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 리더쉽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겨라!"

구봉88 2009. 8. 5. 12:22

[CEO의 도전]학위는 `여권`, 지금 할 일은 `비자`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겨라!"

기 마르시아 사장이 한국에 온 것은 이제 2년째 접어들었다. 프랑스인이라 동양 문화에 익숙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일했단다. 또한 그동안 한국에도 몇 번 왔기 때문에 큰 문화적 충격이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처음에는 TV CF에 나오는 마르시아 사장이 연기를 잘 해서일까? 처음에는 그가 진짜 전문 배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는 회사의 인지도롤 높이고 CEO가 보증하는 보험이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직접 출연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면 즐겁고 유쾌해지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도전1. 변신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그는 산업생화학 박사다. 보통 이 경우에는 연구원이나 학자의 길을 가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마르시아 사장이 택한 길은 좀 달랐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사실 마르시아 사장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원으로 일했다. 전공을 살리는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여성을 위한 약을 연구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기에, 그는 아직 젊었다. 또한 워낙 적극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상 뭔가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마침 그 즈음에, 세계 3대 제약사 가운데 하나인 사노피 그룹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왔다. 당시 그가 할 일은 제약사의 연구원이 아니라 영업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인데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경력이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직업이었다.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때 그의 아버지는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데 있어서 학위는 그저 여권”이라며 “지금 할 일은 비자이니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덕분에 그는 회사를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연구만 하던 그가 처음부터 영업의 달인이 될 수는 없었다. 넘어지고 실수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영업을 하려면 말을 잘 해야 하는 데, 낯선 사람에게 제품을 파는 것이 익숙지 않아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밀려왔다.

하지만 젊은 청년은 자신의 인생에서 실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만큼은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진단용품 분야에서 프랑스 전체에서 절반을 책임지는 영업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해서 포기를 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자리였다. 또한 어느 날 누가 갑자기 떨어뜨려준 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성공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서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니까요. 현재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서 그만 두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마르시아 사장이 이렇게 얘기할 만도 했다. 자신이 거둔 좋은 성과로 인해 일본에 갈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노피에서는 일본 지사를 세우면서 잠재력 있는 젊은 관리자 몇 명을 선발했는데, 그가 당당히 뽑혔던 것이다. 시작할 때는 달랑 12명이었지만, 그가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6개 계열사에 300명이나 되는 직원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그의 도전2. 무엇이든 ‘된다’고 생각한다!

기 마르시아 사장의 책상 옆 선반에는 프랑스어로 적힌 액자가 하나 놓여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물건이라서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는 “1999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공로훈장”이라며 “프랑스 정부와 산업에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수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을 정도라면, 도대체 그는 어떤 큰일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1998년 그가 사노피 그룹에서 입생로랑 CEO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프랑스에서 AXA 보험 관계자들이 자신을 찾았다. 처음에는 그저 시장 상황을 보려나보다 했는데 의외로 그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놀라기도 했고 보험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보험회사 CEO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회사 측에서는 전혀 상관없다는 대답이었다.

당시 마르시아 사장의 나이는 49세였다. 변화를 위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삶이 더 매력적일 시기였다. 이미 일본 사노피는 마르시아 사장의 노력으로 인해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에는 위험 역시 크게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회사를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당신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제약은 물론 화장품 분야까지 큰 조직인 사노피를 두고 왜 직원이 40명도 안 되는, 그것도 보험회사에 들어 가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택했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또 다시 새로운 ‘비자’를 받고 싶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AXA’를 거의 몰랐던 일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85%까지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을 수 있었다.

불행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불행해지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안 된다’고만 생각하는 이의 인생 역시 불행해지는 것이다. 행복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긍정적인 사람은 무엇이든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경험도 없이 척박한 환경에서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의 열정을 믿고 도전한 마르시아 사장처럼.

▲그의 도전3. 가능성과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의 도전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마르시아 사장이 프랑스 본사에 제의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일하다보니, 자동차 보유대수가 2,000만대가 넘는 한국 역시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대해 알아보던 가운데, 그는 교보자동차보험과 접촉하게 됐다.

그는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교보의 회사 가치에 주목했고 마침내 2007년 5월 기업 인수를 마쳤다. 교보의 비즈니스모델에 세계 3대 금융그룹인 AXA의 선진 금융 노하우와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큰 시너지가 나올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그는 현지 국가와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마르시아 사장이 교보AXA손해보험에 부임한 첫 날, 그는 사무실에 도착해 세 시간 동안 인트라넷부터 공부했다.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과 업무. 일상 등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영어냐, 프랑스어 또는 한국어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언어란 소통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의지가 먼저인 것이다.

교보AXA손해보험은 2007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7년 4,886억 원의 매출을 올려, 기존의 교보가 2001년 사업 개시 첫해 거둔 매출 263억 원에 비해 무려 18배 이상 높은 실적을 냈다. 한국 보험 시장의 성장력을 높게 평가한 마르시아 사장의 선견지명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CEO가 어떤 일을 할 때에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과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야죠. 또한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창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닥쳐서 많은 회사들이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보AXA는 기존 교보자동차보험의 직원 1,260명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그대로 인수했다. 지금은 1,450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그는 힘들더라도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CEO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과의 인트라넷, 전국 지방 지점을 도는 일명 ‘전국 투어’, 가끔씩 술자리에서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 그는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여긴다. 더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이 현재 그가 갖고 있는 가장 최상의 목표라 할 수 있다.

■기 마르시아 사장 약력
1977년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산업생화학과 박사/ 1999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로훈장 수훈/ 1986년 일본 사노피제약 사장/ 1991년 일본 사노피제약 사장/ 1998년 일본 AXA손해보험주식회사 사장/ 2007년 일본 AXA손해보험 회장/ 2008년 현재 교보AXA손해보험 사장


■  글 - 매경인터넷 칼럼니스트

           진희정(story155@naver.com) 더 스토리 컴퍼니 대표이사,

           CEO 전문작가, 저서로 ‘CEO처럼 기획하라’, ‘CEO, 책에서 길을 찾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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