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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영정보(6-1)

구봉88 2013. 6. 24. 17:27

목     차

 

1.[南北회담 12일 열릴듯] 美中·韓中회담 앞두고…

   고립된 北의 '출구 전략'

2.1분기 실질 국민소득 증가세 확대…0.8%↑

3.[초점]'아베노믹스' 결과에 세계가 관심 갖는 이유

4.ICT 컨트롤타워 `전략위` 만든다

5.엄마 아들 '숙제 논쟁'과 공약가계부

6. 기업경영

  -삼성 국내 계열사 영업익 30조 시대

  -포니마 탄센트 CEO, 해커로 불린 컴퓨터 천재 '중국형 메신저' 위챗

    개발…시가총액 600억弗 기업 키웠다

  -[경영학 카페] 고객은 제품 살 때 얻는 이익보다 구매 안 했을때 손실에

    더 민감

  -저성장 돌파 해법, 파괴적 혁신기술 7가지에 있다

  -에너지 효율 높이고 친환경 포장…삼성 생활가전 혁신 코드는 '그린'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이 머리 위로 날고, 염소 만져 보고"…뻔한

    동물원을 버렸다

  -韓·日 하이브리드車 ‘엇갈린 명암’

  -제너시스BBQ, '치킨 업계 2위 프랜차이즈 BHC 전격 매각' 후폭풍은?

  -소프트웨어 업계 '인문계 반란'

  -P&G, 차세대 CEO 인선 작업 들어가

  -미국서 제일 잘 나가는 IT기업 '링크드인'

  -이건희 회장 "질(質) 넘어 격(格) 높이자…행복한 미래가 제2의 신경영"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 관리] 하룻밤 꾸는 20분짜리 꿈 4~5개가 정상적

    뇌 활동 보장

  -스마트폰 속에 들어간 창조경제…IT+부품ㆍ소재 결합 ‘새로운 창조경제‘

  -삼성 부품국산화 노력 20年…애플도 눌렀다

  -'다운로드 2600만 건' 국민게임 애니팡… 성공 비결? 끊임없는 변신

  -김정주, 레고 장터 '브릭링크' 인수..비게임사 인수는 처음(종합)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6부. 백년대계 교육이 열쇠다 <2> 대학 양적성

    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박사학위까지 딴 스포츠 의류업계 국가대표 CEO

  -"코레일과 경쟁 미흡하면 코레일 자회사 CEO 해임"

  -'4대 천왕' 떠난 금융지주 회장‥내부출신 늘고 지역·학교 다양

  -‘미운오리’ 지방공항 ‘백조’ 될 수 있을까

 7.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 끝내 파경…이혼 발표

   -"오바마·시진핑 회동 수시로 전화할 정도로 친해지기만 해도 성공"

   - [김정운의 敢言異說, 아니면 말고] 이분법은 나쁜 짓이다!

   -[2013 아시아 대학 평가] 한국, 국제화 순위 50위內 20곳… 건국·국민

    ·인하대 약진

   -빠른 공 잘치는 사람 따로 있다?… 3할 타자의 뇌는 달라

   -한국식 창조경제 이론서 첫 등장

   -“전두환, 추징금 내면 패배라 여겨”

   -[신 무소유 시대]<3>일본 저성장 풍속도

   -[정보철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 제왕학의 교과서 정관정요의 인간론

   -새누리 元朴·청와대 新朴, 정책 주도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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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회담 12일 열릴듯] 美中·韓中회담 앞두고… 고립된 北의 '출구 전략'



[6월 轉機 맞는 한반도 정세]

김정은, 벼랑 끝 대치로 몰고가더니 '전격 회담 제의' 왜?

-北담화 '김정은이 지시' 시사

최룡해 訪中 기대에 못 미치고 韓·美·中 '대북 압박'에 부담… 외화난·경제난도 계기된 듯

-일부 "성동격서式 도발 대비를"

김정은, 지난주 최전방 초소 찾아… 대화 분위기 후 도발 가능성도

정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해"


북한이 6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다소 뜻밖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완제품·원자재 반출을 위한 실무회담을 갖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5월 14일)에 대해 3주째 "교활한 술책"이라 비난하면서 우리 민간단체와 기업들만 상대하려는 통민봉관(通民封官)·남남(南南)갈등 전술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당국 간 회담 제의를 북한이 전격적으로 수용한 모양새지만 북한의 의도는 아직 분명치 않다.

북의 강한 대화 의지

북한의 대화 의지는 담화문 곳곳에 녹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다룰 수 있다고 한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 카드는 우리 정부가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꽃놀이패"라며 "반드시 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했다. 조평통은 또 이날 밝힌 '중대 입장'이 "위임에 따른 것"임을 강조해 회담 제의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뜻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회담 제의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온 점에 주목한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시기적으로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며 "북한으로선 한·미·중이 협력해서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 전열을 흩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2011년 1월에도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대적인 유화 공세를 편 적이 있다.

지난달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일본 특사의 방북 성과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중국은 최룡해 방중 당시 냉담한 태도를 보였고 북한의 긴장 조성 행위에 대해 경고도 많이 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남북 관계 개선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했다.

심각한 외화난·경제난도 대화 제의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5년 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연간 5000만달러의 수입을 잃은 북한은 지난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연간 8700만달러를 스스로 포기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이수석 박사는 "개성공단의 재가동 가능 시한을 가동 중단 후 두 달 정도로 보는데 이제 그 마지노선이 가까워졌다"며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6·15 행사 등 여러 의제 동시 제기"

정부는 이날 북한의 회담 제의에 대해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화답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대화 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북한의 노림수를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공단, 금강산, 이산가족, 6·15라는 의제를 한꺼번에 비빔밥처럼 던졌다"며 "이걸 안 받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 책임론이 생기고, 잘못 받았다가는 국내적 반발을 살 수 있다. 북한은 이 점을 노린 것"이라고 했다.

대화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허를 찌르는 성동격서식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김정은은 지난주 비무장지대(DMZ) 철책선을 넘어 우리 초소와 불과 300~400m 떨어진 최전방 초소를 다녀가는 등 중동부 전선을 책임지는 5군단을 집중 시찰했다"며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정부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실제 회담이 이뤄지더라도 대화의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즉 대화는 회복되나 관계 정상화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北 조평통 '개성공단·금강산·이산가족 회담' 제안에 정부 "12일 서울서 南北장관급 회담하자"

柳통일, 판문점 연락사무소 오늘 再開 요구… 朴정부 첫 남북회담 내주 열릴 듯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6·15 공동행사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한 후 "오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갖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중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남북 정부 차원의 첫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당국 간 회담을 열자는 우리 측 제안을 계속 거부해왔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중(7일), 한·중(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압박 및 외교적 고립을 모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술적 변화를 꾀하는 것인지 그 의도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북한은 6일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 담화를 통해 "6·15(남북 공동선언)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바라는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 장소와 시일은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 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 연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저녁 7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를 북측이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남북 장관급 회담을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회담 시기와 장소, 대표자 직급을 못박아 역(逆)제안을 한 것이다. 류 장관은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 문제 협의를 위해 북측은 내일(7일)부터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재개하기 바란다"고 했다. 류 장관은 그러나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중 연쇄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의제 문제도 북한이 하자는 대로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대화 제의는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장면을 피해보려는 것이 1차적 목표"라며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북·미 간 대화를 권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대화 급물살]금강산관광 중단 5년… 기업피해 1조2100억



개성공단도 10년 고비 못넘기고 중단

[동아일보]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약속이나 한 듯 10년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 사업은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며 생명력을 보이기도 했으나 변덕스러운 남북관계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 정치적 희생양이 된 개성공단

2003년 6월 착공한 개성공단의 첫 번째 위기는 2008년 찾아왔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내놓자 남북 관계에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해 7월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자 북한은 12월 개성공단 상주 인원을 880명으로 줄이고 통행시간을 제한하는 ‘12·1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2009년 3월에도 한미 연합 군사연습 ‘키리졸브’를 문제 삼아 육로 통행을 차단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체류 인원을 축소하는 ‘5·24조치’를 발표했다. 그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개성공단 방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갖은 곡절을 겪으면서도 가동을 계속하던 개성공단은 올해 4월 3일 북한이 “남한이 개성공단의 존엄성을 침해했다”며 통행을 제한하고 8일 북측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켜 9일부터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우리 정부는 26일 잔류 인원을 전원 귀환시키기로 결정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59일째 중단되면서 입주기업들과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입주기업 123곳과 협력기업 5800여 곳이 줄도산하면 피해 규모가 5조∼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 하루아침에 추락한 금강산관광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해 11월 18일 통일의 물꼬를 터줄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현대 금강호’가 첫 출항을 했다.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때만 해도 금강산관광의 장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현대그룹이 5억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강산관광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현대아산은 2003년 육로관광을 통해 활로를 찾았다. 2007년 한 해 34만8263명이 금강산을 찾는 등 1998∼2008년 관광객 수는 195만 명이나 됐다. 사업자인 현대아산도 2005년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11일 새벽 금강산관광특구 산책에 나섰던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소병이 쏜 총탄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들은 금강산관광 중단에 따른 매출액 손실이 8500억여 원(3월 기준·개성관광 1100억 원 포함)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금강산관광 인프라 및 설비에 투자한 약 3600억 원을 합치면 총 피해액이 1조2100억 원을 웃도는 셈이다.

강유현·강홍구 기자 yhkang@donga.com

[남북대화 급물살]北 패키지 제안에 정부 ‘큰틀서 통크게’ 응수



■ 北 “당국회담 하자” 제의 → 南 “장관급 회담 열자” 맞제의… 긴박했던 현충일

[동아일보]

북한이 6일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자 정부가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이라는 파격적인 맞제안을 내놨다. 2007년 5월 이후 6년 만에 장관급 회담이 열리게 될 경우 꽉 막혔던 남북 관계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어떻게 호응하는지는 7일로 예상되는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와 이어질 실무접촉 등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간 견해차가 큰 의제들이 산적해 있는 데다 국제사회의 강한 요구를 받고 있는 비핵화 문제에서 북한의 실질적 자세 변화가 없다면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지속 가능성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 긴박했던 하루

북한은 낮 12시경 ‘당국 간 회담’이란 갑작스러운 제안을 내놨다. “장소와 날짜는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라”고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즉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고, 북한의 제안 1시간여 만인 오후 1시 20분,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김형석 통일부 대변인)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후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부 등은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민간 측만 상대하며 ‘통민봉관(通民封官)’을 시도하던 북한이 당국을 향해 태도를 바꾼 만큼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해볼 여지가 생겼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회의가 끝난 뒤인 오후 6시 20분, 정부는 후속 발표를 예고했고, 오후 7시 류 장관은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제안했다. 북측 제의가 있은 지 7시간 만에 회담의 형태(장관급), 장소(서울)와 날짜(12일)를 구체적으로 정해 북한에 다시 제의한 것이다. 장관급 회담 준비를 위한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 등 북측의 사전 조치까지 요구했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계기로 남북 관계를 급진전시키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 “큰 틀에서 통 크게”

정부의 제의는 남북 관계의 큰 틀에서 한꺼번에 통 크게 다뤄 보자는 박 대통령의 뜻이 담겼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를 비롯한 다양한 이슈가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여러 가지 의제를 한꺼번에 던졌는데 정부가 옹색하게 하나씩 건드려서야 되겠느냐”며 “이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려면 최소 장관급은 되어야 진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막상 회담장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같은 시급한 현안을 제쳐놓고 6·15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앞세워 거액의 대북 지원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의 우선순위를 놓고 시작부터 양측이 충돌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 이산가족 등 문제를 놓고 다양한 회담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다”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고통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회담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화가 진전될 경우 가을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재개되고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여전히 갈 길 먼 비핵화

남북 대화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북한 문제의 핵심인 비핵화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날 남북회담을 제의하는 장문의 특별담화문을 내놓으면서 비핵화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핵개발을 강행하겠다는 기존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남한을 핵 문제의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가 곧바로 6자회담이나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회담이 다른 다자 간 대화로 쉽게 연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남북 교류나 협력, 대화 다 좋은데 결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자 과제”라며 “이걸 무시하고 대화할 상황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신뢰 프로세스가 북한이 갈 길" 박근혜 일관성의 힘



현충일 추념사 직후 북 대화 제의

원칙 고수한 압박 전략 먹혀들어

미·중과 협력카드도 적절히 활용

현충일인 6일 오전 10시20분,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북한이 선택해야 하는 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어가는 큰길에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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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1시간30분이 지난 오전 11시50분,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할 것을 제의한다”는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보훈병원 방문 행사를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온 직후 북한의 담화 내용을 보고받았다. 그러곤 “국민께서 정부를 신뢰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남북 대화를 통해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해 여러 현안을 해결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발전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북한의 대화 제의와 정부의 제안 수용으로 대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박 대통령의 일관성이 북한에도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협박에 '일관된 한목소리(One Voice)'로 대응해 온 압박전략이 효과를 낸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여 왔다. 북한은 특히 지난 4월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본격화하자 “서울 핵 공격” “미 본토 타격” 등의 말폭탄을 쏟아냈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평양 주재 대사관에 '전쟁 발발 시 공관 철수계획'까지 타진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는 “대결적 정체를 가리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도발과 보상, 재도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자들의 방북을 공식 허용하고 신변을 보장하겠다는 유화 제스처를 내놓았지만 박 대통령은 “당국 간 회담이 먼저”라며 이를 거부했다. “자꾸 민간을 상대로 '와라, 와라' 이런 식으로 해서 누가 또 그 안위를 보장할 것이냐”(지난달 31일 출입기자간담회)며 오히려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야당에서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북한의 6·15 행사 공동개최 제안을 수용하라”는 압박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한 '박근혜식 버티기'의 절정은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라는 카드에 '남측 인력 전원 철수'로 맞대응한 대목이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폐쇄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이 먼저'라는 원칙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당혹한 건 북한이었다. 마땅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면서 자충수가 된 근로자 철수 결정 주도자에 대한 문책설까지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는 데 한·미 공조와 대중 협력이란 카드도 적절히 사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냈고, 최용해 북한 특사의 방중 사실을 우리 정부에 사전에 귀띔해 주는 등 중국과도 공고한 관계를 보여 줬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4·11 대화 제의를 시작으로 대화만이 해결책이란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원칙을 중시한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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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질 국민소득 증가세 확대…0.8%↑


외국인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명동거리<<연합뉴스DB>>

성장률은 속보치 보다 0.1%p 떨어진 0.8%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방현덕 기자 = 실질 국민소득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속보치 0.9%보다 다소 낮은 0.8%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GNI는 전분기보다 0.8%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 실질 GNI 증가율은 작년 1분기 -0.1%에서 2분기 1.5%로 상승했다가 2분기 0.7%, 4분기 0.3%로 '상고하저'의 양상을 보였다.

올해 1분기 실질 GNI 증가율의 회복세는 수출이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도 전분기 1조4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증가, 도움을 줬다.

명목 GNI는 전기보다 1.7% 증가했다.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0.8% 성장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분기 경제성장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지만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보다는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이 1.3% 증가에 그치면서 속보치보다 다소 낮게 나왔다.

지출 측면에서 보면 민간소비가 0.4% 줄어 속보치(-0.3%)보다 더 감소폭이 컸다.

설비투자도 속보치(3.0%)보다 낮은 2.6% 증가에 그쳤다.

저축률은 31.4%로 전분기(30.3%)보다 높아졌다.

국내 총투자율도 26.8%로 0.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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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아베노믹스' 결과에 세계가 관심 갖는 이유

 

성공하면 엔저 폐해, 실패하면 세계경제 악화로 이어질 듯

【세종=뉴시스】이상택 기자 =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약발을 잃어 가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위 '아베노믹스'란 이름의 일본 양적완화정책이 ‘엔저’라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우리 수출기업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지만 유럽의 경기 침체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베노믹스가 갑자기 붕괴될 경우에는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6일 정부당국 및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눈에 띄게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 상황은 싸늘하기 만하다. 이유는 크게 새로운 게 없다는 것.

지난 5일 오전 니케이 지수는 전날보다 0.61% 하락했고, 엔/달러 환율은 99.00엔으로 전날 98.87엔보다 0.23엔이 올랐다.

앞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지금의 통화정책을 유지하겠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규모를 줄이거나 늘리는 등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아베노믹스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힘을 잃고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한국 산업계 엔저 타격 현실화(?)

우리 산업계는 엔저로 인한 수출 타격을 심각하게 우려해 왔다. 특히 자동차, 철강, 컴퓨터 등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수출제품은 가격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하면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저로 국내 수출증감률이 수입증감률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며 연평균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상승하면 2013년 무역수지는 26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억 달러의 무역흑자 감소 압력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기계류는 -11.6%, 철강은 -4.9% 등 주요 업종의 총수입이 엔저로 인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4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시화공단을 방문했을 때 한 수출중소기업 대표는 "외국 바이어들이 엔저로 일본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한국산 제품 가격의 할인을 요구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한 경제계 단체들도 앞 다투어 정부에 엔저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고 이에 정부는 지난달초 환변동보험 확대 등 중소수출기업을 돕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각료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양적완화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인정할 수는 있지만 한국 등 이웃나라의 환율변동성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엔저 나쁘지만은 않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초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전경련 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수익성은 좀 약화 되겠지만, 엔저를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엔저가 계획 있게 나왔는지 달러 변동과 연결돼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정 회장의 발언은 악화되고 있는 엔저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고 아베노믹스가 '양면의 동전'이란 점을 깨닫게 했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는 일본의 엔저를 묵인하는 듯 한 결론을 냈다. G20 재무장관회의는 공동선언(코뮈니케)을 통해 “일본의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 다음달 열린 G7회의는 엔저와 같은 인위적인 환율정책에 대해 의논하면서도 세계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했다는 이중적 결론을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입장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붕괴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아베노믹스는 잘 되도, 안 되도 문제다. 실패시 전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아 우리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된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엔저에 대한 걱정도 있고, 아베노믹스가 잘못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우리 경제의 타격을 고려할 경우 우리 입장은 어정쩡 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연 아베노믹스의 결론은 어떤 식으로 맺어질까 세계 경제의 눈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lst01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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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컨트롤타워 `전략위` 만든다



융합저해 제도적 규제 개선 `활성화추진단` 설치도 추진

조해진 의원, ICT진흥특별법 제정안 발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설치가 추진된다. ICT 융합을 저해하는 제도적 걸림돌을 발굴ㆍ제거할 정보통신활성화추진단 설치도 추진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진흥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법안은 우선 총리실 산하에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설치해 범부처 차원의 ICT 정책 조정과 기본ㆍ실행계획을 심의ㆍ의결토록 했다. 총리를 위원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간사로 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ICT 진흥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의 심의의결 외에도 부처간 ICT 정책조정, 연구개발 우선순위 권고, ICT 진흥 걸림돌 규제개선 권고 등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또 미래부와 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범정부 정보화 예산편성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정보화예산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래부가 정보화 부문의 예산편성을 함께 검토한다는 점에서 정보화 예산의 합리적인 수립ㆍ활용은 물론, 그동안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컸던 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 요율 현실화 등 ICT 분야의 현안을 푸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또 ICT 융합을 저해하는 걸림돌인 각종 규제와 국내ㆍ외 사업자를 역차별 하는 제도를 발굴ㆍ개선하기 위해 정보통신활성화추진단을 설치토록 했다. 추진단은 ICT 기업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 정책에 반영해 ICT 분야의 `손톱밑 가시'를 없애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ICT진흥특별법은 대ㆍ중소기업 상생과 ICT 생태계 약자 보호를 위해 SW 제값받기와 디지털콘텐츠 유통질서 확립 규정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기술가치 평가와 거래 지원을 통해 ICT 연구개발 성과물의 사업화 촉진을 도모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설치도 명시됐다.

조해진 의원은 "특별법안을 계기로 ICT 기반의 융합 확산을 통해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SW 중심의 ICT 기술ㆍ서비스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고, 창업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정보통신 생태계의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실은 이번 법안이 지난 3월 정부조직 개편 시 여야 합의로 제정키로 한 만큼 새누리당 공약은 물론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제안한 사항을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ICT진흥특별법은 지난달 31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위원회 워크숍에서 이번 임시국회의 최우선 처리법안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공청회 등을 거쳐 이 달 안에 의결 처리될 전망이다.

강동식기자 ds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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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들 '숙제 논쟁'과 공약가계부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박재범의 브리핑룸]]


열 살인 아들은 엄마와 매일 옥신각신한다. 숙제 먼저 한 뒤 놀라는 엄마와 놀고 와서 숙제하겠다는 아들의 '논쟁'이다. 엄마는 혀를 찬다. "30분이면 끝낼 숙제, 빨리 해 치우고 놀면 되지 않아". 맞는 말이다.

아들도 할 말은 있다. "친구들과 놀기로 했는데 숙제 하고 나가면 친구들이 없잖아요". 수긍이 간다.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충분히 조급해질 만 하다. 이 논쟁은 '역사적'으로 되풀이된다. 간혹 엄마의 '원칙'과 아들의 '타이밍'이 맞을 때가 있긴 하다. 한쪽의 '양보'로 끝날 때도 있지만 이 역시 이례적이다.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엔 십중팔구, 아들의 패배다. 눈물을 훌쩍이며 책상머리에 앉아야 한다. '학생의 본분' '기본이 먼저' 등 엄마의 원칙론을 무너뜨리긴 쉽지 않다. 다른 집안도 비슷하다. 어찌보면 시·공간을 초월한 문제다.

집안 얘기를 거창하게 한 것은 나라 살림에서 비슷한 모습이 떠오른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전후의 흐름이 엄마·아들 논쟁과 닮았다. 국가의 숙제는 국정 과제다. 어느 정부건 초기에 국정 과제를 정립한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박근혜 정부는 이전과 다르다. 과거엔 공약이 국정과제로 재탄생할 때 많이 걸러졌다. 재정 여건, 경제 상황 등이 고려됐다. '空約'이란 비판과 함께 현실을 반영한 '결단'이란 칭송도 나왔다. 반면 새누리당의 공약은 그대로 140개 국정과제가 됐다. 잡음도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은 여기서 출발한다. 재정 계획이나 세법 개정 등도 여기에 구속된다. 숙제를 어떻게 할지 시간표를 짜듯 공약 가계부까지 만들었다. 노란 색 표지의 두터운 책자인 그 가계부는 현 정부에겐 '성경'처럼 다가온다.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등은 인수위 때, 공약 가계부를 만들 때 줄곧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약은 공약으로 끝날 것"이란 이들의 기대는 "공약은 약속"이라는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사라졌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론은 원칙론을 누르기 어려운 법이다.

