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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영정보(9/4~9/11)

구봉88 2014. 9. 14. 22:22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서울경제신문 7회 기획 시리즈(2014. 8. 4~2014. 9. 4)

1.막오른 플랫폼 패권전쟁 

2.입도선매 시작된 모바일 인재 쟁탈전

3.신생기업 춘추전국시대

4.인터넷에 빠진 13억 중국인

5.패권 회복 나선 유럽

6.한국 'ICT+제조업'의 초라한 현실

7.융합규제 완화, 속도·질이 문제다

  서울경제



5년 된 우버 시장가치, GM ⅓ 넘어… 혁신 IT에 기존산업 밀려나

애플 아이폰 출시 계기 산업재편 가속도 붙어

6년 된 에어비앤비는 530개 호텔체인 가진 하이야트보다 비싸

"1등 플랫폼만 생존" 주도권 경쟁 가열될듯

최근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여느 때와 달리 맑고 화창했다. 일요일 오후 우버와 에어비앤비 본사가 있는 시내는 조용했고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도 직원보다 관광객이 더 많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간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상을 혁신의 폭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디지털 자이언트들이 어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지, 우버와 에어비앤비 외에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호세 본사에서 만난 릭 버그먼 시냅틱스 회장은 "10년 전 구글은 작은 회사였고 페이스북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가 빠르다"며 "마찬가지로 10년 후 산업지도가 어떻게 바뀌고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스타트업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 10년 후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성공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산업지도는 IT로 인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속에 기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우버·에어비앤비·킥스타터·유다시티 등은 여전히 낯선 이름들이다. 그러나 6년 된 우버의 시장가치는 100년 기업 GM의 3분의1을 넘어섰고 7년 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 500여개의 호텔을 가진 하이야트보다 비싸다.

◇축적된 IT 인프라, 산업지도 재편에 가속도 붙였다=1969년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이 등장한 후 45년이 지났다. 서서히 빨라지던 혁신이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박성파 엔지니어는 "올해 휴대폰 70억대, 인터넷 이용자 30억명, SNS 사용자 2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IT가 기존 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발화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며 "우버처럼 오프라인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서비스들이 우후죽숙처럼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산업이 무너지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킬러 앱' 저자인 래리 다운즈는 '빅뱅파괴'라는 책에서 "IT의 발전으로 제품개발 비용이 크게 줄어 누구나 싸고 좋은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 산업을 불과 몇 달, 심지어 며칠 만에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령 100년 동안 지도를 만들던 미국의 랜드 맥날리사는 1996년 맵퀘스트·야후 등이 인터넷 무료지도를 내놓자 7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1991년 등장한 상업용 GPS내비게이션은 구글이 맵스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15%, 1년 반 동안 85%나 하락했다. 신규 제품이 공짜에 실시간 업데이트, 다른 앱과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1등만 살아남는 플랫폼 패권전쟁, 예외는 없다=삐삐·워크맨·시계·카메라 등 제품은 물론이고 비디오가게·음반가게·서점·은행 등 상점까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IT발 빅뱅은 기술에 민감한 전자제품과 첨단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산업도 IT 빅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앤드루 맥아피 MIT교수는 "디지털 변혁에 영향을 안 받는 산업이나 회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구글이 검색과 정보로 기존 산업을 뒤흔들고 있지만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로 보험이 꼽힌다. 구글이 맵으로 교통량 정보를, 나중에는 자동차 운영체제(OS)로 운행정보까지 수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여기에 집에 대한 정보는 네스트, 신체정보는 웨어러블 기기로 모을 수 있어 보험상품을 만드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본다.

세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될수록 플랫폼 강자의 힘은 더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2005년 NHN USA를 세운 윤정섭 XOO 대표는 "소프트웨어가 혁신을 주도하면서 변화의 속도도 빨라져 1등이 독식하지만 시장 또한 빠르게 변하면서 1등을 오래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강력한 플랫폼이 모든 분야에서 좋고 싼 제품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트렌드에 민감한 벤처캐피털들도 플랫폼을 주목한다. 실리콘밸리에서 1988년부터 25년 넘게 벤처투자를 한 KTB벤처스의 이호찬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이미 2006년·2007년에 하드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끝냈다"며 "지금은 플랫폼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상장 전에 이미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온 클럽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에 모델S의 밑바닥 차체가 전시돼 있다. /사진=우승호기자

스마트폰으로 車위치 확인 … 전자 기능 최대화

100년역사 기존 자동차산업 뿌리째 흔들릴 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적 사고를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고 말한다. 달을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을 10% 더 좋게 만드는 대신 10배를 혁신해 직접 달에 가보자는 것이다.

문샷 싱킹의 대표주자로는 구글과 테슬라가 꼽힌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는 7,000개의 휴대폰 배터리와 스마트폰같이 조작할 수 있는 전기차로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자동차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차는 '엔진 등 하드웨어가 중요하다'는 상식에 대해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전자제품'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뒷부분 왼쪽에 핵심부품인 엔진이 장착된다. /사진=우승호기자

지난달 23일 미국 산호세에 있는 테슬라 매장을 찾았다. 매니저와 함께 중형 세단인 '모델S'에 올라 약 50분 동안 차를 몰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자 문득 테슬라는 기자에게 '너에게 있어 차란 뭐냐'라고 묻는 듯했다. 만약 '붕붕거리며 요리조리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차를 좋아한다'면 테슬라는 재미없고 흥미가 떨어진다. 반면 '운전보다는 차 안의 편안함을 원한다'면 최고의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범퍼카에 스마트폰을 얹어놓으면 범퍼카에 실망하는 사람과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듯이 말이다.

모델S는 차의 기능은 최소화하고 전자제품 기능을 최대화했다. 스케이트보드처럼 바닥 차체만 있으면 움직인다. 앞부분에 각종 전자장치와 제어장치, 중간 부분에 배터리, 끝 부분에 엔진과 구동장치가 장착됐다. 엔진과 각종 장치가 없어 뒤는 물론 앞 트렁크까지 정말 넓다.

모델S는 엔진 대신 모터를 장착한 전기차의 특성이 뚜렷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아무런 소리나 진동이 없다. 운전하는 느낌은 떨어졌지만 승차감은 탁월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듯 갑자기 속도가 줄었다. 속도를 유지하려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매니저는 "모터로 가는 전기를 차단해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였다"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때는 에너지 효율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조작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절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운전석 옆에 부착된 17인치 크기의 큼직한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좌석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차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

엔진이 없다는 것은 관리가 엄청 간편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진오일을 갈거나 부동액을 넣거나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1년에 한 번 간단한 점검만 받으면 끝난다. 특히 아주 춥거나 더운 곳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래서인지 노르웨이가 최대 구매국가이고 1억원을 넘나드는 가격에도 중국에서는 한 번에 100대씩 주문한다고 한다. 맞춤형 주문이 가능하고 생산까지는 세 달이 걸린다.

운전석 계기판에는 내비게이션 등 각종 정보가 제공된다. /사진=우승호기자

모델S는 차보다는 전자제품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차는 2014년식 등 연식, 하드웨어로 구분한다. 하지만 모델S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버전이 붙는다. 기자가 탄 차는 버전 5.11이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된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차가 알아서 업데이트된다.

테슬라 본사는 모든 차량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한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거나 이상이 발견되면 구매자에게 점검을 요청한다. 차 주인은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밖에서 미리 히터나 에어컨, 음악 등을 켜고 끌 수가 있다.

또 열쇠를 갖고 다가가면 차문 손잡이가 저절로 튀어나오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움직인다. 내려서 문을 닫으면 센서가 사람을 확인한 후 문을 잠근다. 시동을 걸거나 켜거나, 문을 열거나 잠글 필요가 없다. 후진을 위해 손잡이를 'R'로 조정하면 백미러가 알아서 밑으로 움직여 옆 아래쪽을 비춰주고 전면에 부착된 17인치 모니터는 후면을 넓게 비춰준다. 사각지대를 거의 없앤 셈이다.

결국 모델S는 차에 대한 문샷 싱킹을 구현했다. 전기차를 10% 개선하는 대신 10배 좋게 만들었다. 또 차에 대한 상식을 깼다. 차 정비와 운전을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는 최악일 수 있지만 운전이나 차량 관리에 관심이 없다면 최고의 차를 만든 셈이다.

새너제이=우승호기자  

 

[사설] 위기의 한국 IT산업, 돌파구는 있는가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활력소와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정보기술(IT)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 IT 기업들의 거센 추격과 국내 시장 잠식이 심상치 않은데다 정부의 고답적인 산업규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면초가 양상이다.

기기+플랫폼+소프트웨어의 생태계

IT 코리아의 대표 주자 삼성전자는 가장 상징적 예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2·4분기 실적을 보면 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매출감소 속에 주력사업인 IT&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은 4조4,200억원에 그쳤다. 전분기보다 31%나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년 사이 7%포인트나 떨어지며 25%대로 주저앉았다.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무서운 성장과 미국 애플의 노골적인 견제가 심해지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험난하다. 팬택은 아예 경쟁에서 뒤처진 끝에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인터넷 분야는 더 열악하다. 포털 네이버와 모바일메신저 카카오가 국내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구글·페이스북·트위터에 비하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B.A.T'로 불리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강자들까지 협공에 나서 우리 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텐센트 등은 카카오·CJ넷마블에 지분투자까지 하며 한국 시장을 뒤흔들 태세다.

한국 IT 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핵심적 원인은 디바이스·소프트웨어·플랫폼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는 IT 생태계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3대 정도가 갤럭시 시리즈인데도 삼성전자는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후발주자다. 타이젠이라는 독자 OS를 개발했으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하드웨어에 집중하다 보니 소프트웨어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뒤지면 지속 성장을 보장할 수 없는 게 글로벌 IT 업계의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인력을 향후 5년간 7만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소프트 주도 기업(Soft Driven Company)'으로의 변신이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다크호스로 부상 중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0년 회사 설립 이후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끌어올려 '대륙의 애플'로 성장해 애플·삼성전자를 맹추격 중이다. 샤오미의 독자 OS인 'MIUI'는 불과 4년 만에 이용자가 6,500만명에 달한다.

네트워크와 기기를 연결해 콘텐츠를 소비자에 공급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도 IT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다. 영화·음악은 물론 광고까지 동영상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구글의 유튜브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소프트웨어에다 플랫폼까지 장악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안방에 안주한 탓에 플랫폼 전쟁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신세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말처럼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다.

독일, IT결합한 '인더스트리4.0' 추진

소프트웨어·플랫폼과 함께 집중해야 할 분야가 사물인터넷(IoT)이다. 모든 사물에 인공지능이 접목돼 인터넷에 연결되는 초(超)연결사회를 따라잡지 못하는 IT 업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이 2020년께 260억개로 늘어나고 여기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5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IoT 시장 선점을 위해 구글·아마존 등이 뛰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우리 업체들도 늦지 않았다. 준비를 잘하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한국 IT 산업의 재도약은 제조업에도 절실하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산업 전 분야에 IT가 접목되는 융복합 시대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2010년부터 IT와 제조업을 결합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해 흔들리던 제조업을 살려냈다. IT를 활용해 제조업에 자동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생산과정을 최적화한 것이다. 독일에서 보듯 IT 산업의 경쟁력이 곧 제조업의 경쟁력이다. 정부가 IT 산업 규제완화와 국내 업체의 역차별 해소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서울경제
■ 특별 인터뷰-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사물인터넷 진화로 삶 획기적 변화

