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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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중수 "美출구전략, 코스대로 가지 않을 수도"(종합2보)
2.서머스가 ‘버냉키 후임’ 으로 급부상한 5가지 이유는?
3.꿈의 6년! 아베, 장기집권 청사진 띄웠다
4.청년실업 해법으로 ‘투자병원’ 도입 추진
5. 기업경영
-애플 경고등 아직 'on'…신제품 전망도 글쎄…
-2분기 삼성-애플 실적 빨간불..'스마트폰 정체기' 왔나
-애플-구글-MS, 누가 누가 잘했나
-‘히말라야 스파’ 같은 역발상 상품, 창의적 인재 길러야 가능
-新직업 100여개 발굴, 일자리창출 연계 지원
-웨어러블 기기의 무한변신..'실생활에 다가온다'
-"빌 게이츠는 MS CEO로 돌아가지 않는다"
-샐러리맨이 일하기 좋은 직장 1위 삼성전자
-[카톡 게임 1년] 생태계 바꿨다? 도로 '부익부빈익빈'
-특허기술만 150개…대우조선 ‘천연가스 선박시대’ 주도
-“음원도 콘텐츠” 개념 확대…문화산업도 창조경제 엔진 육성
-‘서울형 콘텐츠’에 美 객석 들썩들썩
-美 지머먼 사건, 당신의 판결은?
-스타 얼굴에만 의존하는 ‘K코드’ 론 한계…스토리 결합돼야 롱런
-한국 드라마史 새로 쓴 천재PD…김종학의 새드엔딩
-"中 400조원 의료시장 뇌물 먹이사슬로 점철"
-에이블씨엔씨, '삼중고'에 "어쩌나"
-"삼성에 맞서자"…대만, 산학협력으로 도전장
-라면 생산 半세기… 3위로 밀린 最古기업 삼양식품
-KT, 차세대 성장동력 '非통신'·'글로벌 통신연대'에 걸었다
-회계법인, 지난해 매출만 늘고 이익은 제자리 혹은 하락세
-서울대 '스마트폰 학생증' 도입… 學內 식당서 결제도 할 수 있어
-[안방도 못 지키는 한국 금융] [3] '우물 안 영업' 은행 해외지점
-[단독] 부실대학‘삼진아웃’
6.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세상 뒤집은 성추문 얼마됐다고… 정치판 돌아온 뻔뻔男들
-메르켈 "東獨 떠나야겠다는 생각 많이 했다"
- [제1회 '성천상' 수상한 벨기에 출신 배현정 全眞常의원 원장]
-세월을 품은 책, 미래를 품은 골목
-감독 봉준호 “영화속 열차는 곧 우리 사회… 더 나은 세상 향해 전진해야”
-[중앙시평] 박근혜, '괴물'에 선전포고하다
-[미래를 꿈꾸는 정치인]<11> 돌고 돌아 친정에 온 이인제
-전두환 3父子 사실상 수사 착수… 檢, 20년간 금융 거래내역 추적
-마크 캐프리오 교수
“韓日 역사갈등은 양국 모두 극단적 지점을 바라보기 때문”
-[Haruki, Murakami]하루키, 무채색의 세상에 色을 선물한 남자
-'꾸뻬씨의 행복여행' 저자 를로르, 행복이 話頭인 정이현과 만나다
-최불암, ‘꽃보다 할배’ 대만行 깜짝 등장? “배웅차”
-'힐링'보다 '행복'이 필요한 때... 덴마크·스웨덴·독일의
-[박두식 칼럼] 박근혜 정부의 '적자생존法'
-靑 "NLL 대화록, 국민상식에 맞게 가야"
--- 주요 내용 ---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출구전략 시점이 경제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24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과잉반응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조건부(threshold) 정책'을 '정보 중심(data dependent)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건부 정책이란 연준이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2% 이상 되면 출구전략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뜻한다.
그러나 김 총재는 "조건부 정책에선 이 숫자를 한번 넘기기만 하면 (금리 등이) 탁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생겼다"며 "이 때문에 시장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에 과잉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에 7월부터 연준이 들고온 '정보 중심 정책'은 실업률이 기준점 밑으로 내려가면 출구전략을 하겠지만 다시 또 기준점 이하가 안 되면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하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구전략이) 예정된 코스대로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이게 상황을 더 확실하게 만든 것인지 불확실하게 만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지난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현재 7.5~7.6%인 미국의 실업률이 1%포인트만 내려가도 미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말을 미국으로부터 들었다며 "이런 정보를 잘 공유해 정책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유럽경제에서 '테일 리스크(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치명적인 위험)'가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말했다. 중국 역시 당국자들이 시장의 기대를 잘 조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국, 유로, 중국 등 주요 3개국(G3)의 경제가 어떻게 변하느냐가 회의의 초미의 관심사였다"라며 "과거보다 G3에 의존적이란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윤택 서울대학교 교수, 정철균 한국고용정보원장, 함준호 연세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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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정책 지속성 적합
뛰어난 긴급상황 대처능력
시장신뢰도 옐런보다 우위
연준 최초 여성 의장 ‘부담’
래리 서머스 |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버냉키 후임으로 재닛 옐런 Fed부의장과 서머스 2명이 최종 물망에 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져 있던 서머스가 최종 낙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Fed 의장 인선 과정에 관여하는 인사를 통해 두루두루 파악한 결과 나온 결과라며 서머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5가지를 꼽았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를 좋아한다는 점, 대통령 주변에서 오래 함께 일해온 사람 중 서머스의 동료나 친구가 많다는 점 등이 첫째 이유다. 둘째 이유는 ‘정책의 지속성’이다. 오바마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실업률을 내리고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인데, 옐런이나 서머스 모두 이 방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인사라는 판단이다. 즉, 정책 지속성 면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다른 항목이 더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백악관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Fed 의장의 ‘긴급상황 대처능력’을 높게 산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의 긴급상황 발생 시 최초 대응 책임자가 Fed 의장이라는 점에서 백악관은 서머스를 우위에 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장의 신뢰’도 차기 의장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Fed 의장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면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 옐런보다 시장의 신뢰가 더 높은 서머스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WP는 이 밖에 최초 여성 Fed 수장 탄생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옐런은 Fed 최초 여성 의장이 되는 셈인데 여성을 경제 최고책임자 자리에 앉히는 것이 꼭 훌륭한 처사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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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6년 장기 정권 구축에 나섰다. 평화헌법 개정 등 우경화 과제도 이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변에 “헌법 개정은 1, 2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6년 정도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6년 집권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른바 ‘2013 체제’ 가동이다.
지난해 3년 임기의 당 총재에 오른 아베 총리의 총재 임기 만료 시기는 2015년 9월이다. 총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총리로서 6년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자동 취임한다. 이듬해 중·참의원 선거에서도 승산은 충분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찌감치 당내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파벌에서 자유로운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각종 연구회를 결성하고 있다. 자민당의 중·참의원 초선 의원은 180명으로 최대 세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초선 의원들과 회합을 거듭하면서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 (초선 의원의) 재선은 없다”며 아베 지지를 압박하고 있다.
6년 집권 청사진에 맞춰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무기 수출 등 손쉬운 과제 이행에 바로 착수해 성과를 올릴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전문가 간담회를 재가동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전했다. 이 간담회는 아베 1차 정권 때인 2007년 설치돼 보고서를 냈으나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진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은 아베 정권이 분쟁 당사국 등에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무기수출금지 3원칙도 전면 재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은 26일 발표할 ‘신방위대강’ 중간보고에서 3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 때 공산권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원칙이 현재 실정과 맞지 않으며 일본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침없어 보이는 아베 총리의 최대 적은 ‘시장’이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지지율은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당내 라이벌의 아베 끌어내리기도 본격화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가을 임시국회를 ‘성장전략 실행국회’로 규정하고 당분간 경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첫 관문은 10월에 결정해야 하는 소비세 인상 여부다. 올리자니 모처럼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안 올리자니 국제신용등급 강등과 일본 국채 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베노믹스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濱田宏一) 내각관방참여(자문역)는 소비세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가을 임시국회에 내놓기로 한 성장전략 2탄도 복병이다. ‘설비투자 감세’가 핵심 전략으로 거론되지만 별 효과가 없던 역대 정권의 단골 메뉴일 뿐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10년 이상 성장전략을 찾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급하게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교도통신이 참의원 선거 직후인 22, 23일 실시한 전국 전화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56.2%로 조사돼 6월(68.0%)보다 11.8%포인트 급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7%로 6월(16.3%)보다 거의 배로 늘어났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까지 자민당이 압승하자 일당 독주를 경계한 국민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차세대 리더인 호소노 고시(細野豪志·41) 간사장은 23일 참의원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다음 달 말 간사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당 대표가 만류했지만 사의를 꺾지 못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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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모든 정부 부처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17개 부처로부터 지난달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의 세부 추진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이 ‘일자리를 만드는 견고한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최고 목표”라며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과 그 성과를 경제부총리에게 보고하고, 경제부총리는 그 결과를 모니터링해 정기적으로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정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국무회의에 이어 청와대는 전 부처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하는 국정과제협의회를 열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추진계획을 점검했다. 고용노동부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일정 과정을 마치면 졸업장을 주는 ‘일·학습 병행시스템’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청년들은 불필요한 ‘스펙’ 경쟁을 하지 않고 직장에 다닐 수 있고 기업으로선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상은 특성화고 및 전문대 졸업예정자,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반고 학생 등이다.
고용부는 이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기업에 직원들이 근무 후 공부할 수 있는 ‘현장직무 교육훈련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에 전국 1000개 기업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서비스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반기에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방안을 재추진하는 데 이어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시간제로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청년 채용을 확대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동아일보가 지난해 9월 청년드림센터를 발족한 뒤 지금까지 전국 20곳에 청년드림캠프를 만들어 청년 취업과 창업을 지원해온 것과 같은 취지다.
청와대는 앞으로 국무조정실 주재로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고용률 70% 이행 점검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 개개인을 평가할 때도 고용 창출 성과를 지표에 넣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형태의 의료법인. 국내에서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에만 허용돼 있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만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금지하고 있다.
동정민·이성호 기자·세종=홍수용 기자 ditto@donga.com
■ “고용률 70% 달성 총력”
[동아일보]
“고용률을 우리 경제의 중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거시 지표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전인 2011년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민 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고용률’을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 비전은 성장률이 아닌 고용률이었다. 고용률 70%는 박 대통령이 수치로 제시한 유일한 공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고용률 70%는 단순히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성장률에서 고용률로 바꾸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자리는 박 대통령이 지향하는 국민행복시대의 기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 일자리 창출이 핵심
박 대통령은 최근 모든 회의에서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특히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 그 중심에 청년위원회가 있다. 대선 때 청년과의 소통에 초점이 맞춰졌던 청년위원회는 벤처 1세대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이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청년 창업과 취업, 즉 청년 일자리 정책을 주도하는 기구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청년위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이 제시됐다”며 “각 부처는 제시된 방안들을 적극 검토해 잘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고 청년위에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청년위원들의 스펙 타파와 창업 실패를 극복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건의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애초부터 창업과 취업은 전혀 다른 준비와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을 가기 전부터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 꿈, 열정이 길러지고 대학에서는 창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학습 시스템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녹록지 않은 고용률 70% 달성
고용률 70%는 박근혜 정부 임기 5년 내에 실현할 목표다. 그럼에도 임기 첫해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그만큼 쉬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박근혜 정부는 크게 경제성장과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 창조경제 성과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시간제 일자리와 장시간 고용시간 개선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3가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상 예전 같은 고성장이 쉽지 않고 창조경제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우며 시간제 일자리는 노사 간, 노동자 간 타협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 쉽지 않다. 당장 9일 국무조정실의 국정과제 중간 점검 결과 청년취업 과제의 성과가 미흡해 관심필요 단계인 ‘노란 등’이 켜지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각 부처의 고용률 70% 이행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도 “일자리는 이명박 정부 최고의 국정과제였던 4대강처럼 바로바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주엽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률 70% 목표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정부 대책이 현실적인 만큼 달성 가능한 목표”라며 “일단 고용률이 70%에 이르면 고용구조가 바뀌어 고용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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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매출 하락’ 최악 상황 면해
아이폰 판매 감소세 · 경쟁폰들 출시 대기
하반기도 ‘脫마이너스 성장’ 쉽지 않을듯
애플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매출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분기 10년 만에 순익이 꺾였던 애플은 이번에도 순익이 30% 가까이 감소하고, 아이폰 판매량도 2개 분기 연속 줄어들며 마이너스 성장을 탈출하는 데 실패했다.
애플은 23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분기 매출에서 353억2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350억2300만달러보다 3억달러 늘어난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350억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도 예상됐던 7.31달러보다 높은 7.4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10년 만에 감소하자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에 애플 매출 또한 10년 만에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년 전보다 매출이 소폭 늘어나며 애플은 일단 발등의 급한 불을 끈 상태다.
반면 기업의 성장 지표인 이익에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애플 3분기 순익은 69억달러로 1년 전 88억2400만달러 대비 27%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130억78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던 애플은 6개월 새 순익이 반토막 난 셈이다.
이 같은 애플 순익 급감에는 최대 수익원 아이폰 판매량 감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이폰 판매량은 1년 전 2600만대에서 지난해 말 4779만대까지 치솟은 뒤 올해 3월 3743만대, 6월 3124만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연말 등 성수기 시즌이 끝난 뒤 상반기 판매량이 하반기보다 통상 줄어든다고 하지만, 애플 경쟁사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말보다 올 초 600만대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하이엔드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프리미엄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애플 전략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51% 급증했고, 일본에서도 66%나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애플 대륙별 매출에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곤 나머지 시장은 모두 1년 전보다 감소했다.
특히 스마트폰 신흥 시장으로 부각되는 중국, 인도 등의 지역이 포진된 시장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로 하락했다. 중국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 떨어졌고, 그 외에 아시아태평약 지역에서도 18% 감소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했던 태블릿시장에서도 아이패드는 판매량이 1460만대에 그쳐 1700만대였던 전년 동기보다 240만대 줄었다. 개인용 컴퓨터인 맥 판매량도 380만대로, 전년 동기의 400만대보다 역시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하반기 애플의 실적이 호전될 가능성은 더욱 낮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 LG전자 G2와 함께 모토로라모빌리티의 모토 X까지 경쟁폰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애플이 발표할 아이폰5S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공개된 iOS7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후속 아이폰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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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상수 이상원 특파원 = 지난달 29일로 끝난 애플의 최근 분기 순익이 작년 동기보다 22%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예측은 웃돈 것이어서 애플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직후 최근 분기에 순익 69억 달러, 주당 순익 7.47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익과 주당 순익은 작년 동기의 88억 달러와 9.32 달러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주당 순익은 시장의 예측치 7.31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애플의 최근 분기 매출은 35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350억달러보다 소폭 늘어 시장의 전망치 350억 달러를 살짝 뛰어 넘었다.
애플은 특히 최근 분기 아이폰을 3천120만대를 판매해 시장의 예측 2천650만대를 크게 웃돌았다.
전분기에는 3천740만대를 판매했으며, 지난해 동기에는 2천600만대를 팔았다.
이에 비해 아이패드는 1천460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시장 기대치 1천800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차기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췄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분기에는 1천950만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했으며 지난해 동기에는 1천700만대를 팔았다.
애플은 다음 분기 매출이 340억∼370억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대보다 좋은 실적에 고무돼 있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몇가지 놀라운 새 제품에 집중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 제품은 올해 가을부터 내년까지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 소재 BMO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케이스 배크먼은 "애플이 단기 또는 중기에 건강한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는데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평균 판매가격이 하락한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가을 이후 아이폰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아직 수요가 강한 점이 오히려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파이퍼 재프리의 애널리스트 진 문스터는 "이 제품(아이폰5)은 이제 지루해진 감이 있다"며 "최근 휴대전화를 가지고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난 만큼 애플은 (아이폰) 품질 제고에 신경을 더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leesang@yna.co.kr
이같은 결과에 대해 “주로 기업들이 `아이폰`을 선택해준 덕이 컸다”며 “기업과 정부, 교육부문 등 소위 커머셜시장에서 `아이폰`은 62.5%를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서도 `아이폰` 판매량은 66%나 급증했다”며 이처럼 미국과 일본에서의 판매 급성장으로 인해 ‘아이폰’ 재고는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지난 2분기 좋은 성적을 냈다.
23일(현지시각) 애플은 회계연도 2013년 3분기(2013년 4월~6월) 실적을 공개했다. 애플은 이 기간 매출액과 순익 각각 353억달러와 69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유사한 수치다. 매출은 소폭 증가 이익은 소폭 하락했다.
2분기 스마트폰은 3120만대를 공급했다.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다. 스마트폰 매출액은 181억5400만달러다. 전년동기대비 15% 늘어났다. 태블릿은 1460만대를 팔았다. 전년동기대비 14% 줄어들었다. 태블릿 매출액은 64억74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7% 감소했다.
PC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7% 떨어진 38만대다. 매출액 역시 전년동기대비 1% 하락한 48만9300만달러를 기록했다. MP3플레이어는 46만대를 출고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덜 판매됐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1% 축소된 7억3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아이튠즈 등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올린 매출은 39억9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5% 상승했다. 액세서리 매출도 11억7900만달러나 됐다. 제품 판매가 대부분 줄어 액세서리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4% 떨어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은 분기 판매량 3100만대를 돌파했다”라며 “아이튠즈 등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 성장세도 견고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오에스(iOS)7과 OS X 메버릭스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올 가을과 2014년에 판매할 놀라운 신제품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분기에는 78억달러 현금흐름을 창출했다”라며 “188억달러 규모의 배당을 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애플은 3분기에는 340억달러~370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총이익은 36%~37%로 내다봤다. 영업비용은 39억달러 수준으로 점쳤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김익현기자] 위기의 순간에 애플을 구한 것은 역시 아이폰이었다.
애플이 10년 만의 분기 매출 감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판매량이 20%나 증가한 아이폰 덕분이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16일(현지 시간) 지난 6월말 마감된 회계연도 3분기에 아이폰 3천120만 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 2천600만대에 비해 20% 늘어난 수치다.
덕분에 애플은 3분기 매출 353억 달러를 기록, 시장 전망치인 350억 4천만 달러를 살짝 웃돌았다. 또 지난 해 같은 기간 매출 35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10년 만의 분기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있었다. 3분기 순이익은 69억달러(주당 7.47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차기 모델 출시 앞두고 아이폰 판매량 증가 고무적"
이날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 판매량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당초 전문가들은 애플이 3분기에 아이폰 2천670만~2천789만대 가량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3천120만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이 같은 판매량은 직전 분기 판매량인 3천740만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3월 마감된 회계연도 2분기는 계절적으로 아이폰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애플의 정확한 실적을 알아보기 위해선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아이폰과 달리 아이패드 쪽은 다소 부진했다. 분기 판매량 1천460만대로 시장 예상치에도 못 미쳤던 것. 당초 전문가들은 애플의 아이패드 판매량은 1천762만~1천864만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특히 아이패드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 판매량 1천700만대에 비해서도 14% 가량 감소했다.
IT 전문 매체인 더넥스트웹은 "애플이 아이폰5 차기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더 많은 아이폰을 판매했다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애플은 23일(현지시각) 매출 353억2천만달러, 주당 수익 7.47달러, 순이익 69억달러를 기록한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증권가가 전망했던 매출 350억2천만~351억8천만달러, 주당 수익 7.31~7.34달러를 웃돈 결과였다.
쿡 CEO는 "애플이 성장하기 위한 핵심 촉매는 항상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라며 "공급책, 통신사 협력, 온라인 매장, 간접유통 부문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더 고급형인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포화기)에 이르렀다는 일반적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단일 고급 기종 출시로 성장을 견인해온 아이폰 판매 전략이 여전히 작동할 것이냐는 의문에 대한 답처럼 들린다. 여전히 애플이 이른바 '프리미엄폰'이라 불리는 고급형 스마트폰에 주력할 것이란 인상을 주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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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단말기를 통한 성장 견인책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애플뿐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 블랙베리나 노키아 등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 이들은 철마다 '플래그십폰'이라 불리는 고급 단말기를 선보이긴 하지만 각 지역과 특정 수요에 맞춘 세분화된 제품을 내놓는 방식을 병행했다.
애플이 오는 9월 저사양 아이폰과 더불어 경쟁사들처럼 터치스크린이 대형화된 아이폰5S 단말기를 내놓을 것이란 루머도 부품업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애플 역시 경쟁사들처럼 단일 기종의 플래그십폰과 보급형 시장을 겨냥한 저가 단말기 병행 체제를 채택할 것인지 고민 중인 듯하다.
그러나 쿡 CEO는 "제품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 재무성과도 따라온다"며 "우리는 이런 것들을 상호배타적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해, 단기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물론 이 발언 자체는 저사양 단말기의 출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어쩌면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른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달초 애플은 매출 전망치를 345억달러로 낮춰 제시했다. 실제 애플 매출은 350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던 전년동기대비 1% 늘어난 숫자다. 증권가 분석들이 모두 고급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수익 하락, 더러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측한 상황에서 애플로서는 선방한 셈이다.
다만 1년새 순이익은 88억2천400만달러에서 69억달러로 22% 가량 떨어졌다. 매출은 약간 늘렸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이윤을 훨씬 적게 남겼단 얘기다. 줄어든 프리미엄 제품 비중과 상대적으로 커진 저가 단말기 매출에 따른 결과다. 아이폰5가 아이폰4S 이전 모델보다도 부진했단 뜻이다.
업계는 일찍부터 스마트폰 판매가 이뤄진 선진국 시장이 포화 단계에 이르렀고, 인도와 중국 등 새로운 수요처가 될 지역에선 고급 기종보다 저사양의 저가폰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 진단했다. 애플의 분기 실적에 나타나는 결과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읽힌다.
한편 애플은 분기중 아이폰 3천120만대, 아이패드 1천460만대, 맥PC 380만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 2천600만대, 아이패드 1천830만대, 맥PC 390만대를 예상한 분석가들의 짐작보다 훨씬 많은 아이폰 판매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아이패드 판매 실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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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애플은 순익 22% 감소, 삼성은 영업익 시장 예상치 하회할 듯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애플의 2분기 순익이 1분기에 이어 또 다시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글로벌 1,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의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애플은 23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353억달러, 순익 69억달러(주당순이익 7.4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 매출과 순익은 각각 350억2000만달러, 88억2000만달러(주당순이익 9.32달러)로 매출은 정체, 순익은 22% 감소했다. 앞서 1분기 순익이 10년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순익이 감소한 것이다.
