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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11월 3째주)

구봉88 2012. 11. 19. 17:57

       글쓴이: 박 두규 

       dgpark5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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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로존 3년만에 `경기 침체`

2.부자도 서민도 안쓴다…'소비한파 최악'

3."프랑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4. 기업경영

  -삼성-애플 `확전`…2차 특허소송 갤럭시S3·아이폰5도 추가

  -애플 주가 끝없는 하락…올 2월이후 최저

  -[스토리 &]왕년에 삼성서 일했다면 다 될줄 알았는데…

  -[매경 MBA] 기업 사회적 책임의 진화

  -[Case Study] 결렬 대비한 `똘똘한 플랜B` 세운다

  -[Hello Guru] NPS 전도사 롭 마키, 베인 & 컴퍼니 뉴욕사무소 파트너

  -[Insight]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市 민원 서비스의 변신

  -더 강해진 SK하이닉스, 삼성과 격차 3개월로 줄었다

  -[세기의 라이벌] 슈퍼맨 vs 스파이더맨…소년을 꿈꾸게 한 슈퍼 히어로

  -"중국은 일하는데 '급여' 중시하지만 한국은 인사제도에 민감"

  -[WEEKEND 매경] 최고 권력 뒤흔든 `세기의 스캔들`

  -안방서 해외 온라인 쇼핑 급증

  -[토요 FOCUS] 외국인 관광객 1000만시대

  -쥐어짜기식 절전… 산업계 부담 커진다

   

 

5.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이스라엘 또 표적암살... 전운 드리운 가자지구

   -"북한 10세 미만 어린이 인구 2030년엔 남한 추월"

   - 중동 화약고 `가자` 일촉즉발…전쟁 임박

   -일본과 달라도 너무 다른 독일

   -성추문 휩싸인 日·英 유명 방송인

   -[책과 세상] 지속 가능 경제, 재생에너지에 달렸다

   -[책과 세상] 과학적 방법 통한 창업 성공 전략 제시

   -안성기 영화배우 "꾸준한 작품활동 비결요?…유머와 절제 덕분이죠"

   -[Focus] 5년마다 칼질당하는 정부조직…새정부 '대수술' 예고

   -[Cover Story] 적일까 파트너일까…시험대 오른 G2 뉴리더십

   -[Global Issue] 글로벌 기업들, 이젠 미얀마로 간다…쏟아지는 '러브콜'

   -"자기 후보가 질 수 있다는 전제로 단일화 임해야"

   -[안철수 후보 단독 인터뷰]“나는 반정치·무이념주의 아니다”

   -대선주자 경제민주화 공약 비교해보니…

 

 유로존 3년만에 `경기 침체`

 

유로존 17개 회원국의 경제가 2009년 이후 3년 만에 경기 침체(리세션)에 빠졌다.

유로존 통계국은 15일 "3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분기 -0.2% 성장에 이어 2분기 연속 침체된 것이다.

나라별로 네덜란드가 -1.1%, 스페인 -0.3%, 이탈리아 -0.2%로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그나마 유로존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0.2% 성장해 유로존 경기침체 폭을 줄였다.

폴 드 그라우베 런던정경대 교수는 "남유럽 국가들의 지나친 긴축정책으로 유로존 경제가 곧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0.4%까지 침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도 장기 침체에 곧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14일 "유로존 재정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생산성과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영국 경제가 당분간 침체에 빠질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는 2008년 6분기 연속 침체에 빠진 후 2009년 3분기 간신히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또다시 마이너스로 전락해 더블딥에 빠졌다.

이날 BOE는 4분기 성장률이 또다시 마이너스로 전락하고, 내년 성장률도 지난 8월 전망했던 2%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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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서민도 안쓴다…'소비한파 최악'

소비심리가 최악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저소득층이건 고소득층이건 모두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울상이다. 매출 감소세가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1년 새 급증한 자영업자의 타격도 크다.

국내 경제의 50%를 떠받치는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국내 경기의 찬바람이 더 거세지고 있다. 수출, 투자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에선 정부의 재정지출이 해법이지만 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이어서 당분간 실행 가능성은 낮다.

◆ 소득 3분위 제외하고는 모두 소비지출 감소…이자 등 비소비지출 부담은 ↑

지난 3분기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하는데 그쳤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인 2009년 1분기(-3.6%) 이후 3년2분기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6.3%)에는 한참 못 미친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소비성향도 2분기 연속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경기 악화 영향을 크게 받는 저소득층의 증가율이 급둔화했다. 올 3분기 최저 소득층인 1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1.2%로 전분기(7.1%) 보다 6%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전분기 3.7% 증가했던 2분위의 소비지출은 0.9% 감소세로 전환했다. 3분위의 경우 0.2% 증가하며 전분기(-0.1%) 보다 개선됐으나 그 폭이 미미했고, 중산층 이상인 4분위(3.2%→0.0%), 5분위(5.1%→3.1%)의 소비지출 증가율도 나란히 둔화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게 아님에도 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것은 '경기가 당분간 좋아질 일이 없다'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는 등 '일단 절약하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자ㆍ세금ㆍ국민연금 등 경직성지출인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비소비 지출 증가율은 올 3분기 6.1%로 전분기(3.2%)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비소비지출 금액은 79만2000원으로, 2003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소득(414만2000원)의 20%에 해당한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고령화 영향으로 의무적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경기 악화까지 맞물리면서 소비 지출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지갑 닫는 소비자…백화점 등 '죽을 맛'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은 수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액은 올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할인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할인점 매출액은 올 4월부터 8월까지 계속 줄었다가 9월에 0.2% 반짝 증가한 뒤 10월에 다시 7.4%의 감소세를 보였다.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 연속 줄었다.

소비자들의 향후 6개월간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경제 전망을 좋지 않게 보는 소비자가 좋게 보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주택 시장 부진, 가계부채 부담 뿐 아니라 최근 대기업의 희망 퇴직이 급증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향후 소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경기 호전에 따른 소득 증가, 금융시장 개선 등 제반 여건이 나아져야 소비 심리가 개선될텐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GDP 큰축 소비 둔화하면 뭐가 떠받치나

소비가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가량이다. 만약 소비 둔화세가 지속된다면 투자, 수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 올 3분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 두 분기 째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수출이 지난달 넉 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다른 부분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GDP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와 투자가 줄면서 내수가 타격을 받을 땐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재정지출을 바로 확대하기도 어렵다.

대외 여건도 안갯속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 추세를 보이고, 중국은 새 지도부를 맞이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는 여전히 큰 변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3.5%보다 0.5%포인트 낮은 3%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윤기 실장은 "재정절벽 리스크로 내년 1분기까지 경기는 현재와 비슷하게 좋지 않을 것"이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다고 하면 소비 역시 마찬가지의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마나 불안하면…' 소득 늘어도 소비성향은 최저


16일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414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6.3% 늘었으나 명목 소비지출은 246만7천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자료사진)

부자까지 지갑 닫아 저축능력은 9년 만에 최고

계층별 소득격차는 개선…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전세계를 강타한 장기 불황 탓에 가계가 지갑을 열기를 꺼리고 있다. 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소득이 6.3% 늘었지만 소비는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는 되레 0.7% 감소했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414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6.3% 늘었다.

명목 소비지출은 246만7천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가 줄었던 2009년 1분기(-3.6%) 이후 가장 낮다.

소비자 물가 상승분(1.6%)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소득은 4.6%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로 0.8% 줄었다. 당시 물가가 4.0%나 급등한 영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분기 이후 처음인 셈이다.

비소비지출은 79만2천원으로 6.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득 증가, 고용 확대 등으로 경상조세가 12.5%나 늘었다. 연금(8.2%)과 사회보험(7.2%) 지출도 많이 증가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 가능소득은 월 335만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3% 늘었다.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24.8%나 급등한 88만3천원이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26.4%,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73.6%로 각각 3.9%포인트씩 오르고 내렸다.

해당 통계를 전국 단위로 낸 2003년 이후 역대 최고치와 최저치다. 지난 2분기 각각 역대 최고ㆍ최저를 기록했다가 3분기에 다시 이를 경신한 것이다. 평균소비성향의 낙폭(-3.9%포인트) 역시 역대 최대다.

통계청은 보육료 지원 등으로 소비지출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적자가구 비율은 24.6%로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낮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2.0%로 1년 전보다 7.3%포인트나 내렸다.

항목별 소비지출을 보면 식료품ㆍ비주류음료(4.2%), 의류ㆍ신발(2.1%), 주거ㆍ수도ㆍ광열(5.6%),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6.3%), 오락ㆍ문화(4.8%), 음식ㆍ숙박(3.0%) 등이 늘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장비 지출이 307.9%나 급증해 전체 통신 지출도 7.7% 증가했다.

유치원비 지원, 대학 등록금 인하 등으로 교육 지출은 6.1% 감소했고, 보육료 지원 덕분에 복지시설 지출이 포함된 기타상품ㆍ서비스 지출이 0.5% 감소했다. 완성차 파업 여파로 자동차 구매에 쓴 지출이 20.2%나 급감해 전체 교통 지출은 1년 전보다 3.4% 줄었다.

5분위별 소득은 모든 분위에서 증가했다. 1분위(9.1%)와 5분위(7.6%) 증가율이 높았다. 소비지출은 2분위가 감소하고 4분위는 제자리걸음 했고, 나머지는 모두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은 모든 분위에서 감소했다.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은 4.98배로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고용 호조세, 물가 안정 등으로 가계소득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가계수지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흑자율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 여력이 높아져 앞으로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돈 안써도 너무 안써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직장인 신석환 씨(가명ㆍ35)는 올해부터 자택인 서울 신당동에서 근무지인 경기도 안산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다. 신씨는 "돌을 앞둔 아들이 점점 자라 돈 들어갈 데가 많아졌다"며 "더욱이 미래도 불투명해 일단 무조건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 부인은 아들 동화책과 장난감을 구입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인터넷 대여점에서 빌려 쓸 정도다.

경기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이면서 국민 소비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평균소비성향은 국민이 한 달에 소비 또는 저축으로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로 지출하는 돈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3분기 평균소비성향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3.9%포인트 급감한 73.6%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한 달에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 건강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이 100만원이라면 73만6000원만 소비에 쓴다는 뜻이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지수는 카드 사태가 불거진 2004년 1분기 81.3%로 치솟은 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4분기 74.6%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서서히 회복했지만 다시 재정위기 영향에 작년 1분기 78.2%를 정점으로 하락 중이다.

특히 저소득층이 심각했다. 하위 20%(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10.7%포인트 감소한 데 반해 상위 20%(5분위)는 2.7%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문제는 새로 번 돈을 갖고 신규 소비로 쓰는 비중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올 3분기 414만2000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6.3%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246만7000원으로 같은 기간 1.0% 증가에 그쳤고 비소비지출은 79만2000원으로 6.1%나 늘었다.

즉 1년 전에 비해 처분가능소득이 19만8000원 늘었지만 소비에는 고작 2만3000원밖에 안 썼다는 얘기다.

■ <용어설명>

소비성향 : 평균소비성향은 소비 또는 저축으로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규모, 한계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증가분 대비 소비지출 증가분. 통상 성장률ㆍ인플레이션율과 비례한다.

[이상덕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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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기업규제 심하고 개혁 지지부진…"20년간 0%성장 못 벗어날 것"

이코노미스트誌 경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프랑스 경제를 이렇게 묘사했다. 앞서 미국 경제연구단체 콘퍼런스보드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프랑스 경제는 앞으로 20년간 0%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의 위기를 경고하는 빨간불이 잇따라 켜지고 있는 것이다.

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프랑스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이다. 실업률은 10%를 넘었다. 젊은 층에선 4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다. 경상수지는 2006년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랑스 대표 자동차업체인 푸조와 르노는 자국 내 일부 공장의 문을 닫았다. 에어프랑스(항공), 사노피(제약) 등 대기업들도 해고 러시에 뛰어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에 재앙이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세금 펑펑 쓰면서 기업은 억눌러

프랑스 경제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지나친 정부 지출이다. GDP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다. 유럽 내 경쟁국인 독일보다 10%포인트 이상,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보다도 5%포인트나 높다.

정부는 많은 돈을 쓰면서 막상 돈을 벌어오는 기업은 억누르고 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세금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 임금에서 사회보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의 2배 수준이다. 임금 수준도 유럽 평균보다 22%나 높다. 이코노미스트는 “50명 이상을 고용하면 중소기업 혜택을 주지 않는 법률 때문에 많은 기업이 49명만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의 자크 아쉔브로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환경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0년간 CAC40(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0개 우량 기업) 소속 기업의 해외 채용은 5% 늘었지만 자국 내 채용은 4% 줄었다. 기업들이 규제와 세금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갈수록 과거 명성을 잃는 프랑스

경제뿐만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가 경쟁력을 갖고 있던 금융, 문화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지난 9월 영국계 컨설팅그룹 젠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에서 파리는 29위를 기록했다. 런던(1위), 뉴욕(2위)은 물론 상하이(19위), 두바이(22위) 등 신흥 도시에도 밀렸다.

미술품 거래 시장은 프랑스의 높은 세금을 피해 런던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도시로 옮겨 가고 있다. 파리가 자랑하는 패션과 디자인 분야도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도시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젊은이들은 예전엔 파리 여행을 선호했지만 이제 바르셀로나, 프라하 등의 도시를 선호한다”며 “파리를 가격만 비싸고 서비스가 나쁜 도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개혁 추진은 지지부진해

경제 위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지지율이 50% 밑으로 급락하자 올랑드 정부는 경제개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추진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루이 갈루아 전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최고경영자(CEO)가 정부에 제출한 ‘근로자 복지비 감축’ 등의 개혁안도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개혁 과제인 노동시장 유연화도 집권 사회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 관료 중 국제 경제에 능통한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올랑드 대통령 등 대다수 관료가 해외 경험이 없는 그랑제콜(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 출신”이라며 “시장경제나 금융에 막연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의 약속과 지지세력의 반대 때문에 제대로 된 개혁안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간 내 충격요법을 쓰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선/김동현/고은이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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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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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확전`…2차 특허소송 갤럭시S3·아이폰5도 추가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이 갤럭시S3, 아이폰5 등 각사 신제품으로 확대된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삼성과 애플이 내년 법정에서 맞설 두 번째 특허 침해 소송에서 갤럭시노트, 갤럭시S3, 젤리빈, 아이폰5를 추가해달라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요청을 각각 받아들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 4월 서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올해 4월 별도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아이폰5가, 애플은 갤럭시노트, 갤럭시S3, 구글 운용체제(OS)인 젤리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두 번째 소송에 이들 제품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8월 말 나온 평결은 첫 번째 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당시 삼성ㆍ애플 간 배심원 평결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특허 6개를 침해했다며 10억5000만달러(약 1조140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이 나와 애플이 완승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이와 관련된 심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첫 번째 소송은 루시 고 판사가 맡았고 다음 소송은 폴 그루얼 판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로써 삼성과 애플 간에 벌어지고 있는 세기의 특허 소송은 해를 넘겨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플과의 소송에서 합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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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가 끝없는 하락…올 2월이후 최저


최근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해온 애플의 15일(현지시간) 주가가 지난 2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고가 대비 25% 하락…잡스 사망 등 요인 설왕설래

(서울=연합뉴스) 최근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해온 애플의 15일(현지시간) 주가가 지난 2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투자자들의 계속된 투매로 아이폰 5 출시 이후 7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애플 주가는 이날 11.26달러, 2.1% 빠진 525.62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25%나 빠진 수치다.

투자자문사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락은 "투자자들은 애플이 세상을 장악할 것이며 경영도 나무랄 데 없고 애플 제품에 대한 수요도 끝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애플에 대한 믿음이 너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애플의 주가 하락 요인을 자본이득세 인상과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드러난 약점, 이른바 '애플 프리미엄'의 약화 등으로 분석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구스 리서치의 짐 켈러허는 자본이득세 인상우려가 투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내년에 자본이득세를 인상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올해 주식을 파는 방안을 택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수차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도 주가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애플은 지난 9월 새로 선보인 지도서비스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뒤이어 이뤄진 경영진 개편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군드락은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은 유행을 선도하는 전문가를 잃었다며 현재는 약간의 변화만 준 아이패드 미니 같은 제품으로 경쟁자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플 주식이 만약 위험도가 높은 다른 주식 종목의 패턴을 따라간다면 425달러까지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들의 '애플 피로도'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노던 시큐리티스의 새밋 카나데는 소비자들이 이미 점점 더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애플에서 수없이 구매하면서 애플 피로도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비용이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금까지는 남부럽지 않았던 이익 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질 평준화와 가처분소득 감소도 애플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이쿼티스 리서치의 트립 쵸우드리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애플과 같은 제품에 투자할 수 있는 소득이 점점 더 줄고 있고 애플 제품의 질도 더는 추가 비용을 물어도 될 만큼 좋다고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USA 투데이는 애플 주식 투매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투자자나 전문가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회사 모닝스타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추락하는 애플 주가엔 날개가 없다

애플 주가가 잇단 악재 여파에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15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2.1% 급락한 주당 525.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6개월래 최저치이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9월 705.07달러에 비해 25% 빠진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5000억달러 선을 지키지 못하고 4944억달러(약 537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월가에서는 '재정절벽'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애플쇼크'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애플의 혁신 이미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숏힐스캐피털의 스티븐 웨이스 트레이더는 "애플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며 "팀 쿡은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나 혁신에서는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혁신 부재에 이어 아이폰5의 심각한 공급난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애플의 납품업체인 팍스콘이 파업을 실시해 아이폰5 공급난에 대한 우려를 높인 데 이어 최근 팍스콘의 모기업인 혼하이정밀그룹은 디자인 문제 때문에 아이폰5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린버그캐피털의 데이비드 그린버그 사장은 애플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 매도에 대해 "마치 누군가 극장에 불이 났다고 외치자마자 관객들이 앞다퉈 탈출구로 몰려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일각에서는 애플 주식이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토니 사코나기 분석가는 "애플 주가는 성장세가 기대되는 '성장주'에서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가치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사이더스코어닷컴에 따르면 800개 이상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들이 상당 규모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 주가 하락은 이들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두진 인턴기자].

[사설] 잡스 사후 애플의 침체, 결국 기업가 정신이다

애플 주가가 줄기찬 하락세를 타고 있다. 엊그제는 전일 대비 2.1% 급락한 주당 525.6달러로 6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방송 CNBC는 월가의 진정한 공포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아니라 애플 주가 동향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시장 셰어도 말이 아니다. 미국 IDC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 점유율은 3분기 15%로 삼성 31%의 절반 수준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1년1개월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던 것은 애플의 창조성과 혁신 이미지다.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하며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애플의 혁신이 영 미덥지 않다는 분위기다. 애플이 아이폰5를 시중에 내놓았지만 그저 그런 제품이라는 반응들이다. 결국 CEO의 문제로 귀결된다. 창조와 도전으로 애플을 이끌어왔던 잡스가 사라지면서 누구도 혁신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이 가장 살아있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치켜세웠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 영웅들이 한국을 지탱하게 만든 원동력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금 바로 그 기업가 정신을 궤멸시키고 있다. 기업가 없는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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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왕년에 삼성서 일했다면 다 될줄 알았는데…



잊어라 옛직장 기억, 지켜라 규칙적 생활, 알려라 실직 사실

직장 잃었던 40, 50대 40명이 말한다… ‘나의 재취업 성공 비결’

[동아일보]

“‘삼성에서 18년 일했다’는 얘기로 다 통할 줄 알았다. 이력서만 내면 면접 일정이 잡힐 줄 알았다. 하지만 10곳에 이력서를 내면 9곳에서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한 곳도 면접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채용하기 힘들다는 설명만 듣고 나와야 했다.”

지난해 12월 1일자로 삼성생명에서 명예퇴직한 장정욱 씨(44)가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라는 제목으로 쓴 수기의 일부분이다. 그는 ‘새로 도전하려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경력도, 자격증도 없이 삼성 근무경력만 믿고 덤볐구나’ 하는 쓰린 깨달음을 얻었을 때 신문에서 NH농협생명이 출범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 예전에 받던 대우는 잊어라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울 게 없었다.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책임자를 꼭 한번 뵙고 싶다”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전화기 건너편에서는 “정식으로 이력서를 내세요”라며 황당해했지만 굴하지 않고 8차례 더 전화하고 e메일도 보냈다. 결국 지역 총국장과 면담할 수 있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부터 NH농협생명 경력전문직으로 일하고 있는 장 씨는 “열정을 보여준 덕에 취업할 수 있었다”며 “다른 분들께도 ‘이력서나 한번 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구직활동을 하면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난달 실시한 ‘중견인력 재취업 성공수기’ 공모전에는 장 씨를 포함해 모두 40여 명이 자신의 재취업 성공담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보내왔다. 이 수기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예전 직장에서의 대접을 빨리 잊고,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고, 일자리를 찾는 중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6월 대기업에서 퇴직한 공인복 씨(59)는 60여 개 회사에 지원서를 냈지만 단 한 곳에서만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거기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떨어졌다. ‘월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영혼도 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재취업은 ‘내가 이런 하찮은 일까지 해야 하나’라는 알량한 자존심을 버린 것에서 시작했다. ‘서울대를 나오고 대기업 상무를 지낸 나를 인정해줄 회사가 있겠거니’ 하는 착각을 거둔 그는 “한때 학력을 중졸이라 속여 이력서를 낼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취업박람회와 전직지원센터, 고용센터에 수시로 찾아가 새로운 정보가 없는지 발품을 팔았다. 결국 90번의 도전 끝에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공 씨는 “전 직장에서의 직위와 연봉으로 나를 초빙하려는 회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재취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 재취업은 장기전… 90차례 도전 끝에 제2의 인생을 열다 ▼

○ 규칙적으로 생활하라

수기를 낸 중견인력들은 “칩거에서 벗어나라, 위축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일과의 규칙을 정해 생활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김동준 수석컨설턴트는 “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해

집에만 있다보면 자연히 가족과도 마찰이 잦아진다”고 경고했다.

오병욱 씨(49)는 실직 상태에서도 직장인과 똑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오전 9시면 도서관으로 출근했고 오후 6시에 귀가했다. 도서관에서 기술서적과 영어공부를 병행하고 평소 읽고

싶던 책도 읽었다. 그는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었고, 집에서 일 없이 머물면 우울증에 빠질 것만 같았다”며 “구직을

장기전이라 여기고 규칙적인 일상이 몸에 배게 했다”고 말했다.

