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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영정보(9/13)

구봉88 2014. 9. 14. 23:11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4- 497호,   2014.  9.   13.)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엔저 공습… EU 돈 푸는데… 韓銀, 금리 동결

  2.글로벌 超저금리시대 '高위험 투자' 열풍

  3.테러 공포에 휩싸인 미국…오바마의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4.[Focus] D의 공포가 몰려온다

  5.“재정난 해결” 정공법 설득않고… 슬그머니 稅부담 늘려

  6.창조경제혁신센터 연내 5곳 추가 개설

  7.[커버스토리 H] 그린벨트의 역사

 

기업경영

  1.[人사이드 人터뷰] 외교관 그만두고 우동집 창업, 신상목 기리야마 본진 대표

  2.샤오미, 온라인 금융 진출…'P2P 금융업체' 증자 참여

  3.터치 한 번에 ‘결제 끝’… 스마트폰, 지갑 대체할까

  4.年30억명 타는 민항기… 시작은 파일럿 1명에 승객 1명

  5.바뀌는 관료사회 "퇴직후 갈데도 없는데…승진 반갑지 않아"

  6.하드웨어도 커스터마이징

  7.[커버스토리] ‘천만 영화’ 빛과 그늘

  8.나도 혹시 '노모포비아'

  9.[IT 거장들의 IT기기 교육법]

  10.‘분쟁 광물, 노동 착취, 환경 오염 싫어요’ 착한 스마트폰

  11.“창사 이래 최대 위기 닥쳤다” 직원들 패닉

  12.패자부활 사다리 끊긴 사회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한국 '창조적 생산성' 아시아 2위"< ADB>

  2.어려운 방정식 자고 나니 풀리는 까닭은

  3.<美 공습확대> '이라크군·시리아반군 무장'에 회의론

  4.“2050년 인류 평균수명 120세로 늘어”

  5.美 'IS격퇴' 전략에 러시아 反旗…'新냉전' 치닫나

  6."유럽기업, 러 석유탐사 금지"

  7.3勸·3禁·3行 적극 실천 무서운 치매 예방하세요

  8.[세계 경제사] 거품 꺼진 시장에 긴축 펼친 Fed…'최악의 재앙' 불렀다

  9.[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9 to 5 근무시간 고집한다면 당신의 회사엔 미래가 없다”

  10.[책 속으로] 부자에게 징벌세를 ? 소득 양극화 해결될까

  11.[맞짱 토론] 기초생활보장 수급 기준, 중위소득으로 바꿔야 하나

  12.곤혹스러운 정의화… ‘국회 정상화’ 중재 실패, 여당선 결단 압박

  13.분단 60년…자유시장 지킨 한국의 경제력, 계획경제 北의 38배

  14.하루 만에 꺾인 진보·보수 ‘양날개 카드’… 새정치, 폭풍 속으로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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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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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연속 인하에는 부담 느낀 듯

카드 사용 늘었지만 추석 효과…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는 감소

가계부채 늘어날 우려 있지만 엔저 대응하려면 금리 내려야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던 한국은행이 이번 달에는 동결(연 2.25%)을 선택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 회복세가 굉장히 미약한 상황"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바랐던 모습이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는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한은은 2001년 IT 버블 붕괴 시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기준금리를 연이어 내린 적이 없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의 영향 등으로 위축되었던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었으나, 경제 주체들의 부진한 심리는 뚜렷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최 부총리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금리 인하의 효과 등을 좀 더 지켜본 뒤에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미약한 경제 회복세, 추가 처방 필요할 듯

최 부총리가 '미약하다'고 평가한 경제 회복세는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나타난다. 8월 신용카드 사용 실적은 전년 같은 달보다 8.6% 올라, 지난 1월(9.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꺾였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예전보다 빨랐던 추석 때문에 소비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구재 소비 등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전년보다 4.8% 감소했고, 휘발유 판매량 역시 6.2% 줄어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 회복세가 아직 공고하지 못해 내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도 회복세가 더디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59만4000명 늘었다. 그러나 8월에 늘어난 일자리 중 73%가 50대 이상의 일자리였고, 늘어난 일자리 중 68%는 주당 36시간 미만 일자리였다.

한은, 연내 추가 인하 카드 뽑아들까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바라고 있고, 한은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추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는 것이 걱정거리지만, 환율 등 대외적인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엔저(低)가 가속화되는 것이 고민거리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0원 안팎을 기록하면서 2008년 8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보다, 엔화의 가치가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엔저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중이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가 낮아져 엔저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전반을 보고 결정해야지 환율만 보고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면서도 "대외 환경이 가져올 리스크(위험)에 대해 예의주시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4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05%로 낮추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노골적인 유로화 약세에 나선 것도 한은이 잠자코 있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최근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10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역대 최저인 연 2.00%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냈다.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지난 8월에 "한은이 10월에 0.25%포인트 인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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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커버스토리 - 글로벌 超저금리시대 '高위험 투자' 열풍

사하라 이남 國債 사상최대

美 50년이상 채권 60% 급증


[ 박성완 기자 ] 글로벌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이 아프리카 국채와 만기 50~100년짜리 초장기 채권에 몰리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올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채에 투자된 금액은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각국의 국채 발행액도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가나 세네갈 케냐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국채 발행액은 올 들어 69억달러로 지난해 총발행액(63억달러)을 넘어섰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 발행액도 122억달러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프리카 채권에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채 수익률은 연 6~8%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B등급대이고, 공공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지만 투자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만기 50년 이상 초장기 채권을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올 들어 미국에서 발행된 만기 50년 이상 초장기 회사채 규모는 전년보다 60% 급증한 143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 초장기채는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연기금 등 장기로 돈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의 선호도가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만기 50년 이상 회사채의 올해 수익률은 9.2%로, 만기 10년 이하 회사채 수익률(3.1%)의 세 배에 달한다.

투기 등급 채권인 정크본드도 인기다. 미국시장에선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지난 7월 잠시 순매도를 보였으나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다시 돌아왔다. 이달 들어 미국에서 발행된 정크본드 규모는 175억달러에 달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커버 스토리

高수익 목마른 투자자, 年 6~8% 금리 阿채권에 100억달러 넘게 몰려

IMF "거품 과도" 경고, 금리 인상 땐 충격 우려…"허니문 더 간다" 주장도


[ 김보라 기자 ]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례없는 초저금리 상태가 6년간 이어지면서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몰려 있는’ 아프리카로 향했다. 아프리카 채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 6~8%대 금리를 챙겨줬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것도 투자자들이 기꺼이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발행규모 122억달러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아프리카 국채 발행 규모는 122억달러에 달했다.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케냐는 지난 6월 사상 처음 10년 만기 국채 발행을 통해 20억달러를 조달했다. 케냐 국채 발행에는 모집액의 4배에 달하는 80억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가나, 세네갈, 케냐, 코트디부아르,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올 들어 국채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프리카 국채 발행 규모는 2000년 10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

진국 초저금리 여파로 투자자가 몰리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를 채무조정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각국은 그동안 해외에서 원조를 받거나 만기 3년 이내의 단기국채 발행을 통해 빈곤층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나 공무원 임금 인상 등에 필요한 재정을 충당해 왔다.

FT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도 투자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세네갈 정부는 국채 발행 전 투자 설명회에서 기존 국채 상환과 사회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트디부아르도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 투자에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씨티그룹 채권담당 니콜라스 사마라는 “최근 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보다는 돈이 실제 어디에 쓰이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아프리카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도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결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인 세네갈은 지난 7월 10년 만기 국채 5억달러어치를 금리 연 6.25%에 팔았다. 2011년 5월 세네갈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9.125%였다.

거품 붕괴 VS 시기상조

아프리카 채권 투자가 급증하면서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혼란)’ 현상이 아프리카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발언을 하자 신흥국 외환시장과 증시는 큰 혼란을 빚었다. 특히나 수익률이 높은 아프리카 국채들의 타격이 심각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단기 전망은 낙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 전망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투자 쏠림 현상에 대해 “아프리카 경제의 기념비적 변혁이 기대되지만 낮은 원자재 가격과 10여년간의 과도한 성장으로 축적된 문제점들이 아프리카를 짓누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지나치며 아프리카 채권 투자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반론도 있다. 스탠더드그룹의 스테판 베일리 스미스 아프리카 전략분석가는 “가나 정부가 구제금융 신청을 언급했지만 1주일 뒤 국채 발행 때 예상액의 6배에 달하는 투자자가 몰렸다”며 “정부 부채 급증으로 글로벌 저금리에 따른 ‘아프리카 허니문’이 끝나간다는 지적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한국경제



커버 스토리 - 초장기 채권 인기

연기금·보험사 등 수요 늘어

高위험 정크본드도 잘 나가


[ 김은정 기자 ] 투자자들은 만기가 긴 채권과 신용등급이 낮은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에도 몰리고 있다. 투자 위험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엔 드물던 만기 50년 이상 초장기 채권이 잇따라 발행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기 전에 최대한 초저금리 혜택을 누리면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각국 정부 및 기업들의 의도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싶어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1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에서 발행된 만기 30년 이상 초장기 채권 규모는 1425억달러(약 148조2000억원)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했다. 이 중 미국에서 발행된 만기 50년 이상인 채권만 143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0% 급증한 수치다.

한 예로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은 11일 비영리 의료회사로는 처음으로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 4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4.85%였다. 현재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3.27% 수준이다.

지난 7월에는 워싱턴DC 상하수도국이 100년 만기 채권 발행으로 3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맥도날드, 캐터필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도 올 들어 만기 30년 이상 채권을 발행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초장기 채권발행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3월 영국 파운드화 표시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은 자국 통화로 표시된 초장기채 발행에 성공했다.

통상 채권 만기가 길면 투자원금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엔 대형 연기금과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초장기 채권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투자자를 찾기가 수월해졌다.

고위험·고수익이 특징인 정크본드의 인기도 초저금리 영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발행된 정크본드 규모는 2480억달러다.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의 3460억달러에 이미 근접해졌다. 이달에 발행됐거나 발행이 예정된 정크본드만 175억달러 규모다. 여기엔 2008년 이후 매년 적자를 보인 AK스틸홀딩스와, 골드만삭스가 줄곧 유동성 위기를 경고한 JC페니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정크본드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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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 김보라 기자 ]

“오바마의 오만한 외교정책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칼은 계속 너희들을 공격할 것이다.”

‘9·11 테러’ 13주년을 맞아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지난달 19일 이후 지금까지 미국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 250여명의 포로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영상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이슬람 외교 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9·11의 주범인 알카에다도 미국을 겨냥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시사하면서 미국 내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테러단체 간 통신이 급증한 점,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미국 국적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증가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결성된 지 10년도 채 안 된 IS가 ‘약탈 경제’를 기반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테러조직이 됐다”며 “과거와 전혀 다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탈+오일 머니 ‘막강한 경제력’

IS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2004년 알카에다로부터 충성을 맹세하고 창립한 테러 조직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 등 레반트 전 지역의 영토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테러단체들이 소굴에서 낡은 소총 하나만 들고 싸웠다면 IS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테러 단체가 됐다. 이들은 사람, 돈, 군수품 등을 모두 갖추고 첨단화된 조직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S는 약탈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이라크 정부는 부인했지만, IS가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한 뒤 은행에서 4억2500만달러(약 4320억원)를 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시리아 동북부 라카, 이라크 북부 모술 등의 기업과 농가를 상대로 정기적으로 조공을 받고 있다. 기독교 등 현지 소수 종파에 속한 이들에게서 대중교통 이용료, 통행세, 보호세 등의 명분으로도 돈을 갈취한다.

IS는 시리아에서 8개의 가스와 석유 매장 지역을 장악하면서 힘을 키웠다. 이들은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상인들이나 신생 정유공장 등에 원유를 팔고 있다. 이라크 북부 정유시설에서만 하루 200만달러(약 20억4500만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곡식과 고대 유물 등도 밀거래한다.

인질의 몸값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IS가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이 지금까지 4000만파운드(약 674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IS는 최근 납치한 미국 여성의 몸값으로 660만달러(약 67억원)를 요구했다. 이슬람 부호와 지지자들이 보내는 후원금도 IS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글러스 올리번트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라크 담당은 “IS에 외부 후원은 보너스에 불과하다”며 “독립적인 금융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자금줄을 끊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대원 수혈 … 생화학 무기 준비

미국 ABC방송은 IS를 두고 ‘믿을 수 없는 전투력을 갖춘 조직’이라고 묘사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군사기지를 손에 넣으면서 정부군보다 더 많은 전투 장비를 보유했다. 전 대원이 M16 소총을 3세트씩 갖추고 있으며 미국산 험비, 곡사포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IS가 옛 소련제 T-55탱크 30대와 T-72탱크 10여대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IS는 재래식 무기를 넘어 생화학 무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 북부에서 확보한 IS 대원의 노트북에서 선페스트균을 이용한 생화학 무기 제조법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IS의 활동 대원 수를 1만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라크 전문가들은 그 수가 곧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리아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IS에 들어간 신입대원만 6300명에 달한다. IS는 조직원에게 지역 평균 임금의 세 배에 달하는 월평균 400~5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7개 언어로 영상 살포 … 하이브리드 전쟁

IS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폭격에 대항하는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으로 서방 세계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선전전, 정보전, 대리전, 사이버 공격 등이 뒤섞인 전쟁을 일컫는다. IS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7개 언어로 된 각종 메시지와 전투사진 등을 실시간 배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대테러 커뮤니케이션 전략센터(CSCC)’를 주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IS보다 한발씩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전쟁 패턴을 제대로 좇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억지력을 발휘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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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 김유미/마지혜 기자 ]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려면 적어도 6%대의 경상성장률은 유지해야 합니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상성장률 6%’가 최경환 경제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와 배당소득세 인하 등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3종 세트’와 규제 완화 및 각종 경제활성화 정책이 모두 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총집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2012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1%대의 저물가가 투자와 소비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경제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성장목표 ‘실질성장률’→‘경상성장률’ 이동

정책 당국자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뜻하는 실질성장률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명목 GDP 증가율)’ 지표를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정책운용 목표로 경상성장률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성장률’을 주로 써왔다.

최 부총리는 최근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내수 부진과 세수 부족 등을 우려하며 “4% 실질성장률과 2% 중반의 물가상승률을 더해 경상성장률이 6%는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을 3.7%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경상성장률이 6%대가 되려면 물가상승률이 2% 중반은 돼야 한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에 그친다. 올해 실질성장률 3.7%를 달성할 때 경상성장률은 5.3%(1.6%포인트+3.7%포인트) 정도다.

저물가는 세금 수입에도 ‘악재’

물론 물가를 단기에,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다. 최 부총리가 경상성장률 지표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저물가가 심각한 내수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다시 2%대로 올려 놓으려면 투자 소비 등 총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저물가가 경제심리를 낮추고 이것이 다시 투자와 수요를 부진에 빠지게 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시각은 물가 조절 당국인 한국은행과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한은은 최근 저물가가 수요 위축보다는 원·달러 환율 및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과 같은 공급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때문에 한국 경제가 저물가의 병리적 현상인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윤면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저물가를 예측한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미루면 디플레가 되는데 아직 이 같은 징후는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같은 진단에 정색하면서까지 반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투자 및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경우 경제가 디플레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한다.

정부가 경상성장률을 강조하는 또 다른 배경은 세수 부족이다. 세금은 물량이 아니라 가격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물가가 낮을수록 세수 확대에 불리하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세수가 3조원 감소한다고 추산한다.

한국 경제 구조개혁 필요

경상성장률의 부활이 한국 상황만은 아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선진국에선 통화정책 목표로 경상성장률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2010년 즈음부터 나왔다”고 소개했다. 대다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목표를 두는데,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가 계속되자 목표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물가와 성장률을 아우르는 경상성장률을 새 목표로 두면 디플레 위기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완화 정책을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경상성장률 6%를 달성하려면 물가만 끌어올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4%대 실질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현재 3%대인 잠재성장률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러려면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인플레이션율이 0% 이하(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이면 디플레이션이라고 일컫는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위험한 현상으로 간주한다. 과거 세계 대공황 등이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의해 초래된다. 소비자나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상품의 재고가 급증하면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이면서 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질 수 있다.

김유미/마지혜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일본보다 심각한 低물가…한국은행 중기 목표치도 밑돌아

한국은행이 중기 목표(2013~2015년)로 삼는 물가상승률은 연 2.5~3.5%. 하지만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6월부터 줄곧 그 하단을 밑돌았다. 적정 물가 수준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다.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1.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보다 크게 낮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일본의 물가상승률에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물가가 낮다보니 경상성장률도 2011년(5.3%) 2012년(3.4%)2013년(3.7%) 내내 6%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를 현실에 맞게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저출산과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인 저물가 요인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은 안에서도 2016년부터 적용될 새 물가 목표를 지금보다 낮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는 2%, 신흥국은 5~6%인데 한국은 그 중간쯤에서 낮아지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담도 있다. 일반인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2%대 후반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기대인플레는 2%대 초반이다. 한은 관계자는 “1970~1980년대 경제성장기에 물가 급등을 겪은 서민들은 ‘인플레 트라우마’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안정 과제가 뒤로 물러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국내 물가는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구제역이나 태풍, 가뭄 등 공급 요인 역시 언제든지 물가를 흔들 수 있는 변수이다.

 

  뉴스1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4.9.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최경환 부총리,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만찬 간담회 개최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역대 경제수장들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회 구조적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저녁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만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부총리를 비롯해 사공일·정영의·이용만·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 이승윤 전 경제기획원 부총리, 홍재형 전 재정경제원장, 강경식·임창열 전 부총리,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진념·전윤철·김진표·이헌재 전 부총리,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만수·윤증현·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 전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강경식 전 부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경제를 푸는 것 자체가 경제만으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단기적 대책도 중요하지만 구조적 대책도 꾸준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윤 전 부총리는 "한국경제 현실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진단을 했고 처방도 비교적 훌륭했다. 과거 (최 부총리의) 원내대표 경험을 살려 야당을 접촉하고 국민을 상대로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윤철 전 부총리는 "세월호 사퇴 이후 관피아 문제가 언급돼 공직자의 좌절감이 크다. 이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에게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와 역대 부총리·장관들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 및 조언 △국회·언론 등과의 소통 강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 △세종청사 시대의 직원 업무효율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역대 경제수장들은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주체의 심리가 살아나고 있으며 부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높아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차분히 경제 현상을 진단하고 처방한다면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평가다.

 

역대 부총리·장관들은 최 부총리에게 국회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규제개혁의 경우 주무부처에만 맡겨둬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밖에 참석자들은 기재부가 세종청사로 이전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 상황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앞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적극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대 경제수장들 “최경환 부총리, 단기대책보다 구조적 대책 내놔야”

역대 경제수장들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전직 경제수장들은 한국사회가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청년취업 문제 등의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을 최 부총리에게 전했다.

최 부총리는 12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획재정부 전신인 경제기획원,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의 전직 부총리와 장관 18명과 함께 만찬간담회를 가졌다. 최 부총리가 향후 경제 정책 방향과 운영에 대해 전직 경제수장으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다.

IMF 구제금융 직전 경제수장이었던 강경식 전 부총리는 “경제를 푸는 것 자체가 경제만으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제 이외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는 발전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있다”고 말했다. 강 전 부총리는 “교육 때문에 소비가 줄어드는 문제를 풀고, (일자리)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청년취업 문제 등도 구조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단기적 대책도 중요하지만 정권 초기에 이런 구조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 경제수장을 지낸 전윤철 전 부총리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규제개혁실무단을 만들어서 전체적인 안을 만들고 속전속결 원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60~70년대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며 “21세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90년대 초 부총리를 역임한 이승윤 전 부총리는 “최 부총리가 여당 원내대표였을 때의 실력을 발휘해 야당과 더 자주 접촉하고 국민을 설득해 얻고자 하는 정책 성과를 이루길 바란다”며 “최경환 경제팀이 실패하면 그 다음 팀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경향신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중에서는 ‘(정치)경제부총리’로 불린다. 관이면 관, 국회면 국회, 재계면 재계, 거칠 것 없이 휘젓고 다니면서 사실상 국정 현안을 챙기고 있다. 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6년 전에도 꼭 그랬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강만수 전 장관이다. 강 전 장관은 부총리도 아니었지만 당시 총리의 ‘포스’를 압도했다. 강만수 장관은 알아도 당시 총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 부총리는 그런 강 전 장관보다 더 세다.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한 3선 의원이어서 국회에서도 꿀리지 않는다.

최 부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이 한국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이라며 연신 채찍질을 해댄다. 임명된 지 두 달도 안돼 수많은 규제 완화 정책들이 쏟아졌다. 그런 그에게서 듣기 어려운 말이 있다. 정책의 부작용이다.

