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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 모음

구봉88 2014. 10. 13. 09:12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555호,   2014.  10.   12)

자료작성 출처:  박 두규 교수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美 돈풀기 10월 종료… 한국경제 ‘비상등’

  2.미국 "아시아·유럽 통화절하 안돼"… 환율전쟁 전세계 확산 조짐

  3.유로존 경제위기 북유럽으로 확산

  4.독일도 침체, 디플레 우려 유로존

  5.외풍 심한 한국경제…대외의존도 고공행진

  6.최경환 "세수 부족, 낮은 경상성장률 때문"

  7.IMF 저성장에 빠진 세계경제에 '구조개혁' 주문...美日등 통화정책 우려 우회적 표명

  8.중국 경착륙 우려 해명에도 불안 고조

  9.외국인 한달새 3조원 순매도…체력 약한 코스피 '와르르'

  10.SK식 창조경제…한국판 '실리콘 밸리'키운다

  11.리커창 독일에 180억달러 투자합의… 유럽 내 중국 입김 더 세질 듯

  12. OECD "유로존, 구조개혁 나서야...ECB 의존 안 돼"

  13."러시아 부자들, 루블화를 달러로 바꾸기 시작"…루블화 급락 여파

  14.한·중 FTA 발효…'부품·소재' 中企 울고 '고무·플라스틱' 웃는다

  15.홍콩시위대 '보통선거' 외치지만 '문제는 경제'

  16.현대硏 "중산층이 경제위기에 더 취약"

  17.적합업종 법제화 요구에...존폐 기로 선 '동반위'

 

기업경영

  1.10대 재벌그룹, 고용 증가 '양극화 현상' 심각

  2.IDC "세계 빅데이터 시장, 2018년 415억 달러" 전망

  3.애플 "게으른 도둑" VS 샤오미 "직접 써봐"…치열한 신경전

  4."美모바일 액세서리 시장, 아이폰6 덕에 고속성장"

  5.늙고 병든 산단..첨단직종 '수혈' 시급

  6.[이슈분석] 특허노믹스 시대, 은행권 특허경쟁력 ‘적색 경고등’

  7.대학가 구조조정 몸살…총장까지 물러나

  8.이케아의 빛과 그림자

  9.개혁 초강수, 현대重 조선3사 전 임원 사표제출…왜?

  10.전격적으로 이뤄진 임원 사표제출 통보…권오갑式 '개혁' 방향은?

  11.포스코, 중국 지역전문가(PCP) 확 늘린다

  12.위성호 사장, “20년 넘게 체득한 1등 카드 DNA 버리고, 아마존·이베이에서 배우자”

  13.로봇이 정말 위협이 될까?

  14.'아이폰6+·갤노트4' 중국 격돌 "밀리면 죽는다"

  15."국내 휴대폰 공급가 OECD 1위"

  16.SM 스펙 쌓고, 노하우 안고…정상에서 떠난 中 멤버들

  17.YG에 대장주 자리 뺏긴 SM..회복 쉽지 않다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외환 투기꾼' 소로스, 디폴트 수렁 아르헨티나 구세주로

  2.[이슈 & 사람] 유정복 인천시장 "市 특성 살린 가치창조로 경쟁력 강화"

  3.[CEO & CEO] 국내 건설사업관리 1위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

  4.'삼성 반토막'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걱정된다

  5.[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주식시세표 56년째 정독 … ‘삼보’는 아직도 가슴 뛰는 단어

  6.특권이 만든 희소가치, 그로인해 얻는 초과이윤…규제, 시장을 왜곡시킨다

  7.마하티르, 안팎 비난 속 개발독재 22년 … 퇴임 후엔 국민에게 존경

  8.[김대식의 'Big Questions'] ‘유산적 문제’와 불평등이 미래 민주주의 최대 위협

  9.관객 4명 놓고 시작한 ‘미친 짓’ 세계 속 K아트가 되다

  10.“영국, 중국 땅인 홍콩 반환하며 민주화 요구한 건 모순”

  11.“朴 대통령, 도발엔 단호 대처 남북 대화 동력은 살려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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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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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신흥국 달러 유출 가속 조짐

외국인 한달 2조 ‘셀코리아’
미국 양적완화(QE·Quantative Easing)가 이달 종료된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8∼29일 회의에서 선언할 전망이다. 올 초부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돈 푸는 속도를 줄여오다 마침내 ‘액셀’에서 발을 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돈 풀기’ 정책의 퇴장이다. 이는 돈을 더 주입하지 않아도 미국 경기가 다시 뛸 기력을 되찾았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위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적잖다. 자산거품이 꺼지고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풀린 돈의 힘으로 수년간 상승한 미국 주가는 지난 한 달간 하락 흐름을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7000선(2009년 2월)까지 빠졌던 다우존스지수는 지난달 1만7000을 돌파했다가 이달 들어 1만6544.1(지난 10일)로 내려앉았다.

‘돈 풀기 중단→기준금리 인상’ 수순의 미국 통화정책 대전환은 특히 신흥국을 다시 금융위기로 몰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에 흘러든 달러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 강세로 이미 시작된 자금 이탈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가속화할 것이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처음 테이퍼링을 시사했을 때도 몇몇 신흥국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갔다. 당시 버냉키 쇼크가 ‘연습’이었다면 이제 ‘본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옐런 만난 최경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도 영향권에 든 상황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주식 2조3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국은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여전하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360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 등 든든한 펀더멘털(기초체력)로 지난해 버냉키 쇼크 때처럼 “돈이 단기 유출 뒤에 더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엔 위험한 복병이 있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가계부채발 위기 가능성을 지목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발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후년 전반기까지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부채를 줄일 때 우리만 늘리지 않았느냐”면서 “위험이 있는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가계부채의 악순환 고리에 걸려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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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달러화 가치 급등에 美재무·연준 잇단 구두개입

이달 '환율보고서' 통해 강도 높은 불만 쏟아낼듯

미국이 아시아·유럽 등의 통화절하 경쟁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환율전쟁의 포연이 글로벌 경기둔화와 맞물려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가치 급등이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에 이르자 미국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모양새다. 이 때문에 미 재무부가 이달 의회에 제출할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독일·중국 등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화 강세의 부작용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교역 당사자들이 경제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통화가치 절하 경쟁과 지속적인 환율 불균형(misalignment)을 막기 위해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말 이후 달러화 가치가 10개 주요국 통화 대비 6.7%나 급등하며 미 기업들의 수출, 인플레이션율 증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구두경고에 나선 셈이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미 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한다. 특히 루 장관은 구체적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연준도 잇따른 구두개입에 나섰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달러 강세의 역풍에 수출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초저금리 기조를 오는 2016년 1·4분기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8일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일부 위원들은 달러화의 추가 강세는 수출 등 미국의 대외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고 밝혀 더 이상의 달러 강세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주간 기준으로 13주 만에 떨어지며 올 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 시달리는 다른 국가들이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어 환율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호주와 뉴질랜드·영국·스위스·체코 등도 외환시장 직접개입 등에 나선 상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투자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120엔까지 상승하는 등 달러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새로운 환율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서울경제

루 美재무"성장 촉진위해 노력해야" 中·유럽 비판

中·유럽 "통화가치 하락 시장 개입탓 아냐" 반박

美, 강달러 저지카드 마땅찮아 금리인상 미룰수도

흔히 한 나라의 통화 약세 유도는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beggar-thy-neighbor)' 정책으로 불린다. 상대국의 통화 강세를 초래해 제한된 세계 시장의 파이를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만큼 각국이 환율전쟁에 들어갈 경우 국제교역 감소 등으로 공멸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달러 강세를 저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하강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까지 수출촉진을 위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할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가 초대형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속출하고 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 시점 늦추나=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아시아·유럽 등의 통화 약세 유도 경쟁을 비판하면서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와 엔화 대비 각각 2년과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최근 달러화 강세로 내년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출감소, 기업실적 둔화 등의 우려가 크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올 미국의 올 2·4분기 성장률 4.2%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달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며 주요국 통화 대비 최대 20%까지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루 장관은 나아가 "대외흑자를 기록하며 재정 유연성이 있는 국가는 성장촉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는 독일이 자국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된 유로화에 숨어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내며 다른 나라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하면 미 재무부가 이번 달 발표할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독일·중국 등의 환율정책을 맹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저지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미루고 긴축 강도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1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미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면 연준이 경기부양 조치를 제거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뉴욕(BNY)멜런의 사이먼 데릭 외환 투자전략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부 위원들이 (달러 강세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환율전쟁의 새 국면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9월 FOMC 회의록에서 "일부 위원들은 유로존 등의 약한 수요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 수출이 줄고 인플레이션이 하강 압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중국 환율전쟁 가세할 땐 재앙=미국이 달러화 약세 유도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환율전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약화에도 각국의 재정확대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통화절하는 가장 손쉬운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당장 루 장관의 발언에 유럽·중국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1일 "최근 유로화 가치 하락은 환율정책 개입 때문이 아니라 (연준은 긴축을 시행하는 반면 ECB는 양적완화를 준비하는) 통화정책 차별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도 10일 "환율에 대한 정부 개입 수준을 거의 제로(0)로 낮췄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노골적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경우 8월 외환시장에 4억여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풀었다. 2007년 7월 이후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이다. 뉴질랜드는 7월에도 1억6,000만달러가량의 외환보유액을 매각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최근 "호주 달러화 가치가 역사적 기준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며 구두 개입을 단행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부조화에 따른 금융시장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장관도 최근 "파운드화 가치가 10~15% 과대평가돼 있다"며 구두 개입했다. 스위스와 체코의 중앙은행도 각각 환율 상한선을 2016년까지 연장했다. 또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유로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경우 환율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도 경기가 더 둔화되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시진핑 정부가 개혁작업의 시간을 벌려면 수출확대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다른 나라들이 통화절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 유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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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유럽 최고 핀란드도 신용등급 강등

경기부진 프랑스도 '부정적' 전망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 높아져

독일의 경기악화로 다시 불거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위기의 불똥이 북유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독일·룩셈부르크와 함께 유럽에서 최고 등급을 유지해온 핀란드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경기부진에 시달려온 프랑스의 경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며 추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일(현지시간) 핀란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밝혔다. S&P는 또 핀란드가 올해까지 3년 연속 경기후퇴를 이어간 뒤 내년에야 성장세를 약하게나마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됐다. S&P는 지난 4월 핀란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추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핀란드가 평소 최고 신용등급 국가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해왔기에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등 배경으로는 핀란드 전체 수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여파와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인 노키아 등의 몰락이 꼽힌다. S&P는 "핀란드가 유로존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수출경쟁력 약화로 수출 주도의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총리는 "한동안 엄격한 인내가 요구된다"며 "경기회생을 위해 추가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달 27일 최상 등급인 AAA를 유지한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대러 제재,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이 불안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S&P는 또 프랑스에 대해서도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등급은 'AA'를 유지했으나 향후 강등될 가능성을 비친 셈이다. S&P는 "프랑스의 명목 및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과 재정적인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며 "재정건전화를 위한 정책 이행과 구조개혁 때문에 경기회복세도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3%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는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0%에 그치면서 경기부진에 시달려왔으며 프랑스 중앙은행은 3·4분기에도 0.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는 "프랑스가 최근 몇 달 동안 유로존의 '병자' 취급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S&P의 발표에 대해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 내외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필요한 개혁작업을 계속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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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최근 유럽에서는 영국과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뚜렷이 대비된다.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할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호조다. 영국 경제에 대한 전망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3% 수준이다. 반면에 그동안 더디나마 회복세를 유지하던 유로존 경제는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0%에 그쳤다. 3분기 들어서도 소비·투자 등 각종 경기지표들이 좋지 않아 소폭의 성장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와 내년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9%, 1.6%로 이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 골칫거리, 이탈리아·프랑스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는 우선 그동안 호조였던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는 데서 비롯된다. 독일의 경우 2분기 성장률이 -0.2%(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독일 경제의 부진은 지난 1분기 온화한 날씨 덕분에 건설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고성장했던 데 대한 상대적인 영향이 크다. 3분기에는 독일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이지만 유로존 전체적으로 성장세를 제약할 요인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급감하고 있는 대러시아 수출이 단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차단 가능성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투자·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크다. 11.5%에 달할 정도로 높은 실업률과 소득 정체 역시 구조적인 소비 위축 요인이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0.3%에 그치는 등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일본과 같은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디플레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6월과 9월 초 금리 인하에 나선 데 이어 양적완화에 나설 의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부실채권에 발목 잡혀 있는 은행들이 문제다. 유로존 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10%를 넘는다. 2% 남짓한 여타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자체 생존이 위태로운 은행들이 위험 대출에 적극 나설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유로존 내 기업 대출은 마이너스 증가세고 가계 대출도 정체 상태다. 글로벌 위기 이후 영국이나 미국에서와 달리 유로존에서는 부실은행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탓이다. 양적완화로 인해 지난 3월 초 1유로당 1.39달러 수준이던 유로화가 최근 1.26달러대로 10%가량 하락하면서 수출 여건은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높은 역내교역 비중으로 인해 유로화 약세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드라기 총재는 통화완화 정책 외에도 재정의 역할 증대와 경제의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른바 유럽판 아베노믹스인 셈이다. 그러나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 완화에 대한 독일의 거부감이 크다. 재정 완화가 가능해지더라도 유로존 특유의 더딘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할 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인 성장 활력 회복을 위해 유로존은 노동의 유연화, 인프라 투자 확대, 상품시장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구조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구제금융을 모면한 이탈리아는 구조조정에 소홀했고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제로 성장의 정체상태인 프랑스 역시 장기간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이제 유로존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상황이다. 유로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7%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경제가 부진을 지속하는 한 유로존 경제의 회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럽 시장서 한국 수출 여건 악화

올해 1~8월 중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5%, 9.6%다. 유럽 전체로는 13.2%에 달한다.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지만 미국의 12%, 일본의 5.8%보다는 높다. 최근 몇 년간 유럽 경제의 침체가 지속하면서 우리의 대유럽 수출도 역성장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해 1~8월 중에는 대EU, 대유로존 수출이 각각 10.8%, 9.6%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성장세가 높아진 영국과 일부 유로존 국가에 대한 수출이 급증한 때문이다. 유로화 강세의 효과도 작용한 바 크다.

그러나 유로존 경제가 다시 부진에 빠져들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로 환율의 경우 지난해 한때 유로당 1500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유로당 1300원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원화는 유로화와 연계돼 움직이는 여타 유럽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여서 향후 유럽 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학사·석사, 미국 UC Davis 경제학 박사. 1991년 LG경제연구원 입사 이후 경제연구실, 금융재무연구센터에서 근무. 금융연구실장 역임. 현재 금융재무담당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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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심한 한국경제…대외의존도 고공행진

3년 연속 100% 넘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유럽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총액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3년 연속 100%를 넘은 데 이어 올들어서도 100%대의 바닥을 뚫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덩치에 비해 대외 거래의 규모가 커 외풍을 심하게 탈 수 있는 경제 구조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는 셈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GNI 기준 무역의존도는 지난 2011년 역대 최고인 113.5%로 치솟고서 2012년 112.8%, 2013년 105.9% 등 3년 연속 100%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수출 위주로 경제가 성장해온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의 무역의존도도 103.3%로 전년 동기(109.0%)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아직 100%를 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으로 무역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무역의존도가 90%를 넘은 적이 없으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7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선박, 철강, 기계 등을 중심으로 수출 등 대외거래는 늘어난 가운데 내수는 침체하면서 무역의존도가 2008년(104.5%) 처음으로 100% 선을 넘었다. 이어 2009년(94.6%)과 2010년(99.8%) 등 2년간은 100%를 밑돌았다.

문제는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세계 경제의 부침에 한국 경제가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높은 무역의존도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4위인 한국의 당시 GDP 기준 무역의존도(GDP 대비 수출입총액)는 109.9%에 달했지만 11위인 캐나다는 62.8%, 12위인 호주는 40.8%, 13위인 스페인은 64.6%, 15위인 멕시코는 67.7%에 각각 그쳤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30.4%), 일본(31.3%), 프랑스(57.1%), 이탈리아(59.3%), 영국(65.2%) 등도 한국보다 무역의존도가 훨씬 낮다. 선진국 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편인 독일도 97.7%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무역의존도가 높으면 대외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 부문의 외환보유액 등이 대외 충격에 대해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내수 비중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도 내수 활성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비중이 단기간에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으로 교역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당분간 무역의존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GNI 기준 무역의존도는 지난 2011년 역대 최고인 113.5%로 치솟고서 2012년 112.8%, 2013년 105.9% 등 3년 연속 100%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수출 위주로 경제가 성장해온 때문이다.

zerogroun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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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 "과감한 거시정책·구조개혁 필요"

<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글로벌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과 경제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고, 국제공조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C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고위급 회의로, 188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24개 이사국 당국자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IMFC에 IMF 이사실 아시아태평양 구성국가를 대표해 참석한 최 부총리는 우선 현재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하고, 국가별 경제회복 양상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정책수요도 다양하다는 IMF의 진단에 동의했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유럽 등 일부 국가는 디플레이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고수익·고위험 금융투자에 집중되고 설비투자 등 실물경제로는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확장적 거시정책과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시행중인 확장적 재정·금융정책,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개혁과 규제개혁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 부총리는 "각국이 국내 정책목표만 우선할 경우 타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글로벌 경기회복을 훼손할 수 있다"며 글로벌 정책공조를 주문했다.

그는 또한 "세계경제 변화에 대응해 IMF의 역할을 개선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위기 이후 증대된 국가간 상호연계성을 감안해 감시활동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정책분석의 정교화 및 국가별 상황에 맞는 정책권고 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IMFC 공동선언문이 세계경제 회복세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이번 선언문에서는 세계경제가 아직 취약하며 나라별 회복양상이 차별화되는 복잡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총수요 확대정책과 경제구조개혁 병행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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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 IMF·WB 연차총회 폐막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기로에 선 글로벌 경제회복을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같은 과감하고 야심 찬 수요진작 정책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IMF의 최고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10~11일 미국 워싱턴에서 31차 총회를 마치고 채택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서 "세계 경제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기대보다 미약하다"며 "현재의 경제성장과 미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이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IMFC에는 188개국 IMF 회원국을 대표하는 24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한다.

IMF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기조에 있지만 여전히 취약하고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일부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장기간의 낮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와 위험자산 투자 증가, 지정학적 긴장 등은 경제 하방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염려되는 지역으로 유럽이 지목됐다. 선언문은 "미국과 영국은 경제활동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일본의 회복세는 미약하고 유럽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성장 해법으로 유연한 재정정책을 통해 수요를 확대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은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유연한 재정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은 침체에 직면한 국가들이 과도한 긴축으로 경제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같은 흑자재정 국가들이 공공과 민간의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시켜 일자리와 총수요를 견인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과 일본 등의 경제성장 촉진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올해와 내년 저성장이 예상되는 일본의 전망이 불확실하므로 일본 당국이 예산감축을 신중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점차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소비 주도의 성장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견도 나왔다. 특히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세계 경제가 위기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경제 위기론을 일축하고 독일의 역할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특정인들은 공공투자 확대가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했다.

과감한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IMFC 의장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거시경제정책보다 구조개혁에 더 집중했다"고 전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세금을 낮춰 투자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사회복지 지출을 줄여 이를 공공투자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게 주된 구조개혁 논의사항이었다. 다만 샨무가라트남 의장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컨센서스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정책과정에 대한 논의 진전은 없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파이낸셜뉴스

11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본부에서 열린 IMF/세계은행(WB)연차총회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앞줄 왼쪽 세번째부터),자넷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가 IMF의 이사회격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참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미국)=조은효기자】국제통화기금(IMF)이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에 대한 해법으로 '구조개혁과 선진국과 개도국을 넘나드는 인프라스트럭쳐 투자'를 제시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졌다는 IMF의 진단에 동의하면서 "(세월호 사건 이후)이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회복됐다고 보고 (한국의 구조개혁방안인)경제혁신 3개년에 시동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11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에서 폐막한 2014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연차총회에서 IMF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통화정책과 선제적이며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치되 구조개혁을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IMF회원국들의 이사회격으로 24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하는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의장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 기간 구조개혁 문제를 가장 심도있게 논의했다"면서 "각국별 상황에 맞춰 재정·통화정책과 함께 미래 성장을 위해선 각국이 시급성(Urgency)을 갖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촉진과 규제개혁 등으로 요약되는 구조개혁 문제를 놓고 주요국들간 격론이 펼쳐지면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작성에 진통이 있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가 막판까지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독일은 구조개혁을, 프랑스는 재정정책 확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틀간의 격론 끝에 IMFC는 코뮈니케에 "세계 경제 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나라별로 양상이 다양하고,기대보다 회복세가 미약하며 하방위험은 증가했다"고 진단하고,"우리는 수요진작과 함께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공급측 제약요인 제거를 위해 과감하고 야심찬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통화·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아우르는 일종의 종합처방인 셈이다.

금리인상을 앞둔 미국과 역으로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일본 및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우려도 이번 코뮈니케에 담겼다. IMFC는 공동선언문에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선진국 통화정책의 최종적 정상화(미국 의미)는 견조한 성장과 물가 안정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통화정책 정상화가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시행된다면 파급효과와 역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진국 통화정책은 '장기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일본 등 의미)과 일부 자산시장에서의 과다한 위험부담 행위에 대응해 적절한 미시 및 거시건전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이나 유로존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장기간의 확정적 통화정책' 등의 표현으로 일본·유로존 등에 경고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인프라스트럭쳐 투자에 대한 강조도 주목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인프라스트럭쳐 투자와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론 수요측면을, 중기적으론 공급적인 면에 대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인프라스트럭쳐 투자는 수요와 공급을 조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IMF는 최근 보고서 등을 통해 정부의 직접 투자보다는 민간의 인프라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해왔다. 그러나 장기 저성장의 국면에서 민간의 인프라 투자를 유인할 뾰족한 묘안이 없다는 점에서 재정여력이 없는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에 종합처방을 내린 IMF는 쿼터 및 지배구조 개혁 등 자체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개혁안 비준거부로 이번에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다음 IMFC 회의는 내년 4월 17∼18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hcho@fnnews.com

 

[전문]제30차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공동선언문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세계경제 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국별 양상이 다양하고, 기대보다 회복세가 미약하며, 하방위험은 증가하였다.

우리는 세계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고, 활기차고 균형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수요진작과 함께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공급측 제약요인 제거를 위해 과감하고 야심찬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에는 정부채무의 지속가능성 확보, 금융안정 보호, 파급효과(Spillovers) 관리를 위한 협력강화, 국제 불균형 해소 등이 포함된다.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류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 우리는 IMF총재가 제시한 정책과제도 환영한다.

세계경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균등한(uneven) 경제회복이 지속되고 있다.

많은 국가가 낮고 더딘 성장전망과 지속적인 과도한 실업에 직면해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 경제활동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과 영국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제회복은 완만하며, 유로존의 경기회복은 미약하다. 다수 신흥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과 완만한 성장세를, 저소득 개도국은 대체로 활발한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또는 장기간 낮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와 위험자산 투자증가, 지정학적 긴장 등 하방위험이 있다.

견조하고 장기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 확보

경제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현재의 실제 경제성장과 미래의 잠재성장률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는 경제 구조개혁과 함께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여성과 노령인구를 위한 일자리 확대, 청년실업 축소를 포함한 노동 수요 및 공급 확대, 생산적 분야로의 신용공급 확대, 민간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환경 조성이 특히 중요하다.