바이오기술과 접목해 질병 진단·치료

건강문제 접근법 근본적으로 달라져

보안·사생활 침해 '부작용'도 대비를

사이버 세상은 국적·국경·인종 등 물리적 장벽이 없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급팽창하고 있는 사이버 세상은 산업 지도까지 바꿔놓으며 '정보기술(IT)발 신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창간 54주년을 맞아 세계 인터넷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인터넷전도사와 밥 멧칼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이노베이션학과 교수에게 e메일 인터뷰를 통해 IT 발전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앞서나가는 이유는 좋은 사업환경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쉬운 자본조달, 기술과 함께 마케팅·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좋은 노동력을 키워내는 대학 교육 등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빈트 서프(사진) 구글 부사장 겸 수석인터넷전도사는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앞서나가는 이유를 제시하며 "그렇지만 인터넷을 통해 혁신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고 그 어떤 국가도 인터넷의 성장이 가져오는 기회를 얻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성공 공식'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는 미국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애플리케이션에 열린 공간"이라며 "한국도 인터넷의 성장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일부 산업에는 타격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업종이 등장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인터넷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서프 부사장은 "세계 각국이 인터넷 사용률과 인터넷 속도를 높이고 무선 인터넷 가용률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창업자를 위한 기회와 지원을 대폭 확대해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앱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노력이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원격제어나 모니터링 서비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며 "결국에는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등이 글로벌 정보망으로 연결돼 우리를 스마트시티로 안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바이오기술과 결합해 질병을 감지하고 치료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건강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력 복구를 위한 달팽이관 이식, 시력 복구를 위한 각막 이식, 당뇨 치료를 위한 인공 인슐린 펌프 등은 시작일 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서프 부사장은 지난 2월에도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그는 사물인터넷의 발전을 주목했다. 이번에도 스마트폰에 이어 사물인터넷의 진화가 우리 삶에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다만 사물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찾는 것도 쉬워지고 물건을 잃어버리지도 않게 되지만 동시에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프 부사장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기존의 가전제품들끼리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러면 생활은 편리해지지만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 통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보안과 사생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인터넷 정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겠지만 사용은 더 편리해지는 쪽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프 부사장은 "인터넷 정보검색은 단순히 일치하는 단어 혹은 텍스트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며 "앞으로 인터넷 검색은 사용자들이 찾고 있는 것을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 간에 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 단계는 검색해서 자동으로 알려주고, 수시로 여러 정보를 검색한 후 조합해서 사용자가 필요한 답을 알려주는 기능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령 도로가 막히면 일찍 출발하거나 다른 길을 이용하도록 조언해주고 날씨 예보가 바뀌면 우산을 챙길 것을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He is…

1943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밥 칸과 함께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린다. 1965년 스탠퍼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1972년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칸은 빈트 서프에게 아르파넷 프로젝트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인터넷의 핵심인 네트워크 단말기 사이의 통신 프로토콜(TCP/IP)을 개발하는 작업으로 전화망 스타일의 데이터 서킷이 아닌 패킷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이론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1976년 DARPA, 1982년 MCI, 2005년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우승호·박호현기자 derrida@sed.co.kr

 

서울경제

■ 특별 인터뷰-밥 멧칼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교수

인터넷은 무궁무진한 기회의 공간

전통기업들 디지털화 도입 시급

정부 간섭 없어야 관련기업 발전

사이버 세상은 국적·국경·인종 등 물리적 장벽이 없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급팽창하고 있는 사이버 세상은 산업 지도까지 바꿔놓으며 '정보기술(IT)발 신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창간 54주년을 맞아 세계 인터넷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인터넷전도사와 밥 멧칼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이노베이션학과 교수에게 e메일 인터뷰를 통해 IT 발전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넷 세상에서 영원한 1등은 없습니다. 오늘의 인터넷 리더는 아마도 내일의 리더는 아닐 것입니다. 승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T&T·IBM이 그랬고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차례입니다."

밥 멧칼프(사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이노베이션학과 교수는 아주 열정적으로, 그리고 격정적으로 인터넷의 힘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의 역사를 '파괴의 연속(series of disruptions)'이라고 규정했다. 멧칼프 교수는 "e메일이 우편배달을, 스마트폰이 유선전화를, 유튜브는 TV를, 구글 뉴스는 종이신문을 파괴했고 광고와 책은 각각 구글과 아마존 때문에 붕괴됐다"며 "앞으로 교육과 에너지·건강관리 등 세 부문이 인터넷으로 가장 크게 붕괴될 분야"라고 확신했다.

미국 인터넷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나라보다 출발이 앞섰고 정부의 간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상당히 앞선 지난 1969년부터 인터넷 혁신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다른 나라도 많이 발전했지만 인터넷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기업들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디지털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멧칼프 교수는 "전통기업들도 인터넷화·디지털화를 서둘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많은 큰 기업들이 소비자를 위해 인터넷·디지털로 자신을 변신시키는 대신 경쟁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집중하거나 정부를 설득해 경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 힘을 쏟으면 결국 시장에서 실패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는 무궁무진한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변화가 누구에게는 위기지만 반대로 누구에게는 큰 기회가 된다. 그는 "기가인터넷 시대가 되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많은 서비스들이 가능하게 된다"며 "이서넷은 400Gbps에서 1테라bps로 발전하고 있어 어떤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세상이 공유의 가치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은 무궁무진하다고 확신했다. /우승호·박호현기자

He is…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69년 MIT에서 전자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1973년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용 PC를 연결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통신방식을 연구해 이서넷 기술을 개발, 로컬네트워크(LAN)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만든 멧칼프 법칙은 '네트워크의 효용성은 네트워크 사용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으로 이는 인터넷 경제의 3원칙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인터넷 기업 3인방 하반기 행보는

네이버는 카카오처럼 모바일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은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이 시점의 문제일 뿐, 진출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이미 내려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카카오의 발걸음은 한층 더 바빠졌다. 오는 9월부터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디딤돌로 오프라인쪽으로 사업 영역을 더 넓혀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경쟁자들이 새로운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은 점유율 추락 등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고민이 깊다.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 국내 인터넷 기업 3인방들은 올 하반기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전략마련과 실행에 나섰다.

네이버, 모바일결제시장 진출

김상헌 대표 라인·밴드 연동… 금융서비스 신사업 검토 밝혀


◇모바일 결제 검토, 신사업 속도 재는 네이버= 카카오톡을 비롯한 경쟁 업체들이 금융과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 확장에 본격 돌입하면서 네이버도 조만간 신사업 플랫폼을 선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최근 라인과 밴드에 금융 서비스를 연동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당장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업 전략의 하나로 구상 및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 대해 사업적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결제 외에 라인을 활용한 사업 확대도 예상된다. 기존 사업과 연계해 플랫폼을 키우는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게임과 스티커 등 기존 콘텐츠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미 일부 글로벌시장에서 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인몰을 운영 중이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라인 쇼핑 등을 활용한 e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으로 서비스를 보완해 동남아 이외의 지역으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할 듯 하다.

12개 국가에서 사용 중인 라인콜 역시 적용 국가를 늘려갈 방침이다. 라인콜은 최근 이용자 증가세를 바탕으로 가상화폐의 충전 금액 한도를 높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은 시간문제"라며 "그 밖에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라인을 바탕으로 한 신규 서비스 출시에도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오프라인으로 확장

카페ㆍ쇼핑 등 수익모델 창출 나서… 카카오택시로 플랫폼사업 추진도


◇오프라인으로 영역 넓히는 카카오= '뱅크월렛 카카오'의 출시를 앞둔 카카오는 이외에도 카카오톡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창기 카카오 게임과 카카오 페이지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던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캐릭터 상품 판매를 시작으로 식품, 카페, 쇼핑 등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국내 메신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익모델 창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측은 "커뮤니케이션, 정보,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 택시는 커뮤니케이션, 정보,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검토 중인 사업 중 하나"라며 "현재 여러 서비스를 검토 중에 있고, 다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을 계기로 오프라인 사업 진출 범위를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 SNS인 위챗은 현재 간편 결제를 기반으로 쇼핑몰, 소셜커머스, 영화 예매, 항공권 예약, 택시 결제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카카오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의 신규 서비스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합병 시너지 살려라

카카오 연계 모바일 트래픽 활용… 날개 없는 추락 반등 기회 모색


◇추락하는 다음, 합병 효과가 대안= 다음은 올 하반기 카카오와의 합병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실적발표를 통해 "카카오에 연계된 모바일 트래픽을 활용해 다음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며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면에는 다음의 날개 없는 추락에 대한 깊은 우려감이 자리 잡고 있다. 다음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특수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다음은 현재 실적뿐 아니라 시장 지배력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진퇴양난의 상태다. 카카오와의 합병에서 퇴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9개 합병추진체 구성…검색·커뮤니티·뉴스·커머스·콘텐츠 등 新사업 구상]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가 실적 '효자' 사업인 게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광고·상거래로 보폭을 넓힌다.

다음과 카카오 양사의 수뇌부들이 검색, 커뮤니티를 비롯해 로컬, 뉴스, 커머스(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사업을 구상하고 있어 10월 최종 합병 이후 생활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카카오의 변화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의 게임 매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85%에서 올해 상반기 68%대로 줄었다. 반면 광고와 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에서 올 상반기 32%까지 늘었다.

카카오가 메시지와 인맥을 기반으로 한 게임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점차 생활 플랫폼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셈.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을 계기로 이 같은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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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합병 후 발전 방향

당초 카카오는 올해 모바일 결제 및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와 신용카드 간편결제 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를 강화해 커머스 영역을 확대하려 했다. 카카오 선물하기와 각종 온라인·모바일 쇼핑몰로 가맹점을 확보한 뒤, 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영역을 늘려 갈 계획이었다. 결제서비스 확대를 위한 카카오의 내부 제안은 현재 수십 개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지난 5월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을 발표하며, 이전부터 준비해온 금융서비스 외에 나머지 서비스는 다음과 구성한 9개 합병 추진체에서 사업 방향을 논의 중이다.

합병 추진체에는 양사의 주력사업인 검색, 게임, 커뮤니티를 비롯해 로컬, 뉴스, 전자결제 등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이 포함돼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와 카카오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게임, 음악서비스, 쇼핑 등을 추가한 상태. 여기에 다음과의 합병으로 모바일에서 자사에 없었던 검색을 보강하고, 다음의 뉴스 큐레이션 능력을 활용하면 모바일에서 종합 포털화를 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9월부터 시작할 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합병 이후 다음과 함께 모바일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카카오의 목표다.

현재 카카오와 다음의 주요 수뇌부들은 수시로 판교 카카오 사옥과 한남동 다음 오피스를 오가며 합병 절차 이행과 이후 사업협력에 대해 긴밀히 논의 중이다.

이달 말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거친 후, 10월1일 합병법인을 설립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생활 서비스들이 9개 추진체에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현재 다음과 합병을 준비하는데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며 "합병 후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기자 hollim324@mt.co.kr
디지털타임스


`시장 뺏기고 주도권 내줄라`

PG-카드업계 '두려운 시선'


카카오가 3분기 중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가칭)'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둘러싼 전자결제지급대행업체(PG)사와 카드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향후 카카오페이가 시장 장악력을 획득하게 되면, LG CNS를 중심으로 PG업계의 지형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도 장기적으론 카카오페이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돼 결제 산업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통한 전자결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PG사와 카드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로 보면 9개 카드사가 참여 의지를 밝히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향후 카카오페이가 결제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사업자인 카카오가 플랫폼을 제공하고 LG CNS가 공인인증서 대체 본인인증 수단인 '엠페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여기에 예정대로 비씨·신한 등 9개 카드사가 참여할 경우, 카카오-LG CNS-카드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모바일 카드결제 서비스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카카오의 플랫폼 경쟁력과 LG CNS가 가지고 있는 LG 계열사 수를 따져봤을 때, 가맹점 확산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향후 카카오페이가 현재 카드사가 대형 PG사들과 함께 제공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점유율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LG CNS가 카카오를 등에 업고 PG사로 우뚝 서게 되면서 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KCP) 등 기존 대형 PG사에게 어떤 식으로든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 결제를 서비스하고 있는 PG사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간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인증절차 때문에 휴대폰 결제를 선호했던 이용자들이, 다시 카드결제 영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PG사 관계자는 "당장은 휴대폰 결제를 꾸준히 이용해왔던 사용자층이 있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향후 신규 유입자들을 카드결제 영역으로 빼앗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 역시 속내가 복잡하다. 카카오페이가 모바일 카드결제 시장을 장악할 경우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돼 주도권이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등 금전적인 문제에서 향후 협상력이 떨어지거나, 카드결제 시장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될 가능성도 있다. 자칫 보안 문제라도 불거질 경우 불분명한 책임 소재에 휩싸일 공산도 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공인인증서 없는 결제시스템 육성정책이 매우 강력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면서 "여러 카드사가 참여하는 마당에 혼자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ca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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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안드로이드 동맹 MS·구글, 특허소송·자체 OS개발 트집

삼성전자를 향한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업계의 전방위 압박이 갈수록 거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구동의 핵심인 모바일 OS 특허 사용과 관련된 로열티 지불을 포함한 법정 소송은 물론이고 신제품 출시 계획까지 개입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하드웨어 업계에서 높아진 삼성전자의 위상을 견제하면서, 모바일 OS 시장 지배력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삼성전자에 대한 압박 공세는 삼성전자가 속한 ‘안드로이드 진동맹’ 진영 내에서 더 강하다.

