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경영정보

기업경영 시사정보 모음(9/23)

구봉88 2014. 9. 25. 08:03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520호,   2014.  9.   23.)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초이노믹스, 경제심리 회복엔 성공…이젠 가시적 성과 낼 차례

  2.맨큐 하버드대 교수 "EU·中·日 돈풀기는 당연…한국도 자구책을"

  3.[뉴스 포커스] 엔저, 경고만 있고 대책이 없다

  4.재정 의무지출 눈덩이… 고민 깊어진 정부

  5.`공짜의 역습` 한국경제 흔든다

  6.전기차 빛바랜 청사진.. 5년간 정책 제자리걸음

  7.직역이기주의에 갇힌 '3大 연금'개혁…혈세로 메워야 할 돈 187조원

  8.[오늘의 세상] 1등 富國(1인당 GDP 세계 1위) 룩셈부르크의 비결… "공무원은 乙, 기업이 甲"

 

기업경영

  1.손정의 회장 '열려라 참깨' 주문 통했다

  2."3분기 영업익 4兆대 전망".. 성장판 닫힌 삼성

  3.분쟁지서도 수익 올리는 글로벌 기업

  4.전병일 대우인터 사장 "종합상사 틀 깨고 종합사업회사로"

  5.中 탄소배출량 '美+EU' 처음 앞질렀다

  6.[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인건비만 건지는 '무늬만 사장' 수백만명

  7.애플 "아이폰6 출시 첫 주말 판매량 1천만대 넘어"

  8.돌파구 찾는 삼성·MS … '기브 앤 테이크' 악수

  9.MS, 한국에 통큰 투자… 5조원대 부산 데이터센터 ‘눈앞’

  10.['서울리즘'에 매료되다] "서울은 기회의 땅"… 세계 예술인들이 몰려온다

  11.카톡의 힘, 모바일 쇼핑까지 통할까

  12.아시아 갑부 리자청이 밝힌 실패한 삶의 7가지 변명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지구밖으로 나가는 ‘우주 엘리베이터’ 2050년 건설

  2.실리콘밸리 IT 거물 스코블 매경 인터뷰

  3.[Cover Story] 성장-불평등의 함수

  4.[세계경제사] 후버가 대공황 부른 자유주의자?…루스벨트 뺨친 개입주의자

  5.[경제학자가 본 한국사] (27) 새로운 영리기회의 출현과 회사 설립

  6.[정규재 칼럼] 한국 민주주의 디폴트 상태다

  7.최양희 미래부 장관 "규제 '0'에서 시작해야 창조경제 싹튼다"

 

 

 

.......................................................................................................................................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

  매일경제

◆ 최경환 부총리 두달 평가 /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이 진단한 崔경제팀 과제 ◆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구조적 문제를 빨리 파악해 해결책을 공론화해야 한다." "경기부양 혜택이 일부 부유층에게 쏠리지 않도록 경기부양과 양극화 해소의 선순환구조가 시급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두 달째를 맞아 경제ㆍ금융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가 전개된 상황을 놓고볼 때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줬고, 핵심 문제를 잘 파악해 경제심리를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성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초이노믹스 성공을 위한 각종 과제들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초이노믹스 성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외부 요인으로 '국회 민생경제입법 통과'(46.6%)를 꼽았다. 정부가 30개 경제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여러 차례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법으로 묶인 경제정책의 실현이 어두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도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은 한순간에 집중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라며 "정책 시기가 지연되면 그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18.9%)가 유지돼야 초이노믹스가 순항할 수 있다고도 봤다. 최 부총리가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간의 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한국 경제가 다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정책 움직임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설문에서 '엔저를 비롯한 외부 환율상황'(12.1%)과 '미국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금융상황'(12.1%) 등도 초이노믹스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최근 들어 원화와 비교한 엔화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초이노믹스 성공을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10.3%)도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한은은 최 부총리 취임 이후 한 차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으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주문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행하되 근원적인 문제에 집중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거나 "경제심리를 전환하거나 모멘텀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펀더멘털한,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취업자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가계소비 등이 늘고 있지만 아직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몇몇 전문가는 최근 예산안 발표 이후 박근혜정부의 '균형재정 포기'를 지적하면서 "현재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은 투자를 활성화하거나 미래성장 분야를 개발하는 게 아닌 만큼 재정건전성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박근혜정부 임기 안에 균형재정은 이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소상공인 지원'과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향후 주력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양극화 해소에 초이노믹스가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발표한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을 비롯해 2014년도 세법개정안, 2015년도 예산안에서 굵직한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 해소라는 이슈에 후련한 처방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의미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부사장, 곽노성 동국대 교수, 구재상 K클라비스 대표이사, 김경환 국토연구원 원장,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김신한 대성산업 부사장,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 백만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안종만 박영사 회장,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유항근 중앙대 교수,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이상빈 한양대 교수,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이현승 SK증권 고문, 정재호 고려당 대표, 정해영 한양증권 대표, 주상룡 홍익대 교수, 주인기 연세대 교수, 채욱 경희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황성택 트러스톤 사장 (이상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소속 회원 30인)

 

강력한 리더십·시장 활성화 고득점

◆ 최경환 부총리 두달 평가 / 崔경제팀 평균학점은 B+ ◆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들은 2개월을 넘긴 '초이노믹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회원들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비와 투자심리를 개선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다.

매일경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 부총리는 8개 분야별 항목(5점 만점) 중 △대통령과 협력관계 구축(4.37점) △각 부 장관들로부터 강력한 리더십 구축(4.23점) △주식ㆍ부동산시장 활성화(4.23점) 등 3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이 중 대통령과 협력관계 구축, 각 부 장관들로부터 강력한 리더십 구축 부문은 최 부총리 임명과 동시에 예견된 것이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됐던 그는 '실세 부총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청와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각종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덕분에 현오석 전 부총리 시절 '식물 부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기획재정부의 위상도 대폭 높아졌다.

임명 직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던 최 부총리는 7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DTIㆍLTV 완화 방침을 공개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정상화하겠다는 움직임에 부동산 시장은 환호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는 최 부총리 취임 이후인 지난 7월 30일 2082.61(종가 기준)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은 "최 부총리가 취임 이후 강력한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을 보여줬다"면서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자는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소비ㆍ투자심리 개선(3.97점)과 확고한 규제개혁 의지(3.93점) 역시 평균(3.83점)을 웃도는 점수를 받았다. 정부가 소비심리 개선을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할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양 대상을 기업에서 가계로 옮긴 것은 긍정적이지만 부채에 짓눌린 가계 소비가 대폭 확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초이노믹스'가 모든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들은 '기업ㆍ가계, 고소득층ㆍ저소득층의 양극화 해소' 항목에 낙제점과 다름없는 2.87점을 줬다. 초이노믹스에 대한 8가지 평가항목 중 3점을 넘지 못한 것은 '양극화 해소'가 유일하다. 정부가 내년도 세법개정안과 예산안 편성 등을 통해 저소득층 복지와 청년ㆍ여성 일자리 확대와 같은 양극화 해소 대책을 밝혔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윤수 기자]

매일경제

◆ 최경환 부총리 두달 평가 ◆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초이노믹스'가 전문가들로부터 'B+' 정도의 학점을 받았다. 강력한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ㆍ기금을 쏟아붓고 부동산ㆍ증시를 되살리는 노력은 합격선을 넘었지만 개인과 기업, 고ㆍ저소득층 등 양극화 해소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매일경제신문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두 달을 맞아 경제전문가로 구성된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초이노믹스는 5점 만점에 평균 3.83점을 받았다.

8개 항목으로 분류된 분야별 설문에서 최 부총리는 '대통령과의 협력관계 구축(4.37점)' '주식ㆍ부동산시장 활성화(4.23점)' '각 부처 장관들로부터 강력한 리더십 구축(4.23점)' 등 3개 항목의 평점이 4점을 훌쩍 넘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소비ㆍ투자심리 개선(3.97점)' '규제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3.93점)' '경제성장률과 물가ㆍ환율 등 거시경제 부양(3.77점)' 항목도 양호해 전문가들은 경기부양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최 부총리 취임 후 사회 계층 간 보이지 않는 간극은 더 벌어진 데다 국회와의 골이 깊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와의 협력적 관계 구축(3.33점)'은 7순위로 점수가 낮았고, '기업ㆍ가계, 고ㆍ저소득층 양극화 해소(2.87점)'는 유일한 2점대로 꼴찌였다.

[전범주 기자 / 김유태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0월 3차 양적완화(QE3) 종료를 예고했다. 연준 통화정책이 중대한 변곡점에 접어든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주 뉴욕 맨해튼 하버드클럽에서 만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연준이 10월 양적완화 중단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실제로 긴축통화 정책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양적완화 중단을 선언할 경우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예단하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염려했다.

맨큐 교수는 "물론 연준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겠지만 그때그때 시장 투자심리에 따라 시장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양적완화 중단 출구전략과 관련해 학습 효과가 없기 때문에 시장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긍정론을 펼쳤다. 그는 "미국 경제가 2~3년 전에 비해 훨씬 건강한 상태"라며 "미국 경제가 꾸준히 회복 기조를 지속하면서 경제 정상화 국면(back to normal)에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과 후년에는 3%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한 연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전에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했다가 중단한 뒤 또 QE3에 들어가야 했던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초로 앞당기는 게 맞다고 본다.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태에서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금융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제로금리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과도한 위험 감수에 나서고 이로 인해 자산거품이 커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대신 일단 금리 인상에 나서면 그 폭과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 급하게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조기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 추가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하는 게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적완화 중단 후 4차 양적완화(QE4) 가능성은.

▶물가상승률이 확 떨어지거나 예기치 못한 블랙스완이 발생했을 때에만 QE4 가능성이 대두될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 회복 국면을 상정할 때 QE4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연준과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반대로 가고 있다.

▶나라마다 처한 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경제도 회복 국면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정상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반면 디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한 유럽중앙은행(ECB)을 필두로 일본은행(BOJ), 중국인민은행(PBOC)이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 확대에 올인한 상태다.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앞으로 달러 강세는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다.

-ECB, BOJ의 돈풀기로 이들 국가 통화 가치가 급락해 환율전쟁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데.

▶유동성 공급 증가로 해당국 통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반면 주변 국가들은 더 가난해진다는 '근린 궁핍화'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나는 이를 환율전쟁으로 보지 않는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국 중앙은행을 비난하기보다는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이 자구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韓 담뱃값 인상은 '증세'…공짜 점심은 없잖아요

"담배 가격 인상은 증세가 맞다. 그런데 이게 증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가?"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최근 국내 담뱃값 인상 논란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 건강 증진 이유도 있겠지만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증세로 보인다"면서도 "복지에는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어딘가에서 세원을 확보해야 하고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부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맨큐 교수는 "담뱃값 인상이 실질적인 증세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없는 논란에 불과하다"며 "복지를 위한 것이라면 증세가 나쁜 게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21세기 자본론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토마 피케티 교수가 방한하면서 한국에서 다시 소득 불평등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는 기자의 설명에 맨큐 교수는 "피케티 교수가 사용한 데이터 오류 등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동안 피케티 교수 주장에 비판적이었던 맨큐 교수에게 어떤 점에서 피케티 교수와 다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앞으로 부의 불평등이 얼마만큼 심화될지 그리고 소득 불평등 해소방식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 대해 맨큐 교수는 "자녀 증여ㆍ상속 등으로 자본 규모가 쪼개지고 상속세 등의 제도도 마련돼 있기 때문에 피케티 교수가 주장하는 것보다는 자본 축적(concentration of wealth)이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맨큐 교수는 또 "피케티 교수의 불평등 처방전은 자산가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불평등을 없앨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은 바로 하위계층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시스템을 개선해 하위계층이 더 많은 임금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매일경제

미국 경제학계의 석학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국제경제 환경을 보면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국과 비교해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고, 연준 통화정책이 금리 인상 등 긴축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미국 외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중앙은행은 반대로 돈을 더 푸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맨큐 교수는 "연준이 손놓고 달러 가격이 무작정 오르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기업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줄 만큼 달러 강세가 심화돼 미국 경제 회복세를 위협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거나 급브레이크를 걸어 과도한 달러 가치 상승을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주 말 미국 뉴욕 맨해튼 하버드클럽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준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해 "미국 경제가 2~3년 전에 비해 훨씬 건강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연준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며 "월가 전망처럼 내년 중반기 이후에나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 한글판 출시에 맞춰 한국을 찾은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에 비판적인 맨큐 교수는 "피케티 교수가 주장한 부의 불평등 확산이라는 팩트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 확대 정도와 축소 처방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맨큐 교수는 "피케티 교수는 자산가에게 부유세를 부과해 소득 격차를 줄이자는 주장이지만, 이보다는 교육을 통해 하위 계층 소득을 끌어올려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게 훨씬 좋은 소득 불평등 해소 처방전"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경제



40일째 세자릿수 원·엔환율… 900원 초반마저 위협

엔화값 추가하락 전망불구 美만 쳐다보는 천수답시장

환변동보험 외엔 속수무책

9일의 시차를 두고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엔화약세'를 경고했다. 이례적이었다. 물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모두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QE)를 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일본의 추가 QE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7.1%인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3% 수준인 일본의 소비자물가(CPI)가 2%가 될 때까지 (엔화를) 찍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시장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엔·달러 환율은 두 달 사이 무려 7% 넘게 올라 주요 통화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원·엔 환율은 지난 8월13일 100엔당 1,000원을 깨더니 40일 가까이 900원대를 유지하며 900원 초반마저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달러강세로 일본 엔화가치는 추가 하락마저 예상돼 '엔저'가 국내 경제에 다시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됐다.

엔저에 대한 대책은 세우고 있을까. 아직은 경고만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엔 거래시장이 없어 정부가 직접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원·달러 등의 움직임을 쫓으며 예의주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으로 원·엔 시장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만 쳐다봐야 하는 천수답 시장이라는 얘기다. 엔저 대응은 기업들의 몫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은 별로 영향이 없고 중소기업이 문제"라면서도 "중기는 환변동보험이 있지만 일차적으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환변동보험을 확대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환변동보험 인수규모를 늘렸는데 환변동보험 장치를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이던 환변동보험을 올해 8,000억원 추가해 2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그렇다면 엔저가 정부의 분석대로 중소기업만의 문제일까. 무역협회 등의 분석은 다르다. 일본과의 전체 품목 수출경합도는 지난해 기준 0.5다. 0.5를 넘어서기는 처음인데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업종을 보면 자동차는 수출경합도가 0.71에 달했고 자동차부품은 2007년 0.39에서 지난해에는 0.56에 이르렀다. 엔저의 여파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빅3의 2·4분기 영업이익은 4~13%(전년동기 대비) 늘어난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같은 기간 13~32%가 줄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엔저의 영향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가 크게 받을 것"이라면서 "현대차와 경합하는 도요타의 주력품목은 일본 현지생산을 통해 공급하는데 고급차종은 엔저로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고급화 전략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균·권대경·조민규기자 fusioncj@sed.co.kr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22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권욱기자

원·엔화 직거래시장 없어 방어수단 마땅찮고

원·달러 환율 통해 간접조정은 비용 부담 커

엔캐리 트레이드도 늘어 엔화 약세 부추길 듯


"원·엔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직거래 시장이 없기 때문인데 원·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겠지만 코스트(비용)가 너무 큽니다."

최근의 엔저 공습을 놓고 한국은행 관계자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와 달리 직거래 시장이 없어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고 그렇다고 원·달러 환율로 간접적으로 조정하자니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가치는 계속 오르는 반면 엔화는 가파른 약세를 보이며 원·엔 환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당국의 뾰쪽한 대응수단 없이 무장해제되고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 요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도 '윤전기 아베'로 상징되는 일본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이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주 말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현재 1.3% 수준인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찍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연기금들이 해외 자산 투자를 위해 엔화를 팔 것이라는 점도 엔화 약세를 거드는 요인이다. 미국 국채를 비롯한 달러표시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일본 투자가들이 엔화표시자산을 팔고 고수익 상품으로 갈아타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추락하는 엔화 가치의 방향성이 바뀔 변수가 현재 보이지 않는 셈이다. 미국 경기 회복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엔화 약세의 근본적 배경이 됨은 물론이다.


