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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미국 "사이버 테러는 블랙스완"… 구제금융 투입 등 대책마련 서둘러
금융권 네트워크 마비 땐 9·11 테러 이상 경제충격
지난달 JP모건 등 해킹도 러시아 보복 공격 가능성
보험사 신상품 출시 불구 "시스템 리스크 대비 한계"
미국 정부가 사이버 테러에 대해 월가 금융시스템을 대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지목하고 은행 구제금융 법안 손질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해커들이 개인 정보를 빼내 지하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 등 잠재 적대국들이 월가를 겨냥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단행할 경우 9.11 테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이 적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돌발 악재를 말한다.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월가 대형은행들은 사이버 테러로 금융계의 컴퓨터 시스템이 손상됐을 때 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 중이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은 JP모건 체이스 등 최소 4개 금융기관이 지난달 해킹 공격을 당한 것이 단순한 금융 범죄가 아닌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권 제재를 받은 러시아의 보복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리스크관리협회의 에드워드 드마르코 법무 자문위원은 "정교하게 진행된 이번 사이버 테러는 앞으로 나타날 무시무시한 공격의 전조"라며 "그 같은 상황이 도래하면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 외에는 사태 해결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 금융당국은 연방정부의 공적 자금을 은행 파산이 아닌 해커 공격에 대해서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이버 테러로 금융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은행들의 자체 자금이나 보험사 보상액으로는 모든 손실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미 금융당국은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에 대해 해킹 방어벽 강화를 요구 중이다.
지난 4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증권중개회사와 투자자문사 등 50여 곳에 대해 사이버 공격 피해를 복구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사이버 탄력성'(Cyber resilience)을 평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금융권의 기록 파괴나 계좌 유출, 네트워크 마비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9.11 테러나 2008년 신용 붕괴와 맞먹는 경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또 테러위험보호법(TRIA)의 적용 대상을 건물 파괴 등 물리적 손실 외에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금융 피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 중이다. TRIA는 9.11 사태 이후 테러로 인한 보험사 손실 지원 등을 위해 제정됐는데 올해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법은 테러 공격 때 보험사는 당초 정해진 손실만 보상하는 반면 나머지 손실에 대해 정부가 최대 1,000억 달러까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연방비상재난관리청(FEMA)은 지난 2012년 이미 사이버 테러로 인한 물리적 피해에 대해서는 TRIA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여기에 더해 무형의 피해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미 보험정보연구소에 따르면 9.11 테러 당시 금융시장 폐쇄 등 간접 피해를 제외하고도 보험사의 보상액은 429억 달러에 달했다. 뉴욕주 등 주정부의 경우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연방 정부가 신속 지원할 수 있도록 제정된 스태포드법(stafford act)을 사이버 금융 혼란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미 의회에 요구 중이다.
이처럼 미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은 사이버 테러로 인한 금융 혼란이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보안업체인 시만텍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기관들이 외부로부터 받은 트로잔 바이러스 공격 건수는 1,400건으로 전년의 세 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71.5%는 미 금융기관이었다.
또 세계거래소연맹(WEF)이 전세계 46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사이버 범죄를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로 지목하며 금융 손실 위험과 파멸적인 신뢰도 추락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 유통업체인 타깃이 4,000만 명의 고객 신용카드 정보를 도난당하는 등 비금융기관에 대한 공격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국제증권감독위원회(IOSCO)의 그레그 메드크래프트 위원장은 최근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이버 범죄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잠재적 충격 요인"이라며 "다음 금융 충격이나 블랙 스완 이벤트는 사이버 공간에서 출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각국 규제 당국이 미국 주도로 사이버 공격 위기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빈번해진 사이버 테러에 일부 보험사는 데이터 손상 외에 해킹 조사, 사업 손실 등으로 보상 대상을 늘린 상품을 출시 중이다. 신상품을 내놓은 AIG의 경우 사이버 해킹 보험료를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25%씩 올린 데 이어 올해도 30%나 인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시스템 리스크에 대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워싱턴DC 보험위원회에서 일했던 로렌스 미렐은 "다음 사이버 테러는 은행계좌, 수표 등의 기록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더 파괴적인 차원이 될 수 있다"며 "보험사들이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고 심지어 어떤 기업들은 보험에 가입해도 피해를 완전히 보상받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정부가 TRIA 개정 등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사이버 테러 대비 상품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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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실러 교수 "세계경제 불안, 2차대전 직전 모습"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이 제2차세계대전 직전의 나치가 들끓는 시대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영국 가디언 주말판 기명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로 들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현재 인류가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3차대전의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 셈이다.
