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경영학] 혁신보다 중요한 건 벌떼처럼 달려드는 모방자를 물리치는 것
BCG의 제언집카처럼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사업 전체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새로운 틀 안에서 생각하기(thinking in new boxes)’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새로운 단어로 사업을 정의해보는 것이다. ‘상파뉴 드 카스텔란’이란 샴페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주류 업체 로랑 페리에는 주류, 샴페인, 알코올 등의 단어를 쓰지 않고 사업을 정의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성공적인 파티와 축하·기념행사에 기여하는 사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새로운 틀을 정의하고 나자 새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주로 파티에 초대된 사람이 선물로 들고 간다는 것에 착안, 샴페인을 차갑게 유지하기 위해 플라스틱 백에 얼음을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샴페인 박스를 재조립하면 게임 보드(놀이판)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번 새로운 틀(new box)을 만들고 나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카가 시장 선도업체로 입지를 굳힌 것은 고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집카는 고객을 끌어들이려면 경제성과 편리성이 긴요하다고 보고 차별화된 운영 모델을 구축했다.
구조적인 경쟁 우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사업이나 아이디어로 새 시장을 개척했다고 해도 벌떼처럼 달려드는 추격자와 모방자를 따돌려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인 소셜커머스와 에너지 음료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일수록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선도자라고 해도 궁극적으로 패자가 되기 쉽다.
집카가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성공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자동차 회전율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자산(보유 자동차) 이용률(2011년 30%)을 높여야 한다. 기존 렌터카업체와 달리 차량을 빌려줄 때 연료비를 고정 가격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 회피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김율리 BCG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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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명 `직업 멘토링`…쌍방향 사회공헌 이끈다
삼성 임직원들이 재능기부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32만명(국내)에 달하는 삼성 임직원들의 재능은 사회 전반에 안 걸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심지어 삼성스포츠단 산하 프로선수들까지 재능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이 임직원 재능기부를 기업 사회적 책임(CSR)의 주요 테마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이 있다. 재계 사회공헌활동의 패러다임이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본격 선회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펼치는 재능기부 활동은 올 한 해 18만여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기부가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일방 통행식 공헌활동보다는 사회의 소외계층과 꾸준히 소통하고 우리의 재능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계층 간 장벽을 허무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재능기부 활동으로 '직업 멘토링'을 꼽을 수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3만명 규모로 대학생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상담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는 대학생에 초점을 맞췄으나 올해부터 고등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그룹과는 별개로 직업 멘토링을 실시한다. 올 한해 1만명의 중ㆍ고등학생에게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며 중학생 60%, 고등학생 40% 비중으로 중학생들에게 방점을 두기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드림락(樂)서'라는 직업 소개 콘서트를 올해 신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공대 출신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전문가, 디자이너, 회계사, 변리사 등 웬만한 직업군이 다 있는 만큼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청소년들에게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연 2만여 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주요 지역을 순회하면서 드림락서 행사를 펼치고 진로상담 부스와 학부모 특강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는 삼성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모범사례로 자리잡았다. 이달 22일부터 '시즌4'가 시작되며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15회 진행된다. 예상 수강인원은 4만명이다. 하반기에 진행될 '시즌5'까지 감안하면 올해 열정락서 수혜자는 8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 임직원들이 교사로 직접 뛰는 공부방 활동은 올해 1만여 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삼성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초등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공부방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삼성스포츠단은 12개 구단 소속 스타 선수들과 함께 이달부터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다. '삼성스포츠 재능기부 드림캠프(이하 드림캠프)'란 명칭으로 시작되며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원포인트 레슨과 멘토링을 진행한다.
삼성에버랜드는 동물원ㆍ조경ㆍ조리 등 각 분야 전문 임직원의 역량을 활용한 재능기부 활동인 '러브스쿨'을 진행한다.
삼성이 중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을 지원하는 '드림클래스' 사업도 광의의 재능기부 활동이다. 대학생들과 저소득층 중학생들을 매칭해 영어ㆍ수학을 가르친다. 올해 1만5000명의 중학생을 지원하며 대학생 교사 수를 올해 4400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물질적 기부는 일방향성이 강하지만, 재능기부는 참여하는 구성원 간 쌍방향 소통이 일어난다"며 "재능은 나누면서 소멸되는 게 아니어서 물질적인 것보다 가치가 크며 제공하는 쪽도 자긍심을 얻게 돼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황인혁 기자 / 이경진 기자]
삼성그룹 사회공헌활동 ‘대학생 직업멘토링 시즌3’ 3월 시작
멘토 1명에 멘티 5명.. “구직에 실질적 도움 주겠다”
직원들 경력 등 정보 올리면 대학생들이 직접 고르는 방식
멘토 1명이 맡는 멘티 수 줄여 지난해보다 내실 더하기로
#. 삼성 직업멘토링을 통해 도움을 받고 2013년 삼성중공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정모씨. 그는 멘토였던 상사가 여름에 인도로 의료봉사를 갈 계획이라는 얘기를 듣고 '기회다' 싶어 자청해서 함께 다녀왔다. 의학적인 지식도 없고 전공자도 아니었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정 사원은 멘토링제도를 통해 직업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떤 일이든 최소 3년간 노력해 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멘토의 조언을 아직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이 역점 추진 중인 '직업 멘토링'을 통해 삼성에 입사한 대학생의 성공 일화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위력을 발휘해온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인 '직업 멘토링'이 올해 시즌3를 맞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에 비해 임직원(멘토) 한 명당 배정되는 학생(멘티) 숫자를 줄여 내실을 기하기로 한 것이다.
19일 삼성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직업 멘토링 시즌3'를 위해 지난 1월 2기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2기 참가자들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간담회를 통해 지난 2기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3기에 개선해야 할 점 등을 활발하게 논의했다. 시즌3는 오는 8월까지 운영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곧 멘토, 멘티 공고가 공식적으로 나갈 것"이라며 "이달 중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3에서 가장 크게 변화되는 것은 멘티 인원이다. 삼성의 직업멘토링은 멘토가 삼성 직업 멘토링 홈페이지에 본인의 경력 등을 올리면 멘티들이 이 정보를 참고로 멘토 삼고 싶은 삼성직원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앞서 지난 두 시즌 동안은 멘토로 나서는 삼성 직원 한 명당 최대 7명의 멘티가 배정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숫자가 최대 5명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번 시즌3에 참여하게 될 임직원 수가 지난 시즌보다 늘어난다. 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멘토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들에 비해 전체 행사 규모가 다소 확대되는 셈이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삼성직업멘토링 시즌2에서는 5800여명의 삼성 임직원이 멘토로 참여해 3만여명의 대학생들과 인연을 맺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구직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은 "인원 수가 좀 많아 멘토들이 한 명, 한 명 챙겨주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멘토 한 명당 배정되는 인원 수 이외의 운영 방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처럼 멘토들과 멘티들이 연결되면 멘토들은 카카오톡, 메신저, e메일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멘티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진로 및 직업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멘티들이 평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면 멘토들이 이에 대해 답하는 형식이다.