벌이를 위해 낮에 일용직으로 출근하는 날에도 밤에

돌아와 공부를 했다. 오 씨는 “100세 시대에 아직 절반밖에 살지 않았는데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취업이라는 목표를 정했으면 꾸준히 노력해야 결실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구직활동을 하며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는 이은수 씨(가명)도 “오전 7시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고 식사를 마친 후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며

“규칙적인 스케줄이 몸에 배어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 구직 중임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최우수상을 받은 진용기 씨(48)는 ‘가만히 있으면 누가 직장을 구해주나’ 하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구한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 직장 동료가 그가 직장을 구한다는 것을 알고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에서 컨설턴트를 구한다는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진 씨는 전경련의 재도약 프로그램에 참여한

첫날, KBS의 ‘대한민국 50대 보고서 절망과 희망 사이’에도 출연해 구직 사실을 알렸다. 방송 후 많은 사람이 “잘될 것이다.

힘내라”고 격려를 보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진 씨는 “만약 내가 실직당한 상태를 부끄러워해 교육받는 것을 감추고 다녔다면

격려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전 동료에게서 직장을 소개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 수석컨설턴트는 “40, 50대 재취업의 80% 이상은 지인 추천으로 이뤄진다”며 “친구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으란 뜻이 아니라 ‘지금 취업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만 말하면 되는데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강조했다.

‘나 일자리 구한다’고 주변에 알리는 것은 퇴직의 억울함과 분함을 털어버리고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대용

씨(51)는 지난해 10월 외국계 중견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다 권고사직한 뒤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쫓아낸 회사에 대한 원망이 마음을 갉아먹었다.

‘나 혼자만 망가질 순 없다. 같이 죽자. 죽으면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갖은 잔인한 방법을 상상하면서 그는 스스로 자신이 괴물로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아내가 “계속

그런 맘이라면 당신이 지는 거야! 지금껏 살아왔던 멋진 모습으로 다시 일어나”라고 위로한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김 씨는

“마음이 평온해져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게 됐다”며 “가족의 격려와 응원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이들의 재취업 성공수기 40편을 묶은 ‘인생 후반전, 다시 비상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19일 출판한다. 전경련 중견전문인력종합고용지원센터와 전국 일자리센터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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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MBA] 기업 사회적 책임의 진화

세계 130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식품업체 다농은 2009년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을 한다. 주주총회에서 연간 수익의 2%를 신규 사업 창출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 신규 사업은 친환경적이며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실시한 플라스틱병 재활용 사업이 대표적이다.

우선 다농은 인도네시아 현지 재활용업체에 의뢰해 플라스틱 생수병을 가공하는 재활용 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플라스틱 병을 주워오는 주민들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생계수단으로 생수병을 모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다농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재활용품을 모아 생계를 잇던 주민들은 정기적인 일자리를 얻게 됐고 소득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농 역시 재활용 사업에서 큰 이익을 벌어들였다. 이처럼 다농은 재활용 사업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의 삶을 향상시켰으며 돈도 버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린 셈이다.

지난해 유니레버는 2020년까지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절반으로 줄이면서 매출을 2배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폴 폴먼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그렇게 해야 유니레버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유니레버는 지난해 가뭄, 홍수, 쓰나미, 지진 등 기후변화로 인해 파손된 공장시설 복구에 2억유로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앞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유니레버의 이익 모두가 30년 내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리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유니레버도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리 하멜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 사람들이 기업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은 기업이 그들의 신뢰를 배신했기 때문"이라며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하멜 교수 등은 기업이 자연환경과 공동체, 소비자, 공급업체 등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이윤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내부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도 크다.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은 "나는 30년 이상 포드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자동차를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내가 사랑한 자동차가 내가 사랑하는 자연을 해칠 수 있다. 자동차 때문에 세상이 불행해질 수 있다"고 개탄했다.

폴 폴먼 CEO도 "10억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배고픈 상태에서 잠에 들고, 6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굶어죽는다"며 "기존 자본주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가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상당수 기업들은 공동체와 환경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이윤을 창조하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폴 폴먼 유니레버 CEO의 환경경영 선언과 다농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유니레버 등은 지금까지 해왔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한다. CSR는 단순히 기부금을 내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막대한 기부금을 낸다고 해도, 고객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이윤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가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을 도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착한 이윤'을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단체와 신생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아쇼카와 SVT 등이 대표적이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발레리아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과 세라 올슨 SVT 최고경영자(CEO)를 단독으로 만나 착한 이윤을 창조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과 올슨 CEO 등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윤을 창조해야 자본주의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커버스토리] 자본주의 위기 해법은 `착한 이윤` 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자본주의 위기론'을 몰고 왔다. 위기의 원인이 기업에 있으며 기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guruㆍ스승)들도 이 같은 주장에 동참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문제의 근원은 기업들에 있다. 기업들은 가치 창조의 낡은 방식에 집중한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무시했으며 기업의 장기 성과를 결정하는 폭넓은 요인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응해 많은 경영인들은 실제로 기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착한 이윤'을 만들려고 한다. 매일경제 MBA섹션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2명의 경영인을 각각 만나 착한 이윤을 어떻게 창조할 수 있는지 들어보았다. 이들은 발레리아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과 세라 올센 SVT 최고경영자(CEO)다.

아쇼카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착한 이윤을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 세계 기업에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SVT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윤을 반영한 회계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과거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큰 화두였다. 기업들은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말한다.

▶부디니치=CSR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아쇼카와 함께 일하는 기업들은 힘없는 개인 농부를 돕는다거나,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거주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들은 기업이 순수하게 이윤을 내기 위한 것이다. 브랜드나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 이윤을 내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과 생산활동이 사회적 변혁까지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CSR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나는 이것을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부른다.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주면서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부디니치=예를 들어 농지에 물을 대는 관개업을 하는 기업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개개인의 농부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투자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방법보다 더 많은 매출과 이윤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착한 이윤 추구가 자본주의 위기에 해답이 될 수 있나.

▶올센=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자본주의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자본주의가 뛰어난 경제체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의 자본주의에서는)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삶과 돈을 버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의의 관점에서 문제가 된다. (착한 이윤을 창조하는)기업이 이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비영리 단체가 기업의 CSR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디니치=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상당수가 무턱대고 기업을 찾아가 돈을 요구하는 행동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는 옳지 않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돈을 나누지 않으면 불한당인 것처럼 여론을 몰고가는 것도 이상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기부금만 내면 사회적 기업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믿어 버린다. 기업과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부디니치, 당신의 직함은 부회장이면서 '최고 기업가정신 책임자'(Social Entrepreneurship Officer)다.

▶부디니치=많은 기업들이 단순한 CSR를 넘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적절한 방법을 모른다.

예를 들어 한 대기업은 연간 5억달러를 쓸 수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쇼카를 찾아왔다. '어떻게'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아쇼카 내부에 '기업가 정신' 부문을 창립해 최고책임자를 맡게 됐다.

―올센, 당신은 SVT 창업자다. 창업을 결심한 까닭은.

▶올센=대학을 막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당시 미시시피로 미술을 공부하러 가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의 실상을 그때 처음 보았다. 미국에서 평균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다는 게 너무나 충격적이고 이해가 안 됐다. 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내가 반드시 이 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SVT에 대해 사업계획은 언제 세웠나.

▶올센=(진로에 대한 결심을 굳힌 후에)사회사업행정학을 공부하기 위해 시카고로 갔다. 시정부의 사회공헌활동 지원 상황을 연구했는데, 그저 기금을 한 번씩 나눠주는 것 외에는 하는 게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실제로 어려운 사람들과 사회를 위해 어떤 영향과 임팩트를 미치는지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게 SVT를 창업한 계기다.

―착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기존의 일반 기업과는 경영 방식이 다를 것 같다. 올센, 당신은 임팩트 관리를 제시한 것으로 안다.

▶올센=기업의 가치 창출과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기업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켰는지를 면밀히 추적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제대로 된 측정지표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투자 대비 이익률(Social Return on Investment)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각 기업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서술하고 이를 평가한다.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여성을 위한 일자리나 복지는 얼마나 개선됐는지, 이민자를 위한 기여는 했는지, 이 같은 좋은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본 뒤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떤 기업이 정부 등이 투자할 만큼 괜찮은 기업인지를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다.

―기업 상호간의 경쟁도 필요할 것 같다.

▶올센=더 정확하게 말하면 협력적 경쟁(coopetition)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한 지역에 환경적 가치가 높은 숲이 파괴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나무를 마구 잘라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 목재 기업이 나타나 지역 주민을 교육하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경쟁하던 목재회사들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서로 협력하게 됐다. 이를 위해 필요한 돈은 지역 은행에서 댔다. 그에 따라 정말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이런 식으로 협력과 경쟁의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면 더 많은 기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윤을 창조할 것이다.

―당신들은 기업을 통해 사회적 변혁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의 경영철학, 꿈은 무엇인가.

▶부디니치=나의 꿈은 모든 사람이 '완벽한 경제 시민'(FEC; Full Economic Citizenship)이 되는 것이다(FEC는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필요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시민을 뜻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두가 경제 시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난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의 실패다.

글로벌 식품업체 다농의 사례를 얘기하고 싶다. 이 회사는 4년 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힘 없는 개인 농부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이들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1억2000만유로를 투자했다. 다농은 전 세계적으로 힘은 없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농부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다농은 멕시코ㆍ이집트ㆍ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지금껏 한번도 일을 해본 적 없는 여성이나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1년 동안 교육시킨 뒤 채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올센=내 경영철학은 '우리 모두는 이 사회를 바꾸는 영웅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무력한 개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바꾸는 거, 그거 어렵지 않다. 단지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사회적 영향력과 가치가 10~20년 후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지켜보라.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올센=새로운 사업 범주를 개척한 사람, 그 사업 영역에서 좋은 회사를 만들어낸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또한 내가 동료와 함께 세운 SVT가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으로 회자되는 영예를 누렸으면 좋겠다.

―한국에 진출할 계획은.

▶부디니치=한국은 자원도 풍부하고 사람들도 뛰어나다. 훌륭한 혁신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아쇼카는 1년 내 한국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아쇼카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과 스페인 등 전 세계 70여 국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을 연결한 글로벌 운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국제적인 활동에 한국도 함께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별히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사회가 움직이고 있고 상생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아쇼카와 함께 손잡고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갈 기업가들을 찾겠다.

■ She is…

세라 올센은 SVT의 창립자 겸 CEO다. 올센은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사회적 기업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기업 회계와 투자 대비 이익률 개념을 제시했다. SVT는 골드만삭스재단, 록펠러재단 등과 다양한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She is…

발레리아 부디니치는 중남미 칠레 출신으로 아쇼카 부회장이다. 부디니치 부회장은 2003년 아쇼카 내에서 '완벽한 경제 시민(FEC)'이라는 부문을 창설했다. 기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 이윤도 남기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커버스토리] 착한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들

발레리아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은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착한 이윤을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들 대부분은 인도,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의 사례이지만 선진국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모델들이다.

◆ 저소득층, 살 집을 마련하다

아쇼카는 개미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인도 빈민층들이 번듯한 집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아쇼카와 함께 사업을 벌였던 20여 개 인도 기업들은 이윤도 남겼으니 일석이조다. 아쇼카의 성공은 무려 2600만채의 주택이 부족할 정도로 주택난이 심각한 인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쇼카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 중 상당수가 매달 소득이 상당하다는 데 주목했다. 행상인들과 인력거 운전사 등은 매달 미화 300달러를 벌고 있었다. 단지 이들은 집을 구입할 수 있는 목돈이 없어서 개미굴 같은 곳에서 살고 있을 뿐이었다. 은행들은 행상인들이 소득을 입증할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는 것을 거부했다.

아쇼카는 이 같은 상황을 바꾸고자 했다. 그래서 먼저 매달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빈민층 가정이 누구인지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금융회사에 제출했으며 보증기관도 섭외했다. 덕분에 은행들도 빈민층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빈민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쥐게 되자, 건설업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면 이윤을 낼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쇼카는 이들 건설업체들에 자재 납품업체들을 연결시켜 주는 등 주택건설 사업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그 결과 상당수 빈민들이 슬럼가를 벗어나 제대로 된 집에서 살게 됐다. 금융회사들은 이들에게서 받은 이자 수입으로 돈을 벌었다. 빈민층은 집을 얻고 은행은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

부디니치 부회장은 "아쇼카는 지금까지 인도의 5개 도시, 12개 지역에서 이 같은 저소득층 주택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생각의 전환이 건설업의 경기도 살리고 빈민촌도 없애고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지역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부디니치 부회장은 "인도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고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 무료 진단과 수익성 약품 판매 결합

인도의 미개발 지역에서는 의료시설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의료시설 또한 생각하기 힘들다. 큰 병에 걸리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비영리재단 아쇼카는 이를 극복하면서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깨끗한 물과 각종 약품을 팔면서 동시에 텔레커뮤니케이션(화상대화)을 통해 무료진단을 제공하는 브로드밴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농촌에서 귀한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의사의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 폭발적인 반응이 몰려왔다. 아쇼카를 통해 기업이 이런 시설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3만달러(약 3260만원) 수준. 인도의 미개발 지역에 이러한 시설을 짓는 것은 수익과 무관한 자선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3개월만 지나면 기업들이 물과 약품을 통한 수익으로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동시에 의료시설이 없는 지역에 보건소를 짓지 않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도 1회 방문에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고 동시에 의사의 무료 진단으로 필요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인도 1곳에만 지어진 이러한 e-헬스케어 시스템을 인도 각지에 세우고 싶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 대기업이 농기구 지원, 판로도 보장

멕시코의 영세농들은 새로운 농업기술이 나와도 그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멕시코에서 영세농들의 수입을 획기적으로 올려줄 수 있는 새로운 호박 재배법이 등장했다고 치자. 멕시코 농부들은 우선 이 재배법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농기구를 구입할 돈이 없다. 또한 새로운 재배법을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호박을 팔 판로 또한 전무하다. 이 때문에 멕시코 농부들은 낮은 생산성과 낮은 수입 속에서 가난과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쉽다.

아쇼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가치 사슬(hybrid value chain)'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원재료를 사서 가공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존의 '가치사슬'은 단일 기업 또는 계열사 내에서만 진행된다. 그러나 아쇼카는 하이브리드 가치 사슬을 통해 멕시코 농부와 기업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자처하기로 했다.

즉, 멕시코 농부와 월마트, 펩시 등 세계적인 식품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맡은 것. 월마트, 펩시 등 대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멕시코 영세농들의 농작물을 구입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농작물의 질이 들쑥날쑥해 구입을 망설였다.

아쇼카는 대기업, 멕시코 농부, 비영리재단을 한데 모아놓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이 아쇼카를 통해 농부들에게 농기계를 빌려주는 것.

멕시코 농부들은 아쇼카의 중재로 새로운 재배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대기업들은 질 좋은 농작물을 구입할 수 있을 뿐더러 멕시코 영세농을 돕는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 월마트는 아쇼카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멕시코 영세농들의 농작물을 10년간 구입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영세농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 포장 등 관련 일자리까지 창출해낼 수 있었다. 발레리아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은 "세계에는 총 1조5300억달러 규모의 식료품 시장이 있지만 20억 명의 농부들은 1인당 2ha(2만㎡)보다 더 작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가치 사슬을 도입하면 모두가 경제적인 이익을 나눠 갖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미리 연구원]

"기업은 경제적 방식으로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윤만 창출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믿음은 붕괴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창조하는 것이며,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에 요구하지 말라는 인식이 강했다. 20세기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부로 꼽히는 밀턴 프리드먼이 이 같은 인식을 대표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기업의 지나친 이윤 창출과 탐욕 탓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기업에는 '이윤' 대신 '가치 창조'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가치 창조는 소비자, 자연환경, 하도급업체 등으로 구성된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이윤을 창조하라는 뜻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게리 하멜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다. 게리 하멜 교수는 "기업의 최고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생각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잘못된 믿음"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이윤 창조에만 매몰된 기업이 자본주의의 진짜 위협이라는 뜻이다. 하멜 교수는 대신 "기업이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윤'을 만들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하멜 교수는 "기업의 경영진은 장기적인 가치 창조에 따라 경영진을 평가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처럼 단기 수익과 성과에 따라 경영진을 평가할 경우 '기업의 최고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멜 교수는 기업들이 앞으로 고객의 범위를 넓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기업의 고객이라는 얘기다. 결국 기업은 생산과 판매 활동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복지를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고객을 국한할 경우 기업활동에 영향을 받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복지를 해칠 염려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의 사명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좁은 생각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기업은 기부금만 내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늘리는 것'이라는 프리드먼의 주장에 대한 지지도는 한국이 세계 4위다. UAE, 일본, 인도만이 한국을 앞서고 있을 뿐이다. 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릇된 믿음이 한국에 팽배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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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결렬 대비한 `똘똘한 플랜B` 세운다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동 IGM에서 열린 협상세미나에서 외교관들이 모의협상에 필요한 배트나(BATNAㆍ협상이 결렬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대안)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개발담당 이사역을 맡은 라젤 토마스 주한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참사관, CFO 역의 아델 보우다 주한알제리대사관 일등서기관, 컨설턴트 역의 무함마드 알하르시 주한오만 대사, 줄리 김 IGM 연구원, 변호사 역의 프란체스코 칸니토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정치담당 일등서기관. <이승환 기자>
★ 생각열기

"국제 문제에는 그 어떤 도덕성이나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이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세기의 협상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지론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자신만의 화려한 협상기술로 국제사회를 지휘했다. 1971년 죽의 장막을 뚫고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를 만나 '핑퐁 외교'란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는가 하면 1972년 중동전쟁과 1973년 베트남전쟁에서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특히 키신저 전 장관은 협상을 자기 페이스로 끌어가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오죽하면 국제정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주엔 (국제)위기가 생겨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내 스케줄이 꽉 차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을까.

그러나 만약 키신저 전 장관이 외교관이 아니라 기업가였으면 어땠을까. 외교관과 기업가 모두 각각 국익과 사익을 위한 각종 협상들을 펼친다. 키신저 전 장관이 외교관이 아닌 기업가였다면 특유의 협상능력을 잘살려 세계 최고의 M&A 전문가가 됐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는 모의 협상이 최근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경영연구원(IGM)은 최근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에콰도르, 오만,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 각국의 주한 대사와 외교관들을 초청해 협상 교육을 실시했다. 외교관들에게 주어진 모의 협상 주제는 다름아닌 부동산 개발업체와 유통업체가 벌이는 임대계약 협상. 키신저 전 장관의 협상 사례들을 공부하며 친선, 영토, 교역 등 국제 협상을 주로 접했던 외교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주제다.

그러나 외교관들은 각각 A개발, B마트 2개 업체로 나뉘어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두 곳 모두 임대료, 임대기간, 전대(Sub Leaseㆍ임차인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 조항, 중도해지권을 두고 각사의 이익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 배트나(BATNA)를 준비하라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다. 그중 특히 중요한 개념이 바로 배트나(BATNAㆍ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다. 배트나는 협상 결렬 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을 뜻한다. 협상 주체는 배트나를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A개발은 자신들의 쇼핑몰에 대형할인점 업계 1위 B마트가 25년 이상 입점하길 원했다. B마트가 입점하면 A개발의 쇼핑몰이 초기에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쇼핑몰의 인지도가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A개발은 B마트와의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해 배트나를 준비해야 했다. A개발은 B마트 대신 F유통이라는 배트나를 갖고 있다.

업계 1위 B마트는 현재 2위 경쟁업체에게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B마트는 A개발 쇼핑몰에 입점해야 수도권 지역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수도권에서 A개발의 쇼핑몰만큼 좋은 입지 조건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B마트의 회장은 협상팀에게 이번 협상을 꼭 성사시키라고 특별 주문한 상황이다.

A개발은 F유통이란 배트나가 존재한다. 그러나 B마트는 '입점' 아니면 '입점 실패'의 2가지 결과만 있을 뿐 마땅한 배트나가 없는 상황이다.

전한석 IGM 협상스쿨 강사는 "강력한 배트나가 있다면 협상 상대방에게 은근히 알리는 것이 좋다"며 "반면 배트나가 약하거나 없다면 협상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의 배트나를 공격해 약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말했다.

A개발의 개발담당 이사역을 맡은 라젤 토마스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참사관은 배트나를 적극 활용했다. 토마스 참사관은 B마트를 향해 "B마트가 쇼핑몰에 들어오는 것은 B마트에게 아주 큰 기회"라며 "B마트가 들어오면 해당 지역의 상권과 함께 유통업계 1위 자릴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배트나가 없는 B마트는 A개발 배트나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B마트의 협상책임자인 부사장 역을 맡은 유사나 베라난다 주한 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쇼핑몰이 입점한 상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S자동차가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뉴스를 봤다"며 "S자동차가 이전하게 되면 A개발 쇼핑몰도 별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 협상에는 패자가 없다

흔히 협상을 두고 '샅바 싸움'을 한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이것은 협상의 본질을 간과한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상술 IGM 교수는 "협상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상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윈윈(win-win)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며 "협상은 서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기는 댄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외교관들의 모의 협상은 일반인들의 모의 협상과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협상 상대방이 강의실에 도착하기 전 엘리베이터 앞까지 마중을 나간 것. 이에 대해 권상술 교수는 "작은 차이지만 이런 행동이 긍정적인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협상은 싸움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며 이런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상황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A개발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역을 맡은 아델 보우다 주한 알제리대사관 일등서기관은 '윈윈(win-win)'과 '상호적(mutualize)'이란 단어를 수차례 반복해 사용했다. 이번 협상이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란 점을 A개발과 B마트 양쪽에 꾸준히 암시한 셈이다.

◆ 협상은 매우 체계적인 프로세스다

A개발과 B마트 양사는 1시간이란 제한된 시간 속에서 매달 고정임대료 61달러, 임대기간은 15년을 기본 계약으로 맺고 추가로 5년간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쳤다.

B마트가 전대조항을 쓸 수 있지만 쇼핑몰 전체 임대지역의 50%까지만 가능토록 제한했다. S자동차가 이전할 때를 대비한 중도해지권 포함 여부는 양사의 의견 대립 속에 결국 마무리짓지 못했다.

A개발 CFO역을 맡았던 보우다 주한 알제리대사관 일등서기관은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외교 협상과 주제는 달랐지만 협상이 매우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수반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B마트 CFO역을 맡은 니콜라스 트루히요 주한 에콰도르 대사도 "협상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 편"이라며 "좋은 협상가는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타고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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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Guru] NPS 전도사 롭 마키, 베인 & 컴퍼니 뉴욕사무소 파트너

"고객의 로열티가 높은 기업들은 경쟁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다."

순고객추천지수(NPS) 전도사로 유명한 롭 마키 베인&컴퍼니 뉴욕사무소 파트너는 고객 로열티(제품에 대한 충성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이 말했다. 불황 때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 로열티라는 설명이다.