실러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1937년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제는 대공황이 발생한 1929년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치유되지 않았다.
결국 6000만여 명이나 희생된 제2차세계대전을 겪고, 복구를 위한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돼서야 가까스로 경제가 일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2002~200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52%와 46% 증가했으나,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1인당 실질 GDP가 0.2%, 러시아는 1.3% 각각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러 교수는 이 같은 경제적 절망감이 우크라이나 분리 세력을 자극하고 러시아의 크림 합병 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러 교수는 또 금융위기 이후 이와 유사한 절망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가 처음 사용한 '뉴 노멀(new normal)'이나 이보다 훨씬 먼저 나온 '장기 정체론(secular stagnation)'이란 새로운 경제학 용어들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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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세계는 3차대전 치르는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가 범죄, 학살에 맞서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맞서자고 호소했다.
13일 BBC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북동부 레디푸글리아의 군인묘지를 방문해 "제2차세계대전을 겪었지만 심지어 오늘날에도 3차 세계대전이 진행되고 있다"며 "범죄와 학살과 파괴에 맞선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신원 미상 6만명을 포함해 1차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10만명의 이탈리아 군인들이 묻혀 있다.
그들을 기리는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전쟁은 형제 간의 유대도 파괴하는 광기"라며 "전 세계 국가들이 무관심을 버리고 전쟁의 광기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류가 역사상 치른 모든 전쟁에서 발생한 희생자들을 기린 교황은 "오늘날에도 이권과 지정학적 전략, 돈과 권력을 좇는 탐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무기 거래와 '테러를 모의하는 세력들'이 죽음과 파괴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교황의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최근 전 세계를 테러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된다.
레디푸글리아 군인묘지는 교황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곳이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탈리아군에 입대한 교황의 조부 조바니 카를로 베르고글리오가 이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전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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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새정치연합, 10년 안에 집권 불가능하다”
[한겨레]
“내가 안철수 후보를 떠난 게 아니라 그가 날 버린 것”
함께 잘사는 자본주의 주창 <한국 자본주의> 곧 출간
“정의로운 자본주의 구현은 정치 개혁을 통해 가능”
“국민들이 ‘계급 배반 투표’ ‘묻지마 투표’ 탈피해야”
“장하준의 ‘삼성특별법’ 제안, 한국 현실에 맞지 않아”“정책은 얼마든지 있고, 문제는 이를 실현할 정치적 리더십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를 극복할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새 패러다임으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제시하며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국 시민사회의 경제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며 ‘소액주주운동 대부’, ‘재벌 저격수’로 불려왔다.
장 교수는 “정당들이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정치 개혁을 통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에 반하는 ‘계급 배반 투표’, 공약을 제대로 안지키는 정당의 후보를 찍는 ‘묻지마식 기억 상실 투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인터뷰는 오는 16일 한국경제 진단과 해법을 담은 <한국 자본주의> 출간을 앞두고 이뤄졌다. <한국 자본주의>는 20여 년간의 경제민주화운동과 안철수 18대 대선 예비후보의 경제정책 총괄 등 정치 관련 활동의 성과를 담은 그의 첫 저서다. 전세계적인 불평등 심화를 분석해 큰 반향을 얻은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 한국어판 출간과 시기가 맞물려 관심을 더한다.
장 교수는 정의로운 자본주의 달성을 위해 기업 이익 중에서 가계로 분배되는 몫을 늘리기 위한 ‘초과 내부유보세’의 신설, 비정규직이 맡은 일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등을 제안했다. 또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한 재벌의 소유구조와 경영 행태 개선 정책도 내놓았다. 그는 또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의 신자유주의 비판과 정부 개입 확대 주장, 재벌과의 사회적 대타협과 삼성특별법 제안도 한국 현실에 안 맞는다며 비판했다. 장 교수가 사촌동생인 장하준 교수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책 출간을 계기로 한국경제에 관한 새로운 논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도발적 제안을 곁들였다.
“한국경제 논쟁 비현실적…한국은 서구와 달라” -이번 책의 집필 동기는?
=그동안 한국 경제 논쟁은 파편적으로 진행됐다. 또 좌우진영 모두 한국 현실에서 동떨어진 채 이념적 대립 속에서 진행했다. 우파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좌파는 이념적 지향성을 위해 논쟁을 했고, 대중영합적인 주장도 적지 않았다.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에서 벌어진 일을 마치 한국의 일처럼 착각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문제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지향점과 가치에 맞도록 경제도 나아가야 한다.
