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오바마 회담, 한반도 안보의 린치핀"
'동맹 60년' 한·미 정상회담
이건희·정몽구·구본무 회장 …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 동행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워싱턴 정상회담(5월 7일) 이틀 전인 다음 달 5일 뉴욕으로 향한다. 워싱턴으로 바로 가지 않고 뉴욕을 거치는 건 정상회담을 위한 '워밍업'을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미국 조야의 기류를 충분히 습득해 정상회담을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최고의 회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섬세한 포석이다. 뉴욕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만난다.
박 대통령은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편이다. 특히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박 대통령 특유의 '신뢰정치'를 부각해 정상회담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높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안보의 린치핀(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바퀴축에 꽂는 핀)이라고 비유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 방위공약에 기초한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넘어선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주 박 대통령과 만나 대북 대화 제의에 공감하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북한에 성의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동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난제도 적잖다. 두 정상은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상황 점검과 함께 동북아 평화나 중동 지역에서 양국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나 방위비 분담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이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다면 양국 간 난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방미기간에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도 추진되고 있다. 미 연방 하원의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당), 테드 포(공화당) 하원의원이 박 대통령의 연설을 요청하는 서한을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제출한 상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미 의회의 사정이 있어 현재로선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말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선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빈방문 기간에 연설했고, 이승만(1954년·국빈)·노태우(1989년·공식)·김영삼(1995년·국빈)·김대중(1998년·국빈) 전 대통령이 양원 합동회의 연단에 섰었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GS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대기업 회장뿐 아니라 금융인·중소기업 대표·여성기업인 등 40~50명 정도의 경제계 인사가 동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발 위기와 불안에 따른 셀 코리아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 경제계의 대표선수들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활동이 바로 대한민국의 IR(투자설명활동)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러시아 방문 때 이후 9년 만이다.
신용호·김영민 기자
..
美, 한미동맹은 '린치핀(linchpin·바퀴 축에 꽂는 핀)'에, 美·日은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에 또 비유
외교가에선 "린치핀이 더 중요"… "린치핀은 1개, 코너스톤은 4개"
미국 백악관이 1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미 동맹을 다시 '린치핀(linchpin)'으로 비유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으로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린치핀은 수레 등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핵심이나 구심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의미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의 '린치핀'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은 '린치핀'이라는 용어를 과거에는 주로 미·일 동맹에 써왔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 '린치핀'은 한·미 동맹을 가리킬 때 쓰고 미·일 동맹은 주로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에 비유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케리 장관은 11일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코너스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린치핀과 코너스톤 모두 핵심적 파트너라는 의미지만 외교가에선 린치핀을 더 격이 높은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했던 고위 당국자는 "미국 측에 두 표현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코너스톤은 코너별로 4개가 있지만, 린치핀은 한 개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이 잦은 정권 교체로 미국의 동아시아 파트너로 제 역할을 못하는 동안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협조를 통해 미국과 한 차원 높은 신뢰를 쌓았다. 이런 점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
..........................................................................................................
인민해방군 총 230만 명 … 중국 병력 규모 첫 공개
국무원 국방백서 발표
한반도 분쟁 땐 적극 개입 시사
미국에 맞서 군사력 증강 의지도
중국이 인민해방군의 군사력 운용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군사력을 자국 안보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제문제에까지 활용해 주요 2개국(G2)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사상 처음 육·해·공군별 병력을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중국 국무원이 16일 오전 발표한 국방백서는 세계평화와 지역안정을 위해 국제문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엔 주도의 국제평화활동에 병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어서 중국의 국제적 입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역 안정을 위한 감시와 분쟁조정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남북한 분쟁이 발생하면 적극 개입하겠다는 시사다. 백서는 그러나 “계속 평화적 외교 정책과 방어적 국방 정책을 펴나갈 것이며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도, 군사적 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에서 일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경계한 것이다.
백서는 사상 처음으로 인민해방군 총 병력이 230만 명이며 이 중 육군은 85만 명, 해군은 23만5000명, 공군은 39만8000명이라고 각각 밝혔다. 그러나 중국 군의 핵심 전력으로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백서는 육군의 18개 집단군(군단) 편제도 공개했다. 8개 집단군은 7개 군구에 나뉘어 배속됐다. 백서는 미사일부대 전력을 밝히지 않고 대신 “둥펑(東風) 계열의 탄도미사일과 창젠(長劍) 계열의 순항 미사일을 보유한 제2포병은 전략적 핵심 역량으로 중국에 대한 타국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고 핵 반격과 일반 미사일로 (적을) 정밀 타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주권수호를 위한 군사력 운용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군 병력은 물론 공안 160만 명, 무장경찰 100만 명, 민병 1000여만 명의 무장능력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훈련 등을 통해 총체적 군사력의 효율화와 전투능력 강화를 노리겠다는 의미다.
