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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1-20

구봉88 2013. 1. 22. 11:41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3-31호,   2013. 1.  20.) 

 

 

 

 

 

 목   차

1.13년만에 무너진 ‘中 바오바’ 올핸 8%대 성장 회복 기대감

2.獨 "유럽위기보다 日 돈풀기가 더 걱정"

3.여전한 대기업-中企 격차…부가가치 생산성 1/3 수준

4."최대 곡창 美 가뭄 지속된다"…곡물가격 올해도 고공행진?

 5. 기업경영

-“페이스북서 매일 500년 분량 유튜브 콘텐트 활용”

-마이웨이 세대 DNA

-한국적 감성美 세계를 홀리다

-[다보스포럼 특별 기고] 글로벌 리더들, 도덕적 책임감으로 재무장해야

-[Weekly BIZ Quotes]

   "리더는 철학자인 동시에 직원들 가르치는 교사가 돼야"

-[5 Questions] "합법적 로비는 기업 해외문제 해결에 큰 도움"

-에어프랑스-KLM그룹 조젤린 아태 총괄대표

 "적자지만 고품질 서비스에 집중… 좌석당 이익 6% 늘어"

-모바일·SNS 날개 단 클라우드 서비스, 2016년 107조원 시장으로

-자동차 시장 새해 화두는 '뉴 노멀(new-normal)'

-외신, 올 스마트폰 시장 `삼성 독주` 전망

-흔들리는 애플, 내리막길 접어들었나?

-노키아를 떨군 CEO, TV SW로 재기 노려

-일자리 1만 개 창출 도전하는 LH 이지송 사장

-[동양학 산책]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백성 다스림의 요체

-환율 하락 걱정 많지만… 서비스업 발전의 좋은 기회 될 수도

-[Cover Story]

 "나홀로 연구는 한계…네트워크형 R&D로 신약 출시 세계 1위"

-파이팅! 글로벌 한국인 (1) 최선미 UNDP 환경·기후변화 정책 담당관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대학상권 3대 트렌드…커피점·패스트패션·외국인 유학생 '新주류'

-28개 모든 공기업 '낙하산 人事' 특감

-이동흡 "하늘에 안 부끄럽다"… '의혹 투성이'

 

6.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역사만 있고 역사책 없는 고려인 그들의 150년 通史이자 痛史죠”

-세계 3위 사이버 강국 北, 전담인력만 무려…

- 레미제라블 500만 관객 돌파…팍팍한 삶을 치유하다

-우먼파워 시대의 역설… 유리천장의 차별

-끼띠퐁 나 라농 주한 태국대사

  "마의·대풍수 보며 한국어·역사 공부합니다"

-케이맨제도의 헤지펀드들 "나 떨고 있니?"

-스티브 잡스 매료시킨 포크송 여왕…밥 딜런과 자유로운 세상 꿈꿔

-日 '스시'는 아는데, 韓 '김치'는 모르는 외국인

-여야 ‘싱크탱크’ 제 역할하고 있나

-美 연준, 2007년 금융위기 징후 오판했다

-성장이 두려운 '피터팬 신드롬'

-박근혜 대통령 당선 한달 행보로 본 '5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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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부내용

13년만에 무너진 ‘中 바오바’ 올핸 8%대 성장 회복 기대감



[서울신문]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8%대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7분기 연속 하락하던 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 “침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다시 8%대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이 50조 위안을 돌파하는 등 경제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의 GDP가 51조 9322억 위안(약 8830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른바 ‘바오바’(保八·최소 8%대 성장률 유지) 기록이 깨진 것은 1999년 7.6%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경우 성장률이 8% 밑으로 내려가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산업 생산 과잉을 초래하는 무리한 투자를 감수하며 연 8% 이상의 고성장 정책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럽의 채무 위기가 지속되면서 중국 경제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 목표를 7.5%로 내려 잡기도 했다.

비록 바오바에는 실패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 속에서 2011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4분기에 7.9%로 높아진 것으로 볼 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4분기 성장률 7.9%는 중국이 애초 목표로 했던 7.5%를 뛰어넘는 것으로, 시장 예측치인 7.7%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거시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중국 경제가 다시 8%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11월의 10.1%, 10월의 9.6%보다 높았다. 소매 판매 증가율 역시 15.2%를 기록, 상승 추세를 보여줬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중국의 ‘거시경제 운영보고서’에서 올해 GDP 성장률이 8.5%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도 올해 중국 경제가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는 올해 8.3%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이라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 하락,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 위기가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악화 등 위기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자오칭밍(趙慶明) 중국인민은행 전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중국 내 고정자산투자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추가 악화를 경험했던 1998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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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유럽위기보다 日 돈풀기가 더 걱정"

엔低 가속…환율전쟁 우려

日 수출기업들 잔칫집 분위기…90엔대 유지 땐 GDP 0.4%↑

달러당 95엔까지 하락전망…美차업계 "오바마 대응하라"


엔화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료는 ‘무제한 금융완화’를 내건 ‘아베노믹스’. 18일엔 달러당 90엔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유민주당 총재로 당선될 당시 엔화가치는 달러당 77엔대. 4개월 만에 10엔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관심은 엔저(低)의 지속 여부.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95엔대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기업들은 환호성이다. 반면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내수업체들엔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독일 등으로부터 ‘환율 전쟁’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기업에 순풍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기업들은 잔칫집 분위기다. 캐논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3200억엔에서 3900억엔으로 20%가량 상향 조정했다.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사업계획의 근간이 되는 환율 전망치도 속속 수정되고 있다. JX에너지는 올 평균 엔화가치 전망치를 달러당 80엔에서 85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JX에너지는 엔화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90억엔씩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미쓰비시자동차 IHI중공업 등 다른 주요 기업들도 비슷한 폭으로 환율 전망치를 수정했다.

야마토 가오리(大和香織) 미즈호 종합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엔화가치가 90엔 선을 유지하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작년보다 0.4%가량 밀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엔화가치가 더욱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회장은 “엔화가치는 달러당 95~105엔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나쁜 엔저’ 인식 확산

지나친 엔저로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료비 증가가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기준 일본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은 ℓ당 150엔으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고 있는 일본 전력업계에도 엔저는 치명타다. 일본 전력회사들의 작년 발전용 연료 조달비는 6조8000억엔. 재작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다카이 히로유키(高井裕之) 스미토모상사 에너지본부장은 “엔화가치가 달러당 1엔 하락할 경우 일본 전체의 천연가스 및 석유 수입비용은 2750억엔가량 늘어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으로 엔저 효과가 반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제조업의 해외 생산 비율은 1990년 6.0%에서 2010년엔 18.1%로 높아졌다.

○‘환율 전쟁’ 우려도

엔화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일본이 글로벌 환율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울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의회연설에서 “유로존의 경기보다 일본의 돈 풀기가 더 염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싱크탱크인 전미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매트 블런트 회장도 성명을 내고 “일본 아베 정권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일본의 행태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하라”고 압박했다. 아베 내각도 외국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90엔 선 근처에서 안착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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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대기업-中企 격차…부가가치 생산성 1/3 수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들이 일자리와 기업 수 등에서는 양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수익성이나 부가가치 생산성 등 질적 성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대기업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발간한 '2012 중소기업위상지표'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10년간 우리 경제 전 산업에서 중소기업은 41만4527개가 증가하고 358만1841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전체 고용의 106.4%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질적 성장 부문에서는 여전히 대기업과 격차가 존재하거나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 격차는 2005년 66.9%에서 2010년 73.2%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은 1인당 연간 9300만원으로, 3억5200만원을 기록한 대기업의 1/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1인당 연간급여액 격차도 2005년 47.8%에서 2010년 53.1%로 확대됐으며, 2010년 기준 중소기업 종사자 1인당 연간급여액은 대기업(540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2500만원(46.9%)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중소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대기업보다 낮고, 안정적 기업경영 지표인 금융비용부담률(금융비용/매출액)은 대기업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창희 조사통계팀장은 "중소기업의 양적 성장 및 국민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 경제 3불(不)이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건강한 기업생태계의 조성 ▲중소기업의 자체 노력 ▲정부의 정책적 지원 3박자가 맞아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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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곡창 美 가뭄 지속된다"…곡물가격 올해도 고공행진?



중서부 지역 가뭄 여전…비 부르던 엘니뇨 약해져

2012년 8월 폭등 재현 우려


미국에서 올해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옥수수 등 세계 곡물가는 지난해에 이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이 메마른 1년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8일 보도했다. 때문에 브라질의 생산 증가로 일시 형성된 세계 곡물시장의 안정이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본토 70%는 여전히 가뭄

미국 가뭄측정센터가 17일(현지시간) 내놓은 4월까지의 미국 본토 가뭄 전망치는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이 센터는 “겨울 동안 내린 눈과 비로 일부 지역의 가뭄이 완화됐지만 중서부 곡창지대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가뭄을 겪고 있다”며 “본토의 70%가 가뭄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포인트 확산된 수치다. 특히 네브래스카주와 캔자스주 등의 가뭄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텍사스주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미국에 비를 불러오던 엘니뇨가 약해지면서 해갈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비드 미스커스 미국기후예측센터 연구원은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 등 옥수수 생산 지역의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남부지역 대부분은 심한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봄비가 내리더라도 해갈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전망이다. 토니 배른스톤 컬럼비아대 기후연구재단 수석연구원은 “가뭄 때문에 봄비로 공급된 수분이 지난해보다 빨리 증발해 여름이 되면 가뭄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불안한 세계 곡물시장

이에 따라 세계 곡물 가격 폭등이 올해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뭄으로 미국 내 옥수수 생산이 13% 줄어들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8월 부셸(28.1㎏) 당 8.23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생산이 3% 감소한 콩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밀 가격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뭄은 당장 겨울 밀의 작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FT는 오클라호마주에서 61%, 네브래스카주에서는 50%의 겨울밀이 가뭄으로 생산이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주의 농부 댄 하일드는 “우리 지역 밀 생산량이 30% 감소할 것”이라며 “밀이 가뭄에 말라죽어 앞으로 비가 오더라도 가망이 없다”고 전했다. 이는 가축용 사료 공급에도 악영향을 줘 낙농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은 “가뭄으로 육우 공급이 줄면서 텍사스주의 도축공장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곡물시장은 이미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셸당 7.27달러로 지난달보다 1.39달러 올랐다. 관건은 봄 강수량이다. 마크 스포보다 가뭄측정센터 연구원은 “봄에 평년 대비 1.5배 많은 비가 와야 가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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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페이스북서 매일 500년 분량 유튜브 콘텐트 활용”

‘한국 이미지 징검다리상’ 받은 유튜브의 자메츠코프스키 총괄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 제306호 | 20130120 입력
조용철 기자
유튜브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공동체(community)다. 유튜브는 ‘플랫폼(platform)’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플랫폼은 운영체제·환경이다. 플랫폼은 ‘뭔가 다른 일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플랫폼이라는 유튜브의 특성에서 막강한 힘이 나온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공동체·플랫폼인 유튜브는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외교의 막강한 수단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유튜브 덕분에 많은 세계인이 한국하면 이제 삼성·현대와 더불어 싸이를 떠올린다. 한국전쟁, 분단국가 이미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은 15일 유튜브에 ‘한국 이미지 징검다리상’을, 가수 싸이(박재상·36)에게 ‘디딤돌상’을 줬다. 유튜브를 선정한 이유는 K팝을 세계에 알리는 데 가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CICI는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하는 공익재단이다. CICI 이사장인 최정화(57) 한국외대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통역사다. 그는 통역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다니카 셀레스코비치상(2000년)과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2003년)를 받았다.

유튜브를 대표해 징검다리상을 받으러 온 인물은 앤서니 자메츠코프스키(유튜브 아태뮤직 파트너십 총괄·사진)다. 그가 하는 일은 유튜브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음악회사들 사이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관리하는 것이다. 15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그를 만나 유튜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CICI 최정화 이사장과 ‘CICI 한국 이미지 디딤돌상’을 받은 싸이.
-유튜브가 속한 분야에서 한국의 정보기술(IT) 활용 수준을 평가한다면.
“한국 회사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인도 등 다른 나라들은 한국 시장이 무엇을 시도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유튜브와 관련해 말하자면 한국 회사들은 유튜브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영어·일본어 자막을 넣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은 유튜브에서 모바일 접속이 개인용 컴퓨터(PC) 접속을 추월한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세계에서 한국이 주도국이라면 바짝 뒤따라오고 있는 나라는.
“아태 지역에서는 인도가 사용자 타기팅(targeting)을 잘하고 있다. 볼리우드 콘텐트로 전 세계의 ‘인도인 공동체’에 다가가고 있다.”

-싸이의 성공을 유튜브는 어떻게 보는가.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싸이는 일종의 ‘도구상자(toolbox)’라고 볼 수 있는 유튜브의 잠재력을 극대화했다.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우리의 ‘콘텐트 검증기술(Content Identification·CID)’을 활용해 수익을 올렸다. CID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한 모든 유튜브 동영상들의 현황을 확인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차단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켜볼 것인지 또는 광고를 붙여 수익화할 것인지를 저작자가 선택할 수 있다. YG는 CID로 ‘강남스타일’의 음원과 영상을 사용한 패러디를 파악하고 패러디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창출했다.
둘째는 유튜브의 도달력(reach)이다. 유튜브는 54개 언어로 현지화돼 있으며 매달 사용자 수는 8억 명이다. 그들은 유튜브에서 매월 40억 시간 분량의 영상을 재생한다. 유튜브의 사회적 측면도 중요했다. 유튜브 콘텐트는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심어 놓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은 매일 500년 분량의 유튜브 콘텐트를 보고 있다.”

-싸이는 이번 ‘한국 이미지 디딤돌상’ 수상 소감에서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니 된소리가 많은 한국어 발음이 다이내믹하다고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을 ‘로컬(local) 대 글로벌(global)’이라는 잣대로 보면 어떤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게 성공요인이다. 영상이나 춤을 보면 글로벌, 한국어로 불렀다는 점에서는 로컬이다. 또한 서구인들이 흔히 듣는 음악과 아주 다르다는 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싸이의 사례는 향후 음악시장의 트렌드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가.
“‘강남스타일’은 음악시장에 추진력(momentum)을 제공했다. 일과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다른 K팝 스타들뿐만 아니라 인도·브라질·파키스탄 등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싸이가 나올 것이다.”

-‘강남스타일’을 유튜브에 올린다는 통보를 받았나.
“아니다. 우리와 맺은 협약에 따라 YG는 올리고 싶은 비디오를 마음껏 올릴 수 있다. 유튜브는 수천 개의 음악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매 분 72시간 분량의 비디오가 올라온다. 일일이 다 파악할 수 없다.”

-유튜브는 ‘인위적’으로 ‘강남스타일’과 같은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다 평등하다.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와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민주적인 플랫폼이다.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콘텐트 유포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아시아 시장의 특징은.
“국제적인 음악이 강세인 유럽과 비교하면 아시아에서는 로컬 음악이 아주 강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아시아는 유럽보다 훨씬 단편화된(fragmented) 곳이다. 아시아에서 유튜브는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나라마다 다른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 소비자들 성향이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 소비자들은 디지털기기활용에 능숙하지만 일본만 해도 보다 전통적인 시장이다. 아직 CD를 많이 구매한다.”

-유튜브의 진로는.
“사람들이 더 오래 유튜브에서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채널에 가입하게 하는 게 주요한 도전이다. 실시간 중계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는 점점 더 방송사처럼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우리는 플랫폼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좋은 콘텐트와 채널을 개발하는 것을 계속 도울 것이다. 채널의 성공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가 채널 경영을 아주 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 음악회사들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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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서태지 세대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마이웨이 세대 DNA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 제306호 | 20130120 입력
좌 유동근·황신혜 주연 ‘애인’(1996). 우 장동건·김하늘 주연 ‘신사의 품격’(2012년).
“이 나이에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드라마 ‘애인’, 1996년).
“힘들게 번 돈을 왜 마누라·자식 하고 나눠 쓰나.”(드라마 ‘신사의 품격’, 2012년).

16년을 사이에 둔 인기 드라마 속 두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이렇게 다르다. 유동근에서 장동건까지, ‘애인’세대에서 ‘신품(신사의 품격)’세대까지 사회상의 변화가 느껴진다. ‘애인’의 조경 전문가 정운오(유동근)와 ‘신품’의 건축사무소 소장 김도진(장동건). 이들의 나이는 각각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다. 나이도 비슷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경제적 여유도 있는 편이란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바라보는 태도는 대조적이다. 이벤트 회사 커리어우먼 여경(황신혜)과 불륜의 사랑에 빠진 운오는 불혹(不惑)을 앞두고 찾아온 사랑에 자조와 체념의 태도를 보인다.

반면 싱글인 도진은 자신만만하고 여유롭다. ‘애인’세대에게 마흔 살은 ‘아저씨 세대’로의 진입을 뜻하지만 도진과 친구들 같은 ‘신품(신사의 품격)’세대에겐 그렇지 않다. 사랑과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스스로를 ‘언제든 사랑할 수 있는 매력남’으로 여기며 외모를 가꾸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도진의 친구이자 아내와 사별한 변호사 윤(김민종)이 17세나 어린 친구 여동생 메아리(윤진이)와 결혼에 골인하는 건 그래서 가능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마이웨이 세대는 마흔 넘으면 인생 다 산 것처럼 여기던 예전 세대와 달리 40대에도 로맨스와 낭만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긴다”고 말한다. ‘신사의 품격’이 20% 넘게 시청률 고공행진을 한 건 이런 중년의 내면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의 성취를 중요시하고 자기애가 강한 마이웨이 세대는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외모 가꾸기로 나타난 게 꽃중년(미중년) 현상이다. 아저씨가 아니라 아직도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여기는 심리가 깔려 있다. 겉모습이 늙어 보이는 것만 꺼리는 게 아니라 정신이 늙는 것, 즉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에도 이들은 민감하다. 그래서 자기계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상품 소비에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출판·영화·뮤지컬·드라마 등의 주력 소비자층이 기존의 20∼30대에서 40대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한 게 이를 방증한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문화 관련 지출이 급감했던 현상과는 대조적이다.

영화의 예를 보자.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지난 1년간의 관객 예매율 집계에서 40대 관객(25.8%)은 처음으로 20대 관객(20.1%)을 앞질렀다. 2002년 이 사이트 40대 관객 예매율은 3.4%였으니 7.6배나 높아진 것이다. 최근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레미제라블’도 40대 덕을 톡톡히 봤다. 이 영화 예매층 중 40대는 25%나 된다. 극장가는 10~20대가 티켓파워를 갖고 있는 걸로 알려져 왔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영화 개봉 후 한 달 만에 15만 부(민음사+펭귄클래식코리아) 넘는 판매액을 올린 원작소설도 40대의 호응을 등에 업었다. 이미현 민음사 홍보부장은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춘 40대가 지갑을 열었기에 판매량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독자가 절대적이던 출판시장 흐름에도 파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마이웨이 세대의 ‘DNA’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다. “93년 문민정부가 출범했고 대전엑스포가 열렸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여가’를 발표했다. 그리고 우린 X세대였다”고 ‘신사의 품격’ 도진은 설명한다. 마이웨이 세대는 이렇게 ‘신인류’라 불렸던 90년대의 ‘X세대’와도 겹친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와 PC통신에 열광했던 세대다. 그들이 나이를 먹어 지금 문화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경영·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용섭씨는 지난해 말 펴낸 ?라이프 트렌드 2013?에서 이런 현상을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뮤지컬 ‘광화문 연가’ 등의 흥행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脫권위 성향 외환위기로 상대적 박탈감도”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가 말하는 40대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 제306호 | 20130120 입력
1964~73년. 2013년 현재 40대들이 태어난 시기다. 이들은 ‘486(80년대 대학을 다닌 60년대생)’과 ‘X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70년대생)’가 절반씩 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세대 구분이 쉽지 않아 ‘낀 세대’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 성격이야말로 40대의 세대 특성을 설명해 준다. 문화평론가 이택광(45·사진) 경희대 교수는 현재의 40대가 미국의 ‘스윙 세대(The swing generation)’와 유사하다고 봤다. 본격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이자, 개인 삶을 중시하고 민족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앞 세대와는 뚜렷한 가치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40대를 어떤 세대로 규정할 수 있나.
“이른바 486세대와 X세대가 섞여 있다. 미국의 세대 구분을 인용하면 1933년에서 45년 사이에 출생한 스윙 세대와 유사하다. 이들은 앞 세대인 ‘2차 대전 세대’와 뒤이은 ‘베이비부머’의 중간인데, 인구 구성상 소수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앞 세대에 비해 문화적으로 개방됐고, 60년대 미·유럽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앞뒤 세대의 가치관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측면 때문에 스윙 세대로 불린다.”

-한국의 40대와 어떤 점이 유사한가.
“대중문화 세대라는 게 대표적 특징이다. 기존의 여러 규제와 근본주의에 대한 반발심도 엿보인다. 우리 40대도 탈가치·탈권위·탈규제 성향이 뚜렷하다. 같은 40대지만 일부는 위 세대와 마찬가지로 출세와 성공의 길을 걸었고, 일부는 외환위기(IMF) 세대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상대적 박탈감을 겪었다. 같은 40대 안에서 이질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스윙 세대와 유사한 특징이다.”

-기존 세대와 가치관에서 차이가 있나.
“위 세대가 민족을 앞세운 데 비해 지금 40대는 한마디로 정상국가(Normal State)에 대한 지향이 뚜렷하다.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국가를 원한다. 요즘 말하는 복지국가 담론과도 연결된다. 외부에서 주어진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이념과 가치를 만들어 낸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생활에서는 어떤 특징이 엿보이나.
“무엇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위 세대보다 덜하다. 현재의 40대, 그리고 앞으로 40대가 될 사람들은 가족보다 개인 삶을 더 우선한다. 결혼을 하더라도 형편이 안 되면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겠다는 자세다. 사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들이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되면 많은 게 바뀔 수 있겠다.
“삶의 질이 50대 이상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내 집’에 대한 생각,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는 문제, 문화 향유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혼자 즐기려 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보수 또는 중도 합리주의 성향을 표출하리라 본다.”

-젊은 세대와의 갈등은 없겠나.
“한국 사회가 97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로 급속하게 진입했다. 20~30대는 벤처 또는 개척자 정신 등 미국식 가치관에 익숙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기에 들어가는 40대는 20~30대와 가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명문대 보내봤자 기껏 회사원” 사교육비 줄이는 대신 연금 늘린다

임미진 기자 mijin @joongang.co.kr | 제306호 | 20130120 입력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자신이 갈 길을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40대에게 40은 더 이상 ‘불혹(不惑)’이 아니다. 승진과 출세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경주마도,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부모도 아니다. 자기 인생도 자녀 인생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녀에게 다 걸기엔 살아갈 날이 너무 많이 남아서다. 앞 세대가 걸어갔던 길과는 다른 ‘마이 웨이(My way)’를 걷겠다는 40대, 그리고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는 40대를 만나봤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정길(47·가명·서울 잠원동) 부장. 그는 최근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 시작은 오리털 점퍼, 끝은 사교육비였다. “제 오리털 점퍼가 낡아서 한 벌 새로 사고 싶다고 했더니 ‘돈도 없는데 웬 옷 타령’이냐고 하더라고요. 한 달에 300만원 넘게 아이 학원·과외비로 쓰면서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방학을 맞아 학원 수업을 네 과목, 과외 수업을 네 과목 받는다. 맞벌이를 하지만 아이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대비용 저축은 한 달에 100만원도 하지 못한다. 주말이면 그는 ‘학원 셔틀’로 시간을 다 보낸다. 아이가 학원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대기했다 다음 학원에 데려다 주며 하루를 보낸다. “제 삶은 없어요. 다 큰 애를 왜 데리러 다니냐고 하고 싶지만 싸우기 싫어 참습니다. 이렇게 키운다고 아이들이 부모 봉양이나 합니까. 이제 우리 노후 대비도 하고, 인생도 즐기며 살아야죠.” 그는 “강남에 나처럼 생각하는 아버지가 한둘이 아니다”며 “앞서 나가는 몇몇은 벌써 ‘애들 과외 줄이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방배동에 사는 대기업 회사원 박영한(44·가명)씨. 그는 초등학교 4, 6학년 딸 둘을 키우지만 한 달 학원비가 50만원도 들지 않는다. 두 아이 모두 지난해 중반에야 수학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조차 아이들이 먼저 졸라 등록시켜 줬다. “학원·과외가 다 선행학습인데 그런 투자가 정말 필요한가 싶어요.

 

대신 음악이나 체육은 배우고 싶어 하면 가르치고, 영어는 집사람이 직접 봐주고 있습니다.” 그는 40대를 가리켜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받을 기대는 못하는 첫 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행복이 사교육과 직결된다고 느끼지 못하고, 무엇보다 우리 부부가 노후를 안정되게 보내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외벌이면서도 그는 한 달에 150만원을 노후를 대비해 저축한다.