약속은 중요하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가계부까지 만든 열정은 역사에 남을 만하다. 헛된 공약의 남발을 막는 장치로서도 의미가 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 계획표를 짜는 것만큼 안심되는 일도 없다.

그만큼 걱정도 깊다. 140개 국정과제, 공약 가계부에 내포된 도그마의 함정 때문이다.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한 관료는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이미 5년간 할 정책은 정해져 있다. 새롭게 할 것은 없고 그저 정해진 것을 묵묵히 하면 될 뿐이다. 집행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새 아이디어로 새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다른 관료도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국정과제부터 확실히 한 뒤에 고민하자는 말부터 돌아온다"고 답답해했다. '숙제 논쟁 에서 엄마가 아들에게 하는 말과 비슷하다.

숙제와 달리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교과서에서만 시험 문제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현실 정책은 온갖 돌발 변수와 부닥치면서 풀어야 한다. 이미 원전 비리·사고, 출구 전략 가시화 등 대내외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는데 '공약 가계부'만 뒤적거리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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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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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국내 계열사 영업익 30조 시대



작년 매출 312조로 15% 껑충

전자 141조 1위·생명 30조 2위

현대차·LG도 소폭 늘어 선전

삼성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1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은 33%나 늘어나 처음으로 30조원대에 올라섰다.

6일 주요 대기업의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75개 국내 계열사는 지난해에 312조6,7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개별회사기준)가 141조2,063억원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삼성생명 30조3,832억원, 삼성디스플레이 22조3,045억원, 삼성화재 19조2,578억원, 삼성물산 17조2,410억원, 삼성중공업 14조4,239억원 등이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2011년의 270조9,554억원에 비해 15.4% 증가한 것이다. 해외에 있는 계열사들의 매출까지 합치면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380조원에 이른다.

삼성그룹 국내 계열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조1,981억원으로 전년(22조6,045억원)보다 33.5% 증가했다. 처음으로 영업이익 30조원 시대가 열렸다. 전체 영업이익의 61.3%는 삼성전자(18조5,104억원)에서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2조1,449억원), 삼성코닝정밀소재(1조6,774억원), 삼성중공업(1조1,499억원), 삼성생명(1조2,057억원) 등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29조5,787억원으로 전년(19조2,676억원)보다 무려 53.5%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3%증가한 164조87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조8,168억원에 그쳐 전년(13조6,735억원)보다 줄었다.

SK그룹은 매출 155조2,136억원으로 2011년(144조8,365억원)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조8,461억원으로 전년(7조2,623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당기순이익도 3조7,391억원으로 전년(6조2,801억원)보다 40.5% 감소했다.

LG그룹은 매출 115조7,591억원, 영업이익 3조6,291억원을 기록해 전년(매출 111조7,836억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불황에도 강한 삼성 국내계열사, 작년 30조 벌어

영업익 61%는 삼성전자 창출…글로벌 불황속 매출 15% 증가


삼성그룹 계열사가 지난 한해동안 지속됐던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1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은 33%나 늘어나 처음으로 30조원대에 올라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LG그룹 등도 불황을 잘 이겨냈다.

6일 주요 대기업의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75개 국내 계열사는 작년에 312조6천7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삼성전자(개별회사기준)가 141조263억원으로 단연 많았으며 삼성생명 30조3832억원, 삼성디스플레이 22조3045억원, 삼성화재 19조2578억원, 삼성물산 17조2410억원, 삼성중공업 14조4239억원 등이었다.

삼성그룹의 작년 매출은 2011년의 270조9천554억원에 비해 15.4% 증가한 것이다.

해외에 있는 계열사들의 매출까지 합치면 작년 매출은 380조원에 이른다.

삼성그룹 국내계열사들의 작년 영업이익은 30조1천981억원으로 전년(22조6천45억원)보다 33.5% 증가했다. 처음으로 영업이익 30조원시대가 열렸다.

전체 영업이익의 61.3%는 삼성전자(18조5104억원)에서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2조1449억원), 삼성코닝정밀소재(1조6774억원), 삼성중공업(1조1499억원), 삼성생명(1조2057억원) 등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그룹의 작년 순이익은 29조5787억원으로 전년(19조2676억원)보다 무려 53.5%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작년 매출은 164조872억원으로 전년보다 4.3%가량 늘어났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12조8168억원에 그쳐 전년(13조6735억원)보다 줄었다.

SK그룹은 155조2136억원으로 2011년(144조8365억원)보다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조8461억원으로 전년(7조2천623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당기순이익은 3조7391억원으로 전년(6조2801억원)보다 40.5% 감소했다.

LG그룹은 매출 115조7591억원, 영업이익 3조6291억원을 기록해 전년(매출 111조7836억원, 영업이익 2조8억원)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포니마 탄센트 CEO, 해커로 불린 컴퓨터 천재 '중국형 메신저' 위챗 개발…시가총액 600억弗 기업 키웠다



대학시절 알아주던 컴퓨터 실력

전산망 문제 생기면 직원들이 SOS…대학 동창과 SW 개발회사 창업

모방에서 기회를 찾아라

오프라인 친구에게 메시지 전송 등 기존 메신저 보완해 기회 잡아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싸이월드 같은 Q존 만들어 재기…검색·전자상거래까지 영토 확장


한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중국엔 ‘위챗’이 있다. 전 세계 4억여명의 가입자가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개발한 회사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다.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는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전자상거래, 검색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 지난해 439억위안(약 7조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시가총액 600억달러(약 65조원)로 페이스북을 넘어섰다. 현재 텐센트보다 시가총액이 큰 인터넷 회사는 구글과 아마존뿐이다.

이런 성공 뒤에는 텐센트를 세우고 키운 포니마(馬化騰) 대표가 있다. 그는 전 세계 9억명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만든 개발자로, 지난해 기준 개인자산 300억위안으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 50인’에 들었다. ‘중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기도 한다.

○‘해커’로 불리던 실력파 공학도

1971년 중국 랴오닝성의 차오양에서 태어난 포니마의 IT 실력은 대학시절부터 유명했다. 1993년 선전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의 별명은 ‘해커’였다. 학교 전산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 직원들이 그를 찾아 자문을 구했을 정도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통신회사인 선전룬쉰에 입사했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수입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고, 회사는 새로운 도전에 인색했다. 그가 회사 주력 사업을 무선호출(삐삐)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비 5만위안(921만원)을 털어 전화기와 컴퓨터를 구입했다. 중국 초기 인터넷회사인 후이뚜어왕의 선전지사를 혼자 설립한 것이다. 한동안 그는 낮에는 선전룬쉰의 엔지니어로 살면서 밤에는 후이뚜어왕의 지사장으로 지내는 생활을 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그를 회사가 좋게 볼리 없었다. 결국 그는 어느 한쪽의 회사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 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8년 11월, 대학동창인 장즈동과 함께 ‘텐센트 컴퓨터 시스템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 사업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자금 압박에 모아놓은 돈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사무실 임대료, 월급, 각종 공과금들이 꼬리를 잇는 월말을 맞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동시에 첫 직장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을 활용, 당장 돈을 벌기 위한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창조적 모방’으로 위기 극복

포니마는 모방에서 기회를 찾았다. 중국형 메신저 ‘텐센트QQ’를 개발한 것이다. 그가 개발한 것은 사실 기존에 있던 메신저 프로그램을 따라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단점을 보안하고 중국시장 상황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변경했다. 기존 메신저는 사용하던 컴퓨터가 아니면 저장됐던 친구정보가 모두 사라졌다. 오프라인 상태의 친구에겐 메시지를 남길 수도 없었다. 텐센트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가 아닌 서버에 고객정보를 저장하게 했다. 아이디만 알면 친구를 찾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중국어 메신저라는 장점이 있었다.

어렵게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금 압박으로 적절한 마케팅을 하지 못해 이용자 수는 늘지 않았다. 1999년 5월 텐센트의 한 직원이 대학 자유게시판에 광고를 하자는 의견을 냈다. 신문, TV 광고에 비해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포니마는 의견을 받아들이고 추진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인터넷 사용의 새로운 주역인 대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해 11월 텐센트QQ 이용자는 100만명을 넘겼다.

이용자가 늘면서 서버 확장 등 투자가 필요해졌다.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받고 다른 회사 서버에 빌붙는 생활 속에 회사를 매각할 생각까지 했다. 회사 및 기술 설명서를 들고 투자자를 찾아다닌 끝에 글로벌 IT 뉴스제공 업체인 IDG와 홍콩 부동산그룹 회장 리자청으로부터 각각 11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쁨은 잠시였다. 2001년 나스닥 폭락과 함께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포니마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졌다.

포니마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은 한국의 싸이월드였다. 안정적인 유료사업 모델을 찾던 그는 한국에서 유행하던 싸이월드와 비슷한 ‘Q존’을 열었다. 중점을 둔 것은 ‘아바타’. 싸이월드처럼 나체에 가까운 아바타를 제공하고 옷과 장신구를 유료로 팔기 시작했다. 그는 2002년에만 순이익 1억4400만위안을 거뒀다. 이후 벨소리 유료서비스,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재기에 성공했다. 텐센트는 2004년 홍콩 증권시장에 상장한데 이어 2011년 매출 285억위안, 순이익 90억위안을 기록했다.

포니마는 텐센트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차별적 모방이 중요하다”며 “텐센트가 모방을 통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모방을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개의 기업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렸다면, 텐센트는 사자를 그렸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로

포니마는 성급하게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한 뒤 잘 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는 집중해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했다.

게임부문이 특히 그랬다. 2002년 게임산업에 진출하자 회사 내에서는 자체 게임을 개발할 것인지, 해외 게임을 들여올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기술력으론 게임을 개발하기에 충분했지만, 그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해외 유명 게임 퍼블리싱을 택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던전 앤 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 등 해외 유수의 게임들을 중국에 퍼블리싱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인터넷 게임업계 1위로 성장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퍼블리싱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게임회사에 대한 투자와 인수에 적극 나섰다. 게임 개발과 성장을 도와 여기서 개발한 게임을 다시 중국 시장에 퍼블리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성공한 게임만을 가져가 판매하던 방식에서 변화한 것이다. 게임, 메신저 등으로 회사를 키운 포니마는 ‘쏘쏘’라는 검색서비스로 바이두의 자리를 노리는 한편, ‘파이파이왕’이라는 서비스로 알리바바가 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한국의 게임업체에 투자하던 데서 동남아, 미국 등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1년에는 미국 게임회사에 16억위안을 투자했다. 지난 3월에는 위챗의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영어와 한국어 등 15개 언어를 지원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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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고객은 제품 살 때 얻는 이익보다 구매 안 했을때 손실에 더 민감

"실직하면 자동차값 보상"

현대차 마케팅 프로그램…손실회피 강조해 효과


서울의 어느 거리. 방송사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먼저 2만원을 주고 게임 하나를 제안한다. 이 게임에 참여하면 50% 확률로 이길 수 있는데, 이기면 3만원을 더 따서 총 5만원을 얻을 수도 있지만, 지면 처음 준 2만원마저 잃을 수도 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임에 참여하겠는가. 이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실험 방식을 조금 바꿔본다. 먼저 5만원을 이들의 손에 올려놓는다. 다만 3만원을 바로 돌려달라고 말한다. 만일 3만원을 되돌려주고 싶지 않다면, 위의 게임에 참여해 달라고 말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첫 게임과 달라졌는가. 실제로 두 번째 실험 참가자들은 대부분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두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2만원을 얻지만, 첫 번째 실험에 비해 두 번째 실험 참가자들이 게임 참여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그냥 2만원을 줬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일단 5만원을 손에 올려놓았다가 3만원을 돌려받았다. 이 순간 사람들은 마치 3만원을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고, 게임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는 ‘손실회피 성향(loss aversion)’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사람들은 손해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가능성만 있다면 더 큰 위험도 감수하려는 ‘손실회피 성향’을 보인다. 심리학자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돈 1만원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돈 1만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돈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같은 금액의 돈을 벌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두 배 정도 크다고 한다. 때로는 10배에 가까운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손실회피 성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손실회피 성향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집을 팔지는 않을 것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집을 팔면 곧바로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기다리다 보니, 부동산시장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기다린다면 손해를 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렇듯 객관적인 판단 대신 무조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 결정을 그르칠 수도 있게 하는 것이 손실회피 성향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급성장은 소비자의 손실회피 심리를 잘 파악하고 활용한 사례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큰 위기를 겪었다. 소비자들은 미래가 불안한 상태여서 큰 돈이 드는 상품의 구입을 미뤘다. 특히 할부로 구입하는 자동차의 경우, 할부금을 내다가 실직해 더 이상 할부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차를 압류당하고 그동안 낸 할부금도 날리게 된다.

소비자의 이런 상황을 눈치챈 현대자동차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고객이 자동차를 구입하고 1년 이내에 실직하는 경우 자동차를 반납하면 7500달러까지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손실 방지를 강조한 현대자동차의 마케팅은 큰 반향을 얻었고, 경쟁사들은 마이너스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현대자동차는 47%의 고성장을 이뤘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게 만들고 싶을 때도 손실회피 성향은 유용하게 활용된다. 롤프 도벨리의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사례로 든 손실회피를 활용한 유방암 캠페인을 보자. 유방암 검진을 유도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두 가지 서로 다른 팸플릿을 발송했다. 팸플릿 A에는 “매년 유방암 검사를 하십시오.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제거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팸플릿 B에는 “만약 당신이 매년 유방암 검사를 하지 않으면, 당신은 발병 가능성이 있는 암을 조기에 발견 및 제거하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라고 써서 보냈다. 팸플릿을 보고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한 이들은 대부분 팸플릿 B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소비자에게 확신을 주고 싶다면 손실회피 성향을 활용해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 회사 제품을 살 때 얻는 장점’을 상상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이 장점을 모두 잃게 된다”고 말하면 된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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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돌파 해법, 파괴적 혁신기술 7가지에 있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① 웨어러블 컴퓨터 ② 3D프린팅 ③ 상황인식기술 ④ 자동주행차

⑤ 초경량 소재 ⑥ 유전자 치료제 ⑦ 용량 키운 포스트 배터리


저성장을 돌파할 모멘텀으로 ‘파괴적 혁신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파괴적 혁신기술은 ‘기존 산업의 경쟁질서를 바꾸고,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의 행동이나 사고를 변화시켜 새로운 시장과 사업을 창출하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10년 이내에 구현 가능성이 큰 파괴적 혁신기술 일곱 가지를 선정해 소개한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컴퓨터 기기를 몸이나 옷에 착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글라스다. 안경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구글 글라스는 증강현실 기술과 결합해 광고와 정비·제조업 분야에서 신사업 모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3차원 설계도에 따라 한 층씩 소재를 쌓아올려 입체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기술인 ‘3D 프린팅’은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 제품 개발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주선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우주공간에서 직접 출력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상황인식 기술’은 사람의 의도를 미리 파악해 대응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사용자의 행위나 생체신호, 과거 생활이력 등을 분석해 적절한 기능을 자동 수행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여행업, 소매유통업 등에서 고객층을 세분화해 상품을 추천할 수 있고, 의료·공공부문에서는 질병, 재해, 범죄 발생을 감지하고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

‘자동주행차’는 도로 확장, 신호등과 같은 인프라 비용을 줄일 것이다. 교통사고도 크게 줄어 보험시장 축소, 보험 책임주체 전환, 정부의 교통법규벌금 수익 감소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전도성, 탄성, 에너지 흡수 등의 특성을 겸비한 ‘초경량 소재’는 우주선 발사체 무게를 줄임으로써 발사비용과 비행시간을 절감하고, 자동차 무게의 70%에 달하는 외장이나 프레임 무게를 줄여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하는 암이나 희귀질환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교체를 통한 피부색 전환, 노화 지연 등 미용 및 안티에이징 산업도 부상할 전망이다.

용량과 가격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전지 ‘포스트배터리’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것이다. 시계, 의복 등 웨어러블 제품의 정보기술(IT) 융합을 가속화하고, 전기자동차 수요를 확대하고, 하이브리드카(HEV) 위주의 전기차 시장을 순수 전기차(EV)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괴적 혁신기술은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신시장을 창출해 기술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고, 미래 산업을 변화시킨다. 기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도전해야 할 혁신기술 대상을 압축해 육성하고, 응용 분야를 명확히 정해 초기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장성원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sw@seri.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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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높이고 친환경 포장…삼성 생활가전 혁신 코드는 '그린'

지펠 T9000 냉장고
세탁기 물 펑펑 쓰던 건조방식 바꿔 건조시간도 절반으로 줄여

회오리 팬 에어컨으로 절전 효과…포장재 재사용해 폐기물 감소


공기로 빨래를 말려 한 번 건조할 때마다 기존 제품에 비해 물 52ℓ를 아낀다(버블샷3 세탁기). 초절전 기능으로 매일 8시간 에어컨을 틀어도 월 전기료가 채 1만원(16평 기준)이 안 된다(에어컨 Q9000). 냉장고를 배송할 때 종이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써 연간 4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살린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추진 중인 핵심 혁신코드의 하나는 ‘그린(녹색)’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로 ‘에코 가전’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기존 건조 겸용 세탁기는 건조할 때 세탁통 내부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외부로 뽑아내기 위해 찬물로 세탁통을 식혔다. 온도차를 만들어 내부 습기를 빼내는 방식이어서 물 낭비가 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건조를 위해 분당 0.3ℓ의 물을 쓴다”며 “유럽에서는 물이 전기만큼 비싸 소비자들은 세탁기를 구매할 때 반드시 물을 몇 ℓ 사용하느냐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고민했다. 녹색성장의 시대, 물 없이 건조를 할 수 없을까. 최근 출시한 버블샷3(W9000) 세탁기는 특허받은 ‘에어 스피드 드라이’ 기능을 갖췄다. 고온의 습한 공기에 저온 저습 공기를 섞어 습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외부 공기 흡입구를 따로 마련해 건조한 공기가 빨래의 습기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건조시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스마트에어컨 Q9000의 절전 비결은 회오리 바람에 숨어 있다. 직진하는 바람을 내보내는 기존 에어컨과 달리 회전성 바람을 일으키는 회오리 팬을 넣었다. 덕분에 바람이 더 멀리, 넓게 퍼져 빠른 냉방이 가능하다. 에어컨 가동 시간이 줄어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또 날개 하나가 아닌 세 개의 팬을 갖춰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3개 팬을 다 돌릴 때 전기소모량이 100%라면 2개만 쓰면 40%, 1개를 쓸 땐 20%로 떨어진다. 이와 함께 적정온도에 이르면 최소 운전으로 변환하는 ‘스마트 인버터’ 기능도 갖췄다.

냉장고는 포장재에서 ‘그린 코드’를 찾았다. 지펠 냉장고는 지난해 11월부터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 포장재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쓴다. 무독성 발포 폴리프로필렌을 소재로 만들어 수십회 재사용할 수 있다. 연간 포장용 종이로 쓰기 위해 잘라 온 4만6000그루의 나무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CO₂방출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3000을 줄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버블샷3 W9000 세탁기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친환경 포장재 적용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효과를 인정받아 환경부 ‘그린 패키징(GP)’ 마크를 획득한 데 이어 지난해 아시아스타 어워즈와 세계 포장기구(WPO)에서 주최하는 ‘월드스타 어워즈’까지 석권했다.

김종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평가실장은 “삼성전자의 친환경 포장은 포장재를 재사용해 폐기물 발생량을 낮췄고, 유해물질 배출량도 크게 감소시켜 녹색기술로 인증 추천했다”며 “앞으로 다른 전자제품군(群)에도 적용 가능해 포장재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인터뷰] 윤부근 삼성전자 CE 부문 사장, "소비자 불편 파악 위해 집에서 세탁기 꼭 돌려봅니다"

한경 DB
'미스터 TV'서 '생활가전 박사'로

글로벌 가전 1위 전략은

라이프 스타일에 혁신기술 접목…시장 성장률 이상 성장할 것

미래 가전사업 키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해 디자인 혁신 계속해 나갈 것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사진)이 TV에 이어 생활가전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말이다. 당시 윤 사장은 “냉장고까지 맡으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얼어버렸다”고 했다. 1978년 입사 후 30여년간 TV 사업만 생각해온 그로서는 냉장고나 세탁기 쪽은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성과가 나오기까지 끈기있게 기다려야 하는 생활가전 사업은 ‘속도전’을 벌이는 일에 잔뼈가 굵은 그에게 체질적으로도 맞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그는 1년 반 만에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확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냉장고를 세계 1위로 끌어올렸고, 세탁기와 에어컨도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2006년부터 삼성 TV를 7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려놓은 공로로 ‘미스터 TV’로 불린 그의 목표는 이제 글로벌 가전 1위다. “2015년까지 세계 생활가전 시장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그의 전략을 들어봤다.

▷생활가전사업을 맡고 나서 바뀐 게 있다면 뭡니까.

“개인적으로 좋은 남편이 됐습니다. TV 사업을 할 때는 TV만 보니 집에서 좋아할 리가 없었겠죠. 그런데 요즘은 새로 나온 세탁기와 냉장고를 꼭 사용해보느라 집안일 돕는 게 많이 늘었습니다. 저도 바뀌었지만, 생활가전사업부 임직원들은 더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습니까.

“그동안 주인의식을 강조해왔는데, 긍정적인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회사 전체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는데, 생활가전사업부에서만 200여명이 응모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졸 신입사원들이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해 신개념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제조라인에 있는 한 직원은 여러 사업 아이디어와 회사 비전에 대한 생각을 장문의 이메일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임직원들의 이런 열정이 삼성 생활가전이 세계 일류로 도약하는 시점을 앞당기리라고 확신합니다.”

▷2015년까지 글로벌 가전 1위에 오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가전제품은 교체주기가 긴 아날로그적 특성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TV는 7년 안팎인데 냉장고가 14년, 세탁기는 15년입니다. 에어컨도 10년이 넘습니다. 전자레인지가 그나마 7~8년으로 짧은 편이죠. 그래도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출시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선진 시장의 교체 수요와 신흥 시장의 신규 수요가 계속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시장을 선도해가면 2015년에 세계 가전 시장 1위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TV에선 삼성처럼 세계 전 지역에서 잘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생활가전에선 지역별로 강자들이 많습니다. 어떤 전략으로 세계 1위에 오를 계획입니까.