아울러, 공공과 민간의 인프라 투자도 경기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중요하다.

인프라 수요가 명확하고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며,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는 특히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

투자의 효율성 제고는 모든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정정책

재정정책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연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이 경우, 채무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재정의 성장기여도를 강화하기 위해 세출 및 세입 구성과 질적 수준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확고한 중기 재정건전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다수의 선진국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신흥국과 저소득국은 필요시 세입증대 등을 통해 재정여력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재정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정비를 강화해야 하며, 필수 공공재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와 보조금 개혁(선택과 집중) 등을 추진해야 한다.

통화정책

선진국은 통화정책을 통해 시의적절하게 경제회복을 지원하고 물가하락 압력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통화정책은 금융시장 위험을 감안하면서도 중앙은행의 역할과 부합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최종적인 정상화는 견조한 성장과 물가인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원활한 소통하에 신중하게 시행된다면, 파급효과와 역(逆)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흥국은 통화정책의 여력이 부족한 경우 이를 회복해야 한다.

거시경제정책은 건전해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환율은 변화하는 경제 펀더멘탈과 대외조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운용되어야 한다.

대규모 유동적 자본유출입으로 인한 거시경제위험과 금융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조치와 자본유출입 관리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을 제고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있어서 여전히 최우선 과제이다.

장기간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일부 자산시장에서의 과다한 위험부담 행위에 대응하여 적절한 미시 및 거시건전성 조치가 필요하다.

정책 협력과 일관성

구조적 또는 경기순환적인 국제 불균형은 축소되고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모두 이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본적정성과 효과적인 정리제도를 통한 대마사(大馬不死) 문제의 해결, 장외거래 파생상품 규범의 국가간 조화, 그림자 금융으로 인한 위험 축소 등 국제 금융규제 개혁은 신속하고 일관되게 시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적절한 국제기구와의 공조 하에 이루어진, 국제조세와 세입확충과 관련된 IMF의 노력을 지지한다.

이러한 IMF의 노력에는 조세회피와 탈세 그리고 재정건전성 강화가 포함된다.

세계경제 성장을 위해 국제교역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IMF 대출과 감시활동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 영향을 받고 있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대한 IMF의 지원확대를 환영한다.

우리는 또한 IMF의 취약국 지원 확대를 지지한다.

우리는 IMF의 체제전환 아랍국가에 대한 지원을 지지하고, 도빌 파트너십(Deauville Partnership)의 이행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강화를 요구한다.

중동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를 지원함에 있어 중동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IMF는 세계은행(World Bank) 및 다른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된 빈곤감축과 성장 기금(PRGT)의 일시적 이자 면제는 저소득 국가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IMF가 기금 관리자로서 추가적인 이자면제의 일시적 연장을 고려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연장은 동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적절한 국제금융 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IMF는 적절한 조정과 개혁, 위험축소를 위해 예방적 조치를 포함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IMF의 ‘3년 주기 감시활동’ 검토, ‘금융부문평가프로그램’ 검토, 거시건전성 정책자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환영한다.

우리는 위험요인, 파급효과, 대외부문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IMF가 감시활동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노력에는 금융과 거시경제의 통합된 감시활동 강화, 양자 및 다자 감시활동의 통합이 포함된다.

아울러, 정책자문은 공평하고 원활한 소통을 거치며 국가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IMF와 모든 회원국간 정례적인 연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수정된 채권자 동일대우 조항(pari passu clause)과 강화된 집단행동 조항(collective action clauses)에 대한 IMF의 역할을 지지한다.

우리는 IMF와 회원국 그리고 민간부문이 신규 국채발행 시 상기 조항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요청한다.

국가채무 구조조정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된 노력을 기대한다.

우리는 위기프로그램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저소득국 채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유연성을 확보하는 등 채무한도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지배구조

2010년 합의된 IMF 쿼타 및 지배구조 개혁의 발효와 새로운 쿼타공식을 포함한 15차 쿼타 일반검토의 계속된 지연은 유감스럽다.

우리는 쿼타기반의 기구로서 IMF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2010 개혁안의 발효는 우리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며, 우리는 미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개혁안을 비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IMF가 충분하고 적절히 재원을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해 말까지 개혁안이 비준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IMF가 기존 논의에서 출발하여 다음 단계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이들 대안의 논의일정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

차기 국제통화금융위원회 다음 회의는 2015년 4월 17~18일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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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리커창 "7.5% 성장률 달성 확신"

마쥔 인민銀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시적 경기부양은 필요 없어"

노무라 "3분기 中 성장률 7.2%"

中 사회과학원도 올 7.3%로 낮춰 대내외 비관적 전망 강도 높아져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며 중국 당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올해 중국 경제가 목표한 7.5%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함부르크에서 열린 중독 비즈니스리더회의에서 "여러 가지 요인이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지만 7.5% 성장률은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마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역설했다고 12일 중국 경제일보와 로이터 등이 전했다. 리 총리와 인민은행이 경기 경착륙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동시에 나선 셈이다.

마쥔은 "전체 중국 투자의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거품은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서비스산업,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의료산업 등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시장이 기대하는 거시적 경기부양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자극은 필요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도이체방크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쥔은 글로벌 투자은행의 중국 담당 가운데 중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대표적인 인물로 지난 2월 인민은행에 영입됐다.

그는 "GDP 성장이 조금 둔화된다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극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안정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고용시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쥔은 국영기업과 지방정부, 그리고 부동산 부문에서 과도하게 자금이 조달됐다며 추가 대출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을 수습하려는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3·4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2009년 1·4분기 이후 가장 낮은 7.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과 바클레이스 등은 7.2%를 예상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성장률 목표 달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10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7.4%에서 7.3%로 낮췄다. 리양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고정자산투자가 현재의 16%에서 내년에는 14.1%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 전망치보다 더 낮은 7%로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다만 투자가 축소되며 그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과잉생산 문제가 일부 해소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 변화를 위해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났던 인민은행 총재는 같은 날 워싱턴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대신 위안화 국제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 위안화를 보유외환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중앙SUNDAY

후진타오(胡錦濤) 정부 10년간 연평균 10.7% 성장했던 중국 경제가 시진핑(習近平) 정부 집권 이후 7.5%대로 성장률이 하락하자 중국 경제 경착륙과 위기론이 넘쳐났다. 전 세계가 중국 경제를 걱정하고 중국이 언제 대규모 경기부양을 할까 추측하고 난리지만 정작 중국은 미동도 없다. 중국은 성장률을 10%대에서 7%대로 떨어뜨렸지만 중국 정부는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 경제 7% 성장의 비밀은 무엇일까.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은 중국을 성장시켰지만 ‘분배’는 중국을 발전시킨다는 것이 시진핑 정부가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다. 지금 중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첫째가 환경, 둘째가 국유기업 개혁, 셋째가 고속 성장이 아닌 안정적인 성장 유지다.

중국은 지난해 앞이 안 보이는 독 스모그가 전 국토의 7분의 1을 뒤덮었던 기간만 150일이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연평균 9.9%의 고성장으로 G2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은 바로 중국 인민의 폐와 심장을 담보로 만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시진핑 시대 7% 성장의 비밀

지난해 말 시진핑은 전국 31개 성장과의 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영웅을 죽이고 개혁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과거 지방 성장들이 중앙으로 진출할 때 업적평가는 GDP를 얼마나 올렸는가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지낸 30년간 묻지마 투자로 GDP를 올렸고 G2를 만들었지만 제조업의 공급과잉, 치명적인 환경오염,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발생시켰다.


시진핑은 2014년부터 성장들의 업적평가에 환경과 부채를 추가했다. GDP를 올리는 것은 좋지만 부채를 늘리거나 물·공기·토양을 오염시키면 감점 요소다. 그러자 중국의 31개 성 중 지난해보다 GDP 목표를 높여 잡은 성은 단 1개뿐이었고 21개 성이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그래서 2014년 중국 GDP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7%대 성장에도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시진핑의 국정 어젠다 ‘중국의 꿈’과 관계가 있다. ‘중국의 꿈’의 실천 목표는 향후 10년간 중국 GDP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복리의 법칙인 ‘72의 법칙’을 적용하면 연평균 7.2%씩 성장하면 10년 뒤에는 GDP가 두 배가 된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GDP 성장의 최저 마지노선은 7.2%란 얘기다. 따라서 GDP가 7.2% 이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대대적인 경기부양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 7.4%대의 성장률에도 리커창 총리가 미동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9일에도 유럽 3개국 순방을 앞두고 경제 성장에 7.5%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원회의에서 “외부에서 (중국이) 7.5% 성장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며 “나는 예전부터 중국 경제성장률이 7.5%보다 많거나 적어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배 문제다. 중국은 국가자산의 68%를 국유기업이 가지고 있어 10%대의 고성장을 해도 분배 성장률을 보면 정부가 7%를 가져가고 민간은 겨우 3%만 가져간다. 따라서 국가는 돈이 많지만 민간은 가난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환경 문제 때문에 성장률은 7%대로 낮추지만 국민은 더 잘살게 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그 답은 분배 구조 개선이다. 10%보다 7% 성장이 좋다는 중국의 논리는 분배구조를 7대 3에서 5대 5로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의 분배 성장률은 과거 후진타오 시대 10% 성장 때 3%였지만 시진핑 시대에는 7% 성장을 해도 3.5%를 가져가 후진타오 시대보다 매년 16%를 더 가져가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구조 개혁, 분배 개혁의 핵심이고 집권 이래 2년째 지속하고 있는 부정부패 단속의 진짜 이유다.

‘산 호랑이’ 이빨 뽑으려는 시진핑

그런데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산 호랑이의 이빨을 뽑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모든 국유기업의 배후에는 중국의 주석·총리·장관 등 최고위층의 자녀인 태자당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중국의 분배와 국유기업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진핑이 철도부 장관, 석유방의 대부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등 호랑이들, 즉 거물들을 부패 혐의로 구속한 것도 부정부패를 저지른 세력을 개혁에 저항하지 못하게 압박하자는 것이다.

전 세계 G2였던 국가 중에서 7% 이상 성장한 나라가 없다. 그런데도 중국이 7% 성장한다면 큰일난 것처럼 떠드는 것은 난센스다. 이젠 중국은 GDP 절대 수치가 아니라 중국의 구조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답이 나온다.

‘못살면 혁명’이고 ‘잘살면 쇼핑’이다.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하반기 이후 GDP를 보면 서비스업 비중이 제조업 비중을 넘어섰다. 중국은 지금 서비스대국이다. 중국은 연간 1억 명이 해외여행을 가고 전 세계 명품의 28%를 사들이는 소비대국이 되었다. 지금 포춘 500대 기업이 중국 돈 벌겠다고 모조리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오고 있다. 지금 중속(中速) 성장하는 중국이 위험한 게 아니라 중간재 수출에 목숨 걸었던 중간재 대국 한국이 위험하다.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중간재 수요가 줄자 당장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몇 달째 마이너스다. 중간재에서 중국 쓰나미가 온 것이다.

중국, 더 이상 제조업 대국 아니다

중국이 세계의 소비대국으로 부상하고 1억 명의 인구가 해외 관광을 하면서 명품과 브랜드에 눈뜨자 한류 제품이라고 폼 잡던 한국의 소비재는 추풍낙엽이다. 한국은 중간재에서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소비재에서는 세계 톱10 안에 들어가는 브랜드가 하나도 없다. 한국의 브랜드 없는 소비재산업도 중국에서 이제 눈물 흘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금융에서도 변화가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대인(大人)에서 되놈(6·25 때), 중국 노동자(수교 이후)를 거쳐 이젠 요우커(遊客)님, 그리고 지금 자본시장에서 다시 대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최대 큰손은 중국 투자가다. 10월 27일부터 한국의 개인도 중국 본토 주식을 살 수 있는 후강퉁() 제도가 실시되고 그러면 중국으로 자금 유출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내년쯤이면 중국이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신흥시장 최대 비중인 한국 증시에 외국인의 한국 비중 축소로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의 경제 위기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실물경제와 금융에서 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 상무이사,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전무이사를 지냈다. 중국 베이징의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상하이의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을 졸업했다.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2014』 『5년 후 중국:2012』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2010』 『중국 금융산업지도:2011』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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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국내 증시 5개월 만에 최저

3분기 기업실적 악화 우려


[ 김동욱 기자 ] 삼성전자 현대차 등 연일 ‘1년 신저가(新低價)’ 기록을 경신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매수세력이 취약해 외국인에 휘둘리는 구조적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속에 슈퍼달러에 이은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라는 해외 악재가 돌출되면서 ‘일단 팔고 보자’는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930선마저도 위협받을 정도로 약세를 거듭했다. 6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선 외국인이 급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20거래일 중 16거래일을 순매도했고 이 기간 누적 순매도액은 2조2721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낙폭이 컸다.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는 245.06으로 작년 8월2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21%)와 LG화학(-2.95%), 현대중공업(-1.67%)이 1년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증시 급락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유럽 경기 둔화에 따른 뉴욕증시 약세였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97%, S&P500지수는 2.07% 급락했다. 유럽 경제의 주축인 독일의 8월 수출이 전달 대비 5.8% 주는 등 경기침체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현재 대표적인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MSCI신흥시장ETF’에서 매도 포지션 물량은 전체의 4.9%인 4400만주로 한 달 만에 4배 늘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다음달 정도까지는 약세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등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단기간 내 해소될 수 없는 문제란 이유에서다. 올 3분기 국내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여전히 큰 만큼 뚜렷한 반등 동력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악재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만으로는 글로벌 증시 전체가 하락하는 추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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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식 창조경제…한국판 '실리콘 밸리'키운다

크레모텍은 스마트폰용 프로젝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 회사 김성수 대표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용 프로젝터를 상용화해 대한민국 10대 기술상을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상업화에 실패하는 등 굴곡도 많았다. 중국 현지에서 프로젝터를 출시했다가 시련을 겪기도 했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것은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45세 이상의 창업 유경험자들의 재활을 돕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의 1기 참여 기업인으로 선정된 그는 SK텔레콤이 가진 특허 9건은 물론 창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지 1년여 만인 현재 크레모텍은 1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8억원이다. 현재 SK텔레콤 융합기술원과 공동으로 HD급 화질을 낼 수 있는 레이저 프로젝터 개발에 한창이다. 김 대표는 “SK그룹은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창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원해줘 다시 한 번 꿈을 위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며 “새롭게 개발한 프로젝터를 통해 국내 디지털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일궈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보유 특허 창업자가 활용

SK그룹이 스타트업 도우미로 나섰다. SK그룹이 가진 ICT(정보통신기술)역량을 활용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제 실현을 돕는 일종의 ‘키다리 아저씨’다.
그 첫 단추는 10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 내에 문을 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다. SK그룹은 일찍부터 대전에 주목했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산업단지 등에 1600여개의 기업과 기관, 14개 정부 출연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를 비롯한 19개 대학이 포진해 인적자원이 풍부함에도 ‘대박’ 아이템을 내지 못한 지역이다.

SK그룹 측은 10일 “대전 일대는 한국의 실리콘벨리로 부상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여건을 갖췄지만, 이런 다양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해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SK그룹이 그간 축적한 노하우와 물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전을 미국의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곳으로 개발해 SK식의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이런 계획의 전진기지다. 센터는 1788㎡(542평) 규모로 막연한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이끌어주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스페이스’를 비롯해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공간을 갖췄다. 디자인 씽킹 스페이스는 SK그룹 내 창업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예비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주는 일종의 상담 공간이다.

센터의 핵심은 기술사업화 장터다. 대전 인근 출연연구원과 SK그룹이 보유한 기술을 창업자들이 무료 내지는 실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술사업화 장터의 목적이다.

올해 말까지 2400건의 특허(출연연구소 2000건ㆍSK그룹 관계사 400건)가 장터에 등록된다. 이후로도 매년 1100건 이상의 유망 기술을 이곳에 등재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그룹 내 계열사들은 어떤 특허기술이 어느 출연연구소에서 출연됐는지를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제공해 특허의 검색과 활용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센터 내부엔 대전 지역 창업기업을 위한 입주공간도 마련됐다. 현재 클라우드 소싱 기반 블랙박스 서비스 개발업체인 엠투브를 비롯한 벤처 10곳의 입주가 확정됐다. 당초 180개 업체가 입주를 희망해 입주 경쟁률은 18대1에 달했다. SK텔레콤 CSV실 장형일 매니저는 "대전센터 내 창업기업 입주공간은 10개월간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소정의 창업자금 지원도 이뤄진다"며 "창업 지원에 대한 깊이와 폭이 국내 다른 어떤 창업센터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공간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전센터를 위해 총 450억원의 창업지원펀드(이하 대전펀드)가 구성돼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대전펀드와는 별도로 최태원(54)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부한 금액 중 일부인 104억원을 활용한 소셜벤처 펀드도 창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혁신센터 인근에는 사이언스 빌리지가 신축돼 예비 창업자들의 업무 편의를 돕기로 했다. 사이언스 빌리지 신축에만 총 490억원(SK그룹은 250억원 투자)이 투자된다. 내년에 착공해 2016년 완공 예정인 사이언스 빌리지에는 사무실과 스마트 서비스 기술 전시장ㆍ사물인터넷 테스트 베드 등이 들어선다.

창조 경제로 잘사는 농촌 만든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잘사는 농촌을 만들 수 없을까.’

세종창조마을시범사업은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농작물 기획생산과 근거리 소비’를 골자로 하는 ‘스마트 로컬 푸드 시스템’의 전도사로 나섰다. 한 마디로 농작물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ICT기술을 통해 스마트화한단 얘기다. ‘로컬 푸드 시스템’은 경작된 농산물이 근거리(반경 5~10㎞ 내외)에서 즉각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받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생기는 것이다. 원동력은 정확한 수요 예측과 탄력적인 농산물 공급이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ICT기술을 활용해 어떤 작물이 인기가 있을지 사전에 예측하고, 농민들에게 어떤 농작물을 얼만큼 키워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농가입장에선 한 해 한 가지 농작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박ㆍ참외 등 5~6가지 작물을 일년 내내 키우고 팔 수 있어 고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농가들이 로컬 푸드 시스템에 참여토록 독려하는 일은 세종특별자치시와 농업기술센터가 맡았다.
세종창조마을시범사업은 SK그룹과 지자체 등이 힘을 합친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인 셈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로컬 푸드 시스템을 도입한 전북 완주군(1500여 농가 참여)의 경우 참여 농가의 평균 소득이 전년보다 100% 가까이 늘어났다. 세종창조마을시범사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젊은 층의 귀농도 늘어날 것이라고 SK그룹이 기대하는 이유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농산물별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근 농가가 이번 주에 참외를 많이 내놓는다고 하면 이를 사전에 파악해 농가 별로 공급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다. 자신이 내놓은 농작물이 어느 지역에서 얼만큼 팔리고 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로컬 푸드 관련 사회적 기업인 행복ICT의 김석경 상임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50% 이상이 노인들이 농사를 짓는 고령농이면서 생산량이 많지 않은 소농인 경우가 많아 중ㆍ대농 중심의 농업 거래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체계화된 생산을 통해 소농들도 연중 꾸준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농촌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농촌 기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 기술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농업관련 시설을 원격 제어하고, 지능형 영상분석을 통해 농작물과 농기계 도난을 막아 ‘힘들지 않은’ 농업이 가능토록 한다는 목표다.

세종 대전 =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중앙SUNDAY



크레모텍은 스마트폰용 프로젝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 회사 김성수 대표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용 프로젝터를 상용화해 대한민국 10대 기술상을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상업화에 실패하는 등 굴곡도 많았다. 중국 현지에서 프로젝터를 출시했다가 시련을 겪기도 했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것은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45세 이상의 창업 유경험자들의 재활을 돕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의 1기 참여 기업인으로 선정된 그는 SK텔레콤이 가진 특허 9건은 물론 창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1년여 만인 현재 크레모텍은 1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8억원이다. 현재 SK텔레콤 융합기술원과 공동으로 HD급 화질을 낼 수 있는 레이저 프로젝터 개발에 한창이다.

김 대표는 “SK그룹은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창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원해줘 다시 한번 꿈을 위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며 “새롭게 개발한 프로젝터를 통해 국내 디지털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일궈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보유 기술 창업자에게 제공

SK그룹이 스타트업 도우미로 나섰다. SK그룹이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활용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제 실현을 돕는 일종의 ‘키다리 아저씨’다. 그 첫 단추는 10일 대전시 유성구 KAIST 내에 문을 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다.

SK그룹은 일찍부터 대전에 주목했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산업단지 등에 1600여 개의 기업과 기관, 14개 정부 출연연구소, KAIST와 충남대를 비롯한 19개 대학이 포진해 인적 자원이 풍부함에도 ‘대박’ 아이템을 내지 못한 지역이다.

SK그룹 측은 10일 “대전 일대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할 수 있는 인적·물적 여건을 갖췄지만 이런 다양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해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SK그룹이 그간 축적한 노하우와 물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전을 미국의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곳으로 개발해 SK식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던 박근혜 대통령이 ‘셀카봉’을 들고 혁신센터 내 청년 창업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이런 계획의 전진기지다. 센터는 1788㎡(542평) 규모로 막연한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이끌어주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스페이스’를 비롯해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공간을 갖췄다. 디자인 씽킹 스페이스는 SK그룹 내 창업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예비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주는 일종의 상담 공간이다.

센터의 핵심은 기술사업화 장터다. 대전 인근 출연연구원과 SK그룹이 보유한 기술을 창업자들이 무료 내지는 실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술사업화 장터의 목적이다.

올해 말까지 2400건의 특허(출연연구소 2000건, SK그룹 관계사 400건)가 장터에 등록된다. 이후로도 매년 1100건 이상의 유망 기술을 이곳에 등재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그룹 내 계열사들은 어떤 특허 기술이 어느 출연연구소에서 출연됐는지를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제공해 특허의 검색과 활용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센터 내부엔 대전 지역 창업 기업을 위한 입주 공간도 마련됐다. 현재 클라우드 소싱 기반 블랙박스 서비스 개발업체인 엠투브를 비롯한 벤처 10곳의 입주가 확정됐다. 당초 180개 업체가 입주를 희망해 입주 경쟁률은 18대 1에 달했다.

SK텔레콤 CSV실 장형일 매니저는 “대전센터 내 창업 기업 입주 공간은 10개월간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소정의 창업자금 지원도 이뤄진다”며 “창업 지원에 대한 깊이와 폭이 국내 다른 어떤 창업센터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공간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전센터를 위해 총 450억원의 창업지원펀드(이하 대전펀드)가 구성돼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대전펀드와는 별도로 최태원(54)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부한 금액 중 일부인 104억원을 활용한 소셜벤처 펀드도 창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혁신센터 인근에는 사이언스 빌리지가 신축돼 예비 창업자들의 업무 편의를 돕기로 했다. 사이언스 빌리지 신축에만 총 490억원(SK그룹은 250억원)이 투자된다. 내년에 착공해 2016년 완공 예정인 사이언스 빌리지에는 사무실과 스마트 서비스 기술 전시장, 사물인터넷 테스트 베드 등이 들어선다.

