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크드인, 전문성을 앞세워 다른 SNS와 차별화- IPO 이후 어려움을 겪은 페이스북도 2위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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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IT기업‘ 상위 10위 출처=포브스 | |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링크드인의 초고속 성장 비결은 인맥관리와 인력 알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5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기술(IT)기업’으로 인맥 전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업체 ‘링크드인’을 선정했다.
포브스는 미국 내 상장된 2100개 IT업체 가운데 연간 매출 1억5000만달러(약 1676억원)와 시가총액 5억달러 이상이며 최근 3년간 연 매출 성장률이 10% 이상인 기업들을 조사해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1위는 지난 1년간 11억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링크드인이 차지했다. 링크드인은 지난 3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도 102%에 달해 2위 페이스북(87%)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링크드인은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인맥’ 관리 SNS를 통해 다른 SNS 기업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링크드인은 이용자가 기업내 직책, 이력 등을 올리면 구직자와 고용주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기 때문에 전문 인력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 결과 링크드인 회원수는 2012년 2억200만명으로 전년대비 39% 증가했다. 링크드인은 빠른 회원수 확장을 통해 2011년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급성장하고 있다. 포브스는 앞으로 3~5년간 링크드인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도 5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위와 3위는 페이스북과 애플이 각각 차지했다. 회원수 11억명 이상으로 세계 최대 SNS 회사 페이스북은 지난해 5월 IPO 이후 38달러였던 주가가 9월 17.73달러로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그러나 모바일 분야 광고사업 강화 등을 통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8% 증가한 1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김태현 (thkim124@edaily.co.kr)
이건희 삼성 회장이 7일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사업의 품격을 높여 나가자고 주문했다.
또 이웃·지역사회와 따뜻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상생'이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37만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그동안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오직 한 길로 달려왔다"며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제 삼성은 세계 위에 우뚝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년 전 우리의 현실은 매우 위태로웠다"며 "21세기가 열리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부터 변하자, 처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신경영 선언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낡은 의식과 제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 버리고, 양 위주의 생각과 행동을 질 중심으로 바꾸어 경쟁력을 키웠다"고 자평했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매출이 1993년 29조원에서 지난해 380조원으로 13배 증가했다. 수출은 107억달러에서 1572억달러로 15배 늘어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1등 기업 삼성 앞에 높인 또 다른 위기를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20년을 넘어 새로운 변화의 물결 앞에서 한 단계 더 나가자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개인과 조직, 기업을 둘러싼 모든 벽이 사라지고 경쟁과 협력이 자유로운 사회, 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창조적 역량을 모으자"고 독려했다.
삼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다함께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자"며 "이것이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 자랑스러운 삼성을 향한 첫 발을 내딛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가자"고 격려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안주하면 추락" … 끊임없는 혁신으로 퍼스트무버 굳힌다
태양전지·LED·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 23조 투자
인문계 SW개발자 육성 등 통섭형 인재 확보에도 앞장
지난 4월6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입국장은 수십 명의 취재진과 이를 구경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잠시 후 이건희 삼성 회장이 85일간의 오랜 해외체류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카메라 앞에 선 이 회장은 올해로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결연하게 말했다.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더 열심히 뛰고 사물을 깊게 보고 멀리 보며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이 회장 특유의 강한 의지와 절박함이 전해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삼성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추앙 받고 있지만 언제라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이 회장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의 '깊게 멀리 보며 연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금의 초일류기업을 넘어 100년, 200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비전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당장 1~2년 뒤의 미래가 아닌 삼성이 향후 100년, 200년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길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뒤 20년간 삼성의 목표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놓여진 신경영의 목표는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기업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인 셈이다.
◇100년 뒤 미래를 위한 씨앗 뿌린다=이 회장은 일찌감치 일본의 '히노키나무'에 빗대 미래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1년에 겨우 25㎝밖에 자라지 않는 히노키나무는 다 자라려면 100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의 시간은 그만한 값어치를 합니다. 똑같이 100년을 키워도 다른 정원수는 기껏 몇 백만원인데 히노키는 2억~3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때도 어떤 나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듯 기업도 히노키와 같은 고부가가치형 사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반도체'와 '휴대폰'이라는 히노키나무를 선택했고 삼성은 과감한 투자와 주도면밀한 사업전략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 회장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듯 삼성도 어찌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다시 한번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오늘날의 삼성을 가능케 한 휴대폰 사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의 고민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으로 대표되는 '5대 신수종 사업'의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당장 100년 기업의 운명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은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이들 5대 신수종 사업 분야에서만 5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삼성이 초음파 진단기기, 체외 진단기기, 디지털 엑스레이에 더해 CT 등 진단 의료기기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신수종사업인 의료기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변화와 혁신은 아직 진행형=3월 삼성은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육성하는 내용의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춘 이른바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인문계 전공 입사자들은 6개월간 96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정식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채용된다. 교육시간을 모두 환산하면 실제 4년제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학생보다 1.2배나 많은 셈이다.
