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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10,9)

구봉88 2014. 10. 10. 13:50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550호,   2014.  10.   9.)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내수 뚝.. 물가 뚝.. 엔低 뚝.. 점점 커지는 '디플레 공포'

  2.또 꺼낸 '최경환 카드'… "성장률 0.1%p라도 끌어올린다"

  3.'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4.日 ‘엔低’ 날개펴고 中 중간재시장 잠식… 설땅 좁아진 한국

  5.IMF "유로존 트리플딥 가능성 40%"…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6.'중국판 마셜플랜' 유럽을 구원할까

  7.국제유가 추락할 수 밖에 없는 3가지 이유는?

  8.남북 1인당GNI 격차 19배…北경제 재건비용 ‘533조원’

  9.꼬이는 정부조직법 관가는 개점휴업중

  10.작년 10대 기업 세금 3조 감면… 번 돈의 12%만 법인세로 냈다

 

기업경영

  1.삼성의 三星(삼성전자 · 삼성SDI · 삼성전기), ‘S · E · E’ 로 눈돌린다

  2.한국 오는 저커버그…그의 관심은 삼성

  3."적자 늪 탈출 원동력은 과감한 기술투자" SK하이닉스, 사상최대 분기 영업익 질주

  4."작은 게 좋다"…글로벌 기업들 '分社 열풍'

  5.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 유통업체 ‘영역파괴’ 바람

  6.중기중앙회 계약직 유서…"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7.“다음카카오 앞날 우리도 모른다”

  8.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189만원 ‘글램버거’

  9.빅데이터 시장, 2018년 415억 달러까지 성장

  10.PC 분사 반대했던 HP CEO의 변심 이유

  11.군인공제회는 퇴직군인 ‘낙하산부대’

  12.면접 전 “시장과 30년 친구다” 대놓고 과시… 민선 6기 출범 100일 ‘인사 잡음’ 제도 보완 필요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뉴욕, 미국 최고의 혁신도시 선정 <CNN머니>

  2.“글로벌 부동산시장 급팽창…한국도 주요 투자 대상”

  3.수렁에 빠진 ‘IS와의 전쟁’…美ㆍ터키의 선택은?

  4.스위트롤… 아메리콕… 영어로 쓰면 더 맛있나

  5.[국정감사] "장관들 기껏 짜낸 꾀가 그거냐"

  6.北 고위급 3인방, 왜 朴대통령 만나지 않았을까?

  7."올림픽은 재앙!…선진국이 개최 거부한 이유?"

  8.진정한 힐링이란? 이젠 산림복지다

  9.일본은 생물다양성 '열풍'…무지한 한국 정부

  10.모든 발음 표기 가능한 한글, 국제표준음성기호로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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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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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경환 경제팀이 3개월도 안돼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소비 심리 개선에 따라 소비 지표도 일부 살아나고 있지만 기업의 설비투자가 녹록지 않은 등 내수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엔화 약세(엔저) 등 대외 요인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저물가 기조는 계속되고 있어 일부에선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갈 길이 바쁜 경제팀 입장에선 어떡해서든 경기부양이 절실한 시점인 셈이다.

■경기가 어떻길래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는 2·4분기의 부진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으며 경기종합지수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침체됐던 소비심리가 일부 개선된 결과다. 하지만 추가 회복을 막는 제약요인이 더 많은 실정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는 조짐"이라면서 "소비심리 등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실물경제 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내수부진과 저물가 지속에 따른 기업수익성 저하 등으로 투자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심리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7월 0.3%, 8월 2.7%를 각각 기록했던 소매판매(전기비)는 9월 들어선 8월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선행지표인 기업 설비투자는 7월에 3.4%였던 것이 8월 들어선 -10.6%까지 추락했다.

기재부 김병환 경제분석과장은 "설비투자는 8월 들어 항공기 도입 감소, (기업)투자심리 위축 등의 이유로 크게 둔화됐다"면서 "8월부터 기계류 수입이 다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9월 설비투자는 다소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역시 8월 72, 9월 74로 여전히 기준점인 100보다 한참 밑을 맴돌고 있다. 수출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원화기준으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게다가 고용도 증가하고 있지만 정규직보다는 임시직 등이 크게 늘어난 것이 전체 고용 증가세를 떠받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증가세는 미진하다는 이야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정책은 중기적 관점에서 달성 가능한 경상성장률(또는 세수증가율)을 상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없이 적자재정을 지속할 경우 국가부채가 급증한 일본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엔화 약세 등 대외 여건도 '빠듯'

기재부는 10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엔화 약세 △중동지역 정정 불안 등을 대외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엔저 대응책을 별도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원·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8월 이후 최저인 950원대까지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엔화 약세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이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일경합도가 큰 석유제품, 자동차, 철강이 대표적으로 일본은 벌써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동안 한국으로 몰려왔던 일본 관광객이 엔저로 인해 발길을 거두고 있는 것도 역효과의 또다른 면이다. 2011년 한 해 8.8% 증가(전년 대비)했던 일본 관광객은 지난해 21.9% 감소했고 올해 들어선 1월부터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1%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가면서 엔저 추이 등에 따라 필요 시 추가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국민일보

정부가 좀처럼 경기에 불씨가 지펴지지 않자 또 다시 올해 안에 ‘5조원+α’를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경기가 다시 꺾이고, 엔화 약세 등 대외 위험요인까지 겹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4%대 회복’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투자 침체를 살려낼 묘수가 없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 이슈 등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 ‘최노믹스’의 두 번째 승부수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기금 지출, 공공기관 투자 등을 1조4000억원 늘리고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의 연내 집행을 3조5000억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시내 면세점을 추가 지정하고 주택연금 가입 대상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3개월도 안 돼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은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더 꺾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저물가가 지속되고 전체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고 종합평가했다.

특히 8월 설비투자는 수익성 악화와 기업심리 위축 등으로 세월호 사고 시기인 지난 2분기보다도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산업생산지수도 마이너스 3.8%를 기록,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정부의 ‘41조원 정책 패키지’ 발표에 따른 효과는 이미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엔화 약세 장기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굵직굵직한 대외 변수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가 애써 끌어당겨보려는 소비 증대도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도 줄어 어려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뉴스1

© News1

미국 성장속에서도 중국, 유럽, 일본 동시 경기둔화 조짐
미달러화 안전한 곳 찾아 미국으로 귀환...외인 코스피 주식 한달새 2조 팔아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끼이며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경제가 성장에 속도를 더하지 않은 가운데 그간 회복이 기대되던 유로존과 일본 경제가 주저앉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경제도 성장세가 처지고 있다.

미국경제는 선진국중 나홀로 성장을 뽐내고 잇지만 나머지 경제권의 부진이 미국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구도에서 글로벌 자금은 미국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성장이 어느정도 됐다고 보고 더이상은 돈을 풀지 않기로 한 것이 촉매가 되고 있다.

◇ 글로벌 증시 3주새 4%빠져..미국 빼고 경기 적신호

글로벌 증시는 9월19일을 단기고점으로 약 4%가량 빠졌다. 9월19일 종가에 비해 다우지수는 3.6%,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4.8% 하락했다. 코스피의 경우 글로벌 증시에 앞서 7월말 2083에서 종가기준 고점을 찍고 8일 1965까지 5.7% 밀렸다.

이유는 글로벌 경기불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수정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3%로 낮췄다. 미국은 올 성장률이 1.7%에서 2.2%로 높였지만 유로존(1.1%→0.8%)과 일본(1.6%→0.9%)은 낮췄다.중국은 올 7.4%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내년은 7.1%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에서 최경환 경제팀이 내년까지 41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놨지만 빛도 보기도 전에 글로벌 경기불안에 파묻히는 모양새다.

유럽지역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깜짝' 금리 인하와 초저금리 장기대출(TLTRO)라는 묘수를 던졌음에도 경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핵심축인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이 4%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발표되자 경기 불안은 더욱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자금은 미국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들은 코스피 주식만 2조940억원어치 팔았다. 이같은 자금유출에 원달러환율은 최고 1070원까지 올랐다.

◇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미국채 금리 급락, 달러강세

8일 우리투자증권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스트림의 자료를 분석한 추이를 보면 하반기 미국(USA)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모으던 서유럽 지역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외면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유럽펀드는 8월 말을 기점으로 자금 순유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제외 아시아 펀드(Asia ex Japan Fund) 역시 하반기 들어 부침이 심해졌다. 9월 중순 이후로는 순유출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강현철 우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머징 시장에서는 한국, 선진국에서는 유럽에서 자금 이탈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비교적 견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불안 우려와 미달러화의 귀환속에 다시 미국국채는 랠리를 맞이하고 있다. 10년만기 미국국채수익률은 미연준의 조기긴축 우려가 대두되며 9월 18일 2.65%로 올랐다가 내리 하락 7일 현재 2.35%로 뚝 떨어졌다. 미국채 선호와 더불어 달러화는 강세일로다.

엔달러환율은 110엔을 한때 노크했다. 주요 6개국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8일 오전(현지시간) 현대 85.77로 6월말 80 수준에 비해 약 7%가량 가치가 올랐다. 강달러에 원유 등 원자재값도 추풍낙엽이다. 금값도 달러강세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금선물지수를 추종하는 SPDR 골드트러스트 ETF(상장지수펀드)는 8일 117달러로 올 3월 기록한 고점 133달러에 비해 13.6% 하락했다. 특히 달러강세가 본격화된 올 하반기 낙폭이 두드러졌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산매입 종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선진국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강하게 나타난 반면 신흥시장은 FOMC 이후 자금 유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 관련 논의가 이달 양적완화 종료 이후 확산될 것"이라며 "과거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하던 신흥국 자금유입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 회복이 셰일가스 혁명과 내부 제조업 부활 등 이전과 다른 패턴을 보이면서 그 온기가 세계 전체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10월 FOMC 전후로 달러화의 추가 강세와 이에 따른 이머징시장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ㆍ졸속 쏟아내는 최경환 경제팀

ㆍ‘키코사태’ 뻔한 엔저대책… 5조 끌어다 ‘추가 활성화’… 재탕 남발에 시장 ‘미지근’

정부가 엔저(엔화약세)와 증시하락, 하반기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엔저대책’과 ‘추가활성화대책’ 등을 쏟아냈다. 내년까지 쓰기로 한 41조원의 정책자금 중 5조원 이상을 연말까지 미리 끌어다 쓰고 환변동보험 가입을 독려하겠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참신성이 떨어지고 기존 정책을 새롭게 포장한 ‘땜질대응’에 불과해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기금지출, 공공기관 투자 1조4000억원,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의 연내 집행 3조5000억원 등을 통해 5조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정책자금 패키지 41조원 중 연내 집행액이 26조원에서 31조원 이상으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을 보면 서울·부산 등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개수와 장소는 내년 초 결정된다. 다주택자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이에 따라 주택투기자도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엔저대책으로는 기업들의 환변동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일반형 환변동보험료 부담은 절반으로 줄이고, 농수산물 수출기업의 옵션형 환변동보험료도 자부담을 축소한다. 하지만 정부는 2009년에도 기업들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독려했다가 환율이 폭락하면서 상당수의 기업이 존폐위기까지 몰렸다. 이른바 ‘키코(KIKO)사태’다.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저리에 공급한다. 수출입은행의 시설재 수입자금 대출금리는 0.5%포인트 인하하고 자동화설비 관세 감면 대상을 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해 일본에서 기계류를 수입하는 업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엔저 피해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것도 추진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들은 이미 시행하거나 시행하기로 한 기존 대책들을 확대 적용하는 수준이다. 새로운 제도나 자금 투입은 없다. 정부는 주요 사안마다 정책발표를 예고하지만 막상 발표되고 나면 미세조정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정책을 발표해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자영업이 어렵다고 하면 자영업대책, 내수가 나쁘다고 하면 내수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기는 하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 ‘일주일짜리’ 졸속 대책만 양산되는 형국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기존 정책이라도 확대 적용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 시장에서의 효과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동아일보

[동아일보]
[끝모를 내수침체, 정부 비상] 경제팀, 재정확대 연이어 발표

정부가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5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시중에 공급하기로 한 것은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아래쪽으로 꺾이고 있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응급 처치’에 가깝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어렵게 고개를 든 경기회복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기 전에 신속히 대응해 내수와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엔화 약세 등 거센 외풍(外風)에 성장동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내놓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경기 회복세 식을라” 신속한 대응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정부가 두 달여 동안 시중에 푼 자금은 11조7000억 원에 이른다. 당초 올해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26조 원 중 절반가량을 이미 집행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던 경제지표들은 최근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8월 전월 대비 3.8% 감소했고 각종 투자확대 정책에도 설비투자는 한 달 전보다 10.6% 줄었다. 민간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이른 추석 효과에 힘입어 8월 2.7% 증가(전월 대비)했지만 9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화 약세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악재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위협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따라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투자 심리마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움츠러든 가계와 기업에 자신감부터 되살리겠다”던 정부 경제팀의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날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확산되는 불안감에 발 빠르게 대응해 경제를 당초 기대했던 성장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월 말 내놨던 41조 원의 ‘정책 패키지’ 중 올해 말까지 집행하기로 한 정책자금 규모를 26조 원에서 31조 원으로 확대하고 관광 활성화 방안 등 내수 보완 대책을 내놨다. 내년 1월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외국인 관광객 대상 ‘코리아그랜드세일’ 일정을 12월로 한 달가량 앞당기고 환전업자의 환전 허용액을 하루 2000달러에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만 19세 이상인 제주면세점 이용자 연령제한도 폐지된다. 고령자 가구와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이 체불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하고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민 대상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대출’의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지금까지는 주택 교체를 위해 대출을 받는 1주택자는 주택 가격이 4억 원 이하여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6억 원 이하 1주택자도 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6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부동산 중개보수를 인하하는 방안도 이달 발표할 계획이다.

○ “내수 부진 해결하기엔 역부족”

엔화 약세에 대한 대응도 대폭 강화했다. 직접 피해를 본 일본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이 낮아진 일본의 설비를 사들여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우선 정부는 일본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공사와 기업은행의 특례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등 12월까지 1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4000여 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환율 변동으로 입은 손해를 보전해주는 환(換)변동 보험의 보험료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줄 방침이다.

또 자동화 설비를 수입해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해 관세를 30% 깎아주는 세제혜택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현재는 중소기업만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시설재 수입자금 대출금리도 0.5%포인트 인하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설비투자펀드 지원 금액도 3조5000억 원 확대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인다. 저금리에도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흐름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지원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해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경제가 회복될 때 보조를 맞춰 실물경제를 살렸어야 하는데 정부 대책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활성화 방안 역시 관광 등 지엽적 대책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데는 가계부채,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번 대책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한다기보다 민생안정 지원책에 머물고 있다”며 “서비스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 돈을 풀어도 재정만 악화되고 경기는 주저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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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崔경제팀 "경기 회복속도 아직 미약… 더 밀어붙여야"]

8월 설비투자 10.6% 줄어, 백화점·할인점 매출도 하락… 주택 매매 가격은 소폭 반등

美양적완화 축소·엔화 약세 등 대외 경제 환경도 녹록지않아


8일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책자금 5조원 이상을 연내에 추가 투입하는 긴급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미지근하게 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동력)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입각 후 총 41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아직 경기 회복 속도가 미약하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부터 정책자금을 시중에 풀었는데 그 효과는 2~3개월 후에 나타난다"며 "아직 경기 회복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 좀 더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살아나지 않는 생산·투자·소비지표

정부가 미니 부양책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지난달 말 집계된 8월 생산과 설비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3.8% 줄었다. 생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해도 부족한 판에 성장세가 완연히 꺾여 버린 것이다. 같은 달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0.6%나 줄었다. 11년여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기업들이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고 금고를 닫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대를 가졌던 소비 지표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기재부가 매월 모니터링하는 주요 소매판매 지표 중 8~9월을 합한 백화점·할인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월 매출이 3~4%씩 빠졌던 것에 비하면 나은 모양새지만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큰 할인 행사가 있을 때만 판매가 반짝 오르고 금방 다시 주저앉는다"고 말했다. 다만 9월 주택 매매 가격이 전월에 비해 0.2%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은 온기가 살아남아 있다.

당초 정부는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경기 부양 자금이 원래 계획대로 잘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회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지난달 말 나쁜 지표들이 돌출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요 지표들이 나빠져 시장이 원하는 부양책을 분석해 그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미니 부양책으로 투입하게 되는 돈은 설비투자 펀드 등 기업의 수요가 있는 분야, 디딤돌 대출(무주택 서민에게 제공하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조건 완화 등 시장의 수요가 있는 분야에 집중될 계획이다.

대외 경제 환경도 악화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마련한 이유다. 기재부는 "미국 양적 완화 축소, 엔화 약세, 중동 지역 불안 등의 위험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 충격은 주식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의 배당 강화 정책으로 2082포인트(7월 30일)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8일 1965선까지 내려앉았다. 미국이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사는 형태로 돈을 푸는 것) 종료를 앞두고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시장에선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 투자금이 1조1000억원 이상 빠졌다. 여기에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경기 대응책만으로 경기 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4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재정정책이 경기 모멘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 5조원의 투입 속도를 앞당기는 정책 정도로는 모멘텀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는 생물과 같아 성장률이 탄력을 잃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재정 조기 투입이 4분기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정부 엔저 피해 긴급 대책 - 中企 대부분 '키코 트라우마'

換변동 보험 가입 꺼리고 있어… 보험료 인하, 대출 지원하기로


제주도에서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8일 "엔저 때문에 1년 만에 10억원의 손실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양배추 등 농산물을 매년 3000t씩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데, 일본 수출 비중이 90%에 이른다. 하지만 1년 전 100엔당 1300원으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엔화환율이 1000원 밑으로 급락하는 바람에 적자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씨는 "물류비·농산물 수출 단가는 올라가고 있는데 엔화는 떨어져, 매년 3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올해는 20억원 미만으로 확 줄 것 같다"고 했다.

극심한 엔저로 인해 일본에 물건을 파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키코(kiko) 트라우마' 때문에 '환(換)변동 보험' 같은 환헤지 상품 가입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은행들이 파는 키코에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값이 폭등(환율 상승)해 막대한 손실을 본 악몽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수출 중소기업들의 엔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변동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등의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환변동 보험료 깎아준다

중소기업이 무역보험공사에 가입할 때 내는 환변동 보험의 보험료가 50% 싸진다. 일본 수출비중이 20%가 넘는 4000여개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환변동 보험은 일반형의 경우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0원일 때 가입하면 환율이 1000원으로 고정된다.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이익을 본 보험 가입 기업이 환차익을 무역보험공사에 주고, 900원으로 떨어지면 반대로 무역보험공사가 기업에 차액을 주는 구조이다. 1억원어치를 수출하면 평균 2만5000원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데, 올 연말까지는 1만2500원 수준으로 내린다. 환율이 올라도 무역보험공사에 돈을 낼 필요가 없는 옵션형 환변동 보험은 일반형보다 보험료가 비싼데, 옵션형도 보험료가 절반으로 준다. 현재 1억원 수출 때 20만원 정도인 보험료가 10만원으로 싸진다. 다만 옵션형은 농수산물을 수출하는 679개 중소업체에 대해서만 보험료 인하 혜택을 준다.

엔저 피해 기업에 대출금리 인하

정부는 이번에 각종 금융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엔저로 손해를 본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입은행을 찾아가면 대출금리를 0.3%포인트 깎아준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수출대금을 보증받는 경우 보증수수료를 0.3%포인트 할인받는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45개 중소 여행업체는 최대 100억원까지 연 2.25%의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일본산 기계류를 수입하는 기업들도 지원대상이다. 일본산 기계장비를 수입하는 기업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연 4%대인 대출금리를 0.5%포인트 낮춰준다. 자동차·기계·철강 등 일본과 경합하는 업종의 수출 중소기업이 일본에서 설비를 들여올 경우에도 신보와 기보에서 보증수수료를 0.3%씩 깎아준다. 자동화 설비를 일본에서 수입할 경우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관세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키코(KIKO·Knock-In Knock- out option trading)

달러 등 외화의 가치가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출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영향으로 달러값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 폭등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올라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국경제


면세점 늘려 유커 소비 촉진

[ 조진형 기자 ]

정부가 연말에 정책자금 5조원을 더 풀어 기업 투자를 지원한다. 또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끌어내기 위해 시내 면세점을 늘리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차 경기 부양 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최 부총리 취임 직후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세제 개편, 재정 확충 등을 확대 보완한 것으로 지난 3개월여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재정 확대 규모를 기존 41조원에서 42조4000억원으로 늘리고, 연내 집행 규모를 26조원에서 ‘31조원+α’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엔저 공습’으로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 설비 투자 및 외화대출 지원금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설비자금 공급 규모를 3조5000억원 확대하는 한편 관세 감면 등 세제 지원으로 기업의 투자비용을 줄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내수 활성화 대책도 보완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하고,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을 두 배로 늘려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 1월9일~2월22일에서 올해 12월1일~내년 2월22일로 변경된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하반기 정책자금 5조 늘려

기업 설비투자 지원펀드 집행 2배 늘려 7조로

환전 한도 상향 등 유커 소비 늘려 내수 살리기


[ 김주완 기자 ]

정부가 3개월 만에 경기 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은 것은 올 4분기가 경기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최근 주요 지표들이 상승과 하강의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다소 재정운용에 부담을 안더라도 4분기에 전기 대비 1% 이상의 확실한 성장세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지다.

