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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2015-331)

구봉88 2015. 5. 30. 11:48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작성제공 : 박두규 우송대 교수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5- 331호.   2015.   5.   27.)

 

 

 

인터넷 업계와 기존 유통 업계와의 쇼핑 서비스 비교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IMF “한국경제 4大뇌관에 성장동력 휘청”

  2.[환율에 발목 잡힌 한국경제] (상) 글로벌 환율전쟁에 직격탄 맞은 한국기업들

  3.옐런 후폭풍 / 국제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옐런發 공포

  4.'슈퍼 달러'의 귀환… 연내 패리티, 6월 옐런 입에 달렸다

  5.세계경제 노동생산성 둔화 '비상'

  6.CIA "중국 경제규모 세계 1위" 공식 인정

 

기업경영

  1.미래공장·인공지능·가상현실…2020년 모바일시장 미리 본다

  2.[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JY 전자·생명 '투톱' 지배력 커진다

  3.모든 길은 '쇼핑'으로 통한다..인터넷 업계, '모바일·검색·결제'에 올인

  4.30대 그룹 상장사 5년간 추이 보니… 1인당 영업익 ‘뚝’ 인건비 ‘쑥’

  5.차터, 87조원에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확정…공룡업체 탄생

  6.샤오미 '글로벌 공습' 본격화.. 美·유럽서 온라인 판매 매진

  7.LG, 제주에 3조 투자…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

  8.디자인에 힘싣는 애플

  9.현대그룹 뒤통수 친 ‘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10.[대한민국 재계3세 집중탐구]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11.'벤처 신화' 팬택, 끝내 청산 수순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2015 중국 국방백서 군사전략 변화

  2.IS 격퇴 작전 명운 달린 '라마디 혈전' 개시(종합)

  3.세계 여성평화운동가들, 평화 염원 안고 DMZ 가로질렀다

  4.“인간, 200년 안에 신같은 사이보그 될 것”

  5.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아래로부터의 저항’ 이끈 진보적 자유주의 출발점

  6.[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어느 편에도 서지 말라 실제는 회색지대에 있다”

  7.[우리 시대 뉴노멀 ⑧] “한국이란 틀 벗어나니 새 길 보여”

  8.몰락하는 파나마운하

  9.20억불 투자 '이상無'…이란대표 내달 방한, 합작법인 협의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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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1]가계부채 [2]기업투자 부진 [3]소득 불평등 [4]엔低
국제통화기금(IMF)이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기업의 투자 부진 △사라지는 ‘계층 사다리’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한국 기업의 이윤 감소를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경제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 사회 활력을 촉진하는 계층 이동,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 등이 망라된 것이다.

IMF는 최근 내놓은 ‘2015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하며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력을 확충하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IMF는 한국의 가계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로 베이비부머(1958∼1963년생)의 은퇴를 들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한국에서 베이비부머가 노후 생활을 위해 연금에 기대는 대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영업 창업에 나선다는 것. 실제로 전체 가구에서 50대 이상 가구의 가계 부채 점유율은 최근 10년 새 10% 이상 늘었다.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2013년 전세자금 대출이 2009년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점도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IMF는 다만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부채가 소비 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가계의 고정자산으로 이어지고 있어 가까운 장래의 거시경제에 위협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IMF “노동-금융-공공-교육 4大 구조개혁 필수” ▼


2010년부터 기업의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한국의 경제성장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낮은 수익성과 정체된 현금 유동성, 높은 부채 비율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어 투자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둔화는 세수 감소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22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매출 성장률이 2010년 대비 지난해 상반기에 17% 줄었으며, 그나마도 기업의 수익이 상위 10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2013년 기업의 수익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IMF는 특히 조선, 물류, 건설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기자본 대비 부채가 200%를 넘어선 기업이 2013년 기준 전체의 15.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일본이 2011년 8월 이후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의 이윤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교육적 성취와 사회적 지위가 세습되는 경향이 최근 10년간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있었던 ‘대졸자=중산층’ 신화도 사라지면서 전문직이 아닌 직업군은 중산층으로 편입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IMF는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되살리려면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적극적인 정부 정책으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금융·공공·교육 개혁 등 최근의 4대 구조 개혁 조치는 한국이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 데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국일보


변동금리 대출 '700조 시한폭탄'
IMF, 韓 경제 엔저 장기화로 위협

제조업 대일 경쟁력 상실 경고

최경환팀 디플레 점증 대응 느슨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인 제조업이 ‘아베노믹스’ 덫에 빠져 대일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아직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들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최경환 경제팀’의 대응은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25일 내놓은 ‘한국 경제 연례보고서’에서 경기 순환 및 구조적 관점 모두에서 한국 경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한 뒤, 단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요인 중 하나로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장기화를 꼽았다. 2011년 가을 아베노믹스 시작 이후 IMF가 이를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일본 엔화가 최근 4년간 원화 대비 40%나 평가 절하됐으나 현대ㆍ기아차 같은 한국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 이외에는 일본 기업의 가격 인하공세나 수출 물량 감소 등 구체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그러나 엔저가 장기화하면 일본 기업의 가격 인하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특히 엔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한국에는 더욱 불길한 징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전자 등 핵심 경쟁업종의 특성상 일본 기업이 엔저에 따른 여력을 가격 인하에 반영하는 대신 설비 증설이나 연구ㆍ개발(R&D) 강화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엔저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게 한일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근본적 격차를 유발하는 변화가 진행 중임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IMF는 2011년 이후 중국ㆍ중동ㆍ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또 이런 우려에 따라 엔저 장기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장기간 안정된 물가와 정체된 임금이 맞물려 한국 경제가 수축의 악순환에 직면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IMF는 ‘저물가ㆍ저임금→기업수익 감소→투자ㆍ고용부진→저물가ㆍ저임금’ 악순환의 가능성을 아직은 10% 미만으로 예상했지만, 그 발생 확률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일단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면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고 한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IMF는 한국 정부가 최근 확장적 재정ㆍ금융정책을 펴고는 있으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강도 높은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낙후된 노동시장과 서비스부문의 낮은 생산성, 정부지원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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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환손실 커 팔아봤자 몇푼 안남아".. 수출기업 수익성 '최악'
환율 하락에 '속수무책' 삼성 1분기 8000억 환손실 LG도 6000억원가량 손해 가전·자동차업종 '비상등'
엔화약세 지속땐 타격 커 조선업체 컨선 수주경쟁서 日에 경쟁력 떨어져 피해 현대·기아차 경쟁 힘들어져


"환율이 하락하니 팔아 봤자 돈도 몇푼 남지 않는다. 우리 경쟁국가인 일본 엔화가 갈수록 떨어지니 수주하기도 어렵다. 환율이 힘든 살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A물산 영업임원)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환율전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은 환율하락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실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환율하락에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는 이를 넘어 수주경쟁에서 밀리고 전체 매출마저 떨어져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늪에 빠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는 환율문제가 미국 달러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엔화, 러시아의 루블화, 유로존의 유로화 등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대한민국 간판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업종에서의 피해 발생이 아닌, 전 업종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수익성 악화 주범 '환율'

올 1·4분기 전 업종에 걸쳐 수익성 악화라는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은 바로 환율이다. 환율 변동으로 허공으로 사라진 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분기 유럽과 신흥국의 환율영향으로 8000억원가량의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5조9800억원의 14%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원화강세가 없었다면 6조7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TV와 백색가전을 포함한 소비자가전(CE)부문에서 크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CE부문은 최근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14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수십가지의 통화로 결제하는 등 환위험 최소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글로벌 환율전쟁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LG전자도 6000억원가량 손해를 입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높고 사업 규모가 큰 유럽 및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TV사업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제조사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 1·4분기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한 1조588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자동차 영업이익 역시 30.5% 감소한 5116억원에 머물렀다.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수출제품의 수익성이 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아진 탓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수천억원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하락으로 점유율 경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유로화 약세와 엔화 약세로 독일, 일본 업체들은 수익성이 강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늘려잡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북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딜러 인센티브를 높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품질 좋아도 엔화 약세에 '맥 못춰'

환율전쟁 속에서도 엔화약세에 따른 피해가 크다. 일본은 한국 기업과 수출경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피해는 환 헤지를 비교적 잘해온 조선업계를 보면 잘 나타난다.

지난 1월 일본 조선업체는 월간 선박수주량이 7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하는 일본인데 올 초 대형컨테이너선 발주가 몰리면서 한국 업체를 제치고 일본이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선종의 차이로 이른 시일 내에 위협을 당하진 않겠지만 엔저가 지속될 경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컨테이너선 수주 방식이 해운사와 연계된 경우가 많아 국내 조선소의 수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엔저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차인 도요타는 지난 2월 2014회계연도 매출이 27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2000억엔이 늘었는데 그중 1750억엔이 환율 조정에 따른 환차익이다. 닛산, 혼다 등 다른 일본 자동차 기업도 경영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이렇게 좋아진 실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돌입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로서는 경쟁이 더 힘들어진다.

석유화학 업종의 가격경쟁력도 크게 떨어진다. 석유화학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연평균 900원을 유지할 경우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대비 13.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김병용 기자

세계일보
ECB 돈풀기… 日 엔저 공세…美도 맞대응 카드 만지작…한국 수출기업 경쟁력 약화
세계 경제에 다시 환율전쟁의 전운이 피어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9일 예고 없이 ‘5∼6월 국채 등 자산매입 일시 확대’ 조치로 유로화 가치를 떨어트린 데 이어 일본이 ‘3차 엔저 공세’로 환율시장을 뒤흔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선 경제대국 간 전면적 환율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경제대국이 경쟁적으로 환율 절하에 나설 경우 그렇지 않아도 원화 강세로 수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연간 80조엔에 이르는 현재의 대규모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아베 정권은 1차 엔저(2013년 4월)와 2차 엔저(2014년 10월)로 수출 증대 효과를 얻은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월 초부터 이어진 엔화 환율의 교착이 단번에 붕괴하려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시장에 ‘제3의 약세 파동’이 밀려들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ECB도 유로화 약세를 위해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상당기간 유지할 전망이다. ECB의 적극적 개입으로 유로화 가치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19.3%나 떨어졌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유로존의 유로화 기준 수출은 올해 1분기에 4.8%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자산매입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면서 비유로존 회원국이 슬며시 환율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일본, EU와 달리 양적완화를 끝내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를 고민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세 여부에 따라선 환율전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일보
국내 기업 초비상
선박용 엔진 부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전북의 A기업 관계자는 “엔저 이후 일본 조선사들이 우리보다 자국의 협력업체로 거래선을 갈아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본 조선사가 과거만 해도 1㎏당 2달러였던 가격을 몇 달 전에는 1.7달러, 지금은 1.3달러까지 깎으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기계를 만들어 온 충남의 B기업도 저렴해진 일본산 기계와 경쟁하느라 수출 전선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대형장비 입찰 때 엔저를 등에 입은 일본업체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근 수출물량은 과거 2∼3년과 비교할 때 20%가량 줄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출 가격을 낮추는 기업도 속출한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 중인 광주의 C기업은 “엔저로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 없이 팔고 있고, 다른 시장에서는 거래처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20%가량의 수출 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 인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일본이 지난 수년간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 데 이어 유로존이 26일 예고 없는 ‘자산매입 일시 확대’ 정책으로 유로화 절하를 다시 유도했다. 그동안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등을 늘려온 대표적인 두 경제권이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여서 일본의 추가 엔화 가치 절하 조치가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들이 꾸준히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 홀로 원고’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가장 위협적인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은 최근 3∼4년 사이 자국 통화 가치를 40% 가까이 떨어뜨렸다. 일본을 장기 침체에 빠뜨린 엔고 기조를 포기하고 수출을 확대하려는 ‘아베노믹스’의 대표 정책이다. 또 그 피해는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감내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에 수출 중이거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5.7%가 엔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저 쇼크에 대부분(69.7%)의 수출 기업이 무방비인 게 더 큰 문제다. 다른 경제권과의 경쟁에 의해 엔저 현상은 더욱 심화할 태세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엔저가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거 엔고시대를 이겨낸 일본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고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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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러시아 수출전선에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루블화 약세 영향으로 러시아 수출이 급감했다. 루블화 약세로 차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기도 했지만, 현금 확보를 위해 돈을 안 쓰다 보니 경기가 침체하면서 전반적으로 차량 소비가 급감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러시아에 4500여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만4000여대) 대비 32% 수준이다. 기아차도 지난해보다 70% 삭감한 물량만 러시아로 수출했다. 쌍용차도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지난달에 41.1%나 급락한 1만6059대를 수출했다.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원성도 터져나온다. 원화 가치도 절하하라는 얘기다. 위성방송 관련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기업들이 잘못한 게 아니고 외부적인 요인으로 피해가 어마어마한 만큼 정부는 환율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업용 밸브를 수출하는 회사 대표는 “일본은 물론 유럽과 미국도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양적완화 등 적극적인 환율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는 “잘못된 역사관으로 아베 총리가 욕을 먹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밀어붙이는 능력을 높게 평가해 인기가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정재영 기자 na@segye.com
동아일보
[동아일보]
대한상의 300곳 조사적정 원-엔 924원… 4월 908원 2곳 중 1곳 “피해 입고 있어”

엔화 약세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엔 환율이 이미 한국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에 수출하고 있거나 해외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7곳(55.7%)이 ‘엔화 약세로 수출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전혀 피해가 없다’와 ‘거의 피해가 없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23곳(7.7%)과 110곳(36.7%)이었다.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원-엔 환율 수준은 평균 924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평균 원-엔 환율인 908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철강 업종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다.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가 뒤를 이었다.

향후 일본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10% 내릴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 물량은 평균 11.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음식료 업종의 경우 일본 제품 가격이 10%만 낮아져도 수출 물량이 18.7%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엔화 약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10곳 중 1곳(12.0%)에 그쳤다. 10곳 중 7곳(69.7%)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계획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18.3%였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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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옐런 후폭풍 / 국제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옐런發 공포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힌 후 글로벌 환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옐런 발언 이후 첫 주를 맞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양적 완화(QE) 축소로 충격을 준 긴축발작(Taper Tantrum) 공포가 재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그동안 미국의 낮은 금리에 신흥국으로 나가 있던 국제 투자자금이 일거에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신흥국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2013년 5월 당시 미국 연준이 양적 완화 규모를 일부 축소하는 조치를 단행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옐런 의장발 금융시장 롤러코스터의 출발점은 달러 강세다. 지난해 6월 이후 브레이크 없는 강세 흐름을 이어가던 달러값은 최근 두 달여간 주춤했다.

1분기 미국 경제가 제로성장에 머무는 등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 둔화)에 빠진 반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유로존 경제가 1분기에 2년래 최고치인 0.4%(전 분기 대비 연율) 성장을 달성해 미국보다 더 강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초 1유로 대비 1.06달러까지 폭등했던 달러가 지난달 1.16달러 선까지 급락하면서 달러 강세가 종지부를 찍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또다시 이 같은 흐름이 역전되면서 급격한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 25일 현재 달러화는 1유로당 1.0960달러 선까지 가파르게 상승해 한 달여 만에 1.10달러 선을 무너뜨렸다. 엔화 대비 달러가치도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22.52엔까지 급등하며 전고점을 돌파했다. 유로·엔화는 물론 미국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달러값을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0.3% 오른 96.48을 기록해 1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강한 달러 랠리를 부추기는 가장 큰 동력은 옐런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 발언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주 로드아일랜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처음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연준 기준금리가 2006년 이후 올해 9년 만에 인상되면 달러 강세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돈의 가치인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값이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QE 확대 조치를 발표해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프랑스의 브누아 쾨레 ECB 집행이사회 위원은 런던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ECB가 당초 예상보다 추가로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고 언급해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달러 강세를 부추긴 옐런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발언은 미국 통화정책이 정상화하는 신호탄이다. 그만큼 유동성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그간 돈의 힘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펼쳤던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다.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 충격은 더 크다.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국채 등 채권값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채권 투자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채권 투매에 나서면 일시적으로 채권값이 과도하게 떨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신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등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라도 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발작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과거 금리 인상 때 어김없이 채권값이 급락(채권 금리 급등)하는 등 시장이 몸살을 앓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2006년 이후 9년째 금리 인상이 없었던 데다 지난 7년간 제로금리가 유지되면서 제로금리가 영원히 유지될 것처럼 시장이 행동해왔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물론 옐런 의장발 긴축발작 재연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연준 2인자인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옐런 의장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기준금리 인상 발언에 대해 시장이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피셔 부의장은 이날 이스라엘에서 열린 콘퍼런스 강연을 통해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시장이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제로금리 상태에서 연내든 내년이든 간에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기준금리는 역사상 최저점 수준이고 추가 금리 인상도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피셔 부의장은 "시장은 연준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정해진 게 없고 앞으로 나오는 거시경제지표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긴축발작(Taper Tantrum) : 2013년에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대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 현상을 말한다.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유동성을 거두는 조치에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을 표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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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 옐런 '연내 금리인상' 파장 확산

유럽·일본 돈풀고 미국은 출구 채비… 일주일 새 유로·엔화 가치 급락

기준금리 인상 시기 힌트 나올지 6월 FOMC서 강달러 속도 판가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디커플링(비동조화)에 '슈퍼 달러'가 귀환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공언하면서 미 달러화도 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강(强)달러의 속도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어떤 힌트를 내놓을지가 달러화 강세의 속도나 '1유로=1달러'를 뜻하는 '패리티'가 올해 안에 발생할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유럽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인덱스는 96.475로 전 거래일보다 0.3% 오르며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주에만 2.6%나 급등하며 주간 기준으로 지난 2011년 9월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9%나 폭락하며 2008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특히 달러ㆍ엔 환율은 26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2.5엔으로 마감하며 2007년 7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강달러의 귀환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반면 연준은 올해 안으로 금리인상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이달 19일 브누아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5~6월에 국채 매입 규모를 일시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혀 유로화 약세를 촉발했다. 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긴축 반대'를 내건 좌파정당 포데모스가 약진한 것도 유로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은행(BOJ) 역시 올 1ㆍ4분기 일본 성장률 회복에도 불구하고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전망된다는 게 씨티은행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글로벌 외환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22일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 일각의 '내년 연기설'에 쐐기를 박았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외환 수석은 "옐런 의장 발언 등의 여파로 달러ㆍ엔 환율을 엔화(약세)가 아닌 달러(강세)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CNBC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은 올해 안으로 패리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지난주처럼 초강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제조업·소비 등의 주요 지표들이 둔화되면서 미 경제의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하강)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유로화 대비 달러강세에 베팅한 선물 순매수 규모는 21일 현재 16만8,339건으로 전주보다 5.9% 줄어드는 등 3월 중순 이후 하락 추세다.

또 대다수 월가 전문가들이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로 9월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시장은 올해 말로 보고 있다. CME그룹에 따르면 22일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서 투자가들은 12월 금리인상 확률을 61%로 평가했다. 9월은 27%에 불과했다. 옐런 의장 등 연준 주요 인사들도 금리인상 시기는 향후 경제지표에 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이날 "경제성장이 느리면 금리인상을 기다리고 빠르면 더 일찍 할 것"이라며 "금리 정상화 과정도 이전과는 달리 점진적이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도 이번주 발표될 4월 내구재 주문, 4월 신규 주택 판매 건수,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 등 주요 미 경제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강세 지속 여부나 연준 금리인상 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9월을 앞두고 6월 FOMC에서 옐런 의장이 미리 힌트를 제공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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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낸셜뉴스

부국·빈국 모두 해당

지난해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미국 싱크탱크인 콘퍼런스보드가 밝혔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시장,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세계 경제의 노동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콘퍼런스보드가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각국의 공식 국내총생산(GDP), 고용 통계 등을 근거로 이같이 진단하고, 세계 최빈국들이 몰려 있는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과 인도만 지난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가팔라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1999~2006년 연평균 노동생산성은 2.6%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2.1%로 떨어졌다.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바트 반 아크는 노동, 자본투자 등이 모두 포함된 총요소 생산성이 지난해 0.2% 떨어졌다면서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FT는 부국, 빈국 가릴 것 없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전세계적인 생산성 둔화가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계 정책당국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22일 "최근 수년간 임금 인상 속도가 미약한" 최대 원인으로 미국의 낮은 생산성을 꼽았고,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지난주 새 정부의 최대 경제현안으로 생산성 향상을 제시했다.

