌단 아이크는 넷스케이프 재직 시절 웹브라우저 내에서 프로그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언어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했다. 이후 지난 1998년 모질라 프로젝트에 참여해 오픈소스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 개발에 기여했으며, 최근까지 모질라 프로젝트 CTO를 지냈다.

호콘 비움 리는 지난 1994년 텍스트 기반의 웹페이지(html)에 여러 그래픽 요소를 사용할 수 있게 CSS 규격을 만들어 현재의 웹표현이 가능하도록 한 웹표준의 선구자다.

/이부연기자 b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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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구독자수 급감에도 불구, 종이 인쇄만을 고수해온 일본 신문업계가 ‘디지털’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신문이 최근 디지털용 뷰어를 내놓으면서, 이제 일본 5대 전국지 모두 기존 종이지면을 PC나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종이신문 구독 급감 속에서도 `아날로그`를 고수, 언론계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던 일본 신문사들이 속속 디지털로 전향하고 있다. 사진은 태블릿으로 구현된 마이니치신문의 디지털 뷰어 모습.

마이니치는 작년 12월부터 종이신문 가입자에게 무료로 지면 뷰어를 제공중이다. 모든 지역판과 일요판, 석간도 볼 수 있다. 현재 가입자는 38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종이신문 발행 부수(330만부) 대비 10% 정도에 그치는 수치다. 이 회사 마스다 코우이치 이사는 “올 연말까지 가입자 50만명은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니치는 이달부터 뷰어에서 ‘주간 이코노미스트’ 등 6개 자매지를 유료 제공한다.

요미우리는 지난 4월부터 지면 뷰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지 구독자에 한해 유료 디지털 서비스인 ‘요미우리 프리미엄’을 월 150엔(약 1500원)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회원수는 비공개지만, 증가세에 있다는 게 이 회사 후쿠시 치에코 이사의 설명이다.

무료 뉴스 사이트 ‘요미우리 온라인’(YOL)은 월간 페이지뷰가 약 4억건에 달한다. 고정 게시물은 ‘화제’ ‘남여’ ‘어린이’ 등 총 11개 장르에 연간 150만건이 등재되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종이신문 판매 1000만부 달성’이라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어, YOL 회원제 도입이나 프리미엄 판매와 같은 온라인 강화책은 당분간 쓰지 않을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10년 5대 일간지중 최초로 디지털 버전 서비스를 시작, 현재 유료 가입자만 37만명에 달한다.

닛케이 관계자는 “무료 회원을 합치면 240만 명이 닛케이 ID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1년 전부터는 ‘닛케이 MJ’와 ‘닛케이 산업 신문’ 등도 전자뷰어에서 볼 수 있게 제공중이다

올해부터는 TV광고 등을 통해 젊은층 공략에 나서, 신규 유료 가입자중 20~30대의 비중이 5%를 넘었다. 이달부터 새 TV광고를 내보내고, 한달 무료 프로모션 등을 전개한다.

일본 신문 가운데 디지털화에 가장 선행하는 곳은 산케이와 아사히 신문사다.

자회사 ‘산케이디지털’을 지난 2007년부터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운영해 오던 산케이는 지난달말 ‘MSN 산케이 뉴스’ 서비스를 종료, 지난 1일부터 ‘산케이 뉴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산케이 뉴스는 웹 기사인 ‘산케이 프리미엄’을 확충, 모바일 사진 중심의 ‘산케이 포토’ 등의 코너를 신설했다. 산케이는 또 잡지 미디어와 제휴를 통해 ‘이론나’(iRONNA)라는 종합 오피니언 사이트도 내놨다.

산케이디지털의 콘도 사장은 “종이신문의 디지털화는 PC나 태블릿, 스마트폰 3개 스크린의 화면 크기에 자동 최적화되는 디자인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산케이디지털은 지난 2006년 2월 외부 자본 20%을 포함, 독립 채산 방식으로 디지털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매출은 39억엔, 순이익 3억엔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아이폰 출시 초기부터 서비스해온 산케이 앱의 다운로드 수는 680만건을 돌파했다.

아사히는 미국 소셜 뉴스 미디어인 ‘허핑톤 포스트’와 제휴, 해당 일본판을 지난해 5월부터 서비스중이다. 일본 허핑톤 포스트의 월간 순 방문자 수는 약 1300만명에 달한다. 편집권은 아사히가 독립적으로 행사한다. 본사 격인 아사히신문의 논조나 오보를 비판하는 기사도 여과없이 게재하고 있어 인기다.

아사히신문의 유료 디지털 회원수는 17만명을 넘어섰다. 무료 회원을 합하면 총 회원수는 172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근원적 한계는 여전하다. 노무라 종합 연구소의 미야케 요이치로 수석 컨설턴트는 “디지털 판은 신문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신문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신문사는 신세대 등 신규 독자층 확보에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는 있지만,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은 여전히 중·장년 및 노년층이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극적 반전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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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전자신문

일본에서 불황에 빠진 출판계를 살릴 방안으로 전자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주간동양경제는 만화에서부터 소설, 잡지까지 전자책 출판이 늘어나고 그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최신호에서 전했다. 종이책 분야와 달리 전자책 시장은 지난해 1013억엔대를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반면 서적과 잡지 등 일본 종이책 출판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823억엔을 기록하면서 9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최고 호황이었던 지난 1996년 2조6563억원의 약 60% 수준이다.
일본 출판 시장 규모 동향 /단위: 억엔 (그래프 위에서부터) 종이+전자책 출판 시장 종이 잡지 종이 서적 전자책 출판시장 (자료: 일본 출판과학연구소)

일본 전자책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는 만화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며 소설 등 활자 콘텐츠 독자도 늘고 있다.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는 지난해 11월 기준 19년만에 이익이 증가했다. 만화 진격의 거인이 전체 매출을 견인한 가운데 전자책 등 디지털 분야도 매출 약 50억엔을 기록하며 27억엔을 기록한 전년도에 비해 두 배로 성장했다. 회사는 “전자책에서 텍스트는 읽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점은 독자 습관의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일본 출판사 신초샤는 올 4월부터 ‘로마인 이야기’ 등 책을 인터넷용 전자책으로 출간하기 시작했다. 시바타 시즈야 신초샤 개발 부장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수요가 급증할 때도 전자책은 재고 부담 없이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잡지 분야도 전자책 수요에 따른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 슈에이샤는 지난달 발행 부수 270만권에 달하는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를 전자책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최신호가 전달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비롯한 기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출판업계가 전자책으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전자책 가격 덤핑 우려다. 제본비용과 유통비용을 고려하면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이 점점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전자책 판매 독과점 현상도 우려 요인이다. 현재 일본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일본 킨들 스토어가 출범된 후 일본 전자책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유통사의 힘이 커지며 출판사에 불리한 판매 조건을 강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 여름 아마존은 전자책 비율과 오류 등을 기준으로 우수 업체를 선정해 해당 출판사 전자책을 우선 소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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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LG그룹이 전기차와 차 부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CNS가 다음달부터 환경공단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공급하며 LG전자는 일본ㆍ유럽 자동차 메이커들과 차량 설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부품ㆍ소재 회사들도 전기차 부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LG에 따르면 LG CNS는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전기차 급속 충전기 공급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LG CNS는 환경공단이 구축한 전국 공공시설에 다음달부터 전기차 급속 충전기 55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일본과 유럽 완성차 업체와 수시로 만나 '자동차 부품 설계' 분야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타타그룹에 자동차 부품 사업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께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매출 20억달러를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다임러 벤츠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현대ㆍ기아차 GM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문을 키워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부터 중국 난징에 연간 10만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말쯤 난징 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충북 청원구 오창읍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 등 3개로 늘어나게 된다. LG화학은 현재 전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 6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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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 철학은?…‘네트워크’

(지디넷코리아=김우용 기자) “고성능 실시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때 ‘네트워크는 항상 부족하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자원’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백엔드 인프라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팀이 모바일 중심의 메신저 개발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을 밝혔다.

최근 페이스북 엔지니어링팀은 블로그를 통해 메신저 서비스의 백엔드 인프라 개선 사례를 공유했다.



페이스북은 7월말부터 모바일 기기의 메신저 서비스를 페이스북 공식앱에서 분리했다. 사용자는 모바일기기로 페이스북 채팅을 할 때 메신저 앱만 사용해야 한다. 이는 페이스북 내부의 개발조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선 인터넷과 데스크톱 웹에서 발달한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를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단 얘기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링팀은 “모든 버려지는 바이트는 앱의 경험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적은 데이터를 보내고, HTTPS를 끌어오는 것을 줄이게 되면, 앱은 업데이트를 빠르게 받으면서 더 높은 가용성을 보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푸시 가능한 기기를 위해 설계된 프로토콜로 새로운 모바일 중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나은 경험을 준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옛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의 백엔드 시스템은 모바일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메신저 성능이 느려지고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낳았다고 한다. 특히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 비용을 갉아먹고, 대역폭을 제한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링팀은 “이를 고치기 위해 어떻게 기기에서 데이터를 동기화할 것인지, 어떻게 데이터가 새로운 동기화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백엔드에서 처리될지 다시 생각해야 했다”고 밝혔다.
 
메신저 앱 개발팀이 모바일에 맞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기능을 추가하는 동안 인프라 담당 조직은 높은 신뢰성과 데이터 전송량을 최소화하는 백엔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메신저 앱을 위한 새로운 메신저 동기화 프로토콜을 만들어 적용했다. 그 결과 미디어 형태가 아닌 데이터의 네트워크 사용량을 40% 줄였다고 한다. 네트워크 혼잡을 줄임으로써 메시지 전송에러를 겪는 사용자 수도 20% 가량 줄었다. 새 서비스에 사용된 기술은 '아이리스'라 이름 붙였다.
 
새 클라이언트와 백엔드 시스템은 풀(Pull) 기반에서 푸시(Push) 기반으로 변경됐다.
 
종전 단말기의 메신저 앱은 서버에 복잡한 HTTPS 쿼리를 전송하고, 업데이트된 대화 전체를 대용량의 JSON 포맷으로 받았다. 엔지니어링팀은 푸시 기반의 스냅샷+델타 모델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앱은 메시지의 첫 스냅샷을 탐색하고, 변화값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서버는 MQTT 프로토콜로 메시지를 받아 앱에 즉각 푸시한다. 클라이언트는 업데이트 값을 받아 단순히 스냅샷의 로컬 복제에 접속한다. 결과적으로 HTTPS 요청을 만들지 않고, 앱은 빠르게 최신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JSON 인코딩도 대체하기로 했다. JSON 포맷이 비효율적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엔지니어링팀은 JSON 대신 스리프트(Thrift)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유선 상의 페이로드 크기가 거의 50% 감소했다고 한다.

서버 시스템 단계에선 디스크와 앱에 동기화 기법을 적용했다. 이전의 풀 기반 모델은 메신저 앱을 가동하는 신호를 보내기 전 디스크에 새 메시지를 썼다. 대규모 스토리지 계층이 전체 대화뿐 아니라 실시간 메시지 데이터 서비스까지 담당해야 했던 것이다. 이는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앱과 디스크 양단에서 효율적으로 동기화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엔지니어링팀은 아이리스를 활용해 신규 메시지, 메시지 읽음 상태 변경 등의 메시지 업데이트 큐를 명령하게 했다. 큐 안에는 두 개의 포인터가 각각 존재해 스토리지와 메신저 앱에 동시에 업데이트를 보낸다. 성공적으로 메시지가 디스크나 단말기로 전송될 때 해당하는 포인터가 새로운 위치로 바뀌게 된다.
 
휴대폰이나, 디스크 둘 중 하나가 꺼져있을 때 포인터는 새로운 메시지를 대기행렬에 위치시키고, 다른 포인터의 상태가 바뀔 때까지 기존의 자리를 유지한다. 디스크에 쓰이기까지 단말기의 앱은 새 정보를 계속 받을 수 있다.