40대가 바뀌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아이를 둔 아저씨·아줌마 군단이 아니다. 자식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건강과 외모, 취미도 그 못지않게 소중한 노무(NMU·No More Uncle)족이다. 자식 사교육에만 올인하기엔 100세 시대의 노후가 걱정스러운 하우스푸어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빚이라도 내며 달려들었던 선배 세대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의 변화가 사교육시장과 유통업계, 금융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최근 30% 폐업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교육비 감소 추세다. 주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는 국내 사교육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 가구주가 40대인 가정은 2009년 한때 소득의 13.6%를 교육에 쏟아부을 정도로 열성적이었지만 이후 조금씩 사교육비 비중을 줄여 지난해(3분기까지)엔 소득 대비 12.4%로 교육비 비중이 줄었다.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의 30%가 폐업할 정도로 사교육시장이 침체된 것도 이들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교육업체들이 갈수록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비심리 감퇴, 최근 몇 년간 치솟은 물가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단지 경기불황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같은 기간 40대의 연금 불입액은 오히려 월평균 9만9669원(2009년)에서 13만5751원(지난해 3분기)으로 36.2% 늘었다. 소득 대비 연금 불입액 비중도 이 기간 2.6%에서 2.9%로 뛰었다. 같은 기간 가구주가 50대인 가정에선 연금 불입액이 10만4485원에서 13만5237원으로 29.4% 느는 데 그쳤다. 소득 대비 연금 불입액 비중은 2.8%에서 2.9%로 1%포인트 늘었을 뿐이다. 40대가 50대보다 더 노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황원경 연구위원은 “올해 만으로 39~45세가 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차 베이비붐 세대(만 50~58세)보다 금융 부채가 많고 기대 여명이 길어 노후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1차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노후 대비의 중요성을 비교적 일찍 깨달아 관련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외시킬 돈으로 차라리 사업 밑천 대줘라”
갈수록 사교육에 대한 투자수익이 나오지 않는 현실도 40대의 갈등을 부추긴다. 사교육비를 쏟아부어 아이를 키워도 ‘88만원 세대’로 전락하기 쉬운 취업시장을 보며 과감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대학 교육 투자수익률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11년 대학을 졸업한 이 중 대학 진학으로 인한 투자비용만큼 임금을 벌지 못하는 근로자가 67만 명, 일자리를 아예 찾지 못한 대졸자가 113만 명”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대학 교육에 투자한 비용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없게 된 현상은 이미 10년 전 시작됐다”며 “대학 진학 비용뿐 아니라 사교육 비용을 합쳐 분석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40대 부모가 이런 현실을 자각하면서 최근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견기업 간부 박모(44)씨는 “사교육으로 명문대를 보내봤자 잘되면 대기업 회사원 아니냐.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된다고 요즘 집안을 일으킬 정도로 떼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가수 싸이나 개그맨 박명수 같은 친구들을 보며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갔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며 “친구들 사이에선 ‘과외시킬 돈 모아서 딸은 성형수술을 시키고 아들은 사업 밑천을 대주는 게 남는 장사’라는 우스개도 떠돈다”고 덧붙였다.

강한 자아와 개성을 드러냈던 X세대가 40대에 편입돼 ‘마이웨이 세대’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규정할 수 없다’ ‘기성세대의 질서를 거부한다’는 뜻에서 X세대로 불렸던 1965~76년생의 상당수가 이제 40대가 됐다. 『숨은 마흔 찾기』의 저자인 정덕현 평론가는 “지금의 40대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문화를 반반씩 공유하는 하이브리드 세대”라며 “기존의 성공 신화나 정치·정책을 믿기보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자신에 대해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교육 외엔 승진과 재테크 정도가 주된 관심사였던 기존의 중년과 달리 지금의 40대는 ‘나의 취향, 나의 존재가치’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최근 40대를 타깃으로 한 책들이 철학 등 인문학에 집중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저·의류·화장품 40대 고객 비중 껑충
개성과 감각을 중시했던 X세대는 부모가 되더라도 자신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지난달 고급 시계 구매고객 중 4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예물 수요가 대부분인 고급 시계 시장에서 40대 남성이 또 다른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성 현대백화점 홍보팀 차장은 “지난달 신촌점에선 전체 남성의류 매출이 0.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40대 매출만 따져 보면 4.5%나 증가했다”며 “레저·의류·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40대 고객의 비중은 빠르게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며 자신의 건강과 외모에 투자하는 노무(NMU)족이 유통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X세대가 40대에 접어든 7~8년 전부터다.

40대들이 자신과 노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건강한 움직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은 ?부모세대가 노후를 대비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가계 가처분소득을 줄여 내수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정호 교수는 “부를 증식시킬 기회가 많았던 50~60대와 달리 지금의 40대는 집 장만도 채 하지 못했거나 집이 있어도 빚에 짓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교육비를 줄여 가계에 숨통을 터주고 노후 대비를 해야만 20년 뒤 안정된 노후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단시간에 전체적으로 확산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는 “설문조사를 해 보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는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고, 자녀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연배로 드러난다”며 “최근 사교육비 감소 추세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뿐 사회 전반적 변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역시 “지금의 40대가 50대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성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자녀가 한 명인 가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세대”라며 “사교육비 대신 가족의 현재와 노후에 투자하는 일부 움직임에 심적으로 동조하면서도 ‘하나뿐인 아이’라는 생각에 경쟁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이도 상당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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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감성美 세계를 홀리다


김진원 매니저가 디자인한 도요타 콘셉트카 ‘코롤라 퓨리아’.

Car & Joy - 2013 북미 오토쇼 '코리안 디자인 파워'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는 모두 몇 명일까요? 글로벌 5위 안에 드는 큰 회사도 디자이너는 100여명에 불과합니다. 자동차회사를 다 합쳐도 기껏해야 2500명 정도죠. 회사별로 3~4년에 한 명 뽑을까 말까 하다니 들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이 분야에는 ‘정년’이란 게 없기 때문이죠. 올해 환갑인 피터 슈라이어 형님(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사장)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니 말입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돼도 자신이 디자인한 차가 실물로 만들어지는 걸 보기는 더 힘듭니다. 평생 수천 장의 작품을 그려도 한 대가 양산될까 말까 하다고 하니…. 이런 ‘살벌’한 세계에서 코리안 파워가 활약하고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개막한 ‘2013년 북미 오토쇼’의 월드 프리미어 차종(세계 최초 공개 모델) 중 3개를 한국인이 디자인했다는 사실! 제가 대신 자랑 좀 해보렵니다.

○불꽃 같은 정열을 지닌 도요타 ‘퓨리아’

BMW 4시리즈 쿠페를 디자인한 강원규 디자이너.
저도 오토쇼장에 가서야 이 차를 한국인이 디자인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도요타 코롤라를 기반으로 만든 콤팩트 세단인데, 미국 도요타 칼티(CALTY) 디자인 리서치 센터에서 일하는 김진원 프로젝트 디자인 매니저(39)의 작품입니다. 콘셉트를 물어봤더니 “직접 눈으로 보라”고 하시더군요. 퓨리아라는 이름은 ‘불꽃(fire)’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불타는 오렌지 빛깔이 이글이글거려서 눈이 시릴 정도랍니다. 전시장의 모든 색깔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블랙홀’ 아니 ‘레드홀’ 같은 차였죠. 양산될지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이름 바꾸고 다이어트한 인피니티 ‘Q50’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인피니티 Q50은 G시리즈의 후속 모델입니다. 인피니티는 이제 세단에 Q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명 앞에는 QX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아우디맨’ 출신으로 지난해 부임한 요한 드 나이슨 인피니티 사장이 이렇게 이름을 바꾸라고 했다는데요. 아우디 Q시리즈와 헷갈리면 어쩌죠? 어쨌든 디자인을 보면 군살은 빠지고 날렵해졌습니다. 백철민 디자이너(34)는 “둔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고 합니다. 앞 그릴도 고급스러워졌어요. 뒷문에 2개의 라인으로 살짝 포인트를 준 부분은 빛을 받으면 음영이 생기는데 정말 멋지답니다. 3.7ℓ V6 엔진을 단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이 무려 328마력! 3.5ℓ 엔진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다네요. 올여름부터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는데 국내에도 빨리 출시됐으면 좋겠어요.

○고정관념을 깬 럭셔리 BMW 4시리즈 쿠페

‘이건 분명 철판으로 만들지 않았을 거야.’ 이 차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에 이런 곡선이 가능하다니. 물 흐르듯 우아한 곡선으로 이뤄졌는데 물렁해 보이지 않고 단단하고 힘이 넘칩니다.

인피티니 Q50 앞에 선 시로 나카무라 닛산 디자인 총괄 부사장(왼쪽)과 백철민 디자이너.
BMW 3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지만 차별화하려고 4시리즈로 이름 붙였죠. 3시리즈 쿠페보다 지붕이 낮아 당장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것처럼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차체와 아슬아슬하게 연결돼 있는 사이드 미러는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 같아서 아찔함마저 들게 합니다.

조각처럼 안쪽으로 정교하게 새겨넣은 문 손잡이도 예술이죠. 앞 범퍼와 뒷 범퍼 아래 그릴은 어디든 ‘쿵’하고 들이받아도 멀쩡할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차체에 선이 많은데 복잡하거나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게 신기했어요. 같이 사진 찍자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몰려드는 통에 강원규 디자이너(38)의 인기는 최고였죠.

디트로이트=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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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다보스포럼 특별 기고] 글로벌 리더들, 도덕적 책임감으로 재무장해야

  • 클라우스 슈밥 (Klaus Schwab)세계경제포럼(WEF) 회장
     
  • 입력 : 2013.01.18 13:27

    분열과 편가르기 심화
    국가 간 보호주의 확산으로 온난화 등 해결 노력 중단 인류 공공이익 실현 멀어져
    내주 다보스 포럼의 목표
    글로벌 공동체 진전 위해선 경제 책무만 생각해선 곤란 존엄·형평성 이슈 논의할 것

    클라우스 슈밥 (Klaus Schwab)세계경제포럼(WEF) 회장
    2013년 들어 세계경제 주체들의 '글로벌 공동체'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그런 주장과는 반대로 가는 많은 신호와 행동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으뜸가는 요인은 글로벌과 국가, 심지어 개인적 차원까지 엄청나게 빠른 변화속도와 복잡성, 상호연결성 등이다. 소비와 생산, 저축과 투자, 경제와 생태계, 사회적 통합과 소외, 평등과 불평등 간에 전례 없는 이동과 불균형이 글로벌 시스템 안에 남아있고 지금도 계속 배태되고 있다. 지금 지구 공동체에는 '위험 제거(risk-off) 스위치'가 소멸된 형국이다.

    글로벌 리더들은 1971년부터 매년 1월 하순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가장 중대하고 심각한 글로벌 어젠다(agenda)들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왔다. 다음 주 개막하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토의될 주제 역시 많다. 몇 개만 꼽아도 미해결 상태인 미국·유럽의 부채 문제, 불확실성과 어려움으로 가득찬 세계경제,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치적 혼란과 만성적인 청년실업 등이 있다.

    확실히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와 기업, 민간 부문은 각자 직면한 도전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는 아직도 위기 모드(crisis mode)에 처해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세계경제가 올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은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세계는 성장과 개선을 거듭해 왔다. 1971년 세계경제포럼(WEF) 출범 당시 세계 인구는 40억여명이었고 그 절반인 20억명이 절대 빈곤(하루 생활비 1.25달러 미만) 상태였다. 42년 후인 지금 세계 인구는 70억명으로 늘었지만, 절대 빈곤 인구수는 그 당시 보다 더 증가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이다. 1970년 60세이던 세계 평균수명은 70세로 높아졌다. 권위주의 독재정권이 줄줄이 무너지고 민주정부들이 들어섰다. 글로벌 경제는 1945년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4%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동안 성취한 진정한 성과와 발전을 잊어서도 안된다.

    비관주의 확산을 막고 위기 관리에 따른 피로증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미래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며 역동적인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갑작스런 충격을 이겨내는 회복력(resilience)을 더 확보해야 한다.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역동적이고 낙관적인 접근·대담한 비전과 더 대담한 실천을 위기 재생력 강화에 필요한 구체적인 조치들과 결합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회복적 역동성(Resilient Dynamism)'을 2013년 연례 다보스포럼 주제로 잡은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다음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첫째, 글로벌 공동체의 공통 관심사에 대한 해법을 미래 세대 시각에서 찾자는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위기는 많은 글로벌 경제주체들을 방어적으로 움츠러들게 했고 국가 간 보호주의가 확산됐다. 세계적 차원의 그랜드 비전들이 사라지고 분열과 편 가르기가 심화됐다. 온난화·글로벌 금융 규제·도하라운드 등 세계무역 이슈 해결 같은 많은 글로벌 공통 관심사에 대한 해결 노력도 중단됐다. WEF의 모토가 '글로벌 공공이익 실현을 위한 기업가정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보스에서 토론은 '글로벌 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정신에 지배받으며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미래 세대의 시각에서 글로벌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 도출을 의미한다.

    둘째, 세계 모든 지도자가 경제적 책임은 물론이고 높은 윤리의식에 입각한 사회적·도덕적 책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를 고취하도록 논의를 펼칠 것이다.

    대기업 주도로 진행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종업원·주주·지역사회·환경이란 네 가지 범주에서 비즈니스 개선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도덕적 책임(moral responsibility)은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기업들이 통합·존엄성·형평성 같은 근본적인 윤리적 이슈까지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만든 세상은 우리 생각의 과정이다. 생각의 변화 없이는 세상은 결코 변화되지 않는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글로벌 리더들은 각자의 행동 반경 안에서 인류에 대한 강한 도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권한을 위임받은 수탁자로서 글로벌 공동체를 더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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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Weekly BIZ Quotes] "리더는 철학자인 동시에 직원들 가르치는 교사가 돼야"

    • 입력 : 2013.01.18 14:19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1) 일본항공(JAL) 명예회장이 닛케이(日經)비즈니스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 요결(要訣)을 공개했다.

      "JAL이 재건에 성공한 비밀은 직원 3만2000명의 마음을 바꾼 데 있다. 2010년 JAL 부임 당시 항공운송사업에 문외한이었지만 여러 현장을 찾아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직원들에게 '상부에 보고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낭비를 줄여 달라' '각자 최대한 노력해 창의력을 쌓아달라'고 했다. 여든이 다된 노령 CEO가 직접 현장을 돌자 반응이 뜨거워졌다."

      "2011년 3월 재건 착수 후 첫 결산에서 영업이익 1800억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원들이 내는 성과를 알기 쉽게 파악하도록 조직을 잘게 쪼깼다. 그리고 각 소집단에 책임자를 두고 부문별로 독립 채산을 실시하자 직원들의 눈에 불이 붙었다. 리더의 역할은 직원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있다."

      "경기가 좋은 때에 파견사원을 쓰고, 나쁘면 잘라버리는 '쉽게 가는 경영'이 일본 기업 전체를 망쳤다. 정규직 직원은 자주성을, 비정규직이 된 직원은 회사에 대한 애정을 잃었다."

      "리더는 철학자인 동시에 직원의 교사가 되어야 한다. 최고 경영진이 '모두의 힘을 합쳐달라'는 메시지를 현장까지 전달해 모든 조직을 자주 독립적인 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경영에는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다. 좋을 때는 세게 밀어붙이고 나쁠 때는 세게 물러서야 한다. 어떤 쪽으로든 리더는 타오르는 듯한 투혼(鬪魂)이 필요하다. 강한 의지와 투혼이 없는 사람은 리더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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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5 Questions] "합법적 로비는 기업 해외문제 해결에 큰 도움"

  • 이인묵 기자
     
  • 입력 : 2013.01.18 13:44

    워싱턴DC 최대 로펌 커빙턴앤벌링의 헤스터 회장

    마이클 처토프 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장 드 루이 전 벨기에 EU대사, 팀 스트래트포드 미국 USTR 중국 담당 부대표….

    이들은 모두 지금 커빙턴앤벌링(Covington & Burling)이란 로펌에 몸담고 있다. 이 로펌은 세계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를 상대로 한 로비(lobbying)가 특기이다. 기업의 외국 투자업무 자문, 통상 절차 및 규제 관련 문제 해결에서 최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소속 변호사는 700여명.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로펌 중 최대 규모다.

    2011년 매출 5억8150만달러(약 6250억원)로 지난해 미국의 법률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American Lawyer)'가 선정한 '세계 100대 로펌'에서 52위이다. 한미 FTA 발효에 따라 최근 서울 사무소를 연 이 회사의 티머시 헤스터(Hester) 회장을 만났다.

    이명원 기자
    1 한국 시장에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아직 한국에서 소송을 맡을 수 없지 않나?

    "우리가 하려는 일은 한국 기업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겪는 문제 해결이다. 우리는 미국 최초의 규제 및 연방정부 관련 문제 전문 로펌이다. 미국 내에서의 다양한 이슈·정책·규제 등에 대해 의뢰인의 입장을 입법·행정부 및 여러 규제 당국에 로비를 통해 잘 전달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는 중남미·인도·중동·중국 등 전문가도 있는데, 많은 외국에서 겪는 문제해결을 도와줄 수 있다."

    2 삼성전자가 애플과 미국에서 벌이는 특허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로비 부족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특정 사안을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현대 사회는 무척 복잡하다. 규제 한건을 없애거나 꼬인 계약을 푼다든지, 특정 소송 승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더 다양한 요구 사항과 계약, 규제가 존재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풀려면 전문가 집단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3 기업 관련 문제 해결에서 로펌의 강점은 무엇인가?

    "변호사가 법정에서 의뢰인을 대변해 논리를 펼치고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것처럼, 로비도 규제 당국에 의뢰인의 논리를 전달하고 그 주장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일이다. 장소만 다를 뿐 업무는 동일하다. 특히 우리는 철저히 합법적인 로비를 한다. 선물이나 접대가 아닌 논리를 전한다."

    4 커빙턴앤벌링의 컨설팅을 통해 잘 해결된 사례가 있나?

    "중국 레노버의 IBM PC 부문 인수이다. 미국 정부는 인수합병이 국가 안전에 위협을 줄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다. 우리는 레노버가 IBM PC 부문을 인수한다고 해서 미국 안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국방부·재무부·국무부·백악관 등에 설명했다. 덕분에 레노버는 IBM을 인수했고 지금 세계 최대 PC기업이 됐다."

    5 한국에선 FTA를 통한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투자자 제소제도(ISD)를 통해 한국 정부나 기업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인들도 ISD가 자국에 유리한 제도라고 믿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자국이 불리하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ISD는 세계 각국에서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을 보호해 줄 것이다. 글로벌 사업을 활발히 해 외국 시장에서 지킬게 많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이 제도가 중요하다. 예컨대,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7년 국유화 조치를 취하면서 엑손모빌의 자산을 몰수했다. 우리는 보호 제도를 이용해 베네수엘라 정부를 제소해 엑손의 재산을 지켰다.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라도 ISD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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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에어프랑스-KLM그룹 조젤린 아태 총괄대표 "적자지만 고품질 서비스에 집중… 좌석당 이익 6% 늘어"

  • 파리·암스테르담=류정 기자
  • 입력 : 2013.01.19 03:00

    에어프랑스-KLM그룹 조젤린 아태 총괄대표

    유럽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그룹은 글로벌 금융·재정 위기와 저가 항공사의 파상 공세의 영향으로 2009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때문에 에어프랑스는 2012년부터 올해 2년에 걸쳐 60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해 인건비를 20% 줄이는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그러나 고객 서비스의 품질 만큼은 절대 낮추지 않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다.

    브루노 조젤린(Georgelin·사진) 에어프랑스-KLM그룹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장거리 노선 항공기와 고객 서비스에 수억유로를 더 투자하고 특히 고급 서비스를 중시하는 장거리 승객을 집중 유치해 올해에는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2015년부터는 순흑자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현재 경영상태는?

    "올해까지 인건비 감축 계획이 완료되면 경영 효율성이 20% 높아진다. 지난해 9월까지 5억유로의 순이익 적자가 났는데 대부분 여행객이 급감한 유럽 구간 탓이었다. 반면 아시아나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은 여객이 꾸준히 늘어 흑자를 냈다. 장거리 노선 비행기 좌석을 최신형으로 바꾸고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유명 셰프들의 요리를 제공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래서 항공권 가격도 올랐다. 그 결과 2012년 9월까지 좌석당 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고품질 서비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의 핵심 고객들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거리 노선 고객들은 피곤한 여정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가장 희망한다. 신흥 부자가 많은 아시아 승객들의 수요가 늘어 프리미엄 항공사는 여전히 매력 있다."

    ―아시아 승객 유치 노력은?

    "노선을 다양화하고 있다. 핵심 도시 외에 제2, 3의 중소 도시에 속속 취항하고 있다. 또 아시아 각국별 언어와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국의 국적항공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코드쉐어 서비스도 대폭 확충할 것이다."

    ―한국 승객들은 국적기를 선호하는데.

    "프랑스의 독특한 문화와 스타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면서 한국인의 기호(嗜好)에 잘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 노선에는 한국인 승무원을 전담 배치하고 있으며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K-pop이나 한국 영화,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더 강화할 것이다."

     

    [Weekly BIZ] 별난 항공사 "옆자리 승객에 작업거세요"

  • 파리·암스테르담=류정 기자
  • 입력 : 2013.01.19 03:00

    가만 있다간 죽는다… 고속철도·저가항공 약진에 유럽경제 위기 겹쳐 비상, 편의시설·서비스 강화 나서
    없는 게 없는 공항… 수하물 위탁 줄 설 필요없게 셀프 스파 기기까지 마련, 전자책·음악 무료로 다운
    고객 유인 별난 마케팅… 개인 쇼핑 도우미 제공하고 미혼남녀 매칭 서비스 도입, 빈 비즈니스석은 경매 부쳐

    지난 11월 프랑스 최대 국제공항인 샤를 드골 공항 2E 터미널. 장거리 승객들이 출국하는 이곳에 사람 키만 한 삼성 갤럭시탭 확대판이 보였다. 스크린 터치로 이름과 항공편을 입력하자 어느 길을 따라 어느 게이트로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안내가 떴다. 안내에 따라 길을 가니 다른 큰 전광판이 등장했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내가 가는 탑승 게이트까지 걸어서 걸리는 시간이 표시돼 나왔다. 보안 검색대에선 탑승 시간이 임박한 승객들만 따로 줄을 서도록 빨간색 표지판을 달았다. 비행시간이 많이 남은 승객은 초록색, 중간 정도의 승객은 오렌지색 줄이다.

    낡은 시설과 긴 이동 거리, 잦은 짐 분실, 불친절…. '세계 최악의 공항'으로 불리던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이 달라졌다. 공항 운영사인 ADP가 유럽 최대 허브 공항을 목표로 2008년부터 6억유로(약 8500억원)를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벌인 결과이다. 샤를 드골 공항은 연간 방문객 6000만명(2011년 기준)으로 유럽 2위인데 10년 후에는 1위인 런던 히스로 공항(6900만명)을 제치고 연 1억명이 오가는 유럽 최대 공항으로 날아오른다는 목표이다.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치는 지금 유럽 항공업계가 '무한 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히스로 공항(2008년)을 필두로 바르셀로나공항(2009년), 코펜하겐(2010년), 프랑크푸르트 공항(2011년) 등 유럽 국제공항들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확장 또는 리모델링 공사를 벌였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 시장에서 가라앉는다는 절박한 위기감에서다. 2005년 당시 나란히 세계 7,8,9위 공항에 꼽혔던 샤를드골·프랑크푸르트·스키폴 공항 중 프랑크푸르트와 스키폴이 각각 9위와 14위로 밀려났다.반면, 10위에도 못 들던 베이징공항이 세계 2위(7740만명)로 치고 올라왔고 홍콩공항 역시 10위권에 진입했다.

    항공사들도 비상이다. 미국은 델타 항공과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와 컨티넨탈 항공이 각각 결합해 확고한 1등과 2등의 글로벌 선두 항공사가 된 반면 유럽에서는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의 여객 수요를 모두 합쳐도 델타항공 한 곳의 여객 규모와 비슷할 뿐이다. 유럽 내 고속철도와 저가 항공사들의 급부상으로 탑승객들도 급감하고 있다.

    '항공사는 하늘 위에서, 공항은 지상에서'라는 '투 트랙(Two track)'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 항공업계 현장을 Weekly BIZ가 찾아갔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공항 안에 유치해 놓은 네덜란드 국립 라익스 뮤지엄(왼쪽). 최근 리모델링을 완료한 파리 샤를 드골 공항 2E 터미널에서는 태블릿PC를 크게 키운 터치형 스크린을 이용해 탑승 게이트를 안내받을 수 있다(가운데). KLM은 탑승 당일 남는 비즈니스 좌석을 이코노미 승객들에게 경매에 부쳐 파는 시스템을 연내 도입한다. 사진은 호텔 객실을 방불케 하는 KLM의 기내 1등석 모습(오른쪽). / 암스테르담·파리=류정 기자·에어프랑스-KLM 제공
    박물관·카지노·호텔…없는 게 없는 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국제공항에는 지난해 초부터 공항 측과 KLM 항공이 제휴해 승객 스스로 수하물을 자동화된 기기에 넣어 부치는 '무인 수화물 위탁(Self Baggage Drop)'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대다수 공항이 좌석을 셀프 체크인(self check-in)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수하물은 여전히 줄을 서서 직원을 대면한 채 체크인해야 한다. 이는 세계 공항 평가에서 7년 연속 1위에 선정된 인천 공항도 올해 처음 시범 도입을 계획 중인 서비스다. 스키폴 공항은 유럽 최초로 이 자동기기 12대를 공항에 설치, '체크인 전(全)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항객 수요가 많지 않은 스키폴 국제공항은 생존책으로 색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환승 대기 시간 동안 잠시 눈을 붙이고 싶어 하는 승객들을 위해 공항 터미널 안에 특급 수준의 호텔 2개를 최근 열었고 공항 터미널 로비 한복판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셀프 스파 기기'까지 마련했다. 이곳에선 5분당 1유로(약 1400원)만 내면 아쿠아 마사지 기계에 몸을 맡기고 원하는 만큼 피로를 풀 수 있다. 환승객들을 위한 도서관을 마련해 전자(電子)책과 음악을 모두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공항 안의 박물관 설치는 요즘 유럽 공항들의 최신 트렌드이다. 샤를 드골 공항은 루브르·오르세 박물관과 협력한 '미니 박물관'을 유치해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스키폴 공항에는 네덜란드 국립박물관 라익스 박물관이 이미 들어와 있다. 유럽 최대 자산이자 자부심인 문화유산으로 고객을 흡인하려는 전략이다. 히스로 공항은 자신의 종교 방식대로 기도를 할 수 있는 '멀티 기도방(multi-prayer room)'을, 프랑크푸르트공항은 승객들이 룰렛·블랙잭 등을 즐길 수 있는 카지노까지 최근 갖췄다.

    컨설팅업체인 '코펜하겐이코노믹스'의 마르틴 흐비트 텔레(Thelle) 파트너는 "10년 전만 해도 콧대가 높았던 유럽 공항들이 최근 항공사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빈 공항이나 더블린 공항 같은 소규모 공항은 항공사 유치를 목표로 항공사에 공항 이용료를 대폭 할인까지 해준다"고 했다. 실제로 더블린 국제공항은 비행시간 7시간이 넘는 장거리 노선 항공사에 대해 공항 이용료를 노선 운항 2년째 10%, 3년째 25%, 5년째에는 75%까지 깎아준다.

