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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261호)

구봉88 2015. 4. 27. 12:02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5- 261호.   2015.   4.   25.)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근본적 정책 개발해라”… 초조한 최경환, 경제부처 군기잡기

  2.사상최고 나스닥이 15년前 '버블'과 다른 이유… 실적을 보라

  3."원·엔 870원까지 간다" 노무라 '원화 강세' 전망

  4.强달러 부메랑에 떠는 미국

  5.<산업강국 도약의 조건, 사업재편>항공기 유압조작기서 엔진까지… 부품공정 일원화로 ‘날개’

  6.[Cover Story] '팍스 유로피아나' 꿈꾸는 유로존

 

기업경영

  1.구글 등 IT공룡들 “차세대 배터리 개발” 액셀 밟는다

  2.기아차도 환율 악재에… 영업익 30%↓

  3.HSBC, 런던 본사 이전여부 검토 착수

  4.'인간의 충격적 진화' 스틱PC 뜻, 4D 프린터

  5.스마트폰 품귀·유출…실수인가, 마케팅 전략인가

  6.'엔진 강자' 혼다가 만든 제트기…나오자마자 100대 주문 몰려

  7.콧대 높은 '배달의 민족'

  8.운 좋아야 대박은 옛말… 흥행, 빅데이터에 달렸다

  9.한화, 태양광 모듈 '글로벌 빅4'로 우뚝

  10.바이두 무인차, 올해 안에 고속도로서 '부릉'

  11."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

  12.新안드로이드 동맹 … 구글TV의 ‘반격’

  13.印시장 글로벌大戰 … 韓기업 ‘토착화전략’으로 선점해야

  14.80억 영업적자에서 1년만에 15억 흑자로…아이리버의 부활

  15.[멀티뉴스] 대화의 격 높이는 중국 고전 148구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중국의 AIIB 가입 거부, 북한에 심각한 결과"

  2.중동 분쟁에 안보리 빅5 ‘무기 수출’ 혈안

  3.日 양심학자 "韓 정부, 독도관련 日 주장 반론에 그쳐"

  4.[포커스] 뚫고 뚫리는 싸움…세계는 총성없는 정보전쟁 중

  5.[세계 경제사] '복지정부' 역할했던 의적 로빈 후드…시장 위축·세수기반 약화 '부메랑'

  6.기업가 역할 간과한 '주류 경제학' 이론, 비현실적 가정으로 반기업 정서 키웠다

  7.[한국 현대사] 핏대는 세워도 총대는 안멘다? '합리적 무지'에 막힌 공기업 개혁

  8.[Book & Movie] 선진국이 왜 후진국보다 깨끗하지?…간디 "빈곤이 최대 오염원이다"

  9.한국 `더블위기` 봉착…日보다 더한 디플레 올수도

  10.지구 반대편 가장 소박한 대통령 이야기

  11.'스티흐팅' 재산·경영권방어 편법 수단으로

  12."골프는 부패 고리… 은밀한 라운딩 꼼짝마"

  13.러시아 경제대표단 "서울 거쳐 오늘 평양 도착"

  14.[특파원이 본 세상]‘포스트 반기문’ 대망론, 유엔에 女風이 분다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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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소상공인 살리기 2조 썼는데… 손쉬운 금리 위주 사업 일색”

“제일 쉬운 게 이자 깎아 주는 거 아니냐.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개발을 좀 해달라.”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60·사진)가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배석한 경제부처 수장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토론에 참석한 소상공인들로부터 “정부에서 예산을 많이 투입했는데도 왜 이렇게 장사가 안되느냐” “정말 막막하고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고 난 뒤다.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데 따른 초조감이 엿보였다.

최 부총리는 “이 정부 들어 마음먹고 한 정책 중 하나가 소상공인 살리기”라며 “정부가 다른 기금은 통폐합하거나 줄이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시장 쪽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겠다고 판단해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2조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그런데 과연 기금 설치 의도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체로 금리 낮춰주는 사업 위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상공인이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으니 금리를 낮추는 게 고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시장의 과당경쟁이나 경쟁력 약화를 해소하는 정책들이 개발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관계부처가 금리 인하 등 손쉬운 대책에만 안주하는 바람에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질타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무려 2조원이나 기금을 새로 만들었으면 정부가 노력해서 희망이 보이는구나 하는 얘기들이 들려야 만든 보람이 있지 않겠느냐”며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이 잘 안 보인다. 그런 정책을 개발해오면 얼마든지 예산을 지원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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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0년처럼 低금리 돈 풀려… 소비재·기술株 중심 급등세

버블 붕괴이후 IT 체질개선… 주가수익비율 18배로 튼튼 "이젠 상황 달라… 거품 아니다"

코스닥도 올들어 27% 상승 "하반기 금리인상後가 시험대"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지수가 15년 전 닷컴버블 붕괴의 악몽을 떨치고 부활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0.89포인트(0.41%) 오른 5056.06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닷컴버블이 절정이던 2000년 3월 10일의 5048.62였다.




나스닥지수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 2년 6개월간 폭락세를 거듭하며 2002년 10월 4일엔 1139.9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고 다시 한 번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2013년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 '닷컴 버블' 때와 닮은꼴




나스닥 시장의 화려한 부활은 지난 2000년 전후 나스닥 호황 때와 여러 점에서 비슷하다. 극심한 경제 불황 이후 산업 구조의 급속한 재편이 일어나면서 신기술·신사업 위주의 나스닥 시장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차례의 나스닥 활황에 불을 지핀 것은 모두 불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걸프전과 저축대부조합 파산으로 미국의 GDP성장률이 급감하자 미 연준은 금리를 크게 낮췄다. 그러자 벤처 투자가 급증하면서 IT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번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경제가 붕괴 위기에 이르자 미 연준이 금리를 사실상 제로(0)로 낮추고 무제한 돈을 푸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도약대가 됐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5년 전에는 나스닥과 코스닥이 모두 '버블 붕괴'라는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15년 전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0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74배였다. PER이 높을수록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지금은 애플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PER이 18배로 아직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는 않았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나스닥이 거품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PER이 30~40배는 돼야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때나 지금이나 나스닥을 이끄는 대표주들이 IT 업체들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닷컴버블 때는 실적보다는 가능성에 베팅해 무작정 주가가 오른 반면, 지금은 이 기업들이 실제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2000년대 초 나스닥 호황이 오로지 IT 기업의 독주로 이뤄졌다면, 이번 호황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다른 업종이 뒤를 받치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가 난다. 나스닥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업종은 2009년 이후 각각 372%, 267% 올라서 상승 속도 면에서 IT 업종을 능가하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이 1차 시험대




신산업의 성장은 나스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올 들어 나스닥이 6.8%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27% 상승했고, 영국 런던 증시의 기술주 지수인 AIM100지수도 11% 올랐다. 코스닥과 비슷한 일본의 자스닥지수도 9.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존 주력 산업의 정체→금리 인하·양적 완화 등 돈 풀기→신산업 육성과 자금 지원'이라는 양상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의 성장에 저금리가 큰 역할을 한 만큼,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직접적인 방아쇠가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금리 인상 이후에도 기술주들이 꾸준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나스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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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수출 가격경쟁력 초비상

 

원.엔 환율이 연말에 100엔당 87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경기를 부진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노무라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와 크레이그 찬 전략가는 한국의 탄탄한 대외수지 흑자 기조를 감안하면 원화강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엔 환율이 100엔당 87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엔 환율은 996원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수입이 예상보다 적고 서비스부문 적자폭이 작다며 올해 경상흑자 전망치를 1120억달러(약 121조원)로 기존 예상(1110억달러)보다 약 1% 높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경제의 하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음 달 기준금리를 1.5%로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2.8원 내린 1079.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3.50원으로 전날(902.70)보다 소폭 올랐다.

최근 원.엔 환율, 원.달러 환율 하락은 14일째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지속된 게 주된 요인이다. 외국인 자금의 환전 수요로 인해 원화 강세 현상이 최근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열흘 새 20.6원(13일 1098.6원) 하락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강세 현상이 누그러진 것도 원화강세를 부추긴 요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119엔대에 안착, 변동성을 줄였다.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함에 따라 엔.달러 변동폭이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대비 엔화 하강폭보다 원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당분간 900원 선에서 저공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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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나라밖 향하던 칼끝, 신훙국 달러화로 빌린 돈 3분기 3조29000억弗 달해 채무국은 빚더미 위기
미국내 수출기업 위협, 해외매출비중 큰 기업들 장부에 적히는 돈 줄어 구글·MS 등 실적 직격탄

 

미국 기업들의 올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다시금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채무국들을 위협하던 강달러의 칼날이 이제 미국 기업으로 향하면서 미국 안팎이 동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3일(이하 현지시간) 97.28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지난 6개월간 13% 이상 치솟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노린 국제 투자자들이 미 금융시장에 몰리고 있어서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올 1.4분기 주요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가 1981년 이후 가장 빠르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부푸는 달러 빚… 신흥시장 울상

강달러 현상은 이미 미국 밖 채권시장에선 해묵은 걱정거리였다. 달러화 채권은 미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에 대대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이자가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신흥시장에서 달러화로 빌린 돈은 3조2900억달러(약 3547조원)로 과거 5년 새 81% 증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채무는 1조6900억달러로 같은 기간 71% 늘었으며 유로존 내 달러빚 또한 1조5900억달러로 14% 뛰었다.

이러다보니 신흥시장국들은 강달러가 달가울 리 없다. 달러화 가치가 커질수록 달러화로 표시된 채무를 갚기 위해 써야할 돈(자국 통화)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채무부담은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신흥시장국들이 달러화 등 기축통화로 빌린 회사채는 현재 모두 2조달러어치로 미국 고위험 회사채시장 전체 규모(1조6000억달러)를 능가한다.

FT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인용해 특히 인도와 러시아의 달러화 채권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매출 감소에 미국 기업도 죽을맛

강달러 여파는 미국기업들에도 두통거리다. 해외 매출비중이 큰 기업들은 이익을 달러로 환산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클수록 장부에 적히는 금액은 줄어든다. FT는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오른 기업들의 매출 가운데 30%는 해외 매출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1.4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23일 실적을 공개한 구글은 환율만 일정했더라면 분기 매출이 7억9500만달러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환율 영향으로 5억3400만달러의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으며 음료제조사 펩시코는 환율 때문에 연간 주당순이익률이 11%로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세계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6% 줄었다며 매출액에서 환율효과를 제거하면 그 규모가 8%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현상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앨런 조지 래플리 P&G 최고경영자(CEO)는 "판매가격 조정 및 비용 절감으로 환율 효과를 상쇄하겠다"고 강조했다.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CEO 역시 23일 발표에서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과 현지 사업을 언급하며 "브라질 사업을 유지하겠지만 매우 세심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다나 사포타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 현상이 수출 중심 미국 기업들의 매출과 마진을 먹어치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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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지난 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한화 아산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가공이 끝난 항공기 유압조작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한화 우주항공 아산사업장 삼성과 빅딜 뒤 시너지 혁명

전자에 정밀가공 역량 더해 年 매출 9조원대 방산업체로


지난 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 한화 아산사업장, 작업자의 한마디는 왜 한화그룹이 방산, 항공산업을 차기 그룹의 수종사업으로 선정했는지를 알게 했다. 고도의 기술을 통해 나오는 고부가가치, 바로 수익성이다.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소위 ‘빅딜’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삼성테크윈 지분비율 32.4%를 ㈜한화가 8400억 원에 인수하고,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한화에너지(30%), 한화케미칼(27.6%)이 1조600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은 각기 삼성탈레스와 삼성토탈의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어 한화가 두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탈레스와 토탈의 공동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이 딜을 통해 방산과 화학은 부동의 국내 1위, 나아가 글로벌 1위를 만들어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쌍두마차로 삼겠다는 야심이다.

이미 한화의 빅딜은 시장이 인정하고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우주항공분야만 해도 한화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는 국내 메이저 부품업체 5곳 가운데 3곳이다. 이들이 합쳐지면 항공기 유압조작기에서 엔진까지 주요 부품 공정이 일원화된다. 지난 2013년 매출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한화는 5조8306억 원(방산부문은 1조184억 원), 삼성테크윈은 2조6298억 원(방산 9635억 원), 방산만 하는 삼성탈레스는 6176억 원이다. 3사를 통합하면 연매출 9조780억 원대의 방산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생산공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한화의 빅딜은 아직 최종 마무리까지 한 차례 고비가 남아있다. 현재 삼성 4개 사 노조의 반발로 빅딜의 진행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빅딜 이후의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당장 한화는 지난해 10월 항공기 부품 생산을 담당하던 기계사업부문을 합병했다. 한화케미칼 역시 지난 3월 컴파운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에이치컴파운드에 합병하면서 자체 사업구조 조정에 힘쓰고 있다. 한화케미칼 측은 “3월의 조치는 삼성종합화학 인수 이후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사업구조 개편은 한화케미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정유, 화학업계는 지난해 연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환란 때보다 힘들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각 업체는 지난해 연말부터 사업구조 조정 개편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화학 업계에서 LG화학의 사업구조 개편 역시 주목받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세상에 없던 소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전통적인 화학산업 구조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LG화학은 이미 2차 전지를 생산하면서 정보전자소재 사업으로 사업구조의 축을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배터리 관련 분야 세계 1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2일 오후 한화그룹 아산 사업장 현장 탐방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이은광 항공 사업부장은 한화 우주항공의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현재 한화는 기계사업부문 합병을 통해 화약, 전자부문의 시스템 기술 역량에 기계부문의 정밀가공 기술 역량을 더해 놓은 상태입니다. 핵심역량을 집중 육성해 활주로를 달리는 셈입니다. 이제 도약만 남았습니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산업강국 도약의 조건, 사업재편>“中업체들,프로필렌 설비 가동 위협… 벌크선 위주 조선업은 아직 경쟁력”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물론 조선, 중공업체들에 있어 가장 큰 적은 중국이었다. 중국 경기 하락으로 수출시장이 줄었고, 중국 업체들은 우리 기업들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였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더 정밀한 기술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한국석유공사의 ‘2014년 석유화학 업계 동향과 2015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국제 유가 급락세의 진정, 저유가에 따른 민간소비 심리 증대, 미국,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 등의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로 지난해 경기 불황의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화학제품 가운데 프로필렌 등 일부 부문에서는 중국의 석탄화학 기반 설비의 대규모 신규 가동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을 압박할 전망이다.

조선업종도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에서 현재 기술 등 전반적인 경쟁력은 아직 국내 업체들이 월등히 우월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중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고부가 선박 제조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난 2011∼2014년의 발전을 볼 때 벌크선 위주에 머물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 아직 우리 조선업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은 연구·개발(R&D)과 설계 등 기술 부문을 소수의 전문기관이 전담하며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에 있어 중국의 도전은 분명히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 우리 경쟁력이 우월해 이를 기술 개발과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산업강국 도약의 조건, 사업재편>조선업계, 영업조직 통합·책임경영… 선박수주 ‘안간힘’

“석유화학업종이 수렁에 빠졌다면 조선은 심해에 빠졌다.”