최 부총리는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온통 장밋빛 일색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카지노를 비롯, 7대 서비스산업 규제를 완화하면 15조원의 투자유치 효과와 1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2006년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자. 카지노, 경마 등 5대 사행산업은 한 해 20만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이 산업을 이용한 사람들로 인해 발생되는 실업자 수가 21만3000명으로 더 많다. 사행산업이 확산되면 생산성이 하락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근로의욕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부는 외국인만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부산과 인천은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를 언급한 상태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400억원의 투자가 발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로 훼손될 환경비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참고로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각종 의료규제를 완화하면 3년 뒤 외국인 환자 150만명 유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도에 설립을 신청한 투자개방형 산얼병원이 어떤 병원인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2만개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는 거론하지 않았다.

모든 정책에는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외부효과란 정책 시행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일들이다. 규제 완화에 따른 외부효과는 부정적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이 된다. 정부는 국비 300억원만 들어가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여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그런 정부가 수조원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를 허용하면서 비용분석을 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사회적 비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최 부총리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진 탓일 수 있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케이블카는 헬기로 설치작업을 하기 때문에 환경파괴 위험이 없다”고 말했고, “호텔하고 학교랑, 애들 학습권이랑 무슨 상관이냐”고도 했다.

사회적 비용은 일종의 리스크다. 리스크는 애써 눈감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서서히 축적되다가 어느 날 터져버린다. 수익성과 효율성만 추구하던 세월호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의 카드와 부동산 규제 완화 폭탄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터졌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저축은행 사태로 터졌다. 최 부총리는 차기 총선을 위해 1년6개월 뒤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가 남긴 규제 완화 폭탄은 누군가의 손에서 터질 수 있다. 최 부총리가 외면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특별법이 아니라 세월호가 남긴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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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커지는 증세 논란] 복지는 느는데 조세부담률 낮아… 소득세 등 구조손질 필요한 시점에 담뱃값 등 편법 쓰고 “사실상 증세”… 사회적 합의커녕 정부 신뢰 추락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기는 어렵다.’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같은 명분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슬그머니 증세(增稅)’를 선호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세제의 큰 틀을 고치는 작업이 품이 많이 드는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조세 저항을 줄이고 손쉽게 세금을 걷는 선택이 역대 정권에서 반복됨에 따라 세금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가랑비에 옷 젖듯 세금을 늘려가는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금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2006년에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뒤 국민 동의에 따라 증세를 추진하는 정공법을 포기하고 손쉬운 세수 확대 방안에 집착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학원비, 아파트 관리비 등에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과세 기반을 확대하고 소득세 면제자 비중을 대폭 늘리는 한편 주세(酒稅)의 세율을 높이는 조세개혁을 추진했다.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나중에는 학원비 중에서 자동차운전학원 무도학원에는 부가세를 부과하고 어학원 등 이른바 ‘대중적 학원’에는 부가세를 면제해줬다.

2006년 조세개혁 추진 당시 기재부 소비세제과장이던 문창용 세제실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당시 주세율 인상 방침에 대한 반발이 거세 아직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날 “현 상황에서 정공법식 증세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이고 세수 부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판단이 섰을 때 소득세 면세자를 대폭 줄이고 부가세 세율을 올리는 방향의 증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으로 아직은 이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개혁을 늦출 시간이 많지 않다고 우려한다. 당장 정부는 내년에 30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부채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9개 선진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 이르는 동안 연평균 국가부채 증가율을 한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증가율은 7.4%로 프랑스(16.0%)와 미국(8.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증세는 건드리지 않고 국채를 찍어 돈을 조달한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부터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고 대규모 적자재정을 펴기로 했기 때문에 세금을 더 걷지 않고서는 세수 부족 현상이 만성화될 수밖에 없다.

재정 전문가들은 특정 계층에 세금이 몰리지 않도록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핵심 세제인 소득세 재산세 부가세 체계를 중장기적 시각에서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이 얼마나 나쁘고, 어떤 항목에서 얼마만큼 증세가 필요한지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한 뒤 적정 조세부담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기자 
 

한겨레

[한겨레] 2014 지방세제 개편안 뜯어보니
일률과세 ‘인두세’ 중심 증세
소득세·재산세·법인세 등
부자·기업 대상 세제는 손 안대
카지노 레저세 신설 무산
호텔·병원 등 감세 축소도 의문
“수요 6조원…5천억 증세론 턱없어”


정부가 담뱃값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세수를 늘려 정부의 재정지출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세 대상이 대부분 서민인 반면, 대기업이나 부자들에 대한 증세 계획은 담고 있지 않아,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양극화만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증세 없다던 정부, 서민에게만 증세 12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향’의 핵심 내용은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인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정책의 주요 대상이 서민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도 마찬가지다.

주민세처럼 소득이나 신분 등에 관계없이 성인이 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인두세를 늘리게 되면 조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세금이 똑같이 올라도 부자와 서민 간에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두세 중심의 증세안을 담고 있는 이번 정부 정책에 따른 부담은 서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 증세’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카지노 매출액의 10%를 세금으로 매기는 레저세 신설 등도 부처 간 협의과정에서 빠졌다. 또 안행부는 관광호텔·대형병원의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줄여주는 지방세 감면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개편안에 함께 담았으면서도 “이해관계자들 반발이 거세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내용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세수 증대 효과는 카지노 레저세 신설은 연간 1200억원, 지방세 감면 비율 축소의 경우 1조(안행부가 제시한 목표)~3조원(올해 시효가 끝나는 감면액 기준)으로 주민세·담뱃값 등(5000억원)에 비해 훨씬 크다.

담뱃값 및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에 대해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정 당국인 기재부가 담뱃값 인상 등을 증세라고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증세는 없다”던 정부가 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돌아가는 증세안을 내놓은 셈이다.

■ 복지재원 충당에는 턱없이 부족 안행부는 “20년 동안 손대지 않았던 주민세 등 지방세를 현실화한다”는 명목을 대면서도 “자치단체 스스로 복지·안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분을 충당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은 재정자립도가 평균 44%(올해 기준) 수준에 머무를 정도로 취약하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초연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시행된 중앙정부의 정책(국가사무)도 소요 예산의 30%를 지방정부가 분담하고 있다며 100%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취약한 재정건전성 문제 해결과 복지 확대에 따른 시민들의 책임 분담이란 측면에서 이번 지방세 개편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소득세나 재산세, 법인세 등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증대 등 근본적인 조세체계 개편은 외면한 채 서민들의 부담만 늘리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김홍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서 늘어난 지방재정 수요가 6조원 정도라 세수 5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앙 재원을 지방에 이양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들은 카지노 레저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민세

일정한 지역에 살며 독립적인 생계를 영위하는 사람(세대주)과 그 지역에 사무소·사업소 등을 둔 법인에 대해 매기는 세금. 담세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두세 성격을 띤다. 조선시대 군포에서 유래했으며, 1961년 세제개혁 때 폐지됐다가 1973년 다시 신설됐다. 안전행정부는 “최소한의 자치 경비를 부담하기 위해 주민들이 내는 회비적 성격의 조세”라고 설명한다.
중앙일보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증세(세금 인상) 카드’가 하나 둘씩 슬그머니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2조8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기로 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안전행정부가 12일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과 감면 혜택 축소를 통해 1조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기로 한 것이다.

집권하기 전부터 “증세는 없다”고 공언해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기조 변화다. 2008년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복지 혜택이 대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방 정부들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복지 증세’ 조치가 나온 것이다. 선심성 복지 혜택이 결국 세금고지서로 돌아오는 형국이어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현실로 닥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나라 살림 형편과 복지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중앙과 지방의 방만한 재정 운용 실태에 대해 마른 수건을 다시 짜듯 대수술을 하고, 과도한 복지 혜택에 대한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동시에 솔직하게 증세 필요성을 천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등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안행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15일 입법예고에 들어가는 ‘지방세제 개편 방향’에는 주민세·자동차세·지역자원시설세·재산세 인상, 지방세 감면율(23%)을 국세 수준(14.3%)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10~20년간 묶여 있던 세금을 더 걷고 세제 감면 혜택은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군·구에 따라 ‘1만원 이하’를 받아 올해 전국 평균이 4620원인 주민세를 앞으로는 하한선을 정해 내년부터는 ‘7000원 이상~2만원 이내’, 2016년부터는 ‘1만원 이상~2만원 이내’로 인상된다. 주민세 인상 조치는 1999년 이후 15년 만이다.

법인에 징수하는 주민세도 내년부터 대폭 오른다. 그동안 기업의 자본금이 아무리 많아도 5단계로 구분해 연간 최대 50만원만 거뒀으나 앞으로는 9단계로 구분해 최고 528만원까지 받는다.

91년 이후 동결돼온 영업용 승용차, 고속버스와 전세버스 등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의 자동차세도 대폭 오른다. 약 450만 대가 대상이다. 지역자원시설세도 올라 음료수용 지하수는 현재 ㎥당 200원에서 내년에 400원으로 100% 인상되고, 목욕용수용 지하수는 현행 ㎥당 100원에서 200원으로 역시 100% 오른다. 이렇게 되면 택시·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과 목욕탕 요금이 올라 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 재산세 부담도 커진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급격한 재산세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재산세 세부담 상한제도’가 개편되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세 감면 혜택을 누렸던 관광호텔·대형 병원·부동산 펀드 등에 대한 취득세·등록세 감면 혜택은 올 연말 일몰제에 따라 폐지된다. 산업단지·물류단지·관광단지·산학협력단·기업연구소·창업중소기업단지·벤처집적시설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은 대폭 축소된다.

안행부는 주민세(+1800억원), 자동차세(+1200억원), 지역자원시설세(+1100억원) 등을 인상해 4000억원의 세수 증대가 기대되고, 지방세 감면 축소로 내년에만 1조원의 세수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카지노·스포츠토토·복권에 레저세(최대 연 9000억원)를 물리려던 방침은 관계 부처 이견으로 이번에 빠졌다. 이주석 안행부 지방세제실장은 본격적인 증세 조치라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취득세가 2조4000억원 인하돼 전체적으로 보면 증세는 아니다. 수십 년간 물가와 소득 인상을 반영하지 않았던 것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이 ‘서민 증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증세라는 것이 의도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따라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득세·법인세 등 부자들이 감세 혜택을 받는 큰 세목은 놔두고 서민에게 직접 부담을 지우는 지방세·자동차세만 건드렸다”며 “변죽을 울리지 말고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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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지자체-참여기업 합동간담회

올해 부산 경기 인천 광주 경남 등 5개 지역에 중소·벤처기업 창업과 아이디어 사업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방자치단체-참여기업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 부처 관계자, 삼성 LG CJ 네이버 등 15개 참여 기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달 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기업 전담 지원체제 구축에 대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설된 대구 대전에 이어 올해 안에 5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이어 내년 초까지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등 6개 지역에서 지역별 운영 방안을 마련한 뒤 차례로 문을 열기로 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지방으로 확산시켜 전국적 창업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 장관은 “대한민국이 창업국가가 되려면 17개 시도 모두 창조경제의 거점이 돼야 한다”며 “정부는 전국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모든 혁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혁신센터 설립은 미래부와 지자체가 주도하지만 센터 운영 등 실무적 내용은 기업들이 담당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혁신센터를 통해 멘토링과 기술 공유, 마케팅 지원 등을 하게 된다. 경기 지역 혁신센터를 맡게 된 KT 측은 “동반성장 차원에서 운영했던 개발자 및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경기 지역에 집중시킬 계획”이라며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운영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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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커버스토리 H] 그린벨트의 역사
국토 5.4% 면적 지정 돼… 현장조사도 없이 졸속 도입, 독재정권 안보논리에 묻혀

80년대 민주화 이후 규제 완화… DJ정부 2020년까지 해제 결정, 환경단체 보존 활동도 본격화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에 자리 잡은 한 마을 도로에 인근 야산이 개발제한구역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제공

“공청회 한 번 없이 땅 4만평이 하루 아침에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지만 할아버지는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반대하던 지인들이 경찰서에 불려가는 걸 보고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자신의 땅이 빼앗기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곽연호(51)씨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대한 기억을 묻자 어린시절 목도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3선 연임에 성공한 뒤 유신체제를 준비하던 때라,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항의 한 번 못하고 속으로 삭이며 살았다는 얘기였다.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를 거쳐,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야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본격화 됐고, 곽씨는 그제서야 할아버지를 대신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잘 못 꿴 첫 단추(1971~1977년)

지난 1971년 7월 30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15㎞ 선을 따라 폭 1~9㎞의 구역이 ‘영구녹지대’로 지정됐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 건축물 신축은 물론 확장이나 용도 변경조차 못 하게 된다는 걸 의미했다. 국내 최초 그린벨트였다. 이후 77년까지 8차례 걸쳐 전국 14개 권역에 총 5,397.1㎢가 지정됐고, 이는 전 국토의 5.4%에 달하는 큰 면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약 132만명(20만4,000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충분한 공론화가 없었지만, 그린벨트는 분명 존재이유가 있었다. 196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과밀, 환경파괴 등이 심화되자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환경을 보호할 정책적 대안이 필요했다. 때문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고심 끝에 도시관리 선진국인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를 본 따 한국형 그린벨트를 시행했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럽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곤 유례없는 성공 사례로 평가 받는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도입 결정 후 1년도 안되 시행에 나선 탓에 제대로 된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는데, 당시 건설교통부 담당자들은 책상 위에 지도를 펼친 채 자를 대고 선을 그어 구역을 정하는 그야말로 졸속ㆍ탁상 행정을 펼쳤다. 때문에 한 집에서 안방은 일반 택지, 화장실은 그린벨트 구역으로 나뉘는 촌극이 전국에서 속출했다. 더구나 군대가 주둔하는 국방상 요충지가 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안보 논리에 쉽게 묻힐 수 밖에 없었다.

원칙의 훼손(1980~1997년)

굳건히 유지되던 그린벨트는 1980년대 들어서 변화를 맞는다. 특히 87년 이후 민주화 분위기가 확산되며 그린벨트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증가하자 일부 규제들이 풀렸다. 물론 구역 경계선은 놔두고 건물 신증축 제한을 완화하는 수준이었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지기에 충분했다. 실제 1990년대 부동산 투기 바람이 일자 불법건축, 용도변경 등 개발이익을 노린 그린벨트 훼손이 이어졌다. 윤정중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두환 정부 이후 도심 외곽에 자리한 농장들이 건물을 수리한 뒤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 ‘OO농원’이란 간판을 달고 버젓이 음식점 영업을 하거나 비닐하우스를 공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단속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스스로 원칙을 훼손했다. ‘공익상 필요’ 라는 명목으로 땅 값이 싼 그린벨트 내에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는데, 실제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는 남산청사에서 구룡산 기슭으로 청사를 옮기면서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비난을 샀다.

하지만 규제완화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았다. 이 시기 시민사회가 부쩍 성장하면서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의 그린벨트 보존 움직임도 본격화 됐는데, 그로 인해 그린벨트를 둘러싼 논의는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뤘다.

새로운 원칙 확립(1998~2008년)

1998년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 의해 무게추는 한쪽으로 급격히 기운다. 71년 지정 후 단 한 차례의 구역 해제도 없었던 그린벨트 제도에 처음으로 칼을 댄 것. 그가 대선 후보 시절 내건 ‘환경평가를 통해 풀 지역은 풀고 묶을 곳은 묶겠다’는 공약은 당시 그린벨트 거주민들의 표심을 자극해 당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 후보가 그린벨트 해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박정희 정권 당시 재산권을 제약받았던 이들의 표심이 움직였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7월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방안’을 내놓고 이듬해부터 전국 7개 중소도시(춘천 청주 전주 진주 여수 통영 제주)의 그린벨트(1,103㎢)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이어 7개 대도시권은 환경평가를 거쳐 보전가치가 낮은 곳을 중심으로 ‘광역도시계획’을 세워 2020년까지 해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그린벨트 대원칙’으로 불리는 당시 개선안은 현재까지 유효하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530㎢(대도시권 427㎢ 포함)의 면적이 해제됐고 현재 잔여면적은 3,867.1㎢ 남짓 된다.

이 무렵 그린벨트는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특히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본격화 됐는데, 환경적 가치와 쾌적한 삶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컸던 만큼, 해제론과 보존론은 긴장관계를 이어갔다.

‘그린벨트=미개발지’ 여전한 인식(2008~현재)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는 조정작업을 거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보금자리사업을 통해 자연스레 추가 해제 수순을 밟았는데, 이는 도심녹지를 여전히 일종의 미개발지로 봤다는 점에서 그린벨트를 보는 인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욱이 보금자리만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었음에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광명ㆍ시흥지구의 경우 사업이 무산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공급이란 미명하에 그린벨트를 손 쉽게 풀어버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현 정부는 보금자리사업 축소 등 출구전략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지구 일부를 산업단지와 물류단지로 조성하는 대책을 내놓는 수준에 그쳤고, 최근 9ㆍ1 부동산대책을 통해선 그린벨트 내에 야구장 및 캠핑장 조성을 허용하는 등 난개발 우려도 높였다.

조명래 단국대교수는 “그린벨트가 그간 시류와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으며 애초 도입 취지가 많이 퇴색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젠 사회전반에 걸쳐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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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가 풀린다기에 큰 돈을 벌줄 알았습니다.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정부 발표가 뒤집어 질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땅 부자요? 대출 이자도 못 갚아 모조리 날릴 판입니다.”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1만5,500㎡의 대지를 소유한 윤영모(49)씨는 불과 5년 만에 24억원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이명박 정부가 광명ㆍ시흥 일대 17.4㎢를 공공임대주택(보금자리)사업지구로 지정하기 1년 전인 2009년,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을 받아 추가로 땅을 산 게 화근이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부실로 사업은 백지화됐고, 지구 지정 4년 동안 그린벨트 때 보다 훨씬 엄격한 개발제한에 묶이며 땅 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13대째 광명시에 뿌리를 내린 원주민으로서 대대로 내려온 토지 전부를 담보로 잡힌 그는 땅을 헐값에 넘길 수도, 그렇다고 쌓여가는 대출 이자를 마냥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윤씨처럼 광명ㆍ시흥 보금자리사업이 무산된 후 담보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은 지구 내 27개 마을에 약 4,000여명에 달하는 상황. 그린벨트 지정 후 40년 넘게 규제에 묶였던 시절을 보금자리사업으로 보상받으려 했던 주민들로선 결국 또 한번 땅이 묶여 버린 셈이었다.

광명ㆍ시흥 보금자리사업은 또 한번의 그린벨트 정책실패다. 지난 1971년 첫 도입 이후 43년 간 그린벨트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논리와 주민들의 재산권 요구가 맞물려왔다. 이번 사업 역시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된 시장 예측도 없이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임대주택 보급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주민들도 보상심리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피해를 키웠다.

