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O) 라이벌(X) 마오의 탄식
ㆍ주니어 땐 상대 전적서 앞서다 시니어 된 뒤 메이저대회 전패‘김연아만 없었다면….’
김연아(23)와 동갑내기 라이벌로 꼽혀온 아사다 마오(23·일본)의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아사다는 17일 캐나다 런던에서 끝난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잇단 실수로 6위에 머문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내용에 비해 후한 점수인 134.37점을 받아 합계 196.47점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사다는 역전우승을 노리고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으나 두 발로 착지하는 바람에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를 이기기 위한 승부수. 성공률이 30% 안팎에 머문 트리플 악셀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트리플 악셀에 실패한 여파가 3회전 플립과 3회전 콤비네이션 실수로 이어졌다. 일본 언론은 “아사다가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백조의 호수’를 마쳤지만 선두와는 차이가 너무 컸다”고 평가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아사다가 김연아를 앞섰다. 상대전적에서도 2승1패로 김연아를 앞섰고 김연아보다 더 많은 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시니어 선수가 된 뒤에는 역전됐다. 시니어 대회에서 둘은 모두 12번 만났고 상대전적에서 김연아가 8승4패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김연아에게 우승을 내주고 2위로 밀린 대회만 네 번. 그랑프리 파이널 세 차례, 밴쿠버올림픽 한 차례 등 모두가 메이저대회였기에 아사다의 충격은 더 컸다. 이번에도 김연아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김연아 복귀 이전까지 올시즌 최고선수로 군림한 아사다는 이번 대회를 김연아를 넘어설 전환점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연아 앞에 아사다는 다시 작아졌다. 김연아를 이기기 위한 모험수인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와의 수준차를 더 이상 극복하기 힘들다는 사실만 확인해준 부메랑이 됐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 직후 일본팬들로부터 ‘두부 멘털’이라는 비판 속에 상처만 깊어갔다.
그동안 김연아의 영원한 라이벌로 불려온 아사다. 훗날 아사다는 ‘시대와 상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피겨스케이터’로 팬들에게 기억될 것 같다. 이제는 ‘라이벌’이라는 세 글자를 빼야 할 때가 됐다.
<런던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
[특집 기획] 스마트 교육이 몰려온다
|
‘엄마표 스마트 교육’이 궁금한 학부모와‘스마트 교육 전문가’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박형재씨, 김두일·조기성 교사, 한혜경씨./이신영 기자 |
활용법 알아야 효과… 부모 먼저 써보세요
'엄마표 교육'은 이렇게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2015년까지 교과서의 80%를 디지털화(化)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1년 시작된 스마트 교육 시범학교 수가 확대되면서 학교 재량에 따라 스마트 교실을 갖춘 곳도 늘고 있다. 애플·KT· LG·CJ 등 정보통신(IT) 기업 역시 앞다퉈 가정·학교 단위에서 활용 가능한 스마트 교육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 하지만 날로 커지는 스마트 교육의 비중과 달리 교사·학부모·학생 중 스마트 교육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이에 맛있는공부는 지난주 '스토리텔링'에 이어 신학기 특집 그 두 번째 기획으로 '스마트 교육'의 모든 걸 준비했다.
스마트 교육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스마트 교육=스마트 패드 교육’이란 등식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스마트 교육은 스마트 기기 중독을 조장한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e-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조기성 서울 계성초등 교사에 따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스마트 교육의 ‘스마트(SMART)’는 △자기주도적(Self-directed) △흥미 유발(Motivated) △수준과 적성(Adaptive) △풍부한 자료(Resource Enriched) △정보기술 활용(Technology Embedded)을 각각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5개 학습 목표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창의력·의사소통능력 등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죠.”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스마트 교육은 여전히 난수표처럼 알쏭달쏭한 개념이다. 중 3 자녀를 둔 한혜경(45)씨와 초등 5년생 자녀를 둔 박형재(42)씨 역시 평소 ‘엄마표 스마트 교육법’의 실체가 궁금하던 차였다. 지난 12일, 두 학부모가 맛있는공부의 주선으로 ‘스마트 교육 전도사’ 조기성 교사와 김두일 서울 한영중 교사(과학)를 만났다.
◇스마트 기기, 처음 접한 ‘용도’가 중요
한씨는 얼마 전 게임기 등 각종 스마트 기기를 보관하기 위해 집안에 금고를 들여놨다.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지 못하는 자녀 때문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그는 스마트폰 조작이 능숙하고 자녀와 가정용 게임기도 즐길 줄 아는, ‘친구 같은 엄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아이들 때문에 적지 않은 기기를 ‘폐기 처분’해야 했다. 그는 “스마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되고 학교에서도 스마트 교육을 한다고 하니 무조건 못 쓰게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올바른 사용법도 알려주지 않은 채 스마트 기기부터 안기는 건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마트 기기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학교 수업으로 기기를 접한 아이에겐 최고의 ‘학습 도구’가 될 수 있어요. 반면, 아무런 교육 없이 기기부터 손에 쥔 아이에겐 그저 ‘오락 도구’일 뿐이죠.”
박씨는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스마트 패드를 접한 아이가 패드는 학습 도구로 여기는 반면, 스마트폰으로는 게임만 하려는 게 의아하더라”며 “(패드·전화) 둘 다 게임 기능이 내장된 걸 뻔히 알면서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걸 보며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어린이는 과몰입 위험이 크므로 초등 4학년 이전엔 스마트 기기 활용보다 직접 조작하며 놀 수 있는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남용 막으려면 부모부터 ‘솔선수범’해야김 교사는 “독서 즐기는 부모의 자녀가 책과 친해지듯 스마트 기기 역시 부모가 동영상 강의 시청이나 전자책 읽기, 학습 콘텐츠 이용 등 바람직한 활용상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는 스마트 교육의 최대 효과로 ‘집단지성’(여럿이 협력해 얻어진 지적 능력의 결과)을 꼽았다. “스마트 수업에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므로 모든 학생이 각자 일정 역할을 맡아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 덕에 일반 수업에선 발표 한 번 못하던 아이도 스마트 수업에선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죠.” 조 교사는 “스마트 교육이 도입된 후 학교 수업 현장이 한층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회 수업에서 유적 관련 내용이 나왔을 때 지도 앱 ‘거리뷰’ 기능을 활용하면 실제 현장을 찾은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과학 수업을 할 땐 다소 위험한 실험도 동영상으로 간접 체험해볼 수 있고요. 스마트 교육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효과적 동기 부여 수단이 됩니다.”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불필요한 검색·수다 확 줄고 메모 습관 정착… 학업·생활 '스마트'해졌죠"
|
(왼쪽부터) 오강석(서울 영동고 3년),김예원(서울 건국대사범대부속고 3년), 이원준(서울 신천중 3년)./염동우 기자 |
중고생 3인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아침마다 노랫소리로 주인을 깨운다. 밥 먹을 땐 뉴스를 보여주고 길 잃으면 지름길을 알려준다. 늦은 밤, 잠 못 드는 주인 곁을 든든히 지켜주기도 한다. '내 손 안의 세상'으로 통하는 스마트폰 얘기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올 1월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4000명 중 77.4%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 달 8일까지 일선 교사를 대상으로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원격 연수'를 실시한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하는 사례다. 맛있는공부는 지난 10일과 12일 '스마트폰 프리(free·없는)'를 선언한 중고생 3인을 각각 만났다.
