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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 (6-4)

구봉88 2013. 7. 23. 10:16

목    차

 

1.버냉키 충격에 중국발 불안 가세…주식·채권·원화 ‘동반폭락’

2.美-中 양대 경제권 동시에 충격파… 당국 “긴 호흡으로 대응”

3. 中정부 돈 푸는데 한계…유동성 부족 장기화 우려에 '투자자 패닉'

4.<韓-日 통화 스와프 종료한 이유는>(종합)5.아베 취임 6개월, '강한 일본' 공약 얼마나 이뤘나

6.朴대통령 방문할 中 시안(西安), 한국 熱氣로 후끈

7.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국경제 … 과거 생각하단 큰 코 다친다

8.무역 마찰도 아랑곳 않고…中 상장사 90% 보조금 받아

9.‘혹시나’가 ‘역시나’로.. 거래절벽 우려

10. 기업경영

-[삼성 vs 애플 소송 풀스토리]삼성전자 ‘카피캣’ 오명 벗나

-애플, 프로세서 대만업체서 생산…삼성 '발등의 불'

-[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창조경제도 꽃피운다

-MK, 중국서 10년 먹을거리 찾는다

-수 처리 강자 코오롱 선두 지킬까

-한국證市 흔드는 외국계 리포트, 적중률은 반타작

-[수도권/빅데이터 분석]<중> 출근길 언제 나서야 빨리 갈까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포인트 쌓고 쓰는곳, 획기적으로 늘릴 것”

-박수도 하품도 일종의 '감정 전염'… 심하면 뇌질환 의심

-십년 공든 ‘국산 DB탑’ 세계로 쭉쭉

-"세상은 경쟁의 연속인데, 경쟁이 나쁘다고?"

-경제개방 나선 사우디 "木·金 주말을 金·土로 바꿔요"

-미디어공룡 빙하기… “쪼개야 산다”

-"동북아 석유 거래 중심지로" '오일 허브코리아 여수' 준공

-택시는 '시승차' … 하루 손님 33차례 타니 입소문 빨라요

-벤처 살린다는 크라우드펀딩, 미국선 검증 안 된 '모험수'

- "북한 경유하는 1100㎞ PNG 프로젝트 여전히 유효"

-은행 순익 줄어도 연봉 30억… 한국판 '월가의 탐욕'

11.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드디어…‘홍’의 시대

-케리 美국무, 중·러 경고 "스노든 문제 책임져야"

-조지 클루니·마릴린 먼로, 꿈의 승무원 1위..아메리칸 항공 설문

  결과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남북관계 파장 예상

-[‘국정원 國調’ 충돌] 朴, 정통성 시비 원천봉쇄

 

 

- 내 용 -

버냉키 충격에 중국발 불안 가세…주식·채권·원화 ‘동반폭락’


[한겨레] 코스피 1800선 무너져

원-달러 환율 6.7원 상승

채권시장도 극심한 혼란

당정, 시장안정화 대책 논의


‘버냉키 충격’에 이어 중국발 경기둔화와 신용경색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별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4일 국내 금융시장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겹치면서 장 후반으로 갈수록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82(1.31%) 내린 1799.01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26일(1782.4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2% 이상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7원 상승하면서 1161.4원으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원화값 추락이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은 8bp(1bp=0.01%) 급등해 연중 최고치인 연 3.12%까지 올랐다.

중국 상하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0%나 폭락했다. 중국의 제조업 부진과 성장률 하락 전망이 나온데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일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 탓이다. 이 여파로 일본 도쿄 증시 닛케이지수도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오후 장세에서 밀려 1.26% 하락(1만3062.78) 마감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나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 등의 대책을 검토중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9년 금융위기 때 민간 금융회사를 끌어들여 조성한 회사채 매입용 펀드이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정책금융기관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를 빨리 사주는 제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실물경제 회복에 기반한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전제한 뒤, “회사채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돼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의 자금애로 해소를 위해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모두 23조원, 이 가운데 10조원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A등급 이하)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발언 이후 취약해진 투자 심리 탓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요동치고 있다”며 “시장은 과민 반응이 차츰 누그러지고 경기 문제로 시선을 옮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대선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설상가상’… 중국 유동성 위기설에 아시아 증시 동반 폭락

코스피 1800 붕괴 24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82포인트(1.31%) 하락한 1799.01로 마감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18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면서 5조원 넘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 앞에서 한 직원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버냉키 쇼크라는 ‘눈’ 위에 중국의 유동성 위기라는 ‘서리’가 겹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24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82포인트(1.31%) 하락한 1799.0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무너진 것은 지난해 7월26일(1782.47) 이후 11개월 만이다.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12일째 이어진 외국인투자자의 강력한 매도세였다. 외국인은 이날 중국 은행의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막판 매물을 쏟아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446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이 1461억원, 기관이 93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7원 오른 달러당 1161.4원에 마감됐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곤두박질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9% 폭락한 1963.23으로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5일 이후 처음이다.

홍콩 항셍지수도 2.22% 급락해 9개월 만의 최저치인 19813.98로 장을 마쳤고, 일본 닛케이지수(-1.26%)와 대만 가권지수(-0.45%)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이 은행 간 자금거래에서 자금을 갚지 못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됐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7.8%에서 7.4%로 낮추는 등 중국 경기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중국이나 한국의 증시가 하락하는 이유는 외국인에게 중국과 한국의 주식시장 자체가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주식시장은 기업실적이 좋은 것도 아닌 데다 주식시장이 싼 것도 아니어서 외국인에게 안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주가가 더 내려가면 3년 반 동안 지속된 주가의 흐름이 다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아직 주가 하락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美 출구전략에 中 리스크까지… 亞 금융시장 출렁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여파에 이어 중국발 충격이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중국 증시는 24일 유동성 위기 우려로 급락세를 보이며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109.86포인트(5.30%) 떨어진 1963.24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중국 증시는 지난해 12월 4일 이후 2000선이 무너지며 연내 최저점을 찍었고, 외환시장도 큰 폭으로 요동쳤다. 이 여파로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증시에 부족한 것은 ‘자금이 아니라 신뢰’란 지적 속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대한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시중에서 급격하게 유동성을 회수하다 단기 금리 급등에 당황해 곧바로 돈을 풀었던 인민은행은 23일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가 불변”이라며 “필요하면 미세한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인민은행의 정책 기조가 “유동성의 양보다는 질로 옮겨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거들었지만,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중국발 악재는 전날의 국제결제은행(BIS) 우려를 현실로 반영한 모습이었다.

중앙은행들의 국제 중앙은행 격인 BIS는 23일(현지시간) 연례보고서를 통해 “출구전략에 대한 신호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현재의 초완화 기조의 중단을 미룬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더 커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거둬들일 때 시장의 단기적인 동요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BIS 보고서는 “출구전략을 위한 정책 수단들이 마련됐고, 일부 영역에선 이미 시범적인 실행을 통해 (파급효과가) 점검됐다”면서도 “중앙은행들은 출구전략의 규모와 충격이 이례적일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거듭 충고했다.

보고서는 초완화 기조를 통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중앙은행들이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정책 당국은 자국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중앙은행 정책 공조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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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양대 경제권 동시에 충격파… 당국 “긴 호흡으로 대응”

■ 정부, 금융경색 대책 고심

中 자금난-실물경제 악화 불안감… 中企전용 주식시장 활성화 등 검토

[동아일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중국 리스크’가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중 양대 경제권이 동시에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양상이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메가톤급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동시에 진행되는 양대 리스크에 대응해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나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 中, 신용경색이 경기침체 부채질

24일 중국 증시의 폭락은 금융기관들의 자금난과 부정적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버블을 제거하기 위해 통화긴축 정책을 펴 왔고, 이는 최근 은행 간 대출금리를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게 하며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 은행들의 자금경색이 장기화되면 결국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금리 급등은 자금이 그림자금융(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제도권 및 사금융) 등 잘못된 곳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긴축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시중금리의 상승은 가뜩이나 둔화 조짐을 보이는 실물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새 지도부가 경기부양보다는 경제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국의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는 실물경기 위축과 기업들의 ‘줄도산’을 유발해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다만 글로벌 위기로 번지기 전에 중국 정부가 ‘액션’을 취할 개연성은 높다”고 말했다.

○ 정부는 신중모드

금융시장에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데 대해 정부는 일단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대응한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이날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밝힌 것도 단기 대책이라기보다는 증시 체질개선 등 장기적 효과를 염두에 둔 대책이다.

또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제도’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대상 기업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데다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부정적 인식이 대내외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30억 달러)를 중단하기로 한 것 역시 계약연장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는 자칫 한국의 외화사정이 어렵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제 금융시장에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유재동 기자·홍수용·송충현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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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돈 푸는데 한계…유동성 부족 장기화 우려에 '투자자 패닉'



中 상하이 증시 폭락

인민銀 '그림자 금융' 부담에 대출억제

상하이 증시 7개월 만에 2000선 붕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잇따라


상하이증시가 5.3%나 폭락한 것은 중국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선제적 미조정’을 통해 금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및 금융상황에 대해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신중한 통화 정책기조를 고수하겠다고 말해 신용팽창을 억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금융정책 완화를 통한 조기 해결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됐다.

○인민은행 ‘선제적 미조정’ 강조

인민은행은 22일 2분기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세계경제가 호전되고 있지만 금융상황은 아직도 복잡하다”며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상하이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인민은행이 선제적 미조정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지난해 9월이후 처음”이라며 “통화정책을 다소 느슨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즉 금리나 지급준비율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은행의 유동성 부족현상이 은행시스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확대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상하이 은행 간 하루짜리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6.49%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은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금융상황은 안정적이고 물가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신중한 화폐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24일에는 시중은행에 지침을 내려보내 “신용의 급속한 팽창으로 초래되는 위험을 신중하게 통제해야 한다”며 “특히 대형은행들은 인민은행의 정책보조에 맞춰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제적 미조정을 통한 통화공급도 시장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한수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인민은행이 5월 이후 지속해온 통화팽창 억제 정책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선제적 미조정을 통해 돈을 풀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 우려

이날 상하이증시는 은행의 유동성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5.3%나 폭락한 1963.24로 마감됐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12월4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내린 지침을 보면 인민은행이 정책을 완화하거나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주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인민은행의 정책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5월 이후 은행권의 과도한 신용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기조를 유지해왔다. 중국의 국내신용은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45%에서 지난해 207%로 증가했다. 특히 소위 ‘그림자금융’이라는 편법 대출이 많아 중국 경제의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지목돼 왔다.

인민은행은 이 때문에 자산운용상품의 관리를 엄격히 하고 은행들의 비은행 대출기관에 대한 대출을 금지시키는 등 그림자금융을 통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자제해 왔다. 일각에서는 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성장률을 포기해서라도 리스크 해소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각 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추이리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성장보다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라며 “내년에도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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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통화 스와프 종료한 이유는>(종합)

서울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환출납부서 직원이 환율 상황판 앞에서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DB>>

양국 관계악화에 韓日 스와프 $700억→$100

당국 "계약만료에 의한 것"…日우경화 영향 분석도

(세종·서울=연합뉴스) 박용주 방현덕 기자 = 한국과 일본 금융당국이 만기가 돌아온 한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특별히 필요가 없어서'다.

규모도 30억 달러로 크지 않은데다 원화를 달러가 아닌 엔화로 바꾸는 계약이란 점도 작용했다. 또 양국의 금융상황이 통화스와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양국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이면에는 양국 간의 외교관계가 악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이 계속해 통화스와프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 했단 것이다. 작년 양국 통화스와프가 일부 종료될 때와 흡사한 상황이다.

◇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안 하는 이유는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달 3일 종료되는 3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양국 통화스와프 잔액은 100억 달러로 축소된다. 금융위기 당시에 견주면 7분의 1 수준이다.

통화스와프란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위기 시 비상금에 빗댈 수 있다.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맺을수록 좋다.

당국 관계자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꼭 연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통화스와프가 그간 의도한 역할을 다 했고 만료 시기도 왔기 때문에 종료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국자도 "양국이 서로 연장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합의했다"며 "특별한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실제 내막은 설명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간 일본정부는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계속해 '언론 플레이'를 벌여왔다. 가령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한국의 요청이 없는 한 연장하지 않는다"며 마치 한국이 '구걸하는' 모양새로 대답하는 식이었다.

이는 일본 정권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한 방편이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최근 아베 정권이 보여주는 우경화 분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당국이 이 문제를 경제적으로 풀려 해도 일본은 계속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이상, 일본 정권의 노림수대로 움직여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당국 관계자는 "때가 되니 정리했지만 필요하면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한일 스와프 종료…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비슷한 일은 작년에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2011년 통화스와프를 700억 달러까지 늘렸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갈등 등을 두고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했다.

이 때문에 만기가 돌아왔던 57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결국 연장되지 못했다. 결국, 130억 달러로 규모가 확 줄였다. 당시에도 일본 측은 한국 언론의 반응까지 세세히 검색하며 협상 전략을 이리저리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3일 30억 달러 규모가 종료하면 한일 통화스와프는 100억 달러만이 남게 된다. 이는 한·일 양자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와프로 2015년 2월 만기가 돌아온다.

다만, 한일 통화스와프 종료는 국내 금융시장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도 작지만 현재 우리가 엔화가 부족해서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일 통화스와프는 실질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오히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정치적인 변수에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이 유럽연합(EU) 등 다른 곳에 비해서 한 발짝 더 나가지 못하는 것은 국제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경제협력 수준이 한 단계 점프하려면 국가 간의 신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 현재 중국과 580억 달러 상당의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체결 중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간 통화스와프 규모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미국과 300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스와프는 2010년 기한 만료 이후 연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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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취임 6개월, '강한 일본' 공약 얼마나 이뤘나

- 일본 안팎 경제·정치 분야에서 '마이웨이'
- 성장전략, 주변국 관계 개선 숙제 남아

[이데일리 성문재· 김태현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59) 일본 총리가 오는 26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일본 정부는 아베가 지난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강한 일본’을 추종하며 반년간 ‘마이웨이’를 걸어왔다.

아베 정권의 반년을 설명할 키워드는 단연 그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기부양책)’다. 아베 정부는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前) 일본은행(BOJ) 총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를 적극 추진했다. 또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군국화에 앞장서고 있다.

◇아베노믹스, ‘아베노미스(Abe, no miss)’ 될 수도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지난 20년간 이어진 장기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 아베노믹스는 대규모 재정지출, 과감한 금융완화,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통해 경기침체를 타개하겠다는 아베의 경제 정책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약 13조1000억엔(약 152조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고 4월에는 BOJ가 자금공급과 국채매입을 두 배로 늘리는 금융완화책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의 재정지출은 일본내 소비지출을 활성화시켰다. 여기에 BOJ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70엔대를 머물던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지난 5월 110엔대까지 하락하며 일본 수출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일본 증시는 놀라운 오름세를 보였다.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225 지수는 아베 총리 취임 전인 11월 8800엔대에서 지난 5월 1만5900엔선으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아베 취임 6개월째인 이달초 아베가 공개한 성장전략은 일본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증시는 성장전략이 발표된 지난 5일 3%대 급락했고 지금까지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엔화 약세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수입대금 상승, 중소기업들의 원자재 수입 부담증가 등 잘 나갈 때 부각되지 않았던 아베노믹스의 부작용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정부는 경기회복세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오는 8월 법인세 인하와 설비투자 지원 등 친(親)기업정책을 담은 ‘성장전략 2탄’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 ‘합격점’..정치·외교는 ‘글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 6개월간 공(功)과 실(失)
아베의 경제적 해법은 세계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일본 경제 회복의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외교적 관점에서는 주변국과의 마찰을 빚는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주변국과 독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등 영유권 분쟁에 나서는 한편 평화헌법 9조 개헌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잊을만 하면 일삼는 과거사 관련 망언도 한국·중국·일본 간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지난 1월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과 지난 5월 일본-인도 정상회담에서 ‘민주주의 국가들간의 협력 강화’와 ‘법에 근거한 해양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이는 주변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당장은 북핵 문제 등 동북아시아 내 산적해 있는 현안들로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가 크게 떠오르지 않고 있지만 이는 언제든지 다시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무력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 9조 개헌 추진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등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위안부 관련 망언들이 동북아 정세를 어지럽히고 있다.

◇자국내 인기몰이 여전

아베 정부 지지율 추이(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국내에서는 아베 정부의 강한 이미지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1일부터 3일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66%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치러진 도쿄(東京) 도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공민당 연립여당은 총 127석 중 과반인 82석을 확보하는 등 압승을 거뒀다.