“TV 사업은 패널만 있으면 됩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얘기죠. 또 제품을 한 번에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데, 생활가전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입장벽도 높고, 지역별로 문화가 달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 출시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지역별로 소비자들이 정말 사고 싶은 혁신제품을 계속 내놓을 예정입니다. 6개 권역별 라이프스타일 연구소와 삼성전자 내의 혁신 기술력을 접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당장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올해 세계 가전 시장은 작년보다 3%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 같은 선진 시장은 1% 성장하고, 신흥 시장은 5% 이상 커질 것으로 봅니다. 삼성 생활가전 사업은 시장 성장률보다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가 올해부터 나타날 겁니다.”

▷이미 지난해 냉장고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결이 뭡니까.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 장점을 살려 냉장고 사업에서 적지 않은 성장을 했습니다. 세계 전 지역에서 고른 성장을 한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경제환경이 어려운 북미와 유럽에서도 소폭 성장을 했고, 신흥 시장에서도 큰 폭의 성장을 했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기회를 잘 공략한 덕분에 냉장고에서 세계 1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판단하나요.

“중국 외 지역에서는 아직 약합니다. 하지만 현재 보유한 생산능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 상황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중·장기 관점에서 매우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삼성전자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 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삼성의 미래 가전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뭔가요.

“미국 월풀과 독일 보쉬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제품입니다. 그 제품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가 ‘프리미엄’입니다. 삼성 가전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축하는 게 가장 큰 임무입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사서 사용할 때 최고의 만족감과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입니다.”

▷가전사업을 맡은 뒤 삼성 가전제품이 많이 커졌습니다. 앞으로도 대형화 전략을 지속할 겁니까.

“제품 대형화는 계속 진행합니다. 하지만 외관은 그렇게 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보다 실제 내부 면적이 커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겁니다. 이런 트렌드를 받쳐주려면 프레임 설계가 핵심 기술이 되겠죠. 성능은 좋고 크기는 작은 부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해집니다.”

▷그동안 디자인과 품질도 많이 강조했습니다.

“품질과 사업의 기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 부문에 걸쳐 혁신을 추진했습니다. 프리미엄 시장을 계속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 양문형 냉장고(T9000)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푸드쇼케이스(FS9000), 드럼세탁기(W9000), 에어컨(Q9000)을 동시에 선보였습니다. 또 가전제품은 공장에서 출하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정 내에 완벽하게 설치돼야 모든 공정이 끝납니다. 그래서 운반이나 설치 단계까지 살피면서 불량의 근원을 찾아내 품질을 개선했습니다. 디자인에 있어선 제품의 내외관뿐 아니라 소재와 디테일한 부분까지 삼성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을 계속 혁신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전문가 심층 진단] "삼성전자, 스마트 가전 통한 성장세 지속될 것"



소현철 <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

프리미엄 제품으로 트렌드 선도…UHD 등 차세대 TV 개발 박차

북미 냉장고 시장 선두 차지…글로벌 유통망 확대가 관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반도체사업부에 쏠려 있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는 ‘2류 브랜드’로 홀대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통해 프리미엄급 가전제품 판매를 본격화했다. 이후 북미와 서유럽, 아시아 등 세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휩쓸기 시작했다. 기술 혁신과 과감한 판매전략을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스마트 가전’ 시장의 확대로 더욱 탄력받고 있다.

○올해 TV 시장 30% 장악

2005년 삼성전자는 32인치와 40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각각 1500달러, 3000달러에 선보이며 기존 강자였던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 TV업체로 올라섰다. 특히 와인 색깔을 입힌 ‘보르도’ LCD TV는 세계 TV 시장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삼성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에는 패널 테두리에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한 ‘에지형’ LED TV를 내놓아 LED TV 대중화를 선도했다. 경쟁업체 어디도 에지형 상품을 개발하지 못해 삼성전자 LED TV는 불티나게 팔렸다. 2009년 4분기 삼성전자 영상사업부(VD)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0% 이상 증가한 2조9000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8.8%였다. TV 제조업체가 기록하기 힘든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또 신흥국 시장의 브라운관(CRT) TV 대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작년 LED 칩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중·저가 직하형(패널 뒤쪽에만 LED를 탑재) TV를 개발, 32인치 제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아울러 모듈과 세트를 통합 생산해 LED TV 패널의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중국 경쟁업체들의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거뒀다.

덕분에 작년 4분기 삼성전자 VD 사업부는 영업이익 7000억원, 영업이익률 5%를 달성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거의 이익을 내지 못한 것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올해는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를 늘려 TV 시장점유율 3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TV 시장 준비

2011년 이후 글로벌 TV산업 매출액은 110조원대에서 정체됐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죽어가는 일본 TV 제조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2014년부터 초고화질(UHD) TV 방송을 시작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하반기 UHD TV 시험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 TV 판매도 그동안의 콘텐츠 부족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판매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은 유료 TV 방송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TV 생태계 개선, UHD TV 방송, TV 보조금 지급 등 글로벌 TV 산업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 UHD 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바탕으로 차세대 TV 시장 패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올 들어 일본 샤프 지분 3%를 사들였다. 60인치 이상 대형 UHD LED TV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포석이다.

스마트 TV 시장에선 음성인식, 동작인식 등 인공지능 기능과 콘텐츠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콘텐츠는 2010년 100개에서 20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스마트 TV 콘텐츠 플랫폼인 ‘스마트허브(Smart Hub)’를 통해 케이블과 위성 수신기를 제어할 수 있는 ‘온(On) TV’ 기능도 선보였다. 온 TV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 프로그램 목록을 보여주고 취향과 시청 패턴을 기본으로 프로그램을 추천해주는 혁신적인 기능이다

○글로벌 유통망 강화해야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누계로 북미 프렌치도어 냉장고(냉동실이 아래에 있는 냉장고) 시장에서 월풀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23.2%로 1위를 차지했다. 양문형 냉장고 시장에서도 33.4%로 점유율 1위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많다. 북미 전체 생활 가전시장에서 월풀이 여전히 4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일렉트로룩스, 보쉬 등 현지 가전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크다. 먼저 신경 써야 할 일은 유통망 확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최대 건축자재·가전 유통업체인 홈데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은 2015년까지 TV에서 10년 연속 글로벌 1위, 생활가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 TV, 스마트 생활가전 통합을 통해서 개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사용자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소현철 <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johnsoh@shinhan.com >

[가전산업 업황 및 전망] 美 주택경기 회복으로 수요 확대…엔화 약세 타격도 적어

이승우 < IBK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

올해 소비자가전 산업은 미국 주택경기 회복과 고용 안정이라는 수요 측면의 긍정적 요소와 함께 엔화가치 하락이라는 경쟁 측면의 부정적 요인이 교차할 전망이다.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 등 기본적 경쟁력 차이를 고려할 때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화제가 되는 TV부문의 마케팅 포인트인 초고화질(UH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의 장기적인 포석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는 중·저가 TV 제품이 주력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TV부문 수익성에 대한 눈높이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업체별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제품의 프리미엄화와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주택경기 회복에 기대감

대형 소비자 가전제품의 수요와 관련,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는 주택경기 지표다. 일반적으로 주택 매매 시점에 TV 등 대형 가전제품을 바꾸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미국 월풀 자료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미국 생활가전 수요의 30%는 신규 주택 건설이나 기존 주택 매매에서 비롯된다. 주식시장 강세나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도 하반기 소비자 가전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용지표 회복도 정보기술(IT) 부문의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용 증가는 결국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역별 소비 동향을 보면 유럽은 최악의 상황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중남미도 일정 부분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아시아 시장은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의 회복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주택경기 회복과 고용여건 개선에 힘입어 소비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급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 피해 크지 않을 것

엔화 약세는 한국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중요 변수다. 올해 상반기 일본 IT 기업들이 만성적인 적자 탈피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다면, 하반기에는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평판TV 시장에서 시장 쟁탈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몇 년간 깊은 침체에 빠졌던 일본 업체들은 그러나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제품 개발력과 마케팅력에서 국내 업체들에 한 수 뒤져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엔화 약세만으로 일본 TV업체들이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근거다.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에서 일본의 세계시장 지배력은 미미하다. 일본 생활가전 제품들은 좁은 집 구조의 일본 내수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한 럭셔리 디자인과는 차이가 크다.

결론적으로 엔화 약세는 분명 경계해야 할 중요 변수이지만, 국내 가전업체들에 미칠 타격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TV 시장 수익성은 악화할 듯

TV 세계시장 수요는 올해 약 2억5000만대로, 작년보다 2~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에 대한 눈높이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TV 시장은 발광다이오드(LED), 3차원(3D), 스마트라는 확실한 마케팅 포인트를 갖고 있었다. 올 들어서는 UHD TV와 OLED TV라는 신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UHD와 OLED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과거에 보여줬던 신기술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는 차이가 있다. UHD와 OLED는 좀 더 장기적인 포석에서 추진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 올 하반기 TV의 주된 마케팅 포인트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적절한 품질 경쟁력을 갖춘 가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냉장고 시장은 800ℓ 이상의 대용량과 멀티도어, 원격제어, 에너지 고효율 제품 등 스마트한 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작년보다 3~4% 성장한 1억10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탁기 수요는 15㎏ 이상 대용량 제품과 에너지 고효율 제품, 드럼세탁기를 비롯한 친환경 제품의 성장으로 전년 대비 4% 성장한 1억3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에어컨은 7~8% 확대된 1억40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본다. 공기정화, 제습 등 다기능 제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승우 < IBK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swleesw@ibk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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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이 머리 위로 날고, 염소 만져 보고"…뻔한 동물원을 버렸다

BIZ Success Story

폐쇄 위기 딛고 年 300만명 관람객 몰리는 동물원으로

동물 엉덩이만 보게 하지 말자

호랑이 우리 아래로 관람 통로…발톱까지 보는 특별한 경험 제공

어린이 목장 만들어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게 해

10년 걸친 혁신 ?에 日 1위로

막 낳은 까마귀 알· 죽은 새 등 삶과 죽음의 공간 그대로 보여 줘

세계 최초 곰 동면 전시도…"혁신 아이디어는 늘 주변에 있다"


‘펭귄이 날고, 사자가 머리 위에서 뛰는 동물원’, 인구 30만명도 채 안 되는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한 동물원. 이곳은 한때 관람객의 발길이 끊어져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다. 지금은 연 300만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자리잡았다.

이 동물원엔 맹수를 가두는 철창도, 유리창으로 막힌 사파리 열차도, 동물원의 전형적 이벤트인 돌고래쇼도 없다. 대신 하늘을 나는 펭귄과 자유롭게 뛰어노는 사자들, 코 앞까지 다가와 뒹구는 북극곰이 있다.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이야기다. 폐쇄 직전까지 내몰렸던 동물원이 어떻게 ‘기적의 동물원’으로 탈바꿈했을까.

○일본 최북단 동물원의 실험

겨울이면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아사히카와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들어선 건 1967년. 주민들은 일본 최북단에 세워진 이 동물원이 지역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믿었다. 1975년 누적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초반 성적은 좋았다. 1980년대가 되자 상황이 뒤바뀌었다.

일본 전역에 테마파크 붐이 일면서 관람객이 급격히 줄었다. 1994년엔 여우를 매개로 하는 에코노콕스 감염증이 생겨 일시 폐장하는 위기마저 닥쳤다. 이후 관람객의 발길은 더 뜸해졌고, 1996년 관람객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 26만명으로 떨어졌다. 시의회는 급기야 동물원 폐쇄를 검토했다.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민간 매각도 실패했다.

사육사들은 막막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장 안락사를 당해야 하는 야생동물들의 처지도 안타까웠다. 고스게 마사오 당시 원장과 사육사들은 동물원 개혁에 나섰다. 이들은 “관람객들이 동물 엉덩이만 보다가 가게 하지 말자. 야생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알려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예산이 문제였다. 폐쇄를 논의 중인 상황에서 지원금은 생각도 못했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체념하지 않았다. 대신 ‘발상의 전환’을 시작했다. 학습회를 만들고, 동물의 생태를 공부했다. 남과 다른 동물원이 되기 위해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들고 시장을 찾아가 설득, 겨우 폐쇄 위기를 넘겼다.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건 호랑이 우리였다. 잠만 자고 있는 호랑이는 아무 감동도 주지 못했다. 대신 관람객이 호랑이 우리 아래로 지날 수 있게 만들었다. 머리 위에서 바라보는 호랑이는 발톱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줬다. 야행성 동물을 관찰하는 ‘밤의 동물원’도 만들었다. 사육사가 직접 관람객에게 동물의 특성을 알려주는 가이드를 신설했다. ‘동물의 생태’에 초점을 맞춘 특이한 전시법은 점점 입소문을 타고 일본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인 1동물’ 창의적 연구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누카도코’라는 독특한 조직 문화가 있다. ‘누카도코’는 항아리에 담긴 소금의 맛이 집집마다 다 다르듯,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자기만의 색을 찾는 기업문화를 뜻한다. 동물원 혁신을 위해 30년간 학습회를 운영한 사육사들은 정규직 14명과 임시직 10명 등 총 24명에 불과하다. 소수 인력으로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끈질긴 연구와 집념으로 만든 창의적 아이디어가 꼽힌다. 이들은 학습회를 조직해 ‘1인 1동물’을 연구하고 창의적인 전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후 ‘행동주의 전시법’을 탄생시켰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혁신 이전까지 동물원의 전시법은 세 가지였다. △동물의 분류대로 구분하는 법 △서식지 기준으로 동일 지역의 야생동물을 모으는 법 △살고 있는 서식지를 재현하는 생태적인 구분법 등이다. 아사히야마는 이 모든 법칙을 버렸다. 대신 ‘행동주의 전시법’을 탄생시켰다.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선 높은 곳에서 휴식을 즐기는 맹수를 위해 우리를 공중에 띄워 설계했다.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는 오랑우탄을 위해 높은 기둥을 밧줄로 연결한 공중 방사장을 만들었다. 원숭이는 사람들보다 높은 장소에서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줄였다. 낭떠러지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염소의 야생성을 살리기 위해 절벽도 만들었다.

1997년에는 ‘어린이 목장’이 등장했다. 토끼 오리 염소 등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질 수 있게 했다. 이것이 동물원을 성공으로 이끈 ‘행동전시’의 시작이다. 1999년에는 ‘원숭이 산’을 조성했다. 원숭이의 튀어나온 이빨을 잘 볼 수 있게 관찰용 유리에 원숭이가 즐겨 먹는 꿀을 발라둔 것. 투명한 펭귄관 아래에는 통로를 만들어 걸어가며 펭귄이 머리 위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기린의 먹이통 앞에 관람창을 설치하자, 기린이 먹이를 먹는 모습이 관람객들의 코앞에서 보였다.

동물과 관람객의 거리도 최소화했다. 바다표범 전시관은 투명한 수직의 아크릴 원통 형태로 만들어 360도 각도에서 바다표범을 만날 수 있게 했다. 북극곰 우리도 중앙에 반구 모양의 투명한 유리를 설치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통로에 투명 아크릴을 씌워 침팬지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침팬지의 숲’도 꾸몄다. 사람이 동물을 보는 게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보는 형태다.

○10년 혁신 끝 1등 추월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관람객에게 억지로 동물과 공감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 동물원에는 막 낳은 까마귀 알, 전깃줄에 걸려 죽은 새도 그대로 전시한다. 야생동물을 가두어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함께 전시해 누구나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하려는 의도다.

생각을 바꾸자 모든 게 전시 아이템이 됐다. 동물들의 식사 시간, 잠자는 시간까지 볼거리로 변했다. 먹이를 던져주지 않고 직접 먹이를 찾게 하자 동물들의 눈빛도 변했다. 자연에 가까운 생활 환경을 만들자 공생(共生)전시도 가능해졌다. 기린과 호로호로새가, 거미원숭이와 캐피바라가 각각 한 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94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혁신은 10년 뒤 빛을 발했다.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 관람객 수를 추월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혁신은 다른 동물원으로도 이어졌다. 이시카와현 노미시의 이시카와 동물원은 오랑우탄관에 아사히야마 동물원과 똑같은 산책 시설을 만들었다. 동물의 식사 시간을 공개하고, 천연기념물 따오기의 알 부화에도 성공했다. 도쿄 우에노 동물원도 2006년 세계 최초로 곰의 동면 전시를 시작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전혀 다른 업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이치현의 주부국제공항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보고 영감을 얻어 공항을 리모델링했다. 평소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활주로 등 제한구역을 개방, 비행기 이착륙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만들어 큰 인기를 끈 것.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혁신을 지휘한 고스게 전 원장은 “꼭 돈을 들이지 않아도 작은 발상의 전환이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며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혁신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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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하이브리드車 ‘엇갈린 명암’

현대차 ‘브레이크’ 도요타 ‘고속질주’

도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차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시장 판매량이 껑충 뛰어 추이가 주목된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한 데다 파격적인 할인 프로그램까지 내세워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판매량은 올해 1월 62대에서 5월 173대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판매량도 같은 기간 54대에서 305대로 급증했다.

반면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1월 1053대에서 2월엔 910대로 줄었다가 소폭 상승해 지난달엔 1228대를 기록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월 67대에서 5월 58대로 오히려 줄었다.

도요타 국내 판매량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파격적인 할인프로그램을 선보인 시기와 같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5월부터 중형 세단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에 대해 300만원씩  파격 할인판매에 나섰다. 그 결과 5월 캠리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64.8%(105대→173대) 급증했다.

특히 프리우스의 판매량은 경이롭다. 4월 162대 판매에 그쳤던 프리우스는 5월 305대가 팔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에는 일찌감치 재고량이 바닥나면서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판매가격은 3130만원으로 2865만원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이에 힘입어 한국토요타의 5월 판매량은 기존 월간 최대 판매치인 1400대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일본 쓰쓰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프리우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공급난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상대적으로 앞선 기술력이 국내 고객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첫 출시할 당시 하이브리드 기술 독점률은 80%에 달했다. 이후 비중은 좀 낮아졌지만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도요타는 여전히 세계 1위"라며 "때문에 기술력에서 현대차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이를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해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고속에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상황에 따라 함께 차량을 구동시키는 친환경 차량이다.

1997년 처음 양산에 성공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직병렬 복합형'이다. 이 방식은 구동과 충전을 담당하는 2개의 모터가 있어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해 있을 때는 바로 에너지를 충전, 다시 힘을 쓸 때 엔진과 모터에 정확하게 동력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기술을 채택했다. 이는 용량이 적은 전기모터를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넣고 엔진 클러치를 사용해 엔진 동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속에서는 엔진 클러치가 열려 전기모터만으로 차를 구동하고 고속에서는 엔진 클러치가 연결돼 모터와 엔진이 동시에 돌아간다. 모터를 1개로 줄여 연비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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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시스BBQ, '치킨 업계 2위 프랜차이즈 BHC 전격 매각' 후폭풍은?


 

걸스데이가 출연한 BHC 치킨 광고. 제공 | 제너시스 BBQ


국내 최대 치킨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 그룹이 계열사 BHC를 전격 매각했다. 그 배경과 향후 업계에 미칠 후폭풍에 관심이 모인다.

투자금융(IB) 업계와 치킨 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 BBQ그룹은 계열사인 GNS BHC를 지난 5일 외국계 은행이 주축이 된 펀드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1000억~11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GNS BHC는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직상장을 추진했었지만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했다. 복잡한 지배구조, 불안정한 성장성 등이 걸림돌이었다. 상장 재추진이 여의치 않자 기업공개(IPO)를 접고 매각쪽으로 선회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은 올해 말까지는 경영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GNS BHC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BHC는 2004년 조류독감으로 부도 위기에 있던 '별하나치킨'을 제너시스 BBQ 그룹이 인수하고 사명을 변경해 운영해온 브랜드로, BBQ에 이른 업계 2위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다. 전국 매장수는 1000여개에 이른다.

제너시스 BBQ가 매각한 것은 단순히 BHC 브랜드 하나 뿐이 아니다. GNS BHC는 BHC 브랜드 뿐 아니라 제너시스 BBQ 그룹 산하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물류(GNS로지스틱스)와 원재료 공급(제너시스푸드)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온 제너시스 BBQ의 핵심 계열사였다.

제너시스 BBQ 그룹이 BHC를 매각한 배경은 무엇일까. BBQ의 해외시장 진출과 신규 사업인 일식레스토랑 사업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너시스 BBQ 그룹이 부채가 많고, 현금 흐름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소문은 줄곧 있어왔다. 협력 업체 대금 결제가 원활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BHC를 매각해서 이런 흐름을 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제너시스 BBQ 그룹은 BHC 외에 BBQ, 닭익는 마을, U9, 올떡, 일본 기업과의 합작 브랜드인 와타미 등 10개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세계 56개국에 진출해 있다. BHC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긴 했지만 기존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에서 탈피해 당분간 숨고르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룹은 최근 BBQ 전국 지사의 직영화 추진 등을 통해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정책 기조를 이미 보여왔다. 그러나 국내 1300여 매장을 거느린 BBQ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물류, 원자료 공급을 총괄 책임지던 계열사가 매각됨에 따라 물류, 원자재 비용 상승 등 악영향도 예상된다. GNS BHC의 매각으로 가장 큰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은 윤홍근 회장 일가인데 윤 회장이 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BBQ 등 기존 브랜드의 내실화에 재투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에 매각된 BHC 브랜드가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업계에 떠돈다. BHC를 인수한 펀드 안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대형 닭고기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BHC를 인수한 펀드가 공격적인 투자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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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계 '인문계 반란'


지난 3월 개교한 NHN교육센터 넥스트에서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사진제공=NHN

NHN·삼성 등 인문·IT 융합 주목

비이공계 출신 개발자 채용 늘려

"지식·경험 더해져 놀라운 IT 등장"

경제학을 전공한 이도진(24ㆍ가명)씨는 지난3월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NHN 넥스트에 입학했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비(非)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자 동아리에 지원한 박수상(25ㆍ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씨도 컴퓨터 공학의 기초도 몰랐지만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직접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최근 소프트웨어(SW)업계에 인문계 바람이 불고 있다.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SW분야에 대한 비 이공계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는 것. 대기업부터 프로그램 개발 동아리까지 인문학과 정보기술(IT)의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NHN은 지난 3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교육기관인 '넥스트(NEXT)'를 개교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이 목적이지만 교육이념 중 하나가 인문학과 자연계의 결합이다. 실제 올해 신입생 86명 중 고졸 학생들을 제외하면 비 이공계 출신이 절반이 넘는다. NHN 넥스트소속 교사 조봉수씨는 "학생들의 개발실력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선발 기준"이라며 "이 때문에 이공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학생들이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학생들은 2년간 6학기의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졸업해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IT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NHN 넥스트 관계자는 "지난달 넥스트 학생들을 KT인턴십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며 "연내 50여개의 기업과 산학협력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서울대 정보화 포털 3만명의 신상정보 유출을 학교에 가장 먼저 알려 주목을 끌었던 해커 이두희(31)씨는 최근 비 전공자만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을 만들었다. 그는 "기존 프로그래밍 전공자들은 개발에 능할지 몰라도 다양성이 부족해 틀에 갇힐 수 있다"며 "비 전공자들이 각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에 프로그래밍 기술이 더해지면 놀라운 IT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교육받고 있는 학생은 총 27명. 이씨는 "지난 3월말 27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며 "개발이라는 장벽에 부딪혔던 스타트업(신생벤처)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목표는 여름방학 동안 팀원 스스로 한 개 이상의 IT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미 최근 2개의 앱을 출시했다"며 "괜한 걱정이라고 할만큼 프로그래밍 습득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부터 인문학 전공 대상자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시작했다. 당초 상반기 100명, 하반기 100명으로 총 20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상반기 공채에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400명 이상으로 선발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이 프로그램으로 채용했다. 지난 3월 마감된 삼성SDS 공채에는 SCSA 전형에만 2,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이번 전형의 합격자는 6개월 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소정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입사 후에 교육과정 6개월을 경력으로 인정해 동일한 시점에 취업한 동기들과 승격기준이 평등하게 적용된다. 삼성 측은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통섭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면접 때 뽑고 싶은 인재 점점 줄어… '차라리 직접 키우자' SW 교육 시작"

이명원 기자
김평철 NHN 넥스트 학장

학비 안 받는 SW 교육기관 '넥스트'… 정식 학위 안 나와도 입시 경쟁률 13:1

기업과 연계한 '현장형' 교육 위주… 인턴십·창업 과정 있어야 졸업 가능해


입시 경쟁률 13:1. 어느 명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식 학위도 안 나오고, 시설도 건물 한 개 층에 불과한 2년 반 과정의 신생 학교 얘기다. 이곳에선 소프트웨어(SW)를 가르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임금은 낮고, 비전도 없다는 인식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SW산업 진출을 꺼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외의 성과다.