    '떠오르는 큰 손', 아시아·태평양 승객

    유럽 공항과 항공사가 겨냥하는 공통적인 과녁은 아시아·태평양 탑승객들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2012년 여름부터 중국 승객들을 위한 개인 쇼핑 도우미인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마련해 중국인들의 개인 쇼핑을 돕고 있다. 중국 표준어(만다린)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들은 1대1 쇼핑 보조는 물론 공항 보안 검색대 통과와 출발 게이트 안내까지 '풀 서비스'를 한다.

    KLM 항공은 한국 유명 한식당인 용수산과 손잡고 용수산 스타일의 비빔밥·김치볶음밥 같은 한식(韓食)을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에어프랑스가 1300만유로(약 184억원)를 들여 작년 샤를 드골 공항 내 장거리 노선 승객 전용 비즈니스 라운지를 287㎡(약 87평) 크기로 확장·리모델링한 것도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승객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여기에는 스카이팀 VIP 승객들에게 프랑스 화장품 기업 클라란스가 20분 동안 무료 마사지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해주는 '트리트먼트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이런 서비스 개선에 맞춰 아시아 취항도 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중국 청두·샤먼·우한 같은 2급 도시에 최근 신규 취항했고 올 4월에는 쿠알라룸푸르~파리 노선을 사상 처음 운항한다.

    이런 아·태지역에 대한 공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 지역 승객들은 활발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 아·태 정기 항공기를 이용한 여객은 8억1000만명으로 10년 전(2001년 3억7000만명)보다 220% 증가했다. 반면 유럽 지역은 같은 기간 78% 증가에 그쳤다.

    항공사들, 고객 유인'별난 마케팅'

    유럽 항공사들은 특히 단거리 노선에서 승객들을 다 채우지 못해 적자를 내는 곳이 즐비하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이들이 꺼내 든 승부수는 '세분화(segmentation)'와 '맞춤화(customization)'이다.

    KLM은 미혼 남녀 고객을 대상으로 '중매쟁이' 역할까지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탑승 전 미리 승객들의 사진을 보고 교류할 수 있게 하고, 옆 좌석에 앉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트 매칭 서비스'이다. KLM은 일본·중국·프랑스·이탈리아 등 7개 언어로 이 서비스를 페이스북에 운영 중이다. 젊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아이디어 마케팅이다.

    KLM은 또 탑승 당일 남는 비즈니스 좌석을 이코노미 승객들에게 경매에 부쳐 파는 시스템을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이코노미 승객들이 예약할 때 미리 비즈니스 좌석이 남을 경우 얼마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적어 내면 탑승 당일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순서대로 좌석을 바꿔준다.

    고객 개인 취향을 배려한 '맞춤형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BA)는 승무원들이 아이패드를 통해 승객 명단과 승객들의 과거 탑승 기록, 주문했던 메뉴 등을 확인하고 승객의 취향·기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밀착형 명품 서비스가 목표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부터 99대의 장거리 노선 비행기에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유료(시간당 10.95유로)로 제공한다.

    티도 벨드후이스(Veldhuis) KLM 전략부문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 항공사들은 단순 항공권 판매만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좌석 세분화와 다양한 추가 틈새 서비스 개발로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 위한 전쟁이 한층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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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모바일·SNS 날개 단 클라우드 서비스, 2016년 107조원 시장으로

  • 이인묵 기자
  • 입력 : 2013.01.18 14:55

    로버트 김 액센츄어코리아 상무
    서버·네트워크 장비 구입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이용 가능… 불황기에 경비 절감 효과까지
    사용자 갑자기 폭증하는 게임 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하면… 큰 비용 안들이고 대처할 수 있어

    '38억달러(약 4조원)'.

    맥쿼리캐피털이 이달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예상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Amazon Web Service) 부문의 올해 매출액이다. 2010년부터 AWS는 매년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을 늘려왔다. 2010년 5억달러에서 2011년에는 10억달러, 지난해에는 약 20억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서 1년 만에 또 다시 2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WS는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장비인 서버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미국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단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 '트위터' 등이 모두 AWS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IT전문 시장조사업체 IDC 보고서는 "세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2년 약 400억달러(약 43조원)에서 2016년에는 10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안정성·유연성 등 '1석3조'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회사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Huang) CEO가 이달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품 발표회에서 게임용 클라우드 서버인‘그리드(Grid)’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이미 음악?책?영화 등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서 열어보는 시대”라며“이제 곧 게임도 클라우드로 즐기는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했다. / 블룸버그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器機)만 있으면 언제든 쓸 수 있고, 많은 비용을 들여 별도의 서버나 네트워크 등 IT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없으며 비싼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아도 필요할 때 맘껏 활용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비용도 쓴 만큼만 지불하는 구조여서 훨씬 경제적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기술 전문가에게 맡겨두면 돼 운영 인력 절감에도 유리하다.

    최근에는 서비스 관련 기술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스템의 특성과 안정도가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국내 게임 업체는 최근 스마트폰 게임 출시 후 이용자 수가 급증했는데도, 서버 증설이 늦어져 게임 접속이 자주 마비돼 사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 업체는 관련 직원을 총동원해 밤샘 작업을 하며 서버 증설을 했지만 아무리 해도 사용자 수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업체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언제든 늘린 용량을 다시 줄일 수도 있어 사용자 수가 폭증 또는 급감하는 경우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클라우드 유형… 용도에 맞게 골라야

    클라우드 서비스는 운영 방식에 따라 퍼블릭(public)·프라이빗(private)·하이브리드(hybrid) 클라우드 세 종류로 나뉜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주로 운영하는 서비스로 이메일을 쓸 때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입해 돈을 지불하면 서비스를 쓸 수 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사용자가 자체 확보한 서버 등 IT 자원을 클라우드 형태로 엮어 쓰는 것이다. 퍼블릭 클라우드에 맡겨놓는 게 부담스러운 보안 시스템을 만드는 용도가 많다. 외부에서는 가입할 수 없고 오직 기업 내부 처리용으로 쓰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혼용한 것이다. 핵심 자료는 내부에 보관하고 유동적으로 쓰는 자료만 퍼블릭 클라우드에 두는 방식이다.

    이 중 퍼블릭 클라우드는 제공 서비스의 유형에 따라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처(I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나뉜다. IaaS는 IT 운영에 가장 기본이 되는 서버를 빌려주는 서비스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서버 종류·용량·소프트웨어를 입력하면 10분 내 운영 환경이 만들어진다. 아마존의 AWS는 IaaS에 속한다.

    PaaS는 서버 이외에 기본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서비스이고, SaaS는 여러 사용자가 쓸 수 있도록 클라우드에 응용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PC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세일즈포스와 구글이 대표적인 SaaS 사업자다.

    소셜·모바일·빅데이터와 융합… 4년 내 1.5배 팽창

    클라우드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융합하며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는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쓰기 쉽도록 기존 PC 중심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 맞춰 바꿨다. 동시에 SNS 요소를 넣어 현장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휴대성(携帶性)을 융·복합한 것이다.

    빅데이터(Big Data) 분석도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 중이다. 빅데이터는 최근 주거지·나이·성별 같은 확실한 '정형(定型) 데이터' 외에 인터넷 사용·매장 내 동선(動線)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2010년 약 1100억원에서 올해 5400억원 규모로 5배 가까이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경기 침체기에 비용 절감 노력과 맞물려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부터 늦은 데다 시장 및 자본 규모 차이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기술 수준도 뒤져 있다. 토종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삼성SDS, LG CNS 같은 대기업 계열 SI업체와 KT·SKT·LG유플러스 같은 통신 기업이 대부분이다.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

    PC 대신 인터넷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로 빌려 쓰며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낸다. 구름(cloud) 속에 있는 것처럼 설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Weekly BIZ] 비즈니스 목표부터 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해야

    • 입력 : 2013.01.18 14:55

       

      로버트 김 액센츄어코리아 상무

      클라우드는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마법' 같은 서비스로 환영받았다. 액센츄어가 2010년 세계 글로벌 기업 IT 담당 임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들은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비즈니스 단기 변화에 신속대응 ▲신규 투자 비용 절감 ▲운영 구조 합리화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예측은 모두 현실이 됐고 클라우드의 유효성을 반박하는 이는 거의 없다. 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언제 어떻게 도입할지를 고민할 뿐이다.

      하지만 성급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은 위험하다. 무엇을 얻을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도입에 앞서 최소 3가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목표와 이익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막연하게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잘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둘째, 재무적 측면과 업무 진행, IT 운영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클라우드 전환 속도와 수준도 사전에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유휴화(遊休化)될 기존 IT 인프라 자원과 인력 재활용도 결정해야 한다. 인프라의 경우, 내부용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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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시장 새해 화두는 '뉴 노멀(new-normal)'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새해 화두는 무엇일까. 한국자동차 산업연구원 등 자동차 업계는 19일 계사년 시장과 업계의 판도 변화를 촉진할 변수로 성장둔화, 정부개입강화, 업체간 양극화, 포스트브릭스시장 부상, 혁신제품 개발 등을 꼽고, 올해 키워드로 '뉴 노멀'을 제시했다. 뉴 노멀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새롭게 부상한 경제질서를 의미한다.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률, 고위험,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개념이다.

    연구소는 우선 올해 유럽시장의 침체와 미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선진시장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시장의 경우 고용 개선지연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럽시장은 시장 위기와 두 자릿수 실업률이 지속돼 6년째 감소추세다.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 국가들 역시 경기 부진, 인위적인 부양책 종료로 성장세가 대폭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폭도 지난해 6.1%의 절판 수준인 3.1%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유럽시장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신흥시장인 브라질, 인도, 러시아 시장의 성장세도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개입 강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현대기아차 등 수출 중심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자국 자동차산업을 경기회복과 고용창출의 기반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별화한 관계 장벽을 통해 경쟁력이 약한 자국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엔화가치 상승과 디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 2010년 이후 자산매입브로그램 규모를 확대해 정책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계 자동차 브랜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오는 3월 이후까지 지속될 경우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만한 가시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간 양극화 심화도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유럽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유럽 자동차 브랜드 뿐만아니라 유럽 판매비중이 높은 미국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반면 정부지원 등에 힘입은 일본업체와 강도높은 체질개선을 해온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의 수익성이 차별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친환경 규제 강화 등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실적이 우수한 업체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실적이 부진한 업체는 투자 축소에 따른 미래 경쟁력 약화로 토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트브릭스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미래 잠재시장과 혁신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지난해 11월까지 45만대 이상을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른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규투자에는 소홀한 상황이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빅3 업체는 아세안 지역의 생산능력을 현대 243만대에서 앞으로 4년동안 370만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투자도 대폭 확대, 르노의 경우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연간 17만대 생산규모의 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올해 생산라인 2기를 갖출 예정이다. 마쓰다와 혼다는 멕시코에 각각 2015년과 2016년 신공장을 완공해 20만대 이상을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미래 잠재시장과 혁신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소는 미래 잠재시장으로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주목했다. 중단기적으로 전기차 보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가장 적극적인 일본 3사는 오는 2016년까지 상당수의 모델을 하이브리드차로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닛산 역시 앞으로 4년동안 15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

    디자인과 제품혁신에 대한 투자확대도 필요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피터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전부를 맡긴 것도 이때문이다. 도요타는 이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복귀와 함께 모든 양산 모델의 디자인을 본사 디자인총괄본부에서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결정과정을 축소하면서도 실무진 중심의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연구소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잠재시장에 대한 분석과 조기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디자인, 설계 등에서 혁신을 통한 제품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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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 올 스마트폰 시장 `삼성 독주` 전망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판매 격차를 1억대 이상으로 벌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19일 로이터에 따르면 자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해 4·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도보다 71% 증가한 610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분기 판매량이 6000만대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또 삼성전자의 4·4분기 매출이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 강세와 평판 스크린 수요 증가 등으로 8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5일 지난 해 4·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애플은 지난 해 4·4분기에 스마트폰 예상 판매량이 46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어났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양사의 지난 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삼성전자가 2억1000만대, 애플이 1억3400만대로 추정했다.

    특히 올해 양사 스마트폰 예상 판매량은 삼성전자가 2억8300만대로 1억6700만대에 그친 애플을 1억1000만대 이상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미 포화돼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 애플과 달리 노키아는 지난 해 4·4분기에 전체 휴대폰 판매량이 8000만대 수준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스마트폰 판매는 65% 급감한 700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도 지난 해 4·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30% 정도 하락한 700만대 수준으로 예측됐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스마트폰 금맥, 브릭스에서 찾아라"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시장으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가 꼽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닐슨와이어는 피처폰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인도와 러시아 등 일부 신흥 시장이 향후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매출을 이끌 주요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닐슨은 특히 인도와 러시아에서 터치스크린, 쿼티 키패드 등을 사용하지 않는 피처폰 판매 비중이 각각 80%와 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선 피처폰 판매량이 44%를 차지해 36%인 스마트폰을 8% 차이로 앞섰다.

    ▲ BRIC 국가 휴대폰 종류별 판매비율 (자료=닐슨와이어)
    중국은 브릭스 국가중 유일하게 스마트폰이 시장 주류를 형성한 곳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상황은 중국시장의 규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휴대폰 판매량은 이미 미국을 넘어선지 오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이 세계 최대 아이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닐슨 외 다른 시장분석업체들 역시 신흥성장국가들이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올해 주요 목표일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카날시스 역시 브릭스 지역의 올해 스마트폰 성장률을 약 22.5%로 예상했다.

    올해 中 스마트폰 시장, 美 2배 전망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미국 시장의 2배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시장 조사 기업 캐널리스가 지난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은 올해 말까지 2억3천980만대로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의 예상 출하량은 1억2천500만대로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니콜 펜 캐널리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미국을 제친 것은 지난해 1분기”였다며 “2012년은 중국 모바일 디바이스 시자의 상징적인 한 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2011년 8천300만대에서 2012년 1억8천600만대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반면 2012년 미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00만대로 2011년 대비 불과 800만대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에는 약 100여개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존재하며 삼성전자, 애플, HTC 등 해외 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 보급된 스마트폰 중 70%는 자국 기업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콘 펜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중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은 소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시장은 자국 기업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10억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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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만한 애플, 80년대의 실수 되풀이하나?
    2013-01-19 09:28:26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비롯한 타사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있는 애플이 지난 1980년대에 보였던 실수를 되풀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제전문지 포천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천은 아이폰5가 미국시장에서는 인기를 끌었다지만 가격까지 높은 상태에서는 특히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계속 잘 팔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초 23%에서 3·4분기에 14.6%까지 떨어진 것을 예로 들었다. 이 잡지는 지난해 스마트폰 제품을 애플은 단한가지만 출시한 반면 최대 경쟁업체인 삼성은 37개로 대조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는 물론 이제는 맥월드에 조차 참가하지 않고 독자적인 일정에 따라 신제품 공개를 고집하고있다. 올해 CES에는 아이폰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비롯한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이 공개됐는데도 정작 애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잡지는 아이폰 출시 초기에는 제품이 워낙 혁명적이어서 이러한 애플의 교만함이 통했지만 이제는 판도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사와 제휴 꺼려, 80년대의 실수 되풀이하나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5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30핀 아답터를 8핀으로 교체함으로써 소비자들과 다른 아이폰 응용 제품 개발업체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더구나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제휴업체들에게 통보하지를 않았다.

    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도 타 휴대폰 제조업체에 iOS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애플은 20여년전에도 PC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다른 제조업체와의 제휴를 거부하는 동안 주경쟁사인 IBM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은 값이 더 싸고 사용하기 쉬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를 도입하면서 애플은 PC 경쟁에서 밀렸다.

    포천은 애플이 1980년대에 겪었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휴대폰 업체들에게도 iOS를 사용하도록 허가해줘야 하며 그럴 경우 아이튠즈는 새로운 소비자들을 크게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여전히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까다롭고 폐쇄된 애플 특유의 기업문화가 계속 될 경우 순익 감소를 비롯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흔들리는 애플, 내리막길 접어들었나?

    잇단 오류에 예전만 못한 열기…실적 발표 앞두고 비관적 전망 우세

    기사입력 2013-01-18 오후 5:25:08

     

    애플이 오는 23일 발표할 예정인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에 대한 열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가운데 스티브 잡스의 지휘 아래 이뤘던 신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애플에 제기됐던 위기설은 팀 쿡 CEO 체제 아래 아이폰4S 등 후속작들이 크게 성공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해에도 <뉴욕타임스>를 필두로 애플의 생산위탁업체 폭스콘 중국 공장의 노동자 탄압 의혹이 일었지만 애플의 활동 자체가 위축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쿡 CEO 역시 잡스와 달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오히려 애플이 더 개방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애플의 위기 징조는 심상치 않다. 애플의 강점이던 완벽함이 사라지고 잇따라 '실수'가 드러났다.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일관되게 펼치던 애플의 마케팅 전략도 예전보다 '약발'이 덜하다.

    시장 점유율 하락에 부품 감축설까지

    ⓒ프레시안(자료)
    애플 위기설은 일부 전문가나 언론의 추측이 아닌 숫자로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18일 홍콩의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전달 대비 3%P 떨어진 16%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9%의 시장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켰다고 보도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조사 결과는 주요 외신들이 중요하게 다루는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5가 과거와 달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폰5는 1월 초까지 약 40만 대가 팔렸는데 업계에서는 기존 모델의 아이폰을 가지고 있던 이용자들의 애플 충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150만~200만 대의 판매량을 예상한 바 있다.

    또한 애플이 터치패널을 납품하는 일본의 샤프나 한국의 LG디스플레이에 주문 물량을 감축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지난해 9월 1주당 7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던 애플의 주가는 한때 5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금은 500달러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예전 같지 않은 애플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치나 보도만 가지고 애플의 위기를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지금은 주춤한 상태지만 여전히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시장 점유율과 별개로 애플이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등으로 형성한 모바일 생태계로 창출하는 수익이 막대하다는 점도 여전하다.

    하지만 애플은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5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iOS6에서 결함이 발견돼 망신을 당했다. 특히 광범위한 오류가 발견된 자체 지도 서비스는, 이를 위해 구글 지도를 기본 프로그램에서 밀어냈던 애플이 다시 앱스토어에 구글 지도 앱을 승인하는 '굴욕'을 애플에 안겨줬다. 새해 들어서는 '방해 금지 모드'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오류가 생겼다. 사용자 경험을 가장 중시한다는 애플에서 과거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실수다. 새로운 버전을 발표할 때마다 보여준 혁신적인 기능 역시 이번 버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여기에 모바일 기기 시장의 판도가 수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애플이 적응에 뒤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폰5 역시 발표 이후 과거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들이 화면 크기를 늘린 제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애플은 기존 기기와 큰 차이가 없는 화면 크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애플은 특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얇아진 두께, iOS6의 추가된 기능 등을 내세웠지만 예전보다 다양한 스마트폰을 향유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충족시켰는지는 미지수다.

    최근 <가디언>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가격대는 150달러 선"이라고 밝혔다. 저가 스마트폰이 점점 대중화되는 시대에 애플이 스마트폰 중 최고가 수준인 아이폰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 역시 위기론을 부추긴다. 애플의 쿡 CEO는 지난 10일 세간에 퍼지던 '저가 아이폰' 출시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애플이 결국 저가 스마트폰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폰5의 실적 부진이 실제 애플의 발표로 증명된다면 다양한 색상을 갖춘 아이폰5S 등 차기 모델의 조기 출시설도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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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키아를 떨군 CEO, TV SW로 재기 노려

    노키아가 지난 분기 개선된 실적으로 부활을 예고한 가운데, IT업계는 그 회사를 지금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도 자못 궁금한 모양이다.

    주요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각) AP 보도를 인용해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전 노키아 최고경영자(CEO)가 한 스웨덴 TV소프트웨어(SW)업체에서 활동중이라고 전했다.

    한때 그는 노키아 대표이자 CEO로서 세계 정상급 모바일 브랜드가 되기 위한 회사의 부흥에 일조했던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애플과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 밀려 나락으로 떨어진 노키아의 키잡이였다.

    ▲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전 노키아 CEO
    칼라스부오 전 CEO가 지난 2006년 회장이 되자마자 한 일은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폰 사업부를 통합하는, 지금 보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회사를 이끄는 일이었다.

    결과는 지금 보이는 대로다. 노키아는 업계 1위에서 밀려났을 뿐아니라 스마트폰 트렌드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실책에 따라 칼라스부오는 지난 2010년 스테판 엘롭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지난 1990년 이사회 구성원이 된지 30년만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제 칼라스부오는 스웨덴 TV소프트웨어 업체 '젠테리오'에 합류해, 이사회 회장이라는 자격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양방향 TV플랫폼을 만들고 케이블사업자와 셋톱박스 및 TV제조업체에 광범위하게 적용시키도록 판촉하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전반적으로 구글이 '구글TV'를 출시하면서 벌인 일을 흉내내기에 가깝다.

    칼라스부오는 AP쪽에 "셋톱박스와 TV용 SW를 운영하는 시장은 극도로 파편화됐다"며, 그가 속한 젠테리오의 사업영역이 대략 6억5천만명에 달하는 잠재수요 고객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위 스마트TV라 불리는 거실내 SW플랫폼 경쟁은 아직 누군가를 승자로 예측할만큼 대세가 완연한 분야라 보기 어렵다. 칼라스부오에게도 이 시장에 진입하기엔 나쁘지 않은 시점이란 얘기다.

    어쩌면 그에겐 한때 노키아를 세계 최고 휴대폰 제조사로 키워냈다가 거꾸러뜨렸다는 과거의 실책을 뒤로한 채, 여전히 혁신 기업가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는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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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취약층 고졸·노인 뽑는 게 공공 리더십”

    일자리 1만 개 창출 도전하는 LH 이지송 사장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 제306호 | 20130119 입력
    지난해 3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실버 사원
    일자리 1만 개 창출. 말만 들어도 반가운 소리인데 정말로 대거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는 곳이 있다. 벌써 절반이 넘는 6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 주인공이다.

    LH는 수년째 이어지는 건설 경기침체와 100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심각한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에는 열심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주거복지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는 이 회사 이지송(73) 사장의 공공 리더십이 있어서다.

    이지송 LH 사장
    이 사장은 특히 고졸이나 노인처럼 취업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적이다. 실버사원이 대표적이다. 만 60세 이상 은퇴 고령자를 선발해 임대아파트 관리업무를 맡겼다. 지난해 2000명을 선발했는데 무려 1만9000여 명이 지원했다. 비정규직 성격의 일자리지만 이 정도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노인은 물론 젊은이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했다. 지난해 3월에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졸 신입사원 287명을 뽑았다.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인턴도 선발했다. 특히 청년인턴은 매년 늘고 있다. 2010년 280명에서 2011년 430명, 지난해에는 508명을 뽑았다. 채용인원의 절반은 수도권 이외의 지방 학생으로 채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근무성적이 우수한 인턴사원은 정규직 신입채용 때 서류전형 면제 및 가점 부여와 같은 혜택도 주고 있다.

    임대주택 경비원으로 일하는 실버 사원들이 아
    고졸 신입사원이 인턴기간 없는 정규직
    ‘이지송식 공공 리더십’의 완결판은 지난해 말 예비합격자를 발표한 200명의 고졸 신입사원이다. 고졸 선발은 LH 창사 이래 처음이다. 채용 규모도 국내 공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해 뽑은 신입사원 중 41%가 고졸이다.

    일자리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뽑은 고졸 신입사원은 인턴 기간이 없는 정규직이다. 금융권의 경우 고졸 신입사원의 80% 안팎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LH는 전체 인원의 절반을 수도권 외 지방에서 우선 선발했다. 여성 비율도 27%(55명) 확보했다. 고졸 사원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일부 인재를 선발해 대졸 사원과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올해 일자리를 더 늘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한다. 다음 달 채용 예정인 실버사원은 종전 20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했다. 근무기간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렸다. 채용 공고는 이달 21일 나온다.

    청년 인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한다. 신입사원은 지난해 이상을 뽑는다. 이 사장은 “일자리 1만 개 창출 프로젝트 완성을 구조조정과 동등한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다.

    LH가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것은 출범 이후 3년간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하면서 빚만 100조원이 넘었다.

    일자리 만들기는커녕 당장 직원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즉각 조직 슬림화, 138개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불과 3년 만에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정상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장 특유의 뚝심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부채 비율 500%가 넘는 거대기업을 1~2년 만에 정상화한다는 것은 비용을 줄이는 통상적인 구조조정으로는 불가능하다. 발상을 전환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뒤집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하려면 기존 조직의 반발이 커져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력 및 사업 조정 같은 험난한 혁신 과정에서 노조를 비롯한 직원뿐 아니라 사업지구 주민과 정부·정치인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 사장은 이런 위기를 뚝심으로 돌파했다. 현대건설이라는 대기업을 5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킨 리더십을 LH에 접목한 것이다. 자진해 급여를 반납하고 활동비마저 개인카드로 해결하며 솔선수범했다. 처음 임직원들은 ‘임기 동안 반짝하다 그만둘 것’이라고 반신반의했다. 구조조정 역시 동참하는 시늉만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신념이 남다르다는 걸 간파한 직원들은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려대 함성득(행정학) 교수는 “이 사장의 리더십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에다 직원의 신뢰를 이끌어 낸다는 게 강점”이라며 “이를 통해 옛 토지·주택공사의 물리적 통합뿐 아니라 화학적 통합까지 이뤄 냈다”고 평가했다. 함 교수는 최근 이 사장의 리더십을 연구해 미국행정학보에 연구논문도 게재했다.
     
    실버·고졸 사원 기대 이상 효과
    이 사장이 올해 일자리를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저 회사 사정이 나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버·고졸사원 채용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당장 실버사원의 활약 덕에 임대주택 입주민 만족도가 상승했다.

