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410호, 2014. 8. 1.)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글로벌 금융시장 '퍼펙트 스톰' 경고등
2.러 제재·아르헨 충격에 유럽·남미 `불똥`…세계금융 휘청
3.고고한 중국 제조업
4.'불황형 흑자' 한시름 놓나
5.청와대 "서비스·의료·관광법 통과 급선무"
6.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중기적합업종 법제화는 안돼"
7.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중기적합업종 법제화는 안돼"
기업경영
1.전기차 배터리 글로벌大戰 / 춘추전국시대 방불
2.[창간 54돌 기획] '스마트 한류시대'… 이젠 게임이다
3.삼성 한계돌파…LG 역발상 `맞불`
4.[SNS 세상은 지금] 페북 유저들 하루평균 40분 접속
5.카카오, 택시 사업 진출 검토…`가장 가까운 차량 배정 방식`
6.인터넷 얕보다 낭패 `크루그먼 굴욕` 기억하라
7. 일 IT기업 실적 금융위기 직전 회복
8.[테크 트렌드]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까?
9.[역사를 바꾼 자동차 M&A 명장면] 현대차, 갈라파고스섬인가 백조의 발인가
10.[SPECIAL REPORT] 메이저 부품사로 다시 선 기아차 창업주 김철호 일가
11.[SPECIAL REPORT] ‘전기차 프렌들리’ 나선 가나가와현
12.[경영전략 트렌드] 비틀고, 상상하고, 일탈하는 비즈니스
13.[이슈 인사이트] 실패도 자산…실리콘밸리 ‘혁신 DNA’
14.[토요 FOCUS] 홈, 패션을 입다
15.[사물의 철학] 젓가락-둘이 있어야만 시작되는 `사람다움`
16.[COVER STORY] 이공계의 부활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역대기록으로 본 커쇼, '매덕스+랜디 존슨'을 합쳐놓은 완전체
2.[매경이 만난 사람]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맞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3.[과학을 읽다]지구촌 '멸종 경고등', 점점 선명해진다
4.최양희 "확장된 창조경제로 새 경제팀 돕겠다"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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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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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퍼펙트 스톰' 경고등
유로존 디플레 우려 등 악재 쏟아지는데… 미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미 2분기 성장률 깜짝 호전에 출구전략 행보 빨라질 수도 투자가들 현금비중 빠르게 늘려 다우존스 등 3대지수 2%대 급락… '공포지수' VIX는 크게 올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 현재 분출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여러 악재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 신호와 맞물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쓰는 '퍼펙트 스톰'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 투자가들이 둔감하지만 이르면 오는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가 나오면 동시다발적인 폭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7월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지수는 모두 2% 안팎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6.93으로 27% 급등했다. 또 이날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각각 1.94%, 1.53% 하락하는 등 범유럽 지수인 Stoxx50지수도 1.7% 급락했다. 1일 아시아 증시도 중국의 제조업 지표 호조에 힘입어 소폭 상승하다가 결국 모두 하락 마감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0.15%, 일본 닛케이지수 0.63%, 홍콩 항셍지수는 0.78% 각각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 고조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돈풀기에 중독됐던 투자가들이 각종 리스크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유로존 경기 재침체 우려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CPI) 예비치는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개월째 1%를 밑도는 것으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또 미국의 2·4분기 성장률이 '깜짝' 호조를 보이고 임금인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월31일 미 노동부는 고용비용지수가 올 2·4분기 0.7%(연율 기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3·4분기 이후 6년 만의 최대 폭이다. 로이터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미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고용시장을 이유로 제로금리 유지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올 하반기에도 임금인상에 속도가 붙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도 다른 악재와 맞물려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US은행의 짐 러셀 수석 전략가는 "아르헨티나 디폴트는 전염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고 설명했다. 큰 악재가 아니지만 이미 짐(악재)을 가득 실은 낙타(금융시장)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방권의 러시아 제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라크와 시리아의 내전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언제든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화약고다. 씨티그룹의 티나 포드햄 글로벌 정치애널리스트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25년간 (정치적으로) 비정상적인 평화의 시기를 누리면서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가들도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뒤 현금 비중을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퍼에 따르면 7월30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노린 하이일드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4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3주 연속 빠져나간 돈은 55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또 로이터가 7월17~29일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 등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현금보유 비중을 5% 가까이 높일 것을 권고했다. 이는 미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졌던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준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시장의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이날 증권사인 컨버지엑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36명 가운데 51%가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가자지구 사태는 각각 14%, 16%에 불과했다. 벨에어투자자문의 게리 플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 시장에는 또 다른 거품, 중앙은행이 모든 문제의 해결사라는 과도한 확신이 팽배하다"며 "이 같은 신뢰가 흔들리면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라자 힌도차 리서치센터 전무이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 가자지구 사태,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선진국의 양적완화 지속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이르면 올 9월 연준이 출구전략 신호를 내놓으면 모든 위험이 불시에 부각되며 투자가들이 순식간에 아연실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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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제재·아르헨 충격에 유럽·남미 `불똥`…세계금융 휘청
■ 러 매출 큰 아디다스 순익 34% 뚝…동유럽 5國 통화가치도 하락세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가 디플레이션 우려에 빠진 유럽 경제를 더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2위 스포츠용품회사인 독일 아디다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실적발표 후 주가가 16% 폭락했다. 러시아 경기 침체로 매장 폐쇄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발표 때문이다. 아디다스는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전체 매출의 13%가 나오는데 이 지역에서의 성장이 전체 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디다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8% 감소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도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상반기 러시아에서 판매가 전년 대비 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폭스바겐 전체 차량 판매에서 2.8%를 차지한다. 로열더치셸, 토탈 등 에너지 기업들이 이미 러시아에서 기존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동유럽국가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7월 한 달간 신흥국 통화 중 최악의 성과를 낸 6개국 가운데 5곳이 동유럽국가였다. 특히 헝가리 포린트화와 루마니아 레우화 등이 통화가치 하락을 주도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포린트화와 레우화 통화가치는 각각 2.75%, 2.99% 하락했다. 이 밖에 폴란드 즈워티화, 불가리아 레프화, 체코 코루나화도 2% 넘게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동유럽국가들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헝가리,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동유럽국가의 주식시장에서는 130억달러가 증발했다. 투자자들은 러시아에 전적으로 천연가스를 의존하는 동유럽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는 전체 천연가스의 70%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또 불가리아와 슬로바키아는 100% 가까이 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제재폭탄'을 맞은 유럽 은행들도 흔들리고 있다. FT에 따르면 포르투갈 은행인 방코에스피리토산토(BES)는 포르투갈 중앙은행으로부터 자본을 확충하라는 명령을 받고 40% 폭락했다. 이 은행은 지난달 중순 지주회사가 회계 부정에 휩싸이면서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곳이다.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강하게 이뤄진 러시아 제재가 유럽 경제를 더 침체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물가상승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0.4%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글로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중앙은행이 9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도해도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 강력한 양적완화 조치가 10월에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유럽 경기가 침체에 들어가고 있지만 EU는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EU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 5개 은행의 유럽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된 러시아 경제제재 방안을 밝혔다.
러시아의 돈줄을 죄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만기 90일 이상의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스베르방크와 2위인 대외무역은행(VTB), 가스프롬방크,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로셀크호즈방크가 유럽에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다.
■ 美 금리 조기인상론 급부상…월가 '화들짝'
굵직굵직한 지정학적 위기에도 꿋꿋이 버텨오던 뉴욕증시가 7월 마지막 거래일 폭락했다. 다우지수가 이날 하루 동안 3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 2월 3일 이후 6개월래 최대다.
이날 뉴욕증시가 큰 폭 조정에 들어간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조짐은 전일부터 나왔다.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월가 평균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는 4%를 기록했다. 미국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2분기 성장률을 확 끌어올렸다. 지난달 31일 노동부가 내놓은 미국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도 전기 대비 0.7% 상승하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 예상치(0.5%)를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2008년 3분기 이후 5년 9개월래 최대 상승폭이다.
이는 전날 연준 우려를 불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치다. 연준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를 통해 긍정적인 미국 경제 진단을 내놓으면서도 여전히 임금상승률이 높지 않은 점을 들어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낮게 유지한다는 헷갈리는 전망을 내놓았다. 고용비용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임금이 상승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2분기를 기점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비둘기파적인 수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연준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연준 장기 저금리 약속보다는 개선되는 거시지표에 맞춰 내년 초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이후 계속돼온 폭발적인 증시 랠리 모멘텀이 바로 연준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통한 본격적인 긴축은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 회복세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인 충격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브라질 헤알화도 덩달아 추락 아르헨 주가 8.4% 급락…중국 등에 SOS 가능성
아르헨티나 금융시장과 중남미 주변국이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충격파에 크게 출렁이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폴트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아르헨티나 메르발 증시는 8.39% 급락했다. 증시는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급락세를 보였고, 한때 8000포인트가 붕괴될 뻔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도 전일 대비 0.34% 하락한 달러당 8.187페소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인근 국가 증시도 흔들렸다.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지수는 전일 대비 1.84% 떨어졌고, 멕시코 증시도 -1.11%를 기록했다. 브라질 증시의 이 같은 낙폭은 1.91% 떨어진 지난 5월 30일 이후 최대다.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21% 떨어진 달러당 2.267헤알에 마감됐다.
이처럼 남미 대륙 시장이 디폴트 영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는 전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헤지펀드들과 협상이 결렬된 후 민간 은행연합회까지 나섰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은행연합회는 정부가 헤지펀드에 지불해야 할 15억달러를 자신들이 인수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가의 미래와 타협하는 협상안에 절대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디폴트는 지불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디폴트는 헤지펀드 채권단이 낸 소송에 미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 발단이 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300억달러 가까이 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어 헤지펀드 채권단에 지불해야 할 15억달러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문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헤지펀드 채권단에 그들의 요구대로 돈을 지불한다면 2005년과 2010년 있었던 채무 재조정 작업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차례 협상에서 93% 채권단에 전체 채무의 70% 수준을 상각시켰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시 RUFO(Rights Upon Future Offers) 조항에 ‘채무 조정에 합의하지 않은 다른 채권자에게 2014년 말까지 더 우호적인 지급 조건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때문에 헤지펀드에 15억달러를 갚으면 다른 채권자들이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브라질이나 중국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덕주 기자 / 김덕식 기자 /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문수인 기자]
러 옥죄니 유럽기업 숨 막힌다
對러 수출·매출 급감에 폭스바겐·아디다스 등 손실 눈덩이 BP·스타토일, 신규 투자 막혀 자동차·방위산업체도 실적 뚝 말레이기 피격에 여론 악화되자 유럽기업 손해 불구 제재 동조 우크라 디폴트 위기 간신히 넘겨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유럽 기업들의 타격도 커지고 있다. 당초 많은 유럽 기업들은 수출감소 등을 우려해 제재에 소극적이었으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편) 격추사건 이후 정치권의 제재 방침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독일 기업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의류 업체 아디다스는 2·4분기 순이익이 전년비 16% 급감한 1억4,400만유로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등 동유럽권 매출 부진에 올해 월드컵 마케팅 비용이 겹친 탓이다. 아디다스 측은 제재의 여파로 이 지역 신규 진출계획을 일부 축소하기로 했으며 역내매장 폐쇄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올 상반기 대러 수출물량은 전년비 8.1% 줄었다. 독일 상공회의소는 올 한해 자국의 대러 수출액이 전년비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와 북극해의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던 유럽 에너지 기업도 울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스네프트와 합작사를 만든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스타토일·Eni 등의 신규 투자 및 기술 수출이 대러 제재 이후 막혔다. BP는 이와 관련해 장래 실적이 하락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 역시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 지분매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해양 플랜트 업계의 강자인 테크닙도 "대러 제재로 향후 2년간 영업이익률 목표를 각각 1~2%포인트 낮췄다"고 전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같은 기간 러시아 수출이 8% 줄었다. 러시아 수출길이 막힌 방위산업체의 타격도 예상된다. 당장 프랑스 DCNS사의 헬리콥터 착륙장 6개를 갖춘 미스트랄급 상륙함 2척의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러시아산 티타늄에 크게 의존하는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원활한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손해에도 불구하고 유럽 기업들은 러시아 제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유럽 산업계는 당초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질과 수출하락을 염려해 제재를 꺼렸지만 말레이기 격추 이후 유럽 내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방향을 틀었다. 디터 체체 다임러AG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치권이 설정한 프레임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 시점에서) 잠재적 충격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리히 그릴로 독일산업연맹(BDI) 회장도 "대러 제재가 유럽 산업계에 가할 타격이 크다고 해서 이를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러시아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러시아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기업들 사이에서도 힘을 얻는 가운데 EU는 지난달 31일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러시아 국영은행 5곳의 유럽 금융시장 퇴출을 골자로 한 '3단계 제재'의 구체안을 공개했다. 특히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이자 러시아 금융자산의 절반을 차지한 스베르방크가 대상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가들은 "이번 EU의 제재안은 미국이 내놓은 안(案)보다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원유 가격을 올리겠다"며 보복 의사를 밝혔다. 한편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됐던 우크라이나는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던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의 재신임을 31일 의결하는 동시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확보용 세제 개혁안을 승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에 1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정부의 재정긴축 등 구조개혁을 요구해왔으며 의회는 이를 둘러싸고 격한 대립을 겪었다. 야체뉴크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아르헨티나와 달리 절대로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겠다"며 의회에 감사를 표시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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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중국 제조업
지난달 PMI 51.7… 2년3개월 만에 최고치
경기 회복세 강해질 듯
중국 제조업 지표가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부양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일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7로 전월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등의 시장 전망치인 51.4를 웃도는 수준으로 2012년 4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제조업 PMI는 올 들어 3월 바닥을 확인한 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업이 안정적 흐름 속에서 뚜렷하게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7월 제조업 PMI는 생산과 시장 수요가 모두 크게 성장했다. 신규주문지수가 53.6으로 전달보다 0.8포인트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신규수출주문지수도 50.8로 전달보다 0.5포인트 상승하며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PMI가 52.6으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상승하며 호조세를 이어갔으며 소기업도 1.7포인트 오른 50.1을 기록해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확장선인 50을 넘어섰다. 중기업은 1.0포인트 떨어진 50.1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같은 날 발표된 7월 중국 HSBC 제조업 PMI 확정치도 51.7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오르며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앞서 발표된 잠정치인 51.0보다는 0.3포인트 줄어들었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최근 몇주간 소기업·농민 등 특정 부문에 대해 집중적인 부양책을 쓰고 있는 만큼 부양효과가 누적돼 다음 몇달간에는 경제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
'불황형 흑자' 한시름 놓나
7월 수입실적 사상최대 기록에도 수출도 늘어 30개월째 무역흑자 철강·석유제품의 수입이 늘면서 지난 7월 수입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수출 실적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 무역수지는 3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도 무역 흑자를 보여 수출과 수입이 모두 쪼그라드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수출이 전년 대비 5.7% 증가한 48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같은 기간 5.8% 증가한 45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증가율 역시 2012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흑자는 2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0개월 연속 흑자행진이다. 수출 분야에서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며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LG전자 스마트폰 G3 출시 효과로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24.6% 늘었고 철강(22.4%), 자동차(20.8%), LCD(7.3%)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5~6월 두 달 연속 감소했던 대(對) 일본 수출이 7월 6.0% 증가해 오름세로 돌아섰다. 대 미국 수출 역시 19.4% 늘어 호조세를 이어갔고 대 EU 수출증가율은 11.5%를 나타냈다. 다만 대 중국 수출은 7.0% 감소해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선박 수출이 77.8%나 줄었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오는 9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수입 분야에서는 원자재 수입이 8.8% 증가했다. 이라크 내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배럴 당 104.4달러였던 원유 단가가 112달러로 올랐고 국내 원유 고도화설비 증설에 따라 석유제품 수입이 늘어난 탓이다.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제조용장비(9.3%)의 증가폭이 컸고 자동차 부품 증가율도 4.3%를 나타냈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액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원화기준 7월 수출액은 49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원화 환산 수출액은 5월 9.0% 감소한 데 이어 6월에도 8.0% 줄었다. 지난해 7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27원20전이었으나 올해 7월에는 1,019원90전으로 100원 넘게 떨어졌다.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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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서비스·의료·관광법 통과 급선무"
■ 靑, 경제활성화·민생 안정법안 19개 제시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청와대가 1일 경제 관련 우선 처리 법안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7ㆍ30 재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바탕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협상 파트너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 패배로 수렁에 빠진 현재 정국 주도권을 청와대가 쥐고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표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안정 법안' 19개 중에는 야당의 강력한 반발로 2년 가까이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법안이 상당하다. 야당이 의료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통과를 막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및 의료법이나 특정 기업 특혜 의혹을 제기한 관광진흥법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안 수석은 이날 "이 법안들은 숙성 기간이 너무 오래됐다. 감나무에 감이 열렸다가 너무 오래되면 홍시가 되고 내버려두면 떨어져서 못 먹게 된다"며 "이제는 감이 홍시로 변화하는 시점이라서 빨리 따서 경제를 살리는 데 영양가가 되고 활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제 행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제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가 필수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여겨볼 점은 최 부총리가 아닌 안 수석이 매달 1회 전달의 경제 현안과 그달의 경제 정책 방향을 공식 브리핑하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가 향후 주도적으로 경제정책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안 수석이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동안 어려운 민생을 돌보고 서민경제 활기를 위해 김포 로컬푸드를 방문했으며 청년창업가와 간담회 등을 통해 경제살리기를 위한 지혜와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섰다"며 대통령 역할론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청와대가 사실상 야당을 직접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특징이다. 재보선 패배 후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하고 구심점을 잃은 새정치민주연합 화력이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서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에 집중한 것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경제 관련 입법 노력에 계속 발목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당장 이날 청와대 발표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제1야당이 혼란한 틈을 타 특정 계층에만 이익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며 "선거 패배와 별개로 중요한 법안들은 충분히 국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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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중기적합업종 법제화는 안돼"
"민간 자율로 운영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법으로 못 박는 건 제도의 취지를 벗어납니다."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안충영 신임 동반성장위원장은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강제적인 규정보다는 대ㆍ중소기업과 공익위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대ㆍ중소기업 관계를 한쪽이 이득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으로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중소기업계에서 '대기업들이 중기적합업종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취임 첫날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성장과 혁신 없이는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불가하다며 소득 및 지역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반성장 해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9988(전체 기업의 99%, 고용인원 88%)'은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동반성장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2차, 3차 협력사와 유통ㆍ금융ㆍ의료 분야까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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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도 1兆 중국 건설투자 제동 건 원희룡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중국 뤼디그룹이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제주시내 초고층 '드림타워'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원 지사는 "드림타워 사업은 도민의 80%가 반대하는 사업임에도 전임 지사가 선거기간 중인 지난 5월 졸속으로 허가했다"면서 "현 상태로는 진행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임 지사가 허가한 사업을 후임 지사가 번복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ㆍ연속성 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유치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제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드림타워 사업의 경우 제주시내 한복판에 초대형 카지노 운영계획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국 란딩그룹이 2조5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신화역사공원' 사업 역시 복합리조트라는 미명 아래 사실은 카지노 운영에 더 큰 비중이 담겨 있다고 하니 원 지사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최근 제주도는 외국인 투자유치라는 미명하에 중국 자본에 의한 불법 카지노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카지노 사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매춘, 마약, 폭력 등에 대한 걱정도 크다. 원 지사는 드림타워 사업을 불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수준의 감독기구 설립, 투명한 매출 관리, 조세수입제도 정비가 먼저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제주 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중국 폭력조직인 흑사회 조직원이 버젓이 F-2비자를 취득ㆍ활용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한 만큼 제주 투자이민제도는 물론 제주도 전역에 걸친 무분별한 난개발, 한라산 중산간 자연환경 훼손 등 각종 문제점들에 대해 한 번쯤 총점검을 해야 할 때가 됐다.