MS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안드로이드 OS 관련 특허 사용권 계약 위반 혐의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MS는 2011년 9월 두 회사가 안드로이드 OS 특허 사용 다년 협약을 맺었는데, 지난해 9월 MS가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를 인수한 사실을 이유로 삼성전자 측이 이 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적절한 지를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삼성전자가 로열티를 내기로 했던 시기보다 늦게 내면서 생긴 이자도 달라고 요구했다. 데이비드 하워드 MS 부사장은 “삼성 측은 그 동안 서한과 토론을 통해 우리 계약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두고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에선 “MS의 소장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들어 잇따라 모바일 OS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경쟁사들이 삼성전자가 주로 쓰고 있는 OS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심지어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MS가 노키아 인수와 함께 안드로이드 OS 특허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경쟁사 노키아를 흡수한 만큼, 안드로이드 OS 특허와 관련한 협상도 다시 해야 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 생각이지만 MS에선 되려 로열티를 더 높게 책정하면서 강경 자세다.

안드로이드 OS 연합군내에서만큼은 ‘혈맹’으로 여겨 온 구글 역시, 삼성전자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난 달 미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가자체 OS인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삼성전자에게 타이젠 스마트워치 응용 소프트웨어(앱) 개발 중단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안드로이드의 막강한 세력을 무기로, 경쟁사 제품의 싹부터 미리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84.6%에 달해, 사실상 독주체제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 자체 OS인 타이젠 개발 등 멀티 OS 전략에 나서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영향력 탓에 쉽지 않은 국면이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 인수로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MS가 다른 하드웨어 업체로 안드로이드 OS 특허 공세 방향을 돌릴 수 있다”며 “자체 OS 개발로 독자 생존능력을 키우는 게 중장기적 관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전 세계 전자·IT 기업들…모바일에 '웃고 울고'

모바일 사업이 올 2분기 전 세계 주요 전자·IT 기업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늘었거나, 모바일 광고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활짝 웃었다. 반면에 삼성전자처럼 모바일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기업은 전사적인 위기경영에 돌입했다.

◇모바일 사업에 웃고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사업 호조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애플은 매출 374억3000만달러, 순이익 77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제품이 없었음에도 집중 공략한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를 늘리며 선전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는 전년대비 무려 48% 늘었다. 중국과 더불어 주요 신흥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의 전체 아이폰 판매량은 55% 급증했다.

구글 역시 모바일 광고 성장에 힘입어 매출 159억6500만달러, 순이익 34억2000만달러로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올렸다. 구글의 유료광고 클릭 수는 브라질 월드컵 등 특수와 맞물려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다. 모바일 광고 열풍 덕분이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모바일 광고 강화 캠페인과 실제 구매까지 연결되는 새 광고 배열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LG전자도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가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MC 사업부는 2분기 동안 14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8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최신 플래그십 제품 G3를 포함한 LTE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23% 급증했다.

◇모바일 사업에 울고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 기업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 때문에 찌푸린 얼굴을 한 대표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하며 전체 영업이익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회사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4.6% 줄어든 7조1900억원이다. IM 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 4조원대로 떨어진 4조42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전망도 밝지만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하락이 지속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5300억원에서 7조300억원으로 낮췄다.

일본 전자업계 대표기업 소니는 일본 회계연도 1분기(4~6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에서만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7%나 늘어난 698억엔을 기록했지만 모바일 사업은 27억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0만대 줄어든 940만대였다. 스마트폰 내수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는 등 경쟁에서 밀린 탓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노키아 휴대폰 부문 인수 여파로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PC 판매가 살아나고 클라우드용 오피스 등의 호조에 전체 매출이 크게 늘었다. MS는 전년동기 대비 17.5% 늘어난 233억8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순이익은 7% 줄어든 49억7000만달러였다. 지난 4월 25일 MS에 통합된 노키아 휴대폰 부문은 영업손실 6억9200만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실적 개선을 위해 노키아 근로자의 절반인 1만2500명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전자신문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와 MS의 소송이 기존 ‘삼성-애플’ 소송과 같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내다봤다. 삼성-애플 소송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다툼의 성격이 짙었다면 ‘삼성-MS’ 소송은 지금까지 지속돼온 협력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견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HCPA(H.C.Park&Associates) 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이민재 한국본부장은 “이 같은 상황은 MS가 노키아를 인수할 때 이미 예상된 수순”이라며 “노키아가 보유한 막대한 특허풀로 인해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로열티 지급 금액이 삼성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상상외로 큰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 버티기를 하며 가격협상에 들어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점 커지는 노키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선 사실상 자사와 애플로 양분된 스마트폰 시장 구도에 노키아까지 주요 시장 주체로 등장하는 더 골치아픈 상황을 막고자 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MS가 2011년에 맺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이 단순히 특허 사용권만을 염두에 둔 계약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은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원(KEA) 특허지원센터 IP분쟁대응 그룹장은 “과거 중국 정부가 MS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MS는 삼성의 스마트폰 제조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핵심특허는 몇 건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비싼 로열티 지급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윈도폰 개발 우선권 등 여러가지 사업 관계가 배경에 자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황 그룹장은 “삼성이 주장한 MS와의 ‘계약 무효’가 소송의 관건이지만 미국에서 계약 무효 판결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삼성이 로열티를 지급하고 가격협상을 하는 정도로 소송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허분야 전문가들은 삼성과 MS의 싸움이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끈질기고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이 기술적으로 엄청난 혁신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상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로열티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업적 관계가 얽혀있는 상황 속에서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리한 소송전은 한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애플, 비자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사업 추진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애플이 비자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애플은 이를 통해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6에 한층 강화된 전자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은행 퍼시픽 크레스트 소속 애널리스트 조쉬 벡은 최근 비자가 모바일 결제에 따른 보안문제에 주력하고 있다며 애플과 제휴하려는 움직임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벡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패스북’이라는 앱을 통해 전자지갑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며 “애플은 패스북외에 비자를 추가해 새로운 결제 플랫폼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리서치업체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 어소시에이츠 소속 애널리스트 로저 케이는 “애플이 사업 파트너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비자도 애플처럼 충성 고객층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 협력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labri@edaily.co.kr)

 

서울경제


미국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중앙에 헤커(HACKER)라고 써진 건물 1층이 마크 저커버그의 사무실(빨간 원 안쪽)이다. 통유리 양쪽에는 "동물원이 아닙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 왼쪽 전광판은 청소년을 데리고 오는 날(Bring your teen)을 알리고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마크 저커버그(왼쪽)가 17세의 마이클 세이먼을 인턴으로 채용한 후 찍은 기념사진. /사진=우승호기자, 페이스북

"될성부른 인재라면 중·고생도… " 美, IT 미래에 아낌없는 투자

실리콘밸리 인턴들 숙식 제공에 월급 6,000弗 훌쩍

"앱으로 실력 증명… 어릴수록 좋다" 나이는 불문율

필요하면 CEO와 언제든 대화, 비전·기밀까지 공유

디지털 자이언트들이 군집해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그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를 꼽는다면 어딜까. 이 질문에 대해 이곳 엔지니어들은 "인턴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인턴들은 각 회사의 구내식당과 연봉에 대한 정보가 많다. 이곳에서는 '식당'과 '급여'만으로 회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다. 급성장하는 회사는 인재 영입을 위해 좋은 밥과 많은 연봉을 제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2일 실리콘밸리에서 두번째로 맛있다는 페이스북 구내식당을 찾았다. 구글로부터 가장 맛있는 식당의 명성을 가져왔지만 최근 드롭박스에 1등 자리를 내줬다고 한다. 미식가가 아닌 기자 입장에서는 구글에서 못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이곳에서 먹었다는 점이 달랐을 뿐 두 곳 모두 훌륭했다.

그러나 차가운 아이스크림 속에 담긴 뜨거운 인재 쟁탈전은 가히 문화적 충격이었다. 인재전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10대 인턴과 월급', 그리고 이건희 삼성 회장보다 재산이 세 배나 많은 '마크 저커버그의 사무실과 소통 방식'이었다. 구글로부터 시작해 페이스북·드롭박스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과 태도는 정보기술(IT)발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인재를 영입하고 대우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10대 엔지니어, 황금알 낳을 거위로 급부상=미국에서 실리콘밸리 인턴은 뜨거운 감자다. 이유는 '급여 수준'과 '나이' 때문이다. 미국 가정의 월평균 수입은 4,280달러. 이 돈으로 한 가족이 먹고산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인턴은 월평균 6,000달러 이상을 받는다.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데이터 분석회사 팔렌티르는 한 달에 7,012달러, VM웨어는 6,966달러를 준다. 트위터와 링크드인, 페이스북의 월급은 각각 6,791달러, 6,230달러, 6,213달러다. 여기에 숙소와 식사, 각종 생활서비스는 무료다. 비싼 물가를 감안하면 실제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물론 직원의 월급은 인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더 큰 이슈는 점점 내려가는 나이다. 대학 1학년생은 기본이고 16·17세 고등학생에서 12·13세 중학생까지 나이는 불문이다. 어릴수록 좋다. 물론 연봉도 같다. 저커버그는 2달 전 마이클 세이먼이라는 17세 고등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기 위해 직접 만났다. 세이먼은 13세 때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중 '4Snpas'는 두 달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애플스토어에서 1등을 차지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그를 만났다.

10대 엔지니어는 급변하는 미래를 책임질 핵심인재로 꼽힌다. 10대를 이해하는 엔지니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그들이 만든 앱을 통해 나이보다는 실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10대들의 이탈로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한 페이스북 엔지니어는 "모든 서비스의 초점을 모바일에 맞췄다"며 "오큘러스VR 등 젊은층을 붙잡기 위한 인수합병(M&A)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필요한 인재들은 미리 키운다. 황성현 구글 HR비즈니스파트너는 "구글의 성공 비결은 100% 사람"이라며 "구글은 10년, 20년 후 전략을 짜고 필요한 인재를 학교에서 직접 교육시킨다"고 소개했다.

◇인재를 주인으로 만드는 것은 '비전과 비밀 공유'=저커버그의 사무실은 본사 중앙에 있는 건물 1층에 있다. 통유리로 돼 있어 오가는 직원들은 안을 다 볼 수 있다. 책상과 컴퓨터가 전부다. 다른 직원보다 나을 게 없다.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세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원들은 저커버그나 샌드버그가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그들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페이스북 엔지니어는 "직원들은 마치 자기가 저커버그인 것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한다"며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내 회사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말로만 듣던 수평적 소통과 주인의식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황 파트너는 "인재를 영입하고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고의 '복지'와 '성과급'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그들을 주인으로 만들고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재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고 힘들지만 들어온 인재가 나가지 않도록 붙잡고 좋은 성과를 내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더 힘들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식을 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밀을 공유하고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매주 창업자와 직원이 모여 회사의 비전과 비밀을 얘기한다. 황 파트너는 "M&A 등 법적으로 제한된 것 외에는 모든 것을 공개한다"며 "회사의 비전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직원들은 본인이 회사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턴 등 모든 직원에게 권한도 준다. 구글은 근무시간의 20%, 페이스북은 일 년에 한 달을 자신?원하는 일에 쓸 수 있다. 말단 직원도 팀을 만들고 프로젝트 리더가 돼 하고 싶은 일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구글의 스트리트 뷰, 어쓰, G메일, 크롬과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등이다. 물론 성과에 따라 참가자들에게는 수십억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황 파트너는 "구글이 지금까지 성장하고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명한 미션을 제시하고 그들을 진짜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멘로파크=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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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버그먼 시냅틱스 회장

"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 역량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SW가 제품의 차별화와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만큼 한국 기업도 SW 기술역량 강화와 SW 엔지니어 육성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SW에 강한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SW 산업과 오픈 소스 연합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에서 만난 릭 버그먼(사진) 회장은 "세상의 중심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옮겨가고 있다"며 SW 기술과 엔지니어,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W에다 SW를 덧붙여 서비스 기능과 경쟁력을 강화한 한국의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버그먼 회장은 "LG 스마트폰의 노크온 코드기능은 시냅틱스의 HW를 사용하지만 SW 컴포넌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지문인식기능도 페이팔의 결제기능과 연동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매우 SW 지향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HW인 지문인식센서 자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전세계 많은 금융기업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시스템 전체를 구성하는 (SW적인)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외에 다른 분야도 SW가 중요해질 것으로 확신했다. 버그먼 회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스마트 기기와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SW적으로 스마트폰 터치보다 수천 배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물론 프린터, 보안 등 휴먼 인터페이스 SW가 중요해지는 분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W 기업이 SW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IBM의 사례처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봤다. 버그먼 회장은 "HW 개발은 여러 직원을 관리하는 수직적 역량이 중요하지만 SW 개발은 (개발자 한명 한명이 중요한) 수평적 구조를 추구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매우 뛰어난 기술업체로 발전하면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우수한 SW 리더가 나온다면 SW업체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HW와 SW는 큰 틀에서 매우 비슷하고 둘의 혁신 과정은 같다고 본다"며 "HW냐 SW냐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시냅틱스의 나아갈 방향도 얘기했다. 버그먼 회장은 "그동안은 노트북 PC 터치패드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사물인터넷, 그리고 지문인식과 같은 생채인식을 통한 보안인증에 매진하겠다"며 "한국 기업도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에 중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시냅틱스는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IT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고속성장 비결에 대해 버그먼 회장은 "인력의 70%를 엔지니어로 구성하고 총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며 "단순해 보이는 터치기술도 매우 복잡한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이 필요한 분야로 매끄러운 터치감을 위해 100여명의 SW 기술자들이 SW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경험(UX)에 초점을 맞추고 핵심적인 투자를 단행해 UX팀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도 사용자 경험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를 먼저 명확하게 한 후 제품 개발에 나서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시냅틱스는

1986년 페데리코 패긴과 카버 미드가 세운 '뉴로 네트워크'라는 리서치 조직에서 출발했다. 설립 후 5년 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뇌 작동방식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터치패드, 클리어패드, 포스패드 등 다양한 모바일 터치 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중심의 혁신기업으로 우뚝 섰다. 스마트폰 터치 시장 점유율 40%, PC용 70% 등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 분야의 1위 기업이다. 나스닥 상장회사로 시가총액은 3조원 안팎이다.

