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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88 2012. 10. 8. 14:24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2-414호.  2012. 10.  5.)

 요약작성:박두규교수

 

 

 

 

 

 

 

1.QE3 후폭풍…넘치는 글로벌자금 한국유입 가속화

2.경제·경영학과 교수 경제 인식 조사…한국경제 안심할 상황 아니다

3.휘청이는 이머징마켓…탈출구 안보인다

 

 

4. 기업경영 

  -삼성전자, 우리나라 수출의 6분의1 담당

  -삼성전자, 아이폰 아이콘 디자인 카피 의혹 정면 반박

  -美서 아이폰5 조기퇴출설… '아이폰6' 거론

  -[Enterprise]CJ그룹…‘문화 창조’ 기업으로 진화

  -[매경 MBA] 기업 생존 좌우하는 채용 어떻게

  -자크 시겔라 , `강남스타일` 처럼 광고도 가슴 움직이는 웃음 담아야

  -[CEO 심리학] 퍼스트 클래스 CEO의 심리적 탄생

  -삼성·ZARA 처럼 `생산 → 유통 → 판매` 일사천리로

  -<커버스토리> SNS 예견한(?) 과학적 문자…생각은 즉각 손끝에서 구현된다

  -요우커 모셔라…서울 백화점은 ‘남북전쟁’ 중

  -달아오르는 한·중 게임 영토전쟁

  -서울 영등포경찰서 치안성과 전국 1위 비결 세가지

  - 법정관리의 그늘

   

 

5.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미제스 사상의 힘…사회주의 비판해 주류학계서 냉대

   -한국 성장률 하락은 당연 서비스업 독자모델 찾아야…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한국, 해외 투자자엔 여전히 신비한 투자처…마이클 앤드류 KPMG 인터내셔널 회장

   -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 `협업 역량 키우는데 집중하라`…미래학자 돈 탭스콧

   -북한판 수양대군 장성택의 야망

   -극우파 아베의 귀환…한·중·일 갈등 '풍랑 예고'

   -핵 포기하나… 기로에 선 이란

   -유튜브 `강남스타일' 1·2위는 美·韓…3위는?

   -'안철수의 상식'은 '노무현의 상식'을 넘어설 수 있을까?

   -"文·安 단일화되려면 지지율 15% 이상 차이나야"

   -‘박근혜=박정희, 문재인=노무현, 안철수=착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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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3 후폭풍…넘치는 글로벌자금 한국유입 가속화

외환보유액 사상 최고 우리나라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5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환창고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세고 있다. <김호영 기자>
미국 3차 양적 완화(QE3)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하며 9월 말 외국인 주식ㆍ채권 보유액이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역시 사상 최대치다. 이들 모두가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더불어 한국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주식ㆍ채권 보유액은 무려 494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주식 보유액은 시가총액 중 31.8%인 406조원, 채권 보유액은 88조3000억원이었다.

외국인들은 최근 두 달간 9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버팀목 구실을 했다. 지난 8월 6조6000억원, 지난달에는 3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한때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펀드 환매로 인한 투신권 매도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증시를 떠받친 것이다.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기준금리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국내 채권이 매력적인 요인이다.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면서 이번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4일 기준 3년물 국채 금리는 2.74%, 10년물은 2.95%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ㆍ일본 채권보다는 여전히 금리가 높다. 같은 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68%,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0.78%에 그쳤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통화 다변화를 위해 원화를 사들이면서 원화 절상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국채 매수에 나서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증가 추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고 기준 FDI 규모는 112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중 실제 투자로 연결돼 한국으로 유입된 금액만 올해 들어 67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5%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도 "상품 가격이 강세를 띠고 유럽 사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원화값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 양적 완화에 따른 외화 유동성 공급과 경기 부양에 따른 기대감으로 원화값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속한 원화값 강세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 1000원 선이 붕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선진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하를 통해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하는 원화 강세 압력을 일정 부분 소화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급도 비교적 균형 잡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서울외환시장에서 과거와 같이 수출업체 달러 매물이 일방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달러 매물이 쏟아져 원화값을 갑자기 끌어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약화될 가능성도 원화값 강세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유럽 소비가 침체되면서 유럽에 대한 한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에 대한 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대중국 수출 둔화가 겹칠 수 있다. 이 같은 수출 둔화 현상이 심화되면 외환당국이 원화값 강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외국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전달 대비 51억3000만달러 늘어난 3220억1000만달러에 이르렀다. 8월 말 3168억8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다.

[한우람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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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Ⅰ]경제·경영학과 교수 경제 인식 조사…한국경제 안심할 상황 아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과 관련해 경제·경영학자들로부터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평가한 점수가 정부보다도 훨씬 뒤진 것은 물론이고 금융투자업계보다도 낮게 나왔다. 이는 이 창간 2주년을 맞아 전국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상황 인식 조사에 따른 것이다.

교수들은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대부분 유럽 재정위기를 꼽았지만 미국이나 중국 경제의 둔화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절대다수가 위기는 아니지만 위기에 근접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선 절반 이상이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수의 교수들이 이번 경제위기를 접하면서 경제학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거나 금융과 재정 부문의 강의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어떻게 했나

전국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답변을 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묻는 조사이기에 설문 대상엔 거시경제나 화폐금융 경영일반 재무 등을 전공한 인지도가 높은 교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총 160명의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63명이 회신을 했다. 다만 2명은 본인 전공 등의 이유로 통계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밝혀 집계에서 제외했다. 설문은 9월 6일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 양적완화가 단행되기 직전인 9월 13일까지 진행했다.

글로벌 경기 2014년 이후나 회복 기대

국내 대학의 주요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글로벌 경기가 2014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거나 장기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의 39.3%가 글로벌 경기가 2014년이나 돼야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5년이 돼야 경기가 회복되거나 장기간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29.5%나 됐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일시적 경기 반등은 내년 하반기경 가능하겠지만 향후 몇 년은 저성장 기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럽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이후에나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유럽의 경제문제가 내년까지 풀리지 않으면 장기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4분기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 답변은 한 건도 없었고 내년 상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 의견도 6.6%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 정도만이 내년 하반기 회복을 예상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처럼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심리적 영향으로 실물경제 회복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주체들이 경기부진을 예상해 투자나 소비를 줄일 경우 경제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미 FRB 의장이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양적완화 정책을 강행한 것도 이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한 추가 위축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교수의 80% 이상이 유럽 재정위기를 꼽았다. 또 미국 경제의 둔화를 가장 큰 문제라고 꼽은 교수들도 14.8%나 됐다. 이 같은 응답이 나온 것은 유럽위기는 이미 벌어진 것이지만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미국 경제가 추가로 둔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를 묻는 데 대해선 조사 대상의 44.3%가 중국 경제의 둔화를, 24.6%가 미국 경제의 둔화를 각각 꼽았다. 교수들이 미국이나 중국 두 나라 경제가 모두 심각한 국면에 있다고 보는 셈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조금 넓은 시각에서 보면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 특히 디레버리징에 의한 총수요 부족이 다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송병호 동국대 교수는 “1차적으로는 유럽 재정위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더 심각해질 경우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제기했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교수들은 재정지출을 놓고는 찬반양론으로 팽팽히 갈렸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개입이나 양적확대에 대해선 대체로 지지 의견을 보였다. 공조가 가장 필요한 사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27.1%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긴축재정을 지지한 반면에 25.4%는 성장 확보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지지했다.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조 사안에 대해선 29.8%가 금융기능 회복을 위한 중앙은행의 개입을, 또 같은 비율의 교수들이 재정부담 없는 성장을 위한 양적확대를 지지했다. 환율 안정을 위한 통화증발 억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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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이머징마켓…탈출구 안보인다

(1) 자원 수출로 먹고 살았는데…세계경기 침체로 수요 '뚝'

(2) 경제개혁·구조조정 급한데…스캔들·국민 반발에 발목

(3) 돈 풀어 내수라도 살리자니…뜀박질 물가에 엄두 못내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4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더불어 브릭스(BRICS)로 불리는 이들 국가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회복을 주도해왔던 ‘성장엔진’이었다.

주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온 4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수요가 급감하자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뒤늦게 경제개혁을 추진하려 하지만 후진적 정치체제가 발목을 잡는다. 경기부양책은 물가 상승이 무서워 섣불리 쓰지 못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지난 10여년간 성장하던 신흥국 경제가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1) 자원 의존형 경제

브라질은 철광석 수출 세계 1위다. 철광석과 콩 등 원자재 및 농산물 수출 비중이 48%에 이른다. 광물자원 생산 규모는 2001년 77억달러에서 지난해 390억달러로 5배 이상 늘었다. 자원 생산이 늘어나면서 제조업 비중은 크게 떨어졌다. 세계 철광석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최근 나빠지자 브라질은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3위 철광석 수출국인 인도 역시 중국 등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 철광석 수출이 올해 75% 이상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경제일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는 중국의 8분의 1 수준이다.

남아공 경제에서 금, 백금 등 광물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출의 33%, GDP의 20%를 차지하고, 광산업 고용은 약 50만명에 달한다. 광산이 모여 있는 러스텐버그 지역의 파업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7일 올해 남아공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1.5%로 낮추면서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아직 높은 수출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셰일가스가 부상하면서 에너지값이 하락하자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3일 “원유와 가스 수출에만 의존하면 지난해 800억달러 수준이던 경상수지 흑자가 2015년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네일 셰어링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자원주도형 성장은 비자원 분야가 고갈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2) 후진적인 정치환경

신흥국 정부도 원자재 수출을 대체할 만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제조업과 내수 키우기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후진적인 정치와 포퓰리즘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는 최근 수년간 외국 기업의 자국 진출 허용,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현실화 등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아온 산업계가 야당을 등에 업고 개혁 조치에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 8월 초 시작된 금·백금 광구 파업으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자동차 생산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까지 가담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브라질에선 워낙 정치인들의 비리가 많아 사업을 할 때 “브라질 코스트(비용)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정부가 헤알화(브라질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조업을 지원하는 등 지나친 보호주의가 브라질 제조업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난한 것도 헤알화 가치 상승을 우려해서다.

러시아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억압정치와 정치권의 비리에 반발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연초 60%를 넘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까지 떨어졌다. 정치가 후진적이다 보니 기업 환경도 안 좋다. 세계은행(IBRD)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순위에 따르면 남아공만 36위로 중위권일 뿐 러시아, 브라질, 인도는 각각 120위, 126위, 132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3) 인플레이션 걱정 때문에

구조적인 개혁이 힘들 때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경기부양책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너무 많은 돈을 풀어 물가가 위험수위다. 쓸 돈도 거의 없다. 지난해 브라질을 제외한 인도, 남아공, 러시아는 모두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는 지난 2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7%를 계속 넘어 정책목표인 연 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추가적인 부양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 8%였던 기준금리를 연 8.25%로 올렸다. 더 이상 물가상승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러시아의 9월 물가상승률은 연중 최고 수준인 6.3%까지 높아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최근 “올해 인플레 목표치인 연 4.7%를 연 5.2%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약 1330억헤알(약 7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도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 상한선인 연 6%에 근접하고 있어 부양책을 쓰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 물가만 놓고 보면 풀린 돈을 다시 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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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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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괴물 실적' 냈지만 '거물 애플' 잡기엔…



삼성 영업이익 8조 시대

갤럭시S3 등 모바일만 질주 '매출 쏠림' 심각

영업이익률 애플의 절반…시가총액도 3분의 1


“한마디로 갤럭시S3가 예상보다 더 팔렸다.”(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8조원’이란 괴물 같은 성적을 낸 배경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7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시장 예상을 뛰어넘어 8조원대로 직행했다.

삼성 내부에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사업 의존도가 커지면서 사업부 간 균형이 깨진데다 모바일 시장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서다. 경영의 질적인 측면에서 애플과의 격차도 여전하다.

○갤럭시S3가 실적 견인

3분기 실적의 최대공신은 갤럭시S3다. 지난 6월 판매가 시작돼 출시 100일 만인 지난달 초 2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갤럭시S2는 같은 양을 파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3분기 갤럭시S3 판매량을 1500만대로 추정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18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뛰어난 품질과 마케팅이 결합된데다 애플과 벌인 특허 소송도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조사업체 로컬리틱스는 지난 3일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 심리가 시작된 8월1일부터 매주 9%씩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갤럭시가 아이폰을 대체할 유일한 제품”이란 인식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갤럭시S3 판매가 늘면 휴대폰 실적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김영찬 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가 팔리면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 부품 부문 실적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부품 부문은 내부 거래에서 매출의 30~40%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완제품의 또 한 축인 TV도 6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을 위주로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30% 수준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의 격차는 여전

기록적 성적을 거뒀어도 정작 삼성전자 내부에선 우려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익이 늘어난 건 좋지만 이익구조가 모바일로 지나치게 쏠려 균형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몇년 전만 해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내며 사업부 간 균형을 이뤘다. JP모건은 메모리 반도체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작년 초 20%대에서 올해 하반기 5%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바일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3%, 2분기 62%를 차지했다. 3분기에도 모바일 사업의 기여도는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과의 격차도 여전하다. 3분기 매출은 삼성전자가 52조원으로 애플의 추정치(바클레이즈증권) 40조원보다 30%가량 많다. 모바일 사업 외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생활가전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8조1000억원대 영업이익은 12조원인 애플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1분기 12.9%, 2분기 14.1%이던 영업이익률을 3분기 15.6%까지 높였지만 애플의 31%엔 턱없이 못 미친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39.3%까지 기록했다.

삼성 관계자는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은 삼성이 애플과 양분하고 있지만 이익면에선 애플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정인설/강영연/이승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

스마트폰 하나에 목맨 삼성, 폰 조금만 삐끗하면…

◆ 삼성전자 사상최대 실적 ◆

올 3분기 180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 갤럭시 S3는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견인했다. 지난 2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6조원을 갱신한 데 이어 석달 만에 8조원도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지난 분기까지 IM(IT & 모바일)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였다고 하면 이번 분기부터는 5조원대로 상승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모바일 부문만으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중 65%가량 나오고 삼성전자가 그룹 이익에서 70% 가까이 차지하는 구조에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매출액 274조원, 37만명 임직원(지난해 기준) 삼성그룹의 이익 30% 이상이 휴대폰(갤럭시폰) 하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가 갤럭시 S3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결과 갤럭시 S3의 분기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시장에서의 갤럭시S3 버스폰 논쟁이나 미국 통신시장에서의 가격 인하를 감안한다면 3분기 갤럭시S3는 매달 600만대 정도 출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5가 출시되기 전 무주공산 상태의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는 갤럭시S3로 점령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2.3%를 기록했다. 아이폰5에 대한 대기수요로 신규 구매수요가 줄어든 애플은 17.2%였다. 증권가는 이번 3분기에는 이 격차가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갤럭시S3 판매로 휴대폰 ASP(평균판매단가) 역시 높아졌다. 이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태블릿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의 ASP는 206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전분기 대비 10%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피처폰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단가가 높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IM사업부의 영업이익률도 21%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사업부 역시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가는 아몰레드 패널 출하량이 늘면서 지난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30%가량 상승한 1조원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TV에 탑재되는 대형 패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지만 휴대폰과 태블릿에 탑재되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반도체사업부와 CE(소비자가전)사업부는 다소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반도체사업부는 D램 가격과 PC시장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1조~1조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CE 사업부 역시 TV 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다소 줄어든 500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IM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소비자가전 4개의 사업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무선통신 분야에만 의존하다보니 외부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 업황이 계속 밝을 수만은 없다. 경쟁사들이 차례로 전략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5가 본격 판매되면서 IM부문 실적이 4분기가 되면 다소 조정되며 삼성전자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

4분기가 스마트폰 성수기이긴 하지만 애플, LG전자 등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아이폰5가 조만간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LG전자 '옵티머스 G', 팬택 5.3인치 쿼드코어폰 'R3' 등이 스마트폰 대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그룹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현재 구도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순이익이 20조3000억원인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3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다른 계열사들의 이익 증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23조원대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나 삼성전기 같은 다른 계열사들 역시 스마트폰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에 그룹의 명운이 달려있는 구조가 안정적일 수는 없다는 데 공감은 하지만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단시간 내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삼성그룹의 고민이다.

[김제림 기자 / 김대기 기자]

`갤럭시S3의 힘` 삼성전자 또 신기록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매출도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기록(잠정치)했다고 5일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9.24%, 영업이익은 20.54% 증가한 것으로 지난 2분기에 거둔 사상 최대 영업이익(6조7200억원)을 1분기 만에 경신한 것이다.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은 다른 상장사와 비교해 봐도 절대적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주요 118개 상장사 3분기 영업이익(12월 결산법인 추정치)을 모두 합친 33조4000억원 중 24%에 해당한다. 또 삼성전자를 포함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48%)을 차지한다.

이처럼 심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데는 '갤럭시S3'를 앞세운 IM(정보통신ㆍ모바일) 부문 선전이 가장 큰 힘을 보탰다. 증권가에 따르면 3분기 IM부문은 매출 30조원대, 영업이익 5조원대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에서 60% 이상을 휴대폰을 포함한 IM부문이 책임진 셈이다.

특히 지난 5월 출시된 갤럭시S3 판매 실적이 돋보인다. 갤럭시S3는 시장에 나온 지 100일 만에 2000만대 넘게 팔렸다. 8월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아이폰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조1000억원대다. 3분기 깜짝 실적을 감안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연말을 앞두고 스마트폰 판매경쟁 격화와 특허소송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3분기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분기는 스마트폰 성수기지만 애플과 LG전자 등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울러 갤럭시노트2 흥행 여부도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형규 기자 / 정승환 기자 / 김대기 기자]

삼성전자, 또 다른 먹거리 고민

◆ 삼성전자 사상최대 실적 ◆

올 3분기 갤럭시S3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견인한 상황에서 또다른 미래 병기,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삼성전자의 숙제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 투 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고사양 제품군에선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보급형에선 4인치 듀얼코어 '갤럭시S3 미니'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갤럭시S3 미니는 이달 글로벌 출시 예정이다. 또 갤럭시노트10.1로 태블릿PC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가 이미 지난해 말 상품성이 입증된 갤럭시노트의 후속작이라는 면에서 4분기에도 무난한 성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은 지난달 갤럭시노트2에 대해 "전작보다 훨씬 반응이 좋을 것이다. (1000만대 팔린) 전작보다 판매량도 두 배 이상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자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2 역시 4분기 600만대 판매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갤럭시S3에서 1400만대 정도가 판매된다면 하이엔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라인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8을 탑재한 '아티브(ATIV) S'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같은 윈도8 라인의 스마트PC인 '아티브(ATIV)'도 이번달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 판매에 나선다. 아티브 스마트PC는 태블릿PC의 몸체에 탈ㆍ부착이 가능한 키보드가 있는 '컨버터블 PC'다.

