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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88 2013. 7. 23. 10:02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

 [돈줄 조이는 中, 심상찮다]

中 경제 체질 수술 나서 - 거품 빼려는 시진핑 정부… 홍콩 핫머니 차단, 금리 널뛰기

진짜 문제는 中 실물 경제 - 수출·내수 함께 추락할 가능성

지난달 수출 증가율 1%에 그쳐… 제조업 지수 9개월만에 최저

불안한 한국 기업들 - 흑자 내던 두산 인프라코어

中 굴착기 공장 개점 휴업에 1분기 적자만 100억원 달해

지난주 중국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리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는 장중 13.85%를 찍었다. 지난달까지 3~4%대였던 것이 두 자리 숫자로 뛴 것이다. 중국 10대 은행 중 몇 곳의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베이징의 금융계 인사는 23일 "은행 간 금리만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지난 3월 출범한 시진핑 정부의 전환기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중국 경제의 방향을 기존의 고속(高速) 성장이 아닌 중속(中速) 성장으로, 경제의 중심축을 수출이 아닌 내수(內需)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경제에 낀 거품을 빼고,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 직격탄을 우선 금융시장이 맞았다.

◇핫머니 차단에 은행들 유동성 위기

중국 은행의 신용 경색은 중국 정부가 신용 거품을 잡기 위해 돈줄을 조였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늘린 결과 중국 기업·가계·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8년 153%에서 지난해 중반 183%로 늘어났다. 문제는 풀린 돈이 부동산 등에 흘러가 거품을 만들고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신용 거품을 빼기 위해 우선 홍콩에서 유입되던 핫머니를 차단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10억달러어치 상품 수출을 중개하면서 수출액을 50억달러로 허위 신고한 뒤 차액 40억달러에 해당하는 핫머니를 들여와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해 왔다. 홍콩에서 들어오던 핫머니가 끊기자 중국의 은행들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대형 은행인 광다은행(光大銀行)과 싱예은행(興業銀行)이 결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루머가 돌면서 은행들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됐다.

중국의 은행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을 향한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국은 과거처럼 통화 확대에 의존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위험은 실물경제 추락

그런데 중국의 전환기 리스크는 실물경제 쪽에서 도드라질 가능성이 크다. 수출보다는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것이 중국 새 정부의 기본 입장인데 부패 척결을 같이 내세우고 있어, 수출과 내수가 함께 추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50여개 백화점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장용환(張龍煥) 선진그룹 사장은 23일 "올 들어 매출이 작년보다 25%쯤 줄었다"고 말했다.

각종 통계 지표도 쪼그라드는 중국 경기를 반영한다. 6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3으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가 50 아래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1%에 그쳤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지난 1분기 7.7%까지 낮아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경제 살리기'보다 반(反)부패 운동 등에 더 힘을 쏟는 분위기다. 장관급을 제외한 공무원의 밥값을 한 끼당 150위안(2만7000원) 이하로 규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연간 80억위안(1조5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공무원의 판공비를 규제하면서 연간 14%대였던 소비 성장률이 12%대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中 경제 추락, 한국엔 초대형 악재

중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 경제에 초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343억달러로, 미국(585억달러)과 일본(387억달러)의 수출액을 더한 것보다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매출액 400대 제조업체의 중국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하반기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준선인 100을 크게 하회하는 90.7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중국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한국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의 중속 성장의 후폭풍을 이미 맞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기계 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1분기에 건설 중장비 부문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42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것이다. 중국 산둥(山東)·저장(浙江)성에 있는 현지 굴착기 공장의 1분기 가동률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23%대로 떨어진 여파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의 새 정부가 중국의 체질을 완전히 뜯어고치려 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은 버냉키 쇼크의 예고편일 뿐이다. 양적완화로 달러자금 회수가 본격화하면 중국ㆍ유로존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세계적인 국제금융 권위자인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 '연준 양적완화 축소'라는 출구전략 시행 불안감이 초래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신 교수는 23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현 상황(연준 양적완화 축소ㆍ중단에 따른 달러 회수)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1996년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때는 중국이 외환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당시만 해도 중국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글로벌 자본 유입이 많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인 달러자금 회수와 이에 따른 달러 자금 경색 충격을 겪지 않았다.

신 교수는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도 급격하게 덩치가 커졌고 무역의존도가 큰 중국의 특성상 은행 외에 수출기업 등 비은행기관을 통해 달러화가 더 많이 유입됐다"며 최근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달러 글로벌 유동성이 중국 내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물론 경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달러 회수 단계에 접어들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도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쑨쉐궁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경제연구소 부소장도 최근 중국의 유동성 부족 현상과 관련해 "대출난에 대출비용이 상승하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유로존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신 교수는 "재정위기국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OMT) 시행, 달러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유로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달러자금 회수에 들어가면 유럽 재정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 신 교수는 "양적완화 축소로 중국ㆍ유로존이 위기에 빠지면 당연히 한국 실물경제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그나마 우리나라는 금융 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은행 채권투자 과세, 외화부채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에 비교적 잘 대처했다고 본다"며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달러 자금 경색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국채 시장은 혼란을 지속했다. 19일 버냉키 쇼크 후 사흘째 투매가 이어지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1일 전날보다 0.12%포인트 급등(채권값 급락)한 2.53%에 마감해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 박봉권 기자 /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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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적완화 축소 → 엔화강세…아베노믹스에 치명타"

◆ 글로벌경제 긴급진단 ◆

"양적 완화 축소ㆍ중단이 아베노믹스 성공 확률을 확 떨어뜨릴 것이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20년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 사슬을 끊기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연준 출구전략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봤다.

신 교수는 "아베노믹스 골자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위험 추구 행위를 더 부추기는 한편 엔화 약세를 통한 엔 캐리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전제조건이 무너지지 않아야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양적 완화 때문에 엔화가치 약세 유도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연준 양적 완화가 축소되면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위험 추구 채널이 마비된다"며 "이때 안전자산인 엔화가 역설적으로 강세로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 완화 축소ㆍ중단 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과 관련해 그동안 과도하게 풀렸던 달러 글로벌 유동성이 말라붙어 '달러 가뭄'에 시달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다음은 신 교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발(發) 양적 완화 출구전략 쇼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결국은 글로벌 유동성(global liquidity) 문제로 볼 수 있다. 양적 완화로 풀린 대규모 글로벌 유동성 덕분에 그동안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인위적인 호황을 보였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기반으로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위험 추구 성향이 확대되면서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위험 추구 성향을 키우는 연결고리가 강해졌다. 그런데 양적 완화 중심에 서있던 버냉키 의장이 연내에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내년 중반께 자산 매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는 출구전략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훼손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적 완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부양시켰던 시장 흐름이 역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만큼 시장 혼란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인위적인 경기 부양이 오래되면 될수록 나중에 풀린 유동성을 걷어들일 때 그 충격이 컸다.

―연준 출구전략으로 미국보다 다른 국가 시장이 더 요동을 치는 배경은.

▶미국 통화정책(출구전략)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달러화가 위험 추구 행위를 부추기는 글로벌 유동성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달러화다. 글로벌 유동성 자체가 달러 글로벌 유동성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 밖에 있는 외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 규모는 10조달러에 달한다. 미국 상업은행들이 쥐고 있는 달러 총자산 규모와 맞먹는 것이다. 미국 상업은행만 한 은행이 미국 밖에 또 하나 있다는 얘기다. 연준 양적 완화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지다 보니 외국 은행들로서는 달러 레버리지(차입)가 커진 셈이다.

―유로존 등 재정위기국에 양적 완화 축소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가.

▶미국 밖에 있는 은행 자산 10조달러 대부분은 유럽 은행들 소유다. 그만큼 연준 출구전략 시행으로 달러 자산이 대거 이탈하면 유럽 재정ㆍ부채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유럽 은행들이 크게 출렁거릴 위험성이 크다. 버냉키 쇼크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을 중심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 외환위기는 없을것

―중국도 버냉키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한것 같다.

▶중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자본수지가 아니라 경상수지를 통해 더 많은 달러화가 유입되고 있다. 또 투자 목적으로 달러를 들여오기 위해 수출기업들이 수출 인보이스를 부풀려 달러화를 실제 수출액보다 더 많이 가지고 들어오는 등 외환시스템 허점을 이용해 유입된 달러 규모도 적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경험했을 때처럼 중국 신탁ㆍ이재상품을 운용하는 그림자 금융이 단기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는 자금 미스매치(만기 불일치) 문제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자금 회수가 본격화하면 중국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해 대표적인 단기금리 지표인 상하이 은행 간 대출금리인 시보(SHIBOR)가 지난주 한때 사상 최고치로 폭등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달러 자금 유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낙관론도 있지만 이는 실물에 비해 금융이 작아 통제가 가능했던 시기에 적용되는 얘기다.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내리거나 직접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겠지만 자산건전성은 유동성 투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

▶그나마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에 비교적 잘 대처했다고 본다. 금융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은행 채권투자 과세, 외화부채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 과도한 글로벌 유동성 유입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해놨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만큼 탄탄해졌다고 본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달러 유동성 회수에 따른 자금경색이 제일 두려운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자금경색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인데 한국은 원ㆍ달러 환율이 자동 완충 작용을 하는 측면이 있어 그나마 낫다. 글로벌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그림자금융·지방부채·생산과잉…中경제 위협 `3大 리스크`

◆ 글로벌경제 긴급진단 ◆

쑨쉐궁(孫學工ㆍ46)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 거시경제 지표가 부진한 데 대해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경기 부양책 도입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소속인 그의 이런 발언은 다소 낙관적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정부 생각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일본 엔저 정책에 중국과 한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단기금리가 급등락하는 등 자금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핫머니 유입이 줄어들면서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외국 투자기업의 배당금 본국 송금과 결제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등 계절적 요인까지 겹친 탓이다.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까.

▶어느 정도 실물 경제에 영향이 있다. 경제주체들의 대출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대출 자체에서도 곤란을 겪을 것이다.

―중국 정부 대책은.

▶당국의 기본적인 방침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은 최소화하면서 이미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경제 구조조정과 민생 개선에 도움이 되는 대출 수요는 적극 충족시키겠지만 생산능력이 과잉돼 있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에 대한 대출 수요는 계속 제한하고 축소할 것이다.

―제조업 지표가 부진해 염려가 많은데.

▶최근 구매관리자지수(PMI)가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중소기업 경영난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경기 하강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경제 변화와 임금, 땅값 등 생산비용이 오른 것이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단기적인 경제지표가 나빠졌다고 해서 중국 경제 펀더멘틀(기초경제여건)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 경제 경착륙을 염려하는 등 비관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올해 정부 목표치인 성장률 7.5%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7%대 이상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 과거처럼 급속한 성장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이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올해 거시정책 방향을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으로 확정한 바 있다. 올해 경제정책은 이런 틀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구조적인 감세와 중소기업 지원, 민생 개선 등을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차근차근 집행해 나갈 것이다.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나빠지면 재정 투입 속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경기 부양책 도입은 합당하지 않다.

―정부가 경제적으로 가장 염려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생산 과잉과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최대 위험요소(리스크)다. 지방정부 부채는 그 규모보다는 누적되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는 아직 성장과 리스크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메커니즘이 구축돼 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가장 염려한다. 저개발국에 비해서는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고,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한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은.

▶엔화 절하를 유도하는 일본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중국과 한국이 함께 피해를 보고 있다. 중ㆍ한 양국이 동일한 방침을 갖고 일본과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엔화 절하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계기로 아시아 내 다자간 정책 조율 메커니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이 무역보호를 통해 재산업화 전략을 펴면서 중국과 한국 수출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 He is…

쑨쉐궁은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경제연구소에 20년째 몸담고 있는 소장파 학자다. 사회과학원에서 국제경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조언하는 중국 내 유력 인사 중 한 명이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버냉키 쇼크] 정부 10문 10답…금융·외환시장 변동폭 큰가? 주가 한달간 -8.6% 브라질·러보다 작아

정부는 ‘버냉키 쇼크’에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며 공식적으로 ‘10문 10답’ 자료를 내고 시장 참여자를 안심시켰다.

①미국 양적완화 조기 종료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향후 대응 방향은=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는 미국경기 회복 등 긍정적 측면은 간과하고 양적완화 축소에만 과민 반응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시장 불안 조짐이 보이면 신속 대응하겠다.

②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큰가=지난달 22일부터 한 달 동안 우리 주가는 8.6% 하락했고,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62.0bp 상승했다. 주가는 브라질(-16.7%), 필리핀(-16.3%), 러시아(-14.5%) 등 다른 나라보다 변동폭이 작고 국채금리 상승폭도 브라질(212.0bp), 인도네시아(136.1bp), 러시아(115.8bp) 등에 비해 작다.

③최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심각한가=주식시장에서 올해 9조1000억원이 유출됐지만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 잔액(5월 말 기준 414조원)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은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

④2008년 금융위기 때 외국인 자금이 156조원 유출됐다. 걱정할 필요 없나=2008년 이후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는 100조원 수준이다. 2008년 이후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 전체를 미국 양적완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⑤해외 투자자가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나=우리는 경제 기초체력이 다른 신흥국보다 양호하다.

⑥외화 유동성은 충분한가=5월 말 외환보유액은 3281억 달러로 단기외채(1222억 달러) 등을 감안할 때 대외 안전판으로 충분하다. 총 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9.8%로 1999년 말 이후 가장 낮다.

⑦외환시장 불안하지 않나=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원화 가치는 3.5% 떨어졌다. 이는 브라질(-8.6%), 러시아(-4.7%), 태국(-4.0%), 필리핀(-5.7%), 인도(-6.4%)보다 크지 않다. 쏠림현상, 투기거래 등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면 시장안정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⑧거시 건전성 조치를 조정하나=해외자본 유출입이 과도해서 거시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되면 건전성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⑨향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계획은=글로벌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

⑩변동성 확대가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인가=무디스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언급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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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 낮아”… ‘버냉키 쇼크’ 진정될까



ㆍ2주째 외국인 순매도 행진… 주가·환율 우려 증폭

ㆍ금융당국 회의 “한국 경제 체질 양호” 불안감 잡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푸는 돈의 규모를 줄이는 것) 계획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고,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증시 폭락, 환율·채권금리 급등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9일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힌 후 코스피지수는 이틀간 3.47% 하락해 21일 1820선으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달러당 1130.8원에서 1154.6원으로 올라 이틀 새 원화 가치가 2.07% 평가절하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개월여 만에 연 3%대로 올라섰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한국 주식가격이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과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일 이후 5조원이 넘는 금액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도 불안하다.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98조8000억원 가운데 유출 위험이 있는 자금은 34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첫 번째 양적완화가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채권자금 61조3000억원 가운데 91.5%인 56조1000억원이 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 중 안정적인 중앙은행·국부펀드의 보유분을 뺀 34조원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23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특별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정부가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 발언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우리 경제는 재정 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외채 구조 등 경제 기초 체질이 다른 신흥국보다 양호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으로 수출 확대 등 기회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과 외환자금시장 등 자본 유출입 동향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기적 거래나 시장 쏠림 등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면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7월 장기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등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회사채시장과 중소기업 자금 사정을 점검해 필요하면 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다음달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과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주영·오창민 기자 young78@kyunghyang.com>

현오석 "경기회복 앞두고 기업 先투자 나서야"(종합)


"고소득자 조세감면 줄여 서민층으로…교육비·의료비 세액공제로"

R&D 설비투자 세액공제서 정부 출연금 제외

(세종=연합뉴스) 유경수 박용주 박수윤 기자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앞두고 기업이 먼저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23일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과 계룡산 산행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을 두고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하지만 출구전략은 결국 경기 회복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시장 혼란이 곧 잦아들 것인 만큼 회복에 앞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선 "엔저 때문에 걱정했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라면서 "현재 추이를 좀 지켜보고 있으며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크게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환율 변동 등 불안이 확산하지 않는 한 적극적인 정책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 부총리는 "하반기 3%, 내년 4% 성장률 달성 목표는 지금도 유효하다"면서 "경제 민주화는 경기회복과 양립 가능하므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집중된 기존 조세 감면 제도를 정비해 중소기업과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세 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면서 "같은 금액의 소득공제라더라도 소득수준에 따라 혜택에 차이가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비, 의료비 등 세액 공제로 전환할 대상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으로 "조세 지원의 형평성, 세부담에 미치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부연했다.

기재부는 이와관련, 국가 지원금을 R&D에 투자하면서 세액공제를 받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R&D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 투자금액에서 정부·공공기관 출연금을 제외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조세지원 대상 R&D 비용의 인력개발비의 경우, 연구소·전담부서 직원이 아닌 일반직원의 유학비, 위탁훈련비 등을 제외하는 방안도 추가로 모색 중이다.

다만 원천기술 R&D나 신성장동력 R&D 등 핵심 R&D 비용과 기술혁신에 직접 기여하는 R&D 비용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는 26일 공청회를 통해 조세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안을 확정, 8월 세제개편안에 담을 예정이다.

현 부총리는 25일 경제 5단체와 관계 정부부처 간 간담회에 대해선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2단계 투자활성화 계획 발표를 앞두고 경제현안 등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것"이라면서 "경제민주화 등 현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전달하고, 기업활동 관련 경제계의 건의사항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펀더멘털' 이번엔 정말 괜찮을까

당국 이구동성 “노 프로블럼”

1997년 외환위기 때도 “튼튼”

신흥국 비해 상대적 양호 불구

기업 자금조달·가계부채 ‘부담’
‘버냉키 쇼크’에 다시 ‘펀더멘털’이란 용어가 회자한다. 한국은 경제기초(펀더멘털)가 양호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게 요지다. 정부 관료, 한국은행 간부,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한 금융통화위원은 “한국은 노 프로블럼(No Problem)”이라고 했다. 양호한 경제여건으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이 23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밝힌 낙관론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기업 자금조달 어려움과 가계 이자상환 부담 증가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찍이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바 있는 한국인에겐 ‘펀더멘털 트라우마’가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코앞인데도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했다. 이후 펀더멘털 운운하는 것은 ‘믿기 어려운 수사’가 돼 버렸다.

이번엔 다를까. 이틀간의 금융시장 모습을 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기는 하다. 환율과 주가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덜 요동쳤다. 코스피는 19일 1888.31에서 21일 1822.83으로 3.47%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6.75%, 러시아 5.38%, 멕시코 4.92%, 필리핀 4.80% 등에 비해 낙폭이 작았다.

금융시장 반응이 지나치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양호한 펀더멘털 때문이다. 한은 한 간부는 “주가가 그렇게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출구전략 시간표에 담긴 미국 경기회복 신호보다 유동성 회수 등 부정적 신호에만 과민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버냉키 발언이)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논의에서 나왔다는 건 우리 경제에 플러스”라고 했다.

펀더멘털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뛰기 시작한 금리로 기업 자금조달은 더욱 어렵게 됐다. 가계부문은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말 최고점을 찍고 한풀 꺾이는 듯하던 가계부채는 4·1부동산대책 이후 다시 급증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자영업자 등 부채를 포함하면 100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금리상승으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테고 이는 부동산시장 침체 심화,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4월 말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 725조9000억원만 대상으로 추산해도 연간 이자부담은 한 달 전에 비해 2조5000억원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22%가량의 고정금리 대출을 제외한 잔액에 국고채 3년물 금리 변동(연 2.60→3.04%)을 반영한 추산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재임 당시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밤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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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출구전략, 신흥국 외환위기 입구될라



[한겨레] 신흥국들의 미국 금융위기 대응 실패

신흥국, 미 금융위기로 수출 타격

외채 빌려와 ‘내수 부양’ 버티기

‘미 경기회복→수출 회복’ 기대

미국 성장 전략 크게 바뀌며

‘제조업 살리기’ 본격 나서기 시작

미 경기는 회복되는데도

신흥국 수출은 살아나지 않아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 부담까지

개도국 외환위기 반복될 수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은 금융위기 발생 이후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채권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의 결과로 6월 중순 현재 연방준비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채권을 포함해 모두 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말 기준으로 약 7500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런 극단적인 채권 매입은 미국 경제가 비정상적인 위기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나온 비상 조처였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정상화하면, 양적완화는 사라질 정책이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고, 이 거품이 터지면서 일본 경제가 20년 불황에 빠져든 것은 유명한 사례다. 미국도 2000년대 초 정보통신 부문의 과잉 투자에서 비롯된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시행했던 초저금리 정책이 결국은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만들어낸 저금리 기조 역시 또다른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양적완화 정책과 그에 수반된 초저금리 기조가 미국 경제의 회복에 기여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초저금리 정책의 문제점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위기에 신흥국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금융위기 이전까지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 동력은 주로 수출이었고, 이는 미국의 소비 경기 호황에 힘입은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신흥국들의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신흥국들은 내수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수 부양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경제 전망도 안 좋고 돈도 없는데 갑자기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에 나설 리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정부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가계와 기업에 돈을 빌려줘 소비와 투자에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마침 달러 금리도 아주 낮으니 외채를 빌려오는 데 부담도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몇년간 일부 신흥국에서 외채가 급증했다. 신흥국들이 외채까지 빌려가면서 내수 부양을 했던 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다시 수출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수 부양하느라 생긴 빚도 갚을 수 있다는 것이 신흥국들의 계산이었다.

그런데 신흥국들의 계산이 잘못된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경제 성장의 전략을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의 성장 전략은 부가가치가 큰 서비스업을 확대하는 데 있었으며, 제조업은 관심 밖이었다. 제조업 위축으로 발생하는 공산품 생산 부족은 해외에서 수입을 통해 해결했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서비스업의 핵심이었던 금융업에서 엄청난 부실이 발생해 경제를 뒤흔들었고 또한 엄청난 실업자가 발생했음에도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 탓에 고용을 흡수하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 미국 정부는 제조업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은 제조업이 주도하고 있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미국 경기는 회복되는데 신흥국들의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내수 부양하는 동안 생긴 빚을 갚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금리 상승을 불러오고 있어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중남미나 아시아의 개도국에서 발생한 외환위기가 대부분 저금리가 이어질 때 무분별하게 외채를 도입했다가 국제 금리가 올라갈 때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외환위기에 빠져드는 경우가 무수히 많았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남미의 외채 위기나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 그 사례들이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란 법은 없다.

그렇게 무수한 경제 위기를 겪고도 또 위기가 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인식 능력이 가지는 본질적인 한계도 원인이지만, 1980년대 이후 자유주의의 바람에 편승해 금융시장에 규제가 너무 사라진 것에도 원인이 있다. 자본 이동에 제약이 별로 없다 보니 돈들이 고수익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거품을 일으키는 폐해가 반복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는 외환 부문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일부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심하게 요동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금융위기뒤 저성장·고실업 상황이 ‘새로운 정상’ 전망조차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 ‘새로운 비정상’

[한겨레] 아하 그렇구나 l 루비니 교수가 말하는 ‘뉴 애브노멀’이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벤 버냉키가 엊그제 그동안 풀었던 달러를 회수하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양적완화 출구전략’입니다. 해석이 엇갈립니다. ‘넘쳐나던 돈이 줄어들면서 세계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출구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습니다. 기대보다 우려가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그만큼 경제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비관론자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습니다. 우리말로 ‘새로운 비정상’ 정도로 옮길 수 있겠네요. 무슨 뜻일까요?