 

NHN이 올 3월 경기도 분당에 설립한 '넥스트(NEXT)'는 2년 6개월 과정의 비영리 SW 교육기관이다. NHN이 책임지고 일반 사용자용 SW를 가르친다는 문구만 내걸었다. 지난해 첫 신입생 120명을 뽑는데 1100명이 몰렸다. 이 중 86명을 뽑았다. 김평철(50·사진) 학장은 "두 번째 신입생을 뽑으려고 입학설명회를 다니고 있는데, 올해엔 2000명 정도 몰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학장은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다. "CTO 시절, 신입사원을 뽑는데 갈수록 똑똑한 학생이 안 들어와요.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도 못 미치고요. 그래서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하려고 했더니, '이건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제한이 많더라고요. 차라리 우리가 직접 가르치자고 결론을 내린 거죠."

넥스트의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졸업 후 NHN에 취업할 필요도 없다.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에서 왜 이 같은 일을 할까. 김 학장은 "인력 부족 문제는 NHN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고졸 이상 학력을 갖췄고, SW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문과 출신도 좋고, 나이 제한도 없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 앉혀놓고 2시간씩 면접을 본다. 작년에도 120명이 정원이었지만, 3분의 2가량만 뽑았다. "원하는 만큼 열정이 보이지 않으면, 일부러 정원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학업계획서로 A4용지 100장을 써낸 학생부터, 5개 국어에 능통한 고등학생 등 SW 실력과는 무관하게 '싹'이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했다. 김 학장은 "입학생 절반이 대학 다니다 온 사람이고, 나머지 절반은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며 "30대 초반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온 입학생도 있다"고 했다.

전임교수 1인당 학생 수는 7명 수준. 개인 교사처럼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해준다. SW를 능숙하게 다루는 '프로'에서부터 '생초보'까지, 워낙 다양한 수준의 신입생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건물 한 개 층에 자리 잡은 넥스트의 교수 연구실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학장실에도 학생들이 친구방 드나들듯 자유롭게 출입했다.

넥스트의 교육은 일반 대학과 다르게 철저히 '현장형'이다. 2년간의 교육과정에도 기업과 연계한 합동 프로젝트가 필수 과정으로 포함돼 있고, 이후에도 4개월 이상의 현장 인턴십이나 창업 과정을 거쳐야만 졸업할 수 있다. "SW는 이제 도구의 학문이 됐고, 현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 학장은 NHN에 CTO로 합류하기 전, 충남대에서 정보통신공학을 가르쳤다. "이전 학교에선 교수회의에서 학생이란 단어가 나온 적이 없어요. 교수·학교·직원들 얘기만 하죠. 하지만 여기선 교수들 대화 주제의 99%가 학생이에요. 학교의 중심이 일반 대학과는 좀 다른 거죠."

김 학장은 "넥스트가 SW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해, 국내 대학들이 학생·현장 중심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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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차세대 CEO 인선 작업 들어가

- 구원투수 래플리 前 CEO, 최우선 과제로 물색중

조지 래플리 前 CEO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회사를 턴어라운드(조직개혁과 경영혁신)시킬 유능한 인재 없나요?’

미국의 대표 소비재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이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원투수로 회사에 복귀한 앨런 조지 래플리(사진) 전 CEO가 자신의 뒤를 이을 새 CEO를 물색중이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래플리가 주요 부서내 임원 4명의 실적을 보고 받으며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임원 2명이 추가로 래플리 시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P&G를 이끌었던 래플리는 지난달 23일 로버트 맥도널드 현 CEO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회사에 복귀했다. 정식 CEO 업무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한다.

래플리가 회사 CEO로 복귀하면서 후계자 선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그의 나이가 66세 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회사를 이끌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장기 비전을 갖고 조직을 이끌 리더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사실상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P&G는 현재 이익률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3억달러(약 14조8561억원)로 전년(155억달러)대비 14% 줄었다. 같은 기간 연결매출은 837억달러로 전년(811억달러)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다.

래플리는 미국에서 존경받는 CEO중 한 명이다. 그가 CEO로 재임하던 10년(2000~2009년)동안 P&G 매출은 2배, 수익은 4배 늘었다. 그는 인간적이고 겸손한 CEO로 평가 받고 있으며 냉혹한 리더였던 잭 웰치 전 GE CEO와 곧잘 비교된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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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제일 잘 나가는 IT기업 '링크드인'

- 링크드인, 전문성을 앞세워 다른 SNS와 차별화
- IPO 이후 어려움을 겪은 페이스북도 2위에 올라

올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IT기업‘ 상위 10위 출처=포브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링크드인의 초고속 성장 비결은 인맥관리와 인력 알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5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기술(IT)기업’으로 인맥 전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업체 ‘링크드인’을 선정했다.

포브스는 미국 내 상장된 2100개 IT업체 가운데 연간 매출 1억5000만달러(약 1676억원)와 시가총액 5억달러 이상이며 최근 3년간 연 매출 성장률이 10% 이상인 기업들을 조사해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1위는 지난 1년간 11억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링크드인이 차지했다. 링크드인은 지난 3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도 102%에 달해 2위 페이스북(87%)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링크드인은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인맥’ 관리 SNS를 통해 다른 SNS 기업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링크드인은 이용자가 기업내 직책, 이력 등을 올리면 구직자와 고용주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기 때문에 전문 인력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 결과 링크드인 회원수는 2012년 2억200만명으로 전년대비 39% 증가했다. 링크드인은 빠른 회원수 확장을 통해 2011년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급성장하고 있다. 포브스는 앞으로 3~5년간 링크드인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도 5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위와 3위는 페이스북과 애플이 각각 차지했다. 회원수 11억명 이상으로 세계 최대 SNS 회사 페이스북은 지난해 5월 IPO 이후 38달러였던 주가가 9월 17.73달러로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그러나 모바일 분야 광고사업 강화 등을 통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8% 증가한 1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김태현 (thkim1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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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질(質) 넘어 격(格) 높이자…행복한 미래가 제2의 신경영"


이건희 삼성 회장이 7일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사업의 품격을 높여 나가자고 주문했다.

또 이웃·지역사회와 따뜻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상생'이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37만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그동안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오직 한 길로 달려왔다"며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제 삼성은 세계 위에 우뚝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년 전 우리의 현실은 매우 위태로웠다"며 "21세기가 열리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부터 변하자, 처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신경영 선언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낡은 의식과 제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 버리고, 양 위주의 생각과 행동을 질 중심으로 바꾸어 경쟁력을 키웠다"고 자평했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매출이 1993년 29조원에서 지난해 380조원으로 13배 증가했다. 수출은 107억달러에서 1572억달러로 15배 늘어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1등 기업 삼성 앞에 높인 또 다른 위기를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20년을 넘어 새로운 변화의 물결 앞에서 한 단계 더 나가자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개인과 조직, 기업을 둘러싼 모든 벽이 사라지고 경쟁과 협력이 자유로운 사회, 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창조적 역량을 모으자"고 독려했다.

삼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다함께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자"며 "이것이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 자랑스러운 삼성을 향한 첫 발을 내딛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가자"고 격려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삼성 신경영 20년] <3·끝> 멈추지 않는 신경영



"안주하면 추락" … 끊임없는 혁신으로 퍼스트무버 굳힌다

태양전지·LED·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 23조 투자

인문계 SW개발자 육성 등 통섭형 인재 확보에도 앞장

지난 4월6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입국장은 수십 명의 취재진과 이를 구경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잠시 후 이건희 삼성 회장이 85일간의 오랜 해외체류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카메라 앞에 선 이 회장은 올해로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결연하게 말했다.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더 열심히 뛰고 사물을 깊게 보고 멀리 보며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이 회장 특유의 강한 의지와 절박함이 전해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삼성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추앙 받고 있지만 언제라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이 회장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의 '깊게 멀리 보며 연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금의 초일류기업을 넘어 100년, 200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비전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당장 1~2년 뒤의 미래가 아닌 삼성이 향후 100년, 200년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길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뒤 20년간 삼성의 목표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놓여진 신경영의 목표는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기업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인 셈이다.

◇100년 뒤 미래를 위한 씨앗 뿌린다=이 회장은 일찌감치 일본의 '히노키나무'에 빗대 미래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1년에 겨우 25㎝밖에 자라지 않는 히노키나무는 다 자라려면 100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의 시간은 그만한 값어치를 합니다. 똑같이 100년을 키워도 다른 정원수는 기껏 몇 백만원인데 히노키는 2억~3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때도 어떤 나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듯 기업도 히노키와 같은 고부가가치형 사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반도체'와 '휴대폰'이라는 히노키나무를 선택했고 삼성은 과감한 투자와 주도면밀한 사업전략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 회장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듯 삼성도 어찌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다시 한번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오늘날의 삼성을 가능케 한 휴대폰 사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의 고민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으로 대표되는 '5대 신수종 사업'의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당장 100년 기업의 운명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은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이들 5대 신수종 사업 분야에서만 5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삼성이 초음파 진단기기, 체외 진단기기, 디지털 엑스레이에 더해 CT 등 진단 의료기기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신수종사업인 의료기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변화와 혁신은 아직 진행형=3월 삼성은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육성하는 내용의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춘 이른바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인문계 전공 입사자들은 6개월간 96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정식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채용된다. 교육시간을 모두 환산하면 실제 4년제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학생보다 1.2배나 많은 셈이다.

삼성의 이 같은 시도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재를 바라보는 기업의 눈도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감성에 기반한 인간 중심의 기술이 중요해지는 미래사회에서는 통섭형 인재의 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의 귀재'로 불리던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이공계 출신이 아닌 인문학도였다. 그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스마트 혁명'을 일으키면서 첨단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 확보가 기업들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삼성의 채용문화 역시 인재를 중시하는 신경영의 또 다른 유산으로 평가된다.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도 삼성을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이 회장은 과거 "소니나 벤츠는 멀리서 봐도 바로 알 수 있지만 삼성은 모방만 하다 보니 삼성만의 아이덴티티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신경영 선언 3년 뒤인 1996년 이 회장은 "디자인은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담아야 한다"며 '디자인 혁명'을 주창했다. 그해 삼성디자인학교(SADI)가 세워졌고 2001년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디자인경영센터가 설립됐다. 당시 다른 기업들이 원가절감과 품질에만 매달릴 때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디자인에 대한 이 회장의 고집은 오늘날 하나 둘씩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출품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44개 상을 휩쓸었다. 최근 3년간 수상성적을 종합한 'iF 랭킹'에서도 삼성은 애플과 소니ㆍBMW 등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달 29일 열린 삼성전자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화두는 여전히 '삼성만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자'였다. 이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부르짖는 고집이야말로 삼성을 초일류기업을 넘어 100년, 200년 기업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삼성 신경영 20년, 이젠 '소프트 경쟁력'이다

< 아이뉴스24>

오는 10일 삼성이 수원 디지털시티 내 신규 연구소 입주식을 갖는다. 연면적 약 30만㎡ 규모의 이곳 'R5' 연구소는 그동안 여러 곳에 나눠져 있던 무선사업부 연구인력 1만여명을 수용한다. 이번 연구소 완공으로 삼성 디지털시티는 연구 인력 약 2만3천명 이상이 상주하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R&D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삼성의 '갤럭시 신화'를 이어갈 미래 혁신이 여기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삼성은 R5 연구소 완공에 앞서 7일 기존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새롭게 개편한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도 개최한다. 이 행사는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경쟁 제품과의 기술격차 확인 등을 위해 격년으로 열고 있는 행사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을 맞아 확대 개편한 올해 행사 역시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이 열리는 7일은 '삼성 신경영 선포 20주년' 기념일이다. 삼성에겐 큰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R5 연구소 입주식이 딱 사흘뒤인 10일인 것도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7일 핵심 경영진 200여명이 모인 독일 프랑크프루트 켐핀스키 호텔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도 여기서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총 350시간 동안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경영 정신을 설파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포는 삼성 그룹 역사에서 전후를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지난 5월20일 '열정락(樂)서' 강연에서 '삼성의 오늘과 미래, 그리고 신경영'이라는 주제 발표를 맡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역시 "신경영 때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1993년의 신경영이 없었다면 2013년 오늘의 삼성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빠져 있었다며 일갈했다. 실제로 삼성은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만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는데도 일선 경영진은 눈앞의 양적 목표 달성에 급급해 부가가치, 시너지, 장기적 생존전략과 같은 질적 요인들을 소홀히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우리는 자만심에 눈이 가려져 위기를 진정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탄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에는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라인스톱 제도'다. 라인스톱제에서는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함으로써 문제 재발을 방지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세탁기 생산라인이 신경영 이후 라인스톱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라인스톱제는 이후 전자 관계사 모든 사업장으로 퍼져나갔다. 생산물량이 밀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라인을 세워야 하는 생산 담당자들에게는 상당한 고통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전자제품의 경우 1993년의 불량률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1995년에는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태운 불량제품 화형식도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제품 불량률이 무려 11.8%까지 올라가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서 수준 미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회사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약 150억여원 어치의 제품을 수거해 화형식을 거행, 전량 처분했다.



신경영 후 삼성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룹 매출이 29조원(1993년)에서 380조원(2012년)으로 13배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천억원에서 38조원으로 47배 증가했다. 당시 14만명의 인력은 42만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났으며, 시가총액은 7조6천억원에서 338조원으로 44배나 덩치가 커졌다.

지난해였던 2012년 기준 삼성이 보유한 세계 1등 품목은 20개가 넘는다. 1993년에는 고작 2개였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2년 무려 201조원의 매출과 23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신경영 20년이 지난 지금, 이건희 회장은 다시 삼성의 20년을 고민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4월 석달간의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 신경영 20주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며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더열심 뛰고, 깊게 보고,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희 부회장 역시 열정락서 강연에서 "삼성에게 있어 2013년은 1983년 창업해서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고 삼성 100년 기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삼성, 朴정부 창조경제에 대규모 투자로 화답

삼성은 올해 R5 연구소 외에도 특히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부문 R&D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화답하는 성격이 크지만 그와 동시에 삼성이 나아갈 미래 발전방향의 가닥을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순방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고 이후 일본 등을 거친 뒤 21일 귀국했다. 그 사이 삼성그룹은 굵직한 발표를 세 건이나 쏟아냈다.

우선 삼성은 5월13일 국가 핵심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향후 10년간 1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6월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기초과학 및 ICT 융합 기술개발 등 3대 미래 기술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일단 올해 3천억원을 우선 출연한다. 이후 2017년까지 5년간 7천500억원을 투입한 뒤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7천5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재단은 이를 재원으로 ▲과학기술의 근본인 '기초과학'분야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기술 ▲부가가치 창출이 큰 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 정부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3대 미래 기술 육성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다.



또, 삼성은 이틀 뒤인 15일에는 대규모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5년간 1천700억원을 투입해 5만명을 대상으로 SW 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2천명의 SW 인력을 채용해 총 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먼저 대학생을 대상으로 'SW 전문가 과정'과 'SW 비전공자 양성과정'을 신설한다. 기존 SW 양성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삼성 SW 멤버십(전자)'과 '에스젠클럽' 역시 확대해 1만명 규모의 SW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는 '주니어 SW 아카데미'를 설립해 4만명에게 SW 조기교육을 실시한다.

SW 인력 채용과 관련해서는 기존 채용인력 연 1천500명보다 30% 늘린 2천명을 매년 채용해 5년간 1만명 이상을 고용한다. 또 올해 처음 도입한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SW 전환교육 프로그램인 '삼성 컨버전스 SW 아카데미'(SCSA) 역시 당초 200명 채용에서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의 SW 인력 양성은 스스로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에 대한 화답이다. 특히 서비스 및 SW 관련 산업 및 인력 양성이 고용 등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SW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SW 산업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삼성은 6월5일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차 협력업체들까지 폭 넓게 아우르는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올해 3천27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1조2천억원을 이 프로그램에 투입하기로 했다. 1차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을 목표로 인력 양성, 공동 R&D, 기술과 노하우 전수에 집중한다. 또 2차 협력업체들에게는 제조현장 혁신, 프로세스 혁신, 생산기술 지원, 교육 등 4대 분야로 나눠 업체별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삼성은 특히 1, 2차 협력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을 위해 '상생협력 아케데미'를 삼성전자에 설립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 개인창업가들에게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무상 공개 범위를 확대해 창업 및 신제품 개발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업 강자 삼성전자, '소프트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앞서 권오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현 상황을 전자산업 격변기로 진단하며 '소프트 경쟁력'을 강조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키아의 안방인 핀란드와 애플이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R&D 조직을 양성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핀란드 에스포시에 영국 모바일 R&D 센터의 분소 개념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북유럽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 개발자들도 대거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의 우수 인력들을 노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성전자 영국법인 문용석 부사장은 이와 관련 북유럽 언론 관계자들에게 보낸 초청장을 통해 "차세대 모바일 기술에 주력하기 위해 북유럽 R&D 센터를 연다"며 "혁신적인 기술과 효과적인 프로세스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R&D 인력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특히 리눅스 등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미국 멀티스크린용 앱 개살사인 '모블'(MOVL)을 인수해 실리콘밸리로 인력과 자산을 옮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실리콘밸리 스탠포드 대학 인근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설립하기도 했다. SSIC는 올해 1억 달러 규모의 '삼성촉진펀드'를 조성해 현지 창업 벤처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는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에게 다소 생소한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수출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하드웨어 제조 부문에서는 세계 선두로 올라선 삼성전자가 향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꼭 필요한 역량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패권이 제조업 중심의 노키아나 모토로라에서 애플, 구글로 넘어간 것도 결국 소프트 경쟁력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역량 강화도 이같은 분위기와 흐름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2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2013년 상반기 디자인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겸 디자인경영센터장 윤부근 사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정보모바일(IM)부문장 신종균 사장, 경영지원실장 이상훈 사장, 미디어솔루션센터장 홍원표 사장,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이돈주 사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현석 부사장 등 삼성전자의 핵심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디자인 회의를 가져왔다. 이번 회의는 특히 신경영 20주년인 올해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과 맞물려 더욱 중요하게 다뤄졌다. 윤부근 사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사 아이덴티티 강화에 초점, 멀리서도 삼성 제품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전략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6월에는 한달 동안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도 개최한다. 포럼 중에는 삼성전자의 사장들과 해외 법인장 등 경영진들이 총집결하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도 맞물려 있다. 수원과 기흥사업장에서 진행되는 글로벌전략회의는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주관한다.



◆새로운 20년을 향한 숙제

새로운 20년을 향한 숙제 또한 있다. 기존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선 제품과 관련해서는 교만 없는 비교평가가 필요하다. 20년 전 신경영도 자기 반성부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프루트 선언 이후 삼성은 기업의 현위치를 점검했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조직의 문제는 없나 ▲임직원의 인식 수준은 어떠한가 등을 면밀히 따졌다. 이후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등을 통해 전략과 목표를 재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비교평가는 필수 코스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많은 제품들이 세계 1등을 하고 있지만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것이 이 회장의 위기론이다. 현재 삼성은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오, 의료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신사업 발굴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1등 기업 답게 기업 시민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일도 중요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신년사에서는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산업팀 digit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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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 관리] 하룻밤 꾸는 20분짜리 꿈 4~5개가 정상적 뇌 활동 보장



한경 BIZ School -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 11 >

이무석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 처럼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정신에너지 낭비 심하면 기억력 감퇴·짜증 많아져


합격자 발표를 대학 게시판에 하던 시절 얘기다. 아들의 대입시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어머니가 있었다. 합격자 발표 날 아들이 지원한 대학 게시판 앞에 섰다. 아무리 찾아보고 또 찾아봐도 아들의 이름이 없었다. 어머니는 절망감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불쌍한 우리 아들을 어찌할꼬?” 몸은 천근만근, 일으킬 기운도 없었다. 그때 아들이 달려왔다.

“엄마, 거기서 뭐하세요?” “얘야, 괜찮아. 기회가 또 있을 거야.” 어머니는 아들을 위로했다. “엄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나 붙었어요.” 알고 보니 어머니는 문과대학 게시판 앞에 서 있었다. 아들은 법과대학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몸도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다.