그렇다 보니 원·엔 환율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연말께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지난 2008년 2월 말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준이 오는 10월 중 예정대로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게 되면 달러 강세에 따른 원·엔 환율 추락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4·4분기 원·엔 환율이 917원40전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올해 말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봤고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 역시 "연말 원·엔 환율이 930원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이 되면 800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법 나온다. JP모건은 내년 3·4분기 평균 881원80전을 내놓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140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원·엔 환율도 80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엔 환율의 하락추세를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7년 7월, 원·엔 환율은 745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엔화가 과도하게 올랐는데 그 여진이 가라앉고 있다는 얘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의 엔화 가치 하락은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이벤트 때문에 보이지 않던 일본의 흔들리는 경제 펀더멘털과 이에 따른 BOJ의 양적완화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며 "내년에는 일본의 재정적자 등 아베노믹스의 한계까지 불거져 엔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미국 잇단 출구 신호에 금 ETF서 67억弗 증발

1200弗선 무너질 수도… 은값도 4년 만에 최저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금값도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 중 67억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쏟아지는데다 금값 하락에 따라 펀드가치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금 ETF 운용사인 SPDR골드트러스트의 경우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전체 자산의 1%에 해당하는 7.78톤의 금을 팔아치웠다. 지난 한 달간 처분한 금은 전체 펀드자산의 2.3%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는 금 관련 금융상품의 금 보유량은 18일 기준 1,709.47톤으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신 금값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늘고 있다. CTFC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금선물 매도포지션이 전주 대비 18% 증가하며 6만9,243계약에 달했다. 이에 따라 순매수 포지션은 22% 감소하며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금값도 맥을 못 추고 있다. 19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8% 떨어진 트로이온스당 1,216.6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값은 지난해 28% 급락하며 연간 단위로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금은 슈퍼사이클에 종지부를 찍은 후 올해 추가 하락이냐, 바닥 다지기냐를 놓고 논란이 큰 상황에서 상반기만 해도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7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올 상반기 상승률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킷코메탈의 피터 허그 이사는 "투자자들이 귀금속을 현금으로 바꿔 달러와 미국 주식에 넣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12월물 은선물 역시 17.844달러를 기록하며 2010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팔라듐(12월물)도 2.3% 급락했으며 플래티넘(10월물) 역시 0.9% 하락했다.

금값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달러화 강세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10주 연속 상승하며 28년 만에 가장 긴 랠리를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투자 매력도가 더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중동, 우크라이나 분쟁, 스코틀랜드 독립 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된 것도 금값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브라이언 레빗 이코노미스트는 "금에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미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낮은 인플레이션은 강달러와 금값 약세의 전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그널이 계속될수록 1,200달러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심리적 저지선인 1,200선이 무너지면 1,180선으로 직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까지 1,05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일찌감치 내놓았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서울경제

기업 3분기 환헤지 급증

수출 중소·중견 기업들의 환변동보험 이용금액 중 엔화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엔화 환변동보험 이용실적이 3·4분기 들어 크게 늘어 기업들이 엔저 지속에 따라 적극적인 환헤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하반기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환율 상승 기대감으로 기업들이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총 4개 통화(달러·엔화·유로화·위안화)에 대해 운용 중인 환변동보험 중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10.95%에서 지난해 13.75%로 상승했다. 올해 비중은 14.05%로 더 늘었다. 금액으로는 2012년 총 1조1,131억원 가운데 엔화는 1,219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조6,973억원 가운데 1,980억원이 엔화였다. 이어 올해 9월19일까지 기준으로 총 8,387억원 중 1,179억원이 엔화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처음으로 엔화 이용금액이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월별로 보면 기업들의 최근의 엔저 상황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드러난다. 1월에는 338억원이던 것이 4월에 19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5월(52억원)과 6월(66억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엔화가치가 저점을 찍어 원·엔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 환차익을 반환하지 않기 위해 환헤지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3·4분기인 7월 264억원으로 늘었고 8월 112억원에 이어 9월 들어서도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더 오래 지체했다가는 자칫 영업이익이 보장되는 환헤지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무보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이용실적이 낮은 측면이 있지만 환차손으로 기업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변화가 없고 금액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며 "엔저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sed.co.kr

서울경제

정치적 갈등에 발길 돌리고 엔저 심화로 한국 쇼핑 부담

백화점서 호텔·로드숍까지 중국 관광객 마케팅만 집중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가히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천국'이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을 부르는 점포 직원도,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상들도 온통 중국어 일색이다. 중국인 관광객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중국어로 쇼핑을 즐긴다. 반면 2~3년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둘셋 짝을 지어 명동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던 일본인 관광객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명동에서 오랫동안 환전영업을 해왔다는 김모씨는 "엔화를 가져와 돈을 바꿔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엔화 뭉칫돈 환전손님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만엔 정도 환전해 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예전보다 많이 찾아와주는 덕분에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 새 엔저 심화 현상과 중국인의 관광 소비력 증가가 맞물리면서 명동 쇼핑상권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쇼핑에 대한 부담이 커진 일본인의 발길이 급감하는 동안 구매력이 커진 중국인의 방문은 급증하면서 백화점·면세점·호텔에서 의류 로드숍, 리어카 맛집에 이르기까지 영업의 무게중심이 모두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일제히 이동한 것. 서울시 통계포털인 서울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은 336만1,654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5.8% 늘었다. 반면 일본인은 133만5,626명으로 지난해보다 13.68% 감소했다.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 명동 매장 측은 "일본어 능통 직원 수가 우리는 물론 다른 브랜드 가게도 전반적으로 많이 줄었다"며 "일본인 관광객들의 구매력 역시 많이 떨어져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면 선뜻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인에 더 집중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요코 미조씨도 "2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보다 물건값이 많이 비싸게 느껴져 이번에는 쇼핑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한국어보다 일본어 가격표를 더 크게 붙여놓고 영업을 했던 명동 마사지·스파·네일케어숍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인 관광객이 주 고객이던 이들 점포들은 엔저 직격탄을 맞아 일부는 가게 문을 닫았고 일부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내국인 손님을 모시거나 중국인 대상 영업을 강화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길 건너 롯데쇼핑타운에도 유커가 고마운 손님이다. 국내 불황으로 소비위축은 물론 명품관과 면세점 등지에서 큰손 역할을 해줬던 일본인이 떠난 자리를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9년만 해도 전체 외국인 매출의 70%를 일본인이 차지했지만 현재는 중국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일본인 비중은 5% 내외에 불과하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엔화가치 하락, 한일 정치문제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일본인의 방문과 구매력이 동시에 급감한 탓이다. 롯데면세점도 2012년부터 일본인 매출 기여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의 일본인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어들었고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호텔업계도 빠져나간 일본인을 대신할 손님 찾기에 혈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A호텔의 경우 한때 전체 투숙객 중 60%가 일본인이었으나 지금은 30%대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해당 호텔 측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로드쇼와 해외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B호텔 역시 일본인 관광객이 30% 이상 급감해 대신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련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뜻 보면 국내 호텔을 이용하는 일본인 수가 별로 줄지 않은 듯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과거 특1급을 이용하던 일본인들이 중저가 호텔로 이동하고 식음료 경비 등에 쓰던 비용도 줄이고 있다"며 "영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동남아 등으로 판촉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희정·정영현·김민정기자 yvette@sed.co.kr
서울경제


■ 엔저 상관관계 커진 수출시장

대일 수출보다 경합때 악영향… 日서 원재료 수입 기업은 유리

엔저(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특히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악화는 불가피하다. 엔저로 인한 대일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보다는 양국 주력수출품의 높은 경합도로 인해 세계 교역시장에서 타격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엔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을 지원할 근본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엔화 약세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대 이후 원·엔 환율은 국내 수출과의 상관계수가 0.43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음(-)에서 양(+)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대 이후에는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수출이 늘고, 하락하면 수출이 감소하는 상관관계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주요 품목별 원·엔 환율변동과 수출 증가율 간 상관계수는 철강이 0.57로 가장 높았고 정유(0.51), 산업기계(0.50), 기초산업기계(0.35), 자동차(0.23) 등의 순이었다. 양의 값을 가질수록 원·엔 환율과 상관관계가 높은 만큼 이들 업체의 수출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최근 가팔라진 점이 있지만 추세는 2년 전부터 시작됐다"며 "엔저가 일본 제품가격 인하→수출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이제부터 여파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엔저라고 모두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엔화 부채가 많거나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은 오히려 엔저가 유리하다. 엔저로 인한 외환평가이익을 많이 얻어 빚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포스코·롯데쇼핑·현대제철·가스공사·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기초부품을 사와 완성품 수출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엔저 효과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저를 그대로 방치하면, 특히 수출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력업체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 하락은 원·달러 하락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업체는 물론 수출 중기와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타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엔저, 경고만 있고 대책이 없다] "엔저 과속 괜찮나" 일본 내부서도 경계

내수기업 신음 깊어지고 수출 성적표도 기대이하

아베노믹스 회의론 확산

가파른 엔화 약세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화가치 절하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던 아베노믹스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겹쳐 논란이 확산될 정도다.

최근 일본에서는 엔화가치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자 채산성 악화를 겪게 된 현지 내수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환율상승(엔화 절하)의 수혜자로 꼽혔던 수출업종은 기대 이하의 실적부진을 보이고 있으며 증시 호조도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후반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경고음이 새삼 커졌다. 내수업체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중소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과도한 엔화 급락에 대한 성토가 터져나왔다. 일본의 4대 경제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를 필두로 일본상공회의소·지방은행협회가 줄줄이 기자회견을 열고 엔저 경계론의 선봉에 나섰다.

엔저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 수준 이하라는 점도 아베노믹스를 옥죄고 있다. 내각부가 발표하는 일본의 수출수량지수는 지난 7월과 8월 연달아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수량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놓고 환산한 수치다. 증시에서는 최근의 주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해외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최근 주요 헤지펀드 매니저 등의 입을 빌려 증시의 큰손들이 일본 시장에서 손을 털고 미국 등으로 갈아타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최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후생연금펀드조차 최근에는 엔화 기반 자산(일본 국채 등) 중심의 자산운용 방식을 바꿔 비엔화 기반의 해외 주식 등으로 투자의 무게중심을 분산하려는 조짐을 보일 정도다.

아베노믹스 초창기의 엔저와 달리 현재의 엔저는 일본 통화금융당국의 통제 수준을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정부 초창기의 엔화가치 하락은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용 양적완화를 실행하면서 파생되고 의도된 것이었다. 반면 근래의 엔저는 일본의 당국이 주도하기보다는 미국·유럽 중앙은행들의 통화금융정책에 휘둘린 결과라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는 일본 스스로 엔저 흐름을 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다만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는 만큼 일본 금융통화당국이 최소한 속도조절 등을 통해 숨고르기에는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동아일보
[동아일보]
100엔 956원으로 3년새 36% 하락… 車등 수출비중 높은 국내기업 비상

원화 대비 일본 엔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약 3년 전인 2011년 10월 월평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499원이었지만 22일 현재 956원으로 그동안 36%가 하락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향후 1∼2년 안에 700원대 환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등장했다.

글로벌 경제가 놓인 환경을 봐도 엔화 약세의 큰 흐름을 되돌릴 만한 요인은 찾기 힘들다. 오랜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국제사회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응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엔저의 파장을 경계하는 한국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의 명암은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다.

○ 번번이 한국경제 위기로 빠뜨린 엔저

엔화 약세는 지금까지 고비 때마다 갈길 바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반대로 엔화값이 치솟으면 한국은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한국이 엔고의 덕을 본 대표적인 사례는 19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이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올라가자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던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기록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런 국면은 1988∼1990년의 ‘1차 엔저’로 곧 막을 내렸다.

엔화 약세로 인한 본격적인 피해는 1997년과 2008년에 현실화됐다. 1995년 4월∼1997년 2월(2차 엔저) 중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30% 올라가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이 큰 폭으로 불어났고 이는 1997년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또 2004년 초부터 2007년 중반까지 이어진 ‘3차 엔저’ 역시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을 악화시킨 빌미로 작용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키웠다.

한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수출이 28% 급증하면서 다시 한 번 엔화 강세의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금융시장에 ‘엔화 살포’를 시작하면서 한국 수출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1.3%)로 돌아섰고 작년과 올해 모두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제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엔화 약세를 반영해 해외에 파는 달러표시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일본의 반격으로 우리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1997년, 2008년의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국제사회도 엔저에 우호적


최근 원-엔 환율이 급락 추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이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 반해 일본은 기존의 ‘돈 풀기’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여전히 크고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평가를 받기 때문에 원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 주말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은 사실상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회의에서 G20은 “세계경제의 수요가 취약하다”며 “선진국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 원엔 환율 1% 내리면… 국내수출 0.92% 감소 ▼

상황이 급박해지자 한국의 당국자들도 우려 섞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기자간담회 및 국회 세미나 자리에서 잇달아 엔화 약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 총재가 민감한 환율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 기업 가격 공세 강화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기업의 수출은 약 0.9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전반적으로 피해를 본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원-엔 환율은 손익분기점(1059원 선)을 이미 한참 밑돌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는 자동차 업종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에서 일본차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는 현대·기아차는 엔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화 강세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반면 도요타는 엔저의 수혜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요타는 엔저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미국시장에서 모델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가격 공세를 강화했다.

다만 조선 철강업종은 엔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세진·강유현 기자
.........................................................................................................................................
..

 

  세계일보

복지비 급증… 2017년 50% 돌파

정부, 정책 운용 폭 위축 불가피

재정지출 가운데 의무지출 비중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재정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약가계부에 따라 복지 분야의 의무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따른 것으로,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2일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지출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4.5% 증가하도록 수정됐다. 수정된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은 올해 355조8000억원, 내년 376조원, 2016년 393조6000억원, 2017년 408조4000억원, 2018년 424조원이다.

나라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재정지출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법에 따른 의무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 전체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나머지 재량지출 비중은 그만큼 작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수정된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지출 가운데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47.0%에서 내년에는 46.3%로 작아진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재량지출을 늘려 확장적 예산을 편성한 결과다. 그러나 이후 2016년에는 48.8%로 커지고, 2017년에는 50.2%, 2018년에는 51.8%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재량지출은 올해 53.0%에서 2018년 48.2%로 축소된다. 이처럼 의무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기초연금이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5.0%, 공적연금은 11.0% 각각 증가하는 등 복지분야 법정지출이 연평균 8.4%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솔직히 세금을 더 걷으면 증세 논란이 예상되고, 국채를 더 발행하면 재정건전성 훼손 논란이 불가피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매일경제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세월호 사태는 연안 여객선의 낮은 운임이 초래한 참사다. 연안 여객선의 '인천~제주' 운임은 6만5000원으로 운항 거리가 더 짧은 '인천~중국 웨이하이' 여객선 요금(11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헐값 운임을 만회하려 평형수를 덜 채우고 화물ㆍ차량을 과적하는 등 불법이 자행되면서 대한민국은 '안전 붕괴'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제값을 받지 못해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는 건설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8년간 최저가낙찰제로 진행된 공사는 100억원당 평균 4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 때문에 철근과 시멘트를 덜 쓰는 부실 공사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은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통한 수출에 의존해왔다"며 "상품을 최대한 싸게 만들어 싸게 파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제값에 인색한 문화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PB)의 자산관리 수수료를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우량 고객을 위한 '공짜 서비스'라는 오랜 인식 때문에 유료화는 엄두도 못 낸다. 반면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는 작년에만 7조원이 넘는 PB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수수료 비즈니스가 금융에 정착하지 못한 주요 걸림돌은 바로 공짜 심리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의 고도화는 요원하다"며 "값을 제대로 받는 대신 질 높은 가치로 보상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선진국 진입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전기요금도 총괄원가를 계속 밑돌고 있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2013년 기준)은 ㎿h당 101달러인 데 비해 독일 388달러, 일본 242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72달러다.

식품 가격에 대한 정부의 행정 규제도 의도하지 않은 '풍선 효과'를 낳았다. 원가 인상 요인을 만회하기 위해 용량을 슬쩍 줄이는 식품업계의 꼼수 가격 인상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결국 제품과 서비스에 제값을 매기지 못하는 현상이 만연할수록 기업과 소비자가 멍들고, 관련 산업과 고용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팀장) / 서찬동 차장 / 고재만 기자 / 최승진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수 기자 / 장재웅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여의도 한 증권사에 다니는 최영석 씨(35)는 일과를 마치고 퇴근해 PC로 영화를 보는 게 취미다.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와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영화 한 편씩을 해치운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다운로드 업체를 통하면 편당 100~300원만 내고 입맛에 맞는 영화를 얼마든지 받아 볼 수 있다. 평일 영화표 두 장(1만8000원) 대비 1~2%에 불과한 헐값이다.