먼저 이 단어가 연원을 둔 ‘뉴 노멀’, 즉 ‘새로운 정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경제 질서를 뜻합니다. 지금까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률, 규제 강화, 정부부채 증가 등이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정상 상황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혼돈이 잦아들고 안개가 걷힌 뒤의 경제 상황이 암울할 것이라는 얘기죠.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던 2008년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가 처음 내놨습니다.

핌코의 전망처럼, 요즘 세계 경제는 좀처럼 성장하지 않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은 까마득히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버냉키가 출구전략을 내놓은 이유는 뉴 노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돈 풀기’(양적완화)가 나름의 구실을 했고, 이제는 슬슬 풀었던 돈을 되담아야(출구전략)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를 비롯해 일부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금융시장이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기를 벗어났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시장에 대한 잘못된 안도감이 더 큰 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바로 뉴 노멀을 지나 뉴 애브노멀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거죠.

뉴 애브노멀은 전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의미합니다. 모든 시장의 가정에 의문이 따르고, 투자자들이 어리둥절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불확실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죠. 뉴 노멀은 암울하긴 해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저성장이나 저소비, 고실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비해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까요? 쏟아지는 의견만큼이나 알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우리의 상황은 늘 이미 ‘뉴 애브노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

버냉키 후폭풍 ‘고금리 파고’, 가계·기업 시름 커질라

[한겨레] 가계 빚 1000조원 넘어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 78% 달해

금리 상승땐 직접적 영향권

저소득층 가계 파산 이어질수도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

6월 거래량 급격히 추락

신용도 악화 자금조달 애먹어

한계기업 도산 가능성 커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다른 신흥국에 견줘 국내 시장이 받은 충격이 적다고 하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가 금리 상승 추세로 바뀔 경우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가계 부채 부문과 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자금 조달 부문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가계 변동금리 대출 566조원 달해 이선환(40·가명)씨는 요즘 고민이 적지 않다. 한두달 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금리가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이씨는 “변동금리 대출은 아직 금리가 낮지만 고정금리 대출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이번 버냉키 발언 이후에도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이 들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가계가 짊어진 빚은 1000조원이 넘는다. 한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의 전체 가치(GDP)와 비슷한 규모다. 여기에서 신용카드 결제대금이나 비금융기관 대출 등을 빼고, 예금을 취급하는 기관의 가계대출 잔액만 보면 4월말 현재 725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금리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출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특정 지표금리에 연동해 움직이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4월 현재 78.0%에 이른다. 약 566조원가량이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나머지 22.0%에 해당하는 159조원은 고정금리 대출로 금리 상승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정금리 대출의 상당 부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금리 상품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또 고정이든 변동이든 새로 대출을 받게 되면 상향된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전체 가계 부채가 고금리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고 봐야 한다.

금리인상 폭은 얼마나 될까?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2%포인트 정도 올랐다. 이 상승폭이 고스란히 대출금리에 반영된다면, 1억원의 돈을 대출 받았을 때 연간 이자 부담은 약 20만원 정도 더 들게 된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시작된 2008년 이래 국내 가계대출 금리는 약 2%포인트 가량 인하됐지만, 실제 금리 상승 폭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을 한달 여 전부터 인식하고 움직여 왔다. 당장의 움직임이 크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가계 경제가 위축된다. 특히 소득 수준에 비해 빚을 많이 진 저소득층 가계의 파산이 우려된다. 또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금리가 정상화하면서 가계 부문의 자산 거품이 걷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기업 회사채 발행 4810억원으로 축소 기업들은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에스티엑스(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버냉키 발언 충격’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발행 금리가 치솟고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 21일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금리는 3.40%로, 버냉키 발언이 나온지 이틀 만에 0.2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비우량 회사채(신용등급 BBB-) 금리는 8.75%에서 9.05%로 0.3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시황이 좋지 않은 해운·조선·건설 업종의 회사채는 사겠다는 투자자가 없어 발행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회사채 거래량은 4월 마지막 주 3조6910억원이었으나 5월 마지막 주에는 2조25억원으로 줄었다. 6월 들어서는 더 떨어져 지난주에는 4810억원에 그쳤다.

증시 침체로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마저 막히면, 기업들의 신용 위험도가 커지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자금 조달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한계기업들은 도산에 직면할 가능성도 커진다.

회사채 발행 시장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제3자 보증이나 담보 없이 기업신용에 의해 발행하는 무보증 회사채 발행잔액이 190조원을 넘고 우량 회사채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가 팔리지 않은 것은 신용경색 탓이라기보다 기업들이 금리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설정하고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는 버냉키 발언의 여진을 딛고 이번주(6월24~28일)에 1조8228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발행 규모보다 1조3000억원 많은 물량이다. 최현준 홍대선 기자 haojune@hani.co.kr



다른 나라 비해 환율·주가·채권 진폭 작았다

외국인 채권 보유액은 늘어

“기재부 급격한 자금유출 없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라는 폭풍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기획재정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관련 긴급거시경제금융회의 참고자료’를 보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뒤 금융시장이 열렸던 20~21일 이틀간 원-달러환율, 주가, 채권 금리의 진폭이 다른 나라들에 견줘 비교적 작았다.

이틀간 우리나라 달러화 대비 환율 절상률은 2.1%로, 일본 2.8%, 호주 2.8%, 브라질 5.1%보다 낮았다. 원-달러 환율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전인 19일 달러당 1130.8원에서 21일 1154.7원으로 올랐다. 이틀 사이 원화는 달러화 대비 2.1% 평가절하된 것이다. 자국 화폐 평가절하 폭이 우리나라에 견줘 낮았던 신흥국은 인도(0.9%), 필리핀, 태국 (각각 1.3%) 정도다.

주식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코스피 지수는 19일 1888.31에서 21일 1822.83으로 3.5%의 변동률을 보였다. 인도네시아(6.8%), 필리핀(5.1%), 독일(5.0%)에 견줘 낙폭이 작았다. 미국 증시는 2.1% 떨어졌다.

같은 시기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늘었다. 올해 초부터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21일까지 외국인 채권 순투자액은 9조7000억원, 그 중에서도 5월22일부터 6월21일 사이에 1조6000억원 증가했다. 기재부 국고국 관계자는 “우리나라 채권 투자자들이 외국 중앙은행과 장기펀드로 구성돼, 채권시장의 급격한 자본유출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별 부도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일 10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21일엔 103으로 4포인트 하락했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버냉키 발언 이후 국제 금융시장 재편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있지만, 외국인 채권매입 증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에 따른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신흥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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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 美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양적완화 축소는 성급”

공격받는 버냉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의 양적완화(QE) 축소 발언을 두고 성급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FT에 따르면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시의적절치 못했다"며 "글로벌 경제에 미칠 타격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공개 비난에 나섰다.

블라드 총재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제가 진정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했다는 확신이 들 때 발표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발언으로 FRB의 신뢰마저 영향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드 총재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에서 19명의 위원 가운데 QE 축소에 반대표를 던진 2명 가운데 1명이다.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국제경제담당 이사는 "블라드 총재는 버냉키의 발언이 미국의 중장기적 물가상승 목표 달성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그는 실물 경제지표의 향상이 경제회복을 말해주는 가장 큰 단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도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FOMC 내부에서도 버냉키 의장의 QE 축소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것이 충격적이라며 "파티가 시작도 되기 전에 펀치 음료가 담긴 단지를 치우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고용시장만 봐도 현재도 깊은 늪에 빠진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발언은 역사적인 실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버냉키의 노동시장 개선 등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FT는 설명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재정경제 책임자 폴 에델스타인도 FT에 "버냉키의 실업률 감소 기대가 지나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실업률이 오는 2014년 중반까지 7% 가까이 떨어지면 채권 매입이 중단될 것이란 FRB의 기대 역시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최근 실업률은 오히려 7.6%로 소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미셸 마이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회복세를 조금씩 다져가고 있다"면서 "버냉키가 미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했다기보다 비관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현오석 "버냉키 출구전략 발언 시점 미스테리"


자가진단에 미국 경제 회복된다는 전제가 깔린 것 같아

"독과점 한다고 법 규제는 안돼" 경제민주화 입법 후퇴 예고

【세종=뉴시스】이상택 기자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버냉키 미 연준위 의장 발언 이후 금융문제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23일 오후 충남 계룡산에서 출입기자단과 산행을 마치고 가진 만찬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인플레를 걱정하는 것은 중장기 회복을 곤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 투자를 안해주면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에게는 그런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현 부총리는 "버냉키 의장이 지금 왜 그런 얘기(출구전략)를 했는지는 미스테리"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나름대로 더 나빠진다고 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며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의아해했다.

국내 실물경제와 관련해서는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엔저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그냥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모든 경제행위를 법이나 규제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좋지 않다"며 "독과점 한다고 시장을 경쟁으로 바꿔야지 법으로 정하면 안된다. 시장친화적으로 가야한다"며 새정부 초기 주창했던 것보다 입법 정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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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적완화 끝” 후폭풍… 미리 보는 아시아 ‘경제 삼국지’

[서울신문]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QE3·시중에 자금을 푸는 경기부양책) 종료 일정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세 나라의 ‘경제 삼국지’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가장 큰 승자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거둬들이기로 한 이유가 실물경제의 회복이고, 이 경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수출 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가 불시착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지난 19~21일 3.47%가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도 같은 기간 3.28%가 빠졌다. 그러나 일본 닛케이 평균은 20일 1.7% 하락했다가 이튿날 곧바로 1.7% 상승하는 등 상당한 ‘맷집’을 보여줬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일본은 엔화를 시장에 계속 풀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국가부도위험(CDS) 프리미엄도 한국은 19일 86bp에서 21일 103bp로 17bp 올랐다. 중국은 103bp에서 127bp로 24bp나 뛰었다. 반면 일본은 4bp 상승에 그쳤다. CDS 프리미엄은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한국>일본’ 순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과 외국인 자금 비율 때문에 단기간에는 불안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머잖아 실물경제 회복이란 호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면 지지부진한 국내 경기회복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4개 분기 연속 1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281억 달러에 이르는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국 민간부문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양적완화 종료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 “투자대상국으로서의 한국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이점은 우리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6월 제조업 경기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가 48.3으로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5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에 그치는 등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각종 지표들은 일제히 파란불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 달러화 강세로 자연스럽게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아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작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의 최대 수혜자가 될 여지가 높아 가장 행복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은 최근의 시장 충격 속에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안전자산 선호 효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기가 쉬워진다. 엔화는 달러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각국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면 저금리를 언제까지나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국채 이자비용 역시 버거운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이 강력한 엔저 정책을 펼쳤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성장 전략’이라는 ‘세번째 화살’을 제대로 쏘지도 못하고 아베노믹스가 종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이 일제히 출구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아베노믹스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고집하기 쉽지 않은 만큼 우리는 이러한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이에 따른 정책 변화가 한·중·일 3국에 미칠 파장에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한국은 잘 버텼고 인도네시아·브라질은 깊은 상처



버냉키 쇼크에 갈린 신흥국

'버냉키 쇼크'에서 가까스로 깨어났으나 혼란은 가시지 않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랬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올랐지만 나스닥은 내렸고 금리는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41.08포인트(0.3%) 오른 1만4799.4에 거래를 마쳤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돈풀기(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밝힌 여파로 19~20일 이틀 동안 3.7% 하락한 뒤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0.2% 떨어졌다. 채권 시장 역시 불안이 이어지며 금리가 올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상승해 2.53%가 됐다. 채권은 투자자들이 팔아치우기 바쁠 때 금리가 오른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투자전략실장은 “이틀 급락에 대한 반발로 다우지수가 오른 것일 뿐 금융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글로벌 주식·채권·외환시장은 등락이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신흥국은 주가와 환율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신흥시장에 밀물을 이뤘다가 버냉키 발언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실제 21일 브라질 시장이 그랬다. 미국 다우지수가 올랐음에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2.4% 하락했다.

 버냉키 발언 이후 21일까지 브라질 주가지수 하락률은 4.9%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안정적이다. 20~21일 이틀 동안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17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코스피지수는 3.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6.1%), 러시아(-4.9%) 등과 비교해도 양호하다. 외국인들은 신흥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면서도 한국 채권은 사들이고 있다. 20일에 약 4500억원 순매수를 했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한국이 괜찮은 장기 투자대상이라는 뜻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23일 “한국은 재정이 건전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등 경제 체력이 튼튼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추 차관은 이어 “버냉키의 발언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한국에 중장기적으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만일에 대비해 24시간 국제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는 등 네 가지 시장안정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이 한계상황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계산을 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를 논의하는 것 등이다.

권혁주·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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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버블 잡다 성장 잡을 가능성"



미국 '신용거품 전문가' 원이 박사,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 경고

중국 신용경색이 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콩 2위 매체인 신타오(星島日報)는 “중국 정부가 18일 시중은행에 '여윳돈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22일 보도했다. 또 “'정부가 앞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완화를 무제한 실시할 것이란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도 했다”고 전했다. 경제정책 사령탑인 리커창(李克强)이 어떤 의지를 갖고 신용거품 수술에 나서 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인들 집 살 때 빚 거의 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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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관심은 신용경색 후폭풍에 쏠리고 있다. 일단 서방 금융역사에서 신용거품 수술은 잘된 적이 거의 없었다.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뒤따랐다.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21일 원이(Wen Yi)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부총재보와 서둘러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신용거품 전문가다.

 -신용거품이 충격 없이 제거될까.

 “쉽지 않아 보인다. 신용거품 때문에 이미 버블이 진행되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충격을 주지 않고 신용거품만을 제거하는 일은 어렵다. 버블을 진정시키려다 위기를 야기하는 오버킬(Overkill)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부동산 거품도 리커창 총리의 제거 대상이지 않는가.

 “맞다. 중국 정부가 틈만 나면 집값 안정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주택시장 거품 붕괴가 후유증 없이 이뤄지진 않는다. 더욱이 중앙정부의 통제권 밖에 있는 게 바로 중국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거품 꺼져도 은행 충격 적어

원이 -무슨 말인가.

 “경제정책 측면에서 중국 지방정부는 미국 주정부보다 큰 재량권을 갖고 있다. 베이징이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도 잘되지 않은 이유다.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경기를 부추겼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중국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는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이 집값 추락으로 부실화한 게 은행 자산상태를 나쁘게 했다. 이어 대출이 줄면서 경기가 침체됐다. 중국은 어떤 경로를 따라갈까. 원이 부총재보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다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금융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은행들의 뒷배를 봐줘서 그런가.

 “아니다. 중국인들이 집을 살 때 빚을 거의 내지 않았다. 집값의 10~30%만 빚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50~70%가 빚이지 않았는가. 집값이 폭락해도 중국 은행들은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무너져도 위기는 없다는 말인가.

 “그런 말이 아니다. 중국인들에게 집은 곧 저축이다. 집값이 뚝 떨어지면 저축해 놓은 돈이 사라진다.”

 -중국 사람들은 왜 주택을 저축 수단으로 생각할까.

 “우선 늘 공급이 부족하다. 그만큼 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금융시스템이 후진적인 것도 한 이유다. 마땅히 투자할 대상이 없다.”

저축· 내수 추락 → 성장엔진 고장

 -저축 증발 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거시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아닌 이른바 '성장 위기(Growth Crisis)'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가 시원찮은 요즘 글로벌 2위인 중국 경제가 성장 위기를 맞는다면 큰일이다. 중국은 지난해 7.8% 성장에 그쳤다. 리 총리는 7.5%를 올해 성장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주 영국 HSBC은행은 중국이 올해 7.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인위적인 신용경색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나는 중국이 새로운 성장체제(New Growth Regime)에 들어섰다고 본다. 연 10% 이상 성장하는 시대는 옛일이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중국인들의 저축이 사라지면서 내수가 줄어든다.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에 불길한 전망이다.

 “꼭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는 것은 아니니 지켜볼 필요는 있다. 내수는 중국의 새 지도부가 가장 중시하는 성장엔진이다. 요즘 임금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주택시장 붕괴로 성장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위기가 온다면 중국 내부에서 사회·정치적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강남규 기자

◆원이 부총재보=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1987년 중국 화남의과대학을 졸업했다. 91년엔 미국 노터데임대학에서 과학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부총재보(리서치 담당)로 일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은 12개 지역 연준은행 가운데 연구성과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원이 박사는 2008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견임을 계속 강조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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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中 앞둔 朴대통령 막바지 ‘열공’… 北 비핵화 합의수준 관심

한·중 정상회담 사흘 앞으로
오는 27일부터 3박4일간 중국 방문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 뜻의 속어)’모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부터 사흘째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한·중 정상회담을 대비해 외교와 안보·경제 현안을 점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을 감안해 외교안보와 경제라인에서 제공한 한·중정상회담 의제 등 방중 관련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며 주말 내내 방중 준비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北비핵화 합의에 노력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탈북자 송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학기술·환경·금융·에너지 분야 등 협력 증진방안 ▲한·중 문화교류 활성화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제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한·중정상회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유도에 노력한다’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합의한 것을 고려하면 한·중 정상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견해다.

탈북자 송환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G8(주요 8개국) 정상은 국제사회가 탈북자 처리 문제에 대해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바 있어 박 대통령이 의제로 꺼내는 데 부담을 덜게 됐다는 관측이다.

◆중국어 섞은 연설문 준비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어 실력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은 한·중 경제인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인사말 등을 통해 유창한 중국어를 맛보기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방송(EBS)을 통해 중국어를 독학으로 배웠으나 실력이 상당하며 중국의 역사와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베이징과 시안에서 두 차례 예정된 재중 한국인과의 간담회 자리에 한복을 입고 ‘한국의 미(美)’ 알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상대와 나눌 대화 소재와 상황마다 적절히 사용할 사자성어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박근혜 방중 `경제 큰그림` 그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한ㆍ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포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교착 상태인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물꼬를 트고 중국 서부대개발의 전초기지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향인 시안을 방문해 한국 기업들의 현지 사업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23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ㆍ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국 간 외교안보 가치 이상으로 (박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기는 게 바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베이징과 함께 시안을 방문하는 것도 단순히 시진핑 주석의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서부대개발의 중심인 시안에서 우리 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한가운데 위치한 시안은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지이자 중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을 받고 있는 서부대개발 사업의 요충지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중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일부도 서부대개발 사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시안 방문은 박 대통령이 우리 기업들의 순조로운 현지 사업 참여를 극대화하는 중대한 경제외교 행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52명)보다 더 많은 60여 명으로 잠정 결정됐다.

박 대통령은 또 양국 간 교역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한ㆍ중 FTA 협상에 대해서도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양국은 FTA 관련 논의를 1단계에서 5차 협상까지 진행했으나 양측 간 이견이 커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시 통상 이슈를 외교ㆍ안보 현안과 동일한 우선순위로 올려놓고 한ㆍ중 FTA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과 협상 진전 방안에 대해 시진핑 주석과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정상 간 '통 큰' 합의를 이끌면 실무 협상대표들이 이를 맨데이트(Mandateㆍ협상지침)로 삼아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문화ㆍ관광사업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한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외교 활동과 함께 중국의 유적지에도 들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해당 관광 수요를 결정하는 핵심 콘텐츠라는 자신의 철학을 강조할 계획이다.

[김선걸 기자 / 이재철 기자]


역대 최대 中경제사절단 70여명 윤곽… 정몽구·구본무 방중길 동행키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70여명의 경제사절단이 27∼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고 대신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수행할 경제인 규모와 면면이 최종 확정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방중 경제사절단 명단이 짜였고 현재 최종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다”며 “25일쯤 확정되면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중 경제사절단은 70여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이 3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배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달 박 대통령의 방미(51명) 때보다 많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경제사절단 면면은 아직 확정·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제단체장과 그룹 총수, 중소기업 관계자, 금융계 고위 인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회장은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 당분간 일본에서 사업 파트너와 지인들을 만나고 사업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같은 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비한 사전 점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삼성그룹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에선 중국통인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사절단에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29일부터 이틀간 산시성 시안(西安)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이 현지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찾을 경우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2위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지난 방미 때에 이어 중국 경제사절단에도 동행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동행하는 게 유력하다.

경제사절단은 박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 28일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중국 재계를 이끄는 거물들과 교류할 전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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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헤지펀드 "변동성은 되레 기회" 주식매수 대기중

◆ 아시안 웰스 리포트 / 아시아 헤지펀드 중심지 가다 (上) ◆

싱가포르 금융 중심지 래플스플레이스의 빌딩숲에는 HSBC, BNP파리바, ANZ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 자금과 정책 지원으로 각국 헤지펀드를 유인하고 있다. <싱가포르/최재원 기자>
'버냉키 충격'에 글로벌 주가가 급락한 지난 20일 싱가포르 금융 중심가의 레스토랑 룩스오이스터에는 벽안의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사람들 사이에선 미국 양적 완화 축소가 아시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아시아 헤지펀드를 운용하거나 투자하는 금융사 사람들은 5월까지는 대박을 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양적 완화 축소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 수익률이 급락하자 혼란에 빠졌다"고 귀띔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양적 완화 축소 발언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를 강타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홍콩 항셍지수는 연초 대비 10% 하락했고 한국(코스피)과 중국(상하이종합지수)도 각각 8.7%와 8.6%의 지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펀드에서는 지난 한 주에만 12억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상장을 준비하던 마카오 카지노 업체인 '마카오레전드'는 61억홍콩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이머징마켓에서 돈이 빠져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엔 이 같은 변동성이 또 다른 투자 기회로 작용한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대체투자 부문 포트폴리오매니저인 라이언 김 전무는 "변동성이 커졌다는 얘기는 시장에서 '플러스 알파'를 생산할 여지가 커진 것이기 때문에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연초 대비 27% 올라 있는 일본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일본의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대부분 반영된 만큼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아베노믹스' 효과가 기업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되면서 투자 자금이 재유입될 경우 또 한 번 랠리를 펼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홍콩에서 만난 맷 피콧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ㆍ태평양 프라임서비스 헤드는 "지금까지 일본에 대한 관심 이유는 환율이었는데, 이제 환율 영향은 거의 반영됐다"면서 "하반기 일본 시장은 기업 수익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재미가 없을 것이고, 헤지펀드들도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최근 일본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않고, 일본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란 설명도 나온다. 팀 와넨마이어 UBS 아시아ㆍ태평양 프라임서비스 헤드는 "최근 일본이 많이 빠졌다고 해서 한 달 사이에 일본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당분간 좀 더 싸질 것이냐를 관망하는 것일 뿐, 일본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아시아 최대인 일본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뱅크 홍콩법인의 고타 무라카미 투자그룹 대표는 "7월 참의원선거 이후 아베노믹스의 더 강한 성장 전략이 제시되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며 "엔화가 달러당 95엔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14년 3월까지 닛케이지수가 1만7000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돈을 벌 것인가'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문가마다 시각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하반기 유망처로 국가별로는 중국, 섹터별로는 중국 관련 소비주가 주요 고려 대상으로 지목됐다. 라이언 김 블랙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중국 정부가 질적인 성장 측면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중국 경기가 투자 위주에서 내수 소비로 변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을 회사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피콧 크레디트스위스 헤드는 "현재 헤지펀드들은 금융,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에 대해 롱(매수) 포지션을 갖고 있다"며 "정보기술(IT)은 쇼트(매도) 포지션이며, 하반기에도 IT는 쇼트 포지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가격이 싼 한국이나 인도 주식시장에도 관심이 있으며, 홍콩 증시가 다시 올라가면 홍콩과 중국은 매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APS 헤지펀드의 아시아 투자 헤드인 김성욱 상무는 "엔저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요 수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건전한 성장을 보여준다면 밸류에이션 우려로 이미 충분히 낮아진 상황이라 한국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싱가포르 = 최재원 기자 / 서울 = 서유진 기자]

`멀티전략` 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

◆ 아시안 웰스 리포트 ◆

상반기 아시아 헤지펀드들의 주요 전략은 '넷 롱 재팬 에퀴티(일본 주식 매수 우위)'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들 헤지펀드는 주식, 환율,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멀티 스트래티지(Multi-Strategy)'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리츠 등 다양한 투자 대상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분석해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이다.

