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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심리 개선에 따라 소비 지표도 일부 살아나고 있지만 기업의 설비투자가 녹록지 않은 등 내수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엔화 약세(엔저) 등 대외 요인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저물가 기조는 계속되고 있어 일부에선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갈 길이 바쁜 경제팀 입장에선 어떡해서든 경기부양이 절실한 시점인 셈이다.
■경기가 어떻길래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는 2·4분기의 부진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으며 경기종합지수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침체됐던 소비심리가 일부 개선된 결과다. 하지만 추가 회복을 막는 제약요인이 더 많은 실정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는 조짐"이라면서 "소비심리 등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실물경제 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내수부진과 저물가 지속에 따른 기업수익성 저하 등으로 투자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심리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7월 0.3%, 8월 2.7%를 각각 기록했던 소매판매(전기비)는 9월 들어선 8월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선행지표인 기업 설비투자는 7월에 3.4%였던 것이 8월 들어선 -10.6%까지 추락했다.
기재부 김병환 경제분석과장은 "설비투자는 8월 들어 항공기 도입 감소, (기업)투자심리 위축 등의 이유로 크게 둔화됐다"면서 "8월부터 기계류 수입이 다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9월 설비투자는 다소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역시 8월 72, 9월 74로 여전히 기준점인 100보다 한참 밑을 맴돌고 있다. 수출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원화기준으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게다가 고용도 증가하고 있지만 정규직보다는 임시직 등이 크게 늘어난 것이 전체 고용 증가세를 떠받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증가세는 미진하다는 이야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정책은 중기적 관점에서 달성 가능한 경상성장률(또는 세수증가율)을 상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없이 적자재정을 지속할 경우 국가부채가 급증한 일본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엔화 약세 등 대외 여건도 '빠듯'
기재부는 10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엔화 약세 △중동지역 정정 불안 등을 대외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엔저 대응책을 별도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원·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8월 이후 최저인 950원대까지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엔화 약세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이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일경합도가 큰 석유제품, 자동차, 철강이 대표적으로 일본은 벌써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동안 한국으로 몰려왔던 일본 관광객이 엔저로 인해 발길을 거두고 있는 것도 역효과의 또다른 면이다. 2011년 한 해 8.8% 증가(전년 대비)했던 일본 관광객은 지난해 21.9% 감소했고 올해 들어선 1월부터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1%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가면서 엔저 추이 등에 따라 필요 시 추가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기금 지출, 공공기관 투자 등을 1조4000억원 늘리고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의 연내 집행을 3조5000억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시내 면세점을 추가 지정하고 주택연금 가입 대상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3개월도 안 돼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은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더 꺾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저물가가 지속되고 전체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고 종합평가했다.
특히 8월 설비투자는 수익성 악화와 기업심리 위축 등으로 세월호 사고 시기인 지난 2분기보다도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산업생산지수도 마이너스 3.8%를 기록,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정부의 ‘41조원 정책 패키지’ 발표에 따른 효과는 이미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엔화 약세 장기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굵직굵직한 대외 변수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가 애써 끌어당겨보려는 소비 증대도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도 줄어 어려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미국 성장속에서도 중국, 유럽, 일본 동시 경기둔화 조짐
미달러화 안전한 곳 찾아 미국으로 귀환...외인 코스피 주식 한달새 2조 팔아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끼이며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경제가 성장에 속도를 더하지 않은 가운데 그간 회복이 기대되던 유로존과 일본 경제가 주저앉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경제도 성장세가 처지고 있다.
미국경제는 선진국중 나홀로 성장을 뽐내고 잇지만 나머지 경제권의 부진이 미국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구도에서 글로벌 자금은 미국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성장이 어느정도 됐다고 보고 더이상은 돈을 풀지 않기로 한 것이 촉매가 되고 있다.
◇ 글로벌 증시 3주새 4%빠져..미국 빼고 경기 적신호
글로벌 증시는 9월19일을 단기고점으로 약 4%가량 빠졌다. 9월19일 종가에 비해 다우지수는 3.6%,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4.8% 하락했다. 코스피의 경우 글로벌 증시에 앞서 7월말 2083에서 종가기준 고점을 찍고 8일 1965까지 5.7% 밀렸다.
이유는 글로벌 경기불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수정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3%로 낮췄다. 미국은 올 성장률이 1.7%에서 2.2%로 높였지만 유로존(1.1%→0.8%)과 일본(1.6%→0.9%)은 낮췄다.중국은 올 7.4%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내년은 7.1%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에서 최경환 경제팀이 내년까지 41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놨지만 빛도 보기도 전에 글로벌 경기불안에 파묻히는 모양새다.
