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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시사정보(3-8)

구봉88 2013. 4. 5. 12:47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3-114호,   2013. 3. 18.)

 

 

 

 

 

1.장·차관의 74% ‘관료 천하’…MB때보다 8%p 높아

2.[정부조직법 타결] 장관도 조직도 진통 끝에… '창조경제의 엔진' 미래部 시동

3.장관 4명 배출한 ETRI… 37년간 한국 IT기술 이끌어

4.외교사령탑엔 미국通, 국방장관엔 宇宙개발 총책임자

5.[2013 한국인 리포트]최근 10년 중산층 의식 큰 변화

6.농업·중소기업 붕괴? FTA 괴담은 대부분 허구였다

7.동아시아 분업구조 와해… 수출회복 위한 체질개선 시급

8.`한반도 상륙 110년' 자동차 2천만대 시대 임박

9.OECD 회원국과 비교했더니… 최대 화두 복지, 다 이유 있더라

 

10. 기업경영

-설비투자 제조업 편중… 그나마 국내보다 해외 집중

-요리 경쟁력, 日은 2위 韓은 7위 "한국 요리엔 스토리가 있나요?"

-스마트폰, 이젠 풀HD 화질 전쟁

-삼성보다 힘든 효성 임원되기…1년 죽을 각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 과학자 데니스 홍 訪韓

-서초동에 3000억원 규모로 교회 신축하면서 내부 갈등

-KB경영진·사외이사 'ISS보고서("사외이사 2명 재선임 등 반대" 보고서) 갈등' 2라운드

 

11.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모든 기술에 가산점… 돌아온 김연아, 세계를 홀리다

-[특집 기획] 스마트 교육이 몰려온다

-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 찍은 박찬욱 감독

-[특파원 칼럼] 중국어 학습에 빠진 미국

-[영화 '아무르' 신드롬]

-김연아가 피겨 여제인 이유, 얼굴에 다 있다?

-교황, 즉위 기념 미사 참석하려는 고국 아르헨 국민에 당부

-'청렴한 군인'이라는데 왜 아파트·땅 투기 의혹?

-신상사파 대부 "호텔기습 조양은,무릎꿇고…"

-[최재혁 기자의 청와대 인사이드] "도와주세요" 朴 대통령의 전화받은 사람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내부고발자 보호·전관예우 규제만 제대로 해도 원칙 설 것”

-[손호철의 정치시평]안철수는 ‘유시민의 길’을 가려는가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주소 ; 대전광역시 동구 자양동 17-2

        우송대학교 서캠퍼스   교양관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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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의 74% ‘관료 천하’…MB때보다 8%p 높아


[한겨레] 박근혜 정부 ‘파워엘리트’ 분석

청와대 비서진까지 포함해도 55%…학자·군인출신도 약진

청 “전문성 고려” 설명…“인재풀 한계·직할체제 구축” 비판


‘관료 천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마무리한 청와대와 내각 첫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문 관료들의 대거 발탁이다. 박 대통령이 17일까지 임명한 국무총리 및 장차관 35명 가운데, 관료 출신은 74%(26명)에 이른다. 여의도 정치를 배제하면서 일하는 정부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41명)에서 관료 출신이 27명으로 65.8%를 차지했던 것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정무적인 기능이 강해, 대통령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정치인 출신이 다수 포진하는 청와대 비서진까지 포함하면 관료 출신의 비율은 55%(49명)로 떨어지지만, 역시 이명박 정부 때보단 10%포인트나 많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관료 선호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장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관료들은 오랫동안 한 부처에 몸담으며 일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일을 잘해낼 적임자로 본다는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고시 출신 관료를 주축으로 고도성장을 주도한 박 전 대통령 시절의 경험이 있는 박 대통령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하는 국가 조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첩 인선’으로 상징되는 박 대통령의 협소한 인재풀 탓에 관료 조직에 과도하게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직할체제를 굳건히 하려고 ‘말 잘 듣는’ 관료들을 대거 기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정철학 공유를 위한 장차관(급) 워크숍’에 참석해 “공무원 모두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 모두가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장차관들이) 각 부처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차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자신이 표방한 ‘국정철학’에 군말 없이 따르라는 지시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임기가 5년에 불과한 대통령이 지나치게 관료들에게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임기 초반엔 이들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료집단의 이해와 관성’을 앞세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개혁을 화두로 내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은 관료 조직에 휘둘리며 부동산 정책, 재벌개혁 등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관료 다음으로 많은 비율(15.7%)을 차지하는 이들은 학자(14명)다. 이들 가운데 10명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청와대와 내각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써 본 사람은 반드시 또 쓴다’는 사적 인연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허태열 비서실장,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권 출신이 13명(14.6%)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은 대체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않는 ‘심기관리형 참모’로 분류된다. 군인 출신이 6명으로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많다. 언론인 출신은 4명으로 홍보수석과 대변인, 홍보기획비서관 등 모두 청와대에 자리를 잡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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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타결] 장관도 조직도 진통 끝에… '창조경제의 엔진' 미래部 시동



[차관 2명·중앙본부 인력 800명 수퍼 부처]

국가 R&D 예산 배분 - 흩어져있던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부분 미래부 산하로 넘어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흡수

SW 총괄… 일부 "미흡하다" - 게임산업·車·선박·비행기 등

기존 제조업內 SW산업은 미래부로 이관 않기로 결정

産學협력은 교육부로 넘겨… 기술이전 파트만 미래부 관할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17일 최종 타결되면서 이르면 이달 중으로 '창조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출범하게 됐다. 여야가 합의한 미래부 관장 업무는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정부의 원안(原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수퍼부처'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를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무는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 규정했다. 그런 만큼 새로 탄생할 미래부 업무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망라하고 있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정책, 소프트웨어(SW) 관련 업무가 미래부로 이관된다. 간단히 보면 이명박 정부 이전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한 부처에 통합돼 부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산하로 각각 흩어졌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대부분 미래부 산하로 이관된다. 국가 R&D 예산 배분과 조정을 담당하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미래부로 흡수된다. '다양한 영역의 문화·기술·산업이 융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부흥을 이끈다'는 취지를 구현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인수위 정부조직법 원안을 기반으로 미래부 직제를 2차관·4실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국(局)은 12개 정도로 예상하지만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동적이다. 본부 인력은 방송통신위원회 300여명, 교육과학기술부 250여명, 그리고 지경부 인력 등을 합쳐 총 800명에 가까운 규모로 추정된다.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에 이어 다섯 번째다.

양성광 교과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과학기술 R&D를 담당할 1차관 아래에 미래선도연구실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업무를 흡수한 과학기술조정관을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공통 실(室)로 기획조정실을 두고, 2차관 아래에는 방송통신융합실을 신설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융합형 신산업 창출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방송진흥정책 중 일부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남았고, 1900억원 규모의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 방송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정책과, 방송콘텐츠 육성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프로그램 편성 정책도 방통위가 가져갔다. 게임산업과 자동차나 선박, 비행기 등 기존 제조업 안에 포함되는 미래형 소프트웨어(SW) 산업도 미래부로 이관하지 않기로 부처 간에 이미 합의가 됐다. 산업 간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 정책을 펴기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융합형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은 기본적으로 교육부로 이관된다. 양성광 실장은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분법(分法) 과정에서 산학교육은 교육부가, 기술이전이나 기술지주회사 등은 미래부가 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총리실 산하로 가게 돼 교과부 소관의 원자력 기초 R&D는 그대로 미래부가 맡는다.

교과부에서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관 청문회가 이르면 25일쯤 열릴 예정"이라며 "청문회가 빨리 진행되면 이달 안으로도 미래부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조직법 타결] 방통위, 방송광고·지상파·종편 인허가권 유지



위성TV·SO 미래부로 넘겨도 사업 허가 관련 법령 바꿀 땐 방통위 사전동의 받도록 해…

휴대전화 시장 규제권은 유지, 유통구조 등 정책은 미래부로


여야(與野) 간 정부조직 개편안이 최종 타결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업무가 최종 구분됐다. 두 부처가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찢어서 갖되, 미래부로 넘어가는 분야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사전 동의제나 중립적인 위원회를 두는 등 장치를 마련한 것이 골자다.

방통위는 방송광고와 지상파·종합편성채널(종편)·보도채널 등에 대한 인허가권을 계속 갖게 된다. 여야가 각각 선임한 상임위원이 합의해 의사를 결정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방송광고는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해왔던 분야다. 당초 방송광고를 포함한 모든 방송정책을 미래부로 넘긴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원안이었지만, 정부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야당이 강력히 반대해 결국 방통위에 남게 됐다.

방송 관할권은 매체의 성격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로 갈린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편·보도채널 등 방송의 공정성·공익성이 필요한 사업자만 담당한다. 위성TV·케이블TV(SO) 등 뉴미디어 관련 사항은 미래부로 넘어간다. 다만 사업의 허가(재허가), 관련 법령 제·개정 등 민감한 사안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방통위가 거부하면 미래부 장관 임의로 이를 시행할 수 없다.

방통위가 담당해왔던 주파수 업무도 반쪽으로 쪼개진다.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로 넘기고, 방송용 주파수만 방통위에 남는다. 국무총리 산하에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를 둬, 주파수의 분배·재배치 관련 심의를 하기로 했다. ICT(정보통신기술) 학회들이 "주파수 담당 부처를 이원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해온 내용으로,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해석된다.

휴대전화 보조금 가이드라인 제시와 유통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 통신정책은 미래부로 넘어간다. 다만 보조금 위반 등 통신·방송 시장의 조사, 이용자보호 등 사후 규제와 관련된 분야는 방통위에 남아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새누리, 미래부 원안 큰틀 유지… 민주당, 견제 수단 확보



정부조직법 개정 합의문 보니

여야 동수 방송공정성 특위 구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논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전격 합의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할권은 정부 원안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게 됐다. 야당이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미래부 이관에 반대하는 바람에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켜 온 핵심 사안이 SO 관할 문제였다. 그러나 야당이 이 부분에서 정부 쪽 안을 수용한 것이다. 비보도와 방송채널사업자(PP) 관할 업무도 미래부가 다루게 되면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방송 관할권을 미래부가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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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민주통합당은 방송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미래부에 대한 견제 수단을 마련하게 됐다. 우선 미래부 장관이 SO나 위성TV 등 뉴미디어사업에 대해 인허가하거나 관련 법령을 제·개정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또 1조2000억원 규모인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리 편성권도 방통위원장이 미래부 장관과 공동으로 관장토록 해 야당이 정부 원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줬다는 분석이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위상도 상당 부분 유지된다. 방통위는 자체 법령 제·개정권과 행정 입법권, 독자적인 예산 운용권을 갖게 됐다. 즉 방송 광고나 편성 평가, 방송채널정책, 통신·방송시장 등 방통위에 남게 되는 주요 정책에 대한 독자적인 영역이 보장됐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든 애초 안과 바뀐 부분이다. 인수위는 방통위를 존치시킨다고는 했지만 법령 제·개정권이나 예산 편성권 등을 모두 없애고 사실상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관리하는 곳으로 한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여야는 또 방송 공정성 특별위원회를 두는 데도 합의했다. 위원은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이 맡기로 했다. 특위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의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SO와 PP의 공정한 시장 점유를 위한 장치 마련 방안 등을 논의한다. 특위 활동은 6개월이고 활동 만료 후 1개월 이내 관련법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송사업자가 내·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 불공정하게 채널을 구성한 때에는 허가·승인 또는 등록을 취소한다'는 조항을 방송법에 신설키로 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여기엔 SO가 운용하는 지역 채널은 지역 사안에 대한 보도 외에 특정 사안에 대한 해설이나 논평을 금지하도록 하고, 선거 관련 토론회나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다.

 영상 콘텐트와 관련해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인터넷TV(IPTV) 관련 사항도 미래부로 이관된다. 그러나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가 직접 채널을 운용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IPTV법 제21조 제1항)을 19대 국회 임기 중에는 바꾸지 않도록 '강제조항'도 뒀다. 압도적인 자금력을 갖고 있는 망 사업자가 콘텐트 공급까진 장악해선 안 된다는 야당 측 논리와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주파수 정책은 미래부(통신용)와 방통위(방송용)가 나눠 관리하되 신규·회수 주파수를 분배하고 재배치하는 권한은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면서 3원화됐다.

 이날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진 산통이 적지 않았다. 전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김기현·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타결까진 이르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으로 예정됐던 각 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 간 4자회담도 오후 2시로 한 차례 연기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5일 청와대 회동에서 여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부 내용에 대한 양보를 건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시간 넘게 협의를 마치고 양당 원내대표 간의 서명으로 46일간의 협상 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프트웨어 품지 못한 미래부

<아이뉴스24>

[김관용기자] 17일 여야 합의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부분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게되면서 결과적으로 정보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부처가 3개로 늘어났다. 방통위는 개인정보보호 윤리 부문을, 미래부는 정보보호 정책 부문을, 안전행정부는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기존대로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눠서 관장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방통위가 담당하는 개인정보보호 윤리 부분은 인터넷 정책의 핵심 분야로 산업 활성화는 미래부가, 규제는 방통위가 담당하는 구도가 예상됨에 따라 양 부처간 협의 기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소프트웨어(SW) 부문도 당초 미래부가 총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임베디드SW 분야는 잔류하게 됐다. 임베디드SW는 자동차와 선박 등 타 제조산업 부분과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전자산업 등도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게 됐다.



이외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정보통신정책국 중 정보통신정책과와 SW산업과, 정보통신산업과, SW융합과, SW진흥팀은 미래부로 이관되며 성장동력정책과와 연구개발특구기획단도 이관 대상에 포함됐다.

정보화 정책 기능 또한 안정행정부와 미래부가 함께 담당하는 형태가 됐다.

안전행정부는 정부조직개편으로 국가 정보화 기획, 정보보호, 정보문화 기능 등을 미래부로 이관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보화전략실 업무 중 개인정보보호와 전자정부, 정보통합전산센터, 국가데이터베이스(DB) 부문,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 등은 잔류시키기로했다. 이에 따라 공공정보를 통한 창조경제 구현한다는 '정부3.0' 구상은 안전행정부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부에서 담당하는 국가 정보화 기획 업무는 국가정보화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 정보화의 기본 방향과 관련 정책의 수립, 이의 추진에 필요한 사항에 국한된다. 국가 정보화 사업의 핵심인 전자정부는 행정기관의 업무를 지원하는 개념으로 안전행정부에 남는다는 것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도 안정행정부가 관할하게 되는데, 정부는 향후 정부통합전산센터를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정보기술(IT)을 수용해 양질의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정보보호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온라인 정보보호'를 방통위가, '오프라인 정보보호'는 행안부가 관장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정보보호 정책을 수행하는 부처가 하나 더 생겼다"면서 "정보보호 정책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처 간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정보화 정책의 구체적인 사업모델은 전자정부인데 이전 정부의 행안부와 지경부가 나눠서 담당하던 것과 달라진게 없는 모양새"라며 "서로 성격이 다른 SW와 IT서비스 산업을 동일한 법률로 규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IT서비스와 시스템통합(SI), SW 산업로 이어지는 ICT 생태계를 이해하고 선순환의 ICT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미래부 ICT예산 전체 예산의 0.5%…창조경제 '삐그덕'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17일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타결로 출범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업무가 여러 부처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미래부의 ICT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가 ICT 기반의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8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부의 ICT 예산은 지식경제부(약 1조50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약 1600억원), 행정안전부(약 1300억원)의 ICT 관련 기능 중 일부를 흡수하면서 총 1조7900억원으로 잠정 책정됐다. 올해 정부 총 예산 340조 중 0.5% 수준이다.

옛 ICT 총괄부처인 정보통신부의 ICT예산에도 못 미친다. 2007년 정통부의 ICT예산은 약 2조2000억원. 그 해 정부 총 예산 238조5000억원의 0.9%에 해당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인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부의 ICT예산이 미미한 이유는 주요 ICT 관련 업무가 미래부로 옮겨지지 않고 기존 부처에 남겨지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지경부로부터 넘겨받는 ICT 관련 업무는 ICT 연구개발·산업진흥, 소프트웨어(SW)산업융합. IT융합 산업의 핵심으로 항공,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에 활용되는 임베디드(내장형)SW를 비롯해 정보통신 표준화 부문, e-러닝을 포함한 지식서비스, 정보보안산업, 휴대용 기기 관련 업무는 지경부에 남겨진다.

행안부에서 미래부로 옮겨지는 ICT 관련 업무는 국가정보화 '기획', 정보보안, 정보문화(건전정보 문화확산과 범국민 정보윤리 교육), 정보통신부(옛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넘어온 전자정부(웹 기반 행정 서비스)일부 업무다. 대부분의 전자정부 업무와 정부통합전산센터 업무는 행안부에 남는다.

문화부에서 미래부로 넘겨지는 ICT 관련 업무는 디지털 콘텐츠, 방송광고. 온라인 콘텐츠 산업 핵심인 게임산업을 비롯해 3차원(3D)·컴퓨터그래픽(CG) 등 소프트웨어 기반기술 정책은 문화부에 남는다.

임주환 고려대 세종캠퍼스 객원교수(전 ETRI 원장)는 "미래부는 ICT진흥을 맡고 있는 부처인 만큼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합당한 예산이 책정돼야 하는데 주요 ICT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ICT예산이 (미래부에)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ICT 기반 신성장 사업 발굴에 힘써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positive100@newsis.com

[정부조직법 타결] "이런 결과 내놓으려 憲政초유 식물정부 만들고 싸웠나"


[치권서 비판론… 정부조직법 협상, 결국 나눠먹기식 정치 협상으로 변질]

-"與野 모두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 평가

朴대통령, 원안 얻었지만 '타협 정치' 못 보여줘

새누리, 자기 목소리 못내며 아예 존재감 없어져

민주, 강성 지지층만 의식… '발목 잡기' 비판 받아


여야는 당초 2월 14일까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하자고 합의했었다. 그런데 17일에야 합의를 끌어냈으니 자기들이 당초 정했던 시한을 한 달 이상 넘긴 것이다. 그나마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헌정초유의 식물정부를 만들어놓고 시간을 끌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협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여야도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많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결국은 정치적 이해로 정부 공전

이날 발표 중 정부조직법과 관련된 합의 내용은 9개 항이다. 대부분 협상 초기에 이미 합의됐던 것들이다. 반면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국회 운영 관련 합의사항'은 11개 항이었다. 이번 협상이 '정부조직법 협상'이 아니라 '정치 협상'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협상 과정에서도 "정부조직법과는 관련 없는 정치성 사안을 놓고 싸우다 보니 합의가 안 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때마다 여야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왔지만, 결국 여야의 정쟁이 정부 파행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야당은 협상 내내 4대강 사업과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결국 여당의 양보를 끌어냈다. 또 방송·통신에 대한 정부의 각종 권한과 관련, 대통령이 영향력을 100% 행사하는 미래부보다는 야당 몫 위원들이 있는 방통위에 어떻게든 많은 권한을 남겨놓으려 했다. 이런 야당의 요구에 대해 여당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려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 등이 합의 사항에 들어간 건 이 때문이었다. 정부 조직과는 무관한 이런 의제들을 놓고 싸우다 보니 합의가 늦어진 것이다.

