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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 모음

구봉88 2014. 9. 1. 10:39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470호,   2014.  8.  30.)

국내 다면 플랫폼 기업의 성공 사례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아베노믹스 日 경제에 부정적 영향..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2.`고속성장` 필리핀 "아시아의 병자 아냐"

  3.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 10가지는?

 

기업경영

  1.샤오미가 단순한 짝퉁 기업?… 구글·애플·삼성의 장점만 빼닮았다

  2.知人(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에 실패하면 회사가 망한다

  3.집단을 연결하는 촉매기업… 성공방정식은?

  4.글로벌 회사는 성과 중심이라 上司에 生殺여탈권… 서로 이름 불러도 업무에선 엄격

  5.꺼져가던 스타벅스를 살려낸 CEO

  6.제 발로 ‘神의 직장’ 떠나는 공무원들 왜?

  7.[세월호 사고로 본 SNS 저널리즘] 한국 사회 ‘빛과 그림자’, 스마트폰 통해 폭발했다

  8.‘생각’만으로 이메일 보내는 시대 오나?

  9.e 유통 포식자 아마존의 탐욕

  10.中·한류 콘텐츠 '짝짓기의 계절'

  11.관찰의 힘·생활의 발견…'세상에 없던 家電'을 만들다

  12.[S 스토리] 빅데이터 시대…세상을 바꾸다

  13.“서울대 경영대 졸업후 뭘 할건가”… “로스쿨 가야죠”

  14.1억 시계도 상품권으로 사는 요우커 … 추석 대목보다 고마운 손님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정종욱(통일준비委 부위원장) 기조연설 "北 장마당 380곳… 쌀값, 휴대폰 통화로 결정"

  2.사적소유·민영화가 이끈 폴란드의 번영…'시장경제 승리' 입증

  3.[인터뷰]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존 리스트

  4.시진핑·아베·푸틴 구애 받는 남자, '몽골의 토머스 제퍼슨' 엘벡도르지

  5.소설처럼 팔린 자본론이 온다

  6.새정치聯, 장외투쟁 후폭풍…지지율 창당후 '최저'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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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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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日 경제에 부정적 영향..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 BNP파리바 분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오히려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추가 경기부양책이 시행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국내 주류 경제학자들은 아베노믹스와 같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책 역시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확장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 구조개혁)과 비교되기도 했던 터라 더욱 주목된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일본 정책당국의 적극적 경기부양책 시행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시행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일본 2분기 성장률이 -6.8%를 기록하면서부터다. 엔화 약세와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실질구매력이 하락해 민간소비가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일본 제조업의 해외 생산공장 확대로 국내 생산능력이 축소됨에 따라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BNP파리바는 “자동차의 경우 해외 생산공장에 크게 의존하는데다 과거와 달리 고급차종 부품을 제외한 대다수 부품마저 해외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현재 엔화 약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국내 제조업 생산설비 확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단기 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 통화정책 완화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엔화 약세가 지속되더라도 이는 소비자의 실질구매력만 저하시킬 전망”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아베노믹스 후 일본 경제는 사실상 제로 성장에 그쳤다”며 “세 개의 화살이 모두 과녁을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킴엥 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아태지역 정부 신용평가 담당 상무도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주최의 세미나에서 최경환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아베노믹스처럼 세 개의 화살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라면 재정과 통화정책 확대는 구조개혁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재정과 통화정책 이후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 그것은 단기적으로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테쉬 마헤시와리 S&P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총괄 전무도 “단기적 완화 조치가 이뤄지고 그 이후에 혁신적인 개혁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단기 조치들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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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 올해 2분기 6.4% 성장률..인프라 투자 등 효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필리핀 경제는 더이상 아시아의 병자가 아니다.’

저성장 국가로 ‘아시아의 병자’라는 별칭까지 붙은 필리핀이 올해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6.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필리핀이 고속성장을 구가해 이제 기준금리를 올리는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자료 : 세계은행
이는 성장률 둔화로 경기 부양책을 써야하는 아시아내 다른 국가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WSJ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필리핀이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경제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2010년 취임하면서 반등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경제성장 발판을 마련할 인프라 시설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고질적인 인프라 부족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결돼 성장률이 높아졌다.

해외 거주 필리핀 국민들이 송금하는 외화도 필리핀 경제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국적 노동자는 1000만명 가량이다. 이는 전체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해외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들이 송금한 외화는 필리핀 내수 시장 부양에 도움을 줬다. 필리핀 경제에서 국내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2다. 소비는 지난 2분기 전년동기 대비 5.3% 늘었다.

필리핀 최대 쇼핑몰 회사 SM프라임의 제퍼리 림 부사장은 “많은 외국 브랜드들이 필리핀 시장을 겨냥해 입점하고 있다”며 “이곳 경제는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동자 임금 상승도 필리핀 경제에 호재다. 중국내 경공업 기업들이 임금 상승을 피해 필리핀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면서 제조업이 성장했다. 2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필리핀 경제가 올해 6~7%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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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 10가지는?

  • 최윤아 기자

    입력 : 2014.08.30 15:38 | 수정 : 2014.08.30 15:49

    
	CNN홈페이지 캡처
    CNN홈페이지 캡처

    외국인이 보는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은 29일(현지시각) “국토 면적은 세계에서 109번째일 정도로 작지만, 레이디가가를 능가하는 K-POP 스타와 갤럭시 스마트폰을 배출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 10가지’를 소개했다.

    ◇“달팽이 크림에 화산 송이 팩까지…. 예뻐지기 위해 뭐든 하는 나라”

    CNN은 미(美)에 있어 지구 상에서 가장 진화된 나라는 한국이라고 단언한다. 이 매체는 “달팽이 크림, 화산 송이 시트 마스크 팩 등 한국 사람들은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재료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는 남자도 아이라인을 그리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소개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부는 ‘성형관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CNN은 “주걱턱, 넓은 이마, 거대한 치아 등 한국에서는 성형수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없다.”며 “미국에서 1만 달러(한화 약 1040만원)가 드는 성형수술이 한국에서는 2000~3000달러(한화 200~3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미래 생활상을 보고 싶다면 한국행 비행기를 타라”

    CNN은 먼저 우리나라의 IT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인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쇼핑하고, TV를 보며, 지하철까지 이용한다”며 “한국은 최첨단 기술의 선진 기지”라고 소개했다.

    CNN은 또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인이 1년에 77.9회 카드를 사용할 때, 한국인은 129.7회 사용한다는 것이다. CNN은 “한국에는 상점에서 카드 사용을 거부하면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하루 6시간도 못 자지만, 일주일에 두 번 소개팅하는 한국인”

    CNN은 각종 통계를 들어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인은 1주일에 44.6시간 일하는데, 이는 세계인의 평균 근로시간보다 12시간이나 긴 수준”이라며 “한국인들의 1일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이 채 안 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이 같은 장시간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폭탄주’로 풀기 때문에, 대표적 소주 제조회사인 ‘진로소주’는 11년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CNN은 또 한국이 ‘소개팅 천국’이라고 언급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은 1주일에 평균 2회 소개팅을 한다는 것이다. CNN은 한국에서 애인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다음 소개팅은 언제야?’라는 질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 유수 항공사도 서비스 배우려 한국 방문”

    CNN은 한국 항공사의 서비스는 단연 세계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CNN은 “세계적인 항공사들도 기내 서비스를 배우려 한국 항공사를 방문한다”며 “한번 한국 항공사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세계 최고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또 한국이 세계 정상급 여자 골프 선수를 다수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여자 골프선수 랭킹 100위 안에는 한국 여자 골프선수가 38명이나 포진해있다. CNN은 그 비결로 ‘타이거 맘·대디(자녀를 엄격히 훈육하는 부모)’를 들었다.

    이 밖에 CNN은 한국인의 스타크래프트 사랑을 전하며 “이 게임 판매량의 절반이 한국에서 이뤄졌다”며 “한국에서는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신데렐라법(16세 미만 청소년이 밤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한 법)’까지 생겼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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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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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샤오미가 단순한 짝퉁 기업?… 구글·애플·삼성의 장점만 빼닮았다

  •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입력 : 2014.08.30 03:03

    中서 삼성 꺾고 스마트폰 1위 오른 '샤오미' 본사 탐방기

    경영진 대부분 구글·MS 출신
    누구나 CEO와 메신저 소통
    당구대·방갈로·개집 등… 구글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그래도 밤 10시까지 일해

    애플처럼 스마트폰 위탁생산
    광고 등 마케팅비용 안쓰고…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
    자체 개발한 모바일OS, 안드로이드보다 속도 빨라

    철저한 온라인·고객중심 전략
    24시간 온라인 고객 대응… 상담사들도 모두 본사 소속
    1시간내 AS 안되면 새걸로… 애플처럼 광적인 팬 형성돼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최근 베이징에 갔다가 요즘 가장 '핫'한 회사인 샤오미(小米) 본사를 방문해볼 기회를 얻게 됐다. 2010년 설립, 이제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은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99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삼성전자를 꺾고 1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14%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 레노버, 애플을 꺾은 것이다. 올해 세계 판매 목표는 계속 상향 수정해 6000만대로 잡고 있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직접 생산공장을 갖지 않고 제품을 위탁생산한다. 그리고 매년 MI1, MI2, MI3, MI4라는 식으로 일 년에 1~2개의 대표 상품만 내놓는다. 가격은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의 거의 반값이다. 거의 100%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는데 지난해 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은 거의 쓰지 않고 충성 고객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 한마디로 기존 휴대폰 회사와는 확연히 다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중국어로 '좁쌀'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일으키는 돌풍이 과연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2시간 남짓한 짧은 방문이었지만, 이 회사의 부상이 단지 싼 가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샤오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고, 삼성이나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아이가 될 것이다.

    샤오미 본사는 베이징의 외곽 지역인 하이디엔이라는 곳에 있었다. 서울로 치면 상암동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암동에 자리 잡고 있는 팬택이 연상되기도 했다.

    금속탐지기 통과도 없이 쉽게 들어가다

    회사에 들어가면서 놀란 것은, 샤오미가 보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직원이 우리 일행을 맞아줬는데, 이름 등 등록절차 없이 방문 스티커를 하나씩 받아 붙이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고 랩톱 컴퓨터에 보안을 위한 봉인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한국 전자회사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샤오미 본사 내부의 다양한 풍경. 층간을 이동하는 미끄럼틀(왼쪽), 로비에 마련한 마스코트 견이 사는 개집(오른쪽 위), 방갈로 모양 회의실(오른쪽 중간), 애플 스토어를 꼭 닮은 샤오미 매장(오른쪽 아래).
    샤오미 본사 내부의 다양한 풍경. 층간을 이동하는 미끄럼틀(왼쪽), 로비에 마련한 마스코트 견이 사는 개집(오른쪽 위), 방갈로 모양 회의실(오른쪽 중간), 애플 스토어를 꼭 닮은 샤오미 매장(오른쪽 아래). / 임정욱 센터장 제공
    마침 방문한 시간이 직원들이 한창 출근하는 오전 10시쯤이었다. 옆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데, 누군가 달려와서 뛰어들었다. 꽉 찬 엘리베이터에 가까스로 끼어들어 간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알고 보니 CEO 레이 준이었다. 목례를 하자 그는 빙긋 미소를 보냈다. 직원들에게 들으니 회사 분위기가 무척 수평적이어서 직원 누구나 레이 준에게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회사 로비에는 마스코트 견이 사는 개집이 있다. 곳곳에 방갈로 모양의 회의실이 마련돼 있고, 비치된 당구대에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구글 캠퍼스처럼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샤오미를 예전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샤오미는 실리콘밸리 회사 같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칼퇴근'하는 실리콘밸리 회사 직원들과 달리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샤오미 CEO 레이 준
    샤오미 CEO 레이 준 / 샤오미 홈페이지
    경영진 10명 중 8명이 구글과 MS 출신

    샤오미는 회사 설명부터 시작했다. 레이 준 CEO는 사무용 오피스프로그램과 안티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킹소프트 사장을 역임했으며, 엔젤 투자자로 활약하다가 샤오미를 설립했다. 공동 창업자인 빈 린 사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톱 경영진 10명은 모토롤라 출신 등 2명을 제외하곤 모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던 휴고 바라가 해외시장 담당 부사장으로 샤오미에 와 있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경영진의 면면에서 보듯 샤오미의 시작은 원래 소프트웨어 회사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MIUI(미유아이)를 회사 설립 2개월 만에 내놓았다. 샤오미의 첫 스마트폰인 MI1은 그 1년 뒤인 2011년 8월에 나왔다.

    처음 발표된 뒤부터 매주 금요일에 항상 업데이트 판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MIUI는 샤오미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 갤럭시 등 다른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쓸 수 있어 전 세계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샤오미는 전 세계에 MIUI 사용자가 5000만명이 넘고, 26개 국어로 나와 있고, 지금까지 200번 가까이 업데이트됐다고 밝혔다. 애플 운영체제인 iOS와 흡사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MIUI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속도가 빠르고 부드럽다는 평을 받는다. 샤오미 앱스토어인 MI 마켓은 중국의 안드로이드앱 마켓에서 4위이며 계속 상승 중이다.

    1주일 내내 24시간 온라인으로 고객 대응

    회사 설명을 들으면서 놀란 것은 철저한 온라인 중심 전략과 고객 중심 철학이었다. 샤오미는 일주일 내내 24시간 온라인을 통해 고객 대응을 한다. 전화 상담은 업무시간 동안 주 7일 내내 받는다. 그리고 전체 직원 7500명 중 고객상담(CS) 담당 직원이 1700명인데, 아웃소싱이 아니고 모두 본사 소속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고장 난 제품은 한 시간 내에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며, 안 되면 무조건 새것으로 교환해 준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샤오미는 고객과의 소통을 회사 홈페이지인 MI.com을 통해서 한다. 깔끔한 제품 소개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 고객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충성스러운 샤오미 팬들을 '미팬(MiFan)'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샤오미 홈페이지에 중국 각지에서 열리는 샤오미 팬 미팅과 동호회 사진을 날마다 올린다. 마치 다음 팬카페와 블로그를 합쳐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온라인에 신제품이 공개되자마자 불티나게 판매되는 것은 이런 열성 팬 덕분이라는 것이다.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서 이렇게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리완치앙 부사장이 최근에 낸 책도 있다. 제목은 '참여감'. 소셜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고객들이 '참여감'을 갖게 하였는가 경험을 적었다. 샤오미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웬만한 인터넷 회사 이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회사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약 500m 떨어진 MI 스토어에 갔다.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는 샤오미의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대도시마다 한 곳씩만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휴대폰 케이스, 헤드폰, 스마트폰 충전기와 샤오미의 마스코트인 토끼 인형 등을 살 수 있지만, 정작 스마트폰은 이곳에서 살 수 없다. 그냥 구경만 할 수 있다. 이제 중국 전역에 약 20곳쯤 된다는 MI 스토어는 애플스토어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했다. 청색 셔츠를 입은 직원들까지 흡사하다.