“불과 수초 전까지 일어날 기운도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극적인 변화죠? 이럴 땐 몸안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뇌의 변연계는 흥분하고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심장은 즐거움으로 빠르게, 이 모든 일이 불과 수초 만에 일어납니다. 아들의 합격 소식이 신체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죠. 그래서 현인들은 마음의 관리가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습니다.”

연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봄학기 열 번째 시간.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 관리’를 맡은 이무석 전남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이 같은 사례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정신분석학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장 등을 지낸 정신과 전문의다.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렸다”

“2010년에 정년퇴임했으니 정신과 교수 생활만 30년 했습니다. 평생 사람 마음만 들여다보고 살았죠. 그동안 제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문제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몸은 탈이 나면 금방 알지만, 마음은 잘 안 보이니까 그런가봐요. 관심이 없으니 마음을 혹사시키는 일도 많고요. 그러다보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쫓길 일도 없는데 자꾸 쫓기는 기분이 들게 되죠. 그럴 때 계속 무리하다가는 병이 옵니다. 얼른 마음을 다독거려주고, 위로해주고,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연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제공

이 명예교수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일은 마음에 달렸다) 사상이’ 마음 관리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원효대사는 서기 661년(신라 문무왕 1년)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 당항성(지금의 경기 화성) 근처 어느 무덤 앞에서 잠을 자다가 잠결에 목이 말라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깨보니 잠결에 마신 것은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 원효대사는 그때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으며,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닫고는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정신에너지가 어디로 낭비되는지 파악하라”

“많은 여성들이 ‘눈이 쌍꺼풀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쌍꺼풀이 아니어도 잘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제는 쌍꺼풀이 아니라 마음인 겁니다. 그렇다면 마음 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복잡한 이론보다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각론들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정신에너지를 관리하는 겁니다. 자동차가 휘발유가 있어야 가듯, 우리 뇌도 에너지가 있어야 활동합니다.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요.”

30대 주부 A씨가 있다. 어느 날 오후 고교 동창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어제 네 남편이 젊고 예쁜 여대생하고 호텔에서 나오는 걸 봤다”고 했다. ‘우리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고 하다가도 곧 ‘친구가 직접 봤다는데…. 바람 피우는 거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하며 A씨의 정신에너지는 고갈되고 만다.

“정신에너지가 소진되면 여러 가지 신호가 나타납니다. 우선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딱 덮으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징후는 짜증입니다. 신경이 곤두서는 겁니다. 이런 신호가 나타나면 정신에너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치매라고 의심하기 전에 먼저 ‘내 정신에너지를 어디에 뺏겼을까’ 생각해보십시오. 자기 마음에 물어보세요. 오래 걸릴 때도 있고, 금방 될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내 정신에너지를 뺏기고 있는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회복됩니다. 이런 걸 자기 분석이라고 합니다.”

짜증나고 기운없는 주부 A씨 집에 여대생인 친정 여동생이 놀러왔다. 예쁘고 착하고 공부까지 잘해서 집안의 자랑인 여동생이지만, 오늘은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여동생이 갑자기 자랑을 한다. ‘어제 형부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사줬어!’ 남편과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는 여대생이 알고 보니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오해가 풀리자 갑자기 에너지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A씨는 갑자기 날아갈 것 같아진다.

“피곤하고 귀찮은 것도 정신에너지가 고갈된 증상입니다. 주변에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이 계실 거예요. 간기능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런 분은 정신에너지를 회복해야 합니다. 성적인 문제도 생깁니다. 남자는 발기가 안 되고, 여자는 성(性)이 싫어지면서 혐오감이 느껴집니다.”

○“깊은 잠을 자야 정신에너지가 회복된다”

이 명예교수는 정신에너지를 회복하는 기초적인 방법으로 잠자는 것을 꼽았다. “수면의학에선 네 단계로 구분합니다. 뇌파를 찍어보면 1단계 파장이 가장 짧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파장이 길어집니다. 깊은 잠에 빠질수록 뇌파가 느려지는 겁니다. 4단계 서파(徐波·느린 파도)수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이 나오는데, 성장기에는 이 호르몬 덕에 키가 큽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성장호르몬 정신에너지가 나옵니다. 1단계에서 4단계로 깊어졌다가 다시 1단계로 얕아지고, 또다시 4단계로 깊어지는 과정이 90분 싸이클로 반복됩니다. 1단계로 얕아졌을 때가 꿈을 꾸는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 상태입니다. 사람은 보통 하루 밤에 20~25분짜리 꿈을 4~5개 꾸게 됩니다. 이 꿈이 아주 중요합니다. 정신병을 예방해 주거든요.”

꿈 박탈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 명예교수는 소개했다. 꿈을 꿀 때 나오는 독특한 뇌파를 감지해서 실험 대상자에게 그 뇌파가 나올 때마다 잠을 깨우고, 다시 재워서 꿈을 못 꾸게 하는 것이다. 하루 잠의 총량은 8시간 이상 충분히 재우면서도 꿈을 쏙 빼는 것이다. 이 실험을 계속 받으면 보통 8일째 되면 환청과 환각, 정신 분열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이상 증세가 나타난 실험 대상자를 마음 놓고 자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90분 싸이클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이고 꿈만 꾸게 된다. 꿈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다시 정상적인 수면 싸이클로 돌아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낮에 받아들인 모든 정보가 꿈을 꿀 때 파일 형태로 바뀌어서, 뇌의 기억 장치로 보내진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동시에 장기 기억을 하는 것이죠. 꿈의 중요한 기능은 욕구 불만을 해소하는 겁니다. 꿈을 분석해보면 성(性)에 대한 꿈이 가장 많습니다. 다만 노골적인 성행위보다는 춤과 같이 은유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실을 최대한 어둡게 하라”

잠을 오랜 시간 잔다고 꼭 4단계 서파수면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잠을 길게 자고도 낮에 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짧게 자고도 쌩쌩한 사람들도 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딱 뜨면서 ‘아~ 잘잤다’ 하는 날이 있죠? 그런 날은 서파수면을 한 날입니다.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선 우선 자기 수면량을 알아야 합니다. 평균적인 수면량은 여덟 시간이라고 하지만, 개인차가 상당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열 시간씩 잤다고 하고, 에디슨은 세 시간만 잤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잠을 많이 자면 아깝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수면의학이 발달하면서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훈련으로 잠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죠. 그러나 정신과 의사들은 ‘잠은 황제’라고 합니다. 황제는 자기 것을 뺏기지 않죠. 여덟 시간 자야 하는 사람이 다섯 시간 자면 세 시간을 낮에 잠이 빼앗아갑니다. 낮에 일하다가, 또는 운전하다가 조느니 밤에 충분히 자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 명예교수는 깊은 잠을 자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침실을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밝은 낮에 깨어 있고, 컴컴한 밤에 자는 것이 본성이기 때문에 침실이 밝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침실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할 것 △베개를 낮게 벨 것 △낮에 충분히 햇빛을 쬘 것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 것 등을 깊은 잠의 요소로 제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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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 들어간 창조경제…IT+부품ㆍ소재 결합 ‘새로운 창조경제‘

전기자동차 배터리로도 각광받는 리튬이온전지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강도에다 채색성도 우수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4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 그 안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제작한 소재와 부품이 담겨 있다. ‘갤럭시S4’는 주로 같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았다.

부품 중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 칩스케일패키지(FC-CSP)휴대폰용 기판(HDI), 적층세라민콘덴서(MLCC), 진동 모터, 와이파이 모듈 등을, 휴대폰ㆍ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소형 리튬이온전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SDI는 ‘주특기’인 배터리를 각각 공급했다.

흔히 패션회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화학ㆍ전자재료소재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제일모직도 한 몫했다. ‘갤럭시S3‘에 이어 외장재인 폴리카보네이트(PC)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전자수송층(ETLㆍElectron Transport Layer)은 제일모직의 작품이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의 집합체로 불리는 스마트폰. 속을 들여다보면 각종 소재의 결합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리튬이온전지, 외장재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디스플레이용 편광판, 연성회로기판(FPCBㆍFCCL)은 스마트폰을 이루는 핵심 소재와 부품으로, 화학업계를 비롯한 국내외 상당수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각축장이기도 하다. 


특히 얇고 가벼운 디자인이 요구되면서 우주ㆍ항공 등 특수 분야에 쓰이던 복합 소재가 스마트폰에 잇달아 적용되고 있다. 또 이처럼 얇은 스마트폰에 크기와 부피는 줄이면서도 용량은 키운 고성능 배터리가 속속 활용되고 있다.

이들 스마트폰용 소재ㆍ부품은 화학과 IT를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특성 덕에 새로운 창조경제로 불리우고 있다. 고부가가치 소재와 부품의 개발로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노리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전지, 소형 물론 자동차용 대형 각광=리튬이온전지는 2차전지다. 건전지 등 충전이 불가능했던 기존 1차전지와 달리 2차전지는 방전과 충전을 반복해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양극(리튬코발트산화물)과 음극(탄소) 사이에 유기 전해질을 넣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할수 있다. 양극의 리튬이온이 중간의 전해액을 지나 음극 쪽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게 된다.

때문에 무게가 가볍고 고용량의 전지를 만드는 데 유리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은 물론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소형 전자제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부피와 크기를 늘리기 위한 연구ㆍ개발(R&D)도 진행 중이다. 전동용 공구와 컨테이너 박스 두 개 크기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전력저장용 장치(ESS)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석유 같은 화석에너지와 달리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아 전기ㆍ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로도 각광받으며 차세대 연료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EP, 강철보다 강하고 색깔도 넣을 수 있어=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강철보다 강도가 강하면서도 알루미늄보다 전성(展性ㆍ얇게 펴지는 성징)이 풍부하며, 금ㆍ은보다도 내약품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탄성도 우수하고, 내충격성ㆍ내마모성ㆍ내열성ㆍ내한성ㆍ내약품성ㆍ전기절연성 등이 뛰어나다.

이 같은 특성 덕에 최근 들어 금속 부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계 부품이나 구조재료 등 공업용 재료와 가정용품ㆍ일반잡화는 물론 카메라ㆍ시계부품ㆍ항공기 구조재ㆍ일렉트로닉스 등 각 분야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강도가 특히 좋아 자동차용으로의 활용도 늘고 있다. 부품은 물론 외장재로 활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외장재에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PC다. PC는 내열성, 저습특성, 내피로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투명도도 좋아 색(色)을 넣기 용이해 다양한 색깔의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편광판, TFT-LCD 등에 널리 쓰여=편광판은 정밀 코팅, 점착 등 필름가공기술과 광학설계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소재로서 두께가 머리카락 2~3개 굵기밖에 안 되는 0.3㎜의 초박막 필름 안에 여러 장의 기능성 필름이 쌓여있는 초정밀 제품이다.

치우쳐 있지 않는 빛이나 임의의 편광에서 완전 편광을 만드는 광학소자로, 얻어지는 완전 편광에 따라 직선 편광판, 원 편광판, 타원 편광판로 나뉘지만, 보통은 직선 편광판이 쓰인다. 전기석(電氣石)이나 자수정(紫水晶)을 전기축에 평행하게 잘라서 얻어진다. 

천연산은 착색이 심하고 소형이다. 이에 대하여 헤라파타이트(herapathite)라고 하는 단결정(單結晶) 축을 가지런히 하여 박막(薄膜)으로 한 폴라로이드는 착색이 심하지 않고 투명도도 좋아 널리 사용된다. 스마트폰에는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등에서 널리 활용된다.

▶연성회로기판, 스마트폰ㆍLCD 모듈에 활용=연성회로기판은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동박(구리막)을 입힌 회로 기판의 원판. 동박과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접착제를 이용해 결합하는 3층(layer) 구조를 주로 사용해 왔으나 동박에 PI 필름을 직접 다이캐스팅하거나 고온으로 접착하는 계층 2 FCCL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이 중 계층 2 FCCL은 미세 패턴 형성이 쉽고 굴곡성이 뛰어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LCD, PDP 모듈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사진제공=LG화학ㆍ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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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품국산화 노력 20年…애플도 눌렀다

(삼성전자 제공) News1
[뉴스1 창사 2주년 기획] 창조경제 로드맵을 짜자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규모는 7억10만대로, 삼성전자는 2억1300만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30.4%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애플은 1억3580만대(19.4%)를 팔아 2위를 기록했다. 불과 5년만에 애플의 '아이폰'을 누르고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당당히 꿰찬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른 것은 물론 휴대폰 시장의 '철옹성'같았던 노키아도 제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지 20년만의 성과다.

'애니콜'과 '갤럭시'의 성공신화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이 가장 중요한 성공비결로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면서 쌓은 기술노하우와 부품국산화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다.10년전만해도 휴대폰용 국산 부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국산 부품이라고 해봐야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휴대폰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핵심칩들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 등 국산 휴대폰 제조사들은 핵심칩 수입에 한해 수조원을 들여야 했다. 미국과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다보니, 휴대폰 1대를 수출해봐야 '남는 게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90년대부터 비메모리에 꾸준히 투자해온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핵심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독자화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모뎀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전력반도체(PMIC) 국산화에도 성공하면서, 삼성은 연간 125억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지난해 총 103건의 기술을 국산화하면서 1347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봤다. 올해는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신기술과 50개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이것만 국산화하면 연간 1652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삼성전기는 기대하고 있다.

 

갤럭시S4에 장착된 AM OLED(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엑시노스 AP칩. News1

 

 

◇스마트폰 국산화율 90% 되기까지…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부품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부품 협력사 발굴 육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년전부터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산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공동기술개발'을 진행했고, 품질을 혁신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정보를 지원했다. 당시 39개였던 협성회 회원사는 지금 166개로 늘었다.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0년부터 협력사가 아닌 회사도 지원하는 '혁신기술 기업협의회(이하 혁기회)'도 꾸렸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비즈니스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삼성전자의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결국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혁기회 전시회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기술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다함께 핵심기술 국산화 노력을 지속하자"고 말하기도 했다.삼성전자의 이같은 노력은 삼성 스마트폰의 부품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외산 스마트폰의 한국산부품 비중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개척자이자, 현재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애플은 '아이폰' 부품원가의 48%를 한국에 지불하고 있다. 아이폰의 메모리와 AP,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가 모두 한국제품인 것이다. 한국산 부품의 가격을 합치면 약 90달러로, 아이폰 부품원가 188달러의 48%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삼성전자와 특허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지만 삼성전자로부터 낸드 플래시와 모바일D램, AP 등을 공급받고 있다.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대체 부품이 없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적군의 부품을 써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애플에게 '저가공급 안한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협상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5년까지 50개 강소기업 육성목표사실 협력사와 '상생'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부품 전량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애플과 대조를 이룬다. 애플은 부품뿐 아니라 생산까지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삼성처럼 협력사와 오랜기간 동반관계를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업체와 끈끈한 연대의식이 없을 뿐 아니라 공동기술개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부품을 외주제작으로 맡기면서 애플의 기술만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AP칩 제작을 대행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 지금은 애플의 가장 큰 경쟁사로 부상했다는 해석도 있다. 애플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이 이 기술을 중국 회사에 판매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급성장하는 모습이다.삼성전자는 애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협력사의 매출과 기술개발, 혁신활동 등을 더욱 꼼꼼히 챙기고 있다.

 

우수 1차 협력업체를 선정해 2015년까지 5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삼성의 계획이다. 해당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5로 성장유망한 부품업체를 '강소기업'으로 지정하는데, 올해 14곳을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선정된 강소기업에게 자금과 제품개발을 지원하고 제조나 구매 분야의 컨설팅 인력을 무료로 파견한다.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개선점을 지적해주기 위해서다. 자금도 500억원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거나 무상지원할 계획이다.올해의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피에스케이(PSK) 관계자는 "과외를 받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한달에 20여일은 현장에 나와 매출과 기술개발, 혁신활동 전반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했다. 이에 PSK 직원들은 삼성측의 '숙제'를 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삼성전자는 최근 2차 협력사 지원에도 나섰다.

 

올해 35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제조현장 개선에 70억원, 50개 회사를 대상으로는 수주에서 출하까지 각 과정별 취약분야를 강화하는데 20억원을 투자한다. 제조, 공정 분야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작업도 50여개 회사를 대상으로 20억원을 들인다. 이 외에도 2차 협력사 1900여명을 대상으로 기술이나 품질에 관련한 직무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삼성전자 임원과 간부로 구성한 컨설팅팀 60명이 2차 협력업체를 전담해 지원한다.또한 1차 협력업체를 평가할 때 2차 협력업체와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체결 유무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1차 협력사에게 현금성 결제비율을 확대할 것과 삼성의 단가 조정 내용을 2차 업체에게도 통보할 것을 의무화했다.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은 "부품을 국산화하려는 것은 제품 납기일을 줄이고 부품의 질이 높아지도록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협력사 중 10%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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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2600만 건' 국민게임 애니팡… 성공 비결? 끊임없는 변신


낙서판처럼 쓰는 칠판 앞에 선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창업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벤처기업 대표 명함에 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지위나 직함을 좇기보다는 창업을 통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 선데이토즈 제공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애니팡 출시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 등… 사후 관리로 이용자 충성도 오래 유지

게임은 안 해도 캐릭터는 알 수 있도록 '앵그리버드'처럼 캐릭터 인형 출시해… 작년 매출 238억, 순이익 76억 기록


지난해 7월 출시된 모바일게임 '애니팡'은 누적 다운로드 수 2600만여건, 하루 사용자 최대 1000만명을 기록하며 '국민 게임'이 됐다. 지난해 매출 238억원, 순이익 7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10대 히트상품을 선정하면서 애니팡을 강남스타일(싸이)에 이어 2위로 꼽기도 했다. 애니팡의 국민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개발사 선데이토즈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선데이토즈 이정웅(32) 대표는 이런 성공의 비결로 "끊임없는 진화"를 들었다.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며 "꾸준한 업데이트와 관리로 나머지 반을 채워야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애니팡은 출시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업데이트를 해서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어요. SM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게임 속 음성을 소녀시대 멤버들 목소리로 바꾸고, 맥도날드와 제휴해 이용자들에게 햄버거 쿠폰을 주는 이벤트도 열었습니다.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히트작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히트한 게임을 활용해 캐릭터 제품을 내거나, 후속작에 히트 게임의 속성을 반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선데이토즈는 현재 신작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애니팡 같은 미니게임 형식은 아니지만 애니팡의 동물 캐릭터는 계속 등장시킬 생각"이라며 "애니팡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앵그리 버드' 같은 게임은 나온 지 오래돼 지금은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빨간 얼굴에 짙은 검은색 눈썹이 있는 앵그리 버드 캐릭터는 누구나 안다"며 "애니팡 캐릭터를 인형 등 제품으로 출시한 것도 소비자들에게 애니팡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애니팡의 성공 이후 '드래곤 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 모바일 게임이 잇따라 인기를 끌었다. 이 대표는 "모바일 메신저를 비롯한 소셜 플랫폼이 나오면서 모바일게임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했다. 메신저 등을 통해 여러 사람이 게임을 함께 즐기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입소문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애니팡처럼 똑같은 그림을 연속해서 배열하면 점수를 주는 게임은 전에도 있었다"며 "애니팡이 그런 게임들과 차별화됐던 건 '하트'를 친구에게 보내 게임을 권하고 점수도 비교하며 소통의 도구 역할을 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플랫폼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플랫폼에 의존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의 한계가 아닐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플랫폼과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모바일게임의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계라고만 할 수는 없다"며 "소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게임의 '파이'가 수십 배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모바일 게임은 이용자 10만명을 모으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애니팡이 여전히 일일 이용자 30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고, 후속작인 '애니팡 사천성' 역시 하루 이용자가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시장 자체가 커졌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명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1월 선데이토즈를 창업했다. 그는 "2008년 세계 외환위기 직후라 경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했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며 "창업을 생각한다면 무엇이 될 것인가(to be)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to do)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니팡의 성공 이후 대형 게임업체에서 잇따라 모바일게임 개발에 나서 중소·신생 회사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술이 빨리 발전하고 환경도 빨리 변하는 모바일 시대에는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작은 회사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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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레고 장터 '브릭링크' 인수..비게임사 인수는 처음(종합)

넥슨의 첫 게임 외도...게임 CEO 취미생활 현실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김정주 넥슨 회장이 레고 장터 '브릭링크닷컴'을 인수했다. 김 회장이 게임사가 아닌 인터넷 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넥슨에 따르면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이 NXC 자회사인 NXMH를 통해 지난 5일 홍콩 소재 브릭링크를 인수했다. 브릭링크는 개인 간 최대 레고 거래 사이트로 인수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브릭링크는 창업자인 다니엘 예작이 3년 전 33살의 나이로 요절해 모친인 엘리사 예스코바가 경영하고 있었다. 창업주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매각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엘리사 예스코바 전 CEO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김 회장이 브릭링크의 재기시키는데 필요한 지식과 자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며 "유능한 김 회장의 손에 회사를 넘기고 물러나고자 한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현재 홍콩 소재한 서버를 국내로 이전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넥슨의 브릭링크 인수는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올해 북미와 유럽 등 전략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여 세계 5대 게임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해놓은 상태다. 넥슨은 지난해 엔씨소프트와 일본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 의 지분 인수로 매출 기준 글로벌 톱5 안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이번 인수를 게임 CEO의 취미생활이 현실이 된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레고 만들기를 오랜 취미생활로 해 오던 김 회장이 이번 인수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브릭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40년 레고 팬으로 10년 이상 브릭링크닷컴의 열렬한 사용자였다"며 "브릭링크 인수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 후 웹사이트 개편을 단행하고, 브릭링크닷컴의 설립자인 다니엘 예젝의 원래 비전을 되살리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주 회장, '이번엔 레고다' 브릭링크 인수


[스포츠서울닷컴 | 황원영 기자] 김정주 NXC 회장이 레고 전문 매매 사이트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 번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이 지난 5일 홍콩 소재 레고 장터인 '브릭링크닷컴'을 인수했다. 브릭링크는 각종 레고제품과 벌크브릭, 소품 등을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레고 전문 매매 사이트다.