    LH가 지난해 실버사원이 배치된 관리소 및 입주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각각 77.1점과 77.8점으로 전년도보다 각각 4.4점, 10.8점 높아졌다. 회사 측은 “실버사원이 아파트 시설물을 꼼꼼히 챙기고 정성껏 순찰하자 입주민들 사이에 ‘충성심 높은 경비원이 배치됐다’는 평판이 나오면서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실버사원의 만족도도 높다. 종합만족도는 76.6점으로 건강 차원 만족도 84.8점, 사회적 차원 만족도 77.8점, 경제적 차원 만족도가 79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근무했던 정순임(63)씨는 “일하니까 보람도 있고 의욕도 생기고 삶이 한층 건강해졌다”며 “LH 같은 공기업이 이런 사업에 더 힘써 더 많은 노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식으로 각 부서에 배치될 고졸사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성화 고교에서 회계·전산 등 사업장에 꼭 필요한 실무교육을 받은 인재라서다. 아직 교육 중이지만 이들은 곧 전국의 지역본부와 사업단 현장에서 회계·전산·주거복지·공사현장감독·설계보조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이 사장은 “최종면접 때 일일이 고졸사원들을 만나 보니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정형편 문제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홍준섭(18)·김찬누리(17)군 등이 대표적이다. 홍군은 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경북 상주보육원에서 약 80명의 원생과 지냈다. 홍군은 “단 한 번도 내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어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를 잘 안다”며 “많은 사람이 행복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군 역시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점을 느꼈다”며 “고졸에 편견을 지닌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장은 “이들이 조직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LH는 올해를 ‘제2 도약의 해’로 선언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생존만이 유일한 경영목표였다면 올해는 위기 극복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행복한 주거서비스 구현 ^일자리 창출과 국민경제 성장기반 마련 ^선순환 사업구조 정착 ^새로운 토지주택 개발모델 구축 ^국민 중심 경영체계 확립이라는 5개 경영목표를 선정했다. 이 사장은 “LH는 이제 재무적인 안정 위에 경기부양에 기여하고 주거복지 같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민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12년 상반기 매출 9조원…공적 역할 지속적으로 확대

    3년 만에 경영 정상화 발판

    황정일 기자 | 제306호 | 20130119 입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출범 첫해인 2009년 빚이 118조원에 달했다. 매달 은행에 줘야 하는 대출 이자가 하루 26억원씩이었다. 당장 정상적인 경영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LH는 출범 3년 만에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업 재조정, 인력 감축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한 결과다.

    LH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9조2600억원, 영업이익 1조5976억원의 경영 성과를 냈다. 전년 상반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240% 늘어난 수치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토지·주택 판매를 통해 8조7000억원을 벌어들인 덕분이다.

    출범 초기 525%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468%로 57%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영업이익 등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흐름을 이어 간 것으로 LH는 예상한다.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 하는 빚(금융부채)이 여전히 100조원대에 이르지만 증가 속도는 현저히 줄었다.

    출범 초기 외부 회계기관들은 2012년이면 LH의 금융부채가 1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101조원에 그치고 있다. 현도관 홍보실장은 “이 추세라면 2014년 이후 금융부채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경영 성과는 지난 3년간 부채의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고 사업 조정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LH는 출범과 동시에 총 414개, 425조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 등 이해 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했다. 이를 통해 110조원의 사업비를 절감했다.

    임금 10% 반납, 인력 1000여 명 감축 등 임직원의 노력도 더해졌다. 백상경제원구원의 구동본 연구위원은 “무리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미분양 토지·주택 판매역량을 확대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구조가 안정됨에 따라 LH는 주거복지 등 공적 역할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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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동양학 산책]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백성 다스림의 요체

  • 신동준 박사·21세기정경연구소장
     
  • 입력 : 2013.01.18 13:21

    신동준 박사·21세기정경연구소장
    다음 달 우리나라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다. 이는 대통령제 발상지인 미국은 물론 민주공화정의 진원지인 프랑스조차 이루지 못한 일이다. 동양 역사를 통틀어 유일한 여제(女帝)는 측천무후이다. 그는 치세 중 고구려를 멸망시키며 당나라 전성기를 열었다. 한고조 유방의 부인 여태후와 청조 말기의 서태후도 사실상 여제였으나 세평은 좋지 않다.

    사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송하는 여제는 섭정을 하며 요나라를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만든 소태후(蕭太后)이다. 983년, 30세에 과부가 된 그의 곁에는 12세의 어린 아들만 있었다. 그는 비상한 지혜와 담력으로 황권을 굳건히 다지며 엄한 교육으로 아들을 요나라 최고 명군(성종·聖宗)으로 키웠다. 출발점은 국방 분야였다. 사방이 온통 적국인데도 요나라 군대는 총 20만을 넘지 못했다. 그는 종족 간 구별을 없애고 정예군을 편성해 직접 지휘했다. 관직 세습 관행을 철폐하고 과거제를 실시해 천하 인재도 모았다.

    그는 986년, 송나라 대군을 하북성 탁현 인근 '기구관(岐溝關) 전투'에서 격파하는 등 뛰어난 용병술을 구사했다. 당시 송 태종 조광의(趙匡義)는 패주하느라 급급했다. 사람들은 소태후를 '철마를 탄 미녀'란 뜻의 철마홍안(鐵馬紅顔)이라 불렀다. 소태후의 공세에 밀려 송나라는 화친을 구걸, 1004년에 전연지맹(?G亶淵之盟)을 맺어 요나라를 형님 나라로 섬기며 매년 은 10만냥과 비단 20만필을 바치기로 맹세해야 했다. 요나라는 그 덕분에 막대한 부까지 축적해 부국과 강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새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관자'의 '목민'편에 나오는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이다"라는 구절이다.

    명나라 숭정 14년(1641) 초 일이다. 이자성의 농민 반란군은 북상하면서 낙양의 복왕(福王)을 표적으로 삼았다. 복왕을 총애한 만력제가 혼인 비용으로 내린 황금 30만냥과 많은 하사품을 노린 것이다. 복왕은 재물을 목숨보다 아껴 매년 기근이 이어지는데도 백성의 고통에 눈과 귀를 막았다 당시 낙양성은 성벽이 튼튼해 반란군의 거센 공격에 끄떡없었다. 이를 과신한 복왕은 수차례 장령들의 요청에 겨우 은 3000냥을 내주었으나 중간에 누군가 가로채 버렸다. 그가 다시 은 1000냥을 내주자 배분 문제를 놓고 큰 소동이 일어났다. 분노한 병사들이 성루에 불을 질러 반란군을 성 안으로 맞아들였다. 적은 재물을 아끼려다 가문 전체가 멸망했다.

    장자의 '거협'에는 이런 경고가 등장한다.

    "궤짝을 끈이나 줄을 당겨 단단히 묶고 튼튼한 빗장이나 자물쇠로 채우는 것이 흔한 방범(防犯)의 지혜이다. 그러나 거도(巨盜)가 오면 쓸모가 없다. 이들은 궤짝을 통째로 등에 지고 달아난다." 공자도 '논어'에서 "나라를 보유한 제후와 저택을 보유한 경대부는 재물이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고 했다. 2013년 한국의 경제·정치 지도층도 '나눔의 미학'을 기초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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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칼럼 Inside] 환율 하락 걱정 많지만… 서비스업 발전의 좋은 기회 될 수도

  •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입력 : 2013.01.18 13:24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한국은행은 당초 3%대 예상과 달리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고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러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년 넘게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등장한다.

    사실 잘나가던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는 소위 '중진국 함정'의 예는 흔하다. 많은 남미 국가가 그랬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한국만이 예외적으로 후진국에서 출발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국가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에서 2%대 성장에 머무른다면 선진국 수준인 국민소득 3만~4만달러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필자가 최근 미국 UC버클리대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박동현 박사와 행한 연구에 따르면 빠르게 성장하던 경제가 중진국 수준에서 위기를 맞는 경우는 매우 일반적이다. 평균적으로 일인당 국민소득 1만6540달러(2005년 고정가격 기준) 수준에서 경제성장률은 5.6%에서 2.1%로 하락하는 것이다.

    이런 성장률 하락의 가능성을 촉진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과거 성장률이 높을수록, 과거 투자율이 높을수록, 그리고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성장률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은 커진다. 과거 성장률이 높을수록 평균 성장률로 회귀하는 힘이 강해져 성장률은 하락하기 쉽다. 또 기술 개발 없이 높은 투자율에 따른 자본 축적에만 기대어 성장해 왔다면 이는 한계에 봉착하기 쉽다. 고령화의 진전도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켜 경제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 경제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해 성장률 하락을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하락을 방지하는 요인들도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기술혁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인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그리고 수출 품목에서 고기술 제품의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률 하락의 가능성은 작아진다. 한국은 이런 요인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 희망은 있다. 우수한 인적 자본을 이용해 기술혁신을 촉진한다면 저성장 고착화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로드릭 교수는 또 다른 관점에서 '중진국 함정'을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는 제조업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제조업에선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도 제조업 발전을 통해 과거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중국도 제조업을 통해 연 10% 이상 성장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제조업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면 제조업의 상대적 중요성이 줄어들고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진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서비스업의 성장이 좀 더 중요해진다.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느냐의 진정한 시험대는 결국 서비스업이 발전하는 국면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중진국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의 발전이 제조업의 발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이유는 뭘까? 서비스업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의료·법률·금융·기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종사할 유능한 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이런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제도적 정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점진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가며 경제성장을 일궜으나 대다수 후발국은 양적인 고속 성장을 하면서 이런 질적인 경제성장에 소홀했기에 '중진국 함정'에 쉽게 빠진 것이다.

    서비스산업은 본질적으로 내수 위주 산업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제조업 분야에 특혜를 집중하면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인력 양성과 제도적 정비에 소홀했다. 지금도 환율이 떨어지기만 하면 정부는 제조업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어떻게 하든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개입하려 한다. 하지만 환율 하락은 내수 위주의 서비스산업이 발전할 좋은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서비스산업은 본질적으로 규제 산업이다. 한국 경제는 특히 서비스 분야에 제조업보다 훨씬 많은 규제가 얽혀있다. 서비스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정비는 이러한 규제의 개혁을 통해 서비스산업에서 경쟁이 활성화되고 기술혁신이 촉진되도록 만드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규제에는 반드시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고 이들은 기술 혁신보다는 현행 규제를 유지하는 데 집착한다. 과거 정부의 규제 개혁 노력이 번번이 좌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는 급성장을 통해 기적을 이룬 경제로 칭송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은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급한 것은 지금의 발전 단계에 걸맞은 인력 양성과 규제 개혁으로 대표되는 제도 정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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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Cover Story] "나홀로 연구는 한계… 네트워크형 R&D로 신약 출시 세계 1위"

  • 바젤(스위스)=이신영 기자
  • 입력 : 2013.01.18 14:15

    영업이익률 35% 노바티스의 지메네즈 CEO

    매년 세계 인구의 15%꼴인 11억명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 2011년 585억달러(약 65조원) 매출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인데도 영업이익률은 35%나 된다. 전 세계 기업을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연구개발(R&D) 투자비를 지출한다….

    2011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포천'지(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제약회사 1위'에 오른 노바티스(Novartis) 얘기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 종류의 신약(新藥)을 내놓기 위해 평균 13년에 걸쳐 10억달러(약 1조 600억원) 정도를 쏟아붓는다. 그런데도 성공률은 5% 남짓하다. 신약에 대한 특허 기간(통상 10~15년)이 만료되면 복제약이 쏟아져 살벌한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최근에는 재정이 악화된 선진국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을 대폭 줄여 약값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 영향으로 약품 소비까지 줄고 있다.

    노바티스는 이런 삼중고(三重苦)를 뚫고 2007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미국·유럽·일본 등에 43개의 신약을 출시해 화이자(33개)·머크(29개) 등을 압도하며 이 분야 세계 1위가 됐다. 글로벌 업계 순위도 2009년 6위에서 2위(2011년)로 상승했다. 포브스지는 최근 "노바티스가 만년 세계 1위인 화이자를 제치고 2014년부터 업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젤=이신영 기자
    기자는 지난달 초 스위스 북부 프랑스와 독일 접경지인 바젤에 있는 노바티스 본사 Forum1 2층 집무실에서 조셉 지메네즈(Joseph Jimenez·54) CEO와 마주 앉았다.

    성공의 비결을 묻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답했다. "우리의 가장 강력하고 믿을 만한 성장 무기(武器)는 전방위 R&D입니다. 우리는 2011년에 총매출액의 16.4%, 순이익의 98% 수준을 R&D에 쏟아부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 오히려 R&D에 올인하는 역발상으로 치고 나갔다는 것이다. 2009년 74억달러였던 노바티스의 R&D 투자는 2011년 96억달러로 30% 늘었다. 노바티스는 도요타에 이은 세계 R&D 랭킹 2위 기업이다. 차별화된 R&D 전략에 대해서 말할 땐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우리의 비결은 문어발 같은 '네트워크형(型) 모델'이에요. 회사 자체 연구소와 바깥의 병원·대학·연구소·벤처기업은 물론 환자와 경쟁사까지 모두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어요. 이들과의 협력 프로젝트만 매년 500여개입니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수백 개의 '바이오 네트워크'가 힘의 원천이지요."

    구체적으로 미국 보스턴과 영국·중국 등 세계 15곳에 자체 R&D센터를 가동 중인데, 전문 연구 인력만 7000여명이다. 120개 바이오·제약기업, 하버드대·MIT 등 280개 명문 대학·연구소·병원 등도 '외부 R&D 친구'들이다.

    노바티스 모델의 정수(精髓)는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노바티스 바이오벤처펀드'이다. 1996년 만들어 세계 최대 규모(7억달러)인 이 펀드는 암·유전적 질환·전염병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류 바이오 벤처기업 150개를 엄선해 기업당 1500만~2000만달러를 투자해왔다. 벤처기업의 독자 기술과 100%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대신 노바티스 과학자들이 젊고 창의적인 벤처기업가들의 연구방식을 옆에서 관찰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에서 놓친 틈새시장과 R&D를 파고든다.

    그는 "미(未)정복 희귀 질병을 앓는 전 세계 환자들을 매월 한 차례씩 초대해 환자 입장에서 연구한다. 또 경쟁사가 연구를 포기한 초기 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여 정식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도 공을 쏟는데, 이렇게 해서 내놓은 신제품이 전체 완성 신약의 30%를 차지한다"고 했다.

    "'혁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Innovate or Die!)'가 우리의 생존 철학입니다. 내부 자만심을 버리고 어떤 외부 자원이든 연결해 혁신 아이디어를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글로벌 식품기업인 하인즈(Heinz)의 북미·유럽지역 CEO 출신으로 약학박사·의사들이 CEO를 맡는 세계 제약업계 관행을 깬 그는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으로 나를 계속 밀어붙이는 게 즐겁다"고 했다.

    "병원과 의사 중심 기업에서 환자 등 최종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종합 건강관리' 기업으로 변신해야 살아남습니다."

    Weekly BIZ는 인터뷰 추진 1년여 만에 지메네즈 CEO를 만나 '세계 최고 R&D 생산기지'이자 '혁신 주도형 기업'인 노바티스의 성공방식을 추적했다.

    총인구 19만명의 소도시인 바젤에 자리 잡은 노바티스 본사는 R&D센터와 업무동 등 20개 건물이 투명한 유리창과 기하학적 형태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20만㎡(약 6만평)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데 프랭크 게리(Gehry) 등 세계 최고 건축가들이 친환경 건축을 표방하며 설계해 '노바티스 캠퍼스'로 불린다. 캠퍼스 곳곳에는 흰색 가운을 입고 거니는 수백여명의 연구원들의 활기찬 표정에서 '혁신'과 '연구' 분위기가 넘쳐났다. 바젤에는 1만명의 노바티스 직원과 가족을 포함해 노바티스 관련 인구만 3만여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지메네즈 CEO가 부임한 2010년 2월 노바티스의 '혁신 엔진'은 멈춰 있었다. 신약 2종이 미국 식약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해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났고 매년 50억달러 이상 팔리며 총매출의 10% 이상을 맡던 효자 제품(고혈압 치료제인 디오반·Diovan)의 특허가 2011년부터 소멸해 '특허 절벽'(patent cliff)이 예고되는 상황이었다.

    지메네즈 CEO는 하인즈 근무 시절 세계적 히트 상품인 녹색 케첩(green ketchup)을 개발한 소매유통 전문가이다. 노바티스 내부에서는 '물정 모르는 외부 초보자가 어떻게 우리를 이끄느냐'는 회의적 눈총이 많았다.

    "저에 대한 시선이 참 따가웠어요. 제약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었거든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특허 만료로 1060억달러 정도 제약 시장이 줄어드는데 각국 정부의 신약 심사와 제약 규제는 크게 강화돼 더 이상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웠어요. 주력 수출 대상인 유럽 국가들에서는 약품 가격이 20% 정도 떨어졌어요."

    "세계 2위 제약사이지만 우리는 '을(乙)'이다"

    ―지독한 위기 상황에서 첫걸음은 무엇이었나?

    "의사도 과학자도 아닌 나를 증명해 보여 부하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내는 게 중요했다. 전체 일정의 30%는 세계 140개국에 진출한 노바티스 지사와 R&D센터를 방문하고, 30%는 인재 개발에 쏟고, 나머지 30% 동안 회사의 미래 예산과 전략을 짰다. 연속 이틀 똑같은 스케줄로 채우지 않고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발로 뛰었다. 1년 동안 매일 아침 7~8시까지 생명과학에 정통한 실무 직원으로부터 질병과 약에 대해 '과외 수업'을 받았다."

    ―그런 노력 끝에 내린 판단은?

    "이제는 의사들을 상대로 영업하면 매출이 늘어나는 '갑(甲)'의 시대가 끝나고 시장에 신약을 출시한 후에 환자가 약의 효과를 봐야지만 대가를 지급받는 '을(乙)'의 시대라는 것이었다. 실제 정부나 병원은 환자의 치료 성과가 날 때에만 보험료를 지급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서 약품 투여 후 환자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의사조차 신약 영업 담당자 면담을 꺼린다. '약의 효능'만 장황하게 설명한 두꺼운 보고서나 안내 책자는 무용지물이었다. 자만심을 버리고 외부 흐름에 기업을 활짝 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대표적으로 우리의 핵심 역량을 의사는 물론 최종고객인 환자에게 쏟는다.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한 'B2B'적 행태를 버리고 진정한 'B2C'기업으로 변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환자가 우리 약품에 효과를 볼 수 있게 '성과 중심(performance oriented) 접근법'을 실행한다. 예컨대 얼마 전 영국 보건 당국이 루센티스(Lucentis)란 약이 비싸다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고 연락해 왔다. 보통 때라면 자존심을 내세우며 계약을 끊지만 우리는 '14회까지 투여해도 효과가 없으면 추가 투여량에 대해 돈을 안 받겠다'고 대응해 계약을 유지했다. 회사에 '진단과(診斷課)'를 만들어 환자가 노바티스 약을 처방받았을 때 테스트를 거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한 후 병원에 납품한다. 병원과 협조해 의사 진료도 돕는다. 예컨대 환자를 원격 모니터하며 지속적으로 약 복용 패턴과 효과 등을 추적·관리하는 팀을 운영한다."

    ―150년 역사의 대기업으로서 변신에 대한 저항이 많았을 것 같은데.

    "끊임없이 다독이고 설득했다. 제약 기업은 최종 고객인 환자가 약을 계속 복용하고 '1등 브랜드'로 알아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5년 전 우리는 러시아의 야로슬라블(Yaroslavl)시에 혈압관리센터를 열었다. 이 지역은 고혈압약 복용 중단으로 합병증을 앓는 환자들이 많아 시 당국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우리는 센터에서 환자 대상으로 고혈압 위험성 교육과 훈련을 실시해 약 복용 비율과 안정적인 혈압 유지 비율 등을 2배 높였다. 제약사가 병원이나 정부가 하지 못하는 틈새를 찾아 대신 해결해준 것이다. 이를 통해 시 정부는 재정 지출을 절약했고, 우리(제약사)는 제약 판매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었다."

    그래픽=정인성 기자
    환자·병원·약국·경쟁사 등 전방위 거미줄 R&D

    ―노바티스가 경쟁사보다 신약을 훨씬 많이 내놓는데 비결이 있나?

    "우리도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대다수 제약업계의 생존 방식은 시장에서 히트하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신약을 내놓고 10~15년 동안 거기에 매출을 의존하는 것이다. 노바티스도 그랬다. 2007년 당시 의약품 매출액에서 최근 5년간 출시한 신약 비중은 고작 10%였다, 나머지 90%는 최소한 6년 전에 만든 약품 판매로 채우고 있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전무(全無)했다. 그래서 혁신으로 돈을 버는 구조로 탈바꿈에 착수했다."

    ―당신의 R&D 철학이 궁금하다.

    "어떤 기업도 최고의 R&D 인력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세계 최고 대학은 물론 작은 벤처회사와도 손잡는 등 파트너를 다각화해야 한다. R&D 비용은 기업 내 숨어 있는 비용 절감 요소들을 찾거나 아이디어로 마련할 수 있다. 나는 역경매(reverse auction·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낮은 단가로 제품을 큰 묶음으로 파는 것) 같은 유통 기법 혁신으로 CEO 취임 후 연간 10억달러씩 절감해 R&D 투자를 더 늘렸다. 성과가 저조한 R&D 과제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약품 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관련 기업에 1억달러를 물어주기도 했다."

    ―노바티스는 원래 신중하고 오랜 시간 걸리는 R&D로 유명했는데 어떻게 체질을 바꿨나?

    "먼저 '5%룰'을 만들었다. 매출이 5% 늘면 R&D 비용도 최소 5% 증가시키되 매출이 그대로여도 올린 R&D 비용은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둘째는 외부 협력 프로젝트에 R&D 예산의 30% 이상을 투입해 개방형 네트워크에 주력했다. 셋째는 해당 신약에 꼭 맞는 유전자를 가진 환자로 대상을 좁혀 임상시험의 적중률과 효과를 높였다. 통상 10년간 3단계로 진행되는 항암약물 임상을 2단계로 압축해 1~2년 만에 신약을 완성하기도 한다. 스피드를 크게 높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일 신약 연구로 단일 질병 치료'란 목표 대신 '단일 신약 연구로 3~4가지 질병 치료'로 목표를 바꿨다."

    노바티스는 개방형 네트워크의 하나로 업계 최초로 미국에 8000여개 약국 체인점을 둔 월그린(Walgreen)과 제휴해 약국 고객들을 상대로 실시간 약물 임상도 진행한다.

    지메네즈 CEO는 "시장에 약을 내놓은 뒤에도 추가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장 발견에 힘썼다"며 "환자가 세계 6000명 남짓한 희귀병 치료제인 일라리스(Ilaris)란 약에 대해 추가 연구를 한 끝에 300만명의 환자가 있는 통풍(痛風)이나 소아 관절염에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시장에 다시 내놓기로 했다"고 했다.

    2011년 노바티스에서 최근 5년간 신약의 매출액 대비 비중은 28%로 2007년 대비 3배 정도 올랐다.

    "최하위 직원들의 입을 열어 경청하라"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어떻게 쇄신했나?

    "취임 후 저명한 행동경제학자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더니 '조직의 모든 단계에서 진실을 말하도록 하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를 위해 젊은 직원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주기로 했다. 나는 매월 한 차례씩 20·30대 최말단 직원들과 미팅을 한다. 나는 이들에게 '상관을 설득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할 비법'을 알려주고, 그들로부터는 현장에서 느끼는 아이디어를 수혈받는다. 나는 이를 '스피크업(speak-up)'문화라고 부른다."

    ―활발한 소통으로 얻은 성과가 있는가?

    "일례로 한 30대 중반의 직원이 '특허 절벽'을 돌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아이디어를 냈다. '아피니토(Afinitor)'라는 신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직원이 나를 만난 자리에서 '이 치료제는 뇌종양·유방암 등 다양한 질병에 동시 적용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예산으로 도저히 임상시험을 감당할 수 없으니 추가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예산을 늘렸더니 성과는 경이적이었다. 이 치료제만으로 2017년까지 22억달러 이상 추가 매출이 예상된다."

    ―신흥시장 공략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는 미국과 스위스에서 향후 5년 동안 2000명을 감원하지만 중국·인도·러시아에선 2015년까지 500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브라질·중국 등 신흥국 지사에서 유망 임원 25명을 뽑아 매년 두 차례 본사 이사회 멤버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고 '브라질에 연 신규 R&D공장에 어떤 인재를 배치할까'와 같은 실전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글로벌 감각과 경영 역량을 높여 차세대 리더로 키우는 동시에 신흥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당신이 꼽는 CEO로서 핵심 자질은?

    "성과에 대한 강한 열망과 실행력이다.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대학 수영팀에 있었다. 1학년 때 미국 대학 수영대회에서 20위를 했지만 내가 주장을 맡고 3년 후 3위까지 올라갔다. 단 한 번도 경쟁적이고 승부사적인 자세를 잃지 않은 게 나의 강점이다. 인재를 뽑을 때 내가 항상 물어보는 질문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때 잠이 오는가?'이다"

    바젤=이신영 기자
    조셉 지메네즈(Joseph Jimenez) CEO는

    출생:
    195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학력: 스탠퍼드대(경제학사)·UC버클리대(경영학석사)

    경력: 클로록스(가정용품기업) 입사, 하인즈 북미·유럽 CEO(1998~2006년) 노바티스 전문의약품부문 대표, CEO(2010년 2월~현재)

    기타: 블랙스톤그룹 고문, 아스트라제네카(제약기업) 비상임이사, 콜게이트 사외이사

     

     [Weekly BIZ] 노바티스, 1년에 1조8000억원어치 약품 기부… 빈곤국 보건에 기여
  • 바젤=이신영 기자
  • 입력 : 2013.01.18 13:39

    "노바티스보다 더 모범적으로, 더 헌신적으로 사회적 책임(CSR)을 실천하는 기업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제프리 삭스(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대로 노바티스는 CSR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이다. 2011년 한 해에만 총매출의 3%에 해당하는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어치의 약품을 아프리카·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무상 제공했다. 8900여만명의 한센병·말라리아·결핵 환자들이 수혜자들이다. 노바티스의 R&D센터인 열대병연구소(NITD·싱가포르 소재)와 백신연구소(이탈리아 소재)는 개도국 빈곤층 기부를 위한 전용(專用) 신약을 만들며, '노바티스 재단'은 CSR 전반을 관장한다.