그 배경에는 복잡한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그린벨트가 환경 보존지역이 아닌 개발 유보지로 전락해온 역사가 있다. 박정희 정부는 주민들의 동의를 생략한 채 상명하달식으로 그린벨트를 도입했고 이 과정에서 쌓인 불만은 민주화 이후 재산권 행사를 강하게 요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1997년 대선 당시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후 선거철마다 그린벨트 규제완화 공약이 쏟아져 나왔고 정권에 따라 향방이 바뀌면서 주민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이 와중에 그린벨트의 환경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렸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그린벨트 해제면적은 애초 지정된 규모(5,397.1㎢)의 28.3%인 1,53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선진국형 도시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환경 보존과 도시 관리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보존이 꼭 필요한 지역은 영구적으로 묶고,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은 환경평가 등을 거쳐 해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조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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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H] 그린벨트 해제 운동 카페 운영자 목진일씨
땅 소유주만 비용 떠안아…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시행, 규제 비현실적

그린벨트는 '개발 유보지'… 투기는 과세로 막을 수 있어

경기 양주시 장흥면의 그린벨트 부지에서 목진일씨가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너머 비(非)그린벨트 지역에선 고층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김명선 인턴기자(고려대 철학과 4)

고속도로를 타고 번잡한 도심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나타나는 탁 트인 녹지.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빌딩과 아파트로 송곳 하나 꼽을 틈 없이 빽빽한 도심지 주변에 자리해 번잡한 국토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린벨트는 지정 과정에서의 공론화 부재, 땅 소유주들의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도심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환경을 보전한다는 순기능 덕에 43년간 존속했다. 하지만 그 동안 그린벨트 때문에 ‘숨통이 막힌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린벨트 지정 이전부터 그곳에 땅을 보유해온 사람들은 낡은 집을 마음대로 개ㆍ보수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길 건너 비(非)그린벨트 지역의 땅값이 자기 땅 가격의 몇 배 넘게 오르는 것을 보며 울분을 삭여야 했다. 이들은 개발 제한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린벨트로 혜택 보는 사람과 피해 보는 사람이 따로라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그린벨트 내 땅을 소유한 사람들의 모임인 ‘전국개발제한구역국민운동본부’ 인터넷 카페 운영자 목진일(47ㆍ공인중개사)씨는 그린벨트가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보상은 전혀 없이 땅 소유주에게 피해와 고통만을 강요하는 악법”이라고 했다.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개인의 재산권을 이 정도로 제한하는 것은 대들면 잡혀 가던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자기 땅도 아닌 인근에 노인 병원이 들어선다고만 해도 극렬히 반대하는 요즘 분위기였다면 그린벨트 지정이 가능하기나 했을까요.” 그가 보기에 정부의 태도는 43년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린벨트라는 이름부터 잘못됐다”는 목씨는 그린벨트의 실상은 정부 필요에 따라 개발하거나, 개발을 잠시 유보할 수 있는 ‘개발유보지’라고 말한다. “정부는 많아야 공시지가의 2배 정도 되는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린벨트 땅을 수용한 뒤 정책 목적에 따라 임대주택이나 관공서 등을 짓곤 합니다. 길 하나 건너 (그린벨트로 지정되지 않은)옆 동네와 땅값 차이가 많게는 10배 이상 나는 상황에서 원주민들은 타지에서 집 한 채도 구하지 못할 푼돈만 보상 받은 채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농사 등 극히 제한된 용도로만 그린벨트를 사용하게 하는 비현실적 규제 탓에 땅 소유자들이 생계를 위해 무허가 건물을 세우거나 창고를 운영하다 범법자가 되는 사례만 양산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린벨트 제도 자체에서 오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주 도심과 위성도시 사이에 그린벨트라는 벽이 쳐지면서 도심과 위성도시를 오가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도심의 지가는 더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목씨가 그린벨트의 순기능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도시가 팽창하던 산업화 시대에 도시의 무차별한 확산을 완화하고 숲이나 전답을 보존한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기능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게 목씨의 주장이다. 국민 대다수가 그린벨트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누리는 사이 비용은 땅 소유주들이 전부 떠안았다는 얘기다. 그가 보기에 영국의 그린벨트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혜택과 비용 지불이 일치했기 때문. 목씨는 “영국은 그린벨트 지정 당시 이해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현실적인 보상을 해줬다”면서 “일본은 우리처럼 제대로 된 보상 없이 그린벨트를 강제 도입했다가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때문에 시행 10여년 만에 폐지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그린벨트 규제는 조금씩 완화됐다. 최근에도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구역 내 캠핑장이나 야구장 같은 실외체육시설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목씨는 그러나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라고 꼬집었다. 땅 소유주 대부분이 캠핑장이나 경기장 설립이 불가능한 좁은 땅덩이만 가진데다 시설을 올릴 자본도 없다는 것이다.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되면 환경이 파괴되고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 거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린벨트에서 개발 가능한 토지는 10~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군사지역, 상수도보호구역, 농업진흥구역 등 다른 규제로 개발 제한이 돼 있기 때문에 녹지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환경이 파괴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부동산 투기 우려에 대해선 “외부인의 땅 매매에 대해 토지 보유연한을 기준으로 강도 높게 과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린벨트 완화에 반대하는 일부 환경단체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타인의 그린벨트에 무임승차하며 그저 보고 즐기려는 이기적 태도”라는 것. 지금같이 그린벨트 땅 소유자에게만 피해를 돌리는 식으로는 형평성도 없고 비(非)그린벨트 지역의 환경 파괴만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 그린벨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개발제한구역국민운동본부는 이달 안에 사단법인을 만들어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린벨트 문제를 자기 세대에서 꼭 끝내겠다’는 70대 노인분들이 운동본부의 주력”이라고 목씨는 말했다.

대처 정권 이후 2배↑ 국토 면적 13% 달해


[커버스토리 H] 그린벨트의 시초 영국
그린벨트가 처음 등장한 곳은 19세기 영국이다. 당시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인구가 500만명을 넘을 정도로 팽창해 자연스레 주거 부족 및 슬럼화가 극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심 내에 녹지구역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인구 팽창이 성숙단계에 들어선 1938년 그린벨트를 도시개발계획에 정식으로 포함시켰다.

영국의 그린벨트는 지정 후 끊임 없는 해제 요구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와 달리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하는 대처 정부가 들어서며 해제 논의가 일부 제기됐지만, 기존 기조를 바꾸진 못했고 이후 90년대 보수당, 노동당 정부를 차례로 거치면서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대처 정부 이후 현재까지 그린벨트 지정 면적은 이전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11년 기준 영국 내 총 면적은 163만9,540ha로 전 국토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서 그린벨트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도심 내 녹지 확보가 쾌적한 생활을 위해 필연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화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몸소 겪은 노동자들이 도시민의 대부분을 차지한 점이 큰 기반이 됐다. 더욱이 개인의 토지 소유는 인정하되 개발 권한은 국가에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국토의 이용은 국가와 지방정부 계획 하에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그린벨트 내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그린벨트는 각국의 도시관리계획 수립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는 1976년 그린벨트를 도입, 파리 외곽의 경관 보존 및 도시 확산 방지에 제 몫을 하고 있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도 유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1958년 도심에서 10~15㎞ 범위에 위치한 토지를 ‘근교지대’로 설정해 녹지를 조성했는데, 토지 소유자들의 격렬한 저항과 사회 전반의 높은 개발압력을 이기지 못해 결국 수도권 인근에서만 ‘근교녹지보전구역’이란 이름으로 제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개발 논리로 지정해제는 안 돼 지역균형발전 관점서 접근을


[커버스토리 H] 그린은 살리고 벨트는 풀어야
‘그린(Green)은 살리고 벨트(Belt)는 풀자.’

그린벨트 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였다. 그로 인해 현재 당초 지정 지역의 70% 정도만 유지되고 있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그린벨트가 국토의 허파 역할을 담당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도시 주변 녹지공간 보존이라는 그린벨트의 본래 가치를 지키면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개발 논리로 지정을 해제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이세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유재산권 등 요구가 있다면 적절한 범위 안에서 해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평가등급 절차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조정하면 일부 중복되거나 애매한 규제를 충분히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개발에 대한 편의 제공 차원이 아닌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상생과 합의가 그린벨트 문제의 해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 지정 당시 적정 규모를 측정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정됐지만, 그린벨트가 그간 환경 측면에서 기여한 부분이 큰 만큼 개발과 보존이 적절하게 상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도심 녹지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대체녹지를 새로 만드는 상황에서 굳이 기존 그린벨트를 개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지금처럼 희생만 강요해선 안되고 그린벨트로 사유재산이 묶여 있는 이들에 대한 보상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무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그린벨트 해제의 이득은 기득권층에 집중됐다”라며 “소득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가 바라는 가치가 과연 개발인지, 환경인지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보존과 도시 관리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보다 현실적이다. 정권 따라 바뀌는 그린벨트 정책의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999년 김대중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평가를 거쳐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에 국한한다’는 대원칙(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한 만큼, 이를 기본으로 현 개발제한구역관리법에 관련 지침을 조문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영구적으로 묶는 방안도 논의 해 볼 수 있다”라며 “이미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십 년 전에 관련 내용을 명문화시켰다”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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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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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외교관 관둔 것 후회요?

매일 피말리는 전쟁이지만 우동 파는 지금이 행복해요"


[ 이해성 기자 ] 우동 하면 보통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먹는 저렴한 음식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동은 예술”이라며 심상찮은 품격을 입힌 식당이 있다. 여기 우동을 후루룩 먹어보면 수제 면발의 비범함이 느껴진다. 국물은 깔끔하고 개운하다. 초밥은 눈 녹듯 입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서울 강남역 역삼세무서 근처 ‘기리야마 본진’이다. 이 식당 신상목 대표(44)의 이력은 특이하다. 최고 엘리트로 통하는 외교관 출신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나름대로 잘 나갔다. 하얀 피부, 안경 쓴 멀쑥한 외모. 누가 봐도 고차원 화이트칼라다.

그런데 외교관 생활을 갑자기 그만두고 지금은 우동과 초밥을 팔고 있다. 동료들은 ‘미쳤다’고 수군거렸고, 아내로부터는 이혼당할 뻔했고, 한때 딸하고는 거의 말을 섞지 못했다. “후회한 적 없느냐”고 물었다. “만감이 교차하죠. 하지만 지금이 행복해요. 생활이 좀 불안하긴 해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밥 먹여주는 게 아니니까 빨리 돈을 좀 벌어야….”(웃음) 신 대표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0분 지각 덕에 ‘구사일생’

파키스탄 식당에서 폭탄테러

간발의 차이로 목숨 건진 후 “하고 싶은 일 하자” 창업 결심


동료들 ‘미쳤다’고 수군

아내·딸 반대로 이혼할 뻔…이젠 ‘아빠의 선택’ 이해해줘

도쿄 근무시절 우동집 인연

3代 이어온 우동 맛에 반하고 세월 지나도 변함없음에 감동

4년간 기술 전수 받으며 준비

자영업 어려움·즐거움 ‘교차’

‘세월호’ 이후 매출 급감했지만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재미 있어

‘가장 한국적인 식당’ 逆수출 꿈


자영업의 쓴맛

신 대표는 2012년 10월 식당을 열었다. 큰 어려움 없이 지내오다 올해 세월호 참사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학 교과서가 아닌 ‘밑바닥 실물경제’의 냉혹한 현실을 알았다고 했다. “창업 이래 이런 적이 없었어요. 5월이 보통 대목인데 작년보다 30% 이상 매출이 빠지고, 6월은 더 심했어요. 그나마 7월 들어 조금씩 나아지려니까 휴가철이 시작돼 또 비수기고. 의지하고 상관없는 사회적 이벤트로 이렇게 타격을 받을 줄 몰랐죠. 자영업하는 모든 분은 매일 피말리는 전쟁이구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

식당 내 좌석 수는 96석. 테이블 간격은 강남역 일대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넓다. “공간이 확보돼야 신경 덜 쓰며 얘기하고 편하게 드실 수 있잖아요. 다닥다닥 붙어서 식사가 되겠습니까. 그런 훈련은 외교부에서 G20, 핵안보정상회의 관련 일을 하면서 많이 된 것 같아요. 각국 ‘정상’들을 편하게 모셔야 하는 행사였으니까.”

속아서 간 연세대 법대

신 대표는 연세대 법대 89학번이다. 진학 동기가 재미있다. 어려서부터 비즈니스든 외교든 ‘국제적’인 것이 하고 싶어 어린 마음에 정치외교학과 또는 어문계열 학과에 가고 싶었다. 진학 상담 때 이렇게 말하니 고교(휘문고) 담임선생님이 진지하게 말했다. “상목아. 네가 원하는 걸 하려면 그쪽 말고 법대를 가야 한다. 법대를 가면 훨씬 더 넓게 배울 수 있고 법관도, 외교관도 될 수 있다.” 그런데 법대를 가서 보니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사법시험 준비하는 곳이었어요. 1학년 때부터 강의 시작 10분 전 문 앞에서 앞자리 잡으려고 학생들이 줄 서고. 나중에 알고 보니 담임선생님이 법대를 못 가서 한 맺힌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이곳에서 그는 항상 버팀목이 돼주는 아내를 만났다. 한때 그렇게 자신을 미워했던 딸도 이제 ‘아빠의 선택’을 조금씩 이해해준다며 고마워했다.

기리야마와 운명적 만남

준비한 지 3년 만인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2000년 일본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대학원 연수를 갔을 때 그의 운명을 뒤흔든 ‘기리야마’와 처음 만났다. 도쿄 시내에서 두 시간여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 기리야마 가문이 3대째 100여년에 걸쳐 해온 곳. “우연히 갔는데 우동, 소바가 참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주인 할아버지(기리야마 구니히코)에게 정말 맛있다고 하니까 만면에 미소를 띠었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식당 주인은 역시 음식 맛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기뻐요.” 그러고 보니 기자가 “우동 정말 맛있다”고 하니 신 대표도 참 밝게 웃으며 좋아했다.

신 대표가 기리야마를 다시 찾은 것은 4년 뒤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부임한 2006년이다. “쇼크를 받았어요. 6년 동안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 분위기, 사람.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 이런 게 힘들잖아요. 우리나라 외형적으로 보면 선진국 맞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삶의 질은 전혀 아니잖아요. 참고 기다리는 마음, 여유와 배려가 있어야 제대로 된 사회가 될 텐데…. 기다림의 미학이랄까, 그런 감성을 한국에도 소개했으면 하는, 굉장히 막연한 동경을 그때 품었어요.”

인생무상, 하고 싶은 걸 하자

‘똑같은 식당을 차려보자’ 자나 깨나 생각이 들었지만 신분상 어림도 없는 얘기. 혼자 끙끙 앓기까지 했다. 동경이 구체화된 것은 2008년 파키스탄대사관에 부임해서다. 부임한 지 한 달째인 9월2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호텔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예약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했는데 도착 직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정문에서 폭탄이 터졌다. 식당을 포함한 1층 전체가 초토화됐다. 50여명이 죽고 250여명이 다쳤다. “호텔이 공항처럼 돼 있어 1층 식당 앞 바리케이드에서 줄을 서서 보안검색을 했어요. 제 시간에 갔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겁니다. 사고 난 다음 그래도 직업 본능이 있어서인지 빨리 상황 파악하고 교민들 안위 확인하고 서울에 보고하고 방송 인터뷰하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다음 의자에 걸터앉아 당시 체코 대사 등 사망자 명단을 보는데 ‘원래 내가 이 사망자 명단에 있을 뻔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다행이라는 느낌이 아니고, 엉뚱한 생각이 스치는 거예요. 내일 일도 기약할 수 없는데 뭘 그리 주저하고 망설이고 살아야 하나. 그때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리고 기리야마 할아버지에게 자필 편지를 썼어요. 기리야마 식당을 한국에서 해보겠다고.” 기리야마 할아버지는 망설임 끝에 ‘신군의 진심을 알겠다.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답장을 줬다. 그는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기획과장을 끝으로 외교부에 사표를 냈다.

장인정신의 7할은 정성

사표를 내기 전 4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다. 지인 2명을 기리야마 할아버지 밑에서 ‘스미코미(숙식하며 배우는 견습 직원)’ 생활을 하게 하면서 기술을 하나하나 전수받았다. 우동 뽑는 방법에는 무슨 비결이 있을까. “영업비밀이고….(웃음) 정성이 중요합니다. 음식은 지역이 바뀌면 반드시 미세 조정을 해줘야 해요. 재료, 습도, 기온 등 모든 조건이 다르니까. 포뮬러(공식) 익히는 게 음식 완성의 30%라면 일관된 맛을 내기 위해 정성 들여 희생하는 게 70%입니다. 이게 바로 장인정신입니다.” 인테리어, 식탁 등은 모두 신 대표가 고르고 골라 완성했다. “공무원이라는 큰 조직에서는 휩쓸려 가는 거죠. 그런데 이 식당은 제 거니까, 머릿속에 있는 게 바로 현실이 되는 게 참 재밌어요. 식당 주인이 되면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남들 먹을 때 못 먹고 거지같이 대충 끼니 때우고.”(웃음)

그의 목표는 기리야마 본진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 2, 3호점 등 후속 점포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관학교’ 운영하는 심정으로 직원도 10여명 두고 있다고 한다. 1차 목표가 달성되면 역으로 ‘가장 한국적인 식당’을 만들어 일본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명색이 대한민국 외교관 출신인데 일본 걸 한국에 소개하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죠.”

“외교관 시절 한국기업 위대함 느껴…개도국 근무가 더 보람”

외교관의 해외 공관 업무는 비정형적이다. 어떤 때는 하루종일 공관에서 업무를 보지만 국내 또는 현지 공무원, 기업인 등을 만나느라 돌아다닐 때도 많다. 대사관 직급은 서기관→참사관→공사→대사 순으로 올라간다. 대사관은 대통령 특명전권을 받아 국가를 대표하고 하부 조직인 총영사관과 함께 자국민 보호, 경제교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신상목 기리야마 본진 대표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 공관에서 외교관 활동 범위가 훨씬 넓고 그만큼 보람된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주(駐)파키스탄대사관에서 일할 때 기억이다. 현지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두산중공업이 2009년 서울에서 못쓰게 된 구식 컴퓨터 200여대를 파키스탄에 기증하기로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세관은 “웃기는 소리”라며 높은 세율의 관세를 물리려고 했다. 부패가 만연한 나라이기에 해외 기업의 무료 기증 자체를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산은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신 대표는 항구 세관이 있는 카라치와 2000여㎞ 떨어진 관세청을 오가며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관세 0원으로 기증품을 무사히 들여올 수 있었지만, 이 과정만 1년이 걸렸다.

그는 외교관으로 지내며 국내 기업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했다. 가장 인상 깊은 기업으로 삼부토건을 꼽았다. “유럽 일본 미국 모든 선진국 기업들이 손사래치던 해발 2000m 이상 터널공사(로아리 터널)를 따내 잘 마무리했어요. 한국이라는 나라의 불가사의한 힘을 파키스탄 사람들이 좋게 봐요.” 그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창업을 결심하는 데 이런 한국 기업의 힘도 컸다고 했다.

■ 신상목 대표

▷1970년 서울 출생

▷휘문고, 연세대 법학과 졸업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 합격

▷2006년 주일대사관 서기관

▷2008년 주(駐)파키스탄대사관 참사관

▷2010년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행사기획과장

▷2011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기획과장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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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온라인 금융 진출…'P2P 금융업체' 증자 참여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샤오미(小米)가 온라인 금융시장으로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샤오미는 중국의 P2P(개인 대 개인) 금융서비스 제공업체 지무허즈가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지무허즈는 총 37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샤오미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더불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P2P 금융서비스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윳돈이 있는 개인이 급전이 필요한 다른 개인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은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 최근 몇 년 새 P2P금융서비스 업체가 급성장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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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애플페이

ㆍ모바일 결제시스템 속속 진출

ㆍ단말기 비용 부담·보안 문제

ㆍ당분간 선진국서만 활용될 듯

“갖다대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단 한 번의 터치만으로도 결제가 됩니다.”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 때 애플은 모바일 결제시스템 ‘애플 페이(Apple Pay)’를 처음 공개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화웨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에 이어 ‘공룡’ 애플까지 모바일 결제시스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만큼 시장 잠재력을 크게 보는 것이다.

애플은 애플 페이를 “(기존에 사용하던) 지갑 없이 쓸 수 있는 지갑”이라고 정의했다.

물건을 살 때 카드나 현금을 내던 것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인식하는 단말기에 터치하는 것으로 ‘지불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결제 정보가 들어 있는 NFC 칩을 탑재한 스마트기기와 단말기만 있으면 된다. 지문인식으로 본인 인증을 하면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애플은 결제 때 스마트기기를 ‘보고, 조작하고,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마트기기를 결제 기기에 대기만 하면 된다. 결제가 되면 진동으로 알려준다.

삼성전자와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미 모바일 결제시스템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는 ‘삼성 월렛’과 ‘앱카드’를 통해서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과 해외 25개국에서 시행하는 갤럭시S5 지문인식 결제 서비스는 국내에선 하지 않고 있다. 신용 및 고객 정보의 보안 문제 등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까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협업해 지문인식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새 스마트폰에 적용하기로 하며 이 대열에 동참했다. 구글은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구글 월렛’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고 구글 글래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NFC를 인식할 단말기 설치 비용이 부담이다. 미국에서 300달러인 단말기를 가진 사업자는 전체의 10%도 안된다.

‘보안 문제’도 걸려 있다. 애플은 사용자 거래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기기를 분실해도 타인에게는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정보 유출 논란을 겪으면서 의구심은 커졌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12일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활용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흥시장에서는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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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토요기획]민간항공 100년의 진화
1914년 1월 1일 ‘에어보트 라인’의 세계 최초 민항기(상업항공)가 비행하는 모습.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국 탬파까지 파일럿 1명이 승객 1명을 태우고 운항했다. space.com 화면 캡처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100년을 맞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바로 1914년 1월 1일 세계 최초의 민간(상업용)항공이 출범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불을 댕긴 사라예보 사건이 있기 약 6개월 전이었다.

최초의 민간항공은 단 한 대의 항공기에 하나의 임시 노선, 한 명의 파일럿 그리고 한 명의 승객으로 시작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미국 탬파를 잇는 러시아 ‘에어보트 항공’이다.

이후 민간항공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매일 약 10만 편의 항공기가 뜬다. 또 매년 약 30억 명의 승객이 비행기로 이동하고 있다.

민간항공의 핵심은 서비스. 서비스의 시작은 좌석이다. 앉은 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편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만큼 항공 서비스 역사는 좌석의 발전과 함께했다. 하지만 좌석이 처음부터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민간항공기 좌석은 어떻게 변했을까.