靑·여야 모두 잃은 게 많았던 협상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 타결 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회가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합의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윤관석 원내대변인이 "(우리가) 대승적 차원에서 통 크고 깔끔하게 양보했다"며 "국정에 협조하면서도 방송 공정성 등 민주적 가치는 지켜냈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런 자평(自評)과는 달리 정치권의 평가는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에게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방송·통신 업무를 사실상 미래부에 통합하는 등 정부 조직 구성에서는 원하던 것을 100% 가까이 얻었다. 그러나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번 협상에서 가장 국민들 인상에 남은 장면은 '원안(原案)대로 해달라'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대통령의 무서운 얼굴"이라며 "아무리 잘해보려고 했던 것이라 해도 국회와 타협하고 정치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은 이번에 얻은 게 뭐가 있는지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여당의 운신의 폭을 없애버린 탓도 있지만, 야당과 대통령이 직접 맞상대를 하고 여당은 제 목소리도 못 내면서 아예 존재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강성(强性) 지지층 일부를 의식한 협상에 몰두한 결과, 민심이 멀어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3월 첫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1% 지지율로, 생기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2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텃밭이라던 호남에서도 34.4% 대 24.1%로 신당에 뒤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조각(組閣) 작업에서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등 (민주당에) 대선 패배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발목 잡기'라는 말만 듣게 됐다"고 말했다.
 

政府조직법 타결… 47일 헛돌다 대통령 原案대로

미래부가 SO 관할… 與野, 대신 국회에 방송공정성特委 설치키로

'국정원 여직원 國調'와 '통진당 李石基(이석기)·金在姸(김재연) 자격심사' 맞바꿔


여야는 1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타결지었다. 개정안 제출 47일 만이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1일 만이다.

정부 조직과 관련된 내용은 결국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원했던 기본적 틀이 대부분 관철됐다. 대신 야당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과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 조사 등 정부조직법과는 무관한 정치적 사안에서 원하는 걸 얻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기현 수석부대표,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우원식 수석부대표 등 4명은 이날 국회에서 최종 협상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 관련 합의 사항' 9개 항을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쟁점이 됐던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방송·통신 관련 업무는 대부분 미래부가 관할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만 방송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뉴미디어 관련 사업의 허가·재허가 때 방통위의 동의를 얻게 하는 등 미래부 권한에 대한 견제권을 일부 방통위에 부여했다. 이와 함께 상설 특검제 도입, 대검 중수부 폐지, 공정위의 담합 고발에 대한 독점 권한 폐지, 중소기업청 권한 강화 등에도 합의했다. 또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과 방송 보도의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동수(同數)의 '방송 공정성 특별위원회'를 이번 국회에서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이같은 내용을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서 처리키로 했다. 그 직후 신설되는 미래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야당의 협조가 있다면 이달 말에는 새 정부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양당은 이와 함께 △인사청문회법 개정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의 검찰 수사 후 국정조사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노력 △작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등의 부정선거로 선출됐다는 의혹이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국회의원 자격 심사안 발의 등을 골자로 하는 11개 항의 '국회 운영 관련 합의 사항'도 발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만든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1월 30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 원안과 비교해 이번 합의안에서 달라졌다고 할 만한 것은 △뉴미디어와 관련된 미래부 권한의 일부 조정 △농림축산부 명칭을 농림축산식품부로 변경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산학 협력 관련 교육부 업무의 일부 조정 정도다.

[권대열 기자]


[정부조직법 타결] 원안과 달라진 것은 4가지 지엽적 사안뿐

여야가 17일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을 타결짓는 데는 47일이 걸렸지만, 정부가 제출한 원안과 달라진 부분은 사실상 네 가지에 불과했다.

이번 협상에서 막판 쟁점은 종합유선방송(SO)과 전파·주파수 관리, IPTV(인터넷TV), 위성TV 등 뉴미디어에 대한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느냐 여부였다. SO는 17부3처17청의 방대한 정부 조직 개편안 중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1개 과(課)가 담당하는 업무였다. 결국 정부 원안대로 SO와 뉴미디어 분야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되 인·허가 동의권 등 견제장치만 두는 선에서 법을 개정키로 했다.

농림축산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개칭키로 한 것도 정부 원안과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이는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는 사안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는 협상 초기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2월 중순 이미 총리실 직속 독립기구로 하기로 정리가 됐었다. 교육부 산하의 산학협력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키로 한 정부 원안도 여야가 과학 관련 산학 협력 업무만 이관키로 일찌감치 합의했었다.

정부 원안에서 바뀐 네 가지 모두 정부 부처의 존폐나 핵심 업무의 대폭 이관과는 거리가 있는 지엽적 사안이다. 여야가 이날 합의한 반부패·검찰 개혁 방안과 경제 민주화 관련 내용은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정치권에선 "겨우 이 네 가지 바꾸려고 이 난리를 피웠느냐"는 비판이 적잖다.

[배성규 기자]

[정부조직법 타결] 與野 정치쟁점 합의했지만… 앞으로 논란 계속될 듯

국정원·4대강 국정조사 - 야당 요구 수용… 4대강 國調는 성사 불투명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 심사안 통과하려면 의원 3분의 2 찬성 필요

인사청문회 제도 손질 - 與 "사생활은 비공개 진행"… 野 "거짓증언 처벌"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 - 공정방송 관련법 구체적인 합의 없어 논란 예상


여야가 17일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 중에는 정부 개편과 무관한 정치적 사안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그러나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쟁점 사안이 상당수여서 앞으로 국회에서 적잖은 정치적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대강·국정원 국정조사

민주당이 이번 협상에서 얻은 것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과 4대강에 대한 국정조사였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 후 실시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실시키로 했다. 국정원 국조는 확실하지만 4대강 국조는 여야간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

여당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지난 정부와 관련된 문제인데, 야당의 요구가 워낙 강하고 새 정부와 직접 관련이 없어서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4대강에 대해선 감사원이 지난 1월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1일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었다.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은 경찰이 대선 기간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했지만 이와 다른 정황이 나타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석기 자격심사 추진

여야는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건과 관련, 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안도 발의키로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5명씩 참여해 3월 임시국회에서 심사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요청을 민주당이 받아들인 것이다. 양당은 작년 6월에도 이에 합의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발의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자격 심사안이 통과되려면 두 의원이 부정선거에 관여했다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 데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보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미희 대변인은 "두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 관련하여 검찰 기소조차 되지 않았으므로 자격 심사안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도 손보기로

여야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오는 6월까지 손보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에서 먼저 요구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최근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이나 소모적인 정쟁으로 흐른다"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후보자의 전문성과 업무 수행 능력 등 공적인 부분은 공개하고, 사생활·도덕성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원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거짓 증언과 비협조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로 강조하는 제도 개선안의 내용이 다른 것이다.

◇방송 공정성 방안은 계속 논란될 듯

여야는 이날 종합유선방송(SO)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기로 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SO 채널 배정권의 공정성 확보등을 위한 관련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이를 위한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공정방송 관련법의 구체적 내용이 없고 여야의 생각이 달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朴대통령, 15일 청와대 회동때 與지도부에 협상여지 줬다



[47일 걸린 정부조직법… 與野, 협상 타결까지 '막전막후']

'미래部로 SO 이관'만 되면 다른 것은 '黨입장 존중' 메시지

與野 원내대표단, 16일부터 이틀간 16시간 동안 마라톤협상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7일 정부조직 개편안에 뒤늦게 합의한 것은 더 이상 협상 타결을 미루면 국민적 비판으로 두 당 모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날 국회에서 최종 협상에 들어가면서 "콘클라베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투표와 토론을 계속하는 추기경들의 비공개 회의) 방식으로 협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고, 민주당 우원식 수석부대표는 "문을 잠그고 우리 판단대로 했다"고 했다. 이들은 16일 13시간, 17일 3시간 등 이틀 동안 16시간 마라톤협상을 했다.

여야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은 지난 8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회동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당은 쟁점이 됐던 종합유선방송(SO) 관할권을 반드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와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절대 넘겨줄 수 없다고 맞섰다. 이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정부 원안대로 SO는 미래부로 넘기되 야당이 원하는 공정 방송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논의하자는 데 공감했다. 양당 내 강경파가 반대했지만, 양측은 'SO 이관'과 '공정 방송을 위한 조치'를 맞바꾸는 '딜'을 구체화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 등은 "이번 국회에서 KBS·MBC 이사 추천 기준을 강화토록 법제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이 거절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는 당장 특별법 제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SO를 넘기되 인·허가 관련 견제 장치를 두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민주당에선 "미흡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주 공정방송 특별법 대신 4대강과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주당 강경파가 대선 이후 요구해 온 것으로 지난달 협상 과정에서도 논의됐던 사안이었다. 여권에선 "정부 개편안과 직접 관련 없는 것" "그걸 받아야 개편안이 통과된다"는 양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여당 지도부와 만나 SO를 원안대로 미래부에 이관한다는 전제하에 4대강과 국정원 국정조사 문제에 대해선 여당 지도부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회동 직후 새누리당이 자신감을 갖게 된 듯하다"고 했다.

[배성규 기자]

대통령은 정치적 상처 입고, 여야는 무능력 노출


46일 만의 정부조직법 타결 득실

17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한 뒤 서명한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은 지난 1월 30일 국회에 제출된 뒤 46일 만이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김형수 기자]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46일 만에 타결되긴 했지만 후유증도 남겼다. 협상이 타결된 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 만이다. 이렇게 늦은 건 이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야당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대통령 취임 전인 2월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김대중 정부(2월 17일)와 김영삼 정부(2월 23일)에서도 정부 출범 전에 여야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최장기 파행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에 이득보다는 정치적 손실을 남겼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력과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박 대통령은 협상이 파행되자 직접 두 차례나 야당과 회동을 제의했고, 지난 4일에는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지만 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껍데기만 남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만들 필요가 없고, 물러설 수 없다”(담화문)고 하거나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지난 12일 중소 벤처기업인 알티캐스트를 방문)라고 하면서 여야에 모두 협상의 여지를 좁혀버렸다. 민주통합당으로부터 “독선적이다.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반발을 사면서 협상은 꼬이게 됐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협상의 재량권을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다만 박 대통령은 한번 원칙을 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관철시킨다는 점은 재확인했다. 의원 시절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이나 세종시 원안 고수 때 보여줬던 '원칙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는 더 공고해졌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반드시 플러스가 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당장 “내 말을 따라달라는 주장 외에 실질적인 정치력을 보여준 게 없다”(국민대 장승진 교수·정치외교학)는 평가도 나온다.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민주당, 양쪽에서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일각으로부터는 “협상력이 부족해 내줄 것은 다 내주고 핵심 쟁점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불평을 샀고, 민주당에는 “청와대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협상 과정에선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간 갈등설이 불거지는등 분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새 정부의 출범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등이 당내 강경파 의원들에게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면서 대안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하고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평가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은 “일반 국민에겐 별 관심사도 아닌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물고늘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장관 인사청문회 검증은 소홀히 했다”며 “지도부가 전략을 잘못 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갈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특별의결정족수(방통위원 3분의 2) 도입 등 '3대 선결 조건'을 내세웠지만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제안 이틀 만에 철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장승진 교수는 “야당도 협력할 건 협력하면서 대안 제시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반대만 한다는 이미지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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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4명 배출한 ETRI… 37년간 한국 IT기술 이끌어



[최문기 미래부장관 후보도 前원장 출신… ETRI의 막강 경쟁력]

1976년 박정희 前대통령이 설립… CDMA·'스마트 선박' 등 첨단 핵심기술 잇달아 개발

국제 표준특허 한국 내 점유율 삼성·LG에 이어 3위… 억대 연봉 연구원만 400여명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창조 경제'를 이끌 인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을 지목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최문기(62)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1978년부터 21년간 ETRI에 몸담으며 연구원장까지 지낸 정통 'ETRI 맨'이다. 그가 대한민국 과학·기술 융합(融合)을 위해 펼쳐낼 정책적 밑바탕도 대부분 ETRI 시절의 경륜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TRI는 어떤 곳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6년 설립

ETRI는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국내 최대 IT 연구기관이다. 이듬해 시작되는 '제4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탄생했다. 부친의 선견지명이 37년 후,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 경제를 이끌어 갈 장관까지 배출해낸 셈이다. ETRI는 최 후보자를 비롯해 현재까지 4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최순달(체신부·1982~83)·경상현(정보통신부·1994~95)·양승택(정보통신부·2001~02) 장관이 모두 ETRI 원장 출신이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 잡은 ETRI는 휴일에도 어김없이 100여명의 연구원이 출근한다. 전체 연구원은 1700여명 수준. 이 중 98%가 석사 이상인 '국내 최고의 이공계 두뇌 집단'이다. 휴일인 17일에도 연구원들이 속속 출근해 불빛을 밝혔다. ETRI 관계자는 "전국에서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로 유명한 곳"이라면서 "올해는 영어·중국어·일본어와 자동 통역이 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ETRI는 작년 10월 한·영 자동 통역 서비스 '지니톡'을 선보였다.

최문기 후보자는 KAIST 산업공학 석사를 마친 1978년 ETRI에 합류했다. 초임 연구원으로 시작해 인터넷기술·초고속통신·광대역통신·통신시스템 등을 연구하는 부서의 수장(首長)을 맡아 통신 전문가로 21년간 일해 왔다. 최 후보자가 주요하게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1980년대 '전전자(全電子) 교환기' 개발. 전화교환원 없이 자동으로 상대방에게 통화를 연결해주는 기술로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게 만들었다. 당시 돈으로 1500억원이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연구진들은 "만약 개발에 실패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서약서까지 정부에 제출했다.

이후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와이브로(휴대인터넷), LTE-어드밴스드 등 이름은 낯설지만 우리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데 없어선 안 될 핵심 기술들이 ETRI 연구원들의 손에서 개발됐다. 최근엔 지상에서 해상의 선박 상태를 감시·진단·복구하는 원격 유지·보수 기술인 ‘스마트 선박’을 개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에 납품했다. ETRI 관계자는 “대한민국 조선 산업이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데 첨단 IT 융합기술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TRI는 국내 ‘IT 사관학교’로 불린다. 지난 40여년간 3800여명의 IT 전문인력을 배출했다. ETRI 출신 대학교수만 1000명이 넘는다. 한 해 예산은 5900억원(2012년)이다.

억대 연봉 연구원 400여명

연구소의 경쟁력은 ‘특허’다. 새로운 기술을,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국제 표준특허 중 삼성(61%)·LG(26%) 다음으로 많은 특허(9%)를 갖고 있다.

ETRI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 지식재산 전문지 ‘IP투데이’가 전 세계 237개 대학·연구소·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특허 경쟁력에서는 ETRI를 전체 1위로 꼽았다. 미국 MIT·해군·캘리포니아대, 대만의 연구기관인 산업기술연구원(ITRI) 등을 모두 제쳤다.

비결 중 하나는 성과에 대한 철저한 보상이다. ETRI는 특허실시 보상금의 경우, 기술

료 수입의 50%를 연구자에게 준다. 현재 ETRI의 특허 등록 건수는 2만1000여건. ETRI에는 1억원 이상의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4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김흥남 ETRI 원장의 연봉은 1억3380만원. 원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도 수백여명이다. ETRI 관계자는 “직원 4명 중 1명꼴로 억대 연봉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ETRI는 작년 각종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주고 364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최근 5년간 기술료 수입만 1700억원이 넘는다. 김흥남 원장은 “직원 1명이 1년 동안 혁신적인 아이디어 1건씩을 창출하자는 ‘1-1-1 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특허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만큼 세계 어느 기관에도 뒤지지 않는 연구소 지위를 지켜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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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사령탑엔 미국通, 국방장관엔 宇宙개발 총책임자

시진핑 국가 주석
내각 25명중 9명 새로 임명, 국무원 33명중 12명 下放경험

시진핑 주석 "중국의 꿈 실현하려면 중국의 길 가야"

리커창 총리 "2020년까지 年 7.5% 경제성장률 유지"


중국이 시진핑 시대 첫 외교 진용으로 '미국통'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 '일본통'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전면 배치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17일 "양제츠·왕이를 '양 날개'로 발탁한 것은 중국 외교의 중심이 미국과 일본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투표로 부총리, 국무위원, 25개 부(部) 장관을 선출했다. 외교부장에서 승진한 양제츠 국무위원은 지난 1977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일가의 방중 때 통역한 것을 계기로 20년 넘게 부시 집안과 인연을 맺고 있다. 주미 대사도 지냈다. '상하이방' 대부인 장쩌민 전 주석이 상하이 출신인 그를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일본 전문가다. 주일 대사(2004~2007년) 시절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얼어붙은 중·일 관계를 녹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6년 10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왕이의 기용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제·사회 분야에선 '전문성'을 강조한 인선이 눈에 띈다. 경제·행정 개혁을 담당할 부총리에는 왕양 전 광둥성 서기를 선출했다. 왕양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의 핵심이다.

신임 재정부장에 기용된 러우지웨이는 50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국투자공사(CIC) 회장을 역임했다. 가오후청 신임 상무부장도 파리 7대학 박사 출신으로 유럽·아프리카 전문가로 꼽힌다. 리빈(여) 신임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주임(장관급)의 경우, 인구계획위원회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인민은행장에 유임된 저우샤오촨은 올해 65세로 퇴임이 예상됐다. 그러나 금융 경험이 없는 장가오리 재정·금융담당 부총리를 보좌하기 위해 10년 넘게 중앙은행장 자리를 지키게 됐다.

신임 국방부장인 창완취안은 유인우주선 프로그램 총책임자로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를 주도해왔다. 민족 정책을 담당할 왕정웨이 신임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은 소수 민족인 '회족' 출신이다.

정파 간 안배도 시진핑·리커창 체제 첫 조각의 특징으로 꼽힌다. 거시 경제를 조정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에 오른 쉬샤오스는 원자바오 전 총리의 '30년 측근'이다.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8년간 '하방'(下放·농촌으로 내려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조선족과 친분이 두텁다. 이번 국무원 멤버 12명이 문화혁명기에 '하방' 경험이 있다.

