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경영정보

기업경영정보(6-5)

구봉88 2013. 7. 23. 10:30

--주요 목차--

1.버냉키 이어 ‘차이나 크런치 쇼크’… 한국 금융시장 피멍

2."저금리시대 끝났다"…세계각국 금리 줄줄이 '급등세'

3.[버팀목 흔들리는 세계경제] 日·美 이어 中도 불안 변수… 하반기 한국경제 ‘外風 앞의 촛불’

4.中정부, 株價 장중 5%폭락하자 전격 시장 개입

5.중국 실물경제와는 상관없는 ‘그림자금융’ 규모 급팽창 탓

6.버냉키 쇼크 유로존 위기 망령 깨우나

7.기업들 하반기 경기 전망, 계속 찬바람만…

8.造船·철강 등 수출 흔들… 20년간 성장 이끌던 '달러박스'비상

9.창조경제 인큐베이터 내주 가동

10.“고용 정체 10년… 20∼24세 높은 대학진학률이 주범”

11.낸 돈 대비 받는 돈… 국민연금 1.7배-공무원연금 2.5배

12."한국, 기초과학 투자 안 늘리면 未來 장담 못해"

13.서비스산업 규제가 올 하반기부터 크게 풀린다.

    제조업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14. 기업경영

-'3만명이 1.2억대 생산', 삼성 '휴대폰 메카' 베트남인 까닭

- CU도 점포 확장 포기… 편의점 구조조정 급물살

-[기업경영]한국 다이소의 고속성장 비결

-직장의 느낌 가정으로 연결되고 함께 충실할 때 삶이 풍요로워 진다

-창조경제 시대, 기업이 원하는 창조인재는?

-현대車, 하반기 대졸공채, 최대 30% 人性 보고 선발

-기술+인문학 … 창조적 융합이 시장 선도

-‘주차시비’ 中企… ‘현지 맞춤설비’ 수출로 대박 이끌다

-기업 출원 여러 건 특허, 원스톱 심사로 기간 단축

-"소비자 가전, 한국서 성공 땐 전 세계서 통해"

-[비즈&라이프] 회사가기 싫다는 직원에게

  "내 차 보내줄까 ㅋㅋㅋ" 트윗 날리는 회장

-리카싱, 유럽 알짜기업 사냥 잰걸음

-브라우저, 구글ㆍMS 격차 커졌다

-“SW융합ㆍ업계 협력으로 `혁신바람` 불어넣자”

-“스마트폰 쓰니 화훼농사 한결 쉽수다”

-화웨이회장 도발.."삼성 1등, 돈쓴 마케팅 덕"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고품질 지재권' 창출"

-공유경제가 뜬다 ⑥ 경험·취미
-'올 것이 왔나'…미국서 한국기업 상대 첫 시위 예고

-[HP 월드투어 2013] HP 멕 휘트먼 CEO의 연설에 숨겨진 IT 트렌드

       - 제3의 플랫폼

-카카오톡의 두 얼굴 소통의 장 VS 일상을 막는 늪

-청와대 또 사이버테러 당했다15.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카타르 권력이양...33세 젊은 새 국왕 누구?

-스노든 사태, 외교갈등 비화 조짐

- 만델라가 全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홍명보의 취임 一聲 one Team, one Spirit, one Goal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

-"로스쿨 제자 오바마, 미셸과 맺어준 게 나예요"

-갈 길 먼 한국교육… 공교육비 가계 부담, OECD 평균의 3배

-朴대통령, 중국 권력서열 1~3위(시진핑·리커창·장더장) 모두 만난다

-[비즈&라이프] 입소문에 성공하는 6가지 원칙

 

---세부내용---

 

버냉키 이어 ‘차이나 크런치 쇼크’… 한국 금융시장 피멍



‘버냉키 쇼크’에 중국발 악재가 확산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25일 코스닥지수는 지난 2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 500선 밑으로 추락했고, 코스피도 연일 하락세를 지속한 끝에 1780선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등 두 지수가 모두 연중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불과 5거래일 만에 119.99포인트 추락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29.1원이나 폭등했다.

국내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이슈를 떠나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 돈가뭄(차이나 크런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고 공식적인 통계도 잘 잡히지 않는 비금융권 대출 등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버냉키 쇼크 이어 차이나 쇼크=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에 이어 장중 5%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심리를 억누른 것은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 위기감이었다.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 등 긴급 구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렸다. 우리 증시도 중국 증시의 영향에 장중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사채·투자신탁·비공식적 중소기업 지원 등 비정상적 금융 활동을 옥죄기 위한 의도적 돈가뭄 방치라고 분석했다.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새 지도부가 장기 성장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NH농협증권도 “금융위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강력한 그림자 금융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증권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3.7%에 이르는 17조5000억 위안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40% 수준인 20조∼30조 위안까지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신용경색 고비가 다음달 중순 찾아올 것이고, 자금시장이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날 경우 ‘차이나 쇼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발 위기, 우리에게도 직격탄=신흥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우려할 때 한국은 예외로 언급돼 왔다.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신통치 않았지만 다른 신흥국보다 안정된 경상수지와 기업순자산가치를 감안할 때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중국과 함께 이머징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고, 매년 4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후폭풍이 남은 데다 중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의 부도위험 지표는 연중 최고치로 치솟고 있고, 금융투자업계는 상장사들의 실적을 점점 내려잡는 추세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74조원 감소했고, 대부분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발간되는 보고서들은 딱딱해졌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를 단기 저점이라고 말했는데 이제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가 외국인이어도 한국 국채 안 산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팔면 국내 투자자도 따라 팔아야 한다”며 “포지션 축소를 권고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버냉키 쇼크 이어 中 악재… 한국경제 ‘설상가상’

G2 리스크에 경제불안 고조

中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쳐 신흥국 자본유출 등 가능성

한은 ‘일시적 현상’ 진단 불구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듯
미국 양적완화 축소 공포감을 일으킨 ‘버냉키 쇼크’에 이어 중국 신용경색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G2(미국·중국)발 악재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이 좋다는 한국도 연일 맥없이 무너지면서 설상가상의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발 변수의 위험을 알리는 일부 경고는 가공할 수준이다. 조지 매그너스 UBS고문은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중국 신용불안이 투자 급감, 성장 둔화,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세계 자산·원자재 시장의 심리를 해치고 달러 강세를 이끌며, 신흥국 자본 유출과 성장 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매그너스는 중국 금융부문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숨겨두고 있고 폰지(다단계)식 거래가 잦다”며 “유동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월가의 큰손으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주택시장의 신용 문제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와 비슷한 규모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과 같은 상황에 있다. 대출 상당 부분의 질이 악화하고 있고, 은행은 이른바 신탁회사에 이런 대출을 감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경고의 공통점은 중국 금융의 불투명성과 신용경색 가능성이다. 그것도 일회성 경색이 아니라 중국경제 경착륙과 신흥국 자본유출을 촉발하며 세계 경제를 강타할 금융위기 수준의 신용경색이다.

이런 전망은 지나친 것이란 지적도 적잖다. 중국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최근 버냉키 쇼크에 맞물려 일시 자금경색이 나타났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작금 중국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은 중소은행들 사이에서 나타났는데 그 결과 상하이은행 간 시장금리(SHIBOR)는 20일 연 11%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5월 말까지만 해도 3% 중반대였던 금리가 자금경색 현상으로 네 배로 뛴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버냉키 쇼크가 닥친 데다 반기결산을 앞두고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려 돈을 풀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고, 핫머니(단기투기자금) 유입 단속 강화로 자금유입이 줄면서 중소은행들의 자금줄이 막히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상하이 은행 간 시장금리는 다시 6%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경색이 7월 초까지는 갈 수 있으나 장기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우리와 달리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 나라”라며 “정부가 금융시장을 충분히 통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럼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중국에서 펼쳐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모비우스 회장도 “은행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정부가 은행들이 파산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므로 중국에서의 전개는 (미국 금융위기와) 매우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규모를 알 수 없는 지방정부 부채와 비은행권 고위험 여신인 ‘그림자 금융’, 금융권의 회계 불투명성 등은 엄연한 위기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당장 돌출할 위험이라기보다 묵직한 잠재적 리스크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유동성 우려는 미국발 유동성 축소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이므로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

"저금리시대 끝났다"…세계각국 금리 줄줄이 '급등세'


지난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의 TV 화면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이 비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계속해 개선된다면 금년 말부터 양적완화의 축소 조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DB)

G7서 신흥시장국, 재정위험국가까지 대부분 금리상승

경제주체들 이자 부담 가중…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물론 신흥시장, 재정위험국까지 전 세계 각국의 금리가 줄줄이 급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제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시대는 종말을 고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영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1일에만 해도 연 1.63% 수준이었으나 5월 말엔 2%대로 상승(연 2.13%)했고 24일엔 연 2.54%까지 급등했다.

이런 금리 급등은 미국 경기의 호전 추세가 확연해지면서 연준이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말 연 2.06%에서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내고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발표한 다음 날인 20일 연 2.33%로 상승한 데 이어 24일엔 연 2.49%로 올랐다.

영국도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 연 2.22%에서 24일 연 2.53%로 올랐고 독일은 연 1.51%에서 연 1.81%, 프랑스는 연 2.07%에서 연 2.45%로 각각 상승했다.

아시아의 신흥시장국가 중에선 인도네시아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 연 5.98%에서 연 7.23%로 급등한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금리도 줄줄이 급등했다.

한국에서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 연 3.12%에서 24일엔 연 3.68%까지 오른 상태다.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도 러시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달 말 연 3.51%에서 최근 연 4.71%까지 상승한 것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중국도 모두 예외 없이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금리의 상승추세는 심지어 재정이 취약한 이른바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말 연 9.39%에서 최근 연 11.60%까지 치솟은 상태이고 아일랜드는 연 3.74%에서 연 4.26%, 포르투갈은 연 5.61%에서 연 6.80%, 스페인은 연 4.44%에서 연 5.12%로 각각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전 세계 금융시장 내 자금 흐름의 방향을 뒤바꾸는 것은 물론 재정취약국의 국채이자 부담이나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특히 이런 금리 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부양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의미가 없어졌으며 나아가 저금리시대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이 지나면 금리의 급등추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는 이미 사라진 상태"라면서 "과거와 같은 저금리 시대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

..........................................................................................................

[버팀목 흔들리는 세계경제] 日·美 이어 中도 불안 변수… 하반기 한국경제 ‘外風 앞의 촛불’


[서울신문]

지난 24일 2000선이 무너지며 전일 대비 5.30%나 폭락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5일에도 장중 5.72%까지 떨어지는 등 충격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후에 낙폭을 회복하며 0.10% 하락으로 마감했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 바람에 우리나라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각각 1.02%, 0.72%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5.44% 떨어진 480.96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무역 의존도가 87.4%(2010년 기준)에 이르는 소규모 개방 경제라 외부 변수에 유난히 약하다. 문제는 올들어 일본, 미국, 중국 등 우리나라와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고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돼 주던 나라들에서 불안 요인들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경기 회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일·중 세 나라의 경제 정책 방향과 그 성공 여부가 하반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 들어 야심차게 시작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아베노믹스)은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나 현재 주춤한 상태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일본 관광객 급감, 수출 경쟁력 훼손 등으로 이어졌다. 엔화가 풀리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는 부작용 등으로 엔·달러 환율 100엔 시대는 한달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양적완화(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경기부양책) 축소 계획으로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엔·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보여 97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중 100엔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경우보다는 실패로 끝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더 클 전망이다. 한·일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일본 금융시장이 흔들릴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하면 세계 경기 회복세도 둔화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를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다소 흔들리겠지만 미국의 경제 회복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끄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 단,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실물 경제로 파급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최근 터진 중국발 금융불안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정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국이 한번쯤은 내부 문제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번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과 겹치면서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불과해 중국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신용경색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조짐이면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의미다.

EU의 재정위기는 여전하다. 재정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긴축에 따른 실업률 상승, 성장률 침체 등으로 실물 부문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EU 지역에 대한 국내의 수출 경기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톡톡 경제]‘버냉키 후폭풍’ 이겨낸 코리아 국고채

7000억 규모 20년물 응찰률 211% ‘선방’

[동아일보]

“지난 주말에 한숨도 못 잤습니다.”

24일 저녁 세종시에서 만난 기획재정부 국고국 당국자가 지난 주말에 잠을 설친 이유는 이날 실시된 국고채 20년물 입찰 때문이었습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선언 여파로 최근 채권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채권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죠. 가능성은 작지만 지난해 국가 신용등급이 잇달아 상향 조정되면서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한국의 국고채 역시 자칫 발행에 실패해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날 정부가 약 7000억 원 규모로 실시한 국고채 20년물 입찰의 응찰률은 211.6%로 1조4810억 원 응찰에 그쳤습니다. 2009년 12월 193.2%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달 국고채 20년물 응찰률이 475.8%까지 치솟는 등 올해 들어 450% 이상을 유지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입니다. 국고채 응찰률은 높아질수록 더 유리한 금리로 국고채를 발행할 수 있어 높을수록 한국 정부에 유리합니다.

오전에는 우려보다 입찰이 잘 진행됐지만 오후에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하면서 채권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갔고 결국 200%를 조금 넘긴 수준에서 응찰이 끝났습니다.

기재부 당국자는 “당초 200%를 넘기기도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서도 응찰률이 200%를 넘었다는 것은 결국 한국 경제의 체력이 그만큼 튼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최근 장기 국고채 물량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고채 발행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 국채금리는 국가 경제의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산을 조달하려면 국고채 발행이 원활해야 합니다.

국고국 당국자는 “국고채가 원활히 발행돼야 그 나라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고채가 ‘버냉키 후폭풍’을 이겨내고 더욱 선방하길 기대해 봅니다.

유성열 경제부 기자 ryu@donga.com

[버팀목 흔들리는 세계경제] 中 금융경색 기업 자금난 비화 조짐

[서울신문]

중국의 유동성 부족으로 촉발된 금융권의 신용 경색 충격이 단기금리 급등과 증시폭락에 이어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내수부진과 수출둔화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자금 경색까지 더해져 경제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25일 중국 일부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부족 현상 심화를 우려해 대출을 중단하는 등 자금 조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소형 주주제 은행은 이달 어음할인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며 어음할인 업무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이후 은행들의 신용팽창을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줄인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해외 자금 유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달 말 약 1조 위안(약 189조원)에 달하는 자산운용 상품의 만기까지 몰리면서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날 현재 상장된 16개 중국 시중은행의 시가 총액 증발액만 2510억 위안(약 47조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중소은행들이 최근 자금경색에 따른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미 포린 폴리시는 칼럼을 통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유동성 공급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이달 들어 벌써 네 차례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칼럼에서 “중앙은행과 증권감독위원회는 은행들이 울면 젖을 주는 유모가 아니다”라면서 “경제 체질 및 구조 개선을 위해 유동성 공급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중국국제금융공사 등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7.4%까지 떨어져 정부 목표치인 7.5%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시장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런민은행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 않으며 은행권의 자금경색 또한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런민은행은 “최근 단기금리 급등 현상은 빠른 신용 성장과 사업소득세의 과세 집중, 환율 변동 및 단오절 연휴에 따른 현금 수요 급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버팀목 흔들리는 세계경제] “中 신용경색 위기 아니나 對中 수출 감소할 수도”



[서울신문]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신용경색 국면이 위기상황이라고까지 말할 수준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견해가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불안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서 대(對) 중국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차장은 지난 24일 중국 증시 하락에 한국, 일본 등 주변국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그동안 해왔던 경제정책과 다르기 때문에 시장이 급격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차장은 “그동안 성장률 때문에 거품(버블)을 내버려뒀던 중국이었지만 시장에 돈을 풀어도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시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의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증시가 폭락으로 반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의 신용경색 문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기 전부터 누적돼 왔던 문제로 이러한 문제가 없었다면 경기 부양이 잘됐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금융 시스템을 바로 세워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제 불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가장 큰 문제는 대중국 수출 감소 우려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중국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 중국의 금융 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은 완제품이나 중간재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수출 및 수입에서 서로 관계가 깊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불안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구조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증시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이달 말까지는 어쩔 수 없이 증시 하락이 이어지겠지만 다음 달부터는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동안 중국 경제에 감춰졌던 여러 문제점을 고치고 나아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불안 요소를 없애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中정부, 株價 장중 5%폭락하자 전격 시장 개입



[주가 0.2% 하락으로 방어]

-중국, 진짜 금융위기인가

人民은행 긴축정책에 돈줄 마른 중소은행 아우성

핫머니 거품도 정리중 "금융개혁 과정 일시적 혼란"

-국내 '차이나 머니' 이탈할까

中초우량 금융기관이 투자, 규모 21조원 추산

美 양적완화 축소 본격화땐 대거 떠날 가능성 있어

지난 20일 중국에 있는 한국계 A은행은 중국의 한 소형 은행으로부터 하루짜리 급전(急錢)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중국 은행이 하루 빌리는 대가로 제시한 금리는 연 25%. 당시 고시 금리(13%)의 2배에 가까운 '묻지 마 금리'였다. 마치 금융위기 직후 같은 극도의 신용경색이 지금 중국에서 진행 중이다.

은행발(發) 금융 쇼크로 25일 중국 증시는 이틀째 요동쳤다. 전날 5.3% 폭락한 데 이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5% 넘게 떨어졌다가, 장 막판 한 시간 전에 반등해 0.2% 하락 마감했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의 은행 신용경색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6일. 중국 중형 은행인 광다(光大)은행이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工商)은행에서 빌린 돈 60억위안(1조1300억원)을 갚지 못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부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대였던 하루짜리 은행 간 차입금리가 단숨에 6%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불난 곳에 기름을 부었다. 금리가 치솟은 것은 시중에 돈이 부족하다는 신호인데, 런민은행은 19일 통안채를 발행해 시중의 돈을 오히려 회수해 버렸다. 당분간 돈줄을 조일 것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 간 금리는 다음 날인 20일 역대 최고치인 13.4%까지 치솟았다. 이후 중앙은행이 중국의 5개 대형 은행에 돈을 풀어 금리를 안정시켰지만 여전히 올해 평균의 2배가량인 6% 언저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국 은행들이 판매해 온 금융 상품의 만기 도래액이 이달 말까지 1조5000억위안(280조원)에 달한다. 단기자금 시장의 금리가 다시 급등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짜 중국의 금융위기인가

중국이 돈줄을 조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경제에 낀 거품을 빼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 풀린 돈 중 상당 부분이 중국에 들어와 있는데, 이 돈들이 언젠가는 빠져나갈 핫머니로 보고 이를 사전에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투기성 자금으로 돈놀이를 해 온 중국 은행들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중국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늘어난 돈을 단기(短期)로 빌려 장기(長期)로 꿔 주는 영업 행태를 보여 왔다. 중국의 정상적인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은 최소 0.9%포인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가 정해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중) 75%를 맞춰야 한다.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이 때문에 경쟁력 약한 중국의 중소 은행과 2금융권은 그동안 정상적인 대출보다는 비정상적인 대출에 치중해 왔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예를 들어 중소은행이나 투자신탁회사들이 투자신탁 상품을 만들고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모아 연 15%의 금리로 대출해 주는 것이다. 이런 신탁형 상품을 만들면 정부의 예대율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정해 놓은 예금금리(3%)에 만족하지 못하는 각종 투기성 자금이 있어 이 구조가 가능했다. 이런 형태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12조~24조위안(4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이 자금이 부동산 등에 스며들어 경제에 거품을 만들어낸다고 판단해 돈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홍콩발(發) 핫머니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돈줄이 마른 은행들에 대해 중국 런민은행은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그린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신용경색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부채비율이 GDP의 80~125% 정도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미국(230%)보다 훨씬 낮고, 중국 정부의 개입 능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차이나 머니’ 이탈하나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차이나 머니(중국계 자금)의 규모는 21조원(금감원 추산).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771억원에 불과했지만 약 4년 반 만에 44배나 증가한 것이다. 세계 1위의 외환 보유국으로서 중국투자공사(CIC) 등 국가기관 차원에서 우리 채권을 구입한 규모가 12조6290억원이다. 최근엔 중국 내 적격 내국인 기관투자가(QD)펀드 등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규모도 늘고 있는데, 그 금액이 8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30%가량 늘어난 수치인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해 5월까지 미국계 자금이 4조5000억원, 영국계 자금이 3조6000억원을 순매도하는 가운데서도 2조원 가까이 순매수를 해왔다.

그렇다면 중국 금융시장이 계속 요동치게 되면 차이나 머니도 모두 빠져나갈까. 자본시장연구원 안유화 박사는 “중국 금융시장 개혁 차원에서 진행되는 지금의 혼란으로 중국의 초우량 금융기관들이 주로 투자한 ‘차이나 머니’가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발 변수가 더 큰데,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채권 투자 손실이 커 한국에서 대거 이탈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실물경제와는 상관없는 ‘그림자금융’ 규모 급팽창 탓



[한겨레] 중 금융시장 ‘7월 위기설’에 휘청

“비은행권 ‘그림자 금융’ 축소 위해

당국 유동성 줄일 것” 우려 번져

한때 단기금리 두배까지 치솟아

중국 주식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건, 단기자금 시장에 자금 공급이 줄어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이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중국 금융당국이 회합을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하이종합지수는 장 끝에 낙폭을 0.19%까지 줄였다. 하지만 이른바 ‘7월 위기설’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 다 가신 것은 아니다. 은행 이외의 금융조직을 통한 자금 조달 및 운용을 뜻하는 ‘그림자은행’의 거래 규모가 워낙 커져 있는 가운데 중국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있어, 그것이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금융시장의 이상 조짐은 최근 몇 주간 단기금리의 급등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만기 하루짜리 금리는 평소 연 5~6% 수준에서 지난 20일 11.74%까지 치솟았다. 자금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까닭이다.

