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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영 정보

구봉88 2014. 11. 4. 21:20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590호,   2014.  10.   30.)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기업체력 약해지고 기업심리 연중최저

  2.[포스트 QE시대] 막내린 '돈잔치' 후폭풍 글로벌 경제 강타하나

  3.조세피난처 숨겨둔 계좌 2017년부터 드러난다

  4.저유가 시대… 동남아 웃고 자원부국 울고

 

기업경영

  1.한국형 히든챔프 제대로 키운다

  2.세탁·주차·진료 서비스…일상의 모든 것이 `우버링`으로

  3.기업 매출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줄었다

  4.샤오미, LG·화웨이 제치고 세계3위 스마트폰 등극

  5.`시총 괴물` 아모레 질주 어디까지

  6.유튜브 창립자 대만계 스티브 첸 "韓정부 스타트업 지원 부러워"

  7.한화, 태양광 사업에 가속페달

  8.급제동 걸린 홈쇼핑 불패신화

  9."양손에 자유를" 웨어러블 통신시대 활짝

  10.[인터넷·포털] O2O시장 선점경쟁 후끈

  11.[IT, 사용자가 왕이다] 변화무쌍한 디지털 취향, 혁신서비스로 맞춘다

  12.저커버그가 그린 ‘페이스북 십년지계’

  13.<창간 23주년 특집-韓流 파이 키우기>케이팝과 ‘컬래버레이션’… 시너지 극대화

  14.[집중분석]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신해철의 음악세계'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韓, 미·중 사이 균형추… 협력의 리더 돼야”

  2.<창간 23주년 특집-중·장년 공부로 리스타트>익숙한 길보다 새 길 계속 만들어야 뇌 기능 ‘반짝반짝’

  3.<창간 23주년 특집-창의교육으로 미래를>입시에 갇힌 교육… ‘자기만 아는 인간’ 양산

  4.<창간 23주년 특집-불통을 넘어 소통사회로>사라진 타협… 본질 묻히고 ‘비아냥.조롱’뿐

  5.김준영 총장 "과감한 규제개혁이 저성장 돌파구"

  6.“여의도에 폭탄이 떨어졌다”…헌재 결정 ‘후폭풍’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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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 생산·소비 동반하락에 경기부진 장기화되나

수익성 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면서 기업들 '기초체력'이 금융위기 때보다도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다시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올린 영업이익 가운데 상위 30대 기업 점유 비중은 지난해 51.7%로 2009년에 비해 11.1%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기업 양극화 심화는 고용과 임금, 설비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성장잠재력을 깎아내리고 경제부문 간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힘도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기업 수익성 30% 하락, 금리 2% 상승'을 가정해 실시한 민감도 테스트에서 위험기업 비중은 2009년 24.3%였지만 지난해에는 30.2%까지 상승했다.

이범호 한은 차장은 "기업 실적 편중도가 높으면 대내외 충격 발생 이후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재무건전성도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같은 날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제조업 업황 BSI가 72로 전월에 비해 2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BSI는 9월 74로 다소 개선됐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승진 기자 / 이현정 기자]

매일경제

■ 생산·소비 동반하락에 경기부진 장기화되나

기업인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신성장동력 사업 부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은 내년 국내 경제 환경이 올해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IMI)은 최근 국내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1.2%가 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와 비슷할 것'은 56.8%, '올해보다 악화할 것'은 34.4%였다. '호전될 것'이라는 답변은 8.8%에 그쳤다.

50.4%는 내년 경영 방향을 '현상유지'로 설정했다.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이 내실화에 무게를 두고 경영 계획 수립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공격적ㆍ적극적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긴축 경영' 방침을 밝힌 기업인은 27.2%였다. '확대 경영'은 22.4%에 불과했다. 내년 기업경영 최대 애로 요인으로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 부진'(53.6%)을 가장 많이 염려했다.

'수출 여건 악화'(28.0%), '여유자금 등 유동성 부족'(7.2%)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대내적 요인으로 '신성장동력 부재'(39.2%)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외엔 '내수 침체'(37.6%), '가계부채'(9.6%), '환율 불안'(9.6%), '저출산ㆍ고령화'(3.2%) 등 순이었다.

[이호승 기자]

 

매일경제

■ 생산·소비 동반하락에 경기부진 장기화되나

한국 경제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업 생산과 민간 소비가 동반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진 모습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8월보다 0.9% 하락했다. 8월 -0.7%를 기록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공공행정(-8.9%)과 건설업(-5.8%) 부문이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지난 8월 3.9% 급락하면서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던 광공업생산은 지난달 소폭(0.1%)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기계장비(6.4%)와 1차금속(2.6%) 등이 상승한 덕분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 '쌍두마차'에 해당하는 반도체 및 부품(-4.7%)과 자동차(-5.8%)는 하락했다. 지속적인 엔화 약세와 급속한 달러화 강세 등 환율 변동으로 기업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내수 출하는 8월보다 0.3% 늘었지만 수출 출하는 0.4% 줄었다. 제조업 재고율은 123.8%로 8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는 출하 증가폭(0.9→0.4%)과 재고 증가폭(7.7→3.6%) 모두 축소됐다.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소비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한 달 전보다 3.2% 감소했다. 2011년 2월(-5.6%)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음식료 등 비내구재(-5.7%)와 준내구재(-5%)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3으로 8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 지표에 대해 정부는 올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급속히 얼어붙었던 경제지표들이 충격에서 벗어나 1분기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해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지출은 3분기부터 반영됐기 때문에 크게 좋아지기 어려운 만큼 결국 소비와 투자에 따라 지표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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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연준 "양적완화 종료"선언… 풀린 유동성만 4조弗 달해

美 기준금리 조기 인상 땐 세계 금융시장 요동 불보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천문학적인 돈 풀기 잔치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조치로 각국에 풀어놓은 돈은 무려 4조달러에 이른다.

연준의 정책변화로 신흥국·정크본드 등 위험자산에 무차별로 몰린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경기회복의 버팀목이었던 양적완화 조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할 유독성 물질로 바뀔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원자재 가격 급락,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기와 맞물려 세계 경제에 대형 폭풍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도입 이후 고용시장 등 미 경제전망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월 150억달러가 남은 QE3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했다. 연준이 2008년 12월 QE1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칩머니' 시대가 끝난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도 아직 큰 충격은 받지 않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30일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양적완화 종료가 이미 예고된데다 연준이 기존에 사들인 채권은 미 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적완화 종료가 예행연습에 불과하다면 연준 금리인상은 '본게임'이라는 점이다. 특히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이는 등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연준이 급격한 출구전략을 취할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의 손실액이 3조8,000억달러에 달하고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2,000억달러 정도가 증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슈퍼달러' 귀환에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 주요국 간 환율전쟁 발발 조짐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상 징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2008년 이전 몇 년간의 저금리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거품이 끼면서 금융위기가 촉발됐다"며 "그동안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겼던 양적완화가 똑같은 유독성 유산을 남길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공조서 발 뺀 美… 금리 조기인상 땐 실물경제 퍼펙트스톰 올수도

유럽·中·日 등은 여전히 디플레이션과 전쟁중

슈퍼달러 추세 가속… 글로벌자금 속속 美 회귀

"최악땐 신흥국發 제2 금융위기 가능성" 경고음


세계 경제가 또다시 전인미답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 종료 선언은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지속돼온 '칩머니'의 시대가 끝났으며 각국의 정책공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먼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실물로 파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세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은 큰 부담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일본·중국·신흥국 등 다른 세계 주요 경제권들은 디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거나 성장둔화를 겪고 있다.

따라서 연준의 '출구전략'은 이미 예고된 것임에도 그 파장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출구전략의 본격적인 영향은 금리인상에 대한 신호가 나올 시점에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슈퍼달러' 추세를 더욱 가파르게 할 수 있다. 달러화 강세 예상이 지배하게 되면 글로벌 자금들의 미국 환류 흐름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엑소더스 등이 잇따르면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파생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도 30일 연준이 매파 성향을 내비치면서 아시아 증시가 추락하고 달러가 힘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연준의 출구전략에 따른 위험에 대해 각국과 주요 시장도 이미 여러 준비를 해왔다. 주요국·신흥국들이 갑작스런 역외 자금 이탈에 따른 외환·금융위기에 대비해 서로 통화스와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가 하면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의 자본·재무건전성을 제고해왔다. 증시에서도 여러 정책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수시로 미국발 장기 초저금리, 달러 홍수에 기댄 위험투자를 자제하라고 경고음을 울리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점검을 독려해왔다.

그러나 이 정도의 보호막으로는 포스트 QE의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 충격은 태풍이냐, 미풍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에 끝날 것이냐, 장기간 지속될 것이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뜻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경제권의 실물경제가 부진하다는 점도 출구전략의 파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 이어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금융위기 직후와는 달리 더 이상 세계 경제의 방패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심각한 부동산 거품, 악화된 빈부격차, 산업고도화 전환기에 따른 성장통 등에 마주하면서 위기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와 내년 7% 중반의 성장을 다짐하지만 그마저도 불투명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015년도 중국 경제의 성장전망치를 6.5%까지 낮췄다. 지난해 하반기 대체로 10%대(전년 대비)를 구가하던 중국의 월별 공업생산 증가율은 올해 들어 9% 안팎으로 떨어지더니 8월에는 아예 6.9%로 주저앉았다. 대륙 경제가 식어가면 대중 수출에 의지하는 국가들에도 연쇄적인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연준도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양적완화 종료 선언시 비록 매파 본능을 일부 내비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삭제하지 않은 부분은 연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연준의 신중한 행보를 시장이 얼마나 신뢰하고 그에 호응할지 여부다. CNBC는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발표 직전 "중앙은행이 (그동안 매입했던 자산을) 팔더라도 시장이 이를 사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이냐는 가시 돋친 딜레마에 연준이 직면해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연준 정책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커지고 자금의 엑소더스가 일어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퍼펙트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포스트 QE시대-세계경제 어디로] 궁지 몰린 일본·유럽 중앙은

천문학적 돈풀기 나섰지만 저금리·저성장 늪 깊어져

경기 기지개 켠 美와 대조

미국이 양적완화(QE)를 통해 경기회복의 길로 들어선 데 반해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은 대대적인 부양에 동참했지만 효과는커녕 오히려 저물가·저성장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 2013년 4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첫 번째 화살인 금융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이른바 '양적·질적 금융완화(QQE)' 방안을 결정했다. 2년 안에 물가 2% 상승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본원통화를 2년 내에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BOJ는 신규 발행 국채의 70%가량을 사들이며 시중에 연간 60조~70조엔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양적완화 조치의 목표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일본 기업들의 수출 드라이브를 돕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효과는 나타났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고 실적도 호전됐다. 전년 대비 뒷걸음질치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3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해 1월에는 10.6%까지 증가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지난해 9월 4년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5%→8%) 이후 경기가 다시 급랭하면서 산업생산은 7~8월 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간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월 물가 상승률은 소비세 인상분을 제외하면 1.1%에 그쳐 목표치인 2%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엔저도 골칫거리다. 무역적자는 27개월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엔저가 수출증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반면 에너지 수입 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히려 BOJ가 시중에 뿌린 돈이 마이너스 금리를 촉발하는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일본에서는 23일 사상 처음으로 3개월 만기 단기 국채가 마이너스로 발행됐다. 로이터통신은 "시중에 풀린 돈이 갈 곳이 없어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리며 금리를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목표 시한으로 제시한 내년 4월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물가는 여전히 1%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지,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할지 BOJ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WSJ는 "구로다 총재가 양적완화 조치의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궁지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상황도 일본에 비해 전혀 나을 게 없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아직 미국식 양적완화 카드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단일 국가의 중앙은행이 아니라는 지배구조의 한계 때문에 선제적 디플레이션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는 기준금리를 2011년 1.5%에서 올 8월 사상 최저 수준인 0.05%로 낮추고 2차에 걸친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과 사상 첫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 적용,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 등의 부양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삼중 경기침체 (트리플딥) 위기에 처해 있다.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크지만 독일 등의 반대로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서울경제


■ 10월 FOMC 성명서 들여다보니

'노동자원 저활용' 문구 삭제… 물가도 안정 전망

美 경기 회복 자신감 속 저성장 등은 언급 안해

"초저금리 상당기간 유지" 당장 인상은 안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QE)를 끝내고 첫 기준금리 인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서에 대한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인플레이션·노동시장 등에 대한 연준 평가가 긍정적인 톤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도 완화 기조에서 출구전략으로 천천히 진군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준이 매파적 색채를 다소 강화하며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살짝 내비쳤지만 당장 행동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연준은 이날 FOMC 성명서에서 월 150억달러 남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하고 다음달부터 국채나 모기지 채권을 더 사들이지 않기로 했다. 또 "양적완화 종료 뒤에도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considerable time)'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여기까지는 시장의 예상대로다. 하지만 10월 FOMC 성명서에는 이전과 달리 연준 내 일부 매파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연준은 "앞으로 고용 및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치에 예상보다 더 빨리 근접한다면 금리인상 시기도 현재 예측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지표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금리인상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간 커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연준이 미 경기 회복세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근 미 경제 활동에 대해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이전과 똑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연준은 노동시장에 대해 "광범위한 관련 지표로 볼 때 노동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원의 저활용'이라는 9월 성명서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연준은 물가상승률도 에너지 가격하락 등으로 인해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최근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나 세계 경제 저성장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연준은 미 노동시장이나 인플레이션만 보고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시장 동요에도 성명 톤이 더 매파로 기울었다"며 "연준 지도부는 미국 고용시장이 '완전 고용'에 더 접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임금 상승률이 2%에 불과한 만큼 연준이 당장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비록 보폭은 짧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향한 단호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성명서가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길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준이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살짝 내비치는 동시에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라는 '이중신호'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마이클 핸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를 삭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연준이 출구 쪽으로 달리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도 이날 "일부 매파적 톤에도 불구, 금리인상과 관련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과 대부분 일치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시기에 대해 기존 전망치(각각 내년 9월, 내년 6월)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의 힌트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과 내년 미 성장률 전망 발표가 예정된 12월 FOMC에서나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에는 FOMC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연준의 출구전략 일정이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면서 연말까지는 실업률·인플레이션율 등 주요 지표가 나올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포스트 QE 시대] 양적완화 6년 득과 실

4200조 풀어 글로벌 경기 떠받쳤지만

미국 여전히 저물가… 신흥국엔 자산거품

금융위기 이후 4조달러(약 4,200조원)를 시장에 투입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유의 '실험'이 끝나면서 지난 6년간 지속된 양적완화 정책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준의 유례없는 통화확대 정책은 지난 2009년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쳤던 미국 경제를 단숨에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기 전반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양적완화의 경기부양 효과는 지난 수년간의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 3·4분기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가 터진 지 1년 만에 플러스로 진입했다. 미 성장률은 3차 양적완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1%대에 그쳤지만 저금리의 풍부한 자금이 풀리면서 올 2·4분기에는 4.6%까지 회복되기도 했다.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지 6년 만인 지금 미국 경제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연준이 출구전략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던 고용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2009년 10월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현재 5.9%까지 하락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기침체 이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 때문에 양적완화의 고용개선 효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4조달러의 자금이 미국 경기를 되살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리먼사태 직후인 2009년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2010년 곧바로 회복된 데도 연준발 '돈 살포'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양적완화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2%까지 끌어올린다는 당초 목표는 실현되지 못하는 등 양적완화 효과가 부진한 영역도 있다. 올해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 올랐지만 여전히 목표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또한 천문학적으로 풀린 자금이 주식과 채권 등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고금리를 쫓아 움직이는 막대한 자금 때문에 세계 증시와 신흥국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는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양적완화로 일부 부유층은 자산을 크게 불렸지만 일반 국민들은 충분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며 양적완화가 초래한 소득불균형 심화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풀린 자금이 실물경제의 수요를 늘리는 것보다는 자산 거품을 초래함으로써 추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거품 붕괴와 함께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는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09년 말과 비교해 100% 가량 오른 상태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 포스트 QE시대 / 한국경제 ◆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경기부양에서 구조조정으로 선회했다. '더 이상의 단기부양 수단과 실탄이 남아 있지 않다'는 현실적 제약에다 미국의 양적완화(QE)가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풀던 돈을 거둬들이는 쪽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글로벌 상황 판단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에 실시한 재정ㆍ통화 확장정책이 시차를 두고 내년 이후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정부의 부양책이 내년 이후 효과를 발휘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는 한층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양책이 부작용을 양산하고 구조조정에 실패한다면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노동, 금융, 복지, 연금개혁 등 핵심 개혁과제를 선정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큰 방향은 가계소득과 중기를 살려 내수를 키우고, 재정이 쓸데없는 데로 새 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포함한 종합적인 노동대책을 내놓는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 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귀족노조처럼 과도하게 보호받는 정규직의 기득권은 제한해 고용유연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왔던 금융 부문은 기술금융과 벤처금융을 육성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안전산업에 대거 투자하면서 한국형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과 기업 인수ㆍ합병(M&A) 활성화로 창조경제의 에너지를 채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연내 마무리하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금 개혁도 순차적으로 진행해 장기 재정건전성도 도모한다. 복지의 부정수급을 일벌백계해 재정 누수를 막고 공기업의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해소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8월 들어선 새 경제팀은 '41조원+알파'의 파격적인 재정금융 확대 정책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를 위독한 환자로 비유하며, 일단 기력을 회복(확장적 거시정책)해야 대수술(구조개혁)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뭉칫돈 풀기' 정책을 밀어붙였다. 10월 들어서는 내년에 쓸 돈을 올해 당겨 쓰겠다며 올해 하반기에만 31조원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사상 최저치인 2.0%까지 내렸다.

