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는 역시 ‘절약 상품’이 최고
기사입력 2015-09-08 20:55
[한겨레] 일본 ‘잃어버린 20년’ 히트상품 분석
100엔 샵·80엔 버거 등 큰 인기
고급 커피·조각 케이크 등
‘작은 사치품’도 위안 대상으로
고령화 따라 건강식품도 각광
저성장기 진입한 한국 유망 업종
편의점·콘텐츠·제약 등 주목 필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저성장기에 일본에서는 어떤 상품이 잘 팔렸을까?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8일 한국투자증권은 1990~2009년 일본 유행 정보지 <니케이 트렌디>에서 뽑은 히트상품을 분석해, ‘일본 잃어버린 20년 속 히트상품’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저성장기 일본에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비롯한 저가 상품, ‘작은 사치감’을 안겨주는 값비싼 커피 따위의 위안 상품, 고령화에 따른 건강관리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 결과가 담겼다.
우선 보고서는 90년대 버블 붕괴기 일본과 지금의 한국 경제가 닮은 꼴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국민소득 3만달러(1992년)에서 4만달러에 안착(2010년)되는 데 18년이 걸렸다.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1960년대 6.6%포인트에서 2000년대 0.7%포인트로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한 시점에서 소비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 부진과 소득 분배 악화, 경상수지 흑자에 정부재정 악화, 고령사회에 진입한 인구구조 면에서도 유사점을 보인다.
불황기 일본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 상품은 절약 상품이다. 100엔샵(진열된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1000원 가량인 상점), 맥도날드 80엔 버거, 값싼 소고기덮밥 등이 인기를 끌었다. 고령화로 인해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연령층(20~64살)이 줄어 일반 맥주보다 세금이 적어 값이 싼 발포주가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저가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큰 인기를 얻은 것도 2000년부터다. 또 유통비용을 절감해 값싸게 내놓을 수 있는 자체브랜드 상품이 불황기 초반인 1994년부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고급화 한 자체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06년 2202억엔이었던 일본기업 이온(Aeon)의 자체브랜드상품 매출액은 2008년 3688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동시에 절약에 지친 소비자들은 비싼 커피, 고급 조각 케이크 등 ‘작은 사치품’에서 위안을 얻기 시작했다. 니케이 트렌디 자료를 보면 1999년에 고급 카페, 2000년에 스타벅스 커피, 2003년에 고급 삼각김밥이 인기 상품 목록에 올라 있다. 먹는 것, 즐기는 것을 모두 집안에서 해결하는 이들도 늘었다. 2000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2, 2006년에는 닌텐도디에스(DS)가 큰 인기를 끌었고, 집에서 간단한 조리과정만 거쳐 음식을 완성하고 외식비를 줄이는 가정편의식이 이미 1992년에 인기상품 목록에 올랐다.
불황에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관련 상품은 잘 팔렸다. 1995년 건강보조제가 인기상품 반열에 올랐고, 1996년 무설탕 식품, 2005년에는 로하스, 2006년에는 대사증후군 대책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저성장기의 유망 업종으로 비지에프(BGF)리테일·지에스(GS)리테일과 같은 편의점, 씨제이 이앤엠(CJ E&M)과 같은 콘텐츠 업종, 셀트리온을 비롯한 제약 업종을 꼽았다. 편의점은 자체브랜드 제품의 주도적 유통채널이 될 가능성이 크고, 한국에서도 간편식의 인기,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 확대 등 집에서 값싸게 즐기는 경향이 커짐에 따라 콘텐츠 업체의 성장 가능성이 있으며, 고령화와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제약업종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일본의 사례 연구를 통해 앞으로 한국에서 전개될 장기 저성장·소비 위축 시대의 구조적 성장 산업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일본의 장기 불황속 짧은 회복기(성장률 0~2%대)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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