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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시사정보(4-8)

구봉88 2013. 4. 20. 17:20

  목   

1.IMF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

2.美는 한국에, 中은 北에… 9일(北이 주한 외국인에 철수하라고 협박한날)   "충돌사태 막자" 메시지 동시 전달

3.[긴급 대담] 美·中·日 전문가 3인이 말하는 '北 전쟁 위협과 주변국 외교'

4.[訪韓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NATO 사무총장 인터뷰]

5.[토요판 커버스토리]김정은 체제 1년 ‘1호 사진’ 전수조사

6.유럽·일본 "미국식 자본주의 이제 그만"

7.글로벌위기 속 승승장구 독일경제, 비결은 '중견기업'

8. 기업경영

-삼성, 신경영 아이콘 '비교전시회' 20돌맞아 대대적 개편

-특허전쟁 2년 삼성·애플, 뒤에선 웃는다

-현대·기아차의 딜레마

-잘 팔린 브랜드 커피 수익은 악화

-구글 위협하는 ‘페이스북 홈’의 도전, 스마트폰 첫 화면 누가 잡나…

  경쟁 신호탄

-"실업률보다 무서운 건 국가 브랜드 하락"…스페인, 이미지 제고 나서

-"항공동맹체 스타워즈, 승자는 누구?"

-`돈 안 빌리는 미국`..은행권 실적성장도 흔들

-'출혈 입찰'로 대형火電 하나 지을 돈(GS건설 1분기 해외 건설 손실액

   5355억원) 까먹어

-장인이 '한땀 한땀'…똑같은 車는 가라! 일본 수제 명품카 '미쓰오카'가

  온다

-명품시장 휩쓰는 유커…프라다 3개중 1개 중국인이 구입

-해외 수익률 사냥꾼 국내 고액 사산가 '김 사장'이 떴다

-[경찰팀 리포트] 사랑도 노하우…연애의 기술 '속성과외' 시대

-[나홀로 귀농족을 아시나요] ‘나무 농사꾼’ 김한종씨의 25시 “외로우면

  실패합니다”

-닭·오리 많이 키우는 中·동남아서 나타나…신종AI 치사율 60%

-<산대저수지 한달전 '붕괴 우려' 판정>(종합)

 

9.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Cover Story] 원칙과 자율 신봉자…'철의 여인' 잠들다

-[Focus]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영웅인가 무법자인가

- [Global Issue] 대통령 한명 잘 뽑으니…멕시코에 글로벌 자금 몰린다

-'청춘의 우울' 담은 하루키 신작… 日 서점가는 웃는다

-쓴소리도 달게… 세상을 움직인 자는 '말의 達人'이었다

-[불멸의 저자들] 모순적 세상 타파하기 위해 경계인의 삶을 산 비평가…

  그는 '지성적 아웃사이더'

-[한경과 맛있는 만남] 강석희 CJ E&M 대표 "학교서 우등상 준다길래

  우동 주는 줄 알았죠"

-지식의 최전선에 그가 있다, 존 브록만

-한국 친일파는 일본 친미파를 벤치마킹했나

 

내    용

 

 

IMF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



미국 등 세계 성장률 3개월 만에 하향 조정

일본은 엔저 효과에 상향

국제통화기금(IMF) 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낮추며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IMF가 16일 발표할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 초안을 입수,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2%에서 1.7%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 초안에서는 지난달 시작된 미국의 재정지출 삭감이 소비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미국경제와 관련, 뉴욕 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수준의 재정삭감은 정책적 오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 역시 종전 3.5%에서 3.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17개 국가가 속한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0.2%로 예상됐다. 이탈리아 정국불안이 유로존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었던 유로존의 분열과 미국의 재정지출 삭감이 지난 6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제어됐다고 지적했다. IMF는 "선진국들의 경제회복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2102년 세계경제가 약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에도 불안요인들이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경제전망이 밝은 국가는 일본이다. IMF는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1.2%에서 1.5%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엔화약세 유도 등을 통해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아베 신조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와 함께 선진국들의 경쟁적 통화완화 정책이 신흥국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 시점에서는 주요 통화의 가치가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에서 크게 이탈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달러화와 유로화는 펀더멘털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위안화는 평가절하된 상태"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또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4.1%로 유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뉴욕=이학인특파원 leejk@sed.co.kr

 

IMF, 美 성장률 전망 0.3%P 하향 조정…유로존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 0.3%P 올려

무분별한 양적완화 땐 세계 금융위기 재발할수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유럽은 이탈리아 총선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양적완화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는 전보다 높여 잡았다.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입수해 보도한 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치인 2%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또 지난 1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보다도 0.6%포인트나 낮다. 3월부터 시작된 시퀘스터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시퀘스터로 올해 2분기와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75%포인트씩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월스트리트의 낙관론과는 거리가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3%로 내다보며 “시퀘스터가 의외로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도 지난해 말 1%로 전망했던 미국 1분기 성장률을 최근 3.3%로 높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소비가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3%(연율)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1년 1분기 이후 2년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제의 신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IMF가 전망한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5%다. 1월 1.2%에서 0.3%포인트 올린 것이다.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공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무제한 양적완화인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지난 1월과 같은 -0.2%로 잡았다.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정치 불안으로 흔들리고, 독일도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미국과 유럽의 부진으로 1월 전망치인 3.5%에서 0.1%포인트 내려간 3.4%로 내다봤다.

IMF는 “아직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워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무분별한 양적완화가 지속될 경우 과도한 유동성으로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내년엔 신흥국의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은 4.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오는 16일 IMF가 보고서를 공식 발표할 때 전망치를 일부 수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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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한국에, 中은 北에… 9일(北이 주한 외국인에 철수하라고 협박한 날) "충돌사태 막자" 메시지 동시 전달


韓美 기업인들 만난 케리 국무장관… 12일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 미 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 참석,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케리 장관은 13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이덕훈 기자

[朴정부 대화론 선회까지]

朴대통령 "개성공단 기업 고통 커… 北에 대화 제의"

주가 하락·전쟁 우려 등 국내 불안 확산도 부담된 듯

남북 물밑 접촉 가능성도… 청와대선 "그런 일 없다"


북한에 대해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해 오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며 갑자기 톤을 바꿨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바라는 미·중의 입장과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어려움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미·중 "우발적 충돌은 막아야" 메시지

서울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주한 외국인들에게 '서울에서 철수하라'는 경고를 한 (지난 9일) 즈음, 미국과 중국은 남북 양측에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남북) 양측이 서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하든 관여할 바는 아니나, 최소한 의도되지 않은 감정적 상황 때문에 우발적으로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10일부터는 매일 이어오던 대남 위협 조치를 중단했고, 11일 한국 정부에선 '대화' 메시지가 나왔다.

이날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화"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실수와 오판"이라며 거듭 "가장 위험한 것은 뭔가 조치가 취해지고 거기에 대응하는 조치가 이뤄져 의도하지 않은 혼란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북한을 향한 발언이지만 "협상과 긴장 완화의 방향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조건"이란 그의 말은, 한국을 향해서도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대화하라'는 메시지였다. 이런 미·중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선제적으로 '대화' 카드를 꺼내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게 박 대통령의 계산이었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 등 국내적 요인도

여권 핵심 관계자는 또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이 '정부가 막더라도 우리가 북에 가서 풀겠다'며 정부에 방북 신청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고통이 심해서 업체들의 입장을 생각했다"면서 "북한이 왜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는지, 책임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대화의 창구로 나와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화를 말(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가 예상됐던 10일을 앞두고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고 국민들 사이에도 '이번에는 진짜 전쟁이 나는 거냐' 하는 심리가 확산되기 시작했었다"며 "우리 정부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할 필요가 있다고 당에서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국내와 국제사회를 향해 지금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문제가 누구 때문에 생겼고 이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하려는 쪽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 물밑 접촉 가능성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한 대학교수는 정부의 이번 대화 제의에 대해 "남북 간 물밑 접촉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실행 차원에서 시도됐던 남북 간 채널에서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말자"는 교감이 일정 부분 이뤄졌고, 그 실행의 첫 단계로 우리 정부에서 '대화 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참모들도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철학"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간의 직접적 물밑 접촉 결과로 대화 제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미국과 중국 등을 통한) 간접적 의견 교환은 있었을지 몰라도 북한은 지금 남한에 대해선 군사 핫라인까지 끊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이 호응하면 좋겠지만, 북한이 이를 걷어차 버릴 경우엔 정부는 북한에 공연히 얕잡아 보일 일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朴대통령·美 케리 국무, 원자력협정 異見 재확인

韓 "사용후핵폐기물 처리 등 창의적으로 접근해 가자"

美 "비확산 원칙에 맞지 않아… 朴대통령 訪美 전까진 해결"


박근혜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청와대 접견에서 한·미 원자력협력 협정 개정에 대한 양국 간 이견(異見)을 다시 확인했으며 당초 30분 예정이던 접견 시간이 1시간 10분으로 길어진 데는 그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박 대통령과 접견한 직후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자력협력 협정 개정의) 여러 가지 옵션이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초) 워싱턴에 오기 전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 타결이 매우 희망적"이라고 했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그런 발언은 케리 국무장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접견 말미에 원자력협력 협정 문제가 거론되면서 예정 시간을 초과했고 방미 전 이견을 좁혀 보려고 했으나 쟁점은 결국 외교부와 국무부 간 협상장에서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서 박 대통령은 "선진적·호혜적 협정 개정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으로 접근해 가자"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호혜적 협상의 기준'은 "사용후핵폐기물 처리,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였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한국의 입장은 이해하나, 핵 비확산과 여타국과 형평 문제가 있다"면서 "양국 간 신뢰 관계를 기초로 바람직한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해 나가자"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고 한다. 사용후핵폐기물 재처리와 농축 권한을 원하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우니, 기존 협정대로 이른 시일 안에 타결하길 압박한 셈이다.

기자회견에서도 케리 장관은 "한국이 전력의 30%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간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해 온 데 존경심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북한 문제, 이란 문제 등으로 상당히 민감한 시점이어서 (이런 상황이) 이 문제에 대한 접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케리 국무, 朴대통령에 많은 질문… 예정보다 회담 40분 이상 길어져

연합사 방문 취소하고 기업인 200여명과 만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한·미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장에 예정보다 35분 늦은 오후 6시 50분에 나타났다.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회담이 예정보다 40분 이상 길어진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됐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여러 개 했다고 한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은 내가 하는 질문에 대해 굉장한 인내심을 가지고 답변해 주셔서 감명을 받았다"며 "비전이 있고 강한 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외교부 청사 3층에서 4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은 '김정은'을 다섯 번 언급했다. 지난 2일 워싱턴 한·미 외교장관회담 때는 단 한차례만 언급했었다. 그는 "김정은에게 촉구한다. 좋은 가능성을 택하라" "선택은 김정은에게 달렸다"고 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하신 내용을 가지고 중국에 가서 중국 지도부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북한과 중요한 관계를 가진 나라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만찬에 참석해 주한 미국 기업 관계자 200여명과 1시간가량 식사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한미재계회의 위원장) 등 국내 경제단체장들도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케리 장관의 방한 계획에는 기업인 만찬이 없었는데 지난주 주한미국대사관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급하게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당초 청와대 예방에 앞서 오후 3시 45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브리핑을 들을 계획이었지만 방한 이틀 전인 10일 취소했다.

韓美 대북 공동성명 진통… 발표 오늘로 미뤄

한·미 양국은 12일 대북 문제에 대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 문건의 내용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저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저녁 중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측이 합의한 공동 문건이 회람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케리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합의 사항을 담은 코뮈니케를 발표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날 밤늦도록 한·미 간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 문건은 배포되지 않았다. 밤 9시 36분쯤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금일 기자회견시 배포될 것이라고 공지드렸던 공동성명 배포가 지연되어 금일 늦게(시간 미정) 또는 내일 오전(케리 장관 출발 전)에 배포될 예정임을 알려드리오니 양해 바란다"고 공지했다. 결국 자정이 되도록 공동 문건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처럼 합의사항 발표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케리 장관이 12일 방한하면서 공동문건을 만들자고 제의했고 한국에 도착한 후 내용을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문건을 발표하자는 결정 자체가 늦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만든 초안(草案)을 외교부가 전달받아 내용을 보충하는 과정에서도 협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미국 측이 "수정된 내용을 국무부 외의 다른 관계 부처와도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서 공동문건 발표가 13일로 늦춰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 원해 선택은 김정은에 달렸다”

박 대통령 만난 케리 미 국무

“핵 없는 한반도가 궁극 목표 … 미, 동맹국은 분명히 지킬 것”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미국 측 참석자를 소개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정치란 비전을 발표했고 그 비전을 존경한다”며 “이 비전이 현실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이 밝힌 신뢰정치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말한다. 케리 장관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한 데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한 뒤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위험한 것은 북한의 오판”이라며 “김정은이 책임 있는 지도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화”라며 “6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실질적인 미래를 위해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롭고 핵이 없는 한반도가 궁극적인 목표며 그래서 대화를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걸 지지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케리 장관은 “북한이 국제적인 의무, 국제적인 표준, 자신들이 수용한 약속을 받아들여야 하며 비핵화의 방향으로 나가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대화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케리 장관은 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필요하다면 동맹국(한국)과 미국을 방어할 것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김정은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의도적으로 국제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며 선택은 김정은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과 케리 장관은 다음달 초 미국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 타결을 위해 조만간 수석대표 협상을 시작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협정이 희망적으로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도 거듭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케리 장관과 만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하겠지만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면 상호 신뢰를 쌓아 공동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과 가진 오찬에서도 “개성공단도 남북협약이 있고, 들어가 있는 중소기업이 있으니 (북한이) 왜 저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대화”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 의중을 알아야 하니 당연히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대북 대화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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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담] 美·中·日 전문가 3인이 말하는 '北 전쟁 위협과 주변국 외교'


12일 조선일보사 편집국에서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 외교’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 이정민 연세대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한석희 연세대 중국연수센터장이 참석했다(위부터). /김연정 객원기자

"美, 北 미사일 괌인근 떨어지면 최악 시나리오 상정"

"中, 김정은 혐오감 커지지만 北 망하게는 안할 것"

"日, 도쿄에 패트리엇 배치는 '쇼' 아닌 위기감 표현"


김정은의 군사도발은 왜?

美·日 "불안정한 '소년장군'… 軍장악 못해 강경책 펴는 것"

中 "北 안보 불안감에 核집착"


북한 김정은 정권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위협을 비롯, 긴장 수위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상황을 미국 중국 일본 3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사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이 깊은 미·중·일 3국의 입장을 분석하기 위해 이 국가들에 대한 외교 정책을 정부에 조언해 온 전문가들을 초청, 12일 편집국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정민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한·미 동맹, 대미(對美)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은 도쿄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30년 넘게 한·일 관계 및 동북아 연구에 주력해왔다. 한석희 연세대 중국연구센터장(국제대학원 교수)은 지난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對中) 특사 4명 중 한 명으로 베이징을 방문,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 등과 함께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박근혜 정부가 11일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미·중·일 3국은 이를 어떻게 보나.

이정민 "미국은 환영한다. 북한이 어느 정도 대화 제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현재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줘서 중국이 북한을 움직이도록 하려는 것이다."

한석희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대화를 제의했으니, 북한에 압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몰고 싶은데 좋은 구실이 생긴 것이다."

진창수 "일본에서도 나쁜 신호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베 정권 1기는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계속 압박을 했는데, 2기 아베 내각은 압박하더라도 대화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계속되는 군사 도발을 각국은 어떻게 해석하나.

"미국은 김정은이 군부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보이 제너럴(Boy General·소년 장군)'이 북한이라는 특수한 정치 체제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느냐는 데 큰 의문을 갖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안보 불안감' 때문에 핵을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보는 것 같다. 중국에는 북한이 이렇게 긴장을 높이다가 하루아침에 선회해서 미국으로 붙을지도 모른다는 불신감이 있다."

"일본은 북한 정국이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본다. 김정은 체제가 아직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 불안한 체제이고, 체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강경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이 괌 인근에 떨어질 경우 주변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전 세계에서 소련과 중국을 빼고는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북한이 초기 기술이나마 핵탄두 소량화 및 탑재 능력을 갖고 있다면 미국은 '멘붕(멘털 붕괴)'상태가 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고,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것을 강조할 것이다. 또 일본이 이 기회를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다."

"일본은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미·중·일 전략 대화를 추진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헌법 개정 논의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전격적으로 북한과 고위급 대화를 하는 방법으로 긴장을 해결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측면 지원을 한다는 생각이다. 남·북, 북·미 간 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일본이 도쿄 복판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세운 건 과잉 대응 아닌가.

"일본인들은 3·11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쇠퇴하고 있다고 느끼는 와중에 전쟁 위험까지 있다며 굉장한 우려를 갖고 있다. 패트리엇 미사일 설치가 정치적 쇼라기보다는 일본의 위기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입장은 무엇이며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과거에 '한반도 평화 안정'이 상위 가치였다면, 최근에는 '비핵화'의 중요성도 올라갔다. 중국은 최근에는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하면서 북한을 계도하려는 것 같다."

―미·중 간에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미국은 중국이 여태까지 북한을 잘 관리하지 못했지만 이제 북한이 정말로 위협이 됐으므로 중국의 진지한 태도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처음에는 미국을 굉장히 의심해왔는데, 미국이 지속적으로 신뢰 구축 작업을 하다 보니 중국이 약간 의심의 수위를 낮추는 것 같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 대국 관계'에 그런 분위기가 담겨 있다. 미·소는 냉전적 관계, 미·일은 거의 주종 관계나 마찬가지였는데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바로 미·중 간에 이뤄지는 이런 논의를 경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들어가 있던 세력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을 계속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대응이 미진하지 않은가. 북한 문제에서는 중국 책임론이 많았는데 요즘 들어 미국 책임론을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미국에는 PINS(파키스탄·이란·북한·시리아의 머리글자) 문제가 중요하다. 미국 관점에서는 이 모든 문제가 각기 다르지만 모두 연관돼 있다. 북한 문제를 포함해서 PINS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불신이 오히려 부시 전 대통령보다 짙고, 북한의 위협을 훨씬 더 냉정하고 냉철하게 느낀다고 본다."

―중국의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을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 커지는 것 아닌가.

"김정일 집권기보다 김정은에 대한 혐오감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체면을 너무 안 세워주고 중국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주변국을 상대로 어떤 외교를 해 나가야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이 통일 한반도를 만드는 첫 단계라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통일 외교를 지향한다면 대내외 메시지가 일치해야 한다. 이제는 피부에 와 닿는 4강 외교를해야 한다."

"중국은 최근 들어 북한 문제를 놓고 한국과 협의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차원에서 대화체, 전략 대화, 협의체를 구성해 중국과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관계에서 핵 불용에 대한 공동전선을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인 '핵 도미노'를 막기 위해 '미들 파워'로서 전략적 협력에 대한 외교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

각국 '출구 전략'은…

"美는 北 핵포기, 中은 대화, 日 돈으로 核 해결"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출구 전략'에 대해 이정민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서 '출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핵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대화하고 압박하며 더욱 중국에 기댈 것이다"고 말했다.

한석희 교수는 "중국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6자회담을 통한 해결에 집착한다"고 했다.

진 센터장은 "일본은 핵 문제는 역시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아주 일본적인 발상인데, 핵 하나당 돈으로 얼마가 되는지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 각국이 계산을 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中國의 對北정책 "바뀔까, 안 바뀔까" 논쟁

"시진핑도 이익만 좇는 北 비판, 北 계속 챙기면 기회비용 커져"

"北이 자산이란 생각 못 버려… 근본정책 바꿀 준비 안됐다"


12일 북한의 도발과 미·중·일 외교를 주제로 열린 본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놓고 각기 다른 전망을 했다.

이정민 연세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전략적인 자산(asset)이냐 부담(liability)이냐 기로에 서 있다"며 "미국의 전략은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인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보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겨냥해 "자기 이익을 위해 지역이나 세계를 혼란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며 북한을 비판했는데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인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아직 근본적으로 대북(對北) 정책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중국에 북한이 부담인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자산이라는 측면을 버리지 못한다"며 "중국은 북한을 조종하려고 할 텐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망할 정도까지 조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 행동을 변화시켜서 핵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지역 안정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압력을 주는 것이지 북한이 망하도록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교수의 반박에 대해 이 교수는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기회비용이 점점 더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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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단 한 순간도 불안함을 느낀 적 없어"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조선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訪韓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NATO 사무총장 인터뷰]

"한국에 와서 내내 안전하다고 느꼈다. 단 한순간도 불안함(insecurity)을 느낀 적이 없다."

11일 방한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Rasmussen·60)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단호히 억지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찾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례를 보면 북한은 도발할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라스무센 총장은 소말리아 해협의 해적 퇴치를 비롯한 해양 안전, 사이버 안전, 재난구조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11일 윤병세 외교부장관,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만났고 13일 귀국한다.

그는 "한국이 현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는데 가족이나 친구가 한국에 투자하겠다면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No doubt)"며 "한국 경제는 매우 역동적이고 한국이 투자 기회가 많은 나라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는 "역동적이고 번영하는 서울을 보라. 이게 바로 자유가 가져다준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무센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필요하시다면 브뤼셀에 있는 우리 직원을 파견해 헬싱키 프로세스를 비롯한 유럽 통합의 경험을 전수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1960~1970년대 유럽에도 철의 장막이 있었다. 당시 나는 그것이 없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동북아에도 그런 다자간 대화와 신뢰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종지부를 찍는 것엔 관련된 모든 당사자, 특히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이 걸려 있다"며 "북한과 대화하며 도발을 멈추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가장 강한 힘이었다"며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를 기본으로 한 사회가 가장 강한 사회였다. 평양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NATO가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철수 시한으로 정한 2014년 이후에도 한국이 계속 협력해줄 것도 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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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김정은 체제 1년 ‘1호 사진’ 전수조사



1호 사진의 비밀

[동아일보]

“여보 나 찍었소! 나 소원을 풀었소!”

자강도 희천 발전소 건설 부대 중대장 김옥철 대위가 울먹이며 집으로 들어온다. “당신…. 기념 사진 찍었어요?”라며 그의 아내 역시 감격스럽게 묻는다. 작년 북한 TV에서 방송한 영화 ‘소원’의 마지막 장면이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이틀 전 외국인들을 시사회에 초청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유명한 영화이다. 두 번의 촬영 기회를 놓쳐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주인공 옥철은 ‘장군님의 배려’로 기념촬영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어 평생의 소원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지만 북한 텔레비전이 자랑스럽게 반복하는 ‘예술영화’다.

