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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영 정보2015-500

구봉88 2015. 9. 1. 22:25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5- 500호.   201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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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박근혜정부 반환점] ‘고용 절벽’ 청년 일자리 늘리기에 사활 걸었다

  2.'저성장시대 진입하나'…암울한 성장 전망 잇따라

  3.중국, 美 국채 매도.. 글로벌 금융시장 촉각

  4.[뉴스 인사이드] 흔들리는 유럽 통합의 꿈

  5.'난민 블랙홀' 되는 유럽…올들어 불법 입국 34만명

 

기업경영

  1.<농작물 지도가 바뀐다> 아열대 작물 유입으로 외래 병해충 비상

  2.아마존, 실패작 스마트폰 결국 포기하나...개발자 해고

  3.[MIT리뷰]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

  4.[IF] 자연계 미물이 의료 혁명 이끈다

  5.[Cover Story] 세대간 일자리 갈등…기업이 푼다

  6.평창올림픽 치르는 휘닉스파크 유동성 위기 우려

  7.N포세대엔 주거 사다리마저 끊겼다

  8.[S스토리] 골프장 가격 파괴… 살아남기 마케팅 치열

  9.[Saturday] ‘사자의 언덕’서 진군 멈춘 나폴레옹 … “비가 유럽사를 바꿨다”

  10.[Saturday] “회의는 동네 카페에서 … 성과 평가하는 인사팀 없어요”

  11.'2030을 잡아라'…모바일 여행 서비스 인기

  12.오색서 대청봉 능선까지 15분, 평창올림픽 전에 탄다

  13.[Saturday] 불륜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3700만 명 신상 유출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토요판 커버스토리]‘용의 부활’… 빅 이벤트

  2.백인 보수층에 통한 '도발적 발언'… 방송진행 등 인지도 높아

  3."韓·中정상 '통일한국 국경'도 논의해야"

  4.암기식 학습법 고집… 소수정예 인문학 배움터 '건명원'의 실험

  5.북한의 ‘대남일꾼들’

  6.[동아광장/한상진]동북아 미래, 하버마스 진단을 듣는다

  7."멋진 삶이었습니다" 품위있게 죽음 끌어안은 거목들

  8.[우주를 보다] ‘우주의 수레바퀴’ 발견

  9.왜 민주주의는 '나쁜 정책'을 만들까

  10.2050년이면, 한국도 아열대

  11."세월호 500일... 박대통령 대개조론, 여전히 의문"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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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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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기다렸다는 듯 여당 대표는 ‘정권을 잃을 각오’까지 내세우며 노동개혁 추진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4월까지 노사정이 추진하다 좌절됐던 노동개혁 논의는 이렇게 다시 불이 붙고 북한과의 고위급 협상 타결 이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정권 후반기를 시작하며 재개된 노사정 대화가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노동시장 개혁의 당초 목적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고용절벽 앞에서 급해졌나=정부·여당이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도 노동개혁이라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청년 고용절벽’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출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2013년까지도 8% 수준이던 청년실업률은 현 정부 2년차인 지난해 9.0%까지 높아졌다. 올 들어 지난 5, 6월에는 10%를 넘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8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그동안 감소세였던 20대 인구는 베이비부머 자녀세대가 20대에 들어서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반짝 증가’한다. 대학 진학률이 최고였던 08·09학번들이 졸업하면서 일자리를 찾는 고학력 청년층은 계속 늘게 된다. 청년고용 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얘기다.

반면 취업문은 더 좁아질 상황이다.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민간 기업에서 정년이 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을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통상임금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등 임금 등과 관련된 주요 현안들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는 불확실성도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박근혜정부는 노동개혁으로 집권 하반기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수 있게 기존의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정말 절실하다.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인 이유”라고 말했다.

◇다시 문 연 노사정위의 과제=전문가들은 26일 극적으로 재개된 노사정 대화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연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정책 분야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노동계 모두 지금 당장 필요한 과제와 노동시장 개혁의 목표를 혼용하지 말아야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대화를 지켜보는 이들은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내용이 당장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일반해고 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이나 정년 연장에 앞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노동자들의 불안을 덜어줄 내용은 찾기 어렵다.

당장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내어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변화한 산업 구조에 맞게 노동시장의 룰을 재정립하고,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진짜 목적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박근혜정부 반환점] 지방교육재정 개혁 시급한 과제로

정부의 교육 부문 개혁은 ‘6대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지방교육재정 개혁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일·학습 병행제 도입·확산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가 그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난항을 겪는 과제가 많다.

자유학기제는 내년에 모든 중학교로 확대된다.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진로탐색 등을 하게 된다. 진보 진영도 이 정책에 긍정적이라 탄력을 받고 있다. 다만 농어촌 등 교육 소외지역과 대도시 학생 사이의 ‘체험 격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갈 길이 멀다. 선행학습 유발 요소를 없애 사교육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공교육만 묶어놓고 사교육은 손대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정부는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며 물러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했지만 수학 등으로 풍선효과가 예상된다.

지방교육재정 개혁은 반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방식이나 비율 조정 등을 놓고 교육 당국과 예산 당국, 여야, 시·도교육청 등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춰 학과 개편 등을 하도록 하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은 민감한 이슈인 대학 구조개혁과 맞물려 있다. 인문계열 학과의 소외가 불 보듯 뻔하다.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는 당초 일·학습 병행 확산에 포함돼 추진됐지만 최근에 별도 과제로 떨어져나와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반환점] 공무원연금 개혁 빼면 별 성과 없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부문 개혁 중 국민들에게 인상을 남긴 성과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정부는 개혁 의지를 내비친 이후 공무원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지만 1년이 넘는 설득 끝에 지난 5월 ‘공무원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 통과시켰다. 개혁의 골자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이다. 매달 내는 보험료율인 연금기여율은 2020년까지 현행 7%에서 9%로 높아지고, 은퇴 후 받는 연금 지급액 결정 비율인 지급률은 2035년까지 현행 1.9%에서 1.7%로 낮아진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의 요구에 끌려다니다 재정절감 효과가 제한적인 개혁안을 확정했다는 비판도 있다. 연금을 타기 위해 근무해야 하는 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이는 등 공무원에게 유리하게 고친 부분도 있고, 재정절감 효과도 6년 후면 사라지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타협을 이끌어냈다는 의미는 있지만 개혁안의 뚜껑을 열고 보니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밝혀졌다”고 평가했다.

공공개혁의 다른 과제들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공공기관 부채가 정부 재정을 위협할 정도가 되자 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8개 부채 중점관리 기관은 지난해 자산 매각,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24조4000억원을 감축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채 규모는 큰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성과주의를 확산하는 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경제를 위협했던 다른 이슈들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빼면 눈에 띄는 공공개혁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반환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골자,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은 금융권의 낡은 보신주의 관행과 현실에 안주하는 영업 행태를 개선해 제 기능을 하도록 하고,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젖줄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회의·자문단 등 여러 기구를 가동해 60개 실천과제 중 37개를 확정, 추진하고 있다.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이슈를 던지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비롯한 핀테크 활성화 노력, 금융회사 검사·제재 혁신, 금융사 가격 결정의 자율성 제고, 거래소 개편 등이다.

24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할 인터넷전문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신청을 받아 연내 한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SK텔레콤, 다음카카오, 인터파크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인가를 따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금융 당국의 금융사 검사는 건전성 검사와 준법성 검사로 나뉘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하도록 하고, 제재의 중심축도 개인 제재에서 기관·금전 제재로 전환했다. 또 금융 당국은 법령에서 개입을 규정한 경우(카드수수료 등) 외에는 금융사의 금리·수수료·배당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천명했다.

금융개혁의 취지와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당국이 금융 현장의 목소리를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평도 받는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겨우 방향을 잡았을 뿐 실제 변화를 체감하기는 아직도 이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금융개혁회의에서 “하반기에는 체감도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개혁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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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낮추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가운데 중국 경제 부진이 가시화 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8일 '2016년 세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한국과 일본의 대 중국 수출 감소가 GDP 성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수출 둔화는 기업과 가계의 소비 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낮은 상품 가격은 원칙적으로는 이들 나라의 구매력을 높여주지만 지금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경기 전망의 불투명성이 지출보다 저축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4%로 내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급락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10개국 중 한국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올해 성장률이 정부가 제시한 '3%대 성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로 대폭 내렸지만, 이를 다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주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최근 열린 '향후 경제 및 재정운용방향' 공청회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 둔화의 영향으로 2015년 국내경제성장률은 2% 중후반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소비진작책 등으로 소비가 어느 정도 살아나겠지만 경기회복세가 예상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에서 2.6%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고, 한국은행도 2.8%로 전망하고 있다.

박 실장은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소비회복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중국 성장세 둔화, 주요 국가의 경쟁적 환율인화 등이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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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국채 투자의 큰손인 중국이 미 국채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다.

중국의 미 국채 매도, 미 국채 금리 상승,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2004년 래리 서머스 당시 미 재무장관은 세계 최대 미 채권국인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금융 테러수지'라고 칭했고, 이후 '금융 핵무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줄이더라도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과 낮은 물가상승률,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미 국채금리 급등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기우'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미 국채 수요 감소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지연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CNBC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 중국이 미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칠 재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핵심이 바로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도라고 전했다.

일본을 제치고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된 중국이 투매에 나서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수익률은 폭등하게 된다. 금리가 급등하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외환전략가 조지 사라벨로스는 분석메모에서 "가장 최악의 영향을 미치게 될 요인은 중국 증시의 주식투매나 위안 가치 하락이 아니라 중국의 외환보유액에 일어날 변화"라면서 "이는 전 세계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2003년 중국은 외환보유액 확대에 나섰고, 이렇게 쌓인 규모는 최대 4조달러에 달했다. 2008~2014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QE) 3조700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 국채 규모는 2003년 이후 지난 6월까지 10배 폭증했다. 1207억달러에서 1조2700억달러로 불어난 것이다.

사라벨로스는 이 같은 매수세 덕에 미 국채 수익률은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제에 저금리라는 자양분이 됐지만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자본이탈을 불러 이달에만 20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위안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자 중국은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했고, 위안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미 국채를 내다팔고 위안화를 사들였다.

사라벨로스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의 이 같은 조처는 "QE 회수 또는 양적긴축(QT)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면서 이제 세계 경제가 안게 된 최대 고민거리는 "QT가 앞으로도 상당히 진전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PBOC가 공격적인 QE를 병행하든지, 다른 중앙은행이 나서 간극을 메우든지, 아니면 중국 성장에 대한 전망이 개선돼 자본유출이 줄어들든지 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QT 확대에 대한 대응방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산하 경제분석업체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결과를 인용해 중국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팔았다고 하지만 국채 수익률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지적했다. 10년물,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아울러 중국이 정말로 보유 중인 미 국채를 '금융 핵무기'로 사용하려 한다 해도 가능한 얘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 국채를 대신할 만큼 풍부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없어 투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정말 걱정해야 할 일은 미 국채 투매가 아니라 중국의 외환보유 다변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 물량을 유로 자산 등으로 서서히 바꾸면 미 금리 역시 덩달아 오르게 돼 경제를 압박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센터는 28일 내놓은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와 미 국채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향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 외환보유액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 국채에 대한 해외수요 감소로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의 이자비용 부담이 증대되고, 금리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연준 재투자가 지속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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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그리스發 경제 갈등·난민 사태… 反EU 원심력 커진다
20세기에 발발한 두 차례 세계대전은 유럽인들에게 쓰디쓴 교훈을 남겼다. 유럽 전역이 전쟁터로 변하며 쑥대밭이 됐고, 과거 세계의 중심이었던 유럽은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국제정치질서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했다. 1951년 서유럽 6개국이 참여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로 시작된 유럽 통합의 역사는 폐허가 된 유럽을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 재건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ECSC가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공동체(EC)를 거쳐 더욱 심화된 형태인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하고, 1999년 1월 드디어 유로 단일화폐동맹(유로존)이 출범했을 때 유럽에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다. 2000년 EU 정상들은 ‘리스본 전략’을 통해 이렇게 공언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통합을 더욱 진전시켜 유럽 경제를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체제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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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IGS의 탄생과 그렉시트 위기

그러나 ‘하나의 유럽’ 이상은 최근 그리스 사태를 거치며 크게 흔들렸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이 가까스로 타결되며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위기는 봉합됐지만, 그 과정에서 그리스에 대한 각국의 경멸적인 태도와 그렉시트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 확인되면서 유럽 통합 정신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유럽은 또 ‘넥시트’(Nexit·다음 이탈우려국)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를 통해 “유로존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며 최소 5개국이 넥시트 후보군이라고 진단했다.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이탈리아(132%), 포르투갈(130%), 아일랜드(110%), 스페인(98%), 프랑스(95%)가 이에 속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국채 등급은 포르투갈이 정크(투자부적격), 이탈리아 BBB-, 스페인 BBB 등이다. 이들 국가 중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그리스와 함께 영문 앞글자를 따 ‘PIIGS’로 불리곤 한다. 영어로 돼지(pig)를 연상시키는 이 경멸적인 조어가 통용된다는 것 자체가 유럽 내 결속력이 붕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정상회의가 열리기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시 그리스 총리(왼쪽 두번째)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각각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들 국가의 위기는 성장 둔화에 따른 세입 감소가 주 원인이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서로 다른 국가를 단일 통화권에 묶어 놓은 자체모순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시각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한 것 같은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앨트먼 교수는 “그리스처럼 관광산업 의존도가 큰 이들 국가의 경제 사이클은 나머지 유로존 국가와 엇박자가 나곤 한다”며 “그런데도 각국에 동일한 통화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탈출한 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하면서 이들 국가는 침체 탈출을 위한 아무런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독일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아일랜드의 경우 경기 과열을 피하기 위해 결국 고금리 정책이 필요한 때가 올 텐데, ECB가 단지 아일랜드만을 위해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 결과 이들 국가는 각종 긴축 정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는데도 부채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막대한 수의 베이비붐 세대가 10∼20년 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연금, 의료 복지 지출 수요가 늘면서 부채 상환 여력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앨트먼 교수는 “그리스는 이미 긴축 등의 비용을 지불하고 유로에 남는 길을 선택했지만, 다음 위기를 맞는 국가는 아마 제3의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라리 일찌감치 유로존을 떠나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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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사태·브렉시트 위기…EU 원심력 수두룩

유럽의 통합은 각국 국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했으며, 단일화폐가 통용되는 거대 자유무역시장을 탄생시켰다. 또 경제적 결속을 통해 전쟁 당시의 적의를 극복하고 평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통합의 시발점인 ECSC는 재래식 무기 생산 및 군수산업에 필수적인 석탄·철강의 공동관리를 통해 다른 국가, 특히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의 재무장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EU 같은 초국가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각국은 주권 일부를 내놔야 했다. EU의 토대가 된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통화관리뿐 아니라 외교·국방·치안 등 주권국가의 일부 권한을 EU에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EU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논란을 낳고 있다. 올 들어 급증한 난민·이주민 문제는 이와 관련해 극심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6월 EU는 4만명의 난민을 28개 회원국이 골고루 나눠 수용하는 의무할당제(쿼터제)를 제안했으나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와 상당수 동유럽 국가들이 반기를 들었다. 난민 유럽 이주의 기착지인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이에 맞서 “유럽이 쿼터제와 관련해 연대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는 ‘플랜B’로 갈 것이며, 그 타격은 유럽이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주민 문제는 각국의 반EU·반이민 극우 정당의 부상과 연결돼 EU에 대한 원심력을 강화시킨다. EU가 개별국가 주권을 무시하고 자국민 일자리를 빼앗는 이주민을 수용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이 극우 정당들의 기본 인식이다. 프랑스 국민전선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전국적 기반을 확보했고, 6월 덴마크 총선에서는 배타적 이민정책을 내세운 덴마크국민당이 속한 우파연합이 승리했다.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도 극우정당이 포함된 우파연정이 실현됐다.

심지어 영국마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역내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 일부 정책에 관한 주권 회복 등을 목표로 EU 협약 개정 협상을 벌인 뒤 이를 토대로 2016년 또는 2017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유럽이 걸어 온 통합의 길을 역행하는 내용이어서 EU 내 마찰의 씨앗이 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EU 회원국 6개국의 6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인은 51%만 EU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폴란드(72%)와 이탈리아(64%), 스페인(63%), 독일(58%), 프랑스(55%)와 비교해 가장 회의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12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반이민 극우단체 페기다(PEGIDA·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주최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다


결국 유럽 통합의 열쇠는 EU 최대 경제국이자 리더 격인 독일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콘스탄체 스텔첸뮐러 연구원은 이달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에 닥친 위기 앞에서 그럭저럭 시간을 끌며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써 왔는데, 이는 결국 유럽 분열의 심화로 이어졌다”며 “러시아 제재에서부터 구제금융 지원에 이르기까지 독일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북·동유럽 국가를 안심시킬 수 있고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도 연대와 격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난민 문제가 그리스 경제 위기보다 EU에 더 큰 도전”이라고 밝힌 지 며칠 만에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EU 통합과 관련해 향후 독일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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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헝가리행 트럭서 시신 71명…올해 벌써 2400여명 사망
IS 확장에 시리아 난민 급증…'난민 쿼터제' 도입 진통



[ 박종서 기자 ] 헝가리로 향하는 오스트리아 동부 고속도로에 방치된 냉동트럭에서 27일(현지시간) 71명에 달하는 난민이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외신은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유럽 난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IS 세력 확장에 시리아 난민 급증

28일 유럽연합(EU) 국경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 수가 34만명에 달한다. 벌써 지난해 전체 28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이주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난민이 급증한 것은 시리아 때문이다. 내전이 장기화하고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면서 약 10만명의 시리아인이 헝가리(육로)나 그리스, 이탈리아(지중해) 등으로 탈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수십만명이 생존을 위해 고국을 떠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서유럽 국가로 이주를 희망하고 있지만 받아주겠다는 국가가 없어 헝가리, 이탈리아 등의 난민 수용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민 브로커 시장규모 年 10억유로

난민이 뜻대로 유럽에 도착하긴 쉽지 않다. 유엔은 난민이 지중해를 건널 때 배가 침몰하면서 올 들어 2400여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냉동트럭에서 난민 시신이 발견된 27일에도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던 난민선 두 척이 전복돼 200여명이 사망했다. 전날엔 난민선 세 척에서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탈출을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고 배에 태워주는 불법 난민 브로커가 난민선에 적정 승선인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매우 높다. 난민 브로커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10억유로(약 1조3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 난민 쿼터제 난항

난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EU 집행위원회는 ‘난민 쿼터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난민 쿼터제란 인구와 경제력, 기존 난민 수용 규모, 실업률 등에 따라 난민을 국가별로 배정해 수용하자는 것이다.

EU와 서부 발칸국가들은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열고 난민 쿼터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지난 6월에 이어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스페인과 동유럽 등에서는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쿼터제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중앙일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난민 문제에 공동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지난달에만 1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중앙포토]

세계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이민자의 아들인 프란치스코 교황. 두 사람은 이민을 옹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요즘 유럽과 미국 지도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문제는 이민이다. 이민은 ‘창’(이민자)과 ‘방패’(이민 대상국)의 싸움이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에 정착하려는 건 보편적인 현상이다. 합법적 이민도 많지만 때로는 불법 이민이나 난민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민자 유입이 많은 나라에선 이민이 ‘양날의 칼’이다. 저출산·고령화를 타개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이민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마냥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뺏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반(反)이민 정서는 정치가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이민자를 쉽게 못 받아들이는 ‘이민 딜레마’에 빠진 국가도 많다.

이민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1%인 2억3000만 명이 이민자다. 인구의 20% 이상이 이민자인 국가도 세계 211개국 중 35개국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호주는 이민자가 인구의 45%에 달하고 뉴질랜드·스위스·캐나다는 40%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지난해 아예 이민자(41만 명)가 자국민(40만 명)을 넘어섰다. 암스테르담에는 모로코·수리남·터키·인도네시아 등 세계 200여 개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산다.

선진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는 매년 늘고 있다. 미국 이민연구센터(CIS)에 따르면 6월 기준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외국 태생 이민자(불법 이민자 포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만 명 늘어난 4210만 명을 기록했다. 미국 거주자 7명 중 한 명이 외국 태생이다. 뉴욕의 경우 노동력의 44%를 이민자들에게 의존한다.

시위자들이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웠다'는 팻말을 들고 이민자 권리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이민 국가가 됐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이민자 수 2위였지만 경제가 탄탄한 독일로 향하는 이민자가 늘면서 2·3위가 뒤바뀌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이민자는 전년 대비 39만 명 늘어난 109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으로 건너온 이민자는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연합(EU) 국경관리처에 따르면 EU 국가로 건너온 이민자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10만7500명을 돌파했다. 200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시리아 등 분쟁 지역에서 탈출해 독일로 이주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독일 정부는 당초 올해 독일로 오는 이민자를 45만 명으로 예상했다가 최근 80만 명으로 올려 잡았다.