삼성의 이 같은 시도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재를 바라보는 기업의 눈도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감성에 기반한 인간 중심의 기술이 중요해지는 미래사회에서는 통섭형 인재의 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의 귀재'로 불리던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이공계 출신이 아닌 인문학도였다. 그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스마트 혁명'을 일으키면서 첨단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 확보가 기업들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삼성의 채용문화 역시 인재를 중시하는 신경영의 또 다른 유산으로 평가된다.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도 삼성을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이 회장은 과거 "소니나 벤츠는 멀리서 봐도 바로 알 수 있지만 삼성은 모방만 하다 보니 삼성만의 아이덴티티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신경영 선언 3년 뒤인 1996년 이 회장은 "디자인은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담아야 한다"며 '디자인 혁명'을 주창했다. 그해 삼성디자인학교(SADI)가 세워졌고 2001년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디자인경영센터가 설립됐다. 당시 다른 기업들이 원가절감과 품질에만 매달릴 때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디자인에 대한 이 회장의 고집은 오늘날 하나 둘씩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출품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44개 상을 휩쓸었다. 최근 3년간 수상성적을 종합한 'iF 랭킹'에서도 삼성은 애플과 소니ㆍBMW 등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달 29일 열린 삼성전자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화두는 여전히 '삼성만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자'였다. 이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부르짖는 고집이야말로 삼성을 초일류기업을 넘어 100년, 200년 기업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아이뉴스24>
오는 10일 삼성이 수원 디지털시티 내 신규 연구소 입주식을 갖는다. 연면적 약 30만㎡ 규모의 이곳 'R5' 연구소는 그동안 여러 곳에 나눠져 있던 무선사업부 연구인력 1만여명을 수용한다. 이번 연구소 완공으로 삼성 디지털시티는 연구 인력 약 2만3천명 이상이 상주하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R&D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삼성의 '갤럭시 신화'를 이어갈 미래 혁신이 여기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삼성은 R5 연구소 완공에 앞서 7일 기존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새롭게 개편한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도 개최한다. 이 행사는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경쟁 제품과의 기술격차 확인 등을 위해 격년으로 열고 있는 행사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을 맞아 확대 개편한 올해 행사 역시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이 열리는 7일은 '삼성 신경영 선포 20주년' 기념일이다. 삼성에겐 큰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R5 연구소 입주식이 딱 사흘뒤인 10일인 것도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7일 핵심 경영진 200여명이 모인 독일 프랑크프루트 켐핀스키 호텔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도 여기서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총 350시간 동안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경영 정신을 설파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포는 삼성 그룹 역사에서 전후를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지난 5월20일 '열정락(樂)서' 강연에서 '삼성의 오늘과 미래, 그리고 신경영'이라는 주제 발표를 맡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역시 "신경영 때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1993년의 신경영이 없었다면 2013년 오늘의 삼성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빠져 있었다며 일갈했다. 실제로 삼성은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만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는데도 일선 경영진은 눈앞의 양적 목표 달성에 급급해 부가가치, 시너지, 장기적 생존전략과 같은 질적 요인들을 소홀히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우리는 자만심에 눈이 가려져 위기를 진정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탄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에는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라인스톱 제도'다. 라인스톱제에서는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함으로써 문제 재발을 방지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세탁기 생산라인이 신경영 이후 라인스톱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라인스톱제는 이후 전자 관계사 모든 사업장으로 퍼져나갔다. 생산물량이 밀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라인을 세워야 하는 생산 담당자들에게는 상당한 고통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전자제품의 경우 1993년의 불량률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1995년에는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태운 불량제품 화형식도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제품 불량률이 무려 11.8%까지 올라가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서 수준 미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회사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약 150억여원 어치의 제품을 수거해 화형식을 거행, 전량 처분했다.
신경영 후 삼성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룹 매출이 29조원(1993년)에서 380조원(2012년)으로 13배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천억원에서 38조원으로 47배 증가했다. 당시 14만명의 인력은 42만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났으며, 시가총액은 7조6천억원에서 338조원으로 44배나 덩치가 커졌다.
지난해였던 2012년 기준 삼성이 보유한 세계 1등 품목은 20개가 넘는다. 1993년에는 고작 2개였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2년 무려 201조원의 매출과 23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신경영 20년이 지난 지금, 이건희 회장은 다시 삼성의 20년을 고민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4월 석달간의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 신경영 20주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며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더열심 뛰고, 깊게 보고,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희 부회장 역시 열정락서 강연에서 "삼성에게 있어 2013년은 1983년 창업해서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고 삼성 100년 기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삼성, 朴정부 창조경제에 대규모 투자로 화답삼성은 올해 R5 연구소 외에도 특히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부문 R&D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화답하는 성격이 크지만 그와 동시에 삼성이 나아갈 미래 발전방향의 가닥을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순방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고 이후 일본 등을 거친 뒤 21일 귀국했다. 그 사이 삼성그룹은 굵직한 발표를 세 건이나 쏟아냈다.