디스플레이 쪽에서는 '휘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가 비장의 무기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7월 콘퍼런스콜을 통해 '휘는 디스플레이' 양산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창만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하반기에는 디스플레이 부문에 투자가 집중된다. 올 연말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최고급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고 말했다.

'휘는 디스플레이'는 딱딱한 유리기판이 아닌 폴리머 기판 위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증착시키는 디스플레이로 올해 말 갤럭시노트2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휘는 디스플레이'는 빠른 응답속도와 낮은 소비전력이라는 아몰레드(AMOLED,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잘 구부러지는 특성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돌돌 말리는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디스플레이처럼 활용 가능한 영역도 무궁무진하다.

소비자가전 분야에서는 프리미엄 가전이 승부처다. 특히 올해 말 출시 예정인 55인치 OLED TV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의 최대 기대작이다. 별도의 광원을 쓰지 않고 각 픽셀이 빛을 내는 방식이라 기존 TV에 비해 화질이 훨씬 선명하고 또렷하며 응답속도도 빠르다. 업계에서는 OLED TV가 2014년 정도면 LCD TV(LED 방식 포함)를 대체하는 TV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 김대기 기자]



`복병많은` 4분기도 삼성전자 영업익 8조원 넘을까

◆ 삼성전자 사상최대 실적 ◆

삼성전자가 장 시작 전 증권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공시하자 장 초반 주가는 1.68% 급등한 139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그랬듯이 깜짝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미끄러지는 '실적발표의 역설'은 물론 전고점(141만8000원)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5일 주가는 0.22% 소폭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실적발표 전날까지 8거래일 동안 6.2%나 오른 탓에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차익을 실현하려는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이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주요인이다. 하지만 순매수 상위에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자리 잡고 있어 최근 주가 급등에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173만원이다. 수급만 개선되면 언제든 전 고점 경신에 도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전 고점을 넘어 한 단계 더 뛰어오를지는 4분기 실적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3분기에 증권가 추정치 최상단 숫자를 넘어설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실적을 내놓은 만큼 4분기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S3가 3분기 깜짝 실적을 이끌었듯이 갤럭시노트2가 4분기 깜짝 실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수요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은 "연말 재고조정과 인센티브 등으로 스마트폰은 4분기에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모바일AP 등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4분기에도 8조원 정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갤럭시S3, 아이폰5 나오자 미국에서 순식간에…

갤럭시S3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 애플의 홈그라운드로 알려진 미국에서 아이폰5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이 이겼지만 불합리한 평결이었다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판매에는 호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시장조사업체 로컬리틱스에 따르면 갤럭시S3의 주간 판매량은 삼성과 애플 소송이 시작된 8월부터 매주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8월 첫째주에는 7%, 둘째주에는 4%, 셋째주에는 8%로 늘어나다 배심원 평결이 있었던 넷째주에는 16% 급증했다.

아이폰5 출시 직후에도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아이폰5가 공개된 둘째주는 전 주 대비 15%나 상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평결에서 애플이 승리했지만 특허 소송이 전세계 이슈가 되면서 삼성전자는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었다""며 "1조2000억원을 배상해야 하지만 삼성은 이보다 훨씬 높은 마케팅 효과를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평결이 불합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재심 가능성도 있고 배상금액도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번 미국의 특허소송의 실질적인 승자는 삼성전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3의 선전으로 1위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25.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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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우리나라 수출의 6분의1 담당


올해 산학협력 지원액 975억…96%↑

블로그에 수출·R&D 등 통계치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6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삼성전자가 자사 블로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수출액은 101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615조2천억원의 1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2010년은 95조원으로 전체 수출액 539조1천억원의 17.6%를, 2009년은 74조8천억원으로 전체 464조원의 16.1%를 각각 담당했다.

또 삼성전자의 조세공과금 납부액은 지난해 4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3조8천억원보다 11.7% 늘어난 것이다. 2009년은 2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산학협력 지원액은 2009년 286억원, 2010년 360억원, 2011년 496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목표액은 9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6% 늘어날 전망이다.

기부나 봉사활동 등을 통한 사회공헌 기여도를 환산한 금액도 2009년 1천320억원, 2010년 2천400억원, 2011년 2천94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지난해 10조3천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165조원의 6.2%를 차지했다.

앞서 2010년은 9조4천억원으로 매출액(154조6천억원)의 6.1%, 2009년은 7조6천억원으로 매출액(136조3천억원) 5.6%를 각각 차지했다.

R&D 인력은 지난해 5만5천320명으로, 전체 임직원 22만1천726명의 25%에 달했다. 2009년 4만4천33명, 2010년 5만84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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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아이폰 아이콘 디자인 카피 의혹 정면 반박


삼성전자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 아이폰 아이콘 디자인과 배치 방식을 베꼈다는 의혹을 반박했다./삼성 투모로우

삼성전자(005930)가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의 아이콘 배치방식을 베꼈다는 지적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5일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에 올린 ‘갤럭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 번째 편에서 아이콘 배치방식과 아이콘 주변 모서리, 화면 하단의 고정 도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의 아이콘 배치방식이 아이폰과 같고, 배치된 아이콘의 수도 4x4로 같다는 지적에 대해 피처폰 시절부터 고수했던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아이콘 개수는 디스플레이 비율과 크기별 적정한 개수를 고려해서 넣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아서 더 많은 아이콘을 배치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자사 제품의 과거 인터페이스(GUI)를 보면 아이콘 배치 방식이 현재 갤럭시 시리즈와 비슷하고, 화면 크기가 커지면서 아이콘 개수도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둥근 모서리를 가진 박스형 아이콘에 대해서도 2003년부터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제품 외관 디자인과 내부 아이콘의 디자인을 통일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위젯, 팝업, 버튼들까지 일관되게 둥근 모서리를 과거부터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단의 고정 도크에 대해서도 피처폰 시절부터 유지했던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 시리즈의 백그라운드 컬러를 검은색으로 정한 이유는 아이콘 컬러를 가장 잘 보여주고, 아몰레드의 특성상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색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988년부터 오랜 시간 동안 글로벌 휴대폰 시장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좀 더 명확하게 역사적인 사실을 재조명하고 오해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vitmani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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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아이폰5 조기퇴출설… '아이폰6' 거론



미국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아이폰5의 조기강판설이 제기되고 있다.

CBS방송 편집장인 댄 파버는 3일자(현지시각) 미국의 IT전문미디어인 씨넷에 기고를 통해 애플이 조만간 아이폰6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올렸다.

댄 파버는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하고 수많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난 4인치 화면의 디스플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사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가격과 훨씬 더 넓은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반면 애플만이 유일하게 4인치 폰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애플의 표면 전략

애플 제품의 특별한 인기는 안정된 품질과 일관성, 그리고 우월한 사용자 경험과 단순한 소량의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선택의 단순성을 제공하는데 있다.

애플의 생각은 ‘너무 많은 대안이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는 심리학자 베리 슈워츠의 ‘선택의 역설의 함정’에 기초하고 있다.

애플의 제품들은 어떤 운영체제나 모델들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구입해야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 가지 화면크기와 운영체제, 그리고 몇 가지 저장용량 옵션과 함께 검정색과 흰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도 마찬가지여서 오직 9.7인치 한 가지 모델만 있다.

애플의 최고 디자이너 조니 이브는 “우리의 목표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 하는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없다면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논리로 애플은 핸드폰을 한손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된다고 결정했으며 3.5인치 아이폰4와 4S에 이어 4인치 아이폰5 제품만을 공급하고 있다.

■ 애플의 숨은 전략

그러나 애플의 모델 단순화 전략이 “단순한 선택과 한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을 만든다”는 주장과는 달리 실은 자사의 이익 극대화에 있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조기술을 갖지 않고 위탁생산 체제를 선택, 중국의 팍스콘이나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저가에 생산한다. 따라서 기능이 풍부하거나 다양한 운영체제를 가진 모바일 기기를 제공할 수 없다.

애플의 전략은 단순한 모델을 대량 판매하여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고객의 선택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라이트닝 커넥터가 대표적인 예다. 애플은 커넥터에 인증칩을 내장해 애플이 판매하는 정품이 아니면 연결부위의 크기가 같고 핀의 숫자가 일치해도 사용할 수가 없어 30달러를 주고 애플 정품을 사야한다.

댄 파버도 “애플의 아이폰5 전략은 교체가 예상되는 1년 이내에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높여 완전히 단물을 빨아먹는 것”이라며 “이러한 애플이 지난 수 년 동안에는 시장에서 통용되었으나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적었다.

■ 말썽 많은 아이폰5 벌써 퇴출?


애플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시장의 관심을 폭발시킨 아이폰5는 출시되는 날부터 애플이 내세우는 ‘혁신’측면에서 부족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물론 애플의 마케팅 전략이 자초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경쟁자들의 기기들에 비해 뛰어난 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출시 이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애플이 자랑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애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선 애플이 구글을 배척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한 애플 맵 문제로 결국 팀쿡이 사과까지 했지만 6주가 지난 현재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와이파이 연결문제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어서 구매자들이 커뮤니티까지 결성해 해결에 나서고 있다.

기기의 공급 부족도 문제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5의 출시 첫 주에 약 1천만 대를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으나 제품의 공급부족으로 실제 판매는 최고 600만대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프로세서 칩에 맞춘 베이스밴드(통신관련 칩)칩의 부족과 인셀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의 수율문제로 인한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중국 팍스콘 공장의 폭동도 제품 생산에 문제를 가져왔다.

또한 아이폰5 카메라에서는 다른 기기들에서는 볼 수 없는 적목현상(광원과 가까운 쪽의 사진면에 보라색으로 변하는 현상)까지 나타고 있으며 동영상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이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 아이폰6가 필요하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폰5에 대해 조기 퇴출설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이미 아이폰5가 초기의 많은 기대를 멀리하고 수많은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이미지에 많은 손상을 입었다.

애플은 삼성과의 대대적인 소송을 벌이면서 삼성을 곤란하게 만들었고 1조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상평결로 삼성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아이폰5가 출시되는 주간 삼성의 갤럭시 S3는 예상과는 달리 판매실적이 15%나 신장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공급부족에도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애플의 명성이 이전만 못하며 발표된 아이폰5가 소비자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경쟁 기기들에 비해 작은 화면에 뛰어난 기능이나 성능이 없는 아이폰5가 시장에서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시장은 이미 4.5인치 이상이 대세이며 애플은 자신들이 팔고 싶어 하는 제품을 팔지만 경쟁자들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한다.

어쨌든 모바일 기기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애플의 “적지만 더 많게”와 “우리는 더 좋은 것을 알고 있다”는 제품전략은 역효과가 될 수도 있다. 시장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화면의 대부분이 4인치를 넘는 상황에서 애플이 한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5에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애플이 지금까지의 전략을 수정해 이달 말 7.85 인치 아이 패드 미니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으며 여러 가지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의 도입은 애플이 시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이며 뒤처진 아이폰5를 버리고 조기에 아이폰6를 도입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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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prise]CJ그룹…‘문화 창조’ 기업으로 진화

“문화를 만듭니다!”

지난 5월 CJ그룹(대표 이재현)은 새로운 기업광고를 선보였다. CJ그룹의 주요 사업 분야인 외식·콘텐츠·쇼핑·유통 등을 통해 단순히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식문화·생활방식 등을 바꾼다는 ‘문화창조기업’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CJ그룹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이던 CJ는 1994년 이재현 회장이 취임한 후 외식업을 통해 덩치를 키우더니 어느새 미디어&콘텐츠, 물류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근래에는 생명과학사업인 바이오 분야에도 진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실적 역시 눈부시다. △식품&외식 △신유통 △콘텐츠 △바이오 등 4대 사업군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CJ그룹은 지난 2011년 20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2007년을 기준으로 보면 4년 만에 2배로 성장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CJ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그룹 총매출 100조원을 돌파하겠다는 ‘Great CJ’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최고의 식품그룹을 넘어 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문화를 창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식·K-POP을 무기로 해외진출

재계에서는 CJ그룹에 대해 ‘한류기업’이란 평가를 내린다. 식품에서부터 외식, 영화 등 식생활과 문화생활에 관련된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계열사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CJ 방식의 생활문화를 자연스레 접하고 있어 비즈니스 자체가 ‘한류 전도사’라는 분석이다.

실제 CJ그룹은 CJ푸드빌과 CJ제일제당, CJ CGV, CJ E&M 등을 통해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중에서도 CJ푸드빌은 우리 고유의 음식인 ‘한식’을 세계에 전파하며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뚜레쥬르, 비비고, 빕스 등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CJ푸드빌은 2004년 미국 LA에 뚜레쥬르 매장을 연 이후 2005년 중국, 2007년 베트남 등 해외 매장을 순차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 중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연평균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지역에는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비빔밥을 주제로 한 외식업체 ‘비비고’를 운영 중이다. 비비고는 한식 트렌드에 맞게 밥과 소스, 토핑을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음식점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영국에 매장을 내는 등 유럽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투썸플레이스, 빕스 등 CJ푸드빌의 외식 브랜드들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CJ푸드빌의 해외진출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내에서 CJ푸드빌의 외식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 ‘한식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은 즉석 밥인 햇반과 양념류, 장류 등을 미국 시장에 내놓으며 주목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005년 미국의 내추럴 푸드 업체인 애니천(Annie Chun)과 2006년 냉동식품 업체 옴미(Omni)를 인수 합병했다. 또 미국 시장을 위한 맞춤형 고추장 소스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이와 관련, CJ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분산됐던 계열사들이 한 곳에 모이면서 업무 협조가 원활해졌고 스피드한 경영이 가능해졌다”면서 “앞으로도 아시아권과 유럽 지역에 외식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 및 외식과 관련된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은 모두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빌딩에 입주해 있다.

CJ푸드빌이 한식을 앞세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면 CJ E&M은 K-POP을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CJ E&M은 그룹 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던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온미디어, CJ인터넷, 엠넷미디어 등 5개 계열사들이 하나로 통폐합돼 출범됐으며 자산규모 1조7000억원이다.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미디어&콘텐츠의 제작에서부터 유통 등 전 과정을 갖추게 된 CJ E&M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각종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초의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동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캣츠>를 공연 중에 있다. 또한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K-POP 콘텐츠를 제작하며 ‘한류전도사’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CJ E&M이 진행하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는 지난 2010년 마카오에서 첫 번째 글로벌 행사가 진행된 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MAMA는 아시아권 13개국에 생중계됐으며 중국·미국·프랑스 등 7개국에는 녹화 방송돼 전 세계 20개국 19억명이 시청했다.

※ 25호에서 계속...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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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MBA] 기업 생존 좌우하는 채용 어떻게

#1. 5년 전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에서 일하던 젊은 사원 A씨(당시 30세)가 경력직으로 작은 게임업체에 취직했다. 회사 CEO는 '대기업 다니던 젊은 놈이 과연 작은 회사에서 제대로 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5년이 흐른 지금 활짝 웃고 있다. 직원 20명이 전부였던 회사는 A씨의 영업능력에 힘입어 현재 1000명을 고용하고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손꼽히는 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2. 최근 유명한 금융회사 한 곳은 '학력과 스펙'이 뛰어난 B씨를 채용했다가 그가 저지른 부정으로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알고 보니 그 직원은 다른 금융회사에서는 면접에서 걸러져 떨어진 사람이었다. 금전적인 손실은 조만간 복구되겠지만 '금융회사의 생명'인 이미지 타격은 쉽게 회복할 수 없기에 실제 손실의 규모는 추정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다.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는 귀가 닳게 들어 봤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한 번 더 들어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사실 채용이 만사다. 고용시장이 별로 유연하지 않은 한국 기업에는 특히 그렇다.

앞선 금융회사 채용 실패 사례처럼 당장 그 피해가 드러나고 해고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큰 비용을 들여 채용한 직원 중 일부가 조직의 '썩은 사과'가 돼 회사 경쟁력을 서서히 좀먹을 경우, 채용 과정 오류로 질 나쁜 인재가 들어와 미래의 경쟁력을 잃는 경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회사의 생존 자체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위기 문제는 제쳐 두더라도 당장 잘못된 채용으로 회사가 입는 손실액도 만만치 않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잘못된 인재를 채용할 경우 그 연봉의 5배에 달하는 손실이 회사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기업이 아무리 신중하게 사람을 고르고 정밀한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어도 '문제적 인간'은 항상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마련이라는 것. 그렇다고 너무 촘촘하게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만 고르다 보면 '혁신인재'를 놓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본래 '돌아이(또라이)'와 '혁신인재'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사채용 방법론에는 정답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명쾌한 정답은 없지만 확실한 오답은 있는' 기업의 채용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인사채용 분야의 많은 전문가를 만났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 사례와 선진 인사ㆍ채용 시스템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글로벌 인사 전문 컨설팅사 타워스왓슨의 미라 가라즈 모한 아ㆍ태지역 인재관리 총괄대표를 인터뷰했다. 또 한광모 타워스왓슨 상무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채용현장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듣기 위해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재서치 컨설팅을 하고 있는 글로벌 서치펌 콘페리의 김승종 대표, 한국 실정에 특히 강한 엔터웨이파트너스의 홍병문 상무를 만났다. 또 이론적인 뒷받침을 위해 김광현 고려대 교수, 박광서 인사관리학회 부회장을 취재했다.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채용에 정답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오답은 있다.

김광현 교수는 "통계학의 1종 오류, 2종 오류에 빗대 인사학계에서는 이를 채용의 1종 오류, 2종 오류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뽑아야 할 핵심인재를 놓치는 게 인사채용의 1종 오류라면, 채용해서는 안 될 사람을 뽑아 회사가 곤란해지는 게 2종 오류라는 것. 김 교수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 게 바로 자신의 회사가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3종 오류인데, 3종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 1ㆍ2종 오류를 막기 위해 마련한 모든 장치가 무의미해진다"고 경고했다.