이민 급증으로 지도자들도 이민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여름휴가를 끝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이민 관련 서적을 읽었다.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 의회에서 이민법과 관련해 연설할 예정이다. 미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를 막기 위한 물리적인 담장을 쌓아야 한다”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를 외쳤다. 또 미국 기업들이 H-1B 비자를 통한 전문직 이민자를 고용하기보다 미 국민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유럽에서도 이민은 주요 이슈다. EU의 조사통계기관 유로바로미터에 따르면 유럽인의 38%가 이민자 문제를 EU의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유럽 내 양대 강국인 독일과 영국의 이민 접근법은 대조적이다. 독일은 이민·난민자를 가능한 한 수용한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합법·불법 이민자 모두에게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민자가 새 일자리를 전부 빼앗아 간다'는 기사를 실은 영국 보수지 데일리 익스프레스 1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정상회담에서 “EU 차원에서 난민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시리아 망명 신청자들의 경우 처음 도착하는 국가와 상관없이 독일행을 원하면 모두 수용키로 했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시리아 난민을 독일 정부가 이주자로 거두겠다는 의지다.

무슬림계 이민자가 주를 이루는 프랑스 역시 ‘이민자 700만 명’의 이민 대국 중 하나다. 반면 이민자가 800만 명에 육박한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민자 억제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순(純)이민자를 현재 31만 명에서 10만 명까지 줄인다는 이민자 억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영국은 상습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기업을 48시간 영업 정지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EU 이외 국적자 중에서 6년간 영국에서 일한 외국인이 연 소득 3만5000파운드(약 6100만원)를 넘지 않으면 강제 귀국시키는 방안도 검토됐다.

‘반(反)이민’의 기저에는 ‘내 코가 석 자’라는 경제적 불안감도 한몫했다. 과거 경제 성장기에는 이민자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덜했다. 미국은 러시아 출신 과학자, 인도계 정보기술(IT) 인력 등을 이민자로 받아들여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게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에는 연금·교육·의료 혜택 등을 이민자들이 잠식한다는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가사도우미·건설노동자 등 단순노동직도 이민자로부터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반(反)이민 정서는 외국인 혐오 발언, 폭력 사태, 극우 정당 득세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 23일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인근에서는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극우 세력의 시위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스웨덴에선 반(反)이민 기조를 내세운 극우 정당 당수가 “스웨덴에 동유럽에서 온 거지가 너무 많다”고 발언하며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덴마크에서도 극우 성향의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높아지는 이민 장벽은 투자이민에서도 드러난다. 캐나다는 이민국을 통한 간접투자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기존의 연방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지난해 완전 폐지했다. 미 의회도 EB-5 투자이민의 심사를 강화할 전망이다. EB-5는 외국인이 미국에 50만 달러(약 5억9000만원) 이상을 투자하고 신규 고용을 창출하면 사후 심사를 통해 미국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자국민이 타국으로 빠져나가 고민인 국가도 있다. 포르투갈은 25세 이하 청년의 3분의 1이 실업자가 되자 젊은이들이 대거 이민을 떠났다. 남유럽 재정위기였던 2010~2014년 포르투갈 인구는 이민 등으로 전체의 2%인 19만8000명이 감소했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중국과 일본의 이민 해법은 엇갈린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해 초 외국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외국인들에게 그린카드(영구거주증) 발급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이 2004년 영주권 제도를 시행한 이래 2015년 4월까지 그린카드를 받은 외국인은 4900명뿐이다.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2%인 일본은 이민 확대가 더딘 편이다. 이민이 아닌 한시적 인턴십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4월 일본은 외국인 인턴십 제도인 ‘외국인기능실습제도’의 범위를 넓혀 노인돌보미, 편의점 직원, 건설노동자 등 일본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외국 인력을 수혈키로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S BOX] 한국 이민자 비율 3.5% … 중국인이 절반 넘어

한국은 이민자들에게 먼 나라다.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이 3.5%에 그치며 여전히 단일민족을 내세우는 사람이 많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이주자는 지난 7월 말 기준 180만 명을 넘었다. 이 중 중국인이 91만3769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국내 이민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8~9%다. 이 비율로 체류 이민자가 증가한다면 2018년 200만 명, 2048년 5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 사회의 이민자 유입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과 일본은 이민자가 많지 않은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출생률이 떨어져 생산인구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은 이를 타개할 대안이다.

앞으로 한국의 이민자 의존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가 본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920만 명, 2060년까지는 1500만 명 이상(누적 기준)의 이민자가 필요하다. 강동관 IOM이민정책연구원 실장은 “외국 우수 인재 유치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사회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세심한 이민자정책이 필요하다. 우선적 이민 대상으로는 외국인 전문인력(4만8895명)과 국내에 유학하는 외국인 유학생(8만5193명)을 고려할 만하다. 강 실장은 “국내 체류 유학생의 대다수는 중국인 유학생이며 이들의 소비 활동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1만5000명 규모의 종합대학을 6곳 이상 세우는 효과와 함께 친한파 중국인을 키워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수 이민자를 국내에 체류하는 기능 인력에서 발굴하자는 제안도 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기능 인력의 32%는 전문대 졸 이상 학력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숙련시켜 국내에 정주(定住)하게 만드는 노력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준(準)숙련자가 될 경우 6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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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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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주요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 북상 지도 (전주=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농산물의 주요 재배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5.8.29 <<농진청>> ichong@yna.co.kr
검역 강화로 외래 병해충 유입 철저히 차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수확을 앞둔 사과농장에 이름도 생소한 '미국선녀벌레'가 확 번져 속이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지구 온난화와 열대·아열대 작물 도입의 이면에 '병해충의 창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농작물 수입이 늘면서 외래 병해충도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2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입한 농림산물 107만6천건 중 2천629건에서 병해충이 나왔다. 검출된 병해충 종류는 379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붉은깍지벌레 등 농림산업과 자연환경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외래 병해충이 나온 농림산물이 1천594건(병해충 236종)에 달했다.

특히 태국산 수입식물의 병해충 검출 건수가 작년 2분기 72건에서 올해 2분기 172건으로 139% 늘었다. 태국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두리안·샬롯·레몬그라스·라임잎 등 열대 과일과 향신료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태국산 식물에서 많이 나온 깍지벌레류는 단단한 껍질이나 가루 형태 밀랍 속에 숨어서 식물에 침을 꽂아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농약을 뿌려도 잘 죽지 않아 방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국산 농작물과 과일이 각종 외래 병해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등 외래 돌발 해충의 습격은 2010년을 전후로 맹렬해졌다. 주로 과수와 조경수 등에 피해를 주는 갈색날개매미충은 지난달 전국 40여개 시·군 6천958㏊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4천800㏊보다 45%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 등이 원산지인 갈색날개매미충은 1년생으로 수액이나 과즙 등을 빨아 먹고 자라 8∼12월에 나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 그만큼 각종 과일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또 과수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미국선녀벌레도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올해는 4천26㏊에서 발생해 작년 3천236㏊보다 23.3% 늘었다.

특히 충북 음성·진천·괴산의 사과·배·복숭아 등 주요 과수에서는 외래 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대거 출현했다.

사과 재배지 분포도 (전주=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농산물의 주요 재배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은 사과의 재배지 분포도. 2015.8.29 <<농진청>> ichong@yna.co.kr
이들 지역의 미국선녀벌레 밀도는 나뭇가지 30㎝당 평균 20.8마리다. 지난해 평균 10마리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선녀벌레를 제때 방제하지 못하면 과일의 생장 저하와 품질 하락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경남 밀양 등 기존 발생지역은 협업 방제로 이 벌레가 감소했으나 경기·충북·충남 지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진청은 또 미국선녀벌레가 농경지보다는 도심 주변의 공원·산림에 발생해 주택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산림청·환경청 등과 협업 방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줄기마다 검은 반점을 퍼뜨리며 고사하게 만드는 '토마토 반점 위조 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도 괴산 등 일부 고추 재배 농가에서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는 인천시 강화의 고추·토마토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또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발견된 꽃매미는 발생면적이 2006년 1㏊, 2012년 6천900㏊로 급증했다. 이 해충은 발생원과 피해 지역이 달라 방제가 매우 어려운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매달 국내 자생식물에서 외래 병해충의 발생과 정착 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병해충 발생 때 소독·방제방법 등 관리방안을 제시했다.

최홍수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국가간 교역이 증가하고 수입식물의 품목이 다양화하는 한편 기후 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면서 외래 병해충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병해충은 발생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적절한 방제 약제가 없어 급격히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해충 검출 가능성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검사시간을 늘리고 적절한 검역인력을 배치하는 등 검역강화를 통해서 외국에서 유입되는 병해충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골치덩어리 하드웨어 사업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바일 쇼핑 확대를 노리며 야심차게 내놓았던 스마트폰 사업은 아예 접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27일(현지시각) 아마존이 하드웨어 개발 연구소 '랩126' 개발자 일부를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파이어폰’을 만들던 인력이다.




랩126은 2004년 설립된 조직으로 ‘킨들’ ‘파이어TV’ ‘파이어폰’ 등 아마존의 하드웨어 사업부를 담당하는 부서다. 당초 아마존은 랩126의 인력을 늘려 파이어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아마존이 하드웨어 부분 개발 인력 일부를 해고했다./블룸버그 제공

최근에는 랩126의 하드웨어 부문 최고기술자 존 매코맥(Jon McCormack)도 구글로 이직했다. 존 매코맥은 구글로 이동해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와 제스처 감지 센서를 연구할 예정이다.




아마존이 지난해 8월 출시한 파이어폰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미국 IT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파이어폰을 '2014 글로벌 IT최악의 실패작' 1위로 선정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마존이 파이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아닌 '아마존 대시'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의 구매를 촉진할 기기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투자 분석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아마존이 파이어폰 사업을 축소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매체는 아마존이 스마트폰 개발 인력을 7인치인 파이어 태블릿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랩126 소속 임직원은 3000여명으로 알려져있다.




[정미하 기자 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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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테크M 편집부 머니투데이] [편집자주]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다. 기술이 창출하는 부를 더 잘 분배할 수는 없을까?
[누가 로봇을 소유할 것인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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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이면서 실제로 창조도 하는 로봇을 만든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머신스 랩’을 소개하는 립슨 교수의 말에는 당찬 포부가 담겨있다. 립슨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사람이다. ‘진화’하는 로봇, 자기증식 로봇 등을 아우르는 립슨 교수의 연구에서는 기계와 자동화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이 연구실은 바리스타 또는 주방 보조 로봇을 개발 중이다.) 몇 년 전 립슨 교수는 실험 데이터를 기존 과학 법칙과 모순되지 않는 새로운 과학 법칙으로 설명하는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과학적 발견을 자동화한 것이다.
립슨 교수는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능력을 보유하는 미래를 꿈꿔왔다. 그런데 최근 생각하지 못했던 걱정거리가 등장했다.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특정 집단에게 부를 창출하고,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며 사회적 격변을 유발하지는 않을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제조부터 의사결정까지, 컴퓨터 유도 자동화는 모든 것에 스며들고 있다”는 게 립슨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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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사이 딥러닝의 개발로 인공지능 혁명이 시작됐고, 3D 프린터가 산업생산 과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립슨 교수는 “오랫동안 기술이 직업들을 사라지게 하는 동시에 새롭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 기술이 직업을 사라지게 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사라지는 직업의 수보다 새로 생기는 직업의 수가 훨씬 적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개발자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급격한 기술발달이 직업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는 적어도 영국 산업혁명이 벌어진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다이트 운동 이후인 1821년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1930년, 전 세계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발생할 ‘기술적 실업’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직후 케인스는 ‘단기적인 불균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소득불평등이 증가하자 기술이 또 다시 눈총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34개 회원국 중 대다수의 국가에서 소득 하위 40%의 생계능력이 크게 떨어지며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많은 최저소득자의 임금이 최근 수십 년간 감소했고, OECD는 소득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며 경종을 울렸다.

한편 이미 수년 동안 미국 중산층의 붕괴와 최저임금 근로자의 부담 증가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명백했다. 워싱턴의 공공정책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해밀턴 프로젝트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3년 30~45세 고졸 남성중 68%만이 정규직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간 평범한 근로자의 소득은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고졸 이하 남성의 중위 임금은 1990년에서 2013년 사이 20% 감소했고, 고졸의 경우 13% 떨어졌다. 여성의 상황은 조금 더 나았지만 아직도 남성보다 평균 소득이 적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여성의 소득은 12% 줄었고, 고졸 여성은 오히려 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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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과 소득에 작용하는 요소를 식별하기는 매우 어렵고 세계화, 경제성장, 교육 접근성, 조세정책 등으로부터 기술의 구체적인 영향을 분리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러나 중산층의 쇠퇴에 대해 부분적이지만 타당한 설명을 기술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고소득 직업을 갖는데 필요한 훈련과 교육을 받지 못해 일자리를 잃는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이와 동시에,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기술이 회계, 급여, 사무 등 반복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대신하게 되면서 이 분야 종사자들은 보수가 낮은 일자리로 옮기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게 됐다. 거기에 지난 수십 년간 중산층의 직업을 제거해버린 제조 자동화까지 더하면 왜 일자리의 수가 크게 감소한 것처럼 느껴지는지 알 수 있다.

데이비드 오터 MIT 경제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오터 교수는 저임금 육체노동과 고급기술 노동의 수요가 증가함에도 중간기술 직업이 사라지는 현상인 ‘일자리 양극화’를 연구했다. 오터 교수에 따르면 중간 노동력의 ‘공동화’는 상당기간 계속되어 왔다.
그렇지만 2007~2009년의 침체기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자동화로 대체하기 쉬운 반복형 직업의 파괴를 가속화했다.

헨리 시우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단순반복형 직종이 “침체기 동안 크게 감소한 후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미국 고용의 50%를 차지하는 판매직, 행정직 등의 화이트칼라 직종과 조립작업과 기계조작 같은 블루칼라 직종이 포함된다.

시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세대는 20대였으며, 그 중 대부분은 구직활동을 멈추기까지 했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나쁜 소식이지만 더 큰 두려움이 존재한다. 중산층으로 도약하게 해줄 것 같던 일자리를 기술에 빼앗기는 현상이 결국 다른 직종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기술발전으로 더 나은 의약품, 서비스, 제품이 등장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이들에겐 파괴적이고 전례 없는 경제적 변화의 서막이 열리는 것일까?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대다수의 인간 근로자를 대체하게 될까?
번역 김은혜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테크M 강동식 기자] [테크M, 전문가 76명 '미래 직업 설문조사']
국내 각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10년 뒤 유망한 직업 1순위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빅데이터 디자이너 등 데이터 관련 직종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년 후 자신의 직업에 가장 영향을 줄 요인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10년 후 어떤 직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빅데이터 디자이너, 빅데이터 큐레이터 등 데이터 관련 직업이 유망하다는 응답이 15.1%로 가장 많았다.

SW 프로그래머, SW 아키텍트 등 SW 개발 관련 직종이 10.5%로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얻었으며, 헬스케어 관련, 로봇 관련, 그리고 스토리텔러, 작가, 예술가 등 창작 관련 직종이 각각 5.9%로 3위를 차지했다. 보안, 의료, 교육 관련 직종, 사물인터넷(IoT) 관련 직종, 6차 산업 관련 직종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뇌과학자, 콘텐츠 기획자, 발명가, 수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3D프린팅 종사자, 투자자도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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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관련 직종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데이터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빅데이터가 마케팅은 물론 선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앞으로 그 쓰임새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IoT 확대로 인한 데이터 증가와 유의미한 서비스 요구 증대를 예상했으며,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디자인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에 대한 수요 증가를 점쳤다.

SW 분야를 유망 직업으로 택한 응답자들은 전 산업에 걸쳐 SW가 지원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면서 SW 개발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단순 개발자보다 SW 핵심을 설계하는 아키텍트가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서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관련 직업이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10년 안에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직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콜센터 직원, 안내 도우미, 은행 창구업무, 돌보미, 경비 등 단순 서비스 직종을 꼽은 이가 10.7%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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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사, 교수, 학원 강사 등 교육 분야 종사자가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10.0%에 달했다. 대리운전, 택시운전, 트럭운전, 철도기관사 등 운송 관련 직업이 9.3%로 3위에 올랐다. 세무·회계 관련 직종이 7.9%로 뒤를 이었으며, 의사, 약사, 변호사도 급격하게 추락할 직업 10위 안에 올랐다.

응답자들은 추락 이유에 대해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대체를 들었다. 안내도우미와 돌보미, 경비 등은 로봇이 대체해 나가고, 법조와 의료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무사, 회계사 등 알고리즘화가 예상되는 직종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점쳤다. 또 택시.트럭 기사는 자율주행자동차에게 점차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했으며, 우버의 진화도 택시 기사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또 교사, 산부인과 의사 등은 저출산 추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금 당신의 나이가 20세라면 어떤 직업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SW 개발자가 19.7%로 1위를 차지했다. 창업·사업가가 그 뒤를 이었고, 빅데이터 전문가, 뇌 과학자, ICT 전문가도 상위권에 올랐다. 이밖에 교수, 작가, 유전공학 및 생명공학자, 인공지능 전문가, 전기공학자도 응답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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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W 개발자에 대한 인기가 미국 등에 비해 크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한 것은 응답자들이 SW의 중요성 확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학적,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SW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나왔다. 4위를 차지한 뇌 과학자는 우주와 함께 인간의 두뇌가 아직까지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어 두뇌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게 될 경우 인류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 ‘당신의 자녀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이 20세 일 경우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SW 개발자가 가장 많은 선택(8.3%)을 받았다. 2위 역시 창업·사업가가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로봇 엔지니어가 5.6%로 공동 2위를 차지했으며, 학자, 예술가, 작가, 인공지능 전문가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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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세일 경우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보다 다양한 종류의 직업을 꼽은 것이 특징이다. 자녀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 상위권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오른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많은 직업군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자녀가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로봇이 대체하기 힘든 예술 분야를 추천하겠다는 응답도 4.2%를 차지했다.

‘10년 후 어떤 기술이 당신의 직업에 가장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공지능(30.0%)이 1위를, 빅데이터(23.9%)가 2위를 기록했다. 이 두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뒤를 이어 온라인교육, IoT, 로봇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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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꼽은 응답자들은 향후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작업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대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봤다. 또한 정교한 분석과 예측을 통해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응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해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온라인 교육의 경우 대학 강의까지 대체할 수 있어 교수의 역할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며, IoT는 차세대 인터넷과 맞물려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테크M은 7월 3일부터 13일까지 기업 경영자, 교수·교사, 투자업계 관계자, 정부기관 및 관련단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미래 직업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는 ICT, 과학기술, 의료,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76명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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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생체모방 의학, 국내외 한국인 과학자 성과 두드러져






 



지난 여름휴가 때 바다에서 보았던 갯지렁이와 홍합을 기억하는가. 낚시미끼나 속풀이에 쓰이기도 하지만, 워낙 흔해 눈길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해파리는 또 어떤가. 흉하고 해롭다고 내팽개치기 일쑤였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그들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줄 소중한 존재이다.




갯지렁이와 홍합은 물속에서도 강력한 접착물질을 분비한다. 피가 흐르는 수술 현장에서 절개 부위를 봉합할 접착제로는 안성맞춤이다. 해파리는 끈적끈적한 촉수를 늘어뜨려 먹잇감을 붙잡는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DNA 가닥들로 암세포를 포획하는 장비가 개발됐다.




자연 속 미물들이 수술실을 바꾸고 있다. 과학자들은 의료기기 개발에서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수억, 수천만 년의 진화과정에서 최적화된 생명체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자연을 모방한 수술용 접착제와 조직 접합용 패치 등은 동물실험에서 이미 효능을 입증했다. 패혈증에 걸린 혈액을 정화하고 암세포를 골라내는 장치도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체 모방 의학 분야에서는 국내외 한국인 과학자들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포스텍 차형준<사진> 교수는 홍합 접착력에 잠자리 날개의 힘까지 더한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하버드대 의대 이유한, 양승윤 박사도 갯지렁이와 호저를 모방한 접착제, 접착패치를 개발했다.




수술 부위 접착제 갯지렁이








자연: 갯지렁이는 바닷속에서 모래나 조개껍데기 조각을 모아 원통형의 견고한 집을 짓는다. 이때 두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데 하나는 (-)전기를 띤 단백질이고 다른 쪽은 (+)전기를 띤 단백질이다.




의학: 2009년 미 유타대 연구진은 단백질 대신 (-)와 (+) 전기를 띤 두 가지 합성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했다. 이달 초 하버드 의대 카프 교수와 KAIST 출신의 이유한 박사는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지에 갯지렁이처럼 두 가지 접착 물질을 알갱이 모양으로 만들어 주사기로 수술 부위에 주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갱이들은 수술 부위에서 점도가 높아져 서로 결합했다. 동물실험을 마쳤으며 미국, 프랑스 업체들과 함께 3~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해파리 촉수 보고 암세포 걸러내는 칩 만들어








자연: 해파리는 길고 끈적이는 촉수로 먹잇감을 잡는다.