중국 금융회사들이 6월 말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재테크형 금융상품은 1조5000억위안 규모로 전해졌다. 이들 금융상품은 투자신탁사 등이 연 10% 이상의 고금리를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모아, 은행의 자금을 쓸 수 없는 부동산 개발이나, 지방정부 산하의 투명성이 낮은 투자회사에 우회투자를 거쳐 운용되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이 계속되면 이를 취급하는 중소 금융회사들이 연쇄 도산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이런 재테크 상품 운용을 줄이려고 단기자금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미루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시장이 동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전후가 되는 7월에 지난 정권 때의 불량채권을 처리한다는 정부계 싱크탱크의 내부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른바 ‘7월 위기설’로 번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24일 시장에 충분한 자금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24일 단기금리는 연 6.65%대로 낮아졌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폭락했다. 금리는 25일 5.80%까지 떨어졌지만 불안심리는 가라앉지 않고, 장중 상하이종합지수가 5% 넘게 떨어졌다.

주가는 오후 들어 중국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상하이에서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중국증권보> 등을 통해 전해지며 하락폭을 크게 줄여 결국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기본적으로 총체적인 금융운용과 물가는 안정적”이라며 “시장 유동성 문제에 관한 현실을 고려해 시기 적절하게 대응해 현재의 단기적인 이상파동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어떤 조처를 내릴지, 그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여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된다고 해도, 이른바 그림자은행을 둘러싼 불안감은 단기간에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일본 <도쿄신문>은 한 중국 금융전문가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그림자은행 자금 규모가 2013년 현재 29조위안(약 5000조원)으로 중국 2011년 국내총생산(GDP)의 66%에 이르렀다”며 “이것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18일 보도했다. 그림자은행 자금 규모는 2010년에는 약 20조위안이었으나, 그 뒤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재테크형 금융상품들은 투자자의 원금손실 위험, 운용회사의 상환 불능 위험 등에 계속 노출돼가고 있다.

베이징 도쿄/성연철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

버냉키 쇼크 유로존 위기 망령 깨우나



경기침체 와중에 스페인 등 국채금리 급등

"伊, 6개월 내 EU에 구제금융 신청" 경고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망령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유로존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금융시장을 강타한 '버냉키 쇼크'의 여파로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재정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재정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금융계에서는 올해 안에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2위 은행인 메디오방카는 고객들에게 보낸 기밀 보고서에서 "세계 채권시장이 급락하며 이탈리아의 부도위험지수가 이미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차입비용이 낮아지고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는 6개월 내 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나랏빚이 2조1,000억유로에 달하는 세계 3위의 부채국으로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국채금리가 오르면(국채 값 하락) 곧바로 재정위기 우려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4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825%를 기록해 지난 19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미국의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지 뒤 3거래일 만에 0.572%포인트나 급등했다. 시장에서 미국의 출구전략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초보다는 무려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벤치마크가 되는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익률도 급등해 기업들이 자금경색에 시달리게 된다. 메디오방카의 안토니오 구글리엘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거시경제가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160여개 대기업들이 비상 위기관리 체제에 있다"며 이탈리아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정은 다른 남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못지않은 재정취약국인 스페인도 국채금리가 가파른 급등세를 타며 위기상황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날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095%까지 올랐다. 지난달 초에 비하면 역시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국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그리스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이 의회에서 출구전략을 언급하기 전까지만 해도 8% 수준에 머물렀지만 24일에는 11.225%로 치솟았다. 포르투갈 국채금리도 6.679%로 올라섰다.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금리는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스페인의 경우 재정난 우려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7.75%)보다는 2%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각국이 유동성을 대거 풀던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유로존의 재정난과 경제위기 재연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은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유로존은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경제체질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다. 1ㆍ4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해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명목 GDP가 위축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자금조달 비용이 5%에 달하면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해 위기진화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약속으로 국채시장을 진정시켰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약발'도 예전 같지 않다. 드리가 총재는 18일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로존 경기를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 그의 발언에 시장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는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의 채권 부문 최고투자담당자(CIO)인 크리스토퍼 이고를 인용해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금리상승이 지속되면 유로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ECB가 글로벌 금리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

기업들 하반기 경기 전망, 계속 찬바람만…



■ 국책기관 회복낙관하는데 현장에선 우려 목소리

[동아일보]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국책기관의 예상과 달리 민간에서는 국내 경기 회복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점진적인 회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중국의 제조업 위축,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등이 국내 기업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 단체들은 25일 비관적인 기업 경기전망을 잇달아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월 전망치가 90.7로 6월(97.2)보다 6.5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5월 이후 3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BSI는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40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서도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지난달(90.4)보다 2.0포인트 떨어진 88.4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7∼9월) BSI 결과도 기준치를 밑도는 97로 집계됐다. 대한상의의 조사는 2011년 4분기(10∼12월) 이후 2년째 연속 기준치에 못 미치고 있다.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상반기(1∼6월) 수출 제조업체에 큰 영향을 미친 일본 엔화 약세 기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제조업 위축 등의 불안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추세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는 세계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의 위축과 국내 민간소비 둔화 조짐도 기업들이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가 하반기 3% 미만의 성장에 그치면서 연간 2.3%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3월 발표한 2.9% 성장 전망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경연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경제민주화 정책 등에 따른 투자심리 불안과 소비감소 등으로 대내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전망은 국책기관의 예상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24일 “세계 경제 부진 완화에 따른 수출 회복, 유가 안정, 경기부양책 효과 등에 따라 연간 2.7%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하반기에는 3%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며 경제 전망치 상향 조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기업들의 불안요인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정부는 저성장기조를 탈출하기 위해 과도한 입법을 자제하는 등 기업경영의 불안요인을 줄여줘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내수시장 회복을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

造船·철강 등 수출 흔들… 20년간 성장 이끌던 '달러박스'비상


한국의‘달러 박스’였던 조선업이 흔들리면서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전남 목포 삽진산단 조선소의 선박 건조 모습. /김영근 기자

[상반기 수출증가율 0%대]

5大수출 품목인 조선업… 2011년 565억 달러 수출, 작년 397억 달러로 30% 감소

세계 철강 공급과잉량 5.4억t… 60% 이상이 韓中日에 집중

스마트폰·자동차도 해외 생산 비중 늘려가 수출 견인하기에는 한계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의 시효가 끝나고 있다는 징후는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조선·석유제품·철강 등 중화학 분야의 수출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품목들은 항상 5대 수출품목 안에 들며 지난 20여년간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다. 이 업종들은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 일시적으로 업황이 다시 호전될 수는 있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업황이 급변한 조선산업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한 분야가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1990년 처음으로 국내 수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줄곧 상위 5대 품목 자리를 지켜 왔다. 하지만 이제 예전과 같은 '달러박스(현금 창출원)'가 되긴 어려워졌다. 수출 정점을 찍었던 2011년 선박 수출액은 565억8800만달러(약 65조5000억원)로 당시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작년 397억5300만달러(약 46조원)로 29.8% 줄더니 올 들어 1~5월 32.5% 또 감소했다. 올 상반기 전체 수출 증가율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결정적인 이유도 저조한 선박 수출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분석실장은 "한국 수출은 선박이 흔들어놨다"고 말했다. 선박 수출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통에 전체 수출 실적이 오락가락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선박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산업연구원 홍성인 연구위원은 "우리 조선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더라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 조선 부문 수출은 연평균 300억달러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전의 조선 분야 수출 기록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조선 업계 수퍼사이클(대호황)을 맞아 엄청난 양의 선박 발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젠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한국 조선 업체들은 여전히 해양플랜트와 대형컨테이너선,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같은 특수선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만 범용상선은 이제 중국에 밀려 끝났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석유화학과 석유류 제품은 2009~2011년 '중국 특수'를 누렸던 수출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특수도 다신 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2010년을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끝낸 데 이어, 올해는 마지노선이었던 7.5% 성장도 힘겨워 보인다. 그사이 중국과 중동에선 석유화학 분야 설비확장 붐이 일어났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철강 생산 능력은 20억t 수준이다. 이 중 공급 과잉량은 5.4억t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0%가 넘는 3.3억t이 한·중·일 3국에 집중돼 있다.

◇스마트폰·자동차만으론 한계

그나마 IT와 자동차가 최근 우리 수출을 힘겹게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마저도 지속적인 '보험'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IT와 자동차 생산 대기업들이 국내 생산비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한국에는 거의 공장을 짓지 않고 해외에서만 계속 공장을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예를 보면 분명해진다. 2011년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에서 만든 물량이 해외 생산량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이 비율이 49대51로 처음 역전됐다. 기아차보다 해외 진출이 빠른 현대차는 탈(脫)한국 속도가 더 빠르다. 현대차의 올해 1~5월 전체 생산량 중 국내 생산 비율은 38%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 45%에서 뚝 떨어진 것이다.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대수는 285만대, 지난해엔 318만대로 11.6%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대·기아의 해외 생산량은 116만대에서 363만대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제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수입원인 휴대폰 생산 기지도 베트남 등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는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휴대폰 공장에선 경북 구미에서 만든 물량의 3배인 1억2000만대를 찍어냈다. 이 중 대부분이 고가 스마트폰이다.

수출은 제자리인데 무역 흑자 증가… 원자재 수입 감소로 불황형 흑자

5월 원자재 수입액 10% 감소

무역수지 59억달러 흑자… 작년보다 배 이상 늘어

수출은 제자리걸음이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지난 5월 국내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3.2% 증가한 483억달러, 수입은 4.6% 감소한 424억달러를 기록하며 무역수지는 59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한 해 전(24억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연간으로 따져도 수입 감소세는 뚜렷하다. 1~5월 중 수출은 0.9% 늘어난 2299억달러, 수입은 2.8% 줄어든 2159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 흑자는 140억달러로 작년 동기(57억달러)의 2배를 크게 웃돌았다.

국내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글로벌 경기 불황의 여파로 안정세를 보인 결과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5196억달러)에서 원자재 수입액(3251억달러)은 62.6%에 달했다.

원유와 석탄, 광물, 벙커C유 등의 수입이 줄며 지난달 전체 원자재 수입액은 작년 5월보다 10.2%나 감소했다. 원유는 지난해 배럴당 평균 113.7달러에 모두 1083억달러어치를 수입했지만, 올 들어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며 지난 4월과 5월 평균 단가는 108.5달러, 105.9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5월엔 원유 수입 물량이 작년보다 6.5% 감소한 가운데 수입액은 17.5%나 줄었다.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은 증가하고 있지만, 원자재 수입은 매우 줄어든 것이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입이 줄고, 그에 따라 무역 흑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국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수출 품목 1위에 올랐던 석유 제품은 물량 확대가 한계에 다다른 데다가 단가까지 떨어지며 수출이 크게 줄었다. 5월 수출은 작년보다 4.9% 감소한 42억3400만달러에 그쳐, 화공품(54억6000만달러), 기계류·정밀기기(50억5000만달러), 반도체(49억9500만달러)에 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영태 수출입과장은 "전체 수출이 늘지 않는 데에는 석유 제품 수출이 부진한 것도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

창조경제 인큐베이터 내주 가동



■ 中企전용 증시 코넥스, 1일 21개 기업으로 개장

[동아일보]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가 다음 달 1일 21개 기업을 대상으로 문을 연다. 최근 미국, 중국발 쇼크로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키워 증시를 활성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긴 시장이다.

한국거래소는 25일 10개 지정자문인을 통해 신규 상장을 신청한 21개 기업이 모두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다음 달 1일 KRX스퀘어(거래소 홍보관)에서 코넥스 시장 개장식을 열고 신규 상장사의 주식 매매거래를 시작한다.

○ 코스닥 꿈꾸는 다양한 중소기업 상장

코넥스는 벤처·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코스닥 상장사로 커나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게 된다. 코스닥 상장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가 상장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장이다.

자기자본 5억 원, 매출액 10억 원, 순이익 3억 원 중 한 가지 조건만 갖추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 다만 투기의 장이 되는 걸 막기 위해 투자자 자격을 금융기관, 상장법인 등 전문투자자와 벤처캐피털, 기관투자가 등으로 제한했다. 개인은 3억 원 이상부터 투자할 수 있다.

초창기 상장기업은 일단 제조업체가 절반을 넘는다. 21개 회사 중 11개 기업이 기계와 자동차부품 등을 다루는 제조업으로 분류됐다. 의료기기 등 바이오업체가 5곳,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는 3곳 등이다. 온라인 교육, 금융 관련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도 눈에 띄었다.

매출이 1000억 원을 넘는 기업도 있었다. 대주이엔티, 아이티센시스템즈 등 2곳이다. 21개 회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286억 원이었다.

코넥스 상장사 가운데 외형이 가장 작은 기업은 지난해 2월에 설립된 전자지급결제서비스 개발업체 옐로페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억700만 원, 종업원 수는 14명이다. 매출액은 작지만 자기자본이 50억 원이라 상장 기준을 통과했다.

이 21개 회사 모두 ‘코넥스 상장 1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등록번호도 1번으로 동일하다.


○ 중소기업 활성화 위한 장 만들 것

한국거래소는 올해 말까지 약 30개 기업이 추가로 코넥스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기 실적이 발표되는 8월 중순을 전후로 상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다. 시장 규모도 1조∼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홍식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코넥스를 코스닥, 유가증권 시장으로 도약하고 싶어 하는 기업을 위한 사관학교로 만들겠다”며 “상장 심사를 할 때 최고경영자(CEO)에게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코넥스가 초기 벤처·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을 위해 시작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프리보드(비상장주권 장외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우선 코넥스 시장에 코스닥과 동일한 세제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거래세율도 코스닥 시장과 같이 0.3%를 적용할 방침이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넥스 기업이 상장 후 2년 내에 발행하는 신주를 벤처캐피털이 매수할 때 양도차익과 배당소득, 증권거래세 등을 비과세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5개 증권유관기관은 1500억 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해 코넥스 상장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고용 정체 10년… 20∼24세 높은 대학진학률이 주범”



높은 대학진학률이 ‘잃어버린 고용 10년’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90년대 초반 30%대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은 2008년에 80%를 넘어섰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 지상주의’가 노동시장에 ‘독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고용률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60% 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학력차별 철폐, 고졸 채용 활성화가 시급하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분석센터 소장은 25일 ‘최근 고용률 정체의 원인과 청년 고용률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남 소장은 “2002년부터 10년 동안 고용률이 정체한 가장 큰 원인은 연령별로 볼 때 청년층의 가중 고용률 하락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2002년 60.0%였던 15세 이상 고용률은 2012년 59.4%로 하락했다. 가중 고용률 지수로 변환하면 30세 이상은 47.0→50.1로 높아졌지만 청년층은 13.0→9.2로 급락했다. 가중 고용률 지수는 인구집단의 크기에 비례한 가중치를 부과한 고용률 지표다. 청년층을 뺀 나머지 연령층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청년층 고용률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전체 고용률을 깎아내렸다는 분석이다.

15∼29세인 청년층을 세부 연령별로 나누면 청년층 고용률 추락의 원인은 더욱 명확해진다. 25∼29세는 2002년부터 10년 동안 고용률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15∼19세는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2009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24세는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지난해에서야 겨우 회복 흐름을 탔다.

20∼24세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이유는 대학진학률에 있다. 2001∼2003년 대학진학률이 급등하면서 재학생 수가 늘어났고, 이후 휴학생과 졸업생 수가 늘어나면서 고용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3%로 고점을 찍었다. 91년 33.2%에 그쳤던 대학진학률이 17년 만에 무려 50.1% 포인트나 급등한 여파가 노동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90년대 초반 30만명대를 맴돌던 대학 휴학생은 97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 99년에는 70만명을 넘어섰다. 2002년 이후 휴학생은 90만명을 넘나들고 있다.

남 소장은 “전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청년을 대상으로 적절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중·장기적 대책으로 능력중시사회의 구현, 대학 특성화 정책 등을 꼽았다. 단기 처방으로 열린 채용 활성화, 학력차별 개선, 인사관리 개선, 고졸채용 기피 개선, 전문계고 졸업자 수급문제 개선 등을 제시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

낸 돈 대비 받는 돈… 국민연금 1.7배-공무원연금 2.5배



1994년 1월 입사한 20년차 중소기업 부장 김정식(가명·48)씨. 국민연금 가입자인 김 부장이 월 17만5000원(5월 기준·사용자가 동일액수 부담)의 보험료를 적립하면 만 64세가 되는 2030년 받게 될 연금액은 월 126만7000원이 된다. 입사 전 경력까지 합쳐 총 413개월(34년5개월)간 적립금은 총 1억900만원. 만약 그가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인 만 77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일하는 동안 1억원쯤 내서 은퇴 후 1억9760여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수익으로 따지면 2배 조금 못 미친다.

93년 3월 중앙부처 입사 후 21년째 근무 중인 6급 장선우(가명·45) 주사. 현재 월 32만원5000원(사용자인 정부가 동일액수 적립)의 보험료를 내는 장 주사는 만 60세가 되는 2028년부터 월 247만7400원의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만 77세까지 받게 될 연금 총액은 5억540만원이다. 33년간(가입기간 상한) 적립금 약 2억원의 2.5배 이상을 돌려받는다는 셈이다.

◇두 가입자의 노후 준비=입사시기, 근무기간, 연봉 등에 큰 차이가 없는 사무직 노동자인 김 부장과 장 주사. 김 부장의 수급액 월 126만7000원과 장 주사의 247만7400원 사이 월 120만원의 차이는 노년의 부부가 ‘생존’을 하느냐, 비교적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느냐를 가를 만큼 큰 액수다.

일반 회사원 김 부장이 속한 국민연금은 장 주사가 가입한 공무원연금보다 일하는 동안 덜 내고 노후에 덜 돌려받는 구조다. 투입 대비 수익 측면에서도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은 최대 2배 이상 벌어진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 ‘공적연금의 이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1.7배인 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2.51∼2.91배, 사학연금은 3.7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비란 적립한 보험료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올 초 기준 가입자 평균수급액 차이는 무려 128만원(국민연금 월 85만원, 공무원연금 월 213만원)이다. 격차는 두 연금의 다른 설계 때문에 생겼다.

국민연금은 월급의 9%(근로자 4.5%+사용자 4.5%)를 적립해 퇴직 후 재직기간 평균 월급의 40%(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받는다. 반면 공무원 및 군인연금은 14%(근로자 7%+사용자인 정부 7%)를 쌓아 가입기간에 따라 ‘50%+α’를 돌려받는다. 소득대체율로 따지면 62.7%이다. 연금 개시 연령도 만 65세까지 늦춰지는 국민연금과 달리 만 60세로 고정돼 있다.

반론은 있다.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에는 사기업의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금액 중 회사원들이 퇴직할 때 따로 챙겨 받는 퇴직수당 부분을 걷어내면 국민연금에 비해 결코 많이 받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도 “퇴직수당을 뺀 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 국민연금의 40%보다 낮은 39.3%”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불만거리=국고 보조 유무는 국민·공무원연금 사이 또 다른 뇌관이다. 군인연금은 이미 73년, 공무원연금은 2002년 적립기금이 소진됐고, 이후 계속 정부 재정이 투입돼 왔다. 적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져 올해 공무원연금은 1조9000억원, 군인연금은 1조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가 올 한해만 총 3조2000억원을 메워야 한다는 뜻이다. 전년도보다 35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민연금은 올해 기준 적립기금이 400조원을 넘을 만큼 곳간이 넉넉하지만 2060년 기금 소진 예고만으로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라”는 요청은 논란 끝에 24일 임시국회에서 겨우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해법은 ‘통합’에=“적자덩어리 공무원연금의 수급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깎자” vs “국민연금액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사이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상향평준화와 하향평준화라는 두 가지 목소리가 존재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으니 공무원연금만큼 올려야 한다지만 기금 없이 적자만 계속 커지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지, 국민연금을 올리는 게 올바른 해법은 아니다”며 “너무 적어서 문제인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즉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경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은 “특수직역연금을 낮추는 건 답이 아니다. 너무 낮은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노총은 최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5%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국민연금 1045운동’을 시작했다.

이견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답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권문일 교수는 “국민연금은 저소득층 가입자를 고소득층 가입자가 돕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데 공무원, 군인 등이 이런 국민적 소득재분배에 참여하지 않는 건 국가권력의 정당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공무원연금에서 퇴직수당을 떼어낸 뒤 남는 노령연금 부분을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높은 건 낮추고 낮은 건 올리는 식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쯤에서 맞출 수 있다”며 “이렇게 10∼20년 내 통합을 이뤄내야 두 연금제도를 둘러싼 불만과 혼란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

"한국, 기초과학 투자 안 늘리면 未來 장담 못해"


피터 그루스 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총재는 24일 대전 호텔리베라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초과학은 경제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혁신의 원천”이라며“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현종 기자

[피터 그루스 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총재 인터뷰]

한국 특허출원 세계 5위지만 質에서는 유럽에 크게 뒤져

인간게놈연구 38억달러 썼지만 140배의 경제적 이득 가져와… 당장 투자비 회수 연연 말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죠."

피터 그루스(Peter Gruss·64) 독일 막스플랑크재단(Max Planck Gesellschaft·MPG) 총재는 24일 "한국은 특허 출원 수는 세계 5위이지만 질(質)에서는 유럽연합(EU)에 크게 뒤진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루스 총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간담회와 포스텍 막스플랑크연구센터 방문을 위해 방한(訪韓)했다.

독일 물리학자의 이름을 딴 막스플랑크재단은 80개 연구소의 연합체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인용 횟수 상위 1% 논문을 미 하버드대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이 발표했다. 1948년 설립 후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신인 카이저 빌헬름연구소 시절까지 합하면 32명이나 된다. 한 해 예산은 3조원이 넘는다.

"미국 특허들이 인용한 논문들은 대부분 인용 횟수 상위 1%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논문의 73%가 정부의 기초과학 투자에서 비롯됐어요. 기초과학 없이는 경제 발전도 없죠."

그루스 총재는 "혁신에는 사회에 즉각적인 혜택을 주는 점진적인 혁신(incremental innovation)과 새 분야를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이 있다"며 "기초과학은 획기적인 혁신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막스플랑크재단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유전자 검사, 표적 항암제 등 우리 생활을 바꾼 숱한 혁신을 가져 왔다. 심지어 카페인 없는 커피도 막스플랑크의 이산화탄소 제거 연구에서 비롯됐다.

