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100년전 ‘너 참 불상타’부터 변화과정 ‘화제’
|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
[서울신문 BOOM]‘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레미제라블’의 100년 전 한글 제목이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레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간 옥살이를 살고 나온 주인공이 한 신부의 도움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일생을 정의와 약자를 위해 바친다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인 ‘장발장’이 번역판 제목으로 일반화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게시물에 따르면 ‘레미제라블’의 원래 한글 제목은 장발장도 아닌 ‘너 참 불상타’. 1914년 홍명희가 이 원작을 초역해 '청춘'지에 소개할 당시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원제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너 참 불상타’로 의역한 것이다.
이어 4년 뒤인 1918년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은 ‘애사’로 바뀌었으며 1922년에는 홍난파가 같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을 접한 네티즌들은 “뜻만 통하면 됐지”,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반전인데?”, “너 참 불상타…귀에 쏙 들어오는 제목”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영화 ‘레미제라블’은 개봉 30일 만인 지난 17일 누적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뉴스팀 boom@seoul.co.kr
........................................................................................................
우먼파워 시대의 역설… 유리천장의 차별
[세계일보]
유리천장(Glass Ceiling)’. 월스트리트저널은 1970년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후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어 여성의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
첫 여성 대통령 취임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여풍(女風)’이 거세다.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발탁, 각종 고시에서의 약진, 남학생을 제친 대학 진학률….’ 일부 현상만 보면 여성 차별과 편견은 종말을 고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뒤에 깊게 그늘진 현실은 여전히 ‘유리천장 안에 갖힌 우먼파워’임을 말해준다. 최근 여성의 대학원 진학이 남성을 앞지른 현상만 해도 여성 사회 진출이 어려운 데 따른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여성이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82.4%로 남성 81.6%을 처음으로 앞선 데 이어 2011년에는 그 격차(남 70.2%, 여75.0%)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국가직 7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35.8%로 2003년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시행 이후 최고치였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서 지난달 사상 첫 여성 임원이 탄생하는 등 기업체에서도 여성 임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엄하다. 3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3.7%,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1.5%, 중간관리자급 이상은 5.8%에 불과하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지난해 취업률 상위 5개 대학 남녀 취업률을 살펴봤더니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 여성을 크게 앞섰다. 10.5%포인트에서 26.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대학 진학률과 상반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해 ‘취업 재수생’이 된 박모(25·여)씨는 여풍에 감춰진 짙은 그늘을 체험했다. 명문대 출신에다 900점 이상의 토익 점수와 교환학생 경험까지 갖춘 박씨지만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적 벽을 넘지 못했다. 취업설명회에서 한 건축자재 전문업체 관계자는 “영업점 사장이 다 남자인데 여자가 상대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회사는 영업직은 여자를 뽑지 않는다”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 박씨는 “남자 3명, 여자 3명이 모여 함께 취업 준비를 했는데 남자는 모두 취업을 했고 여자는 한 명만 취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대 석사과정 입학생 중 여성이 1563명으로 남성 1400명을 처음 앞질렀지만 이 역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여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한 김모(29·여)씨는 “첫 취업에 실패한 뒤 백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대학원에 진학해 은행 입사를 준비했다”며 “집안 형편이 좋은 친구 중에는 이런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이 기업에 입사해 고위직에 오르려면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하며, 이를 해결하려면 여성 임원할당제 같은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남성 중심 문화로 여성을 평가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
끼띠퐁 나 라농 주한 태국대사 "마의·대풍수 보며 한국어·역사 공부합니다"
|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조선 건국 이듬해인 1393년
태국에서 처음 외교사절 파견…양국 교류역사 620주년
음악·드라마 등 한류 인기 대단…"가수 싸이 만나 말춤 춰봤죠"
파파야 채 썰어 만든 쏨땀…다이어트 효과로 인기 많아“태국과 한국이 처음 외교관계를 맺은 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조선 건국 이듬해인 1393년 태국에서 조선으로 외교사절을 처음 파견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올해는 한·태국 수교 55주년이 아니라 620주년인 셈이죠.”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태국음식점 ‘왕타이’에서 18일 만난 끼띠퐁 나 라농(Kittiphong na Ranong) 주한 태국 대사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술술 풀어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9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국에 대한 지식은 상당했다. 그가 교과서로 삼고 있는 것은 한국 드라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마의’를 보고 수·목요일엔 ‘대풍수’를 본다고 했다.