백서는 “일부 이웃 국가는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이익이 관련된 문제를 복잡화, 확대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남중국해 등 영토분쟁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관련해서는 일본을 직접 거명하면서 “일본이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사건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서에는 어떤 국가는 아태 지역에서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확대하면서 지역의 긴장을 빈번히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간접적으로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백서는 이와 관련해 “중국군도 국제적 지위에 걸맞고 국가 안보 및 발전 이익에 상응하는 강력한 군대 건설이 중국 현대화 건설의 전략적 임무”라며 미국에 대응하는 군사력증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의 국방백서는 1998년 처음 발간됐으며 이후 2년에 한 번씩 펴내고 있다. 이날 발간된 것은 통산 아홉 번째 백서다.
中 병력 첫 공개 “육군 85만-해군 23만-공군 40만”
국방백서 발표 “G2 걸맞은 강군 건설” 美-日 거론하며 “침범땐 결연히 응징”
포병대는 비공개… 해외 분석과 큰 차
[동아일보]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요 2개국(G2) 지위에 걸맞은 강력한 군대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병력 운용 등과 관련한 투명성은 오히려 퇴보해 책임 있는 대국의 처사가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국방부는 16일 발표한 국방백서 ‘중국 무장역량의 다양화 운용’에서 “국제적 지위에 걸맞고 국가 안보와 발전 이익에 상응하는 공고한 강군 건설은 중국 현대화 건설의 전략적 임무”라고 밝혔다.
백서는 미국과 일본을 거론하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백서는 “어떤 국가는 아시아 태평양에서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확대하면서 긴장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안전 전략을 조정해 지역 정세가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에서 분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남이 나를 침범하지 않으면 나도 침범하지 않지만, 남이 나를 침범하면 나도 반드시 남에게 되갚겠다”며 영토 주권 등 핵심 이익이 침해당할 때는 결연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말은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193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언론에 한 말이다.
중국은 2년에 한 번씩 국방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2년 전 백서에서는 군의 목표를 “국가 안전과 발전 이익에 상응하는 공고한 국방 및 강군 건설”이라고 표현하는 등 주변국을 안심시키는 내용이 많았다. 이번에 국제적 지위를 거론하며 공격성을 드러낸 건 군사 부문에서도 G2로 굴기(굴起)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년 전에는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복잡해졌다”며 지역 내 불안 요인으로 북한을 거론했지만 올해는 대신 미국과 일본을 명시했다.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댜오위다오에 군대를 진입시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 정부와 군대는 댜오위다오의 주권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백서는 인민해방군 병력도 처음 공개했다. 육군은 85만 명, 해군은 23만5000명, 공군은 39만8000명이라고 밝혔다. 또 육군의 7대 군구(軍區) 내 18개 집단군(군단에 해당)의 편제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번 육해공 병력 규모는 밀리터리밸런스 등 외국 군사전문 기관의 분석과 크게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중국군은 육군 160만 명, 해군 25만5000명, 공군 33만 명, 제2포병대(전략핵미사일 담당) 10만 명 등 총 228만5000명으로 추정돼 왔다. 해·공군 규모는 비슷하지만 육군은 절반가량 차이가 난다. 더욱이 군 전력의 핵심인 제2포병대 병력은 공개되지도 않았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사 전문가는 “지상군 병력을 줄이는 게 세계적 추세지만 이번 발표는 믿기 어렵다”며 “75만 명 정도가 어디에 배속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백서는 40쪽 분량으로 2년 전(98쪽)의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방부는 백서 발표 현장에서 외국 대사관의 한 무관이 투명성 제고를 요청하자 “투명성에 국제적 표준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학생이 전공 설계 … 벤처·영화 만들어도 학점 줄 거다"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 개교 53돌 서강대 유기풍 총장
서강대가 18일로 개교 53주년을 맞는다. 올 개교기념일은 서강대에 더욱 각별하다. 서강대는 지난 2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지난달엔 서강대를 세운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의 500년 가까운 역사에서 첫 교황이 나왔다. 지난달 1일 취임한 유기풍(61) 총장은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주도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교육의 전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2005년 서강대가 사제가 아닌 교수들에게 총장 자리를 개방한 이후 유 총장은 비(非)사제 총장으로선 전임 손병두·이종욱 총장에 이어 세 번째다. 유 총장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 서강대의 위상을 자평하면.