멘토-멘티 모임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루어진다.
오프라인 모임은 그룹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된다. 멘토가 멘티들을 삼성그룹 본관으로 초청해 모임을 갖기도 하고 외부 회의실, 카페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삼성은 직업멘토링 외에도 열정락서, 희망의 공부방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편 오는 22일 시작되는 열정락서 시즌4는 진로 및 취업 관련 카운슬링, 외국어 면접, 모바일 제품 체험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소통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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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제품 뜬다
남과 다르게 보이도록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신세대를 겨냥한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명동에 있는 컨버스 매장에 가면 젊은 남녀 커플들이 아무 문양 없는 흰색 컨버스에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고 원하는 곳에 스터드(징) 장식을 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발에 서로의 이름과 하트를 직접 그려 넣어 애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매장에 구비된 최첨단 디지털 프린트를 이용해 독특한 이미지나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원래 컨버스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홍보 차원에서 2011년 전국을 돌며 한시적으로 실시했는데, 워낙 소비자 반응이 좋고 지속적 서비스를 원하는 요청이 많아 명동점에 상설 시스템을 구비하게 됐다.
오경빈 컨버스 마케팅 담당자는 "하루 평균 20여 명의 남녀 커플이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이용하기 위해 매장을 찾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컨버스는 '커스터마이징' 제품 관심 속에 다음달 중순까지 한 달 동안 젊은 아티스트들이 만든 그래픽 전시회를 진행한다. 미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프레너미, 음반 디자이너 겸 타이포그래피스트 김기조, 그리고 아티스트 추미림 등 3인이 참여하는 전시다. 이들이 직접 제작한 그래픽은 원하면 컨버스화에 담을 수 있다. 컨버스의 커스터마이징 제품은 4만원대로 기존 제품과 가격이 동일하다.
라코스테는 올 한 해 동안 매달 한 가지씩 총 12개 스타일의 피케 셔츠를 'DIY(Do It Yourself)'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출시한다. 제품별 한정으로 발매되는 라코스테의 이번 피케 셔츠는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피터 새빌의 작품과 함께 페인트와 실, 물감 등의 재료가 구성되어 있어 자신이 직접 티셔츠를 개성있게 꾸밀 수 있다. 다만 이번 한정판 제품은 매장이 아닌 페이스북 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00유로다.
라코스테를 전개하는 동일드방레의 박신하 부장은 "손쉽게 디자인해 나만의 티셔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커스터마이징 피케 셔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미 1월 제품은 품절된 상태며, 2월과 3월 제품도 곧 품절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장품에서도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젊은 여성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이 걸그룹 출신 가수 서인영과 공동 개발한 '엣지핏'은 20개 멀티 컬러로 이루어진 메이크업 세트다.
청순한 메이크업부터 화려한 파티 메이크업까지 가능하도록 색상이 다양한 게 특징. 본품과 함께 구성된 핸디키트 케이스는 자석형으로 탈부착이 가능해 원하는 색상 3가지를 골라 휴대할 수 있다. 청순한 메이크업을 원할 때는 중간색 계열의 컬러 세트를, 화려한 파티 메이크업이 필요할 때는 핫핑크, 골드 등 눈에 띄는 색상으로 휴대용 키트를 만들 수 있다. '엣지핏'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지 4개월이 채 안됐지만 누적판매량이 5만개를 넘었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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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현금보유 기업은 애플
IT기업 현금보유액 급증
투자자 배당요구 거셀 듯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올해도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미국 정보기술(IT)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올라 1조4500억달러(약 161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무디스는 “전체 기업의 현금 증가액 중 60%는 IT기업에서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5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보다도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애플이다. 무디스는 올해 말 애플의 현금 보유액이 17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체 기업 현금 보유액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5%에서 올해 말에는 1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금 보유액이 늘어나는 이유가 35%에 달하는 높은 미국 법인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이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현지법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가운데 58%인 8400억달러가량이 해외에 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가져올 수 있도록 세금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세금 휴일’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금 보유액이 늘어남에 따라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FT는 “IT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지만 현금 보유액의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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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로펌 매출액] 김앤장, 7600억 벌었다
김앤장, 2011년 5000억원→2012년 7600억원 '급증'…태평양 2000억원 눈앞
6대 로펌 가운데 세종만 매출 감소…화우도 매출 1000억대 클럽 가입
변호사 1인당 매출액 평균은 5억6200만원, 김앤장 제외하면 5억1000만원으로 전년대비 감소
"화려한 성장, 실속은 줄어"[본 콘텐츠는 3월13일 09:00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경기 불황과 영국과 미국 등 해외 법무법인의 국내 진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형 법무법인(이하, 로펌)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게는 7%에서 많게는 40%까지 늘었다.
매출액 1위는 국내 최대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차지했다. 대규모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기업 인수·합병(M&A), 자산유동화 등 금융거래를 비롯해 중재, 조세, 송무 등 주요 분야의 법률 자문을 휩쓸었다. 지금 같은 성장세면 김앤장은 2~3년 내에 국내 로펌 최초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앤장 다음에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광장이 이름을 올렸다. 태평양은 매출액 2000억원을 앞두고 있다. 광장도 1500억원대로 올라섰다. 매출은 늘었지만, 변호사 1인당 생산성은 오히려 감소했다. 외형은 커지고 실속은 줄었다. 변호사 1인당 생산성이 고문 및 전문위원의 수와 비례해 눈길을 끌었다.
