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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88 2014. 10. 13. 07:58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552호,   2014.  10.   10.)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잠재성장률 당분간 3%대 못 벗어난다”

  2.유럽발 세계경제 위기설 또 모락모락…한국에도 경고등

  3.7大 신흥국, 선진 G7 경제규모 앞섰다

  4.예측 힘든 '럭비공 환율'… 기업 환 리스크 비상

  5.달러 고공행진 급제동… 美연준 우려 표명에 주춤

  6.美연준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시장 안도

  7.강달러에… 두바이유 마지노선 무너졌다

  8.中企 病 더 키우는 기업 주치의?

  9.中 구매력 기준 GDP, 美 제쳤다

 

기업경영

  1.반도체 韓國, 한발 더 앞섰다

  2.신세계, 한식뷔페 `올반` 론칭

  3.아이칸 "애플 주가, 지금의 2배가 적정"…한국 GDP와 맞먹어

  4.삼성·LG 등 대기업이 고용 창출 '주도'

  5.[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샛별' 안보이는 기업 생태계…10여년간 혁신기업 3곳뿐

  6.속도가 생명인 IT… 돕진 못할망정 낡은 규제로 발목잡아

  7.한국 간판기업들 글로벌 브랜드 가치 올랐다… 삼성전자 7위, 현대車 40위

  8.빗장 푸는 상하이 증시 차이나 투자 2.0시대 열린다

  9.온라인 마켓서 中스마트폰 돌풍

  10.[중국, 中華로 돌아오다]중국 국경절 한국 온 ‘요우커’ 쇼핑백 열어보니… 강북선 중저가 옷·화장품, 강남선 명품 시계·핸드백

  11.삼성·SK ‘반도체 경쟁’ 불붙는다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올 노벨문학상에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소멸된 기억 되살려 '인간 존재의 근원' 탐구

  2.‘고양이’가 호랑이보다 사냥실력 뛰어나 (英연구)

  3.북핵 이어 인권문제 이슈화… 국제사회 전방위 대북압박

  4.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이건희 회장, 세계 富者 100위권 밖으로 밀려

  5.[똑똑한 금요일] 억만장자들의 자산 관리인

  6."北주민도 통일 원해… 한민족의 念願(염원)이 이뤄지지 않을 이유 없어"

  7.[직격 인터뷰] 김영희 묻고 테오 좀머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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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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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국회예산처, 정부 4%대 목표 부정적 전망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투자 부진 등으로 증가율이 정체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추락한 잠재성장률이 3%대에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8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도별로는 올해 3.5%로 지난해(3.4%)에 비해 소폭 상승하지만 내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년 3.6%에서 멈춰설 것으로 내다봤다. 예산정책처는 실질GDP 성장률의 경우 지난해 3.0%에서 올해 3.6%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하고 내년에 3.8%, 2016년 3.9%, 2017∼2018년 각 3.7% 등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적정 인플레이션 아래에서 한 국가가 가용 자원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성장 속도다. 일반적으로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중장기 성장추세를 말한다.

잠재성장률은 2001∼2002년 연평균 5.2%였으나 2003∼2005년 내수 부진에 따라 4.8%로, 2006∼2007년 4.2%로 각각 추락한 데 이어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3.5%로 내려앉은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이 3% 중반에 머물 것이란 예산정책처의 분석은 정부가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밝혔던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대 복귀와는 차이가 크다.

이 같은 잠재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은 경제 위기 외에도 투자 부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 투입력 약화, 내수 취약성, 신성장 동력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후식 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2018년까지 3.6%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금융위기 이전의 경기확장기에 비해 둔화된 투자와 정체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위기 이전의 중장기 성장궤도로 복귀하지 못한 채 성장세가 항구적으로 하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예산정책처는 투자 활성화와 경제 효율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벤처투자 활성화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하며,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고용과 투자가 선순환 구조로 연결돼 내수의 성장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구조개혁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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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OECD·IMF, 성장 전망치 수정

올해 0.8%·내년 1.3%로 낮춰

“2009년 이래 세번째 위기” 경고

EU 1%p 하락땐 한국수출 4% 줄어

중국 내수성장 전환…한국 영향권


유럽발 세계경제 위기설이 또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유럽이 2009년 이래 세번째 경기후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의 성장엔진인 독일 경제도 8월 산업생산과 공장수주 실적이 5년여 만에 가장 큰으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경고등을 켰다. 한국은 올해 들어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동으로 대중국 수출 감소를 뚜렷하게 체감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경기후퇴가 더해질 경우 수출의존도가 큰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대유럽연합(EU) 수출은 올해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9월 실적은 -5.1%로 올 들어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발발 이래 지난해까지 유럽연합 수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기저효과와 독일 경제성장에 힘입어 올 들어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다시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중국 수출은 올 상반기부터 일찌감치 경고등이 들어왔다. 유럽을 최대 수출 시장으로 삼던 중국 경제는 유럽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로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지자 내수성장 전략으로 돌아설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해 우리 나라 1~8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6% 감소해,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가장 크게 위축됐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발 위기가 재연되면 당장 유럽 수출은 물론 중국 수출에도 우회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은 7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0.3%포인트 낮춰잡았다. 또 내년 전망치도 1.5%에서 1.3%로 내렸다. 앞서 9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의 1.2%보다 0.4%포인트 낮은 0.8%로, 내년 전망치는 1.7%에서 1.1%로 크게 낮춰 잡기도 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 보고서는 유로존이 올 3분기부터 내년 2분기 사이에 경기후퇴를 기록할 확률을 약 40%로, 6개월 전 전망보다 두배 높여잡았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2012년에 유럽연합 등 선진국 경제권의 경기가 후퇴할 때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모형을 통해 추정했다. 당시 작성된 <최근 수출 환경 주요 변수와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같은해 한국의 대유럽연합 수출은 4.03% 줄어들고, 2차년도부터 4차년도까지 중기적으로는 평균 2.98%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세계 수출도 함께 영향을 받아서 같은해 수출 전체는 1.01% 줄어들고 중기적으로는 0.32%가 감소한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이는 현재 수출구조에서도 유효한 수치”라면서 “미국 경기가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보다는 상황이 좀더 낫다고 보지만 유럽 경제위기 규모에 따라 미국과 세계경제의 동반 하락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짚었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수출의 지역별 비중은 중국이 26.1%로 가장 높고, 미국 11.1%, 유럽연합 8.7%, 일본 6.2%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장상식 연구위원은 “유럽 경제 지표들을 보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가 다시 경기가 꺾이는 국면인 게 뚜렷하고, 특히 디플레이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큰데 예전에 견줘 세계교역 성장률 자체가 둔화하는 시점이라서 유럽발 위기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2012년 연간 1.3% 감소했고, 2013년에는 2.1% 증가에 그치는 등 저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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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 세계 7대 신흥국의 경제 규모가 서방 7대 선진국을 의미하는 'G7'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새롭게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WEOㆍ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브릭스'를 포함한 7대 신흥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서방 7대 선진국을 의미하는 G7의 GDP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7대 신흥국을 '신G7(New G7)'이라고 명명했다. 신G7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4개국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를 포함하고 있다. IMF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이들 7개 국가의 2014년 GDP를 모두 합산하면 총 37조8000억달러(약 4경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기존 G7 국가들의 GDP 총합인 34조5000억달러(약 3경7000조원)를 앞서는 규모다.

IMF가 지난 4월에 발표한 WEO 보고서에는 7대 신흥국의 경제 규모(PPP 기준)가 기존 G7에 비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7일 새롭게 수정된 각국의 2014년 GDP 전망치에 따르면 G7과 7대 신흥국의 경제 규모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가 각국의 PPP 기준 GDP를 크게 수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PPP 기준 GDP는 각국의 통화단위로 산출된 GDP를 단순히 달러로 환산하는 방식이 아닌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다.

이는 각국에서 같은 상품의 맥도널드 햄버거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근거로 환율을 계산하는 '빅맥지수'와 같은 방식이다. PPP 기준 GDP는 상대적인 실제 구매력을 평가하는 데 더 유용한 계산법으로 주로 물가가 낮은 후진국의 GDP가 명목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크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중국의 실질GDP는 8조9000억달러지만 이를 PPP 기준으로 환산하면 13조4000억달러가 된다. 반면 상대적인 물가가 높은 G7 국가 중 독일과 같은 경우에는 PPP로 환산한 수치가 실질GDP보다 오히려 낮게 기록됐다. IMF는 중국의 PPP 기준 GDP는 올해 17조6000억달러로 미국보다 2000억달러를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G7 경제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회복세가 올해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뚜렷해지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IMF가 이를 PPP 기준 GDP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반면 지난해까지 고속 성장을 하던 신흥국들은 성장세가 올해 들어 다소 침체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점 또한 G7과 7대 신흥국 간'GDP 역전 현상'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절반 정도의 의미가 있다"며 "명목기준으로 GDP를 측정하면 여전히 G7과 7대 신흥국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PPP 기준만을 보고 '7대 신흥국 경제가 G7을 앞질렀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무서운 성장세가 뒷받침돼 신흥국의 실질 구매력이 향상됐다는 점은 세계가 거대한 단일시장이 돼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 평가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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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돌발 변수에 매일 살얼음판… 전문가 전망도 크게 엇갈려

"달러 팔아야하나 말아야하나" 수출업체 손해볼까 좌불안석

환율시장이 가히 롤러코스터다. 대외 돌발변수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 역시 보합 내지는 내려갈 것이라 내다봤지만 원·엔 환율은 1,000원 선 턱밑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07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조차 환율 방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어 기업들은 환 리스크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대기업은 그나마 환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달러 또는 엔화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시기에 따라 수천만원·수억원씩 득실이 엇갈린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0원78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에 장을 마쳤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 안에 900원 초반까지 하락하고 내년에는 8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25일 955원까지 하락한 후 불과 8거래일 만에 35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달러당 1,074원10전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초 1,01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슈퍼달러'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60원 넘게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전망이 무의미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전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환율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000원에서 1,065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와 HSBC도 각각 1,017원에서 1,070원, 1,000원에서 1,050원으로 높여 잡았다. 반면 ABN암로은행은 1,060원에서 1,030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소시에테제네랄과 스탠다드차타드(SC)도 각각 1,050원에서 1,025원, 1,025원에서 1,015원으로 낮춰 잡았다. 반반씩 갈려 원화 강세와 약세를 점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엔화 약세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지난 7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환율 110엔 돌파는 일본경제에 오히려 플러스"라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 바람에 1일 달러당 110.09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8일 107.75엔까지 떨어지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라와 소시에테제네랄 등은 달러당 120엔까지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환율이 춤을 추고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엇갈리면서 기업들은 환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수출업체들은 쌓아놓은 달러를 언제 팔아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 향후 환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달러를 내놓았다가 추가로 환율이 오르면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율의 추가 상승을 예상해 달러를 끌어안고 있자니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좌불안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기간산업연구실장은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변동성도 커지는 것은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 중 원화 강세에 대비해 환변동보험을 들어놓은 곳은 자칫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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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의 수출에 악영향 주고 적정 물가인상 어렵게 할 수도"

의사록 공개되자 美증시 급등… 엔저 즐겼던 日증시는 하락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 회복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한마디가 3개월 연속 고공 행진하던 달러의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연준이 급격한 달러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유로화와 엔화 등 그동안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던 선진국들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8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달러당 1.27유로로 9월 26일 이후 2주 만에 최고치(달러 약세)를 기록했다. 110엔을 넘보던 엔화 가치도 1달러당 108.06엔으로 떨어졌다. 유로·엔 등 6개 통화 가치와 비교한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5% 하락한 85.2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달렸던 뉴욕 증시도 모처럼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74.83포인트(1.6%) 오른 16994.2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 폭은 작년 12월 이후 최대다. S&P500지수도 12개월 만의 최대폭인 1.7%(33.79포인트) 오른 1968.89로 마감했다.

연준도 강(强)달러의 파장 경계

이날 공개된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유로존과 중국, 일본의 낮은 경제성장률이 달러화의 추가 강세를 촉발하고, 미국의 수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달러화 강세가 수입 상품 가격과 서비스 비용을 낮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록이 이날 오후 공개되자 오전까지만 해도 전날 종가와 비슷한 선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급등세로 돌변했고, 달러화 가치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준 내에 여전히 비둘기파(조기 금리 인상 반대)의 의견이 대세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9월 회의에서 일부 매파 위원들은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이란 표현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다. "'상당 기간'이란 표현이 마치 연준이 의지를 갖고 저금리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다수를 차지한 비둘기파들은 "상당 기간이란 표현을 빼면 오히려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의혹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환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의사록을 통해 연준은 시장과 마찬가지로 '강한 달러가 조기 금리 인상처럼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고 전했다.

"3차 달러 강세, 1·2차보다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

월가에선 지난 7월부터 시작된 3차 달러 강세가 과거 두 차례보다는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달러화 가치는 1980년 6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진행된 1차 강세 때 78% 급등했고, 2차(1995년 6월~2001년 6월)엔 46% 상승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첫째, 달러 강세를 무리하게 진행할 만한 절박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높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급속한 달러 강세와 금리 인상이 필요했다. 1차 강세가 시작되기 전인 1979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15%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비율이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둘째, 세계화의 효과로 미국 기업들이 달러 강세로 입는 피해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 투자분석가인 조너선 글리오나는 "S&P500에 속한 대기업 매출의 3분의 1이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달러화 강세로 미국 기업들의 환차손이 늘고 있다"면서 "과거 달러 강세 시기에 주가가 상승했던 것과 달리 9월에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은 환차손 때문"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양적 완화와 같은 극약처방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달러 강세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제외한 아시아 증시도 상승

연준의 '달러 강세 우려' 효과는 9일 아시아 증시로 이어졌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28%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1.17%), 대만 가권지수(+0.13 ) 등도 상승 마감했다.

