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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3-4)

구봉88 2013. 4. 5. 12:28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3-102호,   2013. 3. 10.)

 

 

 

 

 

1.한반도 안보정세 분수령…정부, 긴장속 주시

2.北리스크 학습효과 이번엔 다를수도

3.中 "엔저 멈춰라"…상무장관, 말조심 관례 깨고 공개 비난

4.靑, 장관들에 '100일 계획' 전달···신속추진 독려

5.[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경제 최대 불명예 '트리플 디커플링'

6.스타트업의 눈물 / ① 생명줄 VC들의 횡포

7.공개입찰 늘리고 내부거래 자율규제

8.흔들리는 외식 전문기업 (上) 中企적합업종 후폭풍

9.공정위 칼끝 이번엔 편의점, 본사 배불리는 약관 손본다

 

10. 기업경영

-현대차 이젠 美서 제값 받나

-세계적 IT기업 신사옥 디자인의 비밀은

-미스터피자 "5년내 中매장 1천개"

-급성장 하는 中내수시장 '한류바람 분다'

-[재미있는 산업이야기] <4> 한국 조선의 미래 Clean·Green·Smart 선박

-팻 올니 볼보건설기계 회장 "중국 건설경기 살아나고 있어…볼보 창원공장 더 바빠질 것"

-LNG 대규모 프로젝트 잇달아… 국내 조선사 뱃고동 울린다

-전경련 '기업경영 Way 2013' 책 출간

-삼성 스마트폰, 중국시장서 첫 1위

-[혁신으로 거듭나는 한국수력원자력] (上) 후쿠시마 원전 사고 2년, 어떻게 변했나

-아시아부자들 금융위기후 급증…부동산·소비재·유통산업 `눈독`

-[서남대 퇴출 미스터리] 목포대 의대 신설 유일한 방법븙‘서남대 기획감사’ 정황

 

11.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수출 부가가치 중국보다 낮다

-한반도, 항상 위기... 대화 외 다른 방법 없다

- "한국 '진짜' 실업률 5.8%…일자리 나누기 고려 필요"

-도요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치 1위···현대차는?

-싸이 유튜브 14억 뷰 돌파했다

-세계가 깜짝… 유지태 영화감독 일 냈다

-삼성-애플 특허전 승자는/최갑천기자

-10대1 경쟁 뚫은 유망 창업기업가 모였다

-[프레시안 books] <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

-[프레시안 books] 월터 미뇰로의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월요인터뷰] "입각 못했어도 섭섭하지 않아…朴 대통령 이제 쓴소리도 들어야"

 

 

 

                  박 두규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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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송대학교 서캠퍼스   교양관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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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정세 분수령…정부, 긴장속 주시


모습 드러낸 북한 해안포 동굴진지와 황해도 해안마을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북한의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선언으로 한반도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해안마을에 해안포 동굴 진지와 '위대한수령 김일성 동지 혁명사상만세!' 입간판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3.3.10 tomatoyoon@yna.co.kr

외교안보부처 사실상 비상체제 돌입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정아란 기자 = 긴장감이 크게 높아진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은 이번 주초다.

특히 한미 '키 리졸브'(KR) 연습이 시작되고 북한이 주장한 '정전협정 백지화'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날인 11일부터 며칠간이 주목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10일 "금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11일을 포함해 이번 주에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군사훈련과 유엔 대북제재를 겨냥, 전면전까지 거론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여왔지만 실제 대응 조치들은 11일 이후를 겨냥해 왔다.

제4차 핵실험을 비롯해 미사일 발사, 국지 도발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뤄진다면 11일 이후가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의주시하면서 정부는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화된 전방지역 경계 (고성=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3월 두 번째 토요일인 9일 강원도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에서 장병들이 통일전망대 출입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군의 전방지역 경계도 한층 강화됐다. 2013.3.10 momo@yna.co.kr

통일, 국방, 외교 등 외교안보부처의 주요 직원들은 일요일인 10일에도 출근, 북한 동향을 점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이날 오후 김천식 차관 주재로 회의를 갖고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도발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진다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남북관계의 상당한 냉각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후 전격적인 국면 전환이 이뤄졌던 과거의 전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로운 형태로 한반도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에 의한 실질적인 추가도발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이른 시일 내에 국면 전환을 이룰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취약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같은 카드를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국들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를 이행하면서도 양자 대화를 타진하는 '투트랙' 전법 활용에 나설 수 있다.

jsa@yna.co.kr

<그래픽> 2013년 북 대남도발 일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북한이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하며 잇달아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키 리졸브' 연습 내일시작…北 "최후명령만 기다려"(종합)

남북 군사적긴장 최고조…한미 연합군 1만3천500여명 참가

北, 원산서 대규모 훈련 준비…軍 "北, 치고 빠지기식 기습도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미 양국 군이 11일부터 '키 리졸브'(KR) 연습에 돌입할 예정에 따라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는 11일부터 정전협정의 효력 백지화를 예고해 둔 북한은 훈련 시작을 하루 앞두고 위협 공세를 이어갔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는 10일 "계획된 일정대로 11일부터 21일까지 키 리졸브 연합훈련이 진행된다"면서 "한국군 1만여명과 미군 3천500여명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전략폭격기 등도 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 군 당국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키 리졸브 연습은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미연합사가 아닌 합참이 주도적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에 키 리졸브 연습 일정을 통보하면서 이번 연습이 현 한반도 정세와 무관한 연례적인 한미연합연습이라고 밝혔다.

합참과 연합사는 주한유엔군사령부의 회원국인 덴마크, 영국, 호주, 콜롬비아, 캐나다 등 5개국의 일부 병력도 참가토록 했다. 중립국 감독위원회에서 파견된 스위스와 스웨덴 감독관도 훈련을 참관할 계획이다.

북한은 이 훈련을 비난하며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대표부 활동 중단, 남북간 불가침에 관한 합의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등을 위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침략자들에게 무자비한 복수의 철퇴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최후의 전면대결전에 진입한 우리 전선군집단을 비롯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부대들과 전략로케트 군부대들,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들은 최후돌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핵타격 수단들도 만단의 전투동원태세에 있다"고 위협했다.

대내용인 조선중앙방송은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미국 등 적대세력의 '침략전쟁책동'을 짓뭉갤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며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접하고 군대에 입대할 것을 제일 먼저 탄원했다"는 한 여학생의 발언을 소개했다.

북한은 지난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전쟁연습(KR 연습)이 본격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3월 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며 "우리는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음이 없이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대해 제한 없이 마음먹은 대로 정밀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해 둔 상태다.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에 대응해 이번 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육해공군, 특수전부대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가급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동·서해에 선박과 항공기 항행금지구역을 설정, KN-02 단거리미사일 등을 발사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군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우리 군은 이번 훈련기간 북한군의 군사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대비태세를 한 단계 격상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대규모 국가급 훈련을 하면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도발하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도발해온 수준의 10배 이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기습적인 방식으로 도발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이 들지만 즉각 대응할 수 없도록 치고 빠지는 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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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스크 학습효과 이번엔 다를수도

글로벌 증시의 랠리 행진에 뒤늦게 동참한 코스피가 '북한 리스크'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동안에는 '북한 이슈'에 대한 학습효과로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게 정설처럼 통했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는 걱정스런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해 4분기부터 엔화 가치가 급속하게 하락한 탓에 기업 실적이 악화됐고, 지난 1월에만 외국인 자금 1조9000억원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고전했던 코스피가 상승 탄력을 받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매일경제가 대신증권에 의뢰해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부터 지난달 3차 핵실험까지 과거 9차례 북한 관련 이벤트와 증시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북한 리스크로 코스피가 하루에 1% 이상 하락한 것은 1차 핵실험 발표(2006년 10월 9일ㆍ-2.4%)와 천안함 침몰 원인(북한 어뢰 공격) 발표(2011년 5월 20일ㆍ-1.8%),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2011년 12월 19일ㆍ-3.4%) 등 세 차례로 나타났다.

코스피는 북한 리스크 사건이 터진 이후 아무리 늦어도 10일쯤 지나면 정상궤도로 되돌아왔다. 김정일 사망 직후 급락했던 코스피는 10일 후에는 5.5% 올랐을 만큼 빠르게 북한 리스크를 극복했다. 이런 학습효과 탓에 북한 리스크 발생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는 공식마저 생겼다.

하지만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 리스크가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첫째는 정권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 시대의 북한 도발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미지수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가 들어선 초기다. 정권이 모두 바뀐 초기 국면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이슈들은 긴장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강도는 세지는 추세"라며 "11일부터 시작될 '키리졸브(한미연합사령부가 한반도 전쟁을 가정하고 주한미군 외 추가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 배치하는 연례 훈련)'에 대응해 북한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지수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ㆍ미 군사훈련이 다음달까지 이어지고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 15일ㆍ김일성 생일)'도 다가오는 만큼 북한의 도발 혹은 긴장 국면 조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 새 정부의 대응은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방어적인 대응을 했지만 향후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대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 리스크가 국지전 등으로 이어질 경우 증시가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리스크는 며칠만에 사라지곤 했지만 이번 발언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고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며 "당장은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증시와 탈동조화(디커플링)되는 요소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긴장의 장기화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북한 리스크는 학습효과가 쌓인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최근 북한의 발언 세기로 볼 때 결코 가볍게 지나칠 것이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의 긴장국면이 장기화한다면 일본의 군대 보유와 미국ㆍ중국의 한반도 외교 개입 움직임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물론 증시에는 모두 악재다. 긴장의 장기화는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다. 외국인이 외면하는 증시는 모멘텀을 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북한 리스크로 당장 코스피가 급락하지는 않더라도 상승 모멘텀은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12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나 지난달 핵실험에도 코스피는 별로 움직임이 없었지만 최근 북한 움직임이 동북아 정세를 긴장 국면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북한 리스크가 부각된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546억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외국인이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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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엔저 멈춰라"…상무장관, 말조심 관례 깨고 공개 비난

천더밍 중국 상무장관이 일본의 엔저(低) 유도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중국 정부인사가 엔저에 대해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 장관은 지난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유럽연합(EU) 유로화 등 세계 주요 통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또 “세계 각국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96.55엔까지 떨어졌으며, 96.02엔에 마감됐다. 천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다른 나라의 환율 정책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해 왔던 중국의 과거 행보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국은 제한적인 변동환율제를 채택,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G20 회의에서도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 유도 정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본격화된 엔저와 이에 대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동조가 이어지면서, 중국은 일본에 대해 단계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우선 1월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사설에서 “돈을 (무제한) 찍어내겠다는 일본의 결정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일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가오시칭 사장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은 주변국을 쓰레기통 취급하고 있다”며 공격적 발언을 퍼부었다.

중국이 환율에 대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이유는 자국의 경기회복세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크게 오른 반면 생산과 소비는 뚜렷이 둔화했다.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 올랐다. 이는 시장 예측치 3.0%를 웃도는 것으로 지난해 4월 3.4%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2월 소매판매는 1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치로는 2004년 10.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다. 1~2월 산업생산도 9.9%로 지난해 12월의 10.3%에 비해 둔화됐으며 시장 예상치인 10.6%를 크게 밑돌았다.

이미아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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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장관들에 '100일 계획' 전달···신속추진 독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노후·출산 해소, 공동·공유 자본주의 등 목표"]

청와대가 11일 임명될 새 정부 장관들에게 '100일 계획'을 전달하고 정부 출범 초기 신속한 국정과제 추진을 독려키로 했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현안 토론회에서 "새로 임명될 각 부처 장관들에게 부처별 100일 계획을 전달, 각 부처가 대통령 업무보고 때 세부추진 계획을 보고하고 핵심 정책을 적극 홍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변인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30분까지 4시간30분 동안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1관 3층 대회의실에서 허태열 비서실장과 9명의 수석비서관, 관계 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 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국정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유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은 대통령 취임사에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가 국정비전"이라고 밝혔다.

유 수석은 이어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부흥 △노후 출산 불안 해소 △기초적 삶의 유지를 통한 국민의 역량 발휘 △창의 잠재력과 꿈의 실현 △능력 위주의 교육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삶의 구현을 통한 국민행복 △문화유산, 정신문화, 문화복지,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 △세계와 하나되는 문화융성 등을 제시했다.

유 수석은 또 △국민의 생명과 한국의 안전 △한반도 행복시대 △지구촌 행복시대 △국가와 국민이 함께 하는 동반의 길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선순환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통한 신뢰받는 정부 구축 △공동과 공유의 삶을 통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삶을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유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와 관련,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 등과 관련한 핵심 추진과제 등을 11일 새로 임명될 각 부 장관 등에 제공해 장관 임명되는대로 국정수행에 차질없이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종록 연세대 교수와 현대원 서강대 교수의 창조경제론 관련 강연과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의 고용률 70% 달성 정책 관련 강연이 있었다.

윤 교수는 '가치창출과 일자리를 만드는 과학기술'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견인차로 △융자 중심에서 투자 중심의 창업 구현 등 생이 주기를 감안한 창업 2.0 △융합기술로 틈새시장 발굴 세계화 △대중소기업 간 인력 생태계 조성 △정부 부분의 기술산업화 지원책 강화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 지원책의 강화 △연구개발과 상상개발의 병행운영을 통한 전 국민의 상상력 지식재산화 등을 제시했다.

또 현 교수는 '창조경제 구현 전략' 제하의 주제발표에서 창조경제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 △신규 서비스의 시장 진입 관련 정책 관련 △국내 ICT 사업자 역차별 해소 △벤처기업인 패자부활 위한 세컨드챈스 제도 마련 △창업 지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창작인재 관리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했다.

고 본부장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과제' 제하의 강연에서 노동수요 측면에서 △업종별 특성에 따라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한 서비스 생산성 향상 △경쟁력있는 기업 중심의 규모화 환경 조성 △영세성 극복 통한 중기 생산성 증진 △규제개혁 △세율인하 △임금유연성 제고 △노사문화 선진화 △생활문화 개선 등을 제안했다. 또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교육시스템 구축 △고령 및 여성층 취업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오늘 토론회에서는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일자리 행태와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고용대책이 해외로까지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고용률 제고 문제는 창조경제 및 맞춤형 고용복지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추후 관련 부처와 협의해 세부 과제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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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경제 최대 불명예 '트리플 디커플링'

부동산·증시·경기 '외톨이 현상'

엔달러 100엔 가시권 대책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최근 세계 경제에서 ‘트리플(triple)’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불명예스러운 용어로 곤욕을 치르는 두 국가가 있다. 한 곳은 경기 면에서 ‘트리플 딥(triple dip)’에 빠져들고 있는 영국이고, 또 다른 곳은 증시와 부동산, 경기 면에서 ‘트리플 디커플링(triple decoupling)’ 현상이 뚜렷한 한국이다.

영국 경제는 전형적인 ‘트리플 딥’ 징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국면에서 헤매다가 2010년에 잠시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2011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재차 마이너스 성장국면에 빠졌다가 런던 올림픽이 열렸던 작년 3분기에 한때 플러스 성장을 보인 뒤, 곧바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세(-0.3%)로 돌아섰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등은 분기 지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경기침체로 판단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급해진 영국 중앙은행은 마크 커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차기 총재로 내정한 데 이어 일본식 재산매입 정책을 통해 파운드화 약세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 경제는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도가 가장 심한 게 부동산 시장이다. 미국의 집값 회복세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 선진국의 집값도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은 거품을 우려할 정도이고, 중국은 마침내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집값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선진국과 신흥국 주가는 각각 평균 6% 정도 올랐다. 특히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자동차, 전자 등 대표업종의 주가가 내려가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주가 수준은 훨씬 낮다.

경기는 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 로스토우의 경제발전단계 이론상 1인당 소득 2만2000달러대의 적정 성장률인 4~5%대에 비해 턱없이 낮아 ‘조로화’와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일본의 아베식 대책과 미국 증시 호조, 북한 문제 등이 일시에 겹치면서 이제는 엔·달러환율 100엔이 가시권에 들어온 엔저 피해가 이런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되는 것은 종전의 디커플링 현상은 선진권과 신흥권 간에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외톨이 현상이다. 유럽 위기 등이 글로벌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한국의 내부 요인으로 비롯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당국자와 정치권이 ‘대외요인 탓’이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 회피성인 잘못된 판단이다.

한국 내부 요인 가운데 북한 문제는 아직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돼 왔지만, 해외 시각에나 외국인 움직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한국 국민들도 많이 성숙해져 북한 사태에 따라 흔들리는 ‘인포 데믹(information+epidemic의 합성어)’ 현상은 이번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의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소극적인 정책 요인과 이를 제때 결정하고 집행하지 못하도록 발목 잡고 있는 정치권에서 비롯된다. 5년 전 미국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당해 깊은 나락으로 추락만 하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서너 단계씩 인하하는 ‘빅 스텝(big step) 금리 인하’와 ‘헬리콥터 벤’ 식 돈 푸는 정책을 추진했다.

뒤늦긴 했지만 유럽과 일본도 미국의 통화정책을 따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취임 이후 긴축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럽 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도 아베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발권력을 동원한 엔저(低) 정책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모처럼 경제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책당국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특히 통화당국이 그렇다. 위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비롯해 돈을 푸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책 환경이 변화된 것을 감안하지 않고 물가안정만을 고집해 금리변경 시기를 번번히 놓쳤고 돈을 푸는데 인식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최소한 경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제를 안정시킨 이후, 그때 가서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해도 된다.

재정 정책도 건전화에만 너무 신경을 썼다. 소득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3% 안팎으로 재정 지출에 여유가 있었던 한국으로서는 위기에 따라 충격이 예상된다면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했어야 했다. 설령 재정 적자가 커진다고 하더라도 미래 세대의 재원을 당겨 써 세대 간 균형을 유지하면 별다른 무리가 없다. 그것이 재정 정책의 장점이자 운용의 묘다.

