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의 중국 모색기 끝나 … 차이나 MPK 도약 원년 삼을 것"
"외식 사업 핵심은 '로케이션'… 그동안 수업료 충분히 치렀다"
【서울=뉴시스】대담 김형기 부국장 겸 산업부장/정리 민숙영 기자 = "중국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지난 11년간 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적응방식을 모색하면서 많은 비용을 치렀습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차이나 MPK'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렵니다."
'미스터피자' 브랜드로 국내 피자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MPK그룹 정우현 회장은 "국내에 미스터 피자 점포가 400개인데 중국에는 4000개를 가동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스터 피자가 중국에 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2000년. 현재 중국에만 25곳의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까지 12년간이 현지시장 탐색기라면 앞으로는 탐색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원년인 셈. 올들어 지난달 8일 상해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내며 중국 사업에 다시 힘을 싣기 시작했다.
"지금부터의 도전은 중국시장"이라는 정우현 회장을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MPK그룹 본사에서 만나봤다.
-정말 바쁘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바쁜 게 팔자인가 봅니다. 정원 대보름에 태어났는데 한시도 안 바쁜 날이 없습니다. 지난달 말부터는 자동차 기사도 없이 승용차를 직접 몰고 바쁘게 다니고 있습니다."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정성을 쏟기 시작한 모습이신데. 올들어 몇 번이나 다녀오셨는지요.
"음. 몇 번이라고 말하기 어렵겠는데요. 잠깐 다녀오는 경우도 있고... 일일이 세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왔다갔다 합니다. 중국은 아주 생소한 시장이다보니 새롭게 점포를 하나 개설하려고 해도 점검하고, 확인하고, 결정하기까지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중국 현지에 가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시는지.
"로케이션이지요. 외식사업은 첫번째도 로케이션이고 두번째도 로케이션입니다.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데 성공하면 일단 절반 이상은 성공이지요. 반면 그렇지 못한 선택을 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로케이션 형태가 한국이랑 다릅니다. 중국 1호점은 북경 조양구의 한 골목에 열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C급 정도 되는 위치였지만 사무실 역할도 할 겸 매장을 열었지요. 그런데 개점하자마자 중국의 유력 신문 북경만보에서 '최우수 피자점'으로 선정됐습니다. 현지 소비자들의 피자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지요."
-로케이션 선정에 실패한 경험도 있습니까.
"많지요. 특히 중국은 우리와는 사회체제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한국에서의 기준만으로 접근하다가는 자칫 실패하기 일쑤입니다. 중국시장에 접근한 것이 13년 전인데 성공적으로 안착한 곳도 많지만 실패한 곳도 많습니다.
현장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현지 파트너(국내 기업들은 단독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워낙 까다롭고 어려워 대부분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줄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1호점 성공이후 1년이 금방 가고 다른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감이 안 잡히더란 말입니다. 그러던 참에 현지 담당자가 다급하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이스링크까지 들어 선 대형 쇼핑몰 2층에 좋은 자리가 났다는 겁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저지르라 했습니다. 인테리어도 잘 하는 친구를 섭외해서 하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개점식날 도착했습니다. 그날 테이프 컷팅하고 바로 문을 닫으라고 지시 했습니다. 계약을 잘못했던 거죠. 쇼핑몰 주변과 입구 환경도 엉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점포 때문에 우리가 몇 년은 뒷걸음질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구가 많은 곳에도 매장을 내봤습니다. 중국 천진에 난징로라는 곳에 매장을 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장사가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개점했는데 정말 단지 인구가 많을 뿐 실제 구매고객이 없었습니다. 가게를 그냥 구경만 하고 가더랍니다. 이후 재개발에 들어가 그나마 보상금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점포를 대대적으로 확장시키려면 자본도 많이 들어가고, 인력도 많이 필요할텐데.
"맞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12년간 투입한 자본금이 북경법인 350만 달러에 상해법인 500만 달러 정도입니다. 한국 같으면 자본금을 바탕으로 현지 금융을 활용하면 되는데 중국에선 이게 쉽지 않더군요.
다행히도 미스터피자의 가치와 잠재력에 주목하는 중국 및 범 중화권 자본들이 상당히 있어서 합작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현재 중국의 완다그룹, 백련그룹 등 부동산 개발회사와 손잡고 현지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쪽이 먼저 미스터피자를 지목해 접근하는 것인가요.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우리는 중국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고 싶고, 그쪽은 중국 시장내 글로벌 브랜드와 대적할 수 있는 '경쟁 브랜드'를 발굴해 견제시킬 필요가 있었겠지요.