지난해 국내 조선, 중공업 분야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말이다. 국제불황으로 수주물량이 급감한 데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의 거센 도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24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 세계 신조선 수주량과 수주액은 각각 34.7%, 22.9% 감소했다. 국내 조선산업의 2014년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2.7% 줄었고, 수주액은 25.0% 감소했다.

국내 각 업체가 이로 인해 많게는 3조 원에서 적게는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올해 들어서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중공업계가 사활을 건 구조 개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배경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경영부실 이후 전체 임원의 31%를 감축하고 최초의 생산직 출신 임원을 선임하는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조선 부문 영업력 강화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켰다. ‘그룹 선박 AS센터’를 신설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유상 AS를 본격화해 부가가치 창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올 경영목표를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 강화’로 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대형 해양 프로젝트의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한 상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 극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조선산업에 중소업체들의 구조조정 문제가 잔존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연구·개발(R&D)과 함께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다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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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팍스 유로피아나' 꿈꾸는 유로존

Cover Story - 세계경제의 '뇌관' 그리스…성장보다 복지에 취하다

유로존은 유럽연합(EU)의 단일화폐인 유로화를 국가통화로 도입해 쓰는 나라 또는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1999년 1월1일 유로화가 공식 도입되면서 탄생했다. 유로에이리어(Euroarea) 또는 유로랜드(Euroland)라고도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유로존 전체의 금리 조절 및 통화금융정책을 지휘하고 있다. 유로 회원국은 통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독자적으로 펼칠 수가 없다. 옛소련 연방의 하나인 리투아니아가 올해부터 유로존의 19번째 회원국으로 편입됐다.

리투아니아는 2004년 EU 가입 이후에도 자국의 화폐인 리타스를 사용했다. 11년 만에 EU의 통화동맹 체제에 들어온 것이다.

이로써 과거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던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모두 유로존 체제로 재편됐다. 한편 영국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가 아닌 독자 화폐 파운드를 사용한다. 향후 경제 여건 및 국민 여론을 살펴 가며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U 회원국 가운데 비(非)유로존 국가로는 스웨덴, 덴마크, 폴란드,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이 있다.

[Cover Story] 디폴트 문턱 서성대는 그리스…혹독한 '포퓰리즘 대가'

Cover Story - 세계경제의 '뇌관' 그리스…성장보다 복지에 취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그리스는 뿌리가 깊다. 그리스는 동심을 자극하는 신화로 인류의 상상 공간을 무한히 넓혀준 나라,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자들이 사유를 펼친 곳이기도 하다. 문화의 뿌리가 깊어 세계인의 발길을 끄는 대표적 관광국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리스가 21세기 들어서는 경제적·정치적 파탄을 상징하는 국가가 됐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자극하는 정치인, 복지의 유혹에 빠진 국민, 모럴해저드에 젖은 부유층이 오늘날의 그리스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포퓰리즘으로 고갈된 ‘국가체력’

20세기 그리스는 ‘우량국가’였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회당이 집권(1981년)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스는 경제성장도 괜찮은 편이었고, 부채도 그리 많지 않았다. 1929~1980년 그리스는 연평균 5.2% 성장했고, 실업률도 2~3% 수준의 견실한 나라였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1981년 당시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8%, 재정적자는 3% 미만이었다. 그런 나라가 불과 30년 만에 국가빚도 제대로 못 갚아 외부에 긴급구조의 손을 벌리는 나라가 됐다. 현재 그리스 국가부채비율은 GDP 대비 175%에 달한다.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인들이 복지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정작 국가의 영속성에 필요한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다지기는 등한시한 탓이다.

1981년 취임한 파판드레우 총리는 노동자의 지위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노조 편향적 입법을 추진하고 파업권을 보장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 임금은 빠르게 올랐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외국 기업은 ‘노동 착취자’쯤으로 인식했다. 당연히 외국 자본이 고갈되고 외국 기업이 하나둘 그리스를 떠났다. 10년 만에 정권이 신민당으로 바뀌었지만 복지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포퓰리즘 정치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만연해진 모럴해저드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5%에 육박한다. 미국의 7%, 프랑스의 11%(EU 통계청 자료)에 비하면 지하경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하경제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스가 지난 10년 가까이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부유층의 탈세와 공공부문에 만연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2012년에는 HSBC은행 스위스 지점에 비밀계좌가 있는 기업인과 정부관리, 그리스 지도층 2059명의 명단이 발표되기도 했다. 정부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돈의 흐름이 투명한 이른바 ‘유리지갑’만 쥐어짰고, 급기야는 서민들이 납세 거부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리스 전반에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면서 근로의식이 약해지고, 반대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 몫만 챙기는 공공노조

그리스 포퓰리즘의 최대 수혜자는 노조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집권한 뒤로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고, 노동자의 권익을 강화했다. 올해 취임한 치프라스 총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공공부문은 그리스에서 ‘신의 직장’이다. 공공부문 근로자는 퇴직 후 연금액으로 퇴직 시 근로소득의 100~110%를 받기도 한다.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다 보니 예전엔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는 2~3명이 한다. 2001년 그리스에 위기가 찾아왔을 당시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으로 재정위기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다시 집권한 사회당은 국가부채를 축소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가입했고, 이 덕에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해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이는 중환자가 링거를 맞고 일시 회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는 여전히 복지를 확대하고 성장의 기반은 약화시켰다.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디폴트 문턱 서성대는 그리스

그리스는 세계 경제의 뇌관이자 시한폭탄이다. 한고비를 넘기는 듯하면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국가의 근본 체질이 바뀌지 않은 탓이다. 한동안 주춤하는 듯했던 그리스 디폴트(국가채무 불이행)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달 말과 6, 7월에 집중적으로 몰린 채무상환을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지만 ‘국가의 곳간’은 거의 빈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자금지원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 또한 ‘링거 효과’를 연장시키는 격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는 이른 바 ‘그렉시트’도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의 유혹을 벗어나 진정으로 국가의 대계(大計)를 설계해야 그리스 경제가 바로 설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한국경제



Cover Story - 세계경제의 '뇌관' 그리스…성장보다 복지에 취하다

그리스는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 사상을 가졌다. 유권자인 국민이 다수결 방식으로 권력자와 정부를 바꾼다는 의미다. 민주주의가 여러 정치 수단 중 가장 번성하는 이유도 이 같은 평화적 교체의 장점에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모두 잘살까? 그렇지는 않다.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를 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잘사는 나라’는 아니다.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내세우지만 거기에 장자크 루소의 주권재민은 없다. 오히려 독재와 가난만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원조인 그리스조차 요즘 엉망진창이다. 정치와 경제가 파탄 직전이다. ‘민주주의 함정’에 빠진 때문이다. 우리가 신(神)처럼 떠받들고 있는 ‘데모크라시(Demos:시민+Kratos:권력)’에 함정이 있다고?

대리인들의 낭비

민주주의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약점도 적지 않다. 첫째, 우리가 경제학에서 많이 배우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이 숨어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한마디로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뜻을 품고 있다. 1968년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이 말한 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목초지는 주인 없는 목초지이기 때문에 금방 황무지가 됐다’는 얘기 아니던가.

한스 헤르만 호페라는 학자는 민주주의도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주권이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말은 국민 모두에게 없다는 말과 같지 않으냐는 것이다. 주인 의식이 흐리면 무엇이든 마구 쓰게 돼 있다. 주권자들은 국가에 대한 소유권적 의식이 부족해 포퓰리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리스가 딱 그렇다.

여기에서 또 다른 약점이 노출된다. 둘째 문제는 바로 ‘주인-대리인(pricipal-agency)’이다. 만일 유권자가 주인이라고 상정할 때 유권자가 뽑은 정치인과 정부는 대리인이 된다. 소유권을 갖지 않은 대리인은 패악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주인 의식이 없는 대리인들은 나라의 귀중한 재화를 국민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사용 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예산을 마구 늘리고, 특정 집단에 아부하는 정책을 만들고 지원한다.

복지도 무차별적으로 늘려 인심을 얻으려 한다. 다음 선거에 이겨야 하기 때문에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에 자원을 집중한다. 대리인의 타락이다. 유권자 역시 지역별로, 업종별로 나뉘어 특혜를 요구하고, 표를 준다. 그리스도 대리인들이 타락한 끝에 유럽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다수결의 폭력성

민주주의가 철칙으로 여기는 다수결(rule of majority)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다수결은 민주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다수의 표를 받은 권력은 공권력 사용권을 갖는다. 쟁점은 다수의 표를 받은 자의 사후 행동이다. 정당성을 부여받은 후에 다수는 타락할 수 있다. 독일 히틀러가 그랬고, 북한 김일성이 그랬고, 소련 스탈린이 그랬고, 베네수엘라이 차베스가 그랬고, 수많은 민주주의 나라도 그랬다. 다수가 만들어내는 대중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 같은 무제한적 민주주의는 인류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갔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다수의 힘을 배경으로 전체주의 악마로 변했다.

다수가 모든 것을 갖는 체제는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리스 역시 다수표를 얻기 위해 정치세력이 ‘복지천국’을 약속했고, 유권자들도 여기에 동조했다. 놀고먹은 결과, 그리스는 더 이상 놀고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다수결의 비극이다.

민주주의는 또 입법 과잉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선출되기만 하면, 거의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휘두른다.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지원법도 만들고, 특정 계층을 위한 세금감면법도 만들 수 있다. 몇 년 사이 논란이 된 각종 경제민주화 법률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악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예산을 감안하지 않고, 풀빵 찍어내듯 마구마구 법을 만들어낸다. 그리스도 예외가 아니다. 소방관, 교사, 철도원, 우체부 지원법 등이 홍수를 이뤘다.

무제한적 민주주의는 病

무제한적 민주주의를 절제된 또는 제한적 민주주의로 단속해야 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앞에 지적한 대로 무제한적 민주주의는 정부 지출 증가, 세금 증가, 규제 증가 등을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국가 권력은 갈수록 비대해지고,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모두 다수표를 얻어 재집권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작은 정부와 입법부 견제가 제한적 민주주의의 관건이다. 유권자의 성숙도와 교육도 중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알시스 드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놀고먹자는 국민에, 놀게 해주겠다는 그리스 정부가 예다.

■ 두 권의 책…민주주의는 실패한 神·역사의 종언

본문은 한스 헤르만 호페의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Democracy: The God That Failed)’와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에서 인용했다. 두 권은 고교생이 읽기에 조금 벅찰 수 있다. 하지만 석학들이 쓴 책이어서 문장과 글의 흐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호페는 민주주의를 의심하고 부정한 대표적인 학자에 속한다. 그는 민주주의보다 군주정의 장점을 더 옹호하기도 했다. 그의 군주정과 민주주의 대비는 우리의 상식에 의심을 품어볼 것을 가르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신으로 우러러 본다. 요즘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비판하면 이상하게 볼 게 뻔하다. 하지만 호페는 군주정에도 장점이 많다고 했다. 나라에 소유권을 갖는 사람은 소유권이 없는 민주주의보다 여러 면에서 분명히 책임을 진다고 평한다.

후쿠야마는 1989년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괴멸되자 이념전쟁은 끝났다며 ‘역사의 종언’을 썼다. 기나긴 이념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정부형태로 굳어졌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자유민주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설정됐다고 그는 봤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방만한 정부를 불러왔다.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있는 셈이다. 무차별적 복지국가가 되고 있는 현실은 사회주의화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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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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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글로벌 전자·IT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필수 기술로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구글이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사내 비밀 연구소인 ‘구글X’에 배터리 연구 전담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애플 출신 배터리 전문가인 라메시 바드와지 박사가 기존 배터리들에 대한 성능시험에 착수했고 자체 개발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애플과 IBM, 테슬라 등은 전기차 분야를 중심으로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전자·IT 업체들이 배터리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수명이 길고 성능이 좋은 배터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은 스마트카뿐 아니라 교통, 의료, 통신, 로봇공학 등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물인터넷(IoT)산업 진출에 고성능 배터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재 구글 연구팀은 크기는 작으면서 효율이 높은 고체 배터리 등 20개 이상의 배터리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배터리 성능을 크게 개선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당장 구글 글라스나 구글 스마트카, 헬스케어 IoT 기기 등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체 배터리 생산 비용은 기존 리튬 배터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구글이 이 분야에 획기적인 성능 개선을 기대하며 연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 역시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기기에 장착되는 배터리 수명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워치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지적에 대해 “나도 애플워치를 충전하기 위해 매일 밤 시계를 푼다”고 하소연했다. 배터리 수명이 하루에 불과해 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IT 업체뿐 아니라 가전업체들도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업체 다이슨은 지난달 미국 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삭티3에 1500만 달러(약 162억원)를 투자했다. 청소기 등 가전 기기에서 제품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 배터리인 만큼 향후 삭티3에서 개발되는 고체 배터리를 다이슨 제품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삼성SDI, LG화학이라는 배터리 ‘글로벌 강자’의 기술력을 더해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된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전지의 경우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등 중형 전지는 LG화학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다. 삼성전자 갤럭시S6에는 삼성SDI가 개발한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됐다. 얇은 알루미늄 주머니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담은 이 배터리가 장책돼 제품이 전작 갤럭시S5보다 얇아질 수 있었다. LG전자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전 라인업에 LG화학의 배터리를 적용해 사용 시간을 크게 늘렸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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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분기, 루블·유로화 하락 직격탄

"작년 4분기보단 늘어 바닥 쳤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환율에 발목이 잡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다.

기아차는 올해 1분기에 매출 11조1,777억원, 영업이익 5,116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3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장 큰 이유는 환율 하락이다.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고 유로화마저 하락하면서 기아차가 현지에서 벌어 들이는 돈을 깎아 먹었다. 한천수 기아차 부사장은 “러시아 루블화와 유로화 등의 화폐가치 하락과 함께 신차 출시에 앞선 재고 판매촉진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차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보다 소폭 증가한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 지난해 4분기보다 영업이익이 2.2% 증가해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내부 평가다.

기아차는 전분기 보다 영업이익이 올라간 이유를 쏘렌토, 카니발 등 신차들이 해외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고수익 차종들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를 제외한 해외 법인의 판매량이 모두 증가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러시아 물량을 줄인 점이 효과를 거둬서 판매대수가 줄었는데도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2분기에도 신흥국들의 경기가 좋지 않고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경영환경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아차는 2분기에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의 판매에 주력하면서 3분기에 핵심 차종인 K5와 스포티지 신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기아차는 2분기에 해외 현지 판매량은 1분기보다 10만대, 전년 동기 대비 3만8,000대 증가해 79만대를 웃돌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유럽에서 우수 딜러를 영입하고 중국에서 서부 내륙의 매장을 신설해 해외 판매망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서울신문



[서울신문]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까지 1분기 영업이익이 추락하면서 잘나가던 한국 완성차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는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11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0.5%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율은 지난해 2분기(-31.7%) 이후 최대치다. 매출액도 11조 1777억원으로 같은 기간 6.3% 감소했다. 러시아 루블화 및 유로화 약세로 기존 수출 전선에 차질이 있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전날 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도 역시 4년여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 1조 5880억원, 매출 20조 942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1%와 3.3%가 줄었다.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하락한 환율이 국내 완성차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선 수입차의 점유율이 무섭게 치솟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동안 수입차 판매 비중은 17.4%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신차 점유율이 13.9%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3.5% 포인트나 오른 무서운 상승세다.