의학: 2012년 MIT와 브리검 여성병원 공동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암세포를 걸러내는 칩을 발표했다. 칩에는 체액이 흘러가는 미세 통로를 만들고 통로 벽을 해파리 촉수 모양의 DNA인 압타머(Aptamer)로 코팅했다. 압타머는 단일 가닥의 DNARNA로, 항체처럼 특정 단백질이나 분자에만 결합한다. 연구진은 DNA 가닥이 백혈병에 걸린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에만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해파리 촉수를 모방한 방법을 통해 기존 암세포 포획 칩보다 같은 시간에 10배나 많은 혈액을 처리할 수 있었다. 암세포 포획률도 60~80%나 됐다.




홍합 '실' 하나로 12.5㎏ 버텨








자연: 홍합은 바위에 들러붙을 때 실 모양 ‘족사(足絲)’를 내뿜는다. 파도가 치는 조건에서도 지름 2㎜ 족사 하나에 12.5㎏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족사의 접착 단백질은 ‘다이하이드록시 페닐알라닌(dihydroxy phenylalanine, DOPA)’, 즉 도파란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의학: 포스텍 차형준 교수는 대장균을 이용해 도파를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도파를 효소로 산화시키면 아미노산이 티로신으로 바뀌고, 이들이 서로 결합해 접착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차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스’에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홍합 접착제를 발표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도파 대신 바로 티로신이 들어있는 접착 단백질을 합성했다. 여기에 빛을 쪼이면 티로신 간에 결합이 일어나 접착력을 발휘한다. 이 접착제는 도파를 이용한 접착제보다 작용 과정이 더 간단하고 접착 부위가 유연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차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마쳤고 2~3년 인체 대상 임상 시험을 거쳐 상용화할 계획이다.




잘 안빠지는 호저 가시처럼… '移植 조직' 고정








자연: 북아메리카 호저(豪猪)는 온몸을 덮은 가시 3만여 개로 적을 물리친다. 가시는 다른 동물에 박히면 잘 빠지지 않는다. 낚싯바늘처럼 뒤로 삐져나온 미늘이 걸리기 때문이다.




의학: 미 하버드 의대 제프 카프 교수와 KAIST 출신 조경우 박사는 2012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플라스틱으로 호저의 가시 구조를 모방한 접착 패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베이에서 호저의 가시를 사서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여기서 호저 가시의 미늘 구조를 확인하고 플라스틱으로 똑같이 만들었다. 인공 호저 가시는 돼지 피부에 쉽게 박혔지만 빼내려면 찌를 때보다 힘이 30배 필요했다. 연구진은 이식 조직을 고정하는 접착 패치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생충 패치 접착력, 의료용 스테이플러 4배








자연: 기생충인 구두충은 물고기의 소장에 주둥이를 찔러 넣은 후 입의 돌기 부분을 부풀려 단단하게 달라붙는다.




의학: 미 하버드 의대 카프 교수는 포스텍 출신 양승윤 박사와 함께 201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구두충을 모방한 조직 접착용 미세 바늘 패치를 발표했다. 패치에 붙어있는 미세 바늘을 조직에 찔러 넣으면 체내 수분을 흡수해 안쪽에서 화살촉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빠져나오지 않는다. 연구진은 패치로 돼지 피부를 닭 근육에 결합했는데, 접착력이 기존 의료용 스테이플러의 4배였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한 해 600만명 목숨 앗아가는 패혈증… 비장에서 답을 찾다






자연: 사람의 비장(지라)은 혈액에서 병원균과 오래된 적혈구를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만노즈 결합 렉틴(MBL)’이라는 단백질이 병원균이나 병원균이 분비하는 독성 물질 표면에 있는 당 분자에 결합한다.




의학: 2011년 하버드대 와이스 연구소는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요청으로 패혈증(敗血症)에 걸린 혈액을 정화하는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패혈증은 한 해 전 세계에서 6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의사가 패혈증의 원인균을 알아야 그에 맞는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는데, 패혈증 환자의 70%는 원인균을 알지 못하는 형편이다. KAIST 출신 강주헌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네이처 메디신’에 비장을 모방해 병원균의 종류에 상관없이 무조건 걸러내는 장치를 발표했다. 패혈증에 걸린 혈액을 정화 장치로 흘려보내면 MBL 단백질로 코팅한 자성(磁性) 나노 입자가 병원균과 독성 물질에 결합한다. 정화 장치의 한쪽에는 자석이 있어 병원균과 결합한 자성 나노 입자가 그쪽으로 몰리고, 정상 혈액 세포는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실험에서 병원균을 90% 이상 제거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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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대간 일자리 갈등…기업이 푼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300인 이하는 2017년)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55~58세인 정년에 비하면 최대 5년 가량 고용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부모 세대는 한창 나이에 퇴직해야 하는 불안감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남녀의 평균수명이 각각 77세와 80세인 점을 감안하면, 50대 중반 은퇴는 이르다. 정년이 일본 65세, 싱가포르 63세, 대만 62세, 프랑스 60세인 점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정년 연장이 ‘일하는’ 복지대책일 수 있다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 자식 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데 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올해, 청년 ‘고용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고용 절벽이라는 용어가 섬뜩하다. 아르바이트생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를 포함한 실질적 청년 실업자가 116만명에 달한다. 청년 4명 중 1명 꼴이다. 청년 고용 절벽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데서 위안을 삼아야 할 지 모른다. 미국과 서유럽 같은 선진국도 12~18%대이며,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들은 40~50%다.

기업의 일자리와 임금은 정해져 있다. 사업이 번창해 신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한, 전체 고용과 임금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은 정년이 연장된 만큼 신규 인력 채용을 억제해야 한다. 정년이 연장되는 내년부터 청년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설상가상으로 좋지 않은 국내외 경제 환경도 청년 실업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는 중국발(發) 위기설에 좌불안석이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중국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은 중국 25%, 미국 13%, 유럽 8.7%, 일본 4.9% 순으로 많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실시하는 것을 보면, 중국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일자리를 늘리는 신규 투자는 최소화될 수 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법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민주화법’ ‘동반성장론’ ‘골목상권 규제’등은 모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유일한 주체는 기업이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자유시장경제보다 규제 일변도인 나라에서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다. 4~5면에서 청년 고용절벽과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진단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한국경제

Cover Story - 세대간 일자리 갈등…기업이 푼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 국가다. 전체 인구가 서울보다 적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싱가포르가 잘살게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국적을 따지지 않는 친기업 환경을 조성한 데 있다.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기업이 싱가포르에 줄지어 있는 까닭이다. 싱가포르는 경제학적으로 완전고용 상태다. 실업률이 2%라는 통계가 있지만 이 정도면 완전고용이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은 당연히 없다. 한국과 딴판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이란 자유시장경제로의 회귀다. 인류와 한국을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였다.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에서 태동한 시장경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확대, 재산권 보호, 작은 정부, 법치주의를 기본 가치로 했다. 왕과 황제, 귀족 권력으로부터 개인들이 해방되자 인류는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영아사망률과 문맹률이 크게 줄었다.

시장경제의 가치를 잘 보호하는 나라일수록 잘 살고, 반대인 나라는 못 사는 것은 지난 200년 역사가 증명한다. 즉 시장을 무시하고 중앙통제식 계획경제를 추구했던 소련, 북한 등은 망했다.

우리나라는 수년간 반시장적인 분위기에 빠졌다. 경제민주화, 동반성장론, 동네빵집 살리기, 중소기업적합업종,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반기업 정서 등은 대표적인 자유시장 통제정책들이다.

경제통제 정책의 공통점은 한물간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산업의 태동을 막는다는 데 있다. 마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자동차의 속도를 규제하는 것이 옳을까. 대답이 ‘아니오’라면 최근 도입된 경제민주화법 등에 대해서도 같은 대답을 해야 옳다. 모두 마차보호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동네 빵집(마차)을 보호하기 위해 파리바게뜨 출점(자동차)을 규제해선 안된다. 파리바게뜨가 번창하면 새로운 일자리와 관련 중소기업이 늘어난다. 파이의 확대다. 동네빵집을 버리고 파리바게뜨를 찾은 것은 소비자다. 혁신이 일어나야 새로운 선택과 일자리가 생긴다.

재래시장(마차)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자동차) 영업시간도 제한해선 안된다. 소비자가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는 자기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에서 대형마트로의 전환은 자연스런 유통혁신의 결과다. 대형마트에는 무려 5만개의 납품회사가 들어간다. 재래시장보다 훨씬 많은 경제주체들이 엮여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제한되면 5만개 회사들이 타격을 입는다. 전부 일자리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줄면서 거기서 일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생, 주부 근로자, 납품 농가들만 더 어려워졌다.

노동유연성 높이자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정년연장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이 경제 위기국면에 들어가 있고, 경제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 현실에서 정년연장은 부담이다. 기업이 어려울 땐 해고할 수 있고, 좋을 때 더 고용할 수 있는 노동 유연성은 필수다. 그래야 불황을 견딘다.

하지만 정년연장 부담을 덜어줄 임금피크제는 노동계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거대 노조는 해고요건 완화를 반대하고 정규직 보호에만 급급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비정규직만 고용하는 방법으로 고용 부담을 덜려 한다. 고용을 독점 공급하는 강력한 노조의 인식전환이 없으면 수요와 공급을 기본틀로 하는 시장경제는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야만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고용하고, 세대 간 일자리 갈등도 줄어든다. 기업만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한다.

외국 기업 유치하자

국내 기업, 외국 기업이라는 이분법도 없애야 한다. 경제개방도가 큰 나라일수록 기업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춰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시대에 우리는 국적을 따진다. 우리나라에 좋은 외국 기업이 많다면 고용은 늘어난다.

싱가포르는 외국 기업 천국이다. 법인세를 높여 외국 기업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나을까, 법인세를 낮춰 한국으로 오게 하는 것이 나을까. 당연히 후자다. 우리나라는 현재 반대로 법인세 인상 타령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제환경이 좋은 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한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세금을 안 내도 되니 고용만 해달라는 외국이 수두룩한 게 국제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는 논란은 후진성을 대변한다.

■‘하르츠 개혁’으로 일자리 창출한 독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다. 독일은 1990년 중반을 기점으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동독과 통일한 이후부터 통일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후유증이었다. 동독 사람들의 사회보장을 서독 사람 수준으로 높여야 했다. 정부 지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급락했다. 2000년대 초반 경제성장률이 1%대였다. 실업률도 치솟아 2005년엔 11.2%를 기록했다. 불황기에 가장 타격을 입은 세대는 청년층이었다. 신규 고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극적 반전은 ‘하르츠 개혁’ 이후에 나타났다. 하르츠 개혁은 일종의 노동시장 개혁이었다. 우선 실업수당을 줄여 국가 부담을 덜었다. 독일 국민들은 실업수당 지급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줄였다. 기업들이 불황기를 구조조정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정부는 또 월 소득 450유로 미만인 임시직(미니잡)을 대폭 늘리도록 했다. 정규직 창출만 고집하지 않았다.

하르츠 개혁의 효과는 이후 나타났다. 현재의 독일은 11.2%였던 실업률이 4.8%까지 낮아졌다. 더불어 노동비용 절감과 제조업 경쟁력이 상승해 유럽 최강의 국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 유연성 확보가 핵심이었던 셈이다. 위기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하르츠 개혁은 잘 보여준다. 노동조합의 입김이 막강한 독일에서 하르츠 개혁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한국경제

Cover Story - 세대간 일자리 갈등…기업이 푼다



한국 사회에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650만명(인구의 13%)에 달할 정도다. 2026년이면 20%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이런 탓에 노인의 나이를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자리 갈등의 근본 원인은 두 가지다. 경제침체와 정년연장을 비롯한 노동시장 경직성이다. 둘 중에서도 경제침체가 더 큰 문제다. 경제가 매년 꾸준히 5%씩 성장한다면 갈등의 골은 사라진다. 정년연장이 주는 부담도 감내할 수 있다. 청년 고용절벽도 두려울 것이 없다.

경제침체…체감 청년실업률 25%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10.2%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재수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고용까지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25%에 육박한다. 첫째 원인은 경제침체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3%에 불과했다. 작년 4분기(0.3%)에 이어 금융위기 여파를 겪었던 2009년 1분기(0.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성장 둔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성장률은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최악이다.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을 보면 중국(1.70%), 홍콩(0.40%), 대만(1.59%) 등이 한국보다 높았다. 또 최근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겪은 그리스(0.8%)도 우리 성장률보다 높았다. 한국의 경제체력이 거의 바닥권이라는 경고에 다름아니다.

경제가 불황에 빠질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고용 축소, 투자 축소다. 특히 신규 인력 포기다. 신규 인력은 대부분 젊은 층을 의미한다. 기존 인력으로도 허덕거리는 기업들이 ‘새 피’를 수혈할 여력이 있을 수 없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대학졸업생들이 서너 군데에서 입사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도 경제가 급성장할 때였다. 지금 대졸자들은 취업 재수는 기본이다.

정년연장…노동유연성 부족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다. 한 번 고용하면 경영이 안 좋아도 구조조정하기 힘들다. 여기에는 막강한 노동조합도 한몫한다. 노조는 근로자의 권리를 지킨다는 점에서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대규모 노조는 정규직 보호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어 신규 채용의 물꼬를 터주지 못한다. 정규직이 노조에 의해 보호되는 한 기업이 생산성이 낮은 장기근속 정규직을 청년으로 바꿀 재간이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에 힘을 쓴다. 노조가 무서운 탓도 있지만, 경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기업들은 정규직보다 해고가 비교적 유연한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때문에 정규직 노조가 청년들에게 돌아가야 할 양질의 일자리를 막는다는 비판이 많다.

여기에 정년연장이 겹쳐 있다. 노동 유연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데 반해 고용보장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뚜껑을 닫아놓은 상태로 새 물을 넣을 수는 없다. 새 물은 바로 청년들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고임금을 받는 정년대상자 수가 줄어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채용을 하지 않아도 인건비가 증가하는 셈이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할 여력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정년연장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평균수명이 80세에 이른 장수시대에 50대 중반의 은퇴는 또 다른 사회 문제다. 특히 요즘은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세태여서 부모세대의 정년연장은 건강과 노후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정년연장이 가장 실질적인 사회보장책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고령자의 경우 대부분 높은 임금자여서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미만보다 3배나 많다. 반면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기업들은 특히 매년 5% 이상을 신규 채용해야 업무 노하우와 기술을 제때 전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55세 이상이 직장에 남게 되면 2016년부터 1990~1996년생의 취업환경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청년들은 요즘 ‘임시직의 늪’에 빠져 있다. 대부분 청년구직자들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런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고착화로 인해 노력과 결과는 무관하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늘어나고 있다.

■ 임금 피크제가 뭐지?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에 이른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2016년부터 300명 이상 기업의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임금은 특정 연령부터 정년까지 매년 깎아나간다. 정년을 늘리되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비정규직:근로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시근로자와는 달리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는 계약직, 일용직 및 파견직을 말한다. 상시근로를 하지 않는 파트타임 근로자도 포함된다.

고용절벽:통상임금의 확대, 법정 정년의 연장 및 사업 규제 등으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급감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용유연성:외부 환경 변화에 인적자원이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배분 또는 재분배되는 노동시장의 능력을 의미한다. 해고가 자유로워야 고용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엔 노조의 힘이 강해 노동시장이 정규직 위주로 경직돼 있어 새로운 고용을 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제: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으며,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2016년에는 전년보다 8.1% 인상된 6030원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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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평창 보광휘닉스파크 운영업체인 보광에 대한 유동성 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창 보광휘닉스파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 개최지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 업체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보광의 유동성 위기 우려를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보광이 지급보증을 하고 있는 STS반도체통신 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연이은 적자 상황에 골프장과 리조트 회원들의 리콜 가능성까지 감안해 올림픽 개최 장소 운영업체의 유동성 위기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 마련 필요성을 올림픽조직위 측에 제시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보광은 영업손실이 2013년 10억4134만원에서 지난해 49억7755만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18억6329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1200억원대 장기차입금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직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개최 장소 운영업체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터지면 국제적 위신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STS반도체통신 매각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호재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회원권 리콜 가능성도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보광은 휘닉스파크의 콘도와 골프장, 워터파크, 스키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5년이나 10년 이후 입회금 전액 반환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판매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보광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입회금 만기는 올해만 191억원이 돌아온다. 내년에는 45억원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만기 도래 금액은 247억원이다. 보광은 이 돈을 보증금 형태로 장부상 기록하고 있지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광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기차입금이 은행 차입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자율 협약이나 워크아웃 같은 회생 방안을 적용하기 힘든 구조다.

보광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1200억원대 규모 장기차입금을 지난해 지식재산권(IP) 전문회사에 담보부 차입 형태로 넘긴 상태다. 보광은 회사의 부동산 등을 통해 이 거래를 담보부 차입으로 처리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개최 장소 운영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고 해서 대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아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광 관계자는 "리콜이 들어오는 만큼 새로운 회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오히려 분양권 모집이 더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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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H Cover Story]
전셋값 치솟고 월세 전환 가속

"마이홈 장만은 신기루일 뿐"

부모 집에서 끝모를 더부살이도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서 ‘N포세대’로 불리는 20, 30대. 사회생활의 첫 관문인 일자리 마련부터 좌절을 겪기 일쑤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사회에 발을 들였다 한들 팍팍한 현실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잃는 것이다. 월세나 전세에서 시작해 조그만 집을 얻고, 갈아타기로 부를 늘려간 전(前) 세대에 비해 N포세대 앞에 놓인 주거 사다리가 턱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성장 구조에 임금은 정체 상태인 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 전환 추세로 주거비용이 커져 맞벌이라 해도 자산 축척의 기회를 갖기가 훨씬 힘들게 됐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최근의 사회 현상도 주거 사다리 문제가 큰 요인이다.

지난해 결혼한 김모(28)씨 부부는 월세로만 125만원을 낸다. 김씨의 꽃가게와 남편의 직장 중간 지점인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신혼 집(26평)을 얻은 탓이다. 전세를 놓는 곳이 없는 터라 보증금(3,000만원)은 적은 대신 월세가 높은 집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월 수입은 600만~700만원. 김씨는 “꽃가게 특성상 수입이 일정치 않아 꽃가게 임대료, 생활비 등 들어가는 비용을 제하고 나면 저축할만한 돈이 거의 없어 시댁에서 월 50만원씩 원조를 받고 있다”며 “여러 궁리를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요즘 맞벌이는 그나마 낫다. 직장인 K(31)씨는 올해 내 결혼 예정이지만 결혼 후에도 친정에서 당분간 살기로 결심했다. K씨는 “예비신랑이 대학원생인데다 월세 부담이 너무 커 친정에 몇 년간 신세를 지며 돈을 모아 독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상담을 온 20대 여성의 경우 전일제 커피숍 아르바이트로 130만~140만원 벌어 옥탑방 월세로 36만원을 낸다고 하소연했다”며 “벌이의 4분의1이나 3분의1을 주거비로 내는 비정규직 1인 청년가구는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안정적 주거를 갖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4월 발표한 주거비용 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 소비지출의 3분의 1이 주거비용으로 나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큰 집을 갖고 있어 부담이 큰 40대 이상뿐만 아니라 20, 30대 임차인도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가 33%에 달한다. 일반적인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용(단순 월세에 주택유지 및 연료비 등 일체로 슈바베 계수라 함)은 11~12%수준이지만 액수가 큰 전ㆍ월세 보증금을 월세로 평가할 경우 주거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시기에는 갈아타기를 통한 불리기, 즉 ‘아파트 사다리’가 가능했지만 주택시장이 저성장 구조로 흐르는 상황에서 젊은 층에게는 불가능한 구조”라며 “‘금리 모르핀’에 취해 대출의존도를 높인 젊은 층은 ‘렌트 푸어’든 ‘하우스 푸어’든 주거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한국일보


[H Cover Story] 월세 시대, 몸서리치는 청년들
빨라지는 전세의 월세 전환

주거비 1년새 20%나 폭등

사회 위험요소 불똥 소지

결혼·출산 꺼리고 세대간 마찰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시작한 회사원 박민호(33)씨는 11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주말마다 전셋집을 보러 다니느라 고역이지만 3개월째 소득이 없다. 박씨는 “직장과 가까운 강서구, 은평구, 일산 등을 뒤져도 전세는 아예 찾기가 힘들다”며 “외벌이라 월급에 맞춰 30만원 이하 월세라도 구해봤지만 매물이 나와 있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포털이나 부동산 앱에 마음에 드는 매물이 올라와 전화해보면 벌써 나갔다는 대답이다. 그는 “미끼로 전세 매물을 올려놓고 월세를 권하는 게 열에 여덟 건”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월세 시대에 20, 30대는 더 죽을 맛이다. 사회 생활을 이제 시작한 이들에게 돈을 모을 기회가 더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비싸더라도 대출을 갚아나가는 동안 내 돈이 되지만 월세는 주거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만기를 앞두고 전세금을 너무 많이 올리는 바람에 새 집을 구하러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상원(35)씨는 “겨우 어린이 집에 적응한 두 돌 된 딸 때문에 서울 강동구 집 근처에 구하려 하는데 엔간한 집은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며 “저축할 돈이 남아 나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전세금을 월세로 낼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뜻하는 ‘전ㆍ월세 전환율’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다. 지난 6월 서울의 주택 전ㆍ월세 전환율은 7.5%. 3억원짜리 전셋집의 경우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추가로 올린 7,000만원을 월세로 받고자 하면 세입자는 연간 52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매달 44만원가량이다. 그러나 7,000만원을 시중은행에서 전세금 대출(금리 3%)로 돌리면 연간 이자로 21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신용에 따라 2% 초반 금리도 가능해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입자로서는 당연히 전세가 이득이지만 집주인이 월세를 요구하면 집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에 전세의 월세 전환은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ㆍ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12년 50.5%로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55%를 기록했다.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거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올랐다. 10년 전인 2005년 2분기와 비교하면 가계 주거비 지출 규모는 10년 만에 89%나 증가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7.6%인 것에 비춰보면 증가 폭이 너무 크다. 전ㆍ월셋값이 동반 상승한 탓이 크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소득대비 월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신세대(임대인)와 구세대(임차인)간의 갈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 역시 주택난을 겪었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주택을 살 수 있었고, 집값 상승기에 재산을 축적했다. 그러나 보유자산도 없고 자산을 축적할 가능성도 낮은 상태로 사회에 던져진 청년세대는 기성세대가 만든 부동산 버블과 월세에 갇혀 숨도 쉬기 힘들게 됐다는 진단이다.