아이폰 판매량은 3120만대로 1년 전 2600만대보다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 2600만~2700만대도 상회했다. 그러나 1년 전에는 디자인은 유지한 채 기능을 소폭 업그레이드한 아이폰4S, 올해는 디자인과 기능 모두 업그레이드한 아이폰5 판매량이 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호재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아이패드 판매량은 1460만대로 1년 전 1700만대보다 줄었고 맥 판매량도 380만대로 1년 전 400만대보다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IM 부문은 2분기 매출 33조5000억~36조5000억, 영업익 6조7000억~6조9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영업익이지만 당초 시장 전망치 7조3000억원에서 5000억원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이달초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영업익 9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증권가에서는 같은 기간 IM부문 영업익이 6조5000억원 이하를 기록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갤럭시S4 판매량도 23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1, 2위 제조사 실적이 나란히 저조하자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긴 했지만 수익성 지표인 매출총이익률은 36.9%로 전년 동기 42.8%에서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서 실적 상승세가 예상을 밑돌 전망이다.
이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299달러로 처음으로 3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2011년 3분기 작년 1분기 320~340달러 유지하다 작년 2분기 302달러, 3분기 308달러로 떨어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유럽 등 일부 지역은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선 것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최초의 아이폰은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몇 차례 운영체제(OS) 업데이트와 후속 기종이 나오면서 점차 완벽함을 더해갔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9년 출시된 아이폰 3GS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은 확실하게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듬해가 돼서야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옴니아2의 악몽을 넘어 2010년 6월에 갤럭시S를 내놓은 이래 삼성전자가 애플과 대등한 경쟁 관계에 이르기까지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LG전자도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절치부심 끝에 올해 초 전 세계 3위를 탈환하며 스마트폰 시장서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휴대폰 업체와 심지어 PC기업 까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은 2년 약정이 지나치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
전쟁이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오는 것처럼, 스마트폰 경쟁 과정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이 속속 등장한다. 3G, LTE,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각종 무선 통신 기술을 필두로 터치스크린과 같은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입력 방식, 저전력 고성능 프로세서, 각종 소형 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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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산물과 같은 기술들을 잘 활용해 또 다른 곳에 접목 시키면 우리 삶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상으로 윤택해질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눈에 띄는 사례도 적잖다.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만든 스마트 도어락 ‘어거스트’는 타인의 집 출입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다. PC나 스마트폰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애플 출신의 엔지니어가 독립해 개발한 자동 온도 조절 장치 ‘네스트’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각종 센서를 통해 똑똑하게 온도를 조절해 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한다. 이밖에도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스마트폰에서 파생된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반면 우리나라 스마트 산업을 보면 이러한 파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 보다는 그저 스마트폰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 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대형 제조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을 쏟아내며 아직 쓸만한 스마트폰 교체를 종용한다. 한편 중소기업이나 개발사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겨냥해 돈이 될만한 신종 비즈니스나 혹은 콘텐츠 개발에만 혈안이 돼 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이쪽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 아닌지 우려가 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이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얻는 만족이나 삶의 질적 향상은 그리 크지 않다. 아이폰4를 쓰다가 5를 바꾸거나 갤럭시S3를 쓰다가 S4를 구입한다고 해서 삶이 크게 편리해지거나 혹은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와 같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얇고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더라도, 심지어 롤러코스터를 한번 탈 동안 영화를 세 편이나 다운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기업이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판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스마트 강국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비자가 한 달에 스마트폰에 수 십 만원을 쓴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스마트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사고를 확장해 휴대전화 뿐 아니라 각종 분야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이러한 혁신을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진짜 스마트 강국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임무를 굳이 대기업에게 기대하거나 맡길 필요는 전혀 없다. 국내에도 미국 벤처기업보다 더 많은 자금력과 좋은 기술을 가진 많은 중소 기업이 적잖다. 정부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몇 번의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소 유치하게 들리는 미래창조과학부 명칭 그대로 윤택한 미래의 삶을 창조하기 위해 과학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올바른 방향 제시가 시급하다.
“혁신 할 것인가, 혁신 당할 것인가”
선택은 여전히 늦지 않았다.
[김익현기자] 세계 IT 시장 3대 강자들의 분기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애플이 23일(현지 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3대 강자들의 분기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실적을 보면 IT 3대 강자들은 모두 이번 분기에 모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세 기업은 회계연도가 각기 다르다. 이를테면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건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이다. 반면 MS는 7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따라서 단순 비교를 위해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달력을 기준으로 했다.
애플은 10년 만의 분기 매출 감소는 면했지만 순익 감소까지 막지는 못했다. 지난 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순익이 감소하는 '애플답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구글은 이번 분기에 매출과 순익이 모두 15% 가량 증가하면서 수치 상으론 괜찮은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분기 매출 141억1천만 달러로 기대치인 144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 것. 주당 순익 역시 9.56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10.80달러를 밑돌았다.
MS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지난 해 2분기 실적이 워낙 안 좋았다. 인수 합병 관련 악성 자산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4억9천만 달러 가량의 손실을 기록한 것. 따라서 더 이상 실적이 악화되긴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 역시 이번 분기에 그다지 양호한 실적을 내놓진 못했다. 윈도8와 윈도RT 운영체제 출시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특히 주당 순익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9%나 감소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해 1분기부터 매출과 순익 추이를 비교해보면 애플의 약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해초까지만 해도 순익 면에서 MS나 구글을 멀찍이 따돌렸던 애플이 최근 들어 조금씩 추격을 허용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2개 분기 애플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격차가 많이 줄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올 가을 쯤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힌트를 던졌다. 지난 해까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애플이 어떤 신제품을 앞세워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릴까? 올 하반기 IT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의료관광산업,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자]<下> ‘메디컬 코리아’ 전사 양성 어떻게
[동아일보]
인도 북부 해발 1000m의 히말라야 산자락에는 특별한 리조트가 있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응용한 의료관광 상품을 제공하는 ‘아난다 스파’다. 히말라야의 자연경관과 인도 전통 의술을 접목해 세계에서 유일한 독특한 의료관광 상품을 만든 것이다. 하룻밤에 80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고가 상품이지만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리조트에는 의사는 물론이고 인도 전통의학 전문가, 고객의 체형과 건강에 맞는 음식과 요가 방법을 처방하는 치료사와 같이 신종 직업을 가진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뉴델리에서 차로 8시간 걸리는 히말라야 산속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아난다 스파는 생각만 바꾸면 질 좋은 의료관광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의료관광 산업은 의료, 관광 같은 서비스 업종과 의료기기, 제약 같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이 융합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의료 한류’를 전파할 창조적인 인재를 키워야 ‘K-메디컬’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창조적 도전에서 일자리 나온다
의료관광은 저임금 서비스 업종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분야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융합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등 의료관광 산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대만 일본처럼 의료관광 비자를 신설하고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도는 세계 의료관광 시장의 다크호스. 저렴한 의료비와 영어에 능통한 숙련된 의료진, 풍부한 관광 자원이 강점이다. 인도 정부는 의료관광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에 서비스세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의료관광 시장의 40%, 20%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태국과 싱가포르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으로 의료관광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태국은 저가 의료관광을 탈피하기 위해 의료와 미용 산업을 융합한 ‘뷰티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래플스 병원은 중국 전통 의학까지 도입해 중국인 환자 유치에 나섰다.
○ 글로벌 감각 갖춘 ‘K-메디컬 전사’ 육성해야
싱가포르와 인도는 영어가 통하고 대만은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기에 유리한 중국어 문화권이라는 강점이 있다. 2009년 의료관광 시장에 뛰어든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이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의료관광 인력을 키우지 못하면 늘어난 일자리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코디네이터 몫이 될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의료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간호사 의료통역사 등 글로벌 의료 인력 1만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급성장할 의료관광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장은 “2020년 의료관광객을 100만 명 유치하려면 1만1000개 일자리로는 부족하니 의료, 관광이 융합된 전문 인력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에는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국가자격 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이론 중심의 교육이나 필기시험 중심으로 코디네이터를 선발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실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장롱 자격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컨설팅전문업체인 고려의료관광개발 김재희 대표는 “코디네이터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호텔 예약이나 고객 식사 관리 같은 단순 서비스도 못하는 지원자가 많다”고 말했다.
○ 산학(産學) 협력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풀어야
2년 전 해외 환자 유치 사업을 시작한 휴케어는 얼마 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직원을 뽑는 데 몇 달이 걸렸다. 정태성 휴케어 이사는 “어학과 의료관광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의료관광 관련 자격증을 대비하는 사설 학원은 늘고 있지만 현업에서는 채용할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이 손잡고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의료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도 실무에 맞게 융합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의대에도 바이오헬스, 생물학, 관광컨설팅, 마케팅 등의 의료관광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융합 교육과정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관광 관련 일자리의 높은 문턱을 낮춰 다문화가정 여성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시험은 관련 분야가 아닌 학과를 나오면 유관 분야 실무를 2∼4년 경험해야 응시할 수 있다. 고졸자는 아예 응시하지 못한다. 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다문화 여성들은 어학 실력이 뛰어나 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양질의 인력이 될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도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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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직업 100여개 발굴, 일자리창출 연계 지원 |
- 「신직업 발굴 . 육성 추진방안」국무회의 보고 |
고용노동부는 우리나라에 도입 검토가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新직업 100여개를 발굴하여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유망 직업을 선별.육성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신직업 발굴.육성 추진방안」을 23일(화)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미국, 일본 외에 영국, 독일, 호주 등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 없는 외국 직업
650여개를 확인하였고, 도입검토가 가능한 직업 100여개를 선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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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시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확산될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 1970년대 인기 직종이던 타자수는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없어졌다. 노동부가 2010년 9월 워드프로세서 2·3급 자격증을 폐지한 것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날씨경영이 주목을 받으면서 생겨난 기상감정기사와 같은 새 국가자격증이 등장했다.
외국에서 주목받거나 새로 만들어진 직업은 그동안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해 왔다. 책자로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외국의 직업을 소개함으로써 창업이나 창직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노동부는 신직업 발굴 정책을 도입하게 된 배경으로 “정보 제공 차원이다. 창업이나 창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업무 취지와 같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정책으로 포장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더욱이 노동부가 검토 대상으로 올린 100개 직업 중 수십 년간 논란이 돼 폐기된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립탐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본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탐정 합법화 문제는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서 오랫동안 검토해 폐기한 지 오래다. 심부름센터(흥신소)와 같은 불법행위가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부가 '신직업 발굴'이란 이름의 정책을 왜 갑자기 내놨을까. 노동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잠재적 직업을 체계적으로 연구 발굴해 일자리 연계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에 몸을 담았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은 새로운 직업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은 시장에서 먹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 그에 걸맞은 직업을 잘 키워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무턱대고 외국에 있는 직업을 가져다 육성하거나 이미 수행 중인 업무를 적당히 버무려서 추진하라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새 정부의 메시지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복제품만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전 인수위원의 지적이 노동부 정책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김기찬 경제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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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도박가로 이름을 떨쳤던 에드워드 소프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교수는 그의 동료 클로드 섀넌 교수와 함께 카지노장에 들어섰다. 아무도 몰랐지만 당시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갑과 구두에는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기기가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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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초기 형태 웨어러블 기기는 단순한 기록 계산 능력에 그쳤다. 이후에도 컴퓨터를 활용한 배낭형, 의복형 기기에 대한 연구·개발(R&D)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무게와 기술적 제한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넌 들고 다니니? 난 입는다’
기술 발달로 컴퓨터가 소형화되고 한 손으로 인터넷, 사진·동영상 촬영, 문서 제작까지 가능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웨어러블 기기 개발은 의미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반도체와 저장매체 기술 발달이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플래시 메모리 용량은 128Gb(기가바이트)로 10년 전과 비교해 32배나 늘었지만 크기는 더 작아졌다. 그 결과 실제 생활 속에서 입은 채 사용하기에 무리 없을 정도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안경, 펜던트, 시계, 팔찌, 의류, 신발 등 10개 품목의 웨어러블 기기가 주요 기업들에 의해 개발됐다. 출시된 제품 가운데 손목 밴드들은 비교적 저가인 10만원선에서 공급되고 있는 반면 최고가인 구글 글래스는 1500달러(약 170만원)에 달한다.
커넥티드형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래스는 음성을 통해 작동시킬 수 있고 증강현실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및 영상 촬영, 길찾기 등 검색,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시험단계를 거쳐 내년 이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오클리에서 만든 고글은 GPS가 장착돼 스키를 타는 친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자신의 활강 속도 확인, 음악 청취 기능이 있다. 페블 손목시계는 사용자가 운동을 할 때 각종 수치들을 관리해주는 것은 물론 이메일, 음악 청취, 동작인식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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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시계 타입의 웨어러블 기기 ‘아이워치(iWatch)’를 개발중이며, 이미 관련 특허 79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지난해 스마트워치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시계 및 안경 형태의 기기를 개발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역시 시계형 스마트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행하는 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 10대 기술로 스마트워치를 선정하는 등 ‘웨어러블 혁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신제품, 호환성, R&D’가 미래 좌우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헬스케어 및 의료,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피트니스 및 웰빙 시장의 수요 확대로 이를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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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리서치는 새로운 제품 출시, 주요 산업군에서의 폭넓은 사용, 활발한 투자 및 연구개발(R&D) 등이 뒷받침될 경우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웨어러블 기술의 활용성이 떨어지거나 호환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성장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의 15%가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한다는 가정 하에 올해 30억~50억 달러 수준인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2015년 426억달러(약 47조55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 5월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귀, 눈, 손목의 3개 범주의 웨어러블 기기가 조만간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성문재 (mjse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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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의 마리 조 폴리는 '한번더, 빌 게이츠는 MS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2011년에도 같은 취지의 기사를 썼었다.
최근 MS는 분기실적발표에서 1년전의 절반으로 급전직하한 윈도매출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MS 주가가 하루만에 11%나 하락했는데, 이날 증발한 돈은 32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오스트레일리아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빌 게이츠가 MS 경영자로 복귀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리 조 폴리는 "내가 게이츠의 귀를 가지지도 않았고, 거의 20년동안 스티브 발머 인터뷰도 할 수 없었다"라며 "그같은 수준으로 접근할 수는 없지만 게이츠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빌 게이츠는 2000년 발머에게 넘겨준 CEO를 되찾을 예정도 없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판단은 과거 빌 게이츠가 했던 말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복귀설이 포춘을 통해 보도됐던 2011년 멜린다게이츠재단 일로 바쁘며 CEO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때 그는 "나는 지금도 MS 경영에 파트타임으로 참여하고 있다. 며칠전에도 몇가지 조언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나의 모든 에너지를 요구하며, 미래엔 재단에 풀타임으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 조 폴리는 "그의 말처럼 빌 게이츠는 MS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MS 이사회장이다"라며 "그는 자신의 재단을 운영하느라 다른 곳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고 그 일에 완전히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MS의 수년에 걸친 성장과 게이츠를 동일시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회사 내외로도 그런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라며 "그들은 게이츠로 충만한 MS를 발머가 이끄는 MS보다 으뜸으로 여긴다"라고 적었다.
또한 "게이츠가 MS를 세웠지만, MS는 게이츠가 2008년 은퇴했을 때보다 더욱 달라졌다"라며 "발머가 맡게 됐을 때, 새로운 매니지먼트가 시작됐으며,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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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샐러리맨이 가장 일하기 좋은 대기업으로 평가됐다.
24일 재벌닷컴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경제 기여도, 평균 근속연수, 복리후생비, 연봉 등을 기준으로 근무여건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는 고용규모·매출·영업이익·법인세·기부금 등을 고려한 경제기여, 평균 재직기간(직원근속), 1인당 복리후생비(직원복지), 1인당 평균연봉(직원연봉) 등 4개 항목 각 100점씩으로 산출했다.
삼성전자는 평판도 등을 나타내는 `경제기여` 항목이 최고점(95점)이었으며 `직원연봉(71점)`, `직원복지(57점)`, `직원근속(42점)` 등 나머지 항목에서도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어 평균 66.3점으로 조사대상 대기업 중 1위였다.
외환은행은 `직원연봉(92점)`과 `직원근속(92점)` 항목에서 최상위권에 포함돼 평균 63.4점을 기록, 삼성전자 다음으로 점수가 높았다.
현대자동차는 `경제기여(38점)`, `직원연봉(95점)`, `직원근속(86점)`, `직원복지(33점)` 등 조사 항목에서 고르게 득점해 평균 63점으로 3위였다. 이어 국민은행이 평균 62.5점으로 4위, 포스코가 평균 58.2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 SK텔레콤, 현대중공업, 기아차, SK에너지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위권에는 KT, GS칼텍스, SK종합화학, 하나은행,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중소기업은행, LG전자, 유한킴벌리, KT&G 등이 포함됐다.
100위권 이내 기업 가운데 제조업이 57개였고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업이 21개였다. 그 외 물류업 5개, 건설업 4개, 통신업 3개, 기타 10개사가 포함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재벌닷컴, 300개 대기업 근무여건 분석 결과
2위 외환은행, 3위 현대자동차, 4위 국민은행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삼성전자와 외환은행, 현대차, 국민은행 등이 국내에서 샐러리맨이 가장 일하기 좋은 대기업으로 평가됐다.
24일 재벌닷컴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경제 기여도, 평균 근속연수, 복리후생비, 연봉 등을 기준으로 근무여건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는 고용규모·매출·영업이익·법인세·기부금 등을 고려한 경제기여, 평균 재직기간(직원근속), 1인당 복리후생비(직원복지), 1인당 평균연봉(직원연봉) 등 4개 항목 각 100점씩으로 산출했다.
삼성전자는 평판도 등을 나타내는 '경제기여' 항목이 최고점(95점)이었으며 '직원연봉'(71점), '직원복지'(57점), '직원근속'(42점) 등 나머지 항목에서도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어 평균 66.3점으로 조사대상 대기업 중 1위였다.
외환은행은 '직원연봉'(92점)과 '직원근속'(92점) 항목에서 최상위권에 포함돼 평균 63.4점을 기록, 삼성전자 다음으로 점수가 높았다.
현대자동차는 '경제기여'(38점), '직원연봉'(95점), '직원근속'(86점), '직원복지'(33점) 등 조사 항목에서 고르게 득점해 평균 63점으로 3위였다.
이어 국민은행이 평균 62.5점으로 4위, 포스코가 평균 58.2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그 외 신한은행, SK텔레콤, 현대중공업, 기아차, SK에너지가 10위권에 들었다.
20위권에는 KT, GS칼텍스, SK종합화학, 하나은행,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중소기업은행, LG전자, 유한킴벌리, KT&G 등이 포함됐다.
100위권 이내 기업 가운데 제조업이 57개였고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업이 21개였다. 그 외 물류업 5개, 건설업 4개, 통신업 3개, 기타 10개사가 포함됐다.
항목별로는 제조업이 경제기여와 재직기간에서 앞서고 금융업이 직원복지와 직원연봉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기여도'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기아자동차가 최상위권이었다.
설립연도를 감안한 '근속기간'을 보면 KT, 외환은행,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에 장기 재직자가 많았다.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를 기준으로 한 '직원복지' 부문 점수는 국민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이 매우 높았다.
'직원연봉'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외환은행이 최상위권이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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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 게임시장은 세계 벤치마킹 모델이 될 정도로 온라인게임 중심의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모바일 환경에서 소셜 플랫폼과 게임을 접목해 성공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았다.
기존 100만 다운로드도 달성하기 어려웠던 모바일 앱 시장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카카오 게임은 무려 8개나 되었다. '애니팡'(선데이토즈) '드래곤플라이트'(넥스트플로어) 등 2000만에 이어 1000만 다운로드 게임은 '다함께 차차차'(넷마블) '모두의게임'(핫독스튜디오) '모두의마블'(넷마블) '윈드러너'(위메이드) '캔디팡'(위메이드) '쿠키런'(데브시스터즈) 등이다.
이처럼 '리그오브레전드'(라이엇게임즈)라는 글로벌 최강자가 한국 PC방 점유율 40%을 차지하며 한국 온라인게임을 초토화시키는 상황에서 카톡 게임은 '구원투수'이자 새 생태계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카톡 게임은 점차 과거 이통사 모바일 담당의 권력보다 더 높은 '카느님'의 슈퍼갑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직면하고 있다. 특히 '드래곤플라이트' 같은 초기 스타트업 신화 소멸과 상위권 대기업 독점 심화 등 도로 '부익부빈인빈'으로 회귀했다는 말도 나온다.
■ ''카톡 게임'이 웬만한 대작 온라인게임보다 낫다' 충격
지난해 추석 전후에 국민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애니팡'을 비롯해, 모바일게임으로 하루 매출 14억원을 기록하는 히트작이 쏟아나오자 '몇 개월만에 개발한 '카톡 게임'이 4~5년 걸린 웬만한 대작 온라인게임보다 더 벌어들인다'는 사실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스마트폰 시대의 특성을 잘 살린 카톡 게임은 '친구 초대'해 지인과 대전을 펼치고, 게임 업적을 공유하는 '경쟁'요소를 선보여 큰 화제를 낳았다. 특히 '애니팡' 같은 남녀노소가 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통해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영역까지 확대했다.
스타트업 신화 '드래곤플라이트', 소셜네트워크 게임 '아이러브커피'(파티스튜디오)와 남성 유저의 지지를 받은 '활'(네시삼십삼분), 새로운 차원의 게임성으로 환호를 받은 '다함께 차차차', 달리기게임 열풍이 된 '윈드러너'와 '쿠키런', 모바일 MORPG '헬로 히어로'(핀콘), 온라인게임 인기를 모바일로 옮겨 열풍을 일으킨 '모두의 마블' 등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확산했다.
수익모델도 부분 유료화로 가능한 많은 이들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었다. 카톡 게임은 이처럼 모바일 게임을 비주류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장으로 당당히 자리잡게 만들었다. 심지어 잘나가는 온라인게임사 중에서는 90% 이상 완성된 '온라인게임'을 접게 하는 등 생태계를 확 바꾸었다.