특히 선진국과 일부 신흥시장이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은퇴자 증가 속도 역시 빨라지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만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은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고령화, 은퇴 증가 등 노동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높은 생산성 없이는 경제성장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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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중국 경제규모 세계 1위" 공식 인정


미국이 물가수준을 감안한 경제규모에서 중국에 뒤져 세계 2위로 밀려났다고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24일 전세계 267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 관련 정보를 수록한 ‘CIA 월드 팩트북’ 경제부문 최신판에서 구매력지수(PPP)로 평가한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ㆍ17조4,600억달러)이 중국(17조6,300억달러)에 뒤졌으며, 한 세기 넘게 유지해온 세계 경제대국의 지위를 중국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물가수준을 감안한 경제규모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은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발표됐으나. 미국 정부가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IMF에 따르면 PPP가 아닌 명목 환율로 계산할 경우에는 미국 GDP(17조4,600억달러)가 중국(10조3,600억달러)보다 여전히 높다. 또 1인당 GDP는 PPP로 계산해도 미국(5만4,000달러ㆍ19위)이 중국(1만2,900달러ㆍ113위)보다 4배 이상 많다.

한편 중국, 미국 다음으로 GDP가 높은 나라는 인도(7조2,770억달러)였으며 일본은 4조8,070억달러로 4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조7,860억달러로 12위로 평가됐으며, 북한의 GDP는 400억달러 112위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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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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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는 2020년 이후에는 자녀 없는 부부가 34%에 달하는 '솔로 경제' 시대가 오고 인간이 갖고 있는 열이나 움직임을 에너지로 수확해 웨어러블 기기에 공급하게 된다. 또 시간과 공간, 인간이 융합된 가상현실(VR) 기술이 미래 플랫폼으로 정착하게 된다.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MK스마트테크쇼 2015 모바일창업코리아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예측이 제기된다.

매경미디어그룹은 MK스마트테크쇼 2015에서 3D프린터로 사흘간 드론을 만드는 드론톤 경진대회, IT 전시회, 스마트업과 투자자 매칭 행사를 열고 이와 별도로 '모바일의 재정의'를 주제로 모바일창업코리아 콘퍼런스(9~10일)를 연다. 여기서 차원용 아스펙연구소장은 '삶이 미래' 세션에 나와 "기술의 진화로 삶의 형태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솔로 경제 시대가 도래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는 내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같은 세션의 송인혁 퓨처디자이너스 대표와 최형욱 매직에코 대표도 "개인 비즈니스의 시대가 중요해진다"는 내용의 발표가 이어진다. 국내 최고 수준 전문가들이 모여 리더십, 일자리, 공장, 금융, 콘텐츠 등 각 분야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

첫날(9일)은 크리스토퍼 한 SAP코리아 전무가 '디자인싱킹, 인간 중심의 혁신 노하우'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리더십의 미래' '일자리의 미래' '삶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패널 토론이 각각 열린다.

'리더십의 미래'에서는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윤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등이 모바일 시대 참여민주주의 등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일자리의 미래'도 관심을 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이 '미래의 일자리'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강윤 한국IBM 상무는 '인공지능 왓슨을 통한 비즈니스 확산', 김영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사는 '스마트테크, 미래 교육과 일자리'를 주제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둘째날(10일)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로부터 330억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된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가 '모바일이 바꾸는 비즈니스 지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후에 인호 고려대 교수, 정유신 서강대 교수,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가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한다.

'공장의 미래'는 한국 제조업의 향후 방향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곽재원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김홍석 생산기술연구원 본부장과 김상윤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스마트 공장, 제조업 3.0이 바꾸는 한국 공장의 모습에 대해 토론한다.

'콘텐츠의 미래' 세션도 전문가 관심이 높다. 최용석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박사가 '실감형 콘텐츠 기술 및 서비스', 이장원 판도라TV 전무가 '소셜 콘텐츠, 동영상으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도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이번 콘퍼런스는 '강연' 중심이 아니라 네트워크 중심 행사여서 주목받고 있다. 연사와 참가자들을 묶어서 행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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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정점에 온 삼성 지배구조 재편 <상>

공익재단 이사장 이어 그룹모태 '물산'도 지배

9월 통합 마무리 … '물산'이 실질적 지주사 역할

삼성물산은 1938년 호암이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걸고 설립한 그룹의 모태다. 이번 합병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가능성이 제기돼온 방안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격인 제일모직의 지분 23.23%를 가진 최대주주이지만 삼성전자의 지분은 거의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어 양사 합병에 따라 자연히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한 다리 건너'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양사 합병에 따라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 지분은 합병 전 23.2%에서 합병 이후(삼성물산+제일모직 기준) 16.5%로 낮아지지만 실효 지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게 포인트"라며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남매의 계열사 분할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보면 양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져왔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대는 이날 합병으로 방점을 찍었고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취임으로 분명한 그림을 그린 바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 4.68%, 2.18%를 갖고 있어 이사장이 사실상 의사결정권을 쥐는 구조다. 또한 이 부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삼성생명 지분 0.06%(12만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6%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점차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합병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가 좀 더 단순해진 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인데 앞으로는 크게 그렸을 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거느리는 구조로 단순화된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할 경우 지분 11.2%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를 삼성전자와 합병해 합병법인의 주식을 교환 받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서울경제



"부담 커… 전환않고 주요계열사 지배력 강화"

"경영안정에 필요… 이번 합병이 전환 포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삼성물산이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강화하면서 삼성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번 합병으로 실질적 지주사 노릇을 하는 삼성물산 법인이 탄생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이 40%에 육박하며 삼성물산은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을 다수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06%)를 비롯해 삼성생명(19.4%)·삼성SDS(17.08%)·제일기획(12.64%)·삼성정밀화학(5.6%) 등의 주요 계열사 대주주가 된다.

관건은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수순을 밟을지 여부다. 지주사 체제를 선택하면 보다 안정적이면서 영속적인 계열사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지주회사로 전환시 주식 스와프 등의 방식을 활용하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절감하면서 후대에 회사 지배권을 넘겨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으로선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이 버겁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삼성그룹이 이 요건을 충족하려면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상당수 전문가는 삼성이 지주사 전환 없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승계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먼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오너 3세들로 하여금 삼성전자 지분율 4.06%를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하는 게 1단계다. 이어 오너 3세와 삼성물산이 각각 19.1%, 17.1%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를 삼성전자에 합병시키거나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각 3% 정도씩 상승하게 되고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직간접적 지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셈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SDS에 대한 현물출자 없이 이대로 승계작업이 끝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3세들은 그룹 승계의 핵심인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분 상속에 필요한 세금 50%를 납부해야 한다. 약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금액이다.

반면 이번 합병이 지주사 전환을 앞둔 포석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만만찮다. 장세진 KAIST 교수는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투명한 승계와 안정적 지배구조를 달성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은 필수"라면서 "삼성 쪽에서도 상황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다양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의 승계작업을 바라보는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지주사 전환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병을 첫발로 한 구체적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합병 삼성물산을 삼성전자와 합병시켜 탄생하는 법인을 지주회사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처럼 주요 계열사들 지분을 다수 들고 있으며 자금력도 풍부해 지주사 전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부회장이 남매지간인 이부진·이서현 사장과 어떤 방식으로 언제 사업을 분리할 지도 지대한 관심거리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실질적으로든 공식적으로든 지주사 체제를 강화할수록 LG-GS의 분리처럼 형제 간 사업 분할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주사 체제를 확립하기 전까지는 형제들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만큼 사업분할은 지주사 체제가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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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로 한발 더 다가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고 7월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 1일 합병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기준 34조원 규모의 상사, 건설, 패션, 리조트, 식음료 사업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서비스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 후 회사명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인 1938년 창업한 삼성물산(당시 삼성상회)을 사용키로 했다.

이날 합병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법인 보유 지분율이 23.2%에서 16.5%로 줄어들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4.1%)와 삼성SDS(17.1%)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높아진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보유 주식이 없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갖고 있던 3개의 공식 직함 중 상징적인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이달 15일 물려받은 데 이어 실질적인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 지분 보유를 늘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도 단순해졌다. 지금까지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동심원 구조로 연결됐지만 이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쳐지면서 새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보유하거나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0.35로 정해졌다. 합병으로 지금의 삼성물산 주주들은 1주당 새로운 삼성물산 주식 0.35주를 교부받게 된다. 삼성 오너일가의 지분율에도 변동이 생긴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지분은 16.5%가 되고, 7.8%씩 보유 중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5.5%로 낮아진다. 이건희 회장은 현재 제일모직 지분 3.4%와 삼성물산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이 완료되면 그 비율에 따라 2.9%의 지분을 갖게 된다. 새로운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30.4%에 달한다.

삼성은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강화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합병법인은 이 부회장이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사업의 최대주주로도 참여한다.

[김대영 기자]

매일경제

◆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 향후 사업구조 어떻게 바뀔까 ◆

'60조원.'

통합 삼성물산의 2020년 매출 목표다. 이는 지난해(34조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로 삼성물산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기존 사업에다 바이오 등 미래사업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시너지 효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군은 건설이다. 삼성물산은 '2014 시공능력평가'에서 9년 만에 1위를 탈환할 정도로 건설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아파트 등 주택뿐 아니라 호주 로이힐광산과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 라인 등 해외건설 공사에서도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제일모직 건설 부문은 건축과 플랜트, 조경 등 3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는 조경, 에너지 절감, 리모델링 등 친환경 기술과 연수원, 호텔, 병원 등에 특화돼 있는데 여기에 삼성물산의 역량과 해외사업 노하우가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제일모직은 올 1분기 1조2728억원의 매출과 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건설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70억원과 185억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전체 사업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두 회사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합병이 성사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건설업계 관측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양사가 각각 운영해온 건설 부문을 통합해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제일모직 패션·식음료·레저 부문도 통합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군이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빈폴을 포함해 총 26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해외 진출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종합상사와 패션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SK네트웍스의 사례를 보면 통합 삼성물산 패션사업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도 삼성물산과 하나가 되면 수익향상이 기대되는 사업부다. 급식과 식자재 사업을 하는 삼성웰스토리는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데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해외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는 바이오가 눈에 띈다.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할 정도로 삼성이 키우고 있는 분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는 주식 46.3%씩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인데 제일모직은 바이오로직스 지분 4.9%를 보유한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바이오사업 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생산시설 구축과 의약품 위탁생산은 이미 시작했고, 현재 바이오시밀러를 개발·생산 중이다. 향후 자체적으로 바이오신약을 개발·제조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10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대주주(90.3%)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첫 생산제품인 관절염 치료제(SB4)를 선보이며 의약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연구·개발·판매하는 회사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돼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상장 후 건설, 패션 등 사업별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사업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삼성물산은 그동안 사업 정체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정승환 기자]

조선일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배구조개편 2년 작업 마무리]

이재용측 전자지분 총 8.1%… 다음은 '전자·SDS 합병' 거론

재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은 2013년부터 진행해온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근(心筋) 경색으로 쓰러져 1년 넘게 의식 불명 상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명실상부한 '이재용의 삼성그룹'으로 만들기 위한 큰 틀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달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상징적으로 그룹을 승계했다면 오늘 합병은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말했다.




◇합병법인, 삼성전자 지배권 강화




합병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법인'의 대주주로 등극함과 동시에 그룹의 간판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주식 4.1%를 '삼성물산 합병 법인'을 통해 이 부회장이 고스란히 이어받는 데다, 이건희·재용 부자(父子)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0%를 더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8%가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1%만 확보하려 해도 2조원이 드는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런 난제를 푸는 절묘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점 중 하나는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7.2%)라는 점이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약칭 금산법)에서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법 제정 이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생명은 예외적으로 이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해 왔다. 향후 관계법령 추가 개정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일정 부분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제한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게 부담으로 지적돼 왔다.




◇"이재용 스타일 리더십 구축해야"




삼성그룹은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 1년 6개월여 동안 숨 가쁘게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다진 만큼 다음 수순(手順)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의 합병과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 여부가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당장 삼성SDS는 불과 한 달 전에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 수준의 글로벌 IT컨설팅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 2020'을 내놓았다. 이를 뒤집고 다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SDS는 삼성물산이 지분 17%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합병하기보다는 이재용 회장이 일정 지분을 매각해 상속 비용으로 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도 삼성전자 지분(7.2%)을 삼성물산 합병 법인이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일단락됐다"며 "남은 과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어느 시점에서 회장 공식 승진을 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재용 지배체제 구축을 넘어 이 부회장 색깔의 리더십 구축이 더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체제의 틀을 갖췄지만 이재용 부회장만의 비즈니스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승계 구도가 완결됐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호경업 기자 h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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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온라인 광고와 게임 매출에 의존했던 인터넷 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O2O 서비스로 핵심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이용 환경이 바뀌면서 전통적인 수익 모델만으로는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검색과 결제 서비스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쇼핑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네이버나 다음 포털에서 상품을 검색한 뒤 원하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했다. 네이버 지식쇼핑, 다음 쇼핑하우, 네이트 쇼핑 등은 이같은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포털에서 상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포털이 쇼핑 검색과 구매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검색과 쇼핑을 아우르는 모바일 전용 쇼핑 서비스로 바뀌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 입장에서는 검색 광고와 결제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네이버 샵위도 화면(제공=네이버)
◇검색+결제+쇼핑, O2O 쇼핑 모델 구현

대표적인 서비스가 네이버(035420)의 ‘샵윈도’다. 오프라인 매장의 물품을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바로 구입할 수 있다. 패션, 잡화 분야의 ‘스타일윈도’와 홈앤데코 및 핸드메이드 분야의 ‘리빙윈도’, 산지 직송 상품 등 식품 전용 ‘프레시윈도’로 나뉜다. 최근 콧대 높기로 유명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도 해외 명품 브랜드 23개를 샵윈도에 입점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되는 검색어의 약 34% 가량이 쇼핑 관련 키워드며 네이버 사용자 네명 중 한명은 주 1회 이상 네이버에서 쇼핑 검색을 한다”면서 “지식쇼핑으로 유입되는 트래픽 중 90%가 검색을 통해 발생할 정도로 검색은 쇼핑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시작점이기 때문에 쇼핑 검색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쇼핑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은 이용자가 쇼핑의 마지막 과정인 결제 단계까지 끊김없는 쇼핑 경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카카오(035720) 역시 개인용 카카오톡 아이디와는 별개의 사업자용 카카오톡 아이디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 ‘옐로아이디’는 사용자와 기업들을 연결하는 쇼핑 O2O 서비스다.

지난 달 옐로아이디에서 제품 상담부터 예약, 주문, 결제 등 모든 구매 과정을 처리하는 ‘스토어’ 기능을 시범 적용했다. 스토어 결제수단은 신용카드와 휴대폰 결제 외에도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 다음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적용됐다.

다음 검색광고에 옐로아이디 연동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다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검색 결과에 나오는 사업자의 옐로아이디를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인터넷 업계와 기존 유통 업계와의 쇼핑 서비스 비교
◇1:1 채팅으로 차별화 된 고객경험 제공

인터넷 기업의 모바일 쇼핑은 이용자와 사업자간 소통 역할을 해주는 메신저 기능을 제공해 유통 기업들의 모바일 쇼핑과는 차별화 된 고객 경험을 준다.

네이버 샵윈도는 점주가 고객들과 모바일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1대1 쇼핑톡’을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채팅 창을 통해 주문 상담부터 가격협상, 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샵윈도 거래액 중 1대1 쇼핑톡을 통한 결제 비중은 전체의 12%에 달한다.

다음카카오 역시 사업자의 옐로아이디 버튼을 통해 1대1 카톡 채팅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옐로아이디 계정 개설비는 무료다. 때문에 고객들과의 소통 창구가 필요했던 중소 사업자들이 대거 몰려 현재까지 10만개의 계정이 만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 업체가 쇼핑 제품 정보를 제공한 업체에게 별도 수수료를 받지않고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입점 업체는 광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쇼핑 서비스가 당장 큰 수익을 못내도 이용자들이 찾는 플랫폼이 되면 다양한 수익 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에 O2O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우리나라에서도 온·오프라인 통합(O2O, Online to Offline)상거래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지만,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지난해 6월 SK플래닛의 ‘시럽’, 얍컴퍼니의 ‘얍’이 진출한 뒤 통신3사와 네이버·다음카카오가 뛰어든 것은 물론 롯데그룹, 식품전문업체인 SPC그룹, 종합유통업체인 BGF리테일·GS리테일도 직접 온라인을 구축해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군( 群)에 따라 경쟁력이 다르다.

통신사나 포털은 오프라인 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중개형 서비스에 강하고, 비콘(Beacon) 기반의 서비스들은 가입자 위치정보 덕에 오프라인 쇼핑 시 정보나 혜택을 주는 구매 지원에 강하다.

또한 전국 매장을 갖고 있는 유통기업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찾아가는 옴니채널(Omni-channel)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KTSPC는 지난 3월 서울 주요 상권에 개방형 비콘 인프라를 활용한 마케팅 시범사업을 했다. 사진은 SPC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비콘을 통해 받은 쿠폰을 시연하는 모습이다. KT제공
◇아직은 약점 극복 못해..하반기 특화 서비스 예상

‘시럽’이나 ‘얍’은 비콘(Beacon)이라는 근거리통신(블루투스) 기술과 앱 방식을 이용하고, 통신사는 모바일 통화플랫폼 기반 커머스를 내세운다. 인터넷 기업은 검색과 SNS의 강점을, 유통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의 친숙함과 신뢰성을 활용한다.

하지만 비콘 방식은 앱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 주변을 지나가면 진행 중인 이벤트 쿠폰을 받을 수 있지만 별도 앱 다운로드라는 불편함이 있다. 업계 1위 다운로드를 자랑하는 ‘시럽’의 경우 1400만 명이 다운받았지만, 실제 활용 횟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이 추진하는 통화플랫폼 방식 역시 구체적인 서비스를 상용화하지 못했다. SK텔레콤 ‘T전화’는 피자집 등을 상대로 상담원과 통화하면서 동시에 내 스마트폰 화면으로 메뉴를 보면서 결제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11월 모바일 홈페이지 구축업체 제로웹과 제휴해 중소 소매점을 상대로 전화를 걸면 동시에 광고와 간편 결제가 이뤄지는 모델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의 ‘샵윈도’나 다음카카오의 ‘옐로아이디’는 포털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SNS나 결제를 붙인다는 강점은 있지만, 모바일 쇼핑의 선배격인 소셜 커머스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의 주이용자 층인 20, 30대가 주고객인 것이다.

유통기업들 역시 직접 비콘을 구축해 쿠폰을 날리는 것 외에 모바일을 대하는 사용자 경험에 적합한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SPC그룹은 O2O 시장 선점을 위해 모바일 플랫폼 전문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와 함께 합작법인 ‘해피모바일’을 만들기도 했다.