하지만 8월 이후에도 각종 경제지표들이 살아나질 않고 가계와 정부 부채는 갈수록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가시화되면서 단기부양책 일변도의 '초이노믹스'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단기부양책만 실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성장기조가 정착되면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을 수차례 밝혔다.

정부는 정책기조 전환 시점을 내년으로 잡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구조조정과 경제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는 더 이상의 경기부양책은 없다고 선을 긋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드를 내놓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쓸 돈을 26조원에서 31조원까지 늘리면서 더 이상의 단기 부양카드는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정부는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위한 정책수립에 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도 '10월 금리 인하로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사실 정부나 한은이나 할 수 있는 단기부양책은 몽땅 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 기재부는 각 기금과 공공기관의 재정상황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당겨 쓸 수 있는 돈을 총동원했다. 박근혜정부가 '사실상의 균형재정 포기'를 감수하며 예산지출도 최대로 끌어올렸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 차이는 0.47%포인트까지 줄어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글로벌 금리 인상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는 상황 판단도 정부가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노영우 기자 / 전범주 기자]

과감한 내수활성화 절실…자본유출 대비책도 필수

◆ 포스트 QE시대 / 한국경제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4조4000억달러의 뭉칫돈을 풀었던 미국의 양적완화(QE) 정책이 이달로 종료된다.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무제한 풀던 정책흐름이 풀린 달러를 빨아들이는 쪽으로 유턴하는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대변혁의 시기에 경기부양용 돈 풀기 정책보다는 내수를 살리는 구조개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금융ㆍ외환 부문에서 적절한 제어장치를 동원해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QE 시대는 글로벌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제로섬 경제전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더 많이 버느냐의 싸움이라기보다는 누가 살아남느냐의 생존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를 가까스로 떠받치던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세계 경제는 저성장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그간 수출의 힘으로 경제를 견인해 왔는데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밟아야 하는 살벌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국가나 기업 모두 수출보다는 내수를 살려서 앞으로 닥칠 '힘든 세월'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가대표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도 이런 위기 징후를 보여준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활성화는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경제이슈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임계치까지 왔다"며 "새 경제팀도 더 이상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서 단기부양을 할 게 아니라 파격적이고 장기적인 내수활성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확장재정과 통화정책이라는 단기부양책으로 반짝하다가 최근 고꾸라지는 것도 가장 중요한 세 번째 화살(구조개혁)을 제대로 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시화로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이 발생할 우려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는 "미국 양적완화로 달러는 풀렸지만 미국 국채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금융기관의 담보 부족으로 실제 시장으로 풀려나간 돈은 매우 적다"면서도 "하지만 풀린 돈 상당 부분이 신흥국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 갔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은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예상보다 큰 충격이 발생하면 해외 채권시장이 경색되고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정민 한은 국제국 차장은 "현재로서는 차환 발행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의 금리 조기 인상과 함께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다른 리스크 요인이 겹치면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표면화될 위험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다만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 양호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35.9%) 등을 감안할 때 불안이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24포인트(0.11%) 하락한 1958.93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84% 오르며 1961선까지 급등했던 점을 감안하면 양적완화 이슈와 무관하게 단기 조정을 받은 측면이 강하다.

이날 외국인은 소폭 순매도(-227억원)로 돌아섰고, 전날 급등했던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서는 삼성전자(4.51%) SK하이닉스(0.43%) 현대모비스(1.41%)를 빼고는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새벽(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이달 말까지 남은 자산 매입(150억달러)을 종료하고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증시도 양적완화 종료 선언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 3대 지수가 0.5% 미만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는 각각 0.67%, -0.18%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종료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진행된 데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져 시장 충격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스케줄에 따라 이뤄졌고 기준금리 인상 논란도 당분간 줄어든 만큼 테이퍼링 이슈가 더 이상 국내 증시를 흔들 요인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벌어져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양적완화 이슈가 사라진 만큼 이제는 유럽과 중국 움직임에 주목할 때라고 지적한다. 과거 1~2차 양적완화 종료 직후에도 코스피는 별 영향을 받지 않다가 이후 다른 대외변수로 인해 하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2011년 6월 실시된 2차 양적완화 종료 직후인 7월 코스피는 전달에 비해 소폭 올랐다가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스페인 재정위기 확산 등으로 1600선까지 물러났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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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조세피난처 등 51개 국가들이 29일 조세 회피와 재산 은닉 방지를 위해 은행계좌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29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초청으로 독일 베를린에 모인 각국 재무장관들은 이 같은 내용의 협정문에 서명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은행 비밀주의를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가운데 EU가 동참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은 2017년 9월부터 은행계좌 정보 자동교환 제도에 따라 자국민의 은행계좌 정보를 협정국 간 교환ㆍ공유하기로 했다. 협정에는 EU의 참여로 인해 독일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포함됐다. EU 이외 국가들로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도 동참했다.

이번 협정의 가장 큰 의의는 리히텐슈타인,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이 협정문에 서명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널리 알려진 국가들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각국을 떠나 해외로 이전한 자산들은 총 8조9000억달러(약 9400조원)에 달했다.

이 중 26%인 2조3000억달러(약 2420조원)가 스위스로 몰려 스위스가 가장 인기 있는 조세피난처로 밝혀졌다. 스위스에 이어 홍콩ㆍ싱가포르가 2위(1조4000억달러ㆍ약 1480조원), 카리브해국가(케이맨제도 등)ㆍ파나마가 3위(1조2000억달러ㆍ약 1270조원)에 올랐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합의가 탈세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각국 재무장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인터넷 뱅킹으로 금융 거래가 쉬워진 오늘날 은행 비밀주의는 쓸모없다"며 "탈세 예방에 이번 협정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큰 투명성과 공정성을 만들었다"며 "더 이상 조세피난처(tax haven)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쇼이블레 재무장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번 협정의 원칙은 실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곳에서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즈번 재무장관은 "조세피난처는 전 세계적인 공조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골칫거리"라며 "불법인 데다 비도덕적이며 시민들의 돈을 강탈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협정에 참여한 51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48개국은 2017년 9월 은행계좌 정보 자동교환 제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알바니아, 아루바, 오스트리아는 1년 늦은 2018년 9월에, 스위스, 바하마 등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도 2018년 시행 계획을 밝혔다. 스위스는 제도를 시행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미국은 협정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자체 법에 따라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50여 개국 참여로 이뤄진 합의지만 불완전한 모습도 보였다. 파나마는 은행 정보 교환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고 싱가포르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아 시작부터 불완전하게 출발하게 됐다.

협정 시작 시기가 2017년부터라는 것도 문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조세회피 계좌주들이 재산을 분산해 은닉하는 등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스위스가 계좌 정보 제공에 대해 "자국 산업에 중요한 나라들에만 넘기겠다"는 단서를 단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협정 불완전성에 대한 비판을 인식한 듯 추가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


서울경제



높은 에너지 보조금제 운영… 태국·인니 개혁 동력 얻어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완화… 필리핀, 10월 기준금리 동결

러·멕시코 등 원유 생산국, 재정수입 급감 타격 불가피

국제유가 하락 곡선을 지켜보는 국가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높은 에너지보조금이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최근의 유가약세가 에너지 부문 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반면 러시아 등 에너지부국들은 원유수출액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동남아 대다수 국가에서 값싼 유가는 경제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저유가 시대를 맞아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최대 수혜국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미국 '셰일혁명'으로 인한 공급과잉 △유럽·중국 등의 경기부진 △중동 사태 등으로 지난 6월 이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로이터는 이들 동남아 국가가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 복지의 일환으로 높은 에너지보조금 제도를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최근의 저유가로 물가압력 완화와 재정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3%를 에너지보조금으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일 취임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신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개혁과제로 이 제도의 축소 및 폐지를 꼽을 정도다. 조코위 대통령도 선거기간에 에너지 분야의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어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저유가는 조코위가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석유 값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만큼 에너지 가격 인상 단행 등의 적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윌슨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낮은 가격대인) 가솔린·디젤 가격을 리터당 3,000루피아(약 260원) 정도만 올려도 사실상 에너지보조금을 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여간의 정정불안 속에 군부 쿠데타 세력이 정부를 이끌고 있는 태국도 최근의 저유가는 세수를 늘릴 기회다. 지금의 시장여건을 활용해 과거 폐지했던 석유소비세를 부활시킬 경우 태국 GDP의 0.8%포인트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크레디트스위스(CS)는 분석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필리핀도 저유가 시대의 승자로 분류된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올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면서 7월과 9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이달 23일에는 원자재 분야의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됐다며 금리를 동결시켰다.

반면 원유생산국들은 저유가로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동남아에서 몇 안 되는 석유수출국인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인 예다. 로이터는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가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악화로) 배당을 줄이게 되면 나집 툰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정부는 재정적자 목표를 지키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카 대륙 내 3위 석유부국인 멕시코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16일 하원을 통과한 2015년도 국가예산안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당초 내년도 유가를 배럴당 82달러로 예측해 국가 세수를 산출했으나 최근의 하락세를 감안해 이를 79달러로 더 낮춰 잡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은행에 따르면 연방정부 예산의 3분의1(2013년 기준 429억달러)가량을 석유수출로 충당하는 멕시코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질 때마다 3억달러의 국가 비용이 발생한다.

러시아 역시 오는 2015~2017년 예산안에 기재된 유가 전망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예산안에 기재된 향후 3년간 유가 평균치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른다고 밝히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추측은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에너지 기업의 자금을 권력장악의 쌈짓돈으로 활용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가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밖에 수출의 96%를 원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재정수입이 급감하면서 외환보유액이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무는 등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OPEC "유가하락에 끄떡없다"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유가 하락세에도 산유량 증산 카드는 뽑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OPEC는 수요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며,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압둘라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29일 영국 런던의 석유 업계 연례회동에서 "우리 모두가 공포감에 빠져 있을 뿐"이라며 "원유의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며 유가도 다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엘바드리 총장은 "중요한 점은 OPEC가 유가 하락에 겁먹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OPEC가 목표 가격을 설정하지 않고 시장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OPEC 회원국들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진 것도 아니다"며 "내년 OPEC 전체 산유량도 하루 3000만배럴인 현재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바드리 총장은 유가 하락이 미국의 셰일유 업계에 먼저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OPEC 산유국보다 생산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에는 국제 유가가 75달러 선까지 떨어져야 미국 셰일에너지 업체들이 손익분기점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날 엘바드리 총장은 유가가 85달러 선까지만 떨어지더라도 셰일에너지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셰일 개발 업체들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충격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석유펀드(GPFG)가 유럽 투자에서 큰 손실을 내고 나서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투자 확대로 급선회한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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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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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IT부품 전문기업 엘엠에스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갓 넘긴 중소기업이지만 업계 위상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용 프리즘시트(휘도증폭필름)를 자체 개발해 미국 3M의 독점구도를 깼다. 지금은 세계 점유율 약 50%로 3M과 1위를 다투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IT기기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 고객사다.

정부가 엘엠에스처럼 전문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히든챔피언' 집중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중소기업청은 30일 열린 제35차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한국형 히든챔피언 선정기준을 포함한 통합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육성대책은 여러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금융사에서 중구난방 이뤄지던 강소기업 육성대책을 하나로 통합해 보다 실효성 있게 집행하겠다는 취지다.

새로 만들어진 한국형 히든챔피언의 기준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 △3년 평균 매출액 100억원 이상 중소ㆍ중견기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2% 이상 △수출 비중 20% 이상 △인건비 비중 업종 평균 이상 △국내 특정 대기업 납품 비중 50% 미만 등 6가지다. 보다 세부적인 판단기준은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히든챔피언 육성ㆍ지원 협의체'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중기청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기업 326개와 외부감사 기업 6만9000여 개의 공시정보를 바탕으로 파악한 결과, 현재 국내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인건비, 대기업 납품 비중 요건 제외)은 63개로 추정된다.

정부는 히든챔피언 육성정책을 글로벌 도약과 글로벌 성장의 두 단계로 나눠 시행한다. 기존 산업부의 글로벌 전문기업과 중기청의 월드클래스 300 및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을 통합해 재편한 것이다. 앞으로 이들 사업은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으로 통합 공고되며 선정된 기업들은 히든챔피언 후보기업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

도약 단계에서는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글로벌 경영전략, 브랜드 개발, 홍보 등을 돕고 성장 단계에는 해외 기업과의 제휴, 인수ㆍ합병(M&A), 현지투자 등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이번 육성대책에는 우수 인재의 유입 및 장기 재직을 돕는 방안도 포함됐다. 먼저 기업 맞춤형 계약학과 제도를 통해 이공계의 중소ㆍ중견기업 취업을 독려한다. 기업과 정부가 2년간 석사과정을 지원하면 해당 근로자는 학위 취득 후 기업에서 3년간 의무 근무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업을 2017년 100개로 늘리고 현재 634개인 후보기업도 1150개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이번 정책은 한국 현실에 맞는 히든챔피언을 정의하고 흩어져 있던 정책을 통합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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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 우버링 혁신 ◆

"빠르고 편했는데 별점은 5점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나 음악을 즐긴 후 매기는 평점이 아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에 대한 평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모바일 번역 서비스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엄태훈 루아 대표(38)는 "평소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리프트를 자주 이용한다. 짧은 시간에 재미있게 왔고 요금도 택시보다 쌌는데, 5점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엄 대표는 샌프란시스코 포트레로 힐(Potrero Hill)에서 미션 지구(Mission District)까지 리프트를 이용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한 지 3분 만에 깨끗한 세단 한 대가 도착했다. 포트레로에서 미션 지구까지는 1.6마일, 약 10분 거리다. 요금 6달러가 나왔고 여기에 팁과 안전비(Trust&Safety fee)를 포함해 8.5달러를 지불했다. 현금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는 없다. 미리 신용카드 번호를 등록한 리프트 앱으로 결제가 된다. 택시를 이용하면 15~20달러 정도 나오는 거리다. 택시를 이용할 때보다 절반이 안 되는 비용으로 더 편하게 이동한 셈이다.