"경제학자들의 분석으로는 과학계 일자리가 10개 늘면 다른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7개 생깁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38억달러(약 44조원)의 막대한 돈이 투자됐지만 1달러당 140달러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 왔습니다." 그루스 총재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루스 총재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과학기술을 활용한 창업과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당장의 투자비 회수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효과를 기다려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MIT 졸업생들이 세운 회사들을 합하면 세계 17번째 경제 규모입니다. 이런 거시경제적 가치에 비하면 한 해 6000만달러(약 700억원)의 기술료 수익 같은 미시경제적 가치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루스 총재는 대학과 연구소의 창업을 촉진하려면 이른바 '검증(validation) 체제'도 필요하다고 했다. "검증은 연구 성과의 상업화 가능성을 진단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제 연구·개발비와 함께 검증 자금(validation fund)도 기초과학 투자에 포함해야 합니다."

2011년 출범한 기초과학연구원은 막스플랑크재단을 모델로 삼았다. 2017년쯤 기초과학연구원은 매년 100억원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단 50개를 거느린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이 될 전망이다. 그루스 총재는 "기초과학연구원이 발전하려면 연구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크푸르트에 '실증적 미학(美學)연구소'를 세웠어요.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예술가들이 함께 연구합니다. 언뜻 보기에 쓸모없는 연구 같지만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근본 원리를 밝혀내면 건물을 짓거나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큰 정보가 될 것입니다. 어떤 분야를 연구해야 할지는 연구자들이 가장 잘 아니 그들에게 자율성을 줘야지요."

그루스 총재는 2002년부터 11년째 막스플랑크재단을 이끌고 있다. 내년 6월 부총재에게 자리를 넘길 예정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오세정 원장은 "그루스 총재의 가장 큰 업적은 국제화"라고 말했다. 막스플랑크재단에는 연구원을 포함해 1만7000명이 일하고 있는데, 박사과정 학생과 박사후연구원, 방문연구원의 60%가 외국인이다. 해외에도 13개의 연구센터와 협력연구기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엔 포스텍에 2개의 연구센터가 있으며, 울산과기대는 협력연구기관이다. 그루스 총재는 "세계 어디를 가리지 않고 우수 인재가 있다면 협력해왔다"며 "한국도 우수한 외국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국제 공동 연구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전=이영완 기자]

..........................................................................................................

서비스산업 규제가 올 하반기부터 크게 풀린다. 제조업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경제 회복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프리랜서 김성태]“국회에 발 묶인 서비스산업 규제 각개격파로 풀 것”

현오석 경제부총리 인터뷰

서비스산업 규제가 올 하반기부터 크게 풀린다. 제조업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서비스산업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견인하기 위해서다. 규제가 풀리는 분야는 의료·관광·콘텐트·사업서비스,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이 같은 방향의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공개했다.

 세종청사 부총리 접견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그는 “우리 국민들이 한번 마음 먹으면 못해내는 게 없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고용률 70% 달성을 비롯해 박근혜정부의 경제 과제를 달성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는 듯했다. 그는 “지방정부도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지는 노사가 자율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관광 등 국가 성장동력으로 견인

 - 예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경제가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에게 닥친 최우선 과제는 불황에서 탈피하고 저성장을 단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8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성장이다. 이 리세션(경기후퇴)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한해 한해 저성장이라고 하면 변명이 되지만 저성장 기조가 오래가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것을 깨려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현 부총리는 성장동력을 “투자와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2%대로 떨어진 성장률부터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성장 없이 복지를 할 수도 없고 복지와 관련 없이 성장만 추구할 수도 없다”며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책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창조경제와 투자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임 이후 내놓은 경제 살리기 정책이 10개가 넘는다. 효과는 언제쯤 나타날까.

 “근거 없는 낙관도 안 좋지만, 근거 없는 비관도 안 좋다. 최근 산업생산, 소비자 심리지수, 기업반응들을 보면 '빅점프(대반전)'는 없지만 턴어라운드(회복) 하고 있다는 신호가 월별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5일 경제 5단체장을 만나는 것도 이 속도 때문이다. 정부만 노력해서는 속도가 안 난다.”

 - 고용률 70% 달성 목표와 관련해 시간제 근로자 확대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고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장과 서비스업 활성화인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새로 나오면서 너무 부각됐다. 이번 기회에 정규직·비정규직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라는 말을 쓰고 싶다. 임금이나 4대 사회보험, 기타 부분에서 차이가 없어지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 가능한 일부터 해결

 이 이슈와 관련해 현 부총리는 “그런데 사실 나도 비정규직”이라고 뜻밖의 말을 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국무위원은 임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 여하한 이유로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고용 문제를 계속 화제로 이어나갔다.

 “기업은 단기간에 인건비가 올라가면 당연히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결국 비용이 올라가고 실패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노사 간 협의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 대체 휴일제가 다 비슷한 이슈들이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킨다면 어떻게 되겠나. 기업들로서는 당연히 정기 상여금을 줄일 것이다.”

 - 경제민주화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한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심리다. 기업이 불안해하고 있으면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기업 스스로 공정한 경제를 이루고, 사익 편취 같은 부작용을 막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너무 과잉된 규제를 만들면 안 된다. 입법 과정에 과잉이 있다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다.”

 - 손톱 밑 가시 뽑기는 제대로 되 나.

 “정부에서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법안을 이미 냈는데, (마냥 국회 통과를) 기다릴 수 없어서 각개 격파를 하기로 했다. 관광이면 관광, 의료면 의료, 풀어줄 게 뭐가 있는지 찾아내 다음 달부터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국회는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

통상임금, 노사협의로 풀어야

 그는 투자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더 나아가 “국내에 투자하는 기업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의 유턴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이 지금 매년 임금이 18%가 오른다. 따져보면 전기나 전자를 비롯한 몇 개 업종은 이미 중국보다 국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강봉균 전 부총리가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당시 그에게 경제정책국장을 맡겼더니 뭘 물어도 잘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 평가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양적완화 종료 충격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며칠 더 봐야 하겠지만 벤 버냉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가 양적완화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미국 경제에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실물경기 측면에서 경기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경제 5단체장에게 이런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 공공기관 경영상태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정보 공개를 통해 공기업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겠다. 공공기관의 지출 부분도 예비타당성 검사를 하는 것처럼 훨씬 강화된 시스템으로 점검하겠다. 가장 어려운 게 (임원) 인사인데 '공공기관 인재풀'을 확대해 전문성을 높이겠다.”(※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중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정부도 세출 구조조정 필요

 - 지방 재정 도 심각한 곳들이 있다.

 “복지를 예로 들겠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복지 사업만 하고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예산이 없다고 하면 되겠는가. 어느 것이 더 맞는지, 예산을 어떻게 배정하는 게 옳은지 파악해 지방정부도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일에 가려진) 지방 재정도 공개해야 한다.”

 -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는 7월 이후 부동산 거래 절벽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선 연말까지는 지켜볼 것이다. 주택 시장 정상화 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은 줄여놨고 수요는 늘어날 수 있는 여러 대책을 내놨다. 하반기로 갈수록 거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김동호 세종취재데스크

정리=박성태 기자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역대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입법을 추진해 2011년 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법이라며 반대해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14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이 법안은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목표를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달 말까지 법이 공포돼야 2014~2018년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김동호.박성태 기자

.........................................................................................................

기업경영

..........................................................................................................

'3만명이 1.2억대 생산', 삼성 '휴대폰 메카' 베트남인 까닭

[머니투데이 옌퐁공단(베트남)=정지은 기자][[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2부 3-1> '이유 있는' 삼성 베트남행]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 소재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입구에 마련된 안내소를 찾은 현지인들이 취업 지원서를 내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공장에서 일하겠다는 지원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지원자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들고 긴장한 모습으로 줄을 섰다. 요즘 세상에 누가 공장에서 일하려 하겠느냐는 핀잔을 무색하게 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쪽으로 50분 정도 가면 닿는 박닌성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Samsung Electronics Vietnam) 1공장. 이곳 정문 앞에선 이런 광경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온 청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구직에 나선 지원자까지 저마다 사연은 달랐지만 이들은 목적은 모두 똑같다. 바로 "삼성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

부반 퀴엔(18)군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SEV 1공장 생산직에 지원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추천 받아 취직을 결심했다.

부반 퀴엔군은 "삼성전자는 다른 직장에 비해 월급과 복지제도가 훌륭하다"며 "베트남 사람들은 누구나 SEV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줍어하면서도 "만약 기회가 된다면 삼성에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SEV 1공장이 베트남인들의 취업 희망 0순위 기업으로 떠오른 것은 2008년 법인 설립 후 5년 만에 만든 성과다. 이곳에선 3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연간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1공장 직원들이 메인공장에서 휴대폰 표면실장(SMD)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심원환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단지장(전무)은 "이같은 규모의 생산기지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베트남이었기에 가능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심 전무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SEV를 방문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도 잦다. 이들은 한국에 공장을 만들어야 고용효과가 커지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답은 한결같다. "한국에선 인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한국에선 고등학교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겠다는 지원자가 굉장히 적어 연간 몇 백 명 채용하기도 힘든 수준"(심 전무)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현재 SEV에선 매주 1200명의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실제로 법인 설립 이후 인력 추이를 보면 2009년 2452명에서 2010년 8139명으로 3.3배 이상 증가했다. 이직률이 높은 생산 공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충원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부터는 연간 1만명 이상 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에는 1만8000명, 지난해는 2만9480명을 기록했다. 올 연말에는 4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10배 수준에 달하는 한국의 인건비도 해외투자의 중요 원인이다. 한국내 생산직 월급은 3284달러(약 380만원)이지만 베트남 생산직 월급은 평균 250달러(약 29만원)에 불과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진출한 뒤 얻은 연간 제조 절감비용은 6억8000만 달러(약 79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휴대폰 1대를 만들 때 드는 인건비가 5달러(약 5800원)라면 베트남에선 0.8달러(약 930원)에 해결할 수 있다. 인건비와 다른 원가를 포함한 베트남의 휴대폰 제조가공비는 한국의 29% 정도다.

베트남 정부의 면세 혜택 역시 SEV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에 공장설립 후 4년 동안 법인세를 100% 면제하고 12년간은 법인세율 5%, 그 이후엔 10%를 적용해줬다.

심 전무는 "시장 수요가 늘어 생산능력 확대가 중요한 마당에 한국에서 제조업의 미래를 꿈꾸기는 힘들다"며 "기업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생산기지가 해외로 왔다고 국내 산업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심 전무는 "생산 증대에 따라 개발해야 할 제품이 늘어나면 이를 연구해야 하는 국내 고급인력의 일자리는 늘어난다"며 "제조업만 붙잡으려 할 게 아니라 생각을 바꿔 국내는 R&D(연구·개발), 해외에선 생산으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R&D는 한국이 하고 생산은 원가가 낮은 국가에서 하는 것이 서로 윈윈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원가를 낮춰 생산까지 한다면 국내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진실이다.

..........................................................................................................

CU도 점포 확장 포기… 편의점 구조조정 급물살



-가맹 계약 절차 강화한다

가맹 희망자 운영에 적합한지 전문가 상담·교육 통해 결정, 신규 점포 사전 마케팅 조사도

-고비 맞은 점포수 확장정책

업계 작년 영업이익 첫 하락… 세븐일레븐·CU 점포 정리나서


세븐일레븐에 이어 편의점 업계 1위인 CU도 가맹 점포 축소에 나섰다. 편의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가맹점과의 갈등이 불거져 나온 탓이다. 편의점 업계의‘점포수 확장 정책’도 이제 고비를 맞았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23일 매출이 적은 점포는 위약금 없이 폐점할 수 있도록 하는 500개 점포 정리 계획을 발표했다.

◇CU, 가맹점 계약 까다롭게 한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25일 편의점 수익 증대와 가맹 계약의 안정 성 을 강 화 하 는 내 용 의‘ CSP(Counseling Store Planner)’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가맹 희망자를 상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편의점 운영에 적합한지를 미리 파악한 후 계약하는 제도다. 가맹점주의 건강 상태, 희망 수입, 프랜차이즈 및 편의점 사업에 대한 이해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계약하겠다는 것. 박대하 운영지원본부장은 “앞으로는 편의점 업무에 적합한지 먼저 파악한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매출 부진으로 폐점을 원하는 점주와는 합의 해지하는 제도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점은 더 수월하게 하고, 신규 가맹은 까다롭게 해서 자연스럽게 점포수 조정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점포당 수익 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점포는 사전 마케팅 조사를 심층적으로 진행, 수익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지역에 내도록 할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역신장을 감수하고라도 점포수 확장 정책을 버리고 가맹점 수익성을 향상하는 방안으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구조조정 돌입

편의점 업계는 1989년 세븐일레븐이 1호점을 낸 이후부터 급속 성장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외국인 거주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많은 퇴직자가 쏟아져 나온 것이 확대 계기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해서는 편의점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편의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별다른 기술 없이 할 수있기 때문에 퇴직한 직장인들이 시작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체 간 매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포 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한 대로변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2~3개씩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 점포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영업이익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통계청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수는 2008~2011년 사이 13~25%씩 계속 증가했으나, 지난해엔 15.5%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 브랜드의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기 때문에 올해 점포수 성장률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도 1·2위 업체가 사상 최초로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GF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2조8572억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9억원으로 35%나 감소했다. 코리아세븐도 지난해 매출이 2조 4477억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27억원으로 7%감소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며“비정상적으로 증가하던 편의점 업계가 최근 사건들을 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

[기업경영]한국 다이소의 고속성장 비결

동아비즈니스리뷰 131 호 (2013.06.25) / 김선우 필자소개

동아비즈니스리뷰 목록가기  한국 다이소의 고속성장 비결 인쇄화면이 새창으로 열립니다.

다이소라고 적힌 바구니와 함께 수십가지의 물건들이 그려져 있다.

10원에 목숨 건 ‘1000원 숍’… 매출 1조 도전

《 ㈜다이소아성산업 박정부 회장(69)은 1997년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약 33m²(약 10평) 크기의 ‘1000원 숍’을 냈다. 첫 다이소 매장이었다. 박 회장은 하루 일정을 끝내고 저녁 때 매장을 찾곤 했는데 하루는 연인인 듯한 남녀가 매장 앞에서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성은 구경하자고 하는데 남자가 “1000원짜리만 파는 데를 창피하게 왜 가”라며 여성의 팔을 잡아끌었다. 결국 남자 손에 이끌려 가게로부터 멀어지는 여성을 보면서 박 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상황은 사뭇 다르다. 》

박 회장은 최근 매장에서 우연히 한 고객의 휴대전화 대화를 들었다. “나, 다이소 왔거든. 지금 쇼핑 중이니까 잠시 후 다이소에서 만나자. 커피숍 말고 다이소로 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1호점 개장 이후 16년 만에 전국에 900개 가까운 다이소 매장이 생겼다. 이제 다이소는 싸구려 상품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2만50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하고 싼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변모했다. 균일가 상품 전략으로 성공한 다이소의 성공 요인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DBR 131호(6월 15일자)에 실린 사례연구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은 노하우

다이소의 강점인 상품개발 능력은 일본 다이소에 납품을 하며 키웠다. 초기 일본 다이소와의 사업은 쉽지 않았다. 일본 다이소의 야노 히로다케(矢野博丈) 회장은 100엔(약 1200원)짜리 제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눈앞에서 가차 없이 집어 던지곤 했다. 많은 업체가 납품을 시도했지만 야노 회장의 높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거래가 끊겼다. 박 회장은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기 위해 싸고 좋은 제품을 찾아 직접 전 세계를 발로 뛰었다. 남들은 싼 제품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만 향할 때 박 회장은 해당 제품을 가장 잘 만드는 국가를 찾아 20곳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녔다. 해외 각국은 저마다 강점이 있는 상품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는 면제품과 스테인리스의 품질이 우수하고, 터키에는 유리 제품이, 포르투갈은 도기 제품, 브라질은 접시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 박 회장은 세계를 다니며 상품을 개발하고 업체를 관리해 지속적으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 다이소의 모기업인 ㈜한일맨파워는 일본 다이소의 해외 물량의 3분의 1을 공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 다양한 상품 개발에 집중

다이소의 가격 파괴는 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산은 100% 아웃소싱하고 있다. 국내 생산 업체 및 중국, 동남아, 중동, 유럽 등 전 세계 28개국 2000여 개 협력사로부터 신상품을 공수해온다. 이 덕분에 다이소는 매월 600여 가지의 상품을 개발해 균일가로 내놓으면서도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 파는 칫솔의 종류는 70가지에 이른다. 수세미는 100가지, 면봉만 40가지다.

○ 균일가 고집

다이소의 제품 가격대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의 6가지며 1000∼2000원 제품이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균일가 판매사업은 원가에 이윤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유통 사업과 기본 구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구매 가격이 1000원이라면 다른 유통회사들은 여기에 이윤을 붙여 1100원에 팔 수 있지만 균일가 정책을 시행하는 다이소는 이렇게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다. 납품가를 100원 깎거나 아니면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1500원을 받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물건을 파는 다이소의 이익률은 1%가 채 안 된다. 이익률 1%는 1억 원어치를 팔면 100만 원이 남는 수준이다. 다이소가 단가 10원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은 다이소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구매하는데 10원 때문에 6개월 동안 진전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다이소 측은 구매 단가를 10원 깎기 위해 6개월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협력업체가 손을 들었고 해당 제품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우선 포장을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한다. 제품의 재질 변경을 요청할 때도 많다. 이 밖에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컵의 손잡이가 필요 없는 디자인이라면 과감히 손잡이를 없애 단가를 낮추는 식이다. 이렇게 화려한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하게, 원자재는 비슷하지만 싼 것으로 변경하며 제품 가격을 유지한다.

○ 밝고 쾌적한 매장

단순한 상품개발 능력만으로 다이소의 고속성장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이소는 다양한 상품을 가지런하게 진열한 깨끗하고 밝은 매장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였다. 국내나 해외 대부분의 균일가 매장에 가보면 창고 같은 느낌이 든다. 1000원짜리를 팔면서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쓰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나 다이소는 매장 조명을 밝게 하고 고객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무작정 상품을 쌓아서 상품만 보이게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진열대의 높이를 사람 키보다 약간 낮게 만들어서 고객의 시야를 확보해줬다. 상품군별로 분류해서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진열하고 야외용 위생용품이나 파티용품 등은 따로 표시를 해줬다.

이런 다이소의 전략은 고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고객들은 필요한 물건만 사서 나가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를 보며 체류 시간을 늘렸다. 한 번 올 고객을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만들었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지갑을 열게 했다.

하지만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올해 매출 목표를 1조 원으로 잡은 다이소는 경기 용인시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건설했다. 다이소는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체제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지나치게 낮은 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기타]직장의 느낌 가정으로 연결되고 함께 충실할 때 삶이 풍요로워 진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30 호 (2013.06.21) / 이승윤 필자소개

동아비즈니스리뷰 목록가기  직장의 느낌 가정으로 연결되고 함께 충실할 때 삶이 풍요로워 진다 인쇄화면이 새창으로 열립니다.

Based on “The Spillover of Daily Job Satisfaction onto Employees’ Family Lives: The Facilitating Role of Work-Family Integration” by Ilies, R., Wilson, K. S. & Wagner, D. T.(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09년, vol. 52: 87-102)

왜 연구했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 재택근무에서는 업무와 업무 외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직장-가정 이전효과(work-family spillover)’다. 직장-가정 이전효과는 직장과 가정의 상호 영향으로 두 영역이 비슷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직장의 업무와 관련된 기분과 태도가 퇴근 뒤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거나 반대로 가정의 분위기가 직장의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퇴근한 후 가정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만족감과 안정감 등을 느낄 때 직장에서 느낀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는 다음 날 직장에서 신체와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만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퇴근 뒤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장기적으로 감정이 상하고 정신과 신체적인 소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업무와 업무 외 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직장인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은 직장과 가정의 이전효과를 더 촉진시켜서 직장에서 받은 기분과 태도가 퇴근 후 가정에서 느끼는 기분과 태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장-가정 이전효과와 이를 촉진시키는 요인에 대한 분석은 이론과 실무적인 관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무엇을 연구했나?

이번 연구는 직장에서 경험하는 직무에 대한 만족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연구팀은 직장에서 직무 만족도가 높은 날은 퇴근 후 가정에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 높게 나타나고 부정적인 감정은 낮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직장에서 직무 만족도는 가정에서 결혼 생활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원들은 퇴근 후 가정에서 그날 직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이 높다. 직장에서 있었던 긍정적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긍정적인 정서를 공유하게 돼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상승시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직장-가정 역할통합(work-family role integration)’의 개념을 소개하고 직무 만족도가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직장-가정의 역할통합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장-가정 역할통합 정도가 낮은 직장인은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구분하고 분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유형의 직장인은 직장에서 직무에 대해 만족하지 않더라도 직장에서 느낀 부정적인 정서가 가정에서 느끼는 본인의 정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직장-가정 역할통합 정도가 높은 직장인은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가족 휴가기간에도 회사의 e메일을 꾸준히 검색하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같은 유형의 직장인은 퇴근한 뒤 집에서 배우자나 가족과 직장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직장에서 직무 만족도에 따라 가정의 분위기와 결혼생활 만족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다음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문으로 조사했다. 직장에서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는 직장인은 퇴근한 뒤 가정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가? 직장에서 낮은 직무 만족도를 보인 직장인은 퇴근한 뒤 가정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것인가? 직무 만족도가 높은 직장인은 가정에서 결혼생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날 것인가? 직장인이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리하거나 통합하는 정도에 따라 이 관계들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나무가지처럼 삶의 모든것이 이어진것을 표현한듯한 그림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연구팀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배우자 101명을 대상으로 3단계에 걸쳐 설문을 진행했다. 직원들의 직종은 행정직과 관리직, 기술직 등이었다. 응답한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42.7세, 평균 근속년수는 12.7년이었다. 1단계에서 직원들은 인구통계학적 변수와 긍정적 및 부정적 정서성향에 대해 응답했다. 직원들의 전반적인 직무 만족도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응답했다. 배우자들은 전반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도 응답했다. 1단계 조사 종료 1주일 뒤 2단계 조사가 진행됐다. 월∼금요일 매일 오전 직원들은 직장에서 느끼는 긍정적/부정적 정서에 대해 응답했고, 오후에는 긍정적/부정적 정서와 함께 직무 만족도에 대해 응답했다. 퇴근한 뒤 저녁에는 해당 일의 결혼생활 만족도에 대해 응답했다.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2단계에서는 오후7∼9시에 전화인터뷰를 통해 해당 일의 배우자(직원)의 긍정적/부정적 정서 상태에 대해 물어봤다. 2단계 조사를 마친 뒤 돌아오는 월요일에 3단계 조사를 실시했다.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직장-가정 역할통합 정도에 대해 온라인 설문에 응답하도록 했다.