다만 이같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설문조사에서 아베노믹스 효과를 ‘기대한다’는 답변은 전체 36%에 그친 반면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43%에 달했다.

김태현 (thkim1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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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방문할 中 시안(西安), 한국 熱氣로 후끈



[삼성전자, 70억달러 반도체 공장 건설 중… 막대한 투자에 온통 '삼성 물결']

이웃 충칭·청두에 발전 뒤지다 삼성 들어오며 지역 본격 개발… 고용효과 최소 1만3000명 달해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셴양(咸陽)국제공항 진입로 옆에는 지난 21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시안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대형 광고판이 등장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을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공항에서 내려 시안시 서남부 근교에 있는 첨단기술산업개발구로 향하는 길도 온통 삼성의 물결이다. '삼성과 손잡고 윈윈하자' '삼성 입주가 전 시안시를 밝혔다'는 등의 글귀가 쓰인 플래카드와 입간판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중국 서부의 고도(古都) 시안은 마치 한국병을 앓고 있는 듯 흥분된 모습이라고 현지 교민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시안을 방문하는 것은 이 도시가 중국을 상징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안은 서주(西周)로부터 중국 첫 통일왕조인 진(秦)나라, 당(唐)나라 등 중국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으로 불리며 동·서 교역의 거점 역할을 했다. 지금도 장안성과 진시황릉 등 고대 문화 유적이 즐비하다.

외국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안을 찾는 것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시함으로써 중국과 우의를 다지겠다는 목적이 크다. 1998년 중국을 처음 찾았던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도 시안에서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0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곳을 찾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시안을 방문한 외국 정상은 지금까지 200여명을 헤아린다.

우리 정부도 박 대통령이 베이징 외에 방문할 도시로 상하이와 시안을 놓고 검토하다 결국 시안을 낙점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시안을 방문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각별한 환영을 받는 데는 삼성전자가 이곳에 7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10나노급 낸드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70억달러의 투자 규모는 외국 기업의 대중(對中)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단순 조립공장이 아니라 첨단 메모리 제조공장이라는 점에서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도 일반 투자에 비할 수가 없다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서부 대개발 계획에 착수했다. 동부 연안에 비해 크게 낙후된 이 지역의 사회기초시설을 정비하고, 국내외 대기업을 유치해 경제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시안은 충칭(重慶), 쓰촨성 청두(成都) 등과 함께 서부 대개발의 3대 거점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충칭과 청두가 휴렛패커드(HP), 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반면, 시안은 외국 기업 진출이 지지부진했다. 삼성전자가 그 공백을 메운 것이다. 시안시 측은 삼성전자가 들어오면서 IBM, 지멘스 등 세계 60여개국 IT기업 100여개가 시안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거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안은 삼성전자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는 시안 첨단기술산업개발구는 삼성전자 전담팀을 구성해 모든 행정절차를 초스피드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착공한 공장이 오는 8월이면 건물 공사 마무리가 가능할 정도로 공정이 빠르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생산 라인 설치에 들어가, 내년 초에는 시험 생산을 시작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시안시는 또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삼성전자 공장을 잇는 4.8㎞ 전용 연결도로도 3억2000만위안(약 60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이다.

중국이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삼성전자가 가져올 막대한 투자 효과 때문이다. 시안에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160여개 협력업체도 진출한다. 고용 효과만 최소 1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안 시내 주요 대학과 직업학교에는 한국어 과정이 잇달아 개설되는 등 한국어 열풍도 일고 있다. 올 5월 한국어 과정을 처음 개설한 산시공상직업학원의 린징(林靜) 협력처장은 "첫 학생 모집에서 400명 정원에 무려 1250명이 몰렸다"면서 "삼성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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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국경제 … 과거 생각하단 큰 코 다친다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중국을 그저 조립·제조만 하는 만만한 시장으로 봐선 큰 코 다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달라진 중국의 모습을 5개의 사자성어를 통해 풀어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과거의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한국 기업에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며 “첨단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兎 死狗烹 <토사구팽>

외자기업 비중은 5년 새 57.1% → 49.6%로

중국은 개방 초기엔 외국 기업을 파격적으로 대우했지만, 2000년부터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외자기업의 비중은 2007년 57.1%에서 지난해 49.6%로 줄었다. 정봉호 전경련 아시아팀장은 “자국 기업 육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自給自足<자급자족>

가공무역 급감 … 한국 중간재 수출 적신호

원자재나 반제품을 들여와 가공한 후 재수출하는 방식에서 현지 조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6.8%였으나 지난해 8.9%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대중 수출의 73%)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하는 분업구조가 깨져 한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唯我獨尊 <유아독존>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1431개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 제품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589개, 2011년 기준)이나 독일(777개)이 아닌 중국(1431개)이다. 정 팀장은 “1위 품목의 증가는 중국이 농산물이나 노동집약적 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換骨奪胎 <환골탈태>

국제특허 세계 4위 … 5년 새 세 배로 늘어


환골탈태(換骨奪胎)와 괄목상대(刮目相對)도 오늘의 중국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다. 첨단산업인 항공우주장비 분야에서 중국의 수출액은 한국의 6.5배(2011년)에 이른다. 2002년만 해도 한국이 1.9배 앞서 있던 시장이다. 특허는 중국의 괄목상대를 상징하는 분야다. 중국의 국제 특허는 1만8627개(세계 4위)로 최근 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

▶김영훈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pil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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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마찰도 아랑곳 않고…中 상장사 90% 보조금 받아



작년 보조금 16조원…23% 늘어

지난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받은 정부 보조금은 856억8000만위안(약 16조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전체 상장 기업의 90%에 달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과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무역마찰을 빚는 와중에도 중국 기업은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늘려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컨설팅그룹 하이싱크플러시인포메이션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경기 둔화로 기업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체 순익 대비 보조금 규모가 2009~2011년 평균 3%에서 지난해 4%로 늘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중국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세계의 무역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토지 임대료 할인, 세금 환급, 대출 상환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지급됐다. 제조업이나 중공업에 집중돼 있던 지원 범위도 항공, 가전제품 등까지 점점 커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곳은 총 21억위안의 세제 혜택을 받은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중국양츠전력이었다. 양츠전력 대변인은 “순익의 8분의 1가량이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상장 회사를 국가의 중요 자산으로 보고 이들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 적자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이 상장회사들의 보편적인 흑자 전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의존도가 커졌고,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결산 기준 10대 적자기업은 모두 국유 기업이거나 지방정부 소유 기업이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8개 국유 기업이 받은 보조금 액수가 전체의 28%에 달한다”며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정부가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채비율이 70%가 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데도 정부 보조금으로 부실을 감추고 생명을 연장해왔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중국 국유 기업을 지방부채와 함께 중국 경제의 양대 뇌관으로 꼽았다.

현재 국제 기준에서 자국 기업에 수출 보조금과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금지돼 있다. 올초 EU는 중국의 철강업계 불법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아 중국 제품 수입 관세를 높였다. 최근 통신장비에 쓰이는 태양열판을 놓고도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도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의 자동차와 부품 관련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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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가 ‘역시나’로.. 거래절벽 우려

국회서 발목잡힌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취득세감면 혜택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모델링 수직증축 등 4·1부동산대책 핵심 정책수단들의 국회 표류로 '거래절벽'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달 말 취득세 감면종료 이후 거래절벽 완충과 수요심리 안정을 위해 리모델링 수직증축 세부안을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내놨지만 지난주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25일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 대책에 포함된 분양가상한제·다주택자양도세 중과·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 등 해묵은 주요 개정안들은 여전히 정치적 이해관계의 벽을 넘어설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파급력 높은 법안들이 모두 제자리에서 맴도는 분위기다. 대책 발표→국회 표류→시장 혼란으로 이어지는 이전 대책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안처리 낙관 어려워"

국토교통위는 25일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해 리모델링 수직증축 등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법안처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국회 비서관들의 전언이다.

24일 새누리당 국토위 간사 강석호 의원 국회사무실 관계자는 "국토위에서 법안심사소위 일정을 조율 중으로, 현재 25일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철도사업 발전방안에 대해 이날 같이 논의될 예정인데 이견이 만만치 않아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5일 소위에서도 보류되면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계획했던 내년 초 리모델링 수직증축 시행은 물 건너 간다.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되는데다 지자체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조합이 이에 맞춰 계획변경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실제 사업에 착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전국 1468만가구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400만가구가 리모델링 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거래절벽 우려 고조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 재건축과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최근 5주 연속 약세를 이어가 해당 기간에 각각 1.28%, 0.15% 떨어졌다. 이달 말 취득세감면 종료를 앞두고 수요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 통과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과 함께 국회문턱에서 좌절되면 시장혼란이 더 커져 거래절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부동산대책 발표 후 국회에서 변질되거나 표류하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이 아니라 노이즈를 일으켜 혼란만 부추기게 된다"면서 "세대구분을 포함한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4·1대책에서 유일하게 중대형을 포함한 대책이다. 법안통과가 늦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대형 매물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를 마무리 짓는 임시국회에서 4·1대책 후속입법이 좌절되면 하반기 거래공동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며 "적극적인 추진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1기 신도시와 재고주택 등에 대한 수요심리 위축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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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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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소송 풀스토리]삼성전자 ‘카피캣’ 오명 벗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공방이 새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얼마 전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애플은 중국 등에서 생산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란 오명을 씻을 기회를 얻었고 애플은 ‘혁신’ 이미지에 작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인 데다, 삼성과 애플이 벌이는 소송전이 워낙 많은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당장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판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힘들다. 시장에선 이 판결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이 새로운 타협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과 동시에 두 회사의 경쟁 관계에서 한쪽이 현격하게 기울어지지 않는다면 소송전은 끝까지 갈 것이란 주장이 공존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세기적 특허 소송이 시작된 지 2년여가 지났다.

지난 2011년 4월 15일,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에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아이폰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16건의 상표권과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삼성 측이 내놓은 전략은 ‘맞불작전’. 삼성은 4월 21일 한국, 독일, 일본 법원에 “애플이 오히려 삼성의 통신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동시다발적인 제소에 나섰다. 이후 전 세계 9개국(한국, 미국, 일본, 독일, 호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양 사의 지루한 특허 공방전이 이어졌다.

삼성과 애플이 주 무기로 내세운 것은 각각 통신 특허와 디자인 특허였다. 초기 소송 결과는 애플에 유리하게 진행됐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각국에서 양 사의 제품 판매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잇따랐지만 삼성은 단 한 번도 애플의 아이폰 판매를 막지 못했다. 2012년 6월 네덜란드(헤이그) 법원이 “애플 제품이 삼성의 통신 표준특허 4건 중 1건을 침해했다”며 삼성 손을 들어줬지만 아이폰 판매 금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애플은 2011년 8월 독일(뒤셀도르프)과 네덜란드(헤이그), 2011년 10월 호주(뉴사우스웨일스), 2012년 6월 미국(새너제이) 법원에서 갤럭시S2와 갤럭시탭 등 삼성의 전략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명령을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10.1의 외관 일부를 수정한 갤럭시탭 10.1N을 내놓아야만 했다. 하지만 가처분 명령은 삼성의 항소로 금세 취소되곤 했고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정말 침해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본안 소송에선 애플도 지기 일쑤였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선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광고를 애플 영국 법인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활 건 소송전 현황은

9개국서 50여건 진행 중

지루한 특허전쟁에 전기가 마련된 것은 2012년 8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에서 내려진 배심원 평결에서다. 9명의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 아이폰의 아이콘 모양과 외관 등 디자인 특허, 멀티 터치, 줌 기능과 관련된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10억5185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그러면서 애플도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는 삼성의 주장은 모두 기각해버렸다.

이 평결로 삼성이 위기에 몰리는 듯했으나 ‘전화위복’이었다.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 외관을 디자인 특허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기 시작한 것. ‘특허 보호주의’라는 말이 나오며 삼성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기에 이르자 결국 2012년 11월 애플은 문제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특허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루시 고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 판사가 지난 3월 1일 “배심원단이 산정한 배상금 중 43%인 4억5051만달러를 삭감한다”고 판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과 애플이 곧바로 항소 뜻을 밝히며 최종 판결은 또다시 미뤄진 상태다.

지난 6월 4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한 판결은 삼성과 애플 특허전쟁의 두 번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ITC는 애플 제품 중 아이폰4를 포함한 그 이전 제품이 삼성의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봤다. 애플은 아이폰4까지는 인텔 칩을 사용했는데, 인텔은 삼성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으므로 애플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판결이었다. 반면 아이폰4S 이후부터는 이미 삼성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한 퀄컴 칩을 사용했기 때문에 애플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아이폰4 이전 제품은 아이폰3, 아이폰3GS, 아이폰4, 3세대(3G)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아이패드, 아이패드2 등이다. 나머지는 시중에서 거의 단종됐지만 아이폰4와 아이패드2는 아직 판매 중인 제품이어서 애플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투자회사 재프리스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애플이 올해 최대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애플 매출(1565억달러)의 약 1.3%에 해당한다.

물론 실질적인 피해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TC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60일간의 말미가 있다. 또 애플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고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수입 금지 조치는 적어도 1년 정도 더 미뤄질 전망이다. 6개월만 지나도 구형 모델이 될 만큼 빠른 IT제품 주기를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을 벌게 되는 셈이다.

양측의 공격 무기는

삼성 ‘통신기술’ vs 애플 ‘디자인’

정작 애플이 우려하는 피해는 따로 있다. 바로 ‘애플=혁신’이란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점이다.

그간 양 사의 특허분쟁이 애플 특허를 ‘카피캣(모방자)’ 삼성이 베꼈다는 식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ITC 판결은 ‘애플도 삼성을 베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데서 애플에 뼈아프다는 평가다.

특허전문 법무법인 다래의 조용식 대표변호사는 “미국에서 애플에 계속 패배했던 삼성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반면 애플은 종래의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2년여에 걸친 특허 소송 중 삼성이 거둔 가장 큰 승리다. 삼성이 각국의 특허 소송에서 애플에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는 상징적인 성과도 거뒀다”고 분석했다.

삼성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ITC가 애플이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348특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무선 통신체계에서 전송형식 조합 지시자를 부호화·복호화하는 방법과 장치’에 대한 기술이다. 업계에선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데이터 전송 오류를 잡아주기 위해 꼭 필요한 ‘표준특허’로 인정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이번 소송은 ‘표준특허권자가 산업 발전을 위해 특허 사용권을 경쟁자나 후발주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프랜드(FRAND, 잠깐용어 참조)’ 조항에 위배된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특허를 무기로 소송을 했다는 점에서 삼성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삼성전자가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동준 수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프랜드를 선언한 표준특허에 수입 금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며 “표준특허권자는 특허를 사용하려는 기업에 합리적인 로열티를 받고 사용권을 제공해야 하는데 삼성이 애플에 스마트폰 1대당 매출의 2.4%를 요구한 것이 합당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배심원단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특허 침해’ 평결로 삼성이 얻은 동정 여론이 이번엔 애플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모두 약점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제소에서 1차 판결까지 보통 2년 이상 걸리고 IT제품의 짧은 순환 주기를 감안하면, 설령 수입 금지 같은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내더라도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양 사가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특허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세계 1·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간의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과 의외로 쏠쏠한 홍보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은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2년 전만 해도 세계 최강이던 애플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로 전 세계에 알려지며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반면 애플은 ‘옹졸한 1인자’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미국 지적재산권컨설팅기업인 테크아이피엠의 이근호 대표는 “애플은 삼성 제품에 ‘카피캣이 만든 2등 제품’이란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특허괴물에 의한 특허 소송 남발로 미국 행정당국과 법원에서 특허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처음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소송이 흘러가며 장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로 삼성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사진은 ITC 건물 전경. <매경DB>

화해 전망은

누가 먼저 손 내미느냐 관건

ITC는 오는 8월 1일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북미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1·2위 업체의 제품이 모두 미국 시장에 수입 금지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떤 식으로든 화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수년간의 소모적인 소송전에서 양 사 모두 이익을 얻은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소송은 5년 이상 지속되는데 그사이 소송 대상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모델이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이기더라도 이익을 얻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분쟁 과정에서 기업의 기밀이 일반에 공개되는 일도 잦아 양 사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있다. 소송전이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가 되자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면서까지 싸움을 지속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2년 넘게 진행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 사 모두 특허싸움으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 지금을 화해의 적기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 결과가 엇갈리면서 양 당사자의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 화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 분석했다.