NPS는 고객에게 '이 제품을 지인들에게 추천하겠는가'에 대한 점수를 0~10점 범위에서 매기도록 한 다음, 9~10점을 준 고객 비율에서 0~6점을 준 고객 비율을 차감해 산출한 수치다. 이 중 9~10점을 준 고객은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당 제품을 추천하는 '추천 고객', 0~6점을 준 고객은 지인들의 구매를 만류하는 '비추천 고객'으로 분류된다. NPS 지지자들은 여러 가지 실증분석을 근거로 '이 제품을 지인에게 추천하겠는가'가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The ultimate question)'이라고 주장한다.

NPS는 2000년대 중반 베인&컴퍼니의 프레드 라이켈트 펠로와 고객 로열티 연구팀이 개발해 10년 가까이 애용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베인&컴퍼니는 9450명의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8개 업종 40개 기업에 대해 NPS를 조사해 발표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매경MBA팀은 최근 방한한 롭 마키 파트너를 만나 그동안의 NPS 성과와, 고객 로열티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NPS가 각국 기업에서 중요한 지표로 쓰인 지 벌써 10년 가까이 돼 간다. 성공 사례를 알려 달라.

▶NPS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의 예는 수없이 많지만 한 가지만 들어보겠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원래 탁월한 서비스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경쟁사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모방하면서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5년 짐 부시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고객 서비스 대표로 취임하면서 NPS 시스템을 도입해 콜센터 상담원의 주된 업무를 '단순 거래 처리'에서 '고객 로열티 확보'로 바꾸도록 했다. 그 결과 콜센터 상담원 퇴사율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신용카드 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계속 확대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는 전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기업인 뱅가드 그룹이다. 뱅가드는 NPS 시스템을 도입해 뮤추얼펀드 고객, 특히 고액 투자가 대상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있다. 지난 3년간 미국 뮤추얼펀드 업계 성장의 대부분이 뱅가드로부터 나왔다. 이처럼 로열티 부문에서 선두에 있는 기업들은 경쟁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다.

-NPS를 무시한 기업들은 실패했나.

▶NPS를 등한시했다기보다는 로열티를 등한시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이런 기업들은 전략적인 요소로써의 고객 로열티를 과소평가했다. 언젠가 불황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격을 몰래 인상하거나 제품ㆍ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는 '꼼수'를 부렸다. 이는 단기적으로 유효한 전략처럼 보였지만 경쟁사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비추천고객이 늘어나면서 결국 매출이 감소했다.

로열티 감소는 특히 시장 정체기에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엄청난 요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제품만 고집하지 않는다. 가령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로열티의 중요성을 좀 더 낮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사람은 해당 품목 전체 지출액에서 그 브랜드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명품 구매자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구매한다는 사실은 거꾸로 생각하면 그 어느 업체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여러 브랜드를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이 중 좀 더 선호하는 브랜드는 있을 것이고, 이 브랜드에 고객은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 차이가 2~3%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물건을 구매하고 거금을 쓰는 고객이라면 이는 큰 금액이 될 수 있다.

-산업별로 고객 로열티가 가지는 전략적 의미가 달라지는가.

▶그보다는 산업의 발전 단계에 따라 전략적인 중요도가 달라진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일례로 초고속으로 성장을 하고 있거나, 신기술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때이거나, 새로운 컨셉트를 도입한 시기이거나, 빠른 경제 성장이 진행 중이어서 신흥 소비층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고객의 로열티보다는 신규 고객 확보가 더욱 중요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 매출 성장의 상당 부분이 신규 고객으로부터 창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산업과 시장은 성장세가 꺾이게 된다. 경제 주기가 진행되면서 신규 고객 확보에서 기존 고객의 로열티로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하지만 고객 로열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로열티의 기반은 로열티가 게임의 법칙이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시기에 구축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많은 기업들이 잘 모른다. 언젠가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추천 고객과 비추천 고객 양 극단에 있는 소비자들이 기업 매출이나 수익에 주는 영향이 크다고 들었다. 중간지대에 있는 소비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NPS에서 '중립 고객'은 선호도가 없는 고객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만족하는 고객을 말한다. 즉, '제품이 마음에 드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괜찮아요. 나쁘지 않아요. 만족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다. 추천 고객과 중립 고객의 차이는 추천 고객의 경우 주변인들에게 해당 제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는 점이다. 반면, 중립 고객은 본인 만족에 그치고 회사를 대신해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대학교 친구를 10여 년 만에 만난 적이 있다. 개인사나 일 얘기를 많이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그 친구는 내가 애플 TV를 사야 한다고 설득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에 나는 애플 TV가 뭔지도 잘 몰랐다.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본인이 직접 TV를 사주겠다면서 두 달 써보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려주고, 마음에 들면 그때 돈을 달라고까지 얘기를 했다. 그렇게 해서 애플 TV를 6개월째 사용하고 있다. 제품에 만족하기는 하지만 누구한테 꼭 사야 한다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다. 내 친구는 추천 고객이지만 나는 중립 고객인 것이다.

중립 고객을 추천 고객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고객들이 인지할 만큼 특별한 방식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추천 고객이 어떠한 경로로 생겨났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고수익을 안겨줄 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여기에 투자를 집중해 쓸데없는 곳에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비추천 고객이 많다면 기업은 이들이 추천 고객이 되도록 만들고 싶을 것이다. 먼저 비추천 고객을 중립 고객으로 만든 뒤 추천 고객으로 만들어야 하나.

▶비추천 고객 중에는 중립 고객 단계를 뛰어넘어 곧장 추천 고객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의 나쁜 경험으로 비추천 고객이 된 경우, 이를 아주 탁월하게 해결하면서 진정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 곧바로 추천 고객이 될 수 있다. 거꾸로 추천 고객도 단번에 비추천 고객으로 전락할 수 있다.

비추천 고객이 많다는 사실은 다음의 3가지 중 한 개 이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둘째, 고객과 약속했거나, 경쟁사 또는 유사 기업과 견주어 고객이 회사에 기대하는 바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셋째, 문제 발생 시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추천 고객이 양산되는 상황에서는 이 중 몇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본적인 부분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환경에서 추천 고객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먼저 비추천 고객을 양산하는 결함부터 없애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약속한 바를 이행하고, 문제 발생 시 이를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잘 한다고 해도 만들어지는 것은 중립 고객 정도이다.

추천 고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차별화다. 경쟁사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제품 특성ㆍ기능ㆍ서비스를 제공하든지, 아니면 경쟁사에서도 제공하고 있는 부분을 매우 특별하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우수한 항공사로 명성이 자자한 싱가포르항공을 예로 들어보겠다. 사실 이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다른 항공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를 탁월하고 우수한 방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NPS 점수도 매우 높고 고객 로열티도 뛰어나다.

-추천 고객이 갑자기 비추천 고객이 되는 경우를 알려달라.

▶비일비재하다. 항공사는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라 내가 즐겨 사용한다.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는 VIP 고객이 좌석 예약 초과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는 등 형편없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순간 이들은 추천 고객에서 비추천 고객이 된다.

특히 많은 국가에서 항공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넓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분실신고 된 카드로 오인돼 결제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도 중요한 고객을 접대하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승인 거절을 당하면 고객의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 카드를 가위로 잘라버리고 경쟁사로 옮겨갈 것이다.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리지만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질 수 있다. 로열티는 신뢰의 일종이다. 신뢰를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순간 무너질 수 있듯이 로열티도 마찬가지이다.

 

■ He is…

롭 마키(Rob Markey) 베인&컴퍼니 뉴욕사무소 파트너는 글로벌 고객 전략ㆍ마케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1990년 베인&컴퍼니에 입사한 이래 고객사들이 고객 및 직원 로열티를 통해 수익성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NPS 로열티포럼의 창립멤버로 포럼을 이끌고 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포함한 각종 비즈니스 간행물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브라운대를 졸업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용환진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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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市 민원 서비스의 변신

■ 액센츄어와 함께하는 애널리틱스 활용전략
② 불만을 모으면 만족이 보인다

"도대체 어디에 전화를 걸어야 하지?"

브라질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항만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거대 도시지만, 이곳에 사는 600만명의 주민들은 시(市)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불편한 순간을 만날 때마다 이런 고민에 빠졌다. 리우데자네이루시 정부의 27개 부서들이 뚜렷한 구분 없이 주민들의 불편사항이나 민원을 그때그때 함께 처리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2011년 3월 시 정부가 해결책을 내놨다. 주민들의 불편이나 불만에 대한 접수창구를 하나로 단일화한 '1746(1-Rio)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 서비스는 시 정부의 행정 관련 민원이나 각종 요구사항 등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리우데자네이루 주민들이 기억하기 쉬운 전화번호 1746번으로 접수해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원 창구를 한데 모은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잘 운영하느냐에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시 정부가 주민들에게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액센츄어가 발벗고 나섰다.

◆ 적정 서비스 수준 미리 정해

액센츄어는 리우데자네이루시가 1746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이 프로그램 운영관리 책임을 맡았다. 먼저 시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새로운 1746 서비스 시스템에 맞춘 '서비스 수준 협약'(service level agreementㆍSLA)을 정하게 했다. SLA는 적정한 서비스 수준을 미리 정해 놓은 계약서다. 리우데자네이루시는 자주 민원이 발생하는 사안별로 민원 처리 최소 기준을 정하는 식으로 SLA를 정했다. 예를 들면 '거리의 가로등에 문제가 생기면 사흘(72시간) 안에 반드시 해결한다'는 식이다.

시 정부의 서비스 수준을 이렇게 객관적인 수치를 토대로 측정하면 나중에 각 부처의 민원처리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도 쉬워진다. 결국 리우데자네이루시가 도입한 1746 서비스는 단순히 민원처리 창구를 하나로 합친 '콜 센터'를 만드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시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액센츄어는 리우데자네이루시 정부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린 식스 시그마(Lean Six SigmaㆍLSS) △데이터 기반의 애널리틱스(analytics) △적절한 성과 측정과 관련한 전문지식을 제공했다.

◆ 프로세스 최적화에 성과 측정까지

LSS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 없애는 '린(Lean)' 전략에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식스 시그마를 하나로 합친 사업합리화 방식이다. 린 전략의 빠른 생산 속도와 식스 시그마의 고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얘기다. 액센츄어는 리우데자네이루시 정부에 LSS 전문가 집단을 투입해 모든 부서의 업무 활동과 처리 방식을 자세하게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액센츄어 LSS 전문가들은 교통정리 담당자들과 사흘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의 업무처리 과정을 꼼꼼히 살폈는데, 정량적 분석 방법론을 통해 비효율적인 업무수행 방식과 의사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주민들이 1746에 전화를 걸어 인도나 자신의 주차장 앞에 무단으로 세워놓은 자동차에 대해 불만을 접수하면 시의 교통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처리하는 데 보통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조사결과 불법주차 민원이 발생했을 때 어느 지역의 담당자에게 일을 맡기느냐를 결정하는 데에만 거의 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업무처리 과정을 바꾸고 담당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도록 하면서 불법주차 단속에 네 시간씩 걸리던 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1746 서비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방대한 민원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리우데자네이루시가 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민원과 각 부서의 대응 결과 자료 분석을 통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민원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느 부서가 민원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 정부의 서비스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시 정부가 민원이 잦은 분야에 대해 예방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됐다.

◆ 1746 서비스로 고성과 가도에 올라

효과적인 1746 서비스 관리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리우데자네이루시 정부는 제때, 정해진 프로세스를 통해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부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리우데자네이루시 정부의 모든 주요 부서들이 1746 서비스와 연결돼 있다. 전체 시 정부 조직의 85% 정도가 여기에 들어간다.

에두아르도 파에스 리우데자네이루시장은 "1746 콜 서비스는 주민들의 민원 신고 창구를 단순히 하나로 합쳤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리우데자네이루시가 1746 서비스와 함께 '프로세스 최적화' 전략을 도입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에 더 효과적이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생겼다. 게다가 1746 서비스를 통해 모든 민원의 85%가량이 들어오고 그 처리 결과까지 자료로 남기 때문에 시정부는 리우데자네이루시의 어느 지역 주민들이 어떤 문제 때문에 불편을 겪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적절한 데이터 분석은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알맞은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리우데자네이루시의 어느 지역에 있는 가로등이 자주 말썽을 일으키는지, 어느 도로가 자주 파이는지 민원 전화 내용을 분석해 새로운 예방 대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실제로 2011년 4월에서 11월까지 들어온 민원 내용 가운데 가로등 문제는 56%, 도로에 뚫린 구멍에 대한 신고 건수는 22% 줄어들었다. 어디서 자주 문제가 발생하는지 기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다.

[액센츄어 = 이지은 대표 / 김계홍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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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SK하이닉스, 삼성과 격차 3개월로 줄었다



올 사상최대 4조 투자 결실

9개월 벌어졌던 공정기술…획기적으로 따라잡아

29나노 D램 생산 확대…모바일 비중도 40%대로

경쟁사, 10나노급 개발 난항


SK하이닉스가 안정된 지배구조에 힘입어 반도체 업계 선두 삼성전자, 일본 도시바와의 기술 격차를 급격히 좁히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최대 9개월 이상 벌어졌던 미세공정기술 격차를 3개월가량으로 따라잡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SK에 인수된 뒤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등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미세공정 격차 9개월→3개월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양산에 들어간 29나노 D램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전체 D램 생산량 중 29나노 비중은 연말 20%를 넘게 된다. 낸드는 20나노 제품 비중이 70%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D램 28나노, 낸드 21나노 제품을 주력으로 양산 중이며, 낸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는 19나노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미세공정 기술을 삼성과 비교하면 낸드는 차이가 거의 없고, D램은 3~6개월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8나노 공정을 개발할 때 셀(기억의 기본단위) 크기를 줄이려다 수율(원료 투입량 대비 제품 비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두권과의 격차가 9개월 이상 벌어졌다. 이 때문에 권오철 사장은 올초 “D램 30나노급 미세공정 전환 확대와 20나노급 진입이 주요 과제”라고 독려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8나노 양산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29나노에선 순항하고 있다”며 “20나노 중반 연구·개발(R&D)도 순조롭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격차를 좁힌 데는 적극적 투자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올초 SK그룹에 인수된 뒤 올해 사상 최대인 4조원을 투자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데다 이 회사 출신인 권 사장이 연임하며 연구원들의 사기도 높아졌다.

여기에 삼성전자 도시바 등은 10나노대 벽에 막혀 있다. 집적도가 높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D램 10나노대 개발 계획을 22나노 개발로 수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시황이 악화돼 (빠른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이 미세화하면 칩 크기가 줄면서 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수가 늘어난다.

○모바일 매출 급증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분야가 약점이었다. 모바일 D램 수요가 2016년까지 연평균 47.5% 성장(시장조사업체 IDC)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채권단 관리 아래여서 관련 투자에 신속하게 나서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SK그룹 편입 뒤 달라졌다. D램 매출에서 모바일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22%에서 3분기 33%로 높아졌다. 4분기엔 40%대 중반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빠르게 20나노대로 전환한 덕분이다. 모바일 제품은 저전력이 필수적인데, 미세공정 적용으로 칩의 회로폭을 좁히면 소비전력량도 줄어서다.

낸드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 6월 2970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컨트롤러 전문사인 LAMD 인수 효과가 작용했다. 모바일, 솔리드스테이츠드라이브(SSD) 등에 들어가는 낸드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컨트롤러칩을 붙여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하이닉스는 그동안 기술이 없어 컨트롤러를 외부에서 조달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취약했던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해 솔루션 제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김현석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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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 슈퍼맨 vs 스파이더맨…소년을 꿈꾸게 한 슈퍼 히어로



DC - 마블

슈퍼맨과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어렸을 적 슈퍼영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의문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영웅이 되고,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를 꿈꾸기도 한다.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만든 곳이 있다. 미국의 두 출판사인 DC와 마블이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원더우먼…. 세계인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슈퍼영웅들이 이 두 출판사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슈퍼영웅들도 이들의 작품이다.

●DC가 연 슈퍼영웅 세상

슈퍼영웅 만화의 세계는 DC가 열었다. 기병대 소령을 지낸 소설가인 맬컴 휠러니컬슨이 1934년 설립한 출판사 ‘내셔널 얼라이드’에서 시작했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스포츠, 영화 뉴스, 공상과학 소설 등을 실은 잡지를 내놓았다. 이후 만화 산업이 커질 것을 예상한 휠러니컬슨은 ‘디텍티브 코믹스’라는 만화책 회사를 만들었다.

첫 슈퍼영웅인 슈퍼맨은 조 슈스터와 제리 시걸이라는 클리블랜드 출신의 10대 만화가들이 창조했다. 두 소년은 당시 인기가 있었던 탐정소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슈퍼맨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들은 1933년부터 여러 출판사에 슈퍼맨 만화를 보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들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디텍티브 코믹스의 편집자였던 셸던 마이어였다. 슈퍼맨은 1938년 만화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과거에 없었던 캐릭터인 슈퍼맨은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다. 슈퍼맨 인기에 고무된 디텍티브 코믹스는 1939년에 배트맨, 1940년대에 샌드맨, 플래시, 호크맨, 그린 랜턴, 아워맨 등을 잇따라 내놓아 큰 성공을 거뒀다.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 등 인기 슈퍼영웅들은 독립 출판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만화책이 늘어나자 디텍티브 코믹스는 ‘DC코믹스’로 회사명을 바꿨다. DC가 창조한 슈퍼영웅들은 상당수가 타고난 재능을 갖춘 인물들이다. 우주인(슈퍼맨), 억만장자(배트맨), 아마존의 공주(원더우먼) 등이 대표적이다.

●캡틴아메리카로 성공한 마블

슈퍼맨이 등장한 이후 미국의 상당수 만화책 출판사들이 독자적으로 슈퍼영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중 두각을 나타낸 곳은 마블이다. 마블의 전신은 마틴 굿맨이 1939년에 설립한 타임리 코믹스다. 처음 출판한 만화책 시리즈 이름이 《마블 코믹스》였다. 1963년 회사 이름을 아예 마블 코믹스로 바꿨다. 마블이 처음 내세운 슈퍼영웅은 ‘휴먼 터치’와 ‘서브 마리너’였다. 각각 불과 물을 사용하는 캐릭터들이었다. 마블은 1941년 ‘캡틴아메리카’로 대박을 터뜨렸다. 캡틴아메리카는 독일 나치군과 싸우는 영웅으로 그려졌다. ‘슈퍼 군인 혈청’ 주사를 맞고 초인 같은 능력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다. 캡틴아메리카는 슈퍼맨, 배트맨 등과 함께 슈퍼영웅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슈퍼영웅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전쟁을 몸소 겪은 사람들에게 슈퍼영웅 이야기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특히 캡틴아메리카의 타격이 컸다. 2차대전 승리를 위해 싸운 그에게는 상대할 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블은 캡틴아메리카에 다른 캐릭터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유지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잊혀진 영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블은 시대의 흐름을 타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결정했다. 전속작가 스탠 리를 내세워 새로운 유형의 슈퍼영웅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1962년과 1963년에 각각 등장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사진 작가다. 그가 보유한 초능력은 그 이전의 슈퍼영웅들처럼 태생적으로 지닌 게 아니라 특수한 거미에 물려 생긴 것이었다. 엑스맨은 슈퍼영웅이라기보다 돌연변이로 표현됐다. 인간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영웅들이었다. 마블은 이후에도 토르, 헐크, 아이언맨 등을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누렸다.

●변하는 DC의 슈퍼영웅들  

DC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영웅 캐릭터를 만들기보다는 TV용 애니메이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골몰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계속 안주할 수 없었다. 마블의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 큰 인기를 끌자 DC는 위기를 느꼈다. DC는 1970년대 들어 새로운 영웅 창조작업에 들어갔다.

DC는 우선 마블에서 스탠 리와 함께 토르, 헐크, 아이언맨, 엑스맨 등을 창조한 잭 커비를 1970년 영입했다. 그는 공상과학과 신화적 요소가 섞인 《제4세계》를 성공시켰다. 이 시기 DC를 탈바꿈시킨 인물은 유명 작가였던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다. 이들은 DC의 대표 슈퍼영웅인 배트맨을 재창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밀러가 1986년에 쓴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배트맨은 술에 의존하는 50대 중년 남성으로 그려졌다. 1988년 무어가 이야기를 구성한 《배트맨:킬링 조크》는 가난한 코미디언이었던 조커가 악당이 되는 과정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에 의문을 던졌다. 슈퍼맨도 한국계 작가 짐 리, 제프 존스 등에 의해 계속 재해석됐다.

●스크린으로 확전

DC와 마블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DC와 마블이 창조한 슈퍼영웅은 1만명이 넘는다. 두 출판사의 미국 만화시장 점유율은 지난 5월 기준 68.05%나 될 정도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두 회사의 경쟁이 붙은 곳은 영화다. 1960년대부터 각종 TV용 시리즈물을 내놨던 DC와 마블은 만화의 캐릭터들을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슈퍼영웅들의 초능력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컴퓨터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 제작이 크게 늘었다.

처음으로 슈퍼영웅을 영화로 옮긴 곳은 DC다. 1978년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을 내놓았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1987년 4편까지 극장에 걸렸다. DC는 이어 1989년 ‘배트맨’을 만들었다.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흥행뿐만 아니라 전문가 비평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블은 1990년에 영화 ‘캡틴아메리카’를 내놨다. 하지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졸작으로 극장에 상영되지 못하고 비디오로만 출시됐다. 마블이 영화 부문에서 DC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은 2000년 ‘엑스맨’을 만들면서부터다. ‘유주얼 서스펙트’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국에서만 1억5729만달러를 벌어 흥행에 성공했다.

슈퍼맨 이후 영화를 만들지 않던 DC도 2003년부터 ‘젠틀맨리그’ ‘콘스탄틴’ ‘슈퍼맨 리턴즈’ ‘왓치맨’ ‘루저스’ ‘그린랜턴’ 등을 꾸준히 내놨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배트맨을 재해석한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비평과 흥행의 모든 부문에서 최고 성취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블도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을 영화로 선보였다. 이어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어벤져스’를 내놓았다. 국내에서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는 미국 개봉 첫 주말에 2억달러가 넘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이 부문 신기록을 달성했다.

●누가 이길까

DC와 마블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져갔다. 양쪽 영웅들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두 출판사는 1976년 처음으로 《슈퍼맨 vs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벤트성 작품을 공동으로 내놨다. 이 작품에서는 두 영웅 외에 로이스 제인, 메리 제인 왓슨 등 두 영웅의 여자친구와 렉스 루터, 닥터 옥토퍼스 등 악당들도 나온다. 1996년 3월부터 5월까지 《DC 대 마블》 특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슈퍼영웅들이 격돌했다. 배트맨(DC)은 캡틴아메리카(마블)를, 스파이더맨(마블)은 슈퍼보이(DC)를, 슈퍼맨(DC)은 헐크(마블)를, 스톰(마블)은 원더우먼(DC)을 각각 이겼다.

