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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모음-2015-291

구봉88 2015. 5. 11. 23:51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5- 291호.   2015.   5.   10.)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시진핑 돈보따리 풀자, 푸틴 "위대한 친구"

  2.대내외 '민족주의' 염원 드러낸 영국 총선 결과(종합)

 

기업경영

  1.한국도 ‘연금정치’ 패러다임 본격화 대선·총선 판세 연금공약이 가른다

  2.日도요타-마쓰다, 친환경 기술·자동차 금융 분야 협력 논의

  3.경영난 日 샤프 1218억엔 자본금 1억엔으로 감자

  4.NYT, 상식 파괴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 화제

  5.나무 10억 그루 심는 ‘테라시아’로 황사 줄일 수 있다

  6.서울시는 대체 고가 약속 … 코레일은 “우리땅만 망가져”

  7.“전쟁 통에도 공부는 꼭 하거라” 책 챙겨 아들만 피란 보낸 어머니

  8.올해 첫발 떼는 아시아판 EU, 우리에겐 엄청난 기회

  9.‘손 안의 PC’ 시대 … 돈 되는 건 데이터 동영상·게임 등 IT 생태계 활성화될 듯

  10.[실리콘밸리 부자들]현대판 `아이언맨` 머스크…괴짜에 집착광

  11.'모바일 진출' 선언한 닌텐도 "2017년 3월까지 5종 출시"

  12."우버, 또 자금조달 협상 중"…기업가치 500억달러 임박

  13.IHS "스마트워치 시장 5년후 연간 1억개 돌파"

  14.지구촌 '윤리적 소비운동' 주춤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중국 단체관광객 6천명 프랑스 휴양지 니스 뒤덮어

  2."매질당하며 3년간 혹사…죽을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3.北, 조준타격 위협 이은 미사일 도발…한반도 긴장고조

  4.산유 부국 UAE의 '통큰' 주택자금 지원

  5.중국군 "미군의 '中군사력 보고서' 상호신뢰 훼손"

  6.[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소련이 펼쳤던 3번의 승전 퍼레이드

  7.[세상을 바꾼 전략] 6주만에 파리 점령, 독일군 승부수는 우회 침공이었다

  8.[김대식의 'Big Questions'] 픽션 만드는 능력 갖게 된 인류 맹수 먹잇감에서   

       神처럼 진화

  9.영국 4선의원 에드 데이비 장관이 사는 법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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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돈보따리 풀자, 푸틴 "위대한 친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위대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가진 회담에서 상대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역 경제협력구상을 서로 지지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현재 옛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이끌고 있고, 중국은 유럽-아시아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 중이다.

이날 회담에서 진행된 경제협력 관련 합의들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수백 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서부노선' 가스 공급 계약이다.

양국의 국영에너지 회사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은 이날 두 정상의 승인을 거쳐 '서부노선'을 통한 대중 가스공급 프로젝트의 '기본조건'에 합의했다.

양국은 지난해 5월에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상하이(上海) 정상회담을 계기로 10년 넘게 끌어온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4000억 달러(약 405조원)로 추정된다.

당시 이 사업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에 대한 돌파구라는 분석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서부노선' 합의 역시 중국의 대러 지원사격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시 주석은 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 도시 카잔을 잇는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1조 루블(197억 달러·21조 4670억 달러)을 투자하기로 약속하며 '위대한 친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도 이번 회담으로 챙긴 것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우선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으로부터 '포위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 중러 관계의 격상을 통해 '반격용 포석'을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최대 발명품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보면, 푸틴 대통령과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또 하나의 '지렛대'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을 최고 수준으로 환대했다.

러시아는 시 주석 전용기가 착륙한 공항에서 환영 열병식을 거행했다. 러시아의 고위급 관료들도 대거 출동했다.

두 정상은 '미사일방어체계'(MD)을 강력히 비판하며 미국에 대한 공동 견제행보도 연출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합의하고 "일방적으로 전세계적인 범위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의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해서도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 도착 직전 러시아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을 의미한다"고 경고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들을 보고 있다"며 러중 양국이 2차 대전의 진실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9일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승기념 열병식을 함께 치르고 이달 중순에는 지중해에서 처음으로 '해상연합-2015(1)'이라는 이름 아래 군사훈련도 실시한다.

러중 양국이 최근 방위지침 개정으로 대폭 격상된 미일 군사동맹에 맞서 사실상의 안보·군사 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들이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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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당시 찬성 조형물 (AP=연합뉴스)
'독립염원' 스코틀랜드독립당…'EU 탈퇴' 보수당

경제·일자리 중시하는 영국인 '실용주의'도 한몫

(런던·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박진형 기자 =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영국 총선의 이면에는 나라 안팎을 향한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안으로는 지난해 주민투표 부결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스코틀랜드의 독립 염원이 여전히 식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밖으로는 유럽연합(EU)을 떠나려는 영국의 민족주의 여론이 지대하다는 게 선거 결과로 입증된 셈이다.

2000년대 노동당 정부 시절 여러 장관을 역임한 노동당 피터 만델슨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 패인으로 "두 가지 민족주의, 스코틀랜드독립당(SNP)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불쑥 꺼낸) 영국 민족주의 사이에 끼였다"고 총평했다.

노동당 측 해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캐머런 총리도 영국이 분열돼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8일(현지시간) 총리집무실이 있는 다우닝가10번지에서 한 연설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우리가 절대 잃어선 안 되는 것, 하나의 국가, 하나의 영국으로서의 기반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에서 확대된 연방정부와의 괴리감을 겨냥한 발언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난해 주민투표 부결로 매듭지어졌던 스코틀랜드 독립 염원을 되살리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국 정당인 노동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스코틀랜드에서 독립을 지향하는 SNP가 59석 중 56석을 싹쓸이하면서 독립 재투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NP는 표면적으로는 영국 하원에서 강화된 입지를 활용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니콜라 스터전 SNP는 선거 과정에서 "SNP가 스코틀랜드 의석을 전부 차지한다고 해도 또 다른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재투표 추진을 완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거듭 당장은 아니라고만 답변해왔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조세와 사회복지비 지출, 일자리 창출 등에서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주요 정당들과 합의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 논란이 확대되면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등에서는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에 대한 자치권 확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이와 관련, 일간 가디언은 보수당 정부가 단독 과반을 얻었지만,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 때보다는 오히려 의석이 모자라 소수 정당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상황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보수당이 단독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웨일스나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소수 정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입지에 처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캐머런 총리는 EU를 향해 영국의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보수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영국 내 EU 탈퇴를 지지하는 여론이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캐머런이 선거 막판 "EU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정부를 이끌지 않겠다"며 연정 협상시 EU 국민투표를 마지노선으로 삼겠다고 표명한 가운데 치러졌다.

공교롭게도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자유민주당과 노동당은 EU 회원국 지위 유지를 선호하거나 적어도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보수당 반대편에 함께 있었다.

이에 따라 이웃 EU 회원국들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이탈) 우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일 수밖에 없다.

한편 보수당 정부가 지난 2010년 집권한 이후 경제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번 승리에 큰 몫을 했다는 관측이 많다.

캐머런 집권 기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 1.60%에서 작년 2.60%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도 2011년 8.06%에서 작년 6.33%로 하락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남유럽 위기의 여파로 고전한 반면 자체 파운드화를 쓰는 영국은 영국중앙은행(BoE)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에 성공했다.

이 같은 경제 성적표를 바탕으로 보수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영국 국민의 '실용주의'에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캠프 본부장 출신으로 보수당의 선거전략 고문을 맡은 짐 메시나는 보수당 의원들에게 "하루라도 경제 관련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날은 시간을 낭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노동당은 보수당이 국민건강보험(NHS)을 위협하고 있으며, 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민생이 어렵다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 경제 면에서는 보수당의 메시지가 더 강했다"며 "이번 승리의 핵심에는 보수당이 경제에 강하다는 점이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평가했다.

또한 노동당이 SNP와 연정을 구성해 집권하면 영국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보수당의 집중적인 공격에 노동당의 '민생 메시지'는 묻혔다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영국 총선 이면에는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염원이 여전하고 밖으로는 유럽연합(EU)을 떠나려는 영국의 민족주의 여론이 지대하다는 게 선거결과로 입증됐다.

2000년대 노동당 정부 시절 여러 장관을 역임한 노동당 피터 만델슨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 패인으로 “두 가지 민족주의, 스코틀랜드독립당(SNP)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불쑥 꺼낸) 영국 민족주의 사이에 끼였다”고 총평했다.

노동당 측 해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캐머런 총리도 영국이 분열돼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8일(현지시간) 총리집무실이 있는 다우닝가10번지에서 한 연설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우리가 절대 잃어선 안 되는 것, 하나의 국가, 하나의 영국으로서의 기반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에서 확대된 연방정부와의 괴리감을 겨냥한 발언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난해 주민투표 부결로 매듭지어졌던 스코틀랜드 독립 염원을 되살리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국 정당인 노동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스코틀랜드에서 독립을 지향하는 SNP가 59석 중 56석을 싹쓸이하면서 독립 재투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NP는 표면적으로는 영국 하원에서 강화된 입지를 활용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할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니콜라 스터전 SNP는 선거 과정에서 “SNP가 스코틀랜드 의석을 전부 차지한다고 해도 또 다른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재투표 추진을 완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거듭 당장은 아니라고만 답변해왔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조세와 사회복지비 지출, 일자리 창출 등에서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주요 정당들과 합의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 논란이 확대되면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등에서는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에 대한 자치권 확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이와 관련, 일간 가디언은 보수당 정부가 단독 과반을 얻었지만,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 때보다는 오히려 의석이 모자라 소수 정당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상황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보수당이 단독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웨일스나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소수 정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입지에 처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캐머런 총리는 EU를 향해 영국의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보수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영국 내 EU 탈퇴를 지지하는 여론이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캐머런이 선거 막판 “EU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정부를 이끌지 않겠다”며 연정 협상시 EU 국민투표를 마지노선으로 삼겠다고 표명한 가운데치러졌다.

공교롭게도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자유민주당과 노동당은 EU 회원국 지위 유지를 선호하거나 적어도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보수당 반대편에 함께 있었다.

이에 따라 이웃 EU 회원국들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이탈) 우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일 수밖에 없다.

한편 보수당 정부가 지난 2010년 집권한 이후 경제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번 승리에 큰 몫을 했다는 관측이 많다.

캐머런 집권 기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 1.60%에서 작년 2.60%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도 2011년 8.06%에서 작년 6.33%로 하락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남유럽 위기의 여파로 고전한 반면 자체 파운드화를 쓰는 영국은 영국중앙은행(BoE)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이 같은 경제 성적표를 바탕으로 보수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영국 국민의 ‘실용주의’에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캠프 본부장 출신으로 보수당의 선거전략 고문을 맡은 짐 메시나는 보수당 의원들에게 “하루라도 경제 관련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날은 시간을 낭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노동당은 보수당이 국민건강보험(NHS)을 위협하고 있으며, 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민생이 어렵다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 경제 면에서는 보수당의 메시지가 더 강했다”며 “이번 승리의 핵심에는 보수당이 경제에 강하다는 점이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평가했다.

또한 노동당이 SNP와 연정을 구성해 집권하면 영국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보수당의 집중적인 공격에 노동당의 ‘민생 메시지’는 묻혔다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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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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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연금정치’ 패러다임 본격화 대선·총선 판세 연금공약이 가른다

“건드리면 죽는다(Touch it and you die).”

연금 개혁을 두고 유럽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공적연금에 메스를 들이대는 개혁은 연금 수급이 보편화된 서구에선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사안이다. ‘연금정치(pension politics)’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놓고 전개되고 있는 정치 갈등은 한국에서도 연금정치라는 패러다임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준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뿌리 깊던 지역주의 정치가 가고 세대 균열에 기반한 연금정치의 시대가 열렸다”며 “향후 총선·대선에서 연금 공약이 판세를 가를 주요 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령층의 증가로 복지 공약에 대한 공방이 격화하고, 노후소득 보장과 국가 재정 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서 연금정치의 막이 열렸다는 것이다.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졌으나 정부안을 놓고 여야가 세부 조정에 참여한 정도였다. 국민의 참여도나 이슈화 수준도 낮았다. 임유진 연세대 EU센터 연구원은 “이번에 여야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연금 개혁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연금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4면에 계속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중앙SUNDAY

▶1면에서 계속

연금정치의 플레이어는 정당뿐이 아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익단체들이 더욱 강력하고 현란한 정치 플레이어로 참가한다. 특히 공무원·군인·교사와 같은 특수직역 연금의 경우 기득권 그룹의 결속력이 강해 손대기 쉽지 않다. 이번에 공무원연금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제에 없던 국민연금을 ‘인계철선’으로 활용한 공무원노조가 대표적이다.

연금 갈등은 선거를 통해 정치 세력의 교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파괴력을 지닌다. 스페인 의회는 1995년 연금 이슈를 선거 쟁점으로 삼지 않기로 여야 간 협정을 맺기도 했다. 김성주(보건복지위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럽에선 연금정책이 정치판을 뒤집는 메가톤급 이슈”라며 “한국 정치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앞선 서구의 연금정치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에다 저성장으로 연금 재정이 불안해지면서 연금 개혁이 정치의제로 떠올랐다. ‘사회보장→소비 촉진→성장’의 선순환이 ‘사회보장→노동비용 상승→기업경쟁력 악화→실업 증가’의 악순환으로 바뀐 게 결정적 계기였다.

은민수 경기대 교양학과 교수는 “유럽의 연금 개혁은 각국 정치 지형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영국처럼 대처 총리의 집권 보수당이 단기간에 급격한 개혁을 추진하는가 하면, 독일처럼 연립정권에서 타협에 의한 온건한 개혁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웨덴은 좌파 사민당이 장기집권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개혁에 나섰다. 양재진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통령제와 보수 우위의 소선거구 다수제 의회를 갖춘 한국에선 영국 대처 정부처럼 단기적이고 공격적인 개혁이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금 자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그 같은 개혁의 큰 걸림돌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적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외국의 경우 평균 50% 수준이지만 한국에선 20% 미만”이라며 “상당수가 아직 연금 수령도 못해 본 상태에서 돈을 더 내라니, 연금을 깎자느니 하는 논의 자체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에선 연금 개혁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과 내수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건드리지 않는 ‘우회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유희원(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는 “서구에서의 연금 개혁이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향으로만 추진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서구 선진 20개국 중 1990년과 비교해 2010년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떨어진 국가는 원래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프랑스ㆍ스페인 등 6개국뿐이다. 대개는 소득대체율을 손대기보다 퇴직연령 연장, 출산 장려, 여성ㆍ청년실업 해소 등 노동인력을 늘리는 대책에 초점을 맞춰 왔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의 역량이 건설적인 연금정치의 정착을 보장하느냐다. 연금을 이슈로 삼았다는 것만 다를 뿐 여야 간 정쟁의 양상과 강도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이 때문에 연금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개혁이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나 정당 간 당리당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치인과 전문가ㆍ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실무그룹에서 논의케 해야 한다”고 했다. 스웨덴ㆍ독일 등에선 실무그룹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고, 정치권에선 연금의 정략화를 지양하는 협정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양재진 교수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일수록 연금 개혁과 복지 수준이 높다”며 “결국 정부의 질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중앙SUNDAY

충청 대망론, 호남 총리론, 호남정치 복원 등 최근의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 담론으로 점철돼 왔다. 이 상황에서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아직 국회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 정치가 퇴보하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 속에 오랜만에 의미 있는 여야 합의를 이룬 것이다. 정치 발전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합의 내용에 대한 여야의 동상이몽과 당·청 갈등으로 국회는 공전하고 있다. 합의 내용은 크게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라는 세 가지 사안으로 돼 있다. 얼핏 보면 별개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복지국가에서 차지하는 연금의 비중을 고려하면 동일한 주제들이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총사회복지지출 가운데 연금을 위한 공적 지출의 몫이 가장 크다. 노후 생활보장에서 연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7%로 OECD 국가 중에서 이례적으로 높다. OECD 평균은 12.8% 정도다.

