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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시사 정보

구봉88 2011. 11. 21. 18:22
GMRI 2011. 11. 20. 朴 斗圭)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출처:(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1-303. 2011. 11. 20)

 

 

 

 

 

 

 

 

 

 

1.KDI, 2012년 성장률 전망치 3.8%로 낮춰

2."다음 타깃은 佛… 伊국채 만기 몰린 내년 2~4월이 고비"

3.유로존 위기 '발등의 불'은 스페인

4.2012년 증시를 움직일 4대변수

5.`PIIGS`국가 정권 모두 바뀌어

6.中 천만장자 급증, 세계의 공장서 사치품소비대국으로

 

 

7. 기업경영

  -'과잉투자의 유산' 車·유화 설비, 애물단지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이메일·트위터는 거짓말쟁이

  -기업 마케팅, SNS에서 승부 갈린다

  -대형마트는 지금 변신 중…로드숍·가상점포 “뭐든 다하겠다”

  -美매체 '최고 IT제품 100선' 중 6개가 삼성제품

  -[데이터 폭증시대,상생해법 찾자] (1) 통신망 부족,통신―콘텐츠업계 공동책임

  -올리브영 "내년 가맹점 200개 늘릴 것"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 "화장품 '빅3' 탈환할 것"

  -삼성물산, 건설·상사 틀 벗고 글로벌 디벨로퍼 탈바꿈

  -STX 중동 육상플랜트사업 본궤도 오르나

  -우송대 조원권 부총장 "라오스에 한국 교육시스템 정착 시킬것"

  -한국형 국제의료원조 프로젝트 첫 결실 맺어

  -사랑은 우정·애정·욕정의 결합,20년 넘은 커플도 10%는 ‘신혼’

   

 

8.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한미 FTA, 민주당 7명 중 2명만 당론 따라 “반대”

   -신자유주의 계승한 ‘자본주의 4.0’

   - 헤쳐모이는 야권 '4국지'가 펼쳐지나

   -호세프 "브라질, 세계 5위 경제국 된다"

   -이건희 회장님, 주머니에 이게 들어갑니까?

   -오바마의 '我專敵分(아전적분:아군은 모으고 적은 분산)'

   -‘지퍼’ 폭로 관련자 유대인 일색...아랍선 유대인 음모설

   -[세계는지금] 미국 도시 ‘파산 도미노’

   -美 “개입” vs 中 “안돼”… 남중국해 문제 ‘일촉즉발’

   -美칼럼니스트, "韓정부가 오히려 한류 망치려 해"

   -8개 정권 거치며 서울시장 2번, 총리 2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公職의 표상' 고건

   -스웨덴 패러독스, 복지 '펑펑' 재정 '빵빵' 스웨덴 경제 비밀은?

 

          G경영연구소(GMRI)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1-616-3013)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41-18 중앙빌딩 401호 (전화 02-3452-9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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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012년 성장률 전망치 3.8%로 낮춰

올 성장률도 3.6%로 하향… “경기하강 상반기까지 지속”

[세계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와 3.8%로 낮췄다. KDI는 20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 전망한 4.2%에서 0.6%포인트, 내년 전망치는 종전의 4.3%에서 0.5%포인트 내렸다.

KDI는 또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통화당국의 책임성 강화를 주문했다. 기준금리 인상 실기 논란을 빚은 한국은행을 비판한 것이다.

현오석 KDI 원장은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 경기 하향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이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에 발효하면 성장률이 3.9∼4.1%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내년에 순수출 기여도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둔화에 따라 올해보다 다소 축소되지만 내수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3.1%, 설비투자는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토목 부문 부진이 이어지는 반면 주택경기의 완만한 회복으로 극심한 부진이 다소 풀리면서 2.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수출 둔화와 원화가치 상승으로 올해의 213억달러보다 줄어든 151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실업률은 올해와 같은 연평균 3.5%로 내다보고, 취업자 증가 폭은 30만명 내외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3.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글로벌 재정위기에 결국 ‘낙관론’ 포기

KDI, 2012년 성장률 하향 왜

[세계일보]정부와 함께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결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국내외 기관들이 속속 3%대 중반까지 전망치를 낮추는데도 꿈쩍하지 않던 국책연구기관도 결국 손을 든 것이다. 올 초 시작된 경기둔화가 사실상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을 알 수 없는 데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성장률 3%대 전망과 혼란스런 정부

“내년 경제는 분명히 어렵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을 써야 할지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할지 정책 판단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 다음달 12일 내년 경제 운용 방향 발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졌을 때처럼 경기침체가 눈에 보인다면 차라리 대응 방향은 명확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경기 둔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정말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인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도 엇갈리면서 혼란은 커지고 있다. 광공업생산, 고용지표는 양호한데 물가는 불안하고 소비심리지수는 떨어지고 있다.

일단 다른 경제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KDI의 시각은 올해는 다소 비관적, 내년은 다소 낙관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3.6%는 한국금융연구원 3.9%, LG경제연구원 3.8%, 삼성경제연구소 4.0%, 현대경제연구원 4.2%보다 낮았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외국계 투자은행(IB) 10곳의 평균인 3.7%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내년 전망치인 3.8%는 한국금융연구원 3.7%,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원 3.6%보다 높았다. 외국계 IB들은 내년에 우리 경제가 3.8%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3%대 후반이 대세를 이루면서 정부 전망치인 4.5%와는 거리가 있다.

◆제 몫 못한 통화당국과 무시 못할 한·미 FTA 효과

KDI는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한국은행을 비판했다. 물가안정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성과 관련 제도가 미흡하므로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KDI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통상적인 기준에 비춰 물가안정에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증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금리에 대한 모의실험을 한 결과 지난 1년간의 정책금리는 다소 낮은 수준에서 유지됐다”고 밝혔다. 또 “2011년의 경우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향후 물가안정 기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안정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본 전망에서 0.1∼0.3%포인트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효과로 양국 간 수출입이 확대되는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경쟁 관계인 국가와의 교역을 대체하는 무역 전환 효과가 모두 존재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연간 대미 수출 증가율은 3%포인트, 수입 증가율은 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KDI "내년 3.8% 성장" 하향조정 근거는

◆ 국내 경기 찬바람 ◆

"수출 둔화를 내수가 어느 정도 보완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4%대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야 한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6개월 전에 전망한 4.3%에서 3.8%로 하향 조정하면서 내놓은 진단이다.

KDI는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 더블딥 불안감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국내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증가율이 둔화 추세에 접어든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했다. KDI는 선진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둔해지면서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10.2%)보다 떨어진 8.1%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내년에는 내수가 수출 둔화를 보전하면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KDI가 제시한 내년 GDP 성장률 3.8%는 4%대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3.6%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가 양호한 고용 여건과 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올해 증가율 추정치(2.6%)보다 0.9%포인트 높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5.6%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는 주택경기가 내년에 2.8% 순성장으로 돌아서는 데 힘입어 총 고정투자도 올해 1.1% 감소에서 내년에는 3.4% 성장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른 연구기관과 비교할 때 KDI 전망치는 올해는 다소 낮고 내년은 다소 높은 편이다. KDI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3.6%는 금융연구원(3.9%) LG경제연구원(3.8%) 삼성경제연구소(4.0%) 현대경제연구원(4.2%)보다 낮았다. 반면 내년 전망치 3.8%는 금융연(3.7%) LG연ㆍ삼성연(3.6%)보다 높다.

특히 KDI는 한ㆍ미 FTA가 국회에서 비준처리돼 내년부터 발효되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0.1~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관세 인하로 한ㆍ미 양국 간 수출입이 확대되는 무역 창출 효과 외에도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ㆍEU의 대미 수출을 잠식할 수 있는 무역 전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KDI 전망은 일정한 전제를 깔고 있다. 유로존 위기와 국제 금융시장 혼란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IMF가 전망한 대로 내년 세계 경제가 4.0% 성장세를 보이고 우리나라 원유 도입단가도 올해보다 5달러 떨어진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제가 흔들리면 국내 성장률이 곤두박질칠 개연성은 여전하다.

물가와 관련해 내년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수요 측면 상승압력이 줄어들면서 3.4%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KDI는 중앙은행이 그동안 물가 안정에 적극적이지 못해 올해 물가상승률(4.4%)이 목표 상단(4%)을 상회했다고 비판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으려면 한은이 유로 지역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곧바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시장에 던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실증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면 10월 정책금리가 3.92%나 4.20%가 됐겠지만 실제로는 3.25%에 머물 만큼 한은이 물가 안정에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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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깃은 佛… 伊국채 만기 몰린 내년 2~4월이 고비"



글로벌 투기세력 유럽위기 키운다

佛, 伊 국채 최대 보유국, 정정불안 벨기에도 목표물

非 유로존까지 호시탐탐, 헝가리등 희생양 될수도

글로벌 투기세력에 유로존 채무위기는 최고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아일랜드와 그리스를 낭떠러지로 몰아넣고 수익을 챙긴 데 이어 이탈리아ㆍ스페인 등을 차례로 공격하면서 다음 목표물을 찾고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기세력의 다음 타깃이 프랑스ㆍ벨기에ㆍ네덜란드 등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유럽 국가들과 비(非)유로존 동유럽 국가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국채시장,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헤지펀드들에 유로존의 위기는 회생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이들은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및 환율과 연관된 상품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을 맹공략하고 있다.

투기세력들은 국채 만기 도래, 정권 교체 등 불안요인이 부각되는 국가의 국채를 공매도하거나 보유 국채를 매도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불안해진 일반 투자자들이 국채 매도에 가세해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 투기세력은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구조다. 이와 동시에 유로화 선물 매도 포지션(쇼트)을 취해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익까지 이중으로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사임설이 불거진 이달 초부터 투기세력들이 개입하면서 채권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7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공식 사의를 표명하자 정국불안에 대한 전망 속에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8bp 급등했다. 이어 유럽 최대 채권청산기관인 LCH클리어넷이 거래증거금을 올린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국채금리는 9일 구제금융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7%를 돌파했다. 이후 마리오 몬티 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집행위원이 새로운 총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하락했던 국채 수익률은 17일 피치가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다시 7%를 넘어섰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18일 6.63%로 장을 마쳤다. 이처럼 장이 요동치자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자국의 위기가 "순수하게 투기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AP통신도 "투기세력들의 이탈리아 국채 매매로 수익률이 급등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 채권중계를 하는 한 한국계 딜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가면 ECB가 매입해준다는 점도 투기세력들에는 좋은 재료"라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선물ㆍ옵션ㆍ외환차익거래(FX) 등 다양한 거래수단을 동원해 차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ㆍ벨기에도 사정권=

투기세력들의 다음 목표물은 프랑스ㆍ벨기에 등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건전하다고 평가되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가 시장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사이"를 위험한 시기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2~4월에 이탈리아의 국채 만기가 집중된 상황에서 이탈리아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전후로 글로벌 투기세력의 공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을 지탱하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연쇄적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프랑스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벨기에 역시 다음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된다. 벨기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10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며 지역감정 때문에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20개월간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어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을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헝가리와 같은 동유럽의 비유로존 국가들 역시 투기세력의 다음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세력들은 헝가리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포린트화를 맹공격하며 화폐가치를 사상 최저치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성희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은 "유럽의 위기는 당장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대규모 국채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2~4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이 부분이 잘 해결되더라도 이후 민간 부문의 손실 부담비율 등을 둘러싼 불안요소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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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발등의 불'은 스페인

'중도우파'로 정권교체 유력

국채금리 한때 이탈리아 추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초점이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유력해지는 등 정치 변수가 부각되면서 스페인 국채 금리가 한때 이탈리아를 추월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재정위기 전염 우려로 스페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3개월 만에 이탈리아 수준에 육박했다"며 "위기의 초점이 스페인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55%포인트 오른 연 6.40%를 기록,이탈리아 국채 금리(연 6.69%) 수준에 근접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아일랜드 등을 구제금융 신청으로 몰아갔던 '위험수위'에 스페인도 합류한 것이다. 장중 한때 스페인 국채 금리는 연 6.76%로 같은 시간 연 6.67%를 기록한 이탈리아를 뛰어넘기도 했다.

연일 스페인 국채 금리가 치솟는 것은 20일 총선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당수가 이끄는 중도우파 야당 국민당(PP)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에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허니문'이 이어지지만 최근 유럽 재정위기 불안이 커지면서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정권 교체에 따른 각종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국제사회에서 (영어를 한마디도 못할 정도로 국내 정치 중심적인) 라호이가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새 정부보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개혁을 위한 스페인 새 정부의 운신 폭이 좁은 점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이어지자 라호이 당수는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선거에 이기더라도 승자가 30분 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비정상적인 국채 금리 급등세가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위기 '소방수'로 부각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각국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운용과 긴축정책 집행 등 기존에 합의한 재정위기 대응 방안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ECB의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각국의 자구 노력과 이미 합의된 구제정책 집행이 더 중요하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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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증시를 움직일 4대변수

올해 증시의 최대 악재로 등장한 유럽 재정 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증시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다 G2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상황도 우리 증시의 최대 관심사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 대선도 투자심리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① 그리스 이탈리아 여전히 뇌관될 듯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2~4월 사이에 위기인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채권 만기일이 집중돼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는 2012년 3월, 포르투갈은 5월, 스페인은 4월과 7월, 10월에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2배 규모인 이탈리아 부채 만기는 주목해야 할 변수다. 하이투자증권은 "지금처럼 6~7% 이상으로 금리가 유지되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3800억유로 규모 국채를 커버하기 위해 발행 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재정위기의 여파로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글로벌 증시엔 악재다. 신한금융투자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 2.7%에서 2012년에는 절반 수준인 1.3%에 그칠 전망"이라며 "독일 경제 침체는 유로 지역 경기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국가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구체적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내년 유럽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HMC투자증권은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융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내년 글로벌 유동성 상황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② 중국, 긴축완화로 언제쯤 U턴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밝은 전망을 유지했다.

NH투자증권은 "중국 정부의 꾸준한 긴축 정책으로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5%대로 진입했고 생산자물가지수도 5%대 상승에 그쳐 향후 물가 상승 기조는 점차 완화될 전망"이라며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을 제약하던 물가 상승 요인이 해소돼 향후 중국 정부가 긴축 완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로 꼽혀왔다.

그러나 한화증권은 "중국 부동산 가격 조정은 견고한 실수요에도 불구하고 긴축 정책 효과로 조정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중국의 부동산 수요는 견고하다"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가계 및 금융기관의 재정이 건전하기 때문에 디레버리징(투자자산 회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현대증권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수요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부동산 가격 하락 등 투자경기가 위축되면 한국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③ 미국, 경기부양 vs 더블딥 우려

올해 8월 신용등급 강등과 더블딥 우려로 전 세계 증시를 불안에 떨게 했던 미국을 보는 시장의 눈은 많이 누그러졌다. NH투자증권은 "미국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미국 통화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며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이며 보수적으로 평가를 해보더라도 향후 미국 기업 실적이 2011년 대비 5%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적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 역시 여전하다. 유진투자증권은 "경기부양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IMF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38%로 프랑스(18%)와 영국(17%)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관심은 특히 미국의 주택경기에 집중돼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008년 이후부터 미국은 수많은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를 살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양호한 기업경기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고용 부진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 미국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주택경기를 살려 과거와 같은 소비탄력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④ 총선ㆍ대선 포퓰리즘정책 영향은

내년에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멕시코 등 무려 14개 국가의 대선과 총선이 몰려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정건전화 등 비인기 정책이 후퇴하는 반면 경기부양 정책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역사적으로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의 성장률이 이전과 대비해 높게 나타나고 이번에도 버락 오바마 등 예비후보들이 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인 경제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IBK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선거는 기존 정권의 공격적인 부양책 실시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2012년에는 기존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실업률과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기업 친화적 정책 후퇴로 오히려 국내외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 증시는 상장기업 중 대다수가 글로벌 지향 기업이고 주요 투자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내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에 더 크게 반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기철 기자 / 이새봄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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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IGS`국가 정권 모두 바뀌어

스페인 총선에서 야당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남유럽 주요국의 전면적 리더십 교체가 일단락될 전망이다.

재정위기 확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도미노식 정권 교체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 향후 경제적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이 집권 여당인 사회노동당을 큰 표 차로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마리아노 라호이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이 의회 총 350석 가운데 최대 200석 가까이 차지해 30년 만에 최대 의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 총선을 끝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리더십 교체는 마무리된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미 지난 2월 총선에서 14년만에 집권 공화당이 패배하면서 연립정부가 구성됐고, 포르투갈은 6월 중도좌파인 집권 사회당 패배로 중도우파 사민당이 집권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11일 과도 연립정부가, 이탈리아에서는 14일 거국내각이 출범하면서 잇달아 새 총리가 선임됐다.

관심은 차기 스페인 총리로 유력한 라호이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과도한 긴축에 반대해온 그가 총선 이후 기존 선거공약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긴축안을 제시해 분위기를 쇄신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주 국채 금리가 이탈리아 수준으로 급등한 스페인 경제의 앞날이 그에게 맡겨져 있다.

프레드릭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 소장은 "차기 정부가 긴축안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개혁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IIGS 정권교체 도미노…스페인 야당 총선 승리 확실시

국가 부채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남유럽 국민들의 선택은 리더십 교체였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국민들의 '작은 혁명'은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를 거쳐 스페인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들 'PIIGS' 국가 지도자들이 재정위기 극복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자 국민이 엄중한 심판에 나선 것이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총선은 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실시돼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주 스페인 금융시장은 조기 총선을 눈앞에 두고 풍전등화의 위기로 내몰렸다.

국가 신용도를 측정하는 데 바로미터가 되는 스페인 10년물 국채가 연 7.0% 가까운 수익률로 발행된 것.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10년물 국채 금리가 7%를 넘기 시작한 이후 구제금융을 신청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20일 남짓이었다.

일각에서는 유통시장 금리는 여전히 6.5% 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을 간과한 판단이다. 지난주 ECB는 전례 없는 강도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ECB가 사흘간 국채 매입에 쏟아 부은 자금은 총 70억유로로 추정된다.