변화1 성적 오르고 부모·친구와 대화 늘어
오강석군은 스마트폰을 끊고 반년이 지난 고 2 2학기 중간고사에서 난생처음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고 2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치고 전교 10등 아래로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한 후 ‘내 학습 습관을 망친 주범은 스마트폰’이란 결론을 내렸죠. 영화 감상, 페이스북 열람, 포털 검색 등으로 한두 시간은 우습게 지나가곤 했거든요. 결국 약정 위약금 30만원을 물고 2G폰으로 갈아탔습니다.”
늘 전교 3등 내외의 성적을 유지하던 김예원양 역시 올 들어 스마트폰을 없앴다. ‘집에 오면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는다’는 엄마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 처음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뚝 끊은 건 아니었다. 대신 고 1 때부터 시험 기간에 한해 한 달간 2G폰을 사용했다. 스마트폰 내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칩을 2G폰에 바꿔 끼웠더니 전화번호부 등 기본 정보는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원준군의 스마트폰은 2년째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다. 이군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다닌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이군은 매일 아침 식사 중 아버지와 라디오를 들으며 토론을 벌인다. 학교 쉬는 시간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길 나눈다. “친구 대부분이 ‘친교’에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을 갖고 다녀요. 하지만 ‘스마트폰은 오히려 인간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서로 할 얘기가 없으면 으레 스마트폰에 손이 가거든요. 감정을 나눌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변화2 '꼼꼼 기록' 등 자습 실력 업그레이드김양은 “공부하다 보면 스마트폰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모르는 영어 숙어나 역사 용어가 나왔을 때 궁금증을 즉각 해결할 수 없다. 학교 게시판에 평소 관심 있던 대회 정보가 나붙었을 때 고해상도 사진으로 담지도 못한다. 김양은 이 같은 불편을 ‘꼼꼼한 메모’로 해결했다. 그가 다니는 독서실 책상엔 다양한 크기의 접착식 메모지가 준비돼 있다.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나왔을 때 적어뒀다가 집 PC로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이군 역시 철저한 메모 습관을 갖고 있다. “일정이 생기면 방 달력에 곧바로 기록해둡니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빡빡한 학생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에요. 제 방 벽엔 학교 책상 크기만 한 칠판도 하나 있어요. 발명이 취미인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기 위해서죠.”
꽤 많은 편리를 포기했지만 세 학생은 “스마트폰 없는 지금 삶에 200%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좋은 건 ‘확 업그레이드된’ 자습의 질(質)이다. 요즘 오군의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규칙적으로 짜여 있다. 툭하면 새벽 4시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던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혼자 스마트폰 갖고 노는 시간을 없앴더니 취침 시간이 당겨졌어요. 저녁 자습을 줄인 만큼 아침엔 1시간 일찍 일어나 수학 문제 풀이로 잠을 깨죠. 늦잠 자는 일이 없어지니 학교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일도 줄었고요.”
김양은 2G폰의 특성상 요즘 유행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친구와의 불필요한 수다가 줄었다. 이군은 “스마트폰을 버렸더니 내가 스마트해지더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은 다른 단품으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요. 제겐 최신 스마트폰 대신 성능 좋은 MP3 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이 있거든요. 그 정도면 학교 다니고 일상 생활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자녀’ 단계별 대응 요령
①자녀와의 관계 회복하기: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줄 아는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②성공 경험 축적하기: 더 큰 만족을 위해 눈앞 즐거움은 미룰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준다. 과제에 성공했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다.
③자녀 결정 지지·응원하기: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면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 기껏 내린 결정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실천 동력을 잃는다.
도움말: 김판수 숭실대 CK교수학습계발연구소 교수인터뷰 참가자
△오강석(서울 영동고 3년)
중 3 때 스마트폰 구매, 고 2 1학기 중간고사 이후 2G폰으로 교체
△김예원(서울 건국대사범대부속고 3년)
중 3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 지난해 12월 2G폰으로 교체
△이원준(서울 신천중 3년)
초등 6학년 말 스마트폰 구매, 중학교 입학 후 스마트폰 집에 두고 통학[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merryclave@chosun.com]
...........................................................................................................
[최보식이 만난 사람]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 찍은 박찬욱 감독
"내 영화가 피 냄새 나는 極端까지 가길 원해… 현실에선 늘 타협하며 살아"
"난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건 안 무섭다
어떻게 가짜로 하는지 아니까"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
영화가 끝나도 잊히지 않는
깊은 상처를 주고 싶다"평일 오후 늦은 시각, '스토커' 상영관에는 나를 포함해 관객 다섯 명만 있었다. 박찬욱(50)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았음에도 말이다.
마지막 장면이 냉정한 반전(反轉)으로 끝나자, 옆에 앉은 중년 여성 두 명이 "에이" 하며 일어났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의 표시였다.
―당신은 냉정한가?
"이는 내게 부족한 면이다. 냉정할 때 냉정해야 하는데…. 남들은 내게 철저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이 타협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조근조근 말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작은 체구였다. 이번 작품도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처럼 광기와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였다.
―조화로운 결말을 원한 관객들의 기분을 배반했다. 해피엔딩에 거부감이 있나?
"내 성격이 냉정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등장인물이 그런 거지."
―당신은 어느 자리에서 "질질 짜는 것은 질색"이라고 했는데.
"감상적인 것, 센티멘털한 것은 피하려고 한다."
―감상(感傷)을 하급(下級)의 감정으로 보기 때문인가?