SK그룹이 세종창조마을에 도입하려는 스마트팜을 직원들이 꼼꼼히 살피고 있다. 금붕어 배설물 등 친환경 재료로 작물을 키우고 각종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일손을 최소화했다. [사진 SK그룹]

‘ICT를 활용해 잘사는 농촌을 만들 순 없을까’.

세종창조마을시범사업은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농작물 기획생산과 근거리 소비’를 골자로 하는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의 전도사로 나섰다. 한마디로 농작물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ICT를 통해 스마트화한다는 얘기다. ‘로컬푸드 시스템’은 경작된 농산물이 근거리(반경 5~10㎞ 내외)에서 즉각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받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생기는 것이다. 원동력은 정확한 수요 예측과 탄력적인 농산물 공급이다.

창조경제로 잘사는 농촌 만든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ICT를 활용해 어떤 작물이 인기가 있을지 사전에 예측하고, 농민들에게 어떤 농작물을 얼마만큼 키워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농가 입장에선 한 해에 한 가지 농작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박·참외 등 5~6가지 작물을 1년 내내 키우고 팔 수 있어 고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농가들이 로컬푸드 시스템에 참여토록 독려하는 일은 세종특별자치시와 농업기술센터가 맡았다.

세종창조마을시범사업은 SK그룹과 지자체 등이 힘을 합친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인 셈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로컬푸드 시스템을 도입한 전북 완주군(1500여 농가 참여)의 경우 참여 농가의 평균 소득이 전년보다 100% 가까이 늘었다. 세종창조마을시범사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젊은 층의 귀농도 늘어날 것이라고 SK그룹이 기대하는 이유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농산물별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 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근 농가가 이번 주에 참외를 많이 내놓는다고 하면 이를 사전에 파악해 농가별로 공급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다. 자신이 내놓은 농작물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 팔리고 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로컬푸드 관련 사회적 기업인 행복ICT의 김석경 상임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50% 이상이 노인들이 농사를 짓는 고령농이면서 생산량이 많지 않은 소농인 경우가 많아 중·대농 중심의 농업 거래에서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체계화된 생산을 통해 소농들도 연중 꾸준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농촌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농촌 기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 기술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농업 관련 시설을 원격 제어하고, 지능형 영상 분석을 통해 농작물과 농기계 도난을 막아 ‘힘들지 않은’ 농업이 가능토록 한다는 목표다.

대전·세종=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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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독일에 180억달러 투자합의… 유럽 내 중국 입김 더 세질 듯

ECB는 15일 위안화 보유 논의

확정땐 국제화 도약 큰 전환점

유럽을 순방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독일에서 181억달러(약 19조4,200억원) 규모의 투자협의를 맺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나선 리 총리의 순방을 계기로 유럽에서 중국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제3차 중국·독일 정부 간 협상에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내년 중 외교·안보전략 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리 총리는 중국의 무역장벽에 대한 독일의 불만에 대해 "분쟁은 제한적이며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독일과 중국은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환대했다.

이날 양국 정부와 산업계는 두 총리의 회담에 맞춰 181억달러 규모의 정부 간 합의와 사업 계약을 맺었다. 11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에어버스SAS는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와 A320 항공기 7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벤츠 브랜드의 다임러그룹도 중국에 10억유로(1조3,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폭스바겐은 중국 측과의 합작기업 계약연한을 종전보다 25년 늘려 오는 2041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독일 최대 이동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은 내년에 중국과 합작기업을 만들어 자동차에 적용되는 무선기술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과 독일이 리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향후 5~10년간 적용될 110개의 협력협정에 서명했다"며 "이는 중국이 외국과 맺은 협정 중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한편 리 총리의 순방 일정과 때를 같이해 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부터 보유외환에 위안화를 추가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에 돌입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ECB의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위안화 국제화는 한 단계 큰 도약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부터 유럽을 순방 중인 리 총리는 12일 다음 방문국인 러시아로 떠날 예정이며 이어 이탈리아를 방문해 16~17일 밀라노에서 열리는 제10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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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유로존, 구조개혁 나서야...ECB 의존 안 돼"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유럽의 경제구조개혁을 촉구했다.

구리아 총장은 10일(현지시간) CNBC와의 회견에서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감사해야 할 신세를 졌다"며 "이젠 구조개혁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그는 "구조개혁은 결과를 보기까지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교육, 규제, 노동시장, 보건시스템, 기반시설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개혁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리아 총장은 아울러 경쟁력 악화로 고전하는 유럽 국가들은 임금부터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리아 총장의 발언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자산매입, 초저금리 정책 등을 비롯한 ECB의 부양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국가들이 필요한 개혁을 실행할 때라야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자국 경제를 부양하는 데 더 이상 ECB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표적인 '벌처 투자자'인 윌버 로스 WL로스앤드코 회장도 최근 CNBC와의 회견에서 드라기 총재의 견해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유럽에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드라기 총재의 주장이 옳다"며 "아일랜드처럼 가장 관대한 노동법을 가진 나라의 회복세가 가장 빠르고 가장 제한적인 노동법을 가진 나라의 회복세는 더디다"고 지적했다.

로스 회장은 "정책입안자들은 그들이 노동자를 보호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벌처 투자자'는 썩은 고기를 파먹는 대머리 독수리(vulture·벌처)처럼 부실자산(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기업 사냥꾼을 의미한다.
김신회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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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자들, 루블화를 달러로 바꾸기 시작"…루블화 급락 여파

루블화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러시아 부유층이 잇따라 달러화로 자산을 바꾸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각) 루블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러시아 부유층이 루블화를 미 달러화로 바꾸려고 하는 등 자국 화폐에 대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란타은행의 파블 스투카노브 환율부장은 “고객들이 은행에 와서 5만달러나 10만달러, 혹은 20만달러까지 달러화로 바꿔간다”며 “이 고객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그림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소규모 은행 관계자도 “오늘도 보유하고 있던 유로화와 미 달러화를 모두 팔았다(교환해줬다)”며 “어제도 상황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 루블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 루블화 가치는 이달 들어 연일 사상 최저치를 찍고 있다. 10일 기준 1루블화는 40.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 들어 루블화 가치는 18% 가량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 급락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시개입에 나섰다. 이달까지 60억달러를 소진한 상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환율시장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대형은행인 스베르방크는 최근 2주사이 달러화를 비롯한 외화 현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한 데에는 3가지 정도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세계 경제 둔화에 유가 수요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감에 리비아 원유 재개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구사회의 경제 제재가 한층 심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은행부터 대형 러시아 기업들의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러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 자금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채 차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기업들이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기업이 앞으로 3개월새 상환해야 하는 부채 규모는 550달러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체감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러시아 국민들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품의 가격이 자꾸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율이 8%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일반 국민들까지 러시아 루블화를 버리고 유로화나 달러화를 선호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적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루블화 연쇄 매도 상황까지 이르는 최악의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블라디미르 오사코브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는 강렬한 태풍 속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국제 유가까지 하락하면서 악재가 겹겹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지연 기자 actres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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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경영활동에 불리하다고 예상하는 이유.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금속가공 제품과 1차금속, 자동차·트레일러 등의 부품·소재 업종 중소기업이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중 FTA 발효시 예상되는 업종별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금속가공제품(기계·가구 제외), 1차 금속, 자동차와 트레일러 등 부품·소재 업종을 중심으로 ‘불리하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부품과 소재 공업을 중심으로 저렴한 중국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중 FTA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로는 중국제품 수입증가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84.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 진출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44.4%)이란 응답도 뒤를 이었다. 해당 업종의 국내 수입 관세율은 0~8% 수준이다.

한·중 FTA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대책으로는 품질과 기술력 제고(48.4%), 대체시장 개발(45.3%) 등이 가장 많았다. 대비 방안이 없다는 기업도 26.1%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답한 업종은 고무제품과 플라스틱 제품, 화학제품, 목재·나무 제품, 가죽가방·신발, 식료품 순이었다.

기업들은 FTA 대비를 위하 필요한 정부 지원 제도로 무역조정지원제도(39%)와 정책 금융 강화(31.2%), 컨설팅과 자금 지원(15.4%) 등을 꼽았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정책개발2본부장은 “FTA 체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취약 업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업들도 FTA를 세계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지영 기자 g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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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홍콩 대학생들 '휴업투쟁 합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22일 오후 홍콩 중문대에서 24개 대학의 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대학생들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내놓은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보통선거 안에 반대하며 반(反)중국 성향 인사의 행정장관 후보 출마가 허용되는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를 위해 1주일간 휴업투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2014.9.22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 harrison@yna.co.kr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홍콩에 있는 중국계 은행 한 곳은 300여 명의 직원 두고 있지만, 홍콩인 직원은 50명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믿지 않아요."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이 점거한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 부근에서 만난 홍콩성시대 학생 팀 팡(20)은 중국 당국에 불만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옆에서 종이로 시위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만들던 S·K·H케이 하우 세컨더리스쿨(중고교) 학생 로렌스 청(17)은 "중국은 홍콩의 공기업이나 사회복지단체 직원들에게 돈을 주거나 협박을 해서 관제 시위에 나가도록 했고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까지 동원했다"며 "영국 식민지하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며 분개했다.

14일째 지속하고 있는 도심 점거 시위의 도화선은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간 동맹 휴업을 벌인 24개 대학 학생들이다. 나흘 뒤 중·고등학생들이 동맹 휴업에 가담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심화하자 급기야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지난달 28일 도심 점거 시위를 개시했다.

청룽 "홍콩시위 우려"…저우룬파 "평화시위 지지"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발표로 촉발된 홍콩 시민의 도심점거 시위에 대해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청룽(成龍)은 시위대의 자제를 촉구한 반면, 저우룬파(주윤발·周潤發), 량차오웨이(양조위·梁朝偉), 류더화(유덕화·劉德華) 등은 경찰의 최루탄 사용을 비판해 대조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저우룬파와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격) 사진 위에 '당신(사장)이 먼저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시오'라는 글이 적힌 전시물이 애드미럴티(金鐘) 홍콩 정부청사 벽에 전시된 모습. 2014.10.10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harrison@yna.co.kr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던 시기를 전후에 태어난 이른바 '반환둥이'들이다.

이들은 3년 뒤 있을 행정장관 선거에서 후보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완전한 보통선거'를 구호로 외치지만, 안으로는 중국의 차별에 대한 불만과 중국화 되어 가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2014 세계대학평가'에서 28위를 기록한 홍콩대를 졸업해 현지 은행에 취업하더라도 초봉은 연간 20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700만원에 불과하다.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은행원 초봉이 한국 신입행원 초봉(약 4천만원)의 70%에도 못 미친다.

이나마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중국 출신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겨우 취업할 수 있고 취업하더라도 탄력적인 고용시장 탓에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처지다.

신입직원의 급여는 중국 반환 이후 찔끔 오르는데 그쳤지만, 중국 부유층의 홍콩 부동산 투자 등으로 집값 등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홍콩 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홍콩 도로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AP=연합뉴스) 홍콩 거리를 점거한 학생들이 11일 홍콩 애드미럴티 도로에 마련된 학습 공간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

홍콩 정부 통계처에 따르면 소득 기준 홍콩의 지니계수는 2006년 0.533으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0.537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 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한 것을 의미한다.

국제 부동산업체 새빌스(Savills)는 보고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홍콩의 주택가격은 기록적인 저금리와 급속한 경제 성장, 중국인 구매자들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08년 이후 작년까지 2배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데모그라피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홍콩의 평균 집값은 연평균 근로자 소득의 14.9배에 달해 홍콩의 주택 구매력이 세계에서 가장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도시들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홍콩의 중국 내 위상이 약화하는 것도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2009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역전당했으며 조만간 광저우(廣州)시에도 역전당할 처지에 놓였다.

'유니언잭'의 향수? 수정/본문 2째줄 ' 국기(유니언잭)이'를 '국기(유니언잭)가'로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홍콩 애드미럴티(金鐘)의 정부청사 밖 도로변 가드레일에 영국 국기(유니언잭)가 걸려 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정무사장(총리격)은 이날 밤 "(학생 측과의) 대화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정치개혁안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과 도심 점거 운동과 연관되지 않을 것 등 두 가지 조건을 기반으로 한다"며 "불행히도 시위대가 합리적인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대화 취소를 선언했다. bulls@yna.co.kr British flags are seen on a main road in the occupied areas outside government headquarters in Hong Kong's Admiralty, Thursday, Oct. 9, 2014. The government and students leaders announced they will begin talks on political reform on Friday. (AP Photo/Vincent Yu)

리샤오자(李小加)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는 연초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 "홍콩은 아직 중국 투자자본의 유입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지만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은 국제화하고 있어 홍콩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2020년까지 홍콩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제도'(一國一制) 체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보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경제에 관한 글을 주로 써온 작가 조 스터드웰은 7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1989년 이후 중국 공산당이 도시 빈민을 위한 정부 지출을 늘리고 2000년대에는 지방 빈민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제공했지만, 홍콩 정부는 경제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며 시위대에는 시위의 초점을 재벌 독점에 맞출 것을, 중국 정부에는 홍콩 경제의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을 조언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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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 "한 번 적자나면 헤어나기 어렵다"
- 금융위기 이후 적자전환 가구 급증..2012년 42.2%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중산층이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경제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위기로 소득이 줄어도 교육비 등 고정지출을 줄이기 어려워 가계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얘기다. 또, 한 번 적자가 나면 다시 흑자로 전환되기 어려워 적자가구가 고착화되면서 양극화도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발표한 ‘가계수지의 동태적 변화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2012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적자전환 가구’ 중 중산층(2012년 기준 연소득 1680원~5040만원) 비중이 42.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31.0%, 2009년 38.0%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적자전환 가구란 1년 전엔 흑자였으나 해당연도엔 적자로 돌아선 가구를 말한다.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4년에도 47.1%로 급증한 바 있다

특히 중산층의 경우 경제위기로 소득이 줄더라도 교육비, 식료품비 등 지출을 쉽게 줄일 수 없는 항목의 지출이 커 경기변동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적자가 유지된 ‘적자유지 가구’ 중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30.3%로 2009년(28.7%)보다 더 늘었다. 카드사태 때도 2000년 25.7%에서 2005년 34.0%로 증가했었다.

반면 중산층 중 1년 전에 적자였다가 흑자로 전환된 ‘흑자전환 가구’ 비중은 감소했다. 2008년 51.8%에서 2012년 48.0%로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 흑자가 유지된 ‘흑자유지 가구’에서도 중산층 비중이 줄었다. 2000년엔 57.4%였으나 2012년 48.0%로 감소했다.

흑자가구와 적자가구간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흑자유지 가구와 적자유지 가구의 가계수지 차이는 2001년 기준 연평균 1530만원이었으나 2012년 2806만원까지 뛰었다. 흑자가구의 흑자폭도 커지지만, 적자가구의 적자폭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1년 전 적자였던 가구 중 흑자로 전환된 가구의 비중을 나타내는 흑자전환율이 2010년 57.8%까지 상승했으나 2012년 56.0%로 하락했다. 적자가구의 고착화가 심해지고 있단 분석이다.

김민정 현대연 연구위원은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산층 및 취약계층의 흑자전환을 위해 주거비, 의료비 등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진영 (liste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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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권한 없는 동반위, 中企 적합업종 실효성 하락의 주 원인으로 지적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사실상 동반위 업무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운영 주체를 정부로 이양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12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을 대상으로 현행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실패 원인에 대해 집중 추궁한 뒤 그 해결책으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오영식 의원은 "중기 적합업종 관련 법 규정의 한계와 미비점들이 동반위가 운영하는 적합업종의 실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과 회의를 제기하게 만든다"며 "중기 적합업종제도에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이 제도를 직접 운영토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민 의원 역시 "이전에도 중기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한 국회의 요구는 있었으나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법적 강제와 같은 효과를 내겠다며 법안심사소위에서 약속해 무산된 바 있다"며 "그러나 지금 보면 (제도 운영이) 전혀 엉뚱하게 돼가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민간중심으로 합의해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 역할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민간자율협의기구인 동반위가 운영주체로서 기업간 자율합의를 유도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강제력이 없는 동반위의 자격이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이라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동반위에는 없는 것. 이른바 '동반위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절차 중 하나인 대중소기업간 조정협의체 구성에만 1년 넘게 걸리고 있는 문구소매업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 협상파트너인 대형마트 3사 중 2곳에서 관련 매출 자료 제출을 계속 미루고 있어 협의체 구성이 지연되고 있지만, 동반위는 이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어 처분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동반위 측은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안 위원장은 "동반위는 민간자율협의기구로서 기업간 자율협약을 원칙으로 하며 이는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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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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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ID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기술 및 서비스 시장이 연평균 26.4%로 성장해 오는 2018년 시장 규모가 4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성장률은 전체 IT 시장 성장률의 6배에 해당한다.

IDC는 빅데이터가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적으로 수백억 달러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시장을 형성하는 개별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는 둔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IDC에서 스토리지 시스템 및 빅데이터 부문 연구조사를 담당하는 아쉬시 나드카르니 이사는 “빅데이터에 대한 과열 양상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며 “이는 빅데이터 기술이 성숙되고 있으며 기업 운영 및 비즈니스 수행에 빅데이터 기술이 도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2014년 빅데이터 기술 및 서비스 시장 규모와 부문별 비중. 제공=IDC
이번 보고서는 빅데이터 시장을 빅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세 부분으로 세분화해 조사했다. 인프라 부문이 지속적으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2014년 전체 빅데이터 시장에서 48.2%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주 지역이 빅데이터 투자를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외 지역들도 점차 투자 규모가 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시장 기업 인수의 경우, 종내에는 현 공급업체들이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IDC에서 비즈니스 분석 및 빅데이터 연구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댄 베셋 부사장은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빅데이터 주도 형태로 변화하면서 빅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모든 분야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광의의 ICT 시장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비즈니스 분석 시장에 있어 빅데이터 시장은 초기 단계에서 성숙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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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니 아이브 애플 수석 디자이너(왼쪽)·린 빈 샤오미 공동 창업자(오른쪽)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진짜' 애플과 '중국' 애플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애플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조니 아이브가 샤오미를 맹비난하고 나서자 샤오미도 반격에 나섰다. 공개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 최고경영자(CEO)의 패션까지도 따라하며 '짝퉁 애플'을 자처하던 샤오미가 이제는 '따라한 적'이 없다고 전격 부인하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중국의 IT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에 따르면 린 빈 샤오미 공동 창업자는 최근 조니 아이브 애플 수석 디자이너가 한 언론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니 아이브는 인터뷰를 통해 "뭔가를 이루기 위해 7~8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게 복제됐다고 생각해봐라. 쉽게 보면 이건 도둑질이고 게으른 것이다"라며 "좀 거칠게 얘기하자면 샤오미의 행보는 아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인 린 빈은 샤오미가 애플을 따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샤오미는 그 누구에게도 샤오미의 제품을 사용하라고 강요한 적 없다"면서 "제품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니 아이브에게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고싶다"며 "써보고 다시 코멘트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짝퉁', '가짜'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휴가 바라 부사장이 인터뷰를 통해 "샤오미를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것에 아주 넌더리가 나고 지겹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비슷한 재능을 가진 두 디자이너가 있다면, 그들이 같은 성과물을 내놓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면서 "누군가 같은 성과물을 내놓는 것은 문제가 되느냐"고도 주장했다. 레이 준 최고경영자가 스티브 잡스의 패션과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따라한 데 대해서는 "잡스의 스타일을 따라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면서 "전 세계가 잡스를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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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안희권기자] 애플이 지난달 대화면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출시한 후 모바일 기기 액세서리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시장조사업체 NPD 자료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6와 6플러스를 판매한 후 미국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가 2주일만에 43% 성장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PD 그룹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9월19일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출시한 후 2주일간 미국 휴대폰 액세서리 판매액이 2억4천900만달러였다. 휴대폰 화면 보호필름과 케이스 업체들이 이 기간동안 가장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기사이미지

이는 아이폰6와 6플러스의 화면 크기가 커지면서 이전모델보다 충격에 약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화면 보호 필름과 케이스를 필수 아이템으로 구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휴대폰 화면 보호 필름은 판매액이 2주일전보다 120% 증가했다. 또 휴대폰 케이스는 판매액이 78% 늘었으며 판매 대수도 63% 증가했다.

이 밖의 액세서리도 판매액이 늘었으나 보호 필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휴대폰 외장형 배터리의 경우 판매액이 2주일전보다 5%, 헤드폰은 10%, 블루투스 스피커는 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아이폰5S와 5C가 출시된 후 휴대폰 액세서리 판매액은 1억9천500만달러로 17% 증가했었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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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 지난 1972년 조성된 경북 구미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1700여곳 중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는 160곳이다. 이 중 1단지는 아파트와 상가 등과 함께 있어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2. 지난 1970년 조성된 울산석유화학공단은 유독물 취급업체가 470여곳에 이른다. 특히 배관과 유독물 저장시설이 노후화되면서 2010년 33건, 2011년 42건 등 매년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컫는 우리 경제발전의 주축인 전국의 국가산업단지(산단)들이 조성된 지 수십년이 흐르면서 노후화돼 안전사고, 산업경쟁력 저하, 공동화 현상 등을 겪으면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된 산단들은 인프라 기반 노후화와 단순생산 기능으로 역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가산업의 근간이던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인 노후 산단을 첨단 지식기반산업 중심의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치권에서 노후산단의 첨단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 국가 산단 사양길

12일 정치권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는 지난 1964년 서울 구로공단 조성을 시작으로 현재 1000여개가 지정돼 있다. 이들 산단에는 7만개 기업이 입주해 201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국가 산단 41곳(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 산단은 전체 국가 산단의 43.9%인 18개다. 업체 수는 77.2%, 근로자 비중은 80.8%다.

국가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이들 산단의 노후화와 주력 제조업의 사양화로 인한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우선 산단 내 휴.폐업 또는 임대공장이 늘면서 산단 공동화가 꼽힌다. 실제로 경북 구미 국가 1산단은 휴·폐업 상태이거나 제조업이 아닌 단순 창고임대로 사용되는 사실상 유휴부지는 77만㎡로 서울디지털단지 면적의 43%로 추산된다.

또 높은 산업용지 가격으로 산단 입주기업 중 단순 조립가공 위주의 영세 임차업체 비중도 늘고 있다. 영세 임차업체는 지난 2007년 32.2%에서 2009년 41.9%, 2011년 46.0%로 증가세다. 산단 내 유해물질 폭발·누출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위험물 관리와 사후 수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주체 이원화…특별법 시급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2009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구조고도화 사업과 국토교통부 주관의 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노후 국가 산단인 구미 국가1산단이 산업부 주관의 1차 시범 혁신단지로 지정돼 국토교통부의 산단 재생사업과 함께 추진되면서 최대 3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해당 법률에 따라 정부 부처별로 추진되다 보니 부처 간 역할분담 등 협조체제 등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의 혁신단지사업은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국토부의 재생사업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사업 수행의 일원화된 창구 마련 등을 위한 법률안 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경북 구미갑)이 대표 발의한 '노후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특별법안은 구미1국가산업단지처럼 낡고 오래된 산업단지 가운데 국가와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은 곳을 노후거점산업단지로 지정해 정부가 구조를 바꾸게끔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은 별도 회계를 설치·운영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여야 의원 22명도 노후산단이 혁신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4월 '국회산업단지혁신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산단 혁신을 통해 위기에 봉착한 구미 1산단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혁신단지 사업이 탄력을 받고 필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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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창조경제시대, 지식재산(IP)이 기업 경쟁력의 가늠자로 떠올랐다. 기업이 무형의 자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계에 호흡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은행이다.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특허에 대한 철저한 심사능력은 물론이고 관리 체계, 산업적 측면에서 활용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수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은행들의 자체 특허경쟁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전자신문은 특허정보 검색 및 분석 전문기업 ‘윕스’와 함께 국내 최초로 은행권 특허 출원 현황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대상 시기는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9월까지 10년간이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0년 새 은행권 특허출원 수는 10분의 1로 급감했다. 정량적 비교만으로 특허경쟁력을 판단할 순 없지만, 급변하는 스마트금융 환경에서 특허에 대한 투자와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이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2007년(352건)과 10월 중순이 되도록 2건 밖에 출원하지 못한 올해(2014년)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제 머리 못 깎는’ 은행권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KDB산업은행, 외환은행, NH농협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의 지난 10년간(2005년~2014년) 특허출원 총량은 2007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곳은 신한은행(1071건)이었다. 이어 기업은행(285건), 우리은행(196건), 하나은행(159건), 국민은행(50건), 산업은행(19건), 외환은행(14건), 농협은행(12건), 한국씨티은행(4건)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등 지역은행도 각각 1~3건 정도 특허를 출원했다.