현재 제주도에는 19개 외국기업이 총 1조998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중 중국 기업은 13개, 737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투자이민제도 도입 이후 제주도 부동산을 취득한 362명의 외국인 중 97%(351명)가 중국인이고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관광객 230만명 중 8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중국 자본이 카지노 등 사행산업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관광객으로 인한 제주도의 경제활성화ㆍ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다.
원 지사는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로의 지향점을 더 명확하게 함으로써 중국 기업에 차별을 둔다는 인식을 심어선 안 된다. 투자이민제는 일자리와 연계되게 하고 중국 자본 유입 총량제, 난개발 방지 및 환경보호 등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제주 100년 대계(大計)'를 제시하기 바란다. .......................................................................................................................................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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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배터리업체 합종연횡도 더 후끈
◆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大戰 / 춘추전국시대 방불 ◆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간 합종연횡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사실상 초기 단계인 만큼 제휴ㆍ수주 현황에 따라 배터리업계의 시장점유율이 뒤바뀌는 춘추전국시대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 양상은 글로벌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단독 제휴한 파나소닉, 닛산 리프에 독점 공급하는 AESC(닛산+NEC 합작) 등 일본 회사들이 앞서갔지만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3사가 맹추격을 전개하면서 시장 판도에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i3에 이어 i8과 i9d를 개발하는 등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독일 BMW그룹은 리튬이온 배터리 제휴업체로 삼성SDI를 선택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BMW, 크라이슬러, 포드, 페라리 등으로 제휴업체를 늘리며 리튬이온 배터리 부문에서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노리게 됐다.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르노그룹은 LG화학과 제휴를 맺고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장거리 배터리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시장점유율 1위인 LG화학은 상하이기차, 코로스 등 중국 완성차업체와 전기차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 2일 중국 난징시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중국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휴가 완성차 모델별로 수시로 변경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포드사는 순수 전기차 배터리는 삼성SDI와 협력하고 있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은 일본 파나소닉 제품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도 LG화학과 제휴를 맺고 내년 상반기 전기차 출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같은 계열인 기아차는 앞서 출시한 전기차 쏘울에 SK이노베이션에서 제조한 리튬 배터리를 탑재한 바 있다. 한국GM은 중국 A123에서 전기차 스파크에 탑재한 배터리를 공급받았지만 미국 GM 본사가 LG화학과 협력 제휴를 체결함에 따라 LG화학으로 공급처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파나소닉은 이번에 전기차 전문 제조기업인 미국 테슬라와 2020년까지 장기 제휴를 맺음으로써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은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부문 세계 1ㆍ2위 업체와도 제휴를 맺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플라스마TV 등 부진한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자동차 부품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어서 한국 업체들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이징자동차가 미국 전기차 시스템 공급업체인 아티바 지분(25%)을 인수한 데 이어 중국 완샹그룹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피스커를 인수했다.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09년 74만4000대에서 2020년 1293만6000대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같은 기간 1억8000만달러에서 159억1000만달러로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업체 간 제휴에 따라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에서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채수환 기자]
美日연합, 한국 車배터리 공습
◆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大戰 ◆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놓고 경쟁 중인 한국ㆍ일본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사활을 건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은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ㆍ일 양국 대표 자동차 기업들의 운명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전문기업인 테슬라와 제휴를 확대해 2020년까지 50억달러를 공동으로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파나소닉과 테슬라는 신설 공장을 통해 65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연간 50만대의 차량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BMW, 르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속속 제휴를 확대하고 있지만 파나소닉-테슬라의 장기동맹은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와 동일한 제품인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를 일본의 발전소와 가정용 제품에 납품하기로 하면서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삼성SDI는 일본 전력회사 에디슨파워와 손잡고 내년 초 일본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에 탄생하는 2㎿급 태양열발전소 '메가솔라'에 1㎿h ESS용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국내 업체 중 ㎿h급 배터리 납품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터리 가격은 1㎾h당 10만엔으로 초기 납품비용만 7억엔 규모에 달한다. 이처럼 한ㆍ일 양강 구도가 가시화하면서 한ㆍ일 양국 전자업체는 가전, 반도체, 휴대폰 시장에 이어 또 한번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LG화학은 최근 프랑스 르노와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중국 난징에 배터리 생산공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공급처를 확대하고 나섰다. 삼성SDI도 전기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독일 BMW그룹을 공식 제휴처로 확보했고 크라이슬러, 포드 등에도 배터리 부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 중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베이징자동차, 기아차, 벤츠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대형 배터리는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와 달리 고도의 안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특히 부가가치가 높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기차용 대형 배터리 시장과 ESS용 대형 배터리 시장 규모가 각각 7840㎿h와 690㎿h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수환 기자 / 이진명 기자]
삼성·LG, 美日 포위작전에 완성차 제휴·中진출 확대로 돌파구
◆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大戰 / 韓·日 주도권 경쟁 격화 ◆
지난달 28일 일본의 배터리업체인 파나소닉과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손을 잡았다.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에 합작투자를 약속하는 악수였다. 사흘 뒤인 31일 일본에서는 삼성SDI와 일본의 전력회사인 에디슨파워가 손을 잡았다. 에디슨파워가 건설하는 태양열발전소에 삼성SDI가 대용량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파나소닉과 테슬라가 함께 투자하는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는 아직 입지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2020년까지 50억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 중 10억달러를 파나소닉이 투입한다. 기가팩토리에는 총 65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할 것으로 추산된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기가팩토리를 통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3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가는 태양열발전소 메가솔라는 내년 3월 준공될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일본 규슈전력에 전량 판매된다. 에디슨파워는 자체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에 삼성SDI의 배터리 역량을 더해 향후 5년간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 일본의 20여 개 도서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이 배터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은 배터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ㆍ환경 등을 고려할 때 전기차 시대가 머지않았고 화석연료 고갈, 개도국 전력 부족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ESS(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는 같은 종류의 대형 배터리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B3와 IHS 등에 따르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 전기차 등을 포함한 세계 전기차 시장은 올해 240만대에서 2015년 320만대, 2017년 500만대, 2020년 800만대로 추정된다. 연평균 22% 수준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과 직결된다.
ESS 시장 역시 세계적으로 올해 166억달러에서 2016년 235억달러, 2018년 276억달러, 2020년 357억달러로 연평균 21%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중소형 배터리 시장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배터리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스마트폰 용량이 커지고 더 길어진 지속시간을 요구하면서 배터리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웨어러블기기 시대가 열리면서 소형 배터리의 부가가치도 커지고 있다. 더 가볍고 더 작은 크기의 배터리에 더 많은 전력 용량을 담기 위한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휘는 배터리도 등장했다.
현재 한ㆍ중ㆍ일 3국이 전 세계 소형 배터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이 42.9%, 일본이 27.0%, 중국이 24.6%의 점유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스마트폰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며 "웨어러블기기도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하면서 소형 배터리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 배터리와 대형 배터리의 틈새시장인 중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다. 중형 배터리는 전기자전거, 전동공구, 단거리 이동용 카트 등에 사용된다.
전기자전거 시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올해 세계적으로 3705만대 판매가 예상되며 2015년 4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자전거 배터리 시장은 삼성SDI가 33.8%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고 파나소닉이 15.2%, 리센이 4.1%, LG화학이 3.4%, 소니가 2.0%로 뒤를 이었다.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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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돌 기획] '스마트 한류시대'… 이젠 게임이다
작년 K팝의 11배 3.2조 수출 콘텐츠 산업 전체 61% 차지 # 최근 태국의 한 지역 언론은 모바일게임을 하다가 4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한 30대 남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무선신호를 더 잘 잡기 위해 옥상까지 올라갔다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남성이 즐기던 게임은 국내 모바일게임사 데브시스터즈가 개발한 '쿠키런'. 해당 언론은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에서 쿠키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게임이 한류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TV 드라마와 아이돌그룹에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으로 한류 대표주자의 '바통 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바일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모바일게임이 경쟁력을 앞세우며 '스마트콘텐츠 한류시대'를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산업 수출액 전체 규모는 5조2,001억 원으로 그 가운데 게임 수출액은 3조2,007억원으로 전체의 61%가량을 차지했다. 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50.3%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게임 수출액은 2011년 55.2%, 2012년 57.2%로 오르다 지난해에 60%를 돌파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의 실적을 감안할 때 60%대 중반이 예상된다. 게임 수출액은 'K팝'으로 상징되는 음악 콘텐츠의 지난해 수출액(2,718억원)보다 11배나 높았다. 2008년부터 음악 수출액은 매년 94%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게임에는 한창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게임 한류의 약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석 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개발력을 보유한 온라인게임과 함께 최근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한류 이제는 게임이다] <1> 세계로 퍼지는 한국 게임
亞 넘어 북미·유럽까지… '스마트 콘텐츠' 글로벌 패권 노린다
'온라인 강자' 명성 이어받아 모바일서 약진
우수한 기술력·치밀한 현지화가 최대 강점
쿠키런·몬스터 길들이기 등 스테디셀러에
#. 지난달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모바일 게임이 카카오톡이나 라인, 중국의 위챗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활황을 이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는 그 원인으로 아시아에 불어닥친 '게임 한류' 열풍을 꼽으며 "한국 토종 모바일 게임이 메신저의 확실한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패러다임이 웹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막강한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의 성패를 게임 한류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게임 전통의 강호인 우리나라는 그 명성답게 경쟁력 높은 게임을 잇달아 선보이며 지금까지 전세계 게임 이용자를 매료시켜왔다. 최근에는 국내 모바일 게임이 외국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의 명성을 이어가며 무서운 상승세를 거두고 있다. PC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게임 한류'를 점차 확장하며 우리나라가 '스마트 콘텐츠 패권'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아시아 넘어 '불모지' 북미·유럽까지=한류의 주무대로 여겨지는 동남아는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이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은 지난 6개월 동안 대만과 태국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CJ E&M 넷마블의 모바일 보드게임인 '모두의 마블'은 태국에서 구글과 애플 양대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1위를 기록했다. 태국의 경우는 1위 자리를 놓고 국내 게임끼리 경쟁하는 모습까지 연출되는 상황이다. NHN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 퍼즐게임 '라인팝' 역시 동남아 11개국에서 지금까지 4,000만명이 다운로드했다.
일본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퍼즐게임 '라인 디즈니 츠무츠무'는 올 1월 출시 하루 만에 일본 애플 앱스토어 전체 앱 1위에 올랐고 '라인도저'는 1,000만 다운로드를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는 5월 '전민타괴수'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출시돼 애플 앱스토어 중국 게임 매출 부문 4위까지 올랐다.
아울러 국내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게임 한류의 열풍이 불 조짐 역시 감지되고 있다. 컴투스가 6월에 출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서머너즈 워'는 싱가포르와 대만·홍콩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프랑스·독일·미국 등에서 10~20위권 내에서 오르며 국내 게임 최초로 글로벌 동시흥행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엔트리브소프트가 최근 내놓은 모바일 게임 '세컨 어스'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러시아·아랍에미리트연합국 등 총 52개국 구글 플레이로부터 추천 게임 항목인 '구글 피처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치밀한 현지화 등 '스테디셀러'도 등장=국내 모바일 게임이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경에는 게임 자체의 우수성은 물론 치밀한 현지화와 데이터 분석이 가미됐다는 점이 꼽힌다. 언어 하나도 진출국의 특성에 맞춰 꼼꼼하게 현지화하는 전략이 인기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모바일 게임에도 도입된 빅데이터 분석 역시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용자의 게임 사용, 아이템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이를 게임 운영과 마케팅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에서도 1년 넘게 꾸준히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가 등장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최근 1년 매출 순위를 보면 쿠키런과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 CJ넷마블의 '에브리타운' 등이 전부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모두의 마블은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년 넘게 매출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했고 고품질 모바일 RPG를 표방하는 몬스터 길들이기는 구글과 애플 앱 마켓에서 9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 역시 인기를 이어나가 지난달 28일 '애니팡1'은 3,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애니팡2'는 세계 양대 스마트폰 게임 기업인 핀란드 슈퍼셀의 '헤이데이'와 영국 킹의 '팜히어로사가'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수개월 정도였던 모바일 게임의 수명과 비교해 큰 진전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지훈 CJ넷마블 모바일사업 본부장은 "이제 모바일 게임에서도 예전의 PC 온라인 게임처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해지는 등 운영상의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측면이 온라인 게임 이용자를 모바일 게임으로 많이 넘어오게 하고 그러다 보니 게임의 수명도 과거에 비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의 장르도 단순한 퍼즐 맞추기에서 복잡한 '코어'까지 폭넓어지는 것도 이용자의 다양한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한류 이제는 게임이다] 원조 온라인게임 "나 아직 안죽었어"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 크로스파이어… 중국 등서 여전히 인기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게임 한류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 역시 여전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온라인 게임은 국내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크로스파이어'다. 지난달 28일 리서치 전문기관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크로스파이어가 거둔 수익은 총 9억5,7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며 글로벌 순위 1위를 차지했다.
1인칭총쏘기게임(FPS)인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는 빛을 못 봤지만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례다. 지난 2006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크로스파이어는 이후 중국 시장으로 진출해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유통(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승승장구했다. 2012년에는 중국에서 '420만명 동시접속'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도 4억2,600만달러로 3위에 올랐다. 2005년에 출시된 던전앤파이터는 정통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최근까지도 중국 시장에서 2위에 오르는 등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3억2,6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5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게임의 명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은 2억5,700만달러로 6위에 자리매김했다. 1998년에 출시돼 국내 최장수 게임 반열에 오른 리니지는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표적 온라인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후발 '한류 주자'들에게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
삼성 한계돌파…LG 역발상 `맞불`
국내 가전업계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의 상징인 냉장고를 둘러싸고 혁신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용량과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한계 돌파에 성공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LG전자는 역발상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구애를 받으며 약진하는 모양새다.
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상 최초의 에너지효율 1등급을 달성한 1000ℓ 냉장고를 내놓았다.
지난 3월 1000ℓ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출시할 때만 하더라도 1000ℓ가 넘어가는 대용량 냉장고에서 에너지효율 1등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터였다. 외형을 예전과 같은 크기로 유지하면서 용량을 1000ℓ로 늘리고 나니 단열벽이 얇아질 수밖에 없었고 외벽 사이에 채울 수 있는 단열 충전재 양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개발팀은 지난 3월 1000ℓ 냉장고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매달렸다. 그래서 찾아낸 아이디어가 단열재로 쓰던 유리섬유를 세로로 충전하던 것을 가로로 넣음으로써 충전재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높아진 에너지 효율은 미미했다.
다시 냉각기에 주목했다. 매끄러웠던 냉각기 표면에 주름을 줬다. 미세하나마 냉각기와 공기가 닿는 면적이 늘어나면 냉장 효율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냉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문짝과 냉장고 사이에 부착한 개스킷을 이중으로 만들어 붙였다. 냉기가 직선으로 나오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냉기가 샐 수 있다고 생각해 냉기가 옆으로 배출되도록 토출구 방향을 바꿨다.
이 같은 노력 끝에 1000ℓ 냉장고 사상 최초의 에너지효율 1등급 냉장고를 탄생시킬 수 있었고 전기료 걱정 없는 대용량 냉장고를 7월에 시판하게 됐다.
반면 LG전자의 세미빌트인 냉장고는 역발상에 기초한 제품이다. 용량 경쟁에 집착하던 업계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용량을 671ℓ로 줄이고 크기도 줄인 냉장고를 내놓았다.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에는 냉장고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설치돼 있는데 이 공간에 딱 맞는 크기의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냉장고 깊이를 16㎝ 이상 잘라낸 것이다. 작아진 냉장고는 의외로 잘 팔렸다. 지난달 본격 판매를 시작한 이후 한 달 만에 매출이 60% 이상 급증했다. 냉장고가 마치 빌트인 가전처럼 집에 잘 들어맞는다 해서 '세미빌트인 냉장고'라고 이름 붙였다.
LG전자의 가정용 냉동고도 역발상 아이템이다. 냉동고라고 하면 업소용 제품을 떠올리기 쉽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냉동고를 별도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세미빌트인 패키지는 기존에 없던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 니즈를 반영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명 기자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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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은 지금] 페북 유저들 하루평균 40분 접속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본사가 있는 페이스북. 전 세계 13억 인구가 매일같이 페이스북에 들락날락하면서 자신의 소식과 사진을 올리고 위치를 확인하며 정보를 주고받는다. 페이스북에 올라간 소식을 모르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페북을 떠나 살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페이스북에 의존하는 게 사실이다. PC뿐만 아니라 모바일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심지어 모바일로만 접속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125주년을 맞아 기고한 글에서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7억명만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실정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고, 대다수 인구가 머지않아 인터넷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직면한 주요 도전과제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의 확대는 그만큼 페이스북 접속자가 증가하는 것이며 그만큼 광고 기회, 회사 성장의 기회가 많다는 뜻을 '거룩하게' 표현한 말이다. "페북에 접속할 만한 사람은 이미 다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인터넷 접속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페이스북 성장세도 꺾일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나 늘어난 29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이날 언론에 주로 언급된 것은 기업 실적을 나타내는 재무적 숫자였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꽤 의미 있는 숫자도 동시에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터넷 접속자들이 이제 페북에서 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무적 성과를 뛰어넘는 놀라운 숫자가 포함돼 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하루 평균 페이스북을 하는 시간은 약 40분이며 이 중 평균 5분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한다고 밝혔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약 12~14시간 안팎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 중 40분을 페이스북에 소비한다는 것은 놀라운 수치다. 이는 성인 하루 평균 운동 권장량인 21분보다 많은 시간이다.
운동을 따로 시간내 할 필요가 없다. 페이스북 이용 시간만 줄여도 충분히 달성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미국인들이 디지털 미디어 관련 소비 시간이 하루 평균 9시간이다. 여전히 페이스북 성장성은 밝다"고 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3000만 기업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고, 광고주만도 150만개사에 달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은 10만개가 넘는 모바일 앱에 링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페이스북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페이스북에서 하루에 주고받는 메시지는 120억개에 달한다. 그리고 페북 메신저 이용자는 2억50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약 1억5000만명, 라인이 약 4억9000만명이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5억명 이용자를 지닌 왓츠앱과 함께 세계 5대 메신저에 포함된다.
왓츠앱도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이제 세계 최대 메신저 회사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사진 모바일 앱인 인스타그램도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한다. 저커버그 CEO는 2012년 "모바일 퍼스트가 아닌 모바일 베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2년 뒤인 2014년 그 목표가 벌써 달성되고 있다.