가령,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앱이 꺼져 있다면 우선 디스크에 쓰고, 앱을 켰을 때 새 정보를 보여주게 된다. 앱의 포인터는 그때 가장 최신의 위치로 옮겨간다. 디스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앱에는 메시지를 보내고 디스크가 활성화될 때까지 디스크 쪽에 새 정보를 보내는 걸 대기시켰다가 디스크 활성화 시 업데이트를 저장하고, 포인터도 새로 바뀌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메시지 큐를 마이SQL과 플래시 상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마이SQL의 반동기화복제(semi-sync replication)을 사용했다. 이 기술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하드웨어 장애를 30초 미만으로 제어하게 됐고, 메신저는 더 빠르고 더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 메신저 앱 백엔드 시스템의 아이리스 작동 순서
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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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주간동아]



 

 


한국생산성본부가 9월 11일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DJSI)를 발표했을 때 일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담당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DJSI월드에 우리 회사가 편입됐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고, 회사 명성과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말 그대로였다. 이 기업 주가는 이튿날 2.4% 올랐다. 1999년 시작된 DJSI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을 평가하는 하나의 국제 기준(Global Standard)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취도 평가 및 사회책임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개념이다. 위 담당자가 고백했듯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평가지수다.

DJSI월드는 세계적 금융정보 제공기관인 S·P 다우존스 인덱스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 및 투자 전문기관인 로베코샘(RobecoSAM)이 전 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도를 평가하는 지수이고, DJSI코리아는 한국생산성본부가 2009년부터 위 두 기관과 손잡고 발표하고 있는 지수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에선 창조경제가 많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속가능경영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려는 기업이 넘어야 할 하나의 관문이다. 지속가능경영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 창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잘나가는 기업은 대부분 관련 조직을 두고 있다.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유행이 있는 것처럼 기업 경영에도 유행이 있는데, 지금은 바로 지속가능경영이 트렌드인 시대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경영

그러나 기업이 착한 활동을 하거나 친환경적인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오랫동안 이 두 가지는 대립되는 분야로 여겨졌다. 학계에서도 지속가능경영을 하면 반드시 성과가 좋아지는지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 상관관계를 분명히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경영이 행해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이런 트렌드를 뒤에서 추동하는 제3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DJSI코리아 같은 평가지수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진홍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사진)을 9월 19일 만났다.

▼ 최근 DJSI코리아 결과를 발표했는데, 올해의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면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는지요.

“올해 DJSI 평가 결과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 DJSI월드에 편입된 기업은 모두 22개입니다. 2008년 국내 첫 평가에선 3개사에 불과했지요. 이는 곧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글로벌 차원에서 평가해도 우수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큰 그룹 계열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이는 결국 큰 그룹 단위에서의 지속가능경영이 상당히 정착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점은 DJSI월드에 편입됐던 기업 수가 지난해보다 하나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숨 고르기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DJSI는 올해 세금 납부 등의 문제와 관련한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고,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활동, 사회책임활동 관련 정보, 이해관계자 조사 등에 대한 보고를 더 강화했다.

▼ DJSI코리아가 도입된 지 6년째입니다. DJSI가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는지요.



 

진홍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2013년 DJSI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2003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처음 발행됐습니다. 이후 기업의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의 키워드가 점차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한국생산성본부는 DJSI의 평가지표를 국내에 도입해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DJSI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환경, 사회 등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다루는 DJSI의 평가지표를 참고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만들고, 그것을 자사의 사회책임 정보공개의 주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행하는 국내 기업은 2007년 60곳에서 2013년 말 115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즉 DJSI가 기업에게 비재무적 정보까지 공개토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월 16일 서울 국제 콘퍼런스


한국생산성본부는 DJSI를 발표한 뒤 매년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40여 명과 국내외 학계 관계자,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관련 기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DJSI 관련 뉴스는 매년 4200건 이상 다뤄진다. DJSI코리아의 이런 성공은 일본에서도 관심거리다. 최근 일본의 한 기관이 DJSI코리아를 벤치마킹해 일본에서 출범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속가능경영은 흔히 사회, 경제,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패러다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부문이 가장 중요한지요.

“요즘은 특히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추세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경제적 측면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 본연의 활동에서 얼마나 지속가능경영 철학을 내재화하느냐가 중요한데, DJSI 평가 결과를 봐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부서 하나 만들었다고 금방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모든 부서가 그 철학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합니다.”

▼ 지속가능경영을 하면 정말 회사가 번창할 수 있는지요.

“지속가능경영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경영 철학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오너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일 경우 1년 단위로 업무를 평가받게 되면 재무적 성과에 먼저 관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지속가능경영 차원의 의사결정을 위한 지배구조 체계가 구축된다면 보완할 수 있습니다. DJSI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 대비해 실제 주가수익률 측면에서 3.68% 앞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DJSI 외에도 지속가능경영을 독려하거나 지원하는 다른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카본시티 프로젝트,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에 수여하는 인증제도인 CTS(Carbon Trust Standard)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의 CSR를 지원하는 ‘사회적책임경영 중소기업지원센터’로 선정돼 중소기업의 CSR 인식을 개선하고자 전국 설명회와 무료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자체 활동에서 협력사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우리 기업들도 협력사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지원과 교육 등을 진행한다면 협력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대기업 처지에서도 지속가능한 중소기업이 협력사로 존재할 때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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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탈세 온상' 온라인 지하경제 ◆

국내 한 대형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서 유아복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경진 씨(가명)는 최근 시중은행 PB센터를 찾아 세무상담을 받았다. 그동안 매출을 숨겨오며 물건을 팔다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세금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탈루소득에 대한 세금과 가산세를 포함해 무려 6000만원의 세금을 한꺼번에 내게 됐다. 경쟁업체가 허위 매출 신고로 국세청에 제보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이씨는 "블로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는데 나만 재수없게 걸려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며 사적 공간이던 블로그까지 탈법 쇼핑몰의 온상이 되면서 세수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해외직구까지 '블랙 마켓'이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다. 회원 1명당 가격을 매겨 카페나 블로그를 통째로 매매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온라인 도박은 전체 불법 도박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지하경제'다.

쇼핑몰로 활용되는 블로그를 포함한 전체 블로그는 네이버의 경우 현재 1600만개에 달한다. 하루에만 1만5000개의 블로그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전체 블로그 방문자 수만 하루 7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블로그 쇼핑몰에서 물건을 판매하려면 인터넷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를 거쳐 물건을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는 쇼핑몰 운영자들이 부지기수다. 버젓이 사업자로 등록했으면서도 운영자와 당사자만 볼 수 있는 일명 '비밀댓글(비덧)'을 통한 은밀한 거래로 세금을 피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지하경제의 주범인 불법 도박 시장은 이미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세법연구센터장은 "온라인 지하경제는 소득과 매출 규모를 추정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에 소득세, 부가세 등의 세금이 탈루되기 쉽다"며 "제도적 보완과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요환 기자 / 송민철 기자 / 김시균 기자]

매일경제

◆ '탈세 온상' 온라인 지하경제 ◆

"페이스북 68만 대형 페이지 판매합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글을 게재한 판매자에게 직접 연락해봤다. 회원 한 명당 얼마를 받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명당 20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총 68만명인 페이지므로 1300만원은 넘게 줘야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규모가 큰 거래인데 과세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직거래도 아니고 그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지하경제가 급속히 그 세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카페를 통째로 매매하던 시절에서 이젠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인터넷 카페, SNS에서 인기 있는 페이지 등을 회원 수마다 가격을 다르게 매겨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매각하지만 세금을 내는 사례는 거의 없다.

최근 신종 온라인 탈세로 기승을 부리는 블로그 쇼핑몰은 여느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사적인 공간인 블로그를 이용해 대중에게 물건을 판다. 과거 블로그는 개인적인 일기를 적거나 일부 친구들과 온라인 교제에 활용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기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수가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커지면서 이를 '돈벌이'로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들 블로그 쇼핑몰에는 파는 물건 사진과 계좌번호만 공개된다. 실제 가격 공개와 매매 체결은 '비덧(비밀댓글)'에서만 이뤄진다. 비덧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블로그에서 '익명 게시판'처럼 사적인 얘기가 오가는 공간이지만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온상이 되고 있다. 비덧은 블로그 운영자와 댓글을 단 사람만 볼 수 있다.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없이는 블로그 사이트를 개설해준 포털 업체는 물론 제3자가 확인할 수 없다.

실제 유명 블로그 쇼핑몰은 하루 방문자만 3000명에 달하고 판매하는 물건마다 댓글이 500여 개씩 달리기도 하지만 모두 '비덧'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거래여서 실제 매출은 파악할 길이 없다.

가뜩이나 신용카드보다는 현금결제 위주여서 매출을 파악하기 어려운 온라인 쇼핑몰인 데다 '비덧'을 통한 판매로 사실상 세금 탈루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쇼핑몰 운영자 중 제대로 소득을 신고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세무사는 "자영업자 소득을 추정하기 위해선 가게 매출액이나 매출원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블로그 쇼핑몰은 이 같은 추정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블로그를 제공ㆍ관리하는 포털 업체도 속수무책이다. 블로그를 만들고 게시글을 쓸 때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블로그 쇼핑몰이 일반 블로그와 올리는 글 양식만 다르기 때문에 블로그 쇼핑몰 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품 사용후기 등을 통한 세금 탈루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태아보험, 사진관, 돌잔치 업체 등에서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공동구매 수수료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 누락하고 카페 운영권을 수억 원에 주고받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식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Virus)와 오럴(Oral)을 합성한 말로 해당 제품 사용후기 작성 등을 통한 마케팅을 뜻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회원 수 100만명 이상인 카페에서 성형외과 등 공동구매를 주선하고 대가를 수수하면서 신고를 누락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은 진화를 거듭해 이젠 그 시장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2월 수원지검은 인터넷 게임 아이템 판매업을 하면서 세금을 무려 18억원이나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뒤 달아난 명 모씨(63)를 검거하기도 했다. 과거 미술품 거래가 세금 탈루에 활용됐다면 이제는 게임 아이템 거래가 주된 탈세 수법으로 통할 정도다. 게임과 아이템 종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희귀 아이템은 거래 가격이 수 천만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라인 탈세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과세 문제는 이전부터 논란이 많이 돼 왔지만 실질적인 과세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요환 기자 / 송민철 기자 / 김시균 기자]

매일경제

◆ '탈세 온상' 온라인 지하경제 ◆

온라인 도박은 온라인 지하경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불법 행위임과 동시에 탈세의 주범이기도 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7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불법 도박 시장에서 사행성 스포츠토토를 포함한 온라인 도박 규모는 3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약 25조원에 달하는 지하경제 자금이 온라인에서 고스란히 새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도박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이쪽으로 몰리는 자금은 전부 탈세 대상이다. 온라인 도박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로 인한 탈세 규모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현행법상 로또ㆍ카지노 등 합법적인 사행성 게임은 기타소득으로 인정돼 22~33%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경찰이 팔을 걷어붙이고 불법 온라인 도박을 근절하려 애쓰고 있지만 온라인 도박 근절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불법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성화하던 온라인 도박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범죄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포털에서 운영하는 이용자 커뮤니티(카페)가 대표적이다. 검색어에 '스포츠토토'를 넣자 5000개 넘는 카페가 검색됐고 관련 글은 2만건 가까이 나온다.

스마트폰 보급은 온라인 도박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온라인 도박에 대한 접근성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기존 온라인 도박은 온라인 사이트나 공개된 게시물을 통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활동하는 폐쇄형 커뮤니티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인터넷 도박이 기승하고 있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도박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000명 넘는 회원을 상대로 860억원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운영자 14명을 검거했다. 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인터넷 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1317건에 대해 도박사범 197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서울도박중동예방치유센터가 내놓은 201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도박 중독자 비율은 22.8%로 불법 사행산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화투, 성인오락실 중독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온라인 도박에 빠져 있다. 경기 부산 등 몇몇 지역 인터넷 도박 중독자는 전체 중 30%를 훨씬 넘어 불법 사행행위 중독자 3명 중 1명은 온라인 도박 중독자인 셈이었다.

온라인 도박에 빠지는 사람 연령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18~29세 사이 중독자 비중은 22%로 2009년 15%보다 7%가량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스포츠토토(72%), 포커ㆍ카지노(24%), 경마ㆍ경정ㆍ경륜(4%) 순이었다.