새너제이=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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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트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일요일 오후여서 직원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한 머신러닝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구글이 사용자 중심의 머신러닝 기술 등을 통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유니콘들을 따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우승호기자

앱·사용자 중심 모바일 혁명… '유니콘'이 미래 삶을 지배한다

시장 흔드는 서비스·든든한 후원 무장

우버택시·왓츠앱·드롭박스·스퀘어 등 60여개 기업… 시장가치 400조원 육박

실리콘밸리 창업 하루 300개사 웃돌아 내일의 유니콘 꿈꾸며 끊임없이 도전


정보기술(IT)발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실리콘밸리. 이곳에서는 기존 산업 질서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수 많은 IT 기업들이 있다. 현재 전세계는 이들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파괴자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로 인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바로 '유니콘'이 그 주인공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은 창업한 지 10년이 안 됐지만 시장가치는 10억달러(한화 1조원)를 넘어선 신생 기업을 말한다. 급성장하는 유니콘들이 기존 산업과 시장을 흔들면서 세상을 뒤집고 있다.

유니콘의 위력은 대단하다. 오렌지 실리콘밸리 조사에 의하면 지난 4월 현재 유니콘은 총 60개, 시장가치는 무려 3,750억달러로 400조원에 육박한다. 트위터 232억달러, 링크드인 205억달러, 왓츠앱 190억달러 등 6곳이 100억달러를 넘고 16개 기업이 30억달러를 웃돈다. 이 숫자에 올 2월 창립 10주년이 된 200조원의 페이스북을 넣으면 600조원이다. 1,000개 기업이 넘는 우리나라의 코스닥 시가총액의 4.5배, 거래소의 절반이나 된다.

실리콘밸리에는 내일의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자들이 많다. 지난달 22일 팰로앨토에 있는 AOL빌딩을 방문했다. 'AVIATE' 등 48개 스타트업이 거쳤고 'XOO' 등 9곳이 유니콘을 꿈꾸고 있는 곳이다. 윤정섭 XOO 창업자는 "상반기에만 실리콘밸리 부근에서 5만개 기업이 새로 만들어졌다"며 "망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회사를 매각해 작거나 크게 돈을 번 곳들도 많아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서비스와 후원자로 무장한 유니콘=유니콘들은 갈수록 많아질 듯하다. 에일리 리 카우보이벤처 창업자는 "10년 전보다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매년 더 많은 유니콘들이 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시장은 땅덩어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IT 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만 매일 300개, 일주일에 2,000개 가까운 회사들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 중 어떤 기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을까. 오렌지 실리콘밸리는 '시장을 흔드는 서비스' 그리고 '든든한 후원자'를 유니콘의 공통분모로 꼽았다.

알티미터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솔라리스는 "유니콘은 기술이 어떻게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소비자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해답을 찾아준다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10조원의 드롭박스는 서버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저장공간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고 스퀘어는 자영업자들이 싸고 쉽게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버는 소비자들을 느린 택시 서비스로부터 해방시켜줬고 왓츠앱은 5억명에게 편리한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든든한 후원자도 중요하다. 한 번 유니콘을 만들어본 투자자가 또 다른 유니콘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로부터 얼마를 받았느냐보다는 어떤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유니콘 메이커는 세콰이어캐피털·엑셀파트너스·메리텍캐피털파트너스·벤치마크 등이다. 이들은 자본력과 네트워크, 마케팅 능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키워드는 모바일 앱과 사용자 중심=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중심, 머신러닝에 강한 기업'이 미래의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웹에서 앱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시장조사 업체 컴스코어는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접속자가 올해 18억명을 넘어 PC 사용자 17억명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모바일도 앱 사용비중이 지난해 80%에서 올해 86%로 높아지는 등 모든 서비스가 앱으로 수렴될 것으로 확신했다.

PC 기반의 페이스북이 사용시간이 줄면서 모바일에 특화된 왓츠앱을 20조원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솔라리스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 전화 시장을 장악하려고 한다"며 "전화번호 없이 모바일 IP로 통화하는 시대가 온다면 왓츠앱의 가치는 인수가격 이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용자 중심'도 유니콘 서비스의 핵심 가치다. 디지털 자이언트로 우뚝 선 구글과 페이스북·아마존은 서비스 영역이 다르다. 그러나 회사의 제1원칙은 '사용자 중심'으로 같다. 구글의 10원칙 중 1원칙은 '사용자 중심, 나머지는 그 원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공유하고 연결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아마존은 '고객만 생각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한다'를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사용자가 기업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다.

이 때문에 IT 기업들은 '머신러닝(기계학습)'에 공을 들인다. 사용자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인들도 모르는 욕구를 찾아내 만족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얻는 머신러닝 개발에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인수합병(M&A)에 수조원을 투자한다. 실제로 1월에 네스트를 현금 3조2,000억원에 인수했고 10여명이 모여 딥러닝을 연구하는 딥마인드테크놀로지를 4,000억원에 사들였다. 본격적인 머신러닝 경쟁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팰로앨토=우승호·윤경환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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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

"실리콘밸리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창업하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못하는 것, 기존 방법과 다른 것,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투자를 받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근적외선센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잘 안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을 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동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멘로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제형(사진) 스트라티오 대표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뚜렷했다. 창업은 할 만한 사람이, 될 말한 아이템으로, 큰 꿈을 갖고 끈질기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도 재미없고 취직도 안 되니까 사업이나 해보자'는 식의 접근법은 문제가 많다"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7년 동안 석·박사 공부를 하면서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대학부터 박사까지 10년 넘게 공부를 하면서 이 분야를 제일 잘 알게 됐다"며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던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부 박사 4명이 회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만 모든 아이템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이곳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거나 기존에 대기업이 만들던 것을 조금 좋게 만든 제품을 내놓겠다고 하면 거들떠도 안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쫓아가고 싶어도 잘 몰라서 쫓아갈 수 없는 분야, 전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술을 살 수밖에 없는 분야로 창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국이 제조는 아시아에 밀리고 정밀기계는 유럽에 밀리면서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인터넷을 꼽은 것"이라며 "미국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우리가 그대로 쫓아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트라티오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센서 칩을 만들고 있다. 가시광선 영역의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와 소니·옴니비전 등 3곳의 자이언트가 과점하고 있다. 12조원 시장에 수익률도 좋지만 스타트업의 영역이 아니다. 반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근적외선 대역의 이미지센서 시장에는 대기업이 없다. 군사용과 의료용 등 절대적 수요도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지만 연구개발(R&D)은 미진한 상태다. 최근 퀵스타터에 이스라엘 회사가 싸이오(SCIO)라는 USB 크기만 한 근적외선 카메라를 선보여 276만달러의 선주문을 받을 정도로 관심도 높다.

실리콘밸리가 하드웨어 창업자에게도 기회의 땅일 수 있다. 이 대표는 "미국의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하드웨어 전공자들이 스타트업 물결에서 엄청 소외돼 있다"며 "하드웨어 창업이 적어 인텔·퀄컴 등 큰 회사의 부사장급도 '좋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하겠다'고 달려든다"고 말했다. 돈은 쓸 만큼 있지만 재미가 없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한다는 것이다.

사업은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4개월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큰 꿈이 보인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멘로파크=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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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포털 텅쉰(텐센트)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 인터넷 모바일 사이트 하우스 QQ가 지난 6월 광저우에서 개최한 부동산박람회에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텅쉰 홈페이지

"모방서 창조로"… TAB, 글로벌 쇼핑·메신저·검색시장 호시탐탐

텅쉰 모바일메신저 웨이신 월 이용자수 4억3800만명

와츠앱 따라잡기 시간문제

'중국판 이베이' 타오바오 세계 2위 기염… 美 진출도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 등 IT와 금융 융합도 가속도


중국 베이징의 지하철, 공항 터미널, 기차역 등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오십을 훌쩍 넘긴 직장인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본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보다 인터넷 사용이 더 보편화된 곳이 중국이다.

인터넷은 13억 중국인들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선진국들을 뒤쫓기에 바빴던 중국인들에게 인터넷은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중국 인터넷 서비스는 중국인들에게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기업인 좌담회에서 인터넷 기업들을 향해 "당신들은 시간을 소비로 창출했다"며 "새로운 경제모델은 중국이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보기술(IT) 혁신의 주인공은 TAB로 지칭되는 텅쉰(Tencent·텐센트),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한 TAB은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다.


◇모방에서 창조로 진화하는 TAB=베이징 량마치아오 맥라렌 매장에 근무하는 자오밍샨(28)씨는 일과를 TAB과 함께 시작한다. QQ 메신저와 웨이신(위챗)으로 그날 만날 고객과의 약속 시간과 장소를 확인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바이두 앱으로 날씨·뉴스를 체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알리페이 월렛으로 주말여행을 위한 등산화를 주문한 후 위어바오(알리바바의 재테크 상품) 수익률을 확인하며 출근준비를 한다. 콜택시 서비스 앱인 콰이디디처로 부른 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다는 웨이신이 뜬다.

TAB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모방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제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텅쉰의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인 웨이신의 월간 이용자 수는 4억3,800만명. 페이스북이 인수한 와츠앱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의 e베이로 불렸던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중국 인터넷쇼핑몰 시장을 불과 10년 만에 세계 2위로 올려놓고 이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1ㆍ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39%나 증가한 120억3,100만위안(약 1조9,6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32% 늘어난 55억4,300만위안(약 9,0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인터넷과 금융의 융합=지난 15일 현재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의 수익률은 4.185%를 기록했다. 2월 초 6.3296%에서 2%포인트 떨어졌지만 중국 은행권의 고수익상품인 이재상품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당연히 돈은 위어바오로 몰릴 수밖에 없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새로운 플랫폼은 금융이다. 포문을 연 알리바바의 알리페이(ailpayㆍ즈푸바오)는 인터넷쇼핑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제3자 결제 플랫폼으로 회원 수만도 3억명에 달한다. 지난해 알리페이의 총 결제액은 3조8,720억위안(약 639조원)으로 하루 평균 106억위안이나 됐다. 중국인 6명 중 1명은 매일 한번씩 알리페이로 쇼핑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위어바오는 알리페이가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알리페이 계좌에 남은 잔액을 알리바바가 대주주인 자산운용사 톈훙펀드를 통해 굴려 수익을 낸다. 위어바오 고객 수는 지난해 6개월 만에 8,000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억명을 돌파했다. 위어바오의 급성장에 놀란 중국 메이저 은행들은 알리페이 이체한도를 기존 5만위안에서 5,000위안으로 낮추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상반기 온라인 보험회사인 중안자이센과 톈훙펀드의 소유권을 확보해 지불·소액대출·담보·보험까지 4대 소매금융 업무를 모두 갖췄다. 또 알리미소금융그룹을 통해서는 예금·대출·송금 등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완비했다. 알리바바는 인터넷쇼핑몰에서 인터넷금융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어바오가 성공을 거두자 여기에 자극받은 텅쉰은 차이푸퉁, 바이두는 바이파를 각각 금융상품으로 출시하며 위어바오 따라잡기에 나섰다. 금융 경쟁력이 미약했던 텅쉰은 지난해 제3자 결제 플랫폼인 텐페이로 인터넷 금융업에 진출하고 텐페이 인터넷 금융 소액대출회사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궈진증권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후 매매·투자·자산관리 등 증권업무의 기반을 만들었다.

◇만리장성 속의 TAB=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을 두고 '온실 속 화초'라고 비아냥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만리방화벽'이라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은 트위터·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서비스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 속에 13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 인터넷 기업에는 글로벌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 구글은 2010년부터 중국 당국의 검열정책에 맞서다 아예 철수했다. 중국인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또한 인터넷뿐 아니라 휴대폰에서도 구글 검색, 구글플레이 등을 이용하기 어렵다.