■ 라인업 185개 '입점이 꿈에서 1주일 안 생존 목표'
카톡 게임 누적 가입자수는 3억명, 라인업 185개(7월 17일 기준)로 보면 약 2일에 1종 꼴로 게임이 출시했다. '애니팡' 바람으로 '큰 기회'를 발견한 초기 게임사들은 '카톡 입점'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엄청난 행운은 대박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박신화가 속속 등장하자 카톡 게임 담당자는 '카느님'로 불리기 시작했다. 담당자 '간택'이 게임사의 운명을 갈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문에 카톡 담당자는 중소개발사들에게는 과거 이통사 모바일 담당 울트라 권력보다 더 높은 '카느님'이라는 슈퍼갑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제 게임사들은 허들이 추가되었다. '카톡 게임 입점하기'라는 목표에다가 '1주일 내 살아남기'로 2차 목표가 얹어졌다. 그것도 소위 '자뻑'이라는 순위올리기 어뷰징(다운로드 유도 서비스)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고 있다. 요즘 가요계가 순위 상위권을 위해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사에 물량 공세를 하는 것과 대형 출판사가 책 사재기와 유사한 방법이 등장한 지 오래다.
특히 출시 게임이 많아지다 보니 입점=성공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올초 1월 '윈드러너'와 '다함께 차차차'의 1위 경쟁이 시작되면서 이후 구글플레이 매출 1위는 넷마블,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가 독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1주 출시게임이 5~7개로 대폭 늘어나며 '카톡 효과'의 약발도 뚝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중소개발사 게임 중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던 게임은 '쿠키런'이 유일하다. 10위권은 '활', '헬로히어로' 정도다. 초기 카카오가 내걸었던 중소 개발사들의 진입 장벽은 오히려 높아진 것.
중소 개발사의 경우 초반에 성적이 좋아도 순위를 지속시키기 위한 마케팅과 어뷰징을 하려고 해도 총탄(자금)이 없어 '1주일 만에' 사라져버리는 게임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수익분배에서 개발사는 '울며겨자먹기' 격이다. 구글(애플) 등 1차 플랫폼에서 30%를 가져가고 나머지 70% 중 30%인 21%를 카톡이 가져간다. 퍼블리싱사와 나누고 남은 개발사의 몫은 25%다. 이 때문에 순위에 끼지 못하고 '깡통' 처지가 된 게임이 수두룩하다.
■ '부익부빈익빈' 대기업 세상...올해 안 줄도산 우려도
가장 큰 문제는 카톡 게임 개발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매출 순위 상위 1% 게임사들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반면 매출 80위 안에 들지 못한 게임(카톡의 50% 안팎)은 '하루 10만원, 즉 월 300만원도 못 번다'는 것이 현실.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카톡에 게임을 출시해도 개발자 월급도 못주는 경우도 있다. 개발자 수익이 편의점 알바보다 적다는 자조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카톡 게임은 변함없이 '카느님'으로 불리며 '무소불위'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중소게임사들은 다른 마케팅 방법이 없어 '속앓이'만 할 뿐이다. 2013년 7월 한국에서 모바일게임을 해서 성공할 방법은 카톡 입점이 거의 유일하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카톡 게임 '애니팡' 열풍 이후 모바일 게임사 창업 열기가 뜨겁다. '카톡 게임이 안 나왔으면 모바일게임 시장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하면 '모바일게임 사장님 명함만 2000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애니팡' 성공신화의 빛 뒤에 가려진 그림자도 그만큼 짙다. 창업을 해서 카톡 입점도 못하거나 입점해도 큰 혜택을 못본 게임사들이 90%에 이른다. 이 때문에 11월 이후에는 '줄도산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개발사의 경우 1년을 개발+운영의 한계점으로 본다면 말 그대로 11월 이후에는 '엄동설한'이 닥치는 게임사들이 부지기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카톡은 직접 개발 안한다...슈퍼갑은 오해'
대형게임사도 줄을 서기 시작하자 카카오도 '슈퍼갑'이라는 안팎의 시선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
반성환 카카오톡 본부장(사진)은 '릴리스할 게임은 한정적인데 제안 훨씬 더 많이 온다. 100개의 제안을 받아도 릴리스는 50개밖에 못한다. 나머지 게임과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보니 오해를 받는다. 릴리스한 게임도 수익이 갈려 비판이 나와 내심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고민이 입점 심사다. 그 부분에서 하반기에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소개발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나둘씩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랭킹 시스템에서 친구간 셰어하는 리더보드를 신설했다. 3~4개 개발사 채택해 이미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전체 랭킹으로 확대할 시행할 계획'이라며 '랭킹 시스템은 개발력 리소스가 반을 차지한다. 대형개발사는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려고 한다. 이 부분을 카카오에서 간단하게 채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중소개발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반 본부장은 1년을 맞아 '현재 건전한 생태계를 확대해나가는 한편 올 하반기 중소 개발사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소셜 기능을 대폭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카카오가 중소게임사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똑부러지게 제시할지 궁금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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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특허기술만 150여개에 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압축기 없이 천연가스를 기화시켜 엔진에 직접 공급하는 기술이다.
기존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는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압축기를 사용해 고압으로 압축시켜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대우조선은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압축기 없이 기화기와 고압펌프를 이용해 기화시켜 엔진에 직접 공급한다. 기존 방식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10% 수준으로 줄고 부피도 작아져 연비에 도움이 된다.
증발되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자연 증발되는 천연가스를 재응축기를 이용해 저온 고압의 액체로 만들어 연료로 이용하는 것. 자연스럽게 소모되는 가스를 회수해 연료화하는 것으로 경제적 효과가 높다.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해 세계 최대 선박엔진 업체인 MDT사에 수출한 고압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LNG HP-FGS)의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
이같은 특허 기술은 해외 선박엔진업체에 수출되는 성과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은 세계 최대 선박엔진 업체인 독일의 ‘만디젤&터보(MDT)’에 독자 개발한 ‘고압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LNG HP-FGS)’ 특허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껏 국내 조선사가 해외 엔진업체로부터 선박엔진을 수입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역으로 우리 기술을 판매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선박 엔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MDT가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업체의 특허 기술을 납품받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LNG HP-FGS 기술은 MDT가 만드는 선박용 2행정 엔진인 ‘전자제어식가스분사(ME-GI)엔진’에 적용될 예정이다. 실린더가 두 번 왕복해 흡기ㆍ압축ㆍ폭발ㆍ배기가 이뤄지는 선박용 2행정 엔진 분야에서 MDT의 제품은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천연가스 연료 사용이 가능한 엔진이다.
대우조선의 기술이 접목된 엔진은 지난 해 12월 캐나다 선사 ‘티케이’가 대우조선에 발주한 두 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지난 달 미국 나스코(NASSCO)가 건조하는 세계 첫 천연가스 추진 컨테이너 선박에 공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조선사들도 천연가스 연료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대우조선이 관련 특허 보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술 수출에도 성공하면서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방언 대우조선 기술총괄 부사장은 “시스템 개발에 있어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세계 대형 선박들이 청정에너지인 LNG를 연료로 사용해 항해하는 날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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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전문사 국가자격증 도입
문화부, 논란 차단위해 법령 개정
정기국회 거쳐 내년부터 시행
정부의 이번 디지털 음원 등 저작권 제도 개선은 지식과 문화, 콘텐츠, 서비스와 같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의존한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기반이 확고히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저작권 법령을 손보려는 것은 법 해석을 둘러싸고 이용자와 저작권자 등 이해관계자 간의 소모적 분쟁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바뀐 환경 변화를 담지 못한 현행법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스타벅스 판결과 지난 4월 현대백화점 판결이 대표적이다. 작사가ㆍ작곡가 등 저작권자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스타벅스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저작권사용료를 내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가수ㆍ연주자, 음반제작자 등 저작권인접권 단체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지법은 현대백화점을 손을 들어줘 공연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페나 백화점 등 대형 매장에서 ‘공짜’로 틀어주는 디지털 음원에 대해서도 저작권료(공연권)를 내도록 저작권 제도
전반에 대한 법령 체계를 손질하기로 하면서 디지털 음원 저작권 업계는 물론, 유통ㆍ요식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현행법은 저작인접권자가 공연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3000㎡ 이상 면적의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로 두고 있다. 따라서 스타벅스 같은 소형 커피숍은 공연보상금을 내지 않아도 됐으며, 3000㎡ 이상인 현대백화점 매장은 보상금을 내오다가 지난 4월 1심 판결로 인해 안 내도 무방하게 된 셈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번 개정법안은 ‘음반’의 정의에 ‘음을 디지털화한 것’을 포함시켜, 매체 개념이 아닌 콘텐츠 개념으로 확대했다. 또 ‘공연권 행사 제한’원칙을 ‘저작권 행사 인정’원칙으로 바꿔 영리 목적으로 음악을 트는 모든 매장에 대해서 저작권사용료와 보상금을 모두 물릴 수 있게 했다. 다만 자선, 종교, 청소년수련시설 등 국민 문화향유와 일정 매출액 이하 영세 사업자에 대해선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현재 대형 백화점 등은 매장 내 방송 형태로 음악을 틀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에서 저작권료 문제를 해결한 음원을 선별, 각국에 전달하면 이를 각 매장에서 트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카페베네 등 일부 커피숍도 라디오 형태로 서비스 중이다. 이들 매장은 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중에 공연보상금을 내야 한다.
현재 3000~5000㎡ 면적의 대형마트에서 음반을 틀면, 저작권자의 공연권사용료(신탁단체 음악저작권협회)는 월 8만원, 음반제작자의 공연보상금(음반산업협회)과 음악실연자의 공연보상금(음악실연자연합회)은 각각 월 5만6000원이다. 정부는 신탁단체가 3곳으로 나뉜 것을 통합 징수할 수 있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이해관계자끼리 협의해 보상금 사용료 액수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을 정부 승인을 거치도록 개정할 계획이다.
한지숙ㆍ도현정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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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공연 좋았다” 관극평 쇄도
브로드웨이 겨냥…한국공연도 추진중
“요즘 새로운 미국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약간 ‘서울’적인 것을 가미해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주말판 예술(Arts) 면에 한국 영화 ‘과속스캔들’ 원작 뮤지컬 ‘스핀(Spin·사진)’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후한 평가를 달았다.
2008년 개봉해 830만명을 동원한 흥행 영화 ‘과속스캔들’을 뮤지컬로 개작한 ‘스핀’은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오는 27일까지 석 주 동안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시그니처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정식 상업 무대로 진출하기 전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공연이다. 배우들이 대본 연기만 하는 리딩 공연과 달리 무대와 조명을 갖추고 일반 관객에게 첫선을 보이는 자리로, 제작사는 일반 관객의 반응을 살펴 작품을 보완할 수 있고 관객은 보통 티켓 가격보다 훨씬 싼 30달러만 내고 감상할 수 있다.
무비컬(무비와 뮤지컬을 합친 조어로 영화 원작 뮤지컬) ‘스핀’은 한국의 프로듀서(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와 캐나다 출신 작가 겸 작곡가 콤비 브라이언 힐과 닐 바트람이 의기투합해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공연이다.
셋의 만남은 2009년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거슬러 오른다. 브라이언 힐이 대본을 쓰고, 닐 바트람이 작곡한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선 사흘 만에 막을 내려 흥행에 참패했지만 2011년 한국에선 7개월간 롱런을 기록했다. 당시 라이선스를 들여 와 성공시킨 신 대표가 둘에게 ‘과속스캔들’ 뮤지컬화를 제안했고, 둘은 영어판 대본 초안과 음악을 만들어 연출가인 에릭 셰퍼에게 보냈다. 셰퍼의 참여로 뮤지컬 제작은 급물살을 타 지난해 9월 워싱턴DC 시그니처시어터에서 리딩 공연을 거쳤고, 공연계 관계자들로부터 ‘재미있는 작품’ ‘환상적 공연, 음악도 뛰어나고 이야기도 멋지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스핀’은 ‘과속스캔들’의 큰 줄거리에 미국 문화에 맞춰 설정이 살짝 바뀌었다. 원작 영화는 한때 잘나가던 아이돌 스타이지만 지금은 라디오 DJ를 하는 삼십대 중반의 현수(차태현 분)가 어느 날 느닷없이 딸과 손자를 주장하며 찾아온 황정남(박보영 분), 황기동(왕석현 분)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가족애를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스핀’에서 주인공 에번 피터슨은 보이밴드 출신으로, 지금은 ‘아메리칸아이돌’ 같은 TV 오디션 토크쇼를 진행하는 35세 미혼 남성으로 설정됐다. 딸인 마칼로는 22세, 손자 제시는 6세다. 영화 속 ‘속도위반’ 임신, 특히 혼외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스핀’에선 한꺼풀 걷어졌다. 영어 직역의 ‘스피디 스캔들(Speedy Scandal)’이 어색해 돌고 돈다는 뜻의 ‘스핀’이 제목으로 확정됐다.
북미와 극동아시아 두 문화권에서 동시에 공감한 코드는 팝문화와 가족애다. 보이밴드라는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딸인 마칼로가 오디션에 참여한다. 코믹한 대사, 가족 간의 갈등 구조, 주인공이 차츰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한다는 결말이 같다.
신 대표는 ‘스핀’의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한국에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시그니처시어터 페이스북에 ‘스핀’ 공연이 좋았다는 관극평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관객들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선 영화 ‘싱글즈’와 ‘미녀는 괴로워’가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고, ‘싱글즈’는 일본에서도 공연해 한류 뮤지컬로도 자리 잡았다. 브로드웨이에선 ‘토요일 밤의 열기’ ‘라이언 킹’ ‘빌리 엘리어트’ 등이 크게 성공한 무비컬로 손꼽힌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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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에게 다짜고짜 대들었고
나는 정당방위를 위해 총을 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의 소도시에서 히스패닉계 자율방범대원이 무고한 10대 흑인 소년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지난 13일 배심원 평결에서 자율방범대원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미 전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가 잇따르며 흑백 간 인종갈등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평결 1주일 후인 지난 20일에는 미국 전역 100개 도시에서 집회가 개최되고 미국 유명 인사들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사건의 파장이 만만찮다. 이 사건이 제대로 처리 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제2 흑인폭동 조짐마저 예상된다. 당장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플로리다주 등 미 31개 주에서 시행 중인 정당방위법 폐지론마저 나온다. 백인 5명, 히스패닉계 1명으로 구성된 미국 배심원단은 히스패닉계 자율방범대원 조지 지머먼에게 무죄를 평결했다.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나는 조지 지머먼.
미국 플로리다주 샌퍼드시의 자율방범대원으로 인종은 히스패닉계 백인으로 나이는 만 29세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민간 자율방범대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지역 범죄 해결에 큰 공을 세워서 나중에는 꼭 진짜 경찰이 되고 싶다.
나는 지난 2012년 2월 26일에도 지역사회 시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불철주야 방범 활동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렸다. 왠지 기분 나쁜 밤이었다. 순찰을 다니는 도중에 샌퍼드 시 교외에서 수상한 흑인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후드티를 덮어쓴 채 휴대폰으로 전화 통화를 하며 혼자 걷고 있었다. 수상해 보였다. 이렇게 으슥한 곳에서 혼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곧 무전으로 911에 ‘수상한 녀석이 보인다’고 보고하고 뒤를 쫓았다. 911에서는 ‘쫓아갈 필요가 없다’는 회신이 왔지만, 사실 누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는 현장 수사관이 판단할 일이다.
나는 특유의 직업 정신을 발휘해 그 녀석을 끝까지 쫓아갔다. 만약 아무 잘못 없는 녀석이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이 녀석이 “왜 나를 따라오느냐”고 삐딱하게 대들길래 황급히 이 녀석을 제압하고 몸 수색을 실시해봤다. 이런 녀석들은 흔히 몸에 마약을 숨겨가지고 다니며 몰래 사고파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없다면 다행이지만 있다면 내가 제대로 본 것일 테다.
그런데 갑자기 이 소년의 태도가 돌변하더니 나를 향해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그를 제압했다고 생각하며 잠시 방심했던 나는 그에게 수차례 얻어맞았다. 이 녀석의 몸 수색도 다 하지 못 했는데 몸속에 흉기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 자율방범대원 생활 중에 나에게 최대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더군다나 이 소년은 경찰은 아니지만 명색이 지역 자율방범대원인 나에게 호기롭게 덤벼들고 있다. 이 녀석 봐라!
가까스로 그가 내뻗은 주먹에서 벗어난 나는 자세를 가다듬고 평소 소중히 여겨온 권총을 꺼내들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갱단의 일원일 수도 있는 그에게 당하고 말 것이다.
나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에게 총기를 발사했다. 쓰러진 그의 몸 수색을 실시한 뒤 나는 아연실색했다. 예상과 달리 그는 마약이나 흉기를 지니지 않고 있었고 그의 소지품으로는 ‘스키틀’ 사탕과 ‘애리조나 아이스티’밖에 없었다.
물론 그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이런 경우는 전국의 수많은 자율방범대원들이 겪는 사고다.
이런 사고를 통해 희생되는 자율방범대원도 상당수에 달한다. 상대가 범죄자냐 아니냐를 미리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는 범죄 근절의 최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 애석하게도 무고한 그가 죽었지만 나는 무죄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흑인 고등학생으로 나이는 만 17세다. 플로리다주 하면 미국 최남단에 위치, 관광도시로 유명한 마이애미를 떠올릴 것이다. 연중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해변에 반해 전 세계에서 휴양객들이 몰려오는 도시.
퀴즈 하나. 플로리다주 주도는 어디일까? 플로리다 반도 돌출 시작부와 미 대륙의 연결점에 있는 탤러해시인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사는 도시는 탤러해시와 마이애미의 중간 지역, 즉 플로리다주의 중앙 지역에 위치한 샌퍼드라는 곳. 면적 58.53㎢, 인구 5만4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나도, 당신도, 아니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이 작은 도시가 갑자기 어느 날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줄은…. 이 도시가 사람들 입에 거론되기 시작한 건 공교롭게도 나의 죽음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나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사실 나는 그 표현을 ‘마틴이 한을 품으면…’ 이라고 바꿔보고 싶을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다.
내가 사망한 사건은 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이다.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 미국에서, 특히나 정당방위법이 채택된 플로리다에서 사는 모든 주민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다 지난 일이지만, 나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자니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자, 여기서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그때가 그러니까, 2012년 2월 26일 저녁이었다. 나는 샌퍼드시 교외에서 부모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스키틀’ 사탕과 ‘애리조나 아이스티’를 샀다. 내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간식이다. 계산하고 편의점을 나서는데 비가 내렸다. 사탕과 아이스티를 한 손에 든 나는 입고 있던 회색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걸었다. 역시 갑자기 비올 때는 후드티가 최고다. 젖긴 하겠지만 우산이 없는 상황에서 비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비 내리는 어두운 밤길, 왠지 을씨년스럽긴 했다. 인기척이 나면 왠지 겁이 날 것만 같았다. 상대방은 내가 무섭게 보일 것이다. 어두운 밤 예쁜 소녀가 길을 걷다가 나 같은 차림의 소년을 만난다면 혹시나 무슨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쁜 소녀여, 걱정말라. 나는 그냥 피부가 까맣고 후드티를 입었을 뿐 당신과 마찬가지로 꿈 많고 겁도 많은 10대 소년일 뿐이다. 난 당시에 약물이나 음주를 한 상태가 아니었다. 범죄 전력도 전혀 없었다. 학교에선 모범생 소리를 듣는다. 흉기도 물론 소지하지 않았다.
그때쯤이었다. 누군가가 이 쪽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여자친구에게 “이상한 사람이 내 뒤를 쫓고 있다”고 말한 뒤 지머먼에게 “왜 나를 따라오느냐”고 물었다. 이 사람은 지역 민간 자율방범대원이었다. 나를 붙잡은 그는 나를 상당히 거칠게 다뤘다. 언쟁 끝에 격투가 벌어졌다. 가만히 있다가는 맞아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력을 다해 저항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총을 꺼내들더니 나를 향해 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때부터 1년6개월이 흘렀다. 나를 쏜 자율방범대원 조지 지머먼(29)은 사건 후 44일간 체포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 흑인사회와 인권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된 항의집회가 샌퍼드에서 마이애미, 뉴욕 등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플로리다주 검찰은 지난 4월 지머먼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2급 살인이란 고의성은 없지만 격투 등이 살인의 원인이 됐을 때 적용하는 죄목이다. 사건 발생 후 1년5개월여 후인 지난 13일 플로리다주 법정에서 배심원단은 지머먼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지머먼은 내가 먼저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몇 차례 머리 등을 가격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정당방위로 총을 발사했다며 위기를 모면했다. 덩치가 훨씬 큰 데다가 총까지 가진 그를 내가 어떻게 넘어뜨리고 가격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배심원단 6명 전원이 여성이며 백인 5명, 히스패닉계 1명인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내 전역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면서 흑백 간 인종갈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이 사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마틴은 35년 전의 나였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미국의 정당방위법 재검토를 촉구했고 20일에는 미국 전역 100여개 도시에서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인 나는 이 사건으로 결코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아무런 혐의 없는 소년이 당장 오늘이라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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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얼굴에만 의존하는 ‘K코드’ 론 한계…스토리 결합돼야 롱런
후속작 없어 팬층 확보 어려움
동방신기·소시 매니지먼트 SM
핵심축 작가 육성·관리 외면
여행사 인수했지만 성과 미흡
‘꽃남’ 김현중·‘미남…’장근석
드라마 성공 입지구축 든든한 힘
스타·콘텐츠 동행 성공 사례로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NHK를 통해 방송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게 2003년이다. 이로써 배용준은 한류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고, 한국 드라마의 본격적인 일본 진출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배용준은 한류 스타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콘텐츠의 뒷받침이 미약하다. 한류 1세대 스타 배용준은 이후 ‘태왕사신기’ 등에 출연했지만 콘텐츠가 확실하게 받쳐주지 못해 더 이상의 팬 확보가 어렵다. 물론 배용준의 일본 아줌마팬들은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배용준이 드라마나 영화라는 콘텐츠가 계속 나왔더라면 지금보다 파괴력과 파급력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스타 중심의 한류는 한계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드라마에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면 국내외 할 것 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한류 스타가 발굴돼야 하고, 기존 한류 스타는 콘텐츠로 새로운 캐릭터와 이미지가 생산돼야 한류 스타로서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최근 세 번째 미니 앨범 ‘라운드 3’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유어스토리’를 내놓자마자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1위에 올린 김현중은 “한류 스타로서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꽃보다 남자’ 팬들이 지금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기자에게, 특히 한류 스타에게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장근석은 스타성으로도 한류 파워가 대단하지만 일본에서 ‘근짱 파워’가 나온 건 2010년 ‘미남이시네요’가 터지면서부터다.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편성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미남이시네요’를 계기로 잠시 주춤했던 한국 드라마가 재점화됐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보아 등의 한류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이런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행업체를 인수해 SM C&C라는 콘텐츠업에 뛰어들었으나 노하우가 부족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동건, 강호동, 이수근과 SM에 소속된 가수 등 스타들은 대거 확보했지만 콘텐츠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는 작가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콘텐츠의 핵심은 작가인데도 작가의 육성과 관리는 잘 안 되고 있다. ‘대장금’ ‘동이’ ‘마의’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PD지만 상당 부분 작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제 배용준, 송승헌, 이병헌, 원빈 등 ‘한류 4대 천왕’에 이어 김수현, 이종석, 주원, 송준기, 유아인 등 ‘꽃돌이 5인방’도 한류 스타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하지만 스타 중심으로만 끌고 가지 않고 스타와 콘텐츠가 함께 가야 파급력이 강하고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K-팝(Pop) 한류의 경우 국내 기반이 약해도 특정 국가에서 얼마든지 한류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 히토쓰바대 박사 과정에 있는 구명회 씨는 “한류의 가장 큰 소비처인 일본에서 K-팝 가수들의 주된 수입은 CD 등을 통한 음반 판매 매출과 콘서트ㆍ팬미팅 등의 이벤트를 통한 공연 수입인데,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이 계속해서 진출함에 따라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이럴 때 K-팝 가수가 출연한 드라마가 히트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류는 드라마든, K-팝 한류든 급속한 팽창 뒤에 오는 자기복제와 정치적 요인 등으로 거품적인 요소가 제법 끼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콘텐츠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드라마작가를 양성하는 등 문화적인 작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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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 PD는 1977년 MBC에 입사해 드라마 PD로 연출인생의 문을 열었다. 81년 ‘수사반장’으로 연출가의 입지를 다진 그가 스타 PD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91년 ‘여명의 눈동자’를 만나면서다. 송지나 작가와 콤비를 이뤄 최고 70%의 시청률 성적표를 적어낸 ‘여명의 눈동자’는 화려한 스케일의 ‘대작 드라마’ 시대를 연 첫 작품이었고, 김 PD 드라마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된 작품이기도 했다. ‘여명의 눈동자’ 이후 그는 프리랜서 연출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독립 이후엔 본격적인 ‘김종학 시대’가 열렸다. 95년 ‘귀가시계’로 불리던 SBS ‘모래시계’의 탄생. 다시 한 번 송 작가와 손을 잡은 이 드라마는 평균 45.3%, 최고 6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김종학 신드롬’을 불러왔다.
