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 역량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SW가 제품의 차별화와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만큼 한국 기업도 SW 기술역량 강화와 SW 엔지니어 육성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SW에 강한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SW 산업과 오픈 소스 연합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에서 만난 릭 버그먼(사진) 회장은 "세상의 중심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옮겨가고 있다"며 SW 기술과 엔지니어,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W에다 SW를 덧붙여 서비스 기능과 경쟁력을 강화한 한국의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버그먼 회장은 "LG 스마트폰의 노크온 코드기능은 시냅틱스의 HW를 사용하지만 SW 컴포넌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지문인식기능도 페이팔의 결제기능과 연동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매우 SW 지향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HW인 지문인식센서 자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전세계 많은 금융기업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시스템 전체를 구성하는 (SW적인)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외에 다른 분야도 SW가 중요해질 것으로 확신했다. 버그먼 회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스마트 기기와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SW적으로 스마트폰 터치보다 수천 배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물론 프린터, 보안 등 휴먼 인터페이스 SW가 중요해지는 분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W 기업이 SW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IBM의 사례처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봤다. 버그먼 회장은 "HW 개발은 여러 직원을 관리하는 수직적 역량이 중요하지만 SW 개발은 (개발자 한명 한명이 중요한) 수평적 구조를 추구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매우 뛰어난 기술업체로 발전하면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우수한 SW 리더가 나온다면 SW업체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HW와 SW는 큰 틀에서 매우 비슷하고 둘의 혁신 과정은 같다고 본다"며 "HW냐 SW냐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시냅틱스의 나아갈 방향도 얘기했다. 버그먼 회장은 "그동안은 노트북 PC 터치패드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사물인터넷, 그리고 지문인식과 같은 생채인식을 통한 보안인증에 매진하겠다"며 "한국 기업도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에 중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시냅틱스는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IT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고속성장 비결에 대해 버그먼 회장은 "인력의 70%를 엔지니어로 구성하고 총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며 "단순해 보이는 터치기술도 매우 복잡한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이 필요한 분야로 매끄러운 터치감을 위해 100여명의 SW 기술자들이 SW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경험(UX)에 초점을 맞추고 핵심적인 투자를 단행해 UX팀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도 사용자 경험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를 먼저 명확하게 한 후 제품 개발에 나서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1986년 페데리코 패긴과 카버 미드가 세운 '뉴로 네트워크'라는 리서치 조직에서 출발했다. 설립 후 5년 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뇌 작동방식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터치패드, 클리어패드, 포스패드 등 다양한 모바일 터치 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중심의 혁신기업으로 우뚝 섰다. 스마트폰 터치 시장 점유율 40%, PC용 70% 등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 분야의 1위 기업이다. 나스닥 상장회사로 시가총액은 3조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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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트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일요일 오후여서 직원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한 머신러닝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구글이 사용자 중심의 머신러닝 기술 등을 통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유니콘들을 따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우승호기자 |
앱·사용자 중심 모바일 혁명… '유니콘'이 미래 삶을 지배한다
시장 흔드는 서비스·든든한 후원 무장
우버택시·왓츠앱·드롭박스·스퀘어 등 60여개 기업… 시장가치 400조원 육박
실리콘밸리 창업 하루 300개사 웃돌아 내일의 유니콘 꿈꾸며 끊임없이 도전정보기술(IT)발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실리콘밸리. 이곳에서는 기존 산업 질서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수 많은 IT 기업들이 있다. 현재 전세계는 이들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파괴자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로 인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바로 '유니콘'이 그 주인공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은 창업한 지 10년이 안 됐지만 시장가치는 10억달러(한화 1조원)를 넘어선 신생 기업을 말한다. 급성장하는 유니콘들이 기존 산업과 시장을 흔들면서 세상을 뒤집고 있다.
유니콘의 위력은 대단하다. 오렌지 실리콘밸리 조사에 의하면 지난 4월 현재 유니콘은 총 60개, 시장가치는 무려 3,750억달러로 400조원에 육박한다. 트위터 232억달러, 링크드인 205억달러, 왓츠앱 190억달러 등 6곳이 100억달러를 넘고 16개 기업이 30억달러를 웃돈다. 이 숫자에 올 2월 창립 10주년이 된 200조원의 페이스북을 넣으면 600조원이다. 1,000개 기업이 넘는 우리나라의 코스닥 시가총액의 4.5배, 거래소의 절반이나 된다.
실리콘밸리에는 내일의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자들이 많다. 지난달 22일 팰로앨토에 있는 AOL빌딩을 방문했다. 'AVIATE' 등 48개 스타트업이 거쳤고 'XOO' 등 9곳이 유니콘을 꿈꾸고 있는 곳이다. 윤정섭 XOO 창업자는 "상반기에만 실리콘밸리 부근에서 5만개 기업이 새로 만들어졌다"며 "망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회사를 매각해 작거나 크게 돈을 번 곳들도 많아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서비스와 후원자로 무장한 유니콘=유니콘들은 갈수록 많아질 듯하다. 에일리 리 카우보이벤처 창업자는 "10년 전보다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매년 더 많은 유니콘들이 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시장은 땅덩어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IT 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만 매일 300개, 일주일에 2,000개 가까운 회사들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 중 어떤 기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을까. 오렌지 실리콘밸리는 '시장을 흔드는 서비스' 그리고 '든든한 후원자'를 유니콘의 공통분모로 꼽았다.