○3개월 만에 추가부양

정부가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한 하반기 정책자금 집행액은 31조원 이상이다. 지난 7월 정부가 ‘새 경제팀의 경제운용방향’에서 밝힌 정책자금 26조원보다 5조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 3개월 동안 경기부양 총력전을 펼쳤지만 아직 회복의 불씨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연간 경제전망(경제성장률 전망치)을 낮출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서도 “저물가가 지속되고 전체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3.8%나 감소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커 지갑 열어라”

추가 집행액 5조원은 주로 성과가 빨리 나올 수 있는 분야에 투입된다. 주택, 신용보증 등의 각종 기금액을 2400억원 늘려 △주택기금 위탁수수료 830억원 △복권기금 법정기관 사업지원 426억원 △행복기숙사 설립 418억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320억원 등을 연말까지 집행할 계획이다. 또 올해 공공기관의 추가 부채감축액 5조원 중 7000억원을 시설투자에 투입한다. 기업의 시설재 도입을 위한 외화대출과 중소·중견기업 설비투자 지원을 위한 펀드 집행액도 기존 3조5000억원의 두 배인 7조원을 책정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커의 소비 여력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현재 42개인 시내면세점을 중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제주 등에 추가로 허가해주고 외국인이 환전할 때 여권 외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 등도 신분 확인 수단으로 인정해줄 예정이다. 또 내년 1월로 예정된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을 연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하루 2000달러로 한정된 외국인 환전 규모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 밖에 △주택연금 대상자 9억원 이하 다주택자까지 확대 △중소기업 대상 체불임금 지원(500억원) △중소 의원·약국 대상 건보공단 급여 조기 지급(7000억원)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성장률 소폭 상승 기대

정부는 또 투자 확대를 위해 창업 중소기업 세액 감면 대상에 관광유람선업과 관광공연장업을 추가하고 원천 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올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 기준으로 따지면 경제성장률이 0.025~0.05%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것. 하지만 정부 기대만큼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집행 규모를 늘렸지만 절반 이상이 융자 형식이다. 이런 방식은 돈을 바로 투입하는 재정 지출에 비해 재정지출승수(재정 지출 투입이 실질 국내총생산을 늘리는 정도)가 떨어진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매일경제

정부가 추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 하반기 5조원을 더 풀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만 26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하려 했지만 최근 기업 투자가 급감하고 민간 소비도 지지부진하자 극약 처방을 선택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기금 지출, 공공기관 투자 등을 1조4000억원 늘리고,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의 연내 집행을 3조5000억원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정책자금 패키지 41조원 가운데 연내 집행액을 26조원에서 31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행복기숙사 건립(41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320억원), 예술활동 후원(127억원) 등 정부가 기금을 통해 당겨 쓸 수 있는 자투리 자금이 총망라됐다. 심지어 부채 감축을 추진하는 공공기관들마저 7000억원 규모 시설투자를 연내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 3조5000억원은 내년에 쓸 자금을 올해 당겨 쓰는 식이다. 이로 인해 새 경제팀이 확장적 거시정책을 통해 풀 자금 규모는 41조원에서 42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대한 확장적으로 정책패키지를 짰다던 정부가 한 달여 만에 다시 추가로 돈풀기에 나선 건 그만큼 최근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모두 부진한 데다 엔저 터널을 지나며 대기업 실적마저 꺾이는 상황에서 올해 경기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전범주 기자 / 박윤수 기자]

  서울경제

정부, 내수진작·엔저 대응책

유커 겨냥 시내면세점 늘리고 환변동보험료 절반으로 인하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연내 '5조원+α'의 정책자금을 추가 집행한다. 기존 26조원에다 5조원 이상 늘린 총 31조원가량을 쏟아부어 미지한 내수경기에 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갈 계획이다. 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의 관광과 소비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시내 면세점을 증설하고 노후불안 없이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다주택자의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對)일본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환변동보험료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1조원의 정책자금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최근 경제동향에 따른 대응방안'과 '엔저 대응 및 활용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자금 투입 규모를 연내 5조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앞서 밝힌 41조원 상당의 정책 패키지 중 연내 집행 규모 26조원을 31조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외화대출과 설비투자펀드 예산 3조 5,000억원을 내년에서 올해로 앞당겨 조기 집행하고 기금과 공공기관 지출, 정책금융 지원액은 1조4,000억원 상당을 추가 발굴했다.

기업 채산성 악화 등의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엔저 대응 차원에서는 대일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일반형 환변동보험료 부담을 절반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수출중기를 중심으로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이 1조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며 엔저를 활용해 자본재를 구입하는 기업은 관세감면 및 할당관세 등의 세제지원안이 마련됐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예상된 경기회복 흐름을 밑돌 수 있는 만큼 내수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 노력과 엔저 대응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서울경제

서울경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이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KDI 정책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 KDI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은이 '금융안정' 같이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통화정책 목표를 앞세우기보다는 '물가 상승률 2~3% 유지'로 명확히 천명하라는 주문이다.

8일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현재 통화당국에 객관적으로 검증되기 어려운 '금융안정' 등 다양한 목표가 추구돼야 하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오히려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는 한편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일차 목표가 연율 2~3%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데에 있음을 명확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가 1%대인 상황이 오래가고 있어 이를 2~3%로 끌어올릴 적극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라는 지적이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조 부장은 나아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시기에 금리인하 대신 적자재정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중장기적으로 세수 증가세가 둔화하는데 계속해서 적자재정을 펴면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그에 맞는 적정금리도 하락하므로 기준금리를 내려서 대응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조 부장은 "일본은 통화당국이 디플레이션을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을 반복해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40%까지 불어났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금융안정과 관련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완충하기 위해 금융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농협·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권역은 소관부처와 관계법령의 차이로 느슨한 감독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최근 5%를 밑돌고 있으나 상호금융권역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모두 이를 상회하고 있다. 그는 "현재 비은행권에 대한 감독이 난립해 있는데 정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서울경제



중견기업도 저율할당관세

정부의 엔저 대응방안은 '피해 기업 지원'과 '엔저 활용' 등 크게 두 가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정부는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일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약 1조원가량의 정책자금을 풀도록 했다. 환헤지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는 대기업에 비해 엔저 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점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책금융공사 온렌딩(전대차관)을 2,000억원 지원하고 정금공과 기업은행의 정책자금 잔여분 6,600억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한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을 1,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신·기보의 특례보증도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새로 적용된다.

환변동보험 지원도 확대된다. 환변동보험이란 기업이 환율변동으로 입게 되는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으로 일반형은 이익을 환수하지만 옵션형은 이익이 기업에 귀속된다.

정부는 지난 9월 말 기준 2조5,000억원 중 잔액이 1조6,000억원 있는 무역보험공사 환변동보험 자금을 최대한 집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기존에 수출금액 10만달러당 2만5,000원이던 일반형 환변동보험료도 1만2,500원으로 낮추고 옵션형도 절반(20만원→10만원)으로 내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옵션형 환변동보험은 정부가 90%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보험료가 비싸 가입실적이 저조했다"며 "보험료 부담을 대폭 완화한 만큼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저를 생산성 향상의 기회로 삼자는 정부의 역발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시설재 수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금리로 외화대출 및 설비투자펀드를 3조5,000억원 지원하기로 했다. 수은의 시설재 수입자금 대출금리도 0.5%포인트 인하한다.

이와 함께 시설재 수입을 통한 설비투자시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에만 적용하던 자동화 설비 관세감면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부품·소재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유도를 위해 성장사다리펀드 내 중소·중견기업의 M&A 지원 전용 펀드를 신규 조성해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과거에도 엔저 대책 때는 정책자금 지원 등이 주로 활용됐지만 이번에는 역발상을 통해 피해만 감안하지 말고 투자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자는 쪽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세계일보
정부 추가부양대책 왜 나왔나
8일 정부가 5조원 규모의 경기 대응책을 추가로 내놓은 것은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둘 경우 경기 회복 흐름이 깨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저물가 지속, 투자 감소, 미국의 금리 인상, 엔화 약세(엔저) 장기화 등 위험 요인이 여전해 이번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흔들리는 경기 회복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각종 대책들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일부 개선됐지만 실물지표로는 아직 연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세월호 참사에 따른 2분기 부진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모양새다. 그러나 8월 전체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고, 수익성 악화와 기업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10.6%나 줄었다.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임금상승률도 둔화세이다.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경기가 둔화할 우려도 있다. 엔저 가속화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도 있다.

◆5조원 앞당겨 쓰기


정부는 기존 내수활성화 대책(41조원+α) 가운데 올해 하반기 집행하기로 한 정책자금 규모를 26조원에서 31조원으로 5조원 늘리기로 했다.

기업의 시설재 등 수입을 지원하기 위한 외화대출과 중소·중견기업 설비투자를 위한 펀드의 집행 확대(3조5000억원), 공공기관 부채 감축액 중 일부를 시설투자 등에 집행(7000억원), 수출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 확대(4000억원), 행복기숙사 건립 등 서민생활 안정 지원(2400억원) 등에 투입한다.

내수 보완을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외국인의 관광 편의를 높이고 판촉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올해 12월로 앞당겨 실시하고, 이 기간을 ‘한국 방문 주간’으로 운영·홍보하기로 했다.

◆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이번 대책이 성과를 거두면 4분기 성장률이 0.1∼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올해 1분기 0.9%, 2분기 0.5%로 부진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3.7%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예상보다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지만,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정도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기 부진에 따른 임금상승 둔화→소비 위축→기업경영 위축→임금상승 둔화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있다.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져야 씀씀이가 커지면서 내수도 좋아지겠지만 아직 대내외 위험요인이 여전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과제들의 효과를 집중 점검해 성과가 있는 과제는 더욱 확대하고 미진한 과제는 수정·보완하는 등 경제 활성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한국경제

엔低 대응책

자동화 설비 수입관세 절반으로


[ 김우섭 기자 ] 수출기업이 환율 변화에 대비해 가입하는 환변동보험의 보험료가 연말까지 50% 인하된다. 일본 등에서 기계를 사들여 투자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설비 수입관세(최대 8%)도 4% 이하로 인하된다.

정부는 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엔저 대응 및 활용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는 조짐이 보인다”며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리스크(위험) 관리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대(對)일 수출기업의 환변동보험료를 연내 가입분에 연간 50% 줄여주기로 했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이용 실적(올해 목표 대비 36% 소진)이 저조한 환변동보험 가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환변동보험에는 보험 가입 당시보다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강세) 손실을 보상하고 환율이 오를 경우 이익을 환수하는 ‘일반형’과 같은 조건에서 환율 상승시 이익금을 환수하지 않는 ‘옵션형’ 등이 있다. 엔으로 결제하는 기업은 지금과 같은 엔저 현상 때에 대비해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로 인해 10만달러 수출시 약 2만5000원(수출 대금의 0.03%)을 내는 일반형 환변동보험의 보험료는 1만2500원으로 줄어든다. 또 같은 금액을 수출할 때 약 2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농·수산 수출기업의 옵션형 환변동보험료도 10만원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또 자동화설비를 수입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관세를 50% 줄여줄 예정이다. 엔저로 일본산 설비 가격이 낮아진 상황을 기업의 산업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려는 ‘역발상’ 대책이다.

엔저로 직격탄을 맞은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일본인 관광객 대상 중소여행업체 45곳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 긴급융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한다.또 대일 수출기업에는 올해 말까지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민간은행에 대출자금을 위탁하는 간접대출) 2000억원 확대 등 약 1조원+α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연말까지 ‘1조원+α’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이 중 6600억원은 올해 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엔저 피해 기업에 지원할 예정이었던 대출 자금(8800억원)의 잔여분이다. 경기 악화로 예상보다 대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대출이 늘어나는 규모는 온렌딩 자금 등 3000억원에 그친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2차 경기 부양책]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 낮추고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案 등 마련

이달 부동산·증시 추가대책도

[ 조진형 기자 ] 정부는 주택 및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해 이달 내놓기로 했다. 경제주체들의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달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중개보수체계 개선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소비자의 중개보수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또 1주택자의 주택 교체를 지원하기 위해 처분조건부 디딤돌 대출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주택 대출 조건을 신규주택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아울러 비개발 전문 위탁관리 리츠에 대한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등 리츠산업도 적극 지원한다.

지난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이후, 9·1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며 주택시장에 불어온 훈풍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이다.

이달 ‘주식시장 발전방안’도 추가로 나온다. 증시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 부양책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때 2000선을 돌파했다가 주춤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일 1965.25로 마감했다. 정부는 가격제한폭 확대에 대한 세부 방안과 주식시장 수요기반 확충 방안을 마련해 증시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연기금의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늘리기 위한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427조원(2013년 말)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기금투자풀의 해외 투자 제한도 풀어준다. 현재 연기금투자풀은 해외자산 투자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전액 국내 상품에만 투자하고 있다.

해외투자 확대를 위한 외환규제도 개선한다. 증권사는 해외투자 중개시 외화신용공여업무가 제한됨에 따라 원활한 해외투자 업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에 외화대출 업무를 일부 허용하는 등 해외 진출 및 투자와 관련된 외환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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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 `복합 충격파` 밀려온다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上) ◆

유로존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상황에 빠져들면서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말 예고한 3차 양적 완화(QE3) 종료까지 겹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일본 중국 등 경제가 취약해짐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제시했던 3.4%에서 3.3%로 낮춘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 7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데 이어 석 달 만에 성장률을 추가 하향 조정했다. 현재는 물론 향후 글로벌 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특히 유로존 경제 상황은 걱정스러울 정도다. IMF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뚝 떨어뜨리면서 내년 유로존 경제가 3차 침체(트리플딥)에 빠질 가능성을 40%로 내다봤다.

유로존 마지막 희망이자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4.0% 감소해 월간 기준으로 2009년 1월 이후 5년7개월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월가 일각에서는 3분기에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리비에 블량샤르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회복세가 정체돼 수요가 더 줄어들고 저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으로 바뀔 수 있다"며 세계 경제가 원치 않는 최악 시나리오로 접어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반면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2%로 높였다. 하지만 유로존 경기 악화 여파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272.52포인트(1.60%)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간 미국 경제를 지지해온 연준의 3차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둔 점도 큰부담이 됐다.

글로벌 경제 둔화 염려 속에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0.081%포인트나 크게 떨어진 2.340%까지 밀려나 지난 8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기 부진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배럴당 88.85달러에 마감해 지난해 4월 이후 18개월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美QE 종료·유럽경기 최악…세계금융 충격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上) ◆

유로존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상황에 빠져들면서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말 예고한 3차 양적 완화(QE3) 종료까지 겹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일본 중국 등 경제가 취약해짐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제시했던 3.4%에서 3.3%로 낮춘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 7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데 이어 석 달 만에 성장률을 추가 하향 조정했다. 현재는 물론 향후 글로벌 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특히 유로존 경제 상황은 걱정스러울 정도다. IMF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뚝 떨어뜨리면서 내년 유로존 경제가 3차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40%로 내다봤다.

유로존 마지막 희망이자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4.0% 감소해 월간 기준으로 2009년 1월 이후 5년7개월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월가 일각에서는 3분기에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리비에 블량샤르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회복세가 정체돼 수요가 더 줄어들고 저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으로 바뀔 수 있다"며 세계 경제가 원치 않는 최악 시나리오로 접어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반면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2%로 높였다. 하지만 유로존 경기 악화 여파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272.52포인트(1.60%)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간 미국 경제를 지지해온 연준의 3차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둔 점도 큰부담이 됐다.

글로벌 경제 둔화 염려 속에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0.081%포인트나 크게 떨어진 2.340%까지 밀려나 지난 8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기 부진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배럴당 88.85달러에 마감해 지난해 4월 이후 18개월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매일경제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上)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달 말 양적완화 종료를 통해 '유동성 파티'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여기에 유로존 경제가 다시 침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고 유로존을 살려야 할 통화당국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정책 불신마저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연준은 28~29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 정례회의 때 2012년 9월부터 미국 경기부양을 위해 시행해온 3차 양적완화(QE3) 조치 종료를 선언할 예정이다. 양적완화 조치를 통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아도 미국 경제가 자생력을 가지고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연준이 꾸준히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키워갔지만 미국 경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상한파 탓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 1분기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2년6개월래 가장 높은 4.6% 성장해 반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도 3%대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순항을 거듭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양적완화를 끝내도 미국 경제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경제가 좀처럼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글로벌 경제 둔화라는 짙은 먹구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유로존 경기침체 분위기가 심각하다.

지난 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존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초완화 통화정책에도 좀처럼 유로존 경제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통화정책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ECB는 지난 2일 향후 2년간 자산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식 양적완화 조치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지역 통화정책이 정치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ECB 통화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ㆍ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도 확 쪼그라들고 있다.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도 강한 성장 국면으로 들어설 만한 탈출 속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주요국들의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결국 미국 경제 성장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달 말 양적완화 종료까지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가 회복궤도에서 탈선할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7일 다우지수가 폭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준은 2009년(QE1), 2010년(QE2) 두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에 나선 바 있다. 이때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판단한 뒤 양적완화를 중단하자마자 미국 경제가 곧바로 고꾸라지면서 결국 3차 양적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QE4를 시행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 달러 강세도 미국 경제 회복 모멘텀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벌써부터 달러 가치 상승으로 미국 수출업체들이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적완화 종료는 기준금리 인상 논란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양적완화 종료 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연준이 언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다. 기준금리 인상은 통화긴축이라는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 매파는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비둘기파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18년까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부적절한 것으로 내년 내내 금리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내년 여름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8일(미국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QE3 종료 이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향방과 투자전략을 주제로 열리는 제4회 글로벌 한인금융인 포럼을 주최한다. 포럼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바이런 비엔 부회장, 빌 로즈 씨티그룹 고문 등 월가 금융인 150여 명이 대거 참석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1·2차 양적완화 종료땐 세계경제 거센 후폭풍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上) ◆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차, 2차 양적완화(QE) 조치를 종결했을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거센 '후폭풍'으로 요동을 쳤다. 1차 양적완화는 2008년 11월 25일 시작돼 2010년 3월 31일 종료될 때까지 1조70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입했다. 이 기간 중 S&P500 지수는 무려 36.4% 치솟았다.

하지만 위력이 컸던 만큼 양적완화 종료의 '상실감'도 극심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1차 양적완화가 끝나고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될 때까지 S&P500 지수는 9.0% 하락했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휘청이는 미국 경제를 다잡기 위해 2010년 8월 27일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2차 양적완화 도입을 시사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시작된 2차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은 자산 6000억달러를 사들인 덕분에 2011년 6월 30일 2차 양적완화가 완료될 때까지 S&P500 지수는 2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연준은 양적완화의 효과로 미국의 경제회복 전망이 밝아진 것으로 판단되면 양적완화를 중단했다가, 그 충격으로 전망이 나빠지면 다시 양적완화를 재개하는 패턴을 되풀이한 셈이다. 1차, 2차 양적완화 종료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로존 위기'로 번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불거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껏 3차 양적완화가 거둔 성과는 상당하다. 2012년 9월 13일 3차 양적완화가 시작되면서 이제까지 S&P500 지수는 30%가량 상승한 상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경험칙을 따른다면 이달로 예정된 3차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주가 하락△채권금리 상승 △달러 강세 등의 반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매일경제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上) ◆

이달 중 양적완화(QE3)가 종료되면 미국 달러화는 더 큰 상승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슈퍼 달러'의 지속을 의미한다. 양적완화 종료 자체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가져가는 변곡점이 되는 한편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머지않았다는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킬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은 정해져 있다.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 등 연준 내부에서 과도한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환율정책을 총괄하는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7일 피터슨경제연구소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라며 "(펀더멘털에 걸맞은) 강한 달러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해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 가치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달러 강세 저지에 나서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급속히 진행 중인 엔저에 대해 일본 정부와 재계마저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엔화값이 달러당 110엔까지 추락한 것에 대해 "일본 경제에 오히려 플러스"라고 강조했다. 급속한 엔저가 계속되면 일본은행이 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루머도 있었지만 구로다 총재가 엔저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한 만큼 당분간 엔저 지속에 무게중심이 맞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일본 금융기관들은 내년에 달러당 엔화 가치가 11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적완화 종료는 미국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시장 증시는 물론 외환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흥시장 통화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6일 달러당 40루블 선이 붕괴됐고,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5년래 최저 수준이다. 디폴트 상태에 놓여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연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과 함께 신흥 증시도 연일 하락세다. 아르헨티나 증시는 7일 현재 지난달 말 대비 주가가 13%나 폭락했다. 페루와 베네수엘라 증시도 같은 기간 각각 4%, 3%씩 빠졌다. 한국 코스피도 올해 고점인 7월 30일 2082.61에서 5.5%나 하락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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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벼랑끝에서 선 수출코리아]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고…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6월 차세대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차인 ‘도요타 FCV’를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거둔 것처럼 친환경차의 결정체인 수소연료전지차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8.6% 늘릴 예정이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저소비,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투자에 주저했던 일본 기업이 엔화 약세로 축적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석유화학 및 철강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온 중국은 최근 최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 따라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던 사이 휴대전화 분야에서 이른바 ‘샤오미 쇼크’가 현실이 됐다.