인베스트조선이 13일 6대 로펌을 대상으로 2012년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김앤장의 매출액(추정치)은 7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특허와 세무 부문을 제외한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부문 매출은 약 55~60% 정도로 매출액은 4300억원가량이다. 지난해 3000억원 수준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김앤장은 지난해 국내 기업 관련 M&A 법률자문 시장 점유율 2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김앤장은 기업 인수 거래 82건에 참여했으며 관련 거래 금액은 16조3532억원에 달했다. 신세계의 강남 센트럴시티 인수, 현대백화점의 한섬 인수를 비롯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등이 대표적인 자문거래다. 대형 거래의 자문 수입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M&A뿐만 아니라 김앤장은 민사, 상사, 국제 중재에서도 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매출액이 대폭 증가한 배경에는 인력 증가도 한 몫 했다. 김앤장은 지난해에만 100여명의 국내·외 변호사를 영입했다. 로펌의 특성상 구성원의 수와 매출은 비례한다.
김앤장을 제외한 대형로펌 5곳의 평균 매출액은 1400억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100억원가량 증가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1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김앤장 다음 자리를 지켰다. 매출 증가액은 200억원가량이다. 태평양은 M&A, 금융자문을 비롯해 국제중재 등에서 고른 실적을 올렸고 경제 민주화 관련 사건에서 김앤장을 제치고 줄줄이 사건을 수임했다.
광장도 선전했다. 전년보다 13.3% 증가한 1530억원을 기록했다. 율촌은 1150억원에서 1240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가(家) 상속 분쟁에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쪽을 대리해 주목을 받은 법무법인 화우는 10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액에는 삼성가 관련 수임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 화우 관계자는 “착수금 등에 관한 청구가 늦어 지난해 매출액에는 관련 매출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6대로펌 가운데 법무법인 세종만 역성장했다. 세종은 2011년 135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렸지만, 올해는 1300억원에 그쳤다.
로펌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잣대인 변호사 1인당 매출액(매출액/국내외 변호사 수)은 5억62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만원가량 늘었다. 김앤장 효과가 컸다. 김앤장을 제외한 5대로펌의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은 5억1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600만원 줄었다. 변호사 영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게 가장 큰 요인이지만 로펌들은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앤장이 6억20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태평양은 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위였던 율촌은 5억1400만원으로 떨어졌다. 율촌은 김앤장에 다음으로 변호사 수가 늘어난 로펌이다. 광장과 세종은 4억8000만원대, 화우는 4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6대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 수는 2012년 12월말 기준 166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20명가량 증가했다. 외국변호사의 수도 30명가량 늘었다. 고문과 전문위원의 수는 김앤장이 가장 많고, 태평양, 율촌 순이다.
[황은재 기자
yij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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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달라고 울고불고…떼쓰는 아이들
◆ 세살때 '모바일 버릇' 평생 간다 (上) ◆
![](http://imgnews.naver.net/image/009/2013/03/19/20130320.01110118000007.01L.jpg_1363679781.jpg_59_20130319172343.jpg) |
지난해 9월 KT IT서포터스 직원들이 부천 원일초등학교에서 스마트폰ㆍ태블릿PC 중독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 제공=KT>nn |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빠진 아이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직장인 김지선 씨(가명ㆍ36)는 세 살배기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두 살 때만 해도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 놀이에 흥미를 보였던 아들이었다. 하지만 모바일기기를 한번 맛본 아이는 이젠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다. "휴대폰 줘!"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을 넘어, 책을 던지고, 바닥에 '쿵쿵'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찧는 등 난동을 부린다. 스마트폰 형태의 장난감을 사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에 쥐자마자 던져버렸다. 아직 미숙하지만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고, 앱을 터치해 눈앞에서 스마트폰이 반응하는 것을 즐긴다. 노래와 율동이 나오는 40분짜리 뽀로로 13회 시리즈를 스마트폰으로 틀어주면 끝날 때까지 구부정한 자세로 꿈쩍 않고 시청한다. 급기야 지난주엔 병원을 찾았다. 자세 교정과 스마트폰 중독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모바일이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 자녀까지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중독에서 자신과의 일체화, 나아가 '모바일 종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극적인 모바일에 빠진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아이들은 덜 신선한 오프라인 영역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책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게임을 하는 데 익숙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영유아를 비롯한 초ㆍ중ㆍ고교 학생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영삼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부 부장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나중에 대인관계에 불안을 느끼고, 우울증과 기억력 감퇴 등 병적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만 10~49세 스마트폰 이용자 3740명 중 스마트폰 중독률은 8.4%이며, 연령별로는 청소년(11.4%)이 성인(7.9%)보다 높게 나타났다. 만 10~19세의 청소년 10명 중 1명이 모바일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까지 포괄한 조사에서는 영유아(7세 이하)의 인터넷 중독률이 7.9%로 성인(6.8%)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화진흥원은 7세 이하 영유아 160만명이 인터넷ㆍ모바일 중독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호기심에 스마트폰을 만졌던 어린 학생들이 점차 심도 있게 기기를 활용하면서 역기능이 드러나고 있다. 처음엔 친구와 대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게임, 뉴스 등을 소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친구 간 대화가 목적이었던 메신저는 집단 따돌림에서 자살까지 이어지게 하는 '악의 공간'이 되어버린다. 각종 음란물을 비롯한 유해 콘텐츠에 청소년들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최근 초등학생 3명이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차례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다. 범행 당시 피해 여성에게 스마트폰에 저장된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강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잠실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맡고 있는 이연경 씨(가명ㆍ27)는 "카카오톡으로 모자이크 처리도 안 된 여자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남학생들이 주고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유해한 콘텐츠에 실시간 노출돼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줄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이 이제는 스마트폰에서도 구현되면서 이동하거나 밥을 먹을 때마저도 휴대폰을 붙잡고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애니팡 같은 단순한 게임부터 생동감 넘치는 고화질 스마트폰 게임이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팀장은 "어린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규칙을 정해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연령별로 스마트폰 콘텐츠 수위를 구분해 제공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대기 기자 / 손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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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교수 강의내용 사전 평가한다…외부전문가 참여 '커리큘럼 평가委' 도입
국내 처음…2014년부터 강의에 적용중앙대(총장 이용구·사진)가 전국 대학 최초로 교수들의 강의를 점검·관리하는 ‘커리큘럼 평가위원회’를 도입한다. 학기 말 종강 때 수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평가와 달리 교수와 학생, 외부 전문가가 함께 학기 시작에 앞서 강의 내용 구성부터 사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교수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강의 구성권에 대학 본부가 관여하겠다는 이 시도가 대학 강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상준 중앙대 교무처장은 19일 “이용구 신임 총장 주도로 강의 구성과 내용을 점검하는 커리큘럼 평가위원회 설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처장은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대학 내 5개 계열별로 설치해 올해 강의를 점검한 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커리큘럼으로 재구성하게 할 계획”이라며 “내년 강의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의 내용과 구성은 수업을 맡은 교수의 독점적인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의 강의 평가는 수업 내용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등에 관해 사후적으로 학생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외부 강사는 강의 평가가 낮으면 재계약을 못 할 수 있지만 정년 보장을 받은 교수는 강의 평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대가 신설하는 커리큘럼 평가위원회는 기존 강의 평가와 달리 교수와 위원회가 함께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강의를 새롭게 편성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경제학원론에서 전통적인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을 주로 가르칠지 게임이론과 같은 최신 이론을 중심으로 할지 교수와 위원회가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다. 한 처장은 “강의가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위원회는 강의를 없애거나 두세 개 강의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조정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위원회는 동료 교수와 학생,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강의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유도한다. 공학계열 위원회에는 기업 엔지니어가, 경영·경제계열 위원회에는 회계사나 벤처기업가가 참여하는 식이다. 해당 학문 분야에서 역량이 뛰어난 다른 대학 교수도 평가 위원으로 초빙할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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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물, 물로 보지마 !