은행권 특허출원은 2007년~2009년에 집중됐다. 반면 최근 3~4년간 출원량은 극미하다.

최다 출원한 신한은행조차 2007년부터 2010년까지 1003건을 집중 출원한 후, 최근 3~4년간 특허경쟁력 확보를 위한 활동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금융3.0 시대, 특허경쟁력이 생존 관건

은행권 특허는 주로 국제특허분류(IPC) 상 금융, 관리, 예측 등에 특히 적합한 데이터처리 시스템 또는 방법인 G06Q클래스(1667건)에 집중 출원됐다. 보통 금융상품에 대한 비즈니스모델(BM)특허와 전자결제와 같은 지불체계 및 전자상거래 관련 BM특허 등이 G06Q클래스로 분류된다.

‘영업 방법 발명’으로 불리는 BM특허는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영업방법 등 사업 아이디어를 접목해 출원하는 특허를 말한다. 2012년 특허출원을 기준으로 BM특허의 8.5%를 금융서비스가 차지했다.

모바일 뱅킹 등 스마트금융 바람이 확산되면서 금융서비스 관련 특허는 단순히 은행권 내부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IT 및 통신 기업과의 충돌 혹은 종속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선보인 ‘애플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 금융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ICT기업들은 이미 관련 특허를 해외에서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괴물’ 회피할 해법 필요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 미국의 ‘특허괴물’(NPE·특허관리전문회사) 인텔렉추얼벤처스(IV)는 총 11건의 특허권을 기반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캐피털원 등 미국 내 13개 금융기관 대상 총 15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IT기업을 주로 공격하던 NPE가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류제택 한국특허정보원 박사는 “국내 특허환경은 소송비용 대비 적은 손해배상금 등 소송 가성비가 낮아 당장 인텔렉추얼벤처스와 같은 글로벌 NPE의 분쟁 특허가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국내에서도 지식재산의 재무적 가치를 점차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만큼 특허환경의 개선과 동시에 분쟁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해외 은행이나 NPE는 자사의 이름을 숨기고 관계사나 계열사, 페이퍼컴퍼니 등 다른 이름으로 국내에 유사특허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관련 기술에 대한 모니터링 및 대비도 필요하다.

반면 국내 은행은 특허 대응에 있어 자유롭게 금융상품을 복제함으로써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높은 규제와 감독을 받기 때문에 창의적 금융기법을 도입하기 어려운데다, 신 금융기법과 상품 도입에 있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은행 스스로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확보까지 신경 쓰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타적 사용권’ 등을 인정해주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국내 은행이 자체 특허와 우회 특허를 통해서라도 해외 특허괴물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이슈분석] "강력한 특허경쟁력 확보로 개도국 수준 금융환경 벗어나야"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가 아프리카 우간다(81위)와 비슷한 80위에 집계돼 상당한 충격 파장이 있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정부개입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스스로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해외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새로운 상품을 특허로 등록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을 고민하는 동안 국내 은행들은 비슷비슷한 상품을 서로 복제하고 규제를 핑계 삼아 새로운 도전을 멀리했다는 지적이다.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미국은 은행마다 자사의 특허를 비롯한 IP전략 전체를 총괄하는 최고지식재산책임자(CIPO)를 두고 있다”며 “매년 금융상품뿐 아니라 금융 관련 다양한 기술을 특허로 출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특허전문가들을 고용해 은행의 예금과 적금, 대출 등 금융 관련된 상품 하나하나를 모두 특허로 등록하고 지식재산화해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자칫 경쟁사의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다가는 호된 특허소송을 겪기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국내 금융환경 개선을 위해선 규제개선과 더불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자체 역량 확보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들어 금융권 보신주의에 대한 질타와 기술금융·IP금융 등 신 시장 개척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만큼 이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 회장은 “일단 자체적인 기술평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은행 내에 기술전문가, IP전문가 그룹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금융환경이 우간다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의 특허경쟁력은 세계 5위권에 드는 만큼 기술과 IP, 금융에 대한 이해를 고루 갖춘 인재 양성으로 다가오는 스마트금융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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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올해 초 특성화대학 평가 때 이미 1000여 쪽 분량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사람으로는 안 되고 차량으로 날라야 했어요. 이번에는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나왔으니 연말에 또 바쁘겠어요. 대학 1년 농사가 교육부 페이퍼워크(문서업무)로 끝나네요."

12일 전북 A사립대 총장은 최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가 발표되자 한숨부터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 평가 사업이 추가되는데 그 지표는 취업률처럼 매번 중복"이라며 "지방대가 불리한 구조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구조개혁 몸살은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지난해 2월 제8대 총장으로 그가 취임한 지 1년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진 것은 주요 대학평가 중 악명 높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이 학교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정원을 추가로 줄이면 재정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서 빼주겠다고 했고 홍 총장이 이를 학교 측에 건의했으나 이사회가 거부했다. 대학가 관계자는 "결국 홍 총장이 대학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총대를 맨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대학가 구조개혁 광풍은 교육부가 이달 초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를 공개하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평가지표 초안은 크게 대학 발전계획과 교육여건, 교육과정 및 성과, 사회봉사영역으로 나뉜다. 중장기 발전계획 및 학생 선발, 교원 및 직원, 교육 기본시설 및 지원시설, 재정ㆍ운영 시스템 등 10개 평가영역에 23개 평가항목, 36개 평가지표를 담고 있다. 이 평가를 통해 대학들은 '최우수'부터 '매우 미흡'까지 5개 등급으로 구분되고 그에 따라 강제로 정원을 감축하게 된다. 두 번 연속으로 '매우 미흡'을 받으면 퇴출당하는 등 대학 존립 자체가 달렸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통해 이달 중 구체적인 평가 방법과 반영 비율 등을 정하고 다음달에 본격적인 대학 평가에 들어간다.

그러나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등 주요 지표는 그대로 담겨 있어 일부 학교는 '지방대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성명을 내고 "교육부 평가지표안을 살펴보면 기존 평가지표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들은 내용만 똑같고 무늬만 다른 대학평가 사업이 줄줄이 늘어나고 있다고 비난한다. 지방 B사립대 관계자는 "노무현정부 'BK21' 사업, 이명박정권 '교육역량 강화' 사업 등과 올해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평가가 양적 지표에 치중돼 정성 지표가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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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엘름훌트에 있는 이케아 내 국제공인제품시험기관 테스트랩에서 한 직원이 제작 중인 소파의 내구성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케아 코리아

■ 이케아의 빛과 그림자

철저한 테스트·AS장점

하자발생땐 전량 리콜도

12월 한국 첫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는 글로벌 유통기업 이케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케아 대형마트를 유치한 광명시는 대규모 투자 유치라며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중소 가구업계와 인근 상인들은 '황소개구리의 상륙'이라며 토종 기업들과 상점들이 대거 몰락의 길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저가 가구제품으로 고객을 확보해온 이케아가 마치 스칸디나비아 명품브랜드인양 잘못 인식되거나 유명 글로벌기업으로 생각한 구직자들이 별반 다를 게 없는 판매직원 모집에 대거 몰리는 등 이케아 거품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이케아의 실체에 접근해본다.

지난 2일 정식 오픈 시간을 약 30분 남짓 남긴 오전 9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이케아 매장 앞에 수십명의 인파가 모였다. 9시30분 한 직원이 잠겨있던 회전문을 열자 일제히 이들의 발길은 3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케아는 약 2,000~3,000원 수준의 저렴한 아침식사를 판매하며 매일 아침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인근 스웨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시계 바늘이 계산대 운영이 시작되는 10시를 가리키자 이들은 각자 염두에 뒀던 제품 코너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의 분주한 발걸음은 3층 쇼룸 코너에서 2층 주방·욕실 코너, 1층 침구·소품 매장으로 이어졌다. '창고(warehouse)'에 다다른 이들은 납작하게 포장된 제품을 직접 카트에 싣고 셀프 계산대로 달려갔다. 전세계 360여개 이케아 매장은 이렇게 매년 7억7,500만명을 끌어모으고 약 4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저가 고품질의 민주적 디자인=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약 470㎞ 떨어진 곳에 있는 지방 소도시 엘름훌트는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71년전 이케아를 처음 세워 '이케아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전세계 이케아 진출 도시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이곳은 제품 개발부터 생산, 테스트, 물류, 유통 등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온전히 갖췄다.

그룹 내 어떤 회사를 가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저가(low price) △기능성(functionality) △모양(form) △품질(quality) 등 민주적 디자인의 5가지 요소를 끊임 없이 읊는다. 비싼 가격은 곧 '죄악'으로 여겨지는 문화 속에 모든 제품은 경쟁 제품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개선 작업을 거친다.

◇철저한 테스트·AS=이케아는 화학·섬유·기후변화 등 15개 분야 테스트를 하는데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의 품질 조건을 충족하도록 한다.

제품 판매 이후 사후 서비스는 '안전경보(safety alarm)' 시스템을 통한다. 전 세계 매장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 불만 사항을 접수하는데 이케아스웨덴 파트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이프티 리스크 위원회에서 매년 5,000~7,000개 불만 사항을 조사하고 해결한다. 리스크 관리팀 어드바이저인 라스 바스트롬(Lars Wallstrom)은 "지난해 이케아에서 구입한 어린이용 램프에 한 어린이가 감전사했다"며 "제품에는 하자가 없었지만 글로벌 리콜을 결정하고 제품 전량을 환불·회수했다"고 말했다.

엘름훌트·스톡홀름(스웨덴)=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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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스톡홀름 매장에서 한 고객이 플랫팩(납작하게 포장된 반 제품) 가구를 카트에 싣고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케아 코리아

■ 이케아의 빛과 그림자

NYT "직원·고객사찰" 고발

말고기 미트볼 판매 파문도

12월 한국 첫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는 글로벌 유통기업 이케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케아 대형마트를 유치한 광명시는 대규모 투자 유치라며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중소 가구업계와 인근 상인들은 '황소개구리의 상륙'이라며 토종 기업들과 상점들이 대거 몰락의 길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저가 가구제품으로 고객을 확보해온 이케아가 마치 스칸디나비아 명품브랜드인양 잘못 인식되거나 유명 글로벌기업으로 생각한 구직자들이 별반 다를 게 없는 판매직원 모집에 대거 몰리는 등 이케아 거품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이케아의 실체에 접근해본다.

지난 8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이케아 채용설명회. 이 자리에서 이케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드는 것이 이케아의 살아 숨쉬는 가치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늘 이 같은 비전을 공유한다"며 "이케아의 세가지 성장 원칙은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 사람과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이케아의 인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많다. 특히 "최근 몇년간 전세계 이케아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와 정반대되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저임금에 작업환경 위험=이케아는 말단 사원에서 본사 임원까지 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자랑삼아 이야기하지만 이케아 해외 법인의 노사 분규는 해외 주요 매체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우선 최근 몇년간 주요 해외 법인에서 노사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3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초임 삭감, 생명보험 지원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단협안에 반대하며 장기 파업을 벌였다.

미국 버지니아의 이케아 제조 부문 계열사 이케아 인더스트리(옛 스웨드우드)의 기계공 노조는 저임금과 위험한 근무 환경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들 노조는 하나같이 "이케아의 이미지는 만들어진 이미지일뿐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케아의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은 전세계 어디든 동일하지만 각 지역별로 근로자들을 다르게 대우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빈번하게 직원 사찰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케아 프랑스 법인 대표와 회사의 최고재무담당자가 경찰 내부 정보를 활용해 직원과 불만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찰 행위를 일삼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전 CEO까지 불법 직원 사찰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사법 당국에서는 이케아가 상습적으로 직원들이나 고객센터에 불만을 제기한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하며 통제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케아는 채용 지원자를 사전 조사하는 것부터 부정을 저지른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할때, 불만을 제기한 고객을 입막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설 탐정을 고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이케아 프랑스 법인은 이 사건에 연루된 일부 직원들을 해고조치하기도 했다.

◇성장제일주의에 빠진 이케아=이케아의 전직 임원들이나 직원들은 인터뷰, 책 등을 통해 이케아의 이율배반을 고발하고 있다.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1943년 고향집 창고에서 잡화를 팔며 설립한 그때의 이케아는 사라지고 성장주의에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말고기가 섞인 미트볼을 초저가 상품이라고 판매하다 적발된 것이나 직원과 고객에 대한 무차별 사찰,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창업주 가족의 재산분쟁, 경영진 내부 갈등 등은 성장통에 빠진 이케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비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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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2조1726억원 영업적자 낸 처참한 반기 실적, '권오갑식 개혁'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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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여명의 임원 전원의 사직서 제출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고강도 개혁 조치는 총 2조 원 넘는 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 단초가 됐다.

게다가 중국의 추격 등 조선 산업 미래에 대한 시장 불투명성과 셰일가스 출현으로 인한 해양플랜트 시장침체 등 미래 대응책이 없다는 게 배경이라는 전언이다.

일요일인 12일 오전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울산 본사에서 긴급 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임원 전원에게 사직서를 제출받고, 지원조직 축소 등 조직구조 개편, 한계사업 및 해외법인 정리, 비용 절감, 생산현장 혁신 등의 개혁안을 내놓은 것도 위기의 시급성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중공업, 조선 3사, 반기 적자 2조 1726억원=그룹 조선3사 전 임원 260여명 중 100여명 안팎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진 이번 조치의 시발점은 현대중공업 조선업 계열사의 영업적자가 그 첫 번째 원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반기 영업적자 1조2926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조선업 경기 불황에 더해 해양플랜트부문 수익성 악화와 통상임금 등 충당금 설정으로 지난 2분기에만 1조1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안겨줬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각각 5487억원, 3313억원의 올해 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선3사 올 반기 영업적자 총계는 2조1726억원에 달한다.

실적 악화에 따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11만7500원의 주가를 보였다. 장중 한때 11만6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8일 29만1500원이던 주가가 1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이날 10만7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10만4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52주 신저가..20년 만에 파업 눈앞 위기감 반영=권오갑 사장은 주가흐름을 의식한 듯 12일 본부장 회의에서 "국민들과 국내외 고객, 주주들을 생각해 개혁 청사진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해 달라"며 회의에 참석한 7개 사업본부장에게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하게 결론 맺지 못하는 임단협 역시 이번 결정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달 15일 취임한 뒤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개혁 작업에 착수하려 했다.

하지만 노조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등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으며 20년만의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더 이상 개혁작업을 미룰 경우 더 큰 경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이 취임한 이후 1달 동안 주말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간 직원들과 인사하며 편지 받고, 회사 전반을 두루 살핀 후에 도약을 위한 큰 틀을 설정한 것"이라며 "젊고 열정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 조치 등 '제대로 된 구조개편'이 되려면 조선 산업의 업무성과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조직 축소 및 생산조직 강화 등 이번 구조개편의 핵심을 살린 인사를 하려면 '보은인사'나 '라인 인사'가 아닌 '성과 중심'의 과감한 쇄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우영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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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40대 임원 비율 10% 이하·40대 이상 전무는 '전무'

조직 정체 심각하다는 판단 내린 듯…관료적 조직문화에 '칼날'

현대중공업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의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권오갑식(式) 개혁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서슬퍼런 개혁의 칼날을 겨눈 첫 대상은 방만한 조직이다. 권오갑(63·사진) 현대중공업 사장은 12일 오전 울산 본사에서 긴급 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임원 260여명으로부터 사표를 받겠다고 통보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로 전체 임원 30% 가량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권 사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현대중공업의 전문경영 체제가 정착되면서 방만해진 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뜯어고쳐야 회사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고 있다. 임원진 대거 교체로 시작된 조직개혁이 회사 전체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정체된 조직, 임원진 교체로 활력 넣는다”

현대중공업 안팎에서는 이날 이뤄진 임원진 사표제출 통보가 권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가동한 그룹기획실 경영진단 TF(태스크포스)팀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단 TF팀은 올 2분기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등 회사 영업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고,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됐다. 팀은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있는 동안 최측근이던 조영철 전무(경영지원본부장)와 금석호 상무(인사지원부문장), 송명준 상무(기획부문장)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권 사장이 돌연 임원진 대거 교체 카드를 내놓은 것은 조직이 지나치게 정체됐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임원 약 220명 가운데 40대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16명에 불과하다. 전무급 이상에서 40대는 한명도 없을 뿐더러,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의 평균 연령은 60세에 이른다. 이런 인력 적체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 이후 조선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정체되면서 경영 효율화에 뒤쳐졌다는 평가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표수리가 예상되는 30% 가량의 임원진 대부분 최근의 실적악화에 책임이 있는 고위급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성 회장 시절 회사를 이끌던 고위 임원들이 대거 짐을 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새 조직에 필요한 임원들은 재신임을 통해 중용하고, 임원 인사를 조기에 단행해 능력있는 부장급을 조직 리더로 발탁해 젊고 역동적으로 변모시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료적 조직문화에 ‘메스’

권 사장은 최근의 위기를 회사 조직 문화에서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임원진 교체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 지원조직은 대폭 축소하고 영업과 생산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특히 지원조직에 속해 있는 우수 인력을 대거 현장에 투입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수석 부장 직제를 폐지하고 임원직급을 단순화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조치의 하나로 평가된다.

관료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조직문화에도 메스를 가할 방침이다. 사장 직속으로 제도개선팀을 신설해 젊은 직원들과 사장이 직접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직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행사를 여는 등 사내 소통을 강화한다. 임원들이 매달 말일 회사 각 출입문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경영진의 스킨십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조직문화 개선안은 이미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몸소 실천했던 방안들이다. 권 사장은 당시 매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을 찾아 하루를 보내는 등 현장 중심의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 중역들과 조찬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고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직원들과 함께 ‘경영진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틈틈이 일일 주유원으로 나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권 사장이 취임한 뒤 울산 공장에서 노조원과 출퇴근 인사를 했고, 점심시간 마다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 임원교체,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되나

일각에서는 이번 임원교체가 대대적인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전담하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6년 이상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몸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행보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해외 사업장을 돌아보는 등 최근 부쩍 경영 전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전통적으로 정 전 의원이 정치 일선에 있을 때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다”며 “정치 활동 일선에서 물러난 정 전 의원이 회사 경영을 전반적으로 챙기면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원석 기자 lll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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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권오준 회장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방식' 강조에 따라 지역전문, 특히 중국 PCP 확대…中정부 서부 대개발 정책과 맞물려 충칭 등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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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맞춰 지난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서 포스코와 중국 충칭강철이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건설, 자동차용 냉연도금강판 생산, 바나듐-티타늄 자원종합 이용 등 3건의 합작사업에 대해 전략적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저우홍 충칭강철 부총경리(왼쪽)와 이후근 포스코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중국 지역전문가를 집중 양성한다. 시진핑 정부가 중국 지역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서부 대개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충칭을 비롯한 중국 서부 지역 철강 수요 급증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는 지역전문 PCP(POSCO Certified Professional) 가운데 중국 PCP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 PCP 대상은 현지 체류 3년 이상된 포스코 직원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뽑은 지역전문 PCP 가운데 중국 PCP 비율이 30%에 달하며 앞으로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 외 주요 지역은 인도, 멕시코, 동남아 등이다. 서부 대개발 정책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역 내 고용창출에 기여하게 될 해외업체 공장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포스코도 이중 하나라는 것.

이미 포스코는 충칭강철과 손잡고 33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충칭시에 연산 300만톤(t)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짓고 자동차용 냉연도금강판을 생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지난 7월 체결하는 등 서부 내륙지역의 중심 충칭시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PCP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강조하면서 방점이 실린 제도로, 단독 프로젝트를 맡는 부장급을 뜻한다.

권 회장은 기존 PCP를 3가지 종류로 나눴다. 사무스텝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경영 PCP',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국내외 철강기술을 주도하는 '기술 PCP', 해외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현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지역 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지역전문가 PCP'다.

한편, 포스코의 중국 내 법인 수는 26개에 달한다. 1994년 설립한 해외 첫 가공센터인 POSCO-CTPC, 연산 110만t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인 장가항포항불수강 등으로, 전세계에 있는 포스코의 해외 진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고객사의 요청에 맞게 철강을 자르고 가공해 공급하는 중국 내 철강가공센터만 해도 자동차강판 생산라인인 광동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 등 11개가 있다. 지난해 4월 광동성 불산시에서 준공된 광동CGL로 인해 포스코는 중국 내에서 고급 자동차강판의 생산, 가공, 판매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광동CGL에서는 '아연도금강판'과 아연도금해 고온으로 가열해 강판표면에 철-아연 합금층을 만들어내는 '아연도금합금강판'을 생산한다. 이 강판들은 POSCO-CFPC(광동성), POSCO-CSPC(강소성), POSCO-CCPC(중경시) 등 11개 가공센터가 중국에 진출해있는 도요타, 혼다, 닛산, GM,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사와 중국 현지 자동차사에 판매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산업은 2020년 연간 생산량 38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을 중국 내 현지 조달하는 수량이 늘어나고 중국의 자동차업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판매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같은 성장세를 감안해 포스코는 중국 지역전문가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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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로봇의 인간 대체와 지식노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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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실업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계의 등장이 오래된 일자리를 앗아가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진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이었다. 활판인쇄술이 등장하면서 필경사가 사라지고 다시 컴퓨터 조판기술이 등장하면서 식자공이 사라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내 세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지식은 항상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무인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상이라고 해서 과연 무엇이 다른가? 조지프 슘페터(J. A. 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새 것이 항상 낡은 것의 파괴를 동반하면서 등장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19세기 초반에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Luddite) 운동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흔히 반기술주의의 소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기계의 소유자인 자본가를 향한 노동자의 증오가 표면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19세기에 통용되던 자본가 계급은 거의 사라졌고, 그 자리를 연기금(pension fund)의 기관투자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물론 극소수의 개인 부호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가끔 그들이 자본가 자격으로 사실상 개인 소유의 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형태의 지배 구조 비중은 극히 미미하며,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회화된 펀드(socialized fund)의 소유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 펀드의 투자자는 바로 노동자 자신들이다.