김명섭기자 msiron@heraldcorp.com |
98년 ‘백야 3.98’을 연출한 이듬해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했다. 2009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으며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열었지만 이 기간에도 그는 연출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엔 55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MBC ‘태왕사신기’를 연출, 35.7%의 최고 시청률을 써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 PD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최근 생활은 더 고단했다. 지난해 판타지 사극 ‘신의’로 5년 만에 복귀했지만 시청률(10%대)은 초라했다. 종영 이후 ‘신의’의 배우들은 6억4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해 제작사였던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와 김 PD를 상대로 배임 횡령 혐의에 사기 혐의를 덧씌워 고소했다.
김 PD의 마지막에 연예계와 방송가는 비통함에 잠겼다. 방송가는 고인을 ‘사회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일궈낸 타고난 드라마 PD’ ‘한국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천재 PD’로 기억한다. 그의 손을 거쳐 갔던 배우 고현정 등을 비롯한 숱한 톱배우들은 눈물로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발인은 25일이고, 장지는 경기도 성남 영생관 메모리얼파크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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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뇌물로 얼룩진 중국 의료계 현실을 로이터가 조명했다. 로이터는 23일(현지시각) 현지 기사에서 베이징에서 심장 전문의로 일한 의사의 말을 인용했다. 이 의사는 "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 운동이 의료계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중국 의료계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뇌물 수수 조사로 뒤숭숭하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30억위안(약 54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뇌물을 뿌렸다는 혐의에 내몰린 끝에 중국 수사 당국에 잘못을 시인했다. 또다른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급성장하는 中 의료시장…의사 월급은 쥐꼬리
글로벌 제약업체들에게 중국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 시장 규모는 2011년 3570억달러(약 400조원)에서 2020년까지 1조달러(약 1114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병원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물론, 의사들이 받는 임금은 턱없이 적다. 중국 정부는 지난 30년간 각급 병원의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중국 내 주요 병원 1만3500곳이 회계장부를 갖추게 됐다.
문제는 병원 경영에 필요한 관련 수가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 정부가 상한선을 정해놓고 올리지 못하도록 하다보니 병원들은 고육지책으로 의사들 월급을 줄였다. 게다가 종합병원 의사 월급은 공무원 수준에 묶어 놓은 상태다.
베이징에서 의대를 갓 졸업한 초보 의사들이 한 달 일해서 손에 쥐는 건 보너스를 합쳐 3000위안 정도, 우리 돈 54만원이 전부다. 베이징 택시기사 월급 수준이다. 경력 10년 정도 의사가 받는 돈도 1만위안(약 180만원)에 그친다.
50대의 한 의사는 로이터에 "월급만 받아서는 먹고 살 수가 없다"며 "이것이 뇌물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베이징 한 병원의 중견 의사는 전체 소득의 80%를 뇌물에 의존하기도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뇌물은 중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 돼 버렸다"고 썼다.
◆ 뇌물 없으면 수술도 안돼
문제는 중국 의료업계의 부패가 단순히 제약업종의 리베이트와 같은 뇌물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환자와 의사간 뇌물도 비일비재하다. 명절 때 주고받는 홍바오(紅包·촌지)가 병원에선 일상이 됐다.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는 밥 왕씨는 지난해 친척의 대퇴부 관절 이식수술을 위해 병원에 수술비 10만위안과 함께 담당의사에게 5000위안(약 90만원)을 따로 건넸다. 촌지를 주지 않으면 의사가 수술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건너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면 사람들은 의사부터 찾아가 홍바오 관련 상담부터 한다"며 "병원 수속을 기다리다간 입원실 침대 하나 얻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했다.
의사 월급이 낮다 보니 의사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 3년간 중국의 의사 수는 13%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환자 수는 28% 늘었다.
상하이의 한 종합병원 고위 임원은 "그나마 지금 있는 의사들마저 은퇴를 하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의사들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손희동 기자 son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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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3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55% 이상 폭락했다. 아모레G(-1.16%), 한국콜마(-28.8%) 등 여타 화장품주들에 비해 눈에 띄는 낙폭이다.
올해 1·4분기 실적쇼크에 브랜드숍 간 과다경쟁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중저가 화장품주들이 급등할 당시 사들여 쏠쏠한 차익을 누린 기관이 올 들어 대거 실현에 나서면서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최근 참여연대가 화장품 브랜드숍 업체들을 공정거래위원회위에 고발하면서 업계 전반의 규제 위험마저 커진 상태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화장품 산업의 25%를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던 브랜드숍은 최근 출점 가속화, 신규 사업자 증가, 브랜드 간 경쟁 심화로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브랜드숍 전반의 성장률 및 수익성 기대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에이블씨엔씨의 2분기 실적뿐만 아니라 3분기 실적 역시 개선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이블씨엔씨의 별도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2% 감소한 3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매장당 매출 감소가 1분기에 이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경쟁심화에 따른 할인판매와 마케팅 비용 증가 역시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형성장 둔화로 마케팅 관련 비용의 매출액 대비 비중 역시 늘어난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국내실적 회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대 50% 빅세일 이후 전략에 대한 검토가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마케팅 비용 관련 전략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변동될 가능성이 높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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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대만대 공조, 20년 뒤 시장주도 기술 준비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성무 특파원 = 모바일 기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대만이 국가 차원에서 차차세대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섰다.
대만 행정원 산하 국가과학위원회는 대만 TSMC와 대만대학교의 미래 첨단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을 국가 지원 '산학대협력 프로젝트'로 선정했다고 중국시보 등이 24일 전했다.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로 삼성전자와 해당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는 기업이다. 애플에 모바일 기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도 양사는 최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TSMC와 대만대는 앞으로 7나노미터, 5나노미터급 초미세 반도체 공정기술 개발에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연구 프로젝트에는 두 조직뿐만 아니라 대만 내 관련 분야 주요 대학 연구소와 민간 연구기관 등 모두 9개 기관에서 30명의 엘리트 학자들이 참여한다.
대만은 이를 통해 5년 내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20년 뒤 3천억 달러(약 3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선점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가과학위는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 상황을 언급하면서 삼성을 직접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이 위원회는 철강업체인 차이나 스틸과 국립 청궁(成功)대학교 간 환경친화적인 철강제조 공정 연구 사업도 국가 지원 산학대협력 프로젝트로 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최근 한국,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신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하이테크 상품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980억 달러(약 110조원) 규모다. 이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한다.
대만은 스마트폰, 메모리 칩, 디스플레이 패널 등 주력 수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을 최대의 '적수'로 인식하고 있다.
장중모(張忠謨) TSMC 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삼성은 두려워할 만한 상대이지만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각 분야 대만 기업이 연대해 대항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tjd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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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라면, 10개중 1개뿐… 오뚜기에도 밀려]
삼양, 20년 넘게 王座 지키다 1985년부터 농심에 자리 내줘… 이후 나온 신제품 눈길 못끌어
"오너에 몰아준다" 비난에도 점유율 9% 넘었던 팔도… '꼬꼬면' 인기 식자 하락세로
올 상반기 라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올해 라면 생산 50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最古)의 라면 업체인 삼양식품이 3위로 밀렸다. 또 하얀 국물 라면의 열풍이 꺾이면서 기세 셌던 4위 팔도의 상승세도 꺾였다. 오뚜기는 라면 사업 26년 만에 처음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농심은 시장점유율을 다시 70%대로 끌어올리려 할 정도로 아성을 굳히고 있다.
23일 시장 조사 업체인 AC닐슨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라면 시장에서 11%의 점유율에 그쳐 오뚜기(13.2%)에 2위 자리를 내줬다. 1985년 1위 자리를 농심에 내준 지 28년 만에 3위로 다시 내려앉은 것이다. 오뚜기는 1987년 라면 시장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2위로 올라섰다. 농심은 67.7%의 점유율을 기록, 28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4위는 한국야쿠르트 모회사인 팔도로 8.1%에 그쳤다.
◇라면 원조 삼양식품, 3위로 하락
삼양식품은 반(半)세기 전인 1963년 9월 15일 국내 최초 라면 '삼양라면'을 생산했다. 회사 역사가 한국 라면 역사다.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다 1985년 농심에 밀려 2위로 처졌다. 지난해에는 하얀 국물 라면 인기 속에 내놓은 '나가사키짬뽕'이 매출 호조를 보이며 시장점유율이 13.9%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5년 이상 12%에서 변하지 않던 점유율이 반짝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하얀 국물 라면 인기가 시들해지자 점유율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떨어졌다. 나가사키짬뽕의 후속 라면인 '꽃게짬뽕'과 '홍짬뽕', '돈라면' 등이 모두 소비자의 입맛을 잡지 못했다. AC닐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많이 팔린 라면 상위 10위' 중 삼양식품 라면은 삼양라면(5위) 1개뿐이었다. 작년 상반기에는 나가사키짬뽕(5위)과 삼양라면(6위) 2개였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제대로 된 신제품 출시를 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말했다.
◇"오너에 몰아준다" 비난 무릅쓴 보람도 못찾은 팔도
하얀 국물 라면으로 낭패를 본 것은 삼양식품뿐 아니다. 팔도는 '꼬꼬면' 인기가 식으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팔도는 라면 시장점유율 10%(연 점유율 기준)를 달성한 적이 거의 없었으나 2011년, 2012년에는 꼬꼬면 덕분에 9%를 넘었다. 2013년에는 10% 돌파 가능성에 기대를 가졌으나 올 상반기 오히려 8%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팔도가 한국야쿠르트 창립자인 윤덕병(86) 회장의 아들 윤호중(43) 전무가 주식 100%를 가진 개인 회사라는 점이다. 팔도는 원래 한국야쿠르트 관계사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일으켰던 식품 용기 제조 회사인 삼영시스템이었다. 그러나 꼬꼬면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뒤인 2011년 12월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사업 부문을 받아 라면 회사인 팔도로 바뀌었다. 당시 업계에선 "오너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인기 상품의 제조를 몰아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비난까지 감수하게 만들었던 꼬꼬면의 인기가 떨어졌으니 팔도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제품 개발과 판촉으로 승부해야
오뚜기는 "2위 자리 수성(守城)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시장 격변기에 내놓은 제품이 성공을 거두고 판촉 활동도 공격적으로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7월 컵라면으로만 나오던 '참깨라면'을 봉지면으로도 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기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월 참깨라면은 이미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팔렸다. 최근 상품을 개선해서 새로 내놓은 '진라면'과 '열라면'도 판매가 늘었다.
농심이 작년 65.4%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올 상반기 67.7%까지 끌어올린 배경에는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잘 팔린 덕이 컸다. 두 라면을 섞어 먹는 유행이 생긴 것이다. 농심 최성호 상무는 "최근 라면 두 종류를 섞어 먹거나 라면과 다른 가공식품을 섞어 먹는 것이 상반기 내내 유행했다"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특정 라면보다는 어떻게 섞어 먹는 방법이 유행하느냐가 라면 매출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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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연대 구축해 해외진출…ICT 컨버전스 기술 및 노하우 전수
[본 콘텐츠는 7월 12일 15:08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국내 통신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KT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KT는 ‘비(非)통신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통신연대’를 구축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활용의 일반화로 국내 통신산업은 유선에서 이동통신, 무선데이터로 그 중심이 옮겨졌다. 유선전화 매출 감소, 통신사 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 지속적인 요금인하 압력으로 통신시장 성장성은 한계를 맞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에 나섰고 그 중 하나가 비통신 분야의 사업 강화를 꼽을 수 있다.
◇ 미디어·렌탈·금융·부동산 등 비통신분야 성장 동력 자리잡아
KT는 기존 통신사업 영역에서 비(非)통신 분야로 적극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미디어, 렌탈, 금융, 부동산 등 비통신 분야 계열사들은 빠른 속도로 KT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0년 그룹사로 신규 편입된 KT스카이라이프와 KT렌탈(금호렌터카), 2011년 편입된 BC카드가 그 축이다.
KT의 비통신 계열사 매출은 2012년 6조8000억원을 기록, 2008년(1조1000억원)에 비해 518%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08년 323억원에서 2012년 3498억원으로, 983% 성장했다. KT 영업이익에서 비통신 계열사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5%에서 지난해 12%로 높아졌다. 올해는 21%, 3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매출은 2008년 2600억원에서 2012년 1조2500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미디어 가입자는 2008년 310만명에서 2013년 1분기 622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미디어 분야 매출은 주문형비디오(VOD) 수요 증가에 힘입어 1조30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렌터카 시장 1위(점유율 23%)인 KT렌탈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2%씩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BC카드 인수로 모바일 결제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늘려갈 전망이다.
통신망 진화로 예전처럼 많은 지사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유휴자산이 중요한 수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KT는 부동산 및 구리선 등 유휴 자산을 개발 및 매각하면서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 해외진출 박차…글로벌 통신 연대로 성장 돌파구 마련
KT가 사업의 주력인 통신 부문을 제쳐두는 것만은 아니다. 통신 사업은 글로벌 연대를 구축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석채 KT 회장의 최근 활발한 글로벌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KT는 글로벌 통신연대 ‘제 1 행보’로 가상재화(Virtual goods) 시장의 성장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이를 위한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의 협력 구축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6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MAE)MAE에서 기조연설를 통해 이를 역설한 바 있다.
제 2 행보는 글로벌 대표 통신사들과의 연합전선 구축이다. KT는 2010년 11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차이나모바일과 공동 사업 및 글로벌 시장 협력 관련 협약을 맺었다. 2011년 1월에는 NTT도코모와도 협력해 동북아 스마트벨트를 구축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2월 KT와 차이나모바일간 선불 로밍 서비스를 론칭했고 지난 3월에는 NFC 로밍 쿠폰 서비스가 개시됐다. KT의 주요 계열사인 BC카드는 중국 은련카드와 한중 가맹점 네트워크를 공유해 제휴카드 총 500만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통신연대 ‘제 3 행보’는 KT의 비즈니스 노하우 수출이다. 2012년 7월, KT는 2015년까지 매출 목표 40조원의 10%에 달하는 약 3조9000억원을 글로벌 사업에서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2012년 7월 KT는 몽골 정부와 100억원 규모의 몽골 지진 재난 경보시스템 구축사업 계약을, 10월 말에는 브루나이 정부의 국가데이터센터(NDC, National Data Center) 개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3월에는 대우인터내셔널, 코트라와 협력해 230억원 규모의 폴란드 포들라에스키 주정부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 계약을 수주했다. 7월에는 아프리카 르완다 정부와 합작사 ‘LTE Infraco’를 설립, 2014년부터 25년간 르완다 전역에 LTE 네트워크를 서비스한다.
단순 자본 투입 방식의 해외 진출 방식에서도 벗어난다. KT는 그간 축적된 ICT 컨버전스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글로벌 시장에 협력사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 등 인프라 부족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벤처 회사에 투자해 동반 성장을 이끌고, KT 역시 미디어와 콘텐츠, IT 솔루션 등 ICT 기반의 가상재화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등 협력사와 함께 글로벌 동반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도현 기자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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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ㆍ안진, 지난 3년간 매출액 부침 없어…영업이익도 유지 또는 소폭 증가
삼정, 컨설팅 수임 늘면서 매출은 급증ㆍ이익은 하락…올해 컨설팅 부문 구조조정
한영, 수임은 비슷하지만 매년 당기순이익 급락…매년 100억원대 고질적인 잡손실 탓
[본 콘텐츠는 07월 23일 19:48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4대 회계법인들이 매년 유사한 규모로 매출을 거두지만, 이익에서는 소폭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 등 특정분야 서비스 수임료를 크게 늘려 매출을 키웠어도 정작 이익은 감소하는 모양세도 이어진다.
감사ㆍ자문(컨설팅)ㆍ세무 각 분야에서 회계법인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수료에 기반한 덤핑경쟁이 이익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안진ㆍ삼정ㆍ한영회계법인들의 영업수익(매출액)은 모두 전년대비 적게는 3%에서 많게는 40%까지 증가했다. 삼일은 전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은 작년 4568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2011년과 거의 유사한 규모다. 회계감사 33% : 컨설팅(자문) 40% : 세무 : 20% 비중으로 수임비를 거뒀다. 분야별 수임액도 전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배당수익ㆍ외환차익 등 일시적인 기타수익(영업외수익)이 줄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0억원 가량 감소했다. 매출ㆍ이익분야에서 모두 부침이 없는 실적을 유지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매출ㆍ영업이익ㆍ당기순이익이 모두 소폭 증가했다. '세무' 컨설팅에서 전년보다 100억원 가량을 더 벌면서 매출액이 26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과 마찬가지인 10억원 수준. 다만 2010년과 비교했을 때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법인세비용이 줄면서 당기순이익도 5억원 가량 늘었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45%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익은 오히려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컨설팅 부문에서 2012년 수임료가 전년대비 2.5배 가까이 늘어난 1150억원의 매출을 냈다. 하지만 수임료가 늘어난 만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급증했다. 일례로 급여를 포함, 판매관리비에만 지난해 655억원을 더 썼다.
이러다보니 외형만 커졌을 뿐,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작년 영업이익은 직전해보다 10억원 가량 줄어든 12억원. 당기순이익도 10억원 가량 줄었다.
삼정회계법인은 올해 초 KPMG컨설팅 분야의 사업성과 악화를 이유로 컨설팅 부문 담당 부대표 등 6명의 파트너급를 퇴사시키면서 컨설팅 분야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가장 규모가 작은 한영회계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불과 4000만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예년에 비해 소폭 늘어났다. 그러나 인건비 등이 늘면서 영업이익은 직전 113억원에서 작년 90억원으로 20%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한영회계법인은 다른 4대 회계법인들과 달리 고질적으로 소요되는 매년 100억원 잇아의 영업외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잡손실' 분야에서만 80~90억원이 매년 지출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영업이익이 높아도 정작 손에 쥐는 당기순이익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12억원, 2011년 3억원으로 줄다가 지난해 1억원에도 못미치게 됐다.
[현상경 기자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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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스마트폰 학생증' 도입… 學內 식당서 결제도 할 수 있어
서울대가 오는 2학기부터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학생 실명 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학생증과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여러 국내 대학에서 모바일 학생증을 실험적으로 운용해 왔으나 학내 결제까지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서울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23일 서울대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대생은 자신의 명의로 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기존의 카드 학생증 없이 학내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QR 코드를 이용해 식당·매점·편의 시설에서 수수료 없이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기존 카드 결제 시스템에서는 사용자가 결제할 때마다 금융결제원 전산망에 신용 조회를 한다는 명목으로 1.5~2.0%의 카드 수수료를 내야 했다"면서 "하지만 서울대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신원을 보증함으로써 생활협동조합이 내던 연간 2000만~3000만원의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신용 조회 기관 역할을 하면서 은행 통장에 잔액이 남아 있는 한 수수료율 0%의 스마트폰 결제를 체크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와 관련, 최근 농협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기반 학내 결제 시스템이 정착되는 내년부터 서울대는 수수료 공제 금액만큼 학내 식당 음식 가격을 내리거나 식단 품질 향상 등 학내 서비스 개선에 투자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대부분 학생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실명'이 보장된다는 점에 착안, '스누톡(스누끼리)'이라는 단체 학내 모바일 메신저도 만들 예정이다. 과·단과 대학 단위로 학생들을 모아 스마트폰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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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해외지점장… 코리아 기업들도 외면하는 코리아 은행
국내 20대 기업 해외법인들, 대부분 해외 현지은행 이용… 200억달러 외국은행에 유치
국내 은행들 해외점포엔 시스템도 영업력도 없어
최근 미국 지점에 파견 나간 한 국내 은행 주재원은 국내 대기업의 현지 자금 담당자를 찾아갔다. "금리를 더 줄 테니 미 현지법인 예금을 우리 미국 지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은 "거액의 외화자금이 수시로 드나드는데, 국내 은행은 관리할 능력이 없다. 금리를 더 줘도 필요없다"고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한진중공업은 올 초 필리핀의 수비크 조선소 운영자금 1억달러를 필리핀 현지 은행에서 조달했다. 금리도 연 1%대 후반으로 좋은 조건이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이 정도 자금을 빌려줄 여력이 없거니와 금리도 연 4%이상으로 현지은행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1967년 외환은행 설립 이후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지 46년이 흘렀다. 그러나 교포나 국내 기업만 상대하는 '우물 안 영업' 전략에는 변한 것이 없다. 금융에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구호만 무성할 뿐 뚜렷한 성공 모델이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금융회사의 출현은 고사하고, 우리 기업과 교포마저도 외국 금융사에 넘겨줄 판이다.
