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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시사정보(3-2)

구봉88 2013. 4. 5. 12:18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3-92호,   2013. 3. 4.)

 

 

 

 

 

 

 

 

1.[신제윤 심야 단독 인터뷰] 관치 없으면 정치, 정치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내치

2.'시퀘스터' 쇼크…3월말 '美정부 마비' 위기

3.日 아베, 자유무역협상 `세다리` 걸친다

4.중국 양회 개막… 5세대 지도부 출범

5.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환율 전쟁 완벽 대비"

6.아시아 성장존 핫스팟을 가다 ① 태국 라용산업단지

7.“샌드위치 신세 중견기업 성장기반 구축에 앞장”

8.누구나 링 오를 수 있는 여건 조성… 중기 스스로 경쟁 통해 성장해야

9.[중소기업 울리는 MRO사업조정] <하> 오피스디포가 중소기업?

10.청년 77%가 '전공 무관한 취업'

11.지하경제 규모 290조… GDP의 23%

12. 기업경영

  -삼성전자 시가총액, 전세계 IT기업 중 3위

  -삼성·애플 특허소송 1심 판결…배상금액 6억弗로 줄어

  -[재미있는 산업이야기] <3> 인류와 함께하는 조선산업

  -기술·마케팅 저력 '쿠쿠' vs 고가제품·M&A 우위 '리홈'

  -그루폰, 실적악화 이유로 '메이슨' 창업자 겸 CEO 경질

  -SK텔레콤 '창조경제' 위해 통신DNA 바꾼다

  -나누고 합하고.. ICT 생존위해 무한변신

  -3D 프린팅산업 뜨는데 한국의 경쟁력은?

  -농축산물 유통체계 혁신, 안정적 자본확충 숙제… 농협 구조개편 1년

    성과·과제

  -美 디트로이트 파산 위기

   

13.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브라질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아베식 엔低 도박 정책의 '5大 함정'

   -'GH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행복지수로 박근혜 정부 평가 

   -'게임체인저'가 될 美·EU FTA

   -[월요인터뷰] "숙련기술 키워야 국민이 행복…'기술인=기름쟁이' 편견 없애야"

   -[CEO & CEO]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선임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7세기, 유라시아로 건너간 한인들의 놀라운 역사!

   -통역도 깜짝 놀란 朴대통령의 '외국어 실력'

   -안철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나

   -靑 수석비서관 서열 바뀌나..좌 '정무' 우 '국정기획'

   -김종훈 "조국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 접어" 전격 사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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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심야 단독 인터뷰] 관치 없으면 정치, 정치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내치

가계·기업빚 해결하려면 부채의 질도 들여다봐야

정부 보증채 발행 통해 국민행복기금 조성 가능

"어유, 뭘 이렇게 기다렸어요?"

2일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신제윤(사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후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기자가 "네 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하자 "이렇게 기다렸는데 뭐라도 먹으러 가자"며 근처 막걸리집으로 안내했다.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 목이라도 축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잘 됐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오후3시에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소감을 밝힌 뒤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밤까지 업무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축하문자만 283개였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자 신 내정자는 특유의 미소와 함께 금융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대책반장'이라면 신 내정자는 '해결사'로 불린다).

그의 직설적인 성격을 잘 아는 탓에 에두르지 않고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 같은 이른바 '정치금융'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예민한 문제여서 피해갈 것으로 봤지만 그는 달랐다.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는 우선 우리 금융산업의 후진성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는 것이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 내정자는 이를 "내시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치보다 못한 것이 정치권의 개입이고 이를 이용해 승진하려는 사람들로 금융회사가 망가진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의 말이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언 행간을 보면 그가 지금의 금융산업의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금세 드러난다. 당장 사외이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면서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주면서 모두 임기를 연장하고 그룹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른바 '대리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음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관계를 이용해 금융지주 수장에 오른 '친MB 회장'들, 그리고 전 정권의 연줄과 학맥을 통해 상층부에 올라 있는 고위임원들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신 내정자는 같은 줄기에서 우리금융의 문제점도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민영화가 늦어지면서 우리금융 조직에 문제가 많다고 묻자 그는 "아우, 어떻게 해야 해"라고 운을 뗐다. 우리금융이라는 말에 눈동자까지 흔들렸다. "당장 주인을 못 찾아주면 가서 도덕적인 부분이라도 바꾸든지 해야 한다. 제일 청탁이 많은 게 우리금융이다. 청탁순대로 해결된다. 사실 우리금융이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국민주 방식 절대 안돼

은행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신 내정자는 "은행 민영화는 늘 나오던 이야기"라며 "내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1982년에도 5대 시중은행 민영화가 있었는데 정부조직은 늘 통합과 분산의 반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만큼은 분명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주는 절대 안 됩니다. 금융은 전문가가 해야 합니다. 국민주 하면 온 국민이 자기 주식에 매달려서 5~6주 갖고 보면서 일을 안 합니다. 포스코나 한전은 실패한 겁니다. 그때 아예 국내에 줬으면 됐는데 사실상 외국 기업이 된 게 아닙니까."

우리금융을 사들일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가 KB금융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외국 자본이 아닌 국내 회사 가운데 우리금융을 가져올 곳은 KB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지난해에도 KB금융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었다.

국민행복기금 어렵지 않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을 만드는 작업을 '종합예술'이라고 빗댔다. 금융 부문의 옥죄기뿐 아니라 일자리나 소득증대 같은 전방위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기업부채 해결은 쉽다"며 "경영진을 교체하고 채권단이 들어와 새 주인을 찾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머리(경영진)와 몸체(기업)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머리와 몸체가 하나다. 그러니 머리를 쳐낼 수 없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신 내정자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등 부채 총량을 디테일화(구체화)해서 들여다봐야 하고 부채의 질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질을 보는 곳인 만큼 앞으로는 가계부채의 질도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 이슈인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조성규모인 18조원이라는 게 당장 꿔오는 것이 아니고 레버리지(빚)를 일으켜서 규모만 만들면 된다"며 "정부 보증채를 발행하면 되는 것이어서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선박금융을 한 곳에 몰아놓으면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말에 "금융은 희한해서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쑥 들어간다"며 "당국은 모양이 찌그러지든 어쨌든 이것이 터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답으로 대신했다.

금융산업 해외로 나가야

신 내정자는 금융산업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데 금융시장의 국제화는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금융산업의 국제화는 해야 하기 때문에 이머징마켓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 내정자는 해외 진출의 경우 중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권했다. 동남아에 가는 것은 덩치도 크게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신 내정자의 전매특허인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내봤다. 그는 "최근 엔화 값이 떨어지는데다 원화 값도 낮아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럴 때가 제일 위험하다"며 "요새는 엔화 동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문회에 관해서도 말을 꺼냈다. 신 내정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으로 청문회를 거치는 첫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과천의 주공아파트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다. 자동차도 없다. 학부 졸업 후 학위에 도전하지 않아 논문표절 논란도 없다. 자신은 만기 제대했고 아들이 없으니 병역기피 의혹도 받지 않는다.

다만 그는 "그래도 청문회에서 잡음이 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개인적으로는 "론스타가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싼값에 넘겼다는 '헐값 매각 논란'이 촉발됐던 2003~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으로 실무를 맡았다.

얘기가 너무 무거워지자 좀 가벼운 화제를 꺼내봤다. '언제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신 내정자는 영화 '신세계'를 두 번 본 일화를 들려줬다.

최근 신 내정자는 부인 이진주씨와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신세계'의 주연배우 최민식씨의 연기에 빠져들고 있을 즈음 휴대폰에 낯선 번호가 찍혔다. "대통령입니다"라는 목소리는 ��에게 새 정부 첫 금융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전화를 끊고 나서 부인의 손을 이끌고 극장을 빠져나왔다. 영화가 눈에 안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후 '신세계'를 잊지 못해 다시 한번 영화관을 찾았다.

사람 달라졌다는 얘기 들을 것

앞으로의 금융위원회 모습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후배들에게 "사람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직후 조직을 다잡고 강력하게 이끌어나가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은 첫째로 안정과 신뢰를 (시장에) 줘야 한다"며 "감독당국은 영이 서야 한다"고 했다. 멘토로 여기는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의 충고도 새기고 있다고 했다. 신 내정자는 "변양호 전 국장을 평생 멘토처럼 여기는데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고 하니 너무 솔직한 것을 조심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산하기관에 대한 인사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나중에 보자"며 말을 아꼈다. 특히 자신의 선배(권혁세 금융감독원장ㆍ23회)가 자리에 있는 금감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언급을 피했다.

같은 줄기에서 최근 통합 여부로 말이 많은 정책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정책금융이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정책금융은 몇 사람이 카리스마 있게 하고 있다"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현재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금융지주(강만수 회장), 정책금융공사(진영욱 사장), 수출입은행(김용환 행장) 등에 모두 그의 선배가 앉아 있다.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자정을 넘어섰다. 신 내정자는 인터뷰 중에도 앞으로 "금융에서 뭘 해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자주 물을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금융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무엇을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그만큼 생각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임세원기자 why@sed.co.kr

신제윤, 우리금융 대대적 수술 시사

"당장 매각 안되면 도덕적 부분이라도 바꿔야"

■ 서울경제신문, 심야 단독 인터뷰

민영화 지연에 조직 정치화

임직원 인사 때마다 줄대고 영업력은 갈수록 훼손 심각

신제윤(55ㆍ사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수차례 매각이 불발된 우리금융지주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공적자금 투입 이후 주인 없는 회사가 되면서 임직원들이 인사 때 외부에 줄을 대고 영업력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 내정자가 이처럼 강하게 나옴에 따라 우리금융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신 내정자는 특히 최근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라는 표현을 해 우리금융 외에 이른바 '친MB 회장'과 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부 사외이사 등에 대한 수술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신 내정자는 청와대 임명 발표 이후인 2일 밤 자택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오후11시15분부터 1시간 넘게 심야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향후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신 내정자는 우선 "제일 청탁이 많은 게 우리금융"이라며 "당장 주인을 못 찾아주면 도덕적인 부분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며 "(우리금융은) 청탁 순서대로 일이 해결된다. 제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우리금융 매각 방식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민주 방식'에 대해 "절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금융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며 "국민주 하면 온 국민이 자기 주식에 매달려 5~6주 갖고 보면서 일을 안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민주 방식인) 포스코와 한국전력은 실패한 것"이라며 "그때 아예 국내에 줬으면 됐는데 사실상 외국 기업이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금융' 문제도 언급했다. 신 내정자는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는 것이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가 되는 것이다. '내시'들이 하는…"이라며 최근 금융권의 행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관치보다 못한 것이 정치권의 개입이고 이를 이용해 승진하려는 사람들로 금융회사가 망가진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정책금융기관들에 대해 신 내정자는 "정책금융이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정책금융은 몇 사람이 카리스마 있게 하고 있다"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 내정자는 이날 오후 내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문제에 대해 "당분간 (완화할) 생각은 하지 않겠다"며 "다만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봐야 하지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필요하고, 이는 상호 연계되는 부분"이라고 밝혀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대책을 강구할 것임을 내비쳤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임세원기자 why@sed.co.kr 

[신제윤 심야 단독 인터뷰] 카드대란·리먼사태 수습한 위기 해결사

■ 신제윤 내정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금융정책과 국제금융 분야에서 30년 넘게 몸담은 정통 재무관료다. 특히 금융시장 위기를 해결하고 주요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국익을 높이는 데 탁월한 면모를 발휘, '경제 외교관'으로 불린다.

행시 24회 출신으로 2003년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당시 '카드 사태'를 무난히 수습해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재무부 관료로서는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 나가 민간 부문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에는 금융분과장을 맡아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로부터 '4명의 최고 협상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당시 금융시장 개방을 최소화하는 데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는 시장이 아니라 산업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으로 2008년부터 3년이나 일했다.

2010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G20 재무차관회의 의장을 맡아 코뮈니케 작성을 주도했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한미 통화 스와프 성사에 기여했다. 2007년 한미 FTA 때 미 재무부와 다진 인연을 다시금 활용했다고 한다.

2011년 3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전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지난해에는 국가신용등급 상승,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에 관여했다.

후배들로부터 신망도 높다. 재정부 노동조합이 선정하는 '닮고 싶은 상사'에 2004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카투사로 병역 복무를 했고 딸만 2명이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부는 제헌의원이자 민선 경기도지사를 지낸 신광균 선생이고 두 딸 중 아영씨는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와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SBS ESPN 아나운서로 일하는 재원이다.

■ 약력

▲1958년 서울 ▲휘문고ㆍ서울대 경제학과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심의관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임세원기자 why@sed.co.kr

신제윤 내정자 속내는?

DTI 안 푼다면서 시장은 살리겠다…

큰 틀 유지하되 세부조건 완화

실제 대출한도 확대 유도할 듯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는 안 하되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모순적인 답변을 내놓아 속뜻이 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조건 완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 내정자는 2일 임명 발표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완화와 관련한 질문에 "당분간 (완화할)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금융회사 건전성도 봐야 하지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필요하고 이는 상호 연계되는 부분"이라며 "새 경제팀에서 여러 각도로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신 내정자는 2일 밤 기자와 만나 "DTI와 LTV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DTI 같은 규제의 경우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조건을 완화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실질적으로 늘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DTI 규제 보완방안을 마련해 40세 미만이고 근로소득이 있는 무주택 근로자가 만기 10년 이상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받으면 향후 10년간의 연평균 예상소득을 DTI 산정시 반영하도록 했다. 이 경우 연소득이 3,600만원인 35세 직장인은 대출한도가 약 15.9%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보유자산은 많지만 소득은 없는 은퇴자 등에 대한 DTI 규제도 완화했다. 이처럼 예외나 추가한도 인정조건을 더 늘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업계나 정부 일각에서는 일부 조건 완화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LTV 폐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리된 생각이 없다"며 "내정자도 원칙론을 얘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신제윤式 4대 금융현안 해법은

가계빚 국민행복기금으로 ‘물꼬’.. ‘버티기’ 막을 대책 있나

박근혜 정부의 초대 금융수장으로 지명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는 가계부채 문제, 하우스푸어 대책, 중소기업 지원, 자본시장법 개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다 저금리·저성장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금융사에 대한 구조조정과 우리금융 및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문제 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가계부채 등 현안, 공약대로 이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국민행복기금'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부채 조정에 따른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양산을 예방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한 채무 감면과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장기상환대출 전환 등 효율적인 운영방안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다만 국민행복기금 출범 전부터 채무자들 사이에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고 채무 감면 대상자를 엄격하게 선별해야 하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다.

신 후보자는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공약 중심으로 시행하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며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박 대통령은 하우스푸어에 대해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금융위가 포함된 범정부적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신 후보자는 주택지분 일부 매각제도,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의 도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라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가 우려되고 현행대로 갈 경우 주택거래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당분간 LTV와 DTI를 풀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주택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저금리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와 KDB금융지주의 민영화도 상황을 보면서 적절한 시점에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중소기업 금융 지원 활성화를 비롯해 정책금융 체계 개편, 자본시장법 개정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책금융 재편 '신호탄'

신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공약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언급한 만큼 정책금융 조직 개편도 예상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주장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후보자는 정책금융 조직 개편과 관련해 "현재 고민 중"이라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의 기능을 해운업 등까지 관할하는 범위까지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선주와 조선사 등 회계, 법률적 관계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도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의 기능에서 선박금융 부분을 떼어내 선박금융공사로 이관할지, 아니면 기능을 분리하지 않고 상호보완적 관계로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할지 검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선박금융공사와 상호보완적 관계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선박금융공사는 수출입은행과 상호보완적 관계로 가야지, 이를 따로 떼내 선박금융공사로 이관할 경우 혼란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조직체계 개편도 신 후보자의 과제 중 하나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원을 따로 떼내는 이른바 '쌍봉형' 체제 또는 현재와 같은 체제로 갈지도 관심사이다.

한편 금감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 후보자가 계속 강조해왔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지론으로 비춰볼 때 향후 금감원장의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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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퀘스터' 쇼크…3월말 '美정부 마비' 위기

국방예산 13% 축소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조치가 발동됐다. 세계 경제가 파장을 우려하고 있지만 아직 그 영향은 즉각 나타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시퀘스터 발동 명령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 정부는 이달부터 2013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9월 말까지 전체 연방 예산의 2.4%인 853억달러를 순차적으로 삭감해야 한다. 국방 예산은 13% 줄어들어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정치권이 시퀘스터를 방치하면 4월부터는 연방정부의 예산 집행 기능 마비로 수십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교대로 무급휴가를 떠나게 돼 항공기 연착륙, 세관·검역 등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대미 수출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재정적자 감축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출 축소 외에도 부유층과 기업들에 세금을 더 거둬 재정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종전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공화당은 복지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하고 세금 인상은 경제와 일자리를 죽이는 일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잠정 예산안 적용 기한이 끝나는 27일이 예산 파국의 새로운 데드라인”이라며 “그때까지 양측이 예산안을 새롭게 마련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기능의 부분적인 폐쇄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시퀘스터 주범은 '두 개의 전쟁'과 '복지'

美 시퀘스터 발동 파장

전쟁비용만 3조~4조弗 추산…의료보험·연금 지출도 '눈덩이'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가 발동될 정도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직접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정부가 ‘2개의 전쟁’을 하면서 재정을 고갈시켰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을 3조~4조달러로 추산했다. 국가부채는 2001년 9월 말 5조8000억달러에서 2008년 9월 말 10조달러로 급증했다.

그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그 결과 지난 4년 동안 매년 1조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봤다. 국가부채는 작년 말 법정상한선인 16조4000억달러에 도달해 의회는 오는 5월18일(부채상한 적용유예 시한)까지 상한선을 높이는 협상을 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복지 지출이다. 지난해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국채이자 등에 쓰인 예산이 1조7000억달러였다. 전체 예산 3조55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어나면서 현재 4600만명인 사회보장연금 수령자는 2023년에는 40% 증가하고, 메디케어 수혜자도 덩달아 확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회보장연금 재원이 2016년 고갈되고 메디케어 재원은 2024년 바닥이 날 예정”이라며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 복지프로그램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복지예산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재정적자 감축안 마련과 부채한도 확대 등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치적 자산인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복지예산 축소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복지 지출을 조금 줄이되 부유층과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거두는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세금인상은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양당은 이렇게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美시퀘스터 협상 결렬…`정부폐쇄` 눈앞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연방정부 자동 지출 삭감 명령에 서명하면서 '시퀘스터'가 공식 발효됐다.