    너무나 쉬운 온라인 구매

    샤오미와 관련해 가장 궁금했던 점은 아무리 싸다고 해도 몇십만원짜리 제품을 어떻게 그렇게 온라인에서 순식간에 많이 판매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국 같으면 공인인증서도 필요하고 워낙 복잡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안내를 해준 샤오미의 찰리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온라인 결제가 알리페이(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로 이뤄진다. 진짜 쉬워서 별문제가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기의 휴대폰을 꺼내서 실제로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들어가서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은 뒤 결제 방법으로 알리페이를 선택해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돌풍이 과연 계속될지 아니면 예전 대만의 HTC가 그랬듯이 순식간에 몰락할지는 알 수 없다. 너무 애플을 베낀 듯한 디자인과 분위기도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토종 브랜드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의 성원으로 홈그라운드 이점을 얻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본 MI4폰과 MIUI 소프트웨어는 기존 프리미엄 폰의 반값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MI4폰을 세밀하게 리뷰한 미국의 테크미디어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중국의 아이폰 킬러(샤오미)는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놀랍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또 "MI4를 갤럭시S5와 비교하면 메모리를 더 넣고 배터리 크기를 키워서 더 좋은 품질로 만든 다음에 가격을 반으로 깎은 것"이라며 "조금만 샤오미를 사용해 보면 이 회사의 엄청난 잠재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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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이한우의 '大學衍義 리더십'] 知人(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에 실패하면 회사가 망한다

  • 이한우 문화부장
  • 입력 : 2014.08.30 03:02

    - 리더의 기본 책무
    사람을 알아보고 써서 승부의 결과에 책임져야

    - 먼저 文質을 파악하라
    文은 글이 아니라 '애씀'… 質은 타고난 기본바탕

    - 둘째 기준은 不固여부
    애쓰는 법을 배운 사람은 고집불통에 빠지지 않아

    리더는 한마디로 사람을 알아보고 써서 승부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지인(知人),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용인(用人)이다. 그래서 옛사람들 책에는 끊임없이 지인지감(知人之鑑)과 용인술(用人術)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지혜가 동양철학이나 중국철학 혹은 유학이라는 칙칙한 이름의 보호를 받으며 강단의 단어 놀음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따라서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는 비법을 향해 나아가려면 먼저 중국철학이니 유학이니 하는 틀부터 훌훌 털어 버려야 한다. 그리고 곧장 사람 보는 지혜의 서(書)로 불리는 사서삼경(四書三經)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옛날에는 지인(知人)에 실패하면 왕위에서 내쫓겼고 오늘날에는 선거에서 패하거나 회사가 망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곳에서 지인은 죽고 사는 문제다.

    그러면 사람을 안다는 지인(知人) 혹은 사람을 본다는 관인(觀人)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초보적 개념부터 익혀야 한다. 가장 먼저 문질(文質)을 권한다. 지금은 서양의 영향으로 내용과 형식의 이분법이 주로 사용되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볼 수는 없다. 반면 열렬하게 애쓴다는 뜻의 문(文)과 타고난 바탕이란 뜻의 질(質)은 사람을 제대로 아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용어다. '논어'에 등장하는 문(文)은 글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의미에서 애씀으로 풀어야 한다. 조선시대 제왕학의 교재 '대학연의(大學衍義)'에서 저자인 진덕수는 문(文)을 英華之發見(영화지발현), 즉 꽃봉오리 안에 잠재해 있던 것(英)들이 남김없이 꽃피도록(華) 해주는 것(發見)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大學衍義 리더십
    정치인의 사례를 통해 문과 질의 방법론을 활용해보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바탕(質)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매력이나 발산하는 열정을 뜻할 수도 있는 애씀(文)에서는 크게 점수를 받지 못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 전 지사와는 반대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질보다는 문이 상당히 강했던 인물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직은 김문수 전 지사에 가까운 유형이라 하겠다.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문질이 다 좋으면서 서로 균형을 갖춘 경우다. 그것을 공자는 '논어'에서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 했다. 빈빈(彬彬)은 곧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여기서 공자가 말한 배움(學)이 문제가 된다. 무엇을 배우는가? 적어도 '논어'의 범위에서만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지금 말했던 그 문(文)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즉 애씀(文), 바른 행동(行), 스스로에게 진실됨(忠), 타인에게 신뢰를 줌(信)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그중 첫째가 문(文)인데 이를 애씀이 아니라 글로 번역하는 순간 공자는 하루아침에 글 선생으로 전락한다. 더불어 사람을 파악하는 데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애씀으로서의 문(文)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꼴이 된다.

    이쯤 하고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논어'의 첫 구절,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에서 學(학)은 과연 무엇을 배운다는 뜻일까? 공자가 가르치려 했던 것이 문행충신(文行忠信) 넷이었으니 이 넷을 다 배운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열렬하게 배워야 하는 것은 문(文), 즉 애씀이다. 애쓴다고 해서 무슨 끙끙거린다는 뜻이 아니다. 사전 의미 그대로 '몸과 마음을 다해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것',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진정성 있게 사람을 대하고 일을 하는 것이다.

    공자는 대체로 바탕(質)은 타고나는 것이 대부분이라 가르침이나 배움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공자가 사람들로 하여금 배우기를 촉구했던 것은 다름 아닌 애씀 혹은 애쓰는 법(文)이었다.

    이는 애쓰는 법을 배우려는(學文) 사람과 정반대의 사람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공자는 學則不固(학즉불고), 즉 '배우면 고집불통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을 배우면? 당연히 '문(文)을 배우면'이다. 반면에 지금 선 자리에서 조금도 자신을 바꾸기 위해 나아가려 하지 않는 자가 고집불통(固)이다. 문질(文質)에 이어 우리는 둘째로 사람을 알아보는 핵심 개념으로 학(學)과 고(固)를 만났다. 문질이 상호 보완적 개념이라면 학고는 정확히 대립적인 개념이다. 일단 이것만으로 자신에 대해 혹은 주변 사람들에 대해 문이 강한지, 질만 좋은지, 서로 잘 조화를 이뤘는지를 살펴보고 이어 저 사람은 기꺼이 문을 배워 나아가려는 사람인지 꼼짝도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을 살피는 다음 개념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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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Cover Story] 집단을 연결하는 촉매기업… 성공방정식은?

  • 이위재 기자

  • 윤형준 기자
  • 입력 : 2014.08.30 03:02

    일단은 판을 키워라… 선순환이 시작된다

    글로벌 브랜드 상위 20개 중 5개… 여러 집단 연결하는 촉매 기업
    각 집단 모두 만족시켜야 하므로 여러 방면서 혁신 이뤄야 성공 가능
    처음엔 한쪽 집단 끌어들이는 데 집중… 선순환 생기면 다른 집단도 따라와

    상대방 더 원하는 집단이 돈을 더 많이 내게 하라

    非대칭적 가격 설정
    나이트클럽선 보통 여자에게 돈 안 받아… 상대 찾는데 남자가 더 적극적이기 때문

    아마존, 킨들 단말기 원가 이하로 팔지만… 전자책 팔리면 출판사로부터 수수료 벌어
    참가자들 이해가 충돌할 땐?돈 낸다는 이유로 광고주 우선하면검색 엔진 소비자들 플랫폼 떠나게 돼플랫폼 유지에 핵심적인 집단 파악해서그들의 요구 들어주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참가자들 이해가 충돌할 땐?
    돈 낸다는 이유로 광고주 우선하면 검색 엔진 소비자들 플랫폼 떠나게 돼

    플랫폼 유지에 핵심적인 집단 파악해서 그들의 요구 들어주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카카오톡, 홍대 앞 클럽, G마켓, 배달의 민족, 조선일보….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해주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은 가정과 음식점을 연결하고, 홍대 앞 클럽은 젊은 남성과 여성을 연결한다. 카카오톡은 이용자와 앱(게임) 개발자, 광고주의 세 집단을 연결하고, 조선일보는 독자와 광고주를 연결한다.

    [Weekly BIZ] [Cover Story]
    일러스트=정민성 기자
    21세기 '신(新)뚜쟁이 회사'라 할 수 있는 이런 기업들이 요즘 세상을 움직인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뽑은 2013년 '글로벌 브랜드' 상위 20개 중 이런 유형의 기업이 애플,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5곳이었다. 경제 주간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2013년 '올해의 경영인' 상위 20명 중 이런 유형의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 중국의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를 포함해 8명이나 됐다. 이들이 창업한 회사 중 설립한 지 20년이 안 된 경우가 5곳이다.

    이런 기업들을 리처드 슈말렌지(Schmalensee) 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촉매 기업(catalysts)'이라 부르고, 안드레이 하지우(Hagiu)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다면 플랫폼 기업(multi-sided platform business)'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다면 플랫폼 기업이란 말이 더 유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면'이란 여러 면(面), 즉 여러 집단을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위클리비즈는 두 교수를 인터뷰, 21세기 연금술의 비결을 들었다. 슈말렌지 교수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사실 촉매 기업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결혼 중매업자나 부동산 중개업자가 그것이다. 그런데 촉매 기업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IT가 급격하게 발전한 2000년대 이후다.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우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거래하기까지는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구매자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매장도 필요하죠. 그런데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성공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전통적인 재래시장이 하던 일을 IT로 대체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을 현저하게 낮췄습니다. 지난 10년간 이들이 얼마나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 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난해 아마존은 매출액이 745억달러(약 76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800여개가 넘는 점포를 가진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의 약 3배에 이른다.

    이렇게만 듣고 보면 촉매 기업은 환상적인 기업 형태처럼 보인다. 운영 유지비도 적게 들고, 상품 재고를 떠맡을 우려도 없다. 과연 촉매 기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일까.

    현실은 다르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성공하는 기업은 극소수이고, 많은 기업이 실패한다. 국내 실패 사례만 해도 싸이월드나 모네타, 지하철에서 나눠주던 무가지가 있다.

    하지우 교수와 슈말렌지 교수는 하나같이 "촉매 기업이 일반 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슈말렌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촉매 기업은 보통 회사처럼 한 가지 혁신만 이뤄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서로 다른 두 집단에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모두를 동시에 혁신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다면 플랫폼에 참가하는 집단이 서로 다른, 때로는 상반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베이만 해도, 판매자는 가장 비싼 값에 팔기를 원하고, 고객은 가장 저렴하게 사길 원하죠. 게다가 충분한 숫자의 참여자를 모집하고, 플랫폼 구조를 설계하며, 참가자들 사이의 규칙을 정하는 등 할 일이 엄청 많아요."

    그는 "6년 전 위클리비즈와 첫 인터뷰 당시 촉매 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팜OS, 마이스페이스, 심비안은 아예 없어지거나 그 영향력이 미미해졌는데, 공통점을 꼽자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너무 느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해 달려나가지 않았습니다. 팜OS와 심비안은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기류에 올라탈 만큼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마이스페이스는 페이스북이 이끌어낸 것과 같은 앱 시장의 변화와 그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혁신도 뒤떨어졌고요."

    촉매 기업이 상대하는 집단은 몇 개가 적당할까? 하지우 교수는 "처음 시작할 때는 가능한 한 최소의 '면'을 가지고 시작하라"고 조언하면서 역시 페이스북을 예로 들었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사용자'라는 1개 면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페이스북 환경에서 돌아가는 앱 개발자를 끌어들였고, 여기에 광고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이스북 커넥트'라는 서비스(다른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거나 로그인할 때 페이스북 계정으로 대신하는 것)를 이용하고자 하는 웹사이트들까지 끌어들여 4개 면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새로 창업한 촉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한쪽 면에 아주 많은 수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슈말렌지 교수는 말했다. 한쪽 면에 충분한 고객 숫자가 확보돼야만 다른 쪽 면의 참가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창기 유튜브의 경우엔 자발적인 동영상 게시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야 관중(이용자)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관중이 한번 모인 뒤부터는 동영상 게시자의 동기부여가 확실해져 동영상 콘텐츠가 늘어나고, 이것이 관중을 더 불러모으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른바 '교차면 네트워크 효과(cross-side network effect)'다.

    그러나 초기엔 서로 상대방이 많아지기만을 기다리므로 누구도 먼저 참여하기를 꺼린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상황이다. 요컨대 선순환의 첫 번째 사이클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Weekly BIZ] [Cover Story]
    안드레이 하지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리처드 슈말렌지 MIT 경영대학원 교수를 이메일 인터뷰한 내용을 7가지 문답으로 풀어본다. 하지우 교수는 슈말렌지 교수가 "개인적 친구이자 멘토"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엔진'이란 책을 함께 쓰기도 했다.

    ①G마켓과 에어비앤비, 홍대 앞 클럽의 공통점은?

    G마켓은 물건을 팔 사람과 살 사람, 에어비앤비는 집주인과 여행객, 클럽은 남성과 여성을 서로 연결해주고 그 사이에서 돈을 번다. 이처럼 서로 다른 2개 이상 집단을 엮고, 상호 작용을 도와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다면 플랫폼 기업'이라 부른다. 특히 서로 필요로 하지만, 실제로 만나거나 소통하기 쉽지 않은 그룹을 편리하게 연결해줄 때 더 큰 돈을 번다.

    [Weekly BIZ] [Cover Story]
    슈말렌지 교수
    슈말렌지 교수는 저서 '카탈리스트 코드'에서 이런 기업의 유형을 ①중개자(Matchmakers) ②관중 동원자(Audience Builders) ③비용 절감자(Cost Minimizers)로 나눴다. 중개자는 부동산 중개업소나 결혼 정보업체, G마켓, 우버처럼 양쪽 집단을 단순 연결해주는 기업이다. 관중 동원자는 페이스북이나 신문사처럼 많은 고객(독자)을 끌어모은 뒤 광고를 실어 돈을 버는 회사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비용 절감자는 신용카드 회사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처럼 참여 집단이 스스로 해결하려 할 경우 들어갈 비용을 줄여주는 곳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업주들은 신용카드를 통해 외상 시스템을 자체 제작·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회원들은 매번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②'물 관리'는 어떻게 하나?

    나이트클럽이 '물 관리'에 신경 쓰는 것처럼, 촉매 기업도 규칙과 규범을 통해 참가한 그룹의 질(質)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우버는 '평점 시스템'을 통해 승객으로부터 기사의 평점을 받고 이를 다른 승객들에게 공개한다. 평점이 나쁘면 고객도 줄어들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또 기사와 계약을 맺을 때 전과 기록, 사고 기록도 꼼꼼히 살핀다.

    이하모니(eHarmony)라는 미국 데이트클럽은 가입 신청자에게 250여개 문항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다음,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회원 가입을 거부한다. 돈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회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도쿄 쇼핑·문화 공간인 롯폰기힐스는 사무실 임차인, 소매매장 임차인(점포·식당·영화관·호텔 등), 아파트 거주자, 쇼핑객을 연결하는 일종의 다면 플랫폼 기업이다. 관리를 맡는 모리빌딩 컴퍼니는 임차인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요구를 한다. 예를 들어 롯폰기 외부 점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다른 데선 찾기 어려운 독특한 제품을 판매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우 교수는 이 같은 물 관리는 어떤 의미에선 질을 위해 양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업에 따라 물 관리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애플은 모바일 운영 체계인 iOS 앱 개발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참여자들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자유롭다.

    ③누구에게 돈을 받는가?

    상대방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집단에 돈을 더 내게 한다. 나이트클럽의 경우 보통 여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남자에게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룻밤 노는 상대를 찾는 데는 남자가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결혼 중매 업체는 여성들에게 더 비싼 회원료를 받는다. 결혼할 대상을 찾는 데는 여성이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아마존은 킨들 단말기는 원가 이하의 가격만 받고 소비자에게 판매하지만, 전자책이 판매될 때마다 출판사로부터 수수료를 번다. 고객과 식당을 이어주는 예약 서비스 '오픈 테이블'은 식당에는 돈을 내게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값을 매기지 않는다. 식당은 소비자에게 제값을 받고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상당한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촉매 기업은 또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집단엔 낮은 가격을 매기고(혹은 공짜로 제공), 가격 민감도가 낮은 집단엔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도 공식의 하나이다. 구글이 회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기업에 광고비를 받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런 의미에서 촉매 기업의 가격 설정은 '비(非)대칭적'이다.

    ④얼마나 많은 면(집단)을 참여시켜야 하나?

    이베이는 구매자와 판매자라는 두 집단을 연결한다. 직업 네트워킹 서비스 링크드인(LinkedIn)은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 그리고 광고주라는 세 집단을 연결한다. 2011년 링크드인 매출에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가 20%, 광고 솔루션이 30%, 채용 솔루션이 50%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은 일반 사용자, 광고주, 앱 개발자, 연계 웹사이트 운영자의 4개 집단을 연결한다.