김주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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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일하는데 '급여' 중시하지만 한국은 인사제도에 민감"

 

리처드 페인 에이온휴잇 아·태지역 인재·보상부문 대표

시장 선도하는 기업 되려면 직원 미래까지 생각하는 '총보상 체계' 만들어야


“회사가 많은 급여를 주면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자신이 받는 월급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리처드 페인 에이온휴잇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재·보상부문 대표는 기업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 보상을 급여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적했다. 직원 연봉을 결정할 때 경쟁사들의 급여 수준을 파악한 뒤 ‘충분한 수준’으로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급여는 직원들이 회사를 다닐지 여부를 결정할 때 ‘첫 번째’로 생각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모든 것’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급여 보상 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페인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세종로 에이온휴잇 본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가진 뒤 기자와 만났다. 에이온휴잇은 지난해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인사조직 컨설팅회사로 전 세계 90개국에 진출해 있다.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80%가 이 회사의 고객이다.

그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동기가 무엇인지 조사한 자료가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임직원들이 근로 의욕을 북돋우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사제도(people/HR practice)’를 꼽았지만 중국에서는 ‘급여(pay)’를 중시했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서는 돈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육 훈련과 승진 기회 등을 더 중시한다는 얘기다. (표1 참조)

근로 의욕을 꺾는 요인도 한국과 중국이 확연히 달랐다. 한국에선 ‘성취감 부족’이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힌 반면 중국에서는 ‘상사와의 갈등’과 ’다양성 부족’을 많이 지적했다. (표2 참조)

페인 대표는 “인도에 있는 기업들에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이 매우 많다”며 “조사해보니 에어컨과 조명이 잘 되는 사무실이 집보다 더 쾌적해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회사의 근무 환경도 직원들에게 좋은 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인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임직원들의 발전 가능성(potential)까지 고려하는 급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향후 10년 뒤에는 임직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급여 체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회사의 급여 보상 체계를 발전시키려면 ‘총 보상(total rewards)’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인 급여 보상 체계에 들어 있는 △급여 △상여금 △휴가 △건강보험뿐 아니라 △장기적인 동기 부여 △결혼 및 동료 관계 형성 △비전 △웰니스(wellness) △은퇴 △교육프로그램 △자기계발 등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페인 대표는 “총 보상은 직원들의 요구와 실적, 잠재력 등 개인적 특성을 반영해 적절한 개별 보상을 하는 시스템”이라며 “기본급을 올리거나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것 말고도 여가시간을 조정하거나 지도자 교육을 받게 하는 등으로 다양하게 보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한다”며 “하지만 머리를 조금이라도 더 써야 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은 급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성과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탁월한 인재를 영입하고 의료 서비스에 외국어 강의, 사내복지까지 철저히 챙겨준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기업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람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경우 보상 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며 “직원 개개인에게 적절한 총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의욕을 얼마나 갖고 일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 5월 에이온휴잇이 전 세계 기업의 보상 실태에 관해 조사한 자료가 있다”며 ”임직원들의 절반가량이 의욕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12~13%(8분의 1)가 ‘심각하게 의욕을 잃은 상태’이고, 16~20%(6분의 1~5분의 1)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인 대표는 개인별 특성까지 고려하는 ‘총 보상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이 현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7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초 조사한 결과 88%의 기업이 총 보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에는 동감했지만 실제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총 보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조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쉬운 작업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여러 개의 목표를 한번에 이루는 것은 어렵다”며 “목표를 명확하게 정한 뒤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보상이 가장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이직률을 떨어뜨려야 하는 회사는 △단기 성과급 지급 △휴가일수 확대 △학습환경 마련 △보험 제공 등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 가운데 직원들이 성과급과 휴가일수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페인 대표는 “어떤 기업은 급여를 동결하고서도 10년 사이에 ‘일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된 직원’ 비율을 35%에서 65%로 끌어올린 사례가 있다”며 “급여 인상 외에 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분에 투자함으로써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회사를 이끌 리더십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15%, 잠재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은 10%, 향후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6% 등으로 성과급을 차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톱 클래스 기업은 직원들의 미래를 읽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이런 ‘재능’에 따른 보상도 하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려는 인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몰입도 높이는 제도는?

25~44세는 '인사'…45세 이상 '리더십'

에이온휴잇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외국계기업 60여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 25~44세는 인사 제도가 잘 갖춰져 있을 때, 45세 이상은 기업의 리더십이 탁월할 때 업무 몰입도가 가장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5~54세 임직원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 55세 이상은 기업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때 업무에 의욕을 가장 많이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는 개인의 업무역량 향상과 관련된 사내 제도가 있는지 여부를 중시했다. 특히 25~34세의 젊은 층은 인사제도 다음으로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 요소로 ‘성과 관리’와 ‘업무 절차’를 꼽았다. 35~44세는 승진 기회와 급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40대 중반 이후에는 업무 외적인 부분이 충족됐을 때 성과가 향상됐다. 45~54세 임직원들은 사내 조직에서 인정을 받을 때, 55세 이상은 쌓아온 경력을 토대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때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5세 이상은 나이나 성별, 학벌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잡고 있을 때 업무 몰입도가 높았다.

직장인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성취감 부족’에 이어 ‘기업의 도덕성 부족’이었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이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않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업무 능력이 저하됐다. 25~34세, 45~54세는 자기계발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할 때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고객과의 갈등도 업무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35~44세, 55세 이상은 고객 응대에 문제가 있을 때 몰입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55세 이상은 회사가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제도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업무 몰입도가 떨어졌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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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매경] 최고 권력 뒤흔든 `세기의 스캔들`

위쪽부터 60년대 영국 콜걸 크리스틴 킬러와 그의 연인 존 프러퓨모 국방장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 백악관 인턴, 린다 김 무기 로비스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
'전쟁 영웅'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워싱턴 집무실과 출장 중 군용기 등에서 수차례 육사 후배인 유부녀와 밀회를 나눴다.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군 사교계 마당발 유부녀와 3만쪽에 달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최고위급 군장성들이 벌인 스캔들에 미국인들은 충격받았다. 지금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CIA 스캔들'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칭찬받는 이라크 철군을 완료했고(퍼트레이어스), 올해 말 6만4000여 명 미군을 아프간에서 안전하게 철수시킬(앨런) 최고위 관료 및 군장성이 유부녀들과 부적절한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현대사에는 이처럼 다양한 스캔들과 게이트가 있었다. 스캔들은 단순히 가십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스캔들 당사자인 유명인의 불명예를 초래했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버릴 정도의 초대형 게이트로 발전하기도 했다.

모셰 카차브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중이던 2006년 무려 10명의 여성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는 사임 요구를 거부하고 탄핵까지 피해갔지만, 결국 2007년 1월 임기 만료를 2주 남긴 채 불명예 퇴진했다. 2009년 3월 강간죄로 기소돼 2010년 12월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11년 3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는 2008년 사법당국에 의해 고급 매춘 조직의 주요 고객이었음이 들통났다. 그는 최소 7차례 매춘 업소를 찾았으며, 호텔을 예약하면서 선거 자금까지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뉴욕주 검찰총장 출신으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그는 이 때문에 물러났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5월 한 미국 호텔 여종업원과의 성 추문과 연이은 매춘 혐의로 개인적 몰락을 겪었다. 그는 스캔들만 아니었어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대신 엘리제궁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사회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그는 지금 매춘 조직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기업가들의 회사 공금으로 비용을 지불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다.

지난해 섹스 스캔들로 사임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10대 여성 카리마 엘 마루그와 13차례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케네디가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은 암투병하는 아내 몰래 벌인 혼외정사가 들통났던 이른바 '채퍼퀴딕 스캔들'로 물러났으며, 2008년 버락 오바마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겨줬다.

중국 정치의 '떠오르는 별'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낙마를 가져온 스캔들은 올해 일어났다. 심복의 배신, 아내의 영국인 사업가 독살, 아들의 방탕한 유학생활 등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정치 스캔들이 될 만한 요소들을 갖췄다. 다롄 시장→랴오닝 성장→상무부 부장→충칭시 당서기 등을 거친 보시라이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차세대 최고 지도부 진입이 확실시되던 그였다.

그러나 자신의 심복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여장을 하고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하는가 하면, 아들 보과과의 영국 유학과 집안 사업관리를 도왔다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의문의 독살을 당하고, 또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를 좋아해 헤이우드의 중국인 부인을 위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시라이에 대한 사법 절차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종신형이나 사형 유예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구카이라이의 살인 사건은 허베이 중급법원에서 지난 8월 사형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1963년 영국 보수당 해럴드 맥밀런 내각의 국방장관이었던 존 프러퓨모는 갓 스무살 넘은 콜걸 크리스틴 킬러와의 혼외정사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유명 정치인과 고급 콜걸의 염문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의회가 조사에 나설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옛 주영국 소련대사관 소속 해군무관 유진 이바노프가 킬러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섹스 스캔들은 단숨에 국가안보사건으로 격상됐다. 조사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군사 정보가 소련으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문제는 프러퓨모의 거짓말이었다. 처음에 의회에서 "킬러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잡아뗐던 그는 석달 만에 "국민을 속여서 죄송하다"고 실토했다. 끝까지 그를 감쌌던 보수당 정권은 이듬해 총선에서 대패했다.

워터게이트는 섹스 스캔들에서 비화된 것은 아니지만, 대형 권력형 비리에 '게이트(gate)'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백악관 직원들이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체포되면서 닉슨 대통령의 사임(74년 8월 9일)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이 바로 워터게이트다. 기사를 쓴 워싱턴포스트의 젊은 사건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딥스로트(목구멍 안쪽)'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닉슨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음모는 하나둘 베일을 벗었다. 특별 검사가 임명됐고 의회에는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제출됐다.

'지퍼게이트' 혹은 '모니카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 문턱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 그는 95년부터 2년간 모니카 르윈스키 백악관 법률부서 인턴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아홉 차례나 끌어들여 성적 유희를 벌였다. 르윈스키는 직장 선배 린다 트립에게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재미 삼아 털어놓았고, 트립은 이를 녹음해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에게 줬다. 처음에 완강히 부인하던 클린턴은 모니카의 푸른 드레스에 묻은 체액 DNA 검사에 응해야 하는 수모를 당했으며 검사 결과 클린턴의 행적이 사실로 드러났다. 미국 하원은 98년 12월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발의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으나, 상원이 99년 2월 12일 이 안을 부결시켜 클린턴은 겨우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모니카게이트에서는 유대인 음모설이 돌았는데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 르윈스키의 변호사 등 관련자 중 실제로 유대인이 많았다. 곤욕을 치른 클린턴은 중동 평화 노력을 계속할 의욕을 잃고 퇴임 시까지 중동문제 합의 이행을 더 이상 이스라엘에 강요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CIA 스캔들과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도 있었다.

2000년 4월 이양호 국방장관과 여성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 스캔들이 터지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북 정찰기 사업(백두ㆍ금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 장관을 비롯해 황명수 국회 국방위원장, 정종택 환경부 장관 등 당시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이 김씨와 어울린 것이다. 이 장관이 김씨에게 쓴 "사랑하는 린다, 샌타바버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한 추억을 음미하며…"라는 내용이 담긴 연서도 언론에 공개됐다. 이 장관은 두 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시인했으며, 김씨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 변양균-신정아 스캔들도 있다. 신정아 씨는 광주 비엔날레 공동감독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예일대 학력이 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당시 청와대 실세였던 변양균 정책실장과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렀다.

[황시영 기자]

[WEEKEND 매경] 지위가 높아질수록 위험에 둔감하다?

'저스트 원 텐 미닛(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유명 여가수가 부른 남의 남자를 단 '10분 만'에 꼬드길 수 있다는 내용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아내가 남편을 길들이는 데는 10년도 부족하지만 다른 여자가 그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10분이면 족한 세상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도 바보 행렬에 동참한다.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에 최대 이슈가 된 '전쟁 영웅'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롯해 골프 영웅 타이거 우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모니카 르윈스키와 불륜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모두 '엉뚱한 짓'을 하다 이름에 먹칠을 했다.

누구보다도 고결한 윤리성을 가져야 할 이들이 너무나도 쉽게 '지퍼'를 열 줄 누가 알았을까.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누가 탓하겠느냐만 그것은 '자유로운 영혼'일 때나 '훌륭한 능력'으로 인정받지, 한 여성의 남편이 되는 순간 윤리적ㆍ법적으로 아내에게만 충실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이 그 상식을 어기는 데 있다. 성공한 남자들이 바람을 많이 피우는 이유로 생물학적으로 생식ㆍ번식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이 많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성공한 남자는 소위 '좋은 씨'로 평가되며 그 씨를 '좋은 밭'에 뿌리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유전적으로 여자는 좋은 유전자를 받아 번성시키고 싶은 욕구가 크다. 그 본능이 너무 강해 혼인이라는 경계를 벗어나면 불륜이 되고 만다.

인간도 생물이라 '생존과 번식'의 굴레 속에 산다. 전쟁과 굶주림이 만연했던 과거에는 자신의 생존과 자손 번식은 절박한 과제였다. 지금은 과거보다 종족 보존과 번식 환경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그런데도 남자들의 불륜이 줄지 않는다. 즉 생물학적인 본능만이 문제가 아니다. 출세한 남성의 '심리학적 특성'을 분석해야 한다.

프랭크 팔리 미국 템플대 교수는 "높은 지위에 있는 남성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 익숙하다"며 "그래서 혼외정사의 대가를 알면서도 후폭풍을 감당하고 넘어설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특히 심리적으로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 배루치 피시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사람들은 작은 위험이 모여 얼마나 큰 위기를 불러오는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시러큐스대 참전용사ㆍ가족 연구소(IVMF)가 참전 군인의 외도 경험을 조사했더니 비참전 군인의 두 배가 넘는 32%가 바람을 피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물학적 본성에 위배되는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는 자신의 저서 '사랑의 해부학'에서 "853개 문화권 중 일부일처제는 16%였으며, 84%는 남자에게 두 명의 아내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고 서술했다. 인간도 생존이 필요한 생물인 만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문화권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인간 본능이야 어떻든 문명사회에서 외도는 금기 사항이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외도라도 좋게 끝나기는 어렵다. 갈수록 유혹이 많아지는 시대, 이 세상 아내들은 남편의 '그곳'을 잘 간수해야 할 일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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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해외 온라인 쇼핑 급증

알뜰하기로 소문난 주부 김정미 씨(36ㆍ경북 영주시)는 올해 외국 한 번 나간 적이 없지만 외국에서 신용카드로 쓴 돈이 2000달러를 넘는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나라도 다양하다.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12차례나 100달러 이상을 한 번에 긁었다.

김씨가 카드를 쓴 곳은 국외 온라인 쇼핑몰.

외국 유명 브랜드 의류부터 아이들을 위한 영어 동화책, 건강식품까지 국내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은 무조건 국외 직구(직접구매)나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김씨는 "가족들 옷과 아기용품, 어른들 건강식품까지 모두 외국에서 직접 산다"며 "요즘에는 다음주 미국 연중 최대 세일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사전 탐색을 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안방에서 신용카드 국외결제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 개인회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3년(2009년 10월~2012년 9월)간 업종별 국외 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주문과 관련된 업종은 매출이 대폭 증가한 반면 백화점 면세점 등 현지를 방문해 결제하는 업종은 매출이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었다.

카드 국외 사용액이 늘어난 업종은 온라인 결제 비중이 높은 남녀 기성복과 서적, 음악, 컴퓨터 소프트웨어, 화물운송업 등이다. 최근 1년(지난해 10월~올해 9월)간 이들 업종 신용카드 매출은 977억3000만원으로 2년 전(2009년 10월~2010년 9월)보다 56.7% 늘었다.

업종별로는 남녀 기성복이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9월 사이에 533억6000만원 결제 실적을 올려 2년 전에 비해 28% 성장했다.

화물운송업은 2년 전 8억원이었던 매출이 최근 1년간 45억6000만원으로 5.8배나 증가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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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FOCUS] 외국인 관광객 1000만시대

"외국인 관광객이 오는 21일 1000만명을 넘어선다. 지난 3년간 외래 관광객 성장률이 66.6%에 달한다. 이는 세계 1위 기록이다."(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린다. 2002년 외래 관광객이 500만명을 넘어선 이후 10년 만에 이룬 쾌거다. 아시아에서 7번째이자 세계 20위권에 해당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최광식 문광부 장관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외래 관광객 1000만명은 한국이 관광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연말까지 관광객 1130만명을 유치한다면 한국이 세계 10위권 관광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돌파는 국격 상승 효과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도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유입으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만 22조64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만 따져도 9조9600억원이며 추가 고용 창출 효과는 39만명에 이른다.

특히 1000만명을 돌파하는 데 일등 공신인 한류 관광객의 관광 기여도는 괄목할 만하다.

싸이 '강남스타일' 히트를 축으로 한 K팝 열풍이 불면서 외래 관광객 가운데 10% 정도를 차지하는 이들 씀씀이는 일반 관광객보다 3배 이상 많다. 일본인 일반 관광객은 142만원을 쓰는 반면 한류 관광객은 216만원을 쓴다.

더 고무적인 건 한국 관광산업 성장률이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올해 한국 여행관광 부문 GDP 성장률은 연간 13.2%로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관광 부국인 유럽 여행관광 GDP 성장률이 지난해 -0.2%에서 올해 -0.6%로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관광 GDP 성장률은 각각 7.2%와 5.7%로 연초보다 소폭 낮아졌다.

최 장관은 "땅덩어리가 우리보다 3배나 넓고 천연 자원이 많은 관광 선진국 일본(800만명)을 200만명 이상 앞섰다는 건 한민족 관광 파워를 제대로 보여준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신익수 여행ㆍ레저전문 기자]


[토요 FOCUS] 신명나는 `韓流 DNA`

"한국의 1000만명은 의미부터 다릅니다. 외래 관광객이 7000만명을 훌쩍 넘는 프랑스나 스페인의 경우는 사실상 역내 관광이거든요. 변방의 섬 같은 나라에, 게다가 분단이라는 위험 요소가 있는 데도 연간 1000만명이 왔다는 건 일대 사건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혜화동 문화체육관광부 건물 3층 장관 접견실에서 만난 최광식 문광부 장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반 옥타브쯤 올라가 있었다. 연간 외래 관광객이 500만명을 넘어선 건 2002년이다. 불과 10년 만에 '1000만명 시대'라는 역사적인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국 고대사를 30년 이상 파고 든 학자 출신 장관답게 대뜸 일본 얘기부터 꺼낸다.

"관광 선진국 일본이 땅덩어리만 우리의 3배거든요. 게다가 료칸, 화산, 바다, 숲까지 천혜의 요건을 다 갖추고 있잖아요. 그런 일본을 2009년부터 우리가 계속 눌렀다는 건 경이적인 일이죠. 올 연말 우리가 목표치인 외래 관광객 1130만명을 넘어선다면 아마도 400만명 이상을 앞서게 될 겁니다."

최 장관이 분석한 1000만명 돌파의 1등 공신은 역시 한류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관광 선진국 일본을 누른 것도 신명나는 '한류 DNA' 덕이란다. 그는 올해 초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의 공연을 잊지 못한다.

"한 가수가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한국어를 외치자 일본 팬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보곤 눈물이 핑 돌았어요. 작년 외래 관광객 980만명 중 한류 관광객 숫자가 100만명 정도입니다. 전체의 10% 정도지만 이들은 씀씀이가 3배나 컸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외래 관광객 2000만명 돌파 시기가 정부 예상치인 2020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역시 K팝을 필두로 한 K컬처의 잠재력 때문이라고 본다.

"최근 인도 언론과 인터뷰했거든요. 그들이 한국에 와서 간 곳이 경복궁이나 창덕궁이 아니고 강남이었어요.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7억뷰를 넘었습니다. 이 중 1%만 진짜 서울의 '강남'을 보러 와도 관광객 700만명 유치 효과가 나옵니다."

이게 스스로 '한류 장관'임을 자처하는 최 장관의 3차 한류 효과다. 대장금을 시작으로 한 한류 드라마가 1차 한류였다면 K팝이 2차 한류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게 한국 문화 전반에 분수 효과를 내는 K컬처, 3차 한류다.

물론 남겨진 과제도 많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관광의 질적 성장이다. 최 장관은 최근 바가지 요금의 진원지로 지목된 콜밴의 실태를 직접 경험했다. 공익요원 두 명을 통역으로 대동하고 일본인으로 가장했는데, 서울 명동에서 동부이촌동까지 7.7㎞ 가는데 10만원을 내야 했다. 통상적으론 2만5000원 정도면 충분한 구간이다.

"함께 탔던 공익요원 명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이런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질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죠."

최 장관은 나라의 대소사를 직접 만든 건배사를 통해 푸는 것으로 유명하다. 1000만명 돌파 기념 건배사를 슬쩍 물었더니 연말까지 죽 '다시찾는(선창)/ 대한민국(후창)'으로 갈 거란다. 다시 찾는 곳으로 만들려면 질적 성장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인터뷰도 "다시 찾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끝낸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류 장관'답다.

[신익수 여행ㆍ레저 전문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싸이 팬 1%만 와도…관광객 2천만명 시대 준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최광식 문화부 장관 인터뷰

"의료관광·마이스산업 등 '돈 벌어주는 손님' 더 모시자

콜밴 등 '바가지' 척결에 총력"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100만명씩 증가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됐습니다. 한류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국가 이미지가 개선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죠.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접한 외국인들은 경복궁보다 강남을 먼저 보겠다고 해요.”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오는 21일께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2년 500만명을 넘어선 이후 10년 만이다. 연말까지는 11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2009년 13.4%, 2010년 12.5%, 2011년 11.3%에 이어 올해는 14%에 이른다. 일본은 800만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600만여명까지 줄었다.

“중국인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220만명에서 올해는 300만명이나 됩니다. 일본인이 330만명에서 360만명으로 소폭 늘어난 것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죠. 1~2년 후에는 역전될 겁니다.”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은 올해 100만명을 넘었다.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 방문과 K팝스타의 팬미팅, 한류 공연 프로그램도 인기다. “자연관광은 한 차례로 끝이지만 문화관광은 달라요. 재방문 횟수가 자꾸 늘죠. 한류 팬들은 1년에 서너 차례 오기도 해요. 이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관광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출국자 수가 연간 1300만명에 이르기 때문. 다만 적자 폭은 줄고 있다. 2007년 관광수지 적자 규모가 109억달러에서 올해는 9월 말까지 27억달러로 감소했다.