◇외국 은행 떠도는 국내기업 자금 200억달러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20대 기업의 해외 법인이 외국 은행에 예치한 외화예금 규모는 200억달러(약 22조 3000억원)에 이른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대기업들은 현지 자금 결제 수요 등을 위해 해외 법인에 외화를 남겨 두는데, 대부분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보다는 현지의 외국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이 추정한 200억달러는 2011년 말 현재 132개 국내 은행 해외지점의 예금보유액을 모두 합친 금액(243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2011년 말 현재 총 171억달러를 외국 은행 등에서 차입했다. 달러 등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뒤집어 말하면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나간 우리 기업들만 제대로 잡아도 자금조달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현지의 외국 은행에 자금 관리를 맡기고 있다. 해외근무 경험이 있는 삼성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지점 현실을 보면 도저히 거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시스템의 부재이다. 세계 곳곳에 나간 국내 대기업들은 각 지사마다 수시로 자금 유출입이 발생하고, 지사 간 자금 거래도 빈번하다. 외국 은행들은 이런 거래를 실시간으로 중개하고, 일시적으로 남는 자금을 바로 운용해 수익을 쌓아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 은행보다 금리나 조금 더 얹어 주고 일부 정기예금을 유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둘째는 사람의 문제이다. 아직도 국내 은행들은 해외 파견을 특혜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고생했으니 그 보상으로 해외에 보내준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파견 직원들은 기존 영업방식을 답습할 뿐, 외국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엔 별 관심이 없다. 국내 기업인 A씨는 "영어 한마디 못하는 은행 해외 지점장도 있고, 한국에서 온 자기 은행 임원 모시는 게 주 업무"라고 말했다.
시스템과 사람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망은 글로벌 은행에 견주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은행의 전체 자산과 이익, 인원에서 차지하는 해외 점포의 비중을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는 국내 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3.8%에 불과했다. HSBC (64.7%), UBS (76.5%) 같은 글로벌 은행은 물론, 선진국 중에서 가장 국제화가 덜 돼 있다는 일본 은행보다도 못하다. 일본의 미쓰비시UFJ가 29% 수준이다. 일본 은행들은 자기 나라 기업과의 거래라도 가져오는데, 국내 은행들은 우리 기업에조차 외면받으면서 많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박유연 기자]
교육부, 8월 입법예고… 구조조정 가속화 예고
법을 위반하고도 교육부 장관의 시정·이행 명령을 3회 이상 지키지 않은 대학을 바로
퇴출하는 ‘삼진아웃제’가 도입된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부실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강제 구조조정의 법적 기반을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8월 중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대학 폐쇄 관련 규정인 고등교육법 62조 항목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바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다음 달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9월 법제심사를 거쳐 입법화될 예정이다.
고등교육법 62조는 ‘학교의 장이나 설립자,
경영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법을 위반한 경우’(1호)와 ‘고등교육법이나 관계 법령에 따른 교육부 장관의 명령을 여러 번 위반한 경우’(2호)
학교 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호 조항 중 ‘여러 번 위반’ 부분이 논란이 됐다. 교육부 장관이 위반 사항의 시정·이행명령을
내렸을 때 문제의 대학이 해당 명령을 몇 차례 위반했을 때 적용하는지가 불분명하고, 장관 뜻대로 대학별로 위반 건수가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법제처도 해당 조항을 헌법적 가치와 기본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법령 정비과제’로 선정해 교육부에 통보했다.
법제처는 “폐쇄명령은 대상 학교에 엄청난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제재 근거를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여러 번’을 ‘3회 이상’으로 못박기로 했다.
교육부가 삼진아웃제를 분명히 하면서 학내 부정비리나 열악한 재정, 학생 모집난
등으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8년부터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재 4년제(211개)와 전문대(139개)를 합쳐 350개나 되는 대학을 그대로 두면 조만간 ‘파산 대학’이 속출하고
후유증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2018학년도 입시 때는 대학 입학정원(2013년 기준 55만여명)이 고교
졸업생보다 1만명가량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2010∼2012년 ‘경영부실대학’ 21곳을 지정하고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벽성대(전북 김제·전문대)를 비롯해 지난해 선교청대(충남 천안·4년제)와 명신대(전남
순천· 〃), 성화대(전남 강진·전문대)가 폐쇄됐다.
이들 대학은 감사원·교육부 감사에서 교비 횡령이나 학위 부정 수여 등
학사·인사·회계 관리에서 부실이 숱하게 드러난 데다 위반사항에 대한 두 차례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퇴출됐다. 앞서 경북 경산의
아시아대(2008년 2월)와 광주예술대(2000년 2월)가 강제로 문을 닫은 바 있다.
이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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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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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성추문으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속속 복귀를 시도해 논란이 거세다.
2011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자신이 머물던 호텔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내놔야 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64)은 17일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티의 은행 계열사인 ‘러시아 지역개발은행(RDB)’의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스트로스칸은 당시 미국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공소가 취소됐지만 프랑스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그에게는 큰 정치적 타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말 칸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행보를 넓히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두 명의 성추문 관련 정치인이 11월에 있을 시장 및 감사관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7선의 앤서니 위너 전 연방 하원의원(민주)은 2011년 6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운데 부분이 불룩 솟은 사각팬티를 입은 자신의 외설적인 사진을 한 여대생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위너는 5월 돌연 뉴욕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사람들은 그의 정계 복귀를 비웃었지만 젊은 시절 방송인을 꿈꿀 정도로 뛰어난 언변을 지닌 위너는 차근차근 표밭을 다지며 지지율을 1위로 끌어올렸다. 뉴욕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 지역이어서 9월 당내 경선에서 이기면 시장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달 8일에는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민주)가 시장, 부시장에 이어 뉴욕시 서열 3위인 감사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시 검찰총장을 지내며 대형 금융회사의 비리를 여럿 적발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스피처는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졸업이라는 화려한 학력을 앞세워 민주당 대권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뉴욕의 최고급 성매매 업소에서 시간당 1000달러(약 115만 원)를 지불하고 고급 콜걸을 부른 사실이 폭로되자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2년 11월 자신의 전기를 쓴 유부녀 작가와의 불륜이 밝혀져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직에서 사퇴했던 ‘이라크전 영웅’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도 불과 반년 만인 5월 유명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임원이 됐고 몇몇 대학에 출강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추문으로 물러난 정치인들의 잇따른 복귀 움직임에 대해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윤리의식과 도덕성의 기준이 애초부터 낮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USA투데이의 마이클 월프 칼럼니스트는 “성추문 정치인의 빠른 복귀를 비판하지 않고 화제 기사로만 취급하는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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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東獨 떠나야겠다는 생각 많이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인터뷰에서 "부모님께 '동독 정부를 더 이상 따르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며 "몇몇 지인도 (반체제 인사인) 볼프 비어만이 추방된 이후 동독을 떠났다"고 했다. 볼프 비어만은 동독 반체제 저항 시인이자 가수로, 1976년 동독에서 추방돼 다른 작가들의 저항을 촉발했다.
하지만 당시 라이프치히대에 다니던 메르켈은 동독에 계속 남았다. 그는 "가족을 곤경에 빠트린 채 혼자 서독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며 "정말 위급할 때는 동독을 떠나 서독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위안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나는) 동독에서 자유가 없는 억압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거 동독에서 공산당 활동을 한 전력 탓에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후 보수적 성향의 기민당원으로 정치 경력을 바꿨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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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판자촌 가보라' 말씀에 의료봉사 시작했죠"
배현정 원장은“돈이 있다고 괴롭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은 경제력과 상관없이 환자를 받는다”면서도“물론, 우리의 VIP는 영세민”이라며 웃었다. /전기병 기자 |
[제1회 '성천상' 수상한 벨기에 출신 배현정 全眞常의원 원장]
가난한 이들 38년간 진료하며 39만명에게 의료혜택 베풀어
"환자, 의사 얼굴만 봐도 '날 포기한 게 아니구나' 안심
내가 주1회 왕진 가는 이유죠… 외국인? 그냥 난 동네 할머니"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지나가던 할아버지는 모자를 벗어 인사했고, "몇 살이니?"라는 물음에 꼬마아이는 방긋 웃었다. 파란 눈에 흰 피부를 가진 외국인은 동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인사했다. 1972년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전진상(全眞常) 의원'을 운영하며 영세민들에게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벨기에 출신 배현정(67·본명 마리 헬렌 브라쇠르) 원장이다. "이 동네에 백인 외국인이 저 한 명이니까 다들 절 알아봐요. 제가 '개띠(1946년생)'니까 뭐, 동네 할머니죠."
배 원장이 JW중외그룹이 제정한 '성천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성천상'은 2011년 JW중외그룹의 공익재단인 JW중외학술복지재단이 헌신적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적 귀감이 된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상이다. 재단은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자신보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38년간 의료봉사 활동을 한 배 원장을 제1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상금은 1억원이다. 그는 "외국인인 내가 제1회 수상자가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국제가톨릭형제회를 통해 한국에 온 배 원장은 1975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조언으로 당시 판자촌이던 금천구 시흥동에 의료복지기관인 '전진상 의원'을 설립했다. '전진상'은 온전한 자아 봉헌(全), 참다운 사랑(眞), 끊임없는 기쁨(常)이라는 뜻. "김수환 추기경이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서울 변두리 판자촌에 살고 있다'며 갈 만한 곳을 뽑아주셨어요. 판자촌을 돌아다니다가 이곳이 가장 도움이 시급한 것 같아서 왔지요."
1975년 2월, 슬레이트 지붕의 전진상 의원이 설립됐다. 판자촌에 정착한 이들은 개원 직후 먹을 쌀이 없어 쌀집에서 외상으로 쌀을 꾸고 겨우 마련한 만원짜리 지폐를 키우던 개가 절반가량 먹어치워 개똥을 헤쳐보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이 외상을 달라고 하니 쌀집 주인은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개똥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해 결국 남아있는 지폐 절반을 들고 한국은행에 찾아가 5000원을 돌려받았어요. 처음 7년간은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2번씩 식수를 받아 썼고, 푸세식 화장실은 나무판이 부서질까 봐 무서웠죠. 쥐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하하."
1981년 중앙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배 원장은 1985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주말에만 방문하는 의사만으로 결핵 환자와 수시로 발생하는 응급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 의대를 가야겠다고 하다가 제가 가게 된 것"이라며 "학비는 서울국제여성협회(SIWA)에서, 약은 독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아버지께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1990년에는 현재의 벽돌 건물을 세워 번듯한 의원의 모습을 갖췄다. 배 원장은 한 달에 외래환자 900여명을 진료하고, 38년 동안 39만명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었다.
전진상 의원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전에 사회사업가를 먼저 만나 가계도를 그리고 가정환경 상담을 하도록 한다. 허리가 아프다며 온 환자가 정신병을 앓는 아들을 둔 엄마라면 그 아들도 함께 등록시켜 치료받게 하는 식이다. "그 환자의 허리를 고쳐주는 것뿐 아니라, 아들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거죠." 전진상 의원이 '의료 사업'이 아닌 '의료 사회사업'을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상주 의사 2명을 포함한 직원 24명 외에도 대학병원 전문의 등 50명에 달하는 자문의가 있다. 내과·산부인과 등 13개 과목을 진료하고 15년 전부터는 가정 호스피스를, 2008년부터는 입주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목요일에는 배 원장이 직접 왕진을 나간다. 지난 18일에도 중풍·심장병·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하루에 10명 이상 진료할 수 없는 왕진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겠지만 환자들은 의사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나를 포기한 게 아니구나'라고 안심한다"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환자의 병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직접 왕진을 간다"고 말했다.
판자촌이 주택으로 바뀌고, 물과 전기가 끊길 걱정도 없지만 배 원장은 "지금, 마음이 더 안 좋다"며 "그때는 가난해도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보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몇 개월을 지켜봐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어요. 그럼 너무 허탈하죠. 집에 들어가면 맥주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도 환자들 때문에 다시 힘을 얻고 산다는 그다. "오늘은 감사하다며 꽃을 들고 오신 분이 있었고, 지난주에는 고추장과 된장을 받았어요. 감자나 고구마를 들고 오는 분들도 있고요. 낼 수 있는 만큼 돈을 내되 돈이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진 않아요. 환자들은 제게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주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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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두세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빠듯한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빈틈없이 책을 쌓아올린 책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세월을 품은 책의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하고 ‘헌책 사고팝니다’라는 간판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리,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네거리까지 150m가량의 뒷골목에 50여곳의 책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곳은 서울의 청계천과 인사동 헌책방 거리가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헌책방 거리다.
6·25전쟁 때 이북에서 피란 온 손정린씨 부부가 골목 안 목조건물 처마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잡지와 고물상에게서 수집한 헌책들로 노점을 시작하면서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의 60년 역사는 격동의 한국사와 더불어 한국 서점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0~80년대 70여곳에 달했던 책방은 1990년대 서점 쇠퇴기엔 40여곳까지 줄었다가 2000년대 중반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소 늘어난 상태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터줏대감들은 1950∼70년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이 거리를 기웃거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57년째 학우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김여만(80) 대표는 “책이 귀하던 때 보수동 책방골목을 누비며 지적 갈증을 채운 지식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까다롭게 책을 고르던 외솔 최현배 선생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찾는 책이 없을 땐 내 속이 타들어갈 정도로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1960년대 초반 부산 상고를 다닌 김언호 한길사 대표도 보수동 책방골목에 빚진 이들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책이라곤 없던 가난한 농촌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부산에 와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덜컹거리는 전차를 타고 와서 산처럼 쌓인 책들 속으로 빠져들어 갔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쏟아질 듯하다”고 추억했다. 책 만드는 사람으로 37년을 살아온 김 대표는 틈날 때마다 각국의 책방과 책방마을을 순례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트랜드,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와이, 네덜란드의 브레드부트, 일본 도쿄의 진보초 등을 둘러볼수록 마음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향했다.
지난 22일 김 대표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다시 찾았다. 김민웅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연대 대표,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여희숙 도서관친구들 대표, 정지영 영화감독 등 지인들이 동행했다. 김 대표가 이달 초부터 오는 9월 20일까지 인문학전문서점 우리글방에서 전시하는 책 사진전 ‘오래된 빛을 찾아서’를 계기로 보수동 책방골목의 문화사적 의미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 대표와 친분이 깊던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가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김여만 대표 등 지역 문화예술인들까지 50여명이 참석했다.
헌책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로 열기는 뜨거웠다. 김민웅 대표는 “헌책은 그 시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의 목소리이자 역사의 얼굴”이라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의 피맛골’이다. 광화문 피맛골은 사라졌지만 이곳은 새로운 매력을 창출해 책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정겨운 생활공동체로서의 멋진 풍경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헌책방 주인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규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은 “문화적 의미도 크지만 서점으로선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문화사적 의의와 매출을 연결시키는 방안이 아쉽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동영상 카메라에 책방골목 풍경을 꼼꼼히 기록하던 정 감독은 “이 골목이 틀림없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에 카메라를 가져왔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럴 것 같지 않더라”는 말로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김언호 대표는 “헌책의 풍경은 슬프지만 헌책의 주름살에는 지혜가 깃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대한민국 문화의 긍지”라면서 즉석에서 보수동 책방골목 후원회 결성을 제안했다. ‘오래된 책의 미래’가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글 사진 부산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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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동아일보]
‘설국열차’(다음 달 1일 개봉)에 대한 외신 반응이 뜨겁다.
미국 영화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22일자 인터넷 기사에서 “‘설국열차’는 시각적으로 놀라우며 큰 만족감을 주는 미래 서사”라고 호평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관객의 지적 수준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이런 점은 최근 영화들 중 제임스 캐머런, 크리스토퍼 놀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영화전문 인터넷 매체 트위치 필름도 “독특하고 숨이 턱 막힐 만큼 뛰어난 영화”라며 “(영화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44)은 다양한 방법으로 할리우드를 이겼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봉 감독은 “몸에 총알구멍이 300개쯤 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2일 시사회 직후 이 영화에 대해 트위터에서 (찬성과 반대로) 반씩 나뉘어 싸우더군요. 일반 관객 대상 시사회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설국열차’는 공상과학(SF)과 액션의 재미를 두루 갖췄다. 그러면서도 메시지는 꽤나 묵직하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벌이는 부자와 빈자의 대결, 끊임없이 같은 궤도를 도는 기차라는 체제를 영원히 유지할 것이냐는 논쟁이 영화에서 벌어진다. 기차는 현 사회의 축소판이다.
“영화 속 기차를 보면 주입식 교육현장이나 독재 국가 같은 풍경이 나와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똑같습니다. 현재 우리의 시스템은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가치 있는 쪽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설국열차’는 디지털 영화와는 달리 화면의 질감이 살아 있다. 기차 뒤칸 빈자들의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기괴하며, 부자들이 있는 앞칸은 화려함의 극치다. 요즘 영화로는 드물게 35mm 필름으로 찍었다.
“영화는 당연히 필름으로 찍는 줄 알았어요. 하하. 체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마치고 귀국해보니 현상소가 문을 닫고 코닥 필름은 망했더군요. 홍경표 촬영감독이 ‘우리 생애 마지막 필름 영화가 될 것’이라고 농담을 했어요. 빛의 화학 작용에 따른 필름의 변화가 매력 있어요.”
가장 공들인 장면을 물었다. 그는 뒤칸 반란군이 기차가 터널에 진입해 어두워지자 횃불을 들고 싸우는 장면을 꼽았다. 이 장면 역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찍었다. “좁은 기차 세트에서 조명도 없이 배우들이 횃불 수십 개를 들고 촬영했어요. 격정적인 영상처럼 촬영장도 격정적이었죠.”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 만화 ‘르 트랑스페르스네주’(1986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제 그랑프리 수상작)다. 그의 각색을 거쳐 이야기가 바뀌었다. “원작은 꼬리칸의 남자를 앞으로 이송하는 이야기예요. 만화는 좀 더 사색적입니다. 과밀도 상태의 좁은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에 167개국에 선(先)판매됐다. 해외 흥행이 자신 있는지 물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문제는 어느 사회나 보편적이잖아요.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를 기획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만화방에서 우연히 꽂힌 만화 한 편이 눈덩이처럼 커졌네요.” 영화는 9월 초 프랑스를 시작으로 겨울에는 북미에서 대규모로 개봉할 예정이다.
그는 “차기작은 ‘옥자’라는 한국 영화”라고 했다. 옥자라는 여성이 겪는 독특한 모험담을 담은 영화로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미국에서 제안해 온 SF영화도 한 편 있어요. 제작비는 7000만 달러(약 780억 원) 정도인데, (연출을 맡을지) 검토 중입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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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다. 고교시절 문과 학생이었고, 문예반과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수필집과 자서전 등 7권의 저서를 냈고, 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이력만으로는 인문학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을 설명하기 어렵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비극에 맞서는 과정에서 갖게 된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이 숨은 코드였을 것이다. 무연한 고통이 가져다준 역설적 축복이라고나 할까.
1979년 10·26 이후 정치를 시작한 1997년까지 박근혜의 잃어버린 18년은 힘겨웠다. 부모를 차례로 흉탄에 잃고 청춘의 절정인 스물여덟에 청와대를 나온 뒤 거듭된 배신을 겪었다.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절망의 심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 어머니가 다니던 절에도 가고 『법구경』과 『금강경』을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읽었다. 성심여중고와 서강대 시절에 익숙하게 접했던 가톨릭 교리도 다시 공부했다. 『정관정요』 『명심보감』 등 우리 고전과 동양철학을 섭렵했다. 중국 지식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읽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의 독서 이력이 남다른 것은 되새기고 내면화해 마침내 스스로의 세계관을 축조했다는 점이다. 공개된 19년간의 일기와 수필집, 자서전에는 삶과 인간, 역사에 대한 성찰적 사유,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의 운명에 대처하려는 결연한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981년 10월 14일의 일기에서는 “인간에게는 행복만큼의 불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정신적 영어(囹圄)의 시기를 독서와 사색, 글쓰기로 버텨냈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자기 세계관이 지나치게 확고한 사람들이 갖는 기질적 문제점을 거론한다. 타자와의 소통에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등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초연함은 지도자에게 내면의 깊이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살인적 경쟁과 탐욕의 지배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생각하면 “사람답게 살지 않으면 괴물이 된다”는 메시지는 세태를 거스르는 박근혜식 결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괴물'이 아닌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문학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서울대 김기현(철학) 교수의 권고대로 1997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직속기구로 두었던 '예술 및 인문학 위원회'의 보고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예술과 인문학의 창조적인 힘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한다”면서 “예술과 인문학은 명백히 '공공재'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공재가 무엇인가. 시장을 통하지 않고도 빈부귀천을 떠나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다. 사람과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떠올리면 된다. 몇몇 사람의 교양취미가 아니라 전 국민이 삶의 중심 가치로 향유할 수 있는 인문학의 인프라를 정부가 책임지고 깔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홀대받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지원을 긴급한 국가 프로젝트로 설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인문정신의 확산은 박 대통령의 핵심 의제인 창조경제에도 든든한 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의 트렌드는 기술력 중심의 지식기반 경제에서 인문학적 창의성이 혁신의 열정을 격발하는 창조경제로 이행했다. 인간의 감성을 중시하는 상상력이 기업과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과 바꾸겠다”고 했을까. 박 대통령도 “창조경제시대의 창조는 인간 행동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에서 나온다”고 화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억압해온 낡은 틀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기회를 맞았다. 경쟁과 성과 일변도의 피로사회를 인간적인 배려와 관심이 우선하는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역사적인 체질개선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괴물'에게 선전포고한 그가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궁금하다.
이하경 논설실장
이하경 기자 ha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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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다 겪었다… ‘통일’ 화두 들고 다시 내일 향해 잰걸음
[동아일보]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다시 한 번 대통령 선거에 나설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걸 먼저 말하고 싶다”며 말을 이어갔다.