    하지우 교수는 "처음 시작할 때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면으로 시작하라. 사업 개시 첫날부터 3개 이상의 면을 펼쳐나가는 비즈니스는 잘못됐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2개 면을 이상적으로 굴리기 위해선, 면 설계 과정부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플랫폼이 구성된 다음 차츰차츰 면의 숫자를 늘려 가면 됩니다. 반드시 늘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의 가치와 엇갈리지 않을 때, 수익과 가치가 불어날 때에 한해서 면을 늘려 가면 됩니다."

    무작정 참여 집단을 늘렸다가 실패한 사례가 하나 있다. 온라인 비디오 기술을 공급하는 '브라이트코브(Brightcove)'라는 업체는 2004년 당시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공급업체, 광고주, 웹사이트, 시청자를 잇는 인터넷 포털 형태의 4면 플랫폼을 계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브라이트코브를 자사 클릭 수를 뺏어가는 경쟁자로 여기게 됐다. 4개 집단 모두를 상대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했다. 결국 이 회사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1개 면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광고시장·유통시장·소비자 포털 기능은 완전히 포기했다.

    ⑤수퍼마켓은 왜 다면 플랫폼 기업이 아닌가?

    망치를 가진 사람에겐 모든 세상이 못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촉매 기업, 또는 다면 플랫폼 기업에 대해 알고 나면 모든 기업이 그런 기업으로 보이게 된다. 가령 수퍼마켓도 촉매 기업이나 다면 플랫폼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오"이다.

     [Weekly BIZ] [Cover Story]
    하지우 교수
    하지우 교수는 "다면 플랫폼 기업은 중요한 특성이 있다"며 "먼저 각각의 집단이 다면 플랫폼의 고객이 돼야 하며, 둘째 다면 플랫폼이 떨어져 있는 여러 집단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퍼마켓은 둘째 조건에 어긋난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는 애경이 트리오를 납품하고 물품 대금을 지급하는 한, 애경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할지 신경 쓰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애경과 같은 공급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퍼마켓은 다면이 아니라 단면 기업이고 재판매업체다.

    이를 경매회사와 비교해 보자. 미술 경매회사는 화가로부터 작품을 받아 고객에게 판 뒤 수익금을 화가와 나눈다. 영업이 잘되려면 부유한 미술품 애호가를 경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평소 마케팅 활동을 벌여야 하고, 화가 역시 이 회사에 믿고 그림을 맡길 수 있는지 탐색한다. 결국 경매회사는 두 그룹 모두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면 플랫폼 전략은 비다면 플랫폼 전략과 공존이 가능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아마존은 이베이와 마찬가지로 다면 플랫폼인 장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수퍼마켓처럼 아마존의 이름을 달고 직접 물건을 사다가 재판매하는 유통업자 역할도 한다. 하지우 교수는 "아마존은 '롱테일 제품(예컨대 덜 유명하고 희귀한 제품, 명품 등)'에 대해서는 다면 플랫폼 전략을, '숏테일 제품(흔하고 널리 쓰이는 제품, 생필품 등)'은 유통업자 전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⑥우버와 콜택시의 차이는 무엇?

    우버와 콜택시 모두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면 플랫폼 기업에 속한다. 그러나 효율성에서 우버가 앞서는 측면이 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 CEO는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버는 중간 역할을 하는 콜센터 직원이 없습니다. 운전기사와 승객이 앱을 통해 직접 만납니다. 또 우버의 경우 손님이 스마트폰 앱의 지도를 보면서 운전기사의 위치를 알 수 있어요. 효율성의 차이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버의 가장 커다란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제 시스템이다. 우버 앱을 통해 신용카드를 등록해두면 차에서 내릴 때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차에 탄 만큼 비용이 계산돼 나중에 카드 대금 청구서에 자동으로 합산된다.

    우버는 운전기사에겐 별도의 앱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고객 수요를 예측하는 정보를 전달한다. 고객이 많이 몰릴 시간과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주는 것이다. 운행 데이터가 쌓일수록 우버의 고객 수요 예측 결과도 정확해지고 있다.

    ⑦참가자들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인터넷 검색 엔진의 경우, 광고주는 자신의 광고가 더 눈에 잘 띄고, 더 많이 노출되기를 바란다. 반면 사용자는 광고 없이 깨끗한 화면을 더 좋아한다. 이 인터넷 검색 엔진은 어떻게 그 균형을 맞춰야 할까.

    하지우 교수의 답은 이렇다. "이때는 당연히 플랫폼에 묶어두기(유지하기) 어려운 집단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플랫폼 조정을 시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검색 엔진의 경우 사용자가 광고주보다 플랫폼에 묶어두기 훨씬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베이는 일부 판매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검색창 최상단에 프리미엄 판매자를 노출시키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판매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이베이에도 많은 수익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이베이의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검색 결과에 맞지 않는 판매자가 나타나는 것을 불편해했다. 결국 2010년 이베이는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우 교수는 "'현재'의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단에 유리한 쪽으로 플랫폼 설계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가정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장의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성공에 가장 중요한 참가자 집단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Weekly BIZ] 카카오톡, 무료 문자 전송으로 사용자 그룹 확보… 사용자 늘자 앱 개발자·광고주 몰리며 '선순환'

  • 이경전 경희대 교수·이위재 기자
  • 입력 : 2014.08.30 03:02

    국내 다면 플랫폼 기업의 성공 사례

    카카오톡 사례를 통해 다면 플랫폼 기업의 성공 요소를 짚어보자.

    첫째는 커뮤니티 확보다. 다면 플랫폼 기업은 사람들이 모이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 또는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카카오톡은 사용자들이 문자를 전송할 때 부담하는 비용을 불필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제거함으로써 사용자 그룹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앱 개발자, 광고주 그룹의 참여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국내 다면 플랫폼 기업의 성공 사례
    둘째는 최적의 가격 설정이다. 참여하는 여러 집단 중 어느 쪽이 상대방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고, 가격에 민감한지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카카오톡의 경우, 사용자에게는 무료로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게임, 아이템, 플러스친구(기업 홍보 채널), 카카오스토리(홈페이지), 카카오카드(그림엽서) 등 유료 서비스 콘텐츠 제공업자로부터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카카오스토리는 친구를 일정 수준까지 받는 건 무료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렇게 차별을 두는 건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모바일로 메시지를 보내는 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이미 SK텔레콤이나 KT 같은 통신사업자들도 매달 일정 수준 무료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콘텐츠(게임이나 아이템) 사업자는 카카오톡만큼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참여 욕구가 강하다.

    셋째,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진화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기존 광고 위주 수익 모델에서 탈피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이어 아이템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플러스친구,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카드 등 모바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했고, 최근에는 '뱅크월렛 카카오(경조사비 등 소액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와 '카카오 택시(우버와 비슷한 콜택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톡은 불과 8년 전 설립됐음에도 6년간 적자 끝에 흑자로 전환하고, 국내 포털 2위 회사인 다음을 사실상 인수합병하는 등 새로운 플랫폼 경제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국내 또 다른 다면 플랫폼 성공 사례로는 '인터파크 체크인나우'가 있다. 공실을 해소하고 싶은 호텔과 급하게 숙박할 곳을 구하는 고객을 연결해 준다. 호텔 입장에서는 당일 저녁까지 예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공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차라리 인터파크에 수수료를 내고 해당 객실을 할인해 판매하는 게 이득이다. 당일 예약, 당일 체크인을 원칙으로 한다. 구인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잡코리아도 다면 플랫폼으로 안착한 사례이다.

    [Weekly BIZ] SNS세상 호령하던 싸이월드, 스마트폰 세상에 적응 안해 존재감 잃어

  • 윤형준 기자
  • 입력 : 2014.08.30 03:02

    싸이월드·마이스페이스가 실패한 이유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연계 요청 거절… 독식하겠다는 '폐쇄형 서비스'가 패인

    안드레이 하지우 교수에 따르면 "성공적인 다면 플랫폼 기업은 예외적 존재"다. 페이스북보다 앞서 세계 최대 SNS였던 마이스페이스(MySpace)와 토종 SNS 싸이월드는 그 예외에 들지 못하고,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뭐가 잘못됐을까?

    싸이월드?마이스페이스가 실패한 이유
    사용자를 위하지 않는 플랫폼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회원 수 2000만명을 확보했지만, 이들이 계속 이용하도록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환경이 급속도로 PC 환경을 대체하기 시작했지만, 싸이월드는 모바일 앱을 출시하지 않고 웹 환경을 고수했다. 회원들은 스마트폰에서 사용이 편리한 페이스북으로 갈아탔다.

    회원이 이탈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광고를 지나치게 싣기 시작한 것도 악수(惡手)였다. 미니홈피에 광고를 달고 수익을 미니홈피 주인과 나누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미니홈피에 방문할 때마다 광고를 봐야 하자 방문자 숫자가 급감했다. 마이스페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5년 미디어 대기업 뉴스코프에 인수된 뒤 뉴스코프에서 요구하는 수익을 맞추려고 무분별한 광고를 노출했고 이것이 사용자의 반감을 샀다. 마이스페이스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드월프는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해괴망측한 광고를 보며 회사에 대한 제어력을 상실했음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혼자서 다 하려다 큰 그림을 못 봤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바타, 배경음악 등을 직접 팔았다. 반면 페이스북은 광고주와 앱 개발자 등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수익을 나눠 가졌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월드는 처음부터 자신들만 돈을 버는 작은 원을 그렸고, 페이스북은 모두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큰 원을 그렸다"고 말했다.

    마이스페이스의 결정적 패인도 '폐쇄형 서비스'로 꼽힌다. 하지우 교수는 "마이스페이스는 개방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이스페이스는 유튜브의 연계 요청을 거절하고, 스스로 동영상 서비스를 개발해 유튜브에 대응하고자 했다. 서비스를 개방하면 협력사에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사고방식이었다. 반면 페이스북은 다른 웹사이트에서 페이스북의 콘텐츠나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다른 웹사이트의 사용자를 끌어들이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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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황성혜의 글로벌 비즈니스 사전] 글로벌 회사는 성과 중심이라 上司에 生殺여탈권… 서로 이름 불러도 업무에선 엄격

  • 황성혜 한국화이자제약 전무
     
  • 입력 : 2014.08.30 03:02

    상사와 부하 관계

    지난주 도쿄에서 열린 한 사업 부문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의. 각 나라 대표들이 자신들 보스와 몇 달 만에 상봉했다. 상반기 사업 결과를 보고하고, 내년 전략을 설명하며 예산을 배정받는 자리다. 아침 8시부터 온종일 이어지는 릴레이 회의장은 긴장감의 연속이더니, 저녁 자리에선 상사와 부하 간에 맥주잔을 기울이며 동료애를 나눈다. 휴가 가서 낚시하다 화상 입은 이야기 같은 일상사를 나누며 저녁 자리가 무르익는다. 이튿날 사람들은 다시 목표치를 높이며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를 이어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터의 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상사다. '제아무리 훌륭한 상사도 휴가 가 있는 상사만 못하다'는 우스갯소리를 전하면, 미국이나 유럽 동료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상사는 계절과 같아서 봄이 오면 오는 대로, 가을이 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있다.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 매니지먼트(boss management)'라는 단어가 상용어처럼 쓰인다. '상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상사의 마음을 잘 읽어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자신이 하는 일을 적극 지원하게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와 부하가 서로 다른 대륙에 살면서 1년에 고작 두세 번 만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국적에 다른 언어를 쓰며 다른 문화에서 온 경우가 허다하다. 철저한 능력 위주 사회이다 보니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반드시 나이나 업무 경험이 많아야 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노마드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 끈은 이메일이고, 휴대폰이며, 비디오 콘퍼런스다.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조직 구조 안에서 상사의 개념도 폭이 넓어진다. 직접 보고 라인(solid line)에 있는 상사뿐 아니라 업무를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하는 간접 보고 라인(dotted line)에 있는 상사도 있다. 이런 복잡한 보고 라인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족 간 촌수에 빗대기도 한다. 한 동료 임원은 "이번 뉴욕 출장에선 우리 할머니랑 삼촌들 앞에서 발표를 세 개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사의 상사는 내게 조부모뻘이 되고, 그 조부모의 부하 직원인데 나의 직속 상사가 아니라면 내겐 삼촌이나 고모쯤 된다.

    흔히들 서구 문화 중심의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와 부하 간 관계가 격식 없이 편하고 자유로울 것으로 여긴다. 오히려 반대다. 성과 중심의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막대하고, 업무 외 영역이면 모를까 업무 영역에 해당하는 한 위계질서가 강하고 엄격한 편이다.

    뉴욕에서 몇 년째 근무하는 한 글로벌 회사 직원은 "청바지 입고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위계질서가 헐거운 거냐"며 "보스가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고, 상하 관계도 아시아 문화권 이상으로 엄격하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서로 접하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평가 시스템도 계속 발달한다. 주변 사람들 평가나 인식도 참고 대상이다. 상사도 예외가 아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서로 '360도 리더십 다면 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한 글로벌 회사의 임원은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논리와 매너, 태도까지 총체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찾은 빅 보스를 위한 의전이 눈물겨울 만도 하다. 어느 회사는 회사 전용기를 타고 온 본사 회장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 사내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시간을 초시계로 재며 준비했다. 또 다른 회사에선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본사 고위 임원을 위해 작은 아이스박스를 자동차에 싣고 다니며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전 문제에 글로벌 회사는 다른 맥락으로 접근한다. 동양 문화에선 사진 촬영이나 테이프 커팅 행사 때 '누가 가운데에 서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면, 글로벌 회사에선 어떤 자리에서나 보스가 준비된 포인트로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며, 티 안 나지만 은근히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미덕으로 통한다.

    조직의 성공은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얼마나 친밀하고 탄탄한 관계로 협력하는지에 달렸다. 투명하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상사와 부하 관계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조직의 성공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글로벌 회사에선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상사와 부하지간 상봉이 이뤄지고, 서로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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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2014회계연도 매출 증가율 10%, 주당 순익증가율 20%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는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위기 극복 경영 성공 사례가 기업인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지난 20년간 스타벅스와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연구해온 낸시 코엔 하버드경영대학원(HBS) 경영학 교수의 분석을 바탕으로 스타벅스가 위기 속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법을 소개했다.

    스타벅스의 최대 위기는 2008년이다.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하워드 슐츠는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08년 1월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살리기 위해 CEO로 전격 복귀한다.

    슐츠가 가장 먼저 바로잡으려 한 것은 스타벅스의 핵심가치다. 슐츠는 2008년 3월 200명의 회사 고위급 직원들을 불러 모아 '혁신 아젠다'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커피에 대한 확고한 권위자 역할 ▲파트너들과의 애착 관계 형성 ▲고객들과 정서적 유대감 강화 ▲글로벌 지위 확대 및 각 매장을 해당 지역의 중심화 ▲윤리적 원두 구매 및 환경 문제 솔선수범 해결 ▲창조적인 혁신 성장 플랫폼 마련 ▲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 이행 등 7개 '대변화(Big Moves)' 내용이 포함돼 있다.

    슐츠가 CEO 복귀 이후 미국 전역의 7000개가 넘는 스타벅스 매장을 하루 동안 문 닫게 하고 13만 5000명의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에스프레소 액설런스 트레이닝'을 실시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바리스타들이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뽑아내고 뜨거운 우유 거품을 적절하게 내는 기술을 습득해 스타벅스가 커피에 대한 확고한 권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로 인해 6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스타벅스가 혁신을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슐츠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각 매장 매니저들과도 이러한 혁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2008년 10월 뉴올리언스에서 사흘간 리더십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때라 스타벅스의 회계연도 4분기(7~9월) 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97% 급감하고 회계연도 전체 순익이 53%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슐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위해 직원 1만명을 컨퍼런스에 참석시키는데 필요한 3000만달러의 출혈을 감당했다.