수입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올 초부터 각 수입차 브랜드가 유예 할부제를 강화하는 등 판매전을 펼친 게 주요했다.

자동차 업계는 구조적으로 안방 수요를 지탱해 주는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 배경은 경쟁자인 글로벌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수입차 점유율과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실제 독일, 미국, 프랑스 등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여전히 중 수입차 비중이 낮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원조 국가 격인 독일은 자국 내 수입차 비중이 38.3%(이하 2013년)에 달한다. 미국과 프랑스 역시 수입차 비중이 각각 54.8%와 52.4%에 달한다. 세계적 명차 생산국인 이탈리아 또한 수입차 점유율이 71.5%에 달하는 실정이다. 경차와 자국 차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일본(8.8%)을 제외하면 13.4%(2014년 기준)인 우리나라의 수입차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높은 관세 등으로 강한 보호막을 쳐 온 한국 시장은 수입차의 비중이 워낙 낮았던 국가라 최근 수입차 상승세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현 상황은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점유율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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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런던 HSBC 본사(AP=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런던 본사 이전 여부에 대한 공식 검토에 착수했다.

더글러스 핀트 HSBC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이사회가 은행 경영진에 새로운 환경 아래 HSBC 본사 소재지로 어느 곳이 최적인지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핀트 회장은 "이 문제는 복잡한 사안으로 검토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혹은 어떤 결론이 나올지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다만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HSBC 일부 주주들이 본사를 아시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는 했으나 은행 이사회가 경영진에 본사 이전 여부를 검토하라고 공식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이날 런던 증시에서 HSBC 주가는 이 같은 소식에 4% 가량 급등했다.

핀트 회장이 언급한 '새로운 환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진행돼온 영국의 규제 및 구조적 개혁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핀트 회장은 "지난 월요일 홍콩에서 열린 한 비공식 모임에서 (영국의) 규제 및 구조적 개혁의 최종안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 유지 여부를 둘러싼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집권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내달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캐머런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한시적 은행세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담아 은행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핀트 회장의 발언은 총선전에서 노동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보수당 정부에 타격을 가한 셈이다.

사실 HSBC 은행은 대부분의 수입을 영국 이외 지역에서 얻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거둔 이익이 은행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HSBC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주된 영업무대로 하는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도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런던 본사를 이전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오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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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TV

▲(사진=YTN)



'인간의 충격적 진화' 스틱PC 뜻, 4D 프린터 출현
신용카드보다 작은 스틱PC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텔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스틱PC는 성인 손가락 2개 정도의 크기다.
작지만 무시해선 안 된다. 스틱PC는 3GHz 인텔 아톰 프로세서, 내장 메모리 2GB, 저장 용량 16~32GB를 자랑한다. 모니터와 연결하는 방법은 HDMI 단자를 꼽기만 하면 된다.
한편, 이런 가운데 4D 프린팅 시대도 열렸다.
4D 프린팅이란, 물체가 스스로 조립하는 기술이다. 출력한 후 알아서 조립되기 때문에 큰 물체도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MIT 자가조립연구소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가 ‘4D 프린팅의 출현(The emergence of 4D printing)’이라는 제목의 TED 강연을 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3D 프린팅 기술도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최근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첫 결과물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지구에서 3D 프린터 데이터를 전송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3D 프린터로 출력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소켓 렌치'다.
3D 프린팅 압출 기법이 중력 영향을 받는 만큼 ‘극미 중력(microgravity)’ 내에서 3D 압출성형이 가능할지 미지수였으나, 이번 실험 성공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렸다.
지구에서 전송한 출력 자료를 이용해 우주서 출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ASA는 앞으로 3D 프린터를 통해 쿠폰, 부품, 공구 등 각종 시험 물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4D 프린팅 개발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충격적인 인류의 진화, 10년 후 미래는 또 어떻게 변할 지 주목된다.
장지연기자 wowsports06@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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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지난 12일 유출된 LG전자 G4의 사진.갤S6엣지·애플워치 품귀 사태

G4 사진·스펙 고의 유출 의혹

SNS 등 입소문 마케팅 효과


[ 전설리 기자 ] “갤럭시S6엣지 금색요? 좀 기다리셔야 해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현재로선 알 수 없어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6엣지 금색을 찾자 점원은 이렇게 말했다. 신제품 판매를 시작한 지 보름 정도 지났지만 국내시장에서 갤럭시S6엣지는 여전히 품귀다. 해외에선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예약 판매 6시간 만에 품절됐다.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결과일까. 마케팅 전문가들은 ‘시장 예측 실패’라기보다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제품 출시 초반에 품귀 현상을 야기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달 판매에 들어간 삼성전자와 애플 신제품이 나란히 품귀 현상을 빚은 것도 이런 마케팅 전략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엣지)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고 인정했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의 판매 비율을 7 대 3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 판매해보니 5 대 5 수준이란 설명이다. 그래도 크게 초조해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품귀 현상이 마케팅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애플은 지난 10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홍콩 일본 등 9개국에서 애플워치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결과 미국에선 6시간 만에 1차 물량이 매진됐다. 제품별로 적어도 4~6주, 늦게는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쉽게 손에 넣기 어려운 제품은 판매 가격과 상관없이 가치가 올라간다. 가치가 높아지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도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품귀 마케팅은 이런 효과를 노린다. 이경미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스마트 기기의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전자업체들이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징(teasing·예고편) 리킹(leaking·누설) 등 유출 마케팅도 많이 쓰인다. 신제품 공개 이전에 관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제품의 스펙(부품 사양)이나 디자인을 확정하기 전에 미리 소비자 반응을 분석할 수 있다.

최근 LG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G4의 사진과 스펙이 통째로 유출됐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6 공개에 앞서 해외 IT 전문 매체들을 이용해 스펙을 조금씩 유출한 뒤 소비자 반응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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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오토바이·차 이어 비행기까지…연 100대 생산 "5년내 흑자"

기술적 금기 깨고 날개에 엔진…'제트기 2강' 미·브라질에 도전


[ 양준영 기자 ] 지난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가 만든 비즈니스 제트기 ‘혼다제트’가 일본 상공을 첫 비행한 뒤 활주로에 내리자 모여 있던 취재진이 일제히 셔터를 눌렀다. 1986년 항공기 생산을 목표로 연구를 시작한 지 29년 만에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혼다는 이날 행사를 통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2개국, 총 4만8000㎞에 달하는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조만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최종 승인을 얻어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해외에서 100여대 이상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車회사가 비행기를 만드는 첫 케이스

비행기 자체 생산은 1991년 작고한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전 회장의 숙원이었다. 혼다는 1948년 자전거에 엔진을 단 오토바이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1963년 자동차 생산에 나섰고, 이제 항공기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거의 반세기 만의 본격적인 신규사업 도전이다.

혼다는 항공기 사업 시작 후 자체 개발만을 고집했다. “다른 회사 흉내는 내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울 때도 항공기 개발의 꿈만은 꺾지 않았다.

혼다제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자회사 혼다에어크래프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13m 길이의 7인승 소형 제트기로 가격은 450만달러(약 48억5000만원)다. 가장 큰 특징은 엔진 위치다. 기체 후미에 엔진을 장착한 경쟁 기종과 달리 양쪽 날개에 두 개의 엔진을 달았다. 비즈니스 제트기의 날개에 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지만 혼다는 수많은 시험을 통해 최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혼다는 독창적인 설계로 객실 공간을 늘리면서 공기저항과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기체는 탄소섬유로 만들어 가벼우면서 강도는 높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개발한 엔진에도 혼다의 기술력이 녹아 있다. 자동차 개발 노하우를 살려 연비 효율을 경쟁 기종보다 10% 이상 높였다.

이토 다카노부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의 성능과 쾌적함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의 항공기사업 진출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가 기술적 금기를 깨고 꿈의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사브 등 비행기를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사례는 많아도 반대의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항공기사업에서 5년 내 흑자 내겠다”

혼다는 올해 50대를 시작으로 2017년엔 연간 최대 100대의 혼다제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주 고객은 미국 유럽 남미의 기업인이다. 미국 세스나와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형성하고 있는 2강 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혼다는 당분간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께는 아시아 비즈니스 제트기 시장이 남미를 앞지를 것으로 이토 CEO는 내다봤다. 혼다는 제트기 완성제품 외에도 정비, 엔진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분간 항공기 사업의 전체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낮겠지만 ‘기술의 혼다’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다는 항공기 사업에서 5년 내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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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코스닥 러브콜 잇따라 거절

북미 배달 앱 시장 공략 위해 나스닥행 택할 가능성 높아

2대 주주 골드만삭스 영향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대신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2대 주주인데다 미국 모바일 배달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우아한형제들을 코스닥시장에 유치하기 위해 다각도로 회사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첫선을 보인 배달의민족은 배우 류승룡이 등장하는 독특한 광고와 다양한 마케팅 등에 힘입어 현재 모바일 배달 앱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월간 순 방문자 수는 3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우아한형제들은 해외 상장과 함께 북미 지역에서 배달 앱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일본에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배달 앱 시장은 국내(약 1조원)보다 5배 이상 크기 때문에 아직 개척할 영역이 많은 곳"이라며 "배달의민족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저스트잇)과 미국(심리스)의 유명 온라인 배달업체에 투자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둔 골드만삭스가 우아한형제들의 2대 주주로 있다는 사실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에 400억원(약 3,6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직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투자금 회수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저스트잇·심리스의 사례처럼 IPO를 추진하는 등의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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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미국 워싱턴 정계의 흑막을 다룬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미국 동영상 서비스회사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이 시리즈물은 기획 단계부터 고객수요를 사전 조사하고 정밀 분석해 대성공을 거뒀다.
CJ CGV, 배급사에 관객 성향 등 제공·마케팅에 활용

SNS 입소문지수·실시간 리서치 분석해 흥행 예측도

로엔은 음반기획자·아티스트와 음원 이용 행태 공유

유통-제작사 상생 활발… '과학적 흥행' 시대 앞당겨

CJ CGV와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등 문화 분야의 주요 플랫폼(유통)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회사와 손잡고 흥행 공식을 찾아 나서고 있다. 유통사와 제작사가 특정 영화의 성별·연령별 선호도 등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조를 통해 떡잎부터 될 만한 작품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기획자의 '운'과 '감'이 아닌 이른바 '과학적 흥행'의 시대가 오는 셈이다. 실제 미국 동영상 서비스회사인 넷플릭스의 경우 감독·배우·스토리에 대한 고객 선호 정보를 정밀 분석해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마케팅 정보제공에서 흥행 예측까지… 빅데이터 활용 본격화=CJ CGV는 최근 들어 배급사들에 △해당 영화의 인지도 △관객들의 관람의향 △과거 개봉작들과의 비교 등에 대한 데이터를 주 단위로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배급사들이 해당 영화의 고객 정보들을 활용, 타깃 마케팅 등의 홍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아울러 티켓 판매량 추이나 관람객들의 트위터 등에서 해당 영화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긍정적으로 언급됐는지를 분석하는 입소문지수(Net Promoter Score·NPS)를 통해 영화 흥행을 한발 앞서 예측하기도 한다. 하반기 중에는 모바일 실시간 리서치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1위 음원 사이트 멜론을 운영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월 음반기획사와 아티스트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사이트 '파트너 센터'의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본격화했다. 멜론의 고객 2,400만명이 10년간 이용한 음원 이력과 이용행태 등을 분석해 이를 음악 생산자들이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제공되는 데이터는 특정 음원의 재생·다운로드 횟수뿐 아니라 팬 신청, 댓글, 영상·포토 조회 수 등을 통해 4단계(팬·마니아·선호·관심)로 구분한 고객층 정보에 이른다. 아울러 멜론은 최근 소비자들의 음악 이용행태를 분석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 개인별 맞춤채널을 신설하기도 했다. 개인에 최적화된 큐레이션(선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리스크 줄이고 상생 통한 시장 확대=문화 유통과 제작사가 손을 맞잡은 것은 '하이 리스크(높은 투자위험), 하이 리턴(많은 수익)'의 특징을 가진 콘텐츠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리스크는 줄이고 리턴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리턴이 많아지면 재투자가 확대되며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게 된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지만 실제 흥행하는 콘텐츠는 빙산의 일각이다. 흥행이 보장된 콘텐츠라 생각해 상영관을 배정하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 콘텐츠회사는 물론 유통사인 극장의 실적도 떨어진다. 음악 사업도 마찬가지다. 멜론 측은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때 비로소 시장 전체가 살아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우리에게도 이익이 된다"며 "창작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 콘텐츠로 대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멜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 결과물이 파트너 센터"라고 말했다. 한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에 어떤 팬이 있고 그들이 어떤 모습과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며 "그동안 확보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앞으로 음원 제작이나 아티스트의 콘셉트 설정 등 다방면으로 의미 있는 활용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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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한화솔라원과 합병으로 시너지

중국發 저가 물량공세 견뎌내며 지난해 10위서 6계단 수직 상승

설비 늘리고 가격 경쟁력 강화에 美와 1조대 계약 등 낭보 이어져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큐셀이 올 초 한화솔라원과의 합병 효과에 힘입어 세계 4위 태양광 모듈 기업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24일 2015년 태양광 모듈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화큐셀을 세계 4위 모듈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전년도(10위·한화솔라원 기준)에 비해 무려 6계단이나 올라선 것이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생산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셀을 토대로 만드는 태양광 발전 모듈의 경우 세계 3~4위 정도로 추정돼왔는데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이번에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

IHS는 모듈 생산 규모와 매출액, 성장 가능성을 고루 검토해 태양광 업체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이번 순위 변동은 합병에 따른 외형상 변화뿐 아니라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시너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한화큐셀은 올 2월 한화솔라원을 합병해 통합 한화큐셀로 새롭게 출범했다.

한화그룹이 지난 2010년부터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태양광 사업은 그간 세계적 업황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을 견뎌내고 올 들어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큐셀은 지난해 매출 2조298억원, 영업이익 86억원을 달성, 4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옛 한화솔라원의 실적을 포함한 수치다. 이달 20일에는 미국 2위 에너지 기업에 업계 사상 최대인 1.5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합병으로 생산·영업망을 효율화하면서 갈수록 성장하는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화큐셀의 주력 생산기지는 말레이시아에 있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태양광 반덤핑 과세를 피해갔다"면서 "이 같은 호재에 더해 지속적인 설비 증설과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해 태양광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전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 규모는 57GW로 전년(43.8GW) 대비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IHS는 예측했다.