“엄격한 서구형 대학의 전형을 한국 사회에 선보였다고 자부한다. 강의실에서 학생별로 정해진 자리에 앉게 하는 지정좌석제, 한 학기에 결석을 여섯 번 하면 F학점을 주는 FA(Failure because of Absences) 제도, 영어 교육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대학들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리더 역할을 서강대가 해왔다고 본다.”
- 학생 주도형 교육을 내걸었는데.
“남들 하는 대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으론 창의적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수년째 문턱 없는 '다전공제'를 운영해 왔다. 다전공제를 발전시켜 학생 스스로 자기 전공을 설계하도록 장려할 거다. 영화 제작, 고시 응시, 벤처 창업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만들려 한다. 대학 전체가 융합의 용광로가 되게 할 거다.”
- 서강대는 연구에 강하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교수연구 부문 3위를 했다.
“연구 성과는 자연과학에서 많이 나온다. 서강대는 타 대학에 비해 이 부문 비율이 작다. 그럼에도 큰 연구 성과를 내왔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고,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에 더욱 집중할 거다. R&D(연구·개발)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R&DB' 체제도 갖추고 있다. 학내 기술지주회사를 운영 중이며 자회사가 11개에 이른다. ”
- 연구 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을 독려할 방법은.
“한국 대학들이 연구 성과가 뛰어난 스타 교수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은 잘 한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내부 교수를 스타 교수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데는 소홀하다. 그래서 서강대는 '프런티어 리브(leave)'를 마련 중이다. 협약을 맺은 미국 명문 대학 에 교수들을 보내 일정 기간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
- 서강대가 특성화하려는 분야는.
“사회과학 쪽에선 동아시아 연구학이다. 여기서 내는 학술지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출판할 정도로 저명하다. 그리고 의료 분야다. 서강대는 의대가 없는 대신에 의료과학·의료장비 연구에 매진해 왔다. 학내에 첨단 의료기기사업본부와 초음파영상진단기기사업단도 있다.”
유 총장은 “다음 달 미국 하버드대를 방문해 '서강·하버드 암연구소'를 서울에 만드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양 대학의 연구진, 대학 소속이 아닌 국내 종합병원, 연구 결과의 라이선싱을 맡을 기업 등 4자가 힘을 합치는 컨소시엄 형태다.
- 서강대가 직면한 도전은.
“비단 우리만의 사정은 아니지만 재정적 어려움이 난제다. 우리는 이를 이른바 '펀드메이킹'(fund making)으로 풀려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대학 수입 중 3분의 1이 교수들의 특허·벤처창업·지식 이전 수입 등에서 나온다. 국내 대학 중 드물게 우리는 창투사를 갖고 있다. 대학과 동문이 십시일반 참여했고 국가 지원도 일부 받아 5년 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학교가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립대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미국은 주 정부가 주립대 못지않게 사립대도 많이 지원한다. 고급 인력 양성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성시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유기풍 총장은=1952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화학공학과(70학번)를 나와 77년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박사 학위(화학공학)를 받았다. 84년 서강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기획처장·공과대학장을 지냈다. 2009년부터 산학부총장을 맡아 서강대 벤처 창업을 이끌어 왔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유체 추출법'이라는 특허로 염분과 열량이 적은 '서강라면', 항암 효과를 높인 '서강 홍삼정'을 개발했다.
김남중.성시윤.김성룡 기자
njkim@joongang.co.kr
...........................................................................................................
메콩 파헤치는 댐개발, 한류가 부끄럽다
[오마이뉴스 이강준 기자]
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어머니 강, 메콩이 무분별한 댐 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메콩워치의 초청으로 태국과 캄보디아의 메콩 지류 댐 개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을 3월에 방문했다. 메콩워치(
http://www.mekongwatch.org/english/)는 일본의 메콩지역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 내의 단체들의 네트워크로 1993년에 시작했는데, 1998년에 독립적인 NGO로 출범했다고 한다.