-2008년 이후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시장근본주의(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한국 경제의 문제도 이와 연관짓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은 선진국과 외형적 유사성은 있으나 원인과 과정이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신자유주의를 통해 복지의 축소, 정부 역할의 축소를 가져왔다. 하지만 한국은 애초 복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 유럽은 신자유주의 이전에 구자유주의가 존재했다. 미국도 대공황 이후 정부 개입을 확대하는 케인스주의가 주도하다가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로 전환했다. 하지만 한국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에서야 겨우 시장경제를 시작했다. 일부 진보좌파들이 나쁜 것을 모두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한국 현실에 안 맞는 ‘수입된 논쟁’에 불과하다. 잘못된 진단으로는 옳은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보다는 기득권이 문제”-한국은 신자유주의의 과잉이 아니라 구자유주의(시장경제의 기본질서)의 결핍이 근본문제라는 진단인데, 한국의 잘못된 신자유주의 비판의 사례를 꼽는다면?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채택했음에도 100대 부자 중 70%가 당대의 창업자다. 하지만 한국은 75%가 물려받은 부자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시장이 아니라, 기득권이 지배하는 나라다. 민영화나 정리해고 등을 신자유주의라며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문제다. 담배 판매는 국가가 굳이 직접 할 필요가 없다. 전매청을 담배인삼공사로 민영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기업이 망할 지경이 돼서 정리해고를 하는 것도 신자유주라고 탓할 일이 아니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것도 신자유주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높은 임금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의 정부 개입 확대 주장을 일부 진보좌파의 ‘박정희 향수’라고 비판했는데.
=한국 경제의 근본문제는 박정희 모델(정부에 의한 계획경제와 관치)에 기초한 정부와 재벌의 개발연대에 의한 시장 압살이다. 따라서 그 해법은 시장경제를 정상화하고 시장실패를 해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일부 진보좌파가 신자유주의 탓을 하면서 오히려 박정희 모델에 향수를 보이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재벌과 타협은 불가능…삼성특별법은 ‘이건희 특별법’ 불과” -장하준 교수의 재벌과의 사회적 대타협론도 비판했다. 장하준 교수는 삼성의 승계 과정에서 외국인의 경영권 위협을 막아주고, 대신 경영에 실패하면 국가가 경영권을 갖는 ‘삼성특별법’을 제안했는데.
=재벌과의 대타협은 불가능하다. 우선 대타협의 한 축인 노동계의 대표성이 없다. 재벌도 이미 2, 3세로 승계돼, 타협의 픨요성을 못느낀다. 삼성특별법은 사실상 ‘이건희 특별법’에 불과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경영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교체한다. 역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운명과 국가 경제의 미래가 걸려 있는 삼성의 경영권은 보호받을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좋은 경영을 하기 위한) 도전의 대상이다.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권’을 보호해주고 세습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기득권 세력의 궤변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를 ‘먹튀 투기꾼’이라고 공격하고, 국부 유출을 우려하는 주장도 많은데.
=1997년과 2008년 위기 당시의 주가 폭락이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 때문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또 소버린과 론스타를 예로 드는 ‘국부 유출론’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소버린과 론스타는 에스케이와 외환은행의 주가 상승으로 큰 이익을 얻었는데, 같은 기간 나머지 국내 투자자들도 똑같이 이익을 봤다. 론스타에 앞서 외환은행에 투자한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손실을 봤다. 또 중국의 상하이차도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손실을 보고 떠났다. 돈을 번 외국인 투자자는 나쁜 ‘먹튀 자본’이고, 돈을 잃은 외국인 투자자는 좋은 자본이라는 말인가?
“규제 완화? 국가 경쟁력 낮은 건 대부분 기업들 잘못”-박근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론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약한 것은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규제를 촉발시키는 원인(병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오히려 높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투자 부족이 아니라 소비 부족이라는 현실을 모르는 것은 무지 탓이다. 또 전경련이 국가 경쟁력 저하 책임을 각종 규제에 전가하면서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를 인용하는 것도 엉터리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기업 이사회의 경영진 감독 역할(121위), 소액주주 이익 보호(109위),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99위), 노사 협력(129위), 여성의 노동참여(94위) 등에서 모두 최하위권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스로 해결할 사안들이다.