최씨 사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콘텐츠는 공짜'라는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신 통계에서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19~59세 남녀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콘텐츠는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500명은 '그렇지 않다'(9.7%)고 답하거나 '잘 모르겠다'(40.3%)고 응답했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콘텐츠를 돈 내고 보는 것은 손해라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며 "사실상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정부가 문제를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바른음원협동조합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에서 290만건의 다운로드로 28억원의 음원 수입을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360만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지는 동안 수입은 고작 6600만원에 불과했다. 최근 60대 이상 장년층을 상대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는 소위 '효도라디오' 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효도라디오는 SD카드에 2000곡 이상의 불법 음원을 저장해 파는 휴대용 오디오로 등산로나 청계천, 고속도로휴게소 등에서 3만~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뉴스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미디어 유료화'도 갈 길이 멀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으로 무장한 '낚시성' 공짜 뉴스가 도처에 범람해 뉴스 소비자가 그 폐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 언론감사연합(AAM)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온라인 뉴스 분야 1ㆍ2위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 유료 가입자는 각각 113만3923명, 89만8102명에 달한다. NYT 온라인판 구독료는 한 달에 15달러는 내야 전체 뉴스를 볼 수 있는 구조다. WSJ 온라인판 구독료 역시 월 24.99달러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NYT가 한 달간 온라인 뉴스로 벌어들이는 매출만 1700만달러(약 17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NYT는 안정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 인터랙티브 뉴스 '스노폴'을 기획해 지난해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가치 있는 뉴스에 선뜻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엄선된 정보로 보답하는 선순환 구도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주요 포털을 통해 대다수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몇몇 미디어가 올해 들어 디지털뉴스 유료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이 분야 1위 기업도 유료 가입자 5만명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언론 환경과 시장 규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스를 돈 주고 봐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가 크다. 마동석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뉴스 콘텐츠를 소비할 때마다 그 대가가 뉴스 생산자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현 체제로는 요원한 상태"라며 "누구나 쉽게 베껴 쓸 수 있는 날림 기사로 인터넷이 뒤덮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팀장) / 서찬동 차장 / 고재만 기자 / 최승진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수 기자 / 장재웅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태준 기자]

원가보다 낮은 왜곡된 가격에 고용창출 발목 삶의질도 추락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가격(price)은 상품의 원가(cost)보다 높게, 가치(value)보다 낮게."

경영학에서 가격 책정의 기초가 되는 대표적인 공식이다. 기업은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인 비용보다 높은 값을 받아야 지속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한 반면, 소비자는 지불한 값보다 더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이 공식은 적정 가격을 정하는 게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문제는 종종 제값보다 싸거나 비싸게 가격이 매겨지는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나 소비자는 물론 사회 전체의 후생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서비스의 경우 '무형의 상품'이라는 특성상 이러한 현상은 더욱 비일비재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서비스는 공짜'라는 의식이 퍼져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야 상품'이라는 전형적인 제조업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시장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기도 한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에선 가격을 결정할 때 가치와 원가 외에 '정부'와 '사회적 압력'이라는 특수한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도 국내 시장 구조를 지적했다. 공정성보다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담합, 불법 하도급 등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사회자본팀장은 "때로는 정부가 서민경제와 밀접한 생활물가에 대해 가격을 동결하도록 암묵적으로 압력을 넣기도 한다"며 "상황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사회적 효용을 높인다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정부의 식품 가격 규제는 업계의 편법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호영 기자]유통 업계는 경품으로 소비자의 공짜 심리에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에서는 고가 경품을 받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C쇼핑몰의 경우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매일 공짜 선물' 경품 행사를 열고 한우와 배 선물세트 등 300여 가지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홈쇼핑에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 업체 대표는 "상품 판매에 따르는 각종 판촉 비용은 중소 업체가 부담하는 사례가 많다"며 "경품 부담까지 지게 되면 물건을 많이 팔아도 홈쇼핑에서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무한 리필'과 경품 경쟁도 제값 받기 관행과는 거리가 먼 출혈 마케팅 사례다. 유통비용을 줄여 질 좋은 제품을 싼값에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게 목적이지만 자칫 저렴한 가격이 부메랑이 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발생한다.

명예퇴직한 박 모씨(52)는 5년 전 '가격 파괴' 고기전문점을 열었다. 창업 초기에는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가는 변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같은 상권에 비슷한 고기전문점들이 들어서며 서비스 경쟁은 치열해졌다. 결국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박씨는 "무한 리필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이지, 품질 경쟁은 아니다"며 "이 때문에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음료 시장에서 시장경제원칙은 어긋나기 일쑤다.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정부의 가격 통제를 '꼼수 인상'으로 교묘히 피해가기도 한다.

올해 초 A사는 자일리톨 성분의 코팅껌 용량을 18g(12개)에서 16g(11개)으로 슬쩍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였다. B제과 업체는 7개 스낵의 용량을 찔끔 늘리고 가격을 20%가량 쑥 올렸다.

'꼼수' 가격 인상이 벌어진 배경에는 정부의 행정 규제가 한몫했다. 설탕ㆍ밀가루 등 생필품뿐 아니라 과자ㆍ껌의 가격 인상안도 소관 부처에 구두로 보고하고 허가를 받는 게 오랜 관행이라고 업계는 토로했다.

올해 초 A어린이음료는 포장지 등을 리뉴얼한 뒤 가격을 6.5% 올렸다. 라면과 분유 역시 포장지나 내용물을 리뉴얼하고 값을 올리는 수법이 종종 포착된다. 내용물은 얼마 없는데 포장지만 풍선처럼 질소로 가득 찬 '질소 과자'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가격 통제 시기에는 값은 유지한 채 내용물 함량을 줄였다가 이후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값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제과 업계 관계자는 "증가하는 원가 요인을 어떻게든 반영하고 가격 규제를 슬쩍 피하려는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소비자 눈속임이다.

우유 역시 생산이 늘고 소비는 줄어도 값은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가격 구조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원유 재고량은 1만4896t으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재고가 쌓여도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원유가격연동제'라는 가격 결정 메커니즘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가를 바탕으로 1년간 원가 변동 요인을 적용하기 때문에 과잉생산이나 수요 감소 등 가격 하락 요인은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

中企, 장비 납품하면 `평생AS 굴레`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산업용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A사의 최인호(가명) 대표는 B라는 대기업 이름만 나와도 한숨이 나온다. 대기업의 횡포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기술과 노동력을 '공짜'로 빼가기 일쑤기 때문이다.

"보통 장비ㆍ기계를 공급하면 유지보수 유료계약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걸 맺은 적이 없습니다. 만년 '을'인 협력업체가 계속 무료 봉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 대표는 "장비에 대한 무상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은 보통 1년인데 이 기간이 지난 뒤에도 장비를 산 대기업이 AS를 요청하면 전문인력을 수시로 대기업 생산현장에 파견하거나 장비 업그레이드를 무상으로 해주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마치 자동차를 산 구매자가 자동차 부품이나 정비 서비스를 평생 동안 무료로 제공받는 셈이다.

최 대표는 "만약 해외 업체와 거래한다면 이처럼 뻔뻔하게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소업체의 기술과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를 안 쳐주니 차라리 중국 기업과 거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협력사의 기술집약적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대기업의 비뚤어진 관행 때문에 소위 '제조연관 서비스'라는 새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조연관 서비스는 엔지니어링, 시험인증, 디자인, 특허ㆍ표준, 마케팅 등 제조활동 전반에 걸친 문제해결을 지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뜻한다.

중견업체가 부품ㆍ장비를 공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뒤따르게 마련인 유지ㆍ보수 서비스를 구매업체가 유료로 지불해야 제조연관 서비스 시장이 클 수 있지만 국내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기업협력과장은 "대기업들이 제조연관 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제값을 주고받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관련 시장의 일자리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제조연관 서비스 관행은 제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ITㆍ소프트웨어(SW) 산업은 사용자들의 새로운 요구, 하드웨어의 변화,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유지ㆍ보수 작업이 빈번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체계는 불명확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계약과정에서 설명서에 AS나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유지보수 관련사항을 정해놓지만 처음에는 두루뭉술하게 계약하고 이후 서비스를 더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대식 목원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각종 불공정 하도급에 대한 신고제도가 있지만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 내 전담부서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불공정 관행을 지속적으로 적발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일경제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매달 월급 주기가 버거울 정도입니다. 대기업에서는 비용 절감이란 명목으로 한 푼이라도 돈을 덜 주려고 쥐어짜고 납기일마저 입맛대로 당겨버리기 일쑤지만 당장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도산 위기에 몰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서울 금천구 소재 소프트웨어(SW) A업체 김 모 사장은 이같이 하소연했다. 직원 수 열 명 남짓되는 A사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보면 갑을병정의 '정'쯤 되는 영세 하도급업체다.

대기업이 '을'업체에 하도급을 준 일감을 재하도급 형식으로 따와 밤을 새우며 납기일까지 일을 끝마쳐 푼돈을 쥔다. 김 사장은 "근무 여건이 극도로 불안정해 수시로 직원들이 나간다"며 "그마저도 대기업들이 하도급을 줄이고 내부 업무로 일을 돌리고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A업체 사례는 국내 영세 SW업체 대다수가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세계를 뒤흔드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해야 할 SW업체들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하도급 SW 생태계에 갇혀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시드는 일이 많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기업 1차 협력업체 역시 생존을 위해 일감을 '헐값'에 따와 손해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식으로 손실 보전을 하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100인 미만 IT업체에서 SW개발 전문가 구인 인원 중 3분의 1이 충원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SW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는 "한국 스타트업의 SW를 가격 후려치기 없이 제값을 주고 사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팀장) / 서찬동 차장 / 고재만 기자 / 최승진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수 기자 / 장재웅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국내 은행권은 금융상품, 세무, 부동산, 상속 등 고객의 투자와 자산관리를 지원하는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공짜 서비스`로 전락하면서 관련 산업과 전문인력 양성이 더딘 상황이다. 사진은 시중은행 PB 전문가들이 고객 상담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 [매경DB]서울 반포의 A은행 지점 VIP센터.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받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직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 남성에게 몰려든다. VIP센터에서 '큰손'으로 꼽히는 우량고객이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이 남성은 이날 PB팀과 상속 관련 상담을 받았다. 부동산ㆍ세무ㆍ법무를 담당하는 PB 전문인력들이 이 남성과 한 시간 이상 상담했다. 3명이 달라붙었지만 VIP센터에서 이날 벌어들인 수익은 없다.

해외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PB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무료 고객 서비스' 성격으로 운영되면서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은행들은 자산관리나 투자자문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은 채 우량고객 관리 차원에서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관리 명목으로 수수료를 보장받는 대신 정기예금이나 투자상품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게 PB센터의 관행처럼 돼 있다. 일부 은행 PB들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거두기 위해 고객 자산 증식과는 무관하게 금융상품이나 주식매매를 권하기도 한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성우 신한은행 WM사업부장은 "고객 자산을 관리하면서 일정 비율만큼 수수료를 받는다면 PB들이 고객에게 상품 판매를 권유하기보다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라며 "수수료(feeㆍ피) 기반으로 전환하는 게 고객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오랫동안 공짜 서비스로 굳어진 PB 업무를 유료화할 경우 고객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유료화 모델은 엄두도 못 낸다.

일부 고객들은 "국내 PB들은 해주는 게 별로 없다"고 항변하지만 '피 비즈니스' 접목과 함께 경쟁 체제로 전환하면 PB 서비스의 양상은 달라질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은행들이 PB 자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차별된 서비스를 더욱 고민할 것"이라며 "은행이 우량고객에게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만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면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일찌감치 PB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키우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0~2007년 스위스에서 PB 영업을 하는 20개 금융사의 PB 부문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평균 20%를 상회하고, 미국 13개 금융사 역시 25%에 육박했다.

해외 금융사들은 투자자문ㆍ투자일임 수수료로 운용자산의 0.5~1.5%가량을 책정하며, 목표수익률을 상회하면 초과 수익의 일정 비율(10~20%)을 추가한다. PB 서비스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사로는 단연 UBS가 꼽힌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는 고객이 위탁한 자산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고, 미리 약정한 금리 이상으로 수익이 나면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성과를 보상받는 형태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UBS그룹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UBS그룹 전체 영업수입은 277억3200만스위스프랑(약 3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수료 수입은 181억7600만스위스프랑(약 20조1000억원)인데, 수수료 수입 중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와 투자자문 수수료는 66억2500만스위스프랑(약 7조3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입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UBS의 PB 관련 수수료 수입은 2011년 55억5100만스위스프랑, 2012년 58억9500만스위스프랑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UBS그룹의 직원 수는 6만87명. 이 가운데 고객 자산관리와 연관된 직원은 3만3029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UBS그룹의 자산관리전문 계열사인 UBS웰스매니지먼트가 채용하고 있는 고객 자문 전문가만 지난해 말 기준 4164명에 달한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PB 인력(약 540명)보다 8배나 많은 수준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PB는 향후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PB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금융사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고객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정부는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를 선정하고 내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공언은 허언(虛言)이 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국회의 무관심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한국이 부진한 사이 미국.유럽.일본.중국은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선두권으로 올라갈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충전시설 설치와 전기차 보급 등으로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오락가락' 정책 행보

2015년도 예산안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사업을 하기 위해 총 72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이 사업은 버스.택시차고지, 정류장에 대용량 배터리를 비치하고, 배터리 자동교환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대여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스업자에게 배터리 비용(버스 1대당 약 8500만원) 및 배터리 교체시스템 비용(개소당 18억원)의 일부를 지원(자부담 60% 수준)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25%, 지자체 25%, 민간이 50%의 자금을 투자해 총 290억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사업에 투자된다"며 "내년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지면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며 이 사업 도입으로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높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야기와 달리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사업이 발표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기차 관련 충전소 설치 및 구매 보조금 지급이 핵심정책이었다.

따라서 업계도 여기에 맞춰서 차량을 개발했는데 갑자기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자동 교환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판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방식이나 장착 방식 등이 규격화돼야 한다"며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배터리를 제작하고 차에 탑재하고 있는 상황에 정책이 바뀌어버리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여력이 없으며 우리만의 규격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설익은 정책… 관련법안 거의 없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 입법 지원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19대 국회 들어 전기차와 직접 관련된 법안은 단 1건 발의됐다. 지난 3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으로 저속 전기자동차도 최고속도 80㎞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에서는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 60㎞ 이하 도로에서만 운행이 가능한데다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경찰서장과 협의해 선정한 구간만 달릴 수 있다.

따라서 최고속도 80㎞ 도로에서 60㎞로 달리는 것은 속도위반이 아닌데도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 60㎞ 이상의 도로에 진입조차 못하게 하고 있는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발전을 위한 중소기업 육성 및 제도적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얼마 전 산업부 관계자와 만났는데 (전기차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고속으로 잡고 있어서 이를 (저속전기차로) 다시 말하겠다"면서 저속전기차 지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 밖에 세부 내용에 '전기차'가 언급된 법안이 10여건 제안됐지만 주로 대기환경에 대한 규제와 함께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연료자동차 등과 함께 전기자동차의 사용을 지원하는 내용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 전기차 상용화에 대한 준비나 지원도 미비한 상태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해 노상주차장 및 특별시장 등이 설치한 노외주차장 주차요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감면한다'는 등 업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법안도 제출돼 전기차에 대한 국회의 낮은 관심도를 나타내고 있다.

■내수 시장 활성화가 답

씨티앤트(CT&T)와 AD모터스 등 한때 주목받은 저속전기차 업체들이 상장폐지와 도산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이들 업체들은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1000여대씩 수출하는 등 활발한 수출 실적을 올리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은 국내 시장이 없기 때문에 활로를 찾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충전소 등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국내 판매는 어렵고 해외 수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인프라 부족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것이 전기 충전소 수다. 지난 2009년부터 전기 충전소 설치를 강조해왔지만 지금까지 설치된 충전 시설은 177개에 그친다. 이마저도 충전 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충전이 불가능한 차량이 있고 일부 시설은 작동하지 않는 곳도 존재한다. 반면 일본은 30분에 충전을 끝내는 급속 충전소만 1300여 곳에 이른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의 10% 이상 선점, 2020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100만대 보급 및 세계 전기차 4강 국가 진입."

정부가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며 내놓은 전기차 산업의 장밋빛 청사진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반면 환경에 대한 세계의 견제는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일찌감치 공격적 정책을 펼쳐 세계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전기차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다. 정부의 정책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을 넘어 산업계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컨트롤타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전기차 선진국이라는 희망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지 않고서는 냉정한 세계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22일 정부와 산업계,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시속 8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고속 전기차와 60㎞ 이하의 저속 전기차에 대해 일정금액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규모는 다소 차이가 난다. 고속차는 1대당 1500여만원을, 저속차는 578여만원을 차량 생산업체에 지원해 준다. 고속과 저속 전기차의 구입 가격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고속차와 저속차는 주행할 수 있는 도로도 다르다. 저속차는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속도 60㎞ 이하의 도로에서만 달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로 치면 공항로.헌릉로.내부순환도로.올림픽대로 등 대부분 도로에선 운행할 수 없다. '마실' 갈 때만 쓰라는 얘기다.

고속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고속도로 6곳에 충전인프라를 설치해 전국 방방곡곡을 전기차로 다닐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저속차는 운행자체가 금지돼 있다.

문제는 고속차와 저속차의 생산업체가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기술.자본력 등 때문에 아직 고속 전기차 분야엔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없다. 현재까지 정부의 전기차 지원은 사실상 일부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인 셈이다.