올해 말까지는 O2O를 둘러싼 가맹점 제휴와 간편결제 개발 등 인프라 투자와 함께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춘추전국 시대가 지속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6월 시럽과 얍이 비콘 방식의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뒤 예전보다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지나갈 때 쿠폰을 주는일이 많아 졌지만, 여전히 매장 점주는 매출 기여도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다”면서 “올해 하반기가 돼야 O2O에 대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내년 쯤 시장이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모바일 상거래 규모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모바일 결제 비율을 토대로 국내 O2O 시장 규모를 약 1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럽 오더(Syrup Order)’가 대학가 커피전문점의 음료를 반값으로 할인 판매하는 ‘반 값 커퓌, 페스티이-벌’ 이벤트를 5월 27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다. 시럽 오더는 사용자 주변 500m 또는 지역별 원하는 카페를 검색해 메뉴를 주문 및 결제한 후, 픽업알림이 오면 매장에서 줄 서지 않고 빠르게 음료를 수령할 수 있다. SK플래닛 제공


김현아 (chaos@edaily.co.kr)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전자상거래 사업을 강화하며 아마존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 쇼핑몰을 필두로, 제품 검색, 배달,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사용자를 쇼핑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 모델도 선보였다.

구글이 전자상거래 사업은 2010년 8월 인터넷쇼핑몰 라이크닷컴(Like.com)을 인수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크닷컴을 1억달러에 인수했고 구글쇼핑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구글쇼핑은 2012년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2011년 5월에는 제품 가격 비교 서비스 업체 스파크바이(Sparkbuy)를 인수했다. 전방위적인 온라인 쇼핑 사업을 벌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듬해인 2012년 11월에는 물품 배송 업체 ‘버퍼박스(Buffer Box)’를 인수, 전자상거래와 배송을 일원화했다.

이후 2013년 봄, 구글은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배송 서비스 구글익스프레스를 시작했다. 주문후 바로 다음날 고객들이 제품을 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빠른 서비스가 목표다.

2013년에는 2월 지능형 이커머스 업체 ‘채널 인텔리전스’, 2014년 5월에는 영국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실시간 재고 데이터 분석 업체 레인지스팬을 인수했다. 제품 소개 사이트부터 배송, 검색, 재고관리까지 구글 밑에서 일원화된 것이다.

구글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에서 바로 제품을 살 수 있는 ‘구매버튼(buy now)’을 이달 선보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글 검색을 떠나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구글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면서 쇼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계획도 밝혔다. 쇼핑 광고는 유튜브 콘텐츠를 검색하고 시청하는 가입자들에 개인화된 형태로 제공된다. 이 쇼핑 플랫폼을 구글 쇼핑 검색 페이지와 연결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모바일 동영상 광고 시장을 여는 동시에 유튜브 시청자를 쇼핑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구글은 아마존, 이베이를 위협하며 강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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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최근 5년 동안 30대 그룹 상장기업의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떨어지고 인건비만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발표한 ‘30대 그룹 상장사 인건비·수익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0∼2014년 30대 그룹 상장사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매년 1.7%, 12.4% 하락한 반면 인건비(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 포함)는 매년 3.8% 올랐다.

1인당 매출액은 2010년 11억166만원에서 2014년 10억3781만원으로 7285만원 감소했고, 1인당 영업이익은 2010년 9166만원에서 2014년 5396만원으로 3770만원 줄었다. 그러나 1인당 인건비는 2010년 7473만원에서 2014년 8681만원으로 1208만원 늘었다.

30대 그룹 중 1인당 영업이익이 인건비보다 많은 그룹은 2010년에 16곳이었으나 2014년에는 4곳으로 줄었다. 4개 그룹은 영풍(2.69배) SK(2.19배) 포스코(1.26배) 현대백화점(1.18배)이다.

30대 그룹 내 177개 상장사 중 1인당 인건비 대비 영업이익이 많은 회사는 고려아연(6.47배) 현대글로비스(5.03배) 현대홈쇼핑(3.83배) 대우인터내셔널(3.04배) SK텔레콤(2.95배) 등 순이다.

30대 그룹 상장사 총매출액은 2010년 791조2210억원에서 2014년 887조7766억원으로 96조5556억원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0년 65조2955억원에서 2014년 46조1613억원으로 19조1342억원 줄었다. 인건비는 2010년 53조2359억원에서 2014년 74조2600억원으로 21조241억원 늘었다.

전경련 이철행 고용복지팀장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종업원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인건비는 매년 꾸준히 올랐다”며 “우리 기업의 임금체계를 직무 성과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대상은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에서 공기업을 제외한 상위 30대 그룹 중 상장회사가 없는 부영그룹을 뺀 29개 그룹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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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서울=연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4위 케이블 TV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 협상이 타결됐다.

차터는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95.71 달러(약 21만6천500원), 총 553억3천만 달러(약 61조2천115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차터가 떠안게 될 타임워너의 장기부채까지 포함하면 총 인수가액은 약 787억 달러(약 87조660억원)에 달한다.

차터는 타임워너케이블 주주들에게 주당 100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자사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최근 미국의 케이블, 인터넷 업계에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인수 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차터는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로 미국 내에서 2천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돼 2천720만명을 보유한 1위 업체 컴캐스트에 이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컴캐스트도 최근까지 타임워너케이블 합병을 추진했으나 거대 독점 기업 탄생을 우려한 미 당국의 규제 조치로 지난달 합병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차터가 이번 합병으로 미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24%를 점유할 것으로 추산했다.

차터는 지난달에도 6위 업체인 브라이트 하우스를 104억 달러(약 11조5천억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미국 4위 케이블 TV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업계 초대형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차터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95.71달러(약 21만6500원), 총 553억3000만달러(약 61조2115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차터가 떠안게 될 타임워너의 장기부채까지 포함하면 총 인수가액은 약 787억 달러(약 87조660억원)에 달한다.

차터는 타임워너케이블 주주들에게 주당 100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자사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최근 미국의 케이블, 인터넷 업계에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인수ㆍ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차터는 이번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로 미국 내에서 2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2720만명을 보유한 1위 업체 컴캐스트에 이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앞서 컴캐스트도 최근까지 타임워너케이블 합병을 추진했으나 거대 독점 기업 탄생을 우려한 미 당국의 규제 조치로 지난달 합병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차터가 이번 합병으로 미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24%를 점유할 것으로 추산했다.

차터는 지난달에도 6위 업체인 브라이트 하우스를 104억달러(약 1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smstory@heraldcorp.com

 

 

 . 매일경제


미국 케이블TV 업계 '넘버3'인 차터커뮤니케이션스가 2위 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TWC)을 인수한다. 이로써 차터는 1위 업체인 컴캐스트와 함께 케이블TV 업계 양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같은 케이블TV 업계의 덩치 불리기는 케이블 가입자가 줄어드는 반면 일명 '스트리밍'으로 통하는 인터넷방송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차터가 TWC 인수에 근접한 상태이며 26일께 인수·합병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인수가격은 주당 195달러 수준으로 14%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대략 551억달러(약 60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차터는 현금과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차터는 지난해 TWC 인수에 나섰지만 컴캐스트가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면서 거래가 한 차례 물 건너갔다. 그러나 미국 감독당국이 독과점을 이유로 컴캐스트의 TWC 인수를 불허하자 차터가 다시 기회를 얻게 됐다. 차터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5% 이하로 그다지 주목받는 사업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컴캐스트 인수 제안에 이어 지난 4월엔 6위 업체인 브라이트 하우스를 104억달러(약 11조5000억원)에 사들이면서 본격적인 덩치 불리기에 나섰다.

갈수록 케이블TV를 끊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는 가입자가 많다는 의미로 이들을 가리켜 '코드커터'(Cord cutter)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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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액세서리 제품 먼저 출격 가격 싸고 품질도 좋아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호평 일색



'대륙의 좁쌀' 샤오미의 전방위적 글로벌 공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시장을 평정한 샤오미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온라인 판매가 30분만에 매진된 것이다. 한국도 샤오미 글로벌 공략의 예외는 아니어서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샤오미 제품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열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중국을 평정한 샤오미가 '중국 안 개구리'가 아닌 본격 글로벌 제조업체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유럽 첫 온라인 판매 매진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18일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 '미스토어'를 개장하고 배터리 팩 2종, 미 밴드, 헤드폰 등의 액세서리의 첫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가격은 배터리 팩 종류가 각각 약 10달러·14달러(약 1만1000원·1만5400원), 미 밴드는 약 15달러(약 1만6500원), 헤드폰은 약 80달러(약 8만8000원)로 책정됐다.

이번 첫 판매는 시험판매와 같은 성격의 '베타 테스트' 였지만 총 20만개의 모든 제품이 30분만에 매진됐다.

올해 북미와 유럽시장 진출을 선언한 샤오미는 액세서리 제품을 먼저 시장에 선보이는 중이다. 샤오미의 액세서리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샤오미의 스마트폰의 경우 특허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국시장 진출 계획이 없다. 휴고 바라 샤오미 부사장은 "북미와 유럽의 미스토어에서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는 새로운 시장에 전략 제품을 선보일 땐 좀 더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시장도 샤오미 열풍

샤오미의 공세는 한국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도 샤오미의 인기는 거세다. G마켓에 따르면 샤오미 제품은 보조배터리, 체중계, 이어폰 등의 디지털 제품 부문에서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

대표 제품은 보조배터리와 체중계로 지난 15일 기준 G마켓 휴대전화 배터리와 체중계 부문 판매 1위는 모두 샤오미 제품이 차지했다. 샤오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은 국산 제품과 비교해 최대 50% 이상 가격이 싸지만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는 입소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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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道와 '글로벌 에코 플랫폼' MOU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늘리고 풍력발전 156㎿→2.35GW 확대

일자리 5만개 이상 창출 기대

LG그룹이 제주도와 손잡고 미래 에너지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LG그룹은 태양광과 전기차 등 신(新)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친환경 분야의 선도 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은 26일 풍력발전소와 전기차 보급 규모 확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글로벌 에코 플랫폼(Global Eco-Platform) 제주'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MOU 체결 행사에는 하현회 ㈜LG 대표이사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제주도와 LG는 친환경 산업 확대를 위한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돌입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계열사의 미래 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LG전자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발전, LG화학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배분하는 ESS(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LG CNS는 이를 관리하는 전력망(스마트그리드) 등을 맡게 된다.

우선 LG와 제주도는 현지의 대표 청정 에너지원인 풍력을 활용, 현재 156㎿인 풍력발전소를 오는 2030년까지 2.35GW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852대에 불과한 전기차 보급 대수도 같은 기간 37만7,000대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전기차 충전소 역시 79개소에서 1만5,0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자체와 다양한 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장기적으로 3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와의 MOU 체결로 에너지와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핵심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에너지 솔루션 분야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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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너선 아이브
애플이 사내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직위를 신설해 디자인 담당 선임부사장인(SVP) 조너선 아이브(48)를 승진 발령했다.

이번 승진으로 아이브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애플의 제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됐다.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집착증에 가까웠던 '디자인 중심' 정책이 잡스 타계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CEO는 25일(현지시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CDO 직위 신설과 아이브의 승진 발령을 밝혔다.

아이브는 CDO로서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팀을 계속 이끌게 되지만, 일상적 관리업무 책임 중 일부는 부사장(VP)급 임원들에게 넘길 예정이다.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엄청난 히트 제품들의 디자인을 지휘했으며 5000여 개 디자인·실용신안 특허를 등록했다.

[이지용 기자]

팀 쿡 후계자 조니?

최고디자인책임자로 승진

영향력 CEO에 버금갈 듯

아이팟과 아이폰 등 애플의 대표제품 디자인을 총괄한 조너선 아이브(사진) 애플 디자인 수석부사장이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아이브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잇는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애플은 성명을 통해 아이브가 신설된 직책인 CDO로서 지금까지의 업무영역을 넘어 애플의 미래 제품 기획까지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브 신임 CDO는 애플의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 오는 2017년 문을 열 본사의 건축 디자인 등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브가 담당하던 디자인 부문 부사장직은 리처드 하워스 산업디자인 담당 부사장과 앨런 다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분담한다. 쿡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에서 "조니(조너선의 애칭)는 그의 세대에서 가장 재능 있고 뛰어난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5,000개의 디자인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직무는 그가 지금까지 애플에서 근무한 모든 작업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FT는 "이번 승진으로 아이브 CDO가 애플 내에서 미치는 힘과 영향력은 쿡 CEO와 라이벌 수준에 이르렀다"며 "특히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과거에 이끌었던 제품 디자인 방향 부문에서 아이브 CDO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출신인 아이브 CDO는 지난 1992년 애플에 입사해 맥컴퓨터·아이팟·아이폰 등 애플을 대표하는 제품들의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2012년부터는 애플 운영체제인 iOS 등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까지 맡으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 아이브는 잡스가 자서전에서 '애플의 영적 파트너'라고 평가하기도 하는 등 잡스와 절친했던 사이다. 잡스는 자서전에서 아이브가 "애플에서 나(잡스)를 제외하고 집행권한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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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신동아]



 

금강산 비로봉

 


북한이 현대그룹의 뒤통수를 치고 금강산-원산 일대 독자 개발에 나섰다. 외자 유치를 통해 국제관광지대를 조성해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3월 중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고, 5월에는 투자자를 상대로 금강산에서 팸 투어(Familiarization Tour)를 진행한다.

북한 대외경제성 산하 원산지구총회사가 3월 20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원산-금강산 계발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국 북사달그룹이 주최했고, 일본 환일본해경제연구소가 후원했다. 북사달은 ‘북방사통팔달’을 의미한다. 주최 측이 지정한 일본, 중국 매체에만 취재가 허용됐다.

중국, 일본 경제인·학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오응길 원산지구개발총회사 총사장은 설명회에서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이 북한의 국책사업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 “금년 대외경제 분야에서의 중요한 임무”라고 표현했다. 해당 지역의 관광자원, 잠재력 홍보는 상세했다.

 


5월 금강산서 현지 설명회

원산-금강산 개발은 북한 당국이 올해부터 총력으로 추진하는 ‘김정은 비즈니스’다. 원산·통천·금강산 일대에 관광벨트를 구축해 연 1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게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총계획’의 골자. 금강산 일대는 2052년까지 현대그룹이 관광 사업 독점권을 가진 곳이다.

투자설명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원산지구총회사가 개발계획과 법률환경을 각각 30분씩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1시간 했다. 일문일답 중 일부를 소개한다.

▼ 관광객 수는 얼마나 예상하나.

“단기적으로 2017년 30만~4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다. 2002년 8만7414명, 2005년 30만1822명, 2006년 23만8497명, 2007년 34만8263명이 방문했다. 관광 중단 직전인 2007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게 1차 목표인 셈.

▼ 타깃은?

“금강산까지 비행거리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넘는 도시가 40개가 넘는다.”

▼ 비자 문제는?

“무비자 지역으로 하는 것을 검토한다.”

▼ 시급한 것은 뭔가.

“오·폐수 처리시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일부 참석자가 실소(失笑)했다. 철도, 도로 등 관광 인프라를 언급하리라고 예상했는데, 관광객 똥·오줌 처리가 시급하다고 답해서다. 원산에 오·폐수를 정화하는 신정처리장이 있는데, 처리 능력을 늘려야 관광객 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사달그룹은 한국의 J엔지니어링에 오·폐수 관련 기술 제휴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설명회에서 “5월 원산-금강산을 사전 답사하는 행사를 개최한다”고 소개하면서 “금강산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도 연다”고 밝혔다. 중국 선양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유럽 사업가 100여 명을 초청해 사전 답사 형식으로 개발 예정 지역을 소개한다는 것.

신동아는 북측이 올해 작성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법률적 환경’ 문건과 지난해 작성한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투자 개발 설명’ 등 6개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문건들에는 ‘김정은 비즈니스’로 추진하는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의 구체 계획이 담겨 있다.

 





개발비용 8조5000억 예상

북한 당국은 원산-금강산 개발을 위해 도로, 철도를 보수·신설하려고 한다.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문건은 “강원 통천군에 하루 3000~4000명을 수용하는 국제공항을 짓는다” “원산-금강산을 잇는 90㎞를 74개의 교량과 도로 및 9개 기차 터널로 직선화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원산 및 금강산 개발에 78억 달러(8조5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금은 외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

오응길 총사장이 말한 대로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은 “국가 단위에서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총계획을 비준(정령 제18호)했고, 6월 11일에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를 창설(정령 제48호)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에 따르면 △각종 휴양 문화 시설과 생태 환경이 조화된 세계적 관광지구 △생태 환경이 절대적으로 보존된 역사 유적 관광지구 △국제적 휴양 및 치료 관광지구로 개발한다. 공항, 항만, 철도, 도로, 전력 등 기반시설과 골프장, 카지노 등 위락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에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 평양이 외자 유치에 소매를 걷어붙인 까닭이다.

북측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또한 독점 계약을 맺은 현대그룹을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 측은 4월 10일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측과 맺은 모든 합의는 어느 일방의 결정으로 취소되거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다. 사실상 현대그룹 작품이다.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졌다. 현정은 회장은 “목숨과 맞바꾼 큰 뜻이기에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다(상자기사 참조).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8월 28일 본국에 보고한 비밀 전문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위키리크스(www.wikileaks.org)가 2011년 9월 2일 폭로한 이 문건은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2009년 8월 25일 현정은 회장을 만나 얻은 정보를 보고한 것이다.

김정일은 그해 8월 16일 현정은 회장을 만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나는 살아 있다”며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호불신”이라고 주장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두 고인(故人)을 거론하면서 김정일은 ‘의리’라는 낱말을 썼다. 비밀 전문에는 ‘EUI RI, RIGHTEOUSNESS AND LOYALTY’라고 적혀 있다.

현정은 회장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려 방북했는데, 북한보다 한국에 걸림돌이 더 많다”고 불평(complained)하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측과 합의한 5개 항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탄식(lamented)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직후 중단된 사업은 지금껏 재개되지 않았다. 2008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의 관광 매출 손실액이 9725억 원에 달한다고 현대아산은 4월 9일 밝혔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손실액이 1조3000억 원쯤 된다고 한다.

현대그룹이 주도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움직인 것은 현정은-김정일 면담이 이뤄진 2009년 8월이 마지막이다. 현정은 회장은 2009년 8월 10~17일 평양 방문 때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금강산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만나 임의로 합의한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5개항 합의는 현정은 회장이 스티븐스 대사에게 탄식한 대로 결국 휴지 조각이 됐다.

 







‘의리’ 강조하던 北, 뒤통수 치다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면담하기 14일 전(8월 4일) 금강산에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과 면담했을 때 리종혁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현정은 회장 선생과 현대의 여러분이 정주영 선생, 정몽헌 선생의 뜻을 이어서 통일애국의 길로 꿋꿋이 나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주영 선생과 정몽헌 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잘 기억해보라고 하십니다. 현대그룹과 아태의 관계는 그 무슨 그룹과의 관계라기보다도 현대 가문과의 관계 아닙니까?”(신동아 2009년 12월호, ‘<단독보도>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록으로 본 남북관계 막전막후. 北, 현대아산 직원 석방 대가로 300만 달러 요구했다’ 제하 기사 참조)

북한은 정주영·정몽헌 회장에 대한 수사(修辭)와 달리 현대그룹과의 계약과 합의를 2011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해 4월 8일 아태는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은 동결 · 몰수됐다.

“의리”(김정일) “가문과의 관계”(리종혁)”를 내다버리고 금강산-원산에서 북한은 뭘 하려는 것일까. 올해 1월 1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노동당의 확고한 의지”

“대외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합니다.”

북한에서 신년사는 학습의 대상이다. “신년사 학습도 전투”(노동신문)다.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이 신년사를 통해 완수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은 이렇게 서술한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세계적인 관광명승지로 꾸리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원산-금강산 지구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꾸릴 데 대하여 여러 차례 가르쳐주시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적극 밀고 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되는 원산지구와 조선의 명산 금강산을 비롯한 동해 명승지에 대한 국제적인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에 따라 2014년 6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48호로 온 세상에 선포되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가 선포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그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 관광객들의 관심, 그 개발에 참가하려는 투자가들의 열의가 날을 따라 높아지고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볼 때도 진귀한 관광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고 경제 토대도 잘 갖추어진 발전 전망이 큰 지대다.”