서명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만나 막판 타협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 삭감과 세금 인상을 병행하는 재정긴축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화당은 더 이상의 세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1시간여 만에 협상이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출 삭감 조치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당장 고통이 느껴지지 않겠지만 서서히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세금 인상은 지난 1월 (재정절벽 협상 때) 끝난 문제"라며 세금 인상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재정절벽이나 시퀘스터 모두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준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이처럼 정치권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해 규제ㆍ감독을 강화하고 국가가 경제에 더욱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는 큰 정부론에 입각해 국정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하려면 당연히 정부 조직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더 큰 예산이 필요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도 눈덩이처럼 확대되는 재정적자 축소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출을 조금 줄이되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부자증세 카드를 통해 세수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는 일은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론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성 지출을 확 줄이고 정부 기능도 축소하면 그만큼 예산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세금 인상은 관료적인 정부 역할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모든 증세에 반대한다.

이처럼 국가 역할을 바라보는 철학이 완전히 다른 상태에서 선뜻 양보할 경우 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합의가 쉽지 않다. 시퀘스터뿐만 아니다. 당장 2013회계연도 하반기 예산안(3월 27일~9월 30일)을 통과시켜야 연방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의회는 재정적자 축소 문제를 놓고 민주ㆍ공화당이 이견을 보이면서 2013년 전체 예산을 처리하지 않고 상반기 반쪽 예산만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상반기 예산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새로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폐쇄가 불가피하다.

가장 최근에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혼란이 발생한 것은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로 21일간 정부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바 있다.

또 5월 18일까지로 미뤄놓은 국가 채무 한도 상향 조정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때까지 연방정부 차입 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올 초 가까스로 재정절벽을 넘어섰더니 이제는 더 가파른 정치절벽이 미국 경제의 앞길을 막고 있다.

일단 시퀘스터가 발동된 만큼 미국 정치권이 절충안을 찾을 때까지 오바마 정부는 2013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9월 말까지 약 850억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시퀘스터 발동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기관 분석을 근거로 "올해 75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국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삭감액이 올해 전체 연방예산 3조6000억달러의 약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삭감액의 절반은 해외 주둔 미군 등 국방 부문에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시퀘스터가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박봉권 기자 /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美 국방비 426억弗 삭감 최대 타격…한국 방위비 분담 불똥 튀나

美 시퀘스터 발동 파장

국방부, 비행훈련 줄이고 항모파견 계획 취소

27일까지 예산안 합의 못하면 정부기능 마비

버핏 "단기 불확실성 무시"…투자자는 무덤덤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가 발동된 이튿날인 2일(현지시간). LA국제공항을 통해 워싱턴DC의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폴 바렐라 는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도 않았고 연착륙도 없었다”고 했다. 뉴욕의 존F케네디국제공항 등도 이날 정상 가동됐다. 시퀘스터 발동으로 연방항공청 직원의 연장근무 차질과 무급휴가로 인해 항공기가 연착륙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장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시퀘스터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즉각적인 충격은 없지만 미국 정치권이 올해 잠정 예산안 적용이 끝나는 오는 27일까지 최종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의 예산집행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비 최대 타격

시퀘스터 발동으로 미 정부는 3월부터 오는 9월 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까지 7개월간 853억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삭감 항목은 국방예산 426억달러, 비(非) 국방예산 427억달러다. 국방예산은 전체 13%, 비국방예산은 9% 줄어든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일 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군 임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투기 비행시간을 줄여야 하고 아프간 주둔군을 제외한 군대 훈련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걸프만에 두 번째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계획을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시아 지역의 미군 재편성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고, 장기적으론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방정부의 일반예산 삭감으로 연방항공청 직원뿐만 아니라 국경경비대, 연방교통안전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식품의약국(FDA) 등의 직원들은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 무급 휴가자에게 최소 1개월 전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 등의 운영 차질은 4월부터 나타날 수 있다.

○“기업은 걱정 안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퀘스터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단기 불확실성을 무시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1776년 건국 이후 항상 불확실성에 직면해왔다.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시퀘스터 발동 당일 주가가 상승했다”며 투자자들이 시퀘스터 관련 불안을 극복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부르스 조스튼 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국방 분야를 제외하고 시퀘스터를 걱정하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은 시퀘스터가 가져올 경제의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막판 협상이 불발로 그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퀘스터가 파멸은 아니다”면서도 “바보 같은 짓이며 개인들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3월 말 ‘정부 폐쇄’ 위기감 고조

시퀘스터는 잠정 예산안 적용기한이 끝나는 오는 27일 중대고비를 맞는다. 그때까지 백악관과 공화당이 2013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의 예산집행 기능이 멈추기 때문이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4일부터 시퀘스터를 전제로 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연방정부 예산집행 불능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과 백악관이 ‘시퀘스터 예산안’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때까지 워싱턴발(發) 정치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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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 자유무역협상 `세다리` 걸친다

일본이 이달 말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성격인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다.

일본은 이달 중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도 본격화하는 등 한ㆍ중ㆍ일 FTA를 포함해 3대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다.

자국 기업의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회생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이 통화 가치 약세 유도에 이어 자유무역 분야에서도 한국 추격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달 하순 도쿄를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갖고 EPA 협상 개시에 최종 합의한다고 보도했다.

일ㆍEU 간 EPA 첫 협상은 다음달 중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PA는 FTA를 최종 목표로 하는 국가 간 경제협력 틀이다. 협정 당사자들은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고, 투자와 서비스, 지식재산, 인적자원 등의 자유로운 왕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느슨한 형태의 경제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협상에서 일본 측은 자동차와 TV 등 주력 상품들에 대한 관세 철폐 또는 인하를 요구할 전망이다. EU는 현재 일본산 자동차에 10%, TV에 1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EU는 일본에 자동차의 안전과 환경 관련 기준 재검토, 철도 등 공공사업에 유럽 기업의 참여 개방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NHK는 "일본이 EU와 EPA 교섭에 나서기로 가닥을 잡은 데는 2011년 발효된 한국ㆍEU FTA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에서 한국 기업의 EU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자 일본도 관세 철폐를 통해 동일한 경쟁 조건을 만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일본과 EU는 시장 개방뿐 아니라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정치협정' 체결도 추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 정부는 EPA 협상과 동시에 안보와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담은 '정치협정' 협상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정치 분야의 다양한 과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틀을 만들어 일본과 유럽 간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치협정은 안보와 과학기술, 환경 등의 협력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개발 정책과 대테러 대책, 인권문제, 핵 비확산 분야에서의 협력 등 글로벌 이슈도 다룰 계획이다. 정치협정이 체결되면 일ㆍEU 공동위원회가 설치돼 정기적으로 정치 분야 과제를 협의하게 된다.

이로써 일본은 TPP, 한ㆍ중ㆍ일 FTA, EU와의 EPA 등 3대 거대 경제권과 동시에 자유무역의 틀을 갖추게 된다.

미국과의 TPP 협상도 이달 중 공식 참여를 선언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TPP 협상의 개방 예외 분야로 농산물 분야에서 쌀 설탕 보리 유제품 쇠고기 등 5개를 제시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5개 분야의 품목 수만 487개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개 품목이 제외되면 TPP의 개방화율은 94.6%에 그친다"며 "한ㆍ미 FTA 등 최근 발효된 주요 FTA의 개방화율 98%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ㆍ중ㆍ일 FTA는 지난달 도쿄에서 본협상을 위한 준비회의가 열렸으며 4월 혹은 5월께 한국에서 1차 협상이 시작된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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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주허' 체제로 팍스 차이나 선언

리커창
■ 중국 양회 개막… 5세대 지도부 출범

시진핑, 당·군 접수 이어 주석직 올라

실세총리 리커창 경제개혁 가속 예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체제의 중국 5세대 지도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3일 중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양회(兩會)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과 함께 막을 올렸다. 국가주석 선출과 정부 조직개편,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전국인민대표자회의는 5일 개막해 '시리주허((習李組合)'로 불리는 시진핑ㆍ리커창의 투톱 체제를 구축한다.

올해 양회는 국가주석과 총리,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 국가부주석, 최고인민법원 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부총리, 국무위원, 각부 부장, 인민은행 총재 등 정부 요직의 인선이 결정된다. 시진핑 총서기가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리커창 상무부총리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시 총서기는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회의에서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임돼 당과 군을 접수한 데 이어 이번에 국가주석에 오르며 중국 권력의 핵심인 당ㆍ군ㆍ정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이번 양회를 끝으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2선 후퇴가 완결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유지됐던 신구 권력의 동거가 끝이 나며 중국 정치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된다.

중국 정부 세대교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경제사령탑인 실세 총리의 재등장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당내 서열 3위에다 지지계파가 없어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반면 리커창은 당내 서열 2위에다 공산당 내 최대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같은 공청단의 멤버인 왕양ㆍ류옌둥이 부총리에 오르며 도시화, 소득재분배, 국유기업 개혁, 부동산 억제, 사회보장 시스템 확충 등의 경제개혁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후춘화 광둥성 서기 등 공청단의 6세대 주자 10명이 정치국원에 입성, 지방 요직에 앉아 리커창의 경제개혁을 일선에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양회 기간에 중국은 정부 조직개편과 민생안정ㆍ도시화 등이 담긴 정부공작보고서를 채택, 발표한다. 또 총리에 선임될 리커창이 전인대 마지막 날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시리주허의 향후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한다.

지난 18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조직개편 방안은 전인대와 정협 전체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급격한 조직개편보다는 중복업무를 조율해 부서를 통폐합하는 점진적인 대부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홍콩 언론들은 교통ㆍ미디어ㆍ에너지ㆍ금융ㆍ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중복업무가 통합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심을 끌고 있는 해양권익 보호를 위한 해양부 설치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국가지도자급이 조장을 맡는 협동소조가 구성돼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 남방도시보는 국가해양국과 외교부ㆍ공안부ㆍ농업부ㆍ군 등이 참여하는 중앙해양권익영도소조판공실이 지난해 하반기 이미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국무원의 새로운 진용은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부총리들의 업무영역 구분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는 공산당 서열 7위인 장가오리 상무위원이 상무부총리를 맡아 재정과 세무ㆍ중앙은행ㆍ금융 관련 업무를 맡고 류옌둥 국무위원은 제2부총리로 과학기술과 교육ㆍ문화ㆍ체육 등을, 왕양 전 광둥성 서기는 제3부총리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토자원부ㆍ주택건설부ㆍ상무부 등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4부총리는 정치국원인 마카이가 맡아 농업과 임업ㆍ소수민족ㆍ종교 문제 등을 관할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는 장가오리 부총리의 주관 아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샤오제 국무원 상무부비서장(장관급),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셰쉬런 사회보장기금이사회 이사장, 샤오강 인민은행 당위원회 서기 등으로 진용이 짜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분야에서는 왕이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 외교부장으로 유력한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공산당 중앙대오연락부장으로 유력했던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이 왕 주임의 후임으로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개막한 정협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유권 문제, 스모그 문제, 홍콩 보통선거 조기 실시 등 다양한 민감한 문제를 다룰 것으로 분석된다. 뤼신화 신임 정협 대변인은 전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풀 한 포기, 돌 하나, 한줌의 땅도 거래대상이 될 수 없다"며 "충돌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고 말했다.

정협 인사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은 후진타오의 측근이지만 비리 연루설로 정치국원 진출에 실패했던 링지화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 전일 링지화는 정협 예비회의에서 선출된 주석단 상무주석 10명에 포함되며 정협 부주석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중국 양회 개막 `10년 시·리시대`

중국 시진핑 정부 출범을 공식화하는 양회(兩會)가 2주일간의 일정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3일 개막했다.

양회는 정책자문기구 성격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법률 제정권과 장관급 이상 임명권을 보유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로 구성된다. 정협은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며, 전인대는 5일 개막해 17일까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전인대에서 확정되는 국가주석과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 국가부주석, 최고인민법원 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부총리, 국무위원, 각부 부장(장관) 등 정부 요직 인선안이다. 중국공산당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28일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인선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전인대에서는 시진핑 당 총서기가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리커창 상무부총리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중국에서 '시리주허(習李組合)'로 불리는 시진핑ㆍ리커창 쌍두마차가 5세대 지도부를 대표해 중국의 새로운 10년을 통치하게 되는 것이다. 전인대 위원장으로는 장더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될 예정이다.

동시에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퇴임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11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 이후 한시적으로 유지돼 온 신구 권력의 동거도 마감한다.

각 지역에서 선출된 2987명의 대표가 참석하는 전인대는 5일 개막해 정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검찰원으로부터 차례로 업무보고를 받는다.

정협은 폐막식을 하루 앞둔 오는 11일 2237명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위정성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신임 정협 주석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정부조직 개편 방안도 처리될 예정이다. 중국은 2008년부터 부처를 통폐합하는 '대부제' 개혁을 추진해왔으나 기득권층과 관료사회 내부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비하고 해양권익 확보를 위해 해양국을 부처로 승격시키거나 권한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차이나 리포트] 내수확대 내세운 시진핑노믹스 '고령화 덫'에 걸리나

노령인구 2억명 육박… 전체 인구 14% 차지

생산인구 줄고 불안한 노후 대비 저축만 늘어

사회보험기금 확충 등 노인문제부터 해결해야

베이징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가 중 하나인 쓰마오티엔지에. 유명 명품들이 2~3층 정도의 로드숍을 열고 화려한 쇼윈도우로 고객을 유혹한다. 쓰마오티엔지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하게 차려 입은 60대 노부부가 10대의 손녀를 데리고 주저 없이 명품 가게로 들어간다. 그리고선 우리로선 선뜻 손도 가지 않는 고가의 명품을 현금으로 계산하고 나온다 환하게 웃는 손녀를 보내고 60대 노부부는 0.4위안짜리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내수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을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을 내세우고 있는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노후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주머니에 현금은 많지만 사회보장시스템의 미비로 불안한 노후를 맞는 중국인들에게 소비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2만위안이 넘는 명품백을 선뜻 손녀에게 선물하지만 0.4위안짜리 버스를 기다리는 노부부처럼 자신을 위해서는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양옌쑤이 중국 칭와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는 중국이 고령화로 사회와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새 지도부는 조속히 고령화 대책을 세워 노인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노년층의 서비스 구매 능력이 낮아지면 서비스업 도태와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을 불러와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늙어가는 중국=2012년말 기준 중국의 노령인구는 1억9,400만명. 전년보다 891만명이 증가했고 전체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중국고령과학연구소는 올해 중국의 노령인구가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의 노령인구 증가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미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접어들었다. 중국 당국은 올해부터 65세이상 노령인구는 매년 700만명이상 증가하는데 반해 생산가능인구는 700만명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 이상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지도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중국 새 지도부가 내세우는 도시화에도 걸림돌이다. 중국 고령화연구센터에 따르면 도시거주 노령인구 70% 이상이 노후화된 주택이나 건물에 살고 있고 이들 건물에 대한 개발 등이 거주이전 문제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인들의 농촌 잔류 현상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5,000만명 이상의 노령인구가 도시화에 편입되지 않지 않고 있다. 또 2,300만명에 달하는 빈곤노인은 사회보장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높은 저축률과 고령화의 악순환=노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50%를 넘어선 중국의 저축률은 내수확대의 독이다. 특히 노령인구가 늘면서 수면 밑에 잠복해 있는 기존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이 점차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경빈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연구원은 "높은 저축률 때문에 신규 예금이 몰려들면서 은행권의 불량 대출 문제를 감춰왔다"며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양로ㆍ의료 등의 필요로 저축액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금융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저축률은 1970년대부터 줄곧 세계 1위를 차지해 2005년에는 저축액이 국민총생산(GNP)의 51%를 넘어섰다. 궈슈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의장은 "중국의 저축률은 이미 균형을 잃었다"며 "사회보장제도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보험기금 고갈 문제 해결할까=노령인구에 대한 문제가 확산되며 시진핑 새 정부는 사회보장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시 총서기 취임 이후부터 '노인권익보장법'을 통과시키고 고령(80세이상) 노인이나 생계곤란노인에 보조금 지급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의료개혁도 추진해 농촌지역에서 10~15위안 정도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령인구가 가장 불안해 하는 사회보험기금 고갈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각 지역별로 양로기금 운영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보험기금의 투자방식에 대한 해결책도 내놓아야 한다. 현재 기본양로보험기금의 경우 투자방식이 은행예금을 위주로 하며 수익률이 지난 십 여년간 연평균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2001~2011년 통화팽창률이 2.47%인 점을 고려하면 이 기간 손실액은 6,000억위안(108조원)에 이른다. 정빙원 중국사호과학원 세계사회보험연구센터 주임은 "사회보험기금 투자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앞으로 투자 손실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기금 관련 기구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사업단위와 공무원 양로금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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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환율 전쟁 완벽 대비"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가 "중국은 환율전쟁 징후에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2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부총재는 전날 "중국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환율정책 및 기타 수단 등 각종 양적완화 정책을 모두 계산에 넣고 (대비하고) 있다"며 "(환율전쟁은) 실제로 발생한다고 해도 당사국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재는 이어 "'각국의 통화정책은 내수경제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지난 모스크바 주요20개국(G20) 회의의 합의를 준수한다면 통화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이 부총재의 발언은 선진국들이 수출경쟁력을 위해 앞다퉈 환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 속에 나왔다"며 "지난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당시 각국이 환율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떤 국가도 통화완화책 축소 신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양책을 중단할 경우 자국 경제가 다시 침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일본ㆍ영국ㆍ미국 등 주요국들이 앞다퉈 추가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가치는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이래 과감한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에 힘입어 2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중국 위안화 환율은 지난 한주 동안 0.18% 절상되며 올해 1월18일 이후 처음으로 주간 단위 환가치가 상승했다.

이 부총재가 이끌고 있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도 지난주 보고서에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는 각국의 경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신흥시장에 거대한 자본유입만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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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자동차 메카` 꿈꾸는 태국 라용…글로벌 철강·가전 업체도 몰려

◆ 아시아 성장존 핫스팟을 가다 ① 태국 라용산업단지 ◆

태국 경제가 약진하면서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를 표방하는 라용 산업단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이 생산 활력을 찾은 덕에 라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태국 수도 방콕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잘나가는' 지역이 됐다.