"사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잘 울고 질질 짠다. 내가 그런 감정에 너무 잘 넘어간다. 이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다. 나는 냉정하지 않다. 오히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직업이 성격을 조금 바꿨다. 지금도 나는 공포영화 같은 걸 잘 못 본다."
―그러면서 본인은 섬뜩한 스릴러를 만드나?
"만드는 것은 전혀 안 무섭다. 어떻게 가짜로 하는지를 다 아니까."
―당신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전달한다기보다는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가령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은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를 다뤘다. 주인공 송강호는 서울 강남에 사는 돈 많은 부자다. 그의 딸이 유괴돼 죽었다. 사실 그는 공고(工高)를 나와 맨손으로 기업을 키웠던 사람이다. 이 때문에 '하필 내 아이를 유괴했느냐, 왜 내가 너의 적이냐'고 묻는 것이다. 이번 영화 '스토커'에는 폭력적 성향, 악마성이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냐 아니냐,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사춘기 시절에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처럼 악(惡)에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아, 영화에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나는 보고도 몰랐다. 아마 다른 관객들도 잔혹과 섬뜩함, 긴장감만 느꼈을 것이다.
"서스펜스도 영화를 즐기는 요소로 중요하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름끼치는 감각이 이성적인 질문을 자극하길 원한다. 왜 저 인물은 저렇게 충격적일까. 저 인물이 느끼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모든 영화적인 장치를 동원해 관객들이 보고 듣는 것만이 아닌 만지는 것 같은 느낌, 어떤 장면에서는 꽃 냄새나 피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 감각이 자극돼야 이성을 느낀다. 극단까지 가보는 영화를 나는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갈 데까지 가보는 상황을 추구하는가?
"정반대다. 현실에서는 대충 살고 웬만한 선에서 타협한다. 그게 불만이어서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찍는지 모른다. 영화 속 인물들과 내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상상에서 만들어낸 것뿐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감독의 내면이 영화에 투영되지 않는가?
"누군가가 내 무의식을 분석하면 다른 무엇이 드러날지 모르나…."
―본인의 영화가 '킬링 타임'용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억울한 마음이 있겠구나.
"자극을 깊이 주고 싶다. 영화가 끝나도 금방 돌아서 잊히지 않게 깊은 상처를 내주고 싶다."
―민노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도 당원인가?
"민노당에서 진보신당으로 바뀌었고 이제 진보신당도 없어지지 않았나."
―민노당의 노선이 옳다고 보나?
"아, 정치 얘기를 해야 하나?"
―영화 작품을 위해 의식적으로도 체제와 맞서는 입장에 자신을 놓는 것이 필요해서인가?
"바로 그거다. 사회 전체의 균형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하니까."
―할리우드의 감독 제의는 어떻게 이뤄졌나?
"2004년 '올드 보이'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받은 뒤로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별로 없었다. 2009년 '박쥐'를 출품한 베를린 영화제에서 미국 영화 제작사 '폭스 서치라이트' 간부들과 만났다. 이들이 내 영화 취향을 물었다. 재작년에 '스토커' 각본이 왔다."
―할리우드에서는 엄격하게 각본 그대로 찍어야 한다고 들었다.
"대사(臺詞)는 각본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표정이나 동작은 각본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 않아, 배우들과 상의한다. 어쨌든 장면을 찍은 뒤 '오케이냐 아니냐'는 감독이 결정하는 것이다."
―언어와 감정적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
"걱정을 많이 했다. 촬영감독과 통역을 데려갔다. 통역을 쓰면 촬영 스케줄대로 못 끝낼 것 같았다. 촬영 전에 배우들을 불러 독회를 하면서 장면 장면마다 내가 왜 이렇게 각본을 썼는지를 알려줬다. 배우들에게 다른 해석이 있는지 들어봤다. 춤추며 키스하는 장면은 촬영 장소에 가서 동선(動線)을 보면서 구상했다. 논쟁할 것은 다 하고 나니, 현장에서는 거의 말이 필요 없었다."
―며칠 만에 찍었나?
"하루 촬영 분량이 정해져 있었다. 일주일에 닷새, 40회를 찍었다. 정확하게 두 달이다. 영화사에서는 촬영 횟수를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예산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당초 촬영 횟수가 38회였는데, 2회를 초과했다."
―이번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의 몸값은 엄청날 텐데.
"배우들은 이 영화에 교통비쯤 받는다는 마음으로 출연했다. '폭스 서치라이트'사는 2000만달러를 넘지 않는 예술적이고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배우들은 자신의 경력을 위해 출연하는 것이다. 니콜 키드먼은 대작(大作)을 찍을 때면 촬영 현장에 운동 기구와 샤워 시설, 침대가 딸린 트레일러를 제공받는다. 이번에는 조그만 화장실과 소파 하나만 있는 트레일러를 썼다."
―할리우드에서는 감독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까 '감독은 각본 그대로 영화를 찍고 나면 끝이고 편집실에도 못 들어간다. 박찬욱 감독이 복도에서 서성거리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과장된 얘기다. 촬영 후 편집을 하는 10주 동안에는 감독 외에는 못 들어온다. 완성되기 전에 시사회를 가진다. 그 자리에서 전체 흐름이 지루한지, 어느 장면이 어떠한지에 대한 관객 설문조사를 한다. 이를 놓고 영화사 측과 감독 사이에 논쟁과 설득이 이뤄진다."
―이번 작품 '스토커'는 지금까지 당신의 영화 중에서 절제와 영상미학이 가장 뛰어난 것 같았다.
"나는 늘 아름다움을 추구해왔다. 다만 작품마다 아름다움의 성격이 다르다. 이 영화는 상류층 18세 소녀가 주인공(미아 바시코브스카)이다. 주인공과 동갑인 내 딸이 봐도 좋아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춘기 소녀가 좋아하는 우아한 아름다움을 살리려고 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올드 보이'를 다시 봤다. 당신은 과거 작품을 다시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칸 영화제에서 보고는 못 본 것 같다. 나는 과거 작품을 안 본다. 내가 만든 영화를 다시 볼 시간이 있으면 더 좋은 영화를 보겠다."
―같이 작업한 배우 중에서 누가 최고인가?
"'올드 보이'의 최민식과 '박쥐'의 송강호다. 이들은 연기 기술자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 통찰력이 있다. 촬영 중에 내가 생각 못 하는 부분을 짚어낸다."
―배우는 타고난다고 보나?