북한 주민들은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1호 사진’이라고 부른다. ‘1호 열차’ ‘1호 도로’ ‘1호 배우’ 등과 같은 원리로 부르는 호칭이다. 북한에서 ‘1호’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는 의식이다. 인민보안성 호위사령부 출신 탈북자 박현국(가명·40대) 씨는 “군인들의 경우 ‘1호 사진’이 있다면 진급과 직책 이동에 도움이 된다”고 증언했다. 사진은 ‘혁명’에 동참한 데 대한 인증서 역할을 한다.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가면 며칠 후에 해당 부대나 공장 등에서는 액자 수여식이 열린다. ‘1호 사진’을 함께 찍은 사람들은 액자를 받아 집안 깨끗한 벽에 걸어 둔다. 영화에서 김옥철의 부인은 “영원한 가족사진이고, 가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김정은이 북한을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은 지 약 15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4월 13일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된 지는 딱 1년이 됐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단체사진에 ‘사랑의 기념사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북한 당국은 ‘1호 사진’을 남발하고 있다.

북한이 연일 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이때, ‘1호 사진’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1호 사진’에는 북한 권력자 김정은과 내부체제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김일성 어록은 김정일 어록으로, 김정은 어록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일 사진을 김정은 사진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을 생산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그래서 북한 사진의 진실과 사진가의 거짓을 분간해 내는 작업은 ‘김정은의 북한’을 이해하는 중요한 접근법이다. 2012년 1월 1일∼2013년 3월 31일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사진을 전수 분석해 봤다.

숫자로 보는 김정은 사진

455일 동안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사진은 475장이다. 하루에 여러 장이 게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일 김정은의 사진이 실린 것은 아니지만 게재 빈도는 전 세계 정치 지도자 중 최고다.

가장 많이 게재된 형식인 단체기념사진은 모두 175장으로 전체의 37%에 달한다. 3장 중 1장 이상이 단체기념사진이다. 기념사진에는 수백 명의 군인이나 인민이 함께 등장하는데 가장 많은 경우 사진 1장에 1925명이 들어가 있다. 175장의 기념사진 속 등장인물(간부 제외)을 다 합쳐 보니 약 12만4000명이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약 50만 명, 그러니까 2500만 북한 인구의 상위 2% 정도가 최고지도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것이다. 현지지도 사진이 136장(28.6%), 행사 사진이 124장(26.1%)이다. 북한을 방문한 외빈을 만나는 사진은 총 6장으로 1.2%에 불과하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가장 많은 사진을 게재한 날은 2012년 7월 26일. 이날은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실명으로 처음 등장한 날이다. 6개 면에 김정은 사진 28장이 게재됐다.

▼ ‘1호 촬영가’ 위세 막강… 카메라 가리면 총리도 밀쳐 ▼

김기남이 이미지 메이킹 지휘

기자가 2006년 굿네이버스와 함께 방북했을 때 평양에서 만난 북한 사진기자는 ‘1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은 선별된 ‘1호 촬영가’들이라고 확인해 줬다. 김정은을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김정일을 촬영했던 40대 후반의 촬영가가 지금도 김정은을 찍고 있다.

김정은을 찍는 사람들은 주로 일본 니콘사의 최신형 디지털카메라(현재는 NIKON D4 모델)를 지급받는다. 가끔 캐논 카메라를 쓰기도 한다. 수백 명이 등장해야 하는 단체사진을 촬영할 때는 필름을 사용하는 중형 카메라(핫셀)가 추가로 투입된다. 김정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라면 내각총리로 임명된 박봉주를 손으로 밀어도 된다. 그만큼 정치적 힘이 강하다. 그 옆의 김양건 비서도 언짢은 표정이지만 길을 내준다. 북한의 이미지 정치는 이들이 누르는 셔터에서 시작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들을 지도하는 김기남 선전담당비서와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 사장들이 선전 담당 ‘브레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조사 기간인 15개월 동안 장성택 최룡해에 이어 세 번째로 현지지도에 많이 등장한 김기남은 평생 한 번도 한직으로 밀려나지 않으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이미지 메이킹을 지휘하고 있다.

방문 경제현장의 90% 이상이 평양시내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아주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김정은 시대 ‘1호 사진’은 업그레이드됐고, 북한은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배급’하기 시작했다. AP통신 평양지국 설립을 허락하고 유튜브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신문을 PDF 파일로 전송해 주고 있다.

김정은은 짧은 기간에 그것도 북한 사회에서 특별히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로 권력을 물려받았다. 그런 김정은이 지도자로 주목받기 위해 택한 방식은 뭘까? 처음 선택한 방법은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였다. 할아버지와 같은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고 인민들과 신체 접촉을 갖는다. 하지만 너무 무서운 존재의 팔을 끼다 보니 발은 저만치 떨어져 있고 상체만 붙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주목받기 위해 김정은이 택한 두 번째 방법은 경제 현장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김정은은 강성대국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건설현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아파트와 놀이공원, 병원 등 생활수준이 향상됐음을 증명하는 건설 현장을 보여주었다. 사진만 봐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김정은 시대에 크게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이 방문한 시설의 90% 이상이 평양 시내에 위치해 있다. 평양 이외의 곳은 보여줄 게 없었던 것이다.

주목받기 위해 김정은이 선택한 세 번째 방법은 군사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정은은 곧바로 백령도, 연평도 등과 마주한 전방부대를 방문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위장막 아래 임시로 설치된 지휘소에서 화력 훈련을 관람한다. 지휘봉을 휘두르고 망원경을 들어 동태를 살피고 권총으로 사격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서 계속 웃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부터 정치지도자보다 군사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중요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김정은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영도력을 과시하기 위해 호전적인 모습과 발언을 계속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지도 날짜 처음 명기

김정은 시대에도 보안은 철저하다. 사진에는 누가 찍었는지 언제 찍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원래 촬영시간, 카메라 기종, 렌즈, 셔터 속도 등의 촬영 정보인 ‘메타 데이터’가 함께 기록된다. 하지만 북한은 촬영 정보를 지운 후 외부에 사진을 배포한다. 노동신문 기사에서도 김정은의 현지지도 날짜를 표기하지 않는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관행이다.

그런데 최근 김정은의 사진에는 날짜가 병기되어 있다. 3월 23일 군부대를 방문했다, 3월 27일 군사 명령을 하달했다 등이다. 전례 없이 김정은의 동선에 대해 장소와 날짜를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김정은의 행보가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시그널로 보인다.

1호 사진에서 북한 체제 들여다보기

북한은 또 회의 장면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2013년 1월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를 주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처음 공개된 이 협의회는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유사하다. 1월 2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안(2087호)을 채택했다. 북한은 외무성 비난 성명에 이어 1월 27일 회의 장면을 공개했다. “중요 현안을 김정은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내부 협의를 통해 집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이희옥 교수는 말한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정보를 독점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이 사진에서 드러난다. 참석자 모두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쓰기 위해 볼펜을 들고 있지만 김정은은 오른손에 담배를 들고 있다. 그리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8명 중 서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김정은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2명뿐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때부터 정보를 독점했다. 카리스마가 넘쳤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정보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북한 내부를 장악해왔다”며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아버지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김정은 사진에서 드러난 북한 내부체제의 ‘신호’는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을 다룰 때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김정은 앞에만 서류 ‘정보독점 스타일’ ▼

대폭 증강된 경호원


2월 12일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대결하기 시작하면서 김정은 사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경호원들의 모습이다. 3월 23일 제1973군부대 지휘부 시찰 사진에서는 무려 7명의 경호원이 등장한다. 현지 지도 수행원보다 많은 경호원.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경호원의 무장도 강화된 상태라는 것이 사진에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경호원은 일반 군인과 달리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있고 개인 소총과 여분의 탄창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탄창은 일반적 30발 탄창을 나선형으로 개조한 것으로 70∼90발이 들어간다. 등에 멘 2개의 배낭형 탄창에 들어간 총알까지 고려하면 1인당 210∼270발의 총알을 휴대하고 있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경호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무게인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이런 경호원들이 사진에 자주 등장한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기도 하고, 북한 내부에 경각심과 결속력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으로도 해석된다”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말한다.

부인 이설주를 적극 활용

김정은은 외교관을 만나면서 동부인하는 국제관례에 따르는 형식으로 이설주를 처음 공개했다. 북한 이설주가 실명과 함께 김정은의 부인이라고 처음 공개된 것은 2012년 7월 26일이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나온 다른 사진을 보면 이날 김정은은 북한 주재 중국 대사인 류훙차이와 류 대사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여성, 그리고 서양인들과 함께 평양 시내의 능라 유원지를 둘러보고 같이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다. 이것은 이날 행사가 일종의 외교 행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설주의 경우 젊은 데다 세련된 외모를 연출할 수 있는 만큼 정상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대학원대 이우영 교수는 “북한은 인민복 대신에 양복에 넥타이를 맨 모습의 김정은 초상사진을 공개하고 이설주는 양장을 입는데 이것은 김정은이 반(反)서양적이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드러나는 김정은 성격

김정은이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 9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신문에 2010년 1월 9일 ‘몰래’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당시 김정일이 105 탱크사단을 방문했다면서 20여 장의 사진을 공개한다. 여기서 951이라고 번호가 쓰인 탱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에 김정은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해 1월 8일 방송한 김정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밝혀졌다.

김정은이 조심성이 떨어지는 성격임을 보여주는 사진도 있다.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선 그가 가운데에 서야 한다. 철제로 만들어진 조립식 연단의 맨 아래쪽 가운데에는 가로 2cm 세로 5cm 정도의 빨간색 테이프가 붙어 있다. 김정일의 경우 정확하게 다리로 그 마크를 가렸다. 김정은은 대충 서서 찍거나 또는 다리를 벌리기도 해서 마크가 보인다.

김정은이 주민들의 집들이에 간 적이 있었다. 서너 집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북한이 공개했는데 공통된 집들이 선물이 있었다. 평양소주였다. 안주도 없는 술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잔만이 놓여 있는데 김정은이 소주를 따라준다. 괄괄한 성격을 보여준다.

거대한 세트 속 인민들

북한에서 공식적인 사진 촬영은 영화촬영 현장과 유사하다. 날씨를 고려한 후 대형 연단과 구호판이 움직이고 배경이 정리된다. 연출은 최고 지도자와 간부들, 그리고 촬영 담당 사진가들이 맡는다.

출연하는 모든 인민과 군인도 조연 배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주연배우인 김정은의 액션에 대해 조연과 엑스트라들은 크게 리액션을 보여준다. 배를 타고 연평도 앞바다 장재도를 방문한 김정은을 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주민���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3월 18일 10년 만에 경공업대회가 평양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상경한 참가자 수백 명이 저마다 오른손에 가방을 들고 평양역을 한꺼번에 빠져나온다. 일사불란하다. 사진과 화면을 염두에 둔 행동들이다.

에필로그

기자는 2003년부터 북한의 정치 사진을 꾸준히 보고 있다. 노동신문에 1949년부터 2005년까지 게재된 김일성 김정일 사진을 분석해 북한대학원대에서 “북한 ‘1호 사진’의 변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여름 ‘김정일.jpg’(도서출판 한울)를 펴냈고 이 책은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여전히 이미지를 중시한다. 김정일은 영화광인 데다 이미지 연출에 아주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화면에 드러나기보다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카리스마를 만들고 지키려 했었다. 그에 비해 김정은 시대는 훨씬 개방적이고 노출지향적이다. 북한 읽기의 기술이 높아진다면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북한은 이미지 정치를 통해 권력을 정당화하고 3대 세습에 대한 지지를 점점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보여줘야 하는 김정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김정은이 실제 행동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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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일본 "미국식 자본주의 이제 그만"

고유의 성장모델로 위기 벗자

유럽 대화중시'사회적 모델'

日도 자신만의 자본주의 모색

유럽과 일본에서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영미식 자본주의 추종에서 벗어나 과거 호시절을 이끌었던 고유의 성장 모델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올해 경제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일본이 고질적 디플레이션에서의 탈출을 모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EU옵서버에 따르면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2012 유럽 산업관계' 보고서를 발표하고 오랫동안 유럽 체제의 근간이 돼온 '유럽식 사회적 모델'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즐로 안도르 EU 고용사회문제 담당 집행위원은 "채무위기로 유럽인의 공정한 분배를 뒷받침해온 '사회적 모델'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긴축 강요로 그 충격이 심화하면서 역내 긴장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들은 3년째 지속돼온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사회 구성원 간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는 '유럽식 사회적 모델'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왔다.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경우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838건의 파업이 발생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안도르 위원은 긴축과 뼈를 깎는 경제개혁에 대한 압박으로 노동자와 고용자, 그리고 정부 간 협조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면서 "거시경제적 충격과 증세, 그리고 재정감축 때문에 '사회적 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안도르 위원이 미국식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사회적 모델의 다른 점을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안도르 위원은 최근 성장과 고용촉진 요구가 확산되고 있지만 역내 지도부가 긴축에 초점을 맞춰 사회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금융시장도 결국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금융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월 조사 당시 -0.1%에서 더 악화된 -0.4%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도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일본식 자본주의 모델'을 마련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요청으로 경제재정정책위원회 내에 고용유지와 장기 경제성장 발전을 위한 자본주의 모델을 논의할 전문가 패널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패널그룹의 대표는 벤처캐피털 그룹인 데프타파트너스의 조지 하라 회장이 맡으며 경제재정정책위 소속 학계 및 민간 부문 위원들이 참여해 안을 구상하게 된다. 이는 6월 발표되는 경제재정정책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며 최종 보고서는 가을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식 자본주의 모델'은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기업실적 증가를 통한 고용확대 및 임금상승을 노리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업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영미식 자본주의와 달리 주주는 물론 임직원과 고객ㆍ거래기업ㆍ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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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위기 속 승승장구 독일경제, 비결은 '중견기업'

[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육성: 독일의 경험에서 배운다' 컨퍼런스. 이날 컨퍼런스는 <중앙일보>와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했다.
ⓒ 김동환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입니다. 자기 기업에 책임을 지는 경영자와 높은 수준의 기술 투자, 정부의 집중적 지원도 있어야 하지요. 반면 바보같은 조세 규제나 관료주의는 없애야 합니다."

연단에 서서 중소기업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는 백발 노인의 얼굴에는 '해본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흘렀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원내 부대표이자 중소기업 정책을 맡고 있는 미하엘 푹스 의원은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육성 : 독일의 경험에서 배운다' 국제 컨퍼런스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국의 '미텔슈탄트'(중견기업)의 특징과 성공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꼽은 성공 중소기업의 조건은 혁신과 자유였다. 푹스 의원에 뒤이어 발표에 나선 독일 만하임대학 중소기업연구센터 미하엘 보이보데 소장은 이밖의 조건으로 높은 R&D 투자와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 산학협력 등을 강조했다.

슈퍼 중견기업 '히든 챔피언'... 비결은 '혁신'과 '자유'

중소기업 활성화는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다. 한국이 일자리를 늘리고 선진국형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층이 두터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는 독일 특유의 중견기업 미텔슈탄트와 전문기업인 '히든 챔피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날 회의장에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200여 명의 인파가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미텔슈탄트란 종업원 수 500명 이하의 중견기업들을 일컫는 독일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체 중소기업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 내 순부가가치의 51%를 생산한다. 사회보험이 되는 일자리의 60%를 담당하고 있으며 취업 견습생들의 85%가 이곳에서 훈련을 받는다. 독일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취업학교의 역할을 한번에 해내는 셈이다.

독일의 최근 3년간 성장률은 약 8%. 글로벌 불황 속에서 선진국 치고는 이례적으로 높은 성적이다. 푹스 의원은 이런 성과의 상당한 비중을 미텔슈탄트가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독일의 실업률이 6% 미만이고 독일 남부지역 같은 경우는 실업률이 0%인 곳도 있다"며 "고용이 늘어나니 20년만에 모든 사회시스템에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이런 '잘 나가는' 중견기업을 어떻게 키워냈을까. 푹스 의원은 기업 경영자가 가져야 할 조건과 정부 지원 형태를 함께 거론했다.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경영자가 적절한 형태의 정부 지원을 만나면 중소기업이 미텔슈탄트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요하면 채용했다가 필요없으면 해고하고 이런 게 아니라 가족처럼 한 번 채용하면 평생 고용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텔슈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입니다. 정부에서는 미텔슈탄트의 혁신을 위한 전담 부서를 두고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요. 또한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나 관료주의도 없앴습니다. 제가 의회에서 하는 일이 그런 것이죠."

미텔슈탄트 중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기업은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린다. 이날 히든 챔피언에 대한 발표를 맡은 보이보데 소장은 이 기업군의 특징으로 고도의 R&D 투자와 높은 수출지향성을 꼽았다.

통상 미텔슈탄트가 매출의 3% 정도를 R&D에 투자하는 반면 히든 챔피언은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5% 이상을 쏟아부어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든 뒤 50% 이상을 수출한다는 것이다. 경영 안정성도 히든 챔피언의 강점 중 하나다. 보이보데 소장은 "글로벌 위기를 겪고 나서는 자기자본 비율이 30%에 육박하도록 증가하는 등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보이보데 소장은 "히든 챔피언 역시 혁신에 상당한 강점을 보인다"며 "변화에 유연하기 때문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인재들을 많이 받아들이며 유능한 학생들도 히든 챔피언 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상직 "한국형 '히든 챔피언' 만들어야"

이날 컨퍼런스에는 국내 학자들과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윤상직 산자부 장관은 "한국에도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같은 중소기업의 등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독일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중견기업 중 히든챔피언 수준의 수출 1억 달러 이상 기업은 약 100개. 윤 장관은 "국내 중견기업 비중은 전체 사업체의 0.04%로 극히 미미하다"며 "2017년까지 수출 1억 개 이상의 글로벌 전문기업 300개 이상을 육성해 창조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면서 양보다는 질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물리적으로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자생력을 가진 전문기업으로 만드는 게 정부의 과제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대기업도 이제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의존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개발한 능력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망 중소기업을 옭아매 다른 곳에는 납품을 하지 못하게 압박하는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성윤모 중소기업청 중견기업국장은 "정부 내에 중견기업 담당 부서가 생긴 게 불과 12개월 전"이라며 "정부의 종합 계획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 발전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올 6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히든 챔피언’ 한국 일자리·양극화 해결에 롤모델



본지·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중견기업 육성 …' 국제 콘퍼런스

범정부 차원서 체계적 정책 필요

대통령이 직접 보고 받고 챙겨야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육성 국제 콘퍼런스에서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왼쪽)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단 위는 왼쪽부터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미하엘 푹스 독일 집권 기민·기사연합 원내 부대표. [안성식 기자]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던 독일은 2000년대 들어 노동과 복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또 기업의 혁신을 북돋우기 위해 세제와 금융 등 지원책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이 쑥쑥 커졌고, 청년실업 걱정이 없는 나라가 됐다.”

 미하엘 푹스 독일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연합 원내 부대표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육성: 독일의 경험에서 배운다' 국제 콘퍼런스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와 세계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콘퍼런스에는 300여 명의 국내외 기업인과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해 중견기업 육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푹스 부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혁신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정부가 관료주의와 규제를 과연 털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독일 두 나라는 전후 폐허와 분단을 딛고 이룬 경제 기적에서 근면·성실한 국민성까지 공통점이 많다”며 “독일 히든 챔피언의 성공 사례는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에 좋은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독일이 했다면 한국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공일(중앙일보 고문)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해 중견·중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중소기업청의 담당 부서 역할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공 이사장은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챙기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중소기업은 '보호', 대기업은 '규제'라는 과거의 컨셉트에서 벗어나 성장지향적 기업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현재 1422개인 중견기업을 2017년까지 40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의 자율적인 연구개발(R&D)을 독려하기 위해 현재 30% 수준인 자유 공모형 R&D 지원을 2017년까지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매출 2000억원이 넘으면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국내 중견기업은 116곳에 불과하다”며 “이런 기업을 300개로 늘리고 한 업체당 수출을 4억 달러로 키우면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앞서 11일 열린 환영 만찬에서 “창업부터 자금조달, 해외시장 진출까지 일관된 성장촉진 정책을 펴 선순환의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퍼런스의 주제발표를 맡은 미하엘 보이보데 독일 만하임대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은 독일 히든 챔피언의 성공 비결로 ▶기업가들의 뛰어난 리더십과 혁신 능력 ▶장기적 관점의 경영 ▶가족친화형 기업문화 ▶특화된 기술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 등을 꼽았다. 보이보데 교수는 “독일에서는 명문대 졸업생도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가족처럼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 대표로 참석한 강호갑(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신영그룹 회장은 “기업인들은 아직 '신발 속 돌멩이' 때문에 힘들다”며 “기업가 정신이 발현되려면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모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장은 “독일 중견기업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를 실감했다”며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글=이상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히든 챔피언=세계 시장 3위 이내, 매출 40억 달러 이하이면서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글로벌 중견기업을 가리킨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세계 1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가족 경영, 고객 친밀성, 평생 기술교육 등이 특징이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파트너스 회장이 1996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이상재.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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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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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아이콘 '비교전시회' 20돌맞아 대대적 개편

명칭·내용 변경… 일반 공개도

삼성이 신경영 추진 20주년을 맞아 신경영의 아이콘인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이 행사는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세계 1등 제품 육성을 지시해 마련한 것으로 행사 이름과 내용이 모두 바뀐다.

12일 삼성에 따르면 6월로 예정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는 우선 명칭이 '경쟁제품 비교전시회'로 변경되고 행사 개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다. 현재 일반인 전체공개 또는 협력사 사장 등 외부공개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또 행사장소는 5월 말 완공 예정인 경기 수원의 'R5'연구소로 정해졌다.

전시품도 달라진다. 전세계 시장에서 1등 제품으로 올라선 TV와 휴대폰(스마트폰) 등 완제품부터 반도체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이 시제품부터 최근 제품까지 모두 전시될 예정이다. 지난 20년 동안의 전시회가 선진제품과 삼성 제품을 분해해 삼성의 선진제품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열렸다면 올해는 1등 제품 탄생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진행된다. 삼성은 이 같은 행사개편 내용을 이 회장에게 이미 보고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신경영 선언 이후 20년 동안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제품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되돌아보고 이를 일반인에게도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며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올해로 국한될 수 있지만 명칭은 앞으로도 경쟁제품 비교전시회로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1등 자신감… 추격에서 수성으로



■ 삼성 신경영 아이콘 '비교전시회' 개편

소니 등 경쟁제품으로 절하하고

따라오는 중국엔 위기의식 강조

신경영 20년 역사 성과 알리기도

#1993년 2월18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앞서 사장들에게 예고 없이 현지 유통매장을 돌아보게 했다. 이 회장은 이어 먼지만 뒤집어쓴 채 외면 받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확인한 사장단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VTR와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 삼성전자 제품과 선진 제품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전자부품 수출상품 현지 비교 평가회의'라는 이름의 이 전시회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정례화되면서 삼성 신경영 추진의 아이콘처럼 자리를 잡았다.