ECB를 제외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매수 세력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문제는 스페인 국민이 야당을 선택한 배경이 다소 이중적이라는 사실이다.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희망하는 국민이 오히려 긴축에 반대하는 야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경제 회복은 원하지만 당장의 고통은 참지 못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이 예상대로 야당 측 승리로 끝난다면 시장의 염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보장비 삭감과 증세 등 지나친 긴축에 반대하는 국민당이 기존 선거공약을 고수한다면 이미 제시된 긴축안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18일 라디오 연설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스페인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며 "그러자면 의무와 헌신이 필요하며,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 삭감액을 확대하고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문가들도 총선 승리 후 그가 새로운 긴축안과 일자리 창출 인센티브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 소재 국가전략 컨설팅기관인 스파이로의 니컬러스 스파이로 대표는 "새로운 계획이 결과를 빨리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채권시장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더십 교체가 완료된 PIIGS 국가들이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유럽 위기는 훨씬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부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만 눈여겨보던 투자자들이 점차 유로존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까지 염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분석을 인용해 채권시장에서는 유로존 붕괴 확률을 25%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의 심각성은 유로존 내 AAA 국가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AAA 국가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는 현재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불과 4개월 전 이탈리아 국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네덜란드와 핀란드 역시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를 제외하면 독일 국채와 스프레드가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

남유럽 국가들 위기가 AAA 국가들로 전이되고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닉 가트사이드 JP모건 애널리스트는 "국채 투자자들이 이제는 독일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들에 대해 디폴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혁훈 기자 / 김덕식 기자]

[정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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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천만장자 급증, 세계의 공장서 사치품소비대국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초호화 산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천만장자만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호화요트, 경비행기 같은 사치품 산업이 각광받는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에는 재산이 1000만위안(약 17억9000만원)이 넘는 부자는 96만명에 이른다. 재산이 1억위안(179억원)이 넘는 억만장자도 6만명이나 된다. 이들은 씀씀이도 크다. 중국의 천만장자는 지난해 평균 190만위안(약 3억4000만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의 큰 씀씀이 덕분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사치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맥킨지가 지난 3월 발표한 ‘중국 사치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사치품 소비 규모는 13조6620억원에 이른다. 2015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사치품 소비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부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초호화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사치품인 요트와 경비행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바다 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영국 썬시커(Sunseeker)는 지난해와 올해 중국에서만 요트 20척을 판매할 전망이다. 호화 요트는 대당 가격이 100억원에 이른다. 중국 최대의 민영 부동산개발업체인 다롄완다(大連萬達) 왕지엔링 회장이 지난해 7800만위안(139억4000만원)에 이르는 썬시커 한정판 요트를 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중국의 억만장자 중 절반가량이 요트 구매 계획을 갖고 있어 중국이 최대 호화 요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경비행기에서도 최대 시장이다. 경비행기 관련 리서치업체인 파이어스톤은 중국인의 경비행기 보유량이 4년 안에 5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 경비행기 구매가 전 세계 경비행기 구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지만, 파이어스톤은 이 수치가 5년 안에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 경비행기 보유가 늘면서 관련 서비스업체들도 잇달아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와 중국업체가 합작해서 세운 경비행기 유지보수관리 업체가 톈진에 생겼고, 세계 3위 항공기 제조업체인 봄바디어도 경비행기 지원센터를 중국에 설립할 예정이다.

부의 상징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승용차도 지난해 중국에서만 각각 223대, 253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아예 중국 기업이 외국의 유명 와이너리(양조장)를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업체인 중량지우예(中糧酒業)그룹은 올해 초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이너리인 샤토 비오(Chateau Viaud)를 매입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샤토 비오를 포함해 보르도 지역에서만 4건의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중국인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이 접근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브랜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부유층의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편리함처럼 실용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경향도 늘었다.

중국 현지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 부자들이 처음에는 디자인이나 품질보다는 브랜드를 부유함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희귀성, 편리함 등을 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고급스러운 제품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부유층 소비를 끌어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vitmani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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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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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투자의 유산' 車·유화 설비, 애물단지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투자가 산업강국 만든다]

기아차·현대석유화학, 대규모 설비투자 했다가 외환위기 못견디고 쓰러져

현대차·LG에 인수된 후 글로벌기업 도약 밑거름

IMF 외환위기 직후 불경기와 설비 과잉으로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던 지난 2000년. 불황을 견디다 못한 현대석유화학이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에 있는 연산 22만톤 규모의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을 매물로 내놓았다.

이 공장은 설비 확충을 원하던 LG화학의 품에 안겼다. 결국 2003년 현대석유화학은 정부가 주도한 사업교환(빅딜)으로 산업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 회사의 PVC 공장은 LG화학의 핵심 PVC 라인으로 탈바꿈해 지금도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LG화학이 석유화학 분야의 글로벌 절대강자가 된 것은 적극적인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꾸준히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 탁월한 경영능력 덕임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석유화학업계가 대규모 투자로 탄탄하게 구축해놓은 생산설비 인프라가 없었다면 LG화학의 성장속도는 달랐을 게 분명하다.

석유화학업계의 역사는 비록 설비투자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설비는 남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도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투자된 설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과거 설비투자의 남겨진 유산이 얼마나 값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1990년대 들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생존 제1법칙은 '큰 게 아름답다'는 대형화였다. 전세계 수십여개의 자동차회사들이 10개 이하의 거대 자동차회사로 재편될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줄을 잇던 시기였다. 한국에는 현대자동차ㆍ대우자동차ㆍ쌍용자동차, 그리고 기아자동차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20여년 뒤 한국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빅5'로 일취월장한 현대ㆍ기아차가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GMㆍ포드 등의 아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그 이면에는 현대차가 1998년 부도난 기아차를 사들여 연산 58만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단박에 확보한 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98년 48만889대였던 기아차의 판매대수는 이미 넘치도록 투자해놓은 생산설비에다 현대차의 경영 노하우가 접목되자 1년 만에 85만5,700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기아차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1,3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쾌속질주를 이어간 기아차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213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매출액 23조4,600억원, 순이익 2조2,500억원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의 성장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당시 3공장까지 투자해 설비를 갖췄던 화성공장이 밑바탕이 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 산업계의 역사는 험난한 구조조정의 여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세계의 모든 산업은 투자 확대→구조조정→안정화→투자 확대 등의 사이클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흥망성쇠 역시 남겨진 설비투자 인프라를 적기에 확보하거나 새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설비경쟁에서 승리하느냐에 좌우되고 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투자가 산업강국 만든다] <1> 과감한 투자만이 살 길


중국 장쑤성 우시공업구에 있는 선텍 본사. 이 회사는 한국이 태양광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 세계 1위의 태양광전지 생산업체로 발돋움하며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대폭 벌리고 있다. 우시=이규진기자

한국 '과거 결실' 따먹기 급급… 자칫 中하청업체 전락할수도

中, 태양광 등서 세계1위 우뚝… 전기차·바이오서도 한국 앞질러

우리는 97년 외환위기 겪은후 IT이외엔 신성장동력 안 키워

"선배들의 기업가정신 되살릴때"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국 장쑤성의 우시가공구(공업단지). 한국의 반도체기업인 하이닉스 우시공장에서 차로 15분 남짓 달리자 대규모 빌딩군이 앞을 가로 막는다.

세계 1위의 태양광업체인 선텍 본사와 4개의 공장이 있는 태양광 콤플렉스다. 본사 사무동은 총 2,574장의 태양광전지(710kW)로 뒤덮여 유리성을 방불케 했다. 왼편으로는 이달 들어 가동을 시작한 0.6GW 규모의 제4공장이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 회사의 리이천 대외협력부장은 "총 투자 규모는 4억5,000만달러인데 1기에만 총 2억9,7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선텍의 총 태양광전지 생산능력은 2.5GW로 세계 1위다. 국내 최대의 태양광업체인 현대중공업(600㎿)의 4배를 넘는다. 세계 1위인 중국의 태양광 생산능력은 한국의 8배(모듈 기준) 이상이다. 무엇보다 수직계열화된 중국 태양광전지의 원가는 그렇지 못한 한국 기업에 비해 29%나 싸다. 가격이 3분의2라는 얘기다.

한국이 태양광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로 불황을 겪고 있지만 호황기가 오면 중국 태양광산업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 산업이 중국의 대국(大國)식 투자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풍력터빈 생산에서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또 전기자동차, 바이오ㆍ제약산업에서도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뒤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부 정보기술(IT)산업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신성장동력산업을 거의 키우지 못했다. 1990년대까지 신사업으로 육성했던 메모리반도체ㆍ휴대폰ㆍ조선ㆍ중공업 등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에 진입한 주력산업들이 속속 성숙기에 접어들고 중국의 급부상으로 성장 정체에 곧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작금의 중국 설비투자 열풍은 과거 한국의 산업 육성 드라이브와 판박이다. 한국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에 나서 불황기마다 과감한 투자를 벌여 메모리반도체ㆍTVㆍ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에서 세계 1위, 혹은 수위권으로 올라섰다. 무명 전자회사였던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왕국을 건설한 시발점은 1983년. 10억달러가 넘는, 당시로서는 그룹 존망을 좌우할 거대한 투자가 수반됐다. 총 매출액 1억달러도 안되던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은 당시 한국의 전체 예산 22억달러의 절반 가까운 10억달러를 메모리반도체사업에 쏟아붓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했다. 이후 8년 뒤 삼성은 일본의 소니 등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조선업체들 역시 1970~1990년대 불어닥친 세 차례의 불황에도 불구, 독 수를 늘리고 기계설비 비중을 높이는 설비투자를 이어가 한국을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으로 만들었다. 같은 시기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던 일본은 공급 과잉을 탓하며 설비투자를 백안시한 결과 현재 수주량이 한국의 4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도체ㆍ조선뿐 아니라 초일류 철강, 세계 '빅4'를 넘보는 자동차산업, 세계 최고 효율의 정유산업 등은 모두 지난 반세기 동안 강인한 기업가정신으로 도전한 천문학적인 투자의 산물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한국 산업계는 삼성의 반도체 진출, 현대의 조선소 건설과 같이 후대가 기억할 만한 투자를 찾기 힘들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대기업들이 투자여력은 있는데 신성장산업이 투자 규모와 리스크가 크다 보니 맛보기 수준의 투자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이런 투자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이 산업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규제를 혁파하고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 표를 얻기 위해 '대기업 때리기'를 해온 정치권 역시 10년 뒤 한국 산업을 고민하는 성숙한 대의 민주주의를 펼쳐야 한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업 1세대가 보여준 강인한 기업가정신"이라며 "기업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시(중국)=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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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트위터는 거짓말쟁이



이메일이나 트위터를 통해 소통할 경우 직접 대화할 때보다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훨씬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대방이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애머스트대학 연구진은 응용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최신호를 통해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의 대화보다 온라인에서 대화할 때 거짓말을 더욱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20명의 대학생들을 모집해 2명씩 짝을 지어 15분 동안 대화를 하게 했다. 대화는 이메일, 트위터 등의 단문 메시지, 직접 대면의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학생들은 대화하는 동안 평균 1.5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의 거짓말은 평소 별로 마음이 없었던 “식당에서 일하고 싶어”라는 등 사소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이메일로 대화한 사람들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했다. 이들은 직접 대면 대화를 한 사람보다 5배나 거짓말을 많이 했다. 단문 메시지로 대화한 사람들도 역시 거짓말을 많이 했는데, 역시 직접 대면 대화보다 거짓말 횟수가 3배 많았다.

연구진의 매티티야후 짐블러 수석 연구원은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상대방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사람들은 거짓말을 더 쉽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태도에서 무언가가 드러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감정이나 느낌에 대해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거짓말 분야의 전문가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데이나 카니 교수는 “가까운 곳에서 직접 대면하면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기 어려워진다”면서 “반면 상대방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런 경계 의각이 옅어진 행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양승식 기자 yangsshi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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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마케팅, SNS에서 승부 갈린다

스마트폰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9년 아이폰이 국내 첫 출시되면서부터다. 이후 SNS를 이용한 소셜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009년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SNS 계정을 개설해 SNS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을 시작한 KT를 필두로 현재 대한항공, 신세계백화점, 안철수연구소, 도미노피자, 문학동네 등 다양한 업계에서 앞다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창구를 열어 SNS 마케팅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 SNS 왜 하나 |

옥외광고의 6배… 비용은 거의 없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난 10월 2000만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증가는 모바일 환경의 양적 팽창과 아울러 모바일을 활용한 SNS 사용의 증가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SNS는 이제 우리 사회 ‘소통 영역’의 일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저력을 보인 ‘SNS 파워’는 SNS가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많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SNS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분야는 정치지만,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의 영역으로 인식한 곳은 재계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7월 22일 한국광고주협회가 주최한 강좌에서 ‘SNS의 파급력’을 강조하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SNS는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며 “진정성이 통하는 소통 채널로서의 트위터는, 브랜드 이미지 형성을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SNS를 이용한 마케팅이 초기 투입 자본 대비, 거의 무한에 가까운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기업들 사이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는 실제 사례로 이어졌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포도주 사업가 게리 베이너척은 전통적 광고기법과 트위터를 이용한 광고를 비교해 실험했다. 베이너척은 트위터와 기존의 이메일, 옥외광고의 효과를 비교했다.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이메일을 통해 유치한 신규고객이 200명, 고속도로 옥외광고를 통해 유치한 신규 고객이 300명인 반면, 트위터를 통해 유치한 고객 수는 무려 1800명에 달한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트위터는 광고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거의 무한대로 나왔다.

이같은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을 외면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2010년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10개 중 6개는 “SNS 마케팅을 한다”고 답했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SNS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플랫폼을 이용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실시간 소통을 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다.

SNS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이처럼 고객과 스킨십 빈도를 높이면서 기존의 고객들뿐만 아니라 SNS로 확보한 신규고객들을 ‘충성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KT올레에서 SNS를 전담하는 소셜미디어팀 박인순 과장은 11월 4일 “페이스북에서 친구처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기존의 고객층도 한번 더 끌어안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SNS의 위력 |

SNS로만 홍보… 아이패드2, 17분 만에 완판

기업의 SNS 통계가 실제 매출액과 얼마나 연계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기업과의 친밀도는 기업의 제품 및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로 직결된다는 것이 SNS 마케팅 업계의 정설인 만큼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부인하는 시각은 찾기 어렵다.

단적인 사례는 지난 4월 KT올레가 출시한 아이패드2의 홍보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KT올레는 자사 쇼핑몰 올레샵에서 아이패드2를 예약 판매하기에 앞서, 전통적 미디어를 배제한 채 오로지 트위터와 페이스북만으로 이를 공지했다. 그 결과 17분 만에 예약가능 물량 890개가 모두 동나면서 예약 판매가 종료됐다. KT올레 소셜미디어팀 박인순 과장은 “SNS 마케팅의 효과를 구체적 지수로 측정하긴 어렵지만 아이패드2 예약 판매 사례를 보면 그 효과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 twtkr.com 디렉토리, 2011년 11월 3일 기준

식품업체 가운데 SNS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도미노피자다. 2010년 7월 1일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한 도미노피자는 트위터 계정 팔로어 수를 늘리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다. 한 달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 주문자의 트위터 팔로어 수만큼 가격을 할인해 주는 행사였다. 팔로어에 따라 최대 2만원까지 피자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파격적 조건이었다. 그 결과 행사를 시작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도미노피자의 팔로어는 1만명을 넘어섰다. 도미노피자는 팔로어 수를 늘리면서 이를 온라인 구매로 연결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지나친 파격 행사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트윗은 없고 팔로어만 많은 이른바 ‘좀비계정’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미노피자의 행사는 이로 인해 예정보다 16일가량 이르게 조기 종료됐다. 할인 행사가 당초 공지와 달리 일찍 끝나자 누리꾼들은 이를 “도미노의 난” “피자의 난”이라 부르며 농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다소 훼손되긴 했지만 비용과 기업 인지도 측면에서 봤을 땐 성공적 SNS마케팅이었다는 것이 도미노피자의 자체 분석이다. 도미노피자 광고홍보팀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SNS상에서 신제품 무료시식 체험단 모집 이벤트를 하면 신규 팔로어(페이스북의 경우 팬)들이 증가하고, 이들 시식체험단들의 활발한 활동은 신제품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어떻게 하나 |

감성적으로 접근하되, 솔직하라

기업은 사용자와 친밀감을 쌓기 위해 일단 해당 기업체의 SNS에 들어오는 사용자 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아무 동기도 없이 기업체의 SNS를 방문하는 사용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많은 기업체들은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를 유치한다.

기업들이 SNS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전략은 KT올레의 트위터 서비스같이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스타일, 도미노피자의 트위터 서비스와 같이 소통을 강조하는 스타일, 삼성경제연구소 트위터 및 페이스북의 ‘오늘의 명언’ 코너같이 지식을 강조한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것은 감성적 스타일이라고 한다. IT 컨설턴트 문태희씨는 지난 11월 2일 “특히 감성적 콘텐츠가 SNS 마케팅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기업에선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작가,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의 인력을 충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이 CJ E&M의 영화채널 OCN의 감성마케팅이다. OCN의 트위터는 ‘영화채널 신입PD’란 캐릭터를 내세워 사회초년생과 직장인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 SNS 사용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 이를 호응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SNS 마케팅에서 가장 강조되는 기본기이자 필살기는 무엇보다도 ‘솔직하라’는 것이다. 즉각적이면서도 사용자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것이 SNS이기 때문에, 억지로 꾸민 멋들어진 말보다는 사용자의 공감대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솔직함이 더욱 중요하단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한 광동제약 홍보실은 “트위터를 통해 문의나 클레임이 들어오면, 회사 담당부서에 문의를 한 뒤 트위터로 ‘제가 쉽게 답변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지금 관계 부서에 문의를 드렸으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답변을 해준다. 그럼 보통 사용자들은 기업 쪽에서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뭔가 행동을 취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SNS를 담당하고 있는 지식전략팀의 한영임 선임연구원은 “회원들과의 소통은 DM(쪽지)을 통해 하고 있는데 간혹 삼성경제연구소 측에 트윗을 보냈다가 DM으로 답변을 받는 분들이 깜짝 놀라며 더욱 친밀감을 나타낸다”면서 “이것이 올드 미디어에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소통”이라고 말했다.

| 누가 하나 |

전담 인력·팀·부서… 오너가 나서기도

SNS 마케팅의 유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하루 중 언제고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SNS의 속성 때문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누구나 페이스북에 올린 나의 글에 기업 담당자가 즉각적으로 덧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감동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내심 섭섭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업의 경우, SNS 친구가 그리 많지 않은 초반엔 홍보실 등에 한두 명의 담당자만 배치해 관리하지만, 회원 수가 1만여명을 넘기게 되면 규모에 따라 전담 인력이나 전담 부서를 두고 집중 관리한다. 특히 SNS상에 수시로 이벤트를 제공하는 경우엔,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현에 옮기기 위한 전담 인력이 필수적이다. IT 컨설턴트 문태희씨는 “시작은 쉽지만 유지가 어려운 게 SNS 마케팅”이라며 “SNS 창구를 열어놓고 방치 상태로 놔두거나 성의 없는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SNS 사용자들의 역공을 받아 기업 이미지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SNS 사용에 능숙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엔 “올 초 현대카드가 KT에서 SNS 마케터를 전격 스카우트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기업 간 SNS 전문가 유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기업들이 순발력 있고 젊은층과 소통에 능한 사람들을 SNS 전문인력으로 선발, 교육시켜 SNS 마케터로 키우기도 한다. SKT, 대한항공 등 SNS 마케팅을 활발히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정기적으로 세미나, 포럼을 통해 SNS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아예 SNS 마케팅 전담팀을 따로 구성하기도 한다. KT는 5명으로 구성된 소셜미디어팀을 두고 이벤트와 SNS를 통한 고객만족서비스 부문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오너가 직접 SNS 소통에 나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박용만 회장, 드림위즈의 이찬진 대표, KT올레의 표현명 사장,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 등이 대표적으로 ‘SNS 하는 오너’들이다. SNS 활동이 활발했던 신세계 정용진 대표는 10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한 이후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 김경민 기자

SNS는 살아있는 생물 나만의 스토리로 공략하라



SNS전문가 박윤옥씨

“사람들이 애인보다도, 친구보다도, 직장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게 뭘까요. 너무너무 소중해서 잘 때도 놓지 않고 꽉 쥐고 잠들고, 길을 가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때도 항상 곁에 두고 애지중지 하는 것, 심지어 화장실 갈 때조차 몸에서 떼지 않는 것. 그게 뭘까요?”

국내 몇 안되는 SNS전문가 박윤옥(33)씨. 그와의 인터뷰는 그가 던진 수수께끼로 시작됐다. “그걸 활용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항상 몸에서 떼지 않는 것, 그것을 활용해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죠.” 박씨가 말을 이었다. “과거에는 전단지를 이용해서 홍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살펴보세요. 전단지를 받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대부분 공통된 반응을 보입니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니 받긴 받지만, 쓰레기통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단지를 버리죠. 무슨 전단지인지 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는 배포한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전단지를 길에 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전단지가 얼마나 홍보효과가 있을까 하고요.”