한국의 수출형 경제 구조가 일본과 중국 양쪽에서 몰려오는 삼각파도의 위기에 직면했다.

○ 진짜 ‘엔저 쇼크’는 일본 기업의 혁신 이후

지난해 초 북미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의 주력 모델(2013년형 SE)을 경쟁모델인 도요타의 캠리(LE)보다 865달러 비싼 2만3545달러(약 2512만 원)에 내놨다. 2014년형 쏘나타의 가격은 2만4300달러까지 올랐다. 반면 캠리 가격은 2만2870달러로 190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엔저로 일본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동안 현대차는 가격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딜러에 대한 인센티브도 과감히 늘리고 있다.

이뿐 아니다.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쌓은 ‘현금 보따리’로 연구개발(R&D)과 제품 혁신에 투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물량은 아베노믹스로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크게 늘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의 수출만 봐도 지난해 전년보다 오히려 7.5% 줄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 위기 전인 2007년보다도 13.2% 늘었다. 일본 SMBC닛코(日興)증권이 발표한 458개 상장기업의 실적 분석에 따르면 265개 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의 수출 물량이 늘지 않은 것은 엔저로 물량을 늘리기보다 이익을 축적했다는 의미”라며 “R&D에 투자한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를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 중국 기업의 급성장

한중일 3국의 무역 구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도 위기의 원인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부품소재 및 기계류를 수입해 중간재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해왔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싼 인건비를 활용해 완제품으로 만든 뒤 미국 등으로 팔면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평균 250억 달러씩의 대일 적자를 봤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워낙 많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기술력을 축적해 자체적으로 중간재의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중국산 철강의 한국 수출은 2009년 41만900t에서 지난해 113만 t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도 직접 중국으로 고부가가치 부품소재를 수출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기존의 한중일 삼각무역에서 한국의 이익 창출 모델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의 굴기는 단순히 중간재 제품의 자체 생산을 넘어 소비자 대상의 완제품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최근 중국 전자기업은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중국 저가폰에 비해 기능이나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가격은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 산업 체질의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출 주도의 경제를 유지하려면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홍 센터장은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중저가 차량부터 럭셔리 슈퍼카까지 12개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투입하고 있다”며 “한국 수출기업도 이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IT 업계의 거인들처럼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기업에 밀려 스마트폰과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시장에서 철수한 일본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과 주택용 전자기기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7540억 엔(약 7조330억 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1200억 엔 흑자로 전환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과정에 있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라며 “환율과 같은 외부 변수를 통제하고 기업의 혁신이 뒤따라야 수출주도형의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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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독일 8월 산업생산 5년래 최악… 유로존 침체, 최대 리스크 부상

뉴욕 주가 지수 1.5%이상 급락… 유럽·아시아증시도 동반 하락

WTI도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망령이 세계 경제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경제축인 유로존의 침체로 경기하강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은 물론 상대적으로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트리플딥(3중침체)' 가능성이 40%에 달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주가지수는 모두 1.5% 이상 급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신규 구인 건수가 호조를 보이고 IMF가 미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투자가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IMF는 미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올해 2.2%, 내년 3.1%로 지난 7월보다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면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3%, 3.8%로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특히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8%, 내년 1.3%로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내렸다. 또 유로존 경제가 내년에 침체될 확률이 기존의 20%에서 40%로 2배 높아졌고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30%라고 경고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유로존 정체 가능성"이라며 "유로존은 인플레이션 개선을 위해 국채매입, 인프라 지출 확대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4%나 줄면서 2009년 1월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1.5% 감소도 훨씬 웃돌았다. 살오펜하임그룹의 울리케 카스텐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의 역동성이 정지되고 있다"며 "(올 2·4분기 0.2% 성장에서) 3·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에 글로벌 금융 및 원자재 시장은 요동쳤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 내린 배럴당 88.8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다. 8일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2% 떨어지는 등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했다. 위험자산 가격은 하락한 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강해졌다. 7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8.1bp 내린 2.340%를 기록했다. 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도 이달 초 110엔대에서 108엔대로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디플레이션 위기 고조에도 유로존의 돌파 카드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자산담보부증권(ABS) 등 민간자본이나 정크 등급인 그리스와 키프로스 채권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독일 등의 반대로 세부 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CB가 양적완화 조치를 실시해도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ECB가 위험자산을 매입하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로 부실대출이 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르겐 슈타르크 전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BS 매입으로 ECB가 측정 불가능할 정도의 리스크에 처하고 납세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드라기 총재의 유로화 약세유도 정책이 수출증가, 인플레이션 상승 등에 단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뱅거대의 카르보 발베르디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역내 교역증가에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드라기 총재마저 "유럽 경제회복을 위해 통화정책과 더불어 구조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유로존 침체가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를 더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경우 해외 수요가 감소하고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면서 수출과 기업실적이 둔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두 달간 달러화 가치가 4% 급등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0.3~0.4%포인트 감소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가 10% 오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0.5% 줄어든다. 아울러 중국 역시 최대 수출국인 유로존 경제가 침체될 경우 정부 목표치인 '올해 7.5% 성장률 달성'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한국경제



독일, 산업생산 4% 급감…5년7개월 만에 최악

IMF "유로존, 경기침체 빠질 확률 40% 육박"


[ 김은정 기자 ]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로존 경기침체에 이어 세 번째 경기침체에 맞닥뜨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의 경제지표 악화도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가까스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은 뛰었다. 유로존의 경기둔화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침체 가능성 40% 육박”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현지시간) 세계전망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6개월 안에 유로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발표 때보다 침체 가능성이 두 배가량 높아졌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 빠질 가능성도 30%에 이른다는 게 IMF의 진단이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어 세계적으로 역사적 평균치에 못 미치는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역별 경제 회복세 역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신흥국 성장세에 의존하는 가운데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IMF 발표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1.60%, S&P500지수는 1.51%, 나스닥지수는 1.56% 급락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의 유럽 주요 증시도 IMF 발표 악재와 에볼라 확산 우려로 8일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은 올랐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는 연 2.340%로 전날보다 0.081%포인트 낮아졌다.

○‘성장 엔진’ 꺼진 독일

IMF의 발표 직후 나온 독일 경제지표 악화는 유로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증폭시켰다. 독일 경제부는 이날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1.5% 줄 것이라고 봤던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감소 폭도 2009년 1월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대로 집계됐다.

독일은 제조, 건축, 에너지 부문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성장률 둔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 제재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랄프 솔벤 코메르츠방크 리서치 부문 대표는 “신규 주문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4분기에도 경제와 제조업이 부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독일의 투자재 생산은 8.8% 곤두박질쳤다.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재 생산은 기업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로 사용된다.

마켓워치는 “유로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8%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이 잇따라 악화된 경제지표를 내놓고 있다”며 “독일이 3분기에도 제로 성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로존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세금 감면과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브레이크 없는 유로화 가치…"2017년 1유로=0.95달러"

[ 김은정 기자 ]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약세가 계속돼 2017년에는 유로화 가치가 유로당 0.9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로화 가치가 지금보다 25% 넘게 더 떨어질 것이란 얘기다.

마켓워치는 8일 도이체방크의 유로화 전망 분석을 인용, 2017년에는 유로화 가치가 패리티(parity·1 대 1 교환비율)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2017년 유로화 가치가 유로당 1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바클레이즈는 앞으로 1년 이내 유로화 가치가 1.10달러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유로화는 1.2629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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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유럽 휩쓰는 차이나머니… 伊·포르투갈 등 경제재건 종잣돈 활용

"기업운영 불투명" 반발도

중국 국가전력망공사는 지난 7월 이탈리아 국영 전력망 업체인 'CDP레티' 지분 35%을 21억유로(약 2조8,500억원)에 사들였다. 또 포르투갈 발전회사 'REN' 지분 25%를 14억유로에 매입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는 최근 유럽의 관문인 그리스 피레우스항 운영권을 5억유로에 확보했고 지분매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차이나머니'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 이후 경기침체로 돈줄이 말라버린 유럽 재정취약국은 중국 자본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계 자본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유럽에서 속속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자본은 재정취약국들의 경제재건에 종잣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셜플랜 2.0'에 비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중국의 대유럽 직접투자가 올 상반기 중 1,040억달러(822억유로)에 달했다고 헤리지티재단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자본은 주로 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탈리아·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 등 재정취약국에 집중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는 총 35억유로로 2005년부터의 누적 투자액 70억유로의 절반에 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국영전력망 업체 외에 최대 석유기업 에니와 이탈리아 전력청 에넬 지분 2.1%와 2.07%가 총 20억유로에 중국 인민은행으로 넘어갔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는 유럽 내 통신산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이탈리아에 리서치센터를 여는 등 지금까지 총 5억유로를 투자했다.

중국 해외직접투자(ODI)의 방향이 천연자원 확보에서 명품 브랜드나 통신·철도·전력 등 국가 기간산업 등으로 바뀐 것도 유럽 투자 확대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등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해외자본 규제가 엄격해 중국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투자유치가 급한 유럽 재정취약국의 경우 규제완화를 통해 중국 자본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 3년간 매각한 92억유로어치의 국유재산 중 45%를 중국 자본이 쓸어 갔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유럽 유입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마셜플랜에 빗대 '제2의 마셜플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루이기 드 베치 유럽 씨티그룹 회장은 "그동안 미국 자본에 의존했던 유럽이 중국에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고 "최근의 변화는 전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관계에서도 역사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운영 윤리나 지배구조 면에서 유럽 기준에 뒤떨어진 중국이 유럽 국가 기간시설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데 대한 반발이 크다. 파트리치아 그리에코 에넬사 회장은 "중국의 자본은 반갑지만 기업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파이낸셜뉴스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중국 자본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유수 기업들을 흡수하는 등 보폭을 넓히면서 유럽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유럽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유럽 국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유럽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가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지난 2010년 62억유로(약 8조4000억원)에서 2012년 말 270억유로(약 36조5900억원)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은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기업 M&A 방식으로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로듐그룹의 중국 해외투자 담당 틸로 하네만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기업들의 자산 가격이 낮아 중국이 유럽 기업들을 매입하기에 좋은 시기였다"면서 "이는 중국이 기존 천연자원 위주의 해외투자에서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에 대한 투자로 방향을 바꾼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국유기업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해외투자의 78%를 국유기업이 차지했다. 중국의 민간기업들도 2008~2010년 해외기업 M&A 비중이 4%에 불과했으나 2011~2013년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면서 30% 이상으로 높아졌다.

유럽 국가별 투자 규모를 보면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투자 비중이 높은 영국(236억달러)과 프랑스(106억달러)를 제외하면 이탈리아(69억달러), 그리스(55억달러), 포르투갈(54억달러), 스페인(24억달러) 등 재정위기를 겪은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포르투갈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투자가 이뤄졌으며 특히 이탈리아는 올 들어 에너지, 통신 등 기간산업과 사치품 산업에 35억유로(약 4조7000억원)가 집중 투자됐다. 중국의 국영 전력회사가 지난 7월 이탈리아 전력 및 가스 유통망을 담당하는 CDP레터의 지분 35%를 매수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4조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규모는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hjkim@fnnews.com

‘먹깨비’ 중국 자본…‘바이 이탈리아’

[한겨레] 재정위기·미국자본 유출 틈새노려
에너지·사치품 등에 수조원 투자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맞아 중국 자본이 이탈리아의 사치품 산업과 기간 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의 국외 투자는 그동안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의 천연자원 분야에 집중됐다. 하지만 2010년 발생한 유럽의 재정위기 뒤 유럽의 세계 정상급 브랜드와 핵심 기간 산업 지분을 좋은 조건에 확보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맞았다. 특히 유명 사치품 브랜드와 높은 기술력의 장치 산업을 함께 거느린 이탈리아가 최대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 금액은 올 들어서만 35억유로(약 4조7000억원)에 이른다. 중국 국영전력회사가 지난 7월 이탈리아의 전력과 가스 유통망을 통제하는 회사인 ‘시디피(CDP) 레티’의 지분 35%를 사들였고, 중국의 국가외환관리국이 이탈리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에니와 에넬에 투자한 금액도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중국의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는 2008년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탈리아 밀라노에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이 센터의 규모를 2017년까지 2배로 키우고 고용을 17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해킹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규제로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화웨이는 대신 유럽에만 모두 5억유로(약 6700억원)를 투자한 상태다.

이탈리아 사치품 산업을 대표하는 호화 요트 제조사 페레티는 2009년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가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의류와 가구, 향수 등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통하는 분야의 중소 제조업체도 2012년 말 기준으로 195곳이 중국과 홍콩 자본에 팔렸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 내각이 외국 투자 유치에 협조적이란 점도 중국의 적극적 투자를 이끄는 요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 자본이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뒤 빠져나간 미국 자본의 빈 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를로 칼렌다 경제개발부 부장관은 “중국인이 이탈리아 기업을 사러오는 데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의 공격적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탈리아 싱크탱크 ‘폴리시 소나’의 설립자 프란체스코 갈리에티는 “유럽이 너무 많이 내주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자본의 동등한 중국 진출이 가능하도록 중국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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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TV

국제유가가 17개월 만에 9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생산량 증가로 인한 공급 확대, 신흥국 경제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부진, 달러화 강세 등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이정훈 경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오늘(8일) '국제유가 하락 배경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통상 국제유가로 통용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89.7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고점에 비하면 20% 가까이 주저 앉은 수치다. WTI는 고점대비 16.3% 내렸지만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고점대비 각각 19.8%, 18%씩 하락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새 4%가량 떨어져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에서 셰일오일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전체 미국 원유생산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500만배럴 수준이던 미국 일일 원유생산량이 올해 7월 850만배럴로 증가했다”며 “셰일오일 생산량은 2011년 일일 130만배럴에서 2020년 480만배럴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50%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셰일오일이란 셰일층에서 뽑아내는 비전통적 원유를 말한다. 오일이 암석 등과 섞여 있어 과거 채굴이 어려웠지만 첨단 채굴기술이 보급되면서 셰일오일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에너지 수입량이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원유 재고는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9월 말 기준 3억4700만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원유공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시행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OPEC 내부 결속력도 약화되면서 유가하락 방어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9월 말 아시아수출 가격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트렸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을 인하한 직후 쿠웨이트 역시 10월부터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공급확대 이외에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둔화도 유가 하락의 원인이다. 이 연구원은 “세계경제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해온 신흥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원유수요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기름을 많이 쓰던 나라들이 기름 사용량을 늘리지 못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달러화 강세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인덱스는 유가와 통상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달러인덱스가 최근 3개월새 8.1%나 급등했고, 이같은 달러화 강세가 국제유가 부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국제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만큼 유가 하락세 역시 지속될 전망이지만 셰일가스 생산원가가 70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어 유가하락추세가 지속될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락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급락 어디까지...우리 경제 영향은?
WTI 88.85弗 18개월 만에 최저, 두바이유도 90달러 붕괴 눈앞

당분간 반등 요인 찾기 힘들지만 40달러 수준 추락 가능성은 낮아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엔 유리, 물가 하락 지속 땐 디플레 우려도



8일 국제금융센터,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49달러(1.7%) 내린 배럴당 88.85달러에 마감돼 작년 4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몇 달 간 꾸준히 하락해 온 국제유가가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장기화되는 ‘슈퍼달러’의 사이클처럼 유가도 당분간은 반등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로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지만 저유가가 가져올 부작용에도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제금융센터,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49달러(1.7%) 내린 배럴당 88.85달러에 마감돼 작년 4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런던 ICE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11월 인도분 선물) 역시 92.11달러에 거래되며 2012년 6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7일 90.88달러)도 올해 최고치(6월23일 111.23달러)보다 20달러 이상 떨어지며 90달러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의 하락세는 원유의 수요ㆍ공급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 고속성장 과정에서 무섭게 원유를 빨아들이던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한데다 세계 경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원유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태세다. 반면, 이슬람국가(IS), 시리아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고 셰일가스 혁명을 일으킨 미국이 생산량을 점점 늘리면서 공급은 넘쳐나는 상태다. 특히 전통적으로 유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 달러화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원유시장에 들어온 투기자금 또한 갈수록 빠져나가는 추세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모든 요인이 하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10년 가까이 이어오던 유가 상승기가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이슈에 민감한 특성상, 유가가 언제든 급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에는 강대국 사이의 정치적 계산도 유가 상승을 방해하는 분위기다. 중동의 패권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판매로 힘을 키우려는 IS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오히려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고,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립중인 러시아의 영향력 축소를 위해 저유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산유국이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가수준은 이란 136달러, 러시아 105달러, 사우디 92달러 등으로 저마다 눈높이가 다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의 급락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원유생산 구조상, 저유가가 지속되면 시설투자가 줄어 조만간 공급량 감소 요인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저유가 시대가 반갑기 그지 없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정유ㆍ석유화학 등 일부 수출산업을 제외하면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저유가가 우리 경제에 무조건 호재만은 아닐 수 있다. 그렇잖아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촉매제로 작용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고, 원유 수입단가를 낮춰 쌓이는 경상 흑자는 원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부문장은 “지금 같은 수요부족 상태에서 저유가로 인한 물가하락이 지속되면 자칫 디플레이션 요소를 강화시키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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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1인당GNI 격차 19배…北경제 재건비용 ‘533조원’

1216달러로 추정되는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20년내 남한의 절반수준인 1만달러로 끌어올리려면 5000억달러(한화 약 533조원)의 개발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낮추기 위해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북한내 자체 재원, 남한에서의 민간투자 및 정책금융기관 등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일금융 청사진’을 내달 19일 국제콘퍼런스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청사진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통일부, 한국은행, 산업은행, 금융연구원, 대외경제연구원 등 정부와 유관기관, 연구원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 통일금융 태스크포스(TF)’에 의해 5개월에 걸쳐 마련했다. 청사진에는 통화ㆍ환율 제도개편, 금융인프라 정비, 북한경제 재건지원 등 통일 관련 금융분야의 정책과제가 담긴다. 세부 과제로는 북한내 별도의 중앙은행 설립, 단일 환율제도 정비, 한시적 고정환율제도 운용, 점진적인 화폐통합, 상업은행제도 도입, 제2금융권 도입, 자본시장 설립 등이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기보를 활용해 북한내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계획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북한과의 경제격차다. 북한의 명목 GNI는 297억달러로 남한(1조1355억달러)의 38.2배나 차이가 난다. 1인당 GNI는 남한(2만2708달러)이 18.7배 많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ㆍ서독 통일당시 양측의 명목GNI, 1인당 GNI 격차가 8.1배, 2.1배였던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의 경제수준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려면 북한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준의 북한 1인당 GNI를 20년내 1만달러까지 끌어올리려면 사회기반시설과 산업단지개발 등 경제재건에 5000억달러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사회보장, 연금 등 사회통합비용 등은 별도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통일이 된다는 전제하에 2050년까지 투입해야 할 비용은 정부부문 831조원, 민간부문 2800조원 등 총 3600조원에 달한다.

북한경제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선 초기 정부재정, 정책금융기관, 양허성 해외자금 등 정부주도의 경협을 추진하고 이후 경협심화 단계에서 국내외 민간자금, 국제기구 일반자금 등 민관 공동의 재원조달 계획을 진행하는 전략이 검토된다. 금융위는 통일 시 북한의 금융기관 통제와 통합 방안, 상황별 북한 기관 및 기업과 주민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방안 등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북한 개발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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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서울신문]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개월 가까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열린 안전행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조직법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양경찰청 해체 등을 놓고 여야 간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입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직후인 지난 6월 11일 재난안전사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국가안전처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가안전처를 총리 산하에 두는 문제와 해양경찰청·소방방재청 해체 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의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가 세월호법과 연계해 이달 말까지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행부는 이날 국감 업무보고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일원화한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했다. 안행부는 재난관리체계 일원화와 관련해 일반적인 재난은 국가안전처 장관이 중앙재난대책본부장 역할을 수행하고 대형 재난은 총리가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또 재난·안전사업 예산에 대한 사전협의권, 재해대책수요 특별교부세 교부권 등 재난관리 총괄·조정 권한 부여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감에서도 국가안전처를 ‘처’가 아닌 ‘부’인 국가안전부로 격상하고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외청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은 “정부의 국가안전처 신설 방안은 일반적인 국정기획 과정 또는 정상적인 조직 운영 원리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예산편성권 등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국민안전부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안대로 해경과 방재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 차관 아래 소방본부와 해양안전본부로 둔다면 각 본부의 장은 1급으로 격하돼 조직 전체의 사기 저하 문제로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인사혁신처 신설과 관련해 차관급이기 때문에 장관급 부처를 상대로 공정한 인사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장관급 협의체인 중앙인사위원회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국회에서 장기간 공전하면서 안행부, 소방방재청, 해경 등 해체돼 국가안전처로 이관이 예정된 부처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전이 예정된 부처들은 입주해야 할 입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방재청은 오는 12월 세종시로 이전이 예정돼 있지만 국가안전처 신설이 결정되지 않아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정종섭 안행부 장관은 이날 정부조직법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조직이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빨리 논의해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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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지난해 상위 10대 기업들이 번 돈의 12.3%만 법인세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내야 할 세금 중 3조원 이상을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감면받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8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금액 상위 10대 기업은 납부해야 할 법인세 7조 2246억원 중 3조 1914억원을 감면받아, 법인세 공제 비율이 무려 44.1%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이들 대기업에 깎아준 세금만 무려 10조 8700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법에서 정한 세율에서 각종 공제, 면세 금액을 빼고 실제로 낸 세금의 비율인 법인세 실효세율은 12.3%로 최고세율인 22%보다 9.7% 포인트나 낮았다.