이정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전문위원은 "올해 1분기 접속차단 심의를 받은 사이트가 2011년 1분기 대비 약 두 배로 증가할 정도로 불법 도박 사이트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불법 온라인 도박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를 통한 탈세액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국세청 "갈수록 지능화 단속 어려워"

◆ '탈세 온상' 온라인 지하경제 ◆

우후죽순 늘어나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은밀한 거래는 국세청도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이나 사이버 도박장 등을 중심으로 음성적인 거래 여부를 주시하면서 탈루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지만 얼마만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국세청 관계자는 "영세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조사인력을 투입하는 건 과세 실익이 별로 없다"며 "지능적이고 고의적인 탈세, 인터넷 도박 등 사행성 불법 탈루, 규모가 꽤 큰 온라인 탈루 거래는 지속적으로 적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첨단탈세방지담당관과 전자세원과를 통해 불법 사이버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 지하경제를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각 지방청마다 몇 명씩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있다"고 하지만 탈세 제보에 의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물건을 구입하는 매입자가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발급, 신용카드 결제를 요청하면 온라인 사업자 매출은 국세청에 포착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 참여자들이 '비밀댓글' 등을 이용해 은밀히 거래할 때는 뒤로 새는 탈루액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면세점 이하인 영세사업자는 면세 대상이기 때문에 소규모 온라인 사업자에 대해 국세청이 '안테나'를 세울 실효성이 낮다.

그럼에도 빠르게 크고 있는 온라인 지하경제 '탈세 가능성'을 잡으려면 국세청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될 수 있는 개연성을 막기 위해 사이버 지하경제의 지능적 탈세에는 초반부터 엄정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황인혁 기자 / 송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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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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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김종길 기자]

 금대암 가는 길의 도마 마을 다랑논(2009년)
ⓒ 김종길

마천에서 임천 냇물을 건너지 않고 금대산 비탈을 오른다. 산 그림자에 부서지는 뿌연 오후의 빛. 길 중간쯤에서 잠시 건너편 마을을 내려다봤다. 도마마을 다랑논은 예전의 풍경이 아니었다.

가을이면 황금빛 다랑논으로 전국의 사진가들을 불러 모았던 지리산의 명소는 더는 찾는 이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돈도 안 되고, 노인밖에 남지 않은 농촌의 현실에서 인내와 고통이 따르는 벼농사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러는 밭으로, 더러는 그나마 편한 작물 재배지로, 돈이 되는 작물이 계단식 논을 채우고 있어 가을인데도 아직 초록으로 푸르기만 하다.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풍경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토대가 없어지는 것이다. 문화가 없어지는 삭막함이란 더 이상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 없는 불행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것이다.

평야지대의 논은 하나같이 반듯하고 산골짜기의 논도 자로 잰 듯 반듯해진 요즈음 이곳 지리산 산간마을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의중, 상황, 사포, 도마마을 등의 층층 다랑논을 보존할 수는 없을까. 천 년 넘게 이어온 이 땅 벼농사의 마지막 서정이 안타깝고 눈물 난다.

 지리산 파노라마. 왼쪽부터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 세석평전, 영신봉, 칠선봉...
ⓒ 김종길

금대지리, 그 장엄한 파노라마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금대산 바로 아래 벼랑에 있는 금대암은 해발 800미터가 넘는 곳에 있다. 암자에 이르니 스님 혼자 마당을 휘적휘적 걷고 있다. 방금 입구에서 수십 명의 단체 손님이 지나가서인지 "혹시 일행이요"하며 묻는 스님의 눈빛엔 언뜻 경계가 비쳤다. 같은 일행이 아니라고 했더니 스님은 순식간에 나한전으로 모습을 감췄다. 스님마저 마당을 비우니 암자는 깊은 적막에 빠졌다. 적막을 깨뜨린 건 누구인가.

일망무제. 금대암에 오르면 지리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대암에 서면 왜 이곳이 최고의 지리산 전망대로 불리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금대암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노라면 활처럼 뻗은 지리능선이 한 폭의 그림인양 손을 뻗치면 잡힐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15m인 천왕봉을 위시하여 왼쪽으로 중봉과 하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제석봉·장터목·연하봉·촛대봉·세석평전·영신봉·칠선봉 등 1500m가 넘는 거봉들이 구름 위로 솟아 있다.

다시 이 거봉들을 호위하듯 해발 1000m가 넘는 20여 개의 높은 봉우리들과 80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서로 어우러져 한 편의 장엄한 파노마라를 이룬다. 이따금 봉우리마다 걸려 있는 구름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신령스러운 기운을 내뿜는다. 이 장관이 바로 '금대지리'라 불리는 함양팔경이다.

 지리산 파노라마
ⓒ 김종길

예로부터 금대암에서 보는 지리산 풍경은 최고로 꼽혔다. 그중 1643년 8월 20일에서 26일까지 지리산을 유람한 박장원의 <유두류산기>를 보면 그 감동이 오늘까지도 전해진다.

"8월 25일 맑음, 가마를 타고 금대암에 들렀다. 안국사에서 5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지세가 외딴 곳에 있는데, 산의 한 면은 조금도 가려진 곳이 없어 마치 금강산이 한눈에 보이는 정양사의 남루와 같았다.(현재 내금강면 장연리 금강산에 있는 정양사의 남루는 경내에 있는 작은 누각이지만 이곳에 오르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금강산에서 가장 유명한 누각이다.)

하룻밤 묵었던 제일봉인 천왕봉을 멀리서 바라보니 하늘에 기둥 하나 꽂혀 있고, 구름은 모였다 흩어졌다 하니 참으로 옛사람이 '내일이면 인간 세상의 일 해를 따라 갈 터이니, 황홀히 하루저녁 신선세계 나그네 되리'라고 한 것과 같았다. 그래서 시를 지어 읊었다. '짚신을 신고 첩첩 산중 험한 길을 다 밟고서 / 다시 오랜 사찰 금대사를 향해 돌아왔네. / 제일봉인 천왕봉 정상 어제 자던 그곳에는 / 흰 구름과 푸른 안개에 보일락 말락 하는구나.'"

이곳에서 지리능선이 모두 보이니 옛사람들도 지리산을 오를 때 금대암에서 등반 여정을 가늠해봤다. 지리산을 유람할 때 금대암이 일종의 베이스캠프였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전진캠프(advance camp)'였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야 차로 지리산 아래 마을 어느 곳이든 반나절 만에 이를 수 있고, 종주도 넉넉잡아 3박 4일이면 충분하지만 예전에는 마을까지 오는 데 며칠이 걸리고 등반을 하면 보름에서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산청 단성의 단속사지나 쌍계사 등의 큰 사찰은 '베이스캠프(base camp)' 구실을 했고, 천왕봉 바로 아래에 있던 향적사와 천불암 등의 작은 암자는 '어택캠프((attack camp, final camp)', 금대암과 벽송사 등의 주요 암자는 지리산을 오르기 전 전진캠프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해우소
ⓒ 김종길

잘 있느냐, 금대암아

금대암의 명물 전나무를 보기 위해 해우소로 내려간다. 이끼가 낀 돌층계를 내려서니 양편으로 도열해 있는 전나무들 사이로 아담한 전각 한 채가 보인다. 더 이상 소박할 수 없는 풍경. 삐걱거리는 문을 여니 작은 창으로 숲의 청량한 기운과 초록의 잎들이 해우소 안으로 마구 쏟아진다. 일체의 근심걱정은 이곳에서 모두 사라지고 마니, 금대암에 가면 해우소는 꼭 들를 일이다.

비탈에 일군 텃밭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전나무 한 그루. 이제 금대암의 상징이 되어버린 전나무의 나이는 500살이 넘었다. 높이가 40m, 둘레가 2.9m로 현재 우리나라 전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찻길이 놓이기 전 산길을 오르면 금대암의 입구였던 이곳에는 원래 두 그루의 전나무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벼락을 맞아 없어졌다. 지리능선의 장엄한 풍경을 재는 긴 자처럼 전나무는 허공에 매달린 듯, 지리산에 기대어 있는 듯하다.

조선 성종 때의 문인 뇌계 유호인(1445~1494)은 이곳 금대암을 둘러보고 '잘 있느냐 금대암아 / 송하문이 옛날 같구나 / 송풍에 맑은 꿈 깨어 / 문득 잠꼬대를 하는구나'는 시를 썼다.

 전나무
ⓒ 김종길

멀리 서암정사와 벽송사가 보인다. 예부터 지리산에서 맑고 깨끗한 곳으로 금대암과 벽송암이 제일이라고 했는데, 금대암에서 보면 벽송암(사)이 보인다. 서로 마주보는 곳에 있는 맑고 깨끗한 암자는 수행을 하기에 그만이다. 벽송사가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수행처라면 금대암은 깨달은 후에 보림하기에 적격이 아닌가 싶다. 아직 깨닫기 전의 수행자는 맑고 포근한 곳이 수행하기에 좋고, 깨달은 이는 사방이 탁 트인 곳을 수행처로 삼아 큰 뜻을 품는다고 했던가.

나한전 옆 층계를 오르면 집채만한 너럭바위가 공중에 솟아 있다. 너럭바위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만나는 곳에 있다. 한낮의 햇볕이 데운 열기가 아직도 바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암자에서 좌선하는 '선불장'으로 이곳이 제일이겠다. 이곳에 앉으니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합장!

 지리산 전망대
ⓒ 김종길

허공을 걷는 듯 구름 위를 걷는 듯

금대암만큼 조선시대 유람록에 자주 등장하는 암자도 드물다. 1400년대 김종직의 <유두류록>, 남효온의 <지리산일과>, 김일손의 <두류기행록>, 1600년대 박여량의 <두류산일록> 등의 유람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김일손이 <두류기행록>에 남긴 글이다. 김일손은 1489년 4월 14일에서 4월 28일까지 지리산을 유람했는데, 등구사에서 2박을 하고 4월 16일 금대암에 이르게 된다.

"한 승려가 물을 긷고 있었다. 나는 정백욱(일두 정여창)과 함께 불쑥 들어섰다. 뜰에는 모란 몇 그루가 있었는데, 반쯤 시들었어도 그 꽃은 매우 붉었다. 누더기 승복을 입은 승려 20여 명이 가사를 입고서 뒤따르며 범패를 하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내가 물어보니 이곳은 '정진도량'이라고 했다. 정백욱이 그럴 듯하게 해석하기를 '그 법이 정일하여 잡됨이 없고, 나아가되 물러섬이 없습니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매진하여 부처가 되는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는 자가 있으면 그 무리 가운데 민첩한 한 사람이 긴 막대기로 내리쳐 깨우치게 하여 잡념과 졸음을 없애게 합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부처가 되기도 고되군요. 학자가 성인이 되는 공부를 이와 같이 한다면 어찌 성취함이 없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암자에는 여섯 개의 고리가 달린 석장이 있었는데 매우 오래된 물건이었다."

 석탑
ⓒ 김종길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 하나. 금대암의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옛날부터 '금대'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유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지리산의 여러 사찰 가운데서 창건된 지가 오래되었다는 데서, 지리산에서 경치가 으뜸이라는 데서, 금박으로 칠했다는 데서 '금대'라는 이름을 유추했지만 이는 억측일 뿐이었다.

금대는 <정토경>에 나오는 말이다. 정토경은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아미타경의 <정토삼부경>을 말한다. <관무량수경-정종본>에 왕비 위제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도 왕사성의 아사세라는 태자가 나쁜 친구 조달의 꾐에 빠져 부왕인 빈바사라를 잡아 일곱 겹으로 된 감옥에 감금하고 누구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왕비인 위제희는 몸을 깨끗이 씻어 꿀 반죽을 몸에 발라 남몰래 왕에게 먹였다. 태자 아사세가 이 사실을 알고 어머니를 죽이려 했으나 신하의 만류로 궁궐의 깊은 곳에 어머니를 가두고 만다. 슬픔과 근심에 쌓인 왕비 위제희는 부처가 있는 기사굴산을 향해 간절히 예배했다. 이에 부처는 위제희와 미래 세상의 일체 중생들이 서방 극락세계를 보는 열여섯 가지 법을 가르쳐 주게 되니 이가 '16관법(觀法')'이다. 위제희와 대중을 위한 관법이 여섯, 미래중생을 위한 관법이 일곱, 삼배구품왕생이 셋이다.