화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확전은 자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당분간 소송은 계속하되 새로운 소송 제기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협상 여지를 넓혀 갈 것이란 예상이다. 손경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해 가능성은 비관적이지만 양측이 화해를 제의할 적기일 수 있다. 양 사 모두 상대방의 특허가 필요한 만큼 크로스 라이선싱(Cross Licensing)을 통해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강조했다.

화해를 염두에 둔다 해도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가 관건이다.

애플은 유난히 삼성전자와의 소송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만큼 먼저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과 애플이 특허 소송으로 이미지가 나빠진 만큼 먼저 화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맞선다. 삼성 역시 당장 아쉬울 것 없다는 점에선 먼저 화해 몸짓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을 고려하면 애플에 협상을 제기할 시점이란 주장도 나온다.

정차호 교수는 “양측의 소송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만큼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화해를 하고 싶어도 조건이 중요한데 조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밝혔다. 조용식 대표변호사는 “양 사의 최고경영자가 합의하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 안에 화해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두 회사의 소송전 지속 여부는 최고경영진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잠깐용어 *프랜드(FRAND) 조항(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을 줄인 말이다. 산업에서 국제 표준기술로 지정된 특허를 가진 권리자는 다른 기업에 배타적이지 않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사용권을 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무리한 요구로 다른 업체의 제품 생산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허기술 독점 방지 제도라 할 수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12호(13.06.19~06.25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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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프로세서 대만업체서 생산…삼성 '발등의 불'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애플의 프로세서를 생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었다.

대만의 IT전문 디지타임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대만의 반도체 수탁가동업체인 TSMC와 애플이 20nm(나노미터,1나노미터는10억분의1미터) , 16nm, 10nm 기반의 프로세서 생산에 합의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업계소식통은 TSMC와 협력사인 글로벌 유니칩(Global UniChip)이 향후 3년 동안 애플이 사용하게 될 A시리즈 칩을 20nm, 16nm, 10nm 공정을 적용해 수탁가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TSMC는 오는 7월부터 애플의 A8 프로세서를 소량 공급하고 12월부터 본격적인 20nm 공정을 적용해 내년 1분기에는 웨이퍼 생산능력을 5만장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20nm 공정의 배치가 완료된 후 16nm 공정으로 업그레이드, 내년 3분기부터 애플의 A9과 A9×칩 2만장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회사를 통해 생산되는 A8 프로세서는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인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A9과 A9X 칩은 이후 출시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장착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TSMC는 대만 남부에 위치한 제14공장 4.5.6라인의 12인치 웨이퍼 생산공장을 애플의 A시리즈 프로세서 생산 전용공장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글로벌 유니칩은 이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하고 고객사와 관련된 일체의 내용에 대해 함구했으며 소식통도 TSMC가 유일한 프로세서 생산업체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애플이 당장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모든 프로세서를 TSMC로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동안 소문만 나돌았던 TSMC 생산이 확인됨으로써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의 파운드리 다변화 전략에 맞서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야심작으로 내놓은 엑시노스5410 옥타코어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여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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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창조경제도 꽃피운다

생산유발·고용창출 효과 무궁무진

민관 손잡고 성장동력으로 육성을

1997년 영국의 한 여류 무명작가가 아동용 장르소설을 출간했다. 초판 500부로 시작된 이 책은 이후 67개 언어로 번역되며 4억5,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영화ㆍ게임ㆍ음악ㆍ광고ㆍ인터넷ㆍ캐릭터ㆍ패션ㆍ교육ㆍ관광ㆍ스포츠 등 문화와 서비스 산업, 그리고 제조업까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 산업 영역에서 우리 돈 300조원 이상의 막대한 매출을 올렸으며 영국 경제 기여도는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해리포터가 아니었으면 영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상상력을 모태로 탄생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경제적 부를 창출할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생산 유발 효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관련된 소비재 수출은 4배가 넘는 412달러나 증가한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목인 휴대폰 등 관련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은 평균 395달러씩 늘어난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고용 유발 효과 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산업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부가가치 10억원당 18명의 고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제조업의 고용 유발 효과인 9.6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PwC의 집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세계 문화 콘텐츠시장 규모는 2조달러로 매년 7% 이상 고속성장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도 커가고 있다. 2008~2011년 4년 동안 연평균 매출액은 9.2%, 수출액은 22.5%, 종사자 수는 3.3% 증가했다. 2012년 콘텐트 산업 매출액은 약 89조원, 수출액은 48억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6.9%, 11.6% 증가했다. 올해는 매출액 97조원, 수출액 52억달러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콘텐츠 산업의 총 매출액을 2017년 120조원으로, 수출액은 100억달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문화 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콘텐츠를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 콘텐츠 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해리포터가 중독성 있는 뛰어난 작품과 천재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빚은 성공작이라는 평가처럼 뛰어난 콘텐츠와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전략이 만날 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창조경제'라는 화두는 단순히 경제의 패러다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이 중심이 됐던 1차원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동물적 감각과 전략적인 사고, 대중의 감성을 파고드는 마케팅이 절묘하게 융합될 때 비로소 창조경제는 꽃을 피울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글로벌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제조업이 중심이 된 산업화 시대였다면 이제는 문화가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문화경제 시대"라며 "창조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는 산업의 한 부분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상징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것인 만큼 문화의 코드로 다른 산업에 접근하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글로벌 링'서 통하려면 대기업 주축 킬러 콘텐츠 개발해야



자본·인적 네트워크·마케팅 노하우 시장 개척에 필수

CJ E&M 中서 영화·뮤지컬 성공·K팝 세계화 주도

KT 1000억대 펀드 조성… 콘텐츠 생태계 구축 앞장

최재원(37) CJ E&M 중국 공연사업팀 부장은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던 지난 2006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건넨 말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당시 입사한 CJ그룹 계열사 경력 및 신입직원들을 한데 모아 담소를 나누던 이 회장은 공연사업 파트에서 일하게 됐다는 최 부장을 격려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열심히 일하게. 우리 회사는 뮤지컬 '맘마미아'나 '캣츠' 같은 (라이선스) 작품만 하려고 공연사업을 하는 게 아니야. '김종욱 찾기'처럼 우리 손으로 만든 작품이 해외에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사업을 하는 거라네."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중국 진출은 어쩌면 이때부터 예견됐던 것일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영화ㆍ방송ㆍ공연ㆍ음악 등 문화 콘텐츠 각 분야에서 글로벌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곳은 CJ E&M이다.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는 'CJ를 통하는 문'과 'CJ를 통하지 않는 문'으로 나눌 정도로 CJ E&M은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는 삼성전자 못지않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다양성이 존중 받아야 하는 문화 시장에서 절대 권력자로 자리매김한 CJ E&M에 대한 평가는 '문화 시장 확대에 기여한다'는 긍정론과 '독과점 체제가 공고해진다'는 비판론이 엇갈리지만 분명한 사실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 또한 과점 업체라는 점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라는 '거대한 링' 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챔피언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화 산업에 기여하는 대기업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화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시장을 개척하는 데 엄청난 물적ㆍ인적 자산이 투입되기 마련.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 마케팅 노하우 등이 오랜 시간 축적된 대기업들이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개척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문화 콘텐츠 산업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CJ E&M이다.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ㆍ유럽ㆍ남미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해온 CJ E&M에 올해 들어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이별 계약'은 티켓 판매로 약 350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제작비 3,000만위안(약 54억원)의 6배를 웃돈다. CJ E&M과 중국 국영 영화 배급사인 차이나필름그룹(CFG)이 함께 자금을 투자하고 마케팅 조사와 기획ㆍ제작을 담당했다. 합작 방식으로 현지시장과 연결고리를 만든 전략이 주효했던 것.

공연 부문에서는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로 '김종욱 찾기'가 상하이에 중국어 버전인 '??자오츄리엔(첫사랑 찾기)'이라는 제목으로 성공리에 개막했다. 4월에는 일본 도쿄 롯폰기에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를 개관, '카페인' '풍월주' '김종욱 찾기' 등 한국 뮤지컬을 잇따라 올렸다. 최근에는 CJ E&M이 공동제작에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킨키부츠(Kinky Boots, 특이한 취향의 부츠)'가 제67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대중문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K팝 분야에서도 CJ E&M은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편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팝 글로벌화'라는 목표를 내걸고 2011년 출범한 글로벌 콘서트 브랜드 'M-Live'가 대표적. 대기업이 보유한 마케팅ㆍ공연기획ㆍ대관 등 인프라를 중소 기획사에 지원함으로써 역량 있는 아티스트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CJ E&M과 함께 한국 최초로 남미 시장에 진출하게 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는 "해외 공연을 계획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현지 정보의 부족"이라며 "전세계에 걸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CJ E&M의 정보력과 현지 네트워크는 K팝 글로벌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화 콘텐츠 산업 기반 조성에 역량을 쏟고 있는 KT그룹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KT그룹은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올해 초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나섰다. 향후 3년간 600억원은 투자펀드로, 400억원은 동반성장 대출형 펀드로 운용할 방침이다. KT그룹은 자금지원뿐 아니라 그룹 내 보유한 인프라와 플랫폼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4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올레TV를 활용해 콘텐츠 경쟁력만 있다면 누구나 올레TV 시청자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경우 KT가 운영 중인 유스트림(ustream), 숨피(Soompi), 지니(Genie) 등 글로벌 사이트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고 있다.

중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에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들 지역에서 한류가 선호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웰터급 정도의 문화 산업 플레이어만 보유하고 있다면 문화 산업 수출은 물론 나아가 다른 제조ㆍ서비스 부문의 수출에도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중국 상하이 가보니
"이런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 중국인 웃고 울린 한류

지난 18일 저녁 중국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 모리화극장은 뮤지컬 '??자오츄리엔(첫사랑찾기)'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국내 최초로 중국어 버전으로 제작돼 지난 6일부터 관객을 만난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60대까지 280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웃고 울며 작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차이리핑(30ㆍ강사) 씨는 "중국에서는 뮤지컬이 역사물 중심으로 제작돼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라며 "한국 원작이지만 (첫사랑이) 우리에게도 매력적인 소재라 즐거웠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상하이 서북부 따닝구어지광창(다닝국제광장)에 자리한 CGV 따닝점. 지난 2006년 중국 1호점으로 이 곳에 문을 연 CGV 극장은 현재 중국에만 17개로 늘었고 2017년까지 140개로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닝점 VIP 회원인 쑨페이(26ㆍ회사원) 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워 자주 이용했지만 이제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중국에선 보기 드문 친절 서비스 때문에 더욱 찾게 된다"고 했다.

중국에 '코리안 컬처(Korean Culture)'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대중 장르에 치우쳤다면 최근 들어서는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중국 공략이 잇따르고 있는 것. CJ E&M의 현지 합작회사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가 2011년 선보인 중국판 '맘마미아'는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뮤지컬 '캣츠'도 1년 동안 180억원을 벌어 들였다. CJ E&M이 지난해 중국에서 거둔 매출액 중 50% 이상이 공연사업 부문이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영화와 방송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CJ E&M이 기획한 한중합작 영화 '이별계약'은 제작비의 6배가 넘는 1억 9,000만 위안(약 350억원)을 벌어 들이며 흥행가도를 밟고 있다. 방송에서는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 활발하다. 엠넷이 8억명의 시청자를 자랑하는 전국위성방송사 호북위성과 손잡고 '슈퍼스타K'의 중국판 '슈퍼스타 차이나(14부작)'를 공동제작, 오는 30일부터 전파를 탄다.

K컬처는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식품, 패션, 가전제품 등 다방면에 걸쳐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연관 산업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창조경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나 사회적 인식은 매우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라는 링 위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당당히 싸울 수 있도록 웰터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갖춘 월트디즈니그룹처럼 슈퍼헤비급은 아니더라도 웰터급은 돼야 '규모의 경제'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경북대 교수)은 "창조경제를 이루는 쌍두마차는 자동차ㆍ휴대폰 등융합산업과 한류 콘텐츠라는 강력한 창조산업"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큰 기업으로 키우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정민정기자 jminj@sed.co.kr

[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제조업처럼… 세제 지원 이뤄져야

기획단계 쓴 돈 비용처리 안돼

기업 R&D와 똑같은 혜택 필요

'이산' '아이리스' '마의'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중견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는 기회가 날 때마다 문화 콘텐츠 업체에 대한 세제 지원이 제조업만큼만 이뤄져도 한류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좋은 대본이 있으면 배우 확보는 물론 투자 유치, 방송국 편성, 해외 판권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만큼 드라마의 생명은 대본"이라며 "문화 콘텐츠 기획 과정을 제조업의 연구개발(R&D)과 동일하게 인정해주면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수출까지 늘어나는 등 파급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는 것은 기획 단계, 즉 제작하기 전까지 투자한 돈이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고스란히 적자로 쌓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0억원, 비용이 80억원 발생한 작품의 경우 영업이익 20억원을 과세 표준으로 잡는데 기획 단계에서 실패한 비용 1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인정받으면 나머지 10억원에 대해서만 과표를 잡기 때문에 법인세가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제조업과 달리 콘텐츠 산업에서는 연구개발에 사용된 비용에 대한 증명이 쉽지 않아 비용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에 몸담은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세제 지원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문화 콘텐츠 업종에 대한 조세 감면은 주로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와 세액 감면으로 구성돼 있다. 즉 세제 지원이 콘텐츠 산업 전반적 활동에 포괄적으로 이뤄진다기보다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 속에서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실제로 에너지나 환경 산업과 비교할 때 콘텐츠 산업은 후순위에 밀려 있다. 콘텐츠 업종의 경우 기존 제조업종이나 정보기술(IT)업종의 물적 시설 투자 방식과 달리 인적ㆍ무형적 투자 방식이어서 콘텐츠 특성에 맞는 투자금액에 대한 다각적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제조업과 ITㆍ에너지 산업 등의 물적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문화 콘텐츠 특성에 맞는 세제 지원은 거의 없다. 또한 조특법상 일괄적으로 수도권 과밀 지역에 투자나 고용을 제한하고 있어 시장 접근성이 필요한 산업 특성이 배려되지 않고 있다. 인접 산업인 방송통신의 경우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으면 세제 혜택이 다양하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의 경우 제조나 서비스 등 다른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는 데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사고를 통해 세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화 콘텐츠 산업은 영세 기업 중심, 수익 불안정성에 따른 투자의 난항, 고정자산 형성의 어려움 등 다른 산업과 차별화한 특성을 조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세제 지원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축소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부가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방송법에 가로막힌 PP 대형화

전체 시장 매출 33%초과 제한

발전·성장보다는 시장안주 초래

가정주부 최현아(40ㆍ가명)씨는 하루에 몇 시간씩 TV를 시청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대화할 때 필요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보지만 볼 때마다 답답하다. 한 달에 몇 만원씩 채널 수신료를 내지만 대부분의 채널에서 지상파 방영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재방영)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최씨는 "이미 방영됐던 프로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려 받을 수 있는데 재방ㆍ재재방까지 하는 것은 문제"라며 흥분했다.

방송 규제가 방송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현행 방송법이 한 케이블 방송채널(PPㆍProgram Provider)의 매출이 전체 시장 매출의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바람에 채널 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지상파 재방에만 안주하는 것이다.

시장이 미성숙된 상황에 일부 대기업이 산업 구조를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가 규제의 이유로 작용하지만 실제로는 영세 업체보다는 중형 업체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악용되고 있다. 때문에 자체 콘텐츠 제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 시장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중소형 PP들의 수익 구조는 지상파 채널의 콘텐츠 재전송에 집중돼 있다. 수익률도 30~6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별다른 투자 없이도 수익이 유지되는 구조다. 지난해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PP의 매출액 한도를 전체 시장의 33%에서 49%로 늘리려 했지만 정치권과 일부 업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개정안에는 기술력 있는 소형 PP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돼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산됐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대형 방송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매출 제한을 개선해 PP 사업자 간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도 한몫했다. 현재 자체 PP 업체를 통해 우선적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하며 수익을 내는 데다 대형 PP 업체의 등장은 바로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산업에 대해 매출 비중을 제한하는 규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15년이면 PP 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도 풀려 성장의 과실까지 넘겨줄 수도 있다.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서비스임에도 기술상 지상파와 케이블TVㆍ인터넷TV(IPTV)가 다르게 구분되면서 저마다 다른 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케이블TV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IPTV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을 적용받지만 수평 규제의 철학을 담아 방송법을 개정함으로써 유료 방송 간, PP 간 규제의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co.kr

[문화산업 웰터급을 키우자] 산업화 들어선 K무비… 수직계열화 제한땐 성장동력 잃는다



글로벌 기업과 맞서려면 대형화로 체격 키워야

배급쿼터제·수익분배 조정 상생협력 통한 질적성장 등 현실에 맞게 대안 모색을

한중 합작 영화 '이별계약'이 지난 4월12일 중국 개봉 이후 역대 양국 합작 영화 중 최고 흥행 수입을 올렸다. 중국 최대 국영배급사(CFG)는 2015년께 개봉 예정인 영화 '권법'에도 제작비(226억원)의 30%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한국 영화 투자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대륙 영화 시장이 충무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탄탄한 자본력과 검증된 기획력이 한몫한 결과다. 두 영화를 기획한 CJ E&M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대륙 시장을 노크했다. 투자ㆍ제작, 배급, 상영 등을 한 회사에서 이끌며 회사 체격을 키워나가고 산업화ㆍ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해나가는 CJ E&M의 전략이 중국 메이저 배급사 CFG의 관심을 얻는 데 주효했던 것.