이는 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민간소비의 부진이 많이 회자돼 왔다. 소비 정체의 원인으로 주로 가계부채와 실질임금 정체가 거론되지만 노인 빈곤도 은폐된 소비 침체의 한 축이다. 노령층 빈곤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에 심각한 걸림돌이다.

왜 한국의 노령층 빈곤이 이렇게 심각한가. OECD 자료인 『한눈에 보는 연금』(2013)은 “한국의 고령 노인 빈곤율이 매우 높은 것은 1988년에야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 (이전) 은퇴자들은 (연금) 수급액이 전무하거나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칭찬획득과 비난회피 위한 연금정치

그럼 이 같은 연금정책을 둘러싼 정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미국의 정치학자 폴 피어슨은 이를 ‘칭찬획득의 정치(politics of credit claiming)’와 ‘비난회피의 정치(politics of blame avoidance)’로 유형화했다. 칭찬획득의 정치란 선진국에서 복지정책의 확대가 가능한 시기에 정치인이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인기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정책’이라면 포퓰리즘으로 매도되곤 하지만 이는 선진국 복지정책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 불과하다. 또 비난회피의 정치란 정부·여당이 차기 선거의 패배를 우려해 대중의 복지 손실을 피하는 정치를 말한다. 여기서 복지 손실이란 연금의 소득대체율 인하 또는 보험료율의 인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회복지 지출의 점증적인 증가 때문에 누적되는 국가부채에 직면한 정치인은 사회복지 지출의 삭감을 고려해야 하는 압력에 처하게 된다. 이때 재정안정화(재정건전성 확보)의 논리가 대두하는 게 일반적이다. 재정건전성에 역점을 두는 정책은 유권자에게 인기를 얻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연금정책의 목표 설정 과정에서 비난회피 정치와 재정합리화 논리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비난회피 정치를 계속 추진하면 재정합리화는 어려워지고, 반대로 하면 차기 선거의 고전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의 내용 변화는 어디까지나 복지 선진국의 경험이고, 복지 후진국인 한국의 경우엔 수정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한국에선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야 도입됐지만 그 토대는 유신정부 초기인 73년 국민복지연금법에서 비롯한다. 당시 여러 이유로 법 시행이 유보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3%의 고용자 부담 보험료를 기업의 부담으로 판단했다고 추정된다. 반론도 있겠지만 여하튼 권위주의 정치에서 국가정책의 유보는 결국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다. 당시의 정치 상황에선 ‘칭찬획득의 정치’라는 개념도 없었지만 국민연금제도가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와 더불어 복지화의 선구자로도 칭송받았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도 재정안정화의 논리에 경도됐다. 그 때문에 칭찬획득이나 비난회피의 정치보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정치’로 일관했다(『복지국가론과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 비판』). 노무현 정부 연금정책의 실책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유보였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미미하게라도 해소할 수 있는 기초연금의 도입도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먼저 제안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야당 주도의 기초연금을 도입한 국민연금법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정부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기 때문에 전체 재정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야당이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 없이 선심성 정책으로 연금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07년 7월 통과하자 언론은 ‘용돈연금 개악’ ‘정치야합 연금개악’ ‘반쪽짜리 개혁’ 등으로 비난했다. 현재의 여야 합의에 대한 비난과 유사한 양상이지만 지금은 당시 연금 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일반적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도달한 여야 합의가 정책으로 시행된다면 수년 후의 평가가 바뀔 수도 있다.

국제 비교에서 유별나게 높은 노인 빈곤율의 1차 책임은 권위주의 정치의 결과인 국민연금제도의 유보였다. 2차 책임은 노무현 정부 연금 개혁의 부정적인 결과다. 당시 정부 실세였던 지금의 야당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유보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방치에 대한 책임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연금 제도를 유보시킨 부친 박정희 대통령의 책임을 인식해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만약 여야 합의가 결국 파기돼 정치가 다시 만성적인 정쟁과 지역주의로 회귀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될지는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호남 신당이나 새로운 진보세력도 여야 합의를 방관하지 말고, 국민 대다수가 관련된 국민연금 정책의 대안을 제시해야 야당 분열의 비난을 면할 수 있다.

유신 뒤 국민연금제도 유보 아쉬워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합의의 단서는 여야와 정부 모두 경직된 재정건전성 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높은 차원인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할 당시 OECD의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연금제도의 재정 방식인 국가보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보조가 도입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폭도 재조정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문제를 둘러싼 세대갈등도 완화시킬 수 있고, 또한 연금기금 고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한다면 국가보조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국가보조가 실현되면 정부 지출이 증가되므로 조세부담률이나 국가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는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2% 미만으로 가장 낮은 네덜란드의 국가부채비율은 201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3%다. 이에 비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33%에 불과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47%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독일 슈뢰더 정부의 2005년 ‘하르츠 개혁’도 국가보조를 기본으로 삼았다. 독일의 국가부채비율은 82%에 달한다.

이처럼 연금 강화와 재정건전성 확보는 상호 배타적인 역학관계에 있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선 여야, 그리고 청와대가 만나 3자 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 별 소득이 없었던 지난 3월의 3자회담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말이다. 연금 개혁의 실질적 추진을 위해선 정쟁에 앞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국영 성균관대 학부에서 경제학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사회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는 『복지국가론과 노무현 정부 사회정책 비판』 『공황』 『자본주의의 역설』.
중앙SUNDAY

공무원연금 개혁의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는 지난 2일 당초 목표보다 재정절감 효과가 떨어지는 후퇴 개혁안에 합의했다. 소득대체율 인상(40%→50%) 등 국민연금 강화 방안을 두고 이견이 생겨 결국 이 합의마저 깨졌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고 그 여파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 100여 개의 발이 묶였다. 후퇴한 개혁안과 난데없이 끼어든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균열의 씨앗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앙SUNDAY는 중앙대 김연명(사회복지학) 교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야당 추천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에 참여해 개혁안 마련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번 개혁의 내용과 절차에 모두 비판적이다. 두 사람의 대담은 지난 7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연금학자 동료로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사이지만 대담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임).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먼저 한 후 국민연금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연명=연금 제도 개혁을 떠나 우리 근대 역사에서 이해관계자와 여야 정당이 싸우지 않고 양보하고 타협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그걸 대통령이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은 굉장히 큰 역사적 실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연히 합의를 존중해줘야 했다고 본다.

▶윤석명=개혁 논의에 참여한 인사를 찬찬히 따져보면 공무원·사학연금 당사자가 대부분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진정한 대타협기구로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타협 내용이 국민정서와 괴리가 있었다. 또 하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의 주(主)는 공무원연금이다. 국민연금을 끼워 넣으면서 본말이 전도됐다. 청와대 문제 제기는 타당한 측면이 많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강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김=지금 연금 받고 계신 분은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는 분들이다. 어느 정도 삭감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관점의 차이가 있다. 윤 박사나 재정을 중시하는 분들은 내는 돈과 받는 돈의 균형(수지 균형)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게 쓸데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연금의 우선적 가치는 노후소득보장이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일반 연금하고 다른 기능이 있다고 본다.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은퇴 후 연금으로 품위 있게 살면 검은 유혹에 안 빠질 수 있다. 국민연금처럼 깎으면 ‘관피아’가 더 많아진다. 어느 정도 세금 부담은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 다만 부패를 저지르면 엄히 처벌하는 룰을 만들면 된다.

▶윤=우리나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심하다. 1960년 공무원연금 도입 당시 평균수명은 52세였다. 지금은 30년 넘게 수명이 늘었다. 연금 받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시대에 맞지 않는다. 변화된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가장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게 공무원연금 제도다. 공무원연금에 들어가는 미적립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총 524조원이다. 이번 개혁안도 수지 균형이 아니기 때문에 미적립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세대 간 도적질인가, 연대인가

-개혁 목표의 핵심 중 하나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통합으로 가야 맞는 거 아닌가.

▶김=공무원을 보자. 영리 활동을 못하게 돼 있다. 임금협상권도 없다. 퇴직금도 민간의 40% 수준이다. 그런 부분에 보상이 있어야 하고 정직하게 공직생활을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연금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 단순히 세금 더 들어가는 문제로 보면 안 된다. 국민연금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정부 주장처럼 ‘다 국민연금으로 바꿔라’고 할 수 없다.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통합은 피할 수 있는 길이 아닌 거 같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전통 관료제도하에서 100% 세금으로 연금을 줬다. 그러다 1950년대부터 50% 부담으로 낮췄다가 10월부터 국민연금제도로 통합한다. 많은 나라가 그런 길로 간다. 독립 제도로 공무원연금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공무원이 107만 명인데 37만 명이 수급자다. 2035년 이후는 100만 명 이상이 된다. 지금도 이 난리인데 그때 가면 어떻겠나.

-국민연금 이야기가 나왔으니 계속 해보자. 국민연금 수준 진짜 낮은가.

▶윤=‘그렇지 않다’가 내 주장이다. 2007년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떨어졌지만 현재 40대 중반은 55% 이상 받는다. 2028년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를 40%로 맞춘 것이다. 그 세대는 인생 100세 시대다. 가입 기간이 길면 연금액도 늘어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이 40.6%다. 독일이 모범 사례인데 소득대체율을 이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한다. 남성 근로자의 평균 가입기간이 35~40년에 이를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이제 연금제도를 이야기할 때 소득대체율로만 따질 게 아니다.

▶김=팩트를 다르게 이야기한다. 국민연금 초기 가입세대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건 맞다. 인정한다. 그러면 지금 세대하고 미래세대를 따져보자. 정부 공식 추계자료에 따르면 2060년이 돼도 실질소득대체율은 23%밖에 안 된다고 나와 있다. 그걸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소득대체율은 보험료 납부기간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0%다. 평균 300만원을 받던 직장인이 40년간 근무했다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즉 1년에 1%씩(1%×40년) 소득대체율이 올라가는 셈이다. 가입기간이 25년이면 소득대체율은 25%로 떨어진다. 이를 실질소득대체율이라고 한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개혁안 반대 여론에 부닥쳐 6일 본회의 처리는 불발됐다. 김경빈 기자
▶김=(웃으며) 세게 지르는구먼…. 그게 연금 논쟁의 본질이다. 세대 간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복지부는 우리가 많이 받고 그 부담을 후세대의 보험료를 올려 충당하니까 도둑질이라는 거다. 그게 안 맞는 이유가 10개쯤 된다.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 나를 예로 들면 부모님은 농업사회에서 태어나 산업사회에서 은퇴했다. 농업사회 노후는 가족이 챙긴다. 노후준비란 개념이 없었다. 그런데 산업사회에서 나고 자란 우리 같은 낀 세대는 부모와 자식을 부양해야 한다. 자식 세대는 내가 연금을 받으니 챙기지 않을 것이다. 왜 우리가 독박을 써야 하나. 자식세대가 일부 부담을 짊어지는 게 맞다. 세대 간 도둑질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라고 한다. 둘째로 국민연금기금이 470조원인데 우리 세대가 낸 보험료로 최소 170조원의 투자수익을 얻었다. 그만큼 다음 세대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윤=낀 세대라는 점에 대해선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낀 세대가 부모를 봉양해도 왜 OECD 노인빈곤율이 최고겠느냐. 김 교수 같은 분들이야 잘 부양하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 730만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중 노후준비 제대로 못한 사람이 60%는 된다. 그럼에도 이 세대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라는 점이 문제다. 고성장시대가 끝나고 저성장과 저출산이 고착화된다. 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지 않는 이상 후세대 다수는 혼자 먹고살기 어려운 세대가 될 것이다. 그 세대가 감내할 정도의 제도를 물려주자는 거다.

보험료 인상 얼마나 해야 될까

-국민연금액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러려면 보험료(9%) 인상은 불가피한 거 아닌가. 복지부는 두 배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한다.

▶김=일단 기금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잡으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려도 보험료는 1%포인트만 올리면 된다. 내 주장이 아니고 정부 자료다. 보험료를 두 배인 18%로 올리면 2083년 기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0%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기금을 쌓아두는 나라는 없다. 나는 당장 부과 방식으로 연금을 고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니다. 당연히 보험료는 올려야 한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선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것이 이번 합의 내용이다.

▶윤=국민연금은 원래 소득대체율 70%로 도입이 됐다. 그런데 2003년에 50%로 낮추자고 정부안을 내놓았는데 당시 제시한 보험료가 15.88%였다. 이미 이런 법안을 제출한 적이 있음에도 정치권에서 국민 부담을 지울 수 없다고 해서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춘 것이다. GDP 대비 140%까지 기금이 올라간다고 연금액이 안 나가는 게 아니다. 최대한 고갈 시점을 늦추고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려면 보험료를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

※연금은 적립 방식과 부과 방식으로 나뉜다. 적립 방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기금을 운용해 투자수익 총액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반면 부과 방식은 기금을 쌓아두지 않고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거둬 은퇴자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일부는 기금으로 운용하는 부분적립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는 운명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료를 올리면 국민연금 기피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윤=사용자와 근로자가 반반(4.5%)씩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순수 자영업자나 특수형태 근로자는 보험료를 100% 부담한다. 이런 사람은 보험료가 오르면 제도에서 빠져나갈 확률이 크다. 결국 국민연금 강화한다고 시작한 게 결과적으로 약화로 갈 수 있다.

▶김=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과세 체제나 사회 시스템이 엉망이 아니다. 소득이 있으면 잡히게 돼 있다. 과장된 이야기다. 합의안엔 소득대체율 인상 말고도 공무원연금을 개혁 절감분 20%를 취약계층 보험료 지원사업에 쓰고 크레디트 제도 확대 등 국민연금 강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좌초된 연금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이번 사태가 국민에게 공적연금 제도의 기능과 쟁점이 뭔지 이해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결코 나쁜 경험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선진국도 겪었다. 국민연금 수준이 워낙 낮아 선진국은 고사하고 노인 대량 빈곤국을 못 벗어난다. 적당한 수준으로 어떻게 갈 거고 세대 간 분담을 공정하게 할 거냐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윤=공무원연금 개혁하라는데 국민연금을 갖다 붙였다. 공론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잘못된 개혁을 물리기 위해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 조금 늦게, 제대로 가는 것도 나쁘다고 볼 순 없다.

김연명(54) 중앙대 사회정책 박사. 연금과 건강보험전문가로 건강보험통합추진기획단·국민연금운영개선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윤석명(54) 미국 텍사스A&M대 경제학 박사.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을 지냈으며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정리=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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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 회사측 "결정된 바 없다"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일돈 대표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자동차와 마쓰다자동차가 친환경 기술 등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이라고 관계자를 인용,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들 회사는 수소연료전지차(FVC)와 저연비 자동차의 기술을 교환할 뿐아니라 부품조달과 자동차 금융 등 분야에서도 폭넓게 연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도요타 측은 “사건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으며 마쓰다 역시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연료전지차와 가정에서 충전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마쓰다는 고출력·저연비를 실현하는 ‘스카이액티브’ 기술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마쓰다의 기술을 이용해 연료비가 적게 드는 차종의 범위를 휘발유차나 경유차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마쓰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자동차 회사에 2018년까지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차의 판매 대수를 늘리도록 요구하고 있는데다,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도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도요타의 친환경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0년 도요타와 마쓰다는 하이브리드 기술제휴를 맺은 바 있다. 도요타는 당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되는 대용량 충전지와 모터, 제어 장치 등 핵심 부품을 마쓰다에 공급했다.

이후 2012년에는 마쓰다 멕시코 공장에서 도요타에 소형차를 공급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그간의 협력이 일정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한층 강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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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日 샤프 1218억엔 자본금 1억엔으로 감자

일본의 전기·전자 메이커 샤프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자본금을 99% 이상 줄이는 대규모 감자를 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샤프는 오는 14일 2014회계연도 결산과 함께 현재 1218억 엔(약 1조1050억원)인 자본금을 1억 엔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한 재무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샤프가 자본금을 99% 이상 줄이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감자 이후엔 주채권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의 지원을 받아 우선주 발행 등으로 자본을 늘릴 계획이다. 채권은행이 출자전환을 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원액은 2000억 엔 수준으로 예상된다. 샤프는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과 감자 등 주주 동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결의할 예정이다. 샤프 지분 3%를 보유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라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샤프는 주력인 액정사업의 부진으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2012회계연도에 총 9000억 엔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2013회계연도엔 흑자를 냈지만 2014회계연도엔 20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된다. 올 회계연도에도 1000억 엔 이상의 손실을 볼 전망이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경영난 샤프, 99% 감자 계획…중소기업으로 분류

구조조정 중인 일본 가전제품업체 샤프가 99% 이상 감자할 계획이라고 9일 니혼게이자신문이 보도했다. 현재 1200억엔(약 1조90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1억엔(약 9억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파산하지 않은 대기업이 자본금을 99% 넘게 줄이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각종 세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샤프는 오늘 14일 2014년 회계연도 결산 내용과 재무개선 방안을 함께 발표할 전망이다.