“한국어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정규방송을 꼭 챙겨 봅니다. 그리고 다음날 영어 자막이 들어간 동영상을 한 번 더 보죠. 드라마에 나왔던 한국어 단어를 공부하고, 드라마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맞는지 찾아 봅니다. 그러다 조선 초기 태국의 외교사절이 세 번이나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끼띠퐁 대사는 자신을 ‘나 라농’ 대신 ‘끼띠퐁’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태국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성보다는 이름을 불러 친근감을 표현한다고 했다.
그 사이 매콤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 나왔다. 파파야를 채 썰어 채소와 액젓, 태국 고추와 버무려 만든 샐러드다. 작지만 매운 태국 고추 때문인지 매콤한 맛이 강했다. 끼띠퐁 대사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라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도 그는 한국 역사를 인용했다. “한국에는 선덕여왕 같은 여왕이 이미 있었고, 경제인 중에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태국에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도 여성이고 외교부의 여성 비율은 60%를 넘는다. 주한 태국 대사관에 파견나온 10명의 외교관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다.
○외교 전문가 한국을 만나다끼띠퐁 대사는 외교부에서 30년 동안 일한 전문 외교관이다. 1983년 외교부에 들어온 후 유엔 주재 태국 상임공관에서 근무하고, 외교부 아세안 관계 담당 부국장, 국제기구 담당 국장, 동아시아 담당 국장 등을 맡았다. 2006년 처음으로 베트남 대사를 지낸 후 미국 대사를 거쳐 지난해 4월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왔다.
외교관이 되기 전에는 ‘방콕포스트’라는 영자신문 기자로 일했다. 그는 기자와 외교관의 업무가 공통점이 많다며 기자 생활이 외교관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대선이 끝난 후 기자들이 기사를 쓰듯이 외교관도 대선 상황과 결과를 분석해 리포트를 써야 합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얘기도 듣고 공부도 해야 하죠. 조금 다른 점도 있습니다. 대선 결과를 예로 들면 기자들은 주로 그 상황을 분석하지만 외교관은 앞으로 한국과 태국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중점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좀 다르죠.”
요즘 그가 관심을 두는 주제는 왜 한국 사람들이 태국에 관심이 없는지다. “한국에는 태국식당이 열 곳 밖에 없습니다. 태국 쌀, 과일 등의 수입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그것을 해결할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과일은 망고스틴, 코코넛, 망고, 바나나, 두리안, 파인애플 등 6가지. 끼띠퐁 대사는 태국의 열대과일들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이라며 ‘텃만꿍’을 집어들었다. 텃만꿍은 새우를 곱게 갈아 밀가루, 빵가루를 씌워 튀긴 새우 크로켓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태국음식을 소개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때 가장 인기가 좋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달콤한 자두 소스에 찍어 먹으니 바삭하니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기업인들과 친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친해서 자주 봅니다. 이미경 회장 덕분에 지난해 8월에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가수 싸이를 만나 말춤 흉내도 내봤죠.”
그는 식사 중간 나온 태국식 아이스티를 소개하면서 한국과 태국 사이의 교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음료는 ‘차옌’이라는 전통차를 우려내 시럽과 우유를 더한 것으로 일반 홍차로 만든 아이스티와 달리 오렌지 빛이 돈다. 그는 태국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차라며 우유를 잘 섞어 마시라고 권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향이 강한 음료였다.
“태국은 이미 1000년 전부터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서 배우고 만들어 가는 데 익숙합니다. 싸이가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 일이고 그 전부터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는 문화상품 외의 한국 제품과 기업이 태국에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태국에 진출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이미 일본,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진출했습니다. 한국에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일본과의 경쟁 때문에 진출을 꺼렸습니다. 태국에서는 유럽, 미국차가 인기를 끌다 요즘 일본차를 많이 타는데 그 이유가 디자인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더 예쁘고 성능도 좋아서 진출한다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인도차의 경우는 성능과 디자인이 별로인데도 태국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거든요.”
그는 “핸들 위치가 다르지만 GM(제너럴모터스)처럼 태국 이외 지역 수출 물량까지 함께 생산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의 맹주태국의 성장잠재력을 설명할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태국의 인구는 6400만명이고, 특히 실업률이 0.6%로 낮아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장점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0%로 추정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죠. 내수가 탄탄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태국을 비즈니스하기 좋은 나라 5위로 발표했고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 CTAD)는 태국을 투자할 만한 나라 11위로 꼽았습니다.”