자본가가 지식노동자 고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피터 드러커(P. F. Drucker)가 말한 연기금 사회주의(pension fund socialism)와 같으며, 고전 의미의 자본가 계급이라는 것도 사실상 소멸했다. 소수의 자산가들조차 대부분 더 이상 옛날과 같은 의미의 자본가가 아니며, 여타 노동자들과 똑같이 은행이나 증권사의 투자 상품을 매입하고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뿐이다. 과거의 자본가 자리를 대체한 것은 바로 지식노동자인 전문 경영자들이다. 전문 경영자는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수익률을 안겨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식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자본가가 아니라 바로 지식노동자들 자신이다. 지식이 지식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 기계 도입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이것은 새로운 지식이 낡은 지식을 버리고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고용함을 의미한다. 대신에 정보 처리 시스템, 즉 로봇의 일부분으로 그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지구 상 어디에서 그 누군가가 이 정보 처리 시스템을 개발했을 것이다. 그 역시 사람, 즉 또 다른 지식노동자일 뿐 허공의 귀신이 아니다. 따라서 로봇이 인류의 일자리를 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개발되고 활용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낡은 지식이 헌신짝처럼 폐기되면 그 지식의 보유자는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 낡은 지식노동자는 과거에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서 잉여 경제를 이미 축적해 놓았다. 그는 이 잉여를 각종 연금 또는 저축의 형태로, 펀드 수익의 형태로 돌려받는다. 이는 민간 금융기관 또는 정부를 통해 사회의 저축이 제도화되었기에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과거에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던 시절, 즉 자본이 소수의 개인들에게 독점되어 있던 시절에 육체노동자가 느끼던 위협과 근본부터 다른 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계급 간 갈등이 탄생되리라는 사실이다. 21세기의 갈등은 더 이상 자본가와 육체노동자 사이가 아니라 지식이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서 일어날 것이다. 20세기 후반에는 물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사이의 갈등이 잠시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21세기에는 조금씩 사라지고 ‘좀 더 아는’ 화이트칼라와 ‘덜 아는’ 화이트칼라 사이의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그의 책 ‘미래를 경영하라(Re-imagine)’에서 21세기 화이트칼라의 비극을 강조했다. 20세기 후반에 블루칼라 노동자의 자리를 하나씩 몰아내고 새로운 계층으로 등장한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화이트칼라의 일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소프트웨어는 예전에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게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식의 처리 시스템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와 구사능력을 갖춘 화이트칼라와 그렇지 못한 화이트칼라 사이의 갈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그 책에서 휼렛패커드의 부사장 짐 맥도넬(Jim McDonnell)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식노동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지식재산을 소유하고 실제 노동은 모두 외주로 진행한다.”(미래를 경영하라, 57쪽, 21세기북스, 2005)

사실 앞으로는 ‘고용’ 당하는 지식노동자의 개념도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프리랜서와 인력파견 회사의 등장은 그 서막이다. 특히 인력파견 회사는 미국에서 1990년대에 급성장한 뒤 이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흔히 PEO(Professional Employer Organization)라고 불린다. PEO를 통해 파견된 종업원들은 과연 누구를 고용주라 불러야 할 것인가? 그들이 소속된 인력파견 회사인가 파견되어 일하는 회사인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장소인 기업의 속성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영자는 옛날처럼 종업원에 대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보스가 아니라 일을 계획하고 지식을 배분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것이다.

지식 경제에서 인구 감소는 필연 현상
통계청의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2030년부터 줄어든다. 최근 발표된 2013년 합계 출산율은 1.19%인데 이것은 2011년의 1.24%, 2012년의 1.30%보다 낮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선진국의 인구 감소는 사실상 예정된 미래다. 인구 감소의 본질은 지식 노동의 확산에 따라 인간 번식의 정도가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을 국력의 쇠퇴라든지 인류의 멸종 가능성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다.

육체노동이 지배적이던 시절에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 의식주의 기본 물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따라서 자녀를 충분히 많이 낳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물품이 부족해지면 토머스 맬서스(T. R. Malthus) 식의 전쟁이나 기아와 같은 네거티브 억제책이 자연스럽게 발동하면서 인구가 줄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생산력과 경영기법의 발전으로 인류의 물자 생산과 위생 상태가 비약 개선되면서 그리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일손들은 하나씩 지식노동으로 대체되어 갔다.

정보기술과 기계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을 없애지 않는다. 다만 고된 육체노동이 사라질 뿐이며, 지식을 생산하는 노동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지식노동의 성과가 확산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인간의 새로운 욕구가 연이어 개발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지식노동을 낳는다. 기계가 발전하면서 일이 줄어야 하는데 왜 일이 줄지 않느냐는 푸념이 자주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필요한 지식을 갖춘 사람의 일자리는 유지되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일자리는 사라진다.

지금의 인구 감소는 거대한 전환의 신호
지금의 인구 감소는 하나의 신호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가 쇠퇴한다는 위기의 신호가 아니라 사회가 질 변화를 하고 있다는 신호다. 질 변화를 하는 사회에서는 질로 대응해야 한다. 감소하는 인구는 교육의 질을 더욱 압축해서 개선해야 할 것을 요청하는 하나의 신호다. 이스라엘이 인구가 적다고 해서 약소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화는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후손의 번식 전략을 선택한다. 많은 자녀가 자랑거리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에는 생산 대표 수단이 오직 육체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 가정에 2명 이상의 자녀를 두는 경우가 드물다. 생산 대표 수단이 지식으로 바뀐 지가 이미 오래됐다.

생물학에서 R전략은 되도록 많이 낳고, 그다지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 길러서 살아남을 것만 살아남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K전략은 되도록 적게 낳아서 많은 공을 들여 키우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가 이제 K전략을 따른다. 치열한 지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식을 적게 낳아서 공들여 키우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는 진화의 원리가 자연스럽게 만든 결과다. 이제 지구는 더욱 적은 인구로도 좀 더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조금씩 접어드는 단계에 있다.
글=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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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애플, 10일 아이폰6·아이폰6+ 예판…삼성전자 '비상' 대대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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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4 / 사진제공=삼성전자
대화면 아이폰과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중국 대결이 시작됐다. 애플은 4.7형(인치)보다 5.5형 '아이폰6+'로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이끈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로 방어하고 있다.

애플은 10일 아이폰6와 아이폰6+에 대한 중국 예약판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인기는 단연 5.5형 아이폰6+다. 현재 중국 애플스토어에서 4.7형 아이폰6를 구매하면 대부분 출시일인 17일 받아볼 수 있다. 인기모델인 64GB(기가바이트) 모델의 은색과 골드만 1~2주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아이폰6+ 64GB 모델은 모든 색상의 배송일이 2~3주로 안내되고 있다. 같은 물량을 배정했다면 아이폰6+가 더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 대화면 아이폰의 인기는 출시 이전부터 엿볼 수 있었다. 중국이 아이폰6 시리즈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되면서 밀수가 성행했고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구매의사를 밝힌 예약자는 400만명이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화면 아이폰의 인기로 비상이 걸린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대화면 아이폰보다 먼저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갤럭시노트4의 출시를 서둘러 한국과 동시에 중국에서 갤럭시노트4를 가장 먼저 출시했다.

베이징에서는 체험매장인 '갤럭시 스튜디오'를 사상 최대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초 갤럭시노트4를 처음 공개하는 '삼성 언팩 2014 에피소드2'를 IFA2014가 열리는 독일과 미국 뉴욕 외 베이징에서 개최한 것도 중국 공략을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용심대화'(마음으로 대화하세요)라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은 "용심대화 캠페인을 통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광고 모델도 국내나 미국 등과 다르다"며 현지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가격도 대화면 아이폰보다 경쟁력 있다. 갤럭시노트4의 가격은 5199위안(약 91만원)으로 아이폰6 16GB 5288위안(약 92만원)보다 저렴하다. 비슷한 화면 크기의 아이폰6+가 6088위안(약 10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0위안 가량 저렴한 셈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삼성전자과 애플이 '올인'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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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휴대폰 공급가 OECD 1위"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the300][2014국감]문병호 "단말기 제조사 폭리"]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국 중 1위로 나타났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요금제뿐만 아니라 단말기 공급가 인하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2011~2013 OECD 주요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가트너, 2014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폰 공급가는 2011년 2위(246.40달러), 2012년 2위(235,91달러)였으나, 2013년에는 일본(200.72달러)을 2위로 밀어내고 1위(230.56달러)로 올라섰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일반폰 공급가가 2011년 21위(108.94달러), 2012년 15위(109.94달러), 2013년 18위(107.55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했다.

고가폰 공급가도 우리나라는 2011년 3위(410.98달러), 2012년 3위(492.99달러)를 기록했으나, 2013년 미국(505.38달러)을 제치고 1위(512.24달러)로 올라섰다. 우리 국민들이 일반폰에 이어 고가폰도 OECD 최고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고가폰 공급가가 2011년 1위(456.35달러)였으나, 2012년 7위(453.86달러), 2013년 14위(359.90달러)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우 고가폰 공급가가 2011년 18위(340.34달러)에서 2012년 1위(523.11달러)로 올라섰으나, 2013년 한국(512.24달러)에 이어 2위(505.38달러)를 기록했다.

문병호의원은 "2012년 기준 1인당 GNI(국민총소득) 2만2670달러로 OECD 34개국 중 25위 수준인 우리나라 단말기 공급가가 1위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단말기 공급가에 거품이 많고 단말기 제조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일부 단말기제조사들은 일반폰과 고급폰을 세계 최고가로 공급해 폭리를 취하고 가계통신비 증가를 부채질해왔다"며 "정부는 단말기 공급원가를 공개하고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휴대폰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 문병호 의원, 미래부 자료 제시하며 발표
- "분리공시 등 단말기 공급가 인하 대책 시급하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가계통신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격이 2013년 기준으로 OECD 29개국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요금제뿐 아니라 단말기 공급가 인하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13년 OECD 주요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출처: 미래부)
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Gartner(2014.3), “Forecast: Mobile Phones, Worldwide, 2011-2018, 1Q14 Update” 중 OECD 주요국 발췌.
12일 국회 미방위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2011~2013 OECD 주요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Gartner, 2014.3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폰 공급가는 2011년 2위($246.40), 2012년 2위($235,91)였으나, 2013년에는 일본($200.72)을 2위로 밀어내고 1위($230.56)로 올라섰다.

일반폰 공급가가 높은 일본은 2011년 1위($301.58), 2012년 1위($268.00)를 기록했으나, 2013년에는 우리나라($230.56)에 이어 2위($200.72)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일반폰 공급가가 2011년 21위($108.94), 2012년 15위($109.94), 2013년 18위($107.55)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했다.

고가폰 공급가도 우리나라는 2011년 3위($410.98), 2012년 3위($492.99)를 기록했으나, 2013년에는 미국($505.38)을 제치고 1위($512.24)로 올라섰다. 우리 국민들이 일반폰에 이어 고가폰도 OECD 최고가를 지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고가폰 공급가가 2011년 1위($456.35)였으나, 2012년 7위($453.86), 2013년 14위($359.90)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우 고가폰 공급가가 2011년 18위($340.34)에서 2012년 1위($523.11)로 올라섰으나, 2013년 한국(512.24)에 이어 2위($505.38)를 기록했다.

문병호의원은 “2012년 기준 1인당 GNI(국민총소득) $22,670로 OECD 34개국 중 25위 수준인 우리나라 단말기 공급가가 1위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단말기 공급가에 거품이 많고 단말기 제조사들이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일부 단말기제조사들은 일반폰과 고급폰을 세계 최고가로 공급해 폭리를 취하고 가계통신비 증가를 부채질해왔다”며, “정부는 단말기 공급원가를 공개하고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휴대폰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1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병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3 OECD 주요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일반폰(Basic phone) 공급가는 230.56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아이폰6 미국은 20만원 일본은 공짜 한국은 60만원?
단통법 시행후, 스마트폰 시대 보조금 현실화 목소리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국가별 보조금 제도의 차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의 아이폰6 실구매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최대 60만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더욱 두드러진 국가별 보조금 격차 때문에 스마트폰 시대 보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6 16GB 모델의 출고가는 부가가치세(VAT)를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649달러(약 70만원), 일본에서 6만7천800엔(약 67만원)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이폰6가 출시되지 않아 가격을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애플이 지금까지 후속 제품을 내놓으면서 대개 전작과 같은 가격을 책정해온 것을 고려하면 아이폰6의 출고가도 아이폰5s와 같이 74만원(VAT 포함 가격 81만4천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출고가가 많아야 7만원가량 차이가 나는 아이폰의 실제 구입 가격은 천양지차다.

미국에서는 2년 약정시 아이폰6 구입 가격이 199달러(약 21만원)이고 일본에서는 공짜(신규·번호이동 가입시)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아이폰5s와 같은 보조금을 준다고 가정했을 때 구입 가격이 64만8천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4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갤럭시 노트4의 출고가는 미국에서 825.99달러(약 89만원)로 국내에서 87만원(VAT 포함 가격은 95만7천원)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차이 때문에 실제 구매 가격은 미국에서 299달러(약 32만원)에 불과한 반면 국내에서는 76만원이 된다.

그것도 미국에서는 월 40달러(약 4만원) 이상 요금제에만 가입하면 최대 보조금을 주지만, 국내에서는 실제 납부액 기준 월 7만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문에 스마트폰 보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의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이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시대에 정해진 것으로 스마트폰 시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보조금이 30만원으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전까지 스마트폰 유통 시장이 보조금 상한선을 거의 지키지 않을 정도로 혼탁했던 이유도 보조금 상한선이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방증이다.

시장이 혼탁했던 이유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자 이통사가 먼저 이들을 유치하고자 보조금을 늘린 측면도 있다.

정부는 이런 시장 혼탁을 제재하고자 단통법을 추진했지만, 실제 단통법이 시행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이통사가 가장 이익을 보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 제품 구입을 보류하고, 제조사들은 제품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빙하기'를 겪게 됐다. 판매점들도 일부 문을 닫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5.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진 모양새다.

어느 누리꾼은 기사 댓글을 통해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고 비꼬며 우회적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의 취지는 좋았지만 민간 사업자의 마케팅 수단을 필요 이상으로 규제하는 것으로 가계 통신비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보조금을 현실화하는 등 이통사에게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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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이데일리

- 와이지엔터, 에스엠 보다 시총 1000억 ↑
- 에스엠 "인력관리 리스크 부각" Vs. 와이지 "사업 다각화로 아티스트 의존도 낮춰"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소속 연예인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대장주 자리를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에 내줬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아티스트 의존도’와 관련해 에스엠에 대한 우려는 고조되고 있는 반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엠의 대장주 자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스엠은 지난 10일 전일 대비 14.87% 하락한 3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속사 가수 ‘엑소(EXO)’ 멤버 루한이 에스엠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 연중 최저가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으로 에스엠 시가총액은 644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루 동안 1125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한편 이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시가총액은 7434억원으로 에스엠을 추월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 시총 25위, 에스엠은 32위까지 밀려 순위상으로도 격차가 꽤 벌어졌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시가총액 전쟁은 지난 8월 부터 시작됐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세계 1위 명품 패션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에스엠을 맹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스엠이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하반기 엑소 등 소속가수들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 등을 발판으로 반등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9000억원을 회복, 1위 자리 수성하는 듯 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에스엠 주가는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했고 이달 초 제시카의 소녀시대 팀 탈퇴에 이어 루한의 소송 제기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폭락했다. 결국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 대장주 자리를 빼앗겼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에스엠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 1위자리를 되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엠은 당분간 연이은 소속가수의 이탈에 따른 인력관리 리스크가 부각되며 주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 5월 엑소 중국인 멤버 크리스도 루한과 유사한 소송을 제시한 바 있으며 f(x) 설리도 현재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한 애널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사의 수익원인 아티스드들의 잇단 이탈은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특히 엑소의 경우 에스엠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팀인 만큼 우려감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패션사업 진출로 과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리스크로 작용했던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홍정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신규 사업 진출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제일모직과 공동 설립한 ‘네추럴나인’이 패션브랜드 ‘NONAGON(노나곤)’을 선보였다. 이달 런칭하는 화장품 신사업에 대해서도 와이지엔터의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유통 채널 결합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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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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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발빼는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아르헨 자산 차곡차곡 사들여

"기초체력 튼튼 저가매수 기회" 일부 헤지펀드 투자 유도도

디폴트 야기 벌처펀드 소송서 아르헨 정부 지원사격까지

외환위기의 저승사자인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수렁에 빠진 아르헨티나에 구세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로스는 대규모 투자로 달러 고갈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다른 소형 투자가들의 아르헨티나행을 선도하고 있다. 더구나 디폴트 사태를 야기한 벌처펀드와의 소송에서도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원 사격하며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투자 아이콘 된 소로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 맨해튼을 방문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의 소로스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경제, 에너지 부문 등은 물론 최근 디폴트 사태도 논의했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소로스는 199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 자산을 본격적으로 사들였고 지난해에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만나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로이터는 "페르난데스 정부는 걸핏하면 소로스를 아르헨티나 경제의 미래를 보증하는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로스는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달리 아르헨티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2·4분기에는 아르헨티나 국영 석유회사인 YPF 주식 847만주를 사들여 지분 비중을 기존의 2배인 3.5%로 늘렸다. 시장 가치는 4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소로스는 농업 기업인 다데코아그로 SA의 지분 2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로스는 국제 금융시장의 접근 기회가 거의 막힌 아르헨티나 정부에 최대 홍보거리이다. 금융 전문지인 밸류워크도 "워런 버핏이나 소로스 같은 거물들의 움직임은 일반 투자가들에게 통념을 깨는 혜안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소로스는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 사태 때 채무 재조정을 거부한 벌처 펀드 2곳과 전쟁을 벌이는데도 든든한 우군으로 등장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게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뱅크오브뉴욕(BNY)멜론에 5억3,900만 달러를 예치해 놓았다. 하지만 미 법원이 '채무 재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게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판결하면서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이에 대해 올 8월 소로스 가문이 운영하는 퀀텀 파트너스 등 채권자 4곳은 BNY멜론에 대해 "미국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국 법인을 통해 이자를 지급하라"며 영국에서 소송을 걸었다. 아르헨티나 재벌인 에두아르도 에우르네키안은 블룸버그에 "소로스는 금융 자원과 지식을 갖고 있다"며 "원하기만 하면 소송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년 대선 이전이 매수 기회"= 사실 소로스는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의 외환 시장을 하이에나처럼 공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인물이다.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자리 잡은 것도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공격이 성공하면서부터다. 당시 소로스는 영국이 고정 환율제도인 유럽통화제도(EMS)에 묶여 파운드화가 고평가된 약점을 이용해 1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화를 팔아 치워 10억 달러의 차익을 거뒀다.

또 그는 통화 투기로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가속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유대인 저능아"라며 증오감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지난해에도 일본 엔화, 파운드화와 유로화를 차례차례 공격해 각국 외환 시장을 흔들기도 했다.

이처럼 전형적인 외환 투기꾼인 소로스가 아르헨티나에 베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아르헨티나 기초 체력은 튼튼한 만큼 이번 디폴트 사태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1%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적고 디폴트 사태도 한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0월 대통령 선거 뒤에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전환점을 맞으며 국제 금융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댄 로엡 서드포인트 회장은 올 7월 투자가 서한에서 "석유기업인 YPF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며 "내년 들어설 새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연기금 등이 빠져나오는 와중에도 일부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지펀드인 DE쇼우,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등은 아르헨티나 에너지, 금융, 통신 분야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EPFR에 따르면 올 들어 뮤추얼 펀드와 외환거래 펀드 자금도 아르헨티나 증시에 1억2,400만 달러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아르헨티나 머발(MERVAL) 주가지수는 올 들어 89.3%나 폭등했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가 600억 달러에 불과해 자금이 조금만 빠져도 주가가 추락할 수 있다. 또 페소화 가치가 급락 중이어서 환차손 위험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정정 불안이 최대 아킬레스퓽甄? 지난 1일 후안 카를로스 파브레가 전 중앙은행 총재 사임 이후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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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은 그동안 서울의 주변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지역 내 모든 체계가 서울 중심으로 구축됐다. 앞으로는 서울 중심 체제를 지양해 지역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

유정복 인천시장(57·사진)은 취임 100일을 맞아 앞으로 인천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민행복과 도시 경쟁력 강화에 두겠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시정목표 도달 시기를 임기 만료일인 4년 뒤가 아닌 2050년으로 잡았다.

■인천의 특성, 경쟁력 차별화

유 시장은 "임기가 4년이지만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발전지향점 설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시장은 "발전계획이 미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임기 내 진행하는 모든 정책에 녹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내년 7월 취임 1주년에 즈음해 구체적 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비전 2050 미래 발전 계획'을 수립해 발표키로 했다.

유 시장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인천만의 가치창조를 주장했다. 인천의 특성을 잘 살려나간다면 결국 이것이 인천의 경쟁력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의 역사.전통이 담긴 원도심을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보는 인식 전환을 통해 지역별로 특성화된 맞춤형 도시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또 개항장과 내항, 역세권을 연계한 개발을 추진, 경제.문화적 재생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차이나타운과 월미도 주변은 체험관광지역으로 활성화한다.

교통부문도 이제까지 서울 중심 체계로 구축됐으나 앞으로는 인천만의 독자적인 교통체계를 갖추고 서울과 연계해 나갈 방침이다.

유 시장은 "답보상태인 200여개에 달하는 원도심 개발사업이 정리되지 않고는 시정을 제대로 진행해 나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도시재생 전담 조직과 특별회계를 설치해 단계적.순차적으로 원도심 개발사업을 정리.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재정개혁 강력 추진

유 시장은 인천시가 겪고 있는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의사도 내비쳤다.

지방채 등 적자보전용 재원 없이 정상적 재원 범위 내에서 지출소요를 충당하고 수익자.원인자 부담 등 경제 원리에 입각한 요금현실화 추진과 구조조정.지출효율화.소모성 경비 절감 등으로 확보된 재원을 미래 경제.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사업에 우선 배정키로 했다.

또 인천도시공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임대사업 추진 등 도시공사 본연의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유 시장은 인천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가 될 8대 전략산업을 선정해 육성키로 했다.

8대 전략산업으로 항공(항공정비), 자동차 부품, 로봇, 바이오, 관광, 뷰티, 서비스(물류.의료.교육), 해양(마리나.크루즈) 등을 선정했다.

이 밖에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 인천경제자유구역 규제완화 시범지구 추진, 살고 싶은 녹색환경 도시조성, 글로벌 교육도시로의 도약, 강화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유 시장은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인천이 새롭게 도약하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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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업 경영은 소통의 연속 과정입니다. 경영진이 이끌고 직원이 적극 호응해야 기업은 발전합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소통을 강조하는 경영자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종일 들여다보는 타입은 아니다. 그는 2003년부터 11년째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알 만한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일은 드물다.

김 회장이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직원이 행복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한미글로벌은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유명하다. 임원은 5년, 직원에게는 10년마다 주어지는 2개월 유급 안식휴가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자녀 수에 상관없이 100% 지원하는 학자금 혜택은 특히 다른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 회장이 2010년 펴낸 책('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만 봐도 그가 내부 고객인 직원 만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한미글로벌은 국내 건설사업관리(CM)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낯설다. 그만큼 국내 건설업계가 대형 시공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회장은 "기본적으로 시공사에 공사 전반을 다 맡기는 우리나라 시스템은 후진국형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 먼저 CM업체부터 선정하고 프로젝트 관리를 맡긴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CM이란 건설관리자가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공사 기획ㆍ설계 단계부터 시공관리, 감리,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해 주는 것으로 김 회장은 1996년 '한미파슨스'를 설립해 국내에 처음 CM 개념을 도입했다.