우선 삼성은 5월13일 국가 핵심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향후 10년간 1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6월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기초과학 및 ICT 융합 기술개발 등 3대 미래 기술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일단 올해 3천억원을 우선 출연한다. 이후 2017년까지 5년간 7천500억원을 투입한 뒤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7천5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재단은 이를 재원으로 ▲과학기술의 근본인 '기초과학'분야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기술 ▲부가가치 창출이 큰 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 정부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3대 미래 기술 육성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다.
또, 삼성은 이틀 뒤인 15일에는 대규모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5년간 1천700억원을 투입해 5만명을 대상으로 SW 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2천명의 SW 인력을 채용해 총 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먼저 대학생을 대상으로 'SW 전문가 과정'과 'SW 비전공자 양성과정'을 신설한다. 기존 SW 양성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삼성 SW 멤버십(전자)'과 '에스젠클럽' 역시 확대해 1만명 규모의 SW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는 '주니어 SW 아카데미'를 설립해 4만명에게 SW 조기교육을 실시한다.
SW 인력 채용과 관련해서는 기존 채용인력 연 1천500명보다 30% 늘린 2천명을 매년 채용해 5년간 1만명 이상을 고용한다. 또 올해 처음 도입한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SW 전환교육 프로그램인 '삼성 컨버전스 SW 아카데미'(SCSA) 역시 당초 200명 채용에서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의 SW 인력 양성은 스스로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에 대한 화답이다. 특히 서비스 및 SW 관련 산업 및 인력 양성이 고용 등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SW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SW 산업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삼성은 6월5일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차 협력업체들까지 폭 넓게 아우르는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올해 3천27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1조2천억원을 이 프로그램에 투입하기로 했다. 1차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을 목표로 인력 양성, 공동 R&D, 기술과 노하우 전수에 집중한다. 또 2차 협력업체들에게는 제조현장 혁신, 프로세스 혁신, 생산기술 지원, 교육 등 4대 분야로 나눠 업체별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삼성은 특히 1, 2차 협력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을 위해 '상생협력 아케데미'를 삼성전자에 설립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 개인창업가들에게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무상 공개 범위를 확대해 창업 및 신제품 개발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업 강자 삼성전자, '소프트 경쟁력' 강화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앞서 권오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현 상황을 전자산업 격변기로 진단하며 '소프트 경쟁력'을 강조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키아의 안방인 핀란드와 애플이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R&D 조직을 양성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핀란드 에스포시에 영국 모바일 R&D 센터의 분소 개념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북유럽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 개발자들도 대거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의 우수 인력들을 노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성전자 영국법인 문용석 부사장은 이와 관련 북유럽 언론 관계자들에게 보낸 초청장을 통해 "차세대 모바일 기술에 주력하기 위해 북유럽 R&D 센터를 연다"며 "혁신적인 기술과 효과적인 프로세스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R&D 인력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특히 리눅스 등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미국 멀티스크린용 앱 개살사인 '모블'(MOVL)을 인수해 실리콘밸리로 인력과 자산을 옮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실리콘밸리 스탠포드 대학 인근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설립하기도 했다. SSIC는 올해 1억 달러 규모의 '삼성촉진펀드'를 조성해 현지 창업 벤처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는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에게 다소 생소한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수출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하드웨어 제조 부문에서는 세계 선두로 올라선 삼성전자가 향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꼭 필요한 역량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패권이 제조업 중심의 노키아나 모토로라에서 애플, 구글로 넘어간 것도 결국 소프트 경쟁력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역량 강화도 이같은 분위기와 흐름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2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2013년 상반기 디자인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겸 디자인경영센터장 윤부근 사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정보모바일(IM)부문장 신종균 사장, 경영지원실장 이상훈 사장, 미디어솔루션센터장 홍원표 사장,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이돈주 사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현석 부사장 등 삼성전자의 핵심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디자인 회의를 가져왔다. 이번 회의는 특히 신경영 20주년인 올해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과 맞물려 더욱 중요하게 다뤄졌다. 윤부근 사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사 아이덴티티 강화에 초점, 멀리서도 삼성 제품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전략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6월에는 한달 동안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도 개최한다. 포럼 중에는 삼성전자의 사장들과 해외 법인장 등 경영진들이 총집결하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도 맞물려 있다. 수원과 기흥사업장에서 진행되는 글로벌전략회의는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주관한다.
◆새로운 20년을 향한 숙제새로운 20년을 향한 숙제 또한 있다. 기존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선 제품과 관련해서는 교만 없는 비교평가가 필요하다. 20년 전 신경영도 자기 반성부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프루트 선언 이후 삼성은 기업의 현위치를 점검했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조직의 문제는 없나 ▲임직원의 인식 수준은 어떠한가 등을 면밀히 따졌다. 이후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등을 통해 전략과 목표를 재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비교평가는 필수 코스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많은 제품들이 세계 1등을 하고 있지만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것이 이 회장의 위기론이다. 현재 삼성은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오, 의료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신사업 발굴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1등 기업 답게 기업 시민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일도 중요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신년사에서는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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