"태국은 구매력 높은 시장…자동차 업체 진출 유망"
태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시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물었더니 그는 우려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 가끔 시위가 벌어지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물관리와 홍수 방지를 위해 115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KTC글로벌 등 2개 한국 회사를 비롯해 태국, 중국, 일본의 7개 회사가 입찰에 참가했다. 이달 말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태국 정부는 치수 사업과 함께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는 도로 프로젝트와 철도 등에 720억달러를 투자한다. 한국의 코레일 등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관리 시스템과 도로, 고속철도 등 인프라 투자에 한국과 태국의 협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잉락 총리는 정상회담 후 2017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을 3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친환경 기술과 자동차 및 부품산업, 산업장비, 가전, 농업, 대체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투자도 기대합니다.”
돼지고기, 브로콜리, 청경채, 양파 등 채소와 면을 굴소스로 볶은 ‘팟씨유’가 나왔다. 끼띠퐁 대사는 이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태국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태국 총리가 이를 알고 특별히 점심 메뉴로 정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달콤한 팟씨유를 권하며 태국을 통해 동남아로 진출하라는 조언을 이어갔다. “태국 시장 진출은 메콩강 지역의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태국 서쪽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도 진출이 쉽고, 북쪽으로는 라오스랑 붙어 있어 중국으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과 연결돼 남중국해까지 나갈 수 있고 남쪽으로는 말레이시아를 통해 싱가포르 시장도 노려볼 만합니다.”
한국 투자자와 태국 기업이 합작해 미얀마 등의 주변 국가에 투자하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얀마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중 태국 투자자가 2위일 정도로 동남아 지역에서 태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는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이뤄지면 태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 동남아 국가에 진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로 부임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태국을 관광지 등으로만 생각하고 경제 파트너로서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태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중요한 나라로 부상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대사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태국대사의 추천 맛집 왕타이 - 톰양꿍·사테 루엄 등 현지 맛 그대로
서울 이태원동 영화빌딩 3층에 있는 ‘왕타이’는 ‘태국의 궁전’이라는 뜻의 태국음식점이다. 이태원 속 작은 태국으로 불릴 만큼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인 요리사 4명이 태국에서 직수입한 향신료로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이 음식 맛의 비결. 태국의 대표적 요리이자 세계 3대 수프의 하나로 꼽히는 ‘톰얌꿍’(1만6000원)이 유명하다. 닭고기 육수에 태국 고추와 향신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시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매콤한 태국 고추와 가지, 코코넛 밀크가 곁들여진 닭고기 그린 카레인 ‘깽 기완 가이’(1만5000원)도 유명하다.
사테 루엄(모둠 꼬치와 땅콩소스), 톰얌꿍(태국식 새우 수프), 느아 팟 킹(소고기 버섯볶음), 깽 기완 가이(닭고기 그린 카레), 무 토드 끄라티움 프릭 타이(돼지고기볶음), 팟 팍 루엄(채소볶음), 카오 플라오(공기밥), 녹 남 까티(코코넛 밀크와 과일이 든 후식) 등으로 구성된 코스가 3만7000원. 쁠라 팟 쁘리어 완(생선요리) 등을 추가한 코스는 5만원이다. (02)749-2746~7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케이맨제도의 헤지펀드들 "나 떨고 있니?"
인사이드 Story - "조세피난처 오명 씻자…펀드 책임자·내역 공개"
'비밀주의' 잇단 포기
구제금융 시급한 키프로스, 유럽에 "돈세탁 방지" 강조수십년간 기업들의 비밀을 유지해줌으로써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라는 낙인이 찍힌 카리브해 연안 케이맨제도가 비밀보장주의를 포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수가 부족해진 국가들이 조세피난처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한 결과다.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는 국제사회를 향해 자금세탁 방지 제도 설명에 나섰다.