항공기에 나무로 만든 의자가


전 세계 첫 정규 항공편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노선으로 1916년에 탄생했다. 이 시기에는 기내 서비스라는 개념조차도 없었다. 스튜어디스와 같은 승무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내에서 물과 음료가 제공되기 시작한 건 1924년부터다.

이 시기 좌석은 나무로 돼 있었다. 1919년 탄생한 로손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여러 명의 승객이 타는 민간 비행기 중 초기 모델에는 나무로 만든 바구니 모양의 의자가 창가에 배치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의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앉은뱅이 의자’ 정도. 그나마 1930년이 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자 모양의 좌석이 도입된다. 이 의자의 또 다른 특징은 가벼운 금속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 점점 기체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비행기 좌석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1934년 미국 아메리칸항공에서 침대칸을, 1949년 팬아메리칸월드항공에서 발받침 좌석을 각각 도입했다. 1950년대부터는 오늘날 좌석과 비슷한 모습의 알루미늄 틀로 된 좌석이 제공된다.

이후부터 항공사들의 좌석 서비스 경쟁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급 서비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데다 항공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후에는 수익성 면에서도 일반석보다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1989년 싱가포르항공이 최초로 일등석에 180도로 완전히 젖혀지는 좌석을 선보였다. 같은 해 영국 버진 애틀랜틱은 비디오 화면이 장착된 좌석을 내놓았다. 버진 애틀랜틱은 2년 뒤에는 비디오 화면을 전 좌석으로 확대했다. 이에 뒤질세라 싱가포르항공은 1998년 일등석에 수납식 책상을 설치해 일등석에서 업무를 보기 쉽도록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좌석의 고급화가 시작됐다. 2010년 에어뉴질랜드에는 일반석 장거리 승객들을 위해 앞 열과 뒤 열 각 3개씩 총 6개의 의자를 붙여 침대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스카이코치’ 서비스가 생기기도 했다.

서비스의 최첨단 일등석, 어디까지 왔나

아시아나항공 A380 기종의 일등석 모습. 독립된 공간 안에 2.1m 좌석과 32인치 HD 모니터가 마련돼 있고(위 사진) 탈의실과 화장실 역할을 하는 공간도 따로 있으며(가운데) 천장에는 마치 밤하늘의 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조명까지 설치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요즘 비행기를 못 타본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항공기 이용은 보편화됐지만 일등석을 타본 사람은 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무원 정도 되지 않으면 여전히 찾기 힘들다.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할 때 가끔 일반석이 초과 예약된 상태에서 운이 좋으면 비즈니스 좌석을 배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나 드문 경우. 그동안 재료들이 가벼워지고 좌석 등받이 자체의 두께도 얇아져 일반석도 공간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발 뻗을 공간이 그나마 넓은 비상구 앞좌석이 인기 있는 상황이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비행기에 탈 때 지나쳐가는 신기한 공간일 뿐 여전히 일반 승객들에게는 먼 공간인 셈이다.

그렇다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아시아나항공 내에서 최상급 기종인 에어버스 A380 일등석의 좌석을 통해 살펴보자. 일단 좌석 배치부터 달라졌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탈 수 있게끔 반듯하게 배치된 일반석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부터 지그재그로 좌석을 배열한 ‘오크 쿼드라 스마티움’이라는 좌석 배열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모든 좌석에서 옆자리 승객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했다. 또 기존 32개였던 비즈니스 좌석을 24개로 줄여 좌석 간 간격이 15인치(약 38.1cm) 더 늘어나게 됐다.

일등석은 이제 날아다니는 호텔을 방불케 한다. 180도 좌석이 젖혀지는 것은 기본이다. 가구형 기자재들이 추가돼 독립적인 개인 공간을 제공한다. 좌석 길이는 2.1m에 이른다. 달려 있는 모니터 크기도 32인치나 된다. 이 정도 크기의 모니터로 2m 거리에서 영화를 보면 극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뿐만 아니라 좌석 입구에 미닫이식 문(슬라이딩 도어)을 달아 개인공간을 확보했다. 신선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통풍구까지 마련돼 있다. 개인 수납장과 미니바에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불이 들어오는 버튼도 있어 ‘하늘 위 호텔’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호화로운 일등석을 장식하는 마지막 카드는 조명. 이륙 식사 수면 휴식 등 서비스 시간별로 조명이 달라지는 것에 더해 이제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스타 라이트’가 설치돼 별을 보며 잠드는 경험까지 선사한다.



항공기 서비스도 양극화

1919년 로손 항공사의 비행기 좌석. 나무로 된 바구니 같은 의자가 창가에 줄지어 있었다(왼쪽 사진). 1950년대부터 비행기에 장착되기 시작한 알루미늄 프레임 좌석. 요즘 좌석과 비슷하다.
좌석이 좋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서비스도 함께 좋아져야 의미가 있는 법. 일등석 기내 서비스도 나날이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내식은 정해진 시간에 제공되지만 최근에는 기내에 오븐을 설치해 정해진 시간이 아니더라도 승객이 원하는 시간에 식사가 가능해졌다. 또 커플 여행객을 위해 좌석 앞에 보조 의자를 둬 식사테이블을 펼친 상태에서 2명이 마주보며 식사할 수 있게 했다.

장시간 비행을 하다 보면 몸도 찌뿌듯해지고 찜찜해져 개운한 기분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싶거나 여성의 경우 화장을 다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화장실과 파우더룸, 탈의실의 기능을 결합한 장소까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비행기 좌석과 서비스 변화가 고급화 일변도는 아니다. 최근 무섭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으로 오히려 일반석은 다양한 서비스를 없애거나 유료화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내식. 대부분의 LCC는 기내식을 유료로 판매한다. 제주항공이 밝힌 기내 최고 인기 품목은 컵라면과 맥주. 다음은 커피 콜라 스낵 순이다. 일부 노선에서는 추가 요금을 내고 불고기덮밥과 샌드위치 등을 사전 주문해서 먹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부 외국계 LCC의 경우 추가 요금 없이는 물 한 잔도 얻어 마실 수 없다.

위탁수하물도 마찬가지. 손으로 들고 탈 수 있는 짐 이외의 수하물을 부치려면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기본적인 좌석 제공 이외의 서비스는 거의 기대하기 힘든 셈이다. 당연히 좌석에도 모니터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따로 준비돼 있지 않다. ‘핵심’만 남긴 채 초창기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

결국 최고급 브랜드와 안락함을 내세우는 비행기 서비스는 더욱 고급화된 전략으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이동 기능을 강조하는 비행기 서비스는 실속화의 두 방향으로 점차 나뉘는 모양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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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인사이드 스토리 - '낙하산' 금지 4개월

희망보직 하향지원

안전행정부 1급 고위직 상당수, 2급이 가던 광역 부단체장 희망

행시보다 7급 공채

행시출신 50대 초반에 앞날 걱정…7급 입문해 길게 일하는게 낫다


[ 박기호 기자 ]

중앙 부처에서 근무 중인 K국장은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서 만난 고교·행정고시 선배로부터 이색적인 얘기를 들었다. 기획재정부 산하청에서 국장으로 퇴직해 로펌이나 회계법인, 대기업 중 한곳에 재취업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 선배는 중소기업 20곳의 고문을 맡았다고 했다.

K국장은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하는 것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워낙 강해 대기업에는 갈 엄두를 못 내고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는 게 선배의 설명이었다”며 “한 달에 한 번가량 들러 대관 업무나 재무·회계 등에 대한 자문에 응하고 월 200만원씩을 받는데 마음이 무척 편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관련 담화문을 발표한 뒤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대상이 크게 늘어나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도 금지되면서 관료사회의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희망 보직 하향 지원이다. 고위 공무원을 마치면 갈 자리가 마땅치 않아 ‘승진은 일하는 기간 단축’으로 인식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 가급(1급) 중 상당수는 광역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후 산하단체로의 이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다 국가안전처 신설로 차관 자리가 하나 줄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광역 부단체장은 통상 고위공무원 나급(국장 2급)을 마치고 1급으로 승진하면서 가던 자리”라며 “현직 1급이 부단체장을 희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차관급 정무직으로 중앙 부처에 복직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동훈 청와대 지방자치비서관이 최근 안행부 한직 1급 자리인 국가기록원장에 내정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전직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정년을 보장받기 힘든 정무직으로 승진하느니 1급으로 수평 이동해 공직 기간을 늘리겠다는 포석”으로 분석했다. 산하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어 인사 숨통 틔우기 차원에서 ‘부처장 승진 1년 후 퇴직’이라는 내부 인사 원칙을 갖고 있는 일부 부처에선 승진으로 이어지는 핵심 보직을 피해다니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제2의 직장을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는 사례도 자취를 감췄다. 기수 문화가 상대적으로 강한 경찰에선 경찰대 2기 출신인 강신명 청장이 취임하면서 고위 간부들의 ‘줄사퇴’가 예상됐으나 그렇지 않았다. 강 청장은 “경찰에서 퇴직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선배 경찰 간부들은 아직도 가족들이 딸려 있어 생활을 계속 해야 한다는 점을 좀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퇴 후 산하단체 이직’이라는 연결 고리가 끊기면서 임기가 끝난 각 부처 산하단체장에는 내부 승진, 교수, 정치인 등의 인사 하마평이 잇따르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주관하는 안행부에선 ‘행시보다 7급 공채’라는 말이 유행이다. 행정고시와 승진 경쟁을 통해 고위직에 오르고도 많지 않은 나이에 앞날을 걱정하느니 7급으로 입문해 공직 생활을 길게 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안행부 관계자에 따르면 행시 합격 후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하면 1급에 오르기까지 25년가량 걸린다. 20대 후반에 합격했다면 50대 초·중반 1급으로 승진하고 이후 차관 등 정무직에 오르지 못하면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는다. 반면 7급으로 출발하면 1급까지 오를 경우 37년, 2급까지는 30여년 걸린다. 퇴직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7급 공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공직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칙을 토대로 ‘3년만’을 외치기도 한다. 중앙부처 한 고위공무원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직사회 개혁이 화두가 됐지만 시간이 흐르면 각종 공약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공무원들을 예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공직자를 죄악시하는 분위기도 시간이 흐르면 누그러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기호 선임기자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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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요즘 정보통신(IT) 업계 커스터마이징(고객 맞춤형 제품·서비스) 바람이 소프트웨어(SW)에서 스마트기기 같은 하드웨어(HW)로 확대되고 있다. 단일 제품을 대량생산하던 것에서 개별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소량생산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일 애플은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등 스마트폰과 함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함께 공개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외에 다른 품목을 함께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애플워치는 두 종류의 크기에 재질도 6개 종류로 나눠 소비자들이 각자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쿡은 애플워치를 “애플 기기 중 가장 개인적인 기기”라고 소개했다.

‘라이벌’ 삼성전자 역시 지난 3일 기어S(스마트워치)를 공개할 때 몽블랑(펜·시계·가죽제품), 스와로브스키(크리스털), 디젤(청바지)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제작한 독특한 시곗줄도 선보였다.

여기에 구글은 지난 4월 개발자회의에서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를 내년 1월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프레임만 사면 고객 필요에 따라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모듈 등을 끼워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아라의 기본 개념이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가격을 최저 5만원으로 확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업계에서는 조립식 PC가 그랬던 것처럼 흥행에 실패했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1~2년마다 스마트폰을 통째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반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커스터마이징이 이미 대세다. 특히 빅데이터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이 기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구글 나우는 위치인식 기능 등을 활용해 이용자의 집이나 직장을 스스로 인식한다. 또 방문한 웹사이트의 업데이트된 내용을 알려주고 검색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결과를 알려준다.

올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한 샤오미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커스터마이징 운영체계(OS)인 미유아이(MIUI)다. 안드로이드OS 기반이지만 디자인과 기능을 바꾼 독특한 OS를 만들었다. 매주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업데이트 버전도 제공한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는 지난 5일 독일 가전박람회 기조연설에서 “미래의 가전은 다양한 소비자의 필요와 삶의 방식에 맞춘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의 가정은 1개의 모습이 아닌 수십억개의 다양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람회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홈(스마트 기기와 집안 가전제품을 연동한 홈 솔루션 서비스)은 이런 관점에서 기획됐다. 무인 경비시스템, 전기소비량 모니터링 서비스 등의 기능을 추가해 기존 원격제어 중심에서 사용자 편의성 중심으로 성능을 개선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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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서울신문]

영화는 정교하게 분업화한 산업이다. 대단히 치밀한 투자 사업이기도 하다. ‘명량’은 한국영화 시장에서 사소하게라도 분류 집계하고 있는 기록이라는 기록은 모두 갈아치웠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미 미국시장에서 개봉돼 지난 7일 기준 235만 281달러(약 24억 3200만원)의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고, 또 다른 해외시장을 겨냥해 현지 상황에 맞는 판본 편집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영화의 큰 산맥으로 우뚝 선 ‘명량’이 남긴 성과 및 과제를 살펴봤다.


‘명량’은 꼬박 3년 동안 무려 185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615명의 스태프가 제작, 연출, 조명, 녹음 등 각 분야에서 제작에 참여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제작, 개봉 이후 투자·배급, 마케팅까지 많은 이들의 진한 땀과 열정이 숙성된 ‘예고된 대작’이었다.<표 참조> ‘명량’은 곧 극장에서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간판이 내려지고 나면 막후에서 또 다른 잔치판이 시작된다. 풍성한 ‘수익 잔치’다.

‘명량’은 지난 11일까지 1344억원이 넘는 총매출액을 올렸다. 두말할 것 없이 한국영화 사상 최대 매출 규모다. 여기에 영화발전기금 3%, 부가세 10%를 공제한 순매출액은 1170억원가량이다. 극장 몫 절반을 빼고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측에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587억원이다. 여기에서 배급수수료 10%도 공제해야 한다. 남은 돈은 528억원. 다시 총제작비 185억원을 제하고 나면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가 ‘명량’을 통해 거둔 순수익은 343억원이다.

●투자자들 표정 관리… “엄청난 고수익 아니다” 엄살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통상적으로 6대4다. 제작비가 1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작의 경우 7대3으로 배분하는 사례도 있다. 6대4로 배분할 경우 투자·배급의 실무집행을 맡은 CJ E&M을 비롯해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KDB산업은행,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총 20개 투자사는 순수익의 60%(206억원)를 투자 지분에 따라 나눠 갖는다. 7대3으로 계약했다면 240억원에 이른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배분 계약 및 투자사의 투자 비율은 ‘대외비’다.

CJ 엔터테인먼트 등 투자사는 애써 표정관리 중이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총투자액 대비 110~130%의 고수익을 냈으니 성공한 투자는 맞다. 하지만 이것이 3년에 걸친 투자라고 본다면 연 30~40% 남짓에 그치게 된다. 또한 사상 초유의 대박 영화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짐짓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실제 영화 제작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 주체가 참여했던 만큼 실제로 나눠 갖는 수익 역시 분산되는 것이 사실이다.

윤인호 CJ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투자사들의 투자 지분 및 수익금 배분 방식은 계약서상 대외비인 만큼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그렇게 엄청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량 대박’의 진정한 수혜자는 제작사다. 제작사인 빅스톤픽처스가 순수익의 137억원을 가져간다. 7대3 배분 계약이라면 103억원 정도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빅스톤픽처스의 대표로서 최대 주주이다. 김 감독 개인으로서는 이미 적지 않은 연출료와 함께 흥행 수익에 따라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개인 수익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영화계 주변에서는 김 감독의 경우 기본 연출료 최소 3억~4억원에 제작사 순수익의 1% 안팎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최민식·류승룡 등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주요 배우들 역시 영화계 관행상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만큼 기본 출연료 외에 가외 수입이 생긴다. 배우들의 출연료는 계약 내용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만, 주연배우라면 기본 출연료 7억원 안팎에 흥행 수익에 따라 최소 3억~4억원 이상은 더 챙기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인공 최민식은 10억원쯤을 쥐게 되는 셈이다.

●영화생태계, 문화다양성 등 해묵은 논란 여전


1000만 관객이 들어온 영화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논란의 지점이 있다. ‘명량’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스크린 점유율로 독과점을 얘기하는데, 그보다 상영점유율(상영 횟수)을 보는 것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돌풍 앞에 빠짐없이 나오는 스크린 독과점의 비난 여론에 대한 하소연이다.

영화의 흥행 성적은 개봉 이후 첫 번째, 두 번째 주에서 사실상 판가름난다. 상영 기간을 길게 하며 흥행을 끌어가는 방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른바 ‘와이드 릴리스’라는 이름으로 동시에 최대한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방식이다. 할리우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반적이다.

‘명량’은 지난 7월 30일 개봉 첫날 전국 1159개 스크린에서 일제히 상영됐다. 스크린 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33.6%였다. 또 이날 상영 횟수는 6147회로 42.3%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 ‘명량’은 입소문을 타면서 8월 5일 상영점유율이 52.3%까지 치솟았고, 스크린 점유율 역시 39.5%로 정점을 찍었다.<표 참조> 현재 국내는 복합영화관마다 10개 안팎의 스크린이 있고, 스크린당 하루 평균 7회 정도씩 상영하는 상황이다. CJ, 롯데, 쇼박스 등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극장 유통까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영화는 설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요즘 한창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투자·배급사, 제작사, 연출감독, 스태프 등 영화계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의견들이 엇갈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의원 측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면서 “의견 수렴에 시간이 많이 필요해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발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어쨌든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영화사업에 뛰어들며 한국 영화산업의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력이 됐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문화다양성 측면이 여전히 중요한 화두인 만큼 앞으로는 영화 제작뿐 아니라 투자, 배급 등에서도 적절한 영화생태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영화계 각 주체가 참여해 조율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는 물론 최근 세월호 참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영화인들이 정작 영화계 내부의 문화다양성 문제, 월 100만원 안팎의 저임금으로 버티는 영화계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 등에는 눈을 감고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면서 “자신들 역시 대기업의 영화제작 시스템에 편입돼 해묵은 관행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서울신문]

곁에 있는 사람, 혹은 파워블로거나 언론이 재미있다고 추천하면 그 영화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라면,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혹은 그저 궁금해서 보게 된다. 본의 아니게 좋은 영화보다는 많이 보는 영화에 쏠리기 십상이다. 이렇듯 영화 선택에는 ‘밴드웨건 효과’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크다. 잘되는 영화는 더 잘되고, 안 되는 영화는 아예 선택받을 기회마저 갖지 못하고 만다. ‘명량’이 1700만 관객의 회오리 파도를 일으키던 그때, 우리가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놓치고 만 영화들이 있다. 뒤늦게라도 한번쯤 챙겨볼 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은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자본과 유착한 언론은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부각시킨다. 대중은 순수하게 분노한다. 정치권력은 공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공공재를 시장과 자본에 헐값으로 내놓는다. 1980년대 영국으로부터 시작해 전지구적으로 신성시되어온 민영화 흐름의 판박이 레퍼토리다. 이훈규 감독의 ‘블랙딜’은 민영화가 이루어진 1세대 7개 국가들을 직접 탐방했다. 영국의 철도, 칠레의 연금, 프랑스의 물, 독일의 전력 등 민영화 사례를 소개하며 민영화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면서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차분히 증언한다. 그리고 묻는다. ‘여러분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라고. 의료민영화, 규제 개혁 등 민영화의 환상을 여전히 품고 있는 2014년 한국사회에서 고작 8909명만 보고 지나갈 수는 없는 영화다.

지난달 7일 개봉한 ‘모스트 원티드 맨’은 급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유작이다. 영화의 배경은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급부상하여 전 세계의 정보부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함부르크다. 독일 정보부 소속 군터와 터키, 러시아를 거쳐 밀입국한 무슬림인 이사가 등장하며 미국 중앙정보부(CIA)도 등장하니 흔한 할리우드식 액션 영화로 짐작될 법하지만 전혀 다르다. 숨가쁘게 뛰어다니거나 치고 때리는 요란스러운 액션이 없다. 또한 전형화한 선과 악의 갈등, 대립, 그리고 단선적인 문제 해결방식 등과는 거리가 꽤 멀다. 대신 느릿한 시선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뒤를 아주 천천히 따라간다. 어떤 외피를 띠건 모든 예술은 인간으로 향함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전국 극장에서는 눈 밝고, 인내심 있는 1만 4067명만 이 영화를 봤다.

지난 7월 16일 개봉했던 영화 ‘테레즈 라캥’은 개봉 전부터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비교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박 감독이 에밀 졸라의 원작소설 ‘테레즈 라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다. 여주인공 테레즈 라캥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고모집으로 향한다. 고모의 일방적인 훈육 속에서 자라난 라캥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촌 카미유와 결혼한다. 그리고 어느 날 카미유의 친구 로랑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자라고 있던 거침없는 사랑과 욕망의 실체를 대면하게 된다. 에밀 졸라 특유의 인간 본성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그 관찰 결과를 영화 역시 잘 살려냈다. 등장인물의 관계 설정 등 박 감독의 ‘박쥐’와 같고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 보면 사유의 교직이 더욱 깊어질 듯하다. 역시나 1만 4385명이 보는 데 그쳤다.