조기 금리 인상이나 급격한 달러 강세가 진행되지 않으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를 대표하는 '아이셰어 MSCI 신흥시장 ETF' 역시 이날 0.62% 올랐다.

반면 달러화 강세를 만끽했던 일본 증시는 거꾸로 움직였다. 9일 닛케이지수는 전날 대비 0.75% 하락 마감했다. 토픽스(-1.1%)와 자스닥(-1.46%) 등 다른 지수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움직임이 주춤해지면 일본 주요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의 와코 주이치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들의 이익을 늘려주던 엔화 약세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며 "(엔저 덕분에) 지난달 말까지 과도하게 올랐던 주가도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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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시장 안도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FOMC 9월의사록 공개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글로벌 경제 둔화와 달러 강세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위원들이 논란이 돼 왔던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이란 문구의 삭제를 촉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8일 공개한 '9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유럽, 중국, 일본의 경제 부진이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도한 달러 강세는 수입품 가격과 서비스 비용을 낮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게 할 것으로 지적됐다. FOMC 의사록에서 달러 환율이 언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의사록은 "일부 위원들이 유로존의 경제 부진과 저물가가 달러의 추가적인 강세와 미국의 수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며 "또 여러 위원들이 중국과 일본의 경제성장 둔화와 중동,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달 FOMC 회의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상당 기간'이란 문구의 삭제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a few) 위원들은 '상당 기간'이란 문구가 금리 인상 시기가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초저금리 유지에 대한 연준의 의지로 오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상당 기간'이란 문구를 없애면 향후 경제지표 변화에 연준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상당 기간'이란 문구를 수정할 경우 시장이 이를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오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받아들여지면서 이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 위원들은 '경기 침체의 충격에 따른 비용이 경기 상승으로 인한 비용보다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경기가 과열로 치달을 경우에는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질 경우에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상당 기간'이란 문구의 삭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사록 내용은 연준 내부에서 경기부양을 우선시하는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16~17일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일부 예상과는 달리 '상당 기간'이란 문구를 유지하는 데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론'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봄이 아닌, 여름 이후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당시 재닛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상당 기간'이란 문구는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매우 조건부적인 표현"이라며 "날짜 시점에 근거한 기계적인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28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10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현재 월 150억달러 규모로 줄어든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완전 종료가 선언될 예정이다.

 

  매일경제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매경 뉴욕 한인금융인포럼 - 투자전략 ◆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제4회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김훈 AQR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 사회로 패널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로버트 로 씨티그룹 채권전략 담당 헤드, 토머스 리 펀드스트래트 리서치 헤드, 샌더 하우 노무라증권 고수익채권 담당 헤드, 데니스 드부셰르 ISA 매니징 디렉터. [뉴욕/이진우 특파원]제4회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 참석한 월가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QE3) 종료 이후 투자전략 재편에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양적완화 종료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뤘지만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글로벌 투자전략'을 주제로 8일 열린 패널토론에서 샌더 하우 노무라증권 고수익채권 담당 헤드는 "과거 양적완화가 축소될 때마다 시장에 동요가 있었다"며 "하이일드채권(고수익 고위험 채권) 시장의 경우 지난 3~4개월간 변동성이 매우 커진 상태"라고 양적완화 종료 파장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낙관론도 적지 않았다. JP모건에서 주식투자 전략가로 근무했던 토머스 리 펀드스트래트 리서치 헤드는 "일각에서 미국 증시 거품론을 이야기하면서 랠리 종언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 증시 랠리는 중간 수준에도 오지 않았다"며 "미국 주가흐름에 상당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증시 낙관론을 제시한 첫 번째 근거는 아직까지 투자지출 비중이 낮고, 채권 수익률 곡선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리 리서치 헤드는 "과거 역사상 이처럼 투자지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상승장이 마감된 전례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가량을 장기 투자에 쏟아부었다"며 "그러나 한때 27%를 기록했던 GDP 대비 투자비율이 현재는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6년 이후 8년간 미국 인구는 무려 2500만명 증가했다"며 "과거 캐나다 인구만큼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불가피하고 결국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소비자들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끝자락에 있다는 점도 시장 우려와는 달리 미국 연준의 QE3 종료 후 시장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미국 소비자들의 원금상환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심각한 손상을 입었던 소비자들의 신용이 상당 부분 복구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 미국 가계 부(富)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점 역시 낙관론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가계의 GDP 대비 순자산 비율은 305%로 2010년 230%보다 큰 폭 늘어난 상태다. 어지간한 유럽 국가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리 리서치 헤드는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가 미국 증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미국 증시 향방은 (미국 연준의 긴축정책보다는)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좌우될 것인데 미국 경제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의 QE3 종료나 기준금리 인상에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과거 연준의 정책 변경 때와 비교해봐도 이번에는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보인다"며 "연준도 불필요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포럼 기조연설을 맡은 바이런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은 역발상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오히려 미국 경기 회복을 알려주는 신호"라며 "오히려 금리가 인상되면 주가가 상승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동요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로버트 로 씨티그룹 채권전략 담당 헤드는 △연준 양적완화 종료가 사전에 충분히 예고됐다는 점 △1989년 이후 수차례 연준 연방기금(FF) 금리가 인상됐을 때에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추세적인 하향곡선을 그렸던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로 채권 헤드는 "1989년 이후 금리동향을 살펴보면 연준 금리인상과 실제 채권금리 움직임 사이에 별다른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로 채권 헤드는 "2004년 연준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모기지담보부증권 금리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며 "그 어떤 측면으로 보나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데니스 드부셰르 ISA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 양적완화가 한꺼번에 닥친 위기 속에서 미국 경제가 다시 일어서는 데 어느 정도 효과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술혁신 등에 의해 미국 경제가 발전해 왔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미국 경제 회복의 유일한 원인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이진우 특파원 / 박용범 기자]

매일경제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바이런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이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하튼 코리아소사어티에서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제4회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 = 이진우 특파원]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3차 양적완화(QE) 종료를 앞두고 월가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월가 투자자들은 통화완화 정책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로존 경기마저 악화되자 시장이 요동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은 급격한 출구전략을 실행할 경우 채권시장 등 증시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전략가로 꼽히는 바이런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은 8일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제4회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침체에 빠져드는 독일 경제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재정적자 크게 줄어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블랙스톤은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가계 순자산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데다 가계수입 중간값은 6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가계수입 중간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6만5000달러 선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5만8000달러 선으로 떨어진 뒤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와 주택값이 상승한 덕분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의 70%를 좌지우지하는 가계 소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 회복 모멘텀을 키울 것으로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은 기대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기업들의 매출 대비 이익률은 지난 6월 말 현재 12.1%로 1940~195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자본지출 확대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 수익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는 소기업들의 자본지출ㆍ고용창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위엔 부회장은 봤다.

전미자영업협회(NFIB)에 따르면 3~6개월래 자본지출을 계획하는 소기업 비율이 전체 기업의 27% 선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까지 복귀했다. 미국 은행 대출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도 미국 경제회복 신호라고 위엔 부회장은 진단했다.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위기감도 적지 않다. 미국 FRB가 8일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RB 위원들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양적완화 종료가 증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호세 비냘스 IMF 금융안정국장은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엄청난 돈을 풀었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며 고르지도 않다"며 "너무 많은 돈이 위험 자산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투기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성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급격한 출구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3조8000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IMF는 7일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일부 주식에 거품이 끼었다"며 "연내 주가조정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 유럽ㆍ일본 경제 최악 벗어날 것

블랙스톤은 유로존ㆍ일본 경제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것으로 보는 등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해 긍정론을 견지했다. IMF가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췄지만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를 토대로 전 세계 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벗어나고 있다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위엔 부회장은 "일본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주가가 오른 상태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침체 국면에 빠져드는 점을 염려했다. 위엔 부회장은 "유로존 경제성장 엔진인 독일이 망가지면 유로존이 침체에 빠질 수 있는데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걱정스럽기는 하다"고 밝혔다.

유로존 지역 실업률이 여전히 미국의 두 배 수준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면서도 위엔 부회장은 "유럽ㆍ일본 경제회복 속도가 느리더라도 경기회복세는 더 길게 진행될 것"으로 봤다. 신흥시장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신흥시장의 경우 현시점에서 한국, 멕시코, 인도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위엔 부회장은 평가했다.

■ He is…

바이런 위엔 부회장은 모건스탠리에서 21년간 미국 투자전략가로 일한 뒤 피콧캐피털 등을 거쳐 현재 블랙스톤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제ㆍ사회ㆍ정치 트렌드를 포괄적으로 분석해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또 2004년 스마트머니파워가 선정한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인의 투자자, 정책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이진우 특파원 / 박용범 기자]

"美 금리인상땐 달러당 120엔까지 하락"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 월街가 보는 '엔低' ◆

달러당 엔화값이 지금보다 10% 더 떨어져 120엔까지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케다 유노스케 노무라 외환전략가는 9일 미국 블룸버그에 "단기투자 자금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120엔까지 가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케다 전략가는 그 이유로 미국 금리 인상과 일본의 무역 적자를 꼽았다. 노무라는 최근 4분기 동안 엔ㆍ달러 환율을 가장 정확히 예측해왔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미국 국채수익률(2년 만기 기준)은 일본 국채수익률보다 0.52%포인트나 높았다. 2011년 4월 이후 가장 차이가 크게 났다. 수익률 차이가 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엔화값 하락 요인이다. 아이다 다쿠지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수익률 차이(스프레드)로 인해 엔화값이 12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ㆍ일 국채수익률 차이가 엔ㆍ달러 환율에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관계수도 이달 초 0.61까지 높아졌다. 상관계수가 1에 근접할수록 두 변수 간 밀접도가 높다는 얘기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만 높아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향후 엔저를 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엔저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엔화값 추가 약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달러당 엔화값 110엔은 일본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엔화값이 115엔 이상 떨어질 경우 중소기업 등 내수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돼 일본은행이 개입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시각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매일경제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 빌 로즈 씨티그룹 수석고문 축사 ◆

8일(현지시간) 권선주 기업은행장(왼쪽)이 빌 로즈 수석고문으로부터 `세계와 협상한 은행가`(Banker To The World)`라는 책을 받고 있다. [뉴욕 = 이진우 특파원]빌 로즈 씨티그룹 수석고문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당시 씨티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며 한국 외채 연장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공로로 한국 정부는 그에게 수교훈장 흥인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외환위기에 몰린 한국을 위해 막후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통화스왑을 맺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도 양복 깃에 흥인장 약장을 달고 행사장을 찾았다. 로즈 수석고문은 환영사를 통해 포럼에 참석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바라보며 "특별한 손님으로 오늘 이 자리에 모시게 됐다"며 "한국어로 번역된 나의 저서 '세계와 협상한 은행가'(Banker To The World)'를 권 행장에게 선물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당시 국제 채권단 구조조정 위원장을 맡은 인연을 소개하면서 "한국처럼 구조조정에 합의를 하고도 당당히 시장으로 복귀한 국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로즈 수석고문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1998년 1월 이후 2개월 반 만에, 아시아 금융위기 와중에 50억달러를 기채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신용을 회복했다"며 "그것은 놀라운 업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 한국의 은행 시스템은 당시와 많이 달라져 있다"며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6개가 한국계 은행이고, 많은 한국계 은행들이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에서 혁신을 일으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금융은 세계 곳곳에서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실 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오랫동안 서울을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 필요성을 제기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즈 수석고문은 "나는 언젠가 이것이 실현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이를 위한 준비를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금융에 강한 신뢰감을 보인 것이다.

로즈 수석고문은 "한국 경제는 올해 3%대 성장이 예상되는데 이는 일본은 물론이고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성장률"이라고 평가했다.

"QE 종료임박 시장 요동…조정은 좋은 투자 기회"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 매경 뉴욕 한인금융인포럼 ◆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3차 양적완화(QE3) 10월 말 종료를 앞두고 유로존 경제 침체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8일 매일경제신문사ㆍ한인금융인협회(KFS)ㆍ코리아소사이어티 등이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개최한 제4차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서 월가 파워엘리트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 불안과 미국 양적완화 종료 임박에 따라 이미 채권시장에선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 샌더 하우 노무라증권 고수익채권 담당 헤드는 "하이일드채권(고수익ㆍ고위험 채권) 시장은 지난 3~4개월간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며 양적완화 종료 충격을 걱정했다.