라용 단지가 번창하게 된 최대 원동력 중 하나는 자동차 수요 폭증이다. 지난해 태국 정부가 생애 첫 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 약 300만원을 대주면서 태국에서는 너도나도 자동차를 사들였다. 보조금 지급으로 50만대 정도 늘어날 것으로 봤던 정부 예상치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2년 태국에서는 2011년보다 68%나 증가한 자동차 245만대가 생산됐다. 내수는 144만대로 처음 한국(141만대)을 추월했으며 수출도 101만대를 달성했다. 올해 1분기까지 아직 생산되지 못한 차량만 30만대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라용 산업단지는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는 별명답게 자동차산업이 발달해 있다. 라용 단지 중 하나인 이스턴 시보드 산업단지 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실은 트럭이 단지 입구를 빠져나가고 있다. 라용 산업단지에는 GM 포드 등 해외 유명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LG전자 등 가전업체와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이 중 라용 단지에 위치한 포드자동차 한 곳의 연간 생산 규모가 15만대 정도다. 도요타 혼다 닛산 GM 등 라용단지에 입주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감안하면 라용 단지가 태국 전체 자동차 생산의 최소 15% 이상을 책임지는 셈이다. 라용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LG전자 역시 태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보고 있다. 김철융 LG전자 태국 생산법인장은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세탁기가 효자 상품"이라며 "가격이 59만9000바트(2200만원)에 달하는 84인치 TV도 수요가 제법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태국법인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4%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라용 입주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자 기업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공단 유치 기업들의 실적도 호전되고 있다. 25년간 공단유치업, 유틸리티(수도시설ㆍ전기) 등을 해온 히마랏 랜드앤드 디벨로프먼트의 비뱃 지라티카르사쿨 부회장은 "올해 히마랏 공단유치 분야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며 50여 개 신규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에는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 유틸리티 부문도 올해 20% 성장할 전망이다.

이제 태국은 2011년 GDP의 2%가 날아갈 만큼 위기를 초래했던 홍수 피해의 상흔을 씻어내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태국 경제사회개발위원회는 연간 GDP 증가율이 6.4%로 2011년 0.1%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2011년 입은 홍수 피해를 복구하면서 GDP가 일시적으로 늘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당분간 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태국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4.9%로 올려 잡았다. 태국의 외국인 투자는 2011년 56억달러에서 2012년 122억달러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태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사업 하기가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근로자 임금 인상이 문제다. 지난해 태국은 최저임금이 40% 올라 노동집약적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는 지난해 4분기에 파산한 기업이 7221개로 2011년 5703개보다 26.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역마다 달랐던 임금 수준이 수도 방콕과 동일하게 인상되면서 결국 감당이 안 돼 문을 닫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태국인 대신 캄보디아ㆍ미얀마인을 태국 공장에서 고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장기적으로는 태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 정책 변화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태국 정부는 현재 자동차ㆍ가전 등 분야의 외국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태국이 원하는 하이테크 분야 기업이 진출할 때 혜택을 더 주는 쪽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라용ㆍ방콕(태국) = 서유진 기자]


`태국의 디트로이트` GM·도요타 각축

◆ 아시아 성장존 핫스팟을 가다 ① 태국 라용산업단지 ◆

지난달 말 태국 수도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라용 산업단지. 서울시 면적의 6배 크기인 거대한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신규 입주 기업을 위한 건물 터 닦기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일본계 '오양(五洋)건설' 팻말이 세워진 공터 뒤로는 물류창고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동차ㆍ철강ㆍ가전 등 360여 개 글로벌 업체가 입주한 라용 단지에는 6개월 만에 40여 개 업체가 새로 들어왔다.

방콕과 산업단지 라용을 잇는 도로는 최근 불붙는 태국 경제의 활력상을 보여준다. 도로는 자동차와 트럭으로 빼곡하다. 오전엔 라용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뒤에 태운 트럭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고, 오후에는 방콕으로 나가는 도로에 완성품을 실은 트럭이 질주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를 꿈꾸는 도시다. 여기서 조립돼 완성된 차량을 수십 대 실은 거대한 트럭들은 일부는 방콕으로, 일부는 근처 램차방 항구 쪽으로 빠져나간다.

라용에서는 GM, 포드, 마쓰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 차량기지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 등도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라용 구석구석에는 "일자리를 원하는 분은 언제든 잡(job) 인터뷰에 응하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지난해 태국은 생애 첫 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면서 일거에 자동차 수요가 폭증했다. 지난해 태국 자동차 생산은 전년보다 68%나 증가한 245만대에 달해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홍수 이후 이런 소비 진작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9%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동부자바 중심도시인 수라바야로 가는 비행기는 늘 만원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항공사 가루다는 지난해 말 단거리 전용 비행기 'CRJ1000 NextGen' 18대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수라바야 등 국내선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네시아의 올해 GDP가 1조달러를 넘어선 뒤 4년 뒤에는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곳이 동부자바 지역이다.

이제 외국계 투자자는 자카르타가 아닌 수라바야로 향하고 있다. 수라바야를 중심으로 한 동부자바 지역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지역은 동남아 주변국으로 진출했던 기업들을 빨아들이며 7%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 전체 평균 성장률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인근 마카티 지역은 필리핀 경제의 부활을 대변한다. 외국인 투자가 몰리며 최근 2년 새 부동산 가격이 20% 안팎 올랐다.

존 워커 맥쿼리인프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회장은 "필리핀은 인프라스트럭처 시장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맥쿼리는 지난해 6억2500만달러짜리 펀드를 결성해 투자를 본격 시작했다.

아시아 신흥국은 연간 5~6%대 성장을 하며 세계 경기 침체에서 비껴나 있다. 나라별로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나라에서 7% 이상 고성장을 하는 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창헌 KOTRA 글로벌정보본부장은 "아시아 신흥국 진출 시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곳보다는 잠재성이 큰 지역을 차별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은 발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신흥국 내 고성장을 이루고 있는 '핫 스팟(Hot Spot)' 지역을 발굴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기획취재팀=필리핀ㆍ인도네시아 = 박용범 기자 / 아시아 순회 특파원 / 태국 = 서유진 기자]

다웨이 프로젝트…여의도 24배 공단 만들어 물류비용 획기적으로 절감

◆ 아시아 성장존 핫스팟을 가다 ① 태국 라용산업단지 ◆

태국 인프라스트럭처 수요의 집약체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태국ㆍ미얀마 국경지역 다웨이다. 다웨이는 태국 수도 방콕에서 370㎞, 미얀마 양곤에서는 614㎞ 떨어진 미얀마의 도시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요충지다.

다웨이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 물류의 대부분은 말라카 해협을 경유하고 있다. 그러나 다웨이를 통하면 최소한 3~4일은 선적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이런 이점을 염두에 두고 태국에 위치한 기업 중 일부는 공장과 노동자들을 아예 다웨이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카나도일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발전ㆍ조선ㆍ정유시설 등에 사용되는 피팅류(이형관)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쉘, 엑손모빌, 아람코, 쿠웨이트오일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소지 카나도일 CEO는 지난 13년간 태국 라용과 방콕에 각각 4개, 1개 공장을 운영해 왔다. 그는 "과거 태국은 생산기지로서 훌륭했고 태국 정부 투자청(BOI)이 주던 인센티브도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태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 다웨이에서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미얀마의 노동비용은 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물류 운송 시 다웨이를 통하면 시간이 크게 절약될 것"이라며 "보통 최종 도착지인 두바이까지 12일이 걸리는데 다웨이로 가면 전체 운송 시간이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섭 주태국 공사는 "다웨이는 미얀마와 태국뿐 아니라 중국 라오스 인도 중동 등 인근 지역의 물류ㆍ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웨이 프로젝트는 제조업, 물류 등을 포괄하는 종합개발 프로젝트다.

박원섭 공사는 "다웨이 프로젝트는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에만 100억달러(약 1조원), 공단 완공에 500억달러(약 5조원)가 소요될 동남아 최대의 개발 프로젝트"라며 "현재 계획 단계에서 이미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웨이 프로젝트의 용지는 총면적 205㎢가량으로 여의도 면적의 24배다. 우선 태국과 다웨이를 잇는 도로가 닦일 예정이며 각종 시설을 짓는 대규모 공사도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화물선, 컨테이너 등이 접안할 수 있는 심해 항구를 비롯해 4개의 공업단지, 발전소까지 다웨이에 들어선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석유화학, 제철소, 비료 공장, 타이어 공장에서 봉제, 식품 등 다양한 산업기지를 다웨이에 유치할 계획이다.

[방콕(태국) = 서유진 기자]


태국 인프라시장에 쏠린 눈

◆ 아시아 성장존 핫스팟을 가다 ① 태국 라용산업단지 ◆

피차야난 국장 태국 인프라스트럭처국
최근 태국 경제가 꿈틀대고 있음은 공항, 항만, 도로 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서 읽을 수 있었다.

기자가 지난달 말 태국 제1의 공항이자 한국 인천공항 격인 수완나품에 도착했을 때 방문객들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관광, 사업 등을 목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방문객 때문이다. 도로는 극심한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첫 차를 마련하는 마이카(My car)족이 대거 늘어난 것이 그 이유다.

다누차 피차야난 태국 인프라스트럭처국 국장은 기자와 만나 "연간 수용객 4500만명인 수완나품 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011년 태국 홍수 피해를 입었던 돈므앙 공항을 개보수해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으며 수완나품 국제공항의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35개 공항을 보유한 태국은 국제공항만도 5곳이지만 늘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경제 활력을 보여주는 물동량 역시 마찬가지다. 태국 물류 중심지인 람차방 항구는 6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물동량 최대치다. 하지만 벌써 400만TEU 이상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인프라 추가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누차 피차야난 국장은 "이 같은 수요를 고려해 연간 태국 정부 투자의 30%가 인프라 예산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5%는 순전히 물류비용으로 소모된다"며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태국은 2020년까지 7년 동안 철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 구축에 4조2000억바트(약 155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더네이션지 보도에 따르면 인프라 건설이 마무리되면 태국의 물류비용은 현재 GDP의 15%에서 최소한 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태국이 인프라를 개선하지 않으면 2035년까지 치러야 할 비용이 현재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반대로 인프라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면 경제는 도약할 수 있다. 태국 정부는 효과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2020년까지 매년 GDP가 1% 증가하고 신규 일자리가 50만개가량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국에서 추진 중인 인프라 프로젝트 중 고속철 건설 등은 한국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누차 피차야난 국장은 "태국은 지난 10년간 단선철도를 복선화시켜 왔지만 4400㎞ 중 아직 300㎞만 복선"이라며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태국 정부는 2032년까지 방콕~치앙마이, 방콕~농카이(라오스 국경), 방콕~파당브사르(말레이시아 국경) 등을 잇는 노선을 건설하기로 했다. 다누차 피차야난 국장은 "4개 노선에 전부 같은 시스템을 쓰도록 한 업체에 맡길 예정"이라며 "중국 한국 일본 유럽 등 해외 기업의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태국) =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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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신세 중견기업 성장기반 구축에 앞장”

[세계일보] 강호갑(사진)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결코 잊지 못한다. 당시 자동차 차체와 새시·금형을 전문으로 생산하던 신영그룹 회장이던 강 회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최신 생산설비를 도입하려고 이탈리아에서 400억원 규모의 발주계약을 마친 채 주거래은행의 지원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던 것. 은행의 지원의사를 확인한 뒤 설비도입 계약을 맺었는데, 금융위기가 터지자 대출의 80%까지 중소기업 지원에 할애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받고 은행 측은 말을 바꿨다.

“규정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신영에 400억원을 꿔주면 중소기업에 1600억원을 대출해줘야 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요지였다. 부도난 기업을 인수해 중견기업으로 키웠더니 중소기업이 아니라고 지원해줄 수 없다는 기막힌 노릇이 또 있을까 싶었지만 강 회장은 항변조차 제대로 못했다.

결국 다른 금융회사를 찾아 백방으로 뛰어 4개월 만에 가까스로 설비자금을 마련했다.

강 회장은 이 일을 계기로 중견기업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게 됐다. 2010년 수억원의 사재를 털어 중견기업학회를 조직하고, 이사장 자격으로 후원해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썼고, 지난달 26일에는 중견련 8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회적인 무관심에 처한 중견기업의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을 개정하는 등 관련법과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중견기업이라는 개념이 법안에 등장한 것은 2011년 7월 산업발전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중견련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관련 18개 법령에 중견기업이 반영돼 있지 않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는 “빵집을 비롯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싼 갈등도 상생법에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반영되기만 하면 풀릴 일”이라며 “‘중견기업 적합업종’이라는 개념도 하루빨리 ‘대기업 배제업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연구·개발(R&D) 지원규모 등에서 크게 달라 같은 선상에 둬서는 안 된다”며 세분화된 정책을 펴줄 것을 요구했다.

강 회장은 정부 지원을 둘러싸고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를 이용하면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가져오지 않고도 중견기업이 자체적으로 R&D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주도해 이 펀드에 일정액을 출연하면 중견기업도 매칭 형식으로 출연에 나서고 이어 투자자들도 나서는 선순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이런 뒷받침을 받아 중견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한민국 전체 기업 수의 0.04%인 1422개의 중견기업이 전체 고용인구의 7.7%인 82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비중이 1%만 되더라도 25배가 더 많은 약 3만5000개의 중견기업이 탄생해 고용효과를 비롯한 국가경제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영그룹 회장인 그는 1999년 부도 난 신아금속을 인수해 품질관리에 혼신을 다한 끝에 국내 4개, 해외 2개 법인을 추가로 설립해 지난해 말 매출 8900억원, 종업원 2900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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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링 오를 수 있는 여건 조성… 중기 스스로 경쟁 통해 성장해야

김문겸
김문겸 중기옴부즈만

동네 슈퍼 직접 지원보다 공동 물류창고가 더 필요

현장방문 거리만 2만km… 권고 아닌 조사권 아쉬워

"자금 지원만 늘리기 보다는 중소기업들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체급을 나눠주고 공정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입니다. 누구나 링 위에 올라갈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 주면 싸움, 즉 경쟁을 통해 기업들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말 종로구 관훈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문겸(57ㆍ사진)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자금 지원, 세금 감면 등 혜택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네 슈퍼에 간판, 진열장을 바꿔주기 보다는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물류창고를 만들어 주거나 구두업체 등에 공동 작업장을 만들어 주는데 정부 돈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옴부즈만이 지난해 전국 중소기업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닌 거리는 지구 둘레의 반이 넘는 2만1,165km(약 5만3,000리). 그는 철원, 울릉도, 구례, 제주 등 전국을 돌며 간담회 75회, 현장방문 43회, 유관기관 규제 접수 255건 등을 통해 많은 잘못된 규제들을 찾아냈다. 개선이 필요한 규제 773건을 발굴하는 동시에 800건을 시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날 삼척에서 간담회가 있어 새벽부터 출발해 일정을 마치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한 기업인이 '개미같은 우리 중소기업을 위해 먼 길까지 와서 얘기를 들어줘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내 정말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덧붙여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힘내서 중소기업인들의 소통 창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옴부즈만은 그러나 규제기관에 개선 건의 권한 밖에 없어 현장의 가시를 발견해도 손수 뽑아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단순 권고에 불과한 권한 밖에 없어 현장의 고충이 실질적인 규제 개선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실제 지난해 검사인증 관련 규제 개혁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적잖은 충돌을 겪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아울러 "중소기업 애로의 대변자로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 피해 기업과 관련된 정부기관에 조사권 또는 시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규제 개선 이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실적을 정례적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심의한다면 손톱 밑 가시 뽑기가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행처럼 번지다 사라지게 될 경제민주화 바람에 대해서도 김 옴부즈만은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단발로 나왔다가 사라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 정책은 사회전반의 문제, 즉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는 만큼 돕고 보살피는데 그치는 게 아닌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장에 가보니 거기에 문제가 있고 답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에 꾸준한 애정을 갖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과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해소해 나가는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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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울리는 MRO사업조정] <하> 오피스디포가 중소기업?


연매출 12조원의 미국 대기업인 오피스디포가 한국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지난해 조달청과 공공구매 계약을 맺는 등 MRO사업조정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미국 2대 사무용품업체인 오피스디포의 국내 매장 모습. /서울경제DB

대기업 떠난 자리 외국계 기업이 장악… 말로만 중기 살리기

매출 12조 미국 2대 사무업체 가맹점이 국내 조달 80% 차지

삼성계열서 비재벌 대기업된 IMK… 중기청 사업제한 벗어나 확장일로

대기업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체들이 중소 유통상을 위해 양보하고 떠난 자리를 외국계와 비재벌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어 과연 사업조정 효과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 유통상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제한했으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오피스디포, 아이마켓코리아(IMK) 등 외국계와 또 다른 대기업이 MRO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해 11월 미국계 사무용품 업체 오피스디포와 MRO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피스디포는 조달청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서 2년간 78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공공 MRO시장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기업MRO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에 따라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중소 유통상과 거래에 나섰으나 결국 중소MRO가 아닌 세계적인 사무용품 업체인 오피스디포가 최종 선정된 건 코미디에 가깝다. 오피스디포는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 대기업이다. 전 세계 60개국에 1,600여 개 매장을 보유했으며, 연매출이 12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오피스디포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미국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다. 분위기에 휩쓸려 정책을 바꾸다 보니 어부지리로 외국계 기업만 배불려 준 꼴이다. 국내 대기업은 역차별을 받고 중소유통상은 소외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조달청이 중소 유통상이 아닌 외국계 회사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IT시스템의 안전성, 구매와 물류의 효율성, 채권, 서비스 등 때문으로 관측된다.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되는 중소 유통상의 한계 탓에 대규모 조달시장에 참여시키기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이는 사업조정의 원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생뚱맞다는 게 중소업계의 시각이다. 중소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달청이 외국계 기업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계약을 맺고 나 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업 조정으로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오피스디포 외에 외국계 MRO기업 다수는 공구, 기계, 화학용품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국내 수입유통업자가 외국계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직접 매장을 세우기보다 총판 형식으로 기존 대리점들에 납품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얼마든지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중소기업으로 변신해 사업조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재벌그룹이 아닌 국내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해 제한받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2011년 삼성그룹은 MRO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IMK 지분을 인터파크에 넘겼다. 이후 IMK는 대기업이 빠진 틈을 이용해 영업력을 강화했고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기는 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결국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대기업 철수로 혜택을 받기는 커녕 비재벌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IMK가 삼성에 있을 때는 사업제한을 받았지만 인터파크로 넘어간 후 별다른 제한을 받고 있지 않다"며 "현재 대기업의 기준을 다시 정립하는 등 사업 제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된 문제라며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중소 MRO업체들이 글로벌 업체나 국내 비재벌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대기업MRO가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계열사의 모든 구매업무를 도맡는 것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아예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대기업 MRO에 대해 일정 부분 규제를 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 구매 컨설팅, 해외 경쟁력 등을 고려한다면 누가 더 MRO에 적합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끌어 내리기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중소 제조기업들의 영업망, 유통 판로 확대와 온라인 시장 구축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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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77%가 '전공 무관한 취업'


서울의한 대학교에서 열린 2013학년도 학위수여식을 마친 학생이 취업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자료사진)

일자리 줄면서 전공 불일치 갈수록 증가

하향·임시직·영세기업 취업 늘어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박초롱 기자 = 청년층(15∼29세) 취업자 100명 중 77명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첫 직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이 확산하면서 이런 전공·취업 불일치 비율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특성화 고교나 대학 시절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첫 일자리를 잡은 청년 취업자 비율은 2001년 이전 평균 72.8%에서 2010∼2011년 77.1%로 4.3%포인트 증가했다.