또 다른 논란은 이마저도 자주 바뀐다는 데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사업에 72억5000만원을 편성하면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 및 구매 보조금 지급 중심에서 다소 선회했다. 그러나 대기업 생산능력의 10%에 불과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당혹스럽다. 정부가 '생산을 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미루고 있는데 정책이 이렇게 변하면 그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에 관한 발표를 하면 목소리를 높이는 국회는 정작 근본적인 문제에선 뒷짐만 지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전기 관련 법안은 전기차도 제한속도 80㎞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1개뿐이다.

전기차 정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기차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곳에서 관할하지만 아직까지 사령탑은 없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한국경제

< 직역(職域): 특정 직업 영역 >

공무원연금 개혁 난항

공무원노조, 국회토론회 저지…첫 발도 못 떼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40년째 세금 투입

與 "지금 개혁 못하면 미래세대 큰 부담"


[ 강경민 기자 ]

국회에서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첫 토론회가 무산되면서 3대 공적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개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공적연금 개혁이 무산될 경우 정부는 앞으로 매년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연금 손실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인데도 공무원노조 등은 ‘연금 개혁 불가’를 외치며 ‘직역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2030년 한 해 적자만 20조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토론회가 예정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로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공무원노조 지도부와 노조원 200여명은 거친 야유와 욕설을 쏟아내며 토론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결국 토론회는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됐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구조적 문제점은 낸 돈에 비해 많은 돈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낸 돈의 약 1.7배를 평생에 걸쳐 받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2.3배를 받는다. 3차 연금개혁이 시행된 2010년 이전에 입사한 공무원의 경우 약 3.5배에 달한다. 고착화된 ‘저부담·고급여’ 구조 탓에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의 손실분을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하면서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으로 적자를 낸 이후 2001년부터 정부가 매년 세금으로 손실분을 메워주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한 돈은 10조원이 넘는다. 올해에도 2조485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1973년에 기금이 이미 고갈된 군인연금의 지난해 국고 보전금은 1조3691억원에 달한다. 사립학교 종사자들이 대상인 사학연금은 지금은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1년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사학연금도 공무원·군인연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손실을 메워주도록 관련법에 명시돼 있다.

2030년에 3대 공적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정부 보전금은 20조780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이 12조4221억원으로 전체 공적연금 손실 규모 중 60%가 넘는다. 군인연금은 2조7814억원, 사학연금은 3조5768억원으로 추산된다. 군인연금 보전액은 2010년 이후 정부 보전금 연평균 증가율(CAGR)로 추산한 것으로, 이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인은 공무원에 비해 퇴역 시기가 빨라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2030년 한 해에만 국한된 정부 보전금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의 누적 보전금은 공무원연금만 135조원에 달한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각각 32조원, 20조원의 누적적자가 예상된다. 결국 3대 공적연금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187조원에 달한다.

○꿈쩍 않는 ‘직역 이기주의’

정부와 새누리당은 3대 공적연금 제도가 현행처럼 계속 유지될 경우 정부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당은 공무원 집단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공적연금 개혁을 강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권에선 대선 및 총선 등의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올해와 내년 2년간이야말로 연금 개혁을 위한 적기라고 보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연금의 안정성과 미래 국가재정을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 개혁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금 전문가 단체인 한국연금학회는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아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을 지금보다 43% 올리고, 수령액은 34% 삭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정부가 올초 마련한 개혁안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

1995년 이후 공무원연금에 대한 세 차례 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공무원 집단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조선일보


인구 45%가 외국인… 국적 아닌 기업정신으로 뭉쳐 - 17일 유럽 룩셈부르크에 입주한‘넥슨유럽’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룩셈부르크 공무원들의‘을(乙) 마인드’에 끌린 넥슨은 2012년 유럽 본부를 이곳에 설립했다. /룩셈부르크=이신영 기자

-'안 된다'는 말은 안하는 공무원

기업 민원은 당일 해결 원칙… 휴가 중에도 스마트폰 받아 '3자 통화' 연결해 문제 해결

-한 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

외국 기업 실무자 이름 외우고 매월 방문해 "문제없나" 점검… 나중에 "해결됐나" 확인까지

-2차 대전 후 한번도 파업 없어

저금리 대출에 파격 세제혜택… 비용줄인 기업은 高임금 정책


2년 전 룩셈부르크에 입주한 한국 1위 게임업체 넥슨의 유럽본부인 '넥슨유럽'. 1년 전 인터넷망에서 디도스 공격이 우려되는 문제를 발견했다. 넥슨유럽의 김모 팀장은 곧장 룩셈부르크 경제부 담당 호메인 푸아쥬 국장에게 전화했다. 휴가 중이던 푸아쥬 국장이 전화를 받은 곳은 프랑스 남부 해변 휴가지. 푸아쥬 국장은 "3자 콘퍼런스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며 인터넷을 운영하는 통신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디도스 공격이 우려될 만한 인터넷 문제는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해결됐다. 김 팀장은 "룩셈부르크 공무원들은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 발 벗고 나서 문제를 해결해준다. 지금까지 공무원들로부터 '안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초창기 20명에 불과한 넥슨유럽의 인력은 최근 80명을 넘었고, 넥슨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로 올랐다.


인구는 54만명, 면적은 서울의 4배 수준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만573달러로 세계 1위 부자 나라인 룩셈부르크. 이 작은 나라에 글로벌 1위 인터넷 전화회사 스카이프, 아마존, 페이팔, 애플 아이튠스 등 유럽 지역을 관할하는 유럽본부가 들어서면서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뜨고 있다. 기업의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공무원들의 '을(乙) 마인드'가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기업 민원은 당일 해결이 원칙

룩셈부르크 공무원들은 기업들을 갑(甲)으로 떠받든다. 룩셈부르크 경제부의 파트리치아 루체타 국장은 "전화 벨소리가 3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고, 웬만하면 당일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에 입주한 국내 기업 삼화스틸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현지 진출 기업 실무자들의 이름까지 외우고, 한 달에 한 차례씩 꼭 방문해 '애로사항이 없냐'고 물어본다"며 "나중에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하는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하다"고 했다.

정부 부처에서 임기가 있는 장관만 바뀔 뿐, 실무자들은 10년에서 30년까지 담당 분야 업무를 계속해 전문성이 탁월하다. 2년 전 다른 유럽 나라처럼 공무원 순환보직제 도입을 고려했지만,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 현지 기업들의 부담만 커진다는 판단으로 제도 도입을 접었다. 이와 관련, IT 산업 분야만 30년 담당한 장폴 헹겐씨는 "기업들은 정부에서 한 사람의 얼굴만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원하면 단 며칠 만에 총리·부총리급과 '면담'을 할 수 있다. 유럽 진출을 준비하던 넥슨을 유치할 때 룩셈부르크의 왕자는 직접 국내 넥슨 본사를 두 번이나 찾아왔다.

◇세제 혜택 누리며 파업 걱정 없어

기업들이 느끼는 룩셈부르크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다. 벨기에 등 이웃 유럽 국가들은 법인세율이 30% 이상, 부가가치세율이 20%에 육박하지만 룩셈부르크는 법인세율이 28%, 부가세율이 15% 수준으로 낮다. 또 지식재산권으로 발생한 소득의 80%를 세금에서 공제해준다. 특히 1970년대부터 금융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사 자회사 설립 시 자본금 납입 의무 폐지, 양도세 폐지 등을 내걸고 외국계 금융회사를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147개 외국계 은행이 입주했고, 매년 3000여개의 기업이 새로 설립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룩셈부르크 소재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만 36억유로(약 4조8151억원)에 달한다. 지난 15년간 창업 기업 10곳을 글로벌 기업 등에 매각한 창업인큐베이터 '테크노포트'의 비아시오 대표는 "국가 신용등급은 최고등급(AAA)이기 때문에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들이 1~2%의 낮은 금리로 창업자금을 대출해준다"고 말했다. 로버트 데나왈드 룩셈부르크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기업들이 각종 세제 혜택 덕에 비용을 줄여 고임금 정책을 펴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파업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현지 기업들이 말하는 또 다른 강점은 인구의 45%가 외국인이란 점이다. 룩셈부르크엔 프랑스·벨기에·독일 등에서 매일 15만명이 국경을 넘어 출퇴근한다. 룩셈부르크어·독어·불어·영어 등 기본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고급 인력이 넘쳐난다. 넥슨유럽 관계자는 "직원 한 명이 4~5개 국어를 하기 때문에 유럽 전역의 고객들과 문제없이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화스틸의 조일환 부회장은 "룩셈부르크에 대학이 3년제 대학 한 곳밖에 없어 매년 수천명씩 프랑스 등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며,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일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이신영 기자]

 

  조선일보

슈나이더 부총리 인터뷰

"룩셈부르크에선 기업이 '왕(king)'이고, 공무원은 '하인(servant)'입니다. 우리는 정부도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인이 장관이나 총리를 만나고 싶으면 바로 만날 수 있나요? 룩셈부르크에선 전화 한 통이면 중소기업인이 총리나 장관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정부 부처 집무실에서 만난 에티네 슈나이더(Schneider· 43·사진) 룩셈부르크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공무원들이 '을(乙)의 마인드'를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이런 설명을 내놨다. 룩셈부르크에선 정부와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운영하도록 독려한다는 것이다. 슈나이더 부총리는 "에너지와 통신 분야의 공기업이 2년 전쯤 정부에 배당하려고 할 때 우린 그것을 막고 재투자하라고 지시했다"며 "최대한 산업 인프라를 갖춰야 해외 자본과 기업이 유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룩셈부르크엔 SES라는 세계 1위 인공위성 회사가 입주해 있어요. 이 회사는 과거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했는데, 룩셈부르크 정부가 당시 연간 예산 규모의 70%를 보증으로 제공해준 적도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큰 리스크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비즈니스하는 방식입니다."

슈나이더 부총리를 비롯해 룩셈부르크 기업인들로 이루어진 무역사절단은 10월 초 방한해 우리나라 정부 등을 상대로 기업 유치 및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룩셈부르크=이신영 기자]
......................................................................................................................

 

 기업경영  

 

.......................................................................................................................................

파이낸셜뉴스

'거물(巨物)은 거물을 한눈에 알아본 것인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에 투자해 올린 수익률은 3700배(19일 기준)이다. 2000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난 손 회장이 6분 만에 2000만달러를 베팅한 결과다. 한 해 전인 1999년 마 회장이 창업자금에 쓴 종잣돈(8만달러)의 25배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손 회장이 경영하는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5000억엔(약 4조80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익은 알리바바 상장주식 가치 상승 및 신주 발행, 보통주 전환 등을 반영한 액수다.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32.4%. 현재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 가치는 747억달러(약 78조원)다. 알리바바의 최대주주인 손 회장은 최근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유 중인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를 핵심 보유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손 회장만큼은 안되지만 마 회장도 알리바바 상장 첫날인 지난 19일 현금 8억6700만달러(약 9025억원)를 손에 쥐었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 0.9%를 매각한 것. 이날 알리바바는 공모가(68달러)보다 38.1% 급등한 93.89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2314억4000만달러로 구글(4031억8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알리바바의 마법'에서 진짜 승자는 누구일까. 단연 주인공은 가난한 영어교사에서 알리바바를 키워낸 최고경영자(CEO)인 마윈이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고 마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손정의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가와사키 도모아키 이와이코스모홀딩스의 애널리스트는 "손 회장은 씨를 심고 자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알리바바가 가장 좋은 예"라고 했다.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했지만 마 회장은 돈이 없었다. 설립등기를 마친 직후인 이듬해 마윈은 제리 양 야후 설립자의 소개로 손 회장을 찾아갔다. 마윈은 손 회장의 투자를 끌어내는 게 절실했다. 마윈은 손 회장에게 "인터넷이 분명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당시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IT시장의 불확실성이 컸던 때였다. 당시 손 회장도 손을 댄 여러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소프트뱅크 주가가 급락해 자금사정도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손 회장의 투자본능은 살아있었다. 손 회장은 마윈을 만난 지 6분 만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투자결정"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마윈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물 밖의 물고기 같았다"고 했다.

손 회장의 '신의 한수'는 한 가난한 청년 사업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마윈에게 천군만마가 됐다. '손정의의 후광' 덕에 마윈은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키워나갔다. 손 회장은 7세 아래인 마윈에게 "힘들더라도 잘 버티고 있으라"며 마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알리바바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비판하는 미국 언론들의 지적에도 "중국의 법규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마 회장을 옹호했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상장 이후 두 '거물'의 사이가 과거와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손 회장은 "마 회장의 경영능력을 믿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좋다"며 회사 운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 회장은 '주주보다 경영진, 종업원의 권한이 우선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한다. 회사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제하면서 이사진 임명 등 주주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또 알리바바는 마 회장이 소유한 알리바바그룹홀딩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알리바바의 이익도 가져간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박종원 기자

..........................................................................................................................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이 4조6910억원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삼성증권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4조원대로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2.4분기와 비슷한 7조원대로 예상했다. 하지만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의 경쟁 심화와 애플 신제품으로 인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달 6조원대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이달 초) 5조원대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가도 또다시 52주 신저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2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2000원(1.82%) 하락한 118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하단인 2050선을 간신히 회복했지만 삼성전자가 지수를 끌어내리며 2039.27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신저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3.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당초 7조원대로 예상했던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 11일 5조7000억원으로 대폭 낮췄고, 이날 또다시 4조7000억원으로 한 단계 더 조정했다. 불과 열흘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원이나 하향한 것이다.

황인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을 대폭 추가 조정한 것은 늘어난 핸드셋 부문 판촉비용 때문이다. 여기에 로직(Logic)반도체의 적자도 40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면서 "2.4분기 2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냈던 생활가전도 2000억원 수준의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부진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2.4분기 핸드셋 부문 실적악화는 유통채널 재고가 배경이었지만 3.4분기의 실적악화는 더 이상 삼성의 스마트폰이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삼성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삼성 스마트폰 부품사들에서 전략적 생산력 확대 조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추정치의 평균)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

 

....................................................................................................................
 

서울경제



유동성 확보·사업 다각화 등 금융위기 후 위험 분산 힘써

라파즈·MTN·DNO·게넬 등 매출 타격 적고 수익 내는 곳도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시리아 공습 선언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에도 해당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경험하며 기업들은 위험을 분산하고 또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노하우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작으며 오히려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중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동 지역과 남아프리카에 공장을 두고 있는 프랑스 시멘트 회사 라파즈는 지난 2009년부터 매출이 올라 현재 연간 총 영업이익이 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리아·수단·이란 등에 지사를 둔 아프리카 최대 통신업체 MTN의 올 상반기 총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6% 늘었다.

IS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지역에서도 DNO·걸프키스톤·게넬에너지 등 서방권 석유회사들은 지정학적 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유를 시추해 터키로 수송하고 있다. 이 중 한 회사의 책임자는 "걱정스러운 면도 있지만 쿠르드 자치정부 군대가 사업체를 보호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기에도 기업들이 휘청거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추세로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2006년에 비해 현금보유량을 2배 늘렸다.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와 함께 사업다각화 등 위험분산에 힘쓰고 있다. 대형기업들은 한 국가에 지나치게 사업을 집중하면서 지정학적 위기에 피해를 당한 바 있다. 1949년 HSBC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으로 철수하면서 사업의 절반을 잃었으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전신인 영국석유회사는 1951년 이란의 국유화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2012년 스페인 다국적 석유회사 렙솔은 인수했던 아르헨티나의 최대 원유·가스회사 YPF가 국유화되며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사업다각화로 현재 BP는 러시아의 가장 큰 외국인 투자가지만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회사 전체 수익의 10% 정도에 그친다.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으로 매장 폐쇄를 당한 맥도날드도 러시아에서 전체 수익의 5%만 내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철강생산 업체 아르셀로미탈은 2005년 우크라이나에 50억달러를 주고 제철소를 매입, 운영했지만 생산량의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벤 판뵈르던 로열더치셸 회장은 "경영다각화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의류·완구 외주업체인 홍콩 기업 리앤펑 회장 윌리엄 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회사는 더욱 조심스러워졌으며 대안을 가졌는지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며 "100% 효율성에 집중하기보다는 탄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들이 경제적으로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글로벌 기업에 타격을 적게 미치는 이유 중 하나다. 중동·북아프리카·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모두 합쳐도 전 세계 경제의 7%에 불과하다. 월가의 한 은행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서의 피해는 경상에 불과하다"며 "대다수의 기업 총수들은 이슬람 지하드보다 미국 변호사들을 더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
..


매일경제

 "기존 종합상사 틀을 깨고 2020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종합사업회사'로 도약해야 한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사진)은 지난 19~20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린 '종합사업회사로 대도약을 위한 전략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전 사장은 현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교만한 군대가 반드시 패한다는 뜻인 '교병필패(驕兵必敗)' 교훈을 명심해 미얀마 가스전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회사가 종합사업회사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등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미래 핵심 사업에 재투자해야 한다"며 "종합사업회사란 미래 대우인터내셔널 사업 포트폴리오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도록 미래 핵심 사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번 토론회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냈다. 미래 먹거리에 힘을 보탤 후원군은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의 최대 강점인 국외 네트워크다. 이를 통해 대우인터내셔널은 △석유가스 등 자원개발 사업 △IPP(Independent Power Plant)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식량 △광물 △에너지 강재 △자동차부품 등을 미래 6대 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1611억원을 올렸다.