유엔이 평가한 '물부족 국가' 한국…수도관 노후로 10년간 6조원 '줄줄'
지자체 상하수도 관리능력 부족…완도·예산군, 물 절반이 새나가
수돗물 직접 마시는 비율, 한국 1.7%·미국 56%·일본 35%
물도 복지 …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유엔이 정한 물의 날(22일)를 맞아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물을 공급하는 핵심 시설인 상수도의 국내 관리 실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특히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는 수도관 관리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매년 7억㎥, 금액으로는 518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물이 각 가정, 공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새나가고 있다. 이것이 유엔이 평가한 ‘물 부족 국가’ 한국의 현실이다.
○수도관 노후로 물 절반이 새기도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상수도관의 전체 유수율(물이 수요자에게 도달하는 비율)은 83.2%였다. 물 100을 보내면 83.2만 각 가정 등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물이 새는 비율(누수율)을 보면 서울(3.8%) 경기(6.9%) 등 수도권은 양호한 편이지만 강원(23.0%) 경북(22.2%) 전남(21.6%) 등은 20%가 넘는 물이 새고 있다.
군 단위 지자체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충남의 경우 예산군의 누수율이 51.6%, 부여군은 51.1%에 달한다. 물의 절반 이상이 수도관에서 새나갔다. 강원 평창군의 누수율은 40.2%에 이른다. 전남 완도군의 누수율은 무려 58.1%에 달했고, 진도군(52.5%) 장흥군(42.6%) 등의 누수율도 높은 편이다.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시의 누수율도 35.5%로 심각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군 단위 지자체의 평균 누수율을 35.4%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새나간 물을 돈으로 따지면 2001년 이후 2010년까지 10년간 6조원에 달한다.
현재 상하수도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정하지만 집행 및 상하수도 관리 등은 모두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재정난과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적절한 상하수도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서울시가 상수도와 관련해 떠안고 있는 부채는 3227억원에 이른다. 전남은 1152억원이고 경기(787억원) 전북(777억원) 경북(771억원) 등의 순으로 부채가 많다. 최종원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누수율의 차이는 노후 수도관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수도관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복지 위해 국가가 나서야
노후 수도관에서는 물이 새나가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물의 질도 나쁠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아무 문제 없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2011년 기준 1.7%에 불과하다. 미국(56.0%), 일본(34.9%)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막대한 양의 물이 버려지고, 물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 재정적인 손해는 물론이고 국민 개개인의 건강, 더 나아가 경제발전과 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에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은 열악한 상수도관망을 재구축하고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사업을 2009년 이후 진행해오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은 상수도관 관리가 가장 열악한 강원도를 시작으로 상수도관망 최적관리 시스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작하자마자 삼척 동해 속초 등 3개 지자체에서 재정 악화로 사업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금배 환경공단 상수도지원처장은 “강원도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가뭄이나 홍수시 수도관 누수로 인해 제한적으로 급수를 해야 하거나 오염물질이 수도관에 유입될 수 있어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며 “물도 복지의 일환이라고 보고 국가가 나서서 전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세계 물의 날] 年 500조원 '블루골드' 산업 선점하라
GS건설·두산重 '수처리 사업' 강화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2017년 조성연간 500조원이 넘는 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도 뛰기 시작했다. 다국적 기업의 각축전인 수처리 산업에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졌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블루골드’ 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국내 ‘물산업 허브’가 될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는 2017년을 목표로 밑그림 작업에 돌입했다.
흙탕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수처리 사업, 상하수도 서비스, 물 관련 토목공사 등 물산업의 범위는 넓다. 인구 증가와 이상 기후로 물이 귀해지면서 물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전문조사기관 GWI에 따르면 물산업 규모는 2010년 4828억달러(약 580조원)에서 매년 6.5%씩 급성장,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10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멘스와 GE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시장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다.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자, 세계적인 물기업을 양성하겠다는 ‘물산업 육성계획’을 2010년 내놨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GS건설은 수처리 플랜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스페인 기업 이니마를 지난해 인수했다. 두산중공업도 영국 기업 엔퓨어를 사들여 수처리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급성장하는 국내 물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의 국가과학산업단지에 2017년까지 총 사업비 5400억원(국비 5200억원, 지방비 200억원)을 들여 물산업 종합 산학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지난 1월 발표했다. 국가 물산업의 컨트롤 타워인 ‘한국물산업진흥원’, 기술 실험 공간인 ‘물산업 실증단지’ 등이 이곳에 들어서게 된다.
2015년에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을 개최한다. 낙동강과 금호강 등 수자원이 풍부한 데다 전문인력을 확보하기도 쉬워 클러스터 조성지로 유리하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주변 산업도시와 연계성이 높고 광역교통망이 발달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을 겪었고, ‘죽음의 강’ 금호강을 ‘생명의 강’으로 바꾼 경험이 있는 대구시는 ‘이제 물산업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며 고무돼 있다.