그러나 월가 투자자들은 오히려 비관적일 때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미국 연준 통화 긴축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밴드 연주(미국 경기 회복)는 계속된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바이런 위엔 부회장은 "10월 양적완화 종료가 유로존발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리면서 시장이 당분간 계속 조정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비관적일 때 투자 기회가 커질 수 있고 이번 조정이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가 족집게로 명성이 높은 위엔 부회장은 S&P500지수가 당분간 조정 국면을 거치겠지만 올해 말 다시 2000선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전문지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가 1998년 이후 매년 최고 주식전략가로 선정했던 때 토머스 리 펀드스태트 설립자 겸 리서치헤드도 "양적완화 종료ㆍ기준금리 인상보다는 개선되는 미국 경제 향방에 미국 증시는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랠리가 막바지에 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뉴욕 증시는 장기 랠리의 중간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제4차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는 빌 로즈 씨티그룹 고문, 바이런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국내와 월가 금융인 1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이진우 특파원]

한인금융인 네트워크 더 탄탄해질 때

◆ '막내리는 QE3' 퍼펙트스톰 (下) 전문가 150명 몰려 성황 ◆

8일 미국 뉴욕 맨해튼 57번가에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에는 준비된 150여 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월가 금융인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뉴욕 월가 등에서 활약 중인 한인 금융전문가들은 물론 골드만삭스, S&P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 소속 금융인들도 참석해 양적완화 종료 후 미국ㆍ글로벌 금융시장 향방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포럼을 찾은 권선주 IBK 행장은 빌 로즈 씨티그룹 고문과 환담하는 등 월가 금융인들과 격의 없는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권 행장은 "월가 한인 금융인과 한국 금융인들이 만나 서로 네트워킹을 하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글로벌 한인금융인포럼만 한 행사가 없는 것 같다"며 "한국에서 보다 많은 금융인들이 이런 모임에 참석해 포럼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훈 전 한인금융인협회(KFS) 회장(AQR캐피털매니지먼트)은 "한인금융인포럼이 올해로 4회째를 맞으면서 점차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WW캐피털의 데릭 안 씨는 "양적완화 종료 이후 세계 경제 방향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내용을 다룬 것 같다"며 "거시경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의견을 제시한 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진형 코리안리 뉴욕사무소장은 "투자 분야에 중요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고, 한ㆍ미 금융인들 간에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현지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국의 앞날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한국 투자에 활발한 헤지펀드 운용사인 IIA의 헨리 세거맨 대표는 북한에 대한 관점 전환을 주문해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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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美 재고량 증가·中 수요감소에

OPEC까지 분열… 하락 부추겨

미국 달러의 강세에 두바이유가 마지노선이었던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출구전략 카드로 금리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강세로 이어져 원자재 시장과 중국·유럽 등 주요국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초 달러당 101엔 수준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08엔까지 올라왔고 연말에는 12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전 거래일보다 1.05%(0.95달러) 내린 8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지난 6월 110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져 마지노선이던 90달러 선도 무너졌다. 최근 이브라힘 알무하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자문관의 "국제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일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날보다 1.54달러(1.7%) 떨어진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해산브렌트유도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장중 한때 91달러 선을 하회하며 201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 증가와 유럽과 중국의 수요감소가 유가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가 500만배럴 증가해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200만배럴을 크게 초과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하고 유로존 국가들과 일본, 브라질의 성장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요둔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동국가들이 중심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분열에도 원인이 있다. 최근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늘어나 OPEC 국가들이 생산을 줄여야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회원국과 상의 없이 지난달 말 10월 아시아로 보내는 원유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고 곧바로 쿠웨이트도 가격인하에 나섰다. 2010년 아랍 민주화운동 이후 재정지출로 민심을 달래고 있는 중동국가들이 원유생산을 줄이기보다는 가격을 내리는 출혈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당분간 유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보영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 팀장은 "달러 강세에 더해 원유 생산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며 "중동국가들이 각자 팔려는 욕구가 커 감산이 합의되지 않으면 유가가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혜진·구경우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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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病 더 키우는 기업 주치의?

중소기업 경영 지원을 위해 도입된 '기업 주치의' 제도가 오히려 기업들의 총생산액 감소를 초래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업주치의센터 중간점검 결과 보고'에 따르면 기업 주치의 제도에 따라 중점육성기업으로 선정된 57개사 중 상당수 기업에서 총생산ㆍ수출액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공단이 55개사의 주치의 제도 성과를 평가한 결과, 제도 시행 첫해인 2011년을 기준으로 이듬해 44%에 이르는 24개 업체에서 총생산액 감소가 나타났고 2013년에도 21개 업체의 총생산이 줄었다. 이 중 14개 업체가 2년 연속 생산액이 감소한 업체는 모두 14곳(25%)에 이른다.

대외 수출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기업 주치의 제도는 총수출액 향상에서도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14개 업체(25%)에 이어 2013년 16개 업체(29%)가 기업 주치의 컨설팅을 받고 오히려 수출액 감소를 겪었다.

기업 주치의 제도는 산업단지별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2011년 도입돼 지난해까지 총 1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현재 반월ㆍ시화단지를 포함해 구미 창원 광주 등 전국 4개 산업단지에 43명의 주치의가 상주하며 애로사항 해결부터 성장동력 발굴까지 기업 경영 전반을 컨설팅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140억원 예산이 투입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 주치의 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컨설팅 업체 간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이들의 컨설팅에 대해 실시간 감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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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17조6000억弗 > 17조4000억弗

신흥국 G7도 선진국 G7 앞서


[ 김은정 기자 ] 중국이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근거로 비교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9일 보도했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구매력 기준 GDP는 17조6000억달러(약 1경8740조원)로 미국(17조4000억달러)에 2000억달러 앞섰다. 구매력 기준 GDP는 각국 통화로 산출된 GDP를 단순히 미국 달러화로 환산해 비교하지 않고 각국의 물가수준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각국의 물가와 환율이 같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능력을 나타낸다.

또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주요 7개국(G7)의 구매력 기준 GDP는 37조8000억달러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G7의 34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선진국이 주춤하는 사이에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신흥국 G7은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며 기존 선진국 G7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이다.

다만 중국의 1인당 GDP나 달러 기준 GDP는 미국을 크게 밑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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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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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반도체로 위기파고 넘는다 ◆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ㆍ조선ㆍ철강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미국ㆍ유럽 선진 업체들이 의료ㆍ소프트웨어ㆍ항공우주 등의 기술적 우위를 공고히 하면서 한국 산업이 점차 설 땅을 잃어가는 시점에 반도체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비트 V낸드 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돌입했다고 9일 밝혔다. 처리속도와 전력효율, 크기 면에서 탁월한 10나노급 128Gb 제품으로 도시바 마이크론 등 여타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2년 이상 벌리게 됐다.

SK하이닉스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한 단계 진보한 미세공정 기술로 양산해 미국의 대형 서버 업체 2곳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수평으로 늘어놓던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는 독보적인 V낸드 기술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회로 굵기가 더 가늘어진 미세 공정으로 외국 메모리 업체를 앞서고 있다.

LG전자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영역을 넓혔다. 김정화 산업통상자원부 전자부품과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자외선(UV) LED(발광다이오드) 양산에 성공했다. 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 화합물로서 일반 조명에 주로 활용됐으나 LG이노텍이 기술력을 더해 청정기, 정수기, 소독기 등 살균 제품으로 용도를 대폭 확대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스마트폰 부문을 앞지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상반기 2조1411억원의 사상 최대 반기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60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571억달러였다. 반도체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어 석유제품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낸드플래시 : USB메모리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저장매체며, 반도체 칩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처리속도와 전력효율을 높인 제품은 V낸드플래시로 구분한다.

[이진명 기자 / 한예경 기자 /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반도체로 위기파고 넘는다 ◆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의 '세계 최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9일 새로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3비트 V낸드 플래시메모리는 지난 5월 양산한 2세대 V낸드 플래시에 3비트 기술을 적용한 10㎚(나노미터)급 128Gb 세계 최초 제품이다.

V낸드 공정은 반도체 셀을 수평으로 쌓는 대신 수직으로 쌓아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삼성전자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쓰기속도가 2배 빠르고 소비전력은 절반이며 수명도 2~10배 늘어났다.

또 기존에는 반도체 셀 하나에 데이터를 2개씩 넣는 2비트 제품이었으나 새 제품은 반도체 셀에 데이터가 3개 들어감으로써 저장용량이 50% 늘어나게 됐다. 셀 하나에 데이터가 3개 들어가는 기술은 V낸드가 아닌 기존 평면구조 낸드플래시에만 적용됐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수직구조 V낸드 플래시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셀 하나에 데이터가 3개 들어가게 되면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물론 같은 용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원가가 적게 들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생산성 역시 2배 이상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3비트 V낸드 플래시 제품은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생산한다. 생산기술이 안정되면 내년부터는 중국 시안공장에서도 생산해 중국 수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 시안공장에서는 1세대 V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비트 V낸드 양산으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라인업을 기존 프리미엄 서버용 제품에서 보급형 PC용 제품까지 대폭 늘려 V낸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차세대 저장장치로 자성물질을 이용한 기존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 최근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세대 V낸드 플래시를 적용한 서버용 SSD를 출시했으며 올해 5월에는 프리미엄 PC용 SSD를 선보였다. 이어 7월 개인 소비자용 V낸드 SSD를 시장에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은 부침이 심한 반면 낸드플래시는 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SSD는 확장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진명 기자]

SK하이닉스, 기업용SSD 시장 진출

◆ 반도체로 위기파고 넘는다 ◆

글로벌 D램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상반기에만 2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가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에 진출했다. 아울러 3차원 V낸드 플래시 양산도 눈앞에 두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부터 기업 서버용 SSD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미국 회사 2곳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낸드플래시 매출에서 SSD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며 D램 비중은 80%다. SK하이닉스는 D램 위주에서 탈피해 SSD나 3차원 V낸드 플래시 등으로 메모리 제품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SSD는 낸드플래시와 D램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됐는데 D램과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미국 컨트롤러업체 LAMD를 인수하고 컨트롤러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할 '플래시솔루션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등 SSD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벨라루스 소재 소프텍의 펌웨어 사업부 인수 등 SSD 사업 진출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승환 기자]

SK하이닉스, 기업용SSD 시장 진출

◆ 반도체로 위기파고 넘는다 ◆

글로벌 D램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상반기에만 2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가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에 진출했다. 아울러 3차원 V낸드 플래시 양산도 눈앞에 두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부터 기업 서버용 SSD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미국 회사 2곳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낸드플래시 매출에서 SSD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며 D램 비중은 80%다. SK하이닉스는 D램 위주에서 탈피해 SSD나 3차원 V낸드 플래시 등으로 메모리 제품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SSD는 낸드플래시와 D램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됐는데 D램과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미국 컨트롤러업체 LAMD를 인수하고 컨트롤러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할 '플래시솔루션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등 SSD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벨라루스 소재 소프텍의 펌웨어 사업부 인수 등 SSD 사업 진출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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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식의 품격을 높여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 신세계그룹이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를 통해 한식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신세계는 한식ㆍ일식 등 외식과 카페ㆍ베이커리 등을 갖춘 종합 외식그룹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국내 외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CJㆍ롯데그룹과 대표 외식기업 자리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신세계푸드는 여의도 알리안츠타워빌딩에 한식 뷔페 '올반'을 론칭한다고 9일 밝혔다. 올반은 '올바르게 만들어 반듯하게 차리다'는 의미다. 한동염 신세계푸드 외식담당 상무는 "올반은 한식의 품격을 높이고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한식 뷔페의 특징으로 신선한 식재료와 표준화된 맛, 합리적인 가격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를 개발하고 조리법 계량화를 통해 맛을 표준화했다. 가격은 점심 기준 1만4900원이다.

외식업계는 신세계의 한식 뷔페 진출을 본격적인 외식기업으로 나선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일식당 '보노보노'와 브런치 식당 '에그톡스' 등은 매장 수가 적고 서울에만 있어 그동안 외식기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신세계는 11월 반포 센트럴시티에 올반 2호점을 열고 내년부터 지방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사업 전략에서 신세계와 CJㆍ롯데그룹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전국 이마트 등 자사 유통망을 활용해 베이커리와 커피 매장을 확대해왔다. 향후 외식 매장도 이런 방식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문화와 외식, 비비고와 계절밥상 등 외식사업에 '융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롯데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외식사업 확대로 사업분야가 겹치는 CJ가 특히 긴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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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 "애플 주가, 지금의 2배가 적정"…한국 GDP와 맞먹어

"애플, 2016 회계연도에 TV 내놓을 것" 예측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헤지펀드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애플의 적정 주가가 현재의 2배인 주당 203달러 수준이라고 9일(미국 동부 일광절약시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이칸이 내놓은 애플의 시가총액 적정치는 1조2천억 달러(1천282조원)로, 세계 14위의 경제국인 대한민국 GDP(2013년 기준 1천428조원)와 맞먹는 수준이고 세계은행 집계 2013년 전 세계 GDP 합계의 1.6%에 해당한다.

아이칸은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세일: 애플 주식이 반값에 팔리고 있습니다'(Sale: Apple Shares at Half Price)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아이칸은 이 공개서한에서 쿡 CEO를 "애플에게 이상적인 CEO"라고 칭찬하면서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을 주문하고 애플의 향후 실적과 제품 로드맵에 관한 본인의 전망을 설명했다.

아이칸은 애플 주식 5천3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칸은 이 서한에서 애플 2015 회계연도의 매출과 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5%, 4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 회계연도는 9월 마지막 토요일에 끝나며, 2015 회계연도는 지난 9월 28일 개시됐다.

아이칸은 아울러 이익의 19배가 애플 시가총액의 적정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를 환산하면 아이칸이 보는 애플의 적정 주가는 주당 203달러, 적정 시가총액은 1조2천억 달러가 된다.

아이칸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이 애플의 이익 증가를 가속화할 것이고 특히 애플이 아이폰 6와 6 플러스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칸은 "애플의 진정한 경쟁자는 구글 외엔 없다"고 평가했다.

아이칸은 아울러 애플이 2016 회계연도에 초고해상도(UHD) TV를 내놓을 것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55인치와 65인치 TV를 2016 회계연도에 1천200만대, 2017 회계연도에 2천500만대 판매할 것이며 평균 판매 가격은 1천500 달러일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까지 했다.

다만, 아이칸은 애플이 설령 TV를 내놓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적 액수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고 지금보다 주가가 대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변화가 없으리라고 말했다.