    코엔 교수는 "당시 슐츠는 회사가 당장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속 패달을 밟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특히 뉴올리언스 컨퍼런스는 스타벅스에게 '터닝포인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이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컨퍼런스를 강행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예"라면서 "'내 사람'에게 기업이 추구하는 정신에 대해 전하고, 강조하며, 요구하는 과정 없이 기업을 구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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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정년이 남았는데도 서둘러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들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년이 보장돼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직 정년을 포기하고 명예퇴직을 하는 공무원들이 급증하는 것은 공무원 연금법 개정 움직임에 따른 연금 축소 우려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남도는 29일 올해 상반기에 명퇴한 도와 18개 시·군 소속 공무원은 189명으로 지난해 명퇴자 228명의 8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2년 126명보다 63명이나 많은 것으로 하반기 들어서도 명퇴가 줄을 잇고 있다. 창원시 공무원이 42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도 공무원 34명, 사천시와 김해시 각 17명 등이었다.

    경북도와 23개 시·군에서도 올 들어 6월까지 200명(도청 26명)이 명예퇴직해 지난해 184명(도청 23명)을 넘어섰다. 2012년 151명보다는 49명이 많다. 전남도는 16명(지난해 13명), 전북도는 30명(지난해 20명)이 올해 상반기 명퇴해 두 도 모두 지난해 명퇴자 수를 넘어섰다.

    충북도는 지난 6월까지 명퇴자가 17명으로 지난해 19명보다 적지만 최근 명퇴 문의가 많아 지난해보다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경남도 인사과 관계자는 “이처럼 명퇴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출생자 900만여명) 공무원들의 퇴직이 시작된 데다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 움직임에 따른 연금 축소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면서 “하반기 연금법 개정이 구체화될 경우 명퇴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앞으로 3~4년 동안은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퇴직하기 때문에 공무원 명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공직자들의 의식 변화로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상반기 30명이 명퇴한 가운데 6급 이하가 16명으로 승진 정체 등의 이유로 공직을 떠났다”면서 “빨리 사회에 나가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그만두는 공직자도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 명퇴는 20년 이상 근속한 공무원이 정년퇴직일을 1년 이상 남겨 놓고 스스로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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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다시 떠올리기 괴로운, 아픈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일입니다. 그날 오전 8시48분쯤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해상에서 인천발 제주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은 한마음이 돼 TV와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는 뉴스 속보에 온 정신을 쏟았습니다. 몇몇 방송사에서 '전원 구조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모두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은 현실이 되는 듯했습니다. 놀란 가슴을 겨우 쓸어내렸을 때쯤 대부분 승객들이 여전히 배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때 이후 대한민국은 '세월호 비극'의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태 발생 136일째인 29일 현재까지도 10명의 실종자가 깊고 어두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요. 크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일까요. 대중은 매체를 믿지 않게 됐습니다. 신뢰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상실감은 SNS로 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빅데이터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사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는 ‘소셜 미디어와 한국 저널리즘: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 본 소셜미디어의 영향’이란 주제로 특별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SNS를 통한 현장성, 정보성, 탄력성, 경제성, 민주성 등이 반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보 과잉, 정파적 글쓰기, 정보의 투명성 문제가 드러났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발표에는 빅데이터 분석기관인 스토리닷의 분석 결과가 첨부됐습니다. 스토리닷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지금까지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건입니다. 세월호 관련 키워드인 ‘세월호’ ‘여객선’ ‘진도’ ‘팽목항’ ‘안산’ ‘단원고’가 SNS에서 언급된 횟수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사고 다음 날인 17일 37만건을 최고점으로 23일까지 평균 25만건 이상 언급됐다고 합니다.

    이후 언급이 점차 줄어들다가 유가족들이 5월 9일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난 후 24만건으로 증가했습니다. 6·4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며 다른 이슈들이 떠올랐고, 7월 말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유가족의 광화문 농성, 단식 투쟁 릴레이, 유병언의 시신 발견 등 이슈가 이어지자 다시 급증했습니다.

    스토리닷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4월 17일부터 7월 23일까지 세월호 관련어는 SNS에서 총 990만건가량 언급됐다고 하더군요. 하루 평균 10만건에 달하는 수치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어는 유가족, 참사, 학생, 국회, 박근혜 대통령 순이었습니다.

    드러난 SNS 매체의 명암

    무엇이 이 시기에 대중을 SNS에 몰두하게 만들었을까요. 일단 SNS의 최대 장점인 ‘현장감’이 확실히 빛을 발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는 쏟아졌고 의제 설정 과정을 건너뛴 수많은 정보의 ‘민낯’이 그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모두는 지근거리에 있듯 세월호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사고 그 자체를 넘어 인간 존엄성과 안전 불감증, 불법이 만연한 사회 곳곳의 모습에 대한 담론이 함께 오고 갔습니다. 거대한 대국민 소통이 이뤄진 셈이죠.

    반면 우리를 낙담하게 하는 ‘SNS의 나쁜 버릇’도 여럿 있었습니다. 세월호가 완전히 바다에 잠긴 후 발송된 ‘생존자가 있다’는 문자 메시지,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생존자 사칭 SNS글, 언니 친구에게 들었다는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 삽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 간 이 이야기 때문에 유가족과 온 국민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구조 과정에서 있었던 ‘다이빙 벨’ 사용 논란이나 ‘정부가 민간 잠수사의 구조 활동을 막았다’는 주장 또한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들끓게 만들었습니다.

    확대 재생산 되는 유언비어의 배경엔 ‘불신’이 깊이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수사 결과 발표됐지만 의심은 꼬리를 물고 지금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권 침해와 혐오감을 주는 내용들 또한 인터넷상을 떠돌았습니다. 숨진 승객들이 직접 찍은 동영상 파일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공개되면서 충격이 증폭됐습니다. 정보 소통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입니다.

    전통 매체의 자정작용 시작, 새로운 저널리즘의 좌표 설정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대중의 뭇매를 맞은 집단 중엔 언론이 손꼽힙니다. 이와 함께 SNS가 저널리즘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SNS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해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심의기준 제11조에는 재난 보도 규정이 마련돼 있습니다. “언론은 재해 및 대형 참사 보도에서 그 참상을 지나치게 상세히 보도하여 이재민 등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독자 또는 시청자에게 불안감이나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전통 매체는 물론 SNS도 위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손 교수는 여기에 세 가지 과제를 던집니다. 팩트 체킹 시스템(Fact checking system)의 도입, 사회적 소통에 대한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 사회적 합의영역에서 전통매체-SNS-포털사이트의 구조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전문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쟁점 사안에 대해 시비를 가려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설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표현의 자유와 공공선의 관점 사이에서 정보를 이용하고 생산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의 철학과 역할, 기능을 합의할 수 있는 범사회적 기구도 운영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미 시작된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취재·보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언론계의 재난보도준칙이 다음 달 16일 공개됩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5개 언론단체로 구성된 재난보도준칙 공동검토위원회가 자발적인 토론을 통해 이뤄낸 결과입니다. 여기엔 피해자 인권 보호, 취재원 검증, 미성년자 취재 제한, 재난법규 숙지 등이 포함됐고 기자에 대한 사전 교육과 사후 모니터링, 자율 심의 조항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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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나우뉴스]자신의 뇌파를 인터넷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해 의사소통하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생각만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미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신체 건강한 성인 4명(28~50세)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뇌파검사(EEG) 헤드셋을 설치한 상태에서 뇌파를 전송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이때 참가자들은 ‘Hola’(스페인어)과 ‘Ciao’(이탈리아어) 등의 각각 자국의 인사말을 떠올렸고, 연구팀은 이 순간 측정된 뇌파를 부호화해 데이터를 만들었다.

    생성된 데이터는 인도 남부 도시 티루바난타푸람에서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스트라스부르까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됐다.

    데이터를 전송받은 프랑스에서는 부호화된 데이터를 복원하고 참가자의 머리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미약한 전류에 의한 자극을 줌으로써 뇌에 직접적인 인사 내용이 전송되도록 했다.

    이때 참가자는 눈 속에 미약한 빛 정도 외에는 다른 어떤 느낌도 받지 않았지만, 이후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보고했다.

    또 연구팀은 같은 방식으로 스페인과 프랑스 두 곳에서 시행된 실험에서도 모두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연구 단계에서는 아직 과제가 남은 듯하다. 실험 전체를 완료한 시점에서 오답 비율이 15%라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살펴보면 송신 측 암호화(코딩) 단계에서 4%, 수신 측 해독(디코딩) 단계에서 11%라는 오류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 분야의 연구에서는 현저한 발전이라고 연구팀은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이번 실험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의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19일 자로 공개됐다.

    지금까지 쥐 실험에서는 EEG를 이용한 의사소통이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인간의 검증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뿐이다. 아직 뇌에서 뇌로 정보를 전송하는 분야에서는 해명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인간에게도 이런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 분야의 연구가 진행될수록 윤리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논쟁이 일어날 것은 틀림없다. 인간의 뇌에 직접 작용하는 이런 종류의 장비를 누가 취급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정신 조종’과 같은 세뇌 등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병행되는 것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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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미국 작가 1000명이 2쪽짜리 광고를 게재했다. 작가들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며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항의 메일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아마존의 전자책 정책에 반대하는 작가들이 항의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파격적인 할인 정책이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디지털콘텐츠 유통, 킨들·파이어폰 등 디지털 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아마존은 유통 포식자, 유통 괴물, 월마존(월마트+아마존)으로 불리며 업계를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아마존의 주장과 유통 생태계를 파괴하는 독점적 자본이라는 반박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1995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본업에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의 5대 출판사 아셰트, 맥밀런, 펭귄 랜덤하우스, 하퍼콜린스, 사이먼앤드슈스터와 전자책 가격을 두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 오고 있는 것. 문제의 발단은 아마존의 ‘9.99달러’ 정책이다. 아마존은 전자책 가격을 평균 12.99~14.99달러에서 9.99달러로 낮추라고 출판사에 요구했다. 전자책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까 봐 반대한 5대 출판사는 아마존에 인기 도서의 전자책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파격할인 공급” vs “ 유통생태계 파괴”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을 창조하고 싶다’는 창업자 제프 베저스의 말처럼 아마존은 미국 도서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74%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아마존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5대 출판사 책을 늦게 배송하거나, 추천 목록에서 빼 버리는 등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미국 작가 베시 버튼은 “아마존은 작가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면서 “말을 듣지 않는 출판사들의 책 배송을 평균 2~3일에서 2~3주로 늦췄다”고 비난했다.

    작가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스릴러 소설가 더글러스 프레스턴, 법정 소설가 존 그리샴 등을 포함한 작가 900명이 아마존의 전략에 반대하는 편지에 서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작가들은 독자들도 뜻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며 광고까지 게재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의 독일어권 작가 1000명도 합세했다. 유럽 작가들은 베저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아마존은 출판사와 유리하게 협상하고자 작가와 책을 이용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유럽 출판사는 아마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했고, EU 집행위원회는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디지털콘텐츠 판매수수료 인상 분쟁

    이달부터 시작한 무제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킨들 언리미티드’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매달 9.99달러만 내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이나 대형 출판사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성공이 불투명한 상태다. 물론 아마존의 정책을 지지하는 작가들도 있다. 척 웬디그는 뉴욕타임스에 “책 업계는 게임, TV, 영화, 페이스북 등과 싸우려면 저렴하게 공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아마존을 옹호했다. 조지 앤더스도 아마존의 전자책 정책을 무명 작가를 위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그는 포브스에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보다 싸지만 작가가 받는 인세는 똑같다”면서 “비싼 종이책 대신 싼 전자책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면 전체 작가들이 받는 인세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블루레이, DVD, MP3 등 디지털콘텐츠 유통 분야에서도 판매 수수료를 놓고 워너브러더스, 월트디즈니 등 유명 업체와 분쟁을 겪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5월 워너브러더스에 블루레이와 DVD 판매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더 레고 무비’, ‘트랜센던스’, ‘300:라이즈 오브 언 엠파이어’ 판매를 중단했다. 결국 워너브러더스는 아마존의 요구에 응했고, 아마존은 다음 목표로 월트디즈니를 잡았다. 아마존은 지난 10일부터 월트디즈니의 ‘말레피센트’와 ‘캡틴 아메리카’ 예약 판매를 중단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스마트폰까지 손 뻗어


    아마존의 사업 확장은 온라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를 선보였다. 스퀘어, 페이팔 등 기존 업체 수수료가 2.70~2.75%인 것에 비해 아마존은 1.75%로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아마존은 지역 소상공인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포브스는 “아마존은 온라인 시장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 상점을 점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광고 사업도 준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안에 아마존이 새 광고 서비스를 도입해 업계 1위인 구글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공개한 스마트폰 ‘파이어폰’도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겪고 있지만 곧 부진을 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마케팅 전문매체 애드위크는 “파이어폰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다른 안드로이드폰 같은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아마존으로 즉각적 쇼핑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앞으로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최근 중국에 상하이지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해외 직구를 통해 아마존과 만나고 있다.

    ●英선 불매운동… 佛선 反아마존법 통과

    언제까지 아마존이 승승장구할지는 알 수 없다. 독점 논란을 타고 유럽에서 반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세금 회피 논란이 일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자책 가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독일 문화부 장관은 유럽 작가들의 반발에 동참하는 뜻을 나타내며 아마존을 비판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도서의 무료배송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이 법안은 ‘반(反)아마존법’으로 불린다. 아셰트의 마이클 피치 CEO는 “이번 논란의 중심은 소비자 가격이 아니라 아마존의 마진”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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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 이고운 기자 ] 중국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들과 우리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짝짓기’가 활발해졌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한국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 모바일게임사 드래곤플라이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9250원에 장을 마쳤다.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50% 이상 늘어난 21억원을 기록한 데다 중국 검색사이트업체 바이두와 손잡고 지난 6월 중국에 출시한 모바일게임 ‘가속스캔들’ 흥행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샨다게임즈, 한빛소프트는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게임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 내 한류 인기에 힘입어 엔터테인먼트사도 중국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키이스트는 지난 6일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으로부터 150억원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SM C&C는 바이두를 통해 중국에 음원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이날 SM엔터테인먼트는 4만1600원으로 마감하며 이달 들어서만 23.8% 상승했다.

    박혜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온라인 사업자들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분투자를 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과의 제휴가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실적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키이스트는 소후닷컴의 투자를 공시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에서의 매출 증가가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현 주가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건 시기상조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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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레스토랑 습격사건

    뉴욕 출장서 탄산수 맛본 뒤 비결 알아보려 주방 찾아가

    사장님 댁 청소기는 9개

    조성진 LG전자 사장
    9가지 바꿔가며 개선점 연구…개발제품 직접 집에서 테스트


    [ 남윤선 기자 ]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이 2012년 미국 뉴욕 출장길에 프렌치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뎅에서 중요 거래처와 식사를 할 때였다. 미슐랭 3스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그 식당에선 스파클링 워터(탄산수)를 생수 대신 제공하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한모금 들이켰는데, 청량감이 남달랐다. 물을 유심히 살폈더니,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처럼 미세한 기포가 10여분이 지나도록 끊임없이 올라왔다.