반면 TAB은 정부의 검열에 순응한다. 이와 관련해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2월 포춘 포럼에서 "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만의 독특한 환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두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티베트 관련 동영상이나 자료 검색이 불가능하다. 텅쉰도 마찬가지다. 4월 시진핑 주석이 조장을 맡은 인터넷영도소조의 주도로 중국 정부가 모바일메신저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이달 초 텅쉰은 자체적으로 웨이신 등의 유언비어 등을 조사해 계정을 폐쇄했다.

이 같은 장벽이 사라졌을 때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중국이 카카오톡·라인 등 한국 기반 인터넷서비스를 차단한 것은 역으로 외국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한 경계수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분석된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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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
B2B·소통·검색으로 시작… 中인터넷시장 키플레이어로

유수 국유기업 CEO 제치고 시진핑 방한때 동행하기도

알리바바의 마윈(50), 텅쉰(텐센트)의 마화텅(43),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 '마마리'로 불리는 이들은 중국 인터넷 시장의 '키플레이어'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동행한 중국 기업인 250명 중 마윈·리옌훙 회장은 유수의 국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제치고 중국 기업의 간판스타로 대접받았다.

이들은 1998~2000년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산업에 뛰어들어 중국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성장배경은 확연히 다르다. 마윈과 마화텅이 순수 국내파인 반면 리 회장은 미국 유학파다. 리 회장은 베이징대와 뉴욕주립대에서 정보기술(IT)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또 마윈 회장과 리 회장이 가난하고 평범한 집안 출신인 데 반해 마화텅 회장은 관얼다이(官二代ㆍ관료 2세)로 태어났다.

성장배경이 다르듯 이들은 각기 다른 플랫폼으로 자신의 인터넷 왕국을 만들었다. 마윈 회장은 중국 전통상인들의 고향인 항저우 출신답게 인터넷과 B2B를 접목했다. 단돈 50만위안(당시 약 7,000만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14년 만에 연간 거래규모 170조원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마윈 회장은 승부사다. 창업 6개월 만에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달러의 투자를 받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6분 만에 설득해 2,00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3년 e베이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알리바바는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수수료를 없애고 무료광고를 허용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결과는 알리바바의 대승이었다.

마화텅 텅쉰 회장
'펭귄제국(QQ)의 황제'로 불리는 마화텅 회장. 4월에 그가 중국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혔을 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 인터넷 세상에서 마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는 정보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간파하고 소통의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스라엘의 채팅 프로그램 ICQ를 모방해 만든 OICQ로 한차례 실패를 겪은 후 탄생한 PC 메시지 QQ는 이용자 수만 해도 20억명에 달한다. 마화텅은 모방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조의 출발이라고 강조한다. 전세계 4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 웨이신(위챗)이 카카오톡의 카피캣으로 불리자 마 회장은 아예 카카오톡 지분을 인수해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톡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마 회장의 다음 목표는 카카오톡 인수다. 마 회장은 모방→변형→창조의 공식으로 13억 중국인의 소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PC·휴대폰 등에 항상 뜨는 강아지 발바닥은 중국인을 인터넷 세상으로 안내한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가난한 공장 노동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리 회장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성공의 아이콘이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다 월스트리트를 거쳐 인터넷 기업 인포시크 등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서른한 살이던 1999년 120만달러로 한 허름한 호텔 방에서 바이두를 창업했다. 리 회장의 경영철학은 '바이두(百度)'라는 이름에 그대로 드러난다. '무리에서 그를 천번이고 백번이고 찾는다(千百度)'는 송나라 시에서 따온 바이두는 정확한 정보를 위해 백번 천번 끈질기게 검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 회장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 신규 사업보다는 검색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힘을 쓴다. 바이두 창업 이후 검색엔진이 아닌 다른 영역에 진출한 적도 없다. 다른 영역은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인수 방식을 택했다. 리 회장은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형세를 판단하고 기회를 살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리엔훙 바이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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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DNet Korea

선조치, 후조사가 기본원칙

(지디넷코리아=손경호 기자) 10여년 전부터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페이팔과 알리페이는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로 성장했다.

국내서 카카오페이, 페이나우 등 새로운 간편결제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회사들의 성공모델을 보안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들은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안전하다는 보장을 해 줄 수 있었을까.

21일 국내 보안업계에 따르면 페이팔, 알리페이는 부정거래나 결제사기가 발생했을 때 선조치, 후조사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해외에서는 신용카드 관련 정보를 훔친 뒤 이 정보를 마그네틱 부분에 담은 가짜 카드를 통한 결제사기가 빈번하다. 사용자 신용정보번호, 유효기간, CVC 등 정보를 유출시킨 뒤 이 정보를 입력한 가짜 카드를 만들어 실제 결제에 악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경찰을 통해 유사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 간편결제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팔, 알리페이는 결제 관련 사고에 선조치, 후조사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에서 사용하는 POS단말기용 시스템에서 유출된 정보 역시 이러한 사기에 악용됐을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훔친 카드로 결제가 이뤄지거나, 한 개 IP에서 여러 개 서로 다른 카드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결제되는 경우, 해킹을 통한 온라인 결제사기 등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선조치, 후조사가 기본원칙

사고가 발생하면 이들 회사는 분쟁조정 관리인력을 통해 구매자, 판매자 간 중재업무를 수행한다. 페이팔의 경우 전 세계에 약 3천명 가량 분재조정 관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우선처리한 뒤에 사후 디지털포렌식 등 기법을 활용해 실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페이팔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각각 가상계좌를 둔 뒤 이곳에서 입출금이 이뤄진다. 대신 1%~5%의 수수료를 챙긴다. 본인명의 신용카드, 직불카드, 은행계좌 등으로 직접 결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페이팔이 제공하는 별도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조금씩 출금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고가 나더라도 자신의 계좌가 직접 탈취될 확률은 상당히 적다. 이 방식은 제3자 지불서비스 혹은 에스크로라고 불린다.

단순히 페이팔ID와 비밀번호만으로 로그인을 한 뒤 결제가 이뤄지지만 뒷단에서 여러가지 보안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페이 역시 에스크로 방식으로 구매자, 판매자 사이 임시계좌를 개설해 송금되는 자금을 일시보관했다가 서로 간 결제 확인을 받았을 경우에만 이체를 실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와 함께 가입시에는 이메일 인증,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휴대폰 인증이 사용되며, 임시계좌에 돈을 예치시킬 때는 휴대폰 인증을 쓴다. 결제를 위해서는 페이팔과 마찬가지로 로그인 과정만 거치면 된다.

■민간 보안 기준 PCI-DSS 필수

두 회사는 2006년부터 비자, 마스터카드, 최근 참여한 유니온페이 등이 만든 신용카드 관련 국제보안 규정인 'PCI-DSS'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를 통해 1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보안성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반영한다.

페이팔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과 마찬가지로 자사 서비스에서 보안취약점에 대한 신고 포상제(버그 바운티 제도)를 운영 중이다. 원격코드실행 취약점의 경우 페이팔은 최대 1만달러 상금을 내걸고 있다.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공통적으로 적용한 핵심 보안 기술 중 하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다. 약 10년 넘게 결제 사업을 해왔던 이들 기업도 처음부터 FDS를 도입했었던 것은 아니다.

페이팔의 경우 서비스 도입 초기인 2001년 해커가 페이팔 계정에 침투해 다수 계정에서 소액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에 10억원꼴의 손해가 지속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FDS를 구축했다.

알리페이도 2005년부터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해 FDS를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 기본적인 암호화 기술과 함께 앱을 기반으로 한 일회용 비밀번호(OTP)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금융보안연구원 성재모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오프라인 결제의 경우 FDS를 구축하고 있으나 온라인 결제에 대해서는 준비가 많이 미흡한 상황이다.

성 본부장은 "우리는 사고가 나면 경찰이 신고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입증이 돼야 보상해 주는 반면 페이팔, 알리페이 등은 사고가 나면 먼저 자체적인 보험시스템을 통해 보상을 해 준 뒤 필요한 분석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글로벌 간편결제 보안기술, 국내 사용자가 수용할까

이러한 방식이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보안업계에 따르면 PCI-DSS의 경우 국내 금융권에서 도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측은 가상계좌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ID와 비밀번호만으로 이뤄지는 페이팔과 같은 결제는 보안우려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가상계좌를 통한 에스크로 방식의 거래는 국내 결제 환경에서 이뤄지는 실시간 거래와는 달리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결제가 지연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소비자, 판매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가도 고려해야할 문제다.

결제, 보안 업무를 대행해주는 페이팔의 경우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도 들린다. 페이팔이 PCI-DSS 규정을 준수하면서, FDS, 에스크로 서비스 등을 구현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일종의 사고에 대한 보안비용을 사용자들이 일부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수료를 감내할 수 있을지도 검토 대상이다.

블로터닷넷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것입니다. 하드웨어가 따라잡힌 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소프트웨어가 따라잡히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지요. 그런데 실제 중국 스마트폰을 보면 소프트웨어 면에서 완성도가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중심에 서비스 플랫폼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 스마트폰의 의외성은 플랫폼에서 드러납니다. 중국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텐센트와 타오바오 같은 중국의 굵직한 서비스가 들어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에서 구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도 대부분의 구글 기본 서비스가 막혀 있고 그 자리를 모두 중국 자체적인 서비스로 채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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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지금 당장 좋다 나쁘다를 말하자는 건 아닙니다. 국가가 나서서 서비스를 차단하고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도 당연히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그렇게 조금씩 손대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개방한 시장입니다.

특히 구글은 거의 중국에서는 없다시피한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막혀 있고,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라인도 막혔지요. 이 정도로 폐쇄적이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종종 눈에 띄는 중국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서비스들을 쓰는 게 눈에 띄는데, 대부분 자체 서비스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근에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원플러스나 화웨이 등도 해외에서는 구글의 인증을 받기도 하고 구글플레이스토어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파는 제품에는 다른 서비스들이 들어갑니다.

그게 아예 운영체제 형태로 묶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미의 MiUI이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샤오미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입니다. 이게 하드웨어로 완성되는 것이지요. 꼭 하드웨어 회사뿐이 아닙니다. 심지어 바이두는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뿌리는 대부분 안드로이드입니다. 서비스만 있으면 운영체제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지금 당장 텐센트가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해서 이상할 것 하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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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가장 불편해하는 포크(porked) 안드로이드지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의 서비스와 검색 유입을 늘리기 위해 운영체제를 개방했는데, 이를 개조하고 심지어 구글의 서비스를 싹 빼서 새 운영체제를 만듭니다. 중국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구글의 표준을 지키는 것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쉽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글이 없는 안드로이드로 내수 시장을 잡고 있습니다. 나중에 중국 시장이 개방돼도 클라우드, 마켓, 콘텐츠를 쥐고 있다면 구글도 단숨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과정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어걸린 것처럼 중국 시장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을 접목한다면 그 밑바탕은 안드로이드가 아니어도 됩니다. 지금 당장 앱을 잘 만들지 못해도 앱은 언제고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는 돈과 시간이 성공을 보증하진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늘 소프트웨어는 약점으로 꼽혀왔습니다. 각 회사들은 이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 노력에 비해서 섭섭한 부분들이 꽤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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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얻기 위해 우선적으로 했던 노력은 ‘응용프로그램’으로 연결됐습니다. 제조사뿐 아니라 통신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는 제품을 켜자마자 만나는 수십 개의 앱들입니다. 물론 서비스에 대한 것들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려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스마트폰에 어수선한 경험들만 늘어놓고, 앱을 개발하는 소규모 개발자들과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드웨어 시장이 안드로이드로 모듈화, 평준화되고 있다면 차별점은 그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줄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본 시장이 아이폰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튠즈라는 콘텐츠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그림으로서의 플랫폼이 시급합니다.

그래서 나온 플랫폼의 오해 중 하나는 운영체제입니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는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블랙베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번 썼던 운영체제를 바꾸기 어려운 것은 습관과 편의성에도 있지만 점점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잠금 효과가 다른 운영체제로 옮기기 어렵게 만듭니다. 운영체제는 그 다음에 만들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로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폰과 별개로 안드로이드 위에 e메일, 클라우드, 게임 등의 서비스를 올려서 저가 시장부터 뛰어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가 뭐가 됐든 MS의 서비스 플랫폼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MS의 대표 상품인 'MS오피스'도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로 확대해 운영체제는 다른 것을 쓰더라도 서비스, 그리고 그 서비스들이 묶이는 플랫폼은 MS의 것을 쓰라는 메시지이지요.