김 회장이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은 후 김 회장은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 제2의 삼풍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해법을 CM에서 찾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장 근무 시절 경험했던 선진 CM 비즈니스를 국내에 도입하면 삼풍백화점처럼 끔찍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회사 창립 당시를 떠올렸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김 회장이 건설업계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73년이다. 41년 동안 한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이자 원로로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은 "우리 해외 사업이 지금 고전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CEO 평가 시스템이 단기 업적 위주, 물량 위주, 수주 금액 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라며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사업은 도처에 리스크가 상존하고 특히 개발사업은 리스크가 많이 따른다"며 "입찰 초기부터 리스크를 정확히 따져보고 관리해야 하는데 많은 건설사들이 잘되는 시나리오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제2 롯데월드 부분 개장 논란과 관련해서는 서울시를 비판했다. 김 회장은 "허가를 내주는 문제는 서울시가 소신 있게 판단해야 하는데 너무 보여주기식 무소신 행정을 펼쳤다"며 "시장이 리더십을 가지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을 너무 오래 끌었다. 롯데로서는 기회 손실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전개된 일련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건축 연한 단축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도시계획을 하든 건물을 짓든 100년 이상 내다보고 하는데 우리는 30~40년 된 아파트를 다 허물고 다시 짓는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며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는데 아차 싶었다. 제2의 삼풍사고가 우려돼 경고하는 목소리를 크게 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한미글로벌은 19돌을 맞는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김 회장은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그는 글로벌 경영과 지속적인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2020년 매출 1조원, 글로벌 톱10 CM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최근 국내 우량 건축 설계업체인 '아이아크'를 인수했다"며 "아이아크의 건설 설계 능력과 한미글로벌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해외 시장 확대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내 CM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용역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총괄 프로젝트 관리 계약이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엑설런트한 직원이 엑설런트한 회사를 만든다. 기업 경영에서 탁월한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는 것은 계속 당면하는 과제"라며 "한미글로벌을 훌륭한 인재들이 찾는 좋은 일터로 만드는 일은 중단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 He is…

△1949년 경남 거창 출생 △1968년 서울사대부고 졸업 △1973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1973년 한샘건축연구소 입사 △1977년 한라건설 입사 △1984년 삼성물산 입사 △1996년 한미파슨스 창업, 대표이사 취임 △2009년 한미글로벌 회장 취임

[문지웅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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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안호덕 기자]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장사가 너무 안 되네요. 추석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경기가 정말 안 좋은가 봐요. 삼성도 반 토막 났다는데…."

동네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저씨의 말이다. 분명 저녁 찬거리를 사는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간인데, 한산하기까지 하다. 지난 봄 개업한 칼국수집은 문 닫는 시간이 늘어나더니 결국 '임대 문의'라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장사꾼들과 손님들이 나누는 인사는 '경기가 안 좋아 큰일이다'라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비단 집 근처의 재래시장만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KBS 뉴스에는 "기대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야, 장사가 안 되어도 적당이 안 되는 게 아니고, 아예 안 돼요"라고 한탄하는 상인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런 분위기는 수치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최근 제주를 제외한 전국 외식업 경영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가운데 9곳이 1년 전보다 경영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극심한 내수 침체로 영세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소비자인 서민은 서민대로 몹시 혹독한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이 왜 삼성 실적을 걱정하고 있는가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다. 재래시장이 문을 닫고 영세업자들이 울상을 짓는 내수시장의 몰락과 서민들이 텅텅 비어버린 주머니 때문에 최소한의 소비 여력마저 잃어버린 것이 오로지 '경기' 탓일까?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7% 감소한 것을 영세자영업자나 서민들이 왜 나서서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경기 침체는 세월호 때문'이라는 괴담이 휩쓸고 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런데 그 자리에 '모든 게 경기 탓이고 삼성조차 힘드니, 너희들은 참고 견뎌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자리를 잡으며 다시 서민들에게 고통과 인내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강요만 있을 뿐, 어떻게 하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또다시 '수출과 성장만이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구할 것'이라는 억지 논리만이 재래시장의 구석, 서민들의 밥상에 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거시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까닭에 성장과 고용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 강력한 구조조정을 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적게 받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주가 급락·엔저 가속화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난 두 차례 경제 위기를 예로 들었다고 한다. 또 증시 등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기업의 실적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이 같은 인식으로 산적한 경제 현안을 풀어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IMF 환란'으로 대변되는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정경유착, 그리고 정권의 무능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와 기업은 국민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구조조정이란 미명 하에 수 만 명이 직장에서 밀려났고, 실업자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국민들이 열심히 참여했던 '금 모으기 운동'은 단죄 대상이 되어야 할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었다.

대기업은 돈잔치', 서민들은 '빚잔치'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2008년 금융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가 불황에 늪에 빠진 상태에서 이명박 정권이 탈출구로 삼은 건 고환율 정책이었다.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은 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수출 대기업에게 사상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이는 위기의 극복이 아니라 위기의 전가였다. 수출 대기업이 환율 차액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사이, 서민들은 고물가에 시름하며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출기업과 대기업은 '돈잔치', 서민들은 '빚잔치'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그래서 틀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린 1997년과 2008년 닥친 경제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환란의 책임자를 단죄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고환율과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시켜 수출 대기업에게 막대한 부를 몰아주었다. 대신 서민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고물가, 내수 침체로 아파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왜곡된 경제 구조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잘 안 된다' 말 또한 틀렸다. 수출 대기업만을 위해 설계한 경제 구조와 저임금→소비부진→내수침체로 이어지는 왜곡된 순환 고리가 상존하는 한, 경기 활성화가 서민들의 살림살이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삼성 등 수출 대기업의 실적 하락은 서민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미 수출 대기업들은 그동안 고환율 저임금 덕에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아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민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경제 위기를 내세워 수출 기업·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한층 강화하려는 박근혜 정권의 움직임이다. 현재 수출 대기업의 부진은 고환율 정책에 기대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기 때문임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또 다시 수출을 위해서 엔저를 거론하고, 대통령과 경제장관이 나서 고환율과 저금리, 높은 주가가 경기회복의 주춧돌인양 강변하고 나서는 모양새는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 정책'만큼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진단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경환 경제팀은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돈을 풀고 물가를 올려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저임금 구조의 해소 없이는 오히려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8일 정부는 '정책자금 5조원 이상을 연내 투입한다'는 긴급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설비투자 펀드 등 기업의 수요가 있는 분야, 디딤돌 대출, 대출 조건 완화 등에 집중되어 있어 여전히 '서민들에게 돈 빌려줘서 경기를 살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부동산의 띄우고, 수출 대기업을 위한 환율 정책을 펴고, 낮은 금리를 유도하는 것은 몸무게를 줄이지 않고 체중계 바늘만 거꾸로 돌리는 어리석은 다이어트나 다름없다. 이제 국민들의 혜안이 필요하다. 수출대기업의 반토막 영업이익을 보고 경제 위기를 점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서민 경제는 1997년 2008년의 경제 위기보다 더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기업이 무너지고 국가의 외환 보유고가 줄어드는 것만 경제 위기라고 할 수 없다. 높은 자살률, 삶의 질 저하, 서민들의 빚만 늘리는 경제구조….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에 경제위기가 찾아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99%가 1%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던 2011년 미국 월가 시위를 기억하는가. 또 다시 우리를 위협하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정부와 경제 당국자만의 몫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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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강성진 전 회장은 1927년 충남 예산 출생. 경성상고를 졸업한 뒤 동아건설에 입사해 경리부장을 지냈다. 58년 동아건설이 인수한 동명증권 상무이사로 증권업에 몸을 담았다. 이후 영화증권을 거쳐 64년부터 83년까지 삼보증권을 경영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대한증권업협회장, B&G증권 명예회장을 지낸 뒤 2013년 은퇴했다.

꼭 증시 투자자가 아니어도 경제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막혀 할 이야기 한 토막.

1964년 3월 27일, 증권거래소는 보유 중이던 한증권(韓證券·한국증권거래소 출자 증권)과 증금주(證金株·증권금융회사 주식)를 매각했다. 거래소 직원들에게 월급 줄 돈이 부족해지자 현금 확보를 위해 취한 조치였다. 주가 하락세를 지켜보던 투자자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거래소에 투자자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일 국교 정상화 회담을 반대하는 대학생들 시위로) 온 나라가 비상사태에 빠져 주가가 연일 떨어지고 있는데 거래소마저 대규모 매물을 내놔 폭락을 부채질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증권거래소 이사장실에 난입해 집기와 기물들을 부숴버렸다. 결국 송대순 당시 증권업협회장이 단상에 올라가 “내가 책임지고 한증권과 증금주를 반대매매하겠다”고 설득했다. 그러고 나서 사상 초유의 ‘증권 야시장(夜市場)’이 열렸다. 야간에 주식시장을 연 것이다. 거래소는 정규시간에 판 주식을 야시장에서 반대매매로 다시 사들였다. 그제야 투자자들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이날 객장 한쪽에서는 37세의 젊은 증권사 경영자가 소동의 전말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달 초 삼보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강성진 사장이다. 그는 64년 삼보증권을 인수한 뒤 19년간 업계 선두를 지키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엔 증권업협회장을 지낸 ‘증권 대부(代父)’이자 한국 증시의 산증인이다.

강 전 회장은 “50년 전, 그러니까 한국 경제가 부흥의 기지개를 막 켜려던 시절엔 증시 운영 경험이 부족하고 제도도 미비해 시장 운영이 이처럼 파행적이었다”며 “그날 나는 증권사 경영자로서 앞으로의 삶이 평탄할 수 없을 것을 예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는 20일 자신이 반세기 동안 겪은 증권가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증권 반세기 강성진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여의도 63빌딩에서 미수(88세)연을 겸해 열리는 출간회는 (사)함께하는 경제 배창모 회장, 명호근 삼보증권 동우회장, 장남 강완구 일동여행사 회장, 차남 강흥구 (사)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사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함께 주관한다.

경제기사 매일 아침 꼼꼼히 챙겨 읽어

중앙SUNDAY는 지난 8일 강 전 회장이 사무실 겸 접견실로 쓰는 서울 도곡동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다. 미수의 강 전 회장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취재진을 맞았다. 테이블 한쪽에는 주요 일간지와 경제신문이 쌓여 있었다. 동석한 차남 강흥구 이사장은 “아버님은 지금도 매일 경제기사를 챙겨 보신다. 단 하루도 주식시세표를 꼼꼼히 훑어 보지 않는 날이 없다”고 귀띔했다.

강 전 회장은 답변이 길어질 땐 잠시 쉬면서 숨을 가다듬으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나열하며 한국 증시 발전사를 풀어놨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60년대 한국 증시는 한마디로 ‘좌판 수준’이었다. 객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휴장했고 증권사들 사이엔 ‘책동전’(주식 시세를 조정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이름의 투기 광풍이 불었다. 서울 증권거래소가 개설된 지 8년이 지난 64년까지도 상장회사는 5개, 시중은행까지 포함해야 모두 15개에 불과했다. 56년 거래소 개설 당시 증권업협회 추천으로 상장된 회사가 16개였으니 ‘주식시장을 통한 산업자금 조달’이라는 증시의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던 때였다. 그나마 순수한 민간기업은 경성방직과 유한양행 등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회사들의 주식은 대부분 정부가 보유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주식 수가 비교적 많고 주식 분산도 제대로 돼 있는 한증권과 증금주에 거래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증금주는 6개월 사이 300배가 오르기도 했다. 한전주와 미창주(米倉株·미곡창고 주식), 해공주(海公株·해운공사 주식)도 갑자기 10배 이상 급등하곤 했다. 오를 땐 탈이 없었지만 주가 급락 땐 투자자들의 시위가 잇따랐고 그럴 때마다 증시는 문을 닫았다. 그는 “주식시장이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하지만 그건 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의 일”이라며 “60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79달러, 65년이 돼서야 105달러를 기록했을 정도니 증권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에는 기본동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삼보증권 1년 만에 업계 1위 돌풍

한국 증시는 70~80년대는 도약기를 맞았다. 68년 1월 ‘자본시장육성법’이 만들어지면서 기업공개가 줄을 이었다. 72년에는 사채 동결 조치라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이 발표됐다. 기업이 안고 있는 모든 사채를 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기업은 신고했으나 사채업자가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돈을 갚지 않아도 됐다. 이때 신고된 사채는 출자전환 시켰는데 그 규모가 3555억원에 달했다. 사채 동결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같은 해 12월 ‘기업공개촉진법’이 이어지면서 발행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강 전 회장은 “증시가 발전하지 않으면 72년 시작될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메시지가 선명했다”며 “증권업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걸 직감하고 당시 경영 5년째 접어들던 삼보증권을 대형 회사로 키울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보증권은 83년 대우그룹 계열사이던 동양증권과 합병(합병 회사는 이후 대우증권이 된다)될 때까지 증권업계에서 각종 ‘최초’ 기록을 잇따라 세웠다. 단순히 거래 규모만 1위였던 게 아니라 최신 경영 기법으로 주목받았다. 72년 증권업계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하고 직원 급여를 두 배로 올렸다. 기획조사부를 처음 만들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시작하는가 하면 전국 지점망을 갖췄다.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미국 경영대학원(MBA) 출신과 공인회계사들을 채용하고 국제부를 신설해 해외 진출 준비도 했다. 국내사 최초로 ‘사무라이 본드’ 국제 공동인수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나가던 삼보증권은 직원이 돈에 손을 대는 ‘창구 사고’가 ‘시재금 부족 사태’로 비화하면서 합병의 운명을 맞게 된다. 당시에는 금융기관의 창구 사고가 빈발하던 시절이어서 삼보증권의 운명을 놓고 ‘정권 기획설(說)’도 나왔다. 강 전 회장은 “앞만 보고 달리면서 내부 단속을 소홀히 했던 내 탓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청춘을 바친 회사여서 지금도 ‘삼보’라는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마구 뛴다”고 했다.

가장 보람된 일은 증안기금 설립

그는 ‘증권 인생’ 가운데 가장 잘한 일로 증시안정기금 설립을 꼽았다. 증시안정기금은 증시가 급락할 경우 이를 막는 데 쓸 공공기금이다. 배경은 이렇다. 89년 3월 31일 사상 처음 종합주가지수 1000을 돌파한 증시가 불과 1년 사이 3분의 2토막이 났다. 3저(금리·환율·유가) 호황을 구가했던 경기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고 있었고 부동산 투기로 시중자금이 온통 아파트 청약과 땅 사재기에 쏠렸다. 기업공개가 잇따르면서 주식시장엔 ‘공급’이 넘쳐났다. 지수가 600 중반대까지 밀리던 90년 3월 말 그는 증권업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증권회사 사장들을 상대로 기금 필요성 설득에 나섰다. 25개 증권사로부터 모두 2조원 출연을 약속받았다. 이어 은행과 보험회사, 주요 상장기업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마침내 4조원의 돈이 모아졌고 5월 4일 세계적으로 사례가 흔치 않은 민간 주도의 증권시장안정기금이 만들어졌다. 당시 주식시장 시가 총액이 90조원이 안 되던 시절, 이 기금은 고비 때마다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한국 증시 역사의 주요 사건을 들은 뒤 남는 궁금증 몇 가지를 물었다. 짧은 답변에도 ‘증시 고수’의 투자 철학, 경제를 보는 안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도 주식 투자를 하시나요.

“90년 증권업협회장에 취임하면서 손을 뗐습니다.”

-개미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습니까.

“주가는 천장 3일, 바닥 100일입니다. 일확천금 기대는 금물이지요. 은행 정기예금이나 채권보다 조금 더 이익이 나는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투자해야 합니다. 여유자금으로 하되 기업실적,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건전성 지표를 따질 실력을 개인도 갖춰야 합니다.”

-요즘 증시는 글로벌 자본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글로벌화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다만 달라진 환경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외국인 투자가 없을 때 만들어 둔 증시 정책으로 외국인들이 30%나 차지한 시장을 다스리는 데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규제 개혁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부의 모든 정책은 ‘절대 하지 말라’가 아니라 ‘뭐든 하되 잘못될 경우엔 페널티를 세게 주겠다’는 방식의 규제라야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합니다.

“증시가 활성화되면 소비도 살아납니다. 증시가 활성화되면 부동산 투자로 옮겨 붙지요. 집도 사고 콘도 회원권도 사는 겁니다. 건설 경기 살리는 데만 관심 둘 게 아니라 증시 활성화가 경기 선순환의 출발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증권시장이 위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인재들이 증시를 떠났어요. 기업 간 합병 같은 큰 딜을 외국 회사들이 도맡고 있어요. 국내 증권사들이 실력도 없고 데이터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현직 증권사 CEO라면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삼보증권 시절 전국 지점망 구축을 내가 선도했어요. 지금은 당시와 반대 상황입니다. 인터넷 시대가 왔어요. 일부 주요 지점만 남기고 과감하게 폐점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력을 영업이든 신상품 개발이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업무로 돌려야 해요.”

-한국 증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증권사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자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각 사가 해야 할 일, 정부에 건의할 내용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해요. 정부도 증시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합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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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4> 망국의 지름길 地代추구

정상가격 초과한 이윤이 地代…뉴욕택시 면허 1만3천개로 제한

면허는 100만弗에 거래되지만 늘어나는 수요 못맞춰 시민은 불편

'지대추구' 막는 제도 만들어 생산적 영역서 활동하게 해야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는 6년간 3600만달러(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2012년 말 입단 계약서에 서명했다.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 선수는 지난해 말 계약기간 7년에 1억3000만달러(약 1380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겼다. 이런 엄청난 ‘몸값’은 이들의 뛰어난 ‘재능’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하며 책정된 ‘시장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류현진이나 추신수 선수처럼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야구선수는 많지 않으므로 이들은 시장평균보다 훨씬 높은 값에 자기 재능을 팔 수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의 수요자들이 이들의 ‘희소성’에 대해 기꺼이 ‘웃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재능), 즉 수량이 한정된 상품의 공급자들은 시장에서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공급 조절이 가능한 독점기업들이 자유경쟁시장의 고만고만한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이윤을 챙기는 까닭이다. 이처럼 자유경쟁시장에서 ‘정상가격’을 훨씬 초과해 남기는 이윤을 ‘지대(地代·rent)’라고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경쟁 상대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남보다 높은 시장점유율과 많은 영업이익이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당사자에게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기업들이 피곤하고 힘든 경쟁을 피하는 방법은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남보다 앞선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다면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칭송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손쉽게 정부의 ‘규제 권한’을 이용해 독점적 지위에 오르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관료나 정치가들에게 음성적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규제를 설정하는 행위를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로비 등의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소비하는 일체의 활동’이 지대추구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정경유착’, ‘정치적 이권추구’ 등의 개념과도 가깝다.

미국 뉴욕시의 택시 규제가 지대추구행위의 대표적 사례다. 뉴욕시는 택시 면허를 1만3000개로 제한했다. 그 결과 신규 진입이 법에 막혀 기존 택시운전자들은 돈을 더 벌지만 뉴욕 시민들은 돈을 더 내면서도 더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뉴욕시 택시 면허는 현재 10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보호받고 있는 지대의 규모를 보여준다. 정부의 규제 탓에 시장에서 공급이 제한되고, 이를 이용해 시장공급자가 기회비용보다 높은 대가를 받는 시장에서는 지대추구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정 자격을 갖춘 이에게만 면허(免許)를 발급하는 경우는 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정해 공급을 제한하게 된다. 따라서 면허를 딴 사람들은 쉽게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다. 택시면허가 그러하며 의사 면허, 변호사 자격 등 정부가 시장 공급을 제한하는 시장은 대부분 그렇다. 물론, 면허는 면허 소지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한다. 이는 경쟁을 제한해 이익을 확보하려는 지대추구 목적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아닌 이익집단이 스스로 공급을 제한하기도 한다. 중세 유럽의 길드(guild·동업자조합)가 대표적인 예다. 중세 유럽 도시의 상인과 수공업자들은 이익단체인 길드를 조직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특권을 지켜나갔다. 야간작업을 금지하기도 하고 제품 가격을 통제하기도 했으며 장인의 지위도 세습화했다.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등 이해당사자그룹이 각자 면허정책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현대판 길드’에 해당된다. 이 경우 이익집단은 당연히 사회후생보다 자기집단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은 지대추구행위를 나타내는 직업으로 분류하기도 하며, 이들의 숫자는 바로 한 사회 지대추구행위의 강도를 나타낸다고 보기도 한다.

한편 부패와 관련한 지대추구행위가 자주 관측되는 영역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 특히 심하다. 성공한 고위 검찰관료는 대부분 퇴직 후 로펌 등으로 이직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다. 이는 최근 법무부 장관이나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이들이 받는 보수의 일정 부분은 정당한 노동과 회사에 대한 기여 및 우수한 자질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검찰조직이나 법조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내부정보 제공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개인이 지대를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극소수의 이타적인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사익을 좇는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눈앞의 이익을 사회나 국가를 위해 포기하고, 대신 불확실한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기업, 단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대를 추구하는 개인이나 조직을 탓하기보다 지대추구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자의적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시장을 개방하면 그만큼 지대추구활동을 벌일 영역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영국 대처 정부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규제 완화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대추구활동이 만연할 수 있는 영역을 축소한 의미도 있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비생산적인 영역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기회를 줄이고, 생산적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권, 정부, 학계, 시민사회의 공동 책임이다.

■ 지대추구이론의 시작

실증적 독점의 폐해, 측정하며 시작돼


지대추구이론은 독점의 폐해를 실증적으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시작됐고,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란 용어는 여성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가 1974년 ‘지대추구사회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크루거는 인도와 터키를 대상으로 보호무역의 비용을 측정했는데, 인도는 보호무역으로 인해 당시 국민총생산(GNP)의 약 7%, 터키는 GNP의 약 15%에 상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독점의 폐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아널드 하버거가 미국 73개 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독점의 후생손실은 미국 GNP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든 털럭은 “독점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독점의 지위를 얻기 위해 사용된 자원은 모두 사회적으로 낭비된 것이며, 그 크기를 다 합치면 독점이윤의 크기와 비슷하다.

더욱이 지대추구행위는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지대를 추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틈새를 헤집고 다니며 지대를 ‘창출’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불법적인 영역에서 일어난다면 부패이고, 합법적이지만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면 ‘지대창출’이라 부른다. 지대창출은 건전한 기업가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독점이윤을 창출하는 과정과 구분된다. 지대창출을 통해 새로 창출된 부(富)는 없고 단지 부의 이전만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해마다 국정감사장에 실질적이고 유효하게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숫자 이상으로 증인들을 다수 출석시키는 행위도 넓은 의미의 지대창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정치권의 영향력을 확인시키고 미래의 (잠재)이익을 확보하자는 고려가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렇게 창출된 지대를 빨대로 음료수 빨아먹듯이 ‘추출’해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는 과정이 ‘지대추출’이다.