    엄 부사장은 염치 없이 주방장을 찾아 ‘주방을 한번 볼 수 없겠냐’고 통사정했다. 처음엔 거절하던 주방장은 간곡한 요청에 못이긴 듯 결국 문을 열어줬고, 그곳에선 탄산수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엄영훈 삼성전자 부사장
    엄 부사장은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최고의 탄산수 제조기 회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이스라엘 소다스트림을 찾아냈다. 삼성은 이 회사와 재빨리 기술제휴를 맺었다. 그렇게 개발한 제품이 지난해 내놓은 세계 최초의 ‘스파클링 냉장고’로, 냉장고에 탄산수 제조기를 설치한 제품이다. 엄 부사장은 “미국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 한국시장에도 내놓고 있다”며 “특허를 우리가 등록해놔 다른 회사는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전 업계에서는 최고경영진의 이런저런 경험이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워낙 제품에 대해 전문지식이 많은 데다, 항상 ‘뭘 개발할까’만 생각하고 살다 보니 뭘 보더라도 신제품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설명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도 자신의 체험을 제품에 접목해 히트작을 여럿 만들어냈다. 최근 나온 ‘코드리스 진공청소기’가 대표적이다. 조 사장은 아홉 종류나 되는 청소기를 매일 집에서 써보며 머리카락이나 전선이 엉키는 불편을 직접 체험했다. LG전자 청소기 개발팀은 제품을 완성하고도 조 사장의 ‘가정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제품 출시를 미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LG 세탁기의 ‘스마트 진단’ 기능도 조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고장을 진단할 수 있는 기능이다. 1976년 입사 이래 30년 넘게 세탁기만 만들어 온 조 사장은 소리만 듣고도 어디가 고장났는지를 한번에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원격으로도 소리만 듣고 고장을 진단한다면 불필요한 가정 방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스마트 진단 기능이다.

    옷을 걸어놓으면 주름이 펴지고 냄새가 없어지는 ‘LG트롬 스타일러’는 조 사장 부인의 작품이다. 조 사장이 중남미 출장을 갔을 때였다. 워낙 옷을 가방에 오래 넣어놔 구김이 심하게 졌는데 호텔엔 다리미가 없었다. 다급한 나머지 부인에게 전화했더니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차면 옷을 걸어놓으라”는 답이 돌아왔다. 옷이 수분을 흡수하고 마르는 과정에서 주름이 펴진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제품에 적용한 것이 스타일러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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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제품 개발에 월드컵 우승팀·범죄 예측까지

    일상으로…상품으로…정책으로
    가공하지 않은 ‘날것’ 정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한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 양이 1조기가바이트(GB)에 해당하는 제타바이트(ZB) 시대에 돌입한 지 오래다. 제타바이트는 미국 의회도서관 저장정보의 400만배에 해당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며 이 무한한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빅데이터 시대’가 본격화했다.

    ICT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시장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2011년 ‘구글 빅쿼리’ 서비스에 이어 빅데이터 처리를 수행하는 새 데이터웨어하우스(DW) 시스템을 선보였다.

    최근 들어 국내 일부 기업도 모바일과 SNS를 바탕으로 하는 빅데이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 부처들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 예측으로 효과적인 정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상에 파고든 빅데이터

    빅데이터는 이미 일상 곳곳에 파고들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빅데이터가 일상으로 들어온 대표적인 예이다. 네이버는 FAS(피드백 분석 시스템)라는 프로그램을 적용해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분석해 개인별로 다른 뉴스, 블로그, 이미지 등을 우선 노출시킨다. 뮤직 서비스의 음악 추천 기능과 사용자 그룹별 검색어 등이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통신사의 내비게이션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T맵은 콜택시, 고속버스, 유류운반차량 등에서 보내오는 이동경로, 속도 등을 5분마다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10년 이상 쌓인 데이터를 통해 요일별, 시간별 교통량을 예측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전략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심리를 예측해 팔릴 만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는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전략에서 뛰어난 도구 역할을 한다. 대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미디어솔루션센터 산하에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빅데이터센터는 제품별 소비자 선호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신제품 개발에 착수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삼성전자가 최근 모바일·가전 제품의 판매전략을 고급형과 보급형의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것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SK텔레콤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상권분석 서비스인 지오비전은 이동통신 서비스와 카드 매출 정보를 기반으로 동(洞) 단위의 시간대별, 성별, 연령별 매출 정보는 물론이고 유동인구 분석, 상권 내 구매 패턴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정보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보험사 등의 출점 전략이나 타깃 마케팅에 활용된다.

    ◆미래 예측을 통한 정책 수립까지

    빅데이터는 기업 마케팅을 넘어 공공서비스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가마다 테러, 재난재해, 질병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도입한 심야버스 노선 분석은 공공부문 빅데이터 적용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 교통 데이터와 KT의 통화량 통계 데이터 30억건을 분석해 당초 서울시가 계획했던 노선의 일부 구간을 변경해 최적의 심야버스 노선을 만들어 냈다.

    빅데이터를 범죄 예방과 수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범죄가 발생했던 지역과 유형을 분석해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예측 전략 수립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7일 ‘빅데이터 기반 미래 예측 및 전략 수립 지원계획’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를 위해 민·관 전문가 협업체계를 마련해 데이터 기반의 예측·분석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 추진, 지속적인 역량 강화 등을 실천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과제에 대해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고령화에 따른 미래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문제 예측, 잠재적 재난안전 위협요소의 발굴·경보 예측 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강성주 정보화전략국장은 “지난 20년간 정보화 성과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객관적·과학적으로 풀어내 사회 시스템의 스마트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세계일보

    급성장 세계시장 2015년 169억弗 ‘금맥’

    국내 기업 활용 기술은 걸음마 수준, 제도 정비·인력 양성 등 파이 키워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는 손님이 물건 값을 계산하기 전 고객의 성별과 대강의 연령대를 컴퓨터에 입력한다. 이 정보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구매 패턴으로 가공돼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에 활용된다. 최근 한 편의점업체가 개발한 요구르트는 3년간의 구매층을 분석해 구매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20, 30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경기 결과만큼이나 흥미를 끄는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선수 능력과 홈그라운드 이점, 지역 접근성, 잔디 상태, 날씨 등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한 경기 결과 예측 프로그램이 그것. 블룸버그스포츠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10만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한국이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구글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브라질, 콜롬비아,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독일 등 8강에 오를 팀을 모두 맞혔다.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활짝 열렸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물론이고 공공정책, 의료, 개인사업,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는 빅데이터 시대에 날개를 달아줬다. 인터넷에 떠도는 무한한 정보를 가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가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이다. 세계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기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매년 약 40∼60%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전세계 빅데이터 시장이 매년 39.4% 성장해 2015년에는 16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쟁에서 세계가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는데, 정작 IT(정보기술)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빅데이터 핵심 기술에 대한 선진국과의 격차가 2∼4년까지 벌어졌다는 암울한 분석도 나온다. 법·제도적 지원 및 정부정책 미비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빅데이터와 관련한 인력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까지 1만4000명(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예상)이 필요하지만, 실제는 100명 안팎(2012년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이 고작이다.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으로 업계가 움츠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81%가 ‘빅데이터 활용 계획이 없다’는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노력하고, 정부도 빅데이터 활용의 근간이 되는 공공데이터 개방의 양과 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세계일보
    기업 500곳 중 40곳만 “활용”, 분석·관리 전문가도 태부족

    정보처리 역량 강화 급선무
    우리나라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IT(정보기술)강국이지만 유독 빅데이터 활용에서는 약소국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 500곳 가운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곳은 40곳이 안 될 정도다. 빅데이터 활용의 대척점인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일어난 대형 정보유출 사건들도 빅데이터 약소국으로 내려앉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해당 산업을 지원할 정책안이나 법·제도적 근거도 미흡하다. 경쟁 국가나 기업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보처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국내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7.5%, 그럴 계획이 있는 기업은 1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무려 81.6%였다.

    10개 기업 중 2개 기업이 빅데이터 활용의 걸림돌로 ‘데이터 분석 역량과 경험 부족’을 들었고,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도 19.4%였다. ‘투자한 만큼 수익이 날지 불안하다’(15.1%)거나 ‘정보 보호나 안정성이 우려된다’(17.5%)는 기업도 꽤 많았다.

    국내 빅데이터 논의는 경제적 효과가 예측된 매켄지연구소 보고서가 공개된 2011년 5월 이후 활발했다. 3년 전에도 우리나라는 IT강국이었던 까닭에 빅데이터 산업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당시 정부는 공공분야 빅데이터 활용만으로 10조7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대기업의 빅데이터 기술조차 임시 테스트 수준에 머물 정도로 발전이 더디다.

    일부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저장해 활용하고는 있지만, 빅데이터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확신하지 못하면서 분석과 활용 면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3.0 추진 등 정부의 빅데이터 활용도 증가 추세지만 시장이 너무 작고, 수익으로 연결되는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스페인 패션업체 ‘자라’가 방대한 판매·재고 데이터 등을 분석해 상품 수요와 가격 등을 예측함으로써 매출을 확대하고,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이 3000만명의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해 탈퇴 징후를 보이는 고객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통신사 이탈 고객을 절반 이상 줄일 때 우리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투자 자체를 꺼렸던 셈이다.

    빅데이터 분석전문가, 데이터 관리자 등 고급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2017년까지 빅데이터 인력 1만4000명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는데,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5월 현재 국내 전문인력은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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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토요이슈]서울대 재학생 ‘로스쿨 이상열풍’ 왜?
    1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열람실이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여름방학이었지만 17일 치러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을 앞두고 적지 않은 학생들이 언어와 수학, 추리논증 등 리트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다. 모든 전공에서 ‘최고 학부’임을 자부하는 서울대지만 로스쿨 쏠림 현상은 매년 심화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의 한 식당에 이른바 ‘딘스 리스트(Dean’s list)’에 선정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딘스 리스트는 서울대 경영대 재학생 가운데 뽑힌 각 학년 성적우수자 명단을 일컫는다. 이들이 담당 교수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였다.

    경영대생 A 씨는 올해 딘스 리스트에 뽑혀 이날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그가 앉은 테이블에는 다른 학생 5명과 교수 2명이 함께 앉았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말없이 음식만 먹고 있던 그때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네들은 앞으로 졸업하고 뭐 하고 살 건가?”

    잠시 침묵이 흘렀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의 머릿속에선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 ‘학업을 계속 이어가 학문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는 모범답안만 맴돌았다.

    결국 입을 연 것은 A 씨였다. 평소에도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밝혔던 그의 발언은 모범답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가려 합니다.” 식사 자리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판에 박힌 듯한 대답을 하긴 싫었다. 내 주관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가슴속에 품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고 털어놨다. 차가워진 분위기. A 씨 역시 속으로 ‘이거 말 잘못한 거 아닌가’ 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런데 잠시 후 상황은 반전됐다. 기다렸다는 듯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생 4명도 “나도 로스쿨에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교수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A 씨는 “그나마 취업이 잘된다는 경제학부나 경영학과가 이 정도인데 인문대, 사범대 같은 곳은 (로스쿨 쏠림 현상이) 더 심한 게 현실이다. 과거에 고시 준비하듯 어지간한 학생들은 모두 ‘로스쿨에 한번 도전해 보자’는 게 요즘 서울대 분위기”라고 전했다.

    로스쿨 인기 시들해졌는데…서울대만 ‘무풍지대’

    사실 다른 대학에서는 로스쿨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해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자 수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간 1500만 원이 넘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수료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서울대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도 서울대 곳곳에서는 로스쿨 논술 및 면접에 대비해 그룹 스터디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로스쿨을 향한 서울대생들의 ‘특별한 애착’은 실제 수치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로스쿨 준비학원인 메가로스쿨의 ‘연도별 서울대 수강생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 수강생 수는 올해 355명으로 지난해(272명)에 비해 30.5% 늘었다. 반면 약대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수(172명)는 오히려 지난해(301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 신림동의 ‘합격의 법학원’ 박어령 강사는 “서울대생들은 다른 학교 학생에 비해 학원 수강보다 혼자 공부하거나 그룹 스터디를 하는 비율이 높다”며 “이 때문에 실제 로스쿨 준비생 수는 더 많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은 취업난 돌파용”

    로스쿨은 2009년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범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로스쿨 출신은 사법시험 출신에 비해 관련 직업에 취업하는 데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왜 많은 서울대생들이 로스쿨 준비에 매달리는 걸까.

    로스쿨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로스쿨을 다니면 그나마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A 씨는 “돈을 잘 번다는 회계사, 변리사도 옛날만 못하다. 대기업도 이제는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곳이 됐다. 반면 로스쿨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 좋은 곳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법조인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평범한 샐러리맨보다는 낫다는 얘기였다.

    사법시험의 선발 인원이 축소되고 조만간 폐지를 앞두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로스쿨 쪽으로 눈을 돌린 학생도 적지 않다. B 씨(28)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뒤 오직 사시 합격을 목표로 20대를 보냈다. 그러나 끝내 ‘최종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올해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틈틈이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B 씨는 “학교 다닐 때 사시 공부를 하느라 다른 건 아무것도 못했다. 이제 내가 믿을 건 로스쿨밖에 없다”고 했다. ‘고시 낭인’이 ‘로스쿨 낭인’으로 이름만 바꿔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로스쿨로 방향을 바꾼 학생들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B 씨는 “고시생 대부분은 학업 관리를 제대로 못해 학부 성적이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은 언감생심이고 지방 로스쿨 등으로 하향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B 씨는 다른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시를 준비할 때 법전과 판례 외우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로스쿨 1차 관문인 리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언어 수학 추리논증 풀이 공부를 해야 한다. 법 이외의 분야까지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B 씨는 “문제를 풀 때마다 큰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제자가 로스쿨로 떠나는 모습에 허탈한 교수들

    많은 서울대생이 로스쿨 진학에 매달리는 현실을 두고 지도교수들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능성 있는 제자들에게 애정을 다해 가르쳤는데 이 중 십중팔구는 로스쿨을 준비한다는 거였다.

    사범대의 D 교수는 3년 전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려던 한 학생을 로스쿨로 떠나보냈다. “꼭 교수를 시켜주겠다”고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D 교수는 “능력 있는 제자가 다른 길을 선택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말리고 싶었다. 끝내 ‘떠나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허탈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렇게 로스쿨로 방향을 바꾼 이들은 과연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를 졸업한 뒤 한 로스쿨로 진학한 C 씨(24·여)는 “대기업에 가기 싫어 로스쿨로 진학했지만 성적도 안 좋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대 로스쿨 졸업 후 한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남자 변호사 D 씨 역시 “졸업 후 내게 돌아오는 건 ‘로스쿨 출신’이라는 주홍글씨와 차별대우였다”고 말했다. 아직도 한국의 로스쿨이 자리를 잡기에는 먼 길이 남아 있었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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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8일 서울 강남역 인근 상품권 매장 ‘티켓나라’에서 점원이 상품권을 세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세계 가격 내려갔어. 1000장 살래? 50짜리.” “600원짜리 나왔는데 쓸래? 많지는 않고 3000에서 5000.”

    2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상품권 전문 판매 매장. 가게 주인이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전화기 만지는 손이 바빠졌다. 50만원짜리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이 몇백원 싸게 거래되자 재빨리 5억원어치를 다른 거래처에 팔려고 했다. 원룸 크기의 사무실에 40대 남성 직원 두 명이 모니터를 보며 전화기와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벽에는 ‘본사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며 카드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상품권 전문 매장이란 백화점과 구두회사 등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할인해 판매하는 업소를 말한다. 롯데백화점 10만원권은 9만6500원에, 금강제화 10만원 상품권은 7만7500원에 파는 식이다. 백화점에서 명품 핸드백이나 전자제품을 살 때 상품권으로 구입하면 수백만원까지 차익을 볼 수 있어 최근 20, 30대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트 상품권으로 생활비를 아끼려는 주부들도 찾는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이 건물에는 상품권 매장만 8곳이 몰려 있다.

    과거 상품권 매장은 신용카드를 현금화하는 ‘깡’의 통로로 활용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활성화를 위해 상품권 발행을 완전 자유화했다. 어떤 업체든 제한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때마침 2000년이 넘어갈 무렵 테헤란로에 벤처 열풍이 불었다. 법인카드로 수억원씩 결제할 수 있어 벤처기업들은 상품권을 백화점에서 대량 구매해 전문 매장에서 할인해 부족한 현금을 융통했다. 강남역 인근에 상품권 전문 매장이 모여든 것도 이 무렵부터다.