남자는 2001년 이전 71.0%에서 2010∼2011년 74.5%로 3.5%포인트, 여자의 경우 73.4%에서 79.1%로 5.7%포인트 각각 늘어났다.

2010∼2011년 전공 불일치 취업자 비율은 고졸의 경우 68.2%로 비교적 낮았지만, 전문대 졸업자와 대졸자는 78.1%, 80.7%에 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갈수록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고교나 대학에 진학하는데다 수요 측면에서 갈수록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전공 불일치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적성이나 전공에 맞는 일자리가 적다 보니 자신의 학력이나 희망하던 수준에서 눈을 낮춰가는 하향 취업도 많아졌다.

첫 일자리에서 하향취업하는 비율은 2001년 이전 16.7%에서 2006∼2007년 17.4%, 2010∼2011년에는 17.7%까지 높아졌다.

자연히 첫 직장이 상용직인 경우는 79.0%에서 61.7%로 17.3%포인트나 급락했고, 반대로 임시직은 18.5%에서 29.7%로 11.2%포인트나 상승했다.

일찌감치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1.1%에서 3.4%로 늘어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8.8%에서 10년 만에 24.9%로 3.9%포인트 감소했고 영세 및 중소기업 취업자는 63.8%에서 64.7%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은 40.4%로 전체 고용률(59.4%)에 크게 못 미쳤다.

청년 고용률은 2005년 44.9%, 2007년 42.6%, 2009년 40.5%, 2011년 40.5%로 매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은 경제활동참가율도 2005년 48.8%에서 작년에는 43.7%로 5.1%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연구원은 "경기가 위축돼 의미 있는 일자리와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줄고 있는 점은 국가 경제에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고용주들이 경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중 고용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들 취업난 갈수록 심각…전공ㆍ자존심도 버린다


서울광화문 세종로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박초롱 기자 = 전공과 무관한 첫 직장을 얻거나 하향 취업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청년 구직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5년 이후 전체 취업자 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매년 감소했다.

이와 함께 청년층 고용률도 지난해 40.4%를 기록, 30%대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 고용률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청년층 10명 중 4명만 취업…'청년 일자리 대란'

4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05년 44.9%를 나타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에는 40.4%까지 떨어졌다.

이는 생산활동이 가능한 청년층 10명 중 4명만이 고용된 상태인 것을 뜻한다.

지난 8년간 전체 취업자 수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2009년(-7만1천명)을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증가했지만 청년층 취업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가 43만7천개 증가하는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3만6천개 줄었다. 올해 1월 20대 취업자 역시 1년 전보다 10만6천명 감소했다.

청년층의 구직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취업을 못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한 이들의 숫자도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즉시 취업이 가능하며,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인구를 '경계 실업자'라고 한다.

이런 경계 실업자들은 지난해 11월 현재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명(11.8%) 증가했다. 구직단념자 역시 4만5천명(6.8%) 늘었다.

특히 취업 의지가 있는데도 최근 1년간 구직을 시도하지 않은 '실망 실업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실망실업자는 1년 만에 10만명(12.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 청년층의 상황도 녹록하지는 않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40∼44세 장년층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때 25∼29세의 임금은 1995년 73.6에서 2010년 67.1로 줄었다.

1995년 20대 후반 청년층 임금이 40대 초반보다 26.4% 낮았다면 15년 후에는 그 차이가 32.9%로 확대됐다는 의미다.

특히 20∼24세 남성의 상대임금 변화는 55.8에서 46.9로 가장 크게 낮아졌다.

전공과 무관한 첫 직장을 얻거나 하향 취업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이러한 청년 구직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동 연구위원은 "취업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층이 마구잡이식 취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없는 취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생존을 위해 아르바이트·인턴 등으로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청년층이 증가하다 보니 자신의 학력 수준보다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

◇ 청년고용할당제·고학력 일자리 창출 필요

20∼29세 청년층 고용률이 낮아지는 것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헤쳐나갈 동인이 점차 사라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하려면 청년층 고용률과 더불어 여성 고용률 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위원은 "청년층 인구 감소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인구 효과를 고려해도 청년층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매년 줄어드는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고용할당제 등 더욱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공공부문이 청년층 고용을 확대하도록 하고 청년층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발굴·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노동정책분석실장은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는 등 능력 중심 사회가 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니트족'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니트족(NEET)은 '교육도 받지 않고 취업하지 않으며 훈련도 받지 않는(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인구를 뜻하는 말로 2011년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취업의 '높은 벽'을 느낀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면서 니트족이 된다.

남 실장은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고졸 채용이 늘어난 최근 들어 니트족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청년 구직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졸 청년층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노동시장을 '고학력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동 연구원은 "국내 산업단지의 일자리를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면서 산업단지가 청년 일자리 창출원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며 "이런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 창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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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규모 290조… GDP의 23%

■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선진국보다 비중 크게 높아

맞춤형 양성화 대책 필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가 290조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23%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지하경제 해소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자영업 비율이 높고 조세 부담이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여 지하경제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하경제를 추정하는 방법 중 '통화수요 모델'을 이용해 지하경제 규모를 추정했다. 추정 결과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으로 지하경제는 약 290조원 규모로 명목GDP 대비 23% 내외로 나타났다. 선진국(13%)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고 개발도상국(2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하경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GDP 대비 비중은 하락하다가 최근 소폭 상승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가 큰 이유로 자영업자 비율(28.8%)이 미국(7.0%), 일본(12.3%), 영국(13.9%) 등 선진국보다 매우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국세청이 2005~2009년 고소득 자영업자를 세무조사 한 결과 이들의 소득탈루율은 48%나 됐다.

세금ㆍ사회보장기여금 등 국민부담률 증가율이 OECD 선진국인 일본ㆍ미국ㆍ영국 등과 비교해 빠르게 느는 것도 주요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11년 25.9%를 기록, 2000년(22.65) 대비 3.3%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밖에 한국의 부패수준이 악화되고 경기침체로 근로자들이 비제도권 노동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도 지하경제 형성을 촉진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관혼상제 관련 생활서비스ㆍ음식ㆍ교육ㆍ의료 분야의 자영업자나 고소득 전문직 성실납세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현대연 연구위원은 "현금거래가 빈번한 대형서비스 업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과세관청의 금융정보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며 "경기활성화를 통해 지하경제로 편입되는 비제도권 노동시장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작년 지하경제 규모 290조원…GDP의 23%"


<그래픽> 지하경제 규모 추이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작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3% 규모로,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큰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3일 '지하경제 해소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zeroground@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현대硏 "지하경제 양성화 지속 추진해야"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작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3% 규모로,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큰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지하경제 양성화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분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3일 '지하경제 해소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화수요 모델'을 이용해 지하경제 규모를 추산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약 290조원으로 나타났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3%에 달한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인 13%(2007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하경제 규모는 선진국일수록 낮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가 큰 이유로 자영업자 비율(28.8%)이 미국(7.0%), 일본(12.3%) 등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점을 꼽았다. 자영업자는 소득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실제보다 소득이 적게 신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2005~2009년 고소득 자영업자를 세무조사한 결과 이들의 소득탈루율은 48%나 됐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이 일본, 미국, 영국보다도 빠르게 늘어나며 조세회피 유인이 커졌고, 2008년 이후 한국 사회의 부패수준이 악화한 것도 지하경제 규모를 확대한 이유로 김 연구위원은 파악했다.

경기침체로 합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비제도권 노동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점 역시 지하경제를 살찌운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탈세는 국가 세수 감소를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부담을 증대하고 소득분배를 악화해 양극화도 심화한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세원확충·성실납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관혼상제 관련 서비스·음식·교육·의료 등 분야의 자영업자나 고소득 전문직 성실납세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금거래가 많은 서비스 업종엔 관리·감독을 개선하고 세무당국의 금융정보 접근도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기활성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비제도권 노동시장을 축소하는 조치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정규 교육과정에 납세 교육을 포함하고 불성실 납세자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덧붙였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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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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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가총액, 전세계 IT기업 중 3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작년말 기준 전세계 정보통신(IT) 기업 중 세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2년 전세계 IT 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 전년보다 두계단 상승해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는 8위를 차지했으며 2011년에는 5위에 오른 바 있다.

1위는 애플이, 2위는 구글이 각각 차지했다. 애플은 2010년 이후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IT 기업으로 뽑혔다.

전년 2위, 3위를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각각 4위, 5위로 순위가 내려앉았으며 오라클, 퀄컴, 시스코, 인텔, SAP, 타이완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TSMC) 순으로 10위권에 들었다.

NIPA는 로이터 그룹의 금융정보 서비스 로이터 날리지(Knowledge)의 각 기업 시가총액 집계에서 IT기업만을 뽑아 순위를 매겼다.

NIPA는 작년 순위 집계에서 국가 중에서는 대만과 미국이, 업종별로는 부품, 인터넷, 하드웨어 업체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상위 100대 기업의 국적을 살펴본 결과 대만과 미국 기업은 전년보다 각각 3개, 2개 늘었고 일본 기업은 2개 업체가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IT·인터넷 서비스, IT하드웨어 업종은 3개씩 늘었으며 전자부품·장비 업종도 1개 증가했다. 반면 네트워크 장비와 반도체 업체는 각각 4개와 2개 줄었다.

NIPA는 "PC와 유선인터넷 시대를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HP, 시스코 등 전통적인 IT 강호들의 시가총액 순위가 하락 추세인 반면 모바일·스마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 구글, 삼성전자, 퀄컴 같은 업체의 순위는 상승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데에는 모바일·스마트 혁신 대응이 중요한 요인"이라며 "앞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소셜 등 새로운 IT 패러다임 변화에 어떤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IT 업계의 시가총액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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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특허소송 1심 판결…배상금액 6억弗로 줄어



美법원 "배상액 절반 다시 계산해라"

14개 제품 새 재판 명령

삼성 "소명 기회 생겨 다행"


2년여간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절반의 판결’로 일단락을 맺었다.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서 14개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확정했지만 나머지 14개 제품은 새 재판을 열 것을 명령했다. 새 재판은 두 회사의 항소심이 끝난 뒤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일단 1심 판결에서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은 인정됐지만 통상 배심원단의 평결이 그대로 판결로 이어지는 관행을 깨고 다시 소명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절반의 판결…손해배상액 6억달러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1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1심 판결에서 “갤럭시S 등 삼성전자의 14개 제품에 대한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한다”며 “14개 제품 배상액은 5억9950만달러(약 6500억원)로 산정한다”고 판시했다. 동일 제품에 대한 배심원 평결 금액과 같은 액수다. 지난해 8월 이 소송을 맡은 배심원들은 “28개 제품에 대해 고의적으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는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었다.

하지만 고 판사는 나머지 4억5000만여달러 부분에 대해선 다시 재판을 연 뒤 정확한 배상액을 산정하라고 판결했다. 재심 명령이 내려진 제품은 갤럭시 프리베일, 젬, 인덜지, 인퓨즈 4G, 갤럭시S2 AT&T, 캡티베이트, 콘티늄, 드로이드 차지, 에픽 4G, 이그지빗 4G, 갤럭시탭, 넥서스S 4G, 리플래니시, 트랜스폼 등 14종이다.

○“배심원 평결, 법적 근거 미약”

고 판사가 한꺼번에 손해배상액을 판결하지 못하고 일부 제품에 대해 새 재판을 열겠다고 한 것은 배심원의 배상액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판결문에서 “배상 평결 가운데 용인할 수 없는 법적 이론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배심원의 첫 번째 실수는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이다. 배심원들은 28개 삼성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각 제품에 대한 삼성전자 수익 40%를 일괄 적용했다. 고 판사는 이에 대해 “실용 특허 위반 건에 대해선 특허 침해자의 수익을 배상액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규칙을 어겼다”고 말했다. 예컨대 갤럭시 프리베일에 대해 배심원들은 삼성전자 수익의 40%를 적용, 약 5800만달러의 배상금을 책정했지만 이 제품은 한 개의 실용 특허권만 침해했기 때문에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허 침해자가 상대편의 특허를 인지한 시점(notice date)’도 틀렸다고 판단했다. 배심원은 ‘삼성의 애플 특허 인지 시점’을 2010년 8월로 잡았지만 일부 특허는 2011년 4월과 6월에야 인지했다고 삼성은 주장하고 있다. 고 판사는 “이 때문에 배상금이 초과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재심사를 결정한 만큼 애초 평결액보다 총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특허법을 전공한 황성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새 배심원들이 ‘381’ ‘915’ 특허 등 디자인 특허를 제외한 실용 특허의 가치를 얼마로 매길지에 따라 14개 제품의 최종 배상액이 결정된다”며 “최종 액수는 평결액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해배상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디자인 특허와 실용 특허가 함께 걸려 있는 제품도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줄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이날 “법원이 배심원이 결정한 배상액 중 일부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재판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에 대해서도 검토 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판사는 1차 소송에 대한 항소심이 끝난 뒤 다시 배심원을 꾸려 새 재판을 열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 사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3와 아이폰5를 포함시켜 내년부터 2차 소송에서 맞붙을 예정이어서 두 회사의 특허소송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삼성 vs 애플 ‘세기의 소송’.. 시간·돈만 들이고 ‘뒤집힌 판결’

삼성 배상액 대폭 줄어 ‘특허전쟁 무용론’ 고개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에 완승을 안겨줬던 미 배심원단이 배상액 산정과정에서 '주먹구구식' 평결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대폭 삭감되고 상당수 특허침해 제품에 대해서는 재판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등 시간적·비용적 낭비를 초래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끝없는 소송전을 벌이는 양측 간 특허전쟁에 대한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美 평결, 결국 뒤집혔다

미 새네제이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법 루시 고 판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배심원이 평결한 삼성전자 배상액 10억5000여만달러(1조1000억여원) 가운데 4억5050만달러를 삭감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평결 배상액보다 추가 배상을 요구한 애플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5억9950억달러(약 65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고 판사는 당초 특허침해 대상인 삼성전자 제품 23종 가운데 14종에 대해 배상액 평결 오류를 지적하며 다시 재판을 열 것을 명령했다. 이번에 재심 명령이 내려진 제품은 갤럭시 프리베일, 젬, 인덜지, 인퓨즈 4G, 갤럭시S2 AT&T, 캡티베이트, 콘티늄, 드로이드 차지, 에픽 4G, 이그지빗 4G, 갤럭시탭, 넥서스S 4G, 리플래니시, 트랜스폼 등 14종이다.

반면 패시네이트, 갤럭시 에이스, 갤럭시S, 갤럭시S2, 인터셉트 등 9종은 배상액이 확정됐다.

고 판사는 "삭감된 부분과 관련된 14개 기종의 배상액과 관련해 배심원들의 의도에 근거한 합리적인 배상액 계산이 불가능해 이들 기종과 관련해서는 새 재판을 열 것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재심에서 14종에 대해 배상 판정이 내려지면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다소 늘어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법원이 배심원 평결에서 결정된 배상액 중 일부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재판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에 대해서도 검토 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배심원은 삼성전자 제품 20여종이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10억5000여만달러의 배상 책임을 묻는 평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미 재판부는 지난 1월 29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및 상용특허 6건을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였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단을 내려 양측은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았다.

■'세기의 소송' 극적 화해할까

이번 배상액 판결로 23개월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양측 간 미 1심 소송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 2011년 4월 애플의 제소로 시작된 미 소송은 전 세계 9개국 30여건의 소송으로 확대된 양측 간 특허전쟁의 시발점이었다.

애플은 '갤럭시' 제품들이 무차별적으로 자사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꼈다며 삼성을 '카피캣(모방꾼)'으로 몰고갔고 지난해 8월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평결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 재판부가 삼성의 특허침해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단과 함께 배심원단의 배상액도 대폭 삭감하면서 당초 애플의 주장은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설사 추가 재심에서 배상액이 늘어나더라도 1조원을 밑도는 금액이라 지난 해에만 3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에 큰 타격을 입히진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애플이 소송으로 얻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갤럭시S3' '아이폰5' 등이 포함된 2차 소송도 내년 3월부터 심리가 시작되지만 이미 상호간 우회 기술 등을 통해 특허침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양측 간 끝없는 특허분쟁은 대타협의 물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 과정에서 "애플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애플은 꿈쩍도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시장을 양분한 두 회사가 소송의 승패에 따라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긴 힘든 구조"라며 "이제는 소모적 싸움을 중단하고 대타협을 위한 협상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힘잃은 특허전… 연내 극적 타협 가능성



미국법원, 삼성-애플 소송 배상액 절반 삭감

"배심원 평결 문제 있다" 14개 기종 새 재판 명령

양사 항소 제기하겠지만 일방적 승소 가능성 낮아

5억달러선서 합의 전망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배상액을 대폭 삭감하면서 2년을 끌어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애플의 미국 내 특허공세가 잇따라 수포로 끝나고 유럽에서는 삼성전자가 승기를 잡고 있어 양사 특허소송의 연내 타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1일(현지시각)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소송 1심 최종판결에서 지난해 8월 배심원이 삼성전자에게 평결한 특허침해 배상액 중 4억5,050만달러를 삭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당초 10억5,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인 5억9,95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법원은 배심원의 배상액 산정 기준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애플이 요구한 추가 배상 신청도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또 배심원이 특허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삼성전자의 제품 23종 14종에 대해서는 재심을 결정했다. 루시 고 북부지법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배심원들의 배상평결 일부에서 용인할 수 없는 법률 이론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며 "삭감된 부분과 관련된 삼성전자 제품 14종의 배상액과 관련해 배심원들의 의도에 근거한 합리적인 배상액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 재판을 열 것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법원이 배심원단 배상액이 잘못 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어서 어느 정도는 예견이 됐다. 당시 법원은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범위를 잘못 계산한 것 같다"며 "애플은 삼성전자의 배상액이 과도하지 않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된 배심원 평결의 기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애플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이 대폭 줄어든 데다 특허침해로 인정된 제품이 23종에서 9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 모두 항소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최종판결에 이르기까지는 상당 기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원이 배심원 평결에서 결정된 배상액 중 일부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재판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는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 후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이 배심원 평결에 제동을 걸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연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사는 그간 세계 각국에서 수십 차례의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애플은 안방인 미국에서 별다른 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유럽에서는 삼성전자가 잇따라 승전보를 올리고 있어서다.