원산-금강산 일대는 북한에서 ‘조선의 진주’로 불린다.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선전하는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한 관광지가 밀집해 있다.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은 원산, 마식령, 울림폭포, 석왕사, 통천, 금강산 6개 지구로 나눠 개발한다고 밝힌다. 이 계획은 현대아산이 작성한 금강산 개발 마스터플랜을 상당 부분 베낀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3월 20일 투자설명회 현장으로 되돌아가보자.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현 시기 경제개발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현 시기 나라의 대외경제 관계 발전에서 제1차적인 대상으로 내세우고 적극 밀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또 군사 시설인 원산 갈마공항 대신 통천에 공항을 새로 짓는다고 밝혔다. 원산과 각 관광지를 연결하는 도로망 보수·확장공사, 평양-원산 고속철도 신설, 원산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여객항로 신설도 거론했다.








 

북한 원산지구개발총회사가 3월 20일 중국 선양에서 발표한 PPT 자료.

 


설명회에는 중국 기업 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사달그룹이 초청한 회사라고 한다. 북사달그룹은 2013년 12월 숙청된 장성택(김정은 고모부)과 가까웠다고 한다. 장성택 처형 후 북측과 소원하다 원산-금강산 개발과 관련해 북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 자료는 중국어로 작성된 것만 배포됐다. 설명은 한국어로 했으며 중국어로 통역됐다. 중국어로 작성한 PPT 문서에는 원산지구개발총회사 전화번호(00850-2-381-XXXX)와 e메일 주소(wsinXXXX@satr-co.net.kp)가 적혔다. 오응길 총사장은 “국가가 원산지구개발총회사에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과 관련해 총적인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세계 각국의 능력 있는 투자가가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 적극 협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 특혜와 관련해서는 업종별로 1~4년간 기업소득세를 면제하고, 기반시설 투자자에게는 10년간 토지사용료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한 중국 측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이 밀어붙이는 국책사업이다 보니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형식적으로 투자설명회를 연 느낌이 들었다. 북사달그룹 회장에게 원산-금강산에 투자할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답하더라.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하도 데어 직접 투자를 망설인다. 에이전트 구실을 하면서 이권을 가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설명회에서 관광객 수요처를 묻는 질문에 북측 인사들은 남측의 ‘남’자도 꺼내지 않았다. 남북관계(북한식 표현으로 북남관계)라는 표현만 두 차례 나왔다. 또 다른 인사는 “한국 참여 없이 외자 유치가 되겠나? 김정은이 안 되는 일을 도모한다”고 평가했다.

투자 설명회에서 북측은 외국인 투자자 편의와 관련해 “특혜를 제공하도록 법적으로 담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법률적 환경’ 문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특수경제 지대로서 특별히 제정한 법규에 따라 투자가에게 부여된 권리, 투자재산과 합법적인 소득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투자가들의 재산을 국유화하거나 거두어들이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그것을 거두어들이거나 일시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투자가에게 사전 통지를 하고 그 가치를 제때에 충분히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다.”

 


‘녹색산업’ 표현도

“다른 나라의 법인, 개인과 경제조직, 해외동포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에 투자해 기업, 지사, 사무소 같은 것을 설립하고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토지이용, 노력채용, 세금납부 같은 분야에서 특혜적인 경제활동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장려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토지 위치의 선택에서 우선권을 주며 일정 기간 토지 사용료를 면제해준다. 또한 10년 이상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소득세를 감면해주며 이윤을 재투자하는 경우에는 재투자분에 해당한 기업소득세를 감면해준다.”

문건은 투자자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외화 반입·반출의 자유, 근로자 해고 권한도 명시했다.

“투자가는 외화를 자유롭게 반출입할 수 있고 이윤과 기타 소득, 재산을 지대 밖으로 내갈 수 있다. 기업은 필요한 노력을 우리나라의 해당 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보장받은 노력이 자기의 실정에 맞지 않을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해당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노력을 기업에서 내보낼 수 있는 권리 등 많은 권리를 보장받는다. 투자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

투자자의 토지 이용 기간은 최장 50년이며, 토지이용권을 양도하거나 임대할 수도 있다. 특혜 등만 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 수도 있다. 북측은 금강산 일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계발계획’ 문건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맑은 아침의 나라,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불리는 공화국에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관광자원들에 토대해 해양미와 산악미, 호수미, 도시미를 종합적으로 갖춘 관광지구 개발의 본보기를 창조하는 훌륭한 거점이 될 것이며 개발에 참가하는 세계 여러 나라 투자가에게 만족스러운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투자개발 설명문’은 “기묘한 산과 옥계수, 깨끗한 바다와 호수, 다양한 생물상의 우아하고 아름다움의 종합 결정체를 이루고 있는 천하절승지대로라는 데로부터 자연·생태 관광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적 휴양 관광지로 꾸릴 수 있다”면서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푸근한 것이 특징이며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려 스키 활동에 매우 유리하다”고 밝힌다. 이 문건에는 “녹색산업 창설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는 생뚱맞은 표현도 덧붙여져 있다.

 





“한국 투자 · 관광객 없으면 불가능”

북한 당국은 노동당은 물론 외무성, 대외경제성 등 부처를 가리지 않고 금강산 개발 관련 외자 유치에 혈안이다. 외무성 경제국 신규삼 부국장을 대표로 한 북한 대표단이 3월 27일 금강산 개발 투자 유치를 위해 랴오닝성 단둥(丹東)을 방문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인사를 비롯한 중국 경제인들을 만났다. CCPIT 단둥시위원회는 금강산 팸 투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3월 22일 “러시아 정부가 5월 북한에서 열리는 국제관광지대 투자설명회에 참가할 러시아 기업을 직접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금강산 개발에 필요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 측은 북한의 시도가 성공할 소지에 대해 “현 시점에서 우리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 등을 검토한 북한 개발 전문가들의 견해는 회의적이다. 북측 계획의 아킬레스건은 관광객 최대 수요처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한 전문가와의 일문일답.

▼ 현대아산을 배제하고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나.

“잘될 리가 없다.”

▼ 중국, 러시아 등에서 자본을 유치하려는 듯하다.

“한국으로부터의 투자, 한국인 관광객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에게 금강산은 매력이 별로 없다. 원산에 카지노를 세운다면 모를까.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잘 안 된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투자나 수요가 한국에서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 현대아산이 독점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 북사달그룹은?

“자본이나 추진력을 갖춘 곳 같지 않다.”

▼ 원산 관광은?

“시내 투어를 포함한 원산 관광은 매력이 있다. 울타리를 둘러 진행한 금강산 관광과 비교할 때 잠재력이 있다. 현대아산의 마스터플랜도 원산으로 관광지구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원산에 들어가는 형태는 호소력이 있다. 일본도 만경봉호가 출입하던 원산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와 관련해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 관광산업에 집중한다.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돈 없이 할 게 관광밖에 없다. 북한 처지에서 단기적으로 돈벌이하기에 가장 무난한 게 관광이다.”

▼ 궁여지책?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관광, 지하자원 수출 외엔 할 게 없다.”

▼ 공개된 사진대로라면 마식령스키장은 잘 지었더라.

“남측, 해외 관광객이 방문해야 의미가 있다. 북한 내부 수요가 얼마나 되겠나.”

또 다른 관계자는 “똥·오줌 처리 시설이 시급하다는 발언에 현실이 담겨 있다”면서 “한국으로부터의 투자와 한국인 관광객 없이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北 엘리트에게만 좋은 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민감한 문제다. 워싱턴도 개성공단과는 결이 다른 형태로 비판적이다. 경제학 다수설은 독재국가에 대한 현금 원조 효용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개발 지원과 달리 정치체제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경제발전이나 제도 변화를 이끌기보다 엘리트 집단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 금강산 관광은 현금 원조 성격이 짙다. 정몽헌 회장은 2003년 2월 “2000년 8월 개성공단 개발 등 7대 사업 독점권 대가로 북측에 5억 달러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5억 달러는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의 대가이기도 하다.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으로 미사일 분야에서 일하다 탈북한 L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북한 군수산업은 붕괴 직전이었다. 군수 공장이 다 죽었더랬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살아났다. 한국이 돕지 않았으면 북한이 그때 붕괴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갈라진 민족의 화해, 협력을 상징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관여론자는 교류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게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여긴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천안함 폭침 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경제협력을 중단한 것) 해제를 주장하는 이가 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분단 반세기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길로 이끈 첫걸음”이라면서 “지난 시기 남북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지대로서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한 만큼 향후 통일 기반 조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이 남북관계에서 가장 원하는 사안이 5 · 24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다. 역으로 말하면 두 사안이 남북협상에서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지렛대)다.

 


“통준위, 경원선 연결 추진”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2월 중순 경원선 복원 공사를 연내 시작해 2017년 말 완공한다는 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남쪽 구간을 잇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쪽 구간도 연결한다는 것이다. 경원선은 서울 용산역에서 북한 원산까지 이어진다. 경원선은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이어진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 딱 맞는 사업이 경원선 복원이다. 현 정부 임기 중에 할 수 있다. 추가령구조곡을 따라 철도, 도로를 복원하는 것이다. 경의선 동해선은 이른바 좌파 정부에서 이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경원선 복원 계획을 다듬고 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면 상호주의 관점에서 얻어낼 것을 얻어내야 한다. 경원선 복원 및 연결도 포함돼야 한다. 도로, 철도 연결은 통일 기반 조성 사업이다. 북한 군부가 경원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마뜩잖게 여기는 것으로 안다. 북한이 금강산 일대에 외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될 것이다. 북측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비무장지대 세계평화 공원 등도 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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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신동아]
2014년 1월 ‘비전 2023’ 선포식에서 신세계그룹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정용진 부회장.

 


“여러분은 이 시대를 어떤 시대라고 정리하겠습니까?”

4월 9일 오후 서울 안암로 고려대 인촌기념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한 슈트에 컴포트화 차림의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연단에 오르자 대학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저는 이 시대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이 스마트 시대에 가장 두려운 건 뭘까요? 바로 ‘배터리 나가는’ 겁니다.”

 


정용진式 ‘근육단련법’

대기업 오너의 ‘인문학’ 강의가 딱딱하고 지루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강연 내내 잔잔한 웃음이 실내에 깔렸고, 정 부회장의 말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정 부회장은 ‘여친’ ‘멘붕’ ‘카톡’ 등 대학생들이 자주 쓰는 용어를 써가며 호응을 이끌었고 강연 집중도를 높였다. “그룹 경영자로서 고객 의견을 들으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고객이죠? 덕분에 먹고살고 있습니다”라며 넙죽 90도 인사를 할 때는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기술혁신이 인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을 쉽고 빨리 처리하고 생활이 편리해지는 게 무섭기도 하다”며 “사고력과 판단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선 위기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축복을 제대로 누리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는 처방전을 내놨다.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직접 글을 써보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그의 ‘근육단련법’이었다.

이날은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 프로젝트 ‘2015 지식향연’ 강연의 첫날. 지난해 연세대에 이어 올해 첫 강연에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올해에도 전국 10개 대학에서 인문학자들이 강연을 하고, 세계적인 인문학 서적을 발굴·번역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식향연 프로젝트는 정 부회장이 계열사 CEO들과 대화를 하다가 떠올린 인문학 부흥 사업이다. ‘불황과 취업난 속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왜’ 대신 ‘어떻게’에 함몰되고, 사색 대신 검색을 선호하는 현대인을 바로잡아주는 힘이 인문학에 있다고 강조한다. 신세계가 지난해부터 ‘스펙 중심’의 평가 대신 직무 오디션 면접 방식의 ‘드림스테이지’를 통해 인재를 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 시대의 인재 채용법이다.”

 


홀로서기 원년

그의 말처럼, 정 부회장의 신세계는 어머니 이명희 회장 시대와는 환경이 다르다. 신세계그룹은 삼성에서 완전 분리된 1997년 매출이 2조 원에 못 미쳤지만 2014년 말엔 매출 23조8000억 원, 계열사 29개로 재계 13위에 올랐다. ‘어머니의 시대’가 이마트의 양적 팽창을 통한 몸집 키우기에 치중했다면 정 부회장 시대엔 경기 침체, 출점(出店) 규제,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 등으로 인한 ‘성장 정체’를 돌파하는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마트 등 주력 사업의 위기를 독자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연말 의미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 스승’으로 알려진 구학서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고, 40~50대 초반의 임원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정용진 시대’를 뒷받침할 진용 개편을 단행한 것. 재계는 올해를 사실상 정 부회장의 ‘홀로서기 원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 정 부회장이 수년간 연구 끝에 내놓은 ‘비전 2023’은 홀로서기의 신호탄이었다. ‘비전 2023’은 향후 10년간 매년 2조~3조 원 이상을 투자해 매년 1만 명 이상을 채용하고 내수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신세계의 청사진. 당시 그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시대가 바뀌고 고객도 변하는데 우린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와 의식수준, 조직체계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세팅돼 있진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10년간 복합쇼핑몰과 온라인쇼핑몰 등에 31조4000억 원을 투자해 협력사원 포함 17만 명을 고용한다는 신세계그룹의 ‘그랜드 플랜’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3조3500억 원을 투자한다(지난해는 2조2400억 원). 경기 하남, 고양 삼송, 인천 청라, 대전 등지에 10여 개 복합쇼핑몰을 세워 그룹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복안.

정 부회장은 ‘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복합쇼핑몰이 돌파구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유통업은 지속적인 ‘출점’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신규 출점은 같은 업종 간의 ‘마켓셰어(Market Share, 시장점유율)’ 경쟁이 아닌 ‘라이프셰어(Life Share)’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쇼핑, 여가, 외식, 문화생활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스타일센터(LSC)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전략을 위해 최적화한 사업이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이젠 야구장이나 테마파크, 휴양지 등도 우리의 경쟁상대가 된다.”






 

 


 

‘따뜻한 소통’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려는 ‘정용진호(號)’의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에 들어설 ‘사이언스 콤플렉스’에 50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29만㎡(약 8만8000평)에 과학체험 문화관람 시설이 포함된 복합몰을 개발하고 있고, 국내 최초의 민자(民資)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인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는 지하 7층, 지상 9층 연면적 29만6841㎡(8만9000여 평), 매장 면적 약 9만9170㎡(3만여 평) 규모로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 등 유통문화시설을 결합해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용진호의 목적지가 ‘라이프셰어’라면 조타기는 그의 ‘따뜻한 소통 리더십’이다. 재계에선 정 부회장을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일컫는다. 그가 봉사 모임을 통해 지체장애아를 돌보거나 연탄 배달, 김장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적극 나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정 부회장을 잘 아는 재계 인사는 그를 ‘아이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기울이는 보통사람’으로 기억한다. 정 부회장은 2003년 이혼한 전 부인 탤런트 고현정 씨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17)과 딸(15)을 미국 유학 보내기 전까지 직접 키운 ‘싱글대디’였고, 재혼한 한지희 씨와는 2013년 1남 1녀 쌍둥이를 낳았다. 다음은 이 재계 인사가 전하는 ‘아빠 정용진’의 모습이다.

“이혼 후 정 부회장은 ‘엄마 몫까지 해야 한다’며 두 아이를 열심히 키웠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자녀들과 식사하고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해외출장을 가도 아이 선물은 직접 챙겼다. 동생(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자녀(남매)를 키우는데, 그는 자기 아이들과 또래인 조카들을 자식처럼 돌봤다. 큰아들이 태권도를 곧잘 한다며 자랑할 때나, 둘째 아이 입학식에서 축하한다며 연신 뽀뽀를 퍼붓는 걸 보니 여느 아빠와 똑같더라. 정 부회장 자신은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지만, 자식들은 자유롭게 자라기를 바란다던 말이 기억 난다.”

‘싱글대디’ 경험 때문일까. 정 부회장은 장난감을 빌려주고 학부모 육아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 놀이공간 ‘희망장난감도서관’을 전국 32곳에 열었고, 직장보육시설 ‘신세계 키즈스쿨’을 이마트 성수점 등 전국에 설치해 워킹맘들의 시름을 덜어줬다. 지난해 10월에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전북 무주에 국내 최초의 인터넷 치유학교인 ‘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마을’을 열었다.

‘따뜻한 소통’은 그의 성장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조언으로 학창 시절 피아노를 배워 체르니 40번까지 마쳤다고 한다. 덕분에 클래식 음악 지식이 전문가 수준인데, 평소에도 클래식 음악 파일이 수천 개 담긴 미디어 기기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그는 문화융성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마티네 콘서트’를 열어 클래식 공연을 무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준공 예정인 ‘하남유니온스퀘어’ 조감도.

 


2011년 5월 재혼한 플루티스트 한지희 씨와의 만남도 음악회 모임을 통해 이뤄졌다. 정 부회장은 2010년 광주 신세계 15주년 기념식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유지민 양의 연주가 끝나자 “큰 감동을 선사해줘 고맙다”며 즉석에서 협연을 제안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연주를 끝내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받은 ‘밥상머리 교육’의 한 단면을 이렇게 회고했다.

“어머니는 선대회장님(고 이병철 회장)과 무척 가까우셨는데, 선대회장께서 하신 말씀을 틈만 나면 들려줬다. ‘어린 사람의 말도 경청해라’ ‘알면서 모른 척,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마라’며 행동과 표현을 절제하라고 가르치셨다. 부모님은 엄하신 편이어서 늘 예의범절을 강조하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교육은 스스로 통제하고 절제하는 능력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그때의 가르침을 곱씹고 있다.”

따뜻한 리더십과 달리 ‘해야 할 일은 끝장을 봐야 하는 스타일’이라는 평도 있다. 다음은 또 다른 재계 인사의 전언이다.


 

“알면서 모른 척 말라”

“정 부회장이 늘 부드러운 남자인 것만은 아니다. 2004년 허리 통증 때문에 시작한 운동은 엄청난 끈기를 발휘하며 지금의 멋진 몸을 만들었다. 그가 스타벅스 커피를 한국에 들여올 때는 강한 추진력이 돋보였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 유학 시절 스타벅스 커피를 맛본 뒤, 미국 스타벅스와 50대 50 비율로 출자해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립했다. 1999년 이화여대 1호점을 연 뒤 현재는 전국 769개 점포를 거느린 ‘커피의 대명사’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사업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비관적 전망 속에서도 뚝심있게 몰아붙인 끝에 결국 ‘비즈니스 대박’은 물론 ‘문화 대박’까지 터뜨렸다.”

정 부회장은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점포를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시에 매장을 방문해 상품 진열 방식과 식품 신선도, 위생상태 등을 살펴본다. 즉석조리 코너에 들러 시식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후 회의 자리에서 자신이 느낀 점을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는다고 한다.





2008년 프랑스 파리 유통업체 탐방 중 알디(Aldi) 매장을 방문했을 때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알디는 ‘유럽판 다이소’로 불리는 하드 디스카운트 기업. 정 부회장이 수행원과 매장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둘러보자 매장 직원이 수상하게 여겨 신분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에서 소매업을 하는 사람인데, 알디의 경쟁력을 살펴보러 왔다. 점장을 만나 물어봐도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알디 매장 점장은 뿌듯해하며 그 자리에서 1시간 동안 정 부회장 일행의 질문 공세에 답했다. 나중에 정 부회장의 ‘정체’를 알게 된 점장은 무척 놀랐다고 한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도 비슷한 사연을 들려줬다.

“정 부회장은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유통 관련 박람회도 부지런히 찾아 다닌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가 몇 해 전 독일에서 열린 집기·인테리어 박람회에 여러 임직원과 동행한 적이 있는데, 정 부회장의 의전을 챙기려는 임원들이 뒤따르자 단호하게 ‘각자 업무에서 필요한 것을 배워야지 나만 따라다녀서야 되겠냐”며 ‘해산’시키고는 내내 수행원 한 명과 박람회를 돌아봤다. 그때 정 부회장을 다시 봤다. 소탈하고 따뜻한 인간적 매력이 과거 ‘10만 팔로어 대군’을 모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했다.”