메콩워치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버마 담당 활동가들이 현지에 체류하면서, 메콩 댐개발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주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일례로 태국담당 유카는 14년째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국가와 기업이 제 3세계 민중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집요하게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사회운동은 유명한데, 그 에너지가 한국사회 내의 문제에만 천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필리핀의 한 빈민운동가는 내게 "한국사회는 인풋은 강한데, 아웃풋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지구화시대에 국경을 넘어 한국정부와 기업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우리는 얼마나 책임 있는 자세로 바라보고 있나 자성해 본다.
'물고기 자동인출기'의 변화
|
▲ 팍문(Pak Mun) 지역지식센터에서 팍문댐 건설 이전의 삶에 대해 설명하는 주민 |
ⓒ 윤지영 |
일행의 첫 방문지는 태국 북동부 우본(UBON)에 있는 팍문댐 주변이었다. 팍문댐은 25년 전 세계은행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는데, 댐건설에 따른 인권·환경 파괴의 전형을 보여준다. 어느 나라나 댐건설의 명분은 대게 비슷한데, 1)훙수와 가뭄 피해 예방, 2)지역경제 발전, 3)안정적 전력공급원 확보 등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리산의 영암댐 건설의 논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댐 개발의 결과는 당초 정부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강에 의존해 살던 사람들과 공동체가 파괴되고, 자연생태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가난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기잡이와 농사로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이 불충분한 이주정책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먹고살기 위해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가족 중 일부가 대도시의 하층 노동자로 이주하여 이산가족이 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주민들이 강을 '물고기 자동인출기(fish ATM)'라 부를 만큼 풍족했던 물고기가 댐건설로 인해 물고기들의 이동경로가 영향을 받아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당초 댐 개발의 목적은 방콕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으로의 안정적 전력 공급에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사람은 사라지고 돈의 문제로 전락한다. 세계은행이나 투자자들은 전력을 판매해 투자 원금과 이익을 뽑아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이주문제는 해당국가에서 책임질 문제이고,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는 자세이다. 그러나 대체로 저개발국가의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나 충분한 이주대책을 수립할 사회시스템이나 재정적 여력이 없다.
개발업자들에게는 비용과 이익이라는 대차대조표의 숫자만 있을 뿐, 강에 의존해 살고 있는 사람과 자연환경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지역주민과 국제단체들의 요구로 태국정부는 지난 2001년 일년 동안 팍문댐 수문을 개방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물고기들이 돌아 왔고, 주민들은 예전처럼 풍요로운 강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댐이 건설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댐의 수문을 개방해 예전 삶으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나마 태국은 메콩 유역국 중 사정이 나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진척되었고, 사회시스템이 정비되어 가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일정하게 보장돼 있다. 특히 팍문댐 등으로 인해 태국 내에서 더 이상의 댐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인접국에 댐을 개발하고, 그 전력을 수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팍문댐은 그저 먼 옛날의 애기가 아니다. 한중일 연수팀이 찾은 캄보디아의 3S 강은 댐건설 계획으로 강에 의존해 살던 사람들이 사회적 안전망 없이 이주위협에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댐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료집에 있는 댐 사진을 보여주니,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인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받은 적도 없고, 대대로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살아오던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경우는 다르지만, 4~50년 전 개발독재 시절에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우리네 부모들이 느꼈을 공포를 떠올려 본다.