정치권은 더 우려된다. ‘트리플 디커플링’이 나타날 정도로 외톨이 현상이 발생하면 정책과 이를 집행할 책임자를 빨리 결정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지금처럼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치권이 난맥상을 보이고, 가장 중요한 때 새 정부의 손발을 묶어놓으면 우려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로화’와 ‘중진국 함정’이 현실로 닥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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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 보장돼야 창업 활성화

◆ 스타트업의 눈물 / ① 생명줄 VC들의 횡포 ◆

창업을 해서 살아남을 스타트업 생존율은 높지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성공 확률은 더 떨어진다. 통상 0.2% 정도에 불과하다. 1000개 중 2개 정도가 '성공 신화'를 쓸 가능성이 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통상 스타트업은 창업 후 3~7년 동안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지나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상용화가 개시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창업 후 5년까지 기업활동이 활발하다면 '생존'한 것으로 본다. 그 이전까지는 연구개발(R&D)이나 외부 투자금 등으로 연명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5년 후에도 버텨내려면 매출이 발생하고 자금이 돌아야 한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이런 현황을 감안해 2001~2010년 국내 전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9%에 불과하다. 7년 후에도 생존하는 창업기업 비율은 30%로 뚝 떨어진다. 이런 구조를 보면 "과연 스타트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체 창업기업 생존율에는 숙박ㆍ음식점 등 생계형 서비스업 창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IT, 모바일 분야 등을 아우르는 첨단기업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중기청에 따르면 첨단기술 분야 스타트업 5년 생존율은 5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생계형 창업 생존율(33%)보다 훨씬 높다. 생존율이 높은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은 불안하고 실패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해답을 실리콘밸리에서 찾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부족한 게 있다. 바로 스타트업의 패자부활 여부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의 평균 창업 횟수는 2.8회에 달한다. 실패해도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에서 도전 기회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재도전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안정지향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패한 청년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최선의 복지"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대선 유세 때 "성실한 실패는 성공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며 패자부활에 적극 나설 뜻임을 밝혔다.

[최용성 기자]

 

정부, 생색내기 지원에 급급

◆ 스타트업의 눈물 / ① 생명줄 VC들의 횡포 ◆

새로 출범한 정부의 '아이콘'이 창조경제이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다. 창조경제의 뿌리는 바로 스타트업 육성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책은 생색내기용이 많아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일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사업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입한다. 1조6000억원 규모 예산이 책정됐다. 지난해보다 4%가량 늘었다. 정부 출자 모태펀드와 각종 벤처캐피털의 창업벤처 투자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기금, 신보ㆍ기보의 보증서 지원,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 지원사업까지 더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스타트업에 쏟아붓는 돈은 거의 17조~18조원에 육박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창업지원사업도 예산이 직접 투입되는 것만 90여 개에 달한다. 정부 산하 기금 등을 활용한 사업까지 포함시키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눈 먼 돈'이란 인식이 생기면서 창업지원금만 노리는 '지원금 헌터'가 등장할 정도"라며 "컨설팅 명목으로 스타트업 대표와 그럴싸하게 사업계획서를 같이 꾸며 정부지원금을 타서 나눠갖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이처럼 다양한 사업과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정부 스타트업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등장할지 여부다. 현재 정부 창업지원사업의 90% 이상은 중소기업청이 담당하고 있지만 주도권은 새로 출범할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미래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호랑이'에서 '고양이'로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정부와 각급 기관들이 투입하는 예산인 만큼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면서 "중복지원, 전시 행정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지원대상인 스타트업들 표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사업은 조건이 좋아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한다"면서도 "지원 후 말도 안 되는 일을 갖고 사사건건 간섭할 때면 차라리 안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창업지원 담당 기관의 자질 논란도 여전하다. IT 분야 스타트업의 모 대표는 "창업자금 지원 심사 담당자가 전문가가 아니라 설명하는 내내 답답했다"면서 "정부 지원도 전문성을 갖고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 위주 지원행태도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정부 지원의 가장 나쁜 예가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다 잡음을 없애려고 나눠주기식 예산 집행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정부 지원사업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용성 기자 / 원요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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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찰 늘리고 내부거래 자율규제

◆ 경제민주화 발맞추는 재계 ◆

재계가 '일감 몰아주기'를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해소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이슈가 계속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받는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주요 그룹들이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한층 줄이는 방향으로 여러 해결 방안을 강구 중이다. 재계의 대체적인 방향은 △경쟁입찰을 통한 사업기회 개방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내부거래 비중 낮추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은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담당하던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IMK) 지분 58.7%를 2011년 인터파크에 매각했고 커피ㆍ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비교적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삼성SDS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들의 자율 선언을 계기로 내부거래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은 보안이 중요하거나 긴급한 사업이 아니라면 경쟁입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 46%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44.5%에 달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억지로 내부 의존도를 낮추기보다 해외 매출을 늘려 계열사 의존도를 떨어뜨리는 게 자연스럽고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급식 사업 등을 담당하는 FC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내부거래현황(2012년 8월 현재)'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30% 이상인 계열사는 현대차그룹이 4개로 가장 많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광고회사 이노션은 내부거래비중이 47.7%로 절반에 육박했다. 지분율이 각각 43.4%와 35.1%인 글로비스와 현대엠코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45.2%와 56.5%로 나타났다.

그룹의 시스템통합(SI) 일감을 떠맡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83.5%에 달했다. 현대차 총수일가는 이 회사 지분 30.1%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공정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한 '내부거래위원회'를 내부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당초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모비스에 설치됐던 내부거래위원회를 지난해 4월 현대차, 10월 현대건설에도 설치하면서 그룹의 내부거래 줄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노션의 경우 산업 특성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것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물량은 최대한 공개입찰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그 비중을 늘려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SK그룹도 계열사 간 거래 축소 움직임을 강화하고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로 눈총을 받는 SI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를 지난해 대비 10% 이상 줄이기 위해 글로벌 매출 확대, 공개입찰 확대 방침을 정한 것은 다른 그룹들과 흡사하다.

그룹 내 광고대행 관계사인 SK플래닛에 광고를 맡겨왔던 SK이노베이션이 올해부터 경쟁입찰로 방식을 바꾸기로 했고, SK텔레콤도 SK C&C 발주 물량을 줄일 방침이다.

재계 고위 임원은 "인위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확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해외 매출을 늘리고 공개입찰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세금 부과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는 대기업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혁 기자 / 강계만 기자 / 임성현 기자]

  

롯데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이색적 그룹 미션 선정

◆ 경제민주화 발맞추는 재계 ◆

롯데그룹이 경영활동의 기본이 되는 '그룹 미션'을 새롭게 정해 발표했다.

롯데는 10일 그룹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 미션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부회장은 이달 초 그룹 모든 사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 그룹 미션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새롭게 정해진 미션은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다.

롯데가 그룹의 경영철학을 내놓은 것은 2009년 신동빈 회장이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선포한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비전을 추진하는 핵심 경영 방침으로 '핵심 역량 강화' '현장경영' '인재 양성' '브랜드 경영' 등 4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미션 제정은 일차적으로는 그룹 비전을 뒷받침하는 후속 작업이자 기업 윤리 차원의 토대를 제공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공교롭게 새 정부가 '공공의 보편적 이익 추구'를 강조한 만큼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이 부회장은 "그룹 미션 정립을 통해 그룹 사업의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그룹의 체질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우리 그룹처럼 사업 영역이 다양할수록 미션 수립을 통한 방향성 제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성원에게 공통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결속력을 다지고 업무에 대한 동기를 창출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룹 미션의 의무를 충분히 숙지하고 내재화해 모든 업무의 실행 기준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동우 기자]

SK “내부거래 10% 이상 줄일 것”… 경제민주화 동참 차원서 관행 줄이기로

SK그룹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계열사 간 거래량 줄이기에 나섰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후 강화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핵심내용 중 하나인 내부거래 관행 근절에 대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0일 SK그룹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와의 올해 거래 규모를 각각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SK C&C와 2150억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는 10% 줄어든 1950억원을 거래 금액으로 정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SK C&C와의 거래 물량을 지난해 455억원에서 올해 390억원 규모로 14.2% 삭감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그룹 광고대행 관계사인 SK플래닛에 맡겨왔던 자사 광고를 올해부터 외부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제작하기로 했다.

특히 SK C&C처럼 그룹 전산망을 총괄하는 SI의 경우 그동안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업종으로 꼽혀왔다. 2010년 매출액 비중에서도 현대오토에버(90.9%), 롯데정보통신(80.0%), 포스코ICT(73.0%) 등 그룹 내 SI 계열사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SI가 그룹의 영업기밀과 재무정보 등 핵심기밀을 관리하는 만큼 경쟁사나 외부 업체에 맡기기 힘들다고 항변해 왔지만, SK 측은 핵심적인 부분 외에는 가급적 아웃소싱 등을 통해 SI 물량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 C&C는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외부 매출을 늘려 내부거래 축소에 따른 타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SK C&C는 2000년 전체 매출 대비 10%에 불과했던 외부 매출 비중을 지난해 35%까지 끌어올렸고, 글로벌 매출 비중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향후 이러한 방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SK C&C와 관련해 공정위가 부과한 계열사 부당지원 과징금은 문제가 있는 만큼 예정대로 항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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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vs 10만㎡…대기업·자영업자 '시각차'



흔들리는 외식 전문기업 (上) 中企적합업종 후폭풍

< 3천㎡ vs 10만㎡ : 대기업이 출점할 수 있는 복합몰 기준 >


“연면적 3000㎡ 이상인 대형 건물에는 출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기업 측)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에만 출점을 허용해야 한다.”(자영업자 측)

음식점업동반성장협의회는 지난 8일 열린 4차 회의에서 외식 대기업의 신규 출점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복합다중시설(복합몰)’의 기준과 신규 브랜드 출시 허용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외식업의 세부 규제안을 놓고 대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밥집 싸움’ 핵심 쟁점은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5일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7개 음식점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규제의 세부기준은 이 협의회에서 이달 말까지 정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외식 대기업이 기존 브랜드 외에 새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다. 대기업 측은 “외식사업은 신규 브랜드를 연구·개발(R&D)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자영업자 측은 “신규 브랜드는 신설법인이나 마찬가지”라며 금지를 요구했다.

두 번째는 역세권과 복합몰의 기준이다. 높은 임대료 탓에 소상공인이 사실상 들어가기 어려운 핵심 상권에는 대기업이 입점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자는 취지에서다. 대기업 측은 ‘역세권 500m, 복합몰 3000㎡’ 안을, 자영업자 측은 ‘역세권 25m, 복합몰 10만㎡’ 안을 각각 내놨다.

한 대형 외식업체 관계자는 “역세권은 국토해양부가 펴낸 국토해양용어사전을, 복합몰은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을 뜻하는 대규모 점포의 개념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영업자 측 핵심 관계자는 “대기업 안대로라면 서울시 전역의 60%가 역세권이고 웬만한 3~4층 건물은 다 복합몰”이라며 “연면적 10만㎡를 넘는 쇼핑몰은 전국에 35곳이며 대기업들은 여기에만 수백개 매장을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세 번째 쟁점은 외식 전문기업을 중기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시킬지 여부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묶인 대기업 계열이 아니면서 외식사업 비중이 매출의 80%를 넘으면 전문기업으로 인정, 사업 확장을 용인해주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렇게 되면 논란이 많았던 ‘새마을식당’ 등이 혜택을 받지만 외국계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놀부’ 등도 함께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밀리면 3년간 힘들어”

협의회는 오는 14일 5차 회의를 여는 등 이달 말까지 매주 한 차례 만나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동반위 간사와 공익위원들이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자율 합의를 이루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반위가 7개 음식업종에 대해 3년간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확장 자제를 결정한 것은 자영업자들의 요청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대형 외식기업들은 이번 세부 협의에서도 밀리면 3년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아예 끊긴다는 점을 들어 강한 ‘위기의식’을 호소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음식점은 빵집과 달리 대기업 매장 수의 비중이 1%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골목식당에서 시작해 한우물을 파 성장한 중견기업과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규정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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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칼끝 이번엔 편의점, 본사 배불리는 약관 손본다

점포 4곳중 1곳 ‘부실’ 본사는 로열티 수익 등 年 매출 40%씩 성장
과도한 폐점비 부담 등 공정위 실태조사 착수


#1. "인근에 계속해서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서 매출이 줄어들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요. 가맹본부는 각 점포 매출이 줄어도 점포 수가 늘어나면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지만 점주들은 똑같이 일해도 개점할 때보다 적은 돈을 가져갈 수밖에 없어요." (서울 영등포동 편의점 점주 A씨)

#2. "문을 닫고 싶어도 위약금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도 못해요. 폐점 수수료가 적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장사가 안 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5년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운영해야죠." (서울 여의도동 편의점 점주 B씨)


지난달 서울 여의도동 IFC 앞 인도요리 전문점이 문을 닫은 자리에 편의점 미니스톱이 들어섰다. 인근 100여m 떨어진 곳에는 기존 편의점인 GS25가 영업 중에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새롭게 문을 연 미니스톱 매장은 인근 오피스 고객을 끌기 위해 다른 점포와 달리 매장 내 테이블 수를 늘렸다. 주말에도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인근 편의점 직원은 "가까이에 다른 편의점이 생기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매장 수가 급증하면서 가맹점의 평균 매출은 지난 2008년 5억3332만원, 2009년 5억3278만원, 2010년 5억661만원, 2011년 4억8276만원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객의 회당 구매액은 매년 증가했으나 가맹점 평균 매출이 감소한 것은 가맹점 수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편의점 수는 지난 2006년 9928개에서 2011년 2만1221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부진 가맹점 비율도 2004년 13.1%에서 지난해 25.8%로 늘었다. 반면 가맹본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10~40%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데 비해 편의점 본사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모범거래기준 발표 이후 최근 편의점 업계 전반의 불공정거래 행태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발표한 모범거래기준에는 계약 중도해지 시 위약금은 계약금액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가맹점이 계약을 중도해지할 경우 가맹본부는 매월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로열티인 '기대수익상실분'과 가맹본부가 무상 대여하는 매장 인테리어 시설의 잔존가액과 철거비용인 '시설투자 위약금'을 부과했다.

기대수익상실분은 계약 금액의 최대 17~20%를 차지한다. 손해배상 예정이 계약금액의 10% 내외인 관행에 비춰 과도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매출부진 가맹점이 가맹계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 사정에 어두운 새로운 가맹점주와의 계약에 편의점 본사가 유리한 계약 조항을 집어넣은 행태를 집중 점검한다. 또 매출이 부진할 때의 가맹점 부담금과 임대료 등의 비용에 대한 분담 계약서 조항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대기업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폐점 비용은 단기간에 변심하는 가맹점주 등 시설 투자를 하는 본사에서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폐점 비용은 지난해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예상 매출 내역을 제공하고 겸업 금지 등의 조항도 폐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길다고 지적된 5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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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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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젠 美서 제값 받나

지난 2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의 평균 판매단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 등 수출 환경 악화 속에 물량보다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최근 트루닷컴에 따르면 2월 미국 시장에서 팔린 현대ㆍ기아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2만2549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2만2547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4년형 쏘렌토를 2월 출시하면서 가격을 950~6300달러 올리고,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가격도 최대 4700달러 올리는 등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정책을 쓴 것이 사상 최대 평균 판매가격 달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2월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한 수치다. 상승률로만 보면 전년비 가격이 5.9%나 상승한 도요타 다음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혼다의 가격 상승률은 3.3%로 나타났다.

2월 미국에서 판매된 모든 업체들의 전년 동기 대비 평균 판매단가 상승률은 1.2%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제값 받기 전략이 올해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강력히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절대 수치로 보면 미국에서 현대ㆍ기아차의 평균 판매가격(2월 기준 2만2549달러)은 경쟁사보다 아직 낮은 수준이다. 도요타 2만8618달러, 혼다는 2만7004달러, 닛산 2만7749달러, 폭스바겐 3만3812달러, 포드는 3만2786달러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도요타 혼다 닛산 포드 등은 한 대에 최소 3만달러 정도 하는 픽업트럭 가격이 포함된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승용차와 SUV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판매단가 상승과 반대로 판매량이 줄어든 사실은 짚어봐야 할 문제다. 2월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합산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했다. 경쟁사들의 오름세와 사뭇 대조된다. 서 연구위원은 "싼타페 롱보디와 K3ㆍK7이 본격 투입되면 판매량도 전년 대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4월부터는 확실히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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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애플, 케이크 삼성, 드러나지 않은 속내는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38> 세계적 IT기업 신사옥 디자인의 비밀은]

2015년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들어설 페이스북 신사옥 조감도. 수천명 엔지니어들이 물고기떼처럼 한 방에 모여서 일하는, 세계최대 오픈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내로라하는 IT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경쟁적으로 새 캠퍼스(사옥)를 짓고 있는데, 그 건축가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페이스북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설계한 거장 프랭크 게리가, 삼성과 구글은 세계 수많은 랜드마크를 설계한 NBBJ가 짓고 있다. 애플은 우주선, 삼성은 케이크 모양이라고 하는데, 첨단의 테크놀로지가 예술적 건축디자인과 만나서 만들어낼 ‘테크컬쳐’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하다.

그런데, 사실 이들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 새 캠퍼스 발표자료들을 보면 기가 막히게 죄다 똑 같은 단어로 캠퍼스 컨셉을 설명하고 있다. 바로 ‘Collaboration(협업)’이다.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 부대끼고, 더 편하게 얼굴 맞대고,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해체주의건축의 대가인 프랭크 게리조차 마크 저커버그와 만난 뒤 “우리는 최고의 건축물,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 찍고, 우쭐댈만한 건물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다. 내 목표는 페이스북 직원들에게 더 높은 ‘연결성(connectivity)’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은 대인국에서나 볼만한 일종의 거대한 방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의 (캠퍼스) 아이디어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얼굴 맞대고 모여서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내부 설계를 보면 직원들의 책상은 물고기떼처럼 거대한 호를 그리며 옹기종기 동네(neighborhoods)를 구성하고, 이 동네 안에는 유리문으로 된 미팅룸과 아케이드 게임방이 점점이 들어선다. 저커버그는 이 한중간에 앉아서 근무한다. 책상들 사이사이 통로는 직원들이 립스틱(S자형 퀵보드)를 타고 재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층수는 1층이지만, 천장 높이는 8미터에 달한다.

구글의 새 캠퍼스는 4층짜리 9개 동이 다리로 쭉 연결되는 형태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위해 각기 다른 팀들이 얼마나 가까이에서 근무해야 하는지 데이터분석까지 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지금 캠퍼스보다 협업의 기풍을 더 높이는 것. 이를 위해 걸어서 1~2분 안에 회사 누구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혁신은 스케줄을 잡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You can’t schedule innovation). 우리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즉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거 어때?’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왼쪽 위부터 각각 애플, 삼성, 엔비디아, 구글(시계방향)의 실리콘밸리 신사옥 조감도.
또 컴퓨터 하드웨어업체 엔비디아는 4000명을 수용하는 삼각형 모양의 새 본사를 건축 중인데, 층수가 너무 많으면 전 직원들이 서로 분주하게 뒤섞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생동감을 없앨 수 있다며 2층짜리로 건축하기로 했다.