알티미터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솔라리스는 "유니콘은 기술이 어떻게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소비자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해답을 찾아준다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10조원의 드롭박스는 서버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저장공간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고 스퀘어는 자영업자들이 싸고 쉽게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버는 소비자들을 느린 택시 서비스로부터 해방시켜줬고 왓츠앱은 5억명에게 편리한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든든한 후원자도 중요하다. 한 번 유니콘을 만들어본 투자자가 또 다른 유니콘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로부터 얼마를 받았느냐보다는 어떤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유니콘 메이커는 세콰이어캐피털·엑셀파트너스·메리텍캐피털파트너스·벤치마크 등이다. 이들은 자본력과 네트워크, 마케팅 능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키워드는 모바일 앱과 사용자 중심=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중심, 머신러닝에 강한 기업'이 미래의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웹에서 앱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시장조사 업체 컴스코어는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접속자가 올해 18억명을 넘어 PC 사용자 17억명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모바일도 앱 사용비중이 지난해 80%에서 올해 86%로 높아지는 등 모든 서비스가 앱으로 수렴될 것으로 확신했다.
PC 기반의 페이스북이 사용시간이 줄면서 모바일에 특화된 왓츠앱을 20조원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솔라리스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 전화 시장을 장악하려고 한다"며 "전화번호 없이 모바일 IP로 통화하는 시대가 온다면 왓츠앱의 가치는 인수가격 이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용자 중심'도 유니콘 서비스의 핵심 가치다. 디지털 자이언트로 우뚝 선 구글과 페이스북·아마존은 서비스 영역이 다르다. 그러나 회사의 제1원칙은 '사용자 중심'으로 같다. 구글의 10원칙 중 1원칙은 '사용자 중심, 나머지는 그 원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공유하고 연결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아마존은 '고객만 생각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한다'를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사용자가 기업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다.
이 때문에 IT 기업들은 '머신러닝(기계학습)'에 공을 들인다. 사용자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인들도 모르는 욕구를 찾아내 만족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얻는 머신러닝 개발에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인수합병(M&A)에 수조원을 투자한다. 실제로 1월에 네스트를 현금 3조2,000억원에 인수했고 10여명이 모여 딥러닝을 연구하는 딥마인드테크놀로지를 4,000억원에 사들였다. 본격적인 머신러닝 경쟁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팰로앨토=우승호·윤경환기자 derrida@sed.co.kr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
"실리콘밸리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창업하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못하는 것, 기존 방법과 다른 것,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투자를 받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근적외선센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잘 안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을 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동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멘로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제형(사진) 스트라티오 대표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뚜렷했다. 창업은 할 만한 사람이, 될 말한 아이템으로, 큰 꿈을 갖고 끈질기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도 재미없고 취직도 안 되니까 사업이나 해보자'는 식의 접근법은 문제가 많다"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7년 동안 석·박사 공부를 하면서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대학부터 박사까지 10년 넘게 공부를 하면서 이 분야를 제일 잘 알게 됐다"며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던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부 박사 4명이 회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만 모든 아이템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이곳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거나 기존에 대기업이 만들던 것을 조금 좋게 만든 제품을 내놓겠다고 하면 거들떠도 안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쫓아가고 싶어도 잘 몰라서 쫓아갈 수 없는 분야, 전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술을 살 수밖에 없는 분야로 창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국이 제조는 아시아에 밀리고 정밀기계는 유럽에 밀리면서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인터넷을 꼽은 것"이라며 "미국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우리가 그대로 쫓아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트라티오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센서 칩을 만들고 있다. 가시광선 영역의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와 소니·옴니비전 등 3곳의 자이언트가 과점하고 있다. 12조원 시장에 수익률도 좋지만 스타트업의 영역이 아니다. 반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근적외선 대역의 이미지센서 시장에는 대기업이 없다. 군사용과 의료용 등 절대적 수요도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지만 연구개발(R&D)은 미진한 상태다. 최근 퀵스타터에 이스라엘 회사가 싸이오(SCIO)라는 USB 크기만 한 근적외선 카메라를 선보여 276만달러의 선주문을 받을 정도로 관심도 높다.
실리콘밸리가 하드웨어 창업자에게도 기회의 땅일 수 있다. 이 대표는 "미국의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하드웨어 전공자들이 스타트업 물결에서 엄청 소외돼 있다"며 "하드웨어 창업이 적어 인텔·퀄컴 등 큰 회사의 부사장급도 '좋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하겠다'고 달려든다"고 말했다. 돈은 쓸 만큼 있지만 재미가 없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한다는 것이다.
사업은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4개월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큰 꿈이 보인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멘로파크=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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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산업지도 바꾼다] <4> 인터넷에 빠진 13억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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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포털 텅쉰(텐센트)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 인터넷 모바일 사이트 하우스 QQ가 지난 6월 광저우에서 개최한 부동산박람회에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텅쉰 홈페이지 |
"모방서 창조로"… TAB, 글로벌 쇼핑·메신저·검색시장 호시탐탐
텅쉰 모바일메신저 웨이신 월 이용자수 4억3800만명
와츠앱 따라잡기 시간문제
'중국판 이베이' 타오바오 세계 2위 기염… 美 진출도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 등 IT와 금융 융합도 가속도중국 베이징의 지하철, 공항 터미널, 기차역 등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오십을 훌쩍 넘긴 직장인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본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보다 인터넷 사용이 더 보편화된 곳이 중국이다.