중국은 이번 조각에서 각 부(部) 장관 25명 중 16명을 유임했다. 국무원(내각) 구성원의 평균 연령은 60.21세다. 국무원 멤버 33명 중 13명은 박사 학위 소지자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내각은 후진타오 전 주석 중심의 4세대와 시진핑 현 주석 중심의 5세대가 섞인 4.5세대 성격"이라며 "안정과 정파 간 타협을 중시한 '과도기 체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폐막 연설에서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면 중국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7.5%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반대표… '거수기' 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가 달라졌다

환경·자연보호위원 투표서 반대 28.9% 역대 최고 기록

환경문제 국민 불만 반영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90%대 후반의 높은 찬성률을 보여 '고무도장' '거수기' 등으로 불려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의 국회 격)에서 사상 최대의 반란표가 나왔다. 전인대는 16일 2959명의 전인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주석단이 제청한 전인대 환경·자원보호위 위원 32명 인선안을 찬성 1969표에 반대 850표, 기권 125표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찬성률은 66.5%에 불과했다. 전체 투표자 중 반대 비율은 28.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광판에 투표 집계 결과가 표시되자 회의장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흘렀다고 홍콩 대공보(大公報)가 전했다.

이에 앞서 저우성쉔(周生賢) 환경보호부장(장관·유임)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도 반대 171표와 기권 47표가 나왔다. 찬성률은 92.6%였지만, 25개 정부 부처 부장 중 찬성률이 꼴찌였다. 이처럼 대규모 반대·기권표가 나온 것은 올 연초 베이징을 비롯한 동부지역을 덮친 대규모 스모그 등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 산시(山西)성 출신 대표는 "내년에도 환경문제에 개선이 없으면, 환경 당국은 더 엄중한 형세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인대는 명목상 중국 국민을 대표하는 최고권력기관이지만, 회부되는 인선안과 정책은 대부분 사전 조율을 거쳐 상정되는 만큼 압도적인 찬성률이 나온다. 지난 14일 시 총서기의 국가주석 선출안도 99.86%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그러나 적잖은 반대표나 기권표가 출현할 때도 있다. 이번 내각 투표에서도 유임된 장웨이신(姜偉新) 주택건설부장 등 총 4명의 부장이 135~181표의 많은 반대표를 받았다. 교육·서민주택 등에 대한 불만이 투표로 드러난 것이다.

역대로는 1989년 선전(深�q) 특구 입법권 부여안, 1992년 산샤(三峽)댐 건설안 등이 각각 274표, 177표의 반대표를 받았다.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국무원 33명중 10명이 후진타오맨… 공청단 출신 대거 약진



시진핑 시대 1기 국가지도부 체제 완성… ‘중국夢 실현’ 본격 출범

[동아일보]

《 중국이 17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를 통해 향후 5년간 시진핑(習近平) 시대 1기를 이끌 국가 지도부 체제를

공식적으로 완성했다. 시진핑 체제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계획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나온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1기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중국식 발전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개혁개방 30여 년이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일궜다면

중속(中速) 성장기에 진입한 지금부터는 성장의 상처를 치유하고 발전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국인대에서 법치와

반부패, 경제체제 전환 등 구호가 터져 나온 것은 개혁개방 2기 체제에 들어선 지도부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

“새로운 피를 너무 많이 수혈해 충격을 주기보다는 원활한 교체를 원한 듯하다.”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중국의 새 내각을 이렇게 평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16일 전국인대에서 결정된 국무원 조각에서 25개 부·위원회의 최고 책임자(장관급) 중 새 얼굴은 9명(3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무원에 중국의 양대 권력 계파 중 하나인 공산주의청년단(團派·퇀파이) 출신이 크게 약진한 것도 눈에 띈다.

○ 새 부대에 ‘낡은 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새 국무원은 △부총리 4명 △국무위원 5명 △각부(위원회 포함) 부장 25명으로 구성됐다.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국방부장과 공안부장을 빼면 총리를 포함해 모두 33명이다.

부총리와 국무위원은 모두 교체됐다. 전국인대는 이날 장가오리(張高麗) 정치국 상무위원, 류옌둥(劉延東) 왕양(汪洋) 마카이(馬凱) 중앙정치국 위원을 부총리로 선출했다. 국무위원에는 양징(楊晶) 당 중앙서기처 서기,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 창완취안(常萬全) 당 중앙군사위원,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왕융(王勇)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주임이 뽑혔다.

하지만 실제 정책을 집행할 부장급(장관급) 각료는 상당수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대의 옛 인물. 환경 문제에 대한 중국인의 불만이 심각한데도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부장은 유임됐다. 전국인대 찬반투표에서 25명의 각료 가운데 가장 많은 7.4%에 이르는 반대표 또는 기권표가 저우 부장에게 쏟아졌다. 정협 부주석으로 승진한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2002년 취임 이후 11년째 자리를 지키게 됐다. 10년 전인 2003년 원 총리 때는 28명의 장관급 인사 가운데 절반인 14명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25명 중에는 1949년생으로 장관급 퇴직연령인 65세를 1년밖에 남겨두지 않은 인사도 4명이나 된다. 이번 국무원 각료 33명의 평균 연령은 60.2세로 1940년대생은 8명이며 나머지는 1950년대에 태어났다. 리 총리는 58세로 중국의 개혁개방 이래 가장 젊은 총리로 발탁됐지만 국무원의 구성원은 결코 젊지 않다. 대내외적 도전 속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SCMP는 해석했다.

신임 각료 중에는 외교부장 왕이(王毅)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쉬사오스(徐紹史) 전 국토자원부 부장 등이 눈에 띈다.

○ 퇀파이, 국가지도부 구성 약진

이번 국가지도부 구성에서는 후 전 국가주석을 좌장으로 하는 퇀파이가 크게 약진했다. 퇀파이는 후 전 주석과 리 총리의 집권 기반으로 지난해 11월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에 밀려 중국 최고 권력의 심장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리 총리만이 진입했다.

우이(吳儀) 이후 두 번째로 여성 부총리가 된 류 부총리와 58세로 최연소자인 왕 부총리, 양징 국무위원, 장관 중에서는 감찰부장과 민정부장 등 6명이 퇀파이로 분류된다. 리 총리를 포함해 33명 중 10명이 퇀파이인 것이다. 장 전 주석과 시진핑 국가주석 쪽 인물은 장 부총리 등 6명 정도다. 국무원 소속은 아니지만 상무위원 승진에 고배를 마셨던 퇀파이의 선두주자 리위안차오(李源潮) 전 중앙조직부장도 국가부주석에 발탁됐다.

한편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 집권 시절 무려 18년간 외교정책의 기조를 마련하고 책사 역할을 해 왔던 왕후닝(王호寧) 정치국 위원은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보직을 받지 못해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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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인 리포트]최근 10년 중산층 의식 큰 변화



30대 51% “난 중하층이하”… 전세금에 치여 중상층 먼 꿈

[동아일보]

“노후 대비는 포기했어요. 현재를 포기할 순 없잖아요.”

대기업 과장인 권모 씨(36)는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가장이다. 세금과 연금을 내고 매달 손에 쥐는 월급이 450만 원 정도다. 성과급까지 합치면 연봉은 70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생활수준에 대해 “겨우 중간 갈까 말까”라고 말한다.

‘강남 아이들’이 다닌다는 영어유치원은 엄두도 못 냈다. 주택담보대출도 다 못 갚았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아이들이 중고교에 들어갈 미래를 생각하면 더 암담하다. 권 씨는 “교육비만 월 140만 원인 데다 식비, 통신비, 외식비를 지출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게 없다”며 “그렇다고 아이들과 여행도 안 가고 줄이고만 살 수는 없어 그냥 노후는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산다”고 말했다.

권 씨는 실제로 어떤 소득계층에 속할까. 통계청에서 소득 순으로 20%씩 구간을 나눈 지난해 소득 5분위별 자료에 따르면 권 씨는 위에서 두 번째 구간인 4분위로 중산층 중에서도 위쪽에 해당한다. 4분위 구간의 월 가구소득은 420만∼567만 원이었다.

○ 심리적 중간은 월 소득 530만 원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산층과 상류층의 소득 기준이 달라졌다. 특히 중산층을 중상, 중중, 중하로 나눴을 때 자신을 중하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최근 10년간 크게 늘었다.

한국리서치의 2002∼2012년 소비자 의식 및 라이프스타일 데이터에 따르면 2002년만 해도 ‘나는 중하층이다’라고 응답한 이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232만 원이었다. 중중층은 298만 원, 중상층은 380만 원, 상류층은 453만 원이었다.

2012년 조사에선 중하층이라고 답한 사람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418만 원, 중중층은 530만 원, 중상층은 669만 원, 상류층은 834만 원이었다. 모두 약 1.8배로 올라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산층의 3분의 1은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고소득층의 80%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고 있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류층에 대한 기준을 높이기도 한다. 직장인 김지원 씨(32)는 “지금 당장 직장에서 잘려도 먹고살 걱정이 없어야 상류층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언제 끊길지도 모르는 현재의 소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소득수준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는 자신이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71.1%, 중상층은 62.0%가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 하류층에선 37.6%만 행복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선 행복하다는 응답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특히 중상층 이상의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상류층은 56.6%, 중상층은 55.4%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10년 전에 비해 각각 14.5%포인트, 6.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면 하류층은 33.0%가 행복하다고 밝혀 10년 전보다 4.6%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는 가진 게 많을수록 더 불안감을 느끼게 되며 주관적인 행복감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 30대 상대적 박탈감 가장 커

10년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30대의 인식이다. 30대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대였던 10년 전에는 68%가 자신을 ‘중중층 이상’이라고 여겼다. 10년 후에는 거꾸로 절반 이상(51.2%)이 ‘중하층 이하’라고 답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20대에는 매년 해외여행을 가고, 맛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게 낙이었지만 지금은 테이크아웃 커피조차 마음대로 못 마시는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기업에 취업하면 중상층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혼과 함께 아파트 전세를 구하러 다니면서 생각이 변했다.

“아파트 전세 대출금 5000만 원을 갚기 위해 2년 동안 열심히 모았지만 전세금이 딱 모은 만큼 올랐어요. 빚이 전혀 줄지 않았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도 못하는데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문가들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난 30대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독신일 때의 소비수준을 유지하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경제적 신분 하락’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한다. 199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현재의 30대는 유명 브랜드 상품 등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X세대’로 분류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릴 때에는 부모들이 자식에게 우선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빈곤층이나 중상층이나 외관상 큰 차이가 없지만 20, 30대가 돼 친구나 동료들과 차이를 목격하면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의 시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일수록 박탈감은 점점 더 커져 향후 국가적인 ‘주관적 복지감’ 문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불황과 취업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로 이웃나라 일본 젊은이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만 한국 젊은이들은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에 추가로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 소득 높은 울산, 서울 박탈감 심해

지역별로는 울산과 서울에서 자신이 중하층이라는 응답이 10년 동안 눈에 띄게 늘었다. 울산과 서울은 전국 평균 가구 소득 1, 2위를 차지하는 도시다. 평균소득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인 박탈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울산 거주 응답자의 56.1%가 자신이 중중층이라고 답했지만 2012년에는 55.1%가 자신은 중하층이라고 답했다. 중하층이라는 응답은 10년 새 20.6%포인트 늘었다. 서울에서는 중중층 응답자 비율이 20.4%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하층이라는 응답은 13.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광주와 부산에서는 10년 사이의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부장은 “개인의 상대적 박탈감은 인터넷이나 주변 상황을 통해 상대방과 자신을 적나라하게 비교할 때 더 커진다”고 말했다.

김현수·문권모 기자 kimhs@donga.com

“삶이 행복” 53%→45%… 더 우울해진 전업주부

“내 일에 만족” 34% 그쳐… 슈퍼우먼 광고에 거부감

취업주부는 행복감 변화없어

[동아일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전업주부들의 행복도도 떨어졌다.

한국리서치 조사(자녀가 있는 25∼49세 기혼여성 대상)에 따르면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전업주부의 비율은 2002년 52.5%에서 지난해 44.6%로 하락했다. 반면 삶이 행복하다는 취업주부의 비율은 2002년 49%에서 2012년 4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전업주부 중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3.6%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취업주부는 44.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란 문항에 대해서는 전업주부의 21%, 취업주부의 29.5%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삶에 대한 전업주부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전업주부들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 현실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우울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주부 대상의 광고나 마케팅에 위로와 인정 등의 요소를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40)는 “얼마 전 한 돌잔치에서 마주친 남편 친구의 부인을 애써 외면하며 대화를 피했다”며 “전업주부인 나와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였다”고 설명했다.

아줌마닷컴을 운영하는 여성 전문 마케팅업체 이너스커뮤니티의 황인영 사장은 “상당수 주부들은 광고에 나오는 ‘슈퍼우먼’ 이미지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젊은 여자에게 남편을 뺏기지 않으려면 열심히 꾸며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에 대해 주부 패널들의 비난이 쏟아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 민모 씨(32)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뒀는데, 일과 가정을 모두 잘 해내는 슈퍼우먼에 대한 광고를 보면 나 자신이 실패자가 된 것처럼 느껴져 우울하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기업들은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주부들의 실제 생각에 대해 좀 더 정밀한 조사와 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권모·김현수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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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중소기업 붕괴? FTA 괴담은 대부분 허구였다



7대 쟁점 심층 분석해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이 벌어졌던 2011년 겨울. 회사원 김철(24)씨는 시골에서 벼와 채소 농사를 하는 할아버지 걱정을 많이 했다. FTA로 값 싼 미국 농산물이 대거 몰려오면 국내 농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한·미 FTA 발효 직전 할아버지는 정부 보조금으로 토마토 농사도 시작해 현재는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미 농식품 수출은 7% 증가한 반면 수입은 16.8% 감소했다. 지난해 미국의 가뭄으로 옥수수 생산이 줄어든 데다 광우병까지 발생해 농축산물 수입이 줄어서다.

 주부 이모(41)씨는 논란 당시 의료비가 제일 걱정이었다. 당뇨·골다공증·고혈압·심장병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의 병원비가 크게 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의 확산으로 맹장수술비가 900만원까지 오르고 약값도 폭등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병원비나 약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약값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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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로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이 됐다. 비준동의안이 2011년 11월 22일 최루탄이 터지는 와중에 처리됐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이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격론을 벌였고, 실체가 없는 괴담이 꼬리를 물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최용상(26)씨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 농업이 붕괴되고 의료비가 크게 오른다는 등 각종 괴담이 난무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돌이켜 보니 괴담은 괴담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FTA에 대한 걱정은 되레 기회로 바뀌기도 했다. 충청남도 천안에서 산업용 커넥터(장비와 장비를 연결하는 단자)를 생산하는 연합정밀의 김영진(45) 기획실장. 그는 “처음엔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다행히 관세 감면 덕에 미 연방정부 공급권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중소기업은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지난 1년간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증가율은 3.1%로,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증가율(2.7%)을 상회했다.

 가장 논란이 일었던 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ISD는 투자를 유치한 정부가 무역·투자협정을 위배하는 결정을 하거나 투자 계약 또는 투자 인가를 어기는 조치를 했을 때 외국 투자사가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국제단체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제소하면 각종 공공정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한·미 FTA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제소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를 포함해 일각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농산품 수출입과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품 수출입은 날씨·질병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변동이 크다”며 “1년 교역 결과로 득실을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위축 문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한 연구소의 박사는 “한·유럽연합(EU) FTA 때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야 정부에 피해를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이 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중소기업의 피해가 아직 명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ISD도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차별적인 과세적용을 받았다”며 한·미 FTA의 ISD가 아닌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근거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인지, FTA 때문인지 원인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세수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관세 수입은 9조8157억원으로 전년(10조9901억원)보다 10.7%(1조1744억원) 줄었다. 박일영 기획재정부 총괄기획팀 과장은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FTA로 세수가 줄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관세 절약 효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FTA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아직은 특별히 우려할 만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창규·이상재·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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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분업구조 와해… 수출회복 위한 체질개선 시급



[한겨레] 진단과 전망 l 수출환경 변화와 과제

한국 ‘부품담당’ 중국 ‘생산·판매’

그동안 높은 실적연관성 보였지만

중국이 동남아에 부품수출하면서

한국 의존도 줄고 경쟁 높아져

소비재 수출기업 키워 대응해야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을 보면 과거와 달리 중국의 수출 실적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중국의 수출은 무려 23.6%나 늘었는데, 우리나라 수출은 겨우 0.5% 늘었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의 분업 구조를 고려하면 상당히 이상한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분업 구조라는 것은 한국, 대만, 동남아, 중국 등이 서로 다른 역할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에 수출하는 소비재를 만들어온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이나 대만은 중국에 전자 부품, 화학, 철강 등을 수출하고, 동남아 국가들도 원자재와 전자 부품 등을 중국에 수출한다. 중국은 자국의 노동력을 이용해 완제품을 만들어 선진국에 수출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이나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 대해서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라면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수출도 늘어야 한다. 아시아를 하나의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중국은 생산 및 판매 담당, 한국은 부품 담당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양국의 수출 실적을 보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이 너무 부진하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 만들어졌던 분업 구조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와해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올 들어 중국의 수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상 미국보다는 동남아 지역의 수요 증가에 원인이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 모두 수출 부진에서 오는 경제성장률 둔화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고심하고 있는데, 내수 확대에서 그 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내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좀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금리 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 변화가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불리한 것이지만 중국에는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을 늘릴 때는 우리나라가 확실히 부품 담당의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동남아로 수출을 늘릴 때는 그 역할이 크게 축소될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살펴보면 컴퓨터, 휴대전화, 텔레비전, 가구, 자동차 부품 등이다. 하나같이 소비재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 수출하는 제품을 보면 전자집적회로,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완구류, 철강, 비철금속 등이다. 소비재도 일부 있지만 부품이나 소재가 많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이중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 수출기업들의 한국산 부품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과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중국이 동남아에 주력으로 수출하는 제품들 중 부품이나 소재는 우리나라 수출품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들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지금처럼 전자,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철강 등으로 이뤄진 수출 산업 구조로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수출 증대가 환율을 끌어올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해외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새로운 구조 변화에 적응하려면 소비재를 수출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생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변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현재 우리 경제는 너무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2%대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계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수출 산업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난 10여년간 수출 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화되어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침체되고 있는 점이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장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방식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고쳐야 한다.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전민규/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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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륙 110년' 자동차 2천만대 시대 임박

1호 국산차는 1955년 '시발(始發)'…1922년에 첫 보험 등장

1901년 최초 교통사고…2011년엔 교통사고 사망 5천229명

(세종=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개화 바람이 거센 1903년 한반도에는 고종황제 재위 40주년을 맞아 '어차(御車)'가 상륙했다. 미국 공사 알렌이 들여온 포드사의 2인승 오픈카였다.