더구나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의 영향이다.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2008년 18.7%에서 2009년 16.3%, 2010년 11.4%, 2011년 및 2012년 13.0% 등으로 6년 새 6.4% 포인트나 떨어졌다.

10대 기업이 받은 법인세 공제·감면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08년 1조 7788억원이었던 법인세 감면액이 지난해 3조 1914억원으로 6년 새 79.4%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은 2008년 28조 1034억원에서 지난해 32조 8422억원으로 늘었지만 실제로 낸 법인세는 같은 기간 5조 2600억원에서 4조 33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재벌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낮아지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17%에서 18%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위권 밖의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실효세율이 18% 이상이어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지금보다 1% 포인트 올려도 상위 10대 기업 이외의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극심한 재정부족 상황에서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이 12.3%에 불과하다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면서 “최저한세 인상과 초대기업에 대한 공제제도 정비는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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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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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三星(삼성전자 · 삼성SDI · 삼성전기), ‘S · E · E’ 로 눈돌린다

삼성전자 Semiconductor…평택 반도체산단, 위기타개 열쇠
삼성SDI ESS…대형전지 통큰투자 전세계 공략
삼성전기 ESL…전자가격표시기 올 1500억 성장



어닝쇼크 수준(매출 47조원ㆍ영업이익 4조1000억원)의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와 관련 부품 계열사들이 앞으로 계속될지 모를 ‘고난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키워드는 ‘SㆍEㆍE’다.

삼성전자의 반도체(Semiconductor)와 주요 부품 계열사들인 삼성SDI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삼성전기의 전자가격표시기(ESL)다.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적받은 스마트폰의 의존도를 낮춰줄 성장동력이자, 삼성전자의 고민을 해결해 줄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미래 사업으로 반도체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직구 산업단지에 1차로 15조6000억원을 투자,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성한다. 단일 반도체 시설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3분기(7~9월) 삼성의 반도체 분야가 IM(ITㆍ모바일)부문을 뛰어넘는 2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황을 타고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덕이다.

삼성전자는 IM부문에서 줄어든 수익을 반도체를 포함한 DS 부문에서 만회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3조원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업계 등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세계 2차전지 1위’ 삼성SDI도 신사업인 대형 전지인 ESS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모바일 기기용 소형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중ㆍ대형 전지과 매출 균형을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한 포석이다.

삼성SDI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전 세계적으로 ES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5월 일본 니치콘과 약 1조원 규모의 가정용 ESS 공급 계약을, 8월에는 중국 선그로우와 ESS 합자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이달에는 미국 GCN과 25MWh 규모의 상업용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달에는 독일 슈베린 지역 변전소에 공급한 5MWh 규모 ESS가 가동을 시작하며 유럽 시장에서 차츰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 회로기판 등 여러 부품을 공급하며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컸던 삼성전기는 스마트폰과 관련이 덜 한 ESL로 새로운 수익 기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SL은 가격 등 매장에 진열된 상품 정보를 종이 대신 전자 라벨로 보여주는 기기로, 향후 사물인터넷(IoT)과도 연동될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는 불과 2009년 ESL 사업을 시작했지만, 올해 매출 1500억원를 기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012년 5월에는 영국 테스코를 통해 유럽 시장에, 지난 1월에는 북미 시장에 진출하며 해당 분야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수시로 관련 해외 출장을 다니고 틈날 때마다 ‘ESL’을 얘기하며 그룹 안팎에서 ‘ESL 전도사’로 불릴 정도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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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IT업계 거물로 손꼽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ㆍ사진)가 오는 14일 방한한다. 삼성전자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인도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후 14일 한국에 들어온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이 일정에 맞춰 한국을 찾는다. 저커버그 CEO는 국내 IT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찬을 예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1ㆍ2인자가 나란히 한국을 찾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IT기업들간 플랫폼 경쟁 무게중심이 삼성전자에 몰려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고 풀이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기업들과 스마트폰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모바일AP 등 부품에서도 협력할 분야가 많다.

특히 저커버그 CEO와 이 부회장의 만남에서는 삼성과 페이스북의 광고ㆍ마케팅 전략과 모바일 부문에서 양사 간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6월에도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ITㆍ모바일) 부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6시간 넘게 연쇄 회동을 한 데 이어 이 부회장과 만찬을 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페이스북과 일정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국제가전전시회에서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오큘러스VR와 협업해 만든 삼성판 3D 콘텐츠 기기다. 오큘러스VR는 올해 초 페이스북에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됐다.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은 지난해 양사가 서초 사옥에서 논의했던 '콘텐츠 연동' 의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연동은 스마트폰과 SNS 분야에서 각각 글로벌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이 온라인상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의 의제다.

아울러 '페이스북폰' 제조 문제도 재점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2년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와 함께 페이스북 전용 휴대폰을 만든 바 있다. 판매에는 실패했지만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계속 발전시켜왔다. 지난해 만남에서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은 페이스북폰 제조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진으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수십억 명의 가입자가 있는 페이스북과 함께 스마트폰 사업에 나서게 되면 재기 발판을 조기에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협력할 경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견제구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와 샌드버그 COO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 등 국내 IT기업들과 만나는 자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열린 '삼성HR콘퍼런스'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승환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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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10일 창립 31주년…SK 날개 달고 더 활짝 날개폈다

워크아웃·매각 아픔 딛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

이천 新공장에 장비 이전…생산효율 개선 등 구슬땀


[ 남윤선 기자 ]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가 3분기 1조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창립 31주년을 맞는 하이닉스로선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이익이다. 2001년 10월 15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회사가 2012년 SK로 넘어간 뒤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로 법인세도 내지 못할 처지였지만 올해 7000억~80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낼 예정이다.

○난관 때도 기술 개발에 투자

SK하이닉스의 모태는 1983년 설립된 현대전자다. 초대 대표이사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었다. 현대전자 반도체 사업은 창립 6년 만인 1989년 세계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1999년엔 대기업 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양사 합병 이후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재무구조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1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혼란스러웠던 점도 후속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사업을 정리하고,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꾸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해 10월 워크아웃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벼랑 끝에 선 회사가 택한 돌파구는 투자와 기술 개발이었다. 이 회사는 2004년 2월 처음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D램만 만들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한 것이다. 그 결과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회사의 앞날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해에만 4조74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때도 살 길을 내 준 것은 기술이었다. D램 분야에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1년 가까이 벌리면서 2012년 일본 엘피다 등을 제치고 ‘30년 치킨게임’의 최종 승자로 살아남았다. 같은 해 SK그룹에 편입돼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수요가 살아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다른 ‘치킨 게임’ 대응전략

31년 회사 궤적을 지켜본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사장(현 고문)은 “SK하이닉스 역사를 책으로 쓰면 경영학의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워크아웃·구조조정·인수합병 등 ‘안 해본 게’ 없고, 대기업그룹 소속과 단독 법인 경험을 해본 특이한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온갖 난관을 극복해 온 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SK가 인수한 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미래가 밝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언제든지 ‘치킨 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 메모리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반도체로 메우기 위해 공격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 인텔을 등에 업은 미국 마이크론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내년 말부터 경기 이천에 새로 지은 공장(M14)에 구형 공장 장비를 이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D램 생산 효율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IBM, 도시바 등과 손잡고 PC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떤 어려움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의 DNA”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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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실적 압박 벗어나면서 외부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

HP 이어 시만텍도 분할 추진


[ 김보라 기자 ]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사업 부문을 둘 이상으로 쪼개는 ‘스핀오프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이베이와 휴렛팩커드(HP)가 분할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정보 보안업체 시만텍도 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시만텍이 보안 부문과 데이터 저장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쪼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이 스핀오프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압박 때문이다. 미국 기업인들은 한때 덩치가 큰 것을 무조건 좋다고 여겼다. 한지붕 안에 여러 사업 부문을 보유하면 외부 환경이 갑자기 변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부문별 실적 압박이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이 더 절실해졌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기업이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분할한 규모는 1조6000억달러(약 1718조5500억원)로 2007년의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앞서 HP는 기업용 하드웨어와 서비스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성장이 둔화된 PC 부문과 프린터 부문을 따로 떼내기로 했다. 이베이는 디지털 결제사업을 담당하는 페이팔을 분사하기로 했고, 펩시는 음료와 스낵 부문 분사를 검토 중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도 주주들로부터 의료기기 부문과 파워플랜트, 항공 엔진 등을 떼어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WSJ는 헤지펀드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기업들의 스핀오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는 기업들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최고경영자(CEO)의 거취 등 기업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HFR에 따르면 현재 헤지펀드의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1110억달러(약 118조1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기업의 스핀오프 열풍에 월가 투자은행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들어 월가 투자은행이 기업분할 수수료로 챙긴 수익은 94억달러에 이른다고 WSJ는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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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한겨레] 오프라인 기반 이마트·롯데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지어
온라인 기반 오픈마켓·소셜코머스
‘마트 전용’ 신선식품 매출 확대
모바일서는 업태 불문 무한경쟁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온라인을 넘나들며 쇼핑하게 되면서 유통업체들의 온라인·오프라인 영역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지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온라인쇼핑몰들은 마트의 주요상품인 ‘신선식품‘에 손을 뻗고 있다. ‘5인치 화면’ 안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모바일 쇼핑‘에서는 업태를 가리지 않고 무한경쟁 체제다.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당일 배송’을 내세우며 물류센터를 짓고 온라인 시장 점유에 나섰다. 지난 6월 이마트는 경기도 용인시에 온라인 주문자만을 위한 물류센터인 ‘보정센터‘를 열었다. 이마트는 그동안 온라인몰 주문의 경우 주문지와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배송해 왔다. 물류센터를 열기 전 3500건이던 하루평균 배송건수는 9월에는 4500건으로 늘었다. 이마트몰은 올 상반기 김포에 제2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착공했고, 2020년까지 6개의 전용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2009년 0.9%에 불과했던 이마트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올들어서는 9월까지 4.5%로 올라섰다. 이마트는 연간 1조원을 한계로 봤던 온라인 매출을 앞으로 2020년까지 4조2천억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본다.

롯데마트도 온라인 매출액이 2010년 6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500억원 규모까지 올라서자, 2015년 하반기 경기도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열 계획이다. 오픈마켓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진출이 서로를 쥐어짜는 경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온라인은 아직 성장 시장으로 참여자들이 늘면 시장 규모도 커진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의 주요 상품인 ‘신선식품’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넘어 삼겹살·고등어 등 신선식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달 지역 특산물 직거래 장터 전문관을 열고 인기 먹거리 산지 직배송도 강화했다. 상품 담당 책임자(MD)들을 산지에 내려보내 수확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아 올리는 등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11번가의 신선식품 매출은 올해 9월까지 지난해보다 130%나 뛰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식품 판매 강화를 위해 2012년 본사에 600㎡규모의 주방시설까지 갖췄다. 식품을 직접 조리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푸드스타일리스트까지 동원해 더 먹음직스럽게 온라인에 노출시킨다.

‘5인치의 싸움‘ 모바일에서는 대형마트·오픈마켓·소셜커머스·홈쇼핑까지 무한경쟁이 펼쳐진다. 휴대전화 화면이 작아, 많은 상품을 나열했을 경우 소비자들이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어느 업체건 노출 상품수를 줄여 앱상으로는 업태별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화면에 많은 판매자의 상품이 담겨 ‘장터’를 연상케했던 오픈마켓들은 모바일에서 소비자별 맞춤 상품을 선별해 추천하는 ‘지(G)구‘(지마켓), ‘쇼킹딜’(11번가) 등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취급 상품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모바일에 유리했던 소셜커머스 업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복구매가 많은 생필품 수요를 겨냥해 ‘모바일 전용 마트’도 문을 열었다. 11번가는 쌀·분유·라면 등을 나열한 ‘바로마트‘를 운영 중이고, 모바일 매출 비중이 올해(1~9월) 31%까지 올라선 지마켓도 지난달 ‘모바일 마트’를 신설했다. 모바일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유아용품이다. 지마켓에서 유아용품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52%에 달한다. 피씨(PC) 매출을 넘어섰다.

모바일 경쟁이 격화되면서 업체 간 차별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중고장터에 강점이 있었던 옥션은 모바일을 통한 중고장터 ‘제2의 부흥기‘를 꿈꾸고 있다. 올 상반기 모바일 취급고 비중이 17.5%에 이른 홈쇼핑 업체 지에스(GS)샵은 모바일·인터넷 소비자 전용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등 패션 부문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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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년간 7차례 '쪼개기' 계약…사내 성추행 항의하자 정규직 전환 이틀 전 해고 통보

 [선명수 기자 ] 
'경제 4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고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계약직 여직원이 재직 2년 동안 사측과 총 7번에 걸친 '쪼개기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입사 2년이 되기 이틀 전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했는데, 이는 해당 여직원이 사내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의 일이었다. 그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에 해고 통보가 "보복"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계약직 여직원 권모(25) 씨의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권 씨는 지난 2012년 9월 입사 이후 2년 동안 무려 7차례에 걸쳐서 계약과 해지를 반복했다. 3개월-6개월-2개월-3개월-2개월-3개월-2개월로 단기간의 근로계약을 반복하는 형태였다. 

권 씨의 근로계약은 정규직 전환 시점을 이틀 남긴 지난 8월29일 종료됐다.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쪼개기 계약'인 셈이다. 권 씨는 유서에서 "아주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우원식 의원은 "갑을관계로 대표되는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을 대변자로서 중소기업중앙회가 해서는 안 될 불공정 계약의 전형"이라며 "중소기업중앙회가 동네 편의점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성추행 문제제기 했더니 '무기계약직 전환' 미끼로 무마…결국엔 해고로 

특히 권 씨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그가 사내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한 이후 이뤄졌다. 권 씨의 유서에서 드러나듯, "충분히 보복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이 결과(해고)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었던 셈이다. (☞관련 기사 : "중기중앙회 자살 직원, 성추행 피해 알리자 '왕따'"

▲권 씨가 자살 전 남긴 유서. ⓒ심상정의원실

권 씨는 자신이 업무 지원을 했던 CEO 교육과정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스토킹을 당해왔으며, 지난 6월 상사 고모 부장에게 2년간 있었던 성폭력 피해를 이메일을 통해 상세하게 알리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권 씨의 문제제기 이후 사측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미끼로 이를 무마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우원식 의원이 이날 공개한 권 씨와 고 부장의 통화내용 녹취록을 보면, 고 부장은 "강OO 전무에게 반강제적으로 OK(무기계약직 전환)를 받아놨다", "오 부장이 전환 계약서를 준비 중이다"라고 권 씨를 달랜 뒤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말자"고 입막음을 요구했다. 

특히 권 씨는 해당 이메일에서 고 부장이 자신에게 가한 성추행에 대해서도 항의했지만, 이후 고 부장은 권 씨가 없는 자리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성추행 사실이 있는지 물어본 뒤, 직원들이 침묵하자 "없는 일로 하자"는 식으로 입막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권 씨의 직장 동료였던 전 계약직 직원 오모 씨는 "권 씨가 고 부장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건과 관련해 항의를 한 뒤, 고 부장이 권 씨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매몰차게 대했으며, (권 씨에 대한) 왕따를 주도하고 사업운영직(무기계약직) 전환을 번복하려고 계획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권 씨가 유서에서 고 부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보복 의도를 갖고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한 것은 이런 일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달여가 지난 8월2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권 씨에 대한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권 씨는 해고를 통보받고 한 달여 후인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A4용지 3쪽 분량의 유서엔 해고에 대한 울분과 사내에서 겪은 성추행 사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우원식 의원은 "노동부 장관에게 지금 즉시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은 요구한다"면서 "권 씨의 유서에 쓴 표현 그대로 '악랄한' 그 사람들이 다시는 휴지통에서 휴지 뽑아 쓰고 버리듯 사람을 버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자살 여직원 유서…"보복 의도 가지고 해고"

 [선명수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자살한 비정규직 여직원이 사내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실을 알리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지만, 집단 따돌림을 당한 끝에 결국 해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애초의 정규직 전환 약속과 달리 해당 직원을 해고한 것은 성추행 문제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자살한 비정규직 여직원 A씨의 유서 일부를 공개하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A씨의 유서와 이메일 자료 등을 종합하면,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수강생이었던 기업체 대표와 중소기업연구원 박사 등에 의해 성희롱과 성추행 등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해왔다. (☞관련 기사 : 중소기업중앙회, 자살한 성추행 피해자에게 '조용한 퇴사' 종용

A씨는 이런 사실을 직속 상사인 성모 차장에게 여러 차례 알렸으나 시정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6월29일 부서 책임자인 고모 부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2년간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추행 등을 상세하게 기술해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당사자인 고 부장의 성희롱 발언 역시 문제 삼았다. 

고 부장은 이런 문제제기가 있기 전, A씨에게 정규직 전환을 구두로 통보했던 인물이다. 

A씨는 회사의 '정규직 전환 약속'과 달리, 계약 해지로 해고를 당한 이유가 고 부장 등에게 성추행 사실을 문제제기 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이 공개한 A씨의 유서를 보면, A씨는 "내가 고OO한테 그 메일을 안 보냈다면 이렇게(해고) 됐을까? 충분히 보복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이 결과를 만들었다고 본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중앙회 이름을 먹칠하는 악랄한 그 새끼는 내가 반드시 지옥으로 데리고 갈거야"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의 유서엔 성추행 문제제기를 묵살한 고 부장 등의 실명이 적혀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뒤 지난달 26일 자살한 여직원 A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 내용. ⓒ심상정 의원실

특히 A씨는 고 부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히려 성추행 사건을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해명하는 등 불이익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이메일에서 "제가 무사히 (정규직) 전환이 되어서 이런 나쁜 싹을 보이는 사람들을 강하게 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부장님 마음을 섭섭하게 해드린 건 제가 그간 이런 사정들을 안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 주셔서 용서해 주십사 이렇게 상세히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한 것"이라고 썼다. 

A씨의 성추행 문제제기 이후, 사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상정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그 당시 A씨는 인재교육부 내 '왕따'였기 때문에 어디에 말할 곳도 없었다", "인재개발부장인 고 부장 주도 하에 왕따가 이뤄졌으며 정직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직원들도 집단 따돌림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제보자는 A씨의 자살 이후 중소기업중앙회 감사실에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A씨와 친분이 있는 직원들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이 사건의 확대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A씨가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한 정황에 대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법적 책임을 묻는 문제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37조 2항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 사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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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석우대표 본지 인터뷰서 밝혀
“6개월단위 전략 수립·인재 채용”

이석우<사진> 다음카카오 대표가 6개월 단위 전략 수립을 핵심으로 하는 IT 10조원 공룡 다음카카오의 경영 계획을 밝혔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철저하게 서비스에 반영하는 초단기 스피드 경영 전략이다. 이 대표는 8일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가진 대담에서 “우리도 우리의 앞날을 알 수 없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게 IT 산업”이라며 “3년, 5년 계획을 세워도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잘못된 계획은 회사 전체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며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경영 방침을 전했다.

그는 “6개월 단위로 계획을 짜고 사람을 뽑고 예산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사용자들에게 다음카카오의 본질인 새로운 ‘연결’의 가치를 제공하는 일에만 집중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IT공룡으로 거듭난 다음카카오의 향후 지향점 역시, IT 벤처의 ‘초심’을 되찾는 일에서 찾아가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이 대표는 “다음의 검색, 카카오톡의 모바일 노하우를 더해, 사용자들이 놀고, 또 모든 업계가 상생하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만드는게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일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결제와 송금 같은 금융 네트워크 이후 다음카카오의 새 비지니스 모델로는 ‘광고’를 꼽았다. 사용자의 사용패턴을 분석하고, 최적의 정보를 제공해,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광고를 넘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새 광고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개인화된 디바이스를 통해 위치, 시간 등을 고려한 최적화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창조적인 광고모델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호ㆍ황유진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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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세계에서 가장 비싼 1100파운드(약 189만원) 햄버거’

영국의 한 음식점이 판매하는 1100파운드짜리 ‘글램버거’가 세계 최고가 햄버거로 이름을 올렸다.

기록 집계 회사인 레코드세터(Record Setter)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위치한 미국식 음식점 ‘홍키통크’가 개발한 글램버거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요리사인 크리스 라지가 만든 이 햄버거의 주재료는 히말라야산 소금으로 간을 한 일본 고베산 와규 소고기와 뉴질랜드 사슴고기로 만든 280g짜리 패티다.


[사진=그루폰]
이란산 사프란으로 양념한 랍스터와 메이플시럽을 뿌린 베이컨,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벨루가 캐비어, 히코리 장작으로 구운 오리알과 그 위에 뿌린 금가루까지 각종 고급재료는 다 쓰였다. 햄버거빵 역시 크림마요네즈와 금가루를 뿌렸다. 여기에 흰 송로버섯과 망고 샴페인 소스도 추가된다.