※ 매경 페이스북(facebook.com/mknews)과 트위터(@ mobile_mk)로 독자의견 받습니다.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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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택시 사업 진출 검토…`가장 가까운 차량 배정 방식`
<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 '카카오 택시'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가 택시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1일 "커뮤니케이션 정보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카카오 택시'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택시'는 글로벌 택시서비스 앱인 '우버'처럼 모바일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고 결제까지 마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택시를 호출하면 카카오 택시 서비스에 등록된 택시 중 가장 가까운 차량에 배정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택시가 이용자가 있는 곳에 도착하기까지 경로도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 다만 우버처럼 일반 차량이 아닌 정식 택시를 이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우버는 택시 영업허가와 면허없이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유상 운송 행위를 하는 것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카카오는 오는 9월 15개 시중은행과 협력해 소액 송금·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 카카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해 택시 앱에서 바로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택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카카오 택시, 우버랑 다르네" "카카오 택시, 편리하겠네" "카카오 택시, 서비스됐으면 좋겠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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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얕보다 낭패 `크루그먼 굴욕` 기억하라
◆ 부활하는 비트코인 (上) ◆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과 극이다. 차세대 통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부터 사기꾼들의 투기상품이라는 악평까지 다양하다. 과연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드는 사례가 있다. 바로 '폴 크루그먼의 굴욕'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1998년 인터넷을 저평가했다. 당시 그는 "2005년이 되면 인터넷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팩스 기기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후 크루그먼은 '인터넷의 진가를 너무 몰랐다'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람들만 컴퓨터를 갖고 있던 인터넷 초기와 달리 요즘은 사람들이 모두 손 안에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며 "비트코인은 깜짝 놀랄 만한 속도로 기존 시스템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스케이프 창업자로 현재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올해 초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1975년 PC와 1993년 인터넷처럼 2014년 비트코인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도 미래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얕보다 낭패 `크루그먼 굴욕` 기억하라
◆ 부활하는 비트코인 (上) ◆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과 극이다. 차세대 통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부터 사기꾼들의 투기상품이라는 악평까지 다양하다. 과연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드는 사례가 있다. 바로 '폴 크루그먼의 굴욕'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1998년 인터넷을 저평가했다. 당시 그는 "2005년이 되면 인터넷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팩스 기기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후 크루그먼은 '인터넷의 진가를 너무 몰랐다'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람들만 컴퓨터를 갖고 있던 인터넷 초기와 달리 요즘은 사람들이 모두 손 안에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며 "비트코인은 깜짝 놀랄 만한 속도로 기존 시스템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스케이프 창업자로 현재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올해 초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1975년 PC와 1993년 인터넷처럼 2014년 비트코인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도 미래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페서 차 마시고 병원·학원비 내고…비트코인 多되네
◆ 부활하는 비트코인 (上) ◆
서울 송파구에 있는 카페 제카는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박준형 제카 사장(43)은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한 카페로는 국내 처음일 것"이라며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들까지 비트코인 결제를 하러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월쯤엔 월 100회 이상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졌다"며 "한동한 뜸하다 요즘 다시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양내과는 비트코인 결제를 할 수 있는 병원이다. 이승원 원장(46)은 "지난해 키프로스 금융사태 이후 비트코인 소식을 접하고 시작하게 됐다"며 "허리 진찰, 관절염 치료를 하고 약 4만~5만원 정도 소액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받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결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정하고 투기적 요소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카페, 학원, 병원 등이 지난해 말,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적 관심이나 마케팅 등을 위해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한때 활발하던 거래는 마운트곡스 파산 등으로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한 이후 다소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더블유학원을 운영하는 김민호 씨(34)는 "학원 아이들이 교재 대금 등 비싸지 않고 간단하게 지불할 수 있는 것들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며 "스마트폰 이용에 거부감이 없는 10대 학생들은 비트코인을 잘 사용한다"고 말했다.
'미래의 화폐'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못 믿을 투기 상품으로 몰락한 비트코인에 또다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있다. 비트코인을 결제하는 상점 수는 급증하고 있고, 세계적 갑부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1일 비트코인 결제상점 현황을 보여주는 코인맵(coinmap.org)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점은 5090곳에 달한다. 지난해 7월 125곳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비트코인 상점 수는 40배 급증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인천의 한 베이커리가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제주 등 전국 39곳으로 늘어났다.
비트코인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비트코인 현금입출금기(ATM)를 선보였던 코인플러그는 올 하반기에 비트코인 ATM을 10여 군데 더 설치할 계획이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이달 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형 백화점과 카지노 등에 비트코인 ATM을 5~6군데 설치할 예정"이라며 "현금 보유가 제한돼 있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지옥에서 돌아온 오르페우스처럼 극적인 반전 행보를 펼치고 있다. 돈 냄새에 가장 민감한 세계 갑부들의 행보부터 심상치 않다. 최근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 제리 양 야후 창업자, 피터 시엘 페이팔 창업자가 미국 애틀랜타 소재 비트코인 결제업체 비트페이에 총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비트코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던 애플에서도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비트코인 지갑 앱인 코인포켓을 애플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에 등록시켰다. 지난해 말 블록체인, 글리프, 코인베이스 등 앱스토어에 자리를 잡았던 가상통화 앱을 삭제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개릭 힐레만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애플의 태도 변화로 비트코인에 대한 글로벌 공신력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쓰임새는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호텔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Expedia)가 비트코인으로 호텔 예약 접수를 받기 시작했고 미국 뉴욕 소재 킹스칼리지는 비트코인으로 수업료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월마트, 메이시스백화점에서도 부분적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도 비트코인 이슈가 등장했다. 스포츠 복권 업체인 '메가 후스토(Mega Justo)'가 비트코인을 베팅해 브라질월드컵 경기 승부를 맞히는 게임을 진행했다. 경기 결과를 맞힐 때 나오는 배당금도 비트코인으로 받는 구조다.
[최용성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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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IT기업 실적 금융위기 직전 회복
구조조정 덕분에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주요 전기전자(IT) 기업들의 4~6월 분기 실적이 금융위기 직전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파나소닉 도시바 히타치 등 주요 8개 IT기업의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0% 증가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4~6월 실적과 맞먹는 수준까지 개선됐다.
파나소닉은 플라스마TV 사업에서 철수해 비용을 절감한 데다 태양광발전 등의 사업이 호조를 보여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8% 늘어난 822억엔(약 82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전력 관련 사업이 호조를 보인 도시바는 영업이익이 57% 늘어난 395억엔(약 3969억원), 히타치도 중국 승강기와 영국 철도 등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호조로 45% 늘어난 801억엔(약 8049억원)을 기록했다. IT기업의 실적 호조는 전체 상장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닛케이는 "8개 주요 IT기업의 이익을 모두 합쳐도 영업이익이 25% 줄어든 삼성전자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미쓰비시전기의 7%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1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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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트렌드]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까?
최근 로봇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카메라, 센서, 정밀 액추에이터 등 기반 기술의 급격한 발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병원은 경쟁적으로 로봇 수술을 도입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라식 수술에 이어 인공관절·전립선암·복강경 수술에도 이용되고 있다. 또한 영화 촬영장에도 로봇이 이용된다. 2013년 영화 ‘그래비티’의 역동적인 무중력 우주 공간 장면들은 봇앤드돌리의 카메라 로봇이 찍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회전 초밥집에 스시 로봇이 도입된 지 오래다. 스시 로봇은 1시간에 초밥을 3500개나 쥐어 낸다. 한편 목장에는 우유 짜는 착유 로봇도 도입되고 있다. 위치 측정, 자세 및 균형 보정, 돌발 상황 대응 능력이 결합되며 로봇의 이동성이 크게 개선된 것도 로봇의 활용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최근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성큼성큼 걷고 옆에서 밀어도 금방 자세를 바로잡을 정도다. 이처럼 이동성이 좋아지면서 로봇은 제조 라인을 넘어 다양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아마존은 운송 로봇 키바를 창고 물류에 활용 중이고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기어오르는 기능을 가진 로봇을 풍력발전기의 기둥과 날개 점검에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차량 운전마저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 호주의 탄광 회사인 리오 틴토는 이미 2008년부터 철광석 운반에 300톤급 초대형 무인 트럭을 이용하고 있다. 전문직 영역까지 넘보는 인공지능 로봇이 제조 직무나 육체노동을 대신한다면 인공지능은 서비스나 지식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인공지능 분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컴퓨팅 자원의 저렴화, 자체 성능 개선이 가능한 기계 학습 기술의 접목, 머신 비전, 센서, 음성 인식·합성 같은 감각 기능의 결합,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개선 등 다양한 기술 진보가 어우러진 결과다. 이에 힘입어 인공지능은 최근 단순 사무직을 넘어 전문직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내러티브 사이언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 같은 벤처 기업들은 기업 실적, 스포츠 경기 결과들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이른바 로봇 저널리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금융 부문에서도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넘어 투자 분석(미국 켄쇼의 인공지능 워렌)이나 의사 결정(홍콩 딥날리지 벤처캐피털의 인공지능 바이털), 투자 자문(퓨처 어드바이저)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조짐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보조 의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진료 기록을 분석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의심 질환들과 관련된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식이다. 한편 미국의 블랙스톤 디스커버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법무 자료 조사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교육 기업인 ETS는 토익·토플의 쓰기나 말하기 답안을 채점하는 데 사람 대신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2010년대 들어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지수적으로 증가, 발전하면서 일자리 위협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야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가 이미 시작됐고 향후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최근 ‘제2차 기계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기도 했다. 20세기에 대량생산 기계가 단순 육체노동을 대체했던 것이 ‘1차 기계 시대’라면 21세기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복잡한 육체노동, 나아가 지식노동마저 대체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숙련직·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어 물론 이러한 비관론이 과장됐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아직도 많은 기술적 난제들이 남아 있고 경제성 문제 때문에 기업들은 여전히 로봇·인공지능 도입을 꺼리며 노조·법규나 사회적 반발 문제로 대대적이고 즉각적인 대체는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 화제가 된 채팅 로봇 유진도 막상 대화해 보면 여전히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나아가 로봇·인공지능 도입이 일자리 창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인 비행기 드론은 베테랑 조종사를 불필요하게 만들지만 원격조종이나 촬영 자료 분석 문제 때문에 유인 비행기보다 더 많은 운용 요원을 요구한다. F-16 전투기의 운용에는 100여 명이 필요하지만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 운용에는 168명이 필요하다. 로봇·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일자리 총량의 전망에는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직업 세계의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과거 자동화의 파고에서 비교적 안전했던 숙련직·관리직·전문직도 이제는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는 것이다. 일례로 무인운전 기술의 발전은 향후 운전사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이미 일부 경전철은 무인 운행 중이다. 게다가 올해 롤스로이스는 컨테이너 선박의 무인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대형 선박을 모는 마도로스마저 일자리를 잃게 될 형국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경우 코드 리뷰 및 테스트, 성능 최적화 알고리즘 도입으로 당장 업무량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 일자리 자체의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 개발은 특히 관리직과 전문직 업무에 집중되고 있다. 사실 이들 직종에서 인간은 점점 업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지식 폭주, 업무 복잡성 증대, 정량적 분석 중시, 업무 속도 증가 때문이다. 게다가 방대한 지식 처리, 빠른 수치 계산, 오류 없는 판단은 인간보다 인공지능 쪽이 훨씬 유리하다. 또한 고임금 구조의 특성상 기업들의 로봇·인공지능 도입 선호도도 높다. 미국 금융계에서 자동화된 포트폴리오 갱신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덱스 펀드가 득세하면서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의 입지가 약화된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숙련직·관리직·전문직 분야의 업무들은 대개 비정형적이고 세련된 대인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포괄적 시각, 유연성, 나아가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이런 능력은 대개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기에 완벽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들 분야에서는 향후 기계로의 대체와 기계와의 협업이 동시 진행되면서 업무 형태가 지금과 매우 다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서류 체제에서 PC 체제로의 이행에 비견될 만큼 중대한 변화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 조제 자동화 로봇이 도입되면 구조조정 후 남은 병원 약사들은 단순 반복적인 조제 대신 연구와 분석이 중시되는 환자 임상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기업에서도 정형적·반복적인 실적 분석과 보고를 인공지능이 담당한다면 관리직들의 업무는 비정형적인 사업 이슈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사내 컨설턴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나뉘면서 직종 내 양극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관리직들 중에서도 새로운 업무 형태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능수능란하게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변호사와 그렇지 못한 변호사 간에는 생산성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로봇·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은 그동안 개인이 쌓아 올렸던 전문성을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업무 전문성 외에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찾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열정·통찰력·공감력·창의성·사회성·적응력·다기능성 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모방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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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자동차 M&A 명장면] 현대차, 갈라파고스섬인가 백조의 발인가
“친구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2010년 4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웃으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의 옆에는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이 미소 짓고 있다. 이날 곤 회장과 제체 회장은 양자 간 자본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다임러가 닛산과 르노 지분 3.1%를 취득하고 닛산과 르노 역시 같은 수준으로 다임러 지분을 갖는 방식이다. 다임러는 르노-닛산에 11억7000만 유로어치의 주식 3290만 주를 넘기고 르노-닛산으로부터 8900만 주를 받았다. 소규모 지분 교환 방식의 느슨한 협력 관계이지만 독일·프랑스·일본, 고급 브랜드(메르세데스-벤츠와 인피니티)와 양산 브랜드(르노와 닛산, 스마트)라는 촘촘한 진영으로 구성된 연합군의 탄생이었다. 이들은 엔진과 소형차를 공동 개발하고 차량 부품을 같이 조달해 구입비용을 낮추고 생산 공장 공동 사용도 약속했다. 전기차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 지난해 등장했다. 벤츠의 2.2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인피니티 ‘Q50’이었다. 이 차량은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판매 저조로 시련에 빠져 있던 인피니티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일본의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는 독일 BMW와 폭넓은 기술제휴를 진행 중이다. 2011년 11월 클린 디젤엔진 분야에서 기술제휴하기로 했고 이듬해인 2012년 6월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강화 플라스틱을 이용한 차체 경량화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기술 노하우와 BMW의 우수한 디젤엔진 제조 능력을 공유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2018년께 내놓을 이들 두 회사의 ‘실크 로드2’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포르쉐 911과 같은 고성능 미드십(엔진이 차체 가운데 탑재된 방식) 스포츠카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량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은 지난 1월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모두 인수,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포드와 포니, 출발은 제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글로벌 업계의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주변은 유독 잠잠한 듯하다. 합병이나 자본 제휴는 물론 기술협력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어떤 기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현대차는 빈번하게 인수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그때마다 현대차 측은 부인하며 “자동차와 관련된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기술협력에 있어서도 ‘자체 개발’을 부르짖는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홀로 서 있는 ‘갈라파고스섬’일까, 물밑으로 치열하게 기술협력과 제휴를 맺고 움직이는 ‘백조의 발’일까. 현대차는 시작은 제휴였다. 첫 파트너는 미국의 포드였다. 당시 정주영 회장이 포드를 선택한 이유는 이 회사가 자본 및 경영 참여에 큰 욕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드와의 첫 합작품은 소형차 ‘코티나’였다. 영국 포드로부터 부품을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CKD)이었다. 포드와의 제휴는 순조로웠지만 현대차가 합작사 설립을 제의하면서 이내 틀어졌다. 포드가 합작사의 50% 이상 지분과 경영권을 수락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1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합작 엔진 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실무 협상에서 이견을 보이며 끝내 무산됐다. 정부도 1973년 1월 포드와의 합작 투자 계약 승인을 취소했다.
현대차가 독자 노선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 첫 사례였다. 포드와의 합작 실패는 현대차에 전화위복이 됐다. 고유 모델 ‘포니’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포니도 속을 들여다보면 다수의 완성차, 부품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당시 자동차 독자 개발 능력이 부족해 일본·영국·미국·이탈리아 업체들의 기술 지원을 받았고 이를 발판으로 성장해 갔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첫 엔진은 이후 25년 뒤인 1991년 등장한 알파엔진이었다. 마북리연구소에서 7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배기량 1.5리터짜리 알파엔진을 스쿠프에 장착했다. 중형급 엔진은 2001년 쏘나타의 4.5세대 모델인 EF쏘나타에 처음 탑재됐다. 2500cc 델타엔진이었다. 기존의 1.8리터, 2.0리터 시리우스 엔진도 함께 들어갔고 2004년 5세대 NF쏘나타가 등장하면서 세타 2.0, 2.4와 3.3 람다 등 독자 개발한 엔진으로 모두 교체됐다. 지난해 11월 21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뒤숭숭했다. 다임러그룹이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지분 12%를 6억2500만 유로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BAIC의 이사회 자리 2석도 확보해 의사 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외국 기업이 중국 국영 자동차 제조사의 지분을 인수한 첫 사례였다. 문제는 현대차의 중국 내 합작 파트너가 BAIC라는 것이다. 논란은 현대차와 다임러그룹 양사 모두 “이번 지분 변동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히며 잦아들었지만 10년 전 두 회사의 합작 청산을 떠올리게 했다. 2000년 9월 현대차가 다임러그룹에 지분 10%를 넘기고 다임러 측은 이사진 1명을 파견했다. 다임러·BAIC 간 합작과 유사한 모양새다. 당시 현대차·다임러는 전주의 상용차 공장을 50 대 50 합작 법인으로 전환하고 기술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불발로 끝났다. 완성차보다 부품사 협력 중시해 2002년 설립하기로 했던 합작 법인이 무기한 보류되자 다임러그룹은 베이징자동차와 승용차 합작 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둘 사이에 금이 갔다. 이후 2004년 5월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합작은 끝났다. 현대차는 미국(포드)·일본(미쓰비시)·독일(다임러그룹) 등 주요 자동차 선진국 제조사와의 제휴를 경험했다. 그 사이 ‘기술 독립’의 의지도 굳어져 갔다. 이후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어떤 완성차 업체와도 기술·자본 제휴나 합작,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눈을 부품사로 돌렸다. 완성차 업체와의 제휴나 합작에는 인색한 반면 부품사와의 협업은 활발하게 진행했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를 ‘백조의 발’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대차는 전장 부문 강화에 역점을 두고 2005년과 2006년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인수하면서 이를 본격화했다. 전장 부문에서도 기술 독립을 진행했다. 2012년 8월 1일 현대차는 독일 보쉬로부터 케피코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제휴 관계를 청산했다. 케피코는 1987년 현대차와 보쉬, 일본 미쓰비시전기 계열사인 멜코 등 3개사가 함께 세운 엔진 제어 관련 전장 부품 생산 업체다. 설립 당시 현대차·보쉬·멜코의 지분은 각각 50%, 25%, 25%였지만 이후 보쉬가 멜코 지분을 모두 인수해 현대차와 보쉬가 50 대 50의 지분으로 케피코를 경영해 왔다. 이후 케피코는 사명을 현대케피코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 그룹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 자회사인 현대카네스의 사명을 현대차전자에서 현대오트론으로 변경하고 자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핵심 전장 부문 기술 독립이 벽에 부딪친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 델파이와 함께 연비를 기존 엔진보다 25%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GDCI(가솔린 직분사 압축 점화) 엔진을 개발 중이다. 완성차 대신 부품사와의 협력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부품 계열사들도 합작과 기술제휴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대위아는 2013년 8월 8일 일본의 세계적 터보차저 제조사인 IHI와 손잡고 합작 법인 ‘현대위아 IHI 터보 주식회사(HWIT)’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현대위아는 캐나다의 마그나와 합작 법인 ‘위아마그나 파워트레인’을 세우고 2010년 5월 24일 충남 아산에 생산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계열사인 마그나 파워트레인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벤츠 등에 공급하고 있다. 아산 공장에선 사륜구동 차량의 핵심 구동 부품인 ‘전자식 커플링’을 생산한다.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통해 선보인 사륜구동 시스템 ‘H트랙(HTRAC)’은 마그나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된 것이다. 신형 제네시스에는 ‘액티브 시트벨트(ASB)’도 처음으로 탑재됐다. 전방 충돌이 예상되거나 차로를 이탈하면 시트 벨트가 탑승객을 조이는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12월 12일 이 제품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11월 24일 일본 다카다와 손잡고 만든 부품이다. 다카다는 세계 3대 자동차 안전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현대모비스가 전자제어장치(ECU)의 설계 및 생산, 다카다가 모터 및 기어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변속기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파워텍은 오랜 기간 독일의 ZF 프리드리히스하펜 AG로부터 변속기를 공급 받으면서 기술 노하우를 습득해 왔다. 애스턴 마틴에 쏠리는 시선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의 자본 제휴나 M&A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폭스바겐을 삼키려다가 도리어 피인수 당한 포르쉐가 대표적이다. ‘승자의 저주’처럼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금 부담으로 그룹 전체가 경영난에 빠질 위험도 있다. 착실하게 수익을 내고 이를 자체 기술 개발에 투자해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더 값나가는 차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데 이견을 달 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적 기업이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다. 현대차는 도요타처럼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견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인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망에 떠오르는 브랜드는 영국의 애스턴 마틴이다(한국경제신문 2012년 11월 15일자, 2012년 12월 11일자 보도). 1913년 영국 사업가 라이오넬 마틴이 설립한 애스턴 마틴은 007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에 자주 등장해 ‘본드카’로도 유명하다. 최근 개봉된 007 영화 시리즈 ‘스카이폴’에도 1964년형 DB5가 등장했다. 전 세계에서 4대뿐인 이 차의 대당 가격은 46억 원에 달한다. 애스턴 마틴은 2007년 포드에서 쿠웨이트계 투자 운영사 인베스트먼트 다르에 인수됐다. 다르는 포드에 7억6600만 달러를 지급했고 지분 64%를 확보했다. 이후 다르는 애스턴 마틴의 판매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자 다시 매각에 나섰다. 애스턴 마틴의 2011년 연간 판매량은 4200대로 2007년의 7200대보다 40% 이상 줄었다. 매각가는 8억 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마힌드라 및 마힌드라그룹 등이 뛰어들었지만 결국 2012년 12월 이탈리아 사모 펀드인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에 팔렸다. 애스턴 마틴은 주요 완성차 브랜드 중 사모 펀드가 소유한 유일한 회사다.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인수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애스턴 마틴과 현대차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이질감도 덜하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인 ‘헥사고날 그릴’과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애스턴 마틴과 비슷한 점이 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로고 역시 애스턴 마틴의 로고와 같은 날개 모양이다. 현대차가 지향하는 ‘모던 프리미엄’의 정상에 서 있는 브랜드인 만큼 애스턴 마틴 인수를 통해 선진 기술과 디자인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비자들이 현대차 제네시스와 다른 자동차 사이에서 갈등할 때 애스턴 마틴의 후광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이 될 것이다. 인수 금액이 9000억 원 안팎이라면 연간 8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현대차에 크게 부담되는 금액도 아니다. 최진석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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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메이저 부품사로 다시 선 기아차 창업주 김철호 일가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속담이 있다. 기업이 망하면 어떨까. 기업 자체는 공중분해되거나 다른 곳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일으켰던 사람은 사라지지 않고 남기 마련이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 기업인 기아자동차의 창업주 고 김철호 회장 일가가 대표적이다. 비록 예전처럼 완성차 업체는 아니지만, 창업주에서 4대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부품 사업을 통해 명맥을 잇고 있는 후손들을 찾아봤다.