시꺼먼 자동차를 본 고종은 '상여를 연상케 한다'며 타기를 꺼렸고, 놀란 백성은 차 안에 번갯불이 있어 가까이 가면 타죽는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자동차 도입 110년, 최초의 차 '시발'

자동차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지 올해로 꼭 110주년이 됐다.

그 사이 자동차는 한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 땅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2천만대에 육박한다.

1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자동차 등록 대수는 1천887만대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6년(5만대)에 견줘 377배 늘었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1969년 11만대로 10만대를 넘었고, 1985년(111만대)엔 100만대를 돌파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204만대를 기록하고서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1997년 1천41만대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늘어 2005년 1천540만대, 2010년 1천794만대, 2011년 1천844만대 등 2천만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우리 생활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지만 최초의 국산 자동차는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전쟁이 휴전한지 2년 후인 1955년에 최무성씨 형제가 천막을 치고 재생 자동차공장을 세웠다.

망치로 두들겨 편 드럼통에 부서진 미군 지프의 부품을 끼워 넣어 자동차 한 대를 뚝딱 완성했다. 이 차의 이름은 재미나게도 '시발(始發)'이다. 지켜보던 미국인들은 "신기의 손을 가졌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그 해 시발 자동차는 대통령상까지 받았고 1963년 5월 단종되기까지 누적 대수 2천235대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62년엔 새나라자동차의 부평공장 준공으로 닛산과 기술제휴한 세단형 승용차가 조립 생산되면서 수공업 시대는 막을 내렸다.

같은 해 자동차 조립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고 완성차 수입을 금지한 최초의 자동차 관련법인 '자동차보호법'도 제정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통사고는?

우리나라 최초의 교통사고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꼭 100년 전 사건부터 살펴보자. 1913년 당시 총리대신이던 이완용의 아들 이항구와 이완용의 사위 홍운표는 요정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서 전세택시를 타고 기생들과 놀러 가다 일곱 살 난 아이를 쳤다.

1901년 세계여행 도중 우리나라에 들른 미국 시카고대학의 버트 홈스 교수가 차 한 대를 빌려 타고 서대문 인근을 지나다가 달구지를 피하지 못하고 충돌한 사건이 첫 사고라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 등장은 죽음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교통사고가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할 만큼 우리 사회에 흔해졌다.

통계청의 '한국인의 사망원인' 통계로는 교통사고를 포함한 운수사고가 2011년 사망원인 9위에 올랐다. 10년 전보다는 3계단 낮아졌지만 여전히 10위 안에 든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2만1천711건으로 5천229명이 숨졌다.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는 2010년 기준 2.6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명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일까, 자동차 보험 시장의 역사도 깊다.

우리나라의 1호 자동차 보험을 판매한 회사는 '메리츠화재'다. 1922년 조선화재로 창업해 조선은행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보험을 팔기 시작했고, 1924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 보험 업무도 개시했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경성정공이 1944년 설립됐고, 현대그룹의 전신인 현대자동차공업사가 1946년 만들어진 것과 비교하면 보험의 역사가 훨씬 깊은 셈이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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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늘어도 삶은 팍팍… 한국, 고장난 소득분배 기능이 문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OECD 회원국과 비교했더니… 최대 화두 복지, 다 이유 있더라]

재정의 빈곤 해소 기여도 꼴찌

- 가구 소득만 보면 낮은 빈곤율, 복지 지원 적어 빈곤율 못 낮춰

일자리 양극화… 정부 대응 미흡

- 빠른 탈산업화 대응하지 못해 교육·주거비 늘어 생활고 가중

45%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

- 재정 지원만으론 해결 역부족… 연금과 의료 재정 개혁이 필요


정부 예산(豫算)은 '길이가 짧은 이불'이라는 말이 있다. 어깨를 덮으면 발이 시리고, 발을 덮으면 어깨가 차다. 돈이 나올 구멍은 빤한데, 돈 쓸 곳은 너무 많아 예산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복지 정책을 위해 5년간 135조원을 풀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산 담당 부처는 아직 재원 마련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재정 현안은 기초연금, 4대 중증 질환 보장, 보육 확대 등 온통 복지 얘기뿐이다. 마치 '재정=복지 문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계속 높아져 왔는데 왜 복지를 확대하라는 요구는 갈수록 늘고, 재정의 역할에 기대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걸까?

◇GDP 늘어나도 삶은 더 고달파, 왜?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 플러스 성장을 해, 국민 대다수의 삶은 과거보다 훨씬 풍요로워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생활이 고달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왜 그럴까? 따져 보면 이런 불평엔 다 근거가 있다. 무엇보다 옛날보다 돈 쓸 곳이 크게 늘었다.

우선 교육비 부담이 훨씬 커졌다. 80년대 초반 과외 금지 시절에 고등학교를 다닌 필자는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할 필요가 없었고, 부모님은 사교육비 마련하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자녀 있는 가구의 지출 수요 중 으뜸은 단연 교육비다. 또 집값 상승 탓에 내 집 마련 비용도 크게 늘었다. 예전엔 두 사람이 신혼살림을 시작해서 30대에도 집을 장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 도움 없이는 40대조차도 내 집 장만이 어렵다.

이처럼 돈 쓸 곳은 더 많아졌지만, 대다수 국민에게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소득 양극화로 근로 빈곤층이 두꺼워진 탓이다. 근로 빈곤층이 두꺼운 이유는 우리나라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뒤 산업사회 단계를 오랫동안 거치지 못한 채 곧바로 탈산업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 낳은 탈산업사회

20세기 후반부터 서구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전환했다. 지식 경제와 서비스 경제가 특징인 탈산업사회는 누구나 일하기만 하면 웬만큼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그럭저럭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는 일자리는 대기업 공장이나 단순 사무직의 정규 일자리다. 산업사회에서는 이런 일자리가 풍부했다.

그러나 탈산업사회는 아니다. 생산성 향상과 공장 및 사무자동화는 이런 일자리를 대폭 줄였다. 정보화에 따라 타이핑, 서류 정리 등 단순 사무직 일자리는 사라졌다.

반면에 높은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 일자리와 단순 서비스직 일자리는 늘었다. 중간 계층 일자리가 주는 대신 상ㆍ하위 계층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전문직 일자리는 소수만 접근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개방된 일자리는 단순 서비스직 일자리이다. 일자리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초래되는 이유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부의 성장 정책은 왕성한 기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기반만 조성하면 되었다.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 생계는 시장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탈산업사회에서는 달라졌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야 했다.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수요 변화에 부응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게 해야 했다. 보육과 노인 부양 지원을 통해 근로 빈곤층의 부담을 완화하고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했다. 이런 사회구조 변화 때문에 복지 관련 정부의 역할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소득재분배 기능 미흡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재정의 소득분배 기능이 유난히 취약하다. 정부의 소득분배 기능은 정부 개입으로 빈곤율이 얼마나 감소하였는가로 측정할 수 있다. 빈곤율은 가구 소득을 줄 세웠을 때 중간 지점에 있는 중위 소득의 50% 이하인 가구 비율을 의미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이 없는 순수한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한 '사전 소득 빈곤율'과 정부의 복지 재원이 투입된 이후의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한 '사후 소득 빈곤율'을 비교했다. 두 빈곤율의 차이는 정부 재정이 얼마나 빈곤 감소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분석 결과 2010년 현재 사전 소득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7.5%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사후 소득 기준으로는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높은 15.2%나 된다. 사전 소득 빈곤율과 사후 소득 빈곤율 차이는 회원국 중에서 가장 작은 2.3% 포인트다. OECD 평균이 16.0% 포인트이니 우리나라 정부가 재정을 통해 빈곤 감소에 기여한 부분은 OECD 평균의 7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빈곤 문제 중 특히 심각한 것은 노인 빈곤이다. OECD 회원국의 노인 빈곤율 평균은 10.3%인데 우리나라는 45.1%다. 노인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복지 관련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되 미래 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연금과 의료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출산율을 높여 미래의 납세자인 근로 세대를 키우는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복지 지출 늘리면 그리스처럼 된다? 정부 역량에 따라 건전 재정도 가능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의 복지 지출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은 것은 맞는다. 그런데 이 국가들의 국가 채무 비율도 평균 GDP 대비 80%가 넘어서 34%(2012년)인 우리나라보다 크게 높다. 그렇다면 우리도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국가 채무도 크게 늘어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OECD 유럽 회원국 가운데 구(舊) 공산국 등을 제외한 18개국을 비교하면, 2010년 기준으로 복지 지출이 많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는 국가 부채 비율이 낮은 순위로 3, 4, 5, 6위였다.

반면 국가 부채비율 1~4위 국인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포르투갈의 복지 지출 순위는 많은 순서로 그리스 14위, 이탈리아 7위, 아이슬란드 18위, 포르투갈 10위였다. 복지 지출이 많다고 국가 채무 비율도 높은 것은 아닌 셈이다.

반면 최근의 연구들은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가 채무는 정부 역량과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와 더욱 밀접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OECD 연구에 따르면,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등 국가 채무 비율이 낮은 국가들은 정부 역량과 국민 신뢰 점수가 높은 국가들이었고, 반대로 국가 채무 비율이 높은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은 정부 역량과 국민 신뢰 등의 점수가 낮은 공통점을 보였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서비스업 생산성 높이면 일자리 생긴다? 영세상인 많은 한국선 불가능한 얘기

생산성과 일자리는 반비례

흔히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용 창출이 큰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용 창출과 생산성은 반(反)비례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되면 생산성은 2배가 된다. 하지만 고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서비스산업이 다른 분야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득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발표자는 양극화 해법으로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것'과 '기업형 수퍼마켓(SSM)을 규제하여 중소 상인을 보호할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이유는 유통과 요식업 분야에 영세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영세 자영업자 수를 줄이고 대형화해야 한다. 즉 기업형 수퍼마켓을 키워야 한다. 동네 영세 제과점은 대기업 체인 제과점으로 바꿔야 한다. 동네 분식집 대신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생산성은 높아져도 유통·요식업 등 서비스 분야를 영세 자영업자, 중소 상인들이 담당할 때보다 일자리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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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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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제조업 편중… 그나마 국내보다 해외 집중

[동아일보]

한국의 서비스업 설비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가 제조업에 치중되고 그나마 국내보다 해외에서 진행되다 보니 국내 고용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17일 내놓은 ‘우리나라 고정투자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설비투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0%, 서비스업 비중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제조업 편중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제조업이 25.2%, 서비스업이 57.9%였다. 미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65.7%에 달했고 독일(64.3%), 일본(59.5%) 등도 서비스업 비중이 높았다.

한국의 서비스업 투자 규모는 1997년 105조 원에서 2010년 103조 원으로 13년 사이에 오히려 줄어든 반면 제조업 투자는 28조4000억 원에서 43조4000억 원으로 52.5% 증가했다. 한은은 “건설투자 부문이 통계상 서비스업에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투자 격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으로 투자가 편중된 이유에 대해 한은은 “제조업은 기술의 발달로 투자를 할수록 얻을 수 있는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서비스업은 여러 가지 규제 장벽 때문에 투자를 해도 생산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투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로 이뤄졌다. 2001∼2010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1991∼2000년보다 3.3배 늘어 OECD 평균(2.1배)보다 증가 속도가 빨랐다. 한은은 제조업체의 해외직접투자가 1% 증가할 때마다 제조업 종사자 수는 0.01%, 설비투자는 0.08% 줄어든다고 분석하며 “해외 직접투자가 생산성을 늘릴지는 몰라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해외에서 대체하는 바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정 한은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식기반 산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으로 투자를 유도해 업종 간 균형성장과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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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쟁력, 日은 2위 韓은 7위 "한국 요리엔 스토리가 있나요?"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일본‘쓰지조리학교그룹’의 쓰지 요시키(辻芳樹) 교장은“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까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세계3대 요리학교, 일본 쓰지학교 교장 쓰지 요시키]

초밥은 日 개화기 패스트푸드… 음식엔 이런 이야기가 녹아야

요리사 키워야 요리를 팔죠, 요리도 결국엔 교육입니다


2007년 11월 세계적인 식당·호텔 추천도서로 유명한 '미슐랭(Michelin) 가이드'는 영어와 일본어로 '미슐랭 가이드 도쿄 2008'을 발행하면서 최고의 식당으로 150곳을 포함시켰다. 이전까지 단일 도시 중 가장 많은 식당이 선택된 도시는 64곳의 파리였다. 전 세계 호텔, 식당 마니아들은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도쿄에 세계적인 식당이 많아졌을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

당시 해답 중 하나로 이목이 쏠린 곳이 '쓰지조리학교그룹'(��調group校·tsujicho group·이하 쓰지학교)이었다.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식당 중 쓰지학교 출신 조리사들을 최고 주방장으로 갖고 있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쓰지 요시키(��芳樹·49) 교장은 "얼마나 많은지 세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조리사의 이름만 봐도 우리 학교 졸업생이 운영까지 하거나 일하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쓰지 교장은 동아원 그룹이 한국 미식 문화의 발전을 위해 2008년 쓰지학교와 제휴해 만든 츠지원의 초청 강연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1960년에 문을 연 쓰지학교는 프랑스의 꼬르 동 블루(1895년 설립), 미국의 CIA(1946년)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힌다.

"프랑스 요리, 일본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을 가르치는 15개 학교에서 3500명이 배우고 있어요. 본교는 오사카에 있습니다. 도쿄를 포함해 12개교가 더 있고, 프랑스 리용에도 두 곳이 있습니다. 기능대학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3년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학교마다 일식이나 프랑스식, 이탈리아식을 집중적으로 가르치죠. 지금까지 13만명이 졸업했어요."

학교는 엄격하고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일본 음식과 일본 음식업의 세계화·선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쓰지 교장은 "프랑스 요리학교 학생은 프랑스 분교로 연수 가야만 하고, 교사는 반드시 해당 요리 국가 현지에서 일을 해야만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쓰지 교장은 일본 음식의 세계화에 쓰지학교가 교육을 통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이자 학교 설립자인 고(故) 쓰지 시즈오(��靜雄)가 1980년 영어로 쓴 일본 요리(Japanese Cooking - a Simple Art)는 서구인들에게 일본 요리에 대한 입문서로 통한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사회부 기자이었던 쓰지 시즈오는 30대 초반 처가의 요리학교 일을 물려받으며 쓰지학교를 시작했다. 그는 아들인 쓰지 교장을 중고등학교는 영국에서, 대학교는 미국(롱아일랜드 대학)에서 다니도록 했다. 일본 음식의 발전을 위해 아들부터 세계화된 요리 교육가로 만든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의 세계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요리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일본은 이탈리아에 이어 2위, 한국은 태국보다 뒤진 7위였다. 한식 세계화에 대해 물었다. "한식을 수출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지, 문화 교류를 하겠다는 것인지 정의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식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외국인입니다. 그들에게 팔기 위해서는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콘텍스트)까지 연구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요리의 혼모노(本物·진짜)가 뭔지를 알 수 있어요. 또 그래야 정확하게 정해진 요리법을 통한 제품화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스시(초밥)는 19세기 개화기에 에도(현재 도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본인들이 쉽게 먹을 수 있게 만든 '패스트푸드'였다. 이런 전통을 아는 조리사가 외국인이 좋아하는 스시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가답게, 그는 인력, 인재를 중요시했다. "일본 정부나 많은 일본인은 '일본 음식은 일본인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나는 동의하지 않아요. 일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결국 한식 세계화도 좋은 조리사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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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젠 풀HD 화질 전쟁



■ 200만 화소시대… 기존 HD에 비해 2배 이상 선명

[동아일보]

풀(Full)HD 스마트폰 화질 경쟁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팬택의 ‘베가 넘버6’와 LG전자 ‘옵티머스G 프로’에 이어 삼성전자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한 ‘갤럭시S4’가 ‘보는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풀HD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최소 단위인 화소(畵素·픽셀)가 200만 개 이상 촘촘히 들어 있는 디스플레이로, 기존 HD급에 비해 화면이 2배 이상으로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세 회사 모두 풀HD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강조하는 포인트가 각각 다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세계 최초로 풀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최고급 스마트폰에는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OLED는 두께가 얇고 가벼우며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5인치 크기의 갤럭시S4는 441ppi, 즉 1인치당 441개의 화소가 들어 있어 세 제품 중 선명도가 가장 높다. 갤럭시S4 공개 전까지는 옵티머스G 프로가 401ppi로 최대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람의 눈에서 스마트폰 화면까지의 거리가 20∼30cm일 때 최대 440ppi까지 화질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 앞서 풀HD 스마트폰 옵티머스G 프로를 내놓은 LG전자는 5.5인치 IPS 디스플레이를 내세웠다. IPS 패널은 빛이나 열을 받아도 화면이 검게 변하지 않고, 세게 눌러도 일그러짐이나 깜빡임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OLED와 비교해 소비 전력이 절반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색을 표현한다.

1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풀HD 스마트폰 베가 넘버6를 공개한 팬택은 5.9인치 대화면을 강조했다. 팬택 관계자는 “해상도가 높은 풀HD 화면을 제대로 즐기려면 화면이 커야 한다”며 “5인치 안팎의 화면으로는 풀HD 화면과 HD 화면을 잘 구분할 수 없으며, 6인치급은 돼야 육안으로 화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가 넘버6의 화면 밀도는 373ppi로 갤럭시S4나 옵티머스G 프로보다 낮지만 ‘아이폰5’의 레티나 화면(326ppi)보다는 훨씬 선명하다. 팬택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자랑하는 IPS Pro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소니, 화웨이, ZTE 등 외국 업체들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일제히 풀H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고화질 스마트폰을 선보여 앞으로 스마트폰 화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롱텀에볼루션(LTE)의 대중화로 용량이 큰 동영상도 끊어짐 없이 볼 수 있게 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화질을 강화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보는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동영상 시청에 최적화한 풀HD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 모바일시장에서 동영상 트래픽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는 최신 보고서에서 모바일 트래픽이 지난해 월 0.9EB(엑사바이트·1EB는 약 3017억 GB)에서 2017년에는 11.2EB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51%에서 66%로, 특히 한국은 그 비중이 64%에서 74%로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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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보다 힘든 효성 임원되기…1년 죽을 각오



삼성·LG는 두 달 안에 확정, 효성은 1년 내내 5단계 심사

효성의 중공업 사업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부장 4년차 K씨는 이달 초 임원 승진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사내에서 "삼성보다 더 까다롭다"고 소문난 통과시험을 연말까지 치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효성은 임원 승진 대상자를 대상으로 1년간 5단계에 걸쳐 심사하고 이를 통과한 부장만 승진시키는 '임원 후보 예고제'를 지난해 시범적으로 실시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삼성·LG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부분이 인사 한두 달 전 임원 후보자를 그룹 인사팀에 올리고 이를 확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까다로운 코스인 셈이다. 보수적이라고 소문난 효성으로서는 새로운 실험이다.