삼성이 2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의 이름부터 내용까지 모두를 바꾸는 것은 신경영 선언 이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1등 제품이 11개에 이를 정도로 회사의 기술력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 소니 등 일본 제품을 선진제품으로 포장하기보다는 경쟁제품으로 평가 절하하고 중국 등의 제품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과거 20년 동안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통해 앞선 기술과 제품을 배우고 따라갔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뒤에서 추격하는 경쟁자들의 제품과 비교해 위기의식을 갖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1등 탈취를 위한 전시회가 이제는 1등 수성을 위한 전시회로 변경되는 셈이다.

◇1등 탈환을 위한 혹독한 평가의 장=이 회장은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의 효시라 할 만한 '전자부품 수출상품 현지 비교 평가회의'에서 혹독한 평가로 사장단들을 질책해 더 좋은 품질의 제품 생산을 주문하기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당시 일본산과 삼성 제품을 분해한 뒤 "삼성이 생산하는 VTR의 부품(원가)이 도시바보다 30%나 많으면서 가격은 오히려 30%나 싼 데 어떻게 경쟁이 되겠느냐"고 다그쳤다. 또 "TV의 가로세로가 4대3이나 16대9가 아닌 독창적인 와이드 제품을 만들어라" "TV 브라운관이 볼록한데 평면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라" "손에 잡기 쉽고 간단히 온ㆍ오프 기능만 할 수 있는 리모컨을 만들어라" 등 다양한 질책과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과거 전시회에서 임직원들에 대한 강한 메시지와 사장들에 대한 노골적인 질책을 내놓으면서 삼성그룹 전체를 긴장에 몰아넣는 무대로도 활용했다.

이 회장은 1993년 처음 열린 행사에서 "2등 정신을 버려라. 세계 제일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문을 시작으로 1998년 행사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월드 베스트 품목을 사업부당 하나씩 발굴하라"는 특명도 내렸다.

2007년에는 황창규 당시 반도체 담당 사장에게 "반도체 수율이 왜 하이닉스에 뒤처졌느냐"고 현장에서 질책하는 일도 벌어졌다. 4년 만에 참석한 2011년 행사에서 이 회장은 "소프트 기술, 인재, 특허" 등을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1등에 대한 자신감과 추격을 보고 배우는 위기의식=일본 소니와 샤프 등의 기술을 좇은 삼성전자는 신경영 20년 만에 11개 제품을 세계 1위에 올려놓는 등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괄목할 만한 혁신을 이뤄냈다. 결국 전시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이유도 세계 1등 전자기업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바일 AP 등 부품에서부터 TV와 모니터ㆍ휴대폰ㆍ냉장고ㆍ정보표시대형모니터(LFD)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1등"이라며 "소니와 샤프 등 적자에 허덕이는 일본 기업이나 더 이상의 혁신이 나오지 않는 애플 등에서 이제 배울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행사 변경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삼성은 전시회의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전시회를 통해 위기의식을 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에 허덕이지만 여전히 기술에서 한발 앞서 있는 일본과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제품도 같이 분해해 전시하면서 이제는 추격이 아니라 위기의식을 통해 새로운 20년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전시회를 공개하는 것은 신경영 20년의 성과를 삼성 임직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과도 공유해 20년 동안 삼성의 변신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첫 휴대폰에서부터 갤럭시S4, 첫 삼성 TV에서부터 1994년 시판한 명품TV, 1996년 생산한 명품플러스원, 4,000만원에 팔리는 초고화질(UHD) TV 등 TV 제품, 1983년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64K D램에서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전시해 소비자들에게 삼성의 20년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2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품을 전시하는 것은 사실상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2류에 머물던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린 것은 삼성전자의 과거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에게도 삼성의 역사를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이벤트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이건희 회장 핵심 참모가 본 '삼성의 혁신'

조선일보 DB.
“100% 다 보여주는 화면을 만들어야지, 왜 4대 3이라는 규격에 얽매이나. 이것을 바로잡아라.” 이건희 회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전 세계 누구나 4대 3을 표준규격으로 당연시하던 때 생각의 틀을 깬 것이다. 방송국에서 송출할 때 화면 비율은 12.8대 9였다. 방송장비를 전혀 손댈 필요 없이 TV만 바꾸면 숨겨진 1인치를 다 볼 수 있다는 말이었지만 기술자들은 세계표준규격을 이유로 전부 반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생각의 틀을 깨고 싶어했다…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기술 복합화를 통해 결국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1996년 선보인 ‘명품 플러스원 TV’가 이것이다.(p.177)

작은 중소기업이었던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부터 이건희 삼성전자(005930)회장까지 이어지는 삼성의 ‘혁신 DNA’ 덕분이었다.

40년 가까이 삼성의 혁신을 주도하며 ‘삼성 신화’로 불리는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사진)가 삼성이 세계 1등 기업을 목표로 얼마나 집요하게 혁신했는지를 기록한 책 ‘삼성, 집요한 혁신의 역사’(코리아닷컴)를 펴냈다.

1867년 삼성SDI 평 사원으로 입사한 손욱 초빙교수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의 측근에서 혁신 참모로 일하며 지켜본 삼성의 혁신 스토리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 하기 급급했던 초기 삼성의 뒷이야기와 지금의 삼성에서는 찾기 어려운 비효율과 실패 사례,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혁신에 성공한 삼성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지은이 손욱 초빙교수는 위기에 빠졌던 삼성SDI(006400)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정통 삼성맨이다.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SDI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등을 거쳐 2005년 상담역을 맡다 농심(004370)에 영입돼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연선옥 기자 a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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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쟁 2년 삼성·애플, 뒤에선 웃는다



[서울신문]

2011년 4월 15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 “삼성이 자사 제품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한 지 2년이 지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두 회사의 재판은 곧바로 한국과 독일, 일본 등으로 번지며 9개국으로 늘어났고,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 어느덧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결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두 회사는 소송 비용부터 일반인의 상상을 압도했다. 두 회사 모두 돈이 아깝지 않은 ‘거물’이다 보니 최고의 특허 변호사들로 ‘드림팀’을 꾸렸고, 전 세계에서 50여건의 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두 회사는 소송 비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지금의 소송을 마무리 짓는 데만도 각각 3억 달러 가까이를 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기준 국내 유제품 업체인 매일유업의 시가총액은 5896억원. 알짜 강소기업을 통째로 살 수 있는 5000억원 넘는 돈이 생산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특허전문 변호사들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애초 삼성과 애플은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83년 28세의 어린 스티브 잡스를 만난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단박에 그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 높이 평가했고, 애플 역시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만들 때부터 삼성을 파트너로 주요 부품을 공급받아 왔다.

이 때문에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세상을 떠나고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찾아가 조문하면서 양사가 극적인 화해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미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난 지금까지도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양사의 주가와 실적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2011년 4월 15일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88만 8000원(종가 기준)이었다. 미국에서 1심 배심평결이 나온 2012년 8월 24일의 주가는 127만 5000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2011년 4월 15일 327.46달러였던 애플 주가는 지난해 700달러를 넘어서며 용솟음쳤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애플)과 갤럭시(삼성)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진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애플은 법정에서 자신들이 직접 밝혔듯 소송을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계인들에게 아이폰을 홍보할 수 있었고, 애플의 카운터 파트너 역할을 한 삼성에도 같은 혜택이 돌아갔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삼성과 애플은 험난한 특허분쟁을 치르며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양사가 암묵적으로 소송을 유지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판한다. 애플이 삼성을 공격할 당시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2등 주자가 생겨났으니 삼성을 몰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싶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양강 구도가 되레 자신들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소송을 끝내지 않고 최대한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에도 마찬가지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설명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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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딜레마

현대·기아자동차가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구멍난 생산량을 어떻게 만회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해외에서 대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7년 전 20%대였던 해외 생산물량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생산물량을 추월한 만큼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외공장 증설이 해답이지만, 국내투자와 고용을 외면한다는 부정적 여론 탓에 현대기아차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특근거부’ 5주간 3만4000여대 차질”

1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후 주말특근 방식 합의 불발로 지난 5주간 3만4000여대 생산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국내 생산물량의 1% 수준이라서 주말특근만 재개되면 모든 문제는 일거에 해결된다. 다만 노사 합의가 지연되면 문제는 커진다. 생산차질이 계속되면 회사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 해답은 해외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이 해외 법인장들에게 구멍난 국내 생산물량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미국·러시아공장 ‘포화상태’…인도·터키·브라질로?

지난해 현대차 미국·러시아공장의 ‘가동률’은 각각 112.9%와 112.2%에 달했다. 연간 총 52만대인 두 공장의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33만여대를 생산한 기아차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106.5%, 29만여대를 생산한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률도 103.0%이다. 지난해 기아차와 현대차의 국내 공장 가동률도 각각 105.6%와 102.0%로, 생산능력을 높이지 않는 한 더 쥐어짤 곳이 없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공장은 현대차 인도·터키·브라질공장이다. 이들 공장의 가동률은 각각 99.8%, 87.0%, 95.6%였다.

세 지역 공장의 생산능력은 77만대가량인데, ‘풀가동’해도 2만대 분량만 더 확보할 수 있을 뿐이다. 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외공장 증설’이 대안, ‘국내고용·투자 외면’ 비판 직면

업계 논리는 해외공장 증설이 정답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으로 생산능력이 줄고 있고, 환율문제 등을 감안하면 새로운 해외공장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지역·시기별로 급변하는 환경 탓에 현지 반응을 빨리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공장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내 고용 확대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불보듯 뻔하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을 게 뻔하다.

고용과 투자를 강조하는 새 정부 기조도 부담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 때문에 늘 경제논리와 국민감정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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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린 브랜드 커피 수익은 악화

지난해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가 매출 1위, 영업이익 1위를 수성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커피애호 열기는 식지 않아 커피 전문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카페베네, 커피빈코리아, 할리스에프앤비, 탐앤탐스, 커핀그루나루 등 6개 커피전문점 매출은 8937억원으로 전년의 7432억원보다 20.3% 늘었다.

특히 스타벅스 매출액은 3910억원으로 전년보다 31.1% 늘어나 매출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각종 스타 마케팅과 미디어 간접 광고 등 활발한 홍보활동을 한 카페베네 매출은 2109억원으로 전년보다 25.5% 증가했다. 토종 브랜드인 카페베네는 2011년(매출 1680억원) 처음으로 외국 브랜드인 커피빈(매출 1338억원)을 앞지른 뒤 지난해에는 그 격차를 더 벌렸다. 지난해 커피빈 매출액이 1379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액이 658억원으로 14.0% 늘었고 탐앤탐스는 649억원으로 4.0% 증가했다. 커핀그루나루는 매출액이 232억원으로 전년(231억원)과 비슷했다.

커피 브랜드의 매출실적은 상승세였으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할리스에프앤비가 71억원으로 22.4%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1억원에 그쳐 전년보다 40.2% 줄었다. 커피빈은 52억원으로 51.4% 감소했다. 탐앤탐스는 64억원으로 11.1% 줄었고 커핀그루나루는 8억원으로 전년(6억원)보다 2억원 늘어나는 수준이었다. 순익면에서 커피빈은 1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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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위협하는 ‘페이스북 홈’의 도전, 스마트폰 첫 화면 누가 잡나…경쟁 신호탄



페이스북이 최근 발표한 ‘페이스북 홈’을 보셨습니까. ‘페이스북 홈’은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종의 시작 프로그램입니다. 흔히 ‘런처(launcher)’라고 하는데, 페이스북이 이것을 내놓은 것은 스마트폰의 홈 스크린(첫 화면)을 장악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여기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페이스북 홈’은 구글의 전략을 뒤틀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홈’을 두 가지 형태로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페이스북 홈’을 기본으로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폰에 ‘페이스북 홈’을 깔아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 홈’을 탑재한 첫 안드로이드폰은 HTC가 만든 ‘퍼스트(First)’입니다. 가격은 99달러입니다. 미국 통신사 AT&T를 통해 판매합니다.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고 가격에 민감한 계층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깃발 꽂은 구글

스마트폰 홈 스크린은 모든 기업이 노리는 최대 격전장입니다. 스마트폰 홈 스크린을 장악한 기업이 모바일의 주도권을 쥡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앱스토어를 개설할 때만 해도 애플이 주도권을 잡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만들어 개방하면서 판도가 달라졌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홈 스크린에 구글 검색창을 앉혔습니다. 깃발을 꽂은 셈입니다.

검색뿐만이 아닙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구글지도와 구글나우 등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해 내놓았습니다. 이런 형태가 지속되면 경쟁사들은 반격도 못해 보고 손을 들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다음 등이 반발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에서 다른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제소해 선택할 수 있도록 바꾸게 했죠. 구글의 홈 스크린 장악에 대해서는 많은 경쟁사들이 반발합니다.

‘페이스북 홈’은 구글에 대한 반발 차원을 넘어 홈 스크린을 장악하겠다는 야심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쯤 된다고 하니 페이스북으로서는 욕심을 내 봄 직합니다. ‘페이스북 홈’을 깔면 홈 스크린에서 친구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보고 어떤 화면에서든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채팅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라인·위챗 등에 대한 견제도 되겠죠.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홈’을 발표하면서 11개 파트너 회사도 공개했습니다. 스마트폰 메이커로는 HTC 외에 삼성전자·소니와 화웨이·ZTE·레노버 등 ‘중국 삼총사’가 포함됐습니다. 삼성으로서는 ‘페이스북 홈’을 탑재한 안드로이드폰 시장이 커질 때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삼성 역시 ‘삼성 허브’를 이용해 홈 스크린을 장악하고 싶지만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페이스북 홈’은 성공할까요. 저는 용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페이스북을 하루 서너 시간씩 사용하는 헤비 유저라면 홈 스크린을 페이스북으로 고정해 놓고 쓰려고 하겠죠. 그러나 구글·네이버 등 다른 서비스도 함께 쓰는 대다수 사람들은 홈 스크린을 백화점식으로 차려 놓고 쓰려고 합니다. 홈 스크린 소유권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그런데도 홈 스크린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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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보다 무서운 건 국가 브랜드 하락"…스페인, 이미지 제고 나서

스페인이 국가 브랜드 제고에 나선다. 국가에 대한 편견이 기업 활동 등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이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공공재정과 회사가 파산한 것보다 스페인 국가 브랜드라는 무형 자산에 준 피해가 더 큰 것으로 파악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브랜드컨설팅기업 퓨처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시작되던 2009년 10위였던 스페인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지난해 19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스위스와 독일은 각각 11위, 9위에서 1위, 7위로 올랐다. 브랜드 조사업체인 GfK 안홀트는 “지난해 스페인은 일본과 함께 가장 빠르게 국가 브랜드 순위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국가 브랜드 가치 하락은 기업 활동에 피해를 주고 있다. 스페인 기업 지도자 모임의 카를로스 에스피노사 데 로스 몬테로스 이사는 “다국적 회사나 은행과 일하는 스페인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스페인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일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들이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낮잠만 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몬테로스 이사는 “국가 브랜드 재정립을 위한 펀딩을 통해 올해 말부터 ‘스페인이 돌아왔다(Spain is back)’는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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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동맹체 스타워즈, 승자는 누구?"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항공사들간의 내 편만들기가 한창이다. 노선을 공동으로 운항하고 마일리지도 공통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항공사들은 동맹체 구성원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항공공동체가 예전과 달리 관료적으로 변해 더이상 의미를 상실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라리 원하는 항공사의 지분을 인수해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서, 하나의 항공사처럼 활동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3개 항공공동체의 내 편 만들기= 먼저 우리나라 국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기 다른 항공동맹체에 가입됐다.

대한항공은 총 19개 항공사가 모인 스카이팀 소속이며 아시아나항공은 총 27개 항공사의 동맹으로 이뤄진 스타얼라 이언스 팀원이다. 이어 미주 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원월드가 항공동맹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총 3개 항공동맹체는 각기 다른 회원사를 중심으로 혜택을 공유해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기 다른 동맹체에 소속돼 있어 두 항공사간의 공동운항이나 마일리지 공유는 불가능하다. 성수기간 항공권 매진시 다른 항공사에서 항공권을 구할 수는 있어도 두 항공사간 교류는 없다는 뜻이다.

동맹체를 맺은 항공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항공동맹체들은 회 원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스카이팀은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의 영입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스타얼라이언스는 대만의 에바항공을 회원사 로 맞이할 계획이다. 원월드의 경우 카타르항공과 스리랑카에어라인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항공동맹체는 한물갔다 = 하지만 이같은 항공사들의 모임에 회의감을 표출하는 항공사도 있다. 에티하드항공의 경 우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고객서비스 확대를 위해 타항공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분 투자를 통한 경영 참여가 주목적이다.

제임스 호건 에티하드항공 CEO는 최근 워싱턴DC 국제항공클럽(International Aviation Club)에서 기조연설을 갖고 " 기존 항공사 연합은 그 유용성이 낮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항공사 연합은 대응이 느린 관료적 조직으로 변모해, 상호간 협력이 약한 소속 회원 항공사들에게 부가 가치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항공업계의 통합 부문 움직임을 살펴보면 항공 연합 내에서도 분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며 "이러한 양상은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에티하드항공은 소규모 지분 투자를 통한 타항공사와의 동맹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티하드항공은 에 어베를린 지분의 29%, 에어세이셸의 40%,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9%, 에어링구스의 3% 미만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 또 전 세계적으로 42개 항공사와 공동운항 협약을 체결했다.

호건은 "에티하드항공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5개 항공사 모두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며 "에티하드항공은 4월중, 1사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티하드항공의 공동운항 및 지분 제휴사들이 재무적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에티하드항공은 소규모 지분 소유를 바탕으로 한 지분 연합을 통해 해외투자한도 내에서 여러 시장에 진입이 가능했 다. 또 이같은 지분 투자를 통해 합병이나 대단위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승인, 비용 등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항공사와의 1:1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하며 비용 효율적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에티하드항공은 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 창출과 운영비용 절감 등을 협력해 이뤄낼 수 있었다"며 "경쟁 이 익에만 치중하지 않기 때문에 파트너사의 수익 창출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맹체와 지분투자 승자는?= 대한항공도 지분 투자방식을 통한 협력관계 강화에 나섰다. 스카이팀 창설 멤버로 항공동맹체에서 주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또다른 방식의 협력관계 구성에 나선 셈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체코항공의 지분 44%를 인수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 공동운항 강화를 위해 이같이 선택했다. 루프트한자가 대한항공과의 국제선 연계운송 협 정(Interline Agreement)을 파기함에 따른 결과다. 국제선 연계운송 협정은 항공사간 노선을 공유해 티켓을 발권하 는 시스템으로 승객 편의를 위해 부족한 노선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대한항공은 이 협정으로 상당수의 승객들을 루프트한자를 통해 유럽 내 도시로 환승시켜왔으나 향후 보완할 길이 없어진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략적 협력관계에서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이 이뤄진 것"이라며 "실질적인 이득을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한 경영판단에 따라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스카이팀에서의 역할은 종전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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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빌리는 미국`..은행권 실적성장도 흔들

- JP모간-웰스파고, 1Q 이익개선에도 외형 후퇴
- 모기지등 대출 약세 탓.."은행들에 실질적 위협"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내 대표 은행인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가 실망스러운 1분기(1~3월) 실적을 내놓았다. 더딘 경기 회복과 부진한 대출 수요가 은행들의 실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내 1위 은행인 JP모간체이스와 최대 모기지대출 은행인 웰스파고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이익을 냈지만, 이는 비용 절감이 크게 작용했다. 오히려 관심을 모았던 외형(매출) 성장은 저조했다.

JP모간은 1분기중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나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영업수익(매출액)은 투자은행부문에서 15%의 성장을 보인 가운데서도 오히려 작년보다 4%나 줄었다. 이익 증가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까지 추진하는 최대 1만9000명의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것이고, 전통적인 수익사업인 모기지부문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모기지부문 이익은 작년보다 31%나 급감했다.

전체 매출의 26%가 모기지 부문에서 창출되는 웰스파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했지만, 영업수익은 213억달러에 그쳐 216억달러였던 전년동기대비 1.7% 오히려 감소했고, 215억9000만달러였던 시장 전망치에도 못미쳤다.