대구시는 실무 준비를 위해 올초 대구경북연구원, 대구테크노파크 등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사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설계와 조성이 함께 이뤄지는 사업이라 10월에는 첫삽을 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200여개 ‘물기업’을 키우고 1만여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게 목표”라며 “‘석유의 시대’를 넘어 ‘물의 시대’를 여는 데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세계 물의 날] 다양한 '물 캠페인'
동화약품-유니세프 '생명살리는 물' 운동
굿네이버스, 세계 곳곳서 식수지원사업기업들이 물산업에만 열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점점 높아지는 물의 중요성에 착안,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비정부기구(NGO) 등도 가세했다. 물의 해를 맞아 인지도를 높이거나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은 유니세프(UNICEF)와 손잡고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최근 시작했다. 식수 부족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하고 수질 오염과 물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유니세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인 위액션(WeAction)에 올라와 있는 캠페인 콘텐츠에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1개당 100ℓ의 물이 적립돼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생명을 살리는 물’이란 뜻을 가진 활명수의 의미를 살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최근 울산시와 함께 ‘아큐어’란 이름의 수자원 보호 캠페인에 들어갔다. 물과 다양한 수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쾌적한 생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이다.
NGO인 굿네이버스는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식수 지원사업 ‘Good Water Project’(굿워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말라위에 우물펌프를 설치하는 등 해외 곳곳에 식수시설 597개, 정수시설 2598개를 지원했다. 이 밖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자녀의 이름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는 ‘우리 아이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선물하세요’ 캠페인을 이달 한 달 동안 전개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포럼] 물 산업 신성장동력으로 키우자
22일은 '물의 날'이다. 옛날 속담에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물을 흔한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이 돈보다 귀한 몸이 됐다. 유엔은 물 부족에 따른 분쟁을 극복하기 위해 올 한해를 '물의 해'로 설정할 정도다.
세계시장 규모 연 4,000억달러 달해 지구 표면의 70%는 물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97.5%는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이고 2.5%만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이다. 그나마 담수의 66.5%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로 존재하고 30.0%는 지하수이며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의 물은 전체 담수의 0.4%에 불과하다. 21세기 들어 60억명이었던 인구가 현재 71억명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1인당 물 공급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까지 가세해 많은 국가들이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 11억명에게는 안전한 식수조차 제공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에서는 연간 1인당 재생성 가능 수자원량을 산정해 '물 기근, 물 부족, 물 풍요' 국가를 분류,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재생성 가능 수량이 1,452㎥로 물 부족 국가이며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인류가 멸종하는 것은 자명하다. 물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물 절약 습관은 기본이며 바다로 마냥 흘러가는 물을 붙잡아두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논에 물을 가둬놓아야 한다. 논이 내보내는 약 350억톤의 물은 소양강댐의 8배가 넘는 양이다. 이 중 192억톤은 하천으로, 158억톤은 지하수로 저장되며 이 지하수는 전 국민이 1년 동안 쓰는 생활용수의 2배에 해당한다. 장마가 시작되면 저수지를 확인한 후 미리 논에 방류하고 물길을 정비해둬야 한다. 아울러 많은 휴경농지에 어느 정도 두께로 둑을 쌓고 빗물을 가두면 홍수나 가뭄을 막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정부는 이와 같이 휴경농지를 관리하는 농업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둘째, 여름에 집중되는 강수량을 효율적으로 연중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은 산림에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림으로 이뤄져 있다. 이 산림은 물을 저장하는 '녹색의 댐'으로 부른다. 가뭄이 오면 지속적으로 물을 생산해내는 것이 산림이다.
토양이 잘 발달진 숲 1㎡는 약 200리터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이는 성인 1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식수다. 그런데 이러한 산림이 난개발에 시달리고 있다. 산림의 황폐화는 홍수와 물 부족이라는 재앙을 불러들인다. 무분별한 산림개발에 대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기술 개발ㆍ전문인력 양성 힘 쏟아야가장 중요하게는 물 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세계 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4,000억달러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물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미국은 151억달러를 투자해 수질 정화사업과 수자원 개발사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 산업을 신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물 부족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관계당국은 물 산업 핵심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물 사용에 불편을 느끼지 못해 물의 귀중함을 잊고 지내왔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고작 0.4%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안과 정책도 관심과 호응이 없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3월 '물의 날'이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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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돌릴 틈 없이… 연아, 올림픽 프로젝트 시동
[소치올림픽 앞두고 음악·안무·의상 등 고민… 늦어도 10월에 열리는 그랑프리에서 공개할 듯]
"레미제라블 뛰어넘을 만한 프로그램 나올 수 있을지 걱정"
안무는 계속 윌슨에 맡기기로
신혜숙·류종현 코치와 소치올림픽까지 함께할 듯'피겨 퀸'이 '김래리'로 변신했다.
2013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우승자 김연아(23)가 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갈라쇼에 남장 연기를 하며 매력을 발산했다.
김연아는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부문 입상자 등 총 24명이 참가한 공연의 22번째 순서로 빙판에 등장했다.
버드와이저 가든스 링크의 천장에 달린 대형 전광판엔 김연아의 전날 프리스케이팅 장면이 떴다. 경기를 마치고 기뻐하는 모습, 대기석에서 높은 점수를 확인하고 놀라는 표정,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거는 순간이 펼쳐졌다.
장내 아나운서가 "세계선수권 여자 우승자 유나 킴(김연아)!"이라고 소개하자 관중 9000여명이 큰 박수로 환영했다.
검은색 수트에 타이, 페도라(중절모의 일종) 차림으로 링크 가운데에 자리 잡은 김연아는 마이클 부블레의 곡을 배경으로 삼은 '올 오브 미(All of me)'를 연기했다. 작년 국내 아이스쇼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당시 김연아의 안무를 맡은 데이비드 윌슨(캐나다)은 노래 속 주인공의 이름을 '래리'라고 지었다. 그러자 팬들은 김연아에게 '김래리'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연아는 "무슨 프로그램을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부블레이고, 그가 캐나다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며 "이곳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점프 없이 스텝과 스핀으로만 구성한 '올 오브 미'를 연기하던 김연아가 페도라를 벗고 머리를 풀어헤치는 순간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연아는 페도라를 가슴에 댄 채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빙판을 활주하는 동작으로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우승을 했기 때문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동안 갈라 연습을 하지 않다가 급하게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김연아는 20일 낮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당분간은 휴식이다. 당초 이번 대회까지만 함께할 예정이었던 신혜숙·류종현 코치와는 내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어렸을 때 (저를 가르쳤던) 코치 선생님들이라 더 편안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시즌을 대비한 새 작품은 2006년 시니어 데뷔 이후 호흡을 맞춰온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구상한다.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이니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골라야 할 것 같다"면서 "이번 '레미제라블'을 뛰어넘을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2연속 금메달을 위한 새 작품을 완성하면 10월부터는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다.