무엇을 발견했고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팀은 크게 두 가지의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직장에서 직무만족은 퇴근 후 직원의 기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돼 배우자 및 가족들에게도 본인의 기분 상태를 표출했다. 직원은 직장에서 일어났던 긍정적/부정적 일을 퇴근 후 가족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직장에서 느낀 정서가 배우자 및 가족들에게 전염되기도 했다. (감정의 전이 및 전염효과: emotional contagion). 이때 배우자와 가족들이 직원에게 심리적인 지지와 신뢰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면 해당 직원이 직장에서 경험했던 직무 불만족과 부정적인 정서가 상당 수준 치유되고 완화될 것이다. 직무 만족도가 퇴근 후 가정에서 경험하는 긍정적인 정서와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는 경영인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직원들의 기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은 가급적 퇴근 시간이 가까울 때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대신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일을 퇴근 시간 가까이에 배치해서 직원들이 퇴근 후 가정에서 긍정적인 정서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또 기업과 일선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직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직무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현 직무가 직원의 성장과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장기적인 경력개발 및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예상대로 직원의 직장-가정 역할통합 정도에 따라 직장-가정 이전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직원이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직장에서 직무 만족도가 높을 때 가정에서 느끼는 긍정적 정서 수준이 높아졌다. 직장에서 느끼는 직무 만족도가 낮을 때는 가정에서 느끼는 부정적 정서가 강해졌다. 반면 직원이 직장과 가정에서 본인의 역할을 구분하고 분리할수록 직무 만족도가 가정의 정서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재택근무 등 유연 근무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이 같은 제도가 직원의 태도와 복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직원이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은 직원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리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가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보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직장-가정 상승효과(work-family enhancement)를 들 수 있다. 직장에서 받은 긍정적인 기분이 가정으로 이어지고 가정에서 받은 긍정적인 기분과 태도가 직장으로 이어지는 직장-가정 상승효과는 직장인이 가정과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보다 더 충실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은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할 때 삶이 풍요로워지고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정이라는 두 영역이 점차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과 가정 각각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과 긍정적인 측면이 서로 긍정적인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한다.

이승윤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syrhee@hongik.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직행태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경영학회 조직행태론 분과에서 수여하는 ‘최고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종업원의 감정 및 정체성, 사회적 네트워크, 팀 에너지 및 에너자이저의 효과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너자이저(2013)>가 있다.

.........................................................................................................

창조경제 시대, 기업이 원하는 창조인재는?

<아이뉴스24>

[박영례기자] 창조인재를 찾아라. 기업들이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이를 창조형 인재 확보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현 교육시스템으로는 이같은 창조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어서 주목된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잡코리아와 함께 총 1천23명의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70%(716명)가 창조인재 채용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전략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사적으로 창조인재 채용에 높은 관심과 노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

이번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형(30.8%, 중복응답 허용)'과 도전정신이 있는 '모험가형’(25.2%)'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융·복합형(24.6%) ▲전문가형(13.2%) ▲글로벌형(5.9%) 인재 등의 순이었다.

◆창조인재 선호 유형(왼쪽) 및 필요 분야



이는 우리 기업들이 추격형(fast follower)에서 시장선도형(front Leader)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이같은 '창조인재'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특히 전략·기획·경영(30.0%) 및 영업·마케팅·홍보(28.9%)분야에서 창조인재에 대한 기업수요가 많았다. 창조성과 가장 긴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연구·개발(R&D)(20.1%)은 세 번째 필요분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전경련은 "제품·서비스의 개발단계에서의 창조성 발휘도 중요하지만, 기업 영업활동 전 과정에서 창조인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이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 수요와 달리 현행 교육제도는 이같은 창조인재 배출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현 교육제도가 창조인재 육성에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충분하다고 답변한 기업은 전체의 13.7%, 140명에 불과했다. 부족하다는 응답은 이의 약 3배 많은 40.0%. 409명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부가 실무 중심의 맞춤형 교육(29.1%) 등을 통해 창조인재 육성에 노력해 줄 것을 희망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창조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창조인재 채용 확대와 함께, 정부도 교육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창조인재 양성을 적극 지원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기업 "창조인재,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전경련-잡코리아 기업 인사담당자 설문, 창조인재 채용 관심있다 70%]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창조인재 채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 교육제도는 창조인재 양성에 부적합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잡코리아와 함께 총 1023명의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70%(716명)가 창조인재 채용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형’(30.8%, 복수응답)과 도전정신이 있는 ‘모험가형’(25.2%)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융·복합형’(24.6%), ‘전문가형’(13.2%), ‘글로벌형’(5.9%) 인재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연구개발 분야 외에도 전략·기획·경영(30.0%) 및 영업·마케팅·홍보(28.9%)분야에서도 창조인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조성과 가장 긴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연구·개발(R&D)(20.1%)은 세 번째 필요분야로 조사됐다. 이는 제품·서비스의 개발단계에서의 창조성 발휘도 중요하지만 기업 영업활동 전 과정에서 창조인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행 교육제도는 창조인재 배출에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교육제도가 창조인재 육성에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충분하다고 답변한 기업은 13.7%(140명)에 불과했다. 부족하다는 응답은 충분하다는 응답에 비해 약 3배 많은 40.0%(409명)에 달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실무 중심의 맞춤형 교육(29.1%) 등을 통해 창조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창조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창조인재 채용 확대와 함께 정부도 교육시스템 개선 등으로 창조인재 양성을 적극 지원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대車, 하반기 대졸공채, 최대 30% 人性 보고 선발

스펙보다 사람 됨됨이

현대자동차가 인성(人性) 중심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 대학 성적과 영어 점수,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최대한 배제한 채, 사람 됨됨이만 장기간 따져보고 뽑는 전형을 따로 마련해 하반기 전체 대졸 채용 인원의 20~30%를 이 전형으로 뽑기로 했다.

현대차는 인성 중심의 새로운 채용 프로그램인 'The H'를 도입한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차는 "'모집-서류전형-면접-선발'의 틀에 박힌 기존 채용 방식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구직자가 기업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직접 젊은 지원 후보자들이 있을 만한 대학 캠퍼스 등을 찾아다니며 '캐스팅'한 뒤, 4개월간 다양한 인성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나서 최종 선발하는 구조다. 원석(原石)을 발굴하는 데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시 채용 상담센터를 개설하고, '친구 추천제도'도 마련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또 스펙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들이 자신만의 지원 동기나 남다른 사연을 올리는 '스펙 대신 이야기' 코너도 운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렇게 모집된 후보자들은 4개월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사 담당자들과 여행을 가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임원의 소규모 식사 모임에도 초대받는 등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이후 최종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으로 선발된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현대車 “공채의 20~30%, 인성평가로 선발”



■ 대학서 캐스팅… 새 채용제도 ‘The H’

[동아일보]

현대자동차가 학교 성적, 영어시험 점수,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고 ‘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신규 채용 프로그램 ‘The H’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차는 하반기부터 대졸 신입사원의 20∼30%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기존 채용방식은 원서접수→서류전형→인·적성시험→1차 면접→2차 면접→최종 선발 등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The H’ 프로그램은 캐스팅→모임 프로그램(약 4개월)→면접→최종 선발로 진행된다.

우선 현대차 인사 담당자들이 대학 캠퍼스 등 대학생들이 모인 곳을 찾아가 신입사원 후보를 발굴하는 ‘캐스팅’을 진행한다. 회사에 앉아 지원서를 받는 대신 인재를 직접 찾아 나서 채용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는 것이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 10여 명은 25일부터 2인 1조로 대학 캠퍼스, 대학가, 동호회 등 취업 준비생들의 생활 터전으로 흩어져 후보군 찾기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본사 인력의 현장 투입만으로는 인재 발굴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상시 채용 상담센터’ ‘친구 추천제’ ‘스펙 대신 이야기’(스펙이 저조한 지원자가 자신만의 사연이나 남다른 지원 동기 등을 현대차 홈페이지 등에 직접 올리는 것) 등의 발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대차 인사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The H 프로그램에 참여할 후보들 중 30∼40%는 인사팀이 직접 캐스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스팅된 후보들은 약 4개월간의 각종 모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사 담당자들과 근교로 여행을 떠나거나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현대차 임원과의 만남이나 직무 설명회, 소규모 식사 모임 등에도 참여한다. 현대차는 4개월 동안 후보자들이 보여주는 인성을 집중 평가할 예정이다. 후보자들이 학업이나 본인의 일을 하면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월 2회 정도 모임을 열 계획이다.

현대차는 모임 프로그램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지 않는 한 모든 후보자에게 최종 면접 기회를 줄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들은 불필요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새 채용 프로그램은 지원자들의 포장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과 인성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프로그램 운영 성과가 좋으면 향후 ‘The H’를 통한 채용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도와 관련한 문의는 현대차 채용 페이스북(www.facebook.com/hyundaijob)으로 하면 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차 파격 실험 … '길거리 캐스팅'으로 인재 뽑는다



'스펙' 아닌 100% 인성 위주 선발

대학 캠퍼스·주점 등 찾아가 발굴

온·오프라인으로 자천·타천할 수도

후보자들 '모임' 만들어 최종 선발

취업 준비생이라면 당분간 낯선 사람이 “시간 있느냐”며 접근해 와도 단칼에 거절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스터디 모임에서 열변을 토하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유심히 지켜본다고 해서 적대적으로만 대응할 필요는 없다. 도서관은 새벽에 일찌감치 들어갔다가 가능한 한 늦게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현대자동차의 인사 담당자들이 '월척'을 건져 올리기 위해 대학 캠퍼스 등에서 '암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25일부터 '길거리 캐스팅' 방식의 파격적 채용 방안인 'The H'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핵심은 인재의 접근을 기다리는 소극적 채용이 아니라 기업이 인재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 채용이라는 데 있다. 또 이른바 '스펙'이 아니라 100% 인성(人性) 위주의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용 과정은 총 3단계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는 캐스팅이다. 현대차 인사 담당자들이 대학 캠퍼스와 도서관, 학교 인근 주점 등 대학생들의 주요 생활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 후보자들을 발굴한다. 관찰 결과 훌륭한 인성을 보유했다는 판단이 드는 학생이 있으면 신분을 밝히고 'The H'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한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미 대학 캠퍼스 등으로 출동한 상태이며 7월 말까지 수시로 현장에 갈 예정이다. 채용 방식의 특성상 활동 지역과 시간은 비밀이다. '현장 요원'은 대략 20여 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 기준인 인성 판별법도 인사 담당자들끼리만 공유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가장 늦게 나가는 학생 같은 경우 쉽게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수의 인사 담당자들이 전국의 인재들을 모두 관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통한 자천·타천의 캐스팅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현대차는 상시채용 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한 취업 희망자 중 일부와 친구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지원자 일부를 함께 캐스팅할 방침이다. 스펙이 낮은 학생들이 그 이유와 스펙을 포기한 대신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적어내는 '스펙 대신 내 이야기' 공간을 운영해 글을 올린 지원자 중 일부도 선발할 예정이다.

 캐스팅이 끝나면 8월부터 11월까지는 해당 학생들을 모아 한 달에 두 번 꼴로 '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사 담당자들과의 근교 여행이나 봉사활동, 소규모 식사 모임 등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임원들과의 만남 및 직무 설명회 등 심층 상담도 병행할 예정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그동안 지원자들의 인성과 직무적합성 등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 단계가 끝나고 12월이 되면 최종 면접이 진행되면서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우리 사회는 스펙을 쌓기 위해 일부러 특이한 경험을 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왜곡된 스펙 지상주의 사회”라며 “인성이 가장 중요한 인재 선발 기준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채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The H' 프로그램을 통한 선발인원을 미리 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

기술+인문학 … 창조적 융합이 시장 선도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설립 1년, 다양한 활동

창의융합 콘서트 내달 재개

대학생들 위한 교재도 제작

기술인문융합창작소는 기술·인문 융합 시대에 대응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4월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같은 해 9월 서울 동숭동 기술인문융합창작소에서 열린 '창의융합콘서트'에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사람들은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구입합니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소극장처럼 마련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내용은 'IT와 인문의 융합'으로, 대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있는 박진우 디자이너가 강연자로 나섰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들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공학도·교수·산업기술 연구개발(R&D) 관계자 등 이공계 인재들이다. 기술인문융합창작소가 주최하는 '창의융합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인문계와 이공계를 넘나드는 창조성이 경쟁력인 시대다. 아이폰과 페이스북 이후 인문학적 감성이 깃든 R&D 사업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단지 기술기업이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기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하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설립했다. '추격형 R&D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의적인 선도형 R&D의 기반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만든 연구기관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 공동연구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남식 계원예술대 총장이 창작소 설립 이후 쭉 소장을 맡고 있다. 연구 인력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네 명, 한국전자통신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한 명씩 파견돼 총 7명이다.

 이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창의융합콘서트다. 이공학 전문가와 인문학 전문가 간의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지식콘서트다. 같은 주제를 두고 인문학자와 이공학자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지난해 아홉 번 열린 콘서트에는 450여 명이 참석했고 전용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도 1만5000여 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올해는 7월 시작할 예정이다.

 콘서트 외에도 창작소는 문화관광부·산업융합지원센터 등 유관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기술·인문 융합을 기반으로 의제를 기획한다. 쌓아놓은 융합지식 자료도 2000건이 넘는다. 올해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공계 대학생들을 위한 융합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을 대상으로 '융합 워크숍'도 열 계획이다. 올해 예산으로는 총 21억원이 책정돼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술과 인문의 융합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2011년 채용인력 6000명 중 5000여 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운 이후 지금까지도 인문학 전공자 채용에 적극적이다. 인텔은 디자이너·심리학자·소설가·공학자로 구성된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를 설립해 IT와 인간의 소통방식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이공대생을 대상으로 ST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TS는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사회(Society)의 줄임말로 이 세 가지가 현대생활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이다. 미국의 신흥명문 올린공대도 AHS(Arts·Humanities·Social Science)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또 밥슨칼리지 경영대학원(MBA)과 공동으로 연구 및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등 융합연구소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다. 그러나 산업계 등 외부의 관심이 적고 연구교류 활동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 밖에 국내 융합 관련 전담기관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서울시크리에이티브랩이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창작소 관계자는 “국내 융합기관 간의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해 성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대 다니며 디자인도 공부 … 다양한 관심 잘 융합해야 경쟁력"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6-26 00:36 | 최종수정 2013-06-26 06:06 기사원문

GE 혁신왕 김호승 엔지니어

김호승“본사 사람들 모아놓을 테니 미국으로 와서 직접 설득해 보시죠.”

 2011년 6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고위 임원이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엔지니어 김호승(42) 부장을 찾아와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당시 GE의 주력 제품인 양문형 냉장고에 부착될 액정화면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초기 아이디어가 개발단계를 거치면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꾸준히 본사에 전달했다. 본사 임원의 제안에 따라 미국 GE 가전사업부로 건너간 김 부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하드웨어 개발단계를 거치면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를 컴퓨터로 간단히 예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 덕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양면형 냉장고 액정화면 개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 예컨대 냉장고에서 나는 알림음은 냉장고를 신경 쓰고 있는 주부의 귀에는 쏙 들어오지만, 집을 방문한 손님은 인지하기 어려운 종류의 음향을 찾아내 적용했다. 얼음제조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애니메이션도 과거보다 한결 부드럽고 화려해졌다. 이렇게 '한국인 김 부장' 방식대로 생산된 액정화면은 GE의 양문형 냉장고에 장착돼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갔다. 김 부장은 “뒤늦게 경력직으로 입사한 '굴러온 돌'의 제안이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도전하고 제안하면 윗사람까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

‘주차시비’ 中企… ‘현지 맞춤설비’ 수출로 대박 이끌다



한화-동양메닉스 아이디어 공유, 싱가포르-태국서도 잇달아 수주

[동아일보]

주차설비 전문 업체 동양메닉스는 2007년 매출액이 200억 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었다. 국내에서 차근차근 실적을 쌓았지만 해외에선 소규모 프로젝트를 서너 건 수행한 게 전부였다. 그러던 이 회사의 매출액이 지난해 28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주차설비 50억 원어치를 해외에 수출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400억 원, 수출액 1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동양메닉스는 다음 달 1일 경남 거창군에 4만6000m² 규모의 신규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빌려 쓰고 있는 현재 공장(경기 김포시)의 5배 크기다.

이 회사의 드라마틱한 성장은 한 상사맨이 우연히 겪은 ‘주차 시비’에서 시작됐다. 2007년 8월 ㈜한화 무역부문의 모스크바 주재원이었던 이용경 부장(45)은 신규 수출 계약 건으로 거래처를 찾아갔다. 미팅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멀끔하게 차려 입은 40대 러시아 남자가 자신을 한껏 노려보는 게 아닌가. 그제야 1시간 전 한국에서처럼 기어를 ‘중립’에 놓고 가로주차를 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러시아인은 “당신 차가 내 차를 가로막아 30분 이상 기다렸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냥 차를 조금 밀면 되지 않나’란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일단 사과를 하고 차를 뺐다.

찜찜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온 이 부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 스쳐 지나갔다. 러시아는 국토가 넓지만 200년, 300년 된 옛 건물들이 많아 지하주차장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도심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 역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 한국식 주차설비를 러시아에 도입하면 돈이 되겠구나!’

이 부장은 곧바로 한국 본사를 통해 주차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수소문했다. 마침 한화에 주차설비를 공급한 적이 있는 동양메닉스를 추천받았다. 이 부장은 심재덕 동양메닉스 사장(46·당시 영업본부장) 등을 러시아 현지로 불러 수출 전략을 함께 짰다.

두 회사가 처음으로 수주한 것은 2008년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신축 호텔과 계약한 44대 규모 주차설비(수주금액 약 12억 원)였다. 두 회사는 이후 러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해외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한화는 해외 주재원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한편 현지 주차설비 운용 및 사후서비스를 맡을 회사를 섭외했다. 동양메닉스는 한국에서 현지 상황에 맞는 최상의 주차설비를 만들어 보냈다.

동양메닉스는 지난해 60명 안팎이던 본사 직원 수를 올해 80명으로 늘렸다. 거창 신축 공장도 벌써 35명의 직원을 뽑았고, 생산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6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심 사장은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해외 마케팅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며 “한화라는 파트너를 만나 협업을 하면서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기업 출원 여러 건 특허, 원스톱 심사로 기간 단축



■ 특허청 ‘손톱밑 가시’ 뽑는 창조경제전략 발표

[동아일보]

내년부터는 한 개의 제품에 대해 여러 건의 지식재산권을 동시에 출원하면 지재권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특허청이 한 번에 심사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심사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은 특허 출원 및 등록과정에서의 ‘손톱 밑 가시’를 뽑고 2017년까지 1500개의 중소기업을 ‘지식재산권(IP) 스타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 5개년 계획을 25일 발표했다.

우선 고품질 지재권을 창출하기 위해 특허 심사과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기업이 한 제품에 대해 특허나 상표권, 디자인권 등 다수의 지재권을 출원하는 경우 출원인이 원하는 시점에 한 번에 묶어 심사하는 ‘일괄심사 제도’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특정 제품에 대해 여러 개의 특허를 한꺼번에 출원하면 지재권 종류별로 심사시기가 달라 오랜 기간이 걸렸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여러 지재권을 동시에 취득하게 돼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특허청은 내다봤다.

일반 지재권 심사기간도 단축해 현재 평균 13.3개월 걸리는 특허와 실용신안의 심사기간을 2017년까지 10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상표와 디자인 심사기간도 8.3개월에서 각각 3개월, 5개월로 단축할 예정이다. 출원 단계에서 특허명세서의 형식적 오류를 자동으로 점검해 실수를 막는 ‘스마트명세서 작성·진단시스템’도 도입한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심사관이 단순히 심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출원인과 상담을 통해 적정한 권리범위를 설정해주는 등 지재권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전국의 주요 지역별로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 1500곳을 ‘IP 스타기업’으로 선정해 3년간 맞춤형 지원을 한다. 이미 지난해까지 468개를 선정했다. 또 현재 100여 개에 불과한 지식재산 서비스 전문기업을 2017년까지 200개 수준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및 지식재산 서비스기업에 대한 투자, 융자 등 금융지원 규모를 지난해 6241억 원에서 2017년 1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검찰, 경찰 등과 연계해 기술탈취 원스톱 서비스 체제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재권 분쟁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대-중소기업 지재권 분쟁 공동협의체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지식재산을 창출하고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소비자 가전, 한국서 성공 땐 전 세계서 통해"



덴마크 명품 오디오회사 '뱅앤올룹슨' 맨토니 CEO

압구정동 매장 매출 세계서 5위

한국 소비자들 수준 매우 높아

튜 맨토니 뱅앤올룹슨 최고경영자(CEO)가 25일 서울 압구정동 플래그십스토어에서 홈시어터 '베오랩 14'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뱅앤올룹슨]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롤 모델로 이 회사를 꼽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이 회사의 헤드폰이 갖고 싶어 사진을 잘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며 “이 회사 제품 감상을 취미로 삼기도 했다”고 말했다. 1925년 피터 뱅과 스벤 올룹슨이 세운 음향기기 회사 뱅앤올룹슨을 두고 한 말이다.