보통의 롱ㆍ쇼트 전략 헤지펀드들은 50~150%의 롱(매수) 포지션과 0~100%의 쇼트(매도) 포지션을 적절히 조절하는 전략을 취한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일본 증시가 5월 중순까지 상승하자 일부 헤지펀드는 일본 주식에 대해 80~90%가량 매수 초과(넷 익스포저) 포지션을 유지했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 일본 증시가 급락하면서 헤지펀드의 투자 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변동성이 커지면서 멀티 스트래티지 전략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팀 와넨마이어 UBS 아시아ㆍ태평양 프라임서비스 헤드는 "아시아 헤지펀드는 5~6년 전만 해도 굉장히 단순한 롱ㆍ쇼트 전략이나 채권 투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그 비중이 많이 떨어졌다"며 "그 사이 멀티 스트래티지 전략, 매크로 전략 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평가 전문기관 유레카헤지의 알렉산더 먼스 최고경영자(CEO)는 "10년 전에는 아시아 헤지펀드 마켓 전략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운영하기 쉬운 롱ㆍ쇼트 에퀴티가 60~70%를 차지했다"며 "현재는 채권 전략이 굉장히 커졌고 멀티 스트래티지, 선물추종매매(CTA), 매크로 전략 펀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레카헤지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 아시아 헤지펀드의 롱ㆍ쇼트 전략 비중은 54.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2년 말 롱ㆍ쇼트 전략은 35.0%로 20%포인트 가까이 비중이 크게 줄었다. 롱ㆍ쇼트가 줄어든 자리는 멀티 스트래티지 전략(19.9%), 이벤트드리븐 전략(16.3%), 채권(8.1%) 등이 채웠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던 2011년에도 플러스 수익을 내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던 BFAM파트너스의 벤저민 푸크스 대표는 "우리는 채권과 주식 및 주식연계채권, 변동성에 대한 차익거래(Arbitrage) 전략을 혼용한다"며 "멀티 전략을 통해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절대수익률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헤지펀드수익률 올들어 7.8%

◆ 아시안 웰스 리포트 ◆

저성장과 저금리가 '뉴 노멀(New Normal)'로 굳어진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수익률과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헤지펀드 전문 평가기관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지역별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 아시아 헤지펀드는 7.83%로 유럽(3.78%)이나 미국(3.50%)보다 배 이상 높다.

같은 기간 글로벌 헤지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4.41%였다.

높은 수익률 덕분에 아시아 헤지펀드의 운용순자산(AUM)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헤지펀드의 AUM은 4월 말 기준 1380억달러로 전년 말(1265억달러) 대비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헤지펀드가 1조7747억달러에서 1조8688억달러로 5.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의 성장세가 단연 두드러진다.

홍콩 센트럴의 국제금융센터(IFC TWO) 52층에 위치한 UBS 아시아ㆍ태평양법인에서 프라임서비스를 총괄하는 팀 와넨마이어 헤드는 "헤지펀드의 아시아 지역 투자 규모가 총 3000억달러(약 33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헤지펀드의 흥행에 힘입어 전체 글로벌 헤지펀드의 자금 규모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순자산은 2007년 말 1조8862억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2008~2009년은 1조5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010~2012년 3년간 1조7000억달러 안팎까지 회복했고, 올해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4월 말 기준 1조8688억달러(약 2100조원)까지 늘었다.

최근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감으로 헤지펀드 자금이 일부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계 글로벌 금융그룹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연초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재간접 헤지펀드를 포함해 순자산이 2조42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ㆍ싱가포르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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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완전히 열리는 北極 바닷길… 세계 각국, 벌써부터 쟁탈전



[지난달 한중일 3국도 北極이사회 옵서버 진출… 자원개발 경쟁 본격화]

지구 상 마지막 자원의 보고 - 니켈·구리 등 2조달러어치에

미발견 석유·가스 22% 매장… 어획량 많고 新항로로도 주목

북극 둘러싼 EEZ 확보전 치열 - 러시아, 논란 수역에 國旗 꽂아, 美해군은

탐사 예산 40% 늘려… 셸·엑손모빌 등 다국적 기업도 노르웨이·덴마크와 개발 총력

비연안국도 북극이사회 진출 - 日, 300명 답사단 파견하고

中, 러시아·아이슬란드와 협력

2012년 9월 북극의 빙하 면적이 한겨울의 2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역대 관측 기록 중 최소 면적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얼음이 녹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짧은 기간이지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북극 항로 모든 구간의 빙하가 완전히 녹아 배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로 빙하가 줄어든다면 2020년에는 6개월 동안, 2030년에는 1년 내내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자원 보고인 북극이 열리기 시작하자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북극해 연안 국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북극으로 집중되고 있다.

◇"북극을 차지하라" 국가 간 쟁탈전 치열

'북극 쟁탈전'을 벌이는 북극해 연안 국가 중에서도 북극해 연안 면적이 가장 넓은 러시아의 발걸음이 가장 분주하다. 러시아는 2007년 북극 해저의 최대 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 탐사를 마쳤고, 북극 연안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달아 설치했다. 석유가스전(田)도 개발 중이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알래스카에 인접한 북극 자원 개발에 발 벗고 나섰다. 미 해군은 북극 탐사 예산을 40% 늘렸다.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등 나머지 연안 국가도 셸, 엑손모빌, BP, 스탯오일 등 글로벌 자원 기업들의 힘을 빌려 북극 해상 광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연안국들이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북극 다툼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 개발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북극 해저 땅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이른바 '빙하 냉전(Ice―Cold War)'이라는 이 영토 분쟁의 핵심은 배타적경제수역을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이다.

유엔해양법에 따라 통상적 200해리 경제수역을 넘더라도 350해리까지는 자국의 대륙붕이 연장된 경우 배타적수역으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연안국들이 주장하는 자국 대륙붕 연장 지역이 대부분 서로 겹친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에는 러시아가 주변국과 논란이 되고 있는 북극 해저 4200m 지점에 국기를 꽂아 싸움에 불을 붙였다.

또 북극 항로 사용권을 둘러싼 논란도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와 캐나다는 자국 연안의 북극 항로에 대해 국내법이 적용되는 내수(內水·internal waters)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는 국제법이 적용되는 자유 항로라고 맞서고 있다.

◇한·중·일도 북극 개발에 도전장 내밀어

북극 개발에 참여하려는 비(非)연안국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는데, 한·중·일 3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3국은 지난 5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 자격을 동시에 따내 북극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북극위원회는 북극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연안 8개국 모임인데, 한·중·일이 영구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는 것은 북극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발바르섬에 극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2010년에는 한국 최초의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號)'가 북극 항해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의 우미악 가스전의 지분 20%를 사들였고, 2012년에는 그린란드 정부와 자원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북극 항로가 열릴 것에 대비해서도 부산시가 북극해항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중국 정부도 북극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인 극지연구자문위원회를 신설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것은 북극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아이슬란드 북동부 해안 지역의 석유 개발권을 얻었고, 그린란드에서는 희토류 개발에 착수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 북극 개발을 강조하는 '자원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300여명이라는 대규모 북극 답사단을 파견했다.

◇지구 상 마지막 자연 자원 노다지

이렇게 전 세계가 북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북극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자원 때문이다.

북극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의 22%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 47조㎥, 석유 900억배럴 등 전통적 자원뿐 아니라 메탄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 오일셰일 등 비전통적 자원도 풍부하다. 여기에다 약 2조달러 상당 철광석·구리·니켈 등이 있다. 금·다이아몬드·은·아연·납·우라늄 등 값비싼 광물 자원이 다양하게 분포해 그야말로 지구 상 마지막 노다지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해빙과 함께 한류성 어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2020년에는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7%가 북극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 못지않게 큰 매력은 새 항로의 탄생이다. 북극 항로는 동아시아와 북대서양 연안 지역을 이어주는 최단 거리 바닷길이다.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거리는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7000㎞ 단축된다. 시간으론 열흘이 단축되는 것이다.

부산과 뉴욕 간 거리도 5000㎞(6일)가 단축된다. 이렇듯 인류에게 새로운 자원과 항로를 가져다 줄 북극이 점점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북극(北極)은

일반적으로 북위 66.5도 이북 지역 또는 사계절 내내 땅이 얼어있는 영구 동토(凍土)층이 생기는 한계선 이북 지역을 뜻한다. 기후적으로는 7월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이다. 북극해는 북미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로 평균 두께 2~3m의 해빙으로 덮여 있다. 북극해는 지중해의 4배 크기(약 1200만㎢)의 대양으로 평균 수심은 132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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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Scope] 정권 바뀌자 정책 뒤집는 국토부


조선일보 DB

손바닥을 뒤집어도 이렇게 쉽게 뒤집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에선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것이, 정권이 바뀌니까 갑자기 된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 이야기입니다. 지난 17일,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진 동남권 신공항 수요조사가 다시 착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객관적인 수요조사에 착수하기 위해 영남지역 5개 지자체 간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국토부 보도자료에는 갑자기 말을 바꾸기가 무안했던지, '동남권'이라는 표현은 빠지고 신공항이라고만 표현했습니다. '신공항, 협력과 신뢰의 프로세스 마련'이란 의미불상의 추상적인 보도자료 제목만 봐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수요조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상세히 전달돼야 할 보도자료에서부터 왜 이런 말조차 생소한 애매한 표현들을 쓰는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난해 10월 권도엽 전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이 동남권신공항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죠. 권 전 장관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김해공항 활주로 1곳을 추가하면 2030년까지 수요를 충당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공항 논의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11개가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국제선 항공 여객이 늘고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국토부 주장이지만 1년도 넘지 않는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을 리 만무합니다.

국토부가 4·1 부동산 정책으로 내놓은 수직증축도 마찬가지입니다. 2011년 7월 국토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수직증축에 대해 "정밀시공에 한계가 있어 품질확보와 안전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올해 3월 4대강 중 하나인 세종시 세종보에서 수문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조선일보 DB

그러던 것이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180도 달라졌습니다. 담당 국토부 관계자는 "안정성 문제로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낡은 주택이 늘어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며 다소 석연찮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갑자기 안전문제가 뒤로 밀려난 것이죠.

국토부의 손바닥 뒤집기의 백미는 '물값 인상'입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19일 세종시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친수구역 사업 등으로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4대강 사업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물값 인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옛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사업비를 친수구역 개발을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시민단체 등이 물값 인상 우려 등을 제기하자 "4대강과 물값 인상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승환 장관이 이를 뒤집고 국민 세금으로 4대강 사업 빚을 갚는데 물값 인상을 거론하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이에 국토부는 "원론적인 발언이다"라며 서둘러 해명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입니다.

올 초 취임한 서 장관은 "주요 정책을 (취임) 첫 100일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덕분에 국토부는 지난 100일간 4·1 부동산 정책, 행복주택, 신공항, 댐 절차 개선 등 쉴새 없이 정책을 쏟아 내놓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지난 정권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과도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청와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와 원칙'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혀왔고, 또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손바닥 뒤집기'식 정책과 발언들이 대통령이 중시하는 신뢰와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되짚어볼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변기성 기자 zipperblue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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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출 1조달러 돌파, 누적 흑자 388조원 넘어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전경련 '숫자로 본 수교 이후 韓中 손익계산서 펴내]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 이후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1조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1등 공신은 반도체였고 가장 많이 수입된 품목은 컴퓨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펴낸 '숫자로 본 수교 이후 韓中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중국 수출금액은 1조4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가 일본과 1965년 수교 이후 48년간 총 수입한 금액인 1조21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아시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1998년과 2001년 2009년을 제외하고는 대중수출은 매년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2.94%(전체 수출 증가율 10.35%)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인 1343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2010년 34.8%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교 이후 누적 수출액이 가장 높은 품목은 반도체(1006억8000만달러)였고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석유제품, 무선 통신기기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규모도 계속 증가해 왔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수입액은 약 7000억달러로 평균적으로 18.12% 늘어났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수입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고 대중수입의 비중도 2008년 17.7%를 기점으로 점차 하락, 지난해에는 15.5%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많이 수입된 품목은 컴퓨터와 반도체, 철강판 등의 순이었다.

또 수교 이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3445억7000만달러로 약 388조원(2012년 평균 환율 1$=1126.8원 기준)에 달한다.

반면 투자는 우리가 중국보다 520억달러 더 많았다. 1992년 2억2000만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꾸준히 증가해 2007년도에는 사상 최고액인 71억달러를 기록, 3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565억3000만달러였고 투자 1건당 평균 투자액은 121만9000달러로 분석됐다. 1992년 1건당 71만달러였던 평균 투자액이 2012년에는 348만2000만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중국기업의 대한국 투자의 경우 1992년 105만달러에서 2012년에는 700배 가량 증가한 7억 2705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누적 투자액은 한국의 1/13 수준인 44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관광객 수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이 약 4000만명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약1600만명)보다 약 2.5배 많았다. 이로 인해 여행수지는 98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약 11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서비스수지도 같은 기간 약 270억달러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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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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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나냐구요? 中 가보면 압니다"

[머니투데이 시안·우시(중국)=서명훈 기자][[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2부 1-1>중국이 제조업 블랙홀인 이유]

중국 시안의 관광명소인 진시황릉 병마용갱 입장권 뒷면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축하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사진=서명훈 기자.
#1. “삼성전자가 시안(西安) 하이테크(가오신, 高新) 산업개발지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중국 시안(西安)에 위치한 '진시황릉 병마용갱(秦始皇陵兵馬俑坑)' 입장권 뒷면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삼성전자가 시안에 70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최첨단 10나노급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짓기로 한데 대한 일종의 감사의 표시다.

1974년에 발견된 병마용갱은 세계 8대 경이 가운데 하나로 하루 방문객만 3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매년 전세계에서 몰려든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광고를 하고 있는 셈. 중국이 투자기업들을 얼마나 우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가오신산업개발구 빌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까지 약 10km에 이르는 도로에 있는 모든 가로등에는 '삼성과 손을 잡고 함께 윈윈하자'는 의미를 담은 깃발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사진=서명훈 기자.

“휴수삼성 합작공영(携手三星 合作共영, 삼성과 손을 잡고 함께 윈윈하자)”.

가오신산업개발구 빌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까지 약 10km에 이르는 도로에 있는 모든 가로등에는 이 깃발이 꽂혀 있다. 또 공사장 가림막 곳곳에는 삼성 로고와 함께 '삼성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 산시성 투자환경의 모범사례를 만들자(加快三星項目建設速度, 打造陝西投資環境典範)'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 관계자는 “시안이 중국 서부대개발 계획의 중심도시이고 최첨단 산업을 유치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반도체 공장을 모범사례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2. “투자 계약을 맺은 지 약7개월 만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제품을 생산했고요.”

2004년,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 진출한 SK하이닉스 얘기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선다.

SK하이닉스는 2004년 8월, 우시 신구(新區)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4월 공사를 시작했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불과 7개월 만에 마무리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에서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도 인허가에 1년이 걸렸다.

다시 1년 후인 2006년 5월, SK하이닉스는 8인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3개월 후인 8월에는 12인치 제품도 양산에 들어갔다.

이같은 속전속결이 가능했던 것은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유치를 담당했던 쉬안잉쯔(玄英子) 우시시 부국장은 “하루에 2시간 정도 밖에 못 자고 일에 매달렸다”며 “우리 지역에 중국 첫 번째 반도체 회사가 있었고 SK하이닉스를 유치해서 반도체 본고장 명성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구 내에는 SK하이닉스를 전담해서 지원하는'8·12소조(일종의 TFT)가 신설됐다. 당시 8인치와 12인치 제품을 생산하는 반도체 회사를 유치하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지금도 8·12소조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배치돼 SK하이닉스를 지원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A사 사장은 "U턴요? 시장도 더 작고 땅값, 인건비, 세금 모든 게 한국이 더 비싼데 어떻게 돌아갑니까?"라고 반문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U턴 정책이 자칫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고, 이미 나간 기업이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기업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하도록 중국 같은 인센티브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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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 발판 삼아 세계로'.. 베이징 선점 통했다

- 외자 車회사 꺼린 베이징에 공장설립 '베팅'.. 역발상 전략
- 中 3위업체 성장.. 상하이 등 동부연안 진출 日회사와 대조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는 ‘현대속도(現代速度)’라 불리는 빠른 추진력과 중국 정부의 인맥을 두루 아우른 ‘꽌시(關係)’를 주로 꼽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선점한 선견지명이다.

현대차(005380)가 2002년 중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 베이징은 정치적 수도일 뿐 경제적으로 발전한 도시가 아니었다. 현대차가 파트너로 점찍은 베이징자동차도 당시엔 무명이었다. 이미 10여 년 전인 1990년 전후 진출했던 폭스바겐과 GM은 모두 중국의 경제 중심인 상하이에 거점을 둔 상하이자동차와 손잡았다.

2000년만 해도 중국 승용차 시장은 연 60만대로 국내에도 못 미쳤다. 자동차시장 성장률은 10% 전후였지만 그나마 대부분 수요는 상하이·홍콩 등 동남부 연안지역에 집중됐다. 진출이 늦었던 도요타·혼다 등 일본 기업도 홍콩 인근의 광저우에 터를 잡았다. 이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당시 선택은 무난했다.

현대차도 1994년을 전후로 중국 시장을 조사하며 현지 진출을 모색했다. 어디에 깃발을 꽂을 지가 가장 중요했다. 땅이 넓고 생산 인프라가 취약한 중국에선 공장 소재지의 경제활력 정도가 성패를 가른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외자 유치를 바라는 내륙 도시들이 현대차에 구애했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현대차와 베이징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후발주자인 현대차는 이미 레드오션이 돼 버린 상하이나 광저우 지역 진출이 만만치 않았다는 걸 깨닫는 동시에 수도 베이징을 선점하는 게 최선이라는 대안을 찾았다. 베이징시 정부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당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상태였지만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의사결정을 미뤘다.

이러는 사이 현대차는 2002년 5월 베이징자동차와 합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중국진출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법인 설립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중국 중앙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이유로 갑자기 현대차의 투자에 이런 저런 이유로 딴지를 걸었다. 중국 초창기 외자기업은 대개 이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차는 중국 공산당 인맥을 총동원했다.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이 그해 10월 주룽지 당시 총리를 만나고 나서야 간신히 합작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중국정부의 승인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현대속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002년 10월 현지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현대차는 베이징자동차의 경트럭 공장 개조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12월 EF쏘나타 1002대를 생산했다. 이듬해부터는 엘란트라(아반떼XD)도 생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설영흥 중국총괄 부회장(왼쪽 2번째)이 지난 2011년 현대차 중국 베이징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지금도 베이징 시내 택시의 대부분은 현대차의 엘란트라다. 중국 각 도시의 택시는 인근에 공장을 둔 회사 제품이 우선 납품된다. 일종의 지역 기업에 주는 혜택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선택은 옳았다. 2002년 10만대 전후던 베이징시 승용차 등록 대수는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매년 80만 대씩 늘었다. 2009년에는 20배인 400만대가 됐다. 현대차는 2002년 1공장에 이어 2008년 2공장, 2012년 3공장을 베이징에 짓고 현지 생산능력을 연 105만대까지 확장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급기야 베이징시는 2011년부터 신차등록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신차등록 제한 도시는 상하이·베이징시 2곳뿐이다.

반면 일본이 진출한 홍콩 인근 광저우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경제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잃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외자기업이다. 이는 현대차가 중국 고위 간부와 ’꽌시’를 맺는데도 톡톡한 역할을 했다. 2002년 12월 EF쏘나타 1호차 생산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던 자칭린(賈慶林) 당시 베이징시 공산당 서기는 현재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정협)의 주석이 됐다. 지금도 정협의 공식 행사 차량은 쏘나타다.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과 GM에 이은 중국 3대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했고, 지금도 중국 정부가 꼽는 가장 모범적인 외자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차세대 지도자들의 모임인 중국중앙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대표 27명이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 서울 본사를 방문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정부가 꼽는 가장 모범적인 외자기업이다. 현대차그룹 제공
베이징현대 3공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회장, 중국시장 성장스토리 '시즌2' 도전

- 정 회장, 中현대차 4공장 증설추진.. 생산력 확대 결단
- 현대·기아차, 내년 200만대 체제 구축.. GM 제치고 2위

[이데일리 이진철 김형욱 기자] “중국은 미국, 유럽, 일본 등 모든 글로벌 업체들이 진출한 자동차 격전장이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고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 중국 베이징현대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정 회장의 ‘선견지명’은 딱 맞아떨어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08년 934만대에서 2010년 1806만 대로 두 배 가까이 성장,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그가 2002년 현대차 합작회사 설립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11년 만에 또 다른 10년을 위한 승부수를 준비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23일 “중국 자동차시장은 2015년 이후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 서부내륙지역에 현대차 4공장 신설을 위해 여러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한다. 이번 방문에서 정 회장은 중국 정부 측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현대차 중국 4공장 건설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8.2% 늘린 145만대(점유율 10.9%)로 세웠다. 올해 글로벌 전체 판매목표(740만대)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번 달 중국 누적 판매량도 700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687만대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시장내 양적 성장전략을 특유의 ‘빠른 속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4월 현대차는 작년 가동을 시작한 연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현대 3공장을 1년도 안 돼 15만 대 이상 증설을 결정했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 3공장(30만대 규모)완공일정도 당초 내년 4월에서 내년 2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내년 현지 생산능력은 현대차 3개 공장(105만대)과 기아차 3개 공장(74만대)를 합해 연간 총 179만대가 된다. 2014년 본격 가동되는 중국 쓰촨의 ‘쓰촨현대’ 상용차 공장(2014년 16만대, 2015년 30만대)을 더하면 총 195만대에 달한다. 여기에 충칭을 비롯한 중국 내륙지역에 현대차 4공장 부지를 물색함에 따라 생산력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시장 2위인 상하이GM(연산 150만대, 내년 180만대)보다 빠른 증산 속도다. 이르면 내년에는 1위인 폭스바겐(연산 281만대)에 이은 현지 2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 중국 현지 생산확대에 보수적이었던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회사는 아직 현지 생산능력이 100만대에도 못 미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성공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 관영 정보센터(SIC)는 지난해 1550만 대인 중국 승용차 시장이 오는 2020년엔 지금의 두 배에 가까운 28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회장이 1999년 취임한 후 현대차그룹의 중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에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2억 명인 반면 자동차는 아직 1억 대”라며 “아직도 1억 대의 자동차 수요가 더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올 1분기 글로벌 판매비중
기아차 올 1분기 글로벌 판매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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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의 세 박자 '글로벌 전략' 결실



제일기획, 칸 광고제서 20개 부문 수상 신기록

M&A로 32개국에 37개 거점 확보

글로벌 광고주 작년 60여 개 영입

세계적 마케팅·광고 전문가 유치

제일기획은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칸 글로벌 광고제에서 티타늄·금·은·동 등 20개 상을 수상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제일기획이 세운 역대 최다 수상 기록(12개)를 1년 만에 갱신한 것이다.