한국 자동차의 역사는 기아자동차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2년 일본의 마쓰다와 기술제휴해 생산한 배기량 365cc의 삼륜 화물차 ‘K-360’은 한국 기업이 만든 최초의 자동차였다. 기아차는 1970년 11월 10일 경기도 광명 소하리에 66만1000㎡(20만 평) 규모의 자동차 공장 착공에 나서 1973년 6월 완공했다. 소하리 공장 역시 한국 최초의 종합 자동차 공장으로 연간 2만5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이었다. 1974년 4월 일본 마쓰다의 패밀리아를 기초로 제작한 세단 ‘브리사’는 한국 최초의 승용차라는 기록을 남겼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이어 가던 기아차의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1976년 경쟁사였던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해 군수용 자동차 생산으로 발을 넓혔고 1978년에는 국내 최초로 디젤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1980년대 들어선 시련도 맛봤다. 1981년 정부의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로 더 이상 승용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된 것. 하지만 승합차 ‘봉고’ 신화를 계기로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았고 합리화 조치 해제 이후에는 1987년 프라이드, 1992년 스포티지 등을 선보이며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프라이드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작은 차체와 귀여운 해치백 스타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은 한국 최초의 ‘월드카’였다. 스포티지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도심형 RV 차종으로,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해 내는 도심형 RV의 원형으로 인정받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차다.
잘나갈 것 같던 기업이 고꾸라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1990년대에 들어선 기아자동차가 그랬다.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방심과 ‘뭐든 할 수 있다’는 방만은 여차하는 순간 ‘부도’라는 낙인으로 다가왔다.
1990년대 들어 현대자동차·대우자동차 등 경쟁사들이 사세를 넓힘과 동시에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과잉생산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와중에 기아차는 강성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적자 부문의 과감한 구조조정은 꿈도 꾸지 못했다.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설비투자 때문에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1997년에는 한꺼번에 신차를 6종이나 개발하느라 수천억 원의 과잉투자까지 이어졌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기아차는 1997년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이듬해인 1998년 10월 현대자동차에 인수돼 지금에 이른다. 법정 관리 당시 기아차는 5조2000억 원의 자본 잠식 상태였고 부채비율은 810%에 달했다.
손자인 김석환 사장이 이끄는 삼천리자전거
기업은 부침을 겪지만 사람은 남는다. 기아차를 창업한 고 김철호 회장은 국내 최초의 자동차, 최초의 승용차, 최초의 자전거, 최초의 종합 자동차 공장 등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05년 경상북도 칠곡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삼화제작소를 창업했다. 볼트·너트 등 자전거와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1994년 일제 패망이 가까워 오자 고국에 돌아왔다. 그해 12월 서울 영등포에 경성정공을 세운 그는 6·25전쟁 중에 부산에서 국내 최초의 자전거인 삼천리호를 선보였다. 1952년에는 기아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해 본격적인 자전거 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기아산업은 1960년대부터 삼륜 트럭을 생산하면서 자동차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김철호 회장은 일찍이 1973년 소하리 공장이 완공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뒤를 이은 이는 장남인 김상문 전 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아시아자동차 인수, 기아기공 인수, 기아기연(오늘날 대림자동차) 분리 설립 등에 나서며 오너 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오일쇼크와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 등의 악재가 겹치며 1980년대 초반에는 2년 내리 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결국 부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 전 회장을 대신해 공채 1기 출신이자 당시 기아기공 사장이었던 김선홍 회장이 취임했다. 회사 창립 37년 만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뀐 순간이다.
이후 기아차는 ‘봉고’ 신화로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끝내 오너 기업 체제로 돌아가진 못했다. 기업의 모태였던 자전거사업부는 1979년 3월 일찌감치 독립했는데, 현재 삼천리자전거의 최대 주주가 바로 김철호 회장의 손자이자 김상문 전 회장의 아들인 김석환 대표이사 사장이다. 김 사장은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기 이전에는 자금부와 수출 담당 임원으로 기아차에서 일하기도 했다. 2012년 12월에는 기아차와 삼천리자전거가 ‘케이벨로’라는 이름의 컬래버레이션 자전거를 선보인다. 사업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됐지만 뿌리가 같은 두 기업의 협업만으로도 당시 화제를 모았다.
기아차 창업주 일가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또 하나의 기업은 ‘세코(SECO)그룹’이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는 김철호 창업주의 외손자인 배석두 회장이다. 배 회장은 김 회장의 사위인 고 배창수 서진산업 회장의 아들이다. 배창수 회장은 장인인 김철호 회장으로부터 부품 회사를 물려받아 1960년대 ‘서울강업사를 세웠다. 이후 1972년 군포로 공장을 옮기면서 사명을 ’서진산업‘으로 바꿨다.
1954년생으로 한양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배 회장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세를 키워 갔다. 그러나 기아차가 법정 관리에 빠지자 주 거래처인 서진산업 역시 급격한 위기를 맞게 된다. 1999년까지 서진산업은 차체 등 핵심 부품을 기아차에 납품하던 주요 1차 벤더로, 매출액이 2000억 원을 넘어서는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기아차 사태와 외환 위기 등이 겹치면서 핵심 계열사이자 가업인 서진산업을 미국의 타워오토모티브그룹에 넘겨야 했다.
세코그룹, 자동차 부품 메이저로 승승장구
가업의 경영권을 넘기는 아픔을 맛봤지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반전의 기회가 시작된 것도 이 즈음부터다. 배 회장은 이후 핵심 부품인 클러치와 캠 샤프트 제조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1990년 설립한 ‘서진오토모티브’와 현대차의 자산을 양수해 1999년 세운 ‘서진캠’이 대표적이다. 2011년 ‘서진클러치’에서 사명을 변경한 서진오토모티브는 국내 클러치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 중 하나로 사실상 세코그룹의 사업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제너럴모터스(GM)·푸조·르노 등 해외 메이커들도 주요 고객사들이다.
2011년 8874억 원의 연결 매출을 기록한 서진오토모티브는 이듬해 1조239억 원을 올려 처음으로 1조 원 매출 시대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1조1618억 원의 연결 매출액과 1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전체 클러치 수요의 절반가량을 서진오토모티브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세코그룹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이 2000억 원대에 머무르던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폭풍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을 진두지휘한 이가 바로 배 회장이다. 배 회장의 성장 전략은 ‘종합’과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요약된다. 세코그룹은 서진오토모티브를 비롯해 서진인더스트리얼·서진캠·에코플라스틱·코모스·아이아 등의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각각 클러치, 차체, 캠 샤프트, 범퍼, 스티어링 휠, 휠 커버, 콘솔, 호스 등 자동차의 주요 부품들을 생산한다. 국내시장에서 클러치 하나만을 놓고 서진오토모티브와 경쟁하는 부품사는 있지만, 세코와 같이 전체적인 부품 라인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종합 부품사’는 세코가 유일하다.
배 회장은 2010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자동차 부품 업체 프라코가 보유하고 있던 에코플라스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1년에는 현대위아로부터 아이아를 사들였고 서진오토모티브와 신한제1호기업인수목적(신한 SPAC)과의 합병도 이뤄졌다.
세코그룹의 M&A 사례 중 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경영난으로 팔았던 모기업인 서진산업을 되찾은 일이다. 부친이자 창업주인 배창수 회장이 세운 그룹의 뿌리를 7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사연은 어려워진 형편에 가업을 내놓아야 했던 과오를 씻어냈다는 점에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2004년부터 서진산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했던 미국의 타워오토모티브그룹은 GM과 포드 같은 거인들이 쓰러지면서 2006년 파산했다. 이후 사모 투자 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소유였던 서진산업을 세코그룹이 다시 되찾아 온 것이다.
한편 세코그룹의 사업 지주사 역할을 하는 서진오토모티브 외에 또 다른 관계사인 ‘인베스트 유나이티드’도 눈길을 끈다. 사실 세코그룹이란 이름은 정식 법인명이 아니다. ‘주주(Shareholder)·직원(Employee)·고객(Customer)을 지향(Oriented)’한다는 의미의 영문 앞 글자를 따왔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 개별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사들을 통합하고 그룹 전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상징적 이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배석두 회장 자신도 사내에서 회장이란 직함이 아니라 사장이라 부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베일에 싸인 컨트롤 타워, 인베스터 유나이티드
그룹의 사업 지주사인 서진오토모티브의 최대 주주는 배석두 회장으로 26.29%(2013년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인 주식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인베스터 유나이티드가 12.36%의 지분으로 서진캠(12.55%)에 이어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그런데 인베스터 유나이티드의 최대 주주 역시 배 회장으로 약 6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인 주식 현황만 놓고 보면 배 회장과 인베스터 유나이이트, 서진캠 등이 서진오토모티브의 지분 51.19%를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배 회장이 세부적인 경영 활동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배 회장은 1990년 서진산업 대표이사로 취임해 2004년 사임한 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최대 주주이자 등기임원(이사)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 활동은 대규모 투자나 해외 진출 같은 굵직한 활동 위주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서진오토모티브가 사업 지주 역할을 맡고, 실질적인 경영 컨트롤 타워는 인베스터 유나이티드의 몫이라는 견해도 많다.
한편 인베스터 유나이티드의 금융업 진출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0년 ‘기업 구조조정 전문 회사’로 등록하며 설립된 이 회사는 2005년 들어 ‘경영 컨설팅’으로 주 사업부문을 변경했다. 이어 2012년 충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오투저축은행을 인수했다. 1998년 설립 이후 14년 만에 영업정지 위기에 몰렸던 오투저축은행은 인베스터 유나이티드에 인수된 후 세 차례의 유상증자(148억 원) 등을 통해 2013년 9월 흑자 전환하는 등 회생에 성공했다.
이에 더해 인베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7월 16일 부산 흥국저축은행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됐다. 흥국저축은행은 STX그룹 팬오션의 자회사로 2007년 고려제강그룹에서 STX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번 흥국저축은행 인수전에는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대부 업체 에이앤피파이낸셜그룹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인베스터 유나이티드가 새로운 주인으로 나서게 될 전망이다. 현재 구체적인 인수 방향 논의와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세부 계약 사항 협상이 완료되면 최종 인수 절차를 밟게 된다.
돋보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리한그룹
고 김철호 회장의 후손 중 자동차 부품 사업을 운영하는 이는 또 있다. 자동차 흡기 시스템 부품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리한그룹’이다. 리한은 1979년 박인철 회장이 설립한 ‘대기산업’이 모태로, 2011년 9월에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박 회장은 김철호 기아차 창업주의 외손녀 사위로, 서진산업(배창수 창업주가 박 회장의 장인)에서 근무하다가 1979년 창업 자본금 3000만 원으로 ‘대기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리한 역시 기아자동차의 발전과 위기를 함께 겪었다. 1997년 기아차의 법정 관리는 기아차의 주요 부품 납품사였던 리한이 맞은 최대의 위기였다. 하지만 이후 현대차 등으로 거래처를 늘리는 데 성공하며 반전을 이뤘고 꾸준한 제품 개발과 중국·미국 등의 해외 공장 건립으로 사세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2013년에는 현대모비스 우수 협력사로 선정됐고 ‘5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자동차 흡기계 분야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박지훈 리한 사장은 박 회장의 아들이다. 김철호 회장 이후 4대에 걸쳐 ‘자동차’와의 끈을 잇고 있는 셈이다.
국내시장에서 세코와 같이 전체적인 부품 라인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종합 부품사’는 세코가 유일하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
[SPECIAL REPORT] ‘전기차 프렌들리’ 나선 가나가와현
기획 연재 제2 자동차 혁명의 최전선, 세계 ‘전기차(EV City) 도시’를 가다④ 19세기 일본 개화의 출입문으로 서양 문물을 빠르게 흡수해 온 가나가와현은 이제 일본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자동차 정책을 펼치는 도시로 주목 받는다. ‘2014년까지 전기차 3000대 보급’이란 목표를 2년 일찍 달성한 가나가와현은 현청 소재지인 대표 도시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전기차 프로젝트 2.0인 ‘전기차 프렌들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기차 접촉 횟수를 늘려 전기차 구입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의 보급 목표는 3만 대다. 요코하마(일본)=글·사진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일본 도쿄 남서부에 자리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시의 중심부인 미나토미라이역. 지난 5월 말 가나가와현청 취재 차 근처를 지나던 기자 앞에 우연히 초소형 전기차인 ‘초이모비’를 탄 40대 커플이 나타났다. 이들은 도쿄에서 온 관광객으로 초이모비를 타고 이틀째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 중이라고 했다. 요코하마 시청에서 전기차를 빌려 왔다는 다쿠야 씨는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요코하마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초소형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일부러 체험하고 있다”며 “장난감처럼 생긴 외형 때문에 도로 위에서 문제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가솔린 자동차와 비교해 속도도 뒤지지 않고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0%라는 점이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기차 비싸다는 단점 ‘보조금’으로 극복
항구도시 요코하마, 온천 마을 하코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닛산의 옷파마 공장 등이 자리한 가나가와현은 일본 내 전기차 보급의 선두 주자로 통한다. 이미 2006년 정부와 산업, 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가나가와 전기차 보급 추진 협의체’를 구성했고 이어 2008년 ‘가나가와현 전기차 보급 구상’을 발표했다. 가나가와현 산업노동국 에너지부 리더 나가시마 씨는 “가나가와현은 거주 인구(900만 명)가 일본 내에서 둘째로 큰 현이다 보니 지구온난화와 석유 자원 고갈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 보급에 앞장선다면 지구온난화도 방지하고 친환경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바람으로 일본 내 그 어떤 도시보다 앞장서 전기차 정책에 앞장서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당시 마쓰자와 시게후미 가나가와현 지사가 전기차에 매료된 것도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후임인 유지 구로 지사도 첫 출근부터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이용하면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갔다. 물론 닛산의 글로벌 본사가 요코하마에 있고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의 탄생지인 옷파마 공장이 현 내에 있다는 점도 전기차 보급 정책 수행의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했다. 당시 가나가와현이 펼친 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돈이고 또 하나는 충전소였다. 전기차 구입과 이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늘려 2014년까지 현 내에 3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것이었다. 가나가와현은 일반인들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자동차 가격이 가솔린 차량에 비해 1.5배 내지 2배 정도 비싸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운전 중에 배터리를 다 써서 도로 위에 갑자기 멈춰 설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환경보호라는 사명감 때문에 굳이 비싼 가격에 전기차를 살 사람은 드물 것이고 운전 중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전기차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전기차 보급의 두 가지 허들을 넘기 위한 실질적인 유인책을 고안했다. 가나가와현의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를 구입할 때와 전기차를 이용할 때 두 가지 모두에 적용됐다. 전기차를 살 때 제공되는 정부 보조금의 절반 수준의 금액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미 동급의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 전기차 구입 시 더 내야 하는 금액의 절반을 보조금(최대 100만 엔)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닛산 리프를 예로 들면 차량 구입 시 정부의 보조금이 78만 엔(약 792만 원)이고 가나가와현은 여기에 39만 엔(약 396만 원)을 더 주는 식이었다. 리프의 출시 가격이 370만 엔(약 3750만 원)이라면, 보조금만으로도 260만 엔(약 264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전기차의 가격이 초기보다 많이 저렴해졌기 때문에 가나가와현의 보조금 정책은 2012년 종료됐다. 이와 함께 자동차세와 취득세도 면제해 줬다. 닛산 리프를 탈 때 매년 내야 할 세금 3만4500엔(약 35만 원)이 5년간 면제됐다. 자동차세 면제 정책도 현재로선 끝났지만 가나가와현청은 바로 이러한 구입 보조금 정책 덕에 전기차 구입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기차를 이용할 때에도 각종 금전적 혜택을 지원했다. 현청 관할의 주차장에 주차하면 요금의 절반을 할인해 줬고 2011년까지 고속도로 통행료의 50%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충전소는 2014년까지 급속 충전기 100군데 설치를 목표로 세웠는데 2011년에 이미 목표치를 넘겼고 현재엔 200군데를 넘어섰다. 정책 초기엔 가나가와현을 지도상에서 가로와 세로 10km의 네모난 선으로 모두 쪼갠 후 네모 안에 최소한 1대의 충전기를 설치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청·현청 부근이나 주요 관광지 등 유동 차량이 많은 지역의 충전소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충전 시설을 늘려 갔다. 공무원이 직접 기업 찾아다니며 ‘충전소 설치’ 설득해 도심 충전소 설립에는 요코하마시가 적극 나섰다. 요코하마시청 교통환경대책과 소속 가타오카 계장은 “충전기를 설치하는 슈퍼마켓·편의점·레스토랑·자동차판매점·대형쇼핑몰·호텔 등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보통 완속 충전기 1대를 설치하는 데 50만 엔, 급속 충전기는 150만 엔이 드는데 이 비용 중 절반가량을 시에서 지원했다. 충전소 설치엔 공무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가타오카 계장은 “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충전 시설 확산이 필수인데 사실 정책 초기엔 충전소가 생각보다 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대형 상업 시설과 달리 중소형 업체들은 설치비용도 만만치 않고 유지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꺼렸던 것이다. 요코하마시 공무원들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설득에 나섰다. 요코하마시청 온난화 대책 총괄본부 소속 데라이 과장보조는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면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것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일 것이고 운전자가 자동차를 충전할 동안 최소한 30분은 한 공간에 머무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회사의 물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기업 담당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바로 이러한 노력으로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와 충전소 보급을 자랑하고 있는 가나가와현은 현재 전기차 보급 2기에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기차 프렌들리(친화 정책)’로 정리할 수 있다. 2014년 5월 기준으로 현내 전기차가 5500대를 돌파해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전기차와 친해지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초이모비 셰어링 서비스와 택시가 활용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 초이모비는 2인용 스쿠터에 기본적인 자동차의 외형을 씌워 놓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정식 명칭은 닛산의 ‘뉴 모빌리티 콘셉트’로, 닛산이 고령자와 싱글족을 위해 시범적으로 제작한 초소형 전기차다. 요코하마시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초이모비 전용 렌터카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전기차 홍보에 나섰다. 현재 요코하마 시내에 70대가량의 초이모비가 달리고 있는데 다른 도시의 평균인 2대에 비하면 꽤 많은 편이다. 초이모비를 직접 타 보려면 회원 등록과 1시간가량의 운전 교육을 따로 받아야 하지만, 초이모비의 등록 회원이 올해 7월 기준 1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요코하마시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1분 이용료가 20엔, 한국 돈으로 고작 220원이라 저렴한 가격도 인기에 한몫했다. 서두에서 언급한 관광객처럼 요코하마에 놀러 온 이들이 전기차를 체험해 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1분에 200원, 근거리 이용자는 초이모비가 제격 기자 또한 닛산의 엔지니어와 함께 초이모비를 타고 도로에 나가 봤다. 크기는 234m×123cm×145cm(가로×세로×높이)로 아담해 마치 장난감 자동차에 탑승하는 기분이 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닛산의 저탄소 플래닝 부서 소속 엔지니어인 마사히코 씨는 “차체의 중량을 줄이는 데 목표를 뒀기 때문에 창문·라디오·카시트가 없고 와이퍼도 하나만 있는 게 특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되지 않아 미래에 더욱 각광받을 사이드 차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닛산 글로벌 본사에서 출발해 요코하마의 명물인 대관람차가 있는 코스모월드까지 달려봤는데 속도감은 일반 차량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실제 초이모비의 최고 속도는 80km, 최장 주행거리는 약 100km에 달한다고 했다. 뒷좌석이 다소 좁고 창문이 없어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심각한 불편 사항은 아니었다. 요코하마의 명물인 아카렌카(빨간 벽돌) 창고를 비롯해 대관람차가 있는 월드 포터스, 차이나 타운, 요코하마 미술관, 야마시타 공원 등 웬만한 랜드마크엔 초이모비 전용 주차장과 충전소가 마련돼 있고 차를 처음 빌린 장소가 아니라 어떤 주차장에서든 반납할 수 있어 편리했다. 또한 닛산 본사에서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해 충전이 필요할 때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충전하는 시스템이란 점도 안심 요소였다. 데라이 과장보조는 “초이모비는 장거리 운전자보다 어린 자녀의 등하굣길이나 혼자 장을 볼 때, 집과 직장의 거리가 가까운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다”고 했다. 이처럼 요코하마시는 마치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체험하듯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가미된 초소형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전기차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가나가와현은 총 43대의 전기차 택시를 운용하며 전기차의 우수성을 많은 시민들이 접하도록 하고 있다. 택시 회사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가나가와현은 전기차를 구입한 택시 회사에 일반 차량 대비 차액을 전부 지원했다. 또한 택시 승강장에선 어떤 택시보다 전기차 택시가 가장 앞에서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해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 차량에 비해 충전하는 동안엔 손님을 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우대 정책인 셈이다. 