IHS가 선정한 주요 태양광 모듈 업체 가운데는 1위인 트리나 솔라를 비롯해 6개가 중국 기업으로 나타나 중국의 영향력이 아직도 막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은 샤프와 교세라 등 두 곳, 한국은 한화큐셀이 유일하다. 지난해 기준 한화큐셀의 시장점유율은 약 7.75% 정도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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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터

중국 검색 거인 바이두의 무인자동차 개발 속도가 예상 외로 빠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 베이징 고속도로를 달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IEEE 스펙트럼>은 지난 4월22일 바이두의 인공지능 최고 연구원 유 카이의 말을 인용해 “올해 하반기에는 도로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두가 무인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기술력은 이미 상당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얘기다.



지난 2014년 10월, 바이두가 BMW와 자율주행 자동차를 공동 개발할 것이라고 밝힐 때만 하더라도 도로 운행 시기는 대략 2016년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2015년 안에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경쟁사들의 긴장감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리옌홍 바이두 창업자는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무인자동차의 공개 테스트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힌트를 처음으로 흘린 바 있다. 이전까지는 바이두의 정밀한 지도 기술과 BMW의 자동차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단계 정도로만 평가돼 왔다.

알려져 있다시피 바이두의 공간 매핑 기술은 정확도 10~20cm를 자랑할 정도로 탁월하다. 특히 이미지 인식 기술 분야에선 구글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소가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BMW의 자율주행 기술이 더해져 바이두 브랜드의 무인자동차 출시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제기돼 왔다. 이미 ☞Youtube에서 영상 보기" target="_blank">BMW는 2015년 CES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바 있다.

바이두의 무인자동차는 구글이 개발한 차량과 개념상 차이가 있다. 구글과 달리 인간 운전자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운전대나 브레이크 페달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형태다. 유 카이 바이두 인공지능 최고 연구원은 “우리의 아이디어는 운전자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버에게 자유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차량 자체는 말처럼 충분히 지능적일 것이고 다양한 도로 상황에 따라 정확한 주행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무인차 개발로 자사 매핑 서비스 이용량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두 대변인은 지난 4월2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무인자동차에 탑재된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은 다른 맵 기반 서비스들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은 바이두 인공지능 프로젝트에서 보면 당연한 행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dangun76@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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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뜨거운 감자 ‘사회적 경제기본법’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사회적경제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에서 “4월 중에는 반드시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신 의원과 만나 법 제정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적지 않고 일부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있어 법 제정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 4월23일 한국경제신문

☞사회적 경제기본법 제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야당과 여당 일부는 우리 사회의 약자를 돕기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는 반면 여당 내 다른 의원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 법이 사회주의 색채를 띠고 있으며 자유시장경제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제민주화 논란이 거셌는데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그 2라운드쯤으로 볼 수 있다. 이 법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처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일까?

사회적 경제란?

사회적 경제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 사회적 가치는 “빈곤을 해소하는 복지, 따뜻한 일자리, 사람과 노동의 가치, 협력과 연대의 가치, 지역공동체의 복원, 그리고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선한 정신과 의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란 ‘경제적 측면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직접적인 생산 및 판매, 높은 수준의 자율성 및 참여와 탈퇴 권한 보유,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재정적 결정, 최소한의 임금노동자 고용 등을 강조하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시민들의 주도권에 의해 만들어지고 참여자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운용되는 경제’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 아래 스스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며, 구성원 개개인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운용되는 경제’라는 뜻이다.

사회적 경제는 프랑스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les Gide)가 사회적 경제의 세 가지 범주로 기업(기업의 사회적공헌), 결사체(노동조합,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공공규제(사회적입법 등) 등을 언급하며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사회적 경제관을 설치하면서 알려졌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건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사회 벤처 등이 각광받으면서 대거 생겨났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의 내용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경제제도나 경제체제에 사회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을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들 조직을 육성·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원내대표)은 67명의 동료 의원과 함께 이미 지난해 4월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 신계륜 의원도 지난해 6월과 10월 사회적 경제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농협, 수협, 신협, 생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자활기업, 농어업법인단체 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적경제위원회는 기본계획 수립 및 기금과 예산 운용, 지원 방안 등을 최종 심의·조정하게 된다. 실무적인 일은 사무국이 맡는다. 법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적 경제 5개년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기본 계획에 따라 해당 관서장은 1년 단위 시행계획을 세운다. 국가 조직인 사회적경제원을 두고 지역 통합지원센터를 둔다. 정부·지자체 출연금과 민간 기부금으로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을 조성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총구매금액의 5%를 사회적 경제조직에서 우선 구매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의 날도 지정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

사회적 경제조직이란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조직이다. 주식회사가 1주(株) 1표제인 것과 달리 1조합원 1표제로 운영되고 경제적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회적 경제기본법 제정 추진 이유로 “대한민국은 내부로부터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복지도, 자유시장경제도 한계에 봉착했다”며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경제란 협력과 연대를 기본 원리로 하는 것”이라며 “국가위원회를 만들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회적 경제 책임을 부과하며 전국과 지역에 걸쳐 그물망 같은 조직을 만들어나가자”고 역설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경제는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협력과 연대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뿐이며 이를 위해선 사회적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뒤엎는 헌법 가치 훼손”

이에 대해 다른 쪽에선 이 법이 우리 사회의 근간과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고 역설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국가의 기본 원리를 자유와 창의에서 협동과 연대로 전환하자는 것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얘기다. 이들은 사회적 경제기본법이 지향하는 게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이념과 배치된다며 이 법의 제정은 국회의 법률제정 권한을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스페인이나 에콰도르, 프랑스,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서만 입법화했다”며 “글로벌 보편적 경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자생적 질서인 시장 대신 인위적인 자원 배분 방식이 우선된다”며 “정부의 무제한적인 능력을 전제로 한 것으로 ‘치명적 자만’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현재 64개에 달하는 정부 기금을 통폐합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 또 다른 사회적 기금을 만들어 지원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은 민간 자율에 맡겨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취약 계층의 보호와 복지 안전망 확충, 지역공동체 복원 등 시장경제의 단점을 일부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경제조직이 과연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발전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이들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게 하고 관련 조직까지 만들라고 강제하는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시장경제의 단점 보완 수준이 아닌 정부 만능시대와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경제질서를 재조직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의한 인위적 사회 개조는 사회주의 몰락의 역사적 경험에서 보듯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눈 먼 정부 돈(세금)을 타내기 위한 광범위한 로비가 판칠 것이고, 정부는 무소불위의 신처럼 군림할 수 있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속출해 세금만 낭비하고, 본연의 목적보다는 정치활동에 몰두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대거 출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은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아래 움직이는 기업(주식회사)이다. 기업들의 치열한 자기혁신 없이 나라 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긴 힘들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을까? 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민간 스스로에 맡겨두지 않나? 사회적 기업도 혈세를 지원받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운영하는 게 대의(大義)에도 맞다.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 사회적 경제 육성을 들고 나온 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더 시급한 건 ‘사회적 경제 5개년 계획’이 아니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기업들이 크고 경제가 성장해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경제활동의 자유와 자기 책임이라는 시장경제의 대원칙이 무너진다면 희망은 없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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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안드로이드TV 전면 내세워 구글 콘텐츠 파급력에 주목

삼성·LG‘시장지배력’ 굳건… 일부선 “찻잔 속 태풍 될 것”


‘신(新)안드로이드 동맹’이 구글의 TV 사업을 살려낼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니, 샤프, 필립스 TV(TP 비전) 등 일본 가전 브랜드와 구글이 손을 잡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TV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과거 구글은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동맹을 구축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한 바 있다.

필립스 TV는 몰타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가전박람회(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25일)를 하루 앞둔 24일 사전 공개 환영사에서 “올해 내놓을 TV 중 3분 2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의해 구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필립스 TV는 특히 게임을 하는데 이상적인 TV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는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IFA의 사전행사로, TV 등 가전제품의 올해 시장 동향을 언론에 소개하는 자리다.

소니는 현재 안드로이드 TV를 북미에 출시한 상태며 필립스 TV와 샤프 등은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필립스 TV가 올해 안드로이드 TV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아직 제품을 선보이지 않은 샤프는 물론 소니도 안드로이드 TV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지난해 6월 열린 개발자회의(I/O)를 통해 소니, 샤프, 필립스 TV 등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TV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본 가전 브랜드와 구글이 맺은 신안드로이드 동맹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구글플레이를 통해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구글 동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전자가 지닌 스마트폰 경쟁력과 구글의 콘텐츠가 융합을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안드로이드 TV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미 자체 개발 OS를 탑재한 제품으로 글로벌 스마트TV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과 비교해 교체 주기가 길고 애플리케이션 사용 빈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안드로이드 TV의 폭발력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한편 구글은 지난 2010년 LG전자와 손잡고 한 차례 ‘구글 TV’를 선보였으나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몰타 =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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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그래픽=송재우 기자 jaewoo@
‘떠오르는 인도를 잡아라.’

한국 기업들의 인도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인도가 12억 인구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각하면서 ‘인도 공략’이 글로벌 기업들에 떨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이미 지난 2011년 구매력 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4조4600억 달러(약 4811조20억 원)를 달성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도 시장이 세계 주요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인도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 인도 수출은 최근 6년간 연평균 9.79%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4.95% 늘었다. 자동차 부품, 철강, 플라스틱 등의 수출이 늘면서 2014년 기준 대 인도 수출은 전년 114억 달러에서 무려 12.4%로 두 자릿수로 늘었다.

기업들의 현지 투자도 지난 1983년 1월부터 지난 2014년 9월까지 누적 35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현지 진출은 현지에서도 인정하는 성공 사례다. 삼성전자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했다. 인도 내 2개의 제품 연구·개발(R&D)센터를 각 노이다와 벵갈루루에 설립하고 2000∼2012년 57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인도 소비자들의 문화와 특색을 연구한 결과다.

여기에 소비트렌드 변화를 공략한 전략이 먹혀들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인도에서 갑자기 휴대전화 소비가 급증했는데, 이 바람을 타고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인도에서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휴대전화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단가에서 30%가량 높았을 정도다.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 가전제품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1997년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도 푸네에 진출한 LG전자는 예외적으로 합작이 아닌 단독 진출 전략을 폈다. 대규모 투자와 부품 현지화 등을 내세운 것이 통한 것이다.

LG전자는 단순히 부품 현지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채식주의자 인도인들을 위해 크기와 부피를 줄인 작은 냉장고, 지역별 현지어, 힌디어로 사용법이 입력된 세탁기 등 상품 출시는 LG전자의 현지화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대변한다. LG전자 직원 대부분이 현지인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1997년 불과 3000만 달러 자본금을 투입해 설립한 LG전자는 현재 수년째 인도 가전제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6년 진출한 현대자동차 역시 현지인의 취향을 고려해 사양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소형차로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인도에서는 유럽형의 소형차 i10 모델 등이 인기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해치백 부분에 인기가 높은 i20 등 54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인도 전역에 걸쳐 260개의 딜러망을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인도 내수시장에서 차량이 한 대씩 팔릴 때마다 100루피씩을 적립해 인도 대학 장학금 등 사업에 연간 8억 원 가량을 기부한다.

우리 기업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일본 심지어 중국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인도 수입 시장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3.0%로 일본(2.2%)보다 높은 상황이다. 1위는 13.1%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 우리 경쟁국들의 도전 더욱 거세다. 최근 특허문제로 주춤하고 있지만 샤오미(小米) 등 중국 저가 스마트폰의 도전은 이미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뿐 아니라 세계적 이동통신사인 영국의 보다폰은 지난 2007년 인도 4위 이동통신사인 허치슨 에사르 사의 주식 67%를 135억 달러에 인수하며 인도 통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가전 회사인 다이킨 역시 크기를 30% 줄인 고효율 소형 에어컨을 개발, 출시해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켜 현지 가전제품 1위인 LG전자를 위협했다.

중국의 가전 회사 하이얼 역시 저가 가전제품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 지난 2013년 150억3000만 루피(약 2억48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현재 북인도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이얼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다른 경쟁사보다 3.5% 싼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도 건설장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영국 기반 건설 장비업체 JCB는 인도 시장의 맞춤형 제품 개발로 성공한 사례다. JCB는 지난 2012년 현재 매출 9억16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인도 시장 점유율 68%를 자랑하고 있다.

박민준 코트라(KOTRA) 첸나이무역관장은 22일 인도에 진출해 성공한 해외 기업들의 특징을 “인도의 독특한 문화를 알고 이해한 기업들”이라고 요약했다. 인도의 문화가 깊고 독특하기 때문에 토착화에 성공 여부가 인도 진출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인도 문화를 이해한 또 다른 사례로 맥도날드의 성공을 꼽았다. 인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 등 종교·문화적 장벽이 큰 나라다. 맥도날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닭고기 위주의 상품을 내놓아 인도 패스트푸드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다. 2013∼2014년 2분기 수익 14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니레버의 인도법인 힌두스탄유니레버(HUL)는 창의적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인도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일일 소득 2달러 미만의 빈곤층(7억5000만 명)을 대상으로 비누, 샴푸, 세제의 사용법을 가르치고 그들에 맞는 저가 생활용품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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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영업적자에서 1년만에 15억 흑자로…아이리버의 부활

[동아일보]
2011년 10월, 박일환 대표가 아이리버에 취임한 첫 주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주말 임원회의가 소집됐다. 박 대표는 임원들에게 ‘아이리버만 갖고 있는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었다. 삼보컴퓨터 턴어라운드 주역으로 꼽히는 박 대표는 2007년 이후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사장이 바뀌는 등 부침을 겪었던 아이리버를 이끌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박 대표의 고민은 방향을 잃고 있는, 그러나 엔진만큼은 튼튼한 아이리버호의 새 동력을 찾는 일이었다. 당시 아이리버는 열심히 일했지만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 한때 MP3플레이어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민가전’을 꿈꿨던 브랜드였지만 박 대표 취임 당시에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일반 가전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당연히 미래는 불투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리버가 어떻게 턴어라운드의 기틀을 잡을 수 있게 됐는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DBR 175호에 실린 사례연구 내용을 요약한다.

●혁신의 DNA가 부활하다

박 대표는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이런 의문을 가졌다. ‘TV 속 청중들은 노랫소리를 듣고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데 정작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눈물까지 흘릴 일인지 의아해 하지 않나. 도대체 그 차이가 무엇이기에….’ 그는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아날로그로 소리를 듣지만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들은 디지털음인 MP3 파일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감동의 크기에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시 임원 회의에서 ‘업의 본질’이 거론되자 회의에 참석했던 정석원 마케팅실장의 눈이 번쩍 떠졌다. 2011년 5월, 구글의 전자책 ‘스토리HD’의 개발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 급파됐던 직원들이 틈틈이 고민해왔던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밤샘 작업을 거듭했던 엔지니어들은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디지털 사운드를 아날로그로 전환시켜 더 풍부한 소리를 내는 PC용 DAC(Digital to Analogue Converter)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궁극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박 대표는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이후 아이리버가 가진 강한 포터블 기술에 하이파이 음질을 탑재한 고음질 포터블 플레이어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프로젝트명은 한 직원의 제안으로 ‘티어드랍(teardrop·눈물방울)’으로 정해졌다. ‘기계로 전달되는 음악을 듣고도 콘서트장의 관객들처럼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자’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었다.