 특히 제일기획이 2009년 인수한 미국 디지털 광고회사 더바바리안그룹(TBG)은 '신더(Cinder)'라는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툴로 올해 신설된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신더는 디지털 광고물에 적용되는 터치 기술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TBG는 신더를 오픈 소스 형태로 무료 공개해 광고는 물론 디자인, 디지털 콘텐트 등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일기획은 이번 칸 광고제에서 한국 본사뿐 아니라 TBG를 비롯한 미국·독일·영국·홍콩 등 전 세계 네트워크에서 고루 수상했다. 제일기획 측은 “이는 2009년 부임해 제일기획의 해외 시장 공략을 이끌고 있는 이서현(40) 부사장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키우기, 핵심 인재 유치, 글로벌 광고주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달에 절반은 해외로 다니며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세계 광고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매키니와 중국의 브라보 인수를 주도했다. 브라보는 중국에서 포르쉐·헤네시·AIA생명·미닛메이드·뉴발란스 등의 광고를 맡고 있던 회사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 계열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글로벌 광고주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유럽 최대 철도회사인 도이치반을 비롯한 60여 개 현지 글로벌 광고주를 영입했다. 매주 하나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한 셈이다. 올해에도 사우디 국영 정유사인 아람코,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을 광고주로 끌어들였다.

 광고는 창의적인 인재가 큰 자산인 분야인 점을 감안해 이 부사장은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힘을 쓰고 있다. 영국 리테일 마케팅의 최고 전문가인 사이먼 해서웨이, 중국 광고계의 대가 아론 라우 등이 제일기획에 영입돼 제일기획 영국법인과 제일기획이 인수한 브라보 등에서 활약 중이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은 국내외 32개국에 37개 거점을 보유한 글로벌 광고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광고회사 순위도 매년 올라가고 있다. 2010년 미국 애드에이지 발표 순위 19위였던 것이 올해는 15위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건은 인수한 업체와 영입한 인력에 제일기획의 유전자(DNA)를 심는 일이다. 이 부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회사의 슬로건을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디어(Ideas that Move)'로 바꾸고, 새 기업이미지(CI) 디자인도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창립40주년 기념식에서 “그냥 광고주 마음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소명을 갖고 임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현지 법인이 있는 30여 개국의 문화와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경영 전략의 큰 방향부터 광고의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경영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칸 광고제에서는 100건이 넘는 국내외 출품작을 일일이 점검했다. 17일 칸에서 열린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 등 한국·영국·미국을 대표하는 제일기획 크리에이터 3인의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연사들과 함께 발표 자료를 수차례 검토하고 세미나 포스터와 홍보물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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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모바일D램 73%가 한국제품



1분기 삼성 49.7%,하이닉스 23%

시장점유율은 3분기 연속 줄어

올해 1분기에 판매된 전 세계 모바일 D램 중 70%가 한국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23일 올해 1분기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1억7700만 개를 출하해 시장점유율 49.7%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품단위를 1기가비트(Gb)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의 판매 수치다. 이어 SK하이닉스는 5억4400만 개를 출하해 시장점유율 23%로 2위를 차지했다. 일본 엘피다가 5억1980만 개로 SK하이닉스와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했으며,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억760만 개로 4위를 기록했다.

 국내 IT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시장점유율은 72.7%로 미국·일본 기업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모바일 D램 시장의 성장 속도를 고려한다면 시장 점유율은 다소 감소한 수치”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모바일 D램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57.3%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래 3분기째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점유율이 전 분기보다 2.3%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D램 시장이 공급 부족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감소가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차세대 시장을 위해 올해 20나노급 모바일 D램 양산을 시작하는 등 공정 미세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최첨단 기술 적용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세계 모바일 D램 총 출하량은 23억6690만 개로 전체 D램 중 약 29%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한 수치다. 회사별로는 삼성전자가 D램 총 생산량 중 42%를 모바일 D램으로 생산해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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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60주년' 앞두고 대변혁 준비하는 박철 한국외대 총장… "내년 분·본교 통합… 학술·실용 캠퍼스로 특화"


박철 한국외대 총장./염동우 기자

해외 제휴 대학·기관, 200개 미만서 521개로 급증

신설 LD학부, 엘리트 교육으로 고급 외교인력 양성

송도캠퍼스 완공되면 '한국학 전파기지'로 삼을 것

"아무리 잘 팔리는 상품도 시간이 흐르면 판매량이 감소하게 마련입니다. 변화 속도가 빠른 지식정보 사회의 특징이죠. 이런 상황에선 대학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해야 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가 내년 개교 6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우선 그 첫 단계로 본교와 분교로 각각 운영되던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경기 용인시)가 내년부터 통합, 운영된다. 이후 서울캠퍼스는 어문·상경·사회 등 학술 학문 중심으로, 글로벌캠퍼스는 통번역·지역학 등 실용 학문 중심으로 각각 특성화될 계획이다.

지난 2006년 취임, 8년간 △7+1 파견학생제 △이중전공제 △2+2 교환학생제 △2개 외국어 졸업인증제 등을 잇따라 도입하며 한국외대의 변화를 주도해 온 박철(64) 한국외대 총장은 "이번 본·분교 통합 작업 이후 우리 대학 위상이 '대규모'(재학생 정원 기준 1만 명 이상)로 승격되는 만큼 추후 자율성을 확보하고 각종 사업에서 정부 지원 증가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016년 인천 송도 국제신도시에 구축될 예정인 송도캠퍼스에선 통번역센터·한국어문화교육원·국제비즈니스센터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박 총장은 "송도캠퍼스는 내·외국인 대상 한국학 전파 기지로 삼을 예정"이라며 "특히 국제 행사 통·번역 지원이나 해외 비즈니스 정보 수집 등을 통해 향후 명실상부한 국제교류 센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교통상 사관학교' LD학부 신설

박철 한국외대 총장./염동우 기자
한국외대는 2014학년도에 LD(Language&Diplomacy)학부와 한국학과를 신설한다. LD학부는 외교관 등 국제기구 인재 양성을 목표로 개설되는 특성화 학과. "외국어 구사력을 바탕으로 외교통상 분야에서 특히 강세를 보여 온 한국외대의 특성을 살리겠다"는 학교 측 의지가 엿보인다. 박 총장은 "외무고시가 폐지되고 국립외교원이 설립되는 등 외교 인력 수급 체계가 상당 부분 바뀌었다"며 "LD학부는 이 같은 흐름을 반영, 국제 무대에서 고급 외교관으로 활약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최고 수준의 엘리트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D학부 신입생에게 주어지는 장학 혜택은 파격적이다. 일정 기준(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어·수학 백분위 합 290 이상 또는 3개 영역 1등급) 충족 시 4년 전액 장학금을 수여하며 동대학 관련 석사과정(통번역대학원·국제지역대학원) 진학 시 별도 장학금도 지원한다. 이 밖에 △해외 교류·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우선권 부여 △이중전공 우선 배정 혜택 △기숙사비 면제 △전용 면학실 제공 등의 혜택도 준다. 박 총장은 "다른 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에게도 이중전공 기회를 제공, 입학 이후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재학생에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LD학부와 나란히 신설되는 한국학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학과의 운영 목표는 '사회·정치·경제 등 다양한 국내 분야 관련 교육을 통해 한국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 졸업 후 한국학 관련 정부 기관이나 사회 통합 프로그램 운영 기관 등에 진출하게 된다.

◇'국제화에 강한 대학' 이미지 강화

한국외대는 이달 발표된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5년 연속 '국제화 영역 국내 1위'에 올랐다. 특히 △재학생 해외 파견 △외국 유학생 유치 등 2개 부문에서 최고 성과를 거뒀다. 1등 공신은 일명 '7+1 파견학생제'. 한국외대 재학생이 총 수학 기간(8학기) 중 최소 1개 학기(12학점 인정)를 해외 대학에서 이수하도록 규정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7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약 3000명이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이와 별도로 외교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턴십엔 줄잡아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박 총장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국제화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국인 전임 교원 비율 30% △원어 강의 진행률 30% △외국인 재학생 비율 30% △1학기 이상 해외 대학 수학생 비율 30% 등 일명 '3―3―3―3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박 총장은 "부단한 국제화 노력 덕에 취임 당시 200개 미만이었던 제휴 해외 대학·기관 수가 올 들어 521개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 과잉 설립이니, 학령 인구 감소니 하며 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단연 대학발(發) 인재 양성 교육입니다. 한국외대는 앞으로도 해외 대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한국식 교육을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에 수출하는 등 교육 문호 개방에 앞장서겠습니다."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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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업계, 가맹점과 상생 팔걷고 나섰다

세븐일레븐, 저수익 점포 500곳 위약금 없이 정리

‘불공정 논란’에 보호책 마련

BGF리테일도 관행 개선

자율분쟁해결센터 등 운영

독소조항 여전… 근본책 필요
편의점업계가 가맹점과 상생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 계약 관행 논란이 일면서 저수익 점포들을 위약금 없이 정리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자율 분쟁 해결센터’ 도입, ‘가맹점주 상생협력펀드’ 조성 등 가맹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전체 7270곳의 점포 가운데 가맹점주의 수익이 저조한 점포 500곳을 선정해 점차 정리할 계획이다. 편의점 본부가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대규모 점포 정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은 매출 저조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주들이 중도 폐점을 원하면 계약상 매출 위약금을 받지 않고 정리할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점포 화재·현금 도난 관련 보험료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본사와 가맹점주 간 수익 배분율에 따라 각각 부담했던 ‘위탁가맹점(회사가 임차하고 가맹점주가 위탁 경영하는 점포)’의 월세 인상분도 100% 부담하기로 했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가맹점주와 상생을 위한 제도개선안과 150억원 규모의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프로그램에는 ▲가맹점주 민원 관련 자율분쟁해결센터 운영 ▲콜센터 운영 ▲편의점 상황에 맞는 상품 배송 입수 축소 조정 ▲우수점주 휴가·해외견학 지원 ▲가맹점주 복지 제공·자녀 학자금 지원·채용 우대 등이 포함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최근 ‘자율 분쟁 해결센터’ 도입과 ‘가맹점주 상생협력펀드’ 조성을 뼈대로 하는 상생경영 강화 방안을 내놨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가맹계약·운영과 관련한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율 분쟁 해결센터’를 마련하고 140억원 규모의 ‘가맹점주상생협력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상생펀드를 통해 점포를 운영 중인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도 해준다. 또 아르바이트 처우 개선을 위해 ‘스태프 장학금 제도’를 도입, 우수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박재구 사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가맹점의 수익성 향상으로 삼고 ‘점주 자문 위원회’ 등 가맹점 지원 활동을 계속 전개하고 있다”며 “가맹점주 경조사 지원, 스태프 지원 제도 등 상생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CU편의점을 운영하다 폐업시기를 놓고 본사와 갈등을 빚은 가맹점주가 자살을 기도, 편의점의 계약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범거래기준 시행 등으로 어느 정도 시정은 됐지만 편의점 프랜차이즈 계약의 독소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체 상생방안 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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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커지는 ‘총성없는 전쟁’ 위협… 사이버軍 양병론 다시 고개

세계 47개국 전담부대 운영

방어 명분 잇단 증강… 공멸 우려

미국 정보기관의 사이버해킹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사이버방어 전략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국은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돌입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사용한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휴전이란 말이 통용될 수 있지만 사이버전쟁에서는 휴전이란 말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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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전 수행 능력 갖춘 나라는 모두 67개국

유엔 군축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세계 193개국 가운데 47개국이 사이버전담 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군 부대가 아닌 형태로 존재하는 기관을 합하면 사이버전을 수행할 전력을 갖춘 나라는 67개국에 이른다. 최근 인도 국가안보협의회사무국(NSCS)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사이버전부대를 비롯해 정부 기관 등에 12만5000명의 사이버 요원을 보유해 세계 최다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이어 미국은 9만1080명의 사이버보안 인력을 군과 정부 기관에 배치했다. 러시아도 7300명에 이른다.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에 사이버전담부대원이 3000명에 이른다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이 수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며 실제 북한의 사이버전 수행 인력은 3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은 사이버전 수행 인력이 400명에 불과하다. 일본은 자위대 산하 4개 부대에 360명이 사이버전 업무를 맡고 있다.

이란은 사이버 강국으로 꼽힌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10만명 이상의 사이버 보안 전문인력을 가동하고 있다. 또 앞으로 미국의 사이버공격에 대비해 민간인을 포함해 12만명 이상의 전문가를 양성해 머지않아 세계 1위국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사이버 공격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은 수천명 이상, 독일은 60명으로 구성된 사이버전담부대를 갖췄다. 이 수치 역시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정확한 실체는 알려진 게 없다.

◆사이버 군비 경쟁 가속

이들 국가 대부분은 최근 스노든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전력 보강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인도는 자국 사이버보안 인력이 556명에 불과한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조만간 4446명의 사이버보안 전문가를 6개 정부 기관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유관 기관 간 기능을 조절하는 국가사이버조정센터(NCCC)도 신설할 방침이다. 독일은 100만유로(약 15억원)를 투입해 정보기관 내 사이버전담 조직을 정비하고 전문가도 100명 이상 확충할 예정이라고 슈피겔이 전했다. 싱가포르는 대학을 졸업하는 사이버보안 전공자들을 대거 선발, 이스라엘에 파견해 교육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산학협동을 통해 전문인력을 대거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란 역시 이미 12만명 이상의 전력 외에 사이버방어 능력을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군에 사이버안보 소책자를 회람하며 현대적인 전쟁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현재 3개 중대 규모인 사이버전담 부대를 4개 중대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사이버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자위대 내에 ‘사이버 방위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도 육·해·공군을 아우르는 ‘사이버군’ 창설을 서두르기로 했다.

◆핵 전쟁 능가하는 파괴력…공멸 우려 속 협력도

각국은 사이버 전력 증강의 명분으로 방어를 내세운다. 하지만 사이버전에서 공격과 방어는 언제나 서로 전환될 수 있는 게 사이버 전력의 특징이다. 특히 사이버전이 핵 전쟁 이상의 파괴력으로 인류 공멸을 재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스콧 보그는 “세계적인 사이버 전쟁이 핵 전쟁과 같은 규모의 파괴로 이어져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순히 악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촉발될 수 있는 사이버공격은 전력망 등 특정 국가의 기간망을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전기 공급중단 기간이 8∼10일을 넘어서면 국가 경제는 올스톱되고 의식주 등의 문제로 인명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멸 우려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한편으로는 협력도 활발하다. 과거 냉전시대 우발적 전쟁을 막기 위해 설치된 미국과 러시아 간 ‘핫라인’이 디지털시대 ‘사이버전 핫라인’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컴퓨터비상대응팀(US-CERT)은 러시아 관계 당국과 사이버보안 관련 정보 교류를 하기로 했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양국에 세워졌던 핵위기감소센터(NRRC)의 기능을 새롭게 부활한다는 것이다. NRRC는 냉전시대 미·러 정상 간 핫라인처럼 우발적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 NRRC는 사이버 핫라인까지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중국 인터넷침해사고대응팀(CERT)과 사이버 보안 정보와 대응 등 상호 협조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협력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콧 보그는 “사이버 핫라인 활용 등 장점이 많지만 실제 협조에는 한계도 있다”면서 “사이버안보 문제는 정치적·경제적으로 타협하기 어려운 국가 간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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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장식용이냐" 三星서 이런 말하면 인사상 불이익

"폭언은 害社 행위" 전쟁 선포

"뭐 한 게 있다고 밥 먹고 있어, 밥이 넘어가니?"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허전해서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삼성에서 이런 식으로 부하 직원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는 상사는 앞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삼성그룹은 최근 '언어폭력은 해사(害社)행위'라는 표어를 내걸고 계열사별로 강력한 폭언(暴言)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앞으로 삼성인력개발원 등 각종 사내 교육 과정에 언어폭력 예방 교육을 필수 코스로 넣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언어폭력신고센터도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언어폭력이 신고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상필벌(信賞必罰) 기준하에 인사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폭언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은 언어폭력이 임직원의 일체감을 낮추고 두뇌의 창의적 기능을 가로막아 결국 회사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은 언어폭력이 성희롱과 같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언어폭력 문제가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글로벌 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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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설명회장서 명찰 단 구본무, 격의없는 모습



SK 최태원 역동적이면서 진중, 두산 박용만 투수업고 적극성 표출

[동아일보]

LG그룹은 올해 초 국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연 뒤 한 장의 사진(사진①)을 배포했다. 그룹의 수장(首長)이자 행사의 호스트인 구본무 회장이 여느 참석자와 마찬가지로 가슴에 명찰을 단 채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전문가 A 씨는 “격의 없는 구 회장의 성향이 잘 담겨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도깨비 뿔이 달린 머리띠를 한 파격적인 모습으로 SK하이닉스 직원들과 어울리는 사진을 공개했다(사진②). 사진가 박상훈 씨는 “젊은 총수답게 밝고 역동적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며 “진중한 성격이 은연중에 표출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총수의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다 보니 기업들은 신중하게 사진을 선별한다. 아예 최근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총수도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사용한 사진을 10년 넘게 쓰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대표적이다. 오너 3세인 모 그룹의 임원은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해 멀리서 찍은 스냅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한동안 사용했다. 철학자 탁석산 씨는 “누구나 상상 속의 자신과 실제 사진 속의 모습이 서로 다른 데서 오는 실망감 때문에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며 “대기업 총수처럼 힘 있는 사람들은 이런 괴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와는 달리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사진을 자유롭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박 회장이 두산베어스 임태훈 투수를 업은 사진은 큰 화제가 됐다(사진③). 이종선 대표는 “총수 개인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인 만큼 기업의 경영 방향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탁월했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는 2008년 세계적인 사진작가 앨버트 왓슨에게 자신의 사진을 맡겼다.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하느냐”는 잡스의 질문에 왓슨은 “당신의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하라”고 주문해 진지하면서도 강렬한 표정의 사진을 찍었다.

좋은 사진을 남기려면 이처럼 작가와 모델의 교감이 중요하다.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찍은 사진가 박상훈 씨는 한 대기업이 총수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촬영 당일 해서 고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녕만 대표는 “국내 총수들의 사진은 대개 카메라를 든 사람이 상대를 어려워하며 찍은 것들”이라며 “교감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서경배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이해하고 찍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20년 전 선대 서성환 회장 때부터 사진을 찍은 사내 전문가에게 자신의 사진을 맡기고 있다. 박상훈 씨는 “세계를 상대하는 기업인인 만큼 세계에 내놓아도 흡족한 수준의 사진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석·김현진·정지영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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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이후 재매각 난항.. PEF 투자금 회수 못해 ‘소화불량’

기업 구조조정 구원투수 ‘사모펀드’의 그림자

'5월 말 현재 등록회사 228곳, 총 출자약정액 42조2169억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 시행에 따라 우리제1호 PEF와 미래에셋 1호 PEF가 첫발을 뗀 지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하게 등장한 PEF의 이면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숙제가 있다.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기업들의 엑시트(투자자금 회수) 문제다.

■M&A 성공…'승자의 저주'

지난 10년간 PEF들은 대규모의 M&A 경쟁에서 승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토종 PEF의 대표격인 보고펀드는 지난 2006년 노비타를 시작으로 동양생명, 비씨카드, LG실트론, 버거킹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막대한 해외 블라인드 자금을 앞세운 MBK파트너스는 C&M, 유니버설스튜디오 제팬, 코웨이, 네파 등 대규모 M&A에서 승전보를 올렸다. 이외에도 모간스탠리 PEF가 외식업체인 놀부NBG를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대한시멘트 등 시멘트업체들을 품에 안으며 막강한 '돈의 힘'을 과시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경쟁에서 승자가 됐지만 '엑시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인수한 기업들을 계약기간 내 재매각해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을 돌려줘야 하지만 대부분이 여의치 않았다.

보고펀드가 인수한 동양생명은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상장이 무산되며 엑시트의 기회를 날렸다. MBK파트너스 역시 지난 2007년 맥쿼리와 함께 인수한 C&M의 엑시트가 고민이다. 특히 2006년 인수한 HK저축은행의 매각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매물로 내놓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동양생명은 저금리 장기화 등 업황이 좋지 않고 LG실트론은 실적부진으로 상장에 발목을 잡혔다. 올 하반기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C&M의 경우 국내 케이블TV 가입자가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시장이 포화상태다.

PEF의 매물은 PEF가 가져가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불문율이다. 때문에 이들 기업은 대부분 전략적투자자(SI)들이 인수후보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업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베팅은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PEF들이 대부분 두자릿수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엑시트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은 레퓨테이션 하락으로 이어져 다음 펀드레이징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안겨줘야 하기 때문에 PEF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 투자 PEF '정책리스크'

외식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한 PEF들은 복병을 만났다. 경기변동에 덜 민감하고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을 받으며 2011년 모간스탠리PEF가 놀부NBG를 인수했다. 같은 해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풀무원식품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토종PEF 보고펀드가 버거킹 한국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달에는 씨티그룹 계열 PEF 운용사인 CVCI가 BHC치킨 인수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KFC, 크라제버거, 새마을식당 등이 매물로 나오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식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수익률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출점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면 성장성이 제한돼 투자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규제로 인해 프랜차이즈의 유망 상권에 출점이 어려워졌다. 이는 곧 영업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외식 중소.중견기업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받아왔으나 중기적합업종 선정이 PEF들의 외식업종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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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맞은 한국금융의 새 리더십] (1)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키우고 해외시장 뚫고.. ‘차별화’로 순익 3兆 신화 창조

올 들어 국내 금융시장은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우리금융 민영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 '버냉키 쇼크'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이 예고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개 금융지주의 연결 총자산이 1828조7000억원에 이를 만큼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금융지주 CEO들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금융지주 CEO들의 리더십과 전략,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과제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신한금융그룹이 '차별과 최초'를 통해 '최고'로 도약하고 있다. 기존과 차별되는 수익 구조와 글로벌 네트워크, 최초의 스마트 금융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은 지난 2011년 국내 금융기업 최초 당기순이익 3조원을 돌파했고,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지난해에도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 2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금융권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를 겪으며 어려움에 처했던 '신한호(號)'가 차별화 전략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도전정신으로 무장, 대한민국 리딩뱅크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해 수익 극대화

한동우 회장 취임 첫해인 지난 2011년 신한금융그룹은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 국내 금융그룹 역사상 전대미문의 순이익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지속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시기에 달성한 기록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어 지난해에도 2조32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국내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같은 신한금융그룹의 경영성과는 비은행부문 강화를 통한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의 결과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사업부문 이익 비중의 경우 38.0%로 다른 금융그룹과는 차별화되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 사업자로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고 보험과 증권, 자산운용도 경쟁 금융그룹 대비 높은 이익기여를 보이며 그룹 이익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한 회장은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신한생명 사장으로 취임해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한편 지난 2005년 그룹 자회사로 편입시킴으로써 그룹의 비은행 사업부문을 강화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순익 10% 글로벌 네트워크로 창출

신한금융그룹은 오는 2015년까지 순익의 10%를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창출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지난 2년간 기존의 5대 핵심시장(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에서 내실을 다짐과 동시에 해외 네트워크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매진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차별화 전략의 핵심은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현지화'다. 신한금융의 장점인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도 적용, 그룹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그룹의 성공모델을 해외에서도 구현하자는 것이다. 카드, 생명, 증권, 자산운용 등 비은행 사업부문이 은행이 이미 진출한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사업 진출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 해외 현지 시장별 특성에 적합한 그룹사 간 동반진출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현지화'의 경우 신한금융은 일찍부터 주요 국가 진출형태를 현지법인으로 전환해 네트워크 확대와 수신기반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현지화된 인력 관리와 시설투자 등 인프라를 구축해 현지 기업 및 개인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그룹의 미션인 '따뜻한 금융'을 해외 네트워크에서도 고객응대의 기본철학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지화된 신한금융의 '따뜻한 금융'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신한만의 차별화되고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금융으로 서비스 차별화

한 회장은 취임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디지털 금융'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인터넷뱅킹 시대를 열었던 신한은 '스마트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개념조차 없었던 지난 1996년 한 회장(당시 신한은행 중소기업지원본부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3년 뒤인 1999년 7월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 가운데 최초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만든 팀 중 하나가 바로 지주사 내 스마트 금융팀이다.