    탄자니아 이파카라(Ifakara) 지역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소녀가 노바티스 직원의 치료를 받고 있다. / 노바티스 제공
    2001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조해 10년 동안 60개국에 4억8000명분의 말라리아 치료제를 공급해 해당 국가의 말라리아 환자는 40%, 사망률은 22% 정도 낮췄다. 2007년부터는 '아로기아 파리바(Arogya Parivar·힌디어로 '행복한 가족'이란 뜻)'라는 사회적 기업을 세워 인도 전역에 500곳의 헬스 캠프(health camp)를 운영 중이다. 3만3000개 마을의 4200만명의 주민에게 무상 건강검진과 보건·위생 교육, 초저가 치료 약품 제공 등도 한다.

    IT기술을 접목해 '생명을 위한 문자메시지'(SMS For life)라는 기부 활동도 펼치는데, 약품재고 단위를 5단계로 나눠 재고량이 적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보건 당국과 공공기관에 이를 자동통보해 실시간으로 약품을 전달한다. 지메네즈 CEO는 "아프리카 임산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제때 치료제를 복용하지 못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적기(適期)에 약품 공급이 중요하다"고 했다.

    2009년 탄자니아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011년 기술혁신상'에 선정됐고, 클라우스 라이싱거 노바티스 재단 이사장은 세계 한센병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한센인 대상(大賞)'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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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마을 우체부 딸, 태국·네팔 거쳐 유엔서 뛴다

    최선미 UNDP 환경·기후변화 정책 담당관은 “유엔에 대한 막연한 동경 대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전문성을 갖춰야 성공적으로 유엔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선 최 담당관. /뉴욕=유창재 특파원
    파이팅! 글로벌 한국인 (1) 최선미 UNDP 환경·기후변화 정책 담당관

    전남외고 → 한국외대 거쳐 파리정치대서 국제기구 공부

    JPO시험 응시 UNEP 3년 근무…아프리카 빈부격차 해결 원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다. 누구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짐짓 다독였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도전과 성취야말로 청춘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다. 대한민국이란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미국 뉴욕의 유엔 직원과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직원으로, 일본 오사카의 변호사와 중국 베이징의 무역상으로 드넓은 경쟁 환경에 자신을 던진 한국 청년 4명을 만나봤다.

    아버지는 우체국 말단 공무원이었다. 그것도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서다. 주위를 둘러보면 가족을 포함해 모두 가난한 사람들뿐이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해외를 막연히 동경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건 영어를 듣고 있으면 이미 해남을 벗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였다. 과외 선생님도, 그 흔한 영어학원도 없었다. 서점에서 구한 유명 어학원의 강의 테이프를 혼자 듣고 또 들었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영어로 달달 외울 때까지 읽었다.

    처음 해남을 떠난 건 해남여자중학교를 졸업하고서다. 전남외국어고등학교가 문을 연 나주로 ‘유학’을 떠났다. 1회 입학생이었다. 수재 소리를 들었고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외교관을 꿈꿨고 서울대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운명은 그를 평범한 수재로 놓아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뇌졸중이었다. 수능을 망쳤고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수석입학에 만족해야 했다.

    분한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그를 유심히 지켜본 프랑스어과의 한 교수님이 졸업 후 프랑스 유학을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추천했다. 어차피 학비가 비싼 미국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프랑스는 등록금이 쌌고 생활비까지 보조해줬다. 그렇게 프랑스의 명문 파리정치대학교(Institut d’Etudes Politiques de Paris)에 입학했다.

    최선미 유엔개발계획(UNDP) 환경·기후변화 정책 담당관(34). 미국 뉴욕 유엔 본부 맞은편 UNDP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던 20대 초반까지의 삶은 그저 한국의 입시전쟁과 사회가 강요하는 경쟁심에 밀려 흘러온 인생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파리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중에서도 빈곤 퇴치와 개발원조에 대한 수업을 많이 들었죠. 해남 같은 곳에 살면 소외계층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요. ‘TV를 보면 다들 잘 사는데 왜 우리 주변 사람들은 다 이렇게 힘들게 사나. 이런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고 살게 되죠. 수업을 들으면서 ‘아! 내가 정말로 열정을 갖고 있는 분야를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의 인턴 경험이 필요했다. 프랑스의 플래닛파이낸스라는 소액금융(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에서 9개월 동안 일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액금융 지원 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졸업 후에는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서부아프리카개발은행 등을 상대로 개발 프로그램을 짜주고 조언하는 작은 컨설팅회사에서 일했다. 최 담당관은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 총재들과 직접 회의를 하는 등 큰일을 할 수 있었다”며 “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4년을 지내다보니 고국이 그리워졌다. 2006년 한국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귀국했다. 운좋게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다. 각국이 짠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서로 평가하는 ‘동료평가(Peer Review)’ 과정에 참여, 국제협력을 조정하는 일을 1년2개월 동안 했다.

    경험을 쌓다보니 이제는 국제사회의 중앙무대에 진출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교통상부의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시험에 응시했다. JPO란 각국 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자국 젊은이들을 최대 2년간 수습직원으로 파견하는 제도다. 그 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근무를 희망했다. ‘친환경 개발을 통한 빈곤퇴치’를 일생의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때문이었다.

    “방콕에 있는 UNEP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소에서 3년간 일했어요. 2년의 JPO 과정이 끝나고 1년을 연장했죠. 각국 정부를 상대로 친환경 개발 프로그램을 짜주고 설득하는 일이었어요.”

    3년 동안 최 담당관은 아시아 곳곳의 개발 현장을 누볐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를 타고 여섯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마가마을이라는 곳이 있어요. 주민들에게 ‘길을 만들 때 시멘트로 후딱 짓는 것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주변의 돌들을 쌓아 만드는 것이 비가 와도 무너지지 않고 좋다’고 설득했죠. 경제적인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숫자로 보여주면 시골 사람들이라도 모두 알아들어요. 친환경적이면서도 노동집약적이어서 경제 개발에 훨씬 도움이 되죠.”

    3년이 지나고 그는 유엔에서 가장 큰 개발 관련 조직인 UNDP의 리더십양성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경험을 갖춘 젊은 전문가들을 뽑아 유엔의 지도자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UNDP는 그의 열정과 경험, 전문성을 바로 알아봤다. 그렇게 그는 2011년 1월2일 유엔의 중심인 뉴욕으로 오게 됐다.

    “첫 1년은 환경에너지국 국장의 보좌관으로 일했어요. UNDP의 135개국 177개 사무소 일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회였죠. 작년부터는 서부아프리카실로 옮겨 환경·기후변화 정책 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아프리카 국가들이 채광, 원유정제 등 개발에만 몰두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또 개발의 과실이 일부 상류층에만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죠.”

    최 담당관은 뉴욕에서 일하는 것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선망의 대상인 유엔도 결국 조직일 뿐이라는 것.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빨리 개발 현장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원어민 뺨치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면 물론 언어는 기본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에 맞는 전문성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요. 환경, 보건경제, 개발경제 등 수없이 많은 전문 분야가 있지요. 저는 어쩌다가 환경개발 분야에서 일하게 됐지만 전문적으로 이쪽 공부를 하지 않은 게 지금도 후회돼요.”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국제기구 취업하려면…채용공고 수시로 확인…JPO시험·YPP 도전해야

    파이팅! 글로벌 한국인

    세계에 퍼져 있는 유엔 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지난해 6월 현재 177명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 취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공석이 생겨 국제 채용공고가 날 경우 개별적으로 지원해 서류전형, 면접과 같은 수시 채용절차를 밟는 것이다. 채용공고는 주로 4주 정도 이뤄지기 때문에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채용정보(www.unrecruit.go.kr) 등을 통해 자주 확인하는 게 좋다.

    두 번째는 최선미 유엔개발계획(UNDP) 환경·기후변화 정책 담당관이 선택한 대로 외교부의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시험에 응시하는 방법이다. JPO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자국 젊은이들을 국제기구에 수습직원으로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정규직원과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최대 2년간의 프로그램이 끝난 뒤 정규직원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제기구 진출의 지름길’로 불린다. 한국은 매년 5명씩 뽑아오다 2011년부터 15명으로 증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 인재를 국제기구에 많이 진출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JPO 시험은 매년 4월 초 실시된다. 영어시험인 텝스(TEPS) 900점 이상 성적표를 제출하면 고득점자 순으로 6배수(90명)를 뽑아 1차 합격자를 발표한다. 5월 말~6월 초에는 △한국어 면접 △영어 필기 △영어 면접 등으로 구성된 2차 시험(75점)을 치른다. 여기에 △석·박사학위(8점)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등 유관 기관 근무 경험(7점) △제2외국어 인터뷰(6점)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 분야 자격증(3점) △유관 분야 경연대회 입상 경력(1점) 등 25점의 추가 배점 항목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각 국제기구가 별도로 실시하는 젊은 전문가 과정(YPP)이 있다. 최 담당관이 2011년 UNDP로 옮기면서 지원한 지도자양성프로그램도 YPP 중 하나다. 유엔사무국, 유엔아동기금 등이 매년 총 90여명을 뽑는데 전 세계에서 3만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국제기구 진출에 뜻이 있는 대학생, 대학원생이라면 기구별로 실시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스마트폰·태블릿PC에 밀린 신문, 종이옷 벗고 디지털 장벽 넘어라



    [서울신문]

    지난 17일 밤 서울 광화문의 한 신문가판대.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진 가운데 매대 앞은 한산했다. 퇴근길 직장인들은 간간이 캔커피나 초콜릿을 집어들 뿐 신문 가판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30대 남성은 아예 태블릿PC를 꺼내 PDF 형태의 경제지를 읽고 있었다.

    15년째 가판대를 운영해 온 주인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하루 100부씩 나가던 일간신문은 2004년 무료신문 발행이 봇물을 이루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보급되면서는 하루 1~2부 팔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종이신문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력 종합일간지는 물론이고 대다수 신문의 유료 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신문산업 전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신문사들은 기업회생절차, 부도, 매각 등에 시달리며 혹한기를 보냈다.

    인천일보와 아시아경제는 극심한 누적 적자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았고 67년 역사의 제주일보는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일부 종합일간지는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를 고심하고 있다.

    18일 신문업계에 따르면 두 차례의 금융위기와 뉴미디어의 득세에 따른 지속적인 부수 감소,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인한 광고 정체 등으로 신문의 위기는 급격히 가중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1년 신문 부수 공사 보고’에 따르면 상위 20개 종합일간지의 유료부수는 614만 5087부로 전년보다 7.1% 줄었다. 발행부수도 868만 3135부로 1.8% 감소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달 내놓은 ‘2013년 광고경기 예측지수’에선 신문이 86.8인 반면 인터넷은 126.3, 케이블TV는 103 등으로 나타났다. 예측지수는 지출이 늘 것이라는 응답 수가 많으면 100이 넘고, 반대이면 100 미만이 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신문업계는 ‘녹다운’ 상태다. 2000년대 들어 신문업계는 구독률 급감(2001년 51.3%→2011년 24.8%)과 열독률 감소(2001년 69.0%→2011년 44.6%)에 시달렸다. 회귀분석을 통해 2020년 신문 구독률을 추정해 보니 0%에 가깝게 떨어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위기 타개를 위한 신문사들의 노력은 이전투구식 경쟁과 새로운 활로 모색으로 요약된다. 일부 대형 일간지의 보급소에선 1년 유료구독에 1년 무료구독, 스포츠지·경제지 끼워주기, 현금 제공 등의 행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신문보급소 관계자는 “지국장들이 급감하는 부수를 견디지 못해 매년 교체될 만큼 밑바닥 분위기는 심상찮다”고 전했다. “찍을수록 손해”라는 중소 규모 신문사들은 경영개선책의 일환으로 토요일자 휴간, 별쇄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새로운 활로 모색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온라인과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강화다. 주요 신문들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놨고, 본격적인 콘텐츠 유료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애플스토어에 ‘가판대 서비스’를 운영 중인 한 일간지의 경우 하루 평균 무료 다운로드 횟수가 30만건이 넘고 유료인 PDF서비스 이용도 3만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 신문의 독자서비스팀 관계자는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은 해외에 비해 ‘뉴스 유료화’에 부정적”이라며 “신문독자의 앱 무료이용 정책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신문산업의 위기는 신문산업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종이신문에 한정된 위기”라며 “디지털 환경에서 변해 버린 뉴스, 신문, 저널리스트, 이용자 등의 개념에 대한 신문사 구성원들의 이해와 적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대안으로 우수한 편집기자 확보와 편집조직 통합,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기사 아카이브 구축 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의 위상 회복과 여론 다양성 확보가 민주주의 구현에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신문을 살리자는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노조 등이 추진하는 프랑스식 신문산업지원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신문산업지원법은 정부가 신문을 공동 인쇄하고 배달하는 시스템을 지원할 공적 펀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신문산업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신문법 개정과 신문지원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뉴스위크·CSM 인쇄판 중단…‘온라인 승부수’ 더데일리는 수요예측 실패로 폐간



    [서울신문]

    ‘저무는 종이 시대’는 해외 언론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등 각국에서 종이신문을 폐간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 매체만 남은 언론사가 최근 5년 새 부쩍 늘었다.

    80년 전통의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를 끝으로 인쇄판과 결별했다. 경영난에 시달려 온 뉴스위크의 인쇄판 폐간과 온라인판 유료화는 언론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심층 보도와 특종으로 빛났던 뉴스위크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오프라인 독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미국 언론이 오프라인을 외면하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역 신문을 중심으로 가시화하다가 보스턴 지역의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2009년 초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면서 본격화했다. 100년 전통의 이 신문은 지속되는 수입 감소로 고전하다가 온라인 매체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미국 콜로라도주의 대표 신문인 로키마운틴뉴스의 폐간 소식이 전해졌다. 150년 역사의 이 신문은 2009년 2월 27일 자 ‘굿바이 콜로라도’라는 폐간호 기사 제목을 끝으로 사라졌다. 소속 기자들은 회사에서 나와 별도로 인터넷 신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146년 역사의 미국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포스트인텔리젠서도 2009년 3월 종이신문을 접고 온라인화했다.

    유럽의 경제 위기도 언론 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경영난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 경영진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이 신문은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재정난을 겪어 온 스페인 일간지 푸블리코는 지난해 2월 24일 자를 끝으로 종이신문을 폐간했다. 푸블리코는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며 온라인 매체로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2대 경제지 라트리뷘도 지난해 1월 30일 자 발행을 마지막으로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했다. 프랑스 전국 일간지가 종이신문을 접은 것은 2011년 12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가 지난해 7월 결국 파산한 프랑스수아르에 이어 두 번째다. 27년 전통의 라트리뷘은 판매 부수가 줄면서 광고 급감 등 재정난을 겪다가 결국 폐간 수순을 밟았다.

    앞서 2009년 8월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영국 런던에서 발행해 온 무가지 런던페이퍼를 경영난을 이유로 창간 3년 만에 폐간했다. 뉴스코프의 자회사인 다우존스도 63년 역사를 자랑한 홍콩 경제 전문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를 같은 이유로 폐간했다. 머독은 일부 종이신문의 문을 닫으면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력 매체인 더타임스 등의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 방침을 천명했다.

    종이신문의 잇따른 폐간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온라인 매체의 탄생과 약진이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 워싱턴 정계의 틈새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미디어 폴리티코, 정치 전문 블로그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은 창간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기존 유력 종이신문들의 온라인 독자 수를 능가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매체로의 전환이 모두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2011년 2월 세계 최초로 태블릿PC 전용 신문을 표방하며 창간됐던 머독의 일간 더데일리는 지난해 12월 15일까지 발간된 뒤 결국 문을 닫았다. 아이패드 등의 유로 다운로드 형태로만 발간됐던 이 신문은 머독이 밝힌 대로 “혁신적인 실험이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독자 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머독은 아이패드 소유자 200만명을 정기 구독자로 확보해 수익을 낼 계획이었지만 유료 구독자는 10만명도 넘지 못했다.

    강석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지난해 말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에서 “더데일리는 콘텐츠 차별화에 실패한 데다 종이신문 기반이 없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언론계의 성패는 기존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콘텐츠를 강화해 수익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커버스토리] 위기의 활자매체, 미래는

    [서울신문]

    몇 년 전 작가들과의 출장길. 기자와 작가들이 신나게 떠드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 동승하게 된 외국인 몇 명. 자리 잡고 앉자마자 저마다 가지고 온 신문, 잡지, 책을 척 펴든다. 낮에는 다들 분노했다. “저런 행위는 관광의 기본 자세에 어긋난다”는 규탄이었다. 저녁 자리에 모여서는 다들 한숨만 폭폭 내쉬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요즘 신문 사서 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시집 따위를 누가 사 보느냐, 잘 썼다고 밀어붙였는데 초쇄 2000~3000부조차 소화를 못 했다는 소리에 기죽어 지내던 기자와 작가들이었으니 말이다.

    정제된 지식의 보고였던 신문·출판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활자매체의 몰락이 현실화될까 하는 우려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디지털 혁명에 대한 전망이 난무하던 1990년대부터 나온 예상이었다. 인쇄매체는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노년층을 위한 매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그래서 활발한 소비층을 선호하는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매력 없는 매체가 될지 모른다던 예측 말이다. 신문사가 신문활용교육(NIE)을 외치고, 출판사가 세계문학전집을 내놓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는지 모른다.

    신문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일간지 구독률은 2001년 51.3%에서 2011년 24.8%로, 열독률 역시 69.0%에서 44.6%로 추락했다. 해외에서도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인쇄판 출간 포기를 선언했다. 상대적으로 우리 귀에 익은 매체여서 화제였을 뿐 뉴스위크보다 앞서서 미국과 유럽에서 인쇄판을 포기한 매체들은 많다. 아직 한국에서 이런 상황은 없지만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해외 매체는 오프라인을 포기하는 대신 온라인 유료화 전략이라도 구사할 수 있지만 포털 중심의 한국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출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온라인 서점을 통한 할인 행사가 일상화되다 보니 출판 생태계 붕괴에 대한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가장 큰 경고음은 책 출간 부수 자체의 감소다. 연도별 출고 동향을 보면 2009년 4.2% 증가를 끝으로 2010년 -9.0%, 2011년 -7.2%, 2012년 -12.3%를 기록했다. 내놓는 책 자체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데다 그나마 내놓는 것도 손쉬운 번역 출판이다. 2011년 기준으로 신간 가운데 번역서 비중은 26.1%, 단행본 및 베스트셀러에서 번역서 비중은 5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신문산업의 위기는 신문산업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종이 신문에 한정된 위기”라며 “스마트폰 환경이 되면서 오히려 뉴스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문은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 사례지만 뉴욕타임스가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재차 강행했는데 성과가 나쁘지 않은 것도 희소식이다. 출판업계에서 30여년 몸담은 강무성 열린책들 주간은 “출판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종이 책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문·출판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한 요구가 높다. 현장의 얘기를 들어 봤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영상매체에 밀린 종이책, 우연히 만나는 책의 즐거움을 찾아라



    [서울신문]

    “출판은 죽을 수가 없다. 출판은 인간의 본능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지식을 발신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수신하고 싶어 하며, 그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고 본능이기 때문이다. 다만, 책이 전화번호부에서 학술서까지 팔방미인처럼 굴었다면, 이제부터 책은 가장 본질적인 것을 남기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은 사라지지 못한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강무성(52) 주간은 17일 ‘출판의 위기, 활자매체의 고사’라는 주제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다거나, 대한민국 출판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출판사는 장사해야 한다 치고, 사람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죠”라는 강력한 반론이 들어오기도 했다.

    강 주간은 1985년 출판계에 들어와 지난 28년간 출판계의 성쇠를 경험하고 있다. 1980년대는 소설은 물론 인문·사회과학 서적의 폭발적 수요가 뒷받침된 출판의 중흥기였지만, 1990년대 개인컴퓨터(PC) 보급과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의 확산 등으로 출판은 날로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매체의 비약적 성장과 대비한 활자매체의 침체는 몰락으로 표현할 만하다.

    고려대 불문과 81학번인 그는 동기들이 대기업에 입사할 때 출판계에 투신했다. 대학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러시아 문학을 제대로 소개하는 전문출판사를 하자’는 홍지웅 대표의 뜻을 반영해 출판사 이름을 순 한글인 ‘열린책들’이라 짓고 로고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책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기획·교정·교열이란 순수 편집자의 길보다는 서체 개발, 북디자인 등 책의 형태와 모양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출판계에 입문했을 때 ‘초판 1쇄’는 5000권을 의미했다. 대부분 5000권 정도는 소비됐고, 3000권 정도가 손익분기점이었던 만큼, 1쇄를 다 판매한 출판사는 다음 책을 준비할 여유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3000권으로 줄었고,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이후부터는 2000권으로 줄었다. 요즘 1쇄는 1000권을 찍는 일도 허다하다. 학술서적은 최소 단위인 500부를 찍는다는 것이 이제 비밀도 아니다.

    역사전문 출판사로 사랑받는 푸른역사는 최근 레미제라블과 함께 신문에 서평이 많이 소개된 ‘속물교양의 탄생’을 초판 1쇄로 1000권을 찍었고, 2쇄로 500권을 더 찍었다.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는 “요즘 1500부 이상 안 찍는다. 불황도 원인이지만 출판 도매상들이 다 도산해 뿌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주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점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5000부는 찍어야 달라는 서점에 다 넣을 수 있었다. 아마 문방구가 서점을 겸업하는 곳까지 치면 약 1만개가 넘었을 것이다. 출판사의 책이 말초 혈관, 모세혈관까지 들어갔다. 시골 작은 서점에서 책이 팔리지 않더라도 반품되지 않고 그 서점에서 운명을 마치는 일이 허다했다. 현재 출판사가 약 2000개가 된다고 하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출판사는 500여개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출판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은 2011년 1752곳으로 2004년의 2205개와 비교하면 453개(20.5%)가 줄었다. 그는 “서울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걸어갈 때 그 옆으로 줄줄이 서점이 있었는데, 이젠 다 사라지고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정도 살아남은 것 아니냐”고 했다. 1980년대 모세혈관이 팔아주던 만큼 인터넷서점에서 팔아주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터넷서점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는 책’을 바랄 수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서점에서 만나는 우연한 책은 왜 중요할까?

    “문득 책을 읽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치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집 근처에 서점이라도 있으면 둘러보다가 한 권 골라서 나오면 되는데, 서점들이 사라지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인터넷서점에서는 대형 출판사들이 노출하는 광고를 보거나, 검색해서 책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런 수많은 정보는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그냥 우연하게 책을 만나야 하는데, 주변에 서점이 없으니 그것이 안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출판사가 독자를 찾기가 쉬웠다. 책 종류가 적었고, 독자들은 신간이 나오면 주목했다. 활자매체의 힘도 어마어마했다. 그는 1990년에 소설책 ‘빠빠라기’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적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티저광고를 신문사에 냈다. 5단 광고로 폭이 5㎝에 불과한 조인트 광고인데, 광고 세번 만에 대박이 났다. 당시 편집자들은 잘나가는 책이 아니라도 독자의 손에 책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독자를 만날 방법은 훨씬 더 다양해졌지만, 책의 움직임을 통해 독자를 만날 가능성은 훨씬 줄었다. 독자와 출판 편집자의 거리가 너무 멀다.

    독서인은 줄었지만 출판사가 그럭저럭 유지되는 이유로 도서관의 꾸준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도서관 수는 1만 3320개로 2004년 1만 1793개와 비교하면 1527개(13.4%)가 늘었다. 2011년 도서구입비가 680억원으로 2005년 433억원과 비교하면 247억원(57%)이 증가한 덕분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공공도서관은 도서구입비를 정가의 80%를 보존하도록 규정해 두었다. 출판사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출판의 위기는 문학의 위기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 책의 분류는 ‘소설/비소설’이었다. 교보문고에서도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소설 관련 매대가 넓게 자리 잡았었다. 이제 그 자리를 인문학에 내주고 있다. 2000년대 ‘인문학의 위기’가 논란이 됐지만 인문학은 오히려 유지된다. 강 주간은 “인문·실용서는 폭발적이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인구를 겨냥해 큰 욕심을 내지 않으면 순환되는 구조다. 그런데 ‘인생 그 어딘가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것을 서술하는 문학은 경기 위축에 같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문선공들이 납 활자를 찾아서 조판하던 시대에서, 1990년대 오프셋인쇄와 사진식자로 전환됐고, 이제 전자식자로 전환하는 것처럼 말이다. 1980년대 하루에 30~40쪽 이상의 조판을 할 수 없던 시절엔 하루 교정지도 30~40장만 보면 됐다. 시간은 느리고 여유롭게 흘렀다. 그러나 30여년 세월 사이에 출판과 관련된 수많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선공, 조판사, 컴퓨터 조판사, 사식 치는 아가씨들 등등.


    출판 위기의 시대에 강 주간은 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왜 장담하는가. 그는 “책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가는 요즘도 돌과 망치로 못을 박아야 할 때가 있지 않느냐. 석기시대, 철기시대가 아니더라도 어떤 도구는 사라질 수 없는데, 책이 그런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의 손에 들어간 칼은 나무도 베고, 요리도 하고, 사냥도 하고, 뗏목도 만들고, 머리카락과 수염도 자른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 칼의 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도, 초밥 칼, 흉기, 부엌칼, 고기칼, 유화나이프 등등. 칼의 기능이 다양화된다고 해서 칼의 소비가 주는 것이 아니듯, 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만, 책의 본질적 기능을 남기도록 노력하고 다양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전자출판을 위해 독립도 해봤던 강 주간은 이제 본격적인 전자책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직감하고 있다.