아이칸의 이런 전망이 나오자 애플 주가가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월스트리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 본 적이 있는 기업은 중국 페트로차이나밖에 없으며, 그것도 2007년 11월 5일 단 하루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당시 페트로차이나는 상하이 증시에 데뷔 후 주가가 3배로 폭등했으나, 이후 주가가 정점 대비 4분의 1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각종 지표를 들어 애플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주당 순익 대비 주식 가격)은 나스닥 100지수 평균보다 훨씬 낮다.

현재 애플 시가총액은 분석가들의 2015년 순이익 예상치 평균 대비 13.8배다.

만약 애플 PER이 나스닥 100지수를 이루는 기업들의 평균 수준이 될 정도로 애플 주가가 올라간다면 주당 가격은 147달러, 시가총액은 8천800억 달러로 각각 상승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애플 주식을 포함해 약 20억 달러를 운용하는 번험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 존 번험은 블룸버그에 "그런 일(기업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초과하는 일)은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애플 주식은 이익이든 매출이든 다른 어떤 지표로 보든 매우 싼 주식이고 앞으로 몇 년간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분석가들의 예상치 평균에 따르면 애플 주가가 향후 12개월간 10%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럴 경우 애플 시가 총액은 6천690억 달러가 된다.

애플의 현재 시가총액은 6천99억 달러이며, 지난달에는 사상 최고치인 6천58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아르헨티나 전체 GDP(2013년 6천118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solatido@yna.co.kr

애플, 내주 새 ‘아이패드 에어’ 선뵐 듯

ㆍ언론매체에 ‘특별행사’ 초대장

애플이 16일 새 태블릿PC(손가락이나 터치 펜으로 조작하는 휴대형 컴퓨터) 아이패드를 공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16일 오전 10시 ‘특별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초대장을 언론매체에 발송했다.

애플은 초대장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길어도 너무나 길었다”는 문구만 적혀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를 ‘새 제품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행사 때 9.7인치 새 ‘아이패드 에어’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신제품은 이전 것보다 가벼워지고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 아이디’와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 기능을 갖췄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들어간 ‘A8’ 프로세서와 ‘모션 코프로세서 M8’도 새 아이패드 모델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A8은 스마트폰 내 중앙처리장치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모션 코프로세서 M8은 메인 AP를 보조하는 처리 장치다. 제품 색상으로는 기존 ‘스페이스 그레이’와 ‘실버’ 외에 ‘골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데스크톱 PC ‘아이맥’과 노트북 ‘맥북’의 12인치 신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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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대기업이 '고용 효자'

고용부·고용정보원 분석


[ 백승현 기자 ]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자리 창출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근로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를 1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기업 8017곳(공공부문 제외)의 고용성장지수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9일 밝혔다.

고용성장지수는 일정 기간 개별 기업의 고용증가 인원과 고용증가율을 곱한 수치로 개별 기업 간의 일자리 창출력 비교는 물론 가젤기업(매출이나 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데 활용된다.

기업 단위 일자리 창출력 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8월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30대 그룹 일자리 창출 규모 분석’이 유일하다.

2012~2013년(1년), 2010~2013년(3년), 2008~2013년(5년) 등 기간별로 산출한 조사에 따르면 기간에 상관없이 60% 이상의 기업에서 고용이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7%),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13.5%), 운수업(8.5%) 순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특히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은 전체 고용증가 기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에 그쳤지만 전체 일자리의 30% 이상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13년 1년간 새로 생긴 23만6000개의 일자리 중 8만8000명이 100대 기업 소속으로 전체의 37%였다.

분석 기간 1년을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농협은행, 이마트, 드림어스, 에스텍시스템 등이 일자리 창출 상위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가 6위, LG전자는 9위였다. 3년 기준으로는 SK텔레콤의 고객센터인 서비스탑이, 5년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동아일보

[동아일보]
고용부 ‘일자리 창출 지수’ 첫 발표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의 한 직원이 스마트폰 ‘G폰’에 들어가는 유리 원판을 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5년간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가장 우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DB
국내 기업 가운데 최근 5년간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LG디스플레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이 주도해 왔지만 근로자 수 1만 명 이상 대기업들은 최근 5년간 청년 고용을 오히려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 일자리 창출 지수(고용성장지수)’를 9일 발표했다. 고용성장지수는 개별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정부가 국내 최초로 만든 지수로, 공공부문을 제외한 전 업종(6개월 이상 고용보험을 가입한 근로자 100인 이상인 기업 8017곳)을 대상으로 산출했다. 한 기업이 창출해낼 수 있는 고용량을 고용증가인원과 고용증가율을 바탕으로 측정하며 ‘가젤기업(매출액 또는 고용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선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8∼2013년 5년간 고용성장지수가 가장 높았던 기업은 LG디스플레이였고, 현대그린푸드 다이소아성산업 롯데리아 한국맥도날드 등이 뒤를 이었다. 분석 기간을 1년(2012∼2013년)으로 한정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높았고, 농협은행 이마트 드림어스 에스텍시스템 순이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5년 기준 32위, 1년 기준 98위에 머물렀고, 현대자동차는 1년 기준으로는 6위였지만 5년 기준에서는 35위에 머물렀다. 다만 LG전자는 5년 기준 11위, 1년 기준 9위로 상위권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고용부는 “분석기간에 상관없이 전체 기업의 60% 이상이 고용을 늘렸다”며 “분석기간이 길어질수록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가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증가 기업의 업종별 분포는 제조업이 37.0%로 가장 많았고,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13.5%), 운수업(8.5%) 등의 순이었다. 특히 2012∼2013년에는 근로자 수 5000명 이상인 기업의 90%가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 분야 대기업이 최근의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30% 이상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는 여성보다는 남성(58.9%)이 많았고, 연령대로는 30∼54세(65.7%)가 절반을 넘었다.

대기업이 청년층(15∼29세)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2008∼2013년 5년간 1만 명 이상 대기업의 청년층 고용증가 비중은 ―17.8%, 2010∼2013년 3년간은 ―8.0%로 오히려 청년 고용을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2∼2013년에는 23.4%로 회복세를 보였다. 또 최근 5년간 청년 고용을 많이 늘린 분야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교육서비스업(54.1%), 숙박 및 음식점업(49.3%) 등이었다.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이 여의치 않다 보니 숙박, 음식, 교육서비스업 등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형우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청년 고용에 적극적일수록 고용성장지수가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대규모 기업들은 오히려 청년 고용을 줄이는 추세”라며 “인력공급 등 사업지원 서비스업에서 고용 성장이 두드러지는 것 역시 최근 간접고용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선일보
8000여 기업 고용창출 조사

60% 이상이 고용 증가 "고용의 질은 따지지 않아"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롯데쇼핑·홈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9일 "전국 100인 이상 기업(공공 부문 제외) 8017곳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지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조업과 유통 분야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일자리 조사는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의 형태는 따지지 않고 양(量)적인 증가만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상 기업 8017곳 중 60% 이상에서 지난 5년간(2008~2013년)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고용 창출도가 높은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82.9%가 1000인 이상 대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제조업(37.0%) 분야가 가장 컸고,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13.5%), 운수업(8.5%) 등의 순서였다.

지난 5년 분석 결과, LG디스플레이·현대그린푸드·다이소아성산업·롯데리아·한국맥도날드 등 순서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파주공장 건립으로 1만4687명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2012~2013년 1년간만 보면 삼성디스플레이·농협은행·이마트·드림어스·에스텍시스템·현대자동차의 순서로 일자리 기여도가 높았다. 이마트·롯데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신규 매장을 오픈하면서 1년 만에 각각 20~30%가량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대기업 외에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도 고용 증가가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며 "서비스 업종에서는 정규직뿐만 아니라 파견직·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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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왜 기업가정신인가 <4부> 野性·승부 근성을 되살리자

(1)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삼보컴퓨터는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와 함께 PC업계 ‘2강(强)’이었다. 1981년 국내 최초로 PC를 생산한 이 회사는 2003년 국내 PC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고속성장했다. 그해 매출 기준 기업 순위는 71위. 서울대 공대 출신의 30세 벤처창업가 변대규가 설립한 셋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도 승승장구했다. 1989년 서울 봉천동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한 휴맥스는 설립 14년 만인 2003년 국내 34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이던 박병엽이 1991년 세운 팬택도 2003년 매출 기준 국내 234위 기업으로 컸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기업 생태계는 역동적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외에도 팬택, 휴맥스, 삼보컴퓨터, 전자랜드 같은 ‘젊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10~20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도전장을 내밀던 때다.

그런 한국 기업 생태계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모험을 즐기는 젊은 혁신 기업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1970~1980년대 반도체, 조선, 제철업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을 배출한 역동성, 2000년대 정보기술(IT)·벤처기업이 보인 혁신성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10~20대 젊은 기업이 사라진 한국

한 나라의 기업 생태계가 가진 역동성은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50대 기업’ 순위는 66%가 바뀌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과 같은 젊은 기업이 대거 순위권에 진입한 결과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도 지난 10년간 절반가량(46%)이 자리바꿈을 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어떨까. 본지가 2003년과 지난해 ‘한국 500대 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500대 기업(매출 기준)에는 148개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계열분리·구조조정을 통해 생긴 대기업 계열사(58개), 공기업(19개), 외국계 회사(25개)를 빼면 순수 창업기업은 46개에 불과했다. 46개도 대부분 새로 창업한 회사는 아니다. 창업 20년차 이하 회사는 14개에 불과했다. 10대, 20대에 해당하는 ‘젊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혁신성도 사라졌다. 14개의 젊은 기업을 산업별로 분류해보면 건설(2개), 원자재 및 상품 수입·판매(3개), 대기업 부품협력사(3개) 등이 대부분이다. 신기술·신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형 기업은 네이버(인터넷 포털), 멜파스(터치스크린), 넥슨(게임) 등 서너 곳에 불과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벤처조차 어느 순간 ‘최고경영자(CEO)’는 사라지고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인드에 빠져들면서 역동성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부사의 야성 본능을 되살려라

한국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은 왜 사라진 걸까. 전문가들은 ‘기업가적 야성’이 실종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50년 전 한국의 기업 환경은 지금보다 척박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조선, 철강 등 한국 대표 산업들이 등장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는 “이병철, 정주영의 성공 이면엔 무모하지만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배고픔과 절박함의 시대는 지났지만 지금 기업에 요구되는 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배짱과 승부사의 DNA”라고 말했다. 허황돼 보이지만 가능성에 베팅해 판도를 바꾸는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싸이월드가 반면교사의 단적인 예다. 1998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한때 2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렸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처음 개척한 것도 싸이월드였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5년 뒤인 2004년 19세 하버드대생(마크 저커버그)이 만든 SNS 페이스북에 밀려 주저앉았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만약 싸이월드가 사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로만 사업 영역을 좁히는 ‘갈라파고스’형 기업 운영으로는 제2의 삼성, 현대차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산업의 주력군(群)이 10년째 별 변화가 없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뒤를 이을 ‘후속 엔진’이 없다. 지금 한국 기업에 필요한 건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실천에 옮길 야성이다.

김 특임교수는 “미국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우주탐사, 하이퍼루프(초고속 진공열차) 등을 꿈꾸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태양광으로 일본 전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며 “이제 한국 기업가들이 야성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500대 기업 진입 '젊은 기업' 11년간 14곳뿐

창업생태계 활력 상실…'도전 DNA' 회복 시급


[ 이태명 기자 ] 공업화가 한창이던 1982년, 연간 순이익이 282억원 규모인 한 회사가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다. 5년간 투자액만 2804억원으로, 한 해 순이익의 10배에 달했다.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세간의 우려에도 예정대로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 얘기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반도체사업에 그룹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한 기업가의 승부사적 기질은 삼성전자를 사업 진출 11년 만에 메모리반도체 시장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한국 경제 발전사는 이런 장면의 연속이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조선산업,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제철사업 등은 안갯속 같은 불확실성을 안고 시작했다. 실패할 것이란 두려움보다 희박한 성공 가능성에 모든 걸 던지는 야성(野性)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성공의 조건’들이 퇴화하면서 한국 기업 생태계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2003년과 지난해 ‘한국 500대 기업’(매출 기준) 변화가 그 방증이다. 2003년과 비교해 500대 기업 리스트에 148개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지만 창업 20년 이하의 ‘젊은 기업’은 14곳뿐이다. 역동성과 도전정신이 사라진 결과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사그라지는 한국 기업의 승부사적 DNA를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로는 합리적 판단을 뛰어넘는 비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야성’을 되살리면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54세에 세상에 없던 사업에 뛰어든 김영찬 골프존 회장 등 끊임없이 도전에 나서는 ‘젊은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早老症 걸린 한국 벤처

'벤처 1세대' 팬택 몰락…20년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 드물어

한국 기업 생태계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 벤처의 부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혁신형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벤처가 ‘조로증’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1세대 벤처기업 가운데 지금 살아남은 곳은 절반도 안된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벤처기업 총 455개 중 217개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메디슨, 핸디소프트, 로커스, 새롬기술 등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성공 사례로 인정받는 곳은 휴맥스, 한글과컴퓨터, 주성엔지니어링, 비트컴퓨터 정도다. 그러나 생존한 벤처들 중에서 대기업으로 큰 기업은 드물다. 한창 성장곡선을 타야 할 ‘맏형’ 벤처들이 퇴장하면서 한국 벤처업계가 급속히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 팬택의 몰락은 상징적이다. 팬택은 1990년대 벤처 증흥기를 이끌며 한때 국내 벤처기업의 선두주자로 통하던 기업이다. 박병엽 팬택 전 부회장이 1991년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4000만원으로 직원 5명과 일군 성공 신화는 벤처 창업자들에게 자극이 됐다. 그러나 팬택은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달 24일 인수합병(M&A) 공고를 내면서 외국 자본에 팔릴 위기에 처했다.