또한 각 계열사 역시 스마트금융을 담당하는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올해 역시 신한은 핵심전략 중의 하나로 새로운 성장방식 구축을 위한 스마트금융 경쟁력 강화를 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Pull마케팅 중심채널로서의 스마트금융 역할을 대폭 강화해 신수익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의 스마트금융은 은행만이 아닌 카드, 증권, 생명 등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한동우 회장
■위기때 빛난 한동우 회장 리더십

지난 2010년 신한금융그룹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렸다. 이른바 '신한사태'로 불리는 경영진의 분쟁으로 그룹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벼랑끝에 내몰린 신한은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특급 소방수' 역할을 맡은 한 회장은 뼈를 깎는 내부 혁신을 단행, '신한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다. 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대에 부응하는 건전한 경영승계문화를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 추천 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지배구조, 경영승계계획 승인, 회장 후보 추천 및 육성 등을 담당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 이후 싸늘해진 시장 반응을 전환하기 위해 '공정·투명'이라는 원칙을 내걸고 과감한 인사 정책을 펼쳤다.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오직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진으로 발탁했다. 은행 임원 출신으로 자회사 CEO가 선임되던 이전과 다르게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등에 내부 출신 임원이 CEO로 선임되는 등 능력 있는 자회사 직원들이 CEO로 커갈 수 있는 비전도 제시했다. 시장에서 신한이 빠르게 조직안정화를 되찾은 주된 요인으로 한 회장의 취임 초기 혁신적이고 과감한 인사정책을 꼽는 이유다.

인사 문제를 일단락시킨 한 회장의 다음 과제는 조직 재정비였다. 지난해 1월 신한은 그룹 차원의 기업투자금융(CIB) 및 자산관리(WM) 사업부문 출범을 발표했다.

더욱 복잡다양해지는 고객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분산된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부문 제도는 이전과 달리 그룹 차원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그룹 고객들에게 더욱 선진화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30년 넘게 금융권에 몸담으며 많은 금융회사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한 회장은 신한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한 회장은 '신한 재창조, 그레이트(Great) 신한을 위한 준비'라는 올해 전략목표를 내걸고 '신한 르네상스의 2막'을 열기 시작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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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레저도시 꿈꿨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천 영종도를 배경으로 한 외국인 카지노업 사전 심사청구 2건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영종도가 술렁이고 있다. 투자유치설명회 하루 만에 찬물을 끼얹는 발표에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2.7㎢를 개발하는 미단시티(운북복합레저단지) 사업에 불똥이 튀었다. 이번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리포ㆍ시저스컨소시엄(LOCZ코리아)은 미단시티 핵심 사업자다. LOCZ코리아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미단시티 3만1000㎡ 용지에 6500㎡ 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국제회의장, 콘퍼런스센터, 공연장, 골프장 등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카지노 설립이 무산되면서 복합리조트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외국인 카지노 허가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토지매매계약 협상 등이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제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5000억원가량 투자 유치가 물 건너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미단시티뿐만 아니라 영종도에 추진되고 있는 영종복합리조트ㆍ가족레저형 쇼핑몰(1.65㎢), 에어포트 로지스틱 파크(3.1㎢), 용유무의관광단지(30.2㎢) 등 외자 유치가 사업을 좌우하는 지역에도 파편이 튀고 있다.

영종도 주민 정 모씨(51)는 "대규모 개발 계획을 믿고 하늘도시에 입주하거나 카지노 등 개발사업에 대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이나 건물을 지어놓은 사람이 많은데 정부가 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연쇄 도산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후속 행정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 행사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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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법인택시기사 월소득 187만원…버스기사의 62%(종합)


택시차고지에 가득한 택시들 <<연합뉴스DB>>

승객 1인당 이동거리 5.4km…평균 요금 6천원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서울시내 법인택시기사의 월평균 소득이 187만원으로 근로시간이 더 짧은 시내버스기사의 6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택시의 승객 1인당 평균 이동거리는 5.4km였으며 평균 6천원의 요금을 냈다.

서울시는 작년 말 전체 법인택시 2만1천322대에 장착한 택시정보시스템 자료와 255개 법인택시업체로부터 받은 2011∼2012년도 운행기록장치자료, 임금대장 등을 바탕으로 법인택시기사 처우 실태를 분석해 23일 발표했다.

그동안 일부 표본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전수조사는 처음이다. 서울시내 하루 운행되는 택시수는 4만8천대로 법인택시가 1만8천대, 개인택시가 3만대 가량 운행된다.

법인택시기사의 평균소득은 매달 26일을 꽉 채워 하루 평균 10시간, 시간당 1만4천500원의 운송수입을 올렸을 경우 월 정액급여 120만원에 사납금 이상 벌어들인 운송수입 67만원을 합해 약 187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하루 7.2시간씩 매달 22일 일해 평균 300만원을 받는 시내버스 운전기사 월소득의 62% 수준이다.

법인택시기사는 하루평균 10시간 40분을 일하고 10만8천900원의 사납금을 냈다. 법인택시기사의 85.9%는 사납금 이상의 수입을 올려 남은 돈을 가져갔다. 하루 수입은 사납금을 포함해 14만∼15만원이 12.6%로 가장 많았고 13만∼14만원이 12.0%, 15만∼16만원이 11.9%, 16만∼17만원이 11.6% 순이었다.

사납금 미납액은 정액급여에서 차감해야 하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 신호위반, 승차거부 등을 하는 경우가 잦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시는 지적했다. 게다가 법인택시기사들은 하루 평균 36.6ℓ의 유류를 소비하지만 25ℓ에 대해서만 회사가 유류비를 대고 나머지는 기사개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서울 법인택시기사ㆍ시내버스기사 근무환경 비교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서울시는 작년 말 전체 법인택시 2만1천322대에 장착한 택시정보시스템 자료와 255개 법인택시업체로부터 받은 2011∼2012년도 운행기록장치자료, 임금대장 등을 바탕으로 법인택시기사 처우실태를 분석해 23일 발표했다. bjbin@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이에 따라 법인택시 기사는 매달 추가 유류비로 25만원을 부담해야 해 실소득액이 월 25만원 가량 줄어든다고 시는 덧붙였다.

택시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전체 서울시내 교통사고의 23.8%(2011년)를 차지했다. 특히 법인택시 교통사고는 개인택시 교통사고의 5.7배 수준으로 전체택시 교통사고의 80.9%를 차지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따라 법인택시기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2.8년에 불과했고 신규입사자 중 1년 이내 퇴사자 비율도 38%나 됐다.

열악한 처우는 택시서비스 수준 저하로 이어졌다. 120 다산콜센터로 접수된 교통관련 민원건수 중 택시 관련 불편 민원건수는 전체의 75%에 달했고 택시 관련 불편 민원건수 중 승차거부 신고건수는 40%나 됐다.

한편 작년 말 기준 시에 등록된 법인택시 2만1천322대 중 실제 운행되는 차량비율은 72%로, 6천대 가량은 기사가 없어 운행하지 못했다.

법인택시 한 대당 하루평균 주행거리는 221km로 이 중 손님을 태우고 영업한 거리는 64% 인 141km였고 나머지 거리는 빈차로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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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사진의 비밀… 왜 父子는 나란히 서지 않을까



[동아일보]

CJ그룹은 최근 이재현 회장의 공식 프로필 사진을 각 언론사에 새로 배포했다. 밝게 웃는 기존 사진 대신 고개를 숙인 채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의 사진이다.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회장과 그룹의 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J그룹 측은 “요즘 같은 분위기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한 장은 때로는 수만 마디의 말보다 더 강하다. 사람들은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특히 총수의 사진으로 그 기업 이미지를 떠올린다. 기업들이 총수의 사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총수 사진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긴다. 기업의 문화와 전략, 총수의 성향도 묻어난다.

사진 전문가, 이미지컨설팅 전문가와 함께 이른바 기업의 ‘1호 사진’인 총수 사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각 그룹이나 기업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 외에 각종 보도용 행사 사진도 분석했다. 김녕만 사진예술 대표, 사진가 박상훈 씨,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등이 도움을 줬다.

■ 딸 손잡은 이건희, 여성 경영참여 부각… 이재용은 구글CEO 감싸 불화설 진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공식 프로필 사진은 삼성그룹이 지난해 찍어 배포한 것이다. 2년 만에 바꿨다. 사진 한 장을 5년 넘게 사용하는 다른 그룹보다 교체 주기가 짧은 편이다. 이 회장의 사진은 국내 정상급 사진작가인 조세현 씨가 찍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녕만 대표는 “무난한 사진을 선호하는 다른 그룹 총수와 달리 45도 뒤쪽에서 내리쬐는 역(逆)측광을 써 얼굴의 윤곽을 밝게 살렸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를 아주 잘 드러낸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그룹 행사에 참석하거나 출국할 때 주로 카메라에 노출된다.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또는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손을 잡은 모습이 많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옆에 서는 법이 없다. 항상 몇 m 뒤에서 따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사진①). 정연아 회장은 “두 딸을 앞세우는 것은 평소 지론인 여성의 경영 참여를 부각하고 감성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라며 “부친의 뒤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의 모습에서는 후계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부친의 뒷자리에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은 4월 방한한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을 때 사진기자들 앞에서 오른팔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는 포즈로 친근감을 표시했다(사진②). 예정에 없던 ‘포토타임’에 어색해하는 페이지 CEO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남긴 이 사진은 항간에 떠돌던 두 회사의 불화설을 진화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정몽구는 생산현장으로, 정의선은 신차 발표회로… ‘내실과 미래’ 메시지 분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언론용 프로필 사진은 그룹 직원이 찍은 것을 사용한다. 사진작가급 직원이긴 하지만 외부 유명 스튜디오를 수소문해 고르는 다른 그룹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차 관계자는 “프로필용 사진을 따로 찍지 않고 행사장에서 찍은 것 중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쓴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사진은 현장에서 부하직원들과 함께 있는 게 많다. 작업복을 입고 생산라인을 살피거나 건설현장에서 손을 들어 먼 곳을 가리키는 사진들이 대표적이다(사진③).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총수 부자(父子)가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모터쇼나 신차 발표회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주로 공개된다. 그룹 대표 색깔인 푸른색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에 무선 이어마이크를 차고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사진④). 강진주 소장은 “정 회장이 생산현장에서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라면 아들인 정 부회장은 신차 발표 현장에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연계된 이미지로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용석·김창덕·장관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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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재현 회장 소환…CJ 수사 정점

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5일 오전 이재현 회장을 검찰청사로 불러들이기로 함에 따라 이번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1일 CJ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을 둘러싼 조세 포탈, 비자금 등 대부분의 의혹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이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25일 오전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회장은 검찰 소환 조사에 대비해 변호인단과 출석 시간 및 조사 방법 등에 대해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두하는 이 회장의 신분은 피의자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그동안 수사해왔던 의혹 전반을 꼼꼼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출석하면 우선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회삿돈 66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CJ(주)와 계열사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과 양도소득세 510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80억원은 해외 계좌로 보유한 CJ그룹 주식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세금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해 CJ그룹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CJ그룹이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거액의 차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CJ그룹이 사용한 차명계좌가 해외 법인이나 외국인 이름으로 등록된 점에 주목했고 CJ그룹이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들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혀냈다.

CJ일본법인이 이 회장이 도쿄 아카사카 지역에 차명으로 빌딩 2채를 총 450억여 원에 구매할 때 담보를 제공하는 등 CJ그룹 해외 법인들이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정황도 조사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회사에 350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또 서미갤러리를 통해 고가 미술품을 사들이며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탁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회장 일가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서미갤러리를 통해 임직원 명의로 200~300여 점, 총 1100억원대 미술품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미술품 거래 과정에서 각종 세금을 탈루하거나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ㆍ세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20~21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밖에 CJ제일제당과 해외 계열사, 페이퍼컴퍼니 등의 가상 거래를 만들어 전ㆍ현직 임직원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해 비자금을 만든 혐의도 받고 있다. 누나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이 운영했던 CJ아메리카의 부실 계열사를 CJ(주)가 사들이게 해 60억원대 손실을 회사에 끼친 혐의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25일 이 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소환 혹은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검찰이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한 차례 소환 조사를 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CJ그룹 중국법인 임원 김 모씨의 소환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홍콩ㆍ싱가포르 등에 요청한 해외 계좌 정보가 아직 오지 않는 등 일부 조사가 덜 진행된 상태지만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략적인 혐의에 대한 사실 확인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 회장 소환과 함께 지난 8일 구속한 전 CJ홍콩법인장 신 모 부사장도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부당 지원에 개입한 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와 수위, 이미경 부회장 등의 소환 여부와 시기 등도 함께 판단할 예정이다.

[김동은 기자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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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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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美기밀 폭로 前 CIA 직원), 홍콩 떠나 모스크바로… 최종 목적지는 베네수엘라 될 듯

[오늘 쿠바 아바나로 향할 듯]

"美, 중국 移通기업 해킹… 英도 전 세계 민간인 개인정보 수집" 추가 폭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정보 수집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29)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23일 은신 중이던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는 "모스크바가 그의 최종 목적지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날 항공사 관계자를 인용해 "스노든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쿠바 아바나로 이동한 뒤 다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도 스노든 측근을 인용해 "종착지인 베네수엘라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 복잡한 비행 노선을 택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다. 스노든의 경로인 러시아와 쿠바도 미국과 가까운 관계는 아니다.

스노든의 홍콩 출발에 앞서 미국 정부는 홍콩 당국에 스노든의 신병 인도를 요청하며 압박에 들어갔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미국 시각) CBS방송 인터뷰에서 "스노든을 미국으로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홍콩 당국과 접촉했다"며 "이번 사건이 미국·홍콩 범죄인 인도조약의 이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미 검찰은 스노든을 간첩 및 절도 혐의로 그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회사가 위치한 버지니아주 동부지법에 기소한 상태다.

SCMP의 왕샹웨이(王向偉) 편집장은 최근 기명 칼럼에서 "스노든이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이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스노든이 미국으로 송환되거나 홍콩에 망명하는 것은 모두 오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미·중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달 중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했을 때 양국 정상이 스노든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왕 편집장은 제기했다.

이날 SCMP는 스노든의 2차 폭로 내용을 공개하며 "미국 정부가 중국 이동통신 기업을 해킹해 문자메시지 수백만 건을 훔쳤다"고 밝혔다. 또 "미 정부가 칭화대와 홍콩 통신기업 팩넷(Pacnet)도 해킹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3대 이통통신사 가입자는 총 11억9500만명이며, 연간 9000억건의 문자메시지를 교환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스노든이 공개한 기밀문서를 인용해 "영국 감청기관 정보통신본부(GCHQ)가 '템포라(Tempora·라틴어로 시간)'라는 프로젝트로 전 세계 민간인의 전화·이메일·인터넷 사용 기록 등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민간 대형 기업도 해커와 사설탐정을 고용해 불법 정보 수집 활동을 해왔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위성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통해 무단으로 개인 정보를 확보했다가 영국 감독 당국의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처럼 미·영 등 선진국 정부는 물론 대기업까지 개인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빅 브러더' 논란이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조지 오웰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감시 권력을 의미한다. 독일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토머스 오페르만 원내총무는 "오웰의 소설이 영국에서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는 영국의 사찰 의혹에 대해 "재앙" "할리우드 공포 영화에 나올 일"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스노든의 2차 폭로 이후 "미국은 사이버 공격의 피해자가 아니라 IT 스파이 행위에서 세계 최고 악당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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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佛 등 시리아 반군에 긴급 군사지원 합의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국가 모임인 '시리아 친구들' 연합의 외무장관들이 만나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 군사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 모인 시리아 친구들 연합 11개국 외무장관들은 "각국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시리아 정부군에 모든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긴급 지원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셰이크 하마드 빈 자셈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반정부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만이 평화를 가져올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들이 지원될지는 성명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리아 친구들 연합은 또한 시리아 정부군이 최근 이란군과 레바논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세력을 이용해 반정부군을 공격한 것을 비난하며, 이들이 시리아에서 당장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지원은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에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개입에 속도를 냈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반정부군을 지원하는 것이 시리아 사태를 무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반정부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제네바에서 열고자 하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평화회담을 여전히 성사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자신이 외세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와 싸우고 있다며 시리아 친구들 연합의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번 '시리아의 친구들' 회의에는 미국과 영국 외에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 11개국이 참석했다.

2011년 3월에 시작한 시리아 내전으로 현재까지 약 9만여 명이 사망했으며 대부분이 민간인 피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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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미·영 ‘빅 브러더’ 동맹

[한겨레] 스노든, 이번엔 광케이블 이용한 영국의 도·감청 폭로

영 첩보기관 미-유럽 통신선 해킹

매일 6억 통화 감청해 미국과 공유

“대영도서관 장서 192배 분량 감시”

독 법무 “공포영화 같은 재앙” 반발

스노든 “미 NSA도 중국 해킹” 폭로

미국의 공식 인도요청 뒤 러시아행


미국·영국 정부가 함께 벌여온 민간인 사찰 활동의 새로운 실체가 드러났다. 속속 밝혀지고 있는 미·영 ‘사찰 동맹’에 대한 유럽·중국의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폭로의 주인공 에드워드 스노든(29)은 홍콩을 떠났다.

■ 미국 프리즘보다 강력한 영국 템포라 영국의 감청 전문 첩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HCQ)가 북미-유럽을 잇는 통신 광케이블을 가로채 전화·인터넷 자료를 도·감청하고, 이를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공유하며 합동 분석해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 폭로했다.

작전명 ‘템포라’(‘시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라고 이름 붙여진 국제 도·감청 작전은 5년 전부터 준비됐다. 영국은 북미 대륙과 유럽을 잇는 환대서양 광케이블에 감청 장치를 비밀리에 설치하고, ‘표적 단어’에 맞는 내용을 걸러내는 ‘엠브이알’(MVR)이라는 고성능 필터링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후 지난 1년6개월여 동안 매일 200개가 넘는 광케이블을 해킹해 6억건의 전화통화, 3900만기가바이트의 인터넷 전자우편·접속기록 등을 도·감청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영국 정보통신본부 요원 300명,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 250명이 전속 배치됐다. 영국 정보통신본부는 4만여개, 미국 국가안보국은 3만1000여개의 ‘표적 단어’를 정해 최대 30일 동안 자료를 보관하며 분석했다.

“대영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에 담긴 정보 총량의 192배를 매일 도·감청한 셈”이라고 평가한 <가디언>은 “광케이블로 연결된 모든 형태의 정보를 빨아들여 세계 인터넷 사용자 20억명의 일상을 감시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자료를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29) 전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은 ‘템포라’에 대해 “인류 역사상 최대의 민간인 감시망”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은 이달 초 미 국가안보국이 구글 등 다국적 인터넷 기업의 도움을 받아 전자우편·전화 자료를 도·감청하는 ‘프리즘’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비네 로이토이세 슈나렌버거 독일 법무장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마치 할리우드 공포영화와 같은 재앙이다. 유럽연합(EU)이 상황 파악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을 도·감청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는 영국으로선 유럽연합 회원국의 집단적 항의·반발에 명쾌한 해명을 내놓아야할 처지가 됐다.

■ 미국, 중국·러시아에 포박당하나 스노든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미 국가안보국이 중국 이동통신 기업을 해킹해 중국인들의 문자 메시지를 수집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국의 휴대전화 기업을 해킹했으며, 모든 문자 메시지를 훔쳤다. 중국 칭화대 및 홍콩 통신기업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이를 입증할 문서를 직접 제시하진 않았지만, “증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당국이 해킹 전문 부대를 만들어 미 국가기관을 해킹해왔다고 비판해왔지만, 오히려 미국은 중국 민간인까지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영문판 칼럼에서 “미국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중국을 세계 최고 해킹 스파이 국가라고 덧씌우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우리 시대 최고의 불한당(이다). 미국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에 설명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스노든의 행보는 23일 절정을 이뤘다. 22일 미 백악관은 “홍콩 당국에 스노든의 범죄인 인도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의 고위 관리는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홍콩이 빨리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며 홍콩은 물론 중국까지 은근히 협박했다.

그러나 스노든은 23일 오전 10시55분,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자마자, 제3국행을 택한 것이다.

이날 오후 5시15분 모스크바에 도착한 스노든이 러시아를 최종 기착지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스노든의 최종 목적지가 아이슬란드나 에콰도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하와이를 떠나 홍콩으로 옮겨온 스노든은 그동안 아이슬란드에 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스노든은 간첩·절도 등의 혐의로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 지방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안수찬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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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현장속으로]박지성+싸이+유재석…아시안드림컵에 상하이가 젖었다


박지성팀(오른쪽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판즈이팀 선수들이 23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축구장에서 열린 아시안드림컵 직후 관중석에 인사하고 있다. 2013.6.23 상하이(중국) | 김현기기자


베이징과 함께 중국 양대 도시로 군림하는 상하이가 '한류'에 흠뻑 빠진 날이었다. 주인공은 '아시아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JS파운데이션이 23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축구장에서 제3회 삼성화재 아시안 드림컵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2011년 베트남, 2012년 태국에 이어 중국으로 무대를 옮긴 아시안 드림컵은 수많은 중국 축구팬과 한류팬을 끌어모으며 성황을 이뤘다. 월드스타 싸이가 하프타임 공연을 하고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출연진들이 이번 대회에 함께 참여하면서 아시안 드림컵은 축구와 예능, 음악이 결합한 '한류 블록버스터'로 역사에 남게 됐다.