삼성의 새너제이 캠퍼스 설계를 맡은 NBBJ의 디자인 파트너 조나단 워드 역시 한 인터뷰에서 “삼성의 요구는 최고의 건물(signature building)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교류와 시너지를 제공해서 협업과 혁신을 높일 수 있는 인테리어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들 세계적 IT기업들은 사옥설계에서조차 혁신성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인터랙션(interaction)을 만들어줘서, 더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즉시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내부를 가보면 직원들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상은 다닥다닥 붙어있고, 포스트잇 붙여놓을 만한 파티션은 찾기도 힘들다. 고개만 돌리면 같은 팀이든, 다른 팀이든 누구와도 쉽게 얘기할 수 있다. 책상들 옆으로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는 공동작업 공간이 있고, 1~2분만 걸어가면 카페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직원들은 쉴 사이 없이 얘기를 나눈다.

심지어 야후가 재택근무를 금지하면서 직원들을 설득한 내용을 봐도 “가장 좋은 통찰력과 가장 훌륭한 결정의 많은 부분이 통로토론, 카페토론 그리고 즉각적인 미팅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회사들이 당장 파티션 걷어치우자는 것이 아니다. 층층 겹겹 상사들 시선과 조직의 잡다한 스트레스를 적당히 피할 수 있는 파티션조차 없다면, 아마 한국 직장인들은 진짜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것만은 배워야 할 것 같다. 위아래로, 또 옆으로 더 많이 대화하고 협업하는 오픈마인드. 혁신은 간혹 천재들의 창의성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협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병률기자 트위터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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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피자 "5년내 中매장 1천개"

지난 8일 미스터피자 중국 상하이 1호점 개점식에 정우현 회장(왼쪽부터 여섯째)을 비롯한 중국 현지 기업인들이 참석해 테이프커팅 행사를 가졌다.
국내 대표 피자브랜드인 미스터피자가 중국 상하이에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은 지난 8일 상하이 1호점인 '복주로점'을 개점하고 5년 내 중국에 1000개 매장을 열겠다는 사업목표를 밝혔다.

정우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한 과정은 전쟁과 같지만 기필코 승리로 이끌겠다"며 "언젠가 전 세계인 모두가 미스터피자의 맛을 거부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피자 시장은 피자헛과 파파존스 등 미국계 외식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2000년 베이징에 진출해 24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후 매장 확장이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이번에 상하이 번화가인 복주로 출점을 계기로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복주로는 상하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핵심상권으로 서울의 명동처럼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이 밀집해 있다.

정 회장은 "중국 현지 기업들과 제휴ㆍ합자 논의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5년 내 1000개 점포를 반드시 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복주로점에 이어 이달 말에는 우시 완다광창점을, 다음달 초에 훙커우 롱즈멍점 등 상하이에 2ㆍ3호점을 차례로 개점한다. 이어 난징과 광저우 등 주요 도시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금 협의가 진행 중인 중국 유수의 백화점 기업과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 확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회장은 "중국 사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최적의 매장 입지를 찾는 것인데 입지만 좋으면 중국에 점포를 내겠다는 한국 점주들이 줄서 있다"고 강조했다.

복주로점은 213㎡(약 65평) 규모로 인테리어는 검정과 빨강으로 강렬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장에는 피자 제작에 사용되는 밀가루와 식재료들을 전시했고 주방은 전면 유리로 개방했다. 손님은 테이블에서 도를 반죽하고 저글링하는 모습과 신선한 재료를 일일이 손으로 토핑하고 석쇠에 얹어 굽는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8일 개점일에는 도 저글링쇼를 구경하기 위한 중국인들이 몰리며 한때 대기표가 135번까지 발급됐다. 이날 매출은 900만원 이상을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이재원 해외사업담당 이사는 "피자헛의 단조로운 토핑만 봐왔던 중국인들이 미스터피자의 풍부한 토핑에 반응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피자 메뉴는 국내처럼 포테이토골드피자와 씨푸드아일랜드 피자를 주력으로 16종의 피자와 샐러드, 파스타 등 모두 85종을 선보이고 있다. 테이블에 여러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해 피자 외에 다양한 사이드 메뉴 개발에 공을 많이 들였다.

미스터피자는 중국 시장에서도 '100% 수타, 100% 수제, 100% 스크린구이' 등 3원칙을 지키며 고급 피자라는 이미지로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을 채용해 중국 현지 출점 때 매장 매니저로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상하이 =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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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급성장 하는 中내수시장 '한류바람 분다'

- 항저우 대형쇼핑몰, 韓 테마로 꾸려져
- 의류·카페·식당·성형외과까지 입점
- 中 CEO 직접 나서 한국입점업체 소싱

[항저우=이데일리 양효석 특파원] 중국 도시 거주민 1인당 가처분소득 3위인 저장성(浙江省) 성도 항저우(杭州). 항저우에서도 빈장(濱江)은 상하이(上海) 푸동지구 만큼 도시개발이 이뤄진 지역이다. 이곳에 한국을 테마로 한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중국 유수의 부동산 개발상이자 애니메이션 기업 중난(中南)그룹이 최근 오픈한 중난쇼핑센터에 들어서자 자사 특색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과 함께 한국 관련 업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프렌차이즈 카페 아이스빈(icebean), 상하이에 본점을 둔 한국식품 전문점 1004마트, 부산 노블레스 성형외과가 운영하는 노블차이나를 비롯해 한국 의류매장과 한식당이 영업 중이다.

중난그룹이 한국을 테마로 쇼핑몰을 꾸린 이유는 한류(韓流)가 주는 이미지가 주효했다. 한국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는 식품을 사먹고 옷을 입고, 한국 연예인처럼 예뻐지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중난쇼핑센터 인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e커머스 기업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등 젊은 고소득 소비계층이 많아 한국 테마 쇼핑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서동천 1004마트 주임은 “쇼핑몰이 위치한 지역 특성상 소비자의 90% 이상이 중국인”이라며 “주로 퇴근시간대 집중적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기품목은 김치, 우유, 김, 과자, 샴푸 등 다양하다”면서 “수입품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지만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1004마트는 2006년 상하이에 문을 연 뒤 베이징, 항저우 등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매장은 500~1000㎡(약 151~302평) 규모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다.

아이스빈은 오픈 2개월 만에 대박 신화를 기록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입점했지만 중국인 반응이 좋아 2·3호점 오픈을 계획중이다. 최근 중국인도 식사후 차 대신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 성형외과 인기는 몇해 전부터 있어 왔다. 노블차이나는 수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간단한 성형수술 위주로 진행하고 대형수술은 환자를 부산에 보낸다.

중난쇼핑센터가 한국업체 유치로 성공 가능성을 보이자 부동산 개발업체 즈디(置地)그룹도 오는 5월 오픈할 쇼핑센터 브릿지워터 몰(Bridge Water Mall)에 한국상점 유치를 추진중이다.

이재령 코트라 항저우무역관장은 “중난그룹은 CEO가 직접 나서 한국 입점업체를 찾아다녔을 정도이고 즈디그룹 쇼핑몰도 입점시킬 한국업체 추천 의뢰가 들어왔다”며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 유치로 한국상품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은 항저우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이젠 단순히 명품만 진열한다고 팔리는 시대는 지났으며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테마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쇼핑몰에 한국업체가 동시 입점하면 한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중국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항저우 소재 중난쇼핑센터 내부 전경
중국 항저우 소재 중난쇼핑센터에 한국 성형외과가 입점해 있다.


양효석 (hsy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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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산업이야기] <4> 한국 조선의 미래 Clean·Green·Smart 선박



에코십에 스마트십까지 'Made In Korea' 세상

선박에 태양광 발전기 설치

BMS 등 통합통신망도 개발

친환경·IT융합시대 이끌어

정보기술(IT)을 선박에 결합시킨 스마트십(Smart Ship)은 2011년 3월 첫선을 보였다. 국내의 대표적인 한 조선소가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Maersk)에 인도함으로써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스마트십은 우리나라 조선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친환경, 저탄소, 그리고 스마트가 세상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당연히 조선업에도 예외는 아니다. 깨끗하고, 푸르고, 그리고 똑똑한 선박이 대양을 누비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등장한 것이 환경 친화적인 선박 즉 에코(eco)십이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가 변경됐고 이에 맞춰 연비를 높인 새로운 엔진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는 상선의 평형수를 채우고 빼는 과정이 초래할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는 장치가 없을 경우 2014년 말부터 모든 항구에 입항을 불허함에 따라 선박은 친생태계적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IT를 선박에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스마트십이 나타났다. 이 기술의 핵심은 선박기관감시제어장치(ACONIS-DS), 항해정보기록장치(VDR), 주 추진제어장치(BMS)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한 선박통합통신망(SAN, Ship Area Network)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460종에 달하는 선내 기자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지만 최강자답게 최첨단 조선시장을 이끌고 있다. 에코십을 보면 2012년 7월 국내 한 조선소가 미국에 인도한 5만2,000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이 대표적이다. 친환경설계와 함께 최초로 전자제어식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연비를 30% 이상 향상시켜 한국 조선업의 위상을 세계에 또 한번 각인시켰다. 또 다른 조선소는 선박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기존연료인 벙커C유와 함께 동력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배출량을 45%절감하고 연료효율성을 40%향상시킨 초대형원유운반선을 건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운컨설팅사인 클락슨은 조선ㆍIT 융합시장의 규모를 2010년 208억달러로 추정한 데 이어 2015년 260억달러, 2020년 351억달러로 성장하고 선박 내 IT 융합장비의 비중이 현재 선가 대비 6%에서 앞으로 15%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최첨단선박은 미래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십과 스마트십 개발은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는 중소 조선소에는 벅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조선협회 소속의 9개 대형조선소들 안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현재까지 소수의 초대형조선사들만 에코십과 스마트십을 개발·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조선소에서 이들에 대한 수요를 독점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이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것임을 가리킨다. 이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 용어설명

◇선박통합통신망(SANㆍShip Area Network)=2008년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울산대 그리고 현대중공업이 공동으로 개발에 착수해 3년 만에 완성한 스마트십의 핵심기술

◇머스크(A.P. Moller-Maersk Group)=1904년에 설립됐으며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해운사.

서울경제ㆍ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예상한 연구위원ㆍ이종배기자 li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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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올니 볼보건설기계 회장 "중국 건설경기 살아나고 있어…볼보 창원공장 더 바빠질 것"


팻 올니 볼보건설기계그룹 회장이 창원공장에서 굴삭기를 배경으로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창원공장은 그룹 자체적으로 매긴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CEO 투데이 - 팻 올니 세계 3대 건설기계 볼보CE 회장

40대 회장 '내추럴 경영'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준다

1년의 절반이상 해외출장

현장 직원에게서 답 찾기

창원은 굴삭기 R&D 핵심

그룹 전략발표 1순위 공개

신흥시장 공략 주춧돌


“중국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장비 판매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팻 올니 스웨덴 볼보건설기계그룹 회장(45)은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건설기계 업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볼보건설기계그룹(볼보CE)은 지난해 매출 649억8700만크로나(약 11조원)로 미국 캐터필러, 일본 고마쓰와 함께 세계 3대 건설기계 기업으로 꼽힌다.

올니 회장은 “올 1월부터 중국 시장 휠로더(건자재 운반 장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며 “기초 원자재용 장비 판매가 늘어나는 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시진핑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 세제를 개편하고 기업 투자 정책을 바꿀 수 있으므로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올니 회장은 이날 창원 KBS홀에서 열린 ‘볼보CE 2013~2015년 로드쇼’에서 창원공장 임직원 1500여명에게 제품 라인업 확대, 신흥시장 공략 강화 등 ‘미래대비 전략’을 설명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그는 이어진 Q&A 세션도 직접 진행했다. 한 직원이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하자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비핵심 부품은 조달해 오는 게 좋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룹의 전략 발표회를 창원에서 가장 먼저 연 이유에 대해선 “창원공장이 굴삭기 제품을 연구·개발(R&D)하고 핵심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그룹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볼보그룹은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 창원공장을 굴삭기 전용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이곳에서 굴삭기의 ‘심장’과 ‘힘줄’ 격인 유압조절기(MCV)와 컨트롤 실린더를 만들어 전 세계 볼보 공장에 납품한다. 굴삭기 생산량은 연간 1만5000대 규모다.

올니 회장은 “중국, 동남아 등 이머징마켓 판매 비중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보CE는 2002년 20 대 80이던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 시장의 판매 비중을 2012년 50 대 50으로 만들었다. 브라질, 인도 등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해 판매하는 전략을 폈다. 물류비를 아끼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중국 경기가 부진한 영향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부품과 제품의 재고를 최대한 줄여 현금흐름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니 회장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중 브랜드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합작법인인 SDLG는 저사양 제품을, 볼보 브랜드로는 고사양 제품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그는 “고화질과 저화질 TV가 있듯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이라며 “SDLG는 볼보 브랜드 대비 20~30% 싸지만 볼보 제품 특유의 ‘견고함’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40대에 회장직에 오른 비결을 묻자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업무 파트너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올니 회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현장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 일정 후에는 중국과 몽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나날이 발전하는 나이지리아와 인도네시아가 제2의 중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니 회장은

회계사로 출발해 40대에 세계적 건설기계회사 최고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회계컨설팅회사 PwC에 들어갔다가 1996년 건설기계회사 로드머시너리로 옮겼다. 1999년 볼보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그가 개발한 재고 감소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주문받은 물량만을 생산해 재고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획기적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볼보 전 공장에 적용된 ‘군살없는 생산’ 시스템이다. 33세 때인 2001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발탁돼 10년간 볼보CE의 재무관리를 맡았다. 2011년 볼보건설기계부문 회장(CEO)에 올랐다.

창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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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대규모 프로젝트 잇달아… 국내 조선사 뱃고동 울린다



러시아서 최대 56억달러 규모 LNG선 16척 발주

고부가 LNG-FSRU도 줄이어… 물량 싹쓸이 기대

올 상반기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프로젝트가 봇물을 이루며 조선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전세계 LNG선 수주잔액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관련 선박 발주가 이뤄질 경우 국내 업체들이 사실상 물량을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과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설비)는 척당 가격이 2억~3억달러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선박이어서 조선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최대 16척의 LNG선이 발주되는 러시아 야말(Yamal) LNG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LNG선 12~16척가량은 올 여름께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지인 북극해를 운항해야 하는 관계로 척당 선가가 일반 LNG선보다 1억달러 이상 높은 3억~3억5,000만달러로 추정돼 총 발주금액만 36억~56억달러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의 지분 80%를 갖고 있는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은 최근 한국을 찾아 무역보험공사와 한국 기업의 참여 및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 등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또 우루과이 LNG-FSRU 입찰에서는 삼성물산과 프랑스 GDF수에즈가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최종 입찰을 거쳐 상반기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물산이 수주할 경우 컨소시엄에 참여한 삼성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요르단 LNG-FSRU 프로젝트도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삼성중공업에 LNG선을 단골로 발주하는 LNG 선사인 골라LNG가 수주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골라LNG가 이전에 발주했던 LNG선을 LNG-FSRU로 변환하는 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NG-FSRU는 LNG선보다 7,000만~1억달러가량 비싸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곧 나이지리아에서 LNG선 총 6척을 수주할 예정이다. 나이지리아LNG는 삼성중공업에 4척, 현대중공업에 2척의 LNG선을 각각 발주키로 하고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7월 이전에 행사가 가능한 LNG선 옵션 총 8척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업체별 LNG선 옵션은 현대중공업 1척, 삼성중공업 4척, 대우조선해양 3척 등이다.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에 LNG선 2척을 발주한 캐나다 선사 티케이의 경우 옵션 3척을 행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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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업경영 Way 2013' 책 출간

[CBS 조백근 대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게임 '애니팡'과 '강남스타일'등 주요 기업들의 최신 성공사례와 경영전략을 모은 책 '기업경영 Way 2013’을 펴냈다.

총 2권으로 이뤄진 이 책 제1권에서는 애니팡으로 소셜네트워크 게임 붐을 일으킨 선데이토즈와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매혹시킨 YG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성공전략을 담았다.

또 삼성물산 상사부문(경력개발제도), 서브원(헌신형 HRM시스템), 현대자동차그룹(인도법인의 인사/노무관리), 메디톡스(보툴리눔 톡신 시장 성공전략), 경동나비엔(보일러 시장 세계화 전략), 팀버튼(기업교육시장 내 차별화 전략) 등의 사례도 실려있다.

InnoCentive(통합형 크라우드소싱), Starbucks Corporation(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 카카오(카카오톡·애니팡), 로엔엔터테인먼트(음원 서비스 ‘멜론’) 등의 사례들도 소개하고 있다.

제2권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욕실문화를 창조한 동원세라믹과 국내 헤어드라이어기 부문 1위이자 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는 유닉스전자의 사례가 흥미롭게 실려있다.

이마트·롯데마트(중국시장 진입 및 영업전략 비교), 컴투스(글로벌 모바일게임 업체로의 성공전략), 블랙야크(해외 아웃도어 시장 진출전략), SK hynix Inc(DRAM 시장 성장전략), 롯데쇼핑(유통업 확장전략)의 사례도 담겨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 아모레퍼시픽(환경경영 전략) 미쉐린(100년 장수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삼성전자(GWP를 통한 조직구성원 생산성 향상 전략), 카투고(카쉐어링 서비스 전략) 등 국내외 기업의 우수 기업경영 사례도 각각 소개되고 있다.

'기업경영 Way 2013(1,2권)’은 전경련의 출판자회사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 전경련 산업본부와 함께 펴냈으며 소개된 기업경영의 사례들이 모두 불황 속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경영사의 교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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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폰, 중국시장서 첫 1위



지난해 점유율 17.7%

노키아 몰락·애플 제자리

레노버 등 중국업체 급부상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최대 격전지다.

◆삼성, 지난해 판매 3배 늘어

10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2012년 중국 스마트폰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7.7%를 기록, 전년 대비 5.3%포인트 높아졌다. 2009년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팔기 시작한 이후 첫 1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3060만대를 팔아 전년(1090만대)보다 세 배가량 판매량을 늘렸다.