대학생이라는 리프트 기사 스티브 씨는 "학교 스케줄과 겹치지 않는 시간에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일을 한다"며 "운전자와 손님 모두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엄 대표도 "차도 깨끗하고 운전자도 친절해서 아직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며 "아는 친구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고마우니까 돈을 지불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모바일 기술을 통해 불편한 일상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비싼 주차비, 잡히지 않는 택시, 부족한 대중교통 인프라스트럭처가 우버와 리프트 같은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사이드카'는 역경매 방식 차량 운행 서비스다. 예를 들어 시빅센터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가기 위해 사이드카를 실행하면 운전자와 차량, 대략적인 시간, 요금까지 나오는 사진이 뜬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급 세단으로 갈 것인지 저렴하고 빠른 것을 이용할 것인지 손님이 고를 수 있다. 사이드카를 이용해본 윤종영 K그룹(실리콘밸리 한인 엔지니어 모임) 회장은 "사이드카를 이용해보면 서비스 선택권이 손님에게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미 모바일은 다양한 업종에서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고 있다. 서비스 피자 배달, 마사지, 이ㆍ미용, 메이크업 등 일상에 퍼져 있다. 호텔 마사지는 비싸고 오프라인 마사지는 특정 장소에만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한 모바일 마사지 서비스가 나왔고 모바일 앱으로 세탁물을 신청하면 집까지 왔다 가는 서비스, 메디캐스트, 닥터온디멘드처럼 동네 의사와 쉽게 상담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 메이크업ㆍ헤어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뷰티 서비스 등도 나왔다. 원하는 시간에 영어 강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캠블리, 자동차를 주차해 놓는 시간에 세차를 해주는 워시리, 테니스를 같이 칠 수 있는 친구를 이어주는 테니스버디(Tennis Buddy) 등도 있다. 일부 서비스는 불법 논란으로 기존 자영업자들이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우버 반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처럼 일상과 모바일을 결합한 서비스를 '우버링(Ubering)' 또는 '우버 포 엑스(Uber for X)'라고 부르고 있다. 공유 경제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일상에서 불편한 점을 모바일과 소프트웨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우버가 촉발했기 때문이다.

카시시 파라샤 코인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고 일상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모바일로 풀어주는 회색지대 사업은 커다란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며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이를 실행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우버링 :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수요와 공급을 모바일로 연결,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차량 및 숙박 셰어링에서 시작해 피자 배달, 꽃배달, 마사지 등으로 확대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 손재권 기자]

◆ 우버링 혁신 ◆

혁신은 자유롭고 창의적 환경에서 태동해 기존 비즈니스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존을 모색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관행은 혁신이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우버, 리프트, 사이드카 등과 같은 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는 지금 그런 과정에 있다. 모바일 기술과 쉬고 있는 차량을 연계한 이런 서비스는 고객들을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동시키고 차가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주지만, 기존 택시업계에는 불법 서비스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우버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우버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불법 서비스다. 최근 불법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우버택시'를 선보였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우버택시는 일반 택시를 우버 서비스로 호출해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택시업계는 "우버와는 어떤 제휴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다. 반면 우버는 "현재 불법 논란은 과거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불법이라며 단속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한국 택시회사 소속 기사들은 번 돈 중 40%를 회사에 사납금으로 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우버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버라는 혁신은 기술이라고는 운전밖에 갖고 있지 않은 저소득층 일자리를 빼앗는 '혁신의 딜레마'를 연출할 수밖에 없다. '제2의 기계시대' 저자 에릭 브린욜프슨 MIT 교수는 "혁신적 기술은 기술이 없거나 중간 정도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가장 크게 위협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술 발전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파괴적 혁신을 어떤 원칙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최용성 기자]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동력은 융합·재미·열정

◆ 우버링 혁신 ◆

"구글 글라스 프로토타입(시제품)은 단 8시간 만에 탄생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29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한 직원은 구글 글라스 탄생에 얽힌 놀라운 비화를 털어놨다. 한 엔지니어가 차를 마시며 동료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안경에 스크린이 뜨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8시간을 골몰해 고글과 비슷한 구글 글라스 원조를 만들어냈다. 이 직원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환경에서 첨단기술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실리콘밸리 DNA 심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 지하에 전동공구를 비치한 천장 높은 공간을 마련했고, GS홈쇼핑은 본사 사옥 건너편에 지어지는 제2 사옥을 실리콘밸리 입주 기업처럼 꾸미고자 하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형식'만 가져와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구글처럼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속살에는 사람에게서 촉발되는 '융합' '재미' '에너지'라는 3대 요소가 깃들어 있다.

구글 글라스를 발명한 엔지니어들처럼 실리콘밸리 기업 종사자들은 "직원들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할 때(융합)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책상 위 파티션을 치운 것과 천장을 높이 설계하는 것은 폐쇄적 분위기에서 혼자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는 전설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 팀 드레이퍼도 실리콘밸리의 근간을 이루는 이 생각에 공감하고 '드레이퍼 히어로시티'와 '드레이퍼 대학'을 세웠다. 두 곳은 길 건너 마주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기업가를 희망하는 학생(19세 이상)들이 팀을 이뤄 8주간 '문제 해결' 과정을 거치고 히어로시티에선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피칭(사업 소개)이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구글이나 드레이퍼 공간에는 '재미'가 자리한다. 히어로시티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을 가득 메운 원더우먼과 슈퍼맨이 눈에 띈다. 슈퍼맨 얼굴은 팀 드레이퍼로 익살스럽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회의 테이블과 말안장을 씌운 의자 등 웃음을 유발하는 소품이 경직된 사고를 해방시킨다. 드레이퍼대학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학교 '호그와트'를 표방한 공간에 에디슨과 코페르니쿠스 등 초상화를 올려뒀다. 단순한 재미 추구보다는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와닿는다.

재미와 융합이 합쳐지면 조직 내부에서 에너지가 폭발한다. 한국인으로는 이번 학기 유일하게 드레이퍼 대학에서 수강하는 문경록 뉴지스탁(핀테크 스타트업) 공동대표는 "탁 트인 공간에 어울리는 협업 문화, 재미로 인한 동기부여 등이 혁신의 근본"이라고 설명했다.

[마운틴뷰·샌머테이오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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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상반기 0.7% 감소… 금융위험 노출 2008년 수준 육박

기업들의 매출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이익의 질도 나빠지면서 금융위험 노출은 지난 2008년 수준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했다. 한은이 1,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매출액은 대기업이 0.8%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3.9% 증가했다. 매출액 증가율이 5%를 밑도는 '저성장 기업'의 비중은 2010년 상반기 34.4%에서 올해는 59.5%로 크게 늘었다. 10곳 중 6곳이 저성장 기업이라는 얘기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7%로 지난해 상반기(5.1%)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상반기(5.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저수익 기업' 비중도 늘었는데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3% 미만(적자기업 포함)인 기업은 상반기 기준 2010년 30.6%에서 올해 38.4%로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산 5조원 이상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위험부채는 6월 기준 19.1%로 2008년의 19.2%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철균·이태규기자 fusioncj@sed.co.kr
 

현대중공업이 지난 3분기 2조원대에 가까운 영업손실로 다시 한 번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 등 자회사를 포함한 손실충당금이 반영됐고 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정유 부문 매출이 감소한 데다 장기화된 조선 부문 불황이 실적 쇼크에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30일 현대중공업은 2분기 기록한 1조1037억원 적자보다 손실폭이 75.3% 확대된 1조934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적자전환이며 당기순손실도 지난 분기 기록한 6166억원을 136.9% 넘어선 1조460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시장에 충격을 안긴 뒤 최근 인사ㆍ조직 개편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한층 확대된 실적 부진을 보인 것이다. 당초 시장 예상치로 가장 낮은 건 3730억원 영업손실이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다시금 주가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사업 전 부문이 부진했고 부실 정리를 위해 불가피한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 등 조선 부문에서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 등 작업일수 증가로 공사손실충당금 4642억원을 포함해 1조1459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플랜트 부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손실충당금 5922억원을 포함해 7791억원 적자가 나타났다. 전 부문에서 부실을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시장 예상치와 크게 동떨어진 것이기에 신뢰 상실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주와 고객, 시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이게 돼 안타깝지만 예측 가능한 손실을 미리 반영해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서 "모든 부문에서 개혁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4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4분기 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공시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어닝쇼크 이후 임원 축소와 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고강도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맡겨 철저한 개혁을 주문했다. 한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해외지사ㆍ법인도 수익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원점에서 재조정했다. 사장 직속으로 제도 개선 전담팀을 설치해 젊은 직원이 원하는 것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도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실적을 예측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실적 발표 직전까지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실적 발표가 매수 시점" "이제부터 실적 개선" 등 현실과 동떨어진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이 때문에 향후 4분기 현대중공업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추락해 주가 방향성도 당분간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윤재언 기자]

 

  매일경제

'각자도생(各自圖生)'.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문을 연 3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20여 일 지났다. 업종 대표주들이 발표한 실적 면면을 뜯어보면 같은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렸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3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정) 실적을 발표한 회사 가운데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있는 55개사 중 31개사의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낮았다. 특히 36%에 해당하는 20개사는 실제 발표치가 추정치보다 10% 이상 낮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GS건설, SK이노베이션, 현대로템, LG하우시스, 제일기획 등은 발표치와 추정치가 40~50% 이상 차이날 정도였다. 상당수 시가총액 상위권 상장사들이 실적 발표를 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3분기 상장사 전체 실적이 썩 좋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두드러진 특징은 같은 업종 내 종목별로 실적 차별화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1% 떨어진 반면 LG전자는 무려 111.8%나 급증했다. 증권사 추정치와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는 18.6%나 줄어든 어닝쇼크였다. 반면 LG전자는 예상치 거의 그대로 나와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선방한 것처럼 SK하이닉스는 시장 예상과 부합한 실적을 냈다.

같은 자동차업종 내에서 완성차와 부품 간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18%대 감소한 반면 현대모비스는 5.4% 증가했다. 한국타이어는 13.6%, 넥센타이어는 7.4%나 급증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한국타이어는 증권사 추정치 대비 14%나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완성차로의 수출 판로가 확대되고 있는 부품사, 친환경과 연비 개선 등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핵심 부품을 강화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건설업종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반면 대림산업과 GS건설은 투자자들을 당혹하게 한 실적을 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37.5%, 12.0%다. 반면 대림산업은 시장 예상과 달리 1894억원 적자를 냈고, GS건설은 증권사 추정치보다 56%나 적은 114억원 흑자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도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실적이 엇갈렸다.

한편 이날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8% 늘어난 18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인 2000억원대 초반보다는 밑돌았지만 크게 벗어난 수치는 아니었다. 매출액은 7000억원으로 22.3% 증가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등 해외 사업 성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라인 매출은 20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57.1%, 지난 분기보다 13.8% 성장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국내 매출이 다소 부진하지만 해외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의 글로벌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영업이익 607억원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증권사 예상치보다는 16%가량 낮았다. 당기순이익은 398억원으로 15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조시영 기자 / 윤재언 기자]

 

  매일경제

3분기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원인은 스마트폰이었다.

삼성전자 IM(ITㆍ모바일)부문은 3분기 1조7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IM부문 영업이익이 2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스마트폰 사업이 본격화한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에 IM부문은 6조70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삼성전자 실적 성장이 꺾이기 시작한 지난 2분기에도 4조42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한때 2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7.1%로 떨어졌다.

4분기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 심화와 중저가폰 비중 확대로 4분기 실적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의 위협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3분기 18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LG전자를 제치고 삼성과 애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불과 1년 만에 2.1%에서 5.6%로 상승했다. 닐 모스턴 SA 이사는 "샤오미는 이번 분기의 스타 제조사"라며 "샤오미 스마트폰은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다음 발걸음은 아시아와 유럽 등 국제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실적 부진으로 삼성그룹 부품 계열사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SDI는 3분기 매출 1조8918억원, 영업이익 262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배터리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삼성전기는 3분기 매출 1조7217억원, 영업손실 69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진명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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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LG·화웨이 제치고 세계3위 스마트폰 등극

샤오미가 LG전자와 화웨이를 제치고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올라섰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샤오미가 지난 3분기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180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5.6%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기간 LG전자와 화웨이는 각각 1680만대(5.2%)와 1610만대(5.1%)를 기록했다.

닐 모스턴 SA 이사는 샤오미의 성장을 "샤오미는 이번 분기의 스타 제조사(starperformer)"라고 소개했다.

그는 "샤오미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샤오미의 다음 발걸음은 아시아와 유럽 등 국제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모스턴 이사는 "샤오미가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특허 등 문제로 맞바람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7920만대를 판매해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8840만대를 판매한 데서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도 35%에서 24.7%로 떨어졌다. 세계 시장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1년 19.9%에서 2012년 30.4%로 오른 이후 한번도 2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어닝쇼크'라고 했던 지난 2분기에도 25.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모스턴 이사는 "삼성전자는 최고급 시장에서는 애플과, 중가 시장에서는 샤오미·화웨이와, 저가 시장에서는 레노버 등과 힘든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삼성전자는다음 분기에 갤럭시 노트 엣지와 갤럭시 노트4 등 새 모델로 대응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3930만대를 판매해 2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판매량은 지난해 3380만대보다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떨어진 12.3%를 기록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저가 시장에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SA는 분석했다.

LG전자는 사상 최대인 1680만대를 판매했지만 최종 판매량에서는 약 120만대 차이로 샤오미에 밀렸다.

다만 LG전자가 선진국 시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매출액과 이익은 샤오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체 규모는 3억20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5290만대에서 27% 성장했다.

한편 샤오미는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포함한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샤오미는 피처폰을 만들지 않지만 스마트폰 판매량 1800만대만으로도 시장점유율 3.9%로 세계 5위에 올랐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억2010만대에서 1억170만대로 판매량이 감소했고, 2위 업체인 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 포함)도 6460만대에서 5220만대로 덩치가 줄었다.

애플과 LG전자는 3930만대와 2180만대를 판매해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잘나가는 샤오미 10억달러 해외차입

글로벌 IB 통해 해외진출자금 수혈

"글로벌 IT기업 인정" 전략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샤오미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550억원)를 조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동남아 시장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받는 한편 해외투자 시장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인정받겠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분석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샤오미가 도이체방크와 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 등으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3년 만기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대출은 31일께 집행될 예정이다. 샤오미의 해외차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은 샤오미의 해외시장 진출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을 넘어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사업확대를 노리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7월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한 데 이어 현지생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앞서 휴고 배라 샤오미 글로벌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향후 브라질과 멕시코에서의 사업확대도 노리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투자 시장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인정받겠다는 샤오미의 전략도 이번 해외차입에 포함됐다. 이번 차입에는 공상은행(ICBC) 자회사인 ICBC아시아와 브라질의 방코두브라질, 일본 도쿄미쓰비시UFJ, 크레디트스위스 등 무려 29곳의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차입조건도 매력적이다. 은행들은 리보(런던 은행 간 차입금리)에 2.32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줬다. 이는 동일한 신용등급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통상 금리인 리보+2.5%포인트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월가에서는 글로벌 IB들의 차입참여로 샤오미의 성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줄리엔 베가스 드 대엠 모건스탠리 채권자본시장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자금 차입이나 신디케이트론 등에 참여하게 되면 향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다른 사업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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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업 이익에 목말라 있는 투자자 관심이 이익이 성장하는 종목에 지나치게 쏠리면서 주가 '과열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아무리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 수준이 상식 밖으로 오르고 있다면 연말까지 한 차례 조정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지주사 아모레G를 포함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시가총액은 23조46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업체 롯데쇼핑(9조4000억원) 현대백화점(3조1710억원) 신세계(2조84억원) 등 백화점 3사와 이마트(5조6170억원) 시가총액을 전부 합한 금액 20조1964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화장품 하나로 국내 굴지 유통주를 시총 규모에서 압도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주가도 지난해 말 100만원에서 지난 2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265만4000원까지 165.4%나 올랐다.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이 워낙 드물어 중국인 관광객 소비를 등에 업은 견조한 이익 성장이 주가에 높은 프리미엄(할증)을 붙여준 결과다.

그러나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논란은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검토할 때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3분기 예상 매출액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조964억원으로 4개 유통업체 매출 합계 11조7213억원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도 2773억원으로 나머지 4개사 6670억원보다 적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 3사와 아모레퍼시픽 중 하나만 매입하라면 상식적으로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독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이들 규모를 압도하는 것은 과열 신호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23일 정점을 찍은 뒤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거래일간 주가는 11.6% 미끄러졌고, 30일에도 장중 2~3%대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이처럼 고평가된 종목들이 연말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12월께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성장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성장이 안정적이더라도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면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디스카운트가 과도했던 대형주로 돈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과도한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컴투스는 게임 하나로 시가총액이 1조9467억원으로 단숨에 뛰면서 국내 종합엔터테인먼트 3사인 YG엔터테인먼트(6712억원) SM엔터테인먼트(5967억원) JYP엔터테인먼트(1420억원) 시총 합계 1조4099억원을 웃돌고 있다. 주가 역시 지난해 말 2만5200원에서 이달 29일 신고가 19만9400원까지 691.3% 급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가 연말 결산기를 앞두고 펀드수익률 관리를 위해 그동안 성과가 양호했던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을 최대한 미룬다면 주가를 지탱해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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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대만은 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지원이 없다. 한국에 그런 제도가 있는 게 부러워 고향(대만)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정부 관계자에게 소개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만들어 스타트업계의 신화가 된 스티브 첸(사진)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위험 부담을 지면서 창업가를 지원하는 점에 대해 '복권'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었다.