첫 관문은 연초에 열리는 비즈니스리더십 과정. 부장 4년차 이상이 받는 기본교육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대기업과 다를 게 없다. 둘째는 리더십 과정에서 상위권 점수를 받은 부장 중 사업부문장이 추천 명단을 정하고, 이들에게 임원 승진 대상임을 통보한다. 2~3배수 정도 추린 것이다.

3단계는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 수행 기간이다. 3~9월에 걸쳐 진행된다. 성격유형 검사와 상사·부하·동료팀장의 리더십 다면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인사지원본부는 대면 인터뷰를 통한 종합 인사평가를 한다. 이와 동시에 회사는 후보자의 업무를 감안해 과제를 부여하고 후보자는 과제에 대한 답을 리포트로 제출한다. 예컨대 '페트병 설비정비를 효율적으로 벌이는 법', '자동차 안전띠 소재의 원가경쟁력 확보' 등이 과제 제목이다.

4·5단계는 그동안의 과제·실적 등을 점수화해서 승진자를 추려낸다. 10월 인사팀 자료를 고위 임원으로 구성된 인재육성위원회에서 검토하고 11월에는 최고경영진에 이 결과를 보고하고 임원 인사를 확정한다.

제도 시행 이유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부서 책임자인 임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제대로 된 임원을 뽑겠다는 회사의 의지라고 설명한다. 효성 관계자는 "작년 시범 시행 결과 임원 승진자는 이 과정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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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두려워하지 않고 내 '멋'대로 도전했다"


지난 16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데니스 홍 교수는 “하나의 로봇이 나오기까지도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다. 실패하면 배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 과학자 데니스 홍 訪韓]

美 첫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로봇의 다빈치'라 불리기도

"꿈은 행복 가져다 주는 열쇠, 실패하면 못 일어선다는 사회분위기 바뀌어야 해요"

'…꿈을 설계하다' 책 내


"저는 로봇과학자입니다. 미국 학생들은 주로 로봇 연구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꿈에 대해 질문을 하더군요. '꿈이 없다' '실패가 두렵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차세대 청년들에게 꿈이란 무엇인지 들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데니스 홍(42·한국명 홍원서) 교수는 미국 최초의 본격적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로 평가받는 '찰리'를 개발한 로봇 연구의 권위자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해 2009년 미국의 과학잡지 '포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선정됐다. 현재 버지니아 공대 '로멜라(RoMeLa)'에서 로봇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그를 워싱턴포스트는 '로봇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평했다. 그런 그가 로봇 이론서가 아닌 '꿈'에 대한 책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샘터)를 가지고 모국을 찾았다.

―꿈이란 무엇인가.

"많은 한국 청년들이 꿈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꿈은 직업과도 다른 개념이다.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반문하면 '내 꿈은 변호사, 의사' 식의 답을 듣기도 한다. 난 꿈은 항상 즐겁고 긍정적인 것이고,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꿈이 로봇과학자였나.

"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를 보다 로봇의 매력에 빠졌다. 꿈을 찾았다기보다는 그때부터 그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부모님이 장난감을 사주시기도 했지만, 나는 남들과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이 고장 나서 버린 장난감은 다 내 것이었다. 이 탱크의 바퀴와 저 로봇의 몸통을 합쳐 나만의 장난감을 만드는 식이었다. 아버지(홍용식 전 한국항공우주학회장)는 내가 유치원생일 때 진짜 망치와 톱이 든 공작용구를 사줬다. 새로 집에 들이는 세탁기며 컬러TV, 믹서기 등등 모조리 뜯어 분해하다 많이 망가트렸다. 부모님은 물건을 고장 냈다는 이유로는 한 번도 혼내지 않았다. 나의 호기심을 놀이로 인정해 준 것이었다. 덕분에 기계의 작동원리를 일찌감치 이해했다."

―젊은 나이에 꿈을 이뤘다.

"사람들은 나의 성공만 본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나 실패를 많이 했는지는 보지 않는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유학을 갔고, 연구자가 될 때까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청년들은 '실패가 두려워 꿈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두려움을 가진다. 초·중·고, 대학을 마치고 그다음엔 어떻게 하고…. 그 길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정해진 길로만 갔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가.

"열정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개발한 기술이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이 너무 즐겁다. 왜 일을 하느냐고 하면 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한다. 돈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일이 재미있을까. 내 꿈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도 이러한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로봇 손 '라파엘(RA-PHaEL)'도 그렇다. 로봇 손은 이미 많이 개발돼 있었다. 문제는 너무 비싸 정작 의수(義手)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급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값비싼 모터와 전자장비 대신 압축공기와 고무줄을 이용해 200달러(약 22만원) 가격으로 내놓았다. 휴머노이드 '다윈(DARwIn)'은 2004년부터 연구를 진행했지만, 제작비가 너무 비싸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로봇 연구 발전을 위해 다른 연구자들에게 '다윈'의 프로그램 소스를 모두 공개했다. 1년 만에 400여대의 변형된 다윈 로봇이 출시될 수 있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강조한다 들었다.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대학원생 시절,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딸아이 머리를 땋아주는 어머니를 봤다. 뒷머리를 세 가닥으로 정리해 한 가닥을 다른 두 가닥 사이로 밀어 넣는 것을 반복하는 모습이 신기해 노트에 적어뒀다. 5년 뒤 미해군연구소에서 새로운 유형의 기동성 로봇 연구 제안을 받았다. 그 메모가 떠올랐다. 머리를 땋는 원리로 안정성을 유지하며,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는 3발형 로봇 '스트라이더(STriDER)'는 이렇게 탄생했다.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로 인정받는 '찰리(CHARLI)'의 4절링크 다리는 자연사박물관에서 본 선사시대 사슴의 무릎관절 해부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로봇과학자인 그는 3개의 꿈이 더 있다. 요리사, 마술사, 놀이기구 디자이너다. 집에서는 물론 주요 모임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아마추어 요리사고, 대학에서 마술 관련 주제로 특강도 하고 있다. 최근엔 한 테마파크와 새로운 놀이기구 연구를 하고 있다. 4가지 꿈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홍 교수는 오는 20일까지의 방한 일정 중 각종 강연 일정을 소화한다. 강연 중 학부모와 교사에게 쓴소리도 많이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제'멋'대로 할 수 있게 두라는 것. "멋대로 하라는 것이 방종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의 멋(charm)대로, 창의적인 꿈을 가지고 펼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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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논문 표절 담임목사에게 "6개월간 설교 중단하시오"

오정현 목사
[서초동에 3000억원 규모로 교회 신축하면서 내부 갈등]

-오정현 담임목사 측

"설립자 故옥한흠 목사 뜻이다" 건축헌금 운동 유인물 돌려

-故옥한흠 목사의 장남

吳목사 질책하는 父親편지 공개… 공방 와중에 표절 파문도 커져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오정현(57) 담임목사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오 목사는 18일 0시부터 6개월간 설교를 못하게 됐다.

이 교회 당회는 17일 "오 목사가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교회 성도와 교계·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6개월간 자숙하며 반성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 목사는 앞으로 6개월간 설교를 할 수 없으며, 목회자 사례비(급여)의 30%도 자진 반납한다. 당회는 또 "오 목사의 1998년 남아공 포체프스트룸대 철학박사 논문은 여러 책을 표절한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당회는 장로교 교회에서 교인을 대표하는 의결기구다. 사랑의교회는 1978년 개신교계 지도자 고(故) 옥한흠(1938~2010) 목사가 설립했다. 출석 교인 3만명이 넘는 대형교회다.

건물 신축 "옥 목사 뜻" 논란서 번져

2009년 6월, 이 교회가 교회 건물을 신축키로 결정할 때부터 '내홍의 불씨'가 커졌다. 교회 내 찬반 갈등이 컸다. 지난 1월 6일 이 교회는 3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건축비를 메꾸려 '2차 건축헌금 운동'을 시작했다. "옥 목사님도 2009년 당시 건축 부지를 둘러보며 '너무 좋다, 빨리 확보하라'고 했다"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도 돌렸다. 이에 옥 목사의 장남 옥성호(46·국제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씨가 거세게 반발했다. 옥씨는 1월 20일 한 인터넷 카페에 "아버지를 더 이상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생전 아버지의 건축 찬성 동영상은 '교회가 쪼개진다'는 오 목사의 강권으로 찍은 것이며, 아버지가 '하나님 뜻에 어긋나면 중단해야 한다'고 한 말은 빠졌다"고 했다.

'옥 목사 뜻 왜곡 논란'이 한창일 때 표절 의혹도 교회 밖으로 터져 나왔다. 원래 당회는 작년 6월 조사위를 꾸려 "표절은 사실"이라는 보고서를 냈으나, 오 목사는 표절을 부인했다. 그러자 2월 2일 이 보고서가 인터넷에 익명으로 공개됐다. 여기엔 "말 바꾸기와 압력 행사 정황이 있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다음날 임시 당회가 열렸고, 새 대책위 구성과 재조사 결정이 내려졌다. 언론 보도로 사회적 파문도 커져 갔다. 2월 20일에는 옥성호씨가 생전의 옥 목사가 오 목사를 질책한 편지까지 공개했다.

당회가 17일 오 목사에 대해 내린 '6개월 설교 자숙' 결정은 이런 공방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 교회 인사는 "건축 비판 여론에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논문 바꿔치기 의혹 등 각종 추문이 겹쳐 일부 교인과 당회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고 했다.

오 목사 "박사학위 2개 다 포기"

오 목사는 이날 "남아공 대학 박사 학위(1998)뿐 아니라 미국 바이올라대학 박사 학위(2005)도 내려놓겠다. 전적으로 회개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교계 언론이 전날 "미 바이올라대 박사 논문도 남아공 표절 논문의 자기 복제"라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교회 내부 한 인사는 "당회의 '6개월 자숙' 결정은 당초 대책위가 '1년 정직, 2년 유예기간 뒤 재신임을 얻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했던 데 비해 크게 약화됐다. 목회자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스스로 퇴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회 내부 인사는 "건축 관련 결재 등 오 목사에게 주어진 행정 권한은 아직 그대로다. 건물 신축에도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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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경영진·사외이사 'ISS보고서("사외이사 2명 재선임 등 반대" 보고서) 갈등' 2라운드

[이사회 관계자 "보고서 나오기 前 임원 1명이 ISS관계자 접촉… 해당임원 해임하라"]

사외이사들 격앙

- 보고서 나온 뒤 감사委 열며 "경영진이 이런 일 해도 되나"

다급해진 경영진

- 금융 당국까지 개입나서자 "보고서 잘못 잡기 위해 노력"

반대파 제거 위해 기획됐다는 '보고서 음모론'에는 반박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 전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보고서를 둘러싸고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일부 사외이사들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17일 "KB금융 고위 임원 1명이 2월 말과 3월 초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근무하는 ISS 관계자를 접촉한 것이 확인됐다"면서 "어윤대 KB금융 회장에게 'ISS 측과 접촉한 임원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해당 임원이 ISS 측 관계자와 만난 것을 시인한 상태다. '경영진 대표(management representative)'라는 직함을 썼다. 경영진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7일 한국에 근무하는 ISS 직원 2명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닫는 상황이다.

ISS 보고서는 지난해 말 KB지주의 ING 한국법인 인수 무산이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었으며, KB지주의 리더십과 독립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고 이른바 '정부 측 사외이사'인 이경재·배재욱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김영과씨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가들에 권고했다. ISS는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 전문회사로, 상장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전 세계 1700여곳의 기관투자가들에게 찬반(贊反) 의견을 제시하는 업체이다.

격앙된 사외이사들, "경영진이 이런 일을 해도 되느냐"

사외이사진은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간담회와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잇달아 열었다. 감사위원회는 임시 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의 70% 정도가 ISS의 의견에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KB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65%에 달한다. 결국 ISS 보고서 때문에 사외이사 3명의 해임 가능성이 5대5 정도의 확률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해임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어윤대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작년 말 ING생명 인수 불발을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주도했다고 보고 그의 제거 작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내부 정보, 특히 왜곡된 자료를 미국의 사설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 KB금융 직원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정보가 미국 사설기관에 흘러가 공신력 있는 정보로 '세탁'된 뒤 국내 금융회사의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태는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공격에 다급해진 경영진

이사회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금융감독 당국까지 개입하고 나서자 'ISS의 보고서는 별로 영향력이 없다'면서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경영진도 입장을 바꿨다. 14일 KB지주는 사외이사들의 요구에 따라 열린 임시 이사회 직후 "ISS 보고서의 잘못된 부분을 정정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포함한 일체의 조처를 하는 한편 국내외 주요 주주에게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 경영진은 ISS의 보고서가 반대파 사외이사를 제거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음모론'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ISS 보고서는 미국 투자은행(IB) 업계의 시각과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합병 건을 성사시키면 인수대금의 10% 이상이 딜을 연결한 IB의 수수료로 떨어지기 때문에, IB 업계 입장에서 보면 ING 인수가 무조건 성사되었어야 할 딜"이라며 "ISS 보고서가 ING를 KB가 꼭 인수했어야 하는 매물로 본 것은 미국 IB 업계의 시각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ISS(Institutional Share holder Services)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는 회사이다. 국내 사정에 어두운 해외의 기관투자가가 ISS의 의견을 주로 참고하며, KB금융지주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8.6%)도 이 회사의 보고서를 받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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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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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술에 가산점… 돌아온 김연아, 세계를 홀리다



[총점 218.31점으로 우승… 2위 코스트너와 20점차]

세계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기술점수 보너스만 16.51점… 예술점수도 역대 최고점


김연아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218.31점은 ISU(국제빙상연맹)의 신 채점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운 228.56점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파이럴 시퀀스(활주 연속동작)가 하나 빠졌고, 프리스케이팅의 스파이럴 시퀀스도 기본적인 안무 동작인 코리오 스파이럴로 대체됐다. 일부 점프의 기본점수도 약간 낮춰졌다.

김연아의 경우 프로그램 구성상 8~9점쯤 점수가 줄어드는 영향이 생겼다. 다른 선수들의 전체적인 평균 점수도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김연아의 218점은 2010 동계올림픽 때의 228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5일 쇼트프로그램의 트리플 플립(3회전) 점프가 '불명확한 에지(스케이트날)로 도약'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면 220점 돌파도 가능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의 트리플 플립(기본점수 5.30점)에서 0.2점이 깎인 5.10점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선 점프 직전 왼발 에지를 안쪽으로 기울이는 교과서적인 플립을 선보여 논란을 잠재웠다. 기본점수에 수행점수(GOE·Grade Of Execution) 1.90점을 더 얻었다.


GOE는 김연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김연아는 17일 프리스케이팅 기술과제 12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기술 기본점수(58.22점)만 따지면 아사다 마오(62.30점·일본), 리지준(60.60점·중국), 그레이시 골드(60.31점·미국)보다 낮다. 하지만 점프 7가지, 스핀 3가지 등 모든 과제에 가산점이 붙으면서 총 16.51점이라는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구성점수(PCS)도 이 부문 역대 최고인 73.61점이었다. 안무·해석·스케이팅 등을 평가하는 '예술점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의 71.76점보다도 높았다. 프리스케이팅 총점(14834점)은 밴쿠버 동계올림픽(150.06점)과 비슷했다.

작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높은 프로그램 구성점수(70.69점)를 앞세워 프리스케이팅 3위(131.03점), 종합 2위(197.89점)를 했다.

"내겐 마지막 세계선수권, 가장 기쁘게 마무리 해"
김연아 인터뷰

김연아(23)는 '피겨 여왕'이란 칭호답게 경기 후에도 국내외 취재진 앞에서 여유가 넘쳤다. 김연아는 "내겐 마지막이자 가장 기쁜 세계선수권대회"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 2연패(連覇) 도전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 소감은?

"오랜만에 치르는 큰 무대여서 그런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몸을 푸는 동안 긴장이 너무 많이 돼 불안하기도 했다. 조에서 여섯 번째라 기다리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최선을 다해 베스트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007년부터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기억도, 좋지 않은 기억도 있었는데 내겐 마지막이 될 대회에서 높은 점수로 우승해 매우 기쁘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애국가를 들었을 때 기분은?

"처음에는 녹음한 음악이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광판을 통해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직접 부르는 걸 보고 놀랐다 (대회가 열린 캐나다 런던의 아마빌레 여성합창단이 미리 연습해 시상식 때 애국가를 불렀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더 감동적이었다."

―2년여간 공백을 깨고 복귀했는데도 점수가 높았다.

"훈련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이전보다 가벼웠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점프가 편해졌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실수가 줄었다. 기술적으로 안정된 느낌이었다."

―내년 올림픽 2연패(連覇) 가능성은?

"대회마다 규모도 다르고, 심판도 다르다. 올림픽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뿐 아니라 다른 선수도 모두 다 노력할 것이다. 내가 1등을 한다는 확신은 없다. 내가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실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강호철 기자]
 

"여왕의 통치, 소치까지 이어질 것"

해외 언론 쏟아지는 찬사

"'여왕 연아(Queen Yuna)'가 세계선수권에서 대권을 장악했다(reigns supreme)."

해외 언론들은 김연아의 정상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은 17일(한국 시각) 김연아의 ISU(국제빙상연맹) 세계피겨선수권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보여준 우아함과 기술을 전혀 잃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깜짝 놀랄 만한(eye-popping) 점수로 우승했다"고 전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김연아는 마치 홀로 다른 행성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미국 시카고트리뷴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부는 골프처럼 1부와 2부 투어로 나눠야 했다"면서 "하나는 김연아를 위한 것이고, 나머지는 다른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며 김연아와 다른 선수들의 실력 차를 강조했다.

AP통신은 "김연아는 점프할 때 꽃과 꽃 사이를 넘나드는 벌(bumblebee) 같았다"면서 "인간으로서 불가능할 것 같은 복잡한 자세에서도 그녀의 스핀은 빠르고 정확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는 '김연아가 세계 정상 자리에 돌아왔다'는 기사에서 "공백기를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경기를 지배하며 타이틀을 따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휴식 후 복귀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부터 그런 우려를 씻어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연아는 '여왕'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우아한 연기를 펼쳤다"며 "김연아의 발에는 영혼이 깃들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連覇)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여왕 연아'가 최강자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싸울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챔피언 자리를 노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도 "여왕의 통치는 소치에서도 계속될 것 같다"며 김연아가 내년 동계올림픽에서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준기 기자] 

敵手 안되는 아사다, 7개 점프 중 4개 삐끗

세계선수권 3년만에 메달 "내 점프 실수 없애고 김연아와 경쟁해보고 싶어"

"실수를 없애고 나면 (김연아와)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습니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23)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다. 2010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3년 만의 메달이었다. 쇼트프로그램의 부진(62.10점·6위)을 프리스케이팅(134.37점·2위)으로 만회하며 종합 3위(196.47점)를 했다.