별다른 자원이나 자본 경쟁력이 낮은 라오스 역시 스스로를 '아시아의 베터리'라 칭하고, 태국으로의 전력수출을 매개로 대대적인 메콩 댐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에는 총 4200km 길이의 메콩 중 2000km가 흐르고 있고, 메콩 유수량의 40%가 라오스의 강수량이 차지하고 있다. 라오스는 2008년 현재, 총 11개 745.1MW규모의 수력발전소가 상업운영 중에 있다. 현재 라오스정부는 메콩과 지류에 총 63개의 수력발전소를 계획 중인데, 모두 완공된다면 20,351~20,854MW 규모가 된다. 라오스의 인구가 630만명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이 880달러로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최빈국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개발계획이다. 참고로 2008년 현재 한국의 발전설비 규모는 수력발전 5505MW를 포함하여 총 7만 2490MW이다. 메콩워치나 인터네셔널 리버스 등 국제단체들은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의 댐 개발로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강에 의존해 전통적 방식으로 살고 있는 수십만명이 별다른 정보와 대책 없이 이주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메콩개발 현장에 뒤늦게 한국이 뛰어 들었다. SK와 서부발전이 올 여름부터 라오스에 410MW규모의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
▲ 메콩강 댐개발 현황 |
ⓒ International Rivers |
세남노이 댐 건설, 과연 필요한가
세남노이 댐 건설과정은 태국의 팍문댐이나 캄보디아의 3S강 댐 개발 과정과 같이, 충분한 환경영향평가나 정보 제공이 없었고, 이주대책이 부실하고, 댐건설을 통한 빈곤퇴치 명분이 약하다는 공통점을 띄고 있다. SK, 서부발전, 라오스정부, 태국전력회사가 전체 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약 3억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고, 생산된 전력의 86%를 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정부(수출입은행)는 라오스정부의 출자분(24%)인 7240만 달러를 유상원조(EDCF)로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세남노이 댐은 당초 1990년대 후반 동아건설이 추진하다가, IMF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사업이다. 당시 댐 건설예정 부지 인근 주민들은 반 남콩(Ban Nam Kong) 등 6개 마을로 이주했다. 인터네셔널 리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아직도 댐이 건설되지 않은 것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어업에 의존해 전통적으로 살던 주민들은 이주지역에서 커피농장 노동자로 전락했는데, 그들의 삶은 이전보다 힘들어 졌고, 이주한 주민들의 90%가 원래 살던 강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재이주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한 2008년 현재 상업운전 중인 수력댐 중 가장 큰 150MW 규모인 호에이호 댐(Houay Ho)이 인근에 있는데, 이 댐은 대우가 건설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이 지역 주민들에게 먼 나라 한국은 자신들의 삶을 파괴한 장본인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셋째, 세남노이댐 인근 이주민들은 대부분 소수민족인 나헌족(Nya Heun)으로, 라오스 전체에 6000명 정도인데, 대부분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1999년 라오스정부의 민족지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4개 언어그룹의 49개 민족이 보고되었다. 라오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교를 우대하고 있다. 국가는 인구의 55%정도인 라오족 중심으로 움직이고, 대부분 정령신앙을 믿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하다. 결론적으로 세남노이 댐 인근 주민들은 불충분한 이주대책, 재이주의 고통, 인근댐 건설의 고통에다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까지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SK건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SK건설은 수력발전소 공사 수익, 서부발전은 운영·유지정비 수익 이외에도 연간 총 전력판매액 1300억원의 배당수익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해외에 나가서 수천명의 주민을 사지로 내?고 돈을 벌게 되었다니. SK와 서부발전은 이주민 대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더구나 이 사업에 자금을 대고 있는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을 자랑만할게 아니라, 이주대책을 포함한 세이프가드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라오스를 포함한 메콩유역 국가들에는 지금 한류열풍이 한창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메콩에서 만난 순박한 주민들을 떠올리면서 유난히 돈벌이만 있고,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이는 한류가 불편하다.
'미안해요, 메콩!'
..........................................................................................................
[인人터뷰] 2008년 금융위기 극복 선봉 윤증현 前기획재정부 장관
“지하경제 양성화는 필요… 경제활력 떨어뜨리지 않아야”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4.6%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2009년 28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그해 0.3%에 이어 2010년 6.3% 성장으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으로부터 ‘교과서적 경기 회복’이라고 찬사를 받은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선봉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었다. 뚝심과 추진력으로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윤따거(큰 형님)’로 불리는 그가 지금의 한국경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해 지난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뒷 건물에 자리한 ‘윤경제연구소’를 찾았다.
만난 사람=이명희 논설위원-요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미약하나마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심각하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나.
“어떤 앵글로 보느냐, 어디에다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서 긍정과 부정이 교차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대외경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 주택시장이 상당부분 안정되고 있고, 실업률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유로존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미봉되는 걸로 보이고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소비가 살아나고, 중국도 경착륙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 경제를 들여다보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있지 않다. 통계를 보면 7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근래에 보기 힘든 저성장 추세다. 아직도 불확실성이 상당히 지속될 소지가 있고, 글로벌 경제도 반대 앵글로 보면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다. 저성장 초입 단계에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새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까지 낮췄다. 6개월 전 4% 전망치를 짠 것도 같은 공무원들인데 추경 편성하기 위한 엄살 아닌가.