청년세대의 주거문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부른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거비용 부담은 결혼을 꺼리는 요인이 되며 곧 저출산 등 사회 유지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설비 일을 하는 김주원(30)씨는 “한 달에 150만원 남짓 벌어 저축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결혼해서 전셋집 장만하기도 힘들 것 같다”며 “결혼은 하더라도 애는 안 낳을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에서 저금리 대출 등 대책을 내놓지만 청년층의 소득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근본 해결책이 못 된다. 조 교수는 “선진국치고 임대료를 통제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며 시장에서 풀기 쉽지 않은 주택문제는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시는 임대료 상승률을 1년에 1%, 2년 2.75%로 제한했고, 독일 베를린시도 평균보다 10%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물론 우리도 임대료 상한규정(5%)이 있지만 집주인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 조합원들이 출자금 8,200만원과 서울시 기금을 모아 장기 임대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빌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빌라 두 채(14~18평형)를 주변 시세의 60% 가격으로 임대하는 등 새로운 주거실험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서울 거주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주거 빈곤층(최저주거기준 면적이 14㎡에 미달 혹은 독립된 방 부재 등)’에 해당된다며 적극적인 정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정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최장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임대주택 ‘뉴스테이’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 서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이고,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을 위한 ‘행복주택’ 역시 입주 대상에 미취업자 등 구직청년은 제외돼 있다. 더욱이 공급량도 적어 체감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5% 정도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을 OECD 수준(20%)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주거약자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전셋값도 치솟고 월세전환 비용이 높아지면서 사회 초년생들의 주거비용이 높아지는 건 사회적으로도 불안 요소가 된다”며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전ㆍ월세 문제의 근본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에 불똥이 튄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H Cover Story] 2030 내집마련 부러진 희망 사다리
취업과 결혼, 집장만 등 라이프 사이클에서 이른바 N포세대(포기할 게 너무 많은 세대)라는 20ㆍ30대가 얼마나 곤란한 처지에 있는지는 사회주도층인 586세대와의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꼭 20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국내 10대 대기업에 꼽히는 A그룹의 간부와 정규직 사원으로, 서울의 중위권 대학 공대를 졸업하고, 결혼도 비슷한 나이에 했다. 안정적인 삶의 필수요소인 취업과 주거를 중심으로 부장 S씨와 사원 K씨의 궤적을 살펴봤다.

주거 걱정 없던 586세대 S부장

아파트 사고팔며 재산 5배로

빚 부담에 출산도 미룬 K사원

"평생 전·월세 전전하나" 한숨



▦티켓 입사에 집테크까지 586세대

84학번인 S씨는 올해 만 오십.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 데모 하느라 요즘 청년만큼 토익이나 해외연수 등 스펙을 쌓을 여력이 없었지만 취업 걱정은 해 본 적이 없었다. 4학년 1학기에 이미 면접만으로 채용이 결정돼 90년 10월 입사했다. ‘티켓’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공대생은 골라서 회사를 선택하고 자동 취업이 되던 분위기였다. S씨는 입사 3년째 되던 93년 가을 결혼하면서 1,500만원에 서울 도봉구 단독주택 2층에 방 2칸 전셋집을 얻었다. 20%만 본인 자금이었고, 본인과 부인 명의로 1,2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S씨는 “당시 이자는 10% 안팎(12만~15만원)으로 높았지만 초임 연봉(1,200만원)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결혼 2년 후 아이가 생기자 S씨 부인은 직장을 그만뒀다. 외벌이지만 S씨는 집을 얻는 데도 큰 장애가 없었다. 오히려 부동산 호황기여서 ‘사고 팔고’를 거듭하며 부를 축적하는 기회가 됐다. 94년 경기 의정부시에 13평 아파트 전세를 살면서 그 해 말 경기도 분당에 15평짜리 아파트를 처음으로 샀다. 직장이 있는 여의도에서 멀어 직접 살지 않았지만 전매기간이 끝난 뒤 분당 집을 팔면서 두 배 이상 남겼다. 절반 정도를 대출받아 3,000만원에 분양 받았지만 7,000만원에 판 것이다. 그 동안 보너스 등 저축으로 대출금도 거뜬히 갚은 터라 재산은 불과 몇 년 사이 5배 가량 늘었다. S씨는 “직장생활로는 목돈 모으기가 힘든데 본의 아니게 재테크를 잘했다”고 했다. 90년대 수도권 평당 분양가는 200만원 정도로 분당, 평촌 등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만 받으면 오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집값이 폭락한 2000년 초 서울 강서구에 32평 아파트를 마련해 이사했다. 이 과정에 생활비가 지원되는 해외주재원으로 2년 가량 부임해 넉넉하게 저축도 할 수 있었다.

호사다마랄까. 벤처 붐 일던 2000년대 초 퇴사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아파트를 날릴 정도로 망해 처가살이를 했다. 위기였지만 몇 개월 후 같은 회사에 재입사해 해외주재원으로 4년여 머물며 전셋값을 모아 2005년 강서구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2008년부터 전셋값이 급상승하자 2013년 고양시에 미분양이 된 34평형 보금자리주택(2억 7,000만원)을 매입해 살고 있다. S씨는 “586세대는 큰 어려움 없이 사회에 뛰어들었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있던 축복받은 세대”라며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집을 갖는 게 요원한 일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 성공해도 주거 장벽 N포세대

만 서른인 사원 K씨는 2012년 졸업 후 몇 달 안돼 이 회사에 취업했다. 한 때 원서만 넣으면 취업이 된다는 기계공학 전공이지만 이력서 수십 통을 넣어서 최종면접까지 간 것은 두 군데뿐이었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청년실업률과 절반 수준인 대졸자 취업률 속에 운이 따랐다. K씨는 “과 친구들 가운데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K씨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S부장보다 3년 늦었다. 취업난 등으로 지난해 남자 초혼 연령(32.4세)이 1990년(남자 27.9세)에 비해 5년 늦어진 것에 비하면 이른 편이다. K씨 역시 S부장과 마찬가지로 부모 도움 없이 모아둔 돈과 은행 융자로 신혼 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석 달 동안 주말마다 전셋집을 구하려 발품을 팔았지만 월세 물량만 넘쳐나 허탕을 쳤다. 다행히 같은 직장에 세입자를 찾는 이가 있어 서울 양천구 목동 18평짜리 빌라를 1억3,000만원에 얻었다. K씨가 2,000여 만원, 예비신부가 약 4,0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7,000만원은 대출받을 계획이다. K씨는 군 제대 후 08학번으로 입학해 부모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학자금 대출을 떠맡았다. 때문에 입사 4년 동안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고, 아직도 학자금 대출이 150만원 정도 남아 있다.

K씨는 “도심 주변은 너무 비싸 전세든 월세든 집을 구할 수 없었다”며 “빚을 갚아 전셋값이라도 손에 쥐려면 앞으로 2년 내에는 아기를 갖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K씨 연봉은 4,000만원 수준. 결혼해서도 맞벌이를 할 계획이라 한 사람 월급을 고스란히 모으겠다는 계획이라 2~3년 정도면 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전세기간 만료로 집을 옮기거나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미래를 낙관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2세 계획도 빚을 다 갚고 난 후로 미뤘다.

여러 차례 운이 좋았다던 그도 “많은 빚을 안고 무리하게 신혼 살림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기까지 생기면 너무 어려워질 것 같다”며 “우리 세대는 결혼도, 아기를 갖는 것도 모두 무리인 세대”라며 한숨을 쉬었다. 예전 선배들처럼 결혼해서 몇 년 안팎에 집을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그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기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약도 계속 붓고 있으며 주식 투자를 통해 약간씩 재테크를 하고 있다지만 계속 전ㆍ월세로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S부장이 아파트 갈아타기를 통해 빚을 갚고 재산을 불렸다면 K씨는 암울한 부동산 전망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도 어려운 처지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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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45홀 그린피 9만원, 36홀 7만원, 27홀 5만원, 18홀 오전 9시 전 4만원·11시 이후 3만원.’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제주도 내 A골프장(27홀, 비회원제)이 올여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중 ‘무한필드 이벤트’다.

수도권 회원제골프장 18홀 그린피(골프장 입장료)가 평균 주중 18만∼20만원, 주말 23만∼2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파격적이다.

이뿐이 아니다.

강원도 B회원제골프장은 올해 회원 모집을 하면서 ‘입회금 반환 보증서’를 발행한 데 이어 전국 어느 골프장 회원이라도 ‘회원대우’를 해준다. 이 골프장의 회원 요금은 18홀에 1만원(각종 세금 별도)에 불과하다. 다른 골프장 회원이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세금에다 1만원만 내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동반자에게도 25∼30% 할인해 준다.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제주도 C골프장은 미국처럼 이용객이 카트를 직접 몰고 페어웨이 진입도 허용하고 있다. 인터넷회원에게는 무료로 뷔페를 제공한다.

‘골프장 500개 시대’를 맞아 골프장마다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이 치열하다. 콧대 높던 골프장들이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내 골프장은 그린피 하한 마지노선인 18홀 5만원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18홀 그린피 3만원이면 스크린골프장 이용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여름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주민에 한해 그린피를 주중 3만∼5만원, 주말 5만∼6만원으로 내렸다. 골프장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린피를 내리고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자구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의 경우 2002년 8곳이던 골프장이 현재 30곳으로 급증하면서 출혈경쟁에 따른 영업적자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제골프장들은 그린피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제가 연말에 끝날 것으로 보여 더욱 울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년 전만 해도 비회원이 회원제골프장을 예약하려면 온갖 ‘백’을 동원해야 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회원제골프장들이 주중 등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모시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골프전문여행사 대표 김모(47)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항공좌석을 확보해도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 콧대가 높았던 골프장들이 이제는 파격조건을 제시하며 손님을 데려와 달라고 구애를 한다”면서 “요즘은 오히려 항공편 예약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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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사자의 언덕’서 진군 멈춘 나폴레옹 … “비가 유럽사를 바꿨다”

워털루 기념관의 파노라마관에 그려져 있는 당시 전투 장면. 워털루 인근 벌판에서 프랑스군과 연합군이 맞붙었다. 1815년 6월 18일의 이 전투로 프랑스군 4만 명, 영 연합군 1만5000명, 프러시아군 7000명 등 6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 신세계]

“만일 1815년 6월 17일과 18일 사이의 밤에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유럽의 미래는 달라졌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제2부 1편 ‘워털루’의 3장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위고는 적었다. “물이 몇 방울 더 많으냐 적으냐로 나폴레옹의 운명이 갈렸다. (…) 하늘을 가로질러 간, 때아닌 구름 한 조각은 세계 하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15일, 벨기에 중부에 있는 소도시 워털루(Waterloo)를 찾았다. 200년 전 그날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1815년 6월 18일, 유럽을 호령하던 나폴레옹 1세(1769~1821)는 워털루에서 영국·프러시아·네덜란드 등으로 구성된 연합군에 패한 후 두 번째로 오른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로써 프랑스의 유럽 지배는 끝나고, 주도권은 영국으로 넘어갔다. 이후 나폴레옹에 의해 촉발된 민족주의가 유럽을 휩쓸었고 유럽의 지도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워털루 벌판에서 10시간 동안 벌어진 하나의 전투가 유럽사·인류사를 바꿔놓은 것이다.

기자와 함께 이곳을 찾은 건 한국 대학생 20명. 신세계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인문학 프로그램 ‘지식향연’에 선발된 ‘청년영웅단’ 2기 학생들이다. 이들은 워털루 전투 200주년을 맞아 ‘세상을 바꾼 청년영웅, 나폴레옹’을 테마로 서유럽 곳곳에 있는 나폴레옹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나폴레옹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파리 개선문, 나폴레옹이 잠들어있는 앵발리드 등을 거쳐 워털루에 도착했다. “어? 오늘 나폴레옹 생일이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누군가의 말에 학생들이 웅성댔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769년 8월 15일, 지중해 서쪽의 작은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났다.

왼쪽부터 워털루 기념관의 마네킹으로 꾸민 나폴레옹과 부하들의 작전회의 장면,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나폴레옹의 관, 사자의 언덕 사자상 아래서 벌판을 바라보는 신세계 '지식향연' 참가 대학생들.

워털루 벌판 중심에 있는 ‘사자의 언덕(Butte du Lion)’을 오른다. 비 때문에 계단이 미끄럽다. 올라서니 사방이 드넓은 벌판이다. “결전의 날 나폴레옹은 날씨 때문에 공격을 지연시킵니다. 땅이 질척여서 진군이 어려우리라 판단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블뤼허의 프러시아 군대가 워털루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준 셈이 됐어요. 의도치 않은 실책이었죠.” 대학생들을 인솔하고 유럽 탐방에 나선 역사저술가 송동훈(45)씨가 언덕 한편에 있는 군사 배치도를 들여다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폴레옹의 패전은 개인의 오만 때문?=워털루 전투는 전쟁사에 길이 남을 박빙의 승부였다. 사령관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전술적 판단, 엎치락뒤치락했던 혼전은 지금도 역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6만9000병력과 웰링턴 공작이 이끄는 영 연합군 6만7000명이 맞붙었고, 말 3만5000마리와 대포 500문이 동원됐다.

전투는 오전 11시25분쯤 프랑스군이 연합군이 포진한 몽생장(Mont-Saint-Jean)을 향해 포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포격과 동시에 프랑스군이 진격했다. 웰링턴의 군대는 산등성이에 횡대로 포진해 프랑스군을 맞았다. 밀고 밀리는 공방이 계속됐고 오후 5시가 되자 견고하던 연합군은 프랑스 기병의 돌격에 밀리는 듯했다. 위기에 처한 웰링턴을 구원한 것은 워털루에 당도한 4만8000명의 프러시아군이었다. 블뤼허 장군이 이끄는 프러시아군의 합류로 연합군은 확실한 승기를 잡게 되고, 프랑스는 근위대까지 투입하며 최후의 결전을 펼쳤지만 결국 퇴각한다.

전투 200주년을 맞아 사자의 언덕 아래에 문을 연 워털루 기념관은 그림과 지도,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관람객들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전투 과정을 찍은 3D 극영화도 상영 중이다. 연구자들은 이날 나폴레옹이 여러 가지 전략적 오판을 했다고 말한다. 농가에 소수의 병력을 배치해 프랑스군을 끌어들인 웰링턴의 ‘미끼’에 말려든 것, 3만 병력을 이끈 그루시 후작에게 프러시아군을 계속 뒤쫓도록 명령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본대를 지원할 병력이 부족하게 된 것 등이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다혈질인 네 원수에게 좌익을 맡긴 ‘인사상의 실수’도 지적된다.

기념관 중앙에는 나폴레옹이 참모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 모습이 마네킹으로 재연돼 있다. 나폴레옹은 입을 꾹 다문 심각한 표정이다. 송동훈 작가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폴레옹의 오만과 실수, 잘못된 인물 기용이 패배를 불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워털루에서 이겼다면 나폴레옹의 유럽 제패가 가능했을까요. 1808년 스페인 원정에서 실패했을 때부터 나폴레옹에겐 몰락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어요. 나라뿐 아니라 개인과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몰락에는 늘 징후가 있기 마련이죠.” 워털루에서의 패배가 결정적이긴 했지만, 이전의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국력을 소모한 나폴레옹의 프랑스에 더 이상의 승리는 어려웠다는 의미다.

워털루 벌판 한가운데 있는 '사자의 언덕(Buttedu Lion)'. 계단 226개를 올라가야 한다.

◆승자와 패자, 다른 기억=워털루 전투의 피해는 컸다. 양측 합쳐 6만여 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올해 6월 18일 사자의 언덕에서는 유럽 각국의 왕족과 전투에 참여했던 프랑스·영국·독일·네덜란드·벨기에 군인의 후손들이 참석해 워털루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워털루 평원에서는 당시의 전투복을 갖춰 입은 5000명의 자원자들과 말 360마리, 대포 100문이 동원된 모의 전투도 펼쳐졌다. 유럽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장에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200주년을 맞는 각국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영국에서는 윈저궁을 비롯해 곳곳에서 워털루 전투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6월에는 벨기에가 사자의 언덕 모습을 담은 워털루 200주년 기념주화를 발행하려 하자 프랑스가 이에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이미 통합의 길에 들어선 유럽이지만, 아직도 민족의 기억은 유효하다.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나폴레옹은 유럽의 근대화를 앞당긴 주역이었다. 신분에 상관없이 관리를 선발했고 모든 국민이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고 선언했다. 세계의 근대법과 행정체계는 그의 아이디어에 기반을 뒀다. 나폴레옹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역사는 그가 가리켰던 곳을 향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나폴레옹은 역사가 향하는 방향을 읽어내고 구체제에 계속해서 도전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 청년들이 그런 도전정신을 배웠으면 한다”고 송 작가는 말했다. 한 영웅의 삶과 업적을 돌아본 대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창훈(경북대 영어교육과 4학년)씨는 “개인이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제대로 갖춰진 시스템과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유리아(건국대 국제무역학과 4학년)씨는 “근대의 뿌리가 된 장면들을 현장에서 접하면서 세계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빅토르 위고는 위 책에서 나폴레옹의 삶을 이렇게 정리한다. “위대한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사람의 소멸이 필요했다.”

워털루(벨기에)=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S BOX] 워털루는 영국군 주둔 마을 … 실제 전투는 5㎞ 남쪽 ‘몽생장 고지’

나폴레옹의 최후 전투가 벌어진 곳은 사실 워털루가 아니었다. 워털루에서 남쪽으로 약 5㎞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생장 고지였다. 이날 워털루 마을에서는 실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워털루 전투’로 불리게 된 것은 승자의 선택이었다. 워털루는 영국군 총사령부가 있던 마을의 이름이다. 웰링턴은 승전 후 이곳의 이름을 따 ‘워털루 전투’라고 명명했다. 영국군 총사령부로 사용된 건물은 현재 ‘웰링턴 기념관’이 됐다. 기념관에는 웰링턴이 전투에서 이긴 후 여왕에게 승전을 알리는 편지를 썼던 책상이 남아 있다.

패전국인 프랑스는 처음 실제 전투가 일어난 곳의 지명을 따 ‘몽생장 전투’라고 불렀지만 차츰 영국의 표기를 따르게 됐다. 독일에서는 자신들의 지원으로 이긴 이 전투를 ‘아름다운 동맹 전투(Schlacht bei Belle-Alliance)’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뤼허와 웰링턴이 승리 이후 처음으로 재회한 여관의 이름이 ‘La Belle Alliance’였기 때문이다. 프러시아군 사령관이었던 블뤼허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프랑스에 맞섰다는 의미를 살려 ‘아름다운 동맹 전투’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전투 중 나폴레옹의 사령부로 쓰이기도 했던 이 여관은 현재도 나이트클럽으로 사용 중이다.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전투는 차츰 ‘워털루’라는 명칭으로 정착된다. 다른 명칭에 비해 영어권 사람이 쉽게 발음할 수 있었던 게 큰 이유라는 설도 있다. <참고 : 위키피디아,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투』(책세상), 블로거 Nasica>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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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김봉진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무료 배포한 서체인 '한나체'로 쓴 철가방을 들고 있다. 그는 "큰딸 이름에서 딴 서체"라며 "예쁜 한글이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네버랜드(Neverland)’.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환상의 나라다. 이곳에 사는 어린이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에도 네버랜드가 있다면 어딜까.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벤처기업 ‘우아한형제들’ 본사가 그 하나일 것이다.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39) 대표를 지난 26일 서울 석촌동 네버랜드 10층의 ‘피터팬의 다락방’에서 만났다. 원형 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다락방은 회의실로 쓰인다. 계단형 단상에 앉으면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 대신 창밖 풍경을 보며 아이디어를 낸다. 김 대표는 “마주 보는 회의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공간을 창의적으로 만들면 사람의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엔 위트 넘치는 글이 곳곳에 있다. ① 천장이 낮은 곳을 지날 때 주의하라는 문구. ② 놀이동산을 바라보는 대형 피터팬 스티커. ③ 피터팬의 다락방 전경. ④ 접견실인 악어의 방과 앵무새의 방. ⑤ 구성원들은 회의실에 들어서기 전 '생각하기'란 질문을 먼저 받는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 왜 네버랜드라고 부르나.