이상학<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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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는 전 아시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승승장구하던 아시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이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서슬 퍼런 처방을 따라야만 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단 한 나라, 말레이시아만이 반기를 들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Mahathir Mohamad) 총리는 “서구 투기자본 탓인데 왜 근면한 아시아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느냐”며 정면대결로 나왔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말레이시아 경제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마하티르는 그 여세를 몰아 1999년 가을 총선에서도 승리했다. 20년째 장기집권 중이던 그를 만나기 위해 나는 2000년 3월 총리 집무실을 방문했다.

“서구 대신 일본과 한국을 배우자”

당시 그는 전혀 75세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격무와 삶의 황혼기에서 느껴지는 피로감과 허탈함은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존경하는 아시아 지도자로 중국의 마오쩌둥과 함께 이승만·박정희를 언급했다.

“그들은 권위주의적이었소. 그러나 단언컨대 한국이 처음부터 민주화가 됐다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거요. 늘 지도자가 교체되고 어수선한….”

그는 특히 박정희에게 각별했다. “박 장군은 매우 강한 지도자로 대기업을 일으켜 국부(國富)를 증진시켰습니다. 돈도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지요.”

그는 시종 ‘박 장군(General Park)’이라고 불렀다. 마하티르는 박정희의 경제개발 모델을 많이 차용했다. 81년 총리 취임 후 “일본과 한국을 배우자”는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의 ‘하면 된다(Can Do Spirit)’ 정신을 ‘말레이시아는 할 수 있다(Malaysia Boleh)’로 재생시켰다. 박 대통령처럼 매일 아침 경제관료 회의를 주재하며 선글라스를 끼고 전국 현장을 시찰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과도 친했다. 권위주의적이기는 하나 그들의 열정, 애국심, 고민에 같은 개도국 지도자로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꼈다. 당시 마하티르의 동방정책은 노태우 ‘북방정책’의 단초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두 사람은 비공식으로 만나면 미·일 등 강대국에 대한 비판을 실컷 나누는 사이였다.

95년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 바로 세우기’를 외치며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을 때 마하티르는 매우 상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난 김에 그때 이야기를 슬쩍 물었더니 우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국민의 원성을 들으며 죽을 때까지 권좌를 유지하고 싶은 지도자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은퇴한 뒤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죠. 문제는 퇴임 후 정치보복이요. 알다시피 신생국 지도자들은 손에 ‘흙’을 묻히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 대목에서 그는 책상에 놓인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만약 민주적이진 않지만 힘센 리더가 있다고 합시다. 사람들은 그에게 권력을 포기하고 민주화를 이룩하자고 설득합니다. 이후 막상 민주화가 되자 사람들은 그를 감옥에 넣습니다….”

마하티르는 이날 내게 점잖게 말했다. 그러나 후일담이지만 전·노 구속 당시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자신들의 롤 모델이었던 한국이 벌이는 ‘자기부정(自己否定)’을 매우 위험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후 잘나가던 한국 건설사의 말레이시아 공사 수주는 별 볼 일 없어지고 말았는데 이 역시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있을까 싶다.

22년간의 집권 후 퇴임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한 이슬람 사원에서 금요 기도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마하티르는 존경하는 서구 지도자로 매우 잔인했지만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룬 표트르 대제(1682~1725 재임)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 총리를 꼽았다.

유창한 영어와 냉철한 논리로 서구 비판

57년 독립 당시 말레이시아는 우리보다 잘살았다. 인구는 우리의 절반 정도인데 면적은 세 배나 넓고 천연자원이 풍부했다.

마하티르에게 과거 한국은 ‘희망 없는 나라’였다. 그는 어린 시절 한국을 아주 낙후된 ‘은둔 국가(Hermit Kingdom)’로 배웠고 장성해서는 분단·전쟁·가난과 같은 말로 인식했다. 65년 초선 의원으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서울은 불빛조차 많지 않았고 변변한 산업도 없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조국을 발전시키자”며 벌이는 ‘새마을운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인의 애국심·근면·자조자립·규율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을 방문해서는 입이 쩍 벌어졌다.

81년 총리로 집권하자마자 그는 서구 중심 국가발전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아시아의 일본과 한국을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마하티르의 리더십 아래 말레이시아는 만년 열대 빈국에서 벗어나 약진하기 시작했다.

마하티르는 지난 수백 년간 말레이를 지배한 서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명문 ‘킹 에드워드7세 싱가포르 의대’를 졸업한 그는 영국식 교육에 힘입은 유창한 영어와 비판 논리로 서구의 오만과 독선을 지적했다.

“서구인들은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며 비판적 토론을 옹호하면서도 정작 동양인이 그러면 비난한다.”

상대방의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寸鐵殺人) 언변, 자신의 입장과 이익을 솔직하게 밝히는 태도,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은 90년대 들어 국제무대에서 마하티르를 ‘아시아의 대변인’으로 부상시켰다. 그는 97년 아시아위크(Asiaweek) 선정 ‘아시아 파워 50인’ 중 중국의 장쩌민에 이어 2위로 올랐다.

그러나 바로 그해 아시아에 몰아친 외환위기로 동남아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기 시작했고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졌다. 분노한 마하티르는 “서구 투기 자본의 결과”라며 미국 뉴욕의 ‘큰손’ 조지 소로스를 겨냥해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아시아 각국이 미·영 주도의 IMF의 살인적인 ‘고(高)금리·구조조정’ 처방을 받아들였지만 마하티르는 순순히 굴복하지 않았다. 외과의사 출신답게 원인을 분석해 처방을 얻으려고 했다.

마침내 98년 8월 그는 IMF 처방과 정반대되는 ‘저(低)금리·경기부양·고정환율제’를 골자로 하는 신경제정책을 단행했다. ‘마하티르의 마이 웨이(My Way)’로 명명된 이 조치는 즉각 서구 언론과 금융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국가의 인위적 개입’을 핵심으로 하는 이 조치는 곧 홍콩·대만에서도 차용됐다. 이후 추락하던 동남아 경제는 대반전에 성공, 아시아 외환위기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약속대로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와

외환위기 당시 마하티르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빠졌었다. 그의 후계자인 부총리 안와르 이브라힘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하티르가 연일 미국을 공격하고 미국 언론도 마하티르를 독재자로 비판할 때 안와르는 ‘친미(親美)’ 자세를 취했다.

마하티르 총리(가운데)가 1983년 8월 11일 창원공단의 삼성정밀 공장을 방문, 이건희 삼성그룹 부회장(오른쪽)으로부터 기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98년 5월 이웃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대통령이 IMF 처방을 수용한 데 반발한 폭동으로 32년 권좌에서 물러나자 부총리 안와르 측은 자신들을 ‘개혁세력’, 마하티르를 ‘물러나야 할 구세력’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은 이런 안와르를 ‘말레이시아의 희망’으로 치켜세웠다.

마하티르는 강공을 택했다. 98년 9월 안와르를 부총리에서 해임한 후 동성애와 직권남용,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해 버렸다. 예상대로 서구 언론은 안와르를 피해자, 마하티르는 가해자요 탄압자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경제 회복이 되면서 그의 입지는 다시 공고해졌고, 총선에서도 이겼다. 마하티르는 인터뷰 당시 “이번 총리직이 마지막이며 후계자도 정해졌다”고 공언했다. 약속대로 그는 2003년 10월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총리가 된 후 단 한 번도 선거에서 패하지 않고 무려 22년간 집권한 뒤 건강한 상태에서 자의(自意)에 의해 퇴임한 것은 그가 처음 아닐까 싶다.

경호원 없이 쇼핑 다니는 평온한 말년

최고 통치자로서 마하티르는 여러 얼굴의 소유자다. 국가 발전의 올바른 비전을 갖고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성취시키는 실천력은 박정희를 닮았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상대로 호령하고 뛰어난 국제 감각을 보이는 모습에선 이승만이 연상된다.

정치 초년병 시절에는 ‘독립의 아버지’인 툰쿠 초대 총리와 싸울 정도로 원칙주의자였으나 집권하고서 중도실용의 길을 걸은 것을 보면 김대중이 떠오른다. 그러나 민주주의 신봉자인 김대중과 달리 마하티르는 개발독재를 옹호한다.

그의 철저한 반미 노선은 일견 노무현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노무현이 감정적이고 국제관계에 문외한인 반면 마하티르는 냉철한 프로다.

그의 인생을 한마디로 평하면 평생 ‘마이 웨이’로 살아온 삶이다. 일국의 정치가로서, 최고 권력자로서 맞닥뜨린 수많은 인물과 사건, 상황 속에서 그는 예스(Yes)면 예스, 노(No)면 노였지 에둘러 가지 않았다.

그는 기존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주변에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놀랄 만한 직관력과 솔직함을 무기로 그 누가 뭐래도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런 그를 세상 사람들은 ‘독재자’‘독불장군’‘이단아’라고 불렀지만 그의 판단은 대부분 옳았고 인생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조국은 번영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의 재임 기간(1981~2003) 중 말레이시아는 후진 농업사회에서 세계 17위 무역대국이자 산업국가로 부상했다. 지금도 5% 넘는 고도성장을 하고 있다.

마하티르는 현재 행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구순(九旬)이 다 된 나이에 경호원도 없이 혼자서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고 쇼핑도 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 대부분이 다가와 그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함께 사진 찍기를 부탁한다. 마하티르는 귀찮아 하는 기색 없이 특유의 미소로 그들의 요구에 응한다.

지난해까지 주(駐)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내며 그와 가까이 지냈던 이용준 경기도 국제관계대사는 “국민으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모습이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런 말레이시아인들의 모습은 지금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살벌하게 싸우는 우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마하티르의 삶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마하티르는 이토록 존경받고 평안하게 사는 데 비해 그가 롤 모델로 여긴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왜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의 잘못 때문인가, 마하티르의 착각인가, 아니면 우리들의 편협함 때문인가.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작은 선택에도 늘 망설이고, 할 말도 제대로 못하며, 주위 눈치나 보면서 소심하게 살아가는 범인(凡人)들이 볼 때 마하티르의 ‘마이 웨이’ 성공은 신기하기조차 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런 그를 만들었을까.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외곬이자 결단력이 있다.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확실한 목표와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함영준 조선일보 사회부장·국제부장 등을 역임하고 국민대 겸임교수를 거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저서로 『마흔이 내게 준 선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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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우리의 인내력을 얼마나 시험할 것인가? 우리를 조롱하는 그대의 광기는 얼마나 더 오래 갈 것인가? 그대의 끝없는 뻔뻔스러움은 언제야 끝날 것인가?”

먼 훗날 소와 염소가 풀을 뜯고, 더 먼 훗날엔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들이 정신없이 셀카를 찍고 있을 ‘포로 로마노(Foro Romano)’. 로마의 핵심 중 핵심이다. 기원전 63년에 로마의 집정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는 원로원에서 이렇게 ‘카틸리나 탄핵’을 위한 연설을 시작한다. 루치우스 세르주스 카틸리나(Lucius Sergius Catilina). 그가 누구였던가? 뇌물을 뿌려 로마 집정관이 되려다 실패한 카틸리나는 시민들의 부채 전액 탕감을 공약으로 지지자를 모아 쿠데타를 도모한다. 음모를 간파한 키케로는 네 번에 걸친 원로원에서의 연설을 통해 쿠데타 지지 세력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민주주의의 힘. 공화국의 위대함. 지성의 영향력. 뭐 그런 걸 가르칠 때 늘 단골로 등장하는 얘기다. 물론 멋지다. 하지만 몇 가지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로마 원로원은 민주주의적 의회가 아니었다. 매년 2명씩 뽑히는 새로운 집정관을 돕는 재력가, 유명인, 그리고 과거 관료들로 구성된 자문기관일 뿐이다. ‘세넥스(senex)’, 그러니까 ‘어르신’이란 라틴어 단어에서 만들어진 ‘세나투스’(원로원)는 말 그대로 힘 좀 쓰는 어르신들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아테네에서 시작된 직접 민주제의 영향을 받은 로마 공화정의 진정한 의회는 서민들로 구성된 민회(Concilium Plebis)였다. 민회는 법을 통과시키고 집정관과 원로원의 권력을 통제하며 군을 지휘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민회는 점차 어르신들과의 싸움에서 밀렸고, 급기야 “망해 가는 공화정을 재건하겠다”는 옥타비아누스의 거짓말로 시작한 로마제국 건립 후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직접민주제 대부분 과두정치로 변화

모두 평등하고, 자유롭고, 잘사는 세상. 대부분 사람들이 선호하는 세상일 거다. 적어도 모든 사람이 불평등하고, 자유롭지 않고, 못 사는 세상보다는 낫다. 문제는 ‘모두’ ‘평등’, 그리고 ‘자유’의 정확한 의미에서 시작된다. 우선 ‘모두’의 뜻이 부정확하다. 아테네의 클레이스테네스(Kleisthenes)는 ‘Isonomia’, 그러니까 ‘법(nomos) 앞에 평등(iso)’은 모든 시민이 모든 결정에 참여하고 논의하며 투표할 수 있는 직접 민주제에서만 가능하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당·국회·직업 정치인 없이 랜덤(random, 아무렇게나)으로 선택된 일반 시민들이 행정부를 담당하게 했다.

4년마다 줄 서 기다리다 도장 한 번 찍는 미국·유럽·한국식 민주주의와는 달리 두꺼운 전화번호부에서 무지막지로 이름을 뽑아 장관·차관·대통령을 임명한다는 말이다. 물론 본질적인 문제가 많은 제도다. 아테네의 시민들은 직접민주제 투표를 통해 현명한 지도자 페리클레스(Perikles)를 추방했고 소크라테스를 사형시켰다. 랜덤으로 뽑힌 대부분의 관료들은 무능하고 부패했다. 오늘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위해 미래를 등쳐 먹는, 뭐 그런 전통적인 포퓰리즘의 문제들 말이다.

체사레 마카리(Cesare Maccari)의 1888년 작품, ‘카틸리나를 탄핵하는 키케로’.

더구나 사람들은 당연히 다양하다. 하루 종일 밭에 나가 일해야 하는 농부와 물려받은 재산 덕분에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 말솜씨가 좋은 사람과 말 없는 사람. 공동체의 마당발과 외톨이. 부모 없는 고아와 잘나가는 부모 덕분에 능력 없이도 덩달아 잘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직접민주제는 그렇기에 서서히 돈 많고, 능력 있고, 말 잘하고, 연줄 많은 사람 위주의 통치, 그러니까 과두정치로 변신한다.

포퓰리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통적인 대안은 물론 대의원제다. 투표로 뽑는 대리인들을 통해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시민들의 의견을 현실적인 정책으로 평준화하겠다는 말이다. 랜덤으로 섞인 잡음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신호를 평균화해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는 통계학적 신호처리 방법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신호와 잡음을 정확히 구별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필터(filter)가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필터에 ‘바이어스(bias)’, 그러니까 편견과 성향이 포함돼 있다면? ‘저주파 통과 필터’를 사용하면 오로지 낮은 주파수의 신호만 통과되겠고, ‘고주파 통과 필터’를 쓰면 오직 높은 주파수의 신호들만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국회·의회·하원·상원 의원들은 편견 없는 ‘불편 필터(unbiased filter)’들일까? 물론 아니다. 역시 시간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 바쁜 사람보다 선거에 출마할 확률이 높다. 말 못하는 벙어리는 어느 국회에서도 찾기 어렵고, 하루 종일 비디오게임에 미쳐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오타쿠들이 상원의원으로 뽑힐 리 없다.

독일 화가 조지 그로스. 조국을 위해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했던 그는 패전과 함께 시작된 독일의 첫 민주공화국, 바이마르공화국(Weimarer Republik)에 모든 희망을 건다. 하지만 희망은 곧 실망으로 변했다. 그의 분노는 ‘사회의 기둥’<그림>이란 작품을 탄생시켰다. 형식적으론 완벽한 민주국가 독일. 하지만 결국 그 사회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로스의 작품 속엔 전쟁과 침략만 생각하는 민족주의 파시스트들, 요강을 덮어쓴 언론, 술 취한 성직자, 잔인한 군인들, 머리에 똥만 가득 찬 정치인 등이 등장한다. 정치인의 가슴에 붙인 종이엔 ‘Sozialismus ist Arbeit’, 그러니까 ‘사회주의는 일자리다’라고 적혀 있다.

시민을 노예로 변하게 한 로마의 불평등

민주주의는 자동차도, 기차도, 배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자전거이며 비행기다. 멈추는 순간 넘어지고 추락하는. 직접민주제·대의원제·대통령제 모두 언제든 과두정치와 독재, 무질서와 카오스로 변질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확률적으로 너무나도 불안전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유산적 문제(legacy problem)’와 불평등이겠다. 유산적 문제란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운영체제가 좋은 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법칙) 덕분에 컴퓨터 하드웨어는 지속적으로 빨라지지만 사용자의 경험은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거기다 유닉스(Unix) 운영체제 기반인 리눅스(Linux)나 애플의 OSX보다 언제나 더 불안전하다. 문제는 윈도의 ‘유산적 문제’ 때문이다. 오늘날의 현실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과거 MS-DOS 시절의 코드들을 계속 유지하다 보니 시스템이 불안전해지고 느려지는 것이다.

독일 화가 조지 그로스(George Grosz)의 ‘사회의 기둥’(1926년).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시작된 독일의 첫 민주공화국(바이마르공화국)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담고 있다.

비슷하게 1791년에 제정된 미국 헌법 수정 제2조를 생각해 보자.

“잘 구성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시기는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불과 몇 년 전에 치렀고, 아직 중앙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미지의 땅들로 둘러싸였던 18세기였다. 당시를 가정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법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 문화,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여전히 개인이 돌격 소총을 소유하고 공공장소에서 무기를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난센스다. 전통적인 유산적 문제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유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든 법에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법들의 중요성에 따라 5년, 10년, 100년마다 갱신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무효가 되도록 설계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미래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초(超)대규모 불평등이다. 대부분 평범한 농부들로 구성됐던 로마의 민회는 언제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을까? 훗날 로마제국의 직업군인들과 달리 공화정 시대 군대는 평범한 시민들의 집합체였다. 아내의 남편. 딸·아들의 아버지. 봄에 씨 뿌리고 늦은 가을에 수확하기 전까지 전쟁터에서 돌아와야 하는 농부들. 하지만 고대 로마가 이탈리아를 점령하고 지중해 주변 모든 영토들을 침략하기 시작하자 3개월의 종군은 3년, 10년이 돼 버린다. 병사들의 농가는 황무지로 변한다. 군인들은 굶는 아이들을 위해 돈을 빌려야 한다. 더 이상 빌릴 수 없으면 집과 땅을 판다. 파는 사람이 많으면 헐값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senex’, 돈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로마가 팽창하는 만큼 나라는 부자가 되지만 로마는 더 이상 서민들의 나라가 아니었다. 토론하고 투표하던 자존심 강한 로마인들은 비굴하고 책임감 없는 노예로 변해간다. 로마식 민주주의의 비극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토론하고 투표하며 공동체를 책임졌던 자존심 강한 키케로 시대의 원로원 의원들 역시 점차 황제의 노예로 변해갔다. 드디어 제국의 황제 역시 보이지 않는 신에게 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신의 노예가 돼 버린다. 노예성은 감염성이 있는가보다.

지나친 평등, 국가 간섭도 인간을 노예화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하이에크(Friedrich Hayek)가 저서 『노예의 길(Road to Serfdom)』에서 언급했듯이 지나친 평등, 국가의 개입, 개인성의 무시는 인간을 국가의 노예로 만든다. 하지만 지나친 불평등과 국가의 외면 역시 개인을 강한 자의 노예로 바꿔 버린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주장대로 자본의 이득이 노동의 이득보다 더 빠르게 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장 위협할 불평등의 근원은 따로 있다. 30년, 50년, 100년 후. 기계가 드디어 정보를 이해하고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의 발명도, 혁신도, 노동도 할 필요가 없다. 아니, 아무도 인간의 노동·혁신·발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차피 기계가 더 빨리, 더 완벽하게, 더 저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모든 물건과 서비스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10개의 인공지능 회사들이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구는 무한으로 부자가 되겠지만 99% 이상의 사람들은 직업도, 소득도 없다면? 지구에서 소득세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단 10명뿐이라면? 100년 후의 인공지능 시대에 과연 민주주의가 여전히 존재할지 궁금해진다.

김대식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낸 뒤 2009년 말 KAIST 전기 및 전자과 정교수로 부임했다. 뇌과학·인공지능·물리학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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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목탄을 들고 하얀 도화지 앞에 섰다. 종이에 검은 목탄이 닿는 순간, 먹선이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지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 절벽이 나타나고 정자가 세워지는가 싶더니 거대한 암벽 속에서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2분.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명이 꺼지고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림 속 폭포에서 정말 파란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관객들이 열렬히 박수갈채를 보낸다. 무대 위에서 이런 놀라운 일을 연출해내는 이는 바로 세계 최초로 ‘드로잉쇼’를 만든 김진규(45) 예술감독.

드로잉쇼는 말 그대로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쇼다. 물과 기름이 섞이는 마블링 기법을 이용해 고흐의 해바라기를 그리기도 하고, 캔버스에 찍은 점 하나가 춤추면서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드로잉쇼는 2007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이 1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 일본·중국·호주 등에서 K팝을 잇는 K아트로 주목받고 있다.

무대 올리기까지 10년, 일주일 만에 매진

시작은 농담처럼 가벼웠다. 김진규 감독은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지만 그림에 대한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나만의 예술을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었다. 그 갈증을 이기지 못해 매일 술을 마셨다. 흥이 올라 춤추며 그림을 그리던 그를 보고 친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쇼하고 있네.”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꾼 도화선이 됐다.

“그 말이 귀에 확 꽂혔어요. 정말 쇼를 하면 되겠구나.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겁 없이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안 해본 게 없어요. 입으로 물감을 뿜어내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물감도 엄청 먹어봤고, 그림에 불이 붙는 장면을 만들어 보려다 여러 번 불도 냈죠. 100가지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면 한 개도 못 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는 점점 드로잉쇼에 ‘미쳐’갔다. 한번 연구와 실험에 몰입하면 해가 뜨는지 지는지, 자신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어쩌다 술이 생기면 알코올중독자처럼 마셔댔고 미친 듯이 그림만 그렸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그가 원하는 수준의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가난하던 예술가의 살림은 점점 더 궁핍해졌다. 수순처럼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그를 덮쳤다. 공황장애는 일종의 ‘임사 체험’이었다. 몸이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호흡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끔찍한 공포 그 자체였다. 그의 필살기인 ‘스피드 드로잉’ 역시 잠시라도 공황장애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서 나왔을 정도였다. 결국 보다 못한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가난한 남자와는 살아도 미친 사람과는 못 살겠다며.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정말 죽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이다. 그 직전 그는 온몸을 울리는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의 메시지를 들었단다. 다행히 어둠의 끝에서 그는 실낱같은 빛을 발견했다. 눈을 떴을 땐 떠났던 가족들이 옆에서 울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이후, 그의 인생은 많이 변했다.