인터넷은 13억 중국인들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선진국들을 뒤쫓기에 바빴던 중국인들에게 인터넷은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중국 인터넷 서비스는 중국인들에게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기업인 좌담회에서 인터넷 기업들을 향해 "당신들은 시간을 소비로 창출했다"며 "새로운 경제모델은 중국이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보기술(IT) 혁신의 주인공은 TAB로 지칭되는 텅쉰(Tencent·텐센트),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한 TAB은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다.
◇모방에서 창조로 진화하는 TAB=베이징 량마치아오 맥라렌 매장에 근무하는 자오밍샨(28)씨는 일과를 TAB과 함께 시작한다. QQ 메신저와 웨이신(위챗)으로 그날 만날 고객과의 약속 시간과 장소를 확인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바이두 앱으로 날씨·뉴스를 체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알리페이 월렛으로 주말여행을 위한 등산화를 주문한 후 위어바오(알리바바의 재테크 상품) 수익률을 확인하며 출근준비를 한다. 콜택시 서비스 앱인 콰이디디처로 부른 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다는 웨이신이 뜬다.
TAB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모방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제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텅쉰의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인 웨이신의 월간 이용자 수는 4억3,800만명. 페이스북이 인수한 와츠앱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의 e베이로 불렸던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중국 인터넷쇼핑몰 시장을 불과 10년 만에 세계 2위로 올려놓고 이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1ㆍ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39%나 증가한 120억3,100만위안(약 1조9,6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32% 늘어난 55억4,300만위안(약 9,0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인터넷과 금융의 융합=지난 15일 현재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의 수익률은 4.185%를 기록했다. 2월 초 6.3296%에서 2%포인트 떨어졌지만 중국 은행권의 고수익상품인 이재상품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당연히 돈은 위어바오로 몰릴 수밖에 없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새로운 플랫폼은 금융이다. 포문을 연 알리바바의 알리페이(ailpayㆍ즈푸바오)는 인터넷쇼핑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제3자 결제 플랫폼으로 회원 수만도 3억명에 달한다. 지난해 알리페이의 총 결제액은 3조8,720억위안(약 639조원)으로 하루 평균 106억위안이나 됐다. 중국인 6명 중 1명은 매일 한번씩 알리페이로 쇼핑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위어바오는 알리페이가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알리페이 계좌에 남은 잔액을 알리바바가 대주주인 자산운용사 톈훙펀드를 통해 굴려 수익을 낸다. 위어바오 고객 수는 지난해 6개월 만에 8,000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억명을 돌파했다. 위어바오의 급성장에 놀란 중국 메이저 은행들은 알리페이 이체한도를 기존 5만위안에서 5,000위안으로 낮추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상반기 온라인 보험회사인 중안자이센과 톈훙펀드의 소유권을 확보해 지불·소액대출·담보·보험까지 4대 소매금융 업무를 모두 갖췄다. 또 알리미소금융그룹을 통해서는 예금·대출·송금 등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완비했다. 알리바바는 인터넷쇼핑몰에서 인터넷금융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어바오가 성공을 거두자 여기에 자극받은 텅쉰은 차이푸퉁, 바이두는 바이파를 각각 금융상품으로 출시하며 위어바오 따라잡기에 나섰다. 금융 경쟁력이 미약했던 텅쉰은 지난해 제3자 결제 플랫폼인 텐페이로 인터넷 금융업에 진출하고 텐페이 인터넷 금융 소액대출회사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궈진증권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후 매매·투자·자산관리 등 증권업무의 기반을 만들었다.
◇만리장성 속의 TAB=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을 두고 '온실 속 화초'라고 비아냥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만리방화벽'이라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은 트위터·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서비스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 속에 13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 인터넷 기업에는 글로벌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 구글은 2010년부터 중국 당국의 검열정책에 맞서다 아예 철수했다. 중국인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또한 인터넷뿐 아니라 휴대폰에서도 구글 검색, 구글플레이 등을 이용하기 어렵다.
반면 TAB은 정부의 검열에 순응한다. 이와 관련해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2월 포춘 포럼에서 "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만의 독특한 환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두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티베트 관련 동영상이나 자료 검색이 불가능하다. 텅쉰도 마찬가지다. 4월 시진핑 주석이 조장을 맡은 인터넷영도소조의 주도로 중국 정부가 모바일메신저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이달 초 텅쉰은 자체적으로 웨이신 등의 유언비어 등을 조사해 계정을 폐쇄했다.
이 같은 장벽이 사라졌을 때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중국이 카카오톡·라인 등 한국 기반 인터넷서비스를 차단한 것은 역으로 외국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한 경계수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분석된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차이나 플랫폼 이끄는 '마마리'
<div class="sponsor">기사입력 2014-08-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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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 |
B2B·소통·검색으로 시작… 中인터넷시장 키플레이어로
유수 국유기업 CEO 제치고 시진핑 방한때 동행하기도
알리바바의 마윈(50), 텅쉰(텐센트)의 마화텅(43),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 '마마리'로 불리는 이들은 중국 인터넷 시장의 '키플레이어'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동행한 중국 기업인 250명 중 마윈·리옌훙 회장은 유수의 국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제치고 중국 기업의 간판스타로 대접받았다.