“우리 회사는 카페에서 시작해 선배 사무실 한쪽을 거치며 성장했다. 당시 구성원들(그는 회사 직원들을 구성원이라고 부른다)에게 버킷리스트를 받았는데 회사가 한적한 곳에 있기를 바라더라. 공원 주위 부동산을 알아봤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꽂혔다. 문득 네버랜드가 떠올랐다. 공간이나 디자인에 이야깃거리를 담는 걸 좋아한다. 스토리를 입혀야 생명력을 갖는다. 원래 존재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어도 교감하고 이야기가 들어가면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 또 다른 회의실에 ‘후크의 해적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무 바닥으로 만들어 해적선에 탔다는 느낌을 주는 식이다.”

- 효과는 있나.

“공간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박물관에 갈 때와 클럽에 갈 때를 생각하면 된다. 회사가 창의성을 얘기하면서 칸막이를 치고 전형적인 회의실을 두면 창의적일 수 없다. 최근 ‘우리 동네 카페’란 실험을 하고 있다. 회사 주변의 카페와 계약해 구성원들이 마음대로 커피를 마시면서 회의를 할 수 있게 했다.”

- 실험을 많이 한다.

“재밌다. 구성원들과 얘기하다 보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지만가’라고, ‘지만(저만) 집에 갑니다’ 또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뜻이다. 본인 생일과 배우자 생일, 기념일엔 무조건 오후 4시 퇴근이다. 월요일 오전까지 쉬는 4.5일제와 자기 성장 도서비 지원도 있다. 월 100만원을 도서비로 신청한 직원도 있었는데 목적에 맞다면 괜찮다. 영업본부의 인센티브는 없앴다. 대신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더해 그만큼 연봉을 책정한 뒤 팀 실적제를 도입했다. 그랬더니 지난해 성과가 더 좋았다. 영업사원끼리의 경쟁이 없어지고 자기 노하우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 최근 바로결제 수수료(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때 점주들이 지불하는 수수료) 0%를 밝혔다.

“적자는 커졌는데 주문량은 늘었다. 신규 구매자가 24% 늘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사회적 책임감도 고려하는 걸 알게 됐다. 수수료는 좋은 수입원이지만 거부감이 있는 데도 밀고 나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광고·디자인 상품 등 다른 수익 모델을 더 개발하고 있다.”

-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나.

“살면서 근면·성실이 가장 중요하단 걸 알았다. 척도로 잡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칼출근(제시간 출근)을 강조한다. 지각하는 구성원은 ‘근면성실 TF’에 들어간다. 거기서 ‘앞으로 지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한다(웃음). 천재성보다 성실함이 우선이다. ‘회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나 함께 비범한 성과를 내는 것’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경영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의 선두주자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짜장면·치킨 등 배달 업소를 검색하면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까지 가능하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1900만 건을 넘었고 월 주문량은 550만 건이다. 2011년 창업 당시 6명이었던 직원은 230여 명으로 늘었다.

- 구성원들 관리가 힘들어졌겠다.

“관리보다는 관심이 중요하다. 관리하는 걸 알면 딱 그만큼만 일한다. 대신 관심이나 애정을 더 많이 보여주면 믿음이 생긴다. 그러면 갖고 있는 능력치보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한다. 또 하나는 관계의 문제다.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진짜로 힘들어하는 건 동료와의 관계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엔 인사팀 대신 ‘피플팀’을 만들었다.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구성원들 간 관계는 어떤지 신경을 쓰는 팀이다. 대신 A, B, C와 같은 개인별 성과평가는 안 한다. 나도 회사생활 하면서 했던 고민이다. 잘하는 사람이 혼자 잘나서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거기서 튀는 사람이 주목을 받지만 사실은 많은 팀원의 도움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을 서포트하는, ‘타인의 역량이나 재능을 증폭시켜주는 사람’을 찾아낸다. 그들을 더 많이 케어한다.”

벤처업계의 잘나가는 최고경영자(CEO)가 됐지만 그는 디자이너란 호칭이 더 좋다고 했다. 서울예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네오위즈와 NHN(현 네이버)의 디자이너로 일하다 창업의 길로 나섰다. 그는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뿔테 안경을 고집한다. 김 대표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나를 잘 드러내지 못하다 창조적인 사람의 특징은 ‘털’에 있다는 공통점을 알게 됐다(스티브 잡스가 그중 하나란다)”며 “까까머리는 나를 표현하기 위한 돌파구였다”고 했다.

- 학창 시절은 어땠나.

“그림 그리기만 좋아했고 공부는 진짜 못했다. 예술중학교나 예고에 가지 못해 수도공고에 갔을 정도니까. 공고에서도 42명 중 40등이었다. 내 뒤 2명은 축구부였다. 서울대나 홍대 같은 곳은 꿈도 못 꿨다. 실기만 보는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주류였기 때문에 모험이 가능했다.”

-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서비스’를 한다.

“어릴 때 살던 옥수동엔 독거노인이 많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서비스다. 배달 우유가 쌓이면 사회복지사와 함께 그 어르신을 찾아간다.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하던 일인데 3년 전 동참했다. 지난해 골드먼삭스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우유배달 서비스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각국 골드먼삭스 파트너 20명이 수억원을 모아 보내줬다.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곧 사단법인을 설립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 어떤 기업을 꿈꾸나.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다. 3년마다 구성원들에게 받는 버킷리스트에서 사옥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돈은 없지만 조감도를 그리고 있다. 구성원들과 꿈을 나눌 것이다. 개인적으론 디자이너라는 본분을 지키고 싶다. 경영을 혁신한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책은 내면을 살찌우는 도구” 매달 책값 30만원 쓰는 독서광

김봉진 대표는 독서광이다. 책을 가까이 한 건 “아내의 투자 덕분”이라고 했다. “첫 사업에 망하고 우울한 시절이 있었어요. 아내가 김미경씨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고 저에게 투자를 결심했죠. 책값을 많이 지원해줬어요.”

그는 지금도 매달 30만원 정도를 책 사는 데 쓴다. 김 대표는 인생을 바꾼 책으로 일본의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꼽았다. 그는 “책에서 일은 나 자신을 수련하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한 부분의 울림이 컸다”며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집착만 했다. 책을 보면서 나에게 부족한 게 꾸준함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짐 콜린스)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고 했다. 그는 다이어리에 4년 전 책을 보고 만든 핵심가치와 비전 쪽지를 넣고 다닌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존 러스킨)를 읽고는 사람의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고전도 꾸준히 읽는다. 『논어』는 물론 플라톤의 『국가』 『한비자』 등이 그에게 영감을 준 고전이다. 그는 “책은 내면을 살찌우는 도구”라고 했다.

곽재민.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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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성상훈기자] 모바일 서비스가 여행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신개념 여행 서비스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서비스들은 스마트폰 이용에 친숙한 20~30대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여행사들에게는 새로운 경쟁 대상이 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여행사를 선호하는 40대 이상과 달리 야놀자트래블, 위시빈, 여행박사 등 국내 주요 모바일 여행서비스는 대부분 20~30대 연령대가 주요 고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펜션, 게스트하우스, 여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야놀자트래블은 20대가 전체 이용자의 58%, 30대가 28%를 차지한다. 전체 이용자들중 86%가 20~30대에 몰려있다.

모바일 여행사로 불리는 '여행박사'는 39세 이하 고객이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행 정보 공유 서비스인 '위시빈'은 39세 이하 고객이 전체 88%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박사와 위시빈을 서비스하는 옐로트래블그룹의 최정우 본부장은 "소비의 스마트화가 가속화하면서 여행산업도 기존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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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여행 서비스, 종류도 다양

다음카카오는 지난 10일 모바일 여행 순위 앱 '트래블라인'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용자들이 남기는 여행 기록을 분석해 현재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고 이야기하는 여행지를 인기 순위별로 소개해주는 서비스다.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랭킹 정보를 업데이트 해주기 때문에 가장 최신의 인기 여행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NS와 실시간으로 결합되어 나오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 여행 계획과 여행 후기를 공유하는 '위시빈'도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은 서비스 중 하나다.

여행 장소에 대한 특징과 명소를 앱 내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고 대부분의 SNS에 곧바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 기능 역시 SNS 사용층이 높은 젊은 연령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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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앱 서비스 '마이리얼트립'도 눈길을 끄는 서비스의 하나다. 여행사들이 패키지 여행마다 정해져있는 현지 가이드를 제공한다면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에 거주하는 유학생, 현지인들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서 여행을 돕는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달 1주차 기준으로 한주 예약 건수만 1천20개로 전세계 233개 도시에서 1천200개 투어가 진행됐을 정도로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지난해 마이리얼트립 이용자는 대부분 30대~40대로 구성되어 있었다"며 "올해는 20~30대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내국인이 국내에서 외국인이 요리하는 집밥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애니스푼'이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집밥을 제공하고 내국인에게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집밥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야놀자트래블 관계자는 "40~50대 고객층은 모바일로 여행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40~50대는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반면 20~30대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모바일 여행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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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오색탐방로~끝청봉) 사업’이 삼수(三修) 끝에 정부 심의를 통과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새로운 탐방로 마련 등 7가지를 허가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큰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없다는 게 사업을 추진하는 강원도와 양양군의 입장이다.

이 두 지방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설치구간을 변경한 게 승인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강원도는 앞서 두 차례 케이블카 설치를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12년 오색탐방로~대청봉 구간을 제시했다가 대청봉과 주변 풍경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좌절됐다. 2013년에는 오색탐방로~관모능선을 연결하는 안을 냈으나 불허 판정을 받았다.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강원도는 지난 4월 코스를 바꿔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끝청봉을 상부 정류장으로 정했다. 이번에 낸 계획안에 따르면 오색탐방로 입구∼끝청봉 하단에 이르는 3.5㎞ 구간을 오가는 케이블카는 시간당 최대 825명을 수송한다. 1회 이동 시간(편도)은 약 15분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것도 효과를 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해 왔다. 양양군은 46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연간 1287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준 것도 승인에 영향을 미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평창 올림픽 준비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를 방문했을 때 “평창 올림픽이 세계인의 기억에 오래 남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대회가 돼야 한다. 올림픽 관광 차원에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립공원위원회는 8시간 이상 격론을 벌인 뒤 표결로 심의 통과 여부를 결정했다. 20명의 전체 위원 중 17명이 표결에 참여해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4명, 기권이 한 명이었다. 이 위원회는 정부 측 인사 10명과 교수·시민단체 관계자 등 민간 측 인사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사업 승인을 크게 반겼다. 양양군 오색2리의 이창근(59) 이장은 “중국 관광객들이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면 72시간 동안 국내에 무비자로 머물 수 있는데 케이블카가 외국인들을 유인하는 좋은 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환경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심의를 진행한 국립공원위 위원 절반이 공무원인 만큼 이번 결정은 무효다.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오색 케이블카 허가에 따라 전국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왔다. 김호열 오색삭도추진단장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평창 올림픽 관광객들이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양양=박진호 기자 emckk@joongang.co.kr

경향신문

ㆍ환경부, 7가지 보완 조건 승인… 오색리~끝청봉 3.5㎞ 구간
ㆍ덕유산 곤돌라 허가 26년 만에 국립공원 케이블카 빗장 풀려
강원 양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됐다. 1989년 덕유산 곤돌라 사업 허가 후 26년 만에 국립공원 케이블카의 빗장이 다시 풀리면서 백두대간의 훼손과 난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설악산 삭도(케이블카) 사업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는 양양군의 사업 원안에서 7가지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환경부는 양양군에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으로 이동하는 탐방객을 줄이고, 산양을 포함한 멸종위기 동물 추가 조사와 보호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강풍·낙뢰 시설의 안전대책과 사후관리를 위한 객관적 위원회 구성,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케이블카 공동 관리, 운영수익 15% 또는 매출액 5%의 설악산환경보전기금 조성, 상부 정류장 주변의 식물 보호대책도 보완토록 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남설악의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봉 부근 해발 1480m 사이 3.5㎞를 잇는 사업이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해 협의하고, 산림청·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거쳐야 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970~1980년대 대표적 수학여행지였던 설악산 관광이 제2의 호황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사 전후의 생태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2~2013년 생태계 파괴 문제로 두 차례 부결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지난해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추진토록 지시한 뒤 일사천리로 속도를 내다 통과되자 논란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박 대통령 지시 후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이 통과된 것은 1989년 이후 처음”이라며 “비교적 잘 보전된 국립공원에서조차 난개발이 벌어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기범·최승현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경향신문
ㆍ환경·경제·안전문제 검증 등
ㆍ여전히 미흡·불분명한데도
ㆍ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부합”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8일 2012~2013년 두 차례 부결됐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가결하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죽었던 케이블카가 살아났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성·경제성·안전성 등에서 1·2차 신청 때와 다를 바 없는 사업계획서를 놓고 환경부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지난해 8월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추진’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원 양양군이 지난 4월 새 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한 뒤 국립공원위가 케이블카 사업을 통과시킬 때까지 걸린 시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환경·안전·경제성 논란은 그대로

국립공원위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조건부 가결한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부의 삭도(케이블카) 가이드라인에 부합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양양군이 1·2차 신청에서 지적된 주요 봉우리와의 거리가 가까워 기존 탐방로와 연계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업타당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설명이 이날 양양군에 내건 승인 조건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부 정류장과 기존 끝청봉 탐방로의 연계를 확실히 배제토록 한 환경부의 주문 자체가 케이블카 탐방객들이 기존 탐방로를 이용해 정상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국립공원위 민간전문위도 양양군이 하산객들에게까지 케이블카 이용을 허용토록 제안한 데 대해서는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놨다.



환경단체들이 수치 조작 논란을 제기했던 경제성 부분도 검증이 덜 된 상태다. 국립공원위 민간전문위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비용 대 편익이 통상 흑자로 분류되는 1.0 이상이어서 전반적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탑승객 추정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탑승객 추정을 위한 4가지 시나리오도 탑승객 수가 연간 48만명에서 70만명까지 차이가 나 편익을 추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강풍 등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풍속 영향을 줄이기 위한 안전대책 보완, 지주마다 풍속계 설치 등을 보완토록 양양군에 요구했다.

그러나 끝청봉 인근처럼 초속 20m가 넘는 바람이 부는 지역에서 소형 곤돌라 크기의 케이블카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양양군 계획상의 케이블카는 폭우나 폭설 등의 재해 시 속수무책인 상태다.



환경부가 산양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해 추가 조사 및 보호대책 수립을 양양군에 요구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할 정도로 양양군의 생태 조사나 보전 계획이 부실한 상태에서 사업을 가결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빗장 풀리는 난개발 우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은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케이블카 완공 후 설악산 정상에 산장호텔·레스토랑·산악승마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담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악관광 활성화 개발계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설악산부터 개발 광풍에 휘몰릴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재 관광용 케이블카는 전국 21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전지역 등 5중의 법적장치로 보호받던 설악산이 뚫리면서 백두대간의 ‘케이블카 몸살’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리산·월출산·속리산·소백산 등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국 30여개 지자체들은 산과 바다를 잇는 케이블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울산시는 울주군과 공공개발 방식으로 울주군 상북면 등억온천단지에서 신불산(해발 1209m) 북서쪽 정상 부근까지 2.46㎞를 오가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충북 보은군은 속리산 천왕봉에, 대구시가 팔공산 갓바위에, 경기 포천시는 산정호수에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생태계 훼손 등을 우려한 반대 여론으로 대부분의 사업은 답보상태이고, 찬반집회가 부딪치며 지역 주민들의 반목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김기범·권순재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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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해킹 여파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하루에 수만 건씩 이뤄지는 개인정보 유출에도 둔감하던 이들이 이번에 공개된 3700만 명 속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전전긍긍한다.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e메일 주소도 발견됐고(본인은 부인) 미국 연방 검사보와 법무부 국장, 백악관 정보기술 관리자 등의 e메일도 포함됐다. 유럽의 고위직 관료들과 IBM, HP, 애플,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e메일도 다수 포함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애슐리 매디슨엔 최소 5만6000명의 한국인이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korea.kr’을 이용한 경우는 199건. 허위를 고려하더라도 많은 숫자다. 공공기관 e메일 도메인 ‘go.kr’이나 ‘or.kr’을 사용한 경우도 각각 102건과 93건이 확인됐다. 삼성의 e메일 주소도 47건이 나왔다. 전 세계에선 공개한 정보를 근거로 “배우자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e메일 등 2차 범죄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벌써 2명이 자살했다. 캐나다에서는 7억6000만 캐나다달러(약 6776억원)의 집단소송이 벌어지는 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불륜’이라는 단어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확 끌어올린 셈이다.

사실 은행·보험사 등 매년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소식을 들으며 한국인들은 개인정보 문제에 둔감해졌다. 김미영 팀장에게서 돈을 빌려주겠다는 문자가 유난히 많이 오면 ‘아!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됐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수십 개 사이트에 가입하면서도 설명도 제대로 읽지 않고 ‘다음(Next)’을 누르는 게 일상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소식을 들어도 본인이 가입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 많던 우리의 유출된 개인 정보는 어디로 갔을까.

◆유출된 개인 정보 어디에 있나=세계적 정보보안업체들에 따르면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주체는 다양하다. 국가가 해커를 양성해 사이버 공격의 일환으로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경우가 있고,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해커들이 개인 정보를 유출시키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공공선’을 위한다는 주장을 하며 무정부주의 해커들이 해킹 공격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기 위해 해킹을 한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개인 정보를 노리는 해킹 집단의 목적은 크게 범죄·마케팅·실력 과시 등으로 나눠진다”며 “축적된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또 다른 해킹을 하거나 보이스피싱 범죄로 악용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특정 개인 정보를 요청하면 이에 맞춰 해킹하는 경우도 있다. 해킹 분석 사이트 핵마게돈 등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의 목적은 사이버 범죄(59.5%), 정치·사회적 목적의 해킹인 핵티비즘(21.4%), 사이버 스파이(16.7%), 사이버 전쟁(1.2%), 기타(1.2%) 순이다. 최근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이 해킹을 통해 국가 주요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킹으로 유출된 개인 정보는 어떻게 사용될까. 전문가들은 ▶대부업체·보험회사·대리운전업체 ▶보이스피싱 등 범죄 집단 ▶위조 카드 발급 ▶2차 해킹 ▶특정인 협박(블랙메일) 등에 악용된다고 경고한다. 불법 시장에서 개인 정보가 대량으로 판매된다는 것이다. 검·경찰을 사칭해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수억원을 챙긴 보이스피싱 일당도 있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된 기업을 상대로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ransomware, 몸값과 제품의 합성어)도 발생한다. 해킹 자체가 정치적인 의도를 드러내거나 각종 선거 등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이버 공격 경제 피해 연 674조원=IBM 보안팀 X-FORCE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공격으로 10억 명가량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하루 평균 274만 명, 1초당 37.1명의 개인 정보가 새 나간 것이다. IBM은 전 세계 사이버 공격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 계좌 정보까지 유출되며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보안회사 인포워치는 2013년 5억6100만 명, 2014년엔 7억67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10억 명 유출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유출이 매년 2억 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인포워치는 데이터 유출의 92%가 개인 정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2014년에만 14건의 대형 유출(1000만 명 이상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 보안업체인 맥아피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 피해 규모를 연간 최대 5750억 달러(674조원)로 추정했다.

올해도 중요한 개인정보 유출이 많았다. 지난 4월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커에게 뚫려 공무원과 그 가족 등 총 215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미 해군 특전단(네이비실)의 신원 정보도 유출되며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엔 러시아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 국세청(IRS) 해킹으로 33만4000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사회보장번호(SSN)와 생년월일·주소 등 개인 정보를 획득한 이들은 허위 세금 환급을 통해 5000만 달러(592억원)를 부정 환급받았다. 이달엔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해킹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애슐리 매디슨을 공격한 건 정치·사회적 목적으로 해킹을 하는 핵티비스트 그룹 ‘임팩트 팀(Impact team)’. 이들은 애슐리 매디슨의 폐쇄를 요구하며 3700만 명의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경품 내세워 얻은 개인정보 팔기도=전 세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상위 10위 안에는 2014년 1월 국내 신용카드 3사(KB국민카드·롯데카드·NH농협)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은 2012~2013년 카드 3사 등의 ‘카드 부정사용 방지시스템’ 구축을 맡은 외부 용역 직원이 개인 정보를 대출 광고업자 등에게 유포한 것으로 당시 1억400만 건의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됐다. 대형할인점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 행사에 응모한 712만 건의 개인 정보를 보험사 7곳에 넘겼다. 1인당 49원꼴로 개인 정보가 팔린 셈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도 2012~2013년 보험사 경품 행사 과정을 통해 489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엔 4400만 명의 의료 정보 47억 건이 마케팅 업체에 넘어갔다. 약학정보원 등이 경영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환자의 주민번호와 질병명 등 개인 정보를 빼내 외국계 의약품 마케팅 업체에 팔아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 밖에 2001년 네이트 해킹으로 3500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고 2012~2013년 북한발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원전반대그룹’도 지난해 말부터 한국수력원자력·국방부·국정원 등의 정부 기관 문서를 해킹해 공개하는 등 정보 유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S BOX] 사진·동영상 등 콘텐트 업로드 때 유출 가능성 높아

IBM은 사진·동영상 등 개인 콘텐트를 웹에서 공유할 때 정보유출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클라우드 서비스에 누드 사진 등을 올렸다 유출 당한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개인이 온라인에 콘텐트를 업로드 할 경우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윈도 등 컴퓨터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할 때도 보안에 취약하다. OS X 멀웨어로 불리는 수천 개의 악성코드가 컴퓨터에 침입해 개인정보 등을 유출시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개인정보 유출의 주요 통로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매일 60만 개 이상의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을 당한다.