샤프는 몇 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300억엔의 적자를 봤고, 2014년 회계연도에는 적자 규모가 더 커졌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때문에 샤프는 히로시마의 전자부품 공장 4곳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미쓰비시은행과 미즈호은행 등에게 출자전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한빛 기자 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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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NYT가 인터넷에 공개한 한국어 서비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7일 인터넷에 먼저 게재한 뉴욕 지역의 네일숍 관련 기획기사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이신문보다 사흘 앞서 인터넷에 공개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과 함께 영어·한국어·중국어·스페인어 등 4개 국어 동시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NYT는 지난 7일 주로 한인이 운영하는 네일숍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8일에는 네일숍에서 쓰는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다뤘다. NYT는 7~9일 사흘간 홈페이지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에서 이 기사들을 읽을 수 있도록 한 뒤 10~11일 종이신문에 게재할 예정이다.

NYT가 종이신문보다 인터넷에 먼저 기사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사흘 동안이나 인터넷에서 먼저 화제가 되도록 유도하고, 한국어·중국어·스페인어로 독자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한 것은 새로운 시도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NYT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언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NYT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은 한국 언론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쓴 세라 매슬린 니어는 뉴욕한국일보 함지하 기자 등 한국어·중국어·스페인어 통역 6명과 함께 1년여에 걸쳐 이번 기사를 취재했다. 125명에 달하는 네일숍 근로자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니어는 4개 언어 동시 서비스에 대해 “한인 근로자들은 한국어로, 히스패닉계 근로자들은 스페인어로 기사를 읽고 스스로 내러티브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 반응까지 모국어로 올리게 하고, 그것을 다시 각각의 언어로 소개하는 건 처음 하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사는 한인 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24시간 교대 없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으며, 한인 업주가 중국인·히스패닉계를 차별해 한인보다 적은 임금을 준다는 등의 내용이다. NYT가 소개한 한국인 독자 반응은 “부끄럽다”는 내용과 “과장됐다”는 응답이 교차하고 있다. 뉴욕중앙일보는 8·9일자 1면에 한인 네일협회가 “NYT 기사는 왜곡됐다.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한편 NYT는 외국어 서비스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니어는 “얼마 전 뉴욕 퀸스의 맥도날드 점포에서 한인 노인들이 마찰을 빚었다는 내 기사가 한국 언론에 그대로 번역돼 보도된 것을 봤다”며 “외국 독자들이 미국에 있는 동포들의 스토리에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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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도에 옅은 황사가 발생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다행히 황사가 북한으로 치우쳐 지나간 덕분에 서울 등에서는 황사 먼지 농도가 치솟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서울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이 모두 15일이나 된다. 1~5월만 따지면 2001년(관측일수 25일)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다. 연간 황사 관측일수와 비교해도 2001년(27일) 다음으로 역대 2위다. 황사 발원지에 무슨 일이 생겼기에 올봄 황사가 이처럼 잦은 것인지, 대책은 없는지를 7일 푸른아시아 오기출(54사진) 사무총장을 만나 들어봤다. 그는 지난달 29~30일 서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콘퍼런스에서 황폐화된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며 ‘테라시아(TerrAsia) 네트워크’를 직접 제안했다. 푸른아시아는 2000년부터 16년째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시민단체다.

-‘테라시아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테라시아는 땅을 의미하는 테라(Terra)와 아시아(Asia)를 결합한 말이다.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마을 숲 형태로 가꿔 황폐화된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는 의미다. 아시아의 황사나 토지 황폐화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황사에는 국경이 없다. 10년 전 아프리카와 유럽의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테라프리카(TerrAfrica)를 만든 것을 보고 2007년부터 다듬어왔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했던 아시아 20개국의 시민·종교단체가 먼저 시작하고 정부·국제기구·기업 등이 동참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기후변화와 식량,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정보와 아이디어, 모범사례, 자원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인천 송도에 사무국이 있는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이 기금의 절반을 기후변화 적응 부분에 할애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진국이 내는 GCF의 기금 지원을 결정할 때 현장에서 일하는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00년부터 진행 중인 몽골 나무심기 사업의 성과를 소개해 달라.

“다음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엑스포와 겸해 열리는 ‘사막화 방지의 날(6월 17일)’ 행사 때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주는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Award)’ 중 최우수상을 받는다. 몽골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몽골사무소가 추천한 덕분이다. 그동안 몽골에서 여섯 개 지역 500㏊에 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이를 통해 2800여 가구의 1만4400여 명이 경제적 혜택을 본 것으로 평가됐다. 생태마을 형태로, 마을 숲을 가꾸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과일나무 재배로 주민 소득증대와 연결시킨 덕분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는 모래먼지 폭풍이 거의 사라졌다.”

-몽골에 나무를 심게 된 계기는.

“1999년 한·중일·대만·몽골 5개국 시민단체 심포지엄에서 동북아 최대의 위기는 황사와 사막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자체 해결이 어려운 몽골에 나무심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회비와 후원금,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인천·경남·수원·고양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공동사업 예산 등으로 연간 15억원을 몽골에, 5억원을 미얀마 조림에 투자하고 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처음 3년간 심은 나무는 다 죽었다. 사막화 원인이 급격한 기후변화 탓인 것을 몰랐다. 또 2006년까지는 나무를 돌보는 주민들에게 월급을 줬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가 떠나면 숲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주민 스스로가 가꾸는 마을 숲 개념을 도입했다.”

-사막에 나무를 심더라도 결국은 물이 부족해 지속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도 있다.

몽골에서 자주 발생하는 거센 모래먼지 폭풍. 가축을 찾던 유목민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푸른아시아]
“영구동토층이 녹아 사막이 된 곳은 강수량의 100~1000%가 증발한다. 내린 것보다 증발이 더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풍림과 방사림(防砂林)이 자라면 풀도 80~90㎝까지 성장한다. 풀이 자라면 내리는 빗물을 붙잡아 둔다. 표토층(top soil)이 형성되고 수분이 저장되는 등 선순환 고리가 시작된다. 지하수를 꺼내 나무에 물을 주지만 200~300m 깊이에 있는 흘러가는 심층 지하수를 쓴다.”

-한반도의 황사는 주로 몽골이나 중국 네이멍구 쪽에서 불어온다. 최근 황사가 잦아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겨울 몽골 황사 발원지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보통 30~40㎝ 쌓이는데 1㎝ 정도밖에 쌓이지 않았고 내린 눈도 녹아버렸다. 기온도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았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황사가 잦아질 뿐만 아니라 강력한 ‘수퍼 황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91년 몽골에서 모래먼지 폭풍 발생일이 10일 정도였는데 2009년에는 48일로 20년 만에 다섯 배로 늘었다.”

-몽골에서 황사가 잦아진 근본 원인은.

“90년대 초 몽골 국토 중 사막화된 면적이 46%였는데 2010년에는 78% 이상으로 늘었다. 몽골의 강 784개와 호수 1166개가 말라버렸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사유재산이 인정되면서 과도한 방목이 사막화를 가져왔다. 2000만 마리였던 가축이 5400만 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기후변화다. 사막화 원인의 70%는 기후변화가, 20~25%는 과도한 방목이, 5% 정도가 광산개발 탓이라고 보면 된다.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60년 동안 2.1도 상승했다.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80% 줄면서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름철에도 땅속 2m 아래에는 얼음이 나오는 게 영구동토층이고, 호수와 강에 물을 공급했지만 이게 사라진 거다.”

-미얀마에서도 조림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곳에서도 사막화가 심각한가.

“미얀마는 방글라데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심하게 겪는 나라다. 1~7위의 나라가 모두 아시아에 있다. 미얀마에서는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로 인해 13만 명 이상이 사망·실종됐다. 중부 미얀마 지역은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쪽 정글지대에서 생긴 구름이 중부지방을 건너뛰고 북쪽으로 가 비를 뿌린다. 중부지방은 30년 전에는 연평균 강수량이 2500㎜였으나 이젠 650㎜로 줄었다. 기후변화로 몬순(우기)이 40일이나 준 데다 주민들이 조리용 땔감으로 나무를 베어낸 탓이다. 땔감을 80% 줄일 수 있는 고효율의 조리용 스토브 보급이 시급하다. 푸른아시아에서는 2013년부터 마을 숲 방식으로 연료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오기출 1998년부터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유엔 지구환경기금(GEF) 한국시민단체 파트너다. 2011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에서 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콘퍼런스 한국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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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驛舍)를 나서면 서울역고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만리동에서 남대문시장까지 이어지는 높이 17m의 차도는 근대화의 상징이다. 개통 당시(1975년)만 해도 머리 위로 꼬리를 물며 빌딩 숲으로 이동하는 차량행렬을 보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40년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던 서울역고가는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서울시 진단 결과 안전등급 D(긴급 보수나 사용제한 검토)로 나타나 그대로 둘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당초 허물기로 했던 서울역고가를 보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해 서울역고가 공원화 구상을 밝혔다. 뉴욕의 폐(廢) 고가철로를 활용한 공원인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모델로 내세웠다. 올 1월엔 이런 내용의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2017년까지 사업을 완료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앞두고 서울시는 오늘(10일) 하루 서울역 고가도로에 인조잔디를 깔아 시민에게 개방한다.

그런데 시민들의 호응을 기대했던 서울시는 복병을 만났다. 남대문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서울역의 동-서를 잇는 고가가 막히면 인근 교통이 혼잡해져 불편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상인들 또한 “서울 산업도로의 상징이자 삶의 터전이어서 공원화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서울시는 오는 10월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45년 풍상의 세월을 함께한 서울역고가는 과연 불통과 소통 중 어느 길을 가게 될까.

옷·자재 옮기는 퀵서비스의 고속도로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만리동고개. 서울역(서부역)까지 이어진 주택가엔 ‘속옷 빼곤 다 만든다’는 봉제공장 2000여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좁은 골목길 곳곳에는 옷을 만들고 난 자투리 천을 쌓아놓은 모습도 보인다.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칙칙’ 스팀 다리미 소리와 옷감과 자재를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 소리가 묘하게 교차된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 김모(51)씨는 7년째 만리동~남대문시장을 오간다. 옷감을 봉제공장에 넘겨주고 완성된 옷을 시장 가게로 옮긴다. 거리와 무게에 따라 건당 1만~1만5000원을 받는다. 만리동과 남대문시장을 잇는 서울역고가가 그에겐 일터와도 같다. 김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가를 넘나든다”며 “몇 번 오가느냐에 따라 버는 돈이 달라지니 최단 거리인 고가가 내겐 돈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 박창규(71)씨는 “고가가 공원이 되면 누군가는 그저 우회하는 시간이 10분 늘어날 테지만 우리는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봉제공장 입장도 마찬가지다. 보통 오전 8시에 옷 제작 주문을 받고 10시쯤 원단이 들어온다. 오후 9시까진 남대문·동대문 시장에 물건을 넘겨야 지방에서 올라온 보따리상들에게 판매가 가능하다. 30년째 공장을 운영해온 미미패션의 정종진(46) 사장은 “디자인을 받아서 하루 만에 옷을 만들어야 하기에 일분일초를 다툰다”며 “서울역고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창신동 쪽 봉제공장에 일감을 빼앗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대는 더하다. 특히 퇴계로에 인접해 130여 개 상가가 입주한 꽃 도매시장(대도꽃종합상가)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경조사에 오토바이와 소형트럭을 이용해 배달을 한다.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온 방민자(57·여) 꽃상가 운영회장은 “공덕동이나 마포 쪽에 예식이나 장례가 있으면 서울역고가를 넘어 화환 배달을 갈 수밖에 없다”며 “그리 못 간다면 사실상 가게가 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코레일 “대체 도로가 역 이미지 훼손” 반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역고가를 지나는 차량은 하루 4만6000여 대. 고가가 보행로로 바뀌면 이들 차량이 광화문~염천교~서소문로 등으로 우회해야 한다. 서울시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역고가가 막히면 만리동에서 남대문시장까지 현재보다 4~7분가량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마저 인근 도로를 정비하고 신호체계를 바꿨을 때를 전제하고 있다. 상인들은 시뮬레이션 결과와 달리 주변 교통이 혼잡해지면서 남대문시장이 ‘도심 속 섬’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도 공원화로 인한 교통 혼잡은 인정한다. 박 시장은 지난달 17일 중구 일대를 방문해 현장시장실을 열고 “교통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신호체계와 차로를 개선하고 대체 도로 건설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7일 시는 “북부 역세권 개발과 연계해 대체 고가를 건설하겠다”며 “코레일과 함께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역고가가 지나는 4분의 1가량의 땅 주인이 코레일이기 때문이다.

북부 역세권 개발 사업은 2008년 서울시(당시 오세훈 시장)와 코레일이 야심 차게 발표했다. 낙후된 북부 역세권 부지에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컨벤션센터를 짓고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한화역사컨소시엄이 사업에 단독 입찰했다가 손을 뗐다. 고가도로 설치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조항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땅 주인인 코레일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체 고가도로를 설치하면 서울역 이미지가 훼손되고 부지 단절로 공간 활용에 지장을 부른다”는 것이다. 서울시로서는 또 한번 불통 행정이란 비판을 받게 된 셈이다. 남대문시장상인회 이민호 총괄본부장은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대체 도로 건설이 확정된 후 고가를 공원화하지 않으면 5만 명 상인 모두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재생은 속도보다 소통 중요

서울시는 공원화 사업의 편익이 크다고 설명한다. 지난 1월 서울연구원의 환경개선 편익 분석에 따르면 공원화 사업에 드는 돈(2124억원)보다 편익(3887억원)이 1.8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편익은 ^보행자 공간 확보 ^녹지축 형성 ^녹지·공원화 ^고가 조망 등의 항목을 갖고 주민들에게 매년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 상인이나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박 시장이 ‘이명박의 청계천’처럼 임기 내에 프로젝트를 끝내려 조급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대 이정형(건축학) 교수는 “도심 재생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도시 설계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면서 해야 하는데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모델인 하이라인 파크만 해도 10년 이상 주민과 뉴욕시가 협의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시대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대형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박 시장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그런 걸 제일 비판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추상호(도시공학) 교수는 “보행자를 위한 도심공원 조성 취지는 좋지만 동-서 축이 막힌다는 교통에 대한 대안 고민이 없다”며 “공원화를 먼저 하기보다는 북부 역세권 사업과 같이 가는 게 옳은 방향 같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나은섭 인턴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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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외국의 공원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파크(사진)가 모델이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9월 뉴욕을 방문해 계획을 발표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오래된 고가도로(철로)에 녹지와 문화공간을 조성해 보행길을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하이라인과 서울역고가는 닮은 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눈에 띈다.

우선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도로의 활용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하이라인은 1934년 도심 철도를 통한 물류 이동을 위해 공식 개통됐다. 50년 가까이 뉴욕의 물자 수송을 책임지던 하이라인은 화물 트럭의 증가와 도로망 건설로 역할이 축소된다. 80년 냉동칠면조를 실은 세 량짜리 유개화차(有蓋貨車)를 끝으로 운영이 완전히 중단된다. 공원으로 탈바꿈한 2009년까지 하이라인은 뉴욕의 흉물이자 애물단지였다. 이와 달리 서울역 고가도로는 여전히 하루 4만6000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 안전등급(D)을 이유로 버스나 대형트럭의 운행은 제한되고 있지만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을 잇는 주요 통로다.