    “조선의 음향기기 시장은 1926년 윤심덕의 음반 ‘사의 찬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음반으로 조선에 겨우 몇 개 있었던 축음기가 몇 천 개로 확산되는 거다. 물론 극작가 김우진과의 정사(情死)라는 스캔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당시 축음기 가격을 현재가로 환산하면 아이폰 가격인데도 조선 식자층은 ‘사의 찬미’라는 음반 한 개 때문에 축음기를 구입했다. ‘사의 찬미’는 1920년대의 킬러 콘텐츠였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으로 읽지 않으면 안 될 콘텐츠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 책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종이책은 종이책에 최적화한 콘텐츠로 살아남을 것이다. 출판계는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도 찾고 있다.”

    다시 “책을 꼭 읽어야 할까요”로 돌아가 보자.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좋은 책 필요 없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더 문제다. 책은 아무 때나 손에 걸리는 대로 읽어도 된다. 절망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만 읽는 것이 아니다. 아무 관련 없는 책도 몇 줄만 읽다 보면 내 안에서 어떤 생각이나 반발 등이 올라오는데, 그렇게 내 안에서 솟아 나오는 그 무엇을 찾는 시간이 소중한 것 아니겠나.”

    글 사진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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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상권 3대 트렌드…커피점·패스트패션·외국인 유학생 '新주류'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커버스토리

    24시간 커피점, 도서관 역할

    유니클로 등 잇단 대형매장

    "비슷한 업종만 밀집" 불만도


    서울 신촌오거리에서 17년간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킨 그랜드마트 신촌점은 지난해 11월 영업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지금은 1~6층을 통째로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 주요 대학상권이 달라지고 있다. 10~20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던 학교 앞 술집과 당구장, PC방 등은 대부분 존폐 기로에 몰려 있다.

    추억의 명소도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에서 몇 안 되는 비(非)대기업 계열 영화관으로 자존심을 지켜온 신촌 아트레온(옛 신영극장)은 영업권을 CJ그룹에 넘기고 다음달 15일 문을 닫는다. 1950년 설립된 이후 63년 만이다. 오는 6월께 CGV 간판을 달고 재개장한다. 김용순 아트레온 지배인은 “그동안 분에 넘치는 성원을 받았고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서점 찾기도 어렵다.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1978년 창업한 서울 신림동 고시촌 광장서적은 지난 2일 부도 처리됐다. 오늘의 책(연세대 앞)이 2000년, 장백서원(고려대)은 2001년, 논장(성균관대)은 2004년, 청맥(중앙대)과 녹두(동국대)는 2011년 사라졌다.

    이런 자리를 대신해 요즘 대학상권을 주도하는 3대 키워드는 커피전문점, 패스트패션, 외국인 유학생이다. 대형 커피전문점은 ‘24시간 영업’을 무기로 도서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 스페인 자라, 스웨덴 H&M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젊은 층을 붙잡기 위해 대학상권에 대형 매장을 늘리고 있다. 성균관대 인근 대학로 1호점에서 인기를 끈 뒤 백화점에 진출한 신성통상의 탑텐처럼 대학상권이 신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시험 매장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대학마다 외국인 유학생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이국적 분위기의 상점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전체 학부생의 10% 이상이 중국 유학생인 건국대 상권에서는 이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대학상권을 가든 비슷한 업종과 똑같은 브랜드가 몰리는 데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생도 많다. 커피전문점 100여곳이 경쟁 중인 고려대에서는 “카페가 너무 많아 정작 싼 값에 밥먹을 밥집이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성신여대 인근 호프집의 K사장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대규모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와 임대료만 올려 놓으니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현우/배석준/박상률 기자 tardis@hankyung.com

     

    [대학상권 3대 트렌드] 주점·서점 '추억이 된 자리'…스타벅스·유니클로가 점령



    (1) 카페 - 고려대 앞 커피전문점 100곳 생존경쟁

    연세대 인근 자취촌, 2년사이 카페 7곳 문열어

    이대 등 캠퍼스 안까지 진출…"저렴한 밥집 사라진다" 불만도

    23년째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 터줏대감인 전통주점 ‘풍년집’. 수많은 고대생이 파전에 막걸리를 기울이며 추억을 쌓아온 이곳에선 요즘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 어렵다. 전 주인이 장사를 접은 뒤 지난해 가게를 넘겨받은 정영대 사장(53)은 “연말 모임이 몰렸어야 할 지난달에도 매출 420만원에서 재료비, 임대료 등을 제하니 순수익은 고작 140만원이었다”며 “장사가 안 돼 마음 고생이 심하다”고 털어놨다.

    고대 막걸리 문화를 대표했던 ‘나그네파전’ ‘이모집’ ‘고모집’ ‘충주집’ ‘부산집’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김민수 씨(26)는 “학생들의 취향이 많이 변했고 음주를 권하는 문화가 약해져 신입생 환영회 때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고 전했다.

    막걸리의 빈자리는 커피전문점이 채웠다. 고대 인근에선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를 비롯한 유명 브랜드부터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카페까지 100개 가까운 커피전문점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경대 후문 반경 50m엔 10여곳이 몰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다. 안암동 고려부동산의 김만규 사장은 “2010년부터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 포화 상태에 달했는데도 계속 생긴다”며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가 주로 뛰어들어 지금도 상업용 건물 거래의 70%는 커피전문점”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 열풍은 하숙촌 일대도 파고들었다. 연세대 서문 쪽 자취촌에는 불과 2년 사이에 7개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음악이 나오지 않는 조용한 독서실 분위기의 ‘작은정원’,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로 유명한 ‘아이스프링’, 사랑방 분위기로 단골이 많은 ‘자모크 커피’ 등이 인근 자취생과 주부·노인들로 북적인다.

    자취생 이우승 씨(27)는 “좁은 방을 벗어나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공부하는 게 편안하다”며 “지금은 방학이라 조금 한산해졌지만 카페가 늘어나도 모두 장사가 잘된다”고 말했다. 서울 낙성대역·상수역·합정역 일대에도 주택가 골목을 개조한 개성 있는 인테리어의 소규모 카페들이 성업 중이다.

    낙성대 지역 카페 ‘텐테이블’ 매니저 이호준 씨는 “종강 시즌이면 학생들이 단체예약을 하기도 하고 근처 원룸에 사는 직장인도 많이 찾아온다”며 “추가 주문 없이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해도 눈치를 받지 않는 편안함과 친구 같은 친밀함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상권에서는 건국대병원을 기준으로 반경 150m 안에 엔제리너스 매장이 7개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공인중개사는 “약속 장소로 유명한 건대입구역 2번 출구 매장은 겨우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며 “커피전문점끼리 과열 경쟁을 벌이니 대로변 권리금은 100㎡ 점포가 4억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잇따라 짓고 있는 ‘캠퍼스 내 자체 상업시설’도 주변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엑스몰에 빗대 ‘고엑스몰’로 불리는 고려대 중앙광장과 이화여대 ECC, 서강대 곤자가플라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 기존에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던 학내 식당과 분식집, 매점 등이 밀려나고 유명 프랜차이즈의 식당, 카페, 편의점 등이 입점한다. 숭실대는 캠퍼스 안에 홈플러스를 입점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연세대도 작년 말 캠퍼스 중심길인 백양로 밑에 지하상가를 개발하는 안을 내놨다가 상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강진규/박병종/추가영 기자 josep@hankyung.com

    (2) 패스트패션 - 홍익대·연세대 상권 중저가 패션이 접수

    명동·강남보다 임대료 저렴…젊은층 많아 패션업계 주목

    대학로에서 대박 친 '탑텐'…백화점·가두점으로 진출

    서울 그랜드마트 신촌점자리에 들어서는 제조·직매형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올 상반기 중 문을 열 예정이다. 유니클로는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신촌점, 900m 거리에 홍대점, 1㎞ 거리에 와이즈파크홍대점이 있다. 6층짜리 초대형 매장까지 추가하면서 이 일대를 “유니클로가 접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패션업계에서는 주 소비층이 30대 이상으로 ‘늙어버린’ 신촌 상권이 초대형 유니클로의 탄생을 계기로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촌 상권은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를 잇는 ‘아날로그 대학 문화’의 상징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개성과 매력을 잃은 채 쇠락했다는 평이 많았다.

    인근 신진공인중개사의 오영균 사장은 “지금 신촌에서는 밥집이나 카페만 간신히 살아남을 뿐 장사가 전혀 안 된다”고 말했다.

    패스트패션의 힘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 2011년 개장한 쇼핑몰 ‘와이즈파크’의 성공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건물의 전신인 스타피카소는 상가 분양에 실패하면서 2007년 준공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는 죽은 상권’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와이즈파크는 유니클로와 이랜드의 미쏘, 스파이시칼라의 스파이시칼라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쇼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학 상권을 시범매장으로 삼아 젊은 층의 검증을 받은 뒤 ‘대박’을 터뜨린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작년 6월 대학로에 1호점을 낸 뒤 15일 만에 매출 3억원을 기록했고, 월 평균 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주요 백화점 입점에도 성공하면서 올해는 매장을 4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니클로에 비해 보수적인 출점 전략을 펴온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도 올 봄 서울 홍익대 인근 옛 스타벅스 홍대점 자리에 4층짜리 대형 매장을 낸다. 홍대 상권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점 중 하나다.

    스타벅스가 치솟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간 이 건물을 H&M이 통째로 임대했다. 홍대에는 2009년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자라, 갭, 탑텐이 차례로 매장을 내면서 잘나가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격전지가 됐다. 제일모직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도 홍대 쪽에 출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상권은 서울 명동·강남 등 핵심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젊은 층 유동인구도 많아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발 전문매장 ABC마트의 100호점인 대학로점은 월 4억원대 매출을 내고 있다.

    푸마·아디다스·지오지아·TNGT·질스튜어트 등 유명 브랜드의 길거리 매장도 대학로 상권에서 성업 중이다. 임대료가 전국 최상위권으로 치솟아 개인 점포는 진입이 쉽지 않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트렌드를 검증해보기 위한 패션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홍헌표/김도연/김태혁 기자 hphong@wowtv.co.kr

    (3) 외국인 - 건국대 골목상점 고객은 '중국 유학생'

    고대 앞 인도·우즈베크 등 다양한 나라 음식점 줄이어

    '한국의 문화 아이콘' 홍익대…외국인 게스트하우스 50곳 외국인

    서울 화양동 건국대 근처에서는 길거리든, 카페든, 백화점이든 중국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건국대에 유학온 중국 학생들의 대화다. 건국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인 학생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해 지금은 정원 1만6000명의 11.3%인 1800명이 중국인이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80%에 달한다.

    건국대의 중국 유학생 중 기숙사 생활을 하는 사람은 20%뿐이고 나머지는 인근에서 자취를 한다. 상권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자취촌 골목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파는 ‘파프리카’ 관계자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 유학생에게 나올 정도로 이 지역 상권에서 중요한 고객”이라고 말했다. 건국대의 중국 유학생들은 학교 맞은편에 있는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서도 주요 고객이다. 건대역 근처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중국 교포들의 잇따른 이주로 인해 이들의 생활권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안암동 고려대 인근에 최근 3~4년 새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이 줄지어 생긴 것도 외국인 유학생의 영향이다. 인도 음식점 ‘오샬’, 우즈베키스탄·러시아 음식점 ‘사마리칸트’, 베트남 음식점 ‘더 팟타이’, 일본풍 매운카레 전문점 ‘아비꼬’ 등이 인기다. 고려대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의 외국인 유학생을 모두 합치면 6000명에 달한다. 경희대가 3000명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가 1800명, 한국외대가 1200명 선이다.

    1년 전 안암역 인근에 99㎡(약 30평) 크기로 문을 연 멕시코 요리 전문점 ‘도스타코스’의 최환기 사장(29)은 “멕시코 음식은 빨리 나오고 쉽게 먹을 수 있는 데다 이슬람·힌두교 출신 유학생이나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에게도 맞춤형 메뉴를 제공하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200m 떨어진 곳에 2010년 들어선 정통 일식 라면식당 ‘쿠이도라쿠’는 매달 2500만~3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월 순이익도 1200만원 선에 이른다.

    한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홍익대 인근에는 홍대 문화와 쇼핑을 즐기기 위해 찾는 외국인들이 많다. 홍대 인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민박인 게스트하우스가 50여곳에 달한다. 홍익대 상권의 상수역사거리에서 자연주의 콘셉트의 카페 ‘슬런치팩토리’를 운영하는 이현아 사장(29)은 “연남동 주변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투숙하는 외국인 아티스트들이 문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카페를 매일 찾는다”고 설명했다.

    허진/홍선표/박시은 기자 sa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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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개 모든 공기업 '낙하산 人事' 특감

    인수위 "감사·임원이 전문성 갖췄는지 감사원서 점검"

    감사원이 조만간 28개 전(全) 공기업의 감사 및 임원이 그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췄는지를 점검하는 '낙하산' 특감(特監)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은 지난 14일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감사를 통해 전문성이 없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들을 가려내고, 공기업 임원 임명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토록 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감사 자리는 특별한 자격 요건에 관한 규정이 없는 탓에 그동안 낙하산 인사가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이번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감사는 특정 분야 근무 경력 등의 자격 요건이 법에 규정돼 있지만, 공기업 감사에 대한 자격 규정은 따로 없다.

    감사원의 이 같은 감사 방침은 최근 박근혜 당선인이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최근에 공기업, 공기관 이런 데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면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사원 감사는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교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달 10일에는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신임 감사에 군(軍) 출신인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이 임명됐다. 같은 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에는 경실련 출신으로 청와대 서민정책비서관을 지낸 인사가 임명됐다.

    [조백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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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흡 "하늘에 안 부끄럽다"… '의혹 투성이'

    [세계일보]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21∼2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항공권 깡’으로 공금 일부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공금으로 높은 등급의 항공기 좌석을 공용 활동비로 계산해 발권한 뒤 이를 가격이 낮은 등급의 좌석으로 바꿔 차액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 중 ‘가족동반 외유’로 비난받았던 의혹에 대해 ‘가족 경비는 사비로 지출했다’고 해명할 뿐 결제 영수증 사본과 항공사예약정보 자료는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달 391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이 후보자가 월 26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34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 차녀(외교부 2등서기관)의 피부양자로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한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장남이 2008∼2010년 군복무 기간 중 휴가일수가 일반사병 평균(43일) 2배를 넘는 97일의 휴가를 받았다는 병무청 자료도 제시됐다. 최근 특혜논란이 일었던 연예사병의 평균 휴가일수 75일보다도 많다. 박 의원은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는 이 후보자에게 특혜 의혹이 셀 수도 없이 많다”며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는 스스로 자신의 의혹을 명백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사청문특위 소속 서영교 의원은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새누리당과 청문회 질문을 사전 조율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A4용지 8장 분량에 이 후보자에 대한 질문 41개가 적힌 문건을 공개했다.

    16년 전 이 후보자가 인천지법 부천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속된 조직폭력배 두목을 구속적부심으로 풀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폭 두목 김모씨가 폭력조직 후배를 유리병으로 내리친 혐의로 구속됐는데 김씨가 이 후보자의 경북고 선배인 전관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뒤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는 것. 당시 적부심을 심리한 부장판사도 이 후보자의 고교 후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자료를 내고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며 “사실무근의 악의적 추정보도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보수단체들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13개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마지막 신문고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편협한 사고방식, 국민 정서를 거스른 친일적 판결, 각종 부조리로 점철돼 있다면 누가 헌재 판결을 믿겠는가”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성호·오현태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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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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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만 있고 역사책 없는 고려인 그들의 150년 通史이자 痛史죠”



    [서울신문]

    “2013년은 고려인의 선조들이 두만강 너머 연해주 지신허에 최초의 고려인 마을이 들어서고 대륙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역사는 있지만 역사서는 없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서를 건네주고 싶었다. 다시 일어서려는 고려인들의 손을 잡아주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서울신문 편집국장과 문화일보 편집인을 지낸 원로 언론인 김호준(70). 러시아, 아니 유라시아 대륙에 흩어져 사는 50만 고려인의 역사를 정리한 책 ‘유라시아 고려인 150년-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주류성 펴냄)를 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신문사 대선배인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닌 한 언론인의 이 무모함에 학계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하다”고 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가 고려인에 ‘꽂힌’ 건 2002년 여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하면서부터였다. 한국에서 6000㎞나 떨어진 산악지대에 고려인 2만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들이 어떻게 오지 중 오지인 이곳까지 흘려들어왔고, 무얼하며 먹고사는지 등이 궁금해졌다. 키르기스 고려인에 대한 궁금증이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유라시아 전체의 고려인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만 15~6차례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현지에서 인터뷰한 고려인만 100명가량은 된다”고 했다. 고려인 이주와 관련된 자료는 보이는 대로 모았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옛 소련 고문서의 비밀이 해제되면서 빛을 본 고려인 강제이주에 대한 기록들이 책 쓰는 데 도움이 됐다.

    “러시아에도 한국에도 고려인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책 한 권이 없더라. 기가 막혔다. 소련의 민족사 교과서는 수천 명밖에 남지 않는 소수민족까지 다루면서 40여만명에 이르는 고려인에 관해서는 한 줄도 적지 않았다. 해방 후 북한정권 창건에 참여해 건설상까지 지냈다가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간 역사학자 김승화가 1960년대에 출간한 ‘소련 한족사’도 강제이주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는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이 책은 고려인의 150년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별로 개괄한 통사(通史)인 동시에 고려인의 한 서린 수난사인 통사(痛史)”라고 정리했다.

    저자는 고려인의 역사를 크게 4차례의 대이주를 경계로 정리, 복원했다. 첫번째는 1860년대 조선 땅에서 살 수 없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이주한 것이다. 두번째는 1937년 일본의 러시아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 두려웠던 스탈린에 의해 18만여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내몰리며 삶이 뿌리째 뽑힌 시기다. 이어 1953년 스탈린이 죽은 뒤 자유여행이 허용되면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지로 개별적인 재이주가 이뤄지며 고려인은 1차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15개의 민족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하면서 경제난과 차별정책에 몰려 10만명의 고려인이 다시 유랑길에 올랐다. 저자는 연해주 고려인을 다룬 앞부분의 상당 부분을 항일 독립운동에 할애했다. 또 2차대전 당시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왔다 남은 사할린 고려인도 빠뜨리지 않고 다뤘다.

    저자는 “‘한과 슬픔의 역사’인 고려인의 유라시아 이민사를 정리하면서 방점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고 시련을 기회로 만드는 강인함과 개척 정신이다”라면서 높이 평가했다.

    150년 고려인의 발자취를 530쪽에 정리해놓았는데도 술술 읽힌다. 저자의 저널리스트로서의 30년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0여차례의 현지방문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여섯째 딸 최 류드밀라를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3선 의원 신 로만, 최장수 각료 김 니키포르, 탈영한 북한군 대위 출신 김수봉 부부, 연해주로 이주한 최 니키타, 고려인 출신으로 16년째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를 맡고 있는 편 위탈리 등과의 인터뷰와, 이들로부터 들은 일화 등은 기존의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목들이다. 고려인 작가들의 시와 화가의 작품, 수집한 다양한 사진 자료들도 또 다른 볼거리다.

    현재 52만 3000여명의 고려인 가운데 러시아 고려인이 21만 3000명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1만명의 고려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개척자 정신이라는 DNA를 갖고 있는 고려인들이야 말로 우리(한국)에게 21세기를 함께 열어가야 할 대륙의 인도자가 되고 있다”며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균미 문화부장 kmkim@seoul.co.kr
     

     유라시아 고려인 150년(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제1장 고려인과 연해주
    제2장 연해주 개척시대
    제3장 항일독립운동 기지로
    제4장 혁명과 내전의 와중에서
    제5장 소비에트 시대
    제6장 ‘국가테러리즘의 극치’ 강제이주
    제7장 한반도-서역(중앙아시아) 교류사 <고대ㆍ중세>
    제8장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진출 <강제이주 이전>
    제9장 중앙아시아 정착
    재10장 고려인과 2차 세계대전
    제11장 스탈린 사망 후 넓어진 영역
    제12장 ‘역사의 미아’ 사할린 고려인
    제13장 소련 붕괴와 그 파장
    제14장 고려인 다시 황야에
    제15장 재기하는 고려인
    제16장 유라시아 고려인 분포 현황
    제17장 고려인의 문화ㆍ유산ㆍ정체성

    맺는말 ; 왜 지금 고려인인가? 그들을 재조명 한 이유 ㆍㆍㆍㆍㆍ526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타운이 없는 곳이 없다. 화상네트워크는 현대 중국 성장의 밑천이자, 막강한 저들의 위상을 보여준다. 대한민국도 그에 못지않다. 남북한 인구 7,000여 만 명의 10%인 700만 명이 재외동포이다. 그중 50만 명이 유라시아 고려인이며, 그들의 아픈 역사를 조명한 게 이 책이다. 이 책은 고려인이 왜 한민족 네트워크의 한 축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려인은 민족의 지평을 넓힌 역외 개척의 선구자다. 우리는 ‘대륙의 인도자’인 그들과 함께 21세기를 열어가야 한다.”
    -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위원회 위원장)

    “사학자가 아닌 언론인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유라시아 고려인 통사에 도전했다는 건 놀랄 일이다. 그동안 고려인 역사에 관한 연구는 러시아(소련)적 시각에 머물거나, 각론 위주의 단편적인 논문 발표에 그쳤다.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의 본질과 그 후 중앙아시아에서의 수난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소련 붕괴 이후의 고려인 유랑사도 덜 알려졌다. 이 책은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인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교재다. 교양 역사서로 매력적이어서 기꺼이 추천한다.”
    -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피카소가 대작 ‘게르니카’를 통해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증언했다면, 우리에겐 니콜라이 신(신순남)이 있다. 고려인 2세 화가인 그는 소비에트 시절 열차에 실려 십 수 만 명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내던져진 비극을 증언한 서사적 대작 ‘유민사’를 남겼다. 지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콜렉션된 그 그림의 앞뒤 맥락과 카레이스키(고려인)의 역사를 복원한 책이 유라시아 고려인 -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150년이다. 저널리스트의 ‘무한도전’을 보여준 저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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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위 사이버 강국 北, 전담인력만 무려…

    [세계일보]북한이 무기 체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있다. ‘비대칭 전력 강화’를 내세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넣은 데 이어 최첨단 전자전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남한의 정부기관과 군부대를 해킹하거나 인공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 수신을 교란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처럼 됐다. 최근에는 군 통신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자기파(EMP·Electro Magnetic Pulse) 폭탄 제조 기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북아를 상대로 한 ‘전자전’이 새로운 위협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보기술(IT)이 남한보다 크게 떨어지지만 전자전 기술에 관한 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가 ‘북한의 비대칭위협 개발―미사일과 전자전’ 논문에서 “북한의 전자전이 최대 위협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이어 세계 3위 사이버전 강국

    북한은 무기 체계와 성능, 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에서 남한보다 열세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비대칭 전력 강화에 힘을 쏟아 왔다.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전자전 무기가 모두 비대칭 전력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전력 열세를 일거에 반전시킨다는 게 북한의 전략이다.

    전자전 가운데 사이버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조직은 국방위원회 산하 정찰총국이다. 이곳에서는 남한을 상대로 한 사이버전을 총지휘하고 있다. 정찰총국 내 전자정찰국의 사이버전지도국을 중심으로 북한에 배치된 사이버 병력은 3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사이버 병력은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 평양컴퓨터기술대, 지위자동화대(미림대학) 출신 최고 엘리트층 가운데 엄선해 집중 양성되고 있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정보 관계자는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은 우리 군이 보유한 인력보다 최대 6배나 많다”며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사이버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사이버전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수시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주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시작된 사이버 테러는 금융사와 언론사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9년 7월 벌어진 ‘77 디도스 공격’이다. 북한 체신성 IP 대역의 PC가 한국과 미국 주요 기관 등 총 35개 주요 사이트를 공격했다.

    ◆ 팽창하는 북한의 EMP 공격·GPS 교란능력

    EMP 폭탄은 강한 전자기파를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반경 수㎞ 내 전자기기를 마비시킨다. 특히 최첨단 무기일수록 상부 작전지휘 시스템과 연계돼 가동되기 때문에 EMP 공격을 받으면 그야말로 ‘먹통’ 으로 전락하고 만다 .

    북한은 이런 EMP 기술도 일부 개발·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 관계자는 “EMP 폭탄은 원래 구소련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던 것으로 소련 붕괴 후 관련 기기와 인원이 전 세계로 흩어졌다”며 “북한도 EMP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암시장에서 EMP 관련 지료나 실물 EMP 폭탄을 입수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의 EMP 공격에 대비해 지휘통제소에 방호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북한의 GPS 교란도 위협적이다. 2011년 4월 수도권의 GPS 수신기가 원인 모를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서는 1000대가 넘는 항공기가 위치 파악을 제대로 못해 긴급상황이 벌어졌다. 정보 당국의 조사 결과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는 전면전보다 이런 형태의 도발이 남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北 이미 전자전 돌입… 최대 위협 요인 부상

    [세계일보] 북한이 남한의 최첨단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GPS(인공위성위치정보시스템) 전파교란을 포함한 전자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전은 작은 비용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구축한 첨단무기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수단이다.