“공무원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예산심의에 참여한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예측이란 건 어차피 빗나가기 마련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6개월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완전할 수도 없다. 정권이 바뀌니까 새로운 조명,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전열을 가다듬는 차원에서 보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종합적으로 상황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근거 없는 장밋빛 환상을 주기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종합적인 판단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정부가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하는데 적정한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것이다. 새 정부가 증세는 안 한다고 하니 결국 대부분 차입에 의존해 국채를 발행할 텐데 재정건전성도 지켜야 할 또 하나의 목표니까 차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세입부족 12조원은 불가피하다 해도 나머지는 용처를 잘 따져봐야 한다. 저성장 늪에 빠진다고 하니 성장잠재력 확충에 1차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문제이므로 직업교육 등에 투자해야 하고, 물적 투자는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인해내는 부분에 써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 추경까지 한다는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다.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고 성급하게 뭐라 하긴 어렵지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정책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엇박자를 내면 국민과 시장에 혼선을 가져온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물가상승 압력에 제일 유의해 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지금까지 시장안정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통화신용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라고 해서 일본 중앙은행은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통화를 무제한 방출하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3차, 4차 양적완화를 하며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론에 대해 얘기한다. 현재 물가상승 압력은 1%대로 크게 보이지 않지만 경기부진 상태는 굉장히 심각하다. 더구나 우리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선 통화신용정책이 정부의 재정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은데.
“일본의 지난 20년과 유사한 측면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 일본이 1970년대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에서 시작해 고령사회(14%)를 거쳐 2006년 초고령사회(20%)까지 가는데 36년 걸렸다. 우리는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26년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큰일이다. 그 사이에 빨리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없다. 일본과 다른 측면도 없지 않지만 부동산 침체나 저성장 늪에 빠지는 우려 등 일본 닮아가는 부분들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새 정부 복지공약을 실현하려면 135조원이 필요하다. 복지와 성장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텐데.
“경제성장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니까 복지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합리적으로 복지행정을 펼 것인가다. 복지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서, 어떻게 쓸 것인가 두 가지에 귀착되는데 복지수요 충당은 국채발행이나 증세, 재정절감 등 세 가지 방법 중 폴리시믹스(정책조합)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복지비용이 낮다고 하지만 남북 대치에 따라 국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복지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자활의지를 도와줄 수 있는 복지, 능력 없는 노약자·병약자를 위한 맞춤형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안타까운 것은 최근 국세청이 지하경제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인다는데 시장에서는 아우성이다. 이렇게 해서 복지재원을 얼마나 마련할지도 의문이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지금 시장에서는 경제활력 떨어뜨리고 분위기를 경직시킬 것 같으면 차라리 정식으로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늘려서 걷어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인지 큰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종적으로 유의해야 할 것은 복지를 재정수입에 맞춰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거꾸로 하면 나라재정이 파탄난다.”
-경제민주화 요구도 무시할 수 없고,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 투자도 이끌어내야 하고 딜레마다.
“폴리시믹스가 필요하다.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켜야 한다. 공평한 복지, 공평한 분배가 이뤄지면 성장동력의 추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력이 감당하는 범위 내에서 복지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민주주의도 어떤 복지도 물적 토대, 즉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능하면 경제원리���로 움직이는 사회가 제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회다. 대기업의 순기능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먹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가가치의 원천을 창조하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이 주주도 종업원도 먹여살리고 나라엔 세금을 내고 사회엔 기부를 한다. 그러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해지다보니 특정 대기업들이 공정경쟁 질서를 파괴하거나 독과점으로 흐르는 등 부작용을 빚고 있다. 국민들에게 기업들의 순기능은 인정하고 역기능은 철저히 경계하도록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소비자의 관심이 굉장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부동산시장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걸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제도가 투기억제에 맞춰져 왔다.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인구구조가 바뀌고 산업구조도 달라졌기 때문에 그동안의 제도, 법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도 이젠 투기가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줘야 한다. 그동안 제일 심각했던 것이 시장이 죽어있었던 것이다. 이번 대책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포괄적이고 강도가 높다. 잘했다고 본다. 아쉬운 게 있다면 면적이나 금액 기준으로 양도세 면제 제한을 둔 점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부자한테만 혜택 가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부자한테 혜택 가야 서민한테도 혜택이 내려온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전체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데 이를 타개할 묘안은.