박씨는 씨엔티테크라는 인터넷 기업에서 SNS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씨엔티테크는 SNS 마케팅과 46개 외식업체의 콜센터를 운영한다. 박씨는 이곳에서 리안헤어, 장충동왕족발, 페리카나치킨 등 다수 기업의 SNS 마케팅을 대행해 주고 있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독특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트1 독특한 이야기를 구성하라

“SN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터넷 넘어 저쪽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는 의미에서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중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죠. 그걸 이해하는 것이 SNS 마케팅의 시작입니다.”

박씨가 말을 이었다. “예를 하나 들죠. 족발, 그러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원조’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냉면, 소머리국밥, 갈비 등도 마찬가지죠. 그럼 한번 거꾸로 생각해 보세요. 족발을 홍보하면서 ‘원조’라고 강조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아무리 그 집이 진짜 원조라고 강조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 됩니다.”(박씨의 이 말은 주간조선이 아무리 ‘정통 시사주간지’라고 강조해봐야 별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박씨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박씨는 자신이 최근 홍보를 시작한 페리카나치킨을 예로 들었다. “이 치킨은 3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회사 사장님을 빼면 아마 한 명도 없을 거예요. 그럼 ‘원조’라는 점을 강조해서 홍보해야 할까요? 유감스럽지만 그러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됩니다. 요즘엔 ‘치킨=튀김’의 이미지가 강해서 원조냐 아니냐 하는 데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도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는 거꾸로 접근했습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정보를 인터넷에 제공해 줌으로써, 치킨도 조리만 잘하면 몸에 나쁘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페리카나치킨은 몸에 좋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했습니다.”

박씨는 “그래서 ‘닥터 펠리코’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치킨 회사는 음식업체이기 때문에 조리법에 대한 노하우가 엄청나게 풍부합니다. 남들이 모르는 독특한 요리 방식도 무척 많이 갖고 있지요. 하지만 그걸 홍보하는 데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람들은 치킨 회사가 요리법을 알려준다고 하면 으레 ‘튀김이겠거니’ 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걸 넘어서야 했어요. 그래서 ‘닥터 펠리코’를 등장시켰습니다. ‘닥터 펠리코가 말하는 ○○ 건강’ ‘닥터 펠리코가 말하는 ○○ 음식’ ‘닥터 펠리코가 말하는 ○○ 치료’ 등 닥터 펠리코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페리카나가 아니라) 그 사람이 요리와 건강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인식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가 주력하는 홍삼치킨의 인지도가 급증했습니다.”

포인트2 진정성을 느끼게 하라

“WIFM이란 것이 있습니다. ‘What’s in it for me’의 약자죠. ‘그래서 그게 나한테 어떻다는 건데’라는 겁니다. 그게 요즘 사람들 생각이에요. 이게 좋다, 새로 나왔다, 예쁘다, 맛있다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결국 도달하는 곳은 WIFM입니다. ‘그러니까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거냐’ 이거죠.”

박씨는 “여기서 필요한 게 진정성”이라고 했다. “당신은 매우 중요한 사람입니다. 대단히 존귀한 사람입니다 하는 점을 ‘진정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걸 잘 구사하는 분이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세요.” 박씨가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트위터에서 알고 지내는 팔로어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 꼬마(아들)가 야구를 좋아하는데 몸이 아파서 입원을 했대요. 그걸 트위터에 올렸는데 회장님이 트위터를 본 거죠. 주소를 묻길래 ‘왜 그러시나 하고 별 생각 없이 가르쳐 줬답니다. 그랬더니 집으로 야구공하고 글러브를 선물로 보내주면서 자필 편지까지 한 통 써서 보내셨대요. ‘아프면 어떡하니, 아빠가 걱정하시잖아. 빨리 나아서 신나게 야구하기 바란다. 박용만 아저씨가’ 이렇게 말이죠. 이 사람이 감동해서 그걸 트위터에 다시 올렸어요. 그 다음부터는 말할 것도 없겠죠.”

박씨는 “트위터에 나타나는 (박용만) 회장님의 이미지는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라고 했다. “신입사원이 멘션을 띄웠어요. ‘지금 출근하는 길인데, 지각하게 생겼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라고요. 그랬더니 회장님이 그걸 보시고 이런 답장을 띄웠어요. ‘숨 가쁘게 막 뛰어가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에 가방을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라’고요. 그리고선 잠시 씩씩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으라고 말이죠. ‘그럼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 하면서 다들 아무 말도 못 건네고 조용히 있을 거라고요. 그리고 나서는 ‘다음부턴 절대 지각하지 말라’고 덧붙이셨어요. 그 멘션을 본 사람들이 다들 깔깔 웃었겠죠? 이런 게 박 회장님의 매력이에요.”

박씨는 “사람들은 이런 멘션을 통해 진정성을 느낀다”고 했다. “꼬마에게 보내준 야구공을 통해서 사람들은 소중함을 느낍니다. 아, 두산의 박 회장님이 야구공을 보내줬구나. 저 높은 곳에 계신, 우리랑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평범한 소비자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이구나. 지각한 신입사원도 소중하게 챙겨주는 분이구나. 트위터를 본 사람들은 예외없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박 회장님과 두산의 팔로어, 나아가 열성 팬이 되는 거죠.”

포인트3 살아있는 SNS 를 구축하라

박씨는 SNS에 대해 ‘1인 미디어’라고 단언했다. “홈페이지는 회사로 치면 건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건 단방향이에요. 일방적이죠. 들어가야 하고, 가서 살펴봐야 하고, 의견을 전달하려면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는 조금 달라요. 이건 회사로 치면 각 부서에 해당하죠. 들어가서 봐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요. 의견을 내면 조금 있다가 답장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에 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차원이 달라요. 회사나 부서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난 한 자유인이 되는 겁니다. 어디든, 언제든, 계정만 열려 있으면 누구한테든 찾아갈 수 있고, 나올 수 있습니다. 한밤중에도, 길을 걸으면서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가장 홍보효과가 클까요?”

질문을 받고 “당연히 트위터”라고 대답하려는데 박씨가 그만 말을 가로챘다. “정답은 어느 하나가 아니에요. 이 세 가지가 모두 어울려서 잘 돌아가야 원하는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회사도 그렇죠. 건물이 좋다고 해서 회사가 잘됩니까. 부서, 부서원 모두가 잘 어우러져 움직여야 회사가 잘되지요. SNS 마케팅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살아있어야 합니다. 매일 살아 움직이면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올리고, 정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있는 SNS를 구축할 수 없습니다.”

박씨는 “SNS의 모든 것은 전산으로 체크된다”고 했다. “SNS를 통해 소비자가 몇 명이나 접속했는지, 언제 접속했는지, 검색을 통해 알고 왔는지, 낚시에 걸려서 오게 됐는지를 기계적으로 모두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를 바로바로 반영해 SNS 홍보에 활용해야 살아있는 SNS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선택해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포인트4 이벤트를 적절히 활용하라

박씨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냐, 아니면 매출을 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냐를 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하려면 힘만 들고 효과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회원 가입을 하라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요? 좋아하는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를 파악해야 하니까, 주민등록번호를, 최소 앞자리만이라도, 수집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소비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연령층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마케팅을 펼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년월일을 달라’고 하면 아무도 주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경우엔 이벤트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한 출판사는 이런 전략을 구사합니다. 댓글을 올려주는 독자 중 한 명을 매일 추첨해서, 책을 한 권씩 보내주는 거죠. 응모를 하려면 이름과 성별, 그리고 생년월일을 적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려주게 됩니다. 출판사 입장에선 책 한 권을 선물하는 대가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수집한 자료는 보다 구체적인 SNS 마케팅을 위해 활용됩니다. 그 과정에서 입소문이 나게 되고 책을 본 사람들이 댓글을 올립니다. 그럼 출판사는 퍼날라진(RT) 댓글의 수가 많은 사람들을 뽑아 또 다른 경품(예를 들면 책)을 줍니다. 사람들은 선물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댓글을 올리게 되죠. 최근 나온 베스트셀러 중엔 이런 과정을 거친 책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SNS 전문가인 박씨의 전공은 엉뚱하게도 피아노. “1996년 PC통신 하이텔에서 음악 이론 동호회를 하다가 SNS의 세계에 빠졌다”는 그녀는 자신도 SNS 전문가가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정치인으로부터 SNS 홍보를 부탁받은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TV토론에 나오는 분들로부터 다 한 번씩 권유를 받았었다”면서 “정치를 잘 모르는 데다, 관심도 없고, 정치인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것 같아서 정치와 관련된 SNS는 맡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이범진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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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지금 변신 중…로드숍·가상점포 “뭐든 다하겠다”

출시된 지 3일 만에 5000대가 모두 판매된 이마트 자체브랜드 ‘드림뷰’ TV 판매 코너.
소위 ‘이마트 TV’가 유통가와 가전업계를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이마트가 출시한 풀 HD LED TV, 일명 ‘이마트 드림뷰’가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5000대 물량이 모두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를 넘어 경영학자와 심지어 이 제품을 직접 기획한 담당자마저 깜짝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마트 TV에 앞서 ‘홈플러스 TV’를 내놓았던 홈플러스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표정 관리에 고심 중 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XPEER TV’라는 브랜드의 PB TV를 선보였다. 중국 피안르사와 손잡고 만든 이 TV는 55㎝(22인치) 모니터급. 이마트 TV 수준의 돌풍은 아니지만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3000여대가 팔릴 정도로 꽤 인기를 끌었다. 홈플러스 측은 이마트 TV 덕분에 홈플러스 TV가 다시금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먼저 제품을 내놓고도 제대로 알리지 못해 홍보전쟁의 승자가 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눈치다.

사실 고관여상품(가격이 고가여서 소비자들이 구매 전 고민을 많이 하는 상품)인 TV는 PB상품으로 적합지 않은 품목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이었다. 그러나 이마트 TV를 계기로 고관여상품도 PB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대형마트들이 이처럼 고관여상품으로까지 PB상품군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외형을 확장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원가를 줄이는 방식으로라도 이익을 늘릴 필요가 생긴 때문이다. 히트상품이 나타나면 소액이나마 매출액이 늘기도 할 터다. 이뿐 아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길을 잃은 대형마트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스토리들이 나타나고 있다.

1. 뭐든지 다 PB상품으로

국내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가전시장에서 이마트 TV가 대박을 친 이유는 간단하다. 비슷한 품질의 대기업 제품보다 20~40%가량 저렴한 가격(49만9000원)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LCD 생산업체 TPV와 손잡고 중간 유통단계를 크게 줄인 덕분이다.

이마트가 최근 출시한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마트는 기존 할인점 원두커피 대비 20~40%, 커피전문점 원두커피보다는 최대 80%가량 저렴한 가격을 위해 직접 브라질 농장을 찾아 계약을 하고 원두커피 원료인 생두를 들여왔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출시된 첫날 이마트 원두커피 1위를 기록했다.

2006년 7%에 불과했던 이마트 PB상품 비중은 올해 25%대에 육박한다. 이마트는 2014년까지 이 수치를 35~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PB상품 확대와 더불어 해외 소싱 제품 비중도 급증했다. 2007년 170억원이던 해외 소싱 규모가 2011년에는 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PB상품과 해외 소싱 비중을 확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일반상품 입점에 비해 훨씬 돈이 되기 때문이다.

2. SSM 대신 카테고리숍

롯데마트는 현재 숍인숍 형태로 운영 중인 장난감 카테고리 킬러 ‘토이저러스’와 가전 카테고리 킬러 ‘디지털파크’, 여기에 아웃도어 카테고리 킬러까지 묶어 따로 떼어내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도어+가전+장난감’만 모여 있는 새로운 매장이 충분히 소비자 마음을 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롯데마트는 이 새로운 개념의 복합 카테고리 킬러를 동대문에 연다는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이 외에 디지털파크 매장을 하이마트처럼 단독 로드숍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바람몰이가 어려워진 SSM 대신 카테고리숍 로드숍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3. 가상스토어 등 모바일숍이 희망

홈플러스는 지난 8월 25일 선릉역에 세계 최초의 가상스토어를 열었다. 이후 서면역에 2호점을, 광화문 동화면세점 버스정류장에 3호점을 오픈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대형마트 상품 진열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가상스토어에서 장을 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상스토어 벽면에 나열된 상품 사진을 찍은 뒤 집으로 배달받는 시간을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면 쇼핑이 완료된다. 가상스토어를 연 뒤 홈플러스 모바일 쇼핑 앱 매출액이 급증했다. 가상스토어가 모바일 쇼핑 앱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모바일 쇼핑 앱을 처음 선보인 때는 지난 4월. 5월 3000만원이었던 모바일 쇼핑 앱 매출액은 가상스토어가 문을 연 후 첫 달인 9월에는 1억4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앱 다운로드 건수는 가상스토어 오픈 전 63만명에서 오픈 후 73만명으로 늘었다. 모바일 쇼핑 앱 매출액 증가분이 모두 가상스토어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가상스토어 오픈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홈플러스 측은 “스마트폰 이용자 2000만명 시대에 가상스토어가 새로운 매출원이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 매출액이 정체된 오프라인을 대신한 돌파구가 돼주리라는 기대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은 별다른 성장의 단초를 찾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다.

올 초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규제가 강화돼 대형마트는 올해 신규 점포를 거의 열지 못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올해 각각 4개씩의 신규 점포 출점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유통산업발전법 규제가 아니라도 대형마트 출점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이미 웬만한 지역은 모두 들어가 있어 대형마트를 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때 야심차게 추진했던 SSM도 확장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이마트는 아예 SSM이 없다.

그뿐인가.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기 위해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는 아예 국내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죽을 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1월 8일 중국 베이징법인 지분 100%를 달랑 400만위안(약 7억원)을 받고 중국 유통업체에 매각했다. 2007년에 설립된 이마트 베이징법인은 지난해 매출액 약 100억원, 순손실 47억원을 기록했다. 10월에는 닝보, 창저우, 항저우, 타이저우 등 4개 법인 6개 점포를 역시 현지 유통업체에 팔았다. 500억원 이상의 누적손실만 남긴 채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온 셈. 롯데마트 베이징법인도 지난해 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롯데마트 베이징법인은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이 나름의 대안들을 내놓고 있는 것. 그러나 아직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성숙기를 지나 포화 상태에 이른 대형마트들이 제대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돼 있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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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매체 '최고 IT제품 100선' 중 6개가 삼성제품


'갤럭시S2' (자료사진)

'갤럭시S2' 스마트폰 중 최고 순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미국의 IT 전문 월간지 'PC월드'가 선정한 올해 최고 제품 100선에 삼성전자의 제품이 6개 올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간된 PC월드 12월호는 '올해 최고의 IT제품 100선' 목록을 발표하며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 6개를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4위에 오르며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갤럭시S2'는 선명한 화질의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와 4세대(4G) 스피드, 뛰어난 카메라 성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PC월드 순위에서는 '갤럭시S2'라는 이름 대신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통해 공급하는 이름인 '에픽 터치(Epic Touch) 4G'라는 이름으로 게재됐다.

10위를 차지한 삼성의 노트북 '시리즈 9'은 얇은 디자인에 강력한 성능을 갖춰 '맥북에어'와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4위에 오른 갤럭시탭 10.1은 큰 화면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구동하는 잠재력을 보여준 제품으로 소개됐다.

갤럭시탭 10.1 (자료사진)

PC월드는 갤럭시탭에 대해 "사실 애플이 이 태블릿의 판매를 막으려는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 대단한 것이 있다"고 언급했다.

24위로 선정된 삼성 46인치 3D LED TV는 얇은 베젤(bezel)과 우수한 화질, 스마트 허브를 통한 콘텐츠 이용 등이 평가에 고려됐다.

이외에도 최대 10개 기기까지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 망을 이용할 수 있는 '4G LTE 모바일 핫스팟'과 삼성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구글 크롬OS 기반 '삼성 크롬북 시리즈5' 등이 100선 목록에 포함됐다.

전체 순위 1위에는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LTE' 서비스가 선정됐으며, 가장 많은 제품이 선정된 회사는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중심으로 9개 제품을 순위에 올린 소니로 나타났다.

애플 제품으로는 맥북에어와 '아이패드2', 애플리케이션 '개러지 밴드' 등 3개 제품이 선정됐으나 '아이폰4S'는 목록에 없었다. LG전자는 LED TV '인피니아'를 순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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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폭증시대,상생해법 찾자] (1) 통신망 부족,통신―콘텐츠업계 공동책임

전세계 유·무선 통신망 사용량(트래픽)이 2010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연평균 2배 이상씩 급증하는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동영상 등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다양하게 창업·성장하면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는 2000년 이후 다시 신성장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ICT 생태계의 기본을 이루는 통신망 사업자들은 급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할 만큼 투자비를 조달하기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콘텐츠 업계는 통신망 투자비는 통신업체들의 몫이라며 투자비 분담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세계 ICT산업의 신성장기를 슬기롭게 맞을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을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2000년 이후 사그라들었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2009년 이후 유·무선 인터넷의 새로운 콘텐츠·서비스 등장으로 新성장기를 맞고 있다. ICT산업 新성장기는 유·무선 통신망이라는 대형 풀(POOL) 안에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구성하며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ICT 생태계의 근본인 통신망 부족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어, ICT 업계가 공동으로 통신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내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SK텔레콤·KT 등 국내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의 무선인터넷 사용량은 각각 2282테라바이트(TB)와 1635TB로 적정처리용량을 10%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의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통신망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사실상 통신망 비상 운용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업계 이익 급감…투자비 마련 난항

지난 2001년 206조원이던 국내 100대 기업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038조원으로 늘어 지난 10년간 5배 이상 늘었다. 반면 KT, SK텔레콤, LG U+등 주요 통신 3사는 지난 2001년 42조원이던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27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계속되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와 경쟁으로 인해 수익은 정체돼 있는 반면 유·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투자비는 줄어들지 않아 사실상 수익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 ICT연구소인 벨 연구소는 "세계 통신망 사용량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유선통신사업자는 2013년 가입자당 평균 통신망 투자비가 가입자당 수익을 넘어서게 되고, 이동통신은 당장 2012년 말 투자비가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 이후부터는 통신사업자가 굳이 기업을 경영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터넷 업체들 승승장구

반면 인터넷 업체들의 매출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상장한 구글은 당시 1주당 주가가 200달러도 채 되지 않는 회사였다. 성장 가능성은 무궁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 세계를 호령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 그랬던 구글의 현재 주가는 3배 이상 늘어 600달러 수준에 달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인 NHN은 지난 2004년만 해도 연간 매출이 229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0년에는 1조5148억원으로 약 7배나 급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더 극심한 차이를 이루는데 지난해 NHN의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하는데 국내 통신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대개 10% 초반에 머물고 있다.

■말라가는 풀…공동관리 방안 시급

ICT 산업을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는 "인터넷 생태계는 통신망이 거대한 수족관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플랫폼과 콘텐츠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풀과 같은 모양인데 지금 풀 안의 물이 점점 말라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플랫폼과 콘텐츠 없는 수족관도, 물이 없는 생태계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통신업계와 콘텐츠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의 물을 채우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新성장기 ICT 산업은 생태계 차원의 성장을 이루는 특징이 있어 어느 한쪽만 수족관의 물을 채우는 책임을 강요할 수 없고 통신업계와 콘텐츠 업계가 공동으로 풀의 물을 채우기 위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이구순 이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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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내년 가맹점 200개 늘릴 것"

"연내 가맹점 열면 1억원 지원"

화장품 이어 비누·샴푸로 PB 확대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인 CJ올리브영이 가맹점 늘리기에 본격 나섰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해외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예상되는 상황에 한발 앞서 대응하기 위해서다.