    같은 건물의 상품권 매장 ‘티켓1001’. 10여 년 전 만든 전당포 같은 사무실을 그대로 쓰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노무현 정부 당시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가 강남 뒷골목을 휘젓자 상품권 전문 매장들은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정부가 “문화사업을 활성화한다”며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을 사행성 게임 경품으로 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매장 관계자는 “상품권이 트럭으로 왔다 갔다 했었다”며 “연간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매장 ‘에이티켓’. 백화점·구두뿐 아니라 햄버거와 커피 상품권도 팔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상품권 자유화 시행 후 올해로 딱 15년이 흘렀다. 이번 추석을 맞는 상품권 상인들의 표정은 어떨까. 지난 26일 점심시간 무렵 강남의 상품권 중심 건물은 대체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한 매장 주인은 “4~5년 전만 해도 추석 전 이맘때면 손님들이 복도까지 줄을 섰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직원이 10명 넘는 적도 있었다”며 “지금은 임대료도 감당하지 못해 혼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를 정권 탓이라고 주장하는 상인들도 있다. 한 상인은 “이명박 정부부터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펴니까 우리같이 벤처기업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죄다 망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는 상인들도 있다. 10년간 가게를 운영한 한 점포 주인은 “올해 초 한 달간 경기가 좋아져 이제 좀 살겠구나 했는데 세월호가 터지면서 또 꺾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끼고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상품권 매장은 그나마 경기가 나은 편이었다. 26일 오후 찾아간 한 매장에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고, 상품권 가격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점원은 “지금은 인터뷰할 시간이 없으니 매장이 문을 닫는 오후 8시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명동의 활기는 추석 대목 덕분이라기보다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매장 관계자는 “명품 핸드백을 구매하는 중국인들이 최근 상품권으로 차익을 얻으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시계도 상품권으로 구매할 정도”라고 말했다.

    94년 5000억원에 불과했던 상품권 시장은 20년 만에 10조원대로 성장했다. 한국조폐공사가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종이로 발행한 상품권이 2009년 3조3783억원에서 2011년 4조7785억원, 2013년 8조2796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 규모까지 합하면 전체 시장은 1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종이 상품권 시장만 따져도 연간 30%에 가까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강제 휴일 탓에 재무 여건이 나쁜 유통업체도 있을 텐데 상품권 밀어내기를 부족한 매출을 메우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대형 구두업계를 지켜본 하청업체 직원들은 더욱 그렇다. 20여 년간 구두 하청업을 해왔던 박동희 성동제화협회장은 “대형 업체에서 1000만원 줄 돈을 70%에 불과한 상품권으로 대신 주는 관행은 8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명절 때만 되면 우리 직원들이 상품권을 현금화하려고 강남이나 명동 바닥을 훑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업체 매출이 반토막이 나고 도산하는 것도 다 상품권을 많이 발행한 것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실제로 금강제화는 매출이 2003년 4493억원에서 지난해 3485억원으로 떨어졌고, 에스콰이아는 판매 부진에 결국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백화점 직원들의 상품권 판매 실적 압박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절 전 백화점에서 상품권 판매 특별팀을 꾸려 할당 판매액을 정해놓고 성과를 독려하고 있다. 한 상품권 매장 주인은 “백화점 직원이 더 이상 상품권 팔 곳이 없어 2호선 지하철을 두 바퀴 돌다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개인 돈을 더 얹어 판매 권유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급하게 많은 돈을 굴리다 보니 관련 사기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이 2500만원어치 상품권을 유통하려다 중간에 자금이 사라진 사실이 발견됐다. 백화점에서 상품권을 유통업체로 보냈는데 들어온 돈은 다른 계좌로 입금된 것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돈을 빼가는 속칭 ‘네다바이’가 많다”며 “거액의 돈이 도는 시장이다 보니 항상 사기꾼이 들끓는다”고 말했다.

    이맘때만 되면 “형님, 추석이 다가오는데 뭐 없습니까”라며 상품권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공무원 관행도 남아 있다. 지난 7월 강원도 화천군청 공무원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건설업자로부터 상품권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상품권 업계 관계자는 “5만원권이 나오면서 뇌물용 상품권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현금을 주고받는 게 아직은 껄끄러워선지 상품권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거래되는 모바일 상품권을 돌파구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매장에서 스마트폰 화면만 보여주면 바로 구매가 가능한 모바일 상품권이 종이 상품권을 대체하고 있다. 보안 문제만 해결된다면 상품권을 서랍 속에 넣고 잊어버리거나 길바닥에 분실하는 일은 사라질 수 있다. 정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바일 상품권 판매액이 지난해 1400억원에서 올해 세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도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강남역 인근 건물에 모인 업체처럼 대량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해 소폭 할인해 파는 온라인 시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정혁 티켓나라 대표는 “중국인들을 끌어들여 인천공항에서부터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하도록 해 직접 상품권 매장에 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활성화되면 인터넷 금융 거래 절차도 단순화되기 때문에 해외 한류 팬의 국내 아이돌 관련 물품 구입을 막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걸림돌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백화점 10만원권 9만6000원, 구두는 할인율 20% 넘어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권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상품권 판매업체들은 “기업이 1억원을 주면 백화점에서 1억500만원어치 상품권을 주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10만원짜리 상품권 한 장당 9만5238원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업체들은 기업이 대량으로 백화점에서 사는 상품권 중 일부를 유통시키거나 전문 중간유통업체로부터 사들인다. 여기에 몇백원가량을 더 붙여 거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더욱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살 수도 있다. 한 통신사는 2009년부터 요금제를 많이 사용하는 고객을 상대로 백화점 상품권을 10% 할인하는 행사를 벌여 왔다. 한도는 연간 100만원. 유통업체보다 할인율이 커 고가의 핸드백을 사려는 여성들이 대거 몰렸다. 이 통신사는 2013년부터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5% 할인해 주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소셜커머스나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권 10만원짜리를 9만4000원으로 할인해 주기도 한다. 한 온라인쇼핑몰 업체에서는 추석에만 10만원 상품권을 2만8000여 장 팔았다. 3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다만 소규모 소셜커머스 업체는 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이신애 조정관은 “상품권과 관련해 연간 2200건 가까운 상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소셜커머스를 통해 돈을 지급했다가 상품권을 받지 못한 사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구두 상품권은 할인율이 20%를 넘어 여전히 추석 선물로 인기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나오는 상품권이 많지 않아 구입하려면 서두르는 게 좋다. 한 제화업계 관계자는 “지난 설에 26%에 달했던 상품권 할인율을 이번 추석에는 20%까지 잡아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구두 상품권에서 벗어나 다른 품목으로 눈을 돌리면 의외로 쏠쏠한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상품권 매장에 들르면 영화와 외식, 여행 상품권도 구할 수 있다. 영화 상품권은 1만원 상당을 8500원에, 피자는 5만원 상당을 4만2500원에 판매해 20% 가까운 할인을 받는다.

    김민상.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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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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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日관계' 콘퍼런스] 정종욱(통일준비委 부위원장) 기조연설 "北 장마당 380곳… 쌀값, 휴대폰 통화로 결정"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은 29일 "북한 내부에서 상당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시장경제의 요소가 대단히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와 니어재단이 '한·일 관계 50년과 미래'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정부의 정보에 따르면 북한에는 크고 작은 장마당이 380여개 있다"며 "그중에는 수천 명이 와서 장사하는 대규모 시장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쌀값이 북한 당국의 결정이 아니라, (상인들의) 휴대폰(통화)에 의해 결정이 된다"며 "경제의 작동 원리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한반도 분단의 지속은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양국 지도자와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 한·일 관계의 출발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양국 갈등의 중심엔 일본의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이 자리하고 있고, 그 핵심엔 위안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제주=이용수 기자]

    ['韓·日관계' 콘퍼런스] 日 "韓, 왜 이리 中과 사이좋나"… 韓 "그건 과대평가"

    콘퍼런스 내내 中이슈 나와

    29일 한·일 관계 콘퍼런스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중국이었다. 한·일 관계 악화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급부상에 있다는 얘기였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해 동아시아 중심국으로 남겠다는 일본이 구조적 갈등 관계가 됐다"며 "한국이 이미 중국 편으로 기운 것 아니냐고 일본이 생각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일본 내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논리가 퍼지면서 미·일 동맹 강화론, 북한을 통한 한국 견제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했다.

    도고 가즈히코 전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중국이 일본의 존재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것이 동북아의 가장 큰 문제"라며 "한·중 사이가 좋아지자 김정은도 위협을 느껴 일본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도 표출됐다. 도고 전 국장은 "한국은 (일본이 아닌) 중국과 왜 이렇게 사이가 좋은 것이냐"고 했다. 이에 이상현 세종대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한·중 관계를 너무 과대 평가했다"며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고 (일본이)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니어(NEAR)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한 ‘한·일관계 50년과 미래’ 콘퍼런스가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제주 샤인힐 리조트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아베 정권 퇴행성' 지적에 日 "그런 인식을 바꿔야"

    28일 한·일 관계 콘퍼런스에서는 일본 아베 정권의 행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한때 한·일 학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은 일본 우익 사상의 창시자인 요시다 쇼인의 '존왕양이론(尊王攘夷論·왕을 받들어 이민족을 물리치자)'과 '정한론(征韓論·한국정벌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아시아 주변국을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침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DNA가 있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요시다라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아베 총리의 보수성은 1기 내각 때나 2기 때나 달라진 게 없는데 왜 한·일 관계가 나빠진 것이냐"며 "아베 총리가 아니라 한국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조 교수는 "아베 1기 때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현실주의 노선이었는데, 2기 때는 담화를 검증하고 위안부에 대해서도 퇴행적이고 우익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아베의 정치적 행태가 바뀐 것인데 왜 한국이 바뀌었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아베 정권이 배려 없이 '정상회담에 나오라'고만 한다"고 했다.

    그러자 간 교수는 큰 소리로 "그게 아니다"고 했고,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도 퇴행성 지적에 대해 "(아베 정권이) 도덕적으로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반격했다.

    도고 가즈히코 전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토록 헌법 해석을 바꾼 것에 대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지 않고 대등한 관계로 가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조선일보


    [本社·니어재단 '韓·日관계 50년과 미래' 콘퍼런스 열어]

    위안부문제 양국 국장간 협의, 참석자 모두 "格 높여야" 지적

    양국 공동선언 필요성도 나와… 韓·日 경색은 경제에도 악영향

    양국 관계개선 10大제안 합의 - 역사·안보 분리 접근에 공감


    조선일보와 니어(NEAR)재단이 '한·일 관계 50년과 미래'를 주제로 29일 제주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한·일 양국 학자들은 과거사, 영유권 문제 등으로 난마처럼 얽힌 한·일 관계를 풀어낼 묘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日, 신뢰 뒤집지 말아야"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인들은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모자란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일본은 '성의를 보였는데 왜 자꾸 족쇄를 채우느냐'고 하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이후 고노·무라야마·간 담화가 잇따라 나오는 등 굉장한 진전이 있었지만 그걸 뒤집는 행위가 되풀이됐다"며 "'성의를 보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했다. 새로운 걸 하라는 게 아니라 그동안 양국이 어렵게 쌓아온 신뢰를 뒤집어엎는 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현재처럼 외교부 국장 협의에 맡기는 데 대해선 양국 학자들 모두 반대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양국 정부뿐 아니라 피해자까지 3자가 합의의 귀결점을 찾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이 작업이 과연 국장급 회의 갖고 되겠는지 회의스럽다"고 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도 "양측이 어디까지 양보할지의 문제를 국장급에서 얘기한다는 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도고 가즈히코(東和彦) 전 외무성 조약국장은 "난 개인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지자"라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 도고 시게노리(東茂德)의 손자다.

    그는 또 "북방영토(쿠릴 4개 섬)에 대해 일본 정부가 (러시아에) 보여온 일관성에 비교하자면 독도는 훨씬 약한 문제"라고 했다. 가와이 마사히로(河合正弘) 도쿄대 교수도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처럼 독도에 전투기·함선을 보내는 일은 없다"며 "한·일 관계는 일·중 관계에 비해 훨씬 조절하기 쉽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장은 "지금이 어긋난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기회"라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조치를 마련한다면 한·일 관계는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본 시민단체인 전후(戰後)보상네트워크의 아리미쓰 겐(有光健) 대표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하긴 했지만 실패했다.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양국이 과거사 문제도 중시한 새로운 선언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서 위안부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선 경색된 한·일 관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중·일 3국 간에 형성된 제조업 분업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대일 무역액이 감소하고 일본 관광객이 격감했으며 일본 투자기업들이 한국에 못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일 학자들 10개 합의안 만들어

    세종연구소의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회의 후 "양국 학자들과의 토론을 거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10대 정책 제안'을 도출했다"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와 특사 교환을 통해 11월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운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은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는 최대한 분리해서 접근하고, 한반도 통일이 일본에도 축복이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했다. 신정화 동서대 교수는 "한·일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부터 시작해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교섭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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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세계경제를 바꾼 사건들 (48) 동유럽의 부상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시장경제 도입

    혹독한 '체질 개선' 폴란드

    한때 물가 폭등·생산량 급감

    10년도 안돼 성장궤도 진입

    7%대 경제 성장률 기록


    권혁철 <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언제부터요?”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의 동독 특파원 리카르도 에르만의 이 질문 한 마디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이라고 한 20세기 후반 세계사 최대의 정치적 변혁을 촉발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1989년 동독 주민들의 개혁 요구가 거세게 일자 동독 공산당(SED)은 ‘체제 내 개혁’의 일환으로 여행 자유화에 관한 법안을 공포했다. 그런데 이 법에 출국비자 발급기관을 신설한다는 내용밖에 없는 것을 확인한 동독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동독 내각은 출국비자 발급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을 포고령의 형태로 설명하기로 했다. 그것이 1989년 11월9일 오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독 공산당은 베를린 장벽을 개방할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7시. 동독 공산당 정치국원이자 선전담당 비서 귄터 샤보브스키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런데 포고령에 대해 설명해야 할 샤보브스키는 이날 오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세세한 사항은 잘 모르고 있었다. 포고령의 내용은 이렇다. “앞으로는 여행 동기나 친인척 관계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외국여행을 신청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출국비자가 발급될 것입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언제부터냐”, “서독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던 샤보브스키는 당황해 잠시 머뭇거리다가 “즉각 시행된다”고 대답했다. 에르만 기자는 본사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속보를 송고했다.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한 동베를린 주민들은 서베를린 쪽으로, 서베를린 주민들은 동베를린 쪽으로 몰려들었다. 동독 주민들의 통행요구 압박에 시달리던 동독 경비병들은 상부의 지시를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결국 밤 10시쯤 한 장교의 결단으로 서베를린으로 가는 출입문이 열렸다. 동서독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포옹했고, 이로써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동유럽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을 촉발시켰다. 동독에는 서독과의 통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체제가 이식됐고, 폴란드는 1989년 자유 총선을 거쳐 1990년에는 레흐 바웬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헝가리는 1990년 3월 자유총선을 실시했고, 체코는 바츨라프 하벨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프라하의 봄’을 21년 만에 되찾았다.

    체제전환의 핵심은 계획경제 철폐 및 이를 대신하는 시장경제의 도입이다.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 원칙의 확립과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묶였던 상품 가격을 자유화하는 일은 빼놓을 수 없다. 무역의 국가독점 구조를 철폐해 무역 자유화가 실시됐다. 해외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국유 사업장은 민영화됐다. 이 민영화는 공산주의 시대를 청산하는 ‘빅뱅’으로서 각국의 10년 뒤 미래를 결정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은 시장원리에 따라 민영화를 단행했지만,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에서는 민영화가 권력자들 간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다. 이것이 동유럽 국가들을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가른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또 민영화 작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금융 및 자본시장의 인프라 도입도 추진됐다.