-일부에서는 장 교수의 소액주주운동을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확산을 몰고온 ‘트로이의 목마’라고 공격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경우 주주들이 단기 경영 성과를 중시하는 게 문제로 지적되는데, 한국은 해당이 안된다. 기업이 배당을 안 해도 한국의 주주들은 반발을 못한다. 한국은 (주주가 횡포를 부리는)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재벌 총수가 멋대로 하는) 총수자본주의다. 주주의 권리 보장이 잘되는 나라 순위를 보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하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정작 주주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은 16위에 불과하다.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국가들이 주주 권리도 제대로 보호한다. 소액주주운동은 주주만을 위한 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권리 존중을 요구한다.
“주주자본주의 아니라 총수자본주의가 문제”-2004년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국민 불안을 조성해서 경영권을 지키려는 삼성의 자작극에 불과하다. 삼성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최소 100조원에 이를 정도로 크다. 올해 6월말 현재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은 50%를 넘지만, 5% 이상 보유자는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지분이 많은 외국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국부펀드이거나, 미국계의 퍼트남 등 분산투자를 하는 재무적 투자자로, 경영권 인수와는 관련이 없다.
-‘정의로운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대안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이 내부유보를 줄이고 임금과 배당으로 분배를 늘리도록 기업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보한 이익에 대해 ‘초과 내부유보세’를 부과해야 한다. 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 전환 기준 기간 2년을 ‘동일 노동자의 근무기간’에서 ‘동일 업무의 존속기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10억원 이상의 초고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을 50%로 높이고, 대기업의 법인세도 올려야 한다.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해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배제, 다중 주주 대표소송제를 도입해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재벌 정책으로는 소유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제도’, 계열사 주식을 100% 소유하는 ‘내부회사제도’, 계열사의 경영권을 목적으로 주식을 소유할 때는 50% 이상 보유를 의무화하는 ‘계열사 주식 의무매수제도’가 필요하다. 또 재벌의 경영 행태 개선을 위해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초과 내부유보세는 최경환 경제팀이 발표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유사하다.
=올초에 내부유보세 관련 부분의 원고 집필을 끝냈는데, 최 부총리가 최근 거의 똑같은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피케티 교수의 ‘자본세 도입’ 주장은 한국 현실에 안 맞아”-피케티 교수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심화에 대해 경고하고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주장했는데.
=불평등 심화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의식과 누진세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세 도입 방안에는 생각을 달리한다. 자본세 도입의 근거가 있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한다’는 피케티 이론은 한국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한국은 자본수익률이 성장률보다 낮다.
-정의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정치의 역할을 강조하며, ‘바보야, 문제는 정치다’라고 말했는데.
=정책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또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이미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주장하던 경제민주화를 수용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할 정치적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도 당선되자마자 공약을 버리지 않았나.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과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목표로 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정당들에게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정치 개혁을 통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구현하도록 민주적 절차를 통해 요구해야 한다. 결국 한국의 희망은 민주주의에 달려있다. 프란체스코 교황도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에 반하는 ‘계급 배반 투표’, 공약을 제대로 안지키는 정당의 후보를 찍는 ‘묻지마식 기억 상실 투표’에서 탈피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의 정책을 총괄한 것도 올바른 정치를 위한 것일 텐데, 왜 안 후보와 결별했는가?
=안 후보와의 관계를 끊은 것은 2013년 11월 신당 창당을 위해 새정치추진위원회 결성했을 때다. 캠프 참여 때부터 정치는 안한다, 당이 만들어지면 떠난다고 천명했다. 더욱이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합당을 한 이후에는 내가 도울 일이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 구조라면 10년 안에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 지향점과 가치가 없고,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오로지 계파끼리 국회의원 자리 지키는 데 급급한 정당이다. 내가 안 후보를 떠난 게 아니라 안 후보가 나를 버렸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국 자본주의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저자 장하성|헤이북스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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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국 자본주의]. 한국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소유와 분배가 필요하며, 저자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고쳐 쓰기를 통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자본주의가 정의로워질 수 있도록 평등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 장하성 張夏成은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자이자, 한국의 현실 속에서 학문을 고민하고 현장에 투영하는 실천 운동가다. 1978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알바니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박사(재무학 전공) 학위를 받았다. 미국 휴스턴대학교 경영대학 재무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교단에 섰으며, 1990년부터 지금까지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유일하게 학장을 연속하여 세 번 역임하면서, 고려대 경영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1996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국내 처음으로 ‘경제민주화’ 시민운동을 실천했다. 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라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구상하고 주도해서, 국내에 가치 투자의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5대 기업개혁가’ 중 한 명인 그는, 김대중 15대 대통령 당선자의 ‘국민의 정부 경제개혁정책’ 총괄책임자로, 안철수 18대 대통령 예비후보의 ‘진심캠프 국민정책’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기도 했다. 한국재무학회 회장,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경제개혁연대 운영위원장,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투자 고문,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제자문위원,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이사,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 세계은행(IBRD) 방문학자 및 컨설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다. 국내외 학술지에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미국 〈재무 분석 저널〉이 수여하는 그래함-도드 우수논문상(1995), 〈비즈니스위크〉가 수여하는 아시아 스타상(1998, 1999),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가 수여하는 올해의 기업지배구조상(2001) 등을 수상했다.