2·3세대 벤처의 역동성도 떨어진다. 10년째 제자리걸음인 국내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이 이를 보여준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은 2002년 68억원에서 2012년 67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벤처기업 수는 1만1392곳에서 2만8135곳으로 증가했다. 1990년 벤처 태동기와 2000년 초 벤처 붐, 2006년 조정기를 거쳐 2010년 들어 벤처기업 수가 다시 늘어나는 재도약기에 접어들었지만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벤처의 성장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삼성그룹 매출은 2005년 109조원에서 작년 278조원으로, 현대차그룹도 71조원에서 150조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국내 벤처기업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정수기 렌털업체 코웨이의 매출은 2005년 1조80억원에서 작년 1조9300억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계 주요국가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이끄는 건 벤처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벤처의 부진은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엔진이 꺼져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팬택 등의 몰락을 보면서 도전정신을 가진 벤처 기업가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왜 기업가정신인가 (1) 새로움을 향한 무한도전…김영찬 골프존 회장

54세 늦깎이 창업

"세상에 없는 것 만들자"…1년6개월 제품개발 올인

"두려움 떨쳐 버려라"

대박 났지만 더 큰 도전…'골프존 문화제국'이 꿈


[ 윤정현 기자 ]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때 그의 나이는 54세였다. 주변에선 “남들처럼 쉬운 길을 가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직원 5명, 자본금 5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후 2년간 매출은 0원. 통장 잔액은 갈수록 줄었다. 밤새워 제품 개발을 하다가 쓰러져 응급실에도 수차례 실려갔다.

김영찬 골프존 회장(68·사진)의 성공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골프존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김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골프 시뮬레이션 기기(스크린골프) 제조기업이다. 골프존 매출은 초창기 0원에서 작년 3652억원으로 늘었다. 경쟁사가 많이 생겼지만 국내 점유율은 여전히 독보적 1위다. 서울 청담동 골프존타워에서 만난 김 회장은 “아무도 하지 않는 걸 해보겠다는 상상력이 지금의 골프존을 만들었다”고 했다.

지인들 “왜 사서 고생하나”

김 회장은 1993년 삼성전자 시스템사업부장을 끝으로 퇴사했다. 곧바로 삼성전자에서 교환키, 키폰시스템 등 제품 생산 부서에서 일한 경력을 밑천 삼아 사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은 이른바 ‘700-××××’로 알려진 음성사서함 관련 부가통신사업. 퇴직금으로 50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 대학입시 정보나 야구경기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돈을 꽤 벌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에 음란·퇴폐 서비스가 성행하면서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골프’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골프 시뮬레이션 기기 개발에 다시 뛰어들었다. 사업 아이디어는 ‘골프 연습장에선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잘 맞는데 왜 필드에 나가기만 하면 안될까’라는 평소 궁금증에서 찾았다. 김 회장은 “실제 필드와 똑같은 조건을 갖춘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 통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건 힘들었다. 1년6개월을 매달려도 제품 개발 성과는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도 망가졌다. 열흘간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일하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격려해주던 아내마저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데 왜 ‘사서 고생 하느냐’는 것. 그래도 “개발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년반의 진통을 겪은 끝에 첫 제품이 탄생했다. ‘과연 팔릴까’란 두려움을 안고 그가 처음 찾아간 곳은 동대문시장에 있던 조그만 골프연습장. 반응은 좋았다. 한 대를 팔고서 2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첫 매출이었다.

안주냐 성장이냐, 선택의 기로

골프존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고객들이 골프존을 설치한 타석에만 줄을 서는 일이 잦아졌다. 김 회장은 “전국 3000개의 실내연습장에 골프존 기계를 한 대씩 파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날부터 골프연습장들에서 5대, 10대씩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박을 친 것이다. 2002년 10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인 2006년 100억원을 넘었고, 2년 뒤(2008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 100억원이 넘어갈 즈음, 김 회장은 회사의 미래를 고민했다. 100억원 정도를 버는 중소기업에 만족할 것이냐, 좀 더 큰 기업으로 키울 것이냐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는 “작은 성공을 거뒀지만 자영업자 수준의 기업에서 멈춰서기는 정말 싫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한 번 더 ‘가속페달’을 밟기로 결정했다. 중장기 경영계획을 다시 세우고 인재를 찾아나섰다. 개발인력을 대폭 늘리고 매출의 10%가량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현재 골프존 임직원 400여명 가운데 200명 남짓이 R&D 인력이다. 그 결과 스크린골프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평가 속에서도 골프존 매출은 매년 30% 이상 늘고 있다.

준비된 기업가에게 실패는 없다

골프존의 성공 비결은 뭘까. 김 회장은 “골프방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시장”이라며 “그 기회를 알아채고 어렵지만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패할 두려움을 깔고 시작하는 도전은 성공할 수 없다”며 “내 모든 것을 다 털어넣어도 아깝지 않은 것, 그것을 할 자신이 있고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기업가정신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70세를 앞둔 김 회장은 여전히 꿈을 꾼다. 바로 ‘골프존 문화제국’이다. 한국을 넘어 중국 대만 등 해외에 골프존을 전파하는 것. 그는 “K팝처럼 전 세계 사람이 골프존의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영찬 회장은…

△1946년 출생 △1973년 홍익대 기계공학과 졸업 △1979년~1993년 삼성전자 근무, 시스템사업부장으로 퇴직 △1993년 영밴 창업 △2000년 골프존 창업



왜 기업가정신인가

해외 70개국 진출 인바디, 體성분 분석 기술 첫 개발

매출 80%가 수출 부강샘스, 침구살균 청소기로 日 뚫어


팸퍼스(일회용 기저귀), 질레트(안전면도기) 등의 브랜드는 당시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었다. 수많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국내에도 퍼스트 무버들이 있다. 체(體)성분분석기 회사인 바이오스페이스는 지난 2일 사명을 대표 제품명인 ‘인바디’로 아예 바꿨다. 인바디의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1996년 설립한 인바디는 팔, 다리, 몸통 등 신체 부위별 체성분을 분석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기저항측정법을 적용해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체성분을 측정했다.

혁신의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68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501억원의 매출과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바디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70여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를 개발한 아이디스도 간편함에서 힌트를 얻어 시장을 개척했다. 이 회사는 폐쇄회로TV(CCTV)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존 365일 24시간 녹화된 분량을 무거운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이디스 관계자는 “국내 CCTV 리코딩 시장의 52%를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뉴욕 지하철, 유니버설스튜디오, 중국 푸둥공항,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도 아이디스 제품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부강샘스는 침구살균 청소기 레이캅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가전시장을 뚫었다. 의사 출신인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가 2004년 회사에 합류해 자동차와 전자부품을 만들던 회사를 건강가전회사로 변신시켰다. 아이디어는 이불을 두드리고 햇빛에 말리는 한국의 침구살균법에서 얻었다. 레이캅의 성공 이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침구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레이캅은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제품의 80%는 해외로 수출한다.

포스코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과 정보기술(IT)을 융합했다. 바람, 열, 비, 지진 등 외부 환경이 건물 구조에 주는 영향을 수치로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건축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 미국 중국 인도 등 6곳에 해외 현지법인을 뒀다. 김국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기간에 급속한 발전을 이끌어온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최초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설] 활기라고는 없는 산업생태계, 기업가정신 회복할 때다

한국 기업 생태계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경의 기획보도 ‘왜 기업가정신인가’ 4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500대 기업에는 148개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약 30%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중 구조조정의 결과로 생긴 대기업 계열사, 공기업, 외국계를 뺀 순수 창업기업은 46개에 불과하다. 10%가 채 안 된다. 게다가 창업 20년 미만의 ‘젊은 기업’은 14곳뿐이다. 같은 기간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46%가 자리바꿈을 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기업 생태계가 점차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역동성 감소는 벤처 부진에서도 엿보인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팬택, 휴맥스와 같은 젊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1세대 벤처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절반도 안 된다. 그나마 대기업으로 큰 곳은 한 곳도 없다. 벤처기업의 평균매출액은 2002년 68억원에서 2012년 67억2000만원으로 10년 사이에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50년 전 맨땅에서 기업을 일궈냈던 승부사적 기질은 온데간데없다. 사회 전체에 보신주의적 위험회피 문화가 만연해 있다. 창업보다는 안정적 직장을 찾아 공무원, 공기업 채용시험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린다. 반기업 정서와 이에 따른 각종 기업규제 역시 기업가 정신을 꺾는 주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기업가정신이 실종된 사회에서는 경제발전도 번영도 함께 사라지게 마련이라는 데 있다. 관료나 정치인들이 아무리 좋은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어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3.6%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도 기업가정신 실종과 무관치 않다.

어떤 도전도 두려워 않는 야성적 기업인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자면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각종 기업보호제도를 폐지하는 등 기업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성공에 대해서는 질투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 정당화되는 그런 사회분위기 역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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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벼랑끝에 선 수출코리아]무능한 정부, 방해만 하는 국회

《 2001년 4월 산업자원부는 ‘전통 주력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기술개발 전략의 범정부적 추진체계 마련’이라는 제목의
정책 안건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당시 산자부는 “IT를 통해 전통산업을 혁신하고 지식기반경제에 부합하는 디지털화된 첨단
융합산업구조를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산자부가 지식경제부로 바뀐 뒤에도 비슷한 이름의 정책은 반복됐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융합 촉진 전략’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6개 미래산업 선도기술 선정’…. 지식경제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뀐 현
정부에서도 제조업 혁신과 융합, 소프트웨어, 창조경제를 제목에 포함시킨 정책들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

제조업 진흥 정책과는 별개로 2008년 이후 국내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주요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최근 국내 수출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발 타격 역시 10여 년 전부터 중국 정부가 전방위적인 산업 고도화 정책을 펼침에 따라 일찍이 예견됐던 일이다.

그럼에도 결국 위기가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정권마다 주력산업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5년마다 반복되는 형식적인 정책이었을 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 대신 각종 규제와 법안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와 신사업 진출 시도를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역시 법안 심의나 국정감사가 있을 때마다 ‘갑(甲)질’을 벌이며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기술’보다 ‘규제’와의 싸움

최근 수년간 한국 수출을 사실상 이끌어온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다른 어떤 제조업보다도 ‘속도’가 중요하다. ‘IT업계의 1년은 다른 업계의 10년’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빠른 기술 진보와 시장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아이폰발 ‘스마트폰 쇼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큰 위기를 겪었던 국내 전자업계는 이후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과 규제는 여전히 수년 전 수준에 머물러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막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국내용 ‘갤럭시 노트4’에 혈중 산소포화도 센서를 탑재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사례. 혈중 산소포화도 센서는 피부에 빛을 쏴 혈액의 투명도를 측정하고 몸속 산소량을 파악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피로도를 감지한다. 사용자에게 휴식이나 환기를 권해주는 첨단기술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선점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도 연관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끝내 국내 출시용 갤럭시 노트4에 이 기능을 넣지 못했다. 국내법상 해당 센서를 탑재하면 갤럭시 노트4는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가 필요해 출시가 6개월가량 늦어진다. 판매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별도 의료기기 유통망을 통해야 가능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미래 유망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테스트하는 것도, 출시하는 것도 모두 어렵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도 힘든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기술 △스마트 홈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동력으로 꼽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반복되고 있다. IoT나 스마트 홈 같은 사업을 하려면 빅데이터 활용이나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충족해야 하지만 관련 국내법과 고시 조항은 100개가 훌쩍 넘는다.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전자제조업 경쟁력을 키워줄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도 10년 넘게 ‘공염불’ 수준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모든 정부는 소프트웨어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기업만 바라보는 정부와 갑질 국회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 비전이 오히려 20, 30년 전보다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국내외 시장 상황도 잘 모르고, 그래서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른 채 기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부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실적과 관계없이 국내 자동차부품 수출이 건재하려면 국내 부품사들이 해외에 원활히 수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가 그걸 안 한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요즘 해외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려면 ‘연구역량’과 ‘생산물량’ 두 가지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최근 잇따른 리콜사태를 경험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구매부서에까지 엔지니어를 배치해 부품업체들의 기술과 생산여력을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림이 빠듯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생산 규모도 해외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만큼 크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적극적인 부품업체 R&D 지원과 연합생산체제 구축을 중재해야 하는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업을 상대로 한 국회의 갑질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200여 명이라는 역대 최다 기업인을 불러낸 국회는 올해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수십 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세형·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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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일보]
기아車도 9계단 뛰어 74위에… 中화웨이 94위로 첫 100위권 진입

삼성전자가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평가에서 7위에 오르는 등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미국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4 글로벌 100대 브랜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뛴 7위, 현대자동차는 3계단 상승한 40위에 올랐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보다 9단계 상승한 74위로 한국 업체 세 곳이 100대 브랜드에 포함됐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396억 달러(약 42조3720억 원)에 비해 15% 늘어난 455억 달러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13곳의 정보기술(IT) 업체 중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인터브랜드 측은 “삼성전자는 커브드TV와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했다”며 “소비자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차세대 전자기기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인 것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보다 16% 상승한 104억 달러였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도요타(8위)와 메르세데스벤츠(10위), BMW(11위) 순으로 현대차는 100대 브랜드에 든 자동차업체 14곳 중 7위에 올랐다. 이 중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브랜드 가치가 지난해에 비해 각각 27%, 23% 상승하는 등 독일 업체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올해 조사에서 애플과 구글이 각각 1, 2위에 오른 가운데 중국 브랜드인 화웨이가 처음으로 94위에 오르면서 100위권에 들어선 것도 주목할 만했다. 최근 IT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급부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100대 브랜드의 국가별 현황을 보면 미국이 54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독일(11개) 프랑스(7개) 순이었다. 일본과 영국은 각각 5개를 보유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주성원 기자

중앙일보

삼성전자가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서 7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40위권에 진입했다.