◇공항부터 난리법석

1~2회 대회에서 보여준 그 열기 그대로였다. 22일 박지성과 런닝맨 출연진이 입국할 때 2000여명의 중국 팬들이 상하이 푸동공항에 진을 치고 이들을 환영했다. 박지성은 정오 무렵 들어왔는데 오전 6~7시부터 몰려든 현지 팬들로 공항은 북새통이 됐다. 한 교민은 "자국 축구는 싫어해도 프리미어 리그 등 해외축구에 빠진 중국인들에게 박지성 자선축구는 기대되는 이벤트"라면서 "여기에 런닝맨이 결합됐으니 공항이 마비된 것은 당연하다. 런닝맨은 중국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정식으로 사오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방송된 뒤 바로 중국어로 번역돼 돌아다니는 파일을 인터넷으로 보는 중국팬을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박지성팀 '이게 대표팀이었으면….'

경기는 박지성과 그의 친구들이 한 팀을 이룬 '박지성팀', 그리고 '중국 축구의 홍명보'로 불리는 판즈이와 그의 동료들이 한 팀을 이룬 '판즈이팀'이 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지성팀의 면모는 얼마 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 대표팀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동원과 '런닝맨' 김종국이 투톱으로 나선 가운데 박지성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와 이청용이 좌우 날개를 봤고, 박지성과 기성용이 중앙미드필더로 포진했다. 포백은 왼쪽부터 박주호와 곽태휘, 이정수, 토다 가즈유키(일본)였다. 특히 박지성은 전반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벼 '캡틴 박'의 대표팀 복귀를 바라는 국내 팬들에게 깊은 향수를 불어넣었다. 박지성은 후반 28분 왼쪽에서 넘어오는 크로스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골문 앞에서 넘어지며 오른발 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 마리티무 공격수 석현준이 종료 직전 추가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박지성팀'의 2-0 승리로 끝났다.


가수 싸이와 댄서들이 23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축구장에서 열린 아시안드림컵 하프타임에 공연하고 있다. 2013.6.23 상하이(중국) | 김현기기자


◇박지성+싸이+유재석…'한류 블록버스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홍커우축구장엔 2만여명의 팬들이 운집해 자선축구의 인기를 증명했다. 선수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본부석 가운데 자리가 680위안(약 13만원)이었지만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각종 이벤트가 시선을 모았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박지성을 위해 상하이까지 온 싸이는 하프타임 때 '젠틀맨'과 '강남스타일'을 연달아 불러 2만여 관중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여기에 김종국과 이광수, 유재석 등 런닝맨 멤버들도 그라운드를 뛰었고 최윤겸 전 대전 감독 아들인 그룹 샤이니의 민호와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시우민과 루한도 뛰어 팬심을 흔들었다. 유재석은 후반 33분 박지성팀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크로스바를 강타해 중국팬들을 비탄에 빠뜨렸다. '축구 한류' 박지성과 '예능 한류' 유재석, '음악 한류' 싸이가 한꺼번에 결합된 아시안 드림컵은 축제 한마당이었다.

상하이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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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紙·誠… 감동있는 개룡남



■ 소박한 외모에도 여성들 열광 왜?

[동아일보]

요즘 장안의 화제는 박지성 선수(32·퀸스파크레인저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 선수가 지난주 미모의 아나운서 김민지 씨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하자 많은 미혼 남녀들은 축하와 부러움, 질투가 섞인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다소 소박한 외모의 박지성이 명문대 출신 미모의 방송인을 여자친구로 사귀게 된 데 대해 ‘박지성이 부럽다’는 반응 못잖게 ‘김민지가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젊은 여성 연예인들이 이상형 남성을 꼽을 때 거의 빠지지 않는 남자가 박지성이다. 본보는 결혼정보업체 컨설턴트, 인상분석가, 스포츠마케팅 종사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박지성의 매력’을 알아봤다.

전문가들은 “박지성은 땀과 눈물로 성공을 거둔 대명사”라고 입을 모았다. ‘더이상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남자)은 탄생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현대사회에서 박지성의 성공 스토리, 그 스토리를 가능하게 한 그의 노력과 집념이 결혼 적령기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모가 떨어져도 스타가 되면 ‘플러스 20점’

“박지성의 배우자 지수는 93.5점입니다. 이 정도면 최고의 여성을 골라 만날 수 있죠. 보기 드문 ‘특A급 개룡남’이니까요.”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23일 본보의 요청으로 박지성의 배우자 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배우자 지수란 신체 및 사회경제적 매력을 수치화해 결혼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말한다.

이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29∼33세 남성의 평균 점수는 70.11점. 신체 조건과 학력 및 가정환경이 동일하다고 가정한 대기업 회사원 박지성은 75.21점으로 평균을 약간 웃돈다. 하지만 세계적인 프로 리그에서 활약하는 실제 박지성의 현재 점수는 93.5점. 일반 축구선수는 직업 점수가 68점이지만 박지성은 연봉이 약 30억∼40억 원(추정)에 이르는 억대 스타여서 가점을 받았다. 일본,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로 리그에 진출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자신의 가치를 20점 가까이 높인 셈이다.

회사원 김자연 씨(26·여)는 “박지성은 눈빛과 말투에서 근성이 드러나 매력적이다. 가정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자식들에게도 좋은 롤 모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무덤덤한 인상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는 “박지성의 매서운 눈매는 승부에 대한 집념을 상징한다. 가운데가 유난히 두툼한 코는 강인한 체력을 의미한다. 두꺼운 눈두덩과 입술은 성공을 하고도 남을 배려하는 겸손함과 느긋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선우 측은 박지성과 동일한 재력을 가진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박지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 대표는 “재력과 미모를 갖춘 여성일수록 단순한 스펙보다는 열정, 승부근성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박지성은 축구장뿐 아니라 결혼시장에서도 에이스인 셈”이라고 말했다.

○ 근성으로 몸값 끌어올린 성공男

“악착같이 돈만 번 ‘개룡남’은 호불호가 엇갈립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를 썼기에 그 이상의 평가를 받는 거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이명길 대표 강사는 박지성의 질곡이 많았던 축구인생이 매력도를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박지성은 왜소한 체격 때문에 스카우트를 받지 못하다가 간신히 명지대에 진학했다. 박 씨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운동하는 아들에게 고기라도 실컷 먹여주겠다”며 정육점을 차렸을 정도다. 박지성은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축구에만 매달렸다. 그는 자서전에서 “내 인생은 늘 그랬다. 남들 눈에 띄지 않으니 ‘깡다구’밖에 없었다. 보잘것없는 나의 조건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고 회고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후 도쿄 퍼플상가에서 뛰던 박지성을 네덜란드 리그 에인트호번으로 데려갔다. 박지성은 쉴 새 없이 뛰는 ‘산소탱크’로 인정받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까지 진출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악착같이 경기에 임하는 지성이를 보고 ‘인간 청소기’ 같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의 성실함이 박지성의 강점”이라고 평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뛰어난 외모는 아닌데, 웃을 때는 나름 귀엽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성공하고도 겸손한 모습을 보면 ‘내면은 하정우 뺨치는 미남’”이라고 품평했다.

한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는 박지성의 매력을 ‘시련→투쟁→승리’라는 영웅적 서사구조를 갖춘 인생사에 있다고 봤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미남 미녀 스포츠 스타들보다 박지성 같은 극적인 스토리를 갖춘 인물이 마케팅 측면에서 훨씬 좋은 광고모델”이라며 “젊은 여성이나 사윗감을 고르는 부모들도 그런 점에서 더 좋은 점수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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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남한 노래 부르고 싶어 脫出…내 목소리는 간드러지는 북한식에는 안 맞아"

故 명동찬 감독.
[前 북한축구 대표팀 감독의 딸·'외화벌이' 북한식당 복무원… 팝페라 가수 명성희씨]

"중국의 北식당서 '타이타닉' 주제가 부른 사람은 나밖에 없어… 長春에서 노래 잘한다고 소문나"

"안기부가 공작한다는 말 많이 들어 처음엔 남한 손님 경계한 '복무원'들… 사랑에 빠져 종종 도망가기도"

"처음에는 일 할 줄을 몰라 평양으로 들여보내야겠다고 했지만, 내가 노래를 잘하니까요. 창춘(長春)의 북한 식당에서 '타이타닉' 주제가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을 부른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요. 북한 영사관도 부르는 걸 허락해줬어요. 그때 창춘에서 '노래를 최고 잘하는 가수'로 소문났어요."

명성희(33)씨는 내 앞에서 실력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 노래 한 소절을 불렀다.

"식당 음식 맛은 그저 그랬지만, 내 노래를 들으러 온 남한 사람이 많았어요. 나는 자랑할 줄 몰라요. 실제 그랬다니까요."

한때는 탈북자 개개인의 사연이 모두 '뉴스'였다. 이제 탈북자는 국내로 들어오기 전까지만 뉴스가 될 뿐이다. 우리 사회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개인으로서 이들은 잊힌다. 현재 2만여 탈북자가 우리 주변에 있다.

그중 한 명이, 자본주의 때가 묻은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물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젊은 여성이 앉아 있다.

"나는 남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탈북했어요. 최진희·김완선 노래를 좋아했어요. 내 목소리는 두껍고 허스키한 진성이에요. 얇고 간드러지는 북한 스타일에는 잘 맞지 않았어요. 남한에 오면 노래로써 성공할 줄 알았어요. 어떤 연예 기획사에 소속돼 트로트를 불렀어요. 앨범을 냈지만 실망이 컸죠. 지금은 팝페라 가수 준비 중이에요."

그녀는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때 서울에 내려왔던 북한 축구 대표팀 명동찬 감독의 딸이다. 명 감독은 1999년 미국 LA 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 북한 여자팀을 이끌고 나가기도 했다. 나이지리아팀과 맞붙어 예선 탈락해 국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그 시합 뒤 숨졌다.

이런 아버지를 둔 그녀가 탈북 전에 외화 벌이를 위한 '북한 식당 복무원'으로 근무했다는 점이 특히 내 관심을 끌었다. 북한 식당 복무원들의 세계는 지금껏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복무원이 되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평양 바깥을 떠나본 적이 없었어요. 탈출을 하려면 중국을 알아야 했어요. 그래서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북한 식당에 지원했던 거죠."

내가 북한 식당에 처음 들어가 본 것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취재를 위해 옌지(延吉)에 갔을 때다. 김일성에 관해 말을 꺼내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복무원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 뒤로도 중국·러시아·네팔·캄보디아 등에서 여러 차례 북한 식당을 가봤다. 이 '외화벌이' 복무원은 집안과 당성이 좋은 최고 엘리트를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당마다 인력이 필요하면 뽑아요. 문건 사업(신원 조회)을 합니다. 2003년 내가 지원했을 때만 해도 학력은 크게 따지지 않았어요. 봉사직에서 일했거나 미모가 뛰어나면 유리했어요. 식당에서 공연을 해야 하니까 노래와 무용을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죠."

―북한 체제 바깥으로 내보내는 데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은 것 같군요.

"배치되기 전에 한두 달간 자본주의에 대한 정신교육은 받아요."

―교육 내용은?

"오래돼서 다 기억은 나지 않는데, '자본주의가 아무리 잘살고 눈앞에 황금(黃金)이 보인다고 현혹되지 마라. 그 순간뿐이다. 영원한 것이 아니다. 내 조국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사실 그런 걱정이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인민학교·중학교·대학교를 거치면서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어요. 인민학교 때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어린 시절' '친애하는 지도자의 어린 시절' 같은 과목이 있고, 중학교에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의 혁명 역사'를 배우니까요. 당원이 되려면 아침마다 장군님 초상화와 말씀 게시판을 닦고, 학교 안의 사적지를 청소해야지요. 그런 교육을 쭉 받아왔기 때문에 식당에서 누군가가 꼬여도 넘어가지 않아요."

그녀는 중국 지안의 북한 식당으로 발령 났으나, 한 달 뒤 창춘으로 옮겨 갔다. 거기서 1년 8개월을 복무원으로 일했다. 모두 식당 안 숙소 한방에서 잤다. 밤에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외출할 때도 서로 감시하기 위해 꼭 두세 명이 함께 움직였다. 새벽 6시 기상. 8시가 되면 식당 앞에 나와 음악을 틀어놓고 손님을 끌기 위해 율동을 했다고 한다.


―북한 식당의 음식값은 비싸더군요.

"한국인 관광객이 대상이라 일부러 그렇게 해요. 동포 아가씨(복무원)를 보겠다고 와서는 돈을 잘 써요. 내가 일한 식당은 그 수입을 김일성이 외국 수반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보관하고 있는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관리에 쓴다고 했어요."

―과거에는 식당 복무원들이 경직됐는데 최근에는 먼저 말을 걸고 농담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처음 배치되면 남한 손님들이 경계 대상이지요. 또 안기부에서 공작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오래 생활하면 원칙이 깨지잖아요. 그래도 사상에는 투철한데, 다만 '사랑'에는 넘어져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러브(love)…, 남녀가 계속 접촉하면 사랑이 생기게 돼요."

―데이트를 하는 게 가능해요?

"불가능하죠. 식당에서 자주 보다 보면 눈이 맞는 거죠. 남자가 휴대폰을 건네주는 경우가 있어요. 화장실에서 몰래 전화로 연락하는 거죠. 내가 들은 것만, 한국 남자를 따라 그렇게 뛴 애가 서너 명 됐어요. 하지만 결국 다 잡혔어요."

―명성희씨도 식당에서 탈출 기회를 엿보았나요?

"나도 원래 거기서 뛰려고 했는데, 중국에서 뛰면 보위부가 집중해서 더 잡히기 쉽다는 걸 알았죠. 나는 북한으로 다시 들어와서 브로커를 통해 탈출했어요."

―북한에서 집안도 괜찮았는데 왜 탈출하려고 했나요?

"이모가 큰 외화벌이 사업을 했어요. 1년에 100만달러를 국가에 납부할 정도였다고 해요.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겨 1995년에 요덕수용소로 갔어요. 그 일로 나는 '칠보산음악단'에 시험 쳤지만 신분 조회에서 떨어졌어요. 인민무력부 산하 '적공국'에도 지원했지요. 남한 곡조에 혁명성 가사로 바꿔 불러서 대남 방송에 틀어주는 부서죠. 선발 시험에서 민해경의 '내 마음 당신 곁으로'를 불러보라고 했어요.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받았어요. 그때는 노래로 장군님께 기쁨을 드려 이모님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신분 조회에서 떨어졌어요."

―그때 합격했다면 대남 공작 요원이 될 뻔했군요.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지요. 그랬다면 장군님을 위하고 안 나왔겠지요."

―솔직하군요.

"그때는 다른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평양의 음악무용대학에 진학해 클래식 음악을 배웠어요. 그 무렵 '왕재산경음악단' 관계자가 내게 시험을 보라고 했지만, 또 합격이 취소됐어요. 북에서 음악하는 사람에게는 '칠보산' '적공국' '왕재산'에 들어가는 게 꿈이에요. 앞이 막막했어요. 그때 담배를 피우고.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어요. 사흘 만에 깨어났어요."

그 뒤 그녀는 친지들의 도움으로 '영화방송음악단'에 스카우트됐다. 이번에는 신원 조회에서 넘어갈 수 있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사회음악단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영화 주제가 두 곡을 불렸어요. 그 영화 중 하나가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더군요(그녀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제가 '엄마를 깨우지 마'를 들려줬다)."

―그 음악단에 다니면서 체념하고 살 수도 있었을 텐데요.

"당시 평양에 이미자와 윤도현씨가 공연을 왔어요. 남한에서는 시대에 따라 음악 흐름이 바뀌는데, 북한 음악은 늘 같은 장르에 머물러 있어요. 한국에 가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죠. 남한의 라디오 방송도 많이 들었어요. 우리 아파트 층수가 높아 KBS와 국군방송이 들릴 때가 있었어요."
―그걸로 남한에 오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나요?

"한국 음악을 못 하니까 미칠 것 같았어요. 음악을 안 하는 사람은 이런 마음을 알 수가 없어요."

―그게 불온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

"내 주변에 뛴 사람이 있었어요. 혹시 강철환(탈북 후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했음. 요덕수용소 경험을 담은 '수용소의 노래'를 썼고 부시 대통령을 면담)씨를 아나요? 그 아내가 우리와 같은 평양 만경대 구역의 체육인 아파트에 살았어요. 그분 아버지가 제 아버지 동료로 축구 감독(윤명찬·1999년 탈북)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인연이?

"그 언니는 1997년 한 번 탈출했다가 잡혀 들어왔어요. 운 좋게 수용소에 갇히지는 않았어요. 그때 그 언니를 통해 처음 국경 지대를 알게 됐어요. '강이 깊어, 얕아?'라고 물으니, '걸어서 건널 수 있을 만큼 얕은 데도 있다. 돈만 있으면 브로커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다'고 했어요. 결국 언니는 탈북에 성공했어요. 이런 얘기를 안 들었으면 마음먹기 어려웠겠지요. 그 뒤로 나도 한국에 가게 해달라고 울면서 기도한 적이 있어요."

―기도를?

"혼자서. 내가 기도하게 된 것은 오래전 임수경씨가 평양에 와서 그렇게 하는 것을 봤거든요. 나는 어떤 때는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그렇게 해서 그녀는 식당 복무원에 지원했고, 2004년 평양으로 돌아온 뒤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탈북을 결행했다. 함경북도 무산(茂山)까지 열차를 타고 간 뒤 이들은 브로커의 안내를 받아 두만강을 건넜다.

"한국 영사관에만 뛰어 들어가면 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시점 탈북자들이 집단으로 영사관 담을 넘는 장면이 국제적 뉴스가 됐어요. 경비는 삼엄했고 북한 보위부가 탈북자 색출을 위해 돌아다녔어요. 어머니는 짐을 싸놓고 북한으로 되돌아가겠다고 했어요. 사흘간 어머니를 설득했어요."

마침내 모녀는 브로커를 통해 위조 여권을 만들어 중국 다롄(大連)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다. 북한에서는 그녀 가족이 요덕수용소에 잡혀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1999년 돌아가셨다고 했지요?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대표팀 감독 시절 장성택이 체육위원장이었는데 함께 술도 마시고 후원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

―축구 감독으로 외국을 다녀본 아버지가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얘기해주던가요?

"북에 아버지 형제분이 살아 계셔서 그런 얘기는 할 수 없어요. 다만 아버지가 내게 노래에 대한 의욕을 불어넣어 줬어요. 조선인민군협주단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어머니는 '너는 북한에서 통하는 목소리가 아니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외국에 가보면 우리 성희 목소리 같은 음악 소리가 많이 들리더라'며 인정해주셨죠."

―한국에서 살아보니 어떤가요?

"음악을 위해 왔는데 아직 뜻대로 되진 않았어요. 처음 3년간은 모든 걸 버리고 괜히 왔다 싶었어요. 여기 시스템은 꼭 노래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가을쯤 팝페라 앨범이 나오면 미국 무대에서도 공연하게 될 거예요."

점심 자리에서 그녀는 밥 먹는 대신 여러 번 노래를 불렀다. 내 비록 음악 귀가 없어도 그녀가 가수로서 꼭 성공할 것 같았다.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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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필터'로 세상을 보라, 꽃이 '왜' 아름다운지 써 봐라

/주완중 기자
[조선미디어 그룹 논픽션 대상]

유고연방 대사 지낸 신두병, 그가 말하는 '좋은 논픽션'


"자기만의 필터를 가지고 관찰해야 좋은 논픽션을 쓸 수 있다. 무조건 '꽃이 아름답다'가 아니라 왜 아름다운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 말고 다른 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유고연방)의 유일한 대사를 지낸 신두병(77·사진) 한국외교협회 이사가 논픽션 '발칸의 음모'(용오름)를 펴냈다. 그가 본 유고 내전의 참상과 전쟁 이면의 외교전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고 분석한 책이다. 집필 기간만 10년 넘게 걸렸다.

―처음이자 마지막 유고 대사를 지냈다.

"1990년 3월 외무부 미주국장으로 있다가 옛 유고연방주재 첫 대사로 발령받았다. 당시 소련의 붕괴를 비롯한 동서 화해의 물결, 88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선이 넓어졌다. 베오그라드에 가보니 오랜 민족 갈등과 종교 문제, 강대국 간 알력 등이 얽혀 있더라. 처음엔 동네 간 싸움이었던 것이 부락으로, 도시로 확대되고 강대국과 나토가 개입하면서 아주 복잡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한국 대사관은 2년 반 만에 철수했다."

―책을 쓴 계기는.

"유고 문제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인구의 절반밖에 안 되는 2300여만명의 옛 유고연방이 7개 독립국가로 찢어지는 과정에서 20만~25만명의 희생자를 냈고, 2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라 남 일 같지 않았다."

―집필 과정은.

"급하게 베오그라드에서 철수해야 했기 때문에 '유고'는 내 인생에서 미완성으로 남아 있었다. 2000년 은퇴 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당시 쓴 일기를 다시 꺼내고 스크랩한 신문과 책 등 자료를 정리했다. 2009년 5월에는 17년 만에 현지를 다시 찾았다. 내가 관찰한 것을 중심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다."

―뭘 말하고 싶었나.

"유고 내전은 엄밀히 말하면 '내전'이 아니다. 유엔이든 나토든, 미국이든 소련이든 외교적 교섭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 미숙한 판단, 때늦은 결정 때문에 실패했다. 지역 정치꾼들이 패권을 쥐기 위해 지역주의와 민족주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발칸반도 정치인들의 패권 다툼이 유고 내전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자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불온한 '음모'였다는 얘기다."

그는 "4대 강국으로 둘러싸인 채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돼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목"이라며 "지역감정은 망국의 길이고, 힘없는 외교는 총칼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우리가 국방·안보력을 스스로 키워야 그 기반 위에서 외교를 할 수 있다는 걸 유고 사태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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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먹은 고기量, 한 사람당 44㎏꼴

1970년 5㎏서 8배가량 늘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44㎏의 고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1근당 600g을 기준으로 할 때 1년에 고기 73근씩 먹은 셈이다.