그랑프리의 왕중왕전 격인 파이널에도 무난히 오를 전망이다. 김연아는 2006~2007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위 세 번, 2위 한 번을 했다. 이후 세 시즌은 불참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회장배 전국 남녀 랭킹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올림픽 출전권 세 장을 안긴 김연아는 선발전 면제가 확실시된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18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갈라쇼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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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대이동] 부처 옮겨야 할까 남아야 할까… 주판알 튕기느라 '뒤숭숭'
![](http://imgnews.naver.net/image/038/2013/03/19/hjh0820201303182056350_59_20130319024812.jpg) |
1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지난주 말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타결됨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과천 청사에 입주한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
미래부·해수부 인기
승진·퇴직 후 유리 판단
방통위·국토부 등 공무원들 "신설부처 가고 싶다"
산업통상자원부 울상
중기청으로 일부 업무이관
"산하기관으로 가고 싶겠나… 다음 인사때 돌아왔으면"
외교관들 표정관리
복귀 전제로 산업통상부행
완전 전출 통상직은 울상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은 지 47일. 여야간 힘겨루기와 줄다리기 끝에 조직개편은 확정됐지만, 공무원 사회는 오히려 훨씬 뒤숭숭한 분위기다. 새 부처가 신설되고 부처간 업무가 새롭게 분장되면서, 공무원들은 본격적으로 이삿짐을 싸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소속부처에 따라 거주지, 승진, 퇴직 후 취업 등 자신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터라 공무원들은 각자 셈법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남는 자'와 '떠나는 자'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곳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전체 소속 공무원 500여명 중 60~70%에 해당하는 300여명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방통위 내에서 인력이동이 가장 큰 곳은 인터넷(IP)TV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넘기게 된 '방송통신융합정책실'이다. 최대 120여명의 공무원이 옮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아예 조직 자체가 없어지게 됐다. SO 업무를 맡던 '방송정책국'과 통신관련 제도를 담당했던 '통신정책국'도 각각 최대 50여명씩 인력을 내주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2실4국 6관 체제에서 1처 3국 11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방통위의 내부 조사결과, 대부분 인력이 '미래부'행을 희망했다. '작은 물'이 된 방통위에 남기 보다는 '큰 물'인 미래부가 자신들의 미래에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힘은 예산에서 나오는데 이 점에서 방통위는 미래부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신설부처가 승진기회도 많고 산하기관이 많아 퇴직 후 취업에도 유리할 것이란 게 솔직한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워낙 미래부로 몰리는 바람에 방통위는 한때 중추 인력인 과장ㆍ팀장부족으로 "이대로는 직제구성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기능을 가져오고 중소기업진흥 및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업무 일부를 내주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70명이 새로 들어오고 90명이 나가는 쪽으로 결론났다.
특히 뒤숭숭한 곳은 통상 쪽이다. 외교부 소속 외교관들이 부처이동을 극도로 기피함에 따라, '희망할 경우 2년 내 외교부 복귀' 약속을 법령에 명문화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외교부 공무원은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대사를 꿈꾸는데 갑자기 산업통상자원부로 가라는 건 앞날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 출신들은 '친정'복귀가 보장돼 다행이지만, 통상직 일반공무원들은 '호적을 완전히 파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와야 하기 때문에, 일부는 이직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관련업무가 이관돼 중소기업청으로 가게 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울상이다. 한 관계자는 "누가 산하 청 단위 기관으로 가고 싶겠는가. 다음 인사 때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분야가 미래부로 옮겨가는 교육과학기술부는 핵심쟁점이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등 산학협력업무는 교육부에 그대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이동인원은 200명 전후에 그치게 됐다.
하지만 내부에선 미래부 행을 원하는 여론이 더 큰 상황. 지난 달 실시한 희망부처 조사결과, 옮기길 원하는 인원이 250명 정도로, 옛 과학기술직 공무원의 99%가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교육부 공무원은 "과학기술직 아닌 교육직 공무원 중에서도 승진기회가 많은 미래부로 가고 싶어하는 인력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승진기회 때문에 신설부처는 원하는 기류는 해양수산부도 마찬가지. 국토해양부에서 228명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152명이 움직이는데, 당초 더 많은 공무원들이 해양수산부행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관계자는 "빠르면 금주 중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조직이 완비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상당한 시행착오와 민원인들의 불편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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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출신 주타깃… 20명이상 도마 오를 듯
■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금융권 수장 물갈이 예고
강만수·이팔성 등 대표적 MB맨 4대천왕 사퇴 기정사실화 분위기
신제윤 후보자보다 선배·동기들도 용퇴 거론
"다른 낙하산으로 대체… 과거 정부와 같아" 지적도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금융 공공기관장에 대해 "임기와 관계 없이 필요하면 교체를 건의하겠다"며 금융권의 인사파장을 예고하면서 그 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만수 KDB산은금융 회장 등 금융권에 포진한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들이 주요 교체 대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 후보자는 금융위원장으로서의 첫 임무로 선배들의 옷을 벗겨야 하는 얄궂은 처지가 된 셈이다.