영국계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자동차는 각각 7위와 40위, 7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평가 가치가 454억6200만 달러(48조8300억원)로, 지난해 8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인터브랜드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사업 진출 성공 등을 삼성의 브랜드 가치 상승 요인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140억 달러를 지출했다.

현대·기아차도 브랜드 가치와 순위가 모두 올랐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104억900만 달러(20조8500억원), 기아차는 53억9600만 달러(5조8000억원)로 평가받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43위에서 올해 40위로, 기아차는 83위에서 74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현대차는 인도·중국 등 신흥국에서 적극적인 신차 출시와 국제축구연맹(FIFA) 후원을 활용한 ‘현대 월드컵 팬 파크’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아차는 2007년 9억 달러에서 7년 만에 480%에 이르는 브랜드 가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5회째인 이번 조사에서 애플은 1188억 달러(127조6000억원)로 글로벌 1위를 지켰다. 2∼5위는 구글, 코카콜라, IBM, 마이크로소프트로 지난해와 순위 변동이 없었다.

중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화웨이(94위)가 100대 브랜드에 들었다. 재즈 프램턴 인터브랜드 회장은 “전체 100대 기업의 브랜드 가치 총액은 1조6000억 달러(1718조원)로 작년보다 6.7% 늘었다”며 “선진 브랜드일수록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한 생태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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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그래픽=양인성 기자

中 정부, '후강퉁' 이달 시행 예고… 상하이·홍콩 證市 투자 가이드

상하이 본토A 증시 먼저 개방

외국인 中 본토 증시 직접투자 허용 상장 종목의 60%인 568개 거래 가능

위안화로 결제… 양도세도 고려해야

전문가 투자 조언

상하이證市에만 상장된 유망주 주목할만 中 본토 펀드 최근 6개월 수익률 12.6%

대표주·성장주 집중 투자 펀드가 유리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한금융투자 본사 세미나실. 이날 중국 상하이 A주 투자 전략을 주제로 연 세미나장에는 청중 350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이달 후강퉁(港通·키워드) 시행을 앞두고 중국 투자에 눈 돌린 투자자들이다. 행사를 담당한 조지연 글로벌사업부 해외주식팀장은 "중국 정부가 꽁꽁 닫아뒀던 자본시장 문을 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중국 시장에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후강퉁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전체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강퉁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 시장에 투자하는 본토 펀드는 최근 6개월간 12.6% 수익을 올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 6개월간 마이너스 성과(―1.5%)로 부진했다.

◇중국 투자 2막 오른다


현재 중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은 상하이, 선전, 홍콩 등 3곳이다. 이 중에서 중국 대형 우량주가 많이 상장돼 있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승인해준 일부 기관만 투자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상하이 증시는 중국을 대표하는 주식시장이면서도 거래액 기준으로 중국인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고,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자주 발생해 주가 변동성이 컸다. 한때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6000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반 토막이 난 이후 현재는 20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는 자본시장 개방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고 상하이 증시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조금씩 열어주기로 했다. 그동안 중국 주식시장이 다른 신흥국 주식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투자 제한이었다고 보고 규제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후강퉁으로 문이 열리는 상하이 A증시는 중국의 대표적인 주식시장이다. 후강퉁 시행 초기에는 상장된 종목 중 60%(568개)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상하이180지수(시가총액 상위 우량 기업 180개로 구성), 상하이380지수(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 380개로 구성)에 포함된 종목과 홍콩 증시와 상하이 증시에 함께 상장돼 있는 종목이 대상이다. 투자 가능 종목은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마오타이, 마시지만 말고 주주(株主) 될까

후강퉁 시행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어 오면 차익 실현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시장 등락이 심해질 수 있지만,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시각도 많다. 골드만삭스는 후강퉁 초기 거래에서 헤지펀드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시장 간의 가격 차에 주목하는 것인데,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있는 기업 중에서 상하이 증시에 비해 홍콩 증시에서의 주가가 더 높다면 상하이 증시에서 매수한 뒤 홍콩 증시에서 매도하는 전략을 통해 차익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 차 투자는 후강퉁 제도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시행 초기에만 반짝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오히려 상하이 A증시에 상장돼 있어 그동안 투자할 수 없었던 종목 중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거나 정부 정책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중국 신은만국증권의 앤서니 후 수석 애널리스트는 선박을 수리, 건조하는 업체인 '중국선박'과 중국 내 대형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항공동력', 한약제 생산업체 '강미약업' 등을 추천했다. 세계 3대 명주(名酒) 중 하나인 마오타이(茅台)주를 생산하는 '귀주 마오타이'와 중국 전자업체 '하이얼', 중국 1위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 중국에서 항암 치료제를 만드는 '항서의약'은 상하이 A증시에만 상장돼 있다.

◇업종 대표주·성장주에 투자하는 본토 펀드로 갈아타라

중국 펀드 가입자들은 후강퉁을 계기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일단 후강퉁이 본격 시행되면 새 펀드들이 줄줄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에서 주는 자격증을 받지 못해 본토 펀드를 팔지 못했던 국내 운용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 이사는 "중국 증시가 앞으로 계속 상승 흐름을 이어갈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소비재, 헬스케어, 정보통신 등 일부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은 지금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도 수익률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 후강퉁 (港通)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도 홍콩 증권사를 통해 자유롭게 상하이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되고, 중국 본토에 사는 개인들도 상하이 증권사를 통해 홍콩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이현승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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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단통법 시행 일주일… 휴대전화 시장 지각변동 값은 싸지만 만만찮은 품질 국내시장 빠르게 파고들어… 구매대행 전문업체도 성업
중국 스마트폰 화웨이 ‘어센드P7’.
직장인 김시은 씨(43)는 올 7월 중국산 스마트폰 샤오미 ‘MI3’ 기종을 35만 원에 구입했다. 중국산이라는 편견 때문에 처음에는 구매를 망설였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사용 후기가 예상보다 좋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4개월째 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김 씨는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장점을 적절히 합쳐 놓은 듯한 점이 마음에 든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상당히 만족스러워 비싼 단말기 가격 때문에 고민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중국산 스마트폰 구매 붐이 일고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은 국산 제품의 절반 이하 가격(20만∼30만 원대)에다 만만찮은 품질로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중이다.

9일 전자상거래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7월부터 G마켓이 판매 중인 중국 샤오미의 ‘홍미노트’ 시리즈는 얼마 전 국산 제품을 제치고 공기계 판매 1위에 올랐다. 인터파크는 지난달부터 구매대행 방식으로 샤오미와 화웨이, 원플러스원 등 중국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는 지난달 30일부터 화웨이의 스마트폰 ‘X3’ 판매를 개시했다.

중국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자 구매대행 전문업체도 성업 중이다. 중고 휴대전화 재생·판매업을 하다 구매대행으로 사업을 확장한 ‘리퍼비시 팩토리’ 관계자는 “9월 매출이 8월에 비해 200∼300%로 뛰었다”며 “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전의 3세대(G) 모델에서 더 나아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까지 가능한 중국산 제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샤오미 ‘홍미노트 LTE’의 경우 현지 시판 가격이 999위안(약 17만 원)에 불과하지만 보급형 제품으로서의 성능은 충분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공동구매를 진행 중인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이용구 이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수년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비싼 폰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경험을 쌓은 결과”라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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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7일)이던 지난 4일 40대 중국인 부부가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을 방문해 해외 고가 패션 제품인 에르메스와 샤넬 제품만 2억원어치를 사갔다. 이들은 지난해 국경절에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4회 방문해 지금까지 15억원어치를 사간 단골고객이다.

이처럼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의 쇼핑 행태는 지역별로 갈렸다. 서울 강북에서는 저렴한 제조·직매형(SPA)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을 구입했지만 강남에서는 이 40대 부부처럼 해외 고가 시계나 가방을 많이 사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일 현대백화점이 국경절 기간 요우커가 사용한 은련카드(중국 신용카드) 내역을 점포별로 분석한 결과다.

서울 압구정동 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는 해외 고가품 판매가 두드러졌다. 카르티에와 바쉐론콘스탄틴·오데마피게·피아제·IWC·크로노스위스 등 시계 매출이 지난해 국경절 연휴 때보다 198.4% 늘었다. 프라다와 페라가모, 버버리 등 해외 고가 패션 매출도 82.6% 증가했다. 두 점포에서 요우커가 사용한 은련카드 전체 내역 중 해외 고가품 비중이 62%에 이른다. 이어 패션 32%, 화장품 2.8% 등의 순이었다. 서대문 신촌점에서 요우커들이 쇼핑백에 담은 것은 에잇세컨즈나 에이랜드 같은 국내 SPA 브랜드 등 의류가 70%로 가장 많았다. 한방 화장품인 설화수부터 오휘·헤라 등 국내 화장품은 14%였다. 해외 고가품 매출은 본점·무역센터점의 5분의 1도 안되는 11.5%였다.

지난해와 비교해 신촌점 매출 중 가장 크게 증가한 품목은 의류(122%)였다.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68.2% 늘었으며, 해외 고가 시계와 패션 제품은 각각 42.7%, 21.5% 증가했다.

이 같은 차이는 지역별 특색 때문이라는 게 현대백화점 분석이다. 요우커들은 한류 열풍과 성형 관광 때문에 한국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강남에 머무는 요우커들은 청담동 일대에서 쇼핑을 하고, 압구정동 일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가로수길 맛집에 가는 ‘큰손’인 경우가 많다. 반면 신촌은 대학교 밀집지역인 만큼 유학생 지인 등이 많아 명품보다는 저렴한 의류나 화장품 구입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서울 충무로에 본점이 있는 신세계백화점도 요우커 매출 성장률을 보면 여성 의류가 82.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화장품 67.1%, 신흥 해외 유명 의류 48.2%, 남성 의류 24.3%로 대부분 의류·화장품이었다. 해외 고가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19.8%밖에 늘지 않았다. 다만 롯데백화점 본점은 강북인 명동에 있지만 명품관 ‘애비뉴엘’이 이곳에 있어, 요우커들의 명품 시계 구매가 지난해 국경절 연휴 때보다 360%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우커들이 과거 5500만원 상당의 핸드백을 주로 사갔는데 최근에는 5만원짜리 스카프 등 의류나 화장품도 많이 사간다”며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 계층이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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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ㆍ삼성전자, 세계 최초로 3비트 V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 시작

ㆍSK하이닉스, SSD사업 박차… 연내 일반 소비자용 제품 출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전자업계 관심이 반도체로 쏠리자 반도체 시장의 양대 축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그동안 소홀했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3차원 수직구조(V) 낸드플래시’로 1위 굳히기에 나섰다.

SSD는 기존 저장장치인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뒤를 잇는 대용량 저장장치다.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며, 안정적이고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6월부터 기업용 SSD 양산 체제에 돌입해 미국 주요 서버 업체 2곳에 납품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고객사 제품 테스트를 통과해 당초 계획보다 납품이 다소 앞당겨졌다. 480기가바이트(GB) 용량 제품이 주력이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SSD 매출 비중을 낸드플래시 사업 매출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업용 제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낮지만 일반 소비자용 SSD 제품도 올해 안에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중 한 곳이지만 SSD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2012년 SSD 사업에 진출했지만 전체 물량 규모는 크지 않았다. SSD가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만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D램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 D램은 수요와 공급량, 가격에 민감하다. 지난해나 올해처럼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좋을 땐 다행이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전체 매출이 휘청할 수 있다. D램 시장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삼성전자와 경쟁할 경우 D램 가격 하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3비트 V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 3비트란 낸드플래시의 셀(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 단위) 하나에 3개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1~2개를 저장하던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커진다. 이번에 양산에 들어간 3비트 V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인 3차원 CTF(Charge Trap Flash) 기술도 적용했다. 이는 셀 안에 전하를 저장하는 공간인 ‘플로팅게이트’를 부도체로 대체하고 구조를 3차원으로 개량해 쌓는 게 쉽도록 한 것이다. 기존의 낸드플래시가 셀을 평면으로 쌓았다면 삼성전자는 고층빌딩처럼 수직으로 32단을 쌓아 작은 면적에서 집적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SSD는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삼성전자는 효율이 높은 낸드플래시를 앞세워 보급형 SSD까지 라인업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반도체 라인 설립에 15조6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한재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전무는 “향후 3비트 V낸드플래시를 넣은 고용량 SSD를 출시해 높은 성장세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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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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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부모 불화로 암울한 유년 보내

망각·정체성·죄책감 등 주제로

나치 독일 점령기 실상 드러내


[ 박상익 기자 ] 2014년 노벨문학상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파트리크 모디아노(69)에게 돌아갔다. 그는 전쟁 직후의 암울한 기억을 신비로운 언어로 되살려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면서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환기시키고 나치 점령기의 생활상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로는 2008년 르 클레지오 이후 6년 만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모디아노는 1945년 파리 근교에서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인 아버지 알베르 모디아노와 벨기에 출신 영화배우인 어머니 루이자 콜페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파리에서 만나 신분을 감춘 채 함께 살았다. 그는 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부모의 불화로 인해 암울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청년 시절마저 프랑스 혼돈기와 맞물려 그의 작품엔 우울함과 불안, 허무 등이 배어 있다.

모디아노는 앙리4세고등학교의 기하학 교사이자 작가였던 레몽 크노의 결정적인 영향으로 18세 때 문학의 세계에 눈을 떴다. 이후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독자들은 인간 존재와 생의 근원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에 열광했다.