가나가와현 내 800대 정도의 택시를 운행 중인 최대 규모의 택시 회사인 가나가와도시교통도 2011년부터 총 3대의 전기차 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가나가와도시교통의 지바 씨는 “현청의 권유로 전기차 택시를 운행 중이며 급속·완속 충전기도 현청의 지원금으로 구비했다”며 “내연 차량에 비해 연료비가 적게 들고, 승객들도 차가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했다. 지바 씨는 아직까진 충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장거리 운행에는 전기차 택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병원이나 역 근처 관광지에서 주로 영업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가나가와현은 관용 차량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를 주말마다 시민들에게 빌려주는 셰어링 서비스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가나가와현은 전기차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도심 곳곳에서 펼치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전기차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요코하마 역에서 짐이 많은 승객이나 봄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택시를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게 했고 요코하마 내 유명 관광지인 핫케이지마 부근에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기차에 들어 있는 전기를 빼내 축구를 하거나 집 안에 필요한 전력으로 활용해 보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가나가와현은 2017년에 1만8900대, 2020년까지 3만 대의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새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기 제조에도 나서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돋보기 | 닛산 옷파마 공장 방문기 리프, 일반 차량과 동일한 제작 라인 사용해 닛산의 옷파마 공장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작은 어촌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 주민의 상당수는 옷파마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로, 옷파마역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도 기자가 옷파마 공장에 간다고 하니 자신이 30년 넘게 근무했고 지금은 전기차까지 만들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옷파마 공장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의 고향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2010년 12월 미국과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후 지난 1월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 10만 대를 돌파했고 6월 말 기준으로 12만3921대를 판매했다. 일본 내에서도 6월 말 기준 4만1265대 누적 판매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영국 등 해외 수요가 끊이지 않아 공장 한쪽의 닛산 전용 항구엔 색색의 리프 수십 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옷파마 공장에선 현재 전기차 리프를 비롯해 일반 내연 차량인 주크·큐브·실피까지 총 4종의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독특한 것은 전기차라고 해서 특별히 따로 제작 라인을 두지 않고 일반 차량과 같은 라인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을 지켜보니 일반 차량의 엔진이 들어가는 자리에 리프는 모터와 인버터가 들어가는 식이었다. 연료를 태우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차내에서 뿜는 배출 가스는 전혀 없다. 옷파마 공장의 연간 리프 생산능력은 5만 대로, 가나가와현의 자마 공장에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고 옷파마 공장에서 자동차 차체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시스템으로 제작되고 있었다. 차체의 바닥 부분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일반 노트북이 48개 정도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공장 방문에 동행한 닛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부 소속 미쓰라 요네카와 씨는 “닛산의 배터리 기술력은 다른 대상이 아닌 오직 자동차만을 위해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옷파마 공장 내에도 전기차 부서 외에 연구·개발(R&D) 부서가 따로 있어 플러그를 끼우지 않고 도로에 매설된 전선 주위 전기장을 전기로 바꿔 충전하는 ‘비접촉식’ 충전 등 다양한 충전 방식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닛산은 충전 방식의 다양화와 함께 전기차 모델의 다양화도 추진 중이다. 올해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다목적 상업용 전기 밴인 e-NV200이 대표적이다. e-NV200은 리프에 이은 닛산의 전기차 2호로, 실내 공간이 넉넉해 산업 현장에 활용되거나 가족 수가 많은 일반 고객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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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트렌드] 비틀고, 상상하고, 일탈하는 비즈니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의 장충동이다. ‘장충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개 있다. 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장충동 족발 골목이다. 유래를 조사해 보니 족발 골목은 197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북에서 월남한 할머니 한 분이 ‘평안도 할머니 족발’이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제법 장사가 잘됐다. 그러자 바로 오른쪽 옆에 있던 미용실이 간판을 내리고 족발집 간판을 올렸다. 역시 평안도 할머니 족발이다. 그런데 앞에 두 글자가 더 붙는다. ‘원조 평안도 할머니 족발’. 이번에는 왼쪽 옆에 있던 슈퍼가 간판을 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간판을 올린다. 역시 새로 붙은 두 글자에 두 글자가 더 붙었다. ‘진짜 원조 평안도 할머니 족발’. 가운데 끼인 진짜 원조 평안도 할머니는 고민에 빠졌다. 손님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까. 고심 끝에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자 손님들이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바뀐 간판은 이렇다. ‘출입구’.
울트라 넘어선 하이퍼 경쟁의 시대
물론 웃자고 꺼낸 얘기다. 그렇지만 큰 기업을 운영하든 동네 가게를 운영하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피터 드러커는 오늘날을 ‘수퍼(super)를 넘어서고 울트라(ultra)를 넘어서서 더 극단적인 하이퍼 경쟁(hyper competition)의 시대’라고 했다. 하이퍼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함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초경쟁의 시대다.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현한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극단적으로 짧아지면서 신제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소수의 특출 난 기업들이 시장의 파이를 죄다 가져간다.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기업 간 경쟁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다시 장충동 족발 골목으로 돌아가 보자. 이 골목에서 세 가게는 무엇을 가지고 경쟁했을까. 업소의 간판과 상호였다. 이를 경영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브랜드 경쟁이다. 차별적인 브랜드로 경쟁자보다 더 좋은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의도다. 그러면 브랜드 외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른 요소는 없을까. 얼마든지 다른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음식점이니 족발의 맛부터 시작해 밑반찬, 재료 원산지, 요리법, 여러 가지 서비스, 실내 인테리어, 주방 위생, 친절한 종업원, 주인장의 인심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요소는 눈에 보이는 것부터 안 보이는 것까지, 원재료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차별화 요소는 무수히 많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경영자의 생각에 달려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할 때, 뭔가 새로운 것을 도모할 때 어떻게 상상할 것인지, 어떻게 발상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즉,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차별화의 근본은 바로 창조로 이어지는 경영자의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다 쉽게 창조를 끌어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방법은 지금까지 수행해 온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보고 이를 비틀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사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이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과 다른 채널로 온라인 도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크게 부각된 개념이다. 아마존은 전달 경로를 혁신한 비즈니스 모델로 미국 서점 시장 부동의 1위 반스앤드노블을 제치고 7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게리 하멜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혁신은 영업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 차원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가 크다는 말이다. 일례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뛰어난 기업들의 수익률과 성장률이 평균 16%와 7%대로 다른 그룹의 기업들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고객의 숨어 있는 니즈 발견해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업이 어떤 고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결정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잘 나타낸 정의다. 비즈니스 모델을 비튼다는 것은 바로 이를 구성하는 고객·상품·전달 방식을 바꿔 본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각 요소에 대한 본질을 고려하고 ‘만약에(What if)’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만일 고객이 지금의 고객이 아니라면, 고객에게 현재와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면, 전달 경로를 줄이거나 더해 본다면 등등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고객·상품·전달 방식에 대해 지금보다 확대 또는 축소하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사고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먼저 ‘고객’ 차원에서 보자. 과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고객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방 가전 업체 월풀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삼성·LG를 위시한 아시아 경쟁업체의 도전이 거셌다. 미국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였지만 매출이 급감했다. 고민 끝에 고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한다. 주방은 여성의 공간이다. 냉장고·싱크대·수납공간 등은 과연 여성에게만 한정될까. 이러한 의문은 남성에게까지 옮겨 갔다.
남성 역시 자신만의 공간을 선호한다. 미국에서는 주로 차고가 남성의 전용 공간으로 활용된다. 차고를 자신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남성 중에는 보다 깔끔하게 이를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취미 생활을 하고 나면 더러운 손도 씻고 싶다. 여러 가지 도구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도 싶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원한 맥주도 한잔하고 싶다. 모양과 형태는 다르지만 주방에서 사용되는 기구들이 그대로 여기에서도 활용된다. 그래서 기존의 가전제품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3년에 차고 인테리어를 위한 ‘글래디에이터 라인’이 출시된다. 이는 출시 10년 만에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며 월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상품’을 비틀어 보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숨어 있는 니즈를 발견하는 것이다. 때로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때로는 꼭 필요한 기능만 강화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다. 최근에 필자가 경주에서 1박 2일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강의 일정을 마치고 마침 서울로 향하는 KTX 출발 시간과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내려온 관계로 불국사를 비롯해 몇 군데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짐을 기차역까지 보내달라고 호텔 프런트에 요청했다. 역시나 짐을 맡아 줄 수는 있지만 배송은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부산에서 카지노로 유명한 P그룹에서 운영하는 호텔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필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은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인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전달 방식’은 고객이 상품 구매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간이나 비용의 과다, 관련 지식과 정보의 부족, 신체적 피로 등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전달 단계의 축소나 확대를 통해 해결을 도모한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로 알려진 인도의 타타 나노는 전달 단계를 최소화함으로써 탄생했다. 대다수의 인도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7~8명의 가족이 오토바이나 스쿠터로 한꺼번에 이동하는 모습이 흔한 거리 풍경이다. 이는 안전상 위험도가 매우 높다. 이에 대한 연민에서 탄생한 것이 타타 나노다.
자동차의 편의 사양을 최소화했지만 조립 공정이나 유통 경로를 축소하거나 제외함으로써 대폭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200만 원대의 자동차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발상을 위한 둘째 방법은 경쟁 요소를 도출해 경쟁자와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를 토대로 경쟁사와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문영미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는 자신의 저서 ‘디퍼런트’에서 기업의 브랜드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상품 간의 차이를 인식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을 언급한다. 즉, 기업이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오히려 고객이 선택의 곤란을 겪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두 가지의 방향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질적인 측면으로, 경쟁자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모방하다 보니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면 삼성과 LG의 브랜드를 떼고 스마트 TV를 구분하라고 하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양적인 측면으로, 동일 카테고리 내에 워낙 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하나 사려고 해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일일이 특성을 구분해 사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가격이나 브랜드와 같은 특정한 조건에 의해 단순 결정하기가 쉽다. 그래서 고도로 진화된 상품카테고리에서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방법은 불균형한 것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역발상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이러한 방법 중 하나는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역포지셔닝 브랜드’ 전략이다. 그리고 경쟁자와 반대로 가는 것이다. 구글은 다른 포털 사이트가 프런트 페이지에 최대한 정보를 담으려는 것과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단순하게 구글 로고와 검색 창으로만 구성된 시작 페이지로 성공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일본 호텔 업계 최강자는 도요코인 호텔이다. 객실 보유 수도 가장 많고 무엇보다 객실 가동률이 일본 1위다. 저가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만족도는 특급 호텔과 유사한 수준이다. 일반 호텔이 보유하고 있는 편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만족도가 높은 것은 경쟁 호텔과 차별화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객실 품질과 다양한 서비스, 품격은 경쟁 업체에 떨어지지만 가격·접근성·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은 매우 우수하다. 업무 출장 중심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포지셔닝 브랜드로 만족할만한 발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탈 브랜드’를 고민한다. 이는 기존 카테고리의 경계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소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가 이에 해당한다. 당초 소니는 가정용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었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사람의 명령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가정용 로봇으로는 실패작이었지만 오히려 사람의 말을 안 듣는 캐릭터의 애완견으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이렇게 기존 카테고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테고리로 전환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의 서커스’다. 서커스에 대한 기존의 관념은 천막 공연장, 동물 묘기, 곡예사와 같은 개념들이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는 무용·음악·연극 등이 어우러지는 예술 공연과 같다. 즉, ‘태양의 서커스’는 기존 서커스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예술 공연이라는 카테고리로 이동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공연 테마, 세련된 관람 환경, 예술적인 음악·무용 등의 경쟁 요소를 추가했다.
끝으로 하나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적대 브랜드’다. 이는 특정 고객만을 타기팅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모든 고객을 다 가져가지 않는다. 레드불은 고용량 카페인 음료다. 맛이나 효능 측면에서 선호하는 계층이 별도로 있다. 주로 젊은 계층이고 클럽이나 바 아니면 작업 현장 등에서 밤샘하는 사람들이다. 독특한 향으로 유명한 천연 목욕 용품·화장품인 러쉬도 마찬가지다. 러쉬 제품은 그 향 때문에 광팬과 안티팬이 양분된다. 2004년에 출시한 하디스의 몬스터 버거는 열량이 1418칼로리지만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이처럼 적대 브랜드는 성분·향·열량 등 특정한 속성을 극대화해 이를 선호하는 고객들만 가져간다.
새로운 사업, 새로운 과제의 근간은 상상력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이 글을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을 보다 용이하게 끌어내기 위한 틀로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하나는 현재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보고 고객·상품·전달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경쟁 요소를 도출하고 이를 경쟁자와 비교해 거꾸로 가거나(역포지셔닝),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거나(일탈 브랜드), 어느 한 속성을 극대화하는(적대 브랜드) 것이다. 이제 곧 내년도 사업 계획을 고민하는 시즌이다. 우리 기업만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상상력이 활짝 펼쳐지길 바란다.
강성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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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실패도 자산…실리콘밸리 ‘혁신 DNA’
어떻게 하면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높여 기업과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창조 경제의 화두다. 이런 관점에서 창의성과 혁신 열기가 가장 뜨겁다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의 핵심은 역시 인재다. 실리콘밸리 인구의 45%가 학사 이상으로 미국 평균 28%보다 훨씬 높은데다 20%는 석·박사다. 또 과학과 공학 분야 전문가의 60% 이상이 다른 나라 출신일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인재들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문화가 다른 많은 국가들의 다양한 인재들이 경쟁, 교류하고 있어 실리콘밸리는 그야말로 아이디어와 혁신이 넘친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인 액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성공 요인의 하나로 이 지역 첨단 기업들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꼽혔다.
청바지 입었지만, 일만큼은 ‘완벽주의’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이라고 해서 일사불란함과 긴장감을 기대했다가 막상 방문하면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기후 때문인지 회사 내에 여유로움이 흐르고 청바지와 운동화 같은 캐주얼한 복장, 사무 공간이 아닌 카페에서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와 환경은 캐주얼하고 여유롭지만 직원들의 일처리는 완전 반대다. 업무에 완벽히 집중해 있고 일처리 스피드도 대단히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들은 업무 처리 스피드를 유난히 강조한다. 이유는 첫째, 직원들의 집중을 유도하는 데는 속도 강조가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검증된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 제품 만들기에 도전하는 것인 만큼 정확성보다 빠른 결과와 아이디어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은 납기 단축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지역 기업들이 수개월 단위로 제품을 개발한다면 이들은 이를 수주 단위로 단축할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 것은 결함에 대한 우려보다 신속한 결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은 아예 ‘완벽보다 실행(Done is better than perfect)’이란 표어를 사내 벽에 붙여 놓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발을 내딛고 틀리면 또 새롭게 도전해 한 발 한 발 개선해 간다는 방식을 취한다. 미리 순서와 시간을 정하기보다 개방형으로 그때그때 신속하고 유연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식이다. 최근 빠른 기술 변화 속도와 세계화로 제품과 비즈니스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접근 방식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일 마니아다. 사무실이든 집이든 어디나 일터라고 말한다. 조사에서 ‘자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71%로 미국의 여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충성심의 대상이 회사라기보다 업무 자체인 것으로 판단된다. 자기가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해 미래의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어찌 보면 한 회사를 뛰어넘는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그런 만큼 스스로의 독립심도 강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의 전문가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얘기하면서도 일하는 회사를 자주 바꾼다. 이에 따라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인재 이동이 많고 ‘다른 회사에서 인재 찾기’가 모든 회사에 일반화돼 있다. 전문가는 마음만 먹으면 2개월 이내에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문화를 반영해 회사도 모든 업무를 가급적 프로젝트 단위로 짜고 프로젝트 수행 전문가들도 회사 내외에서 개방형으로 운영할 때가 많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서로 돕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회사 업무가 프로젝트 간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어 각 프로젝트에서의 팀워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액센츄어 조사에서도 개인적으로 팀워크 가능성이 있는 사내외 네트워크를 대단히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에선 어떤 팀과 일하는가에 따라 취직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한다.
네트워크는 사내뿐만 아니라 사외도 포함한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원들의 외부 프로젝트 참여를 권장하고 동시에 외부 전문가의 사내 프로젝트 참여도 적극 유도한다. 이에 따라 외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 비중도 실리콘밸리가 타 지역의 2배 이상이다. 페이스북의 정보 보호 최고책임자인 팀 칸포스는 업무 생산성을 계속 높이려면 특히 외부 네트워크 활용이 필수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탄탄한 네트워크 만들기는 실리콘밸리에선 강력한 지역 문화 중 하나다. 네트워크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직장 상사나 동료의 평가보다 중요시되고 직장을 바꿀 때도 헤드헌터보다 이들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가 많다.