요리사 라지는 “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능한 최고의 식재료를 공급받았다”며 “확실히 기억할만한 저녁식사를 먹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커머스 회사인 그루폰은 500만 번 째 식음료 상품 판매를 기념해 홍키통크와 함께 글램버거를 개발했다. 단 한 명만 공짜로 이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NBC는 레코드세터는 글램버거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로 소개하고 있으나 기네스 세계기록에는 2000년 오레곤주 주시스푸드가 만든 352.44㎏ 무게의 5000달러짜리 햄버거가 가장 비싼 햄버거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뉴시스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7일(현지시간) 한 영국 레스토랑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를 내놨다.

CNBC에 따르면 기록집계 회사 레코드세터(Record Setter)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미국식 음식점 '홍키통크'가 1100파운드(약 189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글램버거(Glamburger)'가 세계 최고가 햄버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요리사 크리스 라지는 "햄버거 패티(280g)의 주재료로 일본 고베산 와규 소고기와 뉴질랜드 사슴고기를 섞어 히말라야산 훈제소금으로 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이란산 샤프란이 뿌려진 캐나다산 랍스터, 메이플시럽을 뿌린 베이컨,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벨루가 캐비어, 송로버섯, 히코리 장작으로 구운 후 식용 금가루로 감싼 오리알 등이 재료로 들어갔다.

소스는 망고와 샴페인으로 만들어졌으며, 흰 송로버섯도 올라갔다. 햄버거빵은 금박으로 장식된 것이 특징이다.

라지는 "이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능한 최고의 식재료를 공급받았다"며 "승자는 확실히 기억할만한 저녁식사를 먹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89만원짜리 햄버거는 소셜커머스 회사인 그루폰이 500만번째 식음료 상품 판매를 기념해 개발한 것으로, 이벤트를 통해 단 1명만 공짜로 시식하게 된다.

한편 기네스북은 지난 2000년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주시푸드의 352.44㎏ 무게의 5000달러짜리 햄버거를 가장 비싼 햄버거로 인정하고 있다.

forgetmeno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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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장, 2018년 415억 달러까지 성장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IT 시장 분석 및 컨설팅 기관 IDC가 전세계 빅데이터 기술 및 서비스 시장이 연평균 26.4%로 성장해 오는 2018년 4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8일 IDC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빅데이터 관련 시장이 전체 IT 시장 성장률의 6배 빠르게 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IDC는 빅데이터가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전세계적으로 수백억 달러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다만 이 시장을 형성하는 개별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는 둔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IDC에서 스토리지 시스템 및 빅데이터 부문 연구조사를 담당하는 아쉬시 나드카르니 이사는 “빅데이터에 대한 과열 양상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며 “이는 빅데이터 기술이 성숙되고 있으며 기업 운영 및 비즈니스 수행에 빅데이터 기술이 도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빅데이터 인프라 부분이 관련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대봤다. 인프라 부문은 올해 전체 빅데이터 시장의 48.2%를 차지했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직접 서비스 시장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지역별로는 미주 지역이 빅데이터 투자를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외 지역들도 점차 투자 규모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빅데이터 시장의 M&A는 현 공급업체들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댄 베셋 프로그램 부사장은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빅데이터 주도(Big Data driven)’ 형태로 변화하면서 빅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모든 분야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것이다. 광의의 ICT 시장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비즈니스 분석 시장에 있어 빅데이터 시장은 초기 단계에서 성숙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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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Net Korea

"아포테커 前 CEO 구상 때와 상황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임민철 기자) HP가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PC 및 프린터 사업 조직을 'HP인크(HP Inc.)'라는 별도 회사로 분리한다.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SW) 등 기업용 제품 및 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를 보여주듯 PC와 프린터 사업을 떠내내고 새로 출범하는 회사 이름도 'HP엔터프라이즈'다.

HP는 6일(현지시각) 기업 분할 계획을 내놓으며 "HP엔터프라이즈가 '새로운 IT스타일'로 차세대 기술 인프라, SW, 서비스를 정의할 것"이라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컨버지드시스템, 서비스, SW와 오픈스택 헬리온 클라우드플랫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 PC 및 프린터 사업 조직과 갈라서는 HP 기업용 솔루션 담당조직 법인 HP엔터프라이즈의 향후 전략. 인프라, 서비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춰 앞서 주창한 새로운 IT스타일 비전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HP의 기업분할 시나리오는 3년전 '불명예 퇴진'한 전임 최고경영자(CEO) 레오 아포테커의 구상을 연상시킨다. SAP CEO 출신은 레오 아포테커는 2010년 11월 HP 지휘봉을 잡았고 이듬해 8월 HP를 퍼블릭클라우드 및 SW전문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위해 PC사업 분사를 선언했다.

■아포테커 前 CEO의 유지?

당시 아포테커 전 CEO가 이런 카드를 뽑아든 배경엔 주력 제품인 PC 사업이 매출 비중은 큰 반면 이익률이 낮다는 판단에서였다. HP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업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할 때라, 성장 한계를 드러낸 PC 사업을 털어낸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어보였다. 

그러나 레오 아포테커 CEO의 구상은 이사회와 의견 조율을 거치기 전에 나온 것이었다.

아포테커 전 CEO는 PC사업 분사 계획을 공개한 후 주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이것은 주주들이 아포테커  CEO를 해임하고 지금의 멕 휘트먼 CEO를 끌어들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 레오 아포테커 전 HP CEO(왼쪽)와 멕 휘트먼 HP CEO.
휘트먼 CEO는 지난 2011년 10월말쯤 전임자의 PC 및 프린터 사업 분사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HP는 '퍼스널시스템그룹(PSG)'으로 대표되는 소비자 제품 사업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고객, 제휴 업체, 주주, 직원, 모두에게 옳은 결정"이라며 "HP는 PC 사업에 열중하고 그와 함께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휘트먼 CEO가 3년전 분사 계획을 철회한 것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캐시 래스잭 당시 HP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르면 PC관련 사업 덕분에 공급 유통망과 부품 구매력에 실질적 이득이 존재했다. 또 HP는 당시 15억달러로 추산된 분사 비용과 PC사업부를 정리할 경우 발생하는 연간 손실액 10억달러를 감수해야 했다.

3년후 멕 휘트먼 체제의 HP 노선은 레오 아포테커가 추구했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섰다.

다수 외신들은 HP가 기업 분할 계획에 대해 '이제서야 실행된다'는 식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미국 지디넷도 "2011년 아포테커 전 CEO의 PC사업부 분사 구상은 전반적인 브랜드 가치와 HP 포트폴리오 구성 면에서 '함께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가진 휘트먼 CEO에 의해 폐기됐다"면서 "그뒤 HP는 '구조조정을 통해 분사가 가능해졌다'고 이제 휘트먼 CEO는 '민첩성만이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HP "지금은 분사의 최적기"…구조조정과 중장기 비전

하지만 HP는 지금이 분사를 위한 최적기라고 주장한다. PC 및 프린터 사업과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및 SW 사업을 분리하는 게 3년 전이 아니라 지금이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3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뭘까?

HP가 투자자에게 내놓은 분사계획 설명 자료에 따르면 그 이유는 '3년에 걸친 구조조정과 안정화'로 요약된다.

HP는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HP 분사계획 설명 자료 중 18쪽짜리 프리젠테이션에서 분사 실행에 대해 "실적 회복을 가속할 움직임"이라 강조하고, 3년간 '일(work)'한 결과로 "고객, 투자자, 직원의 신뢰도를 높이고 채널사와 관계를 다졌으며 재정적 기반을 예측 가능하고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휘트먼 CEO가 HP에 온 뒤 가장 두드러졌던 활동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였다. 대량 해고를 통해 무리한 기업 인수로 부실해진 재정 상태를 가다듬고 부진한 실적으로 쌓인 주주들의 불만을 회사가 보유한 신기술 기반 제품화로 달래는 전략을 동원한 것이다.

실제로 휘트먼은 CEO를 맡은 이래로 직원 가운데 1차로 3만4천명을 줄였고 올 상반기 2차로 1만1천~1만6천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내놨다. 이어 이번 기업 분할 소식과 함께 3차로 5천명의 일자리를 정리해 최대 5만5천명을 내보내려 한다.

다만 기업 분할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내년 10월말까지인 회계기준 2015년말로 제시된 것과 달리 구체적인 감원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HP가 삭감했던 연구개발비를 지난 2008년 수준인 매출 3%까지 되살린 뒤 추진한 '더 머신'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휘트먼 CEO의 야심작이다. 분사 계획에 따라 HP연구소 조직도 나뉘게 되지만 프로젝트는 지속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HP 자체 메모리소자, CPU, 운영체제, 데이터전송 기술을 결합해 오는 2019년 제품화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HP 디스커버' 현장에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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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최근 4년간 6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군인공제회가 사실상 군 고위 간부들의 낙하산 통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성급은 물론 영관급 장교와 국방부 군무원 등이 퇴직 후 상당수 공제회 요직에 취업했고, 일부는 공제회 산하기관으로까지 재취업한 사실이 밝혀졌다.

◇군피아 낙하산…군인공제회 이어 산하기관까지 줄줄이=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7일 2010년 이후 5년간 군인공제회 본부장급 이상 승진 및 채용자 22명 가운데 12명이 국방부 및 군 출신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군인공제회가 같은 기간 채용한 외부 인사 17명 가운데 70%에 해당한다. 군인공제회는 이사장에 2009년 전역한 예비역 육군 중장을, 회원관리이사에는 예비역 육군 소장과 준장을 각각 채용했다. 또 육군 예비역 대령 3명과 해군 예비역 대령 2명, 공군 예비역 대령 2명은 각각 본부장과 감사실장으로 취업했다. 국방부 출신 군무원 2명에게도 감사 자리를 내줬다. 반면 군인공제회 내부 인사의 승진은 5명에 불과했다.

군인공제회 산하기관도 낙하산 천국이었다. 군인공제회가 제출한 ‘산하·직영사업체 주요 직위자 현황’에 따르면 8개 사업체 임원 18명 가운데 3분의 2는 군 또는 군인공제회 출신이었다. 또 8개 사업체의 대표이사 가운데 6명은 육·해·공군 장성 출신이었다. 아울러 군인공제회 출신 인사 6명은 산하기관 임원으로 재취업하기도 했다.

특히 군 간부 4명은 전역 후 군인공제회를 거쳐 공제회 산하기관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연속 2차 낙하’에 성공하기도 했다. 육군 A준장의 경우 2012년 군인공제회 회원관리이사로 취업했다가 다시 산하 사업체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육군 B소령과 C대령, 공군 D중령도 전역 후 각각 군인공제회를 거쳐 산하 기업의 감사와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군인공제회, 자산운용 실패 및 회원 탈퇴 도미노에 신음=문제는 군인공제회가 최근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기순이익이 2012년 350억원 흑자로 반짝 전환했던 것을 제외하면 2010년(-2428억원) 2011년(-3536억원) 2013년(-548억원) 등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2013년 총 손실은 6162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자산운용 실패는 2004년 4138억원이었던 이익상여금을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인 1373억원으로 급감시켰다.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 실패는 회원 탈퇴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 탈퇴 회원 수는 2010년 1만8751명에서 지난해 2만628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시 군인공제회 자산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탈퇴 회원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규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 의원은 전문성이 결여된 군 출신 인사를 주요 보직에 영입한 것을 자산운용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군과 군인공제회 출신 인사들이 산하기관 요직에 포진해 사실상 상급기관의 정밀한 감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안 의원은 “군에서 공제회로, 공제회에서 다시 산하·직영 사업체로 이어지는 ‘돌려막기식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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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윤장현 시장,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절친’ 임명

ㆍ경기·제주, 인사청문회 도입 문제인사 보류 효과도

“나는 시장과 30년 친구다.” 지난달 29일 광주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에 응모한 서영진씨(65)는 면접에 앞서 열린 공개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보자들이 업무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 인사에 단체장 뜻 관철 쉬워

서씨는 전남도 산하기관인 전남복지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지난달 16일 취임 9개월여 만에 갑자기 사표를 냈다. 다음날 그가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응모하면서 ‘내정설’이 돌았다. 윤 시장은 지난 2일 서씨를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전남도의 ‘복지 전문가’가 하루아침에 광주시의 ‘문화 전문가’로 변신한 것이다. 동문들을 속속 기관장에 앉힌 윤 시장이 이번엔 ‘절친인사’까지 한다는 말이 돌았다.

광역자치단체의 공모직 공무원과 출자·출연기관 인사에는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단체장의 뜻이 관철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를 도왔거나 단체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일부 자치단체가 도입한 ‘인사청문’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유피아(유정복+마피아) 시민감시단’을 구성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7월 취임 이후 선거캠프 출신과 학교 동문들을 고위직 공무원과 산하기관장으로 줄줄이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특보인 조용균 변호사는 유 시장의 인수위원회 시민소통팀장을 맡았다. 김문화 안보특보는 17사단장 출신으로 시장과 같은 제물포고를 나왔다. 지난 1일 임명된 이웅수 서울사무소장은 유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우승봉 대변인은 장관 때 비서였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7월 측근인 조문환 전 국회의원과 박재기 전 경남도 중소기업특보 등 2명을 각각 경남발전연구원장과 경남개발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첫 여성 정무부시장에 백춘희 전 자유선진당 대전시당 여성위원장을 임명했다. 백 부시장은 권 시장 선거캠프의 여성총괄본부장이었다. 백씨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한 권 시장 캠프에 몸담으면서도 부시장 내정 직전까지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해 ‘철새’라는 비판을 샀다.

■ 인사청문회 법제화 필요

이런 인사 잡음을 불식하기 위해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인사청문제’를 도입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산하 공공기관장 내정자 4명에 대한 인사청문을 실시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도의회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의 임용을 보류했다. 제주시장에 내정됐던 이기승씨도 지난 6일 실시된 도의회 인사청문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적격’ 의견이 나오자 자진 사퇴했다. 반면 대전시의 경우 대전도시공사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시의회가 일부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으나 임명을 강행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직자 인사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고, 단체장의 의중이 관철되기 쉬운 것이 인사 잡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방공기업 임원 추천위원회의 경우 단체장과 해당 공기업 추천 각각 2명, 의회 추천 3명 등 7인으로 구성돼 단체장의 뜻이 먹혀들기 쉽도록 돼 있다. 위원회가 측근이나 내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사례도 일반적이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 전문가들을 추천위원회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치단체에서도 인사청문회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방공기업법 등에 인사청문회를 둘 수 있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홍섭 혁신자치포럼 운영위원장은 “범죄 기록이나 납세 실적, 재산 내역 등 최소한의 윤리성은 검증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이종섭·박준철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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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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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일자리부터 인프라까지,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가장 창조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미국 최고의 ‘혁신 도시’로 뉴욕이 선정됐다.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는 기술, 사회기반시설, 고용, 환경ㆍ에너지 등의 부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미국 혁신 도시 10곳을 선정한 결과 뉴욕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은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정보기술(IT) 인재 유치규모(30만명)뿐 아니라 시 정부의 혁신적 환경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생태도시 건설을 목표로 도입한 도시기본계획(PlaNYC)의 경우, 하수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등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인정을 받았다.


[사진=CNN머니 캡쳐]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도 최근 초미니 아파트 신축 등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 감축하겠다고 발표, 환경친화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위에는 보스턴이 올랐다.

보스턴 정부는 친환경 건물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등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가 강점으로 꼽혔다.

또 교육 도시라는 이점을 활용해 역내 중학생들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과 1대 1로 연결해주는 멘토링 사업을 벌여 이공계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 점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보스턴에 이어 3위에는 포틀랜드가 꼽혔다. 포틀랜드는 일찍이 1973년부터 자전거 타기 생활화를 추진한 ‘자전거 계획’(BP) 덕분에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자전거 통근인구 비율을 자랑한다.

CNN머니는 4위를 차지한 시카고를 비롯해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가 그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그밖에 샌프란시스코(7위), 필라델피아(8위), 워싱턴DC(9위), 클리블랜드(10위) 순이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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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총 투자규모는 7889억달러 수준으로 작년대비 17.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국 오피스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독일 뮌헨 엑스포릴(EXPO REAL)에서 전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같은 내용의 투자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은 554억달러의 부동산 투자 규모를 기록해 전체 글로벌 투자액의 7%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은 리테일, 주거와 호텔 모든 분야에 걸쳐 투자가 활발했다.

투자규모에서 473억달러를 기록한 런던은 작년대비 40.5% 증가하며 뉴욕과의 격차를 줄였다. 도쿄는 355억달러의 투자규모로 3위를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38억달러의 부동산 투자를 기록해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CEO 인 카를로 바렐 생알바노는 “재무시장이 좋아지고 투자 자신감이 상승하고 있는 한편 핵심 지역의 투자 매물이 부족해 투자 대상 지역이 다양화하고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로컬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지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투자의 주요 자금처는 미국으로 753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했다. 유럽은 주요 투자국이면서 주요 투자대상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투자자문팀 양인희 이사는 “서울 오피스 시장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주요 핵심 오피스 투자처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주요 오피스 거래는 해외 투자자가 주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인 에비뉴 타워A는 아제르바이젠 국부펀드 소파즈(SOFAZ)가 매입했고 남산 타워도 아부다비 투자청(ADIA)이 매수 계약을 막판 협상 중이다.

이런 해외 투자자의 국내 오피스 시장에 대한 관심은 최근 공급된 오피스물량이 임차인을 찾아가면서 공실률이 안정권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양 이사는 “한국 경제 기초가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 추세는 201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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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시리아와 이라크를 빠르게 잠식하며 중동 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과 터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시리아에서 대대적 공습에 나서 IS를 파괴하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IS가 코앞까지 진격한 인접국 터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IS를 몰아내려다 반군의 힘이 커지게 되는 딜레마에 처했다.

국제연합전선의 무차별 공습에도 아랑곳 않고 터키 국경의 전략적 요충지 코바니를 장악한 IS 때문에 미국과 터키가 전면전의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IS의 공격을 피해 터키 국경으로 피신하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족 주민들의 모습 [자료=쿠르드 배스뉴스]
▶美, IS 딜레마…아사드 어쩌나=미국의 IS 격퇴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요인은 아사드 대통령이다. 미군 공습으로 IS 세력이 힘을 잃으면 이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아사드 정권엔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미국이 IS에 신경쓰는 새 아사드 정권이 세력을 불릴 수도 있다. 3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의 주범으로 아사드 대통령을 지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햄릿’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섣불리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지 못한 이유다.

실제 아사드 정권은 비밀리에 화학무기 시설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7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시그리드 카그 유엔 특사는 시리아 정부가 지금까지 유엔에 보고하지 않은 연구ㆍ개발시설 3곳과 생산시설 1곳 등 총 4곳의 화학무기 시설이 남아있다고 유엔안보리에 보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ㆍ애리조나)은 이 같은 상황을 ‘자멸적 모순’이라고 규정하고 “아사드 축출을 위한 효과적 정책을 내놓지 못한 오바마 정부는 IS를 파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린지 그레이엄 의원(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과 공동 작성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IS 공습을 틈타 미국의 잠재적 동맹들(반군 세력)을 제거할 수 있다”며 아사드 견제를 동반하지 않은 IS 격퇴전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군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고 아사드 정권이 호시탐탐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반군들이 마음 놓고 IS와 싸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FSA)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아사드 대통령이 방관하리라 막연히 기대하는 것도 ‘대실수’가 될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갈림길 선 터키…“IS냐, PKK냐”=시리아 인접국 터키도 IS로 인해 속사정이 복잡해졌다. IS가 시리아와 터키 국경도시인 코바니 장악을 눈앞에 둔 가운데, IS 격퇴전을 통해 터키가 30여년 내전 중인 쿠르드족 반군의 세력이 급성장할 수 있어서다.

미국 중동터키연구소 설립이사인 괴뉠 톨 조지워싱턴대 겸임교수는 7일 CNN 기고를 통해 시리아에서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군사ㆍ외교적으로 힘을 받는 것을 터키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PKK는 코바니 등 시리아 북부에 자치정부를 수립한 쿠르드족 정치세력 ‘민주동맹당’(PYD), 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 ‘페쉬메르가’, 쿠르드 민병대 ‘국민보호부대’(PPU)와 함께 범쿠르드 전선을 조직하고 IS에 맞서 싸우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 같은 협력 구축을 통해 페쉬메르가가 서방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를 PKK에 넘겨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서방에서는 PKK가 시리아에 투입할 만한 지상군으로 떠오르면서 PKK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해주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도 문제다. 터키 정부는 IS와 PKK뿐 아니라 아사드 정권도 ‘적’으로 여기고 있다. 터키군이 IS와 PKK에 동시 대응하고 있는 사이 아사드 정권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가디언은 터키 의회가 지난 2일 IS 대응을 위해 이라크ㆍ시리아 파병안을 승인했음에도 아직 구체적 작전계획이 나오지 않은 것은 서방이 아사드 정권을 견제해준다는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최근 이슬람 국가(IS)의 시리아에 대한 공습으로 인해 터키의 국경 지대에서 전쟁이 발생하면서, 터키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8일 국제금융센터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키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IS가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지대인 Kobani 공습에 나서자 미국과 아랍 5개국 연합이 대응 공습을 실시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터키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 경제는 2분기에 1분기 대비 성장세가 줄어들었으며,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등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리스크 요인으로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를 꼽았다. 주변 국가와 서방국가 간 전쟁 장기화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그것이다.

국내 정정불안도 지속되고 있는데, 현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논의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에 대한 의구심 확대 등이 국내 불안이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터키는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인해 해외에서 조달한 자본유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민감하다.