 뱅앤올룹슨은 88년간 오디오·스피커를 비롯해 TV·홈시어터를 만들어온 덴마크 명품 전자회사다. 스피커 한 쌍 가격이 보통 700만~2000만원이다. 최고가 제품인 '베오랩5'의 경우 스피커 한 쌍에 3000만원을 웃돈다.

그런 뱅앤올룹슨이 25일 최신 보급형 홈시어터 신제품 '베오랩 14'를 국내에 출시했다. 서브우퍼 등 스피커 6종을 포함한 5.1채널 홈시어터 가격이 598만원이다. 그간의 제품 가격에 비하면 파격이다. 이에 대해 튜 맨토니(38) 뱅앤올룹슨 최고경영자(CEO)는 “더 다양한 고객이 우리만의 명품 음향기기를 경험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베오랩 14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울 코오롱갤러리에서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 한국 시장에 대한 첫인상은.

 “한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압구정동 플래그십스토어는 전 세계 650개 스토어 중 다섯째로 매출이 많은 곳이다. 또 한국 소비자는 수준이 매우 높다. 한국의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입증받는 것과 같다. 삼성·LG 등의 제품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뱅앤올룹슨 고객의 80%는 남성인데 비해 한국은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 최근 유럽 이외의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홈구장이라고 할 만한 유럽 시장의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고객들이 침대 밑에 현금을 쟁여 놓은 채 지갑을 닫았다. 사실 뱅앤올룹슨은 언제나 '틈새(niche) 브랜드'였다. 대량으로 생산한 적이 없고, 대량 생산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매년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의 판매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비유럽권 성장 시장이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9% 성장했다.”

 - 이번 제품은 보급형이다. 그동안 고수해온 '프리미엄 전략'이 바뀌는 것인가.

 “베오랩 14는 소형제품이다. 이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이 많다. 그러나 베오랩 14는 예술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로 디자인이 탁월하고 성능도 좋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 알루미늄 하나를 통째로 써 용접선이 없다. 겉에서 보면 나사 하나 찾을 수 없다. 우리가 갖고 있던 최고 수준의 기술을 경쟁이 심한 시장에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우리 보고 '미쳤다'고 한다.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제품을 테스트하기 때문이다. 온도와 습도, 진동 테스트 모두 극한의 영역에서 진행된다. 우리 제품은 대부분 고객이 돈을 모으고 모아서 사는 고가 제품이다. “꿈을 이룬다”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원활한 제품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집착할 수밖에 없다. R&D를 하면서 우리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토론을 거듭한다. 성능을 위해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고 특별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협업'의 기업 철학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

..........................................................................................................

[비즈&라이프] 회사가기 싫다는 직원에게 "내 차 보내줄까 ㅋㅋㅋ" 트윗 날리는 회장

CEO 오피스

친구처럼…옆집 아저씨 처럼…박용만 두산 회장의 친화경영


지난해 12월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두산그룹 출입기자 송년회. 폭설로 교통이 마비됐던 그날 저녁,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 연세대 경영학부생을 상대로 한 강의를 마치고 달려왔다고 했다.

박 회장의 등장으로 송년회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스탠딩 뷔페로 진행된 행사에서 박 회장은 출입기자들은 물론 두산 임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얼마 전 다녀왔다는 미얀마 출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털어놓다가도 주위 사람의 의견을 들을 때면 놀랄 만큼 진지해졌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드러난 자리였다.

‘소탈함’은 박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오너 경영자인 데다 경영 능력을 갖춘 덕분에 박 회장의 소탈함은 오히려 강한 리더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소탈+친근’의 리더십

두산웨이 1 <박 회장은 취임 한 달째인 작년 5월 그룹 임원들을 제주도로 불러 2박3일간 워크숍을 가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Is it the Doosan Way?(과연 이것이 두산다운 방식인가?)’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래시계를 모든 임원들에게 선물했다. 그러고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면 모래가 흘러 내려가는 3분 동안만이라도 두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는지를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소탈한 박 회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회사 가기 싫다. 출근시간 지났는데 이불 속에서”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신입 직원에게 그가 “내 차 보내줄까? ㅋㅋㅋ”라고 댓글을 단 것은 한동안 화제가 됐다.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대기업 회장은 네티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로 올해의 광고 카피라이터상까지 받은 그는 직원들을 존중한다는 마음을 직접 드러내려고 애쓰는 경영자다. 지난 3월 서울 장충단로 두산타워에서 임직원과 가족들을 초청해 연 ‘박용만과 함께하는 봄을 맞는 저녁’ 콘서트에선 사회를 직접 봤다. 그 자리에서 박 회장은 “하루의 70% 이상을 함께 보내는 임직원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고 임직원 가족들 역시 모두 두산 가족”이라고 했다.

두산웨이 2 <두산이 기존 인사고과와 서열화 방식을 없애고 개인별 역량 육성에 초점을 둔 파격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사람 중시의 경영을 실천하려는> 취지였다. 내부적으로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직급을 없앤 두산은 이달 초 점수에 따라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진퇴의 순간을 아는 경영자

두산의 주력은 ‘딱딱한’ 중공업이다. 박 회장은 딱딱한 비즈니스를 부드럽게 푸는 최선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에 고객 배려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은 2010년부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4대 메이저 골프대회의 하나인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에 유럽과 중동 등의 고객사 관계자들을 초청해왔다.

박 회장은 (주)두산 회장이던 2011년 7월 초청 고객이 묵을 호텔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워낙 유명한 골프대회이다 보니 숙소가 동난 것이다. 아연 긴장한 박 회장은 “크루즈선 한 대를 빌려라”고 지시했다. 대회가 열리는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이 도버 해협과 가깝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크루즈선을 숙소로 이용한 고객들은 두산의 배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두산 임직원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소비재와 달리 중공업에서는 구매를 결정하는 소수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박 회장의 영업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박 회장은 1982년 두산건설 평사원으로 시작했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강력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두산을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등 글로벌 인프라 지원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게 그였다.

박 회장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2007년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현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인수를 주도했다.

줄곧 사업을 확장해온 박 회장은 최근 들어 ‘내실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면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건설에 1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소탈하지만 좌고우면하지 않는 과감한 박 회장의 리더십이 보수적인 두산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리카싱, 유럽 알짜기업 사냥 잰걸음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84ㆍ사진)이 스페인 최대 이동통신업체 텔레포니카의 아일랜드 사업부를 사들였다.

앞서 리카싱 회장은 프랑스텔레콤의 자회사를 인수하고 이탈리아 통신업체의 최대주주가 되는 등 글로벌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통신기업들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막대한 현금을 쥐고 통신뿐 아니라 가스공급기업과 폐기물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럽 기업 인수ㆍ합병(M&A)에 손을 뻗치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 회장이 소유한 허치슨왐포아그룹이 스페인 텔레포니카의 O2 아일랜드를 11억2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텔레포니카는 영국 보다폰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이동통신업체였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로 실적이 부진해졌다. 순부채가 510억유로(약 77조원)로 시가총액을 웃도는 위기 상황이다.

리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텔레콤의 오랑주 오스트리아를 17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WSJ는 리 회장이 이탈리아 통신업체 텔레콤이탈리아의 최대주주가 돼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리 회장의 전략이 비교적 규제가 잘되어 있고 성숙한 시장에 진출해 안정적인 현금수입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리 회장은 홍콩 내에서 사업을 확대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해외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리 회장은 지난해 영국 가스 공급망의 4분의 1을 장악한 웨일스앤드웨스트유틸리티(WWU)를 10억달러에 인수하고 최근 네덜란드 폐기물업체 RAV워터트리트먼트도 13억달러에 사들였다.

리 회장은 부동산투자회사인 청쿵실업과 14개국에서 항만과 통신 사업 등을 하는 허치슨왐포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거느린 22개 기업의 시장 가치는 8500억홍콩달러(약 128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리 회장의 자산은 300억달러(약 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진 기자]


.........................................................................................................

브라우저, 구글ㆍMS 격차 커졌다



점유율 크롬 40% 돌파ㆍIE는 27%대 추락… 스마트폰 영향

지난달 전세계 브라우저 시장점유율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간 희비가 엇갈렸다. 구글 크룸은 출시된 이후 최초로 40% 점유율을 넘어서 인터넷익스플로러와 10%가 넘는 차이를 기록했다. 반면 인터넷익스플로러는 점유율이 30%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운영체제, 브라우저 점유율을 조사하는 스탯카운터(www.statcounter.com)에 따르면 올 초 30% 중반이었던 크롬 점유율은 5월 들어 40%를 넘어서 6월 42%까지 높아졌다. 반면, 30%대를 유지하던 익스플로러는 27%대로 하락했다. 파이어폭스도 지난해 20% 중반에서 19% 대로 떨어졌다.

최신 브라우저나 운영체제 출시 시점에 따라 점유율 변동은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 크롬과 익스플로어의 격차는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점유율 변화는 스마트폰 이용 확대가 자연스럽게 PC 사용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경우 PC에서 익스플로러보다 스마트폰과 동일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크롬을 택한다는 것이다.

한 PC업계 관계자는 "크롬의 경우 구글 계정에 접속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지메일, 구글맵, 구글 독스 등 구글서비스와 즐겨찾기 등을 PC에서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라며 "특히 지메일 등 일부 서비스 경우 크롬에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MS가 윈도8을 출시하면서 함께 공개한 `익스플로러10(IE10)'이 예상보다 호응이 낮은 것도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E10은 터치 기능을 적용하고, 검색엔진 빙, MSN 메신저와 연동 기능을 강화했지만 윈도8 자체가 이전만큼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해 IE10의 신기능 역시 부각되지 못했다.

반면 국내 시장만 한정해 볼 때 IE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이달 국내 브라우저별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IE는 국내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고, 크롬은 23%로 3분의1 수준이다.

한국MS 관계자는 "시장조사업체의 조사대상, 방법에 따라 점유율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다른 조사업체에서는 IE가 여전히 크롬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편, 모바일 브라우저 부문(전세계)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26.61%, 아이폰이 21.82%, 오페라가 18.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근기자 bass007@
.................................................................................................

“SW융합ㆍ업계 협력으로 `혁신바람` 불어넣자”



자동차-조선-국방 등 다양한 산업 융합단계 발전

정부도 농축산ㆍ식료품 정보서비스등 발굴 `앞장`

SW-산업계 윈윈모델로 부가가치 창출 힘모아야


■ SW가 미래다

2010년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자동차 업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본업인 인터넷 검색 포털을 넘어 소프트웨어(SW)로 움직이는 자동차인 `무인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 운전자 조작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무인자동차를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IT기업이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업계는 들썩였다. 이제 SW는 산업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서게 됐고, SW를 융합한 제품들은 이전 기업들이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혁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 산업 혁신 이끄는 키워드 `SW융합'=SW융합이라는 용어는 전세계 공통어가 아니다. 세계는 구글의 무인자동차처럼 다양한 기기에 SW를 결합하는 활동을 컨버전스 또는 인포매틱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한다. SW융합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독특하게 자주 사용되고 있는 용어다. 우리나라 정부와 학계에서 얘기하는 SW융합은 `SW가 기반이 되고 산업 전반에 SW가 들어가서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의미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SW융합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정의에 포함된 산업이 골고루 발달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IT열기가 뜨거워지면서 IT 산업과 개발에 집중된 시선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 조선, 국방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되는 융합단계로 발전했다. SW융합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던 국내 기업들에게 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킴은 물론 SW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신 개념으로 등장했다. 당시 맥킨지는 2010년까지 자동차 분야 혁신 요소 중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72%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고, 항공우주연구원도 1000억원짜리 F-15K 한대 가격 중 SW가치가 500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발표하는 등 전 산업에 있어 SW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었다. 그동안 국내 산업이 도로, 철도, 항만 등 하드웨어 위주로 투자가 국한돼 SW를 활용한 기능의 고도화나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이 미흡했다는 정부의 판단도 더해져 SW융합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SW와 접목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와 융복합 신제품의 창출 여부가 미래 산업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본격적인 SW융합 산업 투자와 확산에 나선다.

◇지난 5년간 SW융합에 올인..업계간 협력 도모해야=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 모바일, 전자, 자동차, 기계, 조선 등 5대 제조업과 의료, 환경, 치안 등 국민생활형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SW융합을 지원해왔다. 정책을 시행한 첫해인 2008년에는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 제조사들을 직접 찾아가며 SW융합을 적극 알렸다. 특히 임베디드 SW 분야를 자동차, 의료,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대표적인 SW융합 사례로 들며 한해에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농축산ㆍ식료품 원산지정보 서비스 △기업유해물질 정보관리 서비스 △교통정보 종합 서비스 등 다양한 SW융합 서비스도 발굴해 냈다. 앞으로 산업 혁신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전략분야는 별도로 SW핵심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가 지난 5년간 SW융합에 올인 했지만 시장 상황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임베디드 SW 분야는 자동차, 국방, 조선 등 굵직한 제조 산업이 대거 포진해 있지만 대부분 외산 SW를 사용하는 등 국산 SW 적용사례가 적어 시장에 큰 효과를 주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온라인 맞춤의류 제조ㆍ판매 서비스 플랫폼도 개발했지만 산업에 적용되지 못하는 등 핵심 SW기술이 개발돼도 상용화 앞에서 좌절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에너지 분야도 스마트그리드를 강조하며 정부가 제주실증단지를 구성해 관련 SW제품 육성에 나섰지만 이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곳들은 극히 일부다. 헬스케어 역시 KT, SKT 등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SW업체들이 설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업계는 SW융합이 자리잡고, 더불어 SW업계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SW업계와 다양한 산업계 간 서로의 산업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SW가 점차 다양한 산업의 핵심 역량으로 언급됨에 따라 SW융합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노병희 아주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장은 "우리나라 산업이 HW를 중심으로 형성되다보니 여전히 SW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경우가 많다"며 "SW업계도 산업을 이해하고, 산업계도 SW를 이해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업계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

“스마트폰 쓰니 화훼농사 한결 쉽수다”

백합 키우는 제주 양홍찬씨의 디지털 농사記

이전엔 하루에 수차례나 비닐하우스 직접 찾아 상태 점검

‘SKT 스마트팜’으로 즉시 확인… 스마트폰 직거래도 계획
“비가 와도 걱정, 벳 나도 걱정, 백합이 기온에 민감하우다. 농사를 그르칠까봐 하루에도 몇번씩 비닐하우스에 강바사했주마는 지금은 경안해도 됍주. 이 조그마한 기계 덕분이죠.”

2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인적 드문 외딴 곳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양홍찬(57)씨가 알 듯 말 듯 한 사투리를 섞어 쓰며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스마트폰과 함께 불어닥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양씨의 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양씨의 집은 비닐하우스에서 약 15㎞ 떨어진 서귀포 강정마을. 집 근처에서 한라봉도 키우고 있는 그는 백합이 기온에 민감해 농사를 망칠까봐 전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비닐하우스를 찾아야 했다.

백합은 섭씨 15∼26도 사이에서 잘 자라는데 기온이 과도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농사를 아예 망칠 수도 있어 비닐하우스 지붕을 열거나 닫아 온도를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온에 따라 지붕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자동화설비를 갖췄지만, 가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양씨는 “자동 개폐 시스템만 믿다가 수박 농사를 완전히 망친 주민도 있다”고 했다.

노심초사하던 그의 근심을 덜어준 건 SK텔레콤의 ‘스마트팜’ 서비스다. 스마트팜은 자동화설비가 장착된 비닐하우스에 두꺼비집보다 조금 큰 사물통신 모뎀이 내장된 제어·모니터링 컨트롤러를 단 후 스마트폰으로 천정을 개폐하고, 현장 영상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ICT 서비스다.

간단해 보이는 이 서비스 덕분에 양씨의 삶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전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비닐하우스에 가봐야 했지만 요즘엔 스마트팜 덕분에 일주일에 3∼4번만 찾는다. 양씨는 “일손을 던 만큼 더 많은 면적의 경작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편해졌어요” 제주 서귀포시 인덕면 상창리의 백합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21일 양홍찬씨(왼쪽)가 아내 고정숙씨와 농작물을 돌보다가 스마트팜 앱이 작동 중인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제주 지역에는 SK텔레콤과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15개 농가에 스마트팜이 설치돼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신양수 농업환경담당은 “젊은이들이 농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되면 낙후된 농업을 다른 산업과 같은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출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제주 영농정보’도 현지 농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사에 꼭 필요한 날씨 정보를 얻거나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는 앱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영농 상담 건수는 PC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이처럼 농촌의 스마트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 우리 농촌의 스마트화는 수년째 걸음마 단계에 놓여있다. 일부 통신 기업이 스마트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정부 지원이나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 까닭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농업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논밭의 생육환경에 관한 데이터 등을 수집해 작업량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트랙터 생산 비중이 전체 트랙터의 30%를 넘었다. 아르헨티나의 한 농산물 유통업체는 과거 및 농산물 가격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앱을 내놨고, 미국의 농작업 자동화 전문회사인 프레스코는 농장주가 작업일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퓨어센스’라는 앱을 선보였다.

양씨는 “농촌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화훼 직거래 앱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화훼 농가의 국내 유통은 전량 서울 양재동 꽃 도매시장에서 이뤄진다. 제주도에서 생산된 꽃이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제주도 꽃집으로 공급되는 구조로 유통비가 많이 들어 농가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

양씨는 “꽃농사를 하는 누구도 직거래를 어떻게 하는 줄 모르고 시도도 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바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주문도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게 ‘창조경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창조경제’ 정책의 하나로 올해 농촌 스마트화 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적극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제주=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화웨이회장 도발.."삼성 1등, 돈쓴 마케팅 덕"

“(우리도) 삼성처럼 마케팅과 브랜드 제고에 엄청난 돈을 쓴다면 모두가 살 것이다...삼성 갤럭시S4는 단지 그저 그런 폰(just a so-so smartphone)이다... 애플은 최신 업데이트에서 애플은 휴대폰을 매우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배운다면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현재 미끄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보다 더 높이 날고 싶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창 뜨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리처드 유 회장이 이같은 독설로 세계 스마트폰 1,2위 삼성과 애플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1위가 되려는 강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3일자(현지시간) 리처드 유 화웨이회장과의 인터뷰기사에서 유회장이 이처럼 호되게 스마트폰 1,2위인 삼성과 애플을 두들겼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 인터뷰에서 보여준 유회장의 태도에 대해 ‘거물을 공격해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한창 뜨는 래퍼’로 비유했다.

텔레그래프지 기자는 리처드 유 회장이 자신의 삼성 갤럭시S4 단말기를 보고는 “우리는 최고의, 가장 아름답고,얇은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싶다.이건 훨씬 두껍다”며 “우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리처드 유 화웨이 회장이 삼성과 애플을 향해 독설을 던졌다. 삼성의 갤럭시S4는 그저그런 폰이고 삼성이 1등에 오른 것은 마케팅의 덕이라는 도발적 발언을 했다. 애플은 미끄러지고 있어 그대로 따라하면 이들을 앞설 수 없다고도 했다. <사진=씨넷>
유회장은 세계1위인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에 대해 “고사양폰에 있어서는 삼성은 엄청난 돈을 갖고 마케팅과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제품품질이 얼마나 좋은지 상관않고 항상 사게 된다”는 도발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애플에 대한 독설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애플이 최근 업데이트를 하면서 휴대폰을 아주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배운다면 우리는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들은 이제 미끄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높게 날고 싶기 때문이다...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가장 얇은, 최고의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구글조차도 리처드 유 회장의 독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는 구글에 대해 “...안드로이드OS가 보다더 사용자 친화적이길 원하며 그래서 많은 제품을 향상시켰다”면서도 “구글은 엔지니어에겐 좋지만 소비자에겐 좋지않다. 좀 복잡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리처드 유회장이 독설만 쏟아낸 것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업계의 실상에 대한 진지하고도 면밀한 트렌드 분석과 함께 스마트폰 1등자리에 대한 도전의지를 드러냈다.

▲리처드 유 회장의 말대로 화웨이 어센드 P6의 두께는 6.18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다. 지난 주 런던에서 발표됐다. <사진=씨넷>
▲화웨이 회장은 삼성과 애플에 대한 독설만 한 것은 아니다. 10년전에는 노키아가 1등이었으며 이 역동적인 시장에서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사진은 삼성의 갤럭시S4. <사진=씨넷>
그는 “우리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그렇게 쓸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다. 과거에 최고의 스마트폰은 노키아제품이었다. 그리고 나선 애플이었고, 이후엔 삼성제품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최고인가? 산업계는 아주 역동적이어서 아무리 성공했다 하더라도, 현재 넘버원이라도 내일에도 일등이 되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10년 전에는 노키아가 1등이었다. 얼마나 빨리 (1등)자리가 바뀌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도 던졌다.

애플에 대해서는 “모든 성장동력(모멘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삼성이지만 화웨이가 진정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요인인 ‘스마트(cool)’를 주도하는 것은 애플”이라는 말로 애플(의 혁신성)을 마음에 두고 있음도 내비쳤다.

유회장은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애플에 대한 실마리도 풀어 놓았다. 그는 “중국에선 큰 화면의 휴대폰이 선전하고 있다”며“아시아인은 큰 휴대폰을 더 좋아한다. 신사들은 아이패드미니를 주머니에 넣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의 스파이활동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미국정부 등의 비난과 혐의를 의식한 듯 자사가 정치적 싸움에 말려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웨이 는 단지 통신장비를 팔 뿐”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오는 2015년까지 삼성,애플에 이어 명실상부한 스마트폰 빅3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어센드P6 발표회엔 삼성, 애플처럼 전세계 기자들을 초청했다.

