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단기 부동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단기성 부동 자금은 총 676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9조4411억원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성 부동 자금은 현금 46조2261억원, 요구불예금 110조1101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15조3089억원, 양도성 예금증서 21조3634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8조7724억원 등과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을 더해 총 675조80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663조원 규모까지 증가하고 잠시 주춤했던 단기 부동 자금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 도발과 기업 실적 악화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까지 꾸준히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MA 잔액과 MMF 설정액 합계 또한 작년 말보다 17조원가량 크게 증가했다. CMA 계좌 잔액은 작년 말 40조5260억원에서 이달 15일 42조7280억원으로 약 2조2020억원 늘었다. MMF 설정액도 작년 말 63조1370억원에서 지난 12일 77조7342억원으로 약 14조5972억원 확대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시중에 부동 자금이 많은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부동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져서 다시 부동 자금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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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전 경제부 총리 "당장 시급한 건 기업 투자와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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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리안 미러클’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간을 축하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재경회장),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진념 전 경제부총리, 엄일영 동서경제연구소 부회장.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
인사이드 Story - '코리안 미러클'발간 보고회서 경제 원로들도'쓴소리'
일감몰아주기, 국제 기준 맞아야…대기업 일방 매도하면 성장 못해“경제 살리기가 아닌 경제민주화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일방적인 대기업 매도로 ‘제2의 경제 부흥’은 어렵다.”(조경식 전 농림수산부 장관)
경제단체장들에 이어 전직 경제 고위 관료들까지 나서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리안 미러클’ 발간 보고 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최근 정치권이 추진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이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려 투자와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전 부총리는 특히 “당장 시급한 것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라며 “경제민주화에 매몰되지 말고 최근의 경기 침체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일방적으로 재벌을 매도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제2의 경제 부흥’은 어렵다. 수십년간 해온 관행이 있으니 점진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양윤세 전 동력자원부 장관은 산적한 문제를 뒤로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일부 관행만 문제삼는 정부 규제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일부 현상만 규제한다고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이후에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은 “경제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치 논리로 인해 법안 통과가 늦어지는 분위기여서 염려스럽다”며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더 많은 예산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식 FG자산운용 대표(전 해양수산부 장관)는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과도하게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해방 직후인 1945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된 1960~1970년대 당시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경제 원로들의 육성증언을 토대로 한국 경제의 발전사를 기록한 ‘코리안 미러클’ 출간 기념회였다. 한국이 단기간에 경제 선진국으로 성장한 성공요인과 함께 주요 경제정책의 입안 및 집행 과정 등을 담았다. 윤대희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개발 50년을 맞아 살아있는 분들의 기억을 육성으로 기록, 정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경제발전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되는 참고서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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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기영 부총리는 개발연대 이끈 경제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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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기영 서울경제·한국일보 창업주가 생전 업무에 몰두해 있는 모습. |
KDI·재경회 공동발간 경제기적 시리즈서 소개
'개발연대를 이끈 경제거인.'
서울경제신문과 한국일보 창업주인 고 장기영 경제부총리가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원로들로부터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거인"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한민국 경제 역사의 주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전직 경제관료들의 모임인 재경회와 공동사업으로 발간한 '육성으로 듣는 경제 기적' 시리즈 1권 (서명:코리안 미러클)을 통해 고 장 부총리의 일대기를 무려 70쪽에 걸쳐 소개했다.
이번 책자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1기 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집필됐다. 편찬위원으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대희 전 국무조정 실장,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 등 경제원로들이 참석했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엄일영 동서경제연구소 대표 및 지동욱 한일비즈니스 대표도 편찬위원으로 활약했다.
이 밖에도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양윤세 전 동력자원부 장관, 조경식 전 농림수산부 장관을 비롯 대한민국 경제의 초석을 다진 전직 관료들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편찬위는 책자를 통해 고 장 회장에 대해 "30대 초반에 (한국은행) 부총재로 고속승진하고 30대 중반에 (서울경제신문의 자매지인) 한국일보를 창간했으며 40대 중반에 제2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EPB) 장관에 올라 한국 개발연대를 이끈 주역"이라며 "하나의 잣대만으로는 잴 수 없는 큰 인물이었다"고 소개했다.