그중 공덕이 높은 수행자가 삶을 마치려고 할 때 아미타불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등 대중들과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자색을 띤 금빛 연화대(금대)를 가지고 그 수행자를 영접하는데, 수행자가 돌아보면 자색을 띤 금색 연화대(금대)에 이미 올라앉아 합장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금대'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부처님의 몸이 금빛이라서 부처가 있는 자리를 금대라고 한 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암자
ⓒ 김종길

암자 마당에 내려섰다. 허공을 걷는 듯 구름 위를 걷는 듯 아득한 풍경. 그 옛날 벽송사에서 이곳을 오갔던 응윤 스님(1743~1804)이 바라본 금대암 풍경이 오늘에도 생생하고 아련하다.

"(금대암에서 바라보면) 반야봉으로부터 천왕봉에 이르기까지의 산봉우리가 화려한 병풍이나 비단 장막처럼 펼쳐져 있다. 정면으로 바라보면 골짝 골짝의 구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는 것, 가는 것, 멈추어 선 것, 가로로 비껴 있는 것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드문드문한 것은 주름진 비단 같고, 펼쳐진 것은 비단 폭 같으며, 넓게 퍼진 것은 바다와 같다. 문득 보이다 바로 없어지는 갖가지 변화하는 형상이 가장 기이한 경관이다."

 금대선원
ⓒ 김종길

금대암은 언제 지어졌을까
금대암의 창건에 대한 이야기는 기록마다 다르다. 심지어 암자에 있는 문화재 안내문도 서로 기록이 달라 혼란만 주고 있다. 안국사 부도 안내문에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1403년(태종 3)에 행호 조사가 중건한 것으로, 금대암 안내문에는 656년(신라 태종 무열왕 3년)에 행호 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금대암 전나무 안내문에는 1403년(태종 3)에 행호 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금대암 3층석탑 안내문에는 656년(신라 태종 무열왕 3년)에 행평(行平) 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각기 달리 적고 있다. 일부 백과사전에는 656년(신라 태종무열왕 3) 행우(行宇) 조사가 창건하였다고 적고 있다. 행평(行平) 과 행우(行宇)는 금대암을 중창한 행호(行乎) 조사의 오기로 보인다.

행호 조사는 생몰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초기의 승려로 <법화경>의 이치를 깨달아 천태종의 지도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태종이 지은 치악산 각림사의 낙성식을 주관했고, 장령산에 대자암의 주지로 임명됐다. 세종이 즉위하자 판천태종사로 임명됐으나 얼마 뒤 벼슬을 버리고 지리산의 금대사와 안국사, 천관산 수정사, 강진 백련사를 중수했다. 조선 초기 불교가 배척되는 분위기에서도 효령대군 등을 불교에 귀의시키는 등 왕실에 불교를 보급하는 데 힘쓴 인물로 전해진다.

금대암은 신라시대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나 그 후의 역사는 전해지고 있지 않다. 다만, 신라의 도선국사, 고려의 보조국사와 진각국사, 조선의 서산대사가 도를 닦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응윤 스님1743~1804)도 <경암집-금대암기>에서 '신라?고려시대로부터 우리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름나고 덕망 있는 고승이 모두 이 암자에 거주했는데, 고찰할 만한 사적은 없다.'고 했다.

이덕무는 <천장관전서>에서 군자사를 언급하면서 고려 때 불일국사(보조국사 지눌)의 전법제자인 진각국사가 군자사를 중창하여 제자 신담으로 하여금 이 절에 주석하게 하고, 자신은 금대암으로 물러나 거쳐했다고 적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금대암은 조선시대에 처음 지어진 것이 아니라 중창되었으며 고려시대에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보아 적어도 고려시대 이전에 창건되어 조선 초기 행호 스님에 의해 중창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금대암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금대산에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금대암복구기성회가 중건했다. 현재 건물로는 무량수전과 나한전·선원 등이 있고, 유물로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을 비롯하여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68호인 동종과 제269호 신중탱화, 경상남도기념물 제212호인 함양 금대암 전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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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 에볼라 공포 확산 / 세계 최강 美 방역시스템도 뚫려 ◆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가 1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에볼라 공포심'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다른 의료진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인구밀집 지역인 동부 보스턴에서도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미국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장담해왔던 에볼라 방역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CDC는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일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 씨에 이은 미국 내 두 번째 에볼라 환자이자, 미국 본토에서 에볼라에 전염된 첫 번째 사례다. 이 여성 간호사는 첫 번째 병원 방문 때 항생제 처방만 받고 귀가했던 던컨 씨가 증상이 심해져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처음 접촉한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CDC에 최대한 빨리 병원의 안전규정 위반을 조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보스턴글로브는 이날 서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고 미국에 돌아온 후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이는 한 환자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처의 하버드뱅가드메디컬센터에 격리 수용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감염 사례는 미국 내 에볼라 대책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병원에서 전문지식과 충분한 보호장비를 갖춘 간호사가 감염됐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스페인에서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도 기존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였다.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조차,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기존의 CDC 방역대책과 의료진 안전규칙, 정부 대처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미국 내 에볼라 감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초강도 대책이 결정되면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날 마이클 맥컬 하원의원(공화ㆍ텍사스)은 CBS방송에 출연해 "(에볼라 창궐 국가들에 허용된) 1만3000개의 입국 비자를 잠정적으로 보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미국 내 공항뿐 아니라 아프리카 현지 공항의 '출발 전 검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에볼라 광풍'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DC에서 IMF 회원국들은 제30차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공동선언문를 통해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류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추가 감염자가 잇따를 경우 '공황'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전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던컨의 확진 판정이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 CDC에 접수된 에볼라 의심신고는 하루 800여 건에 달한다. CDC의 대응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선 병원의 응급실에도 단순 감기 환자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미국에선 지난 2009년 신종플루 파동 때 응급실 환자가 20%가량 급증했던 전례가 있다.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이 상태로 확산이 지속된다면 전 세계 감염자가 연내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치사율이 높아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효과를 보이고 있는 백신의 양도 부족해 '판데믹(감염병 또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으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ChAd3'와 '수포성구내염바이러스백신(rVSV)'이 현재 동물을 대상으로 한 안정성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올해 말까지 확보된 양은 rVSV가 800회, ChAd3는 1만5000회에 불과하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서울 = 원호섭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는 체액·분비물로 감염…치사율 최고 90%

◆ 에볼라 공포 확산 ◆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수단과 콩고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 질환으로 치사율은 최대 90%에 달한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중동호흡기증후군(50%),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9%)보다 훨씬 높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 무기력증,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잠복기를 거치며 증상이 악화되면 구토, 설사, 일부는 내장 출혈로 이어진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침팬지 등과 같은 감염된 동물 접촉으로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간 감염은 체액이나 분비물 등을 통해 이뤄진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만질 경우에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감염됐지만 사망하지 않은 사람은 평균 7주에 걸쳐 서서히 회복된다.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전문가들은 호흡기로 감염이 이뤄지는 것보다 확산속도가 낮은 만큼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미영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들은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매우 드물어 치료제 자체가 없다"며 "평소 바이러스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하고 면역력 높은 몸을 만들어야 2차 세균 감염 등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한국도 에볼라 안전지대 아니다

◆ 에볼라 공포 확산 / 국내 발병땐 속수무책 ◆

지난 9월 21일 저녁, 부산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6개월간 머물다가 입국한 한국인 A씨는 열과 함께 두통, 구토 등이 일어나자 지난달 21일 오후 6시 17분에 119에 신고전화를 했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의심 징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오후 6시 40분과 42분, 이어 오후 7시 12분 등 세 차례에 걸쳐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했지만 "해당부서가 아니다"라며 '전화 돌리기'로 한 시간이나 시간을 낭비했다. 어렵게 질병관리본부 내 에볼라 전담부서(핫라인ㆍ043-719-7777)와 연결됐지만 이번에는 '타 기관에 떠넘기기'로 환자를 방치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에볼라 발생 3개국 입국자 명단에 (이 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이송 예정이었던 부산대병원은 "에볼라 의심 환자이니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으로 이송하라"고 부산소방본부에 회신했다.

황당한 일은 더 이어졌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인 울산대병원은 부산소방본부에 "우리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이 아닌 만큼 부산대병원으로 데려가라"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울산대병원은 자신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인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환자는 최초 신고 후 1시간 41분이 지난 오후 7시 58분에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 다음날 사망했다. 이 환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니라 '열대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에볼라 대응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에서 "에볼라 환자는 초기에 정확한 대응이 중요한데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핫라인이 제때 가동되지 않았고 국가지정병원이 자신들이 지정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진료를 거부한 것은 에볼라 대응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인 '2014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국내외 약 30만명이 행사를 찾을 것으로 예상돼 에볼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 발병국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6개국에서 300여 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에볼라 발생 국가의 입국자는 인천과 김해공항에서 검역을 실시하고, 최대 잠복기(21일) 동안 증상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U전권회의에 에볼라 발생국 입국자는 숙소를 별도로 지정하고 2~5명 단위로 통역 자원 봉사자를 통해 보건소 담당자와 수시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매일 오전 8~9시 사이에 발열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박기효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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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동아

[주간동아]



 

10월 1일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이 9월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168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관련 협상에 착수한 지 81일 만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일정에 대한 큰 틀은 일단 마련됐다.

‘국회’에서 9월 마지막 날 본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10월 1일부터 상임위원회 회의 등 활동을 재개했다. 10월 국정감사를 비롯한 주요 일정도 확정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제출된 법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유병언법’이라 부르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여야 합의를 ‘시간에 떼밀린 아슬아슬한 타협’이라고 평가한다. 게다가 여야 추가 협상 과제가 남았고, 야당 내부의 복잡한 상황도 정국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진통 거듭한 협상 과정의 3대 흐름

당초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적 요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 마련이 큰 목표였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관련 집단 간 인식 차가 드러났다. 여기에 여야 내부의 권력 재편 흐름, 두 번의 선거 일정까지 맞물려 상황이 더 꼬였다. 진상규명을 위한 방법과 과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협상까지 주요 일지를 크게 3기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기는 참사 발생에서 6월 지방선거까지다.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후 정치권은 우왕좌왕했고 여야 의원들은 긴급 상임위 회의 등을 통해 정부를 질책했다. 폭로성 각종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5월 8일 여야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새 흐름이 조성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5월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자”며 대여 협상을 제의했다. 여당이 청와대를 보호하느라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화살이 여당과 ‘청와대’로 이동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감성적 대응’이 분위기를 일부분 바꾸게 된다. 5월 19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고 눈물을 흘리며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다. 대통령은 또 해양경찰(해경) 해체를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안 등의 계획을 밝히고, 여야 정치권과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핵심 내용으로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각종 해석이 나왔지만, 여권에 대한 험악한 민심이 일부분 변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여권 핵심 지지층에게 ‘대통령을 무조건 비난하면 안 된다’는 동정론으로 확산했다.

이런 가운데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왔다. ‘대통령의 눈물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새누리당은 완패 위기를 모면했다. ‘선거 민심’을 업고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려던 새정치연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른바 ‘범야권 지지층’도 혼란에 빠졌다. 이 흐름을 타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세월호 가족대책위)를 중심으로 6월 7일 ‘세월호 특별법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이 열렸다. 장외 여론을 지켜보던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및 국민 안전 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7월 청와대 회동+‘유민 아빠’의 단식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0월 1일 경기 안산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면담한 뒤 문을 나서고 있다. 그는 이튿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7, 8월 상황은 여당의 바람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일정 부분 국정 동력을 회복한 박 대통령은 7월 10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 등을 통해 ‘국회에서의 해결’을 희망했다. 7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청와대 회동 바로 그다음 날, 여야 정책위 의장과 관련 상임위 간사가 참여해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었다. 여론의 초점은 다시 국회로 모아졌다.