인사의 1종 오류와 2종 오류를 막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줄이는 방법은 있다. 다만 두 오류 중 하나를 줄이려 노력하면 다른 오류 가능성이 커지는 상반된 측면이 있어 산업별ㆍ직무별로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광서 부회장은 "IT나 항공우주산업, 방송ㆍ연예 등 첨단ㆍ아이디어산업이나 창의산업에서는 핵심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인재를 놓치는 오류'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1종 오류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그러나 금융, 법률, 교육, 컨설팅, 언론 등 '신뢰'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을 받는 '2종 오류를 방지하는 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3종 오류를 막는 방법도 제시됐다. 모한 대표는 "채용에서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이라며 "단기간에 이뤄지는 채용과정 자체에만 집중하지 말고 회사 전체의 인력구조, 인재상 등 전반을 끝없이 점검하고 파악하라"고 말했다.

김승종 대표는 "최고의 인재(Top Talent) 확보에만 집착하는 순간 인사의 3종 오류가 발생한다"며 "자신의 회사에 맞는 인재(Right Talent)를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통계학의 1종 오류ㆍ2종 오류 : 1종 오류는 통계 검증을 할 때 처음 설정한 가설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틀렸다고 결론을 내리는 오류다. 2종 오류는 반대가설이 맞는데 처음 설정한 가설이 맞다고 결정을 내리는 오류다. 인사 분야에서는 통계학 이론에 빗대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놓치는 경우를 인사의 1종 오류로, 잘못된 인재를 채용하는 오류를 인사의 2종 오류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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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뽑지 말아야할 인재` 안뽑는 3가지 원칙

모든 수사ㆍ첩보 영화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거짓말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도록 훈련받은 사람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최근에 맞부딪히는 상당수 입사지원자들은 이런 존재다. 아무리 철저한 검증프로그램과 치밀한 채용 절차를 만들어 놓아도 '취업관련 커뮤니티'에서 온갖 후기를 보면서 대응 전략을 준비해 채용절차에 임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마치 해커가 서버에 침투해 정밀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치명적 오류를 만들어내듯이, 지원자들의 '무한 정보 공유'는 그 어떤 채용 프로세스도 뚫어버린다. 기업이 사력을 다해 막고자 하는 채용의 1종 오류(뽑아야 할 인재를 놓치고)와 2종 오류(뽑지 않아야 할 인재를 뽑는)는 그렇게 다시 증폭된다. 인터넷ㆍ모바일 커넥티드 월드(연결된 세상)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취업을 위한 학원과 사설과외까지 범람하다 보니 '뚫는 자'와 '막는 자', '검증을 피해가려는 자'와 '걸러내려는 자'의 치열한 사투는 더욱 심해진다.

이런 상황을 아는 다수의 기업들은 역량면접, 압박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토론, 심지어 합숙까지 시도한다. 하지만 화려한 '스펙'에 현혹되고, 배우 뺨치는 연기력에 속는다.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는 지원자 모두 스티브 잡스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지만 막상 뽑아놓고 보면 콘텐츠 생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김승종 콘페리 대표는 "지원자의 지식 수준은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채용 프로그램으로 금방 알아낼 수 있고, 리더십을 갖췄는지조차 한 두 시간 인터뷰로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며 "문제는 역량이나 성격 등 잠재된 부분은 지원자의 연기력에 따라 충분히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자체가 조심해야 할 두 개의 '악성 코드'인 '첫인상'과 '선입견'도 있다. 이 역시 정밀한 채용프로세스를 마비시킨다. 한광모 타워스왓슨 상무는 "대기업 C사에서는 2~3번에 걸친 촘촘한 심층면접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초반에 가진 선입견을 버리기가 어렵더라'고 고백하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뽑아서는 안 될 인재'의 채용을 막고, '반드시 뽑아야 할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씩 채용 프로그램의 일부를 바꿔가려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지원자의 데이터를 종합해 정보화하고 최종적인 지식으로 바꾸는 '채용 인텔리전스(SI : Staffing Intelligence)시스템'을 도입해 기업 내부의 '악성코드'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경제 MBA팀은 국내외 인사채용전문가들의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해 채용오류 방지 3원칙을 구성했다.

◆ 오류방지 제1원칙…'세대차'를 '창의성'으로 착각마라

"최근 'T24 소셜 페스티벌'이라는 게 벌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우연한 인터넷 댓글 공방이 내기로 이어지고 후원사가 생겼고, 자발적으로 가수까지 참여해 군용 텐트 하나 치는 별 것 아닌 게 엄청난 행사로 변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마케팅 담당자들이 소비자들의 자생적 흐름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입사 지원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미 40대 중ㆍ후반 혹은 50대가 넘어선 임원들이 듣기에는 내용 자체도 신기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기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인터넷 서핑이 생활화된 20·30대 젊은이들에게는 게시판 글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한 내용이다. 단순한 세대 특성이나 차이가 '엄청난 창의성' '톡톡튀는 생각'으로 포장되는 순간이다.

김광현 고려대 교수는 "이처럼 인사 채용의 최종 결정권자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이라도 그저 해당 세대에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의 얘기가 포장된 경우가 많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엄청난 정보력에 현혹돼 실제 지식과 콘텐츠의 부족을 감지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 채용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면접관 중에 반드시 또래 집단을 포함시키거나, 비디오 촬영 등을 한 뒤 나중에 또래 직원들에게 이를 보여주고 옥석을 가리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광모 상무는 이에 더해 "요즘은 면접관의 특성과 숨소리까지 공유되고, 모든 채용절차의 세세한 부분과 의도까지 파악되는 시대다. 기업 입장에서는 '압박면접'과 '엉뚱한 질문'까지 대비해 '정답'을 훈련받고 온 이들을 구별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래 기업은 '문제투성이'이고 '정답'은 없기 때문에, 같은 질문을 했더라도 '모범답안'이 아닌 다소 미숙하더라도 '스스로의 해법'을 내놓으려 하는 사람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미다.

◆ 오류방지 제2원칙…'척 보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기업 채용프로세스의 악성코드인 '첫 인상'과 '선입견' 방지책도 필수다. 한광모 상무는 "영업이나 인사 업무를 했던 임직원들이 면접관이 되면, 스스로 '사람을 척 보면 알 수 있다'고 자신있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화 시대 이전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는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첫 인상'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몇 몇 TV오디션 프로그램의 블라인드 면접과 같은 방식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채용 프로세스에 참여한 사람들이 특정 지원자의 인상이나 말씨 등에 현혹되지 않도록 계속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다. 항상 수치화해 기록하면서 최대한 인상비평을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에 머무르면 '스펙 중심의 채용'이 이뤄진다. 말 그대로 '데이터'상으로만 뛰어난 인재가 선별될 뿐이다.

이후 계속된 면접을 통해 데이터를 체계화해 '정보(information)'로 바꾸면 스펙이 아닌 지식을 갖춘 인재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지원자가 회사에 적합한 인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인텔리전스(최종선택을 위한 고급지식정보)'로 만들어 '지혜를 갖춘 인재'를 최종 선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채용의 SI(Staffing Inteligence)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채용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각 팀의 '에이스'가 면접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상무는 "각 팀의 최고 인재들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채용과정에 투입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는 제대로된 인재채용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각팀이나 부서의 최고 인재들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자신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의 인재선발과 관리는 대한민국 최고로 평가받는데, 삼성에서는 각 팀의 최고 인재들이 신입사원 선발에 참여하는 게 당연시돼 있다.

또 '기왕하는 김에 이것저것 다 물어보자'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최초 선별과정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기본적인 소양을 보고, 팀장급 면접은 정말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능력을 평가하고, 임원 면접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식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이다.

◆ 오류방지 제3원칙…채용은 특정시기에 하는 일 아니다

2000년대 초 굴지 대기업에서 경영학의 기초도 모르는 인문사회과학 대졸자들을 기획과 인사 분야로 특채해 간 일이 있다.

이때 그 대기업은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경영 마인드'를 갖춘 인재가 아니라 국제 정세와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인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채용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수년간 회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재가 어떤 사람들인지 면밀히 검토해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채용과정의 1ㆍ2종 오류를 막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온갖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도 모르는 3종 오류'가 발생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모한 타워스왓슨 아태 대표는 "얼마 안 되는 기간의 채용 과정 자체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비용을 투자하지 말고, 상시적으로 우리 회사가 필요한 인재는 어떤 사람들인지, 미래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어떤 인력구조를 갖출 것인지를 항상 연구하고 계획하라"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인재에 신경을 쓰고, 채용을 잘하라'고 컨설팅하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어떤 채용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할지부터 묻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순서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채용문제는 회사가 특정 시기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전략과 함께 지속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뽑는 사람이 갑(甲)의 입장'에 있다는 착각도 버리라고 조언한다. 한광모 상무는 "아무리 취업난이 심각해도 최고 수준의 10% 정도 되는 인재들은 여전히 회사를 골라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든 면접과정이 인터넷 상에서 공유되는만큼 언제든 최고 인재가 회사로 들어올 수 있도록 채용과정 자체를 회사의 홍보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커버스토리] 채용과정 몇개 바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경영대가들은 "최근 청년실업률은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기업 입장에서 쓸 만한 인재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채용분야에서 '쓸 만한 인재 확보' 어려움이 비단 한국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매일경제 MBA팀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쉽게 알 수 있는 인사채용 분야에서 '최대한 오류를 막는 해법'을 찾기 위해 글로벌 인사 전문 컨설팅업체인 타워스왓슨의 미라 가라즈 모한(Mira Gajraj Mohan)을 인터뷰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재관리 총괄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성공적인 채용은 채용과정 훨씬 이전부터 준비하고 계획했을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며 "단지 채용과정 일부를 획기적으로 바꿔 보자고 집중할 경우에 아무리 투자를 해도 그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다"고 말했다.

-채용의 중요성은 전 세계 어느 기업이나 절감하고 있다. 기업에 해줄 수 있는 '채용과정'에 대한 조언은.

▶'성공적인 채용'은 사실 채용 단계 훨씬 이전에 시작된다. 각자 회사에 어떤 인력구성과 어떤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필요한지, 어떤 역량이 미래에 필요할지 종합적으로 점검해 필요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이걸 잘하지 못한다. 단지 무슨 마법처럼 채용과정 몇 가지를 바꾸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봤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회사 전체의 인력구조를 파악해 채용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인사ㆍ채용에는 뽑아야 할 사람을 못 뽑는 '1종 오류'와 채용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채용하는 '2종 오류'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오류를 막을 수 있나.

▶먼저 각각의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문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대학 졸업자 다수를 신규 채용하는 경우에는 2종 오류, 즉 뽑지 말아야 할 사람을 뽑는 문제는 조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론 비즈니스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근데 중요한 영업직 임원이나 리더를 채용할 때에는 2종 오류가 조직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돼 있다. 따라서 경력직 채용자에게는 절대 큰 책임을 바로 맡기지 말고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시간과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바로 채용하지 말아야 한다. 검증하는 단계를 밟아야 회사가 잘못된 한 사람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뽑아야 할 사람을 뽑지 못하는 1종 오류 문제는 주로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은데.

▶1종 오류는 기업이 채용할 대상에 대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대학졸업자 신규채용 과정을 한 번 살펴보자. 우선 기업들은 자신의 회사에 지원한 이들 중 필요한 자질을 갖춘 이들이 누구인지 알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아주 객관적이고 유효한 평가과정을 도입하는 게 할 수 있는 사실상의 전부다. 여기에서 면접자 개인들의 편견이나 선입관으로 꼭 뽑았어야 할 인재를 못 뽑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1종 오류 문제는 특히 더 어려운 게, 놓친 사람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참고할 만하다.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편견을 없애는 메커니즘을 보자는 것이다. 얼굴이나 이력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하게 장막 뒤에서 노래만 듣고 1차 선발을 하는 오디션이 보통 더 뛰어난 뮤지션을 발굴한다. 이 방법을 어떤 교향악단에서 도입한 적이 있는데, 수준이 올라갔고 예전과 다른 구성의 사람들이 뽑혔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대학졸업자 공개채용'을 많이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다들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는 이들이 지원하고 그중에서 사람을 뽑지만 인사담당자들은 나중에 '포장에 속았다'고 한탄한다. 이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인사관련 학회의 많은 연구결과들을 보면 공개채용 시, 대학교 간판이 실제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계산해보면 10%라고 한다. 즉 10명 중 1명만 간판값을 한다는 거다. 미래의 역량을 보기 위한 심층 면접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상황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해서 뽑는 게 그나마 가장 낫다. 물론 돈이 더 들고 시간도 든다. 회사 입장에서 이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근데 항상 말로는 '인재전쟁'이라고 하면서 이 정도 투자를 아낀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 She is…

미라 가라즈 모한 (Mira Gajraj Mohan) 타워스 왓슨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재관리 총괄 대표는 인도 아메다바드경영연구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20년 이상 전기전자 헬스케어 제조 운송 금융 등 산업 분야에서 인사관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핵심인재 발굴 및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업의 채용과 인사관리에 중요한 조언을 하고 있다. 타워스 왓슨의 조직관리 방법론 개발과 내부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했다.

[고승연 기자]

[Biz Buzz] 가장 `로컬` 한 것이 가장 `글로벌`

세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화되었다. 전 세계 어디든 하루면 갈 수 있고 전 세계 어디 있는 사람이건 전화, 이메일, 소셜 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할 수 있다. 많은 비즈니스들이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글로벌화된 기업들이 현지화와 글로벌화를 적절히 조화해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요즘 가장 잘나가는 비즈니스는 지극히 로컬한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바로 로컬한 것들이다. '외로운 지구의 친구들(Lonely Planet Friends)'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은 여행자들에게 지역 친구들(주변에 사는 사람들 또는 주변에 있는 여행자들)을 소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특성을 맞춘 파티, 로컬한 데이트, 로컬한 친구들 찾기 등 많은 '로컬' 애플리케이션들이 유행이다. 가장 글로벌하면서도 가장 로컬한 것이 가장 뜨거운 존재가 되었다.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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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시겔라 , `강남스타일` 처럼 광고도 가슴 움직이는 웃음 담아야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보통 사람들은 아마도 물이 된다고 할 겁니다. 근데 저 같은 광고쟁이는, 창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이 녹으면 봄이 됩니다."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두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계속된 강연에서 100여 명의 한국 광고쟁이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진지한 고민에 빠뜨렸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광고회사 '하바스'의 부회장이자 자칭 '영원한 광고쟁이' 자크 시겔라 얘기다.

그는 지난 4일 한국광고업협회(회장 안건희) 초청으로 방한해 광고기획사 이노션 본사에서 '돈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돈을 만든다(Money has no ideas, only Ideas make money)'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매일경제 MBA팀은 강연이 끝난 직후 시겔라 부회장을 직접 만났다.

-강연에서 현 시대의 광고는 '웃음'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는 사회의 거울이다. 만약에 이 사회가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 광고 역시 위기의 시대를 산다. 좋은 광고란 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장소에 있는 것이고, 또한 부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는 것이다. 시대가 슬플 때는 웃기는 광고를 만든다. 인간이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고 산다. 혹시 내일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사고 싶은 걸 못 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산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꿈을 꾸고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보통 영화를 '꿈의 공장'이라 부르지만 지금 시대에 영화가 이 같은 꿈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광고가 이것을 하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난 웃음 코드를 세 종류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영국식 광고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 감성을 건드린다. 아주 지성적인 광고다. 섬세하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수준이 높다. 전 세계로 퍼져가기에는 문제가 좀 있을 수 있다.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프랑스식 광고다. 영국과는 정반대다. 감성으로 접근해서 이성을 터치한다. 직관적이고 즉각적이다. 감각적이고 때로는 '섹스어필'까지 나아간다. 세 번째가 미국식이다. 미국식 광고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지갑을 열게 만든다. 미국식 광고에서는 유머가 있어도 웃음 자체가 목적이 아닌 셈이다. 미국식 광고를 들여다보면 제품에 집중한다. 기본적으로 '사실 기반(Fact Based)'형 광고다. 미국 브랜드가 전 세계 브랜드의 80%를 차지하다 보니 가장 많은 광고가 나오고 세계 최고의 광고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쓸데없는 광고다. 미국에 가서 TV를 보다 보면 지겨운 광고 때문에 TV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을때가 많다.(웃음) 내가 볼 때 전 세계인들에게 통할 수 있는 유머코드를 지금 찾아야 한다. 한국 광고는 즐겨보는 편인데 보편적으로 통하는 코드가 분명 있다. 지난 7월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강남스타일도 이런 웃음코드를 갖고 있다. 지금 광고가 가야 할 길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거나 감성에서 이성으로 가는 방식이 아닌, 가슴에서 가슴으로 가야 한다. 이게 지금 트렌드다.-광고는 분명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것인데, 단순히 '웃음 코드'를 잘 잡았다고 제품이 팔리나.

▶하나의 광고는 하나의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광고의)'크리에이티브'라는 건 브랜드라는 무형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성을 가미한 브랜드는 하나의 무형 가치로서 제품 그 자체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유머라는 건 브랜드에 스며들어 제품을 살려줄 때 유효해진다. 영국 광고 중에 '햄릿'이라는 시가 광고가 이를 잘 보여준다. 혼돈의 시대를 살던 주인공이 시가를 피우는 순간마다 자신감이 상승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보통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복잡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고 미뤄두고 도피하고 싶을 때 담배를 빼어 문다. 그 심리를 역으로 찔러준 거다. 단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웃음은 술과 같은 것이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앞으로 광고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는가.

▶광고는 트렌드다.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사실 그냥 TV를 보면 된다. 지금 유행하는 광고 시리즈를 보면 일상에 대해 많이 다룬다. 가족이 있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 과정에 어떻게 제품이 들어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 같은 여정을 이어주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광고는 완전한 허구다. 올해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수상작에는 아예 곰이 주인공으로 나와 감독 역할을 맡았다. 지나치게 허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착하면 안 되지만, 광고는 최고의 상상력이 동원될 때에만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문제는 지금 광고가 인터넷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보통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나와 자신의 일상을 보여준다.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인터넷 시대에는 결국 TV 광고와 인터넷 광고가 구분돼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은 좀 더 일상으로 들어가고, TV는 마치 영화처럼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이쯤에서 광고의 제1 법칙이 도출된다. '법칙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허구가 어쩌니 일상이 어쩌니 내가 떠들고 있지만 3년 전 칸 그랑프리는 있는 그대로 사실만 보여준, 고릴라가 계속 북을 두드리는 배터리 광고가 차지했다. 법칙이 없다는 게 확 와닿지 않나.(웃음)

-인터넷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겠다. 인터넷ㆍ모바일ㆍ소셜미디어 등이 넘쳐나는 다채널 시대가 도래하면서 광고계에서는 이를 모두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채널을 활용하다 보면 메시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지금 지적한 게 바로 광고와 시대가 지나치게 발전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사실 현대사회는 모두가 시계를 갖고 있고 이를 차고 다니지만 정작 아무도 시간이 없다.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반응 시간도 엄청나게 빠르다. 또 메시지가 여러 번 반복되는 시대다. 광고업계에서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다수에게 전달되면 효과가 분산된다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크리에이티브(창의산업과 광고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광고의 제2 법칙이 바로 이거다. '응집력을 발휘하라'는 것. 난 '브랜드 DNA'라는 표현을 쓴다. 브랜드 DNA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채널을 활용해 광고를 하고 있어도 사실상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좀 어려운 얘긴데 풀어서 설명해달라.