사실 작년말까지만해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로 시중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모기지부문에서 큰 외형 및 수익성 향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금리가 반등하고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서 저금리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부실여신을 우려한 은행들의 타이트한 대출 기준과 경기상황을 우려한 경제주체들의 지속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다이먼 JP모간 CEO도 1분기 실적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경기 회복과 재정정책 불확실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자본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이로 인한 대출 수요 약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두 대표 은행들의 외형 성장 부진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질 다른 은행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드 헤이거먼 스턴애지 앤리치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더 많은 은행들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모기지와 대출 수요 둔화가 더 확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며 “이에 따라 엇갈리는 경제지표와 함께 앞으로 몇분기동안 은행들의 이익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 스캇 시퍼스 샌들러 오닐+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이는 은행들에게 실질적인 어려움”이라며 “이번 실적은 앞으로 은행들의 모기지사업이 더 둔화될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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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입찰'로 대형火電 하나 지을 돈(GS건설 1분기 해외 건설 손실액 5355억원) 까먹어



[低價 해외공사의 저주 시작되나] [中] 제살 깎기 경쟁

계약 성사 직전인 대형 공사, 몇억달러씩 깎아주며 가로채

경쟁사 둘러싼 부정적 소문 번역해서 발주처에 보내기도

"상도의 완전히 무너져" 지적… 결국 '國富유출' 부메랑으로


지난달 삼성물산은 6조원이 넘는 한 대형 해외 공사 수주 홍보에 대대적으로 열을 올린 적이 있다. 호주 광산(鑛山) 개발 '로이힐 프로젝트' 인프라 공사였다. 하지만 로이힐 프로젝트는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가 포스코건설과 한참 협상을 진행해 왔던 건이었다. 발표 직전까지 포스코건설은 63억달러 선에서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도 포스코건설 수주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였다. 로이힐 프로젝트 자본금 중 포스코건설 모그룹인 포스코가 지분 12.5%를 갖고 있었기 때문.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은 호주로 날아가 포스코건설 파견자들과 축하 만찬까지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끼어들면서 각본이 어그러졌다.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보다 6억달러(약 6600억원) 낮은 57억달러를 제시했고, 결국 공사를 따냈다. 발주처에서는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 간 경쟁 관계를 이용해 당초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사를 맡길 수 있었던 셈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그 가격으로는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삼성물산도) 나중에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 업체 흠잡으려 번역 자료까지 준비

2011년 A사가 따냈던 사우디아라비아 공사는 원래 B사가 수주했다고 보도 자료까지 냈던 사업이다. 그런데 A사가 당시 B사 모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던 국내 사정을 아랍어로 번역해 발주처에 뿌리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C사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수주에 실패한 프로젝트는 발주처와 계약 일보 직전까지 갔던 공사. 그런데 D사가 C사가 국내에서 겪는 유동성 위기와 부도설 등을 발주처에 흘리면서 결국 D사가 낙찰했다. C사는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국내 경쟁사가 C사를 둘러싼 각종 부정적 소문 등을 번역해 여러 발주처에 이메일로 전달하면서 C사는 난감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C사 관계자는 이 이메일을 보낸 국내 건설사에 엄중히 항의했고, 소동은 가라앉았지만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4년 전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토목 공사 입찰은 국내 굴지 건설사 E사와 F사가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인 현장이다. 그런데 한창 입찰가 탐색전이 치열하던 와중에 E사가 F사 입찰 담당자를 전격 영입해가면서 진흙탕 싸움처럼 번져 초저가에 낙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이 2009년 3월 따냈던 아랍에미리트(UAE) 가스 압축 시설 공사는 9억달러 선에서 입찰가가 결정됐는데 이 가격을 놓고 해외 언론에서 "충격적이며 놀라운 가격(came as a shock to other contractors, who were astonished that their bids, which were in the low $900m range)"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상도(商道)가 무너졌다"

수천억·수조원짜리 대형 공사 입찰을 앞두고 '따내고 보자' 식 출혈 저가 수주 경쟁은 '국부 유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GS건설이 1분기 중 본 해외 건설 손실액 5355억원이면 55만㎾급 대형 복합 화력발전소 1기를 지어, 21만 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21만 가구의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한 곳에서 덤핑을 한 번 치면, 다른 쪽도 덩달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한동안 저가에 수주해도 나중에 다른 흑자 공사로 메우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특히 후발 주자일수록 '출혈 입찰'을 통해서라도 시장에 일단 끼고 보자는 생각이 강해 그 피해가 건설 업체 전반으로 퍼지게 된다. 한 건설사 직원은 "저가 수주 경쟁이 심할 때는 당초 예정가와 비교해 낙찰가가 30%대 중후반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25년 이상 해외 현장에서만 근무한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수주를 못 하면 인력이 얼마건, 기술력이나 자금을 갖췄건 못 갖췄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가 입찰에 당했다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임원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발주처와 쌓은 신뢰 관계를 토대로 공사를 마쳤지만, 이제는 공사 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니 저가 입찰이 난무하고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 건설사 임원은 "상도의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전에는 암묵적으로 사우디·쿠웨이트·리비아 같은 곳은 특정 업체가 선점했다고 인정하면 양보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후발 주자들이 저가로 마구 치고 들어오고 발주처도 이걸 이용해서 가격을 떨어뜨려 결국 다 같이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4위 건설사 실적쇼크… 업계 "低價 해외공사의 저주 시작됐나"

입력 : 2013.04.10 21:52

[GS건설 5355억 영업손실… 대형 건설사까지 떨고 있다]
사우디·UAE·美 등에서 2010~2011년 수주 건설사들 줄줄이 손실 보는 사태 우려

GS건설 '실적 쇼크'는 그렇지 않아도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업계에 건네진 또다른 침울한 소식이다.

GS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해외 플랜트 공사 현장 2곳에서 모두 4600억원가량 부실이 잠정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해외 수주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저가 수주는 아니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타격을 받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해외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끼리 지나친 수주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저가(低價)·덤핑 입찰이 성행한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지난 2010~2011년 무리하게 해외 수주를 늘렸던 업체들은 악성 현장 준공을 앞두고 대대적 손실 정리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전에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1조원 이상 규모 공사를 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 건설 시장이 극심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2010년 전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일단 따내고 보자'는 식으로 저가 입찰을 남발했다가 그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GS건설뿐 아니라 사우디·UAE·미국 등에서 대규모 공사를 따냈던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당시 수주했던 공사의 준공을 앞두고 줄줄이 손실을 보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해외 수주로 확보한 공사에서 수천억원의 원가 손실이 발생해, 그룹 차원 감사를 받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수주에서 완공까지 3~4년이 걸리는 플랜트의 경우 물가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있기 때문에 도중에 설계 변경 등을 해서 단가를 올리는 것이 관행"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사업에 대해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데 발주처에서 받아주지 않아 미국과 중동 등에서 대규모 손실을 빚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국내 건설업체 A사가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대규모 해외 공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공사는 당초 국내 B사가 우선 협상권을 갖고 진행 중이었는데 뒤늦게 뛰어든 A사가 B사를 제치고 낙찰받았다. 그 과정에서 B사가 협상하던 수준보다 2억~3억달러 낮은 금액이 최종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관계자는 "자칫 저가 수주 여파로 다른 대형 건설사들까지 휘청이는 해외건설의 저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GS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해 공사를 끝낸 11억4000만달러 규모의 복합 정유 시설. GS건설은 이 공사를 계기로 UAE 시장에서 활발한 수주 활동을 펼쳤다. /GS건설 제공
해외뿐 아니라 국내 시장도 쾌청하지 않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5조6099억원. 전년 동기 대비 39.0% 감소했다. 도로·교량·상하수도 등 전반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발주가 감소하면서 부진이 깊어졌다. 협회 측은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 수주는 2007년 12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01조5000억원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소형 건설사는 더 심각하다. 해외 수주는 대부분 대형업체 몫인 데다 주택 시장이 계속 부진하면서 부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건설사들 중 절반은 수익을 올려도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는 2분기부터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굵직한 해외 수주가 잇따르면서 영업이익이 반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대형 건설사 8곳 중 7곳이 2분기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나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건설이 2분기 2209억원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등 대체로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덤핑수주(2009~2011년 1800억달러) 10%만 손해 봐도 국내건설사 20兆 날려

  • 이위재 기자
  • 정한국 기자
  • 입력 : 2013.04.12 03:09

    [低價 해외공사의 저주 시작되나] [上]도사린 '부실 폭탄'

    해외 실적이 곧 회사의 위상… 외형 키우려 저가 수주 매달려
    대형플랜트 수주 나선 업체들, GS건설이나 오십보백보
    한 공사에 10여개 업체 몰리자 발주처가 저가 경쟁 부추겨

    GS건설은 올 1분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 공사에서만 4050억원 손해를 봤다. 수주액은 4조3000억원이었다. 2010년 공사를 따냈으니 3년 동안 고생하고도 빚만 엄청나게 지고 돌아온 셈이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생산시설 공사(810억원 적자), 바레인 밥코 폐수처리시설 공사(150억원 적자), 쿠웨이트 아주루 송수(送水)시설 공사(150억원 적자),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 사업(130억원 적자) 등 해외에서만 5500억원 손실을 봤다. 지난해 4분기에도 UAE 파이프라인 공사를 하면서 1100억원 손실을 보는 등 해외 공사 성적이 '손실률 11.4%'를 기록했다. 임병용 GS건설 경영지원총괄 사장(CFO)은 "현장 공사 관리와 원가 계산에서 혼란이 심했고 부정확했다"면서 "해외 프로젝트 수주 정책을 수익성 위주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건설 '부실 폭탄' 더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처럼 '부실 폭탄'을 안고 있는 대형 건설사가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이후 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에서 대규모 공사 발주가 이어지면서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국내뿐 아니라 이탈리아·스페인·미국 등 해외 업체까지 뛰어들어 저가 입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과열됐던 2009~2011년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액은 1800억달러. 당시에도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문제는 이 시기 따냈던 공사들이 지난해부터 줄줄이 준공하면서 계산서가 나오고 있다는 것. 만약 GS건설처럼 수익률이 마이너스 10% 이상이면 국내 건설사들이 입는 손해는 20조원을 넘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수주액 6600억원), 미국 다우케미칼 공장(4600억원), UAE 보루쥐 석유화학 플랜트 확장(1900억원) 등이 끝나는데, 증권가에선 이미 "무리하게 수주한 악성(惡性) 해외 현장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수주 경쟁이 격화됐던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304억달러를 수주, 국내 건설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 GS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지역에서 정유 공장 확장 공사를 하다 4050억원가량 손실을 입었다. 루와이스 현장 중 한 곳에서 증류탑 등 중요 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GS건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외형 실적에만 급급한 풍토가 문제

    1분기 적자를 기록한 GS건설 '실적 쇼크'로 해외 건설의 문제점이 일부 드러났지만, 그 밑에는 구조적인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저가 수주라도 공사를 따내야만 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 해외 수주가 곧 회사의 실적이자 최고경영자(CEO) 치적이 되는 상황이라 저가 수주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이번에는 저가로 따내더라도 다음에 수익성 좋은 공사로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간부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대건설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뒤인 2011년 해외 수주액이 47억달러로 전년 110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전 경영진이 무리하게 적자(赤字) 해외 공사를 남발했다고 보고, 내실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외형을 줄인 것이다.

    해외 발주처에서도 건설사 간 경쟁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전에는 공사 실적과 평가 등을 바탕으로 선별적으로 입찰자를 초청했으나, 2009년 이후부터는 일정 수준 요건만 갖추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에는 1억달러 규모 공사라면 시공 능력이 있는 4~5개 건설사만 불러들였으나, 이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면서 입찰 때마다 10개사 이상이 몰리는 것이다. 자연히 입찰가를 낮춰 써내는 ‘덤핑 경쟁’ 저가(低價) 수주전이 심화했다.

    카타르에서 공사를 하는 대형 건설사 A전무는 “발주처에서 건설사들을 서로 부추겨 공사 금액을 낮추려고 시도할 때가 많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에 나선다”고 말했다.

    저가로 공사를 따내고 난 뒤 발주처에서 설계나 자재를 멋대로 바꿔 공사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공사 단가가 올라갔으니 발주처와 협상을 통해 늘어난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작정 손실을 떠안는 사례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20년 이상 해외 수주 분야를 맡았던 한 건설사 상무는 “지금이 해외 건설업계 위기”라
    며 “도를 넘은 경쟁으로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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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이 '한땀 한땀'…똑같은 車는 가라! 일본 수제 명품카 '미쓰오카'가 온다


    스포츠카 ‘오로치’

    Car&Joy

    45년 전통…내주 부산에 첫 전시장

    스포츠카 '오로치' 등 모델 3종 출시

    대당 1억~2억…내년 서울서도 판매


    일본 자동차 브랜드 ‘미쓰오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요타 혼다 닛산은 알지만, 미쓰오카라는 브랜드는 낯설 겁니다. 미쓰오카는 기존 브랜드 자동차 회사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수제작으로 소량의 차량을 생산하는데 모양이 독특합니다.

    ○45년 역사의 수제 자동차

    컨버터블 ‘히미코’

    미쓰오카의 역사는 현대자동차와 비슷합니다. 미쓰오카 스스무가 1968년 자신의 성을 따 미쓰오카자동차공업을 세웠습니다. 현대차가 설립된 이듬해죠.

    1979년 미쓰오카자동차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이 회사는 수제방식을 고집하며 다양한 차를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태국, 중동 지역에도 수출하는 등 해외사업도 비중도 꾸준히 늘려가는 중입니다. 직원 수는 670명, 매출액은 310억엔(약 3500억원, 2010년 기준)입니다.

    주문을 받아 매년 3000~4000대만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매출액은 크지 않습니다. 국내에는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 릭선이 미쓰오카와 계약을 맺고 차량을 공식 수입 판매합니다.

    ○‘희소가치’ 내세운 개성 강한 차

    ‘희소가치’ ‘모두가 놀랄 만한 차’. 미쓰오카의 기업 이념입니다. 일반 양산차와 다른 독특한 디자인과 소량 생산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죠. 국내에는 2인승 스포츠카 ‘오로치’와 컨버터블 ‘히미코’, 플래그십 세단 ‘가류’ 등 세 종류의 모델이 출시됩니다.

    오로치의 앞부분은 살모사처럼 생겼으며 히미코와 가류는 클래식카를 보는 듯합니다. 오로치는 일본 전설에 나오는 머리 여덟 개 달린 큰 뱀 ‘야마타노 오로치’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2001년 도쿄모터쇼에 콘셉트카로 출품했을 때 화제가 되면서 양산화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5명의 장인이 일주일 동안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로치에는 이 회사가 독자개발한 3.3ℓ짜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습니다. 후륜구동 방식이고 복합연비는 8.6㎞/ℓ입니다.

    오래된 영국 자동차 같은 느낌의 히미코는 과거 일본 여왕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은 미쓰오카가 했지만 엔진과 미션은 마쓰다에서 가져다 씁니다. 2.0ℓ 4기통 엔진이 탑재되며 최고출력은 162마력, 최대토크는 19.3㎏.m입니다. 무게 1280㎏의 가벼운 차체 덕분에 달리기 성능이 좋다고 하네요.

    플래그십 세단 ‘가류’

    가류는 앞부분이 롤스로이스를 닮았습니다. 2도어 4인승 쿠페로 뚜껑이 열리는 컨버터블 모델입니다. 엔진과 미션은 포드 머스탱과 같습니다.

    ○대당 가격 1억~2억원 선…한국 시장 재도전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당 가격은 오로치가 2억원, 가류와 히미코가 1억원 안팎이 될 거라고 합니다. 다음주 부산에 첫 전시장을 열 때 가격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첫 전시장이 부산인 이유는 서울 다음으로 수입차 판매가 활발한 시장이기 때문이죠. 릭선이 부산 기업인 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판매 목표를 얼마나 잡고 있을까요. 회사 측은 “월 5대가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연간 판매량이 60대 정도이니 희소성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전시장은 파라다이스호텔 근처 도요타 전시장 맞은 편입니다.

    내년에는 서울에도 전시장을 내고 판매 차종도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산에 공식 지정정비업체가 있습니다. A/S(애프터 서비스) 기간은 일반 부품이 2년/4만㎞, 엔진 및 동력전달 장치 주요 부품은 5년/10만㎞입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독일 브랜드에 꽂힌 탓에 일본 차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저조하죠. 스바루와 미쓰비시 등이 백기를 들고 철수했고, 혼다와 닛산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요타만 홀로 선전하는 형국이죠. 미쓰오카도 2004년 한국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의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부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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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시장 휩쓰는 유커…프라다 3개중 1개 중국인이 구입

    여권 소지자 3% 불과한데 …작년 해외서 1020억弗 써 1위

    14억 중국 인구 중 여권을 가진 사람은 3%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해외여행을 통해 쓴 돈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1020억달러(약 115조원)다. 독일, 미국(각 840억달러) 등을 제치고 해외여행 지출 규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대기오염, 미국 일본 등의 비자 완화가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더 부추기면서 여행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여행자 수는 전년 대비 58% 급증, 83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의 여행 열풍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해외 명품업체다. 지난해 중국인의 명품 구입 중 3분의 2는 해외에서 이뤄졌다. 중국인들이 예전에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로고가 크고 화려한 명품을 선호했다면 이제 자국에서 덜 알려진 차별화된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시장 선점보다 해외 마케팅 강화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WSJ는 이탈리아 가죽 브랜드 토즈와 보테가베네타, 코치 등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전망이 밝다고 진단했다. HSBC의 분석에 따르면 토즈 고객의 12%, 에르메스 고객의 7%, 코치 고객의 8%만이 중국인이다. 반면 중국 시장을 선점한 프라다그룹 상품에 대한 중국인 구매 비율은 33%, 스와치그룹 상품에 대한 구매율은 41%에 이른다

    에르완 램버그 HSBC 소비자 브랜드 소매 부문 대표는 “중국에선 명품이 더 비싼 데다 남들에게 파리에서 이 제품을 샀다는 식으로 자랑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시계나 가방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루이비통 등 중국에 최초로 진출한 브랜드는 오히려 불이익을 겪고 있다”며 “중국 매장은 점점 전시장에 불과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업계의 명암도 갈렸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샹그릴라호텔리조트는 중국 관광객 특수로 파리 지점에서 큰 수익을 올렸고, 올해 런던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터컨티넨탈호텔과 힐튼호텔 등 중국인에게 친숙한 호텔 체인은 중국 관광객 수요에 맞춰 세계 각 지점에 중국 식당을 입점시키고 중국어에 능통한 매니저를 새로 채용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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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수익률 사냥꾼 국내 고액 사산가 '김 사장'이 떴다



    커버스토리 - 슈퍼리치 해외공략

    2009년 저평가 된 미국 주식 쓸어담아 '대박'

    2011년 유럽 재정위기때 외화채권 베팅해 25% '수익'

    원자재 선물 1500억원대 투자도

    국내 알려지지 않은 종목 발굴…주문 넣는 '선수' 늘어

    페어 트레이딩 등 헤지펀드 기법 사용하기도



    고액자산가들이 해외에서 큰돈을 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기회를 잘 잡는다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증권사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특정 방향으로 쏠림현상이 심해질 때 흐름을 잘 타 고수익을 실현한 고액자산가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투자 종목도 주식, 채권, 헤지펀드, 외환 선물, 원자재 등 가리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최첨단 ‘수익률 사냥꾼’인 셈이다.

    ○2005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돌려

    고액자산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께부터다. 당시 홍콩과 일본 증시가 초강세를 보이자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대규모 손실을 보는 이들이 속출하자 해외 투자는 얼어붙었다. 그러다가 2009년 헐값이 된 미국 주식을 쓸어담는 자산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수연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장은 “2009년 3~4월 미국 주가가 최저점일 때 대형 은행주와 초우량 정보기술(IT) 및 제조업체 주식을 중심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대규모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며 “금융위기가 파국을 피하고 진정되면서 향후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우량주 주가는 GE가 7.06달러, 씨티은행이 10.30달러, 애플이 85.30달러에 불과했다. 몇 년 뒤 최고가 기준으로 GE는 23.77달러, 씨티은행은 52.30달러, 애플은 667.10달러까지 각각 치솟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을 때 오히려 해외 채권에 수십억원을 베팅해 상당한 수익을 낸 자산가들도 생겨났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고액자산가들은 도이체방크,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아그리콜, HSBC, BNP파리바 등이 발행한 외화 표시 영구채권(하이브리드 채권)을 수십억원어치 매수했다. 이들 채권의 가격은 지난해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25%가량 상승했다. 수수료와 환헤지 비용 등을 제외하더라도 20% 내외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이렇게 해외 투자를 맛보기 시작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고 투자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을 상대하는 PB들의 설명이다.

    ○미국 부동산·원자재 선물 등에 투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형태는 다양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고수익을 낼 수 있을지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50대 자산가 A씨는 지난해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를 알아차리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A씨는 2011년 11월 미국 다우존스 부동산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울트라리얼에스테이트’를 약 100만달러어치 매수했다. 매입 당시 47달러 선이던 주가는 계속 상승해 지난 11일 87.12달러를 기록했다. 민성현 삼성증권 해외주식팀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자산가들은 레나, KB홈, 톨브러더스 등 미국 주택건설업체 종목을 발굴해 주문을 넣었다”며 “종종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목들을 매입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가들은 외환과 원자재 선물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몇몇 자산가들은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증거금으로 300만~500만달러(약 34억~56억원) 정도를 설정하고 엔화, 금, 구리, 원유, 콩, 밀 등의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 선물 상품에 따라 증거금의 10~30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00억~1500억원 규모의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일부 전문 투자자 가운데는 원자재 선물 투자로 수천억원의 수익을 낸 이들도 있다”며 “식품업체나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국제 원자재 흐름을 꿰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고위 임원들이 관련 ETF나 선물투자로 고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기법 면에선 헤지펀드가 사용하는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자산가들이 즐겨 쓴다고 한다. 비슷한 업종의 두 종목을 고른 뒤 저평가된 종목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종목을 매도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애플’ ‘현대차-도요타’ 등이 자산가들이 즐겨 고르는 페어 트레이딩 대상이다.

    ○금융자산 비중 계속 늘어날 듯

    PB들은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투자가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상무는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수익률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해외 투자는 앞으로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전 상무의 설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자사 PB센터 고객 7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37%, 50억~100억원 미만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32%가 보유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도 자산가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이유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이사는 “해외 고배당주나 채권을 잘 조합하면 국내에서 얻기 힘든 현금흐름을 얻으면서도 안정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며 “최근 들어 중요시되고 있는 정기적 수익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기에 해외 투자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자본 시장을 사냥터로 삼는 ‘김 사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자산가들이 해외 투자에 맛을 들이는 단계라는 점이다. 김석호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은 “자산가들이 처음 해외 투자를 결정할 때는 무척 어려워하지만 금방 익숙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투자 방법을 고안해 문의하곤 한다”며 “자산가들의 해외 투자가 이륙 단계에서 벗어나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귀동/황정수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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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팀 리포트] 사랑도 노하우…연애의 기술 '속성과외' 시대


    30대?독신?남성이?픽업아티스트들의?인터넷?커뮤니티인?‘마ㅇㅇ’에?접속해?강연을?문의하고?있다.?유명?픽업아티스트의?오프라인?강연은?수백만원대에도?불구하고?수강생이?끊이지?않고?있다.?/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대화법·유머·데이트 매너 등 족집게 전수…전문 업체 성황

    학생때 선행학습 하듯 '픽업 아티스트' 찾아 수업받아…1시간 상담료 10만~20만원

    40~50대 이용자도 꾸준히 늘어 코스닥기업까지 상담업 진출

    하룻밤 만남·탈선 조장 등 범죄 창구로 악용 우려도


    #치매 치료제 및 진통제를 생산하는 코스닥상장 제약사인 메디프론은 2010년부터 콘텐츠 사업부를 만들어 신사업에 진출했다. 분야는 다소 생소한 연애 카운슬링 사업. 상담사 확보 등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정식 출범했다. 현재 상담사는 7명에 하루 고객은 20여명. 회사로 전화를 걸면 상담사로 바로 연결된다. 가격은 분당 3000원. 회사 관계자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하고 상담전화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신장 180㎝, 유명 사립대 졸업.’ 올초 국내 금융회사에 단번에 붙은 김모씨(32)의 이력이다. 이 정도 스펙이면 어느 결혼정보업체에 내밀어도 A급 고객으로 손색없다. 김모씨는 이처럼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 친구들의 도움으로 소개팅만 300번을 했고,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거듭된 연애 실패는 김씨를 깊은 자괴감으로 몰아넣었다. 연애 결혼을 꿈꾸고 있는 김씨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연애상담사(러브닥터)를 찾아 “도대체 실패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연애에 서툰 30대 학원키드(학원에서 모든 걸 배워온 세대)들과 새로운 인생설계를 앞두고 있는 돌싱(이혼자),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40, 50대들이 맞춤형 연애기술을 멘토링해주는 러브닥터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연애상담사업은 인터넷에서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던 소호(SOHO)단계를 지나 코스닥 상장기업이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 상담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사업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ㅇㅇ카운셀러’ ‘ㅇㅇ스토리텔링’ 등 온라인상에서만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미국에선 2005년 데이트 코치를 해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스터 히치’의 상영을 계기로 연애상담사업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급격한 성윤리의 붕괴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랑없는 섹스에 초점을 맞춘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일부 상담사(픽업아티스트)들은 일탈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익명성 보장…고객층은 20~50대

    러브닥터를 찾는 사람들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면서 연애상담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고액의 상담료를 받고 전문 상담을 하는 업체들만 온라인 상에 10여개다. 일부 업체는 월 평균 수입이 1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프론이 운영하는 연애상담소 러브카운셀러의 권모 실장은 “미국의 경우 이 같은 카운슬링 사업이 엄청난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이제 시작이어서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담업체는 1시간당 10만~20만원의 상담료를 받는다. 연애상담업체 ‘ㅇㅇ카운셀러’의 경우 분당 3000원의 상담료를 받는데, 하루평균 이용자는 20여명에 이른다. 연애상담업체의 사활은 우수한 전문 상담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애 파워블로거, 연애심리 관련 저자 등을 발굴해 연애상담사 계약을 맺는다. 수익은 통상 절반씩 나눠 가진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한 일부 전문 연애상담사의 경우 상담으로만 400여만원의 월수입을 올리고 있다.