편찬위는 고 장 회장에 대해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회고를 통해 그의 행적을 더듬어보면 금융인으로서의 꼼꼼함, 왕초ㆍ리더로서의 불도저식 업무 처리, 공무원으로서의 헌신, 정치인으로서의 직관 등이 혼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고 장 회장에게 '컴퓨터 달린 불도저'라는 별명과 더불어 '탱크' '왕초' '뛰면서 백 가지 생각(百想ㆍ고 장 회장의 호)을 하는 사람' '불면불휴' '25시의 사나이' 등의 별칭을 따라붙게 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고 장 회장은 1916년 5월 서울 남문 밖 은행동 1번지에서 곡물상을 하는 장동후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소개한 편찬위는 그가 가난한 집안형편 속에서 모친의 헌신에 힘입어 선린상고에 진학했고 이후 18세 청춘에 한국은행(당시 조선은행)에서 사회인의 첫발을 내디뎠던 궤적을 자세히 다뤘다.
편찬위는 고 장 회장이 8ㆍ15 광복 직전 소련군의 공습과 상륙공격 속에서도 당시 조선은행 동료 행원들의 피란을 도왔던 헌신적 인물이었음을 반추하기도 했다.
편찬위는 고 장 회장이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부총리 제안을 받은 뒤 선진적 시장자유화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자신감 속에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는 등 대한민국 경제사령탑으로서의 활약상을 자세히 다뤘다.
편찬위는 고 장 회장이 생전 스스로에 대해 '뼈는 금융인이요, 피는 신문인, 몸은 국가공무원'이라고 칭했다고 소개하며 "나중에 (고 장 회장이) 정치인이 되고 나서는 '정치인은 내 얼굴'이라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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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시장…사실상 사망선고"
EU의회 "기업에 부담된다"…활성화 방안 부결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에 부심하던 유럽연합(EU)의회가 결국 경제논리에 무릎을 꿇었다. EU의회는 16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가 제출한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방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탄소배출권 매매 가격을 올려 거래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인 이 안이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매입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U의회가 빈사상태의 탄소배출권 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U집행위원회는 매매가가 급락하면서 거래가 말라버린 탄소배출권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탄소배출권 공급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시장에 나올 예정이던 900만 규모의 탄소배출권 공급도 당분간 연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안이 EU의회에서 부결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가는 이날 장중 한때 당 2.63유로까지 떨어졌다. 2008년 7월만 해도 29유로대에 거래됐던 가격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환경보호보다 경제회생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EU의회 의원들 사이에 확산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EU의회 의원들이 경제 침체기에 탄소배출권 매매가를 올리면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귄터 오에팅거 EU의회 에너지위원회 위원도 “EU의 탄소배출 감축 정책은 보다 현실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찬성하는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 방안을 경제부 장관이 반대하는 등 각국 정부 안에서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유럽 산업계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중심으로 한 엄격한 탄소배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페터 보섹 유럽화학산업협회 에너지정책팀장은 “탄소배출권 이용에 따른 부담이 소비자와 기업들에 전가되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U집행위원회는 다른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EU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회생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스티그 쉬졸셋 톰슨로이터 탄소배출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시장 회생안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며 “탄소배출권 가격은 3유로대에서 오르기 힘들 것이며 오히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탄소배출권 시장2005년 유엔 청정개발체제(CDM)를 근거로 설립된 탄소배출권 매매 시장이다. 기준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고, 나무 심기와 신재생에너지 개발 투자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 국가나 기업은 그만큼 탄소배출권을 파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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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부자들 "나 떨고 있니?"…정부, 스위스 은행 유출정보 사들여 200여곳 급습
독일 정부가 스위스 은행에서 유출된 계좌정보를 400만유로(약 58억7200만원)에 사들여 대규모 탈세 단속에 나섰다.
독일 시사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이 16일(현지시간) 단독 입수,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탈세 목적으로 자산을 국외에 빼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0여곳을 조사했다.