▶나는 자동차 회사 '시트로엥'의 광고기획을 아주 오랫동안 담당해왔다. '시트로엥 브랜드의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다.(웃음) 그래서 시트로엥 광고기획에 들어가는 순간 그동안 시트로엥이 전파한 모든 메시지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부합하지 않는 것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브랜드 DNA에 맞지 않는 건 과감하게 버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서야 각 국가 시장별로 유머도 얹고 감성도 얹는다.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만든 뒤에 그 위에 얹는다는 거다. 브랜드 DNA와 광고의 슬로건은 글로벌해야 하지만 캠페인은 '글로컬(세계적이면서 동시에 현지화된)'해야 한다. 광고 제3 법칙이 여기에서 나온다. 바로 '지속성'이다. 광고 캠페인,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 DNA를 정립했다면 그때부턴 이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소통)의 시대가 가고 컨버세이션(대화)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지금까지의 '혁명' 중 가장 큰 혁명은 바로 디지털 혁명이다. 21세기 초까지는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의 독재 시대였다. 광고에서 어떤 제품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제품에 '+α(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슬로건에 녹이고 메시지로 뿌려주는 작업을 했다. 마치 망치로 두더지를 때리는 게임처럼 소비자들 머리에 광고 슬로건을 입력시켰다. 당연히 소비자는 매우 수동적인 존재였다. 이런 광고, 지금까지의 광고는 그래서 광고라기보다 '선전선동(propaganda)'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제품과 소비자 사이에 권력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생겼다. '소통과 소비'의 독재 시대에서 참여민주주의 시대로 변했다. 소비자는 인터넷과 너무나 가깝게 밀착돼 있다. 기존에는 브랜드를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잘못이 보이거나 구멍이 발견되면 아무런 제재 없이 공격하는 존재로 변화했다. 오늘날 소비자는 브랜드 가치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예전에 수직적인 광고는 메시지를 생성한 뒤 망치로 끝없이 머리를 때려 주입했다. 이제는 순환적으로 바뀌었다. 컨버세이션의 시대라는 건, 이런 시류에 맞춰 광고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순환'이라는 게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하나의 창의적인 광고(크리에이션)는 하나의 아이디어 뒤로 수많은 메시지를 감춰 두고 있다. 예전에는 컨셉트를 하나 잡고 '제품+α'를 보여주면 그게 끝이었다. 근데 지금은 아이디어에 기반한 창의적인 생각을 인터넷이라는 웅덩이에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던져진 조약돌,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원점으로 파문이 계속 일어나고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미디어를 성장시키고 아예 미디어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또 파문이 커진다. 강남스타일이 아주 대표적인 사례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서 '소 미디어'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80세인데 아직까지도 창의성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창의력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피카소는 90세에도 그림을 그렸다. 어린아이의 시각만 유지한다면 창의성은 항상 갖고 있을 수 있다. 90세의 피카소도 사실은 정말로 아이 같았다. 설사 '계속되는 젊음'이 어떤 정신병이라고 해도 나는 그 병에서 치유되고 싶지 않다. 스무살 때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젊음'의 손을 잡고 끝까지 가자고. 그 결심을 한 뒤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했다. 그리고 인생이 바뀌었다.

-모두가 '창의성'을 말하는 시대이다 보니 뭐가 진짜 창의성인지 모르겠다. 정의를 내린다면.

▶'인터넷의 비극'이 뭔 줄 아나. 창의력을 말하면서 모두 'Copy & Paste(복사해서 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누군가 일본 영화에서 조금, 한국 영화에서 약간, 독일 영화에서 일부, 프랑스 영화의 감성을 다 짜깁기 해놓고 자신은 '영국 영화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그런 시대라는 말이다. 이런 식의 짜깁기는 상상력을 죽인다. 창의력의 '적'이다. 창의성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거다. 펜을 들고 텍스트를 직접 써야 한다. 내가 직접 그런 식으로 쓴 책이 27권이다. 만년필로, 손으로 직접 썼다. 여기 손 굳은살이 보이나. 손으로 직접 써보는 글과 키보드를 쳐서 쓰는 글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여전히 영상으로 된 광고 레이아웃을 잘 보지 않는다. 영상이미지는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순간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손으로 직접 써서 짠 광고 레이아웃이야 말로 진짜 창의력의 결정체다.

■ He is…

자크 시겔라는 현재 세계 6위 글로벌 광고대행사인 하바스그룹 부회장이다. 프랑스 광고업계에서 최고 거장으로 손꼽힌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25세에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변덕스럽고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그는 약학박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인생에서 잘못된 출발을 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그는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했다. 그때 경험을 책으로 썼는데 12만부가 팔렸다. 그가 생각하는 인생의 첫 번째 성공이었다. 7개 직업을 거쳐 주간지인 파리 매치(Paris Match)에 입사해 2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그 후 석간 신문인 프랑 소아(France Soir)로 옮겨 30세에 편집장을 지냈다. 프랑 소아를 프랑스 최대 석간지로 성장시킨 뒤 언론계를 떠났다. 광고계에는 32세가 돼서야 입문했다. 특히 자동차ㆍ패션 전문 광고 제작자로 명성이 높다. 전 프랑스 대통령인 미테랑과 사르코지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진두지휘해서 승리를 이끌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책 27권을 쓴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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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퍼스트 클래스 CEO의 심리적 탄생

'세상을 바꾼 3개의 사과(애플)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의 애플,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애플, 그리고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 이런 점에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퍼스트 클래스 CEO로 손꼽힐 만하다.

스티브 잡스가 이승을 하직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최근에 진행된 아이폰5 발표회 소식은 왜 스티브 잡스가 퍼스트 클래스 CEO인지를 잘 보여준다. 아이폰 5는 역대 최고 아이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5는 이전만큼 여론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데는 실패했다. 두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혁신과 메시지'가 그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이 두 가지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훌륭한 CEO는 진보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퍼스트 클래스 CEO는 혁신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 퍼스트 클래스 CEO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CEO로서의 개인적인 삶과 비즈니스를 하나로 통합해내는 창의성이다. 이런 점에서 이 같은 CEO의 필수 덕목 중 하나는 삶을 심리적으로 완성해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창업했던 애플에서 내쫓기듯 사임했다가 다시 복귀하게 된 에피소드는 퍼스트 클래스 CEO가 탄생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 자신이 사생아(私生兒)였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내쫓긴 뒤 일종의 사생아 신세였던 픽사(Pixar)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영화감독인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이혼을 하면서 입양을 위해' 세상에 내놓은 회사였다. 픽사는 그 자신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진 아이 같은 회사였던 셈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 회사를 입양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그의 딸 리사(Lisa)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3세 때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가 그의 딸 리사를 낳았다. 하지만 사생아였던 그는 자신의 사생아와 대면하는 것을 회피했다. 처음에 그는 현실에 직면하기보다는 미성숙한 기제인 공상의 세계로 도피해 자신은 무정자증 남자이기 때문에 리사는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자소송을 통해 결국 그는 리사가 자신의 딸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고, 이러한 결정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와 픽사가 세상에 선보인 '토이 스토리(Toy Story)'라는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영화는 그의 공상이 성숙한 기제인 승화로 점화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가 토이 스토리를 제작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자신의 딸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재미를 선물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스티브 잡스가 리사를 받아들이고 또 리사를 위해 회사를 인수해 토이 스토리를 제작한 경험은 그의 삶에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려놓아 주었다. 그는 픽사에서의 성공 경험에 힘입어 결국 애플에 금의환향하게 된다. 마음의 고향으로 되돌아온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괴팍하고 고독하기만 한 천재가 아니었다. 그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는 퍼스트 클래스 CEO라는 명성을 거머쥐게 되었다.

훌륭한 CEO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반면, 퍼스트 클래스 CEO는 자신의 심리적인 요구에 의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명적인 과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퍼스트 클래스 CEO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는 데 활용하는 혁신적인 메시지는 CEO 자신의 심리적인 필연성이 외현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인 차이가 작아 보일지라도 바로 그 미세한 차이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위대한 CEO를 탄생시키는 심리학적 비밀이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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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ZARA 처럼 `생산 → 유통 → 판매` 일사천리로

■ AT커니와 함께하는 가치혁신 전략
① 불황에도 통하는 공급망 혁신

영업이익 신기록을 연일 새롭게 써가는 삼성전자는 불황기에도 적용되는 '공급망 관리ㆍ혁신의 전형적인 성공 공식'을 보여준다. LCD TV를 예로 들면, LCD 패널 구매에서 TV를 생산해서 판매가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 걸린다. 삼성전자는 그 리드타임(소요시간)을 해외 경쟁업체보다 20% 이상 단축했다.

자세히 설명하면 조달부터 판매까지의 리드타임이 20% 이상 짧다는 것은 부품과 제품에 묶여 있는 운전자본이 20% 이상 적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제품 및 부품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전자산업에서는 그만큼 더 싸게 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삼성전자가 매년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 그룹이 선정하는 공급사슬 상위 25개사(supply chain top 25)에 선정되는 이유다. 이러한 공급망 관리의 제대로 된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음의 3가지 역량 및 관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바로 뛰어난 수요예측 역량, 유연한 공급 능력, 그리고 이 전체를 잘 아우르는 판매ㆍ운영계획(S&OP:sales & Operation planning) 체제다.

◆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수요조차 모른다

수요예측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하는 곳은 많지 않다. 기업들은 바로 가장 기본적인 이 지점부터 점검해야 한다.

먼저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살펴보자. 많은 기업들이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계적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는 다른 제조업체에 팔거나 또는 유통회사에 팔게 되고, 그 유통회사가 실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실제 소비자에게 팔리는 양이 본래의 제조업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체 등과 협의해 함께 판매량을 조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상당수 소비재 회사들과 유통회사들 간에는 이런 협업적(Collaborative) 공급사슬의 운영 방법을 정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협업 계획ㆍ전망ㆍ보급 관리 체계(CPFR: 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and Replenishment)'라고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월풀(Whirlpool)이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월풀은 미국 로워스(Lowe's) 유통업체와 핵심적인 비즈니스 협업모델로서 2007년 이후 CPFR를 도입했다. 수요예측-생산-물류 소비자 판매에 이르는 전체 공급사슬(Supply Chain)을 최적화했고, 이를 통해 수익 증대와 운영비용 감소를 동시에 가져왔다.

◆ '소요시간' 관리는 '자라(ZARA)'처럼

'공급을 유연화하고 시장에 잘 반응하자'는 취지로 정기적인 회의만 여는 건 바보짓이다. 시스템 정비에 투자하라. 그래야 비용절감이 된다. 공급 유연성 확보를 위한 생산 소요시간(리드타임) 관리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피면서 변화를 모색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리드타임을 줄이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삼성전자 사례를 가지고 설명했지만, 패션산업에서도 이런 사례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패션산업에서 SCM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 자라(Zara)는 기획에서 출시까지 두 달 이내에 이뤄지며, 디자인이 선정된 후 3주면 매장에 출시된다. 다른 패션 회사들은 어떤 옷이 잘 팔릴지를 9개월 전에 예측해야 하지만, 자라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옷을 디자인해서 매장에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월 재고는 3% 이내에 불과하다. 자라는 모든 물류를 항공운송으로 하고, 생산의 유연성을 위해 생산의 절반 정도를 자가 공장에서 소화하는 등 타 패션회사와는 달리 리드타임 단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대신 재고를 최소화함으로써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 '계획을 바꾼다는 계획'을 세워라

판매와 운영관리 계획을 세워 일사불란하게 목표달성을 위해 앞만 보고 뛰다가는 함께 넘어질 수도 있다. 불황기에 요동치는 시장에서는 계획 자체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런 수요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전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잡는 과정인 판매ㆍ운영계획(S&OP)에 신경을 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급사슬 전체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ㆍ구매ㆍ물류 등의 계획을 맞추더라도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게 된다. 계획을 자꾸 흔들어 놓는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얼마나 빨리 감지해 재빨리 바꿀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주 단위, 월 단위 등 각 회사별로 가장 효율적이고 유연한 '계획 재점검 회의'를 정례화해 시장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때로는 불시에 회의를 열어서라도 신속하게 계획을 바꾸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이런 판단이 늦어지면 불황기 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반복하면서 쌓인 글로벌 SCM 역량은 소비자나 시장의 수요 변동에 대해 경쟁사보다 몸집을 줄이고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AT커니 = 강세종 부사장 / 이승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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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SNS 예견한(?) 과학적 문자…생각은 즉각 손끝에서 구현된다

기본자음·모음에 획 추가만 하면
자동변환방식 없이 모든글자 소화
일본어 대비 28배 비용절감 효과
한컴 아래아한글·삼성 천지인 등
창제원리 활용 부가가치 상상초월



“카카오톡에서 하루에 3억통가량의 메시지가 교환된다고 하는데, 이때 절감되는 시간적 효과까지 포함한다면 한글의 경제적 가치는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마트폰 개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 등 모바일 혁명이 가속화되는 스마트 시대에 한글의 위상은 더욱 올라가고 있다. 한글은 그 어느 문자보다도 투입 대비 생산의 효율성이 뛰어나 스마트 환경에서 우수한 텍스트 자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글의 이런 경쟁력은 글로벌 IT기업들에 널리 알려져 한글을 자사의 비즈니스로 활용하려고 시도한 기업까지 나타났다. 과학적으로 완벽한 글자란 평가를 받는 한글은 어떻게 산업ㆍ경제적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는 자산이 됐을까. 한글을 갖고 각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기업들로부터 그 배경을 들어봤다.

“작게 만들어서 크게 쓸 수 있다는 게 한글의 최대 장점이죠.” 정희성(66) 선문대 전 부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개의 모음(ㅣ, ㅡ, ㆍ)으로 20개가 넘는 자음, 모음을 모두 만들 수 있는 한글의 특징 때문에 자판 개발 시 일본어보다 28배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완벽한 글자란 평가를 받는 한글은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현재 스마트폰용 키패드를 개발하는 네오패드 대표로 있는 그는 한글과 일본어 키패드는 물론 1994년 ‘남북 통일안 키보드(PC용)’를 개발할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일본어와 중국어의 경우 한자를 표기하기 위해서 알파벳으로 먼저 입력해야 하고 ‘자동변환방식’을 이용해 다시 이를 한자로 변환해야 한다”며 “이때 들어가는 기술과 비용이 상당하다”고 했다.

예컨대 그가 개발한 일본어 키패드의 경우 약 2만8000원(1500엔)에 내려받을 수 있지만 한국어의 경우 980원밖에 들지 않는다. 자동변환기술과 방대한 양의 한자사전을 탑재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이용료가 비싸지는 것. 이는 중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알파벳을 문자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 자동변환방식 없이 컴퓨터 자판 안에 자국어 문자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한글이 유일하다. 한글이 표음문자인 것도 주요한 이유지만,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낱말과 문장을 형성하는 방식은 알파벳보다도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한글의 장점에 힘입어 하늘, 땅, 사람을 의미하는 한글 키패드 ‘천지인’이 탄생했다. 3개의 기본 모음(ㅣ, ㅡ, ㆍ)에 나머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키패드의 숫자를 줄일 수 있어 역시 효율적이다.

삼성의 ‘천지인 한글’은 기본 자음과 모음에 획과 쌍자음 단추만 추가하면 모든 글자를 빠르게 조합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언어는 각 문자 하나하나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글을 표현하기 때문에 모든 문자를 스마트폰 키패드에 표현해야 한다.

한글을 이용한 대표적인 기업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다. 한컴은 한글이 아직 컴퓨터에서 보편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던 1998년 ‘아래아 한글 1.0’을 선보였다. 당시 ‘아래아한글’은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해 컴퓨터에서 한글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워드프로세서였다.

조합형 문자코드는 한글 창제원리 그대로 각각의 자모를 조합해 하나의 글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모든 경우의 수의 글자를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완성형 문자코드는 미리 입력돼 있는 2350자 외의 글자는 구현할 수 없었다.

‘아래아한글’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글도 컴퓨터상에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의 90% 이상이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아래아한글’을 선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 한컴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 위기에 처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를 위한 투자를 제안했다. 하지만 한글학회를 비롯한 15개 사회단체가 ‘한글지키기국민운동본부’를 세우고 국민 모금에 나서 회사가 살아나기도 했다.

2010년 말 기준, ‘아래아한글’이 포함된 ‘한컴 오피스’는 국내에서 약 18%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미래IT강국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MS오피스가 미국 내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독점할 경우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외화유출액은 연간 총 3739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아래아한글’과 ‘한컴 오피스’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커버스토리> “한글의 미학 외국인이 먼저 알아봐”

‘포스트 앙드레김’으로 불리는 이상봉 〈사진〉디자이너는 ‘한글’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 2002년 파리 컬렉션에 진출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6년 한글을 활용한 패션 디자인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고 앙드레김에 비견되는 ‘국민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특히 린제이 로한 등 패션계에 영향력이 큰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한글 의상을 입으면서 해외 유명 편집숍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유럽ㆍ미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의류뿐만 아니라 도자기ㆍ휴대폰ㆍ자동차ㆍ아파트 등 한글을 응용한 다양한 산업디자인 작업을 통해 국내외에 한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행남자기와 협업한 그의 도자기 작품은 현재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Victoria & Albert) 박물관에 영구 전시돼 있다.