그러나 영화 시장에서 투자ㆍ제작, 배급, 상영 등 여러 사업을 한 회사에서 이끄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독과점 우려로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의 일환으로 단일 사업자의 영화 배급업 및 상영업 겸영을 금지하는 등을 골자로 한 법안 발의가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직계열화를 무조건 제한하는 법안은 외려 산업화에 들어선 영화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종종 인용되는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1948) 역시 사실상 폐기됐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그대로 옮겨와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ㆍ배급과 상영을 분리케 한 파라마운트 판결의 경우 제작 편수 감소와 티켓 가격 상승 등 여러 부작용으로 현재 미국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투자배급사 NEW(뉴)의 장경익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수직계열화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이나 영화 산업 특성상 비현실적인 만큼 수직계열화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국내 영화 시장의 경쟁 제한적 환경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화업계에서는 '상생'을 통해 영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성장동력을 잃기 전에 스스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산업화 및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영화 산업의 질적 성장과 다양성 제고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발표된 CJ CGV의 한국 영화 수익분배비율(부율) 조정이 대표적이다. CGV는 오는 7월1일부터 서울 지역 자사 상영관의 한국 영화 부율을 기존 극장과 배급사 50대50에서 45대55로 조정하기로 협의했다. CGV 내 예술영화 전용관인 무비꼴라주관의 확대 운영, 신인 영화감독 발굴 프로그램인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등도 그 일환이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정책부장은 "글로벌화 흐름에 맞춰 해외 거대 콘텐츠 기업과 맞서려면 국내 기업 규모가 커져야 하고 이 같은 환경을 위해 수직계열화라는 기업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며 "수직계열화로 인해 불공정 거래가 빚어질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규제를 통해서 제어하기보다는 업계 스스로의 실천 의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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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중국서 10년 먹을거리 찾는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7일경제 사절단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현대차 그룹의 중국 4공장 신설계획에 대해 폭넓게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내륙지역 신시장 개척 총력

현대차 4공장 현지건설 공식화

박근혜 대통령 동행… 입지 선정 가능성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다시 중국으로 향한다.

정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중국시장 진출 11년 만에 서부내륙지역 신시장 개척을 위한 또 다른 10년의 성장전략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27일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는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 정치 지도자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현대차 중국 4공장 건설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하고 공장설립에 대한 지역별 각종 제반 여건들을 실무선에서 타진할 계획이다.

후년 中자동차시장 수요 넘쳐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올 하반기 중국 경기여건이 악화돼 자동차 수요가 다소 둔화될 수도 있지만 2015년 이후 중국 자동차시장은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칭(重慶)과 청두(成都) 등 중국 서부내륙지역에 현대차 4공장 신설을 위해 현재 현지 지방정부 등과 접촉하며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서부내륙시장을 향후 10년의 최대 공략 목표로 삼은 것은 시진핑 시대를 맞아 최근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에 한층 속도를 내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중국 현대차의 양적 성장전략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8.2% 늘린 145만대(점유율 10.9%)로 세웠다. 올해 글로벌 전체 판매목표(740만대)의 20%를 차지한다. 6월말 중국 누적 판매량도 700만대 돌파가 예상되며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687만대에 달한다.

에쿠스등 중대형차 생산

현대차는 중국 서부내륙지방에 4공장을 신설해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중대형고급차의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관세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중국 대형 고급차 시장규모는 지난해 52만대규모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커 현대차로서는 목이 마른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상하이 등 대도시가 아닌 서부내륙 지역에 생산공장을 지으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요구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등록 제한이 있을 정도로 포화 상태인 베이징ㆍ상하이 등 중국 동부연안 지역을 벗어나 서부내륙 신시장을 찾아나서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차는 4공장 입지를 놓고 충칭과 스촨성 성도인 청두, 시안(西安) 등 서부 주요 도시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최대 도시인 충칭에는 한국타이어가 올 초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협력업체들의 진출도 유리할 정도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창안자동차의 합작회사인 스즈키와 포드, 볼보 등 5 곳의 글로벌 업체들이 이미 진출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도 생산규모를 2~3배 확충할 계획이다. 청두에도 폴크스바겐과 도요타가 이치자동차와 손잡고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주요 인사 지연까지 고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말 방중 기간에 찾을 예정인 시안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이 한창이지만 자동차 회사가 진출하기에는 아직 기반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동행해 시안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번 기회에 시안도 새 공장 입지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중국 제4공장의 입지는 서부내륙지역을 관통하는 중심지로서 성장 가능성과 함께 중국정부 주요 인사의 지역적 관계까지 다각적인 요인들이 검토될 것"이라며 "이번 정 회장의 방중을 계기로 제4공장 신설에 대한 검토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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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처리 강자 코오롱 선두 지킬까

시공·운영·소재·시스템까지 국내 유일 수직계열화 구축

웅진케미칼 인수 욕심내는 대기업 파상공세 버틸지 관심

웅진케미칼 인수에 삼성ㆍLGㆍGSㆍ롯데 등 거대기업이 관심을 갖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 처리 사업 역량 강화다. 웅진케미칼은 수 처리 산업의 핵심소재(RO필터)에서 강자이기 때문에 웅진케미칼 인수는 바로 수 처리 사업 강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 처리 분야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이 있다. 바로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수 처리에서 수직계열화 등을 구축하며 내로라 하는 기업들을 따돌리고 있는 것이다. 물 부족 등으로 인해 세계 수 처리 시장 규모는 오는 2016년에 7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은 수 처리 수직계열화를 앞세워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제2차 베트남 상수도 프로젝트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2차 베트남 상수도 프로젝트는 2억1,200만 달러를 들여 향후 5년 간 15개 지역의 상ㆍ하수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코오롱이 2차 베트남 수 처리 프로젝트 수주에 나선 이유는 이미 이곳에서 수 처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코오롱은 코오롱글로벌이 주축이 돼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인 수 처리 분야 전문기업들을 제치고 베트남 1차 하수 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1차 하수처리 시설 공사 총 금액은 715억원이다.

코오롱의 수 처리 해외 진출은 베트남 외에 중국, 가나, 탄자니아, 요르단, 방글라데시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수 처리 해외 현장은 수 처리 집중 육성을 밝히고 있는 대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사실 코오롱은 수 처리에 오래 전부터 뛰어 들어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 중에서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유일한 기업이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수 처리 분야에서만큼은 코오롱 보다 후발 주자인 셈이다. 웅진케미칼 인수 관심도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은 지난 2007년 국내 1위 민간 수 처리 운영업체인 환경시설관리공사(현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시공ㆍ운영ㆍ통합 개발 등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코오롱의 수 처리 수직계열화 현황을 보면 우선 시공부문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있다. 운영 부문에서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소재ㆍ시스템 부문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ㆍ코오롱환경서비스ㆍ코오롱생명과학 등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수 처리 공사부터 운영, 수 처리 필터 및 소재 등 수 처리 분야에서 전 시스템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 수 처리 기업들의 실적도 상승하고 있다. 코오롱에 따르면 수 처리 계열사들의 경우 지난 2012년 전년 대비 최대 60%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룩하며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서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수 처리 서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 처리 분야의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코오롱이 앞서가고,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이라며 "수 처리에서 코오롱이 이들 대기업들을 제치고 계속 선두를 유지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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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證市 흔드는 외국계 리포트, 적중률은 반타작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220개 전수조사… 점수는 C학점]

-채점해보니… C학점

삼성전자·NHN은 적중했지만 LG전자·포스코 전망 '헛다리'… 외국계 리포트 50~60% 맞아

-C학점이지만… 믿을 수 밖에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는 부실… 증시 40%차지 외국 투자자들, 특히 외국계 리포트만 믿어

-수상한 C학점들

외국 투기세력과 짜고 "매도", '작전의 냄새'가 나는 경우도


현충일이라 증시가 휴장했던 지난 6일,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이 '삼성전자-높은 기대치의 주식에서 보통 주식으로 재평가한다. 주가는 정체될 것이다'란 제목의 17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다음 날 한국 증시를 뒤집어 놓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4000원(-6.2%) 폭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3조8400억원이 날아갔다. 그 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계속 떨어져 '버냉키 쇼크' 이전인 19일까지 주당 15만2000원이나 떨어졌다.

'삼성전자 보고서' 사건 이후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어떻게 이런 파괴력을 발휘하는 걸까? 이런 영향력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외국계 보고서 50~60%만 맞는다

지난 4월 1일 씨티은행은 '수익 증가율이 더디다'는 이유로 국내 포털업체 NHN에 대해 '매도(sell)' 의견을 담은 8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 탓에 NHN 주가는 일주일 동안 1만6500원 빠졌다(29만4000원→27만7500원). '씨티 충격'으로 불릴 만했다. 매도 의견을 냈는데 주가가 떨어졌으니, 맞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라고 해서 늘 맞는 건 아니다. 지난 4월 19일 크레디리요네(CLSA)가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팔자(sell)' 의견을 담은 LG전자 관련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일주일 뒤(4월 26일) 주가는 1800원 올라 8만9700원을 기록했다. 4월 25일 나온 UBS의 포스코 보고서 역시 주가 하락을 전망했지만 일주일 뒤인 5월 2일 포스코 주가는 8500원 올랐다.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24일 본지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의뢰해 지난 4월 한 달 동안 노무라, 씨티,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UBS, 바클레이스, JP모건 등 12개 외국계 증권사와 IB(투자은행)들이 국내 3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을 대상으로 내놓은 보고서 220개를 전수(全數) 조사해봤다. 외국계 보고서의 영향력을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외국계 보고서의 전망은 50~60%만 맞았다. 전체 보고서 중 '매수(Buy) 의견' 보고서는 162개(74%). 이 중 일주일 뒤 주가가 오른 종목은 59%인 96개 종목이었다. 열 개 중 여섯 개만 맞았던 것이다.

증시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는 '팔자(sell)' 의견의 보고서는 어땠을까. 4월 한 달 동안 매도 의견을 단 보고서는 단 4건. 이 중 일주일 뒤에 주가가 실제 떨어진 것은 2개 종목이고, 나머지 2개 종목은 주가가 거꾸로 올랐다. 절반만 적중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적중률로만 따지면 C학점 정도 되는 외국계 보고서를 너무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과도한 영향력 왜?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외국계 보고서를 두려워할까?

우선 그동안 증시에 큰 파장을 던진 튀는 보고서는 모두 외국계의 작품이었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UBS의 하이닉스 혹평 보고서, 2009년 말 골드만삭스의 현대제철 매도 의견 보고서, 2008년 11월 다이와증권의 국내 자동차업체 내수 판매 감소 보고서, 크레디리요네(CA LS)증권의 GS건설 목표 주가 3분의 1토막 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투자자들과 시장은 이 같은 사건을 떠올리며 공포를 느낀다.

또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0~4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국계 증권사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외국계 보고서가 더 참고하기 쉬운 정보이고, 국내 주식을 거래할 때 판단자료로 삼는다. 이 때문에 국내 기관이나 개인들마저 이 보고서들에 의존하는 과정에서 '힘'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너무 부실해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이 더 주목을 받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 고객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는 리서치센터가 영업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신 있는 리포트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보고서의 경우 공매도 투기세력(주가가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파는 것)과 결탁한 '작전'의 냄새가 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중에는 '프로'라고 스스로 지칭하면서, 고객(외국계 기관투자가)과 결탁하는 수준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전망 리포트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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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빅데이터 분석]<중> 출근길 언제 나서야 빨리 갈까



구로~역삼行 7시차 타든 7시10분차 타든 도착시간 같아

서울시 대중교통 이용객…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나

[동아일보]

#1. 19일 아침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여의도역. 한산하던 역내가 오전 7시 40분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분주해졌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나오던 개찰구 쪽에서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와 역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혼잡하던 역사는 한 시간 뒤 오전 8시 40분을 넘어서자 사람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9시가 넘어가자 거짓말처럼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2. 다음 날 아침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오전 8시 30분이 되자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8시 50분경이 되자 절정을 이뤘다. 직장인, 학생 등이 뒤엉켜 역사는 마치 거대한 시장처럼 사람으로 넘쳐 났다. 오전 9시가 넘어 사람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여전히 복잡했다.

○ ‘얼리버드’ 여의도… 강남은 늦게까지 붐벼

동아일보가 서울시민의 버스·마을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 이용 현황을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출근시간대(오전 6∼9시)에는 오전 8시 30분에서 8시 50분대에 지하철·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출근지역별로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수요일인 2012년 10월 31일과 주말인 10월 27일, 28일의 스마트카드 이용자 2374만 명을 대상으로 했다.

가장 특색 있는 곳은 여의동. 지하철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이 오전 7시 40분대부터 급격히 늘어서 정점을 이루는 8시 40분대까지 1시간 내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이룬다. 다른 출근지역의 경우 오전 7시 30∼40분대에는 8시 30∼50분대 피크타임의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적으로 출근시간이 훨씬 이른 셈인데, 이는 금융권 종사자가 많은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역 인근의 한 분식점 주인은 “출근길에 아침식사 대용으로 김밥을 사 가는 사람이 많은데, 오전 7시대에는 주로 증권사 등 금융권 직장인이고 오전 8시가 넘어가면 일반 회사 직원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 강북 출근자가 강남 출근자보다 일찍 출근

서울 강북 출근자들이 강남보다 10분 정도 일찍 출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체로 종로구 종로1·2·3·4가동, 중구 명동 회현동 소공동 등 강북 도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강남권 출근자들보다 일찍 도착했다. 강북 도심의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는 8시 40분대에 사람이 가장 많이 내렸고, 다음으로 8시 30분대였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의 경우 8시 30분대에 1715명이 내렸다가 40분대에 2335명으로 급증했고, 50분대에 1592명으로 줄어들었다. 8시 30분∼40분대가 피크타임인 셈이다.

반면 역삼1동 등 강남권 출근자들은 8시 50분대에 가장 많이 내렸고, 다음으로 8시 40분대가 많았다. 2호선 역삼역의 경우 8시 30분대 3211명에서 40분대 3902명, 50분대에 4021명으로 갈수록 늘어났다. 평균 출근시간대가 강북 도심보다 10분 정도 늦은 셈이다.

서울의 대표적 출근지 10개 동의 통근 소요 시간(대중교통 승차에서 하차까지)을 분석한 결과, 역삼1동에 도착한 사람은 18.28분 걸린 데 비해 종로구 종로1·2·3·4가동으로 출근한 사람은 28.28분, 중구 회현동은 33.10분이 걸렸다. 강남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관악구, 분당 등에 집중된 반면, 강북 도심 출근자들은 은평구, 노원구, 양천구, 강서구, 경기 부천시 등 상대적으로 장거리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북권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승차 시간이 강남권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이른 것도 강북권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멀리서 온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 10분만 일찍 집에서 나오면 여유

언제 나오면 덜 막히고 편하게 출근할 수 있을까. 출근시간대 승차자가 많은 서울의 주요 10개 동을 분석해 보니 대체로 도착지에서 8시 40분대에 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지하철도 지연되고, 버스도 도로에서 정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시간대보다 10분가량만 일찍 나오면 여유 있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악구 신림동(구 신림5동)에서 역삼1동으로 출근할 경우 8시 10∼20분대, 동작구 사당1동에서 회현동으로 갈 때는 8시∼8시 20분대, 구로구 구로4동에서 여의동을 갈 때는 8시 10∼20분대를 피해 나오면 혼잡도 및 소요시간이 한결 줄어든다.