‘동경가족’도 7월 31일 개봉해 3만 1256명의 관람객이 들었다. 영화 수장고 한 구석에 먼지 쌓이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 섬에 살던 노부부가 자식들을 보기 위해 도쿄까지 오지만 자신을 불편해하는 자식과 며느리를 만날 따름이다. 돈 많고 잘사는 큰아들과 둘째 딸이 부모를 냉랭하게 대하며 밖으로 내돌리는 것과 달리 막내아들과 그의 여자 친구는 다른 마음 없이 부모를 대한다. 2시간 26분짜리 영화다. 박진감 넘치는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개가 빠른 것도 아니지만 가슴 깊은 곳의 뜨거운 어떤 감정이 울컥 올라온다. 늙어버린 부모, 더 이상 이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부모 생각에 가슴이 저릴 수도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서울신문]

지금까지 국내에서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2편이다. 더 이상 1000만 관객은 이례적인 흥행이 아닌 셈이다. 또 아슬아슬하게 1000만 문턱을 넘지 못한 800~900만 영화도 7편이나 있어 1000만 문턱을 가르는 흥행 공식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1000만 영화는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영화의 주요 관람객인 2030세대뿐 아니라 40~50대 부모들이 10대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1000만 흥행 영화들을 살펴보면 19세 미만 관람불가는 단 한 편도 없으며, 소재와 내용 역시 모든 세대들이 반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명량’과 ‘광해’는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했으며 ‘7번방의 선물’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는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가 두드러졌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인 어린이와 가족 관객뿐 아니라, 아름다운 영상과 뮤지컬 영화라는 특성을 앞세워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대박 공식의 또 다른 주요 키워드는 전 세대를 포섭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가장 큰 힘을 발휘한 주역은 ‘40대 남성 연기파 배우’였다. 3편의 영화를 1000만 흥행작 대열에 올린 류승룡(‘7번방의 선물’ ‘광해’ ‘명량’)을 비롯해 송강호(‘괴물’ ‘변호인’), 설경구(‘해운대’ ‘실미도’), 최민식(‘명량’), 김윤석(‘도둑들’) 등이 그들이다. 4050세대는 물론이고 10~30대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는 얼굴인 데다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 없는 연기력의 소유자들이다.

영화의 개봉 시기도 중요했다. 역대 1000만 영화들은 ‘광해’를 제외하고 모두 7월 말 또는 12~1월 방학을 맞은 성수기에 개봉했다. 또 500만 전후의 영화가 ‘러닝메이트’처럼 함께 흥행해 극장가 자체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높였다. ‘7번방의 선물’은 ‘베를린’(716만명), ‘변호인’은 ‘용의자’(413만명)와 함께 각각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명량’은 ‘군도’와 ‘해적’, ‘해무’ 등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4편의 격돌로 일찌감치 관심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해적’이 8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빠른 속도로 관객을 동원하면서 이런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영화에 꾸준히 화제가 몰리게 만드는 핵심 전략이다. 지금까지 1000만 전후의 영화들은 800만 관객에 도달하기까지 늦어도 5일 안에 100만명씩 관객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개봉 3주차에 접어드는 800만 이후로는 ‘뒷심’이 중요하다. 영화의 화제성이 꾸준히 이어져 재관람은 물론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던 신규 및 휴면 관객의 관람까지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국열차’와 ‘관상’ 등 1000만 고지를 넘지 못한 영화들은 이 시점에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1 이상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영화 자체를 넘어서는 사회적 동력 없이는 힘들다. ‘명량’과 ‘광해’, ‘괴물’과 ‘변호인’의 경우 영화가 던지는 굵직한 메시지가 사회·정치적 현실과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광해’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명량’은 세월호 참사 후 시대가 갈망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괴물’과 ‘변호인’은 불의에 맞서는 소시민들의 정의를 그리며 극장가를 넘어 사회적으로 회자됐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서울신문



[서울신문]

“관객이 1000만명이 넘든 말든 우리에겐 딴 세상 이야기예요. 배우들처럼 러닝개런티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영화가 흥행한다고 인센티브가 보장된 것도 아니니까요.”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영화판에 뛰어든 박현정(21·가명)씨.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대학 진학도 미루고 실무 경험을 먼저 쌓고자 발을 들인 영화계의 현실은 차가웠다. 당시 스태프들 중 가장 막내였던 박씨는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영화 스크립터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은 몇 달도 못 돼 그만두기 일쑤였다.

●“연차 낮으면 구경조차 못해”

그는 지난해부터 시행됐다는 표준계약서를 아직 구경도 한번 못해 봤다. 메이저 제작사가 아니고 상황이 열악한 저예산 독립영화의 스태프로 일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표준계약서를 내미는 제작사가 없음은 물론 촬영이나 조명 감독 등 대선배들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연차가 낮은 스태프들은 입 밖에 내기조차 힘들었다. 포기할 수 없는 오롯한 꿈과 동병상련의 동료들이 박씨를 영화판에 버티게 해 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근로 조건이 열악한 영화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표준계약서는 시행 1년 반이 넘었지만 박씨의 사례처럼 여전히 현장에서는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장투입 안하는 미술·의상팀은 ‘그림의 떡’

업계에서 체감하는 표준계약서 준수 비율은 약 30% 수준이다. 그마저도 최저임금 정도만 지켜지고 있을 뿐 하루 12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근로시간의 개념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아직 권고사항일 뿐 법적인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련 주체들은 서로 떠넘기기와 눈치보기만 하는 게 현실이다. 투자·배급사 측은 근로계약 체결은 제작사와 스태프 간의 문제이므로 자신들이 강제할 수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제작사 측에서는 기존의 관행을 인정하는 가운데 책정된 제작비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책임을 돌린다. 영화산업 노동자들은 속으로만 앓고 있다. 한 스태프는 “먼저 나서서 요구했다가는 한 다리만 건너면 누군지 다 아는 빤한 영화판에서 미운털이 박히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는 적게는 60~70명에서 많게는 100명의 현장 스태프들이 참여한다. 이들이 표준계약서를 써서 인상되는 제작비 폭은 ‘고작’ 2억~3억원 선. 그럼에도 투자사들은 다른 인상 요인을 이유로 꼽으며 표준계약서 이행을 꺼린다.

최근 촬영을 마친 화제작의 미술감독은 “배우들의 개런티가 올라가면서 제작비가 3억~4억원 정도 늘었고, 그 여파로 스태프들의 표준계약서는 채택되지 못했다”면서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투자사에 강력히 요구할 법적인 강제조항이 없으니 이내 수그러들었고, 표준계약서가 뭔지 잘 모르는 스태프들도 많아 유야무야 촬영에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한 영화 스태프는 “우리는 몇 만원, 몇 백만원 더 받으려고 애쓸 때, 옆방에서 스타들은 몇 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럴 때는 박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근로조건이라도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표준계약서가 촬영과 조명팀 등 현장 촬영에 투입되는 스태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어 사전 기획 단계에 참여하는 미술 및 의상 스태프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안정된 CF·드라마로 갈래”… 구인난 심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영화계에는 스태프 구인난이 심각하다. 5~6년차 중간급 경력자들이 영화판을 떠나 안정적인 CF나 드라마 쪽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심해진 것. 최근 호황을 타고 9~10월에 크랭크인하는 영화가 늘었지만 영화 스태프들을 구하지 못해 제작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박씨는 “20대 스태프들은 열악한 처우를 못 견뎌 한 작품만 하고 영화계를 떠나는 사례가 많다”면서 “요즘 20대 스태프는 찾기가 힘들어졌고 구인난에 허덕이는 제작자들은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장에서 가르쳐 가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 이행 법안 조속히 통과해야

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표준계약서의 항목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지난 1월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4대 보험 적용,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등 영화산업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작사가 제작 기간에 영화 노동자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거나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영화발전기금 지원 등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조항을 비롯해 표준임금 지침을 지키지 않거나 근로시간, 근로조건 등 근로계약 명시 사항을 위반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등 처벌 조항도 신설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박 의원 측은 “현재 주요 법안과 우선 발의 법안 등에 많이 밀려 있지만, 여야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회기 내에 최우선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서울신문



[서울신문]

“예전보다 (영화 제작) 현장 상황은 좀 나아진 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과도기적 단계여서 카메라 뒤에 선 사람들의 노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화계에 표준계약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잘 이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안병호(36) 전국영화산업노조 부위원장은 투자사, 제작사, 관계 당국 등에 공동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의 표준계약서는 권고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사와 제작사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법적 의무사항으로 강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엔 제작사와 미팅할 때 표준계약서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등 풍토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일단 표준계약서가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투자사는 제작사의 재량에 맡기는 식으로 공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예산을 줄이려는 투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표준계약서 쓰기를 주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세한 영화 제작사들이 난립하는 것도 표준계약서의 정착을 더디게 하고 있다. 안 부위원장은 “2000년 초반부터 영화 제작사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는 등 양적인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질적인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외면받았다”면서 “국내에는 1500여개의 영화 제작사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투자사에 90% 가까이 제작 자금을 기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회사 운영 자금, 경상비 지출까지 투자사에 의존하다 보니 표준계약서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장 촬영에 투입되는 스태프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기획 단계나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참여하는 분장, 미술, 의상팀 스태프들의 경우 촬영 또는 제작팀에 비해 처우가 훨씬 더 열악하다.

안 부위원장은 “부서별·직급별 스태프들의 최저임금이라도 보장할 수 있게 하고, 저예산 영화를 만들 때도 표준계약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영화 흥행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스태프들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고 있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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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나도 혹시 '노모포비아'

수시로 휴대폰 만지고, 폰 갖고 화장실 가고…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과 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육체적·정신적 질환을 초래하면서 점차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는 휴대폰이 없을 때 초조해 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이른바 휴대폰 중독이나 휴대폰 금단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휴대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손에서 떨어진 상태로 5분도 채 버티지 못한다면 노모포비아 증후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강제로 휴대폰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폭력적인 반응을 보여도 이에 해당한다. 당신이 노모포비아인 것을 확인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의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법을 소개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이성 친구를 잃는 기분이다. △하루 두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설치한 앱이 30개 이상이고 거의 모두 사용한다.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간다. △키패드가 쿼티 키패드이다. △자판 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스마트폰을 보물 1호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2회 이상 한 적이 있다. △밥을 먹다가도 알림이 오면 바로 확인한다.

자가 진단 결과 △1~2개는 양호 △3~4개 양호하지만 위험 △5~7개 중독 의심 △8~10개는 중독이다. 10가지 문항 가운데 중독이 의심되거나 중독으로 판명난 경우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며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장두원 인턴기자(연세대 국어국문2) seigic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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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유리감옥'에서 탈출하라

'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스마트폰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

[ 신동열 기자 ] 대한민국에는 ‘고개 숙인 사람’이 많다. 이른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다. 친구와 만나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숙인다. 청소년이든 중년이든 현상은 비슷하다. 지하철 안 풍경이 바뀐 지는 오래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무언가에 열중한다.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검색을 하고…. 방송에선 ‘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는 공익광고까지 내보낼 지경이다. 스마트폰은 분명 인류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이다. 스마트폰 덕에 세상은 좁아지고, 상상력은 무궁히 확장됐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모든 것에 적용되는 명언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중독, 수위를 넘어서다

스마트폰 중독이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75%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중독 위험성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는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만 5세 이상 54세 이하 인터넷 이용자 1만7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은 11.7%로 최근 2년 연속 증가했다.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유·무선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해 인터넷 이용에 대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좁히면 중독현상이 더 심하다. 만 10세 이상 54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55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1.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중 청소년(만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무려 25.5%에 달했다. 전년보다 7.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청소년 4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91.1%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은 집중과 다르다

사람들은 왜 중독에 빠질까. 전문가들은 자극과 내성의 원리로 중독을 설명한다. 작은 자극에 자주 노출돼 내성이 생기면서 점차 큰 자극을 원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나 만화에 몇 시간씩 빠져 있는 것을 집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두뇌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이 흥분과 긴장에 빠져드는 것은 중독이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집중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빠지면 집중을 방해하는 뇌파인 ‘하이베타(High-Beta)’가 활성화되고, 공부에 몰입할 때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수면 부족, 성적 하락, 사회적 이탈 등 청소년들이 치르는 대가도 엄청나다. 학습기회 손실만도 연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의 독을 해소하다는 뜻이다. ‘디지털’에 독을 해소한다는 의미의 ‘디톡스’가 결합된 말로 디지털의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듯 스마트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임으로써 정신적 회복을 꾀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은 전자파로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더러 중독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명기기의 주인이 되라

‘군자는 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

《순자》 수신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어떤 물건이나 물질에 종속돼 자아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종속되는 것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만은 아니다. 때로는 편견에 종속되고, 때로는 아집에 매몰돼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삶의 패턴 자체를 바꾼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기술의 덫에 빠져 인간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인간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주인적인 삶을 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 중독되고, 스마트폰에 중독돼 균형된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임을 포기하는 셈이다. 문명의 이기도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그 가치가 더 빛이 나는 법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한국경제



[ 신동열 기자 ]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진화의 제 1법칙이다. 몸을 쓰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머리도 쓰지 않으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역사는 진화의 과정이고,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쓰임’이다. 프랑스 진화론자 라마르크가 주장한 용불용설(用不用說·Theory of Use and Disuse)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주 사용하면 발달하고, 그렇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그건 육체든, 머리든, 모든 사물에 적용되는 공통의 이치다.

흔히 기계는 육체를 대체하고, 기술은 머리(뇌)를 대신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기계의 등장으로 인간의 몸은 고된 육체 노동에서 상당 부분 해방됐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뇌도 부담이 줄었다. 복잡한 수식은 컴퓨터가 알아서 척척 계산해 주고, 기억해야 할 온갖 것들은 모두 인터넷에 담겨 있다. 그러니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암기보다 검색인 셈이다. 기술은 자동화이자 표준화다. 자동·표준화로 인간의 물질적 삶은 더없이 풍부해졌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모든 게 빨라졌다. 정보기술(IT)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 역시 높아졌다. IT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상에 물질이 풍부해진 건 분명 기술 덕이다. 그럼 삶의 또 다른 단면인 정신은 어떨까. 대답은 쉽지 않다. 기술 발달로 인간의 사유 공간은 더 확장됐을까, 아니면 오히려 쪼그라들었을까. 이 또한 답변이 녹녹지 않은 질문이다.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니콜라스 카는 최근 출간된 《유리감옥》에서 ‘스크린이 아닌 세상과 마주보라’고 충고한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기술은 인류에 축복이지만,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기술은 자칫 삶의 행복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발달로 삶은 더 행복해졌는가, 삶의 주도력은 더 커졌는가, 머리는 더 똑똑해 졌는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거리를 헤매고, 전화 번호 몇 개도 못 외우고, 잠시라도 손에서 스마트폰이 떠나면 안절부절 못하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기술과 인간’은 대입 논술의 핵심 키워드이자 면접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인터넷은 엄청난 정보의 저장 창고다. 동시에 망각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저장이 기억(암기)을 몰아내는 셈이다. 인간이 기술에 주도력을 뺏기면 ‘기술의 주인’이 아닌 ‘기술의 노예’가 된다. 기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부림을 당하는 것이다. 인간의 관심이 스크린(컴퓨터·스마트폰)에만 몰입되면 참된 세상은 그만큼 멀어지고, 창의력도 그만큼 약해진다. 세상은 스스로의 눈으로 마주하고, 스스로의 머리로 고민해야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기술과 인간의 행복한 동행이 필요하다. 4, 5면에서 기술과 인간, 스마트폰 중독 등에 관해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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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IT기업 CEO, 주말만 허용

컴 '중독'·사이버 왕따 우려


[ 김태완 기자 ]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자녀들은 집에서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마음껏 사용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잡스는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며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벤처투자자 상당수가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잡스는 아이패드가 출시돼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던 2010년 한 기자로부터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써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집에서는 아이들의 전자제품 사용을 어느 정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잡스의 공식 전기를 집필했던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는 저녁이면 부엌에 있는 길고 커다란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 역사, 그 외에 여러 가지 화제를 놓고 얘기했다”며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는 잡스를 포함한 많은 IT기업 사장이 자녀에게 평일에는 어떤 기기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주말에만 일정 시간 쓰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무인비행기 제조사 ‘3D로보틱스’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자녀에게 전자제품 사용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나를 파시스트라며 걱정이 지나치다고 하지만 나는 테크놀로지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위험’이란 인터넷을 통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사이버 왕따’를 당하거나, 또는 부모 세대처럼 컴퓨터에 중독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조선일보

[IT 거장들의 IT기기 교육법]

스마트폰 등에 통제장치 부착

하루 30분만 사용하게 하고 침실에는 절대 두지 않아… 대신 집에 수백권 책 비치

잡스, 아이패드 보는 대신 아이들과 책·역사 등 토론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던 2010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사진〉에게 기자가 물었다. "댁의 자녀도 아이패드 무척 좋아하죠?" 그러자 잡스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뉴욕타임스(NYT)는 11일 "IT 업계 거장들이 예상과 달리 자녀들에게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잡스뿐만 아니라 드론(무인기)을 만드는 '3D 로보틱스' CEO이자 IT 전문지 와이어드 전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은 아이들이 쓰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했다. 앤더슨은 "아이들이 나를 '파시스트'라 부르지만, 나는 누구보다 기술의 위험을 잘 안다"며 "포르노 같은 유해 콘텐츠, 사이버 왕따, 그리고 나처럼 IT 기기에 중독되는 일은 피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IT 전문 마케팅업체인 '아웃캐스트'의 CEO 알렉스 콘스탄티노플은 10·13세 자녀에게 하루 30분씩만 전자기기를 쓸 수 있게 제한한다. 블로거 창시자 에반 윌리엄스는 수백권의 책을 집에 비치해 아이들도 언제든 빼 볼 수 있게 했다. 모두가 지키는 '제1규칙'은 "침실에는 전자기기를 일절 두지 않는다"였다. 보통 10세까지는 전자기기에 중독되기 쉬워 주말에만 30분에서 2시간 안팎으로 사용하게 하고, 10세가 넘더라도 숙제할 때만 쓰게 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모습은 뭘까. NYT는 잡스 전기(傳記)를 쓴 월터 아이잭슨의 목격담을 인용했다. "매일 저녁 잡스는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아이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책과 역사, 그리고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곤 했다. 아무도 아이패드를 꺼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자기기에 무심해 보였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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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공정무역 개념을 적용해 지난해 첫선을 보인 ‘페어폰’… 원료 규제·투명한 공정·e쓰레기 줄이기로 ‘스마트폰의 그림자’를 넘으려는 실험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애플이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애플 워치’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스마트폰의 생산과 폐기 과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크지 않다. 사실 스마트폰 부품에 쓰이는 원료는 대부분 아프리카 중부 군사조직의 ‘자금줄’인 ‘분쟁 광물’이다. 또 부품 공장의 노동자들은 유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된 채 일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은 받지 못한다.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생산·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정 무역’ 개념을 스마트폰에 적용한, ‘공정한(fair) 전화(phone)’가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였다.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은 회사명과 같은 이름의 스마트폰 ‘페어폰’을 지난해 2만5000대 팔았다. 올해도 3만5000대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페어폰의 창업자 바스 판 아벨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는 스마트폰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회사 설립 취지를 밝혔다. ‘착한 스마트폰’인 페어폰은 제품을 만들고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 내전 지역 피묻은 ‘분쟁 광물’은 이제 그만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 코부 지역 인근 추드자 금광에서 광부들이 줄지어 선 채 사금이 섞인 흙을 노천광으로부터 퍼나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구리, 철, 알루미늄, 니켈, 텅스텐, 탄탈룸…. 스마트폰의 회로와 부품에 쓰이는 광물은 40가지가 넘는다. 이 가운데 부품 경량화에 쓰이는 탄탈룸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텅스텐과 탄탈룸은 대표적인 ‘분쟁 광물’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기도 하다.텅스텐과 탄탈룸, 주석(Tin)과 금(Gold)은 대표적인 분쟁 광물이다. 이른바 ‘3TG’로 불린다. 이 광물들은 주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채굴·생산된다. 문제는 민주콩고의 정부군과 반군·무장세력이 광산업을 장악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분쟁 광물을 팔아 그 수익으로 무기를 사들였다. 군사조직들은 이를 기반으로 1998년부터 내전을 벌였다. 내전은 지난해 11월 일단락됐지만 그동안 약 540만명이 숨지고 수많은 여성들은 성적 학대를 당했다. 이 때문에 민주콩고의 내전은 풍부한 광물 때문에 벌어진 ‘역설적 비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쟁 광물 사용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2010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해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은 흔히 금융개혁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법안에는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의 분쟁 광물 사용 규제안도 포함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된 글로벌 브랜드와 제조·하청업체들은 SEC에 분쟁 광물 사용 실태를 보고해야 한다. 또, SEC가 규정한 분쟁 광물을 제품 생산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분쟁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큰 탓에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환경 컨설팅업체 클레이건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분쟁 광물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SEC에 밝힌 업체는 대상 업체의 6%에 불과했다.