 

상생협력 모델 구축

이를 두고 신세계 안팎에서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고객제일주의’ 영향으로 분석하지만, 정 부회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진정한 소비자 이익은 유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토털 솔루션’을 제시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우리가 먼저 차별화를 단행하고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유통업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 아닌가.”

요즘 그가 ‘토털 솔루션’의 한 방편으로 삼고 주목하는 분야가 이마트 가정간편식 PL(Private Label,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피콕(PEACOCK)’이다. 신제품 품평회가 있을 때면 개발 상품을 모두 직접 시식하며 R·D팀과 의견을 나눈다.

정용진호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모바일·온라인 시장과 달리 오프라인 시장은 불황이 계속되고, 해외 직구(직접 구매)와 해외 쇼핑이 일반화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유통의 ‘신세계’를 열어야 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잇단 출점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상생협력 모델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가 나서 대형마트 영업일을 규제했지만, 그렇다고 전통시장이 웃은 것도 아니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2009년 22조 원, 2010년 21조4000억 원, 2013년 19조9000억 원으로 뒷걸음질쳤고, 대형마트 또한 의무휴업 전인 2011년 2.9% 성장에서 2014년 -3.4%로 위축되는 등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신세계의 이 분야 담당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을 제한한다고 손님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리는 게 아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1차산업 관계자들도 영업제한조치에 불만을 토로한다. 정 부회장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회의와 토론, 해외사례 연구를 통해 ‘신상생 플랜’을 만들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신상생 플랜’은 △전통시장 주변 점포에서의 신선식품 판매 중지 △전통시장의 우수 상품 입점 △국산 농축산물 육성 전략 등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전국상인연합회 상생선포식’을 열고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신선식품 92개 품목(40억 원)을 철수시켰다. ‘전통시장 우수상품 페어’를 열어 경쟁력 있는 전통시장 상품을 신규 브랜드로 개발해 스타상품화하는 ‘상생 모델’도 찾아냈다. 상생 모델의 대표 상품은 서울 광장시장의 ‘순희네 빈대떡’이다. 순희네 빈대떡이 이마트에 입점해 대박을 터뜨리자 4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통시장 우수상품 페어’에는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제2의 순희네 빈대떡을 열망하는 맛의 달인들이 모여들었다. 신세계푸드 R·D센터와 이마트 바이어들도 TF팀을 구축해 브랜드화 상품 개발을 돕고 있다.

3월부터 국산 농축산물을 육성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이다. 판로나 매입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 있는 품질에 도달하도록 마케팅, 디자인, 브랜딩을 집중 지원해 농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프로젝트다. 생산자들에게는 농축산 선진국 연수 기회를 주고 신세계의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상생 전략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함께 가겠다”고 말한다.

“소걸음(牛步)으로 만리(萬里)를 간다고 하지 않나. 그러한 우직한 발걸음들이 모인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결국은 우리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늦더라도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과 매장 동선(動線)을 개발하고, SNS를 활용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비전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동아

[신동아]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이름값’을 충분히 해왔다. 국내 유통업의 ‘신세계(new world)’를 열어왔으니 말이다. 1930년대,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서울 중구 충무로1가)에 백화점을 열고 세련된 서구의 소매 방식을 소개하더니, 1963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소매업태인 백화점 사업을 본격 전개했다. 1993년에는 이마트 창동점을 오픈하면서 대형 할인점이라는 신세계를 열어보였다.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시작으로 정통 아웃렛의 진수를 보여줬고,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최초의 유통기업이기도 하다. 신세계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 회사도 드물다.

신세계의 성장 역사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끌던 1세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주도한 지금의 2세대, 정용진 부회장이 향후 전적으로 책임질 3세대다. 1, 2세대의 성공신화를 3세대 정용진호가 이어받아 순항하려면 피해야 할 암초도 많다. 1, 2세대와 달리 정용진호의 신세계는 급속히 바뀌는 소비 패턴을 예견하고 선제적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유통업계는 물론 우리 국민의 삶의 방식과 제조업체의 생존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촉발했고, 변화 이후의 세상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를 철저히 실천했지만, 과거의 혁신 방식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이는 미래의 혁신을 생각한다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우선 신세계는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아웃렛, 기업형슈퍼마켓(SSM) 업태의 성장 가능성과 핵심 가치를 간파하는 면에선 국내 기업 중 가장 빨랐지만, 결코 신세계의 독자적인 것이라곤 보기 어렵다. 신세계백화점 전신인 일본 ‘미쓰코시 백화점’, 미국의 멤버십 웨어하우스 클럽 ‘프라이스클럽’, 미국 아웃렛 유통업체 ‘첼시’ 등은 각각의 업태에서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기업이다. 신세계는 이들과 전략적 제휴 혹은 ‘조인트 벤처’ 형태로 일정 기간의 학습기를 거쳐 나름의 성공방식을 고안해냈다.

그런데 남의 것을 더는 모방할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할까. 정보통신의 발달로 유통 선진국의 모든 업태는 이미 국내에 소개됐고, 신세계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의 행동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3세대 정용진호는 ‘혁신 모멘텀을 어디서 찾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치명적인 약점


미래에 필요한 혁신은 단지 공급망 개선이나 매장 재배치, 고객서비스 개선,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선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혁신 모멘텀 확보는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소매업에 대한 기술 발전의 충격은 가히 파격적이다. 범위에서는 혁명적이고, 본질에서는 전례가 없다. 단지 PC 제조업체인 줄만 알았던 미국 애플사는 아이패드와 아이튠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판매에는 관심이 없는 점포’를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미국 오프라인 전자제품 판매업체는 모두 사라진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때 동네 곳곳에서 활황을 누리던 비디오 대여점은 지금 온데간데없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전통적인 소매 방식을 고수하는 측에선 가격을 소비자가 결정한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역경매’ 방식으로 가격을 소비자가 정할 수도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기업도 나왔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옷을 1000원에 팔아야 한다면, 차라리 ‘소비자가 지불하고 싶은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파는’ 방식이다. 비행기에 남은 좌석이 있는데 얼마에 팔겠다는 게 아니라 ‘얼마 줄래?’ 하고 물어보는 거다. 어차피 할인해서 팔아야 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주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 방식이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 과거의 혁신이 전술 혹은 전략의 변화를 이야기한다면 미래의 혁신은 이렇듯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려면 업(業)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통상적 소매업’이 공급자로부터 물건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이었다면, ‘확장된 소매업’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두 플랫폼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성해, 가치가 창조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소매·공급업체가 이 과정을 조절하는 산업이다.

통상적 소매업 관점에선 과거와 같이 하면 되지만, 확장된 소매업 관점에서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 많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빌려 쓰는 추세가 점차 강화하는 마당에 소유권 이전이 배제된 유통에서 소매업의 기능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세분화한 고객화 수준을 넘어 1대 1 고객화 추세도 확연해졌고, 개인의 신체적·심리적·심미적 특징에 대한 정보를 제조업체가 알고 3D 프린팅, 유연 생산기술을 통해 저렴하게 개인화한 제품(옷, 자전거, 향수, 시리얼 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소비자와 공급자의 직접적인 교류가 확대되는 ‘주문 후 생산’이 대중화하면 전통적인 기능에 얽매인 소매업체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가치 창조의 방식도 크게 변한다. 월마트는 은행에서 하는 계좌이체 서비스를 수행한다고 한다. 과거 거대한 매장 중심의 월마트가 온라인에 대한 대응책으로 소비자의 편의성 개선과 배송비 절감을 위해 우리나라 SSM 규모의 점포를 올해 1000여 개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 아마존은 거의 모든 물건을 판매하지만, 정작 수익이 높은 사업은 ‘서버 리스(lease) 사업’(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서버 보관 서비스)이다. 소비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기존의 방식을 언제든지 깨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필수 요소다. 과연 신세계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어떤 역량과 경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지 관심이 쏠린다.



 

4월 9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하는 정용진 부회장.

 





가치 창조 방식의 변화

또 하나. 정용진의 신세계호는 중국 시장에서 한 번 고배를 마셨다고 해서 국내 시장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패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겠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소매업이 근본적으로 지역밀착형 사업임은 분명하다. 지역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지역 주민의 발길이 잘 닿는 곳에 점포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보니 부동산 보유량, 보유한 부동산의 적합성, 지역 개발을 고려한 입지 선정 안목 등 부동산 관련 역량이 신세계의 핵심 역량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부동산에 대한 이러한 핵심 역량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도 제대로 발휘됐는지는 의문이다. 테스코와 이케아가 국내에 진입하기 5, 6년 전부터 국내시장을 조사하고 다녔고, 로컬 시장에서 자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핵심 역량의 개발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완성되는데, 과연 신세계는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정면승부를 해봤는지, 그리고 그 결과 해외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본원적인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듯하다.


 

“신세계는 그럴 리 없다”

소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신뢰 획득이다. 매출과 이익은 신뢰관계의 산물이며, 신뢰를 상실한 소매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떠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SNS 등 엄청난 매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misinformation)를 넘어 왜곡된 정보(disinformation)가 횡행하는 시대다. 이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유일한 방안은 기업의 굳건한 지지 세력, 우군(友軍)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우호적인 기대가 일시적인 혼란에서 기업을 살리며, 이들이 휘청하는 기업에 복원력을 제공한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에 신세계의 지지 세력은 늘고 있는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지표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갑질 논란’과 얄팍한 상행위로 신뢰는 고사하고 시민들의 비난을 모면하기 급급하다. 애플사의 제품이 그렇게 잘 팔리는 것은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한 경험을 통해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매일 “고객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쳐본들 고객이 기업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고객과의 신뢰는 진정한 고객 가치 창출과 고객 경험의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근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근로조건을 조사한 결과, 유통업체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노동강도가 높고 감정노동자로서의 고통이 있는 직업군으로 특별한 손길이 필요하다. 막상 일이 터지면 내부 구성원이 상당 부분의 정보를 제공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다. 입막음을 하기보다 사전에 이들의 신뢰를 얻어 “그럴 리가 없다”는 대답이 나와야 한다.

공급업자와의 신뢰 구축은 타사가 제공할 수 없는 성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능하다. 가격을 후려치는 것이 성과지표가 되어서는 곤란하고, 협상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서로 덕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문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잘 아는 정 부회장은 기존 방식과 다른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인문학적 감성으로 사람과 ‘연결’돼야 한다. 고객, 내부 직원, 공급자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3세대 정용진호 앞에 놓인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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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 550개 협력사 '벼랑 끝' 연쇄 도산 후폭풍 우려



대한민국 대표 '벤처 신화'인 팬택이 무너지고 말았다. 수차례 매각에 좌절한 팬택이 결국 새주인 찾기에 실패하고 26일 법정관리를 철회하면서 청산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팬택의 청산절차가 가시화되면서 임직원 11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500여개 협력업체에 연관된 약 7만여명의 생계도 벼랑 끝에 몰리게됐다.

■벤처신화에서 청산까지

26일 팬택 이준우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라며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팬택은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로 지난해 8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두차례의 공개매각과 한 차례의 수의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지난 1991년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무선호출기(삐삐) 제조사 맥슨전자에서 나와 설립한 팬택은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 자리까지 오르면서 '샐러리맨 신화'로까지 불렸었다.

2007년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워크아웃에 돌입한 팬택은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4년 8개월만인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굳어지면서 고전하다 결국 또다시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새주인을 찾기 위해 공개매각을 실시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달하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굳건한 시장체제에서 새로 팬택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팬택은 회생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 3월 팬택 팀장급 이상의 전 직책자가 결의문을 통해 회사가 생존하고 남은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회사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에는 3번째 매각시도가 무산되면서 1470여 명의 임직원들이 회사 생존을 위해 고난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결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청산수순에 돌입하게 되면서 무너진 벤처신화의 자리에는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청산절차 돌입예정

팬택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면서 앞으로 팬택에 남은 시간은 약 1개월 가량이다. 법원이 최대 15일 내로 폐지신청을 받아들인 후, 약 2주간 채권단 등으로부터 이의신청을 받는다. 여기서 소요되는 1개월 안에 인수대상자가 나타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지만 업계는 별 다른 이변이 없이 청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법원이 팬택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팬택은 파산법 영향을 받게 돼 채권자들은 파산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팬택의 남은 자산을 나눠갖게 된다.

팬택의 생산 설비 등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팬택의 자산은 총 2683억원이며 부채는 총 9962억원이다.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 폐지 명령 이후에는 남아있는 팬택의 유형 자산을 처리한 이후 매각대금을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단에 나눠준다.

■청산에 따른 후폭풍 커질 듯

이에따라 팬택의 청산으로 팬택에 부품을 공급했던 550여 팬택 협력사와 8만여명의 근무직원도 벼랑 끝 위기에 몰리게 됐다.지난해 8월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협력업체 중 절반 이상이 이미 폐업상태이거나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본격적인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연쇄 도산의 후폭풍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채무변제 우선순위에서 밀려 청산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팬택 파산으로 인한 대규모 연쇄 실직 발생 시 최근 증가하는 실업률 및 고용불안정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팬택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ICT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인재양성에도 힘써왔다"면서 "팬택이 사라질 경우 우수한 연구인력을 고용하고 양질의 연구환경을 제공할 기회가 사라지게 되며 이는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팬택이 쌓아온 기술들 역시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팬택은 지난 1·4분기 기준 등록특허는 4099건, 출원특허가 1만4810건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술기업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전자신문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 팬택의 청산이 임박했다. 팬택은 26일 지난 9개월간 진행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법정관리가 중단되면 청산 외에는 대안이 없다. 1991년 설립해 벤처 신화를 이끌어온 팬택이 2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팬택은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경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 하이엔드 스마트폰 위주 사업 전략 고수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

팬택이 사라지면 500여 협력업체, 약 7만여명 생계가 어려워진다. 20여년간 개발한 4000여 특허와 기술력은 뿔뿔이 흩어진다. 부품, 생산, 조달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생태계가 붕괴돼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휴대폰 생태계 변화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벤처신화’ 팬택을 바라보던 젊은 창업자의 꿈이 사라진다.

◇더 이상 시간 끄는 것 의미 없어

팬택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07년 한 차례 워크아웃을 겪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4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3월 2차 워크아웃이 시작됐다. 그리고 5개월 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동통신사는 팬택 채권 출자전환은 거부했지만 채무 상환을 2년간 유예했다. 팬택과 팬택 협력사는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까지 발표하며 팬택 살리기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요청에도 협력업체 줄도산은 현실화됐다.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절차는 모두 무산됐다. 결국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 이유다.

팬택 관계자는 “법원이 폐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3주 정도가 걸리는데 그때까지는 법정관리가 계속 진행된다”며 “법정관리가 폐지되면 일반 기업이 되기 때문에 채권이 살아나고 결국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털어놨다.

◇법원, 파산선고 가능성 커

파산법에 따르면 법원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에 대해 파산선고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 기각 결정, 회생계획 인가 전 폐지(임의적 파산선고), 회생계획불인가 결정 등이다. 팬택의 경우는 임의적 파산선고인 회생계획 인가 전 폐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법원은 채권자를 비롯한 관계인 의견을 취합해 최종 파산을 결정한다. 만일 법원이 파산 선고를 하지 않으면 팬택은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법원은 팬택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인정해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업계는 팬택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파산 선고가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 팬택 부채는 약 1조원, 자산은 2685억원으로 추정됐다. 파산이 선고되면 팬택이 보유한 공장과 보유 특허 등 자산을 매각해 채무 비율대로 채권자가 나눠 갖는다. 규모가 큰 회사이기 때문에 청산 절차에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팬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과감한 판단 아쉬웠다

승승장구하던 팬택을 파산위기까지 내몬 결정타는 지난해 이동통신사 영업정지였다. 하지만 팬택의 위기는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됐다. 팬택은 휴대폰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라서면서 프리미엄폰 전략을 고수했다. 대기업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팬택에는 부품 조달부터 유통망까지 이르는 생태계가 없었다. 대기업과 달리 외부 업체 의존도가 높아서 원가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금력 부족, 브랜드 강화 등을 이유로 프리미엄폰 전략을 계속 이어나갔다. 결국 과감히 중저가폰 위주로 전략을 선회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2012년 정도에 1~2년 앞을 내다보고 냉정하게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세계 시장점유율 7위, 뛰어난 기술력 등이 팬택을 자만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저가폰 판매를 늘리면 수익성이 떨어져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팬택에는 이를 위한 자금적 여유가 없어 쉽게 중저가폰 전략을 펼치기도 어려웠다.

◇팬택, 앞선 기술력으로 소비자 매료

벤처 1세대로 불리는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창업했다. 이듬해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을 시작했고 1997년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판매도 시작했다. 같은해 거래소에 상장했다.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린 팬택은 2000년 이후 국내외 마케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03년 국내 휴대폰 시장 3위에 올라섰다. 2005년엔 SK텔레텍을 인수하고 미국과 일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일본 시장에서는 2007년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팬택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러개 보유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초 지문인식 스마트폰인 ‘베가 LTE-A’를 개발했고 세계 최초 원형 3D 게임폰도 만들었다. 원적외선 폰, 블루투스 DMB 폰 등 새로운 시도와 도전정신이 팬택을 명품 휴대폰 제조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한 네티즌은 “언제나 앞선 기술과 디자인을 선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팬택이 사라진다면 정말 아쉬울 것”이라며 “내가 사용했던 팬택 휴대폰은 대부분 다 좋은 제품이어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전자신문


팬택이 파산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간접으로 딸린 식구만 수만명이다. 팬택을 중심으로 20여년간 형성된 휴대폰 제조 생태계도 위험하다.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팬택’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올해로 창립 24주년을 맞은 팬택은 이미 많은 직원이 그만두고 1100여명이 남았다. 파산하면 이마저도 회사를 떠나야 한다. 500여 협력사 직원은 7만명으로 추산된다. 연쇄파산으로 이어진다면 파장은 예측 불가다.

팬택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엮인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붕괴도 예상된다. 팬택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협력업체에서 구입한 부품만 1조5000억원어치나 된다. 그만큼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팬택은 20년 이상 자체 마케팅·조달·생산·AS·관리 역량을 키워왔다. 이 역량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결코 단기간에 복원하기 힘든 국가적 자산이다.

팬택이 2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도 휴지조각이 될 처지다. 기술 인수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헐값에 넘어가고, 이마저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팬택 매각 추진 중에도 기술력을 보고 인수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매각은 무산됐다.

팬택은 올해 1분기 기준 등록특허 4099건, 출원특허 1만4810건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연구개발 투자 금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팬택이 사라지면 가뜩이나 국내 생산비중이 줄고 있는 휴대폰 생태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국내 휴대폰 생산량은 2007년 8400만대에서 2013년 3800만대로 64.8%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 ‘팬택’이라는 브랜드가 사라진다는 게 가장 큰 손실이 될 지 모른다. 팬택은 20여년 간 누적 매출 29조원, 누적 수출액 14조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적 중견 휴대폰 제조사다. 이처럼 큰 업적을 남긴 회사가 한 순간 국내외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 스마트폰 수출액은 7억1000만달러로 작년동기 대비 40.2%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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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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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중국 국방부는 26일 '중국의 군사전략'이라는 제목의 2015년 국방백서을 통해 육·해·공 전력을 대폭 강화하고 해군의 작전범위를 근해에서 원양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동아일보

[동아일보]
‘중국의 군사전략’ 국방백서 발표“해상 군사충돌에 대비” 첫 명시… 남중국해 분쟁 적극대응 시사전통적 ‘重陸輕海’전략서 탈피… 강대한 원양해군 육성 강조
《 중국 정부가 26일 국방백서에서 미국과 일본을 안보 위협세력으로 특정했다. 또 ‘해양 군사충돌’ 가능성을 처음으로 명시하고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군사 활동을 늘리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내다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예측 가능한 미래에 세계대전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패권주의 강권정치 신간섭주의가 새로 등장해 크고 작은 충돌이 그치지 않을 것이며 세계는 여전히 현실적이고 잠재적인 국지전 위협에 직면해 있다.”