김 회장은 브릭링크 사이트에 게재한 '브릭링크 인수(BrickLink.com Acquired)'라는 공지글을 통해 "40년 레고 팬으로서 10년 이상 브릭링크닷컴의 열렬한 사용자였다"며 "블릭링크닷컴을 업그레이드 및 운영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또한 김 회장은 "사용자가 브릭링크닷컴의 안정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사이트를 만들고 웹사이트 개편을 단행해 브릭링크닷컴의 설립자 다니엘 예젝의 비전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엘리사 예즈코바(Eliska Jezkova) 브릭링크 전 CEO는 "브릭링크닷컴을 통해 활발하고 안정된 사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시대에서 더 높은 수준의 브릭링크닷컴을 만들고자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회장에게 웹사이트를 전달했다"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그는 김 회장에 대해 "브릭링크닷컴에 대한 자원과 역량, 지식까지 갖춘 열정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브릭링크 인수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hmax875@media.sportsseoul.com
비즈포커스 bizfocus@med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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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6부. 백년대계 교육이 열쇠다 <2> 대학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서울의 모 여대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쓴 채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취업의 질과 교육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장기적 플랜을 갖고 구조조정을 해야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경제DB

연구·직업능력 강화…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 경쟁력 키워라

일방적 구조조정 땐 기초학문 뿌리 흔들려

취업·교육의 질 함께 고려해 개혁 채찍 들어야

# 수도권의 A대학은 최근 몇 달간 비상이 걸렸다. 대학 평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률 통계가 6월1일을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당시 취업률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1인 1명 이상 취업'을 목표로 교수와 교직원들 모두 기업 관계자와 만나 채용을 부탁해야 했다. 대학 관계자는 "취업률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 지방의 B대학은 인문사회계열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혀 학생회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운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취업 경쟁력이 낮은 학과를 없애는 대신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신설하거나 기존 학과의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문학 관련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최근 들어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동안 대학들이 학교 규모를 키우고 정원을 늘리는 양적 성장에 치중한 탓에 급격한 신입생 감소 같은 외부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데 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통계청 인구추계와 교육기본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7년 후인 오는 2020년 수도권 학령인구는 24만6,51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이 20만3,556명인 점을 감안하면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과 맞먹는 수준 근처까지 줄어든 셈이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0년 지방의 학령인구는 25만3,615명인 데 반해 입학정원은 35만2,637명이나 된다. 지방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다 입학한다 해도 지방대들은 무려 9만9,022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계산하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인원이 지방으로 이동한다 해도 미충원 정원은 최소한 5만명을 넘게 된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점이 부각되자 교육당국이 대학 구조조정의 채찍을 들고 나섰다. 대학들이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구조조정의 핵심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하위권 대학의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량적 지표가 낮은 대학은 부실대로 낙인이 찍히고 학생 충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학생 수 부족은 등록금 수입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열악한 재정으로 직결된다. 이런 구조조정의 대표적 장치가 재정지원제한대학이다. 대학들의 체질개선을 목표로 지난 2011년 도입된 재정지원제한대학은 몇 가지 지표로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적용된다. 지난해 평가지표를 보면 취업률(20%), 재학생 충원율(30%), 전임교원 확보율(7.5%), 교육비 환원율(7.5%), 등록금 부담 완화(10%), 장학금 지급률(10%) 등 열 가지 지표가 적용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되면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보건의료사범계 학생 정원 증원시 해당 대학이 배제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대학들이 취업률 높이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대학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장기적 발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과를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돼 갈등을 빚고 있다. 학과 통폐합을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학교 측이 추진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의 경우 4월 학교 측의 2014년 일부 학부 통폐합 결정에 학부모들이 총장 면담을 요청하며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고 청주대는 회화학과 폐지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회화학과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하자 학생들이 "피카소가 취업한 적이 있냐"며 "어떻게 예술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냐"고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전국적으로 국어국문학과ㆍ철학과와 같은 인문학 학과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중요 지표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각 대학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취업자 명단을 허위로 공시하거나 기업체에 위장취업을 부탁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초학문의 뿌리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기초학문의 근간이 흔들리면 전체적인 대학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은 세계 10위권의 국격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국내 대학 평가순위를 보면 서울대가 37위에 이름을 올렸고 KAIST가 63위, 포스텍이 97위로 100위 안에 들었을 뿐이다. 상하이 자오퉁대 고등교육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는 100위권에 우리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서울대는 101~150위권에 머물러 있고 KAISTㆍ포스텍ㆍ성균관대 등 모두 200위권 밖이다. 그じ?최근 QS가 발표한 2013년 학문 분야별 대학 평가에서 우리 대학들이 이공계를 중심으로 75개 분야에서 100위권에 든 것은 고무적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장기적 플랜 하에 구조적인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취업을 강조하는 것과 교육의 질은 분리돼야 하는데 대학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게 문제"라며 "대학과 정부 정책들이 취업의 질과 교육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양적인 쪽으로만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직업능력을 가르치는 대학보다 종합대가 많은데 이들 중 일부는 연구중심대로 전환하고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연구중심대가 아니라면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 과거처럼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고등교육의 기회는 본인이 희망하면 언제든 가질 수 있다는 방식으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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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까지 딴 스포츠 의류업계 국가대표 CEO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머투초대석]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는…어린이·교육 등 사회공헌도 활발]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사진=홍봉진 기자
민복기 대표(52·사진)는 대학을 졸업하던 1986년 삼나스포츠(현 나이키스포츠코리아)에 입사해 실무를 익혔다. 이후 휠라코리아 창사때 합류해 브랜드 론칭부터 유통.영업.마케팅 등 업무를 도맡아하며 사업에 눈을 떴다. 2001년 EXR코리아를 설립해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스포츠 의류업계 밥만 먹은 대표 CEO다.

'몸에 딱 달라붙는 블랙 트레이닝 재킷에 회색 수트 바지.' 서울 서초구 방배동 EXR코리아 본사 사장실에서 만난 민 대표는 패션기업 CEO답게 스포츠 의류와 정장을 믹스매치한 세련된 모습이었다. 비즈니스 미팅에는 깔끔한 정장 스타일을 즐긴다고. 사이클과 골프, 등산 등으로 다져진 군살없는 몸매와 짧은 헤어스타일은 말 한마디 흐리는 법 없이 시원시원한 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스타일답게 민 대표는 회사를 설립한 뒤 늦깍이로 공부를 다시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디자인 경영)를, 중앙대에서 박사학위(의류학)를 땄다. 현장 경험을 이론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가 박사학위 취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중견 기업치고는 드물게 구내 식당에 전문 영양사를 두고 직원들의 식단을 관리한다. 직원들이 언제든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자체 카페테리아도 운영한다. 직원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화환이나 와인을 배달한다. '기업이 잘되려면 그 구성원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민 대표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어린이와 교육,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도 크다. 지난 2008년 캄보디아와 베트남 오지 마을에 학교를 건립하는 후원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2억원을 들여 이미 6곳에 학교를 지었고 현재 7번째 학교를 건립중이다. 학습용 기자재와 가구, 스포츠용품을 지원하는가하면 마을 주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식수시설도 정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사랑의 집짓기(헤비타트)와 소아암 어린이 돕기 등 사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중국내 사막에 황사 예방용 나무를 심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부인과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골프는 싱글 플레이를 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전쟁론'과 '블루오션전략'. 최근엔 중국 사업 재도약을 준비하며 읽은 '미래 중국과 통하라'는 책에 빠져 있다.

◇약력
△1961년 11월 부산 출생 △2003년 헬싱키경제대학 MBA 과정 졸업(디자인 경영 전공) △2011년 중앙대 대학원 박사(의류학) △1986~1991년 삼나스포츠(현 나이키스포츠코리아) △1991∼1998년 휠라코리아 사업본부장 △2001년∼현재 EXR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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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과 경쟁 미흡하면 코레일 자회사 CEO 해임"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국토부, 코레일 자회사 사장 평가기준에 경영실적 비중 대폭확대]

정부가 수서-평택간KTX 사업자인 코레일 자회사의 경영실적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자회사가 모회사인 코레일 고객을 최대한 끌어오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일종의 '경쟁유발 촉진제'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코레일 자회사 CEO를 공모로 뽑은 뒤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40% 비중인 '주요사업' 가중치를 최소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코레일이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확보한 뒤 자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가 공공기관이 되면 공공기관장 경영계약 평가를 통해 매년 철도운영 실적을 살펴보게 된다.

코레일 자회사는 물류 등 다수의 사업을 전개하는 코레일과 달리 수서-평택간KTX 노선만 운영하기 때문에 승객 수가 매출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역발KTX로부터 승객을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임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경영평가 점수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해임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CEO는 코레일과 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기획재정부가 각 정부부처에 배포한 '2013년 공공기관 기관장 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편람'을 보면 크게 △리더십·책임경영(20%) △경영효율(40%) △주요사업(40%)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졌다.

세부적으로 리더십·책임경영·국민평가·사회공헌(리더십·책임경영), 조직 및 인적자원 관리·보수 및 성과 관리·노사관리(경영효율), 주요사업·중장기 미래대비 전략사업(주요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주요사업의 가중치 비중이 높아지면 리더십·책임경영 또는 경영효율의 가중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운임을 높이면 실적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마음대로 운임에 손을 댈 수 없다. 정부가 코레일과 코레일 자회사에 운임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기 때문이다. 코레일 자회사는 무조건 코레일보다 운임을 10% 이상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코레일보다 운임은 낮지만 선로사용료는 코레일(31%)보다 높은 40~50%에 이른다.

코레일 자회사는 2015년부터 수서-평택간KTX 운행을 시작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부처별로 개별 공공기관의 기관장 경영계약 조건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뒤 기재부 결정에 따라 평가를 하는데 코레일 자회사에 대해서는 실적평가를 최대한 높이는 쪽으로 건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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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천왕' 떠난 금융지주 회장‥내부출신 늘고 지역·학교 다양



‘대통령 측근→내부 출신, PK·고려대 위주→출신 지역·학교 다양화’

KB금융(105560)지주의 새 회장으로 임영록 KB금융 사장이 내정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주름잡았던 이른바 ‘4대 천왕’의 후임자가 모두 정해졌다. 4대 천왕이란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053000)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고 있지만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지녔다는 뜻에서 ‘천왕’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대통령 측근들이 포진했던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달리 내부 출신이 중용됐다. 또 출신 지역과 학교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부산·경남(PK) 출신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문인 고려대를 졸업했다.

◆ 금융지주 회장, 대통령 측근에서 내부출신으로 무게 이동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강만수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747(연간 7% 경제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경제 강국) 정책’ 고안자로 2008년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이다.

어윤대 회장과 이팔성 회장, 김승유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어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았고 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을 때 서울시교향악단 대표를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대통령과의 인연보다는 내부에서 승진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우리금융지주 새 회장으로 내정된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 행원을 입행해 줄곧 우리은행에서만 근무해 온 내부출신 인사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마지막해였던 지난해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김정태 회장은 경영평가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회장이 된 첫 번째 사례다. 김 회장은 1981년 서울은행으로 입행해 하나은행 지점장, 본부장,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첫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임영록 KB금융 사장도 지난 3년동안 지주사 사장으로 일했다는 점에서 100% 외부 출신으로 보기는 어렵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전 회장(행시 8회)과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행시 14회) 에 이어 ‘모피아’(MOFIA·재무부를 뜻하는 ‘MOF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의 명맥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이어졌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행시 20회)와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행시 24회)는 모두 재무부 출신으로 각각 재정경제부 제2차관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한편 중앙대 교수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출신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특별한 금융업계 경력이 없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었다.

◆ 경남 일색에서 강원도·서울로 다양해져‥고려대 위주에서 대학 골고루 분포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KB금융(어윤대)·우리금융(이팔성)·신한지주(055550)(한동우)·하나금융(김정태)·산은금융(강만수)·농협금융지주(신동규) 등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채워졌다.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김석동 전 위원장과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도 부산 출신이어서 “PK 출신 인사가 금융업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비교하면 새 정부의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출신지역은 한층 다양해 졌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강원도 영월 출신이고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는 경북 경주 출신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전남 보성 출신이다.

출신 학교도 고려대 쏠림 현상이 해소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6대 금융지주회사 중 KB금융(어윤대)·우리금융(이팔성)·하나금융지주(김승유) 회장이 고려대 출신이었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출신 인사들을 회사 임원으로 대거 영입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반면 이번 정부에서 뽑힌 회장들의 출신 학교는 서울대(임영록), 성균관대(이순우), 서강대(홍기택), 연세대(임종룡) 등으로 골고루 분포됐다.

나이도 한층 젊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산은금융·농협금융지주 등 5개 금융지주 회장이 처음 임명됐을 때 평균 나이는 63.6세였다. 1951년생인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61세이던 지난해에 회장으로 임명돼 최연소였고 1945년생인 강만수 전 회장은 66세이던 2011년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올라 나이가 가장 많았다.

이번 정부에서는 5개 금융지주 회장의 평균 나이가 59.2세로 줄었다. 1950년 생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63세로 가장 많고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54세에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 우리금융 민영화, 정책금융기관 개편 등 과제 산적

이명박 정부에서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굵직한 현안들을 다뤘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단번에 그룹의 위상을 키웠다. 2011년 말 하나금융지주의 연결 총자산은 178조2000억원으로 우리(312조8000억원), 신한(288조원), KB금융(277조6000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적었으나 지난해 2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그해 말 기준 총자산이 283조7000억원으로 늘어나 KB금융(282조원)을 제치고 3위가 됐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으나 특혜 논란이 일면서 무산됐고 대신 ‘KDB 다이렉트’로 소매금융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어윤대 회장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했으나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우리금융 민영화,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등의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이순우 우리금응 회장 내정자는 “민영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KB금융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지 검토할 계획이다.

산은금융지주는 정책금융기관 개편 작업의 중심에 서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이다.

[전재호 기자 jeon@chosun.com]

[손덕호 기자 hueyduck@chosun.com]

'진용'갖춘 농협,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신경분리 가능할까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농협인사는 이번에도 이변이었다. 공석이었던 농협중앙회 전무로 금융지주 회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던 김태영 전 신용대표이사가, 금융지주회장에는 2차 후보추천위원회까지 단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이 내정됐다. 농협중앙회 전무에 금융지주 회장 유력 후보인 김태영 전 신용부문 대표가 선임되면서 금융지주회장에는 ‘히든 카드’로 임 전 실장이 급부상한 것.

(좌)김태영 농협중앙회 신임 전무, (우) 농협금융지주 임종룡 차기 회장
농협중앙회 임원의 일괄사표와 금융지주회장의 사퇴로 임원진 공백 상태를 보였던 농협이다시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제 관건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농협금융지주가 중앙회와 원활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금융지주로서 자리매김을 해 나가느냐로 쏠리고 있다.

먼저 농협중앙회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부회장에 김태영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선임했다. 또 이상욱 농협중앙회 홍보담당 상무가 농협경제대표, 김정식 교육지원 상무가 상호금융대표, 김사학 NH농협은행 부행장이 조합감사위원장에 각각 선임됐다. 김태영 부회장 후보자는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경기지역본부 은행사업 본부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상욱 농경대표 후보자는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고양유통센터 사장, 농촌자원개발부장 등을 거쳤다.

이번 인사의 백미는 금융지주 회장이었다. 그동안 농협금융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로는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 배영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거론됐으나 막판에 임 전 실장이 부상했다. 임 내정자의 ‘깜짝’중용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전문성과 농협의 신·경 분리(금융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관여했던 그의 경험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임 내정자와 농협금융지의 인연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9~2010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당시 농협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주도했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이명박 전 정부 시절 공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내건 공공분야 개혁의 양대 축이었다.

당시에는 농협법을 조율하면서 정책 관료 입장에서 농협 신경분리를 주도했다면 이제 실질적인 농협신경분리의 내실화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또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임 전 실장이 깜짝 등장한 것은 청와대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임 전 실장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행시 한 기수 후배로 조 수석의 뒤를 이어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진용이 갖춰짐에 따라 이제 관건은 임 내정자가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다. 행시 선배로 강단있기로 소문난 신동규 전 회장마저 백기를 들었던 자리이기 때문에 임 내정자의 조정능력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협금융은 지난해 6월 신동규 회장 선임 당시에도 본인에게 ‘당일 통보’를 할 정도로 깜짝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그날 조간 신문에 조차 유력하다고 알려졌으나, 최종 결과는 신동규 현 회장의 선임이었다.

김남현 (kimnh21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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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지방공항 ‘백조’ 될 수 있을까



[서울신문]

양양국제공항에선 국제 정기노선 신설 등이 논의되고 국회에선 ‘지방공항 살리기’ 법률안이 발의되는 등 지방공항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양양국제공항은 6일 북핵 위협 등으로 운항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던 중국의 하얼빈·상하이·다롄·베이징·광저우 등을 오가는 전세기가 이달 들어 속속 운항을 재개하고 상하이 국제 정기노선이 협의되는 등 개항 이래 최대 활황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152석 규모의 전세기가 매주 월요일 하얼빈을 오간다. 오는 22일부터는 157석 여객기가 수·토요일 일주일에 두 차례 상하이를 오간다. 다음 달 2일부터는 150석 여객기가 다롄을 주 3회(월·수·금) 운항하는 등 양양공항의 국제선 운항이 주 4회(8편)로 늘어난다. 개항 첫해인 2002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잦은 횟수다. 올해 안에 베이징과 광저우 노선 개설도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 길상항공과 시트립여행사는 빠르면 올겨울부터 양양~상하이 노선을 정기노선으로 바꿀 예정이다. 양양공항은 개항 첫해 2~3개월만 국제 정기노선이 운항됐으며 11년째 정기노선이 없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양양(2시간) 간 동서고속도로가 뚫리면 양양공항이 제2의 인천국제공항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항공사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국제공항은 ‘세종시 시대 개막’이란 호재에 기대를 건다. 아직 세종시가 자리를 잡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 최응기 충북도 공항지원팀장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기관 근무자 가운데 8000여명이 지난해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등 세종시로 인한 수요가 상당히 있어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회도 지방공항 살리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기선(원주갑) 의원은 최근 ‘항공운송사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가 항공사업자 등에 대해 지원한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가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지역공항 지원은 지자체 부담이다. 강원도는 양양공항에 그동안 운항장려금 16억원과 손실보전금 21억원, 모객 인센티브 8억원 등 모두 53억원을 지원했다. 다른 지방공항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국제공항 8개(인천·김포·제주·양양·무안·김해·대구·청주), 국내공항 7개(울산·여수·광주·사천·포항·군산·원주) 등 15개의 공항이 있다. 이 가운데 국제선 거점공항인 인천·김포·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은 노선 수가 적고 이용 실적이 저조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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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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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 끝내 파경…이혼 발표


파경자들 같지 않죠? (AP/러시아 24TV=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저녁 모스크바 크렘린궁의 발레공연 '에스메랄다'를 함께 관람하고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부인 류드밀라(55)가 국영 러시아 24TV를 통해 이혼 결정을 밝히고 있다. 이들 부부는 결혼 약 30년 만에 파경을 맞았는데 류드밀라는 "대중 앞에 서는 게 싫었다. 비행기를 타는 일도 나에게는 힘들었다"고만 밝혔다. * TV사용 불가 bulls@yna.co.kr

(모스크바 APㆍ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인 류드밀라 푸틴(55)과 이혼했다.

이들 부부는 6일(현지시간) 저녁 크렘린궁에서 열린 발레공연 '에스메랄다'를 함께 관람한 후 국영 러시아 24TV를 통해 이혼 결정을 발표했다.

푸틴은 "우리는 갈라서기로 했으며 결혼생활은 끝이 났다"면서 "부부가 함께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류드밀라는 "대중 앞에 서는 게 싫었다. 비행기를 타는 일도 나에게는 힘들었다"고만 밝혔다.

이로써 푸틴 부부는 30년에서 몇 주 모자른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파경을 맞게 됐다.

b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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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진핑 회동 수시로 전화할 정도로 친해지기만 해도 성공"
'국제정치론 대가' 쿱찬 교수가 보는 미·중 정상 '미팅'

“21세기는 미국의 세기도, 중국의 세기도 아니다. 21세기는 무게중심이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시대가 될 것이다.”

 지난해 출간돼 세계적 주목을 받은 『노원스 월드(No one's World)』의 저자인 찰스 쿱찬(미 조지타운대·54) 교수가 방한했다. 진보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쿱찬 교수는 지난 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선장 없는 조타실'을 주제로 강연했다. 경제는 물론 이념적으로도 서구 모델의 우위는 끝났다는 도발적 주장으로 미 정치권과 학계에 논쟁을 촉발한 그를 만나 미·중 정상회담과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 8일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만난다. 미·중 정상이 외딴 곳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미·중 관계에 새 장이 열리는 것인가.

 “새 장이라기보다 새 책의 서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미·중 모두 양국 관계의 토대를 바꾸면서 동시에 수준도 격상시키고 싶어 한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함으로써 구체적인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회동의 첫 번째 목표는 무엇이라 보나.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개인적 친분 강화다. 두 사람이 수시로 전화할 수 있는 관계를 맺을 만하다고 느끼면 그걸로 이번 회담은 성공이다. 오바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는 필요하면 아무 때나 연락해 즉시 일을 처리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오바마와 시진핑이 넥타이를 풀고, 편안한 차림으로 1박2일을 함께한다는 것은 미·중 관계가 그와 비슷한 관계로 가는 여정이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이른 시일 내 쉽게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옳은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야 하나.

 “공동성명이 채택된다면 세 가지를 담아야 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대로 양 정상의 개인적 유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다. 북한이나 이란, 사이버 안보 등 현안과 관련해 의미 있는 메시지도 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중국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다. 중국인들 사이에는 미국이 자신들을 과소평가한다는 불만이 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정책을 중국은 대중(對中) 봉쇄 정책으로 의심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부터 미국은 전략적 우선순위의 변화에 맞춰 보유 자산을 재배정해 왔다. 아시아 회귀는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된 것이지 오바마 집권 후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그런데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가 지나치게 군사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대중 봉쇄라는 인상을 준 것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 경제·문화·학술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20세기 국제사회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미국의 리더십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국제적 리더십 유지에 따른 부담을 줄이라는 국내의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고립주의의 시작이라기보다 차별적 국제주의의 시작이라고 본다. 급격한 변화보다 조정(調整)이 시작된 걸로 봐야 한다.”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 가능할까.

 “북한 핵은 가장 다루기 힘든 국제사회의 난제 중 하나다. 군사적 옵션은 매력적이지 않고, 외교적 옵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내심과 단호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협상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 사다트의 이스라엘 방문, 닉슨과 키신저의 중국 방문,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의 냉전 종식 등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경험한 뜻밖의 외교적 돌파구는 모두 용기 있는 외교의 소산이었다.”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까.