현지 언론들도 이번 판결이 양사가 특허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법원의 배상금 삭감은 애플에게는 좌절스러운 것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제 서로 승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재판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이번 판결은 양사가 합의로 가는 전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그동안 치열한 특허소송과는 별개로 꾸준히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법원의 명령으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세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불발로 끝났다. 양사는 공식적으로는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특허 이용료의 규모를 놓고 입장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상은 오는 8월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전후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열린 판결에서 ITC는 삼성전자의 특허침해가 일부 인정된다고 밝혔지만 양사 모두 항소를 제기하면서 최종 판결만 앞두고 있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특허 로열티 지급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존 특허소송을 봤을 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에 5억달러선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을 매듭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애플과의 소송… 삼성 한숨 돌렸다

[세계일보]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미국 연방법원이 배심원단의 오류를 일부 인정해 삼성전자 배상액이 40% 이상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재판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1일(현지시간) 1심 최종판결에서 애플의 추가 배상 요구를 기각하고 배상액을 5억9950만달러(약 6500억원)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배상액을 10억5000만달러(약 1조1400억원)로 산정했다.

고 판사는 “법원은 배심원 배상평결 가운데 삭감된 부분과 관련해 용인할 수 없는 법률이론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배심원단의 평결에 오류가 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해 8월 평결에서 애플에 완패한 후 이번에 배상액 삭감으로 일부 만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법원은 재판의 대상이 된 삼성전자의 28개 제품 중 배심원단 평결 오류로 배상금 산정이 불가능한 14개 제품에 대해서는 새로운 재판을 열도록 해 배상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배심원 오류가 지적된 14개 제품의 새 재판을 2심 판결 이후 열도록 권고해 2심 판결에 따라 새 재판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는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항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법원이 배심원 평결에서 결정된 배상액 중 일부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재판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도 검토 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로서는 새 재판이 열리더라도 1년∼1년6개월의 시간적인 여유를 얻은 데다 1심 판결로 법원 예치금도 크게 줄었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하지 못하면 양사의 소송전은 내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심 판결과 이에 따른 새 재판 결과가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3월부터는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아이폰5 등 양측의 최신 제품과 관련된 또 다른 특허소송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양측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9개국에서 50여 건의 특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내달 美 ITC 판결 앞두고 2라운드

미국 법원 1차 판결이 마무리되면서 미국 내 소송전은 앞으로 있을 수입금지 여부에 대한 미무역위원회(ITC) 판결이 중요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은 배상금을 내면 되지만, ITC 판결은 제품의 수입금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ITC는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4월 1일 예비 판정을 내놓은 뒤 8월 1일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ITC는 자국 내 수입되는 제품들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특허침해 제품에 대해 대통령에게 권고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송과정을 살펴보면 앞으로 소송에서 애플보다는 삼성전자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디자인 특허와 관련된 소송에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두고 있다. 지난 1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소한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

다만 지난달 28일 일본에선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와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엔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원요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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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산업이야기] <3> 인류와 함께하는 조선산업



울산조선소 고용인력 중소도시 버금

탐험정신서 출발… 세계 무역수송의 80% 담당

한국 세계최고 경쟁력 자랑

중국은 수주량 등서 맹추격

한 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번영은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해운은 가치로 환산해 재화의 60%, 그리고 규모로는 80%를 수송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업은 해운의 유일무이한 수단인 선박을 만드는 산업으로 그 기원을 알 수 없다. 먼 과거의 언젠가 인류에 내재한 탐험가 정신이 강과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게 했고 이것이 배의 발명으로 이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은 해운의 막대한 수송능력을 대체할 산업이 없기 때문에 인류사회가 존재하는 한 끝까지 함께할 미래지향적인 산업이기도 하다. 인류의 탄생ㆍ발전과 함께한 조선산업에서 우리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현재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조선업이 산업 개념과 특징을 살펴보자. 조선업은 '제9차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안'에 따르면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이 공식명칭이다.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조선소는 최대 수십만톤, 수백미터 길이의 강철로 된 십수층 높이의 선박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2006년부터 운항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인 엠마 머스크(Emma Maersk)는 길이 397m, 폭 56m에 총 톤수 17만GT를 자랑하고 있다.

다음으로 조선소는 넓은 부지에 막대한 시설투자를 요구한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로 평가되는 현대중공업의 울산미포조선소의 전체면적은 945만5,000㎡(286만평)이고 이 가운데 공장대지는 595만㎡(180만평)로 서울 여의도의 2배 넓이다. 이렇다 보니 조선소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기능 인력을 필요로 한다. 울산 현대미포조선소는 직접적으로 약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고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는 '범(汎)현대중공업 가족'은 약 4만4,000명으로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을 정도다.

2011년 한국의 조선 산업은 565억8,000만달러, 전체 수출의 15.2%를 담당함으로써 품목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1년 세계 전체의 신조 수주량은 5,334만GT였는데 한국은 이의 47.0%, 2,505만GT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8.9%, 1,539만GT의 중국이었다. 건조량에 있어 세계 전체가 1억154만GT였는데 중국이 3,904만GT, 38.4%로 1위를, 그리고 한국이 3,547만GT, 34.9%로 2위를 기록했다. 수주잔량에서는 세계 전체가 2억1,696만GT였고 중국이 8,284만GT, 38.2%로 1위, 그리고 한국이 7,208만GT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고급 기술 인력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일본이 한국에 선두자리를 내준 배경에는 1970년대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고급 설계인력을 대량으로 해고한 데 기인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2013년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결과는 그 전망을 어둡게 한다. 752명 모집에 2,399명이 이 지원해 3.1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공과대학 공학계열 조선해양공학과에는 12명 모집에 10명이 지원, 미달됐다.

◇용어설명

▲CGT(Compensated Gross Tonnageㆍ부가가치 환산 톤수):어떤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인력투입량을 표시하는 단위.

▲DWT(Dead Weight Tonnageㆍ재화중량톤수):현실적으로 선적할 수 있는 최대 중량을 표시하는 단위.

▲GT(Gross Tonnageㆍ총 톤수):선박에서 선각으로 둘러싸여진 선체의 전체 공간으로부터 상갑판부에 있는 추진, 항해, 안전, 위생에 관계된 부분을 차감한 나머지를 톤수로 환산한 단위.

*자세한 내용은 서울경제 홈페이지(www.sed.co.kr) 참조

서울경제·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이종배기자 ljB@sed.co.kr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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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마케팅 저력 '쿠쿠' vs 고가제품·M&A 우위 '리홈'



中企 맞수 열전 (6) 전기밥솥시장 라이벌

쿠쿠전자

과감한 투자로 13년 업계 1위, 300만대 시장서 70% 점유…해외 35개국에 수출

리홈

웅진서 쿠첸 인수, 스마트폰 작동 신제품 개발…中·日·러 등 본격 공략


쿠쿠전자(사장 구본학)와 리홈(사장 강태융)은 국내 전기밥솥 시장의 맞수다. 연간 300만대 규모의 시장에서 쫓고 쫓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두고도 신경전이 팽팽하다. 쿠쿠전자는 자사 점유율이 70% 라며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리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같이 밥솥을 만드는 관계사 쿠첸의 실적을 합하면 리홈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는다는 것. 쿠쿠의 점유율은 기껏해야 60%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업체가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을 놓고도 치열한 기술 및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밥솥 시장 ‘쿠쿠-리홈’ 2강 체제로 재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밥솥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휩쓸었다. 일본 조지루시의 ‘코끼리밥솥’은 주부들의 로망으로 통했다. 국산 밥솥은 찬밥 신세였다.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1999년 전기밥솥 시장 개방에 대비해 일본 초밥 문화와는 다른 한국 스타일의 압력밥솥을 대대적으로 앞세운 전략이 효력을 발휘했다”고 기억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2000년대 중반 밥솥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쿠쿠가 압도적 1위인 가운데 리홈과 쿠첸이 2, 3위를 다투는 ‘1강2중’ 체제였다. 수년 동안 변함이 없던 이 구도는 2009년 2월 리홈이 웅진그룹으로부터 쿠첸을 인수하면서 ‘쿠쿠 vs 리홈’ 2강 체제로 바뀌었다.

시장 점유율을 두고 잡음이 나오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3곳 이상이어야 통계청에서 시장 규모와 점유율 등의 통계를 잡는데 리홈이 쿠첸을 인수하면서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게 됐다”며 “이때부터 각사 주장만 있고 사실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스마트 밥솥’ 경쟁

경쟁 구도는 바뀌었지만 시장 규모는 큰 변화가 없다. 수량 기준 국내 밥솥 시장은 연간 300만대 규모다. 매년 5% 안팎 늘거나 줄기도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밥솥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인구가 급변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2011년 6000억원, 2012년 6100억원에 이어 올해는 62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제품 단가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한치 양보 없는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홈은 최근 스마트폰으로 작동할 수 있는 ‘스마트 NFC’ 밥솥을 내놓았다. 리홈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소비자가 밥솥을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쿠는 분리형커버, 이중모션패킹에 이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두 회사의 광고전도 볼거리다. 쿠쿠는 배우 원빈 씨, 리홈은 장동건 씨를 각각 광고 모델로 앞세워 여심(女心)을 유혹하고 있다.

○해외시장서 대격돌 ‘예고’

쿠쿠는 2001년 미국, 2002년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 35개국에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라별로 직영 서비스센터와 판매상을 운영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이미 일본 제품을 제치고 프리미엄 지위를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쿠쿠는 올해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6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리홈도 현재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15개 국가에다 중국, 일본, 러시아를 올해 집중 공략 대상국으로 선정했다. 쿠쿠와 리홈이 해외시장에서 한바탕 대격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리홈은 현재 30%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15년까지 50%로 높인다는 목표다. 국가별로 철저히 현지화를 추진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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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폰, 실적악화 이유로 '메이슨' 창업자 겸 CEO 경질

- 직원 이메일에서 "오늘 해고됐다" 사실 통보
- 실적악화 책임 묻기로..주가는 반등

[이데일리 김태현 수습기자]글로벌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31)을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31) 그루폰 창업자 겸 CEO 출처=비지니스인사이더
메이슨은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해고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 4년 6개월 동안 그루폰 CEO로 열정적이고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사실 농담이다. 나는 오늘 해고됐다”며 해고 사실을 전했다.

그루폰은 지난 27일 201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루폰의 4분기 매출액은 6억3830만달러이며 순손실액은 8110만달러에 기록했다.또 지난 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0% 가량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손실액은 1290만달러에 달했다.

그루폰은 메이슨 CEO의 빈자릴 채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에릭 레프코프스키 회장과 테드 레온시스 부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루폰은 2011년 11월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약 77% 폭락한데 이어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왔다.

한편 메이슨 경질 소식이 들린 이후 그루폰 주가는 이날 장중 한 때 10% 이상 상승했다.

김태현 (thkim1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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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창조경제' 위해 통신DNA 바꾼다

<아이뉴스24>

[강은성기자] 통신회사 SK텔레콤이 '탈(脫)' 통신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통신사업만으로 '배 부르던' 시절은 사실상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탈 통신'이 말 처럼 쉽지만은 않다.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부터 탈통신을 이야기 해 왔다.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맺힌 '열매'가 없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업 특유의 DNA를 버리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SK텔레콤의 수장 하성민 사장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의 2013년 탈통신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여유있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밑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환골탈태를 추구하고 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3에 참가해 이 회사의 다양한 융합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세계 통신사업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임원회의(보드미팅)'에서는 '앞으로 통신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심도깊은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통신은 회사의 근간이다. 하지만 이 근간만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 통신 그 이상의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하성민 사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2015년 매출 1조5천억원…3배 성장

2010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모바일인터넷 혁명이 시작됐다.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가 손안의 스마트폰 속으로 급속히 빨려들어왔다.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였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건당 20원을 받는 문자메시지는 통신사의 알토란 같은 수익사업이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메신저 서비스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통신사의 문자 사업성은 단 1~2년만에 급격히 악화됐다.

통신사의 최대 수익원이자 아직도 통신회사 수익구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음성통화 사업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 밑바탕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발전한 '보이스톡'이 그 대표 주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부터 시작해 보이스톡까지,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해 '공짜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대로라면 통신회사들은 순식간에 무너진 문자사업의 전례를 그대로 밟게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2013년, 이 화두는 통신사들과 카카오, 다음 등 인터넷 사업자와의 현재진행형이다.

"안정적인 모바일인터넷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는 그같은 망 투자 경쟁에서 순간이라도 뒤쳐질 수 없습니다. 통신망에 대한 투자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통신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위협적인 경쟁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탈통신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성민 사장이 멀리 스페인까지 날아와 탈통신에 대해 강조하는 이면에는 이같은 절박함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그는 탈통신을 하기 위해 통신DNA부터 바꿔야 한다는 외부 지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통신회사들이 탈통신을 외친지는 오래됐으나, 그들의 '기업사업'이라는 면면을 보면 결국 '회선' 몇 개 더 구축하고, 법인가입자 얼마를 더 확보하는 등 통신사업으로 최종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통신분야 전문가는 "국내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외친것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상 탈통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통신DNA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망만 가지고 있으면 어쨋든 요금이 들어오는, 그같은 돈벌이 구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하지 않는한 탈통신은 요원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하 사장은 이 지적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그랬죠. 10년간 탈통신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제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바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 구성원들의 사고 자체가 변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탈 통신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최근 수년간 대대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통신 전문가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 ICT 서비스 전문가, 심지어 법률 및 조직 전문가도 SK텔레콤의 영입 대상이다.

하 사장은 "SK텔레콤에 새로운 피가 많이 수혈되고 있다"면서 "그 분들이 와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역량)과 합치는게 중요하다. 이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며 생각의 형태,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이를 '당면과제, 지상과제'라고 표현했다. 탈통신을 위한 체질개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도 세웠다. 2015년엔 현 5천억원 매출의 3배에 달하는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진중하고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하 사장의 특기이지만 탈통신에 대해선 보다 공격적이고 확실한 추진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그는 보였다.

"B2B 솔루션이라고도 하지요. 기업사업 부문인데, 이 사업이 예전엔 좀 지지부진했었습니다. 회선을 파니까 덤으로 솔루션도 팔 수 있구나, 이런 안일한 생각도 일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젠 바뀌고 있습니다."

하 사장은 "아직 SK텔레콤의 솔루션들이 기업 구매담당자들을 확 끌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기술에 대한 부족함은 '파트너십'으로 메꿔가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과거엔 우리가 혼자 다 하려고 했습니다. 최고의 통신회사가 최고의 ICT 기업도 될 수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파트너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압니다."

따라서 SK텔레콤은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협력사와 벤처기업들 간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나가겠다는 의지다. 기회가 된다면 벤처회사와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단행해 내재화 하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물론 탈통신을 하겠다고 통신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통신사업 자체에 대한 경쟁력은 기본이다. 이 기반 위에 ICT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SK텔레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LTE 망을 구축했고 가장 높은 품질의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같은 투자는 세계 어느 사업자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탈통신을 통해 ICT 기업으로 재도약 해 나갈 것입니다."

하 사장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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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합하고.. ICT 생존위해 무한변신

NHN 게임·모바일 분할 KT는 자회사 설립 SK플래닛은 합병해서 신사업 개척 등 승부수

모바일발 빅뱅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급변하면서 대형업체들이 분할·합병·자회사 설립으로 생존경쟁, 신사업 개척 등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조직개편의 변화를 이룬 곳은 NHN의 분할과 SK플래닛의 합병이다. KT는 미디어·콘텐츠 전담 자회사 KT미디어허브를 출범시켰고, 네오위즈게임즈는 네오위즈인터넷과 합병이 무산된 후 재추진할 계획이다.

3일 업계 관계자는 "NHN, KT는 쪼개고 SK플래닛, 네오위즈게임즈는 합치는 것은 모바일·불황 등으로 바뀐 시장 판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대한 조직은 나눠 빠르게 대응하고, 홀로 못하는 사업은 합쳐서 힘을 키우는 등 합종연횡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 조직 분할 발빠른 대응

NHN은 게임, 모바일, 라인 부문을 분사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차세대 먹을거리인 모바일 신규법인인 캠프 모바일과 올해 2억명 확보가 예상되는 '라인'을 전담하는 라인플러스를 설립해 150명 규모로 운영하며 벤처정신을 살리고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한게임은 오렌지크루와 스마트폰게임에 주력하는 등 600명 규모의 법인으로 9월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NHN 경영진은 "초기와 성장기에 포털과 게임은 좋은 시너지를 냈지만, 네이버가 사회적책임을 부담해야 하고 게임은 사행성 논란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NHN 이사회가 게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적극적인 인수합병, 흥행 비즈니스를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캠프 모바일은 기존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만을 갖고 테헤란밸리로 나와 새 패러다임의 서비스를 개발한다. 라인플러스는 글로벌 라인 사업이 성공한다면 일본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KT도 지난해 12월 위성사업을 분할해 자본금 500억원의 'KT샛'을 출범하고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KT의 미디어·콘텐츠와 가상재화(Virtual goods) 사업을 전담하는 KT미디어허브도 출범했다.

KT미디어허브는 연말까지 올레TV 가입자를 500만명으로 늘리고, 모바일TV인 올레TV나우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각오다. 또 올레TV 연계 광고와 e북, e러닝 등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조직 합쳐 시너지 내기도

모바일 플랫폼 독립법인으로 설립된 SK플래닛은 출범 1년 반 만인 이달 1일 SK마케팅앤컴퍼니와 통합해 모바일,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플랫폼 주도권을 잡겠다는 각오다. 새 통합법인은 자산규모 약 2조4000억원, 연매출 1조7000억원, 임직원수 1700명에 이른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먼저 OK캐시백, 11번가, 모바일 커머스의 시너지를 연구해 상반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라면서 "SK M&C가 운영한 위치기반서비스(LBS) T맵의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합작법인을 출범하고 싱가포르에서 LBS 베타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은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와 SK커뮤니케이션즈도 통합이나 매각 등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지주사 SK의 손자회사인 SK플래닛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2015년까지 지분 100% 자회사 외 국내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SK플래닛은 로엔 지분 67.6%, SK컴즈 65.6%를 보유하고 있다. SK플래닛은 상장사인 로엔·SK컴즈의 지분 100% 매입, 로엔이나 SK컴즈와 합병해서 우회상장, 로엔·SK컴즈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모바일 시대에 늦은 대응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말 네오위즈인터넷과 합병을 시도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금액이 과도해 무산된 바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2대 주주 EA의 지분매각과 'FIFA온라인2' 서비스 종료 등 악재가 잇달아 조직규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희망퇴직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이기원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내정자는 "네오위즈게임즈 내부적 이슈를 정리한 뒤 네오위즈인터넷과의 합병을 재검토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합병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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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산업 뜨는데 한국의 경쟁력은?