리처드 유회장은 화웨이가 신시장을 추구하고 있음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여성용 폰,패블릿 등 다양한 크기의 단말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고품질 지재권' 창출"



특허청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 발표

[대전CBS 조성준 기자] 내년부터 같은 제품군의 특허, 상표, 디자인을 함께 심사하는 '일괄심사제도'가 도입되고, 특허청 조직도 융복합 심사조직으로 개편된다.

또 오는 2015년까지 특허.실용심사 처리기간이 현재 13.3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되고 2017년까지 '지식재산(IP)스타기업' 1천500개가 육성된다.

김영민 특허청은 2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5개년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고품질 지식재산권으로 개발해 이를 활용하고 사업화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종합전략을 보면, 특허청은 국제화 시장에서 통하는 '고품질 지식재산권' 창출을 위해 기존의 단편적인 심사 품질 제고 노력에서 벗어나 '출원-심사-등록 전 과정에 걸친 종합적인 지재권 품질' 시책으로 방향을 바꿔 'STAR 특허'를 창출하기로 했다.

국내외 특허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강하고 품질 높은 지재권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의 제품에 다수의 특허가 출원되는 경우 개개의 특허, 상표, 디자인 출원 별로 심사 시기가 다른 현행 제도를 바꿔 동일 제품군 등에 대한 다수의 지재권 출원을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함께 심사하는 '일괄심사 제도'가 도입된다.

기술 융복합 추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술분야별로 편제된 특허심사조직을 1977년 특허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융복합 심사조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빠른 권리획득으로 기업의 신속한 사업화 지원을 위해 심사처리기간 단축도 병행된다. 특허?실용 심사처리기간은 2015년까지 10개월로 단축하고, 상표는 2017년까지 3개월, 디자인은 2015년까지 5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지식재산권 획득까지 지원하는 '국민행복기술' 사업을 추진하고, 고부가가치 지식재산권 창출 지원을 위해 지재권 중심의 연구개발을 정부와 민간에 확산시킬 예정이다.

우수한 지재권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리고 지식재산 서비스 분야의 전문기업 200개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유망 중소기업 1천 500개를 지식재산 스타기업으로 선정,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상호 협력해 기술탈취 방지 원스톱(One-Stop)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는 등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정한 지식재산 환경도 조성한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기존 지식재산 정책이 지식재산의 창출 확대, 보호 강화, 활용 제고라는 지식재산 자체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이번에 마련한 전략은 창조경제 생태계 관점에서 지식재산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은 이날 기자브리핑을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하면서 중소기업 청년 창업가 등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답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

‘사람책’이 경험전수, 밥상서 취미나눔…공동체가 움튼다



[한겨레] 공유경제가 뜬다 ⑥ 경험·취미

사소할 수 있지만 남들이 모르는 경험과 지식은 혼자 알고 있기에 너무 아깝다. 관심사와 취미도 홀로 누리기보다 주변과 나눌수록 커지고 풍성해진다. 이런 나눔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들면 공동체의 결속과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제 차가 12년 된 중고인데, 이번에 미션(변속기) 쪽 수리비가 많이 나왔어요. 차를 바꿀까 고민이에요.” “충분히 더 탈 수 있습니다. 대신 환기를 자주 해야 해요. 엘피지 차량은 정비를 오래 안 하면 가스가 실내에 유입되거든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정보도서관 지하 1층 ‘사람도서관’(humanlib.or.kr). 오래된 승용차를 놓고 고민중이라는 김지훈(33)씨가 자동차정비사 자격증이 있는 정성우(43)씨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에는 김씨 등 노원구 주민 6명이 셋씩 짝을 이뤄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차량관리·요리비결·재테크술 등

이웃이 ‘사람책’ 되어 전달해줘

밥 매개로 한 관심사 얘기모임

자발적 참여자들 늘어 활성화

공유 바탕으로 수익 창출하고

넓어진 관계망은 공동체 결속 효과


옆 탁자엔 여성 셋이 모였다. 인터넷 블로그의 글을 엮어 요리책을 낸 김인미(44)씨가 결혼 2년차인 김현혜(31)씨와 이제 겨우 결혼 두 달이 된 배옥례(31)씨에게 요리법을 알려줬다. 김치찌개와 매운탕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 같은 것들이다.

얼핏 보면 이제는 흔해진 ‘재능 기부’와 비슷했다. 하지만 정씨와 배씨는 ‘잘나가는’ 전문가가 아니라 노원구 이웃들이었다.

■ 경험·지식 나누는 ‘사람책’ 서울 노원구가 지난해 2월 시작한 사람도서관 사업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려는 시민이 자신을 ‘사람책’으로 등록하면, 회원들이 등록된 사람을 1시간 동안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만남 주선’ 프로그램이다. 이런 만남을 책에 비유해 ‘대출’이라 부른다.

자동차를 잘 아는 정성우씨도 사람도서관 출범 때 자신을 사람책으로 등록했다. 이날이 두번째 대출이다. 정씨는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인미씨는 “대출을 원하는 분들께 요리,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드린다. 지난달엔 스마트폰을 구입한 할머니에게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할머니가 ‘새 세상을 만났다’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곳이 지역구인 안철수 국회의원(무소속)도 사람책이 됐다. 안 의원처럼 찾는 이가 많으면 다른 곳에서 강연회를 연다. 지금까지 1048명이 사람도서관에서, 2524명이 강연회를 통해 사람책을 무료로 대출했다. 반찬 만들기 요령이나 청소년 심리상담에서부터 경제 컨설팅, 늦깎이 공무원 도전기를 들려주겠다는 이까지 350명이 사람책이 됐다. 양시모(51) 사람도서관 관장은 “80%가 지역주민인 노원구 사람책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소통 도구”라고 말했다.

사람도서관은 도서관이란 틀로 이웃간 소통과 공유에 활용한 사례로, 2000년 덴마크에서 시작된 ‘살아있는 도서관’ 사업을 본뜬 것이다. 덴마크의 사회운동가 로니 아베르겔이 음악축제에서 제안한 것이 전세계로 확산됐다고 한다. 국내에선 2010년 국회도서관이 시작한 이래 공공도서관, 대안학교, 시민단체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려왔다. 노원구는 이를 상설화한 것이다.

■ 함께 먹는 ‘집밥’ 지난 19일 점심때 서울 은평구 녹번동 옛 국립보건원 자리에 들어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선 센터 활동가 고유선(23)씨의 제안으로 ‘집밥’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 8명은 식사비 3000원을 센터 어귀에 놓인 통에 넣고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서로 대부분 초면이고, 제안자가 불러모은 것도 아니다. 사회적경제센터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일반 시민이 많았다. 프리랜서 일을 하며 최근 협동조합에 관심이 생긴 박소현씨, 공공정책 홍보 업무에 종사하는 배난주씨, 강남의 노무관리 기업에 다니며 사회적 기업 창업을 고민하는 회사원 김아무개씨 등이 처음 만나 함께 밥을 먹었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경제에 관심 있는 분들과 밥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제안을 접하고 스스로 찾아왔다.

이날 밥 자리는 사회적 기업인 집밥(zipbob.net)이 있어 가능했다. 제안자가 집밥의 누리집에 밥 자리의 성격과 메뉴 등을 제안하면, 동참하려는 이들은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려 밥 자리가 성립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애묘인들의 모임, 유기견 봉사활동을 같이 하자는 모임, 네팔 등 빈곤국 개발 현황을 나누고 싶다는 모임, 배드민턴을 같이 치고 클래식 공연을 함께 보자는 모임이 집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함께 먹는 밥을 매개로 관심사와 취미를 나누며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해간다. 박인 집밥 대표는 “지난해 10월 누리집을 열었을 때 일주일에 8~10건이었던 집밥 모임이 최근엔 한달 100건 정도로 늘었다. 단체나 기관에서 집밥을 통해 모임을 여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 공유를 바탕으로 수익도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이날 모임의 메뉴는 집밥에서 재료를 준비한 비빔밥이었다. 원래는 모임 제안자가 원하는 메뉴와 분위기에 맞춰 적절한 음식점을 소개하고, 음식점으로부터 홍보비를 받는다. 최근엔 다른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음식을 배달해주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이들을 연결해주면서 수익도 올리는 셈이다. 이렇게 모임 주선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서 돈을 번다.

집밥처럼 단순히 모임을 주선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여행 경험을 공유하려는 ‘플레이플래닛’(letsplayplanet.com), ‘마이리얼트립’(myrealtrip.com) 등은 누리집을 통해 현지 여행가이드로 나선 유학생 등과 여행객을 연결해준다. 유학생 등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좋고, 여행객은 저렴한 참가비로 궁금한 점을 안내받을 수 있다. 경험과 취미의 공유가 더욱 쉽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도우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노원구의 사람책은 경험과 취미의 공유가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사례다.

조인동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도시 생활에서 도로나 주차장 같은 공공재의 공유를 1차 공유로, 물건을 함께 쓰는 협력적 소비를 2차 공유로 본다면, 사람의 지식·경험·재능을 나누는 걸 3차 공유라 할 수 있다. 3차 공유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더 큰 가치를 낳는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어떻게 해야 뿌리내릴까>

‘공유’ 권장하는 법·제도 마련이 1순위

공공·민간 소통 위한 시스템 필요


공유경제가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공유경제가 뿌리내리는 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협력체제를 만드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를테면 내 집의 빈방을 이웃에게 개방하는 ‘숙박 공유’가 활성화하려면 도시민박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건물 전체면적이 230㎡ 미만일 때만 도시민박업을 허용하고 있으며,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지원도 절실하다. 공유경제 기업·단체들이 지속가능한 기반을 다질 때까지 사회적 협동조합처럼 중개 플랫폼 구축, 프로그램 개발 등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부가가치세 등을 면제·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유하는 공간·물품을 남이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이를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우선 정비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세계적 빈방 공유 서비스인 미국 에어비앤비가 집주인의 물품 등이 손상될 경우 최고 12억원까지 보상받는 보험에 가입한 것은 좋은 보기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이 확산되고 있지만, 자가용 차량을 빌려주는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카셰어링 회사가 렌터카 업체를 연결해주거나 직접 차량을 임대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법률이 개인 영업을 불허하고 있는데다, 자가용 차량을 빌린 사람이 교통사고를 낼 경우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없는 탓이 크다.

부산발전연구원의 김형균 박사는 “공유경제 확산에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과 민간이 소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유촉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인 혁신기업가센터 오이씨(oecenter.org) 대표 장영화 변호사는 “한국 공유경제 시장은 미국처럼 넓지 않은데다 초창기여서 수익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공 부문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

'올 것이 왔나'…미국서 한국기업 상대 첫 시위 예고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집회가 열린다.

2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당국에 따르면 최근 근무시간에 숨진 현지 한국 세원그룹 직원 테레사 피커드(42)씨 추모 집회가 26일과 29일 애틀랜타 시내 피드먼트 공원과 라그란지 소재 세원 공장 정문 앞에서 차례로 열린다.

집회는 단체 기도와 추모 메시지 낭독, 작업환경 개선 요구 순으로 진행되며 지금까지 50명에서 최대 80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지역 매체인 라그란지시티즌이 전했다.

흑인 여성인 피커드 씨는 지난달 29일 출근 직후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구급차에 올라 병원으로 가던 중 사망했다.

이를 두고 라그란지시티즌과 친노조 매체는 세원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로 여건이 사인이라는 '노동착취' 의혹을 제기하며 세원을 상대로 연일 공세를 펴왔다.

이에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3차례 세원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실태 조사를 벌였으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발견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업계 등에선 이번 집회가 한국 등 남부 지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득과 함께 직장 내 노조 설립을 견인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집회도 추도회 성격을 띠고 있지만 미국 최대 노조인 미국노동자총연맹(AFL-CIO)과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주요 노조가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앨라배마, 텍사스 등 남부 주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LG, SK 등 주요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조건으로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고 앞다퉈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

한국 기업이 유독 남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무엇보다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 때문에 노조가 없거나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한편 세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OSHA의 불시 조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망자 부검 등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대응 방안을 검토해볼 것"이라며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jahn@yna.co.kr

...................................................................................

[HP 월드투어 2013] HP 멕 휘트먼 CEO의 연설에 숨겨진 IT 트렌드 - 제3의 플랫폼



HP가 6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HP 월드 투어 2013'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서 HP는 스토리지(저장장치)와 빅데이터 관련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그리고 각종 신제품을 공개했다.

25일 오전에는 HP 멕 휘트먼(Meg Whitman) CEO가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기조 연설을 통해 HP가 IT 핵심 트렌드 2가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HP가 주목하는 IT 트렌드는 바로 '중국 시장', 그리고 '제3의 플랫폼'이다. 그는 단상에 오르며 '따자하오(大家好,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청중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기조 연설에는 VIP, 기자, 전문가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멕 휘트먼 CEO의 기조 연설에서 '제3의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IT에 의해 주도되는데, IT의 핵심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모바일(이동성)'이다. 이에 따라 일상이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이동성)은 제3의 플랫폼에 속한다(그가 직접 제3의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짚은 트렌드는 이와 일치한다). 제3의 플랫폼이란 향후 IT 업계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을 좌우할 주요 트렌드를 일컫는 말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소셜, 모바일이 이에 속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제3의 플랫폼 기술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 성장의 약 90%를 주도할 전망이다. 현재는 IT 지출의 22%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요즘 뉴스를 보면 PC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 각종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어느 기기에서나 각종 데이터를 공유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중요시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드롭박스', 'N드라이브' 등이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리고 다양한 기기, 소셜, 클라우드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이를 빅데이터라 한다. 바로 이와 같은 요소가 제3의 플랫폼이다.

멕 휘트먼 CEO의 경우 소셜이 아닌 보안에 집중했으나, 보안 역시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요소인데다 그 중요성에 따라 어느 IT 영역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빅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면 중요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는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정보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보안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클라우드는 웹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에 웹 공격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모바일은 최근 많은 이들이 개인용 모바일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 경향에 따라, 기업 기밀이 유출될 염려가 더욱 크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HP는 "새로운 트렌드는 기업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마련해주지만, 그만큼 새로운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HP는 고객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통해 돕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글 / 베이징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HP 월드투어 2013] HP 멕 휘트먼 CEO의 연설에 숨겨진 IT 트렌드 - 중국



HP가 6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HP 월드 투어 2013'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서 HP는 스토리지(저장장치)와 빅데이터 관련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그리고 각종 신제품을 공개했다.

25일 오전에는 HP 멕 휘트먼(Meg Whitman) CEO가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기조 연설을 통해 HP가 IT 핵심 트렌드 2가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HP가 주목하는 IT 트렌드는 바로 '중국 시장', 그리고 '제3의 플랫폼'이다. 그는 단상에 오르며 '따자하오(大家好,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청중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기조 연설에는 VIP, 기자, 전문가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멕 휘트먼 CEO는 "중국은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뿐만 아니라 IT 분야도 중국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HP가 이번 행사를 중국에서 개최한 이유도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HP는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먼저 주시하고 파트너 관계를 맺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IT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13', 'WMC 2013'에서 레노버, ZTE,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들은 삼성전자 못지 않은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시장에서 레노버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증해 아이폰 판매량의 2배를 기록했고, 삼성전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난 11월 29일 전했다. 중국은 2012년 3분기에만 스마트폰 판매량 3,850만 대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애플 팀 쿡 CEO는 대중국 사과문을 냈다. 중국 내 애프터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여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전 CEO인 스티브 잡스라면 절대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플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증거다'라고 말했지만, 중국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이처럼 단정짓기 어렵다. 일부 언론들은 중국 기업들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으며, 폭발적인 중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해 애플이 중국의 비위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HP가 중국 시장에 집중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중국에서 파트너십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한 멕 휘트먼 CEO의 생각은 향후 적중할 것이라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HP는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기업인 뉴소프트는 HP의 문샷 서버를 이용해 회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HP에 따르면 문샷 서버는 기존 x86 기반 서버와 비교해 전력 소비량은 최대 89%, 사용 공간은 80%, 비용은 77% 절감할 수 있다.

HP '구원투수' 휘트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 날개로 난다

베이징 '월드투어'서 SW 진출 선언

컨벤션 홀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에 파란색 조명이 쏟아지자 HP의 최고경영자(CEO)인 멕 휘트먼(57)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휘트먼은 무대 좌우를 오가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정보기술(IT)이 우리 시대의 '게임 체인저'”라며 “HP는 수년간 준비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기술력을 결합해 고객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어주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HP 월드투어 2013'은 하드웨어 제품 생산에 주력해 왔던 HP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비즈니스 파트너 등 300여 명이 모여 휘트먼의 기조연설을 경청했다.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 분야 준비 마쳐

휘트먼은 “PC 접속에서 시작해 웹 1.0과 2.0을 거친 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새로운 IT 시대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 중에 불과 2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휘트먼은 역설했다. 그는 “클라우드·빅데이터·데이터 보안처럼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세 가지 영역에서 HP는 최근 수년간 착실한 준비를 마쳤다”며 “이제 이런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이 끝날 무렵 휘트먼이 잠시 말을 멈추자 배경화면에 붉은색 수퍼맨 망토를 두른 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소녀는 오른팔을 하늘을 향해 뻗어 비상하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휘트먼은 “고객사들은 우리에게 수퍼맨이 될 것을 요구한다. HP는 수퍼맨처럼 고객을 돕겠다. 하지만 HP가 아니라 우리의 고객들이 '히어로(영웅)'가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PC 위축, 모바일 기기 대중화에 활로 찾기

 업계에서는 그를 'HP의 구원투수'라고 부른다. HP는 수십 년간 대형 서버와 PC·프린터 등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렸다. 창업자인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자 1999년 칼리 피오리나를 CEO로 영입해 재도약을 노렸다. HP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 대형 컴퓨터 업계 최초의 여성 회장, 세계 상위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회장 등 여러 기록을 세운 피오리나는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PC 시장에서 경쟁자로 떠오르던 델과의 격차를 벌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에 따라 PC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결국 피오리나가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으로 2005년 사임했다. 그 후에도 HP는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성장의 전기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결국 HP는 전임 CEO 레오 아포테커를 영입한 지 10개월 만인 2011년 9월 휘트먼을 내세웠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휘트먼은 89년 월트디즈니 부사장, 91년 신발 제조업체인 스트라이드라이트 사장 등을 지냈다. 98년부터 10년 동안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를 이끌면서 직원 30여 명, 매출 8600만 달러(약 1020억원)의 회사를 직원 1만5000명, 매출 77억 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2004년 경제전문지 포춘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휘트먼을 선정하기도 했다. 휘트먼은 2008년 이베이에서 물러난 뒤 2010년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HP의 'SOS'를 받고 IT 업계에 복귀했다.

10년간 '이베이' 이끌며 성공 신화

 휘트먼은 CEO 취임 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성장의 양 날개로 삼았다. 빅데이터 기술을 갖고 있는 '오토노미', 데이터 보안 관련 업체인 '아크사이트'와 '티핑포인트' 등 소프트웨어 업체만 20여 곳을 인수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한쪽의 기술만으로는 진정한 IT 강자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에는 HP 조직을 재편했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PC와 프린팅 두 그룹을 프린팅퍼스널시스템(PPS) 그룹으로 통합했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의 업무를 맡았던 엔터프라이즈 그룹에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 업무를 추가했다. 지난해 HP의 전체 매출은 PPS가 52%, 엔터프라이즈가 나머지를 차지했다. HP는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휘트먼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엔터프라이즈 그룹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컴퓨터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IBM의 길을 따르겠다는 것이 HP의 전략이다.

프린터 등 기존 사업에도 모바일 접목

 휘트먼은 지난해까지 PPS와 엔터프라이즈가 별도로 진행하던 월드투어도 올해 하나로 통합해 '양 날개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행사 첫날인 24일 이뤄진 세션도 오전은 엔터프라이즈, 오후엔 PPS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다. HP는 이번 행사에서 빅데이터 관련 신규 비즈니스 모델 '인프라 트랜스포메이션 체험 워크숍'을 공개했다. HP가 고객 기업의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돕는 방식이다.

워크숍을 통해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과 데이터 축적 형태를 파악한 뒤 이를 분석해 새 사업 영역을 개척해준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하둡(hadoop)' 설계도 돕기로 했다. 하둡은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를 위해 개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HP가 기업의 상황에 맞춤화된 하둡 환경을 구축해 빅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사업 부문에도 IT 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데 맞춰 변화가 도입됐다. 프린터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모바일기기에서 e메일이나 서류·사진을 곧바로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데스크톱 제품군은 크기를 줄여 사용자 편의를 강화했다.

베이징=박태희 기자

HP(Hewlett-Packard)=전 세계 17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컴퓨터 사무기기 전문 기업. 1939년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인 빌 휼렛과 대학 동문인 데이비드 패커드가 차고를 빌려 음향발진기를 생산해낸 것이 모태가 됐다. 이들은 그해 HP를 설립한 뒤 기술은 휼렛, 경영은 패커드가 나눠 맡았다. 데이비드 패커드와 빌 휼렛이 각각 1996년, 2001년 세상을 떠난 후 성장 속도가 떨어진 데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PC 시장이 위축되면서 한층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카카오톡의 두 얼굴 소통의 장 VS 일상을 막는 늪



하루 다섯 시간씩 카톡하는 아이들 “안 하면 왕따!”

한수빈(17·예일디자인고 1년)양은 하루 다섯 시간 정도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그가 가입한 단체톡(단체 카카오톡)은 11개. 그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톡을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카톡을 확인하고, 잠자기 직전까지 카톡을 한다. 화장실 갈 때에도, 약속 장소에 가면서도 카톡으로 대화한다. 그는 자신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특별히 많이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배터리가 하루를 못 버틴다. 그의 교실에 있는 콘센트에는 하루 종일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가 꽂혀 있다. 급우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 충전 순번까지 정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는 리어카 휴대폰 배터리 충전소도 생겼다. 3분 안에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이동 충전기다.