그런데 이즈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세월호 유가족 중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이 세월호 특별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며 14일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문화·예술계 인사 등 비정치권 시민들이 동조 단식을 진행하면서 여권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장외 활동이 국회를 압박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결국 두 원내대표 모두 한 걸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해 8월 7일 양당 원내대표가 1차 특별법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것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여야의 1차 합의안은 유가족들에게 거부당했다. 8월 11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조차 ‘특별법 재협상 추진’을 결정했다. 결국 재협상에 나선 여야 원내대표가 19일 2차 합의안을 내놨다.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 중 여당 몫 2명을 추천할 때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한 내용이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재합의안도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야권 내부의 파열음이 커졌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단식을 시작하면서 야당 내부에서는 대여 협상 방법에 대한 이견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새정치연합이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거부했다. 그 대신 이완구 원내대표 등이 8월 25일과 27일, 이어 9월 1일 3차례에 걸쳐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만났다. 또 8월 28일 김영오 씨가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고 문 의원도 장외 투쟁을 접었다.

여기에 9월 2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담이 이뤄진 후 새 물꼬가 트였다. 특히 △문 위원장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여야 원내 지도부 간 대화가 복원됐으며 △정의화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최 의지’ 천명 등이 결합돼 9월 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씽크탱크미래, 엄마부대봉사단 등 보수단체들이 9월 16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병언 특별법과 특검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 장기간 마비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 됐다. 혼선 끝에 9월 26일 본회의는 여당 단독 처리로 9분 만에 끝났지만, 29일 여야와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 첫 3자 회동이 이뤄졌다. 그다음 날 여야는 2차 합의안을 타결했고, 본회의에서 90여 건의 안건이 처리됐다. 하지만 10월 1일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전혀 달랐다. 새누리당 지도부 표정은 밝았지만 새정치연합 비대위원들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협상 과정에서 부침을 거듭한 박영선 원내대표는 10월 2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의 큰 틀에 대한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8월 19일 2차 합의안을 유지하면서 일부 조항이 추가됐다.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 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에서 제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야 협상 타결 자체가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검의 수사 범위,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범위, 참사 희생자 등에 대한 보상과 배상 문제에 대한 여야의 추가 협상도 남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여야 원내지도부가 언제 다시 만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당장 박영선 원내대표 사퇴 이후를 수습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희생 당사자인 세월호 유가족이 정치권의 합의를 신뢰하면서 국회 흐름을 지켜볼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범야권 지지층의 불만 기류 등으로 ‘돌발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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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로 국회 본회의가 2시간여 지연된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마침내 끝났다. 하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국민도 유가족도 여당도 야당도 불만족스럽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도 패자도 허탈감에 빠진다. 이겨도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정치권은 세월호 정국에서 3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첫째, 책임감 부족이다. 새누리당에 묻는다. 정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믿는가. 어쩔 수 없이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지만, 실은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적어도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세월호 특별법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진 터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세월호 가족대책위)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바로 그런 생각이 있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이는 처음부터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에 뜻이 없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온갖 적폐가 드러났고 이번 기회에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청껏 외쳤지만 구호에 불과했을 뿐, 진심은 진실을 덮는 데 있었다면 책임감 있는 정당이라 부를 수 없다.


합의했어도 모두가 불만족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묻는다. 정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최고 민생법안이라고 믿는가. 당 명운을 걸 정도로 중요한 법률이냐는 질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 이름으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여러분을 국회로 보낸 사람은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은 7·30 재·보궐선거 결과로 세월호 심판론에 대해 분명하게 의사를 표시했다.

그 뜻을 받아 자기 책임하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여러분은 합의안이 나올 때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재가를 받는 데만 열중할 뿐이었다. 합의안이 혹시 역풍에 휘말릴 경우 그 책임을 가족대책위에 돌릴 생각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국민이 새정치연합에 분노한 이유이자 정당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다.

두 번째 문제점은 위기감 결여다. 이번에는 새정치연합에 먼저 묻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걸 생각인가.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동조단식도 불사했던 강경파 의원들이 그럴 것이다. 왜. 그 모든 강경 행위도 결국 재선을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국민적 위기 앞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강경론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새정치연합 의원총회 참석률은 전체 의원 과반 출석을 겨우 넘기곤 했다. 진정으로 위기를 느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강경파도 온건파도 이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은 2016년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차기 당권이 개인적으로는 더 큰 관심사다. 세월호 특별법도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자기 이익 그리고 자기 계파의 이익에 맞는 방향에서 대처하면 그만이다. 그 이익 앞에서는 당도 국가도 중요하지 않다.

새누리당에도 다시 묻는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모든 적폐가 사라지길 바라는가. 그렇다고 답할 의원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가 그럴 것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에서도 본류에 해당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치 활동을 시작해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쳐 새누리당 내에서도 원로급에 해당하는 인물 대부분이 친박계다. 물론 친박계 중에도 신(新)박계가 없진 않은데, 신박계 일부조차 대를 이어 정치하는 경우다.

그들은 적폐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적폐 원조인 경우도 없지 않다. 시대가 바뀌어 그 적폐를 더는 관행이나 관례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걸 원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덮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특별검사(특검)가 강도 높게 이어져도, 또는 당초 세월호 가족대책위나 야당이 주장했듯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행사했다고 해도 그들은 덮을 방법을 찾을 테고 그 방법은 꽤 유효할 것이다. 일부가 드러나 비난여론이 빗발쳐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통령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며 희생도 국부에 그칠 것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정치력 부재다. 세월호 정국이 길어진 가장 큰 이유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정치력 부족 때문이다. 전임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 체제에서도 그랬고 혁신위원장을 겸임한 박영선 원내대표 체제에서도 그랬다. 무엇보다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것,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를 견제하는 것에 한계를 노출했다. 결국 범친노계 문희상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되고 나서야 계파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도 문 위원장의 정치력에 힘입은 바 크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속에서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최고의원을 김무성 대표가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일단 친박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더욱이 김 대표 역시 범친박계에 속하기에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는 처지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친박계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준 것도 내부 갈등을 피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결국 김 대표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10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박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 회의가 열렸다.

 


책임감과 위기감 결여 ‘한심’

문제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조화다. 당청관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박·김 밀월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력이 최근 난조를 보이고 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까닭이기는 하겠으나 청와대에 고립돼 있다 보니, 정치권 기류를 자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차라리 정치권에 맡겨두면 될 일에 개입한 결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더 지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막바지에 정의화, 김무성, 문희상 3자의 정치력이 힘을 발휘한 점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가족대책위의 단식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고, 새누리당 단독국회도 없었으며, 단상 점거 사태도 없었다. 정치권의 책임감 부족, 위기감 결여, 정치력 부재 속에서도 거둔 성과라면 성과라 하겠다.

개헌론이 힘을 얻는 중이다. 각 당도 혁신 경쟁에 나섰다. 개헌도 혁신도 이 3가지 문제점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 국가적·국민적 위기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위기감, 그리고 갈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정치력으로 무장한 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다. 2016년 총선거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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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한 여야 간 타결이 있은 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과연 이번 세월호 특별검사 추천권 합의안은 새누리당에 득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오늘 합의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9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야가 극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합의하고 국회에 등원하자 “추후 논의에서 유가족 뜻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대 쟁점이던 세월호 특별검사(특검) 추천권을 여야 합의로 4명의 특검 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 추천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남은 쟁점이 적잖은 탓이다.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와 특검이 실질적으로 활동하기까지 여야 간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 연말까지 갈 수도

여야는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통해 특검 추천권을 제외하고 대략적인 틀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적잖다. 문제는 현재 새정치연합에 이를 담당하는 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 야당 간사였던 전해철 의원은 8월 여야 1차 합의안에 항의하며 간사직을 사임했다. 그동안 전체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박영선 원내대표마저 10월 2일 사퇴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고 협상단을 새롭게 꾸려야 한다.

이에 따라 당장 10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함께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 그동안 여야가 보여온 모습을 볼 때 ‘반드시 10월 말까지 처리한다’는 의미이기보다 ‘10월 말까지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이 연계되면서 두 법안의 논의 여부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더 미뤄질 개연성도 크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의 경우 여야 쟁점이 적잖아 합의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결국 연말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세월호 진상조사의 양대 축은 진상조사위와 특검이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진상조사위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특검을 임명해 ‘투트랙’ 진실 규명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면 먼저 진상조사위가 꾸려진다. 현재 여야가 합의한 부분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는 부분밖에 없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진상조사위는 여야 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각 2명, 유가족 추천 3명 등 17명으로 구성된다. 당장 진상조사위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유가족 추천 몫으로 3명이 주어졌지만, 유가족이 일반인 유가족과 단원고 유가족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누가 위원 3명을 추천할지도 쟁점이다.

조사권 범위를 놓고 여야가 대치할 공산도 크다. 새정치연합은 조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동행명령권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3000만 원을 부과하는 강제조항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위헌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진상조사위에 기관과 단체에 대한 실지조사권을 부여할지를 놓고도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실지조사권은 진상조사위가 특정 기관에 찾아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가 실지조사권을 남용해 청와대나 언론사 등을 찾아가 망신 주기용 공세를 펼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강력한 조사권을 부여하려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처지다.

진상조사위의 청문회 개최는 잠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증언감정법’을 적용해 청문회 출석을 강제하자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증인 채택 문제로 갈등을 빚다 청문회를 제대로 열지도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한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진상조사위 활동 기간에 대해선 여야가 1년 반에서 최대 2년까지로 합의했다. 진상조사위가 11월 초 구성된다 해도 2016년 4월 치르는 20대 총선 시기와 겹칠 개연성이 크다. 정치권 한 인사는 “자칫 선거바람에 휘말려 진상조사위 활동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와 별개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검도 가동된다. 특검 가동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가 어느 정도 활동해야 특검 수사에서 필요한 부분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강제력이 떨어지는 만큼 ‘1차 진상조사(1년)→특검(90일)→2차 진상조사(6개월)→특검 연장(30일)’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2회까지 연장 가능하다.


특검 후보 추천 변협 회장이 캐스팅보트



 

2007년 삼성 비자금의혹 관련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 통과 당시 국회 모습. 삼성 특검은 공안통 특별검사 임명으로 두고두고 말이 나왔다.

 


특검 후보 선정 작업도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다. 9·30 합의문 첫 번째 조항에는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 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에 제시한다’고 적시돼 있다. 거꾸로 보면 여야가 4명의 특검 후보를 선정하는 데 최종 합의하지 못할 경우 특검 후보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배제한다’는 두 번째 조항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여야 모두에게 상대방이 제안하는 후보를 거부할 명분으로 전락해 특검 후보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수사 대상과 범위를 놓고서도 여야 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성역 없는 수사를 주장하며 특검 수사 대상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포함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특검 대상을 놓고 여야 간 정쟁을 벌이면 특검 수사가 방향성을 잃고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특검이 실제 활동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 가운데 정작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끝까지 대립한 쟁점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에 유족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였던 만큼 특검 추천위의 선정부터 초미의 관심 사안이 되고 있다.

상설 특검법상 특검 추천위의 구성은 총 7명으로 여당 몫 2명, 야당 몫 2명,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변협 회장으로 구성된다. 여야가 새롭게 협상을 벌여 유족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새로운 안이 채택되지 않는 한 이 위원들이 최종 확정한 후보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추천위원 중 4명을 확보하는 쪽이 실질적으로 특검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위원 중 다수를 확보하는 쪽이 대통령에게 올릴 후보군 2명을 모두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선택해 올리면 대통령은 싫든 좋든 그중 1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추천위 구성을 정치적 성향으로 분석해보면 언뜻 보기에 위원 7명 가운데 여당 인사가 4명(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여당 몫 2명)인 까닭에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지만, 여야 합의의 단서 조항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여당 몫으로 된 2명을 추천하는데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여당 몫인 2명 위원의 선정을 두고 여야와 유족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 결국 무색무취한 중립 인사가 선정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만약 여당 몫인 2명의 추천위원에 중립적인 인사가 선정되면 캐스팅보트를 쥘 사람은 엉뚱하게도 변협 회장이 된다. 여당 몫 2명을 제외하면 야당 몫 2명과 정부 측 인사 2명이 동수를 이루기 때문에 마지막 결정권이 변협 회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위철환(56·사법연수원 18기) 변협 회장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7월 변협 차원에서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공식성명서를 냈다 전직 변협 회장단과 보수단체로부터 “법리에 어긋난 행동이자 정치 개입”이라며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만약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의견이 위 회장 개인의 정치적 소신이라면 특검 후보 선정에서 유족과 야권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된다. 대통령에게 최종 추천할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야권 성향의 인사로 채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문제는 과연 위 회장의 정치적 성향이 유가족의 주장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변협 집행부와 정확하게 일치하는가 하는 점이다. 위 회장을 잘 아는 법조계 한 인사는 “변협 내부에 꾸려진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멤버들이 워낙 야성이 강하다. 유가족의 주장을 강하게 반영한다. 위 회장은 집행부의 공식적인 의견을 받아들여 성명서를 낸 것일 뿐이다. 위 회장이 추천위에 들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위 회장 본인밖에 모른다”고 귀띔했다.