보고서는 터키가 지정학적인 리스크 고조, 고물가 지속,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dsch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만 ‘득’…‘햄릿’된 오바마 선택의 기로
터키, IS전선 본격 가세땐…내전 쿠르드 반군에 힘싣는 꼴


시리아와 이라크를 빠르게 잠식하며 중동 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과 터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시리아에서 대대적 공습에 나서 IS를 파괴하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IS가 코앞까지 진격한 인접국 터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IS를 몰아내려다 반군의 힘이 커지게 되는 딜레마에 처했다. 국제연합전선의 무차별 공습에도 아랑곳 않고 터키 국경의 전략적 요충지 코바니를 장악한 IS 때문에 미국과 터키가 전면전의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美, IS 딜레마…아사드 어쩌나=미국의 IS 격퇴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요인은 아사드 대통령이다. 미군 공습으로 IS 세력이 힘을 잃으면 이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아사드 정권엔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미국이 IS에 신경쓰는 새 아사드 정권이 세력을 불릴 수도 있다. 3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의 주범으로 아사드 대통령을 지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햄릿’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섣불리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지 못한 이유다.

실제 아사드 정권은 비밀리에 화학무기 시설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7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시그리드 카그 유엔 특사는 시리아 정부가 지금까지 유엔에 보고하지 않은 연구ㆍ개발시설 3곳과 생산시설 1곳 등 총 4곳의 화학무기 시설이 남아있다고 유엔안보리에 보고했다.

미국 핵위협방지구상(NTI)이 분석한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의 위치 [자료=BBC]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ㆍ애리조나)은 이 같은 상황을 ‘자멸적 모순’이라고 규정하고 “아사드 축출을 위한 효과적 정책을 내놓지 못한 오바마 정부는 IS를 파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린지 그레이엄 의원(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과 공동 작성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IS 공습을 틈타 미국의 잠재적 동맹들(반군 세력)을 제거할 수 있다”며 아사드 견제를 동반하지 않은 IS 격퇴전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군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고 아사드 정권이 호시탐탐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반군들이 마음 놓고 IS와 싸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FSA)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아사드 대통령이 방관하리라 막연히 기대하는 것도 ‘대실수’가 될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갈림길 선 터키…“IS냐, PKK냐”=시리아 인접국 터키도 IS로 인해 속사정이 복잡해졌다. IS가 시리아와 터키 국경도시인 코바니 장악을 눈앞에 둔 가운데, IS 격퇴전을 통해 터키가 30여년 내전 중인 쿠르드족 반군의 세력이 급성장할 수 있어서다.

미국 중동터키연구소 설립이사인 괴뉠 톨 조지워싱턴대 겸임교수는 7일 CNN 기고를 통해 시리아에서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군사ㆍ외교적으로 힘을 받는 것을 터키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PKK는 코바니 등 시리아 북부에 자치정부를 수립한 쿠르드족 정치세력 ‘민주동맹당’(PYD), 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 ‘페쉬메르가’, 쿠르드 민병대 ‘국민보호부대’(PPU)와 함께 범쿠르드 전선을 조직하고 IS에 맞서 싸우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 같은 협력 구축을 통해 페쉬메르가가 서방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를 PKK에 넘겨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서방에서는 PKK가 시리아에 투입할 만한 지상군으로 떠오르면서 PKK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해주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도 문제다. 터키 정부는 IS와 PKK뿐 아니라 아사드 정권도 ‘적’으로 여기고 있다. 터키군이 IS와 PKK에 동시 대응하고 있는 사이 아사드 정권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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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9일 한글날]외식업체 메뉴 절반 이상이 외국어
외국어 사용을 넘어 최근에는 한글을 버리고 영문 표기로 메뉴판을 내놓은 곳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베키아에누보’는 메뉴판에 제품 이름 및 설명을 영문으로 표기했다. 업체 측은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해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하와이안 딜라이트’ ‘키스 오브 엔젤’ ‘렛츠 트위스트’….

백화점이나 대형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국내 대표 식음료 업체들의 제품 이름이다. 하와이안 딜라이트는 파인애플이 들어간 피자, 키스 오브 엔젤은 유명 생수를 사용한 커피, 렛츠 트위스트는 꽈배기 빵이다. 그러나 영어로 돼 있다 보니 무슨 제품인지, 어떤 맛인지 알기 어렵다.

○ 외국어 오남용 심각… 영문만 표기하는 업체도

7일 본보가 가맹점 수를 기준으로 제빵(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뚜레쥬르), 음료(엔제리너스 이디야 카페베네), 햄버거(롯데리아 맥도날드), 피자(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피자헛), 패밀리레스토랑(아웃백 빕스) 등 업계별 상위 2, 3곳을 선정해 총 13곳의 대표 메뉴(주력 제품) 758개의 제품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의 63.4%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외국어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나 ‘치즈’ 등 외래어(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들어간 제품은 23.5%이며 우리말 이름(한자 포함)은 13.1%에 그쳤다.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어 제품명에서 나타난 오남용 사례다. 스위트밀크롤(파리바게뜨)이나 웨스턴그릴드시푸드플래터(아웃백) 등은 스위트(달콤한), 밀크(우유), 웨스턴(서양식), 시푸드(해산물)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과도하게 외국어를 쓴 대표적인 사례다. 커피와 콜라를 섞었다는 아메리콕(카페베네) 같은 합성어나 ‘아침’이란 단어에 ‘모닝’이 더 붙은 아침엔햄에그모닝(파리바게뜨) 같은 군더더기 표현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외국어 사용을 넘어 최근에는 ‘영문 메뉴판’을 내놓은 곳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베키아에누보’는 메뉴판에 제품 이름 및 설명을 영문으로 표기해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도록 해놓았다. 업체 측은 “영문 표기가 브랜드 정체성에 더 맞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어 메뉴 사전 등재 기준 체계화 검토

김문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은 “외국어 제품명을 많이 쓰다 보면 사람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어학자들은 ‘리얼치즈듬뿍브레드’는 ‘치즈가 듬뿍 들어간 빵’이란 식으로, 외국어 이름 중 상당수는 한국어로 바꿔 표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어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카페 브랜드 ‘코코브루니’는 감을 넣은 빙수를 ‘어찌감이’로, 딸기를 넣은 빙수를 ‘일편딸심’으로 내놔 주목받았다. 김주희 코코브루니 매니저는 “한국어 표현이 오히려 마케팅상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카푸치노’를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올린 가베’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대상의 한국어 이름 공모전을 9일부터 열기로 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사회가 글로벌화되고 있고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맞춰 마케팅을 하다 보니 외국어 사용이 일반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싱’을 ‘맛깔장’, ‘샘플러’를 ‘맛보기 묶음’ 등 국립국어원의 한글 순화 운동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정도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현실적으로 외국어를 더 많이 쓰는 단어는 외래어로 등재시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동아일보]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9일 한글날] 국가-도시명 2004년 이후 정비안해 같은 도시, 문서마다 다르게 적기도


외교부가 상대국 국가 이름이나 도시명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지 않고 엉터리로 적고 있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만 검색해도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잘못된 이름을 관행적으로 계속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나라 이름이 틀린 대표 사례는 지중해 연안국인 키프로스다. 알파벳 ‘Kypros’로 표기되는 이 나라는 키프로스라고 해야 하나 외교부는 여전히 사이프러스로 표기하고 있다.

주요 도시명에서도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블라디보스톡’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는 ‘젯다’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울란바타르’로 잘못 표기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타이뻬이’로, 중국의 대도시 청두(成都)를 ‘청뚜’로 쓰고 있는 것도 잘못이다.

국어기본법 14조에 따르면 모든 공공문서는어문규범을 지켜서 작성하도록 돼 있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강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에 전화(가나다전화 1599-9979)로 문의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을 관례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외교부가 외래어 표기법에 무신경한 사실은 같은 도시를 서로 다른 표기로 적는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외교부 홈페이지는 Vladivostok를 ‘블라디보스톡’이라고 적고 있는 반면 외교백서에는 ‘블라디보스토크’라고 쓴 사례도 있다.

외교부는 2004년 국가명과 도시명 50여 개를 일제히 정비한 뒤 사실상 지금까지 손질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뒤에야 고친 것이다. 당시 덴마아크를 덴마크로, 체크를 체코로, 휘지를 피지로, 핀랜드를 핀란드로 바로잡았다.

또한 외교 고위직 인사 일부는 여전히 필리핀을 ‘비율빈(比律賓)’으로, 오스트리아를 ‘오지리(墺地利)’로 부르는 사례도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전문을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을 내던 시절에 이를 압축적으로 부르던 관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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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장관들 기껏 짜낸 꾀가 그거냐"

유승민의원, 北 실세 3인방 靑면담 불발에 돌직구

"장관들 모여 기껏 짜낸 꾀가 그거냐" "통일부 장관이 점심 먹으면 회담이고 청와대 김규현이가 만나면 접촉이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연일 정부를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얼라'라고 표현하며 정부를 비판한 유 의원은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도 류길재 장관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유 의원은 북한 실세 3인방이 청와대 예방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비서실장 다 모여 짜낸 꾀가 이렇게밖에 안 되냐"며 "북측이 방문 인사를 밝혔을 때 이미 청와대 예방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북측의 청와대 예방 거절을 '무시'라고 평가하며 "다음에 북한 애들 또 와 가지고 '대통령 만날래?' 이랬을 때 안 만난다고 하면 지금처럼 또 이럴 것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아울러 유 의원은 통일부가 4일 북측 3인과의 회동을 남북 고위급 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회담과 접촉의 차이를 모르겠다"며 "4일 점심 먹은 것은 회담이고 정부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와 청와대 김규현이 만난 것은 왜 고위급 접촉이라고 표현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북측이 면담이라고 해달라고 한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5·24 조치 해제 관련해 "여당 의원들도 5·24조치를 해제하라고 하니 심정이 어떠냐"며 "여당 의원들의 이러한 발언이 통일부에 도움이 되느냐"고 5·24해제를 요구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천안함 폭침으로 5·24조치가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이 달라졌지만 같은 새누리당 정권이니 (5·24조치 해제에 대해) 분명한 논리를 가지고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이경태,남소연 기자]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다 모여 기껏 짜낸 꾀가 이렇게 밖에 안 되나. 그렇게 '나이브(naive)'하냐 이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한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대통령 면담 거절을 놓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면담 카드를 그렇게 값싸게 써도 되나"라며 대통령 면담 불발 경위를 따졌다.

우리 측의 '준비 부족'으로 북측의 대통령 면담 거절이라는 '무시'를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기간 중 '중국 경도론' 보도자료 배포 취소 해프닝을 놓고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라며 "이거 청와대 얼라(어린 아이)들이 하는 거냐"라고 질타한 바 있다.

유승민 "순진하게 제안하고 무시당해... 보좌 잘못된 것 아니냐"

유 의원은 "(북측 방한 하루 전인) 3일 NSC회의에서 (북측의) 청와대 방문 여부를 어떻게 얘기했기에 방문의사도 없는 사람한테 제안하게 됐나"라며 "그래서 물밑 대화를 좀 하시라고,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따졌다. 또 "그렇게 순진하게 제안하고 무시당하는 일이 발생하나"라며 "보좌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류 장관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라며 "거절당했다가 아니라 (북측이)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그쪽에서 양해를 구했다는 게 거절당한 것 아니냐"라며 "(북측의 거절은)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한테 자기 아버지한테 인사하고 가라는데 (그 사람이) 시간이 바빠서 그냥 간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에 북한 애들 또 와 가지고 '대통령 만날래' 이랬을 때 안 만난다고 하면 지금처럼 또 이럴 것이냐"라며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북측이) 말 안 꺼내면 우리도 입을 닫고 있으면 되지, 뭐가 그리 급해서 그랬나"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류 장관은 "결과적으로 유 의원의 말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우리 제안에 북측은 아주 정중하게 양해한 것"이라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남북 간의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유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의 의사가 전달됐다면 그 분(북측)들이 (복귀)시간을 늦춰서 가는 게 맞았던 것 같다"라며 "동양적 예의 차원에서 보자면 결례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들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왜 만찬을 강권하지 않았나"라며 관계 당국의 소극성을 탓했고, 같은 당 최재천 의원 역시 "종업원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에서 사실상 공개 회담이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가 북측의 (방문) 의도에 대해 중대한 착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논의의 초점은 남북 간 비공식 접촉의 '부재'로 쏠렸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정보원이나 통일부나 현재 '비밀접촉'은 없다고 하는데 남북관계를 풀려면 비밀접촉이 있어야 한다"라며 "비밀접촉을 안 하는 걸 자랑인 양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유기준 외교통일위원장마저 "남북 간 비선라인이 끊어져 있어 걱정된다, 비선라인이 관리 안 되는 상황에서 남북 사이의 교류가 옳게 되겠느냐"라며 "장관이 이 점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쏟아진 5.24 조치 해제 요구... 일부 '원칙' 강조하기도

 

한편,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해진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요구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통 크게 치고 나가야 한다"라며 "우리가 천안함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북측 고위급 방문으로 남북관계의 '작은 불씨'가 생겼다"라며 "껍데기만 남은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성곤 새정치연합 의원은 5.24 조치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북한이) 유죄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5.24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북측의 소행일 개연성은 높지만 100% 단정할 수 있나"라며 "천안함 사건을 북측에서 일으켰더라도 최종 책임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저 세상으로 갔고 우리 정부도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5.24 조치를 왜 했는지 그 이유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라면서도 "5.24 조치로 대북 제재 효과가 있는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 드레스덴선언 등을 내놨고 통일부도 여기에 맞춰 10대 사업 추진방향을 발표했는데 5.24 조치 해제 안 하고는 모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니깐 (정부의 대북정책이) '레토릭'으로 끝난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유승민 의원은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5.24 조치 해제) 결단을 할 때는 국민을 설득할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며 "정부는 달라졌지만 새누리당 정권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논리를 갖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해주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도 "정치권이 정부에 대해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한겨레]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어린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들이 하는 겁니까.”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장에서 한때 핵심 ‘친박’(친 박근혜)이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작심하고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는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유 의원이 ‘청와대 얼라’를 지목하고 나선 이유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뉴욕 유엔총회 방문 당시 발언자료에 있던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 때문이었다. 청와대가 당시 박 대통령과 현지 주요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사전배포한 발언자료에는 이 내용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없으니까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중국 경도’를 말하는 그런 자료가 나온 것”이라며 “미·중에 대한 우리의 위치는 넣었다 뺐다 장난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대통령 간담회 관련 자료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보니 (대미정책의 실무부서인) 외교부 북미1과, 2과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며 “이거 누가 하는 거냐.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거냐”고 윤 장관을 강하게 몰아 세웠다. 그의 ‘청와대 얼라’ 발언은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 비서진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유 의원은 윤 장관에게 “정권이 바뀌어도 통할 수 있는 외교안보분야 전략이 있냐”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윤 장관이 “발표는 하는데…”라고 얼버무리자, “경제분야에서는 정책을 바꾸려고 해도 시장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크게 지장이 없지만, 시장의 영역이 없는 외교분야는 100% 정권에 의해 좌우된다”며 “최고 전문가가 아닌 양반들이 대선 캠프를 구성해서 뚝딱 만든 것이 국가전략이 되고, 이것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 뒤에는 쓰레기통으로 간다.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이가 관료다”라며 “관료들이 5년마다 정권에 줄을 설 생각을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등 외교안보 관련한 4개 부처가 정권이 바뀌어도 통할 수 있는 외교안보분야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 의원은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주한민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데는 우리 예산으로 해야 한다”며 “중국이 뭐라고 하면 ‘알아서 하라’고 하는 배짱을 가져야지 언제까지 어정쩡하게 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누구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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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브리핑] 인천아시안게임과 남북고위급 접촉이 남북관계에 갖는 함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3인을 중심으로 김영훈 체육상, 맹경일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이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남한에 왔다. 이는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흥분을 주었다. 남북관계가 이제 개선되려나. 정말 그러면 좋겠다고.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폐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일차적으로 북한팀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70~80년대에는 아시안게임에서 종합순위 4~5위를 했다. 그러다가 2002년(부산)에 9위로 떨어지더니 2006년(도하), 2010년(광저우) 대회에서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이번 2014년 인천에서 금메달 11개로 종합순위 제7위를 차지하면서, 10여년 만에 다시 톱10에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포츠인 축구에서 여성팀은 우승, 남성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 지도자로 들어서서 '체육강국 건설'을 강조한 다음에 나타난 성과여서 북한지도부로서는 이를 크게 자축하고 이 분위기를 김정은시대를 여는 데서 북한주민의 사기 진작에 십분 이용하는 정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국내정치적 목적이 중요했다하더라도, 이처럼 고위층이 세 명이나 한꺼번에 폐막식에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국가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김영훈 체육상만 와도 될 일이었다. 10월 5일자 <조선신보>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를 보낸 것은 "파격적인 조치"로서 이는 "최고영도자의 결단"이라고 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의 방문이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갖는 함의이다. 

첫째,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누가 보더라도 매우 극적이고 강력하게 보여줌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북한정부와 김정은 자신이 이미 이번 인천대회 참가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고, 이번에 북측 방문단은 우리가 요구해온 제2차 남북고위급 회담을 10월 말~11월 초에 남측이 원하는 날짜에 재개하자고 동의했다. 황병서는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했다.

둘째, 남북관계가 상대방이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남측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또 그 다음에 북측이 남측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나오느냐가 향후 남북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의 10월 5일자 <조선신보>의 해설기사는 "평양에서 민족화해의 사절들이 내려와 북남관계 개선의 단초가 만들어진 것인 만큼 이제 공은 서울의 청와대에 넘어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동령은 10월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성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도 이번 방한시에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진정성있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는 향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된다 해도, 남북대화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 이래 여태까지의 남북관계는 당장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대결상황에 빠져 있었고 그것이 일종의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따라서 양측은 이제 그간의 대결구조를 깨뜨리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 간의 불신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었는데, 양측 지도자들이 상대방에 대해 보인 불신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인물, 진정성이 없는 인물, 북한 주민은 굶주리고 있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쓰는 인물, 무력도발을 일삼는 인물, 박 대통령 자신에게 입에 담지 못할 인신 모독적인 언어폭력을 가하는 인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워싱턴, 베이징, 유엔 어디에 가든지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데서 꼭 북한을 비판하는 인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 쌓기보다는 국내정치용으로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론을 사용하면서 북한을 흡수통일하려고 하는 인물, 미국과의 동맹협력이라는 이름하에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예외 없이 지지하면서 거드는 인물로 투영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불신이 상호간에 자리 잡고 있는 한 향후 남북관계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대화를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만나고 일관성있게 민족화해와 남북관계 개선의 이해관계를 키워가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생각과 판단을 조정하면서 하나씩하나씩 상호 신뢰를 쌓는 수밖에 다른 뾰족한 수는 없다.

넷째, 그동안 남측의 대북정책은 한미동맹협력을 강조하면서 기본적으로 미국의 동북아정책 속에서 작동해왔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미국의 동북아정책과 한미동맹협력이 남북관계 개선에 우호적이며, 한반도에서 평화 증진적이며 문제해결적인 것이 되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강대국정치를 하는 나라이고, 미국의 동북아정책과 한반도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협력과 경쟁 속에서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고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미양국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은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에 따라서 이뤄지며, 우리 군은 전시작전권을 아직 미군으로부터 환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에 따라 작전에 나선다. 

지난해 봄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했을 때, 한국은 그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기 보다는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협이라는 금기가 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합동훈련을 강화하면서 미국을 도왔다. 선제공격 개념이 들어가 있어서 '핵선제 타격전략'이라고 북한이 반발하는 '맞춤형 억제전략'도 한미양국의 대북 공동전략이다. 

또 한국정부가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아무리 독자적인 것이라고 주장해도 그것이 중국, 러시아, 북한을 겨냥하는 미국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와 "극도의 상호운용성"(extreme interoperability)을 갖는 것이라면 결국 KAMD는 미국주도 MD의 부속체계로 작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에도 '최종단계 고(高)고도미사일방어'(THAAD)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상은 하지 않고 압력과 제재를 강화하는 '전략적 인내'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북·미 대결과 한미동맹협력은 매우 구조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관련국 모두가 힘을 합해 여태껏 존재해온 대결과 전쟁의 구조를 극복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번 북한 고위급 방문단의 남한 방문은 확실히 우리로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임에 틀림없다. 곧 개최될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관계가 답보상태를 벗어나도록 해야 하며,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밝혔듯이, 이산가족 상봉문제, 5.24조치, 금강산 관광, 북핵 문제 등 모든 주요현안을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해결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에 이뤄진 북한 고위급 방문과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하여 양측이 보인 몇 가지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인천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할 때, 기본 식사를 끝낸 후 비공개 시간을 갖고 좀 더 허심탄회하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어느 쪽이라도 먼저 그렇게 제안했다면 비공개회담이 이뤄지지 않았겠는가. 현장 취재기자의 전언에 의하면, 점심식사가 코스 요리라서 종업원들이 계속 음식을 나르느라 들락날락했고 식당 자체도 그 시간에 정상적으로 점심영업을 했으며 일반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통일부 대변인은 '오찬을 겸한 회담'이라고 표현했지만, 왜 양측은 1시간 40분이라는 식사시간을 '환담'만 하고 끝냈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결국 오찬 환담에서는 5.24조치, 대북 전단 살포,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상봉 등 현안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둘째, 환담 후 통일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북쪽 고위급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었으나 북쪽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와 시간 관계상 청와대 방문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가 없더라도 만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측이 이런 것을 굳이 밝힌 것도 퍽이나 이례적이다. 우리의 국가원수의 청이 북측의 방문단에 의해 거절당한 셈이어서 결코 모양새가 좋지 않은데도 왜 우리정부가 이를 굳이 밝혔는가. 