반면 2011년 29.9%(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1년 만에 점유율 3.7%로 급락해 7위로 내려갔다. 애플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11.0%로 전년(12.3%)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순위(3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대만 업체인 HTC는 3.6%로 2년 연속 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1억7800만대로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 판매량 7억여대의 약 25%가 중국에서 팔리는 등 중국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통신사 협력·다양한 제품군

외국 업체에 대한 ‘텃세’가 심하고 ‘짝퉁’도 많은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에 오르게 된 요인으로는 우선 ‘중국 통신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중국 1위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을 통해 단독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심계천하’는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었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디스플레이, 배터리는 물론 세부 사양까지 자체 설계·생산할 수 있는 제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중국 통신사들이 각기 원하는 다양한 사양의 제품을 제때 공급해 시장을 늘릴 수 있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치중한 애플과는 달리 저·중·고가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선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미니’ ‘갤럭시에이스’ ‘갤럭시지오’ 등 다양한 저가 제품도 내놓아 시장 저변을 넓혔다.

◆중국 업체, 10위권 대거 진입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노키아는 그동안 중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방어해왔으나 지난해 ‘몰락’했다. 레노버 화웨이 ZTE 등 중국 토종 업체들이 저가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2011년 4.0% 점유율에 그쳤던 레노버는 지난해 13.2%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고 화웨이는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을 8.3%에서 9.9%로 끌어올리며 4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쿨패드(9.7%·5위) ZTE(8.4%·6위) 샤오미(3.3%·9위) 티안유(2.1%·10위) 등도 선전했다. 6개 중국 업체가 10위권 안에 들어온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올해부터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풀HD 쿼드코어 스마트폰 ‘어센드 P2’를 내놓았고 ZTE는 대화면 스마트폰인 ‘그랜드 메모’를 선보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맞붙겠다는 전략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삼성 스마트폰, 만리장성 마저…

작년 중국 시장 첫 1위… 점유율 17%로 5.3%P 올라

노키아는 3.7%… 26%P 뚝

애플도 3위로 제자리 맴돌아

레노버 등 현지업체 승승장구

지난해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선두에 올랐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3,060만대(점유율 17.7%)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해 판매량은 1,970대가 늘었고 점유율은 5.3%포인트가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9년 시장 진출 이후 약 3년 만이다.

삼성전자 다음으로는 중국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레노버가 13.2%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고 화웨이(9.9%∙4위), ZTE(8.4%∙6위), 샤오미(3.3%∙9위), 티안유(2.1%∙10위)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29.9%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던 노키아는 점유율 3.7%로 추락하며 7위로 밀려났고 애플은 점유율 11%로 3위를 차지했다.

SA는 삼성전자의 선두 도약 요인으로 중국 이동통신사와의 협력과 다양한 제품군을 꼽았다.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등과 전폭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에이스'와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S3'를 잇따라 출시해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법인을 통해 설립한 연구소에서 현지 시장을 고려한 제품을 내놓고 다양한 맞춤형 마케팅을 실시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는 중국 전체 휴대폰시장에서도 1위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키아의 영향력이 현지에서 갈수록 하락하고 애플의 점유율도 제자리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중국 휴대폰시장에서 점유율 32.3%를 기록하며 14.3%에 그친 애플을 추월했다. 하지만 대당 평균 판매가에서는 애플이 평균 5,104위안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2,100위안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애플의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가 중국에 출시되면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한층 더 올라갈 것"이라며 "노키아와 애플의 빈자리를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채우고 있어 중국 스마트폰과 얼마나 격차를 벌리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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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으로 거듭나는 한국수력원자력] (上) 후쿠시마 원전 사고 2년, 어떻게 변했나

日, 원전 재가동 유턴 조짐.. 韓, 누출 방지 기술 개발 박차

'후쿠시마 2주년' 고리원전에 배치된 발전차량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에 배치된 4160㎾급 이동형 발전차량. 2년 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비상 발전기 마비사태에 대비해 도입됐다.
11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을 맞는다. 원전 반대여론이 70%를 넘고 있는 가운데 일본 현지 곳곳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원전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일본인의 원전반대 운동은 지난해 여름 이후 기세가 다소 꺾이는 듯했지만 최근 자민당 아베 신조 내각 이전 민주당 시절 수립한 단계적 원전 폐기안을 전면 수정하기로 하면서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일본 "원전 재가동 외 대안 없다"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후쿠시마 원전 폐쇄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은 원자로 폐쇄라는 먼 길의 출발점에 간신히 선 수준이라고 자체진단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폐쇄를 목표로 건물 잔해처리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시간당 최대 1000만㏃(베크렐)의 방사성물질(세슘 기준)이 대기 방출되는 상황이다.

원전 사태 이후 일본의 올 1월 무역수지는 1조6300억엔(약 18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밝힌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4조8000억엔, 수입액은 7.3% 증가한 6조 4300억엔이다. 무역적자 약 1조6000억엔은 엔화 기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달러 기준으론 두번째 규모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와 원전 폭발로 석유와 석탄 등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당분간 원전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기는 어려운 만큼 수입액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최근 "일본은 원전 운영을 하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를 많이 수입하면서 무역적자가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말 총선 결과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원전 재가동으로 정책 방향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반이 안정적인 곳에 위치한 가압경수로인 이카타, 센다이 원전은 재가동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다각적 안전대책 진행

일부 원전 운영 국가들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기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셰일가스와 신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으면서 원전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원전 운영국들은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원전의 경제성 때문에 쉽사리 원전 비중을 축소하지 못한다.

여기에 전력요금 인상, 지구 온난화 등 원전을 포기할 경우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기존의 원전 유지 또는 확대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고수하는 국가들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서울사무소에서 '2013 원자력안전 워크숍'을 열고 외부전원이 아예 공급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원자로 격납건물을 보호해 원천적으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는 '명품 원전'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신형 원전(APR1400)을 포함해 모든 원전에는 중대사고 종합해석 코드 등을 적용, 노심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세계 최고의 안전기술 실용화 연구에도 매진키로 했다.

특히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에 여과 및 배기설비를 국내 최초로 설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격납건물 안의 압력이 과도하게 증가해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한수원은 이 설비를 2015년까지는 모든 원전에 설치할 방침이다.

이날 기조발표에 나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 위원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는 비록 지진해일이라는 자연재해로 촉발됐지만 △최상의 지식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의사결정 △제도, 조직 및 규제 실패 △도쿄전력의 안전문화 미흡 및 유착문화가 사태수습을 어렵게 하고 재해를 키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 안전점검 결과 및 자체 발굴한 개선대책 56건에 대해 2015년까지 약 1조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2012년 말 기준 24건의 개선대책을 완료했으며, 올해에는 11건의 개선대책을 완료할 계획이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혁신으로 거듭나는 한국수력원자력] (上) 비치코프 IAEA 사무차장을 만나다

“전세계 원전 75%는 ”22년넘게 장기운영中“
후쿠시마 사태 이후 느리지만 성장 지속, 원전 수명 연장 결정 경제성 최대 고려해야


IAEA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고위급 인사인 알렉산더 비치코프 원자력에너지부 사무차장(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원전 산업은 느리지만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비치코프 사무차장은 "매년 4월 원전 산업의 향후 전망을 하는데 여전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원전 산업의 성장률은 (후쿠시마 사태 여파 및 신재생에너지, 셰일가스 등으로 인해) 이전보다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원전 관리 실태와 관련, "국민들과의 소통이 굉장히 훌륭한 나라이며 이런 면에서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핵실험을 놓고서는 "(맡고 있는 직책상) 내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언급을 피하면서도 "유감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IAEA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월성 1호기 10년 수명 연장 여부가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인해 결정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앨런 맥도날드 원자력에너지부 협력관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라며 "정책 결정에 있어 최대한 많은 정보와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합리적 결정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건설비용은 크지만 운영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가장 경제성이 있다며 폐로나 수명연장 결정 시 이 같은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설계수명이란 용어에 대해 한국에서는 '원전 수명이 완전히 끝나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고 들었는데 유럽에서는 이를 '장기간 운영' 개념으로 쓰고 있다"며 원전에 대한 각국의 개념적인 접근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은 40년 넘게 원전 70개 정도를 운영했는데 최근 값싼 셰일가스가 이슈가 되면서 경제성을 놓고 원전과 비교하고 있다"고 말한 뒤 "셰일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원이 등장했지만 2020~2030년 전망을 보면 원전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노장 원전 가동현황에 대해서는 "22년 이상 가동 중인 원전의 비율이 75%에 달하고 27년 넘는 곳도 50%에 달한다"고 전했다.

특히 "주기적안전성평가(PSR)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가 10년 주기로 수명연장을 하는데 프랑스·미국은 최초 운영허가기간 40년 이후 최대 20년 단위로 연장 운전을 허용하고 있다"며 "IAEA는 총 14개 안전기준을 만족하면 수명연장을 허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출생인 비치코프 사무차장은 최근 연임이 확정된 유키야 아마노 사무총장 바로 밑의 고위급 인사다. 원자력에너지부는 핵연료주기.폐기물기술과 원자력발전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미국을 비롯해 159개 회원국을 두고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 군사상 이용 억제, 안전기준 설정.적용을 위해 1957년 7월 창설된 유엔 산하 독립 전문기구다.

정리=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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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부자들 금융위기후 급증…부동산·소비재·유통산업 `눈독`

◆ 아시안 웰스 리포트 ④ ◆

아시아에 유럽ㆍ북미 못지않은 거부들이 늘고 있다.

캐나다 RBC자산운용이 발표한 '세계 웰스 리포트 2012'에 따르면 2007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100만달러 이상 투자자산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280만명이었지만 2011년에는 340만명까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지역 부자 수는 330만명에서 340만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럽도 310만명에서 320만명으로 증가폭이 10만명에 불과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부자 수는 100만명이나 늘었다.

아시아 지역 경제와 소비 수준이 성장하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1년 23조7000억달러였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개인의 부가 2016년에는 40조1000억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유럽 지역은 33조5000억달러에서 36조7000억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 지역 역시 38조달러에서 41조5000억달러로 증가폭이 소폭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부의 크기로 봤을 때는 2016년이 되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유럽을 넘어서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에 자리 잡은 버자야그룹의 골프장 모습. <박준형 기자>
아시아 지역에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부의 집중 현상이 일어나면서 당연히 뒤따르게 마련인 부동산 가격 상승에 관심을 갖는 부자들도 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가격 폭락을 겪었던 두바이도 부자들이 다시금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열리는 부동산 경매장들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주택 임대료 또한 급등해 1년 사이에 60% 가까이 오른 지역들이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말레이시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지 한 교민은 "4~5년 전에 비해 집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초기 투자자들이 재미를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바이는 물론 쿠알라룸푸르, 방콕 시내 곳곳에서 부동산 개발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가격이 급등락하는 부동산보다 사람들이 소득이 높아지자 소비를 늘린다는 데에 주목해 소비재ㆍ레저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대그룹들도 이들 지역에 프랜차이즈를 열기 위해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현지인들 가운데 나오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 박준형 기자]

큰 부자는 神이 내리는 것…레저·쇼핑몰사업 집중

◆ 아시안 웰스 리포트 ④ ◆

말레이시아 거부인 탄스리 빈센트 탄 버자야그룹 회장(61)과의 만남은 버자야그룹의 상징인 버자야타임스퀘어 내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 최대 쇼핑몰이었던 이곳은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2개동의 초대형 쇼핑몰이다. 말이 쇼핑몰이지 호텔, 놀이공원, 극장 등 온갖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쇼핑몰엔 명품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저가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소규모 상점들도 많이 입점해 있어 한번 둘러보는 데만도 3~4시간은 족히 걸린다.

탄스리 회장의 접견실에는 제주 돌하르방과 부산에서 받은 기념패 등이 전시돼 있었다. 그가 한국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려줬다.

버자야그룹 내 부동산개발ㆍ리조트사업 담당회사인 버자야랜드는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에 휴양단지인 '에어레스트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12억달러가 넘는 사업비 중 5억달러가량을 버자야그룹이 직접 투자할 예정이다. 총개발면적 약 74만4000㎡(22만5000평)에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1350억원 정도로 2017년 완공이 목표다.

탄스리 회장은 인터뷰 중 제주도 투자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탄스리 회장은 "6년 전 영국의 한 경제잡지에서 제주도에 투자하라는 광고를 보자마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곧바로 직원들을 보내 타당성을 조사했고 얼마 뒤 제주를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탄스리 회장은 "토지 가격도 저렴하고 풍경이 좋고 중문관광단지가 인근에 있어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기대할 수 있는 등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빠른 결정에 제주도 관계자들도 의아해했다는 후문이다.

제주 에어레스트시티 사업은 지난 7일 착공해 1단계 빌라촌과 마켓블록(1층에는 상업, 2층에는 하우스시설 구조) 건설작업에 들어갔다.

버자야그룹이 부산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최근 국내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는 크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실무근이다. 단지 윈도쇼핑을 했을 뿐"이라며 "부산은 아름답고 관광지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 여부는 좀 더 검토하고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탄스리 회장은 얼핏 대범해 보이면서도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여러 번 보여줬다. 이야기 중 숫자가 나올 때마다 그게 맞는지 확인하느라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투자하기 전에는 모든 이들이 한국이 투자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고 한국 정부도 공평하지 않다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제주에 투자해 보니 들었던 것보다 훨씬 포용적이고 공평하며 지원을 잘해 주는 편이다. 아직 서울ㆍ부산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못했지만 투자환경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은행들의 비협조적 행태에 대해선 따끔하게 꼬집었다. 그는 "한국 은행들이 해외사업 경험이 적다 보니 해외 기업 대출에 담보만 원하는 등 너무 인색하고 조심스럽다"며 "외국 기업은 한국에서 사업할 때 더 많은 현금 자산을 들고 가야 해 부담과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 투자 기회가 많다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홍보할 필요가 있고 이때 홍보 내용과 실제 혜택에 차이가 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국 간 문화 교류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버자야그룹 소속 공연단을 6월 하순에 부산에 보내 공연을 할 예정이다. 한국의 전통문화 공연단이나 팝그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탄스리 회장은 한국 외 다른 나라 진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 근교에 대형 쇼핑센터 건설을 진행 중이고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에서 리조트와 호텔, 쇼핑센터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일본 오키나와에 관광단지를 건립하고 있다.

탄스리 회장은 김보경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카디프시티의 소유주로도 유명하다. 현재 2부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다음 시즌 1부리그 승격이 유력하다. 탄스리 회장은 인터뷰 도중에 신문을 펼쳐 카디프시티의 순위를 보여주면서 자랑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한국을 매력적 투자처로 꼽았다. 하지만 주변 말레이시아 사업가들은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시장에 관심이 많고 인도는 사업 환경이 좋지 않아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내 재테크에 대해서는 부동산을 1순위로 꼽았다. 부동산 다음으로는 주식을 언급했지만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나 홍콩, 영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고 그는 전했다.

탄스리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도하는 기부 클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현재 재산과 향후 발생할 재산에 대해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이다. 'Better Malaysian Foundation'이라는 기부재단을 만들어 말레이시아 국내 기부 활동을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가장 닮고 싶은 기업으로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를 꼽았다. 탄스리 회장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책임감 있고 사회에 환원을 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불교 신자인 탄스리 회장은 "큰 부자는 어느 정도 운이 있고 신의 은총을 받아야 가능하다. (나보다)더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이 반드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신의 은총이 내게 내린 것이라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부가 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만하지 말고 신이 허용하는 동안에 부를 관리하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믿음 안에서 돈을 벌면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족한 사람과 그 부족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탄스리 회장은 "신의 은총이 함께했고 가난한 집에서 자라온 환경이 좀 더 배우고 도전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신의 성공요인을 꼽았다.

■ 탄스리 회장은…

할아버지가 중국 푸젠성에서 건너와 말레이시아에 자리 잡게 된 탄스리 회장은 말 그대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고교 졸업 후 뉴질랜드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했던 그는 1969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사회에 뛰어들었다. 은행에서 텔러생활을 했고, 이후 10여 년간 보험 판매와 부동산 에이전트 생활을 하며 돈을 모았다. 그가 돈을 벌게 된 계기는 일본 중고 자동차와 장비를 들여와 재판매를 하면서부터였다. 1981년에는 7년 동안이나 미국 맥도널드에 편지를 보낸 끝에 말레이시아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다. 이후 복권사업으로 사업을 키워왔고, 1984년 '성공'이라는 의미의 철근ㆍ와이어 제조업체 버자야기업을 인수했다. 그가 키운 버자야그룹은 쇼핑센터, 프랜차이즈, 레저, 부동산개발 사업 등 100개가 넘는 계열사와 종업원 3만명 이상을 거느리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재계 순위 5위권이다.

[쿠알라룸푸르 = 박준형 기자]

말聯 5대 부호 탄스리 회장 "서울에 호텔·대형식당 오픈"

◆ 아시안 웰스 리포트 ④ ◆

탄스리 버자야그룹 회장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카디프시티 구단 소유주이자 말레이시아 재계 5위권인 버자야그룹이 서울에서 레스토랑과 호텔 사업에 나선다.

버자야그룹의 탄스리 빈센트 탄 회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초대형 쇼핑몰 버자야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서울에 대형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정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스리 회장은 "글로벌 레스토랑 업체인 '하드록 카페'를 서울 강남에 열기로 하고 이미 프랜차이즈 계약을 끝냈다"며 "공연이 가능한 최소 991㎡(300평) 이상 면적을 가진 장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스리 회장은 레스토랑에 이어 서울에 호텔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있어 호텔과 레스토랑이 성업 중인 걸 잘 알고 있다"며 "호텔을 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스리 회장은 비즈니스호텔은 새로 짓고, 대형 호텔은 인수가 낫다고 보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형 호텔 인수가 여의치 않으면 새로 짓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버자야그룹은 이미 제주도 서귀포에 건설 중인 대규모 휴양단지에 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탄스리 회장은 또 "말레이시아 국부펀드나 연기금 혹은 다른 말레이시아나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한국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한국 기업이 관련 펀드를 같이 운영하자고 하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고교 졸업 후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유학을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든 탄스리 회장은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을 무대로 리조트 호텔 레저 쇼핑몰 사업을 벌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거부 중 한 명이다.

한편 두바이 5대 부호로 알려진 메이단그룹 겸 알 테이어그룹의 사이드 알 테이 회장은 최근 두바이에서 기자와 만나 "두바이 인근에서 건설 중인 메이단시티 내 대형 병원에 한국 병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두바이에서는 최근 삼성의료원이 진출한 지 3년 만에 철수하긴 했지만 다른 한국 대형 병원들이 새롭게 진입하기 위해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두바이·방콕 = 박준형 기자]

伊 유명백화점 인수·…유럽·아세안·中 유통시장 넘본다

◆ 아시안 웰스 리포트 ④ ◆

"태국을 넘어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겠다."