유럽지역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깜짝' 금리 인하와 초저금리 장기대출(TLTRO)라는 묘수를 던졌음에도 경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핵심축인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이 4%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발표되자 경기 불안은 더욱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자금은 미국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들은 코스피 주식만 2조940억원어치 팔았다. 이같은 자금유출에 원달러환율은 최고 1070원까지 올랐다.
◇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미국채 금리 급락, 달러강세
8일 우리투자증권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스트림의 자료를 분석한 추이를 보면 하반기 미국(USA)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모으던 서유럽 지역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외면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유럽펀드는 8월 말을 기점으로 자금 순유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제외 아시아 펀드(Asia ex Japan Fund) 역시 하반기 들어 부침이 심해졌다. 9월 중순 이후로는 순유출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강현철 우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머징 시장에서는 한국, 선진국에서는 유럽에서 자금 이탈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비교적 견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불안 우려와 미달러화의 귀환속에 다시 미국국채는 랠리를 맞이하고 있다. 10년만기 미국국채수익률은 미연준의 조기긴축 우려가 대두되며 9월 18일 2.65%로 올랐다가 내리 하락 7일 현재 2.35%로 뚝 떨어졌다. 미국채 선호와 더불어 달러화는 강세일로다.
엔달러환율은 110엔을 한때 노크했다. 주요 6개국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8일 오전(현지시간) 현대 85.77로 6월말 80 수준에 비해 약 7%가량 가치가 올랐다. 강달러에 원유 등 원자재값도 추풍낙엽이다. 금값도 달러강세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금선물지수를 추종하는 SPDR 골드트러스트 ETF(상장지수펀드)는 8일 117달러로 올 3월 기록한 고점 133달러에 비해 13.6% 하락했다. 특히 달러강세가 본격화된 올 하반기 낙폭이 두드러졌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산매입 종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선진국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강하게 나타난 반면 신흥시장은 FOMC 이후 자금 유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 관련 논의가 이달 양적완화 종료 이후 확산될 것"이라며 "과거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하던 신흥국 자금유입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 회복이 셰일가스 혁명과 내부 제조업 부활 등 이전과 다른 패턴을 보이면서 그 온기가 세계 전체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10월 FOMC 전후로 달러화의 추가 강세와 이에 따른 이머징시장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저로 중기가 어려워요? 내수가 그렇게 나빠요?… 경제 대책, 1주일이면 ‘뚝딱’
ㆍ졸속 쏟아내는 최경환 경제팀
ㆍ‘키코사태’ 뻔한 엔저대책… 5조 끌어다 ‘추가 활성화’… 재탕 남발에 시장 ‘미지근’
정부가 엔저(엔화약세)와 증시하락, 하반기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엔저대책’과 ‘추가활성화대책’ 등을 쏟아냈다. 내년까지 쓰기로 한 41조원의 정책자금 중 5조원 이상을 연말까지 미리 끌어다 쓰고 환변동보험 가입을 독려하겠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참신성이 떨어지고 기존 정책을 새롭게 포장한 ‘땜질대응’에 불과해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기금지출, 공공기관 투자 1조4000억원,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의 연내 집행 3조5000억원 등을 통해 5조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정책자금 패키지 41조원 중 연내 집행액이 26조원에서 31조원 이상으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을 보면 서울·부산 등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개수와 장소는 내년 초 결정된다. 다주택자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이에 따라 주택투기자도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엔저대책으로는 기업들의 환변동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일반형 환변동보험료 부담은 절반으로 줄이고, 농수산물 수출기업의 옵션형 환변동보험료도 자부담을 축소한다. 하지만 정부는 2009년에도 기업들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독려했다가 환율이 폭락하면서 상당수의 기업이 존폐위기까지 몰렸다. 이른바 ‘키코(KIKO)사태’다.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저리에 공급한다. 수출입은행의 시설재 수입자금 대출금리는 0.5%포인트 인하하고 자동화설비 관세 감면 대상을 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해 일본에서 기계류를 수입하는 업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엔저 피해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것도 추진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들은 이미 시행하거나 시행하기로 한 기존 대책들을 확대 적용하는 수준이다. 새로운 제도나 자금 투입은 없다. 정부는 주요 사안마다 정책발표를 예고하지만 막상 발표되고 나면 미세조정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정책을 발표해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자영업이 어렵다고 하면 자영업대책, 내수가 나쁘다고 하면 내수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기는 하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 ‘일주일짜리’ 졸속 대책만 양산되는 형국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기존 정책이라도 확대 적용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 시장에서의 효과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