“관광수지 흑자 시대를 열려면 부유층이 많은 의료관광객과 ‘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관광객을 더 유치해야 합니다.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 것은 국제회의가 그곳에서 거의 매일 열린다는 뜻입니다.”

최 장관은 “지난해 중국유통업체 바오젠 관계자 1만여명이 포상관광차 서울과 제주에 왔을 때, 1인당 평균 263만원씩 총 268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일반 관광객 지출의 2배”라고 설명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경제효과는 소비지출 490억원과 부가가치효과 533억원 등 1000억원을 넘었고, 홍보효과 등 간접효과까지 모두 합치면 21조원에 달했다고 했다.

“저가관광과 ‘바가지 콜밴’을 뿌리뽑는 데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콜밴이 제게도 바가지 요금을 씌우더군요. 짧은 거리였는데 내릴 무렵에 미터기 요금이 막 오르면서 10만원을 내라더라고요. 당장 신고했죠.”

2015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3만~4만실의 호텔과 민박이 들어서면 객실난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 목표도 세웠다. “지방에도 호텔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주 5일제에 맞춰 가족 단위의 1박2일 여행을 장려할 계획입니다. 주중에는 기업들의 지방 연수나 회의를 권장하고요.”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7억명이 유튜브에서 ‘강남스타일’을 즐겼는데 이 중 1%만 와도 700만명입니다. 한류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어요.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인프라까지 확충한다면 우리도 곧 관광대국이 될 겁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토요 FOCUS] "잘곳 없어서 찜질방" 전국은 호텔 공사중

인천에서 연매출 400억원 규모의 튼실한 철강기업을 운영해온 노기호 사장(46)은 최근 호텔업으로 눈을 돌렸다. 한류 열풍을 타고 대만, 중국, 홍콩 관광객들이 인천으로 몰려드는 것을 보고 용단을 내린 것. 신용보증기금에서 35억원 상당의 보증지원을 받은 노 사장은 지난 8월 86실 규모의 관광호텔을 신축했다. 개업한 지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호텔은 대박 났다. 매일 관광객 100여 명이 객실을 가득 채웠고, 매월 1억5000만원이 넘는 수입이 들어왔다. 노 사장은 "SM 콘서트가 한번 열리기라도 하면 그 전후로 관광객 수백 명이 찾아온다"며 "객실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호텔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강원도와 인천, 제주 등 지방에도 관광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조사에 따르면 올해 호텔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투자는 작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16일 신보 조사연구부가 발표한 '10월 업종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호텔업 관련 신규 증액은 1238억원, 보증 잔액은 172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4배, 1.9배 늘어났다. 지원 건수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특히 서울ㆍ인천ㆍ강원ㆍ제주 지역에 대한 신규 증액이 크게 늘었다. 올해 9월 말 현재 인천은 지난해 10억원에서 205억원으로 20배 이상 신규 증액이 늘어났다. 강원ㆍ제주는 작년도 13억원에 비해 올해는 199억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신규 증액된 보증 44건 중 42건(95%)이 건물 신축, 개보수 등 시설 자금에 지원됐다. 관광지를 중심으로 곳곳에 중소형 호텔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관광호텔 등 64개 숙박시설 4383실이 신규 사업계획을 승인받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42실)보다 2.5배 늘었다. 건축주들이 일반 호텔을 리모델링해 관광호텔로 재허가를 받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저가 관광 수요가 계속 늘어나자 대형 호텔 체인에서도 서비스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호텔은 2014년 2월 제주시 연동에 262실 규모 비즈니스호텔을 개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롯데호텔은 같은 해 3월과 10월 각각 대전 유성구 스마트시티와 울산시 달동에도 비즈니스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텔신라도 경기 화성시 반송동에 300실 규모 비즈니스 호텔을 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숙박업소는 신축 특급호텔과 기존의 여관급 시설로 양분된 상태"라며 "특급호텔보다는 저렴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에 대한 수요가 많아 중저가 호텔 신축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관광객들의 객실 수요가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호텔업 시설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을 이용한 국내외 관광객 수는 2088만명으로 최근 5년 동안 매년 10% 가까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호텔의 객실 수는 6만5395개에 불과하며 연평균 증가율은 1.6%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호텔 수가 566개에서 542개로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 배미정 기자]

[토요 FOCUS] 템플스테이·제주 오름투어…`다음 한국여행` 은 체험으로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는 11월 21일은 대한민국이 '관광 대국'에 진입하는 역사적인 날이다."(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21일 공식적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 정권교체, 한ㆍ중ㆍ일 영토분쟁과 같은 외부 악재가 유독 많았던 올해 상황을 감안하면 '1000만명 클럽' 가입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관광 자원 빈국인 한국이 '관광대국'에 진입했음을 세계에 선포하는 역사적인 쾌거이기도 하다.

◆ 2020년 관광 G7국 점프

'1000만명 클럽' 가입은 아시아권에선 7번째, 세계 20위권이다. 특히 고무적인 건 관광 부문의 성장률이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3년간 평균 13% 성장했다"며 "이 추세를 그대로 유지만 하면 2017년까지 2000만명, 관광수입 3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연간 여행관광 부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2%로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관광 GDP 성장률도 7.2%와 5.7% 수준이다. 관광을 통해 나라를 재건하겠다는 관광 제국주의 야심을 담은 '관광입국(Tourism based country)' 기치를 내걸고 관광산업에 올인하고 있는 일본은 아예 정체다. 땅덩어리가 3배나 넓고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췄지만 2009년 이후 3년 내리 한국에 밀리고 있다.

관광전문가들은 관광 G7국의 진입장벽이나 다름없는 '외래 관광객 3000만명 클럽' 가입이 산술적으로 2020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관광의 경이적인 성장률에는 K팝을 필두로 한 한류 열풍 영향이 절대적이다.

2001년 515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2010년 880만명으로 10년 새 70.9%나 증가한 것도 한류 바람 덕이다. 최근 3년간 매년 100만명씩 증가하는 기폭제가 된 이면에도 한류가 있다.

글로벌 시대에 관광산업의 파워는 절대적이다. 2차대전 후 냉전체제 종식으로 무력 충돌이 사라진 자리에 관광을 통해 경제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총성 없는 '관광 3차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전 세계 GDP 가운데 20%에 육박하는 관광산업의 파워는 국가경쟁력과 국격을 좌우할 새로운 태풍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산업에 투입되는 인적ㆍ물적 소재를 기준으로 계량화한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이 88%로, 한국 대표 산업인 자동차(71%), 휴대전화(52%), 반도체(43%) 등 이른바 '빅3' 산업군보다 월등히 앞선다고 분석한다. 관광산업에 10억원을 투자할 때마다 유발되는 일자리는 IT산업(10명)의 5배인 52명에 달한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은 "1000만명에 안주하면 안된다. 2000만, 3000만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자원 빈국인 한국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산업군도 관광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관광산업 '질적 성장'이 관건

조계종에서 마련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체험중인 외국인들. <매경DB>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많다. 1000만 클럽 가입은 경사지만 세계 유수의 관광대국과는 아직 격차가 크다.

작년까지 외래 관광객 순위를 보면 1위인 프랑스가 7800만명, 2위인 미국이 6200만명이다. 5700만명을 유치한 중국이 3위였고, 전통의 관광 강국 스페인 역시 5600만명으로 4위에 올랐다.

아시아권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홍콩(2200만명ㆍ13위), 태국(1900만명ㆍ15위), 마카오(1200만명ㆍ20위), 싱가포르(1040만명ㆍ22위)가 여전히 한국보다 앞선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한국의 GDP 대비 관광의 비중은 5.2% 수준이다. 세계 평균인 9.1%보다도 현저히 낮다. 프랑스 9.2%, 미국 8.5%, 동남아시아 10.8%보다도 뒤진다. 한국의 GDP 규모가 세계 15위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도 과제다. 매년 이뤄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 방문객 실태조사'에 단골 불편사항 메뉴로 꼽히는 게 언어 소통, 교통 혼잡, 안내표지판 부족, 비싼 물가,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상품구매 강요 등이다.

특히 상품구매 강요는 '싸구려 관광'을 부채질해 한국 이미지를 손상하고 있다. 거기에 매년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는 콜밴과 택시의 바가지 요금은 꼭 개선돼야 할 공공의 적이다. 최 장관도 "물품구매 강요나 택시요금 바가지는 한국 관광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어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관광 전문가들은 질적 성장을 위해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관광 분야 투자는 작년 기준 68억달러로 전체 투자(총고정자본 형성)의 2.2%에 불과한 실정이다. 싱가포르(20.2%), 홍콩(9.0%), 태국(6.8%)은 물론 세계 평균인 4.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대관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1000만을 넘어 2000만, 3000만 클럽으로 가려면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MICE(기업회의ㆍ포상관광ㆍ컨벤션ㆍ전시회), 의료관광, 식품관광, 크루즈 같은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육성이 필요하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래 머물고 많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소프트와 하드웨어 확충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익수 여행ㆍ레저 전문기자]

관광한류… 1000만 외국인 품었다

21일께 사상 첫 1000만명 돌파

2000년 500만 기록후 12년만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오는 21일 건국 이래 최초로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외국인 관광객 추정치는 950만명으로 1월부터 따지면 월평균 100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은 셈이다.

이에 따라 문화부와 관광공사는 21일 인천공항에서 1,000만째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는 등 대대적인 환영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최광식 문화부 장관, 이참 관광공사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는 1978년 100만명을 기록한 후 34년 만이고 2000년 500만명을 돌파한 지 12년 만의 쾌거다.

10월 말까지 입국한 관광객 950만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늘어난 것으로 스키시즌인 12월부터 눈구경을 하려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을 감안하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최대 1,1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1,150만명을 돌파할 경우 이는 세계 17위권으로 관광선진국에 본격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프리코리아그랜드세일'을 진행하는 등 수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내년 1월 전국 2만4,700여개 업소가 참가하는 쇼핑축제 '2013코리아그랜드세일'의 사전행사로 이번 세일에는 롯데백화점ㆍ현대백화점ㆍ롯데면세점ㆍ신라면세점ㆍ워커힐면세점ㆍ한국관광공사면세점ㆍ갤러리아명품관ㆍ두산타워와 여주·파주 프리미엄 아웃렛 등이 참여한다.

우현석선임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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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기식 절전… 산업계 부담 커진다



■ 동계 전력수급 대책 발표

의무 감축·주간예고제 등으로 사용량 320만kW 줄일 계획

예비력 200만kW 미만일 땐 공공기관 대상 강제 단전도

정부가 16일 발표한 동계 전력수급 대책의 핵심은 산업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쥐어짜기' 식의 강력한 수요관리다. 추가 공급 여력이 없는 만큼 수요관리가 실패할 경우 블랙아웃 사태를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정부는 산업체 전기 사용량 의무 감축, 선택형 피크 요금제 도입 등 수요관리를 통해 320만kW가량을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웃이 예상될 경우 공공기관 전기를 끊는 최후의 수단도 사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산업체들이 정부안을 얼마나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겨울에도 전기 사용량 의무 감축에 나섰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업체들이 절반이 넘었다. 가뜩이나 올겨울에는 유례없는 극심한 한파가 기다리고 있다.

◇산업체 절전 통해 320만kW 아낀다=정부는 1~2월 중 전기 사용량이 많은 3,000kW 이상 6,000여개 대형 수용가들이 전력을 3~10% 의무 감축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170만kW의 전력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부하변동률 실적에 따라 3~10%의 현실적인 의무 감축 목표를 부과한다. 포스코와 현대차는 올해 12월 사용량 대비 10%,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3%, 인천공장은 10% 전력을 감축해야 한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경우 반도체 부문은 3%, 가전은 7%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한전의 주간예고제 등 산업체수요관리제도를 통해 130만kW의 전력을 추가 감축한다. 주간예고제는 전력 수요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될 때 사전 약정고객을 대상으로 당일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절감을 할 경우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정부는 불확실성이 높은 월요일 피크시간대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대책에서 당일예고제도 신설했다.

평상시 요금을 할인하는 대신 피크시간대에 3~5배의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선택형 피크 요금제도 1월부터 시행한다. 이를 통한 전력 감축효과는 20만kW로 크지 않지만 전력 요금체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만kW 미만 진입하면 공공기관 강제 단전=이 같은 수요관리에도 불구하고 예비력이 2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계' 단계에 진입할 경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강제 단전을 실시한다. 이는 순환정전 시행 직전에 실시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치안ㆍ소방ㆍ공항ㆍ의료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전방위로 단전된다. 단전 대상 공공기관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중에 확정될 예정이다. 이를 통한 전력 감축 예상량은 40만kW 정도다.

정부는 이번 피크 기간 어떤 상황에서라도 100만kW 미만으로 예비력이 떨어져 순환정전 사태가 오는 것은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발전기 조기 가동… 실내 온도 18~20도 의무화=정부는 총 127만kW가량의 추가 공급대책도 마련했다. 구역전기 사업자와 민간 상용 발전기의 추가 발전 여력을 활용해 40만kW의 전력을 확보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83만kW급 오성복합발전소 가동은 연내로 앞당기고 올해 9월 예정이던 남제주 디젤발전소(4만kW) 폐기는 내년 3월로 미뤘다. 위조부품 파동으로 멈춰선 영광 5ㆍ6호기 원전은 연내 재가동할 방침이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삼성전자등 6천곳 최대10% 절전해야

불티나는 난방용품, 최근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때 이른 추위에 난방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6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난방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이틀 동안 이마트의 난방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다. <김호영 기자>
최근 잇단 원전 정지사태와 한파 예보로 올겨울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전기 사용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부터는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에 최대 5배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요금제가 신설되고 수도권 지하철 운행횟수도 줄어든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에 최대 10% 전력 의무 감축량이 부과되고 백화점, 호텔 등 민간 건물도 실내온도 단속 대상에 오른다.

지식경제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절약 대책'을 발표했다. 구조적인 전력 가뭄이 예상되는 만큼 새나가는 전기는 길목에서부터 차단하고 끌어모을 수 있는 전력은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겨울철 총 320만㎾ '전력 다이어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지역별 순환 정전도 강행한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내년 1월 7일부터 2월 27일까지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건물(계약전력 100~3000㎾) 6만5000곳을 대상으로 실내온도 단속에 들어간다. 실내온도가 20도를 넘으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일반 가게도 단속 대상이다. 점포 문을 열고 난방기를 가동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전력 피크시간대에는 업소당 1개만 네온사인 광고가 허용된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는 지하철 운행이 뜸해진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하철 운행간격이 1~3분씩 연장된다"며 "이를 통해 5만㎾가량 전력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은 실내온도가 18도로 고정되고 개인 전열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내년 1월부터는 평상시 요금을 할인받는 대신 피크시간대 3~5배 할증요금이 부과되는 신규 요금제도 도입된다. 예컨대 이 요금제에 가입한 업체는 평소 시간당 6~10원씩 전기요금을 할인받지만 전력 피크시간대에는 260원가량 요금을 더 내야 한다. 한국전력은 사전 수요예측을 통해 요금 급증 시기를 하루 전에 업체에 알려 자율적인 전력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대부분 일반 가정은 신규 할증요금제 대상은 아니다. 요금제 가입 대상은 계약전력 300㎾ 이상ㆍ3000㎾ 미만 전력 수요처로 10층 이상 건물이나 기업체가 해당된다.

정부는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책도 강화했다. 예비력이 400만㎾ 밑으로 떨어져 '관심' 단계에 접어들면 전압 조정을 통해 120만㎾만큼 수요를 줄이고 공공기관 전력 사용을 일부 차단한다.

'주의' 단계(300만㎾ 이하)에서는 직접부하 제어와 긴급 절전 조치를 통해 전력 수요 150만㎾를 더 줄인다. 예비전력이 '경계' 단계(2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치안ㆍ소방ㆍ의료시설 등을 제외한 공공기관 강제단전을 시행하고 100만㎾ 밑으로 떨어지면 전국적인 순환 정전에 들어간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기요금 인상은 현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지난해 같은 순환 정전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전력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한전은 지난 15일 김중겸 사장 이임에 따른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인국 국내부문 부사장을 사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고 비상경영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김정환 기자]

예비전력 뚝·뚝·뚝 `電電긍긍`

올겨울 한파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가 1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고강도 전력 감축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에 최대 10%까지 전력 의무 감축량이 부과된다. 백화점, 호텔 등 주요 민간 건물도 실내 온도가 20도를 넘지 않도록 단속 대상에 오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금년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 담화문을 발표하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시일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전력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수요관리 핵심은 기업 전기 사용 감축이다. 내년 1월 7일부터 2월 22일까지 7주간 삼성전자 포스코 등 한국전력과 순간 전력 3000㎾ 이상 전기를 공급받도록 계약을 맺은 6000여 개 기업이 절전 규제 대상에 오른다. 이들 기업은 올해 12월 대비 3~10%까지 의무적으로 전력량을 줄여야 한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경제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기업 반발을 감안해 개별 사업장별로 감축량을 정했다"며 "지난해에는 의무감축 이행률이 40%에 그쳤지만 올해는 맞춤형 대책으로 이행률이 9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겨울철 전력 수요를 최대 320만㎾ 줄이기로 했다.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지는 최악 상황이 오면 지역별 순환 정전도 단행한다.

하지만 기업들 시선은 곱지 않다. 감축 대상에 오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력 배치 재조정 등 현실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업황도 안 좋은데 정부가 기업 부담을 더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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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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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또 표적암살... 전운 드리운 가자지구

[오마이뉴스 김태언 기자]

14일(한국시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집권당인 하마스의 군 최고지도자 아흐메드 알 자바리를 암살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이젤 딘 알 카삼여단을 이끌었던 자바리는 당시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으며 그와 동승객 1명이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맞아 폭사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자바리의 암살에 대해 "오늘 우리는 하마스와 테러그룹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확전의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전쟁의지를 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하마스 측은 즉각 보복의 의지를 표하였다.

알 자지라의 특파원에 따르면 14일 오후 내내 이스라엘군의 공중폭격뿐 아니라 전함의 가자해안 폭격이 계속됐고, 가자시티의 가장 큰 종합병원인 쉬파 병원 관계자는 이날 하루 동안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어린아이 2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하였고, 어린아이 10명을 포함해 6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꾸준히 이용하는 전략인 '표적암살'은 국제법과 이스라엘 국내법상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로 제3차 제네바 협약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다. 그 어떠한 국가나 개인도 사법 시스템을 무시한 어떠한 특정개인에 대한 표적암살은 허용될 수 없음에도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이를 국가 주요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그 대상은 반 이스라엘 군사조직 뿐 아니라 민간인 조차도 가리지 않았다. 이는 인권을 무시하는 정책이자 국제 사법시스템을 뒤흔드는 심각한 범죄 행위이다.

심지어 이번 암살에서 이스라엘군은 대변인 트위터를 통해 선전포고 및 암살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그 폭격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공유하는 등,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스라엘군의 선전포고 트위터암살 중계영상(※ 주의 : 폭격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2004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집권당으로 부상한 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설립자 야신을 포함해 수십명의 고위관리를 꾸준히 암살해왔다. 알 자바리 또한 4번 이상의 암살 위협에서 살아남았으나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였다.

평화협상, 그리고 고조되고 있는 긴장

이번 표적암살 및 공격은 특히 이집트 중재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평화협상 직후였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갈등에서 정점을 찍었던 것은 지난 5일간의 교전이었다. 지난 9일 팔레스타인 병사가 이스라엘 군 차량에 로켓포을 발사한 직후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하여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후 지난 5일간 지속된 교전 동안 이스라엘에선 7명의 민간인 부상자가, 팔레스타인에선 7명의 사망자와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스라엘-가자지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 이집트는 중재에 나섰고,11월 12일 월요일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이집트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였다.

이스라엘은 그 평화협정에 사인한 지 이틀도 안 되서 이번 공격을 감행하였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인 에후드 바라크는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하는 무장세력의 로켓 발사능력 억지를 위한 작전의 시작에 지나지 않을 뿐 이라고 언급하였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이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정해놓은 목표에 도달할 거다"라며 이번 암살과 가자지구 폭격이 단지 일회성 공격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이번 공격에 대해 자바리가 이끌었던 하마스의 준 군사조직인 에제딘 알 카삼여단은 공식성명서에서 '이스라엘 스스로 지옥문을 열었다'고 하였고, 하마스의 대변인 파지 바훔은 이번 공격이 "선전포고"라고 하였다.

하마스는 자바리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측에 2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였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는 하마스의 로켓, 군사시설을 타깃으로 계속 공격할 것이고 이는 우리가 원하지 않은, 강요된 공격일 뿐"이라며 공격을 지속할 것을 암시하였다.

이스라엘 군의 이번 표적 암살과 가자지구 공습으로 12일 체결되었던 평화협정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물론이고, 많은 국가들이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를 비롯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항의성명을 발표하였고 러시아, 영국 등의 국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였다.

당분간 하마스는 로켓발사로,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중폭격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로켓 원점지 타격이라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감행하는 공중폭격에 희생되는 대부분이 민간인이란 점이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전쟁으로 도시의 많은부분이 파괴되고 1400여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이후 많은 후유증을 안고 있는 가자지구에 또다른 전쟁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 군의 군사작전의 형태로 봤을때 더 큰 확전은 곧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희생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약 한 달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납치된 길라트 샬리트 일병을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1400명이 사망하였고 수천명이 부상당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군사 전력의 차이로 인해,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이나 마찬가지었다. 특히 그들은 민간가옥, 병원, 유엔학교등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였고, 국제법으로 금지된 용도로 백린탄을 사용하여 많은 비난을 받았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어린아이었다. 이후 국제 평화활동가들은 공습과 봉쇄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에 의약품 등 필수 구호물자를 실은 배를 수차례 보냈으나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되었고 이후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2010년 이스라엘 군은 플로틸라라는 비무장 구호선에 무장한 특수부대를 보내 9명의 터키 활동가를 살해했다.


이스라엘, 트위터로 선전포고하고 생중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하마스의 주요 지도자인 아흐메드 자바리의 제거 소식을 알리며 트위터에 게재한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IDF;The Israeli Defense Force)이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기자회견 대신 트위터로 공격사실을 알렸다. 선전포고를 트위터로 한 셈이다.

IDF 공식 트위터에는 태평양 기준시로 오전 7시쯤 “테러사이트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 & 작전중 #가자지구에서, 그들 중 우두머리인 #하머스 & 이슬라믹 지하드 타켓”이라는 최초의 트윗 문구가 올라왔다. 이 트윗은 1억4000만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최신 화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트위터 내의 용어인 해시태그까지 사용했다.

