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성급한 조기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옐런 의장이 또 한 차례 강한 비둘기파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은 옐런발 랠리를 이어갔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올해 4분기로 늦춰질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 뉴욕증시 다우와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에 최근 크게 올랐던 미국 국채금리는 급락세(국채값 급등)로 돌아섰다.
24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옐런 의장은 “가계지출과 기업생산이 견조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실업률 추가 하락을 가져올 만큼 강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이 상당폭 개선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실제 1월 미국 실업률은 6년6개월래 최저치인 5.7%로 뚝 떨어졌고 지난 3개월간 월평균 신규고용 창출 규모는 지난 18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옐런 의장은 “경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일정 시점에 연방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검토에 들어가기 전 시장이 금리 인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12월 FOMC 정례회의 때 ‘상당 기간 저금리 유지’라는 선제적 안내를 ‘기준금리를 올릴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문구로 바꾼 바 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전 선제적 안내 변경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월가 전문가들은 이를 이르면 3월 17~18일 FOMC 때 인내심 문구를 삭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인내심’은 차기 두 차례 FOMC 때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3월 FOMC 때 인내심 문구가 삭제될 경우 4월 FOMC는 건너뛰고 이르면 6월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 인상 검토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비둘기파 옐런 의장은 인내심 문구 삭제가 곧바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옐런 의장은 “선제적 안내 수정(인내심 문구 삭제)을 연준이 무조건 앞으로 두 차례 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대신 이후 열리는 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 변화(인상)를 가져와도 될 만큼 경제환경이 개선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3월 FOMC 때 인내심 문구를 삭제할 경우 이후 경제상황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겠지만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코웬앤드컴퍼니의 데이비드 시버그 트레이딩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면서 “옐런 의장이 최대한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며 “시장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진단했다.
옐런 의장이 6월 기준금리 인상 단행과 관련해 발을 빼며 주춤하고 있는 배경에는 저인플레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3년째 연준 목표치 2%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인 데다 저유가 때문에 올 1분기 물가상승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옐런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2% 연준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확신이 들 때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저유가 때문에 저인플레이션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월가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9~10월께까지 미룰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올가을까지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준 FOMC 정례회의는 3, 4, 6, 7, 9, 10, 12월에 열린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