“한글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면 할수록 한글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는 이상봉 디자이너를 최근 서면을 통해 만났다. 그는 2013년 봄ㆍ여름 컬렉션 쇼를 위해 태국을 거쳐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그는 “한글은 그래픽적 요소와 선의 아름다움 위에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 체계까지 갖췄다”며 한글의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옷과 제품에 입힌 한글의 의미를 설명해주었을 때 외국인들은 더욱 관심을 보였다”며 해외 패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문화유산 ‘한글의 힘’을 전했다. 한글이 응용된 디자인은 ‘아름다운 이미지’로서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한국 고유의 유산으로서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 순서가 바뀌어도 이 공식은 성립된다. 그는 따라서 한국이 널리 알려져야 ‘한글 디자인’ 세계화도 함께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외국 디자이너들이 중국이나 일본의 한자나 문화 요소들을 모티브로 사용하는 데에는 그들의 문화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며 “한글 디자인이 세계화되려면 다른 문화도 복합적으로 소개돼야 그 파급력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태국에서 만난 관계자들 가운데 한국어가 능숙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이해하기 위해 한글 공부를 하고 있었다”며 한류 열풍으로 인한 한글 학습의 인기가 패션 디자인 분야에도 흘러들기를 기대했다.

한글뿐만 아니라 단청, 산수화, 돌담 등 한국 고유의 미적 요소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를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한 디자인으로 풀어낼 생각”이라며 “한글 디자인 역시 일차원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해내도록 연구 중”이라며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밝혔다.

<커버스토리> 한글 캘리그래피 주방용품 밀라노 박람회서 큰 호응

최근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한국어 노래, 드라마, 영화, 문학작품 등은 유례없는 거대 한류 콘텐츠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직접적인 경제효과만 12조원대에 이르는 가운데 한글 자체를 산업화하는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글 디자인 문구에서부터, 캐릭터, 패션, 캘리그래피, 주방가구까지 한글 소재의 상품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한글의 자유자재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글서체와 캘리그래피가 개발되면서 디자인적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넵스는 최근 수납장의 유리문에 조성주 작가의 캘리그래피로 ‘고향의 봄’ 가사를 새긴 주방가구 ‘고향의 봄’을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에 출품해 각국의 참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서예작가 심용섭 교수의 한글을 넣은 캘리그래피 다이어리는 올해 연초 7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글 디자이너 손민정 씨의 우산, 스카프 등은 한국적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잘 나간다. 한글의 산업화 가치를 제일 먼저 발견한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품은 ‘피겨 여왕’ 김연아의 한글 티셔츠는 물론 행남자기 그릇, 프랭클린 다이어리 커버, 지갑, 수첩 등 문구류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이루고 있다. 이런 한글 디자인의 인기에 힘입어 한글티셔츠를 전문으로 파는 곳들도 크게 늘고 있다.

패션리더로 통하는 외국 유명 연예인 가운데에는 한글 문양 옷을 즐기는 이들이 여럿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임신 전 한글이 새겨진 원피스를 입고 다녀 화제를 불러모았으며, 시에나 밀러는 아모레라고 적힌 쇼핑백을, 일본 스타 하마사키 아유미와 이마이 쓰바사도 한글이 적힌 셔츠를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글의 이해와 산업화를 위해 한글박물관 개관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글의 디자인적 요소와 전통 문양을 활용한 공예품 및 호텔의 한국적 스타일 공간 구성 등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고품격 한국적 스타일 모델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이와 함께 문화콘텐츠를 세계에 유통시키는 일은 세종학당이나 한국문화원을 통한 한글보급과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어 보급기지인 세종학당을 2014년까지 160개, 2016년 200개로 늘릴 방침이다.

그런가하면 국립국어원은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함께 세계의 유명 웹사이트나 교과서, 백과사전 등에 잘못 알려져 있는 한글에 대한 정보를 바로 잡고 세계인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고 있다.

<커버스토리> 50개국서 한국유학 밀물…한국어는 지구촌 녹이는 용광로

한국외대 한국어문화교육원
중·일·유럽 유학생 2000명 수학중
태국선 60개高 한국어 강좌 개설
해외서 한국인 강사 파견요청 봇물
정부 관련예산 증액 등 전방위 지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일반 기관뿐만 아니라 각 대학에도 한국어학당 등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한국어 교육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외국인 유학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어 교육 수요는 해외에서도 확대 추세다.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파견해달라’는 국가적 요청까지 접수되는 상황이다. 해외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국어 강사를 양성해 해외로 파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해외 취업으로 고용 확대 효과까지 누리는 셈이다. 

▶“한국어 배울래요”…몰려드는 외국인 유학생=1년에 4학기로 나눠 정규과정, 특별과정, 정부 국고사업 등 다양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인 한국외대 한국어문화교육원의 경우 2011년 수료생이 2091명, 올해는 9월 현재 1830명에 달한다. 국적도 다양하다. 중국인이 489명, 일본 324명, 베트남 88명, 유럽 100명, 남미 37명 등 약 50여개 이상의 국적 학생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건국대도 1998년 한국어 정규과정을 개설한 이후 교환학생이나 외국인 입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특별과정, 한국어능력시험 대비반 등 총 6개의 한국어 과정을 운영하며 외국인들의 한국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정규과정을 이수한 외국인들이 무려 3785명에 달한다. 수강생 수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08년(1, 2학기 포함) 807명, 2009년 743명, 2010년 606명, 2011년 792명, 2012년 837명이다.

이 같은 한국어 수요의 증가는 K-팝(Pop) 등 한류 문화의 활성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오는 배경에는 한류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다보니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K-팝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별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어 원어민 강사 구해요” …해외 취업 봇물=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어 교육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한국어 강사 자격요건을 갖춰 해외 취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고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해외 초ㆍ중등학교는 2009년 522개교에서 올해 29개국 717개교로 크게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 중인 세종학당도 2009년 6개국 17곳에서 올해는 43개국 90곳으로 늘었다. 세종학당은 대부분 대학에서 한국어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각 해외에 진출할 한국어 강사를 양성해 파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2010년 태국 정부의 요청으로 글로벌 인턴을 선발해 6개월 동안 태국에 한국어 강사로 파견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학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정식 한국어 교사를 선발해 태국에 파견하고 있다. 지난해 파견된 교사는 54명, 올해는 43명이다. 내년도에는 60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지난 6월에도 스리랑카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현지교사를 지도할 한국어 교원 5명을 파견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뉴욕주립대와 한국어교사 양성 과정 설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태국 소재 고등학교 중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학교가 60곳에 달한다. 내년에는 학교당 한국어 교사 한 명꼴로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는 한류나 한국 기업 취업 등을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한국어 교사를 더 파견할 수 있다면 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한국어 교육 예산 확대”…사교육업체 “새로운 블루오션”=국내외 한국어 교육시장이 커지면서 정부도 관련 예산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3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교원 양성 지원 예산이 올해 14억원에서 2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한글의 가치 확산 사업 예산을 올해 54억원에서 66억원으로 확대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교육업체도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린 국내 사교육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한국어 교육 사업에 뛰어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교육컨설팅전문업체 넥스에듀(대표 남영식)는 올 11월께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사범대학교 내에 한국어교육원을 개설해 교사를 파견하고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사는 한국인과 중국인 각각 2명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500명의 수강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월에 시작될 첫 학기 수강생은 이미 150명을 넘어섰다.

<커버스토리> 나만 안쓰면 왕따…100%가 은어사용

A: “솔까말, 어제 시험 지대 어려웠어. 성적표 나오면 레알 깜놀할지도 몰라.” B: “나도 가채점해보니 캐안습. 시험끝나면 스트레스 풀게 드라마 닥본사 고고씽.”

중학생 A(15) 양이 친구 B 양과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이들의 대화를 풀어보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어제 시험 진짜 어려웠어. 성적표 나오면 정말 깜짝 놀랄지도 몰라” “나도 가채점해보니 정말 안구에 습기차(눈물나겠어). 시험끝나면 스트레스 풀게 드라마 닥치고(무조건) 본방송 사수하자”와 같다.

대화에서 이처럼 축약어 사용이 많은 이유에 대해 A 양은 “빨리 의사전달을 할 수 있어 편하고 친구들 모두 통신언어를 쓰기 때문에 나만 안쓰면 어색해진다”며 “요즘엔 일상 생활에서도 축약어나 은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젊은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축약어 사용이 장년층의 통신언어와 문자 사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학생ㆍ고등학생 자매를 키우고 있는 김모(45ㆍ여) 씨는 “아이들과 카카오톡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신조어를 많이 배워서 사용하고 있다.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글 오염 및 한글 파괴 문제를 내세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글학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통신상 편리를 위해 신조어를 만들더라도 비어나 속어의 성격이 짙을 경우 한글 오염 등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일부 대학생이 입사지원서 등에도 구어체를 습관처럼 남발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조어나 축약어를 공식적인 문서에 남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원형 국립국어원 우리말 순화담당 연구원은 “어느 시대에나 신조어가 생겨날 수는 있지만, 요즘 생겨나는 말들 중에는 세대 간의 소통에 단절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 이런 부분은 지양돼야 한다. 무엇보다 언어사용 시에는 어떤 표현을 쓰는 것이 바르고 고운 것인지 고민하는 태도와 노력이 아울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언어의 강한 복원성을 이유로, 일각의 한글 파괴 우려가 지나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년 전 하이텔 등 통신언어가 나왔을 때도 한글 파괴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려할 만한 현상은 없다”면서 “언어는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어서 사회나 문화가 바뀜에 따라서 그 형태도 변화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 역시 “친밀감의 표시 등 문화나 환경에 따라 언어 사용도 얼마든지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버스토리> 중남미서도 유럽서도 “오빠 사랑해” …K팝이 한글 국제화 이끈다

강남스타일’ 너도나도 한국어 열창
방송프로 활용 교육 콘텐츠 제작
73개국 4800만 시청자에 방송 예정



“대한민국!, 시아준수 사랑해!”

지난달 6일 멕시코시티 블랙베리 오디토리엄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열린 가수 김준수의 단독 콘서트 현장에선 귀에 익숙한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준수 사랑해’라고 한글로 쓰인 피켓을 든 멕시코 10, 20대들의 입에서도 한국어 ‘떼창’이 흘러 나왔다.

국제가수 싸이는 지난달 6일 미국 LA에서 열린 ‘201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에 올라, 한국말로 “기분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 이 무대에서 한번쯤은 한국말로 서보고 싶었습니다. 죽이지?”라는 원어민 소감을 밝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각국의 다채로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패러디에서도 외국인들은 서투른 한국말 가사로 노래한다.

K-팝(POP)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은 한국어의 국제적인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8월 30일에 열린 국제행사인 ‘서울드라마어워즈 2012’에선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 역사를 상상력을 가미해 제작한 사극 ‘뿌리깊은 나무’가 7년 만에 한국드라마로선 처음으로 영예의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글자의 창제원리와 욕설 등 외국어 번역으론 깊이 있는 이해가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심사위원들은 유럽 등 세계의 쟁쟁한 드라마들을 제쳐 두고 이 작품을 대상으로 인정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 독창적이고 고유한 스타일의 한류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덩달아 부쩍 높아졌다. 그룹 JYJ의 인기에 고무된 멕시코 한국문화원은 아예 지난 9월 초부터 K-팝 가요 교실을 열어, 노랫말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 정도니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한류에 일찍 눈뜬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서 한국어 배움의 열기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쿄, 베이징 등 주요 도시 서점의 외국어 서적 코너에선 ‘겨울연가’ 등 한류 드라마를 활용한 다양한 한국어 교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KBS는 이달 한글 주간을 맞아 ‘가을동화’ 등 옛 한류 드라마부터 ‘드림하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최신 드라마,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를 교육 콘텐츠로 활용한 ‘두근두근 한국어’를 제작, KBS월드 채널을 통해 전 세계 73개국 4800만 시청가구를 대상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또한 ‘KBS 두근두근 한국어’ 교재를 발간해 세종학당 90개소에 배포할 예정이다.

실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 영화가 좋았고, 이를 더 심취해서 즐기고자 시작한 한국어 학습은 한국 문화에 대한 더 큰 관심과 갈증도 낳고 있다. 또 한류문화와 한국어가 매개가 돼 세계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지난 8월 말께 6박7일간 경기대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한국문화 어울림 한마당’에 참가한 중국의 20대 여성은 “친구들과 K-팝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어로 더 많은 세계 친구들을 사귀게 돼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부산외대 교수)은 “취미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대개 목표 수준이 낮아 학습 기간이 오래지 않고 초급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한국어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이런 취미 목적층이 계속 학습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한국 문화와 한국어 교육의 접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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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모셔라…서울 백화점은 ‘남북전쟁’ 중

‘쇼핑메카’ 명동 품은 강북권 백화점 특별할인 전략으로 선점효과 주도
“고급스럽다” 입소문…강남권 백화점은 中 VIP고객 맞춤전략으로 추격


중국인 관광객, 일명 ‘요우커(遊客)’가 서울의 한강을 사이에 둔 유통업계에 ‘남북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국경절(10월 1일~7일)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요우커’가 막대한 양의 실탄(현금ㆍ2억달러로 추산)을 뿌리며 쇼핑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해 강북ㆍ강남권 백화점 간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요우커’의 동선은 명동 상권에 한정돼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강남의 압구정동 라인으로 영역이 확대됐다”고 했다. 가두점과 면세점 쇼핑이 가능한 전통의 강북과 프리미엄 이미지에 헬스케어 관광까지 접할 수 있는 강남 상권의 맞대결은 해를 거듭할 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명불허전 ‘쇼핑 메카’ 명동=지난 4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백화점은 한 눈에 둘러봐도 내방객의 절반은 관광객일 정도였다. 매대에 서 있는 직원과 농담을 주고받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외국 방문시 느낄 법한 불편함이나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화장품 ‘라네즈’ 매장에는 상담을 받고 있는 5명의 손님 중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의 거리, 명동의 편의성에 대해 극찬했다. 중저가 화장품부터 명품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명동 거리에는 중저가 화장품과 브랜드 의류, 신발 매장 등이 즐비하다. 이것으로 아쉽다면 얼마든지 길 하나를 건너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명동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도 관광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에서 통역요원에게 매장을 물어보던 리아이밍(26ㆍ여)씨는 “백화점에서 할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왔다”라며 “한국에 온 건 두 번째인데, 명동은 볼 것이 많아 꼭 들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명동은 각종 편의와 유명세 때문에 특히 단체관광에서는 필수코스다. 롯데백화점 앞 거리는 어느 새 20여명의 관광객들을 이끄는 가이드의 설명 장소로 자리잡았다. 명동의 가두점과 백화점을 오가면서 쇼핑을 하고 식사와 마사지로 끝을 맺는 게 전형적인 단체관광으로 꼽힌다.
 
중국 국경절(10월 1일~7일)은 한국 백화점 업계엔 둘도 없는 대목이 됐다. 일주일 동안 10만명의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가 2억달러를 쓰고 갈 것으로 추산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ㆍ강남권 백화점들이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최근 현대백화점을 찾은 여성들이 의류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강북권 백화점을 대표하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선 중국인 커플이 한국 전통 공예품에 대해 통역 서비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롯데ㆍ현대백화점]

▶돈 있는 요우커, 3~5명씩 강남을 찾다=요우커에게도 강남은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입소문을 통해 ‘한국을 최신 유행을 경험하려면 강남으로 가라’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리칭(李淸ㆍ30ㆍ교사)씨와 펑스웨이(馮師爲ㆍ30ㆍ회사원)씨도 “친구들이 강남으로 가라고 해서 왔다”며 “명품이 많아서 좋다”고 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에서 만난 중국인 옌스(淵石ㆍ36ㆍ사업가)씨와 리빈(李賓ㆍ35ㆍ사업가)씨는 “강남은 쇼핑객이 붐비지 않고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갤러리아백화점의 한 통역도우미는 “이쪽(강남)을 찾는 중국인들은 단체 관광이 아닌 3~5명씩 소규모로 다닌다”며 “인근 고급 호텔이나 세븐럭카지노 등에 머무는 ‘큰 손’들이 온다”고 전했다. 강남을 찾는 중국인의 구매단가는 강북권보다 두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 쇼핑으로 1000만~2000만원어치씩 사가는 걸로 알려졌다. 

강남 상권의 강점으로는 헬스케어 관광이 가능하다는 점도 꼽힌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의료기관의 19% 가량이 강남에 집중돼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엔 성형외과, 피부과, 종합병원이 몰려 있어 건강검진이나 각종 시술을 받으려는 ‘요우커’가 많다”며 “반창고를 붙이고 쇼핑하는 ‘열혈 요우커’도 있다”고 말했다.

▶‘요우커 온리(Only)’ 특별할인 전략=‘요우커’ 를 상대로 한 패권은 아직까지 강북상권이 쥐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으로 추산한 외국인 매출은 롯데백화점 본점이 890억원(중국인 매출 440억원 추산), 신세계 본점이 700억원이다. 강남의 현대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400억원 상당이다. 그러나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두고 봐야 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지난해 중국인 매출이 전년대비 280% 신장하는 등 강남상권의 추격속도가 매섭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귀금속과 시계코너에서도 올 상반기 중국이 매출이 작년보다 270% 가량 늘었다.

자연히 강북과 강남간 경쟁은 격화할 수 밖에 없다. 강북권 백화점은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할 추가할인행사를 진행한다. 강남권은 중국인 VIP고객을 노리고 파격적인 상품권 제공 행사를 벌이고 있다. 