CJ올리브영은 내년 매장 수 목표를 400개로 잡고 가맹사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28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내년 하반기까지 가맹점을 24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100개인 직영점도 160개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 매출 목표는 407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예상 매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작년(1360억원)보다 약 45% 많은 2100억원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외형 성장을 위해 가맹점을 적극 모집할 방침이다. 올해 안에 매장을 여는 가맹점주에게는 1억원의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가맹 판촉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직영점에서만 수익이 나고 있지만 가맹점도 100개를 넘어서면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이 가맹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국내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회사는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 등의 유통업체와 해외 드러그스토어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자 사전에 적극적인 출점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드러그스토어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함께 취급하는 소매업태로,유통업계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처럼 미용 · 건강용품을 강화,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형태로 진화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115.7㎡(약 35평) 규모 이상으로 매장을 내야하기 때문에 좋은 입지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올리브영은 자체상표(PB) 상품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첫 번째 PB로 화장품 브랜드 '엘르걸'을 지난달 선보인 데 이어 비누,샴푸 등의 PB 제품 출시도 구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PB 상품은 마진율이 약 60%에 달해 수익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이미 알려진 브랜드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기는 방식으로 PB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엔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기숙사에 231㎡(약 70평) 규모로 입점할 예정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기숙사에 사는 800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리브영 입점을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오롱웰케어의 드러그스토어인 'W스토어'는 75개점,GS왓슨스가 51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2007년 868억원에서 지난해 1986억원으로,3년 새 2배 이상 커졌다. 올해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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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 "화장품 '빅3' 탈환할 것"

"코리아나 매각 안해"

1990년대 아모레퍼시픽,한국화장품과 함께 '빅3'로 불렸던 코리아나화장품.2001년엔 매출 34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더페이스샵,미샤 등 브랜드숍의 저가 정책과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의 고가 브랜드에 밀려 작년 매출은 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미샤에 밀려 '넘버4'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증권가에선 인수 · 합병(M&A)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창업자 유상옥 회장의 장남인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51 · 사진)은 이에 대해 "그동안 사업이 부진해 주가가 낮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주변에서 추측했던 것일 뿐"이라며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20일 밝혔다. 회사 지분은 유 회장(12.53%)과 유 사장(3.85%)을 포함한 특수관계인들이 24.31%를 갖고 있다.

유 사장은 또 "코리아나가 다른 기업을 인수할 계획도 당분간 없다"며 "우선 정도경영을 통해 적자였던 회사를 완전히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 이익을 낸 뒤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다시 '빅3'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1월 사장 취임 이후 겹치는 브랜드를 통합하고 조직을 개편,마케팅팀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신규 화장품 브랜드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는 내년 1월 회사를 대표할 만한 메가브랜드(연매출 1000억원을 내는 단일 브랜드)급의 신규 화장품을 론칭하기로 했다. 3년 넘게 공들인 '역작'이다. '스마트 스킨 사이언스' 컨셉트의 신규 브랜드는 줄기세포배양액 등 코리아나화장품의 특허성분을 넣어 안티에이징,화이트닝,모이스처 등 5~6개의 라인으로 나온다. 유 사장은 "내년 1월에 우선 2~3개 라인을 내놓고 헤라 · 오휘 등과 경쟁할 것"이라며 "내년 매출성장률 목표를 10%로 잡았다"고 말했다.

해외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작년까지 적자였던 중국 합작법인 매출도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겨 내년부터는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이란 정부의 인증을 받아 내년엔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 수출할 예정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는 3년째 자체 미백 성분(천녀목란)을 제공하고 있다. 유 사장은 "코리아나의 1년치 제품에 들어가는 양의 10배를 가져갈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체 생산 공장과 연구소,직접판매 유통망,정도를 걷는 영업을 통해 '명품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때 동업자였던 웅진코웨이가 지난해 화장품사업에 진출한 데 대해선 "웅진은 아직 경쟁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코리아나는 지금의 서울 서초동 본사를 이전하기 위해 지난해 말 광교신도시 바이오단지에 300평 규모의 땅을 30억원에 사들였다.

유 사장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지금 반짝하는 회사는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본사에는 유 회장이 자필로 쓴 '해봐'라는 문구와 올해의 경영지표인 '일어서기'라는 문구의 액자가 곳곳에 걸려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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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스타즈IR] 삼성물산, 건설·상사 틀 벗고 글로벌 디벨로퍼 탈바꿈

올 해외수주 60% '디벨로퍼-EPC' 방식 따내

원전·에너지 저장시설 등 플랜트 사업 다양화

아파트 분양세대수 급증… 내년 실적 긍정적

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에서는 중동에서 전해진 낭보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쿠라야에서 21억달러 규모의 민자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는 삼성물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기획부터 금융조달ㆍ설계ㆍ구매ㆍ시공ㆍ시운전 등 전과정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책임지고 진행할 뿐만 아니라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20년간 판매해 운영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발 업체로서의 역할까지 병행하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에서 삼성물산을 두고 '창의적 개척자'라는 찬사를 쏟아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물산이 기존 단순 건설ㆍ상사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과 개발을 일괄 수행하는 글로벌 디벨로퍼(developer)로 변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삼성물산은 해외 수주 부문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60%를 설계ㆍ구매ㆍ시공(EPC)과 개발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디벨로퍼-EPC 방식으로 따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시장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디벨로퍼-EPC를 진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개발형 사업 모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지난해. 그리고 불과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 대표인 정연주(사진) 사장은 "단순 EPC를 넘어 파이낸싱을 요하는 프로젝트는 건설과 상사의 조합이 유리하다"며 "삼성물산은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건설부문의 시공능력과 상사 부문의 해외 네트워크ㆍ자금조달 능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국내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는 동두천복합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삼성물산은 LNG복합화력발전소의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전영역을 담당하고 이후 운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단순 건설 회사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과 개발을 일괄 수행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아부다비에 건설하고 있는 8억1,000만달러 규모의 민자 발전담수 프로젝트 알슈웨이핫S2 현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물산

특히 내년부터는 화력발전소 위주에서 벗어나 광산, 헬스케어(삼성 그룹이 공동 추진하는 병원패키지 사업) 등 다양한 부문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디벨로퍼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플랜트 사업에서도 국내외 원자력발전소와 에너지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발전시설 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외형 성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상사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외형성장세도 관심을 끈다. 상사 부문은 기존에 단순 무역업을 기반으로 했지만 에너지ㆍ환경, 자원개발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5GW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캐나다 온타리오 태양광ㆍ풍력 신재생에너지 복합발전 사업을 수주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입지를 굳혔다.

상사 부문의 또 다른 중점 사업 분야인 자원 사업 부문의 경우도 10여개에 달하는 석유ㆍ가스 광구에서 탐사ㆍ개발ㆍ생산 등 모든 단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가스 유통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석유공사와 함께 인수한 7,100만 배럴 규모의 미국 멕시코만 생산 광구를 통해 에너지 수급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칠레 아타카마 염호의 리튬 개발 광구권 지분(30%)을 인수하면서 2차 전지의 핵심원료로 쓰이는 리튬의 안정적 공급 기반도 마련했다.

올해 삼성물산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으로 올 한 해 매출액 20조5,490억원, 영업이익 6,090억원, 순이익 4,4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0.05%, 28.94%, 39.09% 줄어든 실적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삼성물산의 체질개선과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인력을 확충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지만 인력 확충은 장기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며 "올 한 해 6조6,000억원, 내년에는 7조9,000억원의 해외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외 수주 부문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는 국내 주택 매출이 반등하면서 실적도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됐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 부문의 분양 세대 수가 급증하고 있어 실적회복이 예상되는데다 중국 삼성전자LCD공장 등 그룹발 공사 매출이 반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상사 부문에서도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발전 사업 개발 수수료가 오는 2017년까지 매년 300억원 안팎으로 유입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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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중동 육상플랜트사업 본궤도 오르나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중동지역 플랜트사업의 꿈이 여물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2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수주를 보고 받자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는 STX중공업, 사우디 시장에서의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다. 그주 사우디에서 철강플랜트 추가 수주 계약식을 마치고 갓 귀국한 이희범 STX중공업·STX건설 회장도 다시 사우디로 향했다. STX그룹이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 연이어 육상플랜트사업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STX의 육상플랜트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강덕수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와 영국업체 간 합작업체인 내셔널마이닝과 2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사업을 계약했다. 발전플랜트 등 총 3개 플랜트를 담당하는 이번 프로젝트 총 사업비는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다.

계약형태는 기존 플랜트업계의 설계·구매·공사(EPC) 방식이 아닌, 펩콤(PEPCOM)계약이다. 펩콤계약은 STX중공업이 해당 플랜트 사업을 기획단계부터 설계·구매·건설(EPC), 운영·관리(O&M)까지 총괄한다는 의미다. 기존 EPC사업에서 진일보한 방식으로 업체의 사업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내셔널 마이닝은 공사가 진행될 사우디 북서부 타부크시 와디 사와인 지역의 철광석 광산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 상업생산이 가능한 철광석 매장량은 최소 1억 2500만t 이상일 것으로 전해졌다. STX중공업은 이 지역 플랜트 산업단지 조성을 담당한다. STX중공업이 건설할 플랜트는 △펠릿플랜트 △발전플랜트 △담수플랜트다. 펠릿플랜트는 채굴한 철광석의 불순물 제거를 위한 설비다. 발전플랜트는 현지 산업단지 조성에 필수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담수플랜트는 산업용수 공급 차원에서 건설된다. 아울러 STX는 매년 500만t 규모의 철광석 채굴작업도 담당한다.

플랜트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사업경험이 없으면 아예 입찰에 참가할 수조차 없다. 대부분 20∼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이들 업체와 경쟁한다는 건 신생업체인 STX중공업엔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 회장은 직접 중동 사업을 챙기며, STX의 시장 진입 시간을 단축했다.

그는 지난해 이라크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폭탄테러 속에서도 이라크 방문 일정을 강행했다. 올 초엔 첫 해외 출장지로 중동을 선택해 사우디 지잔 경제도시에서 플랜트 공사 중인 직원들을 격려했다. STX그룹 경영진도 전략적으로 사우디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동시장 저변확대에 힘썼다. 한때 현지 정파적인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3조원 규모의 STX중공업의 디젤발전소 구축 사업도 현재 순항 중이다. STX 관계자는 "연이은 수주는 중동 지역에서의 성공적 사업수행으로 신뢰를 형성한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사우디 정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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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권 부총장 "라오스에 한국 교육시스템 정착 시킬것"


수파노봉 국립대에 운영 노하우 전수 조원권 우송대 부총장

"라오스에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류해 세계 첫 민관 협력 교육시스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겠습니다."

라오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한국 정부의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으로 건설된 수파노봉 국립대. 포스코가 캠퍼스 건설을 맡고 교육프로그램과 학교 운영 노하우는 우송대ㆍ전주대ㆍ강원대ㆍ한국폴리텍대 등 4개 대학이 맡았다. 한국 대학들의 협력자문단을 이끌고 있는 조원권(54ㆍ사진) 우송대 부총장은 "교육원조는 캠퍼스 건설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반적인 교육원조의 프로그램은 캠퍼스 건설과 교육프로그램의 일괄적인 제공까지다. 중장기적인 학교 지원은 지금껏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학교가 뿌리내리기까지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조 부총장은 초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들을 설득해 중장기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운영 노하우와 학교 당국의 리더십 없이는 정착하기 어렵다"며 "학교 건설 프로젝트가 끝난 후 참가한 대학을 설득해 현지 컨설팅, 교육과정 지도, 도서ㆍ컴퓨터 등 기자재와 장학금 지원, 학생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득에 4개 대학 이외에 배제대ㆍ창원대ㆍ한동대ㆍ백석대ㆍ부경대ㆍ숭실대ㆍ단국대 등 7개 대학이 추가로 참가했다. 또 지금까지 수파노봉대의 교수 30여명이 국내에서 석ㆍ박사과정 유학과 연수를 통해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배워갔다. 그는 "일본ㆍ중국 등에서도 제3국가에 대한 교육원조에 관심이 크지만 라오스는 특히 한국을 지목했다"며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인 한국의 짧지만 성공적인 발전 과정에 뜨거운 교육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라오스 등 빈국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교육에서 찾고 있는 조 부총장은 "대학 설립을 통한 원조는 그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한 것으로 잡은 고기를 그냥 건네기보다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현지화를 거쳐 정착한다면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대학에 이어 한국교육개발원ㆍ한국직업능력개발원ㆍ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수파노봉대에 연구 및 학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국토 면적은 한국의 두 배에 이르지만 인구는 600만명에 불과한 라오스는 자원부국으로 광물은 물론 농ㆍ식물자원도 풍부하다"며 "교육 지원을 통해 친한파를 더 많이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오스 정부와 천연자원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면 자원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행시에 합격한 그는 경제기획원 등을 거치며 5년간의 짧은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1986년 대전산업전문대(현 우송정보대)로 자리를 옮긴다. 안정적인 4년제 대학을 선호하던 당시 분위기로는 다소 파격적인 이동이다. 미 텍사스 A&M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그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 공무원 시절부터 젊은 인재를 키워내고 싶은 꿈이 컸다"며 "공직의 성실함과 경제학 이론, 그리고 교육의 실무를 겸비한 만큼 아시아 지역과의 대학 교류에 남은 생을 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선화기자 indi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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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국제의료원조 프로젝트 첫 결실 맺어

개발도상국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한국형 국제의료원조 모델로 꼽히는 '이종욱-서울프로젝트'가 처음으로 초청 연수자를 배출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50여년전 미국으로부터 의료원조를 받는 처지였던 한국이 이제는 개발도상국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명실상부한 '의료원조국'이 된 것이다.

서울대 의과대학(학장 임정기)은 21일 오후 5시 의대 제1교수회의실에서 '이종욱-서울프로젝트' 사업의 첫 성과로 1년간 초청 연수를 받은 라오스 국립의대 교수들에 대한 수료식과 장비 기증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수료하는 라오스 국립의대 교수는 솜숙 판콩시(Somsouk Phanhkongsy) 미생물학 교수 등 모두 8명이다.

임정기 학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우리가 의료선진국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개발도상국에 돌려주는 위상을 갖게 됐다"면서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한국의 의학, 의료시스템, 의료기술 수준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욱-서울프로젝트'는 고(故) 이종욱 WHO(세계보건기구) 전 사무총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서울대 의대가 1950년대 중반 미국 미네소타대학교가 주도했던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선진 의료기술을 접하고 국내 보건의료인력 기반을 마련한 것을 기리자는 의미로 출발했다.

라오스는 국립의과대학이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보건의료수준이 낙후돼 있다. 라오스의대 교수들은 2010년 11월30일부터 올해 11월21일까지 서울대 의대에서 전문과별 교육과 한국어와 영어, 의학, 리더십, 기초의학, 보건통계와 역학, 의료정책과 지역사회의학 등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다.

서울대 의대는 연수효과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연수를 마친 교수들에게 교재와 초음파기기, DNA 분석장비, 학생 실습용 장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대의 경우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1955년부터 1961년까지 7년 동안 총 226명의 교수가 최단 3개월에서 최장 4년간 미국 연수를 받았다. 또 미네소타대 자문관들이 한국에 상주하면서 대학 교육체계 전반을 자문하고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초석이 됐다.

송대웅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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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우정·애정·욕정의 결합,20년 넘은 커플도 10%는 ‘신혼’



미네소타대의 엘런 버샤이드(사회심리학)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남녀 젊은이들에게 네 가지 목록을 만들라고 했다. 네 가지 목록의 제목은 ‘친구들’ ‘좋아하는 사람들’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 리스트가 제일 짧았다. 보통 단 한 사람만이 리스트에 올랐는데 그 단 한 명은 나머지 세 리스트에도 모두 올랐다. 버샤이드 교수가 내린 결론은 “사랑은 우정·애정·색욕의 결합이며 그래서 사랑이 그토록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제 눈에 안경’만큼 강한 사랑에 빠진 사람을 잘 표현하는 관용구도 없다. ‘보잘것없는 물건이라도 제 마음에 들면 좋게 보인다’는 뜻이다. 학술용어인 ‘핑크 렌즈 효과(pink lens effect)’도 같은 상태를 지칭한다. 곰보가 보조개로 보이는 상태다. 배우자를 ‘이상화(idealization)’하는 가운데 단점은 안 보이고 장점만 보이는 것이다.

열정적인 로맨틱한 사랑이 식으면 ‘동반자적 사랑(companionate love)’이 된다. 동반자적 사랑은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깊고 성숙한 사랑이다. 배우자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포용하는 단계다. 동반자적 사랑도 좋지만 로맨틱한 사랑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더 좋다. 텍사스오스틴대 심리학자들은 1981년 결혼한 168 커플을 10년 넘게 추적했다. 연구 결과 ‘제 눈에 안경’이 계속되는 로맨틱한 커플들의 결혼 생활이 더 행복했다.

결혼한 지 수십 년이 됐으나 ‘제 눈에 안경’ 상태를 유지하는 커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05년 파비아대의 연구에 따르면 0%다. 연구진은 로맨스의 유효기간은 1년이라고 발표했다. 훨씬 희망적인 결과를 뉴욕스토니브룩대(NYSB) 연구진이 2009년 발표했다. 20년 넘은 커플들의 뇌 중에서도 10%가량은 새로 로맨스를 시작한 뇌와 비슷한 화학반응을 했다.

90%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부부들도 포함될 것이다. 에모리대의 래리 영 박사에 따르면 문제가 있는 부부들을 약물로 치료하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언젠가는 사랑이 식은 뇌를 사랑으로 타오르는 뇌로 바꿔 주는 약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약은 물론 윤리적인 문제도 수반한다.

그런 억지 수단을 쓰지 않고도 행복한 커플 10%에 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로맨틱한 행동을 하면 로맨틱한 감정을 맞볼 수 있다. 억지로 웃어도 기쁘고 행복해진다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경험 사례에 의존하는 카운슬러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뇌를 속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책, 꽃 주고받기, 키스, 포옹, 촛불 켜고 식사하기, 사랑이 담긴 카드·편지 쓰기와 같은 로맨틱한 행동을 하면 실제로 로맨틱한 감정이 되살아난다. 커플이 새로운 체험을 함께 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뉴욕스토니브룩대의 아서 애런 교수에 따르면 가 보지 않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뇌에는 사랑작용이 일어난다. 애들 없이 모처럼 부부만 휴가를 떠나는 것도 좋다.

‘바빠서 로맨스 어쩌고 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구제불능이지만 한마디로 로맨스는 학습이 가능한 스킬(skill)이다. 그런데 미국이 ‘로맨스 선진국’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로맨틱해지는 1001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지은 그레고리 고덱은 미국 남성의 60~70%는 로맨스 측면에서 ‘얼간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남성·여성의 로맨스 차이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오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리적으로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센티멘털하게 된다고 알려졌다. 남자들도 충분히 로맨틱하게 될 수 있으나 로맨틱한 감정을 표출하는 훈련을 받지 못해 어색하다는 게 로맨스 업계의 중론이다. 로맨스도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다. 부부가 로맨스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한쪽이 로맨틱해지면 상승효과로 다른 쪽도 로맨틱해질 가능성이 열린다고 로맨스 전문가들은 증언한다.