한국인의 고기 섭취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9~2012년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육류 소비량은 총 217만7900t으로 국민 한 사람당 평균 43.7㎏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6.8㎏으로 최근 4년 사이 22% 급증했다.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1970년 1인당 5.2㎏에 불과했다. 설날·추석 등 명절 때를 제외하면 보통 가정에서 '고기 반찬'을 구경하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경제성장으로 가구 소득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난 2011년에는 1인당 육류 소비량이 40.4㎏으로 40년 만에 8배가량 늘어났다. 식약처는 "가정에서 식탁에 오르는 고기의 양도 늘어났지만 최근 외식 산업이 발달하면서 집 밖에서 사먹는 육류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즐겨 먹은 고기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였다. 지난해 돼지고기 소비량은 108만1900t으로 닭고기(60만8000t)나 쇠고기(48만8000t)보다 2배가량 많았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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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통계청 주물러…“국가통계위 독립기구로 재편을”


[한겨레] 권력에 춤추는 통계 ⑤ 통계의 정치적 독립을 허하라 <끝>

‘외청’ 통계청, 기획재정부에 종속

국가통계위원장도 기재부 장관

전두환 정권때 농민피해 부른

벼 생산량 통계 조작 등

정권 입맛따라 왜곡·누락

“통계청 독립적 인사 시스템을”


“농수산 통계는 안보나 경제적 차원에서도 정확을 기해야 하며, 허위 보고하는 구습을 버려야 한다. 공명심을 앞세워 과장 보고하거나 예상 생산량을 정해 놓고 통계를 이에 맞추는 모순은 근절돼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1년 5월27일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에서 모내기를 하면서 했다는 훈시다. 당시 정부 내 조작, 왜곡, 부실 통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정작 전두환 자신도 통계 조작의 유혹에 빠져 있었다. 농림수산부는 1980년 9월20일 벼 생산량 추계를 농촌진흥원 보고(3300만섬), 시도 보고(3300만섬), 학계 추정(3200만섬)보다 크게 낮은 2740만섬으로 잡았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이렇게 ‘축소 왜곡’된 벼 작황 부진을 근거로 그 해 미국 등지로부터 쌀 1500만섬을 구매하기로 약속한다. 이후 우리나라의 쌀 재고량은 한해 1000만섬을 넘나들었다. 자연히 벼 수매량이 크게 줄었고 애꿎은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뒤 5·18 광주항쟁을 겪는 등 기반이 취약한 전 정권이 미국 등의 쌀 수입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1990년대 이전까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계가 ‘마사지’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통계에 대한 권력의 유혹은 통계청이 1990년 독립된 부처로 분리되면서 다소 나아지긴 했다. 이전까지 통계청은 1961년부터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기획원의 일개 국인 조사통계국으로 존재했다. 통계의 생산과 해석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유엔(UN)의 ‘통계기본원칙’은 “통계는 오직 통계적 관점에서만 작성해 발표해야 하고, 정치적 해석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후에도 우리 정부의 통계 조작과 간섭 의혹은 잊혀질만하면 불거지곤 했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적 특성상 무역수지가 정권의 주요한 성과 지표였고, 이를 흑자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논란이 집중됐다.

과거 정부가 통계를 직접 손대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엔 예민한 통계의 고의 발표 누락이나 지연의 방식으로 권력의 의지가 관철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금은 통계를 만들면서 아예 조작까지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 다만 정권에 불리한 통계는 항목을 빼거나 생산되더라도 발표하지 않거나, 발표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가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산출된 ‘새지니계수’가 기존의 가계동향조사상 지니계수보다 나쁘게 나오자 발표하지 않은 것이나, 양파 생산량과 사회조사 결과 등의 발표가 늦어진 게 대표적이다.

정부 통계의 생산과 해석의 분리도 문제다. 통계청이 매달 소비자물가와 고용동향, 산업활동동향 등 주요 경제지표의 통계를 발표하지만, 거의 동시에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이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정책의 주무 부처인 기재부가 관련 통계를 유리하게 해석하는 행태가 구조화되는 것이다. 기재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는 통계청이 생산한 물가 통계를 2001년 5월까지 직접 발표하면서 통계의 해석권을 아예 ‘독점’하기도 했다. 이렇게 통계청이 만든 통계를 이해관계가 크게 걸린 정책 담당 부처가 직접 발표 및 해석하면서 대형 사고가 빚어지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계청의 비정규직 통계를 노동부에서 발표하다가, 비정규직수 9만명 증가를 37만명 감소로 잘못 발표해 노동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의 ‘외청’인 통계청은 ‘외풍’에도 취약한 구조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재부와 통계청은 갑을 관계다. 동등한 관계가 되지 않으면 업무협의를 하면서도 을은 항상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통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가통계위원회의 위원장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는 사실이다. 고물가가 지속되던 2011년 말 소비자물가지수가 지수를 크게 낮추는 쪽으로 개편되고 일정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지면서 ‘꼼수’ 논란을 빚은 것도 이런 구조에서 가능했다. 여기에 역대 통계청장은 이인실 전 청장을 빼면 모두 기재부(옛 경제기획원 등 포함) 출신이었다. 통계청 내부에서 “기재부 출신들이 청와대와 기재부의 의중을 통계청에 전달하는 주요 통로”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도 통계청의 주요 보직에 기획재정부 인사가 내려오는 게 관행처럼 굳어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국가통계 품질제고를 위한 제도적 고찰’(2010년)은 “통계청이 기재부의 순환적 근무에서 반드시 독립돼야 한다. 통계전문가의 자리에 통계 경력이 없는 상부 기관의 인사가 배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통계의 독립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의 학술연구 용역인 이 보고서는 “통계 생산의 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통계행정에 기재부 장관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따라서 공식통계의 독립적 감독 기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통계로 평가받는 부처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정치적 또는 정책적 중립 기관으로 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통계청의 위상을 높이고자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통계위원회도 독립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나아가 여러 선진국처럼 전문성 있는 통계 기관장을 앉히고,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행이 그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류이근 노현웅 기자 ryuyigeun@hani.co.kr


외국 사례

캐나다·호주 통계청장 임기 보장

영국·프랑스 독립적 업무 수행


통계청은 정부의 한 부처지만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통계를 생산하는 독특한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계청의 정치적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1997년 영국에선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과 보수당 등 세 정당이 모두 “전국 통계서비스의 독립성”을 선거 공약으로 내놨다. 이듬해 영국 정부는 국가 통계의 발전을 위한 장기 계획에 관한 ‘녹서’(Green Paper)를 발간해, 공식통계의 품질보장과 함께 통계의 축적 및 제공시 정치적 간섭의 배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축했다. 이후 영국 국가 중앙 통계기관인 오엔에스(ONS)는 독립 부처로 운영되면서 책임자 이하 모든 직원은 공무원 신분이면서도 각료의 통제를 받지 않도록 했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통계청장은 차관급으로 총리에 의해 임용되지만,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다. 지난 90여년 동안 9명의 청장이 재임할 만큼, 통계청장의 임기도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또 국세청의 소득세 정보 등 각 부처가 갖고 있는 행정통계에 대한 거의 제한 없는 접근권을 누리고 있다. 통계 선진국인 오스트레일리아도 7년 임기의 통계 전문가가 청장을 하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에도 전문가가 긴 재임 기간을 통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는 모두 통계로 평가받는 정부로부터 통계청을 정치적 또는 정책적 중립 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제도들이다. 이에 견줘 우리나라 통계청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입김’에 휘둘리며, 중립적 독립적 업무 수행에 대한 어떤 제도적 뒷받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기획재정부 출신이 주로 청장으로 내려오면서 전문성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10년 ‘국가통계 품질제고를 위한 제도적 고찰’ 보고서에서 “중앙통계기관의 조정 권한을 위시로 한 통계 관련 리더십을 원활하게 행사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치는 통계청장의 독립성 보장 및 전문성 확보일 것이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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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야동 보고 몸과 마음을 연구했습니다”



이색 연구서 ‘포르노 이슈’ ‘권태’ 펴낸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동아일보]

《 “우리는 몸과 마음을 함께 보는 ‘뫔’ 연구소, ‘학문의 세속화’를 추구하는 연구소입니다.”(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영어영문학과 교수) 최근 흥미로운 제목을 단 연구서 두 권이 잇따라 출간됐다. ‘포르노 이슈: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그린비), ‘권태: 지루함의 아나토미’(자음과모음). 각각 철학과 영문학, 진화학, 여성학, 국문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야동’을 본 뒤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었던 경험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해부한 책이다. 두 책 모두 몸문화연구소의 연구 성과물이다. 몸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이 연구소가 궁금해졌다. 》

14일 건국대 서울캠퍼스 안에 있는 몸문화연구소에 들어서자 김 소장은 초면의 기자에게 다짜고짜 ‘영입 제안’부터 했다. “다음 세미나부터 꼭 나오세요. 생생한 현장 취재에 익숙한 언론인이 연구원으로 필요합니다.”

이 연구소 융합연구의 비결은 그런 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매년 주제 하나를 정해놓고 매달 한 차례씩 세미나를 열어 각자의 연구 상황을 발표한다. 세미나에는 전임연구원은 물론이고 다른 대학의 교수, 한의사, 정신과 의사, 출판사 대표로 이뤄진 객원연구원까지 20여 명이 참석한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매년 두 차례 학술대회를 열고 책으로 펴낸다. 지금까지 기억, 폭력, 자살을 주제로 다뤘고, 올해는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소의 목표는 ‘타자화된 몸의 주체화, 소외된 몸의 회복’이다. “대중매체와 소비사회는 아름다워지는 법, 건강해지는 법으로 가득합니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 산업의 손에 쥐여 있죠. 그렇게 소외된 내 몸을 어떻게 내 것으로 되돌려 주체화할 수 있을까를 탐구합니다.”(김 소장)

김 소장이 몸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비염 때문이었다.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몸을 의식하지 못해요. 비염에 걸리니 머릿속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것 같고 숨 쉬는 것을 계속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의 실존적 상황을 좌우하는 몸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싶었죠.”

임지연 연구원(국문학)은 “결혼 전에는 자유로워서 내 몸을 인식하지 못했는데 아이 둘을 낳고 몸이 육아에 얽매이다 보니 몸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며 “이를 국문학적으로 해명하기 위해 연구소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연구소는 ‘파란 행복, 빨간 행복’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서윤호 연구원(건국대 법학 연구교수)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파란색과 빨간색은 각각 가짜 행복과 진짜 행복을 가리킨다”며 “위선으로 가득 찬 행복에 갇혀 살지, 행복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볼지 성찰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구소는 성매매를 다룬 책을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3명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미소를 강요받는 감정노동자에 주목해 ‘감정’을 주제로 한 책도 준비하고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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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주의 터키-신정주의 이란… 극과극 이슬람의 거꾸로 행보



[동아일보]

이슬람권에서 정교일치를 가장 중시하는 이란과 건국 후 꾸준히 세속주의 정책을 펼쳐온 터키에 정반대의 바람이 불고 있다. 터키가 이슬람 원리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극단적 신정주의를 고수해온 이란에서는 6월 온건파 대통령의 당선으로 개혁 개방 움직임이 거세다.

터키와 이란은 아랍어를 쓰는 아랍인이 대부분인 여타 중동 이슬람국가와는 인종(터키인, 페르시아인)과 언어(터키어, 페르시아어)가 다르다. 두 나라는 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최근 정치 지형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터키는 초대 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건국과 함께 정교분리를 선언한 후 일부일처제, 여성 선거권, 여성의 히잡 착용 금지 등 서구화된 각종 정책을 도입했다. 또 꾸준한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미국 등 서방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 등으로 중동 지역에서 가장 탈(脫)이슬람화한 국가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59)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평균 5% 이상의 GDP 성장률을 이뤄내 경제적 기반을 다진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주류 규제 및 낙태 금지, 여성 히잡 착용 등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속속 추진해 서구식 문물에 익숙해진 국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이스탄불 탁심 광장의 게지 공원 재개발 논란도 에르도안 총리가 이곳에 오스만튀르크 당시의 포병부대와 이슬람 사원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에르도안 총리를 ‘민주주의의 탈을 쓴 술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란에서는 여성부 신설, 소수민족 인권 보호, 언론자유 신장 등 대대적인 개혁을 공약한 온건파 후보 하산 로하니(65)가 15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강력한 신정정치를 폈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일격을 가했다. 당초 하메네이가 미는 후보와 로하니가 결선투표까지 가는 혼전이 점쳐졌으나 그는 50.7%의 지지를 얻어 낙승했다.

특히 로하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및 서방 세계와 소통하는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HassanRouhani)에 2003년 이란 케르만 주를 강타한 대지진 당시 미국이 설치한 야전병원을 방문한 사진을 올려 핵개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을 드러냈다. 로하니는 17일에도 미국 기독교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보도한 ‘로하니가 세계와 관계 회복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걸어 트윗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이란이 가는 방향이 다를지언정 그 시작은 에르도안 총리와 하메네이라는 두 지도자의 장기집권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기차와 같아 목적지에 내리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하는 에르도안 총리는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해 세속주의를 표방한 건국이념 ‘케말리즘’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이란에서는 하메네이의 강력한 신정체제와 더딘 경제성장에 염증을 낸 일반 국민이 예상치 못했던 개혁파 대통령의 당선을 이뤄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터키의 대규모 시위와 개혁파 후보의 이란 대통령 당선은 국민의 의사표현을 억압했던 양국 지도자가 치르는 대가”라고 분석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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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남침 처음엔 안믿어… 中-러 기록물 접한뒤 생각 바꿔”

[1953~2013, 6·25 정전 60년/준비해야 하나된다]

■ 탈북자들이 말하는 ‘南에서 새로 알게 된 6·25’

[동아일보]

“저희는 잘 몰라요. 남한에 있는 아이들도 6·25전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합성감리교회에서 열린 제11회 탈북동포주일 기념행사. 꼬마 탈북자들에게 6·25전쟁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대답은 우리 주변 학생들의 대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에 들어가기 전에 탈북을 한 학생들의 경우 정식으로 6·25전쟁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탓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두리하나’ 대표 최기원 목사는 “열 살 이전의 아이들은 교육을 받기 전이라 대체로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며 “10대라 하더라도 부모가 탈북한 뒤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6·25전쟁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 “美제국주의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배워”

20대 이상은 북한에서 최소 10년 이상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6·25전쟁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탈북자 김은정 씨(26)는 “소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6·25전쟁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운다”며 “6월이 다가올 때쯤이면 학교에선 6·25전쟁과 관련된 사진전시회를 열어 집중 교육을 시킨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들이 북한에서 배웠던 6·25전쟁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180도 다르다.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6·25전쟁은 남한의 북침(北侵)으로 발생한 전쟁이자 북한이 미(美)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조국해방전쟁이다. 탈북자 김학성 씨(28)는 “북한에선 6·25전쟁의 발발에 대해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에 남한이 공격을 해오자 오전 6시경 김일성 동지의 지도하에 반격에 나서 서울을 해방시켰다’는 식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탈북자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6·25전쟁의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들이 배웠던 내용과 정반대로 말하며 생각을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학성 씨는 “처음에는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에 더 수긍이 간다”면서도 “전쟁 중 벌어진 많은 의혹에 대해 남과 북이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6·25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팩트(fact)’를 접하면서 발발 원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 김명주 씨(35)는 한국에서 만난 예전 남자친구와 6·25전쟁의 원인을 놓고 여러 차례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북한의 기습도발로 발생한 전쟁이란 남자친구의 주장에 김 씨는 “내가 아무리 탈북자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한에서 배운 ‘남한의 북침설’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쟁이 끝나지 않자 어느 날 남자친구는 김 씨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6·25와 관련해 1990년대에 공개된 러시아와 중국 정부의 기록물이 담겨 있었다. 김 씨는 “객관적인 증거를 접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 “북녘 땅은 굶주림과 인권유린으로 고통”

“와∼강냉이국수다!”

행사 시작에 앞서 교회 식당에 들어선 50여 명의 탈북자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짝강냉이밥(옥수수를 입쌀과 비슷한 직경 0.3∼0.5mm 정도로 잘게 부숴 만든 밥)과 함께 북한 주민의 주식으로 꼽히는 강냉이국수를 남한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강냉이국수를 접한 이들은 노란색의 면발에 신기해하다가 이내 그 별미에 놀라며 재빨리 그릇을 비웠다. 두리하나는 이날 행사를 개최하면서 첫 이벤트로 ‘북한음식 체험기’를 마련했다. 북한음식을 통해 조금이나마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박시영 목사를 비롯해 경남지역 기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탈북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북녘 땅은 김일성 김정일 우상 숭배의 결과로 굶주림과 인권유린의 고통에 빠져 있다”며 북한동포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촉구했다.

행사 말미에 마련된 축하공연 자리에선 50여 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3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마음껏 뽐냈다. 특히 북한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생존조차 알 수 없는 열한 살 김혜송 어린이가 ‘그리운 어머니’를 부를 땐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어 평양백두한라예술단, 김철웅 탈북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이어지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최기원 목사는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참혹한 고통의 실상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의 일”이라며 “한민족인 우리는 북한 주민과 탈북동포들의 고통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수로 11년째를 맞는 탈북동포주일 기념행사는 ‘일년에 단 하루 만이라도 탈북자에게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행사를 주관한 두리하나는 1999년 10월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북한 정권에서 신음하는 북한동포를 구제하고 탈북자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제시해온 단체다. 두리하나란 이름 역시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원=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성인 36%-청소년 53% “6·25 몇년에 일어났는지 모른다”



[1953~2013, 6·25 정전 60년]■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 성인 56% “신뢰프로세스 몰라”

[동아일보]

우리나라 성인의 35.8%, 청소년의 52.7%는 6·25전쟁(1950년)이 몇 년에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성인의 55.7%, 청소년의 86.1%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6월 6일까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및 중고교생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를 한 결과다.

1950년인 6·25전쟁 발발 연도를 주관식으로 쓰는 항목에서 답변을 못하거나 틀리게 답한 성인의 비중은 2011년 36.5%에서 작년 35.4%로 소폭 낮아졌다가 다시 조금 많아졌다. 6·25전쟁 발발 연도를 모르는 청소년은 작년과 재작년에는 57.6%였으나 올해 4.9%포인트가량 감소했다.

본인의 안보의식 수준을 묻는 질문에 성인은 64.9%, 청소년은 51.9%가 ‘높다’고 답했다. ‘낮다’는 각각 22.1%, 33.2%였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전면전 도발 가능성은 낮지만(성인 71.7%, 청소년 55.7%)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국지전’ 가능성은 높게(성인 60.8%, 청소년 67.8%)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국지적 도발이 있을 경우 성인의 45.9%, 청소년의 37.7%는 ‘모든 군사력을 동원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성인 37.8%, 청소년 48.9%)를 꼽았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우리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성인 71.0%, 청소년 67.2%)으로 받아들였다.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성인의 52.4%, 청소년의 51.3%가 ‘경계하고 적대해야 할 대상’이라고 답해 ‘선의의 협력과 경쟁 대상’(성인 43.0%, 청소년 44.1%)보다 높았다. 북한이 제2의 6·25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성인(71.7%)과 청소년(55.7%) 모두 ‘낮다’고 예상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철조망 너머 죽음의 땅… 그곳엔 평화-생명이 뛰놀고 있었네



[1953~2013, 6·25 정전 60년]국내 첫 3D 제작 ‘기적의 땅 DMZ’ 25일 채널A에서 만나보세요


[동아일보]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국제조약이나 협약에 따라 무장이 금지된 지역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DMZ라 부르는 곳이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점으로 남북 각 2km에 걸쳐 조성됐다. 동서로 248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며 60년째 이 땅의 분단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인간에 의해 버려진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덕분에 DMZ는 생명의 땅으로 재탄생했다. 그곳에선 아름다운 사계(四季)를 배경으로 구지도(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사이에 있는 섬)의 저어새와 괭이갈매기를 비롯해 ‘살아있는 화석동물’이라 불리는 산양, ‘백두대간의 주인’ 고라니, 그리고 서해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까지 각종 희귀 동식물의 삶과 죽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이치디방송㈜ 제작진은 각종 생명체가 공존하는 천혜의 원시림 DMZ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국내 최초로 3차원(3D)으로 제작했다. 1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각종 첨단 3D 촬영 기술과 총 6억여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의 3D 제작지원 선정작으로 뽑힌 자연 다큐멘터리 ‘Miracle Land DMZ’(기적의 땅, DMZ)는 25일 오후 7시 10분 종합편성방송 채널A를 통해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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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이데올로기 사회의 불안정화 은폐”



ㆍ‘미디어 이론가’ 베라르디 방한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위 사진)는 자율주의적 전통 속에 활동 중인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다. 1962년 14세 때 이탈리아 공산당 청년연맹에 참여했고, 볼로냐 대학에서 68혁명의 사건에 참여했다. 노동자주의와 자율주의 운동에 투신한 그는 펠릭스 가타리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지적·실천적 동반자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독재에 저항하는 텔레스트리트 운동 일환으로 자유해적 방송 ‘오르페오 TV’를 만든 실천적인 미디어 활동가다.

베라르디는 2012년 한국에 본격 소개됐다. 처음 나온 책은 <노동하는 영혼>(2012·갈무리)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실업 상태에 놓여 착취 당하는 창의적 계급인 ‘인지적(cognitive) 프롤레타리아트’ 즉 ‘코그니타리아트’ 개념을 제시했다. <봉기>(2012·갈무리)에서는 ‘성장’과 ‘빚’(채무)을 금융자본이 사회를 조작하는 데 동원한 언어이자 관념이라 규정하면서 ‘금융독재에 저항하는 언어(시적 언어)의 봉기’를 주장했다. <미래 이후>(2013·난장)에서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남겨진 것은 파편화된 노동능력, 과도한 신경 자극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흐름 속에서 소진된 신경 에너지, 정신병리적 증상뿐이라고 분석한다.

방한에 맞춰 나온 책은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난장)다. 랩소디는 ‘꿰매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라프테인’(rhaptein)과 ‘노래’라는 뜻의 ‘오이디아’(oidia)에서 유래했다. “상이한 여러 부분들을 모아 하나의 완전한 것으로 연결하고 통합하는 구성물”인데, 베라르디는 “파편화된 삶, 산발적 행동의 재조합인 노동과정처럼 우리 세대의 모든 것에 랩소디적 특징이 있다. 기호자본주의 시대의 삶, 행위, 소통이 지닌 랩소디적 특징의 사회적 표현이 바로 불안정성”이라고 했다. 책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경제와 정서의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일으킨 변이를 분석하고 있다.

베라르디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창조경제를 비판한다. 1990년대 급부상한 사이버문화는 새로운 디지털·비물질적 생산 형태의 창조성과 자유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베라르디는 “기호자본은 가치와 생산품의 비물질적 생산과 교환에 근거하지만, 이 과정이 비물질적이라고 해서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까지 비물질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디지털 가치의 기호적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인간들에게는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신체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정보통신 테크놀로지 투자 확대 같은 창조경제 공약은) 1990년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인지노동자들의 기대감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게 도와준 사이버문화의 유토피아를 놀랍도록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흔히 창조경제 이데올로기는 사회의 불안정화와 정신건강의 병리적 변이 등 창조경제가 주체성의 영역에 끼치게 될 영향과 그 사회적 함의를 은폐한다”고 말했다.