이렇게 하려면 좀 더 체계적인 서비스 구성과 하나로 묶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가 체계적일 수밖에 없고, 텐센트가 운영체제를 만들어도 이질감이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망 관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놀라운 것은 각 국가마다, 또 그 나라의 두세개 이상 통신사에 꼭 맞춘 제품을 동시에 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통신 3사가 쓰는 주파수가 다르고, 통신 방식이 다릅니다. 그 위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가 다릅니다. 그런데 이걸 전 세계 시장에 동시에 적용해서 공급합니다. 이걸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서비스 플랫폼만 확실히 갖춰진다면 이를 적절히 묶어 시장에 하드웨어 뿐 아니라 서비스로도 영향력을 가져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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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런던에 위치한 영국 세계 최초 개방형 데이터 전문기관인 ODI 전경. 영국은 개방형 데이터가 기존 제조업의 ICT 융합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정보화진흥원
"제조업+ICT로 제2산업혁명"… BMW·다임러도 카셰어링 서비스

"美에 뒤질 수 없다" 디지털로 패러다임 전환

佛 슈나이더일렉트릭, 사물인터넷 사업 진출

英 개방형데이터 집중 육성… 美와 선두 다퉈

구글·애플·아마존 등 거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긴 유럽에 대해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럽의 검색엔진 시장을 구글이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유럽 내에 '반구글'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는 이면에는 더 이상 미국 IT 기업에 유럽의 자존심을 넘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한 전문가는 "유럽이 과거 산업혁명의 영광에 안주한 채 정보·디지털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럽은 지난 1995~2000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국보다 20% 이상 적었다. 작게 보일 수도 있는 차이지만 결국 21세기 두 지역 간 경쟁력 격차를 넓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유럽이 최근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디지털 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 그것이다. 특히 이들은 전통 주력산업인 제조업에 ICT를 접목하는 방법으로 앞서 나아가는 미국과 뒤따라오는 아시아권 국가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 중이다.

◇잇따르는 제조업의 디지털화 물결=ICT 산업에 관한 유럽 국가들의 위기의식과 재도약에 대한 의지는 유럽연합(EU)이 2010년 내놓은 'EU 2020'이라는 신경제정책에 그대로 투영됐다.

오는 2020년까지 유럽 지역 발전 방안 가운데 디지털 의제를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매섭게 투자를 퍼붓겠다는 EU의 전략이다. 무엇보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사양산업으로 여겼던 제조업이 오히려 생존력이 가장 강하다는 점을 확인한 뒤부터는 제조업·ICT 융합을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독일이 선두에 섰다.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기존 산업에 ICT를 융합하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빠르게 이뤄나가고 있다.

실제로 다임러와 BMW는 각각 '카투고(car2go)' '드라이브나우(DriveNow)'라는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확대 보급하면서 최근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또 폭스바겐 등 상당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에 ICT를 총집합한 스마트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KOTRA는 2025년 독일 산업분야 내 디지털 관련 부가가치 창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11.5% 증가한 2조5,931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산업계에서 디지털 패권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 역시 ICT 강점을 활용한 혁신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ICT를 제조업에 적용, 패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영국·프랑스 등 다른 주요 유럽 국가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프랑스에서는 군수품 제조 철강 기업으로 출발해 2002년부터 ICT 융합을 통한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 변신한 슈나이더일렉트릭이 디지털화에 성공한 대표적 제조업체로 꼽힌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전력장비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주력제품화하면서 13조원이었던 매출을 10년 만에 29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에 포커스를 맞췄다. 피에르 콜 슈나이더일렉트릭 부사장은 "슈나이더의 디지털화 전략은 이제 전력시설·산업·데이터센터·빌딩과 주거공간 제어 등 모든 사업영역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에서 플랫폼·데이터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유럽 산업계 종사자들은 제조업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 수익 창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디지털 산업의 핵심 이익은 고객을 제어할 수 있는 데이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를 통한 플랫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데이터·네트워크 플랫폼을 장악하고 하드웨어 업체에 대해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제 제조업체들의 패러다임 변화는 생존을 위해 건너야만 하는 외나무다리가 됐다. 독일이 자동차 분야에서 데이터 소유 문제에 눈뜨고 슈나이더일렉트릭과 같은 에너지 관리 기업이 IoT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국가적인 투자에 힘입어 공공데이터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관련 기업과 기관들은 데이터가 유럽의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확신하고 빅데이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세계 최초의 개방형 데이터 전문기관인 영국 ODI(Open Data Institute)의 리처드 스털링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개방형 데이터가 서비스 산업에 이미 적용된 것처럼 조만간 제조업에서도 활용될 것"이라며 "10~20년 전 웹이 나타날 때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회사들이 지금 인터넷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처럼 데이터 기업들도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그래프 등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오쨉?謙暠老좟??장마크 라자드 대표는 "개방형 데이터는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분야로까지 응용의 길을 열었다"며 "운송·장치 산업 등 기존 기업의 업무 처리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서울경제
크리스 레옹 슈나이더일렉트릭 부회장

"슈나이더일렉트릭은 B2B(기업 간 거래) 회사 중에서 소셜미디어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 회사의 소비자들은 B2B 회사 고객사의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B2B 기업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웹 경험을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크리스 레옹(사진) 슈나이더일렉트릭 DCE(디지털 고객 경험)팀 총괄 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기업 디지털화 프로젝트'의 핵심정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레옹 부회장은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일상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확대 등에 대해 전사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이미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28만명 이상의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트위터로도 1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또 기업 홈페이지 방문객만 매달 300만명 이상 기록하는 것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로도 8,7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B2B 회사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사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지난 1836년 유진·아돌프 슈나이더 형제가 설립한 프랑스계 다국적 회사다. 처음에는 철강업체로 출발했으나 30여년 전 슈나이더 가족 기업 체제가 끝나면서 전기업체로 변신했고 2002년부터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화에 성공한 대표 기업 중 하나다.

레옹 부회장은 이에 대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적 예측 분석 서비스부터 다채널 고객 지원 경험 제공까지 다양한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종 소비자와 파트너사 모두를 위한 최신 소프트웨어, 디지털 도구,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이렇게 변신에 변신을 반복하며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풍'과 '교육을 통한 인재 개발'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레옹 부회장은 "디지털화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직원들에게 전자공학·연결성·소프트웨어와 같은 새로운 역량을 교육시키는 것"이라며 "디지털화는 완전히 새로운 속도, 열린 협력 생태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능력, 실험정신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화는 우리가 일하고 놀고 생활하는 방식을 모두 바꾸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더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업무 시스템을 진보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모바일화되고 소셜화되고 연결된 조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업체로 변신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였던 경험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관리능력을 강화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레옹 부회장은 "제조업 공장은 매우 엄격한 규율을 갖추고 있고 규모가 큰 팀이 많아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에게도 조직 관리를 배우는 장소가 된다"며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전세계에 200곳이 넘는 공장, 300곳이 넘는 제조현장을 보유하고 있어 높은 품질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소프트웨어팀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접선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프로젝트도 계속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강한 회사가 많다"고 평가한 후 "기업이 속한 국적이나 산업군을 벗어나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무엇을 제공할지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서울경제
2분기 출하량 2,000만대 기염

중동·아프리카서 폭발적 성장

LGU+와 통신망 공동연구

밀월관계 우려 목소리 커져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기업 화웨이가 삼성·LG전자와 애플을 위협할 강력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장비업체로 쌓은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토대로 스마트폰 업체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와 화웨이 간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가 통신 장비 업체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삼성과 애플 등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32%→25%)와 애플(13%→12%)이 하락한 반면 3위를 차지한 화웨이(4.3%→6.9%)는 급성장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7,730만대에서 7,430만대로 줄어든 것과 달리 화웨이는 1,040만대에서 2,030만대로 출하량을 95%나 대폭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외신들은 화웨이를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는 주요 스마트폰 업체로 꼽았다. 따라서 조만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만드는 화웨이가 애플 보다 삼성전자에 더 큰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화웨이의 올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약 6배, 남미에서 약 4배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외신들은 그러면서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과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에 주목했다. 핵심 사업이 통신장비인 화웨이가 각국에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화웨이의 이 같은 네트워크가 하나 둘 사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에 통신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데 최근 들어 화웨이와 LG유플러스 간 관계가 더욱 밀접해 지고 있다.

실제 양사는 최근 서울에 모바일혁신센터를 열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센터는 롱텀에볼루션(LTE) 등 4세대(4G) 통신망과 5세대(5G) 통신망 등을 공동 연구·개발한다. 여기에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 '아너6'를 LG유플러스 2.6㎓ 대역 망을 통해 네트워크 안정화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밑거름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르면 하반기에 화웨이가 LG유플러스를 통해 곧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국내 시장 성장은 삼성은 물론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화웨이 행보게 촉각을 곧 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서울경제

구글·애플, 통합 플랫폼 속도내는데… 국내업계는 말로만 "융합"

카톡 메신저·금융 결합 '간편결제' 서비스

美 1998년·中 알리페이 2003년 이미 출시

"스마트홈·헬스케어·전자상거래가 먹거리"

외국선 인수합병 통해 융합시스템 구축 박차

한국 스마트카 산업은 자동차 따로 IT 따로


# 한국에 밀려 전자왕국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소니.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 융합을 통한 미래 '플랫폼 경쟁'에서는 한국 기업보다 먼저 출발했다. 무려 13년 전부터 인수합병과 타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ICT와 의료를 융합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 여기에서 탄생한 소니의 인터넷 의료정보 포털 'M3'는 한국은 물론 미국·영국 등 70개국 170만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소니는 현재 'M3'를 의료정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 앞다퉈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샤오미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스마트폰·웨어러블·헬스케어·전자상거래 등 모든 것을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통합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영위하도록 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 '플랫폼'이다. 애플과 나이키가 함께 힘을 모아 웨어러블 플랫폼 '나이키플러스(Nike+)'를 만든 것이 한 예. 이제 ICT 융합을 통한 '기업의 플랫폼화'는 미래 비즈니스의 키워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융합 속도는 외국과 비교해볼 때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이를 주도할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ICT 융합 현실은=국내 인터넷 업체 A사 관계자는 "신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등을 위해 국내 대표 제조기업과 함께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1~2건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신발·의류 등 제조회사가 인터넷 업체와 함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나가고 있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삼성전자가 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산업의 핫이슈인 카카오톡과 금융의 결합 역시 외국에 비하면 초라하다. 메신저와 금융의 결합이 국내 금융 산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IT와 금융의 결합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인 미국 페이팔의 경우 1998년 출시됐다. 중국 알리바바는 미국의 페이팔을 본떠 지난 2003년 10월 간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내놓았다.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IT와 금융의 결합이 중국에서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ICT 융합 면에서 한국은 사실 중국보다 뒤늦지 않았나 싶다"며 "IT 강국이라는 구호도 어떻게 보면 하드웨어에 불과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유망 분야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카가 그중 하나다. 테슬라는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를 공개하며 여러 기업과의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외국 자동차 기업들도 IT 기업과 결합해 스마트 카 기술을 축적해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스마트 카 산업이 자동차 따로, IT 따로 등 여전히 융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위기다. '산업의 뿌리'로 불리는 제조업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1960년 이후 가장 낮은 5.1%이다. 값싼 인건비와 시장 규모를 앞세운 중국이 기술력까지 키우면서 국내 제조업은 어려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해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해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도 주요 선진국처럼 기존 정책을 재검토해 제조업에 IT를 융합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통합 플랫폼'으로 가는 외국의 IT 융합=미국 등 전세계 기업들은 요즘 IT를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올 상반기에만 인수합병에 투자한 돈이 42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구글은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이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모바일 등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시도 중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 역시 시장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종 분야로의 융합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이 모든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글로벌 제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팔던 아날로그 기업이 아니라 제품(디바이스)과 콘텐츠·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IT 산업에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애플·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의 돈을 인수합병에 투자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단일 플랫폼에서 벗어나 아예 애플과 구글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순 제조업이 IT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 스마트폰 사업이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포화상태"라며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스마트홈·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의 미래 먹거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제조업의 디지털 흐름에 발맞춰 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서울경제