영원한 로맨스 유지법에 대해서는 로맨스소설 작가만 한 전문가도 없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특히 로맨스소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은 여성에게 말하는 법을 안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설가들에 따르면 우선 남자들이 아내에게 말을 많이 하는 게 좋다. 로맨스소설에 빠진 여성들은 소설에 나오는 성애 장면보다는 주인공 남자가 한 말을 더 잘 기억한다. 언어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보디랭귀지다. 로맨스소설 작가들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할 것, 손 잡기, 배우자가 말할 때 고개 끄덕이기 등을 권장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피해야 할 것은 ‘나는 다 안다’는 태도다. 최근 가족심리저널(JFP)에는 5년 이상 된 100쌍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가장 효과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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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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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7명 중 2명만 당론 따라 “반대”



한나라당이 이번 주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태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9일 이와 관련, “당 지도부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을 방문한 박 전 대표에게 기자들이 “FTA 비준안을 놓고 직권상정, 표결 처리 분위기가 있는데…”라고 묻자 그는 “지난번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 전부 일임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결정을…”이라고 답했다. 표결 처리가 이뤄지면 참여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표결 처리 땐 물리적 저지”가 민주당 당론인 만큼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중앙SUNDAY는 18일 광역자치단체장 16명 전원에게 FTA 관련 입장을 물었다. 비준안이 통과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실제로 손해와 이득을 보게되는 이해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장들은 현재 소속 당과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원론엔 찬성하면서도 지역 내 농·축산업 피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FTA 논의가 수년째 계속 되는데 찬반이 아닌 어정쩡한 입장도 있었다. 여야 정치권은 당론에 묶여 팽팽하게 맞섰지만 지방정부 수장들은 일단 찬성과 반대가 각각 9대 4로 “비준해야 한다”는 쪽이 많았다. 한·미 FTA 비준을 뚜렷하게 반대한 광역단체장은 무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와 김완주 전북지사 등 4명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 5명은 모두 찬성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단체장 7명 중엔 당 지도부의 강경론을 확실하게 따르는 반대 입장이 2명에 불과했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김완주 전북지사다. 제조업 의존도가 낮은 강원도의 최 지사는 16개 광역단체장 중 FTA를 가장 강도 높게 반대했다. 김완주 지사는 민주당 내 강경파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전주고 선배로 정 최고위원과 절친한 관계다.

공개적으로 찬성론에 선 민주당 소속 단체장은 2명이었다. 수출을 늘리는 게 대한민국이 살길이란 소신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내적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같은 당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미 한·미 FTA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러곤 이런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중 나머지 3명은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을 피한 채 정부에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과 보완대책 마련을 주문하거나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그동안 한·미 FTA 찬성에 가깝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강운태 광주시장은 중앙SUNDAY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민주당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의 FTA 전선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발언한 뒤다.

같은 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도지사는 도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입장을 밝히기가 적절치 않다”며 유일하게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안희정 지사는 “국민이 정부와 대통령을 불신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게 FTA 해법의 본질인 만큼 대화와 설득에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자기가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FTA에 대해 찬성 쪽으로 밝히더니 중앙SUNDAY 질문에선 이처럼 입장을 완화했다.

강운태 시장은 “한·미 FTA는 피해대책 등 미흡한 분야를 보완한 뒤 내년 1월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9일 기자간담회에선 “한·미 FTA는 국제화·개방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한 바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등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 5명은 피해 지역 여부를 떠나 일제히 찬성했다. 자유선진당 염홍철 대전시장과 무소속 우근민 제주지사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다. 농업인 피해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면서 한·미 FTA 비준을 뚜렷하게 반대한 광역단체장은 무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다.

박원순 시장은 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조항 철폐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인 김두관 지사는 “경남도는 농업 분야가 많아 피해 도민이 예상되는 데다 한국이 손해 보는 불평등 사유도 있는 만큼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찬성 입장의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무역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한국은 무역에서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할 때도 그런 관점에서 찬성했다”며 “당시 열린우리당이 발의해 추진하던 일을 이제 와서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의 전남지사였다. 그는 “다만 한·미 FTA로 농·축산업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적으로 철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FTA 찬성 발언 때문에 지역 내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지난 9월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시장을 넓히는 길”이라며 “FTA가 빨리 돼야 규모의 경제가 나오고 기업 유치도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송도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지역 내 남동공단 등의 제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게 인천시의 당면과제다.

한·미 FTA에 대한 광역단체장의 찬반 입장엔 지역경제 상황이 반영됐다. 제조업 비중이 높거나 수출이 많은 시·도 지역일수록 한·미 FTA에 대한 찬성 강도가 높았다.지난해 857억 달러(약 100조원)를 수출해 시·도별 수출액에서 1위를 차지한 경기도에선 찬성의 강도가 가장 높았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자유무역은 당연히 확대돼야 한다”며 “나는 과거부터 FTA를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수출도시 울산(수출액 2위·714억 달러)의 박맹우 시장은 “울산 경제의 해외 의존도는 90%에 가깝다”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부품 수출 확대와 외국인 직접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최대 물동항인 부산의 허남식 시장은 “한·미 FTA는 기계·자동차 등 부산 지역의 제조업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구는 자동차 부품과 섬유산업 비중이 큰 만큼 FTA가 비준되면 이들 분야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더라도 농림수산업의 비중이 큰 광역지자체에선 한·미 FTA 찬성에 대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농·축산업, 서비스산업 피해에 대한 정부·여당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과 감귤·양돈 중심인 제주도의 무소속 우근민 지사도 입장은 비슷하다. 우 지사는 “중앙정부 시책을 반대하지 않지만 농·축산업 분야에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FTA를 가장 강도 높게 반대한 단체장은 최문순 강원지사다. 최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대표적으로 잘못한 게 한·미 FTA 체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원도는 농림수산업 위주인 데다 제조업이 영세해 미국엔 팔 것도 없다. 강원도 입장에서 FTA는 얻는 게 하나도 없고 잃는 것만 있다”고 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수출액이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로 16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도를 제외하면 꼴찌였다.

이양수,최상연,채병건 기자yslee@joongang.co.kr

 

송영길 “참여정부가 시작, 마무리해야” 최문순 “참여정부가 잘못, 바로잡아야”

ㆍ단체장들 FTA 입장

16개 시·도 광역단체장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은 모두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은 찬성과 반대, 유보, 조건부 찬성 등 복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단체장 가운데 최문순 강원도지사(55), 김두관 경남도지사(52)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48)은 찬성 쪽이다. 김완주 전북도지사(65)는 “찬·반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지사는 18일 “참여정부 당시 대표적으로 잘못한 일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 것”이라며 “바로 지금이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 지사는 “민주당이 투자자-국가소송제 폐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독소조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규모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나라끼리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지사는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추종했던 국가에서 이미 저성장, 고실업 문제가 발생하는 등 모두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는 자유무역협정이 성장에도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55)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검토 의견을 낸 것처럼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독소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며 “시민단체와 야권이 역진방지조항, 서비스시장의 네거티브방식 개방 등 다양한 독소조항을 이유로 1500쪽에 달하는 협상문을 의심하고 있는 만큼 (비준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다음주 중 전문가들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서울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17일 광주시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민주당 정권이 시작했다”면서 “민주당도 책임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때는 몰랐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열린우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한나라당 단체장들은 전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박맹우 울산광역시장(60)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범일 대구시장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62)과 김문수 경기도지사(60)는 찬성입장과 함께 국회 강행처리보다는 협의처리를 희망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쟁점이 해결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단체장들도 있다. 자유선진당 염홍철 대전시장(67)은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고 농업분야 등의 피해 대책이 마련된다면 비준안 처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운태 광주시장도 조건부 찬성입장을 보이면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회기 내 강행처리하지 말고 내년 1월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소속 우근민 제주도지사(69)는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감귤·축산·수산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46)는 “찬성·반대 입장 표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6일 트위터에 “우리가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그래서 논리적 모순이고 정치 신의와 관련된 문제죠”라는 글을 올려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국회와 정당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찬성·반대보다 정부가 축산농가 등 농가 피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찬성했던 것을 지금 반대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송영길·안희정 ‘FTA 사수’ 주장에 비난 봇물

[한겨레] “민주당에서 추진된 것…보완해 마무리” 발언에

누리꾼들 “정책은 철학이 아니다” 거센 비판


“민주당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정부 때 한 일이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는 게 아니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고, 이것이 당의 FTA 전선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18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여정부 때 시작한 한미 FTA 계속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FTA에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정부에 요구한 것과는 대단히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우리의 젊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FTA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분명하게 적립할 것을 기대한다”고 거듭 유감을 표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 는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FTA를 하지 않으려고 핑계를 찾거나 다른 조건을 거는 방식은 안 된다. (미진한 것은) 보완해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송 시장의 이런 발언은 1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16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FTA 근본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묻는 질문에 “우리가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그래서 논리적 모순이고 정치 신의와 관련된 문제죠”라며 ‘의리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이들의 이런 발언에 대해 트위터상에서는 비판이 거셌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안희정이 한미 FTA를 강력히 찬성하고 나서자 그를 위대하다고 추켜세우는 보꼴 수꼴 우꼴이 나타나네. 잘못된 걸 지키는 건 의리가 아니다. 시바 료타로는 사무라이가 목숨을 거는 그런 식의 의리를 ‘개의 의리’라고 불렀다”고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 @ostwr***는 “안희정 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님 정책은 철학이 아닙니다. FTA 따위를 무슨 철학인 양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 웃기는 소리 그만 합시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 정책입니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wolfor***는 “안희정 송영길, 가는 길이 위험하다. FTA를 단지 정권 바뀌었다고 반대한다 생각하나 본데, 협정내용이 위험하다면 버리는 게 오히려 용기고 마땅한 거지”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뒤인 지난 2008년 11월10일 당시 ‘민주주의 2.0’ 사이트에서 “한미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미 FTA 안에도 해당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보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고 재협상이 필요함을 지적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안 지사와 송 시장의 ‘의리’‘입장 고수’ 발언에 조정이 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부 digitalnews@hani.co.kr

비준 찬성땐 '야권통합→대권 도전' 힘들어져

손학규 "FTA 비준 반대" 강경 입장 왜

"집단체제 한계" 분석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해 "정부는 국회에 비준을 요구하기 전에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연일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를 폐기하지 않는 한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지사를 지낼 때 FTA 전도사를 자처했던 손 대표가 변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본래 대화와 타협을 중시했던 손 대표가 이토록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최전선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선 '국익'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 등에서 이익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FTA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손 대표는 15일 국회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한미 FTA에서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선 안 되므로 최소한 ISD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손 대표가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강경론의 배경을 찾는 게 더 정확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대선 승부수로 야권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손 대표 입장에서는 FTA 비준안을 처리해 주기 어렵다. 통합 대상인 야권이 대부분 FTA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비준안 처리에 합의하는 순간 야권 통합은 물론 그의 대선 꿈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노선 문제로 사사건건 갈등하던 정동영 최고위원과 손을 잡은 것도 이런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해 FTA 문제에서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 대표가 올해 5월 한나라당의 한ㆍ유럽연합(EU) FTA 처리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을 때도 당내에서 '손 대표의 출신'이 회자된 적이 있다. 하지만 손 대표 측근은 "지나친 분석"이라며 "중산층과 서민층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로서 대기업과 재벌에게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 FTA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김씨와 같은 '오너'형 당 대표가 과감한 결단과 협상으로 대치 정국을 풀었던 과거와 달리 집단지도체제 아래에서는 대표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손 대표가 FTA 비준안 처리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FTA를 국민투표에 부치자" "먼저 미국과 재협상한 뒤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자" 등의 주장을 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손 대표의 승부수는 과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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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계승한 ‘자본주의 4.0’

[한겨레] 김지석의 앎과 함

“어젠다(의제)가 없다.…미국이 무엇을 했으면 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견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월가 점령’ 시위대를 향해 한 ‘애정어린 충고’다. 그의 말대로 지구촌 곳곳에서 불만은 넘쳐나지만 새 체제의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런 딜레마는 기존 경제·사회 체제를 유지하려는 쪽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여러 정부가 부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보듯이 긴 시야는 없고 그때그때 임기응변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주의4.0’이란 용어가 상당히 퍼져 있다. 영국 언론인 아나톨 칼레츠키가 지난해 펴낸 <자본주의4.0>에서 쓴 말로, ‘21세기형 자본주의’의 진로를 제시한 것처럼 포장되기까지 한다. <자본주의4.0>이 흥미로운 책임은 분명하다. 지난 30년가량의 시기를 자본주의3.0으로 지칭하고, 이 시기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시장근본주의를 비판한 뒤 새 경제체제로 자본주의4.0의 밑그림을 제시한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이념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니 기존 체제의 비판에서부터 철저하지 않다.

자본주의4.0이 기대는 것은 이른바 ‘민주적 자본주의’, 그 가운데서도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향적 자본주의인 앵글로색슨 모델이다. “1980년대에 도입된 금융 주도의 글로벌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는 건전하지만 변화하는 여건에 맞춰 진화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민주국가들에 대해 정치적 모델과 지도자로서 매력이 더 커졌다”는 것도 주요한 전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근본주의와 함께 금융 자본주의, 정치적 신보수주의 등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 책은 시장근본주의만을 도마에 올린다. 이 책이 자본주의3.0에 대해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자본주의4.0은 신자유주의의 중요 내용을 계승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체제의 속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상하게도 이 책 한국판의 부제는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돼 있지만 말이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동행하는 세계 체제로서 민주적 자본주의는 2차대전 이후 서구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1인1표가 아니라 1주1표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민주적이지 않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를 민주적 자본주의라고 치켜세워서는 몇해째 계속되는 경제위기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이름에 걸맞은 시기가 있었다면 서구 각국이 복지국가를 발전시켜나갔던 1950~60년대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함께 가는 관계라기보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교정하면서 이끌고 가야 하는 관계다. 곧, 민주주의가 앞서가야 민주적 자본주의의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 얘기해야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후속편이 아니라, 좀더 확실하게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견인하고 그럼으로써 자본주의 자체가 민주화할 수 있는 경제·사회 체제다.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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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쳐모이는 야권 '4국지'가 펼쳐지나



중통합 - 진보 소통합 - 진보신당 - 안철수 세력

세 불리는 '야권중통합'

민주·혁신과통합이 주도… 한노총 참여 결정 이어 민노총 일부 동참 타진

9부 능선 넘은 '진보소통합'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 당내 승인 과정만 남겨둬… 막판에 틀어질 가능성도

야권 재편 계절을 맞고 있다. 내년 총선을 5개월 가량 앞두고 야권이 '헤쳐 모여'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민주당이 재야 친노세력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민주진보통합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는 18일 '진보통합정당'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진보신당은 어떤 통합에도 참여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택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야권은 크게 네 갈래 세력으로 분화하게 된다.하지만 이 같은 통합 작업이 중간에 실패하거나 여러 세력 간의 대통합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어서 총선 때까지 야권의 이합집산이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혁신과통합 중심의 야권 중(中)통합 어디까지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이 주도하는 야권 중(中)통합 작업의 속도는 진보진영 통합에 비해서는 약간 더디다. 하지만 외연은 훨씬 더 넓다. 최근 한국노총이 통합 연석회의 참석을 결정한 데 이어 민주노총 산하 일부 산별노조도 동참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기반인 민주노총이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에 동참할 경우 민노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연석회의 동참 세력이 확대되면서 통합은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27일 창당준비위를 구성한 뒤 통합 전당대회에서 민주당과 합당하는 '신설합당'방식에도 합의했다. 지도부는 1인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로 구성되는 집단지도체제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정당에는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일부 당권주자들이 여전히 단독 전당대회를 주장하면서 통합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합 정당의 지도부나 지역구 총선 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분쟁의 소지도 적지 않다. 한국노총과 '혁신과통합'이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는 뒷말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진보 소(小)통합 작업의 앞날은

진보 진영의 통합은 이날 합의로 거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민주노동당과 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로 구성된 '통합연대' 등 3자가 내부에서 통합 합의를 승인하는 과정만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진행됐던 진보 통합이 대부분 실패했던 경험 탓에 이번에도 막판에 유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 당장 참여당의 추인 여부가 걸림돌이다. 당헌ㆍ당규 상 통합을 추인하기 위해 당원 8,700여명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석해 3분의2가 찬성해야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다. 당장 민노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탈당해서 민주진보통합정당 연석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북(從北)문제'를 둘러싸고 민노당과 결별했던 심상정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이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노선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지분과 주도권을 둘러싼 3자 다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은 진보진영 정당을 상대로 야권 대통합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선거연대나 정책연대 이상은 관심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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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브라질, 세계 5위 경제국 된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세계 5위 경제국 부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호세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북동부 살바도르 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브라질은 세계 5위 경제국으로 떠오를 것이며, 성장에 걸맞게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은 현재의 세계경제위기에 관해 "선진국들은 매우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며, 그들에게는 낙관적 전망이 없다"면서 "그러나 브라질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브라질의 경제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에 이어 세계 7위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경제정보평가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영국 컨설팅 회사 비즈니스 모니터 인터내셔널(BMI)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이 올해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6위가 되고, 2020년에는 모든 유럽 국가를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GDP 1~10위는 미국(14조5천300억 달러), 중국(5조9천300억 달러), 일본(5조4천600억 달러), 독일(3조2천900억 달러), 프랑스(2조5천600억 달러), 영국(2조2천500억 달러), 브라질(2조900억 달러), 이탈리아(2조500억 달러), 인도(1조7천300억 달러), 캐나다(1조5천800억 달러) 등이었다.

올해 브라질의 GDP는 2조4천400억 달러를 기록해 영국(2조4천100억 달러)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지난해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세계 7위로 올라선 바 있다.

2020년 GDP 1~10위는 중국(24조4천400억 달러), 미국(21조3천500억 달러), 인도(7조2천100억 달러), 일본(6조5천800억 달러), 브라질(4조3천400억 달러), 독일(4조2천400억 달러), 러시아(4조700억 달러), 프랑스(3조4천600억 달러), 영국(3조4천100억 달러), 이탈리아(2조5천300억 달러) 등으로 전망됐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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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님, 주머니에 이게 들어갑니까?

[오마이뉴스 강인규 기자]
애플 웹사이트 첫 화면에 올라와 있던 창립자 잡스의 추도사진.
ⓒ 애플

 

"스티브 잡스가 죽었어."

학생 한 명이 외쳤다. 학교 신문사 편집회의 때였다. 편집부 학생이 방금 들어온 통신전문을 확인하다 전한 소식이었다. 순간 자리에 있던 몇 명이 짧은 신음을 토했다. 

짧은 충격에 이어 긴 애도가 찾아왔다.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를 타고 잡스의 생전 모습과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날아들었다. 잡스 집 앞에는 꽃, 편지, 촛불이 쌓이고, 애플 매장 유리는 포스트잇에 쓴 추도문으로 덮였다. 어느 곳이든 애플과 연관된 곳에서는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굴러다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사진이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애플 매장 앞 유리에 글씨를 쓰고 있다. 붉은색 글씨다. 여자 오른손에는 립스틱이 쥐어져 있다.     

"고마워요,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그의 업적에 감사했다. 사진은 홍콩과 영국의 애플 매장 풍경으로 쪽지, 꽃, 초, 사과가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공개사진

 

립스틱으로 쓴 '잡스, 고마워요'

매장 앞에 붙은 애도 쪽지에도 '고맙다'는 말이 수없이 등장했다. 공짜도 아니고, 돈 받고 물건을 만들어 판 사람이 뭐가 그리 고마울까. 모두 대책 없는 '애플빠'나 '앱등이'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애플 물건을 안 쓰거나,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조차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왜냐고? 애플이 아니었다면 지금 당신이 이 글을 휴대폰으로 읽고 있지 못할 테니 말이다. 당신 주머니에는 여전히 폴더형 피처폰이 들어 있고, 전화기 위에는 표준형 이어폰잭이 달려 있지 않으며, 전화기 안에는 메모리가 남아도 음악을 수천 곡씩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회사 제품을 쓰든 상관없다. 당신의 스마트폰은 애플이 통신사, 음반사와 싸워서 얻어낸 결실의 직간접적 수혜물이다. 