IDF는 이후로도 공습 상황 및 하머스가 이스라엘 국민에게 행한 폭력 그리고 이스라엘군이 공격한 가자지구 상황 등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또 플릭커와 페이스북에도 이스라엘군이 공격하는 사진 등을 게재했다. 태평양 표준시 오전 12시쯤에는 #가자, #하마스 그리고 #이스라엘이 트위터 네트워크에서 실시간 급상승 키워드가 됐다.

정규군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전투 상황을 생중계한 것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2010년~2011년 이집트와 튀니지의 등 ‘중동 민주화 혁명’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소셜 미디어는 집권세력이나 정규군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보여줬다.

IT전문매체인 올씽스디지털은 15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전포고를 하는 ‘소셜 워페어(Social Warfare)’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 방위군이 제공하는 정보는 실시간으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전략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전파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플릭커 등 소셜미디어는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런 용도로 소셜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이 이용약관에 적법한 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공식 영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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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세 미만 어린이 인구 2030년엔 남한 추월"

출산율 0.83명 높아

북한과의 체제 대결에서는 승리했으나, 향후 인구 경쟁에서는 남한이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한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추락한 반면, 북한은 기존 인구의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2008년 북한 인구센서스 분석과 문제점'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북한 여성의 출산율은 2.02명으로 남한(1.19명)보다 0.83명이나 높았다. 북한 전체인구 2,405만2,000명 중 10세 미만(355만6,000명) 비중도 14.79%로, 같은 시기 남한 비율(10.4%)보다 4.3%포인트나 높았다. 북한은 10대 인구 비율(16.9%)도 남한(13.6%)보다 높았으며 20대(14.8%)에서 남북이 같아진 뒤, 30대 이상에서는 남측이 줄곧 높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출산율이 유지돼 10세 미만 인구가 2008년 수준에서 하락하지 않는다면, 2030년대 말에는 남한의 10세 미만 인구를 추월하게 된다. 정부의 출산율 제고대책이 중간 수준의 효과를 발휘해도 2039년에는 남한의 10세 미만 인구가 현재의 72% 수준인 370만명으로 하락한다는 게 통계청 추계다. 또 출산장려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면, 2022년 전후부터 10세 미만 인구가 북한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한편 KDI는 "북한이 2008년 인구센서스에서 '군인 숫자'(거주지 미분류)를 70만명이라고 발표했으나, 통계 조작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재추정하면 국내외에서 일반적으로 추정하는 116만명이 맞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25~29세 연령대(5.03%)의 '거주지 미분류' 비율을 20~24세(21.7%)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발표했으나, 북한 군의 긴 복무기간(10년)과 영외 거주 가능성을 감안하면 북한 군대의 총 규모는 100만명을 훨씬 넘는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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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화약고 `가자` 일촉즉발…전쟁 임박

지난 14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군사조직 수장인 아흐마드 알자바리를 사살하면서 촉발된 양측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까지 불사하겠다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하마스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2008년 이후 4년 만에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까지 사흘간 팔레스타인에서는 민간인을 포함해 19명이 숨지고 235명 이상이 다쳤으며 이스라엘에서는 3명이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군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대폭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을 계속하면 이스라엘은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또 가자지구의 군사 작전 확대를 위해 예비군 3만명 소집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측은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가능한 옵션을 준비하고자 예비군 소집 확대를 승인했다"며 "정부 승인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도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격파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하마스의 군 최고사령관이 숨졌지만 적과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하마스에 책임을 돌리면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하마스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아랍 국가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비판했으며 주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하고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헤샴 칸딜 총리를 가자지구에 파견하기로 했다. 시리아와 터키 정부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공격을 비난했다. 아랍연맹은 이집트 요구에 따라 17일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정전 합의를 타진하기 위해 다음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오전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해 가자시티 인근 텔 알 하와에 위치한 하마스 내무부 청사도 파괴됐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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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달라도 너무 다른 독일

독일 정부가 유대인 홀로코스트(대학살) 피해자들 중 아직 보상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보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7년이 지났지만 독일은 과거사를 반성하며 보상을 계속하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 일본과는 다른 모습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사진)은 베를린 소재 유대인 박물관에서 율리우스 베르만 유대인배상회의(JCC) 의장과 만나 홀로코스트 피해 보상을 위해 제정된 '룩셈부르크 협약'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15일 보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날 독일 인포라디오방송에서 "동유럽과 옛 소련 지역에는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면서 "신청하면 지금이라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정부는 동유럽 지역 홀로코스트 생존자 8만명에게 보상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전 세계 10만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생계 지원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일시금 2556유로(약 355만원)와 매달 300유로(약 42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독일 정부는 1952년 나치가 유대인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30억마르크(2조1000억원)를 보상했다. 독일 정부가 지금까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금액은 700억달러(76조2000억원)에 달한다.

쇼이블레 장관은 "보상금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우리가 저지른 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 등을 경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보상 확대 발표에 대해 유대인 단체들은 환영했다. 미국인 유대인 평의회의 데드리 베르거 베를린 지국장은 "늙고 약해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더 각별한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독일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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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휩싸인 日·英 유명 방송인

일본과 영국의 유명 방송인들이 연이어 성추문에 휩싸였다. 일본 NHK의 아나운서는 전철 성추행으로, 영국 BBC의 전직 진행자는 아동 성범죄로 공영방송의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NHK의 아침 뉴스 '안녕 일본' 주말 진행자인 모리모토 다케시게(47ㆍ왼쪽)는 지난 14일 저녁 7시 45분께 도쿄 시부야 인근 전철에서 20대 여대생의 옷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모리모토는 이날 동료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집과 반대 방향의 전철에 탑승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의 신고로 현장에서 체포된 모리모토는 경찰에게 "귀가하던 중이었을 뿐 (피해 여성을) 만진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NHK 측은 "관계자와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면서 "사실관계를 조사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유명 MC의 생전 성범죄 파문으로 이미 진통을 겪고 있는 BBC는 전 진행자 데이브 리 트래비스(67ㆍ오른쪽)가 아동 성범죄 혐의로 15일 경찰에 체포됨에 따라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 경찰은 지난해 사망한 BBC 유명 진행자 지미 새빌의 아동 성범죄를 수사하던 중 60대 남성을 아동 성범죄 혐의로 체포했는데, 그는 1993년까지 BBC 라디오1의 진행자로 활약한 트래비스로 확인됐다고 15일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경찰은 트래비스가 새빌의 범죄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성범죄로 경찰에 체포된 BBC 출신 진행자는 마이클 수터 노퍽지국 전 진행자와 트래비스 2명으로 늘어났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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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지속 가능 경제, 재생에너지에 달렸다

■에너지명령(헤르만 세어 지음, 고즈윈 펴냄)

이 책의 제목은 19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빌헬름 오스트발트(Wilhelm Ostwald)가 1912년에 출간한 저서 '에너지 명령'(Der energetische Imperativ)에서 유래했다.

오스트발트는 칸트의 '정언 명령'을 차용해 제목을 붙인 이 책에서 "화석 연료라는 뜻밖의 유산이 지속적인 경제의 원칙들을 놓쳐 버리고 되는대로 살게 유혹했다"며"또 화석 연료는 필연적으로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는 전적으로 태양 복사(solar radiation)의 에너지 공급에 근거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르만 셰어는 오스트발트가 에너지 혁명에 부여한 '도덕률'을 넘어 '자연법칙적' 의미를 강조해 그 급박함을 지적한다.

"도덕률의 준수 여부는 도덕적인 문제다. 이 물음은 사회적 공동생활의 품질을 결정한다. 그러나 자연법칙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도 허용하지 않는다. 자연법칙의 무시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와 결국 칸트의 윤리적 원칙들 역시 실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셰어의 주장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자연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천부적 '인권'의 유일한 해답으로 설명한다. "종래의 에너지 시스템을 고수하는 한, 삶의 현실에서 기본권의 실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깨끗한 공기와 사용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인권, 또는 실제로 지속적인 (즉 다음 세대들을 포괄하는) 경제 방식에 대한 인권이 해당된다. 이 모든 권리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변화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저자의 논리는 간명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변화는 인권에 근거를 둘 수 있는 정치적인 행동의무"라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유예해야 할 어떤 윤리적 정당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1만5,000원.

우현석 선임기자 hnskwoo@sed.co.kr

 

에너지 명령(재생가능에너지로의 100퍼센트 전환은 바로 지금 이다)

저자 헤르만 셰어(HERMANN SCHEER)는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1980년부터 2005년까지 여덟 번이나 연방의원에 당선된 현실 정치인이다. 유럽태양에너지학회 의장, 세계재생가능에너지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독일 재생가능에너지법안의 선구자이자 새롭게 설립한 국제재생가능에너지기구의 발기인이다. 최근까지 태양에너지 확산과 관련된 국제사업에 참여했다. 대안 노벨상, 세계태양에너지상, 세계 바이오에너지ㆍ풍력ㆍ태양에너지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타임》지에서 ‘녹색 세기를 만든 영웅(HERO FOR THE GREEN CENTURY)’으로 선정됐다. 지은 책으로 《정치인을 위한 변명(DIE POLITIKER)》,《태양 에너지와 세계 경제(SOLARE WELTWIRTSCHAFT)》, 《에너지 주권(ENERGIEAUTONOMIE)》 등이 있다

 

1부 현재에 대한 점검

1장 재생 가능 에너지의 대안은 없다: 오랫동안 배척된 자연법칙적 명령

1. 현상의 힘: 화석/핵에너지 공급의 세계상
2. 잘못된 평가: 전통적인 에너지 사유의 연금술
3. 100퍼센트 시나리오: 기술적 가능성부터 전략까지
4. 구조적 갈등: 상반되는 에너지 시스템 간의 긴장 관계
5. 동원: 정책 전복을 위한 에너지 변화

2장 지연의 방법과 심리학: 정체, 유예 및 (비)자발적 동맹
1. 조직된 미니멀리즘: 세계 기후 회의와 탄소 배출권 거래
2. 무너지기 쉬운 다리: 핵에너지와 CCS 발전소의 함정
3. 시장 자폐증: 재생 가능 에너지에 관한 네 가지 거짓말
4. 시민의 정치적 용기 박약: 미래를 걸고 도박하다

3장 사이비 진보 브레이크 슈퍼그리드: 데저텍 및 북해 프로젝트는 새로운 거인증
1. 슈퍼그리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발목을 잡는 우회로
2. 사회학이 빠진 과학 기술: 예측 불가능한 데저텍 프로젝트
3. 경솔한 계산: 시텍의 경제적 효과
4. 우선순위 갈등: 슈퍼그리드 플랜의 정치적 오용

2부 100퍼센트를 위한 ‘창조적 파괴’로의 도약

4장 촉진: 재생 가능 에너지의 자유로운 발전

1. 시스템 파괴자: 에너지 주권을 위한 과학 기술 잠재력의 성장
2. 주역: 재생 가능 에너지로 나아가는 사회적 경제적 운동
3. 우선권: 사회적 용인을 위한 현대의 질서 자유주의 체제
4. 공동 재산: 에너지 대비를 위한 자치 단체의 역할

5장 생산적인 판타지: 경제 명령으로서의 에너지 변화
1. 시너지: 다기능적인 활용을 위한 신제품
2. 변환: 비생산적인 경제 부문의 용도 변경
3. 해방: 개발 도상국의 기회와 ‘데저트 경제(DESERT-ECONOMY)’
4. 예방: 에너지 수출국의 미래 가능성

6장 ‘의제 21’의 재장전: 에너지 변화를 위한 세계 연방제적 발의
1. 350피피엠: 확대되는 농업 및 임업을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 행동
2. 제로 배출에는 ‘무이자’: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개발 신용 대부
3. 인간의 잠재력: 국제적 교육 공세와 IRENA의 역할
4. 원자력 시대의 청산: 세계적인 핵무기 금지를 통한 핵에너지 하차

7장 가치 결정: 에너지 경제주의 대신 사회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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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과학적 방법 통한 창업 성공 전략 제시

■린 스타트업(에릭 리스 지음, 인사이트 펴냄)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과학의 결과물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사회다. 과학이 이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검증 가능성과 재현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창업이나 비즈니스 세계의 성공은 개인의 영웅담이나 미담성 교훈으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 극도로 불확실한 창업환경에서 과학적 방법을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주목 받고 있는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운동은 그러한 질문에 대한 방법론이다

이 책은 창업과 사업성공의 경우도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과학적 실천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린 스타트업의 창시자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창업 실패와 성공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에 필요한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치밀한 시장 조사를 거쳐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을 인원과 자본이 제한된 신생기업에서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이점을 간파하고 기존 방식과 달리 빠른 피드백을 통한 제품 개발과 신속한 과학적 실험 같은 실천을 통해 고객이 정말 무엇을 바라는지 배우는 데 집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 신생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계획을 조정하며 사업과 회사를 성장시키고 확장하는 기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또 대기업의 경우도 신생회사와 마찬가지로 혁신과 새사업 창출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결국 린 스타트업 방법론으로 그와 같은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다고 제안한다. 대기업 내에서 혁신 조직을 숨겨 개발하는 방식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고, 적절한 합의와 보상 체계 내에서 혁신 조직의 성과가 원래 조직에 반영되는 일련의 전략도 제시한다.

정승양기자 schung@sed.co.kr

 


린 스타트업(실리콘밸리를 뒤흔든 IT 창업 가이드)

 

2000년대 초기 불었던 벤처창업을 되돌아보면 '열에 아홉은 실패한다'는 아픈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벤처창업을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새로운 출발, 도전정신, 패기를 다시금 북돋아 주며 벤처창업의 아픈 기억을 지우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단지 용어만 바뀐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창업의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을 계속해서 발전시켜왔다. 이 발전의 결과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린 스타트업이다.

린 스타트업의 핵심은, 플랜 B, 플랜 C에 있다. 출발 당시 세웠던 플랜 A를 절대적으로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적절하게 계속 플랜 B, 플랜 C로 발전시키는 것을 '성공하는 비결'로 제시한다. IT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높여 있다. 창업 당시의 플랜 A가 속도에 뒤처지는 것은 당연하다. 완벽한 플랜 A를 준비하기보다는 빠르게 플랜 B, 플랜 C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린 스타트업은 그래서 저비용 고효율 창업이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플랜 A, 플랜 B, 플랜 C를 실천하기 위한 사업 계획 수립과 고객 인터뷰 방법, 스타트업의 효율을 위한 업무 지침에 이르기까지 저비용 고효율을 가능케 하는 린 스타트업의 진수를 보여준다.

 

파트 1. 로드맵을 작성하라
__1장 메타 원칙
____1단계: 플랜 A를 문서화하라
____2단계: 사업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을 식별하라
____3단계: 계획을 체계적으로 테스트하라

__2장 린 경영 사례
____사례 연구: 어떻게 이 책을 집필했는가 반복 개선했는가

파트 2. 플랜 A를 문서화하라
__3장 린 캔버스 작성
____가능 고객 브레인스토밍하기
____린 캔버스 작성
____이제 여러분의 캔버스를 작성하라

파트 3.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을 식별하라
__4장 우선순위 결정
____위험이란 무엇인가?
____다양한 사업 모델의 순위를 정하라
____외부의 조언을 구하라

__5장 실험 준비
____문제/솔루션 팀 구성
____효과적으로 실험하기
____반복 메타 패턴을 위험에 적용하기

파트 4. 계획을 체계적으로 테스트하라
__6장 고객 인터뷰 준비
____설문 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하지 말라
____그러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은 어렵다
____가망 고객 찾기
____고객 인터뷰를 반대하는 의견

__7장 문제 인터뷰
____문제 인터뷰에서 알아내야 할 것
____문제 테스트
____반증 가능한 가설 수립
____문제 인터뷰 시행
____여러분은 문제를 이해하는가?

__8장 솔루션 인터뷰
____파악해야 할 것
____솔루션 테스트
____가격 테스트
____테스트할 가설 수립
____솔루션 인터뷰 시행
____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

__9장 MVP 구축
____제품 개발 과정은 학습에 도움이 안 된다
____MVP 축소하기
____처음부터 지속적 배포를 구현하기
____활성화 흐름 정의하기
____마케팅 웹 사이트 구축

__10장 측정 준비
____실행에 옮길 수 있는 지표의 필요성
____지표는 사람 중심이다
____간단한 퍼널 보고서로는 충분하지 않다
____코호트를 이용하라
____전환율 대시보드 구축법

__11장 MVP 인터뷰
____알아내야 할 것들
____테스트 가능한 가설 수립
____MVP 인터뷰 시행

__12장 고객 생애 주기 검증
____고객이 의견을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들어라
____시험 서비스의 문제를 파악하라
____서비스 개시 준비가 되었는가?

__13장 과잉 기능
____기능을 사용자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____80/20 규칙을 구현하라
____기능 파이프라인을 관리하라
____새 기능 요청을 처리하라
____기능 생애 주기

__14장 제품/시장 적합성 평가
____제품/시장 적합성이란 무엇인가?
____숀 엘리스 테스트
____'적절한' 매크로 지표에 초점을 두라
____매출은?
____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구축했는가?
____제품/시장 적합성에서 시장은?
____요약

__15장 마치면서

__부록. 린 스타트업 운영을 위한 여섯 가지 노하우
____저비용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구축법
____린 스타트업에서 몰입해 일하는 법
____SaaS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법
____티저 페이지 구축법
____지속적 배포를 시작하는 법
____전환율 대시보드 구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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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영화배우 "꾸준한 작품활동 비결요?…유머와 절제 덕분이죠"


한경과 맛있는 만남 - 안성기 영화배우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공식직함만 20개 넘어…신영균재단 사업도 총괄

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까지 맡아…운동으로 체력 다져…골프 '싱글'

화재 다룬 재난영화 '타워'로 곧 팬들 다시 찾아갈 것


‘국민배우’ 안성기 씨(60)는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의 미식가는 아니다. 일 때문에 스태프와 자주 들르는 맛집이 있기는 하다. 최근 폐막한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사무국에서 가까운 일식집 ‘단’. 신문로의 서울역사박물관 옆에 있는 이 식당이 영화제 집행위원장 겸 심사위원장인 그의 단골집이다.

“도시 한복판에 정원을 갖춘 이 식당에 오면 여유가 생겨요. 운치가 있고 음식 맛도 좋지요.”

식당은 일본풍 적산가옥이다. 앞마당에 감나무 은행나무 외단풍 자작나무 대나무 등이 제법 빽빽하다. 숨가쁜 일정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하다.

그는 올 들어 두 편의 영화 ‘부러진 화살’과 ‘페이스메이커’를 선보였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굿다운로더캠페인 공동위원장,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비롯해 10여개 영화제의 집행위원 일도 맡고 있다. 공식 직함만 20개가 넘는다.

우리 주변 소시민의 애환을 대변하며 55년 영화 인생을 살아온 그와 점심을 즐기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년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소감을 물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경쟁 단편영화제입니다. 10년을 버틴 것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간다는 약속이기도 하지요. 국내 단편영화의 좌표 역할을 하면서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제는 자리가 잡힌 느낌이에요.”

전채 요리로 샐러드가 들어왔다. 두부와 토마토, 양상추 등에 향긋한 일본 소스를 얹은 드레싱이 입안에 청량감을 준다. 그는 이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심사위원장을 겸한 사연을 들려줬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의 데뷔 단편영화 ‘심사위원(JURY)’에 등장한 5명의 출연진이 그대로 심사위원까지 맡는 이벤트라는 것이다. 극 중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배우 강수연은 다른 심사위원이 왕년의 톱스타였던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발끈해 멱살잡이 소동을 일으켜 웃음을 자아냈다. 안씨는 정반대 의견을 내고서는 싸우는 심사위원들에게 애매한 표정으로 “다 옳다”고 해 또 한번 웃음을 준다.

“심사위원은 가급적 안 하려고 해요. 심사위원장을 해보니까 수상하지 못한 분들이 섭섭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바쁘기도 하고요.”

생선회가 상에 올라왔다. 도미, 광어, 농어, 방어에다 성게알, 전복, 참치 뱃살까지 푸짐하다. 쫄깃한 게 식감이 좋다. 참치 뱃살도 입안에서 녹았다. 생선회 맛을 음미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색, 계’의 여주인공 탕웨이와 공동으로 MC를 맡았던 느낌을 물었다. 국내 영화제에 외국 배우가 사회자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탕웨이와의 진행은 동시통역돼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배우들이니까 대사를 주고받는 느낌을 금세 알아챈거죠. 각종 영화 행사에서 매년 두세 차례 사회를 봅니다. 그런데 MC는 저하고는 잘 안맞는 느낌입니다. 즐기지 못하고 부담스러워하니까요.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즐기는데….”

그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긴급 구호지역을 찾아 실상을 알리고 모금 활동도 벌인다. 지난 20년간 코트디부아르 빈민, 가나,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 등 14개국을 다녀왔다. 1년6개월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꼴이다.

“유니세프 활동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우리가 어릴 때 받은 유니세프의 도움을 갚는 게 인간적인 도리입니다. 이제 지구촌은 하루 생활권이에요.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도 우리 이웃입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나 유니세프에는 10년, 20년씩 계속 참여했어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랫동안 가는 타입입니다.”

그는 광고에서도 최장수 출연 기록을 세웠다. 1983년부터 맥스웰과 맥심 등의 커피광고 모델에 나서 내년이면 30년을 맞는다. 그 다음으로 김혜자 씨가 26년간 ‘다시다’ 모델로 활동했다.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 따뜻한 요리를 먹었다. 병어구이와 생대구탕이다. 일본 된장을 살짝 발라 구운 병어가 고소하다. 제철 생선인 생대구는 살이 차 있고 담백하다.

지난해부터 열정을 쏟고 있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직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 씨가 기증한 재산으로 영화인 자녀 장학사업을 비롯해 시나리오와 단편영화 등에 지원하는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미래를 짊어질 후배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제 2년째라 미미하죠. 씨를 뿌리는 단계예요. 10~20년 후에는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조만간 명보극장의 한 관을 옛 영화나 예술영화를 보여주는 극장으로 다시 살려낼 계획입니다.”

그는 연기 외의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했다. 좀 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활동을 좀 더 한 뒤 여유를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에게 이처럼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과 믿음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을) 맡기면 잘할 것이란 믿음 말이죠. 허술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하하. 덕분에 저는 슬럼프를 겪지 않고 현명하게 잘 넘겨온 것 같습니다.”

다섯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영화에 단독 주연으로 나섰고, 2000년대 들어서는 주연과 조연을 병행했다. 요즘에도 연 평균 1.5편 정도 출연한다. 꾸준히 작품이 들어오는 데는 후배들과 관계 맺기를 잘하는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편한 사람이 돼야 합니다. 적당한 유머와 절제가 조화를 이뤄야 하고요. 말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안돼요. 나이가 들면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힘들어 해요. 분위기도 이상해지고요. 후배들과 무조건 소통해야 합니다.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맞춰야 합니다.”