.......................................................................................................................................

  매일경제

'글로벌, 인문학, 이공계.'

올해 삼성그룹 취업 풍향계다. 우선 어학능력과 함께 글로벌 지식과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삼성그룹 채용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통섭형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 국사와 근현대사 등 인문학 영역 비중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이공계 출신 선발 비중이 80%를 넘는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대학생 취업 선호도가 가장 높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25개 삼성 계열사에 대한 그룹 공채가 22일 지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모집 분야는 33개 직군이며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내년 2월 졸업예정자가 대상이다. 내년 1~2월 입사에 문제가 없어야 하며 전 학년 평점 평균이 4.5만점으로 환산해 3.0을 넘어야 한다. 계열사와 직군에 따라 오픽(OPIc) 또는 토익스피킹 점수를 제출해야 한다.

삼성 채용사이트(careers.samsung.co.kr)를 통해 이달 26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결격 사유가 없으면 다음달 12일 전국 주요 도시와 미국ㆍ캐나다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르게 된다. 11월에는 SSAT 통과자를 대상으로 계열사별로 면접을 실시하며 신체검사를 거쳐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합격자들은 12~1월에 걸쳐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후 내년 초 각 계열사에 배치된다.

전체 채용 인원은 4500~5000명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목표를 9000명으로 잡고 있으며 상반기 공채에서 4000여 명을 채용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나머지 인원을 채용하게 된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신입사원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목표했던 채용 규모를 맞출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 경영 실적과 사업계획에 따라 신입사원 채용 규모에 변동이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현재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인원은 많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통상 응시원서 접수 마지막 날에 70% 이상 몰린다"면서 "올해도 26일 마지막 지원일에 대부분 지원자들이 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채용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응시자가 10만명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신입사원 채용자 중 80~90%가 이공계 출신이다.

연구개발 설비 기술 영업마케팅 디자인 등 대부분 선발 직군이 이공계를 선호한다. 인문계 출신을 주로 선발하는 경영지원 직군은 전체 채용 인원 중 10%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직군은 인문계와 이공계를 차별하지 않지만 직군 특성상 이공계 출신이 주로 지원하며 선발 과정에서도 유리하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중공업 같은 곳은 이공계 선발 비중이 높고, 삼성물산 제일기획 호텔신라 제일모직 등은 인문계 출신 비율이 높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지방대 출신 비중이 높은 것이 삼성그룹 특징이다. 삼성그룹은 올해도 지방대 출신 선발비율을 35%로 맞출 예정이다. 최근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은 30% 안팎이었다. 삼성그룹은 또 신입사원 중 5%를 저소득층에서 뽑고 있다.

[이진명 기자]

 

 

...........................................................................................................................................

 

한국경제

125개국 정상 기후변화회의

"지구온도 30년내 2도 올라

임계점 넘어설 것…기후변화 대응 서둘러야"

록펠러家, 화석연료 투자 철회


[ 김보라 / 김순신 기자 ]

“우리에게 ‘지구를 대신할 두 번째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에 참여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125개국 정상이 모이는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됐다. 유엔 사무총장이 대중 집회에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반 총장은 ‘나는 기후 변화 대응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세이골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 등과 함께 맨해튼 중심가를 행진했다. 정치인과 유명인사 외에도 일반인 31만명이 동참했다. 같은 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인도 뉴델리 등 세계 160개국 2700개 지역에서도 일제히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지구 온도 30년 내 임계점 도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사상 최대(361억)를 기록하면서 과학자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 등에 수록된 세 편의 논문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30년 내 지구 평균 온도가 임계점을 넘을 전망이다.

노르웨이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는 화석 연료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작년에만 배출량이 전년 대비 27.7% 증가했고, 미국(14.4%) 유럽연합(EU·9.6%) 인도(6.6%)도 증가했다. 올 들어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104억t)은 처음으로 미국(52억t)과 EU(34억t)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처음으로 중국(7.2)이 EU(6.7)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 한계인 산업혁명기(1870년 기준) 대비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환경전문가들이 책정한 3조t(1870년 이후 누적기준)의 배출량을 30년 내 모두 소진하게 된다. 지금까지 누적 배출량은 2조150억을 넘어섰다.

○美 록펠러 가문, 화석연료 자산 매각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국제기구 대응이 빨라지면서 화석연료를 주요 사업으로 삼아온 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재단은 모기업 스탠더드오일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최근 대학 기금을 중심으로 180여개 기관들이 화석 연료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키로 한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다.

올 들어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과 일부 연금펀드 등은 화석 연료 관련 투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록펠러재단의 이번 결정은 23일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다. 스테판 하인츠 록펠러재단 대표는 “재단은 이미 타르 등에 대한 투자를 줄여왔다”며 “앞으로 대체에너지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부터 세계 1위 탄소배출국이 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3, 4위 배출국인 인도와 러시아 정상이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한국경제


22일 서울 용문시장의 한 빵집에서 주인이 빵을 진열하고 있다. 자영업 폭주와 프랜차이즈 빵집의 범람 속에서 이 많은 빵이 제때 임자를 만날 수 있을까.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 '런다운'에 걸린 사람들 - 앉아서 枯死한다

"가게 접자니 빚이 발목"

오전7시~밤12시 휴일도 없는 상도동 제과점 月수입 69만원

"적자 안보는 게 위안"…재료비·월세 내면 남는게 없어

비용 줄이려 종업원 내보내 "실속 없지만 투자금 때문에…"


[ 조미현 / 고은이 / 심성미 기자 ]

서울 상도동에서 8년째 덴마크제과점을 운영 중인 임형회 씨(56·사진). 지난달 11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달랑 69만원만 손에 쥐었다고 한다. 전체 매출에서 재료비 500만원, 임차료 및 기타 관리비 230만원, 아르바이트 월급 총 180만원, 전기요금 100만원을 빼고 남은 돈이다. 매달 내는 도시가스 6만원, 화재보험 10만원, 세무기장료 5만원도 고정비용이다.

“너무 고생스럽다”

임씨가 2006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에는 제과·제빵 기술자 3명을 따로 뒀다. 월 매출이 3000만원에 이르던 시절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결국 3명을 다 내보내고 본인이 직접 빵과 과자를 굽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건너편 건물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면서 매출은 3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임씨는 하루종일 개미처럼 일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휴일도 없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고 한다. “이 나이에 남 밑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적자 안보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죠.”

임씨처럼 자신의 인건비 정도만 간신히 버는 자영업자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사업을 접자니 마땅히 할 일이 없고 계속 하자니 실속도 없이 너무 고생스러운 현실이다. 권리금이나 인테리어 등에 쓴 투자금을 떠올리면 그만두기도 힘들다. 대출을 받았다면 그야말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이렇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들을 내보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임차료 재료비 등은 손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체 평균 종업원 수는 0.88명으로, 2007년 1.05명보다 0.17명 감소했다. 반면 혼자 사업을 꾸리는 사람들의 비율은 같은 기간 늘어났다. 지난해 1인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48.2%를 차지했다. 2007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울 중림동에서 청국장 전문점을 하는 A씨(60)는 부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한 달에 버는 돈은 900만원 남짓. 종업원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200만원 정도다. 부부 두 사람이 100만원씩 벌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식당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이 정도라도 버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나을까.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를 운영하는 안모씨(37)는 월 매출 8000만원을 올리고 있지만 속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안씨는 형제 두 명과 함께 4억여원의 돈을 모아 프랜차이즈 초기 비용을 마련했다. 젊은 층에 인기 있는 김밥 떡볶이 등 분식을 고급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매달 2000만원이 넘는 인건비, 월세 1000만원, 재료비 3000만원, 관리비 등을 빼고 나면 700만원 정도의 이익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이 돈은 삼형제가 나눠 가진다. 안씨는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고작 인건비만 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구경기로 치면 자신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런다운(rundown)’에 걸린 것과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업종 변경도 소용 없어”

서울 구로시장에서 30년째 이불·한복집을 운영하는 B씨는 “이달에는 이불 한 채도 못 팔았지만 매일 문을 열 수밖에 없다”며 “놀아도 가게에서 놀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대안을 찾더라도 또다시 자영업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 문정동에서 감자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C씨는 세 번째 업종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7년 전 같은 자리에서 소고기 전문 식당을 차렸지만 2년 만에 ‘광우병 파동’이 터지면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결국 살던 집을 담보로 4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인테리어를 바꾸고 프랜차이즈 감자탕집을 차렸다. C씨는 “지금은 한 달에 1500만원 정도 벌지만 가스·전기·수도 등 관리비 300만원, 인건비 800만원, 재료비, 세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원가가 싼 치킨 호프집으로 업종을 바꿀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조미현/고은이/심성미 기자 mwise@hankyung.com

한국경제



내리막길 걷는 업종

정부규제·모바일 혁명에 타격


[ 서기열 기자 ] “답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PC방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게 꼭 제 일처럼 느껴집니다.”(이준영 넷토피아PC방 사장)

한때 주택가에서 도심 번화가까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당구장, PC방, 서점, 만화방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인터넷·모바일 문화 확산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자의 취향 변화는 지난 10여년 사이에 수많은 사양업종을 양산하고 있다.

젊은 층과 직장인들이 여가를 즐기는 대표적 공간이었던 당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PC방 ‘열풍’에 밀려 숫자가 크게 줄었다. 폐업 시 신고 의무가 없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국 당구장에 당구잡지를 배송하고 있는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한때 3만5000개에 달하던 당구장이 현재 1만5000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기송 전국당구연합회 사무총장은 “보통 대학 1~2학년 때 당구를 배운 사람들이 취직 이후까지 당구를 즐기는데 1990년대 말 PC방이 생긴 뒤로는 대학 시절에 당구를 배우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구장을 밀어냈던 PC방도 요즘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게임 확산에 정부의 게임규제(셧다운제), 금연강화 정책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2000년대 초 2만4000여개였던 PC방 사업체 수는 지난해 1만2000개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최근 온라인게임 신작들의 출시가 뜸해지면서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PC방 이용자를 붙잡으려면 신작이 자주 나와야 하는데,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발비가 적게 드는 모바일게임에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과 만화방은 활자매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찌감치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 서점 숫자는 1994년 5500여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말에는 1625개까지 줄어들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얼마 되지도 않는 소비자를 대형 서점들이 쓸어가고 인터넷서점이 최대 50%를 넘나드는 할인공세를 펼치면서 동네 서점의 존립 기반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민의 독서량 자체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게 출판업계 분석이다. 서울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상가에서 1979년부터 33㎡ 규모의 서점을 운영해온 박일출 대교서적 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여의도 일대에 28개의 서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4개만 문을 열고 있다”며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1000만원씩 적자가 쌓여 은행 빚이 1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동네 만화방도 거의 빈사상태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으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이 폭증한 데다 만화를 생산하는 축도 인터넷 중심인 ‘웹툰’으로 넘어가버렸기 때문이다. 한때 전국적으로 1만여개를 웃돌았던 만화가게는 현재 750여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한국경제


이종훈 우리슈퍼 사장(왼쪽) 부부가 세계 각지의 희귀 맥주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마트에도 없는 수입맥주 250종 팔아…전국서 손님 몰려요"

[ 조진형 기자 ]

“7년 전쯤 대형마트가 들어서니 손님이 뚝 끊기더군요. 그때부터 수입맥주를 들여다 팔았더니 요즘에는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들어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에 자리잡은 우리슈퍼는 맥주 마니아의 ‘순례지’로 통한다. 오래된 간판과 33㎡(10평)에 불과한 매장 규모만 보면 여느 동네 구멍가게와 다름없다. 하지만 가게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희귀한 수입맥주가 잔뜩 쌓여 있다. 대형 냉장고 8개를 가득 채운 수입맥주 종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 슈퍼를 운영하는 이종훈 씨(64)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맥주만 대략 250종, 전체 주류는 400여종이 된다”며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어떤 수입 맥줏집보다도 종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1년 우리슈퍼를 열기 전에 음반 제작자였다. 하지만 2000년 디지털 음원인 MP3가 뜨면서 레코드 판매시장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자 제작자의 길을 접었다. 슈퍼마켓을 연 것은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당시엔 라면 휴지 과자 등만 팔던 구멍가게였다. 희망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어떡하면 이 골목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경리단길에 모여드는 외국인과 젊은 층이 눈에 들어왔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3년 전부터 종류를 본격적으로 늘려 전 세계 유명 수입맥주를 모두 끌어모았다.

이들 맥주의 하루 판매량은 200~300병. 우리슈퍼 월 매출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입맥주 가격은 2000원 수준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두 달 전부터는 가게 옆 공간에 야외 테이블 10개를 마련해 손님들이 앉아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경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의 ‘2차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슈퍼가 자리한 골목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오지 못한다. 경리단길 상권이 뜨면서 임대료가 1~2년 사이 3배 이상 급등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보따리를 싸고 있지만 우리슈퍼는 예외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억대 권리금을 줄테니 자리를 달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슈퍼는 이씨 부부가 밤낮을 교대로 일하며 20시간 영업체제로 돌아간다. 이씨는 새벽에도 손님을 맞기 위해 매일 밤을 새운다. 아침에 영업이 끝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주변 골목을 청소한다. 동네 이웃 가게들이 모두 잘 돼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슈퍼마켓을 열고 13년째 계속되는 이씨의 일과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 애플은 신제품 스마트폰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출시하고 나서 첫 주말 판매량이 세계적으로 1천만대를 넘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낸 성명에서 "초기 판매량이 회사 기대를 훨씬 초과했다"며 "주문량을 가능한 한 빨리 소화하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자사가 새 제품을 내놓고 나서 첫 사흘간 1천만대 이상 판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 5s와 5c가 1년 전 출시됐을 때 첫 주말 판매량은 두 모델을 합해 900만대였다.

아이폰6 및 6플러스는 지난 19일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홍콩, 일본,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 등에서 선보였으며 이달 26일 20여개국, 그리고 연말까지 나머지 국가에서도 판매한다.

keykey@yna.co.kr

연합뉴스


'아이폰 6'(왼쪽)과 '아이폰 6 플러스'의 모습. (AP=연합뉴스)

WP "홍콩 판매 아이폰 유입 암시장 활황" 보도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판매 첫날(지난 19일)에는 3천100 달러(약 323만원)에도 팔았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중국 베이징에서의 '아이폰6+' 가격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미국 애플사(社)는 새 제품인 '아이폰6'와 화면 크기를 더 키운 '아이폰6+'를 지난 19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내부 기억장치 용량,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구입시점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미국에서 아이폰6는 200 달러, 아이폰6+는 300 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출시된 19일만큼 높지는 않지만, 22일 베이징에서 아이폰6는 1천400 달러 이상, 아이폰6+는 2천400달러 이상 지불해야 구할 수 있었다.

정식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중국에서 미국 내 가격보다 7∼10배 가격이 형성된 셈이다.

베이징의 '암시장'에 공급되는 아이폰은 미국과 함께 1차 출시지역이었던 홍콩에서 판매된 제품들로 추정된다.

애플은 작년에 아이폰5와 아이폰5C를 출시할 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1차 출시국가에 포함시켰지만, 이번에는 중국에서의 이동단말기 인증 지연 등으로 인해 출시가 늦어졌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새 아이폰의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되면서 중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개인간 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돼 왔다.

게다가 중국이 2차 출시국에서도 제외되면서 중국에서 아이폰6의 정식 판매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고, 따라서 베이징 같은 중국 대도시에서 당분간 아이폰6가 비싸게 팔릴 가능성이 크다고 IT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중국의 아이폰 암거래 상인들은 홍콩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중국 판매용 아이폰을 사들이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천만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판매 첫주의 아이폰6 판매량 중 40%가량의 '최종 소비지'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아이폰 암거래상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탄 사람이 아이폰6 9대를 사갔고 한꺼번에 18대를 구입한 사람도 있었다"며 "모두 현금을 주고 사갔다"고 말했다.

smile@yna.co.kr

....................................................................................................................................... 

 

중앙일보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 수뇌부가 만나 기업간거래(B2B)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논의된 내용은 내년 초 체결할 양해각서(MOU)로 구체화된다. 22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3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난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주로 B2B 부문에서 각자 경쟁력 있는 사업을 상호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클라우드 같은 부문에서 (MS의) 도움을 받고, MS는 삼성의 고성능 하드웨어나 ‘녹스’ 같은 보안 플랫폼을 통해 B2B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며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기업·정부를 대상으로 한 B2B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S와 삼성SNS를 통합한 것도 결국 B2B사업인 IT사업을 하나로 묶는 조치였다.