"나 같으면 죽어도 안 된다. 기교와 지식은 알아도 연기를 전혀 못 하니까."
―감독도 타고나는가?
"감독이야 공부하고 훈련하면 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 꿈을 꾸었다고?
"꿈으로 구체화되진 않았고, 그땐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세계였다."
그는 서강대 철학과 재학 중 사진부 서클에 들어가면서 현실적으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영화판으로 찾아간 것은 '생업' 관점에서는 불확실한 진로였지 않은가?
"교수님을 통해 영화 제작사 연출부의 어떤 분을 소개받고 찾아갔다. 요즘 젊은이들보다 철이 없고 현실감각이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 굶어 죽기야 하겠나 했다."
―영화판은 당초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달랐나?
"영화감독이 하는 고유의 일을 보고 배워야 하는데, 관찰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을 가져오라고 하면 뛰어가서 가져와야 하고, 어느 곳에 차가 못 들어오게 통제하라고 하면 영화 촬영 현장과는 떨어져 있는 것이다. 감독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영화 한 편을 끝낸들 무슨 공부가 되겠나 싶었다. 그러나 또다시 영화 한 편을 더 찍으면 연출부 안에서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점점 감독 곁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처음 영화를 두 편 찍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뒤 몇 년간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찍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가 출세작이 됐다.
―남의 영화를 비평하면서 자신의 결점을 찾아냈나?
"남의 영화를 꼼꼼히 분석하고 비평을 하는 것이니까, 내 작품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배웠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 영화를 만들려면 다른 영화를 흉내 내면 안 된다. 오히려 잊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저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배움도 있지 않은가?
"좋은 작품을 보면 '나도 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을 보면 '나도 저렇지 않은가' 하며 의기소침해졌다. 정말 안 좋을 것 같은 냄새가 나는 영화는 안 본다. 한때는 '영화광' 출신 감독으로 분류됐지만. 요즘에는 내가 영화를 얼마나 안 보는지 사람들이 알면 놀랄 것이다. 이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좋아졌다."
―당신의 영화는 긴장감과 흥미는 있다. 하지만 감동과 울림이 없는 것 같다. 본인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가?
"나는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못 느꼈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내 능력의 한계이겠지만."
―감동을 추구해왔다고?
"그게 목표다."
...........................................................................................................
[특파원 칼럼] 중국어 학습에 빠진 미국
워싱턴 인근 로펌에 다니는 한 교포 변호사가 들려준 얘기다. 지난달 아이들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스키장에 갔더니 백인 스키 강사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스키장에서는 강사들에게 중국어 배우기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경기 불황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블루오션'인 중국 어린이·청소년들을 스키 캠프에 유치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강사 중에는 단순한 인사말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중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이도 꽤 돼 놀랐다"고 했다.
미국인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외국어 배우기에 관심이 없기로 꼽히는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인 스스로도 이런 농담을 한다.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트라이링구얼(trilingual), 2개 국어를 말하는 사람은 바이링구얼(bilingual)이라고 한다. 그럼 1개 국어만 하는 사람은?… 정답은 '아메리칸'이다."
미국인의 '외국어 무관심'을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 때문으로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전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의 언어로 의사소통하려고 기를 쓰고 매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외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어에 들일 시간과 돈을 다른 특기 개발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부유층·지식층 사이에서는 '중국어 배우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한 유치원은 수업의 90%를 중국어로 진행한다. 연 수업료가 2만달러가 넘지만 원생 150명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계와는 상관없는 순수 미국인 자녀라고 한다. 오클랜드의 또 다른 중국어 학교는 1년 만에 학생 수가 4배 늘었다. 영상 통화로 베이징(北京) 현지 선생님과 대화하는 중국어 몰입 프로그램도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려고 1년간 휴직하고 중국 청두(成都)에서 살다 온 변호사 사례가 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외국어교육평의회에 따르면 미국 전체 공립 중·고교에서 중국어를 제2 외국어로 선택한 학생 수는 2004년 2만명에서 2012년 1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10만 스트롱 이니셔티브'가 진행 중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인들이 "앞으로 중국어를 하면 더 앞서고, 더 편안하고, 더 돈이 되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어를 배우려고 했던 바로 그 이유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고, 그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창한 중국어 실력'은 어느 현장에서든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아직도 미국 정치판 등 표면에선 "중국은 싸구려 상품으로 시장을 어지럽히고, 해킹질로 미국 기업 비밀을 훔쳐가는 나라"라는 식으로 중국을 얕잡아 보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뒷면에서 미국 주류층은 생전 처음 보는 한자(漢字)·성조(聲調)와 씨름하며 '중국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
'죽음' 토론하는 실버세대, 3개월 장기 상영 이끌다
[영화 '아무르' 신드롬]
관객 중 60대 이상이 40%… 주말에는 3회 중 2회 매진, 老·病·死… 가슴 아린 이야기
"우리에게 곧 닥칠 현실 같아… 남편과 함께 다시 보러 와"
1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예술영화 상영관 씨네큐브. 35분 후 시작하는 미하엘 하네케(71) 감독의 '아무르(Amour·사랑)'를 보려는 40대 중반~50대 초반 여성 여덟 명과 30대 초반 남녀가 로비를 서성이고 있었다. 영화 시작 5분 전엔 관객 중 3분의 2가 40대 중반 이상이었다. 남편 최성열(62)씨와 함께 이 영화를 보러 온 송혜주(56)씨는 "두 달 전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계속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돌아가신 아버지, 치매 시부모를 모시는 친구부터 남편 생각까지 다 나더라. 그래서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보러 왔다"고 했다.
◇"가슴 무겁지만 또 보고픈 영화"
'아무르'가 개봉 3개월째 장기 상영을 하며 '다양성 영화'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16일까지 관객 7만3530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개봉한 다양성 영화(상영관 100개 미만 기준)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이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한 상업영화 '반창꼬', '주먹왕 랄프', '가문의 귀환' 등이 이미 1~2월 중 극장에서 내려간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장기 상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네큐브 측은 "71석짜리 상영관에서 매일 3회 상영을 하고 있는데 매회 50석 이상이 찬다. 주말엔 3회 중 2회가 매진될 정도"라고 했다.