그러나 페어폰은 분쟁과 무관한 광물을 사용하고 있다. 민주콩고 현지를 직접 방문해 군 조직과 무관한 주석·탄탈룸 공급처를 개척했다. 페어폰은 장기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 광산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권리 신장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 노동 환경을 위해 생산업체와의 관계 개선

백혈병에 걸려 숨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사례는 첨단기기 부품 생산에 얼마나 많은 독성물질이 쓰이는지를 일깨워줬다. 스마트폰 부품 생산 과정에도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들이 쓰인다. 미국 환경·소비자단체인 그린아메리카는 중국 내 애플 납품업체 노동자 150만명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암, 백혈병, 간·신장 질환 및 신경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미 환경청(EPA)이 분류한 물질들이다. 그린아메리카는 노동자들의 유해물질 노출을 막는 데 생산업체가 들이는 비용은 기기 한 대당 불과 1달러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브랜드-생산업체 간의 수직적인 관계도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방해한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생산업체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상품을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줄고 노동시간은 늘어난다. 생산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생산업체들에 노동 인권은 뒷전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저임금·과노동’을 방조하면서, 노동 인권 보장과 적정 임금 지급은 생산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미국 인권단체 낫포세일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인 전자제품 글로벌 브랜드 39곳 중 노키아만이 생산업체 공장 노동자들에게 ‘생활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어폰은 콩고민주공화국을 직접 방문해 군사조직과 무관한 광물 공급처를 찾았고(위 사진) 이곳에서 채굴된 광물로 만든 스마트폰 부품을 탑재했다. 페어폰은 중국 충칭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가운데). 페어폰은 이곳 공장 노동자들의 복지 개선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 페어폰이 고장 나면, 소비자들은 페어폰 본사로부터 부품을 직접 사서 온라인 설명서를 보고 새 부품으로 직접 교체할 수 있다(아래). 이는 스마트폰이 쉽게 버려져 ‘e쓰레기’가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페어폰만의 정책이다. | 페어폰 제공

아이폰을 생산하던 대만 업체 팍스콘의 중국 공장에서는 저임금과 취약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2009년부터 연쇄 자살을 하기도 했다. 페어폰은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해 ‘관계’를 중요시하겠다고 밝혔다.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대신, 생산업체와의 관계를 증진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업체를 선정할 때는 기술 수준뿐 아니라 사회·환경 공헌도를 살피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복지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그리고 활동 내역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도 선정 기준이다.

전체 산업 구조가 단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한단계씩 기업간 관계를 바꿔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페어폰의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페어폰은 ‘노동자 복지 기금’을 조성했다. 페어폰 한 대당 5달러인 기금은 페어폰과 중국 생산업체가 2.5달러씩 지불해 조성했다. 지난해 생산한 페어폰 2만5000대가 모두 팔려 12만5000달러가 기금으로 모였다.

페어폰은 지난 6월 기금 사용 방안을 논의할 ‘노동자 대표부’를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투표로 선출하도록 했다.

■ 부품 교체해 오래 쓰고 폐기물은 재활용

전자제품에는 금속 부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폐기될 경우 필연적으로 중금속 쓰레기가 생긴다. 미국에서 매립되는 유해 중금속 폐기물 중 70%가 전자제품 폐기물, 이른바 ‘e쓰레기’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신기술을 탑재한 전자제품이 나타나면, 앞서 생산된 제품은 곧바로 폐기물이 됐다. 신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은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르다. 그만큼 매년 버려지는 스마트폰 양도 적지 않다. 미 환경청은 2009년 미국에서 수명이 다한 휴대 전자기기(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 개인휴대단말기 등)가 총 1억4100만대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재활용된 기기는 1170만대로, 8%에 불과했다.

e쓰레기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휴대폰 재활용이 시작됐다. 미국의 경우 환경청이 나서 버려질 휴대폰을 수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낡은 폐휴대폰 구매업체가 2010년 처음 등장한 이래 2014년 현재 100여곳까지 늘었다. 문제는 아직 개도국에선 스마트폰 재활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미국에서 발생한 스마트폰 폐기물이 화물선을 통해 중국이나 인도, 아프리카 가나에 버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폰에 쓰이는 프탈레이트 등 독성 화학물질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환경청은 휴대폰 100만대를 재활용하면 구리 1만6000㎏, 은 350㎏, 금 34㎏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평균 수명을 늘리는 것은 페어폰의 설립 목적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페어폰 측은 “쓰고 있는 휴대폰이 있다면 (굳이 페어폰을 사지 말고) 그냥 쓰라”고 권한다. 페어폰의 경우, 부품을 별도로 판매하고, 고객이 직접 설명서에 따라 교체·정비하도록 한다. 부품 하나가 고장 나서 휴대폰 전체를 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페어폰은 e쓰레기 근절을 위한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환경단체 ‘클로징 더 루프’와 손을 잡고 가나에서 버려진 휴대폰 7만5000대를 수거해 벨기에 재활용업체에 보냈다. 페어폰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지난 2월 가나 현지를 직접 방문해, 현지 주민들이 버린 휴대폰을 수리해주기도 했다.

▲ 연간 생산량 3만5000대로 제한… OS도 사회적 기업이 개발…

한국에선 직접 구입 못해


페어폰 최고경영자 바스 판 아벨 | 페어폰 제공

페어폰은 아직 한국에서 직접 구입할 수는 없다. ‘저임금·과노동’에서 비롯되는 기존 글로벌 브랜드 생산 체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소량 생산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페어폰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는 대로 제품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도 3만5000대로 못박았다.

이 때문에 페어폰을 주문한 뒤 제품을 받아보는 데 최장 6주가 걸린다. 직접 배송이 가능한 지역도 유럽으로 제한돼 있다. 페어폰 수천대가 중국 충칭(重慶)에 있는 공장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본사로 운송되면, 본사 직원 30명이 유럽 각국으로 보낼 제품들을 분류한다. 대신 페어폰은 웹사이트를 통해 생산 소식과 배송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7월부터 지난 12일까지 페어폰 2만640대가 팔렸다. 지난해 판매량의 80%가 넘는 수치다.

페어폰의 사양은 애플, 삼성 등 글로벌 브랜드의 최신 스마트폰에는 못미친다. 하지만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음에도 가격이 310유로(약 42만원)에 불과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운영체제(OS)로는 페어폰 전용 안드로이드 체제가 쓰이는데, 이를 개발한 기업 역시 영국의 사회적 기업인 콰미코프다.

공정한 스마트폰을 꿈꾸지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바스 판 아벨은 “아직 100% 공정한 스마트폰은 아니다”라며 아쉬워한다.

판 아벨은 지난달 온라인매체 그린비즈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분쟁과 무관한 광물을 공급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아동 노동문제까지는 당장 해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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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예상 밖 중징계” 온종일 술렁

회장 직무대행에 윤웅원 부사장

“창립 이래 최대 위기다.”

12일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자 KB금융 직원들은 패닉에 빠진 상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직무정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을 세우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리더들이 4개월간 이전투구하며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며 “그렇지 않아도 실적 하락이 극심한데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KB금융은 회장과 은행장이 동반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 회장이 사장 직제를 폐지해 직무정지 3개월간 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된다. LIG손해보험 인수 등 현안이 산적한 때 경영 공백이라는 난제를 맞게 된 것이다. 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승인 여부는 내달 말 금융위 회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인데 당국의 비협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임 회장의 직무정지가)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사외이사들과 함께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웅원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됐다.

하지만 임 회장이 이날 금융위 징계에 반발하며 소송 등 명예를 회복할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KB 혼란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법적으로 다투면 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2009년 1월 당국의 중징계 결정에 불복한 행정소송에서 3년 만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KB 직원들의 한숨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징계 결과가 나오자마자 금융감독원이 KB금융의 내부통제 정밀진단 방침을 밝혔다”며 “수장이 금융당국과 법적 공방을 벌이면 피감기관으로서 일선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한국경제



극한 치닫는 KB 사태 - 금융위, 임영록 직무정지

林 회장 "진실 밝힐 것"

"징계 수위 상향 납득 못해…모든 수단 동원 명예 회복"

금융당국, 전방위 압박

KB이사회에 '해임요구' 검토…檢 "사퇴해도 수사 계속할것"

회장 직무대행 윤웅원 선임


[ 김일규 / 장창민 / 박한신 기자 ]

금융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를 내린 것은 사퇴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무정지는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다. 직무정지는 해임권고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징계다.

○임영록, 자진 사퇴 거부

금융위는 12일 회의 개최에 앞서 임 회장에게 오전 11시까지 자진사퇴 의사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징계절차에 앞서 자진사퇴하겠다면 KB사태는 자연스럽게 매듭지어지는 모양새여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그러나 임 회장은 금융위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우호적인 일부 금융위원들조차 임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정지된 임 회장은 경영에 일절 관여할 수 없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 사내 법무팀으로부터 금융위 결정에 불복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의 도움을 받아서도 안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 비용을 쓰거나 내부의 조력, 보고 등 일체의 공식 활동이 제한된다”며 “사내 인사가 임 회장을 돕거나 유리한 보고를 할 경우 배임혐의로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직무정지를 받은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2개월이 넘도록 검토해 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판단을 금감원장이 2주 만에 중징계로 바꾼 후 다시 금융위가 한 단계 높인 것으로 결코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적 대응 불사의지도 밝혔다. 임 회장은 “지금 이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강도 퇴진 압박

금융위와 금감원은 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고강도 압박에 들어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조만간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만나 직접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 권고를 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임 회장이 계속 버틸 경우엔 이사회에 해임안건을 올려달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발을 통한 압박에도 들어갔다. 신 위원장은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임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도 이날 임 회장 측이 고발된 2건에 대해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임 회장 측을 고발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법률 대리인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수 1부는 금융소비자원이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고발한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검찰은 임 회장이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만큼 전직 고위공직자 관련 비리, 이른바 ‘관피아’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수사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사태 장기화 가능성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법적 다툼을 벌일 경우 KB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임 회장을 추가 제재하고, KB금융 내부통제에 대한 검사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늦출 가능성도 크다.

다만 임 회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금융당국이 임 회장의 사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이 상정되더라도 대표이사 해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KB금융 이사회는 12일 저녁 윤웅원 지주사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직후 ‘임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일규/장창민/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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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 사다리 끊긴 사회

[한겨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결국 해체

야구서도 재기 위한 발판 사라져

“사회 전반 승자독식 체제 공고화

패자 끌어안는 사회안전망 절실”


대학 졸업 뒤 3년째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송아무개(29)씨에게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송씨는 “개천에서 용은 나지 못한다. 이제 한번 실패한 이들은 재기하기 어렵다. 꿈을 펼쳐볼 기회도 갖지 못하는 나 자신이 떠올라 원더스 해체가 더 애처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패자부활전은 있다. 시청자들은 극적으로 무대에 돌아와 열창하는 이들에게 환호를 보낸다. 그러나 발 딛고 사는 일상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한국 사회는 이런 숨통조차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7전8기’를 꿈꾸는 선수들이 모인 고양 원더스의 갑작스런 해체는, 이 팀의 슬로건이던 ‘열정에게 기회’조차 제대로 허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5년 시즌 종료 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던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안태영(29) 선수는 7년 뒤인 2012년 11월 고양 원더스를 통해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친정팀인 삼성을 상대로 ‘원더스 출신 1호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안씨는 “원더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다”고 했다.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은 팀 해체 이튿날인 12일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는 실업팀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프로구단 말고는 갈 데가 없다. 피라미드의 위가 넓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감독을 맡은 뒤 “원더스를 통해 한국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1등으로 가는 좁은 문을 통과한 소수 엘리트의 승자독식만으로는 ‘한국 야구’가 강해질 수 없다는 것, 훈련과 노력을 통해 ‘2류’나 ‘퇴물’들도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발판이 ‘한국 야구’에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한국 야구’를 ‘한국 사회’로 바꿔 읽은 전문가들은 고양 원더스의 해체를 우리 사회의 어떤 징후로 해석한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2부 리그가 없어지면 1부 리그 역시 존립할 수 없다. 더 이상 올라올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의 영역에서 보면,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 패배자가 되고, 패배하면 제2의 삶은 없다는 식의 인식이 너무 팽배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이상적인 사회는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중산층이 두터운 마름모꼴이다. 원더스 해체는 오직 1등에게만 ‘살아갈 권리’를 승인하는 한국 특유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드러내는 상징적 현상”이라고 했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사회에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실패조차 두려워하게 만들고 ‘모 아니면 도’라는 투기적 생활양식을 부른다. 서관모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몇년 동안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독주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기보다는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더 늦기 전에 어려운 이웃과 패자를 끌어안는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호균 이재욱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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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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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조적 생산성' 아시아 2위"< ADB>

일본-한국-대만-뉴질랜드-홍콩 순…중국은 9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한국 경제의 혁신 창출 능력이 아시아(오세아니아 포함) 22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위는 일본이었다. 스마트폰, TV 등 첨단기술 산업에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은 9위로 평가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창조적 생산성 지수'(Creative Productivity Index·CPI) 보고서를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수는 ▲ 창조적 경제활동에 들어간 자원(투입 지수)과 ▲ 여기서 나온 혁신(산출 지수)의 비율로, 각국이 혁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창출하는지를 나타낸다.

지수 산출을 위해 ADB는 각국의 창업환경, 노동 유연성, 인터넷 보급률, 연구개발 비용, 대학순위, 특허신청, 도서·영화 창작 등의 40여 개 지표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의 창조적 생산성 지수(산출/투입)는 아시아 22개국 중 2위로 나타났다. 투입 지수는 7위, 산출 지수는 6위였다.

보고서는 "한국은 투입 측면에서 인터넷 사용자,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 연구개발비가, 산출 측면에서 인구 대비 특허신청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국가주도 성장의 산물인 노동시장 경직성과, 미얀마 다음으로 적은 인구 대비 과학논문 수가 한국의 문제점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전체 지수 1위인 일본은 투입 지수에서 6위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산출 지수는 2위로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보고서는 "일본은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해 혁신을 빚어냈다"며 "특히 인구 대비 특허신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이은 3위는 대만이었고 4위는 뉴질랜드였다. 홍콩과 호주, 라오스, 싱가포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순위는 아시아에서 9번째였다. 보고서는 "중국이 고등교육 확대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공기업 생산성 개선 등 계획경제의 잔재 극복이 숙제"라고 했다.

22개 아시아 국가와 미국, 핀란드를 함께 비교할 땐 핀란드가 전체 24개국 중 2위로 한국(3위)의 위로 올라섰다. 미국은 한국보다 1단계 낮은 4위였다.

이 지표는 ADB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의뢰해 개발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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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수면상태서도 활동

잠들기 전 관련행위 반복 전제

인간의 뇌는 수면상태에서도 평소와 비슷하게 활동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수면상태에서 뇌를 활용하려면 잠 들기 전 어느 정도 관련된 행위 또는 사고를 반복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2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ENS) 공동 연구팀은 그간 미처 몰랐던 뇌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인간이 깨어 있을 때와 자고 있을 때의 소리 구별 등 지각력에 관한 실험을 벌인 결과 뇌는 수면 여부와 상관없이 활동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실험 과정은 간단하다. 피실험자들에게 동물과 물체 소리를 무작위로 들려준 뒤 동물일 경우 오른쪽 버튼을, 물체이면 왼쪽 버튼을 누르게 하고 각각의 뇌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잠든 뒤 깨어 있을 때 틀었던 음향을 다시 들려줬는데 뇌파는 다소 느리긴 했지만 이전과 똑같았다.

뇌과학자인 시드 쿠이데르 ENS 박사는 “수면상태의 뇌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활동적이었다”며 “이번 결과는 사람이 자고 있을 때 일반 소음과 달리 왜 본인 이름이나 알람과 같은 특정 소리에는 반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쿠이데르 박사는 “좀더 체계적인 반복 훈련이 병행된다면 수면상태에서 계산이나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복잡한 활동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자신들의 연구 방향이 이 같은 학습법 개발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쿠이데르 박사는 “앞으로의 연구는 인간이 수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생리학적) 손해는 무엇인지를 밝혀 활용 여부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의학 전문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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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전사들이 시리아 북부 락까에서 탱크에 올라 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으로, IS계 락까 미디어 센터가 지난 6월말 공개한 사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라크군은 '실패사례', 시리아반군은 '분열'…정치권·군 모두에서 의구심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하겠다며 제시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IS 활동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 '자생력'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라크에서는 정부군을, 시리아에서는 온건파 반군을 지원해 이들이 '지상 전투력'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는게 미국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군에서도 회의론이 잇따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전쟁에 참가했던 고급 장교들은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파간 갈등의 해소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라크군을 양성해 IS에 맞선다는 계획은 다시 헛돌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라크전 초기에 이라크군 교육을 담당했던 폴 이튼 예비역 육군 소장은 미군 기관지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를 통해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사이의 깊은 갈등을 극복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였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대령은 "같은 수니파라고 해서 IS에 자금을 지원하는 중동 국가가 있는 한 어떤 노력도 소용없다"며 비관적 의견을 냈다.

시리아 반군과 관련한 회의론에서는 분열된 조직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효과적인 지휘체계를 갖춘 통합 군대라는 자유시리아군의 개념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국이 작년부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시리아 온건 반군을 지원해 왔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지도 못했던 점도 거론했다.