이들은 1998~2000년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산업에 뛰어들어 중국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성장배경은 확연히 다르다. 마윈과 마화텅이 순수 국내파인 반면 리 회장은 미국 유학파다. 리 회장은 베이징대와 뉴욕주립대에서 정보기술(IT)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또 마윈 회장과 리 회장이 가난하고 평범한 집안 출신인 데 반해 마화텅 회장은 관얼다이(官二代ㆍ관료 2세)로 태어났다.
성장배경이 다르듯 이들은 각기 다른 플랫폼으로 자신의 인터넷 왕국을 만들었다. 마윈 회장은 중국 전통상인들의 고향인 항저우 출신답게 인터넷과 B2B를 접목했다. 단돈 50만위안(당시 약 7,000만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14년 만에 연간 거래규모 170조원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마윈 회장은 승부사다. 창업 6개월 만에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달러의 투자를 받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6분 만에 설득해 2,00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3년 e베이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알리바바는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수수료를 없애고 무료광고를 허용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결과는 알리바바의 대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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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화텅 텅쉰 회장 |
'펭귄제국(QQ)의 황제'로 불리는 마화텅 회장. 4월에 그가 중국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혔을 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 인터넷 세상에서 마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는 정보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간파하고 소통의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스라엘의 채팅 프로그램 ICQ를 모방해 만든 OICQ로 한차례 실패를 겪은 후 탄생한 PC 메시지 QQ는 이용자 수만 해도 20억명에 달한다. 마화텅은 모방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조의 출발이라고 강조한다. 전세계 4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 웨이신(위챗)이 카카오톡의 카피캣으로 불리자 마 회장은 아예 카카오톡 지분을 인수해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톡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마 회장의 다음 목표는 카카오톡 인수다. 마 회장은 모방→변형→창조의 공식으로 13억 중국인의 소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PC·휴대폰 등에 항상 뜨는 강아지 발바닥은 중국인을 인터넷 세상으로 안내한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가난한 공장 노동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리 회장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성공의 아이콘이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다 월스트리트를 거쳐 인터넷 기업 인포시크 등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서른한 살이던 1999년 120만달러로 한 허름한 호텔 방에서 바이두를 창업했다. 리 회장의 경영철학은 '바이두(百度)'라는 이름에 그대로 드러난다. '무리에서 그를 천번이고 백번이고 찾는다(千百度)'는 송나라 시에서 따온 바이두는 정확한 정보를 위해 백번 천번 끈질기게 검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 회장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 신규 사업보다는 검색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힘을 쓴다. 바이두 창업 이후 검색엔진이 아닌 다른 영역에 진출한 적도 없다. 다른 영역은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인수 방식을 택했다. 리 회장은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형세를 판단하고 기회를 살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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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엔훙 바이두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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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알리페이는 어떻게 보안성 챙겼나
선조치, 후조사가 기본원칙
(지디넷코리아=손경호 기자) 10여년 전부터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페이팔과 알리페이는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로 성장했다.
국내서 카카오페이, 페이나우 등 새로운 간편결제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회사들의 성공모델을 보안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들은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안전하다는 보장을 해 줄 수 있었을까.
21일 국내 보안업계에 따르면 페이팔, 알리페이는 부정거래나 결제사기가 발생했을 때 선조치, 후조사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해외에서는 신용카드 관련 정보를 훔친 뒤 이 정보를 마그네틱 부분에 담은 가짜 카드를 통한 결제사기가 빈번하다. 사용자 신용정보번호, 유효기간, CVC 등 정보를 유출시킨 뒤 이 정보를 입력한 가짜 카드를 만들어 실제 결제에 악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경찰을 통해 유사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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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편결제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팔, 알리페이는 결제 관련 사고에 선조치, 후조사로 대응하고 있다. | |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에서 사용하는 POS단말기용 시스템에서 유출된 정보 역시 이러한 사기에 악용됐을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훔친 카드로 결제가 이뤄지거나, 한 개 IP에서 여러 개 서로 다른 카드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결제되는 경우, 해킹을 통한 온라인 결제사기 등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선조치, 후조사가 기본원칙
사고가 발생하면 이들 회사는 분쟁조정 관리인력을 통해 구매자, 판매자 간 중재업무를 수행한다. 페이팔의 경우 전 세계에 약 3천명 가량 분재조정 관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우선처리한 뒤에 사후 디지털포렌식 등 기법을 활용해 실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페이팔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각각 가상계좌를 둔 뒤 이곳에서 입출금이 이뤄진다. 대신 1%~5%의 수수료를 챙긴다. 본인명의 신용카드, 직불카드, 은행계좌 등으로 직접 결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페이팔이 제공하는 별도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조금씩 출금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고가 나더라도 자신의 계좌가 직접 탈취될 확률은 상당히 적다. 이 방식은 제3자 지불서비스 혹은 에스크로라고 불린다.