“통일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통일은 경제고 문화고 더 나은 우리의 삶이다.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아직 통일비전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인식까지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바로 통일이다. 국민들이 비전이나 열정,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국민들이 나에게 일을 맡겨 주시지 않겠나.”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여전히 열정이 넘쳤다. 이 의원은 1988년 법복을 벗고 13대 총선에서 40세의 나이로 경기 안양갑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최연소 노동부 장관, 최초의 민선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 이인제’의 출발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선 만 49세의 나이로 500만 표를 얻는 돌풍도 일으켰다. 그러나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탈당한 뒤 그의 정치 역정은 말 그대로 유랑 생활이었다. 잡힐 듯 손아귀를 벗어난 대권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2007년 17대 대선 때 조순형 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다시 출마했지만 0.7%의 낮은 득표율에 그쳤다. 그 사이 탈당과 창당을 반복하며 12번 당적 변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진기록도 세웠다. 그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이끌던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으로 15년 만에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돌아왔다.
이 의원은 어느새 6선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수로만 따지면 정몽준 의원(7선)에 이어 당내 서열 2위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당내에서 그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자리를 약속받고 돌아온 것 아니냐’는 싸늘한 눈초리도 있다. 19대 하반기 국회의장 밀약설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계약이나 약속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국회의장 자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은 명예와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다. 나는 험난한 정치역정을 겪어 온 사람이다. 험한 일이 나에게 더 어울린다. 열정과 꿈을 가지고 일과 행정을 하는 것이 더 맞는다. 장관 도지사도 그렇게 했고 나름 성과도 냈다고 자부한다. 국회의장은 나보다 흠이 없고 명예로운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서 자신의 시선은 ‘자리’나 ‘당내 세력’ ‘지역 기반’ 등 일반적인 정치적 문법을 넘어 ‘통일’과 ‘한반도’를 향해 있음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이 의원은 “1997년부터 대통령에 뜻을 뒀지만 나의 비전과 목표는 지금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남과 북 모두에게 통일이 절실한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실업, 부의 양극화, 노령화라는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모순과 충격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탈출구가 통일”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는 억압에서 풀려나고 경제적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축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당이 필요로 할 때까지 가급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16년 전 탈당에 따른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는 “오랫동안 당을 지킨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나는 큰 빚을 진 사람”이라며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세 배 희생해서 정치적 부채를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랑 생활’에 대해 묻자 그는 “10년 넘게 바닥에서 지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또 “온갖 비난 속에 있어봤지만 더 많은 걸 생각하고 공부한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큰 흐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긍정적으로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의원이 공부에만 파묻혀 사는 것은 아니다.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나 대권의 문턱까지 갔던 그가 세력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그는 지난달 20일 싱크탱크인 한반도통일연구원을 출범시켰다. 1주일에 한두 차례 당내 초·재선 의원들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물론 주요 화두는 ‘통일’이다. 연구원은 출범 한 달도 안 됐지만 당내 의원들과 전문가들을 초빙해 벌써 두 차례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통일외교 전문가인 길정우 의원은 “그는 엉뚱한 이데올로그가 아니다. 경기지사, 장관 등을 거치면서 쌓인 현장감과 행정의 경험이 그의 통일론에 녹아 있다”며 “막연히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그의 생각은 다른 어떤 통일론보다 설득력과 분명한 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미래’ ‘꿈’ ‘비전’ 등을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연설이 윈스턴 처칠의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라)’이라며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화가는 백지에 물감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고, 작가는 종이에 단어 하나하나를 결합시켜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예술가다. 정치는 국민이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텅 빈 공간인 미래에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채우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열정이 있고 힘이 남아 있는 다가오는 미래를 향해 땀을 흘려야 한다.”
하지만 당내에선 과연 그에게 기회가 다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그가 넘어서야 할 ‘정치적 업보’는 여전히 태산인 듯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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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두 아들의 최근 20년간 금융거래 정보를 모두 제출하라고 증권사들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각 증권사에 제시했다. 법원이 무려 20년에 걸친 계좌추적영장을 발부한 건 검찰이 범죄 혐의를 상당 부분 소명했다는 의미여서 추징금 환수 작업이 사실상 범죄 수사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서울중앙지검의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구서’와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 전 대통령, 장남 재국씨(시공사 대표), 차남 재용씨(비엘에셋 대표)의 최근 20년간 입출금 거래 내역을 제공해 달라고 지난 8일 증권사들에 요구했다. 검찰은 증권사들에 이들의 고객기본정보서(CIF)와 함께 대여금고 가입 내역, 현재 대여금고 현황 일체를 제출토록 했다. 요구서에 별첨한 문서에는 이들 셋을 ‘피의자’로 명시하고 직업·주거지 등 인적사항을 제공했다.
검찰은 금융거래 정보 제공 사실을 전 전 대통령 측에 6개월간 통보하지 말도록 증권사들에 요구했다. 검찰은 “명의인에 대한 거래정보 제공 사실 통보가 증거인멸 등 공정한 사법절차의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통보유예 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회신 시 반드시 ‘추적상대계좌정보’를 기재하고, 긴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빠른 처리를 부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증권사들에 1993년 1월 1일부터 지난 3일까지 20년6개월의 기간에 해당하는 금융계좌 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함께 보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죄명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며 10월 4일까지의 유효기간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전재국 ‘연천 허브빌리지’ 차명 구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2004년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부지를 매입할 당시 시공사 직원을 내세워 차명 계약을 맺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부지 일부는 대금 지급까지 완료하고도 1년 가까이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몰래 보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국씨는 2004년 2월 김모(88)씨와 경기도 연천군 북삼리 221번지 땅 1만2873㎡를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명의자는 재국씨가 아닌 시공사 직원 장모(55)씨였다. 장씨는 계약 후 지분이전 등기까지 접수했다가 “등기에 착오가 발견됐다”며 돌연 소유권경정 등기를 냈고, 재국씨는 1년 뒤인 2005년 4월 소유권을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
주변 땅도 장씨를 통해 차명 계약됐다. 장씨는 2004년 3월 11일 조각가 이모씨에게서 연천군 북삼리 222, 223, 225번지 땅 1만1616㎡와 건물 2채를 매입했다고 등기했다. 그는 이후 가등기까지 접수했다가 두 달 후 등기를 말소했다. 그 무렵 재국씨는 해당 부지와 건물 소유권을 부인과 딸 명의로 바꿨다.
땅 주인 이씨는 “재국씨 측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바로 땅을 사면 주변에서 말이 나온다’며 직원을 내세워 가등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까지 다 받았는데 1년쯤 후 재국씨 측이 다시 찾아와 등기 절차를 밟자고 했다”며 “해당 지역이 토지개발지역으로 묶인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명의를 돌려놓으려 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도 직원들이 나와서 재국씨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땅값 18억원가량은 모두 1억원짜리와 1000만원짜리 수표로 지급됐다고 한다.
당시 연천 땅 거래는 모두 재국씨 측 미술품 구매 대행자 중 한 명인 큐레이터 한모씨와 파주시 부동산업자 오모씨의 주관 아래 이뤄졌다고 한다. 2003~2004년은 차남 재용씨가 167억원 괴자금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때다. 재국씨는 그해 7월 조세회피 지역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세우고 돈을 송금하기도 했다. 재국씨는 검찰 수사가 잠잠해진 이듬해 연천 땅 8753㎡를 부인 명의로, 2007년에는 5921㎡를 본인 명의로 사들였다.
임진강 인근에 자리잡은 허브빌리지는 일대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재국씨가 부지 매입을 시작할 때인 2003~2004년 북삼리 221번지 공시지가는 ㎡당 892~1140원이었다. 그러나 대지로 형질이 변경되고 토지개발지역으로 묶이면서 현재 공시지가는 ㎡당 11만원으로 100배가 뛰었다.
검찰은 허브빌리지 땅 매입 자금의 원천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땅 매입 자금이 전 전 대통령 은닉 재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땅값 상승으로 늘어난 부분까지 환수가 가능해 수백억원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全씨 일가 증권거래 전방위 추적… 비자금 뿌리 찾았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부자 3명에 대해 20년에 걸친 광범위한 계좌추적에 착수한 것은 비자금 은닉과 불법 자금거래의 구체적 범죄 혐의를 포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이 설정한 금융거래 내역 추적 기간은 1993년부터 최근까지로, 93년 제정된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확인 가능한 모든 금융 거래를 들여다보고 이들의 자금이 제3자에게 흘러들어간 정황까지 파악하려는 것이다. 93년은 전 전 대통령이 내란·뇌물죄로 검찰 수사를 받은 95년보다 2년이나 앞선 시점이다.
23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증권가에 범죄 수익을 숨긴 정황은 이미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대출·연결·가상계좌를 포함한 입출금 거래 내역, 대여금고 현황, 추적대상 계좌 일체 등을 개별적으로 요구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불공정 거래 등을 조사할 때도 거래 유무 정도는 확인한 뒤 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각 증권사에 보낸 압수수색영장의 별지에 전 전 대통령과 두 아들을 ‘피의자’로 명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이 최근에 제정된 터라 형사사법 시스템에 아직 ‘피집행자’ 항목이 없어 부득이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의 입증만 남겨두고 있을 뿐 계좌 개설 여부나 자금 동향 등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증권사들에 보낸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구서에서 ‘귀사에 개설된 계좌와 관련해 조속히 회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금융투자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정보를 취합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대신 직접 증권사들에 영장을 포함한 공문을 보내 신속한 회신을 당부하는 등 속도전에 나선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거래 정보에 대해 협조를 요청한 사항이 없다”며 “아직 금감원에는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접촉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은행권보다 유동성이 높고 모니터링은 쉽지 않은 증권가가 ‘검은돈’을 숨길 장소로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자금이 움직이더라도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은행보다 ‘검은돈’ 이용에서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검은머리 외국인’을 이용해 국내에 재투자하는 자금세탁 등도 당연히 주식시장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이 증권가에 있다면 무기명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특수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업무 영역으로 볼 때 검찰이 각종 특수채권 보유 정황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0억 연금예금은 선대로부터 받은 것”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부인 이순자씨 명의의 30억원짜리 연금 정기예금에 대해 “이씨 선친인 이규동씨에게 10억5000만원, 남동생 이창석씨에게 15억원을 받고 나머지 돈은 다른 은행 예금과 채권으로 갖고 있던 것을 모은 돈”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24일 검찰에 소명자료를 내고 연금예금 압류 해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23일 오전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이씨로부터 연금예금에 넣어둔 30억원의 출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은 “30억원은 두 차례 걸쳐 받았다”며 “이규동씨가 사망하면서 현금 상속을 한 것이 2002년 이 여사 계좌로 10억5000만원 들어왔고, 이창석 회장이 상속받은 오산 땅을 판 뒤 누이들한테 일부를 나눠줬는데 그 돈이 15억원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따른 세금은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검찰이 30억원을 압류했는데, 그건 정말 아니다. 어떻게 생긴 돈인지 출처 관련 자료를 준비해 검찰에 해명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은 24일 검찰에 상속재산평가명세서, 상속세 납부 내역, 금융자료 등을 제출할 예정이다.
지호일 전웅빈 이경원 진삼열 문동성 기자
전두환(82) 전 대통령 일가의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이 23일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은행 대여금고 7개를 찾아냈다. 금고 안에서는 예금통장, 금, 다이아몬드, 송금 자료 등이 쏟아져 나왔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예금통장과 귀금속이 무더기로 압수된 것은 지난 16일 압수 수색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팀(팀장 김형준)은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압수 수색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일가 이름으로 된 대여금고 7개를 확보하고 압수 조치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 수색에서 금고를 개설한 전 전 대통령 가족 측과 은행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금고를 개봉하는 작업을 벌였다.
금고 안에서 거액이 예치된 예금통장 50여개와 금·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점이 나왔다. 검찰은 특히 금고에서 자금 이동 내역이 담긴 각종 송금 자료를 확보하고 정밀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통장 예금과 귀금속들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면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물론 증권사 등 전 금융기관에 개설된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대여금고 현황 파악에 나섰다. 대여금고는 화폐, 유가증권, 귀금속 등 작은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려 쓰는 소형 금고로 보통 은행의 일반 금고 옆에 별도로 설치돼 있으며 책상 서랍과 유사한 모양이다.
검찰은 또 이날 전 전 대통령과 아들들의 최근 20년간 증권 거래 내역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과 아들들에 대해 피의자로 적시해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23일 오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을 찾은 정주교(왼쪽) 변호사가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
"연금 보험 30억은 상속재산" 全씨측은 압류해제 요청키로
검찰이 23일 전두환(82)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으로 의심되는 대여금고 7개에서 예금통장과 귀금속 등 거액의 재산을 추가 발견함에 따라 추징금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압수한 예금·귀금속과 송금 자료 등은 지금까지 압수한 미술품 같은 환수 절차가 복잡한 동산(動産)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예금이 얼마나 되는지, 귀금속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압수한 물건 중에 환수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금고에서 나온 송금 문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이동 내역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여금고에 보관할 정도의 송금 자료라면 공개적인 자산 이동 내역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검찰의 환수 조사가 급물살을 타게 되자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전 전 대통령의 반발도 본격화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검찰이 압류한 이순자(74)씨 명의의 30억원짜리 연금보험에 대해 "선대로부터 받은 돈이고 비자금과는 무관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은 23일 사저를 방문한 정주교 변호사에게 "증빙 자료를 갖춰 검찰에 압류 해제를 요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말 NH농협은행 신촌지점에서 30억원짜리 연금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매달 1200만원을 수령해 왔다.
또 전 전 대통령 측이 자발적으로 추징금을 납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연희동 사저를 찾았던 인사들이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민정기(71) 전 비서관 등 방문객들에게 추징금 1672억원과 관련, "안 내는 것이 아니라 못 내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 2205억원은 실체가 없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재임 중 기업에서 돈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정치자금법이나 정당 후원제도가 없어 대통령인 자신이 수천억원을 지원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에도 900여억원을 지원하는 등 이미 대부분 써버리고 남은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이런 인식에서 최근의 압수 수색 등 검찰 수사에 대해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거나 "동네북 신세"라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순자씨는 "부친(이규동씨)으로부터 1983년 무렵 많은 유산을 받아 그중 일부는 남편 돈과 함께 굴렸는데, 남편 돈과 섞인 돈은 모두 (검찰에) 빼앗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그림 구매 대행자이자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전호범(55)씨가 압수 수색 첫날 한국을 떠났다. 검찰은 미리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전씨는 당시 중요 인물이 아니었다" "수사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래전에 비운 제주도 집까지 22일 뒤늦게 압수 수색을 한 정황을 보면 검찰에 전씨의 존재가 그리 가볍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전씨가) 2002년 초 인사동에 갤러리를 열어 6~7개월 정도 운영하다가 갑자기 잠적했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 청담동의 갤러리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전씨가 최근 10여년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미국을 자주 왕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도 의문이다.
장남 재국(54)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와 허브빌리지에서 압수해온 300여점의 미술품 값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아직 찾지 못한 '제3의 수장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 검찰, 전재국씨 은닉재산 국외유출 혐의 조사
5년간 지급수수료, 규모 비슷한 출판사의 3배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맏아들 전재국(54)씨가 시공사의 해외판권 수입 과정에서 인세 등을 과다지급하는 방식으로 은닉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시공사 압수수색 전에 해외판권 거래 대행사(에이전시)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등 사실상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23일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대통령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은 지난 16일 시공사를 압수수색하기 전 다른 나라 작가·출판사의 원고료·저작권 거래를 대행하는 국내외 에이전시 현황을 파악했다. 이후 검찰은 시공사에서 압수한 회계자료를 분석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시공사를 대행하는 국내 에이전시와 외국 작가·출판업체를 대행하는 에이전시가 거래하는 과정에서 인세·저작권료가 실제보다 높게 지급된 것으로 회계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시공사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고가의 해외판권을 주로 수입했고 이를 위해 지급수수료를 많이 내왔다. <한겨레>가 2008~2012년 시공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보니, 시공사는 매출 규모가 비슷한 출판사인 ㄱ사에 견줘 평균 3배 넘는 지급수수료를 치러왔다. 출판업종의 지급수수료는 원고료(인세)와 저작권료(판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시공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77억원의 지급수수료를 지출했고 ㄱ사는 22억원만 지급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시공사는 인세가 너무 커서 (다른 한국 출판사가) 엄두를 못 내는 것들을 주로 사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이 해외 관련 사업을 하면서 은닉재산의 국외 유출을 도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재국씨가 조세회피처에 세운 유령회사 명의로 싱가포르 아랍은행에 개설한 계좌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전재용(49)씨가 경영하는 고가의 오디오 수입업체 삼원코리아와 수산물 수입업체인 삼원유통 등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지급수수료에 문제가 있으면 감사·세무조사 과정에서 불거졌을 텐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홈쇼핑 판매수수료를 지급수수료로 계상하기 때문에 지급수수료가 높다”고 해명했다. 해외판권 수입과 관련해 시공사를 대행한 적이 있는 ㅇ에이전시는 “일반적인 계약 관계로는 그렇게(회계부정)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해외 은닉재산 의혹과 관련해 한번도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 1988년 검찰은 국회로부터 이첩받은 5공 비리 의혹을 수사했지만, 전 전 대통령 재산과 비자금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1995년 수사 때는 사법공조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해외 재산 소유 여부를 수사하지 않았다. 고나무 김원철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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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릿쿄대서 일제강점기 한국사 가르치는 미국인 마크 캐프리오 교수
[동아일보]
마크 캐프리오 일본 릿쿄(立敎)대 교수(56·한국근현대사)는 미국인이다. 그는 일본 학생들에게 일본어와 영어로 일제강점기 한국사를 가르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식민통치와 한국 민중의 저항에 대해 배우는 것이 일본 학생들로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학생은 없다.
“일제강점기에 대해 일본인이나 한국인이 꺼내기 어려운 민감한 이야기를 제가 주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제가 항상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친일본적 혹은 친한국적 입장에서 벗어나 역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학자로서 장점이지요.”
최근 방한한 캐프리오 교수를 2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났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한 달 반 동안 머물면서 광복 이후 남아있던 일본 식민의 잔재가 한국사회에 끼친 혼란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그는 일본어는 유창하지만 한국어는 읽기에만 능해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에커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1980년 일본으로 건너가 10여 년간 영어 교사로 일하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거기서 동아시아 지역학을 공부하다가 해외 한국학 1세대인 고 제임스 팔레 교수로부터 “일본어를 잘하니 조선총독부 보고서를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문화통치 시기에 쓰인 방대한 분량의 조선총독부 보고서를 읽은 뒤 흥미를 느껴 박사과정에서 아예 일제강점기를 전공하게 됐다.
팔레 교수가 지도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일본인이 된 한국인들: 일본의 동화 정책’(2001년)이었다. 서구와 일본의 식민정책을 비교하고, 일본이 황국신민화정책에 실패한 이유를 분석한 작업이었다. 일본의 동화 정책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일본의 거만한 태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박탈하는 식으로 한국인을 자국문화에 동화시키려 하면서도 일본인과 차별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당연히 한국인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당시 일본이 한국에서 행한 초등교육 정책의 차별을 사례로 들었다. 1910, 20년대에 일본인은 6년제 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을 받았지만, 한국인은 초등교육이 4년제에 불과했고 그마저 비의무교육이었으며 교사당 학생 수도 훨씬 많았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일본에 머물렀고 2000년대 초부터 일본 대학에서 한국사를 강의하다가 교수가 됐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가 일본의 동화 정책을 비판한 방대한 분량의 기사와 사설, 신문광고를 분석한 논문도 발표했다. ‘거부된 동화: 한국에서의 일본의 식민 정책에 대한 동아일보의 도전’(2003년)이다.
“동아일보는 ‘왜 한국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신발인 게다를 신고 가장 불편한 옷인 기모노를 입어야 하냐’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1920년대 초 아일랜드가 영국에 대항해 펼친 독립운동 사례를 알리며 독립운동을 독려하기도 했죠. 일본이 신문을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쓴 것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오늘날에도 식민지 역사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제3자인 그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양국 모두 극단적 지점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식민지시기에 모든 것이 악화됐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있어요. 반면 일본은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경부선 철도도 순전히 일본의 편의를 위해 건설한 것이었죠.” 이어 그는 “한일 양국의 갈등 해소와 평화에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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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혹시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패션: 반듯한 아이비 룩(미국 동북부 명문대생 패션)의 대명사인 ‘브룩스 브라더스’의 버튼다운(양깃에 단추를 채우는) 셔츠를 즐긴다. 짙은 회색의 ‘반’ 더플코트, 감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의 ‘콤데 가르송’ 정장도 좋아한다. 가방은 캔버스 토트백을 즐기며, 손목시계는 1만 원 이하의 것만 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술: 위스키의 성지(聖地)라는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을 여행하면서 ‘라프로익’ 위스키의 맛을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초기작의 절제된 문체에 비교하는, 못 말리는 위스키 마니아. 일본 ‘삿포로’와 하와이 ‘마루이 브로이’ 맥주도 즐긴다. 와인의 주량은 두 잔.
음식: 심플하고 조리 과정이 적은 단순한 음식을 선호한다. 생선과 야채, 두부를 주로 먹는다. 제대로 된 두부 가게에서 사 온 두부를 여름엔 풋콩과 맥주, 겨울엔 어묵국과 함께 먹는다. 조림과 무침 반찬,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라면과 만두는 질색한다. 특식으로는 장어덮밥을 즐긴다.
운동: 일상적으로 달리기와 수영을 한다. 철인3종경기와 100km 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스쿼시와 서핑도 즐긴다.
자동차: 렉서스 예찬론자. 최근 신간에서 ‘시험코스를 운전했을 때 시속 250km나 나왔지만 핸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어. 브레이크도 터프하고 대단한 놈이야’라고 렉서스를 치켜세웠다.
음악: 비틀스보다는 비치보이스를 좋아한다. R.E.M과 라디오헤드 등의 얼터너티브 록 음악, 스탠 개츠의 보사노바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도 좋아한다. 요리할 때는 푸치니의 오페라를 즐겨 듣는다. CD보다 LP를 좋아하고 6000여 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트루먼 커포티, JD 샐린저, 도스토옙스키, 스티븐킹을 좋아하고 요즘엔 ‘나를 보내지 마’의 이시구로 가즈오를 편애한다.
장소: 동물원에 가서 멍하니 동물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도 즐겨 간다. 하와이를 향한 특별한 애정이 있어 장기간 체류한다.