<아이뉴스24>

[백나영기자] "미국에 3D 프린팅 관련 허브를 증설하겠다. 그래야만 차세대 제조혁명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3D 프린팅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고 세금 혜택을 강구해야 한다. 3D 프린팅 기술은 혁신적인 제조 기술로 대량 생산에 투입되면 중국의 에너지와 자원 압박을 없애줄 수 있을 것이다."(중국 공업신식화부 차관)

세계가 3D 프린터에 주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3D 프린팅 산업을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하며 관련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얼마 전 중국 정부 역시 3D 프린팅 기술 투자로 제조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3D 프린터로 목업 제품부터 배아줄기까지!

3D 프린터란 컴퓨터이용설계(CAD) 프로그램으로 만든 디자인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 모형을 만들어주는 프린터다. 고분자물질이나 합성수지 등을 분사하면서 극도로 얇은 막을 쌓아올리거나 덩어리를 깎는 방식으로 모형을 제작한다.

플라스틱 합성수지가 주 원료로 이용됐던 초기 3D 프린터는 목업 제품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됐다. 가격도 비싸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대, 디자인대 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소재 기술이 발달하면서 3D 프린터의 잉크로 합성수지 뿐 만 아니라 광경화물질, 금속, 유리 등도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산업용, 의료용까지 3D 프린터의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3D 프린터를 통해 로봇은 제작하기도 하고, 인공 턱뼈나 인공 치아 모형을 만드는 데에도 적용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 물리학연구소에서는 3D 프린터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8000만 달러(약 1조8110억원)에서 2016년 31억 달러로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필두로 각 국 시장 공략 경쟁 점화

이처럼 3D 프린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각 국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3D 프린팅 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스 등 미국 3D 프린터 기업의 제품이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미국은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을 이용한 새 제조 기법을 연구하는 민관합동연구소인 국립 AM 혁신 연구소(National Additive 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e, NAMII)를 설립한데 이어 15개의 관련 허브를 증설할 계획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연구소를 중심으로 3D 프린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쿤산에는 20여개 3D 프린터 개발회사와 연구소들이 밀집해있고 영국은 셰필드대학교에 3D 프린터 연구센터가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8000만 달러(약 1조8110억원)에서 2016년 31억 달러로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 아직은 잠잠…정부 차원 관심 필요

주요 국가들이 3D 프린팅 시장 공략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국내는 잠잠하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기업용으로 공급이 가능한 완성도 높은 3D 완제품 프린터를 생산하는 업체는 '캐리마'가 유일하다. 캐리마는 포토프린터기 등 인화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해온 소규모 기업으로 2009년부터 자사의 광학기술을 접목해 3D 프린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캐리마는 4천만원 대의 중급 3D 프린터를 제작하고 있으며 현재 LG전자를 비롯한 30여 곳의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일부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회사의 제품 누적 판매량은 70여대 정도고 연 매출액은 16억원 정도. 전체 3D 프린터 시장 규모를 살펴봤을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3D 프린터는 다양한 기술로 구현이 되는데 최근 FDM(플라스틱 재료를 압축 성형하는 기술) 특허가 풀리면서 3D 프린터 시장의 진입장벽이 보다 낮아졌다"며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100만원 대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향후 더 발전된 제품들을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D 프린팅 시장은 국내에서도 서서히 형성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주변국인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봐도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라며 "주요 국가들이 정부적인 차원에서 3D 프린팅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관련 연구와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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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유통체계 혁신, 안정적 자본확충 숙제… 농협 구조개편 1년 성과·과제



사업구조 개편 1주년을 맞은 농협이 올해 농가지원 확대 및 서민금융 역할 강화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산물 유통체계 혁신과 금융 경쟁력 강화의 실질적인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직거래장터 확충, 조직 슬림화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정부 현물출자의 무산,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 등은 농협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농축산물 유통혁신·금융그룹 안착=지난해 3월 단행된 농협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은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분리였다. 농협중앙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중앙회 산하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만들어 각각 유통·판매사업과 금융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는 구조다.

경제지주는 국내 생산 농산물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판매해 농업인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오는 6월에는 경기도 안성에 농식품물류센터를 준공한다. 2015년까지 전국 5곳에 세워지는 물류센터는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형 유통 채널이다. 대도시 농협은 기존 153곳이던 직거래 장터를 올해 안에 20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1년간 외형적 성장보다 금융지주체제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하고 농협금융지주는 한 달 뒤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량 희망금리로 발행했다.

농협생명은 2012회계연도 2분기 보험료 수익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8.87%를 기록해 생명보험 빅4 반열에 진입했다. 농협손보는 자동차보험이 없는데도 다양한 보장성 상품으로 업계 7∼8위권까지 올라섰다.

◇정부 현물출자·농산물 가격 안정은 과제=정부는 농협의 안정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5조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1조원은 산업은행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의 현물출자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산은금융 민영화 반대에 부딪히면서 산은 주식의 현물출자가 불가능해졌다. 다급해진 농협은 정부에 현물출자 대신 이자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농협이 발행한 채권 1조원의 이자 340억원을 올해 대신 내주기로 했다.

윤종일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산은 주식 등의 현물출자가 이뤄져야만 농협의 안정적인 자본 확충이 가능해진다”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이루는 것도 농협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다. 올해 들어 배추, 무 등 채소류 가격은 폭등하고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하면서 산지 농가와 소비자 모두 농산물 유통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산물 판매의 큰 축을 담당하는 농협으로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과 가격 안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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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트로이트 파산 위기

주지사 재정 비상사태 선포…車산업 쇠퇴로 인구·세수 급감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고통을 받아온 미국 디트로이트가 파산 위험에 처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의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 재정담당관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 재정담당관은 예산안 삭감과 공무원 정리해고, 시 조직 개편, 자산 매각 등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게 된다. 시 운영에 대한 권한이 사실상 주정부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재정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비상 재정담당관은 디트로이트 파산을 선언할 수 있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의 재정적자 증가세를 멈출 때가 왔다”며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의 예산 적자는 3억2700만달러(약 3500억원)이며 장기 차입금은 140억달러(15조원)에 이른다.

디트로이트의 재정적자 증가는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쇠퇴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인구도 덩달아 감소했다. 1950년 180만명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았던 디트로이트는 2011년 현재 70만명까지 주민이 줄었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에만 인구가 25% 줄면서 시의 재정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이 줄고 있지만 시 재정은 방만하게 운영됐다. 공무원 연금과 건강보험 등 복지 혜택이 유지되면서 재정을 빨아들이고 있다. 주정부 감사팀은 디트로이트의 경찰과 소방관 등에 대한 연금 지급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 2017년에는 전체 인건비의 83%를 차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데이브 빙 디트로이트 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들은 주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재정긴축보다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NBC는 “디트로이트 측은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강구하고 있지만 비상 재정담당관 임명 등의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디트로이트 재정비상사태…인종갈등·기업이전으로 세수감소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가 결국 재정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재정전담 관리자를 지명하기로 했다.

리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1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매우 슬픈 날이고 이날이 오지 않길 바랐지만 지금 디트로이트보다 미국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스나이더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시 혼자서는 이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 같은 조치를)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디트로이트시는 3억2700만달러의 예산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장기 차입금은 14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디트로이트는 주(州)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향후 10일간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재정전담 관리자가 선임된다. 선임된 재정전담 관리자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노조와의 계약을 전면 무시할 수 있고 지방정부 자산도 법적 제한 없이 매각할 수 있다. 공공 서비스도 구조조정할 수 있고 선출직 공직자의 급여 지급도 연기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시가 이 같은 재정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인종 갈등에 따른 중산층 세수 감소가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1950년대 180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절반 이하인 71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기업들 또한 디트로이트를 떠나 법인세 감소도 지방재정에 타격을 입혔다.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한다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큰 규모의 지방정부 파산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80%의 민주당 지지 성향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정 건전화 담당 관리자를 선임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시간주 내 지방정부가 파산한 전례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방정부 파산은 2011년 앨라배마주의 제퍼슨카운티가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디트로이트시 재정을 검토한 감사팀은 지난달 19일 디트로이트시에 미시간 주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임을 밝힌 바 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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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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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이머징마켓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질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놓였다.

브라질의 경제 성장률이 급전직하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시장 전문가들은 브라질 거시경제가 위태롭다며 '서든 스톱(외국인 자본 유입이 갑자기 멈춘 뒤 일시에 빠져나가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일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비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7% 성장률을 구가하던 브라질 경제는 이듬해인 2011년 2.7% 성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면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수출도 최악이다. 지난 1월 브라질의 무역수지는 40억3500만달러(약 4조4183억원) 적자를 기록해 브라질 경제에 50여 년 만에 가장 큰 구멍을 냈다.

하지만 고용과 인플레이션 면에서는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브라질의 1월 실업률은 월중평균으로 4.93%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고용 상황이 좋다 보니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거듭해 2월 월중평균 기준 6.18%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타우 유니방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일란 골드파진은 "브라질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며 "성장률이 3%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실업이 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브라질이 올해부터 다시 성장세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내년 월드컵, 대선 등 경기 부양에 효과적인 대형 이벤트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한예경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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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아베식 엔低 도박 정책의 '5大 함정'

아베노믹스 효과 불안요인 많아…실패땐 조기 하야 가능성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대표적인 성장론자로 알려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내정됐다. 이로써 ‘엔저(低)’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가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이 모두 마련됐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훌쩍 넘길 것이란 예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이 가장 불리하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에는 몇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로빈슨 크루소 비유가 들어가는 ‘국수주의 함정(Robinson’s ultranationalism trap)’이다.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인위적인 엔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으로 갈린다. 하나는 일본 경제가 오랫동안 당면한 디플레이션 타개책으로 엔저를 묵인하는 시각이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근린 궁핍화 차원으로 인식해 적극 반발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에 가담하는 입장이다. 엔저에 따른 유로화 강세 피해가 심한 유럽 국가와 대부분 신흥국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묵인해온 국가들도 엔저가 더 심해지면 이런 입장에 속속 가담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에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J-커브 함정(J-curve trap)’이다. 아베 정부의 의도대로 엔저가 무역수지 개선과 이를 통한 경기부양이 가능해지려면 ‘마셜-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을 충족해야 한다. 국제무역이론에서 하나의 고전으로 다뤄지는 이 조건은 수출입 공급에서 문제가 없을 경우 외화표시 수출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통화표시 수입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값이 ‘1’을 넘어야 엔저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되고, 경기부양도 외수기여도가 떨어진다. 특히 엔저에 따른 수출입 가격 변화에도 물량 변화가 쉽지 않은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심하게 악화된다. 엔저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적자 폭이 커진 1월 일본의 무역통계가 ‘J-커브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뒷받침해 준다.

셋째, ‘부메랑 함정(boomerang trap)’이다. 갈수록 나라 안팎에서 반대가 심해짐에도 불구, 아베 정부가 엔저를 무리하게 유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디플레이션 타개다. 엔저가 되면 수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수출 업종 중심으로 일본 기업의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는 것은 이런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출 증대보다 내수 확대가 더 중요하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일본의 내수시장은 앞으로도 쉽게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한 엔저로 남아 있는 내수 기반마저 무너질 경우 일본의 경기침체가 더 장기화되는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때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스터 엔’으로 통했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대 교수가 아베식 엔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넷째, 일본 내 ‘자금이탈 함정(exodus trap)’이다. 아베노믹스 초기에는 일본 내 자금이 더 풍부해진다.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자산매입 과정에서 풀리는 유동성에다 ‘체리 피킹(cherry picking)’ 차원에서 주가 상승을 겨냥한 외국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체리 피킹이란 주가가 적정 수준에서 떨어질수록 체리가 무르익어 따 먹으면(주식 매입) 맛있게 먹을 수 있다(투자 수익)는 데서 비롯된 일종의 저가 매수 전략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이다. ‘S자형 투자원칙’이나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대로 초기 단계를 지나 일본 경제 회복과 같은 추가적인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통화 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간 자금 이동 이론상 ‘제로(0) 금리’에다 엔저까지 가세하면 엔 캐리 자금은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역(逆) 자산 효과’까지 겹쳐 경기는 부메랑 함정에 더 빠져들고, 일본 내에서는 자금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다섯째, ‘좀비 함정(zombie trap)’이다.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처럼 특정국 경제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기대가 무너질 경우 정책 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내더라도 국민들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좀비는 시체와 같다는 의미다.

좀비 현상이 더 심해지면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경제 분야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잘못됐다’고 보는 이분법적 사고(dichotomy)를 말한다. 이분법 경제는 일본처럼 장기간 침체 국면이 지속되는 국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이다.

결국 아베 정부가 5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지금보다 엔저를 더 진행하려 무리수를 두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유도했던 엔저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경쟁국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다른 정책을 보완하는 길이다. 무리하게 전자의 길을 택한다면 아베 총리는 머지않은 장래에 하야할 운명에 처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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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행복지수로 박근혜 정부 평가

7월부터 발표

김광두 원장 "朴대통령 이제 회원 아니다"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이 ‘국민행복지수’를 7월부터 발표한다. 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에서 벗어나 국정운영 성적표를 직접 평가함으로써 개혁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사진)은 3일 서울 서강대 마테오관에서 홈페이지 공개 행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직발전 방향을 밝혔다. 그는 “이제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이 아니다”며 “앞으로 어떤 정권, 정당의 정책이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2010년 12월 박 대통령의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를 중심으로 전직 관료, 기업인 등 80여명이 설립했다. 박 대통령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회원 상당수는 새누리당 대선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현 정부의 공약을 구체화했다. 새 정부의 첫 내각과 청와대에 들어간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이 연구원 출신이다.

연구원은 이번 홈페이지 공개를 계기로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홀로서기’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민행복지수, 민생지수, 안정지수 등 3대 지표를 개발해 3개월 단위로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분야다. 이날 처음으로 민생지수를 공개한 데 이어 국민행복지수, 안정지수는 7월부터 발표하기로 했다. 회원인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국민행복지수는 고용률 70%, 반값 등록금, 의료 복지 개선 등 새 정부의 공약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이후에도 국민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또 운영 및 활동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업 후원을 받지 않고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다수의 소액 지원만 받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회원이 낸 회비를 모아 운영해왔다.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쌓아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정책 보고서도 꾸준히 공개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미래硏 "朴정부서 홀로서기"…민생지수, 금융위기 때보다 악화


국가미래연구원 인터넷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이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지향하며 "국민행복지수·민생지수·국민안전지수 등 3대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3일 밝혔다. 미래연구원은 미국 우파 진영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을 지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래연구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미래연구원이 개발하겠다는 국민행복지수·민생지수·국민안전지수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을 나타낼 수도 있어 객관적인 홀로서기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미래연구원은 이날 민생지수를 먼저 공개했다. 국민행복지수는 7월1일, 경제행복지수는 3월10일부터 공개하겠다고 미래연구원은 밝혔다.

미래연구원은 "국민들의 살림살이, 즉 민생이 지속적으로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민생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그리고 왜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표가 없었다"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민생지수를 개발해 정부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 성과를 관리하고자 민생지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민생지수는 실질주택·전세 가격·실질소득·고용률·교육비 등을 종합해 구성되며 분기마다 산출한다.

미래연구원은 "2002년 민생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노무현 정부 5년간 민생지수는 5.05포인트가 하락해 2007년 94.95를, 이명박 정부 5년간은 6.11포인트가 하락해 88.84를 기록했다"며 “지난 10년간 민생지수는 11.06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래연구원은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민생지수는 88.94였는데, 작년 3분기 현재 민생지수는 88.84"라며 "국민들이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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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게임체인저'가 될 美·EU FTA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

하루 거래 36억달러 규모 경제권…FTA체결되면 무역질서 큰 변화

통상정책 점검, 대응책 마련해야


지난달 12일 연두교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범대서양FTA(TAFTA) 체결 의지를 밝혔다. 2년 내 체결되기에는 버거운 과제로 보이지만, 미 대통령의 TAFTA 공식협상 언급은 당사국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던 1990년대 중반에 양측은 TAFTA에 대해 간헐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 사이 실무자 간 협의를 넘어 고위급에서 검토해 왔다.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카메룬 영국 총리도 TAFTA 구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브루킹스 등 워싱턴에 있는 연구기관들도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은 서로 최대 교역대상지역이다. 양측은 하루 36억달러어치를 거래하고 투자 누적총액이 6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긴밀한 경제관계를 가지고 있어 TAFTA 체결은 두 지역 경제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세계 최대이면서 선진경제권인 두 지역이 FTA로 연결되면 상품교역 확대, 상호간 투자 증대, 기술표준 등에서의 협력 강화, 환경-노동 등에서의 국제 규범화 추진 등으로 상당한 경제이익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지역주의 경제통상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양측은 이런 영향력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상당한 기대이익이 예상됨에도 그동안 TA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TAFTA 추진은 GATT-WTO 다자무역체제 폐기로 비춰질 수 있다. 유럽국가들은 EU의 확대로 고무돼 있었기에 미국과의 TAFTA 체결은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재정절벽과 수출부진으로 전반적인 경제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몇 년 전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경제효과가 낮은 ‘무늬만 협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지 않고 있고, 기존 참여국들 간 견해 차이로 협상도 부진한 상황이다.

TAFTA 추진은 역외국에게 보호무역주의로 작용하고, 세계적인 새로운 지역주의 열풍을 불러올 수 있다. 역외국들은 무역전환 손실과 더불어 미국·유럽 간 공조로 변경된 게임룰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목소리 큰 신흥개도국과의 입장 차이가 유지되는 가운데, TAFTA 체결은 DDA를 무한 표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양측이 협조하면서 TAFTA 게임체인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들 신흥개도국을 DDA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심 통상의제를 TPP에서 TAFTA로 전환시키면서 부진한 TPP 협상을 진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째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DDA 협상이 진전될 기미가 없고, 경제효과가 없는 TPP를 의미있는 통상정책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 2기에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눈총을 받더라도 TAFTA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유럽의 지도자들이 TAFTA를 들고 나온 것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농업문제 등으로 TAFTA 체결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체결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 및 EU와 FTA를 체결했기에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TAFTA 피해가 덜할 수 있지만, 거대 선진대국 간 FTA는 기술표준, 무역규범, 투자유치, 서비스교역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이 TAFTA를 게임체인저로 활용할 경우 세계 통상질서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에 대한 지역통상 차원이 아니라, DDA 협상은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TPP, 동아시아 경제통합 구도 등에 대한 한국의 통상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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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숙련기술 키워야 국민이 행복…'기술인=기름쟁이' 편견 없애야"


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은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해야 한국 경제가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며 “명장의 위상을 높여 기술인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대한민국명장회 신임회장 최창묵 시계수리 명장(名匠)

15세 때 입문해 시계수리 외길…한 가지 일에 미치니 삶 재밌어

숙련기술로 中企 경쟁력 키워야…명장 위상 높여 롤모델 만들 것


칼바람이 불던 1969년 겨울 전북 고창의 해리면 소재지인 하련리. 고픈 배를 달래며 시계수리점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다. 가게 안에서는 한 기술자가 넥타이를 매고 환한 전구 아래에서 시계를 고치는 중이었다. 중학교 수업료를 제대로 못 낼 정도로 가난했던 그 아이는 커서 멋진 기술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듬해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시계수리 기술을 배우기 시작, 43년 외길을 걸었다. 바로 최창묵 시계수리 명장(58)이다. 그는 지난달 정부가 인정한 명장(名匠) 547명이 가입한 ‘대한민국명장회’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첨단기술이 판치는 이 시대에도 숙련기술 육성이 국가 경제의 희망이라고 믿는 ‘올드보이’. 19년째 운영 중인 서울 삼성동의 명품시계 유통·수리매장 ‘탑타임’에서 그를 만났다.