지역에 따라서는 특정시간대에 다른 시간보다 유독 많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동작구 사당1동에서 여의동으로 출근할 경우에는 오전 7시 30분대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이때는 22분이면 출근지에 도착할 수 있지만 10분 늦게 나오면 27분 이상이 걸린다. 노원구 월계3동에서 여의동으로 출근할 경우에는 늦어도 8시 10분 이전에 차를 타야 한다. 8시 정각에 출발할 경우 48분이 소요되지만 8시 10분을 넘으면 1시간 3분이나 걸린다. 은평구 불광2동에서 회현동으로 출근한다면 오전 7시 30분대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32분 정도 걸리는 통근 시간이 이때를 기점으로 36∼37분으로 늘어난다.

대체로 일찍 나오면 일찍 도착하고, 늦게 나오면 그만큼 늦어진다는 상식에 부합한다. 하지만 오전 6시대에서 7시 초반에는 ‘얼리버드’의 믿음을 배신하는 경우도 있다. 구로4동에서 역삼2동으로 출근할 때 오전 7시경 스마트카드를 찍고 차를 타면 42분이 걸린다. 하지만 10분 뒤에 출발하면 32.5분이 걸려 도착시간이 거의 같다. 이는 이른 시간에 지하철 배차 간격이 길어 자칫 차를 놓치면 10분 늦게 나온 사람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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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포인트 쌓고 쓰는곳, 획기적으로 늘릴 것”



‘제2혁신’ 강조 “캐시백 적립-이용에 제한 없애겠다”

[동아일보]

현대카드가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을 큰 축으로 카드 종류를 단순화하고 우수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상품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사진)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카드 본사에서 이런 구상을 발표하며 “현대카드가 처음 나온 1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카드 시장에 새로운 제2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새 상품 체계를 보면 7월부터 현대카드 상품은 크게 포인트를 쌓는 M시리즈(M·M2·M3)2와 캐시백 혜택을 주는 신상품 X시리즈(X·X2)카드로 나뉜다. 기존의 알파벳 카드들은 대부분 신규 발급이 중단돼 20여 가지에 달하던 카드 종류는 10개로 줄어든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포인트를 쌓고 쓰는 곳을 크게 늘리고, 캐시백 적립과 이용에 제한을 없앤 것’이다. 종전 카드들은 외식·여행·항공 등 특정 분야에서만 할인 혜택을 줬다.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곳도 카드별로 제한이 많았다. 정 사장은 “7월 포인트 적립처와 사용처를 공개하면 왜 오늘 발표가 ‘혁신’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시백은 적립과 사용의 기준을 없앤 것이 눈에 띈다. 기존 카드들은 ‘월 결제금액 70만 원까지, 일일 카드 사용 횟수 2회까지’처럼 적립의 한도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캐시백을 쓸 때도 ‘1만 점 이상부터 사용’처럼 최소 기준을 설정했다. 현대카드 X시리즈는 이러한 제한 조건을 없앴다. 원석준 카드사업본부장은 “고객들이 카드를 고를 때 고민하지 말고 많이 쓰면 큰 혜택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새 M카드와 X카드는 결제금액에 따라 적립률이 다르다. 단, 월 이용 금액이 50만 원 미만인 고객은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카드 디자인과 디지털 사용 환경도 선보였다. 카드 앞면에 박아 넣는 집적회로(IC)칩에 세계 최초로 자사 이름을 새겼다. 고객이 자신의 포인트·캐시백 혜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 구성도 바꿨다. 정 사장은 “지난 10년의 성과를 뒤로하고 현대카드의 새로운 10년을 열겠다”며 “상품 체계 혁신에 맞춰 회사의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심플하게, 고민없이, 편리하게… 7가지 카드만 남기고 다 버릴 것"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성공에 취해 있으면 위기 빠져, 향후 10년 다른 개념으로 접근"


현대카드는 7월부터 일반 카드는 포인트 카드 2종류, 캐시백 카드 2종류만 남기고 블랙·퍼플·레드 등 프리미엄 카드를 더해 7가지 종류의 카드만 판매한다. 알파벳 카드 등을 도입해 카드업계 트렌드를 주도해온 정태영<사진> 현대카드 사장의 새로운 실험이다. 카드사별로 갖가지 이름과 혜택을 붙여 카드 종류가 많게는 수백 종씩에 달하는데 현대카드는 7가지로 확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24일 서울 현대카드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카드가 과감한 혁신을 통해 성공의 역사를 써왔지만 성공에 취해 있으면 필연적으로 위기에 빠진다"면서 "새로운 10년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플하게, 고민 없이, 편리하게 라는 세 가지 룰(규칙)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했다. 알파벳 카드 등을 사용하는 현대카드 기존 고객들은 유효기간까지 사용한 뒤 7종류 카드 중 하나로 교체하면 된다.

그는 종로학원 창업자인 정경진씨의 아들이면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의 둘째 사위다. 지난 2003년 10월 현대카드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다른 오너 일가와 달리 정 사장은 톡톡 튀는 감성과 아이디어로 업계를 주도하면서 지난 10년간 회사를 업계 최하위권에서 2위로 성장시켰다.

정 사장은 "지난 10년의 성공은 알파벳, 숫자 등을 끌어와 카드 구성을 체계화하는 룰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시스템을 앞으로 10년 더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직업, 세대 등에 따라 고객층을 나눈 뒤 각 계층이 평균적으로 원하는 혜택을 담은 카드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이제 많이 보편화됐고, 더 이상 현대카드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0년을 '현대카드 챕터1(1편)'으로, 앞으로 10년을 '현대카드 챕터2(2편)'라고 했다. 향후 10년은 지난 10년과 완전히 다른 감성과 스토리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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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도 하품도 일종의 '감정 전염'… 심하면 뇌질환 의심



공연장에 울리는 기립박수도 1~2명이 시작하고 나머진 동조… 사회적 관계 돈독히 하려는 것

지나친 감정 전염 보이는 사람, 감정 조절하는 뇌의 측두엽 MRI 촬영하면 정상인보다 작아


공연장에서 손뼉을 치는 관객도 있고 하품을 하는 이도 있다. 흔히 사람들은 공연이 훌륭하면 손뼉을 치고, 지루하면 하품을 한다고 여긴다. 순전히 개인적인 평가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박수나 하품은 개인적 평가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일종의 '감정 전염'의 산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감정 전염이 지나친 사람은 뇌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박수나 하품은 사회적 행동"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리처드 만(Mann) 교수팀은 청중의 박수에 숨어 있는 심리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실험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동일한 학생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다른 그룹 6개에 하도록 했다. 각 그룹은 학생 13~20명으로 구성됐다. 발표가 끝나고 청중이 보인 반응은 다양했다. 만 교수는 "어떤 그룹은 청중 한 명당 평균 10번 손뼉을 쳤지만, 청중 한 명당 겨우 평균 3번만 치는 경우도 있었다"며 "청중의 환호와 발표 내용의 수준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청중의 박수는 한두 명이 결정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한두 사람이 일어나 손뼉을 치기 시작하면 나머지가 동조해 기립 박수를 쳤고, 마찬가지로 한두 사람이 박수를 멈추면 박수 소리가 금방 사그라졌다는 것이다.

청중의 환호가 전염성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옆 사람이 손뼉을 치는지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만 교수는 이달 18일 출간된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 인터페이스(JRSI)' 인터넷판에서 "옆 사람이 손뼉을 치는지보다 손뼉 치는 사람의 숫자에 감정 전염 여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감정 전염이 일어나는 이유는 굳이 튀는 행동을 해서 눈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박수가 일종의 사회적 행동이란 설명이다.

감정 전염은 환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루한 강연을 듣고 나서 하는 하품 역시 감정 전염의 일종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2011년 이탈리아 피사대 연구진은 "성인의 하품을 조사한 결과, 친족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품하면 3분의 2가 1분 내에 하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반면 처음 봤거나 안면만 튼 정도의 사람 사이에서는 덩달아 하품하는 데 2분 이상이 걸렸다. 처음 본 사람 사이에서는 감정적인 동조가 늦었다는 것이다.

외로움 역시 감정 전염에 속한다. 2009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에서 "한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면 2년 뒤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52%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외로움의 전염 효과는 사회적 관계가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정 전염 심하면 뇌 질환 가능성"

감정 전염은 사회적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지만 심한 경우 뇌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버지니아 스텀(Sturm) 교수팀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알츠하이머병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감정 전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75%가 지나친 감정 전염 증세를 보였다. 즉 동료가 울면 같이 울고, 옆 사람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하는 증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증세에는 남녀 차이가 없었다.

지나친 감정 전염을 보이는 이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결과, 귀 위쪽 뇌 영역인 측두엽의 크기가 정상인보다 작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황재욱 순천향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측두엽은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로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로 지나친 감정 전염이 뇌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는 유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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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공든 ‘국산 DB탑’ 세계로 쭉쭉



美서 기술독립한 나라는 韓-獨-日뿐… 中서 SW 기술제휴 러브콜 쇄도

[동아일보]

최대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데이터베이스(DB) 산업에서 독자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토종업체들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SAP 등 글로벌 기업에 맞서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내놓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티베로, 큐브리드, 알티베이스 등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국내 DB관리시스템(DBMS) 시장 점유율 10%라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외국산이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서강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장은 “DB산업의 핵심인 DBMS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이룬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밖에 없다”며 “국가 공공기관에서 10년 가까이 국산 DB 제품을 써온 결과”라고 말했다.

DB산업은 소프트웨어 제품 형태로 팔리는 솔루션 분야와 보안·검색엔진·분석·품질을 돕는 컨설팅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각종 경영 활동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 방법을 제공하는 DBMS가 산업의 핵심을 이룬다. 국산 DBMS는 외국산 제품에 비해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성능이라면 구축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30% 이상 싸다. 이에 따라 국내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일부 민간기업도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의 제품을 쓰고 있다.

토종 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알티베이스는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중국에서 2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다. 티베로, 리얼타임테크 등 경쟁업체들도 중국 대기업들과 소프트웨어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이글로벌, 포시에스, 유니닥스, 제니퍼소프트 등 중소 DB업체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한국 DB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과 티베로, 웨어밸리, 엔코아 등 국내 DB업체 대표들은 중국 칭화대의 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향했다. 이날 칭화대는 국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정규 수업 설치를 이들에게 제안했다. 칭화대의 교육과정은 중국 대부분의 대학이 따라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저우리주(周立柱) 칭화대 교수는 “한국의 독자 기술이 중국 DB 전문가들과 업계에 많은 자극과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기술 제휴를 요청하기도 했다. 8월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되는 DB 콘퍼런스에서는 한중 DB 기술포럼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이 국내 DB산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과의 사이버 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독립’ 움직임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2011년부터 미국산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4대 기초 소프트웨어(DB, 운영체제, 오피스, 보안) 분야에 우리 돈으로 약 10조 원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 DBMS 1위 제품인 티베로를 판매하는 남정곤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떠오르는 중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온다면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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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경쟁의 연속인데, 경쟁이 나쁘다고?"

김의기 고문은“국제기구 1세대로서‘세상은 좁다. 마음껏 뛸 수 있다. 대신 독하게 살아남아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법무법인 고문돼 25년 외국생활 끝내고 귀국… 김의기 前 WTO 선임참사관

"25년동안 저는 단 한번도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자본 적이 없습니다."

세계관세기구(WCO)와 WTO에서 25년간 근무한 김의기(60) 고문은 '국제기구 1세대', '조세·원산지 분야의 1인자'로 불린다.

WTO 650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5명. 선임참사관으로서 세계 50여개 국가의 관세 공무원 3000여명의 교육을 담당한 이는 김 고문이 유일하다. 그런 그가 지난달 25년간의 외국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관세 분야 고문직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청, 관세청에서 근무한 김 고문은 1989년 WCO 관세 평가 담당관으로 벨기에에 파견됐다. WTO가 출범한 1995년,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WTO 원산지 규정 위원회 담당관이 됐다. 그리고 WTO 사무국 전문가 중 가장 높은 선임 참사관에 올랐다.

뜻밖에 그는 "나는 공부도 잘 못하고 책 읽고 글만 쓰던 학생이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 떨어져 재수를 했고, 원하던 대학에 못 가 야간대학에 다녔다. 영어도 독학으로 공부했다. 김 고문은 "WTO는 잘하는 영어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영어'를 요구한다"며 "살아남기 위해 매일 침대 대신 의자에서 CNN 방송을 보며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영어가 들리도록 하려고 헤드셋을 낀 채 잠을 잤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계속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경쟁하지 말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경험을 담은 'WTO에서 답하다'와 '한미FTA 원산지 규정 해설',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읽기' 등 3권의 책을 냈다. '국제기구 1세대로서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변의 권유와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한국인이 저술한 책이 단 한권도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37년간 공공 분야에서 근무한 그가 민간 분야에 처음 발을 딛게 된 것도 지난해 5월 김 고문의 책을 읽은 율촌 윤세리 대표 변호사의 끈질긴 구애 때문이었다. 5개월 고민 끝에 한국에 들어온 그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던 공공 분야와 달리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민간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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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방 나선 사우디 "木·金 주말을 金·土로 바꿔요"



금요일이 聖日인 사우디

외국인 증시 투자 확대 위해 29일부터 새 주말제도 시행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 개방을 위해 기존 목·금요일이던 주말을 금·토요일로 변경했다고 AFP통신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23일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를 주중으로, 금·토요일을 주말로 변경하는 칙령을 내렸다고 국영 SPA뉴스가 전했다. 압둘라 국왕은 "국제사회와 중동 지역에서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적 지위와 의무를 고려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주말제도는 오는 29일부터 정부·금융기관에 적용된다. 대학 등 교육 기관에는 새 학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아랍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자국 증시를 더욱 개방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말을 조정하면서, 토·일요일 주말제를 시행하는 서구·아시아권 국가들과 주중에 거래할 수 있는 날은 4일로 기존보다 하루 더 늘어났다. 따라서 내년 초가 되면 현재 4000억달러(약 466조원) 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에 외국 투자 자금이 300억달러 정도 추가 유입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이 지정한 대로 금요일을 '성일(聖日)'로 삼아 모스크(이슬람사원)에 기도하러 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목·금요일을 주말로 지정해왔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과 경제 교류가 확대되면서 재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주말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이슬람권 국가들이 주말 요일을 변경했다. 아랍 지역 산유국들의 정치·경제 협력기구 걸프협력회의(GCC)의 6개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와하비즘(보수주의 정통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성직자들의 반발로 지금까지 목·금 주말제를 고수해왔다. 이슬람과 달리 유대교는 율법에 따라 토요일을 안식일로 삼고, 기독교는 예수가 부활한 일요일을 주일로 지킨다.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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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공룡 빙하기… “쪼개야 산다”



최근 5년새 10여개 그룹 몸집 줄이기… 머독의 뉴스코프, 출판-영화 분리추진

[동아일보]

대표적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다퉈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한때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운 뉴스코프그룹,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이 경기침체, 최고경영자(CEO)와 주주들의 성향 변화, 미디어 트렌드 변화에 따라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업무 일부를 분리해 매각에 나선 글로벌 미디어기업은 10여 개에 이른다.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그룹은 29일 출판과 영화·케이블TV 2개 부문을 상장회사로 분리하기로 했다. 그룹은 휴대전화 도청 스캔들로 흔들리는 회사를 다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룹 내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머독이 주주들의 쇄신 압박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타임워너는 3월 시사주간 타임 등을 발행하는 자회사 타임Inc를 올해 안에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미디어공룡 비방디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분리해 특화하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 등을 발행하는 피어슨도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이 밖에 케이블비전, 리버티글로벌, 맥그로힐, 톰슨로이터, 비아컴 등도 몸집 줄이기 등 경영 혁신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그룹의 분사 배경은 우선 종이매체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올 1월부터 오프라인 잡지를 포기했다. 신문광고가 줄어 뉴욕타임스(NYT)사도 보스턴글로브를 비롯한 지역 신문들을 차례로 처분하고 있다. 최근 세계신문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신문 발행부수는 2008년 이후 15% 줄어 4100만 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문 광고수입은 42%나 떨어졌다.