먼저 도요타가 고급 세단 ‘렉서스’를 만들 때와 유사한 프리미엄 브랜딩 작업이 절실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당시 아이리버의 상황을 고려해 브랜드 전문가인 이재옥 도머스파트너스 대표가 기꺼이 재능기부를 해줬다. 약 1000개에 걸친 후보들 사이에서 최종 선정된 브랜드명은 ‘아스텔앤컨(Astell&Kern)’이었다. ‘아스텔’은 헬라어로 별을, ‘컨’은 독일어로 중심부를 뜻한다. 브랜드 이니셜이기도 한 알파벳 A는 로고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했다. 오케스트라가 음을 맞추기 위해 튜닝을 할 때 기준음으로 삼는 게 A음이다. 이 ‘라’ 음의 주파수는 440㎐(국제 표준)로 가장 멀리까지 전달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화기 수화기를 들었을 때 ‘뚜뚜뚜’ 하고 나는 신호음이나 갓난아이가 절박하게 엄마를 부를 때 내는 ‘응애응애’ 소리가 모두 ‘라’음의 주파수에 해당한다. 다른 음들에 비해 왜곡이 적어 사람들 사이에 가장 객관적으로, 또 멀리 들리는 음의 기준 A는 ‘소리의 기준’이 되고 싶어 하는 아스텔앤컨의 비전과 꼭 맞아떨어졌다.

●아날로그로의 탐험

브랜딩과 함께 동시에 진행된 기술 개발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디지털 전문가인 연구팀은 객관적인 측정치만 좋게 나오면 소리 자체도 좋아질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하이파이 오디오는 ‘디테일의 미학’ 그 자체였다. 정량적 수치로만 평가하기 힘든 미세한 차이를 극복하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했다.

각종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2012년 10월10일, 첫 제품인 AK100을 시장에 선보였다. 판매가는 69만8000원.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른 하이파이 오디오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MP3플레이어를 듣던 일반 소비자를 유인하기엔 비쌌다.

그러나 첫 달 만에 3개월 치 예상 판매 물량을 합친 만큼의 주문(1000대)이 들어왔다.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부피가 큰 고가의 음향기기로만 듣던 고해상도 음원(MQS) 파일을 휴대전화보다 작은 사이즈의 포터블 기기로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소비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초기 물량이 소진되면서 해외에서 선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자던 혁신의 유전자를 일깨운 결과였다. 특히 아날로그 음악의 대가들이 반색하고 나섰다. 이들은 음질 개선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아이리버에 기꺼이 멘토가 돼 줬다.

이후 소리를 진화시키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후속 모델도 속속 선보였다. 고급 오디오쇼에 나온 헤드폰, 이어폰 업체들은 청음용 기기를 아이팟에서 아스텔앤컨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1월 출시된 AK240은 해외 미디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숱하게 나온 홈시스템을 능가하는 포터블 플레이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스텔앤컨은 지나치게 고가에 형성된 오디오 시장을 정상화시켜 음악에 대한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랫동안 ‘나만의 리그’를 펼쳤던 기존 고가 오디오시장이 아스텔앤컨의 등장에 긴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음원으로 승부를 건다’는 초심으로 돌아온 점과 혁신의 DNA를 꺼내든 점 등은 실제 아이리버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회사는 2013년 약 8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15억원의 흑자를 내며 턴어라운드의 기틀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의 인수와 같은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6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아스텔앤컨 프로젝트는 매스마켓을 지향하던 가전기기 업체가 공략하기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최상의 프리미엄 시장을 뚫어 불과 3년 만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보기 드문 사례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이리버의 부활은 위기나 실패를 맞을수록 이에 매몰되지 않고 창조적 혁신의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는 교훈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디지털 시장이 압축과 효율을 추구하는 포터블 기기에 몰입하던 것과는 정반대로 ‘눈물’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과 결합시키는 역발상 전략을 펼친 점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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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설에 중국 고전 인용을 인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세계적 현상이다. 어떤 문장이 인용에 좋을까. 중국인에게 국학대사(國學大師)로 추앙받는 지셴린(季羨林·1911~2009) 전 베이징대 부총장은 중국의 명문 148개 구절을 엄선했다. 그는 “이를 다 외우면 경계가 한 단계 올라간다. 문학 방면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문 기사 ▶ [똑똑한 금요일] 대화의 격 높이는 중국 고전 148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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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AIIB 가입 거부, 북한에 심각한 결과"

(서울=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중국이 북한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북한 정부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 기업가를 대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싱가포르 소재 민간단체 '조선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에이브러미언 소장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운송과 전력 등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는데 AIIB 가입이 최선의 대안일 수 있지만 다자개발은행인 AIIB는 높은 수준의 재정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브러미언은 북한이 상당수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지역개발은행의 지원을 받는 게 최선이지만 미국의 목소리가 큰 세계은행의 구조를 감안하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현실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세계은행과 ADB보다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더 실현성이 있을 것이라고 에이브러미언 소장은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AIIB가 북한에 조건 충족시 언제든 가입을 환영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면 북한 당국이 경제에 관해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브러미언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북한의 경제외교정책 입안과정에서 AIIB가 비중있게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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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수니·시아파 싸움으로 군비 급증 중동 무기시장 규모 20조원 달해 美·러·佛·英 등 5대 무기수출국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강대국들이 지구촌 분쟁을 틈타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이슬람 수니·시아파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무기 수출 대금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진보성향 신문인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의 이 같은 잇속 챙기기는 이들이 내세우는 인도적 개입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의 이 같은 결론은 글로벌 군사전문 기관인 ‘IHS제인스’와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최근 잇따라 내놓은 ‘전 세계 주요 무기 수출·수입국 현황’ 자료에 기반한 것이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세계 5대 무기 수입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방비로 120억달러(약 13조원)를 지출한 사우디와 UAE, 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은 올해 역시 180억달러를 국방예산으로 책정해놨다.

2011년 ‘아랍의 봄’(민주화 시위)과 2014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발호 등을 겪은 아랍국들은 올 들어 격화하고 있는 종파 분쟁을 이유로 무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 UAE 등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핵협상을 일단락하고 시아파가 다수인 국가들(이라크·시리아·레바논·바레인·예멘)을 상대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군사개입 횟수와 군비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약 20조원의 중동 무기시장을 노리는 나라들은 대부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지난해 무기 수출액은 각각 237억달러, 100억달러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프랑스와 영국, 독일이 5대 무기 수출국이었다. 올해도 이들 나라의 ‘중동 러시’는 여전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는 사우디와 UAE, 이집트 등에 수백억달러의 무기를 팔기로 했고 러시아도 ‘신흥시장’ 이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표리부동한 대중동 접근법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월 자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도 수차례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연구소’(RUSI)의 토비어스 보르크 연구원은 “이들 나라가 그간의 정치적 위상과 행보를 무시한 채 경제적 이익만 취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인 오마르 아슈르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아랍국의 전력 증강은 대체로 반정부세력 진압 등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강대국들의 직간접적 개입이 안정보다는 혼란만 더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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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the300]日 구보이 교수, 국회 동북아특위서 "독도는 한국땅"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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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왜곡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인 구보이 노리오 모모야마 대학 명예교수(왼쪽)가 초청강사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한국 정부와 학계는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론에만 그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기 부족할 수 있다. 군위안부 강제동원 역시 생존하신 할머니들의 증언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

구보이 노리오 모모야마 대학 명예교수가 독도 영유권 등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하며 향후 공동연구 등을 제안했다. 그는 24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에서 40여 분 정도 강연을 하고 "독도는 한국 영토"라며 관련 역사자료를 대거 공개했다.

구보이 교수는 이날 에도막부 시절 제적된 지도를 공개하고 "에도막부는 1775년 독도와 울릉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해 제작한 지도가 발행돼 나돌자 황급히 수거하고 막부 주관으로 1779년 다시 독도와 울릉도를 조선 땅으로 표시한 일본여지로정전도 개정판을 다시 제작했다"며 "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독도를 조선 땅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은 러·일 전쟁 때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뒤늦게 독도를 점령했고, 이를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대거 공개한 뒤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도 독도는 일본 영토에서 제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보이 교수는 일본 내 압박에도 불구하고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의 어린이를 포함한 국민들을 위해서 잘못된 역사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향후 한·일 역사학자들이 함께 양국의 역사문제를 연구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진실을 규명하고, 독도 문제를 영토문제가 아닌 역사문제로 바라봐야 양국 간 대립이 아닌 평화와 우호 속 공동번영이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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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이 교수가 국회 강연에서 자신의 저서 및 독도 관련 역사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강연 이후 동북아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동감 및 격려의 뜻으로 박수를 쳤다. 김세연 동북아 특위 위원장(새누리)은 "국회에 있으면서 의원들이 한뜻으로 박수치는 모습을 본건 처음인 것 같다"며 "오늘 참석한 교육부, 외교부 분들은 구보이 교수의 강연 및 증거물들을 잘 참조해 향후 정부 정책 및 업무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구보이 교수는 독도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적 자료를 갖고 있는데 끊임없는 교류로 우리 학계도 이 같은 자료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독도 문제 외에도 군위안부 관련 자료도 많이 확보하고 계신데 향후 독도 뿐 아니라 위안부 강제동원 등 한일 역사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독도는 영토문제가 아닌 역사문제라는 강연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하고 "구보이 교수가 공개한 충실한 역사적 자료를 한국 정부와 학계가 보유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며 국내 정부 및 학계의 분발 및 공유 노력을 촉구했다.

국회 동북아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0일 '일본 아베 정부의 독도 영유권 침탈 및 고대사 왜곡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독도 영유권을 비롯한 한중일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편 구보이 교수는 그간 독도 영유권을 비롯해 군위안부, 강제징용,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등 역사문제를 연구한 일본내 양심적 학자다. 동료 교수 등 지식인들과 연계해 일본 시마네현 제정 '죽도(독도)의 날'을 반대 운동을 이어고 있다. 구보이 교수는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며 독도관련 강연 및 학계 공동연구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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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중국 삼국시대(220~280년) 적벽전은 천하를 삼분한 대전(大戰)이었다. 삼국지의 백미로 꼽히는 적벽대전은 미인계, 연환계 등 정보전의 승리였다. 적의 정보를 알면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불리한 패를 가졌더라도 상대의 패를 읽는다면 백전백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21세기에도 정보전(IW·information warfare)은 현대전쟁의 중심에 있다. 정확한 위치 파악, 이동 첩보, 지도부의 차후 계획 등을 수집하는 정보 강국들은 상대국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승리를 거머쥔다. 물리적 전쟁뿐 아니라 국가안보, 경제, 사이버전에서도 정보는 반드시 보유해야 할 ‘총알’이다. 자국 정보 보완과 타국 정보 수집을 위한 세계 각국의 총성 없는 정보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정보 ‘쥐락펴락’하는 미국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국 정보기관은 국가정보국(DNI)을 필두로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 연방수사국(FBI) 등 총 16개 기관에 달한다. 이 가운데 8개 기관은 국방부에 속해 있을 만큼 안보와 직결된 곳에서 활동한다. 냉전 시대에는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가 CIA에 맞서는 정보력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현재 CIA는 전 세계에서 쌍벽을 이룰 상대가 없을 정도다. 우방국 통신망까지 감청하는 미국의 정보수집 역량은 ‘세계 경찰국’을 넘어 가히 ‘세계 감시국’이란 말도 나온다.

16개 정보기관은 개별 활동을 하는 듯 보이지만 수장을 맡고 있는 DNI를 통해 각 부서의 정보가 모아지고 긴밀한 협의가 이뤄진다. 특히 DNI 내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일일 정보 보고를 올리는 별도의 부서가 있어 정보기관들의 움직임이 백악관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미 정보기관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CIA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이다. CIA는 9·11 테러 이후 10년간 그를 추적했다. 체포 당시 적외선 영상 장비로 은신처와 드나드는 모든 인물을 촬영했으며 정찰 위성을 이용해 주변 동조 세력 유무까지 확인했다.

해가 지지 않는 정보제국 영국

20세기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만들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 21세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정보제국으로 변신했다. 독자적 정보 라인 외에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국제정보협력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를 결성해 수집한 정보 및 정보원을 공유하는 등 정보수집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고 있다. 지역과 영역을 초월해 운영되는 영국의 정보기관은 크게 비밀정보부(SIS·MI6)와 보안부(SS·MI5), 국방정보본부(DIS) 등이다.

SIS는 1909년 육군성과 해군성 주도로 창설된 비밀첩보부였다. 이후 1914년 ‘군사정보 6과(MI6)’ 형태로 분리돼 본격적으로 해외 군사정보를 전담했다. 007 시리즈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가 속한 MI6는 이때의 명칭을 사용한 별칭이다. 영화에선 정보원들이 ‘살인면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지만, SIS는 2006년에 요원 2명을 방송에 출연시켜 관련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SIS 요원들은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며 외무부 장관의 직속기관으로 운영되고 정치·외교 비밀공작을 주도한다.

만만디 중국, 정보전은 ‘콰이콰이’

중국은 세계에서 정보기관을 정권 강화에 독보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다. 중국 국가안전부(MSS) 등 정보기관은 군사·안보분야를 포함, 세계 각국의 첨단 기밀을 빼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선 뒤 정보 역량 극대화가 추진 중이다. 역대 정권 가운데 최고 강도의 부패척결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보기관 동원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는 한편 탈북자 단속을 통한 동북아 일대의 안정을 꾀하는 일도 정보기관의 몫이다. 중국의 대외 정보수집 활동과 관련해 마이클 필스베리 미 국방부 고문은 “중국 정보기관의 능력이 세계 최강인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보전은 무차별적인 인해전술이 특징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등 주요 관심 지역에 요원 4만여명이 군사과학, 정보통신, 위성·우주항공, 산업·경제·통상 등 전방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중국의 최첨단 무기 개발도 자국의 연구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강국을 상대로 한 스파이 활동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정설이다. 미 언론은 중국이 스파이 활동으로 무기 개발 기간을 25년 단축했다고 보도했으며 스노든 전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도 “중국이 F-35 전투기와 B-2 폭격기 등 50 테라바이트 분량의 특급 기밀 자료를 해킹했다”고 폭로했다.