'아무르'의 흥행을 이끈 것은 중장년층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티캐스트에 따르면 관객 중 20대는 20%, 40~50대와 60대가 각각 40%씩을 차지한다. 이 영화의 내용은 지난해 서울 문래동에서 일어난 '치매 간병 살인 사건'(본지 2012년 10월 31일자 A1면 보도)과 비슷하다. 중산층의 금실 좋은 80대 노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와 안느(에마뉘엘 리바)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안느는 몸이 마비돼 급기야 언어능력까지 잃어버리자 조르주는 간병인과 자식의 도움을 마다하고 아내를 지극히 돌본다. 하지만 변해가는 아내와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던 조르주는 안느와 함께 죽음의 고통을 감당하는 길을 택한다. '아무르'는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지난달 아카데미영화제에서는 외국영화상을 받았다.
◇40대 이상 관객이 80%
오스트리아 출신 하네케 감독은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노인과 죽음은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무르'를 만든 건 아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만든 영화"라고 했다. 이 영화를 지지한 다수의 중장년층 관객들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중장년층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는 흔치 않다"며 "'아무르'야말로 이들이 현재나 가까운 미래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라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관객평은 이렇다. "집에 와서 다시 영화 장면을 떠올리니 영화관에서 나지 않던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dres****) "70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나로서는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았던 영화."(alm****)
영화엔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생(生)'을 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관객은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비로소 '생'이 완성됨을 깨닫는다. 심리치료센터 '사이'의 심영섭 소장은 "죽음이란 실존적 명제 자체도 힘들지만, 이런 죽음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게 인간을 더 외롭고 힘들게 만든다"며 "이 영화는 평생을 함께한 사람들이 죽음의 고통과 고독을 사랑으로 지지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연애 감정을 앞세운 20~30대들의 정념적 사랑만 다루지만, 이 영화의 사랑은 죽음을 좀 더 가깝게 느끼는 중장년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라는 해설이다.
...........................................................................................................
김연아가 피겨 여제인 이유, 얼굴에 다 있다?
|
우리 경찰에서 현재 쓰고 있는 한국형 몽타주 프로그램을 제작한 주역이기도 한 최창석 교수가 17일 두개골 표본을 놓고 북방형 얼굴과 남방형 얼굴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
['얼굴 정보처리 전문가'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사냥꾼 유전자' 지닌 북방형… 스포츠 스타에 많이 발견돼
남방형엔 학자·전문직 많아
人和 잘되고 빠른 문화의 한국… 인구 절반 이상 '북방형 얼굴'
"얼굴에 맞는 적성 찾아야"
"왜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 선수한테 이길 수 없는지 아세요? 얼굴에 다 나와 있어요."
최창석(59)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2013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싱글 부문에서 우승한 김연아와 3위에 그친 일본 아사다 마오의 경기 결과를 얼굴 형태의 차이로 설명했다. 등·다리 근육을 많이 쓰고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피겨스케이팅은 '북방형 얼굴'에 맞는 스포츠. 그의 분석에 따르면, 김연아의 얼굴은 이마, 광대뼈, 턱의 모습이 모두 북방형의 전형이지만, 아사다 마오는 광대뼈도 덜 나오고 두상도 김연아보다 남방형에 가까운 얼굴을 갖고 있다. 그는 "주로 사냥을 하며 살았던 '북방형 인간'의 유전자는 그런 근육 활동에 필요한 뇌의 운동영역을 발달시켰고, 발달한 뇌 부위는 얼굴에도 흔적이 남는다"고 말했다. 외모상으로 김연아에게는 '사냥꾼 유전자'가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관상(觀相)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안면 그래픽 정보처리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경찰이 사용하는 '한국형 몽타주 작성 시스템'도 그가 만들었다. 대구에서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의 10년 뒤 모습을 가상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한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평생 남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살았더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다"며 "관상은 아니어도 웬만큼 사람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 했다. 최근에는 정치인 기업인 운동선수 등 40개 분야 유명인 1370여명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재능과 상관관계를 분석한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21세기 북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최 교수는 "흔히 '사람은 생긴 대로 산다'고들 하는데 정확히는 '뇌가 생긴 대로' 사는 것"이라며 "뇌를 담고 있는 그릇이 얼굴이다 보니 얼굴을 보면 뇌가 남방형인지 북방형인지 또는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왼쪽 눈썹이 조금이라도 오른쪽 눈썹보다 처져 있으면 이는 왼쪽 뇌가 커서 나타난 현상인데 이 경우 십중팔구는 '좌뇌형 인간'의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람의 얼굴을 11개 부분으로 나눠 각 부분을 남방·북방·중간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통해 전체 얼굴이 속한 유형을 결정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화(人和)'가 잘되고, 고난을 이겨내는 근성이 있고,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것도 타원형에 뒷머리가 납작하고 이마가 세로로 높은 '북방형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55~65%가 북방형 얼굴을 갖고 있는데, 1만3000년 전까지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 근처에서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남은 인류의 유전자가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따뜻한 남쪽에서 빙하기를 지낸 '남방형 인류'는 얼굴이 역오각형에 뒷머리가 튀어나왔으며 이마도 가로로 넓다. 남방형은 수렵보다는 채취 생활에 맞게 진화해왔다고 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북방형 얼굴은 고난을 이겨내는 특성이 강해 스포츠 선수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100% 북방형. 반면 남방형은 기업인이나 학자, 전문직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대표적인 남방형 얼굴로 노무현 전(前) 대통령을 꼽았고, 북방형 얼굴로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예로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가지 특성이 모두 결합된 중간형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방형에 남방형이 약간 섞인 '중간형 재능'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얼굴 분석을 통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노력한다면 훨씬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
"비싼 돈 들여 나를 보러오지 말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위해 기부하라"
교황, 즉위 기념 미사 참석하려는 고국 아르헨 국민에 당부
교황 첫 기자회견
"가난한 이 잊지마세요" 말 듣고 즉위명 프란치스코 선택
17일 오전(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티의 교황 관저 발코니의 문이 열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타났다.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 13일에 이어 두 번째 군중과의 만남이었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군중과 함께 기도를 올린 후, 원고 없이 하느님의 관용을 주제로 짧은 설교를 했다.
지난 16일엔 바티칸시티 내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 선출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교황 선출이 확정되자 브라질의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나를 안고 입맞춤하며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세요'라고 속삭였다"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13세기 수도자였던 성(聖) 프란치스코는 이탈리아 아시시 지방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산을 버리고 평생을 가난한 자와 병든 이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는 평화와 가난한 이를 위한 정신을 가르쳐 주었다"며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은가"라고 탄식하듯 말했다.