홍성원ㆍ도현정ㆍ윤현종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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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한·중 게임 영토전쟁



엔씨·엠게임·위메이드 등 무협 소재 신작 잇따라 출시 중국시장 교두보 확보 총력전

짝퉁 이미지 벗은 中업체들도 자본력 앞세워 한국 공략 고삐

글로벌 게임시장의 패권을 놓고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시장 쟁탈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 교두보 확보에 사활을 걸자 중국 게임업체들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넥슨에 인수된 엔씨소프트는 중국 시장 공략을 최우선 전략으로 정했다. 대표 작품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로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직접 중국 서비스 계약을 주도할 정도로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무협을 소재로 채택했고 지난 6월 국내 상용 서비스 이후 중국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아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ㆍ4분기 게임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적자를 기록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의 비중이 33%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중견 게임업체들도 속속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엠게임과 위메이드는 각각 무협을 소재로 한 '열혈강호2'와 '천룡기'로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오는 10일 3차 비공개 서비스(CBT)에 돌입하는 열혈강호2는 지난해 '지스타' 게임전시회에 처음 공개된 후 중국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위메이드는 천룡기를 국내에 먼저 출시해 시장성을 검증 받은 뒤 중국 시장에 곧바로 선보여 중국에서 2조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게임인 '미르의 전설2'의 영광을 되찾아올 계획이다. 누리텔레콤은 개발 기간만 3년이 걸린 대작 온라인 게임 '와일드버스터'를 올해 말께 중국에 제일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게임의 성패를 중국 시장이 좌우할 정도로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업체들의 중국 진출에 맞서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로 국내 게임시장이 주춤하는 틈을 타 조기에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4위 게임업체 완미세계는 이미 넥슨ㆍ넷마블 등을 통해 '불멸 온라인' 등의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고 더나인도 총싸움게임(FPS) '파이어폴'을 연내에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 받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쿤룬의 '풍운삼국'이 국내 앱스토어 매출 5위권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지사를 설립하거나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는 중국업체도 늘고 있다. 세계 최고 온라인 게임시장인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1위 게임업체 텐센트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첫 해외지사를 세운 데 이어 50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까지 설립했다. 올해 초에는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며 막강한 자금력까지 과시했다. 2위 업체인 샨다는 2004년 엑토즈소프트, 2010년에는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하며 국내 게임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게임업체들이 저마다 시장 공략에 뛰어드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게임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사실상 한국과 중국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블리자드ㆍEAㆍ소니 등 7개 게임업체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영국 현지 개발 스튜디오를 폐쇄했고 프랑스 유비소프트의 현지 개발 스튜디오는 10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가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현지 업체를 통해야 서비스가 가능한 판호제 때문에 현지 유통업체가 수익의 70%가량을 가져가는 불합리한 구조이지만 워낙 시장이 커서 놓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업체들 역시 과거의 '짝퉁' 이미지를 벗고 최근 들어 경쟁력 있는 신작 게임을 앞세워 한국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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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 치안성과 전국 1위 비결 세가지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찰들이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을 활용해 출동 지령을 내리고 있다. 이 시스템은 관내 범죄발생 상황을 지역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뉴스 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

(1) '지오프로스' 에 뜬 범죄취약지역…베테랑 형사 잠복 근무

(2) 5대 폭력 전담팀·TF 맞춤운영…서울 전체 폭주단속 51% 성과

(3) 외국인 밀집지역 특별 관리…올해 상반기 범죄발생률 4.4% 감소


“살려주세요.” 지난달 14일 밤 12시 무렵 서울 영등포동5가 인적이 드문 야외주차장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 소리가 고요한 밤 공기를 갈랐다.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을 노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채모씨(24)에게 목덜미를 잡혀 주차장으로 끌려 가던 A씨(45)의 처절한 저항이었다. 바로 그때 근처 차량에서 시동을 끈 채 4시간 동안 잠복 근무하던 영등포서 형사 2명이 자동차에서 튕기듯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노련한 경력 형사들의 움직임이었다. 형사들의 예상치 못한 습격에 당황한 채씨가 달아났지만 200m도 못 가 붙잡혔다. 마치 사건이 벌어질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기다린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올해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영등포동5가를 ‘요주의 지역’으로 정한 뒤 영등포서 형사들이 번갈아 가며 사흘째 잠복근무한 끝에 올린 성과였다.

가까운 미래에 강력사건이 일어날 걸 예측, 범죄발생률을 제로로 낮춘다는 내용의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를 연상케 하는 이 같은 장면은 지난달 전국 249개 경찰서 가운데 치안성과 우수관서 전국 1위를 차지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선 일상이다.

영등포경찰서는 일년 내내 바람잘날 없는 곳이다. 전국 249개 경찰서 중 살인사건 발생률이 1위다. 서울의 대표적 우범지역 치안을 맡고 있는 영등포서가 제일 좋은 성과를 내는 배경은 ‘스마트 치안’ 덕택이다. 2008~2012년 5년 연속 서울청 1위, 2010년 전국 3위에 이어 올해 드디어 전국 1위를 차지한 것.

영등포서가 거둔 혁혁한 성과의 일등공신은 올초 도입한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지오프로스)이다. 그동안 연령·전과·죄목별로 범행을 분류하던 방식 대신 관내 범죄취약지역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스템을 도입, 적극 활용했다. 폭주전담태스크포스(TF) 등 각종 범죄유형별 전담팀을 꾸린 맞춤식 대응도 영등포서의 강점이다.

김두연 영등포경찰서장은 “경찰의 노력만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어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쌍방향 치안행정을 펼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자평했다.

◆범죄취약지역 과학적 분석, 범죄예방 자료로

경찰청은 2009년 지오프로스 활용 지침을 전국 경찰서로 내려보냈지만 경찰서마다 도입 시점은 제각각이었다. 기존에 연령·전과·죄종별로 범행을 분류하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익숙해져 새로 익혀야 하는 신기법 도입을 꺼리는 일선 형사들의 분위기도 도입을 지연시켰다. 다른 경찰서처럼 영등포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김 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감(感)으로 수사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수사하라”는 지침에 따라 지난 1월 지오프로스가 본격 도입됐다. 일선 경찰들도 KICS에 범죄유형·시간·장소별 범죄 자료를 입력하면 자동연동되는 지오프로스의 편리함에 눈뜨기 시작했다. 지오프로스는 연령·전과·죄종별로 범행을 분류하던 KICS와 달리 관내 범죄취약지역을 한눈에 보여줬다. 범행 자료를 입력하면 지도 위 해당 주소지에 죄목별 아이콘이 표시된다.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사건의 개요가 보인다. 범죄가 적게 발생한 곳은 하얀색이나 푸른색으로 표시되고 범죄취약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띠도록 했다.

교보생명로터리, 당산역 앞 등 영등포서 관내 28곳이 이 시스템에 따라 관내 범죄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 영등포서는 관내 전체 범죄자료를 분석해 경력 배치가 필요한 지구대·파출소에 추가 인력을 지원하고 순찰·검문 장소를 조정했다. 8월 대림동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도 지오프로스가 해결했다. 그동안 대림동 코오롱아파트 앞에서 날치기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경찰 1명을 사건 발생 지역에 종일 근무토록 하고 순찰인원도 평소 2명에서 4~6명으로 증원했던 게 주효했다. 지오프로스가 도입되면서 영등포서 관내 올해 상반기 5대 범죄 발생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이진 영등포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영등포서는 112신고 건수 전국 2위, 5대 범죄 발생 건수 서울청 2위인 경찰서”라며 “정확한 지리적 분석을 토대로 인력을 재배치하다 보니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세분화된 범죄, 전문화된 TF로 ‘맞춤대응’

영등포서는 각종 전담팀 및 TF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갈취·학교·주취·조직·성폭력 등 5대폭력전담팀을 6월부터 가동했다. 현재 형사과 내 강력2팀은 학교폭력전담팀, 강력3팀은 조직폭력전담팀, 강력4팀은 갈취폭력전담팀, 강력5팀은 성폭력전담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취폭력전담팀은 형사팀에서 6명을 차출해 운영한다. 서울청 관할 경찰서 중 조폭단속 1위, 주폭단속 2위를 차지한 밑거름이었다. 9월 기준으로 조폭 6명, 주폭 23명, 성폭력 사범 32명을 검거했다. 5월 팀원 6명을 투입해 폭주전담TF도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폭주족 220명을 입건하고 오토바이 61대를 압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폭주전담TF를 신설한 서울청 관할 15개 경찰서가 단속한 전체 건수의 51%에 달한다. 지난 8월에는 마포대교에 전국 최초로 이륜차 단속 전용 폐쇄회로TV도 설치했다.

◆외국인범죄엔 ‘당근·채찍’ 병행

영등포는 조선족 등 국내거주 외국인이 몰려 사는 대림·신길동이 포함된 서울의 대표적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영등포서는 날로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를 막기 위해 사전 홍보를 통해 우발범죄를 막는 등 입체적으로 접근한다. 국내 사법체계에 둔감한 외국인을 무조건 ‘예비 범죄자’로만 몰지 않고 사전 홍보 활동을 통해 범죄 예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영등포구청과 함께 외국인생활가이드 책자 1만부를 제작·배포했다. 2008년 9월부터 외국인자율방범대원을 모집, 현재 48명의 자율대원과 정·사복 경찰관들이 합동순찰 활동도 한다. 흉기를 휴대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담은 현수막도 중국어로 번역해 대림·신길동 등 중국인 밀집지역에 붙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근’만 주진 않는다.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 능력을 보여주려고 지난해 11월 대림동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신길동까지 특별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하고 검문검색도 강화했다. 외국인범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으로 관내 외국인범죄 발생률이 4.4% 감소했다.

■ 지리적프로파일링(GeoPros)

지리정보시스템의 공간 분석 기능을 이용해 각종 범죄 발생 현황 및 특정 범죄 다발지역을 분석, 범죄 예방에 활용하는 기법.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형사과장 한원횡 경정, 야간수사 새벽 3시까지…힘들어도 범죄 예방 효과 커

뉴스 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

“야간 수사전담팀의 근무시간을 새벽 3시까지로 연장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세졌지만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전국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한원횡 경정(39·고시 특채 14기·사진)은 범죄 해결을 위해서는 일선 형사들이 발로 뛰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발생 초기에 범인 검거에 실패하면 단순 추행범이 강간범으로 발전하는 등 범행 수법이 더욱 흉폭해지고 대범해진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지난 1월 형사과장을 맡은 이래 영등포서의 ‘악바리’로 통하는 그는 기자에게 “지난 8월 여의도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도 조기에 진압하지 못했다면 범인이 도주하면서 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4월 서울 영등포동 A직업소개소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조선족 이모씨(37)를 대마도에서 조업하는 배까지 샅샅이 뒤져 사건 발생 6일 만에 잡는 근성을 보였다.

사법고시(44회·연수원 34기) 출신인 한 과장은 현장에서 직접 수사를 하고 싶어 2005년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부산 북부경찰서 수사과장, 서울 성북·구로경찰서 수사과장, 동작·강서경찰서 형사과장을 거쳐 험하기로 소문난 영등포경찰서로 왔다.

취임 이후 쉴 새 없이 터지는 강력범죄로 고심하던 그가 새벽 3시까지 근무하는 ‘심야 순찰전담제’를 강화한 것도 초기 검거가 강력사건을 막는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기존 당직팀은 24시간 대기하면서 사건이 발생해야 출동하지만 전담팀은 2개조로 나뉘어 관내 범죄 취약 지점을 찾아다니며 순찰 및 잠복근무를 펼친다. 강력 5개팀 중 2개팀이 당직 근무를 맡느라 피로도가 높지만 범죄 예방과 검거에 주력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한 과장은 “국회의사당, 증권가, 외국인 밀집 지역 등에서 복합적인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어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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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품고 다니는 협력사 대표…전재산 날린 채권 투자자 '눈물'


커버스토리 - 법정관리의 그늘

비금융권 채무까지 동결

하청업체·개인 피해 속출

기업은 "생존위해 불가피"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이모씨(50)는 요즘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살던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면서 남은 차액 2억원을 모두 웅진홀딩스 회사채에 투자해놨기 때문이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앞둔 웅진홀딩스 회사채는 무담보 채권으로 7~8년을 기다려야 겨우 투자금의 10%가량만 건질 수 있다. 이씨는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들의 돈은 도대체 누가 갚아주는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웅진홀딩스 회사채 잔액은 약 6500억원. 이 중 절반은 이씨와 같은 개인이 투자한 돈이다.

웅진홀딩스와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의 경우에는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200개 하도급 업체가 받지 못한 상거래 채권액만 약 3000억원. 지난 7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환기업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의 법정관리행으로 협력업체가 입는 피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삼환기업의 협력업체로 남아 있는 기업은 487개로 1270억원의 채권액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협력사들은 사채까지 끌어다 쓰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채권자협의회 부대표를 맡고 있는 한준환 한지건설 사장은 “487개 협력업체 중 줄잡아 200개 정도가 도산 직전에 내몰렸고 이미 5개 업체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일부 협력업체 대표는 유서를 지니고 다닐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기업 구조조정 제도 확 바꿔야"

웅진 사태로 통합도산법상(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법정관리 제도를 적절히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6년 동안 시행하면서 부작용을 확인한 만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기업의 금융권 채무만 동결하는 데 반해 법정관리는 모든 채무를 감면하는 탓에 협력업체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

법정관리가 부실 기업 오너의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2006년 통합도산법 시행 이후 ‘기존 관리인 유지 제도(DIP)’에 따라 법인 대표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패스트 트랙’으로 6개월 이내에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어서다. 채권단이 자금을 관리하며 경영에 간섭하는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택하는 주된 이유다.

실제 경영권 유지를 위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6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76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배 가까운 712곳으로 급증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 가운데 200억원 이상 채무가 있는 142개 기업의 84.5%(120개)는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기존 대주주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정 부분 사재를 출연하는 동시에 출자전환, 감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패한 경영인’으로서 적어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 차원에서 빨리 채무를 조정하고 회생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택한 측면도 있다. 또 기존 경영진이 기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가장 합리적인 자구책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제도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은 채권 조정을 확정하고 법정관리 회사를 감독하되 채권단이나 별도의 전문 관리회사가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장창민/김은정/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법정관리의 그늘] 오너 경영권 유지…정상화 빨라지지만 도덕적 해이 가능성



법정관리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사후관리 부실로 재무상황 더 악화되기도

채무기업 단독 신청으로 채권단 불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는 기업 부도에 따른 파장을 줄이고 기업에 회생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경영권을 유지한 채 채무만 탕감받으려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을 중심으로 이를 악용할 여지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정관리의 문제점을 4가지 쟁점별로 정리해본다.

◆워크아웃보다 낮은 대주주 감자 비율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대주주들은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감자(자본금감축)를 실시한다. 대주주 지분을 줄임으로써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정관리 기업 대주주의 감자 비율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 대주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자 이후 한국알미늄 대주주 지분율은 95.0%에서 31.8%로, 신일정공 대주주 지분율은 70.8%에서 44.2%로 각각 줄었다. 감자 후 지분율이 30%를 넘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자산이 부채보다 많을 경우엔 대주주 지분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워크아웃 기업의 감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크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의 대주주 지분율은 40.7%에서 0.8%로 낮아졌다. 금호타이어의 대주주 지분율도 58.0%에서 0.4%로 줄었다. 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대주주들은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를 선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생산성본부 법정관리인 모임인 ‘생법회’의 회장을 역임한 노주혁 현대엘리베이터 전무는 “법정관리 후에도 기존관리인유지(DIP)제도에 의해 부실 책임이 있는 기업 대주주가 대부분 관리인을 맡다보니 판사를 설득해 감자 비율을 낮추거나 인사권을 휘두르며 각종 이권을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악용되는 DIP 제도

DIP 제도는 ‘환자(부실 기업)’를 유치하기 위한 ‘병원(법원·채권단)’ 간 경쟁이 붙으며 2006년 법원에서 야심차게 내놨다. 변동걸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가 주축이 돼 미국식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이 책임지고 회사를 회생시키라는 좋은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은 회사가 많다. 대주주가 최고경영자(CEO)인 기업이 상당하다. 이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에도 DIP 제도에 따라 횡령 등 범법행위가 없으면 관리인으로 선임된다.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의 경우 총수인 이필웅 회장과 이필승 부회장 형제가 물러났다. 하지만 이 회장의 아들 이윤형 사장이 계속해서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된 미국은 다르다. 전문경영인이 법정관리인으로 일하며 빠르게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GM과 크라이슬러 등이 대표적이다.

조규홍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팀장은 “DIP 제도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기존 사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 늦어질 가능성

법정관리 후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을 빨리 정상화시키기 보다 관리인이 지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회생을 고의로 지연시켜 재무상황이 악화된 사례도 많다.

1분기 중 5개 주요 지방법원에서 법정관리 폐지 및 파산선고를 받은 기업은 20개에 달했다. 회생불가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이 중 15개 기업의 관리인은 기존 대주주이거나 경영진이다.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늦추다가 회사를 망하게 한 경우다.

법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이르면 6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임광토건은 5월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아 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조기 졸업하기도 했다.

정준영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는 “LIG건설, 임광토건 등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패스트트랙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의 취지는 좋지만 채권자협의회에서 제시한 회생계획안이 법원에 100% 수용되지 않아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느슨한 법정관리 신청 조건

법정관리 신청 조건이 너무 느슨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 채무자(기업)가 단독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상호 협의 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미국과 다르다. 그러다보니 웅진홀딩스처럼 채권단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도 나온다. 뒤통수를 맞은 채권단으로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진기 우리은행 기업개선본부장은 “법정관리 전에 자금을 빼돌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웅진그룹 같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법정관리 신청 조건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대주주 가족 일가의 불법자산 은닉 여부나 세금탈루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승두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법정관리를 아무나 신청하지 못하도록 DIP 제도를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DIP 제도 시행을 본래 취지에 맞게 △부실화 되기 전 조기 신청 때 △채권단이 동의할 때 △현 경영진이 부실경영의 책임이 없을 때 등 3가지 조건 아래서만 한정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법정관리의 그늘] "문제 일으켰지만 기존 경영진이 매듭지어야"



법정관리 기업의 항변

"워크아웃 들어간 기업들 우량자산 팔리고 빈껍데기로…이런 회사 누가 사가겠나"

은행 중심 채권회수 집착하면 다른 투자자 피해 커질 수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사업지 등 모든 자산이 팔려 나가고 책상과 전화기만 남은 빈 껍데기 회사로 전락합니다. 미래 먹거리가 없는 이런 업체를 누가 인수·합병(M&A)하려고 하겠습니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A건설사의 전 사장 K씨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09년 초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초기에는 금융권에서 유동성을 지원해준 데다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지속됐고 이 와중에 채권단은 자금 회수의 고삐를 죄어왔다. 부동산 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K씨는 “건설사들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2009년 대거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상당수는 법정관리 신세로 내몰렸다”며 “올 들어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한 측면이 있는 동시에 사실상 채권단 관리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워크아웃이 기업 회생보다는 금융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은행이 건설사의 돈줄을 움켜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리금 등 금융권 부채를 회수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크아웃 기간 중 우량 자산(부동산)이 대부분 처분돼 건설사는 자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해 이후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범양건영 임광토건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또 다른 건설사 C부사장은 “건설사는 안정적인 일감을 수주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워크아웃 상태에서 수주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6개월 내 회생절차 종료) 등으로 조기 정상화가 가능한 법정관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B사 J사장은 주변 건설업체에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J사장은 “워크아웃은 금융권의 합법적인 채무 회수 방법으로 전락했다”며 “생존할 수 있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해 살리기보다는 서서히 고사시키는 게 바로 워크아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위주로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될 경우 채권회수에 집착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홀딩스의 경우 채무 1조3000억원 중 담보를 갖고 있는 은행권 채무가 6000억원, 담보가 없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 채무가 6500억원 이상된다”며 “법정관리가 채권을 회수하려는 은행권의 이해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담보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의 회생이 쉬운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 C등급인 워크아웃은 그나마 공공발주공사나 아파트 도급사업을 공동 참여 형태로 수주할 수 있지만 신용등급 자체가 부여되지 않는 법정관리 기업은 사업 자체가 어렵다. 금융회사의 자금 지원이 없어 기존 현장에서 나오는 일부 기성금만으로 운영해야 해 직원을 내보내는 등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김보형/박수진/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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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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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사상의 힘…사회주의 비판해 주류학계서 냉대



자유주의 토대 세워…21세기 들어 재평가

미제스 사상은 사회주의, 케인스주의, 복지국가 등의 집단주의가 시대 정신으로 인식되던 시기에 등장했다. 그는 사회주의를 가장 통렬하게 비판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손익계산에 필수적인 가격의 형성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사회주의는 불가능하고 결국 망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제스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은 소수였다. 슘페터는 순수한 논리로 보면 사회주의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던 새뮤얼슨은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몇 개월 전까지도 소련과 같은 사회도 번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나르 뮈르달, 케네스 애로, 모리스 알레 등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사회주의를 그런 식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망했다.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한 미제스의 말이 적중했다.