이스라엘 국력의 원천 ‘모사드’

2000년간 디아스포라(타국생활), 세계 2차대전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겪은 후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인에게 국가안보는 곧 생존이다. 아랍국가들로 포위된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한 이스라엘의 저력에는 세계적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가 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의 비밀정보기관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직속기관이다. 2차대전에서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시 생존자를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시킬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1960년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이던 나치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해 전범재판장에 세우면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을 막기 위해 모사드가 미 의회와 이란 고위층으로부터 1급 기밀을 빼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모사드는 도청, 이중 스파이 암살, 파괴 공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익 사수의 전위대 역할을 한다. 아랍권 정보수집 능력은 미 중앙정보국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의 주요 우방국인 미국 정보망에도 접근한다. 모사드의 미국 내 활동이 냉전시절 소련 다음으로 활발했다. 뿐만 아니라 미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FBI 고위인사들의 전화까지 도청하는 등 세계 최고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 첩보망도 꿰뚫고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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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4) 복지 국가와 로빈 후드 시스템

로빈 후드의 약탈행위 많아지면 상인들의 이동·물동량 줄어들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주민들 피해

'고부담-고복지' 모범국 스웨덴, 조세부담 커 기업가 정신 약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한 영국의 복지국가 모델은 한때 많은 나라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한국 교과서에 소개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복지모델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판치면서 영국은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재정 적자만 늘린 게 아니었다. 근로의지, 투자의욕, 기업가 정신을 크게 약화시키는 영국병(British disease)을 낳고, 종국에는 국민경제를 위기로 내몰았다.

그래도 영국은 때마침 마거릿 대처(1925~2013)라는 구국 결단의 리더십을 갖춘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1979년 집권한 대처 총리는 기득권층의 온갖 반발을 무릅쓰고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등의 개혁을 통해 영국병 치유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그런데 1979년 대처가 선거에 승리했을 때 언뜻 뜬금없어 보이는, 그러나 복지 국가의 한계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로빈 후드 논쟁’이 일었다. 그해 5월 대처가 선거에서 승리한 뒤 한 언론사에서 ‘영국의 유권자가 로빈 후드를 체포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기 때문이다.

로빈 후드는 한국의 홍길동처럼 중세 영국에서 전설적인 의적(義賊)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로빈 후드는 그 일당과 함께 셔우드 숲 속에 숨어 있다가 근방을 지나는 귀족과 승려, 상인을 습격하고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 줬다. 어떤 면에서는 부자로부터 가난한 자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는 ‘복지 정부’의 역할을 한 셈이다. 민주적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강압과 약탈에 의존하기는 했지만 소득 재분배라는 원리는 오늘날의 복지 정책과 다르지 않다. 심지어 로빈 후드는 재산의 가치보다 세금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오늘날의 누진세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통행세를 매겼다고도 한다.

그런데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로빈 후드와 그의 사회주의 친구들을 의적이라 할 수 있을까. 로빈 후드는 영국의 복지정부를 상징한다. 로빈 후드의 정의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사회에 더 많은 해악을 끼쳤다는 게 경제학적 평가였다. 영국의 복지정부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세율과 조세 수입은 역 U자형 관계에 있다는 래퍼 곡선 이론으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을 뒷받침한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로빈 후드를 아예 악당으로 치부한다.

그 이유는 상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상인들이 셔우드 숲길로 다닌 까닭은 편리함과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적이 출몰하면서 그 길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비용 효과적이지도 않게 됐다. 운이 좋으면 무사통과할 수 있겠지만 로빈 후드가 열심히 일할수록 그 확률은 낮아진다. 그래도 그 길로 가겠다면 상인들은 산적들이 넘보지 못할 만큼 호송병을 많이 고용하거나 아니면 셔우드 숲을 멀리 우회하는 길을 선택해야 했다. 맞서거나 피하거나 어느 경우든 상인의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비용 상승분은 가격에 반영됐고, 소비자들은 로빈 후드가 없을 때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했다.

그렇다면 셔우드 지역 주민으로선 로빈 후드에게 나눠 받은 전리품의 가치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손실 중 어느 것이 더 클까. 초기에는 공짜(?) 전리품의 가치가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빈 후드의 활약에 셔우드 숲을 지나는 상인과 물동량은 점차 줄어든다. 약탈 대상 물량과 기회는 갈수록 줄고 그에 따라 나눠 줄 물량도 감소한다. 조세 부담이 높아지면 시장교환과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세수 기반이 약화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로빈 후드 시스템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로빈 후드는 약탈에 성공하면 마리안, 리틀 존과 한바탕 자축연을 열었다. 그렇게 자기 집단을 유지하고 내부 결속하는 데 비용을 쓰고 나머지를 나눠 줬다. 100을 거둬 100을 나눠 줘도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판인데, 소득 재분배 또는 복지 전달과정에서 상당한 누수가 발생한 것이다.

로빈 후드에 대한 재평가는 복지국가가 직면하는 딜레마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많다.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 ‘고부담-고복지’의 모범적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높은 조세 부담 때문에 기업가 정신은 급격히 약화되는 반면 복지 수혜를 노리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스웨덴에서 조세 지원을 받는 사람은 1960년 약 110만명에서 2002년에는 약 400만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시장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 약 290만명에서 250만명가량으로 감소했다. 복지재원 공급자 대비 수혜자 비율이 1960년 0.38에서 2002년 1.63으로 급증했다. 배보다 배꼽이 1.6배나 더 커진 기형적 구조가 지속 가능할 수는 없다.

복지 정책의 본질은 계층 간 또는 세대 간 소득을 비자발적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비자발적 소득 이전은 부자연스러운 제도며, 로빈 후드의 예화에서 보듯이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수반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복지는 사회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정치적 단견주의에 쏠려 복지 제도가 지속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과잉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1830년께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 토크빌은 다수결 투표 원칙에 기초한 정치 체제에서는 항상 복지 수요가 과잉으로 흐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경계한 바 있다. 토크빌의 경고는 21세기 한국에도 그대로 유효할 것이다.

황인학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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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9> 경제학자와 반기업 정서

기업가의 민첩성·창의성·추진력 '외면'

기업을 생산함수의 한 요소로만 취급…예측 어긋나면 '시장 실패'로 몰아

한국인 "기업인에 비호감" 17%…미국의 4배·일본의 3배 달해


“유한책임 원리에 기초한 주식회사는 근대사에서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다. 주식회사가 없었다면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과 토머스 에디슨의 전기조차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다.” 1930년대 미국 컬럼비아대 총장이던 니컬러스 버틀러는 주식회사의 사회적 기능을 이와 같이 극찬했다. 경제원론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생산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며, 기업 투자와 혁신활동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기업, 기업가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사람마다 국가별로 다르다. 기왕이면 기업가 이미지가 좋은 나라일수록 규제는 적고 기업가 정신은 왕성할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 성장을 위해 회원국의 기업가 정신을 진흥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세계 주요국의 기업가 이미지를 조사, 비교하고 있다. 2012년도 조사 결과 EU 회원국의 기업가 호감도는 평균 53%며, 부정적 인식은 7%다. 이 둘을 뺀 나머지는 중립 의견이다. 아마도 여기에서 기업인이 가장 부러워할 나라는 덴마크일 것이다. 덴마크의 기업가 호감도는 74%로 가장 높고, 반기업인 정서는 1%로 가장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반(反)기업인 정서가 가장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 기업가 호감도는 EU 평균에 한참 못 미쳐 34%에 불과하다. 반면에 반기업인 정서는 17%로 EU 평균보다 약 2.5배 높고 미국보다 4배 이상 높다. 우리와 이웃하며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일본에서도 반기업인 정서는 6~7%로 한국보다 크게 낮다. 한국에서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높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60%에 달했다.

한국에는 왜 이렇게 기업,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을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예를 들면 비교적 짧은 기업 역사와 발전 과정, 기업 본질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남다른 인식과 기대, 언론에 주기적으로 대서특필되는 정경유착은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그러나 반기업(인) 정서 이면에는 기업의 본질을 간과하고 기업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주류 경제학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경제학 이론이 반기업(인) 인식의 싹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2009년도 노벨상 수상자인 올리버 윌리엄슨은 주류 경제학의 이런 경향을 기업에 대한 ‘적대적 전통’이라 하며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반기업(인) 인식에 주류 경제학도 책임이 있다고 하는 까닭은 세 가지다. 첫째, 경제이론에서 기업은 생산함수에 불과하며, 기업이 시장과는 다른 조정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실체임을 간과하고 있다. 이론에 따르면 생산량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과 기술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생산량을 늘리려면 인적, 물적 자본을 늘리거나 또는 기술 진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촘촘한 계약망으로 얽혀 있으면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기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또 자본과 기술, 경험이 크게 부족한 상태에서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기업 성장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기업가 정신이다. 그런데도 경제학적 기업 모형에는 기업가 정신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둘째, 기업가는 이윤기회 민첩성, 창의성, 불굴의 추진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만 이론은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 경제이론에서 기업가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 생산량 또는 최적 요소 투입량을 결정하며, 그 결정 방법은 수학적 미분이다. 미분을 통해 최적량을 정하고는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바 없이 투입 요소가 최종 생산물로 전환되는 기술적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기업가다. 이런 것이 기업가라 한다면 수학에 밝은 학자나 인공지능 컴퓨터가 더 잘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수학을 잘한다고, 가방끈이 길다고 기업가로 성공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셋째, 경제학의 완전경쟁균형이론도 반기업(인) 인식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완전경쟁균형은 ‘보이지 않는 손’의 가격 신호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의 생산과 소비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자원이 최적으로 배분되는 상태다. 이처럼 정부 통제와 조정이 없어도 자원 배분이 최적화될 수 있다는 완전경쟁균형이론은 시장원리에 대한 무한 신뢰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완전균형에 이르는 데 필요한 가정 또는 조건들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협상과 거래에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가정, 기업은 서로 영향을 줄 수 없을 만큼 작고 동일하다는 가정이 대표적인 경우다.

만약 이 가정대로 거래비용이 없다면 로널드 코즈의 지적처럼 누구도 기업을 만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모두가 ‘원자적 개체’로 동일하다면 해럴드 뎀세츠가 지적한 것처럼 사실상의 경쟁이 일어날 여지도 없다. 그럼에도 완전균형모형은 애덤 스미스 이후 200년에 걸쳐 많은 경제학자가 노력해 얻은 결실이고 수학적으로 완벽하고 멋진 이론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이 이 멋진 이론에 반한 나머지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론의 가정 또는 예측과 다른 경제현상을 보면 ‘시장실패’로 의심해 규제의 필요성을 주창하곤 한다.

어떤 학문보다 기업의 본질과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경제학이 오히려 반기업(인) 인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은 불편한 진실이다. 문제의 발단은 기업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미분 가능한 함수로 지나치게 추상화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우리 주변에서는 경제학을 안다는 사람이 더욱 규제 지향적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누구의 통제와 조정이 없어도 가격조절기능에 의해 자원이 최적 배분될 수 있다는 이론이 시장 실패와 규제의 논거로 역이용당하고 있음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거래비용 절감이 기업 탄생의 동기”

코즈, 논문 내고 59년 후 노벨상


근대적 주식회사의 효시는 1602년 생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다. 이후 경제학계에서는 기업을 생산함수로 취급했다. 주식회사가 태동한 지 300년이 넘도록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경제학의 생산이론에 사실상 기업이 없다며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로널드 코즈(1910~2013·사진)다. 1937년 발표한 논문에서 코즈는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업이 조직화된다고 했다. 집을 살 때 집값만 지급하는 게 아니라 중개수수료, 취득·등록세를 내야 하는데 이런 부대비용이 거래비용에 해당한다. 거래비용이 높으면 시장 교환을 꺼리고 해당 거래를 내부화하려는 유인이 생기는데, 이 내부화의 동기가 기업이 생기는 원리라는 게 코즈의 설명이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거래비용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코즈의 문제 제기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반발도 따랐다. 거래비용은 물리학의 마찰과 비슷한 개념이며, 물리학에서도 마찰이 없다는 가정 아래 연구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올리버 윌리엄슨에 의하면 물리학자와 경제학자의 태도는 크게 다르다. 물리학자는 마찰이 존재함을 알고 이를 감안하지만 경제학자는 경제시스템 운용에 관한 마찰비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거래비용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법학, 행정학 등 다방면에 영향을 끼쳤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코즈는 1991년 노벨상을 받았다. 1992년 여름, 필자는 몇몇 교수와 빈 강의실에서 코즈를 만나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코즈는 1937년 논문을 사실은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1932년에 썼다고 했다. 그 논문 덕에 59년이 지나 상을 받았으니 노벨상 받으려면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며 농담도 했다.

이제 거래비용은 상식이 됐다. 그러나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 증진보다 전통 경제학의 독점화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아직도 우세하다. 모두가 거래비용을 말하지만 실질적인 활용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황인학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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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6) 공기업 개혁과 시장경쟁

부채비율 공기업 253%, 민간 141%

정부·정치권, 경영정상화 나섰지만

도덕적 해이·낙하산 인사 등 여전

공기업 개혁 지지부진한 이유는

사회적 이익 커도 개인 이익 적다 여겨


공기업의 부채 문제와 방만한 경영은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다. 공기업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공기업 부채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2013년 말 기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374조2000억원으로 국가채무(482조원)의 77% 수준이고, 여기에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국가채무 규모를 훨씬 웃돈다.

공식적으로 한국의 주요 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국가부채 기준으로 볼 때는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국가부채는 2배 이상 늘어난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을 포함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료가 공개된 OECD 국가 가운데 한국만큼 GDP 대비 공기업 부채가 큰 국가는 드물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정부와 정치권은 2013년 말 ‘공공부문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기업 부채와 방만 경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고질적인 관행 역시 종식되지 않고 있다. 전문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정치권과 정부 고위관료의 낙하산 인사,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단지 개혁의 시간만 끌고 있을 뿐이다.

기사 이미지 보기그런데도 누구 하나 기꺼이 개혁의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가 도사리고 있다. 개혁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개인은 들이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작기 때문에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개혁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옴에도 말이다.

공익을 명분으로 한 공기업의 사업은 궁극적으로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자원을 배분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사업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비효율적 생산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해보면 공기업의 경영성과가 더 부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참조). 공기업의 수익성이나 안정성 또는 현금흐름 측면에서 모두 민간기업의 경영지표보다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기준 주요 공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수익성)은 3.2%로,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대상인 46만4000여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 4.1%보다 낮다. 특히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주요 공기업 평균이 253%인 데 비해 민간기업은 141%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히려 임금수준은 민간에 비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직장의 안정성도 더 탄탄하다.

학력 구분과 연령 증가에 따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임금수준을 비교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임금분석’(2014)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모든 학력에 걸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임금 상승도 더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전문대졸의 경우 입사 초반에는 공기업 임금(196만원)이 민간기업(213만원)보다 낮은데 이듬해부터는 임금수준이 역전돼 30년쯤 지났을 때 공기업 임금은 651만원으로 민간기업의 580만원보다 높다. 그야말로 ‘저효율 고비용’ 구조인 것이다.