공원화 움직임의 주체도 다르다. 하이라인 공원화 운동을 시작한 것은 뉴욕 시민들이 모인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단체였다. 이들은 그간의 활동을 기록한 책 『하이라인 스토리』를 펴냈다. 단체 공동설립자인 로버트 해먼드는 책에서 “대형 공공프로젝트는 대개 상의하달식으로 진행된다. 선출직 공무원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면 성사된다. 하이라인 역시 뉴욕시의 선출직 공무원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테지만, 나는 항상 하이라인을 ‘하의상달식 프로젝트’라고 표현한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하이라인 스토리』 추천의 글에서 “하이라인 공원이 조명을 받는 것은 건축조경사적 측면과 도시 공간의 재해석 차원에서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지자체에서 기획한 재개발이 아닌 시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풀뿌리 민주주의의 놀라운 결실이었다는 점이 특별했기 때문이랍니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박원순표 정책’ 성격이 짙다. 뉴욕 방문 후 급물살을 탔고, 올 10월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의 임기(2018년 6월) 전인 2017년까지 공사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프로젝트 이름에 들어가 있다.

반면 시민 주도의 하이라인 파크는 서서히, 그리고 치밀하게 진행됐다. 99년 하이라인 친구들이 결성되고 고가철로가 공원이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수십 회의 공청회를 열어 철거 찬성론자를 설득하고, 지지자를 모으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이라인 친구들의 공동 설립자 조슈아 데이비드는 “하이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말 사소한 발전이나마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는 데 있다”(책 35페이지)고 적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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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통에도 공부는 꼭 하거라” 책 챙겨 아들만 피란 보낸 어머니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3년 동안 민간인 사상자·실종자만 100만 명에 달한 참혹한 비극이었다. 52년 11월 당시 남한 인구 2042만 명 가운데 유엔 지원 대상으로 등록된 전재민만 275만 명에 달했다. 많은 이가 가족을 잃거나 집을 잃고 떠도는 신세였다는 얘기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 모순은 상당 부분 이때 잉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온 나라가 폐허로 전락하는 황량함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르치기를, 그리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교육이야말로 절망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교육열,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광복 70년 이 땅에서 기적을 일군 밑거름이 됐다.

매 순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쟁 와중에도 학교는 학생을 뽑아 교과서를 나눠주고 시험을 치르며 가르쳤다. 목숨이 위태롭고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했지만 제도권 교육이 나름 제 기능을 했다는 얘기다. 여기엔 한국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이 한몫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숱한 증언에서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사교육의 대부’인 하늘교육 서진근(80) 회장의 어머니는 6·25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막내아들을 혼자 피란 보내면서 생필품 대신 어렵게 구한 수학책 한 권만 들려 보냈다. 기약 없이 헤어지는 아들에게 “전쟁 통에 혼자 살아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말이다. 아들은 피란 내려온 경동고 교사들이 부산에 세운 임시학교에 다니기 전까지 상당 기간을 방 안에서 어머니가 준 수학책을 읽고 또 읽으며 홀로 공부했다. 그 책이 어머니에게, 아니 자신의 미래에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서 회장 모자가 대단히 유별난 게 아니다. 정도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당시 많은 어머니는 전쟁이라는 견디기 어려운 역경을 겪으면서도 자식 교육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시절 사람들에게 배움은 생존 본능을 일깨우는 자극제와도 같았다.

전쟁 전 못지않았던 피란지 수업

노태우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윤형섭(82) 명지대 석좌교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경복고 2학년이었다. 한국전쟁 이듬해인 1·4 후퇴 때 낯선 땅 대전으로 피란 가 가족을 부양하느라 온갖 막노동을 다 하면서도 끝내 학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피란 내려온 지 1년쯤 지나니 대학에 간다는 동창 소식이 들려오는 거야. 이 난리통에 누구는 대학을 가는데 나는 아직 막노동이라니, 뿔이 났지. 마침 대전에 내려온 학교 교사이던 아버지에게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하니, 내 손을 잡고 대전종합고에 데려다 주시더라고.”

전쟁 중 서울 거리의 전시(戰時)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한 어린이가 교과서를 읽고 있다. 1953년 6월 5일 종군기자 워런 리가 촬영했다. [사진 박대헌(완주 책박물관 관장)]
전쟁 통이라 수업을 대충하지 않았을까. 그건 순전히 요즘 사람들 편견이다. 윤 교수는 “시설은 열악했지만 모두 마룻바닥에 앉아 선생님 설명을 듣고 열심히 꾹꾹 눌러썼다”며 “동급생 81명 중엔 공비 토벌단도 섞여 있을 정도로 출신이 제각각이었지만 미적분, 독일어도 배우는 등 수업의 질(質)은 경복고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히려 선생님들은 더 열정적이었다”며 “여든 넘은 지금도 고시조를 달달 외는 건 전적으로 대전종합고 10개월간의 학습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들은 당장 내일의 생사도 불확실한 와중에 왜 그리 공부에 매달렸을까.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생존을 위한 처절하고도 매우 현실적인 몸부림도 있었다.

윤 교수는 “당시 지역별로 ‘병사구(兵事區) 사령부’라는 게 있었는데 거기서 병적 관리를 했다”며 “대학에 떨어지면 불합격자 명단이 병사구 사령부로 넘어갔고 곧바로 입대 영장이 나왔으니 이 시험이 대학이냐 군대냐의 기로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군대 가면 무조건 죽는다는 생각이 팽배한 시절이었으니 다들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아직도 어떤 문제가 출제됐는지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50년대 대학생 병역면제 혜택은 대학 진학을 급증하게 만든 한 요소로 작용했다. 『1950년대 한국사의 재조명』(문제인·김세중 편)에 따르면 한국전쟁 와중에도 정부는 대학 교육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51년 2월 18일 ‘대학생 징집 연기조치’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대학생은 입대가 유보되고 대학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대체됐다.

한국전쟁 직후 수업 중인 교실 풍경. 칠판 위에 태극기와 이승만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책상 가운데 구두닦이통이 보인다. [사진 박대헌(완주 책박물관 관장)]
교사 월급 절반을 학부모가 부담

50년대 전반기는 전쟁 탓에 교육의 암흑기가 된 게 아니라 거꾸로 고등교육이 팽창하는 시기였다. 대학생 징집연기만큼 고등교육을 확장시킨 또 다른 원인은 농지개혁이었다. 농지개혁으로 땅을 뺏길 처지에 몰린 지주들은 미리 교육재단에 자신의 토지를 기부했다. 지주의 후원 속에 기성회가 발족하면서 사립대학도 덩달아 급팽창했다. 60년대 들어서는 사립대 학생 수가 국공립대 학생 수에 비해 네 배나 많았다.

이렇게 50년대는 전반적으로 한국 교육의 기틀이 다져진 시기였다. 대표적인 게 학제다. 51년 3월 교육법 개정으로 국가 공교육의 기간학제는 6-3-3-4 단선형으로 정착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초등의무교육도 이때 마련됐다. 50년부터 6개년 계획을 세워 진행하려 했으나 전쟁으로 늦어져 54년 시행됐다. 50년대 지출된 교육 재정을 보면 의무교육비에 지출된 예산이 전체 문화교육부(현 교육부) 예산 가운데 무려 60∼80%를 차지했다. 이승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속에 초등의무교육이 뿌리를 내린 셈이다. 부모의 열의와 정부의 노력이 더해져 50년대 말 초등학교 취학률은 거의 100%에 이르게 된다.

전쟁 중 발행된 교과서. 왼쪽부터 초등학교 『셈본 1-2』(1952) 앞표지와 뒤표지, 『중학국어 1-1』(1953), 『고등한문 1』(1952).
흥미로운 건 당시부터 치맛바람이 거셌다는 점이다. 국가 재정의 부족이 주요인이었다. 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교조차 학부모의 부담은 교육재정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이른바 ‘수익자 부담 원칙’이었다. 학부모로 구성된 후원회는 학급 증설이나 학교 신축 등에서 필요한 경비를 조달했다.

후원회는 52년부터 사친회(師親會)로 바뀌었다. 사친회는 학교 운영에서 학부모의 재정부담을 제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교사의 봉급도 사실상 사친회가 절반을 책임졌다. 53년 중등교육 재정표에 따르면 공립의 경우 52%, 사립은 56%가 사친회비로 구성됐다. 사친회 지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부모 호주머니를 털어 50년대 학교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당시 정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쟁 직후인 54년부터 5개년 계획에 따라 농한기에 70~90일간 한글은 물론 계산 능력과 초보적 과학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교사와 대학생뿐 아니라 부인회 등 비정부단체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500만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그 결과 50년대 말 성인 인구의 80%가 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됐다.

백낙준 장관, 제도권 교육 단절 막아

윤형섭 전 교육부 장관
한국 부모의 교육열은 전쟁을 겪었던 과거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지금이나 똑같이 뜨겁다. 그때의 교육열은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북돋워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한국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의 교육열 역시 후세에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으려면 50년대를 다시 돌아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확고하고 올바른 교육철학을 갖고 일관되게 실행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어떻게 목숨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선배들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특히 백낙준(1895∼1985) 문교부 장관의 공이 크다. 취임한 지 50여 일 만에 한국전쟁이 일어났지만 백 장관은 ‘아무리 비참한 전쟁 중이라도 교육은 중단될 수 없다’는 철학이 확고했다. 51년 2월 ‘전시하 교육특별조치요강’을 발표·시행해 제도권 교육이 단절되지 않게끔 민첩하게 대응했다.“

이승만 정부가 전쟁 발발 후 개편한 피란처별 종합 중·고가 대표적인 예다. 인문계·상업계·공업계를 다 합쳐 지역별로 ‘종합’ 학교를 정부가 운영했는데, 학교에 못 다녀 노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취지였다. 심지어 대학도 연속성을 유지했다. 연세대는 부산, 고려대는 대구로 피란 갔는데 소속 학생이 그리로 모두 따라갈 수는 없기에 거점지역 전시연합대학을 설립한 것이다. 전시연합대학에서 학점을 따면 소속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줬다. 전쟁 중이었지만 각 도에 국공립 대학을 신설하기까지 했다.

윤 교수는 “현재 교육 시스템이 50년대를 넘어서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더니 “내가 보기엔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대학의 학생 선발권은 지금보다 더 확고했다. 내신성적 위주의 입시제도도 실시했다. 고등학교가 입시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교육 지도자들은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만 하면 종이를 얻어왔다. 그걸로 교과서 찍고 책을 만들었다. 궁핍해도 후세대를 위한 교육열이 사뭇 비장했다. 과연 그런 간절함과 열망이 우리에게 지금 있는가. 누구를 탓하기 앞서 내가 부끄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 그 의지를 북돋고 실천하게 만드는 환경을 갖추는 것일 게다. 오늘의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인내와 노력이 내일의 도약을 이루는 씨앗을 움트게 했다는 걸 50년대 한국이 증언하지 않았는가.

최대석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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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시장이다. 자유시장이라 불리다 전쟁 중 개칭된 부산 국제시장은 피란민의 생활터전이었다. 원조물자와 군수품, 그리고 민간이 생산한 물자가 함께 거래되면서 전시(戰時) 유통 중심지로 성장했다.

서울 수복 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대문시장도 다시 열렸다. 돌아온 상인들은 미군이 남기고 간 군용천막을 뜯어 노점을 차렸고, 북에서 온 실향민들도 장사에 뛰어들었다. 남대문시장은 이내 꿀꿀이죽 같은 먹거리부터 구호물자와 군수품 등이 거래되는 상업중심지로 성장해 이때부터 “남대문시장에 가면 박격포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됐다. 기와지붕을 얹은 동대문시장 건물도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그러나 피란처에서 돌아온 상인들은 천막을 치고 헌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물물교환하며 장사를 시작했다. 실향민들도 청계천 변에 천막을 치고 옷을 짓거나 군복을 염색·탈색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인천의 한 시장 풍경.
오늘날까지 전국적 명성을 누리고 있는 이 시장들은 전쟁뿐 아니라 화재의 참화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천막이나 판잣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장사를 하고, 전기 시설을 갖췄다고 해도 누전이 빈번해 화재에 취약했던 것이다. 국제시장은 1950년 12월에 이어 53년 1월에도 대화재를 겪었다. 한겨울에 발생한 화재가 영세 상인들에게 끼친 물적 손해와 심리적 충격은 엄청났다. 그러나 53년 화재 뒤에는 전시임에도 구호를 위한 돈과 물품이 곳곳에서 답지했고, 부산시와 상인들의 노력으로 건물이 재건되고 상가의 면모도 일신됐다. 재건된 현장을 둘러본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 국민도 남의 원조나 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천할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남대문시장에는 54년에 화재가 일어나 1000여 개의 점포가 불타고 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과 한 해 전에 국제시장 화재를 겪었던 부산 시민들은 교회 건물 등에 수용돼 있는 이재민을 돕기 위해 10만환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동대문시장에도 58년에 세 차례나 화재가 발생해 판자로 지은 상가들이 소실됐다. 그러나 62년에는 잿더미 위에 대형 콘크리트 건물을 세워 현재의 평화시장을 개설했고, 이후 주변에 여러 건물이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동대문 종합시장으로 발전했다.

최대석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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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센터 내 아세안홀이 지난 4일 재개관했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이 아세안홀에서 아세안 회원국들과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들을 앞에 놓고 양팔을 벌리고 있다. 김춘식 기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올해 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역내 상품·서비스·투자·노동·자본 등의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인 셈이다. AEC의 인구는 6억4000만 명, 역내 총생산은 2조4000억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한다. 동아시아에 거대한 단일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 시장을 둘러싸고 한·중·일 3개국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EC의 출범으로 역내 분업화도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은 제조업 생산기지로 입지를 굳힐 것이고, 베트남·캄보디아 등의 소비시장은 급속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콩강 유역의 태국·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 등은 도로와 철도망 확충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물류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년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김영선(60)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에게 들어봤다.

-아세안이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동남아의 안정과 발전은 동북아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경제적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어 아세안은 상생 협력을 해야 할 공동 번영의 파트너다. 올해 말까지 양측의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마무리되면 경제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기존 FTA는 2007년 체결된 것으로 관세철폐율이 90% 수준이다. 교역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좀 더 과감한 시장개방이 필요하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양측은 아시아적 정서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현재 많은 아세안 회원국 국민이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유학생 등으로 들어와 있다. 우리가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이해하고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고령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동남아 인력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세안이 올해 말까지 경제공동체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그 전망은.

“아세안의 모토는 하나의 비전,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정체성(One Vision, One Community, One Identity)이다. 아세안은 현재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경제·문화 분야 등에서 통합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회원국 간 이질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EU와 유사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우선 올해 안에 경제공동체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우리도 아세안 회원국과의 개별적 양자관계를 고려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공동체와의 협력 강화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또 공동체가 출범하면 회원국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메콩강 유역 국가 간 도로망 연결, 교량과 항만 건설 등 인프라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런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 한-아세안센터의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이 센터는 2009년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함께 설립했으며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협력을 위해 국내에 세워진 첫 국제기구다. 양측의 교역 증대, 투자 촉진, 관광 활성화, 문화 및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일하고 있다. 아세안 쪽에서도 직원을 직접 파견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무총장을 맡았다. 향후 계획은.

“크게 네 가지 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다. 첫째, 아세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아세안은 우리의 둘째 교역대상인 동시에 둘째 투자대상 지역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은 찾는 지역이 바로 아세안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세안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둘째, 경제 성장의 동반자로서의 협력 강화를 지원할 것이다. 우리는 아세안을 상대로 매년 300억 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를 얻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양측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동번영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셋째, 아세안 내 지역개발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아세안 관련 기관 및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다.”

-지난 4일 센터 내 아세안홀을 단장하고 재개관했는데.

“아세안홀은 아세안 각국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문화정보센터다. 아세안 관련 각종 서적과 미디어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세안의 수공예품, 전통 악기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세안홀에서는 시민강좌, 아세안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이 연중 열리고 있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아세안 국가들의 외교사절은 물론 아세안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의 장(場) 역할도 하고 있다. 이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아세안홀을 재단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은.