단순히 페이팔ID와 비밀번호만으로 로그인을 한 뒤 결제가 이뤄지지만 뒷단에서 여러가지 보안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페이 역시 에스크로 방식으로 구매자, 판매자 사이 임시계좌를 개설해 송금되는 자금을 일시보관했다가 서로 간 결제 확인을 받았을 경우에만 이체를 실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와 함께 가입시에는 이메일 인증,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휴대폰 인증이 사용되며, 임시계좌에 돈을 예치시킬 때는 휴대폰 인증을 쓴다. 결제를 위해서는 페이팔과 마찬가지로 로그인 과정만 거치면 된다.
■민간 보안 기준 PCI-DSS 필수 두 회사는 2006년부터 비자, 마스터카드, 최근 참여한 유니온페이 등이 만든 신용카드 관련 국제보안 규정인 'PCI-DSS'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를 통해 1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보안성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반영한다.
페이팔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과 마찬가지로 자사 서비스에서 보안취약점에 대한 신고 포상제(버그 바운티 제도)를 운영 중이다. 원격코드실행 취약점의 경우 페이팔은 최대 1만달러 상금을 내걸고 있다.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공통적으로 적용한 핵심 보안 기술 중 하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다. 약 10년 넘게 결제 사업을 해왔던 이들 기업도 처음부터 FDS를 도입했었던 것은 아니다.
페이팔의 경우 서비스 도입 초기인 2001년 해커가 페이팔 계정에 침투해 다수 계정에서 소액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에 10억원꼴의 손해가 지속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FDS를 구축했다.
알리페이도 2005년부터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해 FDS를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 기본적인 암호화 기술과 함께 앱을 기반으로 한 일회용 비밀번호(OTP)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금융보안연구원 성재모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오프라인 결제의 경우 FDS를 구축하고 있으나 온라인 결제에 대해서는 준비가 많이 미흡한 상황이다.
성 본부장은 "우리는 사고가 나면 경찰이 신고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입증이 돼야 보상해 주는 반면 페이팔, 알리페이 등은 사고가 나면 먼저 자체적인 보험시스템을 통해 보상을 해 준 뒤 필요한 분석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글로벌 간편결제 보안기술, 국내 사용자가 수용할까 이러한 방식이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보안업계에 따르면 PCI-DSS의 경우 국내 금융권에서 도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측은 가상계좌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ID와 비밀번호만으로 이뤄지는 페이팔과 같은 결제는 보안우려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가상계좌를 통한 에스크로 방식의 거래는 국내 결제 환경에서 이뤄지는 실시간 거래와는 달리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결제가 지연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소비자, 판매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가도 고려해야할 문제다.
결제, 보안 업무를 대행해주는 페이팔의 경우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도 들린다. 페이팔이 PCI-DSS 규정을 준수하면서, FDS, 에스크로 서비스 등을 구현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일종의 사고에 대한 보안비용을 사용자들이 일부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수료를 감내할 수 있을지도 검토 대상이다.
중국 스마트폰을 보는 두 번째 열쇠, '플랫폼'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것입니다. 하드웨어가 따라잡힌 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소프트웨어가 따라잡히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지요. 그런데 실제 중국 스마트폰을 보면 소프트웨어 면에서 완성도가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중심에 서비스 플랫폼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 스마트폰의 의외성은 플랫폼에서 드러납니다. 중국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텐센트와 타오바오 같은 중국의 굵직한 서비스가 들어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에서 구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도 대부분의 구글 기본 서비스가 막혀 있고 그 자리를 모두 중국 자체적인 서비스로 채운 겁니다.
그게 지금 당장 좋다 나쁘다를 말하자는 건 아닙니다. 국가가 나서서 서비스를 차단하고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도 당연히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그렇게 조금씩 손대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개방한 시장입니다.
특히 구글은 거의 중국에서는 없다시피한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막혀 있고,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라인도 막혔지요. 이 정도로 폐쇄적이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종종 눈에 띄는 중국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서비스들을 쓰는 게 눈에 띄는데, 대부분 자체 서비스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근에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원플러스나 화웨이 등도 해외에서는 구글의 인증을 받기도 하고 구글플레이스토어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파는 제품에는 다른 서비스들이 들어갑니다.
그게 아예 운영체제 형태로 묶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미의 MiUI이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샤오미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입니다. 이게 하드웨어로 완성되는 것이지요. 꼭 하드웨어 회사뿐이 아닙니다. 심지어 바이두는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뿌리는 대부분 안드로이드입니다. 서비스만 있으면 운영체제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지금 당장 텐센트가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해서 이상할 것 하나 없습니다.
구글이 가장 불편해하는 포크(porked) 안드로이드지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의 서비스와 검색 유입을 늘리기 위해 운영체제를 개방했는데, 이를 개조하고 심지어 구글의 서비스를 싹 빼서 새 운영체제를 만듭니다. 중국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구글의 표준을 지키는 것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쉽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글이 없는 안드로이드로 내수 시장을 잡고 있습니다. 나중에 중국 시장이 개방돼도 클라우드, 마켓, 콘텐츠를 쥐고 있다면 구글도 단숨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과정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어걸린 것처럼 중국 시장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을 접목한다면 그 밑바탕은 안드로이드가 아니어도 됩니다. 지금 당장 앱을 잘 만들지 못해도 앱은 언제고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는 돈과 시간이 성공을 보증하진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늘 소프트웨어는 약점으로 꼽혀왔습니다. 각 회사들은 이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 노력에 비해서 섭섭한 부분들이 꽤 눈에 띕니다.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얻기 위해 우선적으로 했던 노력은 ‘응용프로그램’으로 연결됐습니다. 제조사뿐 아니라 통신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는 제품을 켜자마자 만나는 수십 개의 앱들입니다. 물론 서비스에 대한 것들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려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스마트폰에 어수선한 경험들만 늘어놓고, 앱을 개발하는 소규모 개발자들과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드웨어 시장이 안드로이드로 모듈화, 평준화되고 있다면 차별점은 그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줄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본 시장이 아이폰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튠즈라는 콘텐츠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그림으로서의 플랫폼이 시급합니다.