이번 단속은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 정부 등 5개 주정부가 올해 초 스위스 은행에서 유출된 계좌 정보가 담긴 CD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판 이 CD에는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긴 독일인 1만명 이상의 상세 거래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세무당국은 이 정보를 토대로 누락된 세금 5억유로(약 7340억원)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슈피겔은 이날 200곳을 급습한 것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대대적 단속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독일 부유층은 비밀 보장이 잘 되는 스위스 은행에 몰래 자산을 맡기고 자국 세금을 피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왔다. 독일 정부는 과거에도 수차례 스위스 은행의 유출 계좌 정보를 사서 탈세 단속을 벌였지만 ‘공익을 내세워 불법 정보를 구매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은 스위스 은행의 독일인 탈세 자산에 대해 사면해주는 대가로 세금을 걷는 협정을 맺었다가 ‘범죄 행위에 대한 관대한 처분’이라는 독일 야당의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해 11월 이 협정의 의회 비준이 무산됐다.
스위스 정부는 자국 은행 산업이 피해를 볼까 반발하는 입장이다. 스위스 재무부는 이번 단속에 관해 “정보 유출 CD로는 기껏 운에 따른 단속의 성과만 얻을 수 있다”며 “공정하게 세금이 매겨지는 기반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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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경제민주화 대원칙…공정한 분배 · 투명한 시장질서
그저께는 “우려” 어제는 “반드시 실천”
정반대 발언탓 철학·실체 잇단 물음표
대기업 시장지배력 남용 차단 강한 의지
납품가 후려치기·총수일가 특혜거래 규제등
실제 법안 입법수준에 경제계 촉각 곤두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민주화 문제는 제 공약이기도 하고, 반드시 지켜 나가도록 하겠다.”(16일 민주통합당 간사단과의 만찬에서)
불과 이틀 사이에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하루는 “걱정스럽다”며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제동을 걸고, 자고 나선 “반드시 한다”며 정반대의 발언을 쏟아내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도대체 박근혜의 경제민주화는 뭐냐”는 물음표가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는=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지난 2월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대신에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던 ‘동반성장’을 한 단계 성숙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며 “동반성장의 주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한정됐지만, 박 대통령은 여기에 소비자라는 주체를 하나 더 추가시켜 경제성장에서 나오는 분배의 과실을 모두가 같이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 주변 인사의 말을 종합하면 경제민주화의 대원칙은 ‘경제성장 결실의 공정한 분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으로 요약된다. 대기업이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해서 경제성장의 모든 과실을 독차지하는 구조는 비정상적인 경제라는 것이다.
초선의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의 철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하나는 과도한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측면과 또 한 편으로는 대기업 오너라고 해서 국민과 정치권에 협박 비슷하게 압력을 놓고, 또 법을 어겨도 사면을 해주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쏟아낸 발언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헤럴드경제 등 경제지와의 공통 인터뷰에선 “야권에서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는 우리와 다르다. 그쪽은 재벌해체가 최종 목표가 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재벌해체를 위한 도구가 돼선 안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입법 수준은 어디까지=박 대통령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의 강도가 어디까지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이와 관련해 “대주주가 과도하게 사익을 추구하거나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일을 못하도록 하겠다”며 “시장지배력 남용은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공정경쟁’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만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입법은 크게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에서 접근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는 방안으로 하도급법에 불공정특약 규정을 도입하고, 복잡한 판매장려금 항목 정리,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재편도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던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다. 계열사 간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일감몰아주기로 규정해 제한하자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약에서는 현행 부당지원 금지 규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총수일가에 대한 특혜성 거래를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예외 장치로 인해 기업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해 부당지원금지 규정의 위법성 요건도 완화하는 수준에서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경제민주화 법안 ‘숨고르기’ 급속 전환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경제민주화 논란과 관련해 “누구를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대기업 옥죄기’에 제동을 건 발언의 연장이다. 때맞춰 경제민주화 입법의 선봉에 섰던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도 이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로 선회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회 기획재정·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경제민주화는 누구를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다. 각 주체가 열심히 하면 잘 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주체들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면 공정한 시장의 룰에 의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누구를 벌 주거나 쳐내거나 이런 개념으로 다루는 인상이 드는데 이는 경제민주화의 취지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와 압박이 자칫 대기업의 건전한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전략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참석 의원도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투자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며 화답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최경환 의원은 “정권 초기 경제 주체들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보다 분명한 경제활성화·투자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김용태 의원도 “경제민주화는 목표가 아니다. 경제살리기의 여러 수단 중 하나”라며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거들었다. 정무위 소속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의 조속처리를 주문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관련해서도 “의료계에서 골든타임이라는 용어가 있다. 응급상황에서 특정 순간을 넘기면 위험하니까 그 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며 “추경도 그런 면에서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제도 적기에 자극을 주지 않고 시기를 놓치면 빚만 진다. 추경하고 효과 못보고 그럴 수 있으니 적기에 효과 볼 수 있도록 여야 합의로 잘 풀어달라”는 것이다.