 

2013년 6월 11일 개최된 특별감찰관 제도 도입 방안에 관한 공청회. 올해 7월 관련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감찰관 후보 추천이 진통을 겪으면서 파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검사도 결국 이와 비슷해질 것이란 여론이 많다.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논쟁

또한 위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 25일 끝나는 데다 위 회장이 내년 1월 있을 변협 회장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기로 이미 의사 표명을 했다는 점도 복병이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는 추천위를 언제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경과 규정이 없다. 다시 말해 내년 2월 25일 이후 추천위가 꾸려질 경우 그때 변협 회장은 위 회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10월 초 현재 차기 변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3명의 법조인 가운데 딱히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없다.

서울고등검찰청장 출신인 박영수(62·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와 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소순무(63·10기)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순수 개업 변호사 출신인 하창우(60·15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3명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특수통 검사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거친 박 변호사는 여권에서 특검 후보로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변협 한 관계자는 “위 회장은 공식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적이 없다. 상임위원회 이사회 자리에서 재선하지 않겠다고 밝힌 게 다다. 당선 가능성을 차치하고 재출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 법조계 원로는 “추천위가 꾸려져야 여야 정치권을 대변하는 특검 후보들이 거명될 텐데, 정작 추천위원 선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감찰한다고 만든 특별감찰관의 경우도 여당이 추천한 인사는 제안을 거절해버렸고 야당이 추천한 인사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야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여당이 보이콧했다. 이번 특검 후보 추천위원의 경우는 그 부담이 감찰관 후보보다 더 심하다. 잘해봐야 본전인데 누가 추천위원을 하려 하겠나”고 반문했다.

추천위가 우여곡절 끝에 꾸려진다 해도 여야 모두 자신의 이해를 반영할 특검 후보를 추려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력 풀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과거 특검의 경우 공안통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험이 있는 데다 지난 10년간 옷을 벗은 50, 60대 특수통 검사 출신 법조계 인사 대부분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코드가 맞지 않아 옷을 벗었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히길 거부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야권 성향이 강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솔직히 유가족 뜻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야당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해줄 이름난 특수통 검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처음부터 맹인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논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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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월 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유가족이 참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면담요청 41일째’

10월 1일 밤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천막에는 이런 글씨가 붙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 소속 유가족과 시민들은 8월부터 이곳에 머물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해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도 전과 다름없이 거리에서 밤을 맞았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농성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9월 30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지만, 상당수 유가족은 이를 거부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농성이 시작된 건 7월 12일.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국회를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시위를 시작한 유가족들은 같은 달 14일부터 광화문광장, 그리고 8월 22일부터는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가 줄곧 요구한 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에 가족들을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 그래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다. 정치권이 시간만 끌다 끝내 이 바람을 거부한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야당 안에서도 출구전략 모색

그러나 그사이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달라진 상태다. 유가족의 농성 중단을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시위가 잇따르고, 서울시는 세월호 유가족이 설치한 광화문광장 천막에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회사무처도 9월 말 국회 농성장의 유가족들에게 자진 철수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이 최근 “이제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도 돌아간 영혼들의 영면을 위해 마음을 정리할 때가 됐다. 그 절제된 아름다운 모습에 국민이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히는 등 야당 안에서도 ‘세월호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이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심지어 유가족 사회도 갈라졌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이 중심이 돼 구성한 가족대책위와 별도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 조직한 일반인대책위는 10월 1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한성식 일반인대책위 부위원장은 “법안의 세부 사항은 앞으로 계속 협의하면 된다. 이번 합의안을 거부하면 국민이 유가족에게 등을 돌릴 수 있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명분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족대책위는 ‘합의안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10월 1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경기 안산시 세월호 사고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설득했지만 이들의 뜻을 바꾸지는 못했다.

가족대책위가 밝히는 이유는 합의안대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 경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불가능해진다는 점. 특별검사(특검) 추천 단계에 유가족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족대책위는 여야 최종협상을 앞두고 그동안 요구했던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 대신 야당이 제안한 ‘특검후보 추천 때 유족 참여’ 방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종 합의문 1항은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가 됐다. 3항은 ‘유족의 특별검사후보군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이다. 가족대책위는 이 규정이 사실상 유가족 배제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재난관리 구조·구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특검이 이 문제를 수사해야 진실 규명이 가능하다. 지금 여야는 특검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를 배제한다는데 여당, 야당, 유가족 중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력이 유가족인가, 여당인가”라고 반발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릴레이 단식 천막들(왼쪽)과 가족대책위 대표들이 9월 3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이번 합의는 말장난에 불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상설특검법에 있는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26쪽 참조)을 보면 위원 7명 중 정부·여당 인사가 4명이다. 사실상 정부 여당에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유가족의 참여까지 배제하면 과연 제대로 된 특검을 임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의 말이다.

“이번 합의의 첫째 문제는 여야가 4명의 특검 후보를 선정하는 데 최종 합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경우 특검 후보 자체를 선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오랜 샅바싸움을 하다 결국 각각 2명씩 후보를 정해 특검추천위원회에 올릴 공산이 크다. 이때 여당 입김이 강한 특검추천위원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최대한 균형을 맞춘다 해도 여당 추천 인사 1명, 야당 추천 인사 1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지 않겠나. 그러면 대통령이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아무 내용이 없는, 유족을 놀리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가족대책위는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2+2’ 결정을 막으려면 유가족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최소한 합의문 3항(‘유족의 특별검사후보군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 문구를 ‘추후 논의’가 아니라 ‘지금부터 바로 논의’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야가 이러한 뜻을 수용하지 않으면 끝까지 싸워나갈 방침이다.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은 “10년이든 20년이든 못 싸우겠느냐”고 했다. 가족대책위 한 관계자는 “KBS가 8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58.3%)는 의견이 ‘동의하지 않는다’(38.6%)는 의견보다 19.7%p 높게 나타났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후인 9월 21일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응답이 42.8%로 ‘줘선 안 된다’(42.9%)와 거의 똑같이 나왔다. 상당수 국민은 아직 유가족의 뜻에 공감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란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정치권 앞에는 유가족의 동의라는 큰 관문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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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도-도의회 의장 및 대표단 상견례’ 자리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 강득구 도의회 의장, 도의회 대표 대표단과 간부공무원들이 ‘민선 6기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이고, 말도 마세요. 경기도 집행부와 의회가 바람 잘 날 없었어요. 왜냐? 도의회는 야당이 다수당이니, 김문수 전 도지사가 일을 좀 하려면 예산을 다 깎아버렸죠. 그러니 여당 의원들은 단상 점거하고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하고….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도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매번 티격태격했으니 도민들이 얼마나 짜증났겠어요.”

9월 30일 오전 경기 수원역을 출발한 택시가 도청오거리를 지날 무렵 6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기자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聯政)에 대해 물을 때였다.

“연정인가 뭔가 한다고 의회에서 멱살잡이는 안 하는 거 같은데, 알 수 없죠. 언제 또 난장판이 될지. 다 같이 ‘봉선화 연정’이나 부르면 얼마나 좋아(웃음).”

택시기사는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의 마지막 소절을 구성지게 뽑더니 기자를 보고 씩 웃어 보였다.


이념 다른 정당이 함께 정권 구성

그동안 비생산적인 한국 정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하나의 ‘연구 대상’이던 연정이 시나브로 경기도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 정국, 서릿발이 내린 여야 대치정국에서도 경기발(發) 연정은 조용히 그 싹을 틔웠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한 남경필 지사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연정은 복수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좌우 대연정처럼 이념이 다른 정당이 정권을 구성하는 형태다. 남 지사는 연정을 ‘연립정부’라고 지칭하기보다 정치를 하나로 모으는 ‘정치 연합을 하겠다’는 의미로 쓴다. 구체적인 모습은 협의를 통해 만들어가자는 거다. 이걸 대한민국 인구 4분의 1이 사는 경기도에서 시작한 것이다.

경기 연정은 5월 11일 남 지사 후보가 6·4 지방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미 시작됐다. 남 지사 후보는 이날 연정을 처음 제안했고, 당선 이후인 6월 11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연정을 다시 제안하면서 출발선을 넘었다. 돌이켜보면 연정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측면이 크다. 2005년 7월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한나라당에 국무총리 자리와 권력의 절반을 주겠다며 연정을 제안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단호히 거절하면서 연정은 없던 일이 됐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경기 연정은 야당이 받았다. 정책 합의로 연정을 시작하자던 야당의 역제안도 도지사가 받아들였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경기 연정은 삐뚤삐뚤 위태롭지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처럼 달린다. 남 지사의 말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로 당선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구호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입니다. 정치의 갈등 구조 해소 없이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어요. 지금의 시대정신은 권력 분산이고, 연정은 권력을 분산해 힘을 합치는 협치(協治)입니다. 제가 50.4%를 얻어 당선됐는데요, 나머지 절반의 도민은 상대 후보를 찍었잖아요. 그럼 권력도 어느 정도 나눠야 리즈너블(합리적)한 거 아닌가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남경필 경기도지사 집무실 벽에 걸린 연리지(連理枝) 나무. 남 지사는 “여야가 연정을 통해 경기도에서만이라도 하나가 돼 연리지 나무의 녹음처럼 도민들에게 행복한 경기도를 선물하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경기 연정은 여야가 하나씩 주고받으면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크게는 세 갈래다. △연정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만들어 20개 우선 정책을 공동 실천하기로 합의했고 △지사가 임명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해 도의원들이 청문회를 실시하며 △야당 추천 인사가 보건, 여성, 환경 부문을 책임질 사회통합부지사(정무부지사)를 맡는 것이다.

애초 로드맵은 없었다. 야당 인사를 도정에 참여하게 한다는 원론 정도였다. 연정 협상단 관계자는 “남 지사가 6월 11일 새정치연합 측에 연정을 제안하니 새정치연합 김태년 경기도당위원장 측에서 ‘정책협의를 먼저 하자’고 역제안을 하더라”며 “정무부지사 자리를 받으려면 진정성을 확인하고 명분도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는데, 우리는 흔쾌히 받았다”고 귀띔했다.

연정을 실현하고자 여야 국회의원과 도의원, 실무진 10명이 참여한 정책협상단은 7차례 모여 머리를 맞댔다. 여야 정책 중 공통분모가 있는, 이견이 크지 않은 정책부터 실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화두가 된 안전 문제와 교통, 주거, 일자리, 경기 북부 발전 방안, 재정, 복지 등 20개 정책을 공동 실천하기로 하고 8월 5일 정책합의문을 최종 확정했다.

새정치연합의 민생 공약인 ‘생활임금조례’와 무상급식 예산운영 규칙을 제정하기로 하는 등 야당 요구 사항이 대폭 반영됐고,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공동체 조성 사업)과 빅파이 프로젝트(빅데이터 무료 컨설팅서비스) 등 남 지사의 공약도 포함됐다.

김문수 전 지사가 재임 마지막 날인 6월 30일 대법원에 제소한 ‘생활임금조례’ ‘6·25전쟁 민간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 등 ‘4대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취하하고 수정, 합의해 처리키로 했다. 생활임금조례는 경기도가 용역계약을 맺는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조례로, 6·4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민생 공약 1호였다. 이를 야당이 다수당인 8대 도의회가 통과시키자, 김 전 지사 집행부는 권한 남용이라며 무효소송을 냈다. 6·4 지방선거 이후 구성된 9대 의회 역시 야당이 다수다. 재적 178명 중 새정치연합 78명, 새누리당 50명인 양당제 구조다.