베라르디는 17일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주최 강연, 21일 난장 주최 토론에 참여했다. 26일 오후 7시 갈무리 주최로 서울 서교동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특별 강연을 연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 (기호자본주의 불안정성과 정보노동의 정신병리)

원제 Precarious rhapsody : semiocapitalism and the pathologies of the post-alpha generation

<노동하는 영혼>, <봉기>, <미래 이후> 등을 통해 전 세계의 지성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최고의 미디어 이론가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의 신작.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가 왜 기호적 과정(기호의 발화·전송·수신 과정)과 교차하는 '기호자본주의'가 되었는지, 기호자본주의를 지탱해주는 '인지노동' 혹은 '정보노동'이 어떻게 노동의 조건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사회 전체를 가로지는 기호자극의 범람과 자본에 의한 신경 에너지의 포획·착취가 어떤 정신병리를 가져오는지 등을 보여주는 이 책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는 동시대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최근 박근혜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는 ‘창조경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저자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는 1948년 11월 2일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전세계를 뒤흔든 1968년의 열기 속에서 맑스주의와 노동자주의(오페라이스모)-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 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1975년 ‘횡단성’의 추구를 내세운 전위적 잡지 아/트라베르소 를 창간한 것을 시작으로, 1976년에는 이탈리아 최초의 자유라디오 방송국 ‘라디오 알리체’를 세웠고, 2000년에는 전 세계 활동가들과 더불어 사회적 행동주의와 새로운 테크놀로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메일링 리스트 ‘레콤비난트’를 만들었으며, 2002년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독재에 맞서는 텔레스트리트 운동을 조직해 ‘오르페오 TV’를 건설하는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가장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미디어 이론가이자 활동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밀라노의 브레라국립예술대학교에서 미디어의 사회사를 가르치는 동시에 전 세계의 진보적 연구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의 네트워크인 ‘유니노마드’(UNINOMADE), 유럽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의 작업 공유 사이트인 ‘THROUGH EUROPE,’ ‘진보적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유럽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PROGRESSIVE CULTURAL POLICIES, EIPCP) 등 다양한 매체와 단체 홈페이지에 수많은 에세이를 기고하며 오늘날의 기호자본주의와 정보테크놀로지에 비판적으로 개입해 새로운 주체화 과정을 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저서로 『반란: 유럽의 붕괴와 운동의 전망』(2011), 『쇠락: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에 관한 불안정한 대화』(2011), 『스키조미디어: 미디어 행동주의의 30년』(2006) 등이 있으며,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이번에 소개되는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외에도 『미래 이후』(2013), 『봉기: 시와 금융에 관하여』(2013), 『노동하는 영혼: 소외에서 자율로』(2012) 등이 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9
지은이 서문: 분기, 근대 정치의 종말 17
1장. 미래가 끝났을 때 29
포토 에세이: 1977년, 전조의 해 31 |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구조 45 | 20세기의 마지막 봉기 50 | 부유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53 | 아이러니한 메시지에서 과장된 메시지로 56 | 미래를 걱정하지 마시오, 당신에게 미래는 없으니까 58 | 꿈의 마지막, 그리고 그 이후의 악몽 59 | 전조의 해 62
2장. 정보노동과 불안정화 65
기호자본의 지도그리기 ①: 금융화 68 | 기호자본의 지도그리기 ②: 불안정화 71 | 정보영역과 사회의 정신 76 | 감정의 불안정화 78 | 경제의 정신적 붕괴 83 | 분열의 경제 89 | 막간극: 유혈자본주의, 혹은 현대 자본주의의 범죄 92
3장. 상인, 전사, 현자 107
인류 공통의 이해관계 110 | 연구자들의 운동 113 | 지식의 사유화 114 | 지식인에서 코그니타리아트로 116 | 유기적 지식인에서 일반지성으로 118 | 코그니타리아트와 재조합 122 | 자본주의적 사이버시간에 대항하는 코그니타리아트 126 | 지식인, 코그니타리아트, 사회적 구성 131
4장. 오늘날 자율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135
인지노동과 재조합적 자본 144 | 프랙탈화된 시간과 사회의 병리 148
5장. 흔들리는 심리영역 153
『엘리펀트』 155 | 접속적 변이 159 | 가속화, 언어, 정체성 160 | 사이버시간, 에로티시즘, 둔감화 162 | 정체성에 대한 강박 167 | 파시즘과 정체성 169 | 전체주의적 코드 171 | 윤리, 감성, 감수성 173 | 쾌락에 대한 지식의 경향적 추락 174 | (사라지는) 신체에 대한 강박 175 | 불만과 억압 183 | 구조와 욕망 186 | 기호자본의 영역 189 | 표현성의 병리들 191 | 정신분열의 기호학 194 | 해석과 과부하 195
6장. 떼 199
매트릭스와 구름 201 | 협치에 대한 숭배 202 | 복잡성의 카오스와 의미 207 | 떼 혹은 접속성 211 | 붕괴, 분열, 통합 219
7장. 랩소디적 결론 227
이탈리아의 현실: 기호자본의 최전선 229 | 탈구 232 | 대피소를 짓지 마라 235 | 기호자본과 연대의 문제 238
부록: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와의 대화 (정유리) 246 | 주요 용어 해설 269

.동시대의 사유, 사유의 동시대성
도서출판 난장의 신간 보도자료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
기호자본주의의 불안정상과 정보노동의 정신병리

| ‘창조성’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어떻게 우리를 억압하는가? |

"나는 주로 두 가지 주제에 이론적 관심을 집중시켜왔다. 하나는 노동의 불안정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불안정성에 의해, 그리고 인지노동자의 신경 에너지에 대한 포획과 착취에 의해 야기된 고통스런 심리적 영향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사회비평가인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의 신간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 기호자본주의의 불안정성과 정보노동의 정신병리』는 신자유주의 문화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결합해 인간의 주체성과 심리에 얼마나 파국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분석한 화제의 역작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노동과정과 노동의 성격 자체를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한 연구는 많다. 그러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심리영역에 끼친 영향(우울증, 공황, 주의력 결핍 장애, 난독증 같은 정신건강의 병리적 변이)을 이 책처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화를 비판한 연구는 많다. 그러나 그 병리화의 원인을 디지털 기호의 조합ㆍ재조합에 근거한 기호자본의 등장과 연관지어 분석한 연구는 이 책이 유일하다.

지난 1990년대 이래로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경제와 노동, 인간의 정서와 심리에 장기간에 걸쳐 일으킨 변이를 분석하고 있는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 는 현재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데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례로 비포는 본문에서도, 옮긴이와의 대담에서도 최근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서 일침을 놓는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생산성을 향상시켜준다고 강조하는 사이버문화의 예언자들과 ‘창조경제’의 옹호론자들은 그 테크놀로지로 인한 정보자극, 정신속도의 강화와 가속화가 주체성과 인간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의 창조성을 찬양하고 애플이나 구글의 창조적인 직장 문화를 숭배하는 얘기들(그래서 그들을 따라야 한다)은 많이 듣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정보ㆍ인지노동자(우리 식으로 말하면 IT노동자)들의 불안정 노동과 불안정한 심리를 지적하는 얘기는 거의 은폐된다. 테헤란밸리를 세운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그랬고, 창조경제론이 운위되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시대의 정언명령이 되어버린 창조성이 어떻게 우리를 억압하는지,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감추고 있는 위험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는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무한 경쟁의 문화와 무분별한 기술찬양론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신체를 되찾아야 한다 |

"신자유주의적 문화는 사회적 두뇌 속에 끊임없이 경쟁을 향한 자극을 주입했고, 디지털 네트워크의 기술 체계는 사회적 두뇌에서 개인의 두뇌로 전달되는 정보자극을 강화시켜줬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사회 전체에 정신병리가 만연해진 것이다."

우리 시대의 모든 것에는 랩소디적 특징이 있다. 가령 오늘날 노동과정은 의미 없는 산발적 행동의 재조합이다. 물질적ㆍ비물질적 사물의 생산 과정이 디지털 기호의 조합ㆍ재조합으로 대체 가능하게 된 것이야말로 노동의 이런 랩소디적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는 이처럼 새롭게 등장한 자본의 생산ㆍ축적형태를 기호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요약한다.

오늘날과 같은 기호자본주의 시대의 삶, 행위, 소통이 지닌 랩소디적 특징의 사회적 표현이 바로 불안정성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기호적 과정(기호의 언표행위ㆍ전송ㆍ수신 과정)과 교차하고, 기호자극의 흐름이 사회의 정신을 가로지르게 될수록, 경제에 대한 비판과 정신병리학은 동전의 양면이 되어갔다.

이런 전제 아래 사회와 노동의 ‘불안정성’과 인간의 ‘정신병리’라는 두 핵심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는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경제와 정서의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일으킨 변이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정보의 가속화가 인간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가상적 소통이 신체적 지각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인간들 사이의 교류가 점점 더 전자기기를 매개체로 삼아 이뤄질 때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등.

비포에 따르면 산업화 시대에 자본주의는 임금 생활자의 신체에서 뽑아낼 수 있는 물리적 에너지를 찾아왔지만, 기호자본주의에게는 본질적으로 정신노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늘날 사회 기계의 핵심부에서 정신병리가 폭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기호자본주의는 정신적 에너지의 끊임없는 착취에 의존하며 경쟁은 불안정 노동의 영역에 존재하는 일반적 사회관계 형태이기 때문에, 극심한 이행기였던 지난 30년 동안 정신적 고통은 사회의 유행병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기호자본주의에서 경쟁이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ㆍ신경자극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애정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의 축소, 외로움, 실존적 고통, 그에 따른 분노, 공황, 우울증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포는 이렇게 말한다. 희미하게만 보이는 사회적 착취와 정신적 고통의 이런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사회적ㆍ정치적 연대를 시작조차 해볼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이런 불안정성과 정신병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비포에 따르면 지금 당장에는 연대가 불가능하다. 연대는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기호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을 파편화시켜놨고, 우리는 가상화된 노동과정 속에서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재조립 가능한 네트워크상의 부품으로 전락해버렸다. 연대를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고 신체가 필요하다. 이미 사라진 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비포는 이 ‘불가능한 연대’라는 문제의 해결책이 일반지성을 하나의 신체로 자기조직화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한다. 비포에 따르면 바로 이것이야말로 도래할 반란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이다. 기호자본주의의 지배 아래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 자신의 신체, 즉 사회적 신체, 성애적 신체, 연대의 신체로서의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한 봉기를 시작해야 한다. 요컨대 일반지성은 자신의 신체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비포는 오는 6월 15일 방한해 세 차례의 공개 강연/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이 책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는 비포가 당면의 문제에 대해 독자들과 나누게 될 대화를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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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베스트셀러 5년만에 바뀌나

[한겨레] 베스트셀러 분석

지난 5년여 동안 국내 과학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는 늘 낯익은 책이 올라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다. 이 잔잔한 연못에 지난 2~3주 사이 풍덩 물결이 일었다. 초판 20주년 기념 완역본으로 지난 10일 새로 출간된 <카오스>(제임스 글릭, 동아시아)가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6월 셋째 주 들어 온라인 서점 예스24, 알라딘의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는 <카오스>가 1위로 등극했다. 교보문고 온라인 집계에서도 <카오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제쳤다. 카오스를 펴낸 동아시아 출판사의 한성봉 대표는 “출간 2주 만에 1쇄 3000부를 모두 팔았고 2쇄를 절반 정도 판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오스>의 이런 판매 추세가 이어질지, 분석은 엇갈린다. 예스24의 ‘자연과 과학’ 분야 담당자인 김성광 대리는 “교양과학 분야 고전으로 인정받는 <카오스>가 다소 등락은 있더라도 새로운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점쳤다. 반면 알라딘의 과학 분야 담당자인 박태근 대리는 “<카오스> 판매량이 종합베스트 50위 안에 못 든다”며 “이 정도로 1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과학 분야 독자 수가 워낙 한정돼 있어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의 바탕에는 과학 출판 시장의 특이성이 자리한다. 현재 과학 출판 시장은 철저히 스테디셀러 위주다. <이기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과학 콘서트>(정재승), <코스모스>(칼 세이건) 등이 몇년째 상위권을 꽉 쥐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가 1976년 출간됐고 <카오스>도 20주년 판을 다시 번역한 ‘고전’이다. 정문희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스테디셀러 위주 시장에서 유명 저자의 책이나 이미 이슈가 된 책이 나와야 팔리고 이게 다시 추천도서가 돼 계속 순위에 머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출간 18개월이 넘으면 30% 이상 할인 판매하는 서점들 때문에 스테디셀러가 더 팔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하는 출판사 대표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도 온라인 서점에서 30% 이상 할인한다.

독자층도 워낙 얕다. 박태근 대리는 “국내 고정 과학 독자는 2000명 수준”이라며 “4~5년 전부터 인문 출판사들이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져 국외 유명 판권 따기 경쟁도 붙었는데 막상 국내 독자가 많지 않아 웬만한 걸로는 출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한성봉 대표는 “한국에선 고급 인문학 독자들도 과학 서적을 읽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종이책 시장의 1%를 점했던 과학 분야는 올해 상반기엔 0.8%로 떨어졌다. 독자가 없으니 새 책이 나오기 힘들고, 스테디셀러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니 독자 늘기도 어려운 구조 속에서 <카오스>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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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목 KOICA 이사장 “報恩원조로 6·25참전국 도와주겠다”


[동아일보]

“참혹한 전쟁의 아픔을 딛고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나라는 세계사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제 우리를 도왔던 참전국들을 대상으로 ‘보은(報恩) 외교’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지요.”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22일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은 동아일보·채널A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6·25전쟁 참전국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 이야기부터 꺼냈다. 집중적인 지원 대상인 필리핀과 콜롬비아, 에티오피아에서 코이카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활동도 상세히 설명했다. 6·25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장군의 후손이 코이카의 한국 연수에 참여한 뒤 모국에 돌아가서 코이카의 봉사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가 과거에 받은 것에 대해 조건 없이 보답하는 차원입니다.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으로 하여금 ‘새마을 빌리지’ 개념의 자활촌을 짓도록 하고, 그들의 교육과 취업을 주선해주고…. 의료, 정보기술, 농수산가공 분야의 인재도 많이 키워 전반적인 경제 발전을 도울 예정입니다.”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통일외교특보를 지낸 김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의 ODA 활동에 동참할 글로벌 청년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캠프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의 일자리 고민, 해외에서의 경험을 향한 목마름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 외교’를 주도한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이 가진 게 훌륭한 인재밖에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ODA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인데도 해외 원조활동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인재들이 해외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사단 규모를 더 키우고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겁니다. 봉사활동을 끝낸 후에는 그 전문지식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거고요.”

김 이사장은 지역별, 분야별로 이른바 ‘맞춤형 ODA’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의 경험이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코이카 간에 인재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봉사단원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1995년 국제협력요원 파견을 시작한 이후 코이카의 누적 봉사단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는데도 이들의 능력이 사회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이스터고 학생을 비롯한 고졸 출신, 전문기술 인력 등을 비율을 정해서 뽑고 외국어 교육부터 인문 교양 국제정세 같은 것들까지 가르치려 합니다. 돈이 없어 갖지 못했던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약간 무식하게 1970년대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고 했다. ‘스펙’만 따지지 말고 눈 딱 감고 ‘기본’을 기준으로 젊은 인재를 기용하자는 것이다.

코이카의 역점 사업 중 새마을운동의 해외 수출과 관련해선 “새마을운동의 ‘할 수 있다’ 정신을 살리되 21세기 글로벌 환경에 맞춰 기술과 인프라 지원을 병행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카피(copy·베끼기)하고 싶다는 빈국(貧國) 사람들에게 “당신들 사정에 맞춰 변형시켜라(modify)”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인 새마을운동을 박근혜정부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데 정치적 의도는 없느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똥통 같은 진흙길을 밟고 다니던 과거 한국 농촌, 그 시절의 보릿고개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새마을운동은 해외 국가들이 수출해줄 것을 우리나라에 먼저 요청했고, 과거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던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국 정상 앞에서 새마을운동 이야기를 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를 부른 일화를 소개하면서 “새마을운동 프로젝트는 유엔이 우리에게 ‘같이 진행하자’고 공식 요청을 해올 정도로 국제적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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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책]토머스 프리드먼 ‘미국 쇠망론’ (강정임 이은경 역, 21세기북스·2011년)


위기의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라’

[동아일보]

미국의 역사를 보면 미국인들의 에너지와 기업가 정신의 토양 위에 정부 부문에서의 우수한 공교육 기회 제공, 사회기반시설 구축 및 현대화, 적극적 이민정책, 기초연구와 개발 지원,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지원이라는 5개의 축을 중심으로 ‘미국식 성공방식’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200년간의 번영과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누려 왔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절대강자로서 세계를 주도하던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AAA에서 AA+로 강등되고 경제 및 군사 면에서도 중국의 급성장을 지켜보면서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책은 ‘가장 강한 종, 가장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을 이용하여, 미국 쇠락의 원인을 미국인의 오만함에서 찾고 있다. 냉전시대의 종식이 새로운 세계로 변화한다는 것을 알리는 시작이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미국이 만든 세계의 틀 속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라는 이유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자기반성도 담았다.

책의 제목을 보면 미국이 쇠망할 것이라든가 과거 위대한 미국에 대한 향수에 젖은 패배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10년 후 미국이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의 제시와 함께 미국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하루빨리 기본으로 돌아가 ‘미국식 성공방식’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이 현재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방식이 미국의 문제를 치유할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더욱 미국다워지는 데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그 근거로 미국의 자유분방한 정신, 다양성, 유연한 경제, 직업윤리, 혁신에 대한 열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사회가 세계에서 번영하기 가장 적합한 나라라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작동을 멈춘 미국 정치체계에 대한 개혁방안으로 제3정당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은 제3정당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3당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가 더 정직하고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하면 그 충격요법으로 기존의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더 우수한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 이 책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고용이 경제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성공 방식’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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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60주년…NARA 사진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⑤ 인천상륙작전



[중앙일보·국사편찬위원회 공동 기획]

"북한군 허리를 끊어라" 맥아더는 처음부터 인천 노렸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인천 앞바다에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작전에는 총 261척의 함정이 동원됐다. 대한민국 해군 함정 15척도 포함됐다.

7만여 병력 상륙 … 이튿날 자정 인천 장악

 참여 병력 규모도 대단했다. 모두 7만여 명에 이르렀다. 맥아더 사령부 산하 제10군단의 지휘 아래 미 해병 제1사단과 보병 제7사단이 주축이 됐다. 공격 개시 1시간 30분만에 첫 상륙선이 해안에 닿았다. 이튿날 자정까지 연합군은 인천을 완전 장악하며 서울 진격 채비를 서둘렀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전세는 일거에 유엔군에 유리해졌다.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한 이래 80여 일이 지날 때였다. 9월 28일에는 서울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은 전쟁 초기부터 구상됐다. 맥아더 사령부는 개전 후 2주일이 지난 7월 첫 주부터 한반도의 허리 부근에 상륙해 북한군을 포위 공격하는 작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몇몇 후보지들이 고려되었지만 맥아더는 애초부터 인천을 염두에 뒀다. 암호명은 '크로마이트 작전'이었다.


 피난 수도 부산에서는 9월초부터 미군, 한국군, 관료, 미대사관 사이에 상륙작전이 곧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번져나갔다. 당시 미군 CIC(8·15 광복 직후 남한에서 활동한 미군 24군단 소속 첩보부대)는 낙동강 전선 이남에 약 5000명의 첩자들이 남한 관련 정보를 수집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 북한에 “기습상륙 대비하라” 경고

 중국은 유엔군의 기습 상륙작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낙동강에 집결된 북한 병력을 빼내어 상륙이 예상되는 지점의 방어를 강화하라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낙동강 전선의 병력을 인천지역으로 이동시키지 못했다.

 상륙작전은 이틀 만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천과 서울을 잇는 32㎞의 경인국도를 거쳐 서울을 재탈환하는 데는 2주 가량 소요됐다.

북한군은 전열을 정비하여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서울방어에 투입하며 저항했다. 미 해병대와 7사단은 각기 김포-행주-영등포 및 안양-수원 방면으로 협공하여 서울을 포위 공격했고, 결국 사흘간의 치열한 서울시가전을 치른 끝에 9월 27일 오후 3시 8분경에 중앙청을 점령할 수 있었다.

 북한군의 서울 잔여병력은 27일 밤을 기해 전면 철수했다. 빼앗긴 수도 서울을 석 달 만에 되찾은 것은 심리적으로도 또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성과였다. 군산이나 주문진도 상륙지로 거론됐으나 인천이 최종 선택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서울 탈환과 함께 유엔은 다시 한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퇴각하는 북한군을 어디까지 추격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38선에서 진격을 멈추느냐, 아니면 38선을 돌파해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느냐의 선택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이 38선을 파괴하면서 남침한 이상 이제 38선이 존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유엔군의 38선 돌파를 주문했다. 그러나 38선 돌파는 중국과 소련의 직접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유엔군의 외교경로를 통해 “38선이 위협받게 되면 중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경고를 표명하고 나섰다. 유엔의 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10월 1일부터 전선은 점점 38선 이북으로 확대돼 나갔다.

마오쩌둥 “38선 위협받으면 중국 개입할 것”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 개입하면서 전쟁은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중국군의 숫자는 기껏해야 5~6만명 정도일 것이라고 맥아더는 예상했었는데 실제론 그런 추측을 훨씬 뛰어넘었다.

 10월 19일 신의주·삭주·만포진 세 곳을 통해 중국군 25만여 명이 한반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중국의 개입으로 인해 51년 1월 4일 유엔군은 다시 서울을 내주게 된다. 진퇴가 거듭되면서 전쟁의 피해는 늘어만 갔다. 이후 서울을 재탈환한 것은 3월 14일이며, 3월 24일엔 38선을 다시 돌파하며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6·25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그 어떤 전쟁보다도 인적·물적 피해가 컸다. 전쟁은 한반도가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전쟁 이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심화되며 남한과 북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진영의 전초기지로 부상했다.

고지훈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배영대 기자  


 ※사진은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http://archive.history.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NARA=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의 약칭. 미국 역사와 관련된 기록을 보존·제공하는 독립기관이다. 이번 시리즈에 실리는 해방 이후의 사진은 대부분 주한미군에 배속됐던 미육군통신대(Signal Corps) 사진부대(Photo Detachment)에서 찍은 것이다.

◆ 사진설명

1
전쟁 초반의 열세를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 NARA 사진 원본에는 “1950년 9월 15일. 미군 해병대원들이 인천의 블루비치(Blue Beach)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상륙작전이었다. 함정 261척과 7만여 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2 평양 김일성 집무실. “1950년 10월 21일, 평양의 북한정부청사 내부 김일성 집무실. 왼쪽부터 버지니아 출신의 트루스콧 대위, 인디언헤드 특임부대의 지휘관 포스터 중령, 파든 대위가 평양에 대한 향후 전략을 짜고 있다.” 소련의 스탈린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3 어느 쪽이 아군이고 적군일까. 북한군?중국군?한국군(사진 왼쪽부터)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장비도 유사했기 때문에 이들을 잘 식별하는 것이 필수였다고 한다. 사진 원본에는 “북한군, 중공군 그리고 한국군의 월동복장. 1951년 10월 17일”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4 오빠를 찾아 울부짖는 소녀. 사진에 이런 설명이 달려 있다. “1950년 11월 13일. 482구의 시신 속 에서도 자신의 오빠를 찾지 못한 문인덕양이 울부짖고 있다. 함흥. 공산군에게 구타당한 뒤 피살된 482구의 시신이 덕산 니켈광산에 매장돼 있었다.”


5 상륙작전 이튿날 인천시 풍경. 원본에는 “1950년 9월 16일 미해병 제1사단 5연대 병사들이 인천시가를 지나 전선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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