“어느 날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는데 제가 실실 웃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살아 있어서 숨 쉬는 게 너무 고마운 거죠. 제일 중요한 건데 왜 한 번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그 뒤부터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며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진규 감독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김미경 대표의 집필실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빛으로 그림을 그려보이고 있다. [사진작가 김도형]

그렇게 드로잉쇼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년. 2006년 대학로에서 드로잉쇼를 처음 공연했을 때 찾아온 관객은 딱 4명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부터 입소문을 타더니 ‘전석 매진’의 기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김진규 감독은 수십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는 CEO이자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됐다. 모든 것을 걸었던 그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드로잉쇼는 그의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개그맨을 꿈꿨을 정도로 그는 ‘끼’가 넘치는 사람이다.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무용수처럼 몸을 쓸 줄 알며 배우 같은 연기력도 갖췄다. 작업실에만 묻어두기가 아까울 정도로 원하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재능이 탁월하다. 이 모든 것은 이미 그 안에 이미 잠재돼 있던 재료들이다. 그러나 내 안에 있다 할지라도 그걸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골라 쓸 것인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그 답을 찾으려면 자신을 깊게 끝까지 보는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숨 막히는 슬럼프의 심연을 오랜 시간 헤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드로잉쇼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과정’이다.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는 무대 뒤에서 드로잉쇼를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포함된다. 배우나 창작자가 매 순간을 즐기고 살아가야 관객들에게 그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배우들의 연습시간은 일종의 ‘미술치료’ 시간이 되기도 한다. 놀랍게도 드로잉쇼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미술 전공자들이 아닌 일반 배우들이다. 그런데 이 쇼에 합류하면 몇 달 만에 멋진 그림을 척척 그려낸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줄 뿐이죠. ‘우리 모두는 원래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겁니다. 그러면 한두 달 만에 기가 막힌 표현들이 나와요. 배우마다 어떤 색깔과 표현이 그림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줄 지도 고민합니다. 그런 식으로 내면의 막혔던 부분이 풀리니까 저절로 멋진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이죠.”

간절히 원했던 길, 시간 지날수록 행복

그의 쇼에 치유 받는 것은 배우들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도쿄에서 공연하는데 한 회장님이 그림을 꼭 사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본래 그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그림을 찢어버리곤 했다. 그림을 소유하는 순간 가슴 속 감동이 사라져 버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진규 감독은 회장을 만나 미완성인 그림을 사려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 미완성 그림이 바로 제 인생입니다. 이 나이가 되어 돌이켜 보니 인생이란 당신의 그림처럼 한 점에서 시작해 찰나로 끝나더군요. 저 그림이 꼭 나와 같아 위로를 주니 제게 그 그림을 줄 수 없겠습니까?”

그 얘기를 듣는데 그림을 내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단다. 오히려 자신의 그림에 위로받았다는 그분께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몇 년 후 돌아가신 그분은 바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드로잉쇼가 현란한 ‘그림 테크닉’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이 된 것은 무대에 그의 인생 전체를 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사람이 이유 없이 잘나갈 때는 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갈 때가 많다. 훈풍이 너무 밀어줘서 물어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10년간 발목을 잡히면서도 그 길을 기어이 갔다면 그 길은 진정한 내 길이 맞다. 한 걸음씩 푹푹 빠질 때마다 내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대답했을 것이므로. 이런 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하다. 나이 오십에 이 길이 맞나를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뱃속 든든한 게 없기 때문이다. 힘겨웠던 세월만큼 깊게 물든 이 남자의 미소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가보다.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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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키쇼어 마부바니(68)는 아시아 출신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이 큰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서양 매체들은 그에게 ‘아시아의 토인비’ ‘동양적 윤리를 설파하는 막스 베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마부바니는 1984~89년, 98~2004년 모두 10여 년에 걸쳐 주유엔 싱가포르대사를 지냈다.

싱가포르의 정치·경제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외교 및 국제적인 위상은 마부바니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99년 『Can Asians Think?』라는 책에서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아시아의 가치를 우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그가 원장으로 있는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스쿨(공공정책대학원)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아시아의 상황을 곡해하는 앵글로색슨 미디어의 포로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우선 홍콩 시위에 대해서 안 물어볼 수가 없다.

“홍콩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발언을 원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 사람들은 중국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 정부는 700만 홍콩 인구보다 13억 중국 인구의 이익을 앞세워야 한다. 시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홍콩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보다 중국이 갑자기 선거 방식을 바꾸려는 것 아닌가.

“영국과 서방세계는 매우 기만적이다. 자기들은 홍콩에 민주적 자유를 주려고 생각한 적조차 없으면서 이제 와선 중국에 자유를 보장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내 말을 그대로 인용하라. 영국은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독약(poison pill)을 집어넣었다. 홍콩과 중국 사이에 민주화라는 갈등 요소를 만들어놨다는 얘기다. 홍콩이 왜 영국 땅이 됐나. 1842년에 영국은 중국이 아편을 사지 않는다며 전쟁을 일으켜 홍콩을 강제 합병해 버렸다. 그 후 150년간 홍콩을 수탈하고 권위적으로 지배했다. 그런데 당연히 중국의 영토인 홍콩을 반환하면서는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서방세계의 이중 잣대다. 중국·홍콩뿐 아니라 아시아인 모두가 이런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언제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까.

“자꾸 민주, 민주 하는데 국제 뉴스를 접하면서 앵글로색슨 미디어의 포로가 돼선 안 된다. 그들은 아시아에 대해 곡해된 세계관을 주입하고 있다. 중국은 언젠가 민주국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를 주목했다. 하루아침에 민주주의로 바꾸자 러시아 경제가 무너져 벨기에보다 경제 규모가 더 작아졌다. 급작스러운 개혁은 재앙을 불러온다는 교훈을 줬다. 중국의 국정 운영은 굉장히 성공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80년에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25%, 중국은 2.2%였다. 하지만 중국의 비중은 곧 미국보다 높아질 걸로 예상된다. 이건 정말 놀라운 역사적 전환이다. 중국인들은 완벽한 정치적 자유를 얻지는 못했지만 지난 35년 동안 많은 개인적 자유를 얻었다. 생활수준도 높아졌다. 매년 1억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한국 인구의 두 배 아닌가. 서방 언론은 중국의 이런 측면을 애써 외면하고 권위주의 정권이라고만 강조한다.”

-북한도 중국과 같은 변화가 가능할까.

“중국의 변화는 북한에 ‘국민 개개인에게 자유를 줘도 권력을 계속 가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베트남도 예전 공산당 정권이 건재하지만 개혁·개방에 성공했다. 북한 경제가 중국·베트남처럼 성장하면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적인 변화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 북한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적 도발은 있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큰 군사적 갈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다른 점은 개인 숭배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점이다.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극단적으로 통제된 사회를 개혁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덩샤오핑 개혁 이전의 중국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문화대혁명을 거쳤다. 수많은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유린당했고 굶어 죽기까지 했다. 중국이 그걸 견뎌내고 고속 성장을 이룬 것처럼 북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펴낸 책 『The Great Conver gence(위대한 통합)』에서 세계인의 가치가 이념 대신 ‘중산층의 삶’으로 모아져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 보인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현재 국가 간 전쟁으로 죽는 사람 수가 최저다. 이라크·시리아 등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 2010년 아시아의 중산층은 5억 명이었다. 불과 6년 뒤인 2020년엔 그 3.5배쯤인 17억5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2030년엔 49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영위하게 된다. 경이롭지 않은가. 나는 그 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의 역사에 대해 포괄적인 분석을 해보려고 했다.”

-당신 글 때문에 백악관에서 화를 낸 적도 있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베이징에 갔을 무렵 내가 뉴스위크에 글을 썼다. 미·중 관계에서 미국은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만 있고, 중국은 장기 전략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미국의 친구로서 그런 조언 겸 주장을 했다. 세상엔 무비판적인 애인과 사랑스러운 비판자가 있는데 나는 후자다. 그런데 나와 개인적으로도 아는 제프리 베이더 당시 백악관 안보특보가 전화를 걸어 화를 냈다. 틈만 나면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이 내가 비판적 견해를 내놓자 닥치라고 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일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근대화를 이뤄 서양 국가와 대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 명확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크나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일본은 자꾸 역사를 번복하면서 스스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북한·중국·일본·몽골을 한데 묶는 ‘동북아시아 국가연합’을 주도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속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적인 지역 연합체다. 67년 출범할 땐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간의 분쟁이 있었고,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의 연방에서 탈퇴하는 등 갈등이 컸다. 서로 의심하는 5개국이 연합체를 만들었는데 그로부터 50년 후 의심이 사라지고 회원국도 늘었다. 동북아에선 한국만이 이 같은 평화와 번영의 연합체를 주도할 명분과 역량이 있다.”

싱가포르=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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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북한군 총격의 흔적 10일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군이 쏜 14.5㎜ 고사총 실탄이 군부대 위병소 앞에 떨어져 보도블록이 파인 가운데 11일 오전 현장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오른쪽 분필 표시는 실탄이 떨어져 있던 자리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남북 간 대화 동력은 계속 살려나갈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할 예정이라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11일 전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11일로 38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정은의 권력체제엔 이상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통준위에서 시국 상황을 감안해 무게 있는 발언을 할 것”이라며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이나 연천 총격 등의 도발엔 단호히 대처해 안보를 든든히 하겠다는 원칙을 먼저 강조하고, 이어 남북 대화 무드는 계속 유지해 2차 고위급회담의 동력을 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 권력 실세 3명이 인천을 방문해 2차 고위급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한 지 사흘 만에 북한 함정이 NLL을 침범하고, 또 사흘 뒤(10일)엔 경기도 연천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하는 등 북측의 엇갈리는 행보에 대해 가용 정보망을 총동원해 분석해 왔다. 그 결과 김정은 체제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1일 우리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와 관련해 “2차 고위급 접촉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비난한 데 대해서도 “공식 문건이 아닌 개인 필명 차원에서 작성된 글인 만큼 고위급 대화 합의를 뒤집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풀이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남북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예정대로 10월 말~11월 초에 일자를 골라 북한에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등 민간단체들은 11일에도 연천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시도했으나 북한의 도발을 우려한 주민들이 가로막자 오전 11시쯤 경기도 포천시 산정호수 인근에서 전단을 담은 풍선 1개만 날리고 귀가했다.

김정은의 신병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거나, 김정은 권력 체제에 이상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실세 3인의 전격 방남이나 NLL 침범, 연천 총격은 모두 김정은의 재가를 받아 행해진 조치임이 분명하며 이는 그의 권력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준다”는 것이다. 이어 “김정은이 걸렸다는 통풍은 금방 낫는 병이 아닌 데다 앓는 와중에 군사훈련 참관 등 무리한 행보를 계속하다 발목을 접질리자 외국 의사들을 여럿 불러들여 수술을 받은 만큼 입원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 의사들은 대부분 돌아갔지만 11일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온 의사 1명이 북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김정은은 그에게서 추가 치료를 받으면서 병상에서 집무를 보고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과 일부 미국 전직 관리들이 “김정은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 “여동생 김여정이 한시적으로 북한을 대리 통치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미국 언론이나 전직 관리들은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 능력이 깊지 않고 성향이 대부분 보수적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미국 백악관도 10일 “북한 쿠데타와 관련한 루머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권력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에선 11일에도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음악회 참석 이래 38일 연속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열린 당 창건 기념 전국도 대항 군중체육대회 폐막식에 최용해 비서 등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사실을 보도하며 북한이 평온한 상황임을 부각했다. 그러나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제목에 김정은의 이름이 3일 연속 전혀 언급되지 않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13일 통준위 회의를 마치고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릴 제10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 차 출국한다.

중앙SUNDAY



북한 김정은의 장기 부재를 노동당 기관지이자 북한 매체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가진 노동신문은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와 중앙SUNDAY는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9월 4일부터 10월 11일까지 38일치 노동신문을 살펴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김정은에 대한 언급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했다. 1950~80년대 미국 정보기관이 철의 장막에 싸인 소련의 최고지도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모스크바 관영매체인 프라우다나 타스 통신 기사를 한 자 한 자 분석하며 행간을 추적했던 ‘크렘리놀러지’(Kremlinology)의 북한판인 셈이다.

분석 결과 김정은의 장기 부재는 노동신문 지면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38일 동안 신문 1면 제목에 ‘김정은’이 언급되지 않은 날이 16일에 달했다. 아예 노동신문 전체 6면에 걸쳐 제목에서 김정은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적도 7일이나 된다. 이 가운데 10월 5~7일은 연속으로 ‘김정은’이 사라졌다.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김정은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기간은 4일뿐이었다.

지면의 절반을 채울 만큼 큰 사이즈로 게재돼 온 김정은 사진도 9월 3일 모란봉악단 음악회 관람 모습을 게재한 4일자 이후로 37일간 사라졌다. 대신 그가 국내외에 서한·선물을 보냈거나 외국 고위 인사들로부터 축전을 받은 소식은 1면에 집중 소개됐다. 과거엔 주로 2∼4면에 실렸던 내용이다. 활자로라도 김정은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뒷면에 싣던 편지·선물 기사 1면에 등장

10월 10일은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 69주년으로 김일성(4월 15일)과 김정일(2월 16일) 생일 및 공화국 창건일(9월 9일)과 더불어 북한의 4대 국경일의 하나다. 노동신문은 이날을 기념하는 사설을 1면에 실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 정면에 크게 실렸다. 지난해 판박이다. 지난해 신문을 그대로 내보낸 듯하다. 하지만 2면은 다르다. 지난해 2면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창건 68돌에 즈음하여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으시었다’란 제목과 함께 하단에 김정은이 주요 인사를 이끌고 참배하러 걸어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반면 올해 노동신문 2면엔 김정은 대신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전 모습들만 화보로 메워져 있다.

김정은의 ‘실종’은 11일자에도 이어진다. 신문은 전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전했지만 김정은에 대해선 ‘꽃바구니를 보냈다’고만 언급했다. 김정은이 참배하지 않았음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창건일 전날인 9일자 보도도 흥미롭다. 1면 왼쪽 상단에 해외 축전 소식을 소개했다. ‘팔레스티나 국가’(북한에서 팔레스타인을 일컫는 명칭) 대통령과 주 평양 외교단이 김정은에게 꽃바구니와 축하 편지를 보낸 사실을 연달아 보도했다. 지난해 이와 유사한 기사는 2면에 실렸던 만큼 비중이 높아진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꽃바구니 댕기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 각하의 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글발이 씌어져 있었다”라는 말미 대목이다. 두 기사에 동시에 적시돼 있다. 지난해엔 없었던 내용이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공공연히 퍼져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문구를 썼다는 점, 1면 톱기사로 예년에 비해 비중 있게 보도한 점 등은 김정은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의식해 ‘외국 요인들의 김정은 건강 기원’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장기 잠행 때는 사진은 게재

10월 8일은 3년 전 숨진 김정일이 당 비서에 추대된 지 17주년 기념일이다. 노동신문은 1면에 김정일의 업적을 칭송하는 사설을 실었고, 2면엔 관련 중앙보고대회를 게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날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활동상을 전면에 부각했다. 1면과 2면에 걸쳐 김정은이 국가과학원 중앙버섯연구소를 방문하는 모습을 실었다. 김정일 관련 기사는 3면에 배치했다. 김정은이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신문이 왜 ‘살아있는 권력’을 우선해온 지난해까지의 편집 스타일을 뒤집었는지는 의문이다.

노동신문이 평상시 같으면 김정은이 다뤄질 게 분명한 지면에 김일성·김정일 관련 기사를 싣는 현상은 지난달 초순부터 여러 군데에서 발견됐다.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백두혈통’을 강조해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 사진이 37일간 한 번도 실리지 않았다는 점도 과거 김정일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김정일도 2008년 8월 15일부터 10월 5일까지 50여일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노동신문은 8월 25일과 9월 9일 김정일의 과거 활동 사진을 소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노동신문 1면을 주로 장식한 건 김정은 현지 지도 사진이었다. 김정은이 노동자나 주민을 격려하고 화통하게 웃는 모습이 12회 실렸다. 올해 그 자리를 대체한 게 김정은이 편지나 선물을 보냈다는 기사다. ‘서신 통치’인 셈이다. “‘고산과수농장’에 보내신 선물”(9월 5일), “고 김남오 영전에 화환을 보내시였다”(9월 12일) 등이다. 9월 20일자엔 초급 일꾼대회 참가자들이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도 1면에 실렸다. 과거라면 2면 이후에 실릴 기사들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노동신문이 ‘외국 인사들이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 ‘김정은이 국내외에 서한이나 선물을 보냈다’는 기사를 1면에 집중적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김정은의 장기 공백과 관련한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9월 16일자와 10월 1일자 1면에 ‘김정은이 노작을 출판했다’는 기사가 실린 건 그의 신변에 큰 이상이 없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며 “김정은의 활동은 노동신문이 조작해서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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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부재가 장기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공연에 참석한 이후 40일 가까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동당 창건 69주년인 10월 10일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도 걸렀다. 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건강 이상설이 유력한 가운데 쿠데타설, 여동생 김여정의 대리 통치설 등도 떠돌고 있다.

이어 북한 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경고사격,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한 사격으로 긴장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정은이 정권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향후 남북한 대화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와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을 만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다.

-김정은이 38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고유환=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병명이나 치료 기간이 문제다. 유고라든지 치명적 상태라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 김정은의 가장 큰 적은 아마도 자기 자신일 것이다.

▶김광진=발이 아픈 것은 확실하다. 외부적인 타박이나 충격 등 부상을 통한 것이 아니고 고도비만이나 지병으로 인한 증상이다. 문제는 아픈 정도와 치료 경과다. 황병서 등 고위급 3인방을 남쪽에 내려보낸 것은 김정은만이 결심할 수 있는 일이다. 통치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당 창건 기념일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김광진=아픈 몸이라 육체적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당연히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김정은은 자신의 왕성한 활동을 실시간으로 북한 주민과 외부세계에 알려 왔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그가 아프지 않았다면 당연히 나왔어야 할 행사다.

▶고유환=당 창건 기념일이라고 항상 최고지도자가 참석한 건 아니다. 전례에 비춰보면 ‘꺾어지는 해(5 또는 0으로 끝나는 해)’ 등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해인 경우 대체로 나온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고유환=김정일은 북·미 간 긴장 국면 때 삼지연 지하벙커에 머물면서 장기간 은둔할 때도 있었다. 김정일은 자주 그랬다. 그때마다 여러 가지 설이 나돌았다.

▶김광진=김정일은 1994년 7월 20일 김일성 영결식에 등장한 후 87일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적이 있었다. 2008년 8월에도 50여 일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뇌졸중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초췌한 모습이라도 자신의 건재한 모습을 꼭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대중에 나타났다. 한번은 김일성종합대 수영장에 발을 질질 끌고 나온 적도 있었다.

-김정은 부재 시 정권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

▶고유환=김정은 체제는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6~2007년 후계 과정을 준비하면서 그를 떠받치는 그룹을 이미 양성했다. 김정일 사후 그들이 바로 권력을 장악하고 김정은을 옹립해서 북한 체제를 움직이고 있다. 상층부 최고위직은 새로운 통치 엘리트 위에 있는 인물들이다. 40대 중후반 인사들이 실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더라.

▶김광진=여동생인 김여정 대리 통치설이 나돌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고유환=대리 통치설은 김정은이 모든 것을 혼자 하고 있다는 관점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 외부세계에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당의 부부장급이랄까 새롭게 부각되는 인물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북한 체제는 최고지도자 뜻에 따라 움직인다. 황병서 등 군·대남·당의 책임자를 남쪽에 내려보냈다는 것은 남북한 관계 복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극적인 반전을 통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거꾸로 보면 그 일꾼들이 “우리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2월 고위급회담에서 상호비방 중지가 약속됐는데 그 이후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당시 협상 담당자들이 최고지도자는 물론 신진 엘리트들로부터 책임 추궁을 받는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 69주년인 10일 학생들이 평양대극장 광장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김정은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37일째인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화=뉴시스]

-쿠데타설은 근거 없는 것이라 보나.

▶고유환=그래서 고모부인 장성택을 정리한 게 아닌가. 누구라도 대들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거다. 북한 권력 내부의 쿠데타나 반란보다는 이익 갈등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 장성택이 최종적으로 정리되는 것도 권력 갈등과 이익 갈등이 결합된 문제였다. 북한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라 하지만 국가자본주의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누가 이권 부서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권력이 그쪽으로 쏠리게 돼 있다. 내부의 쿠데타도 새 세력이 기득권 이익집단을 흡수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지금은 그런 힘을 가진 세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 사회 내에서의 신흥 시장세력이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전단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거나 붕괴시킨다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체제 결속을 강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김광진=쿠데타나 감금, 이런 것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이 정상적인 통치 행위를 하고 있다.

- 그래도 김정은의 부재가 장기화되면 북한에 동요가 일어날 수 있을 텐데.

▶김광진=당연히 그렇다. 김정일 때도 봐 왔지만 최고지도자 수뇌부의 공개활동은 북한 통치, 그리고 나아가 외부세계에 주는 메시지 의미가 대단히 크다. 김정은이 혹시 병이 악화돼 부재가 장기화하면 그 파장이 엄청 클 것이라 본다.

▶고유환=우리 사회는 북한 지도자의 건강 변수를 급변사태로 연결해 보는 관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김정일 뇌졸중 이후 급변사태론이 부각됐다. 김정일이 죽으면 북한도 붕괴될 거라 봤고, 거기서 기다리는 전략이 나온 거다. 그런데 지금 다시 김정은 때문에 다시 건강 변수가 나올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면 시간을 다 놓친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김광진=북한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끝까지 해결하려 할 것이다. 경비정을 NLL 남쪽으로 내려보내는 것이나 대북 전단 풍선에 사격을 가하는 행위는 우리의 뜻을 떠보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은 굴곡이 심하다.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그가 이를 어떻게 반복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하지 않던 행동도 많이 하고 있다. 새로운 도발이 있을 수도 있다.

▶고유환=NLL을 의제화하기 위한 도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풍선 사격의 경우 북한이 그동안 수차례나 원점타격 경고를 해온 점을 미뤄 본다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이를 고위급회담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어떻게 수습하느냐다. 간단치 않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서도 서로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광진=큰 틀에서 보면 지금은 남북관계의 전환점이다. 판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이 해달라는 대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대북 전단을 날리지 말고 최고 존엄을 모독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도 포함시킬 것이다. 하지만 쉽게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유환=접점을 찾기 어려워지면 각자 주권국가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1년6개월을 지나면서도 남북관계 복원이 되지 않고 있다. 신뢰는 꾸준히 쌓아나가야 하는 것인데 한번 틀어지면 다시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복원이 어렵다면 상당 기간 두 개의 국가로 갈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 분기점인 것은 분명하다. 북도 분기점이라고 보고 대반전을 꾀하기 위해 온 거다. 박근혜 정부는 곧 임기 3년차에 접어든다. 내년 3~4월에 또 한·미 군사훈련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내년 2월 사이에 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어렵다.

▶김광진=북한은 수령 절대주의 국가여서 수령 권위와 타협하지 않으면 어렵다. 타협 안 하면 대화란 있을 수 없다. 김씨 왕조와 정치적으로 타협하느냐 마느냐가 본질적인 문제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광진=북한의 요구는 대북 전단 하나만이 아니다.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거다. 우리가 이것을 한꺼번에 다 수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우리가 수용한다 해도 북한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까.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지금 전략이나 행태를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고유환=우리 정부도 대북 인식을 정리해야 한다. 북한을 국가보안법상으로는 반국가단체로 보고, 남북 기본합의상으로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본다.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두 개의 주권국가라는 관점도 있다. 지금 대북 전단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는 거다. 적어도 대화하고 관계를 설정하려면 우리 내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북한과의 관계 복원 의지가 있으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지금이 중대 기로인데 어떤 방향성을 잡느냐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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