‘묻지 마’ 인수합병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도 깔려 있다. 타임워너는 2000년 AOL과 합병해 2년간 1000억 달러의 손실을 본 뒤 2009년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후 타임워너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 각 부문의 전문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2세대 경영인의 성향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머독과 비아컴의 섬너 레드스톤 등 1세대 경영인은 ‘미디어 제국’의 영향력 확대에 힘썼다. 하지만 타임워너의 제프 뷰크스, CBS의 레슬리 문브스 등 2세대 경영인은 효율과 수익을 중시한다. 타임지 분리를 추진한 뷰크스는 “타임의 분할은 영화와 TV 제작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새로운 강자에 대응하기 위해선 작은 조직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방송 출판 등 전통 매체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도전에 직면했다”며 “복잡한 지배구조에 싫증을 느껴 떠난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선 기민한 조직으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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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석유 거래 중심지로" '오일 허브코리아 여수' 준공

탱크 36기… 국내 최대 규모, 저장용량 820만 배럴

중동 원유 도입 기간 3주서 5일로 크게 단축

손익분기점 가동률 40%, 현재 벌써 60% 달해
지난 21일 오전 국내 최대규모의 상업용 석유저장터미널인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를 찾았다. 전남 여수시 낙포동의 278만㎡ 부지에 자리 잡은 이 석유 비축시설로 들어서자 알루미늄 뚜껑을 쓰고 있는 돔 모양의 원유탱크 36기에 눈이 먼저 갔다. 이들 36기의 저장용량은 820만배럴로 원유, 벙커씨유, 휘발유, 등유, 항공유 등을 담는다. 가장 큰 원유탱크는 지름이 70m, 높이가 24m에 달한다.

OKYC는 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동북 아시아 오일 허브 프로젝트’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석유거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여수와 울산에 석유저장 및 중개, 유통망을 망라한 국제적인 수준의 종합물류기지를 세우는 사업이다. 2011년 자본금 1310억원의 합작법인으로 세워진 OKYC는 26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3월부터 비축시설의 상업운영을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가 29%의 지분으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고, 2대주주인 차이나에비에이션오일(26%)과 협력 운영 중이다. 이 밖에 GS칼텍스, SK에너지, 삼성물산, 서울라인, LG인터내셔널 등 5개 주주가 5∼11%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전남 여수시 낙포동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석유저장터미널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의 항공사진 전경. 원유탱크 36기와 더불어 원유를 하역하거나 싣는 데 쓰이는 부두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방문 당시 OKYC 직원들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준공식을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백문현 OKYC 사장은 “동북아의 지리적 중심인 여수는 천혜의 항만조건을 지닌 데다 세계 굴지의 석유기업들까지 주변에 있다”며 “안개가 잦은 중국과 수심이 낮은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가동률(저장률) 80%를 연내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OKYC 측 설명이다. 과거 중동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데 3주가 걸린 데 비해, OKYC가 생기면서 기간이 5일로 단축된 만큼 국내외 수요가 클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백 사장은 “가동률 40%가 손익분기점인데 현재 주주들만으로 60%가 가동되고 있어 이를 넘겼다”며 “중국은 저장시설이 부족하고, 일본은 지진과 원자력 문제로 경유 수요가 많아 저장료를 내고 우리 시설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준공식을 열고 동북아 오일허브 비전을 선포했다. 동북아 오일허브는 여수와 울산에 3660만배럴 규모의 상업용 저장시설과 국제석유거래소를 건설해 미국·유럽·싱가포르와 더불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2008년부터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2017년 상반기 중 국제석유거래소를 설립하고서 2020년까지 울산 남·북항에 284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추가 건설해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여수=황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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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택시는 '시승차' … 하루 손님 33차례 타니 입소문 빨라요



'움직이는 전시장' 25만 대 잡아라

쏘나타, 열 번 중 네 번 타는 셈

잘나가던 SM5, 가격 비싸 덜 팔려

"택시 많으면 승용차 판매에 도움"

자가용 승용차로는 더 이상 팔지 않는 현대 NF쏘나타. 단종된 지 5년째지만 거리에선 윤기 나는 NF쏘나타의 새 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택시 때문이다. NF쏘나타 택시는 올해 1~5월 2164대가 팔렸다. 현대 YF쏘나타(1만863대), 기아 K5(3609대)에 이어 셋째로 많이 팔린 택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물결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YF쏘나타의 디자인을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느끼는 택시기사가 꽤 된다”며 “이 때문에 직선의 단순미를 추구한 NF쏘나타를 선호하는 기사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장시간 운전하다 보니 화려한 것보다 무난하고 싫증이 덜 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아쉬울 게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300㎞ 이상 주행하고 33.7회 승객이 탑승한다”며 “구형 모델이라도 현대차 택시가 많으면 그만큼 승용차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움직이는 전시장'인 택시를 잡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현대차의 아성에 기아차가 K5를 앞세우고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르노삼성이 뒤쫓는 형국이다. 한국GM 쉐보레는 빈틈 공략에 나섰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택시는 25만1123대(3월 말 기준)에 이른다.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통계를 본지가 종합 분석한 결과다. 이 가운데 현대차(16만5846대)와 기아차(5만4985대)가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이어 르노삼성 2만2230대(8.9%), 한국GM 4775대(1.9%) 순이었다.

 차종별로는 국민 중형차 쏘나타가 대세다. NF쏘나타가 1위(6만9120대), 현대 YF쏘나타가 2위(3만3138대)다. 다른 쏘나타 모델까지 감안하면 택시의 절반가량이 쏘나타인 셈이다. 특히 YF쏘나타는 1~5월 전체 판매량의 36.7%가 택시로 팔렸다. 현대차는 쏘나타가 '국민 중형차'가 된 데는 이 같은 택시 판매 영업이 기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측은 “택시기사는 운전이 생업이기 때문에 차 품질뿐 아니라 부품 조달이 빠르고 공식 수리점이 많은 차를 선호한다”며 “택시용 차량 판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서비스망이 탄탄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쏘타나 왕국이었던 택시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기아 K5다. 올 1~5월 차종별 택시 판매량에서 K5는 2위(3609대)에 올랐다. 현대 YF쏘나타(1만863대)와 격차가 있지만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K5는 쏘나타 택시에 질린 기사들을 사로잡았다. 뉴 EF쏘나타 택시를 몰다 지난해 4월 K5 택시를 구입한 개인택시 기사 강모(58)씨는 “쏘나타가 너무 흔해 K5를 골랐다”며 “쏘나타 못지않은 성능”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과거의 영광 재현을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에 택시는 특히 각별하다. 자동차업체에 택시 판매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르노삼성이다. 1999년 법정관리로 이미지를 구긴 삼성자동차는 이듬해 르노삼성으로 새 출발하며 전략을 고심했다. 당시 르노삼성이 판매하는 차는 SM5가 유일했다. 마침 SM5는 금속 타이밍체인을 장착하고 있었다. 10만㎞마다 교환해야 했던 고무 타이밍벨트에 비해 교환 주기가 긴 금속 타이밍체인은 소모품에 민감한 택시기사의 눈길을 끌기에 딱이었다. 택시기사만을 위한 무상점검 서비스 등 마케팅도 실시했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르노삼성은 중형차 판매에는 택시기사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택시 판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SM5는 프로야구팀 롯데처럼 오래된 골수팬이 많은 편”이라며 “지금 SM5 택시기사들 상당수는 과거 1세대 SM5 택시부터 타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택시로 일어선 르노삼성이지만 최근 SM5 택시의 실적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YF쏘나타, NF쏘나타, HG그랜저, K5, K7 등 다양한 택시 라인업을 갖춘 현대·기아와 달리 르노삼성은 뉴SM5 플래티넘 한 개 모델만 택시로 판매하고 있다. 올 1~5월 판매량은 520대에 그쳤다. 2010년 4505대를 팔았던 것과 비해 한참 낮은 수치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단점으로 꼽았다. 뉴SM5 플래티넘 택시는 1810만원짜리 고급형과 1975만원짜리 최고급형 두 가지로 판매 중이다. 최저 등급 가격이 각각 1620만원, 1545만원인 YF쏘나타나 K5 택시에 비해 가격 선택 폭이 좁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모든 뉴SM5플래티넘 택시에는 앞좌석 열선 시트나 최고급 인조가죽 시트가 장착됐다”며 “장시간 운전을 해도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다는 택시기사들의 반응도 많다”고 설명했다.

 2010년 단종된 토스카 이후 택시를 내놓지 않던 한국GM은 지난해 11월 레저용차량(RV) 쉐보레 올란도를 택시로도 선보였다. 출시 이후 개인택시 기사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250여 대가 팔렸다. 한국GM 관계자는 “세단형 택시가 점령하고 있는 시장 속에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부터 쉐보레 올란도를 몰고 있는 개인택시 기사 장모(59)씨는 “일단 시야가 넓어 운전하기 편하고 쉬는 날 짐을 가득 싣고 가족끼리 놀러갈 때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쉐보레 올란도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실내공간이다. 일반 택시가 트렁크 안에 있는 가스 탱크 때문에 짐 실을 공간이 협소한 데 반해 올란도 택시는 트렁크 적재용량이 812L에 이른다. 뒷자리를 접으면 적재공간이 최대 1667L까지 확보된다. 하지만 낯선 RV형 택시라는 점 때문에 해프닝도 벌어진다. 장씨는 “손님들이 일반 택시인 줄 모르고 콜밴이나 모범택시로 착각해 탑승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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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살린다는 크라우드펀딩, 미국선 검증 안 된 '모험수'



정부 창조금융 핵심사업 추진에 '묻지마 투자' 우려

매그너스 펀(Magnus Fun)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사이트인 킥스타터에 일본 고베산 쇠고기(와규)로 육포를 만들겠다며 올린 홍보 글과 사진. 총 3252명이 12만309달러를 모았지만 사기로 밝혀져 모금이 중단됐다. [사진 킥스타터]

#인터넷 벤처기업 A사는 이달 초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중개사이트를 통해 주주 40여 명으로부터 1억여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중개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한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였다. A사 대표는 “창업 3년째를 맞아 영업 확대를 위한 돈이 필요했다”며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받은 만큼 빨리 사업을 성공시켜 보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킥스타터는 얼마 전 '와규 육포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CNN머니에 따르면 '매그너스 펀(Magnus Fun)'이라는 회사가 세계 최고급 쇠고기인 일본산 '와규'로 육포를 생산하겠다며 킥스타터를 통해 한 달간 3252명으로부터 12만309달러(약 1억3500만원)를 모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이 생산 계획의 허점을 지적하자 회사는 계정을 삭제하고 자취를 감췄다. CNN머니는 “다행히도 펀딩한 돈이 은행 계좌로 넘어가기 전 적발됐지만 크라우드펀딩이 사기 위험이 크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만으로 자금 모아 … 벤처엔 숨통

 벤처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으로부터 십시일반 돈을 모아 투자금으로 쓰는 펀드. 정부가 이런 개념의 크라우드펀딩을 창조금융의 핵심 수단으로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벤처기업들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환영하지만 “정부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벤처 투자를 개인투자자에게 독려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지난해 4월 벤처 활성화를 위해 크라우드펀딩 공모를 허용하는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을 만든 미국을 벤치마킹하자는 취지였다. 대선 과정에서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걸었던 박근혜정부가 출범과 함께 국정과제에 크라우드펀딩을 포함시키면서 제도 도입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뒤 내년부터 제도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인터넷을 통해 벤처기업이 아이디어를 공개한 뒤 증권·채권을 발행해 주주 또는 투자자를 공모(공개 모집)하는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1인당 투자 한도는 1건당 500만원(연간 1000만원), 기업의 투자 모금액 한도는 1건당 10억원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투자자 49인 이하의 사모펀드 형태 모집만 가능하지만 공모 형태의 펀딩이 시행되면 수백·수천 명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 수요 기업을 1만여 개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자는 1년 이상 투자한 뒤 장외 주식시장에서 증권이나 채권을 팔 수 있는 구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구개발비가 없거나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초기 벤처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련법 만들고도 아직 시행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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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순기능보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은 태동지인 미국에서조차 '정치적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검증되지 않은 투자 방식으로 지적된다. 미국도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투자자 보호 문제 등으로 세부 시행규칙을 놓고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잡스법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생소한 투자 방식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도가 정착된 다음에 국내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며 “정부가 창조경제 성과물을 내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의 탄생 과정도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1997년 영국의 록그룹밴드 '매릴리언'이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팬들로부터 6만 달러를 모금한 것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팬들이 낸 후원금으로 밴드가 공연을 준비하고, 팬들에겐 공연표로 보답하는 후원형 모금이었다.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가 없이 지원하는 기부형과 대부업체 융자와 비슷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생겨났다. 크라우드펀딩의 상업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아이와치(아이팟 나노 손목시계) 프로젝트'도 후원형이었다. 지분형은 2010년 본격적으로 등장했지만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 '매졸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금액은 3억8330만 달러로 전체(26억6040만 달러)의 14%를 차지한다.

“정부가 개인에 투자 리스크 떠넘기는 셈”


 정부가 벤처 투자 리스크를 아무런 보장 없이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닥시장조차 '정치 테마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비상장 초기 기업에 개인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빈(경영학) 한양대 교수은 “실적도 없는 기업의 아이디어만 보고 개인들에게 투자하라는 건 '묻지마 투자'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증권사의 중소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벤처기업의 80~90%가 창업 3년 내에 망하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은 10%의 성공 가능성만 있는 레몬마켓(저질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기에는 전문 에인절투자자만 참여시킨 뒤 차츰 투자자 참여 범위를 넓히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도 한계가 있다. 투자금을 1인당 연간 1000만원 이하로 제한하지만 주식 발행 1년 뒤에는 장외 유통시장에서 금액 제한 없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외 테마주가 양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먹튀'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머니의 조사 결과 지난해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한 프로젝트의 84%가 약속한 사업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금융위 “사업 진위, 네티즌 집단지성 믿어”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업의 진위는 네티즌의 집단지성으로 판가름할 수 있다”며 “향후 시행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한도를 더 낮추고 공모금액이 큰 기업에는 공시(사업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입법 과정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이 주도권을 다투며 추진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두 개의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제출돼 서로 조율되지 않고 있다. 정무위 소속 신동우(새누리당)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전하진(새누리당) 의원의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청이 각각 주무부처다. 신동우 의원 안은 개인의 투자 한도와 기업의 공시의무를 명확히 규정한 반면 전하진 의원 안은 투자 한도나 공시의무를 명시하지 않아 보다 자율성을 부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중소기업청이 모두 올해 청와대 업무보고에 크라우드펀딩을 주요 안건으로 넣었다”며 “결국 정부 부처는 물론 보고받은 청와대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제대로 된 사전 의견 교환을 하지 않은 채 국정과제로 넣고 법안을 추진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잡스법(JOBS Act·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 지난해 4월 제정된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법안. 벤처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벤처기업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연간 최대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 투자금액은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은 최대 2000달러, 10만 달러 이상은 최대 10만 달러 범위 내에서 소득에 따라 차등화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단계여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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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유하는 1100㎞ PNG 프로젝트 여전히 유효"

메드베데프 가스프롬 부회장 인터뷰

한국은 아·태서 가장 중요한 시장

북한과 터미널 유치 등 협의 진행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PNG)' 건설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반도에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해 에너지 안전과 협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Gazprom)의 알렉산더 메드베데프(58·사진) 부회장은 24일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개성공단 폐쇄, 당국자 회담 무산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한-러 양국 간 에너지 협력 사업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메드베데프 부회장은 가스프롬을 포함해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천연가스의 수출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가스프롬 엑스포트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의 지위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가스프롬은 '사할린-2 프로젝트'(2009년부터 진행된 가스전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한국가스공사에 매해 160만t의 천연가스(LNG)를 공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13~2014년 LNG선 8대 분량을 제공하기로 계약돼 있다.”

 -다른 한국 기업과 관계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과 관계를 맺고 있다. 가스프롬은 대형 LNG 선박 4척을 보강하고 있는데 이 중 2척이 한국에서 건조되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를 통해 국내에 도입되는 러시아산 LNG는 전체 물량의 5%가량. 메드베데프는 “향후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을 경유해 강원도에 이르는 총연장 1100여㎞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PNG)을 통해 2017년부터 30년간 러시아로부터 한 해 750만t의 LNG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난관이 많다.

 “(북한과)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다. 계약이 무효화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스프롬은 한반도의 발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PNG 프로젝트가 이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북한과 협상 진행 상황은.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 터미널 유치에 대한 협의가 지속되는 동안 가스프롬은 한국에 안정적인 LNG 공급에 집중할 것이다.”(※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현재 러시아 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셰일가스가 본격 개발되면서 에너지 수급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에너지원 구성에서 LNG의 비중이 더 높아진 사실에 주목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가장 효율적인 연료로 LNG의 이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러시아 역시 셰일가스 매장량에서 몇 손가락에 꼽힌다. 경제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셰일가스 개발에 나설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는 전통적인 LNG 탐사·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인가.