“기존의 정치·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 협력 못지않게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시되고 있다. 개인 간 관계에서도 지속적이고 견고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배려가 있어야 하듯이 국가 간 관계에서도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협력은 이를 바탕으로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협력과 인적 교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7000명의 아세안 출신 유학생이 있다. 우선 이들 중 100명 정도를 주축으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유학생은 출신국에서는 훌륭한 인재에 속하는 학생이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전문성을 갖고 돌아간다면 향후 우리와 아세안의 협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양측의 연간 방문자 수는 700만 명에 달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대부분 관광지로서 명성을 갖고 있기에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기후변화·보건·사이버범죄·해상안전·재난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류 덕분에 아세안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은데, 협력 강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우선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문화 전파가 아닌 쌍방향적인 교류 형태로 탈바꿈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가 아세안에서 인기를 얻는 만큼 아세안의 다양하고 격조 높은 전통 문화와 현대 예술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도록 노력하겠다. 상호 호혜적인 문화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류가 드라마나 K팝에 국한되지 않고 전통문화, 문학 그리고 다른 장르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김영선 1977년 외교부에 들어가 미국·이스라엘·이집트·일본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다. 2003년에는 주레바논 대사를, 2009년에는 외교부 대변인을 지냈다. 2011년 주인도네시아 대사, 지난해에는 인천시 국제관계대사를 거처 올 3월부터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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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KT에 합병된 한국통신프리텔(KTF)은 1999년 9월 ‘손 안의 인터넷’을 내세우며 유·무선 인터넷 포털 사이트 ‘퍼스넷’을 선보였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캐릭터와 벨 소리를 다운받고 텍스트 기반의 뉴스·증권 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2년 후인 2001년 9월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후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진화를 거듭해 동영상·쇼핑·금융거래에 모바일TV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지난 8일엔 가입자들에게 음성·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새로운 휴대전화 요금제가 선보였다. 스마트폰 요금제 4.0 시대다. 가입자들의 이용 패러다임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데 발맞춰 만든 요금제다.

포문은 KT가 먼저 열었다. KT는 8일 국내 처음으로 월 2만9900원부터 음성통화·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요금만 받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6만 원대 이상 요금제에서 가능했던 데이터 무제한 이용도 5만 원대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데이터를 이월하거나 당겨쓸 수 있는 이른바 ‘밀당’ 방식도 선보였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세계적 추세

경쟁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협의중이다. 협의를 마치는 대로 2만 원대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현재보다 낮은 요금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이르면 오는 15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 최순종 마케팅 전략담당 상무는 “고객의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를 선두로 한 이통사의 데이터 요금 경쟁은 음성과 문자는 더 이상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백이자 이제는 데이터로 돈을 벌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선언이다. 이통사들은 “복잡한 요금체계를 간단히 하고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나온 요금제”라고 설명하는데 그 배경엔 모바일 기기 사용 패턴의 변화가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통신 이용 행태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음성, 문자, 데이터 사용에 대해 따로 요금을 매길 필요가 없다. 데이터 사용량에만 요금을 매겨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통신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휴대전화 무선데이터 트래픽(데이터 양)은 2012년 12월 4만7963테라바이트(TB, 1TB=1024기가바이트)에서 올해 3월엔 12만4915TB로 3배가 됐다.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고음질·고화질의 음악이나 영화 등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서다. 이는 스마트폰이 전화기가 아닌 ‘손안의 TV’ ‘휴대 인터넷 단말기’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가입자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2012년 12월 1580만 명에서 올해 3월에는 3760만 명이 됐다. 통신업계에서는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신 트래픽(데이터양) 비중을 1대 99 정도로 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종화 통신전파연구실장은 “이번 KT의 요금제는 카카오톡·보이스톡 같은 서비스 때문에 음성·문자 수입원을 잃는 상황에서 고객확보와 통신망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판도 변화는 미지수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이 한창이다. T-모바일이 데이터 중심의 저가 요금제를 선보인 이후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가 가세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이제 음성요금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KT의 새 요금제는 국내 경쟁사뿐 아니라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선제 대응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파이는 구글이 이통사 스프린트 등과 손잡고 한 달에 20달러만 받고 음성·문자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이통사 시장 판도 변화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당장 통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로 꼽히는 1인당 평균매출(ARPU) 예상이나 고객이동 전망도 조심스럽다. SKTLG유플러스가 어떤 요금제를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승규 KB투자증권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요금제는 ARPU의 증가·감소 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기존에는 6만1000원에 데이터 무제한이었는데 이제 5만9900원에 무제한 쓸 수 있으니 1100원 정도 하락 요인이 있지만 더 많은 가입자를 무제한 요금제로 끌어들이면 ARPU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장기적으론 데이터 수요를 늘리면서 수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T전문가인 박용후 PYH대표는 “집과 차를 줄여 살기 힘든 것처럼 고화질·고음질 서비스를 경험하고 나면 저용량 데이터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고용량 데이터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앞으로 콘텐트와 앱 시장,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 나태열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동영상· 음악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KT의 올레TV 모바일, 지니(음악서비스), SKT의 무비 플러스, 멜론(음악 서비스), LG유플러스의 유플릭스 무비 같은 것들이다. 데이터 수요를 늘리고, 콘텐트 사용료로 부가 수익도 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요금제 개편이 연관 산업들에는 빛과 그림자를 함께 드리운다. 데이터를 부담없이 쓸 수 있게 됨에 따라 사물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전화, 모바일게임 산업 등은 더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에 싼 음성통화 요금으로 가입자를 늘려 왔던 알뜰폰 업체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염태정·김경미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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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우주선·태양광 에너지 사업 창업
- "엄청난 성공에는 괴짜 성격과 집착이 한몫"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천재적인 재능과 재력, 위트까지 겸비한 흠잡을데 없는 영웅이다. 영화 아이언맨 감독 존 패브로는 원작 만화 캐릭터 아이언맨을 리메이크하면서 현대판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 엘론 머스크를 삼았다.

엘론 머스크는 127억달러 자산가로 현재 그가 맡고 있는 기업만 세곳이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모터스,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 태양광 패널업체 솔라시티를 창업하고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 주식이 급등하고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머스크의 자산도 불어나게 됐다.

◇세상을 바꾸는 머스크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꿨지만, 머스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판 `네이버 지식인`인 `쿼라(quora)` 사이트에 스티브 잡스와 머스크를 비교하는 질문에 한 네티즌이 이와 같은 답변을 했다.

머스크가 이룬 업적만 봐도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이미 전자결제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결제방식을 바꿔놓았다. 이를 시작으로 모두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겨졌던 일을 하나씩 현실로 옮기고 있다.

향후 에너지 고갈을 위해 개발은 해야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전기자동차를 머스크는 최고급 차량을 만들어냈다. 테슬라에서 개발한 `모델S`는 2년 연속 컨슈머리포트가 뽑은 올해 최고의 차로 꼽혔다.

솔라시티는 비싸다고 여겨졌던 태양광 패널을 전기료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태양광 패널 대여 사업을 통해 미국 제1의 지붕형 태양광패널 업체로 성장했다. 스페이스X는 민간으로서는 최초로 로켓 발사는 물론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데 성공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괴짜`

엘론 머스크와 8년을 함께 보낸 전처 저스틴 머스크는 쿼라에 한 네티즌이 `어떻게 하면 엘론 머스크 같은 위인이 될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엄청난(extreme) 성공을 한 엘론 머스크는 보통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불편한 `괴짜`라고 표현했다. 또 “난독증, 자폐증, 주의력 결핍장애에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하며 논쟁에 말려들고 사무적인 일을 비웃는다”고 했다.

저스틴 머스크가 엘론 머스크를 비하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닌, 그만큼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괴짜임을 나타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 저스틴이 또 강조한 것은 `집착(Be obsessed)`이다.

엘론 머스크의 최악의 슬럼프를 보면 그의 집착과 인내심을 엿볼 수 있다. 2008년 첫번째 부인 저스틴과 이혼을 하고 테슬라는 재정난에 빠져 개인돈을 쏟아부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스페이스X는 궤도의 진입에 실패하면서 최악의 한해를 겪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을 시도한 결과 오늘의 성과를 이뤄냈다.

머스크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화성에 지구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테슬라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솔라시티를 통해 태양광을 전력으로 바꾸는 방식을,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 여행 비용을 최소화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연구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화성 식민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의 일환인 셈이다.

이유미 (miyah3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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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닌텐도, 2017년까지 모바일 게임 5종 출시 계획 밝혀

유료 전략 고수할지도 관심 …닌텐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중"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가 스마트폰용 게임 5종을 2017년 3월에 출시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는 최근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출시할 게임 수와 출시 일정에 대해 밝혔다.

투자자들은 닌텐도가 스마트 기기용 게임을 만들어 유명한 게임 캐릭터를 활용하는 한편 회사의 수익성을 강화해야한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왔다. 닌텐도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불확실한 콘솔게임 개발에 헌신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닌텐도는 스마트폰 플랫폼 공급자인 디나(DeNA)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타 대표는 당시 첫번째 게임을 올 연말에 소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닌텐도는 첫 스마트폰 게임에 어떤 게임 타이틀과 캐릭터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닌텐도는 여러가지 타이틀을 출시하는 대신 그중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을 선별하고, 다수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게임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유료 전략을 사용할 지는 미지수다. 대다수 유명 모바일 게임들은 무료로 다운로드 받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게임 캐릭터의 파워를 향상시키는 유료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타 대표는 "유명 게임들의 접근 방식을 피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닌텐도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접근 방식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깁슨 맥콰이어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닌텐도가 내년 3월까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4% 가량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다만 닌텐도가 게임 퀄리티에 집중한다면 첫번째 게임 출시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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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또 자금조달 협상 중"…기업가치 500억달러 임박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기업가치 평가액 500억달러에 12억달러 유치 협상 중…세계 최대 비상장 신생기업 샤오미 제칠 듯]
미국 택시 어플리케이션 업체 우버가 또다시 자금조달에 나서 기업가치를 500억달러(약 54조4850억원) 이상으로 불릴 수 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식통을 인용해 9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우버는 최근 투자자들과 15억달러 이상을 조달하기 위한 협상 초기 단계에 있다.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우버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500억달러로 늘어난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6월 12억달러를 조달할 때 170억달러, 같은 해 12월 또다시 12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400억달러로 커졌다.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우버는 지금까지 40억달러 이상을 끌어 모아 시장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소식통은 다만 우버가 이번에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단순한 사업 확장보다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에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우버가 추가 자금조달에 성공해 기업 가치가 500억달러로 불어나면 450억달러로 평가되는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를 제치고 세계 최대 비상장 신생기업이 된다. 상장기업으로는 물류업체 페덱스(시가총액 480억달러),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470억달러) 등을 능가하는 규모다.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가운데 IPO(기업공개) 이전에 50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는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뿐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이데일리

- 우버 15억달러 자금 조달 계획

(출처=우버)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의 몸값이 1년도 안돼 3배 가까이 껑충 뛰어 최대 54조원에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를 제치고 전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했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를 인용, 우버가 15억달러(약 1조6345억원)규모의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번 펀딩에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최대 500억달러(약 54조5000억원)로 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버가 지난해 6월 12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당시 기업가치인 170억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우버는 같은해 12월 해외 투자자들로 부터 10억달러를 투자 받을때 몸값이 400억달러로 뛰었다.

이로써 우버는 전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기업가치가 가장 커졌다.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기업 중 기업가치가 가장 큰 기업은 지난해 15억달러의 자금조달을 성공한 샤오미다. 샤오미는 지난해 12월 우버를 제치고 45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IPO 이전에 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유일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우버는 투자자들과 초기 협상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이번 자금을 노키아 지도서비스 `히어`(HERE)의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버가 히어를 인수하기 위해 30억달러의 인수 가격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버는 지난 2009년 스마트폰 차량공유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전세계 57개 나라 3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음식배달서비스 ‘우버 프레시’와 인근 약국 등에서 생필품을 사다주는 ‘우버 코너스토어’, 자전거 택배 서비스 ‘우버 러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버는 올해 초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6억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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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웨어러블기기의 대표 품목인 스마트워치 시장이 5년 후에는 연간 1억 개 시대를 열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나왔다. 애플사의 애플 워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웨어러블 기기의 대표 품목인 스마트워치 시장이 5년 후에는 연간 1억 개 시대를 열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나왔다.

9일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출하량 기준)는 2014년 연간 360만 개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연간 1억 1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출하량이 약 28배 증가하는 것이다.

IHS는 이런 추세로 보면 스마트워치 대 스마트폰의 비율이 2014년 1대 500에서 2020년에는 1대 20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 보유자 20명 중 1명은 스마트워치를 차게 된다는 의미다.

IHS는 올해 애플워치 수요가 1천9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20억 명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유자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기기는 향후 5년간 9천600만 개가 출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IHS는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경쟁이 결국 운영체제(OS) 생태계 간의 전쟁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애플의 iOS 진영은 올해 스마트워치 시장을 56% 가량 장악하다가 2020년에는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iOS, 안드로이드 외에 삼성이 지원하는 타이젠(Tizen), 또 다른 플랫폼인 페블(Pebble) 등도 틈새시장을 파고들 것이라고 IHS는 전망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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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시장 확대 '저속'·잇단 문제 불거져… '공정무역·착한 소비' 난관
2013년 4월24일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1.
지난달 24일은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참사 2주기였다. 미국 월마트와 이탈리아 베네통 등 글로벌 패션기업들로부터 하청받은 봉제의류를 대기 위해 저임금과 밤샘 작업에 시달리며 일하던 근로자 1130여명이 숨졌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공정무역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조되자 이들 기업은 “옷을 직접 주문한 적이 없다”면서도 도의적 차원에서 희생자 보상을 위한 기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잦아들자 원청 기업들은 기금 출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BMW의 최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i8.
BMW 제공
#2.
독일 BMW는 환경차 시장의 선두주자다. ‘전기차는 옵션이 아닌 필수’라는 모토 하에 2007년부터 약 30억유로(약 3조7200억원)를 투자해 세계 최고 저연비·고출력 차량인 i3, i8을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목표한 대로 2020년 세계 1위 자동차기업으로 올라설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한 해 6000만원대 전기차 i3 판매량은 2233대였던 반면 1억원이 훌쩍 넘는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5는 1만2664대가 팔렸다. 소비자들이 아직까진 전기차를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난관에 부딪힌 윤리적 소비


금세기 들어서면서 확산일로였던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진단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 대비 품질만이 아니라 환경문제나 개발도상국과의 공정무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까지 고려하는 소비행위를 일컫는다. 동물실험과 노동착취 등 평판이 나쁜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이고 구매 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공정무역 상품인지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착한 소비’인 것이다.

친환경 제품 전문 정보 포털사이트 ‘유토피아’를 만든 독일인 클라우디아 랑게르는 요즘 들어 ‘의식 있는 소비자만이 지구를 지킨다’는 오랜 신념에 회의를 느낀다. 랑거는 “처음에는 윤리적 소비가 기업을 움직이고 재계가 정치권을 압박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윤리적 소비로 크게 나아진 것은 없고 동참자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불편하기 그지없던 전기차 대신 일반 차량을 타고 다니고, 예전엔 거들떠도 안 봤던 플라스틱 장난감과 인스턴트 과자를 가끔 산다.

윤리적 소비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은 예상만큼 커지지 않는 반면 기대치가 높아진 소비자 비판은 쏟아지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 나무 심기 사업 등을 벌여온 독일 오토그룹의 한스·오토 슈라더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같아선 차라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지론을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오토그룹이 일부 옷과 가방을 노동착취가 심한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납품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가 “위선자” “악덕기업”이라며 불매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슈라더 CEO는 “우리는 200만개 제품을 팔고, 70여개국 수천개 회사와 거래를 하는데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착한 소비’가 대세가 되려면


윤리적 소비는 건강은 물론 환경, 사회까지 생각하는 자본주의 대안 활동으로 여겨지며 2000년대 급속도로 확산했다. 제3세계 국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공정무역의 성장이 대표적이다. 세계공정무역협회(FLO)에 따르면 커피와 바나나, 코코아 등 공정무역 매출액은 2009년 약 34억유로(약 4조2204억원)에서 2013년 55억유로로 1.6배 늘었다. 영국의 윤리적패션포럼 측은 친환경 면화·양모 시장이 내년 1021억유로 규모로 성장해 전 세계 섬유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윤리적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직거래와 친환경 급식, 로컬푸드 확산 등으로 2012년 말 3조809억원 수준인 유기농 등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2020년에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이 전부는 아니다.