‘돈으로 동기부여’는 어불성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성공의 이면에 많은 실패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실패는 하나의 과정이고 재차 성장,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미래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요소다. 이들은 인재와 적절한 접근 방식을 계속 활용하면 결국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자세를 갖고 있다.
이처럼 현실에 두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도 미래에 대해 전향적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첫째, 실패해도 곧 다시 털고 일어나 재도전할 수 있는 자기 재구축 능력과 둘째, 신중하지만 위험을 피하지 않고 적극 관리하는 역량을 배양해 주고 있다. 액센츄어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risk averter)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들의 격심한 부침을 고려하면 이처럼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는 성공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일지도 모른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첨단 기업의 최대 위험은 위험 요소들을 적극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와 같이 급격히 변하는 세계에서 확실히 실패하는 전략은 위험을 계속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고급 인력들이 금전적 보수를 중시하고 이에 따라 동기부여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조사 결과 금전 보수 외에 마음의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심리적 충족감도 이들에게 큰 동기부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흥미롭다.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액 연봉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시장에서 확실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다든지, 자기 회사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든지 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낮은 보수라도 가서 일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심리적 만족이 동기부여에서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일견 모순돼 보이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이 지적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에 대해 강한 도전 의식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액센츄어 조사에서처럼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이 여가 시간 중에도 업무상 기술적 난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첨단 기업의 한 간부는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부과해야 할 첫째 과제는 직원 스스로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심리 만족도 제고’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몇 가지로 요약해 봤다. 물론 이러한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의 문화가 우리에게 모두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식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자칫 기업이 직원들의 충성심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회사보다 자기 네트워크 이익을 앞세운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또 업종과 기업 특성에 따라서는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식의 기업 문화가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창의력 제고를 통해 기업과 국가 경제의 성장력과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를 한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
[토요 FOCUS] 홈, 패션을 입다
서울 반포에 사는 주부 유정은 씨(37)는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경북 풍기산 인견(인공 비단) 침구세트를 2개나 장만했다. 여름 세일기간을 이용해 산 침구로 안방과 아들방을 꾸미고 나니 집이 새 옷을 입은 듯 환해져 기분이 좋아졌다.
홈패션(Home Fashion) 전성시대다. 홈패션은 커튼과 벽지, 침구, 카펫, 부엌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 안을 보기 좋게 꾸미는 걸 말한다.
최근 옷이나 가방, 화장품으로 몸을 치장하듯 각종 홈패션 상품으로 집 안을 꾸미는 데 지갑을 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불황에도 일찌감치 선진국형 소비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홈패션은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홈패션 부문 매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12.6%로 남성의류(8.2%), 여성의류(6.2%), 영패션(7.5%) 등 다른 주요 분야를 모두 앞질렀다.
송지혜 베인앤드컴퍼니 유통소비재 담당 컨설턴트는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집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도 소비 트렌드 중심이 의(衣)에서 식(食)으로, 이제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주(住) 문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홈패션 시장 규모는 총 2조5000억원대(일반 가구 제외)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홈패션은 단순 생활용품이 아닌 패션ㆍ디자인 상품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김지미 기자 / 서진우 기자]
[토요 FOCUS] 속이 예쁜 우리집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초반 싱글녀 김영경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 후 친구들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간다. 이곳에 즐비한 의류 매장 대신 김씨가 자주 들르는 곳은 바로 홈패션(생활용품) 매장이다. 여기서는 각종 그릇과 카펫, 침구뿐 아니라 실내 향기를 바꾸고 여름철 습기까지 잡아주는 양초ㆍ디퓨저, 심지어 와인홀더까지 한데 모아 판다. 김씨는 얼마 전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들은 치즈퐁뒤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이 매장에서 퐁뒤 전용 식기까지 샀다. 그는 "홈패션 매장에 들어가면 꼭 멋들어진 집 안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내 집도 이렇게 꾸며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예쁜 거실ㆍ주방 소품에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고 말했다.
비록 경기는 나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2013년 2만6205달러)에 근접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먹고 마시는 것에서 자신의 주거환경을 세밀하게 가꿔 가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벽지와 조명 등 인테리어에 신경 쓸 뿐 아니라 주방과 욕실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향초와 방향제까지 집 안 곳곳에 두려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 소비가 최근 홈패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력 소비군은 여성이다. 아무래도 홈 인테리어에 관해 가정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남편보다는 아내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카페 중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레몬테라스'는 아예 남성 회원 가입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는 박정이 씨(26ㆍ대학원생)는 "얼마 전 결혼했는데 인터넷 카페 정보를 바탕으로 인테리어 소품을 골라 신혼집을 연두색과 화려한 무늬 위주의 북유럽풍으로 꾸몄다"며 "내가 살 공간을 최대한 편안하면서도 예쁘게 꾸미는 데에는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여기에 혼자 사는 싱글족이나 노인, 기숙생활을 하는 중ㆍ고교생 등 다양한 소비자층까지 더해져 홈패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조인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라이프스타일사업부 상무는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매에서 벗어나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을 바꿔가고 있다"며 "가족 단위 소비자뿐 아니라 독신가구와 학생 등으로 홈패션 소비군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홈패션 분야는 상품군이 복잡다단하고 이에 대한 정보도 무수히 많다. 따라서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정보기술(IT)에 친숙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홈패션 소비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부 김민영 씨(33)는 "SNS를 자주 이용하다 보면 지인이 올리는 집 안 음식이나 옷, 아기 사진뿐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집 내부 사진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며 "인터넷을 통해 얻은 알짜 정보를 바탕으로 내 집도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라는 사실이 홈패션 성장을 이끈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박선희 전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유독 한국에만 압도적으로 많은 아파트는 외관상 큰 차이가 없어 그 내부를 어떻게 꾸미느냐가 차별화의 관건이 된다"며 "소비를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요즘 소비자들이 홈패션에 빠져드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홈패션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소소한 삶의 행복을 강조하는 이른바 '킨포크(kinfolk)' 문화의 확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하와이대 재학생 일부가 모여 만든 계간잡지 이름으로 주로 여행이나 집 안 가꾸기 같은 여가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잡지는 집에서 손님을 맞을 때 만들 수 있는 요리나 그에 어울릴 만한 식기ㆍ도구를 나열하고 거실ㆍ욕실 꾸미기 팁도 알려주는 등 홈패션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다룬다. 이 때문에 최근 각박한 삶 속에서도 작은 여유를 찾으려는 소비자군을 '킨포크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소박한 부엌소품이나 거실ㆍ욕실 장식품 등이 인기를 끌며 '킨포크 룩(look)'이라는 생활 디자인이 신흥 패션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의 큰 흐름은 구매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엔터테인먼트 지향적이라는 점"이라며 "홈패션은 그 같은 요소가 가장 잘 드러나는 소비 분야"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홈패션 매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동안 그릇이나 침구, 욕실용품 등은 서로 다른 브랜드에서 출시된 만큼 매장도 모두 분리돼 있었지만 요즘 홈패션 업체들은 디자인 상품을 한데 모아 '원스톱 쇼핑' 공간에서 판매한다. 매장을 거대한 집으로 꾸며 소비자들 욕구를 자극시키기도 한다. 홈패션 브랜드 '자주'의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은 지하 1층에 부엌용품과 홈 데커레이션 상품, 1층에 여행ㆍ팬시용품, 2층에 남녀ㆍ아동 패션잡화, 3층에 욕실ㆍ침구ㆍ아로마용품을 진열하고 있다.
[서진우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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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철학] 젓가락-둘이 있어야만 시작되는 `사람다움`
공자는 '사람다움'을 '인(仁)'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인'은 단독자로서의 인간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글자 모양을 보면 '사람(人) 둘(二)'이 모여 '인'을 이룬다. 공자는 '사람다움'을 두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마땅한 윤리적 덕성으로 이해했다.
일상의 사물 중에 가장 '사람다운' 사물이 무엇일까. '젓가락'이 아닐까. 젓가락은 한 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물이다. 젓가락은 걷는 두 다리, 움직이는 두 팔 모양으로 작동한다. 젓가락질은 기우뚱하지만 절묘한 평형감으로 허공에서 엇갈림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적절하고 정확하게 음식을 집어낸다. 젓가락질의 본질은 그것이 절대적 균형감의 소산이 아니라 한쪽만으로는 불구일 수밖에 없는 둘이 모여 만드는 '기우뚱한 균형감'이라는 데에 있다.
음악에서 '조화-화음'을 뜻하는 '하모니(harmony)'는 높이가 다른 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협업'이다. 화음이 시간적으로 진행되어 율동성을 갖게 되면 음악의 기본 구조인 '화성'이 된다. 같은 것이 모이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이 모여 적절한 수준에서 결합할 수 있는 율동감과 타이밍을 찾을 때 '하모니'가 된다.
그렇다면 하모니를 위한 율동은 어떤 동선을 가질까. 다시 젓가락을 생각해 보자. 음식을 입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숟가락과 포크와 젓가락이 있다. 숟가락은 음식물을 밑으로부터 퍼올린다. 포크는 날카로운 끝으로 찌른다. 젓가락은 양쪽 바깥에서 '감싸듯이' 집는다. 바깥에서 '감싸는' 동선으로 음식물에 다다른 양쪽 젓가락은 그때 '하나'가 되는데, 이때 젓가락의 모양새는 각각의 둘이 모여 정확히 '사람 인(人)' 자 모양이 된다.
어쩌면 '사람 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다움'이라는 공자의 '인(仁)'은, 불균형한 둘이 시작할 수밖에 없고, 모여서 구실을 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사람(人) 형상을 하게 되는 '젓가락의 윤리'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라. 단지 '손기술'이었다면야 어릴 때 젓가락질을 못한다고 우리의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혼을 내시기야 했겠는가.
[함돈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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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공계의 부활
대학의 인기 학과는 당시 사회상을 잘 반영한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화공학과, 기계학과, 건축 토목학과 출신 인력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이공계는 전성기를 이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변호사·의사·한의사·금융인 등 고소득 전문직이 부각되면서 이공계는 급속히 인기를 상실했다. 이공계 출신은 주로 대기업에 취업해 평생 엔지니어로 직장을 보장받는 이점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겪으며 우선 정리 대상이 되는 시련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다시 바뀌어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연구·개발 능력이 있는 이공계 출신이 취업 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갑’이 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취재 이진원ㆍ이홍표ㆍ이현주 기자·이시경 인턴기자|사진 서범세ㆍ김기남ㆍ이승재 기자
[이공계의 부활] 대기업 공채 이공계 비중 ‘80~100%’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채용 정보 검색창에 ‘이공계’를 입력해 봤다. 7월 17일 기준으로 167건의 채용 공고가 검색됐다. 대기업부터 외국계 기업·연구원·중소기업 등 다양한 채용 공고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공고의 제목과 상세 정보에는 ‘이공계 우대’라는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신입 사원 모집’도 상당수다. 전통적으로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엔지니어·연구원·생산직 모집 외에도 무역·영업·홍보·마케팅·회계·총무·통역·교사까지 ‘이공계 우대’를 내걸고 있었다. 이 같은 직무는 인문사회계열이나 경상계열 출신의 일로 여겨져 왔는데도 말이다. 이공계 출신 구직자라면 다양한 기업과 직무 중 자신의 적성과 비전 그리고 원하는 대우에 맞게 골라 적어도 수십 개의 지원서를 보낼 수 있을 듯싶다. 정기 공채서 인문계 배제하는 대기업들 다시 ‘상경계열’이란 검색어를 입력해 봤다. 122건의 채용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이공계’를 검색했을 때보다 적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의 리스트가 나왔다. 다만 상당수가 ‘경력직 모집’나 ‘경력자 우대’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그리고 ‘중국어 능통자’, ‘영어 필수’, ‘결산 유경험자’ 등의 조건도 많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직무는 ‘회계’다. 마지막으로 ‘사회계열’, ‘인문계열’을 각각 입력해 보니 채용 정보는 각 92건, 18건에 불과하다. 사회계열 검색 결과에는 홍보·마케팅 외에 이 분야 전공과 연계된 일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영업사원·교사·인사·총무·고객관리 등 일반 사무직이 대부분이다. 인문계열 검색 결과 18건 중 경력 사원 모집이 약 5건, 교사 모집이 6건, 장기 아르바이트·연구보조·업무보조·인턴 등 비정규직이 4건 등이다. 어느 채용 공고에도 ‘인문·사회계열 우대’란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선택의 폭이 적은 만큼 구직자 스스로 지원을 결심하기까지 통념적으로 구미가 당기는 일자리는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구직자라면 애절한 마음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가 볼 채용 포털에서의 현실은 이랬다.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졸업해도 만일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라면 이력서를 보내 볼 기업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이공계 출신은 골라서 지원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정도다. 대기업 공채라면 상황이 좀 다를까. 2014년 대기업 상반기 공채에서 이공계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삼성·LG·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실시한 올 상반기 신입 공채에서 이공계 출신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삼성은 이공계 출신 선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계열사별로 상반기 대졸 신입 사원 채용에서 이공계 비중은 삼성전자가 85%를 웃돌고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은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문계 우대’가 확연했던 삼성물산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상반기 신입 사원 중 이공계 전공자는 80~90%, 상사부문도 이공계 비율이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이공계 출신만 수시 공채로 선발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대졸 신입 사원 정기 공채의 모집 분야를 연구·개발과 플랜트 등으로 한정했다. 사실상 인문계열 출신을 배제한 것이다. 현대차에 취업하려는 인문계 전공자들은 ‘신입 상시 채용’이라는 상시 채용을 통해야 한다. 수시 채용한다고는 했지만 인문계에 대한 채용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엔 현대·기아차 대졸 공채 신입 사원의 75~80%가 이공계였다. LG화학이 지난 6월 선발한 신입 사원 중 이공계 비중은 80%에 달했다. 특히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뽑은 대졸 신입 사원 중 이공계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3사의 신입 공채 이공계 비중은 2011~2012년 2년간은 70%대에 머물렀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입 공채 중 이공계가 70%를 넘고 올해도 이공계·인문계 각각 7 대 3의 비율을 예상하고 있다. 이공계 졸업자는 지방대 출신이라도 학점만 우수하면 대기업 입사가 수월하다. 지방 거점 국립대 이공계 전공자는 웬만한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보다 몸값을 높게 쳐주는 곳이 많다. 대기업의 주요 생산 시설이 주로 지방에 있는데 서울 출신들은 지방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현지 대학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방 거점 국립대와 대기업이 함께 특정 트랙이나 취업 보장 장학생을 선발한다. 지방 거점 국립대의 기계·전자과의 경우 70~80%가 대기업에 입사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이공계 출신이 강세다. 삼성그룹 사장급 임원 중 이공계 출신은 46%, LG그룹은 57%, 현대자동차도 사장 임원 가운데 48%로 추산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7월 9일자에 게재된 ‘100대 기업의 CEO 분석’에 따르면 이공계열 출신은 35%에 달해 경상계열(38%)과 비슷한 수준이다. 100명의 CEO 중 금속공학 6명, 화학공학 5명, 전기공학 4명, 농학 및 농화학이 3명, 기계공학·식품공학·재료공학이 각 2명 등으로 집계됐다. ‘테크노 체어맨’이란 신조어도 생겨 이공계 출신들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세로 부상함에 따라 ‘테크노 체어맨’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테크노 체어맨’은 이공계 박사급의 전문적인 지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을 펼치는 대기업의 회장·부회장급 경영인을 의미한다.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임형규 SK 부회장 등 박사 학위 이상의 이공계 기술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이 잇달아 대기업의 신임 최고경영진으로 중용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서울대 이공계 학부를 거쳐 해외 명문대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획득한 후 대기업 CEO의 길을 걷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이처럼 한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에 전진 배치된 ‘테크노 체어맨’은 기술과 경영 능력이 융합된 경영 스타일을 앞세워 ‘이공계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는 평가다. 임금 역시 이공계 출신이 인문계 출신보다 많이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영학 전공 경영진 밑에서 공과대 출신 직원이 일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미국의 조사지만 교육부 산하 전국교육통계센터가 2008년 대학 졸업생들의 2012년 취업 현황을 조사해 7월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16%를 차지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들은 평균 연봉이 6만5000달러로 다른 분야 전공자들의 평균 연봉인 4만9500달러보다 1만5000달러 이상 더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STEM 분야 가운데서도 공학 전공자의 평균 연봉이 7만3700달러로 가장 높았고 컴퓨터 및 정보과학 전공자가 7만2600달러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전공은 평균 연봉이 5만 달러를 넘지 못했는데 특히 인문학과 교육학 전공자는 각각 4만3100달러, 4만500달러의 연봉을 기록했다. 한편 국내 재계뿐만 아니라 정계와 교육계에도 이공계 전성시대다. 우선 정계에서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공계 출신으로는 최초로 행정부 수장 자리에 올랐고 19대 국회에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역시 연이어 이공계 출신의 차지가 됐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의화 의원과 부의장으로 선출된 정갑윤 의원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정의화 의원은 의대 출신이고 정갑윤 의원은 화학공학 학사, 산업관리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창희 국회의장 역시 육군사관학교에서 이과를 전공했고 과학기술부 장관도 역임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들은 모두 2008년 구성된 새누리당 ‘이공계 의원 모임’ 멤버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모임에서 빠졌지만 당내 이공계 출신 20여 명이 현재까지 매달 20일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그동안 인문계 출신 교수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대학 총장 자리도 이공계 출신들이 꿰차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서강대·숭실대·홍익대·인하대·동국대(경주캠퍼스) 등에서 이공계 출신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이공계의 부활] ‘이공계 기피’는 옛말…입시·취업서 ‘甲’
서울 중림동에 있는 재수 전문 종로학원에서는 최근 3~4년 동안 문·이과의 분반 비중을 변경하고 있다. 총 70개 반 중 매년 문과반을 한두 반씩 줄이고 이과반을 한두 반씩 늘리고 있다. 재수생 중에는 고3 시절 인문계열로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지만 재수할 때는 교차지원제를 이용해 자연계열로 전향해 시험을 치르는 학생도 있다. 문과에서 이과에서 바꿔 수능을 치르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다. 수학 등 과목에서 난이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수학에 취약한 여학생들도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이과계열 학급 수가 늘어나는 현상은 재수 학원뿐만 아니라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문과반은 줄이고, 이과반은 늘리고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것이 명문대 입학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취업에도 유리하다고 계산한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과거 수학에 대한 부담감, 취업·승진에서의 유리함 때문에 문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취업 시장에서 기업들이 이공계 졸업생을 선호하는 등의 현실적 판단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열에 적극적으로 진학하려고 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은 학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진로에서 실리를 많이 따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두 곳의 입시학원과 고교의 사례가 아니라 실제로 지난 5년간 수능 응시 인원의 변화를 살펴보면 자연계열 지원자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2011학년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응시생 비율은 63.1%와 36.9%였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2학년도에는 거의 정확하게 6 대 4 비중으로 변하더니 2013년도에는 인문계열의 60%대 비중이 무너지고 58.6%로 내려앉았고 자연계열은 40% 비중을 넘어 41.4%를 기록했다. 2015학년도 수능 응시자의 현황도 올해 6월을 기준으로 인문계열 59% 대 자연계열 41%로 파악되고 있다. 즉,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등학교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대학 진학이 어렵고 취업률도 낮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고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밝힌 바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문계열 수능 응시생은 33만7134명, 인문계열 대학 정원은 15만4227명으로 응시생 대비 경쟁률은 2.19 대 1이었다. 반면 자연계열 수능 응시생은 23만5946명, 대학 정원은 15만480명으로 경쟁률은 1.57 대 1이었다. 인문계열 대학 입시 경쟁률이 자연계열보다 높다는 것이다. 소위 국내 최고 명문대를 일컫는 SKY에 진학하는 데도 자연계열이 훨씬 유리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자연계열(의·치의학 포함) 선발 인원은 2015년 전형 계획 기준으로 총 7539명으로 인문계열 4528명보다 3011명 더 많다. 즉, 올해 수능 응시생 수를 기반으로 계산해 보면 인문계열에서는 상위 1.3%에 들어야 SKY에 갈 수 있지만 자연계열에서는 상위 3.19%까지다. 즉 인문계열보다 자연계열에 명문대의 문이 훨씬 크게 열려 있다는 의미다. ‘이공계의 부활’이라는 시대별 패러다임의 변화가 대입 지도를 바꾼 극명한 사례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우선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부상이다. 수리과학부는 고급 수학 인력을 양성하는 데 수학적 능력이 통계학·컴퓨터공학·물리학·사회학 금융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실용적으로 발휘될 수 있어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1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커트라인이 535점(수능 표준점수 800점 환산 기준)으로 서울대 최고 합격선이 의예과(538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서울대 수리학과 커트라인은 이과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경희대 한의예과보다 합격선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2013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이공계 취업률은 인문계열에 비해 23.6% 포인트나 높았다. 문과계열에 해당하는 인문계열(47.8%)·사회계열(53.7%)·교육계열(47.5%)의 취업률은 이공계인 공학계열(67.4%)·자연계열(52.5%)·의약계열(71.1%)과 큰 차이를 보였다 대학 내 인기 학과의 판도 변화 우리 사회에서는 한동안 이공계 기피 현상이 존재해 왔다. 그 이유는 우선 이공계에 진학하려면 수학·물리학 등 배우기 어렵고 수능 점수도 올리기 어려운 과목을 이수해야 했고 빠른 과학기술의 진보로 의학이나 법학 등에 비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대학 졸업만으로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산업 현장에 배치될 확률이 높아 오피스 근무자보다 삶의 질 차원에서 더 낮게 취급됐었다. 이 밖에 법조나 금융 분야보다 보수가 적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환경적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변호사·의사·금융전문가 등 전문직도 치열한 경쟁 체제로 들어섰고 더 이상 영원한 ‘철밥통’ 직업은 자취를 감춰 가고 있다. 직업 위신의 서열화는 붕괴됐고 취업이 잘되는 전문 기술과 연구·개발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면서 ‘이공계의 부활’, ‘이공계 프리미엄’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변화가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인기 학과로 나타났고 서서히 입시에서도 반영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이과를 구분해 교육하는 시스템은 한국·일본 등 몇 개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형적인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있다. 문·이과를 구분하는 것은 학생의 학습 부담이나 적성·진로를 고려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 교육비 절감을 위해 전인교육을 포기하는 반쪽짜리 교육제도라는 것이다. 과학적 소양이 부족한 문과 출신이나 역사와 철학을 모르는 이과 출신을 길러내는 절름발이 교육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문·이과로 구분해 수능 위주 편식 학습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1세기 인재상이 ‘융합형’이어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문과생은 이과적 지식을 갖춰야 하고 이과생도 문과적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음악·미술·체육 등에 관한 교육·영어 아닌 제2외국어 교육, 세계사 및 국사 교육 등을 강화해 창조적 사고관과 세계관을 넓히자는 것이다. 융합형 인재의 추구는 혁신의 대명사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DNA에는 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 애플의 기술은 교양(Liberal Arts)과 결합됐으며 인문학과 결합돼 우리 심장이 노래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한 다음부터 급물살을 탔다. 스티브 잡스가 던진 이 한마디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문학을 첨단 과학기술에 융합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물밀 듯이 일었다. 단, 기술 인재에게 인문학 소양을 심는 것이 인문학 출신이 기술을 이해하는 것보다 방법론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고등학교의 문·이과를 ‘통합’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합리성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4년간 개정 작업을 거쳐 2021년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내후년 교과서가 개발되면 검정 과정을 거쳐 2018년에는 고교에 새 교육과정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이공계의 부활] ‘다 줄여도 R&D는 안돼’…기업들 잇단 러브콜
한국 경제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6월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 시장 12월 결산 법인 569곳 중 분석 가능한 502곳의 1분기 매출액은 458조4409억 원이다. 순이익은 19조1628억 원, 영업이익은 25조7976억 원이다.