협상 과정은 불꽃 튀는 신경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정책합의문 15번에는 ‘집행부와 도의회가 참여하는 경기 재정 전략회의를 신설한다’고 돼 있다. 예산 심의 이전에 야당이 예산 편성에도 참여하는 길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경기 연정 예산가계부‘를 만들자고 주장해 합의문에 반영하게 했다. 야당 요구로 비정규직과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에 예산 편성이 집중될 경우, 지출 한도를 정한 ‘연정 가계부’를 통해 적절히 제어하는 견제 장치를 만든 것이다.

생활임금조례나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같은, 야당 이념이 오롯이 담긴 정책을 여당 집행부가 선뜻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정책협상단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그 과정을 설명하며 혀를 내둘렀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양당 실무자끼리 만나 의견을 교환했고, 야당 중진의원들을 찾아 설명하는 등 인내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물론, 김 전 지사 측 인사들로부터 항의받을 때는 ‘이렇게까지 연정을 꼭 해야 하나’라는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다.”

그의 말처럼 협상 첫날부터 인내의 연속이었다. 야당 정책협상단은 회의 시작도 하기 전 “(새누리당 소속인) 김 전 지사가 제소한 조례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할 수 없다”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한 야당 의원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니들이 생활조례를 알아?” 하고는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고, 여당 의원도 “나도 연정 안 해”라고 발끈하면서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협상단으로 참여한 새정치연합 김현삼 대표의원의 말에서 야당 인사로서의 고민이 읽힌다.

“연정은 끊임없는 협상과 인내의 연속이더라. 합의문을 만들었다 해도, 세부 개별 협상은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연정을 하다 보니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생기더라. 연정을 통해 도민에게 상생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설렘이었다면, 척박한 정치 환경에 익숙한 도의원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두려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생과 협력이라는 화두가 먹힐 수 있을까 며칠을 고심했다.”

‘인내의 터널’을 지나 정책 합의를 이룬 만큼 차기 도지사, 차기 도의회 원구성이 바뀌어도 합의된 정책을 번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경기도와 도의회가 ‘이것만은 하자’고 일종의 족쇄를 채웠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수긍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춤추지 않는다’는 것은 연정의 장점이기도 하다.

‘경기발 연정’에서 또 하나의 방편은 인사청문회. 도지사가 임명하는 산하 공공기관장을 국회처럼 의회가 인사청문회를 열어 도덕성과 자질을 따져 묻도록 한 것이다. 경기도시공사, 경기개발연구원, 경기문화재단 등 경기도 내 6개 주요 기관장이 되려면 도덕성검증위원회의 도덕성 검증(1차)과 각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적합성 검증(2차)을 통과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놓으니 광역단체장이 주로 정치적 빚이 있거나 측근을 임명하던 과거와 달리 임명권자는 인선 단계부터 바빠졌다고 한다. 남 지사의 말이다.

“흔히 본 ‘흠집 내기 청문회’가 아니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는 명실상부한 청문회를 하자고 당부했다. 그런데 의원들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지적에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인사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경기도는 9월 경기도시공사 사장, 경기문화재단 대표, 경기개발연구원장,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 등 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청문위원들은 후보 4명 가운데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최동규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하며 부적격 의견을 냈고, 남 지사는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존중해 임명을 보류했다. 최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고, 경기도는 재공고를 냈다.

청문회 과정도 치열했다고 한다. 임해규 경기개발연구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나마 업무전문성이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보다 군림하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더 큰 문제”(김호겸 의원)라는 지적이 나왔고, 부천 지역 도의원인 새정치연합 나득수 의원은 임 후보자가 17, 18대 국회의원(부천원미갑)을 지낸 경력을 소개하며 “원장 임기가 3년인데 내년이면 총선을 위해 그만두는 것 아니냐. 공직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부천 출신 도의원이 부천 출신 국회의원을 물었다’는 말이 퍼지기도 했다. 임 후보는 한때 “청문회 때문에 원장 못 하겠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청문회 이후에는 야당 의원의 지적을 수용해 투명한 연구원 운영을 약속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이 지난 4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기도의회가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킨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시 김문수 도지사는 거부권(재의)을 행사했고, 이후 이 조례는 대법원 소송으로 비화됐다가 남경필 지사 당선 이후 수정 처리하기로 했다.

 


사회통합부지사 놓고 격돌

권력 분산이 연정 목적이라는 점에서 사회통합부지사는 경기발 연정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다리는 이미 놓였다. 남 지사는 7월 초 새정치연합 측에 정무부지사인 사회통합부지사를 추천해달라고 했고, 도의회는 9월 16일 제290회 임시회를 열어 사회통합부지사를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복지, 여성, 환경, 대외협력 부문을 담당하게 될 부지사는 경기복지재단 등 공공기관을 관장하고 기관장 인사 추천권도 쥐고 있다. 1726명에 대한 인사권과 4조4358억여 원 예산을 다루는 막강한 자리다. 경기도 올해 전체 예산(17조829억 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리는 놓였고 길도 닦였지만 ‘부지사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도의회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미 8월 25일 강원 홍천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사회통합부지사 수용 여부를 놓고 표결한 결과 참석 의원 68명 중 찬성 25명, 반대 40명, 기권 3명으로 추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기류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도의회 새정치연합 대표단은 9월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부지사 추천 필요성을 설명했고, 반대파 의원들도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다. 도의회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기 연정의 주체는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이 아니라 경기도의회다. 그동안 도당이 부지사 추천 가부 결정과 추천권을 행사하려고 해 의원들의 반발이 컸다. 8월 25일 총회 연찬회 때 부지사 추천 반대표가 많았던 것은 김태년 도당위원장이 전직 국회의원을 부지사로 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젠 도의회가 주체가 돼 상황이 바뀐 만큼 부지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도의회 새정치연합은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위한 당내 의견조정기구를 구성해 10월 중순까지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고질적인 야당의 계파정치가 연정 걸림돌”이라며 부지사 추천을 못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도의원들은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강득구 의장 중심의 비주류파와 김현삼 대표의원 중심의 주류파, 친노(친노무현) 강경파 등의 의견이 다 다르고, 각자가 생각하는 추천 인사도 달라 합의추대는 쉽지 않다. 비주류 내부에는 손학규 전 의원 계파도 있다. 8월에 전직 국회의원이 부지사로 거명될 때 비당권파와 손학규 전 의원 계파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김태년 도당위원장 처지에선 (도의원들로부터) 세게 맞은 거다.”


‘2인3각’ 정책 합의 레이스

야당 의원 일부에선 연정으로 야당의 견제와 비판 기능 축소를 우려하지만, 정작 소수당인 여당 의원들은 ‘우리는 화병이 날 지경’이라고 반박한다. 9월 30일 기자와 만난 도의회 새누리당 이승철 대표의원은 “처음 가는 연정의 길인 만큼 양쪽 모두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운을 뗐다.

“웬만하면 참고 간다. 가다 보면 좋은 모델이 나올 테고, 그러면 중앙정치도 우리를 배우려고 올 것이다. 싸우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은 없나.

“왜 없었겠나. 나부터 울컥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추경예산 심의에서도 경기항공전과 관사 리모델비, 빅파이 프로젝트 등 역점 사업 예산은 대부분 삭감됐다. 경기항공전은 당장 10월 9일 열리는 행사인데, 6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빅파이 프로젝트는 이미 정책합의문에 함께하기로 약속한 내용인데, 이걸 상임위에서 17억 원 중 12억 원을 삭감했다. 예결위는 ‘0’원으로 만들었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

“8대 의회 때도 후반기 대표의원을 했는데, 그때였다면 나부터 본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단상 점거하고, 예결위를 보이콧했을 거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새누리당이 소수당이니 몸으로 저지할 수밖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 당 의원들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격앙돼 예결위원 사퇴하겠다는 의원들을 말리느라 진땀 뺐다. ‘그놈의 연정’ 때문에…. 당대표지만 나도 쫓겨날 판이다. 어느 지역 신문 정치부장이 전화해 ‘대표님, 요즘은 칼날이 무뎌졌습니다’ 하더라. 어쩌겠나. 우리가 대화하자고 했으니…. 야당도 이후 ‘연정 정신’을 살려 빅파이 프로젝트 예산 5억 원을 반영해줬다.”


▼ 물리력을 안 쓰면 다른 전략은 있나.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거다. 물론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당 대 당의 정치적 대결로는 풀기 어려울 거 같다. 당 대 당으로 부딪치지 않고 정책적으로 접근해 다수당의 이해를 끌어내겠다. 연정은 곧 정책 합의다. 연정이란 목표를 위해 첫걸음을 뗀 경기도의원으로 남고 싶다.”

이처럼 연정 정치 실험은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시도됐고, 경기도는 한국 정치의 대안을 향해 2인3각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정치학)는 경기 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지금 같은 다수결 원칙, 대통령 직선제에서는 첨예한 갈등 구조를 완화하기 어렵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이런 정치 구조로 돌파할 수 있겠나. 두려움이 있겠지만, DJP(김대중+김종필) 공동 정권 사례에서 보듯 큰 문제없을 거다. 앞으로 연정 주체끼리 나눠 먹는 부패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적으로 연정을 보완해나가면 경기발 연정은 우리 정치사에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지방정부여서 부담도 적다.”

주간동아

[주간동아]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력 분산이 시대정신 정치 구조 새판 짜기 첫걸음”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는 “지금까진 도의회 여야 지도부와 소통했다면 이제는 의원 한 분 한 분을 만나 소통할 때가 됐다”며 “연정(연합정치, 연립정부)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도의원이 부지사를 겸임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왜 지금, 연정인가.

“지금 시대정신은 권력 분산이다. 선거 결과가 권력 배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치 구조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의 정치 구조, 연정 시스템 안에서 사회 대통합이 가능한 연정 구조가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대통령도 권력을 의회와 행정장관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 연정은 보통 내각제하에서 국가가 위태로울 때나, 단독 과반을 넘지 못할 때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탄생하지 않나. 남 지사가 먼저 연정을 제안한 이유는 뭔가.

“정치인으로서 고민을 많이 했다. 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는 회복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 정치체제는 1987년 체제 아닌가. 민주 대 반민주 구조에서 이뤄놓은 거다. 그때 만든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이나 세월호 특별법에서 보듯 대통령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다. 의회도 혼자 해결 못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대선) 결과는 여야가 52% 대 48%였지만, 권력은 90 대 10 정도 된다. 여기서 반칙이 나오고 정치는 선악 대결로 치닫는다. 선거 결과가 52 대 48이면 권력도 60 대 40 정도로 나눠야 리즈너블(합리적)하다. 그동안 국회에서 독일식, 오스트리아식 정치 구조에 대해 계속 논의해왔고, 이제 경기도에서 먼저 실천하려 한다.”


▼ 왜 독일식 연정이어야 하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해 자국 선수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가까운 미국,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정치적 안정 때문이다. 자기 권한을 장관들과 나누고, 그 장관들이 책임감을 갖고 인사 및 예산 권한을 행사한다. 메르켈 총리도 6개 장관자리를 상대 정당에게 넘겨주는 대연정을 했다. 총리는 코디네이터 구실을 하면 된다. 그 때문에 메르켈 총리는 퇴근 후 남편과 장을 보고, 그 모습을 보는 국민은 안정감을 느낀다. 총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정치 스트럭처(구조) 때문이다. 독일의 총리 평균 재임 기간은 8년이다.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등 자신의 지지 기반에 반하는 정치를 했지만 결과는 어땠나. 자신은 낙선했지만,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갔다.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고, 기독민주당 메르켈 총리가 나왔다. 우리도 정치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야 모두 혁신을 논하는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혁신 경쟁을 하는 것도 좋다.”


태풍의 길목에서 미래 준비

▼ 혁신 경쟁이 왜 필요한가.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잠재력이 둔화하고 이웃 중국이 부상하는데, 정치 갈등은 커지고 있다. 태풍의 길목에 선 거다. ‘도민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계속 따져 물으면서 답을 얻었다.”


▼ 무슨 답을 얻었나.

“‘태풍의 길목에서 미래를 준비하라’는 답이었다. 그게 도민이 나를 뽑아준 이유라고 생각한다. 샤오미를 창업한 중국 레이쥔(雷軍) 회장은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고 했다. 언젠가는 (나도) 태풍을 탄 돼지처럼 날고 싶다.”