와이파이(무선랜)는 당연히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잊었는가?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부와 통신사 모두 와이파이를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불과 두 해 전까지 한국 업체는 스마트폰에서 와이파이 기능을 빼고 팔았고, 한국 정부는 무선랜 제공자와 사용자의 보안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려고 했다. 와이파이 사용이 늘어 통신사 매출이 줄어드는 걸 막아주기 위해서다. 무료통화 앱이나 '카카오톡' 같은 건 상상도 하지 말자.   

마땅히 국내 제조업체도 고마워해야 한다. 왜냐고? 애플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폴더형 피처폰을 주력생산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통신사에 의해 좌우되던 휴대폰 설계와 생산의 주도권을 제조사에 넘겨주었다는 점이다. 애플이 아니었다면 삼성과 엘지 모두 소비자가 아니라 통신사를 위한 물건을 찍어내고 있을 것이다. 애플은 국내 제조업체를 위해 대신 싸워 준 은인인 셈이다. 물론 가장 큰 수혜자는 소비자들이다.

애플이나 삼성 이야기를 할 때 흔히 겪는 문제가 있다. '빠'-'까' 논쟁이다. 하지만 세상은 '빠'와 '까'로만 이뤄져 있지 않으며, 현실은 그런 이항적 사고구조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말해두고 싶다. 물론 이런 말이 소용없다는 걸 안다. 그런 이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세상을 '빠'와 '까'로 구분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미디어학자로서 이 편 가르기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다. 국경을 초월해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방대한 정보를 손가락 하나로 검색하는 '첨단 정보-소통의 시대'라는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만간 이에 대해서도 글을 써 볼 생각이다.     

애플은 시장조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느 회사보다 사람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는 회사다. 잡스는 그 비결을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로 설명했다. 사진은 뉴욕시의 애플 매장.
ⓒ 강인규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선보인 회사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를 처음으로 만든 회사라는 사실 말이다. 이제 '개인용 컴퓨터'의 준말인 '피시(PC)'는 '맥'과 경쟁하는 상품군, 즉 윈도 운영체계로 작동하는 컴퓨터 일반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1976년에 잡스와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의 첫 컴퓨터 '애플I'. 애플은 대중을 위한 컴퓨터를 처음 만든 회사다.
ⓒ 공개자료

 

하지만 애플 컴퓨터가 1976년에 '애플I'을 내놓을 당시, 컴퓨터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산업용 컴퓨터다. 당연히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극소수만이 다룰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 전문가용 기계를 일반 대중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리고 이 생각을 처음으로 실현한 것도 애플이었다. 

 

애플의 정체성이 된 '그래픽 기반 인터페이스(GUI)'는 누구나 컴퓨터를 쉽게 쓸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할 필요 없이 마우스로 화면의 그림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 '국제사무기기(IBM)' 같은 무시무시한 명칭 대신 '애플'이라는 편한 이름으로 대중의 거부감을 없앴고, 컴퓨터 앞면을 '인상 좋은' 사람 얼굴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월터 아이작슨이 <타임> 추모판에 공개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잡스는 자신을 예술가로 여겼고, 그로 인해 디자인에 남다른 열정을 가졌다. 그에게는 1980년대 초 첫 매킨토시를 만들 때부터 디자인은 최대한 친근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친근한 디자인'이란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자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말이다. 잡스가 생각한 해결책은 이랬다. 컴퓨터 앞면을 사람 얼굴처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화면 위쪽의 테두리를 얇게 만들었다. 이 부분을 두껍게 하면 이마가 튀어나온 네안데르탈인처럼 보이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대중주의'는 애플이 창업부터 유지해 온 철학이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컴퓨터를 잘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사람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늘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 위에 존재했다'는 잡스의 말은 빈 수사학이 아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조건, 즉 의미, 가치, 행복,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사람들이 컴퓨터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람 얼굴 모양으로 설계했다. 특히 '인상 좋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화면 위의 플라스틱 틀을 얇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마' 부분을 넓히면 더 무뚝뚝한 모습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오른쪽). 컴퓨터 스위치를 켜면 매킨토시 아이콘(왼쪽)이 미소 지으며 사용자를 반기곤 했다.
ⓒ 강인규

 

사람 없는 기술의 한계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기술에 초점을 둔 제품은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든지, 사람을 배려하는 기술이 아닌 '사람을 잡는' 기술이 된다. 집에 있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보라. 얼마나 심오하고 복잡한지, 리모컨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학위논문 두세 편은 족히 쓸 수 있을 듯하다. 물론 그런 후에도 기능을 다 이해한다는 보장은 없다.

기술은 뛰어나나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것, 이것이 많은 한국 업체의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3D 텔레비전이다. 삼성과 엘지는 3D TV가 '텔레비전의 미래'라며 사활을 건 투자경쟁을 벌였다. 아바타 등 3D 영화의 흥행에 고무된 탓이다. 하지만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업체들은 '콘텐츠 부족 때문'이라며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이 업체들이 깨닫지 못한 점은, 영화와 텔레비전이 완전히 다른 매체라는 사실이다. 영화와 텔레비전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완전히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영화 관람은 두 시간 동안 '시각자극의 세례'를 받기로 작정하고 어두운 방을 찾아 들어가는 일이다. 텔레비전 시청은 그렇지 않다. 

온가족이 모여 숟가락질을 하면서 보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다 잠깐씩 고개를 돌려 보기도 하며,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멀티태스킹'을 하기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을 보는 중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리고('음소거' 기능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같이 보는 사람은 수시로 말을 걸기 일쑤다. 입체안경을 쓴 채 이런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입체 텔레비전은 텔레비전의 미래가 아니다. 적어도 안경을 써야 하는 제품이라면 말이다. 

매체의 내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스포츠나 액션 넘치는 드라마 등 입체영상으로 즐길 만한 프로그램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재난방송, 앵커의 따분한 얼굴, 인기 없는 정치지도자의 '국민과의 대화' 등으로 채워진다. 이런 걸 입체로 보고 싶은가? 눈앞으로 튀어나오는 대신 뒤로 오목하게 들어가 보이는 '음각영상'이 아닌 한 말이다.      

한국 업체들은 기술은 뛰어나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대표적인 예가 3D 텔레비전 실패다. 입체영화의 성공에 자극 받은 업체들이 입체텔레비전 시장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으나, 영화와 텔레비전은 전혀 다른 매체다. 미국 백화점에 한국 텔레비전이 다른 나라 제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 강인규

 

실패의 길을 가는 삼성

삼성이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노트'를 보자. 사람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제품의 대표적 예라 할 만하다. 물론 기술적 측면, 즉 '스펙'을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고속 처리장치에 고해상도 화면, 800만 화소 고성능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주머니 속에 편히 들어갈 크기는 아니나, 다른 태블로이드보다 작고 가벼워 상대적으로 휴대가 쉽다.  

하지만 '노트'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제품의 가장 큰 차별점은 스타일러스(전자펜) 입력에 있다. 기기에 딸린 전자펜으로 화면을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유롭게 필기도 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물론 전화기능은 기본이다. 현재 이 제품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부 있기는 하나, 화면과 카메라 등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다. 이런 훌륭한 제품이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느냐고?

'갤럭시 노트'는 삼성 제품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다. 크기와 기능이 조금씩 다른 여러 제품들을 쏟아내는 동시에, 하나의 제품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집어넣는 것이다. 넓게 쏘아 매출을 높이는 동시에 실패위험을 분산하는 '산탄총(scattershot) 전략'이다. 하나의 제품에 집중하는 애플의 '저격수 전략'과 대조를 이루지만, 어느 전략이 항상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삼성이 애플과 경쟁하면서 '제품 다양화'를 기계적으로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갤럭시탭 7인치를 내놓은 것은 아이패드와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문제는 이 '틈새'가 무척 좁다는 데 있다. 태블릿에 관심 있는 소비자 가운데 아이패드가 너무 크고 무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만 이뤄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저조한 매출 속에서 삼성은 10.1인치를 선보였고, 그 다음에는 8.9인치를 내놓았다. 이번에 나온 '갤럭시 노트'(5.4인치)는 갤럭시탭 7인치와 스마트폰 갤럭시S2(4.3인치, 4.5인치) 사이를 채우는 제품이다. 결국 삼성은 4.3인치에서 10.1인치까지 촘촘한 그물망을 완성한 셈이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 '다양한 선택권'은 소비자의 필요를 반영한 결과가 아니라, 단순 제품차별화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보자. 

삼성이 최근 출시한 '갤럭시 노트'. 태블릿과 휴대전화의 특성을 모두 지닌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스타일러스 입력이 가능하다.
ⓒ 삼성

 

태블릿과 전화기 : 집-거리, 낮-밤의 차이

삼성이 '갤럭시 노트'를 내놓은 의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휴대폰과 태블릿의 중간 제품으로 양쪽 시장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과 태블릿이 사람들 삶 속에서 완전히 다른 영역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판단착오였다. 휴대폰이 말 그대로 '휴대용'인 반면, 태블릿은 주로 집에서 사용하는 '가정용'이기 때문이다.

태블릿과 휴대전화는 사람들에게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구글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태블릿을 주로 집에서 밤에 사용하고 있었다.
ⓒ 애플

 

구글이 2011년 3월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자.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등 태블릿 사용자의 82%가 기기를 집 안에서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동 중에 쓴다는 사람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주말(31%)보다 주중(69%)에, 그리고 낮(38%)보다 밤(62%)에 태블릿을 쓰고 있었다.

이렇듯 휴대폰과 태블릿은 시공간적으로 완전히 구분되는 매체다. 구글의 조사에 따르면, 태블릿은 집안-주중-밤의 의미요소를 갖는다. 그렇다면 '갤럭시 노트'가 장점으로 내세운 작은 크기, 통화 기능, 카메라는 매력적인 구매요소가 되기 어렵다.

크기가 작으니 갖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갤럭시 노트는 기본적으로 '전화기'인 만큼 당연히 가지고 다녀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전화기'는 주머니에 넣기엔 크고, 한 손으로 쥐기엔 거북하고, 귀에 대기 민망한 크기다. 제품이 공개된 후 영국 시넷(CNET)은 다음과 같이 불평했다.

"갤럭시 노트는 얇고 놀랄 만큼 가볍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주머니에 편하게 넣으려면 삐에로가 입는 판타롱바지 같은 걸 장만해야 한다. 이 전화기는 주머니 대신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할 물건이다." - 샘 킬드센, "삼성 갤럭시 노트 리뷰" (2011. 11. 4)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리에 앉아 가끔 꺼내보는 태블릿은 가방에 넣고 다녀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시로 벨이 울리고, 트윗이 업데이트되어 올라오고, 듣던 음악을 바꿔야 하는 전화기를 가방에 넣을 수는 없다.

 

 

손가락은 궁극의 스타일러스

갤럭시 노트의 차별점인 스타일러스 역시 별로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광고를 보면, 전자펜으로 메모도 하고, 사업보고서도 쓰고, 멋진 그림도 그린다. 하지만 스타일러스를 요긴하게 쓸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거나 호기심으로 몇 번 써 본 후 묵혀둘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게으르다. 옆에 꽂힌 스타일러스를 꺼내는 것도 귀찮을 뿐 아니라, 스타일러스를 쥐는 순간 기계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다들 알 듯,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잡아야 한다. 나머지 다섯 손가락을 쓸 수 있지만, 스타일러스를 잡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타일러스는 손가락 다섯 개를 한 개로 줄이는 대단히 비효율적 입력장치다. 

잡스가 폐기한 '뉴튼'. 애플의 실패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공개자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 복귀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뉴튼'이라는 전자수첩을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다. 잡스의 작품은 아니나, '뉴튼'은 나름대로 획기적이었다. 사용자가 스타일러스로 화면에 글을 쓰면 문자로 인식해서 입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스는 이 제품을 혐오하고 저주했다. 그는 언젠가 열 손가락을 펴 보이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신은 모든 사람에게 스타일러스를 열 개씩 주었다. 그러니 새로 만들 생각은 하지 말자."

물론 호기심 많은 소비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스타일러스가 요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대중을 겨냥한 탓에, '갤럭시 노트'의 기능은 디자이너 등 전문가가 쓰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제한적이다. 결국 전화기도, 태블릿도 아니고, 대중도, 전문가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애매한 물건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 내놓은 물건이다.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 것인가. 부디 좋은 결과를 거두었으면 한다. 앞서 말한 내 판단이 틀렸기를 바랄 뿐이다.   

 

 

배려를 받아 본 사람만이 배려할 수 있다

나도 잡스에게 감사한다. 사실 내가 가진 애플 제품은 두 개뿐이다. 아이폰과 맥북프로 노트북. 이 중 내가 산 건 아이폰뿐이다. 직장에서 사무용으로 맥북을 사 줬지만, 집에서는 윈도가 깔린 노트북을 쓴다.

그럼에도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애플 제품을 쓸 때마다 존중하고 배려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애플 디자인을 분석한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한 가지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루 중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지 않은 시간은 남과 대화하거나 잠잘 때, 그리고 목욕할 때뿐이다. 그렇다고 이 세 가지 경우라고 늘 음악이 꺼져 있는 건 아니다. 가끔은 잠잘 때와 목욕할 때도 아이폰에 달린 외부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모노 스피커 출력이 오죽하겠는가. 샤워할 때는 볼륨을 최대한 높여도 물소리에 묻히기 일쑤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화면의 습기를 닦은 후, 볼륨이 최대로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이어폰을 귀에 깊숙이 꽂고(이래야 저음이 잘 들린다) 시작 버튼을 누른다.

다행히 내 귀는 아직 무사하다. 애플 덕분이다. 이어폰을 꽂는 순간 볼륨이 자동으로 내려가 평상시 듣는 수준에 맞춰진다. 이어폰을 빼면 다시 '목욕탕 모드'로 돌아간다. 나처럼 음악을 좋아하고, 귀청이 몇 번 떨어져나가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의 배려일 것이다. 잡스는 애플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스스로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든다. 물건을 만들 때 당신 자신, 친구, 가족을 위해 만들어 보라. 졸작이 나올 수 없다."        

나를 배려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드는 제품을 좋아하지 않을 방도는 없다. 그럼 이런 제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간단하다. 회사가 직원을 배려하면 된다. 배려를 받아 본 사람만이 남을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을 가장 많이 배려하는 사회가 가장 경쟁력 있는 사회인지 모른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배려하는 제품이 나오는 것은 물론,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 할 테니 말이다. 이런 곳에서는 아기 낳으라고 돈 주지 않아도 더 많은 사람이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까.

애플 제품은 세밀한 부분을 잘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폰에 이어폰을 꽂으면 과거에 이어폰으로 듣던 음량으로 되돌아간다.
ⓒ 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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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我專敵分(아전적분:아군은 모으고 적은 분산)'

亞 주변국 끌어안아 中을 고립시킨다

지난 12~19일 8일 동안 보여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행보와 일관된 메시지는 중국 견제였다. 그는 중국의 주변국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서 중국을 포위하는 아시아 · 태평양지역 경제 · 외교안보 전략을 사용했다. 미국의 '신(新) 손자병법'이라고 할 만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의장국 자격으로 하와이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동력을 확보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을 TPP에 끌어들인 것이다. 반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TPP에 초청하지 않았다. 이어 오바마는 호주로 날아가 2500명의 미 해병대를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필리핀과는 해군력 강화 지원을 약속했다.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는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다음달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친(親) 중국 국가인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관문이다. 미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56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는 인도네시아에도 F-16 C/D 전투기 24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 태평양지역 개입과 중국 포위전략이 중국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EAS에서 중국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EAS 18개국 가운데 캄보디아와 미얀마만 뺀 참가국들은 한목소리로 남중국해 문제를 다자간 틀로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은 유전지역인 남중국해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9일 발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중국이 그동안 분쟁국가와의 각개격파식 해결을 고수했으나 원 총리가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임기 전반 중동문제의 집중 개입에서 벗어나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는 오바마와 미국의 힘을 활용하려는 동남아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중국의 급성장이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줄어들게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커지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급성장과 패권을 두려워한 국가들이 세력 균형을 위해 미국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 태평양 정책이 중국에 국제사회 규범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거나 봉쇄한다는 인식은 오해"라면서도 "급부상하는 중국이 보다 많은 책임감을 갖고 국제사회 규범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오바마 재선, 중국 다루기에 달려

내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큰 변수가 나타났다. 중국이다. 중국 변수는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분명해졌다.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는 2008년처럼 위기로 치닫는데 중국은 자국 이익만 내세운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 간에는 대결 국면이 더 자주 펼쳐질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위안화 절상이 실업률 9%의 미국에 당장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줄 것처럼 선전하는 건 억지다. 하지만 중국이 무역·특허·기후변화 정책에서 국제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면 미국 등 지구촌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두 전직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는 거대 다국적기업의 주장에 휘둘렸다. 사실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든 좋지 않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위해 미국 경제의 미래를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

다국적기업의 이익이 반드시 미국 근로자의 이익과 합치하는 것도 아니다. 다국적기업 경영자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걱정하는 것은 값싼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느슨한 환경규제 덕분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판을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의 발로다. 이는 다국적기업을 위한 것이지 미국 근로자를 위한 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국가 간 교역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중심 정책은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만든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은 중국의 수출 중심 정책으로 자국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언젠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지 모르는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두려워 군소리를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는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치열한 국제 무역환경 속에서 13억 명에 이르는 자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 다급하다고 강변한다. 통화정책 역시 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중국이 지구촌 경제의 진정한 리더로 행동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그렇게 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할 때다. 1년 뒤면 미국 대통령선거다. 중국은 내년 대선의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오바마가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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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폭로 관련자 유대인 일색...아랍선 유대인 음모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라틴 문화권에선 정치인 등 공인의 여성 스캔들에 대해 관대하다.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사생활 영역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일로 이들의 사회적 지위가 위협받지 않는다. 반면 미국·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에서 공인의 스캔들은 치명적이다. 1963년 콜걸 크리스틴 킬러와의 추문으로 사임한 존 프로퓨머 영국 국방장관, 87년 모델 도나 라이스와의 불륜으로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서 낙마한 게리 하트, 콜걸과의 추문으로 2008년 뉴욕 주지사 직에서 사임한 엘리엇 스피처 등 사례가 많다. 98년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모니카 게이트’가 터졌다. 한 백악관 인턴 여성의 말 한마디로 빌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 문턱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 유대인 여성 모니카 르윈스키가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백악관 집무실서 아홉 차례나 성적 유희

7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모니카의 부모는 모두 유대인이다. 종양 전문의인 아버지는 독일계, 작가인 어머니는 리투아니아-루마니아계다. 모니카는 어린 시절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대계 초등학교를 다녔다. 부모와 함께 시나고그에도 열심히 나갔다. 15세가 되던 해인 88년 부모의 이혼으로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옮겨 그곳에서 심리학 전공으로 주립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워싱턴DC에 사는 인척의 주선으로 백악관에 무급 인턴 자리를 얻었다. 95년엔 백악관 법률 부서의 정규직 인턴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연한 기회에 클린턴을 처음 만난 모니카는 대통령을 사모했다. 클린턴은 95년부터 2년간 그녀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아홉 차례나 끌어들여 성적 유희를 벌였다.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의 파장을 우려한 보좌진은 그녀를 국방부로 보내 격리시켰다. 모니카는 국방부에서 만난 직장 선배 린다 트립에게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재미 삼아 털어놓았다. 트립은 이를 녹음해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에게 준다. 스타는 리버럴한 클린턴에게 반감을 갖고 있던 개신교 원리주의자 성향의 인물로 이 건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르윈스키 스캔들은 98년 1월 최초로 언론에 보도됐다. 처음 클린턴은 완전히 잡아뗐다. 모처럼 센세이셔널한 대형 호재를 만난 미국 언론은 신바람이 났다. 황색매체는 물론 정론지를 자처한 유력 매체 모두가 독자의 ‘알 권리’를 빙자해 연일 지저분한 기사로 지면을 채웠다. 미국 TV 방송의 간판 앵커들도 교황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98.1.22~25) 보도에 투입되었다가 급거 귀국해 이 사건에 매달렸다.