이 중 상위 10위 상장사의 전체 기업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65.4%에 달한다. 순이익은 더 많아 67.6%나 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상위 2개 기업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10조4272억 원)은 전체의 40.4%, 순이익(9조6025억 원)은 전체의 50.1%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업종은 모두 제조업으로 분류된다. 제조업의 성패는 상품의 차별화, 즉 제품의 연구·개발(R&D)에 달려 있다. 즉 두 회사 모두 R&D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7월 17일 기준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곳을 보자.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현대모비스·포스코·네이버·삼성전자우량주·한국전력·기아차·신한금융지주 등이다. 이 중 삼성전자우량주를 제외하면 삼성생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즉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이과생들에 비해 문과생들이 보다 경쟁력을 가지는 금융업은 2개에 불과하다.
외국계까지도 이공계생만 찾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은 이공계 출신을 선호한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상반기 주요 4대 그룹 대기업 합격자 중 이공계 출신은 7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개 국내 대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지방대 공대 졸업생과 서울 상위권 대학 상경계열 졸업생 중 취업 시장에서 더 몸값이 높은 쪽은 단언하건대 지방대 공대생”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은 불안한 경영 환경에 대규모 투자나 배당 혹은 임금 인상보다 기업 내부에 현금을 쌓아 두는 추세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 유보금은 총 515조9000억 원에 달한다. 사내 유보금은 최근 5년 새 2배가량이나 급증했다. 정부 올해 예산(357조 원)보다 많다. 금융회사와 다른 상장사·비상장사를 포함하면 700조~80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기업들이 쓰는 돈을 꾸준히 늘리는 부문이 있다. 바로 이공계생들이 주름잡는 R&D 부문에 대한 투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높여 가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을 통틀어 2010년의 R&D 투자 금액은 35조171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R&D 총 투자금액은 59조5075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새 투자 금액이 24조 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 지표는 연구소 혹은 연구개발팀을 보유한 기업들 2만7605곳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꾸준히 늘었다. 2010년 2.5%였던 R&D 투자 비중은 2년 뒤 2.7%로 늘었고 2013년에는 2.9%에 육박했다. 올해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가 늘어나면서 외국계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쟁까지 치열해졌다. 한국은 이미 삼성전자·LG전자·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반도체·석유화학·에너지 사업의 첨병들이 밀집해 있어 외국계 기업들도 속속 R&D센터를 지으며 인재 시장을 넘보는 중이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글로벌 기업인 사빅과 솔베이 등이 연구센터를 국내에 설립했고 바스프 역시 전자 소재 R&D센터를 올 9월 설립할 예정이다. 독일의 바커 케미칼은 2012년에 일찌감치 경기도 판교에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즉 한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가리지 않고 이공계 출신 R&D 인재에 대한 수요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금융은 ‘내보내는 일이 먼저’
심지어 이전에 상경계 인력으로 채워지던 마케팅·영업 등 직무에서도 제품 관련 전문 지식과 기본 소양을 갖춘 이공계 출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인문계 출신이 갈 수 있는 곳은 인사·총무·영업·홍보·재무 등 직무로 한정되며 그마저도 주로 경력자를 채용하기 때문에 문은 더 좁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마저도 인문계보다 전공 깊이가 있는 이공계를 선호하게 된다”며 “특히 기업들이 어려워지다 보니 수익을 내야 할 전문 인력을 줄이기보다 경영 쪽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문과생 비중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과생들이 이공계에 비해 확실히 경쟁력을 가지는 부문은 아무래도 금융권이다. 그런데 금융권으로 가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만 있다.
대형 금융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신규 채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금융가의 ‘입구’는 닫고 ‘출구’만 활짝 열렸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사람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개 대형 금융사 중 올해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은 35%에 그쳤다.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1045명 수준이었다. 이는 국내 상위 13개 그룹사의 신규 채용 규모 감 소폭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채용 미정 기업 등을 제외하고 통계를 낸 수치이기 때문에 채용 규모는 이보다 더 줄었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권이 업황 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2030 신입 금융맨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권의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신입 사원 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다수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하반기 공채만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최소한의 인력만 뽑고 있는 곳이 많다”며 “요즘 업계의 인사는 ‘사람을 뽑는 일’이 아나라 ‘내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 대학 인기 학과의 시대별 변천사
이공계열 산업화 시대 최고 인기, 이후 기피 현상도
사회적 인력 수요는 산업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대학의 인기 학과는 인력 수요의 변화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기 학과를 살펴보면 1950년대 신생 공화국에서 정치ㆍ행정 인력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몇 개 안 되는 대학의 문과가 인기였다. 정치학과·외교학과·영문학과·행정학과·법학과의 전성시대였다. 이후 1960년대는 5·16 군사정변 이후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엔지니어 수요가 증가했다. 교육 당국도 문과보다 이공계 정원을 크게 늘려 산업화 지원 인력의 공급로를 확보했다. 화공학과·기계학과·건축토목학과가 최고 인기를 구사했다. 그리고 고위 경제 관료에 경제학과가 포진하고 재벌 기업과 수출 기업이 확대되면서 경상대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1980년대 중진국에 진입하고 인기 학과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신문방송학과가 부각했고 사법고시 합격자가 늘면서 법학과의 인기가 높아졌다. 치의학과도 공대의 인기를 누르고 이공계 최고 학부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 경제 위기를 겪은 후 평생 직업에 대한 개념이 확대됐다. 대기업 근무는 사정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수 있기에 전문직으로 고소득과 평생 직업이 가능한 의사·변호사·공무원이 선호됐다. 이때 서울공대 입학 점수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의과대학 합격선보다 더 낮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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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기록으로 본 커쇼, '매덕스+랜디 존슨'을 합쳐놓은 완전체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조정평균자책점(ERA+)이라는 게 있다. 기존의 평균자책점(ERA)에다 보편적인 성적에 구장 유·불리 등의 다양한 변수를 두루 고려해 보정한 야구에서 쓰는 투수 지표 중 하나다. ERA+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는 투수는 잘하는 투수, 100 아래로는 잘 못 하는 투수로 나뉜다. 1994년 매덕스와 2014년 커쇼 ‘닮은꼴’
지난 1994년이다. 야구공에 마치 탁구공처럼 스핀(회전)을 먹인다는 또 다른 의미의 ‘괴물투수’ 그렉 매덕스(48)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때다. 그해 매덕스의 ERA+는 역사에 길이 남을 무려 271(25경기 16승6패 ERA 1.56 156탈삼진 이닝당주자허용 0.896)을 찍었다. 이듬해 역시 ERA+ 260(28경기 19승2패 ERA 1.63 181탈삼진 이닝당주자허용 0.811)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작년 제법 잘했다는 류현진(27·LA다저스)의 ERA+가 119였고 이미 12승(5패 3.44)을 거두고 있는 올해 103인 점을 감안할 때 1994년 매덕스의 271이라는 숫자는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23년 매덕스의 메이저리그 커리어(355승227패 ERA 3.16 3371탈삼진 등)를 통틀어 ERA+가 200을 넘었던 단 두 시즌이다.
류현진의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끝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홈 3연전 최종전에 선발등판, 투구수 111개(스트라이크 84)로 시즌 5호 완투승(9이닝 9피안타 1실점 무볼넷 9탈삼진)을 신고했다. 13승(2패 ERA 1.71)째를 수확한 커쇼는 다저스의 2014년 최다 6연승을 견인했다. 아울러 개인 10연승으로 지난 1958년 다저스가 프랜차이즈(연고)를 LA로 옮긴 뒤 다저스 투수로는 역대 6번째 두 자릿수 연승을 맛봤다. 구단 기록은 버트 후튼이 1975년 세운 12연승이다. 앞으로 커쇼는 1승만 더 추가하면 오렐 허샤이저(1985년)-샌디 쿠팩스(1964년, 1965년)-돈 드라이스데일(1964년) 등이 이룩한 11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다저스 자체 기록들만 넘보는 건 아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인 ‘일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지난 7월말을 메이저리그 최저 ERA 1.87로 마감한 커쇼는 앞서 1994~95년 매덕스(7월 종료기준 1.69-1.64)에 이어 7월말을 기점으로 2년 연속 ERA 2.00 이하를 찍은 첫 선수가 됐다. 커쇼를 보면서 최전성기 시절 매덕스가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랜디 존슨의 ‘힘’에도 도전장을 내민 커쇼
2013시즌 커쇼의 ERA+는 194(33경기 16승9패 ERA 1.83 등)였고 올해는 이날 경기 전까지 201이다. 200대 중반을 훌쩍 넘겼던 그때의 매덕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둘의 차이는 완투횟수에서 갈린다. 매덕스의 경우 1994~95년에 걸쳐 2연속 완투 10번에 완봉 3번의 시즌을 치렀다. 커쇼는 지난해 완투 3회-완봉 2회, 올 시즌은 이날로 완투 5회-완봉 2회로 많이 모자라다. 대신 커쇼는 다른 부문에서 만회한다. 역대급의 탈삼진 능력으로 작년 232개와 올해 141개로 각각 156개-181개의 매덕스보다 압도적이다. 이닝당주자허용(WHIP)은 백중세인데 커쇼는 2년 동안 ‘0915, 0.810’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여세를 몰아 이날로 커쇼가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랜디 존슨(51)의 전매특허 같던 탈삼진 관련 기록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3경기 연속 ‘3실점 이하와 7탈삼진’ 이상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100년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이 부문 1999년 존슨이 세웠던 14경기에 -1개차(1986년 마이크 스캇 12회, 2002년 커트 쉴링 11회 순)로 바짝 다가섰다. 1999시즌 존슨은 무시무시했다. ‘35경기 17승9패 ERA 2.48 364탈삼진 ERA+ 184 완투 12회 완봉 2회’ 등을 거두며 4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의 첫 걸음을 뗐다. 두 전설의 최전성기 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커쇼는 마치 매덕스와 존슨을 합쳐놓은 듯 동시에 둘의 대기록을 넘보거나 넘어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매덕스와 존슨같이 하나에 특화된 1등은 아닐지 모르나 두뇌와 파워로 대변되는 매덕스와 존슨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완전체’ 커쇼의 탄생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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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맞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소문대로였다. 박용만 회장은 1시간 동안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탄탄한 콘텐츠, 그러면서도 잘 정리된 논리를 전개했다. 가끔 걸쭉한 육두문자도 섞었다. 재벌 총수이지만 입담 좋은 동네 조기축구회 아저씨 같은 인상도 갖고 있었다. 이런 능력이 재계는 물론 정부, 시민사회와 잘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했나보다. 이달이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이다. 박 회장은 춘천 라데나리조트에서 가진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부국장 겸 산업부장과 인터뷰하면서 현재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직선적으로 얘기하며 솔루션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상의 설립 목적이 기업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상공업 발전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두고 1년간 상의를 이끌어왔다"고 자평했다. "상의는 법에 근거한 법정단체입니다. 이익단체와는 달라요. 상공인 이익도 대변해야 하지만 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해선 안 됩니다. 옳은 이야기,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그가 상의 회장을 맡은 뒤 상의 위상은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정적이고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는 그의 개인기 덕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그가 날아다닌 국내외 하늘길만 40만㎞에 달한다. 지구 10바퀴 반을 돌았다.
■ 대담=서양원 산업부국장
그는 재계와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진영의 목소리도 귀담아 듣고 소통하고 있다. 얼마 전엔 기업소득환류세가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전문가 이야기도 듣고 참조했다고 한다. 덕분에 대한상의도 좀 더 유연해지고 사회와 소통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제도 도입 취지엔 공감하지만 경제 흐름이나 기업 사정에 맞게 좀 더 유연하고 촘촘한 입안과 시행을 요구했다.
"왜 이 제도를 내놓았는지 정책 당국자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취지에 공감합니다. 다만 그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못한 것은 의도적인 게 아니란 건 분명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우선 기업마다 받을 영향이 다르다"며 "타격을 많이 받을 곳이 있을 것이고 세금을 덜 낼 곳도 있는데, 각 개별 기업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춰주며 투자하라고 독려했지만 결과가 안 나오니 정부도 답답하겠죠. 그런데 제도 시행 뒤 상황이 바뀌면 어쩔겁니까? 정권 바뀌고 '비율 높이자' '항목 늘리자' 식으로 가면 지나치게 오용될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막습니까? 그러니 일몰제를 두자는 거죠."
좀 더 공격적인 경제정책과 금리정책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새 경제팀이 아주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이 적극적ㆍ공격적 정책이 딱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은도 금리 인하로 답하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기준금리를 2% 아래로 내리자는 건 아니다"면서도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데 (2% 이하로 인하했을 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과 시간제 근무, 유연근로제,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등 쏟아지는 각종 노동 관련 이슈에 대해선 자칫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해법은 '대화와 타협'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통상임금만 해도 인건비가 10~20% 높아질 거란 기업도 있는데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 임금 인상 요구 등이 더해지면 기업 부담이 30~40%까지 상승할 수 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겠지만 회사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건 회사 보고 망하거나 외국으로 나가버리란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측은 하나도 절대 양보하기 싫어하고 사측은 사측대로 방어만 하려고 하는데 이대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치만 하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회장은 "임금구조 개편을 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할 시기"라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소통해 타협을 이뤄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필요성도 역설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니 대한민국 상위 5% 하한선이 연봉 6000만~7000만원이고 평균은 8700만원 정도인데, 대기업 생산직 숙련직은 상위 5% 안에 들어간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노동 숙련도가 어느 순간에는 더 높아지지 않는데 임금 상승에 호봉을 더해서 임금이 계속 올라가면 젊은 사람, 비정규직 몇 명을 뽑을 수 있는데도 못 뽑게 된다"며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으니 한 사람을 지키려면 새로운 근로자를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반짝 열기가 달아올랐다 최근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사후 규제'다. "마음껏 일을 벌이게 놔둬야 합니다. 사전 규제로 진입 장벽을 쳐놓고 막으면서 어떻게 창업하고 가게가 생겨나고 고용이 창출되고 돈이 돕니까. 일을 벌이게 해두고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줘서 관리하고 좀 믿고 참아 봐야 합니다. 그러다 제도를 악용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사후 규제로 엄벌하면 됩니다."
박 회장은 "큰 규제도 개혁해야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규제를 과감하게 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규제 개혁 주창자가 아닌 시행자를 보호해줘야 한다"며 "규제 개혁에 앞장섰는데 나중에 '특혜를 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처벌하면 누구든 몸을 사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국가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단호한 답을 내놓는다. "문제는 두 회사가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나머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삼성과 현대차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다른 기업도 더 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거죠. 물론 두 회사가 잘못됐을 때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잘 들여다보고 대비해야겠죠."