모디아노는 ‘외곽 순환도로’로 19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 ‘슬픈 빌라’로 1975년 리브레리상, 1978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후 발표한 ‘잃어버린 거리’ ‘8월의 일요일들’ ‘도라 브루더’ ‘신원 미상 여자’ ‘작은 보석’ ‘한밤의 사고’ ‘혈통’ 등도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모디아노의 작품은 기억, 망각, 정체성, 죄책감 등을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파리는 자주 그의 작품에 현재형으로 등장하며 작품의 창의적인 구성요소로 기여한다. 또한 그의 자전적 이야기나 나치 점령기에 일어난 일을 기초로 작품이 전개된다. 인터뷰나 신문 기사, 몇 년씩 모아둔 메모도 그에겐 중요한 작품 소재다.

그의 작품들은 초기작 속 에피소드가 후속 작품에서 확장되거나 같은 사람이 다른 작품에 되살아나는 등 서로 친연성을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작가의 고향이나 개인사가 이들을 연결하는 고리다. 가장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은 2005년 발표한 ‘혈통’이다. 모디아노는 어린이책과 영화 대본도 썼다. 1974년에는 루이 말 감독과 함께 영화 ‘라콤 루시앙’을 제작하기도 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문학동네)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모디아노의 대표작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렸다. 주인공 롤랑은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탐정소설의 구조를 이용해 자신의 과거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2차 세계대전의 참화와 그로 인한 인간의 아픔과 마주한다. 전쟁 중 태어나 과거를 상실한 세대로 자란 모디아노는 ‘기억 상실’로 표현되는 프랑스 현대사의 한 단면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까지 다뤘다.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모디아노는 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소설을 많이 썼지만 그의 작품은 시대를 넘어 인간 존재의 모호한 출발점과 생의 근원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고 평가했다.

김윤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출판본부장은 모디아노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와 닮았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프루스트가 기억을 통한 삶의 재생, 재해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모디아노는 파편적인 우리의 기억이 과연 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우리 삶은 그렇게 합리적인 것일까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내적인 논리를 실제적인 삶과 연관시켜 끊임없이 비판하고 반성했다는 얘기다.

국내 번역 출간된 작품으로는 소설《어두운 상점들의 거리》《한밤의 사고》《도라 브루더》《혈통》(문학동네)과 청소년 소설《우리 아빠는 엉뚱해 》(별천지) 등이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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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서울신문 나우뉴스]

식육목(食肉目) 고양이 과 포유류 중 최상위 맹수로 군림하는 호랑이보다 보통 ‘고양이’의 사냥기술이 더욱 뛰어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지역 주간매체 링컨셔 에코(Lincolnshire Echo)는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링컨대학 연구진들이 ‘일반 야생 고양이들이 호랑이 같은 맹수보다 더욱 사냥에 특화된 민첩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은 야생 고양이 100마리를 각기 다른 3가지 도심환경에 노출시킨 뒤, GPS(위성항법장치)와 카메라 장비를 이용해 이들의 민첩성, 사냥본능을 추적·관찰했다.

연구진에게 목격된 고양이들의 사냥능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먼저 이들은 신장보다 5배 높은 점프가 가능했고 일부 고양이에게서는 ‘새 소리’를 흉내 내서 먹잇감을 유인하는 보기 드문 지능적 전략까지 나타났다.

또한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연구진은 각 고양이들 관절에 감지센서를 설치하고 특수 제작된 바닥패드 위를 걷게 해 이들의 발이 땅에 전하는 압력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신체구조가 사냥에 어떻게 특화되는지 파악했다.

연구진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고양이들은 항상 웅크린 상태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먹잇감에게 소리 없이 다가감은 물론 때에 따라 신속하고 민첩하게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고양이가 사냥에 임할 때 나타내는 행동들이다. 먼저, 사냥이 시작되기 전 고양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감지해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후 먹잇감이 발견되면 뒷다리를 가볍게 털어주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근육을 안정시켜 사냥 순간 실수가 없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먹잇감에 달려들 때, 순간적으로 내는 탄력은 경주마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술, 지능, 신체 능력 등을 종합해볼 때, 같은 과 맹수인 호랑이와 사자보다도 고양이의 사냥기술이 더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호랑이, 사자가 기본적으로 몸집과 완력에서는 훨씬 뛰어나지만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고양이가 더 우위라는 의미다.

한편 해당 실험은 영국 BBC2 채널을 통해 ‘2014 고양이 관찰(Cat Watch 2014)’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방영 중이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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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유엔, 김정은 ICC 회부 가시화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국제사법심판대에 세우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이 핵 문제 외에도 인권 문제로 확장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 침해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면서 김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를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로 지목했다. COI는 범죄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나 특별법정 설치 등을 통해 제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이처럼 북한 지도부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인권문제는 지난달 개막된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 주요 현안으로 거듭 확인됐다.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 측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남북 인권대화를 제안하는 한편 “유엔총회에서 인권 탄압의 ‘책임 규명’ 방안을 포함해 보다 강화된 북한 인권 결의가 채택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유엔이 비공개로 회람한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은 유럽연합(EU)이 작성을 주도했다. 초안은 김 제1위원장 등 북한 내 반인권행위 관련자를 ICC 등에 회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적시해서 책임을 추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결의안이 확정되기까지 이해 당사자국 간 협의와 조정을 거치면서 수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초안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상태다.

유엔총회에서는 2005년부터 북한 인권 결의안이 매년 채택돼 왔다. 따라서 이번 유엔총회 결의안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강도 높은 내용이 들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이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채택될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 이 결의안은 사회적, 인도적, 문화적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ICC에 사건을 회부할 권한은 유엔 안보리가 지니고 있다. 

중국은 이미 COI 최종보고서에 대해 신뢰성이 없고, 김 제1위원장 재판회부 권고도 비현실적이라고 밝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상태다.

지난 3월 COI가 안보리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안보리는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공식회의를 열지 못했다. 한 차례 열린 안보리 비공식 회의마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불참했다.

유엔총회에서 특별재판소 설치를 결의해 추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안보리 의결과 달리 다수결로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등의 반대를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를 중요시해 온 유엔 관행 속에서 중국, 러시아 등과 파국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커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중국 등이 결의안에서 김 제1위원장을 명시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이번 결의안 추진은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북한이 유엔에서 설명회를 열어 인권문제를 적극 해명하고 국제사회에 대화의 문이 열렸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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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몽구 회장은 200위 밖으로… 마윈 등 중국 CEO 순위 급등

국내 재계 투톱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부호(富豪) 순위에서 각각 100위권과 200위권 밖으로 물러났다.

9일 블룸버그가 매기는 '전 세계 200대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8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세계 부호 순위 110위(104억달러·약 11조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93위에 오르며 100위 안에 꾸준히 들다가 삼성전자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최근 순위가 크게 밀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8월 173위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18일 한전 부지 '10조5500억원 입찰 쇼크'로 현대차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200대 부호에서 탈락했다.

반면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등 중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총수들의 순위는 크게 상승했다. 마윈 회장은 지난 5월 90위권이었으나 지난달 알리바바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과 함께 자산이 불어나며 24위(256억달러)로 훌쩍 뛰었다.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도 지난 6월까지 70∼80위권을 오르내리다가 7월 이후 바이두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현재 52위(158억달러)까지 상승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업체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도 올해 초 80위권에서 58위(150억달러)로 올라갔다.

세계 부호 1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844억달러)였다.

[호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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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의 풍경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불신이 패닉을 낳았고, 패닉은 경제적 죽음(파산)을 요구하고 있었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이미 패닉의 파도에 휩쓸렸다. 패닉은 ‘포스트 리먼’을 요구했다. 골드먼삭스가 다음 희생양으로 떠올랐다.

난세의 최후에는 늘 영웅이 출현하는 법.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버핏과 골드먼삭스의 협상은 신속했다. 발표문은 ‘버핏이 50억 달러를 골드먼삭스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한 문장이었다. 불신과 패닉이 썰물처럼 밀려났다. 금융역사가인 찰스 엘리스는 저서 『골드먼삭스』에서 “운명의 순간, 이름만으로도 시장에서 믿음을 사는 버핏의 자금을 끌어온 인물이 있었다. 바이런 트롯(56)이다. 그가 왜 ‘버핏의 투자은행가’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트롯은 거대한 자금 풀과 비인격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21세기 금융시장에서 보기 드문 고전적인 금융가다. 계약과 법규의 의무를 뛰어넘어 고객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금융 신사도’가 무엇인지를 아는 플레이어다. 금융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그는 ‘고도 금융(Haute Banque)’ 전문가다. 고도 금융은 19세기까진 교황·황제·귀족·정부의 채권 등을 인수·유통하거나 그들의 재산을 운용하는 서비스를 지칭했다. 요즘엔 억만장자들을 위한 ‘토털 금융 서비스’로 통한다.

트롯은 원래 27년간 골드먼삭스에서 근무했던 금융인이었다. 그는 2009년 골드먼삭스를 떠나 사모펀드 BDT 캐피털 파트너스(BDT)를 설립했다. 인수합병(M&A) 등 부유한 가문의 기업 운영과 관련한 자문·조언과 자산 운용을 맡기 위해서다. 사모 펀드를 조성해 억만장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BDT가 운용하는 돈은 63억 달러에 이른다. 펀드 규모는 52억 달러 정도다. 10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대중적인 펀드와 견주면 규모는 작다. 하지만 질이 다르다. 블룸버그는 “세계 30대 부자 중 적어도 10여 명과 관련된 거래에서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트롯의 펀드는 ‘자산운용업계의 롤스로이스’인 셈이다.

트롯에게 누가 돈을 맡기고 있을까. 세계에서 둘째로 돈이 많은 가문인 찰스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우선 눈에 띈다. 두 형제는 석유정제회사 등을 운영하는 코크인더스트리의 소유주다. 형제는 트롯이 투자했던 산업용 펌프 생산업체인 콜팩스의 주식 160만 주를 2012년 사들였다. 하얏트호텔 창업주인 제이 프리츠커와의 관계도 그렇다. 프리츠커가 1999년 세상을 떠난 뒤 벌어진 상속분쟁으로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트롯은 프리츠커가가 보유한 다른 제조업체 마몬의 지분 매각 작업을 주도했다. 2007년 프리츠커가는 버핏에게 마몬의 지분 60%를 45억 달러에 넘겼다. 그리고 골드먼삭스와 세계 최고 부자인 월튼가(월마트 소유)가 10억 달러를 하얏트 그룹에 투자케 했다. 트롯은 하얏트 그룹 이사회에 참여했다.

19세기 투자은행가들이 그랬듯이 트롯도 베일에 싸여 있다. BDT는 웹사이트도 없다. 트롯은 대중매체와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 거래도 은밀하다. 상류층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가 대부분이다. 트롯은 현대 금융시장의 주역인 트레이더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트레이더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채권·주식·원유·외환 등에 베팅한다. 하루 살이 불나방처럼 움직이는 군상들이다. 반면 트롯은 고객과 오랜 관계를 중시한다. 고객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거래를 진행한다.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게 여긴다. 이 세계에선 거래를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금융 신사도)가 필수다.

이런 금융 신사도의 유전자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장들이 나타난다. ‘금융 황제’ 존 피어트먼 모건(1837~1913)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자금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헨리 데이비슨(1867~1922) JP모건 파트너 등이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 공동창업자로 60~70년대 미국 다국적 기업의 자금조달을 장악했던 해럴드 스탠리(1885~1963)와 시드니 와인버그(1891~1969) 전 골드먼삭스 CEO 등이 그 계보를 이어 왔다.

하지만 요즘 금융시스템이 거대화·비인격화하면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재능이 뛰어난 투자금융가가 개입할 여지는 점점 줄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전 세계 0.001% 부호들의 돈이 몰리는 투자 허브(investment hub)를 구축한 트롯은 보기 드문 존재다. 트롯은 최근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펀드매니저 1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렇기 때문에 트롯의 금융서비스를 받으려면 비용도 많이 들여야 한다. 우선 BDT 클럽의 입회비가 만만치 않다. BDT 캐피털 펀드의 최소 투자비용은 2500만 달러다. 투자 기간도 10~12년이다. 일반 사모 펀드보다 배나 길다. 그럼에도 부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지난해 말 현재 90여 명이 BDT 캐피털 펀드의 투자 계약서에 사인했다. BDT의 고객 목록에는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가문 1~3위인 월튼가, 코크가, 마스가(제과업체인 마스(Mars) 소유)가 포함돼 있다. ‘자산의 수호자’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트롯이 이끄는 ‘그들만의 리그’의 목록은 더욱 화려해질 전망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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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이달 24일 이임을 앞둔 성 김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본지와 고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출신 주한 미국 대사로 일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면서“통일은 올 것이고 와야 하며, 내 생(生)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이달 24일 떠나는 성 김 주한 美대사 告別 인터뷰]

통일은 한국이 주도하는 것… 미국은 한국의 노력 지지

남북정상회담 추진 반대 안해

北 고위대표단 짧은 방문으로 5·24 조치 해제로 가선 안돼

美, 동북아서 발 빼지 않고 전념… 韓·中 가까워지는 것 걱정 안해

위안부 문제, 중대한 인권침해… 韓·日 관계 악화는 불행한 일

美 가서도 한국관계 일 할 것


성 김 대사는 지난 7일 조선일보와 가진 고별 인터뷰에서 북한 핵·인권 문제와 함께 남북통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성 김 대사는 큰 목소리로 "I want 통일(나는 통일을 바란다)"이라고 했고 "통일은 올 것이고, 와야 하고, 내 생(生)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은 한국이 주도해야 하며, 미국은 통일로 가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한국뿐 아니라 북한 주민도 통일을 원한다고 본다"며 "한민족의 염원이 이뤄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의 전통 한옥인 하비브 하우스(Habib House)에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성 김 대사는 한국말이 유창하지만 공식 인터뷰인 점을 감안해 영어로 답했다. 다만 사적인 내용이나 한국식 표현이 필요할 때는 한국말을 썼다.