    고객들의 연령과 사연도 다양하다. 성관계만 요구하는 남자 친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20대 여성,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권태기를 하소연하는 커플, 잠자리를 거부하는 국제변호사 남편과 이혼을 앞둔 30대 여성, 남편과의 권태기에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고민하는 50대 여성, 남자친구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집착하는 30대 여성 등등.

    상담사들에 따르면 10건 중 7건은 평범한 연애상담이다. 나머지는 불륜이나 병적인 집착 등 극단적인 경우다. 연애상담사 권모씨는 “연애 상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고객에겐 문제를 회피하고 고통을 잠시 잊는 짧은 휴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30대 학원키드, 연애기술도 단기속성

    전문가들은 20~30대들이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서툰 인간관계 탓이라고 지적했다. 태어나 한글을 배우면서부터 선행 학습에 길들여진 학원키드들이 연애조차 속성으로 배우려고 학원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주입식 교육의 병폐가 연애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 교수는 “20~30대는 모든 것을 학원에 다니며 배운 세대라 몸으로 경험해 얻으려 하기보다 쉽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며 “연애도 학원수강을 통해 배우려는 수요가 연애상담소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연애능력은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화되는데도 20~30대는 단기 속성으로 연애 성공법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40~50대 중년들의 연애상담도 자연스러운 문화적 기류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많다. 시대 변화에서 생겨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상실의 시대’에 감정의 공론화(公論化)가 진행된 것은 오히려 사회적 순기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멘토와 힐링의 시대에 연애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결혼이나 연애 생활에 불만이 있어도 참아냈지만 지금은 불편함을 감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업도, 결혼도 평생보장이 사라진 시대”라며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멘토를 찾아 고민을 나누고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특정 시기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대상을 찾아나서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1부1처제로 억눌린 이 같은 본성이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연애상담업을 성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4300여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은 1990년 5.2%에서 2011년 24.8%로 5배가량 급증했다.

    ○선행·속성학습 대신 감성교육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깊은 인간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다양한 감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 교육이 입시에 쏠리면서 이성과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전혀 학습돼 있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며 “몸은 성인이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다보니 성인이 돼서도 연애상담사의 도움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입식’ 연애 상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금주 교수는 “두 사람의 애정은 결국 두 사람만의 관계”라며 “이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고 하면 초기에는 모르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계속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맡기게 되면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빗나간 픽업아티스트(이성 유혹전문가)들에게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남성들은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훈/홍선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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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귀농족을 아시나요] ‘나무 농사꾼’ 김한종씨의 25시 “외로우면 실패합니다”



    김한종(44)씨는 ‘나홀로 귀농족’이다. 벌써 7년째. 김씨는 걷는 법이 없다. 살림과 농사를 병행하다 보니 남들보다 배 이상 부지런해야 한다. 김씨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전날 해둔 밥을 꺼내 먹고 작업도구와 새참거리를 들고 서둘러 밭에 나간다. 밭과 영농조합을 오가며 일하다 보면 날이 저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후 6시쯤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침에 하지 못한 설거지. 혼자 식사를 하고 인터넷으로 자신이 키우는 묘목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관리하면 어느새 8시를 훌쩍 넘긴다.

    다음날 작업도구를 챙기고 잠이 드는 시간은 오후 9시. 김씨의 일상이다.

    그는 세종특별자치시(구 충남 연기군) 전의면에서 나무를 키워 파는 일을 한다. 마로니에 등 20여종의 조경수 씨를 뿌려 묘목으로 자라게 하는 나무 농사꾼이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김씨를 만났다.

    “외롭지 않으세요?” 첫 질문을 던지자 밭에서 강풍에 날아간 차양 가리개를 고정하는 작업을 하던 그가 피식 웃는다. “외로울 틈이 없어요. 외로우면 실패했다는 증거예요.”

    나홀로 귀농 성공법을 묻자 준비했다는 듯 술술 풀어낸다.

    “7년 동안 저처럼 혼자 내려온 후배 귀농인이 많았어요. 열에 아홉은 실패하고 돌아갔죠. 나홀로 귀농은 혼자 있으면 안돼요. 혼자 있는 시간은 독약입니다.”

    김씨가 밝힌 성공 비법은 ‘어울림’에 있었다. 정착하고 1년 동안 이 마을의 ‘캡틴’인 전의조경수영농조합 임헌균 대표를 죽도록 따라다녔다. 묘목 선정부터 파종, 거름 주는 법, 판매 기법까지 임 대표가 하라는 대로 했다. 귀농 교육에서 배운 방식과 달라도 현장 방식을 택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도 마을 사람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받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친해지고 보니 “다른 귀농인과 다르게 인사 예의가 바르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알았다. 대학에서 전공한 전자공학 기술을 살려 마을 수리공이 됐다. 집에 와서 피곤해도 라디오부터 장애인용 전동차까지 모두 고쳐줬다. 보답으로 밑반찬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왔다. 그렇게 지낸 지 7년이 넘고 나서 지난달 그는 조합의 준회원이 됐다. 2003년 조합이 만들어진 지 10년 만에 첫 외부 수혈이었다.

    임 대표는 “33가구가 조합을 만들면서 ‘더 이상의 조합원은 없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김씨 때문에 원칙이 깨졌다”고 웃었다. “도시에서 내려왔다고 폼을 안 잡더라.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는데 잘 따라왔지. 딱 하나 내 말 안 들은 게 3년 전 빚내서 땅 사라고 했는데 안 들었어. 땅값 지금 세 배 됐는데….”

    임 대표의 말에 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대농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 같다고 했다. 버려진 땅을 1∼2년 옥토로 만들면 땅주인이 자기가 농사짓겠다고 임대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난해 김씨가 쥔 돈은 6500만원. 종자값과 밭 임대료 등을 뺀 순수익은 5000만원이다. 첫해 500만원에서 이듬해 1500만원, 그 이듬해 3000만원으로 발전해 왔다.

    그 돈으로 9살, 6살 아이들 포함해 4인 가구 생활이 됐을까. “귀농할 때 집에서 가져 온 돈도 없지만 갖다준 돈도 한 푼 없어요. 이제부터는 달라져야죠.”

    그동안 가정생활은 경기도 분당에서 직장에 다니는 김씨의 부인이 책임졌다. 집에 가는 것은 한 달에 한 번꼴. 땅이 언 농한기인 12월 중순부터 2월까지는 가족과 밀린 정을 나눴다. 내년에는 가족이 세종시 아파트로 내려와 나홀로 귀농족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내려가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내려가자 강요하지 말라”던 부인도 김씨의 ‘작은 성공’에 보답하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홀로 귀농이 어려움도 많지만 우선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내려올 것을 권했다.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37살, 우연히 귀농 세미나를 듣고 엔지니어에서 농사꾼으로 변신한 김씨의 성공은 이제부터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나홀로 귀농족을 아시나요] 가족동의 최우선… 최소 1년간 준비



    귀농은 현실이다. 전원생활을 즐기러 내려오는 귀촌과 달리 귀농은 ‘벌어서 먹는’ 문제가 걸려있다. 이 때문에 성공적 귀농을 위해선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수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인력육성팀 김성아 팀장은 12일 “귀농을 결심했다면 최소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준비의 첫 단계는 가족 동의다. 홀로든 가족동반 귀농이든 가족 구성원 간에 이해와 동의는 필수다. 이후에는 농정원 등에 문의해 귀농 준비 단계를 차근차근 밟으면 된다. 정착지를 물색하기 전에 자신의 여건과 적성·자본능력 등에 적합한 농사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게 좋다.

    교육단계부터 농정원에 멘토링 제도를 신청해 1대 1로 현장실습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착지를 선택했다면 도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할 일은 치밀한 영농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농산물을 생산해 수익을 얻기까지 최소 4개월에서 길게는 4∼5년 걸린다. 초보 귀농인은 가격 변동이 적고, 영농기술과 자본이 적게 드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이는 길이다. 초기 자본이 없을 때는 정부의 금융 지원을 이용하면 된다. 정부는 2009년부터 귀농인을 대상으로 최대 2억원까지 연 금리 3%로 대출해주고 있다. 5년 거치에 10년 상환이므로 귀농 후 늦어도 5년 이후에는 대출을 갚아나갈 정도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귀농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도 많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 ‘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www.oknongbu.com)가 대표적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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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오리 많이 키우는 中·동남아서 나타나…신종AI 치사율 60%


    중국?허페이?지역의?병원?관계자들이?지난?9일?조류?인플루엔자??확산을?막기위해?환자들의?개인정보 를?파악하고?있다. /허페이신화연합뉴스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2~3년 주기로 발생…치료약 없어, 공포 키우는 조류 인플루엔자

    1997년 홍콩서 첫 확인…한국도 2003년 이후 4차례 발생

    H5·H7 인체 감염률 높아…이번에 발견된 것은 'H7N9'형


    중국 반환을 2개월 앞둔 1997년 5월 홍콩. 정체를 알 수 없는 독감에 걸린 3세 소아가 사망했다. 기존 독감 치료제가 전혀 듣지 않는 가운데 감염자는 18명까지 늘었다. 시민들은 1968년 유행해 세계로 번지며 80만~100만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의 악몽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독감의 원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독감이 처음 인간에게 감염된 것이 아니라 닭 등 가금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조류 사이에 유행하는 독감이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됐다.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시작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발병 2주가 채 안 되는 사이에 12일 현재 38명이 감염돼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유형이라 치료약조차 없다는 소식에 공포감도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일대 2~3년 주기로 발병

    조류 인플루엔자는 1997년 홍콩에서 발견된 이래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있다.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병 당시에는 140명이 감염돼 절반 정도가 사망하는 등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2~3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이전에 500명 이상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34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감염자가 많지는 않지만 일단 걸리면 치사율이 60%가 넘어 발병할 때마다 해당 국가와 인접 국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

    발생 연도만 놓고 보면 조류 인플루엔자는 최근 등장한 질병이지만 조류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과정이 1997년 확인된 것일 뿐 과거에도 조류 인플루엔자로 추정되는 질병이 인류를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겨울철마다 사람들 사이에 독감이 유행하듯 조류 사이에도 계절마다 독감이 반복된다. 이것이 특정한 경로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이 조류 인플루엔자다. 인간이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를 사육하고 가까이 하는 이상 감염 가능성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H5, H7형 인체 감염 가능성 높아

    이번에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는 ‘H7N9’형으로 불린다. 언론에서 흔히 등장하는 단어지만 이 뜻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복잡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독감의 위력을 실감하기도 전에 지레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의미를 알면 조류 인플루엔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유행 시기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홍콩에서 처음 나온 조류 인플루엔자는 H5N1형이었으며 이 외에도 H7N7, H9N2 등이 있다.

    H는 ‘해마글루티닌(haemagglutininn)’의 줄임말로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 뜻한다.

    N은 ‘뉴라민가수분해효소’로 바이러스가 감염을 위해 세포막을 파괴하고 침투하는 데 사용된다. 각 알파벳 뒤에 붙은 숫자는 각각의 종류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해마글루티닌은 16가지, 뉴라민가수분해효소는 9가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둘을 곱하면 산술적으로 144종류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조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H7N9과 같은 호칭은 의학적으로만 의미를 가질 뿐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H 뒤의 숫자는 좀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H5와 H7으로 시작하는 조류 인플루엔자는 사람에 전염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금류 75도 이상 끓이면 안전

    한국에는 2003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인간이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조류 인플루엔자인 H5N1형이 가금류에서 발생했다. 아직 인체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상대적으로 예방 조치가 미흡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통계적으로는 중국보다 이집트나 인도네시아에서 발병하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더 많다”며 “단순히 위생상태의 문제라기보다는 가금류 사육이 많다 보니 인체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의 변이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H5N1형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가금류를 접촉하는 사람들이 많이 걸렸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H7N9형은 위생 관련성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와 저장성 일대는 한국인이 자주 찾는 관광지가 많은 곳이지만 한국 정부는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에도 여행 제한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에 대한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분명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현지의 가금류 농장과 재래시장은 방문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은 많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하면 없어진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조류라도 익혀서 먹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기업들도 시름…중국 KFC·항공업계 등 직격탄…AI 예방약, 상하이·난징서 품절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H7N9)의 여파로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당장 불똥이 튄 분야는 가금류를 취급하는 기업들이다.

    치킨프랜차이즈 KFC의 모기업 염 브랜즈는 지난 10일 발표한 공시를 통해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한 여론이 지난주 중국 KFC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매출 피해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후 이 기업의 주가는 한때 9% 가까이 폭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로 잘 알려진 베이징 중심가 첸먼의 ‘취안쥐더’ 요리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의 유명 음식점인 ‘샤오난궈’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상하이 인근 장쑤산 닭고기 대신 광둥성 산(産)으로 바꿨다. 온라인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도 최근 생고기 거래를 중단했다.

    항공사나 호텔 등 여행 관련 업종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전염을 우려해 중국을 오가는 승객 수가 급감해서다.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호텔을 찾는 발길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오가는 국내 항공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됐던 2003년과 신종 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도 대한항공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1%, 8.0% 감소했었다.

    반면 조류 인플루엔자로 반사이익을 보는 업체도 등장했다. 최근 장쑤성 위생청이 사스 예방약으로 소문난 반람근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상하이와 난징에서는 반람근이 품절되기도 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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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대저수지 한달전 '붕괴 우려' 판정>(종합)


    안강 산대저수지 둑 터져 (경주=연합뉴스)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산대저수지 둑이 터져 저수지 물이 저수지 아래로 흐르고 있다. 2013.4.12 << 주민 제공 >> haru@yna.co.kr

    정기점검 종합평가 D등급…"재해우려·보수 필요"

    (경주=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12일 둑이 붕괴된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가 한달 전 정기점검에서 붕괴 등이 우려된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에서 부분 침하와 균열, 누수, 세굴, 침식 등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올해 정밀안전진단 대상지로 분류했지만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아 정밀진단이나 보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산대저수지 정기점검결과에 따르면 이 저수지는 둑 침하 및 누수 등으로 붕괴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 정밀안전진단 대상지로 분류했다.

    안강 산대저수지 둑 터져 (경주=연합뉴스)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산대저수지 둑이 터져 저수지 물이 아파트 옆까지 흘러들고 있다. 2013.4.12 << 주민 제공 >> haru@yna.co.kr

    종합평가는 D 등급으로 나왔다.

    A∼E 등급 가운데 D 등급은 재해우려가 있어 보수를 해야 한다는 판정이다.

    둑의 사석 및 석축, 흙공사 부분, 콘크리트 물넘이, 수로 등의 항목에서 D 등급을 받았다.

    둑의 사석 및 석축은 부분 침하가 이뤄졌고 유실이 우려됐다.

    또 둑의 흙부분에서도 부분 침하가 일어났고 부분 세굴과 누수가 발생, 붕괴주의가 요망됐다.

    만수위가 되면 물이 넘어가는 물넘이 콘크리트는 변형으로 부분균열이 발생했고 부분 누수도 진행됐다.

    하천까지 저수지 물이 내려가는 수로는 기초침식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래픽> 경주 산대저수지 둑 붕괴사고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12일 오후 2시 5분께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의 산대저수지 둑이 터졌다. 이 저수지는 저수량 24만6천t 규모이고, 둑 길이 201m 가운데 10m 정도가 유실됐다. jin34@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한국농어촌공사는 매년 4차례 정기 점검을 하고 있으며, 이 저수지는 올해 D등급을 받았으나 정밀안전진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에도 정밀안전진단이 없었다고 공사측은 밝혔다.

    이번 정기점검은 지난달 13일 토목, 기계, 전기 분야로 나눠 이뤄졌다.

    토목분야 일부는 B등급, 기계 분야는 B, C 등급 판정이 나왔다.

    haru@yna.co.kr
     

    "49년된 제방 물 샌다" 며칠 전 신고… 또 人災였다

    ["마치 쓰나미 몰려오듯…" 경주 안강읍 저수지 둑 터져 주택·상가 40여채 덮쳐]

    농어촌公 직원 현장 봤지만… 10년 전 정밀안전진단서도

    작년 점검 때도 '이상' 판정, 그런데도 한 번도 보수 안해

    공사 관리 저수지 3372개 중 87%가 30년 이상 노후화

    "예산 부족해 年100개만 보수"


    경북 경주시 안강읍의 산대저수지 둑이 터져 흙탕물이 인근 주택과 상가 40여채를 뒤덮었다. 관리 당국의 부실 관리와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였다.

    12일 오후 2시 5분쯤 산대저수지의 길이 210m·높이 12.2m 크기의 둑 가운데 부분 10m가량이 터지면서 2시간여 동안 23만4000여t의 흙탕물이 쏟아져나왔다. 농번기를 앞두고 있어 전체 저수량(24만6000여t)의 99%가 채워져 있었고, 이 중 95%가 흘러내린 것이다. 이 물로 산대저수지에서 500여m가량 떨어져 있는 안강읍 산대리 마을 주택 20가구, 상가 20채, 차량 5대 등이 침수됐고, 농경지 2㏊가량이 물에 잠겼다.

    식당주인 전유미(40)씨는 "사고가 날 때 마침 둑 바로 아래에 있었는데, 처음엔 (둑에서) 물이 졸졸 새어 나오더니 10분쯤 지나자 와르르 하고 무너졌다"며 "일단 대피했다가 정신을 차린 뒤 식당으로 달려갔더니 온통 물에 잠겨 있었다. 전기합선이 될까 봐 차단기부터 내렸다"고 말했다. 도로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봉원(39)씨는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듯 흙탕물이 덮쳤다. 가게 앞에 세워둔 자동판매기 2대가 물살에 넘어져 200여m를 떠내려갔고, 도로가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1대도 물에 둥둥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안강읍의 산대저수지 둑 가운데 부분 10m가량이 터져 저수량의 95%인 23만)의 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물로 500여m 떨어진 마을 주택 20가구, 상가 20채, 차량 5대, 농경지 2㏊가량이 침수됐다. 이 저수지 둑은 며칠 전부터 물이 샜지만 관리 당국의 대처가 늦어 결국 붕괴했다. /남강호 기자

    주택·상가보다 저수지와 더 가까운 에덴타운 아파트 단지 등은 주차장 일부가 물에 잠기고 차량 몇 대가 떠내려갔지만, 고지대여서 집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피해는 없었다. 안강읍사무소는 사고 발생 직후 방송으로 "아파트와 주택 1층의 주민들은 대피하라"고 알렸고, 소방관·경찰관·공무원 등 400여명이 출동해 주민 대피와 복구를 도왔다. 안강읍사무소 이정규 주무관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물은 도로와 상가 등에 약 50~80㎝가량 높이로 차 있었고, 상가 뒤쪽 주택들은 주로 마당이 침수됐다"고 말했다.

    사고는 낡은 저수지 배수관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진 배수관이 낡아 무너지면서 둑의 토사가 함께 무너졌고, 이때 가득 차 있는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둑 일부가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4년 한국농어촌공사가 만든 산대저수지는 준공 후 4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개·보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상반기 농어촌공사 경주지사의 점검 때 노후로 인한 문제가 발견돼 그해 9월 본사에 '정밀안전진단'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앞서 2003년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주의가 요망되는 C등급(A:양호~E:긴급 보수)을 받았었고, 지난달 13일엔 경주지사 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었다. 주민 이재희(61·농업)씨는 "며칠 전부터 물이 샌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나와 현장을 들러 보곤 했었다"며 "빨리 대응하지 못해 이런 사고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산대저수지 사고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관리하고 있는 저수지는 전국에 3372개. 이 중 30년 이상 된 것이 87%(2933개)에 달한다. 이 중 76% 2235개가 일반적 내구연한 50년을 넘은 것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노후 저수지가 많지만 예산이 부족해 연간 100여개밖에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한건연(토목공학) 교수는 "노후된 저수지가 전국적으로 많아 산대저수지 같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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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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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원칙과 자율 신봉자…'철의 여인' 잠들다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1970년대 말 영국 어디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시 영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근로자들의 잦은 파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중병 환자’일 뿐이었다. 강성노조와 과도한 복지로 상징되는 이른바 ‘영국병’은 1978~1979년 절정에 달했다. 정부가 ‘임금 인상률 5% 내 억제’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운수분야 근로자, 병원 근로자, 미화원, 장의사 등 150만여 공공분야 노동자들은 연일 파업을 벌였다. 거리엔 쓰레기가 넘쳐나고 응급실 환자들은 방치됐다. 1979년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은 위기의 국가로 전락한 영국을 나타내는 불명예스런 표현이다.