○헤지펀드들,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영국령인 케이맨제도 통화청(CIMA)은 최근 각국 헤지펀드들에 제안서를 보내면서 이곳에 본부를 둔 수천개의 헤지펀드와 운용 책임자들의 이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CIMA는 운용 책임자들에게는 투자자들의 돈을 맡을 자격이 되는지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신뢰도 점검 조사를 실시해 CIMA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CIMA는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금융서비스위원회, 아일랜드 중앙은행, 바하마금융청 등 다른 조세피난처 규제당국들도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을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맨제도는 그동안 헤지펀드들의 비밀을 유지해 줌으로써 세계 6대 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누려왔다. 이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헤지펀드는 9438개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해외 정치인이나 투자자들이 이들 펀드의 내역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곳 펀드들을 상대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터의 로이 진 대표는 “현재까지는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아무 규제를 받지 않고 케이맨제도 헤지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며 “이번 조치가 얼마나 큰 변화인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맨제도의 이번 조치에는 연기금 등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불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대형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를 중개하는 헤르메스BPK의 빈센트 반덴브루케는 “헤지펀드들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케이맨제도 규제당국에) 계속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자금세탁 온상 이미지 억울”
그리스 인근의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는 러시아 검은돈의 자금세탁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주 유럽 각국의 대사들을 재무부로 불러들여 정부의 자금세탁 방지 대책을 자세히 설명한 것.
러시아 부호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는 키프로스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0억~1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독일 정치인들이 “독일 납세자의 돈으로 러시아 검은돈의 자금세탁을 도와줄 수 없다”며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스티브 잡스 매료시킨 포크송 여왕…밥 딜런과 자유로운 세상 꿈꿔
스토리&스토리 - 예술가의 사랑 (34) 조안 바에즈2011년 10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서구 언론들은 엉뚱하게도 한 여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쳤다. 바로 미국 포크 뮤직의 개척자이자 저항운동의 대명사인 조안 바에즈였다. 언론은 저마다 잡스가 바에즈와 한때 사랑을 나눴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잡스는 생전에 바에즈와의 관계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앨런 도이치맨이 쓴 잡스 전기(2001)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간략하게 언급된 적도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바에즈 역시 잡스와의 관계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도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쩌면 숙명적인 것이었다. 잡스는 포크 록으로 팝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 밥 딜런의 열렬한 숭배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딜런의 음악은 물론 그의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 딜런이 한때 바에즈와 예사롭지 않은 관계였다는 것을 모를 턱이 없었다. 두 사람이 오래 전에 헤어졌으니 잡스로선 한번쯤 바에즈와의 연애를 꿈꿀 만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바에즈로 말하면 퀘이커 교도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인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지만 철철 흘러넘치는 음악적 끼를 어쩌지 못해 결국은 대학을 한 학기 만에 중퇴하고 보스턴 일대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남다른 미모에 고음의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는 청아한 목소리는 너무나도 독특해서 처음 듣는 순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그는 포크 가수인 봅 깁슨의 눈에 띄어 1959년 그와 함께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다. 언론은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맨발의 마돈나가 나타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혼이 깃든 미국 전통 음악, 흑인 영가에 매료된 그는 포크 뮤직의 부흥을 부르짖으며 그 보급에 앞장선다. ‘도나 도나’ ‘메리 해밀턴’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은 순식간에 대중의 폐부에 파고들었고 그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포크의 여왕으로 입지를 다진다. 당시 딜런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던 바에즈는 딜런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딜런은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창법으로 대중을 향해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노래를 통한 사회 개혁이라는 대의에 공감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연인이자 정신적 동지가 됐고 1965년까지 함께 무대에 서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복음을 전파했다.
그러나 현실참여 운동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부담감을 느낀 딜런은 이후 궤도를 이탈, 로큰롤 컨트리 로커빌리(록음악과 컨트리를 결합한 음악)로 나아가는 한편 낯간지러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의 파국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딜런은 떠났지만 바에즈는 꿋꿋이 노동운동, 반전운동의 선봉에 서면서 저항운동의 등불로 자리한다. 그가 1963년에 발표한 ‘우리는 극복할 거예요(We Shall Overcome)’는 마치 국가처럼 울려 퍼졌다. 바에즈가 남편이 될 데이비드 해리스를 만난 것도 반전운동의 현장에서였다.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지만 5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바에즈는 해리스와의 삶을 통해 자신은 혼자 살도록 태어난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바에즈가 잡스와 만난 것은 41세 때였다. 14세 연하의 잡스는 이미 엄청난 거부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바에즈에 따르면 둘은 그리 부드러운 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만나면 서로 어깃장을 놓기 일쑤였다. 한번은 잡스가 컴퓨터로 사상 최고의 실내악 5중주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자 바에즈는 그런 음악 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리 없다고 맞받아쳤다. 잡스는 대꾸도 못한 채 끙끙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젊은 천재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선 그와 결혼하면 돈 걱정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테크놀로지가 영혼의 고갈을 초래했다고 보는 그가 기계 속에도 영혼을 서리게 할 수 있다고 본 잡스를 받아들이기는 벅찬 일이었으리라.