모바일 앱도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높인다. 한국의 경우 메신저 앱이나 모임 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파이 앱이 깔리고 채팅 내용이 고스란히 유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바일을 통한 SNS 자동 로그인도 정보 유출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춘식 서울여대 교수는 “평상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 등에서 제공하는 개인정보 유출·이용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자주 변경해줘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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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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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시선 집중, 中열병식이 뭐길래
“깨어나면 위험하다. 잠자는 사자 중국을 흔들어 깨우지 말라!”(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 1세)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2014년 3월 프랑스를 방문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심 톈안먼(天安門)과 창안제(長安街)에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건국 60주년 열병식에 이어 6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했음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일 폭락하는 중국 증시와 경기 침체가 세계 경제를 놀라게 하고 있다면 미국 전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MB)인 둥펑(東風)-41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 등 열병식을 장식할 중국군 첨단 무기의 위용은 중국의 군사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것이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5번째이자 시 주석 집권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열병식은 시 주석의 탄탄한 집권 기반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자 중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방 역량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열병식에 참석하는 49개국 가운데 주요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톈안먼 망루의 중앙 자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는 북한 김일성이 1954년 10월 1일 건국 5주년 기념식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나란히 섰던 자리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 49개국 대표단 불러 모은 힘… 시진핑의 ‘외교 굴기’▼


‘긴장 속 축제 분위기 고조’



요즘 베이징의 하늘은 ‘열병식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맑고 푸른 하늘이 연출되고 있다. 20일부터 홀짝제 차량 운행이 시행된 것이 큰 요인이다. 시내 건축 현장과 정부 기반시설 공사도 중단됐다. 베이징 시, 톈진(天津) 시,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산둥(山東) 허난(河南) 성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등 7개 지역은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오염물 배출을 작년보다 30% 이상 줄이도록 했다.

23일 열병식 ‘예행연습’이 베이징 중심에서 열리는 등 베이징에선 ‘전승절 70주년’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톈안먼 광장에는 3000m²의 면적에 만리장성 축소판이 설치되고 각종 꽃으로 장식됐으며 ‘1945’ ‘2015’라고 쓴 대형 숫자 표지가 세워졌다. 전국 각 지역의 위성TV 방송사는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오락 프로그램의 방송을 중단하고 역사의식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역사 및 교양물 등을 대거 편성할 계획이다.

테러 방지 등 안전을 위한 조치도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행사 당일인 3일 오전 9시 30분에서 낮 12시 30분까지 베이징의 서우두(首都) 공항과 난위안(南苑) 공항에선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된다. 이에 앞서 20일부터 체육, 오락, 광고 등을 목적으로 비행기구를 띄우는 행위가 일절 금지됐으며 22일부터 9월 4일까지 헬리콥터, 패러글라이딩, 열기구 등의 운행이 전면 금지됐다.

‘명실상부한 첫 국제 열병식’


중국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959년까지 매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국경절)에 열병식을 열었다. 1950년대 냉전 시기에는 소련 북한 몽골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공산권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이 주로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했다. 북한 김일성 전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중국을 방문해 열병식을 지켜봤다.

하지만 대약진 운동(1958∼1960년)과 문화대혁명(1966∼1976년)의 광풍 속에서 중단됐다가 건국 35주년을 맞은 1984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부활했다. 이어 건국 50년과 60년인 1999년과 2009년 국경절에 각각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주재로 열렸다. 군 통수권자인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지낸 역대 최고지도자는 모두 열병식 사열대에 올랐다.

올해 열병식은 국경절이 아닌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전승절)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역대 열병식과 차별화된다. 중국은 과거 관계가 밀접했던 국가의 외빈들을 열병식에 초대했으나 이번처럼 51개국에 초대장을 보내 49개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대표 등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로 치르기는 처음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도 참석한다.

타국 군대도 참가하는 ‘국제 행사’로 치르는 것 역시 과거 열병식과는 다른 점이다. 러시아 쿠바 카자흐스탄 몽골 등 11개국은 각각 75명 안팎의 의장대를 파견해 ‘사각형의 방진(方陣·네모꼴 형태의 진형)’을 이뤄 열병 행진을 벌인다. 아프가니스탄 라오스 베네수엘라 등 6개국은 방진 행렬은 하지 않지만 열병 행진에는 참여한다. 한국 프랑스 이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14개국은 참관단 몇 명을 파견해 열병식을 지켜보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공군 중장), 박철균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 최석윤 합참 군사협력과장(해군 대령) 등 3명을 파견한다고 26일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의 전승일은 왜 9월 3일일까. 한국은 일왕의 항복 발표일인 8월 15일을 광복절로, 러시아는 독일 나치 정권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5월 9일을 전승일로 각각 기념하고 있다. 중국의 전승일이 9월 3일이 된 까닭은 1945년 9월 2일 일본이 도쿄 만에 정박한 미주리함상에서 일본 대표가 항복 문서에 서명한 다음 날을 기념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장제스(蔣介石) 당시 중국 국민당 총통은 9월 3일을 경축일로 선포하고 사흘간 국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일본은 연합군에 9월 2일 항복 문서에 서명한 것과는 별개로 중국과는 일주일 후인 9월 9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서 항복 문서 서명식을 열었다.

‘동북아에 지정적학 리더십 과시’

올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은 준비와 개최 과정을 둘러싸고 ‘전승절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중국이 부상하는 등 ‘지구촌 권력구도’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열려 어느 국가가 참가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은 서방 국가들이 참석 발표를 미루거나 잇달아 참석자의 격을 낮추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Pivot to Asia)’과 일본의 재무장 군사대국화가 동반된 미일동맹 강화에 중국이 맞서는 형국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병합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에 신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은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각각 해양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참가국과 중국의 양국 관계를 가늠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정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규모 전승절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강한 중국’을 바라는 인민들의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민족주의적 목적과 공산당의 지도력을 공고화하는 것도 있지만 미국의 아시아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이 지리경제학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전승절 행사 개최는 지정학적 리더십의 과시를 위한 것이라고 김 교수는 풀이했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자국을 견제하는 것에 맞서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러시아 등 전략적 우방들과의 연계를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학자들은 이 같은 견해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는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는 “열병식은 국내적인 대사”라며 “너무 대외적인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신임 최고지도자가 임기 내에 열병식을 갖는 것은 덩샤오핑 이후 관례화된 것으로, 특히 전승 70주년은 큰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열병식은 시진핑 주석의 권력기반이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성격도 띠고 있다. 비록 ‘전승 70주년’이라는 계기도 있지만 과거 지도자와 달리 집권 3년 만에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충분히 권력기반을 다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장쩌민 주석은 집권 10년, 후진타오 주석은 집권 7년이 지나서야 각각 건국 50년과 60년 국경절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했다.

열병식에 즈음해 시 주석 정부가 40년 만에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4일 ‘일부 복역 범죄인에 대한 특사 관련 결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특사는 1975년 이후 40년 만에 단행되는 것이자 역대 8번째다. 이는 전승절을 앞두고 사회 통합과 화합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시 주석의 리더십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美 MD뚫을 둥펑-41, 스텔스 젠-20 앞세운 ‘군사 굴기’ ▼

‘육지와 공중에서 펼쳐질 입체 열병식’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23일 열린 첨단 무기 공식 리허설에서 ‘둥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반차량이 광장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환추시보
9월 3일 오전 9시경 시작될 기념대회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생존 노병들에 대한 훈장 수여 등으로 진행된다. 이어 궈진룽(郭金龍) 베이징 시 서기의 개회 선포와 함께 열병식이 시작된다. 중국의 56개 민족이 항일 승전 70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56문의 대포가 70발의 예포를 발사한다. 이어 중국 국가와 행진곡이 연주된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톈안먼 성루 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시 주석의 연설에 이어 열병식이 전개된다.

열병식 동원병력은 총 1만2000여 명. 육해공군과 전략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 무장경찰부대, 4대 총부 직속 단위 부대들이 참가한다. 열병부대는 ‘방진’ 형태의 11개 행진부대, 2개 항전노병 부대(차량으로 이동), 27개 장비부대, 10개 공중제대(비행편대) 등 총 50개 부대로 구성된다. 또 40여 종의 무기·장비 500개와 20여 종의 각종 군용기 200대 정도가 동원된다. 동원되는 무기·장비는 100% 중국산으로 그중 84%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열병식은 ‘진입’ ‘행진’ ‘열병’ ‘분열’ ‘해산’ 등 5단계로 진행되며 모두 7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악대 2400여 명이 ‘항일군정대학교가’ ‘보위황하’ ‘태행산 위에서’ ‘인민군대(중국군)의 당에 대한 충성’ 등 항일전쟁 시기에 불렀던 노래 30여 곡을 연주한다.

‘항일’ 주제에 맞게 일본군과 싸웠던 팔로군, 신사군, 동북항일연군, 화남유격대 등 ‘항일부대’도 열병부대 편대로 조직됐다. 여기에는 90세 이상 노병들이 참가한다.

베이징 상공에서는 주력 전투기들이 열을 지어 비행하며 오색 연기를 내뿜는 에어쇼를 펼친다. 헬리콥터 20대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상징하는 ‘70’이란 숫자를 하늘에 새기며 비행한다.

올해 열병식에는 처음으로 여군 의장대가 참가한다. 육해공 남녀 혼성 의장대 방진 행진에 참가하는 여군 51명의 평균 키는 178cm, 평균 연령은 20세다. 88%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이고 관영 중국중앙(CC)TV 선발대회에서 뽑힌 전국 10대 모델도 있다. 여군 의장대는 인민해방군 창설 이후 62년 만인 지난해 2월 처음 만들어졌다.

열병식 이후에는 인민대회당에서의 오찬 ‘초대회’(리셉션)와 ‘문예연회’(무대 공연 등이 어우러진 연회) 등이 이어진다. ‘승리와 평화’를 주제로 인민대회당에서 90분간 펼쳐질 문예연회에는 중국 지도자와 외국 정상, 항일노병, 베이징 각계 대표 인사 등 6000여 명이 참석한다. 합창, 중창, 교향악, 민족음악, 뮤지컬, 춤, 시낭송 등이 무대에 올려지며 중국의 항일 역사와 중국의 부흥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열병식의 꽃은 첨단 무기’

전승 기념식의 하이라이트가 열병식이라면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무기와 장비들이다. 올해 열병식에서는 원거리·중거리·근거리, 핵·일반(재래식)·신형 미사일 등 7종의 미사일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역대 열병식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09년에는 미사일 5종을 선보인 바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31B’와 차세대 ICBM ‘둥펑-41’이 공개될지도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둥펑-31B는 러시아제 RT-2PM 토폴(Topol)의 중국 모델로 지난해 9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다탄두(MIRV) ICBM이다. 사거리는 1만1200km로 웬만한 미국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 1만4000∼1만5000km의 둥펑-41은 목표물 명중 오차가 120m 이하로 둥펑-31(300m)보다 정교하고 핵탄두를 10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도 꼽힌다.

전략 폭격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외에 중국뿐이다. 중국은 핵폭탄 탑재형인 H-6A, 정찰기인 H-6B, 재래식 폭탄을 탑재하는 H-6C, 공중급유기 H-6U, 순항미사일 탑재기 H-6H 등 130대가량의 H-6 기종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인 젠-20(J-20)과 젠-31(J-31) 그리고 함재기 젠-15(J-15)도 관심을 끈다. 2011년과 2012년에 자체 개발된 J-20과 J-31은 아직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되지 않았다. 러시아 SU-33을 모델로 제작된 J-15는 2010년 시험비행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작전반경 1000km의 함재기로,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에 탑재된 것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2009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에 처음 소개된 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0은 470km 떨어진 표적 60∼1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올해 행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항일’


올해 행사의 두 가지 키워드는 ‘항일’과 ‘반파시스트’다. ‘항일 전승절’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한 시진핑 정부 ‘항일 공정’의 결정판이다.

중국은 지난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항일 역사’를 되새기는 활동을 했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1937년 7·7사변(루거우차오·蘆溝橋 사변) 기념식에 시 주석이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9월 3일을 처음으로 국가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로 지정하고 12월 13일도 처음으로 ‘난징대도살 희생자 국가 애도일’로 지정됐다.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창춘(長春) 선양(瀋陽) 문서 보관소(당안관)의 위안부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는가 하면 일본 전범들의 일기를 시리즈로 공개했다.

올해도 계속됐다. 일왕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무조건 항복을 발표한 8월 15일에 맞춰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에 ‘중국 침략 일본군 731부대 죄증(罪證) 진열관’이 문을 열었다. 1930, 40년대 일본 관동군이 자행한 생체 세균전 실험 관련 자료 1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9월 3일 전승절 기념식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서는 ‘항일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전시회, 좌담회, 항일 노병들에 대한 위문, 항일 유적지 보수활동, 문예작품 창작활동 등도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 열병식이 현재의 일본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열병식 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인 취루이(曲叡)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작전부 부부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은 그 어떤 국가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일본 군국주의는 중국 인민뿐만 아니라 일본 인민에게도 심중한 재난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취 부부장은 “열병식은 현재의 일본 국민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과거사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중일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중일 간 관계 개선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중 포기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각 부처의 실무급 회담, 심지어 군사 분야 협의체까지 가동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대치하고 있지만 관계가 개선되는 양상으로 언제든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리보(李波) 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일관계는 중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해서 어떻게 양국 관계를 잘 처리하는지가 양국 모두에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조숭호 기자

[토요판 커버스토리]열병식 계기로 조금 더 가까워진 韓-中

[동아일보]
中정부 “朴대통령 참관 환영”… 6·25참전부대 제외해 ‘성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첫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인 데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력을 알리는 열병식까지 참관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의 틀에서 약간 벗어나 중국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초 청와대는 전승절 기념식은 참석하되 열병식 참관은 하지 않는 절충안으로 미국과 중국을 모두 달래려 했다. 하지만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지적에 열병식 참석 쪽으로 가닥을 잡고 발표를 최대한 늦췄다.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중국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끈질기게 열병식 참관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의 참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부대는 열병식에서 제외했고, 북한군의 참여도 배제했다. 중국 정부는 28일 “우리는 박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9·3 기념활동에 참석해 중국 인민들과 이 위대한 날을 축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열병식에 군대는 물론이고 참관단조차 파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오든 우리는 모두 환영하고 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0일 박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지만 열병식 참석 여부와 상세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고 발표 내용도 짧았다. 6일이 지난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 사실을 밤늦게 발표했다. 시간을 끌면서 순차적으로 짧게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전승절과 열병식 참석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늘 “주변국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는데 스스로 새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질서를 향한 첫걸음이란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조금 섭섭한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우리와 혈맹이 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우리에게도 동맹국은 미국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선택하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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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요동치는 美대선 구도] 트럼프 지지율 고공행진, 왜?

'트럼프가 후보 될 확률' 조사… 6월 27%서 8월 57%로 껑충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기행을 일삼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이 오래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중순 트럼프가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하더라도 금세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됐던 그의 지지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지는 흐름을 보여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퍼블릭폴리시폴링이 이번 주 뉴햄프셔주(州)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는 35% 지지를 얻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28%포인트 차로 크게 앞섰다. 뉴햄프셔주는 대선이 있는 해 1월에 첫 예비선거가 열려 '대선 풍향계'라고 하는 곳이다. 트럼프가 후보가 될 확률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이 공화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이 6월에 27%였는데 8월에는 57%로 껑충 뛰었다.








트럼프가 선전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우선 기존 정치인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자극적 언변을 앞세워, 지루하게 정책 대결을 하는 기존 경선 구도를 깨뜨리면서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골수 공화당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갈수록 많아지는 이민자에 대한 백인 주류 사회의 불편한 심기를 트럼프가 대변해준다는 것이다. 라이벌인 젭 부시가 히스패닉 표를 겨냥해 이민자들에게 온정적으로 다가가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정반대로 이민자들에게 독설을 내뿜으며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그는 "멕시코인들은 성폭행범이고 미국에 마약과 범죄를 가져온다. 그들이 못 넘어오게 장벽을 쌓겠다"고 했다. 이런 도발적 발언에 백인 보수층이 후련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언급하며 "이런 나라에 미군을 보내 도와주지만 (미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건 미친 짓"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의 위상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미국 주류 계층의 속내를 제대로 짚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얼핏 과격하게만 들리는 그의 말이 치밀한 계산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NBC방송에서 10년 이상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경험을 살려 대중의 관심사를 읽는 데 앞서 간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다른 강점은 방송 진행자와 부동산 재벌로 명성을 쌓아 이미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공화당에 거물 없이 여러 후보가 난립해 있는 것도 트럼프가 돋보일 수 있는 여건"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요동치는 美대선 구도]

백악관 바이든 띄우기에 "후계자로 택해" 분석

백악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게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스마트한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나온 설명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4일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바이든과 오찬을 함께했다. 여러 현안을 이야기했고, 당연히 바이든의 출마 여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CNN은 "오바마가 바이든의 출마를 용인했고, 이제 남은 것은 바이든의 선택뿐"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오바마가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신 바이든을 '후계자'로 택했다고 해석했다.




오바마는 힐러리가 자신과 다른 길을 간다고 보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보수이고, 월가와 가깝고, '왕족'같이 처신한다고 여긴다. 그다지 호감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신이 지명한 특별감찰관이 힐러리의 '이메일 게이트'를 철저히 조사해 비밀 문건이 담겨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힐러리도 한때 오바마의 인기가 바닥이었을 때 거리를 뒀다. 최근에도 오바마가 역점 사업으로 여기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했고, 북극 석유 시추 계획에도 부정적이었다.




정책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탓에 오바마로서는 자신과 1기 정부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바이든에게 호감을 더 갖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오바마가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백악관 측은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예비선거 때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해, 은근슬쩍 지지 후보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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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크리스토퍼 힐 前 미 국무부 東亞太 차관보 인터뷰]

통일되면 中과 접경국 되는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 맞아 예상 못한 변수 생겨날 것

朴대통령 中열병식 참석은 한반도 정세 안정 위한 방편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 대사가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 국한해서만 대화를 해선 안 된다. 한반도 통일과 그 이후의 상황까지 대화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중국과 국경선을 맞댄 당사자가 북한에서 통일 한국으로 바뀌면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여러 변수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 대사와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음 달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한·중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통일 한국이 출범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주최 월드 서밋 2015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은 지금도 한국의 훌륭한 경제·정치적 파트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상대 국가를 한 차례씩 방문하는 동안 북·중 정상 간의 만남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한·중 관계의 긴밀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일된 한국이 중국과 접경 국가가 되는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 뒤에도 양국 관계가 지금처럼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두 정상은 이런 '불투명한 미래'까지 상정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도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악의 리더십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한·중 정상회담 의제가 돼야 한다'고 썼다.




"통일 뒤 북·중 국경선이 그대로 승계되지 않고 통일 한국과 중국 간 국경 분쟁 등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냐"고 묻자 힐 전 차관보는 "지리적 국경선이 변동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정세 급변에 따른 모든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 정상 중 박근혜 대통령만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정가에도 이번 방문과 열병식 참석을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지지하는 흐름이 있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에 부심하는 한국이 상호 견제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늘 고민하고 이런 상황을 자조하는 흐름이 있다"는 말에 그는 "한국과 미·중의 관계를 마치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자조할 필요가 없다. 동등한 동맹의 입장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실행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일 남북 간 고위급 협상 타결에 대해 "김정은 입장에서는 확성기 대북 방송을 중지한 것에 감지덕지하고, 얻어낸 게 없으니 북한이 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기고문에서도 그는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에 비해 정통성을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김정일이 생전 집권 시절 김일성의 권위를 확보하려 발버둥쳤던 것처럼 김정은도 선대 지도자들의 위엄을 확보하려 애쓰지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를 앞서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침공받을 경우 자동 군사 개입하도록 한 54년 역사의 북·중 우호 조약(조·중 우호 협력 상호 원조 조약)이 향후 통일 작업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지금 중국이 과연 그 조약에 관심이나 있겠느냐"며 사문화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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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암기식 학습법 고집… 소수정예 인문학 배움터 '건명원'의 실험

동서양 고전 통째로 암기

한문·라틴어 原典 외워 "사유의 지평이 완전히달라지는 경험 할 수 있어"



'공부 모임 르네상스'다. 일반인들이 모여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직장인들은 경쟁력 있는 보고서를 쓰겠다며 '글쓰기 교실'에 몰려들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임원들이 대학 개설 '인문학 최고 과정'을 찾는 건 이젠 흔한 일이 됐다.