B2B에서 유망한 분야 는 스마트홈이 주축이 된 사물인터넷과 헬스케어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 초 독일 ‘유럽가전전시회(IFA)’에서도 유통·교육·의료·금융·호텔·물류 등 6대 분야에 걸쳐 B2B 고객을 겨냥한 50여 개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를 처리·분석할 수 있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겠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클라우드는 각종 데이터를 인터넷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접속해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일 청와대를 방문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하소 플래트너 회장과도 따로 만나 빅데이터 사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MS도 기업의 성장동력인 서버나 기업용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려면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당장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대규모 서버가 빽빽이 들어찬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모바일 생태계 측면에선 애플-IBM 연합을 견제할 강력한 동맹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나델라 CEO는 이번 방한 중 윤상직 산업부 장관을 만나 부산에 5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MS 관계자는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설립) 시기와 활용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삼성과 MS가 협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특허소송으로 소원했던 두 기업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애플의 팀 쿡 CEO와도 만나 미국을 제외한 양사 간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나델라 CEO는 이 부회장을 만난 이튿날(2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나델라는 올 초 취임했으며 한국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다. 나델라는 한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모국인 인도를 찾을 예정이다.

이소아 기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인도 출신의 전자공학 엔지니어로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1992년 MS에 입사한 이래 클라우드 전문가로 명성을 쌓아왔으며 윈도 라이브 서치를 ‘빙(Bing)’으로 변화시킨 장본인이다. CEO로서 직원들에게 처음 발송한 e메일에서 그는 “미래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세계가 될 것”이라며 기기 연결 네트워크,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
..

 

동아일보

[동아일보]
나델라 CEO, 첫 해외출장이 한국 클라우드 서비스 한국시장 높이 평가… 23일 윤상직 장관 만나 IDC 발표할듯 이재용 부회장과 특허소송도 논의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첫 해외 출장으로 23일 한국을 찾아 한국 정부와 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립에 대해 논의한다. IDC는 MS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핵심 설비로 투자 규모가 최대 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만나 특허 분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나델라 CEO는 방한 첫날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부산 IDC 건립 및 ‘창조경제 협력’을 위한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함께 후보지로 검토됐으나 부산 유치가 거의 성사 단계까지 와 막바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MS는 24일 서울에서 예정된 ‘개발자대회’를 제외한 나델라 CEO의 한국 일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나델라 CEO는 윤 장관 외에도 이 부회장과 만나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 인수에 따른 삼성전자와의 ‘특허 갈등’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두 회사가 2011년 맺은 ‘포괄적 특허 협력 계획’에 따라 MS에 특허료를 지급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MS가 지난해 9월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부터 ‘경쟁사와 특허 협력을 할 수 없다’고 나서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나델라 CEO는 인도 출신의 개발자로 MS에 입사한 지 22년 만인 올해 2월 MS의 수장에 오른 인물. 이번 방한이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해외 출장이다. 운영체제(OS) 윈도로 세계 시장을 제패했던 MS가 ‘윈도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을 IDC 후보지로 택한 것은 상당한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PC OS 시장에서 윈도 점유율은 약 99%로 세계 평균인 89%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런 경향이 향후 OS 시장을 대체할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이어지면서 한국에서 세계 시장에 보여줄 수 있는 ‘참고 사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윈도의 판매 수익이 정체되자 클라우드 서비스 ‘윈도 애저’를 ‘MS 애저’로 이름을 바꾸고 차세대 대표 상품으로 밀고 있다.

윈도 의존도가 높아 버전 업그레이드 때마다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금융권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내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중 94%가 보안 지원이 종료된 ‘윈도XP’를 쓰고 있다. 해킹 방지를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지만 비용 문제로 거의 진행을 못하고 있다. ATM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뀌면 IDC 서버를 통해 한꺼번에 관리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비용에 대한 고민이 대폭 줄어든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례 확보가 시급한 MS는 이 같은 방안을 적극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

  조선일보

[上] 외국인들의 '문화 移住' 바람

유럽·미국은 문화적으로 포화상태, 반면 문화적으로 전환기인 서울

젊은 작가·사진가·무용가 등 몰려… 분단·사회문제에서 영감 받기도


"외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졌어요. 전세도 많이 올랐고요. 이젠 다른 동네로 떠나야 할까 봐요."

캐나다 작가 폴 카잔더(34)씨가 작업실 겸 집으로 쓰는 서울 북촌의 다가구주택 3층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웃었다. 외국인이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걱정했다. 카잔더씨는 3년 전부터 한국에 살면서 영상과 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0년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미디어시티'에 참여했던 캐나다 친구들이 '최신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도시'라고 흥분하는 걸 보고 이듬해 아예 서울에 정착했다. "무용계에선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친구들도 '지금 서울에 가라. 예술계에서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도시다'고들 해요." 한국에 6년째 머물며 활동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출신 무용가 용신(29)씨가 능숙한 한국말로 말했다.

서울이 젊은 외국 예술인들의 문화 터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K팝·한국 드라마가 좋아 한국에 잠시 여행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예 서울을 기반으로 삼아 상주하며 활동하는 예술인이 급증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장단기 체류 외국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문화예술' '예술흥행' '예술연예'를 위해 체류하는 외국인은 5987명이었다. 2010년 4930명, 2011년 5407명, 2012년 5628명, 2013년 5681명(매년 8월 기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주로 유럽·미국 등 문화 선진국에서 온 20~40대 젊은 예술가들로, 미술·디자인·건축·사진·무용 등 분야도 다양하다. 1990년대 시작된 동남아시아 산업 연수생과 중국 교포의 유입이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이주'라고 본다면, 이들 젊은 예술가의 유입은 '문화 이주'다. 서울의 역동적인 문화 풍경을 일컬어 '서울리즘(Seoulism)'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기회의 땅' 한국으로 '문화 이주' 급증

"런던은 문화적으로 이미 포화(saturated) 상태예요. 사진가로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스스로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지가 서울이었어요." 런던에서 8년간 활동하고 지난 4월 한국행을 택한 이탈리아 사진가 파비오 페차리니(33)씨가 말했다. 아내가 한국인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그가 한국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도전의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다.

외국인 예술가들은 "지금 한국은 문화적으로 '기회의 땅'"이라고 입을 모은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문화 중심지들은 이미 고착화돼 있어 젊은 무명 예술가들이 설 자리는 되레 부족하다. 반면 서울(한국)은 세계 예술계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는 문화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계 예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많기에 젊은 외국 예술가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예술가 용신씨는 "다른 나라에선 무용 관련 국제 페스티벌이 1년에 1~2개밖에 없는데, 한국엔 4~5개 있다. 글로벌 오디션도 많이 열린다"며 "한국은 세계 무용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장인 동시에 국제적 명성을 얻는 디딤돌이 된다"고 했다.

이제 막 세계 예술 담론을 논하는 단계에 진입해 국제적 수준의 행사가 활발히 열리고 있어 글로벌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 단일 문화이기 때문에 외국인 예술가가 지닌 희소성이 주는 혜택이 많다는 것 등이 현실적으로 서울이 부상한 이유다.

주한독일문화원 직원 알렉산드라 러트예(33)씨는 문화적 불모지였던 한국의 상전벽해를 체감하고 있다. 아버지 일 때문에 1984~87년 한국에 살았고, 2002~2003년엔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07년 박사 과정을 밟으려고 온 뒤 계속 한국에서 살고 있다. 러트예씨는 "예전엔 외국인이 연고가 없거나 업무와 상관없이 한국에 자발적으로 와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역동적인 문화가 매력적이라며 한국에 와서 사는 독일 건축가나 영화감독이 꽤 있다"고 했다.

'낯선 서울' 아시아의 새 문화 아지트로

이주 외국 문화인들이 말하는 서울의 또 다른 매력은 '낯설다(unfamiliar)'는 점이다. 6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미국인 소설가 카렌 MK(44)씨는 "동양 문화에 대한 서구의 관심 축이 도쿄에서 서울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도쿄는 너무 많이 알려져 식상하고, 베이징이나 상하이는 아직 살기엔 위험하단 인식이 있다. 서울은 생활 인프라가 국제 수준으로 갖춰져 있으면서 이국적인 아시아 문화를 갖고 있다. 안전하게 살면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인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6년 전부터 서울에 살고 있는 독일인 화가 잉고 바움가르텐(50·홍익대 회화과 교수)은 1990년대 말 일본에 살았다. "1980~90년대 일본에는 문화적으로 희망적인 기운(positive spirit)이 있었는데 지금 일본은 그 동력을 잃은 것 같아요. 일본이 잃어버린 문화적 다이너미즘(dynamism·역동성)을 이젠 한국이 갖고 있어요. 너무 역동적이어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게 문제지만요." 그는 "제자 중 한류로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졌다가 한국의 디자인·건축에 매료돼 이곳에서 활동하려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이 '문화적 성공'을 가늠해 보는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방배동 서래마을로 이사와 태국 음식점 '디 안다만'을 연 아마릿(36)씨는 태국의 유명 재벌 2세다. 태국 최대 규모 레스토랑 '타이 난' 오너 아들인 그는 "지금 가장 문화적으로 트렌디한 도시인 서울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서울리즘(Seoulism)

서울(Seoul)과 사상을 뜻하는 영 단어 이즘(ism)의 합성어.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서울의 문화적 특수성을 뜻함.

 

........................................................................................................................................... 

  파이낸셜뉴스

카카오의 모바일 쇼핑사업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절대 다수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간편결제에 이어 모바일 쇼핑으로까지 사업범위를 넓혀가는 카카오의 행보가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를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지에 대해선 지켜보자는 시선이 대다수다. 무엇보다, 소셜커머스 업계 초기 전략을 메신저 기능과 연계한 카카오의 전략이 소비자들을 얼마나 자극할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모바일 쇼핑 급성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국내 모바일 쇼핑 결제 규모는 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 결제 규모가 6조5600억원대라는 점에서 모바일 쇼핑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2010년 25조원에서 2012년 34조원, 지난해에는 39조원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모바일의 비중도 확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온라인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선보인 카카오는 이날 친구와 함께 공유할수록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 '카카오픽'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사용자 간 '친구찬스'를 통해 최대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픽은 카카오 상품기획자(MD)가 직접 선정한 특가 상품을 놓고 지인과 쇼핑 정보를 공유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해준다. 카카오톡 사용자 간 소셜 관계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픽이 기본적으로 제안하는 특가에서, 친구 한 명에게 추천할 때마다 일정 금액만큼 추가 할인을 받는다. 상품에 따라 최대 3~5명의 친구와 공유할 수 있으며 추천한 사람이나 추천받은 사람 모두 동일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카카오는 다음카카오로 합병된 뒤 e커머스 매출이 올해 480억원, 내년 7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신저 파워 통할까

그러나 카카오의 모바일 쇼핑사업 진출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순히 국내 최대 규모의 메신저 가입자들을 보유했다는 점만으로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친구공유로 할인을 받는 카카오픽 서비스는 기존 소셜커머스들이 초창기 특정상품을 저가로 추천해 인터넷주소(URL)를 페이스북과 트위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하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건은 자본과 제품 선정이란 전망이다. 다음카카오 합병으로 시가총액 규모만 10조원대로 전망되면서 자본에 대한 우려는 덜하지만 다양한 사업 전개로 모바일 쇼핑에서 자리매김을 해낼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라고 하지만 성장하는데 있어 1~2년 안에 시장의 판을 뒤흔들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기존 플랫폼에 쇼핑을 얹은 것으로 엄청난 물량공세와 상품기획자(MD)의 역량이 얼마나 발휘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 

아시아 갑부 리자청이 밝힌 실패한 삶의 7가지 변명

약 312억 달러 자산을 보유한 아시아 최고 갑부 리자청(李嘉誠)이 심천에서 진행된 한 연설에서 ‘실패한 인생의 7가지 변명(이유)’를 지적했다.

첫째로 “말재주가 없다”라는 변명. 그는 원래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달변가들은 무수한 연습을 통해 말을 ‘잘’한다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밑천)이 없다”도 변명이 됐다. 이 같은 변명이 나온 것에 대해 리쟈청은 돈을 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소비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투자를 하더라도 성과 없는 일을 하며, 대부분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늘 수입보다 지출이 많고 하루하루를 계획없이 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본래 타고난 능력이 없다” 역시 그에게는 큰 변명이었다. 그는 “실패자는 다른 사람이 열심히 배울 때, 함께 배우지 않는다”면서 “이런 변명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모색하는 것을 무미건조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넷째 “바빠서 (다른 걸 준비할) 시간이 없다”를 꼽았다. 바쁘다는 변명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음악을 들을 때 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덧없이 보낸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성공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 특징이자 변명을 소개했다. 리쟈청은 “이런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는 TV를 보거나 마작을 한다. 기분이 나쁠 때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우며 인터넷을 한다”면서 의욕없이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을 지적했다.

“나는 원래 성공에 대한 흥취가 없다”는 것을 말했다. 그는 “흥취는 무엇인가?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은 누구나 다 좋아할까?”면서 “성취가 없는 성과는 어디에도 없다. 돈이 없으면 생활을 즐길 수 없다. 늙을 때까지 즐길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 보겠다?”라는 자세를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때 항상 ‘고려해 본다’는 말을 하기 좋아한다”면서 “고려하지 말라! 옳은 일은 10년을 계속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하면서 실패를 향하는 일곱가지 변명에 대해 비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

  서울신문



[서울신문 나우뉴스]마치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일본의 건설회사 오오바야시구미가 오는 2050년까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제작 계획을 밝혀 화제에 올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세계 각국 기관과 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일명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상과 위성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원대한 프로젝트다.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정지 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리고 그 사이를 지상과 케이블로 연결해 화물과 사람을 실어나르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 이 회사는 2년 전에도 역시 같은 내용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안도 담아냈다.

회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이 우주 엘리베이터는 최대 9만 6000km까지 솟구쳐 올라가며 7일 정도면 목표지인 위성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 바로 끊어지지 않는 케이블로 연구팀은 차기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나노튜브’를 그 정답으로 보고있다.


회사 측 개발 책임자 요지 이시카와 박사는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의 강도는 철보다 100배 이상은 튼튼해야 한다” 면서 “현재 약 3cm 길이의 나노튜브를 만든 상태로 오는 2030년이면 충분한 길이로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건설회사를 비롯 각국 연구진이 우주 엘리베이터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바로 경제성과 안정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로켓을 통한 운송비는 kg당 2만 2000달러(약 2300만원)에 달하는데 비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약 200달러(약 20만원)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매일경제

"(웨어러블)센서는 더 작아지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시계 다음은 신발(슈즈)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IT 블로거로 꼽히는 로버트 스코블(49ㆍ사진)이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며 이같이 예측했다. '콘텍스트의 시대'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스코블은 "나이키 등에서 이미 스마트 신발, 3D프린터로 만든 신발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를 항상 먼저 착용하고 다녀 유명해진 로버트 스코블은 많은 업체들에서 제품을 공식 출시하기 전 테스트 요청을 받는다. 스마트 신발도 그 중 하나인 것이다. 스코블은 "애플이 애플워치를 내놨지만 웨어러블의 세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년에 구글 글라스 새 제품이 나오면 또 다른 변화의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스파크랩스가 주최한 넥스트 콘퍼런스(Next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으며 삼성전자 초대를 받아 임직원들과 토론회를 하기도 했다. 스코블은 애플워치에 대해 "약간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계 용두(시계 태엽을 감거나 분침을 조절하는 원 모양 장치)는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본다. 사용성이 좋을 것"이라며 "디자인은 실망스러웠는데 더 세련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워치도 배터리 문제가 있을 것이다. 모든 웨어러블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코블은 삼성전자에 대해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일 김규호 삼성전자 전무 등 임직원과 함께한 토론회에서 "페이스북과 더 깊은 대화를 하고 같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디지털 생태계에 프리미엄 참가자다. 페이스북은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기계학습(머신러닝) 시스템도 있다. 구글보다 낫다"며 "지금 있는 페이스북 폰을 무시하고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TV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페이스북 생태계를 만드는 데 삼성과 협업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과 페이스북이 협업하면 더 감성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내가 삼성이라면)페이스북과 협상을 당장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삼성에 대해 얘기하고 질문해도 삼성전자에서는 답을 해주지 않더라"며 "바깥 세상에 나와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고 삼성전자에 대해 더 개방된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손재권 기자]

  

...........................................................................................................................................

한국경제

자본이익률·항상소득가설…지니계수·로렌츠곡선…

수식속에 숨겨진 성장, 그리고 불평등


최근 세계적 화두(話頭) 중 하나는 소득불평등이다.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 앵거스 디턴 교수의 『위대한 탈출』은 불평등 논쟁을 증폭시킨 대표적 책들이다. 불평등 논쟁은 종교 논쟁만큼이나 확실한 승자가 없다. 누구는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를 확대시켰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누구는 성장으로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론이 안 나는 논쟁도 의미가 있다. 엇갈리는 주장들이 때로는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불평등·소득 등과 관련된 용어들을 살펴본다.