 “관여(engagement)정책은 상호성을 전제로 한다. 한쪽이 선의를 갖고 어떤 제안을 하거나 제스처를 보일 때 상대가 호응해야 가능한 것이다. 러시아·미얀마·쿠바 등에 대한 오바마의 관여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 경우에는 공이 평양과 테헤란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평양에서 오기 전에는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화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미국과 북한은 아직 그 과정의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매력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언제라도 화해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최후의 순간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하는 이유다. 북한처럼 남을 속이는 나라에 대해서는 대화 상대가 출발점을 높여 잡기 때문에 대화의 돌파구를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60년 동맹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한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동북아 안보가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역내의 자체 연계가 불충분한 점은 동북아 안보 구조의 문제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뿐만 아니라 역내국가 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한·미 동맹으로 누리는 전략적 이점을 지렛대 삼아 한·중 관계를 강화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한·중 관계를 한·미 관계의 보완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통독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로서 남북한 통일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통일은 예기치 않은 시간에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온다. 동독 주민들이 너도나도 베를린 장벽을 넘을 것으로 누가 예상이나 했는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므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또 하나는 통일로 굴욕감을 느끼게 될 쪽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일 후 독일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동독 주민들이 느끼는 열패감이었다. 통일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김상선 기자

◆찰스 쿱찬=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 옥스퍼드대 석·박사.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를 거쳐 현재 조지타운대 교수 겸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미국 시대의 종말』(2002), 『적을 친구로 만들려면』(2010), 『노원스 월드』(2012) 등 저서.

배명복.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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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의 敢言異說, 아니면 말고] 이분법은 나쁜 짓이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내 편 네 편' 나누기는 불안함 때문… 자신 상대화하고 다양성 인정해야

한국 사회 '재미'의 복원 시급 '다른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주길


여태 장가 못 간 내 친구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오직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로 나눈다. 장담컨대 그 녀석은 죽을 때까지 혼자 살 거다. '내 편-네 편'의 이분법은 존재가 불안한 이들의 특징이다.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반대편에 적을 만들어야 자신의 존재가 확인되는 까닭이다.

자녀가 둘인 부모에게 자신의 자녀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둘을 꼭 비교해서 대답한다. "첫째는 너무 착해요. 그런데 둘째는 아주 이기적이에요." 이런 식이다. 둘 중에 하나는 긍정적으로, 다른 하나는 부정적으로 대비시켜 설명한다. 아들만 둘, 혹은 딸만 둘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자녀가 셋인 경우, 특히 남녀가 섞여 있는 경우, 부모는 자녀들을 서로 비교하기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운동을 좋아하고, 둘째는 영어를 잘하고, 셋째는 게임을 좋아해요."

경우의 수가 2개뿐이면 반드시 극과 극을 달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홀짝'보다는 '가위바위보'를 해야 중간에 안 뒤집어엎는다. 선택의 폭이 넓어야 세상을 보는 눈이 관대해진다. 심리학적으로 '자유'란 '선택의 자유(freedom of choice)'를 뜻한다. 주어진 콘텍스트에서 주체적 선택의 범위가 넓어야 행복하다.

한국 사회가 온통 분노와 적개심에 가득 차 있는 까닭은 매번 말도 안 되는 이분법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존의 여당, 야당과는 다른 새로운 당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큰 이유도 '네 편-내 편',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강요로부터 이젠 제발 좀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찌 좌파-우파만 있겠는가. 위파-아래파도 있고, 앞파-뒤파도 있다. 젠장, 난 매번 양파다! 세상은 그만큼 중층적이고 다양하다.

정당정치가 되었든, 일상의 사소한 선택이 되었든, 이분법적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현재를 상대화하는 '메타적 시선'을 발견해야 한다. 자녀가 둘이어도,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섞여 있는 부모가 이분법적 딜레마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메타적 시선은 재미있을 때만 가능하다. 재미와 메타적 시선은 동전의 양면이다. 비극이나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허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무서운 이야기에 빠져 있는 자신을 상대화하는 '메타적 인지능력'이 있어야만 즐길 수 있다.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메타적 시선 때문이다. 이제까지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일방적인 소비자였다. 그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이때 화면 자막의 기능은 결정적이다.

원래 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도구였다. 자막의 내용 또한 화면의 소리를 그대로 옮길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막은 화면의 내용과 완전히 따로 논다. 도대체 자막의 화자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다. 프로그램 출연자의 목소리였다가, 피디의 목소리가 되기도 하고, 시청자의 감탄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제멋대로 맥락을 넘나든다. 메타적 시선의 '폴리포니(polyphony)'다. 그래서 재미있는 거다. 이제 자막 없는 예능은 불가능할 정도다.

프로이트가 정의하는 유머(humor)의 정신분석학적 본질도 마찬가지다. 유머란 '어린아이와 같은 자아(ego)'에게 '어른과 같은 초자아(super-ego)'가 '지금 중요하게 여겨지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달래는 것이라고 프로이트는 설명한다. 메타적 시선으로 여유롭게 보는 능력을 유머감각이라 하는 거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재미'의 복원이다. 사는 게 재미있어야만 이분법적 시선을 상대화하고 객관화할 수 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는 게 재미있어야만 다른 이야기에 관대해질 수 있다. 옆 사람 이름까지 깜빡할 정도로 기억력이 쇠퇴해도, 내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어야 중년 이후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재미있게 살며, 메타적 시선을 유지하는 능력을 노인학(gerontology)에서는 '지혜'라고 한다. '지혜로운 노인'의 반대말은 '성질 고약한 노인네'다.

그래서 감언이설(敢言異說)이다(그 감언이설(甘言利說)과는 한자가 다르다). 좌우 양극단으로 한없이 치닫는 한국 사회에서 메타적 시선을 가능케 하는 다른 이야기를 감히 해보고 싶다는 거다. '아니면 말고'.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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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시아 대학 평가] 한국, 국제화 순위 50위內 20곳… 건국·국민·인하대 약진



[국제화 평가]

교환학생 부문 순위가 특히 높아… 한국외대·한양대 등 20위 안에

한국, 해외교수 영입은 부진… 외국인 교원 20위內 포스텍 1곳

"국제화, 질적 수준도 높여야"


한양대는 10년 전 중국 상하이에 '상하이 한양 문화센터'를 열었다. 중국 정부가 외국에 유학생을 대거 파견한다는 정보를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센터는 현지에서 학생을 유치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외국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한양대의 외국인 학생은 2003년 175명에서 5년 만에 7배 늘었다.

이쯤 되자 '무조건 많이 뽑는 게 능사가 아니다'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학금까지 주면서 데려오다 보니 한국어가 부족하거나 실력이 안 되는 학생도 많았다. 그래서 입학만 하면 주는 장학금을 없애고 인터뷰를 도입했다. 2010년부터는 외국 학생들에게 '논술시험'을 치르게 했다. 현재 한양대에는 65개국 출신 2200여명(전체 학부생의 10%)의 외국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올해 5회째인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의 무대인 아시아에서는 어느 대륙보다 뜨거운 '국제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은 평가 첫해인 2009년 17만5000명에서 올해 25만5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교수는 68.1%(2009년 2만1000명→2013년 3만5000명) 증가했다.

한국 대학들은 이 국제화 지표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과거엔 외국어 특성화 대학인 한국외대 정도가 선전했다면, 지금은 대다수 대학이 국제화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국제화 상위 50위에 한국 대학 20곳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는 ▲외국인 교원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비율 ▲국내로 들어온 교환학생 비율 등 네 가지 지표를 종합해 국제화 수준을 평가한다. '국제화 순위'에서 아시아 10위에 든 한국 대학은 한국외대(9위) 한 곳이다. 홍콩 대학이 6개로 가장 많고, 싱가포르 대학이 2곳이다. 그런데 상위 50위로 넓히면 한국 대학 20곳이 들어간다. 벤 소터(Sowter) QS 평가 총괄 책임자는 "본래 국제화된 도시인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한국 대학들의 국제화 순위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학들은 '교환학생' 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비율은 한국외대(5위), 경희대(11위), 고려대(14위), 동국대(15위), 한양대(17위), 성균관대(19위)가 아시아 20위 내에 들었다. 영남대(35위), 인하대(42위), 건국대(43위), 국민대(48위)는 50위 안에 들었다.


우수한 해외 교수 영입은 지지부진

그럼에도 한국 대학들의 국제화는 갈 길이 멀다. '외국인 교원 비율'에서는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이 포스텍(20위) 한 곳뿐이다. 서울대도 27위에 그친다.

이유는 무엇일까. 카이스트 박현욱 교무처장은 "외국 석학들은 대학의 연구 환경뿐 아니라 주거와 자녀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며 "우리도 애는 쓰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하고 좋은 연구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해외 우수 교수들을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벤 소터는 "아시아 최고 대학인 싱가포르국립대의 외국인 교수가 2009년 1000명에서 5년 만에 3000명으로 급증한 것은 개별 대학의 노력뿐 아니라 나라가 국제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생도 마찬가지. 한국에 잠시 왔다가는 외국인 교환학생은 많아도 '학위' 따러 한국 대학을 선택하는 외국 학생 비율은 미흡하다. 아시아 20위권엔 서울대(16위)만 들어 있고 한양대(23위), 이화여대(24위), 경희대(25위), 국민대(40위), 건국대(46위), 서강대(47위)는 50위 안에 들었다.

한 사립대 연구처장은 "그동안 대학들이 외국 학생을 많이 뽑는 데 열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외국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쏟고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서 그 학생이 또 다른 외국 학생을 데리고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이 질적(質的) 국제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2013 아시아 대학 평가] 가장 많이 치고 올라온 대학… 中國, 상위 10곳 중 절반

[5년간 순위 많이 오른 대학들]

베이징대 13위→ 5위, 우한대 240위→70위

"中, 성장하면서 교육에 투자… 대학은 성장 견인차 역할"


2009년 첫 '아시아 대학 평가'를 실시한 이후 5년간 '가장 많이 치고 올라온 대학'을 추렸다. 사다리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움직일 공간도 따라서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 상위권 대학들이 치고 올라갈 때는 가중치를 줬다.

분석 결과 1위는 홍콩과학기술대(2009년 4위→2012년 1위), 2위는 싱가포르국립대(2009년 10위→2012년 2위), 3위는 베이징대(2011년 13위→2013년 5위)였다. 대만 국립교통대(2009년 74위→2013년 30위), IIT 카라그푸르(2009년 141위→2011년 48위), 우한대(2009년 240위→2013년 70위)가 뒤를 이었다. 중국인민대(2010년 207위→2013년 82위), IIT 구와하티(2009년 172위→2013년 89위), 하얼빈공업대(2009년 257위→2012년 84위), 상하이대(2009년 238위→2013년 91위)도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지난 5년간 순위가 가장 두드러지게 오른 대학들은 상위 10곳 중 5곳이 중국 대학이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대학들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강성해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13억 인구를 거느린 대국임에도 대학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대신 대륙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인재들이 대학에 모여 최고의 인재풀을 이뤘다.

QS 측은 "중국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대학은 다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는 '젊은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값어치 있는 선택인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중국은 지금도 대학 교육을 '특권'으로 인식해 학교도 개개인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13 아시아 대학 평가] 연대, 의대생 25%가 외국병원 8주 참관… 난양공대, 英의대와 손잡고 의과대 설립

의대·공대의 국제화

학생들이 대학을 지원하는 데 국경(國境)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의대, 공대 등도 글로벌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본과 4학년생 30명(전체 학생의 25%)은 2개월간 외국 대학 병원으로 교육받으러 간다. 1999년부터 시작한 '특성화 프로그램'에 따른 교육이다. 학생들은 8주간 자신이 원하는 국내·외 다양한 기관을 참관하는데, 이 중 25%는 세계 각국의 대학 병원을 참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세대는 해외 의대와 협력을 강화했다. 1993년 몽골리아의대를 시작으로 미국의 엠디 앤더슨 암센터, 듀크대 등 전 세계 22개 의대와 협정을 맺었다. 또 매년 외국 의대생 40~50명이 연세대 의대로 연수를 온다. 미국·독일·호주·브라질 등에서 최근 5년간 외국인 의대생 263명이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갔다.

신생 명문대인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해외 명문대학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난양공대는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의과대학과 협약을 맺고 싱가포르에 의대를 설립했다.

한국의 카이스트와 성균관대도 특화된 국제화로 인정받고 있다. QS 측은 "카이스트는 대부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해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적응하기 쉬운 학교로 알려져 있고, 성균관대의 국제 하계 학기는 여름마다 외국 학생 800여명이 몰릴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2013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 상위 200위까지 순위는 오는 6월 11일 조선닷컴(chosun.com)과 QS 홈페이지(topuniversities.com)에 공개됩니다.

[2013 아시아 대학 평가] 홍콩科技大·카이스트… 아시아 성장 이끈 젊은 대학들

개교 50년 미만 대학 평가

아시아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그 원동력으로 신생 대학들의 빠른 발전이 지목되고 있다.

'2013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도 개교 50주년 미만인 아시아 신생 대학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개교 50주년 미만인 대학들을 따로 비교하는 것은 역사적인 명성이 주는 이점이 적은 대학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신생 대학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아 대학들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에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홍콩과학기술대는 1991년 설립돼 올해로 개교 22주년을 맞는 젊은 대학이다. 아시아 대학 평가가 시작된 지난 2009년 종합 순위 4위였는데 2010년 2위로 올라섰고, 2012년 1위를 달성하고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종합 순위 17위에서 올해 10위로 껑충 뛰어오른 싱가포르의 난양공대도 1991년 설립됐다.

한국에서는 카이스트(1971년 개교)와 포스텍(1986년 개교)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두 대학 모두 뛰어난 연구 실적을 통해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카이스트는 공학·기술 분야의 학계평가에서 6위에 올랐고, 교원당 논문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교 이래 줄곧 '소수 정예' 전략을 고수해온 포스텍은 매년 교육 여건 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역량도 강해 논문당 인용된 횟수가 아시아 대학 중 넷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연과학 분야의 학계 평가에서 18위에 올랐다.

QS는 "아시아 신생 대학들은 서구 대학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대학들의 빠른 발전에서 미래 대학 교육의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옮겨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3 아시아 대학 평가] 영남대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35위, 세종대는 '외국인 교수 비율' 56위

한림대·가톨릭대·아주대 등 논문에 인용된 횟수서 두각

올해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들도 국제화 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울산대와 한남대는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분야에서 각각 아시아 50위와 72위를 기록했다. 동아대·인천대·순천향대도 같은 분야에서 각각 69·87·91위에 올랐다. 특히 순천향대는 국내로 들어온 교환학생 항목에서 높은 점수(71.1점)를 받아 39위를 차지했다. 영남대는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분야(35위)와 외국인 학생 분야(88위)에서 선전했다.

청주대는 외국인 교수·외국인 학생 비율에서 각각 42위와 68위에 올랐다. 국내로 들어온 교환학생 분야에서는 92위를 기록했다. 세종대도 외국인 교수 비율에서 56위를 차지했고, 조선대는 82위를 기록했다. 광운대는 외국인 교수 비율에서 81위,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비율에서 85위에 올라 국제화 분야에서 고른 성적을 나타냈다.

국제화 부문과 더불어 논문에 인용된 횟수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학들도 눈에 띈다. 한림대·가톨릭대·아주대는 논문에 인용된 횟수 분야에서 모두 8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아 각각 70·74·75위를 차지했다. 논문에 인용된 횟수에서 81위(79.4점)를 차지한 경상대는 가톨릭대·조선대와 함께 생명과학·약학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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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공 잘치는 사람 따로 있다?… 3할 타자의 뇌는 달라



■ 美 버클리대 연구팀, 움직이는 물체 판단 뇌부위 찾아내

[동아일보]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한다. 투수가 얼마나 공을 잘 던지는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들은 투수의 공을 정확히 보고 안타를 쳐 내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강도 높은 훈련에도 불구하고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1년에 10명 안팎.

똑같은 훈련을 받고도 어떤 선수는 3할대를 치고, 다른 선수들은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선수들은 팀 분위기, 훈련 내용, 컨디션과 같은 심리적 요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최근 고타율 타자들은 타고나는 부분도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바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판단하는 뇌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게리트 모스 박사팀은 뇌 뒷부분 ‘중측두피질(MT)’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 경로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뉴런 5월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세로로 세워져 있는 막대 3개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맨 위와 아래의 막대 두 개는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 피실험자의 눈에는 중앙에 있는 막대가 깜빡이는 막대들보다 오른쪽으로 더 많이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깜빡이는 막대들은 뇌에서 위치를 파악한 순간 이미 과거의 정보가 되는데, 가운데 있는 막대는 이동하는 경로를 눈으로 계속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진행 방향 앞쪽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보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의 중측두피질을 자기장으로 자극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한 다음 똑같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 중앙의 막대가 깜빡이는 막대보다 앞서 보이는 현상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동하는 물체의 위치를 예측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중측두피질이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서울대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 정위훈 박사는 “뇌는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정보의 지연을 보상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날아오는 야구공을 보면, 공은 일정한 궤적대로 움직일 것이란 전제 하에 이동 경로를 연장해 특정 시점에서의 공의 위치를 미리 예측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3할대 타자되는 법 있나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특정 투수의 구종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거나, 훈련을 통해 ‘공을 치는 타이밍’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을 끝까지 보고 위치를 확인해 방망이를 휘두르도록 훈련을 받지만, 실제로 이렇게 공을 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 선수는 선천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공을 오래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공을 정확하게 쳐 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견해다.

한 프로야구 구단 전력분석원은 “이 선수들의 선천적인 능력이 이번에 밝혀진 뇌 부위의 기능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꾸준한 훈련과 경험이 쌓이고 여러 요인이 뒷받침해 준다면 타율이 오를 수는 있지만, 이런 후천적인 노력만으로는 꿈의 3할대를 넘는 데 한계가 있다”며 “3할대로 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천적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뇌의 특정 부위와 기능을 향상시킨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위훈 박사는 “근육을 자주 쓰면 발달하듯 뇌도 자주 쓸수록 그 기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며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반복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면 중측두피질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선 동아사이언스 기자 petit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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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창조경제 이론서 첫 등장

이민화ㆍ차두원 공저 ‘창조경제’…“문화산업만이 아닌 과학기술+ICT가 한국의 특징” 

 

한국식 창조경제 이론서가 처음 등장했다.

이민화ㆍ차두원 공저 ‘창조경제(Creative Economy@Korea)’(북콘서트ㆍ1만5000원)는 창조경제의 개념과 함께 정책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창조성이 돈이 되는 경제다”라고 주장하면서 출발한 이 책은 한국의 창조경제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진화 단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유럽 등 각국은 주로 문화산업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한국은 국가 전체의 경제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타국과 달리 문화산업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ICT를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이끄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창조경제는 ①기술을 만드는 기술, 즉 메타기술의 발전 ②혁신생태계의 형성 ③시장플랫폼의 등장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통해 창조경제는 혁신과정이 쉬워지는 경제라는 점에서 과거의 혁신경제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즉, ▷‘창조경제의 다리’라고 명명한 메타기술과 혁신생태계가 죽음의 계곡을 쉽게 넘게 해주고 ▷시장플랫폼이 ‘다윈의 바다’(무한경쟁의 비유)를 건너는 비용을 줄인다고.

따라서 창조경제는 창조성인 과학기술과 창조성의 다리를 만드는 ICT와 창조성의 원천인 사회문화가 결합해 창조사회로 진입하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라고 규정했다.

저자는 발문에서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국가 미래 비전은 지금 대한민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의 위기는 북핵이 아니라 메말라 가는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스마트혁명이다. 철도혁명, 인터넷혁명보다 훨씬 더 거대한 스마트와 소셜 혁명은 빅데이터와 결합해 인류역사 최대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썼다.

따라서 향후 5년이 대한민국의 국가 흥망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책은 ‘창조경제방정식(Min’s Equation)’을 도출한 뒤 “창조경제는 혁신과 효율이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라고 맺고 있다.

저자 이민화(사진ㆍ카이스트 초빙교수)는 한국 벤처의 효시인 메디슨을 설립했다. 벤처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코스닥 설립과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등을 주도했다.

차두원은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과 사용자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등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정책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며 과학기술정책 관련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국가적 차원의 미래 비전, 창조경제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국가 미래 비전은 지금 대한민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의 위기는 북핵이 아니라 메말라 가는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노령화 사회, 양극화로 인한 사회 갈등해소 비용, 복지와 사회 안전망의 투자 등의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 청년들은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여 과반수가 공무원이 되고자 청춘을 바치고 있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무관용으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철도혁명,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더 거대한 스마트 혁명이다. 스마트와 소셜 혁명은 빅데이터와 결합하여 인류역사 최대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바로 한국의 창조경제라는 스마트 혁명을 맞이하는 국가의 비전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한국의 창조경제가 다른 나라의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진화 단계를 걷고 있다고 말한다. 타국은 주로 문화 산업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한국은 국가 전체의 경제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어갈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국가의 모든 힘을 결집하기 위하여 공유된 비전은 절대적이다. 향후 5년이 대한민국의 국가 흥망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민화

|||한국 벤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메디슨을 설립하였다.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벤처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코스닥 설립과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을 주도하였다. 금탑산업훈장, 한국경영자 대상,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한국의 100대 기술인 등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사)유라시안 네트워크 이사장, 카이스트 초빙교수,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중이다. 기업호민관 시절 중소기업의 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였던 저자는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기업가정신 교육과 영재기업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으로 벤처기업 창업 활성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였고, (사)유라시안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국가 미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 및 모바일 분야 특허 170여 건과 『한경영』 등 10권의 저서, 다수의 국제 논문을 집필하였다.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한국의 100대 기술 등 한국기술개발의 주역으로 선정
한국경영자대상, 공학인상 등과 아시아스타 등에 선정
산업계 최고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최초로 40대에 수상
IEEE등에 게재된 논문 대부분이 실제 메디슨의 초음파 기술에 적용.
100여 건의 특허 중 초음파, u-health 등 다수 사업화 완료.
코스닥 설립 주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주도. 한국의 주요 벤처제도 확립
카이스트 동문창업관 기증(이민화홀로 명명)
등 다양할 활동에 참여하였다.|||아주대학교에서 인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대모비스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며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등의 전문가로 활동하는 한편 2007년 인간공학기술사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정책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책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조경제와 창조산업, 지역R&D, 인간 중심의 과학기술 등에 관심이 높고, 『숨은창의 살리기』(2012) 등의 저서와 관련 분야의 다수의 국내외 논문과 보고서 등을 집필한 바가 있다.