지멘스·볼보 손잡고 'e고속도로' 사업 진행

獨은 정부가 '사물인터넷·제조업' 융합 앞장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장악했던 애플. 이제는 아이폰을 통해 전등이나 가전제품, 보안 시스템 등을 컨트롤하는 스마트홈 시장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집 안의 모든 가정용 제품에 IT를 융합한 미래형 가정이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선점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려는 계산이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최근 자동차 제조회사 볼보와 손잡고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e고속도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e고속도로'는 전기 트럭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정 구간에 설치된 전차선에서 전력을 공급 받으면서 운행되는 시스템이다. 볼보는 이 프로젝트에 쓰일 트럭을 개발한다. 전차선은 지멘스가 개발을 맡는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선도주자인 일본의 도요타는 최근 차량 안전관리를 위해 지멘스의 제품수명주기(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 솔루션인 팀센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조 라인에 지멘스의 우수한 IT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제조 라인을 새롭게 개선하는 비용 지출 없이 업그레이드 앱만 설치하면 제품 혁신은 물론 시장 출시 기간 단축, 규정 준수, 자원 최적화, 글로벌 협업 등과 같은 기업의 주요 비즈니스 과제를 신속히 해결해줘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업무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조업과 IT의 융합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근간"이라며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서둘러 IT 융합에 나서는 것은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다. 한 예로 독일은 지난 2000년대 말부터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제조생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과 제조업을 융합하는 사업도 펴고 있다. 3D 프린팅과 생산로봇,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결합해 자국 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 덕분에 2012년 2,4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약 2,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일궈냈다. 폭스바겐과 BMW·지멘스·바이엘·보쉬·BASF 등 대기업과 1,300개가 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이뤄진 제조업 군단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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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드론' 나오자 규제 푸는 美… 공인인증서 완화 10년 걸린 韓

빅데이터·헬스케어·스마트워크, 전통산업 규제에 발목 잡혀

신기술에 걸맞는 규정 만들어야 시장 성장·신사업 창출로 연결

# 구글은 최근 스마트 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무인자동차는 이미 개발단계를 넘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국내에서 무용지물이다. 여러 제약이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무인자동차여서 운전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면허증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구글의 스마트 카 개발을 돕기 위해 면허증 없이도 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이런 규정이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은 이종 산업간 융합이다. IT 기술이 의료, 출판, 자동차, 금융, 교육과 결합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얘기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금융, 스마트 카 등이 IT산업이 전통 산업과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정부가 스마트 카 등 융합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와 질 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를 가로 막는 규제 = 스마트 헬스 케어 산업도 스마트 카 산업과 비슷하다.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법 등 전통산업 규제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실제로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의 합작법인인 '헬스커넥트'는 의료 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의료계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원격 진료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IT와 의료 융합이 세계적 추세인데도 법과 규제는 여전히 'IT 따로 의료 따로'"라며 "이 상태로는 미국에 헬스케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고 있는 '빅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있다.

이 법은 개인정보를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주민 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만으로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불명확해 기업들이 정보 수집과 활용에 적극 나서는 것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수준의 정보를, 어떤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워 사업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의 범위와 활용방안을 구체화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의 촉진제가 될 스마트워크도 낡은 근로기준법에 가로막혀 있다. 스마트워크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수반되는데 현행 법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근로 형태를 이원화하고,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를 획일적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입찰 제한도 우리 IT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로 꼽힌다.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의 공공사업 참여를 전면 제한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법은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참여도 제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조와 ICT 간 융합을 가로 막는 규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신기술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낡은 규제에 신기술을 집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인기 드론 나오자 외국은 규제 완화 =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융합 선진국에서는 규제가 기술을 바로 따라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인항공기의 일종인 '드론'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이어 아마존까지 최근 드론 배송에 나서자 미 연방항공청 등 관련 규제 당국은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중이다. 연방항공청은 아직까지 드론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명확한 규칙 없이 개별적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해 왔으나, 25kg 이하 소형 드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드론 업계는 호주나 캐나다에 비해 규제가 강하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최근 세계적 추세인 IT와 금융의 결합의 경우 여전히 정부는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IT와 금융의 결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은 후진국이 되어가고 있다.

융합 규제 완화는 산업의 발전을 가져다준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공인인증서 규제를 완화하자 간편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나마 메신저와 금융의 결합이 조금씩 나타나는 등 규제 완화가 시장 성장과 신사업 창출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인인증서 규제를 완화하는 데 무려 10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10년 간 우리 IT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공인인증서를 지목해 왔으나 최근에서나 개선됐다. 정부가 융합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처럼 규제의 질과 속도에서는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는 "ICT 특별법을 중심으로 추진체계와 개별 부처 법령을 정비하고,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규제와 정책 등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며 "업계 및 일반 국민에 대한 일관되고 신뢰도 높은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서울경제

인재 적재적소 배치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도 필요

.. IT로 달라진 세상, 기업들도 변해야 산다.

제품만 보지 말고, 모바일로 정보가 풍부해진 소비자 변심 쫓아야.

디지털 기술·SW·인재 중시하고 유연한 조직 만들어야 시장변화 따라간다.

“전 세계 기업들을 컨설팅해 보면 기업마다 뚜렷한 관점의 차이가 보입니다. 한국 회사는 경쟁사·벤치마킹 대상만 쳐다봅니다. 반면 미국 회사는 소비자만 쳐다봅니다. 고객들이 뭘 원하고, 자신들은 뭐가 부족한지를 찾는 것이 굉장히 큰 화두입니다. 왜 미국에만 구글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최인혁 보스톤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우리나라도 구글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한국 기업도 ‘제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으로 항상 새로운 정보를 접하며 조변석개하는 소비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얼마나 물건을 잘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소비자를 만족 시켰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시대가 됐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가 올해 초 전 세계 20개국 1,041개 기업에 “1년 안에 맞이하게 될 가장 큰 위험 세 가지”를 물었다. 그들 중 30%는 “소비자의 관심변화, 신규 진입자와의 경쟁, 시장통합”이라고 답했다.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소비자와 시장은 확 바뀔 수 있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또 이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 소프트웨어(SW), SW 인재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이크 서트클리프 액센츄어 디지털 그룹 대표는 “기업들이 IT가 가져올 극적인 변화와 잠재력을 알면서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SW와 디지털 기술로) 회사를 재무장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와 유연한 조직문화도 중요하다. 황성현 구글 HR비즈니스 파트너는 “한국 기업처럼 공채를 통해 다방면에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아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쓰는 방식은 디지털화에 적합하지 않다”며 “특화된 기술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필요한 포지션에 딱 맞는 프로선수를 뽑아서 야구팀을 만들어야 구글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플랫폼 경쟁 시대 기업 생존 원칙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빠른 탈바꿈

-제품·경쟁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방향 전환

-특화된 기술 가진 인재 선발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등

=> 한국 기업들 여전히 하드웨어에 집중

=> ICT와 제조 융합 등 달라진 변화에 눈 떠야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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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러 정부부처에 얽혀 있는 규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사물인터넷(IoT), U헬스케어, IT금융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신산업에 대한 규제개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게 관련 기업과 정부의 공통된 입장이다.

기존 산업과 ICT융합 신산업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이해집단간 갈등을 조정하기 어려운데다 워낙 규제가 여러 부처에 광범위하게 얽혀 있어 개선작업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3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최근 인터넷 융합신산업은 사물인터넷과 인터넷금융이라는 2개 축을 중심으로 급격히 진화 중이며 우리나라가 이러한 분야에서 뒤처지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선점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미래부는 융합신산업 영역에서 규제혁신이 보다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인터넷 규제개선 추진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융합신산업
범 부처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조차 ICT융합 신산업 관련 부처간 규제 개선이 합의되지 않아 장기과제로 남겨둘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상거래 개인정보 간소화, 공식 서류 전자문서화 같은 규제들은 다른 정부부처와 협의를 통해 개선이 확정됐지만 정작 융합 신사업에 대한 규제는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2차 규제개선장관회의 안건에도 채택되지 못한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U헬스케어. 이미 10여년 전부터 의료계의 반발로 원격의료는 한 발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에 심박측정기, 혈당 측정기 같은 기능을 넣고 이상신호가 보이면 의료진과 연결해 식사조절, 약 처방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나와 있지만 실생활에는 도입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반면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다양한 헬스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진료권 침해 같은 이슈에 묶여 서비스가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결국 글로벌 U헬스케어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인터넷 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IT 기업이 금융사업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막고 있는 금융 규제 때문이다.

반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이미 지난해 6월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을 선보여 1년만인 올 6월 현재 세계 4위의 펀드로 급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ICT와 금융의 융합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인자동차 산업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인자동차는 이제 세계적으로 막 싹을 틔우고 있지만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해 있는 것은 전제로 이뤄진 도로교통법과 자동차보험 관련 법률 등 대대적인 손질이 전제돼야 무인자동차가 실제 도로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ICT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 의료에서 자동차까지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수렴되고 있는 세계 시장을 감안하면, 정부는 신산업이 태동할 수 없도록 근본적으로 막혀 있는 규제들을 우선적으로 찾아내 개선해주는 것은 물론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이익이 부딪치는 지점에서 산업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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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기계를 팔 때, 애플은 삶의 방식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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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는 시계입니까 기계입니까” 질문의 정답은…

[동아일보]
"스마트워치가 시계라고 생각하세요?"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3일(현지 시간) 공개한 스마트워치 신제품 '기어 S'를 비롯한 스마트워치는 "시계가 아닌 기계"라고 강조했다. 시계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계를 찰 것이고, 스마트워치를 찾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대용품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를 또 다른 스마트 기기로 보고 그에 맞춰 제품 개발을 해 온 삼성전자의 시장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처음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총 6개의 스마트워치를 내놓으면서 점점 시계보다는 스마트폰 축소판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시켜왔다. 가장 최신판인 기어 S는 통화 기능을 탑재한 데다, 쿼티 자판과 홈버튼까지 갖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스마트폰과 더 유사해졌다.

반면 9일(현지 시간) 마침내 '애플 워치'를 시장에 공개한 애플의 전략은 삼성전자와는 다르다. 애플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곤경에 처하게 할 것(Switzerland is in trouble)"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워치를 스마트기기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 규정하고 스와치와 롤렉스 등 아날로그 시계업체들을 경쟁상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애플워치를 '스포츠 에디션', '럭셔리 골드 에디션', '일반 에디션' 등 서로 다른 디자인의 에디션으로 구성했다. 패션업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인 '컬렉션'도 사용했다. 특히 럭셔리 골드 에디션은 18K 금을 사용해 가격대가 높게는 1000만 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웬만한 명품 시계 뺨치는 가격이다.

애플의 노골적인 공세에 전통적 시계 업체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루이뷔통의 고급 시계 사업부를 관장하는 장 클로드 비베 부문장은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워치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스마트워치들과 너무 똑같이 생겼다"며 "명품에는 영속적인 점이 있으며, 흔치 않고, 고급스러움을 전달하지만 애플 워치에는 그런 게 없다"고 혹평했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애플 워치 출시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워치가 2000만 대 팔리면 스와치의 저가시계 산업 규모가 25% 줄어들고 영업 이익이 11%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시장 평가를 반영하듯 스와치의 주가는 10일 1.8% 떨어졌다.

최근 세계 최초로 원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가장 전통적인 시계에 가까운 디자인의 'G 워치 R'을 내놓은 LG전자도 '시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원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 사각 디스플레이에 비해 보여질 수 있는 정보 양도 적고 실행하기 어려운 애플리케이션도 많지만 현재 세계 시계 시장의 3분의 2 이상이 원형 시계임을 감안해 내놓은 디자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각형보다는 원형 시계가 가장 정확한 시간을 나타낼 수 있어 전통적 시계 업체들은 원형 시계를 선호한다"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원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워치의 진입장벽을 내린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아시아경제


(출처-비즈니스 인사이더)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 CEO들, 애플 워치 혹평

"학생 디자인 같다", "두렵지 않다" 등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애플이 내년초 출시할 예정인 스마트시계 '애플워치'에 대한 혹평이 나왔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시계 전문가들은 "학생이 디자인한 것 같다"고 폄하했다.

10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장 클로드 비버(Jean-Claude Biver)회장은 독일 일간지 디벨트(Die Welt)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오래 기다린 스마트워치가 너무 여성적이고, 디자인은 시간의 테스트에 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은 세계 최대 명품유통업체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그룹의 시계사업 부문 디렉터이자 스위스 시계브랜드 위블로의 회장을 맡고 있다. 또 태그 호이어, 지너스, 후블로트 같은 브랜드들도 관장하고 있다.

그는 애플이 워치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몇 가지 근본적인 실수들을 범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워치가 섹스 어필하지 못하고 너무 여성적이며, 시장에 이미 나온 스마트워치들과 너무도 흡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비버 회장은 "솔직히 말해서 한 학생이 한 학기 동안 디자인한 것 같다"고 혹평했다.