신 후보자가 기관장과 지주 회장 교체 검토 대상으로 제시한 3가지 기준으로 따지면 금융공기업 11곳, 금융회사 4곳 등 총 15곳이 해당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직간접적으로 금융위의 입김이 작용하는 은행연합회(박병원 회장), 생명보험협회(김규복 회장), 손해보험협회(문재우 회장), KB금융지주(어윤대 회장), 농협금융지주(신동규 회장) 등까지 합하면 20곳이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4대 천왕' 으로 불리는 강만수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MB맨'(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교체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특히 강 회장은 금융위가 임명을 제청하는 산은금융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 회장과 이 회장도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 회장의 측근은 "강 회장이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힌 그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교체 방침을 기다리는 입장임을 밝혔다. 이 회장 측도 "회장이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대주주인 만큼 금융위원장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부에 거취를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공공기관도 아니고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기관도 아니라는 점에서 임기가 4개월 남은 어 회장을 교체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KB금융이 공공적 성격이 큰 대형 금융지주라는 점에서, 어 회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나머지 공공기관장의 교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친 MB 인사로 분류되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로 퇴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가 신임 이사장 후보추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에 임기가 1년 연장됐다. 당시에도 연임의 뜻이 없었다는 점에서 금융위에서 교체 신호를 보낼 경우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기수(期數) 문화가 만연한 금융권 특성에 따라 당장 신 후보자(행정고시 24회)보다 행시 선배이거나 동기인 관료 출신 금융기관장도 '용퇴'가 거론될 수 있다. 실제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난 권혁세(행시 23회) 금융감독원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인사로는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9회),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16회), 김용환 수출입은행장(23회),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24회) 등이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사퇴 압박을 받는다면 박근혜 정부가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낙하산을 다른 낙하산으로 대체하는 꼴' 이라는 비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부 교체기마다 이런 식의 물갈이 파동을 겪지 않으려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2.5년 혹은 3년 임기 2년 연임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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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회장이 連任반대 이사 몰아내려해"… 魚 "모르는 일"
[KB금융 어윤대 회장·사외이사진 갈등… 무슨 일 있었나]
사외이사들, 측근 해임 압박 - 최측근 박동창 부사장이 사외이사 3명 선임 막으려
왜곡된 정보 흘린 사실 드러나… 어 회장은 "개입한 적 없다"
작년말 ING 인수 갈등이 발단 - 사외이사들이 반대해 무산
베이징서 이사진과 술자리 중 어 회장, 술잔 깨고 고함 질러18일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긴급 소집된 이사회에서 최측근인 박동창 부사장을 보직 해임했다. "어 회장이 해임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임을 결의하겠다"는 사외이사들에게 등을 떠밀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 내내 어 회장은 거의 침묵을 지켰다. 사외이사들이 '박 부사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하자 '알겠다. 즉시, 오늘 당장 해임하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어 회장이 최측근을 내쳐야 할 지경에 몰린 것은 작년 말 ING생명 한국 법인 인수를 둘러싸고 사외이사들과 겪은 갈등이 원인이다. 그가 1년간 공을 들인 ING생명 인수를 사외이사들이 거부하면서 양측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감정의 골이 파이고, 서로를 의심하게 되면서 마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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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ING생명 인수 불발로 시작된 갈등작년 12월 18일 KB금융 이사회는 ING 인수 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했다. 사외이사 9명 중 5명은 '반대' 의견을, 2명은 사실상 반대인 '보류' 의견을 냈다. 어 회장을 지지한 사외이사는 단 2명이었다. 사외이사들은 이 표결 한 달 전쯤 중국 베이징에서 어 회장이 일부 사외이사와 가진 술자리에서 소동을 벌인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외이사들에 대한 감정이 폭발했다. 고함을 지르고, 술잔을 깨뜨렸다.
올 들어서도 어 회장과 사외이사들 관계는 긴장감이 돌았다. 지난 2월 신임 사외이사 추천을 위해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양측은 마찰을 빚었다. 두 번째 충돌이었다. 어 회장은 A교수를 집중적으로 밀었지만, 사외이사 4명은 모두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추천했다. 결국 사외이사들의 뜻이 관철됐다.
◇
주총 앞두고 이경재 이사회 의장 해임 주장한 보고서로 마찰
어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세 번째 마찰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포된 10쪽짜리 보고서로 시작됐다.
지난 12일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 전문 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내놓은 이 보고서는 "KB금융 일부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 주총 안건 중 이경재씨 등 사외이사 3명 선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참고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적지 않은 보고서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은 65%에 달해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 보고서에서 선임에 반대해야 한다고 지목한 사외이사 3명 가운데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포함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의장은 ING생명 인수 불가론을 펴면서 어 회장과 정면으로 대립했던 인물이다. 이사회 안팎에서는 "KB금융 경영진이 이 의장을 내쫓으려고 이런 보고서가 나오도록 손을 쓴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사외이사들의 조사 결과, 박동창 부사장이 ISS 한국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이 드러났다. 일부 사외이사는 "박 부사장이 단독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자백을 한 것은 어 회장의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어 회장은 박 부사장이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을 때 지도교수였고, 어 회장이 취임한 2010년 7월 박 부사장도 함께 KB금융에 입성했다. 어 회장의 복심(腹心)이라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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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 "어 회장이 무리하게 연임 노린다"고 의심KB금융 안팎에서는 이 보고서가 7월 중순 임기가 끝나는 어 회장이 반대 세력의 구심점인 이 의장을 몰아내고 사외이사들과 관계를 개선, 연임을 노리는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회장 후보 추천권은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이 의장이 빠지면 나머지 사외이사는 어 회장의 연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ISS의 보고서에 자신은 간여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날 박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고 ISS의 '왜곡된 보고서'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연임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내부 정보, 특히 왜곡된 자료를 미국의 사설 기관에 제공한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는 전문 회사이다. 상장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전 세계 1700여 기관투자가에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투자 결정을 돕고 수수료를 받는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 반발에 어윤대 회장, 최측근 부사장 해임
금융 관련 공기업 수장 등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들과의 갈등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어윤대 회장은 18일 박동창 전략 담당 부사장을 보직 해임했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의 최측근 인물이다. 어 회장이 '오른팔'을 자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사외이사들과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 2월 말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 전문 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접촉해 KB금융 일부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 때문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됐다는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SS는 상장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전 세계 1700여 기관투자가에 찬반(贊反) 의견을 제시하는 업체다. ISS는 이런 정보를 토대로 22일 열릴 주주총회에 참석할 외국의 기관투자가에 사외이사 3명의 선임을 반대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사외이사들은 박 부사장의 배후에 어 회장이 있다고 의심하고, 박 부사장을 해임하기 위해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결국 사외이사들의 압박에 밀린 어 회장은 자기 손으로 박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고,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어 회장은 보고서 공작의 배후라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어 회장의 연임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윤대 "박동창 부사장과 관계 없다" 해명 불구… 이사회 "믿을 수 없어… 추가 조치"
■ KB금융, 박동창 부사장 보직 해임
금융당국 종합검사 예고… 어윤대 교체 가능성 커져
미국 주총 안건 분석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의 왜곡 보고서 사태로 경영진과 이사회 간에 심각한 내홍(본보 18일자 1면 보도)을 겪고 있는 KB금융지주가 18일 ISS와 접촉한 박동창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면서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 동안 쌓였던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감정의 골이 이번 사태로 더욱 깊어져 지배구조 변화 없이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이날 박 부사장의 보직 해임으로 그 동안의 내홍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부사장이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인 점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 회장이 이번 왜곡 보고서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윤대 회장이 먼저 (박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겠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며 "특정 경영진(박 부사장)이 ISS측과 접촉한 것은 어윤대 회장과 관계가 없으며 사후 보고를 받고 황당해 했다"고 알렸다. ING생명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어 회장과 이사회 간 갈등 이후 어 회장이 일부 껄끄러운 이사진을 밀어내려 한다는 항간의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KB금융은 "상당 부분 (양측의) 오해가 해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측의 설명과 달리 이사회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 이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회사 쪽에서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겠지만 믿을 수 없다"며 어 회장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ISS 왜곡 보고서에 대한 진상조사 및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추가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여 경영진과의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의 향후 종합검사도 KB금융에게 큰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보고서 왜곡 사건을 '금융질서 문란 행위'로 규정했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해임 여부 그대로 인정할지 아니면 추가 제재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혀 추가 징계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KB금융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어 회장 임기가 4개월여 남아 있지만, 임기를 온전히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어 회장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고 거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파이낸셜 포커스] 'KB 사태' 5가지 핵심포인트
서울경제신문이 11일자로 단독 보도한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 ISS의 이른바 'KB 리포트'의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가 일부 KB 사외이사의 연임 반대를 적시하면서 시작된 'KB 사태'는 22일로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사회는 20일에도 임시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이사들은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와 함께 초미의 관심사인 사외이사 연임 여부와 관련한 주주들의 찬반 투표에 대한 중간 결과를 보고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개될 'KB 사태'를 바라보는 핵심 포인트 다섯 가지를 짚어봤다.