    ‘불만의 겨울’은 당시 야당인 보수당을 이끌던 마거릿 대처(1925~2013)가 노동당을 밀어내고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재임 1979~1990)에 오르는 무대가 됐다. 대처는 총리직에 오르면서 ‘영국병’ 치유를 위한 과감한 수술에 나섰다. 전후 영국 사회주의를 지탱시킨 기둥인 강경노조가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랐다. 대처는 9개월 동안 강경노조의 상징격인 탄광노조 파업에 맞서면서 ‘파업=인금인상’이라는 공식을 깼다. 공공지출 억제, 정부 차입 축소 등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회생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썼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과감한 시장경제 도입 역시 그의 대표작이다. ‘사회주의 문제점은 결국 다른 사람의 돈을 축내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경제 회생을 위한 대처의 사회·경제정책을 일컫는 ‘대처리즘(Thatcherism)’은 경쟁과 검약, 자율·자립이 골자다. 노동당 정부가 고수한 각종 국유화와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민간에 자율을 부여해 경쟁과 효율을 유도했다. 완전고용보다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였다. 케인스가 주창한 ‘정부의 개입’보다는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보이지 않는 손’을 더 신봉한 것이다. 집권 11년 만에 영국의 국내총생산이 23.3% 늘어나고 일자리가 33.3% 증가한 것은 그의 ‘작은 정부론’이 충분히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케인스로 대변되는 수정자본주의를 거부하고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을 중시한 그의 신자유주의가 빈부 격차가 화두인 요즘 도마에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원칙주의자이자 반공주의자였다. 포클랜드전쟁 등 국익을 위해선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지구촌에 평화의 물꼬를 트는 데도 기여했다. 또한 20세기에 견고했던 ‘유리천장’을 깬 선구자다. 대처 전 총리가 지난 8일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공과는 시대에 따라, 때로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영국병을 혁파한 불굴의 리더십과 자율을 중시한 대처리즘은 후대에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4, 5면에서 대처 전 총리의 생애와 신자유주의, 대처리즘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무상급식 철폐… "우유는 부모가 먹이는 것"

    잡화상 딸에서 영국 최초 여성총리로…

    지난 8일 사망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87)는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였다. 지금은 독일에도 메르켈 여성총리가 있으나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만 해도 여성에 대한 정치권과 유권자의 개방성은 요즘과 같지 않았다. 그런 정치적 환경에서 세 번에 걸쳐(1979~1990) 총리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3번 연임은 최초였으며 총리 재임 기간도 가장 길었던 ‘철의 여인’이었다.

    그는 1925년 영국 동부의 작은 도시 그랜섬에서 잡화상 가게 주인 알프레드 로버츠의 딸로 태어났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소매상들을 거의 천대하다시피했다. 물건을 팔아 이익을 올리는 것을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일로 여기는 사회주의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장사꾼들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하층민이라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적 도덕성이 그런 기조를 지탱해주던 시기였다.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가정형편이었지만 ‘옳지 않은 길은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철학을 공유하며 성장했다.

    # 11년간 통치'최장수 총리'

    대처는 옥스퍼드대학의 서머빌 칼리지를 졸업하고 1953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정치에 뜻을 둔 그는 1959년 보수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이후 주택장관 연금장관 재무장관 에너지장관 교육장관 교통장관 등을 두루 거쳤다.

    다양한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1974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히스 내각이 붕괴되면서 보수당 당수에 나설 수 있는 인생 최대의 분기점을 맞았다. 1975년 대처는 보수당 최초로 여성당수로 선출됐다. 4년 뒤인 1979년 선거에서 대처는 침체일로인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감세정책과 법질서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해 11년간 영국을 이끌었다.

    대처의 인생은 아버지와 남편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대처는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배웠다. 그랜섬의 잡화상을 하던 아버지(알프레드 로버츠)는 향후 그랜섬 시장이 됐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있었다.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중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이런 지적 굶주림 탓인지 딸을 지역에 있는 명문 여자학교에 보냈다. 어린 딸로 하여금 신문과 책을 많이 읽도록 지도했다. 아버지는 정치 행사나 강연에 딸을 데리고 다녔고 그런 장소에서 딸이 직접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하도록 독려했다.

    그에게 대처라는 성을 준 남편 데니스 대처(1915~2003)는 최대 후원자였다. 남편을 만난 것은 1949년 보수당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서였다. 다트포드의 보수당 후보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로 결정한 대처 전 총리는 여기서 10세 연상인 데니스를 만났다. 영화처럼 그는 억만장자 이혼남 사업가였다. 데니스는 대처의 선거 운동을 도왔고 시나리오대로(?) 1951년 둘은 결혼했다.

    대처는 데니스를 만나기 전에 화학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것. 억만장자와 결혼한 뒤엔 이런 것도 필요없어졌지만. 남편의 재정적인 지원과 전폭적인 외조 덕분에 대처 전 총리는 쌍둥이를 낳고도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일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자신을 ‘그림자 남편’이라고 부른 데니스는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가장 위대한 여성 중 한 명과 결혼했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데니스는 아내를 “보스(The Boss)”라고 불러 화제가 됐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대처는 후일에 “데니스 없이 나는 11년 이상 총리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성 노조 굴복시킨'뚝심'

    대처를 말할 때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클랜드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1982년 2월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섬을 무력점령하자 해군기동부대를 파견, 두 달 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냈다. 전쟁을 벌이기 전에 그는 칠레 피노체트를 설득해 영공을 영국군대에 개방토록 하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다.

    대처의 강단은 2년 뒤인 1984년 절정기를 맞았다. 가장 강력한 노조인 탄광노조의 전국파업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처는 타협 없이 174개 국영탄광 중 경제성이 없는 20곳을 폐업하고 2만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대응했다. 파업에 대한 강경진압과 동시에 미리 확보했던 석탄재고로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이듬해 노조는 파업을 풀었고 기세를 몰아 대처는 국가에 기대는 영국 복지제도를 혁파했다. 197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물가가 25%까지 치솟았던 영국은 이후 ‘철의 여인’의 지도력하에 재탄생하는 계기를 맞았다.

    대처는 초등학교 우유무상 보급도 없앴다. “우유는 부모가 먹이는 것이다. 가족이 파탄나서 우유를 못 먹이게 된 가족의 아이에 한해서만 국가가 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연인으로 종종 묘사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동시대에 시장과 개인의 자유, 작은 정부, 건전한 통화정책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주축이었다는 점은 역사의 드라마다. 대처는 1990년 유럽통합에 반대하다 당지도부의 반발로 총리직에서 사임했으며 1991년 정계를 은퇴했다. 치매가 그의 모든 정치적 추억을 앗아간 뒤 그녀는 매일 여행가방을 쌌다가 풀었다는 평범한 노인이 되고 말았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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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는 단지 더 현명하게 시작할 기회다"

    대처의 말말말…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생전에 명언(名言)을 많이 남긴 정치인으로 꼽힌다. 명쾌하고 도전적인 명언은 그의 정치와 인생노선을 읽을 수 있다.

    삶의 태도와 관련한 이 말은 유명하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좋은 습관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진짜 중요한 일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말도 유명하다. 아버지로부터 들었다는 이 얘기는 영국병을 고치는 데 있어 임전불퇴의 정신으로 나타났다. “실패는 단지 더 현명하게 시작할 기회일 뿐이다”와 “나는 언제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상 누구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말은 불굴의 투지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대처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과 가족은 있지만 사회? 그런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임을 강조한 자유주의 철학이다. “‘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 ‘나는 집이 없다. 정부가 집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사회에 전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 그런 건 없다. 정부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주의적 ‘국가책임론’을 반박한 것이다.

    내부의 적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포클랜드에서 외부의 적과 싸워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내부의 적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부의 적은 더 싸우기 어렵고 자유에 더 큰 위험이 된다.”

     

    [Cover Story] 신자유주의 전도사…빈부 격차 확대 '오명' 도

    뉴욕타임스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업적을 경제, 전쟁, 평화로 요약했다. 그는 포클랜드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영국인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국과 옛소련의 냉전 종식에 기여했고,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도 일조했다. 하지만 최고의 업적은 몰락해가던 영국 경제를 오른쪽(시장경제)으로 틀면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한 것이다. 그의 리더십이 집약된 ‘대처리즘’은 민간의 자율이 주도하는 시장경제가 핵심이다. 수정자본주의에 대응한 ‘신자유주의’도 대처에 의해 한층 뿌리가 견고해졌다.

    #'보이지 않는 손'의 고전경제학

    고전경제학을 설명하는 명확한 정설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를 시조로,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평균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한 맬서스, 무역에서 비교우위론을 강조한 리카도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학을 일컫는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경제체제에 자유주의라는 사상을 접목시킨 J S 밀에 의해 고전경제학이 완성됐다고 본다. 영국에서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수반하여 자본주의 경제가 성립하는 역사적 정황을 배경으로, 중상주의나 중농주의의 학설을 비판하면서 성립했다. 자유경쟁을 전제로 노동가치설을 택하며, 시장을 매개로 하는 생산·분배의 입체적 분석을 추진하여 경제학을 하나의 과학으로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대 경제학에서 고전적인 경제이론은 케인스가 ‘일반이론’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리카도, 밀, 마셜, 피구 등의 이론을 의미한다. 수요이론에선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낳는다는 ‘세이의 법칙’을 전제로 하고 임금이론에선 임금은 노동의 한계생산물과 동일하며 임금의 한계효용과 노동의 한계효용은 대등하다는 두 가지 공준(公準)을 채택한다.

    #'큰 정부'의 수정자본주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고전경제학은 1920년대 들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 공황이 몰아치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갔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고전주의를 반박하며 ‘수정자본주의’를 주창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른바 케인스주의는 총수요관리정책에 의한 경제 운용을 가리킨다. 경제가 불황일 때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늘어야 공급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케인스의 ‘절약의 역설’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케인스학파는 거시경제적 흐름이 개인들의 미시적 행동을 압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즉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이론적 배경이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취한 뉴딜정책은 바로 케인스의 주장을 정책에 적극 반영한 것이다.

    #대처리즘의 신자유주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고전경제학은 1920년대 들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 공황이 몰아치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갔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고전주의를 반박하며 ‘수정자본주의’를 주창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른바 케인스주의는 총수요관리정책에 의한 경제 운용을 가리킨다. 경제가 불황일 때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늘어야 공급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케인스의 ‘절약의 역설’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케인스학파는 거시경제적 흐름이 개인들의 미시적 행동을 압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즉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이론적 배경이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취한 뉴딜정책은 바로 케인스의 주장을 정책에 적극 반영한 것이다.

    케인스경제학은 1920~30년대 세계적 공황을 극복하는 데 이론적 뒷받침을 했으나 1970년대 이후 다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그 역시 고전경제학처럼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다. 장기적 스태그플레이션(경기는 침체되면서 물가는 오르는 경제 현상)은 케인스 이론에 의거한 경제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 정부개입을 강조한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를 반박하며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 이론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 재산권을 중시한다.

    신자유론자들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입장이다. 대처 전 총리가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취한 일련의 경제·사회적 조치를 총칭하는 ‘대처리즘’은 신자유주의 이론과 맥을 같이한다. 대처를 얘기할 때 대처리즘과 신자유주의가 혼용되는 이유다. 시카고학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미국 닉슨 행정부의 정책에도 반영되고,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신화폐수량설을 제창한 프리드먼, 모든 계획경제를 철저히 반대하고 경기순환 원인을 규명한 하이에크 등이 대표적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다.

    #도전받는 '신자유주의'

    세상에 만고진리의 경제사상은 없는 법이다. 자율과 경쟁, 개방 등이 핵심인 신자유주의도 21세기 들어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소득불평등과 일자리가 화두가 되면서 신자유주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탐욕스러운 경쟁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글로벌시대의 개방으로 빈국은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무역·환율 등 경제의 메커니즘이 복합해지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만 시장을 맡기기에는 경제덩치가 너무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한때 미국에서 ‘월가 점령’ 시위기 거셌던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금융문제를 주로 다룬 타임스 칼럼니스트 아나톨 칼레츠키는 저서 ‘자본주의 4.0’에서 정부가 간섭만 안 하면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경제이론은 정치선전의 형태로 타락했다고 주장한다.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가 있어야 시장경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보이는 손’의 역할이 커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 요구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경제학의 변천사를 공부해보자.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을 경제학적으로 비교하고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 토론해보자. 신자유주의가 도전받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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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메르켈 총리는 '대처리즘'이 롤 모델?

    원칙과 자율, 시장경제를 ���조한 ‘대처리즘’은 정치인들의 대표적 롤모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았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처리즘’을 자신의 선거메시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원칙을 바탕으로 한 강한 리더십이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과 대처 전 총리는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왼쪽 가슴 위에 단 브로치가 대처의 패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 자율과 규제 완화가 핵심인 대처리즘과 박 대통령의 경제관에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도 대처를 정치적 멘토로 삼고 있다. 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대처의 ‘강한 지도자 모델’이 아베의 추구점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투철한 국가관, 철저한 안보의식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것도 대처를 닮은 대목이다.

    ‘일본병’을 벗어나기 위해 강력히 추진 중인 ‘아베노믹스’도 영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대처의 공격적인 경제정책과 맥이 같다는 평가다.

    유럽에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처의 정치스타일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대표적 정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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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영웅인가 무법자인가

    1605년 11월5일 가이포크스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폭파하려다 실패한다. 왕실은 왕의 무사(無事)에 안도했지만 민중들은 그의 실패를 아쉬워하며 불꽃놀이를 했다. 이른바 가이포크스 데이의 연원이다. 이후 그의 얼굴을 비현실적으로 표현한 가면이 등장했고 가이포크스의 가면은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4일 국제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900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외적으로 어나니머스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이포크스 가면은 그들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이다.

    #北사이트 회원 명단공개 파문

    어나니머스의 한국 해커들은 4월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해 가입자의 정보를 빼내고 신상정보까지 공개했다. 그들은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 “김정은 사퇴” “북한을 직접 민주주의체제로 바꿀 것” “모든 시민에게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 제공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 해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오는 6월25일 북한 내부 인터넷망을 해킹해 북한 핵시설 전산망을 공격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과거 이란 핵시설이 미국의 컴퓨터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손상된 것과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북한 핵시설에 가하겠다는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국제 해커들의 모임이다. ‘우리가 군단이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2000년 후반부터 공개활동을 시작했고 정의와 표현의 자유, 인터넷 검열 반대 등을 주장한다. 이 단체는 핵심인물이 따로 있지 않고 누군가 공격계획을 제안하면 그 취지에 찬성하는 전 세계의 개인 해커들이 동참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들은 조직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누구나 어나니머스 회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나니머스 해킹의 희생양이 된 국가나 정부기관은 한 둘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이란 정부 사이트는 물론 미국 CIA·FBI·정부사이트까지 해킹당했다. 이번엔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들의 상세한 신원정보까지 무단으로 공개했다.

    #닮은꼴 사이트 위키리크스

    어나니머스의 한국 해커들은 4월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해 가입자의 정보를 빼내고 신상정보까지 공개했다. 그들은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 “김정은 사퇴” “북한을 직접 민주주의체제로 바꿀 것” “모든 시민에게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 제공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 해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오는 6월25일 북한 내부 인터넷망을 해킹해 북한 핵시설 전산망을 공격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과거 이란 핵시설이 미국의 컴퓨터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손상된 것과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북한 핵시설에 가하겠다는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공개적으로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를 지지한다. 실제로 위키리크스에 대한 자금 결제를 차단한 마스터카드 웹사이트의 디도스(DDoS: 여러 공격자를 분산 배치해 동시에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게 하는 해킹 방식) 공격을 어나니머스가 주도하며 확실한 우호군을 자처한다. 위키리크스는 2006년 12월 등장했고 정치·외교 분야의 공문서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비밀문서까지 빼내 폭로한다. 창업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미국의 대형 은행 관련 문건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그 은행’으로 소문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가가 단숨에 7%나 폭락할 만큼 그들의 힘은 막강하다. 2011년 9월2일 위키리크스는 미국 외교문서 25만1287건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이 문서에는 각국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 정보까지 담겨있음에도 위키리크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문서 전체를 공개했다.

    위키리크스의 끊임없는 기업·정부의 정보 폭로에 그들을 마치 ‘의적(義賊)’처럼 보는가 하면 글로벌 정보 민주화를 실현했다는 우호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정보의 투명성이라는 절대적인 원칙을 위한 것으로 포장한 채 세상의 관심을 끌고 또 다른 악의를 숨긴 행동일 수도 있다. 위키리크스의 무분별한 정보 공개는 그들이 비판하는 정보를 쥐고 있는 권력만큼이나 무책임하다.

    #폭로 vs 정보보호

    30년 전 미국의 베트남전쟁 비리를 담은 기밀문서 ‘펜타콘 보고서’의 유출 사건이 있었다. 펜타곤 보고서 책임자였던 대니얼 엘스버그는 보고서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자 보고서 7000쪽을 복사해 뉴욕타임스에 넘겼다. 어나니머스나 위키리크스가 해킹으로 정보를 빼내는 것과 비교하면 정보 폭로의 기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해킹기술이 발달하면서 해킹과 정보 폭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잦아지고 있다. 위키리크스와 어나니머스 같은 해커 단체·사이트들은 정보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거대 기관과 개인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보 폭로는 사실관계를 떠나 사람들로 하여금 지레짐작으로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소모적인 사회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한 폭로는 부당하게 피해보는 사람이 많고 그 피해를 복구할 수 없어 심각성이 더 하다.

    숨을 곳이 없는 투명한 사회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진다. 국가에 의한 정보 독점이나 거짓 정보로부터 국민은 자유롭고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돼야 함도 물론이다. 하지만 야구 경기의 포수와 투수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인 손 동작 의미가 상대팀과 경기에 참여하지도 않은 모든 이에게 폭로될 필요가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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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킹 당한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對南 선전용 사이트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조평통) 인터넷 선동매체이다. 이 사이트는 조평통의 성명과 담화 내용 등을 게시하고 북한 신문인 ‘로동신문’ 등의 기사도 게재한다. 2010년 8월부터는 트위터와 유트브 계정까지 운영하며 영어와 중국어로까지 발간하는 기사도 사이트에 올려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에 의해 우리민족끼리 사이트가 해킹당했다.

    이 사이트의 회원 가입자 9001명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가입한 회원의 자세한 신원정보가 공개되었고 9001개 이메일 계정 중 국내 이메일 계정이 2000여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메일(hanmail.net) 1446개 △ 네이버(naver.com) 221개 △ 다음(daum.net) 68개 등이다. 삼성과 LG 등 일부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쓰는 이메일 계정과 언론사 이메일 주소도 31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회원으로 지목된 이들 중 업무나 연구 목적 또는 단순 호기심으로 가입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민족끼리 가입자로 지목된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 일이라 가입한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른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측에선 국내 이메일 계정으로 가입한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신상털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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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Issue] 대통령 한명 잘 뽑으니…멕시코에 글로벌 자금 몰린다



    그는 지난해 7월 대선 때까지만 해도 독재로 악명 높던 부패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 그를 국민은 선택했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탓이다. “부패 정권이 돌아왔다”는 탄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얘기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페냐 니에토가 독과점 기업 해체 등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멕시코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38%였던 페냐 니에토의 최근 지지율은 60%까지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 새 영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니에토믹스' 칼 빼든 멕시코

    그는 지난해 7월 대선 때까지만 해도 독재로 악명 높던 부패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 그를 국민은 선택했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탓이다. “부패 정권이 돌아왔다”는 탄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얘기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페냐 니에토가 독과점 기업 해체 등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멕시코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38%였던 페냐 니에토의 최근 지지율은 60%까지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 새 영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니에토 정부는 각종 개혁을 통해 경제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그는 독과점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송통신사업 개혁안을 발표하고 공정한 경쟁 유도에 나섰다. 또 42년 만에 고용·해고를 유연하게 하는 노동법 개편을 준비하는 등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의 개혁안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멕시코 경제에 반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년간 멕시코 증시의 주가지수인 IPC지수가 17% 이상 오르는 등 멕시코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며 “지난해 570억달러(약 62조원)에 달하는 돈이 멕시코 주식과 채권시장에 몰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에 투자된 금액보다 5배 더 많은 금액이다.

    기업공개(IPO)도 활발해졌다. 올해만 15개 대형 업체가 멕시코 증시 상장을 예고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BBB인 멕시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페냐 니에토가 실시하고 있는 전방위적 경제 개혁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인 덕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내 목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빈곤 퇴치”라며 “멕시코의 변화를 위해 독과점 기업부터 해체하겠다”고 외쳤다. 독점 기업인 국영 석유회사의 지분부터 민간에 팔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멕시코로 향하기 시작했다.

    #제조업기지로도 부상

    몇 년 전만 해도 멕시코는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에 뺏기고 미국 경제 둔화로 인해 경기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보다 멕시코 인건비가 3배 이상 비쌌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제조업 인건비가 연평균 15~20%씩 급등하면서 그 격차가 1.4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북미지역에 수출할 경우 수송비와 물류 효율성을 고려하면 제조업 기지로 중국보다 멕시코가 경쟁력이 높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려면 보통 30일이 걸리지만 멕시코에서는 이틀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 세계 자동차·가전·의료기기 업체들이 대거 멕시코에 진출해 생산공장을 확대하는 등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배경이다.

    멕시코는 북미지역 기업 생산기지 역할뿐 아니라 중산층 확대에 따른 소비시장 역할도 하고 있다. 제조업 확대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만큼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산층이 소비를 확대하면서 이것이 다시 제조업 활황을 가져온다. 또 제조업 호조가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비 확대로 연결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인구 1억2000만명인 멕시코는 세계 9위의 소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멕시코 소비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미국은 멕시코 수출의 80%, 수입의 5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또 미국에서는 3000만여명의 멕시코인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멕시코 가족에게 송금하는 달러화가 그대로 소비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페냐 니에토의 개혁정책에다 멕시코에 유리하게 변한 세계 경제 환경이 겹치면서 멕시코 경제가 뜨고 있다.

    #여소야대도 대화로 돌파구

    멕시코 의회는 여소야대다. 그럼에도 페냐 니에토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야권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 직후 그는 야당 대표와 차기 정부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시작했다. 두 야당은 한 달씩 돌아가며 여야협의체 대표를 맡아 차기 정부의 큰 틀을 만들었다. 전임 정부의 장관과 좌파 야당의 전 대표는 내각에 영입했다.

    이 덕에 페냐 니에토는 취임 직후 두 야당 대표와 함께 95개 개혁 조치를 담은 ‘멕시코를 위한 협약’을 발표할 수 있었다. 취임 1주일 만에 교육개혁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여소야대의 상·하원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미국 매체 CSM은 “여야가 싸우고 있는 미국 정치권은 멕시코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멕시코 경제를 낙관하기보다는 개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냐 니에토가 부패 기업 등과 비리로 엮인 PRI의 굴레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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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대통령 니에토는 …부패정당 후보 이미지 씻고 개혁 전도사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는 1966년 국영기업 직원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0년대 시민단체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멕시코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인 멕시코주의 주지사로 당선, 멕시코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주지사 시절 결단력과 야당 정치인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력을 보여줘 자질을 인정받았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지 3년 만인 2010년 배우인 앙헬리카 리베라와 재혼했고, 이후 정계뿐 아니라 대중에도 이름을 알렸다. PRI의 대선후보로 2012년 8월 대선에서 승리해 12월1일 공식 취임했다.