◆제동 걸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처벌 강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일감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미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이 지난 9일 소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때문에 4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공정거래법은 사실상 오늘 처음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라며 “발의가 되고 여야 간 논의를 거치며 숙성이 돼야 (법안이) 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다.
법안심사소위 여야 의원은 이날 서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양당 의견을 주고받는 선에서 논의를 매듭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 총수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강하게 규제하는 이 법안에 재계의 반발이 극심한 데다 박 대통령의 ‘진화 발언’ 이후 여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 법안 조속 처리 목소리가 급속도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법안심사소위는 이런 기류 탓인지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당초 오전 9시30분 예정된 회의는 의원의 지각으로 10시45분에야 열렸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불참을 통보해 6명만 참석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민주당 참석자 중 김기식, 강기정 의원은 이상직, 정호준 의원으로 바뀌었다. 회의에 들어서는 의원도 대체로 신중한 표정이었다. 이상직 의원은 “우려되는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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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창조경제는 미래 먹거리...대기업 적극 참여해야"
[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17일 "지금은 삼성과 현대차를 뺀 대기업들도 경영이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제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상생경제체제는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한 마디로 미래 먹거리"라며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창조적 경제활동이 가능할 수 있는 거시경제의 안정과 경제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 먹거리를 위해 대기업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직접 만나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에서 열린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한 정책방향' 세미나에 앞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정교사로 알려진 김 원장은 최근 불거진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을 비롯해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5년 전에 아무 문제 없다고 해놓고선..."
그는 우선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소급적용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원장은 "기업 입장에선 5년 전 법 테두리 안에서 일을 추진했는데 이제와서 '그것이 문제다'라며 소급해서 (세금을) 때린다고 하면 좋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는 법적 일관성이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 입증 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가 해야할 일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면서 "죄 지은 사람한테 죄를 입증하라고 하면 가능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의 이같은 인식은 박 대통령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을 두고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해 여권 일부에서조차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처벌강화는 대선 공약인데다 국민적 합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원장도 "지난 대선 때도 말했지만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두고 말들이 있는 모양인데, 일부에서 '경제민주화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소 대기업간의 기술탈취나 불공정거래에 대해선 당연히 막아야한다"고 그는 강조하기도 했다
"창조경제 위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만나야"
박근혜 정부의 최대 화두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지금 당장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짧게는 2~3년에 걸쳐 길게는 5년 이후를 봐야 하며 이는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 할 비전"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창조경제의 개념은 창조와 응용, 실천력으로 요약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기존 아이디어 기술과의 융·복합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또 융·복합 기술의 사업화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중소 벤처기업의 창업이 활성화되고, 중소 대기업 간 상생구조가 정착돼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선순환되는 경제라고 정의했다.