2005년 채드 헐리와 유튜브를 공동 창업한 그는 2006년 16억5000만달러에 유튜브를 구글에 팔았고, 6개월 전부터 구글벤처스에 합류했다. 사내 기업가로 구글 일원이 된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첸은 "한국을 너무 작게만 생각하지 말라"며 "창업에 관심이 많은 대만, 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에서는 본받을 만한 국가로 한국을 거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창업가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유튜브 성공 후 생겨나는 동영상ㆍUCC 스타트업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첸은 "이용자가 어느 정도 늘면 시청자에 대한 유료화 모델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영상을 올리는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보는 사람에게만 돈을 받는 일이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마운틴뷰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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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태양광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한화그룹이 일제히 국내외 관련 설비 신ㆍ증설에 나선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독일법인인 한화큐셀은 지난 29일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모듈공장에 800㎿ 규모의 모듈 생산라인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2015년 초에 착공해 2016년 초반에는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이 말레이시아 공장에 800㎿ 규모의 모듈 생산라인을 새롭게 갖추면 기존 독일에 확보하고 있는 120㎿ 모듈 생산라인과 합해 총 920㎿ 규모의 모듈 생산라인을 확보한다.

한화큐셀은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의 셀 생산 규모도 1.1GW에서 1.3GW로 증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이 되면 한화큐셀 생산 규모는 1.5GW(독일 0.2GW, 말레이시아 1.3GW)로 확대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올해 태양광발전 시장은 미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 수요 전망치가 45~49.6GW에 이를 것"이라며 "2015년 태양광 시장은 15% 안팎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법인 한화솔라원도 셀과 모듈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한화솔라원은 중국에 800㎿ 규모의 잉곳ㆍ웨이퍼 생산라인, 1.3GW 규모의 셀 생산라인, 1.5GW의 모듈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말까지 셀 생산 규모를 1.5GW, 모듈 생산 규모를 2GW까지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수에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태양광 셀의 원재료) 공장을 가동 중인 한화케미칼도 생산량을 확대한다. 2015년 초반까지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1만300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은표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화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대대적인 설비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 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확신, 잇단 태양광 업체 인수를 통해 얻은 사업에 대한 자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의 두 축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셀과 모듈 생산 라인을 속속 확대, 글로벌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3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30㎞ 떨어진 사이버자야에 800㎿ 규모 모듈 생산라인을 새로 짓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 지역은 말레이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으로 공사는 내년초 시작돼 상업생산은 2016년 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800㎿ 생산량은 국내 태양광 한 해 설치량을 웃도는 수치다. 태양광 고급재료를 주로 생산하는 한화큐셀이 이 규모로 모듈 생산라인을 새롭게 갖추게 되면, 기존 독일(120㎿) 모듈 라인까지 합쳐 총 920㎿ 규모 모듈 생산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큐셀은 현재 말레이시아의 셀 공장 생산규모도 기존 1.1GW에서 1.3GW로 증설 중이다. 이에 따라 연말 한화큐셀의 셀 생산규모는 독일(0.2GW)라인까지 보태 총 1.5GW로 확대된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한화솔라원도 셀·모듈 생산라인을 추가로 늘리는 중이다. 비교적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한화솔라원은 현재 중국에 800㎿ 규모의 잉곳.웨이퍼, 1.3GW 규모의 셀, 1.5GW 모듈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한화측은 이 규모가 올 연말이면 셀의 경우 1.5GW, 모듈은 2GW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산업의 기초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량도 크게 늘린다. 전남 여수에 1만t 규모 폴리실리콘 공장을 가동 중인 한화케미칼은 내년 초까지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1만3000t까지 끌어올린 후 2015년 하반기엔 공정 효율화를 통해 1만50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의 이 같은 공격적인 설비증설 행보는 태양광 산업 전망에 대한 강한 확신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 수요 증가로 45GW~49.6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시장은 52.5GW~58.3GW로 15% 안팎의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다.

한화의 올해 실적을 받쳐준 사업도 실은 태양광 부문이었다.

기존 주력사업 석유화학부문의 저조한 실적과 달리 태양광에선 올 상반기 25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중국 현지에서 직접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태양광 수요를 한화가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 실장은 직전 한화큐셀 마케팅실장을 맡아 큐셀의 정상화에 상당한 공을 세웠다.

교보증권 손영주 연구원은 "태양광 시장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메이저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화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향후 매출액 기준 글로벌 톱3 안에 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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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경기 침체에도 폭주 기관차처럼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해 온 홈쇼핑마저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불패' 신화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업계 1, 2위를 다투는 GS샵과 CJ오쇼핑의 TV홈쇼핑 취급액(거래액)은 2012년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 들어서는 5%대 안팎으로 급락했다.

GS홈쇼핑은 취급액 성장률이 2012년 18.8%에서 지난해 7.1%로 급격히 꺾였고 올 들어서는 1분기에 0.9%, 2분기 1.6%를 기록했다. CJ오쇼핑은 2012년 10.2%에서 지난해 7.6%를 기록했고 올해는 1분기 6.2%, 2분기 4.9%로 성장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취급액 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매출액 증가세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홈쇼핑업체의 매출액은 취급액에서 납품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홈쇼핑업체가 벌어들인 금액만을 말한다.

GS홈쇼핑의 매출액은 2012년 12.5% 신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2.2%, 올해 1분기 0.7%로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더니 지난 2분기에는 2.9% 역신장했다. CJ오쇼핑은 2012년 매출액이 1조7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4%나 늘었고 지난해에는 1조2607억원으로 17%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1분기와 2분기 매출 성장률이 각각 17.9%, 13.5%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 양사의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 안팎이다.

양사는 3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취급액은 CJ오쇼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GS홈쇼핑은 1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6.2%, -20.9%로 두 자릿수 역신장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고전할 때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홈쇼핑 불패' 신화를 써가던 주요 홈쇼핑업체들의 성장률이 이처럼 한 자릿수로 확연하게 꺾이자 홈쇼핑업계가 성장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에 성장률 부진이 가속화하면서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고 말했다.

홈쇼핑 성장세가 점점 둔화하는 것은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TV 시청 가구가 줄고 있고 모바일쇼핑, 소셜커머스,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대중화하면서 홈쇼핑 고객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홈쇼핑업체들은 이 같은 둔화세를 만회하기 위해 모바일쇼핑을 강화하고 럭셔리 브랜드를 대거 도입하는가 하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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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11월 삼성 '기어S' 출시 맞춰 이통사 전용 요금제 선보여

스마트폰 없이도 통화·문자

웨어러블 통신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오는 11월 자체통화 기능이 탑재된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기어S' 출시에 맞춰 이통사들도 전용요금제를 내놓으며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웨어러블 통신시대를 열게 됐다.

30일 삼성전자와 이통사 등에 따르면 이르면 11월 SK텔레콤과 KT 등이 기어S를 출시하고 전용요금제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기어S를 국내와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기존 스마트워치는 통신기능이 없고 특화요금제를 갖추지 못하다 보니 스마트폰과 연동한 보조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3G통신망을 탑재한 기어S와 이통사의 전용요금제가 맞물리면서 웨어러블도 통신기기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세대 자체 통신기능을 넣은 것은 기어S가 처음"이라며 "전용요금제가 출시되면 기어S로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웨어러블 전용요금제는) 기존 폰과 연계해 설정될 것 같다"며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늦어도 연내 출시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어S는 3G 웨어러블 첫 통신시대를 연 기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워치를 통한 데이터 송수신 규모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웨어러블 통신시대 개막은 이런 점에서 다른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워치는 자체 통화기능을 넘어 간편결제까지 가능한 기기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호·김능현기자 hhlee@sed.co.kr

  서울경제

● 스마트워치 진화 어디까지

LG전자가 다음 달 순차적으로 세계 시장에 출시할 스마트워치 'LG G워치 R'은 세계 최초로 완벽한 원형의 플라스틱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맞춰 디자인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의 아이워치 역시 디자인 등에서 전통 명품 시계 산업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디자인 뿐 아니라 기능에서도 스마트폰을 대체할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워치에 대해 '손 목 위의 IT혁명' 기기로까지 불리고 있다.

우선 자체 통화 기능은 앞으로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워치가 생체 관련 데이터 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피트니스부터 헬스케어 등 스마트워치가 필수품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벤처기업 '루프스 랩'이 개발한 스마트워치 '루프스 커프'는 외형부터 남다르다. 손목시계 크기인 기존 제품들과 달리 3인치(400×240 해상도) 크기의 압도적인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또 내장 마이크·카메라와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즉석에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문자메시지 전송도 가능하다. 여기에 GPS는 물론 '런 트래커' '엔도몬도' 등의 피트니스 앱까지 지원돼 사용자의 위치, 칼로리 소모량도 측정해준다. 스마트워치지만 스마트폰 기능 대부분을 수행하는 것이다.

스마트워치만을 위한 전용 앱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 예로 문서 공유 프로그램인 에버노트와 같은 유명 앱도 웨어러블 앱을 출시해 스마트워치를 통해 문서를 전송하고 간단히 열어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SNS 업체들도 스마트워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스마트워치에 최적화한 메신저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디자인과 기능을 점점 개선해 나가는 스마트워치가 어떤 IT 혁명을 불러올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좀 더 완벽한 디자인과 기능성, 그리고 배터리다. 특히 배터리 용량은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출시된 스마트워치들의 배터리 성능(사용시간)은 일반 전자시계에 한 참 못미치고 있다"며 "향후 스마트워치 시장의 승패로 대용량 배터리 기술이 관건이지만 이를 확보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on@sed.co.kr

 

서울경제



스마트폰 부속품서 경쟁자로… '손목 위 IT혁명' 째깍째깍

3세대 이통 기능 탑재 '기어S' 자체 통화·문자 가능

LG·애플 등도 가세… 제2 휴대용 기기로 성장 예고

매일 아침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 김 모 씨에게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S'는 필수품이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을 즐기는 그에게 손 목에 찬 기어S는 제2의 스마트폰이나 다름 없어서다. 운동 중 전화를 걸고 싶으면 기어S를 통해 전화를 건다. 기어S는 다른 스마트워치와 달리 자체 전화번호로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어S만 있으면 운동량과 심박수도 측정할 수 있다 보니 필수품이 됐다.

자체 통화(3세대) 기능을 갖춘 기어S가 11월 출시되고, 이에 맞춰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통사들이 이에 맞춘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게 되면서 '웨어러블의 통신시대'라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이통사 및 세계 이통사 등과 기어S 출시를 협의 중에 있다"며 "국내 이통사 뿐 아니라 해외 통신사들과도 요금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워치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등 다른 회사들도 통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를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워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KT·KT 망 통해 기어S로 통화한다 = 종전 스마트워치는 자체 통화가 불가능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통화할 수 있으나 자체 고유 번호로 통화와 문자를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스마트워치에 이 같은 통신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또 통화 기능이 있어도 이에 맞춘 이통사의 전용 요금제가 없어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부속품으로 인식 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자체 통화 기능을 갖춘 기어S 출시와 그에 맞춘 이통사의 전용 요금제가 11월 선보이면서 이 같은 고정관념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어S는 타이젠 기반의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로 3세대 이동통신 기능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스마트워치에 맞춘 요금제 출시로 11월부터는 국내 소비자들이 SK텔레콤과 KT에 가입해 일정 요금을 내고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K텔레콤과 KT는 11월부터 순차적으로 기어S 전용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다른 관계자는 "기어S만 있으면 종전 스마트폰에 연동해 사용해도 되고, 아니면 기어S 전용 요금제에 가입해 통신 기기로 사용해도 되는 등 두 가지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웨어러블 통신시대 개막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웨어러블 전용요금제가 출시되면 스마트워치의 사용환경을 보다 유연하게 함으로써 많은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기어S 출시에 맞춰 전용요금제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워치, 통신기능 탑재 늘어난다 = 삼성전자는 11월부터 기어S를 국내에 이통사 전용요금제와 함께 출시하는 것은 물론 순차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다른 관계자는 "11월부터 3세대 자체 통화 기능을 갖춘 기어3를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며 "기어S 자체 통화 여부는 현지 이통사 요금제 출시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인 스프린트가 기어S의 요금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탠드얼론과 패밀리 쉐어팩 두 종류의 전용 요금제다. 스탠드얼론은 월 9.99달러의 요금제로 통화 1,000분, 1,000메시지, 100MB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패밀리 쉐어팩은 월 10달러의 요금제다. 사용 중인 다른 요금제의 전화, 문자, 데이터를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자체 통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워치가 제2의 휴대용 기기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이르면 내년 초에 현재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통신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어S가 3세대 통신 기능을 갖췄다면 LG전자가 선보일 새 스마트워치는 4세대 통신이 가능한 것이 차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새로운 스마트워치에 대해 여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4세대 통신 기능 탑재도 검토 대상에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애플, 모토로라, 화웨이 등 현재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한 해외 IT 기업들도 잇따라 스마트워치에 통신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스와치' 등 전통 시계제조업체들도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을 준비중에 있다.

김능현·조양준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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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이용자 생활패턴 모두를 잡아라"

SK플래닛, 모바일 선주문 '시럽오더' 출시

다음카카오 '카카오 택시' 등 서비스 준비

라인도 결제기능 '라인 페이' 등 대거 공개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어딜까?

엉뚱한 듯 들리지만 정답은 '모든 분야'다. IT 기술이 생활 깊이 파고들면서 기업들은 이용자 밀착형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탐색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O2O는 IT 기반의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해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인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근거리 통신이나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 주변의 고객에게 쿠폰을 발송하거나 잠재고객을 유도한다. 매장 데이터를 분석해 신규 혹은 단골 고객 확보에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방문 고객의 정보를 기반으로 충성도가 높은 단골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교한 고객관리 구현도 가능해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증대에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한다. 많은 기업이 O2O에 사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SK플래닛은 매장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선주문 서비스 '시럽 오더(Syrup Order)'를 최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고객에게 주변의 제휴매장을 보여주고 매장의 상세 메뉴까지 제공함으로써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맞춤형 주문과 모바일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이용이 간편하다. 고객은 '시럽 오더' 앱만 실행하면 된다. 주변 500m 내에 있는 제휴매장이 나타나면, 매장을 고른 후 누르면 모든 메뉴를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지도 위에 매장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 등도 알려준다. SK플래닛은 "고객이 직접 매장으로 가지 않아도 주문 결제가 가능해 쇼핑의 과정이 간편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SK플래닛은 드롭탑, 이디야, 달콤커피 등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와 지역 기반 커피 브랜드 등과 제휴를 맺었다. 이들 매장을 중심으로 시럽 오더를 통해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현재 서울과 판교지역 일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연말까지 추가로 유명 커피 브랜드와 제휴를 진행해 전국 매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는 합병 모토를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erything)'으로 정하고, 신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O2O 선발 주자로 올해 중에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카카오 택시' 등 GPS 기반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고,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케팅 플랫폼 '옐로아이디' 서비스도 출시를 앞뒀다. 이처럼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인주식회사는 당분간 생활 플랫폼 서비스 안착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O2O 서비스를 대거 공개했다. 결제 기능을 메신저에 붙인 '라인 페이', 콜택시 서비스 '라인 택시', 음식 배달 서비스 '라인 와우' 등이 그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꽉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SNS '밴드'에 선보인 쇼핑 서비스 '밴드 패션'도 눈길을 끈다. 밴드패션은 밴드 내 더 보기 메뉴를 통해 성별과 카테고리 등으로 구분한 상품 리스트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터치하면 해당 몰로 이동해 각종 정보와 쿠폰을 받을 수 있고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서울경제


라인의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 서비스 화면.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 이용자 스티커 플랫폼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 호평

손수 제작 캐릭터 판매 불티… 20~30대 여성들 특히 관심많아

# 최근 일본에선 귀여운 모양의 '오징어 캐릭터'가 큰 인기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유명한 캐릭터 제작자가 만든 아이템이 아니다. 7살짜리 꼬마 여자아이가 만든 캐릭터다. 초등학교 1학년인 하나카(7) 양이 그린 그림을 아버지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스티커 제작 플랫폼 '크리에이터스 마켓'에 올린 것이다. 무심코 올린 캐릭터가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스티커 판매로까지 이어지면서 소위 '대박'이 났다. 일본의 한 인기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이 스티커 때문에 라인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할 정도로 인기다.