    폴란드는 1989년 640%에 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통화 공급을 억제하고, 중앙은행법에 중앙은행의 목표를 화폐가치 안정에 둔다고 규정했다. 수정된 은행법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은행 설립이 허용됐다. 상업은행은 이자율 책정 등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획득했다. 심각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폐지 등 세출 축소에 주력했다. 노동시장에서는 불필요한 노동력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금 인상을 억제하며, 실업수당의 수혜조건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꾀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했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가격이 자유화되면서 물가는 치솟고, 생산은 곤두박질쳤다. 사실 이것은 지난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의 잘못된 정책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었다. 하지만 나라 전체가 이데올로기 논쟁에 휩싸이기도 하고, 좌우익 정권이 교체되는 ‘통과의례’를 거치기도 했다. 사회주의 정권은 무분별하게 통화를 늘렸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격통제와 보조금 지급을 통해 억지로 눌러 왔다. 이것이 가격 자유화를 통해 드러나고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물가 폭등이었다. 또 비효율적인 생산방식과 낮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생산기반은 국제경쟁에 직면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분업체계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과 경쟁력 제고가 이뤄져야만 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성장과 삶의 질 향상으로 나타났다. 폴란드는 전환이 시작되던 1990년 -11.6%였던 국내총생산(GDP)이 1992년 이후 양(陽)의 성장률로 돌아서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GDP 역시 1994년 5380달러, 1996년 7000달러로 증가했다. 막 기지개를 켠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가입을 계기로 또 한 번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기대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도 다음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체코정치경제연구소 리살 소장의 말이다. “공산당의 계획과 명령에 따라 인생이 정해졌던 과거와는 달리 내가 원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된 점이 가장 행운이었다.”

    래퍼곡선과 경기부양 법인세 폐지 에스토니아…투자 활기 세수 두 배로

    인도에서는 코코넛을 이용해 원숭이를 잡는다. 코코넛에 원숭이의 손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고 속을 긁어낸 뒤 그 속에 쌀을 넣고 끈을 연결해 나무에 묶어둔다. 원숭이는 쌀을 집어 먹기 위해 코코넛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쌀을 욕심껏 움켜잡는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원숭이는 달아나려 애를 쓰지만 쌀을 잔뜩 쥔 손을 놓지 않아 결국 사로잡히고 만다.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욕심에 눈이 먼 행동을 하는 것을 빗댄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금 관련 정책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복지재원 마련 등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 세율을 올린다. 하지만 이는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지하경제와 탈세를 유발해 조세수입은 오히려 감소한다. 역으로 세율이 낮아지면 노동의욕과 투자의욕이 제고되고 생산 활동이 활발해짐으로써 조세수입은 증대된다. 세율과 조세수입과의 이런 관계를 주장한 사람은 아서 B 래퍼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였으며, 이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래퍼곡선’이다. 이 이론은 이런저런 이유로 레이건 정부 당시 한 차례 큰 관심을 받은 이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세율 인하가 세수를 증대시키는 일이 실제로 나타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동유럽의 에스토니아가 2000년 법인세제를 개혁해 개인배당을 제외한 법인이윤에 대한 법인세가 폐지됐지만 세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물론 개혁 첫해인 2000년 법인세 수입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다음해인 2001년 저점을 통과한 이후로는 빠른 속도로 회복돼 개혁 3년 만인 2003년 개혁 이전의 수준을 능가하게 됐다. 2007년의 법인세수는 개혁 이전 수준의 두 배가 넘는다. 래퍼곡선이 말하는 바와 같이 세금 감면이 투자와 생산을 확대시켜 조세수입이 늘어나게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복지 확대 등 정부 재원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법인세율 인상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코코넛에 손을 넣은 원숭이가 끝까지 욕심을 부리는 모습과 같아 보인다. 욕심을 버려야 비로소 얻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조세수입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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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인터뷰]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존 리스트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과정… 내겐 현실이 곧 '실험실'이죠

    기부는 남 돕기 위한 것보다 자기만족, 투표도 마찬가지로 허영심에서 시작

    인간의 행동 뒤 숨은 동기 밝혀


    시험장에 들어간 남학생들은 귀를 의심했다. "점수가 지난번보다 나아지면 20달러를 주겠다"고 교사는 말했다. 열세 살에게 20달러는 스케이트보드를 살 수 있는 돈이다. 2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주며 교사는 단서를 달았다. "성적이 떨어지면 이 돈을 뺏겠다." 20달러로 뭘 하고 싶은지 종이에 적어 낸 학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시험에 임했다.

    몇 해 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다. 행동경제학자 존 리스트(List·46) 시카고대학 교수는 이 A집단을 비롯해 학생들을 여러 무리로 나눠 '인센티브 효과'를 실험했다. B집단에는 "결과가 나온 즉시 점수가 오른 학생에게 20달러를 주겠다"고 했고, C집단은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 시험 한 달 뒤에 20달러를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금전적 보상이 점수에 미친 영향은 학급당 학생 수를 3분의 1로 줄이거나 교사의 자질을 높였을 때 나타나는 효과만큼 컸다. 인센티브 효과는 A집단이 B집단보다 더 높았다(C집단엔 나타나지 않았다).

    27일(한국 시각 28일) 시카고대학에서 만난 리스트 교수는 "이 실험으로 저학년 아동이나 10대의 세상은 온통 현재가 지배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들에게 동기를 일으킬 방법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이 대학 경제학과 건물은 노트르담 성당처럼 고딕 양식이었다. 무작위 현장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밝혀낸 리스트 교수도 노벨상 후보로 거명된다. 최근 번역된 그의 저서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안기순 옮김, 김영사)를 들고 경제학과 학과장실 문을 두드렸다.

    존 리스트 시카고대학 교수는 행동경제학을 집에서도 실천한다. 그는 “‘배변 훈련을 잘하면 디즈니랜드에 데려가겠다’ 했더니 딸이 하루 만에 기저귀를 뗐다”고 했다. /시카고=박돈규 기자

    ?행동경제학이란 뭔가?

    "경제학은 추상적 이론이 지배해온 학문이다. FDA(미국식품의약국)는 신약을 허가하기에 앞서 무작위 임상시험을 거친다. 그런데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러주는 경제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정책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행동경제학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의 일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가설을 테스트한다. 내겐 현실이 '실험실'이다."

    ?인센티브 효과란 결국 '돈이 전부'라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인센티브에는 금전적 보상도 있고 사회적 인정도 있다. 10대 청소년에겐 돈이 장땡이지만 유치원생에겐 장난감이나 스티커가 먹힌다. 성인은 더 복잡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선의(善意)로 알루미늄 캔을 모아 재활용 센터에 가져간다면 이웃들이 나를 칭찬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캔 하나당 5센트를 주겠다고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 이웃들은 나를 구두쇠라 손가락질할 테고 나 또한 환경 보호에 열의가 식어버린다. 인센티브가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당신은 1996년 박사 학위를 받고 학계 일자리 150개에 지원했는데 면접하자는 연락은 딱 한 곳뿐이었다.

    "낙담했다. 만나고 싶지도 않다니, 학계가 날 원하지 않는다는 뜻과 같았다. 나는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일류가 아닌 와이오밍대학 출신이라서 차별을 받았다. 플로리다대학조차 날 부르지 않았다면 아버지처럼 트럭 운전사가 됐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열심히 연구했다(그는 애리조나대학, 메릴랜드대학을 거쳐 2005년 시카고대학에 임용됐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것과 달리 나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리스트 교수는 사회를 개선할 만한 흥미로운 질문이 생기면 실험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에는 남녀의 성별 격차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탄자니아 부계(父系)사회와 인도 모계(母系)사회를 찾아가 실험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한국도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41% 더 받기 때문에 귀가 솔깃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시장에서 남녀 임금 격차는 천성 때문인가 양육 때문인가?

    "금전적 보상을 내걸고 양동이에 테니스공을 던져 넣는 실험을 해봤다. 여성은 경쟁을 회피하는 게 아니었다. 모계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경쟁을 즐겼다. 즉 양육의 영향이 크다."

    ?'남성은 아름다운 여성이 부탁할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현장 실험을 해보면 우리가 기부하는 이유는 타인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이익(만족) 때문이다. 그 작동 원리를 알면 기부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요즘엔 어떤 실험을 하고 있나?

    "미국에서는 투표율이 50%를 밑돈다.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자기가 투표한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남을 의식하는 허영심 덩어리다."

    동메달이 더 행복한 이유

    중국의 한 전자제품 공장에서 진행된 인센티브 실험. 각각 '획득 프레이밍(Gain Framing)', '손실 프레이밍(Loss Framing)'이라고 부르는데 당근(목표를 넘으면 상여금을 받는다)과 채찍(목표를 밑돌면 상여금을 빼앗는다)을 결합한 것이다. 상여금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미치는 효과가 상여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보다 컸다. 하마터면 빈손으로 돌아갈 뻔한 동메달리스트와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은메달리스트의 표정을 상상해도 좋다. 리스트 교수는 "손실은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라며 "기업은 생산성을 올리려고 해고 카드로 직원을 위협하면서도 손실 프레이밍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카고=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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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지난 21~22일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지난달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 초 국빈 방문을 할 예정이다.

    최근 두 달 사이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 정상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은 사람은 바로 몽골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이다. 이런 대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몽골이 세계 8위의 자원 부국인 데다 중국의 이웃국가라는 전략적 가치다. 하지만 그 가치를 키운 건 51세의 젊은 대통령 엘벡도르지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한·몽골 수교(1990년) 이후 처음으로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은 채 26일 몽골을 단독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윤 장관은 엘벡도르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몽골의 성공적인 체제 전환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엘벡도르지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동북아 원자력 안전협의체’ 구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몽골은 원래 북한과 더 가깝다. 48년에 수교했다. 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때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주몽골 북한대사관이 일시 폐쇄됐으나 2004년 다시 개설됐다.

    엘벡도르지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래 북한을 방문한 첫 정상이다. 지난해 10월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강연에서 “어떤 독재와 폭정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인간의 욕구이며, 이는 영원한 힘”이라고 일갈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엘벡도르지가 주목받는 건 이처럼 이데올로기에 매이지 않은 실용외교 노선과 과감한 민주화 정책, 경제부흥정책 때문이다.

    평범한 유목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살 때 옛 소련 군사정치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이곳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주창한 개혁·개방정책에 심취하게 된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지하 학생그룹에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신문을 만들었다.

    학사 과정을 마친 뒤 귀국한 그는 몽골의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 89년 청년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우리의 목표는 민주주의와 투명한 국가체제, 개혁과 개방이며 젊은이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68년 동안 이어진 몽골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이 연설은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불을 댕겼고, 90년 3월 공산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

    엘벡도르지는 몽골 최초로 복수정당이 경쟁한 총선에서 당선됐고, 92년 헌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몽골의 토머스 제퍼슨’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2년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배웠다. 총리 2번을 역임한 뒤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며 몽골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다. 외교적으론 ‘핵 없는 몽골’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이념 성향을 달리하는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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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이강국 감수/글항아리/864쪽/3만 3000원

    부와 소득의 분배는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지적·정치적 토론의 결과는 공허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풀어야 하는, 그러나 풀 수 없는 난제로 받아들여져 온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3)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세를 물리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넘치는 편견을 바탕으로 제기됐던 기존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광범위한 역사적 비교 자료에 바탕을 둔 실증적 제안은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충격을 던졌다.

    전 세계적으로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킨 책 ‘21세기 자본’이 프랑스(2013년 8월), 미국(2014년 3월)에 이어 다음달 초 한국어로 번역·출간된다. 피케티의 이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소득 불평등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봄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경제민주화 논쟁과 맞물려 일찌감치 불어닥친 피케티 열풍 덕분에 출판사에 번역본 예약 판매 신청만 3000권을 넘었다.

    피케티는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자본가는 일반 서민보다 항상 더 높은 소득을 갖게 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소득 불평등은 계속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동산 임대료, 주식배당, 금융상품의 이자 등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서 얻는 소득은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임금을 늘 웃돌기 때문에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발자크의 열렬한 팬인 그는 책에서 ‘고리오 영감’을 빗대어 19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고착화된 불평등을 설명한다. 불평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도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는 1700년 이후 최근(2010년)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의 납세자료를 근거로 보여 준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통계자료를 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세기 말~1차대전 시기에는 높다가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자본시장이 완벽할수록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그는 확신한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한다. 바로 세금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이후 나타난 공공정책들이 20세기에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음을 설명하고, 양극화의 주된 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극소수의 최고소득층에 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자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국적을 옮기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만큼 전 세계 국가가 동시에 실시하는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자는 그의 제안은 세계의 부유층을 패닉에 몰아넣은 반면, 중산층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책은 4부 16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소득과 자본에서 기본 개념 소개와 함께 세계적으로 소득과 생산의 분배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 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에서는 자본과 소득 비율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고, 3부 불평등의 구조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한 나라에서 전개된 불평등의 역사적 동학을 살펴본다. 4부는 규범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결론에 해당한다. 숫자와 도표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경제학 이론서를 피케티는 논리정연하고 부드러운 인문학적 글쓰기로 훌륭하게 처리해 읽는 재미를 준다. 피케티의 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찾아낸 실질적 해법에 대한 반박 논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임이 분명해 보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1971년 파리 인근 클리시에서 태어났다. 1987년 바칼로레아(프랑스 대학수학능력시험)를 통과하고 최고 명문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22세에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과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 경제학부에서 2년간 조교수로 재직한 뒤 1995년 프랑스로 돌아와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을 지냈다.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본의 귀환:1700~2010년 부유한 국가들에서의 부-소득 비율’,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 데이터베이스’, ‘20세기 프랑스의 고소득층: 불평등과 재분배’ 등 소득 불평등과 분배에 관련한 다수의 이론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2013년 경제이론 및 응용연구에서 탁월한 기여를 한 45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위뢰 얀손 상을 수상했다. 피케티는 다음달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21세기 자본

     

    저자 토마 피케티|역자 장경덕|글항아리 |2014.09.11

    원제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페이지 864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드디어 출간한다. 지난해 8월에 프랑스, 올해 4월에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후 경제계는 물론 세계 지성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온 <21세기 자본>은 국내에서도 이미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동학에 대한 참신하고 실증적인 분석과 대담하고 파격적인 대안 제시로 인해 논쟁의 중심에 있다.

    우선 경제적 불평등을 배태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늘 높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즉,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임대료, 배당, 이자, 이윤,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서 얻는 소득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임금, 보너스 등)을 웃돌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 밑까지 도달했다. 1914~1945년에 잠시 상대적으로 평등이 높게 유지되었던 것은 단지 전후 복구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유층의 상속된 부에 상당한 정도의 과세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경제적 불평등을 내재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1971년 프랑스 파리 인근의 클리시에서 태어나,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22세에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과 런던 정경대에서 부의 재분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1993년부터 3년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으며, 1995년 프랑스로 돌아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역사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주로 경제성장이 소득과 부의 분배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한 역사적이고 이론적인 작업을 수행해왔으며, 특히 국민소득에서 최상위 소득의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변화한 양상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는 성장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낙관적으로 조망한 쿠즈네츠의 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고, 소득과 부의 분배의 역사적인 변화 추이에 있어서 정치 제도와 재정 제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21세기 자본』은 지난 3세기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경제학적, 역사적 데이터를 수집해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우위에 있음을 밝힌 참신하고 실증적인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경제적 불평등의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자본세는 그 대담함과 파격으로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그의 분석과 대안에 대한 동의 여부는 이미 ‘피케티 신드롬’의 본질이 아니다. 자본주의와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21세기 자본』은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전반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자본의 귀환: 1700~2010년 부유한 국가들에서의 부-소득 비율CAPITAL IS BACK: WEALTH-INCOME RATIOS IN RICH COUNTRIES 1700-2010』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 데이터베이스WORLD TOP INCOMES DATABASE』 외 다수의 이론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2013년에는 이론과 응용 연구 측면에서 유럽 경제 연구에 탁월한 기여를 한 45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위뢰 얀손YRJ? JHANSSON 상을 수상했다.