김 원장은 "한 마디로 미래의 먹거리"라면서 "중소 벤처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도 언제까지 휴대폰만 팔고 살 수 없지 않은가"라며 "현대차도 자동차와 융복합기술 등이 접목돼야 발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물론 대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도 풀 수 있으면 풀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대기업의 탐욕을 위한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부가 내놓은 19조3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추경예산 가운데 12조 원은 세수 감소분을 메꾸는 용도"라며 "실질적인 추경 규모는 7조3000억 원 정도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는 최소 10조 원 규모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경제는 아이디어 - 응용 - 실천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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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제연구원 창조경제 세미나에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오른쪽)이 창조경제 개념과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창조경제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지면서 중소ㆍ벤처 기업이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또한 중소ㆍ대기업 간의 상생구조가 정착돼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선순환되는 경제를 말합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한국이 농업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융합ㆍ지식창조 산업이 이끄는 지식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 구현이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인 그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한 정책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창조경제 개념의 밑그림을 구상한 곳인데, 최근 새 정부의 핵심화두인 창조경제를 놓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직접 개념 정립에 나선 것이다.
김 원장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창조력, 이를 융합하는 응용력, 사업화로 이어지는 실천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실물자산ㆍ금융자산보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사업화된 뒤 중소ㆍ대기업 간 지식재산권, 인수합병이 논의될 때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며 "공정한 거래가 있어야만 창조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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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대상` 220곳 나와…대성그룹 24곳·GS 20곳
◆ 일감 몰아주기 재계 강타 ◆
매일경제신문이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지난해 4월 12일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총수 있는 대규모기업집단 4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는 모두 220곳으로 조사됐다. 현재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는 신설 공정거래법 11조의 적용을 받아 기술의 특수성과 보안 필요성, 비용 절감 등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지 않는 이상 부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로 간주돼 과징금 등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중 대한전선과 유진은 이달 1일 기준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해당 계열사들은 기존 공정거래법 23조의 적용을 받게 된다. GS그룹은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소유한 기업이 20개로 전체 그룹을 통틀어 가장 많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 발표에 따르면 GS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3.2%로 삼성(13%), 현대차(20.7%), SK(22.1%) 등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밑돌더라도 특정 거래ㆍ사업기회 제공이 '특수관계인의 경제력 집중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행위'로 공정위가 입증할 경우 제재 대상이다. 30%가 넘으면 해당 기업이 자신들의 내부거래가 정당한 내부거래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총수가 없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기업집단이나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인 일반 기업집단, 중견기업 등은 종전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조항인 공정거래법 23조의 적용을 받는다. 이 경우 해당 내부거래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공정위와 여야는 이 '현저히(significantly)'라는 문구를 '상당히(substantially)'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정상적인 공개입찰을 거쳤을 경우 예상되는 정상적인 시장가격을 눈에 띄게 웃도는 내부거래는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부당내부거래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이 '현저히'라는 문구 때문에 공정위의 제재가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경우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금리 차이가 정상금리와 20%가량 차이가 나는 거래를 부당내부거래라고 판단해 제재했으나 금리 차가 1.~1.31%포인트에 불과하다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2009년 패소한 적이 있다. 절대치의 차이인 '%포인트' 대신 비율(%)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일감을 몰아준 기업뿐 아니라 부당하게 지원을 받은 기업도 새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재를 받는다. 새 법은 통과 6개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예컨대 이달 30일 법이 통과된다고 가정하면 자신의 내부거래를 부당한 내부거래라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오는 10월 30일까지 거래처를 바꾸거나 지분관계를 정리하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23조의 부당내부거래 규정과 별도로 총수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특별규정(11조 5항)을 만드는 셈"이라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나 시장경쟁 제한과 관계없는 내부거래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기준 헷갈리고 경영권도 영향" 재계 당혹
재계 주요 그룹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공정위가 예외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총수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의 경우 그룹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받고 있는 물량을 외부로 당장 돌리지 않으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총수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한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와 국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실제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등 규제를 하면 정부 정책에 맞춰 지분율을 해소해 나가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진그룹은 최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 빠르게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대책은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되는 계열사만 유니컨버스, 정석기업, 한진지티앤에스, 싸이버스카이 등 6개나 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해온 한국 재계 주요 그룹들의 특성상 정부와 정치권의 일감 몰아주기 압박은 경영권 방어와도 연관돼 있는 이슈다.
30대 그룹 한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 부당내부거래로 간주하는 것은 사실상 총수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뜻"이라며 "이 경우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생겨 기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또 다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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