이스털린의 역설

이스털린의 역설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미국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 주장한 개념이다. 그는 1946년부터 빈곤국과 부유한 국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도를 연구했는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논문을 통해 비누아투, 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국가에서 오히려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은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물론 국민 개개인을 보면 돈보다 명예나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복지 수준과 행복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지니계수·로렌츠곡선…

지니계수, 십분위분배율, 로렌츠곡선, 역U자형가설은 모두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경제용어다. 지니계수는 이탈리아 통계·사회학자 지니가 만든 것으로, 소득 불평등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다.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근로소득, 사업소득은 물론 부동산, 금융자산 등의 자산 분배 정도를 알 수 있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다는 의미다. 십분위분배율은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소득 크기에 따라 10등분해 상위 20% 소득에 대한 하위 40% 계층의 소득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완전히 평등한 나라라면 십분위분배율은 2, 완전히 불평등하다면 십분위분배율은 0이 된다.

로렌츠곡선은 미국 통계학자 M 로렌츠가 고안한 것으로, 사람들은 순서에 따라 소득을 매기고 가로축에는 인구에 따라 누적하며 세로축에는 소득 계층에 따라 누적한다. 45도의 선은 누적인구와 누적소득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기 때문에 완전한 평등을 나타낸다. 완전평등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이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그래프 참고). 쿠츠네츠의 역U자형가설은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는 불평등이 악화되지만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 소득 분배가 개선된다는 이론이다.

항상소득가설·절대소득가설

항상소득가설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창한 소비함수이론이다. 소득은 정기적이고 확실한 항상소득과 임시적 수입인 변동소득(일시소득)으로 구분된다. 프리드먼은 실질소득 가운데 항상소득의 비율이 클수록 소비성향이 높고 변동소득의 비중이 클수록 저축성향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 가설은 소비함수를 분석할 때 소득계층 간 소비성향의 횡단적 격차, 경기순환 측면에서 저축률 변화, 평균소비성향의 장기안정 문제 등을 잘 설명한다. 절대소득가설은 소비의 크기는 당기의 소득, 즉 절대소득에 의존한다는 케인스의 주장을 일컫는다.

불평등을 보는 엇갈린 관점, 성장에 약일까 독일까?

불평등은 해소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모두가 결과적으로 완전히 평등할 수는 없지만 불평등의 정도가 심한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자극을 줄지, 아니면 성장에 제동을 걸지는 불평등 논쟁과 별도로 또 다른 생각거리다.

앵거스 디턴 교수는『위대한 탈출』에서 경제성장은 인류가 물질적 결핍과 질병에서 탈출하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유산’으로 불평등이 파생된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성장이 불평등의 확장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어쩌면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평등에서 뒤처진 사람(국가)은 평등해지기를 희망하고, 평등대열에 선 사람은 다시 앞서 가기를 원한다. 이런 욕구가 스스로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불평등은 성장을 자극하는 촉매다. 하지만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국가)의 에너지가 분산되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다.

국가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수입을 보장한다면 어떨까. 아마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가난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때 사회주의 국가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비례의 원칙’에서 평등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각자의 공헌도에 따라 대가를 달리 받는 것은 어쩌면 정당한 논리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절대적으로 평등한 분배보다 평등한 기회 제공을 강조한다. 평등한 기회 제공을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는 것은 국가의 주요 책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세계는 평평해졌을까, 아니면 더 울퉁불퉁해졌을까.

지구의 표면 얘기가 아니라, 요즘 글로벌 화두인 부(富)의 평등에 관한 논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발간된 《지구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서 글로벌화로 세계는 평평해졌다고 주장했다. IT(정보기술)와 개방으로 잘 사는 곳과 못 사는 곳의 격차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지성인으로 꼽히는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이런 논리를 즉각 반박했다.

인구나 경제활동 등의 분포를 보면 세상은 결코 평평해지지 않고 산봉우리(번성하는 세계적 대도시), 구릉(단기간에 발전과 쇠락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도시), 골짜기(글로벌 경제와 단절된 곳)의 지형 차이는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소득 불평등 논쟁은 올 들어 다시 거세게 불거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피케티는 자산(富)의 이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면서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그의 논지에 허구나 왜곡이 많다는 반박도 만만찮지만 《21세기 자본론》이 불평등 논쟁을 재점화한 것은 분명하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 교수는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 불평등은 오히려 성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산업혁명 등 위대한 사건의 상당수는 ‘불평등’이라는 유산을 남겼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불평등은 경제성장의 유산인 셈이다. 물론 불평등이라는 유산을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인류의 대다수는 경제성장 덕에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말 그대로 ‘대탈출’했다. 하지만 일부는 이 대열에 끼지 못했다. 그 결과 인류의 삶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빈부의 격차는 심화됐다. 상당수가 동의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누구는 대탈출에 의미를 두고, 또 다른 누구는 낙오자에 방점을 찍는다. 성장과 평등의 함수관계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다.

불평등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될까. 이 또한 생각해볼 만한 논제다. 모든 게 절대적으로 평등한 사회는 바람직한 모습일까. 부(富)의 분배를 결과적으로 균등하게 하려는 범과 규제는 항상 옳을까. 결과의 균등보다 기회의 균등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불평등은 성장을 자극할까, 아니면 저해할까. 불평등이 던져주는 논리적 생각거리는 무수히 많다.

어느 사회나 국가든 불평등이 미덕이 될 수는 없다. 뒤집어 말하면 불평등의 축소·해소는 사회·국가가 풀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다. 하지만 정당한 땀의 대가를 인정하는 것 역시 성숙한 시민의 몫이다. 불평등을 맹목적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4, 5면에서 경제성장과 불평등 논란을 자세히 살펴보고 소득·빈부격차 등에 관한 용어도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성장-불평등의 함수

[ 고기완 기자 ] 인류를 구한 자본주의? 불평등 악화로 민주주의 위기?…자본주의의 성과, 明과 暗

20세기를 달궜던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논쟁은 거의 사라졌다.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이 빈곤에 허덕이다 망했고, 중국이 자본주의로 급선회하면서 사회주의가 도태됐기 때문이다. 요즘 논쟁은 ‘자본주의가 인류문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모아진다. 세상을 잘 먹고 잘 살게 했는지, 불평등만 더 심화시켰는지에 대한 토론이랄까.

최근 발간된 두 권의 책은 이 토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앵거스 디턴 교수가 쓴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다. 논술과 면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 정리해본다.

“자본주의가 인류를 구했다”

디턴 교수는 자본주의가 인류를 빈곤, 궁핍, 질병에서 구해냈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경제성장과 부(富)의 증가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인류는 오랜 기간 절대빈곤에 허덕였다. 이른바 ‘맬서스 함정’에 갇혀 있었다. 맬서스 함정은 그의 이론에서 나왔다. 맬서스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가 식량부족으로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엔 그랬다. 맬서스가 살았던 시대에 산업혁명이 시작되긴 했지만, 식량은 늘 부족했다.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유럽으로, 미국으로, 전 세계로 번지면서 인류 역사상 보기드문 생산성 향상과 소득상승이 나타났다. 그래프가 그것을 보여준다.


디턴 교수는 이 점을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좋은 문명진화 방법이라는 것이다. 디턴은 돈은 삶의 질과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확신한다. 이 점은 ‘이스털린 역설’을 공박한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74년 논문에서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디턴 교수는 삶의 만족도는 소득에 정비례한다는 것을 통계분석으로 입증했다.

디턴 교수는 자본주의의 성과를 빈곤탈출에서만 찾지 않았다. 질병퇴치와 평균수평의 획기적인 증가, 지식확대에도 주목했다.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전 인류의 평균수명은 매우 짧았다. 오늘날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평균수명이 30~40세에 불과했다. 200~300년 전 인류는 이랬다. 유럽의 현재 평균수명은 거의 80세를 바라본다. 한국도 조선시대보다 두 배가량 긴 70세에 달한다. 이는 일찍 죽는 영아사망률이 뚝 떨어진 덕분이다. 소득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영양 및 위생 상태가 나아져서다.

디턴:세계는 평평해지고 있다

디턴 교수는 자본주의가 확산된 결과 세계의 불평등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난한 나라들이 성장해 많은 중산층을 낳고 있다는 것. 한국,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가 대표적인 국가다. 이들 나라에서도 발명, 혁신, 경쟁이 작동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 개방화와 자유무역으로 기술과 자본이 유입됐고, 국제분업이 활성화돼 가난한 나라들도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살아있는 증거다.

경제학자들은 아프리카도 100년 안에 오늘날 중국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현재 가장 많은 중산층을 만들어내고 있는 인류의 중산층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자본주의는 가진 것이 없던 사람을 부자로 만들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애디슨 등이 당대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높은 소득을 안겨줬다. 자본주의는 전례없이 인류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디턴 교수의 결론이다.

피케티:불평등이 민주주의 위기

피케티는 자본주의가 이룬 성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악화시켰고, 이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디턴 교수도 자본주의 성장과정에서 불평등이 수반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케피보다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피케티는 ‘쿠츠네츠 이론’이 잘못됐다는 전제에서 책을 썼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츠네츠는 ‘경제발전 초기에는 불평등이 심화되다가 발전이 성숙하면서 불평등이 완화된다’고 했다. 피케티는 300년간의 자료를 분석해봤더니 쿠츠네츠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부(富)가 세습되면서 불평등이 더 심화되는 게 자본주의의 특성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을 비교했다.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는 경제성장률보다 부자들의 자본수익률이 더 높다면 잘 사는 사람, 즉 부를 세습받은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된다는 뜻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하지만 자본이익은 자동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축적된 자본은 리스크가 있는 곳에 투자돼야 이익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손해가 날 수도, 이익이 날 수도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기존 자본가가 몰락하고, 새로운 자본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피케티는 자본축적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고, 결국 임금을 올리는 자본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디턴 교수는 “피케티가 왜 불평등에만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말로 평가절하했다.

스티븐 핑커'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인류의 과거는 현재보다 더 폭력적이었다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현대는 과거보다 더 폭력적인가’라는 데 의문을 갖고 연구를 했다. 18세기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인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도덕적으로 더 황폐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였다. 그는 온갖 역사적 자료와 통계를 연구한 뒤 결과물을 1400쪽에 달하는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펴냈다.

그는 인류 역사에 기록된 전쟁, 살인, 영아살해, 인간제물, 마녀, 노예, 사형, 집단살해, 구타, 강간, 고문, 박해, 처형방법 사례와 통계를 모조리 뒤졌다. 그리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가 훨씬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 인류의 폭력성은 근대 이후 획기적으로 줄었다.” 매일매일 텔레비전에 학교 총격사건, 강도, 살인, 지역분쟁 소식을 듣는 우리로서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는 망상이라고 그는 일갈했다.

요즘 어린이 책들은 원주민의 삶을 낭만화해 그린다. 하지만 전쟁 사망률이 현대 세계대전보다 훨씬 높았다고 통계로 입증했다. 부족 간 전쟁에서 진 부족은 몰살됐다. 영아살해와 인간제물은 흔했다. 중세유럽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는 고문도구와 잔인한 살해방법을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중세의 살해위험은 오늘날의 30배였다고.

폭력성을 줄인 것은 근대성이었다. 이성, 과학, 인도주의, 개인의 권리가 폭력 감소에 기여했다. 인간은 똑똑해지고 있고, 국가를 만들고, 상업을 통해 경제적 풍요, 도덕, 평화, 협동, 자기통제에 공감한다. 이젠 동물 하나를 죽여도 공분을 나타내는 시대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한국경제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세계경제를 바꾼 사건들 (27) 1930년대 대공황 2 : 후버는 자유시장주의자였나

자유주의자 평가받는 후버

재정적자 감수한 개입주의자

소비 부진이 불황 부른다는 생각에

시장의 임금하락 저지…실업자 대거 양산

보호무역법 제정 이어

김이석
부실은행에 대거 자금 지원


아마도 여러분은 학교에서 이렇게 배웠을 것이다. 미국에서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당시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자유방임정책을 펼쳐 불황의 골을 깊게 했지만, 후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써서 대공황으로부터 미국인을 구출했다고.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후버는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믿는 고전적 자유주의자가 아니었다.

후버의 ‘회고록’에 따르면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연방정부 안에 두 파, 즉 재무장관 멜론으로 대표되는 부실 청산을 통한 자연치유파, 그리고 자신을 필두로 하는 적극적 개입파로 갈렸다고 한다. 후버는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이 주식시장 붕괴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악(惡)을 완화시키고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업가와 은행가들을 불러모아 임금을 내리지 말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의 이런 임금 지지 노력에는 케인스 이전의 ‘케인스주의’가 깔려 있다. 그를 포함해 불황이 기본적으로 과소소비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과소소비론자들은 노동자에게 재화를 되살 수 있도록 월급봉투에 돈을 충분히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높은 임금이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내는 게 아니다. 인과관계는 그 반대로 흐른다. 높은 생산성이 높은 임금을 가능하게 한다. 생산성을 넘는 임금의 강제는 불가피하게 실업을 야기한다.

대공황기와 그 직전에 있었던 2여년 만에 종료된 1920~1922년의 불황을 비교하면 (실질)임금과 실업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때 당시에는 1년 동안 임금이 20%가량 떨어졌지만 실업률도 빠르게 감소해 정상화됐다. 1921년 11.7%였던 실업률은 다음해 6.7%로 떨어지고, 그 다음해인 1923년에는 2.4%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후버 집권기인 1931년 당시에는 물가가 8.8% 하락했지만 화폐 임금은 3%도 떨어지지 않았다. 노동자 1인당 생산은 줄어들고 있었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러나 실업률은 1931년 15%를 넘어섰으며 1933년 3월에는 28.3%로 4명 중 적어도 1명 이상이 실업 상태가 되는 등 악화됐다. 베더와 갤러웨이의 지적처럼 이는 근본적으로 1931년의 화폐임금이 물가 하락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하락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노조는 실업을 양산한 후버의 임금지지 정책을 환영했다.

후버는 1000여명의 경제학자가 반대 서명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했다. 그는 이를 통해 미국

민을 돕고자 했지만 이 역시 의도한 효과는 내지 못한 채 농민을 비롯한 미국인과 전 세계인의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시켰다.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혀 달러화를 획득하지 못한 외국인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줄였을 뿐 아니라 외국도 보복관세에 나섰다. 또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 증가로 미국 생산자들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판매는 1929년 530만대에서 1932년에는 180만대로 격감했다. 미국의 총수출도 1929년 70억달러에서 1932년 25억달러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마도 교과서에서 배운 영향으로 후버는 적자재정 정책을 취하지 않았고 댐 건설과 같은 공공사업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후버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를 지향했다. 그는 큰 폭의 재정적자를 만들어내고 이를 메우기 위해 세금도 크게 올렸다.

후버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 연방정부 재정은 약 7억달러로, 당시 연간 세출액 33억달러의 5분의 1 정도의 큰 흑자 수준이었다. 세입이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었지만 후버 정부가 세출을 크게 늘린 결과 1932 회계연도부터 재정적자는 급증했다. 특히 1930년 대비 1932년 재정지출은 42% 증가했다. 후버는 한 번도 균형재정을 실천하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각종 공공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축소판’ 뉴딜정책을 펼쳤다. 1929년 그는 연방정부 건물 공사비에 약 4억달러 이상, 해운위원회를 위한 공공사업으로 약 1억7500만달러의 정부지출을 결의했다. 1930년 7월 국회는 약 9억1500만달러의 공공사업비를 의결했다. 그는 주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사업 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후버댐, LA 수도교 등의 대형 토목사업이 후버의 작품이다. 후버 재임 4년간 공공사업을 위한 지출은 루스벨트에 비해 작다는 의미에서 축소판 뉴딜이라 불릴 만하지만 실은 후버 이전 30년간의 공공지출보다 많다고 한다. (전용덕,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재평가’)

1930년대 재건금융공사(RFC)를 만들어 초기 5개월간 10억달러를 부실 은행과 철도회사에 빌려주게 한 미국 대통령은 누구일까? 아마 많은 사람은 루스벨트를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후버다. 미국 대공황에 대한 방대한 연구서인 로스버드의 ‘미국의 대공황’을 읽은 일부 월가 사람들은 후버가 RFC를 만든 것을 보고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시 구제금융정책이 곧 등장할 것임을 예견했다고 한다.

이제 후버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자유시장주의자가 아니었음은 명백해졌을 것이다. 그는 앞에서 말한 정책을 통해 루스벨트의 뉴딜과 마찬가지로 실업과 같은 불황의 골을 만들어 불황을 대공황으로 만들어갔다. 물론 후버는 금본위제를 유지하고자 애썼고, 경제에서 민간 주도가 필수적임을 인정했으며, 옛 사회주의 소련이나 파시스트 체제를 본보기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케인스 이전의 케인스주의자였다.