성 김 대사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반도 분야에서 계속 일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반도 통일에서 미국의 역할은.

"통일은 한국이 주도하는 것이고 다른 나라는 모두 지원하는 역할이다. 미국은 일부 대량살상무기 보유 지역의 안전 확보 등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나.

"박근혜 정부가 원칙적 접근을 계속해 나가면 남북 간 대화가 추진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우리가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 대표단이 왔는데.

"북한 대표단은 주말에 단 한 번 방문했다. 우린 남북 대화 지지하지만 북이 진정성 있게 노력하지 않으면 남북 간 대화 진전이나 북·미 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때 북의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파다한데.

"건강 나쁜 건 다 아는데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체제 급변의 명확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5·24 조치 해제에 대해 어찌 보나.

"한국이 5·24 조치를 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북한 고위 대표단의 한 차례 짧은 방문이 제재 해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아주 중요한 제재이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제재다. 해제에는 조심스러운 고려가 있어야 한다."

―미·일 일부에선 한국이 중국과 너무 가까워진다고 우려하는데.

"난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대중 관계는 지역 안정과 번영에도 긍정적이다. 한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긴밀하게 대화하고 싶어 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처럼 책임감 있고 민주적이고 시장경제 체제인 나라와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아 동북아에서 역할 축소 전망이 나온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린 동북아에서 발을 빼지 않고 전념하고 있다. 우리가 아태 지역에 충분히 개입하지 않고 헌신하지 않는다면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한·일 관계 개선 해법이 없을까.

"내가 주한 미 대사로 있으면서 딱 한 가지 부정적인 것은 한·일 관계가 부드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일의 국익에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가까운 두 친구가 관계를 회복하기를 매우 바란다. 난 과거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 뒤에 있는 한국인의 깊은 감정을 이해한다. 우리는 그것을 중대한 인권 침해로 간주한다."

―지난 3년간 한·미 관계가 강화됐는데 기억에 남는 일은.

"내 임기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방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청와대 고위 인사들과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소통하기 위해 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사무실 안팎에서 만나고 심야에도 비밀스럽게 만났다. 2012년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이 호텔의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라. '여기는 한식당이 없다'고 했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여기 룸서비스의 불고기가 진짜로 맛있다'고 했다. 그가 얼마나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을 이해·존중하는지를 보여준다."

―그간 긴박했던 사안이 많았는데.

"미국과 한국이 항상 모든 일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미·일도 그렇고 한·일도 마찬가지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았는데 서울·도쿄와 의사소통을 하면서 한국 측의 우려를 해소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언 때도 긴장된 순간이었지만 한·미가 긴밀하게 조율했다."

―최근 북 인권을 강조하는데….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다. 하지만 핵·미사일 등 다른 문제가 진전될 때까지 북 인권을 옆으로 미뤄놓을 수는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방북할 수 있나.

"현재로선 그런 계획은 없다. 유명 인사의 한 차례 방북으로 핵·인권 문제에서 즉각적인 진전을 가져오긴 어렵다."

성 김 "최초 한국계 미국인 대사, 자랑스럽고 감사"

"3년간 흰머리 늘고 체중 줄어"

성 김 대사는 "첫 번째 한국계 미국인 대사로 한국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3년간 흰머리가 늘고 체중도 빠졌다"고 했다.

그는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미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해법을 찾는 데 매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불만은 없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성 김 대사는 "한국계 미국인이 주한 미국 대사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발전"이라며 "많은 한국 젊은이와 한국계 미국인 젊은이에게 긍지의 원천이 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한·미 관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었다"며 "외교관은 주재국 문화를 이해하고 역사를 존중하며, 국민에게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한 자질"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두 분이 정반대 스타일이지만 모두 강력한 리더였다"며 "박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외교 사안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고, 이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 출신이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했다"고 했다.

성 김 대사는 "젊은이들이 열린 마음과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젊은이들은 한반도 밖으로 나가 기회를 찾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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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테오 좀머 전 디차이트 발행인은 7일 본지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와의 대담에서 통일을 위한 조건으로 정치인의 기민함과 주변국과의 협조를 꼽았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협상의 선결조건이 아니라 협상의 과정에서 논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11월 9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독일 통일의 길이 활짝 열린 지 25년. 독일은 통일 대박을 누리고 있는데 한반도 통일의 전망은 요원하다. 장벽이 무너진 이후 독일 통일 성공 전략 연구에 매진해온 테오 좀머(82) 전 독일 시사주간지 디차이트 발행인과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가 지난 7일 만나 독일 통일을 이야기했다.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디차이트의 국제문제 대기자를 지낸 좀머는 채텀하우스(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와 중앙일보·JTBC가 주최한 ‘J 글로벌-채텀하우스 포럼’(6~7일)에 참석하러 서울에 왔다. 좀머는 19세기 말 그때의 연방국가를 독일의 깃발 아래 통일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정치인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다.” 통일의 기회가 급작스럽게 찾아와도 그걸 놓치지 않는 지도자의 감각과 예지를 강조한 말이다.

김영희=며칠이면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입니다. 통일 후 동서독의 사회·경제·문화적인 통합은 끝난 겁니까.

테오 좀머=동독 지역에서도 동독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는 있지만 그건 동독에 특정된 게 아닌 보편적 정서지요. 동서 불균형의 문제가 남아 있긴 합니다.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서독 지역보다 두 배 가까이 높고 동쪽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쪽의 약 70%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동독 지역의 물가가 더 싸다는 점 등 복합적 요인을 고려하면 단순히 ‘동독 지역이 더 살기 나쁘다’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김=동독 지역의 주민들은 통일 독일에서 행복하게 산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좀머=압도적 다수가 그렇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동독 지역의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에서도 의료기술과 자동차 산업 등이 성장하고 있어요. 전후 서독에서도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한 게 아니라 ‘번영의 섬’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이 시작된 것과 같은 이치죠. 흥미로운 건 일방이 아니라 동서 양방향으로 변화가 다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동서 균일화의 긍정적 단계라고 판단합니다.

김=만사가 완벽할 수는 없는 법. 통일 과정에 잘못된 부분은 어떤 것들입니까. 한국이 참고하게.

좀머=통일의 과정에서 동서독의 화폐를 일대일로 교환한 정책은 현실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지금도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정책이 경제적으론 옳지 않았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독 국영기업 약 1만3000개를 민영화한 정책의 경우도 그래요. 그중 10%의 기업만이 살아남으면서 250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고 비판받지요. 그러나 동독 기업이 무너진 이유는 그들의 주 고객이었던 소련과 동구권이 “통일 독일 제품은 필요 없다”고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다른 정책을 썼다면 또 다른 잘못이 나왔을 겁니다.

김=사회민주당(SPD)은 1969년부터 동방정책으로 동구권과의 화해를 추구해 통일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사민당이 통일에 반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순전히 정치적인 비판입니까, 아니면 그럴만했습니까.

좀머=통일이 가능했던 건 99%가 동방정책을 편 덕분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콜 총리는 집권하기 이전에는 동방정책을 맹렬히 규탄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집권한 뒤에는 동방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했어요. 독일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 노선은 급변하지 않습니다. 연속성을 중시하거든요.

김=한국은 그게 부럽습니다.

좀머=지금이 88년이라고 가정하고 “독일이 언제 통일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운이 좋으면 30년 후”라고 답할 겁니다. 그만큼 통일은 느닷없이 찾아왔어요. 그러나 87년의 경우 600만 명의 서독인이 동독을, 500만 명의 동독인이 서독을 방문하고 서로 상대방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등 동서 간 교류가 허용됐던 점이 통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런 교류를 통해 동독 주민들이 자신들의 체제에 답답함을 느껴 대규모 반체제 시위를 벌인 게 큰 동력이 됐습니다. ”

김=독일 통일이 결과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입지를 약화시켜 소련의 개혁정책이 파산하고 소련제국의 붕괴까지 가져온 건 아닙니까.

좀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 붕괴가 20세기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했지만 독일엔 축복이었지요. 고르바초프가 독일 통일을 지지한 건 그만의 철학적 결단이었다고 생각해요. 당시 독일 본 주재 소련대사였던 발렌틴 팔린에게 직접 들은 내용입니다만 콜 총리와 고르바초프가 회담한 뒤 팔린이 고르바초프에게 전문을 보내 독일 통일에 찬성하지 말고 독일을 나토에서 탈퇴시키라고 건의합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이렇게 회신했다고 합니다. “발렌틴, 기차는 이미 떠났다네.” 소련은 당시 동독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그때 동독 주둔 소련군이 40만 명이나 되었어요. 유럽에서 천안문 사태 같은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무력으로 동독 시위를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김=콜 총리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좀머=나는 콜 총리의 팬은 아니지만 그가 통일을 위해 내린 결단을 지지합니다. 비스마르크가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 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다”라고 한 말이 있어요. 콜은 그 말 그대로 눈앞에 전개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일정책을 밀어붙였어요. 일부에선 통일 준비를 위한 헌정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 몇 년간의 과도기를 두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콜은 듣지 않았어요.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통일 독일이 유럽을 이탈해 동구권에 합류할 것”이라고 불안해했지만 그런 우려도 잠재웠어요. 나는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합니다.

김=콜 말고도 서방정책을 수행해 동방정책의 길을 열어준 콘라트 아데나워(1949~63 재임)와 통일정책으로 직결된 동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빌리 브란트 같은 탁월한 지도자가 있어서 통일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통일 같은 역사적 과업은 평범함 정치인에게는 벅찬 것입니까.

좀머=역사학도로서 나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개인의 힘을 믿습니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이 비범한지 평범한지는 역사적 순간이 닥쳐오기 전에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콜 총리 역시 독일 통일의 기회가 닥치기 전인 재임 초기엔 평범하고 감동을 주지 못한 정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통일의 기회를 확실히 붙잡았고 그 후에는 아무도 그의 역량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김=비스마르크의 충고처럼?

좀머=그렇습니다.

김=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다시금 한국엔 독일 통일에서 배우자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좀머=통일 후 수년간 한국에서 거의 매주 손님들이 와서 똑같은 질문을 물을 때도 있었어요(웃음). 헨리 키신저는 “역사는 유추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한 적이 있는데요. 한반도와 동서독은 상황이 다릅니다만 독일에서 교훈을 유추해볼 수 있겠지요. 핵심은 동서독 모두 핵무기의 위협을 인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서 유럽의 국제적 연합의 틀을 활용해 데탕트를 단계적 협상을 통해 이뤄나갔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반도와 동북아에선 현재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자 기구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한에선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긍정적 신호라고 봅니다.

김=주변국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좀머=그렇습니다. 주변국의 이해관계도 살펴야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동서독도 미국·소련·프랑스·영국과 2+4 합의를 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해 단계적 협상을 해나갔습니다. 한반도의 경우 북핵 폐기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그게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의문입니다.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런 문제는 협상의 과정으로 풀어나가야 해요. 북한이 핵에 매달린다고 해도 협상을 우선시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핵밖에는 믿을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럴수록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감입니다.

좀머=언젠가는 때가 올 겁니다. 협상의 결과와 협상의 조건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김=북한의 파워엘리트들은 독일 통일 후 동독의 파워엘리트들이 어떤 운명을 맞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을 겁니다. 통일정부는 동독 지도층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좀머=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처벌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되 그렇지 않은 자들은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공산주의는 생존을 위한 방식이었을 겁니다. 공산주의 이념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또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길을 택한 것이지요. 오늘날에는 아무도 그들의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김=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장기집권하고 있는데 그의 리더십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좀머=독일인들은 그를 ‘무티(Mutti·엄마)’라고 부르며 본능적으로 따르는 것 같아요. 그는 지금까지 독일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정치가라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자 출신이라 이데올로기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가설을 세운 뒤 증명에 실패하면 또 다른 가설을 세우지요. 그가 원자력 발전 진흥 정책을 발표한 약 6개월 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졌어요. 메르켈은 곧바로 그 정책을 백지화했지요. 가늠하기 힘든 정치가입니다. 그러나 하겠다고 한 일은 완수해내고, 그래서 존경받습니다. 자신이 내린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대안이 없다”는 말만 한다는 건 단점이에요. 별명이 ‘TINA(There is no alternative·대안이 없다)’입니다.

김=반면에 사민당은 전국선거에서나 지방선거에서 계속 부진한 성적을 냅니다. 사민당은 무엇이 문제입니까.

좀머=메르켈 총리가 사민당의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가면서 생긴 ‘기민당의 사민당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메르켈 총리도 물러날 때가 올 것이고 그때 기민당이 어떤 정체성을 취할 것인지, 그리고 사민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됩니다.

김=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정리=전수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테오 좀머는 …

1930년 독일 콘스탄츠 출생. 스웨덴과 미국 시카고대에서 역사학·정치학·국제관계학 전공. 독일 튀빙겐대에서 박사학위. 독일 시사주간 디 차이트의 전 발행인. 현재는 애틀랜틱타임스의 발행인. 정치와 국제관계에 대한 방대한 저술 활동을 해왔다. 2000년 이후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FKI)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한·독포럼 공동의장(2002~2008)을 역임했다. 독일 연방 1급 공로 훈장(1998)과 연방군 금 무공 훈장, 한국 수교훈장 숭례장을 받았다.

김영희.전수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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