미국 대통령의 체신이 말이 아니었다. 클린턴은 모니카의 푸른 드레스에 묻은 그의 체액 감정 DNA 검사에 응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검사 결과 클린턴의 행적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는 더욱 궁지로 몰렸다. 결국 이 사건은 의회로 비화돼 미국 하원은 98년 12월 19일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발의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반면 상원은 99년 2월 12일 이 안을 부결시켜 클린턴은 겨우 대통령 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건이 일단락되자 모니카는 99년 3월 원로 유대인 여성 앵커 바버라 월터스가 진행하는 ABC-TV의 ‘20/20’ 뉴스쇼 프로에 나가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녀의 증언을 담은'모니카의 이야기'도 출간됐다. 심한 우울증으로 폭식하던 모니카는 한때 몸무게가 110㎏이나 나가는 뚱보가 되기도 했다. 이후 핸드백 디자인 등 패션 사업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2006년엔 런던정경대(LSE)에서 사회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엔 뉴욕에서 홍보업체를 만들어 활동한다고 한다.

모니카 게이트는 당시 아랍 세계의 큰 관심사였다. 아랍권 언론은 이 사건을 미국 유대 로비의 음모로 추리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당선과 재선 과정에서 미국 유대사회의 지원을 많이 받은 클린턴은 재선 임기 중 세계 대통령으로서의 획기적 업적을 의식한다. 그래서 그는 중동 평화회담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95년 팔레스타인 자치기구를 발족시킨 오슬로 협정, 그리고 98년 이스라엘군의 요단강 서안 철수를 규정한 와이 합의(Wye Accord)를 이끌어냈다. 그러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 협정의 이행을 수차 강력하게 촉구했다.

유대계 언론인이 스캔들 확산시켜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사회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중동 평화중재를 싫어했다. 이스라엘의 양보가 항상 전제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린턴에게 섭섭한 감정을 가진 미국 유대 로비가 클린턴을 견제하고 네타냐후를 지원하기 위해 이 스캔들을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관련된 인물 다수가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인 모니카에게 클린턴과의 관계를 밝히도록 사주했다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 백악관 직원 루시안 골드버그가 유대인이다. 이 사건을 심층 취재하고 최초로 보도한 뉴스위크 기자 마이클 이시코프, 그리고 이 스캔들을 확산시킨 인터넷 매체 드러지 리포트의 사주 매트 드러지와 자유기고가 조나 골드버그도 유대인이다. 모니카의 변호인 윌리엄 진스버그도 유대인이다.

‘지퍼 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클린턴은 중동 평화노력을 계속할 동력을 잃었다. 그는 퇴임 시까지 중동문제 합의 이행을 더 이상 이스라엘에 강요하지 않았다. 아랍권이 주장한 음모론의 진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사건의 정황과 관련 인물, 그리고 결과만 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없지는 않은 셈이다.

박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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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지금] 미국 도시 ‘파산 도미노’
방만한 재정운용·복지 포퓰리즘… 불황 겹쳐 지자체 ‘빚더미’
올 9개 도시 줄줄이 파산…재정난 탈출 자구노력 안간힘

[세계일보]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국 도시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다. 올 들어 파산을 신청한 도시만 9개. 파산 위기에 처한 다른 도시들도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기의 충격파 탓이기도 하지만 주된 이유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결과다. 

한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선심성 예산 낭비와 ‘묻지마 투자’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렇지만 미국 처럼 ‘지자체 파산(Municipality Bankruptcy)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한국은 빚더미를 자초한 지자체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 지자체의 파산 실태와 원인, 파산 절차, 지자체의 자구 노력 등을 심층 진단해 본다.

◆미국 도시 파산 신청 도미노

미국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제퍼슨 카운티가 파산 신청 당시 신고한 부채는 31억4000만달러(약 3조5700억원)로 1980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경제 허브인 버밍엄을 포함하고 있는 제퍼슨 카운티는 앨라배마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다. 미 도시 파산 전문 로펌인 ‘채프먼 앤드 커틀러’는 제퍼슨 카운티의 파산 신청으로 올 들어 파산한 도시는 9개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11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州都)인 해리스버그가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한 채 파산 신청을 했다.

지난 연말 월가를 중심으로 2011년 한 해 동안 100개가량의 도시가 파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았으나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전개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파산이 예상됐던 도시들은 여전히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전문 통신사인 웰스 와이어는 지난달 워싱턴DC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디트로이트, 호놀룰루, 샌디에이고, 신시내티, 새너제이 등이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방만한 재정 운용

2008년 미 금융위기가 초래한 장기 경기침체는 미 도시들의 재정 수지를 급속히 악화시켰다. 실업률이 치솟고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도시의 주된 수입원인 근로소득세와 주택세 등 세수가 급감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도시가 파산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파산으로 내몰린 도시들의 공통점은 방만한 재정 운용이었다. 이들 도시는 한결같이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채산성 없는 사업을 강행하다 위기를 맞았다.

제퍼슨 카운티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하수도 정비 사업을 밀어붙이다 금융위기 역풍을 맞고 쓰러졌다. 공사비용 조달을 위해 30억달러 상당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지방채 금리가 크게 오르고 실업률 상승 등으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해리스버그도 전통적인 철강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세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3억달러가 넘는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쓰레기 소각장 정비 사업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했다.

퇴직연금 등 복지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른 도시들도 있다. 로드아일랜드주의 소도시 센트럴 폴스는 연 예산의 4배 가깝게 불어난 공무원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지급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냈다. 제퍼슨 카운티 등은 파산을 막기 위해 하수도 요금 인상 등 증세안을 추진했으나 여론에 밀린 주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위에 그쳤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

파산법 제9장에 따른 ‘도시 파산’은 빚더미에 깔린 도시들이 사용하는 파산 방식이다. 도시 파산의 절차도 기업이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채무 상환을 일시 유예받고 기업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과정과 비슷하다. 파산 신청 도시는 채무 상환을 유예받는 대신 공무원 인력 감축과 연봉 삭감, 공기업 민영화, 지자체 소유 자산 매각 등과 같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도시의 재정 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요금 인상과 증세 노력도 요구된다.

이런 부담도 부담이지만 파산 신청에 따른 도시의 신인도 하락은 치명적이다. 2008년 5월 파산한 캘리포니아주 벨라지오는 파산 신청 이후 5년 동안 채권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도시 파산 전문 변호사인 리처드 레빈은 “재정난에 빠진 지방정부들은 신인도 하락으로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급적 파산 신청까지는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생존 몸부림

미 전역의 도시들은 장기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파산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립대 등록금을 올리기도 하고 부채 감축을 위해 시의회 의사당이나 법원 건물까지 매각하고 있다. 일부 도시는 교도소 운영 경비를 줄이기 위해 치안 불안을 감수하면서 재소자를 조기 석방하는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하고 있다. 워싱턴DC는 교통 범칙금을 대폭 올리고 교통 위반 단속을 강화했다.

불법적인 예산 전용도 흔하게 발생한다. 미시간주의 자치단체인 에코스는 공립학교에 배당된 예산을 경상비로 전용하려다 적발돼 곤욕을 치렀다. 에코스뿐만이 아니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주의 머독 카운티 등도 이런 종류의 예산 전용이 드러나 지방채 채권 소유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정부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미 전역의 도시들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도로나 하수도 시설 보수 등에 사용하도록 배정된 예산을 전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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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개입” vs 中 “안돼”… 남중국해 문제 ‘일촉즉발’



[서울신문]

조용하던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의 참여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제5회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미·중 간 격돌이 예고돼 있다. 미국의 공격과 중국의 방어가 관전 포인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그동안 주장처럼 자유항행권 확보, 다자협의를 통한 분쟁해결 모색 등의 발언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조종하는 ‘남중국해 연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주도 아래 남중국해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등을 각각 만나 지역안보협력을 제안하는 등 정상회의에 앞서 세확산에 나선 형국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도 아시아 순방길에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해 중국을 자극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필리핀에서 “모든 국가는 영유권을 주장할 권리가 있지만 위협과 강압을 통해 영유권을 추구할 권리는 없다.”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를 서필리핀해라고 바꿔 불렀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필리핀에 경비정 무상제공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도 외교력을 총동원해 방어에 나섰다. 원자바오 총리는 17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대통령과 만나 남중국해 문제의 의제 상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다. 중국 외교부 류전민(劉振民) 부장조리는 양국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쟁점이 있는 정치, 안보문제에 대한 토론은 피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발리선언’을 채택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필리핀 등의 의도와는 달리 남중국해 문제가 본격 거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 당사국과의 개별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제3자가 왜 끼어드느냐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남해(남중국해) 분쟁에 비당사국이나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뿐”이라며 미국의 개입을 경계했다.

반면 미국은 남중국해가 미국의 중요한 이익이 걸려 있는 지역이어서 결코 제3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사령관은 최근 “연간 1조 2000억 달러의 미 무역물품이 이 해역을 통과한다.”면서 “이 지역은 미국의 중요한 이익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은 친중계 동남아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G2(주요 2개국)간 힘겨루기가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다.

동아시아정상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인도·뉴질랜드·호주·미국·러시아 등 18개국 대표가 참여하는 다자외교 플랫폼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올해 처음 참석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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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칼럼니스트, "韓정부가 오히려 한류 망치려 해"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한국 정부의 인위적인 한류 확산 정책이 오히려 한류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이 운영하는 여행정보 사이트 ‘CNNGO’의 멕스웰 콜(Maxwell Coll) 서울주재 기자는 18일 ‘한국이 한류를 죽이고 있다’(Korea is killing its own Wave)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정부 주도의 한류 확산 시도와 한국 내 민족주의적 시각이 한류에 내재한 매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콜 기자는 “한국의 스타들이 국경 너머에서 이슈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한국의 음악·음식·드라마·패션·영화는 정보화 시대 아시아의 부상(浮上)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 이미지를 과거 ‘6·25 전쟁’, ‘식민지’ 등에서 ‘최신 기술의 허브’, ‘유행 선도국’으로 바꿔놓고 있으며, 한국 관광 산업 활성화의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불행히도,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민족주의 세력들이 이러한 한류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제 한류는 이들의 손에 중단되거나 방해받을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정부와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의 재능과 호소력으로 세계인의 지지와 찬사를 이끌어냈던 배우·가수·제작자 등에게 상처를 내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 등이 한류 스타나 상품을 무리하게 국가로서의 ‘한국’에 결부시키려 함으로써 다른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 반감(反感)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한류를 중지시키려는 활동’(Washing out the movement)라는 소제목 아래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계획한 1조원 규모의 ‘한류 콘텐츠 글로벌 펀드’와 해외 각국 한국문화원 신규 건설 등을 열거했다. 또 일본 일부 소수에 의한 안티-한류 시위나 글로벌 인기투표에서의 한국그룹 배척 활동 등을 한국 매체들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콜 기자는 “정부나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K팝 그룹을 지나치게 한국과 연관지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한류는 계속해서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을 매혹시켜 나갈 것”이라며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한류에서 ‘한국’을 내려놓고, 진정한 한국인의 재능과 매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를 지켜보자”고 조언했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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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이한우의 聽談(청담)] 8개 정권 거치며 서울시장 2번, 총리 2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公職의 표상' 고건

  • 이한우
  • 입력 : 2011.11.19 03:14

    video_tags = new Array(); video_comment = new Array(); video_tags[0] = ""; video_comment[0] = "서울 연지동 사무실에서 ‘공직자’와 ‘공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 고 전 총리는 “공직자에게는 메리트와 명예가 있다. 그래서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Mr. 클린'의 일갈
    "고위공직자는 물러나도 公人이다 차관하다 로펌갔다 장관… 말 되나"

    "나같은 사람이 지금 무슨 소용이 있다고?"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던 고건 전(前) 총리(73)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문제와 공인의식의 실종에 국한해 경험적 지혜를 듣고 싶다"는 말에 "좋아요, 그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며 어렵사리 승낙했다. 지난 9일 점심때 고 전 총리의 사무실 근처 단골 설렁탕집에서 도가니와 편육을 안주로 와인 두 병을 비우며 탐색전을 마쳤고, 정확히 일주일 후인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고 전 총리의 요청에 따라 미리 제공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빼곡한 메모지를 바탕으로 날짜 하나까지 짚어가며 특유의 꼼꼼함으로 답했고 이후 근처 커피집으로 옮겨서 계속된 인터뷰 때는 질문지에 없던 질문들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공직자의 영혼은 공인의식이다."

    ―요즘 맡고 계신 자리는?

    "사회통합위원장은 지난해 말 물러났고 지금은 기후변화센터 명예이사장이 전부다."

    ―내무관료로 출발해 서울시장 두 번, 총리 두 번을 지내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으니 공직의 모든 것을 섭렵한 셈이다. 공직 혹은 공인이란 무엇인가?

    "내가 1980년 5월 17일 청와대 정무수석 사표를 내고 20년 공직생활을 마감한 이후 31년이 흘렀는데 그후 장관 시장 총리로 보낸 기간은 12년이다. 나머지 19년은 백수로 지냈는데 그 기간에도 공인으로 살았다. 고위공직자는 물러나도 공인이라는 게 내 철학이다."

    ―물러나도 공인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요즘은 차관하다가 로펌이나 관련기업에서 거액을 받고 있다가 다시 장관이 되곤한다. 적어도 공인의식이 있다면 그런 자리에 가질 말든가, 갔다면 다시는 공직으로 돌아와서는 안된다. 그것이 공인의식이다."

    ―일부에서는 고 전 총리께서 8개정권에 걸쳐 공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의 대표사례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 공직자의 영혼은 특정정권과 관계없이 철저한 공인의식, 국민에 대한 성실한 봉사정신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경우 정권이 부른다고 무조건 달려가지 않았다. 내가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는지를 판단해 결정을 했다. 예를 들어 2002년 서울시장 임기가 끝나갈 때 민주당에서는 나의 재출마를 강압했다. 그러나 관선 시장 때 해놓은 일들을 마무리지었기 때문에 미련없이 물러났다."

    ―그때 재출마했으면 이명박 후보와 서울시장을 놓고 한판 했을 텐데

    "글쎄, 당시 내 지지도가 크게 앞서 있었기 때문에 그쪽에서 안 나오지 않았을까."

    인터뷰 주제를 공인의식과 부패로 한정시키기로 한 약속이 생각난 듯 고 전 총리는 서울시장 퇴임 직후 일화를 털어놓았다.

    국토개발연구원 고문 시절 남산이 보여 사무실에 남산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고 전 총리는 연지동 사무실로 옮긴 후에도 액자를 걸어놓고 있다. / 이태경 기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직접 연락해 상임고문으로 모시겠다고 제안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어렵겠다고 고사했다. 공인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괜히 상임고문으로 오라고 하겠나. 잠실 롯데타운 건축허가만 해도 내가 상임고문으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압박로비가 되지 않겠나."

    그래서 80년 이후 공직에서 물러난 20년 동안 그가 맡은 직책을 조사해보았다. 국토개발원 고문, 공동체의식개혁국민운동협의회 공동상임의장, 명지대총장, 새시대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반(反)부패국민연대 회장, 에코포럼 공동대표,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그중 서울시장 퇴임 직후인 2002년 8월 맡은 것이 반부패국민연대 회장이었다.

    "뭘 바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이 크니 사회봉사를 위해 이런저런 자리를 맡았는데 대부분 환경운동이나 부패추방운동이지. 둘 다 '클린'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니까."

    ―공직과 기업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시급한 현안이다.

    "나의 경우 기업을 멀리하지는 않았지만 공직에 있었던 관성으로 기업인들과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애국자가 되려고 정치학과에 갔다."

    수필가로 더 유명한 이양하(李敭河) 전 서울대 영문과교수는 일제말인 1940년 1월 21일과 23일자 동아일보에 "'경이', '건이'"라는 수필을 실었다. 그해 8월 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강제폐간되기 6개월여 전이다. 당시 연희전문 교수이던 이양하는 이웃집에 살던 동료 교수 고형곤(高亨坤)의 두 아들 다섯 살 경이와 세 살 건이의 재기 발랄한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담아 신문에 기고한 것이다. 전시의 한복판에서 폐간의 압박이 한창일 때 이 교수가 이런 '한가한' 수필을 쓴 이유는 분명하다. 암흑의 시대를 이겨낼 희망의 씨앗을 아이들에게서 찾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훗날 '경이와 건이'라는 제목으로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도 실렸던 이 수필에서 이양하는 건이를 "아주 공리주의자"라고 부르고 있다. 이 교수와 고 교수의 대화에 두 아이가 끼어들자 경이와 건이의 어머니는 사탕을 줄 테니 건넌방으로 오라고 말한다. 호기심 많은 경이는 계속 어른들 대화에 끼어들려 하지만 건이는 사탕을 받고 다시 돌아와 어른들을 귀찮게 구는 것을 보고 붙여준 이름이다. 그 '아주 공리주의자' 건이가 먼 훗날 대한민국의 총리를 두 번이나 지내게 되는 고건이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갔다는 것은 일찍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광복이 되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승만 김구 선생 등이 속속 귀국했다. 그때 사람들은 그분들을 독립운동가라고 하지 않고 '애국자'라고 불렀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크면 애국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구 선생의 장례식도 어렸지만 가서 구경했고 중학생 때는 '백범일지'도 읽으면서 애국자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키웠던 것 같다."

    ―게다가 직선으로 서울대 문리대 총학생회장까지 지냈던데.

    "대학 들어갈 때 목표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장차 정치를 하기 위한 디딤돌로 학생회장을 해봐야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멋지게 연애하는 것, 셋째는 고시합격이었다."

    ―1960년 4·19 때는 뭐하고 있었나.

    "그해 2월 28일 졸업하고 학교도서관에서 고시공부하면서 후배들 데모하는 것 격려했지. 당시 정치학과 대표 윤식과 4.19 선언문을 쓴 이수정(전 문화부장관)이 친한 후배였다. 데모 끝나고 나면 후배들 데리고 학교 근처 대폿집 '쌍과부집'에 가서 통음하곤 했지."

    ―고시는 1961년에 합격했던데.

    "1960년 시험에서는 낙방했다. 내 인생에 처음 고배를 마신 거지. 실은 당연히 합격할 줄 알고 결혼까지 해버렸는데. 공부가 부족하면 자기가 잘 봤는지 못봤는지도 모른다. 하하. 그래서 해산물 수출을 하던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공부를 해 이듬해 5.16 직후에 합격했다."

    ―그때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나.

    “정반대다. 전북대총장을 지낸 선친께서 5.16 직후 군정(軍政)반대를 위해 김병로와 윤보선이 주도한 민정당(民政黨)에 입당해 정책위원장을 맡아 군정반대 시위강연을 다니신 것이다. 통상 고시합격 후 1년 반이면 보직을 받는데 나는 3년 반이 되도록 보직이 없었다. 그래서 사표를 내려고 했는데 그 이야기가 위에 들어갔는지 겨우 보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어려움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실력만이 나를 지켜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의 맏형 고석윤은 요직 중의 요직이던 상공부 상역국장으로 있다가 압력을 받고서 공직을 떠나야 했다. 그후 변호사로 개업한 맏형은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돼주었다.