잡스의 추도식이 있던 날 바에즈는 흑인 영가인 ‘스윙 로, 스위트 체리옷’을 불러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자유의 세상을 꿈꾸는 흑인노예들의 염원을 담은 이 노래는 짧지만 사랑했던 이의 영전에 바치는 지극히 바에즈다운 노래였다. 모든 이들이 똑같은 자유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본 바에즈는 만인이 정보기술(IT)의 편의성을 공유토록 함으로써 자유롭게 소통하는 세상을 열고자 했던 잡스와 묘한 연대감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사랑을 두고 서구 언론이 떤 호들갑이 그리 밉지만은 않아 보인다. 잡스를 통해 바에즈의 진가를 새삼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
日 '스시'는 아는데, 韓 '김치'는 모르는 외국인
독일·프랑스人 83% 김치 모른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외국인들이 일본의 스시는 아는데 한국의 김치는 잘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김치연구소가 독일(베를린, 프랑크푸르트)과 프랑스(파리)의 주요 도시 소비자 1350명을 대상으로 김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95%가 일본의 스시를 안다고 답한 반면 '김치 또는 김치찌개를 안다'고 답한 소비자는 독일 16%, 프랑스 18%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김치 종주국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이라고 올바르게 답한 소비자가 70% 이상에 달했지만 일본이나 중국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30%에 달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김치연구소 관계자는 "100여년에 걸쳐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노력한 일본을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K-POP 열풍으로 한국의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유럽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김치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어 김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치 세계화를 위해 '김치수출가이드북'을 제작, 해외 김치 시장에 대한 정보를 김치 제조업체에게 알리는 한편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김치 문화 체험 및 김치 담그기 시연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K-POP 열풍으로 인해 지펴진 희망의 불씨를 지키고 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
.............................................................................................................
여야 ‘싱크탱크’ 제 역할하고 있나
·수십억대 국고지원 불구 당 두뇌 역할 실종…연구능력 보유한 인력 부족 큰 문제
1월 7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좋은정책포럼과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 주최한 18대 대선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꽤 많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인사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계속됐다. 자리를 끝까지 지킨 민주당 의원은 박 대표와 행사를 주최한 홍 의원, 배재정 의원 등 4~5명에 불과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18대 대선 후 민주당이 관여한 첫 평가 토론. 김호기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 끝나고 3주가 지났는데도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평가 토론 자리를 만들어본 것이다.”
좋은정책포럼은 이날을 시작으로 3회에 걸쳐서 대선 평가와 진보의 재구성을 주제로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이틀 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으로 문희상 의원이 합의추대됐다. 비대위는 첫 행보로 ‘회초리 민생투어’를 기획, 1월 14일 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광주와 부산 등을 돌았다. 하지만 비대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수십억원대 싱크탱크 예산 어디에 쓰일까
이번 ‘대선 평가’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지적이 데이터에 근거한 선거전략 부재다. 그렇다면 이런 작업은 누가 수행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수행 주체로 지적되는 것이 정당 부설 싱크탱크다. 새누리당에 여의도연구소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민주정책연구원이 있다. 정당의 싱크탱크는 법에 따라 정당 국고보조금의 30%를 받게 되어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에 책정된 연간 예산은 45억원. 적지 않은 액수다. 정치컨설턴트 신현오씨(전 삼정KPMG 상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총선이나 대선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놨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선 토론을 주최한 좋은정책포럼은 민간 싱크탱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들이 참석해 질문했지만, 민주정책연구원 주최의 평가 자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날 참석한 연구위원들도 패널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개인자격의 청중으로 참여한 것이다.