“가임기 여성들의 문화, 인생관이 바뀌고 있다. 결혼은 선택이고 직장은 필수가 됐다. 출생에 따른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생애주기별 대책도 필요하고 외국 사례에서 배울 것이 있다. 일본은 다문화정책,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가장 저출산 고령화를 걱정했던 미국이나 프랑스는 인구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이민을 조직적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도 다문화정책으로 가야 하고 이민국이든 이민청이든 만들어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문화가정 비자 주는 것부터 시작해 젊고 우수한 해외 인력을 받아들여 우리의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다문화가정은 우리가 가야 할 필연의 길이다.”
-최근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임명을 놓고 말들이 많은데.
“새 정부는 공공기관장을 국정철학 공유한 사람으로 교체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쪽에서 보면 이 말이 맞고 저쪽에서 보면 저 말이 맞다.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이고 공공기관장 임기는 3년이다보니 중간에 겹치는데 단순히 경제논리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기여한 사람들이니까 민주주의를 위한 코스트(비용)일 수도 있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도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주체가 될 수 없다. 주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에겐 국정참여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논공행상을 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기준,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살아온 내력이나 전공분야를 맞춰서 그 사람이 갔을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배치해주면 바람직하다. 해당 부처별로 나눠서 장관이 책임지고 인사 기회가 있을 때 그런 사람들을 적절히 융합해서 자리를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한다고 하면 공공기관장 평가항목에 넣어서 평가결과를 반영해 인사를 하고, 하자가 없다면 가능한 한 임기 3년은 존중해주는 게 옳다.”
-장관 퇴임하면서 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했는데.
“새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게 경제를 구조조정해서 체질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옛날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내수를 일으켜야 한다. 내수를 보완하는 방법 중 제일 중요한 게 서비스산업 선진화다. 제3차, 제4차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가는 분야들을 산업화해야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산업 분야의 규제를 완화해서 기업들이 쌓아놓은 현금을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껍질을 깨고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인지, 주저앉고 말 것인지 기로에 놓여있다. 구조적인 문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부총리 제도가 오랜만에 도입됐으니 대통령은 경제·안보 등 분야별로 컨트롤타워를 둬서 미션과 역할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도 줬으면 한다. 그래서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에너지를 올인해서 결과가 나쁘면 책임을 묻고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큰 정치력을 발휘하면 이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되리라고 본다. 지금까지 아무도 그걸 못했다. 대통령은 단순한 행정수반이 아니라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어떤 경제를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 이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컨트롤타워를 맡은 경제부총리는 경제분야는 내가 최종 책임자라는 생각으로 올인해서 노력하고 대통령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mheel@kmib.co.kr
봟 윤증현 前 장관은 소설가나 영화감독이 꿈이었지만 자질은 미치지 못하고 공부를 특별히 못한 것도 아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택하는 공직의 길을 갔다고 말한다. 40년 공직생활이 보람도 있었지만 ‘침과대단’(枕戈待旦·장수가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맞는다)의 심정으로 장관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공직이 끔찍하게 힘들었다고 한다. 무대 뒤에서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들려주고 싶어 오랫동안 다닌 헬스클럽이 있는 여의도에 연구소를 차렸다. 요즘은 경기도 양평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블루베리, 가지, 오이 등 소출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69년 서울대 법대 졸업 △71년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86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99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2004년∼2007년 8월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2009년 2월∼2011년 6월 기획재정부 장관 △현 尹경제연구소 소장
.........................................................................................................
정치인들은 왜 ‘영남 불교도’와 ‘강남 크리스천’에 쩔쩔매는가
[한겨레]
‘한국종교정치 5부작’ 완간 강인철 교수
기독교 신자가 전체 남한 인구의 1%밖에 되지 않던 1949년에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국가공휴일에 지정될 수 있었을까? 왜 정치인들은 ‘영남 불교도’와 ‘강남 크리스천’ 앞에서 약해지는 것일까?
사회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종교 역시 정치와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방 이후 2012년까지 이 관계를 거대한 벽화처럼 펼쳐보여주는 방대한 연구결과물이 출간됐다. 지난해 12월 첫 권을 시작으로 최근 완간된 강인철(52·사진)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의 ‘한국 종교정치 5부작’이 그것이다.