경영성과가 떨어지는데도 어떻게 임금이 더 높을 수 있는가? 공기업은 민간에 비해 돈을 빌려 사업을 하기가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 정부 보증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체서피크만 연안의 굴 생산량이 감소하자 메릴랜드주 정부는 1970년대 중반 굴 서식지를 ‘공공화(公共化)’했다. 굴 채취에 대한 수확시기와 기간, 장소, 사람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는데 결국 굴 생산량은 과거 생산량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워싱턴주는 굴 서식지를 ‘완전 민영화’했는데 굴 서식지 환경이 더 양호해지고 잘 관리되면서 양질의 굴이 많이 생산됐다. 워싱턴주와 달리 메릴랜드주에서는 굴 수확을 늘리기 위한 민간의 자체 노력보다는 정부 지원하의 구제금융이나 보조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공기업 정상화의 핵심은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를 감축하고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경쟁과 민영화의 압력이 필요하다. 시장경쟁과 민영화는 공기업의 창의와 혁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공기업이 외압에 의해 무모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의 향상 없이 과다한 복리후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업 정상화 과정에서는 시장경쟁에 노출시키는 부실 공기업의 민영화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영신 < 한국경제연구원·부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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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청계천의 오늘과 과거 모습은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 틀을 깨뜨린다. 산업화와 선진화가 되면 환경이 과연 악화될까?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21) 비외론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환경 위기에 대한 주류 담론의 오류와 과장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책이다. 저자인 비외른 롬보르는 덴마크 오르후스대(University of Aarhus) 통계학과 교수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회원이었던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줄리안 사이먼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의 논리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사이먼 교수는 인구폭탄, 자원고갈 때문에 지구와 환경이 위기라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과장·왜곡이라고 했다. 롬보르는 객관적 통계를 이용하면 사이먼의 주장을 어렵지 않게 반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는 오히려 사이먼 편이 됐다. 환경단체와 환경주의자들이 제공하는 환경과 안전에 대한 정보와 주장들이 과장됐다는 것을 찾게 됐다. 그는 책의 3분의 1을 통계와 주석을 넣어 환경론자들을 반박했다.

역사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서구 지식인들은 급속히 증가하는 인구와 자원 고갈로 인해 21세기에 들어서면 환경이 악화돼 인류가 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진적인 위기론과 비관론이 지구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했다. 오늘날 인구 규모는 당시 인구보다 2배 이상 증가해 약 70억명이 됐다.

21세기가 된 지금 그들의 전망대로라면 우리 주변은 매우 더럽고, 냄새나고 오염된 상태이어야 한다. 자원은 고갈돼 우리의 삶은 매우 궁핍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급진적인 환경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환경오염은 그렇게 심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자원은 더 풍부해졌다. 실제로 세계의 총인구는 늘어났지만 오히려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밀도는 감소했으며 자원의 실질가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환경은 악화되기보다는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지구온난화, 삼림훼손, 식량 및 자원 부족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환경악화와 자원 고갈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개선되고 있음을 각종 통계자료를 이용해 증명하고 있다.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고갈된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과학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매장지역의 발견을 가능했다. 또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및 천연자원은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의 에너지 소비수준으로도 최소 수백 년 이상 사용할 화석연료가 있다. 인류가 개발 중인 대체 에너지원을 고려하면 에너지 고갈은 기우일 뿐이다.

환경주의자들의 주장대로라면 공기와 물의 오염, 그리고 식량 부족으로 사람의 기대수명은 짧아져야 했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를 보면 오히려 기대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의 비율은 1970년 35%에서 오늘날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앞으로도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믿지 못하는 듯하다. 아마 어쩌면 믿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인지 심리적 편향(perseverance bias) 때문일까? 사실 필자 역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환경문제에 대해 무조건 환경을 아끼고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통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한 필자는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논리적이고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에 서서히 동의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은 악화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부유해질수록 위험에 대한 인내심이 감소하고, 안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환경오염이 심해진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환경오염에 대한 측정 기술이 발달하여 환경기준이 강화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독성이나 유해물질이 새롭게 창출됐다기보다는 이전에 검출되거나 측정되지 않았던 것들이 발견됐기 때문인 것도 주요 원인이다.

미국 경제학자인 그로스만과 크루거는 경제성장 초기에는 환경이 악화되지만 소득수준이 향상되면 환경전환기를 거치다가 일정 수준이 지나면 점차 개선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황산가스의 경우 국민소득이 4043달러, 강물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7623달러에 이르렀을 때 오염최고치에 도달했다가 소득이 그 이상 넘어가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소득수준과 환경오염의 관계가 마치 ‘역U자’ 곡선 모양을 갖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부 환경단체와 환경주의자들이 편향적인 통계를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환경 위기감을 고조시켜 대중의 주목을 받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일부 언론매체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부추겨 과장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특정 환경운동가나 단체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이익단체(interest group)로서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서구의 녹색당 등은 그런 배경에서 출현했다. 그래서인지 환경주의자들은 환경 이슈 이외의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이슈에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반응하기도 한다.

안 쓰고 안 먹는 것만으로 환경오염을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이 빈곤한 국가들은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원을 환경 친화적 에너지원으로 교체하고 오염 방지시설을 갖추는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 또 그것을 가능하게 할 기술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결국 소득수준을 높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환경의 질을 높이는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인도의 인디라 간디는 “빈곤이 최대의 오염이다(Poverty is the greatest polluter)”고 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환경과 인류 복지에 대한 절대적 낙관론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보호 일변도’의 환경주의론에 의한 위기 조장과 선동에 혼동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할 것이다.

김영신 <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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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에 일본보다 더한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을까 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보냈지만 기술 수준과 중소기업은 강했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우리처럼 산산조각 나 있지 않았다. 아마 일본보다 더 많은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중앙대 행정대학원을 찾아 '자본주의 경제의 전개 과정과 한국 경제의 앞으로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한국 경제가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운을 뗀 노학자 입에선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고언(苦言)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밝힌 한국이 처한 경제위기의 본질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금융위기 이후 외국에서 수입된 대(大) 불황과 다른 하나는 국내 요인에 의한 소(小)불황이다. 국외 요인에 의한 수입 대불황에 대한 한국의 능동적인 해결책은 거의 없다고 전제한 조 전 부총리는 국내 요인에 의한 소불황 원인은 개발연대 이후 경제정책이 수출·성장 지상주의로 일관하면서 이와 무관한 사항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총리는 중화학공업 중심인 수출 지상주의가 중소기업과 내수산업 낙후를 야기했고 정치·사회·복지·교육 분야에서 건전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역대 정부들이 모두 경제 이외 기반을 소홀히 한 결과 오늘날 취약한 '경제 외적 기반'이 경제 성장 자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이 일본보다 더한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측한 것도 경제 외적 기반이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이날 강의에 앞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는 한국 현실에 대한 조 전 부총리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친 한국 경제 현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조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는 개발연대 이후 정부 통제가 너무 많아 말로는 자유경제였지만 실제론 상당한 통제가 많았다"며 "지금도 특히 대기업과 정부 관계가 너무 밀착돼 있어 정경유착이 많다.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국정 책임자가 확실하고 바른 비전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전에 대해 조 전 부총리는 "비전은 틀림없이 뭔가 갖고 계실 텐데 아직도 뚜렷하게 표출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1989년 경제부총리로 재직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 당시 하루에도 수십 건씩 노사분규가 터졌는데, 그건 소득분배에 불균형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성장이 작더라도 소득분배가 제대로 되는 경제로 가야 했어야 했고, 그때 정말로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IMF 위기는 안 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현역 시절과 다름없이 막힘 없는 진단을 내놨다. 한국은행 금리정책에 대해 조 전 부총리는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잘 대응해왔다"며 "중앙은행 독립성이 있지만 요즘에는 정부 요구도 무시할 수가 없는 시대고 금리를 인하한 점도 부득이했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데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조 전 부총리는 "역시 중국과 경제 관계를 돈독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라며 "대중국 무역이 한국에 중요한 무역요소가 됐는데 AIIB라는 것이 주로 건설에 관한 것으로 중국이 지금 일대일로를 비롯해 외국 건설 현장에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IB 설립이 향후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아닌가란 질문에 조 전 부총리는 "중국은 굳이 IMF나 세계은행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은 없는지도 모른다"며 "저렇게 많은 국가가 가입을 신청하리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패권경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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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지난 3월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퇴임했다. 2009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퇴임 시 취임 때보다 더 높은 지지율(65%)을 기록했다. 신기한 일이다.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정치 현실에서 무히카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들린다. 인기가 떨어지지 않는 대통령, 적이 없는 대통령, 국민이 사랑하는 대통령…. 정치 교과서에나 존재할 법한 바른 정치인이 망가지지 않고 '생존'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무히카의 정치 인생은 현실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힌트를 줄 것이다.

이 책은 6개월간 무히카와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무히카의 삶과 철학을 담았다. "나는 가난하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등 어록 80편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무히카는 덕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재임시절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의 쉼터로 내어주고 자신은 사저인 농가에서 출퇴근했다. 퇴근 후에는 자신의 농장에서 화초를 가꾸고 농사를 지었다. 28년째 같은 자동차를 타고 있으며, 월급의 90%를 기부한다. 평소 그는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벌고 있다. (기부는)희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의무"라고 말해왔다. 말은 행동과 일치했다. 진정성 가득한 소박한 삶은 어긋난 욕망이 왜곡시킨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는 실력 좋은 정치인이었다. 그의 재임 기간 우루과이는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경제가 급성장했고, 남미에서 가장 부패지수가 낮은 나라로 손꼽혔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인 6.5%로 떨어졌고 빈곤율도 11.5%까지 내려가는 등 경제 사정이 크게 좋아졌다. 그는 올바른 방향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는 "집권을 하게 되면 권력을 갖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그 주변에는 아첨꾼들만 남게 된다. 진정 위험한 일이다"고 말했다.

 

히카 대통령은 28년 된 폭스바겐 '비틀'을 여전히 타고 있다.

정치인이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 책을 보다보면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한 우루과이가 부러워질 수 있다. 자신을 내려놓고 남을 높인 무히카의 리더십은 잊고 있던 정치의 '진정성'을 상기시킨다. 인자한 어르신에게 가르침을 받듯 육성을 그대로 옮겨 생동감 있게 읽힌다.

[이선희 기자]

서울경제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는 65%의 지지율로 대통령 임기를 마친 존경받는 지도자,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79) 전 우루과이 대통령에 대한 평전이다.

무히카 전 대통령에 대한 일화는 무궁무진하다. 재임 내내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화려한 대통령 관저를 노숙인 쉼터로 개방한 대통령. 정작 본인은 거실과 방, 부엌이 1개씩밖에 없는 허름한 농가에 머물며 주말에는 땅을 일구는 일에 전념했다.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좌익 게릴라 조직 활동을 하며 수차례, 수십 년의 옥고를 치르는 고통 속에서 결국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거물 정치인'이지만 자신의 프로필 상 직업란에는 아직 '농부'라고 적혀있다.

지난 2월 27일 있었던 대통령 퇴임식 날에도 1987년형 낡아빠진 폴크스바겐 비틀을 직접 몰고 궁을 떠났다고 한다. 5년 전 취임 당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소박한 삶을 살았다는 것만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그의 재임 기간 우루과이의 빈곤율은 크게 떨어지고 소득은 증가했다. 2005년부터 우루과이 경제는 매년 평균 5.7%씩 성장했다.

책은 6개월에 걸친 직접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1999년 처음 출간됐다. 저자는 1994년 우루과이 의회에 하원의원으로 입성한 최초의 좌익 게릴라 대원이었던 호세 무히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초선의원이었던 그는 정장을 차려입지도 않았고 말투는 직설적이었으며, 기자들에게 전형적인 정치인처럼 답변하지도 않았다. '자신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했을 세상에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논란의 씨를 뿌린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그런 생각 아래 저자는 무히카의 출생을 포함한 모든 과거, 손에 무기를 들고 다녔던 게릴라 시절의 이야기, 남다른 삶과 사상을 담아 이 책을 펴냈다. 그리고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무히카를 따라 개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무히카 전 대통령이 2012년과 2013년 유엔 등에서 했던 연설문과 그와 그의 가족을 담은 사진, 힘과 용기를 주는 무히카 어록 80편도 수록됐다. 그중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들으면 좋을 한 구절을 소개해 보겠다.

"정치인은 다수의 견해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테니깐. 그러나 어떤 길을 확신하게 되면, 때때로 선구자적인 결정을 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수의 편에 서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일부러 여론과 싸울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여론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된다." 1만6,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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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마일란, 테바 적대적 M&A 맞서

네덜란드에 스티흐팅 세운 뒤 주요 경영전략에 독점적 거부권

소유주 없는 법인설립 가능… 당국·주주 영향 없이 경영권 보호

세제대상서도 대부분 빠져 슈퍼리치 상속·증여에 활용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수탈 위협에 시달리게 된 네덜란드 기업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한가지 묘수를 발견했다.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위치해 독일의 손이 미치지 않는 네덜란드령 앤틸리스제도에 '스티흐팅(Stichting·재단)'을 만들어 회사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및 자산을 보호한 것. 이런 기원을 가진 스티흐팅이 글로벌 기업 및 슈퍼리치의 경영권이나 재산을 지키는 편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티흐팅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졌음에도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다. 이것이 다시 주목 받게 된 것은 21일 세계 최대 제네릭 의약품 전문회사 테바가 미국 마일란사를 상대로 시도한 400억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계기가 됐다. 이 합병에 반대하는 마일란이 이미 이달 초 네덜란드에 스티흐팅을 설립, 여기에 회사의 주요 경영전략과 관련한 '독점적 거부권'을 부여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스티흐팅 설립을 위해 필요한 주주 및 관련당국의 승인은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회사 애벗래버러토리스의 비제약사업 분야 인수 당시 제출한 200쪽짜리 신고서에 문장 몇 줄을 끼워 넣는 식으로 이뤄졌다. 스티흐팅에 준 권한을 실제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마일란이 자사의 의사에 반하는 M&A로부터 자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 같은 은밀한 방법을 썼음은 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스티흐팅의 가장 큰 특징은 네덜란드 법에 의거해 소유주가 없는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설립절차가 단순하고 설립목적도 필요에 따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 같은 특징을 활용하면 정부 당국이나 경쟁업체, 나아가 주주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게 자사의 자산이나 경영권 등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유럽 및 미국 기업들은 비교적 자주 활용되는 △황금주 △포이즌필 △황금낙하산과 함께 스티흐팅 설립을 또 다른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유럽 철강업체 아르셀로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 미탈스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이 방법을 썼고 스웨덴의 유명 가구업체 이케아도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스티흐팅을 경영 지배구조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 등록된 스티흐팅은 12만5,000개가 넘는다.

스티흐팅은 네덜란드 세제 대상에서도 대부분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세금 전문가들이 부유한 고객들에게 스티흐팅을 권유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고 이를 통해 상속·증여세 납부를 최소화한 채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도 많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 제재에 직면한 법인이나 인사가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스티흐팅이 활용된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미하일 프리드만은 최근 영국 법인 소유의 북해가스전 매입을 시도하면서 스티흐팅 구조를 이용하려 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명단에 자신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최근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해당 거래를 불허했다.