정치권에서의 회의론은 주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조 맨친(민주·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미국만큼 (IS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졌다는 중동 국가들은 왜 나서지 않느냐"고 말했고, 진 샤힌(민주·뉴햄프셔) 상원의원은 "확실한 입장을 취하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클레어 맥캐스킬(민주·미주리) 상원의원은 "(시리아 내의) 미국의 동맹 세력이 전멸한 상태에서 IS가 퇴치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시리아 온건 반군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온건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이 "지금까지 내내 주장해 왔던 내용"이었다면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빨리 관련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치 분석가들은 공화당에서 IS 대응 문제에 대해 일종의 '승기'를 잡은 만큼, 정부 예산이나 다른 정치 사안과 연계해 최대한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일각에서는 시리아의 IS를 공습하려면 시리아로 특수부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성급 공군 지휘관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목표가 맞는지를 확인하려면 조종사와 지상의 '미국인'과의 교신이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선일보



-시리아 공습에 입장 제각각

英 "부정적" 佛 "신중해야"

獨 "군수 지원만 하겠다"

'시리아 우방' 러·이란은 반발


시리아로의 공습 확대를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에는 IS 지도자에 대한 사살작전을 처음 승인했다. 미군은 IS가 점령한 도시 모술과 가까운 쿠르드자치정부 수도인 에르빌에서도 전투기를 발진시키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이라크 밖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출격했다. 비행 거리를 단축시켜 공습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공화당의 1인자 존 베이너 연방하원 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IS 격퇴와 관련해) 요청한 사항을 처리해줘야 한다"고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이란·중국 등은 전쟁 참여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시리아를 둘러싸고 엇갈리는 이해관계 때문에 IS 공습 참여에 반대하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10개국만 미국이 추진하려는 '국제연합전선' 계획에 전면 지원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시리아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은 이라크 내 IS 공습엔 찬성하지만 시리아에서의 군사행동에는 부정적이다. 시리아 내 IS를 공격할 경우, 자국민을 대량 학살한 '도살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도와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최근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가능성 등 국내 현안에 쫓겨 대외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12일 이라크를 직접 방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중동·아프리카 전쟁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었던 프랑스도 중동 전쟁에 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시리아의 우방인 이란·러시아가 시리아 내 공습을 반대하는 것도 미국에 큰 골칫거리다. 이란 외무부는 11일 "IS와 싸우기 위한 '국제연합전선'이 제 기능을 할지 의문스럽다"면서 "시리아 공습은 안 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으로 채택되지 않은 군사행동엔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도 시리아의 국가 주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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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인류 평균수명 120세로 늘어”

“자손 번식 등 양보다 질 선택, 출산 늦추고 오래 살도록 진화”
‘2050년을 사는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시기가 되면 인류의 평균수명은 120살까지 늘어나고 생활방식도 확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세계뇌연구소’ 연구원이자 진화인류학자인 카델 래스트는 학술지 ‘커런트 에이징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인류는 ‘빨리 살고 일찍 죽는 것’에서 ‘천천히 살고 늦게 죽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변화는 원숭이가 유인원으로,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한 것과 비교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많은 자손을 남길 것인가, 성공적으로 양육할 것인가 사이에서 자연은 후자를 선택했다. 또 진화하면서 뇌 크기가 커지게 되면 생명체는 생식 능력이 100% 발휘되기까지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연령은 점점 늦어지게 된다. 평균수명은 2050년쯤 120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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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시리아 공습' 충돌

러 "유엔결의 없이는 안돼"…美, 러 우크라 침공 비난

이해득실 따지는 유럽

佛·獨 공습 불참, 英 어정쩡…국제연합전선 '삐걱'

케리, 아랍국 협력 끌어내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 연합전선을 구축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는 전략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며 우물쭈물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IS 격퇴를 둘러싸고 또다시 정면 충돌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국제정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순탄치 않은 국제 연합전선 구축

미국의 연합전선 구축은 아랍국가와 유럽, 그리고 비(非)우방국인 중국·이란 등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국가 대표들과 만나 협력을 이끌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쿠웨이트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 등 10개국 대표는 자금 및 군수물자 지원, 그리고 IS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케리 장관이 아랍국가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IS 격퇴가 이슬람과 서방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유럽이다. 독일은 시리아 공습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라크 공습에 참여의사를 밝힌 프랑스도 시리아 작전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IS 공습이 자칫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은 “시리아 공습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어정쩡한 상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슬린 힉스 부소장은 “미 동맹국 가운데 시리아 공습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다”며 “IS를 비난하는 수위는 높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 격퇴 전략을 지지한다고 밝힌 동맹국조차 군사작전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뤄지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반응이) 다소 놀랍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국은 중국과 이란을 연합전선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IS 조직원 최대 3만1500명”

워싱턴DC에서는 시리아에서의 IS 격퇴 전략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공습에만 의존하고 시리아의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을 무장·훈련시켜 IS 공격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반군은 뚜렷한 ‘정치단체’로 결성돼 있지 않은 데다 오합지졸 군대라는 분석이 많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의 애덤 시프 의원은 “온건 반군은 종종 온건하지 않고 전투 수행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시리아의 IS 격퇴전략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 조직원이 2만명에서 최대 3만1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추정해온 2만명보다 훨씬 많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IS가 보유한 자금은 2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돈줄을 차단하는 게 공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WP는 미군 관리의 말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IS 지도자 개인들을 타깃으로 공격해 사살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살작전의 첫 목표물은 IS의 초대 칼리프(최고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로 전해졌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세계일보

러, 美시리아 공습 대책 맹비난 “국제법 위반… 되레 긴장 초래”

美·EU “우크라 사태 진전 없다” 러 금융·국방 등 새 제재안 발표

푸틴, 서방 압박맞서 中과 협력

시진핑 ‘양다리 외교’ 실리 챙겨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국제적 테러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신냉전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카드에 반기를 들며 반미세력 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곧바로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이유로 대러 추가 제재에 나섰다. 그 사이 중국은 미·러 간 충돌과 대립을 틈타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자원 확보 등 경제실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미·중·러 ‘빅 3’사이에 대립과 협력, 상호견제가 꼬리를 물며 신냉전의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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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도전, 서방의 응징

미국이 IS 근거지인 시리아에 대한 공습 카드를 꺼내들자 러시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없는 미국의 공습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IS 격퇴를 위해 국제적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미국의) 이런 행보는 도발행위”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미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EU의 추가 제재안이 발효된 12일에 맞춰 금융·에너지·국방 분야에 대한 신규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제제안에는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주요 은행의 미국 채권 및 주식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등 에너지·방위산업 분야 5대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대했다. 미국 기업의 북극해·시베리아 유전 지대 합작 사업도 금지됐다.

EU도 강도높은 제재조치를 동원, 돈줄 죄기에 본격 나섰다. EU는 이날 관보에 게재한 추가제재안을 통해 앞으로 가스프롬 등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3곳과 방위산업체 3곳이 유럽 자본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EU는 에너지·방위산업 분야에서 대러 의존도가 높은 점을 의식해 제재 대상에서 이들 기업을 제외, ‘솜방망이제재’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추가 제재대상에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체메조프 국영 로스텍 대표 등 개인 24명이 새로 추가됐다. 이로써 EU가 여행금지·자산 동결 조치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반군의 관료와 기업인은 모두 119명으로 늘어났다. EU의 추가 제재에 대해 러시아 측은 “러시아의 우려를 반영한 보완책이 추가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와 EU의 협력협정이 발효되는 11월부터 대칭적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대응을 예고했다.

◆주가 치솟는 중국

러시아는 서방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타지키스탄에 머물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정상회담을 열어 외교·경제 등 전략적 협력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러시아 서부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잇는 서부 가스관 건설 사업과 함께 고속철·항만·위성항법시스템·항공기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국제 현안에 중국의 지지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자국 입장을 설명하자 시 주석은 “포용성 있는 대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극단주의 3대 세력을 결연히 타격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송민섭 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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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美·EU, 러 추가제재 합의

[ 강영연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에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동부 지역 반군 간의 휴전협정이 체결됐지만 아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정을 불안하게 하는 행동을 중단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면 제재를 멈출 것이지만 계속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12일 공개된 신규 제재안에는 러시아의 석유 탐사를 막기 위해 유럽시장에서 신규 자금 조달을 차단하고 유럽 에너지서비스 회사들의 러시아 내 석유 탐사 프로젝트 참여를 금지하는 등 금융, 에너지, 국방 분야를 포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발끈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EU의 추가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서방산 자동차, 의류 수입금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대통령 경제수석은 “러시아는 이미 EU를 상대로 한 대응조치를 마련해 놨다”며 “기존 농산물에 대한 금수 조치를 확대하는 새로운 대응조치에는 EU산 자동차와 의류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전협정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FT는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크림공화국의 독립투표 등 중요 국면마다 빠르게 반응했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휴전 발표 이후 러시아 증시가 3% 오르는 데 그치는 등 투자자들이 한 걸음 떨어져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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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3권(勸), 3금(禁), 3행(行)’.

세 가지를 즐기고, 세 가지를 참고, 세 가지를 챙기라는 새로운 치매예방 수칙이 개발됐다. 국가치매관리위원회는 12일 기존의 ‘치매예방 10대 수칙’을 대신할 ‘치매예방 수칙 3·3·3’을 발표했다. 기존 수칙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좀더 쉽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치매 예방을 위해 즐겨야 할 세 가지는 1주일에 세 번 이상 걷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 생선·채소 골고루 먹기다. 5층 이하는 계단을 이용하고, 신문·책을 열심히 읽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참아야 할 것에는 술·담배와 머리 부상이 꼽혔다. 술은 마시더라도 한 번에 3잔을 넘기지 않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뇌손상은 치매와 직결될 수 있어 운동할 때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머리를 부딪치면 큰 통증이 없어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꼭 챙겨야 할 것은 건강검진과 가족·친구, 치매 조기검진이다. 건강검진에선 특히 치매와 관련이 큰 고혈압·비만·당뇨를 예방하기 위해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세밀히 점검·관리해야 한다. 60세 이상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고, 치매진단검사와 감별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위원회는 젊을 때부터 치매 위험을 줄이도록 ‘세대별 치매 예방 액션플랜’도 만들었다. 청년기에는 하루 세 끼를 꼭 챙겨 먹고, 평생 취미로 할 운동을 한 가지 배우며, 머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권유했다. 장년기에는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꾸준히 예방·관리하고, 우울증이 의심되면 적극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노년기엔 매일 치매예방체조를 하고, 해마다 치매 조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치매예방 운동법’도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손과 안면근육으로 뇌신경을 자극하는 뇌신경체조(5분)와 전신을 사용하는 치매예방체조(10분)로 구성했다(동영상은 국민일보 홈페이지 www.kmib.co.kr). 치매예방 수칙과 운동법은 19일 제7차 치매극복의 날 행사에서 시연한 뒤 보건소와 노인복지관 등에 보급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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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세계경제를 바꾼 사건들 (26) 1930년대 대공황 1 : '검은 화요일'의 배경

1929년 10월29일 화요일 美 주식시장 갑작스레 붕괴

4년간 물가 33% 하락 실업률 25%까지 급등

경제학자 프리드먼·슈워츠, 평범할 수 있던 경기침체가

대공황으로 변화된 원인에 Fed의 긴축정책을 지목

통화량의 지속적 증가와 주택·자산 가격의 폭락이

유례없는 대공황 만들어


1930년대의 전 세계적인 대공황은 그 규모와 기간에서 다른 경제적 사건들과 비교할 수 없는 대재앙이었다. 대공황의 진앙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1929년부터 1933년까지 4년간 산업 생산이 37% 감소했고, 물가는 33% 하락했으며, 실질 국민총생산은 30%나 감소했다. 실업률은 5%에서 25%까지 급등했고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내내 15% 이상의 고실업률에 시달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와 같이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주었던 대공황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송원근
대공황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은 ‘검은 화요일’이라 불리는 1929년 10월29일 주식시장의 갑작스러운 붕괴였다. 주식시장 붕괴는 그 이전까지의 주식시장이 거품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산시장의 거품을 초래한 원인이 대공황을 촉발한 단초가 됐을 것이다. 반면 주식시장의 붕괴로 인한 부의 감소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가 대공황을 촉발했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주식시장의 붕괴를 초래한 원인을 대공황의 원인으로 볼 것이다. 수십년간의 논쟁과 연구에 따른 경제학계의 대체적인 합의는 1920년대 말 미국의 긴축정책이 대공황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주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정책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는 하나 대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공황이 발발하기 직전인 1920년대의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에 미국 경제는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으나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은 증폭된 시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국제수지 불균형의 조정 역할을 했던 금본위제의 실패로 국제통화제도의 취약성이 증폭된 점이다. 1920년대 대부분 국가는 금본위제로 복귀했으나 금본위제의 국제수지 조정 능력은 상당히 제약됐다. 금본위제 하에서 적자국은 금의 유출과 더불어 통화량 감소와 이자율 상승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감수하는 반면 단기자본이 유입됨으로써 적자가 청산됐다. 그러나 국제수지 불균형에 따른 통화량 변화를 불태화시키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금본위제의 국제수지 조정 기능은 약화됐고 국제통화제도의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증폭됐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에 따른 과소소비를 대공황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소비성향이 낮은 부유층에 자원이 집중돼 소비지출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유층의 대량소비 풍조가 만연했던 1920년대에 실제소비지출이나 국민소득 대비 소비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1차산품 시장의 변화도 대공황과 관련지어 언급되곤 한다.

전쟁으로 인해 유럽의 곡물 수출이 중단되자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신대륙 국가들의 농산물 생산과 수출이 증대됐으나 전후 유럽의 곡물 생산이 재개되면서 농산물가격이 폭락했다. 이와 같은 가격 폭락은 1차산품 수출국들에 타격을 주었다. 미국의 경우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가부채가 누적되고 농촌지역 은행들의 파산으로 이어졌으며 이것이 대공황 촉발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다. 농촌 지역을 진원지로 한 은행 파산의 공포가 확산돼 1930년 10월 1차 은행위기가 발생했다. 이후 1933년까지 지속된 연이은 은행위기의 발발은 미국의 은행시스템을 붕괴시켰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1963년에 발표된 ‘미국 화폐사’에서 Fed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에 다소 심각했지만 평범할 수 있었던 경기침체가 대공황으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먼저 1928년 봄부터 1929년 10월 주식시장 붕괴 시기까지 지속된 투기 억제를 위한 의도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이 있었다. 1930년 10월부터는 대규모 은행도산, 뱅크런 등 은행위기가 확산돼 은행시스템이 붕괴됐는데도 Fed는 은행 도산과 이에 따른 통화량 급감을 막을 적절한 정책대응, 예를 들면 본원통화 공급과 같은 정책대응을 하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붕괴와 은행위기의 지속에도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나타난 통화량 급감이 없었다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해석이다.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통화론적인 해석은 경제가 급락했던 1929~1933년 4년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통화량 감소가 주기적인 경기침체를 사상 유례없는 대공황으로 전화시킨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1920년대 후반에 나타난 경기침체가 단순히 주기적인 경기침체였는지 아니면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난 심각한 공황이었는지 여부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1920년대 내내 물가수준이 안정적이었음을 지적하면서 192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1920년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택시장 거품이 극심했던 2000년대를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주택시장의 붐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던 유일한 시기였다. 1922년부터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주택 가격은 급등해 1920년대 중반 정점에 달했다가 대공황을 전후해 급락과 동시에 주택대출의 대규모 부도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통화량의 증가와 그에 따른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거품, 그리고 자산시장 거품 붕괴가 주기적인 경기침체가 아닌 심각한 공황을 촉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은 금본위제의 역할 축소에 따른 국제통화제도의 취약성,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농촌 지역의 은행 파산 등의 여건 하에서 주택,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로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한 1920년대 후반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Fed의 은행위기 방치에 따른 통화량 급감을 대공황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송원근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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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컨설팅 전문가 모건의 ‘일의 미래’

협업 컨설팅 전문가 제이컵 모건의 신간 ‘The Future of Work(일의 미래·사진)’는 술술 읽힌다. 주요 내용마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며 번호를 매겼고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한 표나 그래픽을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다만 ‘워크(work)’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는 게 가장 좋을까 하는 고민은 마지막 책장을 닫을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일, 직업, 직장, 근무, 근로 등이 떠올랐지만 한 단어를 꼭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모건의 결론은 명료하다. ‘직장 환경, 근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원인을 이해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당신 회사는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그 5대 원인으로 △소셜미디어 등이 형성한 새로운 행동 양태 △클라우드 협업, 빅 데이터 같은 정보기술(IT) △X세대 다음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의 사회 진출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도 일할 수 있는 이동성(mobility)의 강화 △경계 없는 글로벌화 등을 꼽았다.

‘다 아는 얘기’ 같은데 저자는 한두 발 더 깊게 들어갔다. 특히 새로운 세대, 즉 ‘미래 근로자’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했다. 세대 분류부터 구체적으로 했다. 1946년 이전 출생자는 ‘기성(전통) 세대’, 1946∼1964년생은 베이비붐 세대, 1965∼1976년생은 X세대, 1977∼1997년생은 밀레니엄 세대, 1998년 이후는 Z세대. 저자는 “2020년경에는 밀레니엄 세대가 미국 노동력의 절반을 넘고, 2025년경에는 70∼7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여 년 내에 직장의 주류가 될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적응하지 않고 어떻게 회사의 미래가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들 ‘미래 근로자’의 모습을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갖고 있고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직장 내 성취 경로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중간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리더(책임자)가 될 수도 있다고 그렸다. 특히 이들이 ‘지식 노동자’의 시대에서 ‘학습 노동자’의 시대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 내에서도, 그리고 외부 기관과도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미래 근로자를 작은 책상 앞에 붙잡아두고 ‘9 to 5’의 정형화된 근무시간을 고집하면서 하루 수백 통의 지시 또는 전달 e메일을 받게 하는 회사엔 미래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면서 ‘미래 관리자의 10대 원칙’ ‘미래 조직(직장)의 14대 원칙’ ‘근로행태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6단계 프로세스’ 등을 친절하게 정리해 놨다.

저자는 책 말미에 “많은 회사가 변화하거나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돼서야만 고민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혁신은 ‘현상 유지를 위한 변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경고를 또 한다.

“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당신 조직엔 미래가 없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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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부자에게 징벌세를 ? 소득 양극화 해결될까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820쪽, 3만3000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세계적 ‘현상’이 됐다. 경제학의 기초 지식을 지니지 않은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어려운 책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탄한다. 이런 반응을 낳은 근본적 요인은 사람들이 품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비록 마르크스의 이론도 공산주의 체제도 무너졌지만, 마르크스가 추구한 평등의 꿈은 아직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다가 피케티의 책을 만나 산뜻한 꿈으로 펼쳐졌다는 얘기다.

마르크스의 주저를 따른 제목이 가리키듯, 피케티도 마르크스와 자신 사이의 연관을 강조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의 이론엔 마르크스의 지적 유산이 예상보다 적다. 자본주의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세계관에선 마르크스를 따르지만, 방법론은 주류경제학의 그것이다. 마르크스는 재화의 값이 그것의 생산에 들어간 노동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이제는 모두 안다, 값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피케티는 주류경제학의 성장 이론에 나오는 공식 셋을 가져다가 ‘자본주의의 기본법칙’들로 삼았다. 1950년대에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가 다듬어낸 이 성장 이론은 많은 비현실적 가정들에 바탕을 둔 단순한 모형이다.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기업가들의 역할(entrepreneurship)이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원시적 모형을 자본주의의 기본법칙이라고 내세운 것은 대단한 지적 모험이다.

어쨌든, 이 세 기본법칙들로부터 피케티는 자본주의 사회들의 추세들을 도출해낸다. 그것들 가운데 중심적인 것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어서 자본주의를 위협하리라는 전망이다. 이미 거의 모든 사회들에서 ‘소득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묘하게도, 그는 소득의 불평등이 문제인 까닭을 밝히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가난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다.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다. 부자들이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생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소득과 복지를 구별하는 것도 긴요하다.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복지다. 소득은 복지를 위한 수단이다. 안정된 현대 사회들에선 복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훨씬 작다. 사람이 누리는 복지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소득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다. 사람의 마음은 부족을 이루어 살았던 원시 시대에 다듬어졌다. 당시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부족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였지 전반적 생활수준이 아니었다. 부족 안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해야, 좋은 배우자를 얻어서 뛰어난 자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부러워하는 동물’이다. 부러워하는 다수가 소득 양극화는 문제라고 여기면 문제가 된다.

피케티의 분석에서 더욱 문제적인 것은 그가 소득 분포를 이동성(mobility)과 함께 살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소득 분포는 스냅 사진과 같아서, 한 시점에서 사람들이 올린 소득의 편차를 보여줄 뿐, 사람들이 일생 동안 소득 계층에서 이동한 상황을 보여주지 못한다.

만일 상위 계층의 사람들이 늘 거기 머무르고 하위 계층의 사람들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무척 심각할 터이다. 근년의 연구는 이동성이 생각보다 크며 하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이 상위 계층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벌 총수들도 파산한다. 반면에, 혼자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젊은 발명가들은 성큼 호부의 반열에 오르니,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모두 차고에서 시작했다.

그처럼 사정을 누그러뜨리는 요소들을 무시한 채, 피케티는 우리의 부러워하는 천성을 근거로 부자들의 소득에 대해 징벌적 소득세를 매길 것을 주장한다. 그것이 커지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그의 처방이다.

그처럼 파격적 처방엔 그러나 확신이 배어있지 않다. 그래서 확신과 열정이 밴 『공산당 선언』의 낭랑함이 그의 글엔 없다. 그도 이미 안다, 자신의 꿈인 평등한 세상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어쩌다 나오면 그것은 지옥으로 판명되리라는 것을, 그런 인식과 타협해서 나온 징벌적 소득세라는 부분적 처방조차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실제로 프랑스 대선에서 그가 지지한 사회당 올랑드 후보는 최고 세율 75퍼센트의 징벌적 소득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당선되자마자, 올랑드는 기업들의 조세 부담을 줄이는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피케티는 떠도는 기사(knight errant)다. 이미 오래전에 창백해진 꿈을 좇아서 부러진 창과 쭈그러진 방패를 들고 지친 말을 모는 기사다. 300년에 걸친 자료들을 모아 통계 처리를 해서 자신의 이론을 떠받치려 애쓴 그의 모습에서 내가 받는 심상은 그것이다. 아마도 그런 애잔한 심상이 많은 비판자들로 하여금 비판에 앞서 그의 학문적 노고에 경의를 표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은 소설가·사회평론가·경제칼럼니스트. 1946년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은행 등에서 일하다 87년 장편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로 문단 데뷔. 시집 『오장원(五丈原)의 가을』, 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 사회평론집 『현실과 지향』 등.