똣 치라티왓 센트럴리테일 대표는 태국 내 최대 유통 재벌인 센트럴(Central)그룹의 핵심사업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태국 대표 기업인 중 한 명이다.

태국 방콕에서 만난 똣 치라티왓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센트럴그룹이 태국 내에서는 큰 기업이지만 해외 기업들에 비해서는 아직 작다. 다만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경영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을 내딛고 있다. 2년 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라 리나센테 백화점을 인수했다. 똣 치라티왓 대표는 "로마 쪽으로도 사업 확장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아세안, 중국 등으로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시장 진출에는 아직까진 조심스런 태도다. 그는 "한국에는 이미 롯데, 신세계 등 지역 강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는 관심이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든지 협력사업을 한다든지 한국 기업을 인수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센트럴그룹을 각자 독립경영 체제로 이끌고 있는 치라티왓 집안 형제들은 태국 내 최고 부자 집안 중 하나다(2012년 포브스 기준 태국 내 2위). 하지만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거부들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똣 치라티왓 대표는 수수하고도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개인적인 부보다는 회사 사업에 치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센트럴그룹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상 투자를 하고, 회사와 국가를 발전시키고 태국인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집안 사람들도 검소한 소비를 하고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구입하거나 하는 일은 자제한다는 것이 똣 치라티왓 대표의 설명이다. 시계도 차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는 "형제와 친척들은 '유니클로'와 같은 저가 의류도 자주 입는다. 나도 옷을 직접 골라 사 입지만 특별히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국 최고 부자 집안이라 으리으리한 응접실에서 인터뷰를 할 것이란 기자의 기대는 어긋났다. 인터뷰 장소는 일반 비즈니스맨들의 회의실과 같았고 복장도 노타이 차림이었다.

태국 수도 방콕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센트럴그룹의 백화점. <박준형 기자>
개인의 부를 쌓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부라는 게 원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고 날개가 달린 것처럼 쉽게 없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단지 안정적이고 돈에 대한 걱정이 없게 만든다는 게 부가 가져다 주는 편안함이지만 부자가 되려고만 해서는 10~20년을 버틸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2~3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더 발전해 나아가야 하느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 부자가 아닌 항상 발전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도 개인을 위해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창업주 집안이다 보니 회사 주식들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태국 주식시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도 어느 정도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는 투자자는 아니다.

태국 부자들은 최근에 부동산과 콘도 투자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태국 사람들의 수입이 올라가고 토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과 콘도 투자 등에 관심을 가지는 부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토지 가격 상승으로 직접 집을 짓기보다는 콘도를 사는 태국인들이 늘고 있고 이 때문에 콘도 가격도 오르는 상황이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일일 최저임금을 40% 정도 인상한 300바트(약 1만1000원)로 올린 바 있다.

그는 "사업으로 봤을 때는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아세안 지역 내에서 서비스, 여행 등의 사업을 해볼 만하다"며 "태국은 한국에 비해 1인당 GDP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많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인구는 많기 때문에 관련 사업 성장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똣 치라티왓 대표는…

태국 내 3대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유통 공룡 센트럴그룹의 역사는 똣 치라티왓 대표의 아버지인 쿤 삼릿 치라티왓부터 시작된다.

그는 유럽에서 수입해 온 잡지들을 주로 팔면서 잡지에 소개된 유럽 상품들을 수입ㆍ판매하는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쇼핑센터, 백화점, 레스토랑, 호텔, 음료, 서비스 등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는 센트럴그룹은 현재 3ㆍ4세대들이 각자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센트럴그룹의 총 종업원 수는 7만4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치라티왓 가족은 총 69억달러의 순자산으로 태국 2위 부자로 기록됐다.

쿤 삼릿 치라티왓의 막내아들인 똣 치라티왓 CEO는 그룹 내 핵심 사업인 유통사업을 관장하는 센트럴리테일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엔 태국 유력 경제지가 선정한 '올해의 태국 비즈니스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센트럴리테일은 센트럴백화점, 젠백화점 등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태국 내 가장 큰 유통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526억바트(약 5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방콕 = 박준형 기자] 

두바이 곧 헬스케어 허브로 한국 병원도 참여키로 확정

◆ 아시안 웰스 리포트 ④ ◆

"두바이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져라."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요즘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렸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에 외국 명품 차들이 넘쳐나고 곳곳에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주택 가격이 최근 6개월 새 20~30%가량 뛰는 등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두바이 부자들은 부동산 개발 사업 등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최근 두바이에서 만난 사이드 알 테이어 메이단그룹ㆍ알테이어그룹 회장은 두바이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사업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꼽았다.

중동 부자들이 극도로 노출을 꺼리지만, 두바이 현지에서 5대 부호 중 하나로 꼽힌다는 그는 "두바이 인구와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두바이 정부가 자국민이 아플 때 해외로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바이 헬스케어 사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말했다.

알 테이어 회장은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하는 지역이 투자금액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과 규제 등을 마련해 놓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두바이는 중동 내에서 그런 것들을 갖춘 지역 중 하나로, 두바이에 투자하는 것과 특히 그중에서도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두바이의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면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셰이크 모하메드 현 두바이 국왕과 공동 출자해 메이단그룹을 이끌고 있다. 메이단그룹은 두바이 인근에 세계 최고ㆍ최대 시설을 자랑하는 경마장을 갖춘 메이단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알 테이어 집안과 함께 두바이를 이끌고 있는 또 하나의 집안인 쿠리 집안도 최근 병원, 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지 큰 부자들 중에서는 과거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큰 어려움을 당한 이후 테이어ㆍ쿠리 집안과 같이 헬스케어와 교육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는 두바이가 향후 중동의 헬스케어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생각하에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KOTRA 두바이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UAE에서 3000만달러 규모 이상의 신ㆍ증축을 하고 있는 큰 병원만 13개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알 테이어 회장은 "현지인들이 (부동산은)'아플 수는 있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말을 한다"며 "잠깐 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죽을 정도로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두바이는 위기를 기회로 잡아 발전해 왔고 위험은 항상 껴안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에 짧게 두 번 가봤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기술도 많이 발전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스마트 도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공공 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도시)' 산업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회사든지 우리랑 일할 조건이 된다면 같이하고 싶다. 메이단 호텔에 있는 TV도 전부 삼성"이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친근함을 표시했다.

알 테이어 회장은 향후 다른 아시아 지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현재 메이단 호텔 주변을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관광 도시로 바꾸고 있다. 이 같은 컨셉트를 가지고 중국 상하이 등 다른 아시아 도시에 진출하고 싶고 현재 아시아의 여러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마를 가장 좋아하고 건강을 위해 수영과 고기잡이 등을 즐긴다는 그는 이달 30일에 열리는 두바이 월드컵(미국 브리더스컵, 켄터키더비, 호주 멜버른컵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 중 하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루 우승 상금으로만 2650만달러를 쓰는 이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120마리 정도의 말과 8만1000여 명에 이르는 관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 알 테이어 회장은…

중동 부자들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그나마 시장에 알려진 바로는 두바이 5대 부호로 꼽히는 사이드 알 테이어 회장과 셰이크 모하메드 현 두바이 국왕이 공동 출자해 메이단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정도다. 1962년생인 알 테이어 회장은 아버지가 1979년에 창업한 알 테이어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그룹은 중동을 중심으로 12개국에서 명품 브랜드 유통, 자동차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종업원은 7900명 정도다.

[두바이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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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퇴출 미스터리] 목포대 의대 신설 유일한 방법븙‘서남대 기획감사’ 정황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전 원내대표와 목포대 총장을 만나 목포대 의대 신설 문제를 논의한 뒤 서남대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한 것은 ‘기획 감사’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남대 감사를 둘러싼 이 장관과 박 전 대표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정리해봤다.

먼저 목포대 의대 유치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목포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현재 목포에서는 의대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가져오는 것이다. 의사협회 등 의료인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의대 신설의 거의 유일한 방법은 기존 대학 정원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목포대 입장에서 십수년 동안 부실 의대로 낙인찍혀 지탄을 받아온 서남대 의대는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설립자 이홍하(74)씨가 횡령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러나 목포대 외에도 서남대 의대 정원에 군침을 삼키는 경쟁자들이 적지 않다. 전북 군산대와 전남 순천대 등이 있다. 특히 군산대는 서남대와 같은 전북이라는 지역 연고를 들어 목포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목포대 의대 유치 공약을 내건 박 전 대표로서는 지역구 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 장관과 교과부 관료들 입장에서는 야당의 실세인 박 전 대표의 청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 서남대 의대의 오랜 부실과 비리가 수면으로 드러난 상황이었다. 검찰 수사로 이홍하씨의 1000억원대 교비 횡령이 드러났으며 의대 실습을 날림으로 하면서 수련병원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사학비리의 대명사’ 이홍하 서남대 설립자가 문어발식 대학 확장을 해나가는 동안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판이었다. 교과부 입장에서는 서남대 감사와 부실 의대 정비는 ‘일석이조’의 방안이었다.

또한 대선 전이었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교과부가 교육부문과 과학부문으로 분리되는 것이 확정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 문재인 의원은 과학기술부 부활을 각각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대학 업무를 둘러싸고 교육계와 과학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박 전 대표는 교과부의 우군이 될 수 있다. 정부조직개편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교과부 입장에서 대학업무를 뺏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학업무 지키기가 한창일 때 한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업무를 뺏기면 (교과부는) 껍데기만 남는다”고 토로했었다. 초·중등 업무 대부분이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된 상태에서 대학이 빠지면 부서 존립이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더구나 대학은 교과부 퇴직자들이 재취업하는 전관예우의 최대 통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교과부 차관 퇴임 후 위덕대 총장 등 대학 주변을 맴돌았으며, 최근 김응권 차관도 목포해양대에 응모했다가 전관예우를 넘어 ‘현관예우’ 논란까지 일었으며 김 차관은 응모를 철회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서남대 퇴출 미스터리] 이주호-박지원, 서남대 감사직전 만나… ‘목포대 의대 유치’ 논의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서남대 감사 직전 박지원 민주통합당 전 원내대표를 만나 목포대 의대 유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 장관은 지난해 10∼11월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 의원을 만나 “지역구의 목포대가 추진하는 의대 신설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고석규 목포대 총장도 배석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이 장관, 목포대 총장 등과 서울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의대 관련해서 논의가 오갔고 이 장관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3인 회동 직후 서남대 감사가 시작됐다”며 “윗분들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감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실제 교과부는 이후 서남대 감사에 착수해 졸업생 134명의 학위 취소, 재학생 148명에 대한 학점 취소, 재단 설립자의 횡령액 320억원 환수 등을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교과부는 최근 서남대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으며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서남대의 일반대는 존치시키되 의대는 폐지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서남대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수련병원 취소 통보를 받아 퇴출 위기에 몰렸으며 이후 목포대 등 의대 유치를 추진 중인 주변 대학이 서남대의 의대정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남대 이홍하(74) 이사장은 10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됐으나 순천지원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정권교체기에 정부조직개편의 대상이 될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장인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관동의대 등 다른 부실대학을 제쳐두고 서남대 의대가 교과부의 집중 감사 대상이 된 것은 목포대의 의대 유치를 돕기 위한 것이며 이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 탓”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역구 의원 출마 공약으로 의대 유치를 내세운 바 있다.

이도경 김아진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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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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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가가치 중국보다 낮다

1,000억 달러 때 587억달러 그쳐… 中은 729억달러

수출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세계 8위의 무역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수출의 부가가치는 중국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가 휴대전화, 자동차와 같은 상품을 1,000억 달러 수출해도 실제로 우리에게 남는 부가가치는 587억 달러에 그쳤다.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861억 달러, 미국이 832억 달러, 중국이 729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가져가는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604억 달러로 우리보다 많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고 주요 국가에 비해 떨어진 산업구도화, 부가가치 효과가 낮은 조립가공제품 위주의 수출구조가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의 이우기 경제통계국 팀장·이인규 과장·홍영은 조사역은 10일 '국제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벨류 체인 분석'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가가치 기준 무역 실적을 내놨다.

부가가치 기준의 무역이란 국가 간 생산과 수출입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흐름을 집계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휴대전화를 200달러에 팔았다면 기존 무역통계는 우리 수출에 200달러로 잡히지만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원재료인 철광석을 한국에 판 호주가 100달러, LCD를 판 대만이 70달러를 가져가고 한국은 30달러만 벌어들이는 흐름이다.

200달러에서 30달러의 비율을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유발 효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58.7%로 일본(86.1%), 미국(83.2%), 중국(72.9%)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았다. 우리가 열심히 수출을 해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조련사가 가져가는' 셈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은 것은 애초에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데다 산업의 평균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주요국보다 떨어지기"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은 조립가공제품 위주의 수출구조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전체 무역의 판도 역시 바뀐다.

2009년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394억 달러의 흑자를 봤다. 그러나 부가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흑자폭은 64억 달러로 83.8%나 급락한다. 반면 미국과는 30억 달러 적자였던 것이 30억 달러 흑자, 일본과는 193억 달러 적자에서 88억 달러 적자로 크게 개선됐다.

이 팀장은 "대(對)중국 수출의 일정부분이 유럽연합, 미국 등의 최종수요로 창출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단순히 무역통계를 통해 측정한 우리 경제의 국가별 의존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1000원 수출에 국내 남는 돈 587원…한국 수출품 부가가치 창출 세계 24위…원자재 의존도 높은 탓



한은, 부가가치 첫 분석

중국·터키 보다도 낮아…수출품목 다변화해야


한국 기업이 해외에 1000원어치의 최종 소비재를 팔아도 국내에서 만든 부가가치는 587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당 800원이 넘는 일본, 미국, 러시아, 호주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세계 무역 8강 진입에 자동차 전자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지만 성장의 질(質)인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한국, OECD 평균보다 낮다

10일 발표한 ‘국제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밸류 체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수출품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은 2009년 기준 58.7%로 나타났다. 1위 일본(86.1%), 2위 미국(83.2%), 3위 러시아(82.0%)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한국의 순위는 조사 대상 40여개국 중 24위로 중국(72.9%)에 비해서도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비율은 60.4%였다.

기존 수출입 총액 대신 부가가치 창출액 기준으로 무역 실적을 분석한 보고서는 국내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이우기 경제통계국 팀장은 “세계 제조업 네트워크가 더욱 분업화하면서 기존 수출입 통계로는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어디에서 얼마큼 기여했는지 알기 어려워졌다”며 “무역 판도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수출입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분석 배경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스마트폰 1000달러어치를 팔면 기존 무역 통계는 한국 수출 1000달러로 잡는다. 반면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철광석 등 원재료를 판 호주가 500달러, 액정표시장치(LCD)를 만든 대만이 100달러, 배터리를 납품한 일본은 100달러를 가져가고 최종 제품을 완성한 한국에는 300달러만 떨어진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 자체가 뒤처진다고 할 수는 없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등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이 높은 것은 공산품이 아닌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팀장은 “한국 수출품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은 것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단순 조립·가공 방식의 수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미국 시장 중요성 커져”

부가가치 흐름으로 보면 무역 판도도 확 바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 수출의 29.2%를 차지한 중국을 부가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20.2%로 비중이 떨어진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수출의 13.3%, 8.0%를 각각 차지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부가가치 기준으로 계산하면 17.6%, 12.6%로 비율이 증가한다. 일본은 수출 총액 비중(4.8%)과 부가가치 창출액 비중(5.0%)이 엇비슷했다.

무역수지도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경우 394억달러 흑자에서 64억달러 흑자로 83.8%나 감소한다. 반면 EU와 미국은 각각 61억달러 흑자, 30억달러 적자에서 71억달러 흑자, 30억달러 흑자로 바뀐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198억달러에서 88억달러로 줄어든다. 이 팀장은 “이 같은 양상은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對)중국 수출의 일정 부분이 미국, EU 등의 최종 수요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부가가치 측면에선 미국과 유럽 시장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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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항상 위기... 대화 외 다른 방법 없다

[오마이뉴스 김동수 기자]

"박정희 목따러 왔수다."

1968년 1월21일 밤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했다. 이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신조가 다음 날인 22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김신조는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침투 계획을 설명하면서 "31명이 5명 내지 7명씩 6개조로 나뉘어 1조에서 5조까지는 청와대의 1층, 2층, 경호실, 비서실, 정문위병소의 격파를 분담하고 나머지 1개조는 습격이 성공했을 때 청와대 수송부의 자동차를 탈취해 문산까지 나가 임진강을 도강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만약 성공했다면 한반도는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968년 한반도... 전면전 위기

청와대 습격 이틀 뒤인 23일에는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미국 해군 정보선(情報船)인 푸에블로호와 그 승무원 83명이 나포된 '푸에블로호 피랍사건'(Pueblo Incident)이 일어났다. 자국민과 배가 북한에 피랍되었는 데도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못한 것은 당시 베트남전이 한창이었고, 워낙 많은 인원이 납치되었기 때문에 감행하기 힘들었다. 결국 그해 12월 23일 82명의 생존 승무원을 석방시키는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또 그해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3차례에 걸쳐 북한의 무장 공비 120명이 울진·삼척 지역에 침투하여 12월 28일 소탕시까지 약 2개월간 게릴라전이 일어났다. 그 유명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다. 군경과 예비군은 본격적인 토벌작전에 착수, 12월 28일까지 약 2개월간 계속된 작전에서 공비 113명을 사살하고 7명을 생포하여 침투한 120명 모두를 소탕했다.

우리측도 군인, 경찰, 일반인 등 20여명이 사망하는 희생을 치렀다. 두 달 동안 강원도에서 국지전이 벌어진 셈이다. 한 순간 판단이 전면전으로 치닫을 수있는 상황이었다. 충격을 받은 박정희는 '향토예비군'을 창설한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때는 문세광을 통해 저격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거쳤다. 하지만 부인 육영수 여사가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한반도는 8년 후 또 다시 전쟁 기운이 감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 살인 사건이다.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미군 장교 2명을 북한군이 도끼로 죽였다. 사건 직후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장병들의 휴가취소와 부대복귀명령을 내렸다.

1976년 미군살해, 1983년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 계획

이어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데프콘 3호(경계상태돌입)를 발령하고, F-4전폭기, F-111전폭기 각 1개 대대를 한국기지에 배치했다. 핵항공모함 레인저호를 한국해역으로 이동, B-52폭격기를 출동시키고,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1800명을 한국에 증파했다. 방아쇠만 당기면 전쟁이었다.