중국 국방부가 26일 국방백서의 일종인 군사전략백서에서 ‘국지전 위협’을 언급하며 영토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해상 군사충돌에 대비한다”는 말을 처음으로 백서에 명시해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날 발표된 백서는 25쪽 9000여 자 분량으로 ‘중국의 군사전략’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군사전략이라는 주제로 국방백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국방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발표한다”고 했지만 내용은 결연한 주권 수호 의지를 알리는 선전포고문 같았다.

특히 백서는 장기적인 국가 안전과 발전에서 해양의 중요성이 커 ‘육지를 중시하고 바다를 경시하는(重陸輕海)’ 전통적인 사고를 깨고 ‘해양 강국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해군의 작전범위 확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러한 전략 수정을 두고 ‘이기는 군대’를 강조해온 시 주석의 공격적인 국방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서는 우선 “중국이 다원화하고 복잡한 안보 위협에 여전히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 안보 위협 요인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먼저 미국을 겨냥해 “역외 국가가 남중국해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또 “일본이 전후 체제의 탈피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군사·안보 정책을 대폭 조정하고 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남중국해 영토 갈등 당사국인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 대해서는 “불법 점거한 중국 섬에서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도 도전 요소로 거론했다.

백서는 핵전력 강화 방침도 천명했다. 중국군은 전략 미사일을 운용하는 제2포병에 대한 정예화, 효율화를 실현할 것이라며 “미사일의 안전성, 신뢰성, 유효성을 강화하고 전략적 위협과 핵 반격, (핵무기의) 정밀하고 정확한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육해공 3군의 역량 강화를 위해 △육군은 지역 방어형에서 전 지역 기동형으로 △해군은 근해 방어에서 ‘근해 방어와 원양 호위’가 결합한 형태로 △공군은 하늘과 우주가 일체화돼 공격과 방어를 겸하는 방향으로 각각 재편된다.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해양 강국 및 해양 강군’ 필요성에 대해서는 3가지 형세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중국의 군사전략이 해양 강국이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국가 해양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강대한 해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무기와 장비가 원거리화하고 정확도가 높아져 해군의 전장(戰場) 범위도 커지고 있어 근해 방어만으로는 국가 해상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해상 안전 문제가 복잡해져 그에 상당한 능력이 요구되는 것도 원양 해군의 필요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백서가 발표된 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의 안보 전략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홍콩 기자가 “중국이 ‘적극 방어’ 전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보다 공격적인 ‘선발제인(先發制人·선수를 쳐서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뜻으로 역사서 한서(漢書)에 나오는 구절)’ 전략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 작전부의 장위궈(張玉國) 대교(준장 격)는 “방어가 목적이라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오히려 후발제인(後發制人)”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이 말한 ‘남이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안 건드린다(人不犯我 我不犯人). 하지만 나를 건드리면 나는 반드시 가만있지 않는다(人若犯我 我必犯人)’”는 말로 ‘적극 방어’의 의미를 설명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남중국해를 무대로 중국·미국·일본 간 군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국방백서를 통해 "해양 권익을 위해 무력 충돌 불사" 의지를 드러냈고, 미국과 일본은 오는 7월 사실상 남중국해 분쟁을 가상한 해군 합동훈련을 호주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까지 중국 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간 형성됐던 간접 대결 구도가 이제는 '미·중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중국군은 26일 발간한 '2015 국방백서'에서 "국가 주권과 해양 권익 수호를 강화하고 무력 충돌과 돌발 사건에 대한 준비(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가세해 긴장감이 고조된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영유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 국방부가 이날 오전 발간한 국방백서는 '국가안전형세'를 기술한 제1장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군사안보정책 조정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지목했다. 남중국해 등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중국 안보에 최대 위협 요인으로 평가한 셈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강력 비판하는 와중에 해양 주권을 강조한 국방백서를 내놓은 이유에 대해 중국 국방부 양위쥔 대변인은 "국제 사회에 중국 군사정책을 선언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한 치 양보도 없다는 것을 천명한 셈이다. 앞서 지난 20일 미군 정찰기가 난사군도 주변을 정찰 비행하고 중국 군함이 경고 사격을 가하는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이 난사군도에 건설하는 인공섬이 군사용 활주로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있다.

또 중국 국방부는 백서를 통해 "공고한 국방과 강한 군대는 중국 현대화 건설의 전략적 임무"라며 지속적인 군사력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백서에서는 중국의 '적극적 방어 전략 방침'을 공산당 군사 전략사상의 기본점이라고 설명하면서 "'남이 나를 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범하지 않으며, 남이 나를 범하면 나도 반드시 남을 범한다(人不犯我 我不犯人 人若犯我 我必犯人)'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마오쩌둥 말을 인용한 것으로 중국 주권을 위협하는 외부 도전에는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군의 현대화·정보화를 토대로 전면적인 국방 개혁을 추진하고 우주공간과 사이버공간에서 군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미국 간 패권 경쟁은 남중국해 해상뿐만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백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 정세와 군사 경쟁이 역사적 변화를 맞고 있지만 평화를 보호하는 역량도 강화돼 가까운 미래에 세계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과 호주, 미국 해군은 오는 7월 호주 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과 호주가 2년마다 개최하는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에 일본이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모의훈련 성격이 짙다.

최근 중국 견제를 위해 호주에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일본은 말레이시아에도 레이더 기술 등 방위 장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2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을 방문 중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방위 장비 이전 협정이 담긴 공동성명을 내놨다. 아베 정부는 말레이시아 해안 경비 인력 육성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중국을 사정권에 두는 신형 미사일 방어체계(MD)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따르면 상원 군사위는 최근 작성한 내년 국방수권법 부속 보고서에서 미국 미사일 방어청으로 하여금 '다중 목표물 파괴 요격체(MOKV)'를 개발해 2020년까지 비행 시험을 마치도록 요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명목은 미국 본토를 노린 북한과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서울경제


미국, "주변국 위협" 영유권 분쟁개입… 필리핀 등 후원자로

"中 견제하자" 日도 동남아 국가에 군사적 지원 가속

중국, "해양권익수호 위해 전쟁도 가능" 국방백서 발표

인공섬 이어 대형 다목적 등대 건설에 긴장고조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한껏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국가해양권익 수호를 강화하고 무장충돌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의 남중국해 정찰기 파견을 무력으로 제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미중 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은 인공섬 외에도 최근 남중국해에 2개의 대형 다목적 등을 건설하면서 주변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26일 중국 국방부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전략과 국방발전 비전 등을 담은 '2015년 국방백서'를 발표했다. 중국군은 백서에서 "중국은 다원화되고 복잡한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외부의 저항과 도전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백서에서 중국군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위궈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 작전부 대교(준장)는 "남중국해 갈등의 책임은 미국에 있고 미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교는 이어 "다른 사람이 우리를 범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군은 백서에서 공개한 5대 안보위협에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포함했다. 5대 안보위협에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일본의 전후 체제 탈피 시도 및 군사안보 정책의 대규모 조정 △중국 영토에 대한 개별국가의 도발행위 △한반도 및 동북아의 불안정한 요소 △테러리즘·분열주의·극단주의 활동 등이 꼽혔다.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군은 "공고한 국방과 강대한 군대는 중국 현대화 건설의 전략적 임무이며 이는 국가 평화발전의 안전을 보장한다"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군이 대외팽창 전략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대외팽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기본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국방백서에서 중국군은 지난 2013년과 달리 병력운용이나 무기보유 현황 등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전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의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대한 감시 및 정찰 활동과 관련해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미국 군용기의 중국 도서에 대한 저공 정찰활동은 오판과 해상ㆍ공중에서 의외의 사건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해 무력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의 인공섬 건설 중단을 마지노선으로 삼는다면 남중국해서의 중미 간 일전도 불가피하다"며 "충돌 강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찰의 수위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등도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미국은 남중국해 국가들의 후원자로 나섰다. 필리핀 등이 이미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한 가운데 20일 해상초계기를 남중국해 영공에 보내 영유권 분쟁 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해리 해리슨 신임 미 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비롯해 최근 이어가고 있는 활동에 대해 비판적"이라면서 "국제법과 규정에 맞지 않고 주변국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며 말레이시아와 레이더 기술이 포함된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를 통해 남중국해에 진출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은 이와 함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유럽연합(EU) 등을 우군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경제에서는 중국에 밀리지만 외교에서는 한발 앞서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오는 29일 일ㆍEU 정상회담에서 동ㆍ남중국해에서의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처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마잉주 대만 총통은 이날 남중국해 일대 자원의 분배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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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라마디에서 IS를 피해 피란중인 이라크 주민들(AP=연합뉴스자료사진)
북부 정유도시 바이지도 동시 공격…미군도 공습 지원할듯

장기전 가능성…IS도 라마디로 병력 집결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점령당한 안바르 주(州)와 주도 탈환하는 작전이 26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안바르 주 탈환 작전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24일 밤부터 지상군 전투에 앞서 라마디를 겨냥한 포사격이 시작됐다.

이라크 정부는 라마디와 동시에 IS와 일진일퇴를 벌이는 북부 정유도시 바이지도 공격, IS의 전력을 분산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전엔 라마디 참패 뒤 전열을 겨우 정비한 이라크 군경에 시아파 민병대가 합세하고 안바르 주의 친정부 수니파 민병대까지 동원됐다. 이란이 직접 지휘하는 시아파 민병대와 공동 작전을 꺼렸던 미군도 공습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수니파 거주지역인 라마디 전투에서 종파적 충돌을 우려해 배제됐던 시아파 민병대는 즉시 병력을 모아 라마디 부근에 2만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마디 전투는 IS의 집중 공세에 변변히 맞서보지도 못한 이라크군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과연 이라크가 IS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분수령이다.

자연스럽게 라마디 탈환 여부에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의 명운도 달렸다.

3월 한 달간 진행된 티크리트 탈환을 고려하면 이번 작전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라마디가 더 크고 인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티크리트에서 IS는 이라크군의 포위에 고립된 반면 라마디는 IS의 근거지인 안바르주의 중심부인데다 지리적으로 시리아에서 증원과 보급도 쉽다.

IS도 대대적인 탈환 작전에 대응해, 라마디로 병력을 집결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IS가 트럭으로 24일 오후 무장대원 수십명을 라마디로 실어날라 시내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는 주민들의 목격담을 전했다.

IS는 다른 점령지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진격 속도를 늦추고자 라마디 진입로에 지뢰와 급조폭발물(IED), 부비트랩 수천발을 설치하고 길목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있다.

라마디 부근에서 훈련중 기도하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EPA=연합뉴스자료사진)
아울러 IS가 '칼리파 국가'를 설립한 지 꼭 11개월 되는 시점에 벌어지게 된 이번 작전은 이라크 정부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對) 중동 정책의 평가도 좌우할 전망이다.

IS는 3월 말 이라크 북부 요충지 티크리트를 빼앗긴 뒤 4월 중순부터 라마디에 화력을 집중해 한 달만에 이곳을 점령했고 20일 시리아 고대도시 타드무르(팔미라)까지 손에 넣었다.

이어 25일엔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부를 잇는 국경도시 알왈리드와 알타나프를 장악하는 전과를 올려 두 나라의 통로 3곳 중 2곳을 IS가 통제하게 됐다.

이로써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직접 연결되는 고속도로의 대부분이 IS의 수중에 떨어졌다.

최근 IS의 잇따른 승리로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이뤄진 미군의 공습의 성과가 한계를 노출했다는 비판이 고조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국내외에서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고조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강경한 중동 정책을 주문하는 미국의 보수성향 언론들이 라마디 패배를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부각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IS의 라마디 점령이 이라크와 미국에 무시할 수 없는 악재이긴 하지만, IS가 지난해부터 이 도시의 절반 정도를 이미 장악해 왔고 IS의 공격이 기습적이었다기 보다 한 달여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라마디 참패의 원인을 두고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광경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IS 격퇴 작전에 대한 분란의 단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체면을 구기는 동안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는 부쩍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군보다 전투력이 우세한 시아파 민병대와 긴밀한 관계인 터라 임박한 라마디 탈환 작전이 성공한다면 이라크에서 강한 존재감과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

이란과 가까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24일 IS에 맞서 시리아로 병력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없이 IS를 격퇴할 수 없다"고 말한 이란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카심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호언장담에서 이들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hskang@yna.co.kr

  경향신문



ㆍ이라크·시리아 전선 통합… 미 분리대응 전략 무력화

ㆍ양국에서 수도 점령까지 넘봐… 정부군은 전의 상실

지난해 6월10일 시리아 중부 라카를 근거지 삼아 활동하던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대도시 모술을 전격 장악했다. 그해 6월29일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 ‘이슬람 칼리프(수장) 국가’를 수립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1년도 못 되어, 시리아와 이라크 양쪽에서 IS가 수도 점령을 넘보는 상황이 됐다. IS가 주장한 ‘대(大) 수니 국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5일 IS가 유적도시 팔미라에서 400명 넘는 민간인들을 학살했으며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수도, 전력, 통신망을 끊어 팔미라를 고립시키고 있다. 도시 거점을 장악한 뒤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외부로부터 고립시켜 자신들의 ‘국가’에 집어넣는 것은 IS 전술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세의 성격과 시점에 주목한다. 영국 대테러전문가 찰리 윈터는 블룸버그통신에 “IS는 최근 몇 차례 후퇴를 했지만 국가 수립 1주년을 앞두고 다시 공세를 펼쳐 약해지지 않았음을 과시했다”며 “그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못지않게 공세의 시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중동전문가 캄란 보카리는 “IS는 한 곳에서 후퇴하면 반드시 다른 곳을 얻어냈다”며 “이라크에서 거점을 빼앗기면 시리아에서 그보다 더 넓은 지역을 장악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이제 하나의 전선으로 합쳐졌다. 두 나라 간 국경도 대부분 IS 수중에 떨어졌다.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 라마디와 시리아 팔미라를 점령하면서 IS는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보급망과 병력이동로를 확보했다. IS 통제하에 있는 지역은 점차 이들이 주장한 ‘국가’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소규모 지상군을 경비 강화 명목으로 들여보낸 뒤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왔다. 반면 시리아에 대해서는 아랍 연합군과 공동으로 공습을 하는 데에 그치며 선을 그었다. 이제 두 전선이 사실상 합쳐진 이상, 미국의 분리대응 전략은 더욱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오가는 보급-이동로를 확보함으로써 미군과 연합군의 거점 공습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IS가 ‘국가 수립 1년’을 앞두고 세를 과시하기 위해 대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IS가 바그다드나 다마스쿠스를 당장 넘보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 하레츠는 두 나라 수도를 공략하기 전 IS의 목표는 시리아 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전 참상을 담은 영화 <홈스는 불타고 있다>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홈스는 라카에서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 도시가 IS에 넘어가면 레바논 접경지대까지 위험해진다. 이미 IS는 시리아 국토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정부군은 보급로가 거의 끊겼다. 다마스쿠스는 북부 대도시 알레포보다 인구는 적지만 중·근동의 역사적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은 역부족이고, 반정부 진영 내 무장세력들은 힘을 잃었다. 이라크 정부군도 전의를 상실했다. 쿠르드 매체 러다우는 “이라크 특수부대는 IS 공격 이틀 전에 라마디에서 도망쳤다”고 보도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24일 이라크 정부군이 “싸울 의지가 없다”고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다. 이라크군이 역량을 키워 IS와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그간의 노선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하레츠는 “설혹 미국이 지상군을 보낸다 하더라도 시리아와 이라크 양쪽을 오가는 IS에 맞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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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한겨레] ‘위민 크로스 DMZ’ 5박6일 방북 마치고 남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등 30명 참여
정부 반대로 판문점 도보 통과 불발
버스로 경의선 거쳐 남쪽 땅 밟아
“여성들이 남북 연결점 만들어”
‘평화협정 대체’ 촉구 선언문 발
세계 여성평화운동단체인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DMZ)’ 대표단과 한국 여성단체·종교계 1000여명의 시민이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2015 여성평화걷기 축제’에서 조각보를 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파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평화’와 ‘여성’의 이름으로 휴전선을 가로질렀다.

15개 나라 여성평화운동가 30명이 참여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Women Cross DMZ)가 24일 낮 12시께 북쪽에서 비무장지대를 지나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쪽 땅을 밟았다. 판문점을 걸어서 건넌다는 애초 계획은 남쪽 정부의 반대 의사를 받아들여 버스로 경의선을 통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국제적 민간 인사들이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어서,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결렬과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처형 첩보 공개를 둔 갈등 등으로 한층 냉랭해진 남북관계에도 온기를 더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남쪽 입경 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 명예위원장인 미국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81)은 “15개국에서 온 여성들이 남북 두 나라의 연결점을 만들었다”며 “우리도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자신이 없었지만 대화와 화해, 여성 인권을 위한 평화로운 여정을 성취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197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메어리드 매과이어(71·북아일랜드)는 “북한에서 본 것 중 가장 슬픈 것은 이산가족이었다. 형제자매임에도 끝나지 않은 냉전 때문에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며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냉전체제 속에서도 남북한이 공통된 인간성과 형제자매애에 초점을 맞춰 평화적인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평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44)도 “민간과 민간의 외교를 통해 남북간 새로운 소통의 길을 만들었다. 내가 라이베리아 내전을 겪으며 갖게 된 신념은 작은 걸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치중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은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매과이어는 “인권은 정상적 상태에서만 보장될 수 있으나 북한은 끊임없는 경제제재 속에서 여전히 전쟁중이라 인권보장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있다”고 답변했다.

15개 나라 여성평화운동가 30명이 참여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DMZ)’ 대표단과 한국 여성단체·종교계 회원 300여명이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쪽으로 철책을 따라 걷고 있다.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 대표단은 이날 낮 12시께 버스를 타고 경의선 육로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통과했다. 파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들은 이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2015 여성평화걷기 축제’에서 ‘2015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돕는다 △무고한 시민에게 해를 끼치는 제재 조치를 철회한다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전시폭력을 금지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성노예였던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정의를 바로 세운다 △세계 평화 구축의 주춧돌로서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전세계인의 지지를 촉구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파주/김지훈 홍용덕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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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인간이 향후 200년 안에 신 같은 사이보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루대학 역사학 교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Sapiens:A Brief history of Humankind)’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루대학 역사학 교수는 “200년 내 부유한 사람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기술과 자신을 결합, 사이보그(cyborg)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텔레그래프가 26일 전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어 “인간과 기계 융합은 40억년 전 생명이 출현한 이후 생물학적으로 가장 큰 진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류가 죽음을 넘어서는 신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심지어 기쁨이나 성취감을 얻었음에도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다는 설명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간 경쟁은 스스로가 느끼는 불만족에서 비롯된다”며 “우리는 유전공학이나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200년 뒤 호모사피엔스는 생물학적인 조작과 사이보그를 만드는 유전공학을 통해 유기적으로나 무기(non-organic)적으로 스스로를 향상시켜 신성한 존재가 되고 싶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이보그 기술이 사회적으로 부유한 층에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경고했다. 가난한 사람은 지금처럼 죽을 수 있지만 부자는 영원히 살 수 있어 빈부격차가 생사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간이 종교, 돈, 인권의식 등 자연에 기반을 두지 않은 ‘허구(Fiction)’를 통해 사회를 형성해 지구를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이 중에서도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의미 있는 발명이라는 설명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종교적 미신 없이 사회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신은 매우 중요하다”며 “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은 점점 다루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몇 세기동안 인간은 신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력해졌다”며 “이제 우리는 신 대신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그는 “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중동이 아니라 기술과 종교가 결합된(Techno-religion) 실리콘밸리”라며 “그들은 심지어 죽음을 단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라고 여긴다”고 말을 이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유튜브(Youtube)를 통한 세계사 강의로 알려진 역사학자다. 저서인 ‘사피엔스’는 출간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세계 30개국어 가까이 번역되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내에는 하반기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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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신동아]
통치론 존 로크 지음, 강정인 · 문지영 옮김, 까치

 


영국 법정에서는 지금도 하얀 가발을 착용한 법관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2008년부터 민사·가정재판에서 가발 착용을 금지했으나 형사재판에서만은 예외로 했기 때문이다. 흰 가발은 법정의 존엄을 상징한다.