    브루스 벡톨(사진)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최근 발행된 ‘국제한국학저널’ 2012년 가을·겨울호에 게재한 논문 ‘북한의 비대칭위협 개발―미사일과 전자전’에서 북한의 전자전이 최대 위협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사실상 전자전에 돌입한 상태다. 북한은 2010년 8월23∼26일, 2011년 3월4∼14일, 지난해 4월28∼5월13일 남한에 전파교란 공격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2010년 항공기 15대와 해군함정 1척, 2011년에는 항공기 106대와 선박 10척의 GPS 수신기가 작동을 멈췄다. 지난해에는 항공기 1016대와 선박 254척이 피해를 봤다. 벡톨 교수는 2011년 청와대를 포함해 한국 정부와 군 기관 수십곳을 대상으로 한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도 북한에서 자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6월 9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해킹 공격도 북한 소행으로 드러났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강력한 전자기파(EMP) 공격 보유능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벡톨 교수는 지적했다. 북한은 현재 전자기파 공격을 할 수 있는 EMP탄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북한이 EMP탄을 개발하면 남한 사회의 전자 기능을 총체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며 이에 대처할 능력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톨 교수는 “북한이 남한 사회와 기간시설, 정부기관, 주요 군 부대에 다양한 전자 공격을 동시다발로 감행한 후 남한 정부와 동맹국을 핵무기로 위협할 수 있다”며 “이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면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사일 실험과 GPS 공격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적대적 분위기와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한·미 동맹 방어전략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관련 연구기관 전문가는 “북한은 GPS 공격 무기와 EMP탄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세계 시장에서 암암리에 구입하고 해킹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이버전력 수천명을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만들어질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자전에 대비하는 부서를 만들어 전술적 차원에서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두원 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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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레미제라블 500만 관객 돌파…팍팍한 삶을 치유하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년)는 17년간 집필한 소설 ‘레미제라블’을 1862년 출간하며 서문에 “이 지상에서 무지와 가난이 존재하는 한 이 같은 성격의 책들이 무용지물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위고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난 지난해 말부터 영화와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다시 등장한 ‘레미제라블’은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레미제라블'에 빠진 대한민국

    ‘레미제라블’ 열풍의 진원지는 지난해 12월19일 개봉한 휴 잭맨 주연의 뮤지컬 영화다. 개봉 한 달 만에 전국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뮤지컬 영화 역대 흥행 1위였던 2008년 개봉작 ‘맘마미아’(455만4785명) 기록을 깼다. 이런 추세라면 600만 관객 기록을 달성해 공상과학(SF)이나 액션이 아닌 장르로는 유일하게 역대 외화 흥행 10위 안에 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앨범도 3만장 가까이 팔려 나갔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을 다시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민음사와 펭귄클래식코리아가 각각 5권으로 내놓은 ‘레미제라블’은 영화 개봉 이후 20만부가 팔렸다. 경기 용인에 이어 대구에서 공연 중인 정성화 주연의 한국어 라이선스 뮤지컬도 연일 매진 행렬을 이루며 관람객 7만명을 넘어섰다. 내달 부산 공연에 이어 오늘 4월 서울에 입성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벌써부터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열풍에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도 한몫하고 있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에 4분짜리 프리 프로그램에서 ‘레미제라블’ OST의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 ‘온 마이 오운(On My Own)’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세계를 울린 뮤지컬'의 파워

    ‘레미제라블’이 그동안 다양한 버전의 번역본은 물론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도 여러 번 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이런 신드롬은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레미제라블’ 신드롬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영화로 재탄생한 뮤지컬 원작의 힘을 꼽는다. 영국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제작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985년 초연 이후 27년 동안 42개국에서 21개 국어로 6000회 넘게 공연됐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이 작품은 웅장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노래와 음악, 영국 왕립 극단 출신 연출가의 놀라운 무대 구성 등으로 19세기 초 프랑스의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이 빚어낸 다양한 인물상과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민중의 모습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세계를 울린 뮤지컬’이란 명성도 얻었다. 뮤지컬 역사상 최고 작품으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1996년 한국 오리지널 초연 당시에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비싼 관람료와 짧은 공연 일정 등으로 한정된 관객만이 접할 수 있었다.

    매킨토시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뮤지컬의 감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 왔다. 휴 잭맨, 앤 해서서웨이, 러셀 크로우 등 스타 배우들의 열연과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 배우를 클로즈업해 감정과 내면을 전달하는 기법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감동과 눈물을 이끌어냈다. 80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입장료에 ‘대작 뮤지컬을’ 접한 관객들은 각자 느낀 감동이나 소감을 전파하고, 화제로 삼으면서 ‘레미제라블’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한국 사회의 '힐링' 수요 충족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의 문화적 코드로 부상한 ‘힐링(치유)’과 감동이 필요한 시대에 관객의 정서를 강렬하게 파고든 점도 흥행의 이유로 꼽힌다. 영화는 19세기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과 권력의 횡포, 세상을 바꾸려는 젊은이들의 희생, 장발장이 보여주는 헌신과 사랑, 용서를 극적으로 펼쳐낸다. 이런 테마가 팍팍한 삶과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좌절과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치유의 드라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힐링 관점에서 영화가 18대 대통령 선거일에 개봉된 점을 들어 흥행 요인을 대선 정국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대선에서 정권 교체 실패로 좌절감을 느낀 사람들이 ‘내일’을 노래하며 민중의 연대와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의 내용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이 주는 힐링의 의미를 이런 사회적 맥락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화와 원작의 중요한 테마는 주인공 장발장이 보여주는 ‘세상과의 화해’와 용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란 이유에서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 박애, 평등이란 보편적 메시지를 수준 높은 예술적인 완성도로 감동적으로 표현한 것이 ‘레미제라블’ 신드롬의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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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위고가 망명생활중 출간한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사진)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가이다. 1802년 프랑스의 브장송에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소원대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숨은 재주인 문학적 재능이 곧 드러났다.

    위고는 첫 시집 ‘오데와 잡영집’(1822)으로 주목받은 이래, 희곡 ‘크롬웰’(1827), 시집 ‘동방시집’(1829), 소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1829)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특히 ‘크롬웰’에 부친 서문은 고전주의 극 이론에 대항한 낭만주의 극 이론의 선언서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 위고가 낭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서 나아가는 계기는 이 때 마련됐다.

    7월 혁명의 해인 1830년에는 희극 ‘에르나니’(1830)가 초연돼 낭만파와 고전파 사이의 ‘에르나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에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로부터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1850년께까지 문단의 주류가 되었다. 그 후에도 위고는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시집 ‘가을 낙엽’(1831), ‘내면의 음성’(1837), ‘햇살과 그늘’(1840), 희곡 ‘마리용 드 로름므’(1831), ‘힐 블라스’(1838) 등을 발표했다. 그 뒤 위고는 10여 년간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전념했고, 1848년 2월 혁명 등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정치 성향을 굳혔다.

    1851년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국외로 추방을 당해 벨기에를 거쳐 영국 해협의 저지 섬과 건지 섬 등에서 거의 19년에 걸쳐 망명 생활을 했다. 레 미제라블도 이 시기에 출간됐다.

    송태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toughlb@hankyung.com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뭔가 봤더니 '폭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 의 한글 제목이 화제가 되고 있다.

    레미제라블의 원 뜻은 가련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뜻하는데, 한국에선 1914년 홍명희에 의해 초역되어 '너 참 불상타' 라는 제목으로 청춘지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뒤 1918년에 '애사' 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1922년에 홍난파가 동일한 제목으로 번역해 출간됐다.

    한편,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소설 '레미제라블'은 출간 2달만에 1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달성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일부러 끼워 맞춘듯 한 한글판 제목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해당 표지 사진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100년전 ‘너 참 불상타’부터 변화과정 ‘화제’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서울신문 BOOM]‘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레미제라블’의 100년 전 한글 제목이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레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간 옥살이를 살고 나온 주인공이 한 신부의 도움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일생을 정의와 약자를 위해 바친다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인 ‘장발장’이 번역판 제목으로 일반화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게시물에 따르면 ‘레미제라블’의 원래 한글 제목은 장발장도 아닌 ‘너 참 불상타’. 1914년 홍명희가 이 원작을 초역해 '청춘'지에 소개할 당시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원제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너 참 불상타’로 의역한 것이다.

    이어 4년 뒤인 1918년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은 ‘애사’로 바뀌었으며 1922년에는 홍난파가 같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을 접한 네티즌들은 “뜻만 통하면 됐지”, “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반전인데?”, “너 참 불상타…귀에 쏙 들어오는 제목”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영화 ‘레미제라블’은 개봉 30일 만인 지난 17일 누적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레미제라블 한글 제목)

    뉴스팀 boo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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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파워 시대의 역설… 유리천장의 차별

    [세계일보]
    유리천장(Glass Ceiling)’. 월스트리트저널은 1970년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후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어 여성의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

    첫 여성 대통령 취임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여풍(女風)’이 거세다.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발탁, 각종 고시에서의 약진, 남학생을 제친 대학 진학률….’ 일부 현상만 보면 여성 차별과 편견은 종말을 고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뒤에 깊게 그늘진 현실은 여전히 ‘유리천장 안에 갖힌 우먼파워’임을 말해준다. 최근 여성의 대학원 진학이 남성을 앞지른 현상만 해도 여성 사회 진출이 어려운 데 따른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여성이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82.4%로 남성 81.6%을 처음으로 앞선 데 이어 2011년에는 그 격차(남 70.2%, 여75.0%)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국가직 7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35.8%로 2003년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시행 이후 최고치였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서 지난달 사상 첫 여성 임원이 탄생하는 등 기업체에서도 여성 임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엄하다. 3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3.7%,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1.5%, 중간관리자급 이상은 5.8%에 불과하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지난해 취업률 상위 5개 대학 남녀 취업률을 살펴봤더니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 여성을 크게 앞섰다. 10.5%포인트에서 26.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대학 진학률과 상반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해 ‘취업 재수생’이 된 박모(25·여)씨는 여풍에 감춰진 짙은 그늘을 체험했다. 명문대 출신에다 900점 이상의 토익 점수와 교환학생 경험까지 갖춘 박씨지만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적 벽을 넘지 못했다. 취업설명회에서 한 건축자재 전문업체 관계자는 “영업점 사장이 다 남자인데 여자가 상대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회사는 영업직은 여자를 뽑지 않는다”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 박씨는 “남자 3명, 여자 3명이 모여 함께 취업 준비를 했는데 남자는 모두 취업을 했고 여자는 한 명만 취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대 석사과정 입학생 중 여성이 1563명으로 남성 1400명을 처음 앞질렀지만 이 역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여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한 김모(29·여)씨는 “첫 취업에 실패한 뒤 백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대학원에 진학해 은행 입사를 준비했다”며 “집안 형편이 좋은 친구 중에는 이런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이 기업에 입사해 고위직에 오르려면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하며, 이를 해결하려면 여성 임원할당제 같은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남성 중심 문화로 여성을 평가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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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띠퐁 나 라농 주한 태국대사 "마의·대풍수 보며 한국어·역사 공부합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조선 건국 이듬해인 1393년

    태국에서 처음 외교사절 파견…양국 교류역사 620주년

    음악·드라마 등 한류 인기 대단…"가수 싸이 만나 말춤 춰봤죠"

    파파야 채 썰어 만든 쏨땀…다이어트 효과로 인기 많아


    “태국과 한국이 처음 외교관계를 맺은 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조선 건국 이듬해인 1393년 태국에서 조선으로 외교사절을 처음 파견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올해는 한·태국 수교 55주년이 아니라 620주년인 셈이죠.”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태국음식점 ‘왕타이’에서 18일 만난 끼띠퐁 나 라농(Kittiphong na Ranong) 주한 태국 대사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술술 풀어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9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국에 대한 지식은 상당했다. 그가 교과서로 삼고 있는 것은 한국 드라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마의’를 보고 수·목요일엔 ‘대풍수’를 본다고 했다.

    “한국어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정규방송을 꼭 챙겨 봅니다. 그리고 다음날 영어 자막이 들어간 동영상을 한 번 더 보죠. 드라마에 나왔던 한국어 단어를 공부하고, 드라마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맞는지 찾아 봅니다. 그러다 조선 초기 태국의 외교사절이 세 번이나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끼띠퐁 대사는 자신을 ‘나 라농’ 대신 ‘끼띠퐁’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태국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성보다는 이름을 불러 친근감을 표현한다고 했다.

    그 사이 매콤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 나왔다. 파파야를 채 썰어 채소와 액젓, 태국 고추와 버무려 만든 샐러드다. 작지만 매운 태국 고추 때문인지 매콤한 맛이 강했다. 끼띠퐁 대사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라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도 그는 한국 역사를 인용했다. “한국에는 선덕여왕 같은 여왕이 이미 있었고, 경제인 중에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태국에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도 여성이고 외교부의 여성 비율은 60%를 넘는다. 주한 태국 대사관에 파견나온 10명의 외교관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다.

    ○외교 전문가 한국을 만나다

    끼띠퐁 대사는 외교부에서 30년 동안 일한 전문 외교관이다. 1983년 외교부에 들어온 후 유엔 주재 태국 상임공관에서 근무하고, 외교부 아세안 관계 담당 부국장, 국제기구 담당 국장, 동아시아 담당 국장 등을 맡았다. 2006년 처음으로 베트남 대사를 지낸 후 미국 대사를 거쳐 지난해 4월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왔다.

    외교관이 되기 전에는 ‘방콕포스트’라는 영자신문 기자로 일했다. 그는 기자와 외교관의 업무가 공통점이 많다며 기자 생활이 외교관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대선이 끝난 후 기자들이 기사를 쓰듯이 외교관도 대선 상황과 결과를 분석해 리포트를 써야 합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얘기도 듣고 공부도 해야 하죠. 조금 다른 점도 있습니다. 대선 결과를 예로 들면 기자들은 주로 그 상황을 분석하지만 외교관은 앞으로 한국과 태국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중점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좀 다르죠.”

    요즘 그가 관심을 두는 주제는 왜 한국 사람들이 태국에 관심이 없는지다. “한국에는 태국식당이 열 곳 밖에 없습니다. 태국 쌀, 과일 등의 수입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그것을 해결할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과일은 망고스틴, 코코넛, 망고, 바나나, 두리안, 파인애플 등 6가지. 끼띠퐁 대사는 태국의 열대과일들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이라며 ‘텃만꿍’을 집어들었다. 텃만꿍은 새우를 곱게 갈아 밀가루, 빵가루를 씌워 튀긴 새우 크로켓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태국음식을 소개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때 가장 인기가 좋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달콤한 자두 소스에 찍어 먹으니 바삭하니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기업인들과 친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친해서 자주 봅니다. 이미경 회장 덕분에 지난해 8월에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가수 싸이를 만나 말춤 흉내도 내봤죠.”

    그는 식사 중간 나온 태국식 아이스티를 소개하면서 한국과 태국 사이의 교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음료는 ‘차옌’이라는 전통차를 우려내 시럽과 우유를 더한 것으로 일반 홍차로 만든 아이스티와 달리 오렌지 빛이 돈다. 그는 태국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차라며 우유를 잘 섞어 마시라고 권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향이 강한 음료였다.

    “태국은 이미 1000년 전부터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서 배우고 만들어 가는 데 익숙합니다. 싸이가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 일이고 그 전부터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는 문화상품 외의 한국 제품과 기업이 태국에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태국에 진출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이미 일본,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진출했습니다. 한국에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일본과의 경쟁 때문에 진출을 꺼렸습니다. 태국에서는 유럽, 미국차가 인기를 끌다 요즘 일본차를 많이 타는데 그 이유가 디자인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더 예쁘고 성능도 좋아서 진출한다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인도차의 경우는 성능과 디자인이 별로인데도 태국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거든요.”

    그는 “핸들 위치가 다르지만 GM(제너럴모터스)처럼 태국 이외 지역 수출 물량까지 함께 생산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의 맹주

    태국의 성장잠재력을 설명할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태국의 인구는 6400만명이고, 특히 실업률이 0.6%로 낮아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장점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0%로 추정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죠. 내수가 탄탄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태국을 비즈니스하기 좋은 나라 5위로 발표했고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 CTAD)는 태국을 투자할 만한 나라 11위로 꼽았습니다.”

    "태국은 구매력 높은 시장…자동차 업체 진출 유망"

    태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시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물었더니 그는 우려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 가끔 시위가 벌어지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물관리와 홍수 방지를 위해 115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KTC글로벌 등 2개 한국 회사를 비롯해 태국, 중국, 일본의 7개 회사가 입찰에 참가했다. 이달 말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태국 정부는 치수 사업과 함께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는 도로 프로젝트와 철도 등에 720억달러를 투자한다. 한국의 코레일 등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관리 시스템과 도로, 고속철도 등 인프라 투자에 한국과 태국의 협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잉락 총리는 정상회담 후 2017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을 3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친환경 기술과 자동차 및 부품산업, 산업장비, 가전, 농업, 대체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투자도 기대합니다.”

    돼지고기, 브로콜리, 청경채, 양파 등 채소와 면을 굴소스로 볶은 ‘팟씨유’가 나왔다. 끼띠퐁 대사는 이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태국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태국 총리가 이를 알고 특별히 점심 메뉴로 정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달콤한 팟씨유를 권하며 태국을 통해 동남아로 진출하라는 조언을 이어갔다. “태국 시장 진출은 메콩강 지역의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태국 서쪽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도 진출이 쉽고, 북쪽으로는 라오스랑 붙어 있어 중국으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과 연결돼 남중국해까지 나갈 수 있고 남쪽으로는 말레이시아를 통해 싱가포르 시장도 노려볼 만합니다.”

    한국 투자자와 태국 기업이 합작해 미얀마 등의 주변 국가에 투자하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얀마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중 태국 투자자가 2위일 정도로 동남아 지역에서 태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는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이뤄지면 태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 동남아 국가에 진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로 부임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태국을 관광지 등으로만 생각하고 경제 파트너로서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태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중요한 나라로 부상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대사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태국대사의 추천 맛집 왕타이 - 톰양꿍·사테 루엄 등 현지 맛 그대로

    서울 이태원동 영화빌딩 3층에 있는 ‘왕타이’는 ‘태국의 궁전’이라는 뜻의 태국음식점이다. 이태원 속 작은 태국으로 불릴 만큼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인 요리사 4명이 태국에서 직수입한 향신료로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이 음식 맛의 비결. 태국의 대표적 요리이자 세계 3대 수프의 하나로 꼽히는 ‘톰얌꿍’(1만6000원)이 유명하다. 닭고기 육수에 태국 고추와 향신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시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매콤한 태국 고추와 가지, 코코넛 밀크가 곁들여진 닭고기 그린 카레인 ‘깽 기완 가이’(1만5000원)도 유명하다.

    사테 루엄(모둠 꼬치와 땅콩소스), 톰얌꿍(태국식 새우 수프), 느아 팟 킹(소고기 버섯볶음), 깽 기완 가이(닭고기 그린 카레), 무 토드 끄라티움 프릭 타이(돼지고기볶음), 팟 팍 루엄(채소볶음), 카오 플라오(공기밥), 녹 남 까티(코코넛 밀크와 과일이 든 후식) 등으로 구성된 코스가 3만7000원. 쁠라 팟 쁘리어 완(생선요리) 등을 추가한 코스는 5만원이다. (02)749-2746~7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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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맨제도의 헤지펀드들 "나 떨고 있니?"



    인사이드 Story - "조세피난처 오명 씻자…펀드 책임자·내역 공개"

    '비밀주의' 잇단 포기

    구제금융 시급한 키프로스, 유럽에 "돈세탁 방지" 강조


    수십년간 기업들의 비밀을 유지해줌으로써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라는 낙인이 찍힌 카리브해 연안 케이맨제도가 비밀보장주의를 포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수가 부족해진 국가들이 조세피난처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한 결과다.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는 국제사회를 향해 자금세탁 방지 제도 설명에 나섰다.

    ○헤지펀드들,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영국령인 케이맨제도 통화청(CIMA)은 최근 각국 헤지펀드들에 제안서를 보내면서 이곳에 본부를 둔 수천개의 헤지펀드와 운용 책임자들의 이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CIMA는 운용 책임자들에게는 투자자들의 돈을 맡을 자격이 되는지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신뢰도 점검 조사를 실시해 CIMA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CIMA는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금융서비스위원회, 아일랜드 중앙은행, 바하마금융청 등 다른 조세피난처 규제당국들도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을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맨제도는 그동안 헤지펀드들의 비밀을 유지해 줌으로써 세계 6대 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누려왔다. 이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헤지펀드는 9438개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해외 정치인이나 투자자들이 이들 펀드의 내역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곳 펀드들을 상대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터의 로이 진 대표는 “현재까지는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아무 규제를 받지 않고 케이맨제도 헤지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며 “이번 조치가 얼마나 큰 변화인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맨제도의 이번 조치에는 연기금 등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불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대형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를 중개하는 헤르메스BPK의 빈센트 반덴브루케는 “헤지펀드들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케이맨제도 규제당국에) 계속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자금세탁 온상 이미지 억울”

    그리스 인근의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는 러시아 검은돈의 자금세탁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주 유럽 각국의 대사들을 재무부로 불러들여 정부의 자금세탁 방지 대책을 자세히 설명한 것.

    러시아 부호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는 키프로스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0억~1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독일 정치인들이 “독일 납세자의 돈으로 러시아 검은돈의 자금세탁을 도와줄 수 없다”며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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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잡스 매료시킨 포크송 여왕…밥 딜런과 자유로운 세상 꿈꿔



    스토리&스토리 - 예술가의 사랑 (34) 조안 바에즈

    2011년 10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서구 언론들은 엉뚱하게도 한 여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쳤다. 바로 미국 포크 뮤직의 개척자이자 저항운동의 대명사인 조안 바에즈였다. 언론은 저마다 잡스가 바에즈와 한때 사랑을 나눴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잡스는 생전에 바에즈와의 관계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앨런 도이치맨이 쓴 잡스 전기(2001)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간략하게 언급된 적도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바에즈 역시 잡스와의 관계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도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쩌면 숙명적인 것이었다. 잡스는 포크 록으로 팝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 밥 딜런의 열렬한 숭배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딜런의 음악은 물론 그의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 딜런이 한때 바에즈와 예사롭지 않은 관계였다는 것을 모를 턱이 없었다. 두 사람이 오래 전에 헤어졌으니 잡스로선 한번쯤 바에즈와의 연애를 꿈꿀 만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바에즈로 말하면 퀘이커 교도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인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지만 철철 흘러넘치는 음악적 끼를 어쩌지 못해 결국은 대학을 한 학기 만에 중퇴하고 보스턴 일대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남다른 미모에 고음의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는 청아한 목소리는 너무나도 독특해서 처음 듣는 순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그는 포크 가수인 봅 깁슨의 눈에 띄어 1959년 그와 함께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다. 언론은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맨발의 마돈나가 나타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혼이 깃든 미국 전통 음악, 흑인 영가에 매료된 그는 포크 뮤직의 부흥을 부르짖으며 그 보급에 앞장선다. ‘도나 도나’ ‘메리 해밀턴’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은 순식간에 대중의 폐부에 파고들었고 그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포크의 여왕으로 입지를 다진다. 당시 딜런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던 바에즈는 딜런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딜런은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창법으로 대중을 향해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노래를 통한 사회 개혁이라는 대의에 공감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연인이자 정신적 동지가 됐고 1965년까지 함께 무대에 서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복음을 전파했다.

    그러나 현실참여 운동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부담감을 느낀 딜런은 이후 궤도를 이탈, 로큰롤 컨트리 로커빌리(록음악과 컨트리를 결합한 음악)로 나아가는 한편 낯간지러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의 파국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딜런은 떠났지만 바에즈는 꿋꿋이 노동운동, 반전운동의 선봉에 서면서 저항운동의 등불로 자리한다. 그가 1963년에 발표한 ‘우리는 극복할 거예요(We Shall Overcome)’는 마치 국가처럼 울려 퍼졌다. 바에즈가 남편이 될 데이비드 해리스를 만난 것도 반전운동의 현장에서였다.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지만 5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바에즈는 해리스와의 삶을 통해 자신은 혼자 살도록 태어난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바에즈가 잡스와 만난 것은 41세 때였다. 14세 연하의 잡스는 이미 엄청난 거부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바에즈에 따르면 둘은 그리 부드러운 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만나면 서로 어깃장을 놓기 일쑤였다. 한번은 잡스가 컴퓨터로 사상 최고의 실내악 5중주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자 바에즈는 그런 음악 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리 없다고 맞받아쳤다. 잡스는 대꾸도 못한 채 끙끙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젊은 천재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선 그와 결혼하면 돈 걱정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테크놀로지가 영혼의 고갈을 초래했다고 보는 그가 기계 속에도 영혼을 서리게 할 수 있다고 본 잡스를 받아들이기는 벅찬 일이었으리라.

    잡스의 추도식이 있던 날 바에즈는 흑인 영가인 ‘스윙 로, 스위트 체리옷’을 불러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자유의 세상을 꿈꾸는 흑인노예들의 염원을 담은 이 노래는 짧지만 사랑했던 이의 영전에 바치는 지극히 바에즈다운 노래였다. 모든 이들이 똑같은 자유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본 바에즈는 만인이 정보기술(IT)의 편의성을 공유토록 함으로써 자유롭게 소통하는 세상을 열고자 했던 잡스와 묘한 연대감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사랑을 두고 서구 언론이 떤 호들갑이 그리 밉지만은 않아 보인다. 잡스를 통해 바에즈의 진가를 새삼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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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스시'는 아는데, 韓 '김치'는 모르는 외국인

    독일·프랑스人 83% 김치 모른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외국인들이 일본의 스시는 아는데 한국의 김치는 잘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김치연구소가 독일(베를린, 프랑크푸르트)과 프랑스(파리)의 주요 도시 소비자 1350명을 대상으로 김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95%가 일본의 스시를 안다고 답한 반면 '김치 또는 김치찌개를 안다'고 답한 소비자는 독일 16%, 프랑스 18%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김치 종주국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이라고 올바르게 답한 소비자가 70% 이상에 달했지만 일본이나 중국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30%에 달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김치연구소 관계자는 "100여년에 걸쳐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노력한 일본을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K-POP 열풍으로 한국의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유럽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김치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어 김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치 세계화를 위해 '김치수출가이드북'을 제작, 해외 김치 시장에 대한 정보를 김치 제조업체에게 알리는 한편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김치 문화 체험 및 김치 담그기 시연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K-POP 열풍으로 인해 지펴진 희망의 불씨를 지키고 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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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싱크탱크’ 제 역할하고 있나


    ·수십억대 국고지원 불구 당 두뇌 역할 실종…연구능력 보유한 인력 부족 큰 문제

    1월 7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좋은정책포럼과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 주최한 18대 대선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꽤 많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인사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계속됐다. 자리를 끝까지 지킨 민주당 의원은 박 대표와 행사를 주최한 홍 의원, 배재정 의원 등 4~5명에 불과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18대 대선 후 민주당이 관여한 첫 평가 토론. 김호기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 끝나고 3주가 지났는데도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평가 토론 자리를 만들어본 것이다.”