제1부 한국 자본주의 톺아보기
제1장 고장 난 한국 자본주의
번져가는 자본주의 회의론|소득재분배 정책의 실패|3無 성장: 고용, 임금, 분배|벼랑 끝 비정규직 노동자|기업과 가계의 불균형 성장|기업의 과다한 내부유보금|경제민주화가 화두인 이유
제2장 뒤죽박죽 한국 시장경제
계획경제체제의 유산|보수 우파의 박정희 향수|진보 좌파의 박정희 향수|시장경제 이후의 시장경제|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신화|경제 권력은 재벌로 넘어갔다
제2부 한국 자본주의 따져 묻기
제3장 주주 자본은 자본주의 모순의 근원인가?
왜 주주 자본주의를 논의하는가?|주주 자본과 부채 자본의 선택|주주 자본주의 비판과 왜곡|이해당사자 자본주의|노동자와 주주, 함께 갈 수 없나?|주주 없는 기업 1: 노동자가 주인인 회사|노동자협동조합이 주식회사의 대안이 될까?|주주 없는 기업 2: 공급자나 채권자가 주인인 회사|주주 없는 기업 3: 국가가 주인인 회사|주주 자본 아니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제4장 한국 경제는 정말 먹튀에 휘둘렸나?
외국인의 주식 자금과 부채 자금|1997년 외환 위기 상황에서의 외국 자본|2008년 금융 위기 상황에서의 외국 자본|두 번의 위기 경험에서 얻은 교훈|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쟁|소버린의 ‘SK 경영권 분쟁’ 논쟁|상하이차의 ‘쌍용차 기술 먹튀’ 논쟁|먹튀 논쟁, 그 너머를 보라
제5장 삼성은 왜 스스로 적대적 M&A 논쟁을 일으켰나?
외국인 적대적 M&A 논란|적대적 M&A 시나리오의 비현실성|삼성전자도 인수·합병될 수 있다?|삼성그룹 소유 지배 구조|누구를 위한 경영권 보호인가?
제3부 한국 자본주의 고쳐 쓰기
제6장 자본주의에서의 경쟁, 공정, 정의
자본주의 버릴 것인가, 고쳐 쓸 것인가?|자본주의 고쳐 쓰기|자본주의에서의 소유와 정의|자본주의에서의 경쟁과 정의|자본주의에서의 분배와 정의
제7장 정의롭지 못한 한국 자본주의
한마을 이야기|정의롭지 못한 소유|불공정한 경쟁|정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재벌과 한국 경제의 모순|재벌은 한국 경제의 미래인가?
제8장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재벌 정책, 무엇을 고칠 것인가?|자본세 도입 논쟁: 피케티 자본세와 한국의 현실|어떻게 이룰 것인가?|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길
후기|결국, 사람과 돈의 문제다
주석|감사의 말|찾아보기|참고 문헌
미국과 유럽이 아닌, 한국의 자본주의를 말하라!
기형적인 경제체제로 곪아터진 한국의 현실을 외면한 채 미국과 유럽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실패로 빗대는 비판들은 틀렸다! 전문가들조차도 오해하고 있는 선진국과 다른 환경의 한국 자본주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이론적 배경도, 논리적 진단과 현실적 대안도 매우 탄탄한 이 책은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경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 책 개요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장하성 솔루션’
보수와 진보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명쾌한 해법!