프리스케이팅 점수만 따지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131.72점)보다 높았다. 이날 특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기본점수 8.50점) 점프는 두 발로 착빙하는 바람에 6.36점만 인정받았다.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은 점프가 2개, 불명확한 에지 도약 판정을 받은 점프가 1개였다. 전체 점프 7개(콤비네이션 점프 포함) 중 4개의 점프가 흔들렸다는 뜻이다.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부터 김연아와 경쟁했다. 하지만 2009 세계선수권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 압도당하면서 '도전자' 신세가 됐다. 2011년과 2012년 세계선수권에선 6위에 그쳤다. 코치를 바꾸고, 잘못된 점프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슬럼프에 빠졌다. 어머니를 여의는 불행까지 당했다.

아사다는 2012~2013시즌 들어 살아났다.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와 왕중왕전 격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위를 했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에선 2년 만에 트리플 악셀을 성공하며 205점으로 1위를 했다. 하지만 아직 김연아엔 미치지 못했다. 아사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착실하게 올라와 메달을 따 기쁘다"라면서 "(김연아라는) 강한 라이벌이 있어 또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연아 세계선수권 우승]여왕은 연아뿐… 라이벌은 없었다



■ 20개월만에 화려한 귀환

[동아일보]

아사다 마오(23·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 그레이시 골드(17·미국), 케이틀린 오즈먼드(18·캐나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전까지 김연아(23)의 ‘라이벌’로 꼽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라이벌은 없었다. ‘여왕’ 김연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모두 부족했다. 한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는 17일 “오늘 경기만 봐서는 김연아가 한두 번 넘어져도 우승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경기 출전 수가 적어 54위에 머물렀던 세계 랭킹도 18위로 36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 까칠했던 심판도 명품 연기 인정

“10점은 더 받아야 마땅했다.” 15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점수가 69.97점으로 발표되자 중계를 하던 ‘유로스포트’의 해설자가 한 말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심판진은 김연아에게만 유독 까다롭게 굴었다. 김연아가 두 번째 과제로 수행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심판진은 롱 에지(wrong edge·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내려 0.20점을 깎았다.

반면에 주요 경쟁자들에게는 관대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점수를 고스란히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가산점(GOE)까지 챙겼다.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아사다는 두 차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한 차례 롱 에지를 지적받았지만 134.37점을 받았다. 코스트너도 마지막 살코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131.03점을 얻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실력으로 이 모든 벽을 넘어섰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고 석연찮은 판정을 받았던 트리플 플립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김연아는 이날 12개의 과제에서 모두 가산점을 받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9000여 명의 관중은 마지막 스핀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심판진도 이번에는 148.34점을 주며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 20개월 공백도 무색

김연아는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정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공식 복귀를 선언할 때까지 아이스 쇼 등에만 몇 차례 얼굴을 비쳤다. 그 와중에 맥주 광고에 출연했다가 청소년 음주 조장 논란에 휩싸였고 자신의 교생실습을 쇼라고 비방한 한 대학교수와는 소송까지 가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빙판으로 돌아온 김연아는 여전히 세계 최고였다. 복귀 무대였던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NRW 트로피 대회에서 거뜬히 200점을 넘겼고(201.61점), 올해 1월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210.77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마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으로 제패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의 강’ 닮은 부드럽고 우아한 연기… 차원 다른 곡선의 미학



ㆍ탁월한 스케이팅 능력도 한몫

17일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피겨 여왕’ 김연아(23)의 연기를 본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다른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피겨 선수들은 김연아와 김연아 외 선수, 둘로 구분된다.”

“다른 선수들은 경쟁 자체가 안된다.”

“축구에서 메시처럼 피겨에서는 김연아가 외계인이다.”

이런 소감은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대동소이하다. 김연아의 연기는 누가 봐도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우승 횟수도 많지만 확연하게 벌어지는 2위와의 점수차가 그걸 입증한다. 어떻게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연기를 해낼까. 김연아의 연기는 다른 선수들의 연기와 도대체 뭐가 다를까.

피겨스케이팅에서 훌륭한 연기는 “완만한 계곡을 따라 조용하게 흐르는 잔잔한 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튀기지 않고 조용하게 흐르는 물과 같은 연기가 최고라는 의미다. 김연아의 연기가 바로 그렇다.

탁월한 스케이팅 능력이 출발점이다.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은 힘, 작은 동작으로 더 많은 거리를 더 빠르게 질주한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은 “피겨스케이팅도 기본적인 스케이팅 능력이 좋아야 잘할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김연아의 스케이팅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부드러운 스케이팅은 좋은 점프를 낳는다. 김연아는 빠른 속도를 그대로 살려 점프연기를 한다. 높이가 높고 비거리까지 길면 여유롭고 우아한 회전연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반면 아사다 마오(일본) 등 다른 선수들의 회전연기는 조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는 높게, 멀리 뛰는 김연아와 달리 높게만 뛰면서 점프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멀리 뛸 경우 착지할 때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걸 피하려는 의도다. 그렇게 뛴 점프는 회전수를 똑같이 채울 수는 있어도 김연아처럼 우아하면서도 여유로운 점프를 만들기는 어렵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연아는 몸짓 또한 부드럽고 유연하다. 손놀림과 발놀림은 마치 가는 실이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날리는 것 같다. 온몸으로 만들어내는 선은 이리저리 자유롭게 휘어지는 곡선이다. 김연아의 몸놀림에는 격렬한 음악에 맞춰 연기할 때를 빼놓고는 밋밋한 직선, 날카로운 각도가 없다. 김연아가 그리는 선은 손동작이 거수경례하듯 뻣뻣하고 발놀림이 군대 제식훈련처럼 딱딱 끊어지는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르다.

다른 선수들의 연기가 수많은 물방울을 튀기며 험한 계곡을 요란하게 지나는 급류와 비슷하다면 김연아의 연기는 완만하고 넓은 물길을 조용하고 우아하게 흐르는 깊은 강물에 가깝다.

김연아의 연기는 한국의 강을 닮았다.

<런던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동갑내기(O) 라이벌(X) 마오의 탄식

ㆍ주니어 땐 상대 전적서 앞서다 시니어 된 뒤 메이저대회 전패

‘김연아만 없었다면….’

김연아(23)와 동갑내기 라이벌로 꼽혀온 아사다 마오(23·일본)의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아사다는 17일 캐나다 런던에서 끝난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잇단 실수로 6위에 머문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내용에 비해 후한 점수인 134.37점을 받아 합계 196.47점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사다는 역전우승을 노리고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으나 두 발로 착지하는 바람에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를 이기기 위한 승부수. 성공률이 30% 안팎에 머문 트리플 악셀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트리플 악셀에 실패한 여파가 3회전 플립과 3회전 콤비네이션 실수로 이어졌다. 일본 언론은 “아사다가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백조의 호수’를 마쳤지만 선두와는 차이가 너무 컸다”고 평가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아사다가 김연아를 앞섰다. 상대전적에서도 2승1패로 김연아를 앞섰고 김연아보다 더 많은 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시니어 선수가 된 뒤에는 역전됐다. 시니어 대회에서 둘은 모두 12번 만났고 상대전적에서 김연아가 8승4패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김연아에게 우승을 내주고 2위로 밀린 대회만 네 번. 그랑프리 파이널 세 차례, 밴쿠버올림픽 한 차례 등 모두가 메이저대회였기에 아사다의 충격은 더 컸다. 이번에도 김연아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김연아 복귀 이전까지 올시즌 최고선수로 군림한 아사다는 이번 대회를 김연아를 넘어설 전환점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연아 앞에 아사다는 다시 작아졌다. 김연아를 이기기 위한 모험수인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와의 수준차를 더 이상 극복하기 힘들다는 사실만 확인해준 부메랑이 됐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 직후 일본팬들로부터 ‘두부 멘털’이라는 비판 속에 상처만 깊어갔다.

그동안 김연아의 영원한 라이벌로 불려온 아사다. 훗날 아사다는 ‘시대와 상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피겨스케이터’로 팬들에게 기억될 것 같다. 이제는 ‘라이벌’이라는 세 글자를 빼야 할 때가 됐다.

<런던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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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스마트 교육이 몰려온다


‘엄마표 스마트 교육’이 궁금한 학부모와‘스마트 교육 전문가’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박형재씨, 김두일·조기성 교사, 한혜경씨./이신영 기자

활용법 알아야 효과… 부모 먼저 써보세요

'엄마표 교육'은 이렇게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2015년까지 교과서의 80%를 디지털화(化)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1년 시작된 스마트 교육 시범학교 수가 확대되면서 학교 재량에 따라 스마트 교실을 갖춘 곳도 늘고 있다. 애플·KT· LG·CJ 등 정보통신(IT) 기업 역시 앞다퉈 가정·학교 단위에서 활용 가능한 스마트 교육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날로 커지는 스마트 교육의 비중과 달리 교사·학부모·학생 중 스마트 교육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이에 맛있는공부는 지난주 '스토리텔링'에 이어 신학기 특집 그 두 번째 기획으로 '스마트 교육'의 모든 걸 준비했다.

스마트 교육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스마트 교육=스마트 패드 교육’이란 등식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스마트 교육은 스마트 기기 중독을 조장한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e-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조기성 서울 계성초등 교사에 따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스마트 교육의 ‘스마트(SMART)’는 △자기주도적(Self-directed) △흥미 유발(Motivated) △수준과 적성(Adaptive) △풍부한 자료(Resource Enriched) △정보기술 활용(Technology Embedded)을 각각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5개 학습 목표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창의력·의사소통능력 등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죠.”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스마트 교육은 여전히 난수표처럼 알쏭달쏭한 개념이다. 중 3 자녀를 둔 한혜경(45)씨와 초등 5년생 자녀를 둔 박형재(42)씨 역시 평소 ‘엄마표 스마트 교육법’의 실체가 궁금하던 차였다. 지난 12일, 두 학부모가 맛있는공부의 주선으로 ‘스마트 교육 전도사’ 조기성 교사와 김두일 서울 한영중 교사(과학)를 만났다.

◇스마트 기기, 처음 접한 ‘용도’가 중요

한씨는 얼마 전 게임기 등 각종 스마트 기기를 보관하기 위해 집안에 금고를 들여놨다.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지 못하는 자녀 때문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그는 스마트폰 조작이 능숙하고 자녀와 가정용 게임기도 즐길 줄 아는, ‘친구 같은 엄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아이들 때문에 적지 않은 기기를 ‘폐기 처분’해야 했다. 그는 “스마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되고 학교에서도 스마트 교육을 한다고 하니 무조건 못 쓰게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올바른 사용법도 알려주지 않은 채 스마트 기기부터 안기는 건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마트 기기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학교 수업으로 기기를 접한 아이에겐 최고의 ‘학습 도구’가 될 수 있어요. 반면, 아무런 교육 없이 기기부터 손에 쥔 아이에겐 그저 ‘오락 도구’일 뿐이죠.”

박씨는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스마트 패드를 접한 아이가 패드는 학습 도구로 여기는 반면, 스마트폰으로는 게임만 하려는 게 의아하더라”며 “(패드·전화) 둘 다 게임 기능이 내장된 걸 뻔히 알면서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걸 보며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어린이는 과몰입 위험이 크므로 초등 4학년 이전엔 스마트 기기 활용보다 직접 조작하며 놀 수 있는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남용 막으려면 부모부터 ‘솔선수범’해야

김 교사는 “독서 즐기는 부모의 자녀가 책과 친해지듯 스마트 기기 역시 부모가 동영상 강의 시청이나 전자책 읽기, 학습 콘텐츠 이용 등 바람직한 활용상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는 스마트 교육의 최대 효과로 ‘집단지성’(여럿이 협력해 얻어진 지적 능력의 결과)을 꼽았다. “스마트 수업에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므로 모든 학생이 각자 일정 역할을 맡아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 덕에 일반 수업에선 발표 한 번 못하던 아이도 스마트 수업에선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죠.” 조 교사는 “스마트 교육이 도입된 후 학교 수업 현장이 한층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회 수업에서 유적 관련 내용이 나왔을 때 지도 앱 ‘거리뷰’ 기능을 활용하면 실제 현장을 찾은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과학 수업을 할 땐 다소 위험한 실험도 동영상으로 간접 체험해볼 수 있고요. 스마트 교육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효과적 동기 부여 수단이 됩니다.”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불필요한 검색·수다 확 줄고 메모 습관 정착… 학업·생활 '스마트'해졌죠"


(왼쪽부터) 오강석(서울 영동고 3년),김예원(서울 건국대사범대부속고 3년), 이원준(서울 신천중 3년)./염동우 기자

중고생 3인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

아침마다 노랫소리로 주인을 깨운다. 밥 먹을 땐 뉴스를 보여주고 길 잃으면 지름길을 알려준다. 늦은 밤, 잠 못 드는 주인 곁을 든든히 지켜주기도 한다. '내 손 안의 세상'으로 통하는 스마트폰 얘기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올 1월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4000명 중 77.4%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 달 8일까지 일선 교사를 대상으로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원격 연수'를 실시한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하는 사례다. 맛있는공부는 지난 10일과 12일 '스마트폰 프리(free·없는)'를 선언한 중고생 3인을 각각 만났다.

변화1 성적 오르고 부모·친구와 대화 늘어

오강석군은 스마트폰을 끊고 반년이 지난 고 2 2학기 중간고사에서 난생처음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고 2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치고 전교 10등 아래로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한 후 ‘내 학습 습관을 망친 주범은 스마트폰’이란 결론을 내렸죠. 영화 감상, 페이스북 열람, 포털 검색 등으로 한두 시간은 우습게 지나가곤 했거든요. 결국 약정 위약금 30만원을 물고 2G폰으로 갈아탔습니다.”

늘 전교 3등 내외의 성적을 유지하던 김예원양 역시 올 들어 스마트폰을 없앴다. ‘집에 오면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는다’는 엄마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 처음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뚝 끊은 건 아니었다. 대신 고 1 때부터 시험 기간에 한해 한 달간 2G폰을 사용했다. 스마트폰 내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칩을 2G폰에 바꿔 끼웠더니 전화번호부 등 기본 정보는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원준군의 스마트폰은 2년째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다. 이군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다닌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이군은 매일 아침 식사 중 아버지와 라디오를 들으며 토론을 벌인다. 학교 쉬는 시간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길 나눈다. “친구 대부분이 ‘친교’에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을 갖고 다녀요. 하지만 ‘스마트폰은 오히려 인간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서로 할 얘기가 없으면 으레 스마트폰에 손이 가거든요. 감정을 나눌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변화2 '꼼꼼 기록' 등 자습 실력 업그레이드

김양은 “공부하다 보면 스마트폰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모르는 영어 숙어나 역사 용어가 나왔을 때 궁금증을 즉각 해결할 수 없다. 학교 게시판에 평소 관심 있던 대회 정보가 나붙었을 때 고해상도 사진으로 담지도 못한다. 김양은 이 같은 불편을 ‘꼼꼼한 메모’로 해결했다. 그가 다니는 독서실 책상엔 다양한 크기의 접착식 메모지가 준비돼 있다.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나왔을 때 적어뒀다가 집 PC로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이군 역시 철저한 메모 습관을 갖고 있다. “일정이 생기면 방 달력에 곧바로 기록해둡니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빡빡한 학생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에요. 제 방 벽엔 학교 책상 크기만 한 칠판도 하나 있어요. 발명이 취미인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기 위해서죠.”

꽤 많은 편리를 포기했지만 세 학생은 “스마트폰 없는 지금 삶에 200%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좋은 건 ‘확 업그레이드된’ 자습의 질(質)이다. 요즘 오군의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규칙적으로 짜여 있다. 툭하면 새벽 4시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던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혼자 스마트폰 갖고 노는 시간을 없앴더니 취침 시간이 당겨졌어요. 저녁 자습을 줄인 만큼 아침엔 1시간 일찍 일어나 수학 문제 풀이로 잠을 깨죠. 늦잠 자는 일이 없어지니 학교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일도 줄었고요.”

김양은 2G폰의 특성상 요즘 유행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친구와의 불필요한 수다가 줄었다. 이군은 “스마트폰을 버렸더니 내가 스마트해지더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은 다른 단품으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요. 제겐 최신 스마트폰 대신 성능 좋은 MP3 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이 있거든요. 그 정도면 학교 다니고 일상 생활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자녀’ 단계별 대응 요령

①자녀와의 관계 회복하기: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줄 아는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②성공 경험 축적하기: 더 큰 만족을 위해 눈앞 즐거움은 미룰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준다. 과제에 성공했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다.

③자녀 결정 지지·응원하기: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면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 기껏 내린 결정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실천 동력을 잃는다.

도움말: 김판수 숭실대 CK교수학습계발연구소 교수

인터뷰 참가자

△오강석(서울 영동고 3년)

중 3 때 스마트폰 구매, 고 2 1학기 중간고사 이후 2G폰으로 교체

△김예원(서울 건국대사범대부속고 3년)

중 3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 지난해 12월 2G폰으로 교체

△이원준(서울 신천중 3년)

초등 6학년 말 스마트폰 구매, 중학교 입학 후 스마트폰 집에 두고 통학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merryclav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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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 찍은 박찬욱 감독


"내 영화가 피 냄새 나는 極端까지 가길 원해… 현실에선 늘 타협하며 살아"

"난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건 안 무섭다

어떻게 가짜로 하는지 아니까"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

영화가 끝나도 잊히지 않는

깊은 상처를 주고 싶다"


평일 오후 늦은 시각, '스토커' 상영관에는 나를 포함해 관객 다섯 명만 있었다. 박찬욱(50)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았음에도 말이다.

마지막 장면이 냉정한 반전(反轉)으로 끝나자, 옆에 앉은 중년 여성 두 명이 "에이" 하며 일어났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의 표시였다.

―당신은 냉정한가?

"이는 내게 부족한 면이다. 냉정할 때 냉정해야 하는데…. 남들은 내게 철저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이 타협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조근조근 말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작은 체구였다. 이번 작품도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처럼 광기와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였다.

―조화로운 결말을 원한 관객들의 기분을 배반했다. 해피엔딩에 거부감이 있나?

"내 성격이 냉정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등장인물이 그런 거지."

―당신은 어느 자리에서 "질질 짜는 것은 질색"이라고 했는데.

"감상적인 것, 센티멘털한 것은 피하려고 한다."

―감상(感傷)을 하급(下級)의 감정으로 보기 때문인가?