 

1부_ 왜 창조경제인가
1장_ 숨겨진 한국 경제의 진실
한강의 기적, 최빈국에서 원조국가로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과 국가 리더십
추격자에서 개척자로


2장_ 창조경제의 앞선 이야기들
창조경제의 출현
창조경제의 개념
창조경제의 구성요소
해외 주요국에서 보는 창조경제


3장_ 한눈에 보는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
창조경제 도입기(1990년대) : 문화산업 중심의 지역 발전 전략
창조경제 개념 확장기(2009년) : 대기업-벤처 개방혁신 강조
국가 운영 철학으로 등장(2013년) :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


2부_ 한국의 창조경제를 말하다
4장_혁신경제를 넘어 창조경제로
마이클 포터의 혁신경제
창조경제의 3대 동인


5장_ 호킨스의 창조경제를 넘어 한국의 창조경제로
호킨스의 창조경제
한국의 창조경제


6장_ 창조경제 방정식과 8대 국가 전략
창조경제 가치사슬의 변화
창조경제 방정식과 창조경제 패러독스
창조경제 방정식과 창조경제 8대 국가 전략

3부_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그리고 혁신생태계

7장_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와 생태계 선순환
공정거래의 한계와 대·중소기업 양극화
동반성장과 평가지수
혁신 없는 이익을 경계하라


8장_ 창조경제와 혁신시장
왜 혁신시장인가?
실리콘밸리와 M&A
지식재산(IP) 시장


9장_ 창조경제와 창조금융
창조금융의 대두
특허 가치평가
특허괴물
한국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출범

10장_ 창조기업과 창조 경영
창조경제의 도래와 창조 경영
창조적 기업가 정신
혁신의 딜레마
사내혁신과 사내기업가
혁신생태계와 창조 경영


11장_ 창조경제와 벤처 창업
벤처의 태동과 성장 : 벤처1.0
벤처의 시련과 한계
벤처의 재도전 : 벤처2.0 프로젝트


4부_ 창조경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12장_ 창조경제와 창조 연구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
산학협력 실태
연구산업 클러스터 사례


13장_ 창조교육
창조성 교육, 정답에서 문제로
미국과 영국의 창조 융합교육: STEM
카이스트의 창조교육 사례 : IP-CEO 과정
주요국의 융합과학 연구 동향
창조성 이론


14장_ 창조도시와 지방자치단체
창조도시란?
한국의 지역 균형 발전 전략
한국의 창조도시 전략


15장_ 창조경제와 플랫폼 정부3.0
정부3.0이란?
정부2.0과 3.0의 차이
스마트 직접민주주의
창조경제 바로알기
지속 가능한 창조경제를 위한 8가지 포인트

현지화해 진화하는 창조경제
창조와 융합을 쉽게 이야기하지 말자
창업은 취업의 대체수단이 아니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의 창업경제 성공의 이면을 살펴보자
창조경제 시대의 혁신 주체는 민간이고, 정부는 촉진자다
창조경제는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이다
뒤를 돌아보고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모델을 설계하자
전문가 대담 : 창조경제에 대한 종합 논의(이민화, 차두원, 정지훈, 진행 차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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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추징금 내면 패배라 여겨”



정신과 의사가 그리스-로마신화로 푼 前現대통령 심리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쟁의 신’ 아레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6일 채널A ‘황호택의 눈을 떠요’에 출연해 전현직 대통령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神)에 비유하면서 “박 대통령은 목표 달성을 잘하는 ‘사냥의 여신’이자 차가운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가깝다”고 말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정치라는 사냥터에서 뚜렷한 목표의식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최고위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박 대통령이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모성의 여신’ 데메테르의 이미지를 가져와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훌륭한 대통령으로 각인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징금 1672억 원을 미납한 전 전 대통령은 ‘전쟁의 신’ 아레스에 빗댔다. 최 소장은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문제를 전투 대하듯 한다”며 “추징금을 내면 본인이 졌다고, 내지 않으면 이겼다고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북유럽의 신 호니르에 비유하면서 “호니르는 잘생기고 키도 큰데 혼자 있으면 우유부단해 결정을 못한다”고 소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최고의 신인) 제우스나 아폴로에 맞섰던 포세이돈처럼 김 전 대통령도 자신을 최고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략의 여신’ 아테나와 ‘모성의 신’ 데메테르를 합친 이미지라고 한다. 최 소장은 “김 전 대통령은 아테나처럼 치밀한 전략을 가졌다”면서도 “(딸을 ‘죽음의 신’ 하데스에게 뺏겨 슬퍼했던) 데메테르처럼 자신을 지지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슬픔도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행의 신’이자 ‘상업의 신’인 헤르메스에 비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으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교역을 일궈내 헤르메스 이미지에 딱 맞는다”면서 “다만 (헤르메스는) 말을 잘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거짓말로 비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 빗댔다. 최 소장은 “강렬한 감정을 가진 디오니소스는 남의 감정을 쥐락펴락 한다”면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불씨를 수호하는 여신 헤스티아와 가깝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헤스티아는 옆 사람의 감정의 격랑을 흡수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계속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문 의원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조용한 성격으로 발명을 관할하던 헤파이스토스는 벤처 사업가 출신인 안 의원과 닮았다”면서 “안 의원이 정치에 성공하려면 자신을 대신해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디오니소스의 특성을 지닌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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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무소유 시대]<3>일본 저성장 풍속도



울고싶은 세상, TV에서 공짜로 웃겨주네… 개그맨 전성시대

[동아일보]

《 “아니, 1주일 식비를 430엔(약 5000원)으로 모두 때울 수 있다고요?” “에∼.”(방청객들의 야유하는 소리) 그러자 개그맨 가스가 도시아키(34)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우선 쇠고기덮밥을 한 그릇 삽니다. 첫날에는 소스가 배어든 밥만 먹습니다. 둘째 날은 덮밥에 올려진 다진 파와 밥만 먹습니다. 셋째 날은 쇠고기를 절반만 먹습니다. 넷째 날에는 남은 고기 절반을 먹습니다. 다섯째 날은 덮밥그릇에 아직 남아있는 소스에 밥을 비벼 먹습니다. 여섯째 날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하나 사서 고기 패티를 빼고 빵만 먹습니다. 일곱째 날은 남은 패티와 밥을 함께 먹습니다.” 》

그가 속한 개그 2인조 콤비 ‘오도리’는 전국에서 제일 웃기는 개그맨을 뽑는 일본 TV프로그램 ‘M-1 그랑프리’에서 2008년 우승을 차지했다. ‘절약 개그’로 불리는 이들의 개그에는 애환이 녹아 있다. “무명시절 주스를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물병에다 눈깔사탕을 하나 넣고 흔들어 단맛 나는 주스를 만들었다”는 말에 사람들은 깔깔 웃는다.

이들이 이름을 알린 ‘M-1 그랑프리’는 일본 개그맨 전성시대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1603개 팀이 참여했는데, 2010년에는 4835개 팀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급증했다.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일본 최대 예능 프로덕션인 요시모토코교(吉本興業)는 1912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회사로 소속 개그맨만 1800명이 넘는다. 이 회사 매출과 수익이 비약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초부터. 2007년엔 연간 매출 2600억 원, 순이익 200억 원을 냈다. TV 개그 프로그램이 늘어난 데다 이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만담을 즐기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03년 ‘엔타노 가미사마(엔터테인먼트의 신)’를 비롯해 2004∼2005년 개그맨들이 단체로 나와 사람들을 웃기는 프로그램이 급증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상생활이 피곤할수록 서민들은 값싼 비용으로 또는 TV를 보면서 공짜로 웃고 싶어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업계와 기업의 마케팅도 소비자들의 이런 변화에 재빨리 대응했다. 제품 기능만을 돋보이게 하는 광고보다는 ‘일단 웃기는’ 광고가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콘셉트나 기능 자체에 재미있는 요소를 넣거나,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를 ‘펀(fun)’에 맞추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의 광고. 부부와 1남 1녀로 구성된 평범한 가족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평범하지 않다. 어머니와 딸은 평범하지만, 아들은 흑인이고, 아버지는 개(犬)다. 심지어 근엄한 목소리로 말도 한다. 소프트뱅크는 새하얀 홋카이도견을 앞세워 200편이 넘는 상업광고(CM)를 제작하였고, 이 시리즈는 5년 넘게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광고’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광고는 왜 개가 아버지인지 아직까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매회 귀여우면서도 엉뚱한 아버지의 활약에 웃음이 나올 뿐이다. 최근에는 주로 중후한 역할로 나오는 할리우드 배우 토미 리 존스를 이 집의 가정부 역할로 투입했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지만 소비자들은 예상 못한 캐릭터에 환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비슷한 흐름이 발견된다. ‘개그 콘서트’의 인기 캐릭터로 부상한 브라우니가 제일모직의 패션 브랜드 빈폴 모델로 발탁되더니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3에도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도 힐링 열풍이 거세다. 일본의 국민그룹 ‘스마프(SMAP)’가 불러 음악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해진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란 노래가 발표된 것이 2003년이다. ‘넘버원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원래부터 특별한 온리원(Only one)이니까’라는 이 노래의 가사는 마치 최근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힐링 서적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 같다. 연예인들도 독설형이 아니라 엉뚱한 이야기로 웃음을 유발하거나 상대방이 실수해도 ‘괜찮아, 괜찮아’ 하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치유형이 대세다.

한석주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컨설턴트   

정리=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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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철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 제왕학의 교과서 정관정요의 인간론

“한심하다.”

오히려 야속하다는 소리를 들은 친구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인간의 도리에 눈을 감아버리는 상대방이 밉기도 하지만 그런 상대방을 잘못 본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자책했다. 차용증도 없이 많은 돈을 빌려준 믿음에 배신을 당한 것이다.

살다보면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사람의 품격은 달라진다. 소인은 어려워지면 함부로 행동하게 된다. 문제는 소인을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데 있다. 사람 판별은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기업도 나라도 조직도 개인 삶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특히 인간 관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중국 당나라 태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제위에 오른 627년부터 649년에 이르는 24년 동안 정치 경제 문화예술 사회풍속 군사 등 다방면에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이를 중국 3대 태평성세 중 하나인 ‘정관치세’라고 칭송했다. 당태종의 정치철학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이전 시대 정치상의 득실을 고찰하여 역사의 거울로 삼는 것이 그 하나이고, 어질고 선량한 사람을 기용하여 그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을 상의하는 것이 그 둘이며, 소인을 배척하고 소원시하며 참언을 듣고 믿지 않는 것이 그 셋째이다. 당 태종이 무엇보다 치국의 도로 자기수양과 인간 관리를 최우선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현명하고 능력 있는 인간, 근본을 잃지 않는 인간을 선발해 어진 군주가 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근본을 저버리지 않았던 위징을 잃고 나서 태종이 하루는 측근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위징은 태종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300번이나 간언을 한 충신이었다.

“사람은 동경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아 의관을 제대로 바로 잡을 수 있소.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시대의 흐름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그 사람을 모범으로 하여 선악을 판단할 수 있소. 짐은 항상 이 세 개의 거울로 나의 잘못을 고쳐왔소. 이제 위징을 잃었으니 마침내 하나의 거울을 잃어버린 셈이오.”

위징과의 만남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태종은 사람을 찾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위징을 선택한 것은 위대한 결단이었다. 왕자 시절 이세민이 현무문에서 황태자를 살해한 후 위징을 불러 질책했다. 위징은 황태자 건성의 태자 세마였다.

“당신이 우리 형제를 이간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그가 죽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위징은 주저없이 태연하게 답했다.

“황태자 건성이 만일 저의 계책대로 따랐다면 틀림없이 오늘의 재앙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세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위징에게 경의를 표했다. 죽음을 불사하고 옳다고 여긴 바를 실천하는 위징을 높게 산 것이다. 나중에 황제가 되자 그를 간의 대부로 발탁했다. 태종은 이에 대해 신하인 장손무기에게 설명했다.

“과거에 분명 위징은 우리의 적이었소. 그러나 그는 전심전력을 다해 자기가 모시는 사람을 섬겼을뿐이니 이 또한 칭찬할 만하오.”

당태종의 인재에 대한 애정과 포용력을 알 수 있는 일화이다. 태종은 항상 인재를 그리워했다. 정관치세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다. 당태종은 치세기간 동안 끊임없이 위징 방현령 두여회 왕규 장손무기 등 신하들과 문답을 나눴고, 이들의 간언을 적극 수용했다. 수양제의 사례를 비춰보아 간언을 하는 신하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태종처럼 신하들의 간언을 요구하고, 받아들인 역대 제왕은 없었다.

정관 초년 공경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수양제는 잔인하고 포학했지만 신하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로 하지 않았으므로 자기에게 어떤 허물이 있는지 듣지 못했소. 결국 나라는 멸망했소. 대신들은 내가 백성들에게 불리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거리낌 없이 직언해 비판해야 하오.”

태종이 처음부터 명군은 아니었다. 그는 신하들의 충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비판을 감수, 성숙한 통치자로 거듭났다. 긍정적으로 주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당태종은 소통의 리더십의 교과서로 불려야 마땅하다.

소통의 핵심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사념, 욕심, 감정이 있으면 남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허수인(虛受人), 즉 마음을 비워 남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자가 소통의 대가다.

되도록 많은 신하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군주는 명군이고 자기 기분에 맞는 신하의 의견만을 존중하는 자는 암군이라는 말을 명심했다.

이와 관련 당태종은 인재를 끊임없이 갈구했다. 정관2년 태종은 신하에게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관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얻는 것이오. 만일 기용한 사람이 재능을 갖추지 못했다면 나라는 반드시 다스리는 일이 곤란해 질 것이오.”

당태종은 인재 추천을 적극 권장했다. 누구를 추천하는가를 보고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했고, 인재추천을 주저하는 신하들을 엄하게 꾸짖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통치자마다 인재추천의 기준은 다르나 통용되는 한 가지 기준은 있다. 바로 도덕이다. 대표적으로 기원전 2세기경 중국 한나라의 인재추천 기준은 효(孝)와 염(廉)이었다. 효란 부모에게 효성스러운 것이고 염이란 청렴하고 강직한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인재를 가려 뽑았다. 효와 염은 바로 도덕의 정수이다.

당태종은 원하는 사람 역시 도덕과 재능 학식 등 세 가지를 갖춘 자였다. 도덕에서 무지한 소인을 배척한 것은 그의 인재술의 핵심이다.

태종이 물었다.

“수양제는 우문술이 변방에서 세운 공훈을 칭찬하고 그의 아들 우문화를 높은 지위에 발탁했소. 그러나 그는 군주에게 어떻게 보답할 것인지를 생각하기는 커녕 오히려 군주를 시해했소. 이것은 무슨 까닭에서요.”

“군자는 자신이 받은 은덕을 충분히 간직할 수 있는데 소인은 은혜를 감당할 줄 모릅니다. 양현감과 우문화 같은 사람은 벼슬은 높았을지라도 모두 소인입니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군자를 존중하고 소인은 천하게 여겨 멀리했던 것입니다.”

문본의 대답 속에 소인과 군자를 구분하는 기준을 알 수 있다. 군자란 인간의 도리를 알고 행하는 사람이며, 소인이란 인간의 도리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사람이다. 인간의 도리는 은원관계를 분명히 하는 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기준을 찾는다면 책임감이다. 군자는 스스로 책임지고, 소인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군자는 자신이 처한 곤경을 하늘이나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뜻을 놓치지 않는다. 따라서 곤경에 빠진 군자는 반드시 형통하며, 곤경에 빠져 형통할 수 없는 사람은 소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라나 조직을 다스리는 사람에게 절박한 일은 대인을 임용하고 소인을 물리치는 일이다. 소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탁한다. 이를 결당영사(結黨營私)라고 한다. 대인은 수수한 마음으로 서로 도와준다. 이를 동심동덕(同心同德)이라한다. 동심동덕을 결당영사로, 결당영사를 동심동덕으로 간주하는 조직이나 나라는 오래갈 수 없는 것이다.

소인과 군자, 결당영사와 동심동덕을 구분해서 화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세상이 혼란할 때는 오직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재능만을 요구할뿐 그들의 덕행 여부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다. 재능과 덕행을 모두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춘추오패 중 으뜸으로 여기는 제나라 환공의 일화이다.

춘추시대 제환공을 보좌해 패업을 이루어 그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관중은 간신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관중은 죽기 전에 제환공에게 충언했다.

“역아와 수조 위공자는 절대로 등용하지 마십시오.”

제나라 3귀(三貴)라 불린 수조 역아 개방 세 사람은 교활한 방법으로 환공의 총애를 얻었지만 정작 환공은 이를 깨닫지 못했다. 관중은 그들의 행동거지를 면밀히 관찰, 환공에게 그들을 경계할 것을 충고했다.

그리고 3년 후 환공이 중병에 걸린 틈을 이용해 이들은 궁궐 문을 걸어 닫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후 환공을 굶겨 죽였다. 일세를 풍미한 영웅이 단 한 가지 소인을 가려내는 안목부족 탓으로 비참한 말로를 겪은 것이다.

훌륭한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훌륭한 사람을 발탁하여 중용할 수 없는 것, 사악한 사람을 싫어하지만 사악한 사람을 멀리할 수 없는 것은 나라나 조직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정관 초기 태종은 왕규와 문답을 나눴다. 왕규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저는 관자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제환공이 멸망한 곽나라로 가서 무엇 때문에 멸망했는지 그곳의 노인들에게 물었습니다. 대답은 군주가 선량한 사람을 좋아하고 사악한 사람을 싫어해서 망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제환공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인들은 군주가 선량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들을 등용하지 못하고, 사악한 사람을 싫어하지만 그들을 제거하지 못했기에, 나라가 멸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은 곽나라의 군주를 빗대 태종의 실천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이행(知難易行), 알긴 어렵고 행하기는 쉽다는 말이 있지만 지이행난(知易行難), 알긴 쉽되 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실천의 중요성은 선지자들이 누누이 강조했다. 순자는 ‘널리 배우는 것은 요체를 아는 것만 못하고 요체를 아는 것은 성실하게 행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실천은 형통이다. 실천하며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왕도이다. 당태종은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분명하고 능동적인 조치들을 실행에 옮긴 실천지향적인 리더였다.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재창조해간 탁월한 리더였다.

태종이 신하들과 나눈 문답집인 ‘정관정요’는 당나라 사관 오긍이 저술했다. 당 현종 이후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의무적으로 이 책을 읽도록 했으며, 조선 일본에서도 많은 지도자들이 ‘정관정요’를 읽었다는 기록이 있다. 명석한 군주의 길을 가르치는 교재로 이상적인 지도상을 제시한 ‘정관정요’는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린다.

논어는 배움에서 시작, 사람을 알아보는 것으로 끝난다. 논어의 첫 구절은 ‘배우고 자주 그것을 익히면 매우 기쁘지 않겠는가’이다. 마지막 귀절은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설 수가 없고,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이다.

‘정관정요’ 역시 사람을 강조했다. 정관정요는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에서 끝난다. 현명한 신하들을 옆에 두고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면서 나라를 이끌어갔다.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통해 나라를 다스렸다.

“황제는 태전에게, 전황은 녹도에게, 요임금은 윤수에게, 순임금은 무성소에게, 우임금은 서왕국에게, 탕임금은 위자백에게, 문왕은 자기에게, 무왕은 괵숙에게 배웠다. 이전 시대의 성왕들이 이러한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들의 공업은 천하에 빛날 수 없었을 것이고 명예는 역사책에 기록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짐은 역대 군왕의 뒤를 계승했지만 지혜가 성왕만 못한데 만일 스승이 없다면 어찌 수많은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정보철 : (주)이니야 대표, '고전경영' '한 끗 차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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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元朴·청와대 新朴, 정책 주도권 다툼


(사진 왼쪽부터)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靑, '정무장관 부활' 黨 원내대표 제안 하루 만에 거절

105개 지역공약 이행 방안 협상따라 갈등 커질 수도

- 경제 운용 방안 신경전

元朴 "세무조사, 투자 위축", 新朴 "조세정의 실현 취지"

- 서로 氣싸움 양상도

元朴 "대통령 만든 건 우리", 新朴 "정책 집행은 우리 몫"


새누리당과 청와대·정부 사이에 최근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무장관직 신설과 지역 공약 로드맵 이행 계획 등을 놓고 양측의 입장 차가 불거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권 창출 일등 공신인 당내 원박(元朴·원래부터 친박) 세력과 대선 이후 청와대와 정부에 기용된 신박(新朴) 세력이 정책 주도권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무장관 신설' 충돌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정무장관직 신설'을 청와대에 제안했다. 그러나 5일 청와대는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청와대와 논의를 해서 제안된 얘기가 아니다"라며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고 발표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청와대에서 하루 만에 거절한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가 거부한 이유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어렵게 통과시킨 지 2달밖에 안 됐는데 또 법을 개정하자고 하면 스스로 정부 조직 개편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에선 이 과정에서 정부 조직법 개편을 주도했던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정무장관 부활에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야당 동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안 된다'고만 하면 되느냐"며 "정무장관직 신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제 운용 방향 놓고도 신경전

새누리당에서는 경제 운용 방향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정책 라인을 타깃으로 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부가 발표한 '공약 가계부'에서 지역 SOC 예산이 11조원이 줄어든 데 대해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추경 편성 때도 정부 요청에 따라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대폭 줄였고, 당시에도 의원들이 "정부가 지역 경기 활성화에 무관심하다"고 불만을 드러냈었다. 이번에 국회 연설에서 최 원내대표가 "정부는 여전히 단기 대응 위주의 지표 관리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불만의 연장선에서 나온 얘기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정부 측은 "지역 사업에 씀씀이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만큼 실효성을 따져 반영할 부분을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으로서는 당장 경기 부양 효과가 나는 SOC 사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권 5년간 실적으로 평가받는 정부·청와대는 복지 비용 부담과 재정 건전성을 좀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도 당에서는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자는 취지"라는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元朴' 대 '新朴'의 기 싸움 양상도

새누리당 지도부에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인 '원박(元朴)'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2007년 대선 경선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정부·청와대의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활동했고, 이후에 국책 연구원장 등으로 재직하다가 대선 이후에 합류했다. 청와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나 곽상도 민정수석도 대선 때는 드러내고 일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등장한 인물들이다.

정치인 중심의 '원박'들은 "대통령을 만들었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쓴소리도 더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현재 박 대통령을 보좌해 예산을 짜고 정책을 집행하는 건 관료·학자 중심의 '신박'들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과 청와대·정부 측이 조만간 105개 지역공약 이행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어떤 사업을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협상을 하고 있다"며 "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커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선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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