    좋은정책포럼은 이날을 시작으로 3회에 걸쳐서 대선 평가와 진보의 재구성을 주제로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이틀 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으로 문희상 의원이 합의추대됐다. 비대위는 첫 행보로 ‘회초리 민생투어’를 기획, 1월 14일 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광주와 부산 등을 돌았다. 하지만 비대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수십억원대 싱크탱크 예산 어디에 쓰일까

    이번 ‘대선 평가’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지적이 데이터에 근거한 선거전략 부재다. 그렇다면 이런 작업은 누가 수행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수행 주체로 지적되는 것이 정당 부설 싱크탱크다. 새누리당에 여의도연구소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민주정책연구원이 있다. 정당의 싱크탱크는 법에 따라 정당 국고보조금의 30%를 받게 되어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에 책정된 연간 예산은 45억원. 적지 않은 액수다. 정치컨설턴트 신현오씨(전 삼정KPMG 상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총선이나 대선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놨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선 토론을 주최한 좋은정책포럼은 민간 싱크탱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들이 참석해 질문했지만, 민주정책연구원 주최의 평가 자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날 참석한 연구위원들도 패널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개인자격의 청중으로 참여한 것이다.

    1월 17일, 민주당의 총선 패배 보고서 은폐 논란이 터져나왔다. 총선 패배 직후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평가보고서가 당 지도부에 의해서 ‘밀봉’되었다가 267일 만에야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38쪽 분량의 이 평가보고서에는 지도부의 총선전략 부재, 야권연대=승리 맹신, 총선기획단의 문제 등 대선과정에서 똑같이 되풀이된 문제가 지적돼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정리한 총선 패배 요인만 제대로 평가를 했더라도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참여했던 정치컨설턴트 유승찬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회의 자료를 살펴보는데, 당시 중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를 중심으로 FGI(포커스그룹인터뷰)를 돌려 만들어놓은 훌륭한 보고서가 있어서 눈여겨봤다. 김모 변호사가 만든 것으로 안다. 더 놀란 것은 이를테면 한·미 FTA에 대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그 보고서의 결론이 간단히 무시되는 것이다. 아무도 그 보고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기본적인 조사를 해놓고도 들여다보지도 않은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나마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번 대선 결과와 관련, 아직도 규명이 되지 않은 문제는 많다. 이를테면 “50대의 변심으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주장은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유씨의 주장이다. “19대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대선의 경우 50대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2% 늘어났는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는 아니다. 좀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고 평가할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50대 초·중·후반으로 나눠 심층면접을 하고 그들의 불안이나 바라는 것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50대위원회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런 건 안 한다. 왜냐.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하나로 돌리면 편하기 때문이다.”

    ‘50대 투표층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이런 논의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한국의 연령·세대 구분은 10년 단위다. 흔히 세대효과의 사례로 거론한 486세대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는 50대 초반(1960년생의 경우 53세)에서부터 40대 중·후반(1969년생의 경우 44세)에 걸쳐 있다. 같은 50대라고 하더라도 50대 전반과 후반의 지지성향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을 분석하려면 선거 당일 출구조사 단위를 10년 단위에서 5년 단위로 세분해서 봐야 한다. 출구조사의 기초자료(로 데이터)를 입수해 그것을 바탕으로 정밀한 모델 구축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작업은 이뤄지고 있는 걸까.

    외국 “석·박사급 연구원만 수백명”

    비교돼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미국 사례다. 1월 25일부터 2박3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는 ‘보수의 혁신과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린다. 주최는 보수 싱크탱크인 내셔널 리뷰 인스티튜트(NRI)다. 패널 참석자는 광범위하다. 보수진영의 상·하원 의원, 주지사, 보수주의 사상가·언론인 등 50여명이 연사로 나선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행사를 소개한 신현호씨는 “대선 때 이래저래 나섰던 사람들도 ‘사죄한다’ ‘반성한다’면서 다 입을 다물고 있는 지금, 한국의 민주당이나 민주당 쪽 싱크탱크가 과연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공화당의 경우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면 헤리티지와 같은 싱크탱크가 나서 대선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녹취를 남겨놓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집을 만든다”며 “특히 내놓은 정책 중 어떤 것이 실패했고 성공했는지 집권 1년이 지나지 않아 결과물을 산출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선 1년 전부터 캠페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권 인수위도 당선된 뒤 꾸리는 것이 아니다. 이르면 1년 전, 늦어도 대선 6개월 전 셰도우캐비닛을 구성해 집권계획을 내놓는다.

    선거 시기 당의 두뇌로서 싱크탱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경우, 대외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정책과 연구자료를 발표하던 시기는 2007년에서 2009년까지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있던 2012년에 공개적으로 진행한 행사는 대폭 줄었다. 선거 시기, 여론조사 결과를 제외한 여의도연구소의 정책 발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체제가 되면서 정책 생산기능을 선거캠프나 당 외곽의 후보 관련 연구기관으로 넘기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 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주최자인 홍종학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박민규 기자

    시사평론가 유용화씨는 “정당 부설 싱크탱크가 만들어진 취지는 각 정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도부와 분리해 정책정당으로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사실상 급박한 당의 일정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특히 선거 시기에 활동이 실종되는 문제가 되풀이되어 왔다”며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당 운영 자체가 계파간의 담합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 왔기 때문에 정당정치가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윤태 교수는 싱크탱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근본원인으로 정책개발비나 사업비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인력비와 운영비로 사용되는 현실을 들었다. 김 교수의 말. “인건비의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데, 그 인건비를 받아가는 사람들도 예전에 국회에서 일했거나 당 중진들의 추천에 의해 들어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앙당 자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 대신 보내는 자리로 사용된다. 쉽게 말해, 연구원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 중 실제로 ‘연구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당일 때는 국책연구소의 도움을 받으니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야당이 되었을 경우 연구능력의 부재는 크게 비어 있는 구석으로 드러나게 된다.”

    외국의 정당과 관련이 있는 싱크탱크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과 비슷하게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의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이나 나우만 재단의 경우, 석·박사급 연구인력만 300~400명 이상이 된다. 설사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는 경우에도 사업은 계속 유지된다. 김 교수는 “정권 밖에 있으면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작업도 이뤄지고, 민간외교 비슷한 활동도 한다. 재단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시민교육 프로젝트 사업을 국제적으로 벌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지원을 주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르지만 미국의 브루킹스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민간 싱크탱크도 미국 정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도 나오지만 미국의 경우 싱크탱크 출신 연구원이 입각하기도 하고, 상·하원 의원을 하다가 야인이 되면 다 거기로 가서 정치를 연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정치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내공을 쌓은 뒤 다시 돌아가는 자리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정당 부설 싱크탱크나 다른 민간 싱크탱크들 중 그 역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범국민적 참여 기반 싱크탱크 만들자

    김 교수는 7일 토론회에서 “이제는 범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싱크탱크를 만들어낼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에 싱크탱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들여다보면 상근연구원이 10명이 넘는 곳은 거의 없다. 이제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를 만들 듯이 민간 성금을 모금해서라도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시민사회를 위한 정책 생산이 필요하다. 권력을 잡으면 모두가 아니라는 것이 지난 DJ·노무현 정권 시기의 교훈이다. 이미 집권하기 전에 플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2007년부터 역설했는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최영찬 서울대 교수 등이 주도해 만든 진보정책연구소 준비모임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6차례 모임을 갖고 ‘오바마의 두뇌’라는 평을 듣는 미국 진보센터(CAP·Center for American Progress)를 모델로 한 싱크탱크 개설을 준비 중이다. 3월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기된 비판과 관련해 정병조 민주정책연구원 운영지원실장은 “밖에서 봤을 때는 민주정책연구원이 한 역할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선전략이나 여론조사 관리뿐 아니라 단일화 경선안을 만드는 등 나름대로의 역할은 했다”며 “총선보고서의 경우, 정치적 요인도 있었지만 보고서 제출 시기를 전후로 원장이 교체되면서 보고받을 주체에 혼란이 생겨 벌어진 일이며, 어쨌든 그 과정에서 소통이 되지 않았던 부분은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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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연준, 2007년 금융위기 징후 오판했다

    - 콘 부의장, 8월 "대출흐름 회복"..위기 과소평가
    - 연준, 성장보다 인플레 우려..곧바로 판단 번복
    - 침체 우려, 12월 가서야 고조..이듬해 줄파산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 초기 징후를 과소 평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 2007년 모두 여덟 차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세 차례 긴급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금융위기 초기에 미국 경제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내리는 오판을 했다.

    이날 공개된 지난 2007년 8월 집행이사회에서 도널드 콘 당시 연준 부의장은 “자본력이 탄탄한 은행들과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들어와 갭을 메워줄 것”이라며 “이 덕에 비금융 기업들과 많은 가계들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도록 대출흐름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른 의사록을 봐도 연준은 모기지담보증권(MBS)로 유동화돼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팔린 수백억달러 규모의 부실 주택자산이 글로벌 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 부의장인 자넷 옐렌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가 2007년 상반기 FOMC 회의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제기하긴 했지만, FOMC는 여전히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며 적어도 8월까지는 정책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실제 그 해 8월7일에 열렸던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경제성장에 대한 리스크가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성장률 둔화가 아닌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라고 적시했다.

    벤 버냉키 의장 역시 “현재 상황은 위험이 줄어들던지, 아니면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상당기간 변화를 예의주시하겠지만, 시장이 다시 안정화될 가능성도 높다”며 비교적 낙관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같은 인식 하에 연준은 당시 시장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곧바로 사흘 뒤 열린 긴급회의에서 금융시장 자금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다음달 회의에서는 4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연준은 그 이후 열린 10월 정례회의에서도 금융위기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옐렌 총재도 10월에는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경제는 연착륙의 방향으로 전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07년 당시의 의사록을 봐도 ‘경기 침체(recession)’이라는 단어는 1월에 4번 등장한 뒤 6월에는 3번, 8월에는 1번 언급됐다가 갑작스럽게 12월에서야 27번씩이나 언급됐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이듬해 3월 베어스턴스는 구제금융을 받았고, 같은 해 9월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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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성장이 두려운 '피터팬 신드롬'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피터팬(Peter Pan)은 어릴 적에 부모를 잃은 피터팬이 요정 팅커벨, 웬디 등과 함께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Neverland)로의 여행을 그린 동화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제임스 매튜 배리가 1902년 발표한 성인소설 ≪‘작은 하얀 새’≫ 일부에 담긴 피터팬 이야기를 크리스마스 아동극으로 무대에 올렸고, 공연 내용을 다시 동화로 만들어 1911년 ‘피터팬’을 출간했다. 피터팬은 어린이들에게 환상의 꿈을 펼쳐주고, 상상의 나래를 달아준 대표적 작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 리가 1983년 지어낸 용어인 ‘피터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e·피터팬 증후군)’은 나이나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인이 됐지만 정신이나 행동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열한 살이었을 때, 세상이 아름다운 줄만 알았어. 이대로 멈춰 버렸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었어…. 하지만 난 조금씩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갔네…. 난 그냥 여기 있을래, 이곳은 나의 네버랜드.’ 남성 3인조 그룹 E9이 부른 ‘피터팬 증후군’은 어린아이로만 머물고 싶은 인간 본능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피터팬 신드롬은 성장하는 것이 두려운, 바꿔 말하면 언제까지나 보호받고 싶은 인간 심리의 반영이다. 성인이 되고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마마보이’, 자립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부모의 품으로만 파고드는 ‘캥거루족’은 피터팬 신드롬의 전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1960, 1970년대 정부 주도형 경제개발시대에 급성장한 기업들이 겉으로는 자율화나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정작 고비를 맞을 때마다 정부의 보호막을 요구하는 것은 피터팬 신드롬의 또 다른 형태다.

    최근엔 중소기업들의 피터팬 신드롬이 도마에 올랐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정부의 각종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자본금, 상시 근로자 등 중견기업 요건을 고의로 맞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호를 받으려고 대기업으로 크는 것을 포기하는 셈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장은 기쁜 일이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지식·지혜가 늘어나고, 이해심이 커지는 것은 성장의 결과다. 이익이 증가하고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 역시 기업이 성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성장은 고비마다 진통이 뒤따른다. 성장이 때론 독립을 의미하고, 때론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지적 성장을 위해 잠이나 게임의 유혹을 견뎌야 하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치열한 취업전선도 뚫어야 한다.

    기업도 위험을 감수한 투자나 기술개발이 없으면 성장은 한순간에 멈춘다. 끊임없이 진행형인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기대나 자신감으로 바꿔야 가슴 한쪽에 자리잡은 ‘피터팬’이 슬그머니 둥지를 옮긴다. 피터팬이 여행한 동화 속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땅(네버랜드)’이다. 4, 5면에서 피터팬 신드롬 현황과 심리학적 요인들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보호막 벗는 게 무서워! 개인도 기업도 '그냥 이대로…'



    피터팬 신드롬은 한마디로 보호받고 싶은 인간의 속성이다. 책임은 회피하고 보호는 받고 싶은 유아적 생각이다. 기업이 정부의 보호에 안주해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기피하고, 개인이 독립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부모의 곁을 맴도는 것은 전형적인 피터팬 신드롬이다. 성장을 원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이나 실패가 두려워 자꾸 움츠리는 심리다. 하지만 인간이나 기업이 피터팬 신드롬에 머물면 더 이상의 성장은 하지 못한다. 불안하고 두려워도 보호라는 알을 깨고 나와야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부모 품 못떠나는 '캥거루족'



    성장을 해도 부모 품을 못 떠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등에 따르면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49세 연령 자녀는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론 5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33세인 K씨는 20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고 있지만 별다른 불만이 없다. 다른 직업을 구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주위의 시선이 좀 따갑지만 부모로부터 한 달에 200여만원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어 웬만한 월급쟁이 못지않은 풍요를 누리고 있다. K씨는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수입이 없어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K씨처럼 일자리가 없어, 일자리가 있더라도 만족도가 낮아 돈벌이를 포기하고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벌이가 귀찮다는 이유로,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마저 마다하고 부모님의 보호막으로 숨는 청년들도 많다. ‘공부를 더 한다’ ‘사업을 구상한다’는 이들이 부모 품에 숨으면서 하는 대표적 핑계들이다. 양한순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젊은층의 부모에 대한 의존성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스스로를 ‘마마보이(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83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스스로를 마마보이(걸)로 생각하는 이유는 ‘난처한 일이 생기면 부모부터 찾게 된다’(19.9%)가 가장 많았고,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부모님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19.8%), ‘부모님의 뜻을 좀처럼 거스르지 않는다’(17.8%), ‘부모님을 떠나 사는 것이 왠지 두렵고 싫다’(16.4%)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이 좋다는 아이러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으려는 이유를 한마디로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그만큼 기업이 자본금이나 고용면에서 성장했다는 의미이지만 성장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보호막 벗어나기’가 싫어서 일부러 중견기업 진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자본금이나 상시 근로자 수를 중견기업 요건에 맞추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은 피터팬 신드롬이 중소기업의 잘못이라기보다 중견기업이 되면서 지원이 줄고 규제가 늘어나는 칸막이 현상 때문이라며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의 규제 등을 적극 풀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의 혜택은 줄어들고 규제는 많아진다. 중소기업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가 300명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80억원 이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엔 중소기업청 등 정부 부처가 지원해주는 사업이 무려 160여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면 이런 지원이 사라지고 반대로 200개에 가까운 규제가 가해지니 그냥 ‘피터팬’(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피터팬 신드롬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중견기업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알을 깨야 진정한 성장

    개인이든 기업이든 궁극적으론 성장이 목표다. 거창한 플랜을 세워 성장 목표를 세울 수도 있지만 특히 개인의 경우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정도 기대되는 성장이 있다. 일자리를 찾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결혼을 해 책임있는 가정을 꾸미는 것 등은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성장이다. 하지만 성장에는 노력이나 열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불안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그런 심리적 불안은 성장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 그런 진통이 두려워 성장을 포기한다면 개인이나 기업은 영원히 ‘피터팬’으로 남게 된다.

    피터팬이 많은 사회는 결국 ‘정체된 사회’다. 보호막을 박차고 나가 웅대한 꿈을 펼치려면 두려움·불안을 열정과 자신감으로 녹여야 한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두려움을 열정으로 뚫고 성장의 광장으로 나가라는 귀에 익은 메시지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이유를 상세히 살펴보자.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실상과 ‘피터팬 신드롬’이 심각해지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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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큰 자식 주변 뱅뱅도는 '헬리콥터족'

    자식이 성인이 됐는데도 주변을 따라다니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헬리콥터족’이다.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뱅뱅 도는 모습에서 따온 용어다. 이들 부모는 심하다 할 정도로 자녀의 학교생활은 물론 사회생활, 심지어 결혼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한다. 이로 인해 자녀들의 독립성과 주체성이 약해져 부모의 뜻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이른바 ‘마마보이’ 현상을 초래한다. 학기 초 대학의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일부 학생의 부모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오거나 전화로 학생 대신 수강신청까지 하는 사례도 자주 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전언이다. 심지어 MT에도 부모가 따라와 선배나 동기들이 당황해하는 경우도 있다.

    정도가 심한 헬리콥터족 부모들은 자식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연봉협상에서부터 회사업무까지 파악하고, 참견을 한다. 취업전선을 누비는 헬리콥터족도 많다. 매일 채용 공고를 챙기고, 공기업이나 금융권 채용정보가 있으면 곧바로 자녀에게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날린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자녀의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부모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 수가 줄고, 대다수 부모들이 고학력이어서 스스로 자녀의 일에 참견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부유해진 것 등이 맞물리면서 헬리콥터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자녀의 독립적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많다. 자식을 위하려는 과잉보호적 행동이 오히려 피터팬 신드롬이나 캥거루족을 키운다는 것이다.

    [Cover Story] 혼자서는 못하는 '어른 아이'…의존형 소년기로 U턴



    피터팬 증후군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의 정신적 신드롬을 말한다. 이 말을 책에서 처음 쓴 댄 카일러 박사는 신체적으로 어른이 됐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거부하는 심리적 퇴행 상태를 동화 주인공 피터팬에 비유했다. 피터팬 증후군 감지 배경은 1970년대 미국 경제 상황에서 비롯됐다. 경기 침체로 남성들의 사회적, 정치적 힘이 약해지면서 여성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성들이 증가한 것이다. 당시엔 남성들의 이런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국한돼 적용됐으나 요즘은 성별에 상관없이 지나치게 타인에게 의존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총칭하는 현상으로 쓰이고 있다.

    # 스스로 책임 안지고 남의 탓

    피터팬 증후군은 ‘어른아이’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가 독립성과 책임감이 부족하다.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혼자서는 일을 잘 못한다. 피터팬이 친구인 웬디가 마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의존했듯이. 현실 속 피터팬들도 마찬가지 성향을 보인다. 부모와 주변 친구들에게 일일이 물어본다. 이런 의존성은 부모들이 자식의 일을 너무 도와준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성장과정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기를 꺼린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기대의 심리학’의 저자 선안남 씨는 상위인지 부족 현상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상위인지는 지금 자기가 하는 생각이 어떤 모습인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것이 부족한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조차 할 수 있다며 큰소리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현실보다 이상론에 빠져 야심차지만 이루는 것은 거의 없다. 실행이 불가능한데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남들로부터 일단 인정받으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 상위인지 능력이 있는 사람은 현실성에 기반해 일을 추진하는 균형감각이 있다. 상위인지 능력은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심리학적 기준 중 하나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 선택 회피…실패부터 생각

    현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환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경향도 보인다. 자아 정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상이 삭막하고 차갑다고 느낀다. 환상에서 더 편안한 감을 갖는 이유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목표에 도달하려면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중간에 포기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자기를 방어하는 심리적 방패를 자주 사용하는 버릇이 있다. 변명을 많이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방어기재는 대표적으로 부정, 퇴행, 합리화, 동일시, 백일몽, 대치 등의 형태를 이용한다.” 선안남 씨의 해석이다. 부정이라는 기재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무시하는 특징을 갖는다. 퇴행은 스트레스나 불안을 경험할 때 아이처럼 울어버리는 ‘발달 이전 단계’를 취한다. 동일시는 성공한 사람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강조하는 경우다. 백일몽은 성취를 상상해 실패를 충족한다. 대치는 꾸중을 듣고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낸다는 의미다.

    결단력 부족으로 결정을 미루고 남이 설정한 방식을 따라하는 선택 성향도 보인다. 선택이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판단해 버린다.

    심리학자들은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는 성장기마다 다르다고 본다. 초등학생 때는 그야말로 자신이 진짜 피터팬이라고 믿는다. 동화적이다. 중학생 때는 겉으론 잘 지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 불안하다. 고등학생 때는 유행에 민감해 성숙을 향한 힘을 키우지 못하고 남과 비교한다. 대학생은 남성성에 구애받으면서 여성의 따뜻한 모성을 갈구하기도 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자기만의 세계로 도망친다. 사회인이 되면 양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여성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주길 은근히 기대한다. 그 이상의 피터팬들은 일상에 활력을 잃고 자기 자신에게도 싫증이 나 피터팬을 그리워한다.

    # 자기 약점을 인정하라

    특히 요즘의 피터팬 증후군은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기에서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갖게 되면서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주변의 기대에 미흡하고, 일자리를 가졌지만 만족하지 않고 직장에서 튀어나온다. 결국 머무르는 곳은 부모의 그늘이다. 부모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풍부한 혜택을 받고 자랐으나 내면의 힘을 키우지 못한 결과다.

    이런 점에서 과잉충족이나 과잉결핍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프로이트는 이를 고착증세라고 봤다. 원하는 것을 너무 쉽게 얻거나 원하는 것을 결코 얻지 못해 일어난다고 봤다. 다해주는 부모와 못 해주는 부모가 자녀를 건강하고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

    자신이 모자란 점을 알아차리고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심리학자들을 조언한다. 변화와 성숙의 가장 중요하 첫 걸음은 인식이다. 두렵더라도 회피하지 말고 밀고 나간다.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인 앨버트 앨리스는 “인간은 상황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관점 때문에 고통받는다”며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피터팬 증후군은 사회 각 분야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대 상황 및 부모의 과잉 보호와 무관치 않다. 그 이유를 토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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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만화·뮤지컬로 재탄생… '늙지 않는 명작' 피터팬

    피터팬은 영국작가 제임스 메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가 1911년 출간한 동화 ‘피터와 웬디(Peter and Wendy)’의 등장인물이다.

    내용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이곳에는 어릴 적 부모님을 잃은 아이들이 살고 있다. 주인공 피터팬도 그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피터팬은 달링 부부의 집에 들어갔다가 그 집 개에게 그림자를 빼앗긴다. 피터팬은 그림자를 되찾기 위해 요정 팅커벨과 함께 다시 온다.

    피터팬은 달링 부부의 딸 웬디 덕분에 그림자를 찾는다. 피터팬은 웬디에게 네버랜드를 소개하며 그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이후 피터팬, 팅커벨, 웬디, 웬디의 두 동생 마이클과 존은 네버랜드 여행을 시작한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피터팬을 미워하는 해적 후크가 피터팬을 공격한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후크를 물리친다. 피터팬은 웬디가 남아줄 것을 원하지만 웬디는 영원한 아이인 피터팬을 떠난다. 웬디는 마이클, 존과 함께 부모님 곁으로 돌아간다.

    피터팬은 수많은 동화책과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1924년 허버트 브레논이 감독한 무성영화로 각색됐고 1953년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로도 탄생했다. 또 1991년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은 피터팬보다 후크에 초점을 맞춘 영화 ‘후크’를 만들기도 했다. 2002년 월트디즈니는 ‘리턴 투 네버랜드’를, 2003년 P J 호건 감독은 영화로 다시 내놨다. 그만큼 피터팬은 아이용, 가족용 작품으로 수없이 탄생한 ‘영원히 늙지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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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당선 한달 행보로 본 '5대 코드'


    < 한달만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18일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특사로 가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기자회견 한번도 안해…"현직 대통령 존중"

    (1) 불통논란 속 '철통보안' (2) 친박 등 측근배제 인사 (3) 중소기업 중시 뚜렷

    (4) 민생 현장 계속 챙겨 (5) 전방위 외교에 주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9일로 당선이 확정된 지 한 달이 된다. 역대 당선인들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누구보다 조용한 한 달이었다.

    박 당선인의 한 달 행보는 보안(인수위 운영)-중기 강화(경제)-측근 배제(인사)-외교 주력(대외 행보)-현장 방문(민생) 등 5대 코드로 요약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경복궁 근처인 서울 통의동에 집무실이 마련돼 있지만, 자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집무실을 이용한다. 삼청동 인수위원회에는 지금까지 두 번 왔다. 6일 인수위원회 현판을 걸 때와 7일 인수위 첫 전체회의 때다.

    당선 후 언론 인터뷰는 물론 질의응답이 가능한 기자회견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인수위 관계자는 “취임시까지 잡혀있는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은 아직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각각 4회, 3회의 언론 인터뷰를 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토론회만 17번, 이 대통령은 현장 방문(행사 포함)을 27차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박 당선인과 가까운 새누리당 의원은 “현직 대통령이 있는 상황에서 나서지 않고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고 했다. 주변 인사들이 “취임일까지는 정부 출범 준비 기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이 ‘낮은 행보’와 함께 입버릇처럼 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인수위 운영은 보안이 생명처럼 돼 있다. 업무보고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불통시비가 이어지지만 비공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수위원장 인선도 모든 언론이 맞히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밀봉인사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권인수 업무를 맡는 인수위 인선에서 핵심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된 것도 특징이다. 인수위원은 철저히 실무형으로 짜였다.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된 측근들 간의 권력싸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당선된 뒤 외교 행보에 주력하는 것도 눈에 띈다. 박 당선인은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등 각국의 대사와 특사는 물론 미국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 대표단을 차례로 만났다. 박 당선인의 공식 일정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외교 분야였다.

    민생 현장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행보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빈곤층이 많이 사는 동네를 찾아 도시락을 배달한 것을 비롯해 사회봉사시설과 노인회, 취업박람회, 뽀로로 시사회 등 자주 현장을 찾았다.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기조도 뚜렷하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단체를 먼저 찾아 중기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전봇대’와 비유되는 ‘손톱 밑 가시’란 유행어가 나온 배경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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