▼ 선거구제도 바꿔야 하나.

“개인적으론 중·대선거구제가 맞다고 본다. 그러나 개혁은 기득권 세력이 극렬히 반대하면 이루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이 동의해야 하는 만큼 영호남 농촌은 소선거구제, 수원 같은 중대 도시는 중선거구제, 서울·부산 등 광역도시는 대선구제로 하는 게 맞다.”


▼ 일각에선 ‘연정이 잘되면 남 지사 공(功), 못 되면 협조한 야당 책임’이란 분위기도 읽힌다.

“진행 과정에서 갈등이 있고, 처음 가는 길인 만큼 비틀거리고 실수도 하지만 방향이 옳고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 큰 힘이 된다. 도정에 대한 무한책임은 도지사가 진다.”


▼ 책임정치 측면에서 보면, 야당 인사를 부지사로 앉히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헷갈릴 수 있겠다.

“글쎄, 우리나라 정당의 이념 차이는 크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김진표 후보의 정책도 나의 정책과 유사한 게 많다. 검토해보니 70%가 비슷했다. 공통분모가 있는 정책을 먼저 추진하면 다음 도지사가 누가 되든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테고, 그 결실은 국민에게 돌아갈 거다.”


▼ 사회통합부지사는 여전히 공석인데.

“도의원들과 얘기해보니, 국회의원이 추천하는 국회의원 부지사는 싫다고 한다. 그래서 도의원 출신 가운데 추천된다면 무난하게 될 거 같다. 최근 지역신문에서 전수조사를 했더니 조사에 응한 새정치연합 도의원 67명 중 35명(58.3%)이 여기에 찬성한 것으로 나왔다. 기다리고 있다.”


▼ 부지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그런 우려도 있더라. 그런데 부지사에게 업무 권한을 대폭 주는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책과 인사 문제는 실국장과 함께 할 건데, 행정공무원들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모두 오픈돼 있어 독단적으로 할 수도 없다. 믿고 맡기고 대화하면 된다. 부지사와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


▼ 다양한 일?

“이거 말해도 되나(남 지사는 배석한 경윤호 정책보좌관을 힐끗 쳐다봤다). 경기도가 시작한 어젠다가 국가 어젠다, 글로벌 어젠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활용이 화두인데, 프라이버시에 대해선 어느 나라도 규범을 만들지 못했다. 빅데이터 관련 규범을 논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만들어 글로벌 규범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식의 글로벌 어젠다 10개를 만들 거다.”


▼ 남 지사가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위헌 심판을 하겠다고 한다. 당은 협치(協治)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건가.

“그렇게 되나(웃음). 국회선진화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은 정치권의 시스템, 정치력 부재 아니겠나.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서의 물리적 충돌 때문에 만들어졌다. 이를 없애고자 한 시도였는데, 이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공천 때도 자주 발생하는 게 몸싸움이다. 권력자에게 공천권이 있으니. 결국 권력을 분산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연정의 중심은 민생 지방자치 강화할 기회”

‘경기발(發) 연정’의 한 축인 경기도의회 강득구(새정치민주연합) 의장(사진)은 “연정을 한다고 의회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일은 없다”며 “오히려 의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를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의장으로서 연정을 어떻게 보나.

“당을 뛰어넘어 도민에게 힘을 주는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 소속인 도지사가) 진정성을 보이고 해서 큰 틀에서 동의한 거고. 연정을 당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거다.”


▼ 도의회의 견제 및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의장으로서 이런 우려를 불식할 방안은 있나.

“의회 구실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 안 한다. 연정의 가치는 존중하되, 의회 고유 기능인 비판과 견제, 정책 대안 생산은 더 강화될 걸로 본다. 생각해보라. 정책합의문 20개 과제 중에도 어떤 과제는 조례를 제정해야 하고, 어떤 과제는 예산을 세워야 한다. 연정 과제를 진행할수록 오히려 의회 구실은 커질 수 있다. ‘남경필 집행부’도 의회와 소통하며 해답을 찾도록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함께하면서 문제점 고칠 것

▼ 인사청문회는 어땠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장은 단체장이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고, 그에 따른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부실경영을 의회가 사전에 견제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는 단체장의 인사권을 지방의회가 참여해 정책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거고, 지방자치와 지방 분권의 기초를 닦는 시발점이 될 거라고 본다. 다만 청문회 준비 기간이 짧았고,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기로 한 제도적 문제점은 짚어봐야 한다. 함께해보고, 문제점을 고쳐가는 게 연정 아니겠나.”


▼ 연정 핵심인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에 대해선 주류와 비주류 의원 간 의견 대립이 있는 거 같다.

“연정의 중심은 민생이고, 도정 전반에 대한 정책 어젠다가 합의되면 도의회가 이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먼저다. 자리가 중요한 건 아니다. 부지사 자리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갑론을박했지만 연정 주체가 도의회와 도집행부로 규정되면서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의견을 내지 않는 의원들은 도당과 중앙당으로부터의 심리적 압박, 지역 국회의원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고심한 걸로 안다. 나는 의원이 아니어도 중립적인 인사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거나 민생을 고민한 사람이라면 (부지사로) 추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파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 김현삼 대표의원은 현재 15명을 부지사 후보로 ‘스크린’했다고 한다. 의견수렴기구를 만들어 10월 중순까지 결론 내겠다고 하는데.

“무작정 공석으로 놔둘 수도 없다. 이제는 나도 10월 둘째 주부터 의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사람이 좋을지 치열하게 고민할 거다. 의장으로서 여야 의정활동을 조율하지만, 나도 새정치민주연합 추천을 받아 의장이 된 소속 의원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해선 안 된다. 남 지사가 제안한 부지사 권한과 시대적 가치, 명분 등을 따져본 뒤 사람을 정해야지….”

강 의장은 김 대표의원의 부지사 추천 방식에 대해서는 마뜩잖은 반응이었다. 계파 간 의견 대립이 부지사 추천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가 9월 15일 경기도의회 오완석 인사청문회 도덕성검증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를 전달받고 있다.

 

주간동아

[주간동아]



 

8월 5일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 합의문을 채택한 여야 협상단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백원우 전 국회의원,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 조경호 김진표 전 의원 보좌관, 오완석·김현삼 도의원, 남경필 지사, 이승철·윤태길 도의원, 임해규 전 국회의원(현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곳 광역 및 227곳 기초자치단체 수장과 의원들이 선출되면서 7월 1일부터 4년간 지방정부를 이끌어갈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닻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특히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끈다. 한국 정치에 친숙한 이에게는 ‘느닷없다’고까지 여겨질 수도 있는 ‘연정(聯政·연립 정부)’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연정이란 말 그대로 복수 정당이 연합해 구성한 정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단 한 차례도 실시한 적 없는 제도다. 생소하다면 생소한 이 제안이 나온 이후 경기·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많은 국민과 언론이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세 가지 이유

첫째, 양당제와 다수결 원리가 지닌 한계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강력한 양당제가 지속되고 있다. 양당제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집권 여당과 정부를 견제하려면 반대자들이 하나의 야당으로 집결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양당제와 다수결 원리는 소위 ‘51 대 49’ 문제를 야기한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51%의 지지를 얻어 집권한 정부와 여당이 독주하는 경우 반대 정당(후보)을 지지했던 49%에 달하는 유권자의 선호가 국정이나 도정(道政)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의사결정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에도 다수결 원리가 민주주의 관점에서 결코 이상적인 제도가 아니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연정은 합의제와 더불어 이와 같은 ‘단순 다수결 원칙(simple plurality rule)’의 한계를 해결하고자 시도되는 대표적인 대안적 제도다.

둘째,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우리나라는 7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안에 국가 형성, 산업화, 민주화, 지구화를 차례로 이뤘다. 서구 선진국들이 수세기에 걸쳐 이룩한 발전을 한 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압축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이 ‘압축 발전’의 각 단계에서 다양한 갈등의 씨앗이 배태됐다. 어느 나라에서든 국가 형성 단계에서 이념갈등, 산업화 단계에서 빈부갈등, 민주화 단계에서 권력갈등, 지구화 단계에서 산업구조 간 갈등이 배태되기 마련이다. 다만, 이러한 갈등은 단계별로 그때그때 해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압축 발전 과정에서 단계별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갈등이 중층적으로 쌓였다. 지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갈등이 심한 나라다. 이로 인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연간 82조∼246조 원)에 해당하는 사회·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의 질곡에서 우리나라 정당들은 ‘선명성’과 ‘단결성’을 지고의 덕성으로 여기고 강화해야만 했다. 정당 간 협의와 상호협력이 어려운 점은 1987년 민주주의 이행 이후에도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다. 한국에서 연정과 합의제 정치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셋째, 지방 수준에서 먼저 시행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기대다. 앞에서 지적한 양당제나 사회갈등 문제들이 지금의 중앙정치 수준에서 쉽게 해소될 수 있으리라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화에 의해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회 내 정당기율과 정당 간 대결 양상은 오히려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같은 정당 소속 의원의 의회 내 투표 성향을 의미하는 ‘정당응집력’ 지수에서 비교적 낮은 나라로 알려진 미국 의회(65%)는 말할 것도 없고, 높기로 유명한 영국 의회(97%)보다 높을 것 같다. 사회 부문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기능한다.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다수 국민이 이제 우리나라 국회도 대결 정치에서 숙의민주주의 정치로 한 단계 발전하려나 보다 하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그 후 현실을 보면 실망 수준을 넘어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를 더 키우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 제도를 실시한 국가의 경우 대개 지방 수준에서 먼저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안되고, 그것을 지방 수준에서 실험해 성과가 입증되면 비로소 횡적 및 종적 확산을 꾀하는 순서를 밟는다. 조지아 주지사 시절 ‘영기준 예산(zero-base budgeting)’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주정부에서 시행해본 다음 연방정부 수준으로 확대 적용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상향적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안전성도 높아진다. 지방자치가 갖는 의의 가운데 하나는 지방 수준의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게 된다는 존 스튜어드 밀의 견해다. 중앙의 다수결 원칙에 의해 소외된 소수집단의 선호가 지방 수준에서 반영되게 한다는 ‘차별선호집중’ 원리 또한 지방자치가 갖는 의의다. 여기에 정부 개혁 ‘인큐베이터’로서의 의의가 추가돼야 한다.


도민 참여 제도화는 숙제



 

2013년 11월 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과의 대연정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 결과 사회민주당 당원들의 76% 찬성으로 대연정이 받아들여졌고, 메르켈 총리는 3선 총리로 선출됐다.

 


이처럼 다양한 의의를 지닌 연정이지만, 이 제안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연정은 독일처럼 내각책임제 정부 형태에서 더 자연스러운 제도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집행부 수장 및 입법부 의원을 모두 직선으로 선출한다. 이처럼 이원적 정당성에 근거를 둔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연정이 성공하려면, 여야 간 ‘통 큰’ 양보와 진정성에 바탕을 둔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도정책협의회 토론회(‘연합정치에서 상생과 협력의 길을 묻다’)에서 경기대 김택환 교수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서 연정이 일상화된 독일의 경우를 소개했다. 독일정치 전문가인 그는 경기도 연정이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대통합의 통 큰 정치 △여야 정치인의 진정성 △협상과 타협 △상징적이고 실력 있는 인물 등용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 제도화가 그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지도자의 소신 있는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2005년 여당인 기민당 내부의 반발에도 야당(사민당)과 대연정을 통해 복지 확대, 원자력발전소 폐쇄 등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야당의 가치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파격적인 결단과 설득의 리더십을 예로 들었다.

경기도에서 연정이 성공하려면, 여야뿐 아니라 도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앞의 토론회에서 송경영 신부가 지적했듯이, 도민들은 연정이 성공할 수 있게 ‘견제’하고 ‘교착에 빠졌을 때 조정자 구실’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도민 자신들의 후생도 증대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2014년 우리는 민주화 27주년, 지방의회 부활 23주년, 직선 지자체장 19주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질적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뤄야 할 때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정치에서 ‘논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융합을 추구하는 시대다. 정(正)과 반(反)의 정치에서 합(合)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경기·제주도발(發) 연정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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