탄자니아 공정무역 커피 원두 수확 장면.
세계공정무역협회제공
전문가들은 윤리적 소비의 힘을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비토리오 회슬레 미국 노트러데임대 교수(철학)는 “기본적으로 소비나 생산은 이기적”이라며 이익 극대화가 지상목표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절대적으로 ‘착한 소비’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윤리적 제품 인증에 관한 국제 기준이나 환경세 도입, 노동조건 개선 등은 정치권을 압박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에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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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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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니스 해변에 늘어선 중국 관광객(AP=연합뉴스)
객실 7천900개, 버스 146대 동원…기네스 신기록도 수립

(니스<프랑스> AFP=연합뉴스) 중국의 손꼽히는 재벌 회사 톈사그룹(天獅集團) 직원 6천여명이 회사가 마련해 준 프랑스 단체여행을 즐기면서 8일(현지시간) 유명 휴양지 니스(Nice)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수립, 눈길을 끌었다.

중국 회사의 유럽 방문 가운데 최대규모를 기록한 이들은 프랑스 남부 니스 해변을 따라 조성된 '프롬나드 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라는 뜻)에 늘어서서 "톈사의 꿈은 훌륭하다(Nice)"는 문구를 써 보였다.

기네스 세계 기록 감독관들이 현장에 나와 이 장관을 지켜봤고 절차에 따라 이들이 '사람으로 만든 가장 긴 문구'를 창조했다고 선언했다.

생명공학에서부터 여행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을 거느린 톈사그룹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프랑스 단체여행과 기네스 신기록 수립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단체 관광객(AP=연합뉴스)
리진위안(李金元) 톈사그룹 회장은 직원 숙박장소로 유명 휴양지 칸과 모나코의 4성급, 5성급 호텔 79곳의 객실 7천900개를 예약했다.

이들이 한번 움직일 때면 버스 146대가 동원됐다.

니스 시 당국은 이번 단체여행 덕분에 약 2천만 유로(245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직원들은 4일 일정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으며 니스에 오기 전 파리에 들렀다.

ci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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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강제노역시설 세계유산 등재라니'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일본이 강제노역시설 일부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행사에서 일본 나가사키 아소 탄광에서 강제노역한 공재수 할아버지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의 모습. 2015.5.9 pch80@yna.co.kr
90대 일본 탄광 노역 피해자 눈물흘리며 '강제동원 시설 세계유산 등록'에 분개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5세 소년은 몸이 아파서 하루 쉬려다가 두들겨 맞았네. 몽둥이로 맞고서 굴 안에 끌려와서 천장이 무너져 이 세상 이별했네.'

그렇게 죽은 동료를 옆에 두고 일본인 감독관의 몽둥이질에 죽은 사람을 옆에 두고 석탄을 담아내야 했던 일본 탄광 강제노역 노동자들의 구전 노래 중 일부다.

'지옥 섬' 나가사키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 등 일본이 강제노역 시설로 판명된 7곳을 포함한 탄광, 조선소, 제철소 등 23곳을 산업혁명의 역사적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당시 강제노역에 동원돼 피해를 입고 이제는 구순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된 피해자가 9일 다시 증언대 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증언을 쏟아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주제로 이날 광주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첫 번째 증언에는 공재수(92) 할아버지가 노구를 이끌고 연단에 섰다.

그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나가사키 하시마 탄광·미쓰비시 조선소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강제노역 지옥 탄광으로 꼽히는 나가사키현 아소 탄광에서 3년 동안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강제 노역하다 해방이 되고 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눈물 흘리며 일본 강제노역 증언하는 피해자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일본이 강제노역시설 일부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행사에서 일본 나가사키 아소 탄광에서 강제노역한 공재수 할아버지가 당시 상황을 눈물을 흘리며 증언하고 있다. 2015.5.9 pch80@yna.co.kr
비록 이번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에서는 제외된 곳이지만 아소 탄광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할아버지가 설립한 족벌기업이 운영하던 곳으로 7천996명이 강제동원되고 사망자가 56명으로 단일 탄광으로는 가장 많은 동원자와 사망자 숫자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공 할아버지는 지난 1943년 22살의 나이에 나가사키에 위치한 그곳에 끌려가 채탄부로 꼬박 3년을 몽둥이질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 일하다 해방이 되고 나서야 풀려났다.

당시 아소 탄광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공 할아버지는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비좁은 막장에서 매일 12시간 이상씩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했다.

막장 안은 찜질방과 같이 온도가 치솟았고, 하루 두 끼 제공되는 음식은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 찌꺼기에 무국이 전부였다.

걸음도 떼지지 않는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다 탄광 안에서 일본인 감독관의 눈초리를 피해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고, 그러다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기도 했다.

탄광 기둥 밑에서 쓰러진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어머니가 공 할아버지의 이름을 부르자 너무 반가워 잠에서 깨 어머니를 부르며 뛰쳐나갔는데 그 순간 기둥이 주저 앉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매일 정화수를 떠 놓고 아들의 무사 귀환을 빈 어머니를 생각하며 92살의 백발노인은 눈물을 훔쳤다.

눈물 흘리며 일본 강제노역 증언하는 피해자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일본이 강제노역시설 일부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행사에서 일본 나가사키 아소 탄광에서 강제노역한 공재수 할아버지가 당시 상황을 눈물을 흘리며 증언하고 있다. 2015.5.9 pch80@yna.co.kr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가 어렵사리 보내준 떡이 소포로 도착한 날 공 할아버지는 도망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붙잡혀와 일본인들에게 갖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다시 막장으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은 매질도 직접 하지 않고 동료 조선인들에게 매질을 시켰다.

그는 "매질하면서 조선인은 거짓말만 하고 신용이 없다 비하하고 자신들은 정직하고 성실하다고 추켜세웠다"며 "그러나 현재 하고 있는 일본인의 행태가 거짓말과 위선이다"고 강제동원 시설 세계유산 등록 추진 등의 행동을 비난했다.

공 할아버지는 일본인들이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며 장티푸스 병에 시달리던 자신을 돕다 전염병에 옮아 죽은 일본인 간호사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몇 해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귀빈석에 앉아있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얼굴을 보고 취임식이 열리는 연단으로 뛰쳐 올라가 멱살이라도 잡고 심정을 참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을 만큼 70여년이 지나도 당시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공 할아버지는 "(강제동원 시설 세계유산 등록 등) 일본의 현 행태를 보면 분하기가 이를 데 없다"며 "이대로 죽은면 안 되겠다 싶어,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증언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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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북한, KN-01 함대함미사일 발사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형반함선(대함) 로켓 시험발사를 최근 참관했다고 지난 2월 7일 보도하며 공개한 장면 (연합뉴스DB)
"긴장상황 조성으로 남북관계 주도 노린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서북도서 해역에서 무력 도발 위협을 한 데 이어 동해상에서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 상황을 만들어 남측을 압박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합참은 9일 "북한이 오후 4시 25분부터 5시 23분까지 동해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KN-O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2월 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관 하에 발사한 것과 동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북한의 이번 KN-O1 미사일 발사가 성능 개량을 위한 것일뿐 아니라 대남 무력 시위의 성격도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이틀 연속 서북도서 해역에서 대남 무력 도발을 하겠다고 위협한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8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낸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서해 북측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에 대해 "예고 없는 직접 조준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북한은 9일에도 "맞설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위협성 메시지를 담은 통지문을 같은 방식으로 청와대에 보냈다.

이틀 연속 서해상 무력 도발 위협을 담은 경고장을 청와대에 직접 보낸 것이다. 북한이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작년 5월에도 서남전선군사령부를 통해 남측 함정들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을 한 바로 다음날 서북도서 해역에서 남측 함정을 향해 포격을 한 바 있다.

북한이 이날 잠수함 탄도탄 사출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미사일 기술을 과시한 것은 남한뿐 아니라 미국까지 겨냥한 무력 시위로 보인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일련의 무력 시위와 도발 위협을 한꺼번에 연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불안정성을 부각시켜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문화·학술·체육 분야 교류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데 대해 북한이 정치·군사 문제를 부각시키며 남북관계를 북한식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이 해묵은 서해 '해상분계선'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는 데도 이 같은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 서남전선군사령부가 8일 언급한 해상분계선은 2007년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한 '서해 경비계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서해 경비계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남쪽과 서북 5개 도서의 북쪽을 지난다. 정부는 NLL을 남북한의 유일한 해상경계선으로 보고 서해 경비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도 남측 함정의 서해 경비계선 진입 중단을 요구하며 NLL 무력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서해 해상분계선을 다시 문제삼으면서 이번에도 전격적으로 남북간 군사회담을 제의해 북한이 주도하고 남한이 따라가는 구도를 만들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북한, KN-01 함대함미사일 발사(연합DB)북한 새 함대함미사일 개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새 함대함 미사일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형반함선(대함) 로켓 시험발사를 최근 참관했다고 7일 보도하며 이 장면을 공개했다. 2015.2.7 zjin@yna.co.kr
지난 2월 발사 미사일과 동종…성능개량·무력시위 노린 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 북한이 9일 동해상으로 함대함 미사일 KN-O1 3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오후 4시 25분부터 5시 23분까지 동해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KN-O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는 100여 ㎞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참은 "북한이 지난 2월 6일 동해에서 김정은 참관 하에 발사한 미사일과 동종이며 성능 개량을 병행한 무력시위성 발사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올해 2월 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관 하에 자체 제작한 KN-O1 함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이는 북한 함정이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공식 매체는 군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는 사진도 공개하며 "신형 반함선 로켓을 최첨단 수준에서 개발했다"고 선전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KN-O1 미사일도 지난 2월 초와 같이 고속함에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KN-01은 지대함과 함대함으로 모두 운용할 수 있는 미사일로, 길이 5.8m, 지름 76cm, 무게 2.3t가량이며 중국에서 개발한 실크웜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8일 서북도서 해역에서 남측 함정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을 한 데 이어 동해상으로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자 군은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합참은 9알 "북한이 오후 4시 25분부터 5시 23분까지 동해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KN-O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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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UAE 아부다비(AP=연합뉴스DB)
자국민 1천200명에 6억원씩 무이자 대출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가 주택을 지으려 하거나 건축 중인 자국민 1천200명에게 200만 디르함(약 6억원)씩 무이자로 대출키로 했다고 현지 신문들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부다비 정부 주택청은 아부다비에 사는 자국민 944명과 동부 지역의 알가르비아의 256명을 이번 대출 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이를 위해 모두 24억 디르함(약 7천2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무이자로 주택 자금을 대출받은 사람은 자신의 형편에 맞는 상환 기간을 설정해 매월 갚아야 한다.

주택 완공되거나 약정 기간 이전에 대출금을 모두 갚으면 대출금의 25%(50만 디르함·약 1억5천만원)를 감면받는다.

아부다비 정부는 2013년에도 주택 건설자금으로 31억 디르함(약 9천300억원)을 1천554명에게 무이자로 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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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미군의 '中군사력 보고서' 상호신뢰 훼손"

연합뉴스 | 입력2015.05.09. 20:35

기사 내용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군은 미군이 최근 '중국 군사·안보발전'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사실을 무시하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케케묵은 표현으로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국방부 겅옌성(耿雁生) 대변인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이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지키는 행동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합법적인 것으로 비난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겅 대변인은 또 미군이 연례적으로 이같은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쌍방의 상호 신뢰를 엄중히 훼손하는 것으로 중미 간 신형대국관계와 신형군사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동 컨센서스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전초기지 부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영유권 주장을 대폭 강화하고 있고 거액의 국방비를 책정해 군사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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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9일 모스크바에서 초대형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을 기념한 행사다. 옛 소련은 2차대전에서 가장 많은 인명 손실을 입은 피해국이다. 군인만 870만~1385만 명이 전사했다. 민간인도 전투와 관련해 700만~1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쟁과 관련한 기아와 질병으로 600만 명이 추가로 숨졌다. 전쟁 전 1억6852만 명이던 인구가 전란으로 2500만~3000만 명이 줄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소련은 2차대전 중 침략자와 방어자 노릇을 모두 했다. 전쟁 초기에는 나치와 손잡고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고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3국을 점령하는 등 침략에 나섰다. 39년 8월23일 소련 외무장관 바체슬라프 몰로토프(1890~1986)는 독일 외무장관 요하임 폰 리벤트로프(1893~1946)와 모스크바에서 몰로토프-리벤트로프 밀약을 맺은 직후였다. 상호불가침조약과 함께 중유럽을 독일과 소련이 각각 분할하는 비밀의정서를 맺었다. 41년 6월22일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소련은 ‘어쩔 수 없이’ 연합국의 일원이 됐다.

소련의 이중성은 2차대전과 관련한 세 차례의 승전 퍼레이드가 말해준다. 첫째는 39년 9월22일 당시 브레스트-리토프스크(지금은 벨라루스의 서쪽 끝 도시인 브레스트)에서 소련군이 나치 독일군과 함께 벌인 승전 퍼레이드다. 독립국가 폴란드를 거의 동시에 침공해 영토를 절반씩 나눠 가진 직후였다. 이 도시는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에서 나치독일과 소련이 맺은 세력권의 경계였다. 이로써 소련은 승전 퍼레이드를 전범국가 독일과 함께했던 유일한 연합국이 됐다.

둘째는 41년 11월7일에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렸던 혁명기념일 퍼레이드다. 당시 모스크바는 나날이 다가오는 나치 독일군의 위협에 떨고 있었다. 41년 10월2일부터 42년 1월7일까지 진행된 모스크바 전투 초기 소련군은 크게 밀렸다. 독일군 수색대가 모스크바 중심지에서 서쪽으로 30km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진출해 망원경으로 크렘린의 탑을 목격할 정도였다. 소련 최고 지도자 요시프 스탈린은 주요 행정·문화·교육 기관을 동부로 옮겼다. 절망적인 분위기에서 러시아혁명 기념일이 다가오자 스탈린은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이라고 명령했다.

혁명 기념 행진 직후 병사들은 붉은광장에서 곧장 최전방으로 향했다. 이 전투에서 소련군은 최대 128만 명의 병력을 잃었다. 최대 40만을 잃은 독일군은 전력약화와 동계작전을 위한 보급부진으로 밀려났다. 독일군이 39년 이후 처음으로 밀려난 전투다.

셋째가 독일의 공식 항복(서유럽 시간으로 5월8일,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5월9일) 이후 한 달이 넘은 1945년 6월24일 부슬비가 내리는 붉은광장에서 벌어진 모스크바 승전 퍼레이드다. 4만 명의 병력과 1850대의 군사용 차량과 장비가 동원된 초대형 퍼레이드다. 전쟁영웅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가 검열관을 맡고 모스크바·스탈린그라드·베를린 전투의 영웅인 콘스탄틴 로코소프스키 원수가 사령관을 맡은 행사였다. 재미난 것은 로코소프스키가 당시 죄수 신분이었다는 점이다. 37년 스탈린의 대숙청 당시 폴란드 간첩으로 몰려 감옥에 있다가 독일이 쳐들어오자 군사적 재능을 발휘하라고 전선에 보냈는데 전후에도 이를 풀지 않았던 것이다. 스탈린주의 공산체제의 모순을 보여주는 세 가지 퍼레이드가 아닐 수 없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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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지금으로부터 꼭 75년전인 1940년 5월 10일, 독일군은 이른바 전격전(blitzkrieg)으로 서유럽 침공을 시작했고 프랑스는 한달반도 버티지 못하고 항복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에 선전포고한 39년 9월 이후 8개월 동안 독일 봉쇄에 주력했는데 마지노(Maginot)선이 주요 봉쇄선이었다. 독일의 서유럽 침공에는 돌아가기, 허 찌르기, 섞기, 길 빌리기 등의 전략적 키워드가 깔려있었다.