최근 교황의 인기를 반영하듯, 기자 회견장에는 5000여명의 기자와 방송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는 회견 말미에 "이 자리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도 많다"며 "모두의 양심을 존중하며 모든 이에게 마음으로부터 하느님의 축복을 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의 이런 표현은 매우 이례적이며 다른 종교와 현실 세계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의 어록도 화제가 되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고국 아르헨티나 국민이 오는 19일 대거 즉위 기념 미사에 참석하려 하자, 주(駐)바티칸 아르헨티나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비싼 돈 들여 나를 보러 오지 말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라"고 당부했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
'청렴한 군인'이라는데 왜 아파트·땅 투기 의혹?
[오마이뉴스 김도균,고정미 기자]
|
▲ 미리보는 3월 18일 인사청문회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
...........................................................................................................
신상사파 대부 "호텔기습 조양은,무릎꿇고…"
신상사파 대부 신상현씨, 월간중앙과 생애 첫 인터뷰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명동 '신상사파' 대부 신상현(81)씨는 월간중앙과의 생애 첫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먹 인생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주기중 기자]
지난 1월 5일 폭력조직 서방파 보스 김태촌씨의 장례식장. 백발의 한 노인이 들어서자 빈소에 있던 주먹들이 모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명동 신상사파의 대부 신상현(81)씨였다. 그는 195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40년간 명동을 중심으로 서울 주먹계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육군 상사 출신의 그가 이끌던 조직은 '신상사파'로 불렸다. 그는 주먹계를 은퇴한 뒤 외제차 사업을 하다 현재는 그만둔 상태다. 신씨가 지난 11일 월간중앙 4월호(3월 18일 발간)와 생애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지금 주먹세계는 돈과 폭력만 있을 뿐 낭만과 가치가 사라졌다. 청소년들은 그 세계를 절대 동경해선 안 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50년대 서울의 주먹계는 어떠했나.
“당시 서울의 주먹들은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종로의 김두한, 명동의 이화룡과 이정팔, 동대문의 이정재가 그들이다. 이화룡씨는 선배로 존경했지만 알려진 것처럼 그의 행동대장 역을 맡은 적은 없다.”
-75년 소위 '사보이호텔 습격사건'을 겪으며 신상사파가 몰락했다는 설이 있다.
“그 사건 이후 호남 주먹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명동파는 90년대 초반까지 조금도 세가 위축되지 않았다. 세계 챔피언 김기수씨의 매니저를 했던 서모씨가 우리 사람이었는데 그를 호남 주먹들이 납치해 구출해온 적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호남 주먹들이 사과하러 온다기에 그날 사보이 호텔에서 기다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나는 호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행동대장 조양은(63)이 습격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달걀로 바위 치기'였다. 배후였던 염천시장 주먹 조창조는 우리의 추적을 피해 3년이나 도망다니다 내 앞에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조양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들을 다 용서했다.”
-50년대를 '낭만의 주먹시대'로 불렀던 이유는.
“당시엔 피를 부르는 싸움이 드물었다. 여러 명이 한 명에게 몰매를 가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소위 '다구리(몰매)'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주먹들은 태권도·씨름 등 전통 무술이나 복싱·레슬링 등 격투기를 익혀 몸을 단련했다. 미리 사시미 칼 같은 흉기를 준비하는 일은 수치로 생각했다. 싸움은 주로 일대일 '맞짱'으로 이뤄졌다. 싸우다 상대방이 다치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친 사람을 길거리에 방치하고 자리를 뜨는 일은 남자로서 부끄러운 일로 치부됐다.”
-김태촌씨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태촌은 35년 넘게 감옥 생활을 했다. 선악을 떠나 가엾은 영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게는 깍듯하게 예의를 갖췄다. 그가 오랜 기간 보스로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신세 진 정치·경제·연예계 인물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칠었지만 성격이 직선적이고 사내다운 면이 있었다.”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주먹계의 대부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질구레한 이권을 밝히지 않고, 잔인한 폭력을 무분별하게 휘두르지 않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됐지만 전국 내로라하는 주먹들이 지금도 내게 자문을 하기도 한다.”
-일대일 싸움에선 진 적이 없었다는데.
“가장 중요한 건 '선빵'(선제공격)이다. 체구가 아무리 커도 주먹으로 턱을 한 번 정확하게 맞으면 단번에 쓰러진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속도와 담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글=한기홍 월간중앙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명동 사보이호텔 사건
1975년 1월 2일 오종철파 행동대장 조양은씨가 서울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신년회 중이던 신상사파를 습격한 사건. 김태촌씨는 신상사파와 가까운 호남 선배들의 지시를 받고 이듬해 3월 조씨 선배인 오종철씨에게 보복을 가했다. 이후 조양은씨는 양은이파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범서방파 김태촌씨 등과 전국구 조폭으로 부상했다.
..........................................................................................................
[최재혁 기자의 청와대 인사이드] "도와주세요" 朴 대통령의 전화받은 사람은…
|
최재혁 기자 |
朴대통령, 미리 "도와달라"… 확정된 뒤 비서실장이 통보
차관은 장관 통해 알려줘… 靑 "장관들 권위 세워주라"
허태열 비서실장, 김동극 비서관 데리고 人事실무 전담"도와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일부 장관급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리를 제의했다고 한다. 이들이 발표 직전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은 '통보'는 요식 행위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5일까지 이어진 장·차관 인사는 거의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며 "허태열 비서실장 등 참모들에겐 별로 재량권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서실장이나 각 수석이 여러 후보자를 내놓고 검증 등으로 걸러서 3~4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게 이명박 정권 때 인사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장관급이나 주요 권력기관장에 거의 단수(單數)로 후보자가 검토됐고 거기엔 박 대통령 뜻이 사전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 친박은 "'깜깜이' '불통' 인사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사람 쓰는 일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차관 인사의 경우는 "장관들의 권위를 세워주는 차원"(청와대 관계자)에서 해당 장관을 거쳐서 통보가 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시행하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반면 이명박 정권에선 장관은 물론 차관에 대한 내정 통보도 일단 대통령실장 몫이었다.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발표된 한만수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날(13일) 오후 5시쯤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 내용을 접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수석이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수석에게 직접 물어보니 "내정 통보가 아니고 정무적으로 좀 확인할 게 있어서 전화한 것이니 오해 말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 때까지만 해도 친박들은 "이재만 전 보좌관(현 총무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인사 실무를,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현 정무수석)이 검증팀을 지휘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엔 대부분의 인사 실무는 허태열 비서실장에게로 넘어갔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 이후 법적 기구가 될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인사위에선 행정안전부 인사실에서 파견받은 김동극 비서관 등 실무팀 5~6명이 일하고 있다. 허 실장은 이 실무팀을 지난달 말부터 가동하고 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인사관리행정관으로 1년 6개월간 근무했던 김 비서관은 이번에 이명박 청와대의 실무자로부터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요즘 허 비서실장 방을 가장 자주 드나든 이는 인사위의 김 비서관"이라고 했다.