북한은 7년 후 또 다시 대한민국 대통령 목숨을 노렸다. 1968년에는 직접 청와대를 겨냥했다면, 1983년에는 국외방문 중이 대통령을 노렸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해 10월 9일에 일어났다. 북한은 전두환 대통령이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하자 아웅산 묘소에 폭탄을 설치해 터뜨렸다. 폭발 사고로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 김동휘 상공장관 등 각료와 수행원 17명이 순직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 분노한 전두환 대통령은 북폭을 계획했지만 포기했다.

1950년 한국전쟁 후... 한반도는 항상 위기

이후에도 '제1차연평해전(1999년 6월 15일),'제2차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대청해전(2009년 11월 10일), '연평포격'(2010년 11월 23일)처럼 북한 도발은 이어졌다. 2008년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을 사살까지 했다. 그렇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는 단 한 순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처럼 피비린내 나는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놀랍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 박정희는 자신의 목숨을 노린 김일성과 대화 채널을 만들었다. 1971년 12월 이후락-김영주 사이에 핫라인을 설치한 것이다. 남북이 휴전선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핫라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두환도 핫라인은 끊지 않았다.

그리고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핫라인이 설치됐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자신이 지은 <피스메이커>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핫라인 개설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임 전 원장은 2000년 8월 남쪽 언론사 사장단 방북을 비롯해 9월 김용순 비서의 남쪽 방문, 2002년 6월 서해교전, 10월의 2차 핵위기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 추진, 2002년 4월과 2003년 1월 임동원 특사 방북 등 주요 현안은 모두 이 핫라인을 거쳤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쟁 막은 것... 핫라인 그리고 남북회담

결국 남북간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들어 대화채널은 끊겼다. 가족사이에 대화가 끊기면 온전한 가정이 아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대화가 끊긴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로켓발사와 3차핵실험을 강행했다. 판문점 전화도 끊겠다고 선언했다.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북한은 남북간의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8일 오전 성명을 내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3월 11일 그 시각부터 북남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도 전면 무효화될 것이라는 것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북한은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기 직전인 7일 오후 6시 외무성 성명에서도 "제2의 조선전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며 "침략자들의 본거지에 대한 핵 선제타격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북한이 도발하면 "지휘세력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한국을 공격한다면 대한민국은 당연하고 인류의 의지로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남북한 '치킨게임'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겁많은 이가 먼저 운전대를 돌리면 진다. 북한도, 남한도 먼저 돌리지 않겠다면서 먼저 네가 운전대를 돌리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심각하다. 대화채널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뽑은 외교안보라인을 보면 강경파밖에 없다. 대화 목소리를 낼 온건파가 보이지 않는다.

강경파만 득세하니 '강 대 강'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작은 충돌이 국지전으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3일만에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어리석은 자들도 있다. 3일만에 북한을 패퇴시킬 수 있어도 남한 역시 파멸이다.

파멸을 막는 유일한 길은 대화밖에 없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6.15 4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남북을 대표하고 있다. 우리가 마음 한번 잘못 먹으면 7천만 민족이 공멸한다. 그러나 우리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올바르게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우리 국민과 후손들은 축복받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감사할 것이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누구도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없고, 영원히 사는 사람도 없다. 우리 민족을 위해서나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나 오늘의 이 자리는 하늘과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마련해 준 기회다. 반드시 성공적으로 문제를 풀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비서가 새겨야 할 말이다. 두 사람 판단 잘못이 7천만 공멸로 이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 제1비서는 한반도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에게 죄 지으면 안 된다. 요즘 자신의 행보가 반민족, 반생명, 반평화임을 알아야 한다. 핵무기는 자주권이 아니다. 핵무기는 평화를 담보하지 않는다. 공멸로 이끄는 죄를 김정은은 짓지 말아야 한다. 박 대통령 역시 수구세력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다 죽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7년 1월 23일 신년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화를 위한 전략의 핵심은 공존의 지혜입니다. 화해와 협력, 공존을 위한 지혜의 요체는 신뢰와 포용입니다. 끊임없이 상대를 적대하고, 의심하고, 상대의 허물을 들추어 상대의 자존심과 불안을 자극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따지고 자존심을 세우려고 해서는 신뢰를 쌓을 수도 없고, 화해와 협력의 대화를 이어갈 수도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대범한 자세로 상대를 포용해야 합니다. 대결주의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렇다, 대결주의는 길이 아니다.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화해와 협력을 위한 신뢰와 포용이 가장 필요할 때. 한반도에 '너 죽고 나 살자'는 성립되지 않는다. 너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가야 한다. 냉전시대는 피스키퍼로 살았지만 냉전이 해체된 이후 피스메이커로 살아가고 있다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피스메이커>는 이렇게 끝맺음을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다. 미?북 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병행하여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및 군비통제를 추진하면서 우리는 통일에 접근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통일지향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면서 '사실상의 통일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통일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과 소련은 지난 1962년 지구 파멸 직전까지 갔다.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이다. 당시 미국 합참과 공군은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 때 케네디 대통령은 측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인들의 주장은 엄청난 장점이 하나 있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나중에 우리 중 아무도 그들이 틀렸다고 말해줄 수 없을 거야. 왜? 우리는 다 죽고 없을 테니까."-3월 8일 <한겨레> [세상 읽기] 위기와 용기, 책임감

다 죽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세현 "北 메시지는 과장, 진짜 목적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정적 한 방이 없다"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가 결정적 한 방이 없다며 실효적인 제재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엔 안보리 2094호 결의안은 뾰족한 수가 없는 현재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언론에서 이번 결의안이 수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수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수면이 넓어졌다.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여러가지 다양한 제재를 늘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에 군사적 강제조치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재 효과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결의안에서 북한 선박에 대해 검문검색을 할 수 있다고, 해야 된다고 하면서도 거기에 불응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그건 결국 중국이 빼자고 해서 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결의안 채택에 시간이 좀 걸린 것도 중국의 협조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라는 나라에게 북한은 매우 골치 아픈 나라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치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상대"라며 "미국이 북한을 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과연 중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북·중 관계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하겠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과 관련해 정 전 장관은 "정전협정 이야기는 미국에게 빨리 양자회담을 하자는 것과 평화협정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핵 선제타격이라든지 제2의 조선전쟁 등을 언급하는 것과 관련, 정 전 장관은 "칼을 뺐으니까 무라도 자르지 않겠나"면서 "그것(전면전)까지 갈 수 있다고 그러지만 과장된 협박이고 북한은 지금 그렇게까지 나갈 수 있는 힘이 없다. 도발을 할 수 있겠지만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 구덩이로는 안 들어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의 물밑 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더 강수를 두면 반드시 미국은 뒤로 북한과 무슨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도 그런 퇴로를 열어놓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그동안에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를 시작해 놓고, 뒤로 북한과 협상해서 결국은 회담으로 끌고 나온 경우가 몇 번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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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짜' 실업률 5.8%…일자리 나누기 고려 필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일자리 나누기로 朴 정부 국정 목표 달성 가능"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국내 공식 실업률이 작년 말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인 3.2%까지 내려갈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당 노동시간이 극히 짧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취업 준비자, 구직 단념자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업률이 5.8%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국내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은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8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시장 회색지대 분석을 통한 실질 고용률 제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을 통해 노동 시간을 줄이면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한 '고용률 70%'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식 실업률 통계, 현실과 괴리 커

공식 실업률과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대체 실업률이 나올 수 있는 건 통계청 집계 방식이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자를 취업자로 분류하고, 취업 준비자와 구직 단념자를 실업률 통계에서 배제하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묶어버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공식 실업자는 82만 명이지만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 희망자인 '불완전 취업자'는 34만9000여 명이고,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준비자와 구직 단념자는 각각 56만 명, 15만2000명이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공식 실업자보다 많은 106만1000여 명에 달한다.

노동 환경이 변하면서 단시간 노동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고시와 취업 준비 등에 시간을 쏟는 20대가 상당수 있는 한국의 특수한 고용 환경을 공식 실업률 통계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우선 불완전 취업자를 완전취업상태에 있지 않다고 보고 실질지표를 산출했더니 고용률은 58.5%까지 하락하고 실업률은 4.6%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당 1~17시간 취업자는 0.5명 취업자로, 18~35시간 취업자는 0.75명으로 가정해 산출한 결과다.

이어 잠재실업자까지 실업률 통계에 포함할 경우, 작년 실업률이 통계청 발표보다 2.6%포인트 높은 5.8%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즉 공식 실업자의 1.2배 이상의 인구가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지만, 이들이 공식 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되거나, 아예 실업률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 실업률이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평균 실업률은 8.1%로, 국내 통계청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올해 1월 평균 고용률은 57.4%에 머물러 OECD 평균 63.0%보다 크게 낮다. 통계가 현실과 괴리를 보이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허문종 수석연구원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적은데 일을 하는 사람도 적은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며 "OECD처럼 각 취업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보조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통계에서 누락되는 잠재실업자를 포함해 새로 계산한 실업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료 재인용. ⓒ프레시안

"일자리 나누면 고용률 올라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일자리 나누기가 핵심이다.

OECD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한국인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와 함께 고용률도 높이면서 통계와 현실의 괴리 폭도 좁힐 수 있는 대안이다.

이와 관련, 2010년 기준 한국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에서 멕시코(2242시간) 다음으로 높다. OECD 평균은 1775시간이며, 회원국 중 가장 노동시간이 짧은 네덜란드는 1381시간에 불과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주당 49시간, 54시간 이상 노동하는 장시간 노동자의 취업 시간을 국내 평균 노동시간(주당 45시간)으로 재조정하고, 남은 시간을 불완전취업자와 주당 36시간 미만 노동하는 노동자와 나눠 취업자 수를 새로 계산했다.

그 결과, 통계청 기준(15세 이상)으로 작성된 지난해 실질 고용률은 종전 59.4%에서 67.7%로 8.3%포인트나 치솟았다. 단순히 일자리 나누기만으로도 새로운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OECD 기준(15~64세)으로 실질 고용률을 계산할 경우, 지난해 실질 고용률이 64.2%에서 73.2%까지 9%포인트나 올라갔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목표치를 초과한 수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나아가 고령층 노동자와 청년층 노동자 등을 위한 맞춤형 대책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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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치 1위···현대차는?

英 브랜드 파이낸스 발표···현대차 2년 연속 9위

일본 도요타가 7일(현지시간)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브랜드' 평가 결과 1위에 선정됐다.

10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도요타는 브랜드 파이낸스로부터 260억달러(약 28조 원)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받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도요타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데이비드 헤이 최고경영자(CEO)는 "도요타는 소비자 신뢰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며 "젊은 층에 어필한 스타일이 뛰어난 새 디자인과 광고 캠페인을 통해 신뢰도를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2위는 237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기록한 폭스바겐이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33% 상승해 지난해 4위에서 2계단 상승했다. 그 다음은 BMW(232억달러) 메르세데스-벤츠(202억달러) 포드(196억달러) 닛산(176억달러) 혼다(161억달러) 포르쉐(112억달러) 순이었다.

현대차는 포르쉐에 이어 9위에 랭크됐다. 올해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87억달러(약 9조4700억 원)로 작년과 순위 변동은 없었다. 르노(84억달러) 푸조(66억달러) 쉐보레(60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브랜드 파이낸스는 '가장 강력한 자동차 브랜드'에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를 꼽았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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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유튜브 14억 뷰 돌파했다

가수 싸이(박재상·36)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10일 유튜브 조회수 14억 건을 돌파했다.

'강남스타일'은 10일 오전 14억 210만 건을 기록 중으로 지난달 10일 조회수 13억 건을 돌파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또 '강남스타일'의 후속 버전으로 포미닛의 현아와 함께 부른 '오빤 딱 내 스타일' 뮤직비디오도 지난 9일 조회수 3억 건을 돌파하며 10일 현재 3억 340만 건을 기록 중이다.

‘강남스타일'의 전세계적인 돌풍에 힘입어 싸이는 다음 달 13일 새 싱글을 전세계에 동시 발매한다. 싸이는 싱글 공개 당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해프닝'(HAPPENING)이란 제목으로 공연을 펼치며 이 공연을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한다.

 

싸이, 멜버른 인증샷..수 많은 인파 ‘역시 국제가수’

싸이 멜버른 (사진=싸이 트위터)

싸이가 멜버른 인증샷을 공개했다.

10일 싸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Look at us Melbourne! U have no idea how touching U WERE!"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 속 싸이는 수 많은 인파를 배경으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는 싸이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미래 음악 페스티벌(Future Music Festival)'에 특별 게스트로 참가한 인증샷으로 남다른 인기를 과시했다.

한편 싸이의 멜버른 인증샷에 네티즌들은 “남달라”, “역시 국제가수다”, “싸이 새 앨범 정말 많이 기대된다”, “역시 강남스타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afei@starnnews.com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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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깜짝… 유지태 영화감독 일 냈다


유지태 감독 <마이 라띠마>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영예
유지태 감독의 <마이 라띠마>가 15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영화 <마이 라띠마>는 절망의 끝에서 만나, 세상에 버려진 두 남녀의 이야기로 도빌 아시아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세계 각국의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영화 상영 후, 유지태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찬사가 쏟아졌고, 현지 주요 외신들의 끊이지 않는 인터뷰가 쇄도하면서, 조심스럽게 <마이 라띠마>의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 라띠마>가 유지태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라는 점이 다른 쟁쟁한 경쟁작들에 비해 핸디캡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유지태 감독이 첫 장편영화 연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 요소가 심사위원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심사위원장 Jerome Clement는 “<마이 라띠마>는 예민한 소재임에도 유지태 감독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이 영화가 그의 첫 영화라는 게 놀랍다. 이 영화가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상으로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유지태 김독은 “초청해주신 도빌 영화제와 유명한 아티스트들인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이 라띠마>가 한국에서 5월에 개봉예정이고, 제가 두번째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주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또한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와 스텝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는 수상소감을 밝히며 대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제 15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는 ‘관객상’에 Vivacent Sandoval감독의 , ‘비평상’은 Vahid Vakilifar감독의 , ‘베스트필름상’에는 Kamal K.M.감독의 , 심사위원 대상 공동수상작은 Boonsong Nakphpp감독의 가 수상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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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애플 특허전 승자는/최갑천기자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전쟁이 시작된 지 다음 달로 2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갤럭시S' '갤럭시탭'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들이 자사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상당수 기능 특허들을 몰염치하게 베꼈다며 미 법원에 30억달러 가까운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세기의 특허전쟁이 발발했다. 이 소송은 23개월간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며 미국 외에 한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 9개국으로 확산되며 일명 '세기의 소송'으로 불렸다.

양측간 특허전쟁의 시발점인 미 소송은 지난 해 7월 본안 심리 시작 이후 9개월이 흐른 지난 1일 1심 판결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결과는 애플의 승리였다. 미 재판부는 삼성전자 제품 20여종이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5억9000여만달러의 배상책임을 물었다. 당초 배심원단이 판단한 10억5000여만달러보다 대폭 삭감된 액수지만 미 법원은 삼성의 특허 침해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삼성으로도 소득은 있었다. 물론 '무죄' 입증에는 실패했지만 미 법원으로부터 특허 침해에 '고의성'이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내면서 '카피캣(모방꾼)'의 오명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애플이 승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특허전쟁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부각된 삼성이 진짜 승리자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번 특허전의 실체는 법원의 판결이 아닌 시장의 패권 싸움이었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양측은 1차 소송 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채 2차 소송까지 전장을 넓히게 됐다. 담당 재판부도 추가 소송의 불필요함을 지적했지만 애플은 "삼성 제품이 판매되는 한 피해가 계속된다"는 이유로 '2차 대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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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1 경쟁 뚫은 유망 창업기업가 모였다

IGM 창업기업가 사관학교 입학생 전원 전액 장학금

IGM_IEA입학식
지난 9일 서울 장충동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열린 'IGM 창업기업가 사관학교' 1기 입학식에서 전성철 IGM 회장, 송장 IEA 총장 등 주요 참석자와 입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전문교육기관인 IGM 세계경영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장충동 본원에서 'IGM 창업기업가 사관학교(IEA)' 1기 입학식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입학식에는 전성철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을 비롯해 IEA 총장을 맡은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오명 동부그룹 전자부문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1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선발된 40명의 예비 창업기업가들과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윤홍근 제너시스 비비큐 그룹 회장 등 성공한 벤처 기업인으로 구성된 창업기업가 교수진과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양정규 아주IB투자대표 등 투자자 교수진도 함께 했다. IGM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한 IEA는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업기업가 육성을 목적으로 입학생 전원에게 전액장학금(2000만원 상당)을 제공하며 졸업 시에는 500만원에서 5억원의 투자금까지 지원한다. 특히 IGM의 전문 경영 지식을 가진 교수진은 물론 변대규 휴맥스 회장, 김준일 락앤락 회장을 포함해 크게 성공한 창업기업가 등 국내 대표 CEO 등이 직접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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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뿌리고 대학 세우고…금융 대부의 '위험한' 유혹!

[프레시안 books] <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

[프레시안 박찬홍 사회민주주의센터 준비위원]

착한 사람이 착한 일을 하겠다는데, 뭘 그리 피곤하게 의심하는가?

맞는 말이다. 선의를 의심하는 것은 피곤할 뿐 아니라 무척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고통이 길어지고 피해의식이 쌓이다 보면, 어느덧 섣부른 신뢰가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게다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집단인 경우, 상처와 증오는 몇 갑절 더 깊은 것이 되고 만다. 깊고 오랜 집단적 상처를 품고서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회화를 감상하듯 문제를 탐미할 수 없다. 반대로 독일의 낭만주의 미학자 졸거(Karl Wilhelm Ferdinand Solger, 1780~1819)가 했다는 다음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쉬울 것 없는 여유로운 시각으로는 사무치는 결핍을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잔인한 전쟁도 멀리서 보면 조화로운 풍경으로 변한다."