①주총 향방은■ 갈팡질팡 외국인… 사외이사 연임 안갯속
이번 주총은 KB의 앞날을 가를 분기점이다. 앞서 ISS가 반대의견을 낸 이경재ㆍ배재욱ㆍ김영과 사외이사에 대한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외국인 주주들은 이미 투표를 마쳤다. 상당수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KB의 외국인 지분율은 66.22%에 달한다.
하지만 최종결과는 안갯속이다. 당장 1대 주주인 국민연금(8.58%)이 남아 있다. 국민연금은 2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감독 당국이 나서고 있는데다 경영진도 주요 주주를 설득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국민연금과 국내 주주들이 모두 찬성한다고 보면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KB의 관계자는 "현재 박빙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총 안건에 대한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투표 최종결과는 주총 하루 전쯤 나온다.
②왜 이렇게 흔들리나■ 외국인 절대지분에 지배구조도 취약
외국인 주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ISS를 비롯한 KBㆍ신한ㆍ하나의 외국인 주주들은 주총에서 거수기였다. 이번 사태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떠나 외국인 주주들이 제목소리를 낸다는 점은 그냥 넘어갈 부분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주주들이 사외이사 파견이나 경영간섭을 본격적으로 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외국인 주주들에게 휘둘린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외국인이 주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KB 외에 신한(63.74%)이나 하나(67.97%)도 60% 이상이 외국인이다.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배구조마저 허약한 우리나라 금융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거 소버린이 SK를 공격했던 것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하는 액티비스트 펀드가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③차기 회장에도 영향 미칠까■ 사외이사 선임 결과따라 회장 거취 좌우
이번 사태는 차기 회장 선출작업에도 영향을 준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데 주총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구성원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어윤대 회장의 연임건이 아니더라도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 구도가 변한다.
사외이사 선임작업도 마찬가지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어 회장과 이경재ㆍ황건호ㆍ함상문ㆍ조재목 이사로 꾸려져 있다. 주총 안건 처리에 따라서는 사외이사를 포함해 KB 지배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만약 주총안건이 부결로 결론 지어질 경우, KB금융은 한동안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④당국 나서나■ 신한사태 능가하는 개입 이뤄질 수도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9일 "ISS건의 진상파악은 늦출 수 없는 부분"이라며 "ISS를 최우선으로 보고 있고 밤을 새서라도 빨리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KB를 종합검사하고 있다. 주총 날인 22일 검사를 완료할 예정이지만 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과거 신한 사태에 버금가는 당국의 고강도 개입이 이뤄질 여지도 농후하다. 업계에서는 독립성 부분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누가됐든 차기 이사를 뽑을 때 당국에 전후 과정을 설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⑤ISS 소송은■ 금품수수 등 위법 없다면 소송 없을 듯
KB 측이나 일부 사외이사가 왜곡된 보고서라는 이유로 ISS에 소송을 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견을 표명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금품 수수 같은 위법행위가 없다면 소송을 해도 이길 가능성이 적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KB금융이 이를 잠재우기 위해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종목에 대한 매수ㆍ매도 의견을 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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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욕심으로 무리하게 용산 투자했다가…롯데관광개발, 결국 법정관리 신청
[한겨레]
자본금 55억 회사가 용산개발 1700억 투자
김기병 회장 일가 지분 53%
무리한 투자 못막아
외부감사인 ‘의견거절’에
주식시장서도 퇴출 위기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 사업에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돈을 투자한 롯데관광개발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 개발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금융회사(PFV) ‘드림허브’의 지분 15.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추진중인 용산 개발사업 정상화 방안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롯데관광개발은 또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시장에서도 퇴출당할 상황에 처했다.
롯데관광개발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회사 재산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용산 개발사업 채무불이행 이후 차입금 만기 연장이 안 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에서 서면심사를 거쳐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 55억원에 연매출 400억원가량의 중소 규모 관광회사로, 부동산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데도 총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하는 용산 개발사업에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17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무리한 투자에다 오랜 기간 사업이 표류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당기순손실 106억원과 36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용산 개발사업이 파산하면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당장 롯데관광개발의 감사인인 대성회계법인은 이날 2012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2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대성회계법인은 “드림허브가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진행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기업으로서 운명이 좌우될 불확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성회계법인은 “3월 중 신주인수권부사채 255억원과 차입금 256억원, 5월과 올해 말까지 각각 차입금 180억원과 392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상환에 실패하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자본력이 부족하고 대형 개발사업 경험도 없는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을 대신해 주관사를 맡은 것부터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김기병 회장이 사업적 욕심 때문에 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것이라는 얘기다. 무리한 사업에 롯데관광개발이 계속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김 회장 일가의 회사 지분이 절반을 넘어, 잘못된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관광개발은 김 회장(38.66%)이 최대주주이고, 부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8.53%)과 두 아들(3.88%와 1.76%) 등 일가족이 5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용산 개발사업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롯데관광개발 보유 지분 75%가량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상환에 실패하면 경영권까지 빼앗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 김 회장의 부인 신 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이다. 이런 이유로 김 회장은 1971년 회사 설립 때부터 ‘롯데’ 브랜드를 사용했지만, 현재 롯데그룹과는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별개 회사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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