 “셰일가스 생산은 미국의 몇몇 산지를 빼고는 LNG 추출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판매 가격이 1MBtu(물 100만 파운드의 온도를 화씨 1도만큼 올릴 수 있는 열량)당 4달러인데 미국 일부에서도 생산비용이 6달러에 이른다. 이런 비용 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상재 기자

가스프롬 러시아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기업.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3억8473만t(487bcm)의 가스를 판매했다. 순수익은 1조1830억 루블(약 41조8900억원)로 엑손모빌,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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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순익 줄어도 연봉 30억… 한국판 '월가의 탐욕'

금융지주사 회장 고액 연봉 비판여론 비등
경기 침체,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은행 순익은 줄고 있는데 금융지주사 회장은 최고 한 해 30억원, 하루 평균 8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보수를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금융지주사 회장 연봉이 장기성과급 등을 명분으로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월가의 탐욕’에 버금가는 국내 금융사의 과도한 연봉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이내 “은행 임원 연봉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지만 “그동안 수수방관하다 뒷북만 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은 지난해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을 합쳐 14억3000만원에 앞으로 장기성과급을 최대 13억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보수가 최대 3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다른 금융지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원 개별로 보수를 공개하지 않는 KB금융지주의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은 둘이서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 24억9000만원을 나눠 받았다. 장기성과급은 최대 18억7000만원이 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장기성과급 실제 지급액은 30%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 회장 연봉은 2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역시 계열사 대표 7명과 29억원을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으로 나눠 가졌는데, 장기성과급으로 9억1000만원이 책정된 것을 고려하면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기죽지 않는 수준이다. 그나마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굴레’ 때문에 통제를 받는 우리금융지주가 이팔성 회장에게 지급한 금액이 총 9억원이다.

거액 연봉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금융지주는 “장기성과급이 실제 전부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주어지는 금액은 더 적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수령 규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혀 봤자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보수는 고정급여에 장·단기성과급으로 구성된다. 단기성과급은 한 해 경영실적을 따져 매해 지급하며 장기성과급은 ‘스톡 그랜트(stock grant)’라고 재직기간 경영성과를 평가해 퇴임 후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3년에 걸쳐 준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건 과연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급의 걸출한 경영자가 없는 낙후된 국내 금융 사령탑의 ‘성과’에 수십억원을 줄 수 있는지 대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워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2조1368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든 1조5836억원에 그쳤다. KB금융 역시 2조3730억원에서 1조70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신한지주도 3조1000억원에서 2조3227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금융사는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오히려 올리고 회장에게는 수십억원을 보수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성과보상 모범기준에 어긋나는 정황들이 포착됐다”며 은행을 상대로 추가적인 전수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전수조사를 계기로 현실에 맞게 보수를 공시하고 그해에 발생하는 수익과 예상 성과급까지 포함해 공개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금감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금융권 고연봉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실태를 파악하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최근 금융위의 금융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초안에서도 금융사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의 보수에 대한 상한선 설정 등은 빠졌다. 금융사의 과도한 보너스가 도마에 오르자 임직원 보너스를 기본 연봉의 100%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고 회원국 과반 동의를 남겨둔 유럽연합(EU)과 대비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가 이익을 챙기는 동안 금융소비자만 과도한 이자와 수수료를 부담했다”며 “금융당국이 성과와 관계없이 급여가 올라가는 금융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방임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수·김유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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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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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홍’의 시대



[한겨레]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확정

2015 아시안컵까지 2년 계약

오늘 기자회견서 청사진 발표

새달 동아시안컵 첫 시험무대

잠시 길을 잃고 표류하던 한국 축구가 새 선장을 맞게 됐다. 예상대로 홍명보(44) 2012 런던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축구협회 회장단 회의를 통해 새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최종 결정된 것이다. 계약기간은 2년.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과 2015 호주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다 이날 오후 귀국한 홍 감독은 25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청사진 등을 밝힐 예정이다. 홍 감독 선임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는 지도자다. 적임자”라고 대부분 반겼다.

최강희(54)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해 전열이 흐트러진 대표팀을 재정비해야 하는 등 많은 숙제를 떠안고 어려운 길을 헤쳐 가게 됐다. 그의 첫 시험무대는 다음달 20~28일 서울과 화성 등지에서 호주, 일본, 중국이 출전한 가운데 열리는 동아시안컵대회다.

■ 왜 홍명보인가?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날 “그동안 (거스 히딩크 이후) 많은 외국인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맡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났다.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다.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국내 지도자가 맡는 게 맞고,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계약기간이 절대 짧은 것이 아니다. 충분치 않을 수도 있지만 홍 감독과 충분히 교감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기술위원회와 회장단이 4명의 후보자 가운데 홍명보 감독을 최종 낙점한 것은, 그의 화려한 선수 경력과 지도자로서의 성공사례, 선수 장악력과 리더십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팀의 ‘영원한 리베로’로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2 한·일월드컵 때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지도자로서도 2009 이집트 20살 이하(U-20)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맡아 8강 진출 쾌거를 이뤘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아쉽게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으나 역시 동메달을 일궈냈다. 2010 런던올림픽 때는 4강전에서 일본을 누르고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런던올림픽 뒤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아직은 때가 이르다”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러시아 프로축구 안지 마하치칼라에 들어가 6개월 남짓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 “뻥 축구는 없다” 한준희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홍명보 감독이 그동안 지도자로서 치른 경기를 보면, 기복이 있었지만 압박과 패싱게임 등 현대 축구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경기는 안 되는 날은 공격이 단조롭고, 수비적이었다. 경기가 잘되는 날은 전방 압박과 패싱게임이 좋았다”며 홍 감독의 축구에는 양면성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홍명보 감독은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 등 현대 축구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때문에 앞으로 박주영이나 기성용·구자철 등을 대표팀에 중용할 것 같다”고 역시 좋은 평가를 내렸다. 김대길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도 “홍 감독은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는 전술을 구사한다. 특히 국내파나 해외파 선수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힘, 즉 선수 장악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대표팀 운영이 잘될 것으로 본다”고 역시 기대감을 표했다.

■ 선수 구성이 힘겨운 첫 과제 홍 감독은 20살 이하 대표팀 사령탑 시절부터 직접 키워온 애제자들이 많다.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시티), 윤석영(23·퀸스파크 레인저스), 김영권(23·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정호(24·제주 유나이티드) 등이다.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그러나 내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들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23살 이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올림픽 등과 월드컵은 본질적으로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와 관련해 “자칫 홍명보 아이들에만 집착할 경우, 대표팀이 다시 분란에 빠질 수 있다. 홍 감독은 제로 베이스에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풋볼리스트

[홍명보시대] 한국 축구의 위기, 태산 같던 홍명보를 움직였다

기사입력 2013-06-24 12:08

두서있는 축구

[뷰티풀게임] 다시, 박지성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3-06-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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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美국무, 중·러 경고 "스노든 문제 책임져야"

(뉴델리 AP·AFP=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미 정부의 기밀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0)의 신병 처리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스노든이 은신처 홍콩을 떠난 것과 관련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스노든이 만약 (중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탑승하도록 허락됐다면 정말로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면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틀림없이 (중국과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또 러시아에 스노든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면서 "러시아가 법의 기준을 따르길 촉구한다. 그것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나 홍콩이 스노든의 망명 계획을 인지한 채 그의 이동을 허용한 것이라면 이는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이었던 스노든에 대해 비밀서약을 저버린 배신자라면서 "우리는 지난 2년간 러시아가 요구하는 수감자 7명을 넘겨줬다"고 덧붙였다.

yuni@yna.co.kr

모스크바 도착 스노든 이틀째 행적 묘연


미국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진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9일(현지시간) 제공한 것이다. (AP/가디언=연합뉴스DB)

쿠바행 여객기 탑승않아…"공항내 체류" "이미 떠나" 관측 분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 존재 사실을 폭로하고 홍콩에 은신하다 러시아로 피신한 전(前)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행적이 이틀째 묘연하다.

하루 전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스노든은 이튿날인 24일 오후(현지시간) 쿠바행 여객기에 탑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비행기에도 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모스크바에서 쿠바 아바나로 가는 러시아 국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에어버스 여객기 A330-200(노선 번호 SU150)이 이날 오후 2시 45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했으나 스노든은 이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여객기는 당초 2시 5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40분 연발했다. 스노든은 홍콩에서 러시아로 오기 전 미리 이 여객기의 이코노믹석 좌석까지 예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행 여객기에 탔던 기자들은 "스노든이 예약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코노믹석 17A가 비어 있었다"며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어디에서도 스노든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내에서 스노든을 취재하려던 30여명의 기자들만 아무 일없이 아바나로 날아갔다.

셰레메티예보 공항 관계자는 "스노든이 탑승 수속까지 마쳤으나 여객기에 오르지는 않고 환승 구역에 남았다"고 전했다. 공항 보안 관계자도 스노든이 여전히 공항 내 환승 구역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스노든이 오후 4시 58분에 출발하는 그다음 쿠바행 여객기로 러시아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가 이 여객기에 탑승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스노든은 당초 오후 2시 5분 모스크바를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쿠바 아바나로 간 뒤 그곳에서 곧바로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에콰도르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빗나갔다. 현재까지 나온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스노든은 여전히 공항 내 환승 구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노든이 예정됐던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은 이 비행기에 30여명의 기자들이 함께 타면서 그들로부터 취재를 당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경유국인 쿠바나 최종 목적지로 알려진 에콰도르 등과 환승 및 입국 절차와 관련한 최종 조율을 마치지 못해 모스크바 출발을 미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스노든에게 정치적 망명처를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과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노든이 아직 공항에 머물고 있으며 결국은 쿠바를 거쳐 에콰도르로 향할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그가 이미 러시아를 벗어났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스노든이 기자들을 피해 다른 항공편으로 이미 러시아를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노든의 출발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측의 요청을 받은 러시아 당국이 그를 체포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러시아 국경을 넘지 않은 스노든을 체포해 미국으로 추방할 근거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 당국은 하루 전에도 스노든을 체포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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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마릴린 먼로, 꿈의 승무원 1위..아메리칸 항공 설문 결과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와 마릴린 먼로가 가장 만나보고 싶은 꿈의 승무원 1위로 선정됐다.

아메리칸 항공은 영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빛낸 인물 중 가장 만나보고 싶은 꿈의 승무원을 꼽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마릴린 먼로가 22%의 득표율로 1위에, 그 뒤를 이어 오드리 햅번이 20%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가장 좋아하는 상상 속의 파일럿’에는 조지 클루니(22.5%)가 1위로 선정됐으며, 영국의 해리 왕자가 21.4%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11%)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와 ‘에비에이터(Aviator)’의 스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11.6%)의 뒤를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여성 중에는 안젤리나 졸리가 10.8%의 득표율로 가장 높았다. ‘맨 오브 스틸’의 주연배우 헨리 카빌은 1.9%의 득표율에 그쳤다.

‘현재의 스타 중, 가장 만나보고 싶은 꿈의 승무원’을 뽑는 항목에서는 제니퍼 애니스톤(18.1%)이 1위를 차지했으며,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17.1%)과 안젤리나 졸리(14.7%)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의 여동생 피파 미들턴은 가수 비욘세와 비슷한 인기도를 보이며 11%를 조금 밑도는 득표율 얻었고, 11.9%를 얻은 해리 왕자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런던 히드로와 할리우드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아메리칸 항공 노선에 신규 항공기 B777-300ER을 투입하는 것을 기념해 진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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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남북관계 파장 예상


국가정보원이24일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 국회 정보위원 일부에 전달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2차회의를 마친 후 헤어지기전 악수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 연합뉴스 DB >>

北 '최고존엄 모독' 이유로 강한 반발 가능성

다른 나라와의 정상외교에 부정적 영향 줄수도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강병철 기자 = 국가정보원이 24일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 국회 정보위원 일부에 전달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남북간 정상회담 회의록이 이처럼 공개된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파장을 불러올지 아직 정확히 점칠 수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존엄'으로 받들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의 비공개 회담 석상에서의 발언이 공개된 것 자체를 두고 남측을 강하게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김 전 위원장이 남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공개가 된다면 김정일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북한의 최고존엄인 김정일 어록이 다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북측이 상당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번 공개가 앞으로의 남북 당국간 회담과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의 예상되는 반발을 감안한다면 남북대화 재개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남북간에 앞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한계가 설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북한도 그동안 정상회담 이외의 남북회담 내용의 경우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일방적으로 회담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 수 있고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에 상당한 후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회의록 공개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외교의 핵심인 다른 나라와의 정상외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논란 속에서 정상간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외교무대에서의 우리나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정상간의 회의록 전체를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드문 일인데다가 설사 공개하더라도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수십 년의 기간을 두면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대해 평가할 수는 있지만 그걸 도출하기 위해 정상이 논의한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고 정상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외국도 알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칠 정도의 악영향은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盧 "NLL 바꿔야…평화경제지도로 크게 덮어야"(3보)


국정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24일 오후 비밀 생산·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키로 했다.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모습. 왼쪽 두 번째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2013.6.24 zjin@yna.co.kr

"다음 대통령 뒷걸음치지 않게 쐐기 좀 박아놓자"

전문 아닌 발췌본 내용…전모 파악엔 한계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 "나는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짜리 발췌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지난 20일 동일한 8쪽짜리 발췌본을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으나 열람한 의원들의 전언이 아닌 문서로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 짜리 발췌록. 앞서 국정원은 지난 20일 동일한 8쪽짜리 발췌본을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으나, 열람한 의원들의 전언이 아닌 문서로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2013.6.24 photo@yna.co.kr

그러나 발췌본은 노 전 대통령 발언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돼 있어 전체적인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내용을 파악하기에는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고, 따라서 진위를 둘러싼 여야 간 논란은 전문공개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야당은 이날 국정원의 전문 및 발췌본 수령을 거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면서 "그래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어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서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마음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통항을 위해서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그러나 현실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북측 인민으로서도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문제, 공동번영의 문제를 다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협의 계속해 나가면 내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해평화협력지대 등과 관련해 "남측 반응은 어떻게 예상됩니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요?"라고 질문한데 대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드는 데는 아무도 없다. 반대를 하면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바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래픽> 북방한계선(NLL)과 북 주장 해상경계선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회의록을 24일 공개하면서 그동안 쟁점이 됐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린다. bjbin@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께서 6·15선언, 큰 선언을 하나 만드시고 돌아가셨는데…보다 해야 될 짐을 많이 지고 가는 것이 됐습니다"라고 하자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뒷걸음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 놓자"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 일본대사가 이임인사차 찾아온 사실을 거론하면서 "아무튼 (북한을) 못 믿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일본 측 주장을 들어봤지만 잘 못 알아듣겠다. 호주 사람이 아주 잘 분석한 책을 봐도 일본이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써놓은 책도 있고 한데…"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6자회담에 관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셨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도 언급했다. 전문이 아닌 발췌록만 봤을 때 이 '보고'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lkw777@yna.co.kr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공개 적법성 논란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2013.6.24 photo@yna.co.kr

대통령기록물이냐, 공공기록물이냐 논란 계속될듯

전문가 "국정원이 공개여부 임의판단은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국가정보원이 24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 국회 정보위에 공개한 것이 법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기록물공개심의회를 열어 회의록 공개 결정을 내리고 나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재가를 받아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100여쪽의 전문, 8쪽의 발췌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단독열람한 정상회담 대화내용 발췌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볼지, 공공기록물로 볼지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회의록 전문이 통째로 공개된 것이다.

2006년 공공기록물관리법 제정 후 일종의 '외교기록'으로 분류되는 문서의 공개를 놓고 적법성을 따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장 큰 논란은 국정원이 내부에서 보관해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자의적으로 공공기록물로 판단, 기밀해지를 할 수 있느냐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보유한 대화록은 공공기록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로 공개에 대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 짜리 발췌록. 앞서 국정원은 지난 20일 동일한 8쪽짜리 발췌본을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으나, 열람한 의원들의 전언이 아닌 문서로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2013.6.24 photo@yna.co.kr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임진희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보관해온 대화록이) 일단 대통령기록물에 속하느냐 아니냐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정원이 기밀성을 가진 것에 대한 판단을 임의로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서 보관하는 것과 동일본이라면 국가기관이 나서서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기 전까지 마음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국정원이 회의록 전문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새누리당의 보류로 전면공개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함께 제출한 8쪽 분량의 발췌본이 언론에 알려진 것을 놓고서도 적법성 논란이 따르고 있다.