    ‘피케티 신드롬’, 한국에 상륙하다!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를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담한 대안을 제시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역작인 『21세기 자본』은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_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지난해 8월에 프랑스, 올해 4월에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후 경제계는 물론 세계 지성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온 『21세기 자본』은 국내에서도 이미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동학에 대한 참신하고 실증적인 분석과 대담하고 파격적인 대안 제시로 인해 논쟁의 중심에 있다.

    자본소득은 노동소득보다 항상 우위에 있다!

    이 책은 우선 경제적 불평등을 배태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늘 높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즉,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임대료, 배당, 이자, 이윤,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서 얻는 소득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임금, 보너스 등)을 웃돌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 밑까지 도달했다. 1914~1945년에 잠시 상대적으로 평등이 높게 유지되었던 것은 단지 전후 복구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유층의 상속된 부에 상당한 정도의 과세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부의 분배는 양극화되고, 상속재산으로 자본이 집중되는 ‘세습자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대담한 대안, 글로벌 자본세

    저자는 대담한 대안을 내놓는다. 극소수의 최고 소득에는 현 수준부터 훨씬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과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가 그것이다. 이 책이 세계적으로 불러일으킨 숱한 논쟁의 씨앗은 부의 불균형에 관한 경제학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는 이 파격적이고 이상적이기도 한 대안 제시다.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으로 부가 집중되는 메커니즘은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태생에 따라 삶과 사회가 좌우되도록 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능력주의를 근본적으로 잠식할 것이다. 피케티는 스스로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으며,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제도와 정책들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가 논평하듯,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 책은 자본주의를 지켜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난제를 던졌다.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적 자본주의 이론

    이 책은 3세기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역사적 데이터를 토대로 불평등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본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연구라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 경제학 저서가 지향하는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고찰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난다. 저자가 활용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득의 분배와 그 불평등을 다루는 자료가 첫 번째요, 부의 분배 및 부와 소득의 관계를 다루는 자료가 두 번째다. 이 둘은 부의 분배의 역사적 동학과 사회의 계층구조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책의 핵심 자산이다. 자본수익률이 끊임없이 감소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19세기 마르크스의 『자본』의 예언과, 경제성장 초기단계에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진전된 발전단계에서는 완화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쿠즈네츠의 이론까지 논파한 뒤, 새로운 자본주의의 동학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실용적이고 역사적인 접근방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4부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소득과 자본’(1~2장)은 이 책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한다. 국민소득, 자본, 자본/소득 비율의 개념을 제시하고, 세계적으로 소득과 생산의 분배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인구와 생산 성장률이 어떤 변화 양상을 보였는지 상세히 분석한다.
    제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3~6장)은 자본/소득 비율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고, 21세기에 세계적으로 국민소득이 노동과 자본 사이에 어떻게 분배될지를 살펴보기 위한 예비적 단계다. 장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에서 시작해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거쳐 전 세계의 역사적 데이터를 간추려 자본주의의 동학을 예측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수행한다.
    제3부 ‘불평등의 구조’(7~12장)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따른 불평등의 수준을 개관한 뒤 역사적 데이터를 확보한 모든 나라에서 전개된 불평등의 역사적 동학을 분석한다.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상속재산의 중요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구하고, 21세기 초 세계적인 부의 분배를 전망한다.
    제4부 ‘21세기의 자본 규제’(13~16장)는 규범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결론에 해당한다. 지금의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국가’의 모습을 진단한 다음,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대담한 대안을 유럽의 부유세, 중국의 자본 통제, 각국의 보호주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들과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공공부채라는 절박한 문제를 다루면서 공공자본 축적의 최적 수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피케티 현상 및 논쟁 총정리한 ‘정보지도’ 『피케티 패닉』도 9월말 출간

    아울러 글항아리는 오는 9월 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관련된 현상과 논쟁을 총정리하여 독자들에게 하나의 ‘정보지도’를 제공할 『피케티 패닉: 자본담론의 21세기 권리장전』(김동진 지음)을 출간할 예정이다.
    특히 영미권에서 패닉을 불러일으킨 피케티의 부유세 주장 이면에는, 갈수록 거부하기 어려워질 요구가 담겨 있다. 강화되는 세습 자본주의는 능력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따라서 이에 대해 최소한 정확히 알권리가 있다는 피케티의 실제적 요구를 우리는 반박할 수 있을까? 불평등이라는 주제는 피케티 현상을 거치면서 사회·정치적 자본 담론으로 바뀌었고, 이미 존재하는 관련 통계자료의 투명한 공개 요구는 본격적인 자본 담론을 위한 권리장전을 의미한다.
    노암 촘스키는 피케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피케티 패닉』 저자의 질문에 “피케티는 분명히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책을 구입하는 많은 사람 중 오직 일부만이 책을 읽겠지만, 그의 핵심 메시지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김동진은 이번 『21세기 자본』의 한국어 번역과정에 교열자로 참여했고,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역사에 학문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를 박사과정 수료 후 논문을 준비 중이다.

    『21세기 자본』에 대한 찬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역작인 『21세기 자본』은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피케티는 소득이 소수의 경제 엘리트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세습자본주의’로 다시 향하고 있고, 그곳에서는 부유층 안에서도 상속자들이 경제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태생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드러낸다.
    _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케티는 완벽한 순간에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리고 한 세대 이전의 폴 케네디처럼 정책 분야와 지성계의 록스타로 떠올랐다. 피케티의 실증연구는 정치담론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_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전 미국 재무장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이론과 수학적 모형이 대세가 되어버린 최근의 경제학계를 넘어서는 경제사의 쾌거이며 지적인 역작이다.
    _ 스티븐 펄스타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피케티는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이론을 거부했고, 15년간의 공동작업과 실증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얻어냈다. 그의 연구는 (그가 자본이라고 일컫는) 부와 소득이 지난 3세기에 걸쳐 고소득국가들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관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바꾸어놓았다.
    _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피케티는 그의 야심작을 통해 진보진영의 관심과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지 않으며, 그러한 점이 그의 책이 놀랄 만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한 듯하다. 그의 논점은 이념이 아닌 증거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래서 강력하다. 피케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3세기에 걸친 자료를 조사하였고, 자본을 소유한 이들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한 세대 동안 확대된 역사적인 반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생산적인 상업활동을 영위한다는 이미지로부터 실제로 어떻게 벗어나는지에 대해, 피케티는 강력하고 현실적인 이해를 안겨준다. 최소한, 이 책은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낮은 세율과 작은 정부라는 허구적 관념을 효과적으로 벗겨낸다.
    _ 올리버 캄 『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21세기 자본』은 선진국에서 진행된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거의 완벽한 설명일 뿐 아니라, 자본주의에 내재된 동학에 관한 권위 있는 논문이다. 피케티는 글로벌 자본세의 필요성을 논하면서 책을 마친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 책은 자본주의를 스스로부터 지켜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난제를 던졌다.
    _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

    피케티는 산처럼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단순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책이 근거로 삼는 데이터가 어마어마해서, 그가 제안하는 정책 권고에 동의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현대 경제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청하는 그의 제안을 문제삼기가 어렵다.
    _ 『이코노미스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역작인 『21세기 자본』은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피케티는 소득이 소수의 경제 엘리트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세습자본주의’로 다시 향하고 있고, 그곳에서는 부유층 안에서도 상속자들이 경제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태생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드러낸다.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케티는 완벽한 순간에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리고 한 세대 이전의 폴 케네디처럼 정책 분야와 지성계의 록스타로 떠올랐다. 피케티의 실증연구는 정치담론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로런스 서머스(전 하버드대 총장, 전 미국 재무장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이론과 수학적 모형이 대세가 되어버린 최근의 경제학계를 넘어서는 경제사의 쾌거이며 지적인 역작이다.
    스티븐 펄스타인(『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피케티는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이론을 거부했고, 15년간의 공동작업과 실증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얻어냈다. 그의 연구는 (그가 자본이라고 일컫는) 부와 소득이 지난 3세기에 걸쳐 고소득국가들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관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바꾸어놓았다.
    마틴 울프(『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피케티는 그의 야심작을 통해 진보진영의 관심과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지 않으며, 그러한 점이 그의 책이 놀랄 만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한 듯하다. 그의 논점은 이념이 아닌 증거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래서 강력하다. 피케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3세기에 걸친 자료를 조사하였고, 자본을 소유한 이들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한 세대 동안 확대된 역사적인 반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생산적인 상업활동을 영위한다는 이미지로부터 실제로 어떻게 벗어나는지에 대해, 피케티는 강력하고 현실적인 이해를 안겨준다. 최소한, 이 책은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낮은 세율과 작은 정부라는 허구적 관념을 효과적으로 벗겨낸다.
    올리버 캄(『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21세기 자본』은 선진국에서 진행된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거의 완벽한 설명일 뿐 아니라, 자본주의에 내재된 동학에 관한 권위 있는 논문이다. 피케티는 글로벌 자본세의 필요성을 논하면서 책을 마친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 책은 자본주의를 스스로부터 지켜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난제를 던졌다.
    대니 로드릭(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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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한국갤럽, 세월호 정국 여론조사

    새누리 44%·새정련 21%

    "野 강경투쟁 말아야" 59%

    "세월호법 국회서 처리" 52%

    "기존 재협상안 통과를" 40%

    "유족뜻따라 다시 협상" 47%


    [ 이정호 기자 ] 국민 10명 중 6명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 여야가 유가족 뜻에 따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하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상 지난 3월 창당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국회 스스로 풀어야”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새정치연합의 강경투쟁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야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란 대답은 25%에 불과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재협상과 관련, ‘유가족의 뜻에 따라 다시 협상해야 한다’가 47%, ‘여야 기존 재협상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가 40%로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선 ‘줘야 한다’(41%)와 ‘주지 말아야 한다’(43%)는 의견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야당이 주장하는 ‘3자(여야·유가족) 협의체’ 구성에 대해선 찬성(47%) 의견이 반대(41%)보다 많았다.

    여야 협상 파행을 둘러싼 책임과 관련해선 ‘여당과 야당 둘 다에 책임이 있다’가 31%로 집계됐고 이어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가 27%, ‘야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25% 순이었다.

    야권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얽혀 있는 세월호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조사에선 응답자의 52%가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가 처리할 문제’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은 44%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중단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의 단식에는 ‘좋지 않게 본다’가 64%, ‘좋게 본다’가 24%였다.

    ○새정치연합, 호남 다시 하락세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넷째주 정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21%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창당 이후 이달 초에 이어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도는 전주와 동일한 44%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같은 기간 서울지역의 새정치연합 지지도가 24%에서 21%로, 인천·경기는 22%에서 19%로 내려갔다.

    반면 새누리당은 서울지역 지지도가 43%로 변함없었고, 인천·경기는 42%로 2%포인트 올랐다. 갤럽 측은 “새정치연합 강경투쟁에 대한 지지층의 호응이 높지 않다”며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도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5%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와 같은 44%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중앙일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3월 창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8월 26~28일)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1%였다. 28일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16.6%.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을 시작한 26일 22.6%를 기록한 이후 27일 18.8%, 28일 16.6%로 연일 하락 중이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새정치연합은 23.2%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였던 지난 6월(30.7%)보다 7.5%포인트 낮았다. 장외투쟁에 나선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 여론조사기관의 추세가 비슷하다.

    새누리당은 세 기관의 조사에서 40% 중·후반(44~47.7%)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옛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합당 선언 직후 새정치연합은 42.4%(리얼미터, 지난 3월 5일)까지 지지율이 상승한 적이 있다.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이다. 강경론자들에 의해 거리로 나선 새정치연합이 지불한 비용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두 차례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여당과의 합의를 깨놓고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외투쟁이 정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9.9%까지 추락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8월 1일부터 54일간 이어진 장외투쟁의 후폭풍이 반영된 결과였다. 민주당은 장외투쟁 이전엔 2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장외투쟁만 하면 지지율이 떨어지곤 하는 야당이지만 투쟁 장막을 완전히 걷진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당원대회를 열고, 9월 중엔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25일부터 계속해오던 심야 의원총회와 철야농성은 29일 중단했다. 9월 1일 정기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추석을 앞두고 언론이 추석 민심과 민생을 엮어 보도하는 걸 고려해 다음 주부터는 상임위 차원에서의 민생 현장 방문 등을 시작할 것”이라 고 말했다.

    야당이 개원식에 참석한다고 해도 정기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과 유족이 진행 중인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경태·김영환·황주홍 의원 등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15인 성명파’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졌다. 이들은 다음 주 중 ‘새로운 야당의 위상 정립 및 이미지 개선을 위한 난상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강경파 의원들도 부를 계획이다. 장외투쟁 국면 속에 중도파도 세력화에 시동을 건 양상이다. 
     

    한국경제

    안민석 "빨대 의원들이 총질" vs 이찬열 "그런 X들이 어디 있냐"

    장외투쟁 놓고 갈등 격화

    중도파 의원 "의총 공포증…"


    [ 고재연 기자 ] 장외투쟁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막말 설전(舌戰)’이 난무하고 있다. 여당을 향한 것이 아니라 같은 당 동료 의원끼리 ‘자중지란’하는 모습이 구심점이 없는 당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학 비리 비호하는 여당 대표에겐 침묵하고 세월호 투쟁하는 야당 대표에겐 총질 해대는 야당 의원들을 전문용어로 (새누리당의) ‘빨대’라고 하고 영어로 ‘스트로(straw)’라고 한다”며 “빨대 의원님들, 잘 빨아주네요. 빨대 의원들은 총질을 중단하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장외투쟁 반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찬열 의원은 기자들에게 “그런 놈들이 어디 있느냐, XX들이…”라며 “자기가 하면 다 맞고 남이 하면 빨대냐, 자기는 뭐 ‘빨통’인가”라고 받아쳤다.

    김현 의원은 이날 밤 새정치연합 정책의원총회가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가며 “지X한다. 지금 (당이 정책의총하고) 그럴 때인가”라며 “오늘 장외투쟁 반대한 이들이 한 얘기로 논의한다고 하는데, 내가 다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 아니라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투쟁하듯 독설을 퍼붓는 장이 되곤 한다. 다른 의견이 나오면 상대를 향해 야유를 쏟아내기도 한다. 중도 성향의 한 수도권 4선 의원은 “‘의원총회 포비아(phobia·공포증)’에 걸리겠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인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시절에는 지도부와 강경파가 사사건건 대립했다. 지도부 측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강경세력)’으로 규정했다. 지난 4월 익명을 요구한 중진의원과 재선의원은 사석에서 각각 당 대표에 대해 ‘새대가리’ ‘쪼다’ 같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장외투쟁 중단 후 원내로 ‘회군’하느냐를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29일 원내 복귀와 상관없이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원내대표 겸임)은 이날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단을 나눠주며 홍보전을 벌였다. 30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 예정이다. 야당의 장외집회는 지난 2월 ‘간첩조작사건’ 규탄대회 이후 반 년 만이다. 당 비상행동회의에서는 원하는 의원에 한해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단식투쟁’에 참여하기로 했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20여일간 도보 행진도 하기로 했다.

    장외투쟁 유지 기조에 대해 당내 강경·중도파 간의 갈등은 이어졌다. 김영환 의원은 “국회를 버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국회를 지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강경한 투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최고 우선적 민생법안인 특별법은 미루면서 나가서 싸우지 말고 국회로 돌아오라고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