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징후가 보이는 중국경제
세계 각국이 경기후퇴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6년 여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4%로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가 유력시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9월 이후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구사하고 있지만 중국의 금리는 다른 국가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 2월 CPI 6년 만에 ‘마이너스(-)’권 진입
10일 중국국가통계국(NBS)은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대비 1.6%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6년 여래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것으로, 12년 래 최고치를 나타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8.7%) 대비로는 급락한 것이다.
CPI 구성 항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식료품 가격은 1.9% 떨어졌고, 식료품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1.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5% 떨어지면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NBS는 성명에서 “국제 농작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CPI와 PPI가 급락했다”며 “디플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중국정부가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과잉생산이 맞물리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현저한 디플레 신호
지난 달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권으로 후퇴한 가운데, 올해 전체도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중국정부가 내놓은 올해 CPI 상승률 목표치 4% 대비로는
현저히 낮은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왕칭 이코노미스트는 “처음으로 디플레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중국은 올해 내내 디플레를 겪게 될 전망이며 이는 예기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 1% 언저리를 나타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씨티그룹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CPI는 올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PPI는 더욱 큰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대출 활황이 디플레 가능성을 낮췄지만, 추가적으로 통화정책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CPI와 PPI 하락은 중국경제가 약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내일(11일) 발표될 예정인 무역수지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며, 제조업이 취약해지면서
고용불안, 소득감소 등도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플레 신호를 파악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콩 소재 JP모건의 징 울리히 회장은 “디플레가 우려되긴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중국정부가 디플레 방지를 위해 금리와 지준율 인하 등 추가적인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가신식중심(SIC)의 치징메이 이코노미스트도 “춘절효과 등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디플레 징후는 찾기 힘들다”며 “3월 지표가 나와봐야 디플레 여부를 측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료와 전기료 가격 개혁이 단행되면
물가의 추가하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민銀, 추가 통화정책 완화 나설 전망
이에 따라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및 지준율 인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붕괴된 지난해 9월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한 인민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에 대비에 통화정책 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날 인민은행의 쑤닝 부총재는 “작은 폭이지만 금리인하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준율 인하 여력도 크다”며 “인민은행은 공개시장 조작, 지준율 및 금리조절 등을 통해 통화정책 완화를 적절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씨티그룹은 대출금리가 수개월 내에 4.23%까지 인하되고 지준율도 10~1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의 1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는 각각 5.31%와 2.25%로 미국(0~0.25%), 유럽연합(1.5%) 등 대비 높은 편이다.
대형 은행과 중소형 은행의 지준율은 각각 13.5%와 15.5%다.
◇ 디플레 우려 불구 증시 ‘양호’
이날 물가가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대출이 급증, 디플레에 대한 우려가 상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BS는 “중국은 선제적인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 완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은행들의 대출이 급증하는 등 시중 유동성 공급은 풍부하다”며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NBS는 2월 중국 은행들의 신규대출이 1조 위안(1,460억 달러)을 나타내는 등 견조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1조6,200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전월(1월)
대비로는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대출급증을 경제회복신호로 포착하고, 섣불리 낙관론을 점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대출호황은 정부의 경기부양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 혜택에서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범위한 경제안정 없이는 대출활황이 지속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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