그의 대통령 주재 회의로부터 우리가 얻는 교훈은 그것이 자칫 부실 제조업체나 금융회사를 세금으로 살려내는 자리, 임금을 시장에서보다 높게 주기로 약속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규제 혁파’를 내세운 회의도 자칫 보조금을 요구하는 자리로 변질될 수 있다. 시장의 결정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호된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

김이석 <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

 

.......................................................................................................................................

  한국경제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대한천일은행의 표지석과 은행 복원도. 1899년에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은 조선상업은행, 한국상업은행, 한빛은행, 우리은행으로 이어졌다. 자료=교수신문

개항은 분명히 심각한 위기였다. 값싼 면제품의 수입으로 재래 면업이 타격을 입었고, 쌀 수출로 쌀값이 올라 쌀을 사 먹던 사람들은 생계가 어려워졌다. 국가에 공물을 납부하던 공인들도 물가 상승으로 손해를 보았으며, 외국 상인들이 서울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자 시전상인의 특권이 위태로워졌다(26회 참조).

그렇지만 개항기를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의해 경제가 악화되기만 하였던 시기라고 이해한다면 너무 일면적이다. 개항은 경제적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대가격과 제도를 변화시켜 개항 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영리기회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농민 중에도 재산을 모아 대지주로 성장하는 자들이 나타났는데, 중농(中農)에 불과하였던 김성수 가문이 1909년에 1200석을 추수하는 대지주로 성장하였던 것도 쌀 수출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회사 출현했으나 대개 단명으로 끝나

더 큰 변화는 ‘객주상회사’를 비롯한 ‘회사’라는 새로운 경제조직이 출현한 것이다. ‘회사’는 상법에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사단(社團)”이며 “법인(法人)”이라고 규정하고 있듯이 영리활동을 위해서 조직한 법인이다. 회사가 일반적인 모임과 다른 점은 법률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어 구성원이 교체되어도 그와 무관하게 영속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는 자본 규모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거나 사업이 너무 위험하여 자본과 위험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다. 대개 영리기회에 대한 지식과 경영능력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할 때 자본을 모으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러한 회사가 장기간 존속하려면 경영을 잘하여 최소한 파산을 면해야겠지만, 회사의 공적인 회계와 경영자의 사적인 가계가 명확히 구별되고 회계장부가 체계적으로 작성되어 관계자 간에 신뢰가 보장되어야 한다. 나아가 회사가 외부의 권력과 폭력, 그리고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내부의 부정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단기간에 이러한 조건을 갖추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개항기에 설립된 회사들은 거의 모두 단명하였으며 ‘회사’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회사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전·현직의 관료들이 회사 설립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개항기 회사의 특징이다. 사업기회를 얻고 외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 관료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으며 회사 관련 지식이 민간에 전파되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개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883년 무렵부터 회사가 설립되기 시작하였는데 같은 해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漢城旬報)에 ‘회사설’(會社說)이 게재되어 회사를 소개하고 설립을 권장하였다. 처음에는 국가에서 설립한 관영회사가 많았지만 부산, 원산, 인천의 개항장에서 객주들이 설립한 ‘객주상회사’를 비롯하여 민간 회사들도 속속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객주상회사, 개항장 객주영업 독점

객주상회사는 객주로부터 가입비를 받고 회사에 속된 객주에게만 영업을 허가하였다. 객주들은 타인의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를 대행해주는 대가로 물건 값의 1/10을 ‘구문’(수수료)으로 받고 그 중에 일부를 회사에 납부하였다. 객주상회사가 개항장의 객주영업을 독점한 것은 통리기무아문이나 내장원과 같은 관청에 영업세를 상납하는 대가로 권리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1896년에 인천 객주들이 설립한 신상회사(紳商會社)는 종친(청안군 이재순)을 임명하고 매년 2000원을 내장원(왕실재산을 관리하는 기관)에 상납하였는데, 경쟁자를 몰아낼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객주상회사 외에도 상업, 운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회사가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매년 회사가 설립된 숫자를 살펴보면 계단 모양을 보이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그래프). 회사 설립이 정치체제의 변동이나 제도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883년에 18개사가 설립된 후에 감소하였다가 갑오개혁 기간인 1895년에 12개사, 1896년에 16개사로 증가한 후에 10개사 수준을 유지하였다. 대한제국이 확립되는 1899년에는 40개사가 설립되어 회사 설립이 크게 증가한 후에 감소하였다. 러·일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의 ‘보호국’ 상태로 전락한 다음에도 회사 설립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1905년에는 44개사, 1906년에 81개사가 설립된 후에 이러한 기조가 1910년까지 지속되었던 것이다.

회사가 주로 어느 분야에서 설립되었는가를 살펴보면, 상업과 같은 유통부문의 비중이 높았다. 1883년부터 1910년까지 설립이 확인되는 717개 회사의 업종은 비중이 큰 순서부터 상업 30.3%, 제조업·광업 19.8%, 운수업 11.2%, 농림업 7.9%, 금융업 6.6%, 청부 토건업 5.3%, 수산업 3.1%, 기타 15.9%의 순서였다. 이러한 업종 분포는 개항기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세금 대신 걷는 조세청부회사도 등장

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회사 설립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사 중에 ‘도고회사’(都賈會社), ‘수세회사’(收稅會社)라고 하여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회사 이미지와는 다른 경우도 많았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선후기에 권력을 배경으로 어떤 물건의 매매를 독점하거나 매점매석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도고’(都賈)라고 불렀는데, 개항 후에도 이와 유사한 회사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선박이 왕래하는 항구나 포구에서 화물이나 선박에 징세하여 그 일부를 관청에 상납하는 조세청부업이 주 업무였다. 특정 상품의 생산이나 판매를 독점하고 징세하는 회사도 있었다. 누룩을 독점하여 위반자로부터 조세를 거두었던 국자회사(子會社)가 좋은 예다. 회사 설립을 허가받는 것을 독점권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회사만 설립되었던 것은 아니다. 1886년에 설립된 대흥회사(大興會社)는 외국 기선을 구입하여 연안 해운업을 시도하였으며, 1896년에 함경북도 경성에서 설립된 천일회사(天一會社)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의 무역에 종사하였다. 함경도 특산물인 한우와 연맥(燕麥)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출하고 금건(金巾) 따위의 면직물을 수입하는 것이 주된 영업이었다. 1896년 이후부터는 은행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중앙은행은 끝내 설립되지 못하였지만, 일반 민간은행으로 1896년에 조선은행과 한성은행이 설립된 이후 대한은행(1898), 대한천일은행(1899)이 설립되었다. 특히 대한천일은행은 1912년에 조선상업은행으로, 1950년에는 한국상업은행으로 이름을 바꾸어 해방 후까지 이어졌다(사진). 제조업 분야 특히 면방직 분야에서도 회사가 설립되었다. 면제품 수입에 대한 대응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1901년에 설립된 한성제직회사는 60여대의 역직기를 도입, 수입 방적사를 이용하여 하루 70~80자의 직물을 생산하였다. 1898년에 설립된 부하(釜下)철도회사와 같이 철도부설을 목적으로 회사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장기간 존속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지만 분명히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국가가 회사를 설립하거나 전현직 관료들이 회사설립에 대거 참여하는 방식이었지만 점차 일반 상공인들의 참여가 증가해갔다.

회사설립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학습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경제제도에 사회가 적응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대분기’(great divergence)의 세계를 목도함으로써 자기 나라를 개혁해야겠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다.

김재호 교수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 

............................................................................................................................................

 

한국경제

정치중독이 뻔뻔한 한국인 양산

후쿠야마 '역사의 종언'은 오류로

피케티 열풍도 약탈적 욕구 불과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서구 사회가 민주체제로 전환한 것도 불과 100년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이후에야 그것의 부산물로서 패전국가들이 민주화됐다. 당시 민주체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정도였다. 오스트리아는 구시대의 상징이었고 터키 그리스 독일은 전쟁을 거치면서 왕정이 폐지됐다. 그렇게 자유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회주의 망령은 국민국가 속에서 더욱 강력하게 되살아났다. 극우를 전쟁사회주의라고 부른다면 20세기는 사회주의 전성기였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 국가는 사회주의를 만들어냈다. 파시즘 나치즘 스탈리니즘은 모두 20세기 사회주의 질병이다. ‘악한 그들’과 ‘선한 인민’으로 양분된 사회에서 선한 인민을 대리하는 지도자들이 출현했고, 국민이 박수갈채를 보내면 독재국가가 태어난다. 1, 2차대전의 피비린내 나는 국가들의 총력전은 국민이 주권자가 됐을 때 나타난 결과였다. 이것이 20세기다.

민주주의를 악으로 묘사하는 것이냐고? 그렇다. 민주주의는 부덕과 악덕, 게으름과 책임 전가, 심지어 타인 재산에 대한 약탈과 몰수를 부추긴다.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다시 말해 타인의 것에 대한 대중의 타오르는 약탈적 욕구를 생각해보라. 아니 90%의 몰수적 소득세를 주장하는 피케티를 환영하는 한국을 보라. 10대들이 뭔가 나쁜 일을 당했다는 뜻으로 “민주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대중이기만 하면 무엇이든 정당화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복지 논리도 그렇다. 오늘의 소비를 내일로 미뤄두는 절제와 인내가 문명의 본질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이런 문명적 특성을 여지없이 공격한다. 미래를 할인해 오늘 소비하는 것을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경쟁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그것에 복지국가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복지국가는 치명적 현대병이다.

2차대전이 끝나고 아시아에도 민주정치가 이식됐다. 그러나 벌써 죽고 말았다. 북한이 독재로 치달아간 것은 민주주의의 태생과 운명을 잘 보여준다. 문화혁명도 킬링필드도 뿌리는 같다. 민주주의에 내재한 악의 본능이다. 옛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후쿠야마는 역사(사회주의)는 종착역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틀렸다.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

한국이 산업화혁명에 이어 민주화 시민혁명을 완수했다고 선언하던 1987년 체제는 27년 만에 부도 상태다. 가장 평화롭게 국가적 의사결정을 만들어 내는 체제라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배웠다. 그러나 정치라는 이름을 빌려 도덕적 파탄을 정당화하는 체제에 불과하다는 진실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민주주의는 국민을 타락시킨다는 사실이다. 정치라는 간판만 달면 불법도 억지도 심지어 거짓말도 정당화된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은 보험사기도, 아파트 난방비 도둑질도 집단이기만 하면 양심의 가책 없이 감행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인이 이렇게 뻔뻔해진 것은 민주주의 때문일 것이다.

정치는 아직 1987년의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아니 길거리를 전전하고 싸우고 확성기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책상을 뒤엎고 멱살을 잡는 것을 정치라고 생각하는 건달들이 정치를 점령하고 있다. 수십일을 단식해도 한국인은 전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특이체질이라는 것도 입증됐다. 극단적으로 투쟁할수록 이긴다는 게임 규칙은 살아 있다. 그리고 피해자이기만 하면 그 어떤 월권적 요구도 정당화된다. 단체들은 자신들의 대표로 얼굴에 철판을 깐 비정상적 인간들을 선출한다. 대학도 의사도 변호사도 언론도 단체대표는 그런 저질로 채워진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죽어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민주주의를 말할 때 민주주의는 인민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걸면서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의 외피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민주주의다. 국민은 정치에 중독돼 있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 

 

한국경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닫힌 사고 틀에서 만든 규제를 없애야 창조경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단독인터뷰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中 알리바바, 인터넷금융 규제 없어 성공"

U헬스·인터넷금융부터 규제 개선해 나갈것

전국 17개 창조혁신센터…독일식 히든챔피언 육성

10월부터 '단통법' 시행…휴대폰보조금 '불이익' 차단

대담=차병석 IT과학부장


[ 정리=김태훈 기자 ] “중국의 알리바바가 성공한 것은 인터넷 결제·금융 등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융합 서비스와 기기는 규제가 전혀 없는 ‘제로(0)’ 상태에서 출발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규제 완화였다. 기존 산업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만든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야 창조경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두 달 남짓, 아직 업무 파악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인터뷰 내내 자료 한 번 열어보지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 재임 기간 꼭 이루고 싶은 과제로는 창조경제 성과 창출을 꼽았다.

▷취임 두 달이 지났다. 정부에 들어와 일해 보니 어떤가.

“18조원에 달하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30%를 미래부가 직접 관리한다. 인력도 3만명(우정사업본부 등 포함)이 넘는다.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선 한정된 범위만 다뤘지만 여기선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과 함께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확대 설치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을 동원하는 방식이 계획경제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반은 문화 운동을 펼치는 데 주력했다. 창조경제타운을 만들어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실현해볼 수 있도록 했다. 도전과 혁신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벤처창업 문화와 시스템에서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체 경제를 변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금까지 준비 단계였다면 대기업 참여는 경제 전반에 창조경제를 확산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대기업 참여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독일의 히든챔피언처럼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게 다음 단계의 과제다. 글로벌 역량, 영업, 마케팅, 기술력, 인재 등 모든 측면에서 좋은 여건을 갖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이끌어주고 인수합병(M&A)에도 나서면 윈윈(win-win) 효과가 날 수 있다. 창조경제의 혁신 분위기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과 연고를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지역경제에 혁신을 불어넣는 등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규제개혁이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미래부가 중점 추진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1만5000여개의 정부 규제 중 미래부 소관 규제는 500여개에 불과하다. 규제가 많은 부처는 아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융합 서비스 상당수가 여러 부처의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새로운 융합 서비스와 제품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과거 방식의 규제를 강요하면 성장하기 어렵다. 새로운 것은 발전 과정을 지켜본 뒤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생길 때 규제해도 늦지 않다. 벤처기업가들이 다들 해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도 규제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자유로운 생각을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부처들과 관련된 규제를 어떻게 풀 건가.

“다음달 ‘민관 합동 인터넷 규제개선 추진단’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까지 파견받아 규제 문제를 다룰 상시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다. U헬스, 인터넷 금융 등과 관련된 복잡한 규제를 혁신하기 위해 병원, 은행, IT기업은 물론 소비자까지 참여시킬 계획이다. 규제를 왜 없애야 하는지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면 문제들이 하나씩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10월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고시가 확정되지 않았다.

“10월부터 휴대폰 보조금 차별을 막기 위해 단통법을 시행한다. 법은 국회에서 이미 통과됐고 세부 고시와 관련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단통법은 휴대폰 유통을 투명하게 바꿔 불이익을 당하는 소비자를 없애자는 취지다. 그러려면 통신업체, 제조사가 사용한 보조금을 정확히 구분해 알아야 한다. ‘국내 휴대폰 보조금 규모를 공개하면 해외 사업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일부 제조사의 염려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법 취지를 살리려면 분리공시가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700메가헤르츠(㎒) 주파수를 요구하고 있다.

“700㎒처럼 저대역 주파수는 네트워크 투자비가 적게 들어 원하는 기관이 많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20㎒폭을 통합공공망(재난+철도+해양)에 우선 배분할 필요가 있다. 40㎒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기로 한 기존 결정도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00㎒ 대역 전체 100㎒폭 중 60%의 사용처가 정해진 셈이다. 이 대역에서 UHD용 54㎒폭이 필요하다는 지상파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는 확정된 원칙에 대한 설명이다. 현재 지상파 UHD 방송과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정책협의를 하고 있다. 방통위원장과는 수시로 만난다.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관이 이에 대해 가부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정리=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한국경제

[ 김태훈 기자 ] 이르면 내년 6~7월께 ‘제7TV홈쇼핑’이 방송을 시작한다. 정부가 창업·중소기업의 제품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공영 TV홈쇼핑 선정과 개국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5개월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사진)은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제7홈쇼핑 사업자 선정과 개국에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이 없다”며 “내년 상반기는 (개국하기) 힘들겠지만 늦어도 하반기에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지난 8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존 여섯 개 홈쇼핑사업자 외에 추가 사업자 한 곳을 더 허가하기로 하고, 내년 상반기 사업자를 선정해 연말에 개국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창업·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며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면서도 가장 빨리 개국할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TV홈쇼핑 업계에서는 시장이 포화돼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최 장관은 그러나 “홈쇼핑 시장은 사업자들의 영업이익률이 15%를 넘는 공급자 중심 시장”이라며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민간사업자가 제7홈쇼핑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참여 의지를 보이는 민간사업자가 많지만 이익을 중시하다 보면 제7홈쇼핑도 마찬가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공영의 취지를 살려나가는 쪽으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공영 구조에서는 경영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지역·제품별 균형을 맞추고 수수료를 낮춰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게 공영 구조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 시사경영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경영 시사정보(10,9)  (0) 2014.10.10
기업경영 시사정보(10,9)  (0) 2014.10.10
기업경영정보관련( 2014. 9. 19)  (0) 2014.09.22
기업경영정보(2014.09.15).  (0) 2014.09.22
시사경영정보(9/13)  (0) 201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