    처음부터 페냐 니에토를 향한 눈길이 고왔던 것은 아니��다. 그가 속한 PRI는 과거 71년간 멕시코를 지배하며 비리와 부패로 얼룩졌다. 작년 대선 당시 “깔끔한 외모의 페냐 니에토를 내세워 부패 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개혁은 말뿐이고 결국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하자마자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방송·통신 시장을 장악한 재벌 그룹을 향해 ‘독점 철폐’의 칼을 빼들었다. 방송·통신 분야 독점 규제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것.

    칼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세계 1위 부자 카를로스 슬림이 소유한 통신회사 텔멕스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과거 모종의 뒷거래로 국영 통신회사였던 텔멕스를 슬림에게 넘겨줬던 PRI의 과오를 페냐 니에토가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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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우울' 담은 하루키 신작… 日 서점가는 웃는다

    철저히 비공개됐던 '색채가 없는…' 공개 첫날, 구입하려는 독자 줄이어

    "대학 2학년이었던 7월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다"(하루키 새 소설 '색채가 없는…'의 첫 문장)

    출판 불황으로 울상인 일본 서점가가 '하루키 특수'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4)가 3년 만에 출판한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 판매가 12일 일본의 전국 서점에서 시작됐다. 이날 새벽 0시부터 판매를 시작한 도쿄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에는 150여명의 독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주요 서점들도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부터 소설 판매를 시작했다.

    출판사 분게이슌주(文芸春秋)는 지난 2월 무라카미의 새 소설을 조만간 발매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책 내용은 물론 제목도 공개하지 않았다. 책 내용을 철저하게 숨겨 관심을 증폭시키는 전략은 일단 주효했다는 평가이다. 출판사가 선주문을 받아 인쇄한 책만 50만권이다. 출판업계는 무라카미 새 소설이 전작 '1Q84'(770만부 판매)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철도 회사 엔지니어인 36세 독신 다자키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고향의 고교 시절 친구 4명으로부터 갑자기 절교를 당한다. 고독한 나날을 보내던 다자키가 한 여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16년 전 절교 당한 이유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전작 '1Q84'처럼 살인청부업자 등 개성 넘치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스스로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공감의 폭을 넓힌다"고 전했다. "읽기 쉬운 대중적인 작품",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을 의식한 듯 격려의 말들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책은 370쪽. 제목에 등장하는 '순례의 해'는 낭만파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집에서 따왔고, 책 표지의 그림은 미국의 색면추상 화가인 모리스 루이스(1912~1962)의 작품이다.

    책 발매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트위터에도 속속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교보문고 류영호 신사업개발팀 차장은 "일본의 독서 열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 정도면 거의 애플 신제품 오픈데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부럽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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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쓴소리도 달게… 세상을 움직인 자는 '말의 達人'이었다

    수많은 고전 속의 '論辯' 모아 정리… 현대에도 통하는 말의 기술 보여줘

    쟁경|자오촨둥 지음|노만수 옮김|민음사|988쪽|3만8000원

    춘추시대 제(齊)나라 군주인 경공(景公)의 패션 취향은 특이했다. 한번은 노나라 장인에게 구슬과 옥으로 장식한 황금 신발을 만들게 해 신고는 눈 오는 날 조회에 들어갔다. 신발이 너무 무거워 걷기조차 힘들었다. 말솜씨가 좋은 데다 직언을 하기로 유명한 대부 안영(晏嬰=晏子)이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지금 황금 신발을 한겨울에 신고 계시니 차가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신발이 너무 무거워 절도가 없으니 신의 본래 기능을 넘어선 것일뿐더러, 삶의 도리에도 어긋난 것입니다."

    안 그래도 신하들 앞에서 머쓱해 있던 경공에게 안영이 말을 이었다. "노나라 장인은 대왕의 편하고 바른 삶을 해쳤고, 기이한 장식으로 공을 제후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었으며, 재물을 쓴 보람도 없이 백성의 원망을 사게 했습니다. 벌을 주소서!" 장인은 국경 밖으로 추방됐고 경공은 다시는 그 신발을 신지 않았다. 은근히 '책임 소재'를 신발 장인에게 돌림으로써, 군주는 자기 체면을 살리면서도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1000페이지에 가까워 휴대조차 어려운 이 책은 중국사 숱한 인물들의 '논변'으로 가득하다. '논변사화(論辯史話)'인 원제를 '쟁경(爭經)'이란 한국어판 제목으로 지나치게 '격상'시킨 이 책은 단점이 많다. 수많은 고전 속에 들어 있는 논쟁이나 토론·논박·설득·협상들을 뽑아 인물·연대기별로 나열했기 때문에 무척 난삽하며, 각 논변의 역사적 맥락도 정확히 짚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한번 집어들면 의외로 술술 읽힌다. 이십오사(二十五史)부터 '자치통감' '논형' '염철론' '정관정요' 등의 쟁쟁한 원 사료 중에서도 논변 부분은 특히 독자의 흥미를 돋우며 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원서의 많은 오류를 바로잡고 잔글씨로 40쪽이 넘는 역주를 새로 단 번역의 내공도 만만찮다.

    저자가 '장강(長江)의 굽이치는 물결과 솟구치는 물보라의 꼭지점'이라며 장렬하게 표현할 만큼, 경탄을 자아낼 정도로 인생과 세계를 통찰하는 말(言)이 많다. 장자는 "배불리 잘 먹다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희생물로 끌려가는 돼지가 되지는 않겠다"며 벼슬을 거부했고, 묵자는 "숙명론은 폭군이 만들어 낸 것으로 어진 사람의 말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순우곤은 "큰 새가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고 있다"며 군주의 게으름을 깨우쳤으며, 육가는 "말을 타고 천하를 얻었을지언정 말을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고 했다. 송나라 태조 조광윤은 신하들과 술자리에서 "인생이란 흰 망아지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덧없이 지나간다"며 눈물을 흘린 뒤 다음 날 신하들의 군사권을 모두 빼앗는 교묘한 정치력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잠언집이나 인용 원전부터 경영서나 프레젠테이션 지침서까지 매우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 특히 1장에서 전국시대 책사들이 오직 자신의 '혀'만 갖고 천하를 종횡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 뜻을 어떻게 소통시켜 상대방을 설득하느냐'는 것은 능력만으로 출세해야 했던 당대의 지식인들에게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유석재 기자]

     

    쟁경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

     

    .5000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우수한 논변의 사례를 가려 뽑은 책. 고전 속에 담긴 상소문, 표(表), 소(疏), 계(啓), 서(書), 기(記), 논(論), 설(說) 등을 ‘논변’이라는 렌즈로 분석하고 정리하여 논변의 역사적 기원, 변천 과정, 기능 및 효과 등을 따져 오늘날 현대인에게 유용한 삶의 지침을 제공한다.

    사리의 옳고 그름을 밝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자기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투고, 여럿이 서로 의논하고 상대를 깨우치기 위해 말하는 논변, 논쟁의 역사는 동양사만큼이나 유구하다. 춘추 전국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중국 역사에서 빼어난 논변을 펼친 100여 명의 인물 이야기는 5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시사점을 준다.

    반박을 위한 반박이나 궤변을 위한 고도의 형이상학이 아닌, 겸애·평화·자유 같은 진리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복무하는 논변이야말로 참된 ‘이기는 기술’이다.

     

    1부 책사들이 천하를 종횡하고 논술의 백가쟁명이 일어나다 ? 춘추 전국 시대 13
    탁월한 안목과 빼어난 논변으로 제나라 환공을 중원의 패자로 만들다 ? 관중 15
    키 작고 볼품없는 외모에서 촌철살인의 말솜씨를 뽐내다 ? 안자 27
    강대국 사이에서 정나라를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들다 ? 자산 48
    백성 편에 서서 통치자에 맞선 중국 최초의 직업 변호사 ? 등석 61
    성스러운 척, 아는 척을 그만두면 천하가 평안하다 ? 노자 67
    비유를 통해 진리를 드러내다 ? 공자 75
    네 나라로 출사하여 춘추 대륙의 판도를 크게 변화시키다 ? 자공 92
    천하가 어지럽거늘 마땅히 의로움을 행해야 하지 않는가 ? 묵자 105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고 군주는 하찮다 ? 맹자 121
    자유를 갈망하고 권세를 가벼이 여기다 ? 장자 134
    부귀를 헌신짝처럼 여기고 고결한 뜻을 지녀 숨어 살다 ? 진중 148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 학식이 풍부하고 절묘한 비유로 변론하다 ? 혜시 158
    논리학자들이 기괴한 논변 명제로 자아도취에 빠지다 ? 변자 학설 21사 173
    괴이한 논변으로 천하를 놀라게 하다 ? 공손룡 183
    숨어 사는 은사였지만 말재주로는 겨룰 만한 맞수가 없다 ? 위모 195
    송곳 끝이 자루를 뚫고 나오다 ? 맹상군 205
    교묘한 수수께끼와 익살스러운 언사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다 ? 순우곤 215
    한 차례의 논변으로 평범한 악공에서 제후국의 상국이 되다 ? 추기 227
    부귀에 얽매이느니 가난할망정 자유롭게 살자 ? 노중련 235
    오랑캐 옷을 입고 조나라를 강대국으로 일으켜 세우다 ? 무령왕 247
    상대를 감동시켜 설득하는 유세의 기술 ? 귀곡자 258
    세 치 혀로 치욕을 극복하고 재상의 자리에 오르다 ? 장의 270
    합종책을 주도하여 육국이 다함께 진나라에 맞서게 하다 ? 소진 282
    죄인의 몸으로 진나라로 달아나 말재주로만 재상이 되다 ? 범저 295
    무혈 혁명처럼 손쉬운 논변의 승리로 역사에 길이 남다 ? 채택 307
    호랑이와 같은 진나라에 땅을 떼어 줄 수는 없다 ? 우경 315
    죽음을 두려워하면 삶을 얻을 수 없다 ? 모초 324
    백성을 위하지 않는 논변은 정치의 가장 큰 재앙이다 ? 순자 329
    타고난 말더듬이였으나 명석한 두뇌로 법가 사상을 집대성하다 ? 한비 340
    천하를 통일한 재상이 명예와 이익만을 좇다 비참하게 퇴장하다 ? 이사 353


    2부 백가쟁명이 끝나고 궁정 논변이 펼쳐지다 ? 양한?위진 남북조 시대 367
    세 치의 혀를 놀리니 제나라 왕이 유방에게 귀순하다 ? 역이기 369
    말 등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 육가 377
    하늘이 준 기회를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는다 ? 괴통 384
    제자백가를 내치고 오로지 유학만을 존숭하다 ? 동중서 397
    익살스러운 농담으로 난제를 교묘하게 풀어내다 ? 동방삭 406
    흉노에서 19년 동안 억류되었으나 투항하지 않고 청사에 길이 남다 ? 소무 417
    소금과 철의 국영화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가? ? 염철 회의 427
    황제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다 ? 장석지 443
    전국 시대 책사들의 지략과 논술을 엮어 『전국책』을 펴내다 ? 유향 448
    썩은 나무는 기둥으로 쓸 수 없고 비천한 사람은 주인이 될 수 없다 ? 곡영 459
    무릇 논변이란 사실과 어긋나면 효과를 볼 수가 없다 ? 왕충 469
    방 하나를 청소한들 천하의 더러움이 씻겨 나가겠는가! ? 진번 482
    유가, 불가, 도가를 집대성하다 ? 모자 492
    꾀가 많고 지략이 풍부해 귀신처럼 앞날을 예상하다 ? 제갈량 501
    오나라와 촉나라는 ‘입술이 헐면 이가 시린’ 사이와 같다 ? 등지 510
    글을 쓰는 것은 본성의 발로이다 ? 진복 514
    사람다운 사람의 말이 없어지면 나라가 망한다 ? 유총 520
    충신을 살해하고 폭정을 펼치니 언로가 막히다 ? 석호 532
    살인마 폭군이 부끄럼도 모르고 교활한 궤변을 늘어놓다 ? 부생 541
    불교에 귀의해 황제로서의 허물을 감추다 ? 소연 549
    불교를 비판하고 무신론 사상을 널리 퍼뜨리다 ? 범진 561


    3부 쟁신을 육성하여 궁정 논변의 황금기를 이루다 ? 당나라?송나라 시대 575
    겸허하게 간언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하면 반드시 고치다 ? 당태종 577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 ? 위징 592
    과거는 미래의 스승이다 ? 무측천 601
    군주는 사해를 집안으로 삼으니 어느 것인들 집안일이 아니랴 ? 적인걸 622
    ‘황충 박멸 논변’으로 메뚜기 떼의 재난에서 백성을 구하다 ? 요숭 634
    하늘을 놀라게 하고 귀신을 울게 하다 ? 한유 643
    산림은 너무나 쓸쓸하고 속세는 너무나 시끄럽다 ? 백거이 655
    말재주 좋은 송나라 태조가 술잔을 돌리며 병권을 쥐다 ? 조광윤 665
    하늘은 악을 징벌하고 선을 권장하는 데 언어를 쓰지 않는다 ? 손석 674
    천하의 근심을 먼저 걱정하고, 천하가 즐거워진 다음에 즐거워하다 ? 범중엄 684
    공공을 위하여 뭉치면 참된 붕당이다 ? 구양수 694
    개혁에 대한 투철한 신념으로 보수파와 극렬하게 논쟁하다 ? 왕안석 704
    악한 세력과 투쟁할 때는 털끝만큼도 물러서지 않는다 ? 정호 717
    살아서는 위학으로 탄압받다 죽은 뒤 신유학의 종사로 부활하다 ? 주희 724
    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면 오랑캐들은 반드시 남하한다 ? 이강 735


    4부 소수 민족 정권과 함께 논변의 격변기를 맞다 ? 원나라?명나라?청나라 시대 749
    벼슬아치가 백성을 보살펴야지, 백성이 벼슬아치를 보살피랴! ? 개묘 751
    불교 맹신이 원나라의 멸망을 자초하다 ? 장양호 756
    빈농 출신 황제가 탐관오리를 엄중하게 처벌하다 ? 주원장 765
    꼬리가 너무 커서 몸통을 흔들 수 없으면 후환이 생긴다 ? 주윤문 774
    신하는 죽을지라도 두 임금을 섬길 수는 없다 ? 방효유 783
    환관이 대권을 틀어쥐고 국사를 전횡하다 ? 왕진 792
    군주를 행락의 늪에 빠뜨려 천하를 어지럽히다 ? 유근 801
    하늘도 사람의 마음이 없다면 누가 그것을 높다고 우러르겠느냐? ? 왕수인 813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황제에 맞서다 ? 해서 823
    평생 다 갚지 못한 나라의 은혜를 혼백으로 남아 보답하리라 ? 양계성 837
    과감한 개혁 정치로 난세를 구하다 ? 장거정 853
    주색에 빠진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린들 바다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 만력제 864
    선비는 한가하게 머물러도 뜻은 세상일에 열중해야 한다 ? 동림당 876
    고자 무리의 우두머리가 대권을 잡고 천하를 기울게 하다 ? 위충현 887
    쉰 살 이전의 나는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 이지 902
    뛰어난 논변으로 ‘다민족 왕조’ 청나라의 지배 체제를 확립하다 ? 옹정제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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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멸의 저자들] 모순적 세상 타파하기 위해 경계인의 삶을 산 비평가… 그는 '지성적 아웃사이더'



    [에드워드 사이드]

    이스라엘 군에 돌던진 컬럼비아대 교수

    팔레스타인 출생, 미국 살며 기독교 믿어

    "한국, 美제국 비판하며 왜 中엔 침묵하나"


    불과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저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1935~2003)는 평생을 망명객과 변경의 지식인으로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하루아침에 집과 나라를 잃고 부모를 따라 이집트의 카이로로 이주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난민이라고 차별과 놀림을 받자 고교 시절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사이드에겐 돌아갈 조국과 고향이 없었다.

    그는 늘 '다른 것'과 동거했다. 집에서는 아랍어를 썼지만 대학에서는 영어로 강의하는 영문학 교수였고, 아랍인이었지만 이슬람교도가 아닌 기독교도였으며, 팔레스타인 사람이었지만 무슬림 테러리즘에 대한 신랄한 비판자였다. 그는 또 아라파트에 의해 팔레스타인 망명 국회의원에 임명되었지만 아라파트의 급진 정책을 비판하고 사임했으며, 미국에 살았지만 워싱턴의 편파적 중동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아랍 세계와 미국, 이슬람과 기독교, 그리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 선 외로운 지식인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스스로 선택한 망명객"이라고 불렀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편견을 다양한 문헌 분석을 통해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비판한 명저다. 이 책 서문에서 사이드는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만든 것은, 어린 시절, 두 식민지에서 자라난 동양인의 자각이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에서 나는 서구식 교육을 받았지만, 어린 시절의 깨달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고 썼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이드에게 글쓰기나 문학비평은 곧 비극적 개인사와 그것을 초래한 서구 근대사에 대한 문학적이고도 지적인 성찰이었다. '세상과 텍스트와 비평가'라는 저서에서 사이드는 예술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문학비평은 순수해서는 안 되고 현실적이고 세속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자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예술과 현실이 괴리될 때, 한 손으로는 릴케의 시를 읽으며, 다른 손으로는 유태인 학살 승인 서류에 서명한 나치가 생긴다"고 말하며, 예술은 곧 현실의 반영이며, 그것을 산출한 시대적, 사회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드는 또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프린스턴대 졸업생에 하버드대 박사이자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였지만, 중동을 방문했을 때는 팔레스타인 항의 시위대 선봉에 서서 이스라엘 진압군에게 돌을 던졌고, 미국 TV에 자주 나가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사이드는 평생 집 주소를 숨기고 살았다. 이슬람 옹호자라는 이유로 유태인 급진주의자들이 테러 위협을 했기 때문이다. 테러 위협에 시달린 사이드가 유태계 지식인들로부터 같은 이유로 "지적 테러리스트"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다.

    한편으로는 이슬람을 옹호했지만, 사이드는 사담 후세인을 비판했으며 극단적 민족주의도 경계했다. 그는 저서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방어적이고 보수적이며 심지어는 편집증적인 국수주의가 유감스럽게도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로 하여금 타문화를 비하하고 자신들의 문화만을 숭상하고 찬양하도록 주입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사이드는 평생 아웃사이더로 살다가 저세상으로 갔다. 그러나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사이드는 "내가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부를 때, 그것은 슬프거나 박탈당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국주의가 나누어놓은 두 세계에 다 속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두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사이드는 12세기 유럽의 성직자 성 빅터 유고가 한 말을 좋아한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어린아이와도 같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자기 나라처럼 느끼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곳을 다 타국처럼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사람이다."

    그의 태도는 자기 조국에만 매달리는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한다. 1996년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사이드는 한국인들은 왜 미국의 제국주의만 비판하고, 중국의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고 의아해했다.

    사이드는 좌파 지식인이었지만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었고, 팔레스타인 사람이었지만 결코 이스라엘을 증오하지 않았다. 백혈병에 걸렸을 때도, 사이드는 뉴욕의 유태계 병원인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에서 유태계 의사들의 치료를 받으며, "유태인들이 나를 치료하다니 아이러니지" 하고 말했다. 사이드는 갔지만, 그가 남긴 거대한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커다란 깨침을 드리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더 알고 싶다면…]

    오리엔탈리즘 이론적 배경 '시작'… 삶의 여정 쓴 '아웃 오브 플레이스'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저서들은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리엔탈리즘'과 '세상과 텍스트와 비평가', 그리고 '문화와 제국주의'는 사이드의 사상을 읽어내는 데 필수적인 책들이다. 여기에다 망명객으로서 그리고 변경의 지식인으로서 사이드의 삶의 여정을 함께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자서전 '아웃 오브 플레이스(Out of Place)'를 권한다.

    미셸 푸코의 이론을 미국에 처음 본격적으로 소개한 '시작(Beginnings)'이라는 책은 그가 '오리엔탈리즘'을 쓰게 된 이론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저서이다. 사이드는 독주회도 열었던 피아니스트다. 그가 이스라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나눈 대담을 수록한 '평행과 역설'은 음악과 사회와 역사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탐색하면서, 동양과 서양, 그리고 아랍과 이스라엘의 화해와 공존을 추구한 사이드의 후기 사상을 잘 드러내준다. 국내 학자들의 사이드론을 모은 책인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도 사이드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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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과 맛있는 만남] 강석희 CJ E&M 대표 "학교서 우등상 준다길래 우동 주는 줄 알았죠"

    “제주도에서는 국수를 ‘우등’이라고 부릅니다. 우동의 제주 사투리가 우등이죠. 일곱 살 때 초등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았는데, 상품으로 진짜 국수를 주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다가 공책을 주길래 울어버렸죠. 하하….”

    제주시 애월읍 출신인 강석희 CJ E&M 대표는 국수마니아다. 서른다섯 살 때 생선회를 처음 먹어봤고 그 전까지는 주로 국수를 찾아 다녔다. 1980년대 입사 초기에는 서울 무교동 뒷골목의 쫄면집을 찾아 다녔고 국수를 한꺼번에 7인분씩 먹어치우기도 해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도 했다. 친구들은 그를 보고는 “씹지도 않고 삼킨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가 서울 쌍림동에 있는 CJ제일제당 빌딩 지하 면요리 전문점 ‘제일제면소’를 인터뷰 장소로 잡은 게 이해가 갔다. 그는 제일제면소의 인기 메뉴인 소고기 샤부샤부를 먼저 주문했다. “제가 잔치국수를 좋아하지만 국수 한 그릇만 하기는 그렇죠. 우선 국물이 시원한 샤부샤부 먼저 드셔보세요.”

    강 대표는 제일제당 제약사업부 영업맨 출신이다. 지금까지 제약 부문에서만 25년을 일했고, CJ미디어 영업본부장으로 옮긴 2004년에야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에 입문했다. 그는 여전히 영업예찬론자다. 젊었을 때 사람을 가장 발전시키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뛰고 부딪치며 얻는 경험이라는 게 지론이다.

    “사무직에 근무하는 사람은 큰 톱니바퀴의 톱날 하나라 할 수 있지만, 영업사원은 작지만 완전한 톱니바퀴 그 자체죠. 영업이 단순히 장사만 하는 것 같지만 영업사원 한 명 안에는 해당 사업의 세계가 다 들어 있습니다.”