아직 밝히기는 어렵지만 최근에도 중국의 거대 그룹 CEO가 서울 본사를 방문해 자신들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비지니스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을 정도입니다. 인프라는 자신들이 다 마련해 놓았으니 한마디로 '숟가락만 얹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미스터 피자의 업태상 일반적인 인력이 아니라 맞춤형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교육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되던가...
"해법을 하나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중국 미스터피자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은 가급적 한국을 아는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합니다. 특히 미스터피자를 안다면 더 좋고요.
지금 한국에 유학온 중국인 학생들이 대략 8만 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졸업해 중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미스터피자를 한번쯤은 만날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미스터피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요.
저는 만약 이들이 원한다면 일정 기준을 마련해 미스터피자 중국 비지니스의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습니다. 이들이 '한국 유학을 통해 미스터피자를 만난 것이 커다란 행운'이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이 미스터피자의 성공스토리 주인공이 된다면 양국의 교류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미스터피자에게도 엄청난 자산이 되는 것이지요."
-화제를 돌려보지요. 피자라는 상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은 대개 패스트푸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왜곡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자는 원래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음식인데 이것이 대중화 과정에서 '공장화, 대량화'됐습니다. 당연히 도우(피자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빵)가 미리 준비돼야 하고, 그러다 보니 냉동도우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맛의 본질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기 쉽지요.
한 때 얇은 도우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냉동 도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요.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미스터피자의 철학과는 맞지 않습니다. '발상을 바꾸자. 얇은 생도우를 만들어 내자'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얊은 생도우를 수타하고 저글링해서 석쇠에 구워내는 미스터피자의 방식은 다른 회사가 결코 흉내내지 못하는 특징이 됐습니다. 소비자들도 이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고요."
-피자라는 제품의 본질을 되찾아줬다는 의미로 들리는군요. 자서전을 읽어 봤는데 '실패 경험'을 찾기 어렵더군요.
"실패담이 있어야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크게 실패한 경험이 없더라구요. 조상님이 도우셨는지...
되돌아보면 위기였다고 생각되는 것은 IMF 시기의 경영상황이었습니만 그것 역시 '이것은 내 개인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지요. 업태가 음식숙박업으로 분류돼 있어 당시만 해도 미스터피자는 제1금융권 거래 자격 자체가 없었습니다. 필요한 자금은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에서 조달했지요. 그런데 IMF로 제2금융권이 타격을 받으니까 금리가 연 57%까지 치솟더라구요. 와 그때는 진짜 힘들었습니다. 실패는 아니고요."
-가벼운 질문 하나 던질까요. 미술품 수집도 열심이시고, 요즘은 부쩍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보이시던데...
"아. 제가 원래 고등학교 서예반 출신입니다. '진주 개천 예술제'에 나가서 2등도 했었지요. 붓글씨는 제가 좀 씁니다. 그런데 그림은 전혀 못 그려요. 그래서 그런지 화가들에게는 맹목적으로 존경심을 갖습니다.
미스터피자는 창업이래 여지껏 재테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본업에만 충실하면 모든 것이 다 풀린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회사 유보금이 생기니까 조금씩 미래를 위해 '현금성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술품에 주목한 것이지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면 미술작품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재벌도 아니고... 해외 유명작가 작품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기회가 되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모으는 정도입니다. 혹시 압니까. 나중에 이렇게 모은 작품들이 미스터피자의 보물이 될지."
-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은.
"미스터피자의 영원한 테마는 고객들에게 제대로된 피자를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이 테마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치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덧붙여 요즘은 미스터피자에서 적은 부분이겠지만 문화적 욕구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 주십시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군복무를 마친 1974년 장인의 사업체인 천인상사(동대문시장의 섬유도매업체)에 합류. 1989년 미스터피자를 열고 외식업에 도전. 2008년 미스터피자를 국내 피자업계 1위로 끌어올림. '2011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2011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대상' 수상. 현재 미스터피자 외 이탈리안홈메이드 뷔페 레스토랑 제시카키친, 수제머핀 커피전문점 마노핀 등 종합 외식그룹 'MPK 그룹'을 이끌고 있다.
▲1948년 경남 하동 출생 ▲1972 단국대학교 법정대 졸업 ▲1974 ROTC 전역, 천일상사 상무 ▲1978 천일상사 대표 ▲1989 ㈜미스터피자 창업 ▲1999 ROTC 10기 중앙회 회장 ▲2011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수상, 2011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대상 수상 ▲2013 현(現) ㈜MPK그룹 회장, 어린이 환경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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