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사상 최고 우리나라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5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환창고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세고 있다. <김호영 기자> |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주식ㆍ채권 보유액은 무려 494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주식 보유액은 시가총액 중 31.8%인 406조원, 채권 보유액은 88조3000억원이었다.
외국인들은 최근 두 달간 9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버팀목 구실을 했다. 지난 8월 6조6000억원, 지난달에는 3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한때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펀드 환매로 인한 투신권 매도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증시를 떠받친 것이다.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기준금리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국내 채권이 매력적인 요인이다.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면서 이번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4일 기준 3년물 국채 금리는 2.74%, 10년물은 2.95%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ㆍ일본 채권보다는 여전히 금리가 높다. 같은 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68%,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0.78%에 그쳤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통화 다변화를 위해 원화를 사들이면서 원화 절상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국채 매수에 나서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증가 추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고 기준 FDI 규모는 112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중 실제 투자로 연결돼 한국으로 유입된 금액만 올해 들어 67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5%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도 "상품 가격이 강세를 띠고 유럽 사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원화값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 양적 완화에 따른 외화 유동성 공급과 경기 부양에 따른 기대감으로 원화값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속한 원화값 강세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 1000원 선이 붕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선진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하를 통해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하는 원화 강세 압력을 일정 부분 소화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급도 비교적 균형 잡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서울외환시장에서 과거와 같이 수출업체 달러 매물이 일방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달러 매물이 쏟아져 원화값을 갑자기 끌어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약화될 가능성도 원화값 강세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유럽 소비가 침체되면서 유럽에 대한 한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에 대한 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대중국 수출 둔화가 겹칠 수 있다. 이 같은 수출 둔화 현상이 심화되면 외환당국이 원화값 강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외국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전달 대비 51억3000만달러 늘어난 3220억1000만달러에 이르렀다. 8월 말 3168억8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다.
[한우람 기자 / 박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