원래 정무·국정기획·민정수석 및 유관(有關) 수석도 청와대 인사위의 멤버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 초 인사는 허 실장이 박 대통령과 의논하면서 전담하는 걸로 정리가 된 것 같다"며 "다른 수석들은 소관 부처와 자기 업무를 챙기느라 여력도 안 됐다"고 했다. 실제 경찰청장 교체 건을 일부 수석은 발표 전날인 14일 밤늦게까지 몰랐다. 공공기관장 및 공기업 임원 '물갈이' 문제도 허 실장이 직접 챙겨 온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권력기관장에 '영·호남' 출신을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불만도 청와대로 몰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출신지인 TK(대구·경북) 쪽의 '반발'이 거셌고, 청와대는 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혁 기자]
.........................................................................................................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내부고발자 보호·전관예우 규제만 제대로 해도 원칙 설 것”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66)은 “대기업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내부고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자택 부근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대기업이나 화이트칼라 범죄는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김용철 변호사 같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2007년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실 등을 폭로해 삼성그룹에 대한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고위 공무원의 전관예우를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전관예우만 막아도 우리 사회가 원칙대로 돌아가는 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경제 현안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세 없이 최대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돈이 부족해서 증세에 관해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연구원에서) 그동안 연구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비리 막으려면 ‘김용철 변호사’더 나와야
추경 편성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는 게 맞다- 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새 정부 장차관으로 많이 임명됐다. 독식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재풀이 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원장께서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추천한 바 없다. 박 대통령 당선 뒤에는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 박 대통령이 선거 공약을 준비하면서 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대통령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다.”
-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통령의 첫 작품인데 국민적 감동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잘했다고 안 하니 답답하다. 이왕이면 잘했다는 평가를 들으면 좋은데.”
-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새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여당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경제관료의 개인적 성향을 무시하지 못하지만 큰 정책 방향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 경제 분야는 거의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관료 출신과 경제를 하겠다고 대통령이 정한 것이다. 관료 출신의 장점은 충성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령 학자는 견해가 다르면 다르다고 말할 경우가 있다. 관료는 일단 하라고 하면 한다. 자기가 가진 식견과 조언을 듣겠지만 이건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면 성실하게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할 자질은 있다. 성적은 1년 뒤에 보자. 1년 뒤에 별로라고 생각한 게 맞을지. 대통령이 맞을지 보자.”
- 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많이 어렵다. 창조경제의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2~3년은 걸린다. 그전에 국민들이 너무 힘들다. 지난해 10월 이후 일자리가 70만개나 줄었다. 일자리가 없는 건 경제가 나쁘단 얘기다. 소비가 살아나고 수출이 늘어나야 경제가 좋아지는 건데 전 세계 경제가 안 좋으니 수출이 늘어나지 않고, 투자도 안 늘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나 되니 소비가 늘어날 수 없다. 결국 정부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지출이 마중물 효과가 나게 해보자는 것인데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에서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 재정을 1년 단위로 보지 말고 5~10년 단위로 보자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조금 느슨하게 생각하자. 경기가 좋아져 세금이 더 걷히는 걸 생각하면 추경이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이 지금 과감하게 하고 있지 않나. 일본 사람들은 신이 나 있다. 나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새로운 희망이 안 보인다. 추경은 지금 논의해도 5월은 돼야 집행되고 효과가 나려면 또 몇 달 기다려야 한다. 타이밍을 놓쳐 경기가 더 침체되면 지금 10조원이면 될 게 15조원이 든다. 타이밍은 조금 늦었다. 하지만 늦더라도 해야 한다.”
-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연 2.75%로 5개월째 동결했는데.
“금리 인하는 효과가 적다. 유동성 함정 속에 들어 있어 금리를 낮춰도 돈이 돌지 않는다. 자국 돈 가치를 떨어뜨려 경제를 일으키는 것은 강대국은 쉽게 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묵인 속에 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우리는 조그만 나라다. 큰 나라들이 가만히 있겠나. 원화를 떨어뜨리는 건 실제적으로 어렵다. 소비자와 투자자도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
-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환율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안된다. 다만 진폭을 줄여야 한다. 소위 ‘외환 건전성 3종세트’로 모자라면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는 ‘한국형 토빈세’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예전부터 하자고 했지만 그때는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왔다. 지금은 정부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으로 안다.”
-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어느 분야의 세금을 올려야 하나. 물론 전제는 증세 없이 최대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지만.
“조세는 기술적 문제가 많아 함부로 얘기하기 힘들다. 우리 연구원 내 조세팀에서 준비해놓은 게 있다. 안종범 의원, 옥동석 교수 외 두세 분이 있다. 현장인 국세청에서 일하는 분, 세무 행정에 일한 분도 참여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리의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박 대통령의 학습 능력은 어떤가. 일단 메모를 열심히 하시는 모습은 국민이 알고 있다.
“누가 일방적으로 지도한 것이 아니라 같이 가르치고 배우는 ‘펠로’(동료)이다. 박 대통령은 집중력이 좋다. 암기력도 매우 뛰어나다. 여의도(국회)에서 한참 싸우다가 와서도 공부할 때는 금방 집중을 한다. ‘오늘 정신이 없어 공부 되시겠냐’고 하면 ‘내가 이 시간에 공부 안 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세상 바뀌는 것 아니다. 공부 끝나고 또 나가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꼭 하겠다 하고 이야기한 게 있나.
“신뢰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중시한 최고 가치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신뢰가 빠지면 민주주의가 안된다. 정치인은 그의 약속을 보고 찍는데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본 질서가 무너진다. 북한하고도 ‘신뢰 프로세스’ 이야기를 했다. 국가 간, 개인 간 신뢰 프로세스 등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 대선 공약에 반영한 것 외에 연구원에서 정책 건의할 게 있나.