그는 "정사각형 페이스와 커브드 에지로 나온 크게 기대했던 이 기기가 곧 구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명품은 항상 시간을 초월하는 것으로, 이는 희귀하고 품위를 나타낸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애플 워치는 같은 류에 속하지 못하고,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 의해 구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년 안에 수리 가망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계최대 시계 업체인 스와치 최고경영자(CEO) 닉 하옉도 스위스 미디어에게 애플의 시장 진출에 대해 겁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경향신문



“애플이 애플워치로 거둔 진짜 성공은 이전 웨어러블 기기에는 없던 한 가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바로 ‘패셔너블함’이다.”(가디언) “애플은 디자인에서 기술을 끄집어 냈다. 다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애플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훨씬 더 큰 매력을 주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삼성이 기계를 팔 때, 애플은 삶의 방식을 판다” (누벨옵서바퇴르)패셔너블함, 디자인, 삶의 방식…. 외신들의 보도는 애플이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삼고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9일(현지시간) 애플워치를 발표하면서 패션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펙과 기능에만 열을 올릴 때 애플은 패션이라는 ‘one more thing’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 기반을 토대로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구글이 수억달러를 무인 자동차와 생명 연장 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아마존이 드론 배달을,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과 태양발전 비행기를 이용한 이동형 인터넷 망을 개발하고 있다.

10일에는 BBC 등 외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개발 업체인 모장을 20억달러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두 수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정보기술 기업들의 ‘트랜스포머’ 바람 속에서 애플은 웨어러블과 모바일결제로 승부수를 띄웠다. 웨어러블 기기는 말 그대로 입는 것인만큼 패션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애플이 신제품 공개 행사 전날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인 마크 뉴슨 영입을 발표한 것도 애플이 패션 산업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애플에는 뉴슨을 비롯해 명품 의류 브랜드 버버리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던 안젤라 아렌트, 이브 생 로랑의 폴 드네브, 나이키의 벤 샤퍼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다수 합류하고 있다.

애플은 9일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 시리즈의 신작에 더해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를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플워치에 대해 “애플의 새 장을 쓸 것이다”고 평했고, 애플페이에 대해선 “지갑, 네가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갑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아이폰에 담고, 애플워치로 웨어러블 기기를 대중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5억50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아이폰은 현재 애플 총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애플워치가 출시되면 연간 매출의 3%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애플의 성장 전략을 보면, 애플은 후발 주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실제 애플의 아이팟은 최초의 MP3가 아니었고,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모두 최초의 것은 아니었다.

애플워치 역시 마찬가지다. 1년전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를 먼저 출시했을 때 시장은 애플이 뒤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팀 쿡은 이런 불만섞인 우려에 “우리는 제품이 준비가 됐다고 믿을 때 공개한다”며 “우리에게는 첫 번째가 되는 것보다 최고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모든 것들 중 처음으로 현대적 양식을 가졌다. 우리는 같은 점에서 오늘 처음으로 최초의 현대적 스마트워치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팀 쿡은 애플워치가 내년 초 출시되는 하나의 이유로 앱 개발자들이 애플워치에 맞는 앱을 개발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단지 하나의 기기를 시장에 선보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애플워치가 대중적으로 팔릴 수 있는 생태계를 먼저 만들겠다는 뜻이다.

애플은 모바일결제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모바일결제 서비스로 은행이 카드사에서 받던 연간 400억달러 규모의 수수료 중 상당 부분을 가져갈 것이라고 봤다.

애플은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8억개 이상의 아이튠즈 계정을 확보하고 있어 모바일결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결제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는 모바일결제 시장 규모가 지난 2012년 128억달러(약 13조1200억원)에서 2017년 900억달러(약 92조25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카카오가 ‘카카오머니’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고, 네이버의 자회사인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최근 한국사이버결제 주식의 30.15%인 510만주를 641억원에 인수해 모바일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연합뉴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공개된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 워치

"손목시계 인식 상승으로 기회"…"시장 큰 흐름 동참 기회 놓쳐"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애플까지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워치를 선보임에 따라 스위스 시계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맞게 된 것인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최대 시계제조 업체인 스와치 그룹의 닉 하이에크 회장은 "우리는 스마트워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며 "스마트워치가 스위스 시계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마트워치 제조업체들이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스위스 일간 타게스안차이거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또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됨에 따라 많은 사람이 손목에 무엇인가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됐다"며 "결국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고 (스위스 시계산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시계 위블로(Hublot)의 장클로드 비버 회장도 "스마트워치가 스위스 시계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 기술기업과의 제휴는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애플의 아이워치를 하나 구매해 볼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 "(아이워치가)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2년 이내에 폐기처분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영원한 가치를 지닌 명품을 만드는 스위스 시계제조업체들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위스 증시에서는 10일 스와치그룹의 주가가 2% 이상 하락하는 등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스와치 시계를 처음 개발했던 엘마르 모크는 "스위스 시계산업이 스마트워치를 너무 무시한다"면서 "이는 지난 1970년대 일본이 쿼츠 워치라는 수정진동 시계를 내놓았을 때 과소평가했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스위스 엥포는 전했다.

혁신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는 모크는 "단지 애플의 아이워치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구글 등 전자업계의 거물들이 모두 시계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블랙베리는 자판이 없다는 이유로, 노키아는 너무 화면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했으나 결국 아이폰이 기존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스위스 시계산업은 이익률이 높다는 것 이외에는 기존 손목시계 분야에서도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으며, 스마트워치가 창출할 3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새로운 시장에 동참할 기회도 놓쳤다"면서 "스위스는 시계산업을 새로운 미래로 끌고나갈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rhew@yna.co.kr

뉴스1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시계사업 부문 책임자인 장 클로드 비버 회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애플의 스마트폰 애플워치가 지나치게 여성스럽고 디자인 수준도 세월이라는 시험을 견디어낼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명품 업계 거장의 가혹한 평가가 나왔다.

이 같은 혹평을 가한 인물은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시계사업 부문 책임자인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이다. 그는 위블로, 태그 호이어, 지너스, 후블로트 같은 그룹내 시계 명품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시계 명장이다.

비버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애플워치를 디자인하면서 몇 가지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고 말했다.

비버 회장은 애플워치가 "소비자들에게 섹스어필하는 면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여성 취향적이며, 시장에 이미 출시돼 있는 기존의 스마트워치들과 모양새가 너무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해서 애플워치는 디자인학교의 학생이 1학기 동안 과제로 작업한 수준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버 회장은 정사각형 모양새와 둥근 모서리의 디자인을 채택한 기기가 조만간 구식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명품이란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며, 희소성이 있고, 품위가 느껴져야 한다"며 애플워치는 이 같은 부류에 결코 속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비버 회장은 이어서 수많은 소비자들이 애플워치를 구입하겠지만 수년이 지나면 고장이 나도 수리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보다 앞서 닉 하이에크 스와치 그룹 최고경영자(CEO)도 애플워치 출시 직후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의 시계 시장 진출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플은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아이폰 6'와 '아이폰 6+' 2종의 신제품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도 공개했다.

애플워치는 2011년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한 이후 최초로 애플의 제품군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애플은 이를 단순한 스마트워치를 넘어선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며 디자인에 큰 공을 들였다.

애플워치는 기본형, 스포츠형, 고급형 등 3종이며 가격은 349달러(약 35만7725원)으로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뉴스1
스와치. © 로이터-뉴스1
애널리스트들 "스와치 등 중저가 업체 타격 받을 수도"

(취리히/프랑크푸르트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애플의 스마트폰 애플워치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을 나타냈던 스위스 시계업계가 발표 후엔 안도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의 시계업체들은 막상 애플워치이 베일을 드러낸 후엔 시계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당초 스위스의 시계업계는 애플워치가 출시되면 애플의 아이팟(iPod)이 음반업계를 뒤엎고 아이폰이 노키아를 격침시킨 일이 시계산업에서도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스위스 시계업계의 한 전문가는 "애플워치는 영원한 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이 아니라 반짝 유행하고 사라질 제품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스위스 취리히의 쇼핑가인 반호프스트라세에 고급시계 전문매장을 가지고 있는 프란츠 퇴를러 사장은 애플워치의 타깃은 브랜드 명성과 감성적 취향보다는 기술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며 이는 스위스 시계의 타깃 고객들과는 완전하게 다른 집단이라고 말했다.

퇴를러 사장은 "애플워치는 성공할 것이다"면서도 "다만, 전통적인 스위스 시계업계가 경쟁해야 할 제품은 아니다"고 말했다.

평균 3만유로 수준의 명품시계 제작업체인 파르미지아니의 장 마르크 자코 CEO도 애플워치를 위협으로 보고 있지 않다.

자코 CEO는 "첨단기술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애플을 믿고 애플워치를 구매하겠지만 고전풍의 시계에 대한 구매를 중단하진 않을 것이다"며 "결국 두 종류의 제품을 다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워치. © 로이터-뉴스1
◇ 애널리스트들, 중저가 스위스 시계들은 타격 받을 수도

스위스 시계업계는 애플워치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가진단하고 있는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이 확신하진 못하고 있다. 특히 가격 면에선 스위스 시계업계가 유리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스위스의 민영 은행인 방크 폰토벨의 레네 베버 시계산업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워치는 설득력이 있는 최초의 스마트워치다"며 "애플워치는 시계산업 전반에, 특히 중저가 시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가격대가 500~1500유로(약 66만~200만원)인 시계들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중저가 시계 매출이 약 20%를 차지하는 스와치 그룹을 지목하며 가장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해왔다.

9일 애플이 애플워치를 발표한 직후 스와치 그룹의 주가는 취리히 증권거래소에서 전장대비 2.5% 하락했다.

이날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아이폰 6'와 '아이폰 6+' 2종의 신제품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도 공개했다. 애플워치는 기본형, 스포츠형, 고급형 등 3종이며 가격은 349달러(약 35만7725원)으로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스와치 그룹의 주가는 올 들어 약 18%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스위스 증시가 약 8% 승승한 것과는 대조되는 기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시장 진입을 주가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위스의 시계 산업은 현재까지 스마트와치 시장에 뛰어든다는 결정을 내리진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엔 부심하고 있다. 아직 스위스의 시계업체들 중 스마트워치와 관련해 기술기업과의 제휴를 발표한 기업은 한군데도 없다.

스와치 그룹은 그간 '스마트' 시계를 제작할 노하우는 전부 터득하고 있어서 별도의 합작 파트너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나타내왔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와치 그룹이 독자적으로 스마트 기능들을 장착한 시계들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애플워치가 메시지 전송, 음악 감상, 건강 점검, 모바일 결제 등의 다양한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스와치 그룹에 부담이 되고 있다.

만약 애플이 애플워치를 사람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손목시계로 자리매김 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이는 스와치 그룹엔 위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경제
내년 2820만대로 시장 급성장… 시계·헬스·패션사업 등과 연계

기존 전통산업 재편 불가피할 듯

미래먹거리 사물인터넷과도 연계… 폭발력 커

삼성·애플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손목 위 전쟁에 일제히 뛰어든 가운데 스마트워치가 기존 산업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에 이어 제2의 산업 블랙홀 기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1일 시장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애플이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를 공개하면서 내년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2,8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700만대에서 오는 2015년에는 무려 300%가량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스마트워치는 판매량 증가 외에도 기능면에서 스마트폰을 닮아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 확대는 또 다른 산업재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산업과 경쟁하면서 여러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스마트워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계기능을 기본으로 한다. 스마트워치의 영향력이 커지면 시계 산업, 그중에서도 스위스의 중저가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는 애플워치가 단순한 전자기기를 넘어 고급 시계산업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애플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워치의 최대 강점인 헬스케어 기능도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워치에 장착되는 심박센서 등 헬스케어 기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인 사물인터넷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의료 사업과도 연결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독자적인 피트니스 기능 등은 기존 헬스케어 산업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선전자와 애플이 나이키와 협력해 운동 관련 앱을 활용하는 피트니스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 개발에 나서는 것처럼 기존 헬스케어 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니얼 매트 캐널리스 분석가는 "스마트워치가 작은 화면에 걸맞은 새 사용자환경을 만들어내면서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착용하고 싶어하는 제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스마트워치는 패션과 IT 기기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패션 산업 역시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진행 중인 뉴욕 패션위크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스와로브스키' '몽블랑'에 이어 고급 시계 브랜드 '디젤'과의 협업을 발표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패션 브랜드와의 협력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T 업체의 패션 진출이다.

당장 패션 산업의 인재가 IT 업체로 몰려들고 있다. 애플은 최근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인 마크 뉴슨을 수석 부사장급으로 영입했다. 뉴슨은 2005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 100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애플은 앞서 영국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의 전 최고경영자(CEO) 앤절라 애런츠와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이브생로랑의 전 CEO 폴 드네브를 스카우트하며 패션 산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워치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앱도 늘 수밖에 없어 MP3 등 앱과 연관된 산업 역시 또 한번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P3 외에도 스마트워치에 기본적으로 실리는 앱들은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각종 첨단기능이 관련 산업과 경쟁하면서 기존 산업지형 변화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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