두산그룹 이야기로 주제를 옮겼다. 박 회장은 "그룹의 세 번째 기둥(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며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업 중심의 수주산업, 건설기계ㆍ장비 중심 장비사업에 이어 세 번째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것. 최근 국내외 연료전지 기업 두 곳을 잇따라 M&A한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그는 "성장할 수 있을, 토대를 삼을 정도로 기술 진보를 이룬 기업 몇 곳을 알아보고 있다"며 "연료전지 사업을 포함한 몇 개 분야를 후보로 정해놓고 4~5년 키워본 뒤 주력 산업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더십과 조직관리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업 경영에선) 리더 개인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 프로세스를 거친 의사 결정과 인사가 중요하다"며 "소통, 과학적 연구와 투자, 구성원 간 컨센서스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냉혹하게 내부경쟁으로 직원들을 몰아가기보단 '임직원 만족, 따뜻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경영철학을 강조한 말이다. 박 회장은 과학적이고 합리적 의사 결정과 인사구조를 갖추는 게 진정한 '사람 중심' '인재 중심'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주요 화두인 남북 통일에 대해선 "북한 자원 활용과 노동력 흡수 등은 지엽적인 일이고 통일로 한국의 지정학적 포지션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진정한 대박"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 특히 어린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계속돼야 하고 미래에 이들이 한국 국민이 됐을 때 잘 적응하고 섞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감성적 차원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으로 고조된 한ㆍ중 관계에 대해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도 절대권력이 인민을 좌우하는 시대가 아니라 컨센서스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가 돼가고 있고 노동자 권리도 커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도 옛날 사고와 방식을 고수하지 말고 중국에서 현지에 공헌하며 잘 섞일 수 있는 방안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말단직원부터 대통령까지 17만명 아우르는 소통의 달인
박 회장은 근엄하고 독단적일 거란 재벌 총수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젊은 세대, 사회와 소통하고 평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소탈한 사생활과 생각을 드러낸 SNS에서 그는 '스타'다. 트위터 폴로어만 17만명에 달한다. 지갑을 안 챙겨가 냉면집에서 부하 직원에게 돈을 빌려 밥값을 냈다든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든지 등등 소소하고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글로 화제를 모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엔 SNS 활동을 당분간 접겠다 선언했지만 세상과 사회를 향한 그의 사고는 언제나 열려 있다.
그는 말을 잘할 뿐 아니라 설득력이 뛰어나고 상대 이야기를 경청한다. 언제나 피드백을 주며 소통하려 노력한다. 세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신뢰를 받고 있는 재계 총수란 말도 들린다.
술도 빼놓을 수 없는 '능력'이다. 소주를 3분의 2가량 채운 폭탄주 수십 잔을 마셔도 끄떡없을 정도로 주량이 무한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이 요즘 왜 이렇게 야구를 못 하느냐'는 질문에 "하하하…바보들~ 두산다운 야구를 못한다"고 거침없이 웃어넘겼다.
집에선 따뜻한 아버지다. 장남 서원 씨는 40개가 넘는 상을 받은 '광고 천재'로 통한다. 얼마 전엔 콘돔사업에 진출해 사회 기여를 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원 씨는 학창 시절엔 그다지 모범생이 아니었다고. 온몸에 문신만 40개가 넘을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찾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뒤엔 아버지의 인내와 믿음이 있었다. "60명 중 57등을 해도 한 번도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어요. 속은 상하지만 때리고 나무란다고 되나요. 끝까지 믿어주는 수밖에 없죠."
얼마 전 결혼시킨 둘째 아들 부부를 위해 '더불어 사는 그게 참 결혼'이라는 문구로 끝나는 노래 가사를 만드는 각별한 부정(父情)을 보여주기도 했다.
■ He is…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ㆍ두산그룹 회장은 1955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외환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두산건설에 입사해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건설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을 거쳐 현재 두산 대표이사 회장과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해 정치ㆍ사회 각계와 재계의 소통 가교 역할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 소비재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던 두산그룹을 과감한 M&A와 매각 등을 통해 오늘날의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 성공적으로 변신시키고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대통령부터 말단 직원까지 사회 전체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재계 인사로 통한다.
[춘천 = 이호승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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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지구촌 '멸종 경고등', 점점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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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표범 등도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그래픽=이주룡 기자] | 먹이사슬 끊기면 인류 생존에 치명적
수달, 산양 등 한국서 사라질 가능성
무차별 개발, 밀렵으로 위기種 확산
먹이사슬 끊기면 인류 생존에 치명적
자연과의 공생 관계만이 유일한 대안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침에 눈뜨니 이슬 머금은 풀이 싱그럽다. 초록의 틈을 따라 개구리가 풀에 앉아 있는 벌레를 날름 혓바닥으로 낚아챈다. 배부른 개구리가 쉬고 있을 즈음 가만히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이 슬금슬금 움직인다. 개구리는 뱀의 배 속으로 들어갈 확률이 크다. 개구리를 배 속에 채워 든든해진 뱀은 하늘에서 매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뱀은 매의 부리에 매달려 매의 둥지로 이동한다. 둥지에는 알에서 부화한 매의 새끼들이 재잘재잘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늙은 매는 죽음을 맞이하고 썩어 미생물로 변한다. 이 미생물은 풀들을 자라게 하는 영양분이 된다.
자연은 '먹이사슬'에 따라 끝없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사슬에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하거나 넘치면 먹이사슬은 끊어져 생태계가 파괴된다. 지금 인류는 심각한 생태계 파괴에 직면해 있다. 멸종위기종이 급증하면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 악순환이 인류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생태계이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지구촌에는 생태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땅에는 2m가 넘는 자동차만한 아르마딜로가 사뿐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몇 m에 이르는 큰 날개를 가진 '공포의 새들'은 유유히(?) 하늘을 날고 긴 이빨을 가진 검치호랑이는 호탕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코끼리보다 덩치가 큰 매머드는 무리를 이끌고 맛있는(?) 먹이를 찾아 이동 중이었다. 그때로부터 1만년이 흐른 지금, 이들 동물들은 지구촌에서 자취를 감췄다.
◆생태계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매머드, 검치호랑이 등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지구촌에 있는 작은 딱정벌레부터 덩치 큰 코끼리까지 지금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지구촌에 함께 생존해야 할 동물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동물지(誌)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인류에 '정신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이언스는 최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지역을 표시하는 지구촌 지도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사라지는 동물지(誌)'란 기사를 실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아마존과 안데스, 남동부 아시아 등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급증하고 있는 '적색 상황'임을 알렸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인 홍적세(Pleistocene)시대. 이 시대에는 거대한 동물들의 천국이었다. 매머드는 물론이고 길고 긴 날개를 휘저으며 허공을 가르는 공포의 새, 거대한 거북, 검치호랑이 등이 살고 있었다. 키가 7m에 이르는 나무늘보는 물론이고 지금의 자동차만한 아르마딜로인 '클립토돈트'도 살고 있었다.
지금 이들 동물들은 지구상에 없고 오랫동안 묻혀 있던 화석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더욱이 현재 지구상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동물들이 홍적세의 멸종된 동물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중이다. 급속도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원인을 두고 여러 논란은 있는데 인간 스스로 만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산림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가방이나 옷 등의 사치품으로 이용하는 인간의 욕심이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동물을 박해하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열대 우림지역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밀렵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작은 딱정벌레에서부터 거대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에 있는 동물들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끝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끼쳐 그 악영향이 인간에게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남동부 아시아와 아마존, 안데스지역에서는 포유류는 물론 양서류, 조류에까지 멸종위기종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지역을 넘어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구촌에 멸종위기종을 보여주는 '빨간 색'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상호작용한다=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각 국가들이 내놓지 못한다면 이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 끝내 인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물들은 하나씩 사라지면서 '인류여, 정신 차려라'는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그 소리를 인류는 지금 외면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문화의 안과 밖'이란 강연에서 "근대과학의 성취 이후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온 과학과 기술에 힘입어 자연의 위력적 지배로부터 하나하나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개조해 인간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여건을 조성했다"고 평가한 뒤 "최근 들어 분명해진 것은 이러한 인간의 노력이 오히려 자연의 질서를 깨트리면서 장기적으로 인류의 멸망을 포함한 엄청난 파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이런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생명' 안에서의 상호작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자연은 인간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이들이 합쳐 비로소 생명이 이뤄지는 온생명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런 '온생명'의 상호작용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인간은 엄청난 기술력을 동원해 오히려 온생명의 생리를 붕괴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온생명의 원리를 파괴시킨 결과 수많은 병리적 증상이 나타나고 있고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최근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지구 온난화와 생물종의 대규모 멸종 사태가 그 증상의 일부"라고 진단했다.
인간도 온생명의 '전부'가 아니라 그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온생명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참여자들과 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인간에게는 '나'가 생기고 '너'가 생기며 또 너도 나도 아닌 '그것'이 생긴다"며 "이런 개념에서 우주와 인간, 자연이 공생하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
최양희 "확장된 창조경제로 새 경제팀 돕겠다"①
- 창업뿐 아니라 중소중견 대기업까지 창조경제로 확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예측 강조..소통과 융합이 무기[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창업 중심인 창조경제의 외연을 넓히겠습니다. 메인스트림 경제도 혁신과 성장을 통해 창조경제 패러다임으로 바꿔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열고, “미래부는 새 경제팀의 일원”이라면서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고 혁신을 가속화 하는데 미션을 두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팀의 일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 부처였지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에 대한 업그레이드’와 ‘미래예측’, ‘소통과 융합’으로 위기를 넘어서겠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일에 주인공은 국민이고 정책을 국민이 모르면 의미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조경제는 민간이 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밑에서 위로 바텀업 방식이 돼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지식과 아이디어 가진 주체들이 교류할 때 어느 순간 기술이 진보 되고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정부는 이런 곳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사회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데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창조경제 외연확대…빨리 성과 낸다
최 장관은 “지금까지 창업 벤처 생태계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중소 중견이나 대기업의 동참을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ICT와 과학을 잘 융합하면 아이디어 자산이 있는 기업에 관련 요소를 투입하거나, 소개하거나, 수요가 있을 때 공급해 훌륭한 회사의 성과들이 나타나는 것이 단기적으로 1년 이내에 발굴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창조경제는 어려운 게 아니라 창조를 통해서 잘 사는 나라를, 잘 돌아가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가칭 창조경제전략회의도 신설될 것이고, 예산 지원 등에 관해 전문가인 1차관도 새로 오셨으니 부처 간 협업, 민간 협업 추진하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예측 강조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도 강조했다. 그는 “미래부에는 과학기술 ICT외에 미래에 대한 기획도 있다”면서 “안타깝게도 조직적 반영이 됐거나, 사업에서 구체적인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을 시인한다. 국가 미래를 봤을 때 예측이나 파악이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정책이나 사업이 구상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장관은 “데이터 기반한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반을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빅데이터도 있고 과학적인 툴도 있어 이러한 툴을 우리가 셋업하고 활용해 시범적으로 적용하면서 국가 전체 틀에 대해 미래 예측을 공정하고 실효성있게 하면 미래부가 나중에 퓨처플래닝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언론 뿐 아니라 SNS도 신경 쓴다
그는 “좋은 정책을 발굴했는데 전달이 안 되거나 잘못 알려지는 경우가 있어 신경 써야 한다”면서 “너무 언론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스스로, 웹페이지 SNS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부를 알리고 피드백 받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이석준 제1차관은 이날 인삿말을 통해 “최양희 장관님, 윤종록 차관님이 새로운 각오로 새롭게 미래부를 창조하시려 한다”면서 “기대반, 우려반을 하시는데 기대 100 우려 0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양희 "700MHz 정책 신뢰성 필요..방통위와 협의할 것"②
- 미래부 장관, 방통위원장 발언과 온도차..발언 수위는 낮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700MHz 주파수 중 통신용(40MHz폭) 분배는 지난 방통위에서 결정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갑자기 확 바뀌면 정부정책의 신뢰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죠. 방송통신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겠습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이후 첫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7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 통신용 원점 재검토’ 발언 이후 나온 첫 번째 언급이다.
그는 “700MHz는 낮은 주파수여서 도달 범위도 길고 구축과 운영 비용도 작게 든다”면서 “특히 통신분야는 지난 방통위 시절 일부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한 바 있고, 지금 재난망에도 일정부분 이걸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올렸고, 방송계에서도 적합한 주파수라고 의견을 내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제했다.
이어 “여러 중요한 점을 감안할 때 미래부가 결정하는 단독기관은 아니다”라면서 “전문연구를 시켜 다양한 의견을 조정한 다음, 대표적인 파트너인 방송통신위원회, 합법적인절차에 따라 주파수 심의위원회를 거치면, 공공재인 주파수가 국민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희 장관이 주파수 정책에 신뢰성을 언급한 것은 최성준 위원장 발언과 온도 차가 난다.
최 위원장은 지난 방통위 결정의 변화를 희망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 장관은 방통위원장이 왜 지난 정책 결정에 대해 원점 검토 언급을 했을 까 하는 질문에는 “왜 그런 말 했는지 이해는 못하고 있는데,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방통위와 미래부는 하나이며, 모든 사안에 대해 충분히 서로 생각하고 논의하고 일관된 목소리로 하자, 그리고 일관된 목소리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국민과 국가에 가장 이득이 되는 것으로 해보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발언 수위를 낮췄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는데, 최 장관이 최 위원장의 4년 선배다.
앞서 최성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700㎒ 주파수의 108㎒ 폭 배분과 관련 재난망으로 20㎒ 폭을 할당한 뒤, 기존 통신용으로 할당된 40㎒ 폭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 결정한 통신용 40㎒폭 할당은 구 방통위 때 결정된 것이지만 지금 상황이 다르니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희망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업계 갈등을 커지고 있다.
KT(03020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회장 황창규)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고 유감을 표했다.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예측가능성 △국제적인 주파수 활용 추세(국제적 조화를 통한 관련 산업의 해외 진출) 등을 고려했을 때 정해진 700MHz 통신용 주파수를 건드려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700MHz 주파수의 통신용 재검토를 주장해온, SBS(034120), MBC, KBS 등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더 나아가 700MHz 대역 전체를 공공안전 대역으로 하자면서, 기존 통신용으로 결정된 것(40MHz)뿐 아니라, 재난망 이후 남는 주파수(48MHz)까지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한 대역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최양희 "기초연구 R&D, 40% 확대"..과기계 소외 아냐③
- 기초과학 육성 의지..저도 과학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과학기술계 소외 우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정부가 과학기술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통합형 교과 개편 과정에서 과학교육 축소 우려가 나오고, 정무직 자리에 과학기술계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최 장관은 “과학기술계가 홀대를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겸허하게 듣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저 역시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이고, 1년 가까이 근무했던 곳도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좋은 과제 발굴하는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한림원의 주 멤버로서 기초연구에 특히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데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 정보과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소속은 공과대학이지만 반은 기초과학 하던 자연대에 속하던 기관이기도 하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최 장관은 2017년까지 국가 R&D의 기초연구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기초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10년이면 10년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수혜비율도 높이는 여러 가지 것들을 마련해 드리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문·이과 통합교육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과기계의 우려를 여러 경로 통해 교육부 등에 전달하고 있다”면서 “실무적인 태스크포스가 형성 중이고, 여기에 따라 많은 의견 드릴 수 있다. 교과부나 교과 과정을 심의하시는 분 쪽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과학계의 여러 가지 희망 사항이 반영될 수 있는 쪽으로 나가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희 "SW중심 사회, 인생 일모작 시대 끝났다"④
- "SW인력, 현장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는가 하는데 관심"- "SW 중심사회는 창의성 사회..개그맨이 기업인 될 것"[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고 밝혔다. 또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에서는 평생 한 직업을 갖고 살지 않을 것이라며,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창의성을 살려 원하는 직업을 갖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최 장관은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에서 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적절한 인력 공급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수요를 보면 8~10만 명의 인력이 모자라고,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외국으로 나가는 막다른 지경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미래형 산업이라는 점에서 모든 산업이나 경제의 인프라 성격이 있다”면서 “소프트웨어는 창의적이고 논리력을 필요로 하니 초중고 교육이 중요하다고 해서 강조됐고, 과학교육과 마찬가지로 교육부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태스크포스를 통해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현장에서 적절한 처우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 장관은 “현장에 가보면 3D 업종이라 잘못 선택했나 하는 생각을 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는 건설과 마찬가지로 하청, 재하청으로 심각하다”면서 “이런 것을 근절시켜서 소프트웨어가 제 값을 받고, 근로자가 대우를 받을 때 건전하게 육성된다. 이런 것을 모아 원스톱 서비스로, 창업부터 히든 챔피언까지 성장하는 사이클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 판교에 창조경제 밸리를 추진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최 장관은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가 단순히 소프트웨어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며,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빛나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이공계나 기초과학 분야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과거 농부는 죽을 때까지 농부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공계에서 일하다가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개그맨 하다가 기업인이 되거나 농사짓다가 사장이 될 수도 있는 융합형 사회”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내 친구 아들은 경제학과 나와서 포커 선수가 됐다. 경제학과가 수학이니까 돈과 이를 연결한 것인데, 좀 하다가 너무 쉽게 돈을 벌어 재미없다고 하더니 그 다음 배우가 됐다고 하더라. 2년 연기자 교육을 받고 나서 아직 단역도 못하고 있는데 (웃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해킹 등 보안 측면과 비용, 세계추세 등에서 자가망이 유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양희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정부가 국가재난망을 기존 이동통신회사가 구축한 상용망으로 하지 않고 자가망으로 하는 것은 중복투자, 예산낭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난망 기술기준을 만드는데 구축방식 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어 함께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Public Safety, 공공안전) LTE로 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통신전문가들은 조금 더 정보를 갖고 얘기를 하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보제안서(RFI)를 받았는데, 여기서 언급된 내용은 전부 통신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체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밀했다.
최 장관은 재난망을 상용망이 아니라 자가망으로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해킹 등 보안의 측면 △상용망으로 활용 시 오히려 더 예산이 든다는 점 △다른 나라의 사례 △지하 등 음영지역에서의 상용망 보완필요성 등 4가지로 설명했다.
최 장관은 “재난망이기 때문에 해킹당하거나 잘못되면 곤란하다. 보안을 철저하게 하려고 하니 일반 상용망은 비용이 많이 들었다”면서 “5~6년이 지나(공공안전 LTE표준이 정해지면 모르지만) 상용망으로 재난망 보안을 그대로 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 역시 이런 이유로 자가망을 선호하고 있으며, 지하나 빌딩 내부 오지 등 자가망이 어려운 지역은 상용망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양희 장관은 “상용망으로 한다는 게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합리적 판단 했을 때는 오엑스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재난망은 어느 통신사를 밀어주려 한다거나 일자리 창출 차원을 떠나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자가망 역시) 그런 취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최양희 "공무원만 위한 규제 없앤다"..양면성도 봐야⑥
- 규제간 형평성 등 조정에도 관심..통신규제는 국민 입장에서[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규제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먼저 “우리나라에 규제가 많았던 것은 불공정행위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규제인가 불공정 규제인가 바라보고 이 규제로 개인이나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라고 전제했다. 특히 그는 “규제가 규제를 위한 규제, 정부나 공무원의 편의를 주는 규제는 없어져야 된다”면서도, 규제개선의 어려움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미래부는 T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관련 법령 위반 혐의의 시정명령과 접시없는 위성방송(DCS)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추진 중인데, 모두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T커머스의 경우 홈쇼핑 사업자들은 규제 강화를, KTH와 SK브로드밴드(033630), 태광 등은 신기술 발전에 따른 소비자 혜택 증가를 이유로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 또한 DCS는 KT(030200)그룹은 조건없는 허용을, 경쟁 유료방송 업체들은 점유율 합산규제 등 보완 장치 없이는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최양희 장관은 “여러 사항도 그러한 상황에서 바라봐야 하고, 여러 규제 얽혀 있을 때 어느 한 규제가 다른 규제보다 심하고, 규제가 포괄적이고 그러면 상호조정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답했다. 또 “때에 따라서는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고, 안전정보보호 측면에서는 좋은 규제도 있다. 오히려 그런 것은 발굴해 나가고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통신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소비자 입장으로 바꾸겠다는 생각도 재확인했다. 최 장관은 “모든 국가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개인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라는 면에서 통신정책 역시 수요자, 소비자를 중점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정책이 수요자의 통신비 부담이나 통신품질이 괜찮은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가, 서비스가 잘 이뤄지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제조업자 및 통신업자의 편의를 위한 정책이 있는가 한번 살펴보고, 간과한 점이 있다면 고쳐나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시장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건전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가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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