하나카 양의 성공 스토리는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이 이용자 스스로 스티커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인은 수요파악의 수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를 스티커 제작에 직접 끌어들임으로써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라인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메신저에서 쓸 스티커를 만들어 플랫폼에 그냥 올리면 된다. 라인은 간단한 심사를 거쳐 '라인 웹 스토어'와 라인 내 스티커 상점에 올린다. 판매금액의 절반은 스티커를 만든 사람의 몫이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실시한 라인 스티커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 /사진=네이버

이용자들의 스티커 제작도 활발하다. 지난 4월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스티커 제작을 신청한 수는 전 세계 139개국에서 23만 명을 넘었고, 등록된 스탬프 수도 3만 세트를 웃돈다.

판매 실적도 덩달아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5월 심사가 완료된 스티커를 시작으로 판매에 들어가 3개월 동안 1,241만 세트, 120억원 넘게 팔았다. 매출 상위 10개 스티커의 평균 매출액은 2억원을 웃돌고, 30위까지의 평균 매출도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티커 1세트당 판매액 비율을 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판매 중인 스티커의 절반이 넘는 55.4%가 1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상황이다. 판매액 상위의 몇몇 스티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양한 스티커를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라인 관계자는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인 제작자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좋은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라인 자체의 글로벌 이용자 수가 늘면서 스티커 이용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라인은 투트랙으로 스티커를 배포한다. 하나는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제공하는 스티커, 다른 하나는 국가별 인기 캐릭터나 현지 문화를 반영한 스티커다. 이용자들이 하루에 주고 받는 스티커 횟수는 많게는 18억 회를 넘는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라인은 최근 일본에 있는 등록 스티커 제작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44.2%)보다는 여성(55.5%)의 비율이 높았고,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 가장 많았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제작자의 절반이 모바일 메신저 스티커를 전혀 만들어본 적이 없거나 디자인 공부를 한 경력이 없는 일반 이용자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스티커를 제작하는 평균 시간은 16.3일로 비교적 짧았다. 라인측은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스티커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6.1점을 줬다"며 "스스로 메신저를 꾸며나가는 데 만족감이 크다"고 소개했다.

스티커 제작은 부업의 기회도 제공한다. 와타나베 히사시 마코토 라인 주식회사 스티커 기획팀 매니저는 "제작자의 70% 이상이 주부나 회사원이라는 것은 스티커 제작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개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크리에이터스 마켓의 당초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반 이용자의 제작을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 6월 '라인 스티커 공모전'이 열려 당선작을 뽑았다. 최종 우승작품은 '웰시코기 이광복씨'가, 2위는 '감성 충만 미남오빠'가 선정됐다. 국내도 수상작을 포함한 응모작 전체의 저작권은 응모자 본인이 갖고, 본인은 원하는 만큼 아무런 제약 없이 상업적 용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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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생활플랫폼 SNS·IT접목 차량관리 등

기업, 고객에 더 직관적인 경험 제공

"끊임없는 요구에 신기술로 화답할 것"

'혁신의 끝은 보이지 않고, 진보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정보기술(IT)과 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평가다. 최근 IT 분야만큼 자고 나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IT의 발전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제조, 유통, 금융, 의료 등 다른 산업과의 활발한 '이종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해 분야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프트웨어(SW)로 움직이는 자동차,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같은 모바일 기기로 간편하게 이뤄지는 결제와 송금, 시간이나 공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모바일 헬스케어까지 융합의 폭은 넓고 종류도 다양하다.

IT와 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와 발전, 융합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사용자가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IT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플랫폼의 성패 역시 소비자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플랫폼의 시대'를 쓴 필 사이먼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소비자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가 오늘날 플랫폼의 핵심"이라고 정의한 후 "소비자의 취향은 기업의 취향보다 훨씬 더 빨리 변하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개방과 공유가 핵심이다. 사이먼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플랫폼들은 제3자(Third Party)와의 협력시스템을 공고히 구축하는데 힘을 쏟는다"며 "플랫폼 기반 기업들은 사용자, 고객, 파트너, 벤더,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상호 이익과 공생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잰 걸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수요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쏟아낸다. 세계적 전기전자 기업인 지멘스는 최근 자동차 제조사 볼보와 손잡고 캘리포니아 교통 당국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e고속도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이 완공되면 전기 트럭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정 구간에 설치된 전차선에서 전력을 공급받으면서 고속도로를 달리게 된다. 볼보는 이 프로젝트에 쓰일 트럭을 개발하고, 지멘스는 전차선의 개발을 맡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 도요타는 최근 차량 안전관리를 위해 지멘스의 제품수명주기(PLM·Product Life cycle Management) 솔루션인 팀 센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조라인에 지멘스의 우수한 IT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다.

특히 제조라인을 새롭게 개선하는 비용 지출 없이 업그레이드 앱만 설치하면 제품 혁신은 물론 시장 출시 기간도 줄일 수 있고, 규정 준수, 자원 최적화, 글로벌 협업 등과 같은 주요 과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준다. 기업들은 이 시스템 도입 후 근로자들의 업무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IT 기술을 소비자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에너지관리 전문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28만명 이상의 팬을 갖고 있고, 트위터에도 10만명 이상의 팔로어 독자가 있다. 또 기업 홈페이지 방문객만 매달 300만 명이 넘고 유튜브 채널에도 8,7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B2C)을 하지 않고,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B2B)를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성과다.

회사도 선박 등 전통제조업에서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SW업체로 탈바꿈했다. 제조업에서 디지털로 변신에 성공한 대표 기업 중 하나다. 크리스 레옹 슈나이더 일렉트릭 부회장은 "디지털화는 우리가 일하고 놀고 생활하는 방식을 모두 바꾸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더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업무 시스템을 진보시키기 위해서라도 모바일화, 소셜화로 연결된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에서 SW업체로 변신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였던 경험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관리능력을 강화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IT 기업들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혁신 경쟁에 팔을 걷어 붙였다. SK텔레콤이나 KT 등 국내 통신사는 이종결합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네이버의 라인이나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 같은 SNS는 '생활플랫폼'이라는 기조 아래 이용자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 준비를 끝냈다. 기업들의 혁신과 노력이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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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저커버그가 그린 ‘페이스북 십년지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Internet.org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마크 저크버그 페이스북 계정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미래를 위한 ‘십년지계(十年之計)’를 공개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업 등 신규 서비스 가입자를 확대해 사업화로 연결하고 가상·증강현실 기반의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위해 수 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저커버그는 29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페이스북은 거대한 장기 목표를 향한 진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중장기 발전전략을 소개한 후 “이를 위해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앞으로 3년간은 기존의 커뮤니티와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기존 서비스의 가입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질 낮은 콘텐츠를 줄여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고 광고와 뉴스피드의 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5년 후에는 서비스의 비즈니스화를 위해 페이스북 외에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왓츠업, 검색 등의 서비스에서 각각 10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화에 나서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저커버그는 “수십억명의 사람과 연결하면 그 자체로 중요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단계인 10년 후의 목표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연결하고 세계를 이해하며 새로운 차세대 플랫폼을 만들어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론칭한 ‘인터넷닷오르그(Internet.org)’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Internet.org는 건강, 교육, 고용, 커뮤니케이션 등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아직 인터넷의 혜택을 받지 못한 국가들을 주타깃으로 한다.

또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매 10~15년마다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 등장하는데 내 생각에는 (10년후에는)가상·증강현실이 중요하게 될 것 같다”고 지적하고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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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카린 로이펠트(가운데) 보그 파리 편집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태양(왼쪽)과 지드래곤(오른쪽). YG엔터테인먼트제공

K-패션은 한류 시장의 규모를 키울 새로운 콘텐츠로서 큰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 케이팝(K-POP)이 확실히 문화의 한 장르는 차지한 것과는 달리 아직 무엇을 K-패션으로 볼 것인가 하는 데에는 이견이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가 입고 나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던 코트와 가방이 K-패션일까. 아니면 지드래곤(빅뱅), 씨엘(투애니원)로 대표되는 케이팝 스타들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K-패션일까. 정답은 둘 다 맞다. 그러나 K-패션은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현재 안정적으로 정착한 케이팝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최근 제일모직과 YG엔터테인먼트가 의기투합해 론칭한 패션브랜드 ‘노나곤’이 좋은 예. 공개된 지 3일 만에 팝업스토어의 제품이 매진되며 K-패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론칭 행사에서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10년간 해외를 다니면서 해외에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패션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며 “이제 사람들은 음악을 볼 때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과 스타일을 함께 떠올린다. 이 모든 것을 이제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를 대표할 만한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YG 소속 지드래곤과 씨엘은 이미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쇼에 초청받는 등 세계적인 패셔니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루이비통 헤네시(LVMH) 그룹과도 투자 협약을 하는 등 YG는 패션을 통해 한류의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쇼에서도 케이팝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서로 다른 장르의 문화가 만나 K-컬처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워모’에서도 패션과 음악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 눈에 띄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게스트네이션’이라는 무대에서 한국의 뮤지션들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고 공연을 펼쳤다.

인기 일렉트로닉밴드 이디오테입은 장형철(오디너리피플), 힙합그룹 가리온은 서병문(병문 서), 잠비나이는 이주영(레쥬렉션) 디자이너의 의상을 착용하고 국악과 메탈이 접목된 공연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또 지난 9월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패션코드 2014’ 에는 120개 이상의 브랜드와 400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들이 참석했는데, 아이돌 그룹 블락비와 고태용(비욘드 클로젯), YG엔터테인먼트의 힙합 그룹 위너가 이승희(르이)와 드렁큰 타이거는 이주영(레쥬렉션)과 컬래버 무대를 펼쳐, 한국의 패션과 문화를 알리는 좋은 계기로 삼았다.

이현학 한국패션협회 팀장은 “이제는 직접 가서 파는 시대는 끝났다. 한류가 전파되면서 옷도 ‘와서 사게 하는’ 시대다”며 “최범석, 고태용, 박승건 등 젊은 디자이너들은 한류와 SNS를 잘 활용해 어떻게 K-패션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고 패션한류를 전망했다.

박동미·안진용 기자 mic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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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한복이 그동안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이제 넘어서야죠. K-패션은 외국과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에요. 패션계에서도 박지성·싸이가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비욘드 클로젯’의 고태용(33·사진) 디자이너는 선배들이 한국패션과 디자이너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십수 년간 모티브로 삼아온 ‘한국적’ 아이템에 대해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단언한다.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의 첫날 ‘비씨 스쿨 갱‘이라는 주제로 내년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한 그를 지난 21일 신사동 비욘드 클로젯 쇼룸에서 만났다. ‘K-패션’을 이끌어갈 주인공으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비욘드 클로젯 서울컬렉션 쇼 시작 1∼2시간 전부터 이미 줄이 길더라. 리허설 현장엔 해외 바이어, 기자 등 관계자만 수백 명이었다.

“한국 남성복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컬러로 주목받았고, 이종석·성준·우빈 등 내 옷을 입었던 모델들이 배우로 전향해 스타가 된 덕도 봤다. 지난 7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나는 신비감보다 소통을 더 중요시한다.”

-‘위너’ 강승윤과 송민호가 모델로 섰다.

SNS에 내가 무언가를 올리면 보통 2000∼3000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위너 사진을 올리니까 8000∼9000이 나오더라. 댓글도 대부분 외국인이다. 케이팝 영향력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서울컬렉션의 옷들이 상업적인 완성도는 높지만, 예술성 창의성은 떨어진다는 의견도 강하다.

“서울의 디자이너들은 생계형이 많다. ‘팔리는 옷’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 나 역시 하고 싶은 디자인이 있어도 대중성을 고려해 덜어내는 편이다. 딜레마이긴 하지만, 자비로 컬렉션을 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두드리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 디자이너도 샤넬·루이비통의 디렉터로 이름을 올릴 날이 멀지 않았다. 그게 선배들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서울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이번 시즌 사업적인 전망은.

“지난 시즌 중국 8개 숍에서 옷을 거의 다 사갔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다른 시장 10배 규모라서 보다 확실한 사업시스템을 갖춘 후 진출하려고 한다. 파리 레클레어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 논의 중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만 판매하는 곳으로, 입점 자체만으로 감격적인 장소다. 현재 솔리드옴므가 들어가 있다.”

박동미 기자 michan@munhwa.com
문화일보
준지의 2014 F/W 컬렉션
"바람 불 때 연을 날려야 한다." 최근 한국 패션계에서 들리는 말이다. 한류 붐을 타고 K-패션을 공격적으로 세계화해야 한다는 것. 국내 최대 패션 축제인 서울패션위크는 물론, 지역에서 열리는 소규모 패션 행사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K-패션을 언급한다.

이른바 ‘패션 한류’에 대한 갈망이다. 드라마로 시작돼 케이팝(K-POP)이 주도한 한류 열풍이 서서히 정체기, 혹은 하향기에 접어들었다. 돌파구는 왜 패션일까. 답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류 팬은 케이팝 가수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한국 드라마 속옷을 구하기 위해 온라인을 뒤적거린다. 한류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로 패션이 부상한 것.

이현학 한국패션협회 팀장은 "K-패션 스타일링의 결과물은 케이팝 가수들이고, 드라마 PPL은 해외진출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국 문화는 이미 발신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능한 우리 디자이너들은 이 두 요소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서울패션위크 14년 … ‘벨 에포크’ 열리나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펼쳐진 추계 서울패션위크.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의 공식 초청 해외 바이어는 50여 명. 유럽과 미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의 주요 백화점과 편집숍이다. 행사 첫날, 등록 데스크에는 수백 명의 해외 바이어가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스티브&요니P
중국과 홍콩, 대만 등에서 자비를 들여 직접 동대문으로 온 것. 행사를 주관한 서울디자인재단의 유길준 디자인경영단장은 "중국에서 자비로 찾아오는 바이어가 확 늘었다. 올해에만 200∼300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불황은 패션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K-패션’을 보겠다고 찾아온 바이어와 해외 프레스를 보면 어둡지만은 않다. 패션계 전문가들은 "19세기 패션계를 휩쓴 자포니즘(일본풍 디자인)처럼 곧 ‘코리아이즘’이 부상한다"고 전망한다.

스타일 전파자인 케이팝 가수들은 ‘월드 투어’를 다니고, 한국 옷을 입은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는 제작됐다 하면 아시아 전역으로 팔린다. 한 관계자는 "한류에 대해서도 처음엔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며 "이를 통해 전파된 패션은 이제 독자적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 패션 ‘벨 에포크’(좋은 시절이라는 뜻으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예술과 문화가 번창한 파리의 호황기)도 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드래곤 안왔나요?" 바이어들 셀럽에 관심

비욘드 클로젯
지난 21일 저녁에 열린 계한희의 패션쇼에서 만난 뉴욕에서 온 한 바이어는 "사고 싶은 옷이 너무 많다. 이석태(칼 이석태), 박승건(푸쉬버튼), 계한희(카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 칼 이석태와 카이는 우리 숍에서 반응이 좋은데, 푸쉬버튼도 곧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쇼장의 셀럽(유명인)도 주시했다. 카이의 옷을 입고 온 힙합가수 빈지노와 걸그룹 시스타 등이 들어서자 "저 사람들은 누구냐"며 이름을 받아적었고 "지드래곤은 안 오느냐"며 케이팝 스타들에 대한 깊은 관심도 드러냈다. K-패션을 이끌 브랜드로 주목받는 건 이효리가 즐겨 입는 스티브&요니P(정혁서·배승연), 공효진이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입어 화제가 된 푸쉬버튼, YG의 힙합그룹 위너가 모델로 선 비욘드 클로젯(고태용) 등이다.