숱한 공부 모임 중에서 지난 3월 출범한 '건명원(建明苑)'은 유난히 튄다. 가장 핵심적인 학습 방법으로 암기를 강조한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전문을 암기하고 키케로·플루타르코스 같은 작가의 라틴어 원전(原典)을 통째로 외우는 식이다. 일종의 현대판 '스파르타식 서당(書堂)'인 셈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학업을 따라오지 못하면 가차없이 탈락시키고 개인 사정은 안 봐줄 정도로 학사 관리도 혹독하다. 매주 출석과 시험·과제 점수를 종합해 부적격 수강생을 걸러낸다. 벌써 4명이 탈락했다. 과정이 끝나는 오는 12월에 몇 명이 살아남을지 아무도 모른다. 고리타분한 인상을 주는 동서양 고전, 이미 오래전부터 퇴물 취급을 받았던 암기식 교육 방법…. 그런데도 여기서 교육을 받겠다는 지원자가 1000여명이나 몰렸다. 이 중 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19~29세 대학생·직장인·주부·군인 30명이 뽑혔다. 학점과 스펙, 취업만이 유일한 선(善)이자 가치로 취급받는 우리 사회에서 고전이라는 콘텐츠와 암기식 교육은 과연 어떤 매력과 위력이 있는 것일까.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건명원에서 최진석 원장(서강대 철학과 교수·맨 왼쪽)이 수강생들에게 암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 교수는 “반복과 암기를 통해 텍스트에 숨겨진 의미의 핵심으로 돌파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 이진한 기자

 

암기, 신세계를 여는 열쇠




지난 26일 오후 9시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마을의 한 모퉁이를 돌자 불을 환하게 밝힌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75㎡(약 22.6평) 크기 안채에는 수강생 20여명이 앞뒤로 놓인 긴 책상 8개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암기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잠시 후 치러지는 도덕경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윽고 건명원 원장 최진석(서강대 철학) 교수가 시험지 뭉치를 들고 들어왔다. 시험지는 A4용지 4장 분량. 도덕경 1~8장에서 무작위로 발췌한 단락의 빈칸을 채우는 문제가 출제됐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송승근(25)씨는 "한문 암기 시험을 4주째 보는데 볼 때마다 어렵고 외울 때마다 힘들다"며 "이번에도 완벽하게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몇 자 틀렸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명원이 암기식 학습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암기야말로 사람을 진정한 배움의 경지로 이끄는 소중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도덕경과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최진석 교수는 암기를 "의미의 무늬(文)를 뇌에 새기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시 100편을 그냥 읽고 잊어버리는 것보다 10편을 완전히 외우는 게 훨씬 가치 있다"며 "읽기·말하기·쓰기를 반복하면서 완전히 육화(肉化)된 텍스트는 핵무기와 같은 위력으로 인생을 바꾼다"고 말했다.




서양 고전과 종교학 강의를 맡은 배철현(서울대 종교학) 교수는 "나는 라틴어라는 망치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리는 사람"이라며 "고대 언어를 암기해 그 언어를 사용하던 고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사유의 지평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은 훈련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술 작품 속에서 진리 또는 비(非)진리의 출현을 기술(記述)해볼 수 있는가?"




이날 1교시에 '예술, 삶 안에 들어있는 거대한 번데기'라는 주제로 강의한 서동욱(서강대 철학) 교수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수강생들은 질문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 교수는 "흔히 창의성을 선천적 재능으로 여기지만 창의성은 후천적으로 훈련할 수 있고, 또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건명원 교수진은 훈련 원칙으로 ①익숙하지 않은 질문 던지기 ②이질적인 요소들을 충돌시키기 ③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어렵거나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기 등을 제시했다. 동양철학-뇌과학, 물리학-서양사학, 종교학-건축학 등 완전히 이질적인 학문을 짝지어 구성된 수업 시간표, 방대한 양의 고전 암기 역시 이러한 훈련 원칙에 따른 것이다.




처음 수강생들은 '너무 어렵다' '양이 비인간적으로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나자 이렇게 혹독한 '창의성 훈련'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학원생 최지범(25)씨는 "키케로의 라틴어 텍스트를 소리 내 읽으면서 정말 로마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번역본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승헌(23)씨는 "고전을 암기하고 평소 익숙하지 않았던 지식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판 ‘스파르타식 서당’으로 불리는 건명원 모습. 건명원은 오정택 두양문화재단이 가회동 한옥을 포함한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 이진한 기자

 

의심하고 질문하라




건명원 교수진은 "훈련의 목적은 단지 창의성을 기르는 데만 있지 않다"고 했다. 김개천(국민대 건축학) 교수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파괴한 뒤 과거에는 없었던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라며 "암기로 지식을 쌓는 까닭 역시 옛 사유 체계의 경계에 도달해 그것을 부수기 위해서다"고 했다.




건명원은 지난겨울 수강생을 모집하며 "'시대의 반역자' '창의 전사(戰士)'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교수진이 강조하는 것은 '의심과 질문'이다.




최진석 교수는 "의심과 질문이야말로 자기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남과 다른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늘 무리 속으로 들어가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에 질문을 두려워한다"며 "창의적 인재가 되려면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존 상식·도덕·관습 등에 늘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이 '의문의 근육'을 기를 수 있도록 교수들은 기존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지난 6월 주경철(서울대 서양사학) 교수는 '콜럼버스, 지상 낙원을 향한 항해'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콜럼버스 위인전 보면 '당시 미신적인 유럽 사람들이 세계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반면 콜럼버스는 이미 '지구는 둥글다'고 했던 과학적인 인물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거 맞아요?"




주경철 교수는 당시 유럽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9세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와 생애'(1828)라는 전기를 쓴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이 콜럼버스의 모험·개척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창작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내려와 '잘못된 상식'이 됐다는 것이다.




직장인 강신우(28)씨는 "지금까지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이야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의 연못에 매주 돌덩어리가 하나씩 떨어지는 기분"이라며 "처음에는 새로운 사실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느꼈던 이론이나 사실에 대해 '정말일까?' '왜 그렇지?' 같은 질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체 운명, 공부에 달려




건명원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조국이 더는 이런 후진적 비극을 겪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 두양문화재단 오정택 이사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오 이사장은 지난해 9월 건명원 창립 모임에서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는 선진국 진입이 결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가회동 한옥을 배움터로 내놨다. 수업료·운영비와 수료생 전원의 1년 세계 여행 비용 전액을 댄다. 기획자 배철현 교수가 각계 교수 7명을 초빙해 프로그램을 짰다. 수강 과목은 문학·역사학·철학·종교학·미학·언어학·물리학·뇌과학·건축학 등 인문학·과학·예술 분야를 망라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2교시로 나뉘어 진행된다. 오는 12월까지 한 주도 쉬지 않고 강행군한다.




배철현 교수는 "건명원은 단지 취업에 유리한 '스펙 한 줄'을 위한 곳이 아니다"며 "최종 목표는 공동체의 미래를 혁신하는 인재 양성"이라고 했다.




김개천 교수는 "진정한 공부는 개인의 지적 유희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앎을 사회가 공유할 때 비로소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신수안(21)씨는 "건명원에 들어오기 전엔 낯설고 생소한 대상과 마주하면 두려운 마음부터 들었지만 요즘엔 '용기를 내서 돌파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공부라는 것은 지식보다는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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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북한의 ‘대남일꾼들’
2007년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렸던 20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남북회담 대표들이 ‘종결회의’를 마치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회담은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당국 간 마지막 공식회담이 됐다. 북한 수석대표였던 권호웅 내각책임참사(오른쪽 가운데 앉은 사람)는 2008년 이후 행방이 묘연해 대남정책 실패의 책임으로 숙청됐다는 설이 나돈다. 동아일보DB
2000년대 초중반 남북 관계가 문자 그대로 팡팡 돌아갈 때 우리 측 회담 대표로 나섰던 한 인사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언론에 공개되는 전체회의 모두발언 부분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장 철수하겠다”며 탁자를 쾅쾅 내리치던 북한 수석대표가 문을 걸어 닫고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자 갑자기 ‘읍소 모드’로 전환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것.

“선생, 우리 사정 뻔히 알지 않습네까.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셈 치고 통 크게 한번 도와주시라요….”

매년 우리 정부가 북한에 쌀 30만∼50만 t, 비료 20만∼30만 t을 지원할 때의 이야기다. 말이 차관(借款)이지 사실상 거저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북한이 매년 식량수급 계획을 짤 때 우리의 지원분을 ‘상수(常數)’로 놓았던 시절이다.

필자도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 난감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만찬 도중 취재진 안내를 맡은 40대 초반 북한 인사의 가슴에 달린 배지 모양과 형태가 조금씩 다른 것이 궁금해 “배지가 왜 다르냐”고 묻자 벼락같이 화를 낸 것.

‘초상휘장’을 배지라고 부른 것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동무는 다시는 공화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만찬 분위기는 어수선해졌고 남북 당국 간 연락관 협의가 몇 차례 이뤄진 뒤에야 사태는 일단락됐다.

공개된 자리에서 나온 ‘김 씨 일가’에 대한 불경한 발언에 즉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문책 대상이 되는 탓에 북측 인사가 ‘오버’한 것 같다는 우리 당국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대남일꾼’으로 산다는 것

직급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른바 북한의 ‘대남일꾼’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남북대화나 교류협력 사업의 일선에서 북한을 대표해 남측 인사를 상대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얼굴이 선명한 초상휘장을 달고 남북 관계의 현장을 누비는 만큼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이미 체제 경쟁이 끝난 상황인데도 ‘사회주의 조국’의 우월성과 ‘우리 민족끼리’의 당위성을 설파해야 하는 이들은 당성(黨性)도 강하고 논리 무장도 철저하다.

통일전선부는 대남일꾼들을 지휘하는 사령탑과도 같다. 통전부의 지휘 아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대남전위기구나 아태평화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 같은 곳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 ‘남북 대결’을 치른다.

순환보직 개념이 없는 북한에서 한번 대남일꾼은 영원한 대남일꾼이다. 업무에 대과(大過)가 있거나 사망하지 않는 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남북 관계의 현장을 누벼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이기도 하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 보니 1991년 당시 46세의 나이로 기자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던 백문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수많은 남북 접촉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단골 일꾼이다. 이제는 일흔이 됐을 그는 회담의 진전이 더디거나 양측 간 첨예한 견해차로 신경전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나타나 기자들에게 말을 걸어왔던 기억이 있다.

“당신네 대표단이 뭐라고 설명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이라며 ‘심리전’을 펼치는 것이 백문길의 장기. 취재진을 통해 우리 대표단의 속내를 읽어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쓰고 나오는 모자도 다양했는데 2008년 기사에는 ‘민화협 상무위원’이라는 직함이 눈에 띄었다.

‘술’을 이겨라

남북회담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양측 회담일꾼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신경전이다.

45세의 나이에 일약 남북 상급(相級)회담(장관급회담의 북한식 표현) 대표단장이 된 권호웅은 20년씩 차이가 나는 남측 수석대표에게 까칠한 언행을 자주 해 구설에 오르곤 했다. 1998년 민간대표단으로 방북한 지 9년 만인 2007년 2월 20차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로 방북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게 “상상할 수 없는 도약을 했다”며 기선 제압을 시도한 뒤 회담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등 이 장관을 가르치려 했다.

술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부지기수다. 평양에 온 남측 대표단의 감성을 자극하고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대남일꾼들이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2003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로 임동원-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방북했을 당시의 일이다. 두 사람의 김정일 면담은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 일원으로 서울을 찾았던 장성택이 ‘빚을 갚겠다’며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고 한다.

두주불사(斗酒不辭)형으로 알려진 장성택은 연신 “쭉 냅시다(‘원샷’을 하자는 뜻)”를 외쳤고 술이 약한 이종석 전 장관은 얼마 안 가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처방해 준 ‘약물’의 힘으로 겨우겨우 버텨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담스러운 ‘접대’

장성택 자신도 서울 방문 당시 마신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열흘간 전국 18개 지역 38개 산업시설과 연구소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는데 장성택은 밤마다 남측 인사들이 베푸는 주연(酒宴)을 만끽했고 룸살롱을 찾았다는 미확인 첩보가 나돌기도 했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장성택은 지방으로 좌천됐고 2004년 방북했던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안부를 묻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조선에서 폭탄주를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몸을 버렸다. 지금은 조금 쉬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종종 남측 요인에게 ‘은밀한 접대’를 제의하기도 하는 듯하다. 지금은 공직을 떠난 한 당국자의 증언이다.

“부담이 적은 회담이었던 것 같다. 남북 관계가 좋았던 시절이어서인지 회담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A는 작정한 듯 ‘바람이나 쐬자’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는데 우리 식으로 따지면 룸살롱이었다. 의도를 뻔히 알겠기에 술맛이 싹 달아나더라. 한두 잔 홀짝거리다가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핑계를 대고서야 겨우 빠져나왔다.”

가차 없이 가해지는 ‘팽(烹)’

남북 관계의 부침은 대남일꾼들의 거취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남북 관계에서 목표로 하는 성과를 이뤄내고 전리품을 챙겨야 하는 것이 대남일꾼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대남일꾼들에게는 ‘햇볕정책’이 유지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이 그리울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손에 쥘 수 있는 ‘기념품’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회담일꾼으로 남북 관계의 현장을 누비다가 통전부 부부장으로 남북 관계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던 최승철의 운명은 줄타기와도 같은 대남일꾼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승철을 만났던 우리 당국자들은 그의 캐릭터에 대해 “한마디로 호방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었다”며 “다른 대남일꾼들과 달리 즉석에서 ‘내가 책임지고 관철시키겠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MDL)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했을 정도로 잘나갔지만 이제는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 대북소식통은 “이명박(MB)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남북 관계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숙청을 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너무 뻣뻣해도, 지나치게 비굴해도…

대남일꾼들의 잔혹사는 최승철로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이후 행방이 묘연한 권호웅은 대남정책 실패에 책임을 지고 총살당했다는 설이 나돌았고, MB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초 대남사업의 2인자 반열에 올랐던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담판협상 대표로 나섰던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역시 2011년 처형됐다. 김정은 체제 들어 양봉음위(陽奉陰違·보는 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음)하고 박수도 건성건성 쳤다는 이유로 비명횡사한 장성택의 최후는 말할 것도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 남북 관계의 전면에 나섰던 임동옥 김용순 전금진 송호경 같은 사람들이 김 씨 일가의 최측근으로 천수(天壽)를 누린 뒤 예우를 받으며 퇴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말이다.

MB는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류경의 처형은) ‘한국에 기밀을 누설했다’거나 ‘서울에서 MB 면담을 요청했다가 실패했는데 즉각 평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하루 더 머물러 있었고 이에 대해 김정일이 크게 화를 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김양건 통전부장의 경우 예외로 볼 수 있다. MB 회고록에는 북한이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옥수수 10만 t △쌀 40만 t △비료 30만 t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 지원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9년 대북 비밀접촉에 나섰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증언이라며 “김양건이 그대로 가면 죽는다고 해서…”라며 “논의 내용을 확인해 준 것뿐이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회고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양건은 자존심을 버리고 남측에 지원을 구걸한 격이지만 그는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대남총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재량권은 없고 책임은 무한대

북한 문제를 ‘내재적 시각’에서 보는 쪽에서는 MB 정부 이래 남북 관계가 적대적 대결로 반전되면서 북한 내 대화파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남북 관계가 경직되면서 북한에서도 이른바 ‘리뷰’ 과정이 있었고 해당 부문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정보당국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북한 내에서도 ‘우리가 남측에 퍼주기 했다’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위해 군사전략 개념도 바꾸고 군부대까지 이전했고, 금강산 개발권도 내줬는데 ‘공화국’에 실질적인 이득이 된 것이 뭐냐는 불만이 나온다는 것.

전직 장관급 인사도 “남북 관계에서 성과가 안 나면 전전긍긍해야 하고, 그렇다고 성과를 위해 ‘구차한 부탁’을 하다가 누군가 상부에 찌르면 본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며 “모르긴 해도 북한 내에서 가장 직업 스트레스가 심한 직역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량권은 거의 없으면서도 책임은 무한대로 져야 하는 불편한 자리라는 것.

남북 대화는 계속되어야 하기에…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북측 수석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었다며 “일방적 행동으로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일 경우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찾았을 것”이라고 오리발을 내민 것은 살아남기 위한 호구지책(糊口之策)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2011년 5월 중국 베이징 등에서 열린 남북 비밀접촉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했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스스로의 보호본능 발동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내자고 하면서 우리 측에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는 주장을 했다.

심지어 북측은 “정상회담을 빨리 추진하자고 하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고 꾀하다가 망신을 당했다”며 남측의 회담일꾼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덧붙임: 더 적나라한 남북 관계의 에피소드를 취재했지만 전부 기사화하지는 못했습니다. ‘대남일꾼’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고 미우나 고우나 남북 관계를 최일선에서 다룰 대화의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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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북한의 지뢰도발로 조성된 한반도 무력충돌의 위험은 가까스로 봉합되었다. 다행이다. 그러나 북한을 제압했다고 우쭐댈 일은 아니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판단은 우리의 기대 밖에서 움직인다. 파국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화하는 미래를 상정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 정세는 이미 폭풍의 언덕에 올라섰다. 근대의 상징인 국가주의 전통이 매우 강하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은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일본은 자체 국방력을 갖춘 ‘정상국가’를 지향한다. 패권 갈등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전대미문의 위험사회가 도래하여 생존경쟁의 압박이 심하다. 자연히 대중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불안에 휩싸인다. 바로 여기에 화약고가 있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집권층은 대중의 상실감을 민족감정으로 흡수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자 국가이익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2개국(G2) 중국이 군사대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9월 3일 열린다. 이 행사는 전례가 없는 급작스러운 것이다. 그만큼 정치색이 강하다. 서방이 외면하고 일본이 불참하는 중국발 세계(특히 아시아) 질서의 밴드왜건에 박근혜 대통령이 올라탄다. 위험을 무릅쓴 용기 있는 행동이다. 논란이 있고,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 이후에 있다. 구질서는 어차피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은 혼돈이다. 한국과 한반도는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여기서 세계의 석학 하버마스 교수의 혜안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일찍이 1996년 4월 30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민족통일과 국민주권’을 주제로 공개 강연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2013년 11월 23일 독일 남부 슈타른베르크 사저에서 4시간 이상 진행된 인터뷰에서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미래에 관해 흥미로운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대화 전문은 ‘아시아문화’ 창간호 2014년 5월호에 게재).

그의 관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독일과 비교해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기는 어렵다. 현재의 남북관계,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진단은 맞다.

둘째, 그래서 뛰어난 외교능력이 요구된다. 독일보다 더 탁월해야 한다. 사실 어려운 주문이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한국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북한을 다독거리고 중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며 한반도 통일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가? 기대가 크지 않지만 지켜볼 일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진단은 동북아에서 국가주의를 넘는 발전의 원동력이 한국에 있다는 것이다. 하버마스의 표현을 따르면, 한국은 전후에 ‘경제성장과 함께 역사에 대한 자기성찰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곳’이다. 중국에는 비대한 정부와 성장하는 시장은 있지만 시민사회는 취약하다. 일본에서는 오직 자기 확신이 강한 우익만이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시민사회, 깨어 있는 시민이 한국의 잠재력이자 동북아의 미래다.

나는 이 진단을 들을 때 진정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갈등이 고조되는 동북아에서 한국이 소통과 협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가?

하나의 길은 시민의 관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고정된 이분법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 대신 소통의 ‘상보성’ 원칙을 확립한다. 가해자도 사실은 피해자일 수 있다. 예컨대 일본이 저지른 전쟁은 한국, 중국의 민중에게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주었지만, 일본 시민에게도 사상 최초의 참혹한 원폭의 피해를 주었다는 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부축할 수 있다. 이것은 국가의 관점에 매여 있는 기억을 국가주의로부터 해방시켜 상보성의 관점에서 기억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부국강병,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동북아의 미래는 밝지 않다. 파국의 국면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소통의 눈으로 상대를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포용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런 힘이 시민사회 안에서 성장할수록, 국가주의를 넘는 제2 근대의 지평이 열린다. 이런 발전의 잠재역량이 오직 한국에 있다는 하버마스의 진단은 고무적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깊게 생각해볼 질문이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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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AFP=연합뉴스)
지미 카터·저명 의학자·교수…의연히 시한부 공개·여생의 각오 공유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멋진 삶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신나고 흥미진진하고 기쁜 삶을 살았습니다."