그래서 나온 플랫폼의 오해 중 하나는 운영체제입니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는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블랙베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번 썼던 운영체제를 바꾸기 어려운 것은 습관과 편의성에도 있지만 점점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잠금 효과가 다른 운영체제로 옮기기 어렵게 만듭니다. 운영체제는 그 다음에 만들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로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폰과 별개로 안드로이드 위에 e메일, 클라우드, 게임 등의 서비스를 올려서 저가 시장부터 뛰어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가 뭐가 됐든 MS의 서비스 플랫폼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MS의 대표 상품인 'MS오피스'도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로 확대해 운영체제는 다른 것을 쓰더라도 서비스, 그리고 그 서비스들이 묶이는 플랫폼은 MS의 것을 쓰라는 메시지이지요.
이렇게 하려면 좀 더 체계적인 서비스 구성과 하나로 묶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가 체계적일 수밖에 없고, 텐센트가 운영체제를 만들어도 이질감이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망 관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놀라운 것은 각 국가마다, 또 그 나라의 두세개 이상 통신사에 꼭 맞춘 제품을 동시에 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통신 3사가 쓰는 주파수가 다르고, 통신 방식이 다릅니다. 그 위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가 다릅니다. 그런데 이걸 전 세계 시장에 동시에 적용해서 공급합니다. 이걸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서비스 플랫폼만 확실히 갖춰진다면 이를 적절히 묶어 시장에 하드웨어 뿐 아니라 서비스로도 영향력을 가져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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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산업지도 바꾼다] <5> 패권 회복 나선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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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위치한 영국 세계 최초 개방형 데이터 전문기관인 ODI 전경. 영국은 개방형 데이터가 기존 제조업의 ICT 융합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정보화진흥원 |
"제조업+ICT로 제2산업혁명"… BMW·다임러도 카셰어링 서비스
"美에 뒤질 수 없다" 디지털로 패러다임 전환
佛 슈나이더일렉트릭, 사물인터넷 사업 진출
英 개방형데이터 집중 육성… 美와 선두 다퉈
구글·애플·아마존 등 거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긴 유럽에 대해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럽의 검색엔진 시장을 구글이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유럽 내에 '반구글'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는 이면에는 더 이상 미국 IT 기업에 유럽의 자존심을 넘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한 전문가는 "유럽이 과거 산업혁명의 영광에 안주한 채 정보·디지털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럽은 지난 1995~2000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국보다 20% 이상 적었다. 작게 보일 수도 있는 차이지만 결국 21세기 두 지역 간 경쟁력 격차를 넓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유럽이 최근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디지털 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 그것이다. 특히 이들은 전통 주력산업인 제조업에 ICT를 접목하는 방법으로 앞서 나아가는 미국과 뒤따라오는 아시아권 국가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 중이다.
◇잇따르는 제조업의 디지털화 물결=ICT 산업에 관한 유럽 국가들의 위기의식과 재도약에 대한 의지는 유럽연합(EU)이 2010년 내놓은 'EU 2020'이라는 신경제정책에 그대로 투영됐다.
오는 2020년까지 유럽 지역 발전 방안 가운데 디지털 의제를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매섭게 투자를 퍼붓겠다는 EU의 전략이다. 무엇보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사양산업으로 여겼던 제조업이 오히려 생존력이 가장 강하다는 점을 확인한 뒤부터는 제조업·ICT 융합을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독일이 선두에 섰다.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기존 산업에 ICT를 융합하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빠르게 이뤄나가고 있다.