재판 내용이나 판결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는 것을 우려해 판·검사나 변호사 신변보호 수단으로 익명성이 높은 가발을 쓴다는 설도 전해온다. 천장이 높은 영국 법정이 추웠기 때문에 방한용으로 가발이 등장했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기능성만으로 300년 넘게 전통이 이어지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영국 판사와 변호사 대다수가 여전히 법정에서 가발 착용을 원하는 반면 국민은 시대착오적인 관습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천부인권’ 사상에 바탕을 둔 시대정신에 비춰보면 당초 착용 동기와 상관없이 법정의 가발은 사람이 사람을 재판할 수 있는 상징물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는 견해도 있다. 누구나 하늘이 내린 인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연법 아래서 사람을 재판할 수 있는 것은 하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하늘의 대리자’ 역할을 가발 쓴 판사가 한다는 개념이 그것이다.

천부인권의 동의어에 가까운 자연법 사상으로 영국 민주주의의 이론적 틀을 만든 인물이 17세기 정치철학자 존 로크다. 로크는 인간이 원래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천부인권 개념을 정립하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사상에 이르기까지 근대 민주주의 정치철학의 근간을 세웠다. 이 같은 정치사상을 압축한 저작이 ‘통치론’(원제 Two Treatises of Government)이다.

이 책은 근대 민주국가의 형성과 통치 원리를 최초로 개념화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은 자연법, 사회계약설, 권력분립론 같은 거대담론을 주창한다. ‘통치론’은 당연히 천부인권부터 설파해나간다. 들머리에서 ‘모든 인간은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작품이며, 각자가 자기를 위한 재판관이고 집행자인 상태’라고 전제한다.

홉스가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가정한 반면, 로크는 자연 상태에서 완전한 자유와 평등이 존재하며 평화롭다고 전제한다. 이 책에서는 ‘모든 인간은 자연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강조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자연법이 지배한다. 자연법은 신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모든 사람이 이를 따라야 한다.

 


美 독립, 佛 대혁명 추동

로크의 자연법은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권리다. 이 권리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유재산권이다. 자연물은 원래 공공의 것이지만 노동이 개입되면 개인적인 소유가 된다는 게 로크의 생각이다. 이 소유권은 국가가 박탈할 수 없으며, 누구도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재산권은 근대 시민사회 성립에 중요한 이론적 기초가 됐다. 사적 소유를 정당화한 그의 사상은 훗날 시장 자본주의의 성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자연 상태는 자유롭고 평화스럽지만, 이 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이 재판관’이기 때문에 언제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어나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사회계약’을 통해 평화와 자기 보존을 목적으로 권리를 국가기구에 양도한다.

“인간은 본래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며 독립된 존재이므로, 어떤 인간도 자신의 동의 없이 이러한 상태를 떠나서 다른 사람의 정치권력에 복종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연적 자유를 포기하고 시민사회의 구속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도는 재산을 안전하게 향유하고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좀 더 많은 안전을 확보하면서, 상호간에 편안하고 안전하며 평화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결성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정치사회 결성의 목적이 재산 보호에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정치적 자유주의 이론의 핵심 요소에 속한다.

이렇게 탄생한 정치체라고 해서 무한한 권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력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형 등 모든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을 정하는 권리다. 정치권력은 그러한 법을 집행하고 외세 침략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정치권력은 오로지 공공선을 위해서만 행해져야 한다.”

‘통치론’의 핵심 중 하나는 ‘권력분립론’이다. 로크는 전제적 국가권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권력을 상이한 기관에 속하게 하는 권력 분립을 주장한다. 이는 오랫동안 권력을 독점했던 왕권의 해체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입법부가 권력의 중심이다. 행정부는 입법부의 권력 독점을 견제하는 집행기관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라도 법을 만들고 집행까지 할 경우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결과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로크의 착안이다. 권력분립론은 훗날 ‘법의 정신’을 쓴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에 영감을 준다.

 





‘행복한 철학자’

로크는 군주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시민의 저항권까지 인정한다. “왕이 권위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며 따라서 저항할 수 있다.” ‘통치론’은 입법부가 선언한 법률을 군주나 권력자가 바꾸거나, 입법부의 집회를 방해할 경우 이에 저항할 권리를 명시했다. 저항권은 국민 뜻과 달리 선거 방식을 훼손하거나, 입법부 권한을 외세에 넘길 때도 가능하다. ‘왕권신수설’에 따라 왕의 권력에 대한 도전이 신성모독의 대역죄로 간주되던 시대에 로크는 대담하게 인민의 저항을 권리로 정당화했다. ‘신은 세계를 근면하고 합리적인 자들이 사용하도록 주었다’는 로크의 지론에서는 초보적인 노동가치설이 나왔다.

‘통치론’은 원제목이 시사하듯 1편인 ‘로버트 필머 경과 그 일파의 잘못된 논리에 대한 비판’과 2편인 ‘시민정부의 참된 기원과 범위 및 목적에 관한 소론’으로 구성돼 있다. 1편은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명제에 따라 절대왕정을 옹호한 로버트 필머와 그 일파의 주장에 관한 전면적 논박이다. 2편은 우리나라에서 ‘통치론’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부분이다. ‘시민정부론’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 책은 혁명적인 저작이 대부분 그렇듯이 순조롭게 출판될 수 없었다. ‘혁명을 통해서라도 통치자를 바꿔야 한다’는 지론으로 무장한 로크는 끝내 더 자유로운 네덜란드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망명한 뒤에도 새로 왕위에 오른 제임스 2세가 로크를 체포해줄 것을 네덜란드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는 수많은 가명을 사용하면서 숨어 지내야 하는 수배자 신세가 됐다. 로크는 미리 써놓은 ‘통치론’을 세계 최초의 시민혁명인 명예혁명 다음 해에 발표해 이 혁명을 사상적으로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아래로부터의 저항

1689년 로크는 익명으로 이 책을 출판했다. ‘통치론’은 그때까지도 위험한 저작으로 취급받아 이름을 감추고 출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혁명의 성공으로 정치현실을 변화시켜 영국 근대 정치철학의 교과서로 불렸다. 더 크게 보면 미국 독립과 프랑스 대혁명에 결정적인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독립혁명에 끼친 로크의 영향력은 ‘독립선언서’가 ‘통치론’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린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선언서 전체의 내용이나 구성은 물론 구체적인 문장까지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기초자인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서를 작성하는 동안 어떤 책이나 팸플릿도 옆에 두고 참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통치론’은 볼테르의 ‘관용론’,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에도 적지 않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로크의 사상은 19~20세기 전체주의와 독재국가들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이끌어내고 정당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 책은 한계점도 드러냈다.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일치’를 주장한 루소와는 달리 권력의 양도를 정치사회 결성의 전제로 삼은 대목이 그렇다. 서구 예외주의도 발견된다. ‘통치론’은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 존재하는 재산제도와 정치조직의 차이를 근거로 삼아 유럽 식민주의를 정당화했다.

이러한 한계를 안고 있음에도 ‘통치론’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국가의 목적은 인민의 복지이며, 정치권력의 행사는 개인의 동의에 기반을 둘 때 정당하다”는 로크의 견해도 여전히 금과옥조 같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도 천부인권에 바탕을 두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했다. ‘통치론’은 출간된 지 300년이 넘었지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의 헌법에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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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신동아]

 


1949년생. 일흔이 눈앞인데 동안(童顔)이다. 도법(道法·66). 시인(詩人)에 빗대면 이태백이 아닌 두보의 길을 걷는다. 민중 속에서 살았다. 천촌만락(千村萬落)을 누빈 원효(元曉·617~686)처럼 말이다.

“국가 전략이니 하는 것을 잘 몰라요. 묻고 싶은 게 더 많습니다. 대답할 것은 대답하고 못할 것은 거꾸로 묻겠습니다.”

분열을 미래의 걸림돌로 꼽는 이가 많다. 이분화에 가까운 사회다. 이것 아니면 저것, 내 편 아니면 네 편이다. 관념은 남고 실제는 사라졌다. 실제가 아닌 관념을 두고 편을 나눠 다툰다.

도법은 흑백, 백색이 아닌 회색이다. 누구 편도 아니다. 화쟁(和諍)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제3지대에 서고자 한다. 관념이 아닌 실제를 들여다본다. 진영이 아닌 진실의 편에서 사안을 보려 한다.

화쟁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 사상이다. 대립과 모순·쟁론을 조화·극복해 하나의 세계를 지향한다. 원효는 저서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에서 화쟁 이론을 전개했다. 원융회통사상(圓融會通思想)이라고도 한다.

도법은 조계종 분란 때마다 수습에 나섰다. 1998년 조계종 분규 때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일했다. 2010년 6월 자승(慈乘·61·총무원장)과 명진(明盡·65·당시 봉은사 주지)이 충돌했을 때 화쟁위원장을 맡았다. 4월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그를 만났다.


연꽃의 길, 난초의 길

▼ 화쟁위원회 활동은.

“되거나 말거나 합니다. 인생은 빈손으로 온 것이니 이것저것 해본다고 손해날 게 없습니다. 뭐든 열심히 해보자는 주의예요. 뭘 갖고 왔어야 손해날 게 있겠지요.”

▼ 화쟁 사상은 원효에서 비롯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화쟁이 곧 불교예요. 2600년 전 부처님 당대에는 당시에 맞는 이론이 있었습니다. 수백 년 후 대승불교가 일어납니다. 한반도 땅에서는 원효 스님이 화쟁 이론을 정립하고요. 화쟁 사상은 불교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삼습니다. 불교는 모든 존재가 관계로 이뤄진 것으로 봅니다. 우주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그물(인드라망)이고, 낱낱 존재는 그물코와 같아요. 모두가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존재하는 게 세계와 우주이며, 인간입니다.

낱낱 존재 사이에서 대립,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므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야 해요. 싸워서 승부 내는 게 아니라 서로가 동의하는 내용을 도출해 삶을 꾸려나가야 합니다. 더불어 살려면 서로 협력하고 나눠야 한다는 게 불교의 세계관입니다. 화쟁 사상은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사는 곳에서 요구되는 것이지요.”

도법은 절집에 앉아 참선, 수행만 하는 승려가 아니다. 속세에 발을 담그고 생명·평화운동을 해왔다.

▼ 난초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서 고고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반면 연꽃은 진흙탕에서 더러움을 정화하며 깨끗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스님께선 법정 스님을 난초에 비유하고 자신은 연꽃과 같은 삶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별 얘기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연꽃은 불교의 인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조계종이 대표하는 한국불교는 연꽃의 인간상보다 난초의 인간상을 추구해왔어요. 은둔이나 수행을 중요시하지요. 성철 스님 같은 분을 난초에 비유하는 것은 수양하면서 꽃향기를 피우셔서입니다. 법정 스님도 그렇고요.

연못에는 똥오줌, 피고름이 뒤섞여 있습니다. 연꽃은 연못에 뿌리내립니다. 더러운 곳에 살면서 오염되지 않고 오히려 연못을 정화하면서 고개를 세워 꽃을 피웁니다. 대승불교의 보살이 상징하는 인간상이 연꽃과 같습니다.”

▼ 원효가 떠오릅니다.

“원효 스님이 연꽃 같은 인간이죠. 천촌만락을 다니며 분노의 현장, 욕심의 현장에 함께하면서 욕심, 분노에 매몰되지 않고 화쟁의 시각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가 해온 것은 뭐….”





어긋남 해석해 조화롭게

▼ 원효는 불교 여러 종파의 사상을 종합하면서 독자적 체계를 세웠고, 동아시아 불교에 큰 영향을 줘 ‘해동종주(海東宗主)’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조계종이라는 명칭은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에서 비롯됐지요. 자신이 거주하던 송광사가 있던 송광산을, 중국 선종 승려인 혜능의 사상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혜능이 살던 광둥(廣東) 지역의 산 이름을 가져와 조계산으로 바꿨고, 자신의 불교 학풍을 조계종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원효와 같은 큰스님이 계신데도 한국을 대표하는 종파의 이름이 중국의 산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우리가 풀고 정리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불교의 공간은 한국이고, 역사도 한국이어야 하겠지요. 한국이라는 땅에서, 또 한국이라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불교를 우리가 한국불교라고 일컫는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도불교, 중국불교를 주로 얘기합니다. 조계종의 구성원을 봤을 때 이른바 고승이나 전문 학자 중 한국 역사 속에서 구축한 불교를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원효, 의상(義湘·625~702) 스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한국불교를 이야기하지 않지요. 두 스님에 의해 형성된 내용도 잘 안 다루는데,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선종(禪宗·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시하는 불교의 종파) 중심의 사고가 강합니다. 전통처럼 굳어졌어요. 한국불교는 선종을 주로 표방해왔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원효 스님의 사상에 나타나듯 회통(會通)불교입니다. 요컨대 다양한 사상과 정신을 회통해 갈등을 화해시키고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게 본래의 한국불교입니다.”

▼ 원효가 산 시대는 중국에서 당(唐)이 강대국으로 떠오를 때입니다. 고구려, 백제가 멸망하고 신라가 불완전하게나마 통일을 이뤄낸 격동의 시대였고요. 한반도는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후 19세기 말 일본 제국주의가 등장할 때까지 1200년 넘게 친중(親中) 사대주의 사상의 직·간접 영향을 받았습니다. 21세기 한반도는 잠자던 사자 격이던 중국이 슈퍼파워로 재등장하면서 또 한 번 격동의 시대가 열리는 듯합니다. 불교의 시각에서 볼 때 격변의 시기에 국민이 사상·문화적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격동의 시대 위한 會通

“늘 소박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와 거창한 것을 잘 모릅니다. 소박한 생각으로는, 바깥의 변화는 물론 중요하고 바깥의 이런저런 일을 조합해 미래를 조망해야겠으나 절실한 것은 우리의 정체성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21세기에는 지구촌을 넘어 우주의 시각으로 지금, 이곳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좁게 봐선 안 됩니다. 삶을 넓게 보려면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뭐랄까, 열등의식 혹은 피해의식에 길들지 않나 싶습니다.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해요.

원효, 의상 스님의 사상은 21세기를 조망하는 세계관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모든 게 관계로 얽혔으며, 이뤄졌다는 것을 바탕 삼아 문제를 풀어야 해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지만 한반도의 주체가 세계정신, 나아가 우주정신에 부합하는 세계관을 기초로 해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토대를 구축해냈을 때 작은 나라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요.”



 

도법(오른쪽)은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가 사상·문화적 중심을 올바르게 세우지 못하면 강대국에 휘둘리며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200년 넘는 친중 사대주의의 뿌리가 상당히 깊습니다. 1945년 미군이 진주한 후 친미 사대주의가 나타났으나 21세기 접어들면서 약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상·문화적 중심을 굳건하게 세워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분단된 나라지만 우리의 위상과 역량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나라를 자랑할 때는 자부심을 갖고 말하는데, 국제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과거의 위상, 역량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양상이 보입니다.”

▼ 북한 핵 문제만 해도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 해결 방안을 찾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드러납니다. 역량을 직접 발휘하려고 하기보다는 외세에 의존해 문제를 풀려는 겁니다.

“위상이나 역량에 맞는 안목을 갖추지 못했어요. 자신감, 포용력을 가진다면 북한 문제를 푸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겁니다. 강대국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일도 마찬가지고요.

안상수 홍익대 교수가 디자인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데, 서양 사람과 일하면 위축됐답니다. 현대 디자인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라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한글을 보면서 눈을 떴답니다. 한글이야말로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정체성에 눈뜨면서 위축감이 싹 사라져버렸다고 해요.”

안상수(63) 교수는 1985년 한글 글꼴 ‘안상수체’를 개발한 그래픽디자이너다.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우리가, 우리의 역사 속에서 갖게 된 세계관, 정신, 실천적 방법론을 당대에 맞게 잘 정립해나가면서 국민이 그것을 당대의 세계관으로 소화하게 하는 게 기본일 것 같습니다. 격동의 시대라지만 예전에도 똑같이 어려웠습니다. 우리의 색(色)을 갖고 우리의 길을 가되 주변과 잘 어울려야 합니다.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보편적 세계관과 함께 유·불·선 삼도를 회통한 최치원, 세종대왕, 동학의 정신 등을 한반도 구성원의 세계관으로 확립해야 합니다.”

진영, 이념, 지역 갈등이 일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하는 듯하다. 승자독식의 정치가 갈등을 부추긴다.

▼ 편가르기가 심합니다.

“인간은 편 갈려 살아왔습니다. 국가, 민족 같은 것으로 편 갈리고, 이념으로 나뉘어 극한 갈등도 겪었습니다. 편 가름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겁니다. 생존경쟁, 약육강식의 논리에서 적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죠.

한국 사회로 시야를 좁혀봅시다. 20세기를 지나면서 좌우 갈등, 동족상잔, 남북분단이 나타났습니다. 21세기 한국도 갈기갈기 찢어져 있습니다. 당면한 문제는 두 갈래예요. 하나는 인간 사회에서의 극단적인 대립, 다른 하나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나타나는 단절과 파괴를 어떻게 극복할지입니다.

‘인간 간에, 인간과 자연 간에 협력하고 나누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어구(語句)가 아닐까요. 화쟁의 세계관과 방법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당대이고, 어느 곳보다 필요한 곳이 한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안해, 잘못했어, 달라질게

▼ 화이부동쟁이불이(和而不同爭而不二·화합하나 같지 않고 다투나 다르지 않다)에 기초해 화쟁을 이끌어내고 열린 마음으로 회통을 통해 진리를 찾고 통합을 이루자는 게 원효의 주장인 것으로 압니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격한 한국 사회에서 화쟁, 회통의 사상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화쟁 이론의 핵심은, 간략하게 말하면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정서를 다치지 않게’입니다. 이치는 진실에 토대하는 것입니다. 진실을 잘 짚어 드러내더라도 정서적으로 얽힌 게 있게 마련입니다. 정서도 잘 살피고 헤아려 문제를 해결하는 게 화쟁입니다.

세월호 침몰이 던진 숙제를 제대로 풀면 한국 사회가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비극 혼란 부패 무책임 무능 같은 낱말이 우선 떠오르지만 사고가 났을 때 국민의 반응에 주목해야 합니다. 좌파도 우파도, 자본가도 노동자도, 여당도 야당도, 전라도도 경상도도 인간이 표출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내 아픔처럼, 내 슬픔처럼 여겼습니다. 당시의 마음을 통해 현재적 삶을 가꿔나가면 우리가 인간다워진다고 봐요. 누군가의 슬픔, 아픔에 사람으로서의 반응과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어요. 다들 미안해, 잘못했어, 달라질게, 새로워질게라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사안이 정쟁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길이 있겠지, 여겼는데 정쟁거리로 추락하는 현실을 보면서 맥이 탁 풀리더군요. 누군가의 슬픔, 아픔을 어떻게 정쟁의 도구로 삼습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화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지혜가 모여 인간의 고귀한 마음이 삶의 현장에서 발휘돼야 해요.”





그가 석가모니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강(江) 양안에 두 부족이 살았습니다. 가뭄이 들어 강물을 두고 다툼이 벌어집니다. 전쟁이 날 것 같아 부처님이 달려갔습니다. 부처님은 누가 잘했느냐, 누가 잘못했느냐, 누가 옳으냐, 누가 그르냐를 묻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부처님이 말합니다. 사람 목숨이 중요한가, 물이 중요한가? 정신이 번쩍 드는 겁니다. 목숨이 당연히 소중하지요. 세월호와 관련한 일도 비슷한 사안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화쟁적으로 풀면 현대사가 잉태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길이 보일 것 같아요.”