미제스는 간섭주의도 유용한 체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 대한 간섭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 때문에 또 다른 규제와 간섭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간섭주의도 결국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제3의 길과 같은 중도(中道)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주장이 타당했다는 것은 스웨덴과 독일의 복지국가 정책 실패가 입증한다.

안타깝게도 미제스는 그의 경제학에 대한 공헌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노벨상 수상자도 되지 못했고 심지어 주류학계는 그를 냉대했다.

미제스는 결코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 오늘날 자유주의 이념이 살아 있는 것이 그의 불굴의 투지 덕분이라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그는 21세기에 다시 인정받고 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라도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고 환경, 주택과 건강, 교육 문제에서 사회주의와 간섭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시류에 영합하는 중도가 아닌 미제스와 같은 원칙적 자유주의자가 더 절실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 만연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침체에 직면해 국가주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자유와 개인주의의 적(敵)이 산재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세계관과 확고한 사회이론이 없으면 사회적 혼란은 필연이다. 여기에 큰 힘이 되는 것이 미제스의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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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리더 3인의 한국 경제 진단]한국 성장률 하락은 당연 서비스업 독자모델 찾아야…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미국의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두 차례에 걸친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발전모델을 바꿔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접근방식은 일본이나 미국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다른 국가의 경제 모델을 도입하기보다는 자국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과 접근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한국 경제 기적의 기초가 됐던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이 이제는 더 성숙한 경제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잠재적 문제로 바뀌고 있다”며 “1970년대부터 한국 경제 성장의 해법이자 절대적 원동력이었던 재벌이 이제는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재벌은 정치적으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내버려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가 아직까지도 녹색성장을 비롯해 경제의 세심한 부분까지 관리하는 등 산업 정책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의 경제 관리는 이전보다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정부가 빠져 준다면 오히려 모든 것이 더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현재 정부의 경제 관리가 이전보다 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의 한국 신화가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델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서비스 중심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이 낮고 각종 규제도 너무 많다. 이런 서비스 분야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성장률을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모든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미국에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더 심각해 보인다.”

이어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 제조업은 대규모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거센 압력에 늘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한국은 더욱 세련된 기술력을 갖춘 제품 라인업으로 고급 시장에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과 조립 부분에 있어서도 보다 더 큰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 같은 내용과 분석을 담은 한국 경제에 관한 책을 오는 10월 세계지식포럼 개최 직전에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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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리더 3인의 한국 경제 진단]한국, 해외 투자자엔 여전히 신비한 투자처…마이클 앤드류 KPMG 인터내셔널 회장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내수를 촉진시키고 해외 자본에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정부가 나서서 해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KPMG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앤드류 회장은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조언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향후 경제 어젠다로 내수 개혁, 해외 투자 유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을 꼽았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며 특히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중국 회복 여부가 중요하다. 한국은 현재 저축, 대출, 가계부채를 비롯해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잠재적인 문제다.”

앤드류 회장은 “한국은 많은 일류 기업들을 보유한 만큼 이들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야 하며 내수를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자본에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내수 진작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여전히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우 신비한 투자처이기 때문에 한국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러면서 앤드류 회장은 특히 정부와 기업 각각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이런 신뢰를 지속적으로 심어줘야 하며 해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 지배구조도 개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뚜렷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시장은 투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이런 흐름에 따라 시장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한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도 다른 여느 나라처럼 디레버리징, 긴축 정책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요 이슈로 대두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은 부분적으로 거대 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런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앤드류 회장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세계화를 잘 받아들였고 이는 수출에 힘입어 신흥국가로 거듭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걱정되는 것은 다른 국가들이 보호주의로 돌아설 경우 한국 무역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다. 한국이 FT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수 시장에서 개방성을 보여주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한편 앤드류 회장은 현재 세계 경제 위기와 관련해 “세계 경제는 지금 전체적으로 저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로존 위기, 미국 대선, 중동 사태, 중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6개월 동안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2013년에는 다시 회복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뀔 것이고 유로존 위기 해법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진전이 있었다. 또 중동의 정치적 상황도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에는 이러한 현상들이 확연하게 나타나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해 성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은 미국 교훈 받아들여 노동시장 개혁해야

유로존 위기가 리더십의 부재로 악화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를 리더십 문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앤드류 회장은 메르켈 독일 총리를 예로 들며 “특히 메르켈 총리는 어려운 유럽 상황에서도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더 많은 구제 지원금을 부담하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르켈 총리가 주장하는 긴축 정책과 관련해 “단순한 긴축은 경제를 악화시킨다”며 “10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긴축을 시행해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빠르게 회복한 이유도 노동시장 개혁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 역시 미국의 교훈을 받아들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쉽게 개혁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그는 지적한다.

[안명원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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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리더 3인의 한국 경제 진단]한국, 5년 안에 일본 앞지를 것…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한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떠오르는 ‘스타 경제학자’로 꼽히는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지난 8월 15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또 한국 국민의 과도한 기대 수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지속적인 경제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웬 교수는 그러나 “이르면 5~10년 늦어도 15년 안에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존 위기와 브릭스(BRICS) 국가의 경기 둔화로 세계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장기적으로도 인구통계학적 변수가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웬 교수는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수”라며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서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4개국은 유로존 이탈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그리스 등 문제 국가들이 유로존 잔류를 고집하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구제금융 부담에 반발해 먼저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낙관적인 국가의 리스트를 뽑는다면 한국은 분명히 매우 높은 순위를 기록할 것”이라며 “한국은 늦어도 15년 안에 일본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지표의 우열을 떠나 실질적인 생활 여건, 경제 수준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고령화와 저조한 국민적 사기, GDP 대비 200%를 넘어서는 국가채무 등을 일본의 약점으로 꼽았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산업으로는 ‘창의력을 활용한 문화산업’을 지목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영화, 디자인 등 창의력이 필요한 문화적인 영역에서 한국은 짧은 시일에 아시아의 리더로 부상했다”며 “한국 경제가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코웬 교수는 이어 “성장 모멘텀은 결국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야 하는데 (창의력을 인정받는) 한국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코웬 교수는 예술 애호가로 예술과 대중문화에 대해 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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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ist]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 `협업 역량 키우는데 집중하라`…미래학자 돈 탭스콧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X세대(1965~1976년) 등 한 세대를 아우르는 명칭이 있다.

1980년대 이후 탄생한 세대는 인터넷·디지털 기술을 잘 다룬다고 해서 넷세대 혹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불린다. 넷세대, 디지털 원주민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위키노믹스> <패러다임 시프트>를 저술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돈 탭스콧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성인이 된 뒤 디지털을 접한 부모 세대가 디지털이라는 언어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였다면 넷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탭스콧은 디지털 원주민을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세대로 꼽는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능숙해 요즘처럼 웹 문화가 기업 비즈니스를 쥐락펴락하는 시대에 보다 높은 생산성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탭스콧이 집중하는 화두는 네트웍트 인텔리전스(Network ed Intelligence)다.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지식정보가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같은 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에 글로벌 시티즌들이 집단적으로 경제·문화·사회 등 전 분야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협력하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탭스콧의 생각이다. 2007년 저서 <위키노믹스>에서 제시한 비즈니스 협업(Collaboration)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협업의 외연을 더 크게 넓힌 셈이다.

웹의 진화로 집단지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점도 글로벌 협업 기반을 한층 키우고 있다. 기업들이 협업을 통한 혁신과 집단지성을 십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탭스콧의 혜안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 조직이 직면한 도전과 해결방안에 대해 디지털 전도사 탭스콧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업화 시대가 마무리되고 웹이 진화하면서 모든 조직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

조직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타는 플랫폼은 인터넷 확산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기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보여준다. 플랫폼은 기존에 기업들이 해오던 사업방식과 관행이다.

그런데 바다 위에 설치된 플랫폼에 불이 붙었다면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 불에 타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몰고 온 개방·투명의 시대에 위기상황에 처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로 뛰어내린다는 것은 기업이 변화·혁신에 나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어떻게 보면 등을 떼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이 무서워 억지로 뛰어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불타는 플랫폼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미리 글로벌 협업과 집단지성 활용이 경쟁력이 되는 웹 시대에 걸맞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 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패러다임을 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체질을 인터넷이 요구하는 변화·혁신·개방 트렌드에 맞도록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웹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 일반적으로 웹사이트 개발이든 신상품·서비스 출시 혹은 신고객 관리 방식이든 매번 기업들은 자신들만이 콘텐츠 창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에 성공하려면 기업들은 자신만이 콘텐츠 프로바이더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기업들이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콘텐츠 큐레이터(Contents Curator)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협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외부와의 소통 채널과 플랫폼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기업 웹사이트를 구축한다면 단순히 기업의 일방적인 콘텐츠만 올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외부인들이 각자 콘텐츠를 올리고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 틀과 수단을 함께 제공해줘야 한다. 이처럼 더 큰 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하면 그 안에서 집단적인 협업을 통해 기업내부 소수의 전문가들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협업·공유 시스템은 기업이 상품·서비스를 혁신하고 창조하는 방식과 관행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인터넷 확산으로 기업들이 더 개방되고 투명해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계속해서 정부 극비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정보까지 대외에 까발릴 것이다. 인터넷의 진화로 정부·기업 등 모든 조직들이 앞으로 더욱 더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내부고발자, 언론, 구글 등 포털, 시민·지역 커뮤니티가 끊임없이 현미경으로 내려다보듯 기업을 감시할 것이다. 웹의 진화로 보다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소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어차피 기업은 발가벗겨질 것이다. 발가벗겨질 거라면 기업이 몸짱이 될 필요가 있다.

시장 신뢰을 얻고 혁신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올리는 성공적인 기업이 되려면 수동적으로 투명성을 강요당하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만큼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패를 막는데 햇빛이 가장 좋은 살균제가 되듯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접근성 확대·공유는 정부와 기업을 보다 투명하고 개방된 길로 인도할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을 극복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조직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안은.

넷제너레이션의 주요 관심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인터넷 확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세계를 더욱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로 이끄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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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Ⅱ]북한판 수양대군 장성택의 야망

지난 8월 17일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왼쪽)이 후진타오와 독대하고 있다.
#1. 지난해 12월 북한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남측 정보당국이 더 주목한 것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었다. 그가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2. 지난 8월 17일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와 잇달아 단독회담을 가졌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북한 장관급과 독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장성택의 ‘파워’를 인정해준 의전이었다.

‘1인지하 만인지상’ 장성택의 위상을 드러내는 단면들이다. 김정일은 죽기 전까지 장성택에게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을 맡겼다. 김정은으로 권력승계를 위해 장성택에게 인사권과 정보력, 치안권을 몰아준 것이다. 하지만 대장 계급장만은 남겨뒀다. 그것마저 허락하면 장성택이 날개를 달아 김정은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장성택은 자신이 가진 직함에 인민군 대장을 추가했다. 군부 장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이 그 서막이다. 리영호는 김정일이 김정은 시대를 위해 쳐놓은 보호막이었다. 장성택의 노동당세력에 맞서 리영호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김정은에게 충성경쟁하라는 의중이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북한 내 권력투쟁이 사실상 장성택의 완승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장성택은 지난 1972년 김경희와 결혼했다. 군부나 노동당에 아무런 배경이 없던 장성택 집안을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40년간 명석한 두뇌와 정치력으로 세력을 키워왔다. 장성택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관심거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의 ‘야망’에 관한 것이다. 2인자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판 ‘수양대군’을 꿈꿀지 여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는 실세 2인자에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장성택-김경희 부부는 자식이 없다. 딸 금송은 2003년 프랑스 유학 중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권력을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위험천만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적다. 북한 정서도 장성택 편이 아니다. 김정은이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권력승계를 준비한 이유는 북한에서 여전히 김일성 혈통이 먹히기 때문이다. 남측 입장에서 볼 때는 장성택에게 개혁개방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그가 김정일에 비해선 개혁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2년 7월 김정일이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선포한 뒤 석 달이 지나 장성택은 직접 시찰단을 이끌고 서울에 와서 경제발전상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북한경제의 현실에 대해 격정을 토로하고 폭음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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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극우파 아베의 귀환…한·중·일 갈등 '풍랑 예고'

일본이 급격히 극우로 치닫고 있다. 최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보다 더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되면서 아베가 차기 총선에서 다시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변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늦어도 내년 초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총선에서 노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 중 누가 선출되든 간에 한·일 관계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망언 제조기'아베 자민당 총재에

최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당초 예상을 깨고 아베 전 총리가 역전승을 거뒀다. 총리 재임시절 과거사 왜곡 등 갖가지 논란으로 그가 당선될 것이란 기대는 거의 없었다. 자민당 총재 결선투표가 치러진 것은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와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간 대결 이후 40년 만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07년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자민당 총재에 복귀했다. 임기는 3년이다. 사임했던 총재의 복귀는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처음이다.

그는 2006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재의 임기 만료로 치러진 경선에서 21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고, 곧이어 제90대 일본 총리 자리에 올랐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최연소 총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극우적인 역사관이 걸림돌이었다. 애국 교육을 내건 교육기본법 개정,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 등 보수우익적 색채가 강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 주변국의 우려를 샀다. 2007년 3월엔 위안부 강제 연행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각료들의 추문까지 겹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7년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한 이후 건강 악화를 호소하다 9월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주변국들은 경계의 시선

이른바 차기 총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자민당 총재 자리를 아베가 차지하면서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되고 일본과 주변국 간 관계가 더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 취임 일성으로 “영토, 영해, 국가의 자부심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아베는 선거운동 당시부터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나섰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는 “총리 재임 시절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이라고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에 대해서는 “극히 무례한 짓”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총재 선거 때 내건 공약도 향후 주변국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것들 투성이다. 집단적 자위권 도입, 과거사 반성 담화 폐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의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총리 재임 때와 유사하다. 아베는 2006년 애국심 교육을 강화한다며 교육기본법을 59년 만에 개정해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학습지도 요령과 해설서를 내놓았다. 2007년에는 평화 헌법 등 전후체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인정을 위한 법률 정비를 추진했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패해 무산됐었다. 망언도 일삼았다. 2007년 3월1일 아베는 “일본정부가 군대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잘못된 고노 담화 대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영토분쟁 더 심해질 듯

일본이 아베의 등장을 하나같이 반기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자민당 아키타현 본부 간부 4명은 아베가 당선되자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아사히신문은 담화를 수정했다가 자칫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국제 사회 전체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베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어선 대피시설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언급하자 우려를 나타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재의 잘못된 대응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단체에 좌지우지되는 일본 정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베가 내건 ‘원전 가동 중단 반대’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신중론’ ‘공공사업 확충론’ 등이 모두 이해단체의 주장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베가 공약과는 다르게 극우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제정치전문가는 “아베가 실제 총리로 집권하면 현실론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무조건 극우노선을 걷기는 힘들 것”이라며 “재무장, 과거사 부정 등이 주변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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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로 기우는 일본…잘못 인정 안하고 주변국 탓만

차기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뿐 아니라 현 일본 정부도 점차 극우 성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주변국만을 탓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강제관할권 동원을 통한 ‘법적 해결’을, 센카쿠 열도와 관련해서는 ‘타협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본격적으로 독도 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사법권을 일관되게 인정해 왔다”며 “아직 강제관할권을 수락하지 않고 있는 모든 국가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최근 일본의 ICJ 제소 가능성 제기에 “응답할 가치가 없다”고 대응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제관할권은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 중 한 나라가 다른 국가를 ICJ에 제소하면 ICJ가 상대방 국가에 대해 재판 참석을 강제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강제 장치가 없는 데다 우리 정부는 독도가 엄연한 한국령인 만큼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영토문제에 있어서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다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센카쿠 열도가 분명한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주변국도 대응 에 나섰다. 일본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일, 중·일 간 영토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다 총리의 연설이 있은 다음날 중국의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은 노다 총리의 발언에 대응하는 연설을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 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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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포기하나… 기로에 선 이란



■ 미국·EU, 이란 외화시장 공격 플랜 마련

통화가치 폭락에 추가 제재땐 경제 파탄

핵개발 양보 기대 속 되레 발끈 우려도

풍부한 석유자원 덕에 어떤 외풍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란경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경제공세를 한층 강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통화가치 폭락으로 이란 사회의 소요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서방국가들의 추가 경제제재는 리알화 가치를 한층 더 끌어내리고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며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열흘 사이 리알화 가치가 40%가량 폭락하면서 최근 이란은 70%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과 식량 및 의약품 부족사태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거래를 포기한 상인들은 수도 테헤란의 대형시장인 그랜드바자에서 장사를 접고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석유에 이어 천연가스 수출까지 막히고 중앙은행 및 다른 은행들의 해외거래가 전면 차단될 경우 서방국가들에 맞서 핵개발 의지를 고수하는 이란 지도층이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신흥시장전략 책임자 윈신은 "경제 펀더멘털이 나빠지는 가운데 통화가치가 자유 낙하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다"며 "이란 사회의 소요가 정권교체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란 지도자들이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설 것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제붕괴가 체제전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는 최근의 리알화 폭락사태로 분출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이란의 체제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물론 서방의 제재가 이란경제 붕괴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다. 타임지는 서방국가들에 동조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경제의 숨구멍을 틔워주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7월의 석유금수조치 이후에도 수입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U와 미국이 최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를 벌이는 데는 이 같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해 이란경제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게 될 경우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년 여름 임기를 앞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타임지는 덧붙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파탄이 이란의 반서방 정서를 부추겨 오히려 핵무기 개발을 촉진시키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타임지는 이란 핵무기 개발이 국민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이란 선제공격을 초래해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국제사회의 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미국, 이란 보유외환 고갈시켜 핵 저지

리알화 폭락 부추겨 시장봉쇄

EU, 15일 추가 제재안 채택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을 부추기기 위한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가치 붕괴에 따른 외환보유액 고갈과 초인플레이션으로 이란경제를 고사시켜 핵개발 의지를 꺾겠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복수의 외교관계자들을 인용해 EU가 오는 15일 열리는 외무장관회의에서 이란 천연가스 금수조치와 이란 중앙은행 자산 전면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제재안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또 미국과 EU가 내년 초부터 이란 금융 시스템을 거치는 모든 수출입거래를 전면 중단시켜 사실상의 전면 금수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금을 완전히 차단해 이란이 보유하는 외화를 고갈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 의회는 이란 중앙은행과의 국제거래를 전면 중단시키기 위한 입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란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봉쇄 압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과 EU가 이처럼 이란 제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석유자원을 무기로 버텨온 이란 체제가 최근의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과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궁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방위재단의 마크 두보위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경제가 붕괴할 때가 올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을 저지해왔다"며 "이란 핵개발이 완료되기 전에 경제가 붕괴된다면 (서방의) 경제전쟁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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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강남스타일' 1·2위는 美·韓…3위는?