소득 불균형, 양극화의 한국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실패가 아닌 기형적인 경제체제로 인해 곪아터진 결과다. 한국 경제는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천민자본주의’의 문제가 심각하고, ‘신자유주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핵심 문제이며, 권력이 재벌에게 넘어갔는데도 이를 규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와 복지 정책의 실패로 위기를 초래한 선진국과는 달리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제대로 실천해보지도 못한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이해해야만 그 답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또한 박정희의 계획경제체제 유산이 남아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평등의 민주주의와 불평등의 자본주의가 하모니를 이루는 세상, 바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의 시대로 가는 길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에 달려 있다. 한국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소유와 분배가 필요하며, 저자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고쳐 쓰기를 통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자본주의가 정의로워질 수 있도록 평등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깊은 통찰, 원고지 3000매와 주석 737개에 담은 대작
김대중 15대 대통령 당선자의 ‘국민의 정부 경제개혁정책’ 총괄책임자로, 안철수 18대 대통령 예비후보의 ‘진심캠프 국민정책’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기도 했던 저자는 지난 대선과 함께 이 책을 준비했다.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의 비판과 대안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틀렸기 때문이다. 보수 우파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고, 진보 좌파는 되려 우파의 모습을 보이며 오락가락하고 있기에 그 위험성이 더한 상황에서, 학자이자 실천 운동가로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여의 집필 기간 동안 저자는 국내외의 방대한 문헌과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연구하여 원고지 3,000매라는 엄청난 분량의 글과 문고본 1권 분량의 주석 737개를 작성하였다. 이 책은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도 오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제들을 기존 주류 경제학 이론이나 미국과 유럽의 관점을 벗어나서 한국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했다는 점은 기념비적인 대작이라 할 만하다.
총 3부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진단하고 발전 과정을 톺아본다. 북한보다 늦게 시작한 계획경제체제로 산업을 육성했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지는 채 20여 년밖에 안 되어 기형적인 모습을 한 경제체제 속에서 한국은 아직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을 제대로 실천해본 적도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낯설기만 하다. 2부에서는 ‘주주 자본은 자본주의 모순의 근원인가, 한국 경제는 정말 먹튀에 휘둘렸나, 삼성은 왜 스스로 M&A 논쟁을 일으켰나’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이슈의 논쟁들을 비판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한국 자본주의의 대안을 논의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정과 정의가 매우 중요하며, 저자가 제안하는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정의롭고 공정한 소유, 경쟁, 분배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 주요 내용
경제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 선진국과 다르다!
― 한국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한국 자본주의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선진국들에는 없는 극도로 불공정한 시장의 경쟁 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그리고 비정규직과 자영업 노동자 비중이 대단히 높은 불안정한 고용구조 등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복지로부터 후퇴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이제야 복지를 시작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는 역할을 줄여가기 시작한 1980년대에 한국은 계획경제를 하고 있었고, 선진국에서와 같은 경쟁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그 원인과 과정이 선진국들과는 크게 다르다. 선진국들의 문제들이 시장 근본주의적인 정책의 산물이라면 한국의 문제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발생한 문제다.
한국은 기형적인 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 계획경제의 잔재와 시장경제 20년의 불안정
한국은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전두환 정부의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까지 30년 이상 계획경제를 해왔다. 계획경제 시절에는 정부가 음식 값, 목욕탕 요금, 여관 숙박료, 미용실 요금, 그리고 심지어는 다방 커피 값까지 결정했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 개입 관행은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MB 물가지수’다. 쌀, 라면, 배추, 화장지와 같은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MB 정부 초기에 추진한 정책이다.
한국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시행한 자유화와 민영화, 개방화 등의 정책들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과는 그 배경이 다르며, 과정도 다르게 진행되었고, 결과도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결과로 경제 권력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이동된 것이 아니라 재벌로 이동되었다. 결과적으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의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문제가 아니고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천민자본주의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이며,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재벌에게 넘어갔는데도 이를 규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문제인 것이다. 한국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모습이라도 갖추기에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자본주의 버릴 것인가, 고쳐 쓸 인가?
― 전 세계는 자본주의 대안 찾기 논쟁 중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는 지금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 찾기 논쟁이 진행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에는 자본주의의 종말, 시장의 종말, 경쟁의 종말,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종말 등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을 예견하는 논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뚜렷한 징후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문제가 없다거나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드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는 자본주의가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선택은 ‘자본주의 대안 찾기’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고쳐 쓰기’인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오지 않은 것은 지금의 자본주의가 최선의 선택이거나 또는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대안 없이 지금의 체제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실패로 끝난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렇다. 그러기에 수많은 종말론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여전히 건재한 것은 자본주의 스스로의 생명력이라기보다는 대안 부재로 인한 생존이라 할 수 있다. 체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선택하는 것이다. 대안적 선택이 없으면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지금의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서라도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한국인이 바라는 자본주의의 상(像)
― 소득 불평등과 왜곡된 시장 체제를 교정하기 위한 지향점
지난 30년간 선진국 자본주의가 드러낸 모순의 핵심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현상이며, 한국도 똑같은 모순에 빠져 있다. 이와 같은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지향할 사회를 먼저 ‘함께 잘사는’ 사회로 규정해본다. 한편 선진국이 불평등의 모순에 빠진 과정이나 배경은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선진국에서의 불평등은 시장 근본주의에 경사된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라도 적어도 반칙과 불법으로 얼룩진 왜곡된 시장 체제에서 연유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한국에서 ‘자본주의 고쳐 쓰기’의 또 하나의 지향점을 ‘정의로운’ 사회로 규정해본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인 바라는 자본주의’를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설정하고자 한다.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원론적인 이상론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함께 잘사는 것이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해낼 구체적인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는 그러한 정책들을 실제로 시행할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해낼 정책들
― 초과내부유보세 도입, 기간제노동자보호법 수정, 증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투자 계획이 없으면서도 내부유보금을 쌓아가는 것은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초과 내부유보세’의 도입은 필요하다.