새누리당 정보위원은 이를 첫 열람한 지난 20일에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가, 이날은 국정원의 기밀해지를 내세우며 공개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이냐, 공공기록물이냐의 성격 규정 여부에 따라 위법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회의록 공개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진한 소장은 "앞으로 대통령기록물을 남기면 안 되겠다는 것을 후임 대통령에게 교육시켜준 아주 잘못된 사례"라고 비판했다.

yjkim84@yna.co.kr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알려진 내용과 차이는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의 표지.2013.6.24 photo@yna.co.kr

'보고' 표현 가장 큰 차이…NLL 발언도 논란 소지

'북측 대변인 역할' 등 발언은 발췌본에서도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회의록 발췌록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발언과 실제 대화 내용 간 차이가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 이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회의록 내용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 위주로 폭로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주장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정원의 발췌본 내용이 드러난 데 이어 회의록 전문 공개도 시간문제가 되면서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에 따르면 지난 20일 의원들이 발췌본을 열람한 뒤 언론에 소개했던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하지만 일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은 북핵 문제와 관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고'라는 말을 사용한 대목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발췌본을 열람한 뒤 언론에 "노 전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면서 "굴욕과 굴종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발췌본 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6자회담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6자회담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발췌본에서의 '보고'는 이를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측은 "새누리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의원들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함께 배포한 8쪽 짜리 발췌록. 앞서 국정원은 지난 20일 동일한 8쪽짜리 발췌본을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으나, 열람한 의원들의 전언이 아닌 문서로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2013.6.24 photo@yna.co.kr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관련 문구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전체 맥락상 노 전 대통령은 서해 NLL을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나는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답변 대목에선 해석이 크게 갈린다.

김 위원장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과 관련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을 위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NLL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특유의 화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정하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회담에 맡기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상대방과 토론할 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우선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식으로 동의를 표한 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화법을 구사하는데, 발췌본에선 뒷 부분 발언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2005년 미국의 북한에 대한 BDA(방코델타아시아) 제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미국의 실책"이라고 언급했다고 알려진 부분과, 여론조사 결과 '제일 미운 나라'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발췌록과 일치하고 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과의 대화 중 북측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과 미국에 대해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발언한 부분 등도 발췌본에서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lkbin@yna.co.kr

[전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24일 국가정보원에서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전문이다. 검은 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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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리랑 공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고, 위원장님과 함께 볼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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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외를 다니면서 50회 넘는 정상회담을 했습니다만,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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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 군사경계,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

김정일 : 우리 군대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군사경계선에서 남측이 북방한계선까지 물러선다. 물러선 조건에서 공동수역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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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

예. 아주 저도 관심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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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자주…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이제 우리 군대가 비로소 쓰기 시작합니다. 주적용어 없애버렸습니다.

36~37페이지
작계 5029라는 것을 미측이 만들어 가지고 우리한테 가는데… 그거 지금 못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개념계획이란 수준으로 타협을 해가지고 있는데 이제 그거 없어진 겁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그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굳혀나가는 것은 남북관계에 성과있는 진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

<주한미군>

36페이지
작전통제권 환수하고 있지 않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2사단 후방 배치를 미국이… 또 이런 저런 전략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건 후보 때부터 얘기하던 나의 방침이기도 합니다. 왜 미국 군대가 거기가 있냐. 인계철선 얘기하는데 미국이 인계철선이 되면 우리 자주권을 가질 수가 없는 것 아니냐… 국방을 거기다 맡겨놓고 어떻게 우리가 자주를 얘기할 수 있느냐… 그래서 2사단 철수한다는 것이 방침이었는데 마침 미국도 재배치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일치해서 용산 기지를 이전하는 데 우리가 60억 달러라는 돈이 듭니다.

그런데 60억 달러가 들어도 100억 달러가 들어도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외국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보내지 않습니까…. 보냈고… 나갑니다. 2011년 되면…. 그래서 자꾸 이제 너희들 뭐하냐… 이렇게만 보지 마시구요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구나… 이렇게 보시면 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동북아시아에서 군대를 움직일 때에는 우리 정보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된다… 합의했지 않았습니까….

<북핵·경수로>

39페이지
지난번에 경수로 못한다…. 그 이종석씨 잘 아실 것입니다. 기존 이종석이 보고 우리가 경수로 짓자… 미국 제끼고…. 몇 번 말로 하니까 안 된다 그래서 그럼 안 되는 이유를 보고서로 글로 써내라… 분석보고서를 써내라…. 한 번 올라왔는데 뭐 좀 자세하지 않아서 한 번 더 이거 이거 이거 다시 보고서를 내보라 지적해서 다시 보고서를 받았는데 할 수 없는 것입니다.

42페이지
6자회담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측에서 이번에 가서 핵문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와라… 주문이 많죠…. 근데 그것은 나는 되도록 가서 판 깨고…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습니까….

40~41페이지
NLL 문제 의제로 넣어라. 넣어서 타협해야될 것 아니냐. 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측 인민으로서도 그건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혼동이라는 것을 풀어가면서 풀어야되는 것인데… 이 풀자는 의지를 군사회담 넣어놓으니까 싸움질만 하고요…. 풀자는 의지를… 두 가지… 의지가 부족하고 자기들 안보만 생각했지 풀자는 의지가 부족하고… 뭐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자꾸 딴소리만 하는 겁니다. 그거 안 됩니다 하고…. 그 다음에 이런 여러 가지 위원장께서 제기하신 서해 공동어로 평화의 바다….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

42페이지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 수역을 이렇게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이 말씀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단지 딱 가서 NLL 말만 나오면 전부다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

47페이지
우리는 위원장하고 김대중 대통령하고 6·15 때 악수 한번 했는데… 그게 우리 남쪽 경제에 수조 원, 수십조 원 번 거 거든요. 어제 사진도, 어제 내가 분계선을 넘어서 사진으로 남측이 아마 수조 원 벌었습니다.

50페이지
남측은 데모가 너무 자유로운 나라라서 모시기도 그렇게…. 우리도 좀 어려움이 있습니다.

57페이지
그런데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 말하자면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서는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통항을 위해서 말하자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거든요. 여기는 자유���항구역이고, 여기는 공동어로구역이고, 그럼 거기에는 군대를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이 경찰이 관리를 하는 평화지대를 하나 만드는, 그런 개념들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지요.

46페이지
그래서 지금 경수로 하나 하는 것도요…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렇겠지만, 94년에 합의되가지고 98년에 첫 삽 뜨고 2003년 초에 중단이 됐는데, 그 중단될 때까지 35% 공정밖에 안 됐습니다.

그 투자한 돈 13억 달러로 안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경수로 꼭 지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내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 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내가 행동하면서, 미국과 딱 끊고 당신 잘못했다고 하지 못한 것은 미국이 회담장을 박차고 떠나버리면, 북측도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 우리 남측으로 봐서도 좋지 않습니다.

75페이지
궁극적으로는 경수로 문제 뭐 그것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대미 관계·BDA>

38페이지
지난 번에 BDA 때… BDA는 뭐… 그건 미국의 실책입니다. 분명히 얘기를 하는데… 실책인데… 그러나 어쨌든 미국의 실책임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돈을 받으라 하니까 어느 은행도 안 받겠다 하는 것 아닙니까….

46페이지
BDA 문제는 미국이 잘못한 것인데 북측을 보고 손가락질하고, 북측보고 풀어라 하고, 부당하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61페이지
뭐 제일 큰 문제가 미국입니다.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 역사가 사실 세계, 세계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63페이지
우리 남측 국민들에게 여론조사를 해 봤는데, 제일 미운 나라가 어디냐고 했을 때 그 중에 미국이 상당 숫자가 나옵니다.

또 동북아시아에서 앞으로 평화를 해롭게 할 국가가 어디냐, 평화를 짤 수 있는 국가가 어디냐 했을 때 미국이 일번으로 나오고 제일 많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지목하고 그 다음은 일본을 지목하고 다음은 북측을 지목했습니다.

<대일 관계>

93페이지
지난 번에 일본 대사가 이임하면서 찾아왔길래… 당신들 요구가 뭐냐 물었더니 사람 돌려달라. 다 돌아갔잖냐 했더니, 더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증거가 있냐 이랬더니 하여튼 못 믿겠다 이런 얘기만 하는 겁니다.

납치 문제가 있어 구체적으로 내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없고 나도 일본 측의 주장을 들어봤지만 잘 못알아듣겠구요. 이상하다 그것만…. 호주 사람이 쓴 아주 잘 분석된 책을 봐도 일본이 생트집 잡고 있다고 써놓은 책도 있고 한데….

63페이지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남측의 지도자들도 그러한 환경의 변화를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전에 내가 말씀드렸듯이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자주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68페이지
개혁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온 것이 결코 아닙니다. 경제의 성과를 생각하는 것이죠. 우린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약속일 뿐만 아니라, 도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

69~70페이지
우리는 북측이 굳건하게 체제를 유지하고 안정을 유지한 토대 위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선공업 같은 것은 우리 남측을 위해서 돌파구를 열어 주셔야 합니다.

NLL 문제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나는 제일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장관급회담을 여느냐 안 여느냐 했을 때, 정상급회담을 열어서 서해평화문제 얘기 진전이 안 되면 우리는 장관급회담도 안 할란다 이렇게 억지를 부려본 적도 있습니다. 서해에서 1차적으로 상호 교신하고 상호 알려주고 했는데, 이행은 좀 잘 안 되고 있지만, 문제는 인제 북측에서 NLL이란 본질적인 문제를 장성급회담에 들고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의제로 다뤄라 지시를 했는데… 반대를 합니다. 우선 회담에 나갈 장소부터 만들어야죠. 단호하게 다뤄라 했는데 그 뒤에 그러한 기회가 무시되고 말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워요.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 군사 제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입니다.

전체를 평화체제로 만들어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겁니다.

72페이지
김정일 : 서해 북방 군사분계선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거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 그 담에 경찰이 하자고 하는 경찰 순시….

73페이지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문제, 공동번영의 문제를 다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 협의 계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

74페이지
그건 뭐 그런 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 지면 그 부분은 다 좋아할 것입니다. 또 뭐 시끄러우면 우리가 설명해서 평화문제와 경제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포괄적 해결을 일괄 타결하는 포괄적 해결 방식인데 얼마나 이게 좋은 것입니까? 나는 뭐 자신감을 갖습니다. 헌법문제라고 자꾸 나오고 있는데 헌법문제 절대 아닙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더 큰 비전이 있는데 큰 비전이 없으면 작은 시련을 못이겨 내지만 큰 비전을 가지고 하면 나갈 수 있습니다. 아주 내가 가장 핵심적으로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문제를 위원장님께서 지금 승인해 주신거죠.

김정일 : 협력지대로 평화협력지대로 하니까 서부지대인데 서부지대는 바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 바다 문제까지 포함해서 그카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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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 남측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됩니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만든다는 데에서 아무도 없습니다. 반대를 하면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바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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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남쪽에서도 군부가 뭘 자꾸 안 할라구 합니다. 뒤로 빼고 하는데 이번에 군부가 개편이 되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 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만.

88페이지
군부가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해서 그래서 군비를 강화하는 필요 있는 곳을 강화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가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97페이지
임기 마치고 난 다음에 위원장에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겠습니다만,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 할 수 있게 좀… 특별한 대접은 안 받아도….

102페이지
내가 받은 보고서인데 위워장님께서 심심할 때 보시도록 드리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김정일 : 여기 우리 합의한 것에 대해 의문점은?

우리는 뭐… 없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김정일 :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6·15 선언. 큰 선언을 하나 만드시고 돌아가셨는데… 이번 노 대통령께서는 실무적으로 선언보다… 선언도 중요하지만… 보다 해야 될 짐을 많이 지고 가는 것이 됐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또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뒷걸음질 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놓자….

정상회담 발췌록 공개…'NLL 포기' 직접 발언 없어


논의의 핵심은 서해 평화수역 설정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새누리당은 24일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비밀해제 결정한 데 따라 대화록의 8쪽짜리 발췌본을 공개했다.

새누리당이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 내용'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에 'NLL 포기'나 '보고' 등의 직접적 표현은 없다. 다만 맥락상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주장에 수긍하거나 동의하는 내용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LL 관련 대화 부분의 핵심 주제는 '서해 평화수역' 설정 문제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NLL)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느냐"며 "우리 (북한) 군대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군사경계선에서 남측이 북방한계선까지 물러선다, 물러선 조건에서 공동수역으로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예, 아주 저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그러나 현실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NLL의 실체를 인정했다.

이어 "북측 인민으로서도 그건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혼동이라는 것을 풀어가면서 풀어야 한다"면서 "(NLL 문제를) 풀자는 의지를 (남북) 군사회담에 넣어 놓으니까 싸움질만 하고. 자기들 안보만 생각했지 풀자는 의지가 부족하고"라며 군사적 대치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께서 제기하신 서해 공동어로 평화의 바다,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라고 한탄했다. 이 부분은 NLL 이남에 공동수역을 설정하자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뒤이어 "(남북)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을 만들자는) 말씀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지 NLL 말만 나오면 전부다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된다. 위원장과 내가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고 신중론을 폈다.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면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협력 지대가 만들어지면 다 좋아할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있다. 헌법 문제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 큰 비전을 가지고 하면 나갈 수 있다"며 "내가 가장 핵심적으로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문제를 위원장이 지금 승인해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일이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하자"고 제안하자 "예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밖에 "임기 마친 뒤 위원장께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겠으나, 평양 좀 자주 들락낙락 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내가 받은 보고서인데 위원장께서 심싱할 때 보시도록 드리고 가겠다"는 말을 건넸다.

ksj0810@cbs.co.kr

문재인 "국정원, 불법을 불법으로 덮으려 해"(종합)

- “국정원 대화록 공개, 반드시 법적 책임 물을 것”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24일 “국정원이 불법을 불법으로 덮으려 한다”며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정원은 이날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해 정국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문 의원은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이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나 허락없이 했을까”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면 국정원장은 해임감”이라면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국정조사를 피하려고 국익을 내팽겨치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이 참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정원이 회의록 전문 공개 결정을 내린 직후에도 트위터에 “대화록을 대통령 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다루는 행위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나중에 몰랐다는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해 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 의원은 이어 “검찰이 국정원의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판단했던 것은 문서의 생산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며 “국정원은 (당시)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가 제공한 녹음파일을 녹취해서 대화록을 만들었고, 그것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한 부를 더 만들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통령기록물 관리제도라는 것이 ‘꽝’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 있다는 정상회담 대화록은 그들의 자료로 자체생산한 것이 아니다”라며 “회담장에 실무배석한 사람은 청와대 비서관 한 명뿐이었다. 그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이스폰으로 녹음을 해왔는데, 녹음상태가 좋지 않고 안 들리는 부분이 많아 국정원에 녹취를 맡긴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 긴급성명을 내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과 녹취록 등의 전면 공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23일에는 “진실규명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하려면 당연히 국가기록원에 있는 정본 또는 원본을 열람해야 한다”며 “국정원에 있는 것은 똑같은 내용인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결국은 국가기록원 것을 열람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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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國調’ 충돌] 朴, 정통성 시비 원천봉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 수용 요구를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정부 시절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문제 삼으려는 야당 공세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서한을 받고 맨 먼저 지난해 말 대선에서 자신이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처음이다.

민주당이 이 사건을 ‘국기를 흔드는 헌정파괴 행위’라고 규정하며 원내에서는 물론,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서기로 하는 등 고강도 대여 투쟁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빨리 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당하지 않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려 했다는 관측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한 절차에는 대통령과 청와대, 나아가 행정부가 전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진행될 사안인데 왜 청와대가 나서야 하느냐고 거꾸로 야당 측에 반문한 셈이다.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쭉 이야기해오지 않았느냐”고 박 대통령의 언급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에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압박을 가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는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둔 박 대통령을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에 끌어드리려는 의도까지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참모들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가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청와대의 차분한 대응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직접 김 대표가 보낸 서한을 본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어떠한 국정원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박 대통령 언급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청와대는 앞으로도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불개입 스탠스를 고수할 전망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민주당이 이명박정부의 쇠고기 촛불집회처럼 이 정부를 끌고 가려 하는데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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