    미디어와 제약사업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 바로 “하루 만에 적응했다”고 답했다. 그가 선호하는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접근법 덕분이었다. “영업사원 시절 세상엔 바이어와 세일러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남녀가 사귀는 것도 서로 매력을 사고파는 것의 일종이지요. 미디어로 넘어왔더니, 세상에는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만 있더군요.”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를 그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처음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가 없으면 못 마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강 대표는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고, 입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많이 쓰게 된 다음에는 콘텐츠가 우위에 선다고 했다. 이것이 콘텐츠와 플랫폼의 ‘섭리’고, 결국 둘 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창작자가 돈을 많이 벌어야 옳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 다 중요합니다. 플랫폼에는 돈이 많이 들죠. 대표적 플랫폼인 백화점이나 극장을 지으려면 엄청난 설비 투자비가 들어갑니다. 학교, 병원 다 마찬가지예요. 플랫폼이 없으면 어떻게 콘텐츠가 소비자를 만납니까. 페라리와 포르쉐가 아무리 좋아도 아우토반이 없으면 달릴 수 없는 것이죠.”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을 모두 경험한 그라서 납득이 갔다. CJ미디어 시절, 콘텐츠사업자(PP)로서 플랫폼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채널번호를 유지해 달라고 읍소한 경험도 있고, CJ CGV 대표로 있을 때는 ‘갑’이 돼서 콘텐츠를 선별하기도 했다.

    그는 플랫폼의 힘은 ‘고객의 선호도와 지명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고객은 원하는 상품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런 고객을 어떻게 하면 끌어오고 지킬 것인가가 플랫폼 사업자의 영원한 숙제다. 그는 CGV에서는 CJ E&M이 만든 영화를 많이 배정하고 오래 상영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고객이 외면하면 상품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플랫폼의 성격을 무시한 감성적인 생각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고 했다.

    “화살에는 촉이 있고 대와 깃이 있는데, 화살촉이 예술영화입니다. 이게 있어야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들이 나옵니다. 이른바 전위죠. 화살의 중심이 되는 ‘대’는 상업영화입니다. 이런 균형이 잘 이뤄져야 화살이 잘 날아가죠.”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메인 메뉴’인 잔치국수가 나왔다. 손바닥만큼 큰 두부가 면 위에 올라 있는 게 특이했다. 두부 위에는 계란말이와 양파, 파 같은 고명이 알록달록했고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은 싱거운 듯 하면서도 묘하게 짭쪼름했다. 후룩후룩 면을 먹는 소리에 잠시 대화 속도가 느려졌다. 강 대표가 다시 옛날 얘기를 꺼냈다.

    “제가 사는 동네와 좀 떨어진 중학교에 가는 바람에 12세 때부터 혼자 자취를 했어요. 도시락 싸기가 싫어서 점심을 많이 굶었습니다. 그러고선 저녁 때 집으로 와서 꼭 국수를 삶아 먹었죠. 자취할 무렵인 1968년쯤의 석유와 두부 값은 아직도 기억해요. 2ℓ들이 병에 든 석유가 36원, 두부 한 모가 7원이었습니다. 이 국수에는 두부가 올라와 있어 옛날 맛이 나요.”

    CJ E&M은 지난해 ‘광해’와 ‘늑대소년’ 등의 영화를 성공시키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몇몇 영화가 흥행하고 ‘응답하라 1997’ ‘슈퍼스타K4’ 등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문화를 CJ가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었다. 강 대표는 이런 비판들이 상당히 억울한 눈치였다.

    그는 “문화산업은 돈을 잘 벌기 힘든 비즈니스”라고 했다. 몇몇 영화가 성공하면 겉보기에는 많이 남는 것 같지만 과거까지 따져보면 기획과 투자가 실패해 영화 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지만, CJ E&M이 ‘K컬처’를 갖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국가 이익 극대화에 힘쓰는데도 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문화산업이라는 게 사실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사업입니다. 한국문화를 알리면 한국 제품과 음악, 음식을 좋아하고 여행도 많이 오게 되죠. 부대 효과가 큰 사업입니다. 그런데 돈은 돈대로 투자하고 벌지는 못하는데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땐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요.

    "학교는 훈련소, 사회는 전쟁터…진정성 있어야 생존"

    그럼에도 CJ E&M은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오는 8월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의 중국 진출도 기대를 모은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엠넷 채널을 가동 중이고, 아시아 각국을 돌면서 여는 ‘MAMA(Mnet Asian Music Awards)’도 이제는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그는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10곡의 한국 음악을 다운로드받아 매일 1~2곡씩 듣게 되는 세계인의 모습을 꿈꾼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체 제작이 필수입니다. 1960년대 제약회사들은 크게 연구·개발 중심 회사와 마케팅 중심 회사로 나뉘었어요. 1990년대로 오면서 마케팅에 치중하던 곳들은 다 없어졌죠. 결국 방송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자체 제작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래 못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국내와 해외에서 ‘멀티 유즈’ 해야만 사업이 된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배급사는 영화를 제작 하지 못하도록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론이 일고 있는 데 대해 강 대표는 “그러면 영화 사업을 뭐하러 하느냐”고 반문했다. 콘텐츠 자체 제작 없이 배급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영비법 개정의 근거로 제시되는 미국 ‘파라마운트 판결’에 대해서는 꼭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파라마운트법은 1948년 미국 법원이 반독점법에 근거해 제작, 배급, 상영을 모두 하고 있던 파라마운트사에 극장을 강제 매각하도록 판결한 법이다.

    “파라마운트법 이후 안정적 상영망 확보가 어려워진 메이저 제작사들은 제작편수를 줄였고, 이로 인해 극장 기업이 파산하는 등 미국 영화 산업은 악순환을 거듭했습니다. 1980년대 들어 다시 영화사들의 극장인수가 승인되면서 파라마운트법은 사실상 사문화 됐어요.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이 발효되면서는 정식으로 폐지됐죠.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1948년 법이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인용하고 있죠. 안타깝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장으로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그는 “삶은 전쟁, 학교는 훈련소, 사회는 전쟁터”라고 했다. “청춘을 위로하는 에세이는 오아시스일 뿐, 사막 같은 전쟁터에 맞는 진지함과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돌직구’를 던졌다.

    강석희 대표의 단골집 제일제면소 - 소면 등 4가지 국수에 바삭한 튀김

    CJ푸드빌의 면요리 전문 브랜드다. CJ그룹의 모태로 설탕뿐 아니라 밀가루도 생산했던 제일제당에서 ‘제일’이라는 이름을 따왔다. 면요리는 예로부터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긴 면처럼 장수하라는 의미로 손님에게 대접했던 음식. CJ는 옛날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제면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나무와 기와 인테리어로 추억과 향수를 살렸다. 제면실에서 면을 뽑아내는 모습과 대형 가마솥에서 팔팔 끓는 물에 면을 삶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남해산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내고 밀가루와 물, 천일염 외에는 어떤 재료도 첨가하지 않은 면으로 만드는 ‘제일국수’와 ‘잔치국수’다. 우동면, 소면, 메밀면, 쌀면 등 4가지 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깔끔하고 고소한 튀김과 7종의 수제 주먹밥,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고기 샤부샤부, 우동 전골, 치킨 가라아게(닭튀김)도 인기다.

    서울 쌍림점, 신사동 가로수길점, 여의도 IFC점, 경기도 판교점 등 네 곳에 매장이 있다.

    김병언?기자?misaeon@hankyung.com

    국수는 7500~8000원, 소고기 샤부샤부 1만8000원(1인), 수제 주먹밥 1500~2500원. (02)6740-7999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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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의 최전선에 그가 있다, 존 브록만



    저자보다 더 영향력 큰 편집자

    '문화지휘자' '지식의 효소'로 불려

    700여 명 기고하는 엣지 재단 운영

    도킨스·니스벳 등 일급 필자 수두룩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남자' '문화지휘자' '지식의 효소'.

     영국 일간지 옵서버(가디언지 일요판)는 지난해 1월 한 인물을 소개하며 이런 수사를 총동원했다. 주인공은 존 브록만(73·John Brockman)이다. “브록만은 진실로 위대한 사상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예술과 문학, 그리고 과학을 특유의 방식으로 융합할 줄 아는 이들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에서 『컬처 쇼크』와 『퓨처 사이언스』, 두 권이 나란히 번역됐다. 한 책엔 존 브록만, 다른 책엔 막스 브록만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다. 이들은 저자가 아니라 엮은이, 즉 편집자다. 그런데 저자보다 중량감이 더 나간다.

     보통 이들의 이름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미하일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같은 굵직한 화제작의 한 구석에 작은 글씨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안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브록만사(Brockman Inc)와 독점 계약한 출판사에 있습니다.'

     이들의 이름은 종종 표지에 등장하기도 한다. 아버지 존이 엮은 책 12권과 아들 막스가 편자인 책 2권이 국내 번역돼 나왔다. 이 책들에 등장하는 필자는 연인원 300 명이 넘는다.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서 최고 권위의 필자들로 빼곡하다.

    1 지난해 1월 엣지 재단의 웹사이트와 브록만의 활약을 소개한 영국 '옵서버'. 2 1960년대에 앤디 워홀·밥 딜런과 함께 자리한 브록만(사진 왼쪽). 3 브록만을 '유럽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 [사진 edge.org] 브록만 부자의 직업은 출판 에이전트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저자와 출판사를 연결해준다. 아이디어만 있는 책, 초고가 입수된 책, 출판 준비를 마친 책, 그리고 이미 출간된 책들 등등, 이 책들에 관심이 있는 전세계 출판가 브록만사와 저작권 흥정을 한다.

     그런데 출판계에서 존 브록만은 골칫거리로 알려져 있다. 오랜 관행을 가볍게 무시하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자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한다.

     존 브록만은 어떤 사람인가. 그의 아버지는 보스톤에서 꽃을 팔았다. 그 부친이 새벽에 꽃 도매가를 정하면 도시 전체의 꽃값이 정해졌다는 설도 있다. 이제 존 브록만이 책값을 정하면 전세계 출판사들이 이를 따른다. 놀라운 건 그가 설립한 엣지재단의 홈페이지(edge.org)에 기고하는 일급 필자가 700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그가 유능한 장사꾼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저술가들이지만, 그들이 가고 있는 항로를 의미 있게 엮어 대중에게 내놓는 사람은 존 브록만이라는 얘기다.

     브록만의 뚜렷한 전망과 독특한 방법론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세계의 슈퍼 브레인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엣지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이 아니다. 능력을 중시하지만 늘 열려있다. 스티븐 핑커·브라이언 이노·리처드 도킨스 같은 친구들이 엣지의 구성원으로 받자고 하면 나는 말없이 그렇게 한다.”

     그가 처음 편집한 책은 『제3의 문화』(1995)다. 일찍이 C P스노가 선언했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두 문화 사이의 단절을 뛰어넘자는 의지였다. 이제는 그의 이런 뜻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때로는 아들을, 때로는 제자를 추천해 함께 모여 글을 쓴다.

     브록만은 도발적이다. 자료만 파고드는 훈고학적 공부, 최신의 과학적 성취를 반영하지 않는 책상머리 공부를 비판해왔다. “주석에 주석을 더하며 입으로만 말하고 분석하는 지식 속에서 실제 세상은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 들끓고 있는 학문간 대화, 그 실증적 논쟁을 주목했고, 또 이를 책으로 빚어왔다. “하버드 도서관에 앉아 수백 만 권의 책을 읽으면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차라리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100명을 한 방에 가둬놓고 각자 가지고 있는 질문을 서로 던지도록 하는 게 낫다”고 자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엣지 웹사이트는 그런 뜻 아래 만들어진 온라인 지식살롱이다. 사이트 출범을 기념하며 해마다 던지는 '올해의 질문'과 이에 응답한 지식인들의 글은 뉴욕타임스에 단골로 소개된다. 질문은 '당신이 증명할 수 없으면서도 믿고 있는 것은?  '당신의 위험한 사상은?' 등 엉뚱하기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다.

     엣지는 요즘 학계의 키워드인 통섭이나 융합을 선구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발적, 혹은 정책적으로 융합을 강조하면서 서로 다른 분야간의 대화를 꾀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은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억지로 섞으려는 모습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학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의 최전선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엣지의 방법론이 훨씬 나아 보인다.

     브록만은 올해 일흔셋이다. 뉴욕의 아방가르드 예술가와 노벨상 수상자 모두에게 편하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드문 존재가 됐다. 백악관과 펜타곤에 자문을 하기도 한다. 그가 매년 여는 '엣지 만찬'도 화제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대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정보통신 업계의 거물들이 참석해 이른바 '백만장자들의 저녁'이라 불릴 정도다.

     브록만의 개인사도 흥미롭다. 스물두 살에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마친 그는 뉴욕 월스트리트 대신 이스트빌리지를 선택했다. 거기서 아방가르드 실험영화운동의 대부 요나스 메카스와 작업했고, 앤디 워홀·로버트 라우젠버그·클라스 올덴버그와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백남준과 함께 작업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존 케이지로부터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를 건네 받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떠 지식을 중개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뉴욕의 저명 문학 에이전트였던 장인이 아마도 모델이었겠지만 그가 신탁을 받는 신전은 문학이 아니라 과학이었다.

     이렇듯 브록만은 성공적인 예술 경영자에서 최첨단 지식의 지휘자로 극적으로 변신했다. “사람들이 평소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도록 도발하는 게 목표”라던 그의 꿈은 이제 아들 막스가 이어받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좁게는 다변화된 매체 환경에서 출판의 미래를, 넓게는 우리시대의 과학적 성취를 선뜻 끌어안는 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본다.

    주일우 과학평론가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 생화학·과학사·환경학을 공부했다. 뉴미디어아트를 다루는 아트센터 나비 부관장,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을 찾는 문지문화원 '사이'의 기획실장을 지냈다.

    존·막스 브록만 부자의 신간은 …

    『컬처 쇼크』 『퓨처 사이언스』

    문화와 과학의 열띤 대화


    아버지 존 브록만이 엮은 『컬처 쇼크』(와이즈베리)는 '현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넓힌 새로운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는 엣지 재단의 슬로건을 그대로 담아낸 책이다.

     『총, 균, 쇠』의 저자이자 지리학 분야 석학인 제러드 다이아몬드, 대중음악가이자 문화이론가인 브라이언 이노, 소셜 네트워크의 전염효과 연구로 유명한 하버드의대 교수 니컬러스 A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신 문화연구와 첨단 과학의 핵심을 짚었다. 우리 시대의 IT(정보기술)와 테크놀로지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논한다.

    아들 막스 브록만  특히 IT시대의 명과 암에 대한 학자들의 논쟁이 흥미롭다. '어메리칸 아이돌'처럼 집단 인기투표와 대중의 눈높이로 모든 것이 재단되는 시대에 비틀즈 같은 밴드가 과연 우승하거나 음악적 창의력을 보유했을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도 던진다.

     아들 막스 브록만이 엮은 『퓨처 사이언스』(문학동네)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아버지가 엮은 책에 등장하는 이름들보다 생소하다. 젊고 유망한 과학자들을 자신의 일을 물려받은 아들과 함께 일하도록, 일종의 세대교체를 해 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제목도 『미래의 과학』이다.

     종신교수가 되기 전의 젊은 과학자들이 가장 생산력이 높은 시기에 이루고 있는 성과들을 보여주는 이 책은 진정으로 지식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실험실에서, 연구실에서 분자를 자르고 생명체를 조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열띤 현장을 만날 수 있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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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친일파는 일본 친미파를 벤치마킹했나



    [한겨레] 제국일본 2차대전 패전 뒤

    온건파들 미군에 적극 협력

    전쟁책임 군부에 떠넘기고

    피해자 둔갑해 가해기억 제거

    미국은 일본정치 좌지우지

    준식민지적 종속국가 만들어

    모든 과정 한국서 그대로 복제


    전후의 탄생

    권혁태·차승기 엮음/그린비·2만원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양기호 옮김/메디치·1만8000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한 <전후의 탄생>과 얼마 전 번역 출간돼 관심을 모은 <일본의 영토문제>의 지은이 마고사키 우케루의 또 다른 책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는 다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책은 모두 ‘전후’(戰後), 특히 일본의 전후를 다루고 있다. 마고사키의 책도 원제는 ‘전후사의 정체’다.

    전후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전쟁 이후를 뜻한다. 일본에서 말하는 전후는 제국 일본의 2차대전 패전 이후다. 그러나 단지 시간적 구분만 가리키진 않는다. 여기엔 일본을 한동안 점령했던 전승국 미국이 기본틀을 짠 체제라는 의미도 들어 있고, 전쟁 전과는 달리 경제대국으로 번성하고 평화로운 민주주의 국가 일본이라는, 대다수 일본인들이 자국에 대해 공유해온 하나의 가치개념이기도 하다.

    일본 전후 민주주의의 정신적 지주로서 ‘전후 일본’의 의식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전후 일본사상계의 천황’이라고까지 불린 마루야마 마사오는 1946년 5월에 발표한 글 ‘초국가주의의 논리와 심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8·15는 일본군국주의에 종지부를 찍은 날이다. 그리고 동시에 초국가주의 모든 체계의 기반인 국체(國體)가 그 절대성을 잃고 비로소 처음으로 자유로운 주체가 된 일본 국민에 그 운명을 위탁한 날이다.” 8·15, 즉 패전을 경계로 일본의 전후는 전전, 곧 전쟁 이전과 완전히 ‘단절’됐다고 선언한 이 유명한 말은 전후 일본의 새로운 출발을 실감케 하는 유력한 준거틀이 됐다. <전후의 탄생>에서 나카노 도시오 도쿄외국어대 교수는, 이는 전혀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던 전후 일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실상의 전전-전후 연속이라는 현실을 혁명적 단절 신화로 덮어 감추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애초부터 단절은 없었다. 일본 ‘천황’과 궁중그룹, 그리고 ‘온건파’라 불렸던 친영·친미파 정치가나 외교관들은 그룹을 결성해 국체 유지와 전쟁 종결을 위해 움직였고 패전 뒤에는 점령군에 적극 협력하면서 살아남았다. 그때 그들은 모든 전쟁 책임을 군부에 떠넘겼다. 하지만 제국 일본의 패권 확장 야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군부와 다를 게 전혀 없었다고 나카노 교수는 본다. 전후 일본 보수 본류도 거기서 태어났다. 따라서 ‘군국주의세력 대 온건파 리버럴’이라는 구도는 허구이며, 그 가공의 구도를 자기 보신에 철저히 이용했다는 점에서 전쟁에 적극 협력했던 일본 언론·출판계도 다를 바 없었다.

    전쟁이라는 악의 근원이 ‘거칠고 흉포한 군인’에게 있고 힘없는 자들은 그 폭력에 대항할 수 없었다는 논리가 수용되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피해자의 얼굴을 하면서 전후에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후에 자기 책임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민주주의자로 ‘전향’할 수 있었고 급기야 자신들을 피해자로 인식했다. 그런 피해의식 속에 타 민족에 대한 가해의 기억은 제거됐다. 이런 패턴은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 득세한 한반도에서도 그대로 복제됐다.

    <전후의 탄생>은 이런 과정을 거쳐 과거 책임을 봉인해버린 전후 일본의 탄생 메커니즘을, 특히 “조선의 소거”, 조선에 대한 가해사실 망각 내지 지워버림을 중심으로 하여 살핀다. 엮은이 권혁태 교수는 내셔널리즘과 민주주의의 ‘행복한 결혼’을 근대의 완성으로 본 마루야마의 경우, 그가 일본 근대를 비판하는 틀로 사용한 파시즘론 자체에 제국주의와 식민지, 식민지 조선 현실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고 본다.

    일본의 이런 전후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전전-전후 연속성을 보장해 주고 ‘조선의 소거’까지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바로 미국의 전후 처리였다. 미국은 자국의 아시아태평양 반공 안보체제 구도에 일본을 끌어들여 ‘고성능 기지국’으로 만듦으로써 20세기에 아시아를 식민지배와 전쟁의 참화로 얼룩지게 만든 일본을 그 역사적 책임에서 해방시켜준 대신 한반도와 아시아의 옛 피해자들을 새로운 질곡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는 바로 미국의 그런 행태를 전후 일본 내부 정치를 좌우해온 구체적인 개입 사례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은이 마고사키는 특히 전후 일본 외교를 움직인 최대 원동력이 미국의 대일 압력과 이에 대한 일본 지배세력 내의 자주노선 대 미국 추종세력 간의 갈등이라고 보고 그 틀을 통해 일본 현실정치를 해석한다. 미국의 압력은 철저한 자국이익 추구를 기조로, 주로 주일 미군기지를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유지하고 일본의 중국(옛소련도 포함) 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발동된다.

    마고사키는 예컨대, 2009년 정권 교체를 이룩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가 집권 9개월여 만에 총리직에서 사퇴한 것은 미국 공화당과 일본 자민당이 2006년에 합의한 오키나와 내의 후텐마 미 해병대기지의 현 내 이전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은 하토야마가 중국 및 아시아 중시론을 내세운 데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다. 하토야마는 결국 일본 보수 정객들과 관료들, 주류 언론들, 검찰의 집중포화 속에 조기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마고사키는 일본 내의 이런 역학구도 뒤에도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고 얘기한다. 약 7년에 걸친 미국 점령통치 뒤 일본 지배세력 자체가 철저히 친미화하면서 미국의 이익이 바로 그들 친미 특권세력의 이익과 일치하게 된데다, 중앙정보국 등의 공작이 거기에 작동한다. 한때 민주당의 실세였고 하토야마 사임 뒤 예비총리 1순위였던 오자와 이치로가 끝내 총리가 되지 못한 것도 그의 중국 중시 때문이라고 마고사키는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1972년 미국보다 먼저 중국과 수교한 다나카 가쿠에이를 총리직에서 밀어내고 정치적으로 매장시킨 록히드 사건에도 미국의 입김이 서려 있으며, 전후 최초의 사회당 가타야마 데쓰 정권, 그리고 아시다 히토시와 이시바시 단잔, 호소카와 모리히로 정권 등이 단명한 것도 모두 미국 이익과의 충돌 때문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미국은 지금도 자국 이익을 기준으로 일본 국내 정치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준식민지적 종속국가라는 얘기가 된다.

    음모론처럼 들릴 수 있는 이런 이야기들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36년간 외무성에서 근무하고 여러 나라 대사와 방위대학 교수까지 역임한 지은이의 경력 때문이다. 현장체험을 토대로 한 그의 얘기를 읽노라면, ‘우리는 다를까?’ 하는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카노·권혁태의 시선으로 보면 마고사키의 한계가 보인다. 예컨대 에이(A)급 전범이었고 중앙정보국 지원 속에 보수합동의 자민당 ‘55년 체제’를 만들었으며, 미국이 총애했던 기시 노부스케, 즉 아베 신조 지금 총리의 외조부를, 그가 개헌과 독자노선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대미 자주파로 보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마고사키는 일본 내에서 보수 주류를 비판하는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온건파 리버럴’ 유형으로 비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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