현재 기간제노동자보호법상 정규직 전환 기준인 ‘동일 노동자의 근무 기간 2년’을 ‘동일 업무의 존속기간 2년’으로 바꾼다면 기간제 근로자가 맡고 있는 일이 상시적인 업무인 경우에 첫 2년은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떤 노동자를 고용하든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현재 소득세의 누진 구조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은 소득공제 제도의 역누진성과 고소득 계층에 대한 누진 구조가 누진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상위 1% 소득 계층에 대해서는 누진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소득을 늘려주면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소위 ‘낙수 효과’는 이미 효과가 없는 실패한 정책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한국의 명목적인 법인세는 22%와 지방세를 합해서 24.2%이며, 이는 OECD 34개 국가 중에서 21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법정 법인세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중간 이하 정도이며, 평균 실효세율이 16.6%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욱 낮은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 누진 구조는 초대기업에 현재의 22%보다 훨씬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기업 양극화의 현실을 반영해서 200억 원 이상의 현행 누진 단계를 더 세분화하여 누진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방적인 사전적 규제 요건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불법행위에 대해서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사후적인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규제 당국이 아닌 피해 당사자가 직접, 그리고 쉽게 자신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한 제도로서 집단소송제, 징벌적 배상제 등을 들 수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 구제를 위한 소송 대상을 지금보다 광범위한 유형의 범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 실시해야 한다.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부당이득만 환수하는 것은 오히려 벌금을 내고 불법적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용인하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모순이 있다. 따라서 범죄자로부터 시장구조와 질서에 끼친 폐해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까지도 환수하는 ‘징벌적 배상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인 ‘재벌 개혁’ 시작하자!
― 소유 구조 개선, 경영 행태 개선 등
한국 경제에서의 재벌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거시 경제적으로는 재벌 그룹들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문제다. 둘째, ‘모든 것을 다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로 요약되는 사업 구조의 문제다. 셋째, 계열사 간의 출자를 통하여 낮은 주식 소유 비율로도 총수 가족들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소유 구조의 문제다. 넷째, 투명성과 책임성이 없는 경영 행태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재벌의 소유 구조와 경영 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몇 가지 제도를 제안한다.
소유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비업무용?무수익 자산의 순환 출자를 제한하는 지주회사 제도, 계열사 주식을 100% 소유함으로써 계열사를 완전히 내부화하는 ‘내부 회사 제도’,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확보의 목적으로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에 반드시 50%+1주의 주식을 보유하게 하는 ‘계열사 주식 의무 매수 제도’를 도입 강화해야 한다. 경영 행태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주주들이 사외 이사 후보를 지명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다.
피케티의 ‘자본세’ 도입 논쟁
―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다!
최근에 유럽과 미국에서 프랑스 경제학자인 피케티(Thomas Piketty)의 저서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21세기 자본)》이 많은 관심을 끌었고, 한국에서도 식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두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의 누진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누진세의 강화는 소득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표준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필자도 앞서 한국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실질적인 누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둘째,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으면 자본이 실물경제의 성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성장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더 많은 가져가서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라마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의 분석 결과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을 포함한 모든 신흥 시장 국가들에서 ‘자본 수익률⒭>성장률⒢’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19세기부터 상당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었지만, 신흥 시장 국가들이 자본을 축적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 30, 40년에 불과하다. 2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거대한 자본을 축적했고,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은 선진국 대상의 분석 결과로 유추한 정책 대안으로서 피케티의 자본세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는 한국의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자본세로 정부 수입을 늘려서 재분배하는 정책보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이 더 시급하다.
또한 피케티가 제안한 자본세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전 세계 모든 나라, 또는 최소한 OECD 회원국에 준하는 경제 수준을 가진 나라들이 동시에 함께 도입해야 한다. 금융 위기라는 자본주의의 대재앙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토빈세가 도입되지 않는 것이 21세기 세계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자본세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 토빈세처럼 지금부터 또 다른 4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길
― 민주주의가 희망이다!