“그동안 연구한 게 쌓여 있다. 타이밍을 맞춰서 필요한 시점에 내놓을 거다. 조만간 대기업 정책 관련해서 하나 발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내부고발자 문제를 다뤄볼 생각이다. 대기업은 내부고발이 가장 무섭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전문성이 높다. 전문성이 높아 검찰이나 법원도 잘 모른다. 예컨대 지금은 화이트칼라 범죄 유형도 다국적화돼 있다. 뇌물을 국내에서 주는 �� 아니다. 다국적기업은 아프리카에 자기 투자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뇌물 줄 사람을 아프리카 투자 고문으로 모시고 대가를 주는 거다. 고문 임금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한번에 500만달러도 줄 수 있다. 정당하게 고문으로 임금을 받는 것으로 돼 있지만 뇌물이나 다름없다. 파생금융상품이 얼마나 복잡한가. 이런 건 내부고발자만 알 수 있는 거다. 갈수록 화이트칼라 범죄는 늘어난다. 제대로 잡으려면 내부고발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고, 신분을 보호해줘야 한다. 미국은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를 준 사람에게 1억달러를 줬다. 스위스 비밀계좌의 작동 메커니즘을 아는 이는 내부고발자밖에 더 있나. 미국은 내부고발을 대행해주는 에이전시도 있다.”
- 삼성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같은 사람을 보호하겠다는 의미인가.
“김용철 변호사도 내부고발자 중 하나다.”
- 김 변호사 역시 삼성 건을 고발한 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변호사 일은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 없고, 앞으로는 내부고발해서 억울한 일 생기지 않게 하려는 거다. 김 변호사 개인의 행적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개인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고발 한번 했다가 자기 인생을 버렸다. 지금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아주 약하다. 우리도 법이 있지만 주로 공직자를 보호하는 것이어서 민간인에 대해서는 약하다. 보상금도 적다. 현재 법을 보완해 보상을 해주고 보호를 해줘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전관예우를 막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 금감원·검찰·공정위 고위직 하고 나오면 고문, 감사, 사외이사 10년 이상 덕보고 산다. 그게 다 부패의 소스(원천)이다. 전관예우에 대해 훨씬 엄격하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왜 전직 공무원에게 로펌에서 돈을 많이 주겠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쓴소리’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현재 전관들이 얼마나 대우를 많이 받고 있나. 금감원·검찰·공정위가 다는 아니다. 다른 데도 많다.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나오면 건설협회나 건설회사에 들어간다. 제대로 되겠나. 내부고발자 보호하고 전관예우 둘만 제대로 해도 우리 사회가 원칙대로 돌아가는 데 기여를 할 것이다.”
- 이달 초부터 미래연구원이 독자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민간 싱크탱크가 없다. 미국에 민주·공화당 양당제가 굳건한 것은 제대로 된 싱크탱크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보수, 다른 쪽은 진보로 정당이 움직이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 도와준 사람은 선거 끝나면 다 없어졌다. 다 감투 쳐다보고 간 거다.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 김광두 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지난 대선에서 창조 경제 등 새누리당 대선 공약의 산파 역할을 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새 정부 인재 등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류길재 통일부 장관·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연구원 출신이다. 새 정부 내각 4분의 1을 미래연구원 인사들이 차지한 것이다. 청와대 에서는 곽상도 민정·최성재 고용복지수석이 연구원에 적을 두고 있다.
<오창민·김경학 기자 riski@kyunghyang.com>
..........................................................................................................
[손호철의 정치시평]안철수는 ‘유시민의 길’을 가려는가
유시민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했다. 이로써 3김 정치에 의해 사당정치와 지역주의로 왜곡된 한국의 자유주의를 아래로부터 당원이 움직이는, 제대로 된 근대적 정당과 탈지역주의로 바로잡으려던 ‘유시민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 사당정치와 지역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적 문제의식의 정당성,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여러 재주들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유시민 실험의 실패는 자초한 면이 많다. 구체적으로, 진정성보다는 단순히 재주에 의존하고, 긴 호흡을 가지고 옳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감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했던 ‘소탐대실 정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그는 아래로부터 당원이 결정하는 정당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정치에 입문할 때는 지역구 결정을 무시한 민주당 지도부의 낙하산 공천에 의해 국회의원이 됐다. 또 지역주의와 싸우기 위해 적지인 대구에 내려가 국회의원 출마를 했다가 떨어지자 얼마 뒤 짐을 싸가지고 올라와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 특히 국회의원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지역구를 놓고 자기 이익만 고집하다가 민심의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이 점에서 그는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멘토이자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갔다. 그리고 그 결과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말해, ‘유시민의 길’은 긴 호흡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주의 등 한국정치의 기성질서에 저항함으로써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으며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노무현의 길’과 달랐다. 즉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는 ‘소실대탐의 정치’와는 정반대인 ‘소탐대실의 정치’였던 것이 문제였다.
우려되는 것은 돌아온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유시민 전 의원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안 전 교수는 전성기의 유 전 의원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등 유 전 의원과 다른 점이 많다. 그러나 안 전 교수 역시 한국의 전근대적 거대정당체제, 특히 전근대적 자유주의정당에 대한 비판에 기초한 개혁적 자유주의자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유시민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진성당원에 의한 인터넷 정당과 탈지역주의 등 핵심 개혁 내용에서 자신과 중첩되는 안 전 교수의 등장이 유시민의 정치은퇴 결정을 촉진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안 전 교수가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를 통해 더 큰 것을 얻는 ‘노무현의 길’과 ‘소실대탐의 정치’가 아니라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유시민의 길’과 ‘소탐대실의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예가 안 전 의원이 적지인 부산을 피해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노원병에 출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그의 논리이다. 그는 부산 영도를 택하지 않고 노원을 선택한 것에 대해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역주의와 싸우기 위해 안 전 교수가 민심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출마한다는 수도권, 즉 종로의 의원직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고 적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낙선의 길을 걸은 바보 노무현의 길이 자기 출신지역에서 출마했다는 이유로 지역주의란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모욕적 궤변이다. 솔직하게 “노원이 부산보다 당선 확률이 높아서”라고 이야기한다면 솔직성이라도 인정해 줄 텐데 이 같은 궤변을 늘어놓으니 할 말이 없다.
현재의 민주통합당은 희망이 없다. 따라서 그 형태가 어찌 되었건,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야권의 개편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가 노무현의 길이 아니라 유시민의 길을 가는 한 그 한계는 뻔하다. 노무현의 길이냐, 유시민의 길이냐, 그것이 안 전 교수와 야권의 미래, 나아가 한국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