먼저, 돌아가기다. 참호전으로 수많은 장병들이 살상된 제1차 세계대전의 경험에서 프랑스군 지도부는 방어가 최선의 전략이라고 인식했다. 27년 프랑스 육군장군 앙드레 마지노는 독일과의 국경에 철옹성을 세울 것을 건의했고 36년부터 지붕 있는 포대의 요새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격전으로 불리는 독일의 프랑스 침공은 신속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회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독일군은 난공불락의 마지노요새를 우회했다. 독일군이 마지노요새를 점령하고 있을 때에는 연합군이 마지노요새를 우회하여 독일로 진군했다. 철옹성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손자병법식으론 우회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이다.

둘째, 허 찌르기다. 독일군의 프랑스 침공은 우회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허를 찔렀기 때문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독일과의 국경에 마지노요새를 구축하고 베네룩스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과의 국경, 특히 저지대에 주력부대를 배치했다. 벨기에 아르덴 삼림지역은 탱크와 같은 중무장군이 통과하기 어렵다고 프랑스는 판단해 독일군 침투로로 예상하지 않았다. 실제 독일군의 주 침공로는 바로 아르덴 삼림지역이었다. 독일군은 프랑스가 예상치 못한 루트를 선택하여 프랑스 깊숙이 침투했고 프랑스군을 전방과 후방으로 분리시켜 승리를 거뒀다.

기만술 함께 편 노르망디·인천 상륙작전

프랑스 베크링의 마지노요새. 땅속 깊은 곳에 박혀 있는 대형 잠수함 모양인데 콘크리트구조물 지붕 위 강철 포탑은 난공불락 요새의 주요 구성요소였다.
44년 노르망디상륙작전에서 연합군은 작전 성공을 위해 다른 지역에 상륙한다는 기만작전을 전개했다. 마찬가지로 50년 유엔군과 국군도 인천상륙작전을 북한군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동쪽에서 소리치며 서쪽을 공격하는 이른바 성동격서(聲東擊西)다.

여러 전선에서 전투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초강대국 미국조차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국지전을 몇 개로 한정하느냐에 따라 행정부마다 군사전략을 다르게 수립했다. 각자가 한정된 자원으로 공격과 방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는 일부 지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축구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는 슛의 예상 방향을 좁혀서 방어하고, 야구에서도 타자는 투수의 예상 구질을 좁혀서 볼을 노린다.

스포츠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쟁에서 유리한 선택은 상대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상대가 가위, 바위, 보를 낼 때 내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은 각각 바위, 보, 가위다. 만일 상대 선택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이기기 쉽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상대 선택을 본 후 자신의 선택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눈과 손이 빠른 사람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축구 승부차기나 야구 투타 대결에서도 상대 선택을 관찰한 후에 자신의 선택을 정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선수는 승률이 높다.

내 선택을 상대가 잘못 알아도 이기기 쉽다. 도박과 스포츠 등 각종 게임은 주로 상대를 속여야 이긴다. 도박에서 상대가 내 패를 잘못 읽으면 내가 이득을 보고, 축구에서 드리블은 주로 페인트(feint)로 돌파하는 것이며, 야구에서도 투수의 투구나 주자의 도루 모두 상대 예상의 허점을 찔러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손자병법 용간(用間)편은 간첩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상대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상대가 나의 수를 정확하게 읽어주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유리할 때도 있다. 치킨게임의 배수진이 그런 예다. 그런 득실구조를 제외한 대부분 상황에서는 내게 여러 선택지가 있고 또 상대가 내 선택을 알 수 없는 것이 내게 유리하다.

셋째, 섞기다. 최선책이 상대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면 최선책은 돌고 돌게 된다. 예컨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상대 가위에 대한 나의 최적전략은 바위이고, 나의 바위에 대해 보가 상대의 최적전략이며, 상대 보에 대한 나의 최적전략은 가위다. 이런 상황에서 최적전략은 어떤 모습일까. 가위, 바위, 보를 적절하게 섞은 것이 최적전략이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특정 선택을 유독 많이 내는 사람들은 그런 습관을 상대에게 읽히면 질 가능성이 높다.

75년전 유럽으로 돌아가서, 독일의 프랑스 공격 루트는 고지대와 저지대라는 두 가지가 있었다고 단순화해보자. 프랑스가 방어력을 고지대에 집중하는 동안 독일군이 광활한 저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독일에게 최상(+2)의 결과를, 프랑스에게는 최악(-2)의 결과를 가져다줬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만일 프랑스가 저지대 방어에 집중해 있는 동안 독일군이 좁은 고지대를 통해 돌격하면 독일은 차선(+1)의 결과를, 프랑스는 차악(-1)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독일군이 저지대 루트를 선택하고 프랑스가 이를 정확히 대비한 경우는 프랑스가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한 차선(+1)의 결과를 얻고 독일은 기습공격이 없어 어느 정도 피해가 불가피한 차악(-1)의 결과로 가정할 수 있다. 만일 독일군이 고지대 험로를 통과하고 프랑스가 그 길목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는 독일군에게 최악(-2)이고 프랑스군에게 최상(+2)이었을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의 공격 루트에 자국 군대를 배치하려하고 독일은 프랑스군이 없는 곳으로 공격하려하기 때문에 최적전략은 돌고 돈다. 상대에게 전혀 들키지 않고 군을 이동하는 것 그리고 상대 선택을 관찰하자마자 자국의 군대이동을 신속히 완료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 결국 상대 선택과 관계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자국 군대를 분산 배치할 수밖에 없다.

독일은 고지대와 저지대를 어떤 비율로 공략해야 하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즉 고지대에 배치할 독일 공격력의 비율(q)과 저지대에 배치할 비율(1-q)의 계산이다.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고지대에 군사력을 얼마나 배치할지 즉 프랑스 전력의 고지대 배치 비율(p)과 저지대 배치 비율(1-p)을 잘 계산했어야 했다.

독일의 최적전략은 고지대와 저지대를 1대 1의 비율(q=½)로 나누어 공격하는 방안이다. 이에 비해 프랑스의 최적전략은 고지대와 저지대에 각각 1대 2의 비율(p=⅓)로 군사력을 배치하는 방안이다. 최적의 혼합비율은 다음 방정식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굳이 직접 확인할 이유가 없는 독자들은 수식 부분을 우회하는 것도 전략적인 독서방법임은 물론이다.

프랑스의 득실

=p[(+2)(q)+(-2)(1-q)]+(1-p)[(-1)(q)+(+1)(1-q)]


=p(6q-3)+(1-2q)

독일의 득실

=q[(-2)(p)+(+1)(1-p)]+(1-q)[(+2)(p)+(-1)(1-p)]

= q(2-6p)+(3p-1)

위 계산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독일이 어떤 루트로 공략해도 그 효과는 동일하게 만드는 방어선 구축이 프랑스의 최적전략이다. 즉 아르덴 삼림지역과 같은 고지대에도 저지대 배치 군사력 규모의 절반 정도를 배치하는 것이 프랑스의 최적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프랑스는 아르덴 지역을 소홀히 했고 결국 방어에 실패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고지대 대 저지대 비율을 각각 1대 2와 1대 1로 결정한 선택은 독일과 프랑스 가운데 누구도 혼자 선택을 바꿔 자국이 더 나아질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프랑스가 1대 2 비율보다 훨씬 더 저지대에 치중한 선택을 한다면 독일은 고지대로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저지대 치중은 프랑스가 취해서는 안 되는 작전이었다. 반면에 1대 2라는 프랑스의 선택은 독일에게 그대로 읽혀져도 더 나빠질 게 없다. 이 상황에서는 독일이 고지대와 저지대를 1대 1 비율로 공략하고, 이에 프랑스는 고지대와 저지대를 1대 2의 비율로 방어하는 것이 내쉬균형이다. 여기서 내쉬균형이란 혼자만 선택을 바꿔서는 더 나아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끝으로, 길 빌리기다. 벨기에는 국가 형성기인 19세기부터 이차대전까지 중립국으로 인정받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때 독일은 프랑스를 치기 위해 벨기에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빌려주지 않으면 벨기에를 점령하겠다고 통고했다. 이에 벨기에는 거부했고 곧 독일에게 점령됐다. 독일이 패배해 일차대전이 끝나면서 벨기에는 중립국 위치와 왕정을 복원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75년전 다시 발생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독일이 벨기에에게 길을 빌려달라는 요구 없이 바로 침공했다는 점이다. 벨기에 레오폴드 3세는 영국에서 벨기에 망명정부를 이끌지 않고 독일에게 항복했다. 결국 독일 패전 후 권좌에 복귀하지 못했고 대신 아들이 즉위했다. 1차대전과 2차대전 당시 벨기에는 프랑스 원정의 길을 쓰겠다는 독일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두 세력 충돌 때 중립보다 개입이 유리

기원전 658년, 진(晉)나라는 우(虞)나라에게 괵(虢)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길을 빌려달라고 했다. 우나라가 길을 빌려주자 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벌한 후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정벌해버렸다. 이것이 가도멸괵(假道滅虢)의 출처다.

가도멸괵의 역사 때문인지 역사상의 가도 요구는 대부분 거절됐다. 여진을 정벌하기 위한 거란의 가도 요구는 고려가 거부했고, 명을 정복하기 위한 왜의 가도 요구는 조선이 거부했다. 거부의 대가로 고려와 조선은 각각 거란 그리고 왜와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길을 빌려줘도 되는지는 특히 약소국에게 생존과 관련된 고민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제21장에서 두 세력이 싸울 때 약자가 중립을 지키면 승자의 먹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자에게 승자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고 또 패배자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누구를 도왔고 도움을 받은 측이 승리하게 되면 그 승리자는 도움을 갚으려 할 것이며, 만일 도움을 받은 측이 패배하게 되더라도 그 패배자는 자신을 도운 자에게 배려할 것으로 보았다. 마키아벨리는 중립보다 개입을 권고했다.

도와줘서 성공한 경우도 있고 도와주고 망한 경우도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성공한 사례이고, 가도멸괵과 토사구팽은 실패한 사례다. 길을 빌려주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빌려주든 빌려주지 아니하든,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은 터지기 쉽다. 고래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만 새우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 역할은 승패를 뒤바꿀 정도로 강한 힘이 아니라,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중간적 입장에 의해서다.

오늘날 공격과 방어의 경쟁은 종종 목도된다.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과 방패 간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창은 상대의 허를 찌르려 하고, 방패는 창이 향할 곳에 있으려 한다. 공격에는 우회와 기습이, 방어에는 혼합적 대응과 예방적 중재가 효과적일 때가 많다. 모든 걸 뚫는 창 그리고 모든 걸 막는 방패란 존재하지 않는다.

김재한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 박사. 2009년 미국 후버연구소 National Fellow, 2010년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정치 현상의 수리적 분석에 능하다. 저서로는 『동서양의 신뢰』 『DMZ 평화답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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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동물의 먹잇감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도 간단한 문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영장류로부터 분리된 ‘호모(Homo)’ 속의 종들 중 유일하게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우리 인간. 꼿꼿한 허리 덕분에 걸어다닐 수 있고, 월등하게 큰 두뇌 덕분에 현실을 인식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뒷다리만을 이용해 오랜 시간을 걸어다닐 수 있어 손으로 물체를 잡고 도구를 사용한다. 동아프리카를 고향으로 둔 인간은 남극을 제외한 지구의 모든 대륙을 정복했으며, 현재 약 72억 명이 살고 있다. 점점 더 커지는 두뇌를 가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여자의 골반은 커졌고, 뇌는 피질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호두같이 접히고 구부러진 표면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나마도 한없이 커지는 두뇌의 크기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인간은 어느 동물보다 더 일찍 태어난다. 말·소·사슴. 모두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스스로 어미를 쫓아가지만, 인간은 1년이 지나서야 첫걸음을 걷는다. 그것도 너무나 어설프게 말이다.

그렇다. 진화적으로 우리는 모두 미숙아인 것이다. 마치 바둑판같이 계획된 대한민국 신도시에서 태어나 아침드라마를 보는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자란다면 그 1년이 문제될 리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우리의 조상을 기억해 보자. 태어나서 1년 넘게 엄마의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 원시인의 두개골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두 개의 구멍들. 검지호랑이의 이빨이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무시무시한 육식동물들에겐 간편한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3 피터 브뤼겔의 바벨탑(1563년).
더 이상 배고픈 동물의 야식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많이 모이면 된다. 먼 훗날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하나와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만, 우리 조상들에게 ‘하나와 여러 개’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였다. 혼자서는 죽지만, 많으면 살아남는다.

인간 행동은 이기·이타주의 갈등의 산물

하지만 많이 모이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그 많은 사람 중 누구를 믿어야 할까. 나와 비슷한 유전을 공유하는 가족과 친척 위주 공동체의 탄생이었다. 진화의 핵심은 내 유전자의 생존이다. 하지만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은 모두 미숙아로 태어난다. 아이를 만들고 바로 도망가 새로운 아이들을 만들면 될까. 미숙아로 태어날 아이를 9개월 동안 자신의 배 안에 심고 살아야 할 여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옵션이다. 그렇다면 여자와 아이를 위해 먹이를 구하고 지켜줄 남자가 필요하다. 남자 역시 굶어 죽을 여러 명의 아이를 여러 여자를 통해 가지는 것보다 자신의 유전을 물려받은 소수의 아이들을 굶지 않도록 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이 둘 사이의 끝없는 갈등의 결과물이다.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주의(parochial altruism)’. 나와 비슷한 유전을 가진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돕는 것이다. 어머니의 희생, 기러기 아빠의 헌신, 외할머니의 사랑, 고향 사랑, 애국심. 모두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동시에 함께 시작된 인간의 추한 모습들: 타인의 아픔이 주는 기쁨, 왕따, 인종차별, 민족주의, 십자군전쟁,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

뇌 속의 지휘자가 멈추면 인간은 로봇

원시인 두개골에서 발견된 두 개의 구멍엔 검지호랑이 이빨이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타인을 경계한다. 침팬지·들개·펭귄도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동물일 뿐일까. 물론 인간은 동물이다. 하지만 아주 독특한 동물이다. 왜냐고. 인간이 있기에 빨간 장미는 빨갛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한번 상상해보자. 우주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빨강을 빨강으로 인식하고, 달콤함을 달콤함으로 느끼는 인간 없이 빨강은 빛의 주파수일 뿐이고, 달콤함은 화학적 반응에 불과하다. 고양이 시각 뇌에 전극을 꼽고 눈앞에 다양한 사물을 보여주면 시각신경세포들의 전기생리적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사람도 비슷하다. 동그라미·빨강·달콤함. 모두 전기생리적 독특한 반응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경세포들의 반응은 신경세포들의 반응일 뿐이다. 인간은 전기생리학적 현상을 넘어 ‘퀠리아(qualia)’를 느낀다. 퀠리아란 무엇인가. 빨간 장미를 지각할 때 느끼는 기분. 우리 눈앞에 보이는 그 무언가를 볼 때의 느낌. 바로 이런 것들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한 주관적인 특징들. 그렇다면 퀠리아는 비과학적인 걸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라는 자아가 본인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느끼는 퀠리아가 있기에 가능하다. 돌과 해파리는 퀠리아가 없기에 과학을 만들지 못했지만, 인간은 세상을 지각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기에 과학을 만들 수 있었다. 퀠리아는 과학의 조건이며 논리를 초월한다. 그렇다면 퀠리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함께 DNA의 나선형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퀠리아, 그리고 퀠리아들의 합집합인 정신을 아름다운 음악과 비교한 바 있다. 뇌가 오케스트라이고, 바이올린·첼로·피아노 연주자들이 뇌의 다양한 기능이라고 상상해보자. 지휘자 없이도 연주자들은 가지각색의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화음은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들을 잘 조합하고 합쳐야만 가능하다. 비슷하게 시각·청각·기억·감성 같은 뇌의 기능들이 정교하게 통합되어야만 ‘정신’과 ‘자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뇌의 ‘지휘자’는 누구일까. 바로 ‘전장(claustrum)’이라는 피각(putamen)과 뇌섬엽(insular cortex) 사이 작은 영역이라고 주장해볼 수 있다. 뇌의 거의 모든 영역들과 연결되어 있는 이곳의 전기적 반응을 중단시키면 사람은 마치 로봇이나 좀비가 된 것 같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몸을 지탱하며 숨 쉬고 눈은 뜨고 있지만, 더 이상 의식적 지각이나 행동이 불가능해진다. 뇌 속의 지휘자 없이 인간은 다시 퀠리아 없는 동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공감’은 인간의 뇌가 만든 킬러 앱

눈을 뜨는 순간 세상이 보인다. 세상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세포들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하지만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나는 그들이 아니다.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 피부에 가려움은 참기 힘들지만, 1㎜도 안 되는 내 피부 바깥에서 죽어 넘어가는 타인의 고통은 나와는 상관없다. 내가 아닌 세상은 나에겐 무의미하고, 무의미한 사람들을 위해 나라는 자아가 희생하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희생과 노력이 필수인 이타적 행동 없이 인간은 영원히 혼자이기에 다시 동물의 먹이가 된다.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했다. 결국 인간의 뇌는 ‘공감’이라는 킬러 앱(killer app)을 만들어낸다. 타인의 행동을 시뮬레이션하도록 도와주는 ‘거울 뉴런’, 비슷한 환경을 경험한 뇌들에게 비슷한 신경회로망을 만들어주는 ‘결정적 시기’, 언어라는 도구를 통한 지속적인 소통. 이 모두 서로의 퀠리아를 직접 느낄 수 없는 사람들끼리의 공감을 가능하게 해주었기에, 우리는 인식도, 검증도 불가능한 타인의 자아를 믿어준다.