바이어가 옷만큼이나 셀럽에 관심을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의 ‘스타일’이 시장에서 대중성을 보장하기 때문. 오프닝세레모니(뉴욕), 하비 니콜스(홍콩), 갤러리 라파예트(중국) 등 이미 11개국에 진출한 스티브&요니P는 지난 20일 컬렉션에서 르네상스와 그라피티아트의 상반된 두 요소를 재해석해 위트 넘치는 의상들을 선보였다. 같은 날 푸쉬버튼은 고급스러운 스트리트 패션을 보여줬다.

◇유럽의 정욱준(준지)과 우영미(솔리드옴므)

푸쉬버튼
이제 서울패션위크에서 볼 수 없는 준지와 솔리드옴므. 이들은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다. 정욱준은 2007년부터 15회에 걸쳐 파리컬렉션에 참가했고 현재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 30여 개국 65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2014년에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가 소속돼 있는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으로 인정받으며 한발 더 도약했다. 준지는 글로벌 브랜드 아디다스와도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린 2015 S/S 컬렉션에서 준지는 1969년 출시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를 재해석해 런웨이에 올렸고, 이는 내년 봄 전 세계 아디다스 매장에서 판매된다. 우영미는 파리의상조합 한국인 최초 정회원으로, 파리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아시아 디자이너에게 폐쇄적인 유럽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컬렉션의 디자이너들도 항상 4대 패션위크(런던, 밀라노, 뉴욕, 파리)를 꿈꾼다. 패션 선진국에서 인정받으면 아시아 시장 진출도 훨씬 수월해진다. 궁극적으로 K-패션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일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컨셉코리아’가 대표적.

1년에 두 번, 5∼7팀의 디자이너를 뉴욕으로 보내 패션쇼를 지원하는데, 스티브&요니P, 비욘드 클로젯, 카이, 칼 이석태 등이 모두 ‘컨셉코리아’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2011년 약 25만 달러(2억6000만 원)에서 2014년 85만 달러(9억 원)로 4년 만에 수주도 4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미디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 2월 런던패션위크에서 열린 ‘패션코리아’도 4명의 한국 디자이너에게 쇼룸 등을 지원했는데, 2012∼2014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자이기도 한 최유돈 디자이너가 가디언 등 현지 유력 매체에 실리며 주목받았다. 총 50여 건, 약 30만600파운드(5억2000만 원)의 수주가 이뤄졌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카이의 2015 S/S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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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마왕’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릴 정도로 신해철의 음악적 자신감과 집착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게임음악 등 손댄 장르마다 호평… 20년 전 음악, 지금 들어도 완성도 뛰어나

음악평론가 조성진 "그는 항상 새로운 음악을 시도했다… 시대 앞서간 뮤지션"

뮤지션 신해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04년 문화부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그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장관 나부랭이나 하려고 음악을 해온 줄 아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간통죄 폐지를 논하는 TV 토론(MBC '100분토론')에 후드 티, 장갑 차림으로 나와 음악인으로서의 자의식을 거침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장관을 '나부랭이'로 대하는 호연지기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음악적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대마초, 간통죄, 체벌 등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자기주장을 가진 논객이었지만 본업은 역시 음악이었다. '마왕'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릴 정도로 그의 음악적 집착은 남다른 구석이 있다.

신해철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여러 장르에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이름을 돋을새김한 선구자였다.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활동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놀라운 점은 여러 장르의 끝 간 데까지 닿은 뮤지션 역시 신해철이라는 점이다.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던 신해철의 음악 인생을 되짚어봤다.

신해철이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에 참여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1997년 발표된 넥스트 4집이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다). 애니메이션 완성도는 처참했지만 신해철이 만든 음악만큼은 한국 애니메이션 음악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단번에 끌어올린 수작이다. 특히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는 17년 전에 만든 음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세련미를 과시하는 록 넘버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성가대의 전위적 합창, 귀를 작렬하는 신해철의 호쾌한 샤우팅이 어울린 걸작이다. 그는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걸 음악으로 보여주겠다"는 호언장담을 처음 만든 애니메이션 OST에서 보란 듯이 증명했다.

그가 게임음악에도 손을 댔다는 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의 격투 게임인 '길티기어 XX 샤프리로드'의 한국판 OST(2003년)가 신해철 작품이다.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그는 넥스트 멤버들과 한 아파트에서 숙식하며 종일 게임 캐릭터를 연구했다. 음악을 통해 각 캐릭터 고유의 성격을 돋보이게 하는 게 그의 목표였다. '편집증'에 가까운 작업 끝에 탄생한 OST는 음악성에 감탄한 일본 게임마니아들의 성화에 힘입어 일본에 역수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문을 열고 닫은 이가 모두 신해철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천재'라는 칭호가 붙는 건 당연하다. 한대수 김태원 서태지 등 당대의 뮤지션들이 신해철을 '위대한 음악가' '고독한 천재' '산과 같은 존재'라고 부르는 건 망자에 대한 예우성 상찬이 아닌 셈이다.

신해철은 안주를 거부하는 뮤지션이었다.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민물장어의 꿈')라면서 현실의 고난마저도 안주의 징후로 받아들일 정도로 한 곳에 머무는 걸 증오했다. 이런 자의식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안녕' '재즈카페' 등 수려한 팝 넘버를 부른 '핫한 오빠'를 '록의 사도'가 되도록 이끌었다. 현대인으로서 겪는 우울증, 시대와의 불화, 죽음, 영원 등의 주제를 담기엔 발라드 등 기존 장르의 터가 지나치게 좁았다.

그는 넥스트를 결성해 1993년 '도시인' '인형의 기사' '아버지와 나' 등을 담은 1집을 발표했다.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도시인')이라고 외치는 장발의 로커에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부르던 곱상한 오빠의 모습을 찾기란 어려웠다.

이듬해 발표한 넥스트 2집('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은 놀랍게도 헤비메탈 앨범이었다. 2집은 사운드 측면에서 한국 대중음악계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까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헤비메탈을 표방한 밴드는 많았지만 넥스트처럼 세련된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는 없었다. 넥스트의 2집은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대포처럼 강렬한 연주, 심장을 자극하는 샤우팅 등 헤비메탈의 파괴성을 드러내는 곡에서부터 듣는 이의 감정을 뒤흔드는 발라드 넘버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를 뒤섞어 차린 '진수성찬'이었다. 기타리스트 김세황 등의 명연에 맞춰 그는 도발한다. 자기 존재를 사유하지 않고 사는 건 이미 죽은 거라고. "세상이 날 길들이려 하네. 세상의 모든 고통과 좌절과 분노를 내게 다오.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을 핥게 하고 고독의 늪에서 헤매게 하라."('껍질의 파괴') 다른 한편으로는 '굿바이 얄리'를 통해 병아리의 죽음을 목격한 뒤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1995년 발표한 넥스트 3집(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은 2집과 함께 넥스트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세계의 문' '머니(Money)' 등이 히트했다. 세계 시장에 당장 내놓아도 통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일본에서 해적판 음반이 크게 히트했다. 일본의 음악평론가 마쯔다 야스히로는 넥스트의 9?3초짜리 대곡 '더 월드 위 메이드(The world we made)'에 대해 "곡들이 반복되는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테크니컬한 솔로, 특히 첫 번째 솔로의 긴박감은 처음 들어본다면 엉덩이의 구멍이 닫힐 정도"라고 감탄했다. 그는 넥스트 3집이 그 해 나온 음반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넥스트 4집(Lazenca)에 이르기까지 신해철은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아트록, 오페라록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모험을 감행했다. 그 해 신해철은 "더 이상 올라 갈 자리가 없다"며 넥스트 해체를 선언했다.

넥스트 해체 후에도 그의 음악적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윤상과 프로젝트 그룹 노땐스를 결성해 1996년 테크노 음악을 선보였던 그는 한동안 테크노 음악에 경도돼 크롬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Crom's Techno Works')을 발표하고 크리스 샹그리디와 프로젝트 그룹 모노크롬을 결성해 동명 타이틀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명곡이 탄생했다. 2000년에는 3인조 밴드 비트겐슈타인을 결성해 저예산 홈레코딩 방식을 도입했다. 그는 전자악기 연주와 록 사운드가 충돌하는 데서 오는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수컷의 몰락' 시리즈로 음악적 재능이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물론 신해철도 완벽한 음악적 결과물만 내놓은 건 아니다. 2004년 발표한 5집('The Return Of N.EX.T Part III : 대한민국'), 2007년 내놓은 6집('666 Trilogy Part I')은 4집까지 이어온 웅장하면서도 꽉 짜인 연주 방식에서 벗어난 앨범이다. 음반 제작의 주체가 뮤지션에서 대중에게 넘어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한 때문이다. 지나치게 적나라한 가사, 헤비메탈의 호쾌한 맛이 사라진 연주 등이 일부 팬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홈 레코딩만으로 이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낸 데 대한 호평도 많았다.

한동안 정규 앨범을 내놓지 않은 신해철은 재즈 풍의 작품 정규 5집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 the One)' 이후 7년5개월 만인 지난 6월 정규 6집인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를 발표하며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했다. 무려 1,000개 이상의 녹음 트랙에 자신의 보이스를 중복 녹음해 만든 원 맨 아카펠라 곡 '아따(A.D.D.A)'는 단연 돋보인다. 테크노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사운드 완성도와 함께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곡 전반을 장악하는 변화무쌍한 보컬이 감탄스럽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비요크가 '메둘라(Medulla)'에서 아카펠라로만 테크노사운드를 구현한 것과 비견할 만하다. '단 하나의 약속'은 신해철식 발라드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서서히 감정을 고양하다가 폭발시키는 전형적인 구성이지만 세련된 사운드, 지나치게 사소해서 되레 서정적인 가사가 잘 어울리는 수작이다. 신해철 사후에 듣는 청자라면 "하나만 약속해줘. 어기지 말아줘. 다신 제발 아프지 말아요"라는 가사와 그의 죽음이 오버랩돼 기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신해철과 절친했던 음악평론가 조성진씨는 "항상 새로운 걸 시도했다.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좋을 만큼 사운드가 세련된 점도 신해철 음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신해철의 음악이 뛰어난 점은 그가 뛰어난 뮤지션이었으면서도 음악적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덕분"이라면서 신해철과 관련한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잉베이 맘스틴이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적이 있다. 일본에 있는데 신해철에게 '잉베이 맘스틴을 만나게 해줄 수 있냐'는 전화가 왔다. 소개를 해줬더니 곧장 일본으로 날아와 다음날 둘이 따로 만났다고 하더라. 뭔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비롯한 신해철 지인이 모두 충격에 빠진 상태"라면서 "아직도 신해철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채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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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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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한국은 전 세계의 성공 모델이다." "국제무대의 리더, 국제협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문화일보가 창간 23주년을 맞아 그레이엄 앨리슨(74) 미국 하버드대 교수, 스인훙(時殷弘·63)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58) 도쿄(東京)대 교수 등 미·중·일 석학 3인에게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이들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뤄낸 번영의 모델인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협력의 리더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앨리슨 교수는 "한국은 전쟁의 황폐화, 불안한 안보환경 속에서도 역동적인 경제와 국가를 건설했다"며 "앞으로도 남미,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에 한국을 ‘위대한 번영의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함께 국제무대의 주요 리더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후지와라 교수는 "중국·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아니지만 굉장히 발전한 나라인 한국이 지역 협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반도 통일문제와 관련, 3인의 석학은 모두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지적한 뒤 통일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앨리슨 교수는 "북한은 붕괴의 길을 걸은 구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했고, 후지와라 교수도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통일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 교수 역시 "통일은 반드시 된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되느냐"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나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후지와라 교수는 "모든 것이 북한 지도부에 달려 있는데 지금 북한은 군사적 압박이나 경제 원조 등으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앨리슨 교수와 스 교수는 각각 경제적 보상, 제재 등을 통해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국론 분열 등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스 교수는 "여론이 분열돼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고, 앨리슨 교수는 "지도자에게 모든 책임과 비판을 전가하는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후지와라 교수는 "사고 자체가 굉장히 참혹했기 때문에 한국의 사고수습 방식이나 미흡한 안전기준이 핵심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한국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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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뇌과학과 치매 분야 전문가들은 “공부모임이 중장년의 뇌,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뇌를 활성화해 치매를 예방하고,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맺기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게 1.3∼1.5㎏인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

정용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신경세포의 수는 줄어들지만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효율적으로 일어나면 뇌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이나 경험은 바로 이 연결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것’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있는 길로 다니기보다 뇌 안에 새로운 길들을 계속 만들어야 신경세포 결합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면서 “익숙하지 않거나 잘하지 못하는 것을 배우는 활동이 좋다”고 설명했다.

안승찬 한국뇌과학연구원 연구개발실장도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면 그 영역과 관련된 뇌가 발달하고 신경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평소 안 쓰던 부위에 혈액과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에 두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이런 뇌기능의 활성화는 중장년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치매협회장인 우종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예교수는 “학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저장·활용하는 일련의 인지과정을 반복하는 연습은 치매의 속도를 늦추고, 예방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며 “실제로 고학력 등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치매 유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낮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학습모임의 정서적 안정 기능에도 주목했다. 안 실장은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감은 우울감 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이렇게 얻은 정서적 안정감은 삶에 대한 의욕과 활력을 북돋아 신체활동성까지 높인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젊은 노인들의 사회’. 철학자 이진경은 우리 사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늙는다는 것은 “입력장치는 고장 나고 출력장치만 작동하는 상태”라며 그런 상태라면 아무리 젊어도 이미 충분히 늙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점수로 환산되는 공부에 시달리다 취직하고 결혼을 해 삶이 안정궤도에 들어서면 많은 이들이 30대부터 공부를 끝내고 급속히 늙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2012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44세. 인생 초반 10∼20여 년간 배워 버티기엔 삶은 길고, 세계와 삶의 존재 방식은 복잡해졌다. 이런 변화 속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중장년이 조용히 늘고 있다. 중장년 공부 열풍이다.

실용적 공부뿐 아니라 인문공동체에 40대 직장인이 몰리고 대중강연엔 머리 희끗한 어른들이 대거 자리하기 시작했다. 중장년 공부 열기를 살피기 위해 대표적 인문 연구공동체에서 ‘열공’중인 40, 50, 60대 학인(學人)들을 만났다.

인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7년째 공부 중인 강민혁(45) K은행팀장, 대안연구공동체에서 4년째 열공 중인 김성태(50)부천성모정형외과 원장, 갈무리출판사의 인문학 프로그램인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2년간 카뮈 원서를 읽은 대기업 부장 출신 최종구(69) 씨. 강 팀장은 최근 자신의 공부 이력을 삶과 연결한 책 ‘자기배려의 인문학’(북드라망)을 내놔 화제가 됐다. 김 원장은 대안연구공동체로부터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최 씨는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공부 공력이 대단한 분”이라며 추천받았다.

40, 50, 60대를 인터뷰한 것은 나이에 따라 공부 이유나 목적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사회가 요구하는 공부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공부에서 시작했고, 지식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삶의 변화를 동반하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시작 = 강 팀장의 공부는 2008년 의사의 경고에서 시작됐다. 매일 야근, 술, 담배를 끼고 살던 그는 부인 손에 끌려간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이대로 살면 죽는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때 무슨 이유에선지 수유너머가 떠올랐다. 눈 오는 날 찾아간 강의실, 형광등 아래 모여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그날로 술, 담배를 끊고 공부를 시작했다.

김 원장이 대안연구공동체를 찾은 이유는 강 팀장처럼 드라마틱하진 않았지만 그보다 덜 절실한 것은 아니었다. “올해로 의사 생활 24년. 아버지 권유로 들어간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를 거쳐 개업을 해나가면서 정신없었다. 병원이 자리 잡기 시작한 마흔다섯쯤, 이것(현재 삶의 방식) 말고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트랙을 따라왔다는 생각이 깊어질 즈음 대안연구공동체 기사를 봤다. 2011년 3월 공동체가 문을 열 때, 이정우 선생의 세계 철학사 강의를 신청했다.”