카카오톡은 10대 중반~20대 대학생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이들에게 카톡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학생 이상 학급에는 대부분 ‘반톡(반 카카오톡)’이 있다. 공지사항이나 선생님이 전달할 내용이 있으면 반톡을 통해서 한다. 한수빈양은 “하루만 확인을 안 해도 1000개가 넘는 대화가 올라와 있다. 한꺼번에 확인하는 데에만 수십 분이 걸린다.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할 수 없다. 내용을 모르면 다음 날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카톡을 안 하면 왕따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반톡에 한 학생이 “폰이 초기화됐음. 번호 좀~”이라는 대화를 올리자 10여분 만에 20명의 학생이 좌르르 자신의 번호를 올렸다. 시간대는 오후 3시. 제각각 학원 등 다른 일정 중에도 카톡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카톡은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자, 일상생활에 수시로 끼어들어 정신 산만하게 하는 치명적인 도구.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카톡 사용자는 카톡에 대해 이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분명 지장을 주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제5차 스마트폰 이용실태(2012년 8월)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73.9%가 스마트폰을 이용함으로써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도구는 카톡이다. 카톡은 분명 지인들과의 원활한 소통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실제로 30대 이상의 카톡 사용자는 카톡을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10~20대의 카톡 사용자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카톡은 정보 전달의 수단이라기보다 놀이로서의 기능이 더 강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20대 카톡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 대부분은 의미 없는 수다였다. 그 수다의 즐거움은 감정적 반응을 기호나 이모티콘으로 주고받는 데에서 생긴다. 누군가 단체톡에 자신이 먹은 짬뽕 사진을 올리면 그에 대한 반응이 좌르르 올라온다. “냠냠 ㅋㅋ” “ㅋㅋㅋㅋㅋㅋ” “아배고파” “대~박 ㅋㅋ” “욜라마싯겠다ㅋㅋ” 이런 식이다. 한수빈양은 집에서도 동생과 카톡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자리에 모여 있어도 카톡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카톡은 일종의 변형된 수다 게임인 셈이다. 그 게임의 수단은 그들만의 은어와 축약어, 나날이 진화하는 화려하고 다양한 이모티콘이다.

대학생 이항현(23·숙명여대 3년)씨 역시 하루 다섯 시간 정도 카톡을 이용한다. 그는 꼭 필요한 말이나 급한 용건이 있을 때에는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이용한다고 했다. 대학생인 그에게도 카톡은 수다 게임이었다. 텔레비전을 볼 때에나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특별한 다른 일거리가 없을 때에는 카톡을 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카톡이 내 일상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끊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밥을 먹을 때에나 수업시간 등에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닿을 거리에 올려 놓고 수시로 카톡을 한다”고 했다.

카카오톡 부작용도 흔하다. 마포의 한 한의원에서 20~30대 SNS 이용자 146명을 대상으로 한 ‘SNS 스트레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그중 41%는 짜증 등 신경쇠약, 18%는 뒷목 경직 및 어깨결림, 16%는 우울감, 13%는 수면장애, 12%는 얼굴에 열감 증세를 호소했다. 한수빈양 역시 카카오톡 수면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는 “흰 배경에 검정 글씨를 하도 많이 보니 눈을 감아도 아른거려서 잠이 안 왔다. 새벽 3~4시까지 뒤척인 적이 있다”며 “친구들 중에도 카톡 수면장애를 겪은 아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항현씨는 잠결에 카톡으로 대화를 남겼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벽 3시에 울린 카톡에 답변을 달았더라. 정작 나는 기억이 없다. 무의식 중에도 카톡의 소리에 반응했다는 게 소름끼쳤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20대 학생들은 카톡을 ‘덫’ ‘늪’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한 번 정도는 카톡을 끊으려 시도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끊지 못하고 복귀했다. 이유는 하나같았다.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서 두렵다”는 것.

기자는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이용하는 카톡. 우리나라에서 카톡 없이 살기는 쉽지 않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민폐 끼친다”는 비난을 수없이 들었다. “단톡방에 가입돼 있지 않아 따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야 하니 번거롭다”는 게 비난의 이유다.

카톡의 순기능은 많다. 직접 만나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소통의 끈이다. 그러나 판단력과 자제력 부족한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카톡 사용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 교육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나섰다.

교사와 부모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인 ‘아이스마트키퍼’에 하나둘 힘을 보태는 것은 이런 일환이다. 지난 6월 12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앱인 ‘아이스마트키퍼’를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 김민희 기자

.............................................................................................

청와대 또 사이버테러 당했다

정당·언론사 등 16곳

동시다발 홈피 해킹

北 보복 소행 가능성


‘3·20 사이버테러’발생 석달 만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기관, 언론사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이 발생했다.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으로 마비된 것은 지난 2009년 ‘7·7 디도스 공격’ 이후 4년여만의 일이다. 6.25 전쟁 발발 63주년인 25일 오전 10∼11시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새누리당 등 정부기관·정당 5곳과 언론사 11곳 등 16개 기관의 홈페이지가 해킹에 의해 변조되거나 접속장애를 일으켰다. 정부는 미상의 해커에 의한 공격으로 보고 사이버위기 경보를 ‘주의’까지 격상시켰다.

정부는 이날 해킹 공격과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부처 담당관이 참석한 ‘사이버 평가회의’를 열고 오전 10시45분에 사이버위기 경보 5단계 중 2단계인 ‘관심’을 발령했다 오후 3시40분부로 3단계인 ‘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박재문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관심경보를 발령한 뒤에도 추가 공격이 있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보를 격상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정부통합전산센터 등을 상대로 접속장애를 유발하는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이어졌지만 강도가 높지 않아 장애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날 조치와 관련해 “인터넷 서버 침투, 홈페이지 변조 등 해킹 공격에 대응해 피해기관에 대한 긴급복구에 나서는 한편 악성코드 유포·경유지, 유출된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사이트 3곳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누가 이번 해킹을 시도한 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단일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일부 시도당에서는 인터넷 서버 다운으로 당원명부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버 다운으로 그 안에 담긴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 파손 여부를 분석 중”이라며 “유출된 개인정보는 당장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새누리당 시·도당의 당원명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은 홈페이지 변조만 있었을 뿐 서버 다운은 없었다고 미래부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해킹이 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6·25전쟁 발발일에 맞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구국전선 등 46개 웹사이트를 해킹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북한 측의 보복성 메시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어나니머스의 예고대로 낮 12시부터 상당수의 북한 웹사이트 접속이 차례로 차단됐다.

보수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알려진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도 이날 오후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계식·엄형준 기자 cult@segye.com

6·25에 벌어진 '남·북 사이버 전쟁'…靑·국정원도 뚫려…北고위층 신상정보 해킹

인사이드 Story

어나니머스 예고대로 北 조선중앙통신 등도 해킹

새누리 일부 홈피 접속 차단…"북한 소행 가능성도"


6·25전쟁 63주년인 25일 청와대 국무조정실 등 정부기관과 정당의 5개 홈페이지, 언론사 11개 등 총 16개 홈페이지가 무더기 해킹을 당했다. 청와대를 포함해 4개 홈페이지가 변조됐으며 서버 131대가 다운됐다.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도 접속이 되지 않고 있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의 한국 지부격인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예고한 대로 북한 웹사이트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해 주요 사이트를 먹통으로 만들고 북한 고위직 인사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청와대 홈피에 “위대한 김정은 수령”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된 것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다. 오전 9시30분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붉은 글씨로 “위대한 김정은 수령”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전 10시께부터는 10분간 “통일 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 조건이 실현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함께 나왔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긴급점검에 들어가 오후 5시께 일부 기능을 복구했다.

국무총리 비서실, 국무조정실도 해킹됐다. 새누리당은 16개 시도당 홈페이지 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부산 울산 광주 강원 경북 등 8개 시도당이 해킹당했다. 건설경제 이투데이 스포츠서울 매일신문 대구일보 등 11개 언론사도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되거나 기사를 송고하는 집배신 시스템이 작동을 멈췄다.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서는 어나니머스코리아가 북한 주요 사이트를 공격한 데 따른 보복성 공격설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 해킹에는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라는 문구가 떴지만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청와대를 해킹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임종인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장은 “어나니머스가 6·25 공격을 꾸준히 예고해 온 만큼 북한의 공격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3000여명의 사이버전 전담 부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나니머스, 북 인사 개인정보 공개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북한 주요 웹사이트를 공격하고 이날 오후 일부 북한 고위직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17일 6·25전쟁 발발 63주년을 맞아 북한 웹사이트 46곳에 대해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예고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어나니머스코리아의 한 회원(@Anonsj)은 오전 10시15분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일본에서 운영되는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 주소와 함께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탱고다운’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로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와 ‘고려항공’ ‘민족대단결’ 등 주요 웹사이트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도 잇따라 게재됐다. 이들 웹사이트는 실제로 접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킹을 통한 사회운동 ‘핵티비즘’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사퇴, 자유민주주의 수립 등을 요구하며 수차례 북한 인터넷을 해킹해왔다.

어나니머스는 이날 고려항공, 우리민족끼리, 광명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 핵심 관리자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을 포함한 정보다. 어나니머스는 이번 해킹 공격을 통해 미사일 정보 등 을 포함한 북한 핵심 정보를 유출해 위키리크스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해킹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오전 10시45분께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부처가 참여한 ‘사이버위기 평가회의’를 열고, 사이버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6.25사이버테러]미래부 "16곳 사이버 공격 받아…단일 조직 소행 의심"



정부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 정당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을 단일 조직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장은 25일 오후 5시30분 미래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 조직의 소행이라고) 현재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악성코드 분석이나 로그 분석을 거쳐 유사성이 발견돼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음은 박 국장과의 일문일답.

- 어느 기관이 어떤 공격을 받은 것인가.

▲현재 시점까지 파악한 바로는 언론사 11개사와 정부기관·정당 5개 기관으로 총 16곳이 공격을 받았다. 홈페이지 변조가 4곳이고 다운된 서버는 총 131대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2곳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숫자는 유동적일 수 있다.

- 공격 주체는 누구인가.

▲기본적인 조사 결과가 있어야 말할 수 있다. 제법 신속하게 움직여 증거수집도 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분석하려 한다.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

- 단일 조직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일단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해킹 경로나 방법, 악성코드, 로그 등을 분석해야 한다. 여러 분석으로 유사성이 발견돼야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 오늘 낮 2~3시쯤 유튜브에 청와대 홈페이지 해킹 영상이 공개됐다. 진위 여부는.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아직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 당원 명부, 군장병 등 개인정보 유출 여부는 확인됐나.

▲정보가 해당 기관에서 유출됐는지 파악 중이다. (파일이 게재된) 사이트는 현재 차단했지만 내려 받은 사례는 있을 것이다. 세부 내용을 확인 중이다.

- 현재까지 공격이 진행되고 있나.

▲ 디도스 공격은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변조나 홈페이지 접속 불량은 현재 복구 중이다.

- 공격 대상으로 정부 기관과 여당 관련 사이트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야당이나 진보 관련 사이트도 피해 대상에 포함됐나.

▲현재까지는 16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당 사이트는 한 군데만 파악됐다.

- 이번 공격은 예상치 못한 것인가. 일각에선 조짐이 있었다고 하는데.

▲조짐에 대해 많이 언론 보도 돼 있고 SNS에서도 대비를 왜 못했냐는 애기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조짐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는 현재 파악은 안 된다.

- 청와대 사례는 단순 홈페이지 변조인가. 지난 3·20 사이버 테러 후 보안이 강조됐는데 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나.

▲현재 경로 규명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후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버 공격은 항상 그렇듯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청와대 해킹 주체 '미궁'…어나니머스 "북한 소행"

[머니위크 김수연 기자]



25일 발생한 청와대 해킹 사태의 주체를 놓고 혼란에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해당 공격에 대해 국제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측은 어나니머스를 사칭한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나니머스코리아 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어나니머스는 청와대를 해킹하지않았다"며 "북한이 어나니머스를 사칭한 것으로, 이들의 계략에 속아 넘어가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이날 '청와대 사이트 해킹 과정(Processing about attacking the ChongWaDae site)'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동영상은 작성자 명 'Bondra James'로 24일자로 유튜브에 업로드됐으며,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이 김정은 북한 제1비서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바뀌는 모습 등 해킹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다. 특히 게시자는 영상 속에서 자신이 어나니머스 소속임을 암시했다. 정부는 현재 이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 해커는 자신이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밝히며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를 해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공격에 대한 원인 분석을 위해 합동조사팀까지 꾸렸으나 아직까지 공격의 주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이번 사이버 공격으로 25일 오후 5시 30분 현재까지 11개 언론사와 5개 정부 및 정당기관 등 16개 기관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곳의 홈페이지가 변조됐으며 131곳의 서버가 다운됐고 2곳은 디도스 공격을 받았는데 디도스 공격의 경우, 현재까지도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편 공격 주체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후 사이버 위기 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사이버 위기 경보 단계는 '정상'부터 시작해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의 순으로 높아진다

[6.25 해킹]청와대 홈페이지 일부 복구돼…글쓰기는 제한


▲ 청와대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25일 오전 정체불명의 해커에게 공격당해 운영이 중단됐던 청와대 홈페이지가 복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해킹 당했던 홈페이지가 게시판 글쓰기 등 일부 기능을 제한한 채 다시 복구됐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금일(25일) 오전에 발생한 청와대 홈페이지 해킹공격에 대한 보안강화 차원으로 홈페이지 게시물 작성기능에 제한(회원가입, 관람신청, 게시물 작성)이 있다"는 팝업 공지사항이 올라와 있다.

이번 청와대 사이트의 폐쇄는 국제적인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소행으로 추정됐으나 어나니머스측은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25일 오전 9시 30분 경 정체불명의 해커에게 해킹 당했으며 "통일대통령 김정은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조건이 실현될때까지 공격은 계속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대문에 걸렸다.

"우리를 기다리라.우리를 맞이하라.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라는 등 어나니머스임을 주장하는 문구도 함께 게재됐다. 청와대 외에 국무조정실, 총리비서실 등 주요 정부 기관 홈페이지도 정체불명의 해커들에게 공격을 받아 마비됐다.

그러나 자신을 어나니머스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한 트위터리안(@Anonsj)은 25일 오전 11시5분과 오후 2시 20분, 두 차례에 걸쳐 "우리는 '청와대'를 해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nonsj는 "북한이 당신들이 한것처럼 조작한 것이냐? 아니면 당신들이 정말로 해킹한 것이냐"는 네티즌 질문에 "조작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공격 사이트 명단에도 국내 사이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잇따른 정부 사이트 공격에 합동참모본부와 국가정보원은 오전 10시45분께 정보작전방호태세 '인포콘'을 평시 단계인 '5'에서 준비태세 단계인 '4'로 한 단계 격상하고 사이버 보안 강화에 나섰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

카타르 권력이양...33세 젊은 새 국왕 누구?

[머니투데이 황재하 인턴기자] 카타르의 권력 이양이 전격적으로 단행돼 33세의 젊은 왕세자가 새로운 국왕 자리에 올랐다.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61) 국왕은 25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왕세자에게 자신의 왕위를 이양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1980년생인 신임 타밈 국왕은 1997년 영국 셔번 스쿨을 졸업한 뒤 1998년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는 등 청년 시절 영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청소년대표팀 멤버로 활약했을 만큼 뛰어난 테니스 실력을 갖추기도 한 타밈 국왕은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관련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공헌했으며, 카타르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프랑스 프로축구단인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했다.

타밈 신임 국왕은 이 밖에도 군 합동사령관과 카타르 투자청(QIA) 최고경영자 등으로 활동하며 국정 경험을 쌓아 왔다. 2003년 왕세자에 오른 뒤 10년 동안 경험을 쌓은 만큼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새 국왕의 아버지가 왕위 이양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자주성을 지킬 것을 각별히 당부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개방을 통한 번영과 자주성 보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아랍어 교육 강화, 술 판매 금지 등 이슬람주의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으로 기울어진 카타르 사회에 평형을 유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타밈 새 국왕이 전 국왕의 정책을 계승하기에 바빠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카타르는 하마드 전 국왕의 개혁, 개방과 풍부한 천연가스 등을 토대로 막대한 부를 쌓으며 중동 지역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신임 타밈 국왕은 2명의 아내와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쿠데타로 부친 몰아낸 카타르 국왕, 33세 아들에게 모든 권력 넘겨

하마드 前 국왕, 타밈 새 국왕.
예상보다 이른 왕권이양 의문… 건강악화 등 각종 추측 나돌아

카타르의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61) 국왕이 25일(현지 시각) 모든 권력을 넷째 왕자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33)에게 넘긴다고 밝혔다고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가 25일 보도했다. 하마드 국왕은 이날 오전 8시 대국민 연설에서 "셰이크(이슬람식 존칭)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에게 지배권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전날 국가 고문 등을 왕실에 소집해 "(왕권 이양은) 젊은 리더십을 향해 문을 여는 결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밈 새 국왕은 하마드 국왕과 둘째 부인인 모자 빈 나세르 알민스나드 왕비 사이에서 낳은 둘째 아들로 걸프 지역 왕정 국가에서 최연소 국왕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카타르 국정에 깊이 관여해 온 하마드 빈 자심 알사니 총리를 비롯해 하마드 국왕이 임명한 내각 각료들이 사퇴하고 새 인물로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마드 국왕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왕권 이양을 전격으로 발표하자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NYT는 하마드 국왕의 건강 악화설 등 지난 수개월간 여러 소문이 돌았지만, 하마드 국왕이 왜 지금 물러나려는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하마드 국왕은 최근 체중이 급격하게 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왕실 관계자는 "권력 이양은 3년간 준비됐다. 국왕의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고 NYT가 전했다. 하마드 국왕은 1995년 6월 자신의 아버지 할리파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이 스위스를 방문 중일 때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를 차지했다.

하마드 국왕은 풍부한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국민 개인소득을 10만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등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시리아 내전에도 적극 개입하는 등 국제 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카타르를 중동 지역의 '신흥 맹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

스노든 사태, 외교갈등 비화 조짐



[한겨레] 미, ‘도망자 협조국’에 분노 표출

중·러에 “양국관계 부정적 영향”

중 외교부 “미 비판 근거 부족”

인민일보 “강도가 나무라는 꼴”


‘빅 브러더’ 미국의 실체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마냥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나라들을 거쳐 추적을 따돌리자 미국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스노든 사태 여파로 중국·러시아·남미 좌파 집권 국가들과 미국의 잠재된 외교갈등이 물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25일 <로이터>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 구성원들이 ‘도망자’ 스노든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는 데 일조한 각국 정부들한테 분노를 뚜렷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스노든한테 망명처를 제공할 뜻을 비친 에콰도르를 포함해 홍콩, 러시아, 중국 등 관련국 정부에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스노든은 지난 23일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행적이 묘연하다. <로이터>는 “스노든이 쿠바, 에콰도르, 아이슬란드 등으로 향할 수 있다는 첩보 보고서가 눈더미처럼 쌓였지만 진짜 행적은 미궁에 빠졌다”고 전했다. 스노든이 미국과 불편한 외교관계에 있는 나라들을 도피 경로로 절묘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스노든이 홍콩을 거사 장소로 택해 35일을 머문 것은 이곳이 자유로우면서도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양대 강국(G2)인 중국의 그림자 안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인권 문제와 사이버 해킹 문제를 제기해온 미국에 불편한 심기가 있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미국 정보기관의 행태가 폭로된 것을 호재로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

미 백악관은 스노든의 도피를 방조했다며 중국 정부에 불쾌감을 표명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스노든이 러시아로 간 것이) 출입국 당국자의 기술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미-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오히려 자국이 피해자라며 역공에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미국의 비판을 “근거가 부족해 수용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 홍콩특별자치정부를 나무라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도 “미국이 칭화대학과 중국 이동통신사의 인터넷망에 침입해놓고도 사과나 해명도 없다”며 “강도가 미안한 마음도 없이 도둑맞은 사람의 합법적인 행위에 불만을 토로하는 게 과연 강대국이 취할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노든은 홍콩 이후 행선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택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 당국의 관리 아래에 있거나 남미의 ‘반미 벨트’에 속하는 에콰도르·베네수엘라의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에 있을 가능성, 미국의 적성국인 쿠바로 떠날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가능성은 미국이 스노든의 신병을 인도받는 데 걸림돌이 된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도 날을 세웠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4일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을 미국으로 돌려보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검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도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일이 미국 뜻대로 풀릴 조짐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러시아는 묵묵부답이고,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스노든의 망명 요청과 관련해 “주권적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eraj@hani.co.kr

모스크바 공항서 다시 종적 감춘 스노든… 외교 망신당한 美, 뿔났다

美, 스노든 송환에 총력전… 홍콩·中·러 노골적 비난하고 쿠바·에콰도르 등엔 경고문

어산지 "위키리크스 회원 동행"

일부선 "종착지 아이슬란드"


미국이 국가안보국(NSA) 등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을 체포하기 위해 외교 마찰을 불사하며 국제사회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 러시아를 거쳐 제3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철저하게 배제되는 '외교 망신'을 사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모두 나서서 '스노든 신병 확보'를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미국은 애초 홍콩·중국으로부터 스노든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용하게 자국 내에서 형사처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홍콩이 스노든의 출국을 허용하고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계획은 수포가 됐다.

극도로 예민해진 미국은 홍콩·중국·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동시에 에콰도르·쿠바·베네수엘라 등 스노든이 거쳐 갈 길목이나 마지막으로 안착할 종착지가 될 수 있는 국가에 무차별적으로 협조 명목의 경고문을 보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결정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이후 개선 기미를 보이던 양국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는 것은 일정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중국 내 전문가들은 홍콩이 스노든을 내보낸 것은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당장은 미국이 불쾌하게 여길 수 있지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홍콩에서 스노든의 미국 송환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딩리(沈丁立)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소장은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이익이 걸린 이런 문제를 홍콩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미·중 간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스노든을 떠나보내는 것이 중국 측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홍콩을 출발해 모스크바로 향했던 스노든은 25일 현재 모스크바 공항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스노든은 당초 24일 오후로 예정됐던 쿠바행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채 미국 정부와의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스노든은 쿠바를 거쳐 최종적으로 망명지인 에콰도르로 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외신은 "스노든의 최종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이며, 노르웨이를 거쳐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스노든을 돕고 있는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는 "스노든은 위키리크스 회원과 동행하고 있으며,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라고 했다.