    ―이력서를 보니 관료생활은 주로 내무부에서 했던데.

    “내무부 새마을담당관으로 일했고 1975년부터 79년까지 전라남도지사를 했다.”

    ―1975년이면 37살에 도지사를 했다는 말인데. 초창기에 탄압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내가 열심히 한 것도 있겠지만 실은 선친의 희생이 있었다. 6대 총선 때 군산 옥구에서 야당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선친은 아들의 앞날을 위해 야당 정치인의 길을 접고 학자의 길로 돌아가셨다. ‘단 한 권의 철학 명저를 남겨야겠다’은 원래의 소망대로 선친은 1969년 ‘선(禪)의 세계’라는 저서를 냈다.”

    실제로 이 책은 1999년 한 출판잡지가 선정한 ‘국내 각 분야 지식인 100명이 뽑은 20세기 한국고전’ 중 하나로 뽑혔다.

    새마을운동으로 맺어진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

    두 차례 인터뷰에서 특이하게 느낀 점은 고 전 총리의 ‘언어’가 매끈한 선입견과 달리 거침이 없고 서민적이었다는 점이다. 8명의 대통령을 모셨으니 모두에게 깍듯할 법한데 그렇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칭할 때만 ‘박 대통령’이라 했고 나머지는 YS(김영삼), DJ(김대중) 등 우리네 어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각별함이 있는 것 같다.

    “70년대 초 내무부 새마을 담당관으로 한창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 경남과 경북의 경계에 있는 동대본산에 사방사업을 하라는 대통령 특명이 떨어졌다.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리 영공에 들어오다 보면 제일 먼저 눈에 잡히는 산이 이 산인데 헐벗은 민둥산이었다. 울창한 일본산을 보다가 한국땅에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민둥산이 눈에 들어오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거다. 현지에 가보니 상황이 최악이었다. 몇년간 사방사업을 했지만 거듭 실패했다고 했다. 비가 오면 흙이 곤죽이 되어 무너져버리는 특수토질이라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방법 저 방법 해도 안 되다가 부산의 한 토목과 교수로부터 자문을 받았더니 특수공법을 제안했다. 철근이 들어간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대성공이었다. 청와대에 보고했더니 대통령이 매월 주재하는 경제동향보고회에 참석해 그 내용을 보고하라고 했다. 우리는 그 보고회를 ‘월경’이라 불렀는데 그때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좋은 인상을 심었겠다.

    “그 때문인지 제1차 국토조림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막중한 과제가 나에게 떨어졌다. 그것은 원래 농림부가 해야 하지만 새마을 사업을 추진하던 내무부가 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그때 박 대통령은 농림부장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농림부는 지금 식량증산 하나에만 전념해도 벅차지요?’라며 내가 맘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 청와대에서 새마을 국무회의가 열렸는데 이때 유일한 안건인 새마을사업 추진상황을 나 혼자 보고했다. 모두 21차례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 회의 때마다 박 대통령이 우리 농촌과 국토에 대해 가졌던 뜨거운 애정을 느끼면서 빈곤했던 우리의 역사에 대한 한(恨)에 가까운 처절한 심정, 그리고 반드시 빈곤을 극복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는 집념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전라남도 지사를 마치고 청와대 행정수석으로 있을 때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겠다.

    “1979년 1월 3일부터 10월 26일 돌아가실 때까지 열 달 동안 바로 옆에서 모셨다. 이 시절에는 자주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의 만찬이 있었다. 그전에는 잘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때는 육영수 여사께서 돌아가신 뒤 외로우셔서 그랬을 것으로 짐작한다.”

    집요한 뇌물공세, “거절의 수사학을 공부해야 했다.”

    ―아무래도 중앙직보다는 단체장 자리가 뇌물의 유혹을 크게 받았을 것 같은데.

    “1975년 전라남도 지사가 되어 각 과를 순시하는데 관광운수과 과장 자리 옆에 빈 책상이 하나 있어. 이게 뭐냐 했더니 그 지역 대표적인 버스회사 직원 자리래. 그래서 알아보니 매년 한 번씩 버스노선을 변경하는데 공무원들이 그 버스회사 직원한테 물어보고서 결정한다는 거야. 당장 내쫓아버렸지. 그랬더니 어느 날 야근하고 있는데 버스회사 사장이 날 찾아왔어. 직원들 야근하는 게 안쓰러워 불고기라도 사주라며 돈봉투를 내밀어. 잠깐 고민하다가 거절하기는 그렇고 해서 ‘고맙습니다. 그 뜻을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하고는 받았어. 그리고 이튿날 조회 때 그 사실을 공개했더니 직장새마을회에서 기금으로 쓰겠다고 해, 그래서 회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도록 하고 영수증까지 첨부해서 보냈지. 두어 달 후에 서울에서 시도지사 회의가 있어 올라왔는데 그 사장이 점심이나 하자고 해. 외교구락부에서 만났는데 ‘지사님 그걸 공개하시면 어떻합니까? 제가 역대 지사님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습니다’며 이번에는 얇은 봉투를 내밀었어. 그래서 나의 철학이라며 거절하는데도 계속 내미는 거야. 그래도 계속 거절했더니 얼굴이 하얘지더라고. 모욕감을 느꼈던 거지. 나도 당혹스러웠어. 그때부터 거절의 수사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지.”

    ―거절의 수사학?

    “한 마디로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을 연구한 거지. 안 그러면 인간관계가 다 끊어지겠더라고. 실제로 뒤에 내가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는 후원금이 좀 필요했는데도 아무도 안 갖다주더라고. 그때는 얼마든지 받을 자세가 돼 있었는데 말이야. (웃음) 돈을 가져오는 경우는 크게 보면 두 가지야. 하나는 이권이나 특혜를 부탁하는 청탁성이고 또 하나는 명절 때 떡값봉투나 가벼운 선물을 가져오는 경우지. 청탁성 봉투는 상대방 기분이 상하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했어. 문제는 떡값봉투인데 처음에는 ‘그 정성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 해. 그래도 끈덕지게 나오면 ‘마음만 받겠습니다’고 하지. 그런데도 계속 내밀면 ‘지금은 제 판공비만으로 충분합니다. 부족할 때는 제가 요청하겠습니다’고 하면 상대방은 대부분 기분 상하지 않고 봉투를 다시 자기 주머니에 넣지. 이게 거절의 수사학이야.”

    ―본인의 청렴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장은 조직 전반의 부패문제도 잘 관리해야 하는데.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는데 그것은 절반만 사실이다. 윗물이 맑은 것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집요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원위치되는 것이 부패문제다.”

    ―두 차례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부패의 온상이라는 의미의 ‘복마전(伏魔殿)’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줄 수 있나?

    “부패척결은 의식개혁과 제도개혁이 함께 가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관선 시장(1988~1990) 때는 의식개혁에 집중했다. 부임하자마자 시청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외부로부터의 이권청탁 압력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겠다. 대신 여러분들은 원리원칙에 입각해 깨끗하게 처신해달라. 서로 이 약속을 지키자.’ 결국 1990년 나는 청와대와 여권 실력자로부터 한보의 수서불법개발행위를 허용해달라는 강요를 거부하다가 시장직에서 타의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결국 한보비리가 터졌을 때 서울시 공무원은 단 한 사람도 연루되지 않았다.

    민선 시장(1998~2002) 때는 ‘부패와의 전면전쟁’을 선포했다.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인물은 썩는다. 그래서 구청의 건축 주택 위생 세무 건설 등 ‘5대 부조리 취약분야’에 근무하는 25개 구청 근무자의 80%가 넘는 4142명을 구청끼리 상호교류하는 시청 사상 최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는 구청장도 민선이라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협박하다시피 해서 관철시켰다.

    그 밖에도 부패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터넷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이다. 강렬한 햇빛만이 최고의 살균제다. 누구나 손바닥보듯이 들여다보기 때문에 뇌물을 받으려야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시장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불러다놓고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다. 이 오픈시스템은 한국 최초로 해외에 수출된 행정시책이다. 내가 시장 물러날 때 전자결재 비율은 99%였다.

    끝으로 부패에 대해서만큼은 일벌백계가 아니라 백벌백계하는 무관용 정책을 자리잡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인사권자가 부패에 대해 관대하면 의식개혁이고 제도개혁이고 무용지물이다.”

    ―현 정부를 염두에 둔 지적인가.

    “알아서 판단해라. 공직의식뿐만 아니라 부패문제도 과거에 비해 많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부패의 경우 흐름이 중요한데 한동안 부패가 줄어드는 흐름이었는데 요즘 와서는 정반대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사람들은 그 흐름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거기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청렴 무능한 부하와 부패 유능한 부하 둘 중에 누구를 쓰겠는가?

    “전자는 이권이 관련된 루틴한 업무에, 후자는 이권이 없는 새롭고 어려운 과제를 맡기면 된다. 수서특혜 당시 압력의 하나로 도시계획국장을 잡아넣는 바람에 새롭게 인선을 해야 했다. 수소문 끝에 기술직 중에서 깨끗한 사람을 찾았는데 김학재 당시 부이사관이 물망에 올랐다. 추천한 사람에게 깨끗하냐고 물었더니 깨끗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의지가 강하냐고 물었더니 암벽등반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뽑았다.”
    1978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라남도를 방문해 고건 전 총리(당시 전라남도 도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조선일보사

    ―오랫동안 사람을 써왔다. 경험상으로 우리 공직자 열 명 중 청렴하면서도 유능한 사람은 몇 명으로 보나?

    “한 명. 지금까지 깨끗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미래에도 깨끗할 수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퇴직 준비나 하는 사람은 안 된다.”

    “공직생활 중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오랜 공직 생활 중 위기가 많았을 텐데.

    “첫째는 1980년 5월 17일 청와대 정무수석 사표 냈을 때다. 전국으로 비상계엄 확대조치를 한다고 했다. 그것은 헌정(憲政)을 포기하고 군정(軍政)으로 간다는 말이다.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최규하 대통령이 ‘끙’하면서 야속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두려웠다. 기세등등한 군부가 나의 사표제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러웠다. 신변의 위협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때였다. 그러나 전남도지사 끝내고 올라오면서 전별금도 받지 않을 만큼 흠결없이 처신했기 때문에 당당하게 처신하자고 마음먹었다.

    둘째는 앞서 말한 수서압력 때다. 청와대 말을 안 들으니 당시 법무부장관이 검찰국장을 보냈더라. 새로 임명한 도시계획국장도 잡아넣겠다는 거다. 그래서 차라리 날 잡아넣으라 했다. 결국 그해 12월에 시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셋째는 2004년 대통령 탄핵이 의결돼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다. 그때 북한 용천에서 폭발사고가 났는데 김정일이 연루됐는지 여부가 가려지지 않는 거다. 온갖 걱정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런데 1980년 5월 17일 사표를 내고 그해 9월 교통부장관을 맡지 않았나.

    “사표를 낼 때 최 대통령이 하도 만류해서 그러면 연구기관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국토개발연구원 고문이라는 자리를 얻어 가 있었다. 그런데 고명승 당시 보안사령관이 찾아왔다. 고향도 같은 전북이고 같은 성씨라 보낸 것 같은데 국보위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중하게 사양했다. 나라가 어려운 것은 알지만 나는 행정밖에 모른다고 했다. 그랬는데 8월에 전두환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김경원 비서실장이 전화가 와서 ‘행정은 안다고 하지 않았냐’며 장관을 맡으라고 했다. 일단 헌정이 복원됐기 때문에 참여했다. 나는 출신이 행정이라 다시 행정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출신이 재야였으면 나도 재야운동했겠지.”

    ―80년 광주의 비극에 대해 일종의 부담 같은 것은 없나.

    “왜 없겠나. 얼마 전까지 거기서 4년간 도지사를 했는데. 광주의 비극은 내가 정무수석 사표 낸 다음날부터 시작됐는데 보도가 통제돼 나도 잘 몰랐다. 다음날 집에 있는데 김수환 추기경께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신이 청와대에 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하셔서 나도 울먹이며 ‘저는 사표를 내서 지금은 민간인입니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

    고 전 총리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전국구의원이나 서울시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일화도 들려주었다. 두 사람에 대한 그의 감정은 지극히 사무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는 없나.

    “없다.”

    ―노무현 정권의 초대 총리가 됐다.

    “선거 직후 노 당선자는 제주도에 갔다. 그때 신계륜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았다. 신 실장은 내가 민선 서울시장 할 때 부시장으로 데리고 있어 잘 안다. 선거 끝난 지 몇일 되지도 않았는데 당선자의 뜻이라며 초대총리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그러면 당선자가 내일 서울로 올라와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해서 일단 만나는 보자고 해서 신라호텔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 난 더 좋은 사람 찾아보라고 했고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흘러갔나 어느 날 조선일보 1면에 내가 초대총리가 될 것이라고 크게 났더라고.”

    고건 전 총리가 2004년 3월 13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첫 번째 공식일정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과는 뭔가 매끈하지 못한 관계였던 것 같은데.

    “내가 총리를 물러나기로 확정 발표된 후에 신임장관 제청을 해달라고 하길래 못하겠다고 했지. 끝까지 안해줬더니 나한테 감정이 있었는지 뭐라 나중에 한 마디 하데.”

    ―안철수 신드롬이 한창이다. 한때 본인도 새로운 정치의 기대주로 꼽힌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노통이 한마디 해서 내가 뜻을 접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고. 실제로 새로운 대안정치를 해보려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독자정치세력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더라고. 그렇다고 기존정당에 들어가 구태정치하기는 싫고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좋은 것 같아. 그때는 보수·영남의 잃어버린 10년이 위력을 발휘했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

    ―안철수 신드롬이 박찬종 신드롬처럼 거품이 될 거라는 시각도 있는데.

    “안철수는 진정성과 순수성이 있고 무엇보다 이미 사회에 공헌을 했다. 안철수 백신, 인터넷 쓰는 사람치고 안 쓴 사람이 없잖아. 문제는 정치권력화 과정인데 그건 워낙 어렵고 복잡하니 지켜봐야겠지.”

    ―두 차례 서울시장을 하면서 한강치수에도 일가견이 있다. 4대강이나 경인운하는 어떻게 보나.

    “4대강은 필요는 한데 이 시점에 그 많은 돈을 한꺼번에 들였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경인운하는 내가 시장으로 있을 때 한 연구소에서 용역보고를 해 왔는데 나는 반대했다. 17km밖에 안 되는 곳에 운하를 만드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만일 지금 서울시장을 다시 맡는다면 무슨 일부터 하겠는가?

    “도시의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완성됐으니 나머지는 시장(市場)에 맡기면 되고. 10만 가구쯤 되는 반지하 생활자들을 지상으로 올라와 살 수 있도록 하는 주택정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복지전달체계를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개편해서 피부에 와닿는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회고록 준비는 안하나.

    “자료는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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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패러독스, 복지 '펑펑' 재정 '빵빵' 스웨덴 경제 비밀은?

    스웨덴 패러독스/유모토 켄지, 사토 요시히로 공저/ 박선영 옮김/ 김영사 펴냄

    복지를 주창했던 많은 선진국들이 재정위기를 맞았지만 스웨덴만은 여전히 경제강국의 위엄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7월 일본 민주당은 맞춤형 복지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공식사과했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이 집권 2년만에 자신들의 선거공약이 잘못되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일본 민주당은 무슨 근거로 자신들의 맞춤형 복지공약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2년 만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일까.

    복지정책을 확대하려니 성장이 어렵고, 성장에 집중하려니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사회가 불안하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보편적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스웨덴은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가치를 함께 만족시킨 유일한 국가에 해당한다. 스웨덴이 강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견고한 복지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동시에 경쟁력이 높은 국가다. 2007년 기준으로 조세부담률은 64.7%에 달하고, 소득과세는 56%에 육박한다. 동시에 국제개발경영연구소가 2010년 발표한 순위에서 스웨덴의 국가경쟁력은 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3위, 일본은 24위다.

    스웨덴은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조세부담을 진다. 그러면서도 노동자의 실업과 기업의 도산을 당연시하는 엄격한 경쟁사회의 일면을 지닌다. 그 덕분에 국가경쟁력이 높은 것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스웨덴은 사회보장제도가 철저하게 구축된 국가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하고 세금을 납부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설계됐다. 따라서 관대하고 후한 사회보장제도라고 하지만 일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급부밖에 받을 수 없다.

    스웨덴의 노동력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2008년 기준 세계 주요 경제대국의 노동력 비율이 75∼79%인데 반해 스웨덴은 79.3%로 매우 높다. 스웨덴 의회는 20세부터 64세까지 노동인구를 80%까지 올리기로 결의했다. 이처럼 노동력 비율이 높을 수 있는 비결은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 비율이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을 위한 다양한 시책이 마련돼 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세금을 내는 덕분에 수준 높은 사회보장제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답게 스웨덴은 해고가 비교적 용이하며, 노동시장 또한 유동적이다. 기업은 실적과 조업현황에 따라 해고규모를 비교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근로자를 해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또한 특정 근로자를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채용하기는 어렵다. 해고 후 채용 때는 재고용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쉽게 해고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롭지만 충분한 실업수당과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혜택을 받는다. 기업은 경기후퇴 초기에 비교적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기에, 회복이 빠르고, 개인은 해고 뒤에 실업수당이 비교적 충분하고 재취업을 위한 훈련이 다양하기 때문에 재취업의 기회를 잡기 쉬운 것이다.

    스웨덴이 수준 높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성실한 노동과 높은 세율 부담을 납득하고 감수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고소득층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저소득층은 덜 내지 않는다. 스웨덴의 조세부담이나 사회보장부담은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비율로 부과되는 정률부담이다. 수입의 규모와 관계없이 자신이 버는 돈의 일정 분량은 반드시 세금으로 납부함으로써,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그만큼 사회보장을 누리는 것이다.

    이 책은 복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한 스웨덴의 성장과 복지모델, 국가경쟁력의 원천, 노동력 활용을 위한 다양한 제도, 엄격한 경쟁사회의 현실, 높은 세금을 납득하는 스웨덴인의 가치관 등을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은이 사토 요시히로는 교토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스웨덴에서 유학했고, 스웨덴의 경제, 정치,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한국과 닮은꼴인 일본사회를 연구하고 있다. 공동저자 유모토 켄지는 교토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은행가로 생활했으며, 현재 일본총합연구소 이사로 있다. 283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프롤로그 | 아름다운 모순, 스웨덴 패러독스

    1. 스웨덴 모델이란 무엇인가
    1. 스웨덴 모델의 특징
    2. 구조개혁 단행으로 위기 극복

    2. 높은 국제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1. 스웨덴의 국제경쟁력
    2. 국제경쟁력을 위한 5가지 요소
    3. 스웨덴의 위기 극복력

    3. 여성 노동력을 활용한 맞벌이 사회
    1. 누구나 일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2. 여성 활동 지원 제도

    4. 경쟁사회를 위한 독자적 시스템
    1. 엄격한 경쟁사회의 현실
    2. ‘동일노동 동일임금’
    3. 노동시장정책과 실용성 지향 교육

    5. 근로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사회
    1. 스웨덴인의 가치관
    2. 충실한 사회보장의 급부수준
    3. 사회보장의 기본적 사고방식
    4. 스웨덴의 연금제도
    5. 의료 · 장기요양제도의 실태
    6. 노동시장 소외층을 위한 정책
    7. 사회보장도 급부삭감 대상

    6. 명확한 수익과 부담의 관계
    1. 고복지를 지탱하는 고부담의 구조
    2. 사회보장을 지탱하는 재원
    3. 스웨덴 국민은 왜 고부담을 받아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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