매체: 시사문예지 ‘뉴요커’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일본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글이 실렸을 때 감동했다. ‘에스콰이어’도 즐겨 본다. 매체의 영향력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궁합에 따라 인터뷰 의뢰를 수락한다. 일본 잡지로는 ‘브루터스’와 ‘앙앙’에 호의적이다.
호텔: 숙소에 대한 취향이 분명하다. 대형 체인호텔보다는 자기만의 전통과 색채가 있는 중간 규모의 호젓한 숙소를 좋아한다. 뉴욕의 리젠트호텔, 일본 하코네의 후지야호텔 등. 개성적인 주인장들이 운영하는 B&B(Bed&Breakfast)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펴내 또 다시 그의 힘을 보여 주고 있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입니다. 30여 년간 줄기차게 소설과 에세이를 펴내면서 ‘하루키 스타일’로 안부를 건네는 이 남자.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인데, 우리 시대 사람들은 그를 따라 달리기도 하고 그가 추천하는 위스키의 매력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습니다. 글로벌 문화 향유자들에게 있어 하루키는 어쩌면 그 자체로 먹고 입고 마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 반갑습니다. 우리는 이제 당신이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그러니까 색채가 없기는커녕 매우 뚜렷한 ‘하루키 스타일 순례’를 떠나 보려고 합니다. 당신을 향한 쓴소리도 붙였습니다. ‘우리가 본 당신의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글: 임경선 칼럼니스트
[Haruki, Murakami/이 남자가 사는 법]반듯한 일상, 거기에 더해진 자유로움… 문득 달리고 싶다
임경선 칼럼니스트
[동아일보]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7년, 나는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만났다. 당시 선풍적 인기였던 선명한 빨강 초록 커버의 ‘노르웨이의 숲’은 애틋한 연애담이라 부모님 몰래 매일 밤 조금씩 나눠 읽었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일 밤 그를 읽는다.
하루키가 오래도록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던 것은 비단 그의 인기나 스토리텔링의 흡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작품과 자기 자신을 통해 하나의 분명한 ‘스타일’을 제시했다. 매체에 얼굴을 드러내길 꺼리는 나름의 신비주의 작가인 하루키의 관점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에 독자들은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루키는 기존에 사람들이 접하던 전형적인 작가상과 근본부터가 달랐다. 그는 ‘노동자형’ 작가였다. 속세적인 밥벌이에 신경을 안 쓰는 ‘풍운아형’ 작가가 대세인 일본 문단의 분위기와 달리 그에게는 작가 데뷔 전 7년간의 치열한 노동의 세월이 있었다.
겨우 스물둘의 나이에 와세다대 동창이던 아내 요코 씨와 결혼 후, 재즈카페 ‘피터 캣’을 직접 운영했는데 당시의 힘든 육체노동 경험이 글쓰기를 향한 그의 태도를 보다 정직하고 강인하게 만들었다. 가령 작가업이 자유롭다고 해서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이나 ‘영감이 찾아올 때 쓰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쓸거리가 생각 안 나도 그는 자신이 흠모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처럼 반드시 일정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그랬다. 오늘 기분이 좀 안 내킨다고 영업을 안 할 수는 없다. 노동이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란 고상한 문학적 취향이나 자유분방한 풍류라기보다 차라리 노동과 수행에 가까웠다. 탈권위주의적인 태도는 그의 문장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화려한 미사어구보다 단순하고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재미있고 깊고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애썼고, 비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범한 이야기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범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29세에 첫 소설을 쓴 이래 순수문학 한 길을 고집하기보다는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물론이고 그 사이사이 논픽션, 기행문, 르포, 에세이, 스포츠취재기, 재즈에세이, 상담칼럼, 미국문학서 번역 등 어깨 힘을 빼고 다채로운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것도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했다.
일본 문단의 획일주의와 철저히 거리를 두며 그는 한 명의 자유로운 개인으로 이탈리아나 그리스, 미국 등지에서 마음껏 글을 썼다. 갓 30대로 진입해 본격적으로 글을 써나가려는 무렵 그에겐 일본 사회나 일본 문학 환경의 제도적인 억압과 권위에서 벗어나 ‘개인성’과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루키의 자유는 성실하고 반듯한, 어쩌면 금욕적이기까지 한 일상을 전제로 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도 그의 일상생활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오전 4시에 깨어나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쓴다. 하루에 원고지 20매를 쓴다. 오전 10시까지 일한 후, 10km를 달리고 한 시간 수영한다. 일단 정하면 변명하거나 투덜거리거나 후회하지 않으며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 나갔다. 건강한 육체에 글쓰기에 필요한 ‘다크’한 정신이 깃든다고 믿었다. 오후 2시부터는 방전 및 재충전의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보를 하거나 중고 음반가게에 마실을 나갔다. 귀갓길에 단골 생선가게나 야채가게에 들러 장을 봐와서 푸치니의 오페라를 들으며 맥주나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소박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도 규칙적이고 절제된 일상을 보내는데 그것은 사사로운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실은 세상의 질서와 선의를 지탱시키는 귀중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발이 땅바닥에 닿아있는 감각을 존중했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는 꾸준함과 일관성도 뒷받침되었다. 지속적인 장편소설 출간이나 33번에 걸친 마라톤 완주도 그가 오랜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심화시킨 결과다. 그는 말하자면 몸집을 쓸데없이 충동적으로 부풀리는 대신 끊임없이 제 자리에서 보다 선명하게 재생해 나가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작품을 함께 해 온 단짝 일러스트작가 안자이 미즈마루에 의하면 하루키는 ‘굉장히 낯을 가리지만, 인간관계의 깊이에 대해선 완벽한 그 무언가가 있다’고 귀띔한다.
‘한번 사귀면 진짜 오래간다’고 하는데 이는 고단샤 출판사의 편집자인 사이토 요코 씨가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시작해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이 담당 편집자로서 함께 일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나는 그녀와 직접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목소리가 매섭도록 카리스마 있다!). 물론 10대 때 만나 연애결혼한 부인과는 현재 거뜬히 40년 지기다.
이렇게 모범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하루키는 항간의 자기계발 멘토처럼 ‘노력하면 된다’ 식의 긍정주의자일까?
천만에. 도리어 그는 비관적 현실주의자다. 그에게 인생은 ‘어차피 지는 게임’이다. 계속 뭔가를 잃어가기만하는 절망의 여정이다. 어차피 허무하게 지는 게임이라면, 적어도 내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일을 일관성 있게 해나갈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살만할 수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규칙을 지키면서 제대로 지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애초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인생은 고독하다고도 그는 말했는데 고독이 존재하기에 어쩌면 우리는 타자와 소통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소설을 쓰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루키의 주인공들도 늘 뭔가 자신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방황한다. 그 과정에서 서툰 그들은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가능성을 잃어버린다. 그야말로 불확실하고 불안한 보통의 삶을 반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하루키와 그의 소설 주인공들의 태도는 어딘가 ‘소년’의 그것을 많이 닮아있다. 하루키의 해석에 의하면 ‘소년다움’이란 힘든 일이 닥쳐도 그것을 꾹 삼키고 헤쳐 나가는 것이며, 아무리 고독하다 해도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 가운데 원시적인 사랑의 힘을 끊임없이 믿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의 작품을 읽으며 감상적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가 소개하는 생소한 외국의 문화상품을 접하며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혹자는 치밀하고 감각적인 묘사 덕에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맥주나 위스키를 홀짝이거나 갑자기 스파게티면을 삶거나 고양이들을 키우게 됐을지도 모른다. 불현듯 마라톤에 도전해 보거나 어느 날 먼 북소리의 부름을 받아 여행길을 떠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소싯적의 나처럼 글이 쓰고 싶어졌을 수도 있다.
하루키는 마치 조금씩 각도를 틀면 근사한 새 풍경을 보여주는 만화경처럼, 움직일 때마다 다방면의 매력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다. 그것이 그의 작품세계이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 깊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은 결국 가장 보편적이었던 셈이다.
많은 것들이 불확실해지고 진정한 소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하루키를 통해 하나의 명징한 삶의 방식을 배운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고 부조리한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지켜가는 것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고 어려움을 인정하되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내재된 힘에 대해. ‘당신은 지금 어느 역에 서있습니까?’ 하루키는 나지막이 우리에게 묻는다.
그러나 굳이 대답을 기다리진 않을 것이다. 과묵하게 저마다의 길을 자발적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 역시도 자신이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어쩌면 뛰어갈 수도 있다. 그는 말하자면 그런 남자인 것이다.
▼그의 열린 결말, 작가로서의 무책임함?▼
하루키를 향한 또 다른 목소리
유명해진다는 것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일찌기 말했던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 그 자신이었다. 하루키가 본격적인 관심, 그리고 비판을 받게 된 것은 ‘노르웨이의 숲’이 일본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다음부터였다.
문학 평론가들은 일제히 ‘무라카미 하루키 증후군’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나름의 혁신적인 작풍을 구사해오던 하루키가 갑자기 평범하고 흔해빠진 러브스토리를 쓴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 그들은 하루키가 미국 문학과 문화의 영향을 너무 받아 해외 브랜드와 관련된 속물근성과 미국 팝문화를 숭배하는 사대주의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제8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되었을 때 “외국의 번역소설을 너무 많이 읽고 쓴 것처럼 버터냄새가 난다”며 강하게 만류했으며 하루키가 “일본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나르시시즘의 발현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인공들은 깊은 고뇌나 성찰이 없이 얄팍한 자기애적인 정신을 보여주며 그 빈틈을 그럴싸한 고유명사와 브랜드로 매꾸려 한다는 것. 인물뿐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풍기는 체념적 태도도 문제삼았다. 일본의 여성학계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에서 하루키가 여성을 그려내는 방식이 성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평론가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9년에 출판된 ‘상실의 시대’가 당시 젊은 세대의 정서에 부합하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다. ‘일본 책은 국내에서는 안 팔린다’라는 징크스를 깬 것이 하루키였다. 그러나 그의 급격한 인기를 경계한 목소리들도 있었다. 문학의 계몽적 역할을 믿는 문학계 인사들은 하루키 소설을 표피적인 오락소설로 치부하고 진지한 고민이 없다고 일갈했다. 허세와 겉멋으로 가득한 ‘된장소설’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루키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는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는 하루키의 작품을 두고 “약삭빠른 글장수의 책이지 결코 예술가의 책은 아니다”라며 많은 젊은 세대들이 애독서로 하루키의 책을 거론하는 풍토를 개탄했다. ‘팝소설’이자 ‘음담패설적인 소설’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독자들의 독서 편식에 우려를 표했다.
하루키의 ‘안티’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선 그들은 하루키 소설의 주요 테마인 상실이나 고독 같은 개념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그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맛깔난 비유들이 닭살스럽다고 지적한다. 등장하는 여자들이 남자 주인공과 너무 쉽게 동침하는 작위성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한다. 모호하고 열린 결말들에 대해서도 ‘작가로서 무책임하다’는 견해도 있다.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대해서는 한 젊은 남성 독자가 일본 아마존닷컴 후기에 “고독한 샐러리맨의 오징어 냄새나는 망상소설”이라고 일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루키는 자신에 대한 비평은 일절 읽지 않는다며, 소설가는 마땅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책을 쓸 권리가 있고 비평가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비평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유력한 차기 노벨상 후보자로서의 위상만큼이나 그를 향한 매섭고 날카로운 시선은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임경선 칼럼니스트
[Haruki, Murakami/하루키의 술, 위스키]세 모금째… 나는 아일레이 싱글몰트의 신봉자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아일레이産 위스키, 독특한 풍미로 하루키를 사로잡다
[동아일보]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당신은 ‘이게 도대체 뭐지’하고 놀랄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한 모금 더 마시고 나면 ‘음, 좀 색다르지만 나쁘지 않은 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당신은 아마도 세 모금 째에는 아일레이(Islay) 싱글몰트의 팬이 되고 말 것이다. 나도 똑같은 단계를 밟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마력(魔力)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2주간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 섬을 여행하면서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서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독자라도 싱글몰트 한 잔의 풍미에 취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하루키, 위스키의 풍미를 찬양하다
아일레이 섬은 스코틀랜드 6대 위스키 생산지 중 한 곳이다. 표준 영어로 ‘아일레이’라고 읽지만 현지 사람들은 ‘아일라’라고 발음한다. 면적은 600km². 경남 거제도의 약 1.5배 정도 되는 작은 섬이지만 위스키 증류소가 8개나 있다. 독특한 풍미를 가진 싱글몰트 위스키로 유명한 덕에 ‘위스키 성지 여행’의 종착지로 불린다.
아일레이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다른 위스키에서 접할 수 없는 요오드와 스모키 향을 품고 있다. 증류소에서 맥아를 건조할 때 토탄(土炭·peat·완전히 탄화되지 않은 석탄)을 태워 나오는 향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일레이 싱글몰트 위스키는 ‘러브 오어 헤이트(Love or Hate)’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아일레이 남쪽 해안가에서 생산되는 ‘라프로익 위스키’는 하루키가 책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탁월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그는 라프로익에 대해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차고 시원한 바람과 참나무통 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그 어떤 싱글몰트 위스키보다도 특별함을 간직한 위스키이다’라고 평했다.
폭탄주 문화 사라지고 위스키 음미족 늘어
여행 내내 하루키가 찬양했던 ‘싱글몰트 위스키’는 증류소 한 곳에서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해 숙성시킨 것을 가리킨다. 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는 블렌디드 위스키로 분류된다. 여러 종류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옥수수나 호밀 등을 증류해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로는 맥캘란, 하이랜드 파크, 글렌피딕 등이 있다. 이런 위스키는 각각 한 곳의 증류소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산지에 따라 각각 다른 풍미를 지니고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난 대신 생산량이 적어서 전체 스카치위스키 시장의 약 3∼5%만 차지한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도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2000년대 초반에야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하지만 최근 음주 문화가 바뀌고, 무라카미 하루키 마니아들도 점차 늘면서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싱글몰트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나 늘었다. 전체 위스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맥캘란을 수입·유통하는 에드링턴 코리아 관계자는 “폭탄주로 대표 되는 음주 문화가 사라지고, 술의 맛을 음미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며 “개성이 두드러지는 싱글몰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저마다의 인격이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싱글몰트 위스키의 맛과 향도 저마다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싱글몰트 위스키는 저마다 퍼스낼러티(인격)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맥캘란(Macallan)은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에 위스키를 숙성시킨다. 맥캘란 12년과 18년 위스키는 과일향과 셰리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특징이다. 맥캘란 15년은 부드러운 목 넘김과 달콤한 향으로 유명하다.
라프로익(Laphroaig)은 입안에 머무는 스모키한 피트(토탄) 향과 목 넘김 후에도 계속해서 남아 있는 강렬한 향이 특징이다. 라프로익을 만들 때 사용하는 물에 피트가 함유돼 있어 그 향이 강한 것이다. 혹자는 피트의 요오드 향을 소독약 냄새 또는 병원 냄새라고도 일컫는다.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에서는 초콜릿 케이크와 달콤한 셰리, 멜론·레몬 향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누가와 피스타치오의 맛이 나며 달콤하기까지 하다. 부드러우면서도 드라이한 느낌이 난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기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를 모르겠다면? 에드링턴 코리아는 최근 페이스북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맥캘란 인 더 시티(Macallan in the City)’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서울에서 맥캘란을 만날 수 있는 바의 주소와 연락처가 지도와 함께 소개돼 있다.
맥캘란 인 더 시티는 맥캘란 페이스북(www.facebook.com/Macallankorea)에 접속하면 이용할 수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꾸민듯 아닌듯한 클래식 캐주얼
자유와 절제 뒤섞인 그의 작품과 닮은꼴
[동아일보]
‘새로 사온 브룩스 브라더스 버튼다운 셔츠의 냄새와 촉감이 좋습니다. 막 나온 자신의 책을 손에 들고 가만히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 기담집’에서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소소한 재밋거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패션. 그는 튀는 옷을 입고 사진 찍히는 것을 즐기는 종류의 유명인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변 상황에 맞는 깔끔한 클래식한 스타일을 즐긴다.
하루키는 에세이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서 슈트에 대한 짧은 단상을 적은 적이 있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작가인 만큼 슈트를 입을 일은 많지 않지만 슈트를 사러갈 때에는 반드시 잘 차려 입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살 때에는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레스토랑의 좋은 자리를 주지 않는다’며 ‘레스토랑용 넥타이’를 구입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패션에 대한 하루키의 단상들을 짚어 보면 그가 고립무원의 자기 세계에 빠져 사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외부 시선과 자기 취향을 적절히 고려해 옷 입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스타일은 미국 클래식 캐주얼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아이비 룩 스타일’이다.
아이비 룩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 8곳을 가리켜 ‘아이비 리그’라고 부른다. 아이비리그에는 미국 서부의 명문대학이 가질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미국 전통 명문의 뿌리를 잇는다는 자부심, 그리고 1950년대부터 그들이 만들어낸 패션 스타일 ‘아이비 룩’이다. 캐주얼하지만 클래식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유행을 자랑한다.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뜻하는 ‘프레피’에서 나온 ‘프레피 룩’이 좀더 경쾌하고 트렌디하다면 아이비룩은 클래식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두 가지 모두 클래식한 미국식 캐주얼의 대명사로 표현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아이비룩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아이비 룩의 3대 요소라고 불리는 면 100%의 버튼다운 셔츠, 페니 로퍼, 아가일 무늬 양말을 즐겨 착용했다. 페니 로퍼는 1페니 짜리 동전을 신발 앞 등에 꽂아놓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신발이다. 아이비 룩이 전국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1950년대 미국 공중전화 요금이 1페니였다고 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슈트 역시 미국 전역에서 사랑을 받았다. 아이비 룩 스타일의 전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탈리안 슈트는 ‘마니카 카미치아(어깨 부분에 넣는 패드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어깨선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것)’가 기본이다. 영국 슈트는 군복에서 영감을 얻어 해군 정복처럼 어깨가 솟아 오른 ‘로프트 숄더’형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품이 넉넉하고 여유 있는 ‘투 버튼 싱글 벤트(뒤트임이 하나)’인 재킷을 즐겼다. 하루키 역시 케네디 스타일의 재킷을 즐긴다. 넥타이 없이 티셔츠에 편안한 아이비 룩 스타일의 재킷을 걸치고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한 여유 있는 신사를 연출하는 것이다.
하루키와 미국 브랜드
정통 미국식 캐주얼, 아이비룩을 표방하는 미국 브랜드는 브룩스 브라더스, 랄프 로렌, 제이프레스 등이 손에 꼽힌다. 그중에서도 남성 아이비스타일로는 브룩스 브라더스가 유명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케네디 대통령, ‘위대한 개츠비’를 쓴 작가 피츠제럴드 역시 브룩스 브라더스의 재킷과 다운셔츠의 팬이었다.
위대한 개츠비에 감명을 받았던 하루키 역시 피츠제럴드처럼 브룩스 브라더스의 셔츠와 재킷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랄프 로렌’과 ‘갭’의 캐주얼을 즐긴다. 완벽한 1950년대 미국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실패를 유독 잘 받아들이는 사람 있다… 그것도 행복의 재능"
어수웅 기자 |
'꾸뻬씨의 행복여행' 저자 를로르, 행복이 話頭인 정이현과 만나다
이 책이 한국·독일서 인기있는 건 아마도 팍팍한 삶의 방증 아닐까
한국에 '행복' 논의 본격화된다면 꾸뻬씨가 남긴 가장 큰 '행복'될 것
모두가 행복한데 나만 불행한 것은 아닐까.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행복 스트레스'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현실이다.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의 의식과 무의식을 고루 반영하는 법. 상반기 1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한국출판인회의)를 기록한 책은 프랑스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60)의 '꾸뻬씨의 행복여행'이었다.
작가 정이현(41)의 주요한 문학적 관심사 역시 '행복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 모두 행복한 척 안온한 척 살아가지만, "정말 그럴까"라는 반문. 한국을 찾은 를로르와 행복에 관심 많은 한국 작가를 '북앤수다'가 함께 만났다.
―프랑스보다 정작 한국에서 더 많이 나갔다는데.
"미국, 중국 등 30개국에서 번역됐는데, 올해는 특히 한국에서 더 사랑받았다. 프랑스보다 더 많이 나간 나라가 한 군데 더 있다. 독일이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신간이 아닌데도 한국에서는 뒤늦게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3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됐고, 비슷한 무렵 독일에서 번역됐다.
―독일? 왜 그럴까 생각해본 적 있나.
"독일에서 이 책의 인기는 10년쯤 전이다. 통독(統獨)의 후유증을 겪을 때였다. 독일 국민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했는데, 절약도 더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행복에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또 독일은 유럽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다니는 민족으로 꼽힌다. '행복 여행'의 서사 장치 중 하나가 주인공 꾸뻬씨의 여행이다. 조금은 기여한 듯하다. 하나 더. 다른 나라 사람들은 프랑스를 '행복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특히 독일인에게 그렇게 비친다. 바캉스도 1년에 5~6주씩 있으니까. 그런 프랑스 사람이 행복에 대해 쓴 책이니 신뢰를 준 것 같다. 만약 내가 노동에 대해 썼다면 성공 못 했을 거다(웃음)."
2013년 상반기 한국인은 왜‘행복’에 관한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을까.‘ 꾸뻬씨의 행복여행’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오른쪽)와 소설가 정이현이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대화를 나눴다. /오종찬 기자 |
―한국에서는 왜 그리 인기였을까. 정이현 작가의 생각은.
"요즘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덜 불행할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분위기가, 공기 자체가 그렇다. 그런데 '행복여행'은 구체적 방법을 알려주더라. 방법 1, 방법 2, 3, 4 이런 식이었다. 독자들이 고마워 했을 것 같다. 신기루 같은 행복이지만, 따라 하다 보면 될 것도 같은. 또 하나, 를로르가 얘기했듯 '여행 서사'다. 어른들의 장래 희망은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못 떠나지만, 꾸뻬씨에게 감정이입하며 행복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경쟁에 지쳐 있는 피로 사회 한국. 행복하고자 하는 갈망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꾸뻬씨가 책에서 말하는 구체적 방법은 하나같이 개인적인 처방들. 가령 방법 1은 '행복의 첫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며, 방법 3은 '많은 사람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 때문에 불행해졌는데,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식적 답안만 나열하는 것은 아닐까.