싸움 말리고, 흥정 붙이고

▼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도 있습니다. 세월호 문제가 정쟁으로 흐른 것은 정치인의 이기심 탓인 것 같습니다.

“편 갈림이 너무 심해요. 진실은 사라져버리고 이쪽 시선, 저쪽 시선만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좌파 민심, 우파 민심만 있습니다. 우파는 우파 민심이 국민의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좌파는 좌파 민심이 국민의 견해라고 내세웁니다. 그러고는 힘겨루기를 합니다. 종교와 지식인이 건강하다면 정파적으로 문제를 이용하거나 끌고 가는 것을 막았을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월호에서 희망을 발견하려는 건 삶을 좀 더 본질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 화쟁위원회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쌍용자동차 해고자, 밀양 송전탑 등 사회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아가 문제를 풀고자 노력했습니다.

“사회문제라고 표현했는데, 종교문제이기도 합니다. 불교는 사람의 고통에 가장 큰 관심을 갖습니다. 종교가 사회나 정치에 참여하는 게 옳으냐고 묻는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고통이 있는 현장을 떠나 종교가 있을 곳이 과연 어디일까요? 정치문제든, 사회문제든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현장을 떠나고서도 존재할 곳이 있는 종교가 과연 필요할까요?

그간 편을 갈라 힘을 기른 후 승부를 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소모적, 파괴적이었다는 게 역사적 경험입니다. 개개인의 아픔까지 치유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수의 사람이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는 화쟁의 관점에서 길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강정마을, 밀양, 쌍용차에 간 것도 그래서예요. 쉽게 말해, 다투는 사람이 있으면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강정 가면 좌파로 몰려

▼ 성과는 어땠고, 한계는 무엇이었는지요.

“싸우는 사람만 있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예요. 진영을 나눠, 편을 나눠 싸울 준비만 합니다. 진영, 편을 잇는 다리가 너무 없어요. 화쟁위원회를 통해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면서 문제를 풀어가려 했습니다. 강정, 밀양, 쌍용차를 어느 한 편에 서서 간 적이 없습니다. 강정 가면 좌파, 밀양 가면 진보라는 세상이잖아요. 다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인데 함께 사는 길은 없을까, 편 갈라 싸우는데 다른 길은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동안 늘 세상에서 떨어져 살던 조계종단이 사회적 아픔을 품에 안고 불교적으로 사안을 풀고자 하는 몸짓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세상의 아픔을 품에 안고 고통 받는 사람에게 희망을 줘야 해요. 조계종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 불교가 대승불교의 전통에 걸 맞은 진정한 한국불교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었지만 ‘편 갈라 승부를 내는 방식에서는 희망이 나오지 않는다, 제3의 길을 여는 게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 조계종 안에서도 화쟁이 필요할 듯합니다.

“화쟁의 논리로 봉은사 문제를 다뤘습니다. 명진 스님이 조금 불만스럽게 됐지만…. 70~80%는 잘 풀렸다고 생각해요.”

▼ 스님께서 조계종 개혁과 쇄신의 선두에서 목소리를 크게 냈으면 좋겠는데, 이런저런 분쟁이 생길 때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아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할 분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 얘기, 귀가 따갑게 듣습니다. 총무원이라고 하는 조계종단 집행부가 부패한 불교 권력인데, 내가 방패막이 노릇을 한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해석될 수는 있다고 봐요.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니까요. 한국불교에 쇄신이 필요하다고들 말합니다. 조계종도 쇄신하겠다고 밝히고요. 그렇다면 쇄신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어야 할까요. 이것 또한 관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다릅니다.

종단의 주체들이 정치를 잘하면, 행정을 잘하면, 경제를 잘하면 한국불교가 불교다워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게 세상의 아픔을 품에 안고 치유해내는 불교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불교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진짜 불교’가 된다고 봐요. 조계종은 종교집단입니다. 종교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쇄신의 내용을 종단 내부의 정치적 다툼과 관련한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종교 본연으로 돌아가는 게 진짜 개혁입니다.

화쟁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지만, 조계종이라는 거대 집단의 총무원장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지금처럼 관심을 갖고 행보한 적이 없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이 대단히 보수적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이 화쟁적인 접근 방안을 모색해 제안하면 받아서 움직입니다. 총무원장이 강정마을에도 가고, 쌍용자동차에도 갔어요.

총무원장이 통합진보당 사태 구속자 구명 탄원서를 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도 비슷한 내용의 탄원서를 썼고요.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한 문제예요, 이게. 이른바 진보진영이라는 곳에서도 몸을 사렸습니다. 조계종 수장이 이런 행보를 한 것은 체질이 변화한다는 방증입니다. 인사 문제가 불합리하다, 이런 걸 바꾸는 게 그냥 개혁이라면 체질 변화는 진짜 개혁입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조계종단이 50년이 됐지만, 조계종 수장이 사회의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지금처럼 행보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쌍용차 문제를 예로 들면 지부장 한 분이 단식을 오래해 죽게 생겼습니다. 단식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단식을 중단시켜야 하는데, 명분이 필요하잖아요. 총무원장이 방문해 소망을 전하는 형태로 명분을 만들어 사람을 살리려 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사람이 산 뒤에나 가능한 겁니다. 총무원장이 방문하기 전 병원으로 실려가 설득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승 스님이 대단히 보수적인 사람이고, 조계종단 또한 보수적인 데다 정부와 관계된 일이 많기에 총무원장이 알아서 대처하지는 못합니다. 누군가 합리적 제안을 내놓으면 어지간한 것은 수용하고 총무원장 나름대로 약속한 것을 지킵니다.”

그는 “나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 사태 때 희망버스 하는 사람들이 함께 가자는 겁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안 간다고 했습니다. 화쟁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쌍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와 관련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화쟁위원장이 참석해야 한다고 해 공부나 해보자고 갔습니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이 와서 진단하고 내린 결론이 뭐었냐면요. 단순화하면, 회사 나쁘다, 정부 잘못한다, 그러므로 강력히 투쟁해 뜻한 바를 쟁취하자였습니다.”

▼ 계속 그래왔죠.

“어마어마하게 투쟁해왔는데 해결은 안 되고 스무 명 넘는 노동자가 죽어나갔습니다. 투쟁력은 형편없이 무너져 회생 불가능해 보였고요. 세상으로부터도 잊히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하게 투쟁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자 편에서 뭘 하자고 하면 제도권 종단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일에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33명의 종교인이 원탁회의를 꾸렸습니다. 해고자도 만나고, 사장도 만나고, 정부도 만났어요. 처음에는 노동자들이 냉소적이었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 약자 편에 딱 서서 부당한 회사와 정부를 타도해야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원수 비슷하게 돼버린 회사에 남은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를 만나게 하는 등 이런저런 성과를 냈습니다. 해고자들이, 많은 사람이 자기들 편에 서서 싸워줬지만 한 걸음도 못 나갔는데 종교 원탁회의가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 남은 이들의 노조와 해고된 분들이 지금도 만납니다.”


우파 민심, 좌파 민심

화쟁을 통해 진영 싸움을 극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한국에서는 진실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단순화해 말하면 보수와 경상도는 ‘박정희 진짜, 김대중 가짜’, 진보와 전라도는 ‘김대중 진짜, 박정희 가짜’, 딱 이거거든요. 경상도 가서 ‘박정희가 진짜 맞아?’라고 물으면 돌 맞게 생겼고, 전라도 가서 ‘김대중은 가짜 아니야?’라고 물어도 똑같습니다. 진실이 설 땅이 없는 겁니다. 내 편, 네 편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미래가 열리지 않습니다. 진영 싸움, 남남 갈등은 지역 다툼이면서 삶의 이해관계까지 얽혔습니다. 이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내가 가진 화두입니다. 이 화두를 풀고자 화쟁이라는 것을 해왔습니다. 사회의 모든 문제를 광장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이쪽, 저쪽만이 아니라 제3의 시선을 가진 이들이 둘러앉아 화쟁의 길을 찾아야 해요.”

▼ 보수, 진보 갈등은 남북 간 대립과 착종, 결합한 예가 많습니다.

“남북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의 걸림돌은 대한민국에 있다고 봐요. 편 갈라 다투는 것을 그냥 놔둔 채 북한 문제를 풀어낸들 희망이 있겠습니까. 모두가 싸움의 주체가 돼 있는 사회에서 통합적이며 생산적인 힘이 어떻게 나올 것이며,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화쟁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화쟁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불교가 통일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조계종이 북한을 상대로 뭔가 하는 것보다 화쟁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북한은 제거해야 할 악마인가요, 함께 살 동포인가요? 공론이 ‘동포’라면 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한쪽은 동포로, 다른 쪽은 적으로 봅니다. 적으로 보는 이들이 집권하면 이쪽으로 가고, 동포로 보는 이들이 집권하면 저쪽으로 가는 엎치락뒤치락인 게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이 역량을 발휘해야 남북 문제가 풀립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해결은 어렵다고 봐요. 좌파는 좌파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쪽으로만 문제를 풀려 하고, 우파는 우파대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만 상황을 몰고 갑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내용을 보면 나와 내 집단의 이해를 중심으로 사안을 들여다보는 거죠. 대한민국이 이렇듯 갈라진 상황에서 분단의 장벽이 무너지면 소모적 상황은 더욱 확대될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 강대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요. 중심을 잘 잡아야 파도를 넘습니다. 갈기갈기 찢겨 있으면 헤쳐나갈 힘이 나오지 않아요. 남북 문제를 푸는 최선의 방향 역시 화쟁입니다. 북한을 함께 살 동포로 봐야 한다는 것을 화쟁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화쟁의 생활화, 화쟁의 대중화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불교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관련한 문제조차 진영 논리에 휘둘립니다.

“제3지대가 단단하게 구축되면 좋겠습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가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 서는 것 말입니다. ‘진보에도 관심 없고 보수에도 관심 없다. 좌파도 잘 모르고 우파도 잘 모른다. 인간적으로, 사회적으로 합리적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제3의 시선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는, 나를 회색분자라고 표현합니다. 갈지자(之) 행보예요.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니, 왜 거기 갔느냐고 시비하지 말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한국 사회는 제3지대가 거의 없습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채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사람이 없어요. 회색분자가 많아져야 해요. 제3의 시선이 많아져야 합니다.”


‘붓다로 살자’ 운동

▼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이해관계가 걸린 데다, 양쪽 진영에서 공격합니다.

“자포자기로 사는 거예요. 저기 가면 이쪽에서 욕하고, 여기 가면 저쪽에서 욕합니다. 주변의 시선을 감내할 용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죠.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회색지대에서는 실제가 무엇이냐를 봅니다. 박정희가 진짜입니까? 김대중이 진짜입니까? 박정희가 가짜예요? 김대중이 가짜예요? 한쪽은 무조건 나쁘고, 한쪽은 무조건 좋다는 것은 관념입니다. 한국 사회는 실제가 아닌 관념을 두고 편을 나눠 싸웁니다. 그렇다면 실제는 뭔가요? 두 사람 다 장점·단점이 있고, 공과(功過)가 있죠. 회색지대, 제3의 지대가 넓어지면 각 진영이 실제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논쟁에 나서게 됩니다. 관념으로 다툼하는 이들은 양 극단으로 쫓겨 가겠죠.”

▼ 어떤 일을 할 계획입니까.

“앞으로도 화쟁적 실천과 모색을 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효, 의상 스님의 세계관과 정신, 실천론을 우리시대에 맞게 계승한 ‘붓다로 살자’ 운동도 펼칩니다.”

▼ 조계종 차원에서 하는 건가요.

“네.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시작했습니다. 붓다로 살자가 무슨 뜻이냐면, 한국불교는 그동안 부처가 되자는 게 밑바탕이었습니다. 사람은 중생이기에 수행해 부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승불교는 사람은 본래 부처이므로 다시 부처가 되는 게 아니라 붓다로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대승불교 전통을 시대에 맞게 구현해보자는 뜻에서 ‘붓다로 살자’ 운동에 나선 것입니다. 붓다로 살자의 구체적 실천 방법 또한 화쟁이라는 낱말로 요약됩니다.”

도법과의 대화는 대담을 마무리한 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나 홀로 수행은 필요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예수 또한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고 했다. 편 갈린 사회를 화쟁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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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주간동아]

 


‘더 밈(The Meme)’은 미국 보스턴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UX) 디자인 및 컨설팅 회사다. 직원 상당수가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수재인 이 회사의 리더는 늦깎이 유학생 출신인 이혜진(47·사진) 대표. 국내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미국행을 선택한 그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이라는 강연회에 참석해 ‘하버드와 MIT의 수재들, 디자인으로 리드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를 만나 세계 지식 산업의 중심지 보스턴에서 최첨단 업종인 사용자경험 디자인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세계적 수재들을 이끄는 비결에 대해 들었다.

 


보스턴에서 만난 새로운 세계

전자제품을 포함한 최신 기기에 사용되는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복잡 다변화할수록 사용자경험의 중요성은 커진다. 이 대표는 “현대 기술과 사용자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며 “첨단 기술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와 제조사 사이에서 다리 구실을 하는 게 우리 회사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 밈은 이미 삼성전자, 도요타자동차,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유수 대기업과 MIT 출신들이 만든 아이로봇이라는 청소로봇회사 등 하이테크 업체들을 고객 삼아 많은 일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 중심의 스마트 홈을 위한 신개념 TV 디자인, 사물인터넷의 하드웨어와 플랫폼 디자인 등이 그간 해온 일이다.

이 대표가 보스턴에 정착한 계기는 이렇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 대기업에 다니던 그는 14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디자이너로서의 본능 때문이었다. 기술 발달로 글로벌 트렌드가 재빨리 바뀌는 상황에서 자신이 과거 패러다임을 갖고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버드대 디자인 석사과정에 함께 입학한 동기 11명은 하나같이 남다른 경험과 배경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GRE 점수가 그다지 높지 않은 내가 하버드대에 뽑힌 이유도 나만의 경험과 이질성 때문이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했다. 이런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세계를 만나며 그는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우등생으로, 또 엘리트 직장인으로서 가졌던 고정관념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가는 경험을 했어요. 그동안 눌려 있던 창의력이 폭발하는 느낌이었죠.”

하버드대의 공부 방식은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달랐다. 교수가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제안할 것을 요구했다.

“궁극적인 질문을 통해 답을 찾는 방식이 기존에 제가 한국에서 배우고 생각하던 것과는 매우 달랐어요. 이런 것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눈을 뜨면서 그는 하버드대 캠퍼스가 있는 보스턴의 문화, 인프라, 그리고 인재들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들과 일하기 위해 무작정 창업에 나섰다. 마침 운이 따랐다. 창업 직후 한국 대기업이 신제품의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의뢰해온 것이다.

더 밈에서는 통상적 개념의 디자이너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철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이 대표가 자신의 회사 업종을 그냥 디자인이라 하지 않고 경험 디자인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기존 방식대로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것은 제품 외형뿐 아니라 사용자의 총체적 경험이에요. 커뮤니케이션 방식, 소프트웨어적 프로세스, 감성 이미지 분야의 사용자경험 창출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우리 회사는 디자인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혜진 ‘더 밈’ 대표는 4월 서울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강연회에 참석해 ‘하버드와 MIT 수재들, 디자인으로 리드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글로벌 사고, 수평적 네트워킹



 

‘더 밈’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철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이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내 인터뷰하는 방법으로 사용자경험을 디자인한다. 보스턴은 이런 일을 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 MIT 등 명문대가 많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많으며 개방적 소통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회사 밖에도 전문가가 많습니다. 우리 회사는 유명 회사의 유명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는 대신 ‘맨땅에 헤딩하는’ 인재를 뽑아요. 그들에게 최고의 업무 환경과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제 일이죠.”

이들을 리드하는 방식은 토론과 설득이다. 이 대표는 “CEO라고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논쟁이 업무의 필수과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각의 스케일과 네트워킹 문화다. 그는 “한국인들도 학연, 혈연, 지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개방적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그가 강조한 것은 실패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실패를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사람이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그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선호하는 인재상도 기존에 좋은 성취를 낸 사람보다 자기 주위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변화에 빨리 대응하며,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는 데 거침없는 사람이다. 한국 창업가들도 이런 자세를 바탕으로 세계에 진출해 현지 인재들과 과감하게 소통하면서 글로벌 시대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면 좋겠다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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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금융위기·美 소비감소 쇼크… 7년새 컨테이너선 20% 뚝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파나마운하가 컨테이너선 수송량 감소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무역 성장세가 둔화하고 미국인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14년 완공 이후 약 100년간 세계 해상무역의 중심항로 역할을 해온 파나마운하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르헤 키아노 파나마운하청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파나마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선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며 "파나마운하의 전성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신문은 파나마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선이 2007회계연도에는 3,600척에 달했지만 지난해 약 20% 감소한 2,891척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파나마운하의 물동량이 줄어드는 최대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시화한 세계무역 성장세 둔화다. 세계 무역량은 금융위기 발생 이전 30년간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라는 말처럼 세계 경제 상승세의 두 배가량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 경제의 주요동력이 무역에서 내수로 전환되면서 무역량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파나마운하 전체 물동량의 3분의2 이상을 소화하는 미국의 소비감소도 악영향을 미쳤다. FT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줄었으며 결과적으로 파나마운하를 통해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선박 수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인프라 투자가 남미 곳곳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제1 수송로인 파나마운하의 아성은 한층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남미순방 일정 중 브라질을 찾은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페루의 태평양 연안과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횡단철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대규모 투자협정을 맺었다. 횡단철도가 완공될 경우 세계 각국 컨테이너선들이 남미의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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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충북도, 이란·미국 기업과 20억불 투자협약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27일 이란의 투바전통의학기업과 20억 달러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시종(왼쪽에서 5번째) 충북지사와 마모우드 코다두스투(왼쪽에서 4번째) 이란 복지부 차관, 호세인 아야티(왼쪽에서 3번째) 이란 투바전통의학기업 대표, 이봉희(오른쪽에서 3번째)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2015.4.27 <<충북도 제공>> ks@yna.co.kr
호세인 아야티 대표 내달 초 충북 방문…"투자 방침 변함없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오송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이란의 투바전통의학기업 대표가 다음 달 초 충북을 방문, 충북도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방안을 협의한다.

투바전통의학 기업은 지난 4월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구역청)과의 양해각서에 따라 이달 말까지 200만 달러를 투입, 오송 신약개발지원센터에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가 지연되면서 충북 오송에 대한 투자금(FDI)을 받을 금융계좌가 아직 개설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란의 투자가 원활하겠느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내달 초 SPC 설립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충북 경자구역청 관계자는 "이란 복지부 차관을 지낸 호세인 아야티 투바전통의학기업 대표가 다음 달 3일 충북을 방문한다"며 "SPC 설립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는 대로 SPC를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SPC 설립 자금 200만 달러를 입금하겠다는 계획은 당초 이란 측이 제시했던 사안"이라며 "투바전통의학 기업 대표가 충북을 방문해 사정을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봉희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장도 최근 이란을 방문, 투바전통의학기업 측으로부터 "충북에 투자하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자구역청 관계자는 "금융계좌가 개설되지는 않았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신고하는) 200만 달러 투자를 위한 절차는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도와 이란 투바전통의학기업은 지난달 27일 20억 달러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당초 이란 투자전통의학기업은 이달 말까지 200만 달러를 투입, SPC를 설립하고 오는 10월 초까지 900만 달러를 들여 오송에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이 기업은 향후 10년간 총 20억 달러를 들어 오송에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에 적합한 신약 제품화 공장 건립, 임상병원 설립, 복제약 생산을 위한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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