"사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잘 울고 질질 짠다. 내가 그런 감정에 너무 잘 넘어간다. 이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다. 나는 냉정하지 않다. 오히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직업이 성격을 조금 바꿨다. 지금도 나는 공포영화 같은 걸 잘 못 본다."

―그러면서 본인은 섬뜩한 스릴러를 만드나?

"만드는 것은 전혀 안 무섭다. 어떻게 가짜로 하는지를 다 아니까."

―당신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전달한다기보다는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가령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은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를 다뤘다. 주인공 송강호는 서울 강남에 사는 돈 많은 부자다. 그의 딸이 유괴돼 죽었다. 사실 그는 공고(工高)를 나와 맨손으로 기업을 키웠던 사람이다. 이 때문에 '하필 내 아이를 유괴했느냐, 왜 내가 너의 적이냐'고 묻는 것이다. 이번 영화 '스토커'에는 폭력적 성향, 악마성이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냐 아니냐,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사춘기 시절에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처럼 악(惡)에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아, 영화에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나는 보고도 몰랐다. 아마 다른 관객들도 잔혹과 섬뜩함, 긴장감만 느꼈을 것이다.

"서스펜스도 영화를 즐기는 요소로 중요하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름끼치는 감각이 이성적인 질문을 자극하길 원한다. 왜 저 인물은 저렇게 충격적일까. 저 인물이 느끼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모든 영화적인 장치를 동원해 관객들이 보고 듣는 것만이 아닌 만지는 것 같은 느낌, 어떤 장면에서는 꽃 냄새나 피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 감각이 자극돼야 이성을 느낀다. 극단까지 가보는 영화를 나는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갈 데까지 가보는 상황을 추구하는가?

"정반대다. 현실에서는 대충 살고 웬만한 선에서 타협한다. 그게 불만이어서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찍는지 모른다. 영화 속 인물들과 내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상상에서 만들어낸 것뿐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감독의 내면이 영화에 투영되지 않는가?

"누군가가 내 무의식을 분석하면 다른 무엇이 드러날지 모르나…."

―본인의 영화가 '킬링 타임'용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억울한 마음이 있겠구나.

"자극을 깊이 주고 싶다. 영화가 끝나도 금방 돌아서 잊히지 않게 깊은 상처를 내주고 싶다."

―민노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도 당원인가?

"민노당에서 진보신당으로 바뀌었고 이제 진보신당도 없어지지 않았나."

―민노당의 노선이 옳다고 보나?

"아, 정치 얘기를 해야 하나?"

―영화 작품을 위해 의식적으로도 체제와 맞서는 입장에 자신을 놓는 것이 필요해서인가?

"바로 그거다. 사회 전체의 균형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하니까."

―할리우드의 감독 제의는 어떻게 이뤄졌나?

"2004년 '올드 보이'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받은 뒤로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별로 없었다. 2009년 '박쥐'를 출품한 베를린 영화제에서 미국 영화 제작사 '폭스 서치라이트' 간부들과 만났다. 이들이 내 영화 취향을 물었다. 재작년에 '스토커' 각본이 왔다."


―할리우드에서는 엄격하게 각본 그대로 찍어야 한다고 들었다.

"대사(臺詞)는 각본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표정이나 동작은 각본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 않아, 배우들과 상의한다. 어쨌든 장면을 찍은 뒤 '오케이냐 아니냐'는 감독이 결정하는 것이다."

―언어와 감정적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

"걱정을 많이 했다. 촬영감독과 통역을 데려갔다. 통역을 쓰면 촬영 스케줄대로 못 끝낼 것 같았다. 촬영 전에 배우들을 불러 독회를 하면서 장면 장면마다 내가 왜 이렇게 각본을 썼는지를 알려줬다. 배우들에게 다른 해석이 있는지 들어봤다. 춤추며 키스하는 장면은 촬영 장소에 가서 동선(動線)을 보면서 구상했다. 논쟁할 것은 다 하고 나니, 현장에서는 거의 말이 필요 없었다."

―며칠 만에 찍었나?

"하루 촬영 분량이 정해져 있었다. 일주일에 닷새, 40회를 찍었다. 정확하게 두 달이다. 영화사에서는 촬영 횟수를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예산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당초 촬영 횟수가 38회였는데, 2회를 초과했다."

―이번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의 몸값은 엄청날 텐데.

"배우들은 이 영화에 교통비쯤 받는다는 마음으로 출연했다. '폭스 서치라이트'사는 2000만달러를 넘지 않는 예술적이고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배우들은 자신의 경력을 위해 출연하는 것이다. 니콜 키드먼은 대작(大作)을 찍을 때면 촬영 현장에 운동 기구와 샤워 시설, 침대가 딸린 트레일러를 제공받는다. 이번에는 조그만 화장실과 소파 하나만 있는 트레일러를 썼다."

―할리우드에서는 감독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까 '감독은 각본 그대로 영화를 찍고 나면 끝이고 편집실에도 못 들어간다. 박찬욱 감독이 복도에서 서성거리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과장된 얘기다. 촬영 후 편집을 하는 10주 동안에는 감독 외에는 못 들어온다. 완성되기 전에 시사회를 가진다. 그 자리에서 전체 흐름이 지루한지, 어느 장면이 어떠한지에 대한 관객 설문조사를 한다. 이를 놓고 영화사 측과 감독 사이에 논쟁과 설득이 이뤄진다."

―이번 작품 '스토커'는 지금까지 당신의 영화 중에서 절제와 영상미학이 가장 뛰어난 것 같았다.

"나는 늘 아름다움을 추구해왔다. 다만 작품마다 아름다움의 성격이 다르다. 이 영화는 상류층 18세 소녀가 주인공(미아 바시코브스카)이다. 주인공과 동갑인 내 딸이 봐도 좋아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춘기 소녀가 좋아하는 우아한 아름다움을 살리려고 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올드 보이'를 다시 봤다. 당신은 과거 작품을 다시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칸 영화제에서 보고는 못 본 것 같다. 나는 과거 작품을 안 본다. 내가 만든 영화를 다시 볼 시간이 있으면 더 좋은 영화를 보겠다."

―같이 작업한 배우 중에서 누가 최고인가?

"'올드 보이'의 최민식과 '박쥐'의 송강호다. 이들은 연기 기술자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 통찰력이 있다. 촬영 중에 내가 생각 못 하는 부분을 짚어낸다."

―배우는 타고난다고 보나?

"나 같으면 죽어도 안 된다. 기교와 지식은 알아도 연기를 전혀 못 하니까."

―감독도 타고나는가?

"감독이야 공부하고 훈련하면 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 꿈을 꾸었다고?

"꿈으로 구체화되진 않았고, 그땐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세계였다."

그는 서강대 철학과 재학 중 사진부 서클에 들어가면서 현실적으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영화판으로 찾아간 것은 '생업' 관점에서는 불확실한 진로였지 않은가?

"교수님을 통해 영화 제작사 연출부의 어떤 분을 소개받고 찾아갔다. 요즘 젊은이들보다 철이 없고 현실감각이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 굶어 죽기야 하겠나 했다."

―영화판은 당초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달랐나?

"영화감독이 하는 고유의 일을 보고 배워야 하는데, 관찰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을 가져오라고 하면 뛰어가서 가져와야 하고, 어느 곳에 차가 못 들어오게 통제하라고 하면 영화 촬영 현장과는 떨어져 있는 것이다. 감독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영화 한 편을 끝낸들 무슨 공부가 되겠나 싶었다. 그러나 또다시 영화 한 편을 더 찍으면 연출부 안에서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점점 감독 곁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처음 영화를 두 편 찍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뒤 몇 년간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찍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가 출세작이 됐다.

―남의 영화를 비평하면서 자신의 결점을 찾아냈나?

"남의 영화를 꼼꼼히 분석하고 비평을 하는 것이니까, 내 작품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배웠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 영화를 만들려면 다른 영화를 흉내 내면 안 된다. 오히려 잊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저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배움도 있지 않은가?

"좋은 작품을 보면 '나도 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을 보면 '나도 저렇지 않은가' 하며 의기소침해졌다. 정말 안 좋을 것 같은 냄새가 나는 영화는 안 본다. 한때는 '영화광' 출신 감독으로 분류됐지만. 요즘에는 내가 영화를 얼마나 안 보는지 사람들이 알면 놀랄 것이다. 이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좋아졌다."

―당신의 영화는 긴장감과 흥미는 있다. 하지만 감동과 울림이 없는 것 같다. 본인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가?

"나는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못 느꼈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내 능력의 한계이겠지만."

―감동을 추구해왔다고?

"그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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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어 학습에 빠진 미국

임민혁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 인근 로펌에 다니는 한 교포 변호사가 들려준 얘기다. 지난달 아이들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스키장에 갔더니 백인 스키 강사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스키장에서는 강사들에게 중국어 배우기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경기 불황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블루오션'인 중국 어린이·청소년들을 스키 캠프에 유치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강사 중에는 단순한 인사말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중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이도 꽤 돼 놀랐다"고 했다.

미국인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외국어 배우기에 관심이 없기로 꼽히는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인 스스로도 이런 농담을 한다.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트라이링구얼(trilingual), 2개 국어를 말하는 사람은 바이링구얼(bilingual)이라고 한다. 그럼 1개 국어만 하는 사람은?… 정답은 '아메리칸'이다."

미국인의 '외국어 무관심'을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 때문으로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전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의 언어로 의사소통하려고 기를 쓰고 매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외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어에 들일 시간과 돈을 다른 특기 개발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부유층·지식층 사이에서는 '중국어 배우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한 유치원은 수업의 90%를 중국어로 진행한다. 연 수업료가 2만달러가 넘지만 원생 150명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계와는 상관없는 순수 미국인 자녀라고 한다. 오클랜드의 또 다른 중국어 학교는 1년 만에 학생 수가 4배 늘었다. 영상 통화로 베이징(北京) 현지 선생님과 대화하는 중국어 몰입 프로그램도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려고 1년간 휴직하고 중국 청두(成都)에서 살다 온 변호사 사례가 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외국어교육평의회에 따르면 미국 전체 공립 중·고교에서 중국어를 제2 외국어로 선택한 학생 수는 2004년 2만명에서 2012년 1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10만 스트롱 이니셔티브'가 진행 중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인들이 "앞으로 중국어를 하면 더 앞서고, 더 편안하고, 더 돈이 되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어를 배우려고 했던 바로 그 이유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고, 그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창한 중국어 실력'은 어느 현장에서든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아직도 미국 정치판 등 표면에선 "중국은 싸구려 상품으로 시장을 어지럽히고, 해킹질로 미국 기업 비밀을 훔쳐가는 나라"라는 식으로 중국을 얕잡아 보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뒷면에서 미국 주류층은 생전 처음 보는 한자(漢字)·성조(聲調)와 씨름하며 '중국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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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토론하는 실버세대, 3개월 장기 상영 이끌다

[영화 '아무르' 신드롬]

관객 중 60대 이상이 40%… 주말에는 3회 중 2회 매진, 老·病·死… 가슴 아린 이야기

"우리에게 곧 닥칠 현실 같아… 남편과 함께 다시 보러 와"


1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예술영화 상영관 씨네큐브. 35분 후 시작하는 미하엘 하네케(71) 감독의 '아무르(Amour·사랑)'를 보려는 40대 중반~50대 초반 여성 여덟 명과 30대 초반 남녀가 로비를 서성이고 있었다. 영화 시작 5분 전엔 관객 중 3분의 2가 40대 중반 이상이었다. 남편 최성열(62)씨와 함께 이 영화를 보러 온 송혜주(56)씨는 "두 달 전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계속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돌아가신 아버지, 치매 시부모를 모시는 친구부터 남편 생각까지 다 나더라. 그래서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보러 왔다"고 했다.

"가슴 무겁지만 또 보고픈 영화"

'아무르'가 개봉 3개월째 장기 상영을 하며 '다양성 영화'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16일까지 관객 7만3530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개봉한 다양성 영화(상영관 100개 미만 기준)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이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한 상업영화 '반창꼬', '주먹왕 랄프', '가문의 귀환' 등이 이미 1~2월 중 극장에서 내려간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장기 상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네큐브 측은 "71석짜리 상영관에서 매일 3회 상영을 하고 있는데 매회 50석 이상이 찬다. 주말엔 3회 중 2회가 매진될 정도"라고 했다.

'아무르'의 흥행을 이끈 것은 중장년층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티캐스트에 따르면 관객 중 20대는 20%, 40~50대와 60대가 각각 40%씩을 차지한다. 이 영화의 내용은 지난해 서울 문래동에서 일어난 '치매 간병 살인 사건'(본지 2012년 10월 31일자 A1면 보도)과 비슷하다. 중산층의 금실 좋은 80대 노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와 안느(에마뉘엘 리바)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안느는 몸이 마비돼 급기야 언어능력까지 잃어버리자 조르주는 간병인과 자식의 도움을 마다하고 아내를 지극히 돌본다. 하지만 변해가는 아내와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던 조르주는 안느와 함께 죽음의 고통을 감당하는 길을 택한다. '아무르'는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지난달 아카데미영화제에서는 외국영화상을 받았다.

40대 이상 관객이 80%

오스트리아 출신 하네케 감독은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노인과 죽음은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무르'를 만든 건 아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만든 영화"라고 했다. 이 영화를 지지한 다수의 중장년층 관객들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중장년층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는 흔치 않다"며 "'아무르'야말로 이들이 현재나 가까운 미래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라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관객평은 이렇다. "집에 와서 다시 영화 장면을 떠올리니 영화관에서 나지 않던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dres****) "70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나로서는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았던 영화."(alm****)

영화엔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생(生)'을 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관객은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비로소 '생'이 완성됨을 깨닫는다. 심리치료센터 '사이'의 심영섭 소장은 "죽음이란 실존적 명제 자체도 힘들지만, 이런 죽음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게 인간을 더 외롭고 힘들게 만든다"며 "이 영화는 평생을 함께한 사람들이 죽음의 고통과 고독을 사랑으로 지지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연애 감정을 앞세운 20~30대들의 정념적 사랑만 다루지만, 이 영화의 사랑은 죽음을 좀 더 가깝게 느끼는 중장년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라는 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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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피겨 여제인 이유, 얼굴에 다 있다?


우리 경찰에서 현재 쓰고 있는 한국형 몽타주 프로그램을 제작한 주역이기도 한 최창석 교수가 17일 두개골 표본을 놓고 북방형 얼굴과 남방형 얼굴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얼굴 정보처리 전문가'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사냥꾼 유전자' 지닌 북방형… 스포츠 스타에 많이 발견돼

남방형엔 학자·전문직 많아

人和 잘되고 빠른 문화의 한국… 인구 절반 이상 '북방형 얼굴'

"얼굴에 맞는 적성 찾아야"

"왜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 선수한테 이길 수 없는지 아세요? 얼굴에 다 나와 있어요."

최창석(59)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2013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싱글 부문에서 우승한 김연아와 3위에 그친 일본 아사다 마오의 경기 결과를 얼굴 형태의 차이로 설명했다. 등·다리 근육을 많이 쓰고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피겨스케이팅은 '북방형 얼굴'에 맞는 스포츠. 그의 분석에 따르면, 김연아의 얼굴은 이마, 광대뼈, 턱의 모습이 모두 북방형의 전형이지만, 아사다 마오는 광대뼈도 덜 나오고 두상도 김연아보다 남방형에 가까운 얼굴을 갖고 있다. 그는 "주로 사냥을 하며 살았던 '북방형 인간'의 유전자는 그런 근육 활동에 필요한 뇌의 운동영역을 발달시켰고, 발달한 뇌 부위는 얼굴에도 흔적이 남는다"고 말했다. 외모상으로 김연아에게는 '사냥꾼 유전자'가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관상(觀相)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안면 그래픽 정보처리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경찰이 사용하는 '한국형 몽타주 작성 시스템'도 그가 만들었다. 대구에서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의 10년 뒤 모습을 가상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한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평생 남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살았더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다"며 "관상은 아니어도 웬만큼 사람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 했다. 최근에는 정치인 기업인 운동선수 등 40개 분야 유명인 1370여명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재능과 상관관계를 분석한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21세기 북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최 교수는 "흔히 '사람은 생긴 대로 산다'고들 하는데 정확히는 '뇌가 생긴 대로' 사는 것"이라며 "뇌를 담고 있는 그릇이 얼굴이다 보니 얼굴을 보면 뇌가 남방형인지 북방형인지 또는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왼쪽 눈썹이 조금이라도 오른쪽 눈썹보다 처져 있으면 이는 왼쪽 뇌가 커서 나타난 현상인데 이 경우 십중팔구는 '좌뇌형 인간'의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람의 얼굴을 11개 부분으로 나눠 각 부분을 남방·북방·중간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통해 전체 얼굴이 속한 유형을 결정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화(人和)'가 잘되고, 고난을 이겨내는 근성이 있고,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것도 타원형에 뒷머리가 납작하고 이마가 세로로 높은 '북방형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55~65%가 북방형 얼굴을 갖고 있는데, 1만3000년 전까지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 근처에서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남은 인류의 유전자가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따뜻한 남쪽에서 빙하기를 지낸 '남방형 인류'는 얼굴이 역오각형에 뒷머리가 튀어나왔으며 이마도 가로로 넓다. 남방형은 수렵보다는 채취 생활에 맞게 진화해왔다고 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북방형 얼굴은 고난을 이겨내는 특성이 강해 스포츠 선수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100% 북방형. 반면 남방형은 기업인이나 학자, 전문직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대표적인 남방형 얼굴로 노무현 전(前) 대통령을 꼽았고, 북방형 얼굴로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예로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가지 특성이 모두 결합된 중간형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방형에 남방형이 약간 섞인 '중간형 재능'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얼굴 분석을 통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노력한다면 훨씬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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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돈 들여 나를 보러오지 말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위해 기부하라"

교황, 즉위 기념 미사 참석하려는 고국 아르헨 국민에 당부

교황 첫 기자회견

"가난한 이 잊지마세요" 말 듣고 즉위명 프란치스코 선택


17일 오전(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티의 교황 관저 발코니의 문이 열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타났다.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 13일에 이어 두 번째 군중과의 만남이었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군중과 함께 기도를 올린 후, 원고 없이 하느님의 관용을 주제로 짧은 설교를 했다.

지난 16일엔 바티칸시티 내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 선출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교황 선출이 확정되자 브라질의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나를 안고 입맞춤하며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세요'라고 속삭였다"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13세기 수도자였던 성(聖) 프란치스코는 이탈리아 아시시 지방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산을 버리고 평생을 가난한 자와 병든 이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는 평화와 가난한 이를 위한 정신을 가르쳐 주었다"며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은가"라고 탄식하듯 말했다.