<그래픽> 유튜브 '강남스타일' 국가별 조회수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유튜브는 강남스타일 공식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된 지난 7월 1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국가별 조회수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우리나라가 1·2위를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미국은 5천996만9천건, 우리나라는 2천369만8천건을 기록했다. 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각종 기록 속출..아이슬란드는 조회수가 전체 인구 육박

아프리카에서도 인기.."한류 전세계로 확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튜브에서 '강남스타일'의 조회수가 3억건을 돌파한 가운데 유엔 회원국보다 훨씬 더 많은 국가에서 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강남스타일 공식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된 지난 7월 1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국가별 조회수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우리나라가 1·2위를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미국은 5천996만9천건, 우리나라는 2천369만8천건을 기록했다.

3~5위는 최근 한류가 유행하는 국가들이 차지했다. 태국 2천114만5천건, 말레이시아 1천267만2천건, 브라질 1천157만3천건 순이었으며 이 외에 캐나다, 필리핀, 영국, 호주, 대만 등이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조회수 100만건 이상인 국가는 모두 45개국, 10만건 이상은 82개국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뮤직비디오를 단 한번이라도 접속한 적이 있는 곳은 222개국에 달한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을 봤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서도 인터넷 가입자 수가 19만명(2010년 말 기준)인 몽골의 조회수가 90만4천건(47위)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슬란드는 조회수가 28만4천건(65위)으로 인구수(30만명)에 육박한다.

아프리카에서도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58위·44만건)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가운데 모로코(66위·27만9천건), 이집트(79위·10만9천건), 튀니지(85위·9만3천건), 알제리(100위·5만3천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섬나라인 트리니다드토바고(28만9천건), 몰타(10만1천건), 괌(8만건) 등도 100위 안에 포함됐으며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지 않은 시리아, 쿠바, 마케도니아 등도 99만~23만9천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강남스타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에서는 강남스타일의 음원을 차용한 동영상 수만 3만3천여개에 이른다고 유튜브측은 밝혔다.

유튜브 관계자는 "지도상에서 찾기 어려운 나라에서도 강남스타일을 보고 있다"며 "일부 국가에만 유행하던 한류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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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상식'은 '노무현의 상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안철수를 생각한다] 안철수의 '상식'을 묻는다

 [프레시안 노정태 자유기고가]

 지난 1년간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서 '안철수 현상' 또 '대통령 안철수'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습니다. <프레시안>은 이런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안철수를 생각한다>(알렙 펴냄)를 펴냈습니다.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필자의 미공개 글들이 새롭게 집필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안철수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 이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안철수의 생각'과 '안철수의 행보'를 여러 시선으로 독해한 이들의 글이 독자 여러분이 '대통령 후보' 안철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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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3일 SBS의 토크쇼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안철수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진보와 보수) 이전에 선행돼야 하는 게 상식과 비상식을 판단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유명한 선언이 이어진다.

"나는 상식파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 상식의 틀을 깨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삼는 전위예술가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식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상식파일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좌파냐 우파냐고 묻는 질문에 대해 "나는 상식파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그래서, 영 뜬금없는 동문서답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질문과 대답이야말로 안철수라는 어떤 독특한 대선 후보의 진면모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안철수가 말하는 상식의 구체적인 세목을 밝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포함하고 또 포함하지 않는지를 밝힘으로써, 현재 한국 정치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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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식의 편에 서 있다'는 안철수의 말은 그의 잠재적인 적대자인 몇몇 보수적인 언론뿐 아니라 평범한 누리꾼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를 불러왔다. 아무 포털 사이트에나 들어가서 "안철수 상식"을 검색해 보자. '안철수가 말하는 상식이 뭔지 모르겠다', '그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게 아니냐' 등, 다양한 냉소와 비판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안철수의 '상식'을 짚고 넘어가는 목소리가 눈에 띈다. <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은 8월 27일 "안철수, '실종 아닌가' 강호동 깜짝 놀라 지적하자"(<중앙일보>, 2012년 8월 27일)에서 안철수의 입대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두고 "그런데 정작 자신은 종종 상식에서 벗어난다"며 "세상의 중요한 상식 중 하나는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선 쉽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런 상식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말하는 상식이 과연 무엇일까? 사실상 그의 대선 출마 선언문 내지는 공약 모음집으로 이해되고 있는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펴냄)을 뒤져보아도 '내가 생각하는 상식은 이것이다'라는 식의 서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띈다.

또 하나, 기업들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받아들여 상식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없는 직원들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비용을 절감했다는데, 정작 임직원들은 각종 인센티브로 지갑이 두둑해진다면 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비용절감을 꾀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기 때문인데요, 인건비와 R&D 비용의 절감은 단기적으로 이익률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175~176쪽)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안철수의 '상식'은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지니는 주장이나 강령의 모음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가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느슨한 형용사에 가깝다.

안철수가 말하는 "상식의 경영"을 반박하기 어려운 것은, 안철수 자신부터가 누군가의 어떤 특정한 주장이나 행태를 공격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최대한 둥글고 모나지 않은 화법을 택함으로써 정 맞는 일을 피한다. 게다가 본인이 자신감 있게 '상식파'를 자처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상식이 어떤 상식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대신 포괄적으로 옳은 이야기, 전체적으로 보면 맞는 이야기 속에 그의 상식을 품어두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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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를 생각한다>(프레시안 기획, 알렙 펴냄). ⓒ알렙
여기서 우리는 '상식'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던 또 한 명의 정치인을 떠올려볼 수 있다. 노무현 또한 '상식'을 무기삼아 경쟁에 나섰고, "조·중·동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 떼라.",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등 숱한 명언을 남기며 돌풍을 불러일으켜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대중을 설득하고 나섰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의 '상식'은 그러나, 안철수의 상식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를 형성한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앞서 인용된 "상식의 경영"의 내용을 보여주면 '아, 그것은 상식적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의미는 그 사용에 있는 법. 노무현이 '상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던 방식은 안철수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노무현의 '상식'은 대단히 공격적인 개념이었다. 그가 말하는 '상식'은 그 대립쌍으로 '특권과 반칙'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특권과 반칙'이란, 지지자들에게는 '조·중·동과 결탁해서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일제 시대부터 이어져오는 기득권층의 연장선인 한나라당'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이렇게 '상식'을 전유해 버림으로써 노무현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권 투쟁을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으로 순식간에 치환할 수 있었다. 노무현 본인이 1990년 3당 합당에 맞서 "이의 있습니다"를 외친 장본인이라는 것,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민주화 세력과 군사 독재 세력의 야합에 반대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에게 대단히 큰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3당 합당 이후 10여 년이 지나 치러지던 2002년 대선에서도 '군사 독재 세력 대 민주화 세력'의 구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대방인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군사 독재 세력이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반박할 수도 없고, 그저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식상한 표현이 되고 말았지만, 말하자면 '군사 독재 프레임'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깔려 있던 것이 바로 '상식 대 몰상식'의 대립 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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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상식'은 노무현의 그것과 달리 명확한 외연과 내포를 지니지 않는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노무현의 '상식'과 달리 안철수의 '상식'은, '무적'이다. 그 상식이 적대시하고 있는 비상식 혹은 몰상식의 모습이 전혀 뚜렷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적의 상식. 그것이 안철수가 자신의 삶의 기준으로 삼는 상식의 본질이며, 그래서 그것은 10년 전 노무현의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왜 안철수에게는 지지율만 있고 지지자들이 없을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어렵지 않다. 안철수는 상식을 자신의 기본 이념으로 삼는데, 그 상식은 앞서 말했듯 특정한 대상을 적으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칼 슈미트가 정의한 것처럼, 사실 정치적인 것은 적과 우리 편의 구분을 본질로 한다. 물론 안철수 또한 범야권 혹은 반새누리당 세력을 지지율의 토대로 삼지만, 노무현과 같은 핵심 지지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아군'을 단결시키는 가상의 소실점인 '핵심 적대층'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힘>(개마고원 펴냄)을 쓴 강준만 같은 이는 바로 그것을 "증오의 종언"으로 보고 칭찬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정치적인 무한대립과 증오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선택'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택권'이 보장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더욱 가깝다.

안철수를 찍는 것이 유의미하려면, 안철수를 찍음으로써 다른 누군가를 찍지 않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가게에서 똑같은 음식을 판다면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은 박탈당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정치인들이 서로 두루뭉술하게 좋기만 한 '상식'을 내세운다면, 구체적인 정책과 국정 운영의 철학을 선택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참정권은 실질적으로 무시당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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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한없이 지질하게 흘러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안철수는 좋은 말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의 적대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단란주점에 갔느냐 안 갔느냐', '군 입대 시 아내 몰래 나왔다고 TV에서 말했는데 네 아내는 서울역까지 바래다줬다고 하지 않느냐' 따위를 캐묻는 것뿐이다.

이것은 안철수가 너무도 올바르고 상식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 반대로, 안철수가 '상식'의 범주를 그런 개인적인 차원의 것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의 반대자들이 안철수에게 '이것이 네가 말하는 상식이냐?'라고 물을 때, 그 내용이 한없이 사소하고 비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안철수가 도입한 '상식 대 비상식'의 구도가 그만큼 작은 스케일을 지닌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이야기한 노무현의 상식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 당시의 한나라당은 애초부터 그 논쟁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상식'이라는 단어에 '군사 독재냐 민주주의냐'라는 역사적인 주제를 엮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점에 한국 사회에서 '상식'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한 단계 나아갔다고 말한다면 과도한 평가일까? 적어도 군사 독재는 안 된다는 상식이, 노무현의 '상식 대 몰상식'의 싸움이라는 정치적 구도를 통해서, 대중들의 의식 속에 뿌리를 내렸다. 물론 그것은 정략적인 계산 하에 나온, 당시 상대방이었던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밖에 없는 프레임이었지만, 어쨌건 덕분에 한국 사회의 상식의 지평은 한 단계 넓어지고 견고해졌다.

안철수의 '상식'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양상은 그와 정반대다. 안철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상정하는 '상식'은 사실상 그 누구의 상식도 아니다. 안철수에 대해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왜 자연인 안철수가 구현하고 있지 않느냐는 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현실 속에 없다. 그런 안철수도, 그런 '상식'도 우리의 현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식의 '검증'과 '반박'이 오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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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안철수 본인의 책임과 그를 둘러싼 상황의 논리가 모두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안철수는 자신의 인기가 바로 그런 대중들의 판타지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안전한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어떤 지향성도 보이지 않음으로써 최대한 많은 이들의 지지율을 안고 가는 것, 그것이 정치인이 아니면서도 정치적 지지율을 높게 가져갈 �� 있는 비결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아직까지 그 누구도 노무현이 '상식'으로 제시했던 것과 같은 시대적 주제를 짚어내고 있지 못하다는 뜻도 된다. 이번 대선의 이슈가 경제 민주화라는 이야기가 무성하고, 다들 그 지점에는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돈 받고, 일 안하는 사람이 돈 안 받는 것' 같은 상식을 내세우는 사람, 그 지점에서 상식과 몰상식의 경계를 그어서 대중들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획득하려 하는 사람이 보이지는 않는다.

매 시대마다 상식은 새롭게 정의되고 또 확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확장이 모든 주제를 다 포괄하거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사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고, 또 놀라울 정도로 말실수도 하지 않으며, 자수성가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살필 줄 아는 그런 예외적인 개인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착한 사장님'을 우리의 대표자로 삼는 것, 개인적 흠결이 없거나 매우 작은 사람을 오직 그 이유만으로 공동체의 방향타로 삼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그는 상식을 이야기하고, 토론과 합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율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투는 부드럽고 표정은 온화하다. 그의 '상식'은 그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비록 '나는 상식의 편이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이를 함부로 비상식적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다시 묻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 온화하고 교양 있는 표정 속에 안주할 수 있을 만큼 '상식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안철수에게 상식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 안철수를 통해 상식을 물어보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당선되건 당선되지 않건, 최종적인 대선 무대에 오르건 오르지 않건, 이 화두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노정태 자유기고가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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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단일화되려면 지지율 15% 이상 차이나야"

'문재인·박근혜·안철수…' 책 쓴 신율 교수

“이번 대선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 없이 3자 구도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야권에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를 주제로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그리고 선택》을 펴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5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후보 단일화는 서로 지지율이 15%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며 “지금처럼 박빙일 경우엔 각 후보 모두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16%,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는 20% 이상 격차가 벌어졌을 때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3자 구도로 가더라도 일방적으로 박 후보가 승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에 참신한 인물이 없어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약점으로는 ‘친노’를 꼽았다. 캠프에 포진한 친노 인사들에게 후보가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민주당 경선이 제대로 운영됐다면 문 후보로서는 상당히 해볼 만했겠지만 그렇지 못해 실망을 안겼다”며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거둔 문 후보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높은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약점으로는 경험 부족과 협소한 인재풀을 들었다. 북한 핵문제 등 중대한 이슈가 생길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는지 미지수인 데다 캠프에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료는 없고 교수들만 포진해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결혼이 가까워질수록 사랑하다가도 조건을 보고 바뀌듯 유권자들도 시간이 갈수록 안 후보를 현실적으로 재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책에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권력 현상인데 우리 국민은 이를 지나치게 도덕적 기준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고양이라 생각하고 키우다가 물리면 다른 호랑이를 데려오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사람만 바꿀 게 아니라 대통령은 호랑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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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착한 이명박?


[한겨레] 진보진영의 어떤 비판

‘박근혜=박정희, 문재인=노무현, 안철수=착한 이명박.’

2012년 대선 구도를 가장 간단히 정리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서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그의 곁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기억을 호출하는 것은 익숙한 연상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도 각각 박정희, 노무현 시대에 대한 공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버지’와 ‘친구’의 시대를 인정한 뒤 그들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식이다.

둘 다 최고경영자 경험, 성장과 안보 강조

반면 ‘안철수=착한 이명박’은 모두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등식이 아니다. 무엇보다 안 후보 쪽에서 이런 평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안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 5년에 대해서도 인정보다 부정하는 쪽에 서 있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이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친재벌 정책 등에 대해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안 후보를 ‘착한 이명박’의 틀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박은지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8월3일 안 후보에 대해 과거 친재벌 행보를 보였다며 “인상 좋은 이명박”이라고 지적했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는 이미 지난해 9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이명박이 결여한 정직성과 진정성의 이미지를 갖춘 ‘착한 이명박’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박가분 자유기고가는 지난 9월23일 <한겨레> 칼럼에서 안 후보를 가리켜 “정치를 ‘합리적 행정’으로 환원하는 데서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이명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언급하는 착한 이명박이라는 레테르(평가·낙인)는 크게 두 갈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안 후보의 정체성이나 정치 스타일이 이명박 대통령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최고경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든 뒤 경제 성장과 안보 강화를 강조하는 안 후보의 보수성은 이명박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성장 앞에 ‘포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안보와 함께 남북간 대화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말 그대로 ‘착한’ 이명박이라는 것이다.

또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성공 등 물질주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만들어냈다면, 이명박 정부 5년을 경험한 지금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지난 5년간 기득권층의 탐욕과 이익의 사유화를 사실상 방치했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경쟁과 함께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안 후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후보의 ‘정치적’ 성장 및 등장 과정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일정 부분 떠올리게 한다. 안 후보는 1995년 안철수연구소(안랩)를 세워 10년간 대표이사(CEO)를 맡았고,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 성공한 기업 시이오 출신이라는 사실은 두 사람이 대선 후보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뒷배경으로 작용했다.

“공공이익 외면 안 했는데 단순비교” 반박

출신 성분이 비슷하다는 ‘단순 사실’은 정치에 대한 두 사람의 기본적 스탠스를 일정 부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안 후보는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해 “사람들 눈에 ‘구체제’라고 느껴지는 것들을 극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 가치’를 갈구하는 민심”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정치를 구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로 요약한 뒤, 자신을 미래 가치의 담지자로 자리매김하는 방식은 5년 전 이맘때 ‘여의도 정치’를 구태로 몰아붙이며 신선함을 강조했던 이명박 후보의 화법을 닮았다.

정치와 국정운영을 행정이나 기업경영의 연장으로 이해하는 듯한 두 사람의 태도도 걸어온 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본질은 행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임기 초까지 정치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깎아내리며 공무원에게 기업가적 마인드를 요구한 바 있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는 “안철수는 대중이 원하는 탈정치화된 정치의 상징인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뽑힌 2007년에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착한 이명박 프레임은 야권 후보 단일화 등을 앞둔 안 후보가 넘어야 할 걸림돌일 수 있다. 야권, 혹은 진보 진영에서 내놓는 착한 이명박론은 대개 그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박은지 진보신당 창준위 대변인은 5일 “안 후보는 재벌의 금융업 진출을 막는 금산분리에 대해 자신의 책에서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과거 기업인 시절에는 금산분리 무력화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며 “재벌과 노동자·서민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캠프의 이숙현 부대변인은 “안 후보는 안랩 시절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무료 배포에 나서는 등 공공의 이익을 한번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구체제’에 대한 비판도 정치나 정당 시스템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정치와 정당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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