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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하는 한국, 배려하는 일본
韓, 세금 환급 외국인 공항서 긴 줄
日, 구입 때 여권 확인 후 바로 환급
중국인 관광객 한국 구매 11% 감소
-관광 경쟁력 한국 29위, 일본 9위
日은 베트남 등에도 비자발급 완화… 民官이 함께 관광객 유치에 사활
한국, 정부 차원의 조율기구 없어… 항공 교통부·세금 관세청 등 분산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3층 세관신고 창구 앞에는 짐을 잔뜩 든 외국인들이 50m넘게 줄을 서 있었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비행기표를 받은 관광객이 국내에서 산 상품의 부가세를 환급받기 위해 줄을 선 것이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곳에서 세관 신고를 하고 다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 세금 환급 업무 대행업체 창구로 찾아가 세관신고 도장을 받은 영수증을 제시해야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폴란드계 캐나다인 줄리안 시아즈키비츠씨는 "세관 도장을 받기 위해서만 30분을 기다렸고, 출국장 안에 들어가서 세금을 실제로 돌려받는데 또 3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본에서는 어떨까? 지난달 말 출장길에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 양판점에서 5만엔(45만원)짜리 애플 워치를 산 직장인 차재강씨는 "시내 가게에서 외국인에게는 아예 세금을 빼고 결제를 해주더라"며 "그 자리에서 소비세 7%를 제외한 금액을 결제한 뒤 여권에 영수증만 붙였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세금 환급과 관련해 걸린 시간은 여권에서 영수증을 떼내 세관에 주는 데 걸린 10초뿐이었다.
이는 올해 해외 관광객 숫자가 40% 넘게 급증한 일본과 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한국의 관광 소프트 인프라 격차의 한 단면이다. 관광객을 불편하게 하는 한국의 세금 환급 절차는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오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장 받는 데만 1시간 - 21일 낮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가세 환급을 위한 세관 신고 도장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도장을 받고 나서야 물품을 수화물로 부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승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도장을 받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려 항공기 운항 일정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2008년부터 작년까지 6년 동안 680만명에서 두 배가 넘는 1420만명으로 늘었지만 한국 관광 인프라는 그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7년 만에 처음 6개월 연속 일본에 추월당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국가별 관광 산업 경쟁력 순위도 4계단 떨어졌다. 일본이 2006년 관광입국을 선언하고 10년째 일관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관광정책 전반에 걸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빨간불 켜진 한국 관광
한국관광공사는 20일, "올 4월 방한(訪韓) 외국인 수가 작년보다 11% 증가한 138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정부관광국은 "4월 방일(訪日) 외국인 숫자는 작년보다 43% 늘어난 176만명이었다"고 발표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11월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방한 관광객과의 격차를 벌여가고 있다. WEF가 발표한 2015 여행 관광 경쟁력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종합 순위는 2013년에 비해 4계단 떨어진 29위로 밀렸다. 관광업계에서는 국내 교통비, 숙박비 등이 오르면서 한국의 가격 경쟁력이 작년보다 13계단 하락한 109위를 기록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반면 일본은 종합 순위가 14위에서 9위로, 중국은 45위에서 17위로 각각 상승했다.
한국의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1인당 구매금액도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한국 내 불편한 세금 환급절차도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20일까지 본점에 온 중국인 관광객 1인당 구매액이 58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 재작년에 비해 36% 줄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에서도 1분기에 중국인 관광객 1인당 구매액은 80만원으로 작년보다 11% 감소했다.
◇날아다니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급증한데는 엔저(円低)로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 것이 큰 이유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본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민관(民官)이 합심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비자(visa)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9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완화해줬다. 그 결과 올 들어 이들 국가로부터 오는 일본 방문객은 23~59%씩 늘었다.
한국 정부도 이 세 나라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를 지난해부터 검토했으나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돼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 2000만명을 목표로 민관이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일본의 강점이다. 국내 관광업계에서는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회장이 올 2월 일본여행업협회 관계자 1000명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국회의원은 뭐하나"라는 자조(自嘲) 섞인 푸념이 나왔다. 니카이 의원은 이달 20일에는 관광업계 관계자 등 3000명을 이끌고 중국을 찾았다. 장유재 모두투어인터내셔널 대표는 "우리도 외국인 관광객이 오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해외로드쇼 개최 같은 공격적인 유치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복잡한 절차를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부)는 "항공편 문제는 국토교통부, 모텔은 식품위생법을 다루는 보건복지부, 부가세 환급은 관세청이 각각 맡고 있다"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관광위원회를 만들든 어떻게 하든 '원스톱'으로 관광에 대한 모든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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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에 11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22일 일본 도쿄에서 연 제21회 '아시아의 미래' 포럼 만찬에 참석해 "질 높은 인프라를 아시아에 확산시켜 나가고 싶다"면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손잡고 아시아국가 인프라 건설에 향후 5년간 약 11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어 "아시아에는 매년 100조엔이 넘는 커다란 인프라 수요가 있다"며 "일본은 금융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도 AIIB에 맞서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공헌을 강하게 내세운 것이다.
아베 총리가 제시한 투자 규모도 AIIB의 초기 자본금인 1000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그간 AIIB에 맞서 일본이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규모를 늘릴 것이란 소식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절반은 일본 원조 기구를 통해 제공되고 나머지 절반은 ADB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ADB의 최대 출자국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같은 자리에서 전후 70년과 관련해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은 전후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왔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앞서 열린 행사 기조연설에서 고촉통 전 싱가로프 총리 등이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문제삼은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고 전 총리는 최근 아시아를 둘러싼 역사 문제 갈등에 대해 일본과 아시아의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는 "올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았지만 아시아에는 여전히 전쟁의 유산이 남아 있다"며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이 역사 문제 극복을 위해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전 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 계승에 대해 "강한 리더만이 민족주의적 감정을 억제하고 주변국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 발표될 아베 담화를 언급하며 "아베 총리는 강한 리더이기 때문에 더욱 깊은 내용을 담았으면 한다"며 "역사를 제대로 돌아보고, 한 걸음 더 내딛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미래가 정체될 만한 것은 하지 말라고 하겠다"며 한·중·일 모두에 양보를 촉구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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