실제로 다임러와 BMW는 각각 '카투고(car2go)' '드라이브나우(DriveNow)'라는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확대 보급하면서 최근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또 폭스바겐 등 상당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에 ICT를 총집합한 스마트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KOTRA는 2025년 독일 산업분야 내 디지털 관련 부가가치 창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11.5% 증가한 2조5,931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산업계에서 디지털 패권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 역시 ICT 강점을 활용한 혁신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ICT를 제조업에 적용, 패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영국·프랑스 등 다른 주요 유럽 국가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프랑스에서는 군수품 제조 철강 기업으로 출발해 2002년부터 ICT 융합을 통한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 변신한 슈나이더일렉트릭이 디지털화에 성공한 대표적 제조업체로 꼽힌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전력장비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주력제품화하면서 13조원이었던 매출을 10년 만에 29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에 포커스를 맞췄다. 피에르 콜 슈나이더일렉트릭 부사장은 "슈나이더의 디지털화 전략은 이제 전력시설·산업·데이터센터·빌딩과 주거공간 제어 등 모든 사업영역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에서 플랫폼·데이터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유럽 산업계 종사자들은 제조업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 수익 창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디지털 산업의 핵심 이익은 고객을 제어할 수 있는 데이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를 통한 플랫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데이터·네트워크 플랫폼을 장악하고 하드웨어 업체에 대해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제 제조업체들의 패러다임 변화는 생존을 위해 건너야만 하는 외나무다리가 됐다. 독일이 자동차 분야에서 데이터 소유 문제에 눈뜨고 슈나이더일렉트릭과 같은 에너지 관리 기업이 IoT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국가적인 투자에 힘입어 공공데이터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관련 기업과 기관들은 데이터가 유럽의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확신하고 빅데이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세계 최초의 개방형 데이터 전문기관인 영국 ODI(Open Data Institute)의 리처드 스털링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개방형 데이터가 서비스 산업에 이미 적용된 것처럼 조만간 제조업에서도 활용될 것"이라며 "10~20년 전 웹이 나타날 때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회사들이 지금 인터넷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처럼 데이터 기업들도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그래프 등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오쨉?謙暠老좟??장마크 라자드 대표는 "개방형 데이터는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분야로까지 응용의 길을 열었다"며 "운송·장치 산업 등 기존 기업의 업무 처리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소비자와 직접거래 없는 B2B기업도 SNS 활용 등 디지털화 적극 나서야"
크리스 레옹 슈나이더일렉트릭 부회장
"슈나이더일렉트릭은 B2B(기업 간 거래) 회사 중에서 소셜미디어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 회사의 소비자들은 B2B 회사 고객사의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B2B 기업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웹 경험을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크리스 레옹(사진) 슈나이더일렉트릭 DCE(디지털 고객 경험)팀 총괄 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기업 디지털화 프로젝트'의 핵심정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레옹 부회장은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일상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확대 등에 대해 전사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이미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28만명 이상의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트위터로도 1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또 기업 홈페이지 방문객만 매달 300만명 이상 기록하는 것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로도 8,7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B2B 회사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사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지난 1836년 유진·아돌프 슈나이더 형제가 설립한 프랑스계 다국적 회사다. 처음에는 철강업체로 출발했으나 30여년 전 슈나이더 가족 기업 체제가 끝나면서 전기업체로 변신했고 2002년부터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화에 성공한 대표 기업 중 하나다.
레옹 부회장은 이에 대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적 예측 분석 서비스부터 다채널 고객 지원 경험 제공까지 다양한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종 소비자와 파트너사 모두를 위한 최신 소프트웨어, 디지털 도구,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이렇게 변신에 변신을 반복하며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풍'과 '교육을 통한 인재 개발'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레옹 부회장은 "디지털화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직원들에게 전자공학·연결성·소프트웨어와 같은 새로운 역량을 교육시키는 것"이라며 "디지털화는 완전히 새로운 속도, 열린 협력 생태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능력, 실험정신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화는 우리가 일하고 놀고 생활하는 방식을 모두 바꾸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더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업무 시스템을 진보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모바일화되고 소셜화되고 연결된 조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업체로 변신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였던 경험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관리능력을 강화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레옹 부회장은 "제조업 공장은 매우 엄격한 규율을 갖추고 있고 규모가 큰 팀이 많아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에게도 조직 관리를 배우는 장소가 된다"며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전세계에 200곳이 넘는 공장, 300곳이 넘는 제조현장을 보유하고 있어 높은 품질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소프트웨어팀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접선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프로젝트도 계속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강한 회사가 많다"고 평가한 후 "기업이 속한 국적이나 산업군을 벗어나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무엇을 제공할지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화웨이, 삼성·애플 위협 다크호스로
2분기 출하량 2,000만대 기염
중동·아프리카서 폭발적 성장
LGU+와 통신망 공동연구
밀월관계 우려 목소리 커져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기업 화웨이가 삼성·LG전자와 애플을 위협할 강력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장비업체로 쌓은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토대로 스마트폰 업체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와 화웨이 간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가 통신 장비 업체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삼성과 애플 등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32%→25%)와 애플(13%→12%)이 하락한 반면 3위를 차지한 화웨이(4.3%→6.9%)는 급성장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7,730만대에서 7,430만대로 줄어든 것과 달리 화웨이는 1,040만대에서 2,030만대로 출하량을 95%나 대폭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외신들은 화웨이를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는 주요 스마트폰 업체로 꼽았다. 따라서 조만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만드는 화웨이가 애플 보다 삼성전자에 더 큰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화웨이의 올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약 6배, 남미에서 약 4배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외신들은 그러면서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과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에 주목했다. 핵심 사업이 통신장비인 화웨이가 각국에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화웨이의 이 같은 네트워크가 하나 둘 사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에 통신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데 최근 들어 화웨이와 LG유플러스 간 관계가 더욱 밀접해 지고 있다.