비영리 금융감시 단체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의 조슈아 사이던 연구원은 "온갖 비밀스럽고 흉악한 행위들이 이 구조(스티흐팅)를 통해 이뤄진다"며 "한 국가 시스템을 활용해 법적 허구를 만들어내고 이를 활용해 공공연하게 재산을 숨기는 수많은 방법 중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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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시진핑 反부패 전쟁 골프로 확대
中 골프장에 부패 신고 핫라인

접대받은 공무원 조사 연일 보도

베이징 등 불법 골프장 폐쇄

중국인들 골프에 이중적 반응

각종 규제와 부정적 인식에도

학교체육 중심으론 확산 분위기

최근 세계 최대 골프 시설을 갖춘 중국 광둥성의 한 유명 골프장에 ‘핫라인’이 설치됐다. 중국 반부패위원회가 설치한 것인데, 만약 공무원이 업무 시간에 골프를 치다 발각되면 즉각 통보되는 시스템이다. 또 골프장 시설 관리ㆍ감독 공무원이 골프를 쳐도 즉각 통보 대상이다. 공무원이 업무 관계자들과 골프를 치거나 내기 골프를 쳐서도 안된다. 반부패위 관계자는 “기업인과 공무원 간 많은 은밀한 거래들이 골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핫라인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이 마약, 도박, 매춘, 부정 축재에 이어 ‘녹색 마약’ 으로 치부돼 온 골프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중국 내에서 ‘귀족 스포츠’로 인식된 골프를 사정해 부패의 뿌리뽑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정의 칼날, ‘골프’ 정조준

반부패위는 지난달 30일 상무부 왕선양(王瀋陽) 국장을 ‘반부패 규정 8항’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왕 국장은 모 기업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법무부는 지난 10년 동안 골프를 치다 적발돼 처벌을 받은 15명의 명단을 최근 발표했다. 이 중에는 교통기획부 수장이었던 순궈칭과 선전시 공무원 한장을 비롯해, 국영 기업 임원 및 고위 공무원이 포함돼 있었다. 순궈칭은 골프장 이용료를 공금으로 지불한 혐의를 받고 있고, 한장은 100만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위는 최근 홍보지를 통해 “고급 술과 담배, 차량, 저택과 같이 골프는 기업인들이 공무원들을 현혹시키는데 사용하는 전형적인 도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인들이 돈을 투입해 힘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골프를 이용하고 있다”며 “골프장은 진흙탕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함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말 베이징과 샹하이, 톈진 등 20개 지역 66개 불법 골프장을 적발해 폐쇄하는 등 사정의 칼날을 골프에 집중시키고 있다.

국영 언론들도 최근 “당 관리 및 공무원들이 골프를 통해 부정부패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취지의 뉴스를 보도하면서 거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고위 경제관료가 모 업체로부터 접대 골프를 받은 정황이 포착돼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는 연일 전파와 지면을 채우고 있다. 언론들은 “최근 당 관리들을 타락시키는 강력한 유혹은 골프”라고 밝히고 있다.

골프 탄압, 왜 ?

‘금지왼 게임 : 골프와 중국의 꿈’의 저자 댄 워시번은 “시진핑 국가 주석은 반부패 단속 행위를 통해 군 장성이나 당 고위관계자들을 축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부패라는 명목하에 정부는 모든 이들을 잠재적인 감시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며, 골프는 반부패 감시 수단으로 더 없이 좋은 도구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중국의 한 언론은 “골프는 비싼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부패한 골프를 즐기는 일부 관계자들이 처벌되거나 구속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골프를 이중적으로 대하고 있는 점도 개선점으로 꼽힌다. 중국의 한 비평가는 “어떤 날엔 신문 1면에 골프와의 전쟁에 대한 기사라 실리고 어떤 날에는 중국 골프 스타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고 지적했다. 워시번은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의 힘을 인정해야 하는 국가적인 모순에 처해 있다”며 “모순된 정부의 모순된 정책에 골프는 끊임없이 핍박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골프, 탄압의 역사

중국의 골프 탄압 역사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은 골프를 ‘녹색 아편’ ‘백만장자들을 위한 스포츠’라고 부르며 경계했다. 아예 외국인 전용 골프장도 대거 공원이나 동물원, 농장으로 바꿔버리기도 했다.

2004년에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골프장 신규 건설을 금지했다. 실제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 내륙지방의 경우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지하수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골프 인기 마저 묶어 놓지는 못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골프장은 1984년 처음 개장한 이후 30여년 만에 600개를 넘어 섰고 골프 인구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또 일부 골프 애호가들은 “골프 자체는 부패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상하이 골프 코치 린샹은 신화일보 칼럼에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공무원과 고위 관료, 심지어 대통령들도 골프를 즐기고 있다”며 “왜 특정 국가에서만 골프가 부패로 의심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학교체육을 중심으로 골프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영 체육학교에 재학중인 10대 골프 유망주들과 학부모들은 머지 않아 중국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배출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지난 주 중국 선전 골프대회 1라운드에서 건설노동자 출신 골퍼 후앙원이(세계랭킹 1,189위)가 최상위권에 오르면서 중국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물론 최종 라운드에서 13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불모지에서 그가 거둔 성과는 골프 유망주들과 코치들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베이징의 골프애호가라고 밝힌 장모(60)씨는 “자기 비용을 들여 골프를 즐기는 것까지 정부가 관여할 순 없을 것”이라며 “올림픽과 각종 골프 대회 출전 선수들을 위해 국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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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대표단 "서울 거쳐 오늘 평양 도착"

[CBS노컷뉴스 안윤석 대기자]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 경제대표단이 24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제7차 무역·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 경제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 리룡남 대외경제상과 만나 에너지, 농업, 인프라 건설 분야 등에서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협력 문서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갈루슈카 장관은 23일 서울에서 "북한과 러시아 정부 간 통상경제, 과학기술협력위원회 회의에서는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을 위한 특별실무그룹 설치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s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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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세계 대통령’ 유엔 차기총장 선거모드

“국제사회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합니다. 따라서 유엔에 대한 기대와 수요도 어느 때보다 큽니다. 저는 남은 임기 동안 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71)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의 연루설이 불거졌을 때 이렇게 말하며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지난해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나왔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성완종 게이트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 그 불똥이 누구에게 튈지 장담할 수 없지만 반 총장의 임기는 한국 상황과 무관하게 내년 12월 31일 끝난다. 하지만 ‘실질적인 남은 임기’는 1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엔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음(제9대) 사무총장을 향한 도전을 선언하는 후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데다 ‘사무총장 선출 과정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유엔 안팎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유엔도 선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내년 11월) 도전을 선언한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주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차기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에 여론의 시선이 더 쏠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유엔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 대선의 최대 관심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인 것처럼, 차기 사무총장 선거전 이슈도 ‘첫 여성 수장이 탄생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또 ‘유엔 193개 회원국, 세계 70억 인구를 대표하는 유엔 사무총장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P5)의 밀실 거래로 선출하는 관행을 이번에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개혁론도 만만치 않다.

27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회의장에선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국제시민단체연대조직인 ‘1for7Billion’(70억 명을 위한 한 자리)은 최근 193개국 유엔 회원국 대표들과 시민단체들에 서한을 보내 “27일 유엔총회 논의를 시작으로 유엔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질 수 있도록 세계 여론을 모아가자”고 촉구했다.



“최초의 여성 유엔 사무총장 탄생할까”

‘동유럽 출신의 여성, 유엔 근무 경험이 있으면 금상첨화.’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직원들과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차기 사무총장의 3대 조건이다. 이 ‘복도 통신 사무총장감 0순위 인물’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63). 몇몇 기자들은 그를 “차기 총장 선거의 힐러리”라고 부를 정도. 그만큼 강력한 후보란 뜻이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유엔 회원국들과 비정부기구(NGO)들 사이에 ‘이제는 여성 유엔 수장이 나올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국인 불가리아 정부는 그를 총장 후보로 공개 추천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한 상태.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동유럽 출신이 된 것도, 여성이 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그 여세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 도전으로 이어갈 기세다. 유럽지역 언론들도 “보코바 사무총장은 외교장관으로 재직할 때 불가리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였고 미국과 러시아에서 공부해 영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극찬하고 있다. 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유엔 공식 6개 언어 중 중국어와 아랍어를 제외한 4개 국어에 능통한 ‘준비된 총장감’이란 얘기다.

‘동유럽 출신’과 ‘여성’이란 조건이 부각되는 이유는 유엔 70년 역사상 그런 사무총장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8명의 사무총장을 출신지역 그룹으로 분류하면 서유럽 3명,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 2명, 중남미 1명이다. 그래서 동유럽 국가들이 “이번은 확실히 우리 차례”라고 주장한다. 또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유엔 사무총장직은 21세기에 드물게 남아 있는 ‘금녀(禁女)의 요새’ 같다”고 지적해왔다. 가디언이 지난해 독자들을 상대로 ‘여성이 유엔을 이끌 때가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9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국제 여성단체들은 최근 “지금까지 유엔 사무총장 8명이 다 남자였다. 9번째는 여자여야 한다”는 취지의 홈페이지(www.womansg.org)를 개설해 여성 총장감 21명 명단을 게시하고 세계적으로 ‘여성 후보’ 추천을 계속 받고 있다.

보코바 사무총장 이외에도 ‘동유럽 출신 여성’ 조건을 갖춘 인물로는 △리투아니아의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59) △크로아티아의 베스나 푸시치 부총리 겸 외교장관(62) △불가리아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EU 집행위원(62) 등이 있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1)도 끊임없이 거론되는 ‘거물급 다크호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그가 예정된 2017년 총선 전에 총리직을 사임하고,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을 노릴 수 있다’는 예측 보도가 유럽 언론에서 이어지고 있다.

‘동유럽 출신 남성 후보’인 세르비아의 부크 예레미치 전 외교장관(40)은 ‘유엔총회의장 출신의 젊은 피’란 점을 앞세워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고, 슬로베니아의 다닐로 튀르크 전 대통령(63)도 정부의 공식 지원을 받고 선거전에 뛰어든 상태다.

돌발 변수는 민주화 바람과 우크라이나 사태

한 유엔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음 사무총장이 동유럽 출신이 유력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 출신 후보가 미국 편을 들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그 반대면 미국이 저지할 것이 뻔하다는 설명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와 관련해 “‘동유럽 후보군 우물’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이미 심각하게 오염돼 버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러 양국 간 극적인 화해 모드가 조성되지 않는 한 그 사이에 낀 동유럽 후보들의 입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다른 지역 출신 여성 후보가 일종의 어부지리(漁夫之利)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사무총장을 1번밖에 배출 못한 중남미 지역에서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64) △멕시코의 알리시아 바르세나 유엔 중남미카리브해경제위원회(ECLAC) 사무총장(63) △코스타리카의 레베카 그린스판 전 유엔개발계획(UNDP) 부총재(60) △콜롬비아의 마리아 앙헬라 올긴 외교장관(52) 등이 여성계가 주목하는 인물들이다. 최근 비리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8)도 후보군엔 포함돼 있다.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UNDP 총재(65·전 뉴질랜드 총리)와 나이지리아의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포스트 2015 개발계획’ 사무총장 특보(54·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차장)는 유엔 내부 인사들이 주목하는 인물들. 한 유엔 출입 기자는 “‘대륙별 순환 불문율 사수’보다 ‘리더십과 유엔 업무 전문성을 갖춘 첫 여성 사무총장 탄생’에 세계 여론의 무게가 실리면 두 사람이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연대 ‘1For7billion’이 사무총장 선출 방식 개혁을 주창하며 가장 앞세운 원칙도 “현실정치 논리가 아닌, 능력과 자질로 사무총장 후보 간 우열이 가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총장 ‘밀실 선출’과 반복되는 민주적 정통성 논란


유엔 사무총장은 흔히 ‘세계 대통령’ ‘지구촌 최고의 외교관’ ‘가장 불가능한 직업’ 등으로 칭송되곤 한다. 4만여 직원, 수십 개 산하기구, 천문학적 규모의 각종 지원 자금 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최강국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지위와 가톨릭 교황의 도덕적 권위를 합쳐 놓은 자리’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의 영문 머리글자(SG)는 ‘희생양(scapegoat)’의 줄임말”이란 국제적 조롱도 끊임없이 받는다. 서방 언론들이 “명예만 높고, 실권(real power)은 없는 자리”라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For7billion’ 운동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인 윌리엄 페이스 세계연방운동 이사는 “유엔 사무총장의 이런 모순은 구체적 후보 조건과 선발 절차도 없고, 어떤 투명성과 책임성도 확보되지 않은 채 ‘P5의 정치적 밀실거래’로만 선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 헌장은 이 중요한 사무총장 선출 절차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추천하고 유엔 총회가 승인한다’는 단 한 줄의 규정만 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출신 원로도 대거 동참한 ‘1For7billion’의 활동을 전하면서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 총회는 안보리 P5가 합의한 단일후보에 대한 ‘고무도장’ 역할만 해 왔다”고 보도했다. 현재 선출 방식은 193개 회원국 중 192개국이 찬성하는 후보라도, 반대하는 1개국이 거부권을 가진 P5면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수 없는 구조적인 비민주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역대 사무총장들은 당선과 연임을 위해선 P5의 눈치를 끊임없이 봐야 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반미 성향 때문에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 연임에 실패한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 사무총장(6대)조차도 훗날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엔 고위직 자리를 미 측에 ‘선물’로 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반 총장도 예외이기 어렵다. 2006년 당선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였던 존 볼턴 씨는 훗날 반 총장 지지 이유에 대해 “우리(미국)는 (말 잘 안 듣는) ‘강한 성격의 후보’를 원하지 않았다. 동맹국(한국) 출신에다 기가 약한(weak) 후보를 더 선호했다”고 회고했다. 이 이미지 때문에 반 총장은 아직까지도 출입기자들로부터 “사무총장이 미국 등 P5 의견만 너무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종종 받곤 한다.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사무총장 선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990년대 들어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7년엔 유엔 총회 만장일치로 이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반 총장이 선출되던 2006년 초에도 비슷한 개혁 요구가 캐나다 인도 등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있었지만 구체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원동력과 선거일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았다. 이번은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세계적 규모의 국제연대(1For7billion)가 유엔 회원국과 세계 NGO들에 ‘개혁 동참 촉구’ 서한 등을 보내며 글로벌 여론몰이를 강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운동의 핵심은 ‘안보리 P5에만 집중된 사무총장 선출 권한을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 총회에 분산하자’는 것이다. 유엔 주재 외교관들은 “후보들이 유엔 총회에서 청문회 형식의 정견 발표를 하고,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견을 취합해 안보리에 전달할 수만 있어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유엔 70년 역사상 사무총장 선출이나 연임 결정에 있어서 유엔 총회가 안보리보다 강한 권한을 행사한 적은 1950년의 사례가 유일하다. 당시 트뤼그베 할브단 리 초대 총장의 연임 문제가 P5 간 이견으로 확정되지 못하자 총회가 안보리 추천 없이 연임을 의결해 버렸다. 그 후로 유엔 총회는 안보리 P5의 밀실 결정을 공개 추인하는 거수기 기능만 해 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