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등과 똑같이 해선 따라잡을 수 없다
김민 기자 입력 2020-11-14 03:00수정 2020-11-14 03:00
◇스포티파이 플레이/스벤 칼손,요나스 레이욘휘부드 지음·홍재웅 옮김/400쪽·1만8000원·비즈니스북스
◇언카피어블/짐 매켈비 지음·정지현 옮김/314쪽·1만6000원·리더스북
2018년 4월 3일 월스트리트에 스포티파이가 상장된 날 뉴욕 증권 거래소 건물의 경비원 실수로 스웨덴 국기가 아닌 스위스 국기가 게양된 모습. ⓒSven Carlsson
스타트업에서 고군분투 중인 기획자, 개발자들의 구미를 당길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각각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아마존, 애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기업을 다뤘다. 한 권은 가로세로 6cm의 조그마한 카드 리더기로 아마존을 이긴 ‘스퀘어’를, 다른 한 권은 ‘해적당’의 나라 스웨덴에서 시작해 애플을 꺾은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관한 책이다.
한국 진출을 앞둬 국내에도 익숙한 ‘스포티파이’를 다룬 책은 ‘스포티파이 플레이’다. 무료로 음원 스트리밍을 제공해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그 전략으로 이용자 3억 명, 시가 총액 60조 원, 전 세계 92개국에 진출한 거대 기업이 스포티파이다. 스웨덴의 경제지인 ‘다겐스 인두스트리’의 경제부 기자 2명이 집필했다.
두 저자는 수 년에 걸쳐 내부 자료와 극비문서 및 내외부 관계자 인터뷰를 토대로 이 기업에 닥친 위기와 해결 과정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불법 영화, 음원 파일 공유가 빈번하게 이뤄졌던 P2P(개인 간 거래) 서비스인 ‘토렌트’나 ‘파이러트배이’가 스포티파이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기업은 초기 끊김 없이 음악을 듣는 기술적 방법에 집중했고 저작권은 다음이었다. 사용자를 확보하면 돈은 따라온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졌고 수익의 대부분을 음반사나 퍼블리셔에 제공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책은 “음반사가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문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미국 진출 후에는 밥 딜런,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이 서비스에 음원 제공을 중단했다.
그러나 대다수 내용은 이 기업이 난관을 헤쳐나간 과정을 중립적으로 다룬다. 텐센트나 마윈까지도 스포티파이에 투자를 원했다는 이야기들이 경영자에게 솔깃하게 다가올 듯하다.
스퀘어가 만든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용 카드 리더기. ⓒ2012. Rosenfeld Media
‘언카피어블’은 트위터의 창립자 잭 도시와 함께 ‘스퀘어’를 만든 짐 매켈비가 직접 집필했다. 매켈비는 세인트루이스의 청년 시절부터 지역으로 강연 오는 기업가에게 ‘차를 태워주겠다’고 제안하며 조언을 구했던 야심만만한 청년이다. 유리공예로 돈을 벌던 그는 ‘소상공인도 카드결제를 쉽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에 꽂는 카드 리더기를 개발한다.
저가와 단순화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던 ‘스퀘어’는 광고 한 번 없이 창업 4년 만에 매출을 초기의 13배인 5억5000만 달러(약 6000억 원)로 끌어올린다. 심지어 똑같은 서비스를 30%나 저렴하게 제공하는 아마존의 움직임에도 별 다른 대응 없이 살아남는다. 1년 뒤 아마존은 패배를 선언하고, 자신의 고객들에게 ‘스퀘어’를 보냈다. 그 후 ‘우리는 무엇이 달랐을까’를 고민한 매켈비는 그에 관한 답을 ‘혁신 쌓기 전략’으로 설명한다.
혁신 쌓기 전략은 혁신이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혁신은 기존에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만 이뤄진다. 이것을 이루려는 사람은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전례 없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이 과정에서 쌓인 작은 혁신들은 결국엔 누구도 한 번에 모방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이를테면 ‘카카오뱅크’가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았지만 시중은행이 단순히 인터페이스만 바꾼다고 똑같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카뱅’의 해결책은 그보다 더 복잡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매켈비는 이런 맥락을 스퀘어가 살아남은 과정은 물론이고 뱅크오브이탈리아, 이케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에 적용해 친절하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래도 가장 흥미로운 건 스퀘어가 어떻게 시작하고 문제에 대처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사업에서는 ‘어떻게’만큼이나 ‘언제’가 중요하다거나 ‘수익성보다 더 큰 것을 추구하라’ 등 진솔한 조언이 인상적이다.
김민 기자 kimm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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