▷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숙련기술입니까.

“첨단산업만 키워서는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지만 80%의 국민은 ‘나 죽겠다’며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이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게 숙련기술입니다. 첨단산업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접근하기 어렵지만 숙련기술은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입니다. 기술인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 열매를 다시 기술인들이 누리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체 국민의 복지가 좋아지고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새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에 대한 평가는.

“새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에는 숙련기술 육성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반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정부와 사회가 기술인에 대해 최고의 대우를 해줬죠. 제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시절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자랐으니 실제로 국정 운영을 하면서는 잘 챙겨주리라 생각합니다. 밑바닥 기술인들이 산업화 시기에 손에 기름 묻혀 가면서 일해 한국 경제를 이만큼 키우지 않았습니까. 경기 침체기를 딛고 도약하려면 그런 계기를 다시 한번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숙련기술인의 위치는 어떤가요.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합니다. ‘기름쟁이’라고 부르면서 천대시하는 분위기까지 있습니다. 때문에 취업난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청년들은 취업을 보장하는 기술을 꺼리고 대학 진학만 바라보는 모순된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모들도 자식이 기술을 배우기 바라지 않죠. 하지만 청년들이 모두 판·검사만 하려고 하면 사회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사회가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산업현장에서 땀흘리는 기술인 아닙니까. 한국은 지금 반대로 뒤집혀 있습니다.”

▷‘기술입국’이 국정지표였던 시절도 있었죠.

“경제가 성장해도 기술인들에게 그만큼의 과실을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을 기피하게 된 거죠. 산업화 시기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자부심도 있었지만 그보다 공장 생활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했습니다. 대우가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죠. 하루에 8시간 일해야 하는 것을 18시간 일하면서도 돈은 8시간만큼만 받았습니다. 참다 못해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서면 전부 ‘빨갱이’로 몰아버렸죠.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것에 비해서 숙련기술인에 대한 처우 개선은 상대적으로 느렸습니다.”

▷외국에서는 숙련기술인을 어떻게 대합니까.

“스위스 독일 일본 등 시계산업 선진국을 많이 다녀봤습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숙련기술인을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으로 보고 최고의 예우를 하더군요.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 그 나라 숙련기술인과 대화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기술인에게 다가와 경의를 표하고 가는 걸 자주 볼 수 있죠. 국민의 시선에 존경심이 배어 있습니다. 경제적인 처우도 좋아 독일에서는 명장증서 하나만으로도 사업자금 2억원 정도는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롤모델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명장을 보고 국민들이 ‘기술을 배우면 저렇게 잘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야 기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첫째, 숙련기술인의 위상을 올리는 상징적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명장증서가 고용노동부 장관 명의로 나오는데 이것을 대통령 명의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또 올해부터 명장에게 표창을 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보다 한 단계 높은 훈장을 줘야 합니다. 둘째, 정부가 주는 계속종사장려금을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연금(월 52만5000~10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지금은 명장이 된 다음해에 연간 167만원이 나오고 1년이 지날 때마다 10만원씩 올려주고 있어서(최고 357만원) 그 수준에 크게 못 미칩니다. 셋째, 명장의 활동 범위를 넓혀줘야 합니다. 명장은 60세도 젊기 때문에 기업체에서 일하는 경우 그 기업의 정년보다 더 오래 일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기술학교의 이름을 ‘명장학교’로 바꾸고 명장을 강사진으로 초청해야 합니다.”

▷시계수리를 배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고향인 전북 고창 해리면을 지나다 우연히 시계수리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겨울이라 날도 춥고 배도 고팠는데 넥타이를 매고 일하는 걸 보니 참 부럽더군요. 이듬해 서울에 무작정 올라와서 서울 평창동에 있는 한미시계학원에 들어갔습니다. 학원비가 없어 허드렛일을 하는 조건으로 공짜로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수업 도우미를 하다 보니 남들은 하루에 한 시간 듣는 수업을 여섯 시간씩 듣게 돼 기술을 빨리 배울 수 있었죠. 물론 강의시간에 배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취침시간에 혼자 빠져 나와 밤새 연습했고요. 그 결과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 해에 서울 후암동 시계대학병원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미도파백화점, 유로통상(명품시계 유통업체) 등 시계 분야 톱클래스 직장으로만 옮겨 다녔습니다.”

▷43년 외길을 걸으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뭔가요.

“시계수리는 아주 작은 ��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정밀하게 다뤄야 하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할 때 집중력이 매우 강해야 합니다. 일을 많이 하던 시절에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5~6시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잡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43년을 살다 보니 한 가지 일에 미치면 인생이 재미있고 성공도 보장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비록 어려운 일이 닥친다고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탑타임(명품시계 수리·유통매장)을 차린 직후 외환위기가 닥쳐 힘들었지만 전문 분야가 있으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오더군요.”

▷명장회 회장으로서 활동 계획은.

“명장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명장 관련 정책 주관부처인 고용부도 최근 계속종사장려금을 인상하는 등 명장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고무적입니다. 정·관계와 긴밀하게 협조해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진전된 모습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를 찾아가 협조도 구하고 언론을 통해 대국민 홍보도 추진하겠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 최창묵 명장회 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시계수리 분야 명장이다. 195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고 열다섯 살에 상경해 서울 평창동 한미시계학원에서 시계수리를 처음 배웠다. 기술을 배운 지 3년 만인 1973년 경인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이듬해에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시계 부문에서 금메달을 딸 만큼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1975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시계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당시 대회 개최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귀국, 카퍼레이드로 청와대에 가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난 일을 ‘최고의 추억’으로 꼽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이어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도 봤다고 한다. 1984~1995년과 2001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장을 지냈다. 1992년 한국시계기술협회장 등을 지낸 뒤 2009년 명장이 됐다. 지난달 23일 대한민국명장회 정기총회에서 임기 2년의 제11대 회장으로 뽑혔다.

■ 명장이란

정부가 인정한 최고 기술자…22개 분야에 547명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정부가 인정한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를 말한다. 3월 현재 96개 직종에서 547명이 활약하고 있다. 명장을 두는 직종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로 정한다. 큰 묶음으로는 공예, 서비스, 섬유, 기계 등 22개 분야가 있다. 시계수리, 항공정비, 금형, 용접 등이 속한 기계 분야가 96명으로 가장 많다.

명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당 직종 경력이 15년 이상 돼야 하고 △해당 직종에서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해야 하며 △숙련기술의 발전이나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신규 선정 심사를 하며 35명 내외를 뽑도록 돼 있으나 보통 20~25명이 선정된다. 관련 공무원, 해당 분야 종사자, 전문가 등 20여명이 위원으로 있는 대한민국명장심사위원회(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가 선정 심사를 한다.

명장에게는 선정 연도에 일시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며 매년 계속종사장려금도 준다. 1년에 한 번 주는 계속종사장려금은 명장 선정 이듬해에 167만원이 나오고 한 해가 지날수록 10만원씩 올라간다. 고용부는 최초 지급하는 계속종사장려금을 2015년까지 215만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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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CEO]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선임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지난달 26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총회. 이날 협회장으로 선임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그는 검정 양복에 짙푸른 넥타이로 단정한 멋을 냈다. 김 사장은 항상 깔끔한 옷차림으로 대중 앞에 나선다. 양복 바짓단은 복숭아뼈 부근에 오도록 단정히 정리하고 양복이나 조끼 윗도리는 체격에 알맞게 착용한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꼼꼼하고 깔끔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자기 관리가 철저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협회장 취임식에서 "핵심 소재와 장비 국산화 기술을 지원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사업들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전자 계열사 내 서열 2위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됐다. 삼성 미래 기술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을 3년간 수행하고 삼성디스플레이로 투입된 데는 그의 탁월한 ’기술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의 캐시카우로 손꼽히던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는 2011년 대규모 적자에 허덕였다. 결국 삼성전자에서 떨어져 나온 LCD사업부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과 합쳐진 게 지금의 삼성디스플레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초대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이 회사의 사업 체질을 일차적으로 바꿔낸 데 이어 지난해 말 김기남 사장이 구원투수로 낙점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평이다.

198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학사)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 석사, 1994년 미국 UCLA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삼성전자 사업장과 연구실에서 터득한 현장 기술에다 학문적 깊이를 더했다.

김 사장의 기술 역량은 세계 최고 전자그룹인 삼성 내에서 역대 최상위 수준에 속한다. 그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증명하는 3대 증거가 △삼성펠로 선임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 △미국 공학한림원 회원 선정이다.

삼성은 2002년부터 한 해 한 차례씩 삼성을 대표하는 S(슈퍼)급 핵심 기술인력에게 ’삼성 펠로(Fellow)’라는 최고 명예직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선임된 삼성 펠로는 총 18명에 불과하며 김 사장은 이들 중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됐다. 김 사장은 2003년에 삼성 펠로로 선정됐다.

김 사장은 1기가 D램부터 4기가 D램까지 반도체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고 반도체 차세대연구팀장을 맡아 S램, P램, 플래시 메모리, 퓨전 메모리 등을 개발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기남 당시 전무가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을 이끌면서 일년 내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2003년 초 김 사장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IEEE 석학회원(펠로)으로도 선정됐다. IEEE는 전기ㆍ전자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연구원을 석학회원으로 매년 뽑는데 전체 IEEE 회원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2012년에는 미국 공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외국회원으로 선발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사람으로는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상엽 KAIST 교수에 이어 세 번째며 기업인 중에서는 처음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숨 가쁜 개발 업무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최신 연구논문과 보고서 탐독을 놓치지 않는다"며 "매일 아침 6시 30분 전에 출근하고 밤 9~10시 퇴근을 반복하는 워커홀릭"이라고 귀띔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지에 4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는 쟁쟁한 S급 기술인력이 즐비하다. 그중 삼성 사장급으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이 윤종용, 이윤우, 이기태, 임형규 등인데 이들의 뒤를 이어 김기남 사장이 한국과총 부회장을 맡게 됐다.

물론 체력 관리에도 틈틈이 신경 쓴다. 김 사장은 매일 점심마다 1시간 정도를 할애해 등산화를 신고 사업장 주변을 산책한다. 주말에는 등산을 즐긴다.

김 사장은 "디스플레이는 사양 산업이 아니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플렉시블, 투명 디스플레이 등 기술 진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속속 열릴 것"이라면서 디스플레이 낙관론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와 얽힌 특허소송 분쟁에서 유연한 해결 자세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김 사장은 "일본ㆍ대만ㆍ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소모적 분쟁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해외 경쟁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하는 등 디스플레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 낼지 전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He is…

김기남 사장은 △1958년생 △1977년 강릉고 졸업 △1981년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 입사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 석사 △1994년 미국 UCLA 전자공학 박사 △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 △2003년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 △2003년 삼성 펠로 선정 △200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2009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 △2012년 미국 공학한림원 회원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황인혁 기자 / 이경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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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유라시아로 건너간 한인들의 놀라운 역사!

[프레시안 books] <유라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150년>

 [프레시안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올해는 함경도 농민들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는 올해가 아닌 내년(2014년)에 다양한 150주년 행사를 거행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고려인협회를 비롯한 구소련지역의 한인 사회에서는 1864년을 최초의 이주로 공식화한 바 있다. 10년 전 140주년 행사를 두고 논란을 벌인 끝에 내린 공식적 결정이었다. 그 근거는 두 가지다. 제정러시아시기의 공식문건에 한인들이 나타났다는 기록, 그리고 1914년 한인들이 한인노령이주50주년 기념행사를 계획·추진했던 사실이다.

여하튼 한국학계의 정설인 '1863년 최초이주설'에 따르게 되면, 구소련지역 한인이민사에서 올해는 참으로 뜻 깊은 해가 된다. 이 뜻 깊은 해에 시의적절하게 간행된 책이 원로언론인 김호준이 집필한 <유라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150년>(주류성 펴냄)이다.

소련붕괴 이전 시기인 1980년대 후반에 신연자의 <소련의 고려사람들>(동아일보사 펴냄),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된 고송무의 <쏘련의 한인들>(이론과 실천 펴냄)이 간행된 바 있다. 전자는 소련시기에 중앙아시아를 방문하고 썼다는데 의미가 있지만 여행기에 가깝고, 후자는 개설서 형식을 취했으나 한인들의 이주사와 언론, 문화예술 활동 등 한정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서대숙 교수가 편집하여 1987년에 간행했던 영문서 <Koreans in the Soviet Union>(University of Hawaii 펴냄)이 1989년 번역·출간됐다. 이 책 <소비에트 한인백년사>(이서구 옮김, 태암 펴냄)는 재미한인학자(서대숙, 신연자)와 일본인 학자들(와다 하루키, 하라 테리유키, 기무라 히데스케)이 쓴 논문들을 엮은 책이다.

2000년대 들어와 러시아와 한국의 역사학계에서 구소련지역의 한인역사를 다룬 개설서가 간행되었다. 우선 러시아학계에서는 2004년 '한인이주 140주년'을 기념하여, 보리스 박과 니콜라이 부가이의 공저인 <러시아에서의 140년간 : 재러한인이주사>(시대정신 펴냄)이 한글과 러시아어로 동시 간행되었다.

이어 한국학계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기획한 '재외동포사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러시아·중앙아시아 한인의 역사>(국사편찬위원회 펴냄)가 간행되었는데, 여러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이 두 책은 러시아와 한국 학계의 성과를 각각 반영하고는 있지만, 양국 학계의 연구 성과가 상호간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동안 구소련지역 한인역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명실상부한 개설서 편찬이 힘들었던 것은 개별학자들의 탓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학계의 연구 성과가 부족한 때문이다. 여전히 사실적 측면에서조차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오랜 냉전으로 인한 교류의 부재, 러시아어라는 언어적 장벽, 거주지역의 지리적 광범함과 이주·재이주와 정착과정의 복잡다단함, 러시아와 한국학계의 교류 결여와 연구자의 수적 부족 등 여러 원인에서 비롯된 바 크다. 이에 더하여 학문적 논쟁이 충분치 못하여 한국과 러시아 학계 모두 사실적, 해석상의 오류가 방치되고 되풀이 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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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150년>(김호준 지음, 주류성 펴냄). ⓒ주류성
<유라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150년>은 이러한 연구 환경의 제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문역사학자가 아닌 저자가 '거대한 구상'을 세우고 학계의 성과들을 널리 섭렵하여 성실하게 반영하고 자신의 개인적 연구를 바탕으로 총 17장, 55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로 정리해 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02년 키르기즈스탄 방문 이후 고려인 연구를 위해 보낸 10여 년의 세월과 구소련지역 곳곳을 직접 답사하며 다양한 고려인들을 인터뷰하고 사진과 문헌 자료들 수집한 저자의 열정과 노고가 돋보인다.

우선 이 책은 그 서술내용이 1860년대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150년에 집중되어 있지만, 고대와 중세시기의 한반도-서역교류사로서 7세기의 '고구려 사절단, 고구려 멸망 이후 끌려간 고구려유민의 후손 고선지(高仙芝)의 활약,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통일신라의 혜초(慧超) 등을 고려인 역사의 전사(前史)로서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긴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에 더하여 다루고 있는 지리적 범위 역시 유럽러시아로부터 러시아 원동의 사할린에 이르기까지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유라시아대륙의 거의 모든 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주제들 역시 이주사, 인구변화, 일상생활, 항일독립운동, 공산주의운동, 한인사회의 변화과정, 시베리아내전이후의 소비에트화와 집단화과정, 1937년 강제이주, 중앙아시아에서의 정착생활과 문화활동, 각 지역(국가)의 고려인 분포, 출세한 고려인들의 면모, 고려인의 문화적 정체성 등 고려인 역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문을 다루고 있다. 특히 1930년대 전반에 시작된 고려인 엘리트에 대한 대탄압과 1937년의 강제이주, 이후 고난에 찬 정착과정과 재이주에 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노력전선(勞力戰線)'에 투입되었던 고려인 노동군(勞動軍)에 관한 부문 역시 한국학계에서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노동군 출신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인터뷰들은 저자의 값진 발굴성과라 할 수 있다. 이후 중앙아시아 내에서 고려인들이 수행한 다양한 농업경영, 특히 고려인 특유의 고본질에 대하여는 그 기원으로부터 조직과 경영 방식, 경제적, 사회적 의미와 러시아인들의 평가 등의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고 있다.

