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귀향에서 서거까지 비참했던 15개월
노컷뉴스 | 입력 2009.05.23 13:39
◈2008년 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식을 가진 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고향마을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귀향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귀향환영행사추진위원회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고향 주민, 관광객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2천여명으로 부터 극진한 환영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5년간 대통령직을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떠냐. 그냥 열심히 했으니 이쁘게 봐 달라. 정말 마음놓고 한마디 하고자 한다.
야~ 기분좋다"는 인사말을 하며 고향 정착 생활에 들어갔다.
◈2008년 2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적인 소통의 공간이 된 자신의 홈페이지에 '안녕하세요?
노무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먼저 "3월에는 이 홈페이지도 주제를 놓고 서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려고 합니다"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소통하고
여러 활동을 벌일 계획임을 밝혔다.
또, 노 전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비서관을 통해 주민등록 이전신고를
마쳐 3만 1873번째 공식 진영읍민으로 기록됐다.
◈2008년 3월 3일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화포천의 쓰레기와 오염은
참 가슴이 아팠다"면서 "새마을운동을 다시 하자고 해볼까 싶다"고 밝히면서
자연정화 활동을 시작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위해, 마을 뒤 봉화산 숲 정비사업에 착수하는 한편
한림면 화포천습지와 봉화마을 봄맞이 화포천 자연정화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고향마을을 '부자마을'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봉하마을 앞 농경지에다 친환경농법인 오리농법을 도입, 지난해 10월20일 첫 벼 수확의 기쁨을 안기도 했고, 수확한 '봉하 오리쌀' 3㎏들이 한 포를 청와대로 보내기도 했다.
◈2008년 5월 11일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김해 봉하마을에 지난 5월 11일 하루 동안 무려 2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일일 기준 최고 방문객을 기록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7월초
50만명을 돌파했고,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매일 오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연설을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인사시간을 가졌고, 특히, 농사를 짓거나, 손녀와 자전거를 타는 등의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들이 소개되면서 시골 촌부의 모습으로 돌아간
전직 대통령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국가기록원이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이 남겼던 자료를 가져간 것이 불법이라며,
유출된 기록물 반환을 요구하면서 이날 봉하마을을 방문해 2시간에 걸쳐 현장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기록물을 볼 권한이 있다며
이를 거부해 논란이 일면서 전 현직 청와대의 정면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노 전 대통령측은 18일 봉하마을 사저에 보관하고 있던 기록물 하드디스크를
국가기록원에 넘겼지만, 국가기록원이 다시 서버를 포함한 전산장비 일체의
반환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계속되면서, 결국 검찰이 기록물 유출 논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후 '기록물 사건 관련 검찰의 방문조사 입장에 대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굳이 조사를 하겠다면 방문할 이유가 없다"며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 5일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돼 결국 구속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따뜻해지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저를 나와 관광객들 앞에서 "형님의 모든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는 형님의 말을 부정하는, 앞지른 판단으로 말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늘 인사로 금년의 만남을 마감 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 때 다시 인사하러 나오겠다"라며, 방문객들과의 인사시간도 중단했다.
◈2009년 2월 22일
칩거에 들어갔던 노 전 대통령은 22일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글 올리겠습니다"며
인터넷 활동 재개했다. 이후 모두 6편의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귀향 1주년인 지난달 25일
봉하마을에서는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주인공'인 노 전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2009년 4월 7일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회장의 로비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고백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끝이
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게 됐다.
부인 권양숙 여사도 닷새 뒤 부산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부인이 한 일을
몰랐다고 말한 노 전 대통령에게도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다.
◈2009년 4월 25일
노 전 대통령의 귀향 이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 수가 25일로 백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봉하마을 한 주민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관광객 백만명이 온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최근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세 번째로 검찰에 소환됐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나와 "국민여러분께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대검청사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노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10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이튿날 아침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경호원과 봉하마을 뒷산에서
등산을 하다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를 통해 "너무 힘들었다"고 밝히며, 최근 자신과 자신의 가족, 측근들이 박연차 회장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따른 심적 고통이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삶은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hiro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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