1월 17일, 민주당의 총선 패배 보고서 은폐 논란이 터져나왔다. 총선 패배 직후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평가보고서가 당 지도부에 의해서 ‘밀봉’되었다가 267일 만에야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38쪽 분량의 이 평가보고서에는 지도부의 총선전략 부재, 야권연대=승리 맹신, 총선기획단의 문제 등 대선과정에서 똑같이 되풀이된 문제가 지적돼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정리한 총선 패배 요인만 제대로 평가를 했더라도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참여했던 정치컨설턴트 유승찬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회의 자료를 살펴보는데, 당시 중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를 중심으로 FGI(포커스그룹인터뷰)를 돌려 만들어놓은 훌륭한 보고서가 있어서 눈여겨봤다. 김모 변호사가 만든 것으로 안다. 더 놀란 것은 이를테면 한·미 FTA에 대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그 보고서의 결론이 간단히 무시되는 것이다. 아무도 그 보고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기본적인 조사를 해놓고도 들여다보지도 않은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나마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번 대선 결과와 관련, 아직도 규명이 되지 않은 문제는 많다. 이를테면 “50대의 변심으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주장은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유씨의 주장이다. “19대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대선의 경우 50대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2% 늘어났는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는 아니다. 좀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고 평가할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50대 초·중·후반으로 나눠 심층면접을 하고 그들의 불안이나 바라는 것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50대위원회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런 건 안 한다. 왜냐.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하나로 돌리면 편하기 때문이다.”
‘50대 투표층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이런 논의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한국의 연령·세대 구분은 10년 단위다. 흔히 세대효과의 사례로 거론한 486세대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는 50대 초반(1960년생의 경우 53세)에서부터 40대 중·후반(1969년생의 경우 44세)에 걸쳐 있다. 같은 50대라고 하더라도 50대 전반과 후반의 지지성향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을 분석하려면 선거 당일 출구조사 단위를 10년 단위에서 5년 단위로 세분해서 봐야 한다. 출구조사의 기초자료(로 데이터)를 입수해 그것을 바탕으로 정밀한 모델 구축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작업은 이뤄지고 있는 걸까.
외국 “석·박사급 연구원만 수백명”
비교돼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미국 사례다. 1월 25일부터 2박3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는 ‘보수의 혁신과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린다. 주최는 보수 싱크탱크인 내셔널 리뷰 인스티튜트(NRI)다. 패널 참석자는 광범위하다. 보수진영의 상·하원 의원, 주지사, 보수주의 사상가·언론인 등 50여명이 연사로 나선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행사를 소개한 신현호씨는 “대선 때 이래저래 나섰던 사람들도 ‘사죄한다’ ‘반성한다’면서 다 입을 다물고 있는 지금, 한국의 민주당이나 민주당 쪽 싱크탱크가 과연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공화당의 경우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면 헤리티지와 같은 싱크탱크가 나서 대선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녹취를 남겨놓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집을 만든다”며 “특히 내놓은 정책 중 어떤 것이 실패했고 성공했는지 집권 1년이 지나지 않아 결과물을 산출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선 1년 전부터 캠페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권 인수위도 당선된 뒤 꾸리는 것이 아니다. 이르면 1년 전, 늦어도 대선 6개월 전 셰도우캐비닛을 구성해 집권계획을 내놓는다.
선거 시기 당의 두뇌로서 싱크탱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경우, 대외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정책과 연구자료를 발표하던 시기는 2007년에서 2009년까지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있던 2012년에 공개적으로 진행한 행사는 대폭 줄었다. 선거 시기, 여론조사 결과를 제외한 여의도연구소의 정책 발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체제가 되면서 정책 생산기능을 선거캠프나 당 외곽의 후보 관련 연구기관으로 넘기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 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주최자인 홍종학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박민규 기자 |
시사평론가 유용화씨는 “정당 부설 싱크탱크가 만들어진 취지는 각 정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도부와 분리해 정책정당으로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사실상 급박한 당의 일정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특히 선거 시기에 활동이 실종되는 문제가 되풀이되어 왔다”며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당 운영 자체가 계파간의 담합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 왔기 때문에 정당정치가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윤태 교수는 싱크탱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근본원인으로 정책개발비나 사업비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인력비와 운영비로 사용되는 현실을 들었다. 김 교수의 말. “인건비의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데, 그 인건비를 받아가는 사람들도 예전에 국회에서 일했거나 당 중진들의 추천에 의해 들어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앙당 자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 대신 보내는 자리로 사용된다. 쉽게 말해, 연구원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 중 실제로 ‘연구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당일 때는 국책연구소의 도움을 받으니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야당이 되었을 경우 연구능력의 부재는 크게 비어 있는 구석으로 드러나게 된다.”