<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니콜라 귀요 지음, 김태수 옮김, 마티 펴냄)라는 책은, 착한 사람이 한다는 착한 일을 피곤하게 의심하는 책이다. 의심의 대상은 소로스로 대표되는 금융 자본이 자선과 교육 사업을 통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과정이다. 또 그 과정이 20세기 초 카네기 등 산업 자본이 전통적 젠트리 계층에 맞서 사회적 명망을 얻게 된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함을 지적한다. 요약하자면, 나쁜 것들이 못된 짓만 따라한다는 얘기다. 그리고는 요즘 대세인 '윤리 경영' 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론을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그래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묘사한다면,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훌륭한 미시 역사서이자 사회과학적 분석서라고 총평할 수 있겠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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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니콜라 귀요 지음, 김태수 옮김, 마티 펴냄). ⓒ마티
착한 기업인은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최근의 예를 들자면 안철수가 있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될 뻔했다. 좀 과장인가. 그래도 그가 지난 대통령 선거의 핵심 변수였음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릎 팍 도사'에 나와서 숫기 없게 "넴, 넴" 대답이나 하던 '범생이' 기업가에 불과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가 존경받는 기업가를 넘어 최고 권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아진 걸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에게는 여느 기업가와 다른 점들이 있었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걱정했고, 족벌기업의 수탈을 문제 삼았다고 들었다. 그것이 그렇게도 강렬한 희망을 주었던 걸까. 생각해 보면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당대의 안철수가 있었을 텐데.

이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문국현, 유일한,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언제나 존경받는 기업가들이 있었고, 그들이 '나쁜 자본'을 넘어서겠다고 나섰는데, 왜 누구도 '약자의 몰락과 고립'이라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했을까. 게다가 삼성, 현대, 포스코 같은 대기업에서도, 이제 윤리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그들의 선한 뜻이 잘만 실행되면, 드디어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우리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번역자는 다음과 같이 저자의 말을 소개한다.

"저자는 자선사업을 향한 금융 자본의 대대적인 전향을 자본가 개인의 도덕적 참회나 책무의식의 결과로 이해하려는 세간의 해석을 넘어서는 통찰을 보여주면서, 이 현상을 금융 자본이 스스로 찾은 지배의 정당화와 영속화의 특정한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8쪽)

그래도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 보자. 선한 의도를 믿지 못하는 것이 병일 수도 있으니까. 배배 꼬인 심사에는 자기 같은 마음만 보이는 법이다. 그렇지만, 의도가 선하므로 한결 같이 믿어주는 건 또 옳은 일일까. 글쎄. 대책 없이 순진하면 자기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고생한다는 게 문제다. 대략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부자들의 선행을 대하는 것이, 독서 여행을 시작하는 나그네의 태도로 온당할 듯하다.

"위로부터의 선의가 세상을 치유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분노가 차분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골드만삭스와 프리티 우먼 - 원조 자선가의 몰락과 금융 자본의 부상

착한 기업인이 대단한 자선을 펼치는 모범적 사례는, 20세기 초의 미국에서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는 이미 농업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젠트리가 물러나고, 카네기와 록펠러 등의 신흥 '산업' 자본가의 지배가 확립된 시점이었다. 저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 당시 노동자 계층은 유례없는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문제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상당한 투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반면, 은행 등의 '금융' 자본은 철저히 '산업' 자본에 협력하고 있었을 뿐, 힘을 견주어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20세기 초 미국의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은,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신뢰와 호혜에 기반을 둔 상생적 관계를 구축했다.

이들(상업은행)은 수익만을 좇는 비인격적 사업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정 주치의'에 가까웠다. (…) 은행과 고객의 관계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친밀감에 기초했다. (…) 골드만삭스의 경우, 일부 기업 고객은 7대, 심지어 8대에 걸쳐 이 은행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으며 "은행장들은 집안의 유산처럼 전임자에게서 승계 받은 고객을 다시 후임자에게 넘겼다." (42~43쪽)

그러다 모든 것이 돌변한다. 금융 자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90년에 개봉한 줄리아 로버츠의 출세작 <프리티 우먼>에는 매력적인 독신남 에드워드(리차드 기어)가 등장한다. 극중에서 그의 직업은 기업 사냥꾼인데, 그것은 재정이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서 종업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생산 설비를 분해해서 다시 파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수법은 잔혹한 약탈로 묘사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거래가 실제로 회사의 기술적 전통과 직원의 경제적 기반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가 1990년에 개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굴복시킨 역사적 전환이 1980년대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순진한 기대와 '진보적' 금융 자본의 배신 - 해방군이 점령군으로

왜 그리 짧은 시간에 그리도 대단한 변혁이 일어났을까. 예전부터 대립하던 '산업' 자본과 노동계층은 그 과정에서 대체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산업' 자본에 대항하여 선전포고를 할 당시, '금융' 자본 측은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정의로운 혁명을 표방했다.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 중산층은 산업 자본과의 오랜 투쟁에 지친 나머지, 금융 자본을 해방군으로 반기는 우를 저질렀다.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닌가! 금융 자본의 노련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인해, 한동안 노동과 시민 사회에서도 금융 자본의 선전을 사회 진보로 여기며 반기기까지 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참여연대와 장하성 펀드가 선의로 추구하는 바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 자본가들은 노동자와 대립하지 않고 (…) 경영자 및 사장과 대립한다. 생산과 무관해 보이는 금융 자본은 오히려 순수해 보인다. 즉 금융 자본은 산업 자본처럼 노동의 직접적 착취의 난폭함에 물들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 능동 자본과는 달리 금융 자본은 이렇게 '좋은' 자본이며 전형적인 진보적 자본이 된다. (28쪽)

그러나 이 전쟁의 본질은, 노동에서 착취한 잉여가치의 주인을 정하는, 자본가끼리의 제로섬(zero-sum) 패권다툼일 뿐이었다. 그러니, 누가 승자가 되든 최대의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운명이었다.

이러한 전환이 중산층과 노동자와 빈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이제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외환은행에서 벌어진 일들은, 1980년대 이래 미국에서 수없이 이루어진 비극의 되풀이일 뿐이다.

금융 자본의 위기와 생명 연장의 꿈 - 자선과 사회적 책임의 표절

그러나 80년대의 승리자인 금융-주주 자본주의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몇몇 벼락부자를 탄생시킨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뒤늦게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경계할 만한 것이었다. 의심을 받게 된 '금융' 자본은 즉시 생명 연장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힌트는 그들의 적이었던 '산업' 자본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었 다.

앞선 시대, 카네기·록펠러 등 '산업' 자본가들이 철도, 금속, 석유 제국을 건설했을 때, 그들의 고민 또한 '도덕적 정당화'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제국 건설사는 사기와 투기로 얼룩졌고, 사람들이 그들에게 붙여 준 별명은 '도적 남작들'이었다. 그러자 도적 남작들은 산업 현대화를 일군 계몽 기업가로 자신을 부각시키며 현대적 자선 사업과 자선 재단을 발명함으로써 그들의 지배를 영속화하려 했다.

표절을 불사한 80년대 금융 자본의 필사적인 노력은 결국 보상을 받았다. 역설적이게도 그 보답은, 자본의 대리인에 불과했던 전설적 투기꾼들이 주가 조작과 사기죄로 처벌받음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칼 아이칸, 마이클 밀켄 등의 사기꾼들은, 금융 자본주의의 도래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한 셈이 되었다.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은행과 연기금의 죄를 대속함으로써 말이다.

산업 자본의 때늦은 깨달음 - 소유자의 횡포

80년대 '주식 소유자-금융 자본'의 공격에 직면하자, '산업' 자본은 납품업자·지역 공동체·노동자를 지키는 사회적 가부장으로 자신의 위상을 수정했다. 그리고 '금융' 자본을 향해 '소유자의 횡포'를 그만두라며 항의했다. 이는 대단히 드라마틱한 자기모순이었는데, '소유자의 횡포'란 바로, 산업 자본 자신에게 대항하던 노동자의 논리였기 때문이다. 수치심을 모르는 산업 자본가의 표절은 다음의 뻔뻔한 주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납품업자, 기관, 고객, 지역 공동체가 우리(산업 자본)와 연결되어 있다. 이들 중 아무도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는 주주가 누리는 민주적 자유 같은 것을 향유하지 못한다. 이들은 주주보다 더욱 기업에 의존한다." (100쪽)

기업에 의존하는 '기업과의 일체성'으로 본다면, 노동자만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도 없다. 그런데도 산업 자본가들은 기업 '소유자'로서의 권력을 노동자들에게 원 없이 휘둘렀던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일례로, 카네기는 철강왕이 된 후에도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고 봉급을 삭감했으며, 1892년 홈스테드 공장의 점거 파업을 유혈 진압하면서 10명의 사망자와 60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만일 그 시절부터 산업 자본가가 납품업자·고객·지역 공동체를 살뜰히 챙겼더라면, 노동자들도 '진짜' 소유자의 공격으로 어려움에 빠진 1980년대의 산업 자본가들을 조금은 동정했을지도 모른다.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진짜 소유자는 주주다. 이 점이 타당한지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착한 조지 소로스가 벌이는 특별히 착한 일?

유대-헝가리계 미국인 조지 소로스는 외환 투기를 통해 20조 원의 재산을 모았다. 그보다 더 부유한 사람은 전 세계에 걸쳐 20명 남짓밖에 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1991년부터 '열린사회 재단'을 설립하여, 누구보다도 의욕적으로 자선 사업을 추진했다. 마치 자신의 성공을 가져다 준 금융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휴머니즘과 박애주의로 전향이라도 한듯 말이다.

(조지 소로스)의 인생 이력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시장의 탈규제로 인해 최근에 형성된 금융 귀족이 과거 19세기 산업 엘리트의 정당화 전략, 그 중에서도 교육 제도에 대한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승계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선은 상승하는 사회 계층이 자기 계층의 재생산 문제에 봉착했을 때 권력 행사의 정당한 자격과 관련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115쪽)

위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 소로스의 자선도 일종의 표절이다. 그러나 선명한 차이점도 있다. 산업 자본은 물론, 80년대 금융 자본의 자선과 비교하더라도 그 차이는 뚜렷하다. 일단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윤리적 조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였다. 또 재산의 거대한 스케일만큼이나 그가 벌이는 자선 및 교육 사업의 목표도 전통적 자선의 전망을 훌쩍 뛰어 넘는다.

소로스의 교육 사업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살피기 위해서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이해해야 한다. 1990년경 워싱턴에 자리 잡은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의 정책 결정권자간에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후에 이 합의는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불리게 되는데, 그들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대외적으로 확산시키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IMF와 세계은행은 제3세계 국가의 경제 위기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그 목표는 90년대 내내 비교적 용이하게 달성될 수 있었다. 경제 지원의 조건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 도입을 요구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1998년 한국에 대한 IMF의 처방이 대표적 성공 사례였다.

자선 사업을 구상하던 조지 소로스는, 이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그가 구상하던 교육 사업의 비전을 발견했고, 그의 자선 사업을 이에 연동시켰다. 소로스는 국가나 공동체의 총체적 규제에 대한 두려움을 체화한 인물이다. 나치의 박해를 겪었고 런던 정경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칼 포퍼의 사상에 깊이 영향 받은 그의 이력에서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소로스의 사상적 배경은, 자연스레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호적 태도로 연결되었다. 개인과 시장의 절대적 자유와 작은 정부는, 절대로 칼 포퍼가 말하는 '열린 사회의 적'이 아닐 테니까.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중부유럽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을 설립했다. 이 대학은 사실상 워싱턴 컨센서스의 세계화라는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물적 토대였다. 소로스가 추구하는 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환경·인권·개발·젠더 문제 등과 같은 '진보적' 의제가 금융 세계화에 대한 비판으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이 대학의 학문적 프로그램은 이를 위해 세밀하게 고안되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금융 자본주의를 위해 필요한 변화와 대안이 제공되었다. 금융 세계화의 '폐기'를 주장하는 학자들을 '조정'의 전문가로 전향하도록 돕는 일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학문적 성과와 진지한 연구자가 축적되었고, 지금은 다음과 같은 평가에 어울리는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19세기와 20세기의 전환기에서 자선 사업가들이 자본과 노동의 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과학적 이데올로기에 투자하여 마침내 계급 대결을 완화시키고 (산업) 자본에 유리한 체제를 구축했듯이, 오늘날 세계화의 주도 세력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세계화 리더 양성이라는 '공통 과목'을 설정하여, 금융 기관에 대한 시민 사회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140쪽)

자선 사업의 진정한 위협 - 재분배 체계의 사적 독점

자선 사업의 발명자인 '산업' 자본에게, 초창기의 자선은 의심스러운 치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내야하는 부담금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선 사업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자선가들은 또 다른 기회와 권력을 손에 넣게 되었 다. 그 권력이란 재분배 과정의 사적 독점권이었다. 그것은 부의 재분배 기능을 국가 권력으로부터 분리하고 사적 처분권의 영역에 붙들어 둠으로써 가능해졌다. 자선의 본질적 이득은 자선에 사용된 재산에 대한 세금 공제이고, 자선에 쓰인 돈은 공제가 아니었다면 결국 국고로 환수될 돈이었기 때문이다. 징세를 피한 재산을 아무리 좋은 일에 쏟아 붓더라도, 재분배가 국가 권력의 영역을 벗어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미국이 가진 특징, 즉 극심한 불평등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열리게 되었다. 사회적 연대성의 유지와 재분배는 사회 계층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핵심적 갈등에 속한다. 이런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이해관계 일방 당사자에게 완전히 맡겨 버린 것은, 사회 통합과 공공성 확립을 포기한 것과 같다. 결국 미국인의 교육과 의료와 연금과 주거 문제는 부자들의 선한 마음에 의지하게 되었다.

착한 자본을 믿는 착한 사람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지금까지 살펴본 금융 자본의 논리는 난공불락의 진리로 뿌리 내리고 있었다. 최근의 비참한 파국을 겪었어도 금융 자본주의의 진보성과 그들의 선의에 대한 믿음은 뜻밖에도 여전하다. 그러다 소로스 유의 금융가-자선가에 대한 해맑은 찬사라도 듣게 되면, 지젝의 말이 으스스하게 떠오르는 걸 어쩔 수 없다.

"삶이 (…) 이루는 (…) 파국을 이해하는 열쇠는 자기증식하는 자본의 형이상학적 춤사위에 있(…)다. 바로 거기에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구조적 폭력이 존재하며, 이 폭력은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어떠한 직접적인 (…) 폭력보다 더 섬뜩하다. 이 폭력은 더 이상 구체적인 개인들과 그들의 악한 의도의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순수하게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며, 익명성을 띠기 때문이다."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김희진 옮김, 난장이 펴냄) 40쪽)

구조적 폭력을 양산하는 착한 자본가의 목록은 끝이 없다. 카네기, 록펠러, 게이츠…. 이쯤 되면 착한 자본에 속아 주는 것도 두렵다 못해 지겨워질 만하다. 문제는 통제 받지 않는 자유 시장과 개인의 변덕에 내맡겨진 재분배 시스템 자체에 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선의에 속는다.

그러나 선한 마음이란 변하기 쉽다. 더구나, '선한 의도로 행하는 강요'는 누구도 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행정적 통제와 민주적 통제를 피하여 이루어지는 자선은, 변심하기 쉬운 연인의 마음과 같다. 오늘의 사랑이 아무리 뜨거워도, 내가 받는 사랑은 결코 나의 권리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내일의 사랑은, 전적으로 내 연인의 변덕에 달려있게 된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소로스의 경우도 그렇다. 소로스가 선의로(그렇다고 믿어주자) 벌이는 자선 사업이 암묵적으로 전파하는 메시지는, 자본주의를 이대로 유지하면서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각이다. 금융 자본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것과, 노동자와 소외당한 약자들의 불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환상 말이다.

지나친 선의는 이용당하기 쉽다. 불행히도 그런 선의는 약자의 연대에 균열을 일으키고, 강자의 속임수에 힘을 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민주 공화국의 국가 이성으로 순화된 연대의 힘뿐이다. 그 일을 성공으로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정도다. 그들은 자본의 선의보다 연대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영웅의 선한 마음에 의지한 다른 나라의 모든 시도가 실패로 끝났음을 인정해야 한다. 제2, 제3의 안철수에게 기대기보다, 맞잡은 이웃의 손을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

재미의 아쉬움 - 학술과 저널리즘

이 책의 번역자인 김태수는 옮긴이의 글에서 대뜸 이렇게 말한다.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긴 하지만, <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사회과학 학술서에 속한다." (9쪽)

제목에 속았다면 미안하다. 이런 고백이었구나. 어쩌란 말인가. 이미 본문을 다 읽었는데. 주간지 집어 드는 가뿐한 마음으로 시작하였으나, 도입부에서 날 반긴 것은 부르디외와 라파르귀와 바타이유였다. 아까운 책이다. 재미없는 것은 의미도 없는 것으로 취급되기 쉽다. 전에 언급한 평론가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의 고뇌는 따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생활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다분히 나르시시즘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자의 수고 덕으로 저자의 성찰을 용케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니, 대략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부자들의 선행을 대하는 것이, 긴 독서 여행을 마무리 짓는 나그네의 태도로 온당할 듯하다.

"아래로부터의 분노를 추슬러 차분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위로부터의 선의가 세상을 치유하길 기다리는 것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다."

박찬홍 사회민주주의센터 준비위원 (mal@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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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선진국? 아니, 식민성의 포로다!

[프레시안 books] 월터 미뇰로의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프레시안 우석균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 교수]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제8권인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 식민주의성, 서발턴 지식, 그리고 경계사유>(이성훈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국내에 번역된 월터 D. 미뇰로(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책이다.

3년 전 미뇰로의 한국 강연 때 출판된 <라틴아메리카, 만들어진 대륙 : 식민적 상처와 탈식민적 전환>(김은중 옮김, 그린비 펴냄)과 식민성, 근대/식민 세계체제, 식민적 차이, 경계사유, 권력의 식민성, 지식의 지정학 등등의 여러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실로 다채롭고 쉽지 않은 주제들이다. 게다가 월러스틴, 데카르트, 헤겔, 칸트, 데리다, 푸코, 레비나스, 들뢰즈, 가타리, 바바 등등 숱한 서구 석학들과의 비판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라틴아메리카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아랍의 '다른 사유'들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대화를 시도한다.