최근 교황의 인기를 반영하듯, 기자 회견장에는 5000여명의 기자와 방송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는 회견 말미에 "이 자리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도 많다"며 "모두의 양심을 존중하며 모든 이에게 마음으로부터 하느님의 축복을 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의 이런 표현은 매우 이례적이며 다른 종교와 현실 세계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의 어록도 화제가 되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고국 아르헨티나 국민이 오는 19일 대거 즉위 기념 미사에 참석하려 하자, 주(駐)바티칸 아르헨티나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비싼 돈 들여 나를 보러 오지 말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라"고 당부했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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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군인'이라는데 왜 아파트·땅 투기 의혹?

[오마이뉴스 김도균,고정미 기자]

미리보는 3월 18일 인사청문회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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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사파 대부 "호텔기습 조양은,무릎꿇고…"



신상사파 대부 신상현씨, 월간중앙과 생애 첫 인터뷰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명동 '신상사파' 대부 신상현(81)씨는 월간중앙과의 생애 첫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먹 인생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주기중 기자]

지난 1월 5일 폭력조직 서방파 보스 김태촌씨의 장례식장. 백발의 한 노인이 들어서자 빈소에 있던 주먹들이 모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명동 신상사파의 대부 신상현(81)씨였다. 그는 195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40년간 명동을 중심으로 서울 주먹계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육군 상사 출신의 그가 이끌던 조직은 '신상사파'로 불렸다. 그는 주먹계를 은퇴한 뒤 외제차 사업을 하다 현재는 그만둔 상태다. 신씨가 지난 11일 월간중앙 4월호(3월 18일 발간)와 생애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지금 주먹세계는 돈과 폭력만 있을 뿐 낭만과 가치가 사라졌다. 청소년들은 그 세계를 절대 동경해선 안 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50년대 서울의 주먹계는 어떠했나.

 “당시 서울의 주먹들은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종로의 김두한, 명동의 이화룡과 이정팔, 동대문의 이정재가 그들이다. 이화룡씨는 선배로 존경했지만 알려진 것처럼 그의 행동대장 역을 맡은 적은 없다.”

 -75년 소위 '사보이호텔 습격사건'을 겪으며 신상사파가 몰락했다는 설이 있다.

 “그 사건 이후 호남 주먹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명동파는 90년대 초반까지 조금도 세가 위축되지 않았다. 세계 챔피언 김기수씨의 매니저를 했던 서모씨가 우리 사람이었는데 그를 호남 주먹들이 납치해 구출해온 적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호남 주먹들이 사과하러 온다기에 그날 사보이 호텔에서 기다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나는 호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행동대장 조양은(63)이 습격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달걀로 바위 치기'였다. 배후였던 염천시장 주먹 조창조는 우리의 추적을 피해 3년이나 도망다니다 내 앞에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조양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들을 다 용서했다.”

 -50년대를 '낭만의 주먹시대'로 불렀던 이유는.

 “당시엔 피를 부르는 싸움이 드물었다. 여러 명이 한 명에게 몰매를 가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소위 '다구리(몰매)'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주먹들은 태권도·씨름 등 전통 무술이나 복싱·레슬링 등 격투기를 익혀 몸을 단련했다. 미리 사시미 칼 같은 흉기를 준비하는 일은 수치로 생각했다. 싸움은 주로 일대일 '맞짱'으로 이뤄졌다. 싸우다 상대방이 다치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친 사람을 길거리에 방치하고 자리를 뜨는 일은 남자로서 부끄러운 일로 치부됐다.”

 -김태촌씨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태촌은 35년 넘게 감옥 생활을 했다. 선악을 떠나 가엾은 영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게는 깍듯하게 예의를 갖췄다. 그가 오랜 기간 보스로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신세 진 정치·경제·연예계 인물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칠었지만 성격이 직선적이고 사내다운 면이 있었다.”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주먹계의 대부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질구레한 이권을 밝히지 않고, 잔인한 폭력을 무분별하게 휘두르지 않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됐지만 전국 내로라하는 주먹들이 지금도 내게 자문을 하기도 한다.”

 -일대일 싸움에선 진 적이 없었다는데.

 “가장 중요한 건 '선빵'(선제공격)이다. 체구가 아무리 커도 주먹으로 턱을 한 번 정확하게 맞으면 단번에 쓰러진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속도와 담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글=한기홍 월간중앙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명동 사보이호텔 사건

1975년 1월 2일 오종철파 행동대장 조양은씨가 서울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신년회 중이던 신상사파를 습격한 사건. 김태촌씨는 신상사파와 가까운 호남 선배들의 지시를 받고 이듬해 3월 조씨 선배인 오종철씨에게 보복을 가했다. 이후 조양은씨는 양은이파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범서방파 김태촌씨 등과 전국구 조폭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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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기자의 청와대 인사이드] "도와주세요" 朴 대통령의 전화받은 사람은…

최재혁 기자
朴대통령, 미리 "도와달라"… 확정된 뒤 비서실장이 통보

차관은 장관 통해 알려줘… 靑 "장관들 권위 세워주라"

허태열 비서실장, 김동극 비서관 데리고 人事실무 전담


"도와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일부 장관급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리를 제의했다고 한다. 이들이 발표 직전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은 '통보'는 요식 행위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5일까지 이어진 장·차관 인사는 거의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며 "허태열 비서실장 등 참모들에겐 별로 재량권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서실장이나 각 수석이 여러 후보자를 내놓고 검증 등으로 걸러서 3~4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게 이명박 정권 때 인사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장관급이나 주요 권력기관장에 거의 단수(單數)로 후보자가 검토됐고 거기엔 박 대통령 뜻이 사전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 친박은 "'깜깜이' '불통' 인사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사람 쓰는 일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차관 인사의 경우는 "장관들의 권위를 세워주는 차원"(청와대 관계자)에서 해당 장관을 거쳐서 통보가 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시행하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반면 이명박 정권에선 장관은 물론 차관에 대한 내정 통보도 일단 대통령실장 몫이었다.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발표된 한만수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날(13일) 오후 5시쯤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 내용을 접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수석이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수석에게 직접 물어보니 "내정 통보가 아니고 정무적으로 좀 확인할 게 있어서 전화한 것이니 오해 말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 때까지만 해도 친박들은 "이재만 전 보좌관(현 총무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인사 실무를,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현 정무수석)이 검증팀을 지휘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엔 대부분의 인사 실무는 허태열 비서실장에게로 넘어갔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 이후 법적 기구가 될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인사위에선 행정안전부 인사실에서 파견받은 김동극 비서관 등 실무팀 5~6명이 일하고 있다. 허 실장은 이 실무팀을 지난달 말부터 가동하고 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인사관리행정관으로 1년 6개월간 근무했던 김 비서관은 이번에 이명박 청와대의 실무자로부터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요즘 허 비서실장 방을 가장 자주 드나든 이는 인사위의 김 비서관"이라고 했다.

원래 정무·국정기획·민정수석 및 유관(有關) 수석도 청와대 인사위의 멤버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 초 인사는 허 실장이 박 대통령과 의논하면서 전담하는 걸로 정리가 된 것 같다"며 "다른 수석들은 소관 부처와 자기 업무를 챙기느라 여력도 안 됐다"고 했다. 실제 경찰청장 교체 건을 일부 수석은 발표 전날인 14일 밤늦게까지 몰랐다. 공공기관장 및 공기업 임원 '물갈이' 문제도 허 실장이 직접 챙겨 온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권력기관장에 '영·호남' 출신을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불만도 청와대로 몰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출신지인 TK(대구·경북) 쪽의 '반발'이 거셌고, 청와대는 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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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내부고발자 보호·전관예우 규제만 제대로 해도 원칙 설 것”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66)은 “대기업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내부고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자택 부근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대기업이나 화이트칼라 범죄는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김용철 변호사 같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2007년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실 등을 폭로해 삼성그룹에 대한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고위 공무원의 전관예우를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전관예우만 막아도 우리 사회가 원칙대로 돌아가는 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경제 현안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세 없이 최대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돈이 부족해서 증세에 관해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연구원에서) 그동안 연구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비리 막으려면 ‘김용철 변호사’더 나와야

추경 편성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는 게 맞다


- 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새 정부 장차관으로 많이 임명됐다. 독식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재풀이 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원장께서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추천한 바 없다. 박 대통령 당선 뒤에는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 박 대통령이 선거 공약을 준비하면서 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대통령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다.”

-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통령의 첫 작품인데 국민적 감동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잘했다고 안 하니 답답하다. 이왕이면 잘했다는 평가를 들으면 좋은데.”

-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새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여당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경제관료의 개인적 성향을 무시하지 못하지만 큰 정책 방향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 경제 분야는 거의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관료 출신과 경제를 하겠다고 대통령이 정한 것이다. 관료 출신의 장점은 충성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령 학자는 견해가 다르면 다르다고 말할 경우가 있다. 관료는 일단 하라고 하면 한다. 자기가 가진 식견과 조언을 듣겠지만 이건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면 성실하게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할 자질은 있다. 성적은 1년 뒤에 보자. 1년 뒤에 별로라고 생각한 게 맞을지. 대통령이 맞을지 보자.”

- 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많이 어렵다. 창조경제의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2~3년은 걸린다. 그전에 국민들이 너무 힘들다. 지난해 10월 이후 일자리가 70만개나 줄었다. 일자리가 없는 건 경제가 나쁘단 얘기다. 소비가 살아나고 수출이 늘어나야 경제가 좋아지는 건데 전 세계 경제가 안 좋으니 수출이 늘어나지 않고, 투자도 안 늘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나 되니 소비가 늘어날 수 없다. 결국 정부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지출이 마중물 효과가 나게 해보자는 것인데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에서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 재정을 1년 단위로 보지 말고 5~10년 단위로 보자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조금 느슨하게 생각하자. 경기가 좋아져 세금이 더 걷히는 걸 생각하면 추경이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이 지금 과감하게 하고 있지 않나. 일본 사람들은 신이 나 있다. 나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새로운 희망이 안 보인다. 추경은 지금 논의해도 5월은 돼야 집행되고 효과가 나려면 또 몇 달 기다려야 한다. 타이밍을 놓쳐 경기가 더 침체되면 지금 10조원이면 될 게 15조원이 든다. 타이밍은 조금 늦었다. 하지만 늦더라도 해야 한다.”

-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연 2.75%로 5개월째 동결했는데.

“금리 인하는 효과가 적다. 유동성 함정 속에 들어 있어 금리를 낮춰도 돈이 돌지 않는다. 자국 돈 가치를 떨어뜨려 경제를 일으키는 것은 강대국은 쉽게 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묵인 속에 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우리는 조그만 나라다. 큰 나라들이 가만히 있겠나. 원화를 떨어뜨리는 건 실제적으로 어렵다. 소비자와 투자자도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

-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환율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안된다. 다만 진폭을 줄여야 한다. 소위 ‘외환 건전성 3종세트’로 모자라면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는 ‘한국형 토빈세’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예전부터 하자고 했지만 그때는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왔다. 지금은 정부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으로 안다.”

-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어느 분야의 세금을 올려야 하나. 물론 전제는 증세 없이 최대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지만.

“조세는 기술적 문제가 많아 함부로 얘기하기 힘들다. 우리 연구원 내 조세팀에서 준비해놓은 게 있다. 안종범 의원, 옥동석 교수 외 두세 분이 있다. 현장인 국세청에서 일하는 분, 세무 행정에 일한 분도 참여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리의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박 대통령의 학습 능력은 어떤가. 일단 메모를 열심히 하시는 모습은 국민이 알고 있다.

“누가 일방적으로 지도한 것이 아니라 같이 가르치고 배우는 ‘펠로’(동료)이다. 박 대통령은 집중력이 좋다. 암기력도 매우 뛰어나다. 여의도(국회)에서 한참 싸우다가 와서도 공부할 때는 금방 집중을 한다. ‘오늘 정신이 없어 공부 되시겠냐’고 하면 ‘내가 이 시간에 공부 안 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세상 바뀌는 것 아니다. 공부 끝나고 또 나가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꼭 하겠다 하고 이야기한 게 있나.

“신뢰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중시한 최고 가치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신뢰가 빠지면 민주주의가 안된다. 정치인은 그의 약속을 보고 찍는데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본 질서가 무너진다. 북한하고도 ‘신뢰 프로세스’ 이야기를 했다. 국가 간, 개인 간 신뢰 프로세스 등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 대선 공약에 반영한 것 외에 연구원에서 정책 건의할 게 있나.

“그동안 연구한 게 쌓여 있다. 타이밍을 맞춰서 필요한 시점에 내놓을 거다. 조만간 대기업 정책 관련해서 하나 발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내부고발자 문제를 다뤄볼 생각이다. 대기업은 내부고발이 가장 무섭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전문성이 높다. 전문성이 높아 검찰이나 법원도 잘 모른다. 예컨대 지금은 화이트칼라 범죄 유형도 다국적화돼 있다. 뇌물을 국내에서 주는 �� 아니다. 다국적기업은 아프리카에 자기 투자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뇌물 줄 사람을 아프리카 투자 고문으로 모시고 대가를 주는 거다. 고문 임금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한번에 500만달러도 줄 수 있다. 정당하게 고문으로 임금을 받는 것으로 돼 있지만 뇌물이나 다름없다. 파생금융상품이 얼마나 복잡한가. 이런 건 내부고발자만 알 수 있는 거다. 갈수록 화이트칼라 범죄는 늘어난다. 제대로 잡으려면 내부고발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고, 신분을 보호해줘야 한다. 미국은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를 준 사람에게 1억달러를 줬다. 스위스 비밀계좌의 작동 메커니즘을 아는 이는 내부고발자밖에 더 있나. 미국은 내부고발을 대행해주는 에이전시도 있다.”

- 삼성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같은 사람을 보호하겠다는 의미인가.

“김용철 변호사도 내부고발자 중 하나다.”

- 김 변호사 역시 삼성 건을 고발한 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변호사 일은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 없고, 앞으로는 내부고발해서 억울한 일 생기지 않게 하려는 거다. 김 변호사 개인의 행적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개인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고발 한번 했다가 자기 인생을 버렸다. 지금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아주 약하다. 우리도 법이 있지만 주로 공직자를 보호하는 것이어서 민간인에 대해서는 약하다. 보상금도 적다. 현재 법을 보완해 보상을 해주고 보호를 해줘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전관예우를 막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 금감원·검찰·공정위 고위직 하고 나오면 고문, 감사, 사외이사 10년 이상 덕보고 산다. 그게 다 부패의 소스(원천)이다. 전관예우에 대해 훨씬 엄격하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왜 전직 공무원에게 로펌에서 돈을 많이 주겠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쓴소리’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현재 전관들이 얼마나 대우를 많이 받고 있나. 금감원·검찰·공정위가 다는 아니다. 다른 데도 많다.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나오면 건설협회나 건설회사에 들어간다. 제대로 되겠나. 내부고발자 보호하고 전관예우 둘만 제대로 해도 우리 사회가 원칙대로 돌아가는 데 기여를 할 것이다.”

- 이달 초부터 미래연구원이 독자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민간 싱크탱크가 없다. 미국에 민주·공화당 양당제가 굳건한 것은 제대로 된 싱크탱크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보수, 다른 쪽은 진보로 정당이 움직이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 도와준 사람은 선거 끝나면 다 없어졌다. 다 감투 쳐다보고 간 거다.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 김광두 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지난 대선에서 창조 경제 등 새누리당 대선 공약의 산파 역할을 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새 정부 인재 등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류길재 통일부 장관·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연구원 출신이다. 새 정부 내각 4분의 1을 미래연구원 인사들이 차지한 것이다. 청와대 에서는 곽상도 민정·최성재 고용복지수석이 연구원에 적을 두고 있다.


<오창민·김경학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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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시평]안철수는 ‘유시민의 길’을 가려는가

유시민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했다. 이로써 3김 정치에 의해 사당정치와 지역주의로 왜곡된 한국의 자유주의를 아래로부터 당원이 움직이는, 제대로 된 근대적 정당과 탈지역주의로 바로잡으려던 ‘유시민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 사당정치와 지역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적 문제의식의 정당성,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여러 재주들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유시민 실험의 실패는 자초한 면이 많다. 구체적으로, 진정성보다는 단순히 재주에 의존하고, 긴 호흡을 가지고 옳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감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했던 ‘소탐대실 정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그는 아래로부터 당원이 결정하는 정당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정치에 입문할 때는 지역구 결정을 무시한 민주당 지도부의 낙하산 공천에 의해 국회의원이 됐다. 또 지역주의와 싸우기 위해 적지인 대구에 내려가 국회의원 출마를 했다가 떨어지자 얼마 뒤 짐을 싸가지고 올라와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 특히 국회의원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지역구를 놓고 자기 이익만 고집하다가 민심의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이 점에서 그는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멘토이자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갔다. 그리고 그 결과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말해, ‘유시민의 길’은 긴 호흡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주의 등 한국정치의 기성질서에 저항함으로써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으며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노무현의 길’과 달랐다. 즉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는 ‘소실대탐의 정치’와는 정반대인 ‘소탐대실의 정치’였던 것이 문제였다.

우려되는 것은 돌아온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유시민 전 의원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안 전 교수는 전성기의 유 전 의원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등 유 전 의원과 다른 점이 많다. 그러나 안 전 교수 역시 한국의 전근대적 거대정당체제, 특히 전근대적 자유주의정당에 대한 비판에 기초한 개혁적 자유주의자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유시민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진성당원에 의한 인터넷 정당과 탈지역주의 등 핵심 개혁 내용에서 자신과 중첩되는 안 전 교수의 등장이 유시민의 정치은퇴 결정을 촉진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안 전 교수가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를 통해 더 큰 것을 얻는 ‘노무현의 길’과 ‘소실대탐의 정치’가 아니라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유시민의 길’과 ‘소탐대실의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예가 안 전 의원이 적지인 부산을 피해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노원병에 출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그의 논리이다. 그는 부산 영도를 택하지 않고 노원을 선택한 것에 대해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역주의와 싸우기 위해 안 전 교수가 민심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출마한다는 수도권, 즉 종로의 의원직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고 적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낙선의 길을 걸은 바보 노무현의 길이 자기 출신지역에서 출마했다는 이유로 지역주의란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모욕적 궤변이다. 솔직하게 “노원이 부산보다 당선 확률이 높아서”라고 이야기한다면 솔직성이라도 인정해 줄 텐데 이 같은 궤변을 늘어놓으니 할 말이 없다.

현재의 민주통합당은 희망이 없다. 따라서 그 형태가 어찌 되었건,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야권의 개편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가 노무현의 길이 아니라 유시민의 길을 가는 한 그 한계는 뻔하다. 노무현의 길이냐, 유시민의 길이냐, 그것이 안 전 교수와 야권의 미래, 나아가 한국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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