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유리한 조건위해 그리스는 알짜 공기업 8곳 매각키로
스페인은 오는 9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과 구제금융 조건 협상을 앞두고 총 300억유로(약 42조7000억원) 규모의 긴축안을 마련했다. 그리스도 5일 트로이카(EUㆍECBㆍIMF) 실사팀과 긴축 재협상에서 공기업 매각을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한 새 긴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제금융 국가들이 긴축을 강화하는 것은 구제금융 (재)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성장 동력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긴축을 강화하면 경제성장이 더 침체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해 유로존 경기부양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5일 스페인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300억유로(약 42조7000억원) 규모의 긴축안을 마련했다고 현지 일간지 아베세가 보도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8.9%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5.3%로 낮출 계획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긴축안은 크게 4대 부문에서 추진된다.
우선 공무원 정원을 10%가량 감축하고 공무원 연봉과 연금 지급액을 줄이기로 했다. 또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석유ㆍ전력회사들을 대상으로 에너지세도 신설한다. 이 밖에 고속도로 통행료 신설 등을 통해 세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내년 재정적자 비율은 3%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야당은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긴축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해 정부안대로 실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스페인은 '1000억유로 구제금융'에 대한 조건을 놓고 오는 9일 유로그룹과 협상을 벌인다. 따라서 최대한 긴축의지를 보여줘야 보다 나은 조건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그리스 새 정부도 긴축 재협상을 위해 새로운 긴축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5일 아테네를 방문한 트로이카 고위 실무진과 첫 긴축재협상에서 이 같은 긴축안을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 긴축안에는 전력회사를 포함한 최대 8개 알짜 공기업 매각까지 포함됐다. 또 공무원 감축과 세금분할납부 허용 등 세수증대 방안도 제시됐다.
그리스 정부는 새 긴축안에 대해 8일 의회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등 야당은 물론 연립정부 안에서도 불만이 제기돼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긴축개혁안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몬티 총리는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해 올해 재정적자 비율을 2%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구제금융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재정위기 국가들이 긴축개혁을 강화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채권 컨설팅업체인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대표는 "추가 긴축은 단기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시장은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