왜 또 북한 방문단은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을까.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에게 '반드시 박대통령을 만나고 오라'는 식의 지시는 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북측은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정부성명, 김정은 자신의 언명 등을 통해 이번 참가의 기회를 이용하여 남북간의 신뢰회복과 관계개선에 대해 강조했지만, 응원단 파견이 성사되지 못하고 또 아시안게임 기간에 박 대통령이 전세계가 보는 가운데 유엔총회에서 북핵문제, 북한인권문제 등을 비판하는 것을 보고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별 뜻이 없다는 식으로 판단하여 실세 3인방을 폐막식에 보냈을 때는 남측에 대해 별 기대가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미리 공식회담이 준비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북한 방문단이 평양과 소통할 수 있는 통신선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깊은 이야기는 꺼내지 말고 덕담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되 남측이 의미 있는 제안을 하는 경우, 3인이 현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왔을까. 또는 북측 방문단이 오찬 환담을 하면서 청와대를 방문한다고 해서 특별히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나. 어쨌든 필자는 남북한 양측이 시급하고 엄중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고위급 만남을 비공개 회의를 통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는 기회로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셋째, 그 동안의 상호불신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데 대해 북측은 썩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한 데는 북한 방문단이 박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의사를 거부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가 작용한 것일까. 최근 연속적으로 지자체, 재보선선거에서 승리하고 또 세월호참사 문제도 나름대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자신감이 생긴 청와대가 향후 북한에게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통일준비론과 퉁일준비정책으로 정국을 이끌어 나가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객관적으로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대북정책이 맞지만, 통일준비론이나 통일준비정책은 그것에 대한 북한의 협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대북정책이 되지 못하고 국내정치용으로 떨어지게 마련인 정책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신뢰프로세스와 통일준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양자 간에 큰 간격이 있고 서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혼란을 느끼게 한다. 

이제 곧 재개될 남북 고위급대화를 통해 신뢰프로세스와 통일준비 간에 상충적인 면을 대폭 감소시키고 진정성있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 양자가 '연결되는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여 신뢰프로세스가 대북정책 기조로서 다시 힘을 받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위에서 시사했듯이, 이래저래 깊어진 남북지도자들 간의 불신과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은 환경구조 문제 때문에 걱정도 많다. <조선신보>의 표현처럼, 객관적으로 공은 우리 쪽에 넘어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정부가 평화증진적이고 통일지향적이며 동시에 문제해결적인 방향에서 전략적 능력을 십분 발휘해 줄 것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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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재앙!…선진국이 개최 거부한 이유?"

[정책쟁점 일문일답] '속임수'로 시작한 인천 아시안게임, 빚만 남겼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1. 지난 4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천 아시안 게임이 끝났습니다. 홍 소장은 어떻게 봤나요?
⇒ 인천 아시안 게임은 유치 과정과 준비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기 때문에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았는데요. 첫 단추가 잘못 꿰이면 모든 것들이 다 틀어지듯이 이번 인천 아시안 게임도 운영과정에서 매우 좋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시민들의 부담이 클 것 같은데요. 총 (직접)비용 2조2000억원 중 7000억원 가까운 돈을 정부가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1조 2천억원 이상이 빚으로 남았습니다. 이것은 인천시민들이 세금으로 갚아야 합니다. 

2. 인천 아시안 게임이 유치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고 했는데요. 어떤 잡음이 있었나요?
⇒ 2007년 인천 아시안 게임 유치를 주도한 사람은 안상수 전 시장이었는데요. 안 전 시장은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영상 중 일부를 임의로 편집해서 행사 유치에 성공했다고 썼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인천 아시안 게임 유치가 평창 올림픽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고 이것에 반대했는데요. 대통령의 반대로 인천 아시안 게임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되자 인천시는 “평창이 유치되면 정부와 국민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통령 동영상에서 ‘평창이’를 삭제하고, 마치 노 대통령이 인천 아시안 게임 유치에 적극적인 것처럼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들을 속였습니다. 이와 같이 인천 아시안 게임은 유치 단계에서부터 속임수로 출발했습니다. 

3. 또 인천 아시안 게임은 경기장 공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지요?
⇒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의 신축 비용은 모두 4900억 원이었는데요. 당시 정부는 4900억원을 들여 주경기장을 신축하기보다 2400억원을 들여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건설된 문학경기장이 매년 20억원의 운영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경기장을 신축하기보다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인천시는 정부의 권고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국비 지원을 받지 않을테니 승인만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승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더 황당한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국비지원 없이 주경기장 신축에 4900억원을 투입하는 일이 여의치 않자 인천시는 처음의 약속을 어기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국비지원 운동을 벌인 겁니다. 결국 정부는 이 압력에 굴복하여 공사비 중 1326억원을 지원하게 되는데요. 인천시로서는 시장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시장이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4. 인천시가 무리한 공사비로 돈을 대부분 허비해 막상 운영과정에서는 돈이 없어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잔치는 끝났고 이제는 정산을 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어느 정도의 추가 부담을 해야 하나요?
⇒ 인천시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총 2조2056억원(운영비 4832억원, 각종 시설비 1조7224억원)을 투입했는데요. 조직위원회 수입은 이중 8.9%인 1960억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스폰서십이 470억원, 방송중계권 수입이 245억원, 티켓판매액이 265억원, 기타 수입이 290억원 등). 결국 2조원은 중앙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인천시민의 부담이 되고 말았는데요. 중앙정부가 70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했고, 인천시가 운영비로 1000억원 남짓의 지원을 했으니, 나머지 빚으로 남은 1조 2000억원은 시민들이 세금으로 갚아야 합니다.        

5.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이번 아시안 게임의 경제적 효과가 20조원에 달할 것이라 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첫째, 빚 내서 건설투자를 하면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고, 둘째, 관광객 유치효과가 크다는 것이며, 셋째, 광고효과가 크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먼저 빚 내서 건설투자를 하면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주장, 4대강사업을 보면 그런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2조원을 투입한 4대강사업, 민간사업이라면 최소한 일년에 수익률 3~4%인 7000~8000억원의 수익은 남겨야 이자비용이라도 감당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수익은 커녕 추가비용만 늘고 있지요. 아시안 게임 시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6. 인천 아시안 게임의 경제적 효과가 20조원이라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가지는 기업 광고효과를 높게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들 주장대로 인천 아시안 게임의 기업 광고효과가 십수 조원에 이른다면 십수 조원을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의 스폰서십 수입이 고작 47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기업 광고효과가 십수 조원에 이른다면 십수 조원의 스폰서십을 기업들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고작 470억원 받은 겁니다. 결국 인천 아시안 게임의 기업 광고효과가 십수 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7. 국제 스포츠 행사의 관광객 유치효과는 어떻게 나타났나요?
⇒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8월 3일 기사에서 흥미로운 보도를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개최한 7번의 국제 스포츠 행사 중 개최기간 관광수입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늘어난 경우는 두 번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다섯 번은 오히려 관광수입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개최 기간 관광수입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2%나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은 국제 스포츠 행사의 관광객 유치효과가 매우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8. 최근 2020년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개최 후보지로 꼽혔던 도시들이 줄줄이 ‘개최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도시들인가요?
⇒ 2020년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개최 후보지로는 노르웨이의 오슬로와 스웨덴의 스톡홀름, 독일의 뮌헨, 폴란드의 크라코프, 스위스의 다보스 등이 거론되고 있었는데요. 이들 도시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줄줄이 ‘개최 불가’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후보 도시로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와 중국의 베이징 두 곳 뿐입니다.  

9. 그 동안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주최 도시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들이 많았는데요. 그런 지적들에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었겠지요?
⇒ 국제 스포츠 행사를 섣부르게 유치했다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도시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지적들이 끊임없이 나왔는데요. 예를 들면 의외로 많습니다. 먼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을 보면 이 대회는 몬트리올시에 28억 달러의 빚을 남겼습니다. 28억 달러는 당시 캐나다 GDP(1937억 달러/1976년)의 1.45% 수준이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 경제 수준(GDP 1500조원)에 비춰보면 22조원에 해당합니다. 결국 몬트리올 시민들은 이 빚을 갚느라 2006년까지 30년 동안 올림픽특별세를 내야 했습니다. 몬트리올 올림픽 외에도 역대 올림픽을 살펴보면 흑자를 본 대회가 극히 드물었는데요. 그래서 ‘올림픽이 빚잔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10.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최악의 올림픽은 어떤 대회였나요? 
⇒ 전문가들은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최악의 올림픽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 적자 규모는 90억 달러였는데요. 90억 달러는 당시 그리스 GDP(2303억 달러/2004년)의 3.9%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역시 최근 우리나라 경제 수준(GDP 1500조원)에 비춰보면 59조원에 해당합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인데요.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그리스 재정위기의 주범 중 하나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11.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소개해 주시죠.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도 6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61억 달러는 당시 스페인 GDP(6127억 달러/1992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것을 역시 최근 우리나라 경제 수준(GDP 1500조원)에 비춰보면 15조원에 해당합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118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는데요. 118억 달러는 당시 영국 GDP(2조4844억 달러)의 0.47%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것을 역시 최근 우리나라 경제 수준(GDP 1500조원)에 비춰보면 7조원에 해당합니다. 

12. 앞으로도 지자체들은 지속적으로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에게 어떤 점들을 조언하고 싶습니까?
⇒ 국제 스포츠 행사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편익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방식으로 시민들을 속이고 유치를 강행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지자체장들이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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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숲 모델을 찾아서] ①부럽기만한 선진국 도시숲

 [특별취재팀=이승선, 최하얀, 서어리 기자]

 
지난 반세기동안 국내 산림정책은 전란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려는 녹화사업이나 자원화사업 등 가시적이거나 물질경제적인 1차원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왔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는 숲, 생태, 둘레길, 올레길, 등반, 산악이벤트, 가족캠핑, 주말농장, 전원생활, 귀농 등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산림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 산림복지 개념이다. 그런데 복지하면 비용 문제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산림복지는 최소비용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최상의 복지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이에 따라 산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참고할 산림복지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가깝게는 일본, 멀리는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영국, 독일 등 해외 5개국과 국내 산림복지 현장 취재로 이뤄졌다. 총 7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스위스 베른ⓒ프레시안(이승선)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로의 전환

이미 선진국에서는 국유지를 활용해 국민의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산림복지를 제공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산림복지는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숲태교부터 숲유치원, 숲체험, 산악레포츠, 야영, 산림휴양, 산림치유, 등산, 트레킹, 산림요양, 수목장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따라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산림복지는 도시의 숲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의 혜택이 아무리 좋다 해도 경험하지 않은,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도시민들이 특별히 시간을 낸다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일 없이 생활에서 쉽게 접근하고 체험할 수 있는 도시숲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도시숲은 도시에서 국민 보건 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하여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을 말한다.

오늘날 급속한 도시개발과 도시지역 내 숲에 대한 관리 부실로 인해 생활권 녹지공간이 부족한 실정이고, 도시생태계의 건강성 또한 악화되어 가고 있다.
 
도시생태계를 위해서 숲은 시민의 곁에 있어야 한다. 도시 안팎으로 생태계를 이루도록 잘 조성된 산림은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업이며, 시민들도 적극 참여해야 할 운동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른바 '녹색네트워크'를 구축한 도시숲 생태계의 모범사례가 되는 도시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우리나라는 민둥산에 국가적으로 나무를 심는 녹화사업을 모범적으로 해온 나라"라면서 "이제 50년간 숲을 잘 가꾸어왔으니, 이제는 숲을 복지자원으로 활용할 때에 왔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최근 산림청이 주력하는 정책 목표는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다. 즉 "태교에서부터 수목장까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나 숲을 자신의 고향 삼아 전생애 동안 숲을 가까이 하면서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요즘 "산림정책의 초점을 산림복지 서비스에 두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런던 에핑포레스트ⓒ프레시안(이승선)
산림복지, 숲의 '치유 기능'에 초점

산림청이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를 표방하면서 내세우는 숲이 '치유의 숲'이다. 치유의 숲은 "인간의 고향이 원래 숲"이라는 명제가 단순히 정서적인 차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는 발상에서 "숲의 치유 기능을 극대화한 공간"으로서 국가적으로 설립을 지원하고 있는 특정한 숲들을 말한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는 국내 최초의 '치유의 숲'으로 '산음 치유의 숲'이 일종의 모델케이스로 운영되고 있고, 전라남도 장성과 강원도 횡성에서도 본격 운영중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치유의 숲은 아직 전국에 몇 개에 불과하고, 지원의 수준도 크게 부족하다. '치유의 숲' 현장을 탐방한 소감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산림복지는 그 사회의 수준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숲을 찾아갈 여유를 갖기 어려운 데 어떻게 숲이 제공하는 산림복지를 누릴 수 있을까.

국내 '치유의 숲'들을 탐방하고 보니 진짜 산림복지는 도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그래서 더욱 '도시숲'이 아쉬워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도시숲이라고 할 만한 곳은 사실 "거의 없다"고 한다. 도시숲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시의 일부로 있어야 하고,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천연의 숲을 도시의 시민들을 위한 산림복지의 공간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시숲의 정의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도시숲이라고 하는 서울 뚝섬 일대에 조성된 '서울숲(116ha)'은 비교적 큰 도심 자연공원에 가깝다.  산림청 관계자들도 "사실상 한국에서 '도시숲'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도시 근교의 산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교토 타다스노모리ⓒ프레시안(서어리)
진정한 도시숲을 모르는 삶

그런 의미에서 산림복지 전문가들로부터 추전받아 찾아본 선진국의 도시숲들을 봤을 때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치유의 숲'을 보유한 일본이나, 유구한 역사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유럽 선진국들의 도시숲 현장을 탐방해보니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의 '불로뉴 숲'은 나폴레옹 3세가 "파리에 어떻게 도시숲 하나 없느냐"면서 "세계 최고의 도시숲을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엄청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유서 깊은 숲이다. 기존에 있는 숲을 인공적인 조경을 가해 도시숲으로 조성했는데, "처음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숲처럼 살아 숨쉰다"는 찬사를 받는다. 

사진찍기용 관광에 바쁜 한국인들은 파리에 가서 '불로뉴 숲'을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파리지앵은 주말이면 가는 곳이 바로 '불로뉴 숲'이다.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도시숲을 찾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취리히 실발트ⓒ프레시안(이승선)스위스는 수도 취리히의 '실발트'라는 도시숲이 대표적이다. 취리히 면적의 4분의 1 정도라는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서울숲' 같은 도심 자연공원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대한 도시숲이 아니더라도 숲과 강, 호수가 어느 도시에서나 도시 속에 녹아 들어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스위스는 산림복지를 생활공간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스위스는 도심과 떨어진 '치유의 숲' 같은 개념이 아니라 자연의 여러 가지 요소들과 마을이 한곳에 모인 세계적인 '휴양 마을'이 곳곳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숲과 계곡, 산과 호수 등으로 이뤄진 '치유의 마을'인 것이다. 휴양마을의 체계적인 관리의 모범으로 꼽히는 체르마트, 인터라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수도 베른과 호수도시로 유명한 루체른 등도 도시 자체가 휴양마을 급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는 '에핑 포레스트'라는 최대의 도시숲이 있다. 이 도시숲은 런던시가 직접 관리하면서 언제나 지역주민들이 일종의 생활공간으로서 삶의 터전으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아예 이런 '오픈스페이스' 원칙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에핑 포레스트는 인근 주민들이 간간히 휴식을 취하러 가는 숲이 아니라, 마치 숲은 원래부터 도시의 일부라는 듯 자연스러운 곳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도시숲은 '세계 최초의 도시숲'이라는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이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프랑크푸루트 시유림"이다고 말하기 얘매한 형태다. 마치 프랑크푸르트라는 삭막한 대도시에 '숨통'을 터준 것 같은 모습이다. 프랑크푸르트를 동서로 관통하는 마인 강 일대에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숲을 조성해 '도시의 허파'를 달아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산림복지를 체험할 도시숲이나 치유의 숲은 대부분 인공적인 조림이거나, 지리적으로 생활공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산림복지를 누릴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문화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산림복지, 문화가 동반돼야 가능

▲프랑크푸르트 시유림ⓒ프레시안(이승선)
도시숲을 중심으로 본 선진국과 한국의 산림복지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의미는 복합적이다. 우선 규모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무려 5000㏊, 파리 불로뉴 숲은 850㏊다. 불로뉴 숲은 파리에서 크기로 두번째인데 이 정도다. 

가장 큰 차이는 하루아침에 극복될 수 없는 역사성에 있다. 선진국의 도시숲은 천혜의 숲을 도시민의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로 인공적으로 조성하되, 자연의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 최소한 수백년간 지속된 이런 생태계의 조성과 관리의 결과물은 "인간까지 포함된 생태계"로서 존재하는 '숲의 복지'를 구현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도 사실 '도시숲'이 산림복지에 훨씬 어울리는 숲이라고 강조한다. 산림복지의 개념에서 도시숲을 정의하자면, 거대한 숲일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신 청장은 도시숲의 정의에 대해 "집에 나와서 5~10분 내에 갈 수 있는 숲"이라면서 "숲이 얼마나 있느냐, 어느 정도 큰가라는 양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도시화율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집 근처에 갈만한 도심 공원 자체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도시숲을 보유한 선진국들은 대체로 이런 '갈만한 도심공원'도 곳곳에 있다. 

국내에서도 '산림복지'의 인식이 확산돼, 도시 개발의 초기부터 '도시숲'이 함께 하도록 설계되고, 기존의 도시에서는 자투리 땅이나 도시 주변에 숲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파리 불로뉴 숲ⓒ프레시안(이승선)
주목되는 '생활권 도시숲' 사업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지난달 24일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올 연말부터 2017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에 '생활권 도시숲'을 대거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도심에 1000개의 숲과 1000개의 정원을 만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두 합해서 여의도 면적(2.9제곱킬로미터) 의 1.3배에 달하는 도시숲을 서울에 조성한다는 것이다.

9월 현재 서울의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45.3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 인구 1인 당 4.0 제곱미터에 그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9.0 제곱미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산림청과 지난 6월 도시숲을 활용한 산림치유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는 등 산림복지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그동안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아토피 같은 환경성 질환 증가로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서울에서 산림치유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은 전혀 없었다'면서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산림복지 혜택을 누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시숲 산림치유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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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인터뷰]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박세열 기자(=정리)]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2014년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일대에서 열린다. 총회는 193개 회원국,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등의 약 2만 명이 참가해 개최되는 환경 분야 최대 규모의 정부 간 국제회의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생물자원의 이용으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의 공유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1992년 체결된 리우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생물다양성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이 총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 때마다 홍보에 열을 올리던 정부는 왜 이번 총회에 대해 이렇게 조용하고, 또 왜 언론은 이렇게 조용한가. <프레시안>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 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운동을 벌였던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장관을 만나 생물다양성협약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생물다양성은 창조 경제, 미래 산업, 가치 창조는 물론, 지구 생태계 보존과 생명 존중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김 전 장관은 "과거에는 운석과의 충돌이라든지, 빙하기, 이런 것에 의한 멸종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인간이라는 생물종에 의해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일어나는 시대"라며 "결국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인류가 얻는 먹거리, 약, 기술 등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생물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생태계의 파괴가 인간 세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곧 지속 가능한 인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생물 산업, 즉 바이오산업의 어마어마한 잠재적 시장 가치는 덤이다.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 신성장 산업으로도 바이오산업 부분이 제일 적절한 분야라고 본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고,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생물다양성 관련 논의가 궁극적으로 '자원으로서 생물'과 '생명으로서 존엄'이라는 모순을 해결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생물다양성, 그 무한한 가능성

프레시안 : 생물다양성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주신다면? 

김영호 : 생물다양성이라 하는 것은 종 다양성, 생태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이 세 가지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하늘에 제비도 있고 참새도 있고 온갖 새가 날아다녔죠. 숲이 있었고 들판에는 온갖 곤충이 있었고, 개울에는 미꾸라지, 메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그런 생명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요. 생물이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 겁니다. 역사적으로는 제 6차 대멸종이라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운석과의 충돌이라든지, 빙하기, 이런 것에 의한 멸종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인간에 의한 멸종이에요. 인간이라는 생물종에 의해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일어나는 시대라는 게 특징입니다. 멸종의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지금 벌이 없어요. 세상의 벌이 90%가 사라졌다고 해요. 나비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식물 수정은 누가 하나요? 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사라진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북극곰이 사라지는 것을 굉장히 심각하게 다루더군요. 북극곰이 사라지는 게 그렇게 심각할까요? 북극곰이 사라지면 다음에는 인간의 차례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겁니다. 생물종이 없어지면 인간의 생존도 위험해집니다. 동해에 물고기가 안 잡히면 뭘 먹고 살 거죠? 종의 멸종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됩니다.  