외국의 정당과 관련이 있는 싱크탱크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과 비슷하게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의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이나 나우만 재단의 경우, 석·박사급 연구인력만 300~400명 이상이 된다. 설사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는 경우에도 사업은 계속 유지된다. 김 교수는 “정권 밖에 있으면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작업도 이뤄지고, 민간외교 비슷한 활동도 한다. 재단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시민교육 프로젝트 사업을 국제적으로 벌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지원을 주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르지만 미국의 브루킹스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민간 싱크탱크도 미국 정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도 나오지만 미국의 경우 싱크탱크 출신 연구원이 입각하기도 하고, 상·하원 의원을 하다가 야인이 되면 다 거기로 가서 정치를 연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정치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내공을 쌓은 뒤 다시 돌아가는 자리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정당 부설 싱크탱크나 다른 민간 싱크탱크들 중 그 역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범국민적 참여 기반 싱크탱크 만들자
김 교수는 7일 토론회에서 “이제는 범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싱크탱크를 만들어낼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에 싱크탱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들여다보면 상근연구원이 10명이 넘는 곳은 거의 없다. 이제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를 만들 듯이 민간 성금을 모금해서라도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시민사회를 위한 정책 생산이 필요하다. 권력을 잡으면 모두가 아니라는 것이 지난 DJ·노무현 정권 시기의 교훈이다. 이미 집권하기 전에 플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2007년부터 역설했는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최영찬 서울대 교수 등이 주도해 만든 진보정책연구소 준비모임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6차례 모임을 갖고 ‘오바마의 두뇌’라는 평을 듣는 미국 진보센터(CAP·Center for American Progress)를 모델로 한 싱크탱크 개설을 준비 중이다. 3월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기된 비판과 관련해 정병조 민주정책연구원 운영지원실장은 “밖에서 봤을 때는 민주정책연구원이 한 역할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선전략이나 여론조사 관리뿐 아니라 단일화 경선안을 만드는 등 나름대로의 역할은 했다”며 “총선보고서의 경우, 정치적 요인도 있었지만 보고서 제출 시기를 전후로 원장이 교체되면서 보고받을 주체에 혼란이 생겨 벌어진 일이며, 어쨌든 그 과정에서 소통이 되지 않았던 부분은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美 연준, 2007년 금융위기 징후 오판했다
- 콘 부의장, 8월 "대출흐름 회복"..위기 과소평가
- 연준, 성장보다 인플레 우려..곧바로 판단 번복
- 침체 우려, 12월 가서야 고조..이듬해 줄파산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 초기 징후를 과소 평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 2007년 모두 여덟 차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세 차례 긴급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금융위기 초기에 미국 경제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내리는 오판을 했다.
이날 공개된 지난 2007년 8월 집행이사회에서 도널드 콘 당시 연준 부의장은 “자본력이 탄탄한 은행들과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들어와 갭을 메워줄 것”이라며 “이 덕에 비금융 기업들과 많은 가계들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도록 대출흐름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른 의사록을 봐도 연준은 모기지담보증권(MBS)로 유동화돼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팔린 수백억달러 규모의 부실 주택자산이 글로벌 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 부의장인 자넷 옐렌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가 2007년 상반기 FOMC 회의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제기하긴 했지만, FOMC는 여전히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며 적어도 8월까지는 정책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실제 그 해 8월7일에 열렸던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경제성장에 대한 리스크가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성장률 둔화가 아닌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라고 적시했다.
벤 버냉키 의장 역시 “현재 상황은 위험이 줄어들던지, 아니면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상당기간 변화를 예의주시하겠지만, 시장이 다시 안정화될 가능성도 높다”며 비교적 낙관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같은 인식 하에 연준은 당시 시장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곧바로 사흘 뒤 열린 긴급회의에서 금융시장 자금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다음달 회의에서는 4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연준은 그 이후 열린 10월 정례회의에서도 금융위기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옐렌 총재도 10월에는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경제는 연착륙의 방향으로 전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07년 당시의 의사록을 봐도 ‘경기 침체(recession)’이라는 단어는 1월에 4번 등장한 뒤 6월에는 3번, 8월에는 1번 언급됐다가 갑작스럽게 12월에서야 27번씩이나 언급됐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이듬해 3월 베어스턴스는 구제금융을 받았고, 같은 해 9월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