자본주의가 갖는 원천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인 경험들이 말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20세기 초의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재앙이었던 대공황을 해결한 것도 정부가 정책으로 시장에 개입한 결과였다. 1940년대 초에 보다 평등한 구조로 바꾸고 두터운 중산층을 만들어낸 것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들이 성공을 거둔 결과였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서 20세기 초반처럼 다시 극심하게 불평등한 구조로 바뀐 것도 시장 근본주의적 정책들이 초래한 결과였다. 유럽이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심해진 것도 실패한 시장 근본주의 정책들을 추진한 결과다. 스웨덴이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복지국가를 이뤄낸 것도 정책들의 결과였다. 반면에 복지 제도가 일반화되면서 발생한 과도한 재정 부담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정책의 실패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 실패와 자본주의 실패는 정책의 실패이며 정부의 실패다. 더 넓게는 시장과 자본주의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이며 민주주의의 실패다.
한국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결합한 것은 지난 30년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평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결합한 한국의 자본주의가 새로운 변혁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 자본과 노동의 이해가 충돌할 때, 불평등을 만드는 자본주의는 자본의 편이다. 그러나 평등을 만드는 민주주의는 노동의 편이다. 자본주의는 기득권 세력, 부유층 그리고 재벌의 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중산층과 서민, 소외층 그리고 중소기업의 편이다. 자본주의는 ‘돈’이라는 무기가 있지만,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투표’라는 무기가 있다. 국민의 절대다수는 자본이 아닌 노동으로 삶을 영위한다. 그러기에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충돌할 때, 민주주의가 가진 ‘투표’의 무기가 작동되면 자본주의의 ‘돈’이라는 무기를 이길 수 있거나 적어도 제어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가 정의롭게 작동하려면 노동으로 삶을 꾸리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적인 정치 절차를 통해 자본가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추천의 말
이 책은 우리가 오래 기다려 온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와 작동 방식, 그리고 그것의 명백한 한계에 대한 다층적이고도 총체적인 분석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우리는 한국 경제를 이해하고, 그 대안을 탐색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지적 자원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현실 분석을 토대로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더욱 빛난다. 롤스의 ‘정의의 이론’과 자유주의의 가치를 통해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은 압권으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그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에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학문적, 실천적, 정책적 문제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끌어낼 수 있고, 또한 보수 진보 간, 그리고 진보 내에서의 한국 경제에 대한 그들 사이의 논쟁점과 서로 다른 이해 방식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수년간의 학문적 열정을 쏟아 부은 결실로서 대작을 우리 앞에 내놓은 장하성 교수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저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돈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하나는 답이 없고, 하나는 답이 있다. 그런데 그 명확한 답이 언제부터인가 정반대로 변했다. 돈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은 건 자본주의다. 이 주객전도된 세상은 갈데없는 지옥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 지옥살이를 해야 하는가. 돈이란 인간의 삶의 편리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일 뿐이었다. 그 도구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이 주인의 자리를 회복하는 길은 없는가. 철저한 분배의 실천! 그리하여 ‘인간적 자본주의’, ‘공생적 자본주의’를 탄생시켜야 한다. 장하성 교수의 이 책은 그 길을 모색하고, 실현 가능함을 밝혀주고 있다.
조정래 (작가, 《정글만리》의 저자)
룰이 없는, 혹은 있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은 불평등한……. 이것이 우리가 한국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해 갖고 있는 대략적인 인식이다. 대략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수많은 구체적 사례들에 대한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커다란 관념이다. 그래서 잘 바뀌지 않는다. 장하성 교수는 이러한 인식의 토대로 한국의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불안정한 혼재를 말하며, 결국 기형적일 수밖에 없는 한국 자본주의를 고쳐서 쓰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정의로운 자본주의’,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동의한다.
손석희 (언론인, JTBC 보도 담당 사장)
나는 행운아다. 장하성 교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과격한 좌파 운동가 내지 영미식 신자유주의자라는 모순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책은 그것이 얼마나 부당한 편견인가를 증명하고 있다. 정통 재무 이론에서부터 존 롤즈의 ‘정의론’까지, 집단소송에서부터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까지, 그의 사유에는 좌우의 경계가 없다. 그러나 진실로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구체적 현실과 실현 가능한 대안에 대한 천착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실천적 지식인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라는 그의 제안을 실현해 나가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종횡무진 한국 경제》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