1945년 광복 후 북조선에 진주한 소군정에 협조하여 북조선 정권 성립에 참여한 이른바 '고려인 군단'의 활동과 운명에 관한 부분은 독자들의 특별한 흥미를 끈다. 저자가 자평한 바,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한국 속의 고려인'에 대해서도 최초로 정리해 놓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구소련지역을 벗어나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 또는 중국으로 이주한 고려인들까지 향후의 연구에서 보완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은 저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발로 뛰면서 채록한 고려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점인데, 고려인들의 생생한 삶과 경험이 잘 드러나 있다. 연해주를 비롯한 바이칼호수 동쪽 러시아지역을 일컫는 일본식 표현 '극동(極東)' 대신에 '원동(遠東)'이라 표현하고 있는 점도 깊은 공감을 갖게 한다. '원동'이란 말은 고려인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원초적 고향으로서 이주와 정착 그리고 강제이주 등의 역사적 선조들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와 정서가 함축된 표현으로 단순한 명칭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주제의 모든 측면에서 구소련지역의 한인 역사에 대한 포괄적이며 총체적인 역저라 할 수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전문적 학술서라기보다는 대중교양서에 가까운 저서라 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 고려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종합적인 교양서로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언론인으로서의 오랜 경력에서 비롯된바 물 흐르듯 유려한 문체와 문장,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주제에 따라 형식이나 체제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 위주의 서술방식이 읽기가 수월하여 훌륭한 대중서로서 손색이 없다. 학계의 연구 성과들을 정리한 참고문헌과 색인을 첨부했고, 인물 사진을 비롯하여 본문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사진들을 풍부하게 싣고 있어 대중강좌나 강단의 교재로서도 활용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대중서이기 때문에 엄격한 학문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만, 서술과정에서 의존하거나 인용한 저서나 논문에 서지적 전거를 명기하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 결과 논쟁적인 부분이나 의심나는 구체적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인용문의 경우, 특히 문헌에서 인용해온 경우에는 그 전거를 명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인터뷰 일시와 장소를 명기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대부분 연월은 표시하였지만)

간혹 발견되는 사실적 오류와 부정확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한국역사학계의 구체적인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저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계 자체의 연구 성과가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은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한말 의병활동에 참가한 고려인 수가 10여만 명에 달한다고 한 서술(22쪽), 1907년 8월에서 1908년 2월 사이에 1700회 전투에 달했다는 서술(54-55쪽), 이범윤 휘하의 의병이 4000명에 달했다는 서술(52쪽) 등은 명백한 과장으로 전문역사학자들도 무심코 인용하게 되는 잘못된 원전의 탓이다.(당시 연해주 전체 고려인수가 10만 명 안팎이었다!)

고려인 사회주의 노동영웅 칭호를 받은 숫자가 다르게 제시된 부분 역시 서로 상충된 통계를 제시한 한 예이고(286쪽, 269쪽), 1910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든 의병부대를 하나로 총합한 군사조직이 창의회(倡義會)였다는 서술(55~56쪽, 원래는 '13도의군'이다)은 저자가 학계의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경우이다.

영국의 저명한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Isabella L. Bird)의 남우수리 지방 방문시기를 1897년으로 서술하고 있는 점이나(36~37쪽), 1918년 10월 최초의 고려인 빨치산 부대 조직자가 박일리야였다는 서술(78쪽, 원래는 박이반 다닐로비치다), 하바롭스크에 거리이름을 남긴 1929년 동중철도 사건의 영웅 김유경을 김유천으로 잘못 서술하고 있는 것(79쪽) 등은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사소한 오류이다.

1914년 제2의 러일전쟁에 대비하여 권업회가 군사지휘부로 대한광복군정부를 조직하였다고 파악한 것은 학계의 잘못된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66쪽), 권업회는 러시아당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 공개적 단체인데 반하여, 대한광복군정부는 비합법적, 비밀조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즉, 비입적 여호인들인 이상설, 이동휘, 이종호, 정재관 등이 합법단체인 권업회에 참여함과 동시에, 비합법단체인 대한광복군정부를 조직하면서 러시아당국의 정책을 고려해야만 하는 입적 ���호인들에게는 이를 숨겼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향후의 구소련지역 한인문제 연구의 진전을 위하여 두 가지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고려인'이란 명칭에 관한 문제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고려인'이라는 명칭을 쓰게 된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고려인'이란 명칭은 구소련지역이나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서 앞으로도 이 명칭이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저자가 '고려인'의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앞에 소개한 여러 개설서의 제목들로부터 알 수 있는 바, 구소련지역의 한인들에 대한 명칭은 사용하는 주체와 대상 시기와 의도에 따라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주의적 입장에서 다각적인 측면의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1867~1869년에 남부우수리를 여행한 러시아 여행가 프르제발스키(N. M. Pruzheval'skii)를 인용했다. 당시 그가 만난 이주 한인농민들이 스스로를 '고려사람'을 뜻하는 '까울리(Kauli)'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연해주가 고구려 땅이었음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이로부터 한인들의 강력한 역사적 연고의식(historical franchise)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후 다양한 명칭에서 사용된 '고려'나 '고려사람' '고려인'에서도 이러한 의식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저자가 '고려인'을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의 명칭으로서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 강력한 논거이다.

일반적으로 한민족과 오랜 역사적 인연을 가져왔던 타민족사람들, 특히 아시아내륙지방의 사람들이 한인들을 '까울리(Kauli)'로 불렀다는 기록은 많다. 예를 들어 1910년대 후반 몽골인들은 울란바토르에 거주했던 세브란스 출신 의사 이태준을 '까울리 의사'라고 불렀다. '까울리(Kauli)'는 주지하는 바 '고(구)려'와 역사적 연원을 둔 명칭임은 명백하지만, 우리 동포들이 스스로를 부른 자칭이기도 했고 다른 민족이 우리 동포들을 불렀던 타칭이기도 했던 것이다.

원동러시아의 한인사회에 한정할 경우, 대체로 제정러시아시기에는 '한인'과 '조선'이 보다 많이 쓰였다. 대한제국으로 멸망한 탓에 '한인사회당,' '대한광복군정부' '대한국민의회' 등에서 볼 수 있는 바, '대한제국'을 염두에 둔 '한인'이 많이 쓰이게 된다. 러시아혁명 이후에는 러시아인들, 특히 러시아 혁명세력들과의 접촉이 빈번해졌고 점차 러시아어를 많이 쓰게 되면서 '고려'라는 용어가 자주 쓰였다. 1923년 3월 이후 1937년 강제이주까지 연해주 지역에서 간행된 한글신문 <선봉>을 보면, 러시아어인 '까레이츠'(Koreits)와 연계되어 '고려인' 또는 '고려사람'이 널리 쓰였다.

대략 1934년 8월 이후에는 '조선' '조선인'이 많이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제2세계대전이후 북조선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소련군과 함께 북조선에 나갔다 온 사람들, 그리고 사할린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주로 남한 출신)이 <레닌기치> 등 언론·문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1991년의 소련붕괴 시점까지 이어진다. 즉, 1950년대 이후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레닌기치> 신문의 기사에는 '고려사람'보다는 '조선사람'이, '고려극장' 보다는 '조선극장'이라는 말이 선택되었다.

한편 1985년 중앙아시아를 방문한 재미학자 신연자에 따르면, 당시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노년기 한인들은 자신들을 '고려사람'이라고 불렀고 우리말을 모르는 젊은 후세들은 스스로 러시아어로 '소비에트 카레이츠 (Sovietskie Koreitsy)'라고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소련의 고려사람들>, 4쪽)

저자가 '고려인' 앞에 '유라시아'를 덧붙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1991년 소련붕괴 이후 구소련지역 한인동포들은 스스로를 이전의 '소비에트 카레이츠 (Sovietskie Koreitsy)' 대신 '유라시아 카레이츠'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1993년에 간행된 박보리스의 저서 <제정러시아 시기 한인들> 서문에서 고려인 철학박사 유가이 게라심(G.A. Iugai)이 밝힌 바 있다. 즉, '유라시아'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앙아시아가 포함되고 이 지역의 한인들을 '유라시아 카레이츠'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비에트'라는 정치공동체 명칭 대신에 '유라시아'라고 하는 '지리적 개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를 논하고 싶다. 고려인의 정체성에 관한 저자의 인식은 혈통주의적, 동포주의적 입장에 서 있는 것같다. 아울러 저자는 '유라시아 고려인'들이 '역사적 조국'인 한국과의 만남으로 통하여 이들의 정체성이 회복될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돌아 보면 그동안 한반도와의 연계성을 추적하는 혈통주의적, 동포주의적 정체성론이 해외동포, 특히 고려인사회에의 학문적인 접근은 물론 정부와 민간차원의 동포 관련 사업에서 주류를 차지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학자 한발레리는 한국학자들이 강조하는 '통일된 한국적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는 "어떠한 민족적 정체성도 추상적인 것으로서 또는 초역사적인 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하면서 "구체적인 역사 속에서 역사적 존재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우즈베키스탄 한인의 정체성 연구>(권희영·Valery Han·반병률 지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펴냄) 70쪽) 한반도 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한반도 또는 남북 그 하나에 틀을 맞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유라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150년>의 출간을 계기로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반도의 '역사적 조국'이 역사적 경험과 가치를 달리하는 유라시아 고려인들의 정체성을 포용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주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한반도 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이 서로의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주의적 가치에 입각한 인류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mal@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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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도 깜짝 놀란 朴대통령의 '외국어 실력'

영어·불어로 토론 가능

중국어·스페인어로도 대화

외교사절에 세련된 표현도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영어와 프랑스어는 토론이 가능할 만큼 능숙하고, 중국어와 스페인어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외교사절 환담에 배석한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상당한 수준의 어학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영어는 외교관들도 쓰기 힘든 고급 표현을 간혹 구사해 통역관들도 깜짝 놀란다는 후문이다. 김형진 청와대 외교비서관은 “회담시 통역을 쓰는 게 관행이지만 통역 전에 상대방의 말을 다 알아듣는 눈치”라며 “공식 환담 전후 가벼운 대화는 대부분 영어로 하는데 세련된 표현을 자주 구사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14일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와이트먼 대사가 “예전에 한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지만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하자 영어로 “It’s the thought that counts(해보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라고 답변했다. 당시 통역으로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할 때 일반인은 흔히 하기 힘든 표현이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취임 후 지난달 26일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과의 정상환담에서는 존스턴 총독이 “대통령과 마치 오랜 친구인 것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the feeling is mutual(동감이다)”이라고 화답했다

김 비서관은 “흔히 ‘I have the same feeling’을 떠올리지 이런 표현은 잘 구사하기 힘들다”며 “꾸준히 영어를 쓰거나 공부하지 않으면 쉽게 나오지 않은 표현”이라고 했다. 취임 직전인 지난달 22일 한미연합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임스 서먼 연합사령관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때는 “ditto(동감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어도 격식을 갖춘 표현을 곧잘 쓴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과거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유학 시절 배운 실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어도 간단한 회화를 구사할 줄 안다. 지난달 26일 마리솔 에스피노사 페루 제1부통령과의 접견 마무리에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며 “Hablo un poco espanol(제가 스페인어를 조금 합니다)”라고 했다.

중국어 역시 “EBS 교재로 5년간 독학해 농담을 건넬 정도로 대화할 줄 안다”고 박 대통령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2008년 중국 후진타오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어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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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나


■ 재보선 출마 의도와 향후 행보는

안철수, 예상보다 빠르게 정계 복귀 선언… 제3세력 조직화 '시동'

박근혜정부 지지율 추락, 민주 계파 싸움 골몰… 安 복귀에 길 터 줘

국회 입성 성공하면 정치권 새판짜기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ㆍ24 보궐선거 직접 출마를 전격 결정한 것은 제3지대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선 도전에서 실패 요인으로 꼽혔던 무소속 후보의 조직력 부재, 애매모호한 태도와 늦은 결단 등의 약점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조속히 결단한 셈이다. 그의 국회 입성이 성공하면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안철수 바람'이 야권 발(發) 정계 개편을 촉발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당초 안 전 교수가 3월에 귀국하더라도 안철수재단과 포럼 활동 등을 통해 외곽에서 보폭을 넓히며 차분히 정치 재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4월 보궐 선거에서도 측근들의 출마를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역할을 제한하고, 본인은 일러야 10월 보궐선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의 4월 보궐선거 출마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예상을 깨고 안 전 교수가 4월 보선 출마 카드를 꺼낸 것은 제3세력의 조직화를 위해서는 속히 구심점으로 나설 필요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철수 세력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 전 교수가 지금부터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여야 모두 혁신과 정치력 부재의 난맥상을 보이는 것도 안 전 교수의 빠른 정치권 복귀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박근혜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모두 추락하고 있다"며 "특히 민주당이 대선 패배 뒤에도 혁신 없이 계파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으로 비쳐 안 전 교수의 복귀 길을 터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교수의 보궐선거 도전이 쉽사리 성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안기부 X 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은 상태에서 노 대표 측과의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일방적 출마 선언이 매우 유감"이라며 즉각 반발하는데다 야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영도 대신 야권에 유리한 노원병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고 안 전 교수 측에 양보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노원병 후보 출마 여부를 놓고 친안(親安) 세력과 반안(反安) 세력으로 갈등을 빚을 공산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교수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지 못한다면 승리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안 전 교수가 여러 위험 요인을 뚫고 원내에 진입한다면 정치권의 새판짜기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성 정치권이 대립과 갈등, 계파 정치를 반복하게 되면 정치개혁 기대감이 다시 안 전 교수에 쏠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주당 일부 세력이 이탈해 안 전 교수 측에 합류할 수 있는데다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진보정의당도 안 전 교수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교수가 원내에 진입해서 정치력을 보여주면 10월 보궐 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신당 창당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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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수석비서관 서열 바뀌나..좌 '정무' 우 '국정기획'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의 자리 배치가 달라졌다. 박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수석비서관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국정 방향과 정책 우선 순위 등이 의전 서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맞은편에 허태열 비서실장이 자리했고, 좌우에는 각각 이정현 정무수석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배석했다.

대통령의 맞은편과 오른쪽 및 왼쪽 자리는 서열 순대로 배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관급인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을 제외하고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중에서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이 대통령의 좌우에 자리했다는 것은 높아진 해당 수석들의 위상을 반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김중수 경제수석과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이 각각 대통령의 왼쪽과 오른쪽에 배석했다.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왼쪽에 자리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로 삼았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보고 순서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자리배치 뿐 아니라 보고 순서가 앞섰다는 건 박 대통령이 국정현안의 우선순위를 국정기획과 정무분야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석비서관 인선 발표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8일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가장 먼저 발표됐고 19일엔 이정현 정무수석이 맨 앞이었다. 새 정부 출범 초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정기획수석실의 역할에 무게를 뒀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정부조직개편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140개의 국정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여의도 정치’의 복원을 고려하면 정무수석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정현 수석은 기존 친박(親朴) 중 유일한 수석이자 박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새 정부에서 강화되는 사회안전 업무도 정무수석실이 관장한다.

수석비서관 회의 시간이 늦춰진 것도 이전 정부와 달라진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이 오전 8시에 첫 회의를 개회한 반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주재했다. ‘얼리 버드’(Early Bird)를 표방하며 부지런함을 강조한 이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의 보고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해 회의 시간을 늦춘 것으로 전해진다.

박원익 (wipark@edaily.co.kr

박근혜 요직 인사 배경엔 7인회?

정홍원·남재준·황교안 등 추천설

2일 현경대 전 의원의 아들 결혼식에서 현 전 의원(오른쪽)이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와 악수하고 있다. 이들과 김용갑 전 의원(왼쪽)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자문그룹 '7인회' 멤버다. [최정동 기자]지난 2일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은 강창희(67) 국회의장과 육사 25기 동기다. 남 후보자는 2007년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국방·외교·안보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대선 때는 국방·안보특보를 맡았다. 하지만 남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던 첫 순간에는 중간에 다리를 놓아준 강 의장이 있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두 사람은 육사 생도 시절부터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김기춘(74) 전 법무부 장관의 경남중 후배이자 검찰에서 근무할 때 상관으로 보좌한 사이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선 정 총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사가 김 전 장관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기춘 전 장관-강창희 국회의장의 공통점이 있다.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7인회가 주목받고 있다. 7인회 멤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들 상당수가 입각하면서다.

 7인회는 두 사람과 함께 김용환(81) 새누리당 상임고문, 안병훈(75) 기파랑 대표, 최병렬(75)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77) 전 의원, 현경대(74) 전 의원 등 7명을 가리킨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남을 가지며 자문에 응해왔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선 공개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과 7인회가 오랫동안 교분을 쌓아오는 과정에서 이들이 잘 아는 인사들 얘기가 나왔을 수 있고 '인재'에 관심이 많은 박 대통령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인회 멤버 가운데 김 전 장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검찰 출신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김 전 장관이 밀어줬다는 평가가 법조계 내부에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공안통이다. 이외에도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위원을 지낸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김 전 장관의 사위다.

 서울고(9회) 출신으로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를 했던 안병훈 대표는 유진룡(27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서울고 선후배로 가까운 사이다.

 7인회의 좌장 격인 김용환 고문은 지난해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근혜 캠프의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데 역할을 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락교회에선 현경대 전 의원 장남의 결혼식이 열렸다. 김용환 고문 등 7인회 멤버 대부분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여권의 수뇌부가 모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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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조국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 접어" 전격 사퇴(종합)


김종훈 "조국위해 헌신하려던 마음 접어" 전격 사퇴 (서울=연합뉴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13.3.4 << 노컷뉴스 제공 >> photo@yna.co.kr

장관 내정자 중 첫 낙마…朴대통령 타격 불가피

김용준 포함땐 두번째 낙마…여야 정부조직법 협상에 미칠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4일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내정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내정자는 기자회견 후 사퇴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변한 뒤 곧바로 국회를 떠났다.

김 내정자의 사퇴는 새 정부 각료 후보자 및 지명자 가운데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두번째다. 장관 내정자 가운데는 첫 낙마 사례로 남게 됐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정부의 '핵심 중 핵심' 부처여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시작부터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그의 사퇴는 교착상태에 빠진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어제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어려서 미국에 이민 가 열심히 연구하고 도전했다.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또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면서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일군 모든 것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 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가 그 길을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에 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과학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미래를 열 수 있다. 그 비전에 공감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박 대통령의 선택에 감명받아 동참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관련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조국을 위해 바치려던 꿈을 지키기 어렵고, 조국을 위해 바치려 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와 국민이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sims@yna.co.kr

靑 "김종훈 사퇴 유감··· 다양한 인재 역량발휘 환경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청와대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대국민담화 시작 20분 전인 4일 오전 9시 40분께 긴급 브리핑을 갖고 "김종훈 씨가 사퇴하기로 한 데 대단히 유감"이라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와 세계에서 활동하는 인재를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인재를 육성하는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면 결국 국가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미래창조'를 위한 핵심으로, 직접 설득해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사람"이라며 "그런 분이 국내 정치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시게 된 데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부디 모든 인재를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길 부탁한다"며 "다시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러 온 분들이 돌아가지 않도록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3일) 김종훈 내정자로부터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전문]'사퇴' 김종훈 "국정 혼란, 참담한 심정"

<아이뉴스24>

[윤미숙기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 의사를 전격 밝혔다.



다음은 김종훈 내정자가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전문이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 지나고 어제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 무산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미국 이민 가서 열심히 연구하고 도전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고 미국에서 인정 받는 한국인으로 자리 잡을때까지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왔습니다. 그 길 선택한 것은 한국의 미래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에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은 과학과 ICT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서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비전에 공감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설득에 감명 받아 동참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는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 보면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조국을 위해 바치려고 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에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 지켜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그러나 저는 마지막으로 한국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이 꿈꾸는 창조경제가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와 국민 여러분이 힘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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