반면 최 씨의 공부 이력은 훨씬 깊다. 직장인 시절 외국 출장이 많았던 그는 출장지 도착 첫날엔 어김없이 그곳 대학 도서관을 찾았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을 좋아해 음악가 화가의 흔적을 따라가보기도 했던 그는 2001년 퇴직과 함께 본격적인 자기 공부를 시작했다.

◇중년의 공부는 프리스타일 = 이들의 공부가 학생의 공부와 다른 것은 자기가 선택한 것을 자기만의 속도로 해나가는 ‘프리스타일’이라는 점이다. 김 원장은 처음 몇 년은 일주일에 4일을 진료가 끝나면 서울 서교동 대안연구공동체로 와 동서양 철학을 두루 공부했다. 지금은 주 1회 안티 오이디푸스 강의를 듣고 있다. “나의 좌표, 삶의 매뉴얼을 찾기 위해 앞서 공부한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했는데 그게 철학이었다”고 말했다. 7년째 평일 하루 저녁과 주말까지 주 3일 강의를 들으며 공부 중인 강 팀장은 수유너머에서 시작해 수유너머가 분할된 뒤엔 철학자 고병권의 수유R, 고전연구가 고미숙의 감이당으로 옮아가며 동서양 철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감이당에서 스피노자, 동양의학과 동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들보다 최 씨의 공부는 훨씬 더 ‘프리’하다. 그는 관심 분야를 정하면 우선 관련 언어를 배우고 원서와 원자료를 읽고, 필요한 강의를 듣는다. 몇 년 전에는 르네상스를 알고 싶어 이탈리아어를 배워 책을 읽었고, 2012년 2개월간 혼자 피렌체 기행을 했다. 그가 모은 관련 자료와 기록은 놀랄 정도로 방대하고 정교했다. 최근의 관심은 프랑스, 특히 화가 세잔과 르누아르. 이를 위해 프랑스어를 배워 2년간 카뮈 작품을 원서로 읽었다. 그는 이렇게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터키어 등 6개 언어를 한다.

◇중년은 공부할 나이 = “사적인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신문 방송을 보고 누가 잘못했다고 핏대를 올리지만 정작 자기 이야기는 없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최 씨는 말했다. 김 원장도 “물건을 살 땐 여러 가지 살피면서 정작 자기 삶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조사하지 않고 흐름에 맡기며 산다 ”며 “중년일수록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팀장 역시 “중년은 스스로 전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쥐고 있는 한 줌을 지키려 애쓴다. 공부는 이런 통념을 깨고 자신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40대, 50대가 사회 중추 세력이고 이들의 사고방식이 시대의 사고방식이라는 점에서 중년의 공부는 더 중요하다. 이들이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회는 불행해진다”는 강 팀장의 말은 인상적이다. “자신에게서 출발하는 공부를 하라. 망설이지 말고 같이 공부할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돌아오지 마라.” 중장년에게 주는 이들의 충고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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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는 창의·인성 교육에 달려있다. 천재 한 명이 사회를 이끌고, 하나의 기업이 국가 전체를 먹여 살리는 시대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신 서로 협력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집단 지성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미 경쟁에 뛰어든 창의·인성 교육을 위해 국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명의 천재가 아닌 창조계급이 먹여 살리는 사회 = 지난 2009년 12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전역에 지름 2.5m의 빨간 풍선 10개를 띄워놓고, 풍선 위치를 가장 빨리 찾는 팀에 4만 달러(약 4200만 원)의 상금을 주는 이색 대회를 개최했다. 거대한 대륙국가인 미국에서 테러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 인터넷으로 어떻게 이를 파악할지 실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천재라 자부하는 이들, 자본력을 갖춘 기업 등 4000여 개의 팀이 참가했는데, 1등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상금 가지치기 방식’을 홍보했다. 직접 빨간 풍선을 찾지 못해도 어디에 있는 것 같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상금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들을 공유했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9시간 만에 모든 풍선을 찾는 데 성공했다. 미래사회를 이끌 키워드는 창의성과 융합, 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미래학자가 새로운 국가 경쟁력은 창조적 집단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명명한 창조계급(Creative Class)은 말 그대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일을 융합하기도 하고, 직장의 경계를 넘나든다. 창조계급은 다양성, 개방성, 수평성, 혁신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인성이 곧 경쟁력 = 이같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인성도 주요한 국가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조계급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창의·인성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미래 인재의 특징으로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 창조 △훌륭한 이야기의 창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의 결합 △다른 사람과 공감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룸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상당수가 인성과 관련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DeSeCo)’으로 △이질적 사회집단에서 협동 및 상호작용 △자율적인 행동 △지식의 상호작용적 활용능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이 창의성과 인성의 중요성을 파악한 선진국들은 교육 현장에서 창의·인성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빨간 풍선 찾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 MIT가 위치한 매사추세츠주는 미국 내에서도 앞서가는 창의·인성교육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학교에서 창의·인성 교육을 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및 지수를 개발하기 위한 5년 장기 프로젝트를 2012년 시작했다. 미국 인성교육원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에 해당하는 창의·인성교육 과정을 마련해 44개 주 1만8000여 개의 교실에서 적용했다. 시행 결과 학생들의 친사회적 행동이 증가하고, 알코올과 약물남용이 감소했다.

◇행복하지 않은 교육 탓에 창의성, 인성 결여 =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창의·인성 교육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행복감·자아존중감이 결여되고, 이로 인해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약화하면서 도덕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ICCS(International civic and citizenship education study)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매년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은 조사대상 36개국 중 35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학생들이 입시경쟁에만 매몰돼 자기 만족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타인과 협동하는 능력도 하락하고 있다”며 “청소년행복지수는 매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학기제 등 실효성 강화해야 =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자유학기제, 창의경영학교 등 현재 시작단계인 창의·인성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기업, 대학 등이 참여해 학습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유학기제가 보다 더 인성교육 중심으로 공동체 기반 위에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는 전체 중학교에 공동체 기반 지역사회 멘토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만큼 교육기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 체험학습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보다 많은 단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체험 자체보다는 체험을 통한 특정 주제 탐구 등 세부적인 교육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단장은 “창의·인성 교육은 나를 제대로 알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창간 23주년 특집-창의교육으로 미래를>초중고생 70%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 모른다”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3분의 2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14년 행복학교 박람회’에 참여한 초·중·고 학생 19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라는 질문에 70.1%가 ‘아니다 또는 전혀 아니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22.8%,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또 ‘나는 나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있다’라는 질문에 63.5%가 ‘아니다 또는 전혀 아니다’고 응답했고,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28.9%,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

‘배우고 싶은 체험분야를 선택하는 이유는’이라는 질문에 49.1%가 ‘관심 있는 직업분야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고 30.7%는 ‘잘 모르는 분야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체험이 될 것 같아서’(11.0%), ‘학습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6.6%), ‘가장 간단하게 체험과 실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2.6%)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진로나 적성보다는 자신의 흥미나 취미를 위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진로 탐색을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26.6%였으며 ‘그냥 좋아서 한다’(38.7%),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14.6%), ‘친구나 선생님 등 주변의 권유’(14.1%), ‘스트레스 해소’(6.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동아리 활동이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질문에도 ‘진로나 입시’라고 대답한 학생은 25.6%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취미의 심화(전문성 강화)’(36.0%), ‘대인관계’(23.4%), ‘풍부한 감성 확대’(5.4%), ‘인성(안정감이나 심적 강화)’(4.6%), 기타(5.2%) 등으로 답했다. 동아리 활동과 진학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는 30.2%만 ‘동아리 활동분야로 전공할 것’이라고 답했고 ‘진학과 상관없이 취미로만 할 것’(56.5%), ‘진학과 상관없고 이후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할 것’(13.3%)이라고 응답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

<창간 23주년 특집>전문가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는 인터넷 ‘자기확신’만 키워

과거 ‘자유로운 소통의 장’으로 각광받던 사이버 공간이 과도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오히려 불통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부터 토론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근본적인 의식 개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그동안 한국사회는 특정 이슈에 대해 균형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토론을 하기보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에 바빴다”면서 “이런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불통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도 “소통이라는 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기 생각과 비교하며 긍정적인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소통문화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형식적 토론에 그치다 보니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볼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이 사이버 공간의 정치적 양극화를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셀렉트(선택)해 볼 수 있다”면서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다 보니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자기 확신’만 강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하나의 사실이 커뮤니티에 따라 사실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한다”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나온 거짓 정보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치적 양극화와 극심한 불통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토론교육을 하는 등 인식 전환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택수 원장은 “사실 청소년들이 학교보다 더 많이 접하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인데 이와 관련된 교육은 전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공교육 현장에서 올바른 인터넷 정보 활용 등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원장은 이어 “토론문화와 관련 교육이 잘 자리 잡은 서구사회와 달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지식 암기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훈련 등을 어릴 때부터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공간에만 노출되면 또다시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옥남 실장은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일”이라면서 “공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관련 교육에 힘써 청년들이 올바른 가치관 속에서 현상의 양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런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인터넷상의 허위 정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면서 “인터넷이 자기 확신을 확고히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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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을 꺼리고 있다. 지인들의 일상을 공유하며 덕담을 주고받기 위해 사용했던 SNS가 어느새 정치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선전의 장이 됐기 때문이다. 편하게 대화를 나눴던 친구들이 온라인상에서 투사처럼 변모해 김 씨에게 정치적 가치관을 강요하는 일도 생겨 접속 자체가 두려울 정도다. 김 씨는 "얼마 전에는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에서 유가족과 진보 진영의 주장을 담은 페이스북의 글에 ‘좋아요’를 클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질책을 받았다"며 "조심스럽게 다른 의견을 제시했더니 아예 ‘꼴통’으로 몰려 이제 정치적인 사안은 생각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자유로운 의견 표출은 고사하고 극단적인 주장만 세를 불리는 데 기가 질려 SNS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이념적 양극화가 온라인을 통해 점점 확산되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불통사회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터넷 공론장은 사라지고 집단 정체성과 ‘극화’만 남아 = 지난 2009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순위 1위에 오르고 2011년 12월 조사에서는 OECD 회원국 최초로 무선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00%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우리 사회는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처럼 보였다. 인터넷 공간이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언급한 ‘공론장’의 이상으로 여겨질 무렵이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 TV, 라디오와 같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달리 의사소통이 가능한 담론의 공간이 전 국민이 향유하는 인터넷에서 나타났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 공간은 소통과 합의 대신 ‘끼리끼리’와 같은 ‘집단 극화(polarization)’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여기에는 탈개인효과를 잘 소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한다"고 분석한다. 탈개인효과는 개개인을 구별하기보다 집단의 정체성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원리다. 우리 사회의 경우 ‘단일민족 신화’ 등 집단 정체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인터넷의 익명성은 스스로를 몰개성화하도록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대립의 확산 = 온라인상에서 개성을 잃은 개인은 이미 형성된 집단 규범에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는 개인이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훌륭한 버팀목이 된다. 사회심리학의 사회적 비교이론에 따르면 집단의 구성원은 타인보다 더 나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데다 집단 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을 내놓으려 하는 속성이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상황은 인터넷상의 정치적 토의에서 발생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형성된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가 이미 극단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개인이 동일시하려 하는 정치적 입장도 애당초 양 극단으로 쪼개져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인터넷 정치문화를 얘기할 때 ‘극단화(extremization)’라는 용어보다 극화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극단화가 중간점에서 양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라면 극화는 이미 선택한 방향에서 더욱 극 쪽으로 옮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슈가 된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만 봐도 이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협의 주체인 정치권과 유가족 사이에서 수사권·기소권에 대한 타협 가능성이 배제되면서 국민 여론도 이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재편됐다. 이미 극단에서 출발한 논리는 빠르게 과격해져 유가족의 주장에 동조하는 진보진영은 목숨을 내놓을 듯 단식투쟁을 이어갔고 이에 온라인상에서만 활동하던 일베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폭식투쟁으로 맞서 사회적 논란을 낳기도 했다.

◇독설이 불러오는 불통 체제 = 극을 달리는 대립은 단순히 극화에서 끝나지 않고 소통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은유 프레임은 극화에서 불통으로 이어지는 진화 고리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1년 오미영(신문방송학) 가천대 교수가 쓴 ‘인터넷 여론과 소통의 집단극화’ 논문에 따르면 익살과 풍자의 범위를 넘어선 비아냥, 조롱 등 독설의 은유가 온라인에서 널리 유행하면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불통 체제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좌빨’ ‘수꼴’ 등 이념적인 주제뿐 아니라 ‘김치녀’ ‘홍어’ 등 일상적인 사안에서도 상대를 비하하는 ‘이름 붙이기’가 하나의 놀이처럼 퍼져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수시로 불통과 증오의 문화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만큼은 수평적 문화와 소통을 선으로 여기지만 실제 일어나는 현상은 배타성이라며 몸과 머리가 따로 움직이는 듯한 심각성 때문에 이런 현상을 단순한 부작용으로 치부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위에서 일어난 분열이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의해 아래로 전이되는 형국"이라며 "바람직한 정치 문화의 정립만이 불통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과거 ‘자유로운 소통의 장’으로 각광받던 사이버 공간이 과도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오히려 불통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부터 토론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근본적인 의식 개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그동안 한국사회는 특정 이슈에 대해 균형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토론을 하기보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에 바빴다"면서 "이런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불통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도 "소통이라는 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기 생각과 비교하며 긍정적인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소통문화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형식적 토론에 그치다 보니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볼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이 사이버 공간의 정치적 양극화를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셀렉트(선택)해 볼 수 있다"면서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다 보니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자기 확신’만 강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하나의 사실이 커뮤니티에 따라 사실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한다"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나온 거짓 정보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치적 양극화와 극심한 불통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토론교육을 하는 등 인식 전환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택수 원장은 "사실 청소년들이 학교보다 더 많이 접하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인데 이와 관련된 교육은 전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공교육 현장에서 올바른 인터넷 정보 활용 등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원장은 이어 "토론문화와 관련 교육이 잘 자리 잡은 서구사회와 달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지식 암기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훈련 등을 어릴 때부터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공간에만 노출되면 또다시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옥남 실장은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일"이라면서 "공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관련 교육에 힘써 청년들이 올바른 가치관 속에서 현상의 양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런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인터넷상의 허위 정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면서 "인터넷이 자기 확신을 확고히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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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세계 경제는 단기적 경기변동의 여파가 아니고 L자형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경기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힘들고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올해 616주년을 맞은 성균관대에서 만난 김준영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이같이 밝히며 "저성장이 낮은 일자리 창출, 소득증가 정체, 경제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거시경제학을 직접 강의하는 국내 대표 거시경제학자다. 국내 사립대 중 강의하는 총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논어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본이 서면 길이 생긴다는 뜻"이라며 "경제에 있어서 기본은 신뢰로 이를 바탕으로 정책신뢰가 뒷받침되기 위해선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경제활성화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어 "과감한 규제개혁이 이뤄져 기업들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소비가 살아나 소비생태계의 어두움이 걷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대교협 회장으로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2023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 16만명을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을 목표로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부와 대학평가지표를 다듬고 있다. 그는 "앞으로 대학 평가는 취업률만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전공에 맞게 취업했느냐를 따지는 식의 정성과 정량지표가 조화된 종합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들을 5등급으로 나눠 2연속 최하 등급을 받을 경우 해당 대학은 퇴출되기 때문에 최근 대학 평가 작업은 교육계 최대 관심사다. 김 총장은 "2018년부터 대학입학 인구가 줄어들지만 정원 감축에만 의존하지 않고 질적 구조조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지역 기여도, 특성화 정도 등 정성적 대학 평가가 많이 도입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 대학 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성균관대도 2015~2017학년도 중에 올해 대비 4%의 정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자발적인 정원 감축으로 정부 대학 구조개혁에 동참하겠다는 김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김 총장은 "대학들이 구조개혁ㆍ등록금 상한제ㆍ경기 불황으로 인한 정부 지원 감소 등 '3중고'에 빠져 있는데 이를 돌파할 방법은 결국 대학 스스로 양질의 소프트웨어(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학만 구조조정을 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교육이 변해야 한다"며 "광복 이후 70년간 압축성장에 필요한 많은 인력을 보편적 교육으로 공급해 왔지만 앞으로는 창의 기반 사회에 필요한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험 위주의 입시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3명이 성균관대 출신인데 모두가 인성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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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선거구 조정 대상 무려 62곳…‘텃밭’ 사라질 의원들 발등에 불

호남·경북 줄고 수도권·충청 늘어…여야 유불리 판단 어려워

 

“여의도에 폭탄이 떨어졌다.”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의원은 ‘폭탄’에 비유했다. 헌재 기준대로 선거구가 획정되면 지역구의 분할·합병으로 공들여 가꾼 ‘텃밭’이 사라질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 의원은 “사상 최대, 최악의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와 인구가 듬성한 농촌의 특성을 고려해 만든 비율로 종전에는 1개 선거구를 만들 수 있는 최소 인구는 10만3469명, 최대인구는 31만406명이었는데, 이를 최소 13만8984명, 최대 27만7966명으로 재조정하라는 것이 헌재 결정의 골자다.