[S BOX] 피케티가 불지핀 불평등 논쟁 … 출판가도 후끈

『21세기 자본』은 20여 개 국가의 300년간 경제 지표와 소득 자료를 분석해 불평등의 원천을 파헤친다. 핵심은 자본수익률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 증가보다 빠르기 때문에, 즉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책이 미국에 소개되면서 폴 크루그먼·그레고리 맨큐 등 저명 경제학자들의 찬반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한국어판 출간과 함께 국내에서도 불평등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관련 도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의 『위대한 탈출』(한국경제신문)은 자본주의로 인해 세계가 빈곤·보건·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의미 있는 진보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백년동안)는 국내학자 7명의 비판을 담았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책 속 수학 공식의 오류를 지적했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균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장의 엔진을 제거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22일 발간 예정인 『피케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바다출판사)는 김공회·이정구 등 진보적 성향의 젊은 사회과학자들이 마르크스 경제학의 입장에서 피케티 이론을 파헤친다.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자본과세 강화를 골자로 한 세제 개혁이라는 피케티의 주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단순히 양극화 심화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구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보다 급진화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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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정부는 지난해 5월 취약계층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전면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최저생계비를 중심으로 결정되는 수급자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 기준으로 전환해 수급 기준을 다층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면 지금의 절대적인 최저생계비 기준 대신 중위소득 30% 이하라는 상대빈곤을 기준으로 생계급여가 지급된다. 중위소득이란 전체가구를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현재 법으로 보장된 수급자 자격 기준을 행정부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게 돼 있어 정부가 자의적으로 보장혜택을 축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최저생계비제도가 폐지되면 기초생활보장의 급여기준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정책과 대학입시 전형, 금융권 대부기준 등 최저생계비를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반면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절대빈곤 개념인 최저생계비는 경제성장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지만 상대빈곤 개념인 중위소득은 온전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위소득 개념이 도입돼 빈곤정책의 관점이 상대빈곤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찬성 중위소득, 성장률 제대로 반영…저소득층 보장성 더욱 강화

정책 근본개념, 절대→상대빈곤으로 전환 가능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을 대상자 선정과 급여 수준의 기준선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주장의 논거는 보장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편안에 대한 이 주장은 실체와는 거리가 멀다. 실상은 정반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0년 이후 최저생계비의 외형적 금액 자체는 매년 증액됐지만 중위소득 대비 비중은 지속해서 하락했다. 4인가구 기준으로 중위소득 대비 최저생계비 비율이 2003년 41%에서 2008년 38%, 2013년 36%로 낮아졌다. 절대빈곤 개념에 가까운 최저생계비는 실질 구매력 보전에 치중해 물가상승률은 충실히 반영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일부만 반영한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온전히 반영되는 중위소득과의 격차가 해가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하는 기간에는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저소득층에 대한 보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더욱이 개편안에서는 각 급여에 적용되는 중위소득 비율이 최소한 현행 최저생계비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되도록 설계돼 있어 현재보다 보장성이 강화됨은 재론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훼손을 우려하는 주장은 그 논거로서 개정 법률안에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이 점 역시 과도한 우려다. 현행 최저생계비도 그 수준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현행법률은 최저생계비를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두루뭉술하게 규정하고 있다. 최종적인 지급 수준은 관련 이해집단의 의견을 조율해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는 공공부조제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개편안도 급여 수준의 기준으로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 유지’를 천명하고 있고 최저생계비에 대응하는 개념인 ‘최저보장수준’의 구체적 내용과 수준을 현행법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기구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 법률안이 보장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개편 과정에서 오히려 강조돼야 할 점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앞으로도 사회적 요구를 충실히 담아낼 수 있도록 논의구조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이후 이 제도가 빈곤정책의 근간으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회의체의 성공적인 운영이었다. 각계 의견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들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안별로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간에 치열한 논쟁을 거쳐 합의점을 도출함으로써 지금의 제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빈곤정책의 근본 시각이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 바뀌게 된다. 빈곤논의가 불평등과 연계되는 상대빈곤 논의로 전환되면 논의의 범위가 넓어지고 심도 또한 더해진다.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타운젠드가 설파했듯이 빈곤문제의 본질은 상대빈곤, 즉 상대적 박탈감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개편안 시행과 더불어 한국의 빈곤정책도 본격적인 무대로 옮겨가게 된다. 새 무대의 제1막은 ‘소득 양극화’로 표현되는 상대빈곤 문제가 될 것이다. 개편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새로운 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해 소득 양극화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해본다.

반대 수급자 자의적 선정 우려…최저생계비 개념 없어져 혼란

100만명 넘는 비수급 빈곤층 크게 못 줄일 듯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목적은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수급자의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한 액수가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보장해 복지국가의 기초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최저선(national minimum)을 확보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으로 일을 해도 그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면 그 차액만큼 국가가 현금으로 지급해 전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하는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는 이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정신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

첫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이 행정부의 자의적이고 재량적인 방식으로 정해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원칙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을 일치시켜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생계급여 수급권자는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권리성 급여가 아니라 행정부처의 재량급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한 정부는 생계급여를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30%)을 고려한 상대적 방식으로 급여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 비율을 법조문으로 못 박지 않고 ‘고려’하겠다는 것은 급여 수준을 임의로 낮추겠다는 뜻과 같다.

둘째, 개별급여제도를 시행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골간에 해당하는 최저생계비제도를 폐기하는 것 또한 문제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최저임금제도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준선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 및 사회정책의 기준선, 대학입시 전형과 금융권의 대부기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위소득 50%를 공공부조 대상자(교육급여 대상자)로 확대할 경우 과연 이들 모두에게 지금과 같은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공공부조 대상자의 성격을 어떻게 다시 규정해야 할까.

셋째,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통합급여에 따른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100만명을 훨씬 웃도는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비수급 빈곤층은 실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가혹한 부양의무자 기준과 불합리한 재산의 소득환산제도에 따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말한다.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이 같은 상황에도 현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제도의 추진에 집중하면서 부양의무자 개선은 그야말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에 관련된 권리는 정부의 재정적인 여건이나 혹은 선의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법률적 근거가 있는 제도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인격적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문명사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편방향은 기초생활보장을 국민의 권리에서 정부의 시혜로 뒷걸음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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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설훈 회의 공개 놓고 언쟁 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왼쪽)이 12일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회의 공개 문제 등을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ㆍ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연석회의

ㆍ시작부터 여야 설전 등 입장차만 확인

정의화 국회의장(66)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묘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정’인 새누리당으로부터 법안처리 압박을 받고, “직무유기”라는 공개 비난까지 당하는 신세다.

정 의장은 12일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전화통화, 국회의장단 회동에 이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 의장은 회의에서 “추석 민심에서도 드러났듯이 지금 국회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회의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 교육문화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을 거론하면서다. 설 위원장은 “곰곰이 생각하면 정국이 안 풀리는 이유가 어디 있나, 청와대가 안되게 하고 있다”면서 “저는 (항간의)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그만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 의장도 “지금 의장을 무시하는 건가”라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설 위원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지만, 2시간 회의 끝에 나온 결과는 ‘조속한 국회 정상화’와 ‘여야 원내대표 합의 촉구’라는 두루뭉술한 입장이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의사일정 관련 협조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안되면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정하려는 수순이다.

정 의장은 오는 15일 여야 지도부와 의장단 연석회의를 추진하는 등 국회 정상화 행보를 이어간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과 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해 해법 마련이 난망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결단’을 요구하면서 15일 법안 처리를 공개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본회의에 계류 중인 90여건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은 국회의장이 국회법이 정한 국회의장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세계일보
국회의장·상임위원장단 회의… 파행 정국 더욱 악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설훈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연애 발언’이 세월호 특별법 대치로 인한 파행 정국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즉각 국회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강력 반발했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회심의 중재 시도도 빛을 바랬다. 설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장기 표류로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정국 파행 상황에 더욱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 의원은 12일 오전 정 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공개적으로 직접 거론했다. 설 의원은 정 의장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야 간에 협상하면 금방 풀리는 문제다. 그런데 청와대가 안 되게 하고 있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 돼야겠느냐. 박 대통령도 귀를 갖고 들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박 대통령이) 잘못 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며 여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설 의원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 사이에서 “그만하라”는 고성이 쏟아졌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새누리당 소속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정 의장도 설 의원에게 “지금 의장을 무시하시는 거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설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초반부터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며 비공개를 요구하는 정 의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가 설 의원의 돌출발언으로 난장판으로 변하면서 정 의장의 국회 정상화 시도가 초반부터 꼬이며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누리당은 설 의원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윤리위 제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막말 수준의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은 설 위원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 제소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 의원의) 발언은 상황에 따라 대단히 위중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 연애’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아다닌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윤영석 원내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설훈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속한 막말을 뱉어냈다”며 “즉각 사죄하고 상임위원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가세했다.

설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에 대해 충고한 거다. ‘대통령이 나와서 얘기를 해라’, 이런 취지로 한 얘기인데 대통령 얘기만 나오니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더라”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리위 제소 검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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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세계경제를 바꾼 사건들

(50·끝) 한국과 북한, 체제경쟁의 표본

해방이후 1970년대 초까지 北경제가 南보다 우위

자본주의 시장체제 유지한 南, 1인 소득 2만弗 국가로 성장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北, 경제상황 갈수록 악화…탈북자 3만명에 육박

한국경제·한국제도경제학회 공동기획


2013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3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2012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은 1279조5000억원으로 북한의 33조4790억원보다 38.2배나 많다. 1인당 총소득은 한국이 2559만원(약 2만3916달러), 북한은 137만원(약 1280달러)로 18.7배 차이가 났다. 인구는 한국이 5400만명, 북한은 2442만명으로 한국이 두 배나 된다. 이 밖에 자동차 생산량, 조선 건조량, 압연강재 생산량, 선박 보유수 등에서 한국이 북한보다 월등해 적게는 100배, 많게는 1000배까지도 차이가 났다. 에너지 소비량 역시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고 영유아 사망률, 5세 미만 사망률에서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런 통계보다도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살기 좋은 나라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실은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탈북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수는 2만6000여명에 이른다. 몸으로 직접 선택하는 것만큼 분명하고 극적인 지표는 없다.


사실 광복 후 분단될 당시 경제적인 여건에서는 북한이 더 유리한 조건에 있었다. 압록강에 건설된 동양 최대 수력발전소인 수풍댐이 있었고, 일제가 함경남도 일대에 건설한 세계적인 규모의 화학생산기지가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도 북한이 남한보다 높았다. 1961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4달러로 한국의 82달러보다 높았다. 이런 사정이 1973년까지 지속되다가 1974년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521달러, 한국이 588달러로 앞서기 시작했다. 그 후 반세기 만에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는 부유한 국가가 됐고, 2012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5위, 무역 규모 1조675억달러로 세계 8위, 외환보유액 3450억달러로 세계 7위권 국가로 성장했다. 또 LCD패널·TV·조선·휴대폰은 세계 1위, 반도체는 2위, 자동차는 5위의 생산국이 된 것이다.

이런 한국 경제에 대해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사전트는 “한국의 역사와 경제는 기적 그 자체”,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역사에 기록된 것 가운데 6·25전쟁 후 4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고 극찬했다.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 발전사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까지 평가했다.

한국과 북한 간에 엄청난 경제력 차이가 나는 연유에 대해서 체제 차이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보통 주류 경제사학자들은 국가 간 경제력 차이는 지리적 위치나 자연환경에 따른 문화, 사회규범, 가치와 노동윤리 등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는데, 한국과 북한은 분단 당시 민족, 언어, 문화, 지리적 여건 등 모든 면에서 동일했다. 다른 점은 단 하나 남쪽의 한국은 사유재산이 보장되는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했고, 북한은 사유재산을 몰수하고 경제행위가 시장이 아닌 국가에 의해 수행되는 철저한 공산주의체제를 선택했다는 것뿐이었다.

남한에서 시장경제체제를 유지 발전시킨 데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이승만 정부는 사유재산 확보, 기회균등 제공, 사기업체제 등을 마련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반을 다졌다. 그런 기반 위에 박정희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더욱 보장하고 경쟁을 도입하며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국민들은 열심히 일했고, 저축하며 자본을 축적했으며, 기술을 발전시켰다. 기업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척박한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에 도전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현대의 정주영, 국수 생산에서 시작해 오늘날 세계 제일의 전자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등과 같은 기업가들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반면 북한은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해 무상으로 배분하는 토지개혁을 단행하고, 생산시설을 국유화하며 생산시설마다 생산목표치를 할당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실시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승만 정부 시기에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것은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으로, 북한과는 달랐다. 토지의 유상몰수 유상분배와 무상몰수 무상분배는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상몰수와 유상분배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존중하지만, 무상몰수 무상분배는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재산은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가가 모든 자원을 소유하고 있으면 개인은 국가의 강제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으면 직업의 자유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동을 통한 생산물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자본을 축적할 유인이 없고,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연히 이런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지 않고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며 정체와 후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재산권을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며 사회주의체제로 간 북한의 지난 60여년 동안의 역사가 그랬다.

한국과 북한의 역사는 어떤 사회가 풍요롭고 인간적이며 살기 좋은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인의 재산권과 자유를 보장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간 나라들은 다 번영을 이루고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간 국가들은 곤경을 겪거나 몰락했다. 한국과 북한의 역사는 그 표본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

‘지주-소작농’ 틀 깬 농지개혁, 한국歷史 ‘변곡점’

사유재산 강화…경제발전 이뤄

규제개혁으로 ‘제2 농지개혁’을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은 한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시 남한 인구의 70%가 농민이었고, 그중 80%가 소작농이었다. 이 대통령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지주와 소작인의 지배구조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제대로 건국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건국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농지개혁의 성공으로 국민 대부분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유재산을 갖게 됐다. 사유재산으로 땅을 가진 농민들은 자식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고, 누구나 노력하면 부를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됐다. 또 지주-소작인의 지배구조가 사라지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급 갈등을 겪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6·25전쟁 동안 북한의 선전 공세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토대 위에 박정희 대통령은 더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수입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외환 및 수입규제 등과 같은 정책이 많았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출 증대를 위한 과감한 규제완화와 조세 감면, 그리고 기업들을 국제경쟁에 노출시키는 등 시장친화적인 경제 정책을 수행했다. 이것이 박정희 정부 시절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유다.

경제적 반응은 현재 상황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변화가 나타나는 한계적 반응이다. 경제 발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의 성격에 따라서 경제가 발전하든지, 아니면 침체되는 변화가 나타난다. 새로운 경제 정책이 친(親)시장적이면 경제가 발전하고 반(反)시장적이면 경제가 후퇴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 정책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 결과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지금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다음주(9월20일자)부터는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theory)시각으로 본 사회’ 시리즈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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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경환 “새정치, 외연 못 넓히면 절대 집권 못한다”

ㆍ이상돈도 “지나치다” 쓴소리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고사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66)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63)는 ‘오합지졸’ 제1야당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안 교수는 12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보수 진영 인물 영입을 원천 배제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배타성을 강력 질타했다. 그는 “지금 야당은 하나는 혁신을 해야 하고, 바깥으로는 지지세력 외연을 넓혀야 한다”면서 “이 두 개를 이루지 못하면 집권 가망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이상돈 교수를 과거 새누리당 당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결사반대한 일부 의원들의 폐쇄성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는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껴야 개선책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고민의 흔적이 전혀 안 보여서 답답하다.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거듭 말했다.

안 교수는 비대위원장 추대 과정에서 드러난 당의 ‘예의 없음’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합의도 안된 상태에서 던져서 (밀고) 나가게 되면 내부 갈등 상태에서 바깥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내부의 절실한 욕구와 심도있는 논의를 통한 결론을 내리고 영입 작업을 해야 가는 사람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 ‘안철수현상’ 이후 ‘새정치’로 대표되는 의제가 많았다”면서 “하나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본인 인선에 대한 새정치연합 내부의 거센 반발에 대해 “당이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런데 생각보다 지나쳤다. ‘연판장 정치’는 정말 엄청났다”고 토로했다. 전날 새정치연합 의원 54명이 그의 영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반대단식까지 거론한 데 대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조선일보
문재인
['이상돈·안경환 영입' 전말]

지난 11일 박영선·안경환·이상돈과 만나 동의

朴, 이달 초 文에 추천 부탁… 文, 안경환·조국 교수 언급

이상돈·문재인, 10일 통화

朴, 11일밤엔 文자택 찾아가

文측 "李 반대 일관된 입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서울대 안경환 명예교수와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를 공동 비대위원장에 내정하는 과정에 문재인 의원이 상당 부분 개입했던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문 의원은 11일에는 박 위원장, 안경환 교수, 이상돈 교수와 '4인 회동'도 갖고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박 위원장은 '외부 비대위원장' 구상을 문 의원에 전하며 인물 추천을 부탁했고,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안경환 교수와 서울대 조국 교수 등 2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문 의원에게 이들 영입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문 의원은 지난 9일 조 교수를 만났지만, 조 교수는 학교 수업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결국 고사했다고 한다.

조 교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안 교수를 접촉했고, 안 교수는 서울 법대 후배인 이상돈 교수와의 공동 위원장직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까지는 박 위원장과 문 의원 측 얘기가 같다.

그러나 이상돈 교수가 등장하는 이 시점부터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박 위원장 측은 "10일 박 위원장이 전화로 이 교수 영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의원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이 교수도 이날 본지 통화에서 "10일 밤 문 의원과 통화를 해서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며 "문 의원이 제게 '우리 당을 이끌어주실 만한 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문 의원 측은 "10일 문 의원이 박 위원장과 통화한 것은 맞지만 '정당 개혁에 대한 능력은 있어도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11일 이상돈 비대위원장 이야기가 공론화되자 문 의원 측은 지도부에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의원 본인은 그 무렵 박 위원장과 이 교수, 안 교수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내 반발이 심하니 '안 교수 위원장, 이 교수 부위원장 체제로 가는 건 어떠냐"는 제의도 했다고 박 위원장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문 의원도 자기 아래에 있는 의원 개개인에 대한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어 당일 밤에는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 등 의원 5~6명이 서울 구기동 문 의원 자택을 찾아갔다. 당시 동석했던 한 의원은 "문 의원이 '이 자리에서 두 분을 통해 당의 혼란을 빨리 정리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구체적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 교수만큼은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문 의원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이 이 교수 비대위원장 영입에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대다수 친노(親盧)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혼란스러워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문 의원은 12일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이 교수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말을 안 했던 것뿐이지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 인사의 영입은 부적절하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했다.

[최승현 기자]

박영선측 “이상돈 함께 만난 문재인, 갑자기 반대”

[동아일보]
[혼돈의 새정치聯] “11일 3자회동 등 영입 깊이 관여… 文의원이 OK해서 내정한 것” 文측 “동의 아닌 우려 전달했을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구상은 물 건너갔지만 이 교수 영입 과정에 문재인 의원도 깊숙이 관여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당직자 등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30분경 박 원내대표와 이 교수, 그리고 문 의원이 3자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가 오전에 “비대위원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오겠다”고 선언한 뒤였다. 이 교수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지만 당의 최대 주주인 친노(친노무현) 좌장 문 의원과 박 원내대표는 “많이 돕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날 오후 9시경에 박 원내대표는 핵심 당직자들과 함께 문 의원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집을 찾아 비대위원장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12일 “두 사람이 외부 인사 영입을 계속 상의해 왔고, 문 의원이 이 교수 영입에도 깊게 개입했다”며 “문 의원이 동의했기 때문에 이 교수 영입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이 뒤늦게 ‘반대한다’고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박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4일 문 의원과 함께 폭우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함께 방문했을 때부터 외부 인사 영입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문 의원은 이 교수 영입에 동의한 적이 없고 우려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이 “당 상황이 이 교수 영입을 수용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공동위원장이라고 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3자 회동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1일) 셋이 만났고, 그 전에도 문 의원과 (비대위원장 관련해) 통화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도 기자간담회에서 “(이 교수 영입은) 박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職)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나 때문에 단식한다는데 어떻게 맡나"

이상돈〈사진〉 중앙대 명예교수는 12일 밤 본지 전화 통화에서 "저 때문에 야당에서 단식하겠다는 사람까지 있는데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며 "야당 의원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하는데 어떻게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날 낮까지만 해도 "당의 합의가 이뤄지면 위원장으로 당의 변화를 이끌고 싶다"고 했었다.

이 교수는 "야당에 아주 오는 것도 아니고 비대위원장으로 4~5개월 있으면서 당의 개혁과 외연 확장을 위해 기여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개인적 야심은 전혀 없었고 희생한다는 마음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강경파 초·재선들의 반발에 대해선 "이념적으로 치우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 전체가 위기라는 사실이 이번에 극명하게 폭로된 것 같다"며 "야당이 자멸을 하니 오히려 새누리당이 훌륭한 당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당내 계파들이) 갈라서든가…"라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조선일보
"영입하려면 먼저 黨內 합의 있어야"

안경환〈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것에 대해 "이미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기여했고, 그걸로 역량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비대위원장 제안에 대해) 안 하겠다고 했다"며 "역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못 한다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면서 "실제로 (새정치연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내부 갈등 상태에서 바깥사람이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안 교수는 자신이 박 위원장에게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얘기에 대해선 "추천이라기보다는 당이 외연을 넓히려면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사람을 영입하려면 당 내부 절차로써 확실하게 중지를 모아 합의한 뒤 제안하는 게 예의"라고 했다. 이 교수의 영입 반대에 대해선 "이러면 집권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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