바둑으로 치면 우주류 바둑을 구사하는 스케일이 큰 책인 셈인데, 원래 언어학을 전공하면서 기호학과 식민지 시대 연구를 접목시킨 미뇰로가 이처럼 시공간을 활보하는 책을 저술할 수 있었다니, 그의 지적 호기심과 열망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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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월터 미뇰로 지음, 이성훈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에코리브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목의 의미를 올바로 포착해야 한다. '로컬'과 '글로벌'이라는 상반된 용어의 대립에 현혹되어 과거 종속이론 유의 민족주의/제국주의 혹은 주변부/중심 아니면 제3세계/서구의 대립 구도 속에서 쓴 책으로 오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디자인이란 "헤게모니를 장악한 지구 관리 프로젝트"를 말한다. 세계체제의 탄생 이래 그 헤게모니는 항상 서구가 장악했다. 서구는 아메리카(미주)를 식민 통치하던 시절의 기독교 사명, 18~19세기의 문명화 사명, 1960년대의 근대화 프로젝트, 최근의 신자유주의라는 4개의 글로벌 디자인을 통해 전 세계를 관리했다.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영국과 프랑스, 미국, 초국적 기업들이 차례로 그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로컬 히스토리는 피식민 국가, 즉 소위 제3세계의 역사뿐만 아니라 소위 메트로폴리탄 국가의 역사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후자가 근대 세계체제 내부의 역사라면, 전자는 그 주변 지역의 로컬 역사이다. 글로벌 디자인도 결국은 특정 메트로폴리탄 국가의 로컬 역사에서 나온 것이고, 시대에 따라 이를 생산한 국가들이 바뀐 만큼 서구 국가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진다. 미뇰로는 이처럼 세계관이 동일한 제국들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지점을 내부 경계라 칭하고, 식민 종주국과 상이한 로컬 역사를 지닌 피식민 국가들이 글로벌 디자인과 파열음을 일으키는 지점을 외부 경계라 칭한다.

이 대목에서 미뇰로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근대 세계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수정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이다. 미뇰로는 물론이고 그가 자주 인용하는 페루 사회학자이자 1세대 종속이론가 아니발 키하노와 아르헨티나의 해방철학자 엔리케 두셀은 소위 '장기 16세기'에 세계체제가 탄생했다고 본다는 점에서 월러스틴과 같은 시각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 일군의 라틴아메리카 학자들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다다른 1492년이 세계체제의 탄생 시점이라고 못 박는다. 또한 월러스틴이 세계체제의 탄생을 장기 16세기로 잡으면서도, 미뇰로가 말하는 글로벌 디자인과 유사한 개념인 지문화(geoculture)가 18세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는 프랑스 혁명으로 비로소 자리 잡았다는 주장을 배격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주도한 글로벌 디자인의 존재를 천명한다.

나아가 '근대 세계체제'라는 개념 자체가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근대 세계체제의 탄생이 아메리카 식민통치로 가능했는데 '근대'만을 내세우고 '식민'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근대/식민 세계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근대성과 식민성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다다른 1492년을 세계체제의 탄생 시점으로 잡는다는 점에서 이런 일련의 주장이 라틴아메리카 학자들의 자민족 중심주의의 소산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반론의 여지도 없지 않다. 필자만 해도 아부-루고드의 13세기 세계체제론이 언뜻 떠오른다. 또한 16세기에 인도나 중국이 서구의 글로벌 디자인에 좌지우지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특히 미뇰로가 그 방대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쪽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미뇰로는 자신의 사유가 "아메리카 내 에스파냐(스페인) 유산의 로컬 역사에서 출현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자민족 중심주의라고 비판한다면, 미뇰로는 '경계사유'라고 주장할 것이다. 경계사유는 로컬 역사와 글로벌 디자인의 교차 지점에서 '식민적 차이'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나 상처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사유이다. '식민적 차이'는 "근대/식민 상상계 속에서 행해진 지구의 분류"이고, 키하노가 정립하고 미뇰로가 자신의 이론적 토대 중 하나로 삼은 '권력의 식민성'은 그 "차이를 가치로 변형시키는 에너지이자 기계"이다. 미뇰로는 라틴아메리카의 로컬 역사 덕분에 주체성, 젠더, 노동, 지식, 권위 등 모든 측면의 식민적 차이가 이미 16세기에 위계질서화 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가령, 서구가 저지른 3대 제노사이드인 아메리카 원주민 말살, 아프리카 흑인의 강제 이주와 노예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중에서 앞의 두 가지 사건이 16세기 아메리카 정복과 함께 발생한 데에서 인종의 식민적 차이를 본다. 1531~1660년 사이에 최소한 15만 5000킬로그램의 금과 1698만 5000킬로그램의 은이 합법적으로 유럽에 유입되었고, 불법으로 유입된 양도 엄청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근대성과 식민성이 동전의 양면임을 입증한다.

서구가 자랑하는 인권 개념도 18세기에 담론화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이전에 바야돌리드 논쟁(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와 세풀베다의 논쟁)의 결과물인 '인간(people)의 권리'가 시초라고 주장한다. 이 권리는 인간에 대한 진정한 존중보다는 새로운 인종을 서구의 상상계 안에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다.

미뇰로는 경계사유가 결여된 이들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푸코도 데리다도 들뢰즈도 사이드도 그 비판을 벗어나지 못한다. 주체성, 젠더, 노동, 지식, 권위 등 모든 측면에 존재하는 식민적 차이는 식민 종주국 출신 학자들이 체득한 현실이 아니다. 따라서 글로벌 디자인과 로컬 역사를 동시에 조망하는 폭 넓은 시야라고 할 수 있을 경계사유를 획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권력의 식민성이 미시적인 층위까지 촘촘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식민 지배를 경험한 이들조차 경계사유를 획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서구) 근대성 기획의 반성에만 골몰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포스트식민주의 이론도 18세기 근대성 기원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원초적 오류를 저지른다.

이런 비판을 통해 미뇰로는 포스트옥시덴탈 이성으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그는 오리엔탈리즘 이전에 옥시덴탈리즘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이드는 18세기에 구축된 오리엔탈리즘이 근대 세계체제 최초의 헤게모니적인 문화 상상계라고 말하지만, 이는 미뇰로가 수용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무엇보다도, 오리엔트라는 범주가 존재하려면 이의 대립항인 옥시덴트라는 범주가 존재해야 한다. 마치 타자가 존재하려면 그 대립항인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옥시덴트라는 범주가 탄생한 것이 바로 스페인의 로컬 역사가 주조한 글로벌 디자인에 의해서이다.

1492년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다다른 해이기도 하고, 스페인이 무어인과의 8세기 동안의 오랜 전쟁에서 승리한 해이기도 하다. 흔히 '신대륙 발견'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것은 결코 발견이 아니었다. 이미 원주민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유럽인이 뒤늦게 도달한 것일 뿐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인들 그리고 나아가 서구인들의 상상계에서 아메리카는 신대륙이 아니라 유럽이 확장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국제법에서 말하는 무주물선점 원칙이 아메리카에 적용되어, 스페인인들은 새로운 땅을 개척했을 뿐이지 아시아나 아프리카 경우처럼 주인 있는 땅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논리지만 아무튼 미뇰로의 말처럼 "옥시덴트는 유럽의 타자가 아니라 동일성 내의 차이"였다.

서구인들의 오리엔트에 대한 태도는 스페인이 1492년 무어인에게 승리한 지 얼마 뒤부터 바뀌었다. 가령, 르네상스 시대에 "아랍 세계에 대한 인식은 오리엔탈리즘이라 일컬을 만한 것도 아니고 '타자'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그리스 사상이라는 동일한 토대에 기초한 지식을 소유하는 적으로 인식되었다." 반면, 스페인이 16세기 초에 개종하지 않는 무어인을 추방하면서 오리엔트는 타자가 되었다. 아메리카 정복으로 새로 구축된 지중해—대서양 교역회로는 근대/식민 세계체제의 핵심이 되었고, 옥시덴트는 이 회로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반면, 오리엔트는 이 회로에서 배제되어 외부에 위치하게 된다.

이 회로가 근대/식민 세계체제에서 주축을 이루게 되면서 옥시덴트는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고, 따라서 옥시덴트 외부를 기술하고 개념화하고 서열화해도 되는 특권이 있다는 인식인 옥시덴탈리즘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미뇰로에게 옥시덴탈리즘이 모든 사유의 범주와 세계를 분류하는 지정학적 담론이라면, 오리엔탈리즘은 그 결과 파생된 하나의 연구 영역일 뿐이다. 따라서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근본적인 서구 극복에 다다를 수 없다. 이는 오직 옥시덴탈리즘 극복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래서 미뇰로는 포스트옥시덴탈 이성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라틴아메리카의 비판적 사유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두셀, 미뇰로, 키하노 등 근대성/식민성 연구그룹의 작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들은 포스트식민주의(postcolonilaism)이 아니라 탈식민주의(decolonialism)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사이드 같은 남다른 예외도 있지만 포스트식민주의가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영어권 국가들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19세기 초에 독립한 라틴아메리카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연구대상 시기나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는 다른 피식민 지배 국가들보다 훨씬 먼저 독립했지만 미뇰로의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듯이 독립 후에 내부 식민주의가 작동했고, 단순히 식민 잔재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장구한 세월이 지속되었다는 점이 포스트식민주의의 기계적 적용을 망설이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인 식민 통치 없는 식민주의의 작동과 지속 메커니즘에 대한 라틴아메리카 학자들의 성찰은 결국 식민주의와 식민성의 구분으로 나아갔다. 물론 식민성에 대한 관심과 이론화 시도를 라틴아메리카의 비판적 사유나 근대성/식민성 연구그룹만의 독점적인 지적 공헌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만큼 집요하게 식민성 문제를 파고든 이들은 별로 없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식민주의보다 식민성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글로벌 디자인의 지향점은 전 세계적인 근대성의 성숙이라기보다 식민성의 작동과 영속이고, 그 식민성이 미시적인 차원까지 지배하는 한 식민주의도 결코 극복될 수 없는 것이다.

미뇰로의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 식민주의성, 서발턴 지식, 그리고 경계사유>의 집필 의도는 결국 식민성의 시각으로 대서사를 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디자인의 역사나 식민성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식민성에 대한 인식 필요성, 식민성을 극복하려는 인식의 전환, 즉 경계사유로의 전환을 역설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그렇다면 미뇰로의 이 책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까? 국내 라틴아메리카 연구의 과거와 현재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국내 라틴아메리카 연구 여건은 과거에 비해서 분명 좋아졌다. 일단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 자체가 몰라보게 커졌고, 라틴아메리카의 풍부한 자원이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속칭 돈도 좀 돌고, 군부독재와 부패가 과거 일반인들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지닌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열정, 문화적·예술적 풍요로움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라틴아메리카에 덧씌워진다.

하지만 종속이론이나 해방신학의 소개를 통해 국내 학계에 어느 정도 이론적 개입을 했던 것은 과거지사가 되었다. 여기에는 국내 라틴아메리카 연구자들이 반성할 점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물적 토대가 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령 1980년대 한국 사회는 종속이론의 중심-주변부, 신식민주의, 부등가교환 등의 키워드로 분석 가능했지만, 선진국의 문턱에 와있다고 자평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여전히 개도국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생산된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학계가 납득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마도 그래서 근대성/식민성 그룹에 대한 반향이 아직 미약한 것 같다. 세계화 국면에서 이론적 교정이 있었다지만, 결국 이들의 뿌리는 종속이론과 해방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가 라틴아메리카의 비판적 사유를 도외시해도 될 정도로 식민성을 극복한 사회일까? 과거 미뇰로를 소개하면서 '지식에도 왕후장상의 씨가 있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근대성/식민성 그룹이 말하는 지식의 지정학적 속성, 즉 서구 지식이 비서구적 지식보다 특권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전후 상황은 지식의 지정학성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금융 위기 이전까지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은 줄기차게 (신자유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외쳤다. 반면 세계시민사회포럼은 이들을 비판하면서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식의 지정학이 작동하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는 항상 세계경제포럼에 눈길을 주었다. 미뇰로식 용어를 사용하자면 신자유주의 글로벌 디자인 하에서 우리나라의 로컬 역사가 완벽하게 지배당한 형국이다.

그렇다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우리 사회가 달라졌을까? 필자는 언론도 학계도 출판계도 위기의 진단과 해법을 또다시 서구 지식에서 구하는 현실을 보고 식민성의 포로가 된 국내 현실, 지식의 지정학이 미시적 차원까지 지배하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 글로벌 디자인과 파열음을 낸 세계 시민사회의 경계사유는 여전히 지식의 장에서 소외 대상이었던 것이다. 미뇰로의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 식민주의성, 서발턴 지식, 그리고 경계사유> 출간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이런 국내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우석균 서울대학교 ��틴아메리카연구소 HK 교수 (mal@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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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입각 못했어도 섭섭하지 않아…朴 대통령 이제 쓴소리도 들어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인터뷰에서 "국가미래연구원을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개혁적 보수의 싱크탱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박근혜 싱크탱크서 '독립선언'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대통령은 공조직 활용해야…사조직인 우리가 결별 선택한 것

창조경제 지나치게 강조하면 경제위기 관리 소홀히 할 수도

건설·부동산 살리는 게 가장 시급


지난 3일 오전 서강대 마테오관 9층 리셉션룸.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ifs.or.kr) 론칭 행사에 회원 학자 90여명(전체 회원은 200여명)이 모였다. 그들 앞에 선 김광두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의 회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통령과 상호 독립적인 관계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어떤 정권이나 어떤 정당에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2010년 12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발기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해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독립 선언’을 한 것이다. 한때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 원장은 그동안 조심스러워하던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응하며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말하고 있다. 김 원장을 7일 서울 마포동 마포현대빌딩 2층에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만났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인연, 그의 장단점, ‘불통 논란’ 등 까다로운 질문에도 솔직 담백한 대답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독립한 이유가 있나요.

“대통령을 도와주는 공조직은 정부 출연연구소 등 많습니다. 대통령은 공조직을 활용해야지, 우리 같은 사조직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대통령을 위해 우리가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기왕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어렵게 모였는데,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도 했죠.”

▷독립했다고 해도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 우리가 내놓는 정책보고서를 보면 알 것입니다. 행복지수, 민생지수, 안정지수 등을 개발해 주기적으로 발표할 건데, 박근혜 정부 임기 중 지수가 나빠지더라도 계속 공개할 거예요. 이런 독립성을 위해 연구원도 소액 다수의 후원금으로 운영할 계획이지요. 지금도 순전히 회원들의 회비와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어요.”

▷지향하는 모델이 미국 헤리티지재단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공화당과 가치를 공유하는 보수의 싱크탱크로 정책과 전문가들의 플랫폼이지요. 여기서 개발한 정책은 필요한 곳에서 언제든지 가져가 활용합니다. 우린 기본적으로 보수이지만, 개혁적 보수입니다. 보수의 약점은 변화를 싫어하는 건데, 우린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합니다.”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언제부터 인연이 닿으셨나요.

“2006년 말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서강대 은사인 남덕우 전 총리의 권유로 1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박근혜 후보 정책자문그룹에 들어갔지요. 거기에 최외출 영남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등도 있었어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 공약도 그때 만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당시 대선 경선에선 패배했지요.

“그랬지요. 대선이 끝난 2007년 말 정책자문그룹 송년회에서 당시 박 전 대표가 공부 모임을 계속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그래서 2010년까지 3년 정도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모임을 가졌어요. 그 공부 모임 멤버엔 이종훈 명지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등도 합류했어요.”

▷박 대통령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만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점은 집중력이 좋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4시간 동안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박 대통령은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했어요.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단점이라면 어려운 사람들을 자꾸 도와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거죠.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서민들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재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할 때가 많았어요. 박 대통령이 굉장히 냉정한 것 같지만, 가슴은 따뜻한 분이에요. 요즘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오고, 뭐 그런 건 없었어요. (웃음)”

▷그동안 경제부총리 등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입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서운하지 않으세요.

“서운한 것 없습니다. 대선 이전부터 미래연구원을 독립적 싱크탱크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각엔 관심이 없었어요. 언론 하마평에 오를 때 그냥 웃었습니다.”

▷‘창조경제’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그건 박 대통령 자신의 아이디어예요. 박 대통령은 원래부터 이스라엘의 벤처 창업 등 창업 경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 창업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그걸 해결하려면 창조경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창조경제가 김대중 정부의 ‘벤처 정책’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김대중 정부의 벤처 정책이 신기술에만 초점을 뒀다면 창조경제는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까지 폭을 넓힌 것입니다. 또 창조경제는 기술과 아이디어의 상업화부터 창업 인큐베이터, 관련 법률·제도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좀 더 종합적이고, 내용이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지요.”

▷불황 장기화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창조경제는 비전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당장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 관리와 투 트랙으로 같이 가야 해요. 대통령이 창조경제만 강조하다 보면 관료들이 자칫 경기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는데, 그건 안 됩니다.”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건설업이 살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건설업은 서민경제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산업이에요. 건설업이 살아나려면 부동산 거래가 되살아나야 하죠.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기를 살리려면 전통적으로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게 효과가 없습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안 쓰니까요. 이런 때는 정부가 직접 소비하는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문제가 있지요. 그건 ‘재정준 칙’이라는 개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재정준칙은 1년 단위로 재정적자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5년, 10년 단위의 중장기로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거예요. 불황 때는 적자를 감수했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흑자로 돌려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어느 나라든 복지를 늘리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증세 이전에 정부의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에서 탈루한 세금을 걷는 노력을 충분히 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도 안 하고 증세부터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래도 돈이 모자라면 국민을 설득해 증세할 수밖에 없겠지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안 써서 후퇴 논란이 있었습니다.

“좋게 보자면 인수위가 경제이론에 충실했던 거죠. 경제민주화란 말은 경제학 용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정치적으론 잘못한 거죠.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란 말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용어를 안 쓴 것은 실수입니다. 또 국정과제에 경제민주화 사항이 모두 들어가 있어요. 근데 포장지를 잘못 싼 거지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이고, 앞으로 하는 걸 보면 대통령 의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조언하신다면.

“소통입니다. 조선왕조에서 소통의 리더십이 돋보였던 세종대왕도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여론조사도 하고, 직언을 하는 신하를 옆에 두는 등 정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도 신하들에게 ‘내가 제일 잘못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소통이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해요. 그만큼 소통이 어렵지만, 중요합니다. 소통의 전제조건은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되고, 신뢰가 안 생겨서 루머가 발생하게 마련이에요. 소통 없는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 박 대통령은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김광두 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린 정책자문그룹의 학자다. 1947년생으로 전남 나주가 고향이다. 광주일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서강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신문에 칼럼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현실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정책 자문에 응했다. 2010년 말 국가미래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4·11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분과위원 22명(간사 포함) 중 홍기택 중앙대 교수 등 7명이 미래연구원 출신이었다. 새 정부의 윤병세 외교부, 류길재 통일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와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이 미래연구원 멤버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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