여야는 입을 모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논평을 내놨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전통적 여야 강세 지역이지만 인구는 적은 영·호남의 의석수가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광역시·도별 ‘인구기준 불부합 선거구 현황’을 보면 하한인구 13만8984명에 미달하는 선거구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경북이 6곳으로 가장 많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도 전북 4곳, 전남 3곳의 선거구가 하한선에 미달했다.


반면 수도권은 인구상한(27만7966명)을 초과하는 곳이 많아 선거구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특히 경기지역은 상한 인구를 초과한 선거구가 무려 16곳이었고, 하한 인구에 못 미치는 곳은 한곳도 없었다. 인천도 상한선을 초과한 선거구만 5곳이었다. 서울은 상한 초과 선거구가 3곳(은평을, 강남갑, 강서갑), 하한 미달 선거구가 2곳(성동을, 중구)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개별 선거구가 인구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선거구가 곧바로 통폐합되거나 신설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시·군·구 안에서 경계 조정을 통해 인구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고,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방식도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서울 중구의 경우 인접한 동대문구나 종로구에서 일부 지역을 떼어와 선거구를 존속시킬 수도 있다. 행정구역은 수원 권선구지만, 선거구가 팔달구에 묶여 있는 수원 탑동이 그런 예다.

그러나 영호남의 선거구 감소와 수도권·충청의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북과 전남북은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곳이 많아 선거구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경북이 여당, 호남이 야당 텃밭 지역임을 감안하면 특별히 유불리를 따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수도권과 충청권도 역대 선거 때마다 여야가 경합했던 지역이어서 특별히 어느 당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선거구의 구체적 상황은 경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만큼 지금 상황에서 유불리를 셈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신의 지역구가 인구하한선 미달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나온 호남권의 한 4선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도농간 정치력의 격차가 벌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예상되므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초선의원은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2~4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있는데, 이제 5~6개 군이 단일 선거구로 편성된 지역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농촌 의원들 반발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선거구 재획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로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까봐 걱정된다”며 “대도시 인구밀집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인구비례에 따른 표의 등가성뿐 아니라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한겨레] 새정치 “외부인사로 위원회 만들자”
새누리 “선관위가 조정하도록”
정당마다 예측·기대치 온도차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이 3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공직선거법의 선거구 획정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결정 선고를 하려고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미 재판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30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방식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선거구 획정위원회 독립을 비롯해 중대선거구제, 석패율 도입 등 그동안 논의돼온 정치개혁 과제들이 현실화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야 모두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음을 실감하고 있으나, 변화의 폭에 대한 예측과 기대 수준은 정당마다 온도차가 난다. 정의당이 가장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구 전면 조정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헌법의 명령”이라며 “거대 양당 체제의 기득권을 강화해온 제도적 기반인 소선거구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선거구 조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 조속히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자”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헌재 결정 직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당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열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재 결정에 영향을 받는 선거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이리저리 지역을 잘라 유권자 수를 맞추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표의 등가성 원리를 살리고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선,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지키되 선거구가 3곳 이상인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을 지지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분권형 권력구조는 연정이 필요하고, 연정을 하려면 다당제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역시 소선거구제로 반사이익을 누려왔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가자는 통일된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가장 소극적이다. 이들은 헌재 결정에 맞춰 어떻게 선거구를 조정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하나도 쉽게 합의를 못 볼 정도로 우리 정치권은 합의 수준이 낮다. 그런데 거기다 중대선거구제까지 갖다 붙이면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며 “풀지도 못할 거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건 계속 정쟁을 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도 “당장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일만 해도 의원들과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골치가 아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호남 의원들이 계속 반대해온 중대선거구제까지 논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단은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 문제가 먼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공정하게 선거구를 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다가오면 국회에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고, 그 안에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만들어 선거구를 조정해왔는데, 당 혁신위는 이를 선관위가 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매일경제

◆ 現선거구 헌법 불합치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등 헌법재판관 9명이 30일 헌법재판소에서 지역구 획정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충우 기자]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에 대해 현행 인구 편차 3대1에서 2대1로 바꾸라고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선진국 사례만 놓고 보면 미국 등은 우리보다 엄격하게 국민 1명이 1표를 행사한다는 이른바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선거구당 평균 인구를 잣대로 상하 0.35% 이내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합헌으로 판단한다. 또 독일은 상하 15% 이내에서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거구별 평균 인구가 20만명이라고 할 때 미국은 19만9300명에서 20만700명 사이로 선거구를 획정하고 독일은 한 선거구 인구를 17만~23만명으로 결정하는 셈이다.

매일경제신문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출 당시 시도별 인구와 선거구 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표의 등가성을 고려한 적정 선거구 수를 맞추려면 수도권은 10석 늘려야 하는 데 비해 호남 5석, 영남 4석, 강원 2석 등 비수도권은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당시 19대 국회의원 선거구 수는 246곳으로 총 인구가 5082만명인 점을 고려할 때 선거구 수당 평균 인구는 20만662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시도별로 선거구당 인구 수를 살펴보면 대전 지역이 25만367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 23만4069명, 경기 22만9889명, 서울 21만4684명 순으로 많았다. 이에 비해 세종시 9만8738명, 전북 17만446명, 강원 17만624명, 전남 17만3914명, 경북 17만9739명 순으로 선거구당 인구 수가 적었다. 따라서 국민 1명이 1표씩을 행사한다는 표의 등가성 원칙만 갖고 선거구를 다시 조정하면 경기도 6곳, 서울 2곳, 인천 2곳 등 수도권은 늘어나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영남은 경북 2곳, 부산ㆍ울산 각 1곳 등 총 4석을 줄여야 하고, 호남은 전북ㆍ전남 각 2곳, 광주 1곳 등 5곳을 줄이는 것이 등가성이 맞았다. 아울러 충청은 대전에서 1곳을 늘려야 했지만 인구가 적은 세종시는 타 지역과 흡수 통합하는 것이 표의 등가성에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거구 획정에는 표의 등가성을 위한 동등 인구 외에도 행정구역 접근, 사회적 동질성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 선관위 견해다.

선관위는 이날 헌재 선고 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이 같은 염려와 함께 "현실적 문제를 도외시한 선거구 획정은 결국 국민 통합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석 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국민 정서상 의석 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판단이다. 지난 19대 총선 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 수가 소폭 늘어나는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치권이 의석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한 부담으로 1석만 늘린 채 선거구 획정안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이상덕 기자 / 장영석 기자] 


의석수 경북·호남 줄고 수도권·충청지역 는다

◆ 現선거구 헌법 불합치 ◆

평균 인구 수를 기준으로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편차를 상하 50%까지 허용해 획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인구비례 허용 기준을 현행 3대1에서 2대1로 바꾸라며 내년 12월 31일까지 현행법을 개정하라고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30일 헌재는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등이 제기한 선거법 25조 2항 별표 1 '국회의원 지역구 구역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인구편차 상하 50%(인구비례 3대1)를 적용하면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에 비해 세 배나 차이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이는 지나친 투표가치 불평등"이라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은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메가톤급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적인 지역구 대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헌재 선고 직후부터 여야는 각자 대책회의를 열고 득실 계산 및 향후 대응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같은 정당일지라도 수도권은 의석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호남과 대구ㆍ경북(TK)의 경우 줄어들 전망이어서 지역별로 의원들 이해관계도 첨예해 정치권에 적잖은 혼란이 일 전망이다.

헌재는 "인구비례 2대1을 적용할 경우 2012년 1월 31일의 인구 수를 기준으로 총 246개 선거구 중 56개 선거구가 조정 대상이고, 19대 총선 이후의 인구 변화를 고려해 지난해 7월 31일 인구 수를 기준으로도 총 60개 선거구가 분구ㆍ통합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세웅 기자 / 장영석 기자]

충청 인구 호남보다 많지만 의석수 되레 호남 5석 많아

◆ 現선거구 헌법 불합치 / 헌재 결정 배경은 ◆

헌재가 30일 "현행 인구비례 3대1 기준인 선거구 획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은 유권자 개개인이 행사하는 표의 등가성과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995년과 2001년 헌재는 인구비례 기준을 4대1에서 3대1까지 지속적으로 낮추는 결정을 해왔다. 2001년 결정 당시 헌재는 인구편차 상하 50%(인구비례 3대1)로 허용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인구편차 상하 33.3%(인구비례 2대1) 또는 그 미만의 기준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날 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헌법소원이 제기된 △서울 강남갑 △경기 용인갑ㆍ을 △충남 천안갑ㆍ을 선거구 등 인구 수 최소 선거구 대비 3배 가까이 많은 인구 격차를 보인 지역 유권자들 선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를 구성함에 있어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 평등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며 "특히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지금 지역 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현저히 완화할 필요성 또한 전에 비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인구편차 허용 기준을 완화해 발생하는 과대 대표ㆍ과소 대표 문제도 지적했다. 도농 간 불균형은 물론 같은 농어촌 지역 사이에서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2012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충남 부여ㆍ청양 인구 수는 10만6086명인 데 비해 전남 순천ㆍ곡성 인구 수는 30만3516명으로 충남 부여ㆍ청양에 주민등록을 마친 선거권자의 투표가치는 전남 순천ㆍ곡성 선거권자의 투표가치보다 약 2.86배 크다"며 "같은 농어촌 지역 간에 존재하는 이와 같은 불균형은 농어촌 지역의 합리적인 변화를 저해할 수 있고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외국 입법례도 참고해 인구비례 2대1 기준이 현시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단순 위헌'보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택한 것은 법적 공백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에 대해 위헌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위헌을 선언하면 해당 조항이 효력을 상실해 일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적 혼란을 방지하고자 관련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조항의 효력을 살려두는 변형 결정을 헌법불합치라고 한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국회에 내년 12월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할 시간적 여력을 줬다.

[김세웅 기자 / 윤진호 기자]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박종현,이병한 기자]

[기사 보강 : 30일 오후 8시 4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편차가 3 대 1로 짜여져 있는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헌재는 선거구 인구편차를 "2 대 1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내년 말(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역표 전체를 개정하라고 밝혔다. 헌재는 30일 오후 재판관 9명 중 6명 다수의견으로 이같이 선고했다.

이에 따라 다음 총선을 약 1년 6개월 앞두고 대대적인 선거구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의견으로 선거법 25조 2항 '헌법불합치' 결정

헌재는 "(현재는)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에 비하여 세 배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라며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한 가능성도 있는 바,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국회를 구성함에 있어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며 "특히 현재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현저히 완화할 필요성 또한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하면 할수록 과대대표되는 지역과 과소대표되는 지역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데, 이는 지역정당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점차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추세"라며 "우리도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헌재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이미 지난 1995년과 2001년 인구편차 위헌 기준을 각각 4 대 1과 3 대 1로 낮추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2001년에는 선고를 내리면서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인구편차가 2 대 1 또는 그 미만의 기준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결정이 있은 지 13년 만에 헌재는 약속대로 인구편차 2 대 1을 꺼냄으로써, 유권자 1인당 표의 평등성을 더욱 높였다.

이번 선고에 대해 박한철·이정미·서기석 헌법재판관은 "2001년 인구편차 3 대 1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였던 상황과 크게 달라진 바 없는 현 시점에서는 위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수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2 대 1 기준을 적용하면)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수만 증가할 뿐 지역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의 의원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해설] 유권자 1인당 표의 평등성 획기적 개선... 정치개혁 마중물 될까

ⓒ 박종현

'헌재발 충격'이다. 이제 다음 총선 전까지 정치권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개헌론의 부상과 맞물려 이번 헌재 결정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헌재 결정으로 유권자 1인당 표 가치의 평등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편차는 4 대 1을 웃돌았다. 한 지역구에서 유권자 네명의 표 가치가 다른 지역구의 한 명의 표 가치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95년 4 대 1 이하로, 2001년에는 3 대 1 이하로 줄었고, 이번 결정으로 2 대 1 이하로 바뀌게 됐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한 명의 표 가치는 절대 다른 사람의 표 가치보다 50%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발행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이런 추상적인 의미를 넘어 이번 결정이 현실에 미칠 영향이다. 당장 2016년 5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는 어떻게든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 대 1로 줄여야 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전체 인구수를 지역구 국회의원 수로 나눠 선거구 평균 인구수를 산출한 다음, 그 기준으로 2 대 1이 넘지 않게 최대수와 최소수를 산출해서, 최대보다 인구가 많은 선거구는 분리하고, 최소보다 적은 선거구는 합치면 된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

수도권 등 대도시 이득... 호남과 경북 등 농어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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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 1 기준을 적용했던 19대 총선만 해도 인구가 부족한 농어촌의 경우 한 선거구를 만들기 위해 무려 네 개 행정구가 합쳐졌던 경우가 생겼다. 강원 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선거구와 전북 무주군·진안군·장수군·임실군 선거구가 그곳이다. 그런데 만약 최소 인구수를 더 높인다면, 네 개 행정구가 아니라 다섯 개, 여섯 개 행정구를 묶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농어촌은 지역 대표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최대 인구수를 초과해 분리해야 하는 선거구는 현실적으로 대도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역적 특성이 전혀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한 행정구가 여러개로 쪼개지게 된다. 결국 국회에서 대도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농어촌의 목소리는 소수가 될 수밖에 없다. 표의 평등성도 좋지만, 이것이 과연 정치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관위 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더 극적으로 확인된다. 9월 말 현재 위에서 설명한 방식을 단순 적용할 경우 총 246개 선거구 중 무려 62개를 조정해야 한다. 이중 상한을 초과해 분리해야 하는 선거구 37개 중 64.8%(24개)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반면 하한을 미달해 다른 지역과 묶어야 하는 선거구는 25개 중 52%(13개)가 대표적 농어촌 지역인 경북과 전남·북이다. 물론 이는 현재 지역구의 인구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조정에 들어갈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인구편차 기준을 2 대 1로 바꿀 경우 전체적으로 수도권 등 대도시가 이득을 보고, 호남과 경북 등 농어촌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지역구를 늘인다? 의석 수를 늘인다?... 어느 하나 쉽지 않아

농어촌 지역의 박탈감과 저항을 줄이기 위해 하한선은 높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상한선을 더 내려야 하고, 대도시 선거구는 더 잘게 쪼개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럴 경우 지역구 숫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지역구를 늘이면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일 것인가? 가뜩이나 비례대표 숫자(54명)가 적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이 또한 정치개혁과는 역행된다.

물론 전체 의원 수(현재 300명)를 늘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국회의원 수의 하한(200명)은 정해져 있지만, 상한선은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민정서를 설득해야 한다. 가뜩이나 여의도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현실적으로 통폐합 예상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의 경우 그야말로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넘게 시간이 남아있다 해도 과연 정치권에서 선거구 조정을 원만하게 해낼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오히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파국이 올 수도 있다. 이 참에 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에서 선관위나 다른 독립적 기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선거구제 개편론의 재부상

이런 복잡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표의 평등성을 높이는 취지도 살리면서 정치개혁의 방향성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정치똑바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 의원은 헌재 선고 즉시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의 변화는 선거제도의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결선투표제 도입 등 차제에 한국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포괄적인 선거법 개정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구제 개편론은 개헌론과 함께 대표적인 정치개혁 의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론이 나오고 있는 현재, 선거구제 개편론이 부상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이번에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설득력이 크다. 개헌론과 선거구제 개편이 결합될 경우 그것이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제 헌재의 결정으로 유권자 표의 평등성은 확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역행할까?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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