실제 양사는 최근 서울에 모바일혁신센터를 열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센터는 롱텀에볼루션(LTE) 등 4세대(4G) 통신망과 5세대(5G) 통신망 등을 공동 연구·개발한다. 여기에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 '아너6'를 LG유플러스 2.6㎓ 대역 망을 통해 네트워크 안정화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밑거름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르면 하반기에 화웨이가 LG유플러스를 통해 곧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국내 시장 성장은 삼성은 물론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화웨이 행보게 촉각을 곧 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6> 한국 'ICT+제조업'의 초라한 현실
구글·애플, 통합 플랫폼 속도내는데… 국내업계는 말로만 "융합"
카톡 메신저·금융 결합 '간편결제' 서비스
美 1998년·中 알리페이 2003년 이미 출시
"스마트홈·헬스케어·전자상거래가 먹거리"
외국선 인수합병 통해 융합시스템 구축 박차
한국 스마트카 산업은 자동차 따로 IT 따로# 한국에 밀려 전자왕국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소니.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 융합을 통한 미래 '플랫폼 경쟁'에서는 한국 기업보다 먼저 출발했다. 무려 13년 전부터 인수합병과 타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ICT와 의료를 융합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 여기에서 탄생한 소니의 인터넷 의료정보 포털 'M3'는 한국은 물론 미국·영국 등 70개국 170만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소니는 현재 'M3'를 의료정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 앞다퉈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샤오미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스마트폰·웨어러블·헬스케어·전자상거래 등 모든 것을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통합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영위하도록 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 '플랫폼'이다. 애플과 나이키가 함께 힘을 모아 웨어러블 플랫폼 '나이키플러스(Nike+)'를 만든 것이 한 예. 이제 ICT 융합을 통한 '기업의 플랫폼화'는 미래 비즈니스의 키워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융합 속도는 외국과 비교해볼 때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이를 주도할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ICT 융합 현실은=국내 인터넷 업체 A사 관계자는 "신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등을 위해 국내 대표 제조기업과 함께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1~2건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신발·의류 등 제조회사가 인터넷 업체와 함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나가고 있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삼성전자가 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산업의 핫이슈인 카카오톡과 금융의 결합 역시 외국에 비하면 초라하다. 메신저와 금융의 결합이 국내 금융 산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IT와 금융의 결합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인 미국 페이팔의 경우 1998년 출시됐다. 중국 알리바바는 미국의 페이팔을 본떠 지난 2003년 10월 간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내놓았다.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IT와 금융의 결합이 중국에서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ICT 융합 면에서 한국은 사실 중국보다 뒤늦지 않았나 싶다"며 "IT 강국이라는 구호도 어떻게 보면 하드웨어에 불과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유망 분야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카가 그중 하나다. 테슬라는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를 공개하며 여러 기업과의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외국 자동차 기업들도 IT 기업과 결합해 스마트 카 기술을 축적해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스마트 카 산업이 자동차 따로, IT 따로 등 여전히 융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위기다. '산업의 뿌리'로 불리는 제조업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1960년 이후 가장 낮은 5.1%이다. 값싼 인건비와 시장 규모를 앞세운 중국이 기술력까지 키우면서 국내 제조업은 어려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해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해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도 주요 선진국처럼 기존 정책을 재검토해 제조업에 IT를 융합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통합 플랫폼'으로 가는 외국의 IT 융합=미국 등 전세계 기업들은 요즘 IT를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올 상반기에만 인수합병에 투자한 돈이 42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구글은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이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모바일 등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시도 중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 역시 시장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종 분야로의 융합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이 모든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글로벌 제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팔던 아날로그 기업이 아니라 제품(디바이스)과 콘텐츠·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IT 산업에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애플·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의 돈을 인수합병에 투자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단일 플랫폼에서 벗어나 아예 애플과 구글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순 제조업이 IT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 스마트폰 사업이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포화상태"라며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스마트홈·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의 미래 먹거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제조업의 디지털 흐름에 발맞춰 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대세로 굳어진 '제조업 디지털화'
지멘스·볼보 손잡고 'e고속도로' 사업 진행
獨은 정부가 '사물인터넷·제조업' 융합 앞장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장악했던 애플. 이제는 아이폰을 통해 전등이나 가전제품, 보안 시스템 등을 컨트롤하는 스마트홈 시장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집 안의 모든 가정용 제품에 IT를 융합한 미래형 가정이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선점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려는 계산이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최근 자동차 제조회사 볼보와 손잡고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e고속도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e고속도로'는 전기 트럭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정 구간에 설치된 전차선에서 전력을 공급 받으면서 운행되는 시스템이다. 볼보는 이 프로젝트에 쓰일 트럭을 개발한다. 전차선은 지멘스가 개발을 맡는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선도주자인 일본의 도요타는 최근 차량 안전관리를 위해 지멘스의 제품수명주기(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 솔루션인 팀센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조 라인에 지멘스의 우수한 IT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제조 라인을 새롭게 개선하는 비용 지출 없이 업그레이드 앱만 설치하면 제품 혁신은 물론 시장 출시 기간 단축, 규정 준수, 자원 최적화, 글로벌 협업 등과 같은 기업의 주요 비즈니스 과제를 신속히 해결해줘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업무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조업과 IT의 융합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근간"이라며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서둘러 IT 융합에 나서는 것은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다. 한 예로 독일은 지난 2000년대 말부터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제조생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과 제조업을 융합하는 사업도 펴고 있다. 3D 프린팅과 생산로봇,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결합해 자국 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 덕분에 2012년 2,4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약 2,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일궈냈다. 폭스바겐과 BMW·지멘스·바이엘·보쉬·BASF 등 대기업과 1,300개가 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이뤄진 제조업 군단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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