출연료를 스스로 낮춘 일화는 유명하다. 한두 번 그랬다가 불이익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저한테 사정하면 들어줄 것 같다는 거예요. 그게 저의 몫이고 매력이기도 하니까 하는 수 없지요.”

"인생살이도 영화도 영원한 상승곡선은 없어"

     

일식 초간장 소스를 얹은 안심 스테이크와 채소를 입에 넣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전해졌다. 뒤이어 나온 도미 머리 조림도 일품이다. 간장과 도미살 맛이 잘 어울렸다. 그는 “음식이 너무 많다”고 말하면서도 남기지 않았다. “많이 먹는 편이에요. 체중 관리를 위해 억지로 먹는 것을 줄이지는 않아요. 대신 운동을 많이 합니다. 1주일에 3~4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나이에 비해 센 강도로 1시간씩 운동합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골프. 핸디캡 6,7정도의 아마 고수다.드라이브샷 거리도 220~230야드나 된다. 올해 개봉한 영화의 흥행 성적은 반반이다. 석궁 테러를 한 교수 역으로 나온 ‘부러진 화살’은 대성공했고, 조연으로 나선 ‘페이스메이커’는 실패했다.

“‘부러진 화살’이 그렇게 잘 될 줄 아무도 몰랐어요. 좋게 평가해줘 일을 해나가는 데 큰 용기를 얻었어요. 상이나 호평받는 것은 굉장히 좋은 선물입니다. 무관심하면 힘이 더 들죠.”

‘페이스메이커’에서는 마라토너로 나온 김명민을 돕기 위한 감독 역이었는데 캐릭터가 너무 단선적으로 그려진 게 화근이라고 자평했다. “시행착오죠. 결과를 알면 너무 쉬운데….”

올겨울에는 화재 재난 영화 ‘타워’에서 조연인 소방서장 역으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1980년 ‘바람불어 좋은날’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약한 소시민 역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1980년대라는 시대가 만들어준 인물이죠.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인물은 다루기 어려운 시대여서 풍자적으로 어리석거나 약간 모자란 모습으로 그 시대를 얘기했지요. 순수하고 사람 좋은 느낌의 캐릭터가 저하고 많이 닮았어요. 2000년대 들어서는 세상이 많이 변해 다양한 역할을 맡았죠. ‘실미도’나 ‘부러진 화살’ 등에서는 냉정한 인물, ‘라디오스타’에서는 무능하지만 인간적인 매니저, ‘피아노치는 대통령’에서는 연애하는 대통령 역 등을 했죠.”

그는 한국영화가 전성기를 맞은 것에 감회가 크다고 했다. “1980년대 영화는 거칠면서 이야기하기에만 급급했어요. 다양성도 없었고요. 지금은 소재와 주제가 다양해졌고 만듦새도 세련됐어요. 하지만 항상 상승곡선을 타는 것은 없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죠. 그러니 후배들도 길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눈앞에 닥친 일에 일일이 반응하면 너무 힘들어요. 충격이 왔을 때 완화시켜 받아들이고, 기쁘다고 너무 들뜨지 말아야겠지요. 가장 큰 절망은 일을 못한다는 거예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매진하면 좋겠어요.”

안성기의 단골집 

2.5㎏ 넘는 생선으로 회 … 새우튀김도 바삭

서울 신문로에 있는 일식당 단은 2009년 9월 문을 열어 3년 남짓한 역사를 지녔다. 황정현 사장이 일본에서 10여년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워커힐호텔 주방장을 고용해 정통 일식당을 차렸다.


이 식당은 회와 초밥 위주가 아니라 일본의 보통 요리집처럼 조림과 볶음을 많이 내놓는다. 또 2~3인이 함께 식사를 해도 회를 개별로 내놓는 게 특징이다. 일본의 식문화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황 사장은 2.5㎏ 이상 생선을 횟감으로 쓰기 때문에 육질이 좋다고 강조한다. 생선은 커야 맛있지만 클수록 원가가 비싸진다. 이 때문에 웬만한 일식집에서는 작은 크기의 생선을 내놓는다고.

새우튀김도 큰 것을 쓰기 때문에 머리가 특히 바삭바삭하다. 조림 요리에 사용하는 도미 머리는 별도로 구입한 게 아니다. 회를 발라내고 남은 것이기 때문에 하루에 2~3개만 나온다. 점심 코스는 3만~4만원이다. 저녁 코스는 5만원부터 8만원, 10만원, 12만원까지 있다. 3만원짜리 점심 세트 메뉴는 회, 초밥, 우동, 새우튀김, 조림, 생선구이, 닭고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12만원짜리는 회가 한 번 더 나온다. 참치 뱃살 등도 최고 품질이다. (02)720-8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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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5년마다 칼질당하는 정부조직…새정부 '대수술' 예고



또다시 ‘쪼개고 붙이고 새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 공약들에는 부활과 해체, 신설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5년 주기로 개편을 반복해온 정부 조직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수술이 예고되면서 조직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직 변화에 따른 득실을 놓고 관료들의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입맛따라 쪼개고 붙이고

최근 주요 대선 후보 캠프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현 15개 중앙 부처를 17개로 2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과거 과학기술부 업무 영역과 정보방송통신(ICT)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이 핵심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기부, 정보통신부, 해수부 부활은 물론 중소기업청을 중소상공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국가 장기계획 수립을 담당하면서 예산권을 갖는 미래기획부 신설과 해수부 부활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개편이 대통령 5년 단임제 국가에서 너무 잦다는 점이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설치한 국토안보부를 제외하곤 1988년 이후 현 행정조직을 24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01년 관료주의의 상징이던 대장성을 없애고 부처 수를 절반으로 줄인 뒤 10년 넘게 12개 성청(省廳)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무려 8차례에 걸쳐 조직의 틀을 바꾸면서 부처 통합 15건, 부처 신설 5건 등 총 20건의 개편이 이뤄졌다. 뗐다가 붙이는 과정도 복잡하기 짝이 없어 웬만한 공무원들은 제대로 기억하기도 어렵다. 1994년 체신부에서 확대 개편한 정통부의 경우 2008년 4개 부처로 쪼개져 흩어졌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작정 개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물리적인 이합집산보다 기능별로 부처 간 업무 연계를 강화하는 행정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약 실천에 필요 vs 안정성 저해

물론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와 공약사항이 다른 만큼 조직도 그에 맞춰 유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과 공약을 구현하기 위해 개편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이 저마다 혁신논리를 앞세우며 큰 폭으로 정부조직을 흔들면서 관료들의 피로감 또한 큰 것이 현실이다. 새 조직이 안착하기까지는 대개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조직과 업무의 안정성도 저해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요즘 정부조직 개편 공약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처는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과거 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 조직을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옛 정통부의 정보기술(IT) 산업정책 부문을 흡수했고, 국토부는 해수부의 조직 대부분을 흡수해 탄생한 부처다. 특히 과거 정부 출범 때마다 ‘상공부→상공자원부→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등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조직 개편의 중심에 서 있었던 지경부는 정통부 복원으로 산업 정책의 중요한 한 축인 IT 분야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해수부 부활에 대한 국토부 반응은 엇갈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건설교통부 출신 직원들은 업무 시너지를 강조하며 부처 분리를 반대하지만 옛 해수부 출신들은 해양자원 개발 및 해양주권 강화를 위해 해수부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재경부에서 떨어져 나와 금융위원회로 이동한 공무원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금융정책부서 공무원들은 기획재정부로의 통합 대상에 오르는 동시에 세종시로 이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처간 공동관리시스템 주장도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5년마다 반복되는 정부 조직개편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중앙부처 1급 인사는 “부처 개편으로 조직을 세팅하는 데 1년, 새 정책을 짜고 업무에 적응하는 데 1년 등 새로운 조직이 본격적인 정책을 펴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며 “대통령 5년 단임제 시스템에서 너무 잦은 조직개편은 오히려 국가적인 손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위적인 조직개편보다는 부처 간 공동목표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운 큰 목표를 중심으로 각 부처들이 공동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부처 조직개편은 중소업계, 해양업계 등의 집단적 요구를 들어주는 창구로 오남용될 때가 많다”며 “부처 안의 국(局) 또는 실(室) 차원의 변화로 부처 단위의 개편을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호/류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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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50여년간 신설 부처 5개 불과

우리나라의 정부조직 개편이 얼마나 빈번하게 이뤄지는지는 미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 조직은 1960년대 이후 큰 변화가 없다. 15개 중앙부처 중 지난 50여년간 신설된 부처는 주택도시개발부와 교통부(1966년) 에너지부(1977년) 교육부(1979년) 보훈부(1988년) 국토안보부(2002년) 등 5개에 불과하다. 2001년 9·11 테러로 국토안보부가 설치되기까지 14년간 신설 부처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의 행정부처는 전통적으로 대부처주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상무부의 경우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기능까지 포괄하고 있고 국가 연구·개발(R&D)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2001년 1부 22성청(省廳)을 1부 12성청으로 축소한 일본 역시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품경제 붕괴로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은 조직개편을 통한 정부 부문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예산, 세제, 금융 등 경제정책 권한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 대장성은 예산과 세제 업무를 담당하는 재무성으로 축소됐다.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 업무는 신설된 금융청으로 넘어갔다. 문부성과 과학기술청이 문부과학성으로 통·폐합됐고 통상산업성은 경제산업성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한 대선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직을 떼었다 붙였다가 하는 일이 반복되는데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조직 안정과 연속성을 해친다는 주장은 공무원들의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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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적일까 파트너일까…시험대 오른 G2 뉴리더십



‘오바마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이끄는 ‘신(新) G2시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세계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향해 점점 다가가는 형국에서 G2의 뉴리더십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양국 간 글로벌 패권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 특히 패권경쟁이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여 한반도에도 온기와 냉기가 수시로 교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일단은 자국에 떨어진 ‘발등의 불’부터 꺼야하는 입장이어서 곧바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G2의 새로운 리더십은 각각 4년(오바마 2기 임기), 10년(시진핑 임기)이다. 

 

#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미국과 중국의 뉴리더십이 출발부터 갈등으로 치닫을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막대한 미국의 국가부채를 줄이는데 따른 ‘재정절벽’(fiscal cliff·정부 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에 따른 경제충격) 위기를 차단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업률을 낮춰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미국의 경제살리기는 달러·위안 환율, 중국의 수입규제 등과 일정 부분 맞물려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오바마 2기 행정부는 갓출범한 시진핑 체제를 성급하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역시 해결해야할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심각한 양극화 해소, 정치 개혁, 경제시스템 선진화, 소수 민족 갈등 해소, 본인의 리더십 구축 등은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G2가 당분간 국내 문제 때문에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화전쟁 수위 높아질까

G2 대립의 기본구도는 중국의 팽창정책과 미국의 포위정책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활동 무대를 꾸준히 넓히려 하고 미국은 이를 억제하려 한다. G2가 전방위에서 수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막강해진 경제력을 무기로 경제활동 무대를 지구촌 곳곳으로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노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미국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며 중국과의 무역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내 실업률 낮추기나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은 위안화 가치가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G2의 통화전쟁이 어느 수위까지 높아질지도 관심사다. 양국 모두 경기부진이 리더십의 발목을 잡고있는 상황이어서 달러나 위안화의 가치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미·중 간의 통화전쟁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내에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중국은 보유한 미 국채를 무기로 미국을 압박한다.

#패권의 전쟁터는 아시아

“오바마와 시진핑의 21세기 패권전쟁은 아시아에서 벌어질 것이다”(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

프리드버그 교수의 말대로 G2 새 리더십의 패권전쟁터는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2기의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이라는 외교정책을 더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재선이후 첫 순방국으로 아시아 3개국(태국 미얀마 캄보디아)을 선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핵문제가 걸린 이란, 내전으로 시달리는 시리아, 리비아 등의 중동이지만 아시아에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미국이 전통적으로 유럽에 치중해왔던 외교방향의 초점을 아시아로 이동하려는 것은 이 지역에서의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순방 3개국에서도 이런 속내가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은 미국이 최근 아시아 국가들과 잇달아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중국 봉쇄’로 보고있다. 중국 또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지역에서 G2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면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세련된 양다리 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시아에서 오바마 2기 행정부가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G2는'적이자 동반자'

G2의 관계는 오바마의 표현대로 ‘적이자 동반자’다. 사안에 따라 적(敵)에 방점이 찍히기도 하고, 동반자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가 불안할 수록 G2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란의 핵문제 등 민감한 국제적 이슈도 G2가 공조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에선 시진핑이 실용주의자여서 동반자의 색채가 좀 짙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군부와 밀접한 시진핑이 ‘힘의 외교’에 나서면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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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와 시진핑 사이…한국의 외교 전략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아시아가 패권경쟁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권 때보다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과 경쟁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 우리 정부와 민간의 상황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일방적인 북한편들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체제 안정을 중요시하겠지만 과거처럼 교조적 혈맹관계에선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위상이 커진 한국에 러브콜을 보낼 수도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경험을 살려 한·중 FTA를 잘 마무리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복귀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 2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열수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포용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과 경제는 물론 문화 교육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층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한·미 간 형성된 신뢰와 유대를 토대로 미·중 간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오바마-시진핑 시대에 미·중 간 갈등을 완화하고 양국 간 신뢰관계 구축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 논술 포인트 >

오바마-시진핑 G2시대의 과제와 전망을 토론해보자. 오바마와 시진핑의 리더십을 비교해보자. 뉴리더십의 G2시대에 걸맞은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지 논의해보자. 

[Cover Story] 오바마 vs 시진핑… G2 뉴리더십 궁합은?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역사는 대립과 협력의 산물이다. 어찌보면 세계의 역사는 강대국끼리, 때론 강대국과 약소국이 제휴해 서로 대립·협력하며 세력을 키워온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은 명분과 실리에 따라 국가의 처신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어느 시대든 파워의 중심국가는 있게 마련이다. 현재는 조그만 소도시인 로마가 세계를 지배한 시대가 있었고,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영국은 세계를 휘어잡은 지구촌 권력의 중심이었다. 한때 중국의 광대한 대륙을 지배한 몽골족의 오늘날 위상은 새삼 국가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준다.

21세기 지구촌 권력의 양대 축은 누가 뭐래도 미국과 중국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G2(주요 2개국·Group of Two)라는 개념은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시대적 용어가 됐다. 경기 부진으로 고심하는 나라들은 연일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국제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터질때마다 어느 쪽에 줄서기를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달 들어 불과 1주일 간격을 두고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시진핑으로의 중국 권력 이양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진용을 갖춘 G2 역시 때론 대립하고, 때론 협력하며 정치·경제적 국제질서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 테러 등 글로벌 이슈에선 사안별로 공조방안을 찾으면서 통화를 비롯한 양국 간 통상마찰은 더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경제를 회복시켜 추락하는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고, 중국은 커지는 경제력만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특히 시진핑 시대(향후 10년)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더 강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외교정책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어서 아시아지역 패권을 놓고 G2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G2 사이에 끼인 한국의 외교력 역시 혹독한 시험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가 우울모드에 빠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G2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좀 더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것, 소통의 통로를 넓혀 약소국가들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역시 G2의 새로운 리더십에 맡겨진 책무다. 오바마는 중국을 ‘적이자 파트너’로 규정한다. 대립하면서도 결국은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의미다. 전 세계는 오바마-시진핑의 뉴리더십으로 지구촌에 드리운 불확실성과 우울이 하루빨리 걷히기를 기대한다. 4, 5면에서 G2의 뉴리더십과 과제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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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글로벌 기업들, 이젠 미얀마로 간다…쏟아지는 '러브콜'



“아시아에 남은 마지막 기회의 땅.”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50여년의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선거와 시장개방 등으로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미얀마에는 최근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WSJ는 최근 세계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 ‘붐’을 미국 서부 개척시대로 비유하면서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과 많은 인구 등 성장 잠재력이 미얀마 ‘골드러시’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미얀마 정부가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하는 등 외국인투자 유인책을 쓰면서 외국 투자가 한층 더 활발해지고 있다. 반면 경제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회도 아직 불안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개방으로 미얀마 선점경쟁

글로벌 기업들은 미얀마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50년이 넘는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사실상 폐쇄국가였던 미얀마의 시장이 서서히 개방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수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이미 수십 개가 미얀마 진출 경쟁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카드와 비자는 미얀마 정부와 신용카드 사업 및 ATM 사업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코카콜라는 앞으로 3년간 2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미얀마 정부와 협의 중이다. 경쟁사인 펩시콜라도 최근 미얀마 진출을 선언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이으면서 미얀마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레오퍼드 캐피털, 베이건 캐피털, E&O캐피털 등도 미얀마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정부 관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태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서방 기업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3000억엔의 부채 탕감과 금융지원 재개를 약속받기도 했다.

일본 마루베니 미쓰비시 스미토모 상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미얀마 정부와 미얀마의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양곤 인근에 경제특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태국의 건설 업체와 석유화학 기업들도 경제특구 개발에 나섰다. 다른 나라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인도는 미얀마에 항만을 건설하고 전력케이블 공장 건설과 송전선 설치에 총 84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관계 개선 나서는 유럽국가들

유럽국가들도 뒤질세라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 4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서방국가 정상으로는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물론 미국과 유럽은 잇따라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 민족화합을 목표로 하는 평화센터 설립을 위해 내년까지 총 3000만유로(약 422억원)의 기금을 미얀마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서에서 “미얀마 평화센터 건립은 민족화합과 평화유지로 가는 초석”이라며 “EU는 민족화합과 평화유지로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미얀마 정부와 각 종족 이해당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패·인프라 부족은 여전

미얀마에 대한 외국 투자는 최근 미얀마 정부가 외국인 투자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인 대통령이 이달 초 의회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 법안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그간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 방안을 추진했으나 국내적으로는 시장개방이 미얀마 국내 기업들에 불리하다는 반대 여론에 직면해 왔다.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의 핵심은 외국기업과 미얀마 기업 간 합작투자시 과거 50%로 제한한 외국 투자가의 지분 상한선을 철폐하고 외국인에게 사실상 토지임대를 자유화하며 외국기업에는 5년 동안 소득세를 면세하는 것 등이다. 파격적인 개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했던 미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얀마로 단시간에 투자가 몰리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미얀마의 경제 및 산업 인프라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 및 전력문제다. 휴대폰은 물론 인터넷 이용이 어렵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미얀마 국민은 전체 국민의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의 26%만 전기를 쓰고 인터넷 보급률도 30%에 못 미친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ATM 사업을 따낸 것에서 보듯이 금융 시스템도 후진적이다. 게다가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미얀마의 부패 지수는 160위권으로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나 수단보다 높다.


투자를 계획하는 외국기업들이 사무소를 내기도 힘들다. WSJ는 제대로 된 사무실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더라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곤의 사무실 임대료는 0.1㎡에 84달러로 지난해 이후 2배가량 올랐다. 0.1㎡당 최고 72달러인 일본 도쿄보다 비싸다. 국제 부동산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대표인 토니 피컨은 “계약을 하러 왔다가 비싸서 돌아간 고객이 2주일 후에 다시 와서 이전보다 더 비싼 임대료에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종교 갈등에 따른 유혈 사태 등 사회적 불안도 미얀마의 투자 유치에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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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자원의 보고… 5900만명 내수시장도

각국이 미얀마 선점에 주력하는 이유는 우선 자원 때문이다. 미얀마는 원유, 천연가스를 비롯해 아연, 텅스텐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32억배럴과 3342억㎥(23조입방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구리, 니켈 매장량은 각각 11억과 4300만으로 세계 1위다.

또 미얀마는 인구 5900만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얀마의 평균임금은 태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약 3배 넓이인 국토와 약 3000㎞에 달하는 해안이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태국 등과 인접해 있어 지정학적 조건도 유리하다.

작년 12월 기준 미얀마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액은 약 4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139억4700만달러로 가장 많고 태국 한국 영국 싱가포르 순이다.

미국과 중국은 자원뿐 아니라 미얀마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얀마가 전략요충지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에 미얀마는 인도양 진출의 관문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해야 하는 미국에도 미얀마는 중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작년 미국 국무장관으로선 50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했다. 중국은 ‘안마당’ 격인 미얀마에 미국이 진입하자 투자 확대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와 자국을 잇는 가스,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또 각종 사업에 필요한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학교와 병원도 지어주기로 했다. 미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들의 미얀마 지원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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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후보가 질 수 있다는 전제로 단일화 임해야"

[오마이뉴스 윤찬웅 기자]

진행이 급물살을 타며 여론의 큰 관심을 모았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14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단일화 룰 협상 중단 선언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안철수 후보 측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한 일이 있었다면 대신 사과하겠다"며 거듭 사과와 협상 재개의 의사를 밝혔으나 안 후보는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상당 부분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던 두 후보의 '새정치 공동선언'도 룰 협상 중단을 계기로 발표 시기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15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팀장과 함께 단일화 협상 중단을 둘러 싼 양 후보측의 입장과 향후 상황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안철수 양보론' 나오면서 안 후보 측 "겉과 속 행동 다르다"며 단일화 중단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14일에 나왔던 한국일보의 보도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가 "금주가 지나면 안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로 취재원 보호로 인해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안철수 양보론'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이에 안 후보 측은 "문재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며 단일화 룰 협상을 잠정 중단 선언했다.

여기에 이태규 안철수 캠프 미래기획실장의 새누리당 전력을 문제삼으며 백원우 문재인 캠프 전 정무특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인신공격을 편 것 역시 안 후보 측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고, 안 후보 측에서 "문재인 캠프가 당원들에게 곧 진행될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에 필히 응해달라는 문자를 돌렸다"고 문제를 제기해 조직 동원 의혹까지 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 팀장은 "안 후보 캠프의 입장은 이렇게 하면 상호간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고 결국 이런 상태로 단일화를 한다고 한들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바는 안철수를 이기는 것이지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 측은 조직 동원이나 양보론에 대해서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진실공방으로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소장은 "세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저는 양보론 이외에 조직 동원이나 인신공격은 사유가 안 된다고 본다"며 안 후보 측이 이렇게 협상 중단을 선언할 사건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양보론에 대해서는 "양보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언론에 유포하는 것은 잘못된 것"며 "안 후보가 슬쩍 흘리고 있는 문재인 필패론이나 안철수 양보론은 모두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기 때문에 이게 가장 심각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소장은 안 후보 측이 제기한 조직 동원 가능성에 대해서 "그 정도 조직 동원이 구태면 정치를 없애버리고 정당을 없애버리라"며 "정당이 당원을 법적으로 두게 되어있고 정당 정치 활동이 허용되어 있는데 그걸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여론 조사 응답 격려가 정상적인 정당이 활동 범주에 있다는 주장.