프레시안 : 그래서 1992년에 리우회의가 열렸죠. 역사적인 회의였습니다.  

김영호 : 그렇죠.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거기에서 정립됐습니다. 사막화방지협약은 토지황폐화방지 협약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데요, 중국 땅덩어리의 3분의 1이 사막화됐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심각하지 않아도 지구에게는 심각한 일입니다. 3대 협약 중,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협약이 많은 관심을 모았어요. 기후변화협약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뤘죠. 그 총회를 유치하려고 했는데 실패를 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유치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생물다양성협약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주장이 묻혔지만, 어찌됐든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금 열립니다. 기후변화 관련 시장보다, 생물다양성 관련 시장이 훨씬 큽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통계를 보면 3배 이상 시장이 크다는 통계도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에 가서 기후변화 문제를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발표하던데, 주로 에너지를 가지고 하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를 따진다면 생물다양성 관련 시장은 훨씬 커요. 그 말은 혁신 가능 범위가 훨씬 넓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자리도 훨씬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산업(BT)입니다. 바이오산업은, 따지자면 에너지 산업이기도 합니다. 바이오산업의 원천이 되는 게 생물다양성인데, 생물다양성 위에서 바이오산업이 나오고 바이오산업 위에서 에너지도 나오는 겁니다. 이 부분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성장 속도도 제일 빠르다고 볼 수 있죠. 

프레시안 : 지금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은 이미 BT 산업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는데. 

김영호 : 지금 세계는 IT시대로부터 BT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IT와 BT가 결합되고 있습니다. 빈트(BINT)라는 말이 있어요. BT, IT, NT 기술을 합친 겁니다.(Bio, Information, Nano Technology) 빈트라는 말 속에도 바이오가 제일 먼저 나오죠. 바이오산업이 21세기의 꽃이라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생물다양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생물 다양성 관련해 한국에서는 별로 관심을 안 갖는 것 같습니다. 그 중요성을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김영호 : 생물다양성의 핵심 중 하나는 생물을 자원으로 본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먹거리로 봅니다. 알다시피 모든 약은 생물에서 나오죠. 예를 들면 은행잎에서 징코민이 나옵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나오고요, 지금 A1과 같은 전염병 약도 생물에서 나오죠. 모든 약의 원천이고 모든 먹거리의 원천이며, 모든 화장품의 원천이고 신소재의 원천이 바로 생물입니다. 뿐만아니라 모든 기술의 원천으로도 가고 있습니다. 소위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 생체모방)라고 하죠. 가혹한 환경 속에서 동식물의 진화 능력만한 기술이 없습니다. 가령 지네가 있는데, 발이 많아 어디든 갑니다. 그 원리를 이용해 2010년에 한국의 젊은 과학자가 우주선과 고층빌딩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동물들이 자연에서 생존하며 자신들이 터득하고 진화시킨 능력을 우리의 기술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데, 연구실에 가면 바퀴벌레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바퀴벌레는 가만히 있다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죠. 그렇게 빨리 가다가 급정지를 하는데,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요. 그런 능력을 어떻게 자동차에 적용시킬까, 이런 부분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요즘 기술 혁신의 60% 이상이 생물 모방 기술이라고 합니다. 그런 여러 차원에서도 생물다양성은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는 열광한 생물다양성협약, 왜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신성장 산업으로도 바이오산업 부분이 제일 적절한 분야라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고,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입니다.ⓒ프레시안(최형락)프레시안 : 그런데 이명박 정부때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을 정권의 '색깔'처럼 만들었죠. 기후변화와 관련해 논란은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이슈화하려고 나름 노력은 했습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기후변화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진짜로 관심을 가졌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생물다양성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죠. 평창 동계올림픽에 정부와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생물다양성협약에는 열광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김영호 : 2010년에 나고야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했어요. 그 다음에 총회가 인도로 갔고, 그 다음에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 온 겁니다. 지금 12차 회의죠. 나고야 총회가 열릴 때에 저는 마침 일본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2008년부터, 즉 총회가 열리기 2년 전부터 매스컴에서 난리를 쳤어요. TV를 켜면 생물다양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사람들이 나고야에서 하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이슈에 세뇌를 당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일본 사람들은 생물다양성에 대해 눈을 떴고, 지금 그에 대한 인식도 확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용해요. 이것은 나는 언론, 학계, 관료, 산업계의 직무유기라고 봅니다. 화가 나더군요. 산업적으로 이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것을 잘 모르고 있어요. 

프레시안 :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바이오안정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만들어지겠죠. 우리가 그런 부분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텐데요. 

김영호 : 우리나라 신성장 산업으로도 바이오산업 부분이 제일 적절한 분야라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고,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입니다. 산업적 관점에서 봐도 제일 중요한데, 왜 환경부는 그렇게 무성의하고, 산업자원부, 농림부, 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에서 왜 총체적으로 안 나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떠밀려서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고 일부러 관심을 끌지 않도록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국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행사를 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개탄스럽습니다. 이번 당사국총회를 바이오산업을 진흥시킬 일대 터닝포인트로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뿐만 아닙니다. 2010년 나고야 총회 때에는 큰 성과가 있었어요. 바로 개발도상국 생물 자원 착취 문제였죠. 생물종은 주로 개도국에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 특허를 가진 곳은 주로 선진국이에요. 

이를테면 과거에 독일 제약회사가 한국 은행잎을 한국에서 싼 값에 가져다가 징코민을 만들어서 한국에 비싸게 팔았죠. 그러면 우리나라는 그 기술이 없으니 은행잎을 싸게 팔고 징코민을 비싸게 삽니다. 그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물종이 풍부한 개도국과 그것을 이용하는 지적 소유권을 가진 나라의 이익 배분 문제, 이 문제에 대해 나고야 총회에서 하나의 성과를 거둔 것이 바로 나고야 프로토콜(나고야 의정서)였죠. 나고야 의정서를 실천하는 추진맵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게 바로 평창맵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나고야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의 뒤처리를 하는 총회에서 그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일본이 참 애를 써서 나고야 프로토콜을 통과시켰는데 그것을 보면, 개도국도 이익을 공유할 수가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일본 제약계에서는 이 프로토콜에 서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저항을 했는데, 결국 일본은 서명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과연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모릅니다. 한국이 서명을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수천억 원이 된다고 합니다. 제약 업계는 그야말로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고 느낄 겁니다. 

일본에서는 340개 기업이 생물다양성 선언을 했어요. 그리고 일본은 기업 평가를 할 때 생물다양성 분야를 평가 항목으로 넣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탄소배출량처럼 기업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는데, 일본에서는 여기에 생물다양성 기준을 추가한 거죠. 그만큼 일본은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에 대해 정부에서 꿈도 안 꾸고 있어요. 세계의 흐름에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뒤처져 있는 것인지.  

 

프레시안 : 정부의 소극적 태도, 무관심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호 : 지금은 한국에서 덕을 보는 기업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과거에 보면 한국은 돈벌이가 되는 주요한 생물종을 선진국에 많이 뺏겼죠.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는 구상나무종의 특허는 일본과 미국이 가져갔고, 한국 자생 라일락도 미국이 종에 대한 특허를 가져갔어요. 종 다양성이 돈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던 것이죠. 나고야 총회 때 보니까 세계의 제약업계 사람들이 다 모였더군요. 그 때 내가 유한대학 총장을 할 때여서 제약 업계를 좀 알았는데, 한국의 제약업계 사람들은 거의 안 왔습니다. 앞으로 생물 다양성과 관련해 대처할 것도 있고, 기술혁신을 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어요. 그것은 무지(無知)입니다.  

프레시안 : 학계에서도 이런 얘기를 많이 안하는 것 같습니다. 

김영호 : 이 문제는 학계도 나서야 하지만 언론도, 정부도, 기업도 나서서 얘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요. 요즘 있는 일을 보죠. 가리왕산이 평창에 있어요. 한국에 산이 많지만 대부분 큰 불이 난 역사가 있다든지, 사람들이 출입을 자주 해서 개발을 한다든지 해서, 한국에는 원시림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 원시림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가리왕산이에요. 원시의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곳이죠. 그래서 조선왕조 때도 특별 보호를 했던 곳이고, 그런 산입니다. 큰 산불도 안 났던 곳이고, 개간도 피하고 전쟁도 피했던 곳이었어요. 가리왕산은 한국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그런데 그 산이 4년 후에 평창 동계올림픽의 스키장으로 개발된다고 합니다. 개발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인데, 불도저가 지금 가리왕산을 밀고 있어요. 그런 것을 주요 언론에서는 보도를 안 합니다. 4년 후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지금 열리고 있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밀린 거예요. 

4년 후에 하는 올림픽은 며칠 하고 끝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총회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의 시작을 알릴 수 있는 그런 행사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194개 나라가 참석하러 오는데, 동계올림픽은 한 80개 나라 정도 오나요? 그런데 거기에 밀려서 개발을 해버린다고 하니…. 저는 북한에 김정은이 만든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해서 올림픽도 하고 남북관계도 개선하는 계기로 삼으라, 아니면 무주 구천동에 있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라, 이런 얘기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런데 불도저가 밀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올림픽이 올림픽으로서 얼마나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겠습니까.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기업이 비판을 받듯, 국제 올림픽대회를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형태로 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가리왕산을 복원한다고 말하는데, 복원하는 데 100년 걸립니다. 100년 걸려도 원시림의 생태계는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일부 유럽 국가나 핀란드같은 나라는 자연과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올림픽 자체를 열지 않으려 한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좋은데,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행태를 수반한다고 하면, 그것은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주최국으로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봅니다. 

생물다양성을 넘어 생명다양성으로, 그리고 문화다양성으로

프레시안 : 생물이 꼭 경제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김영호 :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하려는 얘기가 더 중요한 얘기입니다. 생물이 경제적 자원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동식물을 먹어야 합니다. 생물을 자원으로 본다는 것을 우리는 부정하지 못합니다. 일본에서 연 총회에서 두 가지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나고야 프로토콜, 그리고 또 하나는 아이치타켓입니다.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의 이름을 딴) 아이치타켓은 모든 생물을 경제적 자원으로 보는 자본의 논리로 접근해, 개념을 세분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생물은 자원인가? 동물은 단지 먹거리인가? 

프레시안 : 먹거리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김영호 : 그렇습니다. 생물은 그 이전에 생명입니다. 생물은 생명이다, 생명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생물을 생명으로 본다는 것은, 생물의 모든 주체는 자기 나름대로의 운동과 생활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모든 생물을 주체로 본다는 것이고, 생물 자체의 생존 방식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뜻대로 길들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번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동양에서는 일본에서 인도를 거쳐 한국으로 왔습니다. 동양 3국을 돈 것이죠. 그러면 총회는 동양을 떠나게 돼 있습니다. 동양에 이 총회가 왔을 때 '생물은 생명이다. 생물 다양성은 생명 다양성이다'라고 하는 철학을 확립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순은 두 가지 형태입니다. 특허를 가진 나라와 생물종을 가진 나라의 이익 사이에 모순이 있고, 생물을 생명으로서 봐야 한다는 것과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 사이의 모순이 있습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타결해야 하는가,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평창 프로토콜'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어요.ⓒ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생물을 생명으로 봐야 한다는 것과, 생물을 자원으로 봐야한다는 측면 사이에 모순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김영호 : 맞습니다. 이 모순은 두 가지 형태입니다. 특허를 가진 나라와 생물종을 가진 나라의 이익 사이에 모순이 있고, 생물을 생명으로서 봐야 한다는 것과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 사이의 모순이 있습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타결해야 하는가,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평창 프로토콜'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어요. 생물을 생명으로 보면, 생물의 생존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동물 복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히 자본의 논리로 동물을 사육하고 있는데, 그런 공장식 사육 동물은 유럽에 수출을 못 하도록 돼 있습니다. EU와 한국이 FTA를 맺었을 때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EU뿐만이 아닙니다. 그런 원칙이 OECD 전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식품 학자가 한국에 온 적이 있었어요. 이 학자가 돼지 공장, 닭 공장, 소 공장을 보고, 한국의 가축은 인간이 먹을 음식이 못된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항생제의 덩어리라고요. 그 항생제가 어디로 가나. 인간에게 갑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병이 많습니다. 그러니 약국과 병원이 많아요. 약국과 병원이 많으니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은 돈이 잘 벌리죠. 그래서 대학생이 모두 이과를 선호합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덴마크 학자가 '(한국의 공장형 사육장에서 자란) 그런 가축들에게는 동물의 원한이 배어 있어서 인간이 먹는 먹거리가 될 수 없다'고 아주 극단적인 말을 하더군요. 이를테면 우유는 참 좋은 음식인데 한국 우유는 먹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항생제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자본의 논리만 취급하면 그 음식은 수출도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그 동물을 먹으면 동물의 병이 인간의 병으로 옵니다. 현재 병의 60%가 인수 공동 전염병이라고 하죠. 에볼라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죠. 한국 사람의 35%가 암에 걸린다는 것, 기가 막힐 일 아닌가요? 

프레시안 : 생물과 생명, 두 개념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요?

김영호 : 생물을 경제적 자원으로만 보고, 자본의 논리로만 생산하면, 그 결과를 우리가 감당해야 합니다. 생물을 생명으로 보고, 생명을 존중하고, 동물 복지를 존중할 때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값도 더 비싸죠. 그런 식품이 한국에는 비싸니 안 들어옵니다. 생물을 생명으로 봐야한다는 것과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모순되지만, 방금 제가 말한 것처럼 연결되는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서라도 그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문제제기가 이번에 평창 이니셔티브 해서, 몇 년 동안 논의된 후에 하나의 프로토콜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을 평창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생물을 생명으로 보자, 이것은 새로운 르네상스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처럼, 우리가 자연에 잘못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고민을 많이 하면, 모순된 갈등을 하나의 조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 생물다양성이 생명다양성, 문화다양성, 산업다양성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제 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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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0년 넘게 ‘한글 세계화 전도사’로 전력투구 중인 원로 교통학자 신부용 교수. /김지호 기자
'한글 세계화 전도사' 신부용 교수, 오늘 '중국어의 한글 표기방안' 발표

"순경음 복원하면 완벽한 문자"


"국제표준음성기호란 게 있습니다. 예전에 다들 배운 영어 발음기호와 비슷한데, 훨씬 복잡하죠. 140자가 넘어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죠. 우리 한글이 이걸 충분히 대신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멋집니까. 지구촌 공용의 발음 표기로 한글이 사용된다면."

한글날을 앞두고, 신부용(71) KAIST IT융합연구소 겸직교수는 바쁘다. 지난 7일 외솔회(회장 성낙수) 학술대회에 나가 '한글의 기계화와 세계 문자화'를 주제로 강연했고, 한글날인 오늘은 한국어정보학회(회장 최성) 세미나에서 '중국어의 한글 표기 방안'을 제안한다. 지난달 29일엔 한국폰트협회(회장 손동원) 세미나에서 '정보화시대 한글의 세계 문자화 가능성'을 발표했다.

"우리는 '한글은 가장 과학적 문자'라고 자부하면서도 활용할 노력은 하질 않았으니 안타깝네요. '언어'가 아닌 '문자'로서 한글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그는 한글학자가 아니다. 원래는 교통 전문가다. 1988년 45세에 한국교통개발연구원장을 맡았고, 이후 카이스트에서 교통공학·교통정책을 가르쳤다. 대도시 교통계획을 세웠고, 교통영향평가제 도입과 환승시스템 연구로 유명하다. 하지만 근래 10년 넘게 '한글 세계화 전도사'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캐나다 유학 시절, 외국서 오래 살아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한국인을 많이 봤어요. 영자 신문은 줄줄 읽으면서 간단한 물건 하나 살 때도 쩔쩔매요.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니까요. 특히 우린 왜 'f, r, v'를 발음하기 힘들까요. '훈민정음은 닭울음 소리까지 적는다'고 했는데…."

1981년 귀국 후 틈틈이 공부했고 답은 쉽게 찾았다. 훈민정음의 원래 표기들을 되살리면 해결되는 일이다. 예컨대 'r'은 순경음 리을( ), 'f'는 순경음 피읖( ), 'v'는 순경음 비읍(�)이면 해결된다. 그래서 순경음을 되살리자고 주장했지만 학계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접근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한글의 세계화'죠. 외국인에게 한국말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훈민정음만큼 모든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는 문자는 없어요. 그러니 훈민정음을 복원해 문자가 없는 언어권부터 보급하는 거죠." 2010년 그 뜻에 공감한 서남표 당시 카이스트 총장이 '한글공학연구소'를 마련해줬다.

그는 요즘 만능 통·번역기를 만들고 있다. 어떤 언어든 말하면, 기계가 한글로 변환한 뒤 해독해 원하는 언어로 통역·번역해주는 장치다. 신 교수는 "상용화되면 한글이 세계인의 문자가 되는 거죠. 순경음 복원이 왜 시급한지도 한결 쉽게 이해될 것이고요."

[유소연 기자]

  한국일보


우리말 미래를 걱정하는 책 2권
김홍식 '한글전쟁'

창제부터 현재까지 우리글 투쟁사, 우리말ㆍ우리 문화의 적은 누구인가

구연상 교수 '우리말은 병신 말입니까'

영어 몰입교육, 영어 강의, 영어 논문...우리글 망치는 주범 대학 지목

9일은 한글날이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크고 작은 기념 행사보다 한글과 한글문화의 미래를 걱정하는 두 권의 신간이 눈에 띈다. 출판사 대표이고 ‘세상의 모든 지식’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홍식의 ‘한글전쟁’(서해문집 발행)은 우리말과 글이 죽어가고 있다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우리말로학문하기 운동을 해온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말은 병신 말입니까’(채륜 발행)에서 우리말을 병신으로 만드는 적을 규탄한다. 두 책 모두 지금 한글의 운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영어의 무차별 침투를 꼽는다.

‘한글전쟁’은 ‘우리말 우리글 5천년 투쟁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글 탄생 이전부터 현재까지 우리말과 우리글이 걸어온 길을 언어와 문화를 둘러싼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한글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한글이 치러온 전쟁을 여섯 시기로 구분한다. 한자의 유입, 세종의 한글 창제, 한글이 나라의 공식 문자가 된 1894년 고종 칙령, 일제 식민지 시기, 해방 후, 그리고 지금으로 매듭을 지어 우리말과 우리글의 투쟁사를 정리했다. 한자에 밀려 우리말 고유어가 많이 사라졌다. 조선시대 한글은 기득권층의 반발에도 세력을 확장했다. 한글이 공식문자가 된 뒤로 한글교육과 연구, 출판이 활발해지면서 승기를 굳혀가던 한글은 일제의 침략을 계기로 다시 저항에 나선다. 해방 후 한글전쟁은 한글 전용 논란, 한글 간소화 파동 등 내부 전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한글은 영어라는 핵폭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6차 대전을 치르는 중이다. 한글 창제 후 수백 년 동안 한글은 아군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영어 핵전쟁에 저항하는 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영어를 잘해야 대접받고 영어를 쓰지 않고는 대화가 어려울 지경이다. 한글의 미래를 비관하게 만드는 이유다. 저자는 하와이에서 영어를 제1언어로 쓴 지 200년도 안 돼 완전히 사라져버린 하와이어를 예로 들며 한글의 운명을 묻는다. 한글의 천년은 가능할 것인가. 우리말은 천년 후에도 살아남을 것인가.

저자는 사라진 옛날 우리말을 되살리기보다 이내 죽어갈 운명에 처한 오늘의 우리말을 지키는 게 더 급하다고 강조한다. 한글전쟁에서 패하지 않으려면 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아는 게 중요하다며 질문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한글의 적은 누구인가. 우리말의 적은 누구인가. 우리 문화의 적은 누구인가. 대답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겼다.

구연상 교수의 ‘우리말은 병신말입니까’는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한다. 영어 몰입교육, 영어로 강의하기, 영어로 논문쓰기 같은 제도가 우리말과 글을 병신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멀쩡한 우리말과 글을 제 구실 못하게 망치는 주범으로 그는 대학평가를 지목한다. 대학의 목줄을 쥐고 있는 대학평가에 들어간 국제화 항목이 ‘영어로 학문하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교육부 대학평가와 조선ㆍ중앙 두 신문의 대학평가를 꼼꼼히 분석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제안한다.

우리말로 학문하기를 외치는 저자의 주장은 영어를 거부하거나 외국어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모든 언어는 평등하다“는 관점 위에 서 있다. 모국어를 잃고 영어를 써야만 한다는 것은 정체성과 문화다양성의 상실을 낳고, 나아가 영어를 몰라 학문 문맹이 된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영어의 공세 앞에서 한글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염려하지만, 그렇다고 한글의 위기를 한자나 영어 같은 외세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내부에 적이 있다. 그 중 하나로 영어나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퍼뜨리는 언론을 꼽았다.

언어전쟁의 중요한 전선으로 번역 문제를 다룬 것도 공통적이다. ‘한글전쟁’은 “번역은 새로이 전개될 언어전쟁의 한복판에 자리한 전장“인데도 ”우리 사회는 이 전장을 국가 대신 사병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출판시장은 너무 좁아서 특별한 군수물자 지원이 없는 한 번역이란 전장에서 한글과 우리말이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번역은 개별 번역가나 외서 출판사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말은 병신말입니까’는 학문번역원 같은 공적 기관을 만들어서 운영하자고 제안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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