이달 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1)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때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게 간암이 뇌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시한부 판정을 알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치매를 앓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은 서면발표를 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으로 몰려든 취재진을 맞았다. 여유 있는 얼굴로 때론 농담도 섞어가며 불과 보름 전 알게 된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이제 무슨 일이 닥쳐오든 완전히 편안하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제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손자인 제이슨(40)은 늘 솔직한 걸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평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숨김없이 투병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올리버 색스 교수(홈페이지 캡처)
퇴임 후 카터재단을 세워 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증진을 위해 애써온 카터 전 대통령이 임박한 죽음을 알리며 남은 생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자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품위 있는 전직 대통령의 귀감'이라고 치켜세웠다.

NYT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퇴임 후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준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와 일치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사흘 뒤, 퇴임 후 30여 년간 성경을 가르쳐온 주일학교 강단에 섰다. 평소 40명 정도가 카터 전 대통령의 성경교실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700여 명이 몰렸다.

앞서 올해 2월에는 미국의 저명한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81)가 NYT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알리며 여생에 임하는 태도를 고백해 감동을 줬다.

색스는 쉽게 비정상으로 치부돼버리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해온 '의학계의 시인'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등의 저서로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하다.

뉴욕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인 색스는 "남은 몇 개월을 어떻게 살지는 내게 달렸습니다. 풍성하고 깊고 생산적으로 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정을 깊게 하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더 많이 쓰고 여행하면서 인식과 통찰력의 새 지평에 다다르려 합니다"라고 다짐했다.

색스는 "사람이 죽으면 채워질 수 없는 구멍을 남깁니다.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자신만의 죽음을 맞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지요"라고 털어놨다.

'마지막 강의' 중인 랜디 포시 교수(유튜브 캡처)
이어 "두려움이 없는 척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강한 느낌은 고마움입니다. 저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많은 걸 받았고 돌려주었습니다"라면서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저는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고 이는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라고 기고문을 맺었다.

'마지막 강의'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대중과 나눈 40대의 교수도 있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낙천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고별 강의로 대중의 심금을 울렸던 미국 카네기멜런대 랜디 포시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포시 교수는 47세로 세상을 떠나기 9개월 전인 2007년 9월 학생과 동료 교수 400여 명 앞에서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했다.

그는 자신의 일생이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입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그의 강의 모습은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라 수백만 명에게 감동을 줬다. 한국에도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삶의 소중함을 나누고자 했던 이들 가운데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슈워츠 교수는 제자인 작가 미치 앨봄에게 인생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일러줬다. 앨봄이 노교수의 '인생수업'을 받아적어 1997년 출간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돼 1천400만 부가 팔려나가며 세계인의 가슴을 적셨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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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우주의 수레바퀴. 지구에서 5억 광년 떨어진 수레바퀴 은하(ESO 350-40). 지름은 우리은하보다 50% 더 큰 15만 광년이다. 수레바퀴는 은하 충돌로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제단자리 ESO 179-13의 지름 5만 광년 고리

지름 5만 광년의 고리를 가진 은하계가 발견되었다고 미국 천문잡지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S&T)지가 28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천문학자들이 한 쌍의 은하인 ESO 179-13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1974년이었다. 남반구 하늘 깊숙이 있는 제단자리에 자리한 이 은하계는 왜소 나선은하와 그 북동쪽에 있는 볼품없는 조그만 은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ESO 179-13 은하계는 지난 몇십 년 동안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우리은하 원반면의 별들이 붐비는 장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그 한 이유였다.

홍콩 대학과 호주 천문관측소에 적을 둔 쿠엔틴 파커와 그의 동료들은 이 소외된 은하계에 눈을 돌려 다양한 파장의 스펙트럼과 이미지를 조합해 면밀한 관측을 수행해왔다. 그 결과 하나의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이 은하계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수소 가스 고리를 보았던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다양한 파장의 스펙트럼과 이미지를 조합해 면밀한 관측을 수행한 결과, ESO 179-13 은하계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수소 가스 고리를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다. 왼쪽 위에 보이는 작은 은하가 나선은하를 관통하는 바람에 생긴 고리이다.
고리는 크고 작은 덩어리들이 뭉쳐져 있는 형상으로 은하를 빙 두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화살 과녁처럼 보여 천문학자들은 왜소과녁은하(Dwarf Bull’s-eye Galaxy)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대한 수소 가스 고리는 몇천만 년 전 작은 은하가 나선은하를 총알처럼 관통할 때 찢겨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ESO 179-13 같은 유형의 은하를 적어도 20개 정도는 알고 있다. 형태가 마치 수레바퀴처럼 보여, 그 대표적인 은하인 ESO 350-40은 수레바퀴 은하라는 이름을 얻었다.

ESO 179-13 은하계는 지구에서 겨우 3000만 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가장 가깝고도 가장 작은 우주 수레바퀴이다. 고리의 지름은 고작 2만 광년밖에 되지 않으며(그래도 우리 태양계의 약 700만 배나 되지만), 가운데 있는 나선은하의 질량은 우리은하의 동반 은하인 마젤란은하와 비슷하다.

어쨌든 이 ESO 179-13 은하계가 천문학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은하 질량의 100분의 1밖에 안되는 작은 은하도 우주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며 이처럼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은하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 때문이다. ​

사진=Ivan Bojicic(위),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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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16) 투표자 편향성과 정치실패

반시장·반기업·반교역·반자본주의…
수많은 편향성에 가로막힌 시대
좋은 정책도 '색안경'끼고 반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여태까지 시도된 모든 다른 형태의 정치체제를 제외한다면 최악의 정치체제다”고 설파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치른 1945년 총선에서 패한 2년 뒤 하원 연설에서 영국 유권자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다. ‘나쁜 정책’이나 ‘나쁜 후보자’들을 뽑는 현대 민주주의의 역설적인 현상에 일침을 가한 말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는 수많은 ‘나쁜’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왜 민주주의는 나쁜 정책을 만들어 내는가. 정치인들은 왜 나쁜 정책을 제안하고, 투표자는 왜 나쁜 정책에 표를 던지는가.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투표자의 ‘합리적 무지’가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투표자의 믿음은 합리적 무지에 더해 이상하게도 편향된 측면이 있다. ‘우연적 실수’가 아니라 ‘체계적 편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표자들은 자유무역의 경제적 혜택을 과소평가하거나 복지지출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잠재성장률 저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브라이언 캐플런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투표자들은 합리적 무지 그 이상이다”고 한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캐플런 교수는 2007년에 낸 책 ‘합리적 투표자의 미신’(사진)을 통해 투표자들은 “잘못된 믿음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인 정책을 체계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하에서 ‘나쁜’ 정책이 채택되는 기저에는 투표자들의 ‘비합리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임시직 일자리라도 많이만 만들면 좋다고 여기는 ‘인위적 일자리 창출 편향성’과 ‘반(反)생산 편향성’을 예로 들어 보자. 사람들은 경제 번영을 ‘생산(생산성)’이 아니라 ‘고용’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들은 인기영합적인 엉뚱한 정책을 내놓기 일쑤다. 일자리를 늘린다며 주유소의 ‘셀프 주유’를 금지하는 미국 오리건주가 그런 사례다. 투표자의 편향성에 정치인은 잘못된 정책을 내놓아 표를 모으고, 다시 잘못된 정책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대중민주주의의 맹점이라고 할 만하다. 합리적 무지가 ‘후보자나 정책에 관해 모르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투표자의 비합리성은 ‘후보자나 정책에 관해 잘못된 믿음을 갖고 투표장까지 가서 나쁜 후보자나 정책에 투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선무당이 사람 잡거나 반풍수가 집안 망치는 경우다. 투표자의 이런 비합리성을 빗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 6월14일자 기사에서 투표자들에게 “뇌 없이 빈 머리로 투표하라”고 하기도 했다.

세상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장 이름과 정당의 대표 이름을 알고 있을까. 일부 정치학자는 ‘대중의 지혜’를 믿기도 한다. 다수결 제도 아래 보통의 투표자들이 임의적으로 표를 던진다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 투표자들로부터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 후보자가 당선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원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누가 백만장자가 되려 하는가’란 퀴즈 프로에서 방청석이 택한 대답의 정답률은 91%였다. 이는 대중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에서도 대중의 지혜가 적용될 수 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예측하는 주가가 일부 전문가보다 더 정확한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 현장에서는 대중의 지혜가 통하지 않는다. 투표자들이 신앙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체계적인 편향성에 근거해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정치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민주주의가 사회적으로 최적인 정책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의미에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갈등과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렀다. 이런 갈등의 배경에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이 깔려 있다.

국제무역과 관련해 투표자들의 무지와 비합리성을 비교해 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투표자들이 합리적으로 무지한 경우에는 ‘보호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투표자들이 자유무역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무지하며, 일부 투표자들은 보호주의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투표자들은 이를 과소평가한다면,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정책이 보호주의 쪽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다. 보호주의의 혜택을 둘러싼 일부 투표자의 과대평가와 다른 투표자의 과소평가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자들이 국제무역에 대해 비합리적이라면 그들은 보호주의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할 것이며, 그 결과 보호주의를 지지하는 편향성이 지배하게 된다.

비합리성에 매몰된 투표자들의 보호주의에 대한 체계적 과대평가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포퓰리즘에 입각한 보호주의 정책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며, 그 결과 ‘나쁜’(보호주의) 정책이 채택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의 사익(私益) 추구 행동, 투표자들의 정치적 무지, 투표자들의 비합리성 등으로 인해 실패할 수 있다. 민주주의 하의 ‘투표자의 비합리성’은 정치적 무지 이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식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시장통합의 많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반(反)시장, 반기업, 반무역, 반성장, 반자본주의 편향성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합리적 무지에서 깨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합리적인 믿음이나 생각에서 탈피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성규 < 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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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함께사는길] 뜨거운 지구·① 인포그래픽

 [<함께사는길> 편집부]

 달아오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피해 속출. 국제사회는 더 이상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고 약속했다.

2008년 한국의 약속도 나왔다. 그러나 2015년 6월 현재,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목표치에서 후퇴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환경연합을 비롯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190여 개 국가가 합의한 후퇴방지 원칙을 깨트린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1도씨(℃)만 상승해도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 전 세계 인구 5000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러시아와 캐나다의 건물 손상도 우려된다. 2도씨 올라가면? 남아프리카와 지중해 지역의 물이 최대 30%까지 줄어든다. 아직도 남의 일 같은가. 3도씨 상승하면 유럽, 5도씨 상승하면 중국이 기후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지구의 기후안정을 위해,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의 새로운 기후행동을 묻는다.



프레시안

[함께사는길] 뜨거운 지구·② 진단

 [<함께사는길> 편집부]

 

인류는 이미 지구를 망쳤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대기 중 농도는 지난 80만 년 이내 최고 수준이다. 인간 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배출 탓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전례 없던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꾸준히 치솟는 이산화탄소 배출

2100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씨(℃)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은 2900기가탄소톤(GtCO2(gigatonnes of carbon dioxide), 이산화탄소 10억 톤에 해당하는 양) 이하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인류는 2010년까지 이미 1900GtCO2를 배출했다. 즉, 2011~2100년 사이 배출량을 1000GtCO2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탄소할당량을 두고 '모든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진국과 '그간 실질적으로 대부분 탄소를 배출한 선진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개도국의 입장 싸움이 계속되면서 획기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세계 탄소배출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탄소감축에 대한 합의를 통해 실제 기후변화협약 체제에 참여한 것은 불과 작년이었다. 그 사이 2000~2010년의 총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절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탄소배출은 석탄과 석유 소비에서


187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8피피엠(ppm)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395ppm을 기록했으며, 지난 3월 급기야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 월평균치가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한 것은 무분별한 석탄과 석유의 소비 때문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대한민국


오늘날 192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합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온실가스 누적배출량 16위, 1인당 배출량 OECD 6위의 국가다(2012년 기준). 한국이 지구를 망친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자명하다.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첫 단추에 해당하는 에너지기본계획부터 잘못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전력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지만, 지난 2014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전력 기준 수요가 끝없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과 LNG를 통해 발전량의 57.1퍼센트(%)를 충당할 예정이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의지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번 계획은 지난 6차 계획에 비해서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전원 구성비가 고작 0.1% 증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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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6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 박종운 변호사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28일로 세월호 참사 500일을 맞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나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많은 이가 가슴 아파하며 한목소리로 세월호 참사 전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싸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19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시행령 등의 문제로 진통은 계속됐다. 오는 9월에나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가 현판식을 하고 정식 출범할 전망이다. 특조위는 지난 500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봐야 할 시점이 됐다. 지난 25일 특조위 안전사회 소위원장을 맡은 박종운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500일, 아직도 답답해하는 유가족
- 8월 28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특조위원이신데, 어떠신가요?
"벌써 500일이 되었는데도 아직 진상규명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어서 유가족분들이나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가족분들 특히 미수습자 가족분들은 많이 답답해하세요. 그나마 9월부터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특조위가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가족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답답해하나요?
"진상규명특별법이 지난해 11월 19일 통과됐는데도 여전히 조사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가장 답답하죠. 미수습자 가족분들의 경우, 인양 전후의 과정에서 유실방지대책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세월호의 상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는 그런 상황이 못 됩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양 과정에서부터 참여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도 답답한 심정인 거죠."

- 지난 500일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난 500일은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 2014년 11월 19일을 기점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동안 많은 유가족과 국민이 지지한 덕분에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고 서명한 분들, 그리고 거리에서 서명받기 위해 노력한 분들 덕분입니다. 특히 유가족분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하셨죠.

올해 1월 15일, (특조위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른 시일 내에 특조위가 설립될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러나 1월 16일 당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세금 도둑' 발언을 하면서부터 특조위 설립이 지연되었습니다.

2월 17일께 시행령 안과 예산 안을 만들어 정부부처로 보냈지만, 제대로 수용이 되지 않아서 시행령 싸움이 벌어진 거죠. 대표적으로 4월 말~5월 초에 이석태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3명이 광화문에서 대통령 면담을 촉구했습니다. 특별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만들어 달라면서 농성을 했어요. 그런데도 5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은 우리가 원하는 시행령과 많은 거리가 있었죠.

시행령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후에 특조위 내부에서는 여러 사항을 놓고 정부 여당 측과 싸움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 갖출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고 결단했습니다. 그 이후를 별도로 구분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특조위가 일할 수 있는 준비를 내부적으로 일정 부분 해놓았기 때문에, 곧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9월께는 '현판식'이라도 할 예정이고, 피해자들로부터 신청 사건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500일, 예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너무나 안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9월부터는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진전을 가져온 시간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예상보다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가 정부 여당 때문이었는데요. 9월 정식 출범 이후 상황은 어떨까요?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 때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러 개 있었어요. 그 위원회가 우리처럼 정부 여당과 직접 다투진 않았지만, 가해자나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가 기관과의 갈등은 있었어요.

지난 몇 개월 동안 정부 여당 측과 총론적인 측면에서 충돌했죠. 이제 비로소 기본적인 활동 체계를 갖추고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과거와 다르게, 살아있는 권력이라 할 수 있는 현 정부의 여러 부처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사 정리위원회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지난 몇 개월 전과 다른 것은, 그때는 정부 여당과의 대립관계로 인해서 일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는 겁니다. 그 단계에서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사권한, 청문회, 특검 요청권, 고소·고발권 등을 활용하여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특조위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고, 지금까지 나와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해야 합니다. 반면 안전사회소위원회에서는 간접적이거나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해야 하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법, 제도, 정책, 관행의 잘못된 부분을 밝혀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대형 재난에 대해서 사전 예방이나 사후 대응책 등 충분한 대안을 마련합니다.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 과거의 다른 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다릅니다.

따라서 단순히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의 관점만으로 본다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사회 종합대책이나 피해자지원 대책 등 전체적인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 보장해야 한다"
- 특조위 조사 기간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던데, 정리되었나요?
"여전히 논쟁이 있어요. 기산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견해인 1월 1일부터 특조위 첫 전원위원회가 열린 3월 9일, 시행령이 공포 시행된 5월 11일, 예산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8월 4일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견해의 대립일 뿐이고, 결국은 여야가 합의에 따라서 특별법을 개정해야죠.

왜냐하면, 통상적으로는 시행령이 공포되고 예산이 나와서 위원 전원이 모여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특조위 입장은, 신청사건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준비가 이루어진 9월 초순경부터 조사활동을 개시하는 것으로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여야가 적절히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개정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만,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서, 인양된 세월호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종료되어 버리면 그때는 진상규명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 사이에 세월호가 인양되어서 충분히 조사하면 좋겠죠. 하지만 만약 어떤 사유가 있어서 그 기간 내에 세월호가 인양되지 못하거나, 인양되더라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세월호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까지 보장해줘야 합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조대환 부위원장이 사퇴한 자리에 이헌 변호사가 임명되었습니다.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조 부위원장이 사퇴하고 시변의 공동대표였던 이헌 변호사가 여당 추천 상임위원으로 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간 이 부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걸 정리해보면, 세월호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지금까지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태도를 견지해 왔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특조위가 체계를 갖추어서 실제로 조사활동을 시작하면, 과거처럼 정치적으로 쟁점화가 된 내용으로 싸울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각각의 사건 의견이 다를 때마다 잘 종합해서 진실을 규명해 내려고 노력한다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 이번 달 초 확정된 예산이 절반 깎였다던데 그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요?
"사업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깎였고, 특히 안전사회소위원회 관련 사업비는 6분의 1 정도만 인정되었습니다. 그만큼 원활하게 사업을 펼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세월호 특조위가 원활하게 각종 사업을 벌이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특히 안전사회소위원회 관련 사업비가 대폭 축소된 것을 보면, 혹시 정부 여당 측은 안전사회소위원회나 안전사회과가 국민안전처를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안전사회소위원장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과제를 설정하고 그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대안을 고민해 볼 계획입니다.

-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민은 세월호 참사 전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국가 대개조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세월호 500일, 얼마나 바뀌었다고 보시나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안전 체감도는 오히려 안 좋아졌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대통령께서 국가 대개조론을 주장하고 해경을 해체했습니다. 대신 국민안전처를 만들어서 해경을 그 산하에 두도록 했지요. 해경이 해체되었다기보다는 해수부에서 국민안전처로 옮겨간 겁니다. 과연 이것만으로 (대개조가) 충분한가에 대해 많은 분이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어요.

여전히 재해·재난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해경 해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진 않는 것 같아요. 현재 국민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봅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객관적인 평가가 나올 겁니다. 우리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안전사회 건설 종합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선체 인양문제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지난 4월에 대통령께서 인양선언을 했잖아요. 사업자로 선정된 상하이 샐비지가 인양기지를 건설해서 지난주부터 수중촬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특조위가 인양 자체에 대한 권리는 없어요. 다만 피해자지원의 측면에서 인권의 문제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 같은 경우에는 자국 병사가 월남전에서 사망했다면 몇십 년이 지나도 유골을 찾아서 피해자 가족에게 돌려줍니다.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국가가 최선을 다해서 미수습된 분들을 찾아서 피해가족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건 피해자 인권 차원의 문제죠.

또 하나, 진상규명이란 관점에서 보면 세월호 선체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의 인양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유실되지 않는, 원형 그대로의 선체 인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지난 20일, 세월호 인양을 위한 수중조사와 선체촬영이 시작되었지만, 당사자인 가족들은 배제되었고 정부가 특조위에도 알려주지 않았다던데 어떻게 보세요?
"특조위와 유가족들이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투명하게 인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데, 협력이 안 되는 거죠. 우리는 그런 일이 있을 때 알려달라고 하고, 내려가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하겠고, 인양되기 전이라도 원형 그대로의 유실 없는 선체 인양이라는 관점에서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게 제대로 협조 되지 않고 있어요."

- 지난달에 유가족이 선체촬영 하려고 했지만, 해수부가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인양하려면, 인양 전 상태와 인양 후 상태를 비교할 만한 뭔가가 있어야 성공적으로 인양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죠. 특히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인양 전에 유실 방지 대책을 마련해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현재 세월호 상태는 어떤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걸 해수부가 막았잖아요. 저는 바로 그런 지점에서도 불신이 싹튼다고 생각해요.

물론 해수부 입장에서는, 예전에 찍은 것도 있고, 상하이 샐비지에서도 배를 인양하려면 당연히 선체 촬영을 하니까 그걸 보면 되는 것이지, '왜 위험하게 유가족들이 직접 촬영하려고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자기들이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독자적으로 수중촬영을 하는 게 못마땅했을 수도 있어요.

이미 상하이 샐비지에서 선체촬영을 한다고 하니, 현재 상황에서 유가족들까지 이중으로 촬영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요. 독자적인 선체촬영을 강하게 주장하기는 힘듭니다. 이번 선체촬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세월호 특조위가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데요. 먼저 세월호 특조위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합니다. 또한, 진상규명, 안전사회건설 등은 특조위만 하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예컨대,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 피해자 지원대책 등과 관련해서도 말입니다. 공식 홈페이지가 만들어지는 대로 게시판을 통해 여러 가지 좋은 제보, 자료 제공, 건설적인 제안 등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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