―잠깐의 위로는 될지 몰라도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예전에 기업에서 직원들 상대로 교육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훈련시켜 달라는 거였다. 한마디로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달라는 거였지. 그 제안을 들으면서 기업의 근로 환경을 더 좋게 만드는 게 우선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효과적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행복 추구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노동 조건과 사회 시스템도 변화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
작가 정이현에게도 '행복 여행'이 긍정적 독서였던 것만은 아니다. 효용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면 시스템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소설 형식으로 쓰였지만 '하우투'(How to·방법)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실용서로 분류해야 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이번에는 작가가 직접 정신과 의사에게 물었다.
―정신과 의사에게 하는 질문이다. 정말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 산속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중요한 건 불행이 삶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의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늘 행복할 수는 없다. 항상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의 폭정(暴政·tyrannie)이지. 또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재능이 다르다. 수학·음악·체육 재능처럼. 그러나 재능과 상관없이 개선의 여지는 있다. 또 실패나 어려움을 유난히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서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안 되면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것(웃음)."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 출판계에는 '행복'이라는 명사가 들어간 책이 쏟아졌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행복 스트레스를 심하게 앓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이현은 한국인들이 행복에 대해 묻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자칫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를로르의 책이 행복에 대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다고 비판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국인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를로르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불공평한 일. '행복여행'이 주는 진정한 교훈은 한국 사회에 행복에 대한 논의의 장을 본격 마련했다는 점과 그 구체적 실천 역시 한국 사회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는 점이다. 이 베스트셀러를 단순한 소비의 대상으로 끝내고 마는 것은 모두에게 낭비일 테니 말이다.
[어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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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배우 최불암이 ‘꽃보다 할배’의 대만행 현장에 깜짝 등장했다.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연출 나영석) 제작진과 출연진은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만으로 출국했다.
이날 H4멤버들(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은 이른 시간부터 촬영을 위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한 인물이 H4 멤버들과 함께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최불암.
최불암은 H4 멤버들과 함께 등장해 마치 ‘꽃할배’의 멤버 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각에서는 최불암이 합류한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불암은 ‘꽃할배’ 멤버들의 대만행을 배웅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동행한 CJ E&M관계자는 마이데일리에 “최불암씨가 H4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오신 것 같다”며 “멤버로 합류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꽃할배’ 대만편은 이날 출국해 30일에 귀국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꽃보다 할배'는 시청률 4%가 넘는 기염을 토하면서 케이블 방송의 최고 시청률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 출국 현장에 등장한 최불암. 사진(인천국제공항)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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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김택환 경기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소장(사진 왼쪽부터)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오마이포럼에서 '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유성호 |
"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89개국 가운데 24위입니다. 그런데 '인간이라면 핵심적으로 만족해야 할 욕구들이 얼마나 채워졌는가를 따져보면 83위예요."
순간 좌중은 술렁였다. 23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행복사회: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참석한 시민 약 80명은 경제 규모와 너무 큰 차이를 나타낸 순위에 놀란 기색이었다.
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소장(심리학과 교수)이 언급한 '핵심 욕구'는 ▲ 얼마나 존중받는가(존중) ▲ 성장하는 느낌은 있는가(성장) ▲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나(자율성) ▲ 잘하는 일을 했는가(유능감) ▲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관계) 등 크게 다섯 가지다. 그는 "이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기분이 좋은 정도'는 58위, '나쁜 기분을 느끼지 않는 정도'는 77위였다"며 "(경제 규모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우리 상황은 한 마디로 '일은 잘 하는데 기분은 안 좋다'"라고 정리했다.
일만 잘 하는 한국 사회는 과연 행복할까? 이날 오마이포럼 발표자 대부분은 한국이 행복사회로 나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여러 행복지수를 종합해 보면 한국은 행복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며
"소득·경제가 안정적이며 평등하고 기회가 열려 있는 데다 정의롭고 (구성원끼리) 서로 믿을 수 있어야 사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복지 지출을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시장 안에서 임금 격차를 낮추고 실업 안전망을 갖추는 일과 정치 개혁, 정부가 국민에게 '일 잘하고 효율적인 정부'란 믿음을 심어주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즐겁고, 정부가 믿음직한 '행복사회'... 덴마크, 스웨덴, 독일은?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이러한 요건들을 갖추었다. 이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이창곤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장, 김택환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각각 덴마크와 스웨덴, 독일 세 나라의 행복 비결을 소개했다.
오연호 대표는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 덴마크에 다녀왔다. 덴마크는 여러 통계에서 대체로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오 대표가 찾은 덴마크의 행복 비결은 자유와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었다. 그는 "덴마크 초등학교는 9년 과정인데, 7학년까지 시험도, 등수도 없고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또 병원 진료비가 전액 무료고 실업급여가 나오는 등 사회시스템이 기본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덴마크는 택시기사와 의사가 함께 어울릴 만큼 사회가 평등하고, 사람들이 '정부는 사회 복지를 위해 일한다'는 신뢰가 있어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며 "사회 전체가 거대한 이웃 공동체"라고 덧붙였다.
이창곤 소장이 2012~2013년 직접 본 스웨덴의 모습도 덴마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웨덴은 평화적 노사협의와 좌우 상생을 바탕으로 보편적 복지를 구축한 행복사회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늘었고,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노조의 힘은 이전보다 약해졌다. 또 사민당의 영향력이 떨어져 2006년 이후 계속 우파연합정당이 집권 중이고, 공공시스템은 점점 민영화하는 등 여러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 소장은 스웨덴을 마냥 이상향으로 그리기보다 "사회가 어떻게 도전을 타개해 나가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택환 교수는 행복한 한국을 만드려면 독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나온 경제민주화와 사회보장, 일자리와 성장, 평화통일 이 네 가지를 해결한 곳이 독일"이라며 "독일을 제대로 뛰어넘으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도 뛰어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이 강할 수 있던 힘은 보수주의자들도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내걸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연대의 원칙이 진짜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표자들이 소개한 덴마크와 스웨덴, 독일의 행복비결을 정리한 것이다.
[오연호] "행복한 공동체 덴마크, 자유·안정·평등·신뢰 등이 비결"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오마이포럼-'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서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소개하며 "자유와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 유성호 |
두 번째는 '안정'이다. 병원 진료비 전액이 무료고, 실직하면 사실상 4년 동안 정부에서 급여를 준다. 사회시스템이 '기본'을 보장한다. 안정은 회사에도 있다. 덴마크에서 제일 행복한 회사로 뽑힌 '로슈'에 가보니 회사에서 매일 직원들에게 과일을 주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족 수에 맞춰 포장한 저녁식사를 제공하더라. '가정이 편해야 회사에서 잘한다'는 시스템이다. 한국에 돌아와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직원들과 대화하게 됐다.
그 다음은 '평등'이다. 제가 그곳에서 '행복학'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여기서 분당 가는 데 30만원 나오는 꼴이라 굉장히 불행했는데(웃음) 그 기사와 얘기하며 행복해졌다. 어디 가서 행복론을 강의해도 부족하지 않겠더라. 또 오늘 <오마이뉴스>에 실린 식당 종업원분의 경우 자신의 직업을 정말 자랑스러워했는데, 열쇠수리공인 아들 직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더 감동적이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신뢰'였다. 덴마크에서는 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대부분 불만이 없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선배들이 낸 세금으로 대학 공짜로 다니고 병원비 부담 안 했다'고. 가장 적게 내는 편인 택시기사도 수입의 36%를 납세한다. 그만큼을 우리 사회의 복지를 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발상이다.
그리고 덴마크는 사회가 거대한 이웃공동체였다. 신뢰로 짜여 있다. 이 나라는 독특하게 1학년부터 9학년까지 같은 반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관계가 얼마나 진하겠는가. 또 코펜하겐 직장인의 35%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한 가족은 5명인데 자전거만 9대라고 했다. '환경'이 마지막 키워드다.
[이창곤] "스웨덴 복지, 저무는 것이 아니라 도전에 대응 중"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에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제세미나를 열고 현지 기관을 방문해, 실제로 복지천국인가, 우리가 책이나 논문 등에서 본 스웨덴식 복지모델이 여전히 그러한가 살펴봤다.
한국에서 스웨덴 복지모델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한겨레>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쓰는 게 다르다. 좌파는 '복지와 경제성장이 양립하는 모델은 스웨덴만한 곳이 없다'고 하고, 우파는 '재정이 파탄난, 저무는 복지국가'라고 말한다.
실제로 스웨덴이 어떤 고민과 골칫거리, 도전에 휩싸여 있는지 봤다. 우선 큰 세계적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복지모델 전성기에 3%대였던 실업률은 이제 8%대로 높아졌다. 불완전노동이 늘었다는 뜻이다. 경제 위기에 비유럽권 이민자 실업이 늘어나고 대도시 슬럼화 등이 원인이다. 지난 5월엔 스톡홀름에서 폭동이 일어나 자동차 100여 대가 부서졌다. 많은 보수언론에서 '스웨덴 복지는 저무는 것 아니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근거로 썼다.
또 하나 고민은 노조의 약화다. 노사 대타협인 '살트쉐바덴 협약'은 복지의 중요한 축이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1999년 80.6%에 달했던 스웨덴의 노조가입률은 2009년 68.4%로 떨어졌다. 이것은 힘의 균형이 상당히 깨졌다는 뜻이다. 스웨덴 노총(LO)는 "그럼에도 높은 조직률"이라며 "정권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노동운동을) 방해했고 현 정권(우파정부가)이 실업급여제도를 상당히 파괴했다, 이젠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친(親)복지정당, 사회민주당의 영향력도 떨어졌다. '인민의 집'이란 개념으로 스웨덴 모델을 형성하고 성장시켜왔는데 1991~1994년에 이어 2006~2013년 우파연합정당이 집권했고, 사민당 지지율조차 30%대로 떨어졌다. 유권자 구성이 변했고, 또 우파정당조차 '친복지, 친노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행복'을 내세웠다. 우파정당도 '우리가 사민당보다 복지를 더 잘 할 수 있다'며 이념보다는 집권에 더 무게를 둔 모습이다.
또 다른 중요한 고민은 '민영화'다. 보육, 노인요양서비스 등 공공시스템이 점점 민영화, 시장화하면서 많은 힘이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복지재가 시장화해 있어 복지국가를 만들어가는 데에 원천적 어려움이 있는데, 스웨덴의 경우 민영화 분야가 점점 커지는 중이다.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인 개방경제체제에서 어떻게 지속성장하는가도 중요한 고민거리다. 지금 스웨덴 모델은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스웨덴 모델이 여전히 건재한 까닭은 성장률이 좋고 국가부채가 적고, 지니계수가 낮아서다. 결국 스웨덴 모델은 하나의 고정된 것으로 봐선 안 된다. 경제사회적으로 도전에 계속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스웨덴이 어떻게 응전하느냐를 훨씬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스웨덴 정치사회가 거센 도전에 어떻게 응전, 타개해 나가는지 구체적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김택환] "경제민주화, 사회 보장 등 한국의 시대정신 해결한 곳이 독일"
▲ 김태환 경기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오마이포럼-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서 독일의 행복 비결을 소개하며 "독일이 강할 수 있던 힘은 보수주의자들도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내걸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연대의 원칙이 진짜 중요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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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독일인가. 지난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나온 경제민주화, 사회 보장, 일자리와 성장, 평화통일 이 네 가지를 그나마 해결한 곳이 독일이다. 2차대전 이후 한국전쟁을 계기로 독일은 경제적으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라인강의 기적이 시작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후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냉대를 당해 차관도 못 받았다. 그런데 독일에서 첫 차관을 받았다.
우리가 독일을 제대로 뛰어넘으면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도 다 뛰어넘지 않을까. 오늘날 독일은 실업률 4%, 경제성장률 2.5%, 경상수지 1위 국가다. 일확천금이나 한탕주의가 거의 없다. 부동산 투기가 없고, 일반인들이 주식투자를 거의 안 한다. 국민의 5%인 40만 명 정도만 한다. 또 신용카드 말고 직불제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93%에 달한다. 우리는 다 빚쟁이다. 신용카드도 많이 쓰고.
독일 통일 때 현장에 있었다. 통일을 하려면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였다. 특강 할 때마다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데 정치지도자다. 2차대전 이후 안정적인 정치시스템을 만든 데에는 리더가 있었다. 콘라트 아데나워,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쿠르트, 게오르그 키징거,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게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 등 전후 집권한 총리 8명 모두 현실주의자며 개혁정치가였다. 이 가운데 세 명은 본인이나 자녀, 친인척 가운데 단 한 명도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었다.
또 독일이 강해질 수 있던 힘은 보수주의자들도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내걸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회민주당 노선을 (일부) 수용했다. 또 사회민주당도, 보수성향 기독교민주당이나 자유민주당도 다 강령이 똑같다. 모두 자유와 정의, 연대를 내걸었다. 연대의 원칙이 진짜 중요하다. 30년 전, 독일에 유학갈 때만 해도 우리나라 의술이 덜 발달했고 제가 돈이 없어서 치과 치료를 못한 상태였다. 그때 치과 갔더니 금니를 공짜로 해주더라. 의료보험이 잘 돼 있다. 또 제가 라인강변에 잔디 깔린 2층집을 정부 지원으로 얻었다.
독일은 창의성을 가장 중시한다. 중소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다. 히든 챔피언(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독일에는 1500개, 한국은 23개다. '파버카스텔'은 250년된 연필회사다. 8대째 되는 장수기업이다. 그 정도로 (연필 하나도) 명품을 만든다.
"<오마이뉴스>가 '행복사회'를 만들겠다... 우선 '수습기자들만의 편집국'부터"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23일 열린
'오마이포럼- 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대학생들에게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행복사회 만들기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오마이뉴스>는 이를 화두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덴마크를 다녀온 뒤 '<오마이뉴스>는 어떻게 행복한 회사를 만들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첫 시도는 '수습기자들만의 편집국'이다. 오 대표는 "가장 창의적인 일을 하기 위해 신입기자들을 채용하는 건데, 언론계에는 '가장 똑똑한 애들을 뽑아서 5년 내에 가장 멍청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며 "올해 뽑은 신입 기자 7명을 수습기간이 끝나는 8월부터 한 달 동안 상사나 편집국, <오마이뉴스>의 정체성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번 포럼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오마이뉴스> 만들기'를 발표하기 위해 여러 제안을 받았는데, 그 핵심은 '일을 어떻게 잘하고, 또 흥미 있게 할 것인가'였다"며 "행복하려면 '상사를 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딱 맞는다"며 웃었다. '수습기자들만의 편집국'은 효율과 즐거움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세운 계획이다. 오 대표는 "핵심은 '당위를 축소하는 일' 같다"며 "편집국장이나 부장들에게도 1년 중 한 달은 자유로운 시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회사'는 물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오마이뉴스> 안에 '행복사회연구소'를 세우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인철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오마이포럼-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서 행복한 삶의 조건에 대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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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오마이포럼-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서 "소득·경제가 안정적이며 평등하고 기회가 열려 있는데다 정의롭고 (구성원끼리) 서로 믿을 수 있어야 사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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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오마이포럼-행복사회 :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들의 강연을 경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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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식 칼럼] 박근혜 정부의 '적자생존法'
박두식 논설위원 |
초등생 등·하교 수칙 수준의 골프 지침이나 내놓으면서 어떻게 창조경제 성공할 건가
엊그제 아침 신문에서 유독 두 개의 기사에 눈이 갔다. 조선일보 4면에 실린 '청와대 골프 금지령 완화' 기사와 미국 뉴욕타임스의 해외판인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에 게재된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이다. 두 글이 묘한 대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청와대 골프 지침은 정말 한국적인 기사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이 없다. 그러나 공무원들 입장에선 정권의 서슬이 시퍼런 초기에는 골프를 하지 않는 게 안전한 처신이다. 더욱이 이 정부는 출범을 전후해 대형 안보 위기를 겪었고 일부 군 관계자들이 군 골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새 정권 사람들이 자리를 잡으면 골프를 풀어주자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마련이다. 내수(內需) 진작 같은 그럴듯한 명분까지 곁들여져 있다. 5년마다 벌어지는 골프 지침 소동이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내놓은 골프 지침은 친절하고 세심하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허 실장은 골프는 이번 휴가에 한해 자비(自費)로 하되, 절대 문제 될 사람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압권은 뒤에 따라붙은 사족(蛇足)성 권유다. "필드에 나가는 것보다 가급적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라"고 했다. 갓 입학한 초등학생용 등·하교 안전 수칙 같은 지침이다. 이런 얘기를 청와대 회의에서 했다고 한다.
솔직히 우리는 이 정도 수준은 일찌감치 졸업했어야 했다. 더 갑갑한 일은 골프 지침을 꺼내든 청와대와 이것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면서 여러 해석을 하고 있을 공무원들이 이 정부가 표방한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의 프리드먼은 새삼스럽게 해외 여행을 스스로 준비해 본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인터넷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AirBnB)'의 성공 스토리를 다뤘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바꿨다. 이들은 세계 각지의 빈집, 빈방을 여행객들이 돈 내고 쓸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양쪽에서 서비스 대행료를 받는다. 프리드먼은 2년 전 이 사업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잘해봐야 '제한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봤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만난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오늘 밤에만 전 세계에서 14만명이 우리를 통해 숙박하고 있고 에어비앤비는 192개국 3만4000개의 도시에 30만개 이상의 숙박 시설을 갖고 있다"고 했다. 콧대 높은 뉴욕타임스의 대표 칼럼니스트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성공 스토리다.
에어비앤비는 단 한 채의 집, 단 하나의 호텔방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이런 에어비앤비의 회사 가치는 창업 5년 만에 25억달러(우리 돈 3조원)를 넘어섰다. 체스키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월세(月貰)를 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살던 샌프란시스코의 집을, 국제회의 때문에 빈방을 못 찾는 사람들에게 며칠 임대하면서부터다. 침대가 없어서 캠핑용 '에어매트'를 제공했고, 회사 이름에 아예 '에어(air)'라는 말을 넣었다. 체스키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3년 전엔 모두 우리보고 미쳤다고 하더니 지금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사(史)엔 에어비앤비 같은 성공 사례가 수없이 많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 IT 분야의 거목들도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에 도전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내놓은 창조경제의 성패는 에어비앤비 같은 성공 사례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정부 출범 후 한동안 '창조경제란 무엇인가'를 놓고 수수께끼 놀이 같은 논란이 이어졌다. 여기에 말을 거들 생각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 골프 지침과 에어비앤비 기사 중 어느 쪽이 창조경제의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는 자명(自明)하다.
요즘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농담처럼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적자생존은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의 줄임말이다. 회의 때마다 깨알같이 쏟아져 나오는 대통령의 지침을 실행에 옮기려면 받아 적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창조와 받아쓰기를 연결해서 성공을 일궈내야 하는 시절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말 닷새가량 휴가를 떠난다. 청와대 직원들은 그간 대통령이 휴가 때 관저에서 쉬겠다고 할까 전전긍긍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 직원들은 휴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 때문에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는 1년에 평균 한 달 이상을 휴가로 보낸다. 한국과 미국의 사정이 같을 순 없다. 그러나 이제 한국 역시 대통령이 시종여일(始終如一) 모든 현안을 붙들고 있어야 일이 돌아가는 단계는 넘어섰다. 대통령의 여름 휴가는 국정에 변속(變速)과 가감(加減)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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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결국은 국민 상식에 맞게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대화록 실종에 대한 차분한 논의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인이 무엇이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하는 상황은 국민들께 민망한 일"이라면서도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폭우에 따른 수해 발생과 관련, 이 관계자는 "정확히 들은 얘기는 없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인도적 차원의 수해복구 지원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 ‘史草정국’ 궁지 몰린 민주당
[동아일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침묵을 깨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실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치권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침묵을 지키기 어렵게 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 부산에서 e메일 발송
부산에 머물고 있는 문 의원은 오후 3시 35분 e메일을 통해 출입기자들에게 개인성명을 배포했다. 내용은 세 가지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NLL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에 집중해 대선 개입과 대화록 유출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자는 것이다. 그는 “NLL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강한 톤으로 NLL에 대한 태도를 밝히면서 출구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정치생명을 걸고 회의록 원본 공개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회의록 정국을 주도해온 문 의원이 갑자기 “이젠 끝내자”고 제안한 것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회의록 원본 공개를 촉구했고, 원본 공개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원본 공개’로 당론을 정했던 것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당 전체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부산에 머물면서 달랑 e메일을 보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와의 사전 조율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회의록 공개를 반대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트위터에서 “이럴 거면 시작을 안 했어야 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회의록 증발 사태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사실관계를 차분히 규명해 나가면 될 것이다. 여러모로 부실한 국가기록관리 시스템과 법적 불비를 더 튼실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만 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가 회의록을 넘기지 않은 것”이라고 공격하는데도 반박 논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폐기설’이 확산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푸념도 나온다.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이 과연 그 같은 사실을 몰랐겠느냐란 의혹이 더해지면서 문 의원의 입지가 위축되고, 5·4전당대회에서 구주류로 전락한 뒤 부활을 모색해온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의원의 진의가 논란을 끝내자는 거냐, 새로 시작하자는 거냐”라고 원망했다. 문 의원이 성명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의하더라도 NLL 포기가 아니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의견이다. 열람 가능한 기록물까지 살펴보면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 공세 고삐 바짝 조인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뻔뻔함의 극치”라며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역사적 기록인 사초 폐기에 대한 입장과 사과가 우선 있어야 한다. 국가기록물 생산과 이관에 참여한 친노 인사들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 추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혀 공세를 예고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누가, 어떻게, 왜 역사를 지우려고 했는지, 대화록이 사라진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전대미문의 사초 실종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면서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과 관련해 “최소 15년은 유지되어야 할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봉인을 불과 5년 만에 해제하는 오늘의 사태는 방화로 시작된 대형 산불”이라며 “작정하고 불씨를 던진 방화범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홈페이지에 띄운 글로, 유 전 장관이 정계은퇴를 선언(6월)한 뒤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회의록 실종으로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위기에 처하자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 나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민동용·장강명·고성호 기자 mindy@donga.com
이 전 대통령과 김 의원은 야당으로부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전유출 사건에 관여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아가) 서로 그분이 왜 증언을 해야만 하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국민들에게 알려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어느 한쪽에서 채택을 주장하면 채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됐든 나와서 증언하는 것은 의원들이 아닌 국민 앞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꼭 나올 필요가 없는 증인을 억지로 채택해서 망신을 주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고, 저는 누구든지 국민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거나 정당에서 그렇게 두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했다.
그는 “그분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을 열람하고 공개하자는 의혹을 증폭시킨 분”이라면서 “그냥 끝내자고 하는 건 그분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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