15일 경기도 오산 한신대 연구실에서 만난 강 교수는 “한국 종교 전반을 일관된 접근방법으로 개관하는 통사적 연구를 쓰는 것은 15년이 넘은 목표였다”며 “하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초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11월 원고를 마무리했으니 5년간의 장정이었다. 강 교수는 이 기간 동안 ‘자발적인 고립’에 자신을 밀어넣었다고 한다. 전화는 받지 않고(휴대전화는 아예 없다) 이메일로만 외부와 연락을 취했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연구실에서 해결했다. 심지어 연구실에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형광등 하나를 끄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종교정치 5부작은 200자 원고지로 1만5000장이 넘는 분량이다. 그동안의 정치·종교 관계 연구들이 군사정권 시절 기독교 연구에 집중됐던 한계를 넘기 위해, 연구시기를 현대사 전체로 확장하고, 대상 종교 역시 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대종교, 천도교 등 전 종교로 넓혔다.
해방 이후 종교와 정치 관계 분석
이승만 정권, 개신교에 특권 주고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불교 키워
선거공간 넓어지며 종교정치 득세
2000년대 개신교 보수화 두드러져
“종교 정치화될수록 대중외면할 것” <한국의 종교와 정치, 국가 : 1945~2012>가 이론적 접근방법과 개념들을 소개한 총론 격이라면, <종속과 자율 : 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 <저항과 투항: 군사정권들과 종교>, <민주화와 종교: 상충하는 경향들>은 각각 1945년 해방~1961년 5·16쿠데타, 박정희 정권~1987년 6월항쟁, 6월항쟁 이후~이명박 정권 시기를 다룬다. <종교정치의 새로운 쟁점들>은 1987년 이후 떠오른 개발과 종교, 해외선교,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문제를 쟁점별로 접근한다.
강 교수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시기의 특징을 ‘개신교의 특권 종교로의 도약’이라고 꼽았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더글라스 맥아더 연합국사령부 사령관과 이승만 대통령의 영향으로 각종 개신교 우대정책이 펼쳐졌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로 지정됐고, 기독교국가에서나 가능할 법한 군종제도, 형목제도가 1951년부터 도입됐다. 강 교수는 “일본인들이 남기고 떠난 재산인 ‘적산’ 불하 때도 개신교가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다”며 “이때 취득한 적산은 이후 개신교의 탄탄한 물적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26년은 상대적으로 ‘불교의 시대’였다. 유교, 천도교, 대종교의 지위가 약해지면서 점차 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과두체제가 형성됐고, 군사정권은 이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불교계에도 문화재 관람료 징수 같은 특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반독재 투쟁이 기독교에서만 벌어진 것은, 한국 기독교계가 미국 선교사들을 매개로 미국 교회들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민주화에 일정한 기여를 했던 종교계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강 교수는 “민주화가 본격화되면서 종교의 정치적 역할이나 비중은 감소하기 마련인데, 한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정치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까지 한국 종교지형은 3대 종교로 완전히 재편된다. 2005년 말 현재 3대 종교에 속한 인구가 전체 종교인구(전체 인구의 52%)의 98.1%에 이를 정도다. 민주화는 선거정치 활성화를 의미한다. 이 두 현상이 결합한 결과는 “거대 종교들의 정치적 몸값이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이른바 ‘영남불교도’, ‘강남 크리스천’ 현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강 교수는 “불교는 평신도의 조직화 정도는 약하지만 영남에서의 막강한 교세로 어떤 정치세력도 무시할 수 없고, 개신교·천주교는 강남 3구 등 수도권 부유층 지역에서 교세가 막강해 역시 보수정치세력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이다”고 말했다.
2000년대 가장 특징적인 종교정치 현상은 개신교의 보수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대표적인 세력이다. 이승만, 김영삼에 이은 세번째 ‘장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는 2000년대 시작된 이들의 ‘정치적 행동주의’가 큰 몫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는 개신교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강 교수는 “종교의 정치 참여가 대중적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도덕적 권위’와 ‘소통능력’이라는 최소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며 “특정 종교의 영향력은 크지만 사회적 공신력은 낮을 경우, 정치적 발언·행동에 나설수록 대중으로부터 더 큰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세습, 교회매매, 소득세 납부 거부 등으로 공신력을 잃은 보수 개신교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95년 이후 개신교 전체 신도수가 감소하고 있고, 그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강 교수는 후속연구 주제에 이미 몰두하고 있다. “‘반공-국가주의’ ‘민주-공화주의’같은 ‘시민종교’, 즉 가장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사회와 국가를 통합시키는 문화적 토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글·사진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