푸틴 "스노든, 모스크바공항 환승구역에 있다"


미국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AP=연합뉴스DB)

(투르쿠<핀란드>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에드워드 스노든이 여전히 모스크바공항의 환승구역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핀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하고 스노든이 최종 행선지를 빨리 결정하는데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스노든은 환승손님 자격으로 환승구역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면서 "자유의 몸인 그가 어디로 향할지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러시아와 스노든 자신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노든, 홍콩 은신 35일간 어디서 뭘했나


미국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1면 기사로 다룬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의 가판대에 놓여있다. (AP=연합뉴스DB)

(홍콩=연합뉴스) 황희경 특파원 = 미국 정부의 기밀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 23일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기 전 홍콩에서 보낸 35일 간의 행적이 공개됐다.

25일 스노든의 변호인단이 홍콩 언론 등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스노든은 5월20일 미국 하와이에서 홍콩에 도착한 뒤 홍콩 침사추이의 미라 호텔에 투숙했다.

6월10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자신의 신원이 공개된 날 체크아웃했고 이후 안전을 위해 2~3차례 홍콩 까우룽(九龍) 반도와 신계 지역에서 주거지를 옮겨다녔다.

스노든은 집 밖으로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으며 홍콩 내 현지 '조력자'가 그에게 음식을 조달했다. 비용은 스노든이 댔다.

스노든은 홍콩에 머무는 동안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인터넷을 통해 사건의 최신 상황을 계속 살폈다.

긴장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한 때도 있었다.

지난 21일 홍콩에서 생일을 맞은 스노든의 생일 축하파티가 열렸다. 변호인단과 스노든은 마침 19일이 생일이었던 변호사 등과 함께 '안전한 곳'에서 피자와 콜라를 놓고 생일을 축하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자리에서 스노든은 도청을 우려해 모든 참석자의 휴대전화를 냉장고에 넣도록 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또 사진도 찍지 않았다.

스노든은 홍콩의 법률회사 '호, 와이, 체'에 자신의 신분이 알려진 10일 처음 연락을 했으며 앨버트 호 의원 등 변호인단은 18일 처음으로 '안전한 곳'에서 대면했다.

변호인단과 스노든은 2시간 동안 저녁을 함께 먹으며 스노든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했다.

스노든은 소송 기간 자신의 망명이 허가될 지, 아니면 미국에 인도될지 알지 못한 채 수년을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교도소에서 보낼 것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은 지난 21일 홍콩 정부의 '중개인'으로부터 체포되지 않고 홍콩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를 신뢰하지 못했으며 걱정이 커지면서 22일 홍콩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스노든의 요청으로 호 의원이 접촉한 홍콩 당국자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지 못하면서 22일 홍콩 출국은 연기됐다.

결국 스노든은 23일 오전 홍콩을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고 변호인단에 공항까지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23일 스노든은 로버트 티보 변호사와 함께 은신처를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스노든은 개인 승용차로 공항에 가는 내내 중간에 체포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변장을 하지는 않았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조너선 만 변호사가 스노든을 넘겨받아 그의 출발을 지켜봤다.

스노든 신병처리, 시험대 오른 美 외교력

미국 정부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을 둘러싼 문제가 미국 대 중국·러시아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위신과 외교 역량이 중대한 시험에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게 중국이 방관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영향과 충격을 줄 것이다. 또 러시아인들이 법의 기준에 따라 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과 중국에 좌절하고 실망했다. 스노든을 억류하지 않은 것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범죄인 인도에 관한 의무를 존중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국가 신뢰성까지 문제삼았다. 발언의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외교적 수사나 에두르는 표현 없이 이처럼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두 강대국을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극도로 예민해진 미국은 아울러 에콰도르 쿠바 베네수엘라 등 스노든이 거쳐 갈 길목이나 안착할 종착지가 될 수 있는 국가에 무차별적으로 협조 명목의 경고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미의 소국인 에콰도르 관리들이 “스노든의 망명 의사를 접수했다. 허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불쾌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미국은 에콰도르의 최대 교역 상대로 지난해 전체 수출의 43%가 미국으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에콰도르 등 스노든이 망명 희망을 밝힌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스노든을 “미국 정부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냈다”고 치켜세우며 “세계는 그의 용기를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 브리핑에서 “미국의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며 “먼저 거울을 들고 자기를 비춰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특구정부가 법에 따라 관련 사건을 처리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의혹에 불만을 드러내며 “(스노든은) 자신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했으며 우리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공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이 “(형식상) 러시아 국경을 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

[기고] 만델라가 全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힐튼 데니스(HILTON A. DENNIS)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 위독합니다. 최근 입원해있는 병원 담벼락에는 쾌유를 비는 글, 사진, 꽃다발이 가득합니다. 왜 전 세계 사람들이 그에게 이런 관심을 가질까요?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음베조에서 1918년 7월 18일 태어났습니다. 만델라가 성장할 당시는 남아공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이 고조될 때였습니다. 1918년 그가 태어났을 당시 남아공은 영국의 식민지였고, 1913년 시행된 원주민토지법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인에게서 토지권을 박탈했습니다.

1949년 백인들로 구성된 국민당이 정권을 잡게 되었고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법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아파르트헤이트'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분리된 상태'라는 뜻입니다. 인종차별 제도이며 남아공 소수인 백인에게 권력을 주고 대다수 흑인과 다른 인종에게서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어디서 살아야 하며, 어디서 걸어야 하며, 버스와 기차 심지어는 공부하는 과목, 직업, 친구, 배우자까지 규제하는 제도였습니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만델라는 억압받는 남아공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투쟁하게 됩니다.

1964년 4월 20일 만델라는 법정에서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유명한 연설을 하게 됩니다. 이 연설은 그 후 오랫동안 자유를 위한 남아공의 투쟁에 큰 힘이 됐습니다. 사형에 맞서서 만델라가 한 불멸의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백인 지배에 대항해서 싸웠다. 나는 흑인 지배에 대항해서 싸웠다. 나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을 소중히 간직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함께 산다. 필요하다면, 나는 이를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다."

총 27년의 감옥 생활 후에 만델라는 1990년 73세 나이로 출소했습니다. 그러나 만델라는 그를 감옥에 가둔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수감 당시 교도관들, 그를 테러리스트라고 칭했던 사람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대통령들과 그들의 가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내전 직전까지 갔던 당시 남아공에 필요했던 지도자는, 인종 장벽을 넘어 하나가 되어 적을 끌어안고 서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인물, 만델라였습니다.

1993년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인 데클레르크와 나란히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나란히 수상한 것은 남아공을 하나로 단합시키고 이전의 압제자에게 손을 내밀어 평화적 방법으로 정치적 목표를 이루어낸 그의 헌신을 말해줍니다. 1994년 4월 27일, 만델라는 76세에 생전 처음으로 투표하게 됩니다. 남아공 최초로 흑인이 참여한 민주 선거에서 만델라는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만델라는 세계 역사에서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변호사,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혁명가, 그를 가두었던 교도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죄수, 아파르트헤이트 정부를 패배시킨 자유 투쟁가, 세계를 감동시킨 정계의 거물….

만델라는 300년의 식민 통치와 아파르트헤이트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통합을 이루어냈습니다. 다른 민족, 인종, 문화를 통합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으는 '우분투(Ubuntu· 공동체 정신)'를 보여주었습니다.

[힐튼 데니스(HILTON A. DENNIS)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남아공의 기도 "마디바(만델라 애칭), 이번에도 꼭 일어나세요"

남아공 프리토리아 이성훈 특파원
[남아공 프리토리아 이성훈 특파원]

병원 앞 시민들 기도 인파, 방송 중계차도 10여대 대기

"우린 역사 한가운데 있어"

오바마, 예정대로 남아공으로 만델라 병원 직접 방문할 수도


"만델라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일어날 겁니다. 늘 그랬으니까요."

25일(현지 시각) 대학생 움마추(22)는 친구 10여명과 함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입원 중인 프리토리아 메디크리닉 심장병원 앞에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만델라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병원에는 그의 쾌유를 비는 시민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방학을 맞아 병원을 찾은 고교생 크리스 와쿠베(17)는 "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 나는 우리 할아버지(만델라)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켜볼 수 있도록 이곳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병원 앞 도로에는 방송 중계차 10여대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경찰은 병원 주위에 경계선을 두르고 시민의 접근을 막았다. 정부 고위 관료를 태운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승용차들이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병원으로 진입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앞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위해 큰 희생을 한 '민주주의의 아버지(만델라)'를 위해 온 국민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은 그러나 만델라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남아공 정부가 만델라의 건강 상태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해외 각국에서 온 취재 기자들이 정부 관계자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들은 남아공 정부가 전 지구적 관심을 받는 인물의 건강 상태를 공개 브리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맥 마흐라지 대통령실 대변인은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 환자 비밀 보호 의무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만델라의 건강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위독한 상황(critical condition)'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야당 민주동맹(DA)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만델라가 위독한 상황이라는 소식에 모든 남아공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만델라는 지난 8일 '폐 감염' 악화로 입원해 17일째 병상에 누워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이번이 4번째 입원이다. 만델라는 2010년 7월 남아공 월드컵 행사 이후 공식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만델라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남아공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남아공 정부는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부터 남아공·세네갈·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주마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남아공 방문은 누가 아프다고 해서 중단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24일 "만델라의 건강이 대통령의 남아공 방문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미국 정부 한 고위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를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는 만델라의 건강 상황과 가족들의 희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프리토리아 이성훈 특파원]

...........................................................................................................

홍명보의 취임 一聲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축구 대표팀 라커룸에 붙어 있던 종이. 홍명보 감독은 일체감·책임감 등을 강조한 이 종이를 매경기 라커룸에 붙여놓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모두가 하나 되는 팀 역설… "축구 대표팀 위해 내 모든 걸 불사를 것"]

- 축구協, 감독직 강요했다는데

"나는 아기가 아니다, 모든 것 판단할 능력 있다"

- 한국형 전술로 본선 대비

"잘 짜인 수비 조직력 갖춰 콤팩트한 축구 할 것… 박지성 복귀? 본인 생각 존중"


"우리 대표팀의 슬로건은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입니다.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5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홍명보(44)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단호한 표정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팀'을 역설했다. 끈끈한 팀워크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낸 그답게 슬로건엔 '하나(one)'란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 당시엔 오륜기 안에 '일체감·희생심·냉정함·책임감·자신감'이라고 적힌 종이를 라커룸에 항상 붙여 놓았다.

"내가 2년을 택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는 러시아 안지로 지도자 연수를 떠날 때만 해도 대표팀 감독 부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5개월 뒤 홍 감독은 "그동안 쌓아 왔던 모든 것을 걸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위해 불사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온 것일까. 홍 감독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세 번째 감독 제의였는데 앞의 두 번은 올림픽 감독을 맡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러시아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러시아 안지에는 세계 최고 연봉자 사뮈엘 에토오(2000만유로·약 304억원)를 포함해 11개국 선수가 뛰고 있다. 홍 감독은 "컨트롤이 쉽지 않은 안지의 외국인 선수들을 보며 축구에 대해 늘 진지한 한국 선수들이 그리워졌다"며 "결국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대한민국 선수들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감독 선임에 있어 최고 관심은 계약 기간이었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맡는 조건으로 2년 계약을 했다. 일부에선 홍 감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협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스스로 간절한 마음을 갖고 싶어 2년을 택했다"고 말했다. 축구 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강요했다는 소문에 대해선 "나는 아기가 아니다. 모든 것을 판단할 능력이 있다"며 "대표팀 감독직은 한다고 했다가 다시 안 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동아시안컵은 변화를 엿보는 무대

한국 축구는 최근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골 득실 1골 차로 겨우 본선에 진출한 것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경기력이 세계 수준과 동떨어져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는 스페인도 아니고 독일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한국형 전술로 다가오는 본선을 대비하겠다"며 "한국 선수들은 누구보다 공을 잘 빼앗지만 반대로 잘 뺏기기도 한다.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잘 짜인 수비 조직력을 갖춰 콤팩트한 축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24일 귀국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이제는 '탈(脫)아시아'를 외쳐야 할 때"라며 "2002년 이후로 양적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질적으로는 얼마나 발전했는지 의문이다. 변화엔 두려움이 수반되지만 세계를 목표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32·QPR)의 복귀 문제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박지성 본인의 의지"이며 "대표팀 은퇴 당시 본인의 생각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눈앞엔 당장 내달 20일 한국에서 개막하는 동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호주가 참가하는 대회로 해외파 차출이 어려워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

"로스쿨 제자 오바마, 미셸과 맺어준 게 나예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하버드대 마사 미노 학장이 로스쿨 폐지론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마사 미노 하버드大 로스쿨 학장 訪韓]

1988년 늦깎이 제자 오바마… 父親 로펌에 추천, 선임이 미셸 "내가 미국 역사에 일조한 셈"

"美 100년 거쳐 정착했는데 韓 로스쿨 폐지론 성급한듯"


25일 만난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마사 미노(Martha Minow·60) 학장은 굽이 없는 운동화에 파란색 천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아이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은빛 단발머리의 뒷모습은 마치 대학생 같았다.

1981년부터 하버드에서 민사소송법, 헌법, 가족법, 국제형사법 등을 가르친 미노 학장은 인종·종교적 소수자, 여성, 어린이, 장애인을 위한 인권 전문가로 유명하다. 2009년부터는 미국의 법률 소외 계층을 위한 지원 기관인 LSC(the Legal Services Corporation)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88년 그는 제자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자신의 부친이 있는 시카고의 로펌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에 여름 인턴으로 추천한 일이 있다. 오바마는 그곳에서 미래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를 만났다. 미노 학장은 "당시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는 많아도 뛰어난 오바마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미노 학장의 안목이 미국의 역사를 쓰는 데 일조(一助)한 셈이다.

미노 학장은 지난 23일 4박 5일 일정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어 중국·일본·대만 등 4개국을 찾아 아시아 법률시장과 문화에 대해 탐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만나고 하버드 로스쿨 동문과 학계·정계 인사들도 두루 만나볼 참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인 하버드 로스쿨의 강점은 모든 분야에서 강하다는 것입니다. 70여개국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과 정치적 견해를 바탕으로 풍부한 논의를 해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기를 수 있습니다."

미노 학장은 "나의 아버지, 언니, 여동생 모두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했다. 언니는 영화 평론가이며 작가이다. 도서관 사서였던 여동생은 로스쿨을 나와 도서관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로스쿨 졸업 후 판·검사, 변호사의 길을 판박이처럼 걷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변호사가 아예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면서 다방면으로 활약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도 로스쿨생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갚느라 빚에 허덕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전 같지 못하다"는 말에 대해 미노 학장은 "하버드 로스쿨은 다행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반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하버드에서는 과거 선택 과목이었던 국제법과 비교법을 필수적으로 배우도록 하고, 컴퓨터 기술 등 다양한 융합 교육으로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학부에서부터 법학을 전공하는 제도가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법'을 하는 사람은 '법'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듯해요. 미국은 생물·음악·문학 등 다양한 전공을 배운 학생들이 대학원에서 법 공부를 시작하죠."

미노 학장은 한국의 로스쿨 폐지론에 대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노 학장은 "한국의 경우 아직 로스쿨 제도 역사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미국도 10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다.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진 기자]

...........................................................................................................

갈 길 먼 한국교육… 공교육비 가계 부담, OECD 평균의 3배



2013 OECD 교육지표 발표

2013년 대한민국 교육 환경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못 미쳤다.

25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6.3명, 중학교 34명으로 OECD 평균(초등학교 21.2명, 중학교 23.2명)보다 각각 5.1명, 10.8명 많았다. 구매력지수를 기준으로 한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도 8198달러로, OECD 평균(9313달러·구매력지수 기준)에 못 미친다. GDP 대비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2.8%)은 OECD 평균(0.9%)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도 한국이 미국·슬로베니아·호주에 이어 넷째로 비쌌다.

한국 공교육비 민간부담률 13년째 세계 최고

2013 OECD 교육지표 발표

정부 부담 61%… 평균 83%와 격차

교육열 비해 고용률 등 차이 없어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이상을 마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이들의 고용률이나 상대적 임금은 외국과 엇비슷하거나 되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비의 민간부담률도 13년째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발표했다. OECD 교육지표는 세계 주요 42개국의 다양한 교육지표(2011년 기준. 재정통계는 2010년 기준)를 크게 4개 항목으로 나눠 비교 분석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6%로 OECD 평균 6.3%보다 높았다. 그러나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은 GDP의 4.8%에 그쳐 OECD 평균인 5.4%를 밑돌았다. 그만큼 가계가 부담하는 비용이 많다는 뜻이다.

전체 공교육비 가운데 정부가 내는 몫은 전체의 61.6%(민간 부담 38.4%)로 OECD 평균 83.6%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고등교육(대학 이상)의 정부 부담률은 27.3%에 그쳐 OECD국가의 평균 부담률 68.4%에 비교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국공립대(5395달러)와 사립대(9383달러) 모두 4위로 비쌌다. 높은 교육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25∼34세 청년층의 고등학교 이수율(98%)과 대학 이상 이수율(64%)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교육 단계에 따른 고용률이나 상대적 임금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성의 학력별 고용률을 보면 중졸 81%, 고졸 84%, 전문대졸 90%, 대학교·대학원졸 90%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중졸 69%, 고졸 80%, 전문대졸 86%, 대학교·대학원졸 88%이다.

우리나라 여성은 전체 교육단계에서 고용률이 60% 안팎에 머물렀다. 고졸과 전문대졸 여성 고용률은 모두 58%, 대학교·대학원졸도 62%에 그쳐 OECD 평균을 최대 19%포인트 밑돌았다.

고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전문대와 대학교 이상 졸업자의 임금은 남성의 경우 각각 107, 151(OECD 평균은 각 126, 172), 여성은 130, 167(OECD 평균 132, 172)로 나타났다. 교육단계에 따른 임금 상승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교육은 비용은 많이 들면서 기대효과는 낮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셈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OECD 지표에는 2011년 시행된 유아 무상보육(5세 누리과정)과 국가장학금이 반영돼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교 무상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민간 부담을 낮춰 가겠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朴대통령, 중국 권력서열 1~3위(시진핑·리커창·장더장) 모두 만난다

(왼쪽부터) 시진핑, 리커창, 장더장
[내일 韓中정상회담… 朴대통령 訪中 슬로건은 '心信之旅']

北核 우려하는 두 정상 인식 다르지 않다는 공동성명 예상

'韓中 신뢰의 여정' 주제로 29일 중국 대학서 연설 예정


박근혜 대통령은 27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국빈(國賓) 방문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잇달아 만난다. 중국 내 권력 서열 1, 2, 3위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박 대통령은 첫날인 27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선언문은 북핵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의 인식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방중을 앞두고 "안보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분야들도 챙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 외교 라인은 그에 맞춰 방중을 준비해왔고, 첫날 양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협정과 양해각서(MOU)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어 28일 박 대통령은 장 상무위원장과 리 총리와 연쇄 회담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은 국빈 방문을 하는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직책에 있지만 최근 교체된 중국 5세대 지도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고 했다. 시 주석과는 개인적 친분이 깊은 박 대통령은 그 같은 신뢰 관계를 다른 중국 지도부로 넓혀가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방중 슬로건은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해졌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이다. 거기엔 작년에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까지 격상돼 온 한·중 관계의 내실화를 이루겠다는 생각이 담겼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29일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 '새로운 20년을 향한 한·중 양국의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다. 박 대통령은 중국어를 일부 섞어서 연설하고, 중국 대학생과 대화도 나눌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대통령은 베이징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시찰한 뒤 29일 오후 산시성(陝西省)의 천년고도(千年古都)인 시안(西安)으로 이동한다. 시안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일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서부 교류 협력의 중심지다. 30일 귀국에 앞서 박 대통령은 시안에 있는 한국 기업을 시찰한 뒤 진시황릉, 병마용 등 유적들을 둘러본다.

이번 방중은 지난 5월 방미에 이어 박 대통령의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북핵 문제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악화된 국제 경제 환경 속에서의 양국 협력 등 무거운 주제를 갖고 방중에 나서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과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관건은 말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 성과물을 어느 정도 내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은 10명으로 확정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영세 주중 대사,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형진 외교비서관,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 등이다.

[최재혁 기자]

..........................................................................................................

[비즈&라이프] 입소문에 성공하는 6가지 원칙

10분 글로벌 경영서

컨테이저스 Contagious

요나 버거 Jonah Berger著


왜 어떤 제품은 입소문이 나는 데 성공하고 어떤 제품은 실패하는 걸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요나 버거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구전 마케팅과 사회적 전달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3월 ‘컨테이저스(Contagious)’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버거 교수는 책에서 성공적인 식당, 광고 캠페인, 유튜브 동영상, 신문 기사 등의 공통점을 찾아낸 뒤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사회적으로 히트시키기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버거 교수가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은 ‘사회적 화폐를 주조하라’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을 사회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길 원한다. 이 같은 본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사회적 화폐를 사용할 만큼 새롭고 멋지며 지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 번째 원칙은 트리거(trigger)다. 고객들이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릴 수 있도록 일종의 ‘기폭장치’를 설계해 넣어야 한다는 것. 버드와이저 맥주의 ‘와섭(Wassup)’ 광고가 대표적이다. ‘와섭’은 미국의 젊은 남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이 광고를 통해 고객들은 “와섭”이라고 인사할 때마다 버드와이저를 떠올리게 됐다. 저자는 그 밖에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라 △군중 심리를 활용하라 △사람들은 실용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 △스토리 안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삽입하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을 사용하라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 시사경영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경영 시사정보(7-1)  (0) 2013.07.23
기업경영정보(6-6)  (0) 2013.07.23
기업경영정보 (6-4)  (0) 2013.07.23
기업경영정보  (0) 2013.07.23
기업경영 사사정보(6-2)  (0) 201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