1 석고를 바른 해골. (기원전 7000~8000년. 이스라엘 예리코에서 발견) 2 데미언 허스트의 2007년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얼마 전까지 배고프다며 칭얼대던 아이가 조용해졌다. 흔들어도, 꼬집어도 반응이 없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는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오늘 아침과 여전히 똑같이 생긴 아이. 하지만 무언가 달라졌다. 더 이상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일까. 더 이상 퀠리아가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은, 무언가가 퀠리아를 만들어내기도, 그리고 다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라는 가설의 탄생이었다. 몸에서 분리된 영혼은 위험하다. 집과 여자가 없는 이방인이 남의 여자와 집을 넘보듯, 몸이 없는 영혼은 나의 몸을 차지하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몸을 보존해 주어야 한다! 이미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몸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영혼을 속여야 한다!

1만 년 전 레반트(오늘날 이스라엘·레바논·요르단·시리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우연한 발견을 한다. 썩어가는 해골에 진흙을 바르고 하얀 조개 껍질로 ‘눈’을 만들어주자 마치 죽은 사람이 여전히 살아있는 듯 했다. 육체를 떠나려는 영혼을 이렇게 속일 수 있지 않을까. 상상과 예술,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이야기를 통해 현실화하는 문명의 시작점이었다.

오늘날 지구의 주인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먼저 떠난 인류의 친척은 네안데르탈인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은 단단한 뼈와 현대인보다도 더 큰 뇌를 가졌었다. 그러나 그들은 멸종했고, 그들보다 더 약하고 더 작은 뇌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의 하라리(Yuval Harari) 교수는 ‘픽션을 만들어내는’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전설과 신화로 만들어진 정체성으로 똘똘 뭉친 100명, 1000명의 힘을 모아 네안데르탈인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이다.

지구 장악한 인간 ‘인류세’ 시대 열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자신보다 수십 배 더 큰 매머드를 사냥하고, 식물의 성장과정을 제어해 농경사회를 만들어내고, 무시무시한 동물들을 가축화하고. 인류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했다. 불·농사·바퀴·칼·총·돈·인쇄기술·엔진·전기·항생제·인터넷. 언젠가 단 한 사람 머리 안에서 시작된 이 생각들은 세상을 바꾸어 놓았고, 지구는 ‘안트로포센(anthropocene, 인류세)’이라 불리는 인류 위주의 세상으로 탈바꿈하였다. 맹수의 먹잇감이었던 인간의 두개골은 보이지 않는 영혼의 집을 넘어 드디어 다이아몬드 8601개로 만들어진 초고가 현대 예술작품으로 변신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무엇인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광유전자, 브레인 리딩, 브레인 라이팅, 그리고 인공지능. 땅과 하늘 그리고 식물과 동물의 세상을 장악한 인간은 서서히 우리 자신을 변신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나약한 동물로 시작해 신이 되어가는 우리 인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전히 우리만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일까.

김대식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낸 뒤 2009년 말 KAIST 전기 및 전자과 정교수로 부임했다. 뇌과학·인공지능·물리학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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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현역 장관이자 집권당 4선 의원 집이 가장 저렴한 슬래브지붕 연립주택이라니…①

영국 4선의원 에드 데이비 장관이 사는 법

며칠 전 현 영국의 보수자민연립정부에서 에너지기후변화장관을 맡고 있는 에드 데이비(49)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같은 자민당 소속으로 10년간 함께 당 활동을 해왔지만 그의 개인 휴대폰에 전화를 걸기는 처음이다. 그의 휴대폰 번호는 지구당 당원이라면 다 알지만 한 번도 통화를 할 일이 없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내가 이름을 밝히기도 전에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통화한 적이 없는 평당원이지만 내 번호도 그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이 있어서 4선을 했구나’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와 통화를 한 건 인터뷰용 사진을 다시 찍기 위해서였다. 원래 영국의 총선을 즈음해서 영국 하원의원들의 삶에 대해 글을 한번 쓰고 싶어 일전에 데이비 장관 지역구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주간조선의 원고 청탁을 받고 당시 인터뷰와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써 기고하려다 보니 당시 찍은 사진 중 중요한 몇 개가 초점이 흐려져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전화를 건 것이다.

 

사실 나는 데이비 장관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는 유럽 유일의 한인촌이라는 말을 듣는 뉴몰든이 속한 영국 런던 근교의 킹스턴·서비턴 지역구 의원이고, 나는 그의 지역구에서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다. 더욱이 나는 데이비 장관의 지역구 당원이기도 하다. 그것도 명부상만의 당원이 아니라 실제 활동을 하고 있는 핵심 당원 100명 중 한 명이다. 10년 이상을 데이비 장관이 주재하는 당 모임에 참석했고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당과 데이비 장관 의정활동 홍보물을 가가호호 돌리는 역할도 해왔다. 더군다나 오는 5월 총선을 대비해서 지난 연초부터는 거의 매주 한 번 이상, 지난 3월부터는 매주 두 번씩 300여가구에 데이비 장관 선거 홍보물을 돌려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클럽 선수인 웨인 루니를 닮은 그의 얼굴 사진을 지겹도록 봐왔다.

 

데이비 장관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지만 이번에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그를 만나면서 솔직히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다. 시작은 전화통화부터였다. 지금 영국은 5월 7일 치러지는 총선 유세가 한창이다. 총선 날까지 장관직은 유지하지만 데이비 장관도 이미 하원이 해산됐기 때문에 후보자로서 정신없이 지역구를 누벼야 할 처지다.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이고 게다가 국정까지 챙겨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쉽게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정 안 되면 지구당 사무실 직원을 통해 홍보용 사진이라도 받아오리라는 각오를 하고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데이비 장관은 “오늘 오후에 당장 시간을 낼 테니 만나자”면서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출발하면서 문자를 넣어 주겠다”고 했다. ‘4선의 현직 장관이 기사가 딸린 관용차로 퇴근하지 않고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다니.’ 그의 검소함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 접하니 신선하고 놀라웠다.

 

더 큰 놀라움은 그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비 장관은 통화 후 좀 있다 문자로 ‘지금 집에 돌아왔으니 집으로 오라’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시내에서 TV 인터뷰 때문에 입은 양복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지역구민 집을 일일이 돌아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주소를 보면서 찾아간 그의 집은 차 두 대가 교행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골목길 안에 있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번지가 정확한지 몇 번씩 확인을 해야만 했다. 그의 집이 예상 밖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데이비 장관은 진짜 영국의 서민층이 사는 ‘테라스하우스(terraced house)’에 살고 있었다. 영국에는 가격에 따라 집의 형태가 몇 개로 나뉜다. 우선 중산층 이상이 사는 ‘단독주택(detached house)’이 있고, 그 다음 계층이 사는 ‘반단독주택(semi-detached house)’이 있다. 반단독주택은 두 집이 붙어 있는 형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민층이 사는 테라스하우스가 있다. 주택 수십 채가 골목 양쪽에 다닥다닥 줄지어 있는 형태로, 중산층은 이런 집에서 살지 않는다.

현역 장관이자 집권당 4선의원의 집이 가난한 서민들이 사는 테라스하우스라니 정말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것도 테라스하우스 중 가장 저렴한 슬래브 지붕 형태의 연립주택이었다. 갑자기 무엇인가에 머리를 한 방 맞은 듯한 충격에 한참을 허둥댔다.

 

어떻게 데이비 장관 같은 사람이 이런 곳에 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끝내 듣지 못했다. 사진촬영을 끝내고 헤어질 때까지 그에게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대답이 뻔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무실에서 인터뷰할 때와 비슷한 답이 나올 게 분명했다. 그때도 직접 몰고 온 남루한 자동차를 보고 놀라서 “현역장관이 이런 차를 몰고 다니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하자 그는 “영국 하원의원은 부유하지 않아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번에 남루한 집에 대해 물었어도 아마 비슷한 대답을 다시 들었을 것이다. <②편에 계속>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영국인 재발견’ 저자]

 

[주간조선] 외국 이민자가 전화했는데도 바로 이름 기억하는 의원…한국 국회의원이라면?③

영국 4선의원 에드 데이비 장관이 사는 법

<②편에서계속>

 

지역 하부조직인 동네 구역 담당 당원들은 ‘지역구 본부로부터의 홍보물 구매경비’라는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경비를 조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구 하원의원이나 중앙당의 유명 정치인을 모셔다가 식사 대접하면서 활동자금을 모은다. 거의 3년 전인 2012년 6월 내가 속한 올드몰든 자민당 동네 조직이 데이비 장관을 모시고 토요일 저녁 한식 뷔페를 연 적이 있다. 현역 집권 여당 의원이자 장관 부부가 주말 저녁에 참석한 파티 모금액이 120파운드(19만3680원)였다는 사실은 주간조선 2333호(2014년 11월 24일자) ‘영국 정치자금’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정말 눈물겨운 금액’이다. 의원은 그래도 참석을 해준다. 골수당원들이 활동을 해주어야 자신이 다음 총선에 당선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국 지구당원은 의원을 위해 해주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의원도 결코 당원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니 영국 정치는 돈이 들지 않고, 정치인은 검은돈의 유혹에서 초연할 수 있다. 사실 돈을 쓰려야 쓸 돈도 없지만 워낙 선거법이 엄격해서 돈이 있어도 쓸 수가 없다. 영국 총선 경비는 총선을 선언하고 하원이 해산한 날 100일 전부터 카운트된다. 이때부터 각 지역구가 쓸 수 있는 활동경비에 제한이 생긴다. 이번 총선의 경우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3월 30일까지의 경비 총액이 3만700파운드(4950만원)를 넘으면 안 된다. 3월 30일부터 5월 7일 총선일까지는 법정 선거경비 8700파운드(1402만원)에다가 추가로 유권자 한 명당 시골은 9펜스(145원), 도시는 6펜스(97원)를 더 쓸 수 있다. 영국 총선 유권자가 4610만명이라니 이를 영국 하원의원 650개 지역구로 나누면 평균 7만명이다. 그러면 하원의원 해산일부터 총선일까지 한 지구당 총선경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기본 8700파운드에다가 1인당으로 계산한 4200파운드(7만명×0.06파운드)를 더하면 겨우 1만2900파운드(2820만원)꼴이다. 이 금액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국 하원의원은 650명이나 된다. 영국 인구가 6320만명이니 하원의원 한 명이 국민 9만7000명을 대변한다. 하원의원 숫자가 이렇게 많다 보니 정말 큰 벼슬이 아니다. 실제 하원의원 한 명의 영향력은 미약하다. 하원의원과 밥을 먹는다고 사업에 도움될 일도 없고, 의원과 가깝다고 사법기관에서 봐주지도 않는다. 의원과 자주 만나 밥 먹는다고 사람들이 더 우러러 보지도 않는다. 사실 의원 만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굳이 돈 써가면서 만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영국도 상하원 의원들의 돈 문제로 나라가 들썩인 적이 있긴 하다. 바로 의원들이 자신들에게 허용된 경비청구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경비를 과다청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9년 텔레그라프지 기사로 촉발됐다. 당시 하원의원 650명 중 389명이 문제가 되어 결국 많은 의원이 일부 경비를 반환했다. 현역 장관 6명이 사임하고 그중 ‘악질’ 7명은 감옥에 갔다. 그런데 그 금액이 참 어처구니없다. 2만~3만파운드가 고작이고 제일 큰 금액이 18만파운드(2억9000만원)였다. 그런데 데이비 장관은 경비 추문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았다. 그에게 “당신은 경비 문제에 연관 안 된 의원 중 하나인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라고 묻자 그의 답이 걸작이다.

 

“나는 초선 때부터 경비를 적게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예를 들면 지역구를 돌아다니기 위해 드는 각종 자동차 유류대 같은 경비는 모두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구에서 의회로 가는 기차비도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전혀 청구하지 않았다. 지난 18년간 (그렇게 경비를 청구했으면) 총액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됐을 것이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면 떳떳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법정금액만큼을 딱 청구했어도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적게 신청했다.”

 

놀라울 정도의 선견지명이다. 32살의 초선 청년 의원의 머리에서 어떻게 그런 현명한 결정이 나올 수 있었는지 놀랍다. 경비 추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경비 청구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도 데이비 장관은 그런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사실 이런 돈(경비 청구)은 검은돈 중에서는 적은 돈이다. 실제 큰돈은 법과 규정을 바꾸어주기 위해 오고 가는 로비 자금이다. 그래도 영국 의원들은 어느 나라 의원들보다 깨끗하고 열심히 일한다. 우리 같은 장관들은 어디 가서 누구를,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 다 보고해야 한다. 선거자금도 무조건 다 선명하게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경비 추문 사건이 역설적으로 영국 의원들이 깨끗하다는 것을 방증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하원의원의 세비는 1년에 6만7060파운드(1억800만원)다. 2008년 6만3291파운드로 시작해서 지난 7년 사이 겨우 6%가 올랐다. 물가 비싼 영국에서 보면 그야말로 박봉이다. 영국 정치는 옛날부터 돈 있는 집안의 자제가 사명처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긴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아닌데도 영국 물가에 비해서는 터무니없는 세비를 받는다. 점잖은 영국 의원들이 경비를 과다청구하면서 정부의 푼돈에 연연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데이비 장관은 한국에도 5번이나 온 경험이 있다. 두 번은 의원이 되기 전 경영컨설턴트 일을 얻어보려고 왔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그리고 야당 의원으로 한 번, 2012년 장관이 되고 나서 두 번 한국에 왔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 아주 멋진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고 방한이 유익했다”면서 자신의 지역구 한인들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멘트를 날렸다. “영국 국적을 취득했건 안 했건 한인들은 다 내 지역구 주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한인 커뮤니티와 가깝게 지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환경문제를 전공했고, 정치인으로서도 환경이 주된 관심사라는 그는 “자민당은 보수당보다는 노동당과 더 가깝다.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해서 잃은 것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연립정부의 일원이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정말 많이 했다”고 현 보수자민연립 내각을 자평했다. “밖에 있으면서 소리만 지르며 반대를 했다면 못 막았을 보수당의 나쁜 정책을 우리가 (내각에) 있으면서 막았다. 물론 우리 자민당이 지키려던 전통적 가치를 양보해서 지지자들이 많이 이탈하고 다음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57석의 우리가 306석의 보수당을 이길 수는 없다.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최고 학력(명문사립 중고등학교와 옥스퍼드대)을 가진 엘리트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픔도 겪었다고 한다. 그는 4살에 아버지, 15살에 어머니를 잃고 외조부모 손에서 자랐다고 자기의 과거를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내 아들은 지체부자유자다. 나는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순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상황의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그들에게서 삶을 배우고 있다”며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I am OK)”이라고 말했다.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영국인 재발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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