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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우전(烏鎭)은 상하이(上海)에서 서쪽으로 140㎞ 떨어진 곳에 있는 수향(水鄕)이다. 항저우(杭州)에서도 80㎞를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시골마을이다. 중국 정부가 잘 보존하고 있는 강남(江南·장강 이남)의 6대 고진(古鎭·옛날 마을) 중 하나다. 그런 곳에서 지난 11월 19일부터 사흘간 ‘세계인터넷대회(
World Internet Conference)’가 열렸다. 아마도 스위스 다보스(
Davos)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데 착안한 듯하다. 최근 뉴욕증시 상장으로 세계적 거부(巨富)가 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고향이 항저우이기 때문에 우전을 선택했다고도 한다.
이 시골마을에 중국의 인터넷 기업 3대 거상(巨商)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윈(馬雲) 회장, 텅쉰(騰迅·
Tencent)의 마화텅(馬化騰) 회장을 비롯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모였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 라지브 수리 노키아 최고경영자(
CEO), 파디 쉐하디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
ICANN·아이칸) 최고경영자(
CEO) 등을 비롯해 삼성, 퀄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MS) 등 글로벌
IT 기업 간부들도 참석했다. 100개 국가에서 1000여명이 모였다. 미국과 유럽의 거물급
IT기업 회장들은 참석하지 않아 세계 대회라고 하기엔 다소 미흡한 감이 있었다.
이 대회에는 남태평양 국가들을 순방 중이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축사를 보내왔고,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마카이(馬凱) 부총리는 참석해 연설을 했다. 중국공산당과 정부 고위인사들도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중국 지도자들이 이 대회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루웨이(魯煒) 부부장은 감각적인 인사말을 했다.
“오늘의 우전 마을은 천년의 옛 마을에서 이제는 인터넷 마을, 지혜의 마을이 됐습니다. 나는 이 우전 마을에서 ‘3개의
come’을 말하고 싶습니다. ‘
come to China,
come to consumer,
come to consensus!(중국으로 와서, 14억 소비자들과 만나고, 서로 의견일치를 이루자!)’”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짤막한 인사말을 했다. “나는 20년 전 10월에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본 사람입니다. 그때 나는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인터넷이 가치를 창조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인류는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고, 진보의 희망을 갖게 됐으며, 또한 공동의 책임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윈 회장은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세계 20위권의 거부이자 중국의 1위 부호가 됐는데, 우전에서 멀지 않은 항저우 출신이다. 1988년에 항저우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항저우전자공업대학에서 영어와 국제무역을 가르치던 마윈은 1992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영어통번역 회사를 차렸다. 첫 달 경영성적은 수입 700위안(약 13만원)에 사무실 월세 2000위안의 적자였다. 하지만 영어통번역 회사를 차린 덕분에 1995년 항저우시 의뢰로 항저우에 투자하러 온 미국 기업인을 따라 미국 여행을 떠났다가 미국에서 인터넷에 처음으로 접속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중국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마윈은 중국으로 돌아와 스스로 인터넷 회사를 차리는 결단을 내렸다. 부인과 친구들을 부추겨서 2만위안을 마련한 마윈은 인터넷에서 기업광고를 할 수 있는 ‘
China Yellow Page’라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열었고 3년이 채 안 돼 500만위안(약 9억원)이라는 큰돈을 벌었다. 마윈은 1997년에는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국무원 대외경제무역부의 공식 웹페이지를 만들었고, 1999년에는 다시 고향인 항저우로 돌아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한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알리바바와 마윈을 세계적 기업, 세계적 부호로 끌어올렸다.
중국은 1994년 4월에 처음으로 64
kbps라는 낮은 스피드의 국제인터넷 네트워크를 열었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전국에 광통신망을 깔아서 3기가, 4기가 시대를 누리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접속인구는 6억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의 ‘빼빼로데이’를 가지고 가서 ‘싱글들의 날’로 변형시킨 지난 11월 11일 마윈의 알리바바는 571억위안(약 10조원)의 상거래를 기록해 세계적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국의 인터넷에는 빛과 그늘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오늘의 중국은 아무리 작은 시골마을에 가도 호텔이 있는 곳이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접속은 차단돼 있고, 공안당국은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역량을 강화해서 중국공산당이나 정부에 유해한 정보가 생산되면 즉각 차단한다. 중국 국내 정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홍콩의 중국어 사이트들은 아예 접속이 되지 않는다. 구글 메일도 노트북이나
PC로는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한국 포털 기업들의 메일 서비스는 원활하게 잘 접속이 되기 때문에 중국의 지식인 가운데에는 한국의 포털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계획에는 “실험 지역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미국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유롭게 접속하도록 허용할 것이며 실험이 끝나면 전 중국 대륙에서 접속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떠도는 ‘유해 정보’, 즉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중국 정치의 특수성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정보’의 흐름은 차단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과
SNS 때문에 중동에서 일어난 자스민혁명이 정치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너무나도 잘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인터넷 대국이 되면 될수록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고민도 함께 커지는 함수관계가 성립하고 있다는 점이 시진핑과 리커창을 비롯한 중국 정치지도자들에게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14억이라는 인구 때문에 양적으로 인터넷 대국이 되기는 쉬웠지만, 질적으로 인터넷 강국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 대체로 맞는 전망이 될 듯싶다.
박승준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연구소 방문교수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 박승준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연구소 방문교수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