"양측 협상하는데 이정도 진통 없으면 재미 없을 것"

이 소장은 "민주당이나 안 후보 측이나 상대 후보가 좋은 후보이고 상대가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제를 안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진다면 저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존중보다는 뒤에서 다른 소리를 해서 깎아 내리려고 하는 것이고 양보론도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수도 있고 또한 상대도 아주 좋은 후보라는 전제를 갖고 단일화에 임해야지 서로가 정말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장 팀장은 "안 후보 측 관계자와 통화를 하면서 중단 선언으로 인한 리스크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 리스크를 안고 갈 생각이고 리스크를 모르고 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핵심적 이유는 신뢰의 문제와 더불어 조직 동원 등이 단일화 이후 보수 세력에 의해 제2의 통진당 사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조직을 이용하여 선거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이 불안한 요소를 감지했다는 것.

이에 이 소장은 "너무 이 문제를 양자 간의 신뢰에 금이 갔다거나 불공정 경선행위를 했다거나 그렇게 과도하게 보면 안 될 것 같다"며 "양측이 협상하는데 이정도 진통이 없으면 재미가 없는 것이고 이 또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단일화 룰 협상 중단으로 인해 안 그래도 부족했던 시간이 더욱 촉박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 소장은 "흔히 말하는 국민 참여 경선은 어렵게 되었고 그렇다고 여론 조사로만 후보를 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지금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장 없지만 그럴수록 담판이 더 나은 방식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폈다.

이어 이 소장은 "집권 후의 프로그램이나 인사를 감안하면 상당히 여러 가지를 가지고 (교환하는) 몇 가지 '패키지 딜'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주고 받을 것이 후보직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니 한 쪽이 후보가 되면 다른 쪽에 뭔가 줄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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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단독 인터뷰]“나는 반정치·무이념주의 아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오른쪽)가 1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본사를 방문해 양권모 정치·국제에디터, 이중근 정치부장 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ㆍ영화 ‘300’ 예로 들며 결의 표현

ㆍ단일화 질문엔 최대한 말 아껴

“저는 ‘반정치’나 ‘무이념주의’는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너무 비상식적인 부분이 많으니까, 이념논쟁은 오히려 고급이 돼버린 거죠. 상식부터 만들고 그 다음에 이념논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안철수의 이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15일로 출마 선언 58일째를 맞은 그는 이날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를 찾아 경향신문과 마주 앉았다. 안 후보는 질문을 들을 때는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렸으나,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때는 양손을 모두 써가며 적극적인 제스처를 했다. 질문마다 “예, 예”라고 두 번 긍정의 뜻을 표하고, 답을 시작하는 것은 말버릇인 듯 보였다.

안 후보는 자신이 최근 읽었다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진정한 진보주의’ 기사를 예로 들며 “제가 추구하는 것과 참 유사한 게 많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초등학생이 봐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 그것부터 타파하고 이념은 그 다음에 논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상식파’라고 얘기를 꺼낸 것이다. 양비론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캠프 관계자들에게 “어젯밤 출마 선언문을 다시 꺼내 읽었다. 왜 출마했는지, 감당해야 할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후보의 결의는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격차 해소’를 꼽으며 그는 페르시아 대군을 상대로 한 스파르타 결사대를 다룬 영화 <300>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전쟁할 때 수칙이 전선을 좁히라는 것이다. 우리 병력은 100명인데 저쪽이 1만명이라면, 전선을 좁혀 우리 100명을 다 내보내고 저쪽도 한 번에 100명만 오게 해 대결하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러나 지금은 그 방법을 쓸 수 없다. 격차가 사회 곳곳에 너무 심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시에 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방법을 수차례 물었으나, 말을 아꼈다. 안 후보가 선호하는 단일화 방식이 무엇인지 묻자, “어제 같으면 말씀드릴 수 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가 늦어진 것에는 “그 점은 죄송하지만 23년간 언론에 노출돼 온 만큼 제가 어떤 가치관과 우선순위로 나라를 이끌 것인지 판단할 만한 자료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인터뷰 후 경향신문사 건물 앞에서 정수장학회 규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일보 언론노조 관계자들과도 잠시 인사를 나눴다.

안 후보는 “5년 전쯤에 강의를 하러 경향신문사에 왔었다”며 “<안철수의 생각>을 같이 펴낸 제정임 세명대 교수가 경향신문 출신이라 더욱 반갑고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안철수 후보 단독 인터뷰]“지지율 연연했다면 협상 중단 안했다”


ㆍ안철수 “후보 양보 없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50·사진)는 15일 “대통령이 되면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현안을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권 단일화 협상 중단의 발단이 된 ‘후보 양보론’에는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당정협의는 야당을 배제하고 이뤄졌다. 저는 그 틀에서 벗어나 야당까지 협의 틀에 끌어들여 같이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후보로 대통령이 되면 민주통합당은 든든한 국정운영 파트너가 될 것”이라면서 “민주당하고만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설득이 필요한 중요 현안에 대해 야당 의원도 직접 만나 설득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합의한 ‘국민연대’가 단일화 이후 대선 전에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전날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선 “(단일화에) 무조건 이기려고 옛날 방식의 정치가 답습되고,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새정치의) 모습을 안 보이면 지지자들이 돌아선다”며 “새정치 공동선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정치의) 모습들”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이길 거라는 자만에 빠져 내부의 계파 이익 나누기에 집중해, 국민이 외면해서 졌다”며 “정치쇄신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는 증거가 바로 7개월 전의 쓰라린 교훈”이라고 밝혔다. ‘정치쇄신이 인적쇄신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성돼 있는 본인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협상 중단 결정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에는 “지지율에 연연했다면 어제 같은 결정은 오히려 하면 안된다. 냉정하게 보면 제가 손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결정을 내렸다”며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인데도 (중단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대로 가면 단일후보는 대선에서 진다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으로 “지금은 언급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을 바라보고 양쪽 지지자들이 다 동의할 방법을 택한다는 정신이 가장 큰 원칙”이라고 했다.

<김진우·장은교 기자 jwkim@kyunghyang.com>

[안철수 후보 단독 인터뷰]“박근혜, 나로 인해 과거틀에 갇혀… 그래서 내게 네거티브 집중”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15일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새정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후보 단일화의 과정”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누가 이겨도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단일화 협상 잠정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은 든든한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 ‘국민연대’라는 틀은 단일화 이후 대선 전부터 가능하다”고 말했다.

▲ 민주당과의 국민연대 단일화 후 대선 전 가능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여·야·정 협의체 구성


- 후보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다. 재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나.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정이라고 봤다. 양쪽 지지자들 동의를 얻고 이해를 구하면서 가야 누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결집해서 갈 수 있다.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면 상대가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다.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안 보이면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돌아선다. 그런 식으로는 누가 이기더라도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결정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서 사과했다. 문 후보 쪽이 어느 정도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인가.

“기본이 중요하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있듯이 ‘왜 단일화를 하기로 했나’로 돌아가면 답이 있다. 어떻게 새정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양쪽 지지자들을 끌고 갈 수 있겠는가에 집중하면 거기에 답이 다 있다.”

- 문 후보와 직접 전화통화도 한 것으로 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상대가 있는 것이라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 후보가 사태 파악을 잘하고 계신 것 같지 않다는 말씀은 드렸다.”

- 협상 중단 선언의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이 제기한 ‘후보 양보론’이다. 양보가 가능한가.

“후보 양보론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자꾸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 새정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 협상 중단 선언이 최근 지지율 고착과 무관치 않아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껏 결정을 할 때 지지율을 보고 한 적은 없다. 어제(14일) 결정이 제가 손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지율에 연연했다면 어제 같은 결정은 오히려 하면 안되는 것이다.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이대로 가면 단일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는 위기감에서 그런 결정을 했다.”

- 지지율을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기는 후보론’의 근거가 결국은 지지율 아닌가.

“제가 이기는 후보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누가 이기는 것인지다. 이기는 것은 양쪽 후보가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이 이기고, 상식이 이기고, 미래가 이기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국민을 바라봐야 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새정치는 굉장히 단순하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새정치다.”

- 문 후보가 아닌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저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안철수의 벽’이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제가 박 후보의 중도층 지지 확장을 막는 벽이라는 것이다. 저로 인해 박 후보는 과거 대 미래의 틀에 갇혔다. 그래서 저에게 네거티브 공격을 집중하는 것 아닌가 싶다.”

- 단일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시간이 없다.

“가장 큰 원칙, 국민만 바라보고 양쪽 지지자들이 다 동의할 방법을 택한다는 정신에 입각한다면 충분히 합의가 되리라 본다.”

- 의원 정수 축소안을 제기해 비판을 받았다. 그 생각은 변함없나.

“사실 그건 각론들이다. 기득권과 특권을 먼저 내려놔야 된다고 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가장 심각한 게 정치권의 신뢰회복이다. 정치에서 가장 큰 힘은 특권이 아니라 신뢰다. 야당 단일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여소야대 정국이다. 이것을 뚫을 수 있는 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다. 그걸 얻기 위해 불필요하고 부작용이 있던 것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내년에 누가 대통령이 돼도 힘든 상황이 온다. 고통분담을 전 사회에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회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회의원 100명이 더 필요하다’면 국민적인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 출마 후 보편적 증세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고 재벌규제도 부드러워진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증세부터 먼저 들고 나오면 국민 동의를 구할 수 없다. 세금을 내는 데 저항이 있는 이유가 정의롭지 못한 조세 때문이다. 재정을 지출할 때 효율적으로 투명하게 쓰이는가에 믿음이 적다. 세금을 쓰는 부분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정말 필요한 부분부터 쓰인다는 것부터 보여줘 ‘내가 낸 것보다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보편적 증세는 중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다. 재벌정책도 제가 책에서 밝힌 내용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됐다. 계열분리명령제는 책보다 더 나간 것이다. 단계별로 접근하겠다는 것만 달라졌다.”

- 대통령이 되면 국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서 갈 생각인가. 국민연대, 협력정당, 신당 창당 등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을 지금 생각한 것은 없다.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은 든든한 국정운영 파트너가 될 것이다. 민주당하고만 운영하겠다는 게 아니고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서 현안을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며 국정을 운영할 생각이다. 그게 헌법정신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정치를 준비하면서 헌법을 많이 읽었다. 제일 처음 부분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고 그 다음이 국회, 그 다음이 대통령이다. 그 정신에 따라 국회를 민생 운영의 파트너로 보고 대화하며 풀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국회의원을 경험한 대통령이 국회를 멀리한 것은 옛날 나쁜 관행의 정치를 보니까 감정적으로 같이하면 안된다는 생각하게 된 게 아닌가.”

- 어떤 여·야·정 협의체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금까지 당정협의는 야당을 배제하고 이뤄졌다. 저는 그 틀에서 벗어나서 야당까지도 협의 틀에 포함해서 의논하겠다는 뜻이다.”

- 단일화 혹은 대선 이후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은 국민연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양쪽 지지기반이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마음속 깊이 단일후보를 지지하면 그 자체가 국정운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나중에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한 바는 없지만 초심만 잃지 않으면 단일후보 국정을 운영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지자들 중에서 어떤 분들은 정권교체만 되면 좋겠다고 하 고 또 다른 분은 정치개혁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만 모여서는 대선에서 못 이긴다. 정치개혁의 열망이 있는 분들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이 서로 목적이 같다고 보고, 어떻게 하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까를 정말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단일화 과정에서 바깥으로 행동으로 보여져야 그분들을 동의하고 설득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국민연대의 틀과 형식이 단일화에서 대선 사이에도 가능한가.

“그렇다.”

- 새누리당은 안 후보를 아마추어라고 공격한다.

“낡은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저와 한 살 차이다. 미국 같은 초대강국에도 저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에게 국가를 새롭게 이끌어달라는 열망이 있는 것이다.”

<김진우·장은교 기자 jwkim@kyunghyang.com> 

[안철수 후보 단독 인터뷰]“이대로 가면 단일 후보가 진다는 절박한 위기감에 협상 중단”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15일 “냉정하게 보면 어제 결정이 손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지율에 연연했다면 어제와 같은 결정은 오히려 하면 안되는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의 단일화 협상 잠정중단 결정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반박한 것이다. 안 후보는 “국민들께 너무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대로 결정한 것은 이대로 가면 단일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을 결정한 이유와 입장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단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면 상대가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다”며 “무조건 이기려고 옛날 방식의 정치를 답습하면, 누가 이기더라도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새정치) 모습을 안 보이면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돌아선다”고 했다. 문 후보 측이 흑색선전이나 조직동원 등 옛날 방식을 답습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앞서 안 후보 측은 이런 모습들을 ‘신뢰를 깨는 행위’로 들면서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안 후보는 ‘새정치’라는 말을 몇 차례나 입에 올렸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새정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새정치 선언보다 더 중요한 게 (새정치의) 모습들”이라고도 했다. 그는 “새정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단일화의 모습”이라며 “ ‘아, 누가 이기더라도 새정치 하겠구나’라고 국민들이 믿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자신에게 직접 정치에 나서게 한 19대 총선을 다시 거론하며, “참 아쉬운 게 4월 총선”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야권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만에 빠져 국민보다 내부 계파의 이익 나누기에 관심이 집중돼 국민이 외면해서 졌다”며 “정치쇄신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는 증거가 불과 7개월 전 쓰라린 교훈으로 보여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에서 무조건 경쟁해서 이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정치쇄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대선에서) 진다”고 했다. 단일화만 되면 승리한다는 생각에 매몰돼 정치쇄신 의지가 사그라지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이 중요하다”를 강조했다. 안 후보는 “어떻게 하면 새정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양쪽의 지지자들을 단일후보가 끌고 갈 수 있겠는가에 집중하면 거기에 답이 다 있다”고 했다. 그는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양쪽 지지자들이 다 동의할 방법을 택한다는 정신에 입각한다면 충분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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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경제민주화 공약 비교해보니…

이변은 없었다.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기업집단법 제정, 재벌총수 경제범죄의 국민참여재판 등 논란이 됐던 초안 공약들이 대부분 빠졌다. 새 규제를 만들 경우 헌법과 불합치할 가능성, 비용발생 대비 규제의 효과성에 모두 미달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전면 규제 카드를 내놓은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 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강경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새로운 규제와 법집행 강화를 천명한 부분은 집단소송제ㆍ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연기금 주주권 강화 등이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세 후보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공약이 적지 않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순환출자 규제가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도 3년 안에 단계적으로 해소하도록 하는 강력한 금지 방안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일단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방점을 찍은 뒤 기존 출자분은 가칭 '재벌개혁위원회'가 해당 재벌들의 자구 해소노력을 평가해 추후 규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분에 대해서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 대신 기존 순환출자분 해소에 투입될 비용을 선제적인 기업 투자ㆍ일자리 창출에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 자리에서도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도입하면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며 "많은 고민 끝에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비용을 투자에 쓰도록 하는 게 국민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총제 부활 문제는 특히 문 후보와 박 후보 간 공약 채택의 원칙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박 후보와 안 후보는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출총제 부활 공약을 채택하지 않은 반면 문 후보는 재벌 개혁의 상징성에 무게를 두고 부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강화에서는 박 후보의 안이 예상 외로 파격적이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현행 15%에서 10%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단계적으로 향후 5년간 1%포인트씩 추가로 낮춰 최종 5%까지 제한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산분리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는 세 후보가 모두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분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의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는 세 후보가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박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재벌 총수에 대해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벌 총수 경제사범의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방안은 최종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침해 등 여러 부작용을 감안해 형량 강화 쪽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이라고 이날 설명했다.

아울러 박근혜 후보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구상을 확정해 눈길을 끌었다.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조달청장, 국가권익위원장, 감사원장 등도 기업 간 불공정 거래 사건에서 간접적으로 고발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불공정 기업에 대한 이들의 고발 요청이 공정위에 접수되면 공정위원장은 지체 없이 이를 바로 검찰에 신청해야 한다.

 

◆ 朴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삼성 조준했나

금융ㆍ보험 계열사가 보유 중인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현재 15%에서 단계적으로 5%까지 낮추면 타격을 입게 될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이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공약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2~3년 내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받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맞교환(스왑)해 '에버랜드→삼성전자→삼성카드'로 지배구조를 전환하는 방안이 많이 거론된다. 반면 이미 금융ㆍ비금융계열사 간 지분 관계를 정리한 현대차ㆍLG그룹 등은 자유로운 상황이다.

[이재철 기자 / 오수현 기자] 

김종인은 거기 없었다…공약 발표장에 결국 불참

"회의에도 안나오고 박근혜 후보가 만나자고 해도 거부하고, 연락도 안 됩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발표한 19일 막상 정책 수립을 주도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의 골간을 만들었다.

이날 진영 정책위의장(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은 "몇 가지만 빼고 국민행복추진위 제안 대부분이 수용됐고 별 의견 차이는 없으리라고 본다"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할 걸로 생각했다. 아침에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가 안 됐다"고 말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열린 공약위원회 회의에 참석키로 했지만 회의 두 시간여 전 불참을 통보했으며, 이후 진영 의장 등이 박 후보와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김 위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경제민주화=김종인'으로 인식된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불참은 박 후보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한다.

김 위원장은 직접 국민행복추진위 산하 경제민주화 추진단장을 겸하면서 공약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그는 재벌개혁의 상징적 조치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대규모기업집단법 등을 초안에 포함시켜 추진했다.

지난해 말 박 후보의 '삼고초려'로 비대위원으로 당에 들어온 이후 박 후보와 호흡을 맞춰왔지만 '경제민주화 이견'으로 결국 11개월 만에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집단소송제 등 5大 대못 3大 악법 빠진 건 그나마 다행"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금융사 의결권 제한 공약…재산권 침해로 위헌 소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6일 내놓은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재계는 ‘안도’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기존 상호순환출자 해소와 대기업집단법 제정, 경제범죄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이른바 ‘3대 악법’이 빠진 것은 다행으로 여겼다.

하지만 금융사 의결권 제한과 연기금 의결권 강화, 중간 금융지주사 의무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은 ‘5대 대못 규정’이라며 반발했다. “경제 위기상황과 위헌 논란 등을 감안해 한발 물러서는 모양을 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간금융지주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의무화하면 금융 계열사가 갖고 있는 일반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을 강화하려는 것은 ‘연금 사회주의’인 동시에 전형적인 관치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운용주체가 정부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권 행사가 정부와 정치권에 좌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정거래 관련 집행체계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내세운 공약들도 대표적인 개악 조항으로 꼽았다.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폐지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공정위뿐 아니라 경찰,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과잉 수사를 하게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5대 대못 규정 외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 금지 △부당내부거래 요건 완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제고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 등 10여개의 정책도 기업활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정책 경쟁보다는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사회 갈등을 해소할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중기중앙회는 “다만 순환출자는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신수종 산업 진출 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기회 상실과 골목상권 침해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중간금융지주 의무화 강행"…삼성 등 지배구조 전면 개편 불가피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순환출자 한발 물러섰지만 금산분리 '강경'

징벌적 손해배상 등 공정거래 강화에 초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6일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재벌 지배구조개선보다는 공정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초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만든 초안보다는 강도가 덜하지만, 실행되면 하나같이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내놓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의무화, 대주주 적격성심사의 전 금융권 확대, 보험사의 일반 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강경한 안 빠져

김종인 위원장이 올린 초안 중 빠진 것들은 △기업집단법 제정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주요 경제범죄사범 국민참여재판 △계열사 편입 심사제 △재벌총수 사익편취시 지분조정명령제 등이다. 박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전담해야 하는 재계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법과 제도는 제외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퇴로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광 한국외대 교수(경제학)는 “이른바 ‘김종인 안(案)’은 강도가 셌지만 현실성이나 타당성이 낮은 것들이 적지 않았다”며 “이것들을 빼고 당장 실행 가능한 것을 추린 만큼 ‘최소한 이것만은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향후 대기업 지배구조나 비즈니스 관행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을 겨냥한 금산분리 강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재계 우려는 금산분리 강화에 집중된다. 이 중에서도 금융사 계열분리를 위해 내놓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의무화는 집권시 곧바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 공약은 당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제안했던 것으로 삼성그룹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해 중간지주사인 삼성생명을 보유하고, 그 밑에 생명의 사업자회사 및 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선물 등을 손자회사로 두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당장 생명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요건(상장사 20%·비상장사 40% 이상)을 맞추기 위해 화재와 증권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하는데, 총 1조3800억원이 필요하다.

또 중간지주사 형태로 전환하는 순간 금융 자회사(손자회사)와 일반 계열사 간에 얽힌 지분관계는 모두 정리해야 한다. 사실상 기존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역시 막대한 비용이 불가피하다. 일반 계열사들이 생명에 보유한 지분(30.33%)을 정리하는 데만도 6조원, 생명과 화재가 전자에 들고 있는 지분(8.8%) 정리에는 17조원가량이 필요하다.

○보험사의 일반 계열사 의결권 제한

보험 등 금융사의 일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규제는 당초 공약 초안보다는 완화됐다. 15%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규제하던 것에서 5% 초과분으로 일괄 조정하는 게 초안이었으나, 첫해에는 10%로 낮추고 이후 5년간 매년 1%포인트씩 낮추는 식으로 조정됐다. 이 역시 삼성그룹이 타깃이다. 완화된 만큼 당장 걸리는 계열사는 없다. 하지만 3-4년 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예컨대 삼성생명이 가진 전자 지분(7.21%)은 2016년부터는 의결권 한도에 걸리고, 2018년부터는 5%가 넘는 지분은 의결권이 사라지는 만큼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생명이 보유한 호텔신라(7.7%) 지분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대기업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강화’도 이번 공약에 포함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불공정 규제 대폭 강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못지않게 불공정 행위 규제 및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공약 수위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불공정 규제 분야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대선 후보 측 공약과 상당수 일치해 향후 누가 집권해도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 부문에만 허용된 집단소송제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나, 대기업이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준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그런 케이스다.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정종태/김현석/이태훈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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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최후통첩'…문재인 '작심반박'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왼쪽)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6일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파행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각각 직능단체 모임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安 "민주 혁신해야 만날 것"

文 "安, 과장된 보고 받는 듯"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6일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파행 사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는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내 달라”며 “민주당 혁신에 대한 확고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회동해 단일화 협의를 결론내자”고 문 후보에게 요구했다. 또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을 진원지로 꼽고 있는 안철수 양보론 유포, 여론조사 독려 메시지 발송 등과 관련해 “문 후보가 직접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가진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안 후보 쪽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주변에서 자극적이고 과장해 보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안 후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측이 상